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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투쟁하는 민중들에게 진 빚이 있다.

 

언제부턴가 나의 존재론적 물음표와 혼란스러움들의 마침표를 항상 그곳에 찍어왔다. 투쟁의 거리. 적어도 그곳엔 명쾌함이 있는 듯했다. 항상 유예시켜왔다. 적어도 존재하는 나는 항상 그곳에 있었으니까. 그곳에서 얻어진 해답, 생겨난 질문, 모두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곤 했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투쟁의 거리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고민들, 사람, 결의, 선도투, 상처들 모든 것이 내겐 '투쟁의 거리'이다.

 

투쟁의 거리에 선 민중들에게 진 빚을 어찌 갚을까. 그곳에 서있지 못한 나는 상상할 수 없다. 답을 잃어버리니까. 내 눈 앞에 마주했던 열사들의 말, 글 그것들을 어찌 잊을까. 나는 절대 하지 못할것이라고 생각되는 행동으로 그녀를 한없이 우러러보게 했던 그녀의 고귀한 투쟁들, 어찌 잊을까.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까? 어떻게 할까? 무엇이 옳은가? 삶 속에서 질문은 계속되어왔고, 앞으로도 그러겠지.

 

조금씩 나를 수정하면서 나의 역사와 삶을 변화시켜왔다. 스릴넘치고 아픈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빚만 잔뜩지고 난 조금 비겁하게 빗겨 서 있다. 비켜서있는건가? 뭐 아무렴어때, 내가 비겁한 것만은 사실이니까. 그러나 비겁하지 않은 모습으로 삶의 빚을 갚기 위해 난 무엇을 하고 있는건가.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내가 준비하고 있는 미래는 아름다울까?

 

매일같이 지치고 힘들었지만 숱한 질문들로 부단히 날 이끌어왔던 3년여간의 그 날들이 그립다. 그러나 그리워할 수만은 없는 요즘이다.

 

빚더미의 무게가 내 삶을 외롭고 부끄럽게 만든다. 어쩌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민주노총 조끼를 입은 이름없는 노동자들을 만날때에도. 짧을 것이라고, 아니 짧았으면 하고, 살아내는 지금 이순간에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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