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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응어리, 청계광장에 '대자보벽' 되다

[현장]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누가 우리 이야기 들어준 적 있나"

13.12.21 21:48l최종 업데이트 13.12.22 11:09l
남소연(newmoon) 최지용(endof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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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광장에 울려퍼진 "안녕 못합니다" 국정원 시국회의와 민주노총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 참가자들이 "안녕하지 못합니다"를 외치며 철도파업 지지와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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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광장에도 '안녕들' 대자보 열풍 국정원 시국회의와 민주노총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안녕들' 대자보를 광장 난간에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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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 대자보가 붙었다. 한 장이 붙자 그 옆에 또 하나, 그 옆에 또 하나가 붙는다. 종이 크기도, 글씨 모양도 다르고 사용한 팬의 색깔도 다르다. 삐뚤빼뚤 줄도 못 맞춘 대자보도, 활자를 찍어낸 것처럼 반듯한 글씨의 대자보도 있다. 누구는 그림을 그리고 누구는 시를 썼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기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정규직노동자가 방송사 기자에게 안부를 묻는다. 대학생이 청소노동자에게, 고등학생이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에게, 성소수자가 철도노동자에게, 취업준비생이 전교조 선생님에게, 알바생이 어머니에게, 그리고 그들 모두가 시대의 안부를 묻는다.

21일 오후 5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응어리가 한 곳에 뭉쳐진 자리였다. 철도노조의 파업을 계기로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한지 열흘 만에, '대자보 운동'은 사회 각계각층의 시민들에게 번져 있었다.

이날 같은 자리에서 예정돼 있던 국정원대선개입시국회의와 민주노총이 주최한 국민촛불대회는 '대자보 번개'에 참여한 시민들의 성토의 장으로 진행됐다. 모자와 목도리로 중무장을 해도 구호를 외칠 때마다 입김이 풀풀 나고, 주머니에서 잠깐 손을 꺼내도 꽁꽁 굳어버리는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3000여 명의 시민들은 대자보를 들고 무대에선 이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노동자, 대학생, 언론인, 코레일 직원까지... 그들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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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완 선생이 적은 '안녕들' 대자보, 내용은? 백기완 선생이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에 참여해 "부정선거 유신잔당 박근혜 물러가라"고 손수 적은 '안녕들' 대자보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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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에서 삼성의 제품을 고치는 노동자입니다. 삼성전자가 수 조원의 이익을 내는 동안에도 저희는 최저임금도 못되는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살기 너무 힘들다며 전태일 열사처럼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떠난 최종범 열사 생각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교칙에 위배된다며 금지했습니다. 5년이 지난 제가 대학생이 된 지금,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는 것을 교육부가 공문을 보내 막았다고 합니다. 학생은 공부가 본업이니 정치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회사원은 회사일이 본분이니 일만 해야 합니까? 정치는 정치인만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학교 교문 앞에서 멈춰버린 인권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비정규직법은 2년 이상일하면 정규직화 해야 한다고 하는데 저희는 4년 동안 같은 학교에서 일해도 저희는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이 못 됩니다. 학교 비정규직 영어전문강사인 저희들은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 아이들에게 알파벳부터 정성껏 가르치고 있지만, 계약이 끝나는 12월이면 매번 불안합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나면 학교를 떠나야 합니다. 국가인권위가 고용을 보장하라고 권고했는데, 교육부는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녕하지 못합니다. 비정규직 철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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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범 열사 생각에 안녕 못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조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에 참여해 "삼성전자가 수 조원의 이익을 내는 동안에도 저희는 최저임금도 못되는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살기 너무 힘들다며 전태일 열사처럼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떠난 최종범 열사 생각에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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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서 평택에서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외침은 대통령의 외국어 연설에 묻힙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의 불안보다 주가가 떨어질까 걱정하는 자본가에 더 관심이 더 많습니다. 뭔가 크게 잘 못돼 있습니다. 여기 무수한 대자보가 그 근거입니다. 국민들의 눈과 귀 입이라면서 제대로 보고 말하도록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반성문을 쓰지만 결국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입니다. 우리는 확신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뉴스가 국민의 목소리를 담을 것입니다. 지치지 않고 싸우겠습니다."

"저는 대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도 아니고 그냥 알바생입니다. 저는 잘 아는 게 없습니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데 하루 종일 일하시고 들어오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깨어서 사회를 바라보려고 합니다. 제가 바라는 사회는 여기 이렇게 모이지 않아도 되는 사회입니다. 이렇게 추운데 말입니다."

"국민들이 철도민영화라고 우려하고 있는 수서KTX 법인 설립을 검토한 코레일 직원입니다. 노조원은 아닙니다. 수서KTX를 분리하면 코레일이 연간 5000억 가까이 손해를 본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또 지분을 41%까지 늘리면서 민간 매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정부와 코레일 측의 말도 맞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민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수서KTX를 민간에 맡기겠다고 한 게 불과 2년 전입니다. 지금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 정부의 임기는 4년입니다. 다음 정부에서도 민영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국민들은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자보로 도배된 청계광장... 철도파업으로 인한 대치 상황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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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발의 어르신도 "안녕 못해" 국정원 시국회의와 민주노총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에 참가한 한 어르신이 '박근혜 하야하라'는 피켓을 머리에 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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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외침은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무대 발언 사이사이 "철도민영화 저지하자"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라"는 구호의 소리도 점점 커졌다. 이들의 이야기 주제는 하나 같이 무겁고 절망적이었지만 무대 위에서 소리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도 웃고, 박수치고, 환호를 보냈다. "누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준 적이 있냐"는 가사의 힙합 음악 공연에는 춤을 추듯 팔을 연신 흔들기도 했다.

'대자보 번개'를 마친 참가자들은 청계광장 주변에 자신들이 써온 대자보를 붙이기 시작했다. 청계천으로 내려가는 경사로 난간은 순식간에 대자보로 도배됐다. 난간 뿐 아니라 광장 곳곳에 대자보가 붙었다. 행사를 마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남아 다른 이들의 글을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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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완 선생도 '안녕들' 대자보 동참 백기완 선생이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번개' 행사에 참여해 "부정선거 유신잔당 박근혜 물러가라"고 손수 적은 '안녕들' 대자보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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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는 철도 민영화 반대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집회가 개최됐다. 이날 오후 4시 철도노조 서울지역 조합원 2000여 명이 철도민영화 반대 결의대화를 진행했다. 이들은 "정부가 민영화를 안 한다고 하지만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은 누가 봐도 민영화의 시발점"이라며 "정부가 우리의 투쟁을 왜곡하고 탄압하고 있지만 파업을 지지해주는 국민들이 있으니 끝까지 투쟁해 민영화를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경력 45개 중대 3100여 명을 투입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그들의 사진을 들고 있는 체포조의 모습도 눈에 띄였다. 이날 새벽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민주노총 측은 22일 새벽에도 경찰의 진입시도 가능성에 대비해 이날 대회 참가자들에게 함께 민주노총을 지켜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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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촛불시위에서도 "안녕들하십니까?"

김동균 목사가 전하는 '뉴욕 해외동포 동시 촛불시위'

뉴욕=김동균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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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2 10: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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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균 (뉴욕시국회의 참가자, 목사)


안녕하십니까, 박근혜 사퇴촉구 촛불시위 참여자님들.

박근혜 부정당선 1년을 맞아 해외동포 역사상 처음으로, 전 해외동포가 연대하여 공동의 시위 명칭과 구호, 성명서를 가지고 메릴랜드(18), 시카고(19), 엘에이(19), 파리(20), 베를린(20)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 동시, 연속으로 해외동포 연대 촛불시위를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어제(20일) 저녁 6시 뉴욕 코리아타운 우리은행 앞에서 뉴욕시국회의 주최로 약 150명 가량의 동포들이 모여 다른 국가, 도시들과 동일한 시위 명칭으로 <부정당선 1년, 전 해외동포 동시 촛불시위 - 뉴욕시국회의 제7차 시위>를 개최하였습니다.

 

   
▲ 20일 저녁 뉴욕 코리아타운에서 <부정당선 1년, 전 해외동포 동시 촛불시위 - 뉴욕시국회의 제7차 시위>가 열렸다. [사진제공 - 뉴욕시국회의]
특히 이번 ‘전 해외동포 동시 촛불시위’는 전자연결망(SNS)을 통해 각 국가들, 도시들의 동포들이 실시간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의사를 결정하였는데 향후 세계 한인동포 공동행동의 틀을 마련할 수 있는 토대를 확보한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2014년이 되면 ‘박근혜 사퇴촉구’ 및 ‘한국사회의 안녕’을 추구하는 거대한 물결이 한국사회와 해외동포들 사이에 크게 일 것으로 예상 되는데 우리 해외동포들과 유학생들이 고국을 위한 고유하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므로 그때를 위해 이 연대틀을 소중히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고 모두들 그렇게들 생각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제(20일) 뉴욕시국회의 주최의 ‘부정당선 1년, 전 해외동포 박근혜 사퇴촉구 동시 촛불시위’는 두 명의 자원봉사자에 의해 트위터로 국내 및 다른 도시, 국가들로 생중계 되는 가운데, 동시 촛불시위의 공동의 구호를 코리아타운에 메아리칠 정도로 우렁차게 외치는 것으로 시작하였으며 구호와 노래를 번갈아 가면서 부르는 중에 해외동포공동성명서와 미주지역목회자시국성명서 낭독이 있었으며 중간 중간에 시위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뉴욕시국회의 자원봉사자들이 미리 나눠준 유인물에 나와있는 ‘전 해외동포 동시 촛불시위’의 공동구호(불법부정 당선범 박근혜는 사퇴하라! 불법부정 책임자 이명박을 구속하라! 불법부정 집행자 국정원을 해체하라! 박근혜는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사퇴해야 합니다! South Korean Democracy is under Attack, Out Out Park Geun-hye! OUT OUT Park Geun-hye, DOWN DOWN NIS!)를 우리말 구호는 사회자(김동균 목사)가, 영어구호는 2세 청년 홍석정 씨가 인도를 하였습니다.

 

   
▲ 뉴욕에도 등장한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사진제공 - 뉴욕시국회의]
 
   
▲ '산타는 안녕하지 못 합니다'. [사진제공 - 뉴욕시국회의]

그리고 촛불시위 참가자 중 김영진 여학생이 해외동포 공동성명서(부정당선 1년, 박근혜 사퇴촉구 전 해외동포 공동성명서 “전 세계 해외동포의 목소리, 부정선거는 당선무효라는 상식”)를 낭독하였으며 미주지역 목회자들의 공동성명서(부정당선 1년, 박근혜 사퇴촉구 미주지역 목회자 시국성명서)는 시위에 참여한 10여 분의 목회자 중 뉴저지의 김남중 목사가 낭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구호와 노래 사이 사이에 시위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의 시간에는 원불교 미주동부교구의 사회개벽교무단 소속 윤관명 교무가 국내에서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된 “안녕하십니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영화 ‘친구’ 대사를 패러디해 “오래 해 묵었다 아이가, 고마 내려와라”라는 재치 있는 마무리 발언으로 참석자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함께 선사했습니다.

또 한 발언자는 애틀란타에서 뉴욕에 여행 왔는데 시위에 동참하였다며 국정원과 박근혜의 반시민, 반노동 경제정책과 독재정치의 문제를 비판하였으며 공동성명서를 낭독했던 여학생도 아이패드에 ‘민영화반대’, ‘박근혜사퇴’라는 글자를 화면에 띄워놓은 이유를 참가자들 자유발언 시간에 설명하였습니다.


   
▲ 이번 7차 촛불시위는 참가자도 늘었고 구호의 수위도 높아졌다. [사진제공 - 뉴욕시국회의]
 
   
▲ 참가자들은 각자 다양한 구호를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사진제공 - 뉴욕시국회의]
또 한 발언자는 성공회 예비사제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바로 얼마 전 쌍둥이가 태어난 네 아이의 아빠로 아이엄마 혼자 넷을 돌볼 수 없어 시위에 나오지 않으려 했는데 아이엄마가 그런 정의로운 일에 나서지 않으면서 어떻게 참된 사제가 될 수 있겠냐는 말에 참여 했다면서 한국사회의 정의를 위해 박근혜는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 몇 분도 자신들이 만들어 온 피켓의 내용을 소개하며 시위 참여의 이유들을 설명하였습니다.

지난 여름, 7월 16일에 뉴욕총영사관 앞의 제1차 뉴욕시국회의 시위부터 지난 11월 15일 타임스퀘어 행진시위인 제6차 시위 때까지의 시위들과 이번 제7차 시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위 참가자의 인원수의 증가도 큰 차이지만 무엇보다도 불법선거개입의 국정원규탄 주장에서 부정당선 박근혜 사퇴 주장으로 쟁점이 바뀐 것과 소수의 언론만 관심을 갖던 양상에서 찬반의 입장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언론이 이 이슈를 다루지 않을 수 없게 여론이 전반적으로 확산되었다는 점입니다.

뉴욕의 경우만 보더라도, 제 6차 시위 때부터 변화의 모습이 있었는데, 촛불시위 때 무관심하게 곁을 지나갔던 동포들이 이제는 훨씬 깊은 관심을 갖고 한참 구경을 하다 가거나 몇 몇 분은 아예 촛불시위대 안으로 참여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특히, 이번 7차 시위의 변화 중 눈에 띄었던 것은 시위 참가자들이 개인적으로 만들어 온 피켓 내용이 박근혜의 사퇴촉구 주장에 머무르지 않고 공영 기간산업의 민영화의 문제점 지적 등 박근혜를 상징으로 하는 한국사회의 소수 재벌중심의 경제정책 즉, 반서민 반노동 정책 전반에 대한 “안녕할 수 없는 분들의, 안녕할 수 없는 분들에 의한, 안녕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한” 비판이 등장하기 시작한 점입니다.

 

   
▲ 영자 현수막과 태극기가 눈에 띈다. [사진제공 - 뉴욕시국회의]
 
   
▲ 젊은층들의 참여도 두드러진다. [사진제공 - 뉴욕시국회의]
모두들 좀 놀라운(?) 현상이라고들 말하였습니다.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한 뒤에라도 새로운 대통령이 될 정치인은 이제는 국민을 속일 수 없을 거라는 희망을 섣부른지 모르겠지만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에피소드 한 가지를 말씀 드린다면, 이번 엘에이 촛불시위 때(19일)에도 그랬다고 전해 들었는데, 이곳 뉴욕에서도 항상 시위를 폭력적으로 방해하러 나왔던 ‘군복노인들’이 군복유니폼을 입지 않고 사복을 입고 나온 점입니다. 엘에이의 어느 분 표현이 “아마도, 국정원에서 오더가 내린 모양”이라고 했는데 그 분 말씀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우리 촛불시위대에게 지나친 폭력을 행사 해 온 ‘군복노인들’을 최근 시위에서는 두 차례나 경찰이 이들을 체포하려 하였고 우리 측에 체포여부를 물었을 때 같은 동포들이고 노인들이라 안쓰러워 시위 방해만 못하게 해달라고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우리 시위 참여하신 분들 내에서 노인들의 폭력을 행사할 경우 경찰에 체포되는 것을 막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일어 그런 불행한 사태를 맞이할 뻔 했는데 그런 분위기를 그 군복노인들을 지휘하는 자들도 파악했는지, 현장의 경찰의 우리 쪽 접근 금지 명령을 고분고분 듣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근혜가 사퇴하고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안녕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새로운 대통령이 새로이 선출 될 때까지, 그리고 그 대통령이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끝까지 잘 펼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지켜보면서 비판과 응원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그런 우리, 그런 우리 한국사회가 될 수 있길 연말연시의 우리 서로의 응원의 인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시위가 정해 지면 다시 알려드리기로 하고 그때까지 안녕들 하시기 바랍니다.

 

   
▲ '안녕하지 못 합니다'. [사진제공 - 뉴욕시국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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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송년회 이야기

아무 목적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야단법석 떨었던 휴심정 송년회 이야기

 
임락경 목사 2013. 12. 19
조회수 10430추천수 0
 

 

 

건강시합

 

 

휴심정 송년회 1편집.jpg

 

 

올해도 휴심정 송년모임에 갔다. 전에 휴심정모임에 자랑삼아 이야기했던 그 자랑을 깨트렸다. 그 모임에 운전기사나 비서나 자기 수행원이라든가 같이 온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역시 금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건 내가 지난번 글로 썼기에 같이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었기에 그럴 수가 있겠다. 이번에는 나와 초청 없이 동행한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침술의 대가다. 그냥 침술만 능숙한 것이 아니라 생년월일을 알면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알아내는, 그냥 알기 쉽게 그 사람 얼굴이나 모습만 보고도 그이의 건강을 진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내 이웃으로 이사 와서 산다. 또 한 사람은 목사로서 농사짓고 살지만 역시 내가 하고 있는 건강교실을 전체 진행하고 있는 실무자였다. 나는 주로 강의만 하고 이 사람이 전체 참가자들을 챙겨왔다. 이 두 사람이 같이 참석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고 나와 같이 다른 일로 서울 왔다가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내 시진법(視診法)과 이 두 사람의 시진법에 의하면 이번 모임에 한 사람만 건강이 좋지 않고 모두 다 건강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 한사람은 직접 만나서 시진해보고 다음 1월 건강교실에 오도록 부탁드렸다. 나머지 참석자들은 건강에 대해서 말을 꺼낼 필요가 없었다. 나뿐이 아니다. 매번 참석하셨던 최상용 박사는 도교를 공부하고 기로써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문경전 원전 한자의 대가요 자석치료의 대가로서 우리나라의 이름 있는 이들을 고쳐주는 분인데 특히 불면증 치료에 소질이 있으나 이 모임에서는 할 일도 없고 할 말도 없었다. 자석치료를 요구할 사람이 없고 특히 불면증치료를 받을 만한 사람이 없었기에 그렇다.

 

우선 내 글을 읽고 댓글로서 평가해주신 “진흙 속의 연꽃”님에 대하여 공개사과 드린다. 내가 말이 목사지 목사답지 않다. 학문을 닦지 않고 농사짓고 장애인들과 한평생 살다보니 글쟁이가 아니다. 더욱이 요즈음 흔한 컴퓨터도 없다. 이메일도 없다. 이동전화기가 단순한 전화기였는데 지난번 군포에 사는 박아무개가 사주었다. 전화기를 가지고 내 이름을 찍어보니 휴심정에 실린 글에 공개 사과하라는 글을 처음 보았다. 첫 번째 모임에는 유명한 스님들은 초청했던 것이고 법륜스님이나 도법스님 등은 참석하시지 않았다. 참석하신 다른 스님들도 차려진 상에서 막걸리 맥주 마시지 않았다. 또한 고기는 안 드셨다. 스님들 앞에 고기와 술잔이 놓인 것은 나도 당황했다. 다만 스님들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다른 종교인들을 대하시면서 그 분위기를 잘 넘겨주시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는 표현이 잘못되었다. 이 지면을 통해서 정식으로 사과드린다. 내 변명은 이렇다. 내가 불경 공부를 못했다. 그래도 불교에 대해서 특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그러나 내 의도는 불교에서 배우려는 마음과 존경한 스님들을 찾아 만나려는 마음은 한결같다. 내가 설명했던 불입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에 대해서 내가 젊었을 때 스님에게 들은 법문이었다. 다만 적어두지 않고 외워둔 것이어서 잘못 전달할 수도 있다. 이번 댓글을 읽고 내 잘못된 경전해석을 또다시 사과드리면서 잘 배웠다. 앞으로는 섣부른 실력으로 절대로 부처님 말씀을 인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도 내가 글쟁이가 아니라서 완전한 해명과 사과가 안 될 줄 안다. 직접만나서 말로서 사과한다면 진정한 사과가 되고 오해 아닌 진심을 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면 그대로 하련다. 그저 2년 동안 죄송할 뿐이다.

 

이번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소개할 수는 없지만 다음과 같다.

 

청전 스님 : 전주교대 재학 때 72년 유신 첫 구속된 학생. 가톨릭 신부가 되기 위해 대건신학대 다니다 송광사로 출가. 10년간 선방 다니다 히말라야로 건너가 달라이라마 제자가 돼 28년째 수행 중. 잘 익히면 히말라야에서 밥 먹여줌. 최근 휴에서 <당신을 만난 건 축복입니다>란 책을 펴내 잘 팔리고 있음.

고진하 목사 : 감리교 목사, 시인. 치악산 아래 한옥에서 요가하는 부인과 인도에서 그림을 공부한 딸 고은비 화백과 살고 있음. 인도를 순례하고 돌아와 순례기를 씀.

양태자 :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온 가톨릭 신학박사. 마녀와 성녀를 연구. 휴심정에 연재 시작.

김인수 : 경남 산청에 기독교공동체인 민들레공동체와 민들레학교를 만들어 아주 독특한 대안학교를 실험중임. 중고학생들 일년에 몇 달은 여행, 해외여행 다니며 문제를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학생들을 길러내는 학교 교장.

원철 스님 : 조계종 전 종정 법전 스님의 제자. 한문 원전에 강자. 원전 번역을 많이 했고, 불교계에서 대표적인 글쟁이. 조계종 불(교)학연구소장을 그만두고 해인사 문수암에 은둔해 수행하고 글 쓰며 살고 있음.

최상용 박사 : 도교를 공부. 기로 우리나라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음. 한문 경전 원전, 한자의 대가. 자석 치료의 대가. 사람들을 자석으로 치료해주고, 불면증 치료를 잘함.

⑦주원준 박사 : 독일에서 근동(유대와 중동)지역 신화를 공부하고 온 가톨릭 박사. 독일에서 맥주집을 하면서 돈을 벌어서 석·박사를 해서 놀 줄도 아는 실력파 소장학자. 그리스신화 못지않은 무궁무진한 근동신화의 세계(기독교의 정신세계의 뿌리)를 휴심정에 연재 중.

⑧법인 스님 : 최근 조계종 교육부장을 그만두고, 전남 해남 일지암(차의 개조였던 초의선사가 수행하며 정약용, 추사 김정희와 놀았던 곳)으로 돌아감. 바다가 바라보이는 멋진 일지암에서 혼자 사니, 사귀면 재워줌.

⑨서영남 : 인천 민들레국수집 대표. 가톨릭 수도원 수사를 30여년 했던 수도자 출신으로 빈민을 위해 일하려던 허락이 너무나 늦게 떨어져 수도원을 아예 나와 민들레국수집을 열었음. 부처님 가운데 도막 같은 분이며, 노숙인들을 브이아피로 부르며 모시는 분.

성해영 :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종교). 행정고시 수석 출신으로 문화관광부 공무원 6년 하다가 고교 때 한 신비 체험을 규명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신비주의와 심층심리학을 공부함. 휴심정에 신비주의 연재 중.

조성제 : 인사동 무천문화연구소장. 공무원을 하다가 무속에 꽂혀 공무원 집어치우고 무속을 연구한 분. 무속신문 편집장. 한국인의 의식을 지금도 지배하는 무속, 고대사에 대한 지식 강자. 본인이 무속인은 아님.

이정배 : 감신대에서 기독교 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했다가 감리교 신자직, 교수직, 목사직, 총장직을 모두 잃은 변선환 박사의 수제자. 감신대 교수이자 주일은 설교하는 목사. 기독교의 영성가인 이신의 사위. 그는 지난해까지 기독자교수협의회장. 부인 이은선 세종대 교수는 여신학자회장을 했음. 신학 뿐 아니라 서양철학에 대해 박학다식.

김경재 : 한신대 대학원장과 크리스찬 아카데미 원장, 씨알사상연구원장 등을 지낸 교수 겸 목사. 기독교장로회 창립자이자 민주화 지도자인 장공 김재준과 함석헌 두 분 모두에게 사사 받음. 김재준, 함석헌, 문익환, 안병무 사후 한신대 쪽에서 가장 존경 받는 분 중 한분. 최근 간디와 함석헌 선생이 묵었던 미국 필라델피아 퀘이커공동체 팬들힐(Pendle Hill)에서 한 달 넘게 묵상 명상을 하고 돌아옴.

한종호 : 목사. 기독계 오마이뉴스인 뉴스앤조이를 만들었고, 그 뒤 10년간 기독교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독교 사상> 주간을 10년 지내고 지난해 꽃자리출판사를 만듬.

임락경 목사

휴심정 송년회 2-1두번째.jpg

 

 

이 외 옵저버들을 소개한다.

①종림 스님 :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은사로 해인사로 출가함. 현 고려대장경연구소장. 조계종에서 가장 도인다운 분으로 불림. 지식인 제자들이 많음.

②김형태 변호사 : 가톨릭 인권위원회 위원장. 인권 변호사. 불교에도 아주 조예가 깊음. 휴심정 자매매체인 <공동선> 발행인.

③김제원 : 원불교 안암교당 교무. 명문대생들을 50여명이나 원불교 성직자로 만들어버린 분. 마음공부학사를 만들어 젊은이들을 기숙시키며 마음훈련을 시키고 있음. 노래를 잘해 음반을 4개나 냄.

④임혜진 정토출판사 팀장 : 휴에서 <스님의 주례사> <엄마 수업> <인생 수업>을 펴낸 법륜 스님의 대리인격.

김승범 : 전 <기독교사상> 기자. 디제이 와이에스 박근혜 최불암 등 흉내를 너무나 잘 냄.

 

매번 만날 적마다 느낀 바다. 모든 덕을 천하에 밝히고자 하는 자는 제일 먼저 수신을 근본에 둔다고 했듯이 모두가 수신을 잘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연말이면 만난다. 나 또한 그랬듯이 사람이 살다보면 병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병이란 누구나 난다. 그러나 그 병을 빨리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수신이다. 물론 수신을 잘하면 병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수신을 근본에 두고 도를 가까이 하려는 사람들에게 사소한 병이 더 자주 온다. 그때마다 원인을 알아 자기 몸 상태를 빨리 알아차려서 잘 다스리는 이들이 도인에 가깝다. 이른바 도인은 자기 수신 잘하고 여력이 있어 다른 이들의 수신에 도움을 주는 이들이다. 이번 모임에도 나를 포함해서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건강이 넘쳐난다. 여력이 넘쳐난다. 나 혼자 판단이 아니고 시진법에 능숙한 내 일행들도 같은 판단이다.

 

연말마다 송년모임은 너무나 많다. 직장마다 기관마다 계모임까지 끼리끼리 같은 직장, 같은 동료, 동문, 서문, 지역, 선후배, 정치, 문화, 사회, 종교 등 공통점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인 송년회다. 송년회 한다고 해가 가고 안가고, 안한다고 해가 안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휴심정 모임은 다르다. 특히 종교가 다르다. 조현기자는 무슨 재주가 있는지 불교 원불교 유교 무교 천주교 개신교 각각 다른 종교인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재주가 있다. 불교의 지도자격인 스님들도 제 각각이다. 불교라지만 같은 수행자가 아니고 다 다른, 제각각 득도한 이들이다. 개신교 목사들이 여섯 명인데도 교파가 다 다르다. 기장, 예장, 감리회, 구세군, 나 같은 <대한 예수팔아 장사회>의 돌파리 목사까지 불러들이는 여력이 아닌 매력이 있다. 아마도 한겨레신문사 사장도 이처럼 구색 맞추어 모이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또 모인다 해도 같은 목표를 정해놓고 모일 수는 있다. 가령 독립운동 하다가 독립선언서를 작성하면서 모일 수도 있다. 70년대 유신체제 아래서 유신헌법 반대하고 민주화 어쩌고 하면서 모이기도 한다. 용산에서 모이고 제주도에서 모이고 밀양에서도 각각 종교가 다른 종교지도자들이 모이기는 하지만 그 모임들은 일정한 사건을 가지고 그 사건을 해결하려고 모인 모임이다. 휴심정 모임은 아무런 사건도 목표도 없이 모인 모임이다. 또 모였기에 앞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겠다는 의견도 없다. 무슨 진행자도 없고 무슨 시간표도 없고 몇 시에 헤어지자는 계획도 없다.

 

저 지난해와 지난해에는 술이 제법 없어졌다. 금년에는 술과 안주가 없어지지 않았다. 밥상에 차려진 음식은 생선회와 생선찜과 생선찌개였는데 술도 안 먹고 남겨졌다. 이유인즉 금년에는 천주교에서 신부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불교인들은 술과 고기는 금기 식품이고, 개신교에서는 술이 금기 식품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술잔만 받아놓고 술은 없어지지 않았다. 일어나려니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든다. 지금도 그렇다.

 

이판사판
이판은 속세를 떠나 오직 수도에만 전념하는 중이고 사판은 속세는 떠났으나 사람의 살림살이도 해야 하고 포교도 해야 하기에 자기 수도에 전념하지 못하는 중이다. 같은 승려들끼리 이판은 사판을 비난하고 사판은 이판을 비난한다. 이판은 출가해서 세속을 떠났으면 수도에만 전념해야 하지 사찰 크게 짓고 신도들 속에 어울리고 시주 강요하고 세속에 묻혀 살려면 무엇 때문에 승려가 되었느냐고 비난한다. 사판은 모두가 토굴 속에 들어박혀 기도만 하면 포교는 누가 하고 사찰은 누가 짓고 사찰유지는 누가하느냐, 사판이 없으면 이판은 누가 먹여 살리느냐고 비난한다.

이판사판은 유교에도 있다. 같은 경문을 읽고 구멍아들(孔子)을 스승으로 모시기는 하지만 수신을 잘해서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돈이나 명예에 흔들리지 않고 청렴결백하게 살아가는 선비가 있다. 이들을 이판이라 할 수가 있고, 권력과 타협하면서 재산 모으고 종들 두고 와가 집짓고 사대문 안에서 도포자락 날리면서 사는 양반 나으리들이 있다. 이들을 사판이라 하겠다.

 

이판사판은 천주교에도 두드러지게 있다. 이판은 수사들이나 수녀들이다. 사판은 성당을 크게 짓고 유지시켜온 신부, 수녀들이다. 천주교에서는 이판이 사판을 비난하거나 사판이 이판을 멸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천주님의 명으로 생각하고 묵묵히 살아간다.

개신교에서도 이판과 사판이 있으나 다른 종교인들처럼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 작은 시골교회에 발령받아 대형교회 목회자 부러워하지 않고 스스로 일해서 생활하면서 어려운 이웃 돌보아주면서 살아가는 목회자들도 있다. 교회 크게 짓고 신자들 많이 모으고 노회장, 시찰장, 감리사, 감독회장, 총회장 역임해가면서 목회생활하고 있는 사판목회자도 있다.

 

전체적으로 사판 쪽 종교지도자들보다는 이판들이 생활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숫자가 적다. 또한 정치적인 힘도 없다. 돈도 명예도 없다. 가끔씩 알아주는 이들이 있어 위로받으며 살아간다. 알아주는 이들이 없어도 외롭지 않는 훈련도 잘 되어 있다. 이판들에게는 사판이 할 수 없는 좀 신비스러운 재주가 있다. 사판이 신자들과 시달리는 활동시간에 이판은 춥고 굶주리면서 기도하다보면 신께서 또 다른 능력을 주기도 하고 예언을 할 수 있는 예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복잡한 곳을 떠나 한적한 곳에서 깊은 생각에 몰두하면 감각기능이 발달해서 천지의 조화를 알아낼 수 있다. 이치를 알 수가 있다. 그런 이들을 도를 닦는 이들이라고 한다. 그런 선비들을 도사(道士)라고 부른다. 도사들 중에도 신체기능을 건강하게 잘 타고 태어난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할 수 없는 빠른 기교도 부린다. 신체적으로 약하게 태어난 이들은 그런 대로 예언적인 사명과 모아진 기와 치유의 능력이 더해져서 세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준다.

 

이러한 이판들은 가끔씩 나타나 세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니 더 존경을 받는다. 마치 이혼한 가정에 아이들이 날마다 돌보아주고 꾸중한 어머니는 싫고 가끔씩 나타나 불량식품 사주고 용돈 쥐어준 아빠를 좋아하는 것처럼…, 같이 사는 큰아들 큰며느리는 싫고 1년에 한두 번 찾아와 구경시켜주고 용돈 쥐어준 작은 아들이 사랑스러운 것처럼…. 이판이 이판다운 이들은 그냥 토굴 속에서 한평생 사는 것보다 받은바 능력을 세속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하는 이판이 바람직한 이판이고 존경받는 이판이다. 말로하자면 이판이 이판인데 사판냄새가 나든가 사판이 하는 일을 조금만 거들어주면 존경을 받는다. 사판 역시 사판에 머무르지 않고 이판 냄새가 나든가 이판 같은 모습이 보이면 존경의 대상이 된다.

 

이번 휴심정에 모인 이들이 그들이다. 이판이 사판 같고 사판이 이판 같고 이판사판 모이다보니 세인들의 존경도 받고 비난도 받고, 이판도 아니고 사판도 아닌 난장판도 같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내가 보기에 그렇다.

 

임락경 목사
개신교 목사. ‘맨발의 성자’로 불렸던 이현필(1913~64)과 류영모의 제자인 영성 수도자이다. 30년째 중증장애인들을 돌보는 사회복지가이자 유기농 농부 겸 민간요법계의 재야 의사. 군인으로 복무했던 강원도 화천에 터를 잡아 1980년부터 시골교회를 꾸려가면서 중증장애인 등 30여명을 돌 보는 한편 유기농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메일 : sigolzz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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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볼 수 있는 갤럽조사를 다시 분석한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44.3%, 부정평가는 48.3%…
 
임두만 | 2013-12-21 08:58:4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이 되는 19일을 하루 앞둔 18일 리서치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44.3%, 부정평가는 48.3%…긍정보다 부정평가가 4.0%포인트 더 높았다. 그러나 사실 이 여론조사는 그리 큰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솔직히 리서치뷰의 여론조사가 지금까지 일반 유권자는 물론 전문가들에게서도 그리 공신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이다. 그리고 이는 리서치뷰 스스로 밝힌 응답률에서도 나타난다.

▲ 박근혜 대통령 직무 평가 ⓒ 리서치뷰

리서치뷰는 대선 1주년을 맞아 18일 오후 2시부터 3시 반까지 전국 만19세 이상 휴대전화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하여 RDD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되었으며, 표본은 2013년 11월말 현재 국가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라 비례할당 후 무작위로 추출했고,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1%p, 응답율은 5.28%였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다른 것은 몰라도 응답률 5.28이란 것은 여론조사로서 가치를 부여할 수 없다. 전화 100통화를 걸어 5명이 응답하고 95명이 거절한 여론조사에 어떤 공신력을 부여할 수 있는가?

더구나 이 여론조사가 발표한 정당 지지도는 안철수 신당을 가정한 조사에서 새누리당 40.6%, 안철수 신당 18.6%, 민주당 14.2%, 통합진보당은 3.6%, 정의당은 2.9%, 무당층은 20.1%였다. 그런데 응답자 중 51.1%(511명)는 작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36.9%(369명)는 문재인 후보에게 각각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발표는 실제 문재인 득표율인 48%에 11% 포인트나 낮은 현저한 차이가 있다. 박근혜 득표율은 실 득표율과 근접하나 문재인 득표율은 전혀 엉뚱하다. 결국 여러 면에서 이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20일 보도 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긍정평가가 대선 후 최초로 자신의 대선 득표율 51.6% 밑으로 빠지면서 48%대로 폭락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갤럽은 20일 주간 정례여론조사 결과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대선득표율(51.6%)보다 낮은 48%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이 조사는 갤럽이 대선 1주년을 맞아 지난 16~19일 나흘간 전국 성인 1천207명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도를 물은 결과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표본을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8%포인트, 응답률은 15%(총 통화 8,152명 중 1,207명 응답 완료)다. 위에 언급한 리서치뷰의 자동응답 여론조사에 비해 응답률이 무려 3배의 차이가 있다. 그만큼 이 조사의 신뢰성은 높다는 의미다. 여기서 긍정평가는 48%, 부정평가는 41%, 11%는 의견을 유보했다(어느 쪽도 아님 5%, 모름/응답거절 6%).

긍정평가는 지난조사(54%)보다 무려 6%포인트나 급락한 반면, 부정평가는 지난조사(35%)보다 6%포인트 급증한 것으로 최근 들어 가장 변화폭이 컸다. 이에 대해 갤럽은 “긍정률은 취임 초기인 3월과 4월 40% 대에 머문 바 있으나, 부정률은 11월 1주 29%에서 점진적으로 상승하다가 이번 주 급등해 처음으로 40%를 넘었다”며 비판여론이 급확산되고 있음을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평가가 부정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음은 정당 지지도에서도 변화를 가져왔다. 정당지지도는 새누리당 41%, 민주당 22%, 통합진보당 2%, 정의당 1%, 기타 정당 1%, 지지정당 없음 33%였다. 그런데 안철수 신당을 조사에 넣으면 새누리당 35%, 안철수 신당 32%, 민주당 10%, 통합진보당 1%, 정의당 0.4%, 의견유보 22%였다.

따라서 이 조사를 지난 11월 29일 발표한 조사와 비교하면 매우 의미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안철수 신당이 얼개를 보이면서 안철수 신당이 창당 되었을 때 새누리당 지지도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데 비해 민주당 지지도가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 내용을 보자.

1. 11월 29일 조사발표는 새누리43%, 민주20%, 통합진보2%, 정의1%, 무당파34%...안철수 신당 출범 시 새누리35%, 신당26%, 민주11%, 통진1%, 무당27%였다.

2. 12월 20일 조사발표는 새누리41%, 민주22%, 통합진보2%, 정의1%, 기타 정당 1%, 지지정당 없음 33%…안철수 신당 출범시 새누리35%, 신당32%, 민주10%, 통합진보1%, 무당파22%다.

결국 지난 조사에 비해 기존 정당 체제에서는 새누리당이 2%포인트 하락하고 민주당이 2%포인트 오르는 미미한 변화가 있는데, 안철수 신당 창당 시는 새누리당이나 통합진보당의 변화는 없는 대신 민주당 측 지지도와 무당파 지지도에서 상당한 변화를 보인다는 점이다.

즉 지난 조사에선 신당 창당 시 새누리당 지지자 8%, 민주당 지지자 9%, 무당파 7%가 신당이 창당될 때 신당 지지자로 이동하는 그래프를 보였다. 그런데 이번 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자는 6%만 이동하여 신당이 창당되어도 새누리당 지지자 35%는 지난 조사와 변함이 없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무려 12%가 신당으로 이동한다. 또 무당파도 11%가 신당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 때문에 안철수 신당은 지난 조사에서 26%포인트 지지율을 보이던 것이 이번 조사에선 32% 지지율로 급등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조사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해도 35%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계속 똘똘 뭉치고 있으나, 박근혜에게서 이탈한 측과 무당층은 안철수 신당 쪽으로 급속도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 지지율 35%에 근접하는 32% 지지율을 보이므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 여파에 따라 새누리당과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 역전현상도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

그래서다. 이럴 때일수록 안철수 신당 창당파들은 이런 여론 이동 현상에 대한 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나는 그것을 극단이 아닌 중용으로 본다.

만약 극단을 원한다면 현재 박근혜 정권과 날카로운 날을 세우면서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문재인 의원이 있는 민주당쪽으로 여론이 몰려가야 한다. 하지만 여론은 그 반대다. 박근혜의 지지도 하락에 민주당이 더 영향을 받고 있다. 그리고 안철수 신당으로 모이고 있다. 여론은 ‘대통령 퇴진’ 같은 극단의 대립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개혁하되, 민생정치로의 중용’을 원하고 있다는 증거다.

새정추나 민주당, 그리고 통합진보당이나 시민세력은 이런 여론 추이를 분석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런 정치세력들이 그냥 흐르는 물을 보는 것처럼 ‘맨날 나오는 여론조사인데 뭐…’ 정도로 치부한다면 국민과 더욱 괴리되는 것이고, 이를 이처럼 면밀히 분석하면서 대처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세력이 될 것으로 본다. 이것이 전략정치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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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저작권 때문에 장사못할 지경

- 어느 컴퓨터 판매상의 하소연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12/21 [00:41] 최종편집: ⓒ 자주민보
 
 

▲ 퇴근시간임에도 손님이 거의 없는 테크노마트 오프라인 매장 © 자주민보



한미FTA가 대기업의 수출에는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점점 서민들의 생활 곳곳 생계까지 파고들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테크노마트에 노트북을 사러갔다가 들은 한 판매점주의 하소연이다.

“용산 전자상가에서는 조립컴퓨터나 중저가 컴퓨터의 경우 대부분 고객의 요청에 의해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복사해서 깔아주고 있는데 최근 손님을 가장한 소프트웨어 회사 관계자가 이를 증거로 확보하여 소송협박을 해와 결국 많은 돈을 내고 합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아직 테크노마트에서는 그런 일이 없는데 그런 일이 생길까봐 무서워 장사를 할 수 없는 지경이다.”

가장 손님이 붐비어야할 퇴근 직후 저녘 시간인데도 매장엔 거의 손님이 없었다. 대부분 인터넷 판매가 활성화되는 바람에 이런 오프라인 매장엔 손님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 달 내내 장사를 해도 입에 풀칠하기도 쉽지 않은데 그런 일까지 벌어지고 있어서 정말 죽을 맛이라고 점주는 내내 하소연을 하였다.

얼마 전 한 한의원에서는 컴퓨터의 서체를 그대로 이용하여 간판으로 내걸었다가 고소 협박을 받고 수백만원에 합의금으로 무마시킨 적이 있다고 한다.

한글마저 사라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가 완전히 한글을 대체하게 되면 그런 협박과 소송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지금까지 대학의 영어원문 교제는 대부분 해외 책을 그대로 복사해서 사용해왔는데 한미FTA 이후엔 그것도 다 저작권에 걸린다. 복사본과 원본의 가격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원문 전공서적을 제값주고 사려면 수십만원씩 하는 것도 있다.

미국 다국적기업들의 저작권압박은 서민생활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게 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값비싼 돈을 내고 이 모든 것을 다 사서 쓰다보면 서민 주머니는 더욱 텅 비게 되고 소비위축을 가져와 내수경제는 더욱 힘들어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물론 저자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안이 없이 완전히 독점화된 세계 다국적기업의 저작권 논리는 매우 폭력적이다. 윈도우가 아니면 컴퓨터를 가동할 수가 없는 조건에서 위도우 회사에서 달라는 대로 막대한 돈을 주고 소프트웨어를 살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은 폭력깡패보다 더한 강제가 아닐 수 없다. 다른 대안이래야 더 비싼 애플뿐이다. 물론 북에서는 ‘붉은별’이란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사용한다고 하는데 분단된 조건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결국은 저작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주권이다. 자주권을 잃어버린 상황에서는 법이란 것도 폭력이고 공정한 경쟁도 강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현 박근혜 정부의 FTA 추진은 졸속이었음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명백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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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학자 엄기호가 분석한 '안녕 대자보'의 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12/21 10:35
  • 수정일
    2013/12/21 10:3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안녕 대자보'는 기막힌 언어
20대들의 냉소 코드 바꿔놨다"

[10만인클럽 특강 80회] 문화학자 엄기호가 분석한 '안녕 대자보'의 힘

13.12.20 18:59l최종 업데이트 13.12.20 18:59l
김혜승(gptmd37)

 

 

'말길'이 열린 걸까? '안녕들 하십니까', 일곱 글자가 사회적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로지 '경제 성장'만 부르짖는 사회에서 '사람의 성장'에 주목해온 문화학자 엄기호. 그는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등의 저서를 통해 교육 불가능의 시대, 어떻게 사람의 성장이 가능할 것인가를 화두로 삼아 대학 강의와 글쓰기를 해온 소장학자다.

2013년 한해를 마무리 짓는 시점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엄기호 선생을 모시고 연속 2회 교육 특강을 진행했다. 서울시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진행된 두 차례의 강연 중 지난 13일에 열린 <무기력한 교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편이 10대들의 이야기였다면, 18일에 열린 <냉소하는 강의실, 계몽에서 말걸기로>편은 20대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두 번째 강연은 때마침 터진 '안녕 대자보' 현상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끌었다. 발화점이 되었던 첫 대자보에 관한 엄 선생의 분석이다.

'안녕' 대자보가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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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붙어있는 주현우(27,고려대) 학생의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학내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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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언어다. 글을 잘 썼다는 게 아니라 서술방식이 지금까지의 방법과 전혀 달랐다. 기존 형식은 '내가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안녕 대자보'는 '저들이 안녕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안녕하지 못하다'는 식이다. '타인'으로 시작해 '나'를 거쳐 '우리'를 초대하는 구조다. 신자유주의의 윤리는 '남을 돌보지 마라'며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그런데 '안녕 대자보'는 정확히 그 반대다. 말의 힘을 살렸다."

대학의 '냉소적 주체들'에 대해 엄기호 선생은 대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성과사회의 논리가 교육 현장으로 침입한 결과라고 말한다.

"성과사회는 경쟁을 내부화했다. 과거의 경쟁은 외부의 적과 싸우면 되었지만, 지금은 단기평가, 개별평가가 일반화되면서 '협업'이 아닌 '개인'의 성과가 강조되는 구조다. 따라서 탈락하는 동료의 삶을 연민하거나, 고통을 공감하기 시작하면 조직에서 버틸 수가 없다.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사람이다. '다른 존재들과의 연관 속에서나'를 사고하지 못하게 분절시켜놨다."

20대들의 냉소를 이해하는 코드다. 엄 선생에 따르면, 토론식이나 자기 이야기를 공유하자는 취지의 수업에 학생들은 더욱 냉소적이라고 한다. "말해봤자 해결된 게 없으니까", "어차피 지켜지지 않을 거니까"라며 입을 닫는다. 말을 한다는 게 허망하다 못해 귀찮은 일이 돼버렸다. 삶으로부터 말이 겉돈다. 말이 삶에 밀착되었을 때 비로소 힘을 가지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말의 힘을 잃어버린 사회는 망한다

"말이 '실현'은 안되더라도 '이행'은 되어야 한다. 아무도 말(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건 망한 사회다. 말이 이행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행되지 않은 말에 대한) 사과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말의 힘을 믿을 수 있는 것 아니겠나. 헌데 이행도 없고, 사과도 없는 현실이다 보니 말에 대해 냉소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말은 권력자의 것이었다. 힘 있는 자만이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는 누구나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평등하다. 그렇다면 모두가 말할 수 있는 사회에서 권력자들은 자신의 힘을 어떻게 과시하려할까?

"말을 '쌩까'는 방식이다. '그래, 떠들어봐. 다 떠들었어?' 그러고 무시하는 거다. 피지배자들을 떠들게 해놓고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안 듣는 것으로 권력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피지배자들의 말은 갈수록 허망해지는 것이다.

대신 소비자본주의는 말하는 자들을 '고객' 상태로 불러들인다. 이를테면 고객센터에서 분노를 터트리게 하는 방식. '감정노동'이 생겨난 이유다. 자신의 말을 쌩까는 권력자들에 대한 화풀이를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풀게 하는 것이다. 권력은 이런 말의 이중구조를 만들어 놓고 내빼버렸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물어보자. 어떻게 말의 힘을 복원할 것인가. 엄 선생은 '안녕 대자보' 현상에서 그 희망을 발견했다.

"지금 둘러보면 자기 고통에 대한 서술은 넘쳐난다. 모두가 피해자인 듯하다. 자기계발서, 힐링 열풍이나 정신과 치료가 보편화되는 것은 그런 흐름이다. 피해자로서 자기 고통을 서사화하는 것은 '말하기'다. 반면 '안녕 대자보'는 타인에게 '말걸기'다. 말이 이어지면 이야기가 된다. '말걸기'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식인 것이다. 말이 힘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사례를 우리는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다."

우려는 있다. '안녕 대자보' 흐름을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기특'해 하거나, 새로운 일로 포장해 '기획'하려는 태도다.

"물론 그 진심은 이해하지만, 자기 모교에 가서 응원메시지를 붙이는 방식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 공간에서 진짜 말해야 하는 사람들을 팔꿈치로 밀어낼 수 있다. 자기 공간, 자기가 처한 삶의 현장에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물론 직장인이라면 회사에 대자보를 붙인다는 게 목숨 거는 일일 것이다(웃음). 고등학생들도 하고 있다. 아무도 보호해줄 수 없는 자기 삶의 공간에서 대자보를 붙이며 세상에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안녕 대자보'의 운명은 여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희망 혹은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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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호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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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연장에는 13학번 대학생을 비롯해 현직 교사, 학부모 등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강연을 듣기 위해 충북 청주에서 올라왔다는 한 대학생의 질문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는 정부를 보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엄 선생의 답변은 그리스 신화 '오디세우스와 세이렌'의 이야기로 출발했다. 세이렌은 바다를 건너는 선원들을 매혹적인 노래로 유혹해 빠져 죽게 만드는 바다의 요괴. 바다를 지나가야 했던 오디세우스는 아름다운 노래를 자기만 들으려고 선원들에게는 밀랍으로 만든 귀마개를 준다. 노래를 듣지 못한 선원들은 노를 저어 묵묵히 바다를 평온하게 지나간다는 이야기다. 이를 '2013 대한민국' 엄기호 버전으로 바꾸면 이렇다.

"오디세우스(권력자)가 정말 노래를 들었을까? 그는 듣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가 노래를 듣는 척 연기했다고 본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배가 무사히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노를 젓는 선원들이 세이렌의 노래에 귀를 막고 바다를 '쌩' 지나가길 원했다. 그렇다면 세이렌인 나는 누구를 위하여 노래를 불러야 할까?"

청중 중의 누군가 "선원이요"라고 답했다.

"맞다. 배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나 방향을 틀기 위해서는 노를 젓는 선원을 향해 노래를 불러야 한다. 오디세우스가 노래를 듣든, 말든 상관없다. 세이렌의 노래를 들은 선원들이 귀마개를 스스로 빼내도록 하는 거다. 내 삶의 현장이 어디든, 세이렌의 노래를 부르자. 머릿속에서 오디세우스는 지우자. 우리가 어떤 노래를 불러도 '그 분'에게는 '종북'의 노래로 들릴 것이다. 대신 내 주변의 동료, 이웃이 들을 수 있도록 노래를 부르면 된다."

'말걸기'가 폐허가 된 사회를 재건하는 힘인 이유다.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로 이렇게 2013년 10만인클럽 특강은 마무리되었다.

☞<10만인클럽 특강>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10만인클럽 특강 동영상은 월1만원 후원 회원에 한해 볼 수 있지만, 2013년 마지막을 장식한 '엄기호 특강'(80회)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합니다. '말의 힘'이 붕괴된 한국 사회를 공부하는데 2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느껴지는 강연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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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도 항쟁의 길로, 쌀값 대통령이 책임져라!

농민들도 항쟁의 길로, 쌀값 대통령이 책임져라!
 
 
 
권종술, 백운종 기자
기사입력: 2013/12/20 [21:21] 최종편집: ⓒ 자주민보
 
 
농민들이 행동에 나섰다. 광회문광장에 모여 “쌀 목표가격 23만원, 대통령이 책임져라”고 요구했다. 전국에서 ‘민주주의 수호 쌀값보장 청와대 나락 반납 투쟁’을 진행했다. 진보당 지방의원단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쌀 목표가격 인상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의 농민대표자와 지방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농은 박근혜 당선 1주년을 맞아 19일을 <농민행동의 날>로 선포하고,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민주주의 수호, 쌀 목표가격 23만원 보장을 위한 청와대 나락 반납 투쟁 출정식을 진행한 데 이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행동에 나선 것이다.
 
농민들은 “8년간 동결된 쌀 목표가격 현실화를 외치며 농민들이 비닐 한 장 덮어쓰고 노숙농성을 시작한지 20여 일이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청와대와 국회는 묵살하고 물건값 흥정하듯이 농민들의 목숨줄을 함부로 농락하고 있다”며 “쌀 목표가격 23만원, 대통령이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농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한중FTA를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채 민주적인 통상절차를 깡그리 무시하고 각종 FTA와 TPP를 강행하면서 쌀 시장마저 통째로 외국에 내다팔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농민들은 “박근혜 정권은 지난 대선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거세지자 진보당 내란음보 조작, 전교조, 전공노 불법화, 철도노조 탄압 등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들을 종북으로 덧칠하며 유신독재, 공안통치를 부활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농민들은 항의서한 전달을 위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벌이려했지만 경찰이 막아나섰다.
 

 
당 지방의원단 “쌀 목표가격 인상을 촉구한다”
 
광화문 기자회견에 앞서 당 지방의원단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쌀 목표가격 인상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엔 오은미 전북도의원, 안주용 전남도의원, 박연희 정읍시의원, 이정확 해남군의원, 김기형 진천군의원, 김봉용 통합진보당 농민국장과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함께 했다.
 
지방의원단은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대통령선거 1년이 되는 날이다. 1년 전 박근혜 후보는 농업공약을 발표하면서 ‘농업은 국민의 소중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이자, 안보산업이다. 그런 소중한 역할을 해 오신 농민들께 우리 사회와 국가는 합당한 보답을 해드려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그런데 쌀 목표가격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태도는 후보시절 합당한 보답을 이야기한 것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방의원단은 “쌀 목표가격은 지난 8년간 170,083원으로 한 푼도 오르지 않았고 올해 쌀 목표가격은 향후 5년간 가격결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쌀 목표가격을 4천원 올려주네, 5천원을 더 주네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의원단은 “우리 지방의원단은 쌀 목표가격 23만원 인상을 정부에 촉구한다. 농촌현장에서 보면 쌀 목표가격이 시중쌀값을 선도하는 기능이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동안 터무니없이 낮은 쌀 목표가격으로 인해 시중 쌀값은 너무도 낮은 가격으로 형성되어 농민들의 불만이 가득한 상태이다. 더 이상 농민들의 일방적 피해만을 강요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의원단은 생산비 보장과 목표가격 23만원에 대한 요구는 농민생존에 대한 요구이며 일평생을 피눈물로 감내해온 농민자존에 대한 요구이다. 쌀값은 농민값이라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라며 “이제 정부는 농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쌀 목표가격을 23만원으로 인상하고 무리한 FTA와 TPP협상추진을 중단하고 한국농업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인 전망과 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글= 진보정치 권종술 기자
사진= 진보정치 백운종·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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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울광장 ] 함세웅· 정봉주·5대 종단대표 등 참가...

한겨울밤 ‘관권선거’ 1년 국민대회…3만인파 “대선 무효”열기
18대 대선 총체적 부정선거로 규정 대선무효 선언
 
입력 : 2013-12-19 23:11:45 노출 : 2013.12.20 11:06:19
이재진 이하늬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19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관권선거1년 국민대회’에서 각계 인사들이 지난 대통령 선거를 국가기관을 동원한 총제적 부정관권선거로 규정하고 대선 무효 선언을 밝히면서 향후 대선 불복 여론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민대회에는 5대 종단 대표을 포함한 각계 대표들이 나와 18대 대통령 선거를 관권선거라며 무효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대회를 지켜본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날 서울시청 광장에 모인 집회 숫자도 3만명(주최측 추산)을 넘어서면서 열띤 모습을 보였다.

관권부정선거 규정 대선무효 선언 확산되나

특별 강의자로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함세웅 신부는 지난 대선에 대해 "관권부정선거로 그 자체로 무효임이 확인됐다"며 "대선공작 댓글은 121건에서 2100만건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검찰은 시간이 모자라 121만건만 기소했다고 하는데 민주공화국에서 이게 말이 되느냐. 관권부정선거에 시효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함 신부는 "지난 대선은 부정선거이기에 정부와 여당에 진상규명과 대통령직 사퇴라는 정치적 요구를 하고 있다"며 "그런데 공권력을 동원해 요구를 묵살하는 것은 독재다"라고 말했다.

   
'관권부정선거 1년 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안녕들하십니까', '철도민영화 반대', '대선무효' 등 다양한 손피켓을 들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를 따라부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함 신부는 특히 "유신독재 졸개들은 역사 앞에 사죄하고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역사적 평가를 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함 신부는 "유신의 핵 박정희를 제거한 김재규 장군의 뜻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종북몰이를 통한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불의한 정권과 언론이 마약처럼 남용하는 '종북 오물'을 하수구에 버리고 '통일'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두번째 특별강의자로 나선 정봉주 전 의원은 부정선거의 공모자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목하고 특검을 통해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9월 2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가 배석자 없이 가진 단독 면담이 부정선거 공모를 위한 자리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시민 전 의원도 지난 15일 노무현 재단 송년 행사에서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불법 대선개입을 부탁한 적은 없는지 정말 알고 싶다”고 의혹을 제기한 내용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정 전 의원은 "특검을 왜 반대하고 두려워하는지 아느냐. 이런 열기 속에 특검을 하면 국정원, 새누리당,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야 되기 때문"이라며 "그러면 뒤가 구려서 뭐가 터질지 모른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압수수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특검이 정조준하는 목표"로 "지난해 9월 2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의 100분 동안의 독대"라고 지목하고 "무덤까지 갖고 갈 얘기를 했다.…(중략)…그 이후 100일 동안 국정원 댓글이 왜 본격적으로 시작됐을까요"라고 물었다.


정 전 의원은 "저는 내일부터 MB 사무실 앞에서 ‘9월 2일에 각하 무슨 말을 하셨습니까’라고 물을 것"이라며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가 대선에 개입해 댓글을 주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MB를 국회 청문회 때 세우도록 민주당이 겨냥해야 하고 특검을 통해 구속 수사할 수 있게 요구해야 된다"고 말했다.

5대 종단 포함 각계 "박근혜 대통령 인정 안한다"

각계 발언에서는 더욱 거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목소리가 나왔다.

자신을 16살 중학생이라고 소개한 이마빈 군은 "박근혜씨가 민영화 안 한다고 거짓말한지 1년 됐다. 박씨가 부정선거 안했다고 거짓말한지 1년이 지났다. 그 거짓말에 깜빡 속아 넘어간 지 1년이 지났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사라져간 날이 1년이 지났다"며 "국민인 우리가 부조리한 이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면 안된다. 저들의 거짓말에 두번 속지 말자"고 말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용산 참사 진상을 규명하기 전에 김석기 청장을 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해서 용산 유가족을 두번 죽이고 밀양 송전탑의 울부짖음을 모른 채하고 공사를 밀어붙이는 것이 박근헤 정부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필요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누구를 상대로 심리전을 펼쳤나.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을 상대로 공격을 한 것"이라며 "종북이라고요. 종북, 종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정권이야말로 종북정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임윤옥 부대표는 "여성이니까 뭐 좀 알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1년 동안 여성에게 던져준 정책이 무엇이냐"라며 "시간제 일자리, 용돈벌이, 알바노동, 그거나 하라고 우리 여성들에게 하느냐. 철도 민영화되고, 의료 민영화하고, 민생 파탄나니까 부족한 살림살이를 저임금 노동을 여성들이 떼워라 이거 아니냐"고 비난했다.

국정원선거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 강인석 목사는 "우리는 박근헤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종교계의 양심으로 선언한다. 그뿐 아니라 국가기관 동원해서 불법선거를 조작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켜야 한다고 종교인의 양심으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원불교 박규선 교무는 "원불교가 웬만해서는 나서지 않는다. 이제 이 게임이 막바지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며 "원불교 교무들은 우리 신앙과 신념, 모든 역량을 다해서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눈 쌓인 서울광장에 주저 앉은 채로 늦은 시간까지 촛불을 들고 자리를 떠날 줄 모르는 학생들이 자유발언을 듣고 있다.
이치열기자 truth710@
 

영하 5도 추위에도 담요 꽁꽁싸매고 집회 이어간 참가자들
“인터뷰하면 종북으로 몰릴까 두렵다”…철도노조 조합원 “민영화 저지할 것”

박근혜 정부 1년을 맞아 열린 19일 '관건부정선거 1년 국민대회'(국민대회)에는 영하 5도의 날씨에도 많은 시민들이 참가해 촛불을 들었다.

참가자들은 지난밤 사이 내린 눈이 얼어붙은 길 위에서 깔개를 여러장 겹쳐 앉으며 추위를 피했다. 이들은 국민대회에 앞서 열린 철도노조 결의대회에서부터 자리를 지키며 박근혜 정부를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박 정부 1년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국외대 유아무개(22.여) 씨는 이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다. 추운 날씨에 대비해 집에서 유리컵에 든 초도 가져왔다. 친구와 함께 왔다는 유씨는 "여론도 그렇고, 언론에는 하나도 안 나오는데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 오게됐다"며 "박근혜 정부가 1년 동안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하나도 안했다. 계속 이렇게 갈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선아무개(58.남) 조아무개(56.여) 부부는 이날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충북 괴산에서 올라왔다. 선씨는 "너무 열받아서 왔다. 불법부정선거가 명백한데 책임지는 게 없다. 국정원 개혁도 안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합을 한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대통합이 아니라 갈기갈기 찢어놨다"고 비판했다.

동국대학교 4학년 최은미(24)씨는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서울 4년제 대학을 나왔지만 안정된 일자리가 없다"며 "특히 박근혜 정부가 만든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문제다.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말도 웃기다. 그런 정책인 여성인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내 일이 좋지 않게 평가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이호연(19)씨는 담요로 얼굴을 꽁꽁 싸매도 있었다. 이씨는 인터뷰 요청에 "종북으로 몰리는 것 아니냐. 경찰이 듣고 있을 수도 있다"며 꺼려하기도 했다.

이어 이씨는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왜곡이 많이 된다. 사람들이 왜 이러는지 직접 제 눈으로 보고 싶어서 공부방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와서 보니 의견 말하고 집회하는게 전부인데 종북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 정책을 반대하는 것과 종북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며 집회 참가 계기를 설명했다.

   
영화 V for Vendetta의 주인공 의상을 한 한 참가자가 철도와 의료, 가스 등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을 반대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집회에는 현재 11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철도노조 조합원들도 보였다. 이날 시청광장에서는 국민대회에 앞서 열린 '철도민영화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총력 결의대회'가 열렸다. 부산에서 온 최아무개(48)조합원은 "박근혜 정부가 대북 정책은 잘하는 것 같은데 철도는 못 한다"며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민영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온 김아무개(56)조합원은 "박근혜 정부는 0점이다.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면서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는데 철도 기관사 30년 경력으로 봤을 때 민영화가 맞다. 철도를 팔아먹으려는 수작"이라고 꼬집었다. 김씨는 파업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는 "함께 직위해제 당하고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지는 않다. 그런 것들이 무서웠으면 파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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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안녕’을 묻고 손석희도 안녕을 위협받고 있다”

 
[오늘의 소셜쟁점] JTBC 손석희 뉴스 중징계에 누리꾼 반발…“방통심의위 징계, 독재정권 집권말기 현상”
 

입력 : 2013-12-20 10:09:11 노출 : 2013.12.20 10:50:13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JTBC <뉴스9>에 중징계를 내린 것을 두고 반대 여론이 거세다.

방통심의위 전체회의는 JTBC <뉴스9>의 11월 5일과 11일자 보도에 대해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제재를 내렸다. ‘관계자 징계 및 경고’는 방통심의위의 법정제재 중 ‘과징금’ 다음으로 중한 징계다. JTBC는 지난달 5일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소식을 전하며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을 출연시켜 이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또한 김종철 연세대 교수를 통해 이번 해산청구의 문제점을 짚었다.

방통심의위 여당 측 인사들은 “9시뉴스는 시사해설이나 토론보다 엄격한 최고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이번 뉴스는 종합뉴스 사상 공정성과 객관성을 어긴 가장 대표적인 수치스러운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들은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에 대한 정부 측 주장과 다른 출연자들만 출연시킨 점 △이 사안과 무관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유도성 질문을 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관련 기사 : <손석희 ‘뉴스9’ 중징계 결정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뉴스”>)
 
   
 
 
SNS에는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누리꾼들은 “하다 하다 손석희까지 건드린다” “하루종일 북한 뉴스 보내는 방송3사는 공정하고 손석희는 불공정하냐”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했다.

방통심의위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계속 막장의 길을 가고 있는 다른 종편은 놔두고 손석희를?”이라고 반문했고 최민희 민주당은 “앞으로 종편 KBS MBC 등의 편파보도도 이렇게 심의해라. ‘김대중 대통령 스파이’라고 한 종편 심의 어떤 결과 나오나 보겠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일베에는 권고, 손석희 뉴스는 중징계. 이것만 봐도 방통위가 얼마나 썩었는지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6일 방통심의위는 지역차별, 여성비하 등으로 심의 대상에 오른 일베에 대해 ‘청소년 보호 활동 강화’를 권고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가 방통심의위를 통해 ‘언론탄압’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남긴 글을 통해 “집권 채 1년도 안 됐는데 독재정권 말기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보도의 다양성 운운하며 종편 만들더니 자기를 비판한다고 징계하는 정부. 대한민국에 언론은 없다”고 말했다.

이 일을 계기로 손석희 사장이 ‘찍어내기’ 당하지 않겠느냐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 누리꾼은 “박근혜 정권의 손석희 찍어내기 압박, 삼성이 얼마나 버틸까”라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야당 측 인사인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정말 두려운 것은 손석희가 JTBC가 입사협상을 할 때 독립성 불가침약정을 받았겠지만 과연 방통심의위 중징계를 받은 상황에서의 독립성 보장까지 받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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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공포 위에 쌓아올린 정권은 모래 위에 지은 집"

로마에서 봉헌된 시국미사, "거짓과 공포 위에 쌓아올린 정권은 모래 위에 지은 집"

12월 17일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사제, 수도자, 평신도 시국미사 봉헌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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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9 12: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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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이신 주님, 당신께서는 사회와 이웃의 무관심으로 몸과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몸소 위로하시는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저희 모두는, 사람이 자신과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둘 때, 그 스스로가 지배와 권력의 우상에 사로잡힐 때,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파괴됨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에, 주위 자매, 형제의 슬픔을 바라보며, 연민과 연대의 회복을 위하여 기도하오니, 상처받은 이들에게는 치유를,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이웃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게 하소서.”(미사 중 보편지향기도)

교황청립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한반도 정의, 평화의 회복을 기원하는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 12월 17일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한반도 정의와 평화를 위한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사진제공/유가별 신부)

 

12월 17일 오후 6시 30분(현지 시각) 그레고리안 대학교 학생 경당에서는 유학 중인 각 수도회와 교구 사제 70여명과 수도자, 한인공동체 평신도, 유학생 등 4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한반도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렸다. 미사는 수원교구 기정만 신부의 주례로 봉헌됐으며, 예수회 황정연 신부가 강론을 맡았다.

“이젠 착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넘어, ‘그 나이 땐 다 아픈 거야’ 따위의 값싼 위로를 넘어, 삶이 흔들림을 각오하는 독한 연민을 갈망합니다. 먹고 입고 자는 문제로 외치는 이들의 그 처절함에 눈 뜨이고 귀 열리는 위험한 은총을 갈망합니다. 안정과 풍요를 거슬러, 점잔빼는 중립을 거슬러, 가난과 불안정, 다름과 대립 사이의 고뇌와 결단을 선택하는 어리석은 용기를 달라고 청해 봅니다. 갈망이 안 되면 갈망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미사 참여자의 초대 글)

미사에 참여한 한 신부는 “이 미사는 구심점이 있거나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고국의 시국을 걱정하는 마음이 모여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면서, 고국의 ‘안녕’을 묻고 기도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주님께서 뿌리신 정의와 평화의 씨앗은 이미 한반도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이 꽃이 지닌 생명력은 아무도 꺾을 수가 없습니다. 누가 하느님께서 심으신 것을 뽑을 수 있겠습니까? 누가 하느님께 대항하겠습니까?”

 

   
(사진제공/이진현 신부)

 

강론을 맡은 황정연 신부는 불의와 폭력의 헌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기 위해서 교회의 전통과 가르침 안에서 성찰하고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황 신부는 “우리는 기도하는 사람들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 그것이 평화와 정의를 위한 기도의 사도직”이라면서, “기도하기 위해서는 신앙 안에서 깨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로마에서 깨어 바치는 기도는 강정과 밀양의 주민들,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에 나서는 시민, 대학생, 노동자들과 함께 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선거에서 빚어진 죄악의 책임은 17대, 18대 대통령에게 있으며, 그 죄의 댓가를 달게 받아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들이 부정선거에 대한 책임으로 전직 대통령과 관련자들이 재판을 받고, 현직 대통령과 책임 공직자들이 사퇴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그렇게 따라야 한다. 이 심판을 따르지 않겠다고 하면 자기 스스로 독재자임을 자처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 신앙인은 자비하신 하느님처럼 악인의 멸망을 바라지 않고 그들의 회개를 바랍니다. 그러나 회개하지 않는 악인들이 멸망으로 가는 진리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 우리는 끝까지 자유롭게 진리를 외쳐야 합니다.”

황 신부는 부정선거의 진실이 밝혀짐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징표를 읽지 못하는 현 정권과 언론이 여전히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 정권은 정상적인 시력을 지닌 이들을 소경으로 만들고 잘 들을 수 있는 이를 귀머거리로 만들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될 일은 분명하다. 진리를 증거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황정연 신부는 마지막으로 “깨어 기도하자”고 청하면서, “거짓과 공포 위에 쌓아 올린 정권은 바람이 불면 무너져 버릴 모래 위에 지은 집이다. 우리 기도의 바람이 이 집을 무너뜨릴 것이다. 유신과 매국의 망령이 깃든 헌 집을 허물고 민주와 자유, 생명의 새집을 짓기 위해서, 불의에 눈감지 말고 두려움 짓눌려 졸지 말고 깨어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 참여자들은 고국의 정의와 평화를 바라는 9일기도를 함께 이어가기로 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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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지마 KTX'…초코파이 3만 개 든 그녀들이 떴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12/20 10:57
  • 수정일
    2013/12/20 10:5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현장] 철도노조 "이렇게 국민 호응이 좋은 파업, 처음 해본다"

박세열 기자,최형락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2-20 오전 9:18:14

 

 

"핫팩 받아가세요. 촛불 받아가세요"

영하 3도가 넘는 추위 속에서 '행동하는 여성들'이라는 깃발 아래 '쌍코(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쌍화차 코코아)' 회원들이 핫팩과 '오예스'를 나눠주고 있었다.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날씨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인 19일 오후 6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전국철도노조(철도노조)는 '철도민영화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총력 결의대회'를 열고 '수서발KTX 출자회사 설립 중단, 철도 민영화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어 오후 7시에는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및 의료 민영화 반대 등을 내건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결합했다. 주최측 추산 3만 명(경찰 추산 6000명)이 모인 집회는 지난 2008년 촛불집회를 연상시키는 광경들이 자주 포착됐다. 집회의 사회자는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소울드레서에서 초코파이 3만 개를 들고왔다"고 전했다.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쌍코와 소울드레서. 한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뜨거웠던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촛불집회만 해도 '보이지 않던' 이들이다. 이날 추위 속에서 촛불과 핫팩을 나눠주고 있던 쌍코의 한 회원은 "공공재 민영화에 대해 우리 카페의 관심이 매우 많다. KTX, 의료민영화 등은 정부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레시안(최형락)

 

▲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나눠준 핫팩 ⓒ프레시안(박세열)


2008년 촛불소녀들, 성인이 된 그녀들이 움직인다

철도 민영화, 의료 민영화 등 '공공재 민영화' 이슈가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날 집회를 두고 "2002년 미선이효순이 사건 이후 한겨울 한파에 이 정도 인원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수의 대형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들도 들썩이고 있다. 의료와 철도 모두 실생활과 밀접한 이슈들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일부 언론의 '괴담' 프레임은 오히려 반발을 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날 노조의 집회를 지켜본 김영미(가명) 씨는 "철도 민영화를 안한다고 하는데, 믿을 수가 없다. 언론에서 마치 우리를 무지한 사람들 취급을 하는데 수서발 KTX가 어떻게 민영화로 연결될수 있는지 다 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원의 가족들도 나섰다. 철도노조 대창정비지부 김종섭 조합원의 아내인 민양운 씨는 연단에 올라 "파업을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피하고 싶었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심정은 오죽했을까"라며 "우리 남편, 키도 작고, 못생기고, 복근도 없고, 심지어 머리카락도 별로 없지만, 최고로 멋있다. 꼭 승리하길 바란다"고 응원해 열열한 호응을 받았다.

올해 대학에 진학하는 성민수(가명) 씨는 친구와 함께 나와 얼떨결에 피켓을 뭉치로 받아든 후, 자발적으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했다. 성 씨는 "중학교 다닐 때 2008년 촛불집회를 봤는데 너무 어려서 나오고 싶어도 못 나왔다. 공공재 민영화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곳곳에 '안녕 못합니다' 피켓을 든 젊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한 여성 참석자는 "고등학교 때 촛불집회(2008년) 나오고, 대학생이 돼 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촛불소녀'들이 대학생이 돼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비판하며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이날 집회 현장에서 만난 철도노조의 한 간부는 "무엇보다 국민들과 가족들의 응원이 이렇게 많이 쏟아지는 파업을 처음 해본다. 몸은 힘들고 정신적으로 지쳤지만 고무적이다. 이제는 그냥 돌아갈 수가 없다. 정부도 돌아갈 명분을 주지 않고 거리로 내몰고 있다. 지쳐있는 조합원들도 '명분을 줘야 돌아가지 않느냐'고 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정부가 파업 시작하자마자 4000명 넘게, 지금까지 8000명 이상 직위해제 조치를 신속하게 내린 것이 오히려 파업 참가자들에게 '돌아갈 수 없다'는 의지를 심어준 것 같다. 조금씩 조금씩 직위해제를 하면 압박을 느꼈을텐데, 한번에 무더기 직위해제를 맞고 나니, 정신이 얼얼한 것이다.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며 "파업 현장을 떠난 사람들도 일부 돌아오고 있다. 그런 것은 언론에 절대 안나오더라"고 말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돼 수배자가 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날 생중계 영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적 합의 없이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던 공약을 지켜야 한다"며 "해고 및 징계 위협으로는 철도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반대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25명의 수배자 중 한 명이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린 날이었다. 이날 경찰은 집회 주변에서 수배전단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파업 12일째인 20일, 수서발 KTX 법인의 철도운송사업 면허를 발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이 사실상 확정될 것으로 보이면서,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그리고 노조의 파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노조의 투쟁도 더욱 강경해질 전망이다.

전국의 조합원이 '상경 투쟁'을 위해 서울로 향하던 시점과 비슷한 때,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아 새누리당 당직자들과 함께 오만찬 자리를 가졌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물을 파는데 99길을 파고 1길을 안 파면 물이 안 나온다. 남은 1길을 파야 된다"고 '우물론'을 폈다.

그런 '우물'들을 지금, 철도노조도,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 나선 시민들도 파고 있는 중이다.
 

정봉주 "팟캐스트 새로 시작한다. 난 한놈만 조진다"

철도노조 등의 집회가 끝난 후 조합원들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고 철도민영화 등 공공재 민영화에 반대하는 '관권부정선거 1년,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섞였다.

천주교 원로인 정의구현사제단 함세웅 신부는 이날 시국강연을 통해 "지난 대선은 정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관권 불법 선거로 그 자체로 당선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관권 불법 선거에는 시효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함 신부는 "현 정권은 종북몰이로 국민갈등을 부추기고, 천박한 역사관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모독하고 있다"며 "불의한 정권과 언론이 마약처럼 남용하는 종북 오물을 하수구에 버리고, 이제는 남북의 화해와 아름다운 통일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법무부 출장을 갔다 왔다"며 시민들의 웃음을 자아낸 정 전 의원은 "지난 9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단 둘이, 아무 배석자도 없이 만났다. 거기에서 '최태민'이 아니라 '강태민(강력범죄 예방·태풍·민생경제)'만 논의했다고 한다. 그것을 논의하는데 왜 비밀로 하느냐"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이어 "과연 무슨 얘기를 했길래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의 '몸통'으로 추정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지 못하고 있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정 전 의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특검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있다. 특검은 하나의 '목표'만 보고 움직인다.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새누리당을 압수수색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야 하는데 그러면 뭐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이 "국정원 대선 개입의 몸통이 누구냐"고 질문하자 시민들은 "이명박",과 "박근혜"를 외쳤다. 이에 정 전 의원이 "그게 왜 이명박근혜로 들리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한놈만 조진다. 나는 기억력이 나빠서 (이명박근혜) 앞에 세 글자만 생각나는데, '가카'도 이제 평민이고, 나도 이제 평민이다. 조만간 팟캐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정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하라고 할 때 하고, 진상조사 요구할 때 했으면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은 그들의 '기획력'에 정말 놀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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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은 민주주의 심장이 멈춘 한 해"

[현장] 대선 1년 촛불집회... 서울·광주·부산 등 전국에서 5만여 명 참석

13.12.19 23:28l최종 업데이트 13.12.20 08:43l
남소연(newmoon) 이희훈(leeheehoon) 강민수(cominsoo) 유성애(find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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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철도민영화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결의대회'에 참가한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 및 시민들이 수많은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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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1주년... "지난 대선은 관권부정선거" 대선 1주년을 맞은 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관건·부정선거 1년,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에 참가한 한 가족이 '박근혜 댓통령 직위해제'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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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치른 지 딱 1년째인 19일,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영하 5도의 날씨에도 거리에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이긴다"며 함성을 높였다. 신학대 학생들도 거리를 행진했고, 목회자들은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시민들은 간이 대자보를 만들고, 투표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광장을 비롯해 인천 부평역 앞, 경기도 수원역 앞, 대전역광장, 부산 서면, 광주 충장로, 경남 김해·진주·양산·함안·사천, 충남 당진·서산·예산·서천·논산 등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서울에서만 약 3만여 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4000여 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온 것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5만여 명의 시민이 영하의 날씨에 촛불을 들었다.

원로 신부의 일갈 "공권력 동원해 국민 의사 왜곡은 독재"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린 '관건·부정선거 1년,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의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의 절반을 가득 채웠다. 광장이 스케이트장으로 둘로 나눠져서다. 때문에 시민들은 프라자 호텔 앞 1개 차로까지 들어찼다. 경찰은 40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질서유지' 활동을 벌였다. 국민대회는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등 전국 280여 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아래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했다.

대회는 천주교계 원로인 함세웅 신부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함세웅 신부는 "지난 1년 되돌아보면서, 좌절과 분노, 슬픔과 멘붕 등 우리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이렇게 광장에 모였다"며 "지난 대선에서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함 신부는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 의사를 왜곡하는 것은 독재"라며 "40년 전으로 회귀한 유신독재의 그림자를 보면서 이 자리에 나온 여러분들이 독재에 맞서 싸우고 있다, 우리는 역사앞에 정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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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봉주 "이명박-박근혜 독대 후 댓글 본격 시작"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관건·부정선거 1년,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에 강연자로 나서 "지난해 대선 직전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박근혜 당시 후보의 독대 후 약 100일 동안 국정원의 댓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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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철도민영화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결의대회'에 참가한 한 참가자가 '안녕' 피켓을 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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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사과하라고 했을 때 했으면 우리가 이렇게 모일 수 있었겠냐"며 "신부님, 스님, 목사님 등 5대 종단을 '박근혜 퇴진'의 한 몸으로 묶는 그 분의 기획력이 위대하다, 사과했으면 어쩔 뻔 했냐"고 말해 청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어 정 의원은 "헌법이 문란하고 위기에 처해있는데, 나몰라라 해서는 될 일이냐"며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하는 게 대통령의 도리 아니냐"고 말했다. 또 그는 '대선 불복'만 내세우는 정부와 여당을 질타했다.

"청와대의 올해 사자성어는 대선불복이다. 말만하면 대선불복이래. 문재인 의원이 박 대통령을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고 하니 대선불복이래. 특별검사제에 동의해도 대선불복이다. 잘 아는 언어영역 명강사가 대통령 보고 언어영역 빵점이란다."

"저는 국정원의 몹쓸 짓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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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무효, 철도파업 지지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조합원 및 시민들이 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철도민영화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결의대회'에 이어 '관건·부정선거 1년,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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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투표" 대선 1주년을 맞은 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관건·부정선거 1년,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카메라를 향해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국정원 개입없는 진짜 국민의 목소리로 다시 투표하자"는 플래카드가 뒤로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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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회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공연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시민들은 "민주주의가 이긴다"는 구호를 외치며 촛불파도 타기를 벌였다. 서울광장의 절반을 메운 시민들은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촛불을 흔들면서 장관을 이뤘다.

광장 곳곳에는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별도 행사도 준비됐다. '다시투표' 운동 조직위원회가 투표함과 투표용지를 준비해 투표 퍼포먼스를 벌였다. 퍼포먼스에 참가한 김은희(33, 서울 마포)씨는 "지난해는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을 잘 몰랐기 때문에 결과를 보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1년 만이라 감회가 새롭기도 한데, 이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또 광장 한 켠에 '저는 ( )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고 적힌 종이가 준비됐다. 사람들은 괄호안에 '박근혜', '민주주의 파괴', '국정원의 몹쓸 짓' 등을 적어 넣었다. 스케이트장 둘레에는 '안부의 벽'이 설치돼, 시민들은 '안녕하지 못한 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벽에 "민생은 나몰라라 하는 정부 탓에 안녕하지 못하다", "철도 뿐 아니라 교육, 의료까지 민영화될까 무섭다"고 털어놨다.

강연 이후 대회는 각계 각층 인사들의 발언으로 이어졌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해 대선 개표 방송을 볼 때, 곁에 쌍용자동차 해고자, 용산 참사 어머니가 있어서 차마 슬픈 표정을 짓지 못했다"며 "알고 보니 국정원이, 군 사이버사령부가, 보훈처가, 통일부가 조직적으로 우리 같은 사람을 공격했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말끝마다 '종북, 종북'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정권이 종북정권 아니냐"며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곳에서 살기 위해 끈질기게 싸우자"고 덧붙였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국회에 국정원 개혁특위가 있는데 정말 깡통"이라며 " 이제 특검으로 진상규명하는 일 밖에 없다, 박근혜가 호락호락하지 않겠지만 여러분들의 촛불로 관찰하자"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박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촛불을 들자"며 "1, 2년 걸려도 상관없다, 끝까지 여러분들과 함께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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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박근혜씨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19일 오후 '철도민영화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결의대회'가 열린 서울광장에 "저는 박근혜씨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저는 민영화불안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적은 '안녕들' 대자보가 나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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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광장 가득메운 '철도민영화 반대' 촛불 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철도민영화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결의대회'에 참가한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 및 시민들이 수많은 촛불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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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들 "지난 1년은, 민주주의 심장이 멈춘 한 해"

한편, 신학생들도 거리에 나섰다. 감리교 신학대, 장로회 신학대 학생들이 모인 '민주주의를 위한 신학생 연합회(아래 민신련)'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성공회대성당 앞에서 시국기도회를 열고 거리를 행진했다.

'교회는 안녕하십니까',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등 직접 만든 손팻말을 든 학생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지난 한 해는 민주주의의 심장이 멈춘 한 해였다"며 "민주주의를 퇴보시킨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생인 이성휘(27)씨는 "정치가 너무 부패했기 때문에 종교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목회할 신학생으로서 불의에 침묵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50여 명의 학생들은 십자가를 머리위로 든 학생을 필두로 줄을 맞춰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까지 걸어갔다. '바위처럼' 등 민중가요를 부르고 기타와 북을 치며 흥겹게 행진하던 이들은 멈춰 서서 '나라를 위한 시국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행진하던 학생들을 만난 김명학(67)씨는 "예전에 4·19 혁명도 그렇지만 소수일지라도 저런 청년들이 있어 우리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이라며 가던 길을 멈추고 응원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네며 "꼭 필요한 일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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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사 댓글 28만건,그러나 '대선개입'은 아니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드디어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이 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지만, 그러나 대선개입 지시나 국정원 연계와 관련한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간 수사 결과, 사이버심리전 단장은 인터넷 계정에 정치관련 글 351건을 게시했고, 이를 다른 심리전단 요원이 리트윗 또는 복사글로 인터넷에 게시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국방부 조사본부의 수사 결과는 아무리 중간수사 결과라고 하지만 허술해도 너무 허술했습니다. 그들이 밝혀내지 못한 대선개입, 아이엠피터가 조사해서 정리해봤습니다.

' 댓글 28만 6천건 그러나 대선을 위해서는 아니다?'

이번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된 2010년 1월 11일부터 의혹이 제기된 2013년 10월 15일까지의 모든 기간을 대상으로 수사했습니다. 그 결과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이 올린 인터넷 게시글은 총 28만6천 건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총 28만 6천 건의 게시글 중에 정치 관련 글이 1만 5천건이었고, 그 가운데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옹호하거나 비판했던 글이 2,100건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일탈 행위라고 주장하거나 일부 심리전단 요원들이 단순히 심리전단 단장의 지시를 받아 작성한 정치 개입 글만 무려 2,100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선 개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말은 온 동네에 전단지 수십만 장을 뿌려 놓고, 광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전단지를 뿌려 광고 효과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불법으로 광고 전단지를 뿌린 사실 그 자체만으로 광고를 위해 전단지를 뿌렸다고 보는 것이 상식입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이버사령부 댓글 28만 6천 건이 대북 심리전을 위해 벌이는 활동 중에 불가피하게 일어난 사건이며 일부 요원들과 심리전 단장만이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단지 수십만 장이 뿌려졌는데, 잘못은 무조건 전단지를 거리에 뿌린 알바생과 아줌마가 문제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 대선 두 달 전 71명 증원, 그러나 대선 때문은 아니다?'

이번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의 가장 큰 허점은 조직적인 대선개입 의혹이 확실히 드러났지만,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이버사령부는 2010년 7명,2011년 8명을 증원했습니다. 그런데 2012년 갑자기 79명을 증원했고, 이 중 71명을 심리전단에 배치했습니다.

대선 두 달 전에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이 갑자기 두 배가 넘는 132명이 됐습니다. 대선 두 달 전에 이렇게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이 증가한 이유를 아무도 알려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의 발표대로라면 '행사 운영 알바 수십 명 채용'을 했는데, 행사 때문은 아니라는 말과 똑같습니다. 기업이나 군대나 수십 명의 인원을 채용할 때는 그만큼 예산과 운영계획을 가지고 모집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 때문이었는지 이번 조사결과에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이엠피터가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대응 때문이라면 실체를 조사해서 발표하면 이해가 되니, 제발 좀 북한의 대선개입 증거를 보여달라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댓글 작업을 위해 대선 두 달 전에 71명의 인원이 증원된 국군사이버사령 심리전단팀, 모집은 했지만, 한 일은 없었고 그냥 돈만 줬다는 소리를 믿어야 합니까?

'댓글은 달았지만, 50건 미만은 입건 대상이 아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팀을 수사하면서 가장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것은 작전폰이라고 부르는 심리전단 요원들의 스마트폰 내역을 조사해놓고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이버사령부는 대선 두 달 전인 2012년 10월, 갑자기 61대 운영 중인 작전폰을 132대로 늘립니다. 이 수량은 심리전단 요원 숫자와 일치합니다. 그들이 작전폰을 사용했던 이유는 아이피 추적 등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지난 해에 채팅방과 메시지 등이 증가됐던 '카카오톡'을 이용했던 부분이 아니냐는 점입니다. 트위터와 블로그에 비해 카톡 메시지는 본사에서 보관하지 않습니다. 원래 15일이었던 서버 초기화가 5일이기 때문에 과거 카톡 메시지 내역은 원천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 132명이 모두 SNS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이엠피터는 이들 일부 요원들은 카톡을 활용한 정치 개입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번에 사이버사령부 요원을 형사입건하면서 <50여건 이상 정치적인 글을 올린 요원이 기준>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의 주장대로라면 범죄를 저질렀어도 50건 미만이면 범죄가 아니라는 주장과 똑같습니다. 범죄는 한 건을 저질러도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런데 50건 미만의 정치글을 올렸다고 면죄부를 준다는 것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아예 처음부터 입건 대상자 내지는 수사 대상을 한정했다고 봐야 합니다.

국방부 조사본부의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수사는 수사와 재판을 아예 자기들 멋대로 했다는 증거와 함께 부실수사였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입니다.
 

 

 


3급 군무원인 심리전단 단장이 대선을 앞두고 요원 71명을 증원하고 휴대폰 수십 대를 구매하고 정치 활동을 하라고 지시할 수 있었다고 믿으십니까? 그런 당나라 군대라는 사실만으로 사이버사령관과 국방부 장관은 해임이 돼야 마땅합니다.

'옥도경,연제욱 사이버사령관 무혐의'
'김관진 국방부 장관 조사 대상 아님'
'청와대 조사 하지 않음'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은 'MB정권의 김태효 대외전략 비서관과 연제욱 사이버사령부의 합작품으로 그 실무자인 연제욱 사령관은 박근혜 정권에서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부분이 아이엠피터가 조사하며 내린 결론입니다.

'술을 마시고 운전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여자를 만졌지만, 성추행은 아니다'
'옆사람 시험지를 보고 썼지만, 컨닝은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부정한 방법으로 대선에 당선됐지만, 불법은 아니다>라는 말이 박근혜 대통령 입에서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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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전투기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차기전투기사업의 문제점 전모를 파헤친다
 
우리사회연구소
기사입력: 2013/12/19 [16:21] 최종편집: ⓒ 자주민보
 
 

1. 차기전투기(F-X)사업의 개요

(1) 건국 이래 최대의 무기도입사업
차기전투기(F-X, Fighter-eXperimental)사업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한 적극적인 억제능력 구비와 한국 군의 노후전투기 도태에 따른 전력공백을 막기 위해 고성능 첨단전투기 120대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이미 1, 2차 F-X사업은 종료하였고 현재 3차 F-X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1993년, 국방부는 한국 공군의 노후기종인 F-4D와 F-5E를 2020년까지 퇴역시키고 고성능전투기 120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예산의 부족으로 1996년 80대의 제4세대 첨단전투기 도입 계획을 발표하였고, IMF 경제위기로 인해 다시 40대 도입으로 축소된 계획을 발표했다.
(2) 제1차 F-X사업 : 미국의 강매
1997년 11월에 국방부의 입찰공고가 있었고, 1999년 6월 국방부의 사업 공개설명회 개최를 기점으로 사실상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 6월, 미국 보잉사의 F-15E,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러시아의 수호이(SU-35) 등 4개 기종이 제안서를 접수하여 치열할 경쟁을 벌였다. 이후 2000년 8~12월에 공군 시험평가단의 4개 기종 해외시험평가가 진행되었고, 2000년10월부터 2002년1월까지 계약조건 및 절충교역 11)협상이 진행되었다. 2002년 2월 19일 국방부 조달본부가 4개 업체와 가계약을 체결하였고, 2월19일∼3월23일 국방연구원 등 4개 기관이 1단계 평가, 같은 해 4월에 국방부의 2단계 평가 완료 및 확대 획득회의를 열어 미국의 보잉사가 제안한 F-15K로 기종을 확정했다.


[그림1] 미국 보잉사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제1차 F-X사업 기종 선정 당시 미국 정부의 압박이 상당했고, 결국 한국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여 F-15K로 차기전투기 기종을 선정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의 보잉사는 F-15K의 우수한 성능과 미사일 판매 등을 내세웠고, 프랑스 다소사(라팔)는 파격적인 기술 이전을 내세웠으며, 러시아 수호이사는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22)
그러나 다른 경쟁 기종들을 모두 제치고 F-15K가 선정된 바탕에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 노골적으로 펼쳐졌다.
2001년11월, 미국은 제3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우리 정부에 F-15K를 강매하는 압박을 벌였다.33) 당시 김동신 국방부장관은 SCM직후 가진 한미 국방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측으로부터 차세대전투기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인정했고,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SCM에 참석한 더글러스 J 페이스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한반도에서 F-15가 매우 좋은 무기이자 한국의 국익에 가장 적합한 항공기로 본다”며 “성능과 상호운용성 측면에서 한국측이 F-15를 고려할 경우 최선을 다해 최대의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한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 역시 이날 회의에서 “전쟁을 해보니 연합작전시 상호운용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F-15 매입을 독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 많은 군사전문가와 언론들은 F-15K의 문제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기능적인 면에서 보면, 미국의 공군협회가 발행하는 에어포스 매거진 10월호는 “한국 공군의 F-X사업에 참여한 유로파이터 타이푼, 프랑스 라팔, 러시아 수호이 35가 미국 보잉사의 F-15보다 우수한 전투기”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미공군 자체의 평가는 F-15가 70년대초에 개발된 노후 전투기로 다른 후보기종보다 한 세대 뒤진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2002년 1월 14일 러시아의 군사, 외교 소식통들은 "Su-35 전투기는 이미 오래 전에 개발된 미국의 F-15K 전투기나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와 비교해 기술적 면에서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말했다
F-15K의 ‘생명’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F-15K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 보잉사는 2011년10월26일 당시 사운을 걸고 도전한 미국의 차세대전투기사업에서 경쟁사인 록히드마틴에게 참패해 더 이상 전투기 사업부문의 존립 자체가 의문시되는 창사 이래 최대위기를 맞고 있었다. 보잉사의 위기는 이미 미국 주식시장에서 보잉사 주가가 50%나 폭락한 반면, 록히드마틴은 정반대로 50% 가까이 오른 상황이었다.
이밖에도 미 공군이 차세대전투기로 선정한 록히드마틴의 JSF가 보잉사 F-15K의 경쟁제품인 유로파이터나 라팔 같은 1인 조종, 초경량 초음속, 스텔스 기종이라는 점 역시 그동안 보잉사가 중후장대함을 F-15의 강점이라고 주장해온 대목과 정면 배치되고 있다는 등 F-15의 구매 불가 요인은 부지기수로 많았다.
공군평가단의 2000년8월~12월에 걸친 평가 작업에서도 라팔은 일반 성능, 무장 능력, 항공 장비, 신뢰성 및 가용성과 정비성, 전력화 지원요소 등 5개 분야에서 '우수'(2개) 또는 '우수-'(3개) 평가를 받는 등 전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림2]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전투기

그러나 기종 선정 평가에서 국방부는 안보협력분야에 3%의 비중을 둔다고 발표하였다. 이것은 한미연합작전 체계 안에서 미군과의 협력관계를 고려한다는 의미로 사실상 미국 보잉사의 F-15K에 3% 가산점을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공군평가단에서 라팔이 전 부분 1위를 차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안보협력분야 가산점 3%를 받은 미국 기종 F-15K가 최종 선정된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라팔, 유럽 4개국(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유로파이터 모두 미군과 함께 NATO에서 공동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노골적인 미국 군수업체 밀어주기에 다름 아니었다. 44)
이로써 제1차 F-X사업의 기종으로 선정된 F-15K는 2005년11월 초도기 도입을 시작으로 2008년10월 최종호기 도입에 이르기까지 모두 40대가 도입되어 종료되었다.
(3) 제2차 F-X사업
한국 국방부는 F-15K의 추가 도입을 원했다. 2007년3월 입찰공고를 냈고, F-15K가 단독으로 선정되어 2008년5월 최종계약이 체결되었다. 2010년9월 초도기가 도입되었고, 2012년4월에 최종호기가 도입되었다. 2차 F-X사업으로 21대의 F-15K가 도입되었다.(1차 F-X사업 60대 중 1대가 추락하여 보충 필요)
(4) 3차 F-X사업 : F-35A 선정
현재 진행되고 있는 3차 F-X사업은 최초 120대의 첨단전투기기 도입 구상 중 이미 60대를 도입한 한국 정부가 나머지 60대의 첨단전투기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2007년8월 소요수정을 확정(제228차 합동참모회의)하고 2009년11월 선행연구, 2010년 9월 사업 타당성조사, 2011년5월 작전운용성능 수정(제11-2차 합동전략회의), 2011년7월 사업추진기본전략 의결(제51회 방추위)을 통한 국외구매방식 결정, 같은 해 11월 구매계약 의결(제54차 방추위), 2012년1월20일 입찰공고 시행, 2012년1월30일 제안요청서 배부 및 공개 사업설명회를 거쳐 2012년6월18일 제안서를 접수(유로파이터, F-15SE, F-35A)하였다. 그러나 제안서를 제출 3개 업체 중에서 2개 업체(유로파이터, F-35A)가 한글본 서류 미제출로 유찰되어 6월20일 재공고를 시행하고 7월5일 제안서를 다시 접수하였다. 2012년7월17일 제안서에 대한 평가결과 3개 기종 모두 협상 및 시험평가 대상 장비로 선정되어 2012년7월부터 2013년1월까지 시험평가를 실시하였으며 3개 기종 모두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2012년7월부터 시험평가와 동시에 절충교역 및 가격협상을 진행하여 2013년8월 협상을 완료하였으며 F-15SE를 최종 후보기종으로 결정하였다.55) 이 과정에서 록히드마틴은 기술의 일부 이전을 제시했고, 보잉사는 F-15K와의 호환을 내세웠으며, EADS는 가장 적극적으로 파격적인 기술 이전 제시와 KF-X 사업 지원을 내세웠다.66)
그러나 2013년9월24일 개최된 방위사업추진위는 최종 후보기종으로 단독 선정된 F-15SE에 대한 기종 결정안을 전격적으로 부결시켰다. 그동안 예비역 공군장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격조건과 기술이전 등이 용이한 F-15SE 선정을 추진했던 청와대와 정부가 방추위에서 전격 부결시킨 것은 전문가들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방추위에서 F-15SE 결정안이 부결되고 결국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ROC(작전요구성능)가 수정됐다. 이에 따라 F-15SE와 유로파이터는 후보기종에서 탈락하고 사실상 록히드마틴의 F-35A만 남게 된다. F-X사업이 재추진되어 2013년11월22일 합동참모회의(합참의장과 육·해·공군참모총장 등이 참석)에서 록히드마틴의 F-35A 차기전투기로 최종 선정하고 2018년부터 40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림3] 차기전투기사업 주요 일지

당초 군 당국은 경쟁입찰을 위해 차기전투기의 스텔스 성능 조건을 완화했다가 북한과 주변국의 위협을 고려할 때 스텔스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차기전투기는 스텔스 성능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스텔스 성능의 핵심인 레이더 피탐지율(RCS – Radar Cross Section)을 ROC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스텔스 형성설계와 도료, 장비 내장화 등의 조건을 부여해 대상기종이 F-35A로 압축됐다"고 설명했다.
F-35A는 북한이 보유한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아 은밀히 침투해 전략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킬 체인'의 핵심수단이다. 따라서 개전 초기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 등 핵심 전략목표를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국지도발 상황에서도 효과적인 응징보복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은 대부분 종심(후방)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며 "스텔스 전투기는 위기시 밀집된 대공방어체계가 작동하는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림4]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이 2016∼2019년 사이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거나 확보할 계획인 점도 군 당국이 스텔스기로 선회한 배경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은 2011년 1월 11일 쓰촨성 청두의 한 공군 기지에서 독자 개발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殲)-20(J-20)'의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일본은 2011년 12월 스텔스 전투기인 F-35를 차세대 주력 전투기로 선정해 모두 42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러시아도 2016년 전력화를 목표로 스텔스 전투기인 T-50(PAK-FA)을 개발 중이다.77)
2. F-35A, 무엇이 문제인가
(1) 차기전투기사업, 근본적으로 문제 있다
① 가장 강력한 억제능력은 평화와 통일이다
차기전투기사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차기전투기사업의 목적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한 적극적인 억제능력 구비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의 위협에 맞서 한국의 국방력을 최대한 강화하여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고 오판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한반도에서의 끝없는 대결과 갈등, 긴장 격화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월2일 열린 제4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사용 징후만 보여도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방안을 담고 있는 이른바 ‘맞춤형 억제전략'을 승인했다. 또한 한국 정부가 밝히고 있는 ‘킬 체인'은 '맞춤형 억제전략'의 대북 선제공격을 이행하는 수단이다. 차기전투기는 킬 체인 임무수행의 핵심 타격전력이며 북의 국지도발 시 도발원점에 대한 응징보복 수단이기도 하다. 이름만 억제전략이지 사실상 전쟁 촉발전략이다.


[그림5]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체 은하3호

70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는 민족의 분단과 극한 정치․군사적 대결은 오직 평화와 통일로 끝낼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부정하고 무력으로 제압하겠다는 것은 파멸적인 전쟁이나 전쟁같은 분단의 영속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상호 대결적 상태로는 분단과 대결을 끝낼 수 없고 언제라도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살얼음판 같은 위험 상태가 계속될 뿐이라는 것을 수십년의 역사를 통해서 이미 충분히 확인했다. 따라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가공할 비대칭 전력을 인정하더라도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대북 대결 정책의 강화와 정치․군사적 긴장 격화가 아니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상호간 신뢰에 바탕을 둔 통일 정책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6자회담의 성사를 위해 당사국인 한국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6.15와 10.4 선언 등 지난 정부에서 쌓아올렸던 남북간 신뢰와 화해, 통일 정책으로 되돌리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군사적 대치 상태를 완화하고 적극적인 상호 군축이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한 억제능력 구비의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방법은 바로 이러한 평화와 통일 정책으로 실현될 수 있다.
2018년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한 억제능력 구비를 위한 스텔스 기능을 가진 최첨단 전투기 도입의 해가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체제와 자주통일의 새롭고 진일보된 해로 되게 해야 할 것이다.
② 노후전투기 도태에 따른 전력공백 최소화가 아니라 과잉전력 폐기해야
1993년 한국 국방부는 F-4D, F-5E 등 노후전투기의 도태에 따른 공군 전력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성능 첨단 전투기를 도입하기 위한 차기전투기(F-X)사업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제1, 2차 F-X사업으로 총 61대의 제4세대 첨단전투기 F-15K를 도입했고(1대는 추락), 노후 기종인 F-4D는 퇴역한 상황이다. 또한 F-5E/F도 퇴역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를 대체하기 위해 KF-50 도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실전 배치되고 있다. KF-50은 한국이 만든 최초의 다목적 전투기로서 한국판 미라주라고 불린다. 프랑스의 미라주2000은 2011년 리비아공습의 시작과 마지막 공습에 투입되었던 전투기이며, KF-50은 미라주2000과 동급이다. 이로써 한국 공군은 수년내에 제1, 2세대 노후 전투기는 모두 퇴역하는 대신 F-15K, KF-16, KF-50, F-4E 등 제 3, 4세대 첨단 전투기를 보유하게 된다.


[그림6] KF-16전투기

반면 북한의 경우 양적으로는 한국 공군보다 많은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여전히 제1, 2세대 전투기인 Mig-21B/F, Mig-19S, Su-7, Mig-17, IL-28 등 1950~60대에 생산된 구형전투기가 전체 보유 전투기의 75%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제4세대 전투기인 MIG-29도 30여대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F-15K에 비하여 모든 부분에서 열세에 있고, KF-16과의 비교에서도 공대공 교전능력에서 KF-16이 우세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전투기 조종사의 훈련에 있어서도 실전훈련을 위한 출격에 상당한 비용이 사용됨으로 인해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조종사 훈련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국방부에서도 공군력에서 한국이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림7] MiG-29전투기

물론 공군력을 전투기의 성능이나 조종사의 실전훈련 양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전쟁의 승패가 무기의 성능이나 병력의 훈련량만으로 가늠할 수 없는 것처럼 공군력 비교도 단순 수치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첨단 전투기의 추가 도입에만 의존하려는 한국 군의 자세에 문제제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첨단 전투기 보유에 있어서는 이미 북한에 대해 상당히 앞서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군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다른 요소에서 답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같이 노후전투기의 도태에 따른 전력공백 최소화를 위해 최첨단 5세대 전투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남아도는 과잉전력, 상대를 위협하여 군비 경쟁을 부추기고 급기야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 보유로 나아가게 만드는 국방정책이야말로 도태되어야 할 대상이다.
③ 스텔스기 도입으로 중국이나 일본과 군비 경쟁하는 것인가
한국 정부의 이번 F-35A 도입 결정의 근거로 밝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스텔스 전투기 도입 움직임이다. 중앙일보는 최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동북아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투기가 집중된 곳이다. 2012년 기준으로 중국의 전투기는 모두 1385대 이상이다. 이 중 현대 공중전의 핵심 전력인 4세대 전투기는 400여 대로 파악된다. 일본이 보유한 전투기는 총 340대로 F-15(201대)와 F-2 지원전투기(76대)를 포함한 일본의 4세대 전투기는 277대에 달한다. 3세대 전투기는 F-4EJ 63대뿐이다. 일본 공군은 전투기 숫자는 적어도 실속 있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략)
한국 공군의 전투기는 모두 468대다. 이 중 4세대 전투기는 F-15K(60대)와 KF-16C/D(170여 대)를 합쳐 230여 대에 달한다. 나머지 절반은 3세대에 해당하는 F-4E와 F-5E/F다. 전투기 보유 대수에서 북한과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래된 비행기라도 계속 운영 중이다. 중국·일본과 비교해서 열세인 것은 분명하다.
2011년1월11일, 중국은 스텔스 전투기 ‘젠(殲)-20(J-20)’의 시험비행 모습을 공개했다. 중국이 자체 기술로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에 미국은 깜짝 놀랐다. 공개 시점도 절묘했다. 중국을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던 날이었다. 중국의 의도는 분명했다. 스텔스기는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라 중국도 충분히 보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2012년10월31일에는 더욱 성능이 좋아진 중국산 스텔스기인 J-31이 하늘로 떠올랐다. 2020년께나 중국산 스텔스기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던 미국은 충격을 받았다. J-31은 미국이 개발 중인 F-35를 거의 베낀 것과 같은 형상이어서 미국을 더욱 긴장시켰다. 세계 최초의 스텔스기인 미군의 F-117 ‘나이트호크’는 99년 3월 유럽 남동부 발칸반도의 코소보 지역 공습작전에 참가했다가 격추된 적이 있다. 전투기 잔해는 세르비아에서 발견됐다. 당시 스텔스 기술에 목말라 있던 중국은 정보요원들을 급파해 현지 농부들이 수거한 잔해를 비싼 값에 사들였다. 중국은 미국의 스텔스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해킹부대까지 동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산 스텔스기인 J-20과 J-31은 아직 시험비행 단계다. J-20은 2017~2019년, J-31은 2020년 이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스텔스기에 필수적인 고성능 엔진과 전파 흡수 성능 문제 등으로 J-20의 실전 배치는 2020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이미 2011년 12월 미국이 개발한 스텔스기인 F-35 42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4대는 완제품을 사오고 38대는 일본에서 조립 생산할 계획이다. 조립 생산엔 추가로 4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일본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제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최신 전투기 기술 확보에 대한 집착이 워낙 강해서다. 지난 8월에는 비행 갑판 길이가 200m나 되는 항공모함 이즈모도 취역시켰다. 이즈모에선 수직 이착륙형인 F-35B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일본은 앞으로 동북아에서 가장 많은 스텔스기를 보유한 국가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주력 전투기를 모두 F-35로 바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 우선 F-35A 40대를 도입하고 나머지 20대는 2017년께 기종을 결정한 뒤 2023년께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8 8)


[그림8] 한반도 주변국 스텔스기 확보 동향

중앙일보가 지적한대로 동북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투기가 집중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수의 병력과 무기가 집중되어 있다. 여기에는 한국과 북한, 중국과 일본, 미국과 러시아까지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얽히고설키어 있는, 그야말로 세계 패권 경쟁의 중심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사는 마치 한중일 세 나라의 스텔스 전투기 각축전을 당연시 하며 한국이 절대로 밀려서는 안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국 국방부가 F-35A를 차기전투기로 선정한 중요한 이유도 여기서 찾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물론 주변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영토와 주권,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군사력에 바탕을 둔 튼튼한 안보 구축이야말로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제1의 국가 정책이다. 문제는 이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역내 국가들의 군비 경쟁으로만 나아가고자 하는 발상이다. 안보의 기본은 군사력이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다. 끝도 없는 군사력 강화 경쟁만으로는 완전한 안보를 담보할 수 없을뿐더러 주변국 전체의 공멸만 초래할 위험이 높아진다.
역내 국가들은 상호간 최소한의 억지력을 유지하는 수준의 군사력만 가지고 서로를 위협하며 긴장을 격화시키는 대규모 군사력을 점차 줄여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UN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군축 논의와 실천이 진행되고 있는데 오히려 UN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동북아 국가들이(미국 포함) 이에 역행하는 군사력 경쟁으로만 나아간다면 이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반인류 범죄를 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무모한 군비 경쟁은 중단되어야 한다. 동북아 국가들의 스텔스 전투기 도입 경쟁도 중단되어야 한다.
여기서 한국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세계 평화의 전도사가 되어야 할 UN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나라답게 평화군축 실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핵과 미사일로 대결전을 펼치고 있는 북한과 미국, 세계 패권을 두고 대국 간의 치열한 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역사의 교훈을 깨끗이 잊어버리고 군사대국을 꿈꾸는 일본, 동북아 긴장 격화에서 호시탐탐 떡고물을 바라는 러시아, 이들 틈에서 한국의 지향과 역할은 지정학적·정치적 상황을 잘 활용하여 평화군축과 통일로 나아는 것이 가장 슬기로운 안보정책이 될 것이다.
(2) 스텔스 전투기 F-35A 필요한가
① 스텔스 기능 앞에 오락가락 국방부
미국 보잉사의 F-15SE가 사전입찰에서 가격 제한선을 유일하게 통과해 단독후보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스텔스 성능 부족으로 부결된 뒤 국방부가 별도 TF/T를 구성해 사업방침을 다시 수립했다. F-X 사업 초기 공군은 '스텔스 성능'을 최고로 꼽다가 F-15SE가 단독후보로 남게 되자 "스텔스 잡는 레이더가 조만간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 스텔스 성능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다 F-15SE가 부결된 뒤에는 예산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② 스텔스 기능, 꼭 필요한 것인가
최명상 전 공군대학 총장은 국방일보 오피니언 기고를 통해 “스텔스 성능이 완벽한 F-35A의 은밀 침투능력과 최첨단 정밀폭격능력으로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 그리고 청와대 불바다론 같은 말폭탄 위협을 억제할 수 있게 되었다”며 “이제 우리가 F-35A를 확보함으로써 쥐도 새도 모르게 평양 주석궁의 은밀 공격이 가능하다고 인식할 때, 김정은은 섣불리 군사적 도발과 공갈협박을 못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F-35A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비한 킬체인 임무수행의 핵심 타격전력으로 은밀 침투 후 전략목표 타격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99) 한국 국방부와 일부 언론에서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은 주장이며 오히려 전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보유가 미국의 대북 대결 정책에 대한 대응적 성격이라는 것은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의 가공할 무력 앞에서도 중단 없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이 스텔스 전투기 몇 십대를 보유한다고 해서 북한이 이 때문에 핵과 미사일 정책을 포기할 것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첨예한 군사적 대치에 있는 쌍방이 상대국의 군사력이 강화되면 그에 대응하여 자국의 군사력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는 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수도 없이 확증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오히려 겁을 먹고 물러설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왜곡이며 특히 현재의 한반도 상황과도 전혀 맞지 않는 일방적 주장이다.
또한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이른바 킬체인에 따르더라도 스텔스 기능의 F-35A가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킬체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공격 직전에 발사 움직임을 감지해 선제 타격하는 체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의 위협 징후가 뚜렷한 경우 30분 안에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시설을 사전에 제거하는 선제 대응 전략이다. 한국 국방부는 북한의 공격 징후를 탐지하면 40여 대의 F-35A가 은밀하게 북한의 기지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킬체인의 핵심은 북한의 위협 징후 포착과 핵미사일 기지의 위치 파악, 그리고 이를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 미사일과 전투기의 보유인데 한국 정부는 이미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4대와 사거리 500km의 공대지 순항미사일 타우러스 170개의 구매를 결정했고, 타우러스 2발을 장착할 수 있는 F-15K를 60대씩이나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볼 때 엄청난 국민 부담과 북한은 물론 주변국의 군비 경쟁을 촉발하는 F-35A 도입이 도대체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림9] 선제타격 킬체인

③ F-15와 F-35
그렇다고 F-35A가 이미 한국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F-15K에 비해서 월등히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은 상황이다. 미국의 유명 군사평론가 윈슬로 휠러는 미국 외교정치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F-35는 쓸데없는 짓이었다. 이제는 F-35를 쓰레기통에 던져야 할 때다"고 혹평을 하면서 특히 F-35의 성능에 대해 "80%의 테스트 비행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가상 비행 테스트 결과 F-35는 공대공 모드에서 F-16의 기동성에도 못 미치는 성능을 드러냈으며, 폭격 임무 상황에서는 작전 반경과 적재중량에서 F-15에 뒤지는 전투기임이 드러났다"다고 밝혔다.(윈슬로 휠러 – 미국 의회 국방 입법분야에서 31년 동안 일하고 현재는 미국 국방정보센터의 군사개혁 프로젝트의 이사를 맡고 있음) 1010)
F-15K의 작전반경이 1,800km인데 반해 F-35A의 작전반경은 1,100km에 불과하고, 최대속도에서도 마하 2.5 대 마하 1.6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무기장착량 또한 11.1톤 대 8톤의 차이가 있다. 물론 전반적인 비교에서 서로 비교우위의 항목들이 있겠지만 F-35A가 만능의 보검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④ 아직 개발 완료되지 않은 F-35A
한국 정부가 차기전투기로 결정한 F-35A는 2009년부터 미군에 납품되어 현재 80여 대가 조종사와 정비사 훈련 등에 투입되고 있지만 미국에서 개발하기 시작한 지 20년정도 되는 동안 아직 한 대도 전력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동체 하부 균열, 조종석 연기, 스텔스기에 사용되는 도료 벗겨짐 등 수많은 결함이 발견되고 있어 한국 정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2018년부터의 도입이 실제로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F-35A는 적의 레이더파로부터 전투기 기체를 숨기도록 무장장치를 내부로 설계해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무장력에 한계가 있다. F-35A의 내부무장창에는 GBU-31 JADAM 공대지 2발, AIM-120C 공대공 2발 등 미사일 4발만을 탑재할 수 있다. 공대공 미사일 2발만으로는 공중전투에서 적 전투기와 맞닥뜨렸을 때 승산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적의 대공방어체계가 무너지고 나면 무기를 더 많이 탑재한 비 스텔스기가 더 유리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 때문에 미국 해군은 외부무장창을 단 F-35 주문하고 있다. 한번에 많은 무장을 달고 출격하겠다는 것인데 이 경우 스텔스 기능은 상당히 약화될 수 있다.
2013년3월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 보고서는 F-35 개발 사업을 마무리하는 데 2037년까지 해마다 무려 126억달러(약 13조8천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3) F-35A는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나
① 국민부담 가중시키는 돈 먹는 하마 F-35A
F-35A 40대를 도입하기로 한 한국 정부의 차기전투기사업 관련 총사업비는 8조6000천억원이다. 대당 2000억원정도의 도입 비용을 책정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F-35A의 도입 비용이 얼마가 될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최근 록히드마틴의 스콧 이사는 F-35A가 개발을 완료하여 대량생산 체제에 들어가면 현재보다 가격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밝히면서 기체와 엔진만 포함할 경우 현재는 대당 가격이 1억달러를 넘지만 대량 생산에 따라 오는 2018년에는 8천500만달러(2012회계연도 기준 환산시 7천500만달러) 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 도입 가격은 기체·엔진에 관련 장비·부품, 훈련, 유지·보수비 등이 붙어 이보다 훨씬 높아진다. F-35A를 제시한 록히드마틴사는 기술이전에 20억달러, 부품 14억달러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투기는 기체 도입가격보다 운용 유지비가 더 많이 든다. 보통 30년간 운용할 경우 도입가격의 2∼3배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7월22일, 영국의 군사정보회사 IHS 제인스가 스웨덴 전투기 제작사 사브의 의뢰로 작성한 '전투기 시간당 운용 유지비(CPFH)' 자료에 따르면 F-35 전투기는 시간당 2만1000∼3만1000달러(약 2300만∼3500만원)이 들어갈 것으로 발표했다. 또 F-35 프로그램은 개발 과정에서 많은 결함이 발생하고 있어 개발비용 상승으로 대당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F-X사업 경쟁입찰 당시 F-35A는 10조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 정부가 예산상의 문제로 60대에서 40대로 도입 수량을 줄이면서 향후 가격협상에서는 대당 단가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쟁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구매계약 방식을 바꿈으로서 가격협상도 상당히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가격이 현재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록히드마틴사의 주장은 헛공약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그림10] 록히드마틴의 F-35A 전투기

차기전투기사업은 도입비용만 8조6,755억원이지 유지․보수비용 등 운용비용을 모두 합치면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엄청난 규모의 사업이다. 당연히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사업이 과연 논의되고 검증되어 추진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사업인지, 선정된 기종이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지 전투기인지, 전체 비용이 적정한지 등 충분한 검토도 없이 손바닥 뒤집듯 졸속으로,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납세자인 국민들을 무시하고 국가경제와 민생에 심각한 어려움을 주는 것으로, 이번 차기전투기사업은 또 한번 ‘돈 먹는 하마’를 낳은 꼴이 될 것이다.
② F-35A는 보라매사업(KF-X)을 통째로 날려 먹을 수 있다?
보라매사업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차세대 전투기 사업(KF-X, Korean Fighter eXperimental)은 2020년대 전장환경에 적합한 Medium(KF-16+)급 전투기를 연구개발로 확보하고자 하는 사업으로, 사업기간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이고 총사업비는 6조5,174억원(국방비는 총사업비의 50%인 3조,2,807억원)이다. 보라매(KF-X)사업을 통하여 확보하고자 하는 전투기는 향후 한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 활용될 예정일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 및 항공산업 육성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도가 차기전투기(F-X)사업에 뒤지지 않는다.1111)
그러나 한국 정부가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에서 F-35A 40대를 우선 구매하는 것으로 소요를 결정하자 관련 항공업계와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인 보라매사업의 차질을 우려했다. 파격적인 기술이전을 제시한 상업구매 방식의 유로파이터나 F-15SE에 비해 정부간 거래방식인 FMS가 적용되는 F-35A는 기술이전에 대한 제약이 많아 KF-X사업에 상당한 어려움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11] 3차 F-X사업 경쟁입찰에 참여한 전투기들

이런 우려에 대해 록히드마틴은 “한국에 군사 위성 프로그램과 수십만쪽에 달하는 F-35A 기술 관련 문서, 차기 전투기 사업을 지원할 수백명의 전문 인력 파견 등 수조원 상당에 달하는 대가를 절충 교역 형태로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한국의 F-35 도입 조건을 특정 국가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스라엘이나 일본 또는 F-35 공동 개발국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다. 미국 정부와 록히드마틴이 기술 이전 등을 위한 절충교역(오프셋)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관진 국방부장관 역시 “차기전투기(F-X)사업기종으로 결정된 F-35A의 기술이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록히드마틴 공약이나 김관진 국방부장관의 주장이 그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텔스 기능 등 핵심기술을 미국이 순순히 한국에 내어 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핵심기술의 이전은 사실상 물건너 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미국은 한국의 방산기술 발전을 경계하는데 KF-X 개발에 필요한 기술이 제대로 이전될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국 공군의 13년 숙원사업이자 9만개의 일자리와 최소 60조원의 파급효과를 볼 수 있는 보라매사업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졌다.
한편 2013년12월11일 유로파이터의 제조사인 EADS의 피터 마우트 전투기 판매 총괄 수석 부사장은 “한국이 구매 대수를 줄여도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에 2조원을 투자하고 파격적인 기술 이전 약속도 그대로 이행하겠다"고 말하고 유럽 국가 정부의 보증과 함께 군 수송기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90~120석 규모의 중형 항공기를 한국과 공동 개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림12] 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③ FMS 방식의 문제점
F-35A는 정부 간 거래 방식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게 되어 있어 한국으로서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정부구매방식은 미국의 이른바 대외군사판매제도(FMS. Foreign Military Sales)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의 계약에 의하여 각종 무기체계 및 수리부속 등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의 일방적인 사업절차 요구에 따라야 하는 문제가 있다.
미국 FMS 관련 규범(SAMM)은 개발 중인 무기체계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 F-35A의 경우 품질보증을 받지 못한다. 또한 현행 미국 FMS에 따라 기종을 선정하면 ‘상한가 없는 개산(槪算) 계약’으로 계약하게 돼 제작사 록히드 마틴이 가격을 올려도 이를 제재할 수 없다. 록히드 마틴이 F-35A 첫 인도 이후 2차 인도분부터 전투기 가격을 임의로 올려도 한국 정부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 진행이 늦춰질 때 물리는 지체상금의 부과가 불가능하고 선급환급보증금의 예치도 요구할 수 없게 된다.12
">12)
3. 차기전투기사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1) F-X사업 전면 재검토되어야
F-X사업의 목적에서부터 추진과정, 선정된 기종의 효용과 성능, 비용, 계약, 앞으로 조성될 난제 등 전 영역과 과정, 결과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F-X사업이 최초 제안되었던 30년전의 국내외 정세 및 조건과 현재의 정세, 조건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공군력 강화라는 일면적인 측면에만 눈을 둔 나머지 변화된 전반 상황에 대한 폭넓고 장기적인 안목 없이 고장난 레코드판 돌아가듯 기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안보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립과 그에 따른 국방력, 공군력 강화 방안이 다시 설정되어야 한다.


[그림13] 미국 록히드마틴 F-35A원형기

우선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한 적극적인 억제능력 구비라는 F-X사업의 목적부터가 옳지 않다. 북한의 핵·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은 미국의 대북 대결정책과 봉쇄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 크기 때문에 북미 간의 대화와 주변국들의 노력으로 한반도 평화 국면 조성으로 극복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6자회담이 재개되고 북미 간 직접 대화 등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국면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한 적극적인 억제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한국 정부가 6자회담과 북미 직접 대화의 여건을 조성하는데 더 큰 노력과 의지를 보여야 한다.
또한 한국 공군의 노후전투기 도태에 따른 전력공백을 막는다는 F-X사업의 목적 역시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군축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오히려 과잉전력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1,2차 F-X사업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첨단 전투기를 확보했고 차세대 전투기사업을 통해 국산 첨단 전투기의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고성능 전투기 확보 측면에서만 보면 북한에 비해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더 많은, 더 비싼 전투기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 한국 정부와 보수언론이 주요국들의 스텔스 전투기 도입에 대해 과장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런 나라들이 4세대 혹은 4.5세대 전투기 확보를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전력공백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과잉전력 폐기에 대해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F-X사업은 냉전시대를 능가하는 동북아 지역의 갈등과 긴장국면의 해소에도 역행한다.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정치·군사적 긴장 격화와 이에 따른 군비 확충, 군사력 집중은 역내 안정과 평화를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 미국의 이른바 아시아로의 귀환정책, 중국의 부상과 군사대국화, 한반도 정세의 불안,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 그리고 한미일 군사동맹 등 동북아는 지금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패권의 각축장으로 심화되고 있다. 만약 지금 국면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동북아에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체제가 도래할 것이다. 이런 흐름에 종지부를 찍는 강력한 제동장치가 필요하다. 정치·군사적 대결을 완화하고 상호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세계는 지금 평화군축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며 그 핵심지역은 동북아이다. 인류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있는 평화군축을 위해 한국이 발 벗고 나서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경쟁적인 군비증강에 나서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세계의 평화, 동북아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도 F-X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F-X사업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F-35A 전투기는 개발이 시작된지 2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개발이 진행중이라 언제 전력화될지 알 수 없으며, 도입비용만 8조원이 넘고 향후 운용 유지비용까지 최소 3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감으로써 국가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각국에서 스텔스 잡는 레이더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F-35A의 전략화 시점에 과연 스텔스 기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무기 탑재 능력도 빈약하여 공대공 전투 능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고, 특히 북한의 비대칭 전력인 핵·미사일에 대응한 한국 군의 이른바 킬-체인 계획의 불안정성과 더불어 킬-체인의 핵심인 스텔스 전투기 F-35A가 제 역할이 가능한지도 제대로 증명된바 없다. 또한 F-35A 도입에 따라 그동안 한국 군의 숙원사업이라 할 수 있는 차세대 전투기사업 보라매(KF-X)사업도 상당한 난관에 빠져든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미국이 핵심기술의 이전을 순순히 받아들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 개발 및 생산과 해외수출, 항공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F-35A 도입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추진하게 됨으로써 협상과정에서 상당한 불리함을 감수해야 하고, 특히 정부간 거래방식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게 되어 사업추진 과정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사업절차 요구에 따라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번 차기전투기사업은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F-35A 도입 결정을 철회하고 F-X사업을 전면 중단함은 물론 향후 한국 공군의 전투기사업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2) 국회는 2014년 F-X사업 예산안을 부결시켜야 한다
2012년∼2021년까지 8조6,755억원이 투입되는 F-X사업에 대해 정부는 2014년도 예산안으로 전년도 대비 116.9%로 증가한 7,328억600만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2013년10월 기종결정과 계약체결을 전제로 7,328억600만원(주장비 연부율 9.5%)을 계상한 것이다.
[표1] 2014년도 F-X사업 예산안 현황 (단위 : 백만원. %)

구분

2012

2013
예산(A)

2014
예산안(B)

증감
(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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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결산

%

F-X사업

54,342

606

337,800

732,806

395,006

116.9

- 주장비

47,226

-

224,821

599,953

375,132

166.9

- 보조장비

6,799

-

71,478

82,012

10,534

14.7

- 종합군수지원

-

-

39,862

41,439

1,577

4.0

-시설공사

-

-

1,215

8,816

7,601

625.6

- 간접비

317

606

425

586

161

37.9


앞서 밝힌대로 차기전투기사업은 현 시점에서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F-X사업은 시급히 중단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F-X사업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F-X사업 예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해서 대부분 삭감되어야 한다.
F-X사업의 최근 2년간 예산집행 현황과 현재 추진되고 있는 F-X사업의 진행경과를 놓고 보면 정부(방위사업청)의 예산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F-X사업의 최근 2년간 예산집행 현황을 보면, 2012년 예산현액 546억6,600만원 중 집행액은 불과 6억600만원으로 1.1%에 그쳤고 540억4,500만원이 이월되었다. 또한 차기전투기 기종결정이 늦어졌고 이에 따라 계약체결에도 최소 수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여 2013년 예산 3,378억원은 집행이 어려운 상황으로 간접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예산이 이·전용 또는 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F-35A 도입 결정으로 기종선정이 끝났다고 해도 앞으로 기술·계약조건·절충교역·가격협상 등을 진행해야 하는데 계약의 체결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고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기간도 있으므로 현재 계상되어 있는 2014년 예산(안)도 제대로 집행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방위력개선사업에서 대규모 이·전용 및 불용 발생은 매년 국회 예·결산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단골메뉴이다. 사업이나 예산집행의 타당성이 제대로 검증되거나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예산 확보에만 목을 매고, ‘일단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예산 요구로 예산만 잔뜩 늘려 놓고 결국 이를 책임도지지 못하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F-X사업이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누구도 2014년도 F-X사업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예산 편성액만 잔뜩 늘려 놓았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재정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재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부분이다. 교육이나 복지, 일자리 만들기에 쓰이면 많은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재원이 국방관료들의 안이한 인식 때문에 계속적으로 묵히는 현상이 반복된다. 불요불급한 예산은 과감하게 잘라내고 꼭 필요한, 그리고 시급한 예산을 우선해서 편성하는 것이 국가재정 관리의 원칙이다. F-X사업에 편성된 2014년 예산은 대표적인 불요불급 예산이다.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에서 기본은 불요불급한 예산을 찾아내어 삭감시키고 꼭 필요하고 시급한 예산을 증감시키는 재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국민의 소중한 혈세를 지켜내야 한다. 따라서 국회는 객관적인 상황 판단으로 예산안 심의에서 F-X사업 예산안 대부분을 삭감시켜야 한다.(끝)
—————————————————————————————————————————-
  1. 「방위사업법」제20조에 따라 국외로부터 군수품을 구매할 경우 기술도입 등을 부대조건으로 설정하는 절충교역을 추진한다.
  2. 위키백과 – 차기전투기사업
  3. 미국, F-15 전투기 구매 요구(프레시안 2001.11.19.)
  4. 위키백과 – 차기전투기사업
  5. 「방위력개선사업 평가」Ⅵ.방위력개선사업 주요 개별사업 부문 평가 1. 차기전투기(F-X)사업(국회예산정책처 2013.9.)
  6. 위키백과 – 차기전투기사업
  7. 연합뉴스(2013.11.22.) ‘차기전투기, 논란 끝에 결국 F-35A 최종 낙점’
  8. [뉴스 속으로] F-35가 바꿀 동북아의 하늘(중앙일보 2013.11.30.) – 기사본문 일부(순서) 편집
  9. 차기전투기 F-35A 선정의 의미(국방일보 2013.11.28.)
  10. 美군사전문가 "F-35를 쓰레기통에 던져야 할 때" 혹평(아시아뉴스통신 2012.5.3.)
  11. 방위력개선사업 평가(국회예산정책처 2013.9.) Ⅵ. 방위력개선사업 주요 개별사업 부문 평가 p.88
  12. 2014년 국방예산 중 평통사가 선정한 최우선 삭감대상 사업과 그 이유(평통사 2013.11.25)
 

 

 

각주 1

「방위사업법」제20조에 따라 국외로부터 군수품을 구매할 경우 기술도입 등을 부대조건으로 설정하는 절충교역을 추진한다.

 
 

각주 2

위키백과 - 차기전투기사업

 
 

각주 3

미국, F-15 전투기 구매 요구(프레시안 2001.11.19.)

 
 

각주 4

위키백과 - 차기전투기사업

 
 

각주 5

「방위력개선사업 평가」Ⅵ.방위력개선사업 주요 개별사업 부문 평가 1. 차기전투기(F-X)사업(국회예산정책처 2013.9.)

 
 

각주 6

위키백과 - 차기전투기사업

 
 

각주 7

연합뉴스(2013.11.22.) ‘차기전투기, 논란 끝에 결국 F-35A 최종 낙점’

 
 

각주 8

[뉴스 속으로] F-35가 바꿀 동북아의 하늘(중앙일보 2013.11.30.) - 기사본문 일부(순서) 편집

 
 

각주 9

차기전투기 F-35A 선정의 의미(국방일보 2013.11.28.)

 
 

각주 10

'美군사전문가

 
 

각주 11

방위력개선사업 평가(국회예산정책처 2013.9.) Ⅵ. 방위력개선사업 주요 개별사업 부문 평가 p.88

 
 

각주 12

2014년 국방예산 중 평통사가 선정한 최우선 삭감대상 사업과 그 이유(평통사 2013.11.25)<br /

 
  1. 「방위사업법」제20조에 따라 국외로부터 군수품을 구매할 경우 기술도입 등을 부대조건으로 설정하는 절충교역을 추진한다. [본문으로]
  2. 위키백과 - 차기전투기사업 [본문으로]
  3. 미국, F-15 전투기 구매 요구(프레시안 2001.11.19.) [본문으로]
  4. 위키백과 - 차기전투기사업 [본문으로]
  5. 「방위력개선사업 평가」Ⅵ.방위력개선사업 주요 개별사업 부문 평가 1. 차기전투기(F-X)사업(국회예산정책처 2013.9.) [본문으로]
  6. 위키백과 - 차기전투기사업 [본문으로]
  7. 연합뉴스(2013.11.22.) ‘차기전투기, 논란 끝에 결국 F-35A 최종 낙점’ [본문으로]
  8. [뉴스 속으로] F-35가 바꿀 동북아의 하늘(중앙일보 2013.11.30.) - 기사본문 일부(순서) 편집 [본문으로]
  9. 차기전투기 F-35A 선정의 의미(국방일보 2013.11.28.) [본문으로]
  10. '美군사전문가 [본문으로]
  11. 방위력개선사업 평가(국회예산정책처 2013.9.) Ⅵ. 방위력개선사업 주요 개별사업 부문 평가 p.88 [본문으로]
  12. 2014년 국방예산 중 평통사가 선정한 최우선 삭감대상 사업과 그 이유(평통사 2013.11.2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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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새' 두루미, 소리-몸짓 언어 달인

'천상의 새' 두루미, 소리-몸짓 언어 달인

 
윤순영 2013. 12. 18
조회수 5542추천수 0
 

두루미 춤의 비밀, 사람 빼고 가장 복잡한 몸짓 언어의 대가

사람 만나면 비켜달라고 의사표현 하기도…세계 15종 대부분 멸종위기

 

crane_love4.jpg » 두루미 부부가 서로를 마주 보고 돌면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1992년 김포 홍도평야에서 처음 재두루미를 만난 순간을 잊지 못한다. 검고 희고 붉은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우아한 큰 새를 본 충격과 희열이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그후 20여년 동안 해마다 한강하구는 물론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 일대와 천수만, 러시아, 일본 홋카이도 등 두루미의 월동지와 번식지를 찾아 다녔다.
 

위장그물 속에서 오랜 시간 지켜보면서 두루미의 몸짓 언어가 그토록 다양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놀랐다. 새끼와 어미, 가족과 가족, 부부 사이, 그리고 두루미와 사람 사이에도 수많은 행동과 소리로 의사표현을 한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두루미 전문가인 데이비드 엘리스 등은 국제두루미재단 등에서 기르는 두루미 15종을 30년 동안 관찰한 결과 두루미의 소리와 몸짓 언어는 60가지 이상으로 다른 새들의 20여 가지, 원숭이의 30여 가지보다 월등하며, “인간을 빼고 척추동물에서 가장 복잡한 행동을 지닌다”고 결론 내렸다. 게다가 같은 동작도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띠기도 해 두루미의 행동의 복잡성은 더욱 늘어난다.

 

흔히 ‘춤’으로 알려진 두루미의 행동은 고개 숙이기, 높이 뛰기, 달리기, 나뭇가지나 풀을 집어던지기, 날개 퍼덕이기 등 다양한 동작으로 이뤄진다. 대표적인 표현 방식을 소리, 사랑, 싸움으로 나눠 알아본다.

 

소리

 

crane_st3_한탄강 양지리 자기영역 알리는 모습_4무리_쫓아내려고_물고기 다슬리 먹이터.jpg » 흔히 두루미가 하늘을 향해 부리를 쳐들고 있는 모습을 구애 모습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사진처럼 영역 다툼인 경우가 많다.

 

5000만년 전 지구에 출현해 남아메리카를 뺀 모든 대륙에 서식하는 두루미는 석기시대부터 인간의 관심을 끌었다. 모든 서식지에서 두루미와 관련한 전설과 신화가 있는데, 장수와 행운, 정절, 그리고 특히 한반도에서는 평화의 상징이다. 두루미는 나는 새 가운데 가장 큰데다 높이 날고, 새가 보이지 않는 하늘 멀리서부터 나팔을 부는 듯 커다란 울음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천국의 전령이란 뜻에서 ‘천상의 새’라고도 불린다.
 

두루미는 새끼가 부화 직전 내는 삐약거리는 소리부터, 새끼가 먹이 조르는 소리, 비행 전과 도중 내는 소리, 경계음, 침입자에게 내는 소리, 부부 사이의 유대를 다지는 소리가 모두 다르며, 행동과 합쳐 의사를 표현한다.
 

두루미 부부가 부리를 하늘로 향한 채 번갈아 큰 소리를 내는 합창은 연하장 등에 많이 실리는 대표적 모습이다. 그러나 실상은 ‘뚜르륵, 뚜르륵~’하는 소리가 요란하고 구애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리 평화로운 분위기는 아니다.

 

수컷은 날개를 등 위로 펼치고 암컷은 날개를 접은 상태에서 수컷이 한 번 소리 지르면 암컷은 짧게 두 번 응답한다. 암수가 내는 소리가 다르고 종마다 특징이 있어 종을 구분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이 행동은 부부가 유대를 강화하고 침입하려는 다른 무리로부터 영역을 지키려는 행동이다. 부부애와 함께 과시, 경고, 방어, 밀어내기 등의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두루미는 심지어 사람을 만났을 때 비켜달라고 ‘뚜륵, 뚜륵’ 신경질적인 짧은 소리를 반복하기도 한다. 사생활의 간섭을 싫어하는 두루미의 습성을 알 수 있다.

 

사랑

 

crane_love1.jpg » 마주보고 뛰기.

 

crane_love2.jpg » 마주보고 고개 숙이기. 오른쪽이 암컷.

 

crane_love3.jpg » 마주보고 서로 인사하듯 고개 숙이기.

 

crane_love5.jpg » 날아오르며 몸 비틀기.

 

crane_love6.jpg » 마주보고 날갯짓 하기


우리나라는 월동지여서 두루미나 재두루미의 짝짓기 행동을 보기 힘들다. 두루미가 번식하는 홋카이도의 2~3월이나 러시아 하바롭프스키 힌칸스키 자연보호구역의 3~4월에 두루미의 사랑이 절정을 맞는다. 번식철이 되면 두루미의 머리위 피부와 재두루미의 얼굴 피부가 더욱 붉게 물들고, 신경이 예민해져 다른 무리와의 마찰도 잦아진다.
 

두루미의 사랑 춤은 마주 보며 머리 굽히기, 마주 보며 높이 뛰기, 옆으로 몸 비틀기, 고개 숙여 발 구르기, 날개 펴고 발돋음 하기, 서로의 주변 돌기 등 2~4분 동안 계속된다.

crane_love7.jpg » 일본 홋카이도 두루미 번식지에서의 교미 동작.

 

crane_love8.jpg » 교미 직후 인사하듯 고개 숙이는 동작.

 

춤이 무르익어 마음에 들면 암컷은 자세를 낮추고 날개를 활짝 펴 수컷을 맞는다.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지만 수컷은 교미를 마친 뒤 암컷 머리를 넘어 앞으로 뛰어내린다.

 

짝짓기가 끝나면 암수는 서로 인사를 하듯이 고개를 깊이 숙인다. 이 동작은 만족감과 성취감을 표시하는데, 흥미롭게도 상대방의 기를 꺾는 공격적인 자세이기도 하다. 일본 홋카이도 센슈대의 두루미 전문가인 마사토미 희로유키는 이를 “교미를 위해 억눌렀던 공격성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다툼

 

crane_st_1_오른쪽 둘과 왼쪽 둘이 겨루기전 다가가기 SY3_1943.jpg » 두루미 두 쌍의 영역 신경전. 왼쪽 두 마리와 오른쪽 두 마리가 부부이다.

 

crane_st2_기싸움SY3_1922.jpg » 부리를 하늘로 쳐들고 큰 소리를 내며 기싸움을 벌인다.

 

crane_st4_다툼SY3_1954.jpg » 싸움이 가열되면서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차는 열전이 벌어진다.

 

crane_st5_밀어내기SY3_6974.jpg » 자기 영역에 침입한 두루미를 완력으로 밀어낸다.

 

crane_st9_좌측암컷우측수컷 다른무리를 쫒아내고성취감의행위Y3_0666.jpg » 싸움에서 이겨 영역을 차지한 두루미 부부가 기쁨과 만족감에 겨운 춤을 추고 있다.

 

철원 등 우리나라에선 두루미가 큰 무리를 이루고 있지만 이는 월동지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러시아·중국·몽골의 번식지에선 다른 쌍의 영역까지 4㎞는 떨어져 있어 여러 마리의 두루미를 보는 것이 매우 힘들다. 이처럼 서로 떨어져 사는 새이기 때문에 두루미는 영역을 지키는 일에 민감하고 침입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상대와 다툴 때는 목을 세워 부리를 하늘로 향한 채 커다란 소리로 운다. 싸움이 격화되면 몸을 날려 부리로 쪼거나 날카로운 발톱으로 일격을 가한다. 좀 떨어져 있는 상대를 쫓을 때는 날개를 요란하게 펄럭이며 낮게 날아서 다가서는데, 100m 이상 떨어져 관찰하는 사람한테도 날개 소리가 들릴 만큼 위협적이다. 하지만 두루미는 몸짓과 소리로 싸울 뿐 실제로 부상을 입히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두루미가 평화의 상징인 이유가 있다.
 

crane_st6_재두루미와의다툼SY3_7057_s.jpg » 두루미와 그보다 약간 덩치가 작은 재두루미의 영역 싸움이 커졌다.

 

crane_st7_재두루미위세에고개숙인두루미_wkr.jpg » 싸움은 작은 재두루미의 승리로 돌아가고 두루미는 고개를 숙였다.

 

crane_st8_암컷이 순종 자세_L8170030.jpg » 재두루미 한 마리가 순종한다는 뜻으로 땅에 납작 엎드려 있다.

 

어쩔 수 없이 무리를 이뤄야 하는 월동지에서도 우두머리 두루미가 심기가 불편하면 한 마리도 남김없이 모두 내쫓기도 한다. 서열도 강해 대드는 상대는 끝까지 따라가 내쫓는다. 따라서 복종의 자세도 분명히 해야 하는데, 엉거주춤 몸을 낮추고 목을 에스 자로 구부리며 자리를 피한다.
 

늘 다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긴장이 풀릴 때 두루미들은 함께 춤을 추고 어린 두루미는 나뭇가지나 마른풀을 공중에 집어던지고 날아가서 잡는 놀이도 즐긴다. 어른 새도 이 흥겨운 놀이에 끼어들기도 한다. 새들 가운데 이처럼 감정 표현에 능숙하고 놀이도 즐길 줄 아는 새가 또 있을까.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iroyuki MASATOMI, Some Observations on Mating Behaviour of Several Cranes in Captivity, J. Ethol. 1 : 62-69, 1983.

David H. Ellis et. al.,A sociogram for the cranes of the world, Behavioural Processes 43 (1998) 125–151.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두루미 춤은 놀이다
 

crane_play_새끼가 볏집을 물어 올리는 모습_놀이YS1_5256.jpg » 재두루미 한 마리가 부리에 짚더미를 물고 던지며 놀고 있다.


세계의 두루미 15종은 모두 ‘춤’을 춘다. 두루미는 어떤 다른 동물보다 춤을 많이 춘다. 이 행동을 흉내 낸 전통춤인 ‘두루미 춤’도 세계 곳곳에 있다. 두루미의 춤은 이렇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작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잘 이해되지 않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대 동물학자인 블라디미르 디네츠는 조류학 국제학술지인 <이비스>에 실린 논문에서 두루미의 행동에 관한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한 결과 두루미 춤은 놀이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두루미 춤은 흔히 구애를 위한 행동이라고 간주된다. 그러나 그렇게 설명할 수 없는 두루미 춤이 훨씬 많다고 디네츠는 말한다.
 

태어난 지 이틀밖에 안 된, 짝짓기와는 거리가 먼 어린 두루미도 춤을 춘다는 기록이 있다. 또 이동이나 월동지에서 볼 수 있는 춤도 꼭 짝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미국흰두루미는 2살이 돼야 성숙하는데 춤은 1살 때 가장 많이 춘다.
 

기존 연구를 보면, 두루미는 긴장이 풀렸을 때 가장 자주 춤을 춘다. 춤은 종종 전염성이 있어 몽골에 서식하는 쇠재두루미는 수천 마리가 동시에 춤을 추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디네츠는 두루미가 평소에 놀이를 즐긴다는 점에서 춤도 짝짓기를 위한 춤을 제외한다면 그런 놀이의 한 형태라고 보았다. 그는 동물행동이 놀이인지 여부를 가리는 동물행동학자 고든 버가트의 기준을 두루미 춤에 적용했다.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행동인가, 그 자체로 흥겨운 행동인가,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는가 등의 기준에 비춰 두루미의 춤은 놀이임이 분명하다고 디네츠는 주장했다.
 

두루미는 뛰고 날개를 퍼덕이는 식의 춤동작을 특별한 순서 없이 몇 초에서 몇 분 동안 계속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하기도 한다. 또 막대기를 집어던지는 등의 물건을 가지고 노는 행동과 춤을 혼합하기도 한다.
 

두루미 춤의 기능은 짝짓기 말고도 운동신경 발달, 침입자 격퇴, 긴장 풀기, 짝과의 유대 강화 등의 기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LADIMIR DINETS, Crane dances as play behaviour, Ibis (2013), 155, 424–42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두루미는 어떤 새

 

흔히 두루미를 ‘학’이라 부르고 백로나 왜가리, 황새와 가까운 새로 알지만 이들은 모두 황새목에 속한다. 두루미는 따로 두루미목을 이루며 뜸부기나 물닭이 분류학적으로는 더 가깝다.
 

우리나라에는 15종의 두루미 가운데 7종이 찾아오는데,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가 가장 많고 시베리아흰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캐나다두루미는 다른 두루미에 섞여 한두 마리가 드물게 찾아오며 쇠재두루미는 과거 강화도에서 관찰기록이 한 번 있을 뿐이다.
 

두루미는 15종 가운데 9종이 세계적 멸종위기종이다. 특히 두루미는 전 세계 개체수가 2600~2800마리에 불과한데, 절반 가까운 1000여 마리가 우리나라 철원·연천·파주·강화 등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겨울을 난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두루미는 키 158㎝ 무게 7.5㎏로 큰 새이며, 중국 북동부와 극동 러시아와 일본 홋카이도에서 번식한다.
 

재두루미는 키 130㎝ 무게 5.6㎏이며 세계에 6500개체가 있다. 대부분 일본 규슈에서 겨울을 나며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개체수도 1400여 마리나 된다. 번식지는 북동 몽골, 중국 북동부, 러시아 남동부이다.
 

흑두루미는 세계에 1만 1500마리가 있으며 8500마리는 한국을 거쳐 일본에서 월동한다. 순천만도 월동지로 떠오르고 있다. 재두루미, 흑두루미, 검은목두루미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보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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