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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두루미 되돌리는 데 한국인이 나서달라"

"북에서 온 두루미 되돌리는 데 한국인이 나서달라"

 
김정수 2013. 12. 25
조회수 176추천수 0
 

북 안변서 겨울나던 두루미 식량난으로 철원으로 넘어와

아치볼드 박사, "북한 서식지 복원 확대 위해 한국인 후원과 참여 필요"

 

achi1.jpg » 국제두루미재단 공동 창립자인 조지 아치볼드 박사가 지난 12일 인천시 강화도의 두루미 도래지인 동주농장 주변 언덕 위에서 두루미를 관찰하던 중 카메라 앞에 섰다. 강화/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두루미는 해마다 이맘 때쯤부터 사람들이 주고 받는 연하장에 단골로 등장하는 새다. 순백색 몸과 검은색 날갯깃에 정수리의 붉은색이 절제롭게 조화된 고고한 자태, 장수ㆍ평화ㆍ정절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새해를 맞는 엄숙함과 희망을 나타내는 모델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 몽골, 한반도와 일본 등에 서식하는 두루미는 지구상에 2600~2800여마리 밖에 남지 않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1970년대부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벌여온 국제두루미재단(ICF)과 동아시아의 조류 연구자들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이 새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챘다. 러시아와 중국ㆍ몽골 등지에서 우리나라의 민통선 이북 철원과 연천 등지로 날아와 겨울을 보내는 두루미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생존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개체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일까? 그것은 아니었다.

 

achi5.jpg » 환경부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 결과,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북한의 안변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240마리 이상의 두루미가 겨울을 나던 주요 월동지였습니다. 하지만 그 뒤 북한의 식량 부족 때문에 주민들이 추수하면서 논에 떨어진 낙곡까지 모두 취하고, 그래도 남은 것들은 오리, 거위, 염소 등 여러 종류의 가축들을 풀어 모두 주워 먹도록 하는 바람에 두루미들의 먹이가 남아 있지 않게 됐습니다. 안변에서 겨울을 보내던 두루미들이 그래서 안변을 떠나 남한의 철원으로 온 것입니다.”


캐나다 사람으로 미국 코넬대 대학원에 다니던 1973년 동료와 함께 국제두루미재단을 창립해 이사장을 지낸 조지 아치볼드 박사의 설명이다. 1990년대 후반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일부 북한 주민들이 탈북을 감행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북한 지역에서 겨울을 보내던 두루미들에게도 일어난 것이다. 함경남도 원산 남쪽에 있는 안변과 강원도 철원 두루미 도래지는 직선거리로 8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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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전문가들은 이들 ‘탈북 두루미’가 철원과 같은 특정 지역에 몰리는 것은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한 지역에 집중되면 전염성 질병이나, 개발 사업에 의한 서식지 훼손에 그만큼 더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아치볼드 박사가 2008년부터 북한의 조류 전문가들과 협력해, 이른바 ‘안변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다. 안변 농민들이 유기농업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 주민의 생활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이들이 들판에 두루미를 위한 먹이를 남겨놓아 두루미들이 다시 안변에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지난 11일 한국의 조류 연구자들과 남북한 두루미 실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방한한 아치볼드 박사는 다음날 강화도에서 두루미를 찾아 나섰다. 백용해 녹색습지교육원 원장이 안내한 그의 두루미 탐조길에 동행하며 안변 프로젝트에 얽힌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achi4.jpg » 아치볼드 박사가 지난 12일 강화도 동주농장에 내려 앉은 두루미들을 탐조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강화/김정수 선임기자


-안변 프로젝트의 목표는 무엇인가?
 

안변을 과거와 같은 두루미 월동지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두루미가 몰려드는 철원 지역이 개발되고 있어 걱정이다. 만약 남북한이 통일되면 철원 평야는 개발로 훼손돼 두루미들에게 더는 행복한 장소가 되기 어렵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도 북쪽에 두루미들이 갈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준비해 놓아야 한다.”


-안변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됐나?

2005년부터 베이징에서 북한 조류학자들과 협의를 시작했고, 2008년에 처음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의 전문가들과 함께 안변 지역에 있는 비산협동농장 책임자를 만나, ‘우리는 두루미에 관심이 있는데, 여기 농사가 잘 되지 않으면 두루미도 여기서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당신들이 유기농을 통해서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돕고 싶다’고 제안했다. 유기농은 화학비료를 이용한 농업보다 비용이 덜 들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는 대신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데, 북한 농장에는 노동력이 풍부하다. 그들이 우리 제안을 받아들여, 우리는 농기계, 종자, 중국의 유기농업 현장 견학을 포함한 농민 교육 등을 제공했다.”


-두루미가 되돌아오도록 하는데 직접 초점을 맞춰서는 어떤 구체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나?

평양의 조류 연구자들과 조류 모니터링을 하는 현지인들에게 차량과 조사 비용을 지원해 두루미 실태 파악을 위한 조사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북한 당국은 안변들 63㏊를 두루미 보호지역으로 이미 지정했고, 비산협동농장에서는 중국에서 지원받은 두루미 두 마리를 사육하면서 번식을 시도 중이다. 겨울철에는 이 사육 두루미들을 들판에 내놓아 상공을 지나가는 다른 두루미들이 내려 앉도록 유인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앞으로 안변 비산협동농장의 일부 구역에 울타리를 둘러치고 주변에 버드나무를 심어 낙곡을 주워 먹으려는 다른 가축들의 접근을 막아, 두루미들의 안전한 먹이터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안변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지 2년 만에 북한에서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 조류학자들이 2009년 11월 20여마리의 두루미가 안변들로 날아와 이틀 간 머물다 떠났다는 소식과 함께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 이 지역에서 농민들이 들판에 두루미가 내려 앉은 것을 보기는 10여년 만에 처음이라는 것이 북한 학자들의 설명이었다. 안변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현재 안변 지역의 두루미 실태는 어떤가?

북한의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올해 안변들 상공을 통과한 170여 마리의 두루미 가운데 35마리가 안변들에 착륙해 잠시 머물렀다. 이 가운데는 한 달 가까이 머무르다 떠난 새도 있다. 아직 먹을 것이 충분이 없어서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가 울타리를 쳐서 먹이터를 확보해주면 겨울 내내 머무는 새들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안변 프로젝트를 통해 북한에 지원한 규모는 얼마나 되나?

 

2008년부터 6년 동안 30만달러 가량 지원했다. 북한 정부에서도 안변 비산집단농장의 유기농 사업을 지원해, 이 농장은 이제 북한 전역에서 5만6000여명이 유기농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유기농의 모델이 됐다. 안변은 우리한테서 더 이상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성공해, 우리는 앞으로 두루미에게 중요한 북한의 다른 지역에서 현지 농민들과 협조해 비슷한 프로젝트를 확대하기를 원한다. 이에 따라 이미 황해남도 강령에서 두 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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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볼드 박사는 지난 11일 방한하기에 앞서 11월29일부터 11일 동안 북한을 다녀왔다. 2008년 안변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매년 한 차례씩 방북해온 그는 올해는 안변 이외에 황해남도 강령, 평안남도 문덕, 함경남도 금야 등 과거 북한의 주요 두루미 도래지 3곳을 모두 방문했다.
 

-다른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면 안변 프로젝트는 끝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안변 농민과도 계속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교육이나 우리가 지원한 기계가 고장날 경우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구해주는 등의 지원은 이어갈 것이다. 다만 주요한 재정 지원은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를 희망한다.”
 

북한 두루미 서식지 복원을 위한 프로젝트를 안변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려면 해마다 5만 달러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을 모으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 관계가 얼어붙어 한국의 중앙ㆍ지방 정부나 단체들로부터의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 데다, 미국 내에서도 왜 적국을 도와주느냐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국제두루미재단이 안변 프로젝트를 위해 북한에 지원한 30만달러 가운데 한국에서 모금된 것은 많아야 2만 달러 정도이고 나머지 모금은 모두 미국에서 이뤄졌다. 안변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기금은 5명의 미국인 후원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80살에 환경운동을 시작한 올해 95살 된 루이지애나에 사는 할머니다.
 

고교 시절 서캐나다 지역 여행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름다운 두루미의 모습은 한 청년의 삶을 결정했다. 두루미에 마음을 빼앗긴 청년은 결혼을 하고도 자녀도 두지 않고 40여년을 두루미를 알리고 보호하는 일에 온전히 바쳐왔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나는 내 시간의 50%를 두루미를 돕기 위해 여행을 하면서 지낸다. 아이가 있으면 집에 머물러야 한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과 두루미를 돕는 일을 둘 다 잘 할 수는 없다. 어린이를 사랑하지만 16명의 조카로 충분하다.”


아치볼드 박사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한국 전쟁 이후 한국의 조류 연구자들조차 한국에서 두루미가 사라졌다고 믿고 있던 1970년대 철원의 민통선 이북 지역에서 100마리 이상의 두루미떼를 발견해 철원이 두루미의 주요 월동지라는 사실을 세상에 처음 알렸다. 지금은 국내 야생에서 멸종된 따오기를 1970년대 비무장지대에서 확인하고 맨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은 것도 그다.
 

대학원에서 두루미를 연구하면서 전 세계 조류 전문가들에게 두루미 서식 실태를 묻는 편지를 보냈는데, 한국에서 한국전 이후 두루미가 사라졌다는 응답이 왔다.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 1974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그해 겨울 파주 문발리에 살면서 미군과 한국군의 도움을 받아 매일 아침 8시 비무장지대에 들어가 새들을 관찰하다가 따오기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 뒤 한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 따오기를 생포해 영국의 동물원으로 데려가 증식하려고 했는데, 붙잡지 못해 실패했다.”
 

아치볼드 박사의 꿈은 소박했다.

 

북한의 두루미 서식지 복원에 관심이 있는 한국분들은 국제두루미재단이나 한국두루미네트워크(대표 이기섭)를 통해 후원해주기 바란다. 북한의 두루미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는 한국말을 못하는 내가 하기보다 남한 사람들이 직접 북한과 접촉해서 일하는 것이 낫다. 남북한 관계가 회복돼 한국에서 북한의 두루미 복원 사업에 적극 나서, 나는 위스콘신의 집에 편히 머무를 수 있으면 좋겠다.”
 

강화/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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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로 피신한 철도노조 지도부

경찰 200명 병력 배치... 강제진입할까?

[현장-2신] 사찰 주변서 검문검색 강화... 철도노조, 오후 2시 기자회견

13.12.25 10:19l최종 업데이트 13.12.25 14:18l
강민수(cominsoo)

 

 

[2신 : 25일 낮 12시 20분]
경찰, 조계사까지 강제 진입할까...병력 증원 배치

수배 중인 철도노조 지도부가 피신한 것으로 확인된 조계사에는 25일 정오 현재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경찰이 병력을 2배로 늘리고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관할서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3개 중대 200여 명의 병력을 배치해 주변의 검색을 강화했다"며 "종교 시설에 진입할 수 없어 조계사 주변을 둘러싸고 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계사에 철도노조원 4명이 머물고 있으며 이 가운데 3명은 일반 노조원이고 노조 간부는 박태만 수석부위원장 1명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찰'이라는 장소적 특수성이 있는 만큼 체포 작전에는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이 조계사에 투입된 전례는 있다. 1995년 한국통신 노조 파업과 1998년 현대중기산업, 2002년 발전노조 사태를 포함해 세 차례다. 또 지난 22일 <경향신문> 사옥을 강제 진입했기에 조계사 진입 여부도 미지수다. 조계사 측은 조계종의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 철도노조원들을 강제로 내보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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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연지동 조계사 내 극락전에서 25일 오전,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종교인들과 면담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 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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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면담한 성공회 신부 "불안한 모습도 보여"

성탄절인 25일 조계사에는 오전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도부가 몸을 피한 것으로 알려진 극락전 앞에는 취재진 20여 명이 대기중이다. 이따금씩 철도노조 노조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화장실에 드나들었다. 기자들이 안부와 상황을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께에는 대한성공회 신부 3명이 조계사를 찾았다. 10여분 동안 극락전 2층에서 지도부를 만나고 나온 한 신부는 기자들과 만나 "불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지지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인사차 들렀다"며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고 언론도 지지하고 있으니 힘내라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원은 말씀드릴 수 없다"며 "조용히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철도노조 측은 오후 2시 조계사 피신과 관련해 서울 용산구 철도노조 사무실에서 기자 회견을 연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찰이 1계급 특진까지 건 상황에서 또 다시 강제 진입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경찰이 종교사찰에까지 무리하게 진입한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 국장은 "조계사 쪽의 협조를 받아 식사 등의 편의를 제공받고 있다"며 "피신한 사람들은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1신 : 25일 오전 10시 10분]
철도노조 지도부 일부, 조계사에 피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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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조계사 내에 수배중인 철도노조 지도부 일부가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도부가 몸을 피한 것으로 알려진 조계사 내 극락전 앞에 기자들 20여 명이 대기하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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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 중인 철도노조 지도부 일부가 서울 종로구 연지동 조계사 내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해 4명의 지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9시 20분 현재, 조계사 내 극락전 입구에는 취재진 20여 명이 대기중인 상황이다. 극락전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서는 철도노조를 돕고 있는 한 관계자가 기자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이곳에서 수배중인 간부를 비롯해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함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사회부장 "노조원들, 보호해야 한다"

이날 BBS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출연한 조계종 사회부장인 보화스님은 "경내에 들어온 철도노조원들은 사회적 약자인 만큼 보호해야 한다"며 "정치권이 철도 민영화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경찰이 철도 지도부를 강제로 검거해서는 안 되며 종단이 이들을 신변 보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전날 철도 노조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조계사에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하지만 종교시설인 조계사 경내로는 진입하지 못하고 입구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경찰은 조계사 쪽 허락 없이 박 수석부위원장 등의 체포에 나서는 건 무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25일 현재, 1개 중대 100여 명의 경찰 병력이 조계사 인근을 지키고 있다.

경찰은 파업 중인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지난 22일 <경향신문>사옥에 자리잡은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 진입했지만 단 한 명도 검거하지 못한 바 있다.

한편, 철도노조 측은 25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철도노조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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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 미국 자본의 참여 막을 수 있나

[시론] KTX 민영화와 한미FTA

이해영 한신대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2-25 오전 9:30:16

 

 

경찰의 '뻘짓'에도 철도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그 때문인지 철도노조의 '민영화 저지 파업'에 대한 지지가 탄력을 받는 느낌이다. 정부측과 노조, 시민사회 사이의 '민영화' 공방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철도 민영화와 한미FTA와의 연관성 문제이다. 민영화, 아니 정확히 말해 사유화(privatization)의 주체는 자본일 수밖에 없고 이 때 자본의 국적에 구분이 있을 수 없다. 특히 우리가 체결한 수많은 FTA 가운데 유독 한미FTA에만 철도시장과 관련된 매우 구체적인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는 까닭에 철도민영화와 미국의 철도자본의 진입 가능성 여부는 불가피하게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주제다. 한ㆍEU FTA에는 한미FTA와 비교할 만한 철도 관련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시 도시철도 개방을 위한 WTO GPA(정부조달협정) 개정이 언급되었고, 국회 비준동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대통령이 비준해 버렸다. 요컨대 GPA 개정은 다분히 유럽의 철도자본을 의식한 조치라 할 만하다. 일단 여기서는 한미FTA 철도조항에만 논의를 한정키로 하겠다.

1. 한미FTA 협정문상 철도에 직접 관련된 조항은 부속서I (현행 유보)과 부속서 II (미래 유보)에 등장한다. 먼저 부속서II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분야 운송서비스 - 철도운송
관련의무 최혜국 대우 (제11.4조 및 제12.3조)
유보내용 국경간 서비스무역 및 투자

대한민국은 시행 중에 있거나 이 협정 발효일 후 서명되는 철도운송에 관한 양자간 또는 다자간 국제협정에 따라 국가들에 대하여 차등 대우를 부여하는 어떠한 조치도 채택하거나 유지할 권리를 유보한다
.

해석하자면 이런 말이다. 철도운송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한미FTA 협정문의 다수 의무 가운데 제11.4조와 제12.3조에 명시된 미국에 대한 최혜국대우만은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 외 협정문 11장 투자, 12장 서비스장에 명시된 수많은 협정 의무는 당연히 준수해야 하며 위반시 투자자-정부 소송제(ISD)의 대상이 된다. 미래의 최혜국대우 의무를 우리가 유보함으로써 철도운송에 관한 한 향후 미국보다 예컨대 EU나 기타 제3국에 더 나은 대우를 해 줄 수 있다.

2. 그런데 문제는 부속서I 철도에 대한 현행 유보에 있다. 우선 협정문을 살펴 보자.

분야 운송서비스 - 철도운송 및 부수 서비스
관련의무 시장접근(제12.4조)
조치 철도사업법 제5조, 제6조 및 제12조(법률 제7303호, 2004.12.31)
한국철도공사법 제9조(법률 제7052호, 2003.12.31)
철도건설법 제8조(법률 제8251호, 2007.1.19)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조, 제20조, 제26조 및 제38조(법률 제8135호,
2006.12.30)
한국철도시설공단법 제7조(법률 제8257호, 2007.1.19)

유보 내용 국경간 서비스무역


한국철도공사만이 2005년 6월 30일 이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의 철도운송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경제적 수요 심사에 따라 건설교통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법인만이 2005년 7월 1일 이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의 철도운송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중앙 또는 지방정부나 한국철도시설공단만이 철도건설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고 정부소유 철도시설(고속철도 포함)을 유지 및 보수할 수 있다. 다만,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의 기준을 충족하는 법인은 철도건설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한미FTA 협정문상 예컨대 문제가 되고 있는 수서발 KTX 경부선구간만을 놓고 본다면 2005년 7월 1일 이후에 건설된 노선 곧 수서-평택, 동대구-부산은 이미 개방된 상태다. 그리고 호남선구간은 평택-오송 사이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다 개방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이 구간에 대해 미국 철도자본이 철도운송서비스의 시장 접근을 희망할 경우 이를 막을 근거가 없다는 말이다. 아주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미국 자본이 원하기만 한다면 KTX경부선 구간중 수서-평택, 동대구-부산 구간은 이미 '민영화'되어 있다. 그리고 수서발 KTX 노선에서 2005년 7월 1일 이후 건설된 구간 중 극히 일부라도 미국의 시장접근을 추가적으로 제한하는 구간이 발생한다면 이는 '역진방지 메카니즘'이 적용되는 한미FTA 현행 유보의 규정에 따라 협정의무 위반 논란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포괄적으로 철도 민영화를 금지하는 법안과 한미FTA는 상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미 개방된 구간에 대한 미국 민간자본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것으로 이는 자유화의 후퇴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정부가 2005년 7월 1일로 '현행 유보'한 개방요건을 더 '자유화'하는 방향, 예컨대 2004년 7월 1일식으로, 곧 개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은 한국의 협정 의무와 전혀 충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협정의무의 변경은 사실상의 법개정에 해당되므로 별도로 국회 심의를 거쳐야만 할 것이다. 아무튼 만에 하나 부산-동대구 구간에 KTX 여객운송서비스를 미국 철도회사가 제공한다면 이를 두고 '민영화'라는 말이 아닌 그 어떤 다른 말로 부를 수 있을지 나는 알지 못한다. 지금 민영화냐 아니냐식의 논란도 문제의 대외적 차원을 함께 놓고 본다면 사실상 거의 무의미할 지도 모른다.

3. 미국 자본의 입장에서 보건대 개방되지 않은 평택-동대구 구간을 제외하고, 개방된 위 구간만으로 사업성이 있는지 여부는 '그들만의' 경영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이다. 이 때 미국 자본이 국내 자본과 컨소시엄 등을 구성해서 KTX 전 구간을 대상으로 하거나 또는 평택-동대구 구간만을 대상으로 운송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미FTA 협정문 상으로 한국은 경부선만 놓고 본다면 평택-동대구 구간에 대한 시장 접근과, 한국철도시장에 대한 최혜국대우 미래유보를 제외한, 내국민대우, 이행의무 부과, 최소기준 대우, 수용 및 보상, 송금, 최고경영진 및 이사회등과 관련된 협정 의무를 준수해야만 하며 위반시 당연히 ISD대상이 된다. 만일 경부 고속철 시장에 접근을 희망하는 미국 철도자본이 있음에도 '주식회사 수서발 KTX'에만 특혜를 준다면 이는 차별대우로서 내국민대우 위반의 소지가 발생한다.

4. WTO GATS(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제16조와 한미FTA 제12.4조 곧 두 종류의 '시장접근' 조항을 비교해 볼 때 결정적 차이는 GATS 제16조 2항 바호 즉 "외국인 지분소유의 최대 비율 한도 또는 개인별 투자 또는 외국인 투자 합계의 총액 한도에 의한 외국자본 참여에 대한 제한"이 한미FTA 제12.4조에서는 삭제되었다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해 한미FTA에서 미국자본의 지분투자 등 자본참여는 시장접근에 대한 현행 유보에서 아예 삭제되어 있기 때문에 철도시장에 대한 외국인 소유지분 제한등 방법으로 미국 자본의 투자를 막을 방법은 협정문 상으로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5. 한미FTA 철도 부속서의 두 번째 부분은 이렇게 되어 있다. "경제적 수요심사에 따라 건설교통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법인만이 2005년 7월 1일 이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의 철도운송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이 조항을 설치한 취지는 이렇다. 미국인이 경제적 수요심사(ENT: Economic Need Test)를 거쳐 사업면허를 취득하기만 하면 예컨대 동대구-부산 구간에 KTX 법인을 설립 여객운송을 포함한 철도운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2001년 한국은 경제수요심사를 거쳐 면허를 취득하면 누구든지 한국에서 철도화물 운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양허안을 WTO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므로 한미FTA 철도부속서의 이 조항은 2001년 WTO 철도 양허안을 화물에서 여객운송까지 확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조항에 근거해 얼마 전까지도 국토부측은 경제수요 심사를 통해 미국 자본의 시장 진입을 막겠다, 그리고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경제적 수요심사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한 말에 불과하다.

먼저 이 개념이 등장하는 한미FTA 협정문 제12.4조를 보자.

제 12.4 조
시장접근

어떠한 당사국도 지역적 소구분에 기초하거나 자국의 전 영역에 기초하여 다음의 조치를 채택하거나 유지할 수 없다.

가. 다음에 대한 제한을 부과하는 것

1) 수량쿼터, 독점, 배타적 서비스 공급자 또는 경제적 수요심사 요건의 형태인지에 관계없이, 서비스 공급자의 수
2) 수량쿼터 또는 경제적 수요심사 요건의 형태로, 서비스 거래 또는 자산의 총액
3) 쿼터 또는 경제적 수요심사 요건의 형태로, 지정된 숫자단위로 표시된 서비스 영업의 총 수 또는 서비스의 총 산출량, 또는
4) 수량쿼터 또는 경제적 수요심사 요건의 형태로 특정 서비스 분야에 고용될 수 있거나 서비스 공급자가 고용할 수 있으며, 특정 서비스의 공급에 필요하고 직접 관련되는, 자연인의 총 수, 또는 서비스 공급자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특정 유형의 법적 실체 또는 합작투자를 제한하거나 요구하는 것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한미FTA 제12.4조는 WTO GATS 제 16조 시장접근 조항에서 외국자본참여 제한을 삭제한 것이다. 일종의 WTO 플러스 조항인 셈이다. 아무튼 GATS 제16조에 처음 등장한 경제적 수요 심사는 WTO 회원국이 취할 수 있는 4가지 유형의 시장접근 제한 조치로서 (1) '서비스공급자의 수', (2) '서비스거래 또는 자산의 총액', (3)'서비스 영업의 총 수 또는 서비스의 총 산출량', (4) '자연인의 총 수'를 말한다. 회원국은 시장접근에 관련된 이 4가지 유형의 조치를 수량을 적시하거나 또는 '경제적 수요심사의 형태로' 양허안에 해당 분야(sector)를 명시하고 등재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경제적 수요 심사는 엄밀히 규정된 개념이 아니었다. 그래서 2001년 3월 22일 GATS 서비스무역위원회가 채택한 <특정 양허의 스케줄에 대한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the Scheduling of Specific Commitments under the GATS)>에 따르면 경제적 수요 심사는 위에 열거한 "4가지 유형의 양적 제한으로 구성되며", 이 양적 제한 조치는 "서비스 공급의 질 또는 서비스 공급자의 능력 (즉 기술 표준 또는 공급자의 자격)과는 무관하다." 그러므로 경제적 수요 심사 형태의 조치들은 GATS 제6조 4항에 명시된 서비스 공급자의 자격요건, 기술표준 그리고 면허요건과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FTA, 특히 한미FTA는 경제적 수요 심사등을 통한 4가지 유형의 양적 제한을 금지하자는 것이 입법 취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12.4조 시장접근 조항에 대해 철도부문은 현행 유보를 했기 때문에, 경제적 수요 심사에 따른 국토부장관의 면허를 취득해야 2005년 7월 1일 이후 노선에 철도사업을 경영할 수 있다고 명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제적 수요 심사를 통한 4가지 양적 규제가운데 여기서 의미가 있는 것은 '서비스 공급자의 수'다. 쉽게 말해 미국인 사업자가 국토부장관에게 철도운송서비스업 운영을 위한 면허를 신청했을 때, 국토부장관이 경제적 수요 심사를 통해 '서비스 공급자의 수'를 '주식회사 수서발 KTX'로만 즉 단수로 제한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수서발 KTX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우선 2005년 7월 1일 건설 노선에 대해서는 협정문상으로도 전혀 가능하지 않다. 더군다나 이는 수서발 KTX의 설립 취지가 코레일의 독점이 적자 방만경영을 불러 왔으므로 이를 '복수의' 사업자가 참여하는 '경쟁체제'를 구축해 바로 잡겠다는 정부의 주장과도 정면배치되는 것이다. 독점을 통해 독점의 폐해를 바로 잡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말이다. 요컨대 경제적 수요심사를 통해 서비스 공급자의 수를 단수로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심지어 경제부총리는 주식회사 수서발 KTX를 '준정부기관'으로 만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준정부기관은 공기업인 코레일보다 더 강력한 형태의 공공기관이다. 말하자면 코레일이라는 공기업을 놓고 '114년 독점의 폐해'을 운운하면서 그보다 더한 슈퍼 공기업을 또 만들겠다는 황당하기조차 한 주장이다.)

6. 한미FTA와 '주식회사 수서발 KTX'를 비롯한 한국의 철도시장과는 두가지 형태의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지분 투자이며 두 번째는 법인 설립이다.

(1) 수서발 KTX는 코레일이 41%,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이 59% 지분을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국민연기금은 시장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내도록 규정되어 있고 그렇지 못할 경우 지분을 매각하게끔 있다. 이 때 정부측은 이 지분을 오직 공공부문만 인수할 수 있게 한다는 말인데, 과연 그런 공적 기금이 존재하는 것인지, 또 민간자본의 참여를 원천배제하는 '주식회사'나 그런 기업공개가 가능한 것인지는 전적으로 의문이다. 만일 현행법상 그것이 가능하지 않아서 어떤 형태로든 민간자본의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할 때, 만에 하나 미국자본의 투자를 막는다면 이는 명백한 내국민대우 위반이 된다.

(2) 그런데 사실상 정부의 지배 하에 있게 될 '주식회사 수서발 KTX' 에 설사 그것이 단 1달러라 하더라도 미국자본의 지분투자가 포함된다면 국토부장관이 말하는 것처럼 '민간 매각 시 면허 취소' 등의 조치는 이행의무부과 (PR: performance requirements)에 해당되어 한미FTA 협정위반 논란의 소지가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3) 미국자본에 의한 여객, 화물 운송서비스를 위한 법인 설립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경우에도 정부는 '민간 매각시 면허 취소'를 포함 그 어떤 종류의 이행의무도 부과할 수 없다. 철도사업법 제5조(면허 등)에 따르면 "① 철도사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국토교통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국토교통부장관은 철도사업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필요한 부담을 붙일 수 있다". 그러나 철도사업법 제5조 1항의 "필요한 부담" 조항을 국내자본이 아닌 미국자본에 적용할 수는 없다. 철도사업에 투자할 미국자본은 한국의 철도사업법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한미FTA협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필요한 부담'은 '이행의무 부과'에 해당 협정 위반이 된다. 미국자본에 요구되는 면허요건은 협정문상 경제적 수요 심사 외에는 없다.

7.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 정부가 그나마 내놓은 방안 그 최신 버전으로서 '민간매각시 면허 취소', '준정부기관화' 등은 사실 '국내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이미 훨씬 넘어서 있는 한미FTA는 정부의 주장을 가장 강력하게 부정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가 되어 버렸다. 사실 현 단계에서 가장 확실한 해법은 철도 민영화를 법률로 금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미FTA의 역진방지 조항과 상충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지금까지 한미FTA 역진방지 메카니즘을 놓고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해 왔던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다. 우리는 이 조항으로 인해 정부의 공공정책공간이 현저히 위협, 축소되는 바로 그 현장을 철도민영화에서 보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그 실효성과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국내용' 헛대책을 남발하기보다, 수서발 KTX설립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뻘짓'이 끝나고 퇴각하는 경찰지휘관들이 이런 대화를 나눈 것이 포착되었다 한다. "어떻게 된 거야? 뭐? 그럼 어떻게 해야 돼?" 어쨌거나 더 큰 '뻘 짓'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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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암흑기, 대자보보다 못한 방송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12/24 13:10
  • 수정일
    2013/12/24 13: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방송3사 파업지지 인터뷰 0건, 시체가 된 저널리즘
 
육근성 | 2013-12-24 12:20:4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지상파와 종편. 펙트를 두 겹으로 에워싸 진실을 가리는 편파보도. 이게 방송언론의 현주소다. 방송 장악을 통해 국민의 눈과 입을 점령할 수 있다고 생각한 무서운 음모가 이명박 정권 때 시작됐고, 박근혜 정권은 그 음모의 수혜자가 됐다.

철도 파업 편파보도, 방송 저널리즘은 죽었다

방송언론의 암흑기다. 철도노조의 파업과 정부의 공권력 남용 사실이 제대로 보도될 리 있겠는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철도노조 파업 하루 전인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방송3사의 보도행태를 분석했다.

파업을 다룬 보도는 총 70건. 쟁점인 민영화 논란을 다룬 건 전체의 10%에도 못 미쳤다. 대부분(43건)이 파업에 따른 코레일의 피해, 시민 불편, 사건 사고 등에 집중됐다. 대단한 편파보도다.

민영화를 반대하는 노조의 입장은 무시한 채 정부의 입장만 강조하는 보도를 내보낸 방송3사. 스스로 언론임을 포기한 거나 다름없다. 국민을 바보로 만들려고 안달이다. 민영화로 인한 피해보다 파업의 부당성만 잔뜩 부풀린 보도에 속아 넘어가길 바라는 저들. 언론이 아니다.

방송3사, 파업 지지 시민 인터뷰 0건

‘민언련’은 철도파업과 관련해 방송3사의 인터뷰 행태를 고발했다. 방송3사가 10일간 내보낸 인터뷰는 총 138건. 이 가운데 민영화를 반대하는 노조의 입장을 담은 인터뷰는 고작 30건(22%)인 반면, 정부와 코레일의 입장에 선 발언을 담은 인터뷰는 104건(75%)에 달했다.

철도 파업으로 인한 불편과 피해만을 부각시켜 파업의 당위성을 희석시키려는 수작이다.

수신료를 올리려고 안달인 KBS가 가장 편파적이었다.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국토해양부, 검찰, 경찰 관련 보도가 9건이나 됐다.

 

국민들의 반응도 제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보도했다. 민영화 반대와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하면서 파업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는 일부의 견해만 부각시켰다. ‘민언련’은 “열흘 동안 방송3사가 내보낸 21명의 시민 인터뷰 중 단 한명도 철도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보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국민 60%가 민영화 반대, 아고라 서명 17만 넘어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며 민영화에 반대하는 많은 시민들이 많다.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파업 지지 서명운동에 참여한 네티즌은 목표 10만명을 훌쩍 넘기며 174316명(23일 현재)을 기록고 있다. 방송3사가 이런 목소리를 짓밟은 것이다.

<다음 아고라/철도 파업 지지 서명 운동>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한 방송3사. ‘민언련’은 KBS의 경우 편파보도 수준을 넘어 “매도와 이간질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BS는 철도 파업에 “외부세력이 개입해 (정부와 노조 사이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민 60%가 민영화에 반대하고 파업을 지지한다. 그런데도 KBS는 대다수의 국민을 불순한 ‘외부세력’으로 규정했다. 국민의 편에 서야할 공영방송이 본분은 내던지고 박근혜 정권 홍보방송으로 추락했다. 이러면서 시청료 더 받겠다니 그 뻔뻔함이 가관이다.

방송3사는 박근혜 정권의 나팔수

“민영화 아니다”라는 정부의 주장만 보도하면서 민영화를 우려하는 철도노조와 국민 대다수의 외침을 묵살하는 방송3사. 만성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KTX를 둘로 나눠야한다는 정부의 황당한 주장을 그대로 베껴 보도하고 있다.

코레일이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KTX를 쪼개는 게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방편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궤변에 가깝다. 수서KTX를 출범시키면 코레일의 적자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KTX를 둘로 쪼갠 뒤 적자노선과 화물운송, 선로관리, 여객운송 분야를 하나씩 떼어내는 식의 민영화를 하려 들 것이다. 수서KTX 출범은 철도 민영화의 전주곡이다.

<저널리즘에 충실한 손석희의 '뉴스9', 외눈박이들의 테러 표적이 됐다.>

한쪽으로만 치우친 ‘외눈박이’ 언론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는 공백을 대자보가 대신하고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단순한 아날로그 질문이 유신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정권에 맞서 대한민국 사회를 각성시키고 있다.

1219부정선거, 철도 민영화 꼼수, 쌍용자동차 사태, 밀양 송전탑 강행 등 정치·사회적 이슈의 양면을 조명하지 못하고 한쪽으로만 치우쳐 ‘외눈박이’가 돼버린 언론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대자보라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는 획일화된 언론과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며 힘의 논리에 매몰된 ‘불통정권’에 대한 항거이기도 하다.

권력의 시녀가 된 언론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대자보. 저널리즘이 붕괴된 현장에서 자라난 민중의 함성이다.

 

대자보는 ‘민중 저널리즘’

이명박 정부는 교활했다. 집권 5년 동안 진보세력 척결과 보수 일변도의 정권 재창출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 방편으로 신문, 방송, 통신사 등을 완벽하게 장악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인 건 종편 강행 등 방송장악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전 정권이 넘겨준 ‘방송장악’이라는 과실의 수혜자다.

저널리즘이 사라진 빈 공간에 등장한 대자보. 권력에 무릎 꿇은 언론을 대신한 저널리즘이다.

방송3사가 포기했지만 저널리즘은 살아있다. 그게 대자보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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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자위대, 한국군에 실탄 주며 웃는 이유

 

 


남수단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 PKO 한빛부대가 일본 자위대로부터 K2소총 실탄 1만 발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내전이 격화되고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 자위대로부터 실탄을 빌리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군이 일본 자위대로부터 실탄 1만 발을 빌리는 것은 한국군 창군이래 처음입니다. 내전이 격화되고 있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실탄을 빌린다고 하지만 이 안에는 굉장히 복합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그 안에 숨겨져 있는지 조사해봤습니다.

' 이상하게 재빠른 일본의 실탄 제공'

한빛부대가 이번에 자위대로부터 실탄을 제공받는 과정에는 몇 가지 의문이 숨겨져 있습니다.

① 실탄, 꼭 일본 자위대에 빌렸어야 했는가?

이번에 한국군이 빌린 실탄은 5.56mm K2 소총탄입니다. 이 실탄은 미군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앞서 한국군은 미 아프리카 사령부 예하 부대로부터 5천 발을 지원받은 바 있습니다.

막강한 보급력을 자랑하는 미군에 실탄 1만 발이 없어 일본 자위대에 빌렸다는 말은 무엇인가 말이 맞지 않습니다.


 

 

 


② 빨라도 너무 빠른 일본의 실탄 제공 결정

한국군이 실탄을 요청한 시간은 22일 오전입니다. 일본은 23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의 '4인 각료회의'(스가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아베총리)에서 실탄 제공을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한일관계가 그리 좋았던 시기가 아니었다는 점으로 비추어 이상하게 빠른 결정이었습니다.


③ PKO협력법을 뒤집는 실탄 제공

자위대의 실탄 제공은 그동안 일본이 보여줬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일본 'PKO협력법'에는 내각회의로 분쟁지역에 물자를 제공할 수 있다고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무기와 탄약은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결국, 이번의 한국군 실탄제공은 '무기와 탄약 제외'라는 기존 방침이 완전히 무너진 것입니다.


'실탄 빌려주며 웃는 일본'

일본 자위대는 한국군에 실탄을 빌려주며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진행해온 '신군국주의'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됐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이번 한국군 실탄제공으로 그동안 일본의 재무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무기수출 3원칙'을 파기할 기회도 얻었습니다.

일본은 실제로 이번 한국군 실탄제공은 '무기수출 3원칙 예외'로 간주했으며, 이에 따라 신속하게 내각회의에서 실탄제공을 결정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일본 자위대의 문제점이었던 탄약 보급률을 늘릴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전쟁하면 일본이 진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은 장기전을 할 수 있는 탄약이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기 수출을 하기 위해 탄약이 계속 일본 국내에 있다면, 전쟁이 나도 일본은 장기전을 펼칠 수 있는 전력을 갖게 됩니다.


 

 

 


일본은 1954년 만들어진 '자위대법'을 2006년에 개정했습니다. 과거에는 '자위대는 우리나라(일본)'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정된 자위대법에는 '일본 주변 지역'까지 확대됐습니다. 일본 주변 지역은 당연히 한반도가 포함되어 있고, 그 안에 북한이 존재합니다.

일본은 해외 PKO파병을(국제평화협력활동 제3조 제2항) 토대로 자위대의 위상을 높이고 있으며, 북핵 위협을 빌미로 한반도에 군사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자위대의 ‘본연의 임무(本.任務)’

○주된 임무: 직접침략 및 간접 침략에 대한 방위 출동
○종의 임무: 필요에 따라서 실시하는 국민보호 등 파견, 치안출동, 경호출동, 해상에 있어서의 경비행동, 탄도 미사일 등에 대한 파괴 조치, 재해 파견, 지진 방재 파견, 원자력 재해 파견, 영공침범에 대한 조치


일본은 이번 실탄 1만 발 제공을 통해서 그동안 계속 추진해온 극우정권의 '신군국주의'가 빛을 발하게 됐고, 앞으로 '평화를 위해서는 무장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더욱 힘을 얻을 것입니다.

' 보급과 대비태세에 실패한 한국군'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굉장히 안일하게 보고 있습니다. 그저 내전으로 한국군과 교민 24명이 위험해졌으니 그것을 막기 위해 실탄을 빌리는 것이며, 다음에 반환하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도 당장 급한데 실탄만 보급받으면 되지, 무슨 큰일이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몇 가지를 놓치고 있습니다.

▷ 공병,재건 부대이기 때문에 실탄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 일본 남수단 PKO 부대도 재건부대, 그런데도 실탄 1만 발을 빌려줄 정도로 실탄을 갖고 있다.

▷ 한빛부대는 병력이 적기 때문이다?
▶ 한빛 부대는 282명, 일본 남수단 PKO 부대는 증원되어 350~400명 수준이었다.

▷ 빌린 실탄은 다음에 반환하면 된다?
▶ 실탄 1만5천발: 경비병력 70명이 고작 200여발 보급받는 수준.그 정도 조차 없었던 준비태세 부족과 실탄 보급 문제 실패는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내년 1~3월에 북한군 도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국방부는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군대에서 실탄이 없다고 일본 자위대에 실탄 1만 발을 빌렸습니다.

1950년 6월 26일 남한이 북한군의 남침으로 무너지고 있는데도 국군이 북한군을 요격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 누구입니까? 안전하다고 국민을 안심시켜 놓고 몰래 혼자서 대피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실탄 1만 발을 자위대에 빌린 것이 굳이 문제가 있느냐는 그런 안일한 자세는 진짜 안보와 외교, 국방력의 허술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한국전쟁이 '신의 축복'이었다는 일본은 다시 한 번 한국군의 무능력함에 좋다고 손뼉을 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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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의 모든 것

"박근혜 '민영화 아니다'? 30년 전에나 통할 얘기!"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84>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의 모든 것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2-23 오후 4:33:00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수서발 KTX 주식회사의 성격을 두고 찬반론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나는 민영화 비판론의 입장에 서 있다. 현재 논점이 되는 다섯 가지를 중심으로 비판 근거를 정리한다. 결론을 먼저 밝히면 아래와 같다.

다섯가지 논점에 대한 입장

첫째, 수서발 KTX 주식회사는 민영화인가? 그렇다. 정부는 민간자본이 참여하지 않는 자회사이니 민영화가 결코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이는 30년 전에나 통하는 이야기이다. 1980년 이후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공기업 민영화에도 여러 '파생상품'을 개발해 왔다. 지금 박근혜정부의 자회사를 경유한 민영화는 정부 민영화론자들이 내놓은 철도민영화 상품이다. 김대중 정부부터 철도민영화를 자신의 미션으로 추진했던 이들에게는 '창의적인' 작품이지만, 그 상품의 성격을 모를만큼 우리도 우둔하지 않다.

둘째, 국민연금기금이 참여하면 철도공공성이 유지되는가? 훼손된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에 참여하라고 초대받은 국민연금기금은 시장에서 움직이는 민간펀드의 일종이다. 국민연금기금이 투자하므로 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은 자산시장에서 운용되는 국민연금기금의 기본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시장수익률을 넘는 수익을 올려야 한다.

셋째, 박근혜정부는 철도관련법을 지키고 있는가?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철도사업법이 제정된 취지는 철도운영을 한국철도공사가 독점적으로 운영하되, 공사가 폐지한 노선과 민간투자사업 노선에 한해 제 3자 운영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지금 박근혜정부는 철도관련법을 왜곡 해석하며 철도정책의 중대한 결정을 강행하고 있다.

넷째, 수서발 KTX 주식회사로 인한 경쟁 효과가 발생하는가? 거의 전무하다. 정부는 복수의 KTX 회사가 존재하면 경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열차 운행이 선로에 종속되는 철도산업의 기본 특성을 무시한 설명이다. 두 회사 사이에 경쟁 효과는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중복 비용만 초래될 뿐이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은 동일한 성격의 회사 설립으로 인한 중복 비용과 시장자본에게 제공해야 하는 수익을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조치이다.

다섯째, 한국철도공사의 개혁은 필요한가? 그렇다. 그 방향은 민영화를 통해 철도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철도서비스를 시민의 벗으로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할 과제는 민영화가 아니라 한국철도공사의 이사회를 이용자, 전문가, 생산자 등이 함께 논의하는 참여형 지배구조로 개편하는 일이다.
 

▲ 수서발KTX 출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민영화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민영화, 시장자본의 수익성에 종속되는 기관으로의 전환

전통적으로 민영화는 공공기관을 민간자본에게 넘겨주는 매각(sale)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1980년 이후 지난 30년 동안 시장만능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주도하면서 고전적 형태인 매각을 뛰어 넘어 다양한 종류의 민간위탁(franchising, concession, public-private partnership), 민간투자사업(BTO, BTL) 등 교묘한 민영화방식이 개발되어 왔다.

한국철도에서도 여러 민영화 방식이 도입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수서발 KTX 민영화는 정부가 건설하고 운영권을 민간에게 넘기는 민간위탁 방식이었으며(영국 여객철도도 여기에 해당), 이미 일부 업무를 민간회사에게 넘기는 외주화도 진행 중이다. 또한 민간자본이 건설에 참여하고 독점 운영권을 얻어가는 민간투자사업도 근래 늘어나고 있다(인천공항철도, 서울 지하철9호선 등).

다양한 방식의 공공기관 민영화에서 관통되는 기본 원리는 '수익 추구(profit motive)'이다. 공공기관은 사기업과 달리 공공성을 목적으로 설립되고 운영된다. 그런데 그 공공기관이 시장자본의 수익성에 종속되는 기관으로 전환될 때, 이것이 바로 민영화이다.

따라서 민영화 여부의 판단 잣대를 공공기관의 소유구조 변화, 매각으로 한정하게 되면 철도산업의 민영화 추세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대표적 예로, 이명박 정부는 수서발 KTX 민간위탁을 추진하면서 결코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체제 도입'이라고 강변했다. 현대건설, 동부건설, GS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두산 등 주요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제안서 공개 설명회까지 개최하고서도 민영화가 아니라고 거듭 우기는 촌극을 벌였다. 지분 매각 방식만이 오직 민영화라는 30년 전의 통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현재 25개 사기업이 운영하는 영국 여객철도도 소유권은 영국정부에 있으니 민영철도가 아니고, 지하철9호선도 외국계 금융자본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등 시장투자자가 운영해도 소유권은 서울시가 가지고 있으니 공공철도가 된다.

박근혜 정부의 KTX 민영화 방식: 자회사 주식회사를 활용한 시장자본 참여

철도산업의 민영화가 주로 이루어지는 영역은 철도운영 부문이다. 외국에서도 철도시설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식되어 민영화되는 경우가 드물다. 철도 민영화의 선봉에 섰던 영국조차 처음에는 철도시설까지 민간에게 매각했지만 그 부작용이 너무 커 지금은 철도시설공단(Network Rail)으로 재국유화해야 했다. 반면에 철도운영부문은 시설투자 부담에서 벗어나므로 시장자본이 눈독을 들이는 대상이다. 철도 운영권만 불하받으면 막대한 투자비를 책임지지 않으면서 수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운영부문의 민영화 방식은 이명박 정부식(영국식) 민간위탁, 지하철9호선식 민간투자사업, 자회사 형식을 통한 시장자본 참여 등 다양하게 추진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방식이 바로 자회사를 활용한 민영화이다.

민간투자사업이 SOC 건설에 정부재정과 민간자본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라면, 박근혜정부의 수서발 KTX 자회사는 시설 건설은 정부(철도시설공단)가 맡았지만 운영에 정부 지분(한국철도공사)과 시장자본(국민연금기금)이 함께 들어오는 변형된 형태의 민간운영사업이다.

일반적으로 자회사는 모기업의 사업 역영에서 주변 업무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수서발 KTX 주식회사는 모기업을 능가할 수 있는 독특한 자회사이다. 수서발 KTX가 이후 한국철도의 중추 간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서역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개통됨에 따라 수도권 광역교통망의 허브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수서발 KTX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처럼 성장해 가지만, 한국철도공사는 KTX 승객이 감소하고 이에 따른 경영수지 악화로 일반철도의 고사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박근혜정부의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이 다른 자회사 방식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를 지니는 까닭이다.

국민연금기금 성격: 국민연금기금은 시장수익률 이상을 추구하는 시장펀드

박근혜 정부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회사 지분구조가 코레일 41%, 공적자금 51%로 구성되니 민간 참여가 없고 정관에서 민간 매각을 금지하므로 민영화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기금의 기본 성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일부러 왜곡하는 변명일 뿐이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조성된 국민의 노후예탁금이므로 '사용 목적'에서 공적자금의 성격을 지닌다. 그런데 이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적립기금으로서 자산시장에서 기금을 투자하는데, '기금 운용'의 측면에서는 다른 민간펀드와 동일하게 시장자본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시장자본의 성격은 현행 국민연금법에서도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국민연금법 102조(기금의 관리와 운영)는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적인 안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 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킬 수 있도록 관리운영하고.... 자산 종류별 시장수익률을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금운용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을 마련한다. 이 지침은 국민연금법이 정한 '시장수익률을 넘는 수익' 추구를 위하여 국민연금기금이 달성해야할 목표수익률을 '실질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상승률±조정치'로 명시해 놓았다. 매년 약 7% 수준에서 목표수익률이 정해져 왔다. 이에 근거하여 국민연금기금은 자산운용시장에서 활동하는 유사한 민간펀드를 벤치마크로 삼아 자산군별(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 대체투자) 목표수익률을 세부적으로 정해 기금운용 집행기관인 국민연금공단에 요구하고 국민연금공단은 이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기금을 투자하게 된다.

국민연금기금이 수서발 KTX 주식회사에 투자할 경우 이는 인프라 부문에서 특정 지분 몫을 인수하는 SOC 대체투자에 속하게 될 것이다. 2010-12년 3년간 국민연금기금이 SOC 투자에서 비교로 삼은 벤치마크 수익률은 평균 6.91%였고, 실제 달성한 수익률은 이보다 0.79% 포인트 높은 7.70%였다(국민연금연구원, [2012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평가] 245쪽. 2013년)

따라서 국민연금기금이 수서발 KTX 주식회사 지분 59%를 가질 경우, 국민연금기금은 당연히 7% 이상의 수익을 요구할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법,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에 따른 의무적 조치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이 자산운용 측면에서 국민연금기금은 다른 민간펀드와 동일한 시장펀드의 하나일 뿐이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에겐 일반 투자신탁회사 펀드가 지닌 지분이나 국민연금기금이 투자한 지분이나 시장수익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투자자이다. 결국 국민연금기금이 투자한다는 것은 시장수익을 추구하는 시장자본이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면 발생하지 않을 수익 추구가 '민영화 비용'으로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관의 매각 금지 조항: 이사회가 언제든지 변경 가능

국민들의 민영화에 대한 비판이 거세어지자 수서발 KTX 주식회사 정관에 공적자금의 지분을 민간자본에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어 민영화를 차단하겠다고 호언한다. 국토교통부는 국민연금기금의 시장자본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지난 12월 10일 한국철도공사 이사회가 의결한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안이 이미 민영화 방안임을 인식하지 못한 뒷북 설명이다.

게다가 정관이 도대체 얼마나 의미를 지니는 것인가? 지난 8월 한국철도공사는 상법상 주식회사에서 주주의 지분 매각을 금지하는 것이 위법적 조항이어서 무효화될 수 있다는 법률 자문까지 받아놓고도 정관 제정을 강행했다. 또한 이 정관은 이사회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기에 국민연금기금의 지분이 다른 투자자의 몫으로 전환되는 일도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공기업이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하거나 설립되는 것은 민영화의 사전 조치로 해석되는 게 보통이다. 대표적 사례로, 1997년 공기업경영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담배인삼공사, 한국통신, 한국가스공사, 한국중공업, 인천국제공항, 한국공항공사가 민영화 대상 기업으로 정해졌었는데, 이 공기업 역시 주식회사로 전환되는 경과를 밟아 갔다(현재 담배인삼공사, 한국통신, 한국중공업은 민영화 완료).

박근혜 정부 위법 행정: 기본법 위반하고 의사결정에 국회 배제

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에서 국민들이 주목할 점은 박근혜정부가 한국철도운영체제의 중대한 결정을 수서발 KTX 자회사라는 일개 공공기관의 정관 사안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김대중 정부 시절 철도민영화로 사회적 논란을 벌일 때 쟁점은 철도민영화법 제정 여부였고, 노무현정부에서도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논리에 따르면, 철도산업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결정이 철도자회사 이사회의 손에 맡겨진다. 형식은 이사회를 통하지만 사실상 이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행정부가 한국철도운영체제의 변화 결정권을 행사하겠다는 이야기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권한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치이다.

이는 현재 철도산업의 기본골격을 정한 모법인 한국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위반하는 일이다. 한국철도산업발전기본법은 한국철도공사에 국가 소유 철도노선에 대하여 독점적 운영권을 부여하고, 예외적으로 한국철도공사가 아닌 새로운 운영자가 맡는 경우는 한국철도공사가 적자를 이유로 철도서비스를 중지하거나 제한한 경우로 정하고 있다. {한국철도산업발전기본법 34조(특정노선의 폐지 등의 승인), 시행령 48조(철도서비스의 제한 또는 중지에 따른 신규운영자의 선정)}.

즉 현행법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가 적자를 이유로 운영을 포기한 노선이거나 민간투자사업에 의해 별도로 건설된 노선이 아니라면 한국철도공사가 아닌 제3자가 운영할 수 없다. 수서발 KTX는 한국철도공사가 포기한 노선도 아니고, 민간투자사업도 아니다. 적자 폐지노선, 민간투자사업 노선도 아닌데 박근혜정부가 시장자본이 참여하는 수서발 KTX 주식회사에 면허권을 부여하는 것은 한국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위반하는 일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장관은 나중에라도 민간자본이 들어오면 면허권을 취소하겠다고 발언했는데, 이 역시 주주의 이익을 침해해 상법을 위반할 소지가 매우 큰 조치이다. 사실상 효력이 없는 대책임에도 논란을 피해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수서발 KTX 주식회사 지분에 미국자본이라도 들어오는 날이면 현재 KTX 노선도 한미FTA 조항에 적용받을 위험이 크다. 2005년 6월 이전에 건설된 현행 KTX 노선은 현재유보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그 이후 건설된 노선은 한미FTA 유보조항 보호를 받지 못하기에 미국자본이 참여할 수 있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가 현행 평택~부산(목표) 노선까지 운행하기에 자신의 영업권을 내세우며 이 노선에 대한 권리까지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연혜 사장에게 묻고 싶다. 최 사장은 작년 새누리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이전까지 노무현정부에서 철도공사 부사장을 지내고 얼마전까지 철도대학 총장까지 지낸 철도전문가이다. 현행 철도관련법이 정말 아무에게나 철도면허권을 주도록 입법화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지난 8월, 한국철도공사가 수서발 KTX 자회사 정관이 이후 상법에 의해 무효화될 수 있다는 법률 자문까지 받아 놓지 않았는가? 한미FTA로 인해 평택-부산(목표)까지 미국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체 할 것인가? 왜 이토록 이러한 위험한 일을 벌이는 것인가?

두개 KTX 회사의 경쟁효과: 없다
 

▲ 수서발 KTX 운행 노선 수서 펴택 구간을 빼고 겹친다. ⓒ철도노조

정부는 수서발 KTX가 따로 운영되면 서울역발 KTX와 비교 대상이 생기므로 경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는 열차 운행이 선로에 종속되는 철도산업의 기본 특징을 애써 모른 체하는 궤변이다.

두 회사가 별도로 KTX를 운영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인원을 줄일 수 있을까? 현재 서울-부산 KTX노선의 편성은 20개의 차량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기관사 1명, 열차팀장 1인, 승무원 2인(1인당 10량 담당)이 일한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 역시 여기서 인원을 더 줄일 수 없다.

다른 업무는 어떨까? 두 회사 모두 철도시설공단이 소유한 시설을 사용하고 선로사용료를 동일하게 납부한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는 한국철도공사에게 열차 차량을 임대하고 정비까지 위탁한다. 노선의 대부분이 한국철도공사와 겹치기에 선로 유지보수 업무도 두 개로 나눌 수 없는 하나의 일이다. 역사도 한국철도공사의 것을 함께 쓰고 정보시스템도 한국철도공사의 것이다. 서울역에서 평택 구간을 제외하곤 같은 선로를 달리기에 앞지를 수도 없어 소요시간도 동일하다. 어느 한 회사가 인하하면 따라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같은 구간에서 사실상 요금도 달리하기 어렵다.

굳이 두 회사에서 다른 점을 찾는다면 객실 서비스 정도인데 비좁은 공간에서 소수 승무원들이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의 차이가 클 수 없다. 동일한 차량을 사용하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변화로 색상이 있겠지만, 어린 아이가 아니라면 이것에 영향을 받을 어른은 없을 것이다. 결국 두 회사 사이에서 경쟁효과는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다. 현행 고속버스처럼 여러 회사 버스들이 순서에 따라 배차될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쟁체제 도입 운운하며 또 하나의 공기업을 설립하고자 한다. 왜 굳이 임원직, 관리직 비용을 별도로 지불하고, 두 회사간 차량 임대, 수리 등 계약 업무까지 추가로 벌여야 하며, 수서발 KTX에 투자한 시장자본에 시장수익까지 지불해야 하는 일을 벌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낙하산 자리가 더 필요한 것인가? 혹시 한미FTA 협정에 따른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인가?

공기업이라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면 이미 KTX는 저가항공, 고속버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도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는데 동일 기술, 동일 차량의 회사를 복수로 설립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정부가 초래하는 공기업 비효율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수서발 KTX 주식회사가 여전히 공공기관이라면 이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과도 모순된다. 정부는 지난 12월 1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 공공기관의 유사ㆍ중복기능 등을 축소·조정하겠다고 발표해놓고 지금 동일한 역할을 하는 조직을 하나 더 만들겠다고 강행하고 있다.

올해 봄까지 한국철도공사는 수서발 KTX를 분리 운영할 경우 경쟁효과는 없으면서 비효율만 발생한다며 정부정책을 비판해 왔다. 취임 2개월을 맞는 최연혜 사장도 이전에는 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철도 특성을 잘못 이해한 정책이라며 KTX 경쟁 도입과 민영화를 강력히 비판해 왔다.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운영의 책임기관으로 국민들에게 정직하게 사실을 고해야 한다. 최연혜 사장은 새누리당 정치인 이전에 철도 학자였다는 점을 상기하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

대안: 한국철도공사가 수서발 KTX를 통합운영하고 참여형 이사회 도입하라

정부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진정 그러한가? 그렇다면 철도민영화를 금지하는 조항을 입법화하자는 야당, 시민사회, 철도노조의 제안을 수용하기 바란다. 상호 신뢰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왜 신뢰를 줄 수 있는 조치를 거부하는가? 입법 항목은 간단하다. 한국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철도 노선에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자본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철도사업법에 면허를 받을 수 있는 신규운영자를 적자폐지노선과 민간투자사업 노선으로 제한하면 된다.

이제 진정 한국철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개혁을 진행하자. 공기업 중복 설립, 시장자본의 수익 등의 비용을 치루지 않고도 개혁은 가능하다. 우선 수서발 KTX는 현재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철도산업의 통합적 특성을 살려 한국철도공사가 통합운영해야 한다. KTX의 경쟁은 이미 저가항공, 고속버스를 상대로 발생하고 있고 한국철도공사의 KTX 사업은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만큼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만약 수서발 KTX 노선이 개통됨에 따라 KTX 노선끼리 비교 효과를 얻고 상호 자극을 주고자 한다면 한국철도공사에 노선별 사업부서를 꾸리면 된다.

한국철도공사를 비롯해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고질적인 문제는 지배구조에 있다. 따라서 이번 논란을 계기로 우리가 추진해야할 진정한 철도개혁은 민영화가 아니라 의사결정권을 지닌 지배구조 혁신에 있다. 한국철도공사 지배구조를 철도이용자, 전문가, 철도생산자들이 함께 논의하는 '참여형 이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의 낙하산체제에서 벗어나 이용자, 전문가, 생산자가 자신의 이해관계에서 상호 경제하고 소통하는 혁신 공기업체제를 마련해 가자.

* 필자는 <영국 철도산업 민영화와 철도 노사관계 변화> 저자로 철도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내만복 칼럼은 필자가 참여하는 팟캐스트 <만복라디오>에서 상세히 논의됩니다. 지난번 칼럼을 들으세요. (☞바로 가기 http://mywelfare.or.kr/464)<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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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이 울렸다... 난 세 번 울컥했다... 그날을 기록한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12/24 05:19
  • 수정일
    2013/12/24 05: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2013년 12월 22일 난 민주노총에 있었다

[체험기] 동네북이 울렸다... 난 세 번 울컥했다... 그날을 기록한다

13.12.23 20:34l최종 업데이트 13.12.23 20:34l
박성식(bullet1917)

 

 

보수집단의 황당한 종북타령이나 불법타령 따위는 나를 춤추게 한다. 그러나 진보를 지향하는 이들의 냉소와 비난에는 몸도 마음도 차갑게 굳는다. 물론 현대차의 비정규직 문제와 같이 대법 승소판결까지 받은 사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은 민주노총이 먼저 겸허히 돌아볼 일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관료집단이나 낡은 꼰대로 지목할 때면 안타깝다. 솔직히 야속하다. 아무튼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는 민주노총은 동네북, 딱 그 꼴이었다.

그 동네북이 2013년 12월 22일 힘차게 울렸다. 동네방네 퍼진 북소리를 듣고 지인들은 통쾌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잠들었던 투쟁의 영혼이 깨었다는 소리까지 한다.

그날 그 울림에 나는 세 번이나 울컥했다. 민주노총에서 7년을 일하는 동안 있었던 수많은 울림 가운데 특별했던 그날을 기록한다.

[첫 울컥] 와장창!... 유리현관이 내려앉자 비명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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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진 유리문 앞에서 경찰 막아선 노조원 22일 경찰이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 1층 현관 유리문을 부수고 진입을 시도하자,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 한 명이 깨진 유리문 앞에 서서 경찰의 진입을 막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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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 없이 2013년 12월 22일은 민주노총에게 특별한 날이었고, 역사도 기억할 것이라 확신한다. 철도민영화를 막기 위해 22일 현재 13일째 파업을 이끌어가는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고, 이 기회에 민주노총까지 무력화시키려 한 경찰은 5000여 명에 가까운 병력을 투입해 민주노총 사무실에 난입했다.

민주노총 18년 역사 이래 처음이다. 다른 정권은 생각지도 못한 일을 박근혜 정권은 감행한 것이다. 철도파업 이후 2주 가량 쏟아지는 일과 매일 밤 늦게까지 거듭되는 회의에 지친 나머지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길, 난 바랐다. 전날까지만 해도 나는 설마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이 주요 일간신문사의 건물임을 아랑곳 않고 현관 유리문을 부숴버리고 진입하는 순간, 긴 하루가 될 것을 예감했다. '와장창!' 유리현관이 내려앉자 비명이 시작됐다. 서로의 몸을 엮어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뜯어내는 경찰병력은, 마치 먹잇감의 살점을 서로 뜯어먹으려 달려드는 야수와 같았다.

공권력에 사지를 들려보면 안다. 나도 모를 분노와 절규가 터져 나오는 것을. 참담했다. 냉정히 상황을 파악해야 했지만, 18년 민주노총의 역사가 뜯겨나간다는 생각에 울컥하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래도 민주노총이다. 노동자들은 굴비 엮듯 끌려 나오는 치욕은 용납하지 않았다.

현관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건 당연한 풍경이다. 경찰의 공무집행이 정당하지도 않았지만, 설령 정당하다고 친들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을 하면서 껌까지 씹어대는 경찰을 보고 있자니, 일말의 불편함도 못 느끼는 그들의 길들여진 직업의식이 서글프기까지 했다.

몇 사람을 끌어냈을까? 현장지휘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또 하나의 유리현관이 박살나고 비명은 더 많이 더 크게 들렸다. 이제는 경찰과 기자들 사이에도 고성이 오가고, 더 생생한 생중계를 내보내기 위해 몸조차 가누기 어려운 곳에서 카메라를 든 채 버티고 있는 카메라 기자들과 그 와중에 1보를 내보겠다고 노트북을 펴 든 펜 기자들까지. 그들은 그곳에서 또 하나의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두번째 울컥] 어머니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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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년만에 민주노총 투입된 공권력 22일 민주노총에 진입한 경찰병력이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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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경향신문사의 1층 로비는 경찰에 의해 완전히 장악됐고, 잠시 소강상태가 흘렸다. 그제야 핸드폰 진동이 또렷이 느껴졌다. 집에 홀로 계신 팔순 넘은 나의 어머니가 자식이 일하는 민주노총이 짓밟힌다는 소식에 전화하셨다.

"성식이냐? 성식이냐?"
"네, 저예요."
"아이구. 아들 전화 받네. 몸 상한 데는 없냐?"
"아무 일 없어, 괜찮아."
"난리다 난리, 근로자들 끌려나오는데... 방송 보믄서 눈물 나드만... 니 목소리 들으니..."
"엄니, 울지 마아. 우린 괜찮다니깐..."

전화를 끊고도 어머니 생각에 한동안 먹먹해지고 말았다. 늙을수록 어머니란 사람들은 늘 자식들을 울리기 마련이지만, 서러운 날일수록 어머니란 이름은 자식들을 울컥하게 만든다. "엄마" 하며 서럽게 울던 어린 시절이 남긴 깊은 감정일까?

아무튼 어머니란 그런 존재다. 부르기만 해도 목구멍에 걸리는 말이 어머니다. 단지 철도민영화를 반대했다고 무려 8000여 명에 가까운 조합원을 직위해제한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감히 입에 올릴 말이 아니며, 박근혜 대통령이 들먹일 말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하루 전인 12월 18일 투표 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 한분 한분의 삶을 돌보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기왕지사 큰일까지 벌인 마당에 솔직히 고백하길 바란다. "재벌을 위해 공공성을 헌신짝처럼 버릴 생각으로, 민주노총 한분 한분을 손보는 민영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이다.

[세번째 울컥] 12시간을 버티던 14층 민노총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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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에 휘날리는 깃발 경찰이 22일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에 병력을 투입했으나, 한 명도 체포하지 못한 채 철수했다. 경찰들이 철수하자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노동자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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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 역사에 기록될 민주노총 경찰 난입 사건 이후, 나는 이제 독재라는 명명을 더 이상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독재자의 딸이 아니다. 그녀가 바로 독재자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배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만으로 병력 5000여 명을 몰고 와 전쟁을 치르듯 민주노총에 난입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의 건물이었기에 더욱 거리낌이 없었고, 법원도 수색영장 청구를 기각했지만 박근혜 정부에겐 그따윈 필요치 않았다.

그 폭력에 맞서 12시간을 버티며 14층 창밖 저 높은 곳에서 휘날리던 민주노총 깃발은 감동이고 눈물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진정 노동자 민중의 자부심이었다. 12시간의 격렬한 저항, 그 사건은 기막힌 반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경찰이 천장까지 뜯어가며 수색했지만 철도노조 지도부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은 채, 당연히 '있다'는 전제 하에 벌어진 대규모 작전은 '없다'는 반전으로 끝났다. 경찰은 국민적 조롱감이 됐다. 책임을 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오늘(23일)은 민주노총 옷을 입고 당당하게 거리를 걷고 싶다. 뭐, 민주노총 조끼 때문에 눈치를 보진 않았지만, 이따금 사람들의 편견이 신경 쓰이곤 했다. 그러나 우리는 더 단단해 질 것이고 더 당당해 질 것이다. 단 하루의 사건에 너무 몰입돼 흥분한 게 아니냐는 핀잔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에게 그런 하루쯤은 허락해도 좋지 않을까? 그리곤 다시 겸손하게 시작하자.

힘내라! 민주노총.

덧붙이는 글 | 박성식 기자는 민주노총사회공공성본부 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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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강 수준으로 증강되는 인민군 잠수함대

사상 최강 수준으로 증강되는 인민군 잠수함대
 
한호석의 개벽예감 <93>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3/12/24 [02:35] 최종편집: ⓒ 자주민보
 
 

[편집자 주: 북의 잠수함 능력에 대한 우려는 우리 국방부에서도 공개적으로 종종 표명하고 있다. 하여 대응 잠수함과 대잠함 개발에 막대한 재정을 투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확대를 해야 한다는 것이 국방부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최근 들어 실제 연례적, 주기적인 한미합동훈련 중 대잠훈련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미군을 압도하기 위한 잠수함 전력 구축을 위해 국가 재정의 30% 이상 투자하고 전민을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북을 남측에서 무기 경쟁만으로 대응하려고 하다보면 국가 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으며 갈수록 복지 위축과 내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남측의 평범한 돌핀급 잠수함이 시범 대결전에서 미국 항공모함을 연파시켰을 정도로 잠수함은 무서운 무기이며 가장 값비싼 무기 중에 하나이다.

그렇다고 북이 두려워 미군에만 마냥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국은 북과의 대결이 두렵다는 판단이 들면 베트남과 대만을 서슴없이 버렸던 것처럼 언제 남한을 버리고 떠날지 모르는 실용주의(자국 이기주의)나라이다.

결국 군사적 준비도 해야겠지만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이루어 완전한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것만이 답이 될 것이다.

통일을 이루면 북과 남의 군사력 모두가 우리민족 전체를 지키는 군사력이 되지 않겠는가. 민족적으로 봐도 경제적으로 봐도 통일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이 더욱 절실하다.

그런 통일은 오직 6.15와 10.4선언 이행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본다. 한호석 소장의 글이 정부와 국민들에게 이런 방향의 대북정책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되어 여기 소개한다.]
 
▲ <사진 1>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3년 12월 13일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그 연구소에 특별한 과업을 주었다. 2014년부터 지하요새를 증설하기 위한 특수설계과업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군과 한국군이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중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이동식 콘크리트 방호벽과 강철차폐문이 겹겹이 설치된 지하해군기지

장성택 사형집행에 관련하여 북을 비난하는 유언비어들이 남측 언론에 난무하던 2013년 12월 14일 북측 언론에 또 다시 놀라운 소식이 보도되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2월 13일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현지지도한 소식이었다. <사진 1>은 그 놀라운 소식에 관련하여 북의 언론이 보도한 사진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현지지도한 소식을 놀라운 소식이라고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래의 정보에서 그 까닭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현지지도하였던 2013년 12월 13일, 평양체육관에서는 북측 전역에서 모여온 ‘건설부문일군대강습’ 참가자들이 8개 부문으로 나뉘어 실무강습을 진행하고 있었다. ‘건설부문일군대강습’은 12월 8일부터 12월 14일까지 계속되었는데, 군인과 민간인을 막론하고 건설부문의 모든 간부들과 기술자들이 그 대강습에 참가하였다. 그런데 김정은 제1위원장은 ‘건설부문일군대강습’ 마지막 날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현지지도한 것이다. 무슨 뜻인가? 김정은 제1위원장이 2014년에 건축설계부문에서 제기될 가장 중대한 임무를 인민군 설계연구소에 몸소 맡겼다는 뜻이다.

인민군 설계연구소는 인민군 공병부대가 건설하는 각종 군사시설을 설계하는 전문기관이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군사시설 설계를 민간설계회사에게 용역으로 위탁하지만, 북에서는 군사시설 설계를 전담하는 인민군 설계연구소가 따로 있다. 이것은 군사시설 설계를 전담하는 특수설계기관이 필요할 만큼 북의 군사시설이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고, 또한 군사시설 건설을 그만큼 중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인민군 군사시설은 인민군 야전부대들이 자기 영내에서 자체로 건설하는 중소형 일반군사시설이 아니라, 인민군 공병부대들이 건설하는 대형 주요군사시설을 뜻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당의 전국요새화 방침과 사회주의문명국 건설구상을 관철하는 데서 조선인민군 설계연구소가 맡고 있는 임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지적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인민군 설계연구소의 일차적 임무는 조선로동당의 ‘전국요새화 방침’을 건축설계부문에서 수행하는 것이다.

북에서 요새라고 불리는 전략군사시설은 지하요새화된 주요군사기지를 뜻한다. 그런데 북의 실정을 잘 알지 못하는 남에서 ‘땅굴’이라는 신조어가 유행되는 바람에 남측 국민들은 지하요새라는 말을 듣는 순간 습기가 차서 눅눅하고 조명도가 낮은 전등 몇 개가 켜진 어두컴컴한 지하대피소를 상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런 상상과 전혀 다르다. 예컨대, 인민군 공군부대에서 근무하다가 1996년 5월 월남한 탈북자의 경험담에 따르면, 북에 건설된 지하공군기지 내부는 물을 수시로 바닥에 뿌려주어야 할 만큼 건조하다고 한다. 또한 북의 전방부대에서 군사복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탈북자가 2010년 11월 28일 <중앙SUNDAY> 취재기자에게 들려준 목격담에 따르면, 전방지대의 인민군 중대가 사용하는 수많은 지하군사시설들에는 중대병력 100명이 1주일 동안 전면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탄약, 무기, 식량, 연료 등이 완비되었다고 한다.

물론 북측 각지에는 인민들이 전시에 대피할 지하대피시설들이 수없이 많지만, 인민군 설계연구소는 단순한 설계와 시공으로 건설하는 지하대피시설 같은 지하시설을 설계하는 곳이 아니다. <사진 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민군 설계연구소에서 설계하는 지하요새는 3차원 컴퓨터기술로 설계하고, 공병부대들이 현대식 건설장비와 자재와 설비를 투입하여 시공하는 첨단군사시설이다. 그러므로 북에 건설된 수많은 지하요새를 삽과 곡괭이로 파낸 땅굴이라고 상상해오던 오랜 착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로동신문> 2013년 8월 11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베트남전쟁 초기에 지하야전지휘소를 건설해 달라는 호치민 베트남 국가주석의 “긴급요청”을 받고 1965년 8월 인민군 공병부대를 북베트남에 급파하였는데, “착암기, 공기압축기, 세멘트와 까벨선(케이블선이라는 뜻-옮긴이), 자동차”는 물론이고 식량과 부식물까지 가지고 베트남전선에 도착한 인민군 공병부대는 미국군의 집요한 공중폭격 속에서 진척시켜야 하는 어려운 공사를 밀고 나가 3년 만에 지하야전지휘소를 완공하였다. 그들의 희생적인 노고와 탁월한 시공능력에 감동한 호치민 국가주석은 김완수 인민군 공병부대 지휘관에게 베트남 최고훈장인 전공훈장 제1급을 직접 달아주면서 치하하였다고 한다. 이 일화에서 주목하는 것은, 베트남전쟁 시기에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병사들이 비정규전을 수행하기 위한 구찌갱도(Cu Chi Tunnel)를 삽과 곡괭이로 굴설하고 있을 때, 북베트남에 파견된 인민군 공병부대는 착암기와 공기압축기 같은 굴착장비로 지하야전지휘소를 건설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북은 이미 1965년에 다른 나라의 지하야전지휘소를 건설해주는 기술과 역량을 가졌으므로, 그 이후에 북측 각지에 얼마나 많은 지하요새를 건설하였는지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북이 지하요새를 곳곳에 그처럼 많이 건설한 까닭은 지하요새야말로 적의 공중정찰을 무력화하는 엄폐효과,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방호효과, 적에게 불시타격을 가하는 작전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하여 가장 견고하고 위력적인 군사기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만이 아니라, 몇몇 다른 나라들도 지하군사시설을 건설해놓았지만, 다른 나라 지하군사시설은 대체로 일부에 국한되었을 뿐이다. 모든 군종 및 병종의 전략군사시설을 100% 지하요새화한 요새강국은 전 세계에서 오직 북밖에 없다. 중국도 자국의 전략군사시설을 지하요새화한 요새강국이지만, 북처럼 100%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였다.


 
▲ <사진 2> 스웨덴군이 화강암층 해안암벽을 뚫고 건설한 무스코 지하해군기지의 위용이 대단해 보인다.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은 이 지하요새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하면서, 핵공격에도 끄덕 없다고 높이 평가하였다. 그런데 무스코 지하해군기지 출입구에는 강철차폐문도 없고 출입구 앞쪽에는 콘크리트 방호벽도 없다. 화강암층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지형을 가진 북은 위와 같은 지하해군기지를 동서해안 곳곳에 건설하였을 뿐아니라, 3중 강철차폐문을 출입구에 설치하고 두께 3m의 이동식 콘크리트 방호벽까지 출입구 바깥쪽에 설치하여 핵공격을 막아내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었으니, 그 분야에서 스웨덴은 북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북에 건설된 수많은 지하요새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상물을 손꼽는다면, 물론 지하야전지휘소가 첫 손가락에 꼽히고, 지하격납고와 지하활주로를 가진 지하공군기지, 지하저탄시설과 지하발사시설을 가진 지하미사일기지, 그리고 지하수리소와 지하정박소를 가진 지하해군기지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현지지도한 인민군 설계연구소에서 그러한 지하야전지휘소, 지하공군기지, 지하미사일기지, 지하해군기지 등 첨단지하군사시설을 설계한다.

2013년 12월 13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군 설계연구소의 여러 설계실들을 돌아보면서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설계의 과학화 수준을 결정적으로 높이자면 설계방법을 과학화하고 설계수단을 현대화하여야 한다”고 지적하였고, 설계연구소에 필요한 최첨단설계수단들을 자신이 직접 보내주겠다고 약속하였으며, 설계연구소 앞에 나서는 구체적인 과업을 제시하였다. 이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직접 지시와 각별한 배려에 의해 인민군 설계연구소의 기술과 역량이 앞으로 불과 한 달 안에 최첨단 수준으로 대폭 강화된다는 뜻이며, 첨단시설을 갖춘 지하야전지휘소, 지하공군기지, 지하미사일기지, 지하해군기지 등 지하요새들이 2014년부터 곳곳에 증설될 것이라는 뜻이며, 그와 더불어 기존 지하요새들도 현대화된다는 뜻이다.

요즈음 북의 건설부문에 널리 도입되는 첨단기술은 전자통신기술, 자동화기술, 친환경기술 등이므로, 지하요새에 전자통신설비를 들여놓고, 지하요새운용체계를 자동화하고, 전력소비를 줄인 친환경적인 내부설비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네 종류의 지하요새들 가운데 가장 건설하기 어려운 것이 지하해군기지다. <사진 3>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지하해군기지는 기지 내부에 바닷물이 들어오도록 설계해야 하고, 수상함이나 잠수함이 곧장 바다로 드나들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지하군사시설에 비해 설계와 시공이 그만큼 더 어려운 것이다.
 
▲ <사진 3> 스웨덴군이 자랑하는 무스코 지하해군기지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전술잠수함 3척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전술잠수함 전용 지하기지라서 그런지 내부공간 높이가 좀 낮아 보이고 너비도 좀 좁아 보인다.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민군 지하해군기지 내부공간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내부공간의 높이와 너비가 각각 30m나 된다고 하니 키가 큰 군함들이 두 줄로 줄지어 들어갈 수 있다. 무스코 지하해군기지 내부길이는 350m밖에 되지 않지만, 남포에 있는 인민군 지하해군기지 내부길이는 600m나 된다니 그 규모가 얼마나 장대한지 상상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북은 스웨덴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지하요새강국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2008년 11월 수라 쉐 만(Thura Shwe Mann) 미야마군 합참의장은 미얀마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북을 방문하여 각종 군사시설을 돌아보던 중 남포에 있는 인민군 서해함대사령부 예하 지하해군기지 한 곳을 참관하였는데, 그의 이름으로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대표단이 참관한 인민군 지하해군기지는 높이 30m, 너비 30m, 길이 600m이고, 기지출입구에서 얼마 떨어진 바다 위에 적의 미사일공격을 막기 위한 높이 30m, 두께 3m, 길이 30m의 이동식 콘크리트 방호벽이 설치되었고, 기지출입구에는 전기장치로 여닫는 강철차폐문이 3중으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러시아전략연구소(RISS) 국방정책실 부실장 블라디미르 노비코프(Vladimir T. Novikov)는 2013년 2월 13일 <연합뉴스> 취재기자와 대담하면서 북의 지하군사시설은 재래식 무기로 파괴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월 스트릿 저널(WSJ)> 2012년 1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가 3억3,000만 달러를 투입하여 개발한, ‘벙커버스터(Bunker-buster)’라고 부르는 무게 13.6t의 지하관통폭탄을 B-2 스텔스 폭격기에서 투하하는 폭격실험을 실시하였는데, 견고하게 건설된 지하군사시설은 그 폭탄으로 파괴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두께 3m의 이동식 콘크리트 방호벽과 3중 강철차폐문이 설치된 인민군 지하해군기지는 세상에 현존하는 그 어떤 무기도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완벽한 방호력을 지녔다. 그런 지하해군기지는 북에서만 건설할 수 있는 난공불락의 지하요새들 가운데 하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인민군 설계연구소 현지지도는 그처럼 완벽한 방호력을 지닌 현대식 지하해군기지를 2014년에 증설하게 된다는 뜻이며, 그렇게 건설된 지하해군기지에 들어갈 신형 전투함들과 신형 잠수함들이 지금 대량 건조되고 있다는 뜻이다.


북의 ‘은아축전지’ 대량생산과 잠수함 건조능력

중국 해관(남측에서는 세관) 자료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3년 3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2013년 1월 한 달 동안 7억 2,600만 원(미화 65만3,000 달러)을 주고 중국으로부터 661.7kg의 은을 수입하였다. 한 달에 1만 달러 이상을 들여 보석류와 귀금속류를 수입한 적이 없는 북이 2013년 1월에는 매우 이례적으로 65만 달러나 주고 많은 양의 은을 수입한 것이다.

‘지하자원의 보고’라고 부를 만큼 각종 지하자원이 풍부한 북에는 은도 많이 묻혀있는데, 5,000t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북의 은매장량을 국제시세로 환산하면 1조9,124억 원(18억 달러)이고, 북측 각지의 은광산들에서는 내부수요를 충족하기에 넉넉한 은광석을 채굴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북이 2013년 1월에 갑자기 많은 양의 은을 수입한 것은, 은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어떤 제품을 올해 초부터 대폭 증산하기 시작하였음을 의미한다. 은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제품들 가운데 첫 손에 꼽히는 것은 축전지다.

북이 올해 들어 축전지를 대폭 증산하기 시작한 사연은 무엇일까? 축전지는 산업부문에서 많이 쓰이기도 하지만, 축전지를 가장 많이 요구하는 곳은 역시 군사부문이다. 전투기, 헬기, 전차, 장갑차, 대전차미사일, 무선통신기, 야시경장비, 기뢰탐지기, 잠수함, 어뢰 등 주요군사장비들은 축전지를 반드시 내장해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축전지를 가장 많이 내장하는 군사장비가 바로 잠수함이다. 핵동력 잠수함이나 디젤-전동식 잠수함에는 모두 축전지가 들어가는데, 특히 디젤-전동식 잠수함은 축전지에서 나오는 전기로 추진력을 얻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축전지가 들어간다. 예컨대, 2000년에 퇴역한 영국 해군의 오버론급(Oberon-class) 잠수함은 길이가 90m이고, 수중배수량이 2,370t이며, 승조원 70명이 승선하는 중형 디젤-전동식 잠수함이었는데, 그 잠수함 밑창에는 2볼트(V) 축전지 448개가 꽉 들어차 있었다. 중형 잠수함 한 척을 건조하려면 얼마나 많은 은이 필요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은과 아연의 합성물이 들어가는 잠수함 축전지를 북에서 ‘은아축전지’라 부른다. ‘은아축전지’에 들어가는 아연은 북에서 내부수요를 충족하고도 남아 다른 나라에 수출도 한다. 이를테면, ‘금골’이라고 부르는 함경남도 단천에 있는, 동아시아 최대 아연광산인 검덕아연광산에는 아연 2억7,000만t이 묻혀있고, 검덕광업련합기업소의 연간 아연생산능력은 2005년을 기준으로 12만4,000t이었는데, 2006년에 생산시설의 종합적인 자동화를 실현하였으므로 지금은 연간 아연생산량이 20만t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북이 ‘은아축전지’를 대폭 증산하기 위해 아연을 수입할 필요는 없고, 은만 수입하면 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요즈음 북은 신형 잠수함을 대량으로 건조하고 있는 것일까?

2006년 3월 9일 버월 벨(Burwell B. Bell)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이 “세계 최대의 잠수함대(the world's largest submarine fleet)”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고, 같은 해 6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발표한 ‘2006년 세계 군사력 비교’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을 기준으로 인민군 잠수함은 88척이다. 그러면 2006년에 88척이었던 인민군 잠수함은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오늘 얼마나 더 증강되었을까?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2010년 이후 북에서는 ‘주체철’ 기술개발로 철강생산이 증가하였고, 기계공업부문에 CNC 공작기계가 널리 보급되어 기계가공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철강생산의 증가와 CNC 공작기계의 보급 확대는 잠수함 건조부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잠수함 건조능력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데일리 NK> 2011년 2월 15일 보도와 2013년 4월 4일 보도에 따르면, 2010년 이전에는 전술잠수함을 연간 5척씩 건조해오던 북이 2010년부터 여러 조선소들에서 전술잠수함을 대량건조하기 시작하여, 2013년 현재 북의 전술잠수함 건조능력은 (조선소 당) 6개월에 한 척씩 건조하는 놀라운 수준에 이르렀으며, 전술잠수함을 연간 15척 이상 건조한다고 한다. 요즈음 북에서 이처럼 대량생산하는 전술잠수함은 길이 34m, 수중배수량 370t, 533mm 중어뢰발사관 4문을 장착한 소형 잠수함이다. 이처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강된 북의 잠수함 건조능력을 생각하면, 오래 운용한 잠수함을 폐기하고 신형 잠수함으로 대체하는 지난 7년 동안의 과정에서 인민군 잠수함은 현재 100척 이상으로 늘었을 것이다.

인민군 잠수함대에 신형 잠수함들이 그처럼 해마다 증강배치되고 있으므로, 신형 잠수함을 운용할 승조원들의 기동훈련이 급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아래의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2011년 9월 19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2008년 1∼8월 기간에 인민군 잠수함 훈련은 2회밖에 되지 않았고, 2009년 같은 기간에도 5회에 지나지 않았는데, 2010년 같은 기간에는 28회로 늘었고, 2011년 같은 기간에는 무려 50회로 급증하였다고 밝혔다. 남측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1년 4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잠수함대는 각급 잠수함 5∼6척 씩 참가하는 기동훈련을 동해와 서해에서 계속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 2012년 4월 5일 보도와 <중앙일보> 2012년 5월 1일 보도에 따르면, 동해안의 잠수함기지 두 곳에서 인민군 잠수함 3∼4척이 출항한 뒤 미국군 정찰위성 감시망에서 사라졌으며, 인민군 동해함대사령부 휘하 각급 잠수함 8∼9척이 기지에서 출항한 뒤 미국군 정찰위성의 감시망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국제사회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지만, 인민군의 최대 강점은 강력한 잠수함대를 보유한 것이다. 어느 나라나 자국의 군사적 강점을 우선적으로 강화, 발전시키기 마련이므로, 북도 당연히 자기의 군사적 강점인 인민군 잠수함대를 우선적으로 강화, 발전시키고 있다.


북의 경핵병진노선과 핵동력 잠수함

인민군 잠수함대가 40여 년 전 소련에서 수입한 낡은 잠수함밖에 보유하지 못했다는 식의 과소평가가 국제사회에 ‘정설’처럼 퍼져 있지만, 그것은 무지와 오판이 빚어낸 심한 착각이다. 미국 국방정보국(DIA) 1997년판 미국군 내부자료를 읽어보면, 국제사회에 퍼진 그런 착각은 금방 사라지게 된다. 그 자료에 따르면, 인민군이 운용하는 로미오급(Romeo-class) 잠수함은 “좋은 장비를 갖추었고(well-equipped), 성능이 향상된 수중음파탐지기(an improved sonar)를 가지고 있으며, 어뢰 14기와 기뢰 28기를 탑재하고 있다”고 하였다. 원래 로미오급 잠수함은 1957년부터 1961년 사이에 소련에서 건조된 것인데, 미국군 내부자료가 지적한 것처럼 1990년대 중반 북에서 운용하던 로미오급 잠수함은 최신 장비로 개량된 것이었다. 그런데 인민군의 로미오급 잠수함에 대한 미국 국방정보국의 그런 평가도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에 나온 것이므로, 오늘 인민군이 운용하는 각급 잠수함들의 성능은 17년 전에 비해 몰라보게 대폭 향상되었을 것이다.

이제껏 국제사회에는 북이 소형다함(小型多艦) 형태로 잠수함대를 건설하였다고 알려졌지만, 그것은 북이 자체 기술로 건조한 전략잠수함을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착오다. 북은 전략잠수함의 수중정규전과 전술잠수함의 수중유격전을 배합한 세계 유일의 독특한 잠수함전법을 개발하여 잠수함대 전투력을 극대화시킨 잠수함강국이다. 예컨대, 2012년 10월 8일 합참본부 국정감사를 위해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정승조 당시 합참의장은 북이 2012년도 하계훈련에서 “정규전 잠수함과 침투형 잠수정을 동원해 활발하게 훈련했다”고 답변하였는데, 그가 말한 북의 잠수함훈련을 좀 더 정확하게 서술하면 전략잠수함의 수중정규전과 전술잠수함의 수중유격전을 배합한 잠수함훈련이었던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국제사회에서 핵강국으로 공인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개국은 핵동력 잠수함을 자체로 건조하고 운용하는 잠수함강국들이다. 핵무력기술과 핵동력 잠수함 건조기술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핵강국들은 핵무력기술과 핵동력 잠수함 건조기술을 동시병행적으로 발전시키는 법이고, 따라서 핵강국은 곧 잠수함강국으로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도 다른 핵강국들과 마찬가지로 핵무력기술과 핵동력 잠수함 건조기술을 동시병행적으로 발전시켰다.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DW)> 2005년 4월 8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1993년에 러시아로부터 양키급(Yankee-class) 핵동력 잠수함 12척을 수입하였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양키급 잠수함을 개량한 양키 놋취(Yankee Notch) 공격형 잠수함 2척을 수입하였고, 그것을 역설계하는 공정을 거쳐 핵동력 잠수함 건조기술을 자체로 개발하였고, 마침내 조선형 핵동력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건조하였다. 나는 2012년 9월 17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북의 잠수함 건조능력을 분석한 글 ‘제4핵강국의 조용한 등장 알려주는 사진’에서 북이 조선형 핵동력 잠수함을 건조하였음을 자세히 논증한 바 있다. 조선형 핵동력 잠수함은 길이 140m, 수중배수량 10,000t, 잠항거리 이론상 무제한, 533mm 중어뢰발사관 8문, 비핵탄두 및 핵탄두를 장착한 순항미사일 32기를 탑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형 핵동력 잠수함을 운용하는 인민군 전략잠수함대의 존재에 대해 북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고,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것 같은 미국 군부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운용하는 인민군 전술잠수함대 가운데 일부만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되어 국제사회에 알려졌을 뿐이며, 인민군 전략잠수함은 전혀 노출되지 않아 국제사회가 그 존재 여부조차 알지 못한다.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무장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의 막강한 타격력은, 2012년 4월 15일 화성-13호가 등장한 인민군 군사행진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민군 전략잠수함대도 전략로케트군 못지않은 막강한 타격력을 보유하였다.

2013년 3월 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인민경제와 핵무력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경핵병진노선에 나오는 핵무력이라는 개념에는 당연히 조선형 핵동력 잠수함도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조선형 핵동력 잠수함은 올해부터 경핵병진노선에 의해 그 작전능력이 더욱 강화, 발전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사진 4> 이란이슬람공화국이 최근에 건조한 파테급 스텔스 전술잠수함이다. 함체표면에 음파흡수타일을 붙여놓은 것이 돋보인다. 이 스텔스 전술잠수함은 페르시아만에 주둔하며 이란을 괴롭혀오는 미국 해군 함대에게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부상하였다.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대잠경계망 뚫고 은밀히 접근할 인민군 스텔스 잠수함

<사진 4>는 이란이슬람공화국이 최근에 건조한 파테급(Fateh-class) 잠수함을 촬영한 것이다. 파테급 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600t인 전술잠수함이다.

그런데 위의 사진을 눈여겨보면 함체표면에 검은 고무판을 붙여놓은 것이 보인다. 투박하게 생긴 그 검은 고무판이 바로 음파흡수타일(anechoic tile)이다. 음파흡수타일을 함체표면에 붙여놓으면, 적함의 능동적 수중음파탐지기(active sonar)가 발사한 음파를 흡수하여 반사음파를 줄일 뿐 아니라, 잠수함 엔진이 돌아가면서 내는 소음까지 줄임으로써 스텔스 효과를 나타낸다. 예컨대, 러시아가 개발한 음파흡수타일은 두께가 10cm인데, 잠수함 엔진이 돌아갈 때 내는 소음을 10분의 1로 줄인다고 한다. 위의 사진에 나온 파테급 잠수함은 이란이슬람공화국이 음파흡수타일을 붙인 스텔스 잠수함을 최근에 건조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북은 이미 2000년대 중반에 음파흡수타일을 개발하여 스텔스 잠수함을 건조하기 시작하였다. <뉴 데일리> 2010년 4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2010년으로부터 몇 해 전에 음파흡수타일을 만들어 기존 잠수함을 스텔스 잠수함으로 개조하였다.

음파흡수타일을 붙인 스텔스 잠수함은 적의 음파탐지망을 뚫고 은밀히 적진에 들어가 기습타격을 할 수 있다. 예컨대, 2006년 10월 26일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상에서 호위함 10척을 거느리고 항해하던 미국 7함대 항공모함 키티호크호(USS Kitty Hawk)의 전방 9km에서 갑자기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쑹급(song-class) 잠수함 한 척이 불쑥 떠올랐다. 중국 잠수함이 9km까지 접근하였는데도, 미국 7함대 항모전투단은 전혀 탐지하지 못한 것이다. 만일 전시상황이었다면, 미국 항공모함은 중국 잠수함의 기습공격을 받고 격침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잠수함 전문가들은 큰 소음을 내는 핵동력 잠수함보다 적은 소음을 내는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더 위력적인 해저무기로 평가한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 시큐리티(Global Security)> 자료에 따르면, 각급 디젤-전동식 잠수함들 가운데 소음을 가장 적게 내는 잠수함은 러시아산 킬로급(Kilo-class) 잠수함이다. 그래서 킬로급 잠수함의 별명은 모든 것을 빨아들여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블랙 홀(Black Hole)’이다. 상대적으로 큰 소음을 내는 다른 종류의 잠수함들에도 음파흡수타일을 붙이면 적의 수중음파탐지기가 무용지물이 되는 판인데, 원래 소음을 가장 적게 내는 킬로급 잠수함에 음파흡수타일을 붙이면 거의 완벽하게 소음을 차단할 수 있다. 게다가 킬로급 잠수함은 사거리 300km의 러시아산 잠대함 또는 잠대지 순항미사일 3M54 클룹(Klub)을 발사하는 매우 위력적인 공격형 잠수함이다. 이처럼 소음을 거의 내지 않고 강한 타격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킬로급 잠수함은 핵동력 잠수함을 능가하는 우수한 잠수함으로 평가된다.

핵동력 잠수함을 보유한 러시아 해군이 2016년까지 킬로급 잠수함 6척을 더 보유하기로 한 것도 킬로급 잠수함이 그처럼 우월한 성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킬로급 잠수함의 우수성을 주목한 중국도 1990년대 말 러시아가 쓰던 킬로급 중고잠수함 4척을 수입하였고, 2005년부터 2007년 사이에는 러시아가 새로 건조한 킬로급 잠수함 8척을 더 수입했다. 중국보다 앞서 이란은 1992년부터 1996년 사이에 러시아산 킬로급 잠수함 3척을 수입했다.

그런데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력침공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국의 킬로급 잠수함 성능을 현대화해야 하였다. 핵전문 웹사이트 <핵위협구상(NTI)>이 2013년 7월 10일에 게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란은 자국의 킬로급 잠수함에 장착된 미사일발사체계의 성능을 개량하고 부품을 교체해달라고 러시아에게 요청하였으나, 러시아는 그 요청을 거절하였다. 왜냐하면 이란은 자국의 반다르 압바스(Bandar Abbas) 해군기지에서 성능개량작업과 부품교체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였고, 러시아는 이란의 킬로급 잠수함을 러시아 해군기지로 보내야 성능개량과 부품교체를 해주겠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이란은 2003년에 킬로급 잠수함 성능개량을 위한 기술지원을 인도에게 요청했으나, 이란의 잠수함개량사업을 도와주지 말라는 미국의 강한 압력을 받은 인도 역시 이란의 요청을 들어주지 못하였다.

이처럼 러시아와 인도로부터 잠수함 성능개량을 위한 기술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이란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준 나라가 있었으니 그 나라가 바로 조선이다. 일본 <산케이신붕> 2008년 1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이란이 북에게 잠수함 성능개량을 요청하였다고 했는데, 북은 이란의 기술지원요청에 선뜻 응해주었다. <이란이슬람공화국통신(IRBI News Agency)> 2012년 5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이란 해군(IRI) 기술진은 160만 인시(person-hour) 이상의 장기간 동안 킬로급 잠수함 부품 18,000개를 제작, 교체하여 킬로급 잠수함 성능을 결정적으로 향상시켰다고 발표하였다.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이란이 킬로급 잠수함 성능을 개량하는 기술과 그 잠수함의 부품을 제작하는 기술을 5년 만에 자체로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고 보았지만, 그것은 착오다. 이란이 자국의 킬로급 잠수함의 성능개량기술과 부품제작기술을 불과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북의 기술지원이 있었다. 이처럼 북이 이란에게 기술을 지원하여 킬로급 잠수함 성능을 현대식으로 개조하게 된 것을 보면, 북이 자력으로 개발한 원천기술로 조선형 킬로급 잠수함을 건조하여 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사진 5> 이란이슬람공화국이 최근에 건조한 카디르급 전술잠수함에 달린 초승달 모양의 특수굴곡형 추진기 날개가 일품이다. 별 거 아닌 것 같이 보이지만, 그렇게 생긴 추진기 날개를 깎으려면 고도의 CNC 기계공작기술이 필요하다. 이 잠수함 위쪽에는 원통형에 들어있는 소형 추진기가 하나 더 설치되었다. 이런 소형 추진기를 개발한 원천기술은 북이 갖고 있는데, 연안해류를 타고 소리 없이 잠항할 때 커다란 추진기를 끄고 소형 추진기만 돌려 소음을 거의 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 전술잠수함은 적의 대잠경계망을 뚫고 들어가 타격목표에 아주 은밀히 접근하게 된다.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잠수함에서 들리는 여러 가지 소음들 가운데 엔진구동음 다음으로 크게 들리는 것은 추진기 날개(screw)가 물속에서 돌아갈 때 들리는 소음이다. 잠수함 엔진구동음은 함체표면에 음파흡수타일을 붙여 소음을 아주 적게 줄일 수 있지만, 잠수함 추진기 날개에는 음파흡수타일을 붙일 수 없으므로, 추진기 날개를 추진소음이 적게 나는 모양으로 제작하는 수밖에 없다.

클로버풀잎 모양의 굴곡형으로 만든 기존 추진기 날개를 초승달 모양의 특수굴곡형으로 만든 새로운 추진기 날개로 교체하면 추진기 날개가 물을 부드럽게 밀어내게 되는데, 그런 방식으로 추진소음을 줄이는 것이 요즈음 잠수함건조국들의 기술개량추세다. <사진 5>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란이 최근에 건조한 카디르급(Qadir-class) 전술잠수함의 추진기 날개가 초승달 모양의 특수굴곡형으로 제작되었다. 카디르급 전술잠수함은 길이 29m, 수중배수량 120t이며, 533mm 중어뢰발사관 2문을 장착한 소형 잠수함이다. 초승달 모양의 특수굴곡형 추진기 날개를 깎는 기술은 별 것 아닌 것 같이 생각되지만, 고도의 CNC 기계공작기술이 없으면 그런 모양의 추진기 날개를 깎아내지 못한다.

북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초승달 모양의 특수굴곡형 추진기 날개를 장착한 잠수함을 건조해오고 있다. 1996년 9월 강릉 해안에 좌초한 북의 전술잠수함에 달린 추진기 날개가 그런 모양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이란이 이번에 공개한 신형 잠수함의 특수굴곡형 추진기 날개를 제작하는 기술도 북의 기술지원으로 개발한 것이다.

그런데 위의 사진을 보면, 원통형에 들어있는 작은 추진기가 함체 상부에 하나 더 설치된 것이 눈길을 끈다. 이 작은 추진기야말로 다른 잠수함강국들이 건조한 잠수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장치다. 작은 추진기는 소형 전술잠수함이 해류를 타고 조용히 잠항할 때 쓰이는 것인데, 해류를 타고 잠항하는 잠수함은 작은 추진기만 돌려 추진소음을 아주 적게 내게 되는 것이다. 대형 전략잠수함은 함체가 너무 무거워 해류를 타지 못하므로, 작은 추진기를 추가로 설치하고 싶어도 설치하지 못한다. 유달리 거센 해류가 흐르는 것으로 하여 세계적으로 소문난 서해 얕은 바다에서 인민군 스텔스 잠수함들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연안해류를 타고 바닷물 속에서 소리 없이 남하하면, 한국군의 대잠경계망은 속수무책으로 뚫리게 된다. 한국군 대잠경계망이 뚫리면, 인민군 스텔스 잠수함들은 인천항, 평택항, 군산항, 목포항, 진해항, 마산항, 부산항까지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2013년 12월 19일 북측 국방위원회는 남측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대북적대세력이 북의 최고 존엄을 모욕한 적대행위를 지적하면서 그에 보복하기 위해 예고 없이 타격하겠다고 경고하였다. 인민군 잠수함대가 사상 최강 수준으로 증강되는 오늘의 현실을 생각하면, 그 경고를 그저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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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민주화의 사회적 자산"..."불통·공포정치 중단하라"

<사회각계 기자회견> 28일, '100만 시민행동의 날'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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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3 14: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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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불법 폭력 침탈을 규탄하는 사회 각계의 기자회견'이 23일 오전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불통정치, 분신정치, 공포정치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라!"

'민주노총에 대한 불법 폭력 침탈을 규탄하는 사회 각계의 기자회견'이 23일 오전 11시 30분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백도명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등 사회 각계 대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2013년 12월 22일은 민주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경찰력에 의해 노동자의 심장부인 민주노총이 침탈당해 무참히 짓밟힌 날"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정부발표를 신뢰하지 않을 경우 공권력에 의해 엄단된다는 공포정치의 극치"라고 일제히 비난했다.

사회 각계 대표들은 민주노총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압수 수색 영장도 없이 이뤄진 불법행위이며, 과잉진압이었다고 규탄하고 '안전행정부 장관과 국토부 장관의 처벌, 민주노총 불법 난입의 책임자인 경찰청장의 해임과 서울경찰청장의 구속, 철도노조에 대한 탄압 중단과 철도민영화 중단' 등을 요구했다.

또한 "(민주노총에 공권력이 투입된)22일은 박근혜 정부와 경찰에 의해 벼량끝으로 내몰린 민주주의를 국민의 힘과 지혜로 되살리는 대장정을 시작한 날"이라고 규정하고 민주노총이 계획하는 28일 총파업에 함께하는 '100만 시민행동의 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신승철 위원장은 "어제 민주노총에 가해진 상황을 보면 (박근혜 정부는) 민주노총의 존재를 부인했고 공격했다"고 전제하고 전날 이뤄진 비상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의를 최선을 다해 집행하겠다고 결의했다.

신 위원장은 "민주노총에 가해진 탄압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의 모든 조직적 힘을 모아내서 투쟁하고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대로 철도민영화 이후에 진행될 의료, 교육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겠다"고 발표했다.

권미옥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이 기자회견에 앞서 건물 1층 앞에서는 시민사회와 여성단체, 법률가단체들의 기자회견이 30분 단위로 이어지고 있다"며 "(철도민영화 반대와 민주노총 침탈 규탄에 대해)민주노총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박 대통령은 대통합의 정치를 내걸고 당선됐으니 통합의 정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문제와 함께 노동조합 설립을 포함한 노동단결권이 사회적 합의로 인정됐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로 꼽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 정권에 들어와서 부정관권선거와 민주노총 침탈로 가장 핵심적인 민주화의 '사회적 자산'이 훼손돼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어제 이후 오늘 이 정도 상황까지 봤으면 강경대응, 강경진압으로는 상황을 정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수 있지 않겠느냐"며 "졸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서발 KTX 법인의 영업권 발급을 중지하고 모든 관계자들이 모여 공공의 철도, 국민의 보편적 교통권을 주제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석운 대표는 "철도노조는 굉장한 인내심을 갖고 준법투쟁 중"이라며 "8천명의 필수노동자들은 계속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정부가 계속 밀어붙이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국가기관에 의한 부정 관권 선거 책임도 이미 전임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으로 완전히 넘어와 있는 상황에서 이번 민주노총 침탈까지 저질러 지고 있다"며 상황을 정리하고 "정상적으로 판단하면 이쯤에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해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만들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 민주노총 건물 1층에서는 여성.시민사회단체 긴급회견과 법률가단체 기자회견이 30분 간격으로 계속 이어졌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회 각계 기자회견에 앞서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공권력 투입이 시작된 즉시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해 박근혜 정권 퇴진투쟁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23일 간부파업을 비롯해 각 지역별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행동전에 돌입해 28일 총파업을 시작하며, 시민학생과 함께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대규모 시국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 매일 촛불집회를 통해 박근혜 정권 퇴진에 동의하는 모든 시민들과 연대 투쟁하고 대규모 선전전을 전국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상태에서 체포영장만으로 민주노총 건물에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수색한 행위는 위법한 공무집행이고 이에 항의하고 저항한 행위는 정당방위이므로 경찰의 진입과 강제수색에 항의한 130여명의 관계자들을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한 것 역시 불법이라며 피해 규모등이 파악되는 데로 손해배상 등 법률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이 입주해 있는 경향신문사 사옥 13~15층은 전날 경찰 투입으로 인해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난 상태여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경향신문사로 통하는 별도의 엘리베이터로 7층까지 올라간 후 계단을 이용해 13층 회견장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많이 정리가 된 상태라고는 하지만 13층 민주노총 각 사무실의 출입문 대부분이 파손돼 있고 계단 난간에는 안전을 위해 설치해 둔 그물 등이 을씨년스럽게 걸려있으며, 복도에는 각종 집기와 서류뭉치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전날 경찰 투입에 따른 아수라장이 말끔하게 정리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전날 경찰력이 투입돼 진행된 강제 압수수색의 여파인 듯 각 출입문의 열쇠 등이 성한 곳이 없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경찰병력의 강제진입에 대비해 민주노총 측에서 안전을 위해 난간에 매 놓은 그물이 을씨년스럽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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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파괴 작전에 언론침탈도 불사

[주장] 도리에 순종하지 않으면 정권 존립 위태해진다

13.12.23 14:25l최종 업데이트 13.12.23 14:25l
강기석(ks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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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둘러싼 경찰병력 경찰병력이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지난 22일 오후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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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 지난 22일 수천 명에 이르는 경찰 병력이 서울 정동길 초입에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을 에워싸고 난입했다. 그 스펙터클한 광경은 영화 <반지의 제왕 3 - 왕의 귀환>의 한 장면을 번뜩 떠올리게 했다.

너무 오래 전에 봤기 때문에 스토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악의 군주' 사우론이 동원한 어마어마한 '어둠의 군대'가 인간의 도시 '이나스타리스 성(城)'을 새카맣게 타고 오르는 그 유명한 전투신은 머리에 생생히 남아 있다. 코끼리 부대·투석기·공중을 날며 공격하는 용 등등…. 철갑을 입은 괴물 병사들은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꾸역꾸역 성벽을 타고 올랐다.

<경향신문> 출신의 언론인인 내 입장에서는 경찰이 민주노총을 유린했다는 사실보다, 사전 동의는커녕 통보도 없이 언론사 건물에 들이닥쳤다는 사실에 더 분노했다. 그것도 체포영장 하나 달랑 들고 군사작전을 벌이듯 겹겹으로 포위하고, 현관을 부수고, 한 층계 한 층계씩 점령하고, 저항하는 노조원들을 체포했다. 그 과정에서 그곳이 언론사 건물이라는 고려는 전혀 없었다.

노조파괴 작전에 언론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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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입주 건물 봉쇄한 경찰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입주한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에 지난 22일 경찰이 투입된 가운데 집입작전 도중 파손한 유리문쪽에 경찰들이 방패를 들고 배치되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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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회에는 '소도'(蘇塗)라는 게 있었다. 소도는 공권력으로부터 부당하게 쫓기는 범죄 피의자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했다. 1980년대 민주화투쟁 과정에서는 명동성당이 일정 정도 소도 역할을 했었다. 물론 경향신문사에 그런 소도 역할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시대상황도 그렇고 무엇보다 일개 언론기관이 명동성당이라는 성소(聖所)가 갖는 권위를 누릴 수는 없다.

<경향신문>은 오늘(23일) 아침 지면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경찰이 영장을 발부받았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우려되므로 신문사 건물에 경찰이 진입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대규모 병력동원이 아닌 덜 위험한 방안을 마련해 계속해서 정중하게 협조를 요청했다면 경향신문사로서는 끝까지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다. 성명서 마지막 부분에 "(<경향신문>은) 철도 노조원들에 대해서도 민주노총 사무실이 아닌 경향신문 내 다른 공간에서 점거 농성을 벌인 것에 유감을 표시했습니다"라고 사족처럼 밝힌 게 그 증거다.

<경향신문>이, 나아가 언론이 공권력에 바라는 것은 최소한의 존중이다. 언론의 자유를 존중한다면 그 가치를 구현하는 '장소'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공권력은 <경향신문>을 말 그대로 유린했다. 그것은 특정 신문의 언론 자유는 무시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공안정국이 한창이던 1989년 7월 어느 날에도 경찰과 안기부 요원 수백 명이 한겨레신문사에 쳐들어간 적이 있다. 서경원 국회의원이 밀입북 혐의로 체포됐는데, 방북 전 그를 취재한 <한겨레> 기자를 '불고지죄'로 걸고, 그의 취재수첩을 빼앗기 위해 한국 언론사상 초유의 편집국 압수수색을 감행한 것이다. 그때 검찰총장은 현재 대통령 비서실장인 김기춘이었다.

묘하지 않은가. 그때나 지금이나 나름 진보언론(이라기 보다는 정상언론)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신문사들만이 공권력의 공격대상이 된 셈이다. 이 지점에서 이명박 정권 초기를 발칵 뒤집어놨던 촛불시위 때 '<조선일보>-이명박 정권'이 보여준 우스꽝스러운 정경이 겹쳐보인다.

<조선일보>가 지면을 통해 "(촛불시위대로부터) 청와대만 지키고 태평로는 불법상태로 방치할 것인가"는 식으로 말하자 문화부 장관 유인촌이 허겁지겁 조선일보사로 달려 가 사과하고 경찰력을 풀어 조선일보사를 철통경비했던 해프닝이 있었다. 민주노총이 조선일보사에 세 들어 살 일도 없겠지만, 만일 그랬다면 경찰이 이번처럼 함부로 쳐들어가지는 못 했을 게다.

올해의 사자성어 '도행역시'에 따라오는 건 '민무신불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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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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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은 지난 1년 노령기초연금, 4대 질병보장, 반값 등록금 등 공약이란 공약은 거의 뒤집었다.

대선 직전 박근혜 후보 측이 '근거 없는 흑색비방'이라며 "박근혜 후보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밝히는 바입니다"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지금 박 정권은 철도·의료 등에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타 다른 공공부문도 민영화할 것이란 이야기가 많다.

교수들이 올해의 4자성어로 뽑은 '도행역시'(倒行逆施·차례를 거꾸로 시행한다는 뜻, 즉 도리에 순종하지 않고 일을 행하며 상도를 벗어나서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을 가리킴)가 정확히 들어맞는 이유다. 철도노조는 '도행역시'를 맨 앞에서 막으려 몸을 던진 것이고, 민심은 점차 이를 지지하고 있다.

무자비한 공권력 행사는 정권의 강함이 아니라 냐악함을 자백하는 증좌다. 나는 박근혜 정권이 '도행역시'의 반작용에 발칵할 것이 아니라 이젠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충고하고 싶다. '민무신불립'은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정권이) 존립할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금 박근혜 정권이 민무신불립을 자초하고 있지 않은가.

숫적으로 턱없이 부족했던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콘도르 왕국은 인간의 세계를 악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똘돌 뭉쳐 '악마의 군대'를 물리쳤다. 로한 군대·나무 부대·유령 부대 등의 연대투쟁이 그것을 가능케 했음은 물론이다. 일단 패색이 짙어지자마자 막강했던 '악마의 군대'는 순식간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영화의 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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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똑같은 '박정희,근혜' 정권 몰락의 시작

 

 

 

 

경찰은 12월 22일 오전, 14일째 파업 중인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경향신문사 현관 유리문을 깨고 최루액을 뿌리며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했습니다.

이날 경찰은 철도노조 간부 검거를 위해 경찰 체포조 600명과 47개 중대 총 4천 명의 경찰을 동원 경향신문사 건물 주변을 포위했습니다. 민주노총이 설립된 1995년 이후 공권력을 투입해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로 진입한 것은 박근혜 정권이 처음입니다.

' 수색영장 없는 강제진입은 건조물 침입'

경찰의 민주노총 사무실 진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압수수색 영장 없이 유리문을 깨뜨리고 해머로 문을 부숴버리고 강제로 진입했다는 점입니다.
 

 

 

 

 

경찰은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은 가지고 있었지만, 압수수색 영장은 없었습니다. 법원이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됐기 때문입니다.
 
▷ 경찰: 압수수색 영장 없이도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216조 1항 1호)
▶ 법률가 단체: 구속영장 집행을 위해 수색은 가능하지만 체포영장 집행 때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없다 (영장주의 위반)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 없이도 체포를 위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변','민주주의 법학연구회' 등은 수색은 가능하지만 잠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갈 수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찰은 체포영장이 있어도 강제구인을 위해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에 잠복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이 없는 경우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강제로 열고 그 안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권은 법리를 제멋대로 해석하여 압수수색 영장 없이 신문사가 있는 건물을 강제로 훼손하고 시민을 연행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 철도노조 탄압이 아닌 정권 반대를 막기 위한 공안 통치'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 진입은 사실 단순한 철도노조 파업을 막기 위한 공권력 투입이 아니었습니다. 철도노조 파업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자, 더는 확산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민주노총은 이미 11월에 서울광장에서 조합원 5만여 명(경찰추산 1만7천명)이 참석한 '2013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에 들어간 바 있습니다.

이날 민주노총은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탄압 중단 ▲노동기본권 보장 ▲철도민영화 등 민영화 정책 즉각 중단 ▲기초연금 공약 이행을 요구했고, 이에 맞선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강제 해산을 시도했었습니다.
 

 

 


박근혜 정권 출범 초기 일부 시민들만이 촛불집회 등을 통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을 지적했습니다. 박근혜 정권 정통성 문제는 이후 벌어진 대선 공약 파기와 집권 1년 차 박근혜 정권의 무능력과 점차 합쳐지기 시작합니다.

현재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력한 자질론과 불통을 통해 대선 부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박근혜 하야'가 당연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점점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런 시민들의 생각이 확산한다면 박근혜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 YH노조 신민당사 농성장 강제진압, 박정희 정권의 몰락'

박근혜 정권의 '민주노총 공권력 투입'이 가진 의미를 볼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가 벌였던 'YH노동자 강제 해산'을 위한 공권력 투입입니다.
 

 

 


1979년 8월 9일부터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YH무역 노동자 200여 명은 회사 측의 부당한 폐업 공고에 반대해 시위를 벌입니다. 그들은 창립자인 장용호가 정부의 수출 지원책에 힘입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외화를 빼돌리는 등 무리한 사업확장을 하다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정부에 호소했습니다.

정부와 노동계, 언론은 철저히 그들의 소리를 막았고, 이들은 야당의 도움을 받아 신민당사로 옮겨 농성을 이어 나갑니다.


박정희 정권은 8월 11일 새벽 2시, 1천 명의 경찰을 신민당사에 투입, 폭력을 휘두르며 노동자를 강제 연행했고, 취재 기자와 신민당 국회의원, 당원에게도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김경숙이 추락하여 사망했고,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은 경찰에 의해 강제로 상도동 집으로 끌려갔습니다.
 

 

 


YH노동자 신민당사 농성 강제연행은 박정희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계기가 됐습니다. 1979년 박정희의 무력통치로 독재 반대 시위나 학생 시위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다 YH노동자 사건이 터지면서 다시 반독재 시위와 노동자 인권 운동이 확산합니다.

박정희는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김대중의 가택연금과 더불어 김영삼을 제거를 노린 의원 제명조치를 합니다. 박정희의 노동자 강제 진압과 야당 말살은 숨죽이고 있던 시민과 학생을 깨웠고, '부마항쟁'이 시작됐습니다.

1979년 8월 YH노동자 신민당사 사건이 일어나고 두 달 뒤, 박정희는 김재규에 의해 궁동동 안가에서 술 파티를 즐기다가 피살됩니다.
 

 

 


박정희의 'YH노동자 신민당사 농성 강제 연행'과 박근혜의 '민주노총 강제 진입'은 굉장히 유사합니다. 두 정권 모두 '유신 독재'와 '대선 부정'으로 정통성을 위협받았습니다. 또한, 단순한 노동쟁의 등의 사건에 수천 명의 경찰을 투입해 강제 해산과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사건 이후 박정희는 사건을 불순세력과 야당이 손을 잡을 불법 사건으로 규정해서 더욱 탄압했습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철도노조와 민주노총을 이용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결국, 박정희는 부마항쟁과 피살로 이어졌고, 박근혜 정권은 더욱더 '박근혜 하야 시위'가 확산할 것입니다.
 

 

 


아버지 박정희와 딸 박근혜의 공통점은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을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로 사건을 확대했다는 점입니다. YH노동자들은 청와대와 박정희, 그리고 채권 은행인 조흥은행에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변재일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철도사업법 개정과 민간단체로 구성한 철도민영화 논의기구에 대한 중재안을 믿지 못하고 경찰을 투입했습니다.

국민을 강제로 탄압한 정권은 결코 오래가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무력에 의한 통치는 국민 모두의 마음만큼은 가둬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박정희 정권의 몰락을 가져왔던 'YH노동자 신민당사 강제 연행'을 아는 사람이라면 박근혜 정권의 '민주노총 강제 진입'이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 시작됐다고 느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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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YS정권 몰락의 신호탄, 2013년의 기시감

[기자의 눈] '비정상의 정상화'가 노동계 전체를 적으로?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2-23 오전 9:23:41

 

 

춘투(spring labor offensive)는 일본에서 온 말이다. '춘계임금투쟁'의 약칭이다. 매년 봄 임금 협상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공동 투쟁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계절을 따 이름을 붙이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언론에서는 춘투 외에 하투, 동투 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주로 대규모 파업 투쟁을 일컫는 이 말은 이제 4계절 내내 사용된다. 이것이 우리의 사회의 현실이다. 바꿔 말하면 노동자들이 점점 살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동투라는 말이 익숙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6년 12월 25일 노동법 날치기 파동 때였다. 신한국당(새누리당의 전신) 의원들을 '버스떼기'로 새벽 5시에 동원 정리해고를 법제화하는 노동법을 날치기 처리했다. 의원들은 당시 "승리했다"며 국회 인근 식당인 양지탕에 가서 거사가 성공한 것을 자축하고 축배를 들었다. 그것이 YS정권 몰락의 신호탄이었음을 154명의 신한국당 의원들은 알수 없었다.

다음날 노동계는 총파업을 선언하고 전력 투쟁에 돌입했다. 이듬해 한보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정권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날치기 1년 후에 발생한 IMF 구제금융 사태는 노동자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슬픔을 안겨줬다.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던 홍준표 경기도지사는 이 사건을 회상하며 "YS정원 몰락의 신호탄", "우리는 50년 보수정권을 진보진영에게 넘겨줬다"라고 말했다.

간헐적으로 사용되던 '동투'라는 말이 1996에서 1997년으로 이어지는 겨울처럼 잘 어울릴 때가 없었다. 전국 곳곳이 '동투 돌풍'에 휘말렸다. 수도권, 부산, 울산, 광주, 대전 등 대규모 제조업체 노조들이 동시다발적 파업에 들어갔다. 그 다음날인 12월 27일에는 병원노련이 파업에 들어갔다. 동투라는 말은 태어날 때부터 임금과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런데, 동투. 데자뷰다. 민주노총은 2013년 12월 2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 96년 노동법 날치기 관련 언론 보도. ⓒ프레시안


YS정권 몰락을 불러온 노동계 동투, 그리고 2013년의 기시감

1996년 12월 크리스마스 노동법 날치기 이후 총파업을 결의한 민주노총에 대해 1997년 1월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 당시 서울 성북구 삼선동 민주노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2013년 12월 22일 경찰은 체포영장을 들고 수배 중인 철도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철도노조 간부 검거를 위해 민주노총에 들이닥쳤다. 민주노총 역사상 두 번, 합법화 된 이후에는 처음 있는 일이다.

심지어 경찰의 작전은 무리한 '습격'으로 판명됐다. 체포영장을 집행한다고 해놓고 단 한명도 체포하지 못한 채 경찰은 기물을 파손하고 신문 제작을 방해했다. 경찰이 망치를 들고 철문을 내리쳐 부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안되면 빠루(노루발못뽑이)로 제껴"라는 말들이 난무한다. 경찰 한 명이 민주노총에서 커피믹스를 들고가다가 걸렸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들 역시 SNS 상에서 난무하고 있다.

경찰은 조롱거리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특히 경찰이 이번 작전을 앞두고 민주노총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이 알려지면서 그 저의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먼저, 체포영장만으로 철도노조 간부들을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습격하는 것이 무리수라는 점을 경찰도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 될수 있다.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것은 작전을 수행하기 어려워진 것을 의미하지만, 경찰은 밀어붙였다. 그것도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이는 경찰청장보다 높은 '윗선'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의구심을 씻을 수 없다. 청와대는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언론은 '청와대 관계자'가 "이런 정도의 난관을 넘지 않고 어떻게 '비정상의 정상화'에 성과를 내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노총에 대한 무리한 작전 수행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정상의 정상화' 입장의 연장선이라는 말이다.

두 번째, 이렇게 되면 큰일이다. 민주노총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은 목표를 철도노조에만 두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자체, 즉 노동계를 정면 겨냥했을 수 있다. 그런데, 단 한명의 수배자도 체포하지 못한 작전으로 귀결됐다.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고발당해 체포 영장이 발부된 몇 명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 5000명을 동원하고 에어메트리스까지 깔았다. '전시 효과'를 통한 정치적 노림수도 의심된다.

경찰의 민주노총 습격, 그리고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 이것이 박근혜 정부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은 물론 지나친 억측이다. 박근혜 정부는 아직 임기를 4년 이상 남겨두고 있다. 임기를 1년 조금 넘게 남겨뒀던 김영삼 정부와 비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심상치 않다. 노동계는 여론을 등에 업고 있는 상태다. 민영화 논란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여론조사를 보면 그렇다. 노동계를 적으로 돌려서 성공한 정권은 없다.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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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찰, 민주노총 13층 사무실까지 진입... "파업 파괴 의도" 비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12/22 17:47
  • 수정일
    2013/12/22 17: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유리문 깨고 캡사이신 뿌리고... 도 넘은 경찰

 

13.12.22 10:58l최종 업데이트 13.12.22 16:41l
이희훈(leeheehoon) 박소희(sost) 최지용(endof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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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끌려나오는 민주노총 노조원 22일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 1층 로비에서 진입한 경찰이 민주노총 한 노조원을 연행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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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깨고 진입하는 경찰병력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 1층 현관 유리문을 열기위해 장비를 든 소방대원들이 투입되어 경찰이 노동자들이 막고 있던 유리문을 깨고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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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사이신 뿌리는 경찰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 1층 현관 유리문을 열기위해 경찰이 캡사이신을 뿌리며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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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신 : 22일 오후 4시 41분]
경찰, 민주노총 13층 사무실까지 진입

경찰이 오후 4시 30분 현재 경향신문사에 입주해 있는 민주노총의 13층 사무실까지 진입했다. 진입에 대비해 사무실 내에 대기 중이던 조합원들은 14층으로 이동해 경찰 병력에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 측은 계단에서 충돌이 벌어질 경우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사무실 내에서만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전 9시 진입작전에 돌입한 지 7시간여 만에 민주노총 사무실까지 들어갔다.

앞서 민주노총은 건물 밖으로 유인물을 뿌렸다. 민주노총은 이 유인물에서 "창립 이래 처음으로 경찰에 폭력적으로 침탈당했다"라며 "경찰은 현재 100여명을 연행했고, 계단으로 경찰병력이 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엄연히 불법행위며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박근혜 정부가 하루 빨리 해야 하는 일은 민주노조 탄압이 아니라 수서KTX주식회사 설립 철회"라고 주장했다.

전교조와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알바노조, 노동자연대 '다함께' 등 약 200명도 이날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라고 외쳤지만, 경찰은 "불법집회"라며 수차례 해산을 명령했다. 이들이 해산명령을 수용하지 않자 경찰은 휴대용 최루액(캡사이신)을 뿌리고, 일부 참가자를 연행했다.

[7신 보강 : 22일 오후 4시 17분]
"경찰 투입하면 불행한 사태 이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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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경찰의 민주노총 사무실 진입이 임박한 가운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건물 계단에 앉아 경찰력 투입에 대비하고 있다.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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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정의당 등 야3당과 KTX범대위는 오후 2시부터 기자회견을 열고 "법과 원칙을 빙지한 탄압만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시간이 갈수록 사태가 악화된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철도 민영화와 노동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주제준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계단마다 조합원이 가득하고, 계단이 아주 (좁고) 낮다"라며 "경찰이 투입되면 정말 불행한 사태에 이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후 오후 2시 10분 철도노조 지도부와 면담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찰이 저지해 건물 앞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야 3당 소속 의원들이 "정당하게 법이 집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출입 허용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지금 체포영장을 집행하려고 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라며 거부했다. 심지어 경찰 무전기에서는 "차분하게 잘 대응했다, 오후에도 차분히 잘 해주길 바란다"는 요지의 내용이 <오마이뉴스>에 포착되기도 했다.
 

"파업을 중단하기 위한 공권력의 폭력행위"
[스팟인터뷰]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
경찰이 병력 5000여 명을 동원,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해 민주노총 건물에 진입을 시도하는 가운데 경찰의 행위가 권한 범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경찰의 권한을 넘어선 과잉대응이라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찰의 민주노총 진입은 법을 빙자한 과잉행동으로 국민에 대한 폭거이지 법 집행이 아니다"라며 "경찰 직무집행법엔 '최소한으로 경찰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나왔는데 체포를 위한 정도를 넘어섰다, 타인재산을 완전히 부수고 집행하는 건 공무집행이라도 경찰권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이어 "(체포영장 발부된 간부들이) 안에 있는 게 확인되면 나오길 기다려서 집행하면 된다, 도주 가능성 때문이라면 인근에서 검문 등 강화하면 되는데, 과거 용산참사 때처럼 무리하게 진압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실상 파업을 파괴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체포영장집행이 아닌 사실상 파업을 중단시키기 위한 공권력의 폭력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권 변호사는 "지난 2009년에도 민주노총 안으로 들어가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진입하지 못했다"며 "노동3권을 보장하는 나라에서 노동자들의 대표조직이고 합법적 총연맹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건 노동3권을 부정하는 차원을 넘어 선 것으로 노동 3권을 기본권으로 하는 나라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변을 비롯해 민주노총법률원, 금속노조법률원,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등 법률가 단체들은 이날 오후 4시 경향신문사 별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강제침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6신 : 22일 오후 1시 40분]
경찰, 민주노총 사무실까지 진입하진 못해


경찰은 아직 민주노총 사무실(경향신문사 건물 13층~15층)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경찰이 민주노총까지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7층까지 올라간 후 경향신문사를 지나 건물 왼쪽 계단으로 이동해 다시 13층까지 올라야 한다. 특히 7층부터 민주노총 쪽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나선형 계단으로 아래쪽 계단보다 더 비좁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현재 경찰 진입에 맞서 나선형 계단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건물 내부에 있는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경찰이 더 이상 진입하려 한다면 조합원들을 죽이려는 살인 행위"라며 "민주노총은 비폭력으로 저항하겠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목숨을 던져서라도 경찰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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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찰이 철도노조 집행부 체포를 위해 병력을 투입한 민주노총 사무실(경향신문사 건물) 주변 모습. 민주노총 조합원이 위에서 찍은 사진.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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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 1층 현관 유리문을 열기위해 장비를 든 소방대원들이 투입되었다. 노동자들이 현관문안쪽에서 경찰 진입을 막고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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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신 보강 : 22일 오후 1시 30분]
경찰, 민주노총 사무실 진입 임박

경찰은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통해 철도노조 지도부가 있는 13층으로 올라가고 있다. 철도노조 지도부를 강제연행하기 위한 작전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현재 이 건물의 13층부터 15층까지 사용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은수미·유은혜 의원은 경찰 쪽에 "당장 강제연행을 중단하라"라고 요구했다.
 

"철도는 국민의 것...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민주노총 긴급호소]
조합원 여러분, 국민 여러분.

사상초유의 경찰에 의한 민주노총 침탈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가적 재앙이 될 철도민영화를 막겠다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파업에 돌입한 자랑스러운 철도노조에 대하여 8500명을 직위해제하고 200명을 고소하고 30여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그리고 일요일인 오늘 아침, 수배자 몇 명이 민주노총 안에 있다는 '의심'만으로 수천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현관문을 부수고 민주노총 진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상징이며 심장부인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침탈은 노동운동 자체를 말살하겠다는 것이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군화발로 짖밟겠다는 독재적 폭거입니다.

국민의 60% 이상이 민영화가 맞다고 생각하는 수서KTX주식회사 설립에 대해서 정부와 철도공사는 '아니면 아닌 줄 알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철도노동자들에게 뜨거운 지지와 격려를 보내고 있습니다. 철도는 국민의 것입니다. 잠시 권력을 잡은 불통 대통령이 마음대로 팔아넘겨서는 안되는 국민의 철도를 지키기 위하여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습니다. 민주노총은 국민과 함께합니다. 민주노총은 굴하지 않습니다. 부당한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민주노총 침탈을 목숨걸고 막을 것이고 철도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저들은 경찰병력으로 민주노총을 포위하고 있지만 여론과 정의는 그들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지금 즉시 각 지역별로 열리는 박근혜 정권 규탄투쟁에 집결해 주십시오. 서울 지역 동지들은 지금 즉시 정동 민주노총으로 달려와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저희를 지켜봐 주십시오.

서울시민 여러분! 달콤한 휴일, 잠시 짬을 내서 민주노총으로 와 주십시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신승철


[4신 : 22일 낮 12시 40분]
경찰, 민주노총 건물 1층 로비에 진입

경찰이 민주노총 건물 1층으로 통하는 또다른 출입문을 깨고 로비까지 진입했다. 로비에 진입한 경찰은 1층에서 철도노조 지도부의 강제연행을 막고 있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연행해가고 있다. 끌려가던 조합원들은 "철도파업은 정당하다"라고 외쳤다.

[3신 : 22일 낮 12시 27분]
경찰, '최루액 발사' 예고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의 강제집행을 막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향해 "캡사이신(최루액)을 사용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조합원들은 최루액을 막기 위해 문 앞에다 돗자리를 댔다. 앞서 통합진보당 소속 오병윤·김미희·김재연 의원, 민주당 소속 은수미 의원이 현장을 찾았지만 이들의 진입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경찰 윗선의 지시로 기자들의 출입도 막힌 상태다.

[2신 : 22일 오전 11시 15분]
경찰, 현관문 깨고 진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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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 1층 현관 유리문을 열기위해 장비를 든 소방대원들이 투입되었다. 노동자들이 현관문안쪽에서 경찰 진입을 막고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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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1시 5분께 119 대원들이 민주노총이 입주해 있는 경향신문사 1층 현관문 하나를 완전히 깨뜨렸다. 이어 대기중이던 경찰병력이 오전 11시 15분께부터 현관문과 옆문을 통해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경찰은 "폭력경찰 물러가라"라고 항의하던 조합원들을 끌어냈다. 이렇게 철도노조 지도부의 강제연행이 시작됐다.

[1신 보강: 22일 오전 11시 11분]
민주노총 건물에 경찰 진입시도... '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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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손피켓을 들고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 서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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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관할서인 남대문경찰서에서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예고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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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의 '철도민영화 저지 파업'이 14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이 파업을 이끌고 있는 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서울 정동 민주노총 건물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경찰이 실제로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작전을 펼치는 것은 민주노총이 합법화된 지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2일 오전 9시40분 경찰은 민주노총 본부가 위치한 경향신문사 건물 앞에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들의 체포영장 집행을 예고했다. 이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건물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과 대치 중이다. 경찰은 66개 중대, 약 4000명을 건물 주변에 배치했고, 만일에 대비해 에어매트까지 설치했다. 경찰들은 헬멧과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시위진압에 사용하는 곤봉으로 무장한 상태다.

관할 경찰서인 남대문경찰서장의 영장집행 예고에 민주노총 측 변호사는 "과잉수사다, 건물 안으로 들어오려면 건물주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항의했다. 유기수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합법, 정당 파업 현장에 경찰이 찾아올 이유가 없다"며 "코레일과 박근혜 정권이 찾아와 머리를 맞대고 대화로 해결해야 하는데, 공권력으로 침탈하고 있다. 이것이 국민이 행복한 나라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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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경찰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에어매트를 깔고 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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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10시 6분부터 현관 밖에 대치하던 민주노총 관계자들을 끌어내고 현관으로 집입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 끌려나간 조합원들은 맞은 편 인도에서 경찰에 둘러 쌓인 채로 "철도 파업은 정당하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찰은 10시 26분 현재 잠겨 있는 현관문을 열고 진입을 준비 중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체포조 500~600명이 안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민주노총 건물 내부에도 조합원과 시민 500여 명이 경찰병력에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전체 16층 건물 가운데 13층부터 15층까지 세 개 층을 사용하고 있어 경찰 체포조가 건물에 진입한다고 해도, 실제로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오래된 건물의 특성상 계단이 좁고 높아 양측이 충돌하게 되면 인명 피해까지 우려된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경찰 진입과 관련한 공식 브리핑에서 "합법적인 철도노조 파업에 '업무방해'를 적용한 것 자체가 부당하기에 경찰의 구인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 건물은 오래된 건물로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좁은 계단과 낡은 난간으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큰 불상사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1995년 민주노총 설립 이후 경찰병력이 민주노총에 난입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경찰 내부에서도 진입시 발생할지도 모를 불상사와 국민여론을 감안해 진입에 반대했으나 윗선의 강행 지시로 진입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은 무모한 진입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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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로비 안쪽 자동문도 부숴...진보당 의원단 끌어내 격리

[6신]경찰, 로비 안쪽 자동문도 부숴...진보당 의원단 끌어내 격리

격렬한 몸싸움 벌어져...연행자 수십명 경찰서로 이송

김백겸 기자 kbg@vop.co.kr
입력 2013-12-21 23:27:30l수정 2013-12-22 12:48:41
기자 SNS

[6신:오호 12시 30분] 경찰, 로비 안 자동문도 부숴...진보당 의원단 끌어내 격리
 
 
오후 12시 30분께 경찰과 중부소방서 소방대원들은 경향신문빌딩 1층 로비 안에 있는 유리 자동문을 부쉈다. 유리문 안쪽에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통합진보당원 100여명이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앞서 1층 바깥 유리문을 일부 깨서 건물 1층에 진입한 경찰은 로비에 있던 민주노총 조합원 수십명을 연행하고 통합진보당 의원단 5명을 끌어내 격리시켰다.

이어 안쪽 유리문을 깨고 민주노총이 위치한 1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확보하기 위해 유리문을 부쉈다.

경찰은 민주노총이 위치한 경향신문빌딩 앞 정동길의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현장에는 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도착했다.

현장 주변에는 경찰의 민주노총 건물 진입 소식을 듣고 달려온 노동자와 시민 등 수백 명이 “폭력경찰 물러가라” “철도민영화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5신:오전 11시 35분] 경찰, 현관문 열고 진입...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등 수십명 연행, 오병윤·김미희 의원 등도 끌어내

 

오전 11시 33분께 경찰이 경향신문빌딩 1문 현관문을 완전히 열었다. 경찰은 우리문 한쪽을 부순 뒤 안으로 진입해 입구를 막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제압하고 문을 양쪽 다 열고 안으로 진입했다.

경찰은 이어 로비에서 몸싸움을 벌이며 저항하고 있는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 등 민주노총 조합원과 통합진보당원 수십 명을 연행하고 있다. 또 현장을 지키던 통합진보당 오병윤·김미희·김재연 의원 등도 끌어내 격리했다.

민주노총 14층에서는 조합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경찰력 투입에 항의하며 소화전의 호스를 창문 밖으로 내놓고 물을 뿌리기도 했다.

연행된 민주노총 조합원과 통합진보당원들은 관악·용산·양천경찰서 등 5곳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이 건물 안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무실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 9명이 은신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4신:오전 11시] 경찰, 경향신문빌딩 현관문 부수고 진입...격렬한 마찰

경찰은 소방대의 도움을 받아 민주노총이 위치한 경향신문빌딩 1층 현관 유리문을 부수고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문 안쪽에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오병윤 의원 등 통합진보당 의원단 등이 스크럼을 짜고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진입을 막고 있다.

경찰과 소방대는 유리 파편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주변에 매트를 깔았으며 유리문을 깨겠다고 방송한 뒤 문을 부쉈다. 양쪽 출입문 중 건물을 보고 우측 현관문이 부숴졌다.

경찰은 또 건물 1층 로비로 통하는 쪽문도 깨고 양쪽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당초 건물 앞에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통합진보당 의원단 등 수십 명이 경찰의 진입을 막았으나 경찰은 이들을 끌어내고 현관 문 앞까지 진출했다.

경찰은 민주노총 양성윤 수석부위원장 등 10여명을 연행해 경찰서로 이송했다. 또 여성 조합원 2명도 여경에 의해 제압돼 격리됐다.

건물을 에워싼 경찰 밖으로 속속 노동자와 시민 수백명이 모여 경찰의 강제진입과 정부의 철도 민영화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3신 보강:22일 오전 10시] 경찰, 민주노총 진입 작전 개시...4천여명 투입

경찰이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 등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돌입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빌딩 안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진입에 나섰다.

경찰은 이날 체포 작전에 66개 중대 4천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했다. 건물 앞에는 에어매트가 깔렸다. 현장에서 작전을 지휘 중인 연정훈 남대문경찰서장은 직접 민주노총에 체포영장 집행 사실을 통보했다.

경찰이 진입하려 하자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 통합진보당 의원단과 당원, 시민과 학생 들 수백여명이 건물 앞에서부터 경찰과 몸싸움을 하며 격렬하게 맞섰다.

경찰은 건물 앞 계단에서 농성 중인 민주노총 지도부와 통합진보당 의원 등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현재 현관 앞에서 일부 노동자들과 대치 중이며, 아직 로비 안으로 진입하지는 못했다.

철도노조 집행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민주노총 사무실은 이 건물 13~15층에 위치하고 있다. 이 건물은 계단의 폭이 좁고 경사가 급해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애서 물리적 충돌과 이로 인한 불상사가 우려되고 있다.

 

[2신:22일 오전 8시] 민주노총·통합진보당 지도부, 건물 앞에서 농성 중

날이 밝았으나 민주노총 안팎에는 팽팽한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이 김명환 위원장 등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해 곧 강제진입할 것이라는 첩보가 들어오면서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대응 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현재 경찰의 강제진압에 대비해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 주봉희 부위원장, 공공운수연맹 이상무 위원장,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 통합진보당 오병윤·김선동·이상규·김미희·김재연 의원 등과 민주노총 상근 간부 등은 민주노총이 입주해 있는 경향신문빌딩 1층 입구를 몸으로 막고 있다.

새벽까지 안에서 농성을 하던 이들은 건물 밖으로 나와 민주노총 앞에 배치된 경찰과 대치하며 강제진입을 몸으로 막겠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1신:22일 오전 1시] ‘경찰 강제진입 임박’ 소식에 초긴장...민주노총 “철저히 대비 중”

경찰이 김명환 위원장 등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에 곧 강제진입한다는 소식이 나돌만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민주노총이 위치한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빌딩에는경락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도 모인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과들 간부들이 이틀째 저지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건물 1층에는 조합원 100여명이 민주노총으로 올라가는 로비를 봉쇄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또 경향신문사로 통하는 로비에도 조합원들이 대기하며 혹시 있을 지도 모를 경찰의 진입에 대비하고 있다.

또 민주노총이 위치한 13~15층에도 철도노조 조합원과 민주노총 간부들이 층마다 저지선을 구축하고 나눠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이 승합차를 건물 건너편에 세우자 강하게 항의하는 등 경찰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안팎에서는 경찰이 22일 새벽 경찰력을 투입할 것이라는 첩보가 나돌고 있다. 경향신문빌딩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무실을 신문이 나오지 않아 기자들이 거의 없는 일요일 새벽에 전격적으로 진입해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는 철도노조 파업이 예상 외로 장기간 완강하게 이어지자 정부 최고위층에서 노조 지도부의 조기 체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풍문과 궤를 같이 한다.

경찰은 현재 경향신문빌딩 앞과 코너마다 5~6명씩 배치돼 김 위원장 등 체포영장 발부자의 사진이 있는 종이를 들고 건물에서 나오는 차량을 검문하는 등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철도노조 최은철 대변인은 “부당한 공권력의 침탈이기 때문에 무조건 막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철도 민영화 저지 투쟁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결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은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을 내줄 수 없다. 민주노총 간부와 조합원들이 철저하고 꼼꼼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노동자의 상징이자 희망인 민주노총을 짓밟는다면 조합원들은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경찰은 지난 20일 대전에서 체포된 철도노조 대전본부 간부 고모(45) 씨에 대해 이날 밤 자정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며, 영장이 청구된 경북영주본부 간부 윤모(47) 씨는 22일 오후 3시 30분에 영장 실질심사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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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12-22 오전 10:40:50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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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정보수집행위에 대한 미국 국내의 반발과 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6일 미 연방지방법원이 NSA의 정보수집 행위가 위헌이라고 판결한 데 이어, 17일에는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대표적 정보산업(IT) 기업체 대표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NSA의 무차별 정보수집행위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시정조치를 요구했습니다. 지난 6월 에드워드 스노든의 첫 폭로 이후, 지금까지 브라질·프랑스 등 외국 정부에 국한됐던 NSA 무차별 도감청에 대한 반대가 미국 내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미국 워싱턴 연방지법은 지난 16일 국가안보국의 전화통화 기록 수집과 축적은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시민단체 '프리덤 워치'가 제소한 이번 소송과 관련해 담당 리처드 리언 판사는 국가안보국의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은 '근거 없는 압수 수색을 금지'한 미 수정헌법 4조에 위배된다며 이 같은 행위는 국민의 사생활 권리를 침해하는 만큼, 이를 중단시키는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리언 판사는 국가안보국 행위에 대해 미국 헌법을 기초한 제임스 매디슨 전(4대) 대통령도 '경악할 만한' '전체주의적(Orwellian)'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다만 국가안보국의 정보 수집 활동이 미 국가안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이번 판결의 이행을 상급법원 최종심 이후로 미루면서 미국 정부가 항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항소심 재판은 6개월 안에 열려야 합니다.

물론 미국 정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앤드루 에임스 법무부 대변인은 "국가안보국 프로그램이 합헌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는데, 그동안 국가안보국 도·감청 프로그램을 허가한 해외정보감시법원(FISA)의 판사 15명이 통화기록 수집의 적법성을 다투는 30건의 재판에서 적법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비밀법원인 해외정보감시법원의 판결은 반대쪽, 즉 미국 시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내린 판결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 '미국 정부는 감시를 멈춰라'는 내용의 피켓을 든 시위대가 NSA에 대한 의회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스노든은 이날 성명을 내 "비밀법원이 허가한 비밀 프로그램이 한낮의 햇빛에 노출되자 미국인들의 권리를 침해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국가안보국의 감청 활동은 이제 법정이라는 뜨거운 햇빛 아래서 검증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겁니다.

결국 국가안보국 정보 활동의 위헌 여부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가려질 전망입니다.

연방지법의 위헌 판결이 나온 다음 날(12월 17일), 백악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바이든 부통령과 미국의 15개 정보통신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문제에 관한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 애플의 팀 쿡 회장을 비롯해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트위터, AT&T 등 미국을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업의 대표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겁니다.

2시간 45분 동안 계속된 간담회에서 미국의 정보통신 최고경영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였습니다. 국가안보국의 무차별 도·감청 관행을 개혁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국가안보국 도·감청 활동으로 미국 정보통신 기업에 대한 외국의 불신이 높아지면서 '장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예컨대, 브라질은 미국 정보통신 기업들에게 자국 사용자 정보를 저장하는 데이터센터를 브라질에 두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미 정보통신 기업에 대한 외국 정부의 통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었죠. 한마디로 말해 국가안보국의 정보활동이 미국의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백악관 측은 이번 간담회에서 '오바마케어' 웹사이트 오류 문제 등 광범위한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하면서 국가안보국 문제를 비켜가려 했지만, 영국 신문 <가디언>의 취재에 따르면 실상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회의 시작 45분간은 오바마 대통령이 없는 가운데 백악관 관리들과 '오바마케어' 등을 논의했고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참석한 이후 2시간 동안 오로지 국가안보국 문제만 논의했다는 겁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정보통신 업체 대표들은 전화 및 이메일 기록을 무차별 수집하는 프리즘(Prism)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비밀리에 정보수집 허가를 내주는 해외정보감시법원(FISA)의 판결 관행을 바꿀 것, 나아가 6개월이 지난 전화통화 및 이메일 기록은 영장 없이 수집할 수 있도록 한 '전자통신 프라이버시 법'의 개정도 요구했다고 합니다.

(☞ Tech companies call for 'aggressive' NSA reforms at White House meeting)

회의가 끝난 후 참석 기업들은 성명을 통해 "지난 주 우리가 발표한 정부사찰에 대한 원칙을 대통령과 직접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점을 평가한다"며 "우리는 대통령이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인터넷 기업 8개 사는 지난 12월 9일 미국 정부에 감시활동 체계를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내고, 이를 광고로 게재한 바 있습니다. 즉 미국 법원에 이어 미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 정보통신 기업들도 국가안보국 개혁 요구에 동참한 셈입니다.

오바마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정보통신 기업 간담회 바로 다음 날인 12월 18일, 백악관은 국가안보국 개혁에 관한 자문위원회의 300쪽짜리 보고서를 당초 예정보다 수 주일 앞당겨 공개한 겁니다. 연방법원의 위헌 판결과 정보통신 업체들의 개혁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죠. 보고서는 전화통화 기록을 무차별 수집하는 현재의 관행을 폐지하고 외국 국가원수에 대한 감청은 현재보다 고위 수준에서 허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46가지 개혁 조치를 건의했다고 합니다. 예컨대 통화기록은 해당 통신회사가 보관하되 국가안보국이 특정한 필요가 있을 때만 수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이 개혁조치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가가 있어야만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제안된 개혁 조치들은 시민단체 등의 요구에는 한참 못 미치는 반면 국가안보국 등 정보기관들의 반발이 예상돼 얼마나 실효성 있는 개혁 조치가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합니다. 국가안보와 시민들의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가 어떤 개혁 조치를 들고 나올지 두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Obama review panel: strip NSA of power to collect phone data records)

한편, 스노든은 지난 12월 17일 브라질 <아 폴라(A Folha)> 신문에 보낸 기고문에서 국가안보국의 정보 활동은 지구촌의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며 우리 시대 최대의 인권 침해라고 일갈했습니다. 스노든은 이 글에서 국가안보국은 단 하루 동안 전 세계 50억 건의 통신 도·감청을 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미국은 이 같은 정보수집 활동이 테러 위협으로부터 세계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실제로는 테러와는 전혀 무관하며 경제 첩보 수집·사회 통제·외교적 조작 등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그는 3주 전 브라질의 주도 아래 유엔 인권위원회가 디지털시대에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보호되어야 하며, 선량한 시민에 대한 무차별 정보 수집은 인권 침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을 치하하면서 "더 이상 미국의 관리가 브라질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자신은 비록 이번 폭로로 미국 국적을 박탈당하고 무국적자로 전락하는 신세가 됐지만, "나의 목소리를 잃기보다는 차라리 나라 없는 시민"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스노든은 브라질 국민들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 중 다음 한 가지만을 꼭 들어주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불의에 대항하고 우리들의 기본적 인권과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우리 모두 함께하기만 한다면 지구상 가장 강력한 시스템으로부터도 우리를 지켜낼 수 있다."

(☞ NSA Surveillance Is about Power, Not "Safety" : An open letter to the people of Brazil)

자신의 안위를 무릎 쓴 스노든의 용기 있는 폭로에 지구촌의 시민 모두가 힘을 합쳐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박인규 프레시안 협동조합 이사장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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