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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이 운동권을 구원하리라(2)

1. 이번 시위에서 사람들은 '코뮤니즘'을 학습하고 있다. 누구도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젖는 것도 걱정하지 않는다. 먹을 것과 비옷이 넘쳐난다. 각 부스마다 설치한 모금함은 성금으로 넘쳐난다. 나도 인권단체 상황실에서 문자 이용료로 썼던 4만원 돌려받게 되었다.ㅡㅡ;

 

2. 물론, 시위대의 이런 '코뮤니즘'은 급격한 정서적 분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일테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간 코뮨적 삶 질서를 주장해온 많은 그룹들의 개입이 요청된다. 이를테면 생협이나 공동체 운동 단위들... 그러나 이런 그룹들은 그간 너무나 '반정치적'이었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의 자리를 넓히는 것이다. 자기 단체의 회원을 늘리는 게 아니라 이들 공동체들, 생협들, 그리고 시민들의 소통을 늘리는 것이다.

 

3. 이번 시위의 코뮤니즘적 경향은 물론 경제적인 것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사실 먼저 주목받은 것은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반위계, 어떤 장벽 없이 소통되는 대중지성의 생산물 등등이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현재 제대로 개입을 할만한 "운동단체"가 별로 없어보인다는 게 비극이다. 지도와 권위에 너무나 익숙한 운동단체들은 시민들이 자신들을 자꾸만 소외시킨다고 느끼는 듯 하다. 이야기를 나누어본 몇몇 대책위 활동가들이나 노조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자리가 없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그럴까. 반대로 시민들은 이들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자신들을 지도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들의 "지도"에 따라 총파업도 하고, 그들의 "기술"을 발휘해 효과적인 저항을 벌여보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4. 난 지난 포스팅에서 민중이 운동권을 구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건 민중이 그 자체로 항상적인 어떤 능력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민중은 지금 이 국면에서 능력의 주체로 나타났고, 수많은 사건들을 창조하고 있다. 여기서 배우라는 것이다. 그들의 조직화방식, 그들의 활력을 운동권들이 배워 자기-극복으로 나갈 때이다. 이걸 보고, 그들을 따라 구원을 받으라는 것이다. 운동권이 변화되지 않으면 앞으로의 미래는 없다.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바로 이 국면에 필요한 말씀이었다.

 

 

 



지금 운동권은 무조건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어제(4일) 밤 시청 앞 촛불집회 풍경은 묘했다. 대책회의가 72시간 시위를 앞두고 건너가는 날로 집회를 이끌었다. 9시쯤 해산을 했지만 ‘아고라’ 깃발과 함께 시민들은 광화문 앞에 다시 모여 늦은 시간까지 시위를 했다. 전날(3일)도 마찬가지였다. 대책회의든 운동권이든 지도나 통제 따위와 관계없이 대중들은 움직인다.


 

"거부감이 초반보다는 좀 덜한 것 같기는 한데, 어쨌든 확인된 건 기존 운동세력 광장에 모인 시민을 지도할 수 없고, 지도 하지도 못 한다는 사실이다. 대책회의 활동가들도 고민이고 이 부분을 어떻게 끌고갈까 준비를 하는데.. 근데 들여다보면 운동단체들이 일주일, 한 달 논의해서 결정할 것을 시민들은 인터넷에서 하루이틀 만에 소통해서 결정해버린다. 운동단체들이 거리 시위하는 것과 다르게 겁 없이 그냥 해버린다. 두려움도 없고 역동적이다. 즉석에서 토론해서 행동으로 옮긴다."


 

대중과 운동권의 거리감이 여러 가지 형태로 확인된다.

 

"내가 봐도 그렇다. 그간 내가 생각해온 가설과 생각, 운동권의 감성이나 조직방식과 지금 대중행동의 현실은 너무나도 안 어울린다. 대중과 운동조직이 지나치게 거리가 멀어져 있다. 방법이 없다. 조건 없이 시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신뢰도 못 받고 대중으로부터 고립된다. 중앙집중식, 민주집중제적 조직 방식의 한계점이 드러나는 것 아니냐. 각각의 개인들이 주체가 되고, 조그만한 소규모 모임 만들고, 네트워크 되고, 온-오프 넘나들며 하는 운동이지 않으면 이후 운동은 불가능할 거라는 느낌이다."


 

대중과 운동권, 운동권과 대중의 거리가 멀어지거나 격리 되는 건 대중이나 운동권이나 바라지 않는 일일 텐데..

 

"지금까지 운동 상황이 과거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했던 거고, 이런 사람들이 2000년대를 살아가는 IT에 익숙한 사람들을 지도하기는 어려운 거 아니냐. 운동권에 불신이 쌓인 거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거치며 정권 들어가서 보인 모습이 결국 자기 이익을 위해 사는 걸로 비친 데 있다. 그에 비해 대중은 순수한 거다. 순수한 시민과 그렇지 않은 운동권이라는 대비가 있는 모양이다. 골치 아픈 일이다."


 

운동권이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되었을까.

 

"사람들은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하고 싶은데, 운동권은 훈계와 지도를 하는 존재로 다가온다. 민주노총 산별 위원장들이 연단 올라갔을 때 그 싸늘했던 반응들이 뭐겠는가. 대중들은 생각지도 못한 피켓을 만들어 집회에 참석하고,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한다. 이 대중의 역동적인 진출 앞에서 운동사회는 겸허한 자세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참세상] 인터뷰 전문 "예측 불허 . . 헌법제1조 다시 쓰는 시민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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