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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산’으로 가는 북의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보물산’으로 가는 북의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한호석의 개벽예감 <92>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3/12/16 [12:57]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위의 사진은 중국에서 운행하는 고속철을 촬영한 것이다. 북에서 총연장 376km의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신의주에서 평양을 거쳐 개성까지 위와 같은 고속철이 달릴 것이다. 그리고 통일의 그 날이 오면 남과 북의 고속철은 신의주에서 부산까지,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민족의 번영을 안고 더 힘차게 달릴 것이다. 장차 한반도 통일국가가 운행할 국제열차는 유라시아대륙을 거쳐 프랑스 파리로 달릴 것이며, 러시아가 베링해 해저굴길을 완공하는 2030년 이후에는 연해주와 알래스카를 거쳐 미국 뉴욕까지 달릴 것이다. 이 민족의 가슴은 통일열차의 꿈으로 설렌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2014년 7월에 개통될 2층 구조의 신압록강대교

2011년 1월 15일 북은 내각 결정으로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채택하였다. <조선중앙통신> 2011년 1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은 2020년까지 실행되는데, 그 때가서는 북이 “앞선 나라들의 수준에 당당하게 올라설 수” 있다고 장담하였다. 다시 말해서, 북은 2020년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목표를 세우고 경제개발을 고속으로 추진하는 중이다. 이런 현상을 북에서는 ‘마식령 속도’라는 구호로 표현한다.

북이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채택한 때로부터 근 3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 전략계획이 어떻게 실행되어 왔는지를 알아보면, 2020년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겠다는 북의 발언이 허풍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국제사회는 북의 10개년 전략계획이 지난 3년 동안 어떻게 실행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북을 ‘가난한 나라’로 고정관념이 그런 무지를 낳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의 객관적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 10개년 전략계획을 ‘마식령 속도’로 추진하고 있는 북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놀라게 된다. 10개년 전략계획을 고속으로 추진하는 북의 모습은 북측 각지에서 일상적으로 목격되는데, 신압록강대교 건설에 관한 서술로 이 글을 시작한다.

2013년 10월 16일 북의 국가경제개발총국이 국가경제개발위원회로 승격되었고, 조선경제개발협회가 발족되었다. 북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가경제개발위원회는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실무적으로 추진하는 정부기관이고, 조선경제개발협회는 북의 특수경제지대개발사업에 협력하는 민간기구다. 10개년 전략계획이 민관합동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북이 10개년 전략계획을 실행하는 데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자금문제다. 경제개발자금이 있어야 10개년 전략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북은 국가개발은행을 2010년 1월 20일에 설립하였다. 10개년 전략계획에 들어있는 목표들 가운데 하나가 국가개발은행 설립인데, 국가개발은행의 기본임무는 국제금융기구, 국제상업은행과 거래하며 외자유치를 촉진시킴으로써 10개년 전략계획추진에 요구되는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데 북이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한 직후 추진한 첫 번째 국책사업이 신압록강대교 건설이다. 북과 중국은 2010년 2월 25일 ‘신압록강대교 공동건설과 관리 및 보호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였고, 같은 해 12월 31일 착공하였다. 2013년 11월 1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경도시들인 신의주와 중국 단둥(丹東)을 잇는 신압록강대교 건설공사가 순조롭게 진척되는 가운데 11월 16일에는 교량구간의 마지막 상판을 설치하여 마침내 교량을 연결하였다. 총연장이 3.26km에 이르는 현수교인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 7월에 개통될 예정이다.

주목하는 것은, 신압록강대교 건설비 20억 위안(한화 약 3,500억 원, 미화 약 3억3,000만 달러) 전액을 중국이 자진하여 부담한다는 사실이다. 신압록강대교 건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벌어들인 달러가 압록강을 건너 북으로 이동하고 있다. 북은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중국을 통해 미국의 달러를 가져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북은 신압록강대교에서 신의주로 통하는 도로공사를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2014년 7월에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어도, 신압록강대교에서 신의주로 통하는 도로가 없으면 신압록강대교는 쓸모가 없게 될 것이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는 신압록강대교 예상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상도에 나타난 신압록강대교는 2층 교량인데, 상층은 왕복 6차선 차량도로이고, 하층은 복선철로다. 다시 말해서,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어 제구실을 하려면 신의주로 통하는 부속도로를 건설해야 하는 게 아니라, 고속도로와 복선철로를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신압록강대교에서 출발하는 고속도로와 복선철로를 함께 건설하는 것은 매우 방대한 공사이므로, 북은 그 공사를 아직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5년 만에 끝낼 총연장 376km의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건설

북은 신압록강대교에서 출발하는 고속도로와 복선철로를 건설하는 방대한 공사를 언제 시작하려는 것일까? 2013년 12월 12일 <KBS 뉴스9> 단독보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북의 국가경제위원회와 중국의 국제투자집단이 2013년 12월 8일에 체결한 합의문을 공개한 <KBS 뉴스9> 보도에 따르면, 북과 중국은 신의주, 평양, 개성을 잇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건설하기로 합의하였다. 북과 중국이 추진하기로 합의한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생각하면, 지금 건설되고 있는 신압록강대교는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북과 중국이 합의한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북이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추진하는 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것이므로, 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북과 중국이 합의한 북의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12조 원(142억 달러)을 투입하여 5년 동안에 완공할 대형국책사업이다. 북과 중국이 채택한 합의서에 따르면, 총연장 376km에 이르는 북의 고속철도는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복선철로로 부설되며, 고속철도와 똑같이 총연장 376km에 이르는 고속도로는 복선철로 양쪽으로 30m의 도로폭에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왕복 8차선 도로로 부설되고, 고속도로 바깥쪽에는 전 구간에 도로안전철책이 설치된다. 그것만이 아니라, 총연장 36.4km에 이르는 77개의 교량도 건설하고, 총연장 26.3km에 이르는 18개의 굴길(tunnel)도 건설하고, 고속도로 휴게소 12개소, 요금소 19개소, 입체교차로(interchange) 18개소, 교차로 1개소도 건설하는 것이다.

미국의 관영방송인 <자유아시아방송>이 중국에서 입수하여 2012년 4월 16일에 보도한 북의 계획서에 따르면, 원래 북은 신의주, 평양, 개성을 잇는 고속도로만 건설하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언론보도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3년 1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신의주, 평양, 개성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국에 제안하였다. 이러한 정황을 보면, 원래 북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토개발구상에 따라 신의주, 평양, 개성을 잇는 현대식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나중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기존 계획이 대폭 확대되어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함께 건설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한꺼번에 건설한다는 것부터가 놀라운 일이고, 그처럼 방대한 건설공사를 불과 5년 만에 끝낼 계획이라니 더욱 놀랍다.


14경8,754조 원의 세계 최대‘보물산’이 개발된다

북의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관한 <KBS 뉴스9> 2013년 12월 12일 보도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구간을 어떻게 설정하였는가 하는 문제다.

첫째, 신의주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구간에 분기점이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경계선을 따라 서해로 흐르는 청천강 하구의 신안주에서 갈라지는 분기점이다. 신안주 분기점에서 갈라진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는 동북쪽으로 비스듬히 방향을 틀어 북상하면서 러시아 국경 부근에 있는 함경북도 라선까지 올라가게 된다. 북에 건설될 고속철도와 고속도로가 ‘21세기 자원보고’로 알려진 연해주와 동시베리아로 연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신안주 분기점 인근에 정주역이 설정되었다는 점이다. 고속철도의 다른 구간들은 매우 길지만, 정주-신안주 구간은 매우 짧다. 완행열차 운행과 달리 고속철 운행은 소도시들을 그대로 통과하고 대도시에서만 정차하여 구간이 길어지는 법인데, 이상하게도 북의 고속철은 정주에서 정차하도록 계획되었다. 이것은 평안북도 정주가 북의 국가경제개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둘째, 평양에서 개성으로 향하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의 구간이 가장 가까운 거리를 택하지 않고 해주로 수직남하하였다가 다시 개성으로 향하도록 설정되었다는 점이다.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구간은 건설비를 절약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거리를 택하여 설정되는 법인데, 이상하게도 북은 해주까지 돌아가는 구간을 택하였다. 이것은 황해남도 해주가 북의 국가경제개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 2009년 7월 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에 있는 함흥반도체재료공장을 시찰하면서 희토류광물생산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살펴 보고 ©자주민보 , 한호석 소장제공


북의 고속철도가 정주-신안주 구간을 바투 설정하고, 해주까지 멀리 돌아가는 구간을 택한 사연을 알아보려면, 2012년 3월 조선합영투자위원회가 펴낸 광물탐사자료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조선합영투자위원회 광물탐사자료는 평안북도 정주시 용포리와 황해남도 해주시 인근의 덕달산에 어마어마한 분량의 희토류광물(rare earth minerals)이 묻혀있다는 놀라운 정보를 말해주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이 2013년 1월에 펴낸 자료에 세계 7대 희토류 매장국 순위가 나왔는데, 중국(5,500만t), 러시아/독립국가연합(4,100만t), 미국(1,300만t), 인도(310만t), 호주(160만t), 브라질(3만6,000t), 말레이시아(3만t)다. 하지만 위의 통계자료는 실수를 범했다. 조선합영투자위원회 광물탐사자료에 따르면, 북이 탐사한, 희토류 광물이 들어있는 원광석 매장량은 무려 10억t이나 되고, 그 10억t에서 희토류광물을 분리, 추출할 경우 4,800만t을 생산할 수 있다. 이것은 북이 세계 2위의 희토류 매장국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위에 열거한 세계 굴지의 희토류 매장국들은 모두 광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들인데, 그에 비하면 아주 좁은 영토를 가진 북이 세계 2위의 희토류 매장국이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북의 탐사로 매장량이 밝혀진 희토류광물 4,800만t이 여러 지역에 흩어져 매장되지 않고 불과 4개 광맥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황해남도 해주 인근의 청단군 덕달산에 매장된 희토류광물은 2,000만t이고, 평안북도 정주시 용포리에 매장된 희토류광물은 1,700만t이고, 강원도 평강군과 김화군에 있는 두 지역에 각각 매장된 희토류광물을 합하면 1,100만t이다. 광대한 미국 대륙 곳곳에 매장된 희토류광맥 전체를 합친 것보다 700만t이나 많은 희토류광물이 묻혀있는 덕달산광산은 희토류광물 단일광산으로는 세계에게 가장 크다.

<중국증권망> 2013년 12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북의 조선천연자원무역회사와 호주의 광산기업 SRE 미네럴스(Minerals)가 ‘태평양세기희토류광물(Pacific Century Rare Earth Minerals)’이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정주시 용포리에서 2014년부터 희토류광물을 캐내기로 하였다. 그런데 정말로 놀라운 사실은, SRE 미네럴스가 정주시 용포리에 매장된 희토류광물 1,700만t을 국제시세로 환산하였더니 65조 달러(6경8,700조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환산법으로 세계 최대의 희토류광산인 덕달산광산의 매장량 2,000만t을 화폐로 환산하면 76조 달러(8경54조 원)다. 화폐단위가 조를 넘어 경에 이르면, 그것이 얼마나 많은 금액인지 체감하기 힘들게 된다. 그런데 141조 달러(14경8,754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가치의 희토류광물이 정주 용포리와 해주 덕달산에 묻혀있으니, 북에는 어마어마한 ‘보물산’이 있는 것이다. 북에서는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 은금에 자원도 가득한”으로 시작되는 ‘애국가’를 부르는데, 삼천리 한반도는 “은금에 자원도 가득한 강산”이라 아니할 수 없다.

희토류광물은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들, 각종 친환경제품들, 자동차 촉매변환기와 축전지, 그리고 순항미사일과 야간투시경 같은 각종 무기들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매우 중요한 광물이다. 그래서 희토류광물을 ‘첨단산업의 필수비타민’이라고 부른다.

미국지질조사국이 2013년 1월에 펴낸 자료에 따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희토류광물 연간 생산량은 약 11만t인데, 그 가운데서 중국이 9만5,000t, 미국이 7,000t, 호주가 4,000t, 인도가 2,800t을 생산한다. 전 세계 생산량 11만t 가운데 중국이 9만5,000t을 생산하는 것은 중국이 세계 희토류광물시장을 석권하였음을 말해준다. 2010년 9월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를 놓고 외교분쟁을 벌일 때, 중국이 대일압박조치로 한 달 동안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자 세계 시장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이처럼 중국이 세계 희토류광물시장을 석권한 판이므로, 북에서 희토류광물이 생산되는 2014년부터 북과 중국은 세계 희토류광물시장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 그 경합의 전망은 어떠한가? 조선산 희토류광물이 중국산 희토류광물을 누르고 세계 희토류광물시장을 재편할 가능성은 희토류광물 함유량에서 찾아볼 수 있다. 희토류광물 함유량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은 1t당 6g밖에 되지 않는데, 조선산은 그보다 네 배나 많은 23g이므로 조선산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양질 희토류광물을 생산하게 될 북이 세계 희토류광물시장의 신흥패권국으로 올라설 수 있음을 말해준다.


청천강 유역에는 계단식 발전소, 동해지구에는 대형 경수로

어느 나라에서나 국가경제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는 에너지다. 전력에너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므로, 전력공급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개발을 성과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에 따르면, 북이 제시한 12대 목표들 가운데 전력 3,000만kw 증산이 들어있다. 2012년 현재 북의 발전능력은 750만kw다. 발전능력을 현재보다 4배나 끌어올리기 위한 어떤 대책이 있을까?

어느 나라에서나 국가경제개발은 강을 끼고 시작되는 법인데, 북에서도 강을 끼고 국가경제개발이 시작되었다. 자강도 랑림산줄기에서 발원한 청천강은 평안남도와 평안북도 경계선을 타고 흐르다가 서해의 서조선만으로 흘러들어가는 강이다. 산맥이라는 말은 일제가 만들어낸 말인데, 원래 우리 조상들은 산맥이 아니라 산경(山經)이라 했으니, 북에서는 산경이라는 한자말을 산줄기라는 말로 바꾸어 부른다.

청천강은 위쪽에는 적유령산줄기가 서해로 뻗어나가고, 아래쪽에는 묘향산줄기가 서해로 뻗어나가는 대협곡 지세를 타고 거의 굴곡 없이 흐르는데, 한반도에서 강수량이 가장 많은 고장이 청천강 중상류지역이다. 그래서 청천강 중상류지역은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기에 최적지로 손꼽힌다. 북의 국가경제개발사업에 공급할 막대한 전력이 그런 천혜의 조건을 두루 갖춘 청천강 중상류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북이 2009년 3월에 착공하여 2012년 4월에 완공한 희천발전소는 청천강 중상류지역에 방대한 전력생산능력이 조성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제1탄’이다. 발전용량이 30만kw인 희천발전소는 북에서 지난 20년 동안 건설한 수력발전소들 가운데 가장 큰 발전용량을 가졌다.

그것만이 아니라, 2013년 1월 30일 청천강 계단식 발전소 건설공사 착공식이 성대하게 진행되었고, 희천발전소에 이어 여러 개의 대형 수력발전소를 청천강 중상류에 계단식으로 줄지어 건설하는 전력생산능력 확장사업이 지금 ‘마식령 속도’로 추진되는 중이다.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의 부속문서인 ‘북의 경제개발 중점분야(2010∼2010)’에 따르면, 북은 60만kw급 화력발전소를 북창에 4기, 평양, 청진, 안주에 각각 2기씩, 김책과 라선에 각각 1기씩 모두 10기를 건설하여 총 600만kw의 전력을 증산하게 된다. 이를 위해 5년에 걸쳐 50억 달러를 투입하는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게 된다.

그런데 북이 10개년 전략계획에서 제시한 전력 3,000만kw를 증산하는 목표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경수로 건설이다. 녕변핵시설단지에서 2013년 8월부터 시운전에 들어간 실험용 경수로를 건설해본 경험을 가지고 북은 10개년 전략계획 실행기간 중에 대형 경수로를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아시아방송> 2013년 9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녕변핵시설단지에 10만kw급 경수로를 새로 건설하고, 함경북도, 함경남도,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지구에 50만kw급 경수로와 100만kw급 경수로를 여러 기 건설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런 전력증산계획을 실행하면, 전력 3,000만kw 생산이라는 목표는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료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남측의 발전용량은 8,466만kw이고, 북측의 발전용량은 950만kw다. 북이 전력 3,000만kw를 증산하면 발전용량은 약 4,000만kw으로 늘어나게 되므로, 인구비례로 보면 남과 북의 전력수급이 상호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다.
포성 들리는 최전방에 고도과학기술개발구와 국제록색모범기지 건설한다

북이 10개년 전략계획을 추진하는 데 유치해야 할 투자는 얼마일까? <통일뉴스> 2011년 10월 6일 보도에 따르면, 10개년 전략계획을 추진하는 데 유지할 투자총액은 1,000억 달러인데, 북은 산업개발은행을 통해 1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산업은행을 통해 545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기초에너지 및 전력분야를 통해 355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고 한다. 2010년 3월 10일 북의 국방위원회 결정에 의하여 국가개발은행이 설립되었는데, 국가개발은행의 재정조달목표는 초기등록자본금 100억 달러를 장차 1,250억 달러까지 증자하는 것이다.

미국의 관영방송인 <미국의 소리>가 미국 국가정보국 산하 ‘오픈 소스 센터(Open Source Center)’의 자료를 인용하여 2012년 7월 11일에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북에 합작형태로 투자한 외국기업들은 351개인데, 그 가운데 국적이 확인된 269개 기업들 중 중국기업이 205개(75%)다. 미국 국가정보국은 북에 합작형태로 투자한 351개 외국기업들 가운데 88개 기업(25%)만 투자규모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들 기업의 투자액은 23억2,000만 달러다. 이런 정황을 보면 351개 외국기업 전체의 총투자액은 약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0억 달러는 투자유치목표액 1,000억 달러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어떤 투자유치대책이 있을까?

북이 10개년 전략계획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1,0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여러 방법들 가운데 가장 유력한 방법은 북에 무진장으로 묻혀있는 광물자원을 개발하고 각지에 경제특구를 설치하는 것이다. 북에게 있어서 광물자원개발과 경제특구설치는 투자유치의 양대 축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의 광물자원개발에 관련하여 위에서 희토류광산개발에 대해 논하였으므로, 이제는 경제특구설치에 대해 논할 차례다.

2013년 5월 29일 북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였다. ‘경제개발구법’ 제정은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의 추진을 법제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에서는 중앙과 지방의 경제개발균형을 맞추기 위해 두 방향에서 국가경제개발을 추진하는데, 중앙급 경제개발특구는 국가경제개발위원회가 관리하고, 지방급 경제개발구는 각 지방마다 설치될 경제개발국이 관리하게 된다.

5개의 중앙급 경제개발특구는 라선경제무역지대, 신의주특수경제지대, 개성고도과학기술개발구, 황해남도 강령군경제특구, 금강산관광특구 등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또한 북이 앞으로 개발하려는 13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를 열거하면, 평안북도 압록강경제개발구, 자강도 만포경제개발지구, 자강도 위원공업개발구, 황해북도 송림수출가공구, 황해북도 신평관광개발구, 강원도 현동공업개발구, 함경남도 흥남공업개발구, 함경남도 북청농업개발구, 함경북도 청진경제개발구, 함경북도 어랑농업개발구, 함경북도 온성섬관광개발구, 량강도 혜산경제개발구, 남포시 와우도수출가공구 등이다.

위의 경제개발구들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개성고도과학기술개발구와 강령군경제특구다. 개성고도과학기술개발구는 2013년 11월 11일부터 건설이 시작되었고, 아직 건설이 시작되지 않은 강령군경제특구에는 총 500억 달러(52조6,675억 원)의 개발자금이 투입되어 ‘국제록색모범기지’가 건설된다.

그런데 누구나 아는 것처럼, 군사분계선에서 약 1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개성은 북에서 서울로 향하는 개성-문산 공격축선에 있는 최전방 도시다. 2003년 6월 개성공단 조성사업이 시작되면서 개성 일대에 주둔하던 인민군 64사단, 6사단, 62포병려단이 송악산 북쪽과 개풍군으로 각각 이동하여 재배치되었지만, 개성 일대의 최전선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쌍방의 화력밀도가 가장 높은 매우 위험한 지역이다.

개성만 그처럼 군사적 긴장이 높은 지역이 아니라, 강령군도 인민군 4군단 33사단이 주둔하는 최전방 군사지역인데,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 당시 강령군 쌍교리 구월봉 일대의 개머리에 배치된 인민군 방사포와 그 앞바다에 있는 무도의 인민군 해안포가 연평도를 타격하였다. 또한 2013년 1월 16일 미국의 위성사진 분석가가 전하는 말에 따르면, 북은 강령군 식여리에 군사시설 4개소와 해안포진지 5개소를 신설하였고, 강령군 하부포에도 해안포진지 3개소를 신설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화력밀도가 가장 높고 남북이 수시로 실시하는 포사격훈련의 포성이 들리는 개성과 강령군에 고도과학기술개발구와 국제록색모범기지를 각각 건설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013년 3월 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경핵병진노선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북이 경제개발과 핵무력개발을 동시에 추진할 수 없을 것으로 섣불리 예단하지만, 경핵병진노선을 떠나서는 개성과 강령군을 첨단산업지구로 개발하려는 북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북은 미국의 핵무력을 억제할 강력한 핵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포성이 들리는 최전방에 고도과학기술개발구와 국제록색모범기지를 건설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하지만, 북에서는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이 인민군 핵무력의 안전담보로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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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도 절규한다 "안녕 못한, 이게 나라냐고?"

[게릴라칼럼] 2013 대한민국, 서민들의 '안녕'은 희망사항인 것인가

13.12.16 13:18l최종 업데이트 13.12.16 13:32l
안호덕(minju815)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지난 13일, 고려대 한 학생이 교내에 붙였다는 대자보 내용을 읽으며 내내 착잡했다. 요즘 질식할 것 같은 적막함을 느끼는 곳이 어디 대학 뿐일까? 또 애써 모든 것을 외면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분주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비단 대학생들 뿐일까. 동굴에 갇혀, 유일한 출구를 바라보며 서로 발목을 잡고 있는 나와 같은 기성세대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상과 금단(禁斷)이 이성을 대신하고, 불의와 침묵에 정의가 가로막힌 사회... 2013년 대한민국에서 "안녕"은 특권층의 향유일 뿐이다.

눈을 뜨고 귀를 열면 들려오는 안타까운 뉴스들. 생활고를 못 견디던 엄마는 아이들과 목숨을 끊고 아버지는 빚더미로 인해 다리 난간에 매달려 절규한다. 하지만 그런 뉴스를 접해도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할 뿐이다.

폐지가 가득 실린 유모차를 끌고 가는 노인들을 접하면서도 '나에게 다가올 미래는 다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부정을 동력으로 하루를 버티는 당신, 그리고 나. 사회적 무관심과 개인의 안일 추구가 '현명한 시민의 생활 규범'이 된 2013년 대한민국은 누군가에게 '안녕'을 묻는 것조차 삼가고 금기시하는 그런 시대가 돼버렸다.

비판의식이 살아 있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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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붙어있는 주현우(27,고려대) 학생의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학내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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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임은 누구의 몫도 아니다. 사분오열된 진보진영과 '비판'이란 단어와 멀어진 대학생들,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진 공안정치까지.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과일 뿐, 원인이 될 수 없다. 원인은 내 안에, 당신 안에,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 선택이 조금 더 현명했더라면, 소통의 도구로 비판의식이 살아있었더라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민주주의가 뒷걸음치는 참담함은 목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동윤이 공약을 한번 보래이. 집 가지고 있는 놈은 집값 올려준다고 하지, 땅 있는 놈 땅값 올리준다카제. 월급쟁이한테 봉급올리준다하제? 다 즈그들한테 이익이 있으니까 지지하는기다. 그런데 집값 올려준다고 해서 지지한다고 하면 지가 부끄러운기라. 그래서 개혁의 기수다 뭐다해서 지지하는기다. 국민들은 자기가 자길 속이고 있는 거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SBS 드라마 <추적자>에 나오는 재벌 서 회장(박근형 분)의 대사 중 일부다. 그는 막내딸 지원(고준희 분)이 대통령 후보가 된 사위 강동윤(김상중 분)에 대해 묻자 대통령 후보인 동윤이 국민을 속이는 게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자기를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그러나 이건 비단 드라마 속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의 탄생은 국민 스스로가 자기를 속이며, 허구적인 환상에 미래를 내맡긴 결과였다.

뉴타운 건설이 모든 이에게 공평한 주거권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뉴타운 건설로 파생되는 막대한 이익은 서민들의 희생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외면했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주가를 끌어올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연다고 할 때, 부패하고 정직하지 못한 대통령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유권자들이었다. 유권자 스스로 '정직'과 '민주주의를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라는 얄팍한 이기를 맞바꾼 것이다. 부패·부정한 후보가 국민을 기만한 것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자길 속인 것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주상복합 등 초고층 고급 건물을 짓는다는 목적으로 진행된 재개발사업에 저항하다 6명(철거민 5명, 경찰 1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 2009년 1월 발생한 용산참사였다. 4대강 건설은 토건족의 배는 불렸는지 모르지만 공기업의 수천 억 적자는 고스란히 국민의 빚으로 남았다. '물가안정'이라는 미명하에 대형마트와 SSM을 대폭 늘려 영세자영업자들을 거리로 내몬 것도, '기업 경쟁력 강화'란 논리로 비정규직을 대량 양산하고, 고환율 정책으로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대기업의 곳간을 채워준 것도 이명박 정권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부정선거 시비의 한가운데 있다.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선거의 공정성·결과에 대한 정당성을 의심받기 충분하다. 그러나 의혹을 가려야 할 수사를 방해하고 시비 자체를 범죄시하는 이해 못할 행태가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시시비비(是是非非). 사리를 공정하게 판단하여 가리는 행위를 여야의 케케묵은 정쟁이나 종북 세력의 모함쯤으로 몰아가려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 이들이 국민의 따가운 여론을 무서워한다면, 이럴 수 없다.

과거 반민주적이고 반역사적이었던 이명박 정권의 모습을 답습하는 행보가 박근혜 정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거 전 목놓아 부르짓던 '경제민주화 공약'은 이미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또 다시 대자본과의 밀월 관계가 피어오르고 있다. 또 방송의 정상화는 요원하건만, '수신료 정상화'라는 이름의 시청료 인상안은 어느새 강행되고 있다. 유신과 독재를 미화하고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려는 의도 등 역사를 되돌리려는 시도는 지금 이 시각에도 계속되고 있다. 아찔하고 현기증 나는 폭주의 연속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절규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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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보다 급한 일이 있어 안녕하지 못합니다' 철도민영화를 비롯한 현 시국을 비판한 고려대 학내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를 읽고 뜻을 모은 학생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시국촛불집회에 참석해 자신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적은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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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도 안녕하지 않다. 수천 명을 하루아침에 직위해제하는 코레일의 결단에 노동자의 '안녕'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수많은 공기업의 천문학적인 적자를 요금인상 등으로 해결하려는 정부가 있으니, 서민들의 안녕은 '중산층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대선 공약만큼 허무맹랑한 일이다.

날마다 벌어지고 있는 종북몰이에 온 국민이 사상의 노예가 된 작금의 현실에서 '안녕'이란 복종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정치에서 소외당하고 경제에서 빼앗기고 사상의 자기검열을 반복해야 하는 삶... 지금 대한민국에선 1%를 제외한 99%는 안녕하지 않다. 아니 미래의 안녕조차도 꿈꿀 수 없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 고려대 한 학생의 대자보는 질문이 아니라 절규였다. 그리고 그 절규는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민국을 살아가는 대부분 사람들이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나도 그 전부터 누군가에게 소리쳐보고 싶었다. 이젠 대학생들을 흉내내는 것이 돼버렸지만, 그래도 내 목소리를 내본다.

'당신이 꿈꾸는 희망은 무엇입니까. 1%를 향한 무한경쟁에 힘들지 않습니까. 나라가 부정으로 얼룩지고 떠밀려 죽어가는 사람들이 아침 뉴스 첫머리를 장식하는 세상... 하루에도 몇 천명이 직위해제를 당하고 통계조차 잡하지 않는 사람들이 백수로 살아가는 세상... 이런 불행에 당신은 항상 예외일 수 있을까요? 무관심과 자기 합리화가 당신의 아들과 딸에게 가르쳐야 할 삶의 한 방법일까요? 정치적 무관심과 이기심이 우리의 미래, 아이들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나도 대자보라도 붙이고 누군가에게 절규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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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하십니까?' 찢은 일베보다 황당한 '대자보 부착 알바'

'안녕들하십니까?' 찢은 일베보다 황당한 '대자보 부착 알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주현우씨가 12월 10일 교정에 붙인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 합리화 뒤로 물러난 대학생들을 향한 그의 목소리는 비록 오프라인의 손글씨 대자보였지만 온라인까지 이어졌고, 다시 오프라인의 모임으로까지도 확대됐습니다.

주현우씨의 '안녕들 하십니까?'대자보가 큰 반응을 보이자, 일베 유저는 대자보를 찢었다며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대자보가 찢어진 모습과 일베 유저를 인증하는 손동작을 촬영한 이 사진이 올라가자 많은 사람들이 대자보 훼손에 대한 우려와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 공개사과, 그러나 원본 글은 유지'

대자보 훼손이 문제가 되자, 대자보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는 인물이 15일 새벽에 고려대학교 재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 공개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공개사과문은 15일 오후 2시경 삭제됐습니다.

사과문은 삭제된 상황이고, 대자보 훼손 인증 일베 원본 글은 삭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으로 사과했는지, 본인이 진짜 사과문을 올렸는지는 확실히 모르는 상황입니다.
 

 

 


이런 행위를 제대로 알려면 먼저 대자보 훼손 원본 글을 이해해야 합니다. 보통사람은 일베에 올린 원본 글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릅니다. 일베 용어와 같은 말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좌좀 풀발기보소'라는 뜻은 대자보를 찢었는데 다시 붙인 행위가 흥분하거나 정색했다는 성적의미와 합쳐진 단어입니다. 또한, 2차로 찢은 사람이 본인이 아니라 여자친구였고, '여친산업화상타취'라고 적어놨습니다. 이 말은 좌파 성향을 보수화시켰고, 평균이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사과문에 나와 있듯이 자기 생각이 남과 다르다면 대자보를 붙이거나 학생회를 통해 자기 의견을 제시하면 됩니다. 그러나 남이 써놓은 글을 훼손하거나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행동을 과하게 표출하는 모습은, 토론보다는 행동으로 뭔가를 하겠다는 과거 사상 대립에 의한 폭력사태를 떠오르게 합니다.

이번 일베 유저의 대자본 훼손 사건을 보면, 마치 백색테러를 자행하고 애국지사라고 떠드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 대자보 부착 알바 모집?'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나오자, 많은 대학가에서도 유사한 글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했다고 보였던 대학생들의 글들이 많이 올라오자 자칭 보수 우익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자보 움직임을 막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보수성향 대학생 단체로 유명한 '자유대학생연합'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자보를 붙일 수 있는 분을 모집합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자유대학생연합은 대자보에 쓰일 글은 자유대학생연합이 작성해 주고, 필요한 비용도 자유대학생연합에서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유대학생연합의 공지가 알려지면서 일부에서 '알바 대필'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에 자유대학생연합은 "자유대학생연합의 글을 게시하는 것이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분명히 <자발적으로 대자보를 붙인다>고 말해놓고, 이제 와서 <자유대학생연합 글 게시>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결론은 자유대학생연합이 모집하는 글은 마치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있는 '대학교 교내 포스터 부착 알바'와 비슷한 '대자보 부착 알바'라는 점입니다.


' 대자보를 선동이라고 주장하는 보수 언론'

일베 유저의 대자본 훼손 글이나 자유대학생연합의 '대자보 부착 알바'의 사건의 시작은 시간상 보수성향의 조선닷컴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선닷컴은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14일 오후 2시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전제자체가 틀렸는데 선동만.."이런 글에 몰리는 대학생들>이라는 기사를 올렸습니다.

조선닷컴은 기사에서 마치 청와대 대변인처럼 정부가 주장하는 "민영화 가능성은 0.1%도 없다"는 말만 가지고 고려대학교 주현우씨의 대자보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닷컴은 네티즌 의견이라고 밝히면서 이상하게 대자보에 부정적인 의견만 모아서 올리기도 했습니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소식에 네티즌들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이사회=민영화’라는 전제 자체가 틀렸는데…” “민영화 반대를 내걸었지만, 실제론 임금 인상 요구하며 파업한 거 아니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틀린 전제로 선동” “안녕들하십니까 정도 수준의 대자보가 화제가 되는 걸 보니 요즘 대학생들 글 참 못쓰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선닷컴 기사)

기사를 작성하면서 기자의 뜻이 아닌 여론을 반영할 때는 찬성과 반대 견해를 모두 적어야 제대로 된 기사입니다. 그러나 조선닷컴은 그저 부정적인 의견만 모아 네티즌이라는 말로 얼버무렸습니다.

'정부의 말은 진리다'로 무장한 조선닷컴의 '선동'과 '보수성향 네티즌만의 의견'은 일베 유저가 대자보를 훼손해도 떳떳하게 만들었고, 보수성향의 대학생 단체가 '대자보 부착 알바'를 모집하는 정당성을 갖게 했습니다.
 

 

 


보수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막고 진보는 '안녕들 하십니까?' 특집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진보 언론에도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과연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떳떳하게 볼만큼 얼마나 언제부터 그들에게 관심이 있었습니까?

온라인도 아닌 손으로 쓴 대자보 하나가 며칠 동안 우리 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알려준 부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면 '안녕들 하십니까?'를 쓴 주현우씨나 그의 생각처럼 자기 생각을 말하는 시민들의 생각은 언론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한 장의 대자보보다 못한 언론의 모습 속에서 지금 우리는 대자보를 붙여야 할 만큼 절박한 세상에서 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안녕하지 못한 세상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언론이 있는 한, 앞으로 이 땅에 대자보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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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단체 수신료인상 반대…KBS 청원경찰들과 충돌

언론단체 수신료인상 반대…KBS 청원경찰들과 충돌
KBS, 취재기자들 저지하려다 기자들과 몸싸움…“수신료 기습인상은 되면서 기자회견은 안 되냐”
 

입력 : 2013-12-16 13:44:26 노출 : 2013.12.16 14:25:00

 

언론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언론‧시청자단체 여성네크워크(이하 여성네트워크)가 KBS이사회의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KBS 본관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려다 KBS 청원경찰들과 충돌했다.

여성네트워크 회원들은 16일 오전 11시 20분 KBS 본관 시청자광장에서 수신료 인상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5분도 채 안되어 몰려든 청원경찰들로 인해 기자회견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KBS 청원경찰들은 여성네트워크 회원들의 피켓과 현수막을 빼앗고 그들을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고, 여성네트워크 회원들이 이에 저항하면서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청원경찰들은 “여기서 기자회견하면 안 된다. 나가라”고 요구했고 여성네트워크 회원들은 “시청자광장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라며 맞섰다. 여성네트워크 회원 몇몇이 넘어지면서 팔과 허리에 부상을 입었다.
 

   
▲ 언론·시청자단체 여성네트워크가 16일 11시 20분 KBS 본관 시청자광장에서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소란 속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여성네트워크 회원들은 “KBS는 지난 10일 수신료를 60%나 올리는 ‘셀프인상안’을 여당 추천이사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의결했다.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르는 마당에 전기요금 고지서에 합산된 수신료를 기습적으로 올릴 수 있는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며 “‘도둑인상’은 무효다. KBS 길환영 사장은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공영방송 KBS를 떠나라”고 밝혔다.

KBS 청원경찰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카메라 기자들을 저지하면서 카메라 기자들과 청원경찰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청원경찰이 카메라 기자의 카메라를 낚아채려 했고, 카메라 기자는 이에 거칠게 항의하며 청원경찰의 명찰을 낚아챘다. 청원경찰들은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어라”라고 말했고, 카메라 기자들은 “취재 방해하지 마라” “KBS 기자들도 취재할 때 이렇게 방해받으면 좋겠냐”며 항의했다.



김기남 경향신문 사진부 기자는 “KBS 카메라 기자들이 어디 가서 취재를 하는데 누가 카메라를 낚아채려 했으면 그들도 거칠게 항의했을 것”이라며 “공영방송이라는 KBS에서 기자들이 취재하겠다는 데 이렇게 방해를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KBS 청원경찰들은 기자들과 여성네트워크 회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진압을 멈추었다. 한 KBS 관계자가 내려와 진압을 시도한 청원경찰들에게 “어서 이분들에게 사과 하라”고 지시했고, 청원경찰들이 여성네트워크 회원들에게 사과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추혜선 언론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기습인상을 비판 하러 온 시민단체를 폭력으로 진압하고 취재마저 방해했다. 이것이 바로 KBS의 현 주소”라며 “오늘 사건이 KBS의 윤리 수준을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운동본부 소장은 “수신료 기습 인상은 되면서 기자회견은 왜 안 되냐”며 “기습 인상과 오늘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 소란이 끝난 후 항의 발언을 하고 있는 언론·시청자단체 여성네트워크 회원들. 사진=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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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와 문턱 못 넘은 북미대화

<2013 송년특집> ① 북.미관계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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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6 07: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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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인 올해, 한반도 정세가 풀리지 못했고 남북관계도 중도반단됐습니다. 3, 4월 북한과 미국 간의 대결구도로 한반도 제2 전쟁 위기설이 돌았고, 그 유탄을 맞고 개성공단이 잠정폐쇄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남북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했으나 그 이상의 관계개선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북미관계와 6자회담은 중국 측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미국과의 견해차로 지리한 공방만 남긴 채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남측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으로 1년 내내 국론이 분열된 상태이고, 북측에선 12월 장성택 숙청 사건이 터졌습니다. 통일뉴스는 <2013년 송년특집>으로 ①북.미관계 ②한국외교 ③남북관계 ④북한내부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전쟁 위기까지 거론되던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6월 북한의 북미 고위급회담 제안 등으로 본격적인 대화 모색기로 접어들었지만 연내에 결실을 맺지 못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한반도 위기

북한은 지난해 12월 인공위성 광명성 3호 발사에 대해 유엔안보리 제재결의가 통과되자 이에 반발해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북부지하핵시험장에서 제3차 지하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은 3월 1일부터 키리졸브-독수리 군사연습을 시작하고 북한은 3월 5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 정전협정 백지화와 판문점대표부 폐쇄 등사실상 준전시 상태를 선포해 군사적 긴장이 조성됐다.

유엔안보리는 북한의 핵실험 당일 곧바로 긴급회의를 열어 대언론성명을 내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섰고, 3월 7일 중국까지 찬성한 가운데 북한의 추가 도발조치가 있을 경우 “추가적인 중대한 조치”를 취하기로 하는 트리거(trigger) 조항이 포함된 강력한 제재결의 2094호를 채택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3월 9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엔안보리 제재결의를 전면 배격한다고 밝히고 “우리의 핵보유국지위와 위성발사국지위가 어떻게 영구화되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맞섰다.

3월 11일부터 B-52 전략폭격기 등이 참여한 키리졸브 훈련이 본격화되고, 북한 최고사령부는 3월 25일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을 담은 성명을 내는 등 군사적 긴장이 높아갔고, 미군은 스텔스 전략폭격기 B-2를 처음으로 한반도 상공에 전개했다.

다행히 군사적 충돌 없이 키리졸브훈련은 끝났지만 5월초 서해 포사격 훈련과 5월 11일 미국의 초대형 핵항공모함 니미츠호의 부산 입항 등으로 군사적 긴장은 이어졌다.

한반도에서 정전 이래 가장 강도 높은 군사적 대치 국면이었다는 평가들이 쏟아졌고,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도 나왔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 북미 간 물밑접촉이 몇 차례 진행됐다는 전언도 있다.

4월 12일 방한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윤병세 외교장관과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6자회담이든 양자회담이든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고, 북한은 4월 18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을 통해 “조선(한)반도의 비핵화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 군대와 인민의 드팀없는 의지”라고 이례적으로 ‘조선(한)반도 비핵화’를 거론해 주목받았다.

물론 북한은 4월 20일 다시 <노동신문> 논설을 통해 “앞으로 우리와 미국사이에 군축을 위한 회담은 있어도 비핵화와 관련한 회담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에는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해 애당초 꿈도 꾸지 말라”고 선언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계속 내보냈다.

북미고위급회담 제안과 6자회담 모색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군사적 대치 국면은 4월 말부터 완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북미간 대화 분위기는 6월 16일 북한의 국방위원회 중대담화를 통한 북.미 당국 간 고위급회담 제안으로 본격화 됐다.

중대담화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 수령님과 우리 장군님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하여야 할 정책적과제”임을 재확인하고 “전제조건을 내세운 대화와 접촉에 대하여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다.

고위급회담 의제로는 △군사적 긴장상태의 완화 문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 △미국이 내놓은 ‘핵없는 세계건설’ 문제를 포함하여 쌍방이 원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제시했고, “회담장소와 시일은 미국이 편리한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북미 간 대화를 앞둔 샅바싸움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진전을 보지 못했고, 8월 30일 방북할 예정이었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이 북한의 초청 철회로 불발됨으로써 북미 간 대화의 문이 열리지 못했음이 확인됐다.

미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9월 19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을 만나 “6자회담을 어떻게 재개할지, 비핵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추진할지에 대해 미국과 새롭고 중요한 합의를 도출할 자신이 있다”고 밝히면서 공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으로 넘어가고 각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활발하게 접촉을 시작했다.

북한은 김계관 부상과 리용호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이 9월 17일 베이징에서 우다웨이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만난데 이어 18일 반관반민(1.5트랙) 9.19공동성명 발표 10주년 세미나에 참석했고, 리용호 수석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9월 24-26 베를린과 10월 1일 런던에서 열린 반관반민 회의에 참석했지만 미국 측은 현직 관리는 참여하지 않고 스티븐 보스워즈 전 6자회담 수석대표 등 전직 관리들이 참석했다.

북 측은 베이징 세미나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이행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으며, 베를린 회의에서는 ‘정치’는 미국 등과의 국교정상화, ‘군사’는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과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 그리고 ‘경제’는 경제제재 해제 등을 거론한 것으로 참석했던 미국 측 전직 관리들이 전했다.

이후 6자회담 수석대표들의 교차 방문과 면담이 집중적으로 진행됐으며, 특히 우다웨이 중국측 수석대표는 미국과 북한을 직접 방문하면서 조율을 시도했지만 끝내 6자회담 연내 재개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미국의 외면과 북.미의 고민

결국 북한은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강조했지만 미국과 한국 등은 북한의 선제조치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고 회담이 시작될 경우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평행선을 달렸다. 일각에서는 우라늄 프로그램 중단과 검증 문제가 관건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어쨌든 적극적인 대화 공세를 펴던 북한은 미국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점차 경고성 발표를 내놓기 시작했다. 10월 23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선반도비핵화는 결코 우리의 일방적인 선핵포기가 아니며 그것은 동시행동으로 조선반도에 대한 외부의 실제적인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기초하여 전 조선반도를 핵무기없는 지대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며 “외부의 핵위협이 가증되는 한 그에 대처할 핵억제력도 강화하지 않을수 없게 될 것이며 여기에서 우리는 그 어디에도 구속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북미 간 대화를 위한 모색 과정에서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일본을 방문 중이던 10월 3일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하고 이를 위해 진정한 협상에 나선다면 우리는(6자회담 당사국들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며, 북한과 불가침 협정(non-aggression agreement)을 체결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해 주목된다. 기존에 북한이 주장해온 평화협정 체결에 불가침협정이 더해진 셈이다.

또한 북한이 제기한 경제 분야에서의 제재해제 문제도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펴며 경제건설에 방점을 찍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북미 간 물밑접촉에서 경제분야 접촉이 따로 열렸다는 전언이 있으며, 에너지와 금융 부문 미국 대기업의 북한 진출도 협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 핵문제에 우선 순위를 두고 해결에 매달렸고, 새로이 G2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한.미.일 3각 동맹 구축에 주력했다. 미국이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표방하며 군사적, 경제적 대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는 과정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대화 파트너’ 북한 보다는 ‘공공의 적’ 북한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20여년 간 수많은 협상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에 올라선 북한과의 까다로운 협상에 선뜻 나설 미국 관리집단도 사실상 전무하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뒤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강화한데 기초해 경제발전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둬야 하는 상황에서 핵문제로 인해 국제제재의 문턱을 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으며, 대화 시도가 먹혀들지 않을 경우 또다른 무력시위에 나서야 할지를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미국은 6자회담 틀에 더 이상 구애받지 않은 북한이 핵무력 증강 속도를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척시키고 있어 마냥 바라볼 수만은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고, G2시대의 경쟁자이자 협력자인 중국 측의 강력한 대화재개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최근 시리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앞장선 러시아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은 확고하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원칙도 강해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핵 없는 세계’를 내세워 이미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한 오바마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뒤 이란 핵문제가 잠정적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과정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눈길이 닿는 순간 ‘핵 없는 세계’는 현실이 아님을 절감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아픈 대목일 것이다.

결국 남북 관계의 진전 여부와, 미.중 간의 조율, 북.미 간의 물밑 조율 등 다양한 통로들을 통해 북.미 관계가 올해 상반기처럼 다시 한 번 요동칠지 대화의 길로 접어들지 내년 상반기 중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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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민주노총, 정부 대안 없으면 대선 1주년에 대규모 상경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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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3/12/15 11:31
  • 수정일
    2013/12/15 11:3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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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철도노조·민주노총, 정부 대안 없으면 대선 1주년에 대규모 상경투쟁

2만여명 서울역광장서 집회...비상시국회의 촛불집회도 이어져

김백겸 기자
입력 2013-12-14 15:15:42l수정 2013-12-14 21:09:04
기자 SNShttp://www.facebook.com/newsvop

 

 

철도파업! 민영화 저지!

14일 서울역 광장에서 철도민영화 저지 철도노동자 총파업 1만대오 참여 철도 총파업 승리 철도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2신:오후 8시]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 삭발 투쟁
 
 
철도노조는 14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 광장에서 철도민영화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조합원들에게 투쟁명령 3호를 선포했다.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은 “철도공사와 정부는 노조와 대화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위험천만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며 “당장 불법적인 대체인력은 중단돼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중단 없는 파업투쟁을 전개하고 파업대오를 사수할 것 ▲17일은 모든 지역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필수유지 근무자는 휴일에 파업에 적극 결합하며 업무 시에는 안전 투쟁에 적극 임할 것 ▲19일 2차 대규모 상경투쟁을 모든 역량을 모아 준비할 것 등 투쟁명령 3호를 조합원들에게 지침으로 전달했다.

철도노조는 수도권 전철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하루 5~6건씩 사고가 터지고 있으며, 필수유지 의무가 없는 화물열차를 무리하게 운행해 탈선사고를 일으키고 있다고 공사를 비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국제운수노련(ITF) 철도분과 외스타인 아슬락센 의장은 “한국 정부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벌이는 직위해제 등 불법적 전술을 반대한다”며 “파업 노동자의 징계는 국제기준 상 불법행위이며 정당하지 않다. 동지들이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국제법을 어기고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동지들은 혼자 투쟁하는 것이 아니다. 전세계 모든 철도노동자들이 이 투쟁을 지켜보고 있다”고 격려했다.

 

민주노총, “오늘을 기점으로 저항이 아닌 공세로 세상을 바꾸겠다”

오후 4시께 같은 자리에서는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고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이어졌다.

앞서 모인 철도노조 조합원 1만여명에 민주노총 다른 연맹 소속 조합원들과 시민, 대학생 등이 더 늘어나 서울역 광장은 2만여명(경찰추산 1만여명)의 참가자들로 가득찼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공공운수노조·연맹 이상무 위원장과 함께 삭발식을 진행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신 위원장의 삭발이 진행되는 동안 ‘국민의 명령이다 철도파업 승리하자’, ‘민주노총 단결투쟁 노동기본권 쟁취하자’ 등의 구호를 연달아 외쳤다.

삭발을 마친 신 위원장은 “노동자는 연대·단결하고 투쟁해야 노동자다. 동지들의 모습이 투쟁 현장에 보이지 않는다면 누구도 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며 “이제 민주노총이 투쟁의 중심에 서서 세상을 바꾸자. 오늘을 기점으로 저항이 아닌 공세로 세상을 바꾸자”고 결의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회초리를 든 어머니의 찢어지는 마음으로 7848명의 직위해제했다는 철도공사 최연혜 사장님. 그 말을 뉴스에서 들은 노동자들의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했을 것 같은가”라며 “노심초사 뉴스에서 나오는 한마디에 진짜 부모님은 자식 걱정에 심장이 오그라들 것”이라고 맹공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통령 선거에 개입해서 부정을 저지른 국정원은 너그롭게 자체 개혁하라더니, 철도노조는 무슨 죄라고 8천명을 징계하고 2백명을 고소·고발하나”라고 질타했다.

또 “철도는 국민의 것이고 철도 노동자에게는 청춘을 바친 모든 것”이라며 “저들은 무대포 칼춤을 추지만 우리는 영혼이 담긴 투쟁을 해야 된다. 잘 버티자. 꼭 이기자”고 외쳤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등 법률가들이 철도노조 파업은 정당하며 탄압을 중단하라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수서발 KTX가 설립돼 연간 4,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피해는 노동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며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과 사회·경제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 파업은 지극히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무대에 다시 오른 김명환 위원장은 철도노조 조합원들에게 “조합원 동지들은 결의대회 직후 열리는 촛불집회에 한 사람의 열외 없이 자리를 사수해 달라”고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마친 후 같은 자리에서 국정원선거개입시국회의가 진행하는 국정원 규탄 시국촛불집회가 열렸다. 시국회의는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촛불집회를 철도노조 상경투쟁에 맞춰 다음주에는 19일 목요일에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날 노사 간의 실무교섭이 성과없이 결렬됨에 따라 철도노조 파업 장기화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을 전후해 노정 간의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신:오후 3시30분]철도노조 조합원 1만여명 서울역광장서 집회 시작

전국 철도노동자 1만여명이 서울역광장에 모여 철도 민영화 저지를 위한 집회를 시작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정부와 철도공사가 17일까지 만족할 만한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인 19일 대규모 2차 상경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철도노조는 14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광장에 1만여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철도 민영화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결의대회는 김명환 위원장과 각 지방본부장 및 지부장의 결의발언 뒤 곧바로 민주노총 결의대회로 이어질 예정이다. 민주노총 결의대회는 산하 연맹 노동자 1만 5천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결의대회 후 오후 5시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대선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시국촛불집회가 열린다.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은 파업 6일차를 맞은 이날 투쟁명령 3호를 발동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 압도적 지지 속에 진행되고 있는 철도 민영화 저지를 위한 철도 노동자 총파업 투쟁은 중단 없이 계속된다”며 파업 유지를 재확인했다.

이어 “정부와 철도공사는 17일까지 응답하라! 국회도 이제 책임있게 나서서 17일 국토교통위에서 대안을 마련해달라. 철도노조는 이에 17일 권역별 또는 지구별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만약 이때까지 국민과 철도 노동자가 만족할 만한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인 오는 19일 대규모 2차 상경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이후 전개될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와 철도공사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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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장성택, 박정희의 인혁당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12/15 10:25
  • 수정일
    2013/12/15 10:2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장성택 사태, 새누리-국정원은 물 만난 물고기
 
육근성 | 2013-12-14 17:04:4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장성택의 처형 소식이 전해지자 여권이 흥분했다.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 수사를 청와대가 방해했다는 정황이 불거지며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국면 전환의 칼자루를 쥐게 됐다.

장성택 사태, 새누리-국정원은 물 만난 물고기

새누리당은 장성택 처형을 통해 북한 정권이 극도의 잔혹성이 만천하에 드러냈다며 북한의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내부 정세의 불안정으로 안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이를 빌미로 국정원 개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북한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국정원 개혁에 매몰돼 대북정보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결코 안된다”며 “국내파트 대폭 축소나 대공수사권 폐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고 역설했다. 국정원 개혁을 무력화하려는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국정원을 비호하고 있는 서상기 국회정보위원장은 국정원 칭찬이 한창이다. 이번 사태를 미리 예견한 곳도, 처형 사실을 가장 빨리 확인한 곳도 국정원이라며 국정원 개혁 무용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국정원 개혁 무력화시키려는 수작

또 어물쩡 넘어가려는 수작이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국정원 개혁의 골자는 과도한 국정원의 권한을 축소해 치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데 있다. 대북정보 수집 등 본연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런데도 장성택 사태를 빌미삼아 안보 위기를 부각시켜 국정원 개혁을 무력화 시키려고 안달이다.

청와대는 실각 소식이 전해진 뒤 불과 4일만에 전격 처형됐다며 “박 대통령이 현재 북한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며칠 만에 이뤄진 장성택 처형이 북한 정권의 잔인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보수언론들은 온종일 관련 뉴스를 내보낸다.

잔혹한 북한정권...박정희의 유신정권은?

잔인한 정권은 우리에게도 있었다. 박정희의 유신정권이 그것이다. ‘인혁당 재원위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은 유신정권의 잔혹성과 포악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인혁당 사건’은 유신 반대 운동 확산을 막기 위해 당시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간첩극이다. 인혁당을 재건해 민청학련의 국가 전복 음모와 공산정권 수립 모의를 했다는 누명을 씌워 1000여명을 붙잡아 이들 중 180명을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1975년 4월 8일 대법원은 긴급조치 4호 위반으로 기소된 도예종 등 8명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사형선고가 있은 후 불과 18시간 만에 모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여정남(경북대 학생회장), 도예종(삼화토건 회장), 서도원(대구매일 기자), 송상진(양봉업), 하재완(건축업), 김용원(경기여고 교사), 이수병(학원 강사) 등 8명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것이다.

 

법원 재심, 처형당한 8명 '무죄' 하지만 박근혜는...

독재자의 광란이었다. 국제법학자협회는 8명의 사형 집행일을 “암흑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재판 도중 변론을 문제삼아 강신옥 변호사를 법정 구속했고, 인권변론을 천직으로 삼아 온 이병린 변호사의 발을 묶기 위해 간통죄를 조작하고 겁박하기도 했다.

<강신옥, 이병린 변호사>

2005년 12월 사법부는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받아들였고, 2007년 사형수 8명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637억원을 유가족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9년에는 민청학력 관련자들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들 8명이 너무 억울한 나머지 사형을 언도한 재판장을 향해 ‘영광입니다’라고 외치며 죽어가던 그때 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안주인이었다.

진정한 사과는커녕, 독재정권의 ‘퍼스트레이디’는 무고한 죽음을 욕되게 했다. 대선 후보 당시 과거사 문제가 불거지자 박근혜 후보는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며 “앞으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장성택은 4일만에, 인혁당 8명은 18시간 만에

1975년 사형 판결과 2007년 무죄 판결. 후자가 전자를 무효함으로써 8명에 대한 법원 판결은 단 한가지 ‘무죄’뿐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판결은 두 가지'라며 여전히 1975년 판결에 미련을 두고 있다. 유신의 상속자라서 그런가.

북한은 장성택을 며칠만에 처형했지만, 박정희는 무고한 시민 8명에 대해 불과 18시간만에 사형을 집행했다. 북한정권이 잔혹하다면 유신정권도 마찬가지다.

박정희를 찬양하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북한정권이 잔혹하다고 핏대를 세울 자격도 없다. 김정은의 잔혹함을 비난하려면 유신독재와 박정희의 잔혹성도 인정해야만 한다.

장성택 처형은 북한내 권력투쟁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인혁당 사건'은 권력 유지에 혈안이 돼 있던 독재정권이 무고한 시민을 제물로 삼은 사건이다. 어느 쪽이 더 잔혹한가.

'인혁당 사건'도 국가정보기관 대공수사권의 남용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대공수사권 폐지 등 국정원 전면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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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곧 망한다"…그들은 비밀을 알고 있었다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6> 해방과 분단, 첫 번째 마당

김덕련 기자,최하얀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2-15 오전 12:07:57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른바 진보 세력 안에서도 부박한 담론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역사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 절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를 이어간다. 서중석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은 한국 현대사 연구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 매달 서 이사장을 찾아가 한국 현대사에 관한 생각을 듣고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네 번째 이야기 주제는 해방과 분단이다. <편집자>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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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두 번째 마당] "북한, 전면전은 못할 것…한국전쟁 공포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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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그동안 한국전쟁, 친일파, 학살 문제를 살폈다. 이 사안들은 해방 공간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수많은 연구자가 해방 공간에 관심을 둔 것도 그만큼 이 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방 공간을 다각도로 조명했으면 한다. 먼저 한국인들은 해방을 어떻게 맞이했나.

서중석 : 우리가 현대사에 관심이 없다 보니까 막연히, 해방이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해방을 맞았는지를 잘 모른다. 해방을 어떻게 맞았는지를 여러 면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해방을 주체적으로 맞았다는 거다. 해방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게 아니다. 끊임없이 항일 투쟁을 해온 분들이 중심이 되어 주체적으로 맞았다.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처럼 주체적으로 해방을 맞은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점을 적당히 넘겨서는 안 된다.

여운형을 중심으로 한 건국준비위원회(건준)는 새로운 사회를 맞이하고 새 나라를 세우기 위한 활동을 해방된 바로 그날부터 구체적으로 했다. 해방된 그날부터 스스로 치안을 맡고 행정 등에 관한 여러 일을 직접 해나간 곳은 (전 세계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도 우리가 대단히 뜻깊게 해방을 맞이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


프레시안 : 1945년 당시 상황, 구체적으로 어떠했나.

서중석 : 그해 8월 15일 아침 8시경, 여운형은 조선총독부의 제2인자인 엔도 정무총감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엔도 정무총감은 천황이 항복을 선언할 것이라고 하면서 치안 문제를 부탁했다. 그때 여운형이 엔도로서는 기가 막힐, 깜짝 놀랄 만한 주장을 한다. 엔도는 단순히 치안 협조를 부탁했을 뿐인데, 여운형은 감옥에 갇혀 있는 정치범(사상범)과 경제범을 즉시 석방하라고 한다. 그리고 '치안은 우리가 맡을 것이니 방해하지 말라', '학생 훈련과 청년 조직화 같은 것에 간섭하지 말라'고 한다. 한마디로 우리 스스로 새 나라를 건설해나가겠다, 주체적으로 해방을 맞아 일을 해나가겠다는 것을 엔도 정무총감한테 분명하게 얘기한 거다.

당시 엔도 정무총감은 굉장히 당황한 것 같다. 물론 일제가 패망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조선총독부 고위 관리가 짐작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육군을 중심으로 마지막까지 옥쇄 작전을 펴면서 절대로 항복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던 터여서, 일제가 그렇게 쉽게 망할 거라곤 엔도도 짐작을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항복이 결정된 후 조선총독부는) 일제가 한국에 와서 그간 저지른 악행을 볼 때, '일제가 망했다. 항복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한국인이 일본인에게 엄청난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보고 여운형을 특별히 초치해 치안을 부탁한 것이다. 그런데 여운형은 '우리 스스로 새 나라를 세울 구체적인 작업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워낙 다급한 상황이었기에 엔도 정무총감은 그걸 수락했다.


프레시안 : 그 직후 건준과 치안대 조직은 급속히 확산됐다.

서중석 : 그렇다. 건준은 그날 바로 활동에 들어갔다. 8월 16일에는 여운형의 지시에 따라 장권을 중심으로 중앙(건국)치안대가 발족한다. 이 (중앙건국)치안대가 굉장히 발 빠르게 전국 각지에 치안대를 조직하는가 하면, 각지에선 각지대로, 남북 할 것 없이 스스로 치안대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이 '해방이다! 정말 우리나라가 생기는구나!' 이런 해방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치안대가 완장을 두르고 '이제 치안을 우리가 맡게 됐소! 모두 협력해 새 나라를 세우는 일을 같이 해나갑시다!' 이러면서 동네와 거리를 오가며 얘기하고 다니면서다. 그전까지 일본 순사라든가 일본 관리들한테 얼마나 우리가 심하게 공출당하고 압제를 당했나. 그야말로 순사가 오면 애도 울음을 딱 그친다는 공포 분위기 아니었나. 그런데 하루아침에 세상이 변하니 '이거야말로 해방이고 이제 우리가 역사의 주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감격을 맛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치안대와 건준은 전국적으로 조직된다. 건준 지부의 경우 8월 말까지 전국에 145개가 만들어진 걸로 나온다. 건준은 남한에만 있었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북한에도 있었다. 예컨대 북한에서 제일 중요한 지역인 평양이 있는 평남에도 조만식을 중심으로 건준 평남 지부가 만들어진다. 북한에서 공업이 가장 융성하고 제일 큰 화학 콤비나트가 있던 함남에서도 도용호를 중심으로 건준 함남 지부가 바로 발족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렇게 건준이 전국적으로 조직되고 각 지역에서 치안대가 조직돼 활동했다는 것, 이것 자체도 굉장히 뜻깊은 것이다.

 

▲ 1945년 해방에 환호하는 한국인들. ⓒ연합뉴스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해방? 우리는 해방을 주체적으로 맞았다

프레시안 : 이 무렵 해외 독립 운동 세력은 어떤 움직임을 보였나.

서중석 : 우리는 일제한테 강점당한 그날부터 독립 운동을 해왔다. 일본이 독일과 한편이 돼 연합국과 싸우게 됐다고 할 때부터 한국의 많은 독립 운동 세력은 일제가 머잖아 망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언제 망할 것인가, 이것까지는 생각하기가 어려운 거였다. (어쨌건 일제가 패망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독립 운동을 한 단계 높여 나라를 세우기 위한 건국 사업에 들어갔다. 해외에 있던 독립 운동 세력도 각지에서 해방을 맞을 준비를 다 하고 있었다.

중경(충칭)에 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41년 일본이 진주만 기습 작전을 펴자마자 바로 일제에 선전 포고를 했다. 그리고 일제의 패망에 대비해 조소앙을 중심으로 건국강령을 만들어 채택했다. 1945년 8.15를 전후해서는 해방을 맞을 준비를 더 구체적으로 하고 있었다.

연안(옌안)을 중심으로 한 조선독립동맹, 그 세력도 해방을 맞을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선의용군과 조선독립동맹 지부가 각지에 흩어져 있었는데, 연안으로 집결하면서 (해방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 만주 빨치산들도 하바롭스크 부근에 있는 흑룡강(헤이룽강) 옆에서 교도려라는 것을 편성해 활동하면서, 1945년 7월이 되면 해방을 맞기 위한 구체적 조직을 해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해외 각 지역의 독립 운동 세력이) 이렇게 모여 준비는 했지만, 8.15 해방이 됐을 때 고국에 바로 들어올 수가 없었다.

프레시안 : 그 이유는 무엇인가.

서중석 : 두 가지 때문이었다. 하나는 거리다. 중경이 얼마나 먼가. 지금도 비행기로만 3시간 넘게 걸리지 않나. 또 연안은 서안(시안)에서도 한참 더 들어가는 궁벽한 곳이다. 그래서 중국공산당 본부가 거기에 차려져 있었던 것이다. 거기서 한국까지 오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바롭스크 쪽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들어온다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과 소련은 해외 독립 운동 단체가 들어오면 한국 문제를 두 나라가 중심이 돼 풀어가는 데 문제가 생긴다고 본 것 같다.

프레시안 : 중국과 소련에 있던 세력뿐만 아니라 미국에 있던 이승만도 바로 귀국하지 못했다.

서중석 : 해방이 됐을 때 이승만은 귀국을 서둘렀다. 그런 데는 굉장히 발 빠른 사람이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에서는 이승만을 상당히 안 좋게 생각했다. 그래서 여권을 내주지 않았다. (이승만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그게 잘 안됐다. 그러다가 아마 남한에 주둔하던 하지 사령관의 건의에 따른 것이 아닌가 싶은데, 도쿄에 있던 맥아더 사령부에서 군용기를 보내 이승만의 귀국을 도왔다. 그렇게 해서 이승만은 10월 16일이 돼서야 국내에 들어온다. 해방 후 두 달이 지나서야 들어온 거다. (이승만은 10월 4일 미국 워싱턴에서 출발했다.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하와이까지는 민항기를 이용했고, 하와이에서 일본까지는 군용기에 탑승했다. 맥아더는 서울에 있던 하지를 불러들여 도쿄에서 이승만과 회동했다. <편집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그쪽은 (귀국이) 훨씬 더 늦었다. 11월 23일이 돼서야 제1진이 국내에 들어오고 제2진은 12월이 돼서야 들어온다. 그러면 김일성 쪽은 (한반도와 맞닿은) 소련하고 가까웠으니 빨리 들어왔을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반도를 공략하게 돼 있던 부대인 제25군의 작전 등의 문제 때문에 그렇게 되지를 않았다. 김일성이 귀국한 건 9월 19일이다. 예전에 여러 설이 있었는데 이날이 확실하다. 소련 자료에 그렇게 나온다. 그날 김책 등과 함께 원산에 상륙한 걸로 돼 있다. 그러니 김일성 쪽도 (해방 후) 한 달이 지나서야 들어온 것이다.

조선독립동맹 쪽도 늦게 귀국했다. 이 세력이 들어오는 것을 소련이 막았다. 중경 임정이 서울에 들어오는 걸 미국이 상당히 오랫동안 지체시킨 것과 똑같은 방식이었다. 김두봉을 비롯한 조선독립동맹의 주요 지도자들이 북한 땅에 들어오는 건 12월 초다.
 

▲ 서중석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신탁 통치? 한국은 그렇게 수준 낮은 나라가 아니다

프레시안 : 해외 독립 운동 세력의 귀국이 그렇게 늦춰진 만큼, 국내에 있던 이들의 역할이 더 막중했을 것 같다.

서중석 : 그렇다. 해외에서도 해방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고 얘기할 수는 있지만, 지리적으로 너무 멀었고 이들이 들어오는 걸 연합국이 지체시켰다. 해방을 맞을 만반의 준비가 국내에 갖춰져 있지 않았더라면 '신탁 통치 받아도 싸다', 우리가 이런 얘기를 들을 뻔했다.

미국이 한국에 신탁 통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근거 중 하나로 내세운 게 뭐냐 하면 '한국은 자치 경험이 없지 않느냐. 그러니까 정치적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간 동안 신탁 통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우리가 해방을 주체적으로 맞이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타율적으로 맞았다면 어떻게 됐겠나. (예컨대) 미군이 들어온 후에야 한국인이 치안 같은 걸 (담당)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됐다면 '한국은 신탁 통치를 받을 만큼 수준이 낮은 나라, 자치 능력이 없는 나라 아니냐', 이런 얘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해방을 맞을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것을 선두에서 이끌어간 중심인물이 여운형이다.

프레시안 : 여운형은 언제부터 그걸 준비했나.

서중석 : 여운형은 1930년대 말경부터 일제가 위태로운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쿄를 오가며 국제 정세에 관한 정보 등을 모으면서 준비하고 있었다. 1941년 12월 진주만 작전이 있자마자 바로 해방을 맞을 준비를 해나간다.

1942년 YMCA에 있던 장권(YMCA 체육부 간사이자 유도부 사범)에게 '네가 앞으로 치안대를 조직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치안을 맡아야 한다'며 준비 작업을 하게 했다. 그에 더해 식량 문제를 담당할 사람을 찾아내고, 건국동맹을 조직하고, 또 농민들을 중심으로 농민동맹을 조직하고, 그러면서 교사 조직, 철도원 조직, 노동자 조직 등 여러 조직을 만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프레시안 : 건국동맹을 통해 어떤 활동을 했나.

서중석 : 건국동맹은 전국에 지부를 조직했다. 해외에 있던 독립 운동 세력과도 연계를 시도했다. 제일 연락을 많이 한 데는 연안에 있던 조선독립동맹이었다. 그리고 임시정부하고 연락하려고 (건국동맹에서 파견한) 대표가 북경(베이징)까지 갔는데, 그때 일제가 패망한 걸 알았던 거다. (건국동맹 측은) 만주에 있던 독립 운동 세력들이 어디로 갔는지를 처음에는 몰랐다. 그래서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무장 세력도 조직했다. 또한 지하투쟁을 했던 공산주의 세력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들도 다른 곳과는 연결이 잘 안되고 대개 여운형과 연결되는 걸 볼 수 있다.

이렇게 건국동맹을 중추로 여러 다른 조직 및 해외 독립 운동 세력과 연계하고, 무장 세력을 조직하는 작업을 하면서 8월 11일쯤이 되면 이만규에게 독립 선언서를 제작하게 했다. 일제가 곧 망한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던 것이다. 당시 단파 방송을 듣고 있었던 여운형을 비롯한 몇 사람은 (일본에 항복을 요구한) 포츠담 선언을 8월 10일 일제가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작업을 구체적으로 진행하면서 (지주·부르주아 세력을 대표하는) 송진우하고도 연락을 하려고 사람을 보내는 것도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8월 14일 저녁, 조선총독부에서 파견한 사람이 여운형한테 와서 '내일 아침 일찍 엔도 정무총감이 만나자고 한다'고 한 거다. 그러니 여운형은 뭣 때문에 만나자고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치안 협조만 부탁하려 한 엔도 정무총감에게 여운형이 '아니다. 정치범 등을 석방하고, 치안은 우리 스스로 맡을 것이니 방해하지 말라'는 식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걸 통해 우리는 주체적으로 해방을 맞을 수 있었다.
 

역사학자 서중석의 진단
▲ "박근혜는 유신의 허깨비가 결코 아니었다"
▲ "박정희 신드롬, 박근혜가 지울 수도 있다"
▲ "<조선> 말대로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빨갱이"


여운형과 건국동맹·건준의 활약, 그리고 꿈같이 맞은 해방

프레시안 : 다수의 일반 한국인들은 해방 소식을 어떻게 접했나.

서중석 : (대다수의) 일반 한국인들은 공출, 강제 동원, 징병 같은 걸로 무척 고초를 겪으면서도 '일제가 바로 망할 거다', 이런 생각까지는 못 했다. 일제가 망한다는 소문도 없지 않았지만, (일제가) 계속 승리하고 있다고 항상 선전(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일부 층에선 8월 15일 낮 12시에 중대 선언이 있다는 걸 알았다. 한국인 중에도 일제 관공리나 경찰이 여럿 있지 않았나. '천황이 중대 발표를 한다더라'는 소문을 들은 소수가 8월 15일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당시 전국적으로 조선인이 가지고 있었던 라디오 숫자가 적었다. 10만 대가 안 넘은 걸로 돼 있다. 거기다 대고 히로히토 천황이 상당히 떨리는 음성으로 소위 '종전 조칙'을 읽었다고 한다. 항복하면서 (전쟁을 끝낸다는 뜻의) '종전 조칙'이라고 한 것도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어쨌건 그걸 떨리는 목소리로 읽었는데, 그때 또 라디오 감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전기 사정이 워낙 나쁘지 않았나. 그래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몰랐다고 한다. 천황이 아주 비통한 소리로 이야기하니까 무지무지하게 큰일이 일어난 모양이다, 이런 정도는 알겠는데 설마하니 완전히 망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경성부(오늘날 서울시) 관리를 한 사람의 증언을 들어보면, 갑자기 낮 12시에 떨리는 목소리가 나오는, 잘 들리지도 않는 그 방송을 듣던 일본인 관리들이 일제히 엎드리면서 통곡했다고 한다. '야, 이건 굉장히 중요한 것 아니냐. 망한 것 아냐?' 이런 생각을 했는데 귓속말로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항복했다고. 그렇게 알았다고 한다.

프레시안 : 일제 패망 소식이 다수의 한국인들에게 알려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는 말로 들린다.

서중석 : 일본이 패망했다는 것을 한국인들이 많이 알게 된 건 8월 16일이다. 이날 오후 건준 부위원장 안재홍이 세 차례에 걸쳐서 방송을 하면서다. 안재홍은 우리가 정부를 접수한 것처럼 하면서, 치안도 우리가 맡고 국군도 신설할 것이라는 점 등을 이야기했다. 그야말로 나라를 세우는 얘기를 쭉 했다. (사람들이) 일제가 패망했다는 걸 그 방송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게 된 거다.

그 말이 얼마나 빨리 퍼져 나갔겠나. 정말 꿈같이 맞은 해방 아닌가. 아주 뛸 듯이 기뻐하며, 꽹과리를 치면서 각지에서 풍악을 울리고 현수막 같은 걸 갖고 나오는 사진들이 대개 8월 16일, 17일 그때 찍힌 거다. 그렇게 감격스럽게 해방을 맞이했다.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열일곱 번째 편도 조만간 발행됩니다.

 
 
 

 

/김덕련 기자,최하얀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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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팬 13만 명 넘었다

14일 오후 밀양 주민들과 함께 서울역 광장으로 행진

13.12.14 12:18l최종 업데이트 13.12.15 09:13l
김동환(hean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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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아니요 안녕하지 않습니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학내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로 주목받게된 고려대 주현우씨와 이에 동참하는 참가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서 모여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서울역나들이' 행진을 앞두고 집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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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5일 오전 9시 10분]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 한 대학생이 교내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가 대학가를 넘어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개설된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는 개설 3일만인 14일 팬이 13만 명을 넘어섰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7일 먼저 시작된 '철도 민영화 중단을 위한 10만 서명운동에 참여한 시민 수가 아직 5만 명 선인데 비하면 비약적인 속도다.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 안녕하지 않다" 반응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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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지.
ⓒ 안녕들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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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은 지난 10일 오전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인 주현우(27)씨가 같은 제목의 대자보를 작성해 학교 게시판에 붙이면서 시작됐다. 주씨는 대자보에서 수천 명의 철도노동자들이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파업을 하다가 직위해제된 일과 송전탑을 막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밀양 주민을 거론하며 "(이런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는 물음을 던졌다.

그는 20대가 정치·사회에 무관심한 것이 IMF 등 시대 흐름에 의한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면서도 이제는 "(무관심하게) 그럴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저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 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 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묻고 싶다"면서 "모두들 안녕하십니까"라고 재차 물었다.

같은 날 오후, 몇몇 누리꾼들이 이 대자보를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자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응답했다. 이 내용이 담긴 게시물은 올라간 지 4시간 만에 250회 이상의 '좋아요'를, 500회 이상의 '공유'를 받았다.

이후 사진이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고려대 게시판에는 수십명의 학생들이 "안녕하지 않다, 사회에 관심을 갖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답변성 대자보들이 올라왔다. 고려대 이외에도 서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연세대, 가톨릭대, 광운대, 중앙대, 상명대, 인천대, 용인대 등에서도 대자보가 부착됐다.

응답은 시민사회 전반으로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페이스북에 개설된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는 생긴지 3일 만인 15일 오전까지 13만여 명의 시민에게 '좋아요'를 받았다. 김명환 철도노조위원장도 13일 밤 고려대를 찾아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 조금만이라도 경종을 울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철도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다, 학생여러분 고맙다"는 손글씨로 쓴 대자보를 붙였다.

'안녕하지 못한' 시민들은 14일 오후 '서울역 나들이'를 나섰다. 이들은 3시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서 모여 '왜 여기에 왔는지 고백하는 성토대회'를 연 후 4시 20분에는 밀양 송전탑 운동 중 자결한 고 유한숙씨의 추모문화제에 참가한다.

이후 밀양 주민들과 함께 5시부터 서울역에서 열리는 '관건부정선거규탄, 철도민영화 저지 촛불대회'로 이동한다.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실시된 나들이 참가 설문조사에는 600여 명의 시민들이 이 행사에 참석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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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용 '안녕들하십니까' 이미지들.
ⓒ 진희맘 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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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플필사진도 '안녕들하십니까'로 바뀐다

한편 카톡 등에서도 다양한 '안녕들 하십니까' 이미지들을 프로필 사진으로 쓰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육아 커뮤니티인 '진희맘홀릭' 등에는 다양한 서체들의 '안녕들하십니까' 이미지들이 올라왔다.

'진희맘 홀릭'의 회원인 '라미온이'는 "내가 무관심해서 누군가 힘들어졌다면 결국 나에게도 파도처럼 앞선 이들의 모든 고통과 외로움이 밀려올 것이다"라며 동참과 연대를 호소했다.

아들 둘을 둔 엄마라는 '마이율민'은 "현실로 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금방 잊어버리는 것이 우리 애 엄마들의 현실"이라며 "(하지만) 제 카톡에 있는 친구들이 모두 모두의 안녕을 걱정하는 플필(프로필 사진)이 되길 바란다"라고 적었다.

'달호수'도 "정의니 국정니 모르지만 내 딸이 자랄 대한민국이 더 이상 소수의 이익을 위해 망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은 안다"라며 "마음 같아선 촛불들고 서울역 가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음을 통탄하며 작은 소리라도 동참해본다"라고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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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역모사건에 배후는 없었을까?

장성택 역모사건에 배후는 없었을까?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3/12/15 [01:53] 최종편집: ⓒ 자주민보
 
 
 
▲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3년 12월 12일에 열린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역모사건의 주범 장성택에게 사형을 언도하였고, 즉시 사형을 집행하였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편승공작

2013년 12월 8일에 발표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와 12월 13일에 발표된 ‘천하의 만고역적 장성택에 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진행’에 관한 보도내용을 비교하면, 놀라운 사실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래의 정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장성택 역모사건 재판을 최고재판소가 아니라 국가안전보위부가 담당하였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북의 국가안전보위부는 보안기관이지 사법기관이 아니다.

북의 현행 헌법에 따르면, 중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 대해서는 최고검찰소가 기소하고 최고재판소가 판결하게 되어 있다. 물론 북의 현행 헌법에는 특별검찰소가 기소하고 특별재판소가 판결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장성택 역모사건에 대한 사법절차는 북측 외부에서 예상했던 것과 달리 국가안전보위부가 담당하였다.
북의 보도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위부가 특별군사재판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장성택 역모사건에 대한 사법처리는 북의 건국 이래 전례가 없는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전개된 것이다.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주목하는 것은, 2013년 12월 8일에 발표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장성택의 또 다른 범죄가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 관한 12월 12일 보도에서 언급되었다는 사실이다.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 관한 보도에서 언급된 장성택의 또 다른 범죄는 정권찬탈과 제도전복을 노린 역모죄다. 판결문에 따르면, “장성택은 우리 당과 국가의 지도부와 사회주의제도를 전복할 목적 밑에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를 감행하고 조국을 반역한 천하의 만고역적”이라는 것이다.

정권찬탈과 제도전복을 노린 장성택의 역모죄가 12월 8일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미처 드러나지 않았지만, 12월 12일에 진행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처음으로 드러났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의 여러 범죄들 가운데 가장 엄중한 역모죄부터 집중적으로 폭로, 규탄되었을 텐데, 왜 그 때는 언론에 역모죄를 공개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 관한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하였을까?

북측 언론에 보도된 특별군사재판 판결문에는 이런 구절이 들어 있다. “장성택은 비렬한 방법으로 권력을 탈취한 후 외부세계에 <개혁가>로 인식된 제놈의 추악한 몰골을 리용하여 짧은 기간에 <신정권>이 외국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어리석게 망상하였다.” 이 인용구에 나오는, 장성택이 정권을 찬탈하는 경우 자기의 ‘개혁정권’을 승인해줄 것으로 예상한 외국은 어느 나라인가? 판결문 문맥의 흐름을 보면, 장성택이 정권을 찬탈하는 경우 자기의 ‘개혁정권’을 승인해줄 것으로 예상한 외국은 미국이다.

장성택이 평소에 대외관계에서 드러내 보인 친중성향을 지적하면서, 그가 자기의 ‘개혁정권’을 인정해줄 것으로 예상한 나라가 중국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판단은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위의 인용구가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문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사실은 장성택이 미국과 괴뢰역적패당의 <전략적 인내>정책과 <기다리는 전략>에 편승하여 우리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키고 당과 국가의 최고권력을 장악하려고 오래 전부터 가장 교활하고 음흉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면서 악랄하게 책동하여온 천하에 둘도 없는 만고역적, 매국노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위의 인용구에 나오는 ‘전략적 인내 정책’은 오바마 정부 1기와 2기의 대북정책이고 ‘기다리는 전략’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다. 미국이 말하는 ‘전략적 인내’라는 것은 북이 망할 때까지 인내한다는 뜻이 아니라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켜 정권교체를 획책한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기다리는 전략’도 북이 망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린다는 뜻이 아니라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켜 정권교체를 획책한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기다리는 전략’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추종하여 만들어낸 것이므로,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켜 정권교체를 획책하는 대북정책의 주동자는 명백하게도 미국이다.

위의 인용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특별군사재판소 판결문은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키려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장성택이 ‘편승’하였다고 지적하였는데, 타자의 행동을 이용하여 자기 이익을 챙긴다는 뜻을 지닌 편승이라는 말은 원래 비밀공작에 쓰이는 개념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붙들고 있는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키는 대북정권교체공작으로 수행되는 것이다.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켜 정권을 교체하는 비밀공작을 전담하는 부서는 두 말할 나위 없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다. 사회주의국가 또는 반미국가에 침투하여 정권을 와해붕괴시키고 ‘개혁정권’으로 교체하려는 정권교체공작은 미국 중앙정보국의 ‘전문분야’다.
이를테면, 이라크와 리비아에서 정권교체공작에 성공한 미국 중앙정보국은 곧 이어 시리아에서 정권교체공작을 감행하여 시리아를 피비린내 나는 내전상태에 몰아넣었고, 지금은 북과 이란에 대한 정권교체공작을 감행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장성택은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키려는 미국 중앙정보국의 대북정권교체공작에 편승하면서 정권찬탈과 제도전복을 노리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북에서 장성택을 ‘만고역적’으로 저주하며 이례적으로 판결 직후에 곧 사형을 집행한 까닭은, 그가 미국 중앙정보국의 대북정권교체공작에 편승한, 그야말로 ‘대역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문제는, 장성택이 미국 중앙정보국의 대북정권교체공작에 편승하였다는 사실을 미국 중앙정보국이 과연 모르고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비밀공작세계에서 흔히 거론되는 편승공작에는 어떤 편승자가 타자의 공작에 타자 모르게 슬쩍 편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공작담당자가 어떤 대상자와 접촉하여 그를 편승자로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참으로 충격적인 것은, 장성택이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키려는 미국 중앙정보국이 자기의 대북정권교체공작에 야심가이며 음모가이며 타락자인 장성택을 끌어들여 편승시키려고 책동한 것이다.


장성택 역모사건으로 더욱 격화된 북미적대관계

미국 중앙정보국은 자기의 대북정권교체공작에 장성택 일당을 얼마나 깊숙이 끌어들인 것일까? 특별군사재판 판결문은 이 물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 비밀요원이 제3국에서 장성택의 심복과 비밀리에 접촉하던 초기단계에 국가안전보위부에게 적발된 것으로 생각된다.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에게 검거되자 남측 언론에 장성택의 심복이 중국에서 망명을 대기하고 있다는 식의 미확인 보도기사가 나온 것은 바로 그런 정황을 강하게 암시한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대북정권교체공작에서 노리는 목표는, 누구나 아는 것처럼 북의 핵무기를 탈취하는 ‘북한의 비핵화’다. 미국은 장성택과 그 일당을 배후에서 지원, 조종하여 정권을 찬탈하게 만든 뒤에 ‘장성택 개혁정권’을 인정해주고 북의 핵무기를 무혈탈취한다는 식의 경악스러운 시나리오를 구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장성택과 그 일당을 이용하여 북의 정권교체와 핵무장 해제를 노린 것이다. 북의 정권교체와 핵무장 해제가 결국 제도전복으로 귀결되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다.

2013년 12월 13일 남측 언론매체에 모습을 드러낸 어떤 탈북자가 털어놓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장성택 일당을 이용하여 북의 정권교체와 핵무장 해제를 노린 비밀공작이 실제로 추진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장성택이 실권을 잡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남북관계를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장성택의 심복과) 연계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그 보도에 따르면, 이 탈북자는 “최근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비밀리에 중국과 동남아국가를 방문해 북한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해외에 나가 북측 인사와 접촉하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대북정권교체공작의 전형적인 양태다. 이 탈북자가 가담한 대북비밀공작이 미국 중앙정보국에 의해 추진된 것인지 아니면 국정원에 의해 추진된 것인지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장성택 일당과 접촉한 대북정권교체공작이 최근에 추진되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북이 이번에 장성택과 그 일당을 조기에 적발하여 엄중처벌한 것은, 장성택과 그 일당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북측 국가안전보위부와 미국 중앙정보국의 첨예한 비밀공작대결이 결국 국가안전보위부의 완승과 미국 중앙정보국의 완패로 끝났음을 말해준다.
장성택 사형집행소식이 긴급보도로 미국 워싱턴에 전해진 때로부터 약 1시간 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대변인 패트릭 벤트렐(Patrick Ventrell)과 국무부 부대변인 마리 하프(Marie Harf)는 각각 발표한 긴급논평에서 “극단적인 잔인성(extreme brutality)”이라는 격한 용어를 써가며 장성택 사형집행을 맹비난하였다.
미국의 관영방송인 <자유아시아방송> 2013년 12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장성택 처형소식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되었으며, “극단적인 잔인성”이라는 용어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직접 선택한 용어라고 한다.

2013년 12월 8일 장성택 검거소식이 보도되었을 때는 “별로 논평할 게 없다”고 하면서 잠자코 있었던 미국은 장성택 처형소식을 듣고 왜 갑자기 흥분하여 그처럼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일까?
미국 중앙정보국이 추진하던 대북정권교체공작이 북측 국가안전보위부의 장성택 일당 일망타진으로 조기에 파탄되자 미국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장성택 역모사건은 그러지 않아도 물리적 충돌위험이 고조된 북미관계의 적대상황을 더욱 격화시키고 말았다.
장성택과 그 일당을 대북정권교체공작에 편승시키려고 책동한 미국에게 격노한 북의 적대감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미국의 대북정권교체공작에 격노한 북이 물리적으로 보복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현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고 전한 청와대 관계자의 우려 섞인 발언은 그런 맥락에서 읽힌다. 청와대가 두려워하고 있다면, 백악관 분위기는 지금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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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는 두 가지 방법, 나의 선택은?

행복을 찾는 두 가지 방법, 나의 선택은?

 
박기호 신부 2013. 12. 13
조회수 853추천수 0
 

출가, 봉헌의 삶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이들이 내 가족이다(마태 12,46~50).”

 

“누가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 입니까? 바로 여기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들이 곧 내 어머니요 형제요 자매입니다.”

 

행복을 찾는 두 가지 삶의 양식이 있으니 ‘현실에 충실하는 삶’과 ‘이상을 추구하는 삶’입니다. ‘현실에 충실한 삶’은 자신에게 주어진 태생 환경에 순응하고 나아가 실존적으로 대응하는 삶입니다. 생활의 윤택을 위해 노력하고 가족에 대해 책임을 지며 기회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얻어가는 일반적 삶을 말합니다. 기회를 얻기 위한 도전과 경쟁, 결혼, 가족, 혈연, 지연이 중시되고, 권력 명예 소유의 긍정적 가치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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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그런 것이 주는 한계 너머의 것을 찾는 삶입니다. 근원적으로 참되고 진실히 선하고 아름다운 영혼, 즉 眞.善.美의 정신세계를 추구합니다. 인연적 충실을 넘어 세계에 대한 헌신을 영적이고 영원한 천상적 가치로 삼습니다. 그러므로 현실과 조화가 쉽지 않기에 이상향을 찾아 출가하고 유유상종의 도반으로 공동체를 이루어 살게 됩니다. 그런 삶의 추구는 古代로 거슬러 갈수록 일반적이었고 존중받았습니다.

 

모든 존재는 시초부터 그가 태어난 집이 있습니다. 영혼이 사는 天宮, 점지받아 잉태되는 자궁, 포대기에 담긴 어머니의 품과 젖, 양육시키는 가정, 모두가 집(家) 입니다. ‘집-家’의 한자는 ‘돼지-亥(豚)’가 지붕 아래 있는 모습입니다. 동물이 비를 피해서 잠을 자는 곳입니다. 그렇게 주어진 환경을 원안으로 해서 새 집을 짓기도 하고 생활수준을 얻어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그런 삶의 한계를 미리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삶에 대해 의문을 갖고 질문하는 사람들입니다. 뜻밖의 죽음을 통해서, 좌절과 혹은 성공하고도 겪는 무상함을 통해서, 시스템의 폭력을 통해서, 이별과 실연, 배신의 아픔을 통해서...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이며 삶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풀잎 끝에 맺힌 이슬방울 같은 것인가? 눈에 보이는 존재 사물인들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인가?

 

죽음 이후의 세계는 없는 것인가? 슬픔도 눈물도 배신도 이별도 다툼도 없는 세계는 없는 것인가? 내 자녀들도 내가 걸어온 궤적을 똑같이 밟고 똑같은 혼돈에 빠지게 될 것인가? 대의심(大疑心) 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해답을 찾아 떠났습니다. 고대 이래 온 인류가 추구해왔던 또 다른 길을 찾게 됩니다. 출가!

 

집을 떠난다는 것은 유한한 인생을 넘어서 영원한 것을 구하고자 인연의 지붕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누가 내 어머니이고 형제이고 자매입니까? 어디가 내 집이고 내 땅이고 내 고향입니까?”

이상을 찾아 집을 벗어난 사람은, 같은 의문을 가지고 떠난 출가자들을 만나 도반(道伴)을 이룹니다. 서로를 벗으로 형제로 부모로 삼고 스승으로 삼고 무리를 이루어 새로운 집에 살게 됩니다. 그것이 수도회이고 승가이고 공동체 입니다.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들이 바로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입니다.”

 

힌두교나 불교에서 출가라는 개념을 그리스도교에서는 ‘봉헌’이라 합니다. 출가의 삶이 봉헌의 삶이지요.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구원관 차이인데, 불교의 자력 구원, 그리스도교의 타력구원의 원리에 따른 표현입니다. 그리스도교 구원관은 스스로의 구원되는 것이 아니고 은총에 결합되어 구원되며 세계를 위한 헌신으로 구원의 완성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 분들을 교회는 聖人이라 부릅니다. 하느님의 뜻에로의 이끌림과 추구를 ‘부르심(聖召)’ 이라 합니다.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 봉헌이고 출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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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로 산다는 것은 출가이며 봉헌의 삶입니다. 주어진 태생적 길 위에서 좀 더 나은 생활이나 대안의 삶을 찾아 이주(移住) 이민(移民)하는 것이 아니라 ‘출가’ 하고 ‘봉헌’ 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좋은 삶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필요한 삶을 위해 나의 몸을 내어놓는 것이 봉헌의 삶 입니다. 예수님의 출가가 바로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제헌이었고 마침내 십자가에 바쳐지기 까지 순명하는 봉헌의 삶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산위의 마을 공동체로 살아간다는 것의 이유가 곧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숭고한 삶을 추구함에 있습니다. 우리 가족들 모두는 서로에게 어머니이고 형제고 자매입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

 

겨울마다 발뒤꿈치가 벌어지니 아픈데, 손톱이나 발꿈치 벌어질 때는 하얀 반창고가 최고여! (2013.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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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의 '나쁜 짓'은 왜 청산하지 못하나??

박근혜가 이명박을 극진히 모시는 이유는?

[주장] 이명박 정권의 '나쁜 짓'은 왜 청산하지 못하나

13.12.13 19:08l최종 업데이트 13.12.13 19:08l
강기석(kskang)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누지 못한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아버지가 두 눈 멀쩡히 뜨고 있는데 자식이 군침을 흘리다간 내쫓기거나 심지어는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당나라와 조선의 두 '태종'들은 아비가 순리대로 권력을 내놓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예 형제들을 죽이고 아비를 유폐 시키거나 멀리 쫓아 버렸다.

김정은이 장성택을 살해한 것도 마찬가지다. '장성택'으로 상징되는 아비 김정일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일은 아들 걱정에 장성택을 키워 아들을 지켜주고자 했지만, 이제 아들은 그런 배려를 부담스러움이 아닌 위협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왕조국가나 독재국가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선거로 정권을 바꾸는 민주국가에서도 그런 흔적은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권력의 변하지 않는 속성... '절대 나누지 않는다'

노태우의 6공 권력은 100% 전두환이 만들어 준 것이다. 노태우를 후계자로 지목한 전두환은 안기부와 기무사 등을 독려해 부정선거를 총기획했으며, 재벌들로부터 쓸어 모은 돈 중 1500억 원을 노태우에게 선거자금으로 은밀히 건네줬다. 심지어는 노태우가 자신의 친인척들의 비리를 담은 소책자를 발간하고 5공과의 단절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겠다는 비상계획까지 허락해 줬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단 태우를 대통령만 만들어 놓자, 상왕(上王)은 내가 아닌가.' 이를테면 이런 속셈이 전두환에게 있었을 것이다.

'권력의 화신' 전두환도 이 지점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권력에 너무 취한 나머지 권력의 속성을 깜빡한 것이다. 노태우는 권좌에 오르자마자 전두환이 만들어 놓은 '상왕 기구' 국가원로자문회의를 유명무실하게 축소해 버렸고, 4월 총선 민정당 공천에서 5공 실세들을 대거 탈락 시켜 버렸다.

이뿐이 아니었다. 3월 말 전격적으로 군 인사를 단행해, 임명된 지 3개월 밖에 안된 군 수뇌부를 자신의 '9·9 인맥'으로 싹쓸이했다. 그 달 말에는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을 구속 시키기까지 했다. 견디다 못한 전두환은 4월 13일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직과 민정당 명예총재직 등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해야만 했다. 그해 말 전두환은 기어이 백담사로 갔다.

노태우의 철저한 전두환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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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당시 연단에 나란히 앉아 있던 전직 대통령들. 왼쪽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 최규하 전 대통령.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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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대통령을 죽음으로까지 몰아간 이명박의 경우는 두말할 나위도 없는 '패륜'이지만, 새로 들어 선 정권이 직전 정권을 비판하고 청산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성격이 전혀 다른 정권교체 때는 물론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권, 김대중-노무현 정권 등 성격이 같은 정권으로 교체될 때도 일정한 청산작업이 반드시 따라오게 마련이다. 전두환·노태우를 싸잡아 구속시킨 김영삼 정권, 어떤 방식으로든 대북송금 문제를 정리해야 했던 노무현 정권이 그 예다.

구 정권을 단죄하는 것만큼 새 정권에 대한 호감도와 지지율을 높이는 이벤트는 없다. 어떤 정권이든 일정 기간 권력을 휘두르다 보면 정책적 실패나 부정부패가 있기 마련이다. 비록 나중에 같은 길을 답습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 우리 정권은 다르다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그것은 구 정권에 대한 단죄의 형태일 때 가장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힘을 과시하는 효과, 노태우나 김정은의 경우처럼 죽은 권력이 '감 놔라, 배 놔라' 식으로 간섭하는 것을 선제 차단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박근혜 정권이다. 이명박에 대해 꼼짝을 못하고 있다. 대개 구 정권 청산 작업은 집권 초반기에 이뤄진다. 새 정권의 힘이 가장 셀 때이면서도 아직은 권력기반이 약한 모순적인 상황에서 새 정부가 필요한 강력한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임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박근혜 정권은 묵언수행 중이다. '물태우'라 불리던 노태우의 단호함 같은 건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 이명박 세력이 박근혜 정권에 위협이 된다거나 간섭할 주제가 못 된다는 것은 명백하다. 정책 방향도 새 정권이 전 정권과 다르다고 딱히 내세울 것이 없다. 정체불명의 '창조경제'라는 구호만 요란할 뿐 부자감세도 그대로고, 재벌정책도 그대로고, 부동산정책도 그대로고, 핵발전소는 오히려 더 짓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복지정책과 남북관계는 악화일로에 있고 노동탄압은 극을 치닫고 있다. 도무지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할 아무 핑곗거리가 없는 것은 맞다.

'이명박' 앞에서는 침묵 지키는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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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은 지난 2월 25일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당시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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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기질 한 것, 도둑질 한 것, 깡패짓 한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널리고 널린 그런 것들 중에서도, 숨기고 누르고 거짓말하고 온갖 짓으로도 끝내 틀어막을 수 없어 정권 말기에 급하게 얼기설기 덮어 놓은 것들. 그래서 툭 건들기만 해도 고름이 줄줄 터져 나올 것들을 어떻게 좀 해 보라는 이야기다.

이명박이 대표적으로 '사기질'한 것은 4대강 사업이며 자원외교 등이며, 도둑질 한 것은 내곡동 사저터 편법매입 시도와 친인척 비리의혹들이며, 깡패짓 한 것은 민간인 사찰과 정치공작 같은 공권력 남용이다. 이런 것들만 제대로 정리해도 나는 국정원 등이 총동원된 부정선거 문제와는 별도로, 과감히 박근혜 정권 존재가치의 절반은 인정할 태세가 돼 있다.

지금쯤이 이 비장의 카드를 써먹어야 할 절호의 기회인데 박근혜 정권은 엉뚱하게 '종북몰이'와 '말꼬리잡기'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경제와 국가재정을 주의깊게 지켜보는 많은 전문가들이 국가재정 파탄의 가능성을 우려한다. 실제 공기업의 부채가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직전 정권 핑계라도 대는 게 인지상정인데 박 정권은 여전히 말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을 극진히 모시는 그 사연이 궁금하다. 세간에는 오래 전부터 '이명박근혜' 정권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은 샴쌍둥이 같은 운명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그 말에 힌트가 숨어있는 듯하다.

샴쌍둥이 중에서도 머리가 붙지 않고 심장이 둘인 경우는 분리수술을 해도 둘 다 살아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반면에 등이 붙은 샴쌍둥이는 심장이 하나인 경우가 종종 있어 분리수술을 하려면 한 쪽을 희생 시켜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둘 다 죽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명박근혜'라는 샴쌍둥이에게는 뭔가 차마 이야기하지 못하는 탄생의 비밀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불행하게도 샴쌍둥이는 분리수술을 하지 않아도 오래 살지는 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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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새처럼 호흡, 들숨 날숨 모두 산소 흡수

도마뱀 새처럼 호흡, 들숨 날숨 모두 산소 흡수

 
조홍섭 2013. 12. 13
조회수 2302추천수 0
 

들숨과 날숨 때 모두 산소 흡수하는 '한 방향 호흡', 왕도마뱀서도 발견

애초 새 비행과 관련해 진화 추정, 2억7천만년 전 출현한 호흡 방식

 

Andrew Purdam_above marpha_mustang region_nepal.jpg » 히말라야의 마르파 봉을 넘는 쇠재두루미 무리. 새들의 호흡계는 산소를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얼개이다. 사진=앤드류 퍼댐, 위키미디어 코먼스

 

쇠재두루미는 해마다 8~9월이면 겨울을 나기 위해 몽골과 중앙아시아에서 수백 마리씩 무리를 지어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인도로 간다. 산소가 희박하고 극심한 추위에도 이 새는 해마다 5000~8000m 상공을 너끈히 날아간다.
 

기상이변이나 매의 습격으로 낙오하는 두루미는 있어도 산소 부족 때문에 기절하는 새는 없다. 그 비결의 하나는 조류가 지닌 성능 좋은 허파이다. 새들은 들숨과 날숨 때 모두 허파에서 산소를 흡수하는 단일 방향 호흡을 한다.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은 들숨 때 신선한 공기가 기도로 흘러들어와 차츰 좁아지는 기관지를 따라 마지막으로 허파꽈리에 이르러 실핏줄에서 혈액에 산소를 전해준 뒤, 이산화탄소를 거두어 날숨과 함께 배출된다. 허파에서 산소교환이 이뤄지는 것은 들숨 때뿐이다.
 

그러나 새들은 숨을 들이쉬는 동안과 내쉬는 동안 모두 허파에서 산소가 교환되는 특수한 구조로 되어 있다. 새의 허파는 포유동물에 비해 절반 크기밖에 안 된다. 게다가 숨을 들이쉴 때 늘어나지도 않는다. 대신 새에는 늘었다 줄었다 하는 여러 개의 공기주머니가 있다.
 

 

 

 

새가 공기를 흡입하면 신선한 공기는 곧바로 허파로 가는 게 아니라 몸 뒤의 공기주머니에 저장된다. 다음 내쉬는 숨에서 이곳의 신선한 공기는 허파로 이동해 산소를 전달한다.
 

이어 들숨 때 더러워진 공기는 몸 앞의 공기주머니로 이동해 다음 날숨 때 밖으로 배출된다. 새들이 공기에서 산소를 흡수하는 데는 2번의 들숨과 2번의 날숨이 필요한 셈이다. 또 허파는 들숨 때나 날숨 때 모두 신선한 공기가 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산소를 전달한다.
 

과학자들은 이제까지 새의 이런 효율적인 호흡기가 산소가 희박한 고공을 날거나 산소 소비가 많은 비행을 위해 진화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2010년 미국 유타대 생물학 교수 콜린 파머는 앨리게이터도 이런 한 방향 호흡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악어는 비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더운피 동물도 아니니, 한 방향 호흡이 왜 진화했는지를 설명하던 기존 가설은 삽시간에 흔들렸다. 악어와 새가 모두 같은 호흡체계를 지닌다는 것은 2억 5000만년 전 새와 악어, 공룡의 공통 조상 때부터 이런 기관이 진화했음을 가리킨다.
 

파머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2억 5100만년 전 고생대가 중생대로 바뀌는 페름기 대 멸종 사태 때 지구 대기가 저 산소 상태였는데, 여기서 살아남은 진화일 것이란 가설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 가설은 발견 당사자의 뒤이은 발견으로 또 뒤집히게 됐다.
 

Cheryl A. Ertelt_s.jpg » 아프리카 사바나에 서식하는 왕도마뱀. 새와 마찬가지로 한 방향 호흡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셰릴 에르텔트

 

그는 아프리카 사바나에 서식하는 왕도마뱀의 호흡방식을 컴퓨터 단층촬영과 3차원 영상 등을 이용해 연구한 결과 이 도마뱀도 새나 악어와 마찬가지로 한 방향 호흡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왕도마뱀은 폐와 함께 10여개의 공기 주머니를 지니고 있어 폐를 통해 들어온 공기가 다시 폐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공기주머니를 차례로 거쳐 배출되는 방식으로 호흡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 최근호에 실렸다.
 

nature12871-f1_2.jpg » 왕도마뱀의 골격구조와 허파(푸른색). 사진=파머, <네이처>

 

Emma Schachner, University of Utah_s.jpg » 왕도마뱀 호흡기 구조와 공기의 흐름(아래). 사진=파머, <네이처>

 

도마뱀의 조상은 악어나 새의 조상보다 2000만년 전에 진화계통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에 한 방향 호흡이 2억 7000만년 전에 이미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새가 처음 출현하기 1억년 전의 일이다. 이때는 대기 속 산소가 풍부했기 때문에 앞서 저 산소 대기설은 자동 폐기됐다.
 

파머 교수는 “이로써 한 방향 호흡은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흔하고 오랜 방식임이 분명해졌다. 이제 도마뱀의 친척인 이구아나와 도마뱀부치는 어떤 호흡방식을 택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유타 대학의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물론 이런 주장은 아직 가설 단계이다. 파머는 도마뱀의 한 방향 호흡이 왕도마뱀의 조상이 출현한 3000만년 전에 이미 새와 악어의 조상에서 진화한 한 방향 호흡과는 별도로 진화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새가 이런 독특한 호흡법을 잘 활용하는 것도 놀랍지만, 그것이 신진대사가 느리고 변온동물인 도마뱀과 악어에서부터 진화했는지 미스터리는 점점 더 깊어지는 형국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mma R. Schachner et. al., Unidirectional pulmonary airflow patterns in the savannah monitor lizard, Nature, Published online11 December 2013. doi:10.1038/nature1287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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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파업 승패의 분수령, 14일 2만여명 서울역 집결

철도노조 전국 조합원 총집결, 대규모 집회 예고

윤정헌 기자 yjh@vop.co.kr
입력 2013-12-13 20:13:25l수정 2013-12-13 23:46:30
기자 SNShttp://www.facebook.com/newsvop

 

 

철도를 멈춰 박근혜 정부 민영화 열차 멈추자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철도파업 승리! 민영화 연금개악 구조조정 저지! 노동탄압분쇄! 민주노총 경고 연대파업 결의대회에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철도민영화 저지 파업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철도노조가 14일 전국 조합원들이 총집결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오후 3시부터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철도 노동자 사전결의대회를 열고 이어 개최되는 민주노총 결의대회, 철도 민영화 반대 범국민 촛불대회 등에 잇따라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결의대회에는 철도노조 조합원 1만여 명을 비롯해 민주노총 조합원, 시민사회단체 회원, 진보정당 당원 등 2만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집회는 이번 파업 투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결의대회를 무사히 마치고 주말을 넘겨 다음 주까지 파업이 이어질 경우 자연스럽게 최장기 파업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동안 있었던 8차례의 철도 파업 가운데 가장 길었던 파업은 지난 2009년 11월 26일부터 12월 3일까지 이어진 8일간의 파업이다.

코레일은 파업의 장기화를 대비해 주말 기준 열차운행계획을 변경했다. 정상 운행하던 KTX는 17일부터 하루 24회 단축 운행하고 평상시의 60% 수준으로 운행 중이던 무궁화호는 10회 더 단축하기로 했다.

또 수도권 전동열차도 하루 178회(8.4%) 감축해서 운행한다. 코레일은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서 낮 시간대 위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지만 지하철 이용객들의 불편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코레일은 전동열차 1, 3, 4호선을 운영하고 있다.

코레일은 파업 닷새 째인 13일까지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7,854명을 직위 해제했다. 또 최연혜 사장은 "아직도 복귀하지 않은 직원들에 대해서는 특단의 또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 안팎에서는 조합원 징계 외에도 공권력 투입과 지도부 체포 등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파업 이후 처음 열린 실무교섭이 4시간만에 결렬된 13일 노동계는 정부와 코레일의 다음 대응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부터 대학생까지...철도노조 파업 지지

일단 여론은 정부와 철도공사의 수서발 KTX 분할 법인 설립에 대해 부정적이다. 철도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0일 종합편성채널 JT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이 철도민영화에 대한 수순이라 보느냐의 질문에 민영화 수순이 맞다는 답변이 54.1%, 민영화와 무관하다는 입장이 22.9%, 잘 모르겠다가 23%를 기록했다. 정부와 보수언론의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국민 다수가 노조의 주장에 더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종교·법조·노동·시민사회 단체 대표들과 학계 인사들 구성된 '철도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적 대화모임'은 13일 오후 서울 중구 뉴국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차별적 대량 징계로 노동자들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각 책임 주체들이 성숙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철도 민영화 반대와 공공성 중시'를 강조하면서 정부와 사측의 태도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922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수서발 KTX 분할 반대 각계 원탁회의'는 정부와 코레일의 KTX 민영화를 반대하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대학가에서도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고려대학교 게시판에 처음 부착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파업 중인 철도노조에 강경 대응을 보이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 철도노조에 대한 지지 등이 담겨 있다.

대자보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물음에 응답한 대자보들이 고려대학교를 비롯한 성균관대, 가톨릭대, 연세대, 중앙대 등 10여 곳 이상의 대학에 대자보가 붙었다. 대학가에서도 14일 집회에 참여하자는 목소리가 확산되는 등 철도노조 지원 움직임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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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작성한 주현우씨... 응원의 손길 이어져

"안녕하냐 물었을 뿐인데... 정보과 형사들 다녀갔다"

[인터뷰]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작성한 주현우씨... 응원의 손길 이어져

13.12.13 19:00l최종 업데이트 13.12.13 19:00l
유성호(hoyah35) 유성애(find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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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 주현우 "안녕들 하십니까"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학내 게시판에 붙인 주현우씨(고대 경영학과, 가운데)가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 앞에서 학우들과 함께 철도민영화 반대와 철도노동자들의 대량 직위해제에 대해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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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붙인 주현우씨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며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교내 게시판에 붙여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주현우 학생과 이를 지지하며 릴레이 대자보에 동참한 강태경 학생이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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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 -10°C. 하얀 입김이 나올 만큼 추운 13일 오전,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는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로 넘쳐났다. 고려대 재학생 주현우(27)씨가 "안녕들하십니까?"라며 지난 10일 붙인 대자보 이후 응답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관련기사: "사람이 죽어가는데... 어찌 다들 이리 안녕하신건지").

13일 오전부터 현재 대자보가 붙은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 앞에서는 주씨를 지지하는 학생 20여명이 모여 KTX 파업을 지지하는 선전물을 나눠줬다. 주씨의 대자보 옆으로는 "안녕하지 못하다"며 답한 대자보가 30여개를 돌파했고, 만든지 하루도 채 안된 페이스북 페이지<안녕들하십니까>에는 13일 오후 6시 현재 약 14000명 넘게 '좋아요'를 눌렀다.

주현우씨는 1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아까 정보과 형사 2명이 후문에 찾아와 철도 노조와의 연관성에 대해 묻고 갔다"며 "누군가 14일에 모인다고 한 것을 불법집회라고 신고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자보는) 개인적 생각에서 시작한 거라 반향이 이렇게 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사람들이 각자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생각들이 이걸 계기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씨와 한 인터뷰를 1문 1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대자보가 처음에 어떻게 시작됐나?
"그저 개인적인 생각에서 쓴 글이었다. 그런데 11일 아침부터 다른 친구들이 찍어서 올린 사진들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고 하더라. 사실 온라인 상 '좋아요'나 '공유하기'만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추가적으로 700여명이 또 직위해제가 되면서 더 확산이 됐던 것 아닌가 싶다. 내 대자보를 보고 연락한 강태경씨와 지난 11일 수요일 밤 11시쯤에 만나서 새벽 4시까지 어떻게 할지 얘기를 했다."

- 반향이 이렇게 클 줄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대자보 뿐 아니라 사람이 서 있으면 한 번 더 쳐다보게 되지 않나. 그래서 이렇게 나와서 서 있던 것이다. 지금 내 곁에서 함께 응원하는 학생들 중에는 아예 처음 보는 학생들도 있고, 원래 얼굴만 알던 학생들도 있다. 어제(12일) 6시 반쯤 됐을 때는 거의 20명 가까이 서 있었다."

- 손으로 대자보를 쓴 이유?
"사실 우리는 타이핑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손으로 쓰는 글이 더 진심이 묻어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인터넷에 올리는 글은 너무 가볍게 보이거나 익명성이 강해서 현실적이지 않다고 봤다. 그래서 직접 손으로 쓰는 게 내 감정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다른 학교에서도 한다던데.
"그렇다. 페이스북과 지인들 통해서 연락이 많이 왔다. 서울대와 한양대, 중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에서도 대자보를 붙인다고 연락 받았다. 한 한양대 새내기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나한테 "종북이라고 몰리는 게 두렵지 않았냐, 낙인찍기나 색깔공세가 무섭지 않냐"고 묻더라. 근데 그런 두려움은 사실 내가 더 크다고 봐도 될 것이다. 특히나 그 학생은 새내기지만 나는 졸업반이니까. 그러나 월가 오큐파이(Occupy) 운동도 사소한 것들에서 시작됐듯이, 뭐가 됐든 시작하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친구나 지인, 졸업생들 반응은 어떤지?
"많이들 응원해주신다. 커피나 케익, 핫팩 등도 계속 쥐어주고 간다. 어제 눈이 올 때는 직접 우산을 씌워주고 간 친구도 있었고. 교수님들도 고생 많이 한다고, 수고한다고 한 마디씩 꼭 해주고 가신다. 어제 교우회라며 민주화 운동하신 분들, 고대 졸업생 분들이 학교에서 모인다고 잠깐 연락이 왔었는데, 88학번이라는 분이 내게 힘내라고 하더라. 아까도 한 사회대 교수님이 맛있는 거 사먹으라며 지갑에 있던 돈 53000원을 다 털어주고 가셨다."

- 이렇게 많은 곳에서 응답이 나타나는 게 어떤 의미인 것 같나?
"학내에서 '안녕 못하다'며 수십 장의 대자보가 붙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내가 쓴 대자보의 '안녕하냐'는 물음이 힘을 가졌다기보다는, 다들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질문이 이걸 계기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은 거다. 우리가 국정원처럼 댓글을 수천 개 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나기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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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하십니까? 발길 멈추게 하는 대자보 주현우씨(고대 경영학과)가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며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학내 게시판에 붙여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학우들의 연이은 지지하는 대자보들이 붙어있자, 지나가던 학생들이 발길을 멈추고 글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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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지지하는 학생들 주현우씨(고대 경영학과)가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학내 게시판에 붙여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한국사학과 학생회 학생들이 이를 지지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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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무관심했던 내가 창피해서... 안녕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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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응원의 손길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학내 게시판에 붙인 주현우씨(고대 경영학과, 가운데)와 학우들이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서 철도민영화 반대와 철도노동자들의 대량 직위해제에 대해 부당함을 알리자, 한 대학원생이 이를 응원하며 붕어빵을 사와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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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응답하는 손길 학생들이 응원하며 건네준 음료수와 핫팩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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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으로 이어진 지지운동은 고려대를 넘어 다른 학교로까지 전파됐다. 중앙대, 성균관대, 가톨릭대, 광운대, 용인대 등 각 학교 게시판에도 "나는 침묵했다", "우리 학우님들은 안녕하시냐"며 손으로 쓴 대자보가 붙었기 때문이다.

고려대 정경대 후문을 지나는 재학생들은 "멋있다", "힘내라"며 음료수와 간식거리들을 손에 쥐어주고 갔다. 한 사회대 교수는 후문 앞에 서있던 학생들에게 "고생한다, 밥이라도 사먹으라"며 지갑에 있던 돈 5만 3000원을 모두 털어주고 가기도 했다.

고대 학생의 학부모라는 50대 여성은 "이런 학생들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되살아나지"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던졌다.

게시판 앞에서는 이들을 응원한다는 학생 밴드 '상추와 깻잎'이 모여 한 시간 가량 지지공연을 열었으며, 아예 밀양에서 송전탑을 반대하다 돌아가신 고 유한숙 어르신을 추모하는 분향소도 옆에 설치됐다.

분향소를 지키고 있던 고려대 재학생 김성빈(25, 노어노문학과 09)씨는 "원래 교내 생태주의 등을 공부하는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주씨의 대자보 중 '송전탑' 관련 내용이 나오는 걸 보고 우리도 이렇게 나오게 됐다"며 "밀양도, 우리의 전기도 안녕하지 못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대자보가 붙은 게시판 앞에서는 한 학생이 '○○○해서 나는 안녕치 못합니다'라는 내용으로 페이스북 포토 서명을 받기도 했다. 지나가는 학생들은 각각 '이명박 가카가 그리워지려고 해서', '현실에 무관심했던 내가 창피해서', '귀를 막는 정부, 닥쳐오는 시험이 답답해서' 안녕하지 못하다며 답을 달았다.

이를 지켜본 미국 교환학생 코디(Cody)씨는 "미국에도 대자보가 있긴 있지만 활성화되지는 않았다"며 "(철도) 파업으로 인해 불편을 겪을 수 있는데도 이렇게 지지하는 학생들이 감동스럽다"고 말했다.

대자보를 읽어본 재학생 조효정(가정교육 12)씨도 "대학 들어와서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최근 진보와 종북 이미지가 겹치면서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았는데 이런 계기를 통해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경대 후문 앞에서 원래 13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지지·관심 촉구 운동은 오후 3시경 끝이 났다. 주씨는 "30장이 넘는 자보가 붙었는데 이걸 학우들이 볼 수 있는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며 14일 오후 3시에 있을 '서울역 나들이'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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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응답하는 학생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학내 게시판에 붙인 주현우씨(고대 경영학과, 가운데)와 학우들이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서 철도민영화 반대와 철도노동자들의 대량 직위해제에 대해 부당함을 알리자, 학생 밴드 '상추와 깻잎'이 공연을 열어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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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안녕하지 못할까요' 주현우씨(고대 경영학과)가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학내 게시판에 붙여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서 학생들이 '나는 왜 안녕하지 못할까요' 페이스북 포토서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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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연대하는 학우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학내 게시판에 붙인 주현우씨(고대 경영학과, 사진 왼쪽)가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 앞에서 철도민영화 반대와 철도노동자들의 대량 직위해제에 대해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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