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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3
    건강염려증(9)
    무나

건강염려증

  • 등록일
    2007/06/13 14:01
  • 수정일
    2007/06/13 14:01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부위에 있는 멍울이 며칠전부터 자꾸 신경이 쓰였다.

아프지는 않은데 복숭아씨 정도의 크기로 멍울이 잡힌다.

우선 네이버에게 물어보려고, 검색창에 'XX부위에 잡히는 멍울'이라고 쓰고 엔터.

 먼저 눈에 띈 것은 "XX부위 암" 어쩌고 저쩌고.

암 하니까 요즘 잠잠하던 건강염려증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건강염려증:

사소한 신체적 증세 또는 감각을 심각하게 해석하여 스스로 심각한 병에 걸려 있다고 확신하거나 두려워하고, 여기에 몰두해 있는 상태.

 

긴장성 두통으로 고생할 때는 뇌종양

소변에 피가 섞여나왔을때는 방광암

단순한 변비로 거시기가 살짝 찢어진 것을 대장암이 아닌가 의심

잇몸병이 낫지 않을때는 구강암

습진이 고질적으로 심해졌을 때는 피부암

계단을 오르다가 숨이 차면 심장병

왼팔이 저리면 중풍이나 마비 의심

단순한 알레르기 결막염을 실명할 수도 있다는 녹내장으로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근거도 없이 두려워했더랬다.

(아 차마 말하지 못할 잔병치레의 역사여~)

 

그래서 오늘도 그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부위의 멍울을 알아보러 병원엘 갔다.

병원 대기실에서는 아까 인터넷에서 암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글을 볼때보다는

호흡수와 맥박이 안정되 있었다,

마침내 의사를 만나고 고놈의 실체를 알게 되었는데,

발음하기도 어려운 "무슨무슨씨 낭종". 여성들에게 흔히 있는 증상이고

나중에 거기에 염증이 생기게 되면 아프니까 떼어내면 된다고

약도 먹지 말고 그냥 가시란다.

 

평균적으로 한달에 한번씩 이런 푸닥거리를 하고 평균 3-4만원 이상의 병원비를 낸다.

돈도 돈이지만 정신적으로 매우 피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몸에 대해서 내가 모른다는 거,

철저하게 의사와 병원, 검사기구에 내 몸을 맡겨야 한는 거,

질병들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거,

그렇게 시스템화되었다는 거,

각종 생명보험, 건강프로그램, 광고에 혹한다는 거,

궁극적으로는 내 죽음을 내가 주도하지 못한다는 거,

그래서 삶도 지배당해야 하는 거,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내 삶이 내 삶이 아닌 현대의 '나'를 살아내야 하는 병

암것도 몰라도 인생 이까이꺼, 하면 되는 것을

그런 낙천적인 성격도 전혀 아니라는 거 -_-;

(건강염려증은 우울증의 한 형태로 온다고도 한다)

 

암튼 열라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이다.

보험설계사를 하는 사촌오빠의 말에 따르면

중대질환으로 보험금 타는 사람들은 한 줌도 안된다고 한다.

제 1사망원인은  암도 아니고 뇌졸증도 아니고 노환이라고 한다.

대부분 늙어서 자연스럽게 죽는다.

 

하지만 생명보험 보장기간은 80세까지다.

80세가 넘으면 까무러치든 죽든 상관안한다는 거다.

결국 사람들의 건강염려증을 부추겨 매달 엄청난 액수의 돈을 접수한다.

대부분 노환으로 죽을 사람들이 암, 뇌졸증, 당뇨병이 무서워서 한달에 10만원씩을 붓는다.

 

나도 얼마전에 나이들고 병걸리고 자식도 없고 거기에 돈도 없으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던 차에

사촌오빠의 설득에 못이기는 척 생보 하나를 들었다.

내 돈 뺏아가는 거 다 알면서도 들었다.

생떼같은 내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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