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5/11/27

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1/27
    <깜&#48979;> 보꼬국립공원에 가다(14)
    제이리
  2. 2005/11/27
    <시하눅빌> 여기도 심란하다.(6)
    제이리

<깜&#48979;> 보꼬국립공원에 가다

시하눅빌에서 깜뽓으로 가는 방법은 택시를 합승하거나 픽업트럭에 얹혀 가는 것 정도가 있다고 하는데 둘다 다운타운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기사와 흥정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숙소에 보니 택시 서비스가 있다. 가격을 물어보니 4불이다. 직접 흥정할 경우 3불이나 그 이하로도 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뭐 흥정도 잘 못하는데다 어차피 오토바이를 타고 버스정류장까지 간다면 절약할 수 있는 돈이래야 일불도 안되는 것 같아 그냥 숙소에서 택시를 신청한다. 성수기에 앞에 기사까지 네 명, 뒤에 네 명, 심지어 트렁크에 두 명, 도합 열 명도 타고 갔다는 택시는 픽업하러 올 때 보니 손님이 하나도 없다, 설마 다른 숙소에서라도 픽업당해 오겠지 하고 있는데 정말 나 하나란다.


기사는 나를 태우고 버스정류장으로 가더니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린다. 하지만 현지인만으로 승객이 채워지기를 기다리리다보니 한 시간이 지나도 손님 하나가 늘지 않는다. 뭐 안되면 하루 더 있다 가지하는 맘으로 앉아서 기다리는데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자 기사가 다가오더니 두 시간이 될지 세 시간이 될지 모르니 10불만 더 주면 나 혼자 태우고 깜뽓으로 가겠단다. 뭐 깜뽓에 기다리는 님이 있는 것도 아닌데 10불씩이나 더 주고 빨리 갈 이유도 없어 그냥 기다리겠다고 한다. 두어 시간을 더 기다리니 앞자리에 스님 한분, 옆자리에 할머니 한분 그리고 손자로 보이는 아이 하나가 타고 차가 떠난다. 떠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막상 출발하고 나니 두 시간도 안 되어 차는 깜뽓에 들어선다.


깜뽓을 가로지르는 뜩주강,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다리 세 개가 하나로 붙어있다.


깜뽓은 조그마한 시골 동네인데 깜뽓 그 자체를 보러 오는 사람보다 주로 그 근처에 있는 보꼬국립공원에 가기 위해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면 보꼬국립공원은 또 뭐하는 곳이냐.. 식민지 시절 프랑스가 비교적 기후가 선선한 이곳 보꼬산에 자신들의 휴양 도시를 건설했는데 지금은 페허로 변한 건물들의 잔해가 흩어져 있는 곳이다. 이런저런 설명보다 그저 알포인트 촬영지라고 하면 더 간단하게 이해가 될 지도 모르겠다. 여튼 기사가 내려준 미얼리첸다라는 게스트 하우스는 상태가 좀 안 좋기는 해도 따로 여행자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 동네를 배낭 메고 헤매기도 싫어 그냥 방을 잡고 투어를 신청한다. 이 투어는 베트남에서 했던 열 개 남짓의 투어들을 제치고 가장 기억에 남는 투어가 되니 역시 베트남보다는 음식 맛이 좀 떨어져서 그렇지 캄보디아가 인간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꼬산으로 가는 지프차는 앞자리에는 여자들을, 뒷자리 트럭칸에는 남자들을 싣고 굽이굽이 산길로 들어서는데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군데군데 웅덩이가 패여 있기는 하지만 포장도로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 도로가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그들이 휴양지를 오가기 위해 만든 도로라니 어디나 식민지 백성의 고충은 별로 다르지 않았나 싶다. 짚차는 두시간을 달려 한때는 황제의 별장이었다는 곳에 잠시 쉬어간다. 차에서 내리니 제법 차가운 공기의 기운이 느껴진다. 폐허가 된 별장은 한 눈에 봐도 산 아래 도시며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게 전망이 끝내주는 곳에 세워져 있다. 멀리 바다 너머로 베트남의 영토인 푸꾸억섬이 보인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그 섬이 원래 캄보디아 영토였다는데 전쟁 이후 베트남에게 빼앗겼다는데 그 섬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하도 비장(?)하여 나중에 영토분쟁이라도 생기면 꼭 캄보디아 편을 들어야겠다는 쓸데없는 마음이 생긴다.


황제의 별장에서 바라본 풍경, 멀리 푸구억섬이 보인다. 

 

차는 다시 산길을 달리더니 작은 오솔길 앞에 우리를 내려준다. 이제부터는 한시간 반동안 트레킹이란다. 분명 처음 투어 설명을 들을 땐 차를 타고 가든지, 걷든지 선택할 수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뭐 다들 걸으니 차타고 갈래요 하기도 머쓱해 그냥 따라 걷는다. 산길을 걸으며 가이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무슨 말인가 끝에 대학을 나왔냐기에 그렇다니까 나보고 행운아란다. 자기는 어부의 아들이라고, 몇 년전까지는 자기도 어부였다고, 집도 어렵고 동생도 있어 공부를 더 할 수 없었다는데 넌 대학 나온 나보다 영어도 잘 하잖아^^ 할 수도 없고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다. 그는 대화 짬짬이 뒤쳐지는 사람이 없는지 기다리고, 험한 곳에서는 일일이 손도 잡아주고, 산나무에서 오디같은 열매를 따서 먹어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베트남의 뺀질이 가이드들만 봐서 그런지 웬지 순박한 얼굴의 그에게 마음이 쓰인다.


여기저기 폐허로 흩어져 있는 휴양지의 건물들의 잔해를 지나 알포인트의 주촬영지인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교회니 폭포니 하는 몇 가지 코스를 더 둘러본다. 폭포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는 가이드의 사진을 몇 장 찍는다. 디카로 보이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그에게 메일 주소를 주면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하니 자신은 메일은 없고 친구의 메일을 적어주겠단다. 그러면서 몇 번이고 사진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봐서 꼭 보내주겠다고 손가락까지 걸어준다. -그러나 저녁에 친구의 이메일주소라고 건네준 쪽지에 친구의 이름만 덜렁 적혀 있는 걸로 봐서 이 친구 아무래도 아직 컴퓨터를 써 본적이 없는 것 같아 태국쯤에서 인화를 해서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냥 숙소 주소를 적어온다-


지금은 폐허가 된 호텔, 알포인트의 주 촬영지다.


보꼬산은 거의 우리나라 가을 정도의 기온이다.


다시 덜컹거리며 산길을 내려오니 이번에 바다 길을 돌아 숙소로 돌아간다며 배로 갈아타란다. 배를 타니 맥주를 한 캔씩 준다. 점심때 공짜로 음료수를 주는 투어도 처음이었는데 맥주씩이나.. 사람들의 입이 벌어진다. 맥주를 마시며 저녁 노을을 지는 바다를 건너, 강을 건너 숙소로 돌아온다. 벌써 주위는 캄캄해지고 어느새 하늘에는 별이 두어개 빛나고 있다.


배에서 본 노을


가이드 Negth과 함께.. 얼굴색깔이 거의 비슷하다. 흑흑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시하눅빌> 여기도 심란하다.

시하눅빌은 이전에는 다른 이름이었지만 70년대 국왕의 이름인 시하눅빌로 개명되었다는 캄보디아 최대의 해변도시이다. 버스가 시하눅빌에 도착하자 대략 난감해진다. 해변이 여섯 개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대충 해변을 둘러보다 괜찮은데 짐을 풀어야겠다는 야무진 꿈은 바다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 버스 정류장에서 와르르 무너진다. 해변과 해변사이가 걸어다닐만한 거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나마 주워들은 정보에 의하면 빅토리와 오쯔띠알, 두 해변에 게스트 하우스가 모여 있는 모양인데 이 두 해변이 하나는 이쪽 끝이요 하나는 저쪽 끝이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바다 빛깔이 그나마 더 낫다는 오쯔띠알 해변으로 간다. 이름도 빅토리 해변보다야 캄보디아스럽지 읺은가 말이다. 기사가 내려주는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보니 이곳의 숙소들은 모두 바다와는 도로 하나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다.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꼬싸멧의 악몽이 떠오른다.


이년 전인가.. 없는 시간을 쪼개어 휴가를 갔었더랬다. 앙코르와트를 돌아보고 나서 그래도 휴가의 한자락은 해변에서 보내야지 하는 생각에 방콕에서 비교적 가까운 꼬사멧섬으로 홀로 갔다는 거 아닌가. 뭐 바다 빛깔도 고왔고, 대나무로 만들어진 방갈로도 운치 있었지만 문제는 도무지 심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틀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지내다가 나오는 날 다시 혼자는 해변에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어찌어찌 또 해변에 와 버린 것이다. 사실 내 인도차이나 여행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인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의 작가 유재현의 <시하눅빌 스토리>라는 소설 제목에 끌린 바 크긴 하나 오기 전 그 소설을 결국 못 읽었으니 그 핑계를 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저 캄보디아는 갈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핑계나 대기로 한다.


오쯔띠알 해변,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첫날은 바다를 지척에 두고도 그냥 숙소에서 TV나 보고 지낸다. 일행과 시간을 맞추다보니 너무 바쁘게 다닌 탓이지 아님 선풍기나 에어컨 탓인지 딱히 감기는 아닌데 목도 아프고 몸상태도 별로 좋지 않다. 내가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아직 제대로 된 여행자가 못 되서 그런지 쉬는 것도 잘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생각 같아선 맘에 드는 작은 마을을 만나면 며칠이고 쉬어가고 싶은데 막상 작은 마을이 현실로 다가오면 괜히 답답해지면서 여기서 뭐하고 지내지 하는 마음에 금세 짐을 싸게 되는가 하면 도시에선 자꾸만 움직여야 하는데 하는 초조함이 든다. 다행히 해변에서야 그리 답답할 것도 많이 움직일 것도 없어 그냥 쉬기에는 가장 적당한 장소이지만 그도 하루가 지나니 좀이 쑤신다.


결국 햇빛을 피해 아침부터 바다로 나가본다. 그저 해변이나 걷다가 햇살이 퍼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 올 생각이었다. 해변에는 제법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에 여념이 없다. 오쯔띠알 해변은 자국민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몇군데 되진 않지만 여태까지 가본 동남아 해변에서 늘 서양 여행자만 득시글거렸는데 여름 휴가라도 온 듯한 가족들을 보니 마음이 편안하다. 더러는 버리바리 싸온 음식들을 풀어놓고 먹고 있는가하면 더러는 아이들과 함께 모래성도 쌓고, 모래 찜질도 하며 한가한 시간을 즐긴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같이 갔던 여름휴가가 겹쳐지면서 이내 행복한 기분이 된다.


해변에서 노는 아이들


해변에서 노는 어른들


결국 제법 긴 해변을 끝에서 끝까지 걷고도 숙소로 들어가기가 싫어져 그냥 비치 의자에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한다. 하지만 해변에는 행복한 가족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거의 일분에 한 번 꼴로 무언가 사라거나 돈을 달라거나 하는 사람들과 마주쳐야 한다. 여기는 물건을 사라고 보채는 상인들이 거의 아이들인데 서너살짜리로 보이는 꼬마부터 제법 큰 아이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그나마 팔찌 등의 조악한 약세사리나 불량 식품 비슷한 먹을거리를 들고 다니는 아이는 좀 나은 편이고 캔이나 병 따위를 모으는 아이들이나 그냥 구걸하는 아이들도 여럿 있다. 안쓰러운 마음도 잠시 좀 지나니 누군가 다가온다 싶으면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그래도 그냥 가는 경우는 없고 옆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는 가는데 결국 30분쯤 뒤에는 똑같은 아이와 또 부딪치게 된다.   


이렇게 앉아서 하루종일 사람구경이나 한다.


그러다 해가 진다.


해변에서 하루를 빈둥거리다 저녁을 먹으러 근처 식당에 들어선다. 마침 옆자리에선 캄보디아 아저씨들이 술자리를 벌이고 있다. 옆자리 남자들은 여느 캄보디아 사람들과는 달리 배까지 나온 아저씨들이다. 그 옆에서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남자애 하나가 맥주캔이 비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그 아이는 내가 들어가고 술자리가 끝나기까지 이삼십분을 기다려 캔 2개를 더 챙긴다. 그러더니 종업원들의 눈을 피해 주섬주섬 남은 음식들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뭐 남긴 게 없는 듯 손가락으로 음식 찌꺼기 몇 개를 집어먹고 만다. 마침 입맛이 없어 밥을 깨작이고 있던 나는 이거라도 먹으라고 하려다 왠지 미안한 마음에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아이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왜 처음부터 접시 하나 더 달라고 해서 밥 덜어줄 생각을 안했는지 후회하고 있는 사이에 또다른 여자애 하나가 다가오더니 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다. 고개를 끄덕였더니 까만 비닐봉지에 남은 밥을 담아서 간다. 


오죽하면 아이들을 저렇게 내몰까 싶어 안쓰럽다가도 애들을 이용하면 물건이 더 잘 팔리니 저러겠지.. 그러니 저 물건을 사주면 저애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저런 애들을 더 많이 만들게 되는 거야.. 라며 영악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건 좀 아니다 싶다. 그냥 좀 못사는 거 하고 밥을 못 먹어 배가 고픈 거 하곤 가난의 차원이 다른 거다. 그 애가 배가 고플 거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멍하니 있다가 계산을 하고 그 애가 사라진 쪽으로 따라가 본다. 뭐 어찌할 생각이 있어서는 아니지만 다시 만나게 되면 밥이라도 한 끼 먹이고 싶다. 하지만 그 애는 보이지 않고 어둠이 내려앉은 해변 가득 또다른 그애들이 여전히 무언가 팔러 다니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