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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중심은 전향한 386 운동권

뉴라이트의 중심은 운동 청산하고 전향한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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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슈 | 2005-03-31 17:51:06  
사물운동의 법칙상 '새것(New)'이 세력화하는 순간 '낡은 것(Old)'은 도태된다. '뉴라이트', 이들은 자신들을 ‘새롭다.’ 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낡은 것을 이기는 새로움은 ‘진짜 새로움’이다. 한국의 우익, 보수진영이 ‘개혁적 보수’라는 ‘형용 모순’을 안고라도 얻고 싶은 것이 바로 새롭다'라는 평가 아닐까?

보수진영 스스로 자신이 낡았다며 ’07년 대선 필패론‘으로 색깔논쟁하고 있을 때 이른바 '뉴라이트‘운동이 치고 나왔다.

자유주의연대, 교과서 포럼, 뉴라이트싱크넷,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자칭타칭 이른바 뉴라이트로 일컬어지는 단체는 다수이지만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단체는 자유주의연대라 할 수 있다.

지난 연말부터 보수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것도 역시 자유주의연대인데, 이는 보수언론이 집중적으로 키워준 측면도 있지만, 거꾸로 보수언론이 열광할 만한 ‘상품성’을 자유주의연대가 가지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현재 1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자유주의연대를 주도하는 면면들은 주로 '전향한 386'이라할 수 있다. '전향한 386'이 가지는 함의는 여러 가지인데, 우선 좌파운동권의 핵심에서 우파로 전향한 극적 요소 자체가 상품성을 가진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고, 또 하나는 과거를 공유하는 여당 내 386 혹은 좌파세력에 대한 공격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격적, 집단적 전향 감행...화끈해야 먹힌다?

사실 '전향한 운동권'은 이들이 처음은 아니다. 김문수, 이재오 등 한나라당으로 들어간 구 민중당 계열 인사들은 물론, 열린우리당에 들어간 재야인사들과 386도 어떻게 보면 '전향한 운동권'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과거의 '전향한 운동권'는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우선 이들은 '공격적, 집단적 전향'을 감행했다. 그 동안 정치권에 들어간 민중운동진영 인사들은 노골적으로 '과거의 동지'들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꿈을 실현하는 방법이 바뀌었'거나, '세상이 바뀌어서 행동방법도 바뀐' 정도. 정치노선 상으로도 개혁적 보수, 개혁 등이 이들의 위치.

그러나 자유주의연대에 참가한 이들은 과거의 동지들을 '사회주의자나 주사파'로 몰아붙이면서 스스로 '우파'의 위치에 섰다.

자유주의연대 대표인 서강대 신지호 교수, 홍진표 운영위원, 최홍재 운영위원은 모두 한때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에 몸을 실었던 이들이다. 경력 또한 민족회의 조직국장, 한총련 조통위 정책실장등으로 이력만 보아서는 소위 말하는 ‘골수’들이다.

뉴라이트 싱크넷, 기독교 사회책임 등 여타의 뉴라이트를 표방한 단체들은 그 면면을 살펴볼 때 기본적으로 제도권의 명망가 또는 학자 등을 중심으로 한 단체들로서 외곽, 혹은 지원부대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조직, 대중 사업의 경험이 없는 이들 조직에 선도적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강철서신’에서 ‘뉴라이트’까지, 치밀한 준비와 조직적 진출

지난해 연말 출범을 통해 뉴라이트가 집중 조명을 받긴 했지만 이런 움직임이 배태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강철서신’으로 필명을 올린 김영환이 ‘주체사상 대부의 전향’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월간조선 조갑제, 탈북인사 황장엽 등과 두루 교감을 나누기 이전부터 운동진영에서는 이들의 움직임과 관련해 치열한 사상투쟁이 전개되었다.

이른바 소위 ‘민혁당 사건’의 폭풍 속에서 김영환이 국정원수사실에서 ‘반성문’을 쓰고 동료들을 ‘밀고’ 한 대가로 국정원 철문을 나오는 순간 운동진영에서 그들의 ‘정치도덕적 생명’은 끝장났던 것이다. 뉴라이트의 등장에 진보진영이 심각한 입장정리에 앞서 코웃음 치며 ‘차가운 냉소’를 날렸던 것은 이런 사정과도 무관치 않다.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은 이와 관련 "96년에 '말' 지에 '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한다'는 요지의 글을 발표했을 때 엄청나게 돌이 날아왔고, 자의반 타의반 운동권에서 손을 떼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특히 김영환을 비롯 90년대 초반 비공개운동을 하던 사람들 중에서 일부가 1년여 정도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맑스주의, 주체사상, 대안적 이론 등에 대해 교감을 나눈 것이 그 출발이라는 것이다. 주체주의에서 반북주의로, 민중중심의 변혁이론에서 공동체론 이라는 계급협조주의, 신자유주의로 이동한 것이다.

‘지상낙원’으로 북의 사회제도를 동경하며 ‘강철서신’을 배달했던 이들이 어느 날 ‘인민의 지옥’으로 묘사된 ‘북한민주화론’을 들고 나오게 된 과정에 대해선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의 전향이 스스로 사상전향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과거에 활동했던 동료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숨죽이는 대신 ‘전두환은 애국자다.’ ‘주체사상은 독재이념으로의 변질’ ‘주석궁에 땡크를 진주시켜서라도 북한 민주화해야’(1997. 푸른공동체21. 내부토론자료중)라는 주장들과 함께 ‘공동체 사상’ 등을 쏟아내며 ‘전향이론을 생산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구체적으로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결성과 ‘공격적 대북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 의회 강경파, 사회단체와의 교류로 이어졌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99년 전(前) 반미청년회 의장 조혁, 열린사회시민연합 교육정책위원장 이숭규, 희망공동체 전북연대 조직국장 오경섭, 시대정신 편집장 한기홍, 전 전대협 간부 김정수 등이 중심이 되었다.

'전쟁을 통해서라도 김정일 정권을 타도해야한다'거나 '황장엽씨의 인간중심 사상을 김정일이 왜곡한 것이 현재 북한의 주체사상'이라거나 '영어공용화론' 등 도발적인 주장이 나온 것도 이 즈음이다. 초기에 생태주의적 경향의 '야마기시즘'에 대해서도 검토하는 등 청산한 이념을 채울 사상조류를 찾던 이들 그룹은 이후 '북한인권‘과 '반 김정일'에 주로 초점을 맞춘 이론, 실천 활동을 벌이게 된다.

북의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해 ‘아사설’이 국내에 돌고 대량탈북 사태와 황장엽씨의 망명 등의 배경 속에 절정을 이룬 이런 흐름은 이후 DJ 정부의 햇볕정책, 초기의 극적 효과의 소멸, 결과적으로 보수세력과 유사한 결론을 내놓은 점 등으로 인해 그 발언력이 상당부분 줄어들어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반북과 진보진영과의 단절을 공통경험으로 각기 분화

이후 이들은 약간의 분화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시대정신'의 주축 멤버였던 김영환 홍준표 한기홍과 최홍재 등은 북한 민주화 운동을 주된 방향으로 삼은 반면, 일부 그룹은 노무현 정부를 좌파이념을 벗어난 상대적으로 건전한 개혁세력으로 간주하고 여권에 결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분화과정에 대해 홍진표 운영위원은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사람을 거론하기는 그렇고, 당연히 뭔가 일을 하다 보면 의견차이가 있게 마련 아니겠느냐" 라며 "심하게 논쟁이 있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조금은 길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전향'을 감행했던 이들 중 일부는 자유주의연대를 결성하고 공개적으로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고 있지만, 또 다른 이들은 다양한 형태로 현 정부나 여당, 외곽기관 등에 포진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화과정이 ‘이념적 선택을 통한 분화’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공유한 절대적 공감대역은 정제된 이념지향성이라기 보다는 우선 ‘반북과 진보진영과의 단절’ 이다.

이들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보수 세력의 내부 사정과도 관련이 있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에서 10번까지의 면면을 살펴보면 1959년생인 전여옥 의원이 가장 나이가 젊은 데서 알 수 있듯이, 과거에 엄청난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엘리트 계층을 흡수하던 보수세력은 두 번의 대선 패배로 이 같은 프리미엄을 상당부분 상실하였고 후세대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령적으로 386 세대는 정치의 다음 주역이 될 수밖에 없는데 한나라당이 찾을 수 있는, 386 세대는 자유주의연대 정도가 전부다. 나머지 386의 경우에는 한나라당에 대해 '생리적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

이런 사정 탓에 이론작업과 대중선전을 할 줄 아는 전향한 ‘젊은 라이트’는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 개혁파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상식적 차원에서 얘기한다면 자유주의 연대에서 내세우는 가치나 사회 개조의 대안이나 .. 이런 것과 상당 정도 뜻을 같이할 수 있다면 결합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홍진표 운영위원의 말이다.

한나라당 한 중진 의원은 최근 "뉴라이트 진영이 행정수도 이전반대 진영에 실무진으로 결합할지를 두고 고민한다고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 '행정수도'를 매개로 한나라당과 연대를 한다는 것이 모양새가 어색하고, 대선이 상당기간 남은 상황에서 지금 뭔가를 띄운다면 한번 사그라지었을 때 다시 일어서기가 더욱 어렵다는 점 때문에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권과의 연대나 세력화 작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자유주의연대를 중심으로 한 뉴라이트의 흐름에 한나라당의 혁신계열이나 보수적 학자그룹들이 나서서 “그게 바로 내 생각‘ 이라며 앞 다투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연일 기획특집으로 이들의 활동을 띄워주고 있다. 적어도 학계와 언론, 보수교단, 한나라당의 일부 그룹을 비롯해 차기 대선을 노려보고 있는 세력들의 ’지지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올드 라이트‘라는 배가 삐걱거리며 침몰의 위기를 논하고 있을 때 등장한 뉴라이트를 한국의 보수우익들은 매력적인 노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의 정치지형이 결국 대통령선거로 집중되며 재편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뉴라이트 운동이 보수진영의 재편과 함께 ‘집권전략’과 함께 이념적 기반을 제시할 것이라는 가정은 지금으로선 필연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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