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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햄 해고 74일차 출근투쟁

 

개학을 해서 도로가 많이 밀린다.
회사에 도착할 시간인데 교리 사거리에서 차들이 꽉 막혀 빠질 생각을 않는다.
사거리 빠져나오자 말자 서둘러 회사 도착하니 7시 47분이다.
하수석과 소장이 함께 연대했다.
하수석은 오늘부터 출투하고 회사에 출근하기로 결의를 하여 출투를 함께 하였다.
8시 30분 업무 시작시간이 되어 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려 경비실에 갔다.
경비 아저씨는 회사 지침이니 밖에서 기다리고 회사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도 드나드는 정문에 12년 동안 근무한 노동자가 한발짝도 들어갈 수 없다니... 어처구니 없는 회사지침이다.
2분정도 기다리니 경비아저씨가 다시 나와 위원장이 한말을 그대로 전한다.
"만날 이유도 없고, 할말도 없고, 만날 필요도 없으니 나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던가?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음이 분명한데도 실낱같은 희망이 산산이 부서지며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그렇게 간절히 복직을 위해 회사와 면담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위원장에게 이야기했는데, 완전 사람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적어도 왜 면담이 되지 않는지 이유는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진주햄에 꼭 원직복직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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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햄 해고 70일차 복직투쟁

3월 2일 금요일(70일차)

오늘은 어제 대체근무를 하여 회사가 쉬는 날이다.

며칠전부터 목이 붓고 가래가 많이 차더니 오늘은 몸살기운까지 돌아 병원에 다녀왔다.

아프면 안되지...싸우려면 체력은 기본인데, 연휴동안 몸을 빨리 낳도록 해야겠다.

병원 갔다가 시내로 나오는 버스안에서 회사 언니를 만났다.

회사 다닐때 아주 친한 언니였는데, 언니는 해고되어 투쟁하는 나에 대한 미안함이 느껴지는듯전화한번 할 시간이 없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그 미안함이 내게는 오히려 해고노동자와 재직중인 노동자간의 거리감으로 느껴진다.

짧은 시간이지만 언니로 부터 들은 회사의 분위기는 참으로 내 가슴을 무겁게 했다.

아침마다 2층 식당에서 누군가가 감시하며 누가 출근투쟁하고 있는 해고자에게 인사를 하는지 체크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조합원들은 눈 한번 마주치기 어려워 한다는 것이다.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진주햄 정문 안의 일들....

 

3월 3일 토요일(71일차)

큰아들 상흠이의 입학식날이다.

밀레니엄 베이비들이 입학하는 해라며 언론에서도 떠들석하다.

태어날때부터 이렇게 다들 신경써서 낳아 키우는데 그렇게 고이고이 키운만큼 자신의 역할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통계청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닌 사실이라는데, 잘 키운 아이들이 사회 활동을 시작할 나이에 백수가 된다면... 어휴 너무나 끔찍한 상상이다.

 

3월 5일 월요일(73일차)

삼일을 쉬고 출근하는 조합원들의 얼굴에 왜그리 피곤이 역력하던지...

날로 높아만 가는 노동강도에 삼일이라는 휴일은 피곤함을 다 가시기에 짧다.

내일 사측과 교섭을 주선해주기로 했던 위원장은 아직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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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햄]해고 69일차

오늘은 삼일절이다.

진주햄은 오늘 대체근무를 하고 내일 쉬기로 해 출근투쟁을 하고 왔다.

쉬는 날이라고 출근투쟁을 안할 거라 생각한건지 경비아저씨의 실수인지 작은 철문이 활짝 열려있어 출근하는 조합원들을 가로막힌 장벽없이 볼 수 있었다.

경비아저씨가 오늘은 지원오는 사람없냐고 물으신다.

"오늘 쉬는 날이라 저혼자 왔습니다. 저도 하마터면 못올 뻔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대체근무하면 귀뜸좀 해주세요" 했다.

경비실에서도 어제 오후늦게 통보받았다고 한다.

공휴일은 쉴거라는 생각에 약속도 잡아놓고, 볼일이 있을 법도 한데, 진주햄은 항상 이모양이다. 음식만드는 회사라 어쩔수 없다는 핑계를 대지만 진짜로 그럴까? 일하는 노동자들이 회사에 매인 기계가 아닌데,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인데 그런 건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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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수리마수리 수수리사바하

수리수리마수리 수수리사바하는 정구업(淨口業)진언이라 한다. 즉 말로 지은 업을 맑게 닦는다는 뜻이으로 이를 행하는 주문이다.

 

 어제 지율 스님과 부산의 환경운동을 하거나 그간 도롱뇽 소송과 관련한 일을 음으로 양으로 함께 했던 사람들과 조촐한 만남을 가졌다. 원래는 공간초록의 운영위 모임이기도 했는데, 운영과 관련된 논의보다는 그냥 사람들이 좋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뿐이었다.

 이런 만남에 매번 빠지지 않는 얘기는 좃선일보다. 좃선일보의 앞뒤 어긋난 기사도 기사이거니와 그들의 악의적 태도가 항상 도마 위다. 밉기는 밉다. 그래서 열심히 씹었다. 서로들 살아가는 근황을 얘기했다. 스님이 마련해오신 가래떡을 구워 먹으며 새해이니 덕담도 주고 받았다. 나는 슬프다고 얘기했다. 기나긴 방학이 벌써 개학을 코 앞에 두고 있어서 슬프다고 했다. 사람들이 한번 웃었다. 책 얘기를 했다. 고전을 제목만 알고 내용만 대충 줄거리로 알고 있지 실제 읽어보지 않아 요즘 고전을 읽는다는 얘기를 했다. 지율 스님이 원효대사의 기신론을 얘기했다. 불교철학을 공부해보자는 얘기를 나눴다. 지율 스님이 강독을 준비하시면 너도나도 듣겠단다. 나도...

화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되어서 우리는 "수리수리마수리 수수리사바하"로 자리를 마쳤다. 오랜만에 지율 스님을 보려 했던 이유는 실형 판결에 대한 지율 스님의 근황과 의지가 궁금해서였는데, 신변과 관련된 문제라 조심스럽고 어려워서 넌즈시 묻는 내게 항고 준비하고 있다는 간단한 말로 모든 대답을 대신해버리고 마신다.


올 한해 학생들을 대하며 전교조 일을 하면서 나의 화두는 수리수리마수리 수수리사바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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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2-진주햄 해고자 출근 선전전

이은아 동지에게 설날 연휴 편지 한 통이 소인도 없이 집 우편함에 꽂혀 있더란다.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출근길 선전전을 하고 있는 '은아 씨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단다. 자신은 따뜻한 차에서 내려 근무복으로 갈아 있고 공장에 들어서는 것이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더란다. '회사 눈치 보느라, 관리자 눈치 보느라, 게다가 노조 눈치까지 보느라 눈인사 한번 제대로 건너지 못하기에 더더욱 미안하다'  했더란다. '이길 수 있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의로운 길이니 져도 이기는 것 아니겠냐'는 얘기가 편지에 적혀 있었다며 이은아 동지는 환하게 웃는다.
 
노동자는 이렇게 소박하구나 하는 마음과 노동자가 노동조합의 눈치를 본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기도 했다.
 
오늘 진주햄 노조위원장에게 면담 신청 공문을 전달하고 왔다. 노동자가 노동조합의 위원장을 만나는데 공문으로 면담 의사를 전해야 하고, 시간을 득해야 하는 권위적인 국노총사업장의 노조가 과연 노조이기는 한가 싶다.
 
어쩌랴. 아직도 세상이 그렇다면 싸워야지. 그래도 이 길이 의로운 길이라 믿어주고 마음을 보내주는 동료 노동자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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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 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 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일 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장도 되지 못하였지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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