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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2-진주햄 해고자 출근 선전전

이은아 동지에게 설날 연휴 편지 한 통이 소인도 없이 집 우편함에 꽂혀 있더란다.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출근길 선전전을 하고 있는 '은아 씨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단다. 자신은 따뜻한 차에서 내려 근무복으로 갈아 있고 공장에 들어서는 것이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더란다. '회사 눈치 보느라, 관리자 눈치 보느라, 게다가 노조 눈치까지 보느라 눈인사 한번 제대로 건너지 못하기에 더더욱 미안하다'  했더란다. '이길 수 있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의로운 길이니 져도 이기는 것 아니겠냐'는 얘기가 편지에 적혀 있었다며 이은아 동지는 환하게 웃는다.
 
노동자는 이렇게 소박하구나 하는 마음과 노동자가 노동조합의 눈치를 본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기도 했다.
 
오늘 진주햄 노조위원장에게 면담 신청 공문을 전달하고 왔다. 노동자가 노동조합의 위원장을 만나는데 공문으로 면담 의사를 전해야 하고, 시간을 득해야 하는 권위적인 국노총사업장의 노조가 과연 노조이기는 한가 싶다.
 
어쩌랴. 아직도 세상이 그렇다면 싸워야지. 그래도 이 길이 의로운 길이라 믿어주고 마음을 보내주는 동료 노동자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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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 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 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일 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장도 되지 못하였지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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