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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1/08
    <므이네> 과음에 성공하다(12)
    제이리
  2. 2005/11/08
    <달랏> 괴짜스님을 만나다.(5)
    제이리
  3. 2005/11/08
    <나짱> 한국인들을 떼로 만나다.(6)
    제이리

<므이네> 과음에 성공하다

므이네로 가는 투어버스가 결국 말썽을 부린다. 티켓을 구입할 때는 오전 7시 30분 출발로 되어 있었는데 컨펌을 하러가니 새벽 4시에 나오란다. 7시 30분차는 나짱으로 갔다가 므이네로 가니 그걸 타든지 맘대로 하란다. 결국 3시 반에 일어나 버스를 탄다. 타고 보니 손님은 나 혼자다. 너 혼자니 못간다 안한게 차라리 고맙게 느껴진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산길을 전속력으로 달리더니 이 버스 떠난 지 3시간만인 6시 50분에 므이네에 내려준다.  -보통 투어버스로  6시간 걸리는 길이다- 내 총알택시는 들어봤어도 총알버스는 난생 처음이다^^ 뭐 그 와중에도 창문에 머리박아 가며 잤으니 나도 할 말은 없다.


달랏에서 이틀을 함께 보낸 친구의 버스는 정상적으로 7시 30분 출발이고 이 친구와 나짱에서 만나 므이네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또 다른 친구도 오후에 도착 예정이니 대충 조용한 리조트 트리풀룸을 잡아 사람들을 기다린다. 시간이 되어 만나기로 한카페에 나가보니 한시에 도착한다던 친구의 친구도, 2시에 도착 예정인 친구도 2시 반이 넘도록 보이지 않는다. 괜히 트리풀룸은 잡아가지고.. 이러다 침대 세 개 번갈아가며 쓰며 하루밤을 보내야 하는 게 아닌지 슬며시 걱정이 된다. 세시가 조금 못 되어서야 이래저래 모두 만나게 된다. 게다가 그 카페에 있던 또다른 남자 여행자와 친구의 친구는 이미 호치민에서 만난 적이 있는 관계라 4명이 자연스럽게 일행이 된다. 워낙 해변에서 혼자 지내는 것에 질려 있던 터라 므 이네도 그냥 피해갈까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는데 덕분에 재미있는 이틀을 보낸다.


므이네에서 묵었던 타이호아 리조트


리조트에서 바라본 바다


므이네는 생각보다 리조트 사이가 떨어져 있어 리조트네에서 밥을 먹지 않는 한 거의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한다. 한명은 남자여행자의 오토바이에 타고 두명은 오토바이를 섭외해 그랜드캐년, 샌드듄, 피싱 빌리지등을 간단히 돌고-뭐 말이 그랜트캐년이지 그냥 붉은 라테라이트 토양이 그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 제법 볼만한 경치를 만들어낸 곳이며, 샌드듄도 건조한 기후 탓에 일부가 사막화 되어 있는 곳이다. 어느 곳이나 동네아이들이 가이드를 자처하며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현지인들에게 유명하다는 해물전문식당으로 향한다. 므이네에 두 번째 온다는 남자 여행자가 이미 혼자 다녀온 식당이다. 우리네 수산시장처럼 살아있는 해물을 고르고 요리법을 정해 주문하면 되는 식당인데 새우, 게, 홍합과 굴을 튀기거나 쪄 달라고 한다. 이미 과음이 나의 최대 소원임을 밝히고 소원풀이를 해도 좋다는 허락(?)을 얻은터라 과음할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나름 그랜드캐년


여기는 나름 사막


해물 한상차림


술자리는 숙소로 이어져 파도소리를 들으며 맥주를 마신다. 호치민에서 두달 살았다는 가장 먼저 만난 친구는 앙코르와트 여행 후 귀국 예정이고, 두 번째 만난 여행자는 호주에서 귀국길에 호치민에서 스톱 오버해 여행중인데 역시 앙코르와트를 갔다가 귀국예정이란다. 마지막으로 만난 남자 친구는 하노이로 인해서 한달간 여행을 마치고 담날 호치민에서 귀국 예정이다. 남자 친구는 귀국이지만 나머지 셋은 일단 메콩델타를 타고 프놈펜까지는 같이 가기로 합의를 본다. 아마 나머지 두 친구는 앙코르와트까지 동행하게 되겠지만 나는 프놈펜에서 시하눅빌과 깜뽓으로 빠지게 되니 동행은 어려울 것 같다. 베트남은 5시 30분이면 해가 지는 탓인지 술자리가 제법 길어졌는데도 잠자리에 든 시간은 12시를 간신히 넘어있다. 아무래도 해뜰 때까지의 과음은 일산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싶다^^ 


담날은 어느 날보다 맑은 날씨다. 날씨 탓인지 바다 빛깔도 전날보다는 제법 푸른빛을 띠고 있다. 리조트 앞에 있는 해변에 나가 누워있는다. CF에서나 볼 법한 하얀 비치용 의자에 누워 있으니 배낭여행자가 아니라 그냥 휴가라도 온 것 같다. 맥주가 다시 한병씩 돈다. 이번엔 여행오고 처음 낮술도 먹는다. 역시 가끔은 일행이 있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므이네에서는 그저 수다나 떨면서 시간을 보낸다. 오토바이 소리도, 뭔가 사라는 현지인들의 구애도 없는 이틀을 보내고 나니 베트남에서 가장 번잡하다는 호치민으로 갈일이 꿈만 같다. 이제 호치민에서 삼사일만 보내면 베트남 여행도 슬슬 마무리가 된다. 첨에 언제 거기까지 내려가나 아득했던 것에 비하면 시간이 참 빨리 흐른 셈이다. 그래도 하노이를 겪어봤으니 그럭저럭 살아지겠지 하며 익숙하게 짐을 싼다.


하루에 대부분을 이렇게 누워서 보냈다. 부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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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 괴짜스님을 만나다.

달랏으로 가는 버스는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간다. 바깥 온도야 버스 안이라 알 수 없으나 파란 하늘이며 청명한 공기가 시각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 일년에 한두번 볼 수 있는 쨍한 가을날의 풍경이다. 달랏에 내리니 공기는 선선한데 햇살이 따갑다. 고원지대라 그런지 베트남에선 통 볼 수 없던 가파른 언덕길이 보인다. 숙소에 짐을 풀고 거리로 나서 본다. 밤늦게 술먹다 처음 가보는 자취방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버스타러 나올 때 그 기분이다. 언덕을 넘어 큰길이 나올 만한 곳으로 걸으며 여기가 달랏이지 신림동 언덕길인지 잠시 헷갈린다. 선선한 기후탓이지 그저 쌀국수집이 분식집 같고 옷가게며 빵집, 문방구까지 우리네 그곳과 닮아 있다. 지도를 따라 걸어보니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은 도시다. 단지 오르막이 많아 시클로가 없다는 걸로 봐서 자전거로 시내를 돌아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달랏가는 길. 공기가 차고 맑아 시야가 선명하다.


숙소 옆의 언덕길. 낯익은 동네 같다.


그래서 그런지 시내와 근교를 묶어서 오토바이로 돌아보는 투어가 달랏의 대표적 관광 상품인데 걸어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오토바이 기사들이 달라붙는다. 가격은 하루 10에서 12달러 선으로 만만치 않다. 여러 명이 같이 다니는 버스 투어와는 달리 기사와 둘이 다녀서 그런다는데 글쎄 굳이 그 가격에 커피 농장이며 실크 공장 따위를 다녀야 하는지 별로 내키지 않는다. 그저 시장이나 돌아본다. 베트남의 다른 시장들은 일찍 문을 여는 탓인지 대략 6시경이면 문을 닫는데 여긴 선선한 기후 덕분에 야시장이 선다. 뭐 우리나라에선 잼 만드는 용으로나 쓰일 만한 자잘한 딸기며 감, 따뜻한 죽과 두유 등 베트남의 다른 도시에선 보기 힘든 것들이 눈에 뛴다. 특히 옷가게에서 파는 스웨터나 두툼한 파카 따위가 이채로운데 다른 도시에서 잠시 다니러 온 베트남 사람들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달랏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까지 저렇게 추위를 타나 싶은게 미리 듣긴 했지만 꽤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된다.


달랏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는 도착 예정 시간을 두시간이나 넘겨 숙소로 찾아온다. 나짱에서 떠나기로 한 시간보다 두시간이나 넘겨 버스가 왔다고 하는데 뭐 그러려니 해야지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담날 오전에는 걸어서 시내를 오후에는 시외곽의 관광지 몇 군데를 찍어 로컬오토바이 기사와 흥정하기로 하고 시내로 나선다. 베트남 2대 대통령의 딸이며 모스크바에서 건축공부를 했다는 항응아가 만든 게스트 하우스가 첫째 목적지다. 뭐 게스트하우스 따위를 관광하냐고 하겠지만 이 건축물이 기이한 형태로 만들어져 묵는 손님보다는 입장료로 연명하는 듯 보이는데 초기에는 가이드북에 소개되어 손님들들부터 욕도 숱하게 얻어먹은 곳이라고 한다.


다음은 베트남의 마지막 황제인 바오다이의 여름 별장이다. 여름에 이곳만큼 시원한 곳도 없었던지 이곳에 별궁이 3개나 있는데 그중 한 곳을 가본다. 가이드북에는 2층은 호텔로 사용된다고 되어 있는데 지금은 왕과 왕비 그리고 자식용이거나 아님 손님용이었을 침실을 복원해 놓았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당시 사용하던 가구며 그릇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일명 크레이지 하우스, 저 통나무 모양의 구조물에 객실이 있다.


바오다이 황제의 여름별장. 생각보다 소박하다 했는데 달랏에만 별장이 3개나 있었단다.


사실 달랏은 기후나 풍광 외에 별다른 유적지는 없어 보인다. 그저 가는 길이라 크레이지 몽크라고 불린다는 달랏대학 출신의 괴짜스님이 있다는 절에 잠시 들러본다. 가이드북에 그만큼 소개되었고 시내외 투어에 빠지지 않는 코스니 귀찮아서라도 스님은 없고 다른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이 스님 그 절에 혼자 계신다. 게다가 산중에서 몇 년 혼자 지낸 사람처럼 반가워하는데 대략 난감이다. 절 자체나 스님이 쓰거나 그린 그림들이야 내 예술에 문외한이니 논할 바는 못 되나 뭐 그리 대단해 보이는 건 아니고 그저 잠시 들렀다 가려고 했는데 앉으라더니 이런저런 수다를 풀어놓는다. 영어로 하는 수다에는 분명한 한계가 느껴져 사진이나 찍고 나오려는데 이 스님 옷을 차려입고 문앞까지 따라나오시더네 친구집에 가서 녹차나 한잔 하고 가란다. 호기심반 강요반 따라 나서니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정집이 나온다. 가정집에는 부처님옆에 예수님이, 예수님 앞에는 성모마리아가 서 잇는 퓨전 불당이 세 개나 있는데 우리네 6,70년대에나 봤을법한 종이꽃이며 크리마스 장식용 꼬마전구가 현란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오 주여, 꼴통 기독교 신자들이 봣으면 불이라도 질렀을 법한 풍경이다. 짧은 영어로 연유를 물었더니 그도 짧게 대답한다. 모든 종교는 다 세임세임이란다. 이 스님 도가 통한건지 사이비 교준지 내 알바 아니나  꽤 재미있는 분임에는 틀림없다.


크레이지 몽크와 집에서 한 장. 정면에서 보이는 분이 스님의 어머니다. 글구 사진 꼭 부쳐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으셨으니 보내긴 해야 하는데 어디서 인화를 한단 말인가.. 에휴


한끼 얻어먹은 스님네 집 채식 식단. 우리네 반찬과 비슷하다.


친구네 집이라던 그집에는 스님의 어머니가 살고 계시고 신도로 추정되는 대여섯분이 점심을 차리느라 분주하다. 모두 채식으로 마련되었다는 식탁에 얼떨결에 초대받아 밥을 먹는다. 베트남 가정에서 밥을 먹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밥상 역시 두부며 숙주나물, 단호박찜 등 우리네 식탁과 닮아 있다.  그 와중에 스님, 우리의 가이드북을 받아 자기가 나왓다고 자랑도 하시고, 찍은 사진 꼭 보내라며 주소도 적어 주시고, 주소를 적으시다 친구의 볼펜까지 달라고 해서 챙기신다^^결국 스님의 어머니가 재들도 놀아야 하니 그만 보내라 하신 이후에야 스님도 그만 가보라고 하신다. 재미있는 경험이긴 했지만 행여나 길에서 다시 만날까 다른 길로 재빨리 빠져 나온다.


오후에는 내리는 비를 맞으며 시외곽을 돈다. 영어가 안 통해 애를 먹기는 했지만 숙소앞에 진을 치고 있는 가이드가 아니라 그냥 로컬 아저씨들과 계약을 하니 대략 반값이다. 세시간가량 돌고 숙소앞에 내려 약속한대로 오만동을 건네주니 제법 쌀쌀한 날씨에 비까지 맞았는데도 얼굴이 금새 환해진다. 저 아저씨들에겐 오늘이 운수좋은 날이었을까.. 설사 그 돈이 바가지였대도 기분이 흐믓하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 앞으로 두세달은 따뜻한 물이 그리워질 날은 없을 것이다. 꺼내입었던 긴옷들도 다시 집어넣는다. 이 옷들도 당분간을 입을 일이 없을 것이다. 갑자기 한국은 많이 추울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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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짱> 한국인들을 떼로 만나다.

저녁 무렵 나짱으로 가는 오픈투어 버스를 탄다. 버스는 아직 노선도도 떨어지지 않은 우리나라 922번 좌석버스다. 한때 도봉산에서 용산을 오가던 버스다. 내 생전에 좌석버스를 12시간 탈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저 퇴근해서 집에 간다는 맘으로 버스에서 정신없이 자다보니 나짱이다. 버스는 예외없이 여행자거리에서 꽤 떨어진 연계 호텔 앞에 서고는 여기 묵든지 아님 알아서 원하는 숙소로 가라는 분위기다. 배낭 메고 찍어둔 숙소로 터덜터덜 걷다가 5불짜리 씨뷰룸이 있다는 삐기님 말씀에 혹해 따라가 본다. 정말 씨가 뷰하긴 하는데 6불이란다. 결국 그냥 가겠다는 액션을 취하고 난 뒤에야 5불로 내려간다. 지겨워.. 이건 뭐 헐리우드 액션도 아니고 시시때때로 이래야 하니 대략 난감이다--:;


숙소에서 본 일출

 

나짱은 별다른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고 6km에 이르는 해변을 따라 바다가 펼쳐져 있는 해안 도시이다. 섬이 아니어서 방갈로나 리조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로를 따라 호텔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 그저 부산의 해운대나 광안리를 연상시킨다. 나짱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일일 보트트립을 신청해 놓고 담시장쪽으로 걸어가 본다. 제법 규모가 큰 시장임에도 크게 둘러볼 맘이 내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마다 시장이란 시장은 죄다 다녔으니 내가 뭐 시장전문조사요원도 아니고 이제 시들할 때도 되지 않았겠는가. 게다가 시장의 핵심 기능이란 뭔가 사거나 파는 것인데 매번 사지는 못하는 반쪽짜리 구경이다 보니 오히려 욕구 불만이 생기는 듯도 하다^^ 시장 근처에 베트남에서 처음보는 슈퍼마켓이 문에 띄길래 들어간다. 그간 궁금하던 몇몇 물건값의 실체를 확인한다. 대략 내가 사던 가격의 2/3가 정가인 듯 하다. 뭐 그 정도면 바가지치고는 양호한 편이다. 단 공산품만 그럴 뿐 먹거리의 가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국인 여행자 부부를 만난다. 호텔앞에서 한국말이 들리길래 그냥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호치민과 나짱을 일주일가량 여행하고 있는 휴가 온 젊은 부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지금 디스코텍을 가는 길인데 같이 가겠느냐고 묻느다. 아.. 아무리 한국어로 수다를 떨고 싶어도 이건 좀 아니다 싶어 사양한다. 담날 저녁이나 같이 먹기로 약속하고 헤어진다. 담날 자전거로 나짱 근교를 한바퀴 돌고 다시 부부를 만나 저녁을 먹는다. 사람이 바글거리는 로컬 식당에 무작정 들어갔더니 영어 메뉴판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종업원도 없다. 대략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요리법을 조합에 쇠고기 뭐를 시켰더니 베트남식 샤브샤브가 나온다. 맛은 좋은데 양이 너무 적다. 한 접시를 더 시키기는 뭣해서 그냥 쌀국수 사리를 시켜 남은 국물에 넣어 먹으니 그런대로 먹을 만 하다. 보트트립을 해서 너무 피곤하다는 부부와 헤어지고 어디가서 맥주나 한잔 할까 하고 있는데 한국 아저씨들이 떼로 몰려온다. 이게 웬 횡재냐 싶어 또 먼저 인사를 건넨다.


포나가 참사원에서 본 나짱


롱썬사에서 본 나짱


아저씨-라고는 하지만 알고보니 내 동갑이거나 한두살 아래다^^-들의 정체는 광명 시청 공무원들이다. 공무원들 견문넓히기 정도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각 부서에서 헌 명씩 차출되어 출장 겸 휴가 겸 베트남에 왔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한참 떠들다가 남자분이셨으면 어디가서 술이라도 한잔하자고 할텐데 라는 인사치레를 놓치지 않고 냉큼 저 술 잘먹어요 한다. 거의 두달 만에 만나는 수다와 음주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아저씨들, 온 지 일주일도 안돼 나같은 홀로 여행자를 이미 둘이나 만나셨다는데 그 수다에 이미 한 질림 하신 분들이다. 그래도 어쩌랴.. 나도 모르게 끊임없이 떠들어댄다. 간만에 맥주를 네병이나 마신다. 물론 절대 과음이라 할 수 없는 양이나 그래도 여행 시작하고 처음이다. 아저씨들 친절하게도 맥주값까지 자신들이 낸다. 에이, 한국돈으로 삼천원인데 하면서 내껀 내거 낼께요 하는 헐리우드 액션도 취하지 않는다. 뭐 좀 싸가지가 없어 보였을래나 싶긴 하지만 팁으로 5불씩 주고 다녔다는 아저씨들의 씀씀이로 보아 그리 큰 걱정은 안해도 되지 싶다^^ 


담날 보트트립을 가는 버스에서 한국인 여행자를 또 만난다. 사람이라야 열댓명 남짓한 버스였는데 만나질려니 계속 만나진다. 이번엔 호치민에서 두달간 살았다는 여자 여행자다.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려고 일년 예정으로 베트남에 왔는데 일이 예정대로 풀리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베트남 관광이나 하고 가려고 왔단다. 둘다 혼자 뻘쭘하게 보트에 있어야 하나 걱정이다가 서로 심하게 반가워한다. 보트트립은 그 유명세답게 유쾌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그 친구와 나 둘다 무슨 일인지 배멀미 때문에 오전 내내 보트에서 누워지낸다. 공짜 점심도 굷고 헤롱거리다 그래도 흔들리는 배보다는 바다 속이 낫겟지 싶어 수영하는 곳마다 바다로 뛰어든다. 대체 수영은 왜 배웠는지 구명조끼를 입고도 불안해 튜브까지 끼고 노는 애들을 그 친구와 나뿐이다. 아.. 그리고 믿을 수 없겠지만 파란 꽃무늬 비키니는 결국 입었다는 거 아닌가.. 사진을 올려라 뭐 이런 요청은 하지 말 것.. 내가 봐도 심히 괴로웠음--:;   


보트트립 중에 있는 레크리에이션 시간. 각 나라의 포크송을 그 나라말로 불러주고 마이크를 들이민다. 덕분에 둘이서 아리랑 불렀다--::


보트투어 도중 한시간 가량 정박하는 섬


보트트립에서 돌아와 그 친구와 나짱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현지 식당에 간다. 사실 혼자라도 가고 싶던 곳이었는데 혼자가기 망설여져 마지막 날까지 미뤄둔 곳이다. 저녁으로 새우와 생선을 숯불에 구워먹는다. 다 먹고도 부족해 밥에다 돼지고기까지 구워 먹고 일어선다. 그 다음엔 아이스크림까지 디저트로 먹어 준다. 일행이 있으면 확실히 먹거리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일정을 맞춰보니 달랏-므이네-호치민으로 비슷한 일정이다. 다만 그 친구가 그날 아침에 나짱에 도착한 관계로 하루 더 나짱에 있을 생각이어서 담날 달랏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아마 일정대로 된다면 호치민까지는 그 친구와 동행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같이 다니면 또 그런대로 불편한 점이 있겠지만 누군가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달랏으로 가는 맘이 한결 편해진다.


새우와 생선 숯불구이


새우만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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