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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道人. "기독교인"이 아니라.

나는 기독교인일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4세기 이후 정통으로 확립되어버린 삼위일체 신론과, 교회중심적 신앙생활을 "기독교"라고 한다면, 확실히 난 기독교인이 아니다.

 

내게 하느님은 공(空)이요, 예수는 '사람의 아들'로서 하느님이 된 이요, 성령은 살리는 기(生氣)다.

물론 위의 정식을 얼마든지 정통 교리의 용어로 바꾸어 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럼 난 누군가.

 

이런 거 따지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굳이 논하자면 "예수도인"쯤 될 것이다. 예수의 길(道)을 따라가려는 사람(人).

 

4세기 초 박해가 끝나고 예수도인들이 '기독교인'이 됨으로 말미암아(그리고 로마 황제도 '기독교인'이 됨으로 말미암아) 로마와 예수의 道 모두가 망가져버렸다....고 나는 생각한다.

 

끊임없는 이민족과의 전쟁, 끊이지 않는 수탈과 억압이라는 비참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어떠한 영적 가능성도 가지지 못한 '죄인'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군주적 신, 죄를 사해주는 중보자를 자신들과 분리하여 떠받들기로 했던 거다.

그래서 예수를 따르는 길은, 예수를(황제와 교황과 더불어) 숭배하는 종교로 변해버렸다.

 

요즘 난 스스로를 불자라고도 생각하는데,

거꾸로 불자들도 "기독교인"이 아닌 "예수도인"은 얼마든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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