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국선 노무사’ 제도 확대로 체당금 수수료 국가가 책임져라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중에 임금체불 경험이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얼마 안 되는 시급과 일당에 가족들과 먹고 살려고 토요일 일요일 가리지 않고 일하지만 막상 그 피 같은 대가인 임금을 떼이고 나면 어디 가서 하소연 할 데가 없다.

 

원청 조선소는 당연히(?) 자신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한다. 조선소가 어렵다며 하청업체에 주어야 할 기성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해 놓고도 줘야될 돈 다 줬으니 우린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하청업체 사장은 원청에서 받은 기성금을 갖고 야반도주 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남은 재산이 있다면 명의 변경 등 미리 조치를 해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청도 하청도 노동자 임금 떼먹고 나서 한다는 소리가 똑같다. “노동부 가서 체당금이나 신청하세요.” 나랏돈으로 운영하는 ‘체당금’이 마치 자기들 쌈짓돈이라도 되는 것처럼 뻔뻔스럽다.

 

대형 조선소의 막대한 부실이 드러나면서 하청업체의 폐업과 임금체불이 속출하고 있다. 채권단은 연일 조선소에 자구책 제출을 압박하고, 결국 원청 조선소는 기성금 삭감으로 그 부실을 하청업체에 떠넘겨서 견디다 못한 하청업체들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거제통영고성 지역의 임금체불 신고액은 124억 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의 54억 원 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1. 거제지역만 보면 올해 4월까지 임금체불 신고액이 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억 원 보다 무려 7배나 늘었다2. 이 같은 체불임금 증가에 따라 통영고용노동지청의 체당금 신청액도 49억8000만원으로 19억2000만원(62%) 늘었다3.

 

  임금체불 인원 체불임금액 체당금 신청인원 체당금 신청액
2012년 (1-4월) 592명 34억 원    
2015년 (1-4월) 1,459명 53억 원 593명 30억6000만 원
2016년 (1-4월) 2,531명 124억 원 1,266명 49억8000만 원

(통영고용노동지청 임금체불, 체당금 현황, 출처 : 한산신문)

 

하지만 체당금으로 체불임금을 다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체당금은 최종 3개월 임금과 휴업급여 그리고 3년분 퇴직금만 지급해주며 그 상한액도 있어 체당금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체불된 임금의 50~70% 정도다. 즉 체불임금의 1/3 정도는 받지 못하고 떼이게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체당금 중 일부는 또 누군가에게 주어야 한다. 체당금 신청 절차가 꽤 복잡해서, 그 절차를 잘 모르고 또 당장 다른 곳에 취업해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가 직접 체당금 신청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공인노무사에게 체당금 신청을 맡기는데 그 수수료가 작게는 4~5%에서 많게는 9~10%나 된다. 실제로 하청노동자 A씨는 업체가 폐업하면서 동료 90여 명과 체당금을 신청했는데 신청액이 약 6억 원에 공인노무사 수수료는 4.5%를 주기로 했다. 또다른 하청노동자 B씨는 2013년에 동료 17명과 체당금을 신청했는데 신청액이 1억2천만 원에 공인노무사 수수료는 무려11%를 주었다.

 

결국 하청노동자는 원청 조선소와 사내하청업체의 책임회피로 임금을 떼이면 그 중 일부만 체당금으로 받을 수 있는데 체당금의 일부는 또 공인노무사 수수료로 주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거제통영고성 지역의 체당금 신청이 급증하면서 서울의 노무법인에서까지 내려와서 이른바 ‘체당금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누구는 자신이 일한 돈도 여기서 떼이고 저기서 뜯기는데 누구는 그 노동자들 때문에 쉽게 한몫 잡고 있으니 있으니 참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청노동자는 언제까지 이렇게 뜯기고만 살아야 하는가.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한 개선책으로 “국선 노무사를 통한 ‘체당금 조력지원제’를 확대 시행해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체당금 신청 노무사 수수료를 국가가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정부는 2012년 1월부터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의 월평균 임금 250만 원 이하 노동자는 국선노무사가 무료로 체당금 신청을 대행해 주는 ‘체당금 조력지원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폐업과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국선노무사를 이용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정부는 현행 ‘체당금 조력지원제’의 기준을 대폭 완하하여 조선소 부실로 업체 폐업과 임금체불이 속출하고 있는 거제통영고성 지역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공인노무사 수수료 부담을 없애주어야 할 것이다. 전체적인 기준 완화가 어렵다면 고용위기지역이나 특별고용위기업종으로 지정된 지역과 업종에 한해서라도 기준이 대폭 완화 된 ‘체당금 조력지원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임금 떼인 것도 억울하고 체당금으로 체불임금을 다 받지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공인노무사 수수료로 또 일부를 떼어주어야 한단 말인가. 정부는 국선노무사가 무료로 체당금 신청을 대행하는 ‘체당금 조력지원제’를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게 전면 확대시행하라!

 

2016년 5월 23일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

 

[[정책제언] ‘국선 노무사’ 제도 확대로 체당금 수수료 국가가 책임져라.hwp (31.50 KB) 다운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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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KBS창원 뉴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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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BS창원, 뉴스9, 2016. 5. 17. ‘조선 협력업체 줄도산...체불임금 눈덩이’, http://me2.do/x1iHZH4R 텍스트로 돌아가기
  2. 거제뉴스광장, 2016. 4. 27, '물량팀' 2만여명 실직 눈앞···사외협력사 '직격탄' 위기, http://me2.do/xArO2I7F 텍스트로 돌아가기
  3. 한산신문, 2016. 5. 20, 조선 불황 현실화, 체불임금 급증, http://me2.do/xSE4dBQK 텍스트로 돌아가기
2016/05/22 15:32 2016/05/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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