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 단협 사항 아니다” | ||||||||||||||||||||||||||||||||||||||||||||||||||||||||||||||||||||||||||||||||||||||||||||||||||||||
전경련 2005년 임단협 보고서…“대기업 노조의 대승적 결단 촉구” | ||||||||||||||||||||||||||||||||||||||||||||||||||||||||||||||||||||||||||||||||||||||||||||||||||||||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강신호)가 올해 임금단체협상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대기업 사용자들의 이익을 주로 대변해 온 전경련은 올해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시킬 것과 비정규직 문제를 단체협상에서 제외시킬 것을 주문했다. 또한 사용자들에게는 고유 권한인 인사 및 경영권을 확고히 하고 노조에는 불가피한 구조조정에는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20일 전경련은 '2005년 임단협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임단협에 있어 대기업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최근의 경제현실을 감안, 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노조 스스로 불합리한 임단협 조항을 없애는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임금, 비정규직 문제, 경영권, 구조조정 등 크게 4가지 사안에 대해 포괄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임금에 있어서는 1천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동결하고 1천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3.9% 인상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경련은 지난해 '대기업 동결, 중소기업 3.8% 인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반면 올해 민주노총은 '정규직 9.3%(±2%), 비정규직 15.6%'의 인상안을, 한국노총은 '정규직 9.4%, 비정규직 19.9%'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올 임금상승률에 관한 노사간 시각차를 드러냈다. 5월말 현재까지 실제 임단협을 맺은 업체들의 임금인상율은 4.8%를 기록중이다.
전경련은 "현재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수준은 영세기업의 2배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임금 양극화 해소와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대기업 근로자의 양보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고용안정과 인건비 부담을 동시에 해결하려면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 체계의 유연성 확대를 통한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령, 근속연수 등 속인적 요소에 의한 연공급 제도로 인해 임금이 생산성을 초과하는 현상을 줄여나가고 동기부여가 가능한 성과급 및 직무급 제도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 다음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는 노동계가 제시한 협상안이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근로자의 사용기간 및 채용 관련 사항은 사용자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 전경련은 "노동계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보장, 복리후생 동일 적용, 산업별, 업종별, 기업내 최저임금 도입 등을 단체협약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및 하청업체의 경우 법률적으로 사용 종속관계가 없어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기간제 근로자는 단체협상 적용범위가 아니고 하청업체 노동자들도 하청업체 사용자에 임단협 교섭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 이에 전경련은 비정규직 문제 해법으로 '정규직 양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전경련은 "비정규직 문제가 노조 상급단체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정치적 명분으로 이용될 수 있다"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고용형태 다양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또한 "실제로 대기업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보다 높은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며 "비정규직 쟁점화가 실질적 취약 근로계층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경련은 비정규직 철폐와 정규직화 논의가 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정규직의 고용 경직성 해소와 고용형태 다양화를 통해 시장에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전경련은 인사 및 경영권에 대한 사전 심의와 합의를 요구한 노동계 안에 대해서도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사 및 경영권 역시 사용자의 고유권한이므로 이를 침해하는 요구는 부당하다는 것. 전경련은 "노조가 인사 및 경영의 공동결정권한을 악용해 기업의 생산 활동을 방해하고 합의를 조건으로 다른 불합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등 생산과 매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전경련은 불가피한 고용 구조조정에 대해 노조가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전경련은 "과도한 고용안정협약 요구나 경영악화시 해외공장 우선폐쇄 등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발상"이라며 "고용안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 전경련은 생산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사례를 들어 노조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전경련은 "현대 자동차의 경쟁력 수준이 선진 완성차업체에 비해 2001년 이후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1인당 인건비 수준도 GM을 능가하고 도요타에 육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R&D 투자는 GM과 도요타의 10% 수준에 불과해 향후 경쟁력 향상 노력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전경련은 또한 "올해 최대 쟁점사항인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 노조 스스로 3D작업 거부로 하청인력 혼재를 유발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노동부에 불법파견이라며 진정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의 성토는 다른 부분에서도 계속 됐다. 전경련은 "고용과 관계된 인사 및 경영사항 모두를 단협사항에 명시하고 노조가 심의, 의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인사 및 경영권 간섭 역시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환배치 거부로 공장별 '연장, 특근 실시 공장(일감이 많음)'과 '휴가를 실시하는 공장(일감이 부족)'이 동일 사업장 내에서 병존케 하는 등 경영효율성에 심각한 타격과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전경련은 "현대차 노조가 고용보장을 위해 채용에서 해고에 이르는 전과정에 대해 노사합의를 요구하고 있으며 심지어 해외공장 부품의 역수입 금지, 경영악화시 해외공장 우선 폐쇄 등을 단협에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대기업 노조의 이러한 행태는 비단 현대자동차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임단협에서의 과도한 임금인상, 비정규직 단협포함, 사용자 고유권한인 인사 경영권 침해, 과도한 고용안정협약 요구 등이 난무한다면 더 이상 기업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전경련은 대기업 노조의 솔선수범적 자기반성과 개혁을 통해 올해 임단협에서 대승적 결단으로 지나친 요구와 불합리한 단협 요구안을 즉각 폐지하고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 ||||||||||||||||||||||||||||||||||||||||||||||||||||||||||||||||||||||||||||||||||||||||||||||||||||||
최중혁 기자 jh@labor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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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8/19 지치고 힘겨운 삶~~
- 2005/08/19 비정규직 문제 단협 사항 아니다""
- 2005/08/18 의원 만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 2005/08/18 반 쪼가리 삶이여~~
- 2005/08/18 비정규"보호 법에 더 이상 속지 말자"
- 2005/08/18 2002년5월6일민주노총임시대위원대회
- 2005/08/18 똥구린내 나는 5년을담아"
- 2005/08/18 2000년10월KBS박권상 사장 출근저지투쟁~~
- 2005/08/18 노동자-농민 의회혁명 나섯다
- 2005/08/18 나 쇤.남은것은 1평의 월세방
온 산하가불이낮구나 타오르던산등성이 붉게물들어
오르던 산나그네 발목을잡는다 뿌리칠세라. 도망갈까
잡아채면 구르던 단풍잎에 내 숨을 말아 함꼐가잖다
너를잡고 딩구러보면 삻이란 숨박꼭질 보물찾기로구나
산등성이 바위틈에 흘러가는 내 인생 감추어넣고
그세월이 보고프면 살포시 숨어들어 만화같은
청춘들아 하늘을보구 왜이리도 고달픈가
반쪽짜리 인생살이 불쌍도하다 누더기같은
몸뚱아리 추스려보면 새벽처럼 몰려오는
그리움들이 나를부르고 유혹하는근원이야
귓전에 있고 저.건너편 손짓하며 유혹하네
붉은.아지랑이~ 안주를삼고 나딩구는.낙옆.잡아
친구를삼고 걸터않은 황혼에 술을 권하여
취하고 비틀대는 이눔의.세상 잠깐만.쉬어가라
사정을 하면 사정없이 내려치는 밤 바람이 귀전을 치고
오늘 같은세월은 다시 오지 않으니
한숨 두숨 ~세어보니~
반 쪼가리 삶이구나 ~
2002년10월15일화요일 인왕산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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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봉희(52) 전국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위원장이 시집을 출간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소장 김성희)가 발행하는 ‘월간 비정규노동’에 틈틈이 써온 시를 책으로 엮은 것.
제목은 ‘어느 파견 노동자의 편지’.
2000년 5월말 해고돼 2004년 7월 복직하기까지 힘들었던 과정과 비정규 관련입법을 바라보는 파견노동자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시집 출간 기념식이 있었던 7월13일 아침, 서울 여의도 KBS본관 배차대기실에서 노사저널과 만난 주 위원장은 “좀 쑥스럽다”면서도 “파견노동자의 실상을 널리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절망을 안겨준 파견법
지난 98년 7월1일부터 시행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은 그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줬다.
희망은 오해에서 비롯됐다.
“솔직히 방송차량 운전직들은 파견법 제정으로 들떠 있었어요. 2년이 지나면 직접고용이 된다니까요.
저만 해도 95년부터 KBS에서 일했으니까.
KBS에 고용되면 렌터카회사가 설립한 인력회사에서 파견돼 일하는 ‘이중파견’ 신분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죠.
참 순진했어요.”
그를 오해하게 만든 조항은 다름 아닌 파견법 6조3항.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
사용사업주가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뒤늦게 노조를 만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노조 필증이 나온 다음날인 2000년 5월30일 해고통보를 받았다.
당시 파견기간 만료를 이유로 KBS, MBC, SBS, YTN 등 방송사 4곳에서 해고된 파견 노동자만 무려 849명에 달했다.
억압, 슬픔, 괴로움, 분노 등의 단어가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여의도 공원 벤치에 앉아 시를 썼다.
군대(74~77년) 시절 10여편의 시를 ‘전우신문’(현 국방일보)에 기고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는 해마다 2년을 주기로 해고와 채용이 반복되는 파견노동자의 현실을 ‘분노의 탁구공’이라고 표현했다.
“머리가 두 개 달린 자본의 법칙/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으로 만들고/ 파견노동자는 탁구공인가/ 이리 갔다 저리 돌고/ 올해는 KBS 내년에는 MBC 후년에는 SBS/ 파견 노동자의 탄식은 분노로 넘쳐오른다”(‘우리는 탁구공이다’ 중에서).
4년30일의 기다림, 그리고 복직
주 위원장은 2000년 6월부터 복직투쟁을 시작했다.
혼자 KBS 앞에서 1시간이 넘게 해고의 부당함을 규탄하는 날이 쌓여갔다.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머리를 박박 밀고 ‘파견철폐’라는 빨간 글자를 새겨 넣기도 했고, 방송사 청원경찰들이 제지할 땐 온몸에 고추장을 바르고 밀어붙이기도 했다.
비정규직 집회현장이면 어디든 쫓아다녔고,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래지 않아 그는 ‘파견법 철폐 투쟁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필승, 주봉희’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을 비껴갈 순 없었다.
해고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딸은 누님 집에 의탁해 놓은 지 오래였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비롯한 많은 활동가들이 그를 도와줬지만 역부족이었다.
단적인 사례 하나.
그는 2001년 여름, 명동성당에 사수대로 참여했다.
단병호, 이홍우, 양경규, 차봉천 등 노동계 지도부들이 농성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가장 큰 이유는 밥 때문이었습니다.
적어도 사수대를 하면 밥 세끼를 먹을 수 있잖아요.
배고픔은 못 참겠더라고요. 좀 미안했죠(웃음).”
주 위원장은 노조 위원장으로서의 역할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우선 ‘이중파견’을 ‘직접계약’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를 테면, ‘KBS-렌터카 회사-인력회사’로 이어지던 구도를 KBS와 인력회사가 직접 계약하는 형태로 전환한 것이다.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3교대 근무로 바꾸었다.
지난해부터 각 방송사는 도급업체에서 인력을 공급받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도 2004년 7월1일 KBS 자회사로 복직했다.
4년30일만의 일이었다.
이젠 파견노동자가 아니라 도급업체의 정규직(그는 “고용이 보장된 비정규직”이라고 했다)이 된 셈이다.
‘배차반장’이라는 직함도 받았다.
그렇지만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
그가 복직한 날은 2년 주기로 돌아오는 ‘파견노동자 해고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출근 당일 아침, 그는 회사 앞 벤치에 앉아 착잡한 심정으로 시를 써내려갔다.
“내가 사랑하던 동지들의 피멍진 자리/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이 자리에 가슴팍 쥐어뜯으며/ 동지들이 떠나던 날/ 그리 슬피 울어주던 여의도 매미들과/ 그날을 그리워하며 울고 있소”(‘매미와 울다’ 중에서).
그는 시집의 후기에서 시집발간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패배의 연속 속에서 움츠리며 비겁하게 그늘에 숨어 글로써 문드러진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야했던 나약하기 짝이 없는 한 늙은 파견 노동자는, 똥구린내 나는 세상을 만천하에 드러내고자 지난 5년의 세월을 시집으로 묶어보았습니다.”
▒ 주봉희 위원장은 1953년생. 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위원장.
74~77년 공수부대 근무. 79년 쿠웨이트, 81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일용직 잡부로 일함.
87년 통인익스프레스 노조 결성 후 초대 위원장 맡음.
89년 동양제과 영업사원으로 1년여 근무. 92년 SBS 운전직(파견)으로 입사. 95년부터 KBS에서 일함.
파견법에 의해 2000년 5월30일 해고. 4년30일 만인 2004년 7월1일 KBS 도급업체 직원으로 복직. 2005년 7월13일 첫 시집 ‘어느 파견 노동자의 편지’출간.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에 반대하는 KBS 노조에 대해 KBS 사측은 위원장, 부위원장을 해고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에 항의하여 방송사 비정규 노조 KBS 지부에서는 박권상 사장 출근을 온몸으로 저지하는 투쟁을 벌였다.
KBS 본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고 있는 조합원들
방송사 비정규 노조 주봉희 위원장
노동자-농민, 의회혁명 나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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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쉰, 남은 것은 1평의 월세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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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파견법에 따른 해고에 항의하며 3년간 싸워온 주봉희씨의 궤적을 담은 다큐멘터리 <필승(必勝) version 1.0 주봉희>의 한 장면이다. SK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의 복직소식을 듣고는 '라면 먹다 엉엉 울었다'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조합' 주봉희 위원장을 만났다.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도 몰랐습니다" <필승(必勝) version 1.0 주봉희>를 연출한 태준식 감독은 주씨를 "자유로운 감성의 소유자"라고 표현했다.
"배차순서를 일부러 힘들게 하는 거죠. 예를 들어 밤 12시에 들어오면 새벽 4시에 또 취재를 나가도록 해놔요. 그러면 집에 가지도 못하고 숙직실이나 차에서 밤을 새야 합니다. 추워서 히터라도 틀어놓으면 '회사 차 마음대로 쓴다'고 또 얼마나 야단을 하는지. 힘들고 먼 출장은 꼭 조합원들을 시키지요." "우리끼리는 죄수번호라고 불렀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대우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주씨가 일하던 KBS에는 정규직 운전자방과 비정규직 운전자방이 따로 있었다. 방크기는 물론 시설도 천지차이였다. "정규직방에는 에어컨, 텔레비전 다 있죠. 우리 방에는 고물 선풍기, 16인치 흑백 텔레비전 하나 있었어요. 그마저도 우리가 돈모아서 사다놓은 거죠." 운전자들은 물도 돈을 내고 사먹어야 했다. "한달에 2천원씩 냈어요. 하루는 우리 방에 물이 떨어져서 한 어르신이 약을 먹으려고 정규직방 물을 좀 드셨나봐요. 그랬더니 정규직 운전자들이 엄청나게 욕을 하더래요. 70도 넘으신 양반이 방에 와서 대성통곡을 했죠." 신분증도 달랐다. 정규직 운전자들은 KBS 직원 신분증이 있었지만 비정규직 운전자들에게는 '업무', '출입'이라고 씌여진 카드가 고작이었다. "중간에 사진 대신 번호가 있어요. 우리끼리는 죄수번호라고 불렀는데 이 카드로는 종합청사 출입도 안되요. 잠깐 화장실 쓰는 것도 불가능하죠." KBS 내에는 도서관, 은행, 치과 등 많은 편의시설이 있었지만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주씨는 "정말 서럽고 치사하고 야비한 대접을 받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고 "그래서 그들은 뭉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홀로 노조를 지키다
"마지막까지 남았던 사람이 송성재 총무국장이었어요. 내가 등떠밀어 내보냈어요. 살 길 찾으라고. 나도 곧 떠날거라고 하면서요. 그 친구가 참 마음 아파했죠." 그때부터 주봉희씨는 방송사 비정규직 노조의 위원장이자 유일한 조합원이 되었다. '파견 철폐'라는 글자를 머리에 새긴 것도 그 무렵이다. 이 머리 덕분에 주씨는 덕분에 매스컴에 여러번 등장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머리카락과 피부가 많이 상해 "소갈머리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웃는다. 선천적으로 밝은 주씨였지만 그 역시 노조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나이도 있는데 험한 일을 그만둬야 하지 않겠느냐"는 가족들의 걱정, 혼자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여할 때의 외로움, 집회를 마치고 돌아와 쉰이 넘은 몸을 뉘일 때 드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당장 갚아야 할 카드빚만 600만원이 넘는 경제적 어려움들이 시시때때로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주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30년전에 한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불을 놓아 근로기준법을 알렸어요. 새천년이 밝았지만 반노동적 현실은 여전합니다. 비정규직이 800만이라고 하는데 이를 줄여나가야할 공영방송이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양산해내고, 이들을 돌봐야할 정부가 일방적 해고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수백명이 해고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이것이 정말 파견근로자를 보호하는 법률입니까? 나라도 이러한 부당함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죽어가는 노동자들도 있는데 살아서라도 그들에게 빚을 갚자고 결심한 거죠." 필승 주봉희! 또 하나 그를 지탱해주는 것은 주씨와 함께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570여일동안 투쟁했던 한국통신 계약직 동지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기들도 어려운 상황에 모금통 돌려서 우리 노조에 보태주곤 했거든요. 작년에는 정말 차비도 없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동지들이 돈을 모아줬어요." 주씨는 현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한달에 30만원 가량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 돈이 주씨의 생활비이자 노조운영비의 전부이다. 나머지는 모두 주씨 스스로 충당해야 했다. 그 결과 지금 그는 보증금 300만원에 15만원의 월세를 내는 한평짜리 방에 산다.
"파견법에 대한 인식도 확대되었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관심도 높아졌어요. 지금 KBS만 해도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고용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거든요. 저희도 이번해에는 '절대로 해고되지 말자'라는 구호로 활발히 싸우고 있습니다." 주씨는 앞으로 방송사 전체를 한 데로 묶는 산별노조를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파견법 철폐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파업 등의 강력한 투쟁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인적인 계획은 불투명하기 그지없다.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는데 쉽지 않네요. 지난 해에는 택시기사 자격증도 땄는데 밤에만 일할 수가 없더라구요. 야간 경비 자리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데…." 그는 그런 걱정은 일단 미루어 두기로 했다며 덤덤하게 웃는다.
"인권변호사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만든 참여정부, 뭐하는 겁니까? 노동자들 손발 다 묶고, 집회하면 불법이라고 폭력진압하고. 요즘만큼 폭력적으로 나온 적이 없다고들 합니다. 여섯명의 노동자가 분신했는데 권력 다툼만 하고 있습니다. 이게 정권입니까? 노동자들 죽으려면 죽어라, 이거 아닙니까? 노동자와 농민이 다 국민입니다. 노동자, 농민, 국민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극우언론들과 함께 노노갈등 부추기고 노조활동의 본질을 왜곡하는 게 현 정부입니다. 누가 누굴 선동하고 있는 겁니까? 마치 대통령이 노동자들에게 '더 싸워라', '더 죽으라'고 선동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는다. "앞으로 비정규직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고민없는 노동운동은 참된 노동운동이라 할 수 없죠.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말이 구호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2003/11/20 오전 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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