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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민족주의가 더 두렵다

중국의 민족주의가 더 두렵다

홍콩과 대만인들, 본토의 반일감정 분출에 불안


A Little Nervous

홍콩과 대만에 사는 사람들도 중국 본토인들과 똑같은 반일감정을 갖고 있을까. 그러나 그들 중에는 반세기 이전에 일본 침략자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중국의 분노에 약간의 거부감을 넘어 반감까지 갖는 사람이 많다. 홍콩은 중국이 새로운 지역 초강대국으로 자임하는 것을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 대만은 그것을 아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둘 다 일본이 오늘날 아시아의 안정을 위협한다는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반면 오히려 그럴 개연성은 중국이 더 크다고 본다.

요즘 전개되고 있는 격렬한 민족주의 움직임은 중국 비평가들을 특히 긴장시킨다. “민족주의는 강력하고 날카로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중국이) 그런 감정을 부채질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홍콩의 친민주주의 성향인 에밀리 라우 의원은 말했다.
그처럼 관점이 판이한 것은 역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홍콩에서는 중국의 정치적 동기에 대한 냉소주의가 팽배해 있다. 많은 주민이 공산당 독재를 피해 도망친 난민 출신이기 때문이다.

대만은 1945년 일본이 항복할 때까지 50년간 일본 식민지였다. 그곳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장 생생하게 남아 있는 잔혹상은 1947년에 자행된 2·28 사건이다. 당시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정부군은 현지인들이 봉기하자 수만 명을 학살했다. 중국이 대만의 안보를 계속 위협하는 반면(거수기나 다름없는 중국 전인대는 최근 침략의 합법적인 명분으로 간주되는 반분열법을 통과시켰다).

일본은 대만이 공격받을 경우 방어를 돕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실제로 친독립적인 대만단결연맹(臺灣團結聯盟)의 쑤진창(蘇進强) 주석이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것은 일본 보수파와 대만의 긴밀한 관계를 새삼 부각시켰다.

아시아 다른 국가들의 뜨거운 반일감정과 달리 대만인은 이중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대만 젊은이들은 일본의 패션·팝음악·소비문화에 젖어 성장했으며 일부 구세대는 식민통치가 2차대전 후 대만이 급속한 공업화를 이루는 토대를 제공했다고 본다. “그들은 좋은 것만 기억하려 한다.

그것은 대체로 오만한 중국에 대한 반작용이다.” 대만 중화구아기금회(中華歐亞基金會) 린충핀 이사장의 말이다. 타이베이에 있는 중국학술원 사회과학연구소의 창마우케이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두 제국 사이에 갇혀 있다. 대만은 양국과 가까운 관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대만의 안보는 양측의 호의에 달려 있다.”

중국은 이미 홍콩과 대만의 다소 반항적인 정치인들을 향해 민족주의라는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의 관영 미디어는 홍콩 민주당의 마틴 리(李柱銘) 전 주석을 ‘비애국자’라고 낙인 찍었다. 홍콩의 정치개혁에 관한 공식노선에 도전했다는 이유에서다.

반일시위를 연출된 정치전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베이징이 원한다면 ‘반중’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전술을 구사할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홍콩 애플 데일리의 류킨밍 편집국장은 말했다. 다음 타깃이 될지 모르는데 중국인 시위대에 박수를 보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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