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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내면의 행복과 기쁨, 신비를 찾아서

사라진 내면의 행복과 기쁨, 신비를 찾아서

 
성해영 2013. 06. 18
조회수 173추천수 0
 

 
왜 신비주의인가
양극화를 넘어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는 희망의 체험
 
 
정신분열과 양극화, 갈등과 고통의 시대. 이 모든 것을 넘어선 희열을 체험하고 싶은가. 비밀주의나 사이비로 비난받아온 신비주의에 대한 재평가가 왜 요구되는가. 이성의 시대는 많은 성과를 주었지만 우리 내면의 기쁨과 행복, 신비는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태어나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빛에 의해 사로잡혔다. 나는 태양에 흡수되었으며, 내 혈관에는 피가 아니라 빛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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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질 무렵 나는 다시 태어나 동굴 밖으로 비틀거리며 나왔다. 그때 그 일이 일어났다. 석양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나는 빛에 의해 사로잡혔다. 극히 소수의 사람들에게 주어졌던 체험이 나에게도 주어졌다. 나는 일자(一者)를 보았다. 나는 태양에 흡수되었으며, 내 혈관에는 피가 아니라 빛이 돌았다. 나는 그것을 보았다. 나는 창조의 근저에 자리하는 단순함 그 자체를 보았다. 그것은 언어와 마음을 넘어선 곳에 있기에 신의 도움 없이는 아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명료했던지, 우리가 그것의 일부인 것처럼 우리의 부분으로 항상 거기에 존재하는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여태 알지 못했는지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어 비달이 소설 <줄리언>(율리아누스)에서 로마 황제 율리아누스의 신비적 합일 체험을 묘사하는 대목이다. 간결하지만 감동스럽다. 신비주의라는 개념은 본래 고대 그리스의 신비종교(mystery cult)에서 유래했고, ‘눈이나 입을 가리다’라는 뜻의 단어 ‘무오’(muo)가 그 어원이다. 이는 비밀 엄수를 의미한다. 신비종교는 입문자들을 엄격하게 골랐으며, 가르침은 비밀로 지켜져야만 했다. 이런 노력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우리는 신비종교의 전모를 아직도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오늘날 신비주의는 인간 내면에 초월적 차원이 존재하고, 이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우리의 불멸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처럼 죽음, 재생, 불멸성의 획득 등이 그 핵심어이다. 그러므로 초기 기독교가 근동의 신비종교 중 하나로 간주된 것은 놀랍지 않다. 죽음 이후 사흘 만에 부활한 예수는 ‘죽음-하계로의 여행-부활과 불멸성 획득’ 과정을 겪은 신비종교의 영웅인 오르페우스와 매우 흡사해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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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주의는 크게 체험, 수행, 사상으로 구성된다. 체험은 궁극적 실재와 인간이 하나가 되는 신비적 합일 체험을 정점으로 ‘보이지 않는 차원’이 인간에게 드러나는 사건을 뜻한다. 수행은 체험을 얻기 위한 명상과 같은 구체적인 방법을, 신비 사상은 궁극적 실재와 현상 세계의 관계, 궁극적 실재와 인간의 참된 본성 등을 설명하는 이론적 틀을 의미한다. 요컨대 삶과 존재의 궁극적 의미를 개인이 체험할 수 있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동서양 종교사에 불가결한 요소로 찬탄받았던 신비주의는 동시에 숱한 오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신비주의는 초자연주의와 혼동된다. 비가시적 차원을 강조하기에 비이성적인 초자연주의로 비난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신비주의는 물질/정신, 신/인간, 자연/초자연 등의 이원적 대립을 초월하기를 꿈꾼다. 그러니 계시, 접신, 유체이탈, 임사체험, 초능력과 같은 현상을 싸잡아 신비주의라 일컫는 건 곤란하다. 이 경험들이 신비적 합일 체험의 하위 범주로 묶일 수 있지만, 초자연 현상이 곧바로 신비주의의 전부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이원성을 초월한 절대적 ‘하나’를 강조하지 않는 이상 신비주의라 이름 붙이기 어렵다.
 
동시에 서양에서 유래된 탓에 신비주의는 서양의 수준 낮은 종교성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특히 유신론을 폄하하는 일부 동양 종교가 이런 비난을 펼쳤다. 하지만 서양인들이 동양 종교를 가치절하할 때도 똑같은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 태도는 전통이 인가하지 않은 종교적 주장들을 신비주의라는 이름으로 탄압했던 서구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즉, 신비주의란 곧 이단에 다름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신비주의는 동서양 종교의 정수로 간주되기도 한다. 실제로 인간이 초월의 차원을 체험할 수 있다는 주장은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발견된다. 그러나 이러한 보편주의적 태도는 자칫 궁극적 실재의 동일성에 경도되어, 교리나 수행 차원의 차이를 간과할 가능성이 크다. 또 신비적 합일 체험의 획득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이른바 ‘체험 지상주의’에 빠질 위험성도 있다. 여기에 덧붙여 우리나라에선 신비주의를 ‘비밀주의’와 혼동하는 현상마저 생겨났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같은 유명 인사들이 대중매체를 기피하는 것을 신비주의라 부르기 시작했다. 즉, 의도적으로 노출을 피해 ‘신비롭게’ 보이려는 전략이 바로 신비주의라는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신비주의는 유물론적 세계관의 유일한 대항마로 부각되기도 했다. 종교적 세계관을 압살하려는 유물론적 과학주의에 반발한 사람들이 종교의 뿌리를 개인의 체험에서 발견하고자 시도했던 것이다. 이처럼 개인의 체험을 강조하는 경향은 근대 이후에 본격화된 개인주의와도 잘 부합한 탓에 더욱 힘을 얻었다. 종교성의 참된 원천을 교리나 의례가 아닌 개인적인 종교 체험에서 찾았던 윌리엄 제임스가 대표적 인물이다.
 
결국 신비주의라는 단어는 참으로 많은 사연을 켜켜이 안고 있다. 그러기에 신비주의는 우리를 비추어 보는 거울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이원적 관계의 스펙트럼을 망라하는 탓에 이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는가가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편 신비주의는 ‘분리’가 극대화된 요즈음에 새롭게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핵가족’이라는 단어가 보여주듯, 현대에는 삶의 모든 분야에서 핵분열에 가까운 분리가 추구된다. 이런 경향은 그간의 집단주의적이며 전체주의적인 흐름에 반발해 개인을 삶의 주체로 세운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극단적인 파편화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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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신비주의의 재평가를 요청한다. 이 개념이 급진적 개인주의와 보편주의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비주의자는 모든 존재를 초월한 궁극적 실재가 개인에 의해 체험된다고 주장한다. 즉, 궁극적 실재의 체험 주체가 어디까지나 개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개인을 뛰어넘는 궁극 차원을 찾아내려는 보편주의를 지향한다. 이 점에서 신비주의는 개인주의의 파편화 경향을 극복해 공동체를 회복하려는 시대적 요청에 절묘하게 부응한다.
 
게다가 신비주의자는 신비적 합일 체험이 법열(法悅), 아난다(ananda), 지복(bliss)과 같은 거대한 기쁨을 수반한다고 역설한다. 우리 내면에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있기에 인간은 본질적으로 행복한 존재라는 것이다. 여성 신비주의자인 아빌라의 테레사를 모델로 삼은 베르니니의 조각을 보라! 종교적 황홀경에 빠진 표정은 지상의 고통과 무의미함을 초월하는 지극한 복락이 얼마나 압도적인 것인지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이처럼 인간의 본성과 존재의 근본 의미를 체득하는 신비적 합일 경험은 우리에게 절대적 기쁨을 부여한다. 요컨대 신비주의는 우리가 거대한 행복의 가능성을 내포한 존귀한 존재임을 강조한다.
 
이런 연유로 신비주의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신비주의가 이성/감정, 남성/여성, 초월/내재, 신/인간, 동양/서양, 물질/정신 등 여러 가지 이원적 관계들이 빚어내는 긴장을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그러한 대립을 창조적으로 넘어서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진 환경에서 살고 있다. 신비주의야말로 오랫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대극의 통합’(coincidentia oppositorum)을 가능케 만드는 지혜를 여전히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다. 특히나 자유롭고 주체적인 개인들로 이루어진 건강한 공동체를 꿈꾸려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신비주의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lohela@hanmail.net
 
 
요즘 휴심정은
 
오늘 휴심정을 ‘신비’하게 꾸민 휴심정 필자 성해영 교수는 행정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해 문화관광부에서 일한 공무원이었습니다. 그런데 6년 만에 공무원을 사직하고 종교심리학과 신비주의를 공부합니다. 그는 고교 재학 때인 17살에 우연히 찾아온 종교체험을 잊지 못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규명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신비주의의 역사를 보면 이단으로 정죄되거나 ‘이상한 무리의 이상한 짓쯤’으로 치부되곤 했지요. 요즘도 성령체험을 했다며 방언을 하고 치병을 한다고 혹세무민하거나 깨달았다면서도 색욕과 탐욕에만 물든 종교인들의 모습이 신비주의에 대한 왜곡된 시각의 한 원인이 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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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영 교수(오른쪽)와 오강남 교수(왼쪽)
 
성 교수는 오강남 교수와 함께 쓴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란 책과 휴심정 기고 글을 통해 신비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는 엑스터시(신비)란 한마디로 ‘종교라는 찐빵에 들어 있는 앙꼬’라고 합니다. 앙꼬 없는 찐빵만을 손에 쥔 채 교리와 형식, 규율, 예식, 제복에 갇혀 있는 종교가 그 골갱이를 되찾아 자비와 평화의 종교성을 구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지금까지 불교와 힌두교와 도교 등 동양 종교들은 지나칠 만큼 신비주의적이었지요. 반면에 기독교에선 초기의 영지주의가 이단으로 정죄되면서 신비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서양이 외연 확장에, 동양이 내면에 더 천착한 것도 이런 종교성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엑스터시는 ‘내 밖에 서보는 것’이라는 그리스어를 그 기원으로 합니다. 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다는 건 얼마나 큰 희망인가요. 틀 밖에 서서 좀더 관대해지고 너그러워지고 사랑하게 될 ‘우리’를 여는 신비주의를 기대해봅니다.
 
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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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조작' 이명박정부, 어떻게 국민을 속였나?

지니계수·물가·인구추계 통계 조작 의혹... 국민들만 불쌍

13.06.18 20:13l최종 업데이트 13.06.18 20:13l
선대인(battiman)

 

 

6월 18일자 <한겨레> 1면과 4, 5면에서 전한 이명박정부의 통계 조작 행위는 국정원 선거 개입에 이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정권 유지를 위해 통계까지 조작하고 발표시점까지 바꾸는 것은 국민을 속였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국기문란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하는 일의 특성상 나는 각종 통계를 매우 많이 들여다보는데 그동안 분배지표를 들여다보면서 가졌던 '통계조작' 의구심이 그냥 심증만이 아니었음을 확인했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지니계수가 노무현정부 때까지 계속 높아졌는데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명박정부 들어 오히려 더 낮아지는 것으로 통계를 조작했다. 그런데도 이런 통계조작을 통해 이명박정부는 '노무현정부 때 악화된 소득격차를 개선했다'고 홍보한 것이다. 현실을 바꾼 게 아니라 통계를 조작해 사람들 인식을 조작하려 한 것이다. 이는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범죄행위다.

더구나 <한겨레> 보도를 보면 상대적으로 조금 더 현실에 가깝게 작성된 지니계수 지표가 포함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대선 직후에 공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말 이것이야말로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통계는 정확한 현실 진단과 대책을 내놓기 위해 꼭 필요한 국가 운영의 필수 인프라다. 통계가 왜곡되거나 부실하면 국가 운영에 큰 문제가 생기고 결국 국민 다수에게 피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이명박정부가 '고성장 기조'를 합리화하기 위해 했던 것처럼 보험료나 금반지 같은 것들을 물가개편 작업 때 넣지 않으면 물가 상승률이 실제보다 낮아진다. 실제로 201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4.0%로, 한은의 물가통제 목표 상한선을 찍은 수치였다.

만약 이전 물가 체계를 그대로 가져갔더라면 그 수치는 4.4%로, 많은 언론과 국민들의 더 많은 분노를 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물가통계를 실제보다 낮게 나오도록 '마사지'하면 한은이 저금리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그 경우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계속 지속돼 대다수 일반가계에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물가통계 '마사지', 저금리 정책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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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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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밖에도 통계조작 의혹이 드는 건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향후 인구추계 통계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은 2011년 새로운 인구추계 결과를 내놓으면서 갑자기 인구감소 추정 시기를 2018년에서 2030년으로 변경했다. 갑자기 무슨 사회경제적 큰 변화 발생한 것도 아닌데 12년이나 인구감소 추정 시기를 늦춘 것이다.

인구감소 추정 시기를 늦춰잡은 가정 몇 가지를 보니, 2007년 이후 출산력이 가장 높은 30대 전반 여성의 일시적 인구 증가가 향후 수십 년 동안 지속된다거나 이명박정부의 적극적 이민정책으로 인한 국제인구순유입이 지속된다는 식으로 매우 낙관적으로 가정했다.

이미 올 초부터 30대 전반 여성의 인구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 출산율도 떨어지는 등 그 같은 낙관적 가정이 현실성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렇게 낙관적 가정이 너무나 당연한 듯이 통계청 추계로 발표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각종 연구와 정책들이 이뤄지니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인구감소 시기가 늦춰지면 건설업계가 주택 공급을 더 지속해야 하는 명분이 되기도 해 결국 가뜩이나 공급 과잉인 주택시장이 더욱 과포화상태가 되게 만든다. 또한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인구감소 시기가 늦춰져서 2030년까지는 대세 하락이 안 일어난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억측이길 바라지만 나는 실제로 정부가 통계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인구감소 시기를 늦추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또한 인구추계가 좀 더 낙관적으로 달라지면 이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재정추계도 실제보다 낙관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통계 왜곡이 일으키는 문제는 심각하다.

기초통계 왜곡해 보도자료 내놓기도

또한 정부가 기초통계를 입맛대로 왜곡해 보도자료로 내놓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통계까지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기획재정부가 실효 법인세율 부담 관련 통계를 왜곡한 경우다.

2012년 들어 <한겨레> 등 상당수 언론이 삼성전자 등 재벌대기업들의 실효 법인세율이 매우 낮다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자 기획재정부는 2012년 7월 19일 이를 반박하는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국세통계연보를 이용한 실효법인세율을 거론하면서 중소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이 13.1%로 낮은 반면 대기업의 실효법인세율이 17.7%로 높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보도참고자료에서 기획재정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분류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그림1'을 보면 과세표준 구간별 실효법인세율 변화 추이를 숨긴 채 자의적으로 나눈 중소기업과 대기업 분류를 통해 상황을 호도했다. 기획재정부가 중소기업으로 분류한 대상기업은 상대적으로 실효세율이 낮은 50억 원 이하 기업 23만2837개 기업이었다. 명목세율 10% 적용대상인 과세표준 2억 원 이하가 79.5%를 차지해 실효세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잡은 것이다.

반면 대기업은 현행 최고세율 22% 적용 대상인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으로 잡았다. 언론은 삼성전자 등 극소수 재벌대기업의 실효법인세율 부담이 중견기업보다 오히려 낮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대기업의 범위를 넓게 잡아 사실상 '물타기'를 한 것이다.

기사 관련 사진
▲ <그림1> 이명박정부의 실효법인세율 왜곡 주) 2011년 국세통계연보 및 기획재정부 보도참고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 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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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실효법인세율이 '200억 원 이상~500억 원 초과' 구간을 지나면서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실효 법인세율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추세를 기획재정부가 감추려고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자의적으로 구분해 실효법인세율을 제시하다 보니 '50억 원 초과~100억 원 이하', '100억 원 초과~200억 원 이하' 과표 구간 기업들이 기재부 분류에서는 통째로 빠져버렸다.

엉터리 통계에 코미디 속출... 국민들만 '불쌍'

꼭 통계 조작이나 마사지, 통계 왜곡이 아니더라도 실업률, 물가, 부동산 가격, 미분양 물량, 심지어는 GDP통계까지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부실한 통계들이 국내에는 수두룩하다. 그런 부실 통계들을 바탕으로 국가운영을 하니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제대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통계가 엉터리니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모두가 체감하듯이 고용난이 매우 심각한데도 일시적으로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의 자영업 일자리가 많아지니 박재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대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국민은행 주택가격은 3% 밖에 안 떨어졌는데도 4·1종합부동산대책 같은 대대적 부양책을 내놓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결국 국민들이 불쌍할 뿐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몇 년 전 "일반 국민들이 부동산 호가에 속지 않도록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왜 국민들이 보기 편하게 만들지 않느냐"고 LH공사에 문의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담당자가 "위에서 그렇게 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이것이 과연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요, 공공기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익히 알다시피 한국은 정보의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이 기득권에 유리하게 왜곡돼 있다. 정부 정책이나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증권사나 정부 산하 연구소, 재벌계 연구소 등은 이해관계나 '상부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은 기득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보들을 주로 보도한다. 그런데 이 같은 정보 왜곡을 바로잡고 공익에 봉사해야 할 정부부터가 오히려 기초통계를 조작 또는 왜곡하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통계는 국가운영의 기초 인프라다. 이 인프라를 정권의 입맛에 따라, 또는 일부 정부 부처의 관료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작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중대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박근혜정부는 정권의 입맛에 맞춰 통계 조작이나 왜곡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가뜩이나 부실한 통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통계 시스템 구축체계를 갖춰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선대인 기자는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입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는 99%가 1%에 속지 않는 정직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연구소의 연간 구독회원이 되시면 경제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한편 연구소의 정직한 목소리를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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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선 공소시효 만료일, '시민이여 일어나라'


 

 

 


2013년 6월 19일 오늘 자정이 지나면 18대 대선 공직선거법위반죄의 공소시효가 만료됩니다. 그런데 현재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이외에는 기소된 사람이 없습니다.

원칙적으로 공범 중 1인이 기소되면 기소되지 않은 다른 공범들에 대한 공소시효는 정지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기소유예의 경우는 검찰청법 항고이외에는 다른 불복수단이 없으며, 이는 검찰 내에 한정되기 때문에 민주당은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기로 했습니다.

18대 대선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오늘, 대선 공범들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이 왜 부당한 것인지, 앞으로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단순 댓글?. 이것이 대선 정치 공작의 실체'

국정원이 개입한 대선 정치 공작을 단순히 댓글 수를 놓고 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러나 댓글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정치 공작을 했는지 여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 인권과 감금을 주장했던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증거인멸을 했던 노트북을 검찰수사팀은 인케이스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복구했습니다. 여기에는 충격적인 내용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국정원 여직원이 삭제했던 노트북 안에는 오늘의 유머는 물론이고, 뽐뿌,보배드림,SLR클럽의 ID와 넥넥임이 있었고, 외부 계정용 야후메일이 다량으로 발견됐습니다.

복원된 문서파일에는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대한 운영방법이 치밀하게 나와 있었는데, 여기에는 찬반 기준, 클린유저 관리,베오베 (베스트오브베스트) 만들기, 밀어내기 방법, 베스트, 추천하는 방법들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당시 복원된 아이디로 게시된 글 들중에는 ‘저는 이번에 박근혜를 찍습니다’,'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의 박근혜 새누리당 찬양글이나 노골적인 지지글이 다수 있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012. 11. 19. 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민주당 후보가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라고 밝힌 직후인 11. 20.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목내놓고 금강산 가기는 싫다’는 제목으로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글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은 계속해서 국정원 직원들의 글이 신변잡기에 불과하고 대선개입 관련 글은 별로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글의 수가 적다고 해도 하나라도 대선 정치 글이 있다면 그것은 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새누리당 주장대로라면 가게에 수백 번을 갔지만 훔친 것은 서너 번에 불과하므로 문제가 없다는 식입니다. 말이 안 되는 논리입니다.

또한,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일을 대한민국 국정원장이 지시하고, 그것을 심리전단 사이버 4개팀 70여명이 매일 클릭하고 올리고 다시 보고하고 세부 사항을 보강 지시했다는 사실만 봐도 그런 글들이 신변잡기에 불과하다고 보기에는 억지입니다.

○ 오늘의 유머’ 17,116건,
○ 보배드림’ 1,348건,
○ 뽐뿌’ 1,076건
○ 종북좌파 관련 게시글 추천,반대는 전체의 2.7%에 불과


종북,좌파를 감시하기 위해 수만 번이나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들어가고 관련 게시글의 추천,반대는 겨우 2.7%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들이 주로 선거 관련 게시글에 대한 추천,반대를 한 것으로 종북 대처 활동 운운하는 것 자체가 궁색한 변명입니다.

간단히 요약만 했어도 이 엄청난 사실을 단순 댓글 작업이라고 우기는 일은 아예 국정원 사건의 진실을 감추겠다는 의도 이외에는 없습니다.

' 국정원 대선 개입 공범들, 왜 지금은 처벌하지 못하나?'

이번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보면서 의문이 드는 점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그중에 가장 아이엠피터를 당혹하게 하는 것은 검찰이 공소장에 밝힌 내용과 기소한 인물의 차이입니다.

공소장을 보면 구체적인 범행 지시와 공범들의 범행 여부가 있었지만,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이외에는 기소를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원세훈은 특정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낙선 목적의 선거운동을 함으로써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개입 범죄 행위를 실행하였다'고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 '국정원 심리전단장,사이버 팀 팀장, 직원들과 공모하여 낙선 목적 선거운동'을 하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선거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검찰은 원세훈 이외에 다른 공범들을 기소하지 않았을까요?

이것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윤석렬 팀장)이 진실을 파헤쳤지만,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압력에 다른 공범의 기소는 막힌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이번 국정원 부정 선거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낙선 목적 선거운동을 했기 때문에)과 유사한 사건을 1997년 대선 당시 안기부의 '북풍'사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97년 북풍을 다룬 한겨레 기사. 출처:한겨레

 


1997년 대선 당시 안기부(국정원)은 울산에서 검거됐던 부부간첩을 이용 북한의 무장병력을 서해안으로 상륙시키는 내용과 월북한 오익제가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색깔론' 공격은
전형적인 정보기관의 '북풍'공작이었고, 이와 관련한 안기부 직원들은 대부분 구속,기소됐습니다.
 

 

 


검찰은 권영해 부장은 물론이고 박일룡 1차장,임광수 101실장, 임경묵 102실장,고성진 103실장을 구속 기소했고, 이들은 1심에서 징역 6월~4년, 자격정지 1~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이강수 안기부장 비서실장은 불구속 기소)

당시 법원은 안기부 직원이 '상명하복'이라는 지금 국정원 부정선거와 동일한 항변에 대해 이처럼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 1999. 4. 23. 선고 99도636 판결
【국가안전기획부법위반·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위반·통신비밀보호법위반·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명예훼손】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즈음하여 상관은 하관에 대하여 범죄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직권이 없는 것이며, 또한 하관은 소속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그 명령이 이 사건에서와 같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특정후보에 대하여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허위의 사실을 담은 책자를 발간·배포하거나 기사를 게재하도록 하라는 것과 같이 명백히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인 때에는 이는 벌써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고(대법원 1988. 2. 23. 선고 87도2358 판결 등 참조),

설령 안기부가 그 주장과 같이 엄격한 상명하복의 관계에 있는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안기부 직원의 정치관여가 법률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고, 피고인도 상피고인 피고인 1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으며, 여기에 피고인의 경력이나 지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이 강요된 행위로서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같은 취지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기대가능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상명하복에 있는 국정원 직원이라도 불법임을 알고 있으며 대선과 같은 중요한 사건에 위법을 저지른 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례를 통해 유사한 사건을 판결하는 우리나라 법의 실정상, 국정원 직원들을 기소하지 못하게 한 배후세력은 공범을 기소하지 못해 더 이상의 진실을 감추고 있는 것입니다.

' 이제는 시민이여 일어서라'

1997년 안기부 '북풍'이 왜 밝혀졌는지 아십니까? 1998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서울지검 공안부가 수사기획단을 만들고 안기부의 북풍공작사건을 집중조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국민의 정부 이후에도 여러 차례 대한민국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해왔음을 압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여전히 정치와 선거에 개입해 왔습니다.

여야,진보와 보수를 떠나 이것은 그 누가 됐든 더는 좌시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의 뜻이 아닌 정보기관의 정치 공작에 언제까지 놀아날 것입니까?

 

 

 


1998년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중 문구용 칼로 자신의 배를 그었습니다. 자해소동 당시 권영해 안기부장은 "선거에서 진 패장이니 할 말이 없다"고 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이 선거 운동을 하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그것에 따라 출세와 성공이 보장되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우리는 정보기관의 선거 개입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민주당이 국정원 부정선거를 파헤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어쩌면 정치권의 공방으로 국민에게 비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떠나 우리는 진실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 진실은 바로 18대 대선에서 국정원과 경찰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사실입니다.

 

 

▲민주주의 사수를 외쳤던 이 땅의 젊은이들.

 


당락의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정보기관과 경찰이 부정 선거를 저질렀다는 진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진실을 제대로 알기 위해 일어서야 합니다.

우리가 18대 대선이 부정 선거였다는 사실을 더 많은 국민에게 알리고, 그 주범과 공범들을 처벌하는 일은 과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학생과 일반시민처럼 2013년 우리에게 주어진 민주주의를 사수하는 국민 본연의 임무입니다.


 

 

 


오늘 자정이면 18대 대선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공소시효가 끝이 납니다. 그런데 아직 주범과 공범 그 누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있습니다. 부정선거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고 성공과 출세가 보장된다면 대한민국은 불의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2012년 12월 19일 여러분은 18대 대통령 선거에 투표했습니다.
2013년 6월 19일 여러분은 18대 대선이 부정선거였음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커서도 2012년 대선에서 저질러진 부정선거를 목격하고도 아버지는 그때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무엇이라 답하겠습니까?


당신은 불의를 보고 눈을 감을 것입니까? 아니면 불법을 처벌하라 외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떳떳한 부모가 될 것입니까?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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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 회담 결렬 되면 전쟁정세 요동 칠 것

 

조미 회담 결렬 되면 전쟁정세 요동 칠 것
 
"미국 북과 협상 기회 놓치면 3월 위기 부활"경고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6/19 [07:10] 최종편집: ⓒ 자주민보
 
 
▲ 2012년 ㅌ양절 경축 열병식에서 선보인 초정밀 무인타격기 조선은 이 무인 타격기로 지구상 어디든 공격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대화를 기피하고 조선반도의 대결구도를 해소하기 위한 협상의 기회를 놓친다면 3월과 같은 위기가 반복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조선재일동포 신문인 조선신보는 지난 18일 ‘대타결의 기회를 잡은 주동적인 제안’이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조선은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15일)를 통해 조미고위급회담의 개최를 주동적으로 제안하였다. 전쟁접경으로 치달았던 정세를 긴장완화와 평화증진의 쪽으로 국면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선신보는 “미국이 조선의 제안에 호응한다면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정치 군사 환경은 과거 6자회담이 열리던 시절보다 더 크게 더 빨리 변할 수 있다.”며 “막강한 전쟁억제력으로 미국의 군사적 기도를 제압한 조선은 조미고위급회담을 주동적으로 제안하였다.”고 조선이 주동적으로 회의를 제안하였다는 것을 강조했다.

조선신보는 ‘비핵화는 《유훈》’이라는 작은 제목에서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가 밝힌 조선반도비핵화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변함없는 의지이고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이라는 발언ㅇ에 주목하고 “비핵화에 관한 조선의 립장은 일관하다. 6자회담 당시에도 이번 중대담화와 같은 논리로 《남조선을 포함한 조선반도전역의 비핵화》, 《미국의 핵위협종식을 목표로 내세운 철저한 비핵화》를 요구했었다. 《북핵폐기》만을 위한 비핵화는 예나 지금이나 배격하고 있다.”며“조선은 미국의 핵전쟁위협에 대처한 자위적수단으로서 핵 무력을 갖추었다. 올해 1월 조선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의 가증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으로 말미암아 자주권존중과 평등의 원칙에 기초한 6자회담 9.19공동성명은 사멸되고 조선반도비핵화는 종말을 고하였다.》고 천명한바 있다. 미국이 주권국가의 정당한 권리행사인 평화적인 인공위성발사를 불법시하는 유엔안보리제재결의의 채택을 주도하여 대결자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인데 대한 대응논리를 펼친 셈”이라고 풀이했다..

이 신문은 “그런데 미국은 유엔안보리제재결의를 배경으로 조선에 대한 군사적 압력의 도수를 계단식으로 높이다가 막판에서 충돌회피의 방향으로 선회하였다.”며 “3월 《정례적인 군사연습》의 외피를 씌운 미국의 핵공격위협에 대처하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 미국본토와 해외의 미군 기지들을 사정거리 안에 넣고 있는 전략로겟군의 타격계획을 최종검토, 비준하였다. 조선의 결사항쟁의지가 내외에 과시되게 되자 오바마 행정부는 4월에 들어 《대화와 협상》에 관한 언설을 늘어놓게 되었다”고 주지했다.

신문은 ‘《위임》에 따르는 표명’이라는 소제목에서 “미국이 조선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조선반도비핵화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국방위원회 대변인의 중대담화로 천명된 조선의 비핵화입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태도변경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조선과 미국은 아직도 법적으로는 교전관계에 있다. 조선반도에서 전쟁위기가 가셔지지 않는 것은 미국이 조선을 적대시하며 냉전시대의 유물인 군사대결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책동을 다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있다. 그런데도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 핵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조선이 비핵화의지의 진정성을 먼저 보여야 대화국면이 열릴수 있다는 논리를 세우고 있다.”며 미국이 옥지 주장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조미쌍방이 대립의 근원을 직시하고 문제해결의 현실적인 접근법을 취한다면 비핵화협상의 접점은 찾을 수 있다.”면서 “미국은 저들이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는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북조선의 핵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지만 조선은 핵보유국의 지위가 확인되어야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 핵 억제력은 전쟁방지를 위한 현실적인 힘이며 조선은 다른 나라들이 그것을 인정해 주든 말든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핵보유의 인정여부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인 행동조치이다. 《핵 없는 세계》구상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여받은 미국대통령이 책임적인 선택을 한다면 조선은 거기에 호응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는 말해주고 있다. 이번 담화는 북남당국회담개최를 제안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특별담화문(6일)과 마찬가지로 《위임에 따라》 중대입장을 표명하였다. 행정실무차원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 아니다. 《위임》은 조선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며 조선이 제의한 조미 고위급 회담 중대성을 확인했다.

조선신보는 공은 이미 미국 측에 넘어가 있다며 “지난 5월 조선의 최고령도자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군복차람의 특사가 중국에 파견되었다. 6월에 들어 진행된 중미수뇌회담에서는 조선 문제가 주요의제로 다루어졌다.”며 “핵전쟁위기의 최대고비를 가까스로 넘긴 시점에서 60년전 조선정전협정에 수표(서명)한 조, 중, 미의 3자간에 수뇌급의 직간접대화가 이루어지고 조미고위급회담의 제안이 나왔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조율되는 과정에 평화를 향한 대타협의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해 이번 조미 고위급 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동아시아 전체의 정세가 달라 질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 신문은 “국방위대변인 중대담화에 대한 미국의 첫 반응은 국무성이 아니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나왔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에서 대통령선거가 진행된 지난해 NSC의 정책 작성자들을 비밀리에 평양에 파견하여 조선 측과 의견을 교환한바 있다.”며 “NSC의 대변인은 국방위원회 대변인의 중대담화가 발표된데 대하여 《오바마 행정부가 대화를 지지한다는 것은 아주 명백한 일이며 과거에도 대화를 해왔다.》고 말하였다. 한편에서 《우리는 북조선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종래의 입장을 되풀이하기도 하였다.”고 밝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선과 미국이 특별한 약속이 이었음을 시사했다.

신문은 “비핵화문제에 관한 조미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선이 실현성이 없는 고위급회담제안을 내놓았다가 미국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이를 또 다른 《도발》의 구실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은 국방위대변인이 지적했듯이 《세기와 년대를 이어 조선반도의 정세를 지속적으로 격화시켜온 장본인은 다름 아닌 미국》이라는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낭설”이라고 치부했다.

이어 “핵억제력을 틀어쥔 조선의 입장에서 보면 공은 이미 미국 측에 넘어가있다. 조선이 미국의 핵공격에 대한 보복능력을 갖춘 것으로 하여 《끝나지 않은 전쟁》의 판세가 크게 움직였다.”고 썼다.

조선신보는 “오바마 행정부가 대화를 기피하고 조선반도의 대결구도를 해소하기 위한 협상의 기회를 놓친다면 3월과 같은 위기가 반복되게 된다.”면서 “미국이 군사적 강권을 일방적으로 휘두르며 조선을 보고 이래라 저래라 훈시질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이라고 밝혀 회담의 주도권을 쥔 곳은 미국이 아닌 조선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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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내비게이션, 남북대화 들이받다

<연재> 장대현의 '주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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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18 08: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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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현(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박근혜정부, 진정성도 정세판단도 모두 낙제점

‘차관급 수석대표’는 판 깨기 카드

내 아이가 남의 아이와 싸울 때 무조건 내 아이 편을 드는 것은 아이를 망치는 길이다. 내가 사는 곳에 따라 영.호남 편을 갈라 무턱대고 찍는 것은 정치를 망치는 길이다. 마찬가지로, 남쪽에 산다고 무작정 “한국정부가 옳다, 북은 잘못이다” 이래서는 남북관계는 물론, 우리 정부도 망칠 수 있다. 이번 당국 간 회담 ‘무산’을 걱정하며, 그런 일이 제발 재발되지 말기를 소망할수록, 객관의 눈은 더욱 절실하다.

지난 11일 오후 1시 판문점에서 남과 북은 다음 날 열리는 ‘남북 당국 간 회담’ 수석대표 문제를 놓고 마주 앉았다. 입찰방식, 서로 종이에 이름을 적어 동시에 교환하는 담판이었다. 어려운 것 같지만, 이것처럼 쉬운 방식도 없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종이에 적어 넣기만 하면 직방, 협상이 성사되는 까닭이다. 9-10일 실무회담을 통해 남과 북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모두 파악했고, 그에 근거하여 몇 가지를 합의했다.

첫째 “대표단의 규모는 5명으로 한다”고 남과 북이 공통적으로 언급, 12-13일의 회담이 통상 3명에 그치는 차관급회담보다 한 급 높은 회담, 즉 장관급 회담임을 사실상 합의했다. 둘째 수석대표의 급에 대해서도 북측은 “상(장관)급 당국자를 단장으로 하겠다”고 아예 장관급임을 미리 공개했으며, 우리 측 역시 “수석대표는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 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로 한다”고 하여, 통일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나갈 것임을 공개적으로 암시했다.

모범답안은 이미 다 나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회담 성사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그 운명의 종이에 ‘김남식 통일부 차관’이라 휘갈겨 적었다. ‘신신당부’ 차원에서 북이 미리 보여준 패를 주먹으로 갈겨 부숴버린 것이다. 상대가 가장 원하는 바를 써 넣는 자리에 상대가 가장 거부하는 바를 적은 것이다. 거래를 깨고 싶은 도저함이 없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통일부는 명단이 교환된 직후인 11일 오후 1시 사실상 회담이 무산된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지영 서기국장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이미 김남식 차관을 수석대표로 한 명단을 만들었기 때문에 강 국장을 ‘상급(相級)’, 즉 장관급이라 주장하는 북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는 이야기다.”(경향신문 6월 13일 인용)

논리 빈곤 고백한 청와대 “양비론은 북을 이롭게 하는 것”

다음 날 저녁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일부러 자리를 마련, 회담 무산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양비론은 북한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한겨레신문 6월 13일 인용) 아직 양비론이 채 확산되기도 전에 왜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양비론은 이적 행위” 따위 색깔공세로 그것을 선제적으로 경계, 차단하고 나선 것일까?

그들도 아는 것이다. 이번에는 사안이 너무나도 명백하여, 압도적 언론환경에도 불구하고 양비론 이상 언론의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을. 회담이 무산된 다음 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났다면 북의 잘못을 하나하나 지적, 비판하며 우리 정부 조처의 정당성을 조목조목 열거, 설명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고작 양비론 차단에 나선다? 이는, 우리 정부의 처사가 그만큼 무리였고, 따라서 논리도 그만큼 빈곤하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것에 틀림없다.

또한 그들도 아는 것이다. 무리한 처사를 불가피 처사로 속히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을. 하여, 논리빈곤이 새로운 논리빈곤을 낳는 악순환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남북관계를 더욱 어둡게 한다. 간추리면 대략 이렇다.

첫째 북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지니는 위상과 역할에 대한 것이다. “정부는 최근 남북 회담이 무산된 뒤 ‘조평통은 남한의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통과 비숫한 기구일 뿐’이라고 밝혔다”(경향신문 6월 13일 인용)는 것이다.

지난 6일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한 것이 그 조평통 아닌가? 우리 정부의 ‘장관급 회담’ 수정제의 수신자가 그 조평통 아닌가? 9-10일 판문점 실무접촉의 상대가 그 조평통 아닌가? 다 그 조평통이 맞다면, 우리 정부는 북의 공식 정부기관이 아니라, 민간자문기구에 불과한 상대방과 지금까지 그 엄청난 일을 진행했단 말인가? 이걸 믿으면 우리 정부는 바보가 되고, 이걸 안 믿으면 우리 정부는 거짓말쟁이가 된다. 무엇이 더 우리 대통령의 ‘원칙’에 부합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도움이 될까?

“조평통은 북한 내각에 대남담당 부서가 없어 그동안 각종 대남 제의와 협상을 전담해 온 기구이다”,(경향신문 6월 13일 인용) “조평통은 중앙위원회와 상무위원회, 참사실, 서기국 등이 있고 서기국 산하에는 조직부, 선전부, 회담부, 조사연구부, 자료종합실 등을 갖추고 있다”.(오마이뉴스 6월 13일 인용) 즉, 조평통은 우리 통일부에 해당하는 위상으로, 우리 통일부의 맞상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민을 속이는 것도 문제지만, 조평통의 위상과 역할을 전면 부정한 우리 당국이 앞으로 그들과 어떻게 대화, 협상하려는지, 몹시 걱정이다.

둘째 조평통 ‘서기국 국장’의 급에 관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조평통 국장의 위상과 역할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강지영 국장은) 장관급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동아일보 6월 12일 인용)고 하면서 “과거 정권에서 통일부 장관과 장관급으로 보기 어려운 북한 내각 책임참사 간에 남북 장관급회담을 했지만, 이 같은 불평등하고 그릇된 관행을 이제는 정상화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같은 기사)고도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바로 잡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아니다. 그것도 전혀. 좀 길지만, 보자.

“그동안 남북 대화는 장관급 회담만 있었던 게 아니다. 총리회담도, 국방장관 회담도 열렸다. 총리회담에는 남북 총리가, 국방장관 회담에는 국방장관과 인민무력부장이 마주앉았다. 한눈에 봐도 모두 ‘격’(‘급’)이 맞는다. 그런데 통일부 장관이 나서는 장관급 회담만 북쪽에서 정체불명의 ‘내각 책임참사’가 나온다. 왜 그럴까? 북한 내각(한국의 행정부)에 통일부에 대응하는 부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대남 업무를 맡은 인사 중 적임자라고 판단되는 인물에게 내각 책임참사라는 정부 직책을 임시로 달아 내보내는 것이다. 정부 설명대로 북이 남쪽의 굴종을 노렸다면, 다른 회담 다 제쳐두고 굳이 장관급 회담만 ‘격’이 미달인 인사를 내보냈을까?”(한겨레신문 6월 13일 인용)

북이 총리회담에 부총리, 국방장관회담에 국방차관을 내보낸 적이 없다는 점에서 남과 북은 그동안 서로 ‘급’을 맞춰왔다. 그러나 우리 통일부와 외형상 짝을 이루는 부서가 없는 북은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우리 통일부장관과 대응하는 역할을 내각 책임참사(“내각 책임참사는 한국의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에 해당하므로 직급으로 본다면 장관급이다” 한겨레신문 6월 11일 인용)에게 맡겨왔던 것이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된 총 21차례의 남북 장관급회담에 북측 단장으로 참여했던 전금진, 김령성, 권호웅 등 3명 인사들의 공식직함을 북이 처음으로 밝혔다”(연합뉴스 6월 13일 인용) 그런데 그들은 모두 조평통 소속이었다. “전금진 단장은 조평통 부위원장(1981년) 및 서기국장(1985년), 김령성 단장은 2000년 4월 내각 참사와 조평통 서기국 제1부국장, 권호웅 단장은 조평통 서기국장(2004년) 등을 지냈다”.(같은 기사)

조평통 서기국 제1부국장, 또는 서기국 국장이 지금껏 남북장관급 회담 수석대표였던 것이다. “정말로 ‘격’이 중요했다면, 정부는 김성혜 조평통 서기국 부장이 실무접촉 수석대표로 나오는 것부터 따졌어야 맞다. 우리 수석대표는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이었다. 조평통은 ‘부장-부국장-국장’ 체제다. 통일부는 ‘실장-차관-장관’ 체제다. 국장과 장관은 ‘급’이 다른데, 부장과 실장의 ‘급’은 문제가 안 된다는 논리는 일관성이 없다”(한겨레신문 6월 13일 인용)

진정성 찾기 어려워

“도대체 무엇이 다 성사된 남북회담을, 그것도 개최 전날 깼느냐는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청와대가 이야기의 중심이다.”(경향신문 6월 13일 인용) 기사가 말해주는 것처럼 이번 회담은 통일부 등 관련부처의 준비 부족이나 판단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각본, 연출이 모두 청와대다. 왜 그랬을까?

여기 일련의 단서가 있다. “실무접촉에서도 남측 대표단은 지난 3월8일 김 부장이 개성공단을 찾은 직후 근로자 전원 철수 방침을 발표한 만큼 김 부장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나서 문제를 풀자고 북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혜 북측 수석대표는 처음에는 그냥 듣고 돌아갔다가 나중에 “당장 사과하라”고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같은 기사 인용) 결자해지 하자는데, 북은 왜 화를 냈을까? “정부는 아마도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주도한 김 부장을 참석시켜 직접 책임을 따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한겨레신문6월 12일 인용)

개성공단 철수를 결정한 북의 당국자가 개성공단 재개를 두고 남 당국자와 논의하는 모양을 정부는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밑져야 본전”이다. 먼저 “철수를 결정한 그 당사자가 이번에는 재개를 논의하는” 광경은 아무래도 우리 남측을 우월한 지위에 있는 양 보이게 한다. 다음, 정상화가 합의될 경우에는 우리가 북의 요청을 ‘허용’해 주는 것처럼 치장하기 수월하다. 그 다음, 정상화 합의가 불발될 경우에도 철수를 결정한 ‘강경 당국자’ 책임으로 몰기 편하다.

판단 기준이 철저히 국내정치다. 이전 정부가 상대하지 못한 통전부장을 불러냈고, 개성공단 철수를 결정한 그로부터 개성공단 재개를 요청받았다는 등을 기사로 만들고, 이를 통해 국내 정치적 성과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폐쇄위기에 몰린 123개 개성공단 입주 기업과 거기 연결되어 도산직전으로 내몰린 수천 개 기업인, 그리고 그 일자리에 가족의 운명을 건 그 수많은 국민을 살리는 것은, 죽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가족, 친지를 만나고 싶은 어르신들의 소망을 실현하는 것은 국내 정치에 사용할 승리를 먼저 쟁취한 후 다만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정세판단 내비게이션도 오작동

지난 6일의 북 제안을 우리 정부가 즉각 수용한 것은 8-9일(우리 시각)의 한중정상회담을 의식하지 않았다 할 수 없다. “북은 남에 대화를 제의했는데 남은 그것을 거부했다” 중국이 이렇게 몰아붙이면 미국도 할 말이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미중정상회담은 대화를 강조하는 분위기를 풍기기에 부족했다.

“양 정상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들을 계속 협의하기로 완전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정상회담 직후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브리핑 발언이다. 미국과 중국이 “완전한 의견을 일치를 본 것”은 북미 직접대화도, 6자회담을 통한 대화도 아니었으며, 단지 “구체적 조치들을 계속 협의하기로 한”것이다. 왜 계속 협의할까?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에. 중국은 무엇이라 했을까? “6자 회담 등 관련국과의 대화를 통하여”라는 북 특사의 말을 전하며, 미국을 6자 회담에 불렀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미국은 “북의 비핵화가 우선이다”며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 거부한 것이다.

미국이 대화를 거부했다. 한미공조를 신조로 여기는 박근혜 정부가 남북대화에 매달릴 이유도 안개처럼 함께 사라진 것이다. 깨져도 좋은 것이다. ‘세게 밀어서 굴복시키면’ 좋고, 그러다가 ‘박살’이 나도 여전히 좋은 것이다. “북을 같이 혼내줍시다” 시진핑 주석과 굳게 결의할 한중정상회담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시기 또한 적절하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7월 1일부터 북 주민 240만 명에게 1년 치 식량을 지원하기로 승인했다.(MBC뉴스 6월 8일 인용) 또한 “북한은 4월에 들어와 미국과 접촉을 시작했고, 5월에는 리용호 외무성 부상 겸 6자회담 수석대표가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독일 베를린에서 회동한 것으로 전해진다”(통일뉴스 6월 10일 인용) 등 북과 미국이 무대 뒤에서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히 흘러나왔다. 그리고 6월 16일 북 국방위원회의 미국에 대한 ‘중대담화’가 나왔다.

“북한은 담화에서 “조선반도의 긴장국면을 해소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기 위해 조(북한)·미 당국 사이에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의제로는 △군사적 긴장완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미국이 내놓은 ‘핵 없는 세계 건설’을 제시했다.”(중앙일보 6월 17일 인용) “우리의 비핵화는 남조선을 포함한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며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종식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운 가장 철저한 비핵화”라고 주장했다. 이어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의 당당한 지위는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고 외부의 핵위협이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추호의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동아일보 6월 17일 인용)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고 외부의 핵위협이 완전히 종식”되는 등 ‘조건’이 따라 붙었으나, 이는 기존의 입장을 비교할 때 명백한 변화다. “북은 올봄까지만 해도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핵 보유국 대 핵보유국의 핵군축만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비하면 이번 담화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미국의 핵위협 제거’라는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내세운 현실적인 협상 의제로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한겨레신문 6월 17일 인용) 북한이 핵무기를 목적 자체가 아닌 협상의 카드로 제시했다(6월 17일 프레시안 정세현 전통일부 장관 인터뷰)는 점이 핵심적 변화다.

미국은 그럼 어떻게 나올까? “북한이 이런 변화된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한겨레신문 6월 17일 인용) “정 전 장관은 향후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북한 요구하는 의제와 수준의 대화는 성사되지 않을지라도 "미국으로서는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급의 대화라도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 때문이라는 것이다.”(6월 17일 프레시안 정세현 전통일부 장관 인터뷰)

과연 그럴까? 이 두개의 기사를 보자. “한국 미국 일본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19일 워싱턴에서 만나 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한다.”(한국일보 6월 14일 인용) “북한 외무성의 김계관 제1부상이 조만간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11일 알려졌다.”(조선일보 6월 12일 인용) 6자 회담을 구성하는 두 축, 즉 북.중.러가 만나고, 한.미.일이 만난다. 왜 이럴까? 6자 회담 등을 둘러싼 움직임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끝으로, 단서가 하나 더 있다. 북의 북미대화 제안 바로 다음 날, 17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표명하고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용인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뷰스앤뉴스 6월 17일 인용) 왜 이 시점에 불쑥 전화를 걸어 시진핑 중국 주석이 강조한 “대화”를 강조할까?

기사는 이어진다.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그러나 북한의 북미 고위급회담 제안에 대한 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전혀 브리핑할 내용이 없다’며 ‘오늘 전화통화는 공식브리핑 외 더 이상 말해줄 것이 없다고 답을 피했다.”(같은 기사) 오바마 대통령이 북의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고 일러 줬다면, 청와대는 얼씨구, 널리 공개하지 않았을까? “전혀 브리핑 할 내용이 없다”는 것은 그래서 주목된다.

아직 어떤 추측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북이 정말로 비핵화를 협상 대상으로 올려놓게 된다면 먼저 물밑에서 미국과 직접 통하려 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다시 한 번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판을 흔들어보려 할 수 있다. 먼 일이 아니다. 한반도 위기는 둘째 장으로 넘어가고 있다.”(조선일보 6월 17일 인용) 조선일보이므로, ‘통역’이 필요하다. 청와대가 원하는 바와 달리 조만간 북미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청와대가 원하는 대로 북미대화가 계속 부정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는 지난 3-4월의 핵전쟁 전야가 다시 찾아온다. “오는 8월 한미 연합군의 연례적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이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연합뉴스 6월 17일 인용) 시간이 없다. 우리 정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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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신부님에게 전수한 특별한 법(法)

스님이 신부님에게 전수한 특별한 법(法)

 
청전 스님 2013. 06. 18
조회수 4추천수 0
 

 
법을 전하다
 
불가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전승해준다는 법이 있다.
2600년 전 우리 부처님으로부터도 연원된다. 선가(禪家)에서는 달마대사가 혜가에게 전한 전법 일화가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건이 필자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즉 나도 법을 전한 것이다.
 
이거 이글 쓰려니 좀 긴장이 되네그랴. 나 같은 비렁탱이 어설픈 스님이 법을 전수해주다니... 필자에겐 많은 손님이 오는데 그 중 당연히 성직자 신분의 손님이 많다. 주로 한국에서 오시는 스님들로부터, 신부님, 수사님, 수녀님, 목사님, 원불교의 정녀님 등등 참 종교적인 신분은 다르지만 한마음의 맑고 착한 이 시대의 훌륭한 성직자분들이다. 난 이분들에게 늘 많이 배운다.
 
필자가 이곳 티벳 사람들과 함께하니 초대 받았을 때도 음식에 고기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또 특별히 티벳 승가에서 고기를 금하지는 않는다. 그 나라 자연 풍토에 인연되는 식사법이기도 하다. 이곳에 자리하며 처음 무척 놀란 것 중의 하나는 스님이 푸줏간에서 고기 사는 모습에서였다. 또 처음 양고기를 대했을 때의 역겨운 냄새라니!! 양고기는 우리 한국 땅에서 구하기가 좀 어려운 시절에서 자라다가 여기 와서 처음이기에 더욱 그랬으리라. 세월감에 자연스레 양고기를 먹게 되다가 이젠 내 손으로 요리까지 한다. 티벳 스님이나 라닥 노스님이 모이면 손수 걷어 부치고 직접 내가 요리를 하기도 한다. 여기에 우리 고추장 된장을 넣고 하면 그 양고기 특유한 역겨운 냄새가 없어져 먹기가 한결 낫다. 한번은 기상천외의 웃음보의 얘기를 팩스로 몇 군데 보냈던 적이 있다. 내용이란 라닥 노스님들이 찾아오셔 양고기 요리 맛있게 해서 먹고 있는데 얼마나 맛있는 요리였던지, 내 방의 불단에 모셔둔 부처님까지도 내려와 “너희만 묵냐. 나랑 함께 먹자.”고 했다는 어쩌구니 없는 글이었다.
 
축소2양고기김명진기자.jpg
*양고기 꼬치구이/자료사진/한겨레 김명진 기자
 
 
한번은 어느 수도원의 수도원장 신부님이 여기 다람쌀라에 올라 오셨다. 당연히 함께 식사도 하며 서로간의 종교 수행상의 영성에 관한 대화에서 깊어지는 상호 이해와 조화를 함께 한다. 그 수도원장 신부님은 로마에서 오랫동안 공부를 하다 보니 당연히 양고기 맛을 아신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례학으로 학위까지 이수하셨단다. 한국에서는 거의가 소고기 정도에 양고기 요리하는 식당이 드물다며 함께 양고기를 해먹자고 결의, 난 나름대로 신이 나서 정성껏 준비를 한 것이다. 한번 잡수시더니 당장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어떻게 만드느냐며 탄성과 함께 아주 맛있게 드셨다. 그리고는 이 요리법을 배우겠다는 것이다. 결국 나의 요리법, 탄젠트 코싸인을 맞추어 인도 양념을 사용하는 법, 무엇보다도 고기 요리에 빠져서는 안 될 생강부터 넣어야하는 이유 등등 시범을 보여주며 다시 한 번 함께 요리를 했다.
 
끝내 필자가 전수해준 법이라는 게 양고기 조리법이었다.
스님이 되어가지고 그것도 고기 요리법이라니! 또 전수해준 분이라는 게 신부님이라니!
생각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스님이 신부님께 양고기 요리법을 전하다.” 이거 오해하기 쉽겠다. 그러나 거짓 없이 위선하지 않고 이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를 써봤다.
 
이후 한국에서 만났다. 물론 그 신부님이 원장으로 계신 수도원, 이왕이면 식사도 함께 하자며 날짜를 미리 잡아 방문 한 것이다. 기대하고 찾아간 수도원의 식당에서다. 아이 배고파 어서 기도 하고 밥 묵읍시다며 재촉했다. 기도가 끝나자마자,
“신부님 나 오늘 이거 밥 못 먹겠네요.” 하니 화들짝 놀라며 좀 놀라운 듯,
“아니 왜요?” 조심스레 묻는다.
“이게 국이 뭡니까 미역국이!”
“오늘 특배리 스님 오신다고 미역국을 우리 형제 수사님이 준비한 건데요, 아이고 그럼 무슨 국을..........”
“당연히 쇠고기 국을 끓여야지요!”
식당안의 모든 수도원 식구가 와 하고 웃었다. 일부러 긴장을 풀고 맛나게 먹으려던 나의 개그가 성공한 것이다. 식사 후 한 수사님이 시님 다음에 오시면 진짜로 쇠고기 국을 준비하지요 하신다. 나중에 젊은 수사님들과 얘기를 나누는 중에 한분이 내 귀에 대고, “우리 원장님 별명이 선임하사거든요. 스님도 그와 어쩌면 그리 똑 같은 분위긴가요.” 라고 한다.
요즘 들리는 소문으로 신부님께서 후배 수사님들의 깊은 영성수행을 위해 지리산 안쪽에 명상원을 짖는다고 한다. 기대가 크다. 실로 명상은 이 시대 인류 차원의 누구에게나 필요한 자기 수련인 실천 방법인 것이다.
 
축소2청전스님푸줏간삼형제.jpg
*푸줏간 삼형제
 
그런데 필자가 아래 시장가서 양고기 사오는 푸줏간이 딱 정해져 있다. 25여년이다. 푸줏간을 삼형제가 운영한다. 인간적인 신뢰 속에서 믿음이 가고 그 분들의 온화하고 편안한 얼굴 모습에서 그 집만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이젠 정말 공부 잘하여 법(法)을 전해야지 않겠는가.
필자는 스스로 나를 장님이라고 한다. 법에 대해서 너무 캄캄하니까. 언제나 남의 눈을 띄워 주고, 남을 편케 할 보편적인 진리의 법을 전해 볼까나?
 
청전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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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정조사 거부? 국민이 핫바지인가

 

 
국정원 국정조사 거부? 국민이 핫바지인가
 
[분석] 靑-사정라인 ‘형님 아우‘ 사이, 이래서 국정조사 필요한 것
 
육근성 | 2013-06-17 09:24:3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정치경찰과 정치검찰의 합작품이었다. 검찰 수사는 국정원의 국기 문란 행위에 필적할 만큼 법치의 기본을 무시한 것이었다.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진행된 선거테러이건만 애당초 경찰은 사건을 은폐하려 했고, 검찰은 증거인멸과 도주 기도 등 구속사유가 명확한데도 불구속 기소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법치 국가 맞나? 검찰수사 의혹만 증폭시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만 불구속 기소했다. 범행에 직접 가담한 국정원 간부 2명과 직원들은 기소하지 않은 반면, 국정원 대선개입 사실을 외부와 민주당에 알린 전직 국정원 직원 2명 등 ‘공익제보자’에 대해서는 선거법위반으로 기소했다. 황당한 검찰이다.

법 적용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철저히 무시해가며 권력의 눈치만 살핀 경찰과 검찰이다. 수사를 한 게 아니라 의혹만 더 키우고 말았다. 증폭된 의혹들이 부지기수다.

▲왜 증거인멸과 도주를 기도한 원 전 원장을 구속기소하지 않은 걸까.

▲댓글 공작 지휘라인에 있었던 국정원 간부 두 명과 직접 댓글 작업을 수행한 직원들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이라는 면죄부를 줬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검찰 누르기’와 수사개입에 대한 진상.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사 검사에 대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사실상 사건의 ‘몸통’일 수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수사할 의지가 없었다.

▲부하직원의 수사를 방해하고 증거를 인멸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한 배경.

▲김용판 전 청장의 불구속이 TK라인의 외압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

▲광범위하게 이뤄진 증거인멸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 많은 의혹들을 묻고 넘어가려 했다. 이제 ‘국정원 게이트’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벌여야 하고, 국민들은 ‘촛불정신’으로 박근혜 정권을 압박해 이번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靑- 사정라인 '형님 아우' 사이, 이래서 국정조사 필요하다

국정조사가 꼭 필요한 이유는 많다. 박근혜 정부의 사정라인이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검찰에게 정부의 입장을 개진하고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그리고 수사지휘권으로 검찰총장을 움직일 수 있는 법무부장관 등이 형님, 아우 하는 사이다.

이러니 정권과 관련된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겠는가.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이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공조’가 활발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정권과 관련된 검찰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된 셈이다.

청와대와 사정라인의 핵심 모두 성대 법대 동창회 출신이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성대 법대 64학번으로 정홍원 국무총리와 동기다. 허 실장이 2005년부년부터 2008년까지 성대 법대 동창회장을 지냈고, 정 총리가 허 실장을 바통을 이어받아 2010까지 회장을 맡았다.

황교안 법무부장관도 성대 법대 출신. 77학번으로 정 총리 뒤를 이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법대 동창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회장은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의원(73학번)이다. 검찰에 청와대 입장을 개진하는 창구인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성대 법대 출신(79학번)으로 성대 법대 동창회 변호사 동문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번 검찰의 부실 수사 또한 이들 ‘성대 선후배’들의 합작품일 수 있다는 설이 무성하다. 검찰의 수사발표가 있던 날 첫 고위 당정청 회동이 있었다. 정홍원 총리와 허태열 비서실장, 황우여 당 대표 등이 극비리에 모여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내용은 비밀에 붙여졌다. 정원 검찰 수사결과 발표 이후의 사태에 대한 전략이 논의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태의 책임 박 대통령에게 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 중 하나가 박근혜 대통령이다. ‘대선 개입 댓글은 없다’는 경찰의 황당한 발표를 근거로 당시 문재인 후보를 강하게 몰아세운 바 있다. 허위 사실을 근거 삼아 야당 대선 후보를 공격한 것이다.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는지 증거도 없는 걸로 나왔다... 성폭행범이나 쓰는 수법으로 고의로 (국정원 여직원의) 차를 받고, 2박3일 감금한 것은 인권침해 아닌가. 국정원 여직원은 컴퓨터 등 증거를 다 내놨는데, 민주당은 하나도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문재인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 (박근혜 - 2012.12.16 대선후보자 TV토론)

 

이제 어찌할 텐가. 국정원의 조직적 정치·대선 개입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 후보 책임져라”고 외쳤지만 정작 책임져야할 사람은 박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았으면 무릎 꿇고 정중하게 사과라도 하는 게 도리다. 이런 의미에서도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새누리 국조 거부, 망발과 오리발 뚱딴짓소리까지

국정조사는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지난 3월 17일 난항을 거듭하던 정부조직법개편안에 대해 여야가 타결을 보며 한 약속이 있다. “검찰 수사가 완료되면 즉시 국정원 댓글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실시한다”고 합의하지 않았는가. 국민을 증인 세운 합의인 만큼 이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이 딴 소리를 하고 있다. 윤상현 수석부대표는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식의 망발을 했고, 김태흠 대변인은 “원 전 원장 선거법위반 적용 재검토”를 주장했다.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는 “국정원 사건은 대북 심리전과 북한의 사이버 공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대선 개입이 아니다”라며 의혹 자체를 뭉개려 한다. 당시 국정조사에 합의했던 이한구 전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국정조사가 불필요한 것 아니냐”며 뚱딴짓소리를 늘어놓았다.

핑계는 물론이고 오리발도 예사다. 재판 중인 사건인데 국정조사를 하게 되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느니, 국정원 여직원 감금 의혹과 국정원 직원들의 기밀 누설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아직 수사는 끝난 게 아니라 ‘진행형’이라며 몽니를 부린다.

분노한 시민과 네티즌

이러자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섰다. 지난 15일 다음카페 ‘불법당선 대통령 하야 추진 위원회’는 종로 보신각 앞에서, ‘부정선거 진상규명 시민모임’은 광화문에서 각각 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질 것과 국회의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국정조사 서명운동이 진행돼 큰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국정원 게이트’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문재인 의원도 어제(16일) 입을 열었다. “부정선거로 몰아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검찰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에게 “제대로 수사하게 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게 해서 그것으로 국정원과 검찰이 바로 서게 만드는 계기로 만들어야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은 핫바지가 아니다

그렇다. 박 대통령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들의 국정조사 요구에 응해야 한다. 법무부장관과 민정수석이 수사에 압력을 가했는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원 전 원장의 배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사건의 키를 쥔 국정원 간부와 직원들을 왜 기소하지 않았는지, 모든 진상이 밝혀지는데 적극 협조해야 할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있다.

국정조사를 거부할수록 의혹만 더 증폭되며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국정조사 거부는 곧 박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검찰 등 모두가 원 전 원장과 공범이라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망발과 망동을 거두고 국민과의 약속인 국정조사에 협조해야 한다. 오리발 내밀며 버티다가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국민은 핫바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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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되자, 원세훈 "국정원 한 일에 자부심 가져달라"

검찰 공소장에서 추가로 발견된 원세훈 지시·강조말씀

13.06.17 20:27l최종 업데이트 13.06.17 21:27l
강민수(cominsoo)

 

 

"국가정보원의 할 일은 대북첩보 수집, 종북 세력 척결이며,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서 국정과제 지원은 당연한 업무로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 (2013년 1월, 전부서장회의)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이 퇴임을 앞둔 올해 1월, 전 부서장회의에서 남긴 말이다.

불과 한 달여전인 2012년 12월에 민주당 등의 추적으로 국정원 심리정보국 소속 김아무개씨의 불법적 활동이 노출된 상태였음에도, 그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동안 국정원이 벌여온 인터넷 여론조작을 이렇게 정당화했다. 불법적인 인터넷 여론조작으로 드러난 활동에 자부심을 가져 달라는 취지의 발언은 그가, '국가안보기관'이 아닌 '정권안보기관'의 수장으로 일해왔음을 보여준다.

원 전 원장의 이 발언은 지난 14일 검찰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발표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서 추가로 공개됐다. 발언은 원 전 원장이 전부서장 회의에서 지시하거나 국정원 내부 전산망에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이하 원세훈 지시)으로 게재된 내용이다. 전부서장회의는 국정원 본부의 각 실·국장 이상 간부와 전국 지부장이 참석하는 자리다. 지난 3월 진선미 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원세훈 지시 25건이 공개된 바 있다(관련 기사: "민노총·전교조 등 국내 내부의 적...우리가 앞장서서 대통령님 진의 적극 홍보").

검찰에 따르면 원세훈 지시는 매달 열리는 전부서장회의와 일일 아침 브리핑과 내부 전산망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통해 전달됐다. '말씀'은 이종명 3차장과 민병주 심리정보국장(검찰은 '심리전단장'으로 표현)을 통해 사이버팀장에 이어 팀원의 순으로 지시가 전달되며, 직원들은 인터넷상의 활동을 통해 그 활동 내역을 지휘체계 역순으로 원 전 원장에게 보고했다.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종북세력 끌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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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조사 받고 나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4월 29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전 12시 20분경까지 14시간여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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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원 전 원장은 2009년 5월, 국정원장으로 취임한 뒤 연 첫 전 부서장 회의에서 앞으로 국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당시는 국정원 3차장 산하의 심리전단을 독립부서로 편제하고, 사이버팀을 두 개의 팀으로 확대했을 때다.

"우리의 임무는 국시를 지키면서 정부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인 만큼 넓은 시각에서 국가정보업무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는 상황이 다르므로 민주적이고 국민 지지를 받는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그간 위축됐던 국가정보원의 업무를 좀 더 공격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2009년 5월 15일)

바로 이명박 정부의 홍보기관이자 정권연장기관이 되자는 것이다. 국가안보에 관한 정보 수집, 배포와 수사라는 국정원 직무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수행을 지원하고 국정을 방해하는 세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그것도 "넓은 시각에서 공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같은 지시와 함께 원 전 원장은 종북세력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나온 원세훈 지시를 보자.

"업무 수행과정에서 보수, 진보 분류를 형식적, 도식적으로 할 필요가 없으며,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 국정 수행이 제대로 되도록 협조하는 측과 이유 없이 이를 흔들려고 하는 측을 잘 판단해야 한다."

이후 원세훈 지시에는 '종북좌파'를 보는 원 전 원장의 적대감이 드러났다. 특히 2011년 1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진선미 의원이 폭로한 '박원순 영향력 제압' 문건이 실제 국정원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재보선에서 서울의 경우, 비정당, 비한나라당 후보가 시장이 됐는네 그쪽에서 내놓은 게 문제다. 두 번째 공약이 국가보안법 철폐하겠다는 거고, 세 번째가 국가정보원 없애겠다. 이런 쪽에 있는 사람이 시장이 됐는데 우리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2011년 11월 18일)

2010년 1월에는 "지방선거가 이제 있는데, 좌파들이 북한 지령 받고 움직이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사람들에 대한 확실한 싸움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후 확실한 대책을 말한다. 2011년 10월 21일에는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종북세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인터넷 자체가 종북좌파 세력들이 다 잡았는데, 점령하시다시피 보이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을 우리가 제대로 안 세우고 있었다. 전 직원이 어쨌든 간에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해서 그런 세력들을 끌어내야 된다."(2011년 10월 21일)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종북세력 대응이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국정 수행에 비협조적인 사람과 단체 모두를 종북세력 내지 그 영향권에 있는 세력이라고 규정했다"며 "그 결과 종북세력 대처를 강조하면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시민단체, 노조 등에 대해서 종북세력과 동일시, 국정 홍보 과정에서 공박 대상으로 삼을 것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선거에 대응 못하면 국정원 없어진다는 엄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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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국정원 의혹 관련 수사 발표 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통령 선거 운동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은 기소유예한다고 발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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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나온 선거개입 발언은 노골적이다. 원 전 원장은 지난 제19대 총선을 두 달 앞두고서는 "진짜 금년 한 해가 아주 중요한 한 해 아니냐"며 "이제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고 종북 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가지고 어떻게 해서든 다시 정권을 잡을라 그런다"고 말한다. 이어서 원 전 원장은 "확실하게 조치를 하고 대응을 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국정원이 잘 못 싸우면 국정원이 없어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18대 대선을 6개월 앞두고는 "종북세력이 활개치고 있는데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모두는 새로운 각오로 이들이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국정원의 존재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을 그렇게 많이 하고도 제대로 평가를 못받는 정부가 지금 현재 이 정부 같다. 우리 정부가 과연 홍보에 제대로 신경을 썼느냐, 정말 제대로 싸워 왔느냐 그거에 대해서는 우리가 반성도 해야 한다... 그래서 계속 홍보에 대한 여러 번 지적도 하고 지시도 했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어요. 진짜 금년 한 해가 아주 중요한 한 해 아닙니까. 이제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고 종북 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가지고 어떻게 해든지간에 다시 정권을 잡을라 그러고.

야당이 되지 않는 소리하면 강에 처박아야지 4대강 문제라 뭐 이렇게 떠들어도 뭐. 일은 죽도로 해놓고 여태까지 여러분들 보니까 일은 우리가 했는데 왜 우리가 가만히 있어...우리가 좀 확실하게 조치를 하고 대응을 하는 금년 한 해가 돼야 한다. 우리 국가정보원은 금년에 잘 못 싸우면 국가정보원이 없어지는거야 여러분들 알잖아."(2012년 2월 17일)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뿐 아니라 국내 종북좌파를 척결하는 것은 물론 그 동조세력들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할 것임. 종북좌파 세력들이 국회에 다수 진출하는 등 사회 제 분야에서 활개치고 있는데 대해 우리 모두는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함. 직원 모두는 새로운 각오로 이들이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국정원의 존재의미를 찾아야 할 것임."(2012년 6월 15일)

검찰은 지난 14일 원 전 원장을 기소하며 "국정원의 고유기능인 대남심리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은 물론 북한의 동조를 받는 정책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과 단체도 모두 종북세력으로 보았다"며 "이같은 그릇된 인식하에 국정원 직무 범위를 넘어선 불법적인 지시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에게는 공직선거법 제85조 1항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항목과 국정원법 제9조 '정치관여 금지' 항목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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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무기 없는 세계 말로 되는 것 아니다

 

 

 

북, 핵무기 없는 세계 말로 되는 것 아니다
 
미국 핵무기 지배정책 종식 시켜야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6/17 [15:29] 최종편집: ⓒ 자주민보
 
 

북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을 거론하며 미국의 핵무기에 의한 세계지배정책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최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연례보고서를 발표하여 핵 대국들이 여전히 핵탄두와 운반수단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지적하였다.”며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로씨야(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디아(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보유한 핵 무기수는 1만 7,26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 수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사용가능한 핵 무기수는 4,400개로서 큰 차이가 없으며 그중 2,000여개는 즉시 발사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한다.”고 우려했다.

로동신문은 “보고서는 수많은 정치가들이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해 외치고 있지만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거의 동시에 최신핵무기운반체계를 실전배비하거나 그러한 계획을 발표하고 일부 핵보유국들이 지난해에 비해 핵무기수를 늘인 사실에 우려를 표시하였다.”면서 “이를 놓고 한 전문가는 핵보유국들이 진정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평하였다. 알려진 것처럼 냉전의 종식을 계기로 세계적인 전략구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국제무대에서 주도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대국들 사이의 암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특히 미국은 세계《유일초대국》행세를 하면서 주권국가들의 자주권을 마구 침해하고 공정한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등 안하무인격으로 놀아댔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다른 일부 상임이사국들이 그에 대처하여 핵탄두와 운반수단의 현대화를 본격적으로 다그쳤다.”며 “한마디로 미국의 강권과 전횡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핵무기현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냉전의 종식이 핵 군비경쟁에 종지부를 찍은것이 아니며 막 뒤에서 은밀히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국의 은밀한 핵개발 추진을 지적했다.

신문은 “핵무기가 세상에 출현한지 근 70년이 된다. 냉전이 지속되고 여러 지역들에서 크고작은 전쟁들이 많이 있었지만 핵무기보유국들만은 군사적 침략을 당하지 않았다. 이것은 핵무기가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해당 나라의 지위와 힘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이 불순한 목적을 노리고 핵무기현대화에 누구보다 극성을 부리고 있다. 보도된바와 같이 지난해 12월 미국은 네바다의 지하시험장에서 임계전핵시험을 진행하였다. 오바마 행정부하에서 임계전핵시험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되기는 4번째라고 한다. 미국은 세계여론의 비난 속에서도 핵 분열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핵폭발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포괄적 핵시험 금지조약에 부합된다고 주장하면서 임계전핵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핵시험을 가장 많이 하였으며 또 핵무기를 유일무이하게 사용한 나라이다. 게다가 미국은 영국 등 나라들과 공동으로 임계전핵시험을 진행한바 있다. 한편 미국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안전성, 유효성을 확인할 목적 밑에 플루토늄을 사용하여 핵무기의 성능을 조사하는 새로운 형식의 시험을 진행하였다.”고 고발했다.

또한 “핵 운반수단들을 현대화하기 위한 대국들 사이의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

미국은 미사일방위체계의 일환으로 대륙간탄도미싸일시험발사를 해마다 여러 차례 진행하고 있다.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계속되는 시험발사는 세계평화와 안전을 파괴하고 새로운 군비경쟁을 불러오는 행위“라며 ”전략적 안전수호를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핵보유국들이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각이한 성능을 가진 핵 운반수단들에 대한 연구 사업이 심화되고 상대방의 미사일방위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미사일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것은 미국에 의해 핵군비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로 된다.“고 폭로했다.

이어 “문제는 핵 시험을 제일 많이 하고 위성발사도 제일 많이 하고 있는 미국 등 나라들이 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권국가들의 평화적 핵 활동과 위성발사권리를 빼앗으려 하고 있는데 있다.”며 “실례로 미국이 중동평화의 암적 존재로 낙인된 이스라엘의 핵보유에 대해서는 못 본 척 하면서 이란의 평화적 핵활동을 놓고 시비를 거는 것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양면주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이스라엘이 보유하고 있는 핵 탄두수만 해도 80개에 달한다. 추종세력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문제시하지 않고 저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나라들의 평화적 핵 활동을 문제 삼아 《범죄자》취급을 하려 드는 것은 미국의 정체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다.”고 강조했다.

로동신문은 “핵보유국들이 책임적인 입장에 서지 않는다면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핵대국들이 핵무기현대화 등을 추구할수록 군비경쟁의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고 그만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이 파괴될 것은 뻔하다. 현실은 미국의 핵무기에 의한 세계지배정책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의 지배정책의 종식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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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재 통일, 국회 외통위서 '위증' 사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6/18 09:12
  • 수정일
    2013/06/18 09: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천해성 실무회담 수석, 합의서 초안에 '통전부장' 명기 시인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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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18 02: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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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당국회담 문산 등을 다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17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위증 문제로 파행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남북 당국회담 무산을 따지는 과정에서 류길재 통일부장관의 위증이 문제가 돼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가 정회된 채 파행으로 끝났다.

 

홍익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후 5시에 속개된 회의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지난 9-10일 판문점 실무접촉에서 수석대표를 맡았던 천해성 통일부 정책실장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 다른 답을 확인했다.

△ 홍익표 의원 : 장관께서는 김양건 통전부장을 나와 달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고집하지 않았다고 했죠?
▲ 류길재 장관 : 그렇습니다.
△ 홍의원 : 문서로 제출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초안으로.
▲ 류장관 : 안 했습니다.
△ 정말로 안 했습니까?
▲ 안 했습니다.

△ 홍의원 : 천해성 정책실장 답변 부탁드립니다. 문서로 제출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초안 형태로 우리가. 김양건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는 문서를 제시했습니까? 안했습니까? 이거 위증하시면 안됩니다. 통일부가 이걸 위증하면 중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 문서 형태로 김양건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문서를 북측에게 제시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문서로 제출했습니까? 안했습니까?
▲ 천해성 실장 : (류길재 장관과 귓속말을 나눈 뒤) 통일부 정책실장 천해성입니다. 제가 실무접촉을 마치고 돌아와서 말씀을 드린 바가 있습니다. 저희가 생각할 때 남북 간의 현안문제를 협의 해결하기 우해서, 우리가 보기에 통일부의 통일부 장관과 북측의 통일전선 부장이 적절한 대화 상대방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를 했고, 그와 관련해서 우리측 초안에 그렇게 이름이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직책을...
△ 홍의원 : 통전부장 직책 들어가 있죠? 우리 문서 초안에.
▲ 천실장 : 네.
△ 홍의원 : 그걸 왜 지금까지 숨기셨어요?
▲ 천실장 : 숨긴 바가 없습니다. 저희가 숨긴 바는 없고요. 다만 회담 진행 과정에...

△ 홍의원 : 아니, 문서형태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금 통일부가 이야기했지 않습니까? 그동안. 장관도 그러셨잖아요. 오전에? 그랬습니까? 안 그랬습니까?
▲ 류장관 : 네. 그렇게 답했습니다.
△ 홍의원 : 그럼 지금 천해성 실장 답하고 장관님 답이 안 맞지 않습니까?
▲ 류장관 : 저희들이 김양건이라는 이름을 박지는 않았습니다.
△ 홍의원 : 아니,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김양건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거죠. 그러면 “대한민국 대통령하고 회담해야겠습니다”하면 박근혜라는 이름이 안 들어가면 박근혜가 아닙니까? 다른 전두환 대통령입니까?
▲ 류장관 : 우선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말씀 드린 점은 정확하게 제가 사실관계를 정확히 기억을 못해서 제가 그렇게 말씀드린 것으로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 홍익표 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 통일뉴스]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되자 북측은 13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아예 우리 당중앙위원회 비서의 이름을 저들 합의서초안에 북측대표단 단장으로 박아넣는가 하면 지어 개성공업지구 잠정중단사태에까지 련결시키면서 심히 중상모독하는 횡포무도한 도발도 서슴지 않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러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우리측 합의문 초안에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적시하지 않았다고 계속 부인하다 천해성 실장의 발언 이후 입장을 바꿔 사과했다.

류길재 장관은 외통위 위원장을 대리해 의사를 진행하던 정문헌 새누리당 간사가 해명의 기회를 주자 “변명의 여지가 없이 홍익표 의원이 말한 그런 부부들에 대해서 제가 기억을 하지 못한 점이 있음을 분명히 시인을 한다”면서도 “다만, 저희가 회담과정에서 저희 정부가 김양건 통전부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제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씀드린 것이고, 그 연장선에서 합의서 초안에 저는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착각을 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여전히 모순된 주장을 되풀이했다.

홍익표 의원은 “이렇게 사실관계가 정확치 않기 때문에 자꾸 우리가 북측에 불필요하게 공격을 받고 남쪽에서도 서로 간에 오해가 생기고 공격받고 통일부가 불필요하게 오해를 받고 하는 것”이라며 “원칙있는 회담을 하겠다고 하니 이제 스스로 족쇄에 걸렸기 때문에 앞으로...통전부장이나 최소한 정치국 후보위원급이 안 나며오면 통일부 장관은 회담 못하겠다”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오늘 오전부터 (오후) 5시 반까지는 위증을 한 것”이라며 “‘명시하지 않았다’. ‘고집하지 않았다’. 이 말은 정확하게 위증”이라고 규정하고 “통일부 장관이 사과는 했지만 그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정회를 요구했다.

 

   
▲ 류길재 통일부 장관. [자료사진 - 통일뉴스]
한편, 심재권 민주당 간사는 “조평통 서기국은 민주평통 사무처와 같은 거라고 통일부에서 말한 바 없다고 그랬다”며 <연합뉴스> 6월 12일자 보도를 제시하며 “이 당국자가 누군지 밝히고 이 자리에서 증언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홍익표 의원은 문제의 이 발언은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백브리핑(배경설명)을 하면서 나온 것이라고 적시한 바 있다.

홍익표 의원은 <통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통일부 장관은 사고 내지는 기억이 불확실했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문제는 이미 국회가 열리기 전부터 실무회담이 파행되는 과정에서 핵심쟁점이 됐는데, 통일부 장관이 기억을 못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이것은 국회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위증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남북 실무회담 과정, 당국회담 파국 과정에서 정부가 사실관계를 좀더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단순히 급과 격이 안 맞아서 회담이 깨졌다는 것은 조금 설득력이 떨어지고 그 과정에서 통일부, 또는 실제로 여러 가지 면에서는 국정원의 개입설이 있기 때문에 진실이 분명이 밝혀져야 된다. 특히 우리 정부가 회담을 하려고 했는지 진정성 문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측 통일전선부 김양건 부장을 장관급 회담 상대로 지목해 실무접촉이 파행되고 본회담이 무산돼 논란을 자초했던 통일부가 이제 장관의 국회 위증 문제로 홍역을 치르게 돼 파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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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

법륜 스님의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

 
조현 2013. 05. 16
조회수 31005추천수 0
 

 

법륜 스님과 조현-.jpg

방송 진행자인 조현 기자와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법륜 스님. 사진 <평화재단> 제공

 

 

<한겨레> 창간 25돌 기념 대담

 

떨어지는 낙엽도 예쁘듯
늙는 것 자연스럽게 수용
죽음에 대한 두려움 깨야

남한테 신세졌으면 좀 갚고
움켜쥐고 집착한 것 있으면
훌훌 털고 베풀면서 살아야

 

 한 나라의 왕자로 태어난 고타마 싯다르타는 출신과 능력, 외모 무엇하나 남부럴울게 없었다. 모두의 부러움을 산 ‘엄친아’였다. 그런 그가 당시로선 중년을 앞둔 29세에 모든 스펙을 버리고 집을 떠났다. 왜였을까. 어느 날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실상을 목도한 그는 스펙도 부도 권력도, 신조차도 생노병사의 고통을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위기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이를 극복할 길을 찾아 떠났다.


 그 동안 식민과 전쟁, 가난, 독재의 와중에서 생존을 위해 달리기에만 급급했던 한국인들에게도 싯다르타의 위기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서고 있다. 최대 축복으로 찬양되던 장수 시대로 진입했지만, 오히려 불안은 커져간다. 금융회사들은 불안마케팅으로 노후를 맞는 대중들의 불안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자포자기와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민 우울시대다.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피할 수 없어 우울한 현대인들에게 내세가 아닌 현세에서 보다 평안하고 행복해질 길이 있을까.

 <한겨레> 창간 25돌과 ‘부처님 오신날’(17일)을 맞아 한겨레티브이가 정토회 지도법사이자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60) 스님을 초청해 그 길을 물었다.‘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이다. 지난 7일 서울 서초동 평화재단 강당에서 진행된 첫 대담은 주로 ‘죽음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에 집중됐다.
 

 

 

 

 

 

 

 

 

 

불교는 ‘생사일여’(삶과 죽음이 하나)라며 죽음을 최고의 평화인 열반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그는 불교에 입문한 뒤 10여년이 지난 1970년대말 유신말기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받으며 생명의 위협에 맞닥뜨렸을 때 “두렵고 왜소해지고 비굴해지는 자신을 봤다”고 고백했다.

 

 그는 중고등학교에 재학할 때까지 100미터 달리기만 해도 온 몸에 파랗게 반점이 생길만큼 허약했다고 한다. 늘 죽음을 머리에 이고 살았던 셈이다.

 

그는 “생명이 있는 것이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도 하나의 법칙이 있어 지속하려는데, 이를 중단시키려들면 저항이 따른다는 것이다.

 

 “산토끼 같은 들짐승도 죽이려하면 도망가고 발바둥친다. 그러나 수명이 다해도 그런가. 자연스럽게 생명이 다할 때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의 죽음관은 ‘자연스러움’에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세상이 지속가능하려면 태어남만 있어서는 유지될 수 없다고 한다. 태어남은 있는데 죽음이 없다면 이치에도 맞지않는다는 것이다.

 

 인생의 불운을 행운으로 돌리는 것은 수행이 주는 축복이다. 그는 “남들은 70~80년을 살겠지만 내 수명은 40 전후쯤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점이 오히려 열심히 사는 계기가 됐고, 그 이후 삶은 덤으로 여기게 됐다”고 했다.

그에게 “지금 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게 된다면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느냐”고 물었다.
“만약 당뇨병 환자가 당이 떨어져 쓰려졌다면 사탕을 먹이든지 링게르를 꽂아 회복시켜야 한다.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가 부러지거나 기절했더라도 병원에 가서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돼 뇌사에 이르렀다면 자연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그것은 나든 남이든 마찬가지다.”

 

그는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는 것도 생명 존중 사상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그 명이 다해서 죽어가는 것을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의 관심은 천국이나 극락을 보았다느니 내세는 없다느니 하는 관심이 지대하다. 그러나 그는 “문제의 핵심은 ‘죽느냐 안죽느냐’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임을 분명히 한다. 자신이 영원히 사라져버릴까봐 두려워하는 인간들이 어떻게 그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얼음으로 만든 구슬을 가지고 놀던 아이가 밖에 나갔다 돌아와보니 얼음구슬이 물이 돼 있다면 아이는 구슬이 없어졌다거나 물이 생겼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없어졌다거나 생겨났다고 생멸을 인식하지만 존재 자체는 없어진 것도 생긴 것도 아니다. 변화된 것일 뿐이다.”

 그가 말하는 것은 ‘존재의 실상’에 대한 깨달음이다. 존재란 본래 생겨남과 사라짐이 없이 변할 뿐이라는 것이다.  


 “두려움 때문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두려움이 사라지고 나면 꿈과 같은 것이다. 꿈 속에 살 때는 좋은 꿈이 있고, 나쁜 꿈이 있지만 인식의 오류에서 벗어나면 두려움은 꿈일 뿐이다.”

 그는 “봄에 피는 새잎도 예쁘지만 여름에 무성한 잎도 예쁘고, 가을 단풍도 예쁘고, 떨어지는 낙엽도 예쁘다.”고 했다. 그는“늙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이가 들면 주름살도 생기고 눈도 좀 침침하고 걸음걸이도 불편해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도 90살이 되어도 눈이 초롱초롱하고 피부도 탱클탱글해져야한다고 생각하니 늙어가는 것이 고통스러워지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은 과거에 대한 상처나 미래에 대한 불안에 머물며 현재의 자신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는 “병이나 육체적 통증은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없으니 아파하더라도 내게 주어진 삶의 현실은 그 어떤 것이든 좀 더 가볍게 기꺼이 받아들이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삶의 자세를 배워나가야만 고통을 줄여갈 수 있다는 것이다.

 

 2시간의 대담이 끝날 무렵 방청객의 60세 주부가 질문을 했다. 작년까지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를 했다는 그는 “임대주택에 살며 아이 둘을 기르느라 저축도 못해 2016년부터 20만원의 연금을 받는 것이 전부여서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법륜 스님은“몸은 누일 방이 있고, 밥은 안 굶고 살 수 있으니 다행이고, 나이 들면 많이 먹는게 몸에도 안좋다”는 유머로 가볍게 답변을 시작했다.

 

 “아직은 손자를 봐주든지 절에 가서 청소만 해줘도 한달에 20만~30만원은 벌어서 쓸 수 있는 나이다. 소박하게 생각하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사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길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이제 막 복지가 시작돼 앞으로 복지는 더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긍정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은 그의 주특기다. 그는 “남은 삶을 돈벌이만이 아니라 어떻게 봉사하고 기여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지금까지 60년 살아온 것보다 더 보람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노후의 불안’을 오히려 축복으로 뒤바꿔 주었다.

 

 “사람들은 ‘지나고 보니 대학생 때가 좋았네, 30대가 좋았네’ 한다. 그러면 나중에 70, 80이 되어선 60대가 좋았다고 할 것이다. 지금이 그 좋은 60대가 아닌가. 나이 들어서 좋은 게 얼마나 많은가. 학생 때처럼 머리 싸매고 공부 안해도 되지, 취직 안해도 되지, 결혼하려고 이 남자가 나은지 저 남자가 나은지 고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지, 아이를 안나아도 되지않은가. 다 큰 자식과 세상 걱정 할려면 끝이 없다. 이제 훌훌 털고 남은 삶을 덤으로 여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면서 입었던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고 가겠다는 자세로 작은 기여라고 할 수 있으면 좋지않은가.”


 법륜 스님이 두시간동안 손잡고 안내한 곳은 천국도 극락도 아니다. 그가 ‘1년 밖에 못산다는 암환자를 병문안하고 돌아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거나 미래로 도망치는 마음을 싹둑 베어내는 화두에 다름 아니다.

 

 “하루도 못살 사람이 1년이나 살 사람을 격려하고 위문했다. 결국 환자의 고통은 1년 밖에 못사는 게 아니다. 1년 밖에 못산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1년을 괴롭게 살다가 죽는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핵심은 1년을 사느냐, 100년을 사느냐가 아니다. 열흘을 사는 것도 소중한 인생이고, 100년을 사는 것도 소중한 인생이다. 1년 밖에 못산다고 할수록 그 하루하루를 더 기쁘게 살아야 한다. 남이 10년 사는데 자기는 1년 밖에 못살면 10년 살 사람보다 10배 더 기쁘게 살아아 한다. 이제 곧 죽으니 남 걱정할 것도 없고, 집착할 것도 없이 남한테 신세졌으면 좀 갚고, 남 칭찬 못했으면 칭찬도 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움켜쥐었으면 좀 베풀고, 이렇게 1년을 산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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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박근혜 책임 묻는 것은 문재인이 아닌 국민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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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3/06/17 09:40
  • 수정일
    2013/06/17 09:4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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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박근혜 책임 묻는 것은 문재인이 아닌 국민들’
 
편집부 | 등록:2013-06-17 09:25:4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정부 정통성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아예 전두환 등이 일으킨 '12.12군사반란'과 이번 사건을 같은 맥락으로 규정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왠지 '말의 성찬' 같은 느낌이다. 민주당은 16일 국회에서 '국정원사건 진상조사특위 및 국회 법사위원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수사 결과를 맹비난했지만, 운명을 건 일전은 피하는 모습이다. 특히 직접 당사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이제와서 박대통령에 책임 물을 순 없다"는 말도 했다.


박영선 "원세훈 불구속, MB정권 외압때문"

이명박 시장과 원세훈 부시장 시절 지난 2004년 10월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자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원세훈 행정1부시장.<오마이뉴스>

먼저 박영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선수사 축소수사를 지시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키로 한 것과 관련, "김 전 청장의 불구속은 TK 라인의 외압에 의한 불구속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뷰스앤뉴스>에 따르면, 박 의원은 "원 전 원장의 불구속이 MB와 MB 측근들의 외압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김용판은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대구 달서와 서울에서 출판기념회를 하며 (배후에 있는) 누군가를 협박했다"며 "김용판의 배후가 몸통이라고 본다"고 말해 진짜 몸통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의원은 "저희 당에 들어온 여러 제보의 정황으로 미뤄 김 전 청장과 박원동 전 국정원 국내담당총괄국장이 이번 사건에 있어서 분명 직거래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김 전 청장의 배후, 김 전 청장과 12·16 직거래를 했던 사람들에 대한 제보가 민주당에 있다"고 말해 또 다른 의혹을 추가 공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같은 기자회견에서 신경민 최고위원은 "이번 검찰수사결과만 갖고도 경찰과 국정원은 범죄집단이다. 60년대보다 이전 시대로 간 느낌이 들 정도로 국격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한 후, "처음부터 수사를 막아온 세력은 어느 나라 어느 별, 어느 하늘 아래에서 법학을 배우고 정치를 배웠나. 만주 변호사도 이렇게 안 한다"질타했다.-<뉴시스>'만시지탄' 민주 "대선은 12월16일 결판났다"


정청래 "대선 12월 19일 아니라 16일 결판"

김용판 '질문은 사양합니다' 지난해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수사할 당시 사건을 맡은 수서경찰서에 부당하게 개입해 수사를 축소시킨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조사를 받고 5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밖으로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특히 정청래 의원은 "이번 대선은 12월19일 결판났다기보다 12월16일 밤 11시에 결판났다. 결정적 순간은 바로 그때였다. 그때 역사의 물줄기가 뒤틀렸다"며 "정의와 불의, 진실과 거짓, 역사와 반동의 갈림길에 선 그 순간이 대선의 결정적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축소 지시한 것이 선거를 결정했다는 한탄이다. 문병호 의원도 "김용판이 그날 국정원 김하영 직원이 댓글을 달았고 국정원이 개입했다고 발표했다면 대선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재인 의원은 16일 출입기자들과 북한산 산행을 하면서 국정원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오마이뉴스>는 문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사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는 "(대선 당시에) 국가 정보기관이 특정 후보 당선은 막아야겠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선거를 좌우하려고 했던 거 아니냐"며 "그 일각이 드러났는데 경찰이 수집한 증거자료까지 파기해 왜곡된 발표를 한 것도 파렴치한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분노하고, 파렴치한 행위라고 말했지만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는 "그러나 이제 와서 박 대통령에 선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고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 "국정원 선거개입 파렴치 하지만 박근혜에게 책임 물을 수 없어"

그러면서 그는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게 하고 엄정하게 처리해 국정원과 검찰을 바로 서게 만드는 계기로 만들어 주면, 그것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언급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런 일을 단죄한다 해서 정권의 정당성이 흔들린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잘못된 과거와 용기 있게 결별하는 것만이, 정권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세우는 방법"이라며 원 전 원장을 단죄해야 박근혜 정부 정통성이 세워진다고 강조한 것에 비하면 발을 한 발 빼는듯한 모습이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16일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출입기자들과 함께 북한산을 오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마이뉴스>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문 의원 발언에 대해 누리꾼들은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기사에 대해 다음 누리꾼들은 "국민은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후보였던 문후보는 그렇더라도 사기당한 국민은 책임 물어야겠소", "우린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반드시 책임지는 사회가 되어야 우리 아이들한테 떳떳할 수 있습니다"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반응하고 있다.

트위터리안 @bul*****는 "박근혜대통령에게 선거책임 물을 순 없다는 문재인 의원의 역사인식에 문제가 없지 않다"면서 "멀게는 반민특위 친일 척결 좌절부터 가까인 DJ의 어설픈 전두환 방면 등, 역사에 대한 매듭을 한 번도 제대로 짓지 못해 결국 박근혜 정권까지 탄생시킨 마당에 또 다시 대인배 코스프레?"라고 비판했다.


누리꾼 "박근혜 책임 묻는 것은 문재인이 아닌 국민들"

@met******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말고는 부정선거의 실질적인 피해자인 국민이 결정한다"면서 "문재인 의원, 그대가 물을 수 있다, 없다 할 자격이 없다 그대는 단지 지지 않은 선거를 진 패배자일 뿐이다. 국민은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조사 실시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피해자는 국민"이라며 "범죄 저지르고 오래 숨고 감출수록 죄질은 나빠지죠. 대통령후보끼리의 '정'인가요? 사적인 정 보다 공적인 '정의'가 더 중요하다"고 문 의원 발언을 비판했다. @lee*****는 "민주당역사에서 장면은 박정희 쿠데타에, 문재인은 박근혜 불법선거에, 두 성공한 불법에 굴복한다? 수치스럽다"고 질탄한 후, "그러나, 정의로운 우리 국민은 굴복 안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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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얘기는 '핵, 포기할 수 있지만 값이 비싸다'는 것"

정세현 "北, 美 대화제의 안 받으면 4차 핵실험할 수도"

[긴급 인터뷰] "북한 얘기는 '핵, 포기할 수 있지만 값이 비싸다'는 것"

곽재훈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6-16 오후 6:15:24

 

 

북한이 16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미 고위급회담을 전격 제의했다. 한중 정상회담을 불과 열흘 남짓 앞두고 나온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긴급 인터뷰에서 북한의 메시지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토대 위해서 북미 회담을 하자'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담화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목적' 자체가 아닌 협상의 카드로 제시했다는 점을 짚으면서도, 북한이 핵 폐기의 대가로 과거보다 더 높은 값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향후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북한 요구하는 의제와 수준의 대화는 성사되지 않을지라도 "미국으로서는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급의 대화라도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향후 북미 대화 재개 국면에 대비해 한국 정부가 남북대화
복원을 통해 대북 영향력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격' 문제로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다음은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이날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원광대 총장은 북한 국방위 중대담화의 의도에 대해 '북핵 보유를 전제로 한 회담 제의'라고 분석했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北 국방위, '북한 핵=협상용'으로 성격 규정"

프레시안 : 북한이 '국방위 대변인 중대담화'를 통해 북미 고위급 대화를 전격 제의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정세현 : 우선 김정은이 제1위원장인 국방위원회의 대변인이 '위임에 따라' 발표한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이 중대담화가 김정은의 의지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고위급 대화를 제의한 것이 난데없는 일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담화 내용을 보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토대 위해서 북미 회담을 하자'는 논리다. 이때까지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절대 안 한다'는 분석과 '조건이 맞으면 포기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 담화에 이런 대목이 있다. "우리의 핵 보유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자위적이며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부분이다. 이는 '핵을 포기할 수는 있는데, 그 값이 비싸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면 곧 '북한의 비핵화'라고 생각하지만, 북한은 이를 다른 의미로 쓴다. 주한미군은 1991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이후 한국에 배치됐던 전술핵무기를 철수시켰지만, 미 항공모함이나 각종 군함들이 서태평양 해역에서 싣고 다니는 핵무기는 있다. 북한이 얘기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란 자신들의 비핵화에 더해 '미국도 비핵화하라. 최소한 북한 근처에는 미국 핵무기를 갖고 오지 말라'는 뜻이다.

즉 자기들만 핵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서태평양 지역의 미 해군이 보유한 핵전력이 한반도 전구(戰區) 내에 들어오지 말라는 것까지 포함하는 '조선반도 비핵화'가 확실히 이뤄진다면 자기들도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그런 뜻이다.

'김정일의 유훈'이라는 표현도, 김정일이 핵무장력을 강화하라고 한 것은 전략적으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보장받기 위해서라는 논리다. 미국이 핵을 내려놓도록 하기 위해서 자기들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고, 협상의 '카드'로써 핵무기를 건설해야 한다는 성격 규정이다.

"북한, 대화 요구 거부되면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

프레시안 : 그렇다면 북한이 요구한 북미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정세현 : 과연 미국이 '핵 군축 회담을 하자'는 요구까지 받아 주겠는가? 북한이 하는 얘기는 과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북한에 비핵화의 대가로 제시한 3가지(북미수교, 평화협정, 경제지원)에 한술을 더 떠 미군 태평양사령부의 대중, 대 러시아 군사전략까지 수정하라는 얘기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미 해군이 태평양에서 핵무기 싣고 다니는 건 북한 때문이 아니다. 또 북한도 (항공모함) 니미츠호에 싣고 다니는 그런 거라면 몰라도 하와이, 괌, 오키나와의 미군기지에 있는 것까지 시비를 거는 건 곤란하다. 북한에 핵이 몇 개나 있다고….

지금 북한이 한 핵실험 3번이 다 성공했다고 쳐도, 핵무기를 양산했다는 증거도 없는데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주면서 핵군축 회담을 열어줄 리는 없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주장을 내놓은 마당에 계속 무시할 수만도 없으니 결국 북미 간 물밑접촉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에도 미국은 북한이 세게 나가면 초동 단계의 대화 정도는 했다.

만약 미국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 북한은 핵실험을 또 할 수도 있고, 사정거리가 더 향상된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 지난 2월 핵실험 이후에도 북한 풍계리 근처에서 계속 움직임이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또 북한이 오늘 "조선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미국 본토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담보하는데 진실로 관심이 있다면" 대화를 하자고 했다. 미 본토의 안전을 거론했다는 것은 미사일 사거리가 상당히 늘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리와 1대1로 만나서 미국의 안전을 보장받으라' 이런 얘기다.

이런 위협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대화 제의를 귓등으로 듣지는 못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핵 없는 세상'을 걸고 들어가는 걸 봐도 '회담에 나오라'는 메시지가 강하다.

"북미대화 열린다면 시작은 2.29 합의가 될 것"

프레시안 : 클린턴 전 장관이 제시한 것은 사실 북한이 내심 바라던 것인데, 거기에 무리한 요구를 더 얹어서 내미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받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정세현 : 그게 핵심인데, 미국이 참 어렵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핵 없는 세계' 건설을 약속했고 이 덕분으로 노벨 평화상을 '외상'으로 받았다. 물론 러시아와의 핵군축 회담이 더 크지만, 우리로서는 한반도에서만큼이라도 비핵화가 실현되길 바랐었는데 아직 이뤄진 게 없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지난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고 본다. 클린턴은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미국이 3가지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첫째가 북미 간 수교, 둘째가 평화협정, 셋째가 경제 지원이었다. 이 3가지는 사실 부시 행정부 시절 체결된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다 들어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9.19 성명은 발표 바로 다음날 터진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인해 이행되지 못했다. 미국이 북한의 위폐 제작 및 돈세탁을 이유로 BDA 계좌를 동결하면서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와중이었던 만큼 '달러 위조나 하는 국가와 무슨 수교며 경제지원이냐' 하는 (미국 내)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2006년에 1차 핵실험을 해 버린다. 결국 부시 행정부 마저도 '압박으로는 안 되겠다' 하고 바로 북미 양자 접촉을 통해 2007년 2.13 합의를 이룬다. 2.13은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 9.19 성명의 실천 합의서다. 하지만 그때 이미 부시 행정부는 임기 말이라 힘이 빠져 있었다. 그래서 공이 오바마 행정부로 넘어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클린턴 장관은 2009년 2월13일 아시아소사이어티 연설과 7월2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 연설, 11월19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한 기자회견 등을 통해 '평화협정'을 언급했다. 이는 9.19 공동성명에서는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만 돼 있는 것을 더 구체화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오바마 1기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풀려는 의지를 보였는데,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비핵·개방·3000'을 내세우며 발목을 잡았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은 '북한이 선제적으로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었지 않나. 결국 이명박 정부의 영향력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로 바뀌고 만다.

결국 '핵 카드'를 동원해 북미수교, 평화협정, 경제지원 3가지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내려던 북한은 오바마 2기 행정부, 그리고 한국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기대를 가졌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기대다. 신뢰 프로세스라는 것이, 대화를 통해 신뢰를 축적하고 결국 나아가서는 핵 문제도 풀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면 박근혜 정부와는 얘기를 해볼 만하다고 북한은 생각했을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런데 북한은 오바마 2기 행정부,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맞춰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국면을 더욱 엄중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정세현 : 북한은 상대방을 회담장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겁을 주거나 상대방의 처지를 다급하게 만드는 그런 공격적 행위를 많이 한다. 북한 나름의 협상 전술이다. 그렇게 위협적인 행동을 해서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막아야겠다'는 판단을 내리게 해 미국을 협상장에 불러낸 성공사례가 몇 번 있다.

3차 핵실험도 한국과 미국의 새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게 하기 위한 '유인 전술'이었다고 본다. 물론 미국은 당시 국무장관이 제대로 취임한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전략적 인내'의 기조를 견지하는 식의 반응이 나왔지만, 그 이후에 케리 장관이 4월 13일 중국 베이징(北京) 방문 후 '6자회담도, 4자·양자회담도 할 수 있다'고 북한에 희망적 메시지를 줬다.

그 이후 5월에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특사로 중국에 간 것도, 케리의 얘기에 대한 중국 측의 입장을 타진하러 갔을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4자·양자회담 틀을 좀 짜 달라'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룡해가 중국에 대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는 북한의 북미 간 '핵 군축' 회담 제의와 연결되는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은, 그저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그 대목에서 (오히려) 최룡해가 그런 요청을 했다는 보도가 사실이었을 확률이 높아진다.

지난 6일 북한의 남북대화 제의 역시 중국과 미국에 대해 '남북 간에 이렇게 대화를 할 테니, 북미대화도 어서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는 의미가 있었다. 미국 입장에서, 동맹국인 한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인데 북미 간 대화를 하기는 부담이 되지 않겠나. 북한의 남북대화 제의는 그걸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작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북미대화나 4자 대화 같은 얘기를 심도 있게 못 했다. 사이버 해킹 등 미중 간 다른 의제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굳이 남북 회담을 지금 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생각을 하고 '징검다리'로 삼으려던 남북대화를 건너뛰어 막바로 북미대화를 하자고 하고 있다. 북한은 그렇게 하려면 '세게' 나가야 한다고, 강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게 바로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한 당국회담을 하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당장 북미 대화가 열리기 위해서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미국은 지난 11일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북미 간 대화나 협상이 진전되려면 북한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었는데?

정세현 : 사키 대변인의 말에서 (오히려) 중요한 것은 '북미 간 대화가 되려면'이라는 언급이다. 이것은 케리 장관의 베이징 발언과 연결되는 면이 있다. 단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인돼야 한다는 것인데, 지난해 북미 고위급대화를 통해 나온 2.29 합의 정도의 행동을 북한이 보이면 미국도 대화에 안 나올 수 없을 것으로 본다.

2.29 합의의 내용을 보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는 행동으로 미사일 발사 및 영변 등의 핵활동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 조치를 하고, 미국은 북한에 24만 톤의 영양지원을 한다고 돼 있다. 북한이 이 정도를 한다면 북미 대화가 성사되지 않겠는가 한다.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움직일 기미가 있다는 얘기도 있고, 사키 대변인이 말한 '북미 대화가 되려면'이라는 말도 북한에는 상당히 희망적으로 들렸지 않을까 한다. 케리 장관의 4월 베이징 발언에서 이어지는 것인데, 미-중 간, 북-미 간 오가는 신호를 잘 읽었다면 한국 정부가 '격' 문제로 남북회담을 자를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북미대화, 어떤 급으로든 성사 가능성…한국 대책 세워야"

프레시안 : 이번 대화 제의가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것이 눈에 띈다. 한중 간 대화를 견제하려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정세현 : 한중 정상회담 전이라는 타이밍이 절묘하다. 상황이 이런데 한국이 중국에 가서 '북핵 중국 역할론'을 얘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을 빼고 미중 정상 간에 만나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전제 하의 한반도 비핵화'를 얘기한 게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그러니 중국도 못 믿겠다고 하면서 미국에 바로 '핵보유국끼리 회담하자'고 치고나간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만나서 '중국 역할론' 같은 얘기를 하는데 장애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역할론'에 대해 얘기를 해 봐야 북한과 중국은 동맹관계다. 중국도 (북한과 같이)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쓰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만 바라는 게 아니다. 미국이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가지고 출몰하는 것을 좋아할 리 없고, 북한 핵을 이유로 한국이나 일본에 미사일방어(MD) 체제를 설치하면 중국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를 절실히 희망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문제를 북한만의 비핵화로 좁혀서 중국에 '영향력 좀 발휘해 달라'고 얘기하면 중국은 콧방귀를 뀔 것이다. 중국이 '그래? 그러면 북한 비핵화는 우리가 시킬 테니, 너희 한국이 미 태평양사령부 비핵화를 시키라'고 하면 뭐라고 할 것이냐?

프레시안 :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세현 : 우리 정부로서는 일단 이것(북미회담)을 막으려고 할 것이다. 남북 간 대화도 없는데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한 북미회담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제의에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도,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한다면 결국 미국은 대화에 나갈 것이다. 물론 '핵 군축 회담'을 열지는 않겠지만 정치적 대화를 시작하고 6자회담을 여는 국면으로 넘어가려고 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상황을 그렇게라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때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 말리기만 할 건가? 빨리 선택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번에 깨진 남북 당국 간 회담도 어떤 형식으로든 다시 모멘텀을 살릴 필요가 있다. 북미대화는 있는데 남북대화는 없는 곤란한 상황을 피해가야 할 필요 때문이다. (한국도)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에 핵 관련 자세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여지를 자꾸 키워가야 한다.

우리 쪽에서도 북한의 4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추가발사 등의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세우되, 언제까지 뜯어말릴 수만은 없다. 케리 장관이 '(북미) 양자회담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그냥 재미로 했겠나? 다 계산이 있어서 한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 것만 믿고 미국, 중국이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북한이 이렇게 치고 나오면 미국으로서는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급의 대화라도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과 실무접촉이라도 하게 되고 그게 알려지면 우리 정부로서는 모양새가 나빠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수준으로든 남북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묘책을 찾아야 한다.

지난 12~13일 남북 당국회담이 진행됐더라면 모양새가 나쁘지 않았을 텐데, 회담 대표 격(格) 문제로 싸우는 게 아니었다. 북한은 케리 장관의 베이징 발언 이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대화를 제의했고, 미중 정상회담 결과 북미대화 가능성이 줄어들자 세게 치고나오면서 미국이 북미대화에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정세가 긴박한데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느니 이런 한가함을 보였으니…. 한국의 발언권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곽재훈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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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진짜 '몸통'은 박근혜?

민주, "김용판 배후 제보 있다"... 박근혜 캠프와 교감 여부 밝혀야

13.06.16 18:45l최종 업데이트 13.06.16 19:28l
최경준(235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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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판 '질문은 사양합니다' 지난해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수사할 당시 사건을 맡은 수서경찰서에 부당하게 개입해 수사를 축소시킨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조사를 받고 5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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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지난 18대 대선에 개입했고, 경찰이 사건을 축소·은폐·조작했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범행을 지시한 배후는 여전히 의혹만 남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16일 경찰에 축소수사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배후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의 진짜 '몸통'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 전 청장의 배후가 '몸통'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김 전 청장의 배후, 김 전 청장과 12·16 직거래(경찰이 지난 대선 이틀 전인 12월 16일 심야에 긴급 수사중간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했다는 의미)를 했던 사람들에 대한 제보가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영선 의원은 '몸통'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박근혜정부가 계속 이런 식으로 이명박 정부가 BBK사건을 다뤘던 스탠스와 똑같은 행위를 보인다면 민주당도 언젠가는 이 부분을 밝힐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경고했다. 이어 "저희는 박원동 전 국정원 국장의 배후에 대한 제보도 가지고 있으나,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가안정을 위해 지금 자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박영선 "김용판 전 청장의 배후가 '몸통'"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의 '몸통'이 따로 있을 것이라는 의혹은 이들 사건의 성격이나 비중 때문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나 김용판 전 청장 선에서 자칫 '국기 문란 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는 일들이 결정되고 실행하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민주당 국정원 사건 진상조사특위 및 국회 법사위원들이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문제점'을 발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김용판이 왜 증거인멸을 하고, 수사 축소·은폐, 불법적 중간결과 발표를 지시하도록 했는지에 대한 원인은 (검찰 수사에서)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며 "중간 수사 발표의 배후를 밝히는 것만이 사건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실제 검찰은 김 전 청장에 대한 공소장에서 "국가정보원의 개입 의혹을 해소해주는 내용의 왜곡된 수사결과를 발표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국정원의 개입의혹을 해소해주는 발표방안을 강구하라고 하였다"(공소장 9p)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이 누구의 지시로,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이 같은 범죄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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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국정원 의혹 관련 수사 발표 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통령 선거 운동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은 기소유예한다고 발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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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민주당은 이번 사건의 '몸통'에 대한 제보가 당에 접수돼 있다고 밝혀, 향후 국회 국정조사나 재판 과정 등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영선 의원은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한 데 대해 "원 전 원장의 불구속이 MB(이명박 전 대통령)와 MB 측근들의 외압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면 김 전 청장의 불구속은 TK(대구·경북) 라인의 외압에 의한 불구속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저희 당에 들어온 여러 제보의 정황으로 미뤄 김 전 청장과 박원동 전 국정원 국내담당총괄국장이 이번 사건에 있어서 분명 직거래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동안 김 전 청장이 대구와 서울에서 출판기념회를 한 사실을 언급하며 "김 전 청장이 누군가를 협박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박 의원이 언급한 김용판 전 청장의 배후가 누구냐에 세간이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청장에게 제기된 의혹의 핵심은 경찰이 지난 대선 이틀 전인 12월 16일 심야에 긴급 수사중간결과 발표를 강행할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와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 전 청장의 공소장에서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기 위해서 한 범행"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박근혜 캠프 인사가 김 전 청장에게 모종의 약속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어, 박 의원이 언급한 '배후'가 박근혜 캠프 인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새누리당과 교감 여부, 국정조사로 밝혀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직원들에게 정치·선거 개입을 지시한 배경에도 윗선이나 배후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이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실을 확인하고도, 실제 어떻게 실행됐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확보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는 이명박 정권의 주요 정치현안에 대해 국정원이 개입하라는 원 전 국정원장의 지시가 담겨 있는 만큼, 지시가 실제로 어떻게 실행되었고,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들이 없었는지를 광범위하고 면밀하게 수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어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에 앞서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의해 자행된 광범위한 국정원법 위반 행위들을 검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원 전 원장이 왜 그러한 불법적 정치개입을 했는지, 누구 지시에 의해 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주로 행정 업무만 해온 원세훈 전 원장이 2009년 국정원장으로 임명된 배경에는 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믿음을 줬던 '복심'이었기 때문이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으로 있으면서 수시로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해 현안 보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선거·정치 개입 의혹을 파헤치는 것 외에 배후까지 수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음을 토로했다.

문병호 의원은 "원세훈 전 원장이 단독으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했겠느냐"며 "MB와의 관련성은 없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12월 16일 김용판이 그런 허위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나 새누리당과 교감이 없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수사하지 않았다"며 "국회 차원에서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 결과에 담기지 않은 추가적인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국정조사는 불가피하다"며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국정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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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시장과 원세훈 부시장 시절 지난 2004년 10월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자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원세훈 행정1부시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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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국정조사? 국정원 직원 매관공작부터..."
민주당 "특정언론과 새누리당의 짜고 치는 고스톱?"

그러나 새누리당은 당초 민주당과의 합의를 외면한 채 국정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국정원 사건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민주당이 국가기관인 국정원 전현직 직원을 교사하여 선거에 이용한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물타기'에 나선 것이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고, "국정원 사건의 핵심은 민주당 교사에 의한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매관공작 여부, 민주당에 의한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유린 여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대선 개입 유무 등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국정조사 요구에 앞서 국정원 간부 김모씨에게 총선 공천을 약속하고 국정원 기조실장 제의를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고 수사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흠 대변인이 거론한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매관공작' 의혹은 최근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영선 의원은 "새누리당이 특정 언론사의 잘못된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며 "특정 언론사와 새누리당의 연계성은 무엇인가?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 특정언론사와 새누리당이 연계가 된 보도가 2012년 총선 때부터 계속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도 "특정언론의 매관매직 보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이건 단순한 얘기가 아니라 한 정당에 대한 도전이고, 정치체제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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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국정원 수사, 교묘한 물타기 증거들


 

 

 


지난 6월 14일 금요일, 검찰은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검찰이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을 과연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들었지만, 검찰이 수사 과정 내내 자신했던 수사 의지가 워낙 확고해서 그들을 어느 정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였습니다. 검찰은 수사발표를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만 그것도 불구속 기소하고, 이종명 3차장과 민병두 심리전단 단장,심리정보국 직원 3명에 대해 전원 기소유예했습니다.

검찰이 발표한 국정원 수사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를 둘러싼 언론과 정치권의 문제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국정원장을 제외한 기소유예, 대놓고 수사 축소'

이번 검찰 수사가 대단히 부실한 수사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은 바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제외한 이종명 차장,민병두 심리전단 단장,심리정보국 직원 3명을 기소유예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이들의 기소유예에 대해 원세훈 원장의 명령에 따라 강요된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의 이런 설명은 판례를 중요시하는 대한민국 법의 특성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입니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의 트위터

 


2012년 청와대 최종석 전 행정관으로부터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지시를 폭로했던 장진수 전 주무관은 검찰이 원세훈 원장을 제외한 간부와 직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트위터에 자신의 공소 또한 취소해달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장 전 주무관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범죄 혐의가 증거인멸이었고, 이를 수행한 이유가 명령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은 기소됐고, 국정원 직원들은 상명하복이라는 이유 때문에 불기소됐으니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검찰의 국정원 간부 불기소와 함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서울 경찰청 간부들이 처벌받지 않았던 점입니다. 국정원 대선개입과 함께 가장 중요한 사건은 대선을 앞두고 나온 경찰의 수사발표입니다.

 

 

▲경찰이 2012년 12월 16일 발표한 보도자료.

 


경찰은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디지털증거분석 결과 문재인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 발견되지 않음'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경찰의 발표는 국정원 여직원이 무죄였다는 면죄부를 주었고, 이는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에 엄청난 타격을 줬습니다.

2012년 12월 16일 저녁, 서울지방경찰청 내 김용판 경찰청장의 집무실에 수사부장, 수사과장, 수사2계장, 사이버범죄수사대장과, 사이버범죄수사대 기획실장이 모여 회의를 했습니다. 이들은 같은 날 밤 11시에 중간수사결과 보도자료를 먼저 언론에 배포하고 다음날 12월 17일 아침 9시에 언론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그 자리에서 이광석 서울수서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밤 11시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들의 회의는 범죄 모의였습니다. 그 이유는 이미 디지털증거분석팀이 발견한 증거만으로 충분히 구속 수사할 이유가 됐기 때문입니다.

 

 

▲결백과 여성 인권을 주장했던 국정원 여직원이 오피스텔에 머무는 동안 증거를 은멸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디지털증거분석팀은 2012년 12월 14일 오후 8시경 국정원 여직원의 노트북 하드디크의 삭제 파일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문서파일을 발견했습니다. 그 안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방식,베스트 게시판과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 게시물에 선정되는 방법과 저지하는 방법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또한 30여개의 아이디와 닉네임이 기재되어 있었고, 이모씨의 주민번호와 정치 관련 글이 담겨 있었습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이 감금됐다고 했지만, 그녀가 증거인멸을 하기 위해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범죄자였다는 사실을 이미 경찰은 알고 있었습니다.

[정치] - 박근혜가 조작한 '국정원 대선개입' 시간대별 증거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하도록 지시하고, 오히려 그것을 대선에 이용했다는 증거가 명확하지만, 검찰은 관련 간부들을 불기소하거나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대놓고 수사를 축소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 검찰의 부실 수사, 실수인가 아니면 고의적으로'

검찰이 국정원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는 증거는 한둘이 아닙니다. 그중에 아주 기본적인 증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검찰이 내세운 증거가 오락가락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58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이 올린 정치 관련 글이 1,930개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오후 6시 4분에는 1,977개라고 정정합니다. 정치 관련 찬반 클릭수도 처음에는 1,711개였다가 1,744개로 전체 글 수도 5,179개 였다가 오후 6시 40분에는 5,333개라고 다시 발표합니다.

국정원 직원이 올린 게시글과 댓글 수가 중요한 이유는 몇 건의 대선 개입 글이 있느냐 여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십 개의 증거가 왔다 갔다 했다는 점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제기한 국정원 트위터 개입 증거. 출처:연합뉴스.뉴스타파

 


국정원 대선 개입은 처음에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한정된 것으로 나왔지만, 점차 뽐뿌, 보배드림 등의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조직적으로 개입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와 같은 증거를 토대로 인터넷 여론의 가장 대표적인 트위터에도 국정원이 개입됐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었습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과 뉴스타파가 취재한 내용을 보면 동일인이라고 볼 수 있는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계정이 정치와 대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글을 올렸고, 조직적으로 운영해왔습니다. 문재인 후보를 노골적으로 언급한 수만 개의 글을 검찰은 아예 수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사와 국회의원이 밝혀낼 수 있는 증거를 검찰이 수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들이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고의적으로 수사를 축소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 검찰은 왜 금요일 오후에 수사결과를 발표했는가?'

아이엠피터는 지난 토요일에 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토요일에 글을 올리지 않은 것은 정치블로거로 활동면서 거의 처음에 가깝습니다. 그것은 검찰 수사 발표가 얼마나 지능적이고 교묘한 발표였는지 알려주고 싶은 아이엠피터만의 항의와 시위 방법이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토요일은 정치 관련 글이 아닌 제주 관련 글을 올리고, 일요일은 글을 발행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정치적인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중요한 언론에 홍보하는 기업체들은 주말이 아니라 대부분 월요일에 기사가 나갈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런데 검찰은 금요일 오후에 수사결과를 발표합니다. 금요일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언론은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판에 기사를 내보내는데, 이때는 이미 사람들의 반응이 별로 없는 시기입니다. 여기에 주말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물론 검찰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금요일 오후에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국정원 국기문란은 지금 정국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법치를 뒤흔드는 국기문란 사건인데도 또다시 금요일 오후에 발표했습니다. 그것도 부실한 수사한 수사 결과를 당당히 내밀면서...

 

 

▲조선일보 6월 14일자 국정원 관련 기사.출처:조선일보

 


조선일보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기 하루 전에 수사 보고서를 미리 빼내 보도합니다. 제목을 보면 마치 국정원 댓글 대부분이 종북 비판이나 신변잡기로 대선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국정원이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됐다는 사실은 부실했던 검찰 수사 발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가 있었습니다.

 

 

 


검찰이 밝힌 불법 선거운동 관련 작성 게시글은 총 73건입니다. 조선일보의 60건이라는 보도 자체가 이와 다릅니다. 여기에 작성됐던 글들을 보면 9월 3건에서 12월 35건으로 대선을 앞두고 대폭 늘어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대선을 위해 국정원 직원들이 대거 동원됐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또한, 다음 '아고라'에 있던 대선 관련 글은 모두 삭제가 되어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증거인멸까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선 기간에 글이 집중됐는데도 오로지 종북 비판이나 신변잡기만 있었다고 주장하는 조선일보나, 증거가 인멸됐다는 사실은 명백히 밝히지 않으며, 주말에 국정원 사건을 발표하는 검찰이 노리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는 목적 이외에는 없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주말에 북한산 산행을 했고, 당시에 많은 기자들이 동행 취재하며, 국정원 사건에 관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취재를 했던 기자들이 내놓은 기사는 전혀 달랐습니다. 중앙일보의 기사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다'였고, 오마이뉴스는 '박근혜 대통령 책임져야'였습니다.

팩트는 이렇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선거에 대해, 즉 선거를 다시 하는 식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지만, 국정원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문재인 의원은 "대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가 '자기를 음해하기 위해서 민주당이 (국정원 사건을) 조작했다고 나를 공격하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뒤집어 말하면 사실로 드러나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끈질기게 국정원 여직원의 여성인권을 운운하며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새누리당 십알단은 수사중인 사건이라 회피하면서 민주당 중앙당에 있던 SNS팀에 대해서는 불법 선거라고 공격했습니다.

[정치] - 수포로 돌아간 새누리당과 TV조선의 '십알단' 물타기

박근혜 대통령은 12월 16일, 경찰의 국정원 여직원 댓글 무혐의 발표가 있기 전에 국정원 여직원의 증거인멸을 감금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드러난 사실까지 아니라고 한다'면서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에 관한 불법 선거 증거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법무부 장관,검찰총장을 동원한 부실 수사, 지금은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 앞에 드러날 진실을 알고 싶은 국민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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