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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 ! 이헌재는 아니 되올시다.

안철수 후보 ! 이헌재는 아니 되올시다.
 

왜 안철수 후보는 과거로 회귀하는 열차를 타려 하는가?

(서프라이즈 / 뉴요코리안 / 2012-09-24)


한국에서 부는 안철수 바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혹자는 정치가 하도 썩어있어 깨끗한 정치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의 바람이 표출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국민은 매일 듣는 이야기가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비리 관련 뉴스이고, 대통령이라고 뽑아 놓은 이명박(MB)마저 4대강이다, 내곡동 사저다, 온통 비리투성이로 종말을 고하고 있으니,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사회에서 이러한 정치개혁은 최종적으로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가?

즉 다시 말해, 국민은 왜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며 새로운(깨끗한) 정치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그냥 말 그대로 정치권에 발을 담근 적이 없는 후보, 비리가 없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기만 하면 이 모든 정치개혁이 달성되는 것일까? 다시 말해서 단 한 사람의 깨끗한 지도자만 뽑으면 이 모든 개혁이 가능하게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바로 필자가 말하고자 함이 바로 이것이다.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사회에서 정치개혁이란 바로 분배의 정의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개혁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 경제 개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4.19 혁명 또한 외현적으로는 부패 정치(이승만 하야) 척결 등을 목표로 한 무혈 학생 혁명이었으나, 이 역시 분배 정의를 실현하려는 경제적 욕구가 그 기반이라고 서울대 백낙청 교수는 일찍이 갈파한 바 있다.


'분배의 정의 확보'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일차적인 문제이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핵심의 문제는 바로 분배의 정의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여러 부문에서는 이미 민주화가 진전되어 많은 인프라가 확장되고 있으나, 바로 경제 영역에 있어서는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쌍용차 사태’‘용산 철거민 사태’ 등은 바로 이러한 분배의 정의를 요구하는 민초들의 열망이 외현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군사 쿠데타 세력과의 연합으로 정권을 잠시 장악한 YS의 대표적 한계가 바로 경제 개혁의 미비였고, 이는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IMF) 사태를 몰고 왔다. 그리고 그 치유 비용을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기고 말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가중되었으며, 이후 민주 정권으로 분류되는 DJ, 노무현 정권에 들어서도 과거 이러한 관치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세력을 불가피하게 기용함으로써, 분배의 정의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개혁은 별로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개발독재의 허상을 품고 재등장한 MB 정권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극대화시키며 경제 정의, 즉 분배의 정의를 도외시하였다.


국민은 왜 안철수를 원하는가?

자, 그렇다면 국민이 바라는 안철수 후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자명해진다. 바로 깨끗한 정치를 담보할 수 있는 분배의 정의를 구현하는 경제 개혁이 가장 중요한 사명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 과정에 있는 안철수의 '경제 멘토'라는 이헌재는 누구인가?

개발독재에서 비롯한 한국 경제를 일부 기득권 보수 세력의 부와 권력의 강화에만 목을 매고 지켜온, 관치 금융의 대표적인 주자가 아닌가? 신자유주의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모든 것을 모든 부담을 서민에게 떠넘기는 대표적인 관제 경제 정책을 만든 장본인이 아닌가? 정말 필자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한 이헌재를 과거의 폐단이 무엇이었는가를 배우고자 하는 차원에서 면담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필요한 것이나, 그 차원을 넘어 이른바 ‘경제 멘토’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마치 안철수 후보가 가져갈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주도할 인물로 언론에 비추어지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출마 선언의 회견장에 나타나 마치 안철수의 경제 정책은 곧 이헌재의 경제 정책이라는 것을 암시라도 하듯 정치권을 다시 기웃거리는 모습에서 이미 많은 의식과 양심 있는 학자들이 그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으며 필자 또한 이를 경고하고자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안철수 후보가 분명한 답변을 하여야 할 것이다.
실패한 '모피아의 대부'를 재기용할 것인가?

그가 김대중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하였지만, 장하준 교수가 이미 지적한 것처럼 그는 IMF 이후 불거진 분배의 정의 문제나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 인물임이 이미 드러난 사람이다.

더욱이 그는 재경부 출신들로 거대 세력을 구축해 일부 보수 기득권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른바 ‘모피아(재정경제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대부’라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국민이 원하는 안철수 후보가 하여야 할 일이 바로 이런 모피아 세력들을 척결하고, 분배에서 소외된 국민을 보듬으라는 것이 역사적 사명인데, 어찌 이헌재를 다시 거론하며 그가 다시 정치권을 기웃거린다는 말인가?

국민이 안철수 후보를 원하는 것은 관치 금융이나, 서민 경제는 도외시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부활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러한 결정적인 우를 범하는 것이 안철수 후보가 정치적, 정책적 경험부족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역사의 면죄부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안철수 후보 자신도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기 전에 여러 경로를 통하여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경제위기는 이겨냈지만, 재벌의 경제적 집중에 따른 빈부 격차의 심화로 인하여 계층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안철수는 역사를 핑계 대고, 국민을 핑계 대면서 모피아의 기득권을 추구하는 인물인가?

아닐 것이다. 이제 안철수 후보가 답하라!

이러한 분배의 정의를 왜곡하고,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 경제 정책의 장본인이자, 일부 보수 기득권층의 이익만 대변함으로써 ‘모피아의 대부’ 라는 별칭까지 가지고 있는 이헌재는, 안철수 후보가 멀리하여야 할 사람이지, 멘토로 삼거나 중용할 인물은 더더욱 아님을 다시금 강조하고자 한다.

안철수 후보 ! 그대가 이헌재와 함께한다면, 그것은 국민이 바라는 안철수가 아니다. 그대가 이러한 역사적 사명을 도외시한다면, 국민이 바랐던 안철수는 한낱 신기루도 되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 것임을 필자는 분명히 알려주고자 한다.

안철수 후보 ! 국민이 그대보다 앞서 가 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


미국의 '로자 파크스'를 언급한 안철수 후보 !

안철수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단일화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의 시초가 된 '로자 파크스'를 언급한 바 있다. 그렇게 인권 평등의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로 필자는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버스에서의 자리 양보가 아니라, 그냥 민주화를 요구했다는 그 자체로 많은 사람들이 말 한마디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으며... 최근 다시 불거지는 고 장준화 선생 의문사 재조사 요구에서 보여지듯 아직도 완전한 민주화의 진전을 이루지 못한 국가이다.

이제 그러한 제 3세계, 분단이 되어 있는 나라, 개발도상국의 대표적 주자인 대한한국에서, 2012년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당신이 출마한 현실을 똑바로 아시기 바란다.

그런데, 국민이 원하는 분배 정의를 왜곡하는 탈을 쓰면서, 특히 권위주의 시대에 분배 정의를 왜곡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편 대표적인 주자인 이헌재를 옆에 두고, 출마 선언을 하는 그대의 모습을 국민이 똑바로 지켜보고 있음을 아시기 바란다.


안철수 후보 ! 세상이 당신을 원하는 것은

안철수 후보, 한국의 국민이 특히, 정치 개혁을 갈망하는 국민이 그대에게 바라는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이헌재는 아니 됩니다'인데... 어찌하여 그대는 이헌재를 중용하려 합니까?

정녕 그렇다면 이 필자마저도 그대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하여야 하고 물어야 합니까?

안철수 박사 ! 역사를 다시 보고, 왜 국민이 그대를 원하는지를 다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5년간, 그대가 정권을 잡더라도 많은 것을 못 바꿉니다. 국민은 가슴을 터주고 분배 정의의 왜곡을 해결하고... 그래도 이 땅에 또 한 명의 대통령이 짧은 5년에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을 ... 기억하는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왜 그대는 이러한 국민의 바람을 모르고 한 낮 사막의 신기루로 태생하여...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가고자 하는지요?

이는 그대가 또 한 번의 멋있는 양보를 문재인 후보에게 하여 정책 결정자(대통령)가 되지 못하더라도 이헌재는 아닌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는 문재인 후보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입니다.

문재인 후보 ! 그리고 특히 안철수 후보 !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두 후보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과 소명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즉, 이헌재는 아니 되올시다!

 

뉴요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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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시간 연장'을 막기 위한 선관위의 새빨간 거짓말

 


지난 4.11총선 때 많은 연예인들이 투표소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속칭 개념있는 연예인이라는 측면도 있었지만, 연예인들의 투표소 인증샷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자발적인 참여로 많은 유권자와 국민에게 선관위 못지않은 투표율 증가에 도움이 됐습니다.

이처럼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율을 높이는 노력은 법과 비용, 그리고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합쳐 꼭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입니다. 그것은 참정권은 국민이 자기 생각과 의견을 말하는 가장 중요한 권리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장병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투표시간 연장 관련 공직선거법 개정 법률안, 출처:국회

 


지금 국회에서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투표 시간 연장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이런 중요한 법안 통과 일정이 자꾸 무산되고 늦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과연 투표시간 연장이 주는 의미와 투표율을 높이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세계 각국의 투표 시간은 어떻게 되는가?'

현행 대한민국의 투표 시간은 부재자 투표는 오후 4시, 임기만료 투표 등의 일반적인 투표는 오후 6시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이외의 나라는 대부분 오후 8시까지 투표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오후 10시,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오후 7시 내지는 8시,이웃나라 일본도 투표시간이 오후 8시까지입니다. 프랑스와 독일,호주는 오후 6시까지이기 때문에 굳이 투표 시간 연장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호주는 투표하지 않으면 20-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징역형까지 선고하는 의무투표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프랑스,독일은 일요일이 대부분 선거일이기 때문에 한국의 일반적인 법정 공휴일 개념과 달라 투표율이 높은 요인도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투표 시간은 휴일에는 오후 10시, 평일은 오전 7시에서 오후 2시까지 이틀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국의 투표시간을 보면 전체적으로 한국의 6시에 비해 저녁 늦게까지 투표시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평일에 치러지는 선거는 이틀 동안이거나, 선거일이 휴일이 아닌 일요일 등으로 탄력적이면서 유권자를 배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이런 노력은 그대로 투표율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호주는 94.9%의 평균 투표율로 OECD국가 중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독일,프랑스.미국, 일본 등도 한국보다 높습니다. 한국은 스위스보다는 높지만 56.9%로 OECD 국가에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주요 국가들이 투표 시간 연장이나 투표일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자, 국민의 참정권을 최대한 보장해주겠다는 방침 때문이기도 합니다.

'투표 시간 연장, 왜 중요한가?'

현재 6시로 되어 있는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현재의 투표율보다 훨씬 높은 투표율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시간대별 투표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선거 대부분이 오후 12시를 기점으로 투표율이 올라갑니다. 그러다 오후 3시부터 4시를 넘어 오후 5시까지 투표율이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이것은 유권자 대부분이 오후에 그것도 투표 마감 전에 몰리는 경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투표시간이 연장된다면 최근 투표율보다는 훨씬 높게 올라갈 수 있다고 우리가 예측할 수 있습니다.

투표시간 연장에 따른 투표율 향상을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을 위해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를 다시 분석해봤습니다.

 

▲2010년 중앙선관위 연구 보고서, '유권자 투표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의 요인을 분석하면, 투표율이 낮은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2006년 지방선거에 기권한 응답자 중에 그 이유를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한 비율은 55.8%였습니다. 이에 반해 '찍을 사람이 없어서 내지는 관심이 없어'라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투표를 포기한 사람은 16%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투표 양상이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는 변화가 옵니다. 찍을 사람이 없거나 관심이 없는 등의 정치적 요인은 증가했지만, '바빠서'라는 비정치적 요인은 줄어듭니다. 그러다가 2010년부터는 다시 정치적 요인은 줄어들고 바빠서라는 응답이 55.8% 증가합니다.

 


 

▲최근 주요 선거 투표율 변화, 출처:중앙선관위

 

정치적 요소 때문에 줄었던 투표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투표율 46.1%에 비해 19대 총선 투표율이 54.2%로 무려 8.1% 상승했다는 점으로 알 수 있습니다. 동일한 시간과 공휴일에 치러진 선거지만 예전과 다르게 투표율이 높아진 것은 정치의 무관심했던 유권자들이 점차 투표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표를 기권한 이유가 비정치적인 요소가 아닌 시간 때문이라면, 정부는 어떻게 유권자를 배려해줘야 할까요? 바로 시간이 없는 유권자를 위해 투표 시간을 늘려줘야 합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이나 근로기준법을 보면 법으로 참정권을 보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비정규직이나,자영업자,중소기업에 다니는 유권자들은 공휴일이라고 하지만 투표일에 일하는 경우가 많고, 근무 중에 투표 때문에 나간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4.11 총선 당시 민주노총이 운영한 투표일 근무회사 신고 게시판.출처:뉴시스

 

학습지로 유명한 대교눈높이는 지난 4.11 총선에서 수업을 진행하라고 했고, 이날 체험학습 명목으로 고교 교사들이 외부로 나간 사례로 있습니다. 이렇게 임시공휴일이지만 근무를 하는 회사가 유독 한국은 많습니다.

해외 주요국가는 공휴일로 지정했으면 근무하는 회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요일이기 때문에 굳이 기업의 근무 강요와 부딪칠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임시공휴일이라고 해도 많은 회사들이 선거날 정상 출근하는 일이 많습니다.
 

<공직선거법>
제6조 (선거권행사의 보장) (1) 국가는 선거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2) 공무원·학생 또는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가 선거인명부를 열람하거나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아니한다. (3) 선거권자는 성실하게 선거에 참여하여 선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10조 (공민권 행사의 보장)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그 밖의 공민권(公民權) 행사 또는 공(公)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한다. 다만, 그 권리 행사나 공(公)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지장이 없으면 청구한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제110조 (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물론 대한민국 법으로 분명히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한 권리를 제한하거나 보장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회사를 고발하는 동시에 사표를 내거나 쫓겨남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런 법을 지킬 수 있도록 선거날 오후 4시경부터 공장이 밀집한 지역이나 중소기업이 입주해있는 센터 등을 방문해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는지, 실태 조사와 감독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그런 일은 별로 없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현실에서 참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 투표 시간 연장을 반대하는자들은 과연 누구인가?

지난 9월18일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투표시간 연장을 발의한 법안을 놓고 심사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회의록을 보면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법안을 심사하려는 사람들이나, 관련 법안의 주무관처인 중앙선관위가 보여준 어이없음을 몇 가지 지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성효 위원 (새누리당)
6시부터 4시까지 하고, 임기만료나 재․보궐선거를 굳이 바꿀 이유가 있나요? 그냥 놔두면 되지 않나요? 자꾸 시간이 서로 막 혼선되잖아요

◯박성효 위원
임기만료나 재․보궐을 지금 현행대로 하는 게 무슨 큰 문제가 있나요? 현행대로 해도 괜찮다고 보는 거지요, 이미 정해진 대로.
◯전문위원 문강주
그렇습니다. 현행대로……


앞서 아이엠피터는 투표 시간이 현행 6시이기 때문에 회사 방침상 정상근무하는 사람은 투표하기 어렵거니와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바빠서 투표를 못 했다고 응답했던 자료들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새누리당 박성효 의원과 전문위원이라는 사람이 태연히 아무 문제가 없으니 현행대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성효 위원 (새누리당)
관리상의 문제가 없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국에 공휴일로 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금 1~2년 한 게 아니고 계속해 왔잖아요. 그런 점에서 그냥 관례대로 놔두면 어떤가 싶어요. 그리고 근무 중에는 재․보궐선거든 임기만료든 선거할 때는 안 한 사람 갔다 오라고 방송 다 해요.


옛날 사람들은 저녁 6시면 밥 먹고 자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현재 도시는 저녁 10시만 해도 초저녁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저녁 시간의 활용도가 높아진 시대인데, 그동안 해왔으니 계속하자고 주장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근무해도 선거하라고 방송하니 별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수많은 사람들이 왜 선거날 근무 때문에 투표를 못했다고 아우성을 칠까요?
 

◯박성효 위원
일본의 경우는 어떻게 해요, 다른 나라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법제기획관 손재권
일본, 재․보궐선거는 연장을 하고 있지만 일반 선거는 아마 다른 나라도 거의 비슷하게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기획관이라는 사람이 한국과 독일,프랑스 이외에는 모두 저녁 8시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투표시간 연장 관련 법안 회의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아니 일개 블로거도 찾는 내용을 왜 저 사람은 세금 받고 일하면서도 모르고 있을까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법제기획관 손재권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선거법에서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는 6시 이후로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일반 국민들도 일반 전체 선거에는 6시까지 한다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이 되고, 그다음 재․보궐선거 때는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8시까지로 하고 있습니다. 8시로 하고 있는데, 실제로 저희들이 분석을해 보면 6시에서 8시까지 하는 사람이 재․보궐 했을 때 거의 없습니다. 아주 숫자가 적습니다. 적고, 임기만료선거 투표시간을 연장을 했을 경우에 예산 문제도 있지만 또 국민들이 개표 기다리는, 종일 밤새 개표를 지켜보는 사회적인 비용이라든지 이런 부분들도 다 감안이 되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중앙선관위 법제기획관은 저녁 6시부터 8시까지의 투표율이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의 시간대별 투표율입니다. 이때 시간대별 투표율을 보면 오후 7시부터 8시 사이 투표율이 5.0%였습니다. 다른 시간대보다 제일 높았습니다. 투표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요? 그렇다면 저 시간에 투표한 사람들은 유령 선거인단이었을까요?

선관위에서는 오후 6시 이후에 투표한 사람이 없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했습니다. 무려 그 시간대 유권자의 5%가 투표에 참여했다는 정확한 데이터가 있음에도 진실을 속인 것입니다.

이것은 지금 대한민국 선관위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말도 안 되는 예산 타령,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사회적 비용 등을 주장하며 어떻게 하든 투표 시간 연장을 반대하려고 하는 내부방침을 정하고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닌가 의심됩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게 0.6% 차이로 겨우 이겼습니다. 그런데 2011년 10.26재보궐 선거처럼 오후 8시까지 투표가 진행됐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그 시간대 5%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었다면 한명숙 후보가 당선됐을지도 모릅니다.

12월19일에 치러지는 18대 대통령 후보는 초접전의 선거가 예상됩니다. 그래서 투표율이 3%만 높아도 당락이 확실히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새누리당 고희선 소위원장은 갑자기 법안 심사를 하다말고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급하게 정회를 해버립니다.

 

◯유대운 위원:시간 자꾸 가는데 빨리합시다.
◯소위원장 고희선 위원장: 양해 좀 구하겠습니다. 한 5분만 정회하겠습니다.
◯백재현 위원: 의결을 하다가 중간에 하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도대체?
◯유대운 위원 :이게 뭡니까? 위원들이 하는 부분에 대해서 옆에서 보좌진 얘기 듣고 또 하고……
◯소위원장 고희선: 위원님 왜 그래, 보좌진이 아니에요.
◯유대운 위원: 그러면 누구입니까?


법제심사위원장이 보좌관도 아닌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갑자기 정회를 해버리고, 진짜 중요한 선거를 담당하는 선관위 공무원들이 투표 시간 연장이 왜 중요하고, 현행 선거법과 투표 시간이 무슨 문제인지조차 모르고 새빨간 거짓말만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중요한 선거를 앞둔 국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언론에 잘 보도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그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힘겨루기 싸움으로만 비치고 있습니다.

국민의 참정권을 박탈하려고 애를 쓰는 정부, 참정권을 어떻게 하든 막으려는 새누리당, 이들이 노리는 것은 오로지 자신들만의 대통령을 뽑겠다는 것입니다. 2012년 12월 19일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뽑는 날이지, 지난 역사처럼 특정 공작정치로 독재자를 뽑는 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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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공동구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2/09/24 09:12
  • 수정일
    2012/09/24 09: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장하준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공동구매"

[<프레시안> 창간 11주년 특별 강연회] 경제 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

김덕련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9-24 오전 8:15:00

 

21일, 황금 같은 금요일 저녁을 반납한 시민 1000여 명이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서울시 종로구) 앞에 길게 줄을 섰다. '<프레시안> 창간 11주년 기념 장하준 교수 특별 강연회'에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프레시안>과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한국연구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도서출판 부키가 후원한 강연회다.

오후 7시 30분,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의 인사말로 행사의 막이 올랐다. 박 대표는 '불금'(불타는 금요일)임에도 <프레시안> 창간 11주년 생일잔치에 참가해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황우석 사태와 한미FTA, 삼성을 비롯한 재벌 문제, 통합진보당 사태 등을 예로 들며, 창간(2001년 9월 24일) 후 <프레시안>이 걸어온 '심층 보도를 지향하는 독립 언론'의 길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 대표는 경제 민주화가 올해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어떤 경제 민주화인지,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 해법을 독자들과 함께 모색하고자 강연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나쁜 체제 만든 이헌재, 사과도 없이 다시 나오다니"

이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무대에 올랐다. "<프레시안>은 한국 매체 중 제일 믿고 보는 매체"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한 장 교수는 "경제 민주화가 왜 이렇게 갑자기 유행하게 됐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일어난 구조조정, 신자유주의의 결과"라는 것이 장 교수의 생각이다.

장 교수는 행복도 조사, 자살률, 출산율, 비정규직 비율, 가계부채 비율 등에서 한국이 안 좋은 쪽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1, 2위를 다투면서 "국민의 불만이 쌓일 대로 쌓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고용 불안과 복지 부족인데, 모두 "IMF 체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자영업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과 관련, 장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서 떨려난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 하는 치킨집"이 늘면서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세계 10위 정도인데 치킨집 수는 세계 1위"라는 심각한 현상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과당 경쟁으로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는데, 재벌들이 그것마저 먹겠다고 뛰어오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장 교수는 "처음부터 유지가 불가능한 것을 경제학에서는 자기 착취라고 하는데, 이젠 그것도 어려운 지경"이라고 말했다.

불안정한 일자리에 더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복지 태부족" 현실이다. 장 교수는 "한국은 복지 지출이 국민소득 대비 10% 될까 말까 한 수준으로 OECD 국가들 중 밑에서 2번째"라며 "복지가 없다고들 하는 미국도 국민소득 대비 20%는 복지에 지출하고, 스웨덴 등은 30-35%에 이른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런 체제가 만들어진 것은 IMF 위기 직후인데 왜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까?"

장 교수는 역대 정부가 거듭해서 놓은 "마약 주사"에 주목했다. 신용카드를 남발하도록 부추겨 "성인 7명 중 1명을 신용불량자"로 만들고, 재테크 열풍에 편승해 "빈곤과 실패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렸다"는 비판이다. 이 대목에서 장 교수는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비판했다.

"일자리는 자꾸 불안정해지고, 떨어지면 받쳐줄 복지 제도마저 없어 너무나 불안한 상황이다. (…) 이런 체제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 중 하나가 이헌재 전 부총리다. 그런데 다시 정계에 등장했다. 제발 그 양반, 어떻게 해주세요. 이런 나쁜 체제를 만들어놓고, 사과도 없이 다시 나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청중 박수)"

장 교수는 노무현·이명박 정부도 비판했다. "한미 FTA, 금융 허브 등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 잡아놓은 방향을 이명박 대통령이 불도저처럼 몰고 갔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한국이 그래도 운이 조금 있어서, 금융 허브를 하기 전에 세계 경제 위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때 한국이 벤치마킹했던 게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두바이"였는데, 만약 세계 경제 위기가 늦게 터지고 그 사이에 한국이 아일랜드 등처럼 금융 규제를 다 풀어버렸으면 경제가 박살났을 것이라는 말이다.

장 교수는 역대 정부가 놓은 "마약 주사"가 다 떨어지고 이제 "국민이 '도대체 이걸 왜 했는데? 부자 된다며?'라고 묻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노무현 대통령 말기에 대통령이 '주가 2000 됐다'는 걸 굉장한 치적이라고 이야기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그게 샘나니까 '난 주가 5000을 만들겠다'고 했다. 온 나라가 다 이것에 홀렸다. 주식 사고, 재테크 해볼까 하는 식이었다. 이제 그 바닥이 드러났다. 그래서 요즘 경제 민주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 장하준 교수. ⓒ정기훈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국가"

장 교수는 경제 민주화의 개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장 교수가 생각하는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민주주의 원리인 '1인 1표'로 '1원 1표'의 시장 원리를 제약하는 것이 경제 민주화라는 이야기다. 장 교수는 시장 원리에 대해 제약업계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매년 100만 명씩 말라리아로 죽는데, 선진국에서는 말라리아 연구 기금이 살 빼는 약 연구 기금의 20분의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어 장 교수는 "주주권을 강화해서 재벌을 통제하자는 것은 경제 민주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건 '1원 1표' 원리를 더 철저하게 관철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나쁘게 말하면 삼성과 외국 금융 자본이 싸우는데, 지금 삼성에 더 유리하게 돼 있으니 '1원 1표'를 확실히 해서 외국 금융 자본에 더 유리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 자본 분파 간의 싸움이다. (…) 국민의 삶과 연결된 '1인 1표'의 경제 민주화와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이다. 관계가 있다면, 거기서 외국 자본이 이길 경우 국민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삼성) 이 씨, (현대) 정 씨네는 (국민들이) 얼굴도, 이름도 알지만 국제 금융 자본은 (국민들이) 가서 싸울 실체가 없다"며 "금융 자본에 의한 잠식을 걱정하는 건 재벌이 예뻐서가 아니라 국민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재벌 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거기에 묻혀 더 중요한 것이 이야기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를 경제 민주화 논의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장 교수는 "이재용이 쫓겨나 쪽박 차는 것을 보면 하루 기분이 좋겠지만, 복지국가를 잘못 만들면 일생 고생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복지국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왜 출산 파업을 하겠나? 탁아 시설, 교육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고령화가 되면 이민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난 이민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나도 이민 노동자다. (그런데) '여성은 집에서 애나 더 낳아라'라고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이민을 제일 반대한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물어야 한다. 나중에 혈통적으로 한국인의 30%를 방글라데시나 필리핀 출신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복지국가를 만들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또한 장 교수는 "복지국가가 약하니 계층 상승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장 교수는 "복지가 강한 나라일수록 사회적 이동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 스웨덴 등은 부모와 자식의 계층 상관관계가 매우 낮은 데 반해 '기회의 땅'과는 거리가 멀어진 미국과 포르투갈은 90% 가까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장 교수는 복지국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재기의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보수화한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의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것도,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가 강하게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장 교수는 구조조정과 경제성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한미 FTA와 한-EU FTA로 인해 생겨날 희생자들을 위해서도 복지국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 '<프레시안> 창간 11주년 기념 장하준 교수 특별 강연회'에 자리한 청중. ⓒ정기훈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공동 구매…담세율 높여야"

장 교수는 이렇게 "복지국가를 만드는 게 핵심인 시대가 왔다"며, 복지 개념을 잘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공구'(공동 구매)"라고 강조했다.

"'무상급식' 논쟁에서 '왜 이건희 회장 손자와 가난한 아이들이 똑같이 돈을 안 내고 밥을 먹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 적이 있다. (…) 실제로는 공짜가 아니다. (…) 이 회장은 누진세 원칙에 따라 세금을 많이 냈다. 그 손자는 더 비싸게 먹는 것이다. 돈 없는 사람들은 부가가치세를 냈고. (…) 이걸 두고 '부자 복지'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예컨대 가난한 사람에게는 1000원, 부자에게는 5000원을 받으면 '부자 구박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두 가지는 논리적으로 똑같은 것이다."

장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닥에 떨어진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는 잔여적 복지가 아니라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옳을 뿐만 아니라, 그래야만 정치적으로 지속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장 교수는 가난한 사람에게만 선별적으로 복지를 하자는 건 "폭동이 안 날 정도로만 밥을 먹여주자는 것"으로서 "복지국가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선별적 복지를 하면, 행정 비용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생각하는 것만큼 많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복지와 성장은 상충한다"는 신화를 깨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언론 등에서 걸핏하면 '복지병'을 운운하고 '경제 위기인데 무슨 복지냐'는 반응을 보이지만,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복지와 성장이 그렇게 상충하는 것이라면 스웨덴, 핀란드가 어떻게 미국보다 성장률이 높겠나?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그렇게 좋은 것이면, 불평등한 미국은 왜 성장률이 떨어졌나? 유럽은 복지로 망하고 미국은 복지가 없어서 (경제가) 잘된다? 1990년대 후반에 미국에 거품이 들어왔을 때를 제외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더 성장률이 높았다."

장 교수는 복지국가 시스템을 충실히 갖추려면 담세율(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지금의 20%에서 최소한 40%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핀란드는 50-55%다. 말하자면 (한국도) 지금보다 세금을 두 배 이상 올려야 제대로 된 복지를 한다는 뜻이다. 누진세 원칙에 따라 부자가 더 많이 내야 하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낼 각오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금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장 교수 생각이다. 미국과 달리 스웨덴 등에서 '복지국가를 없애자'는 말이 안 나오는 것은 세금을 내면 복지 제도를 통해 그 혜택을 "다 내가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육아, 교육, 건강, 실업, 노후 등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에 대비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정부가 세금을 거둬 태워버리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세금이 길이고 병원이고 학교"이라며 "세금이 낮은 게 그렇게 좋은 것이면, 왜 세계의 부자와 기업들이 세율 5%인 자메이카나 법인세율 10%인 알바니아로 안 가겠나"라고 물었다. 다만 장 교수는 정부가 세금을 거둬 "강바닥 파는 것 같은 일을 하지" 말고 잘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훈


"금융 상품은 무서운 무기…자본시장 통제해야"

이와 함께 장 교수는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위해 자본시장 통제, 노동권 강화, 작은 경제 주체들(노조, 소비자, 소생산자 등)의 '민주적 담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원 1표'의 핵"인 자본시장 통제와 관련, 장 교수는 2008년 금융 위기를 통해 그 위험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투기 행위(공매도, "이해 불가능한" 파생상품, 내부자 거래 등)를 제약하거나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런 버핏조차 파생상품을 "금융계 대량 살상 무기"로 규정하고 시장주의의 본산인 IMF마저 '후진국은 자본 통제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말이다.

"'계약의 자유가 있는데 어떻게 금지한다는 말인가'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선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약은 안전성을 입증해야 팔 수 있다. 그런데 금융 상품은 왜 그렇게 안 하나? 얼마나 무서운 건데. (…) 이번 금융 위기로 전 세계에서 8000만 명이 실업자가 됐다. 그중에서 가정이 깨지고 자살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그런데 이런 '무기'를 (규제 없이) 그냥 판다? 통제해야 한다."

장 교수는 노동권 강화와 관련, 정리해고를 어렵게 하고 비정규직 대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복지국가를 잘 만들어야 하지만, 그 이전이라고 해서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또한 "어떤 식으로든 기업 경영에 노동자가 참여하게 하는 것이 민주화"라고 말했다. 법적으로는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지만, 실제로는 "언제든 떠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주인의식이 가장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노동자처럼 "기업을 간단히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줘야" 하며 그것이 기업에도 좋은 일이라는 것이 장 교수의 판단이다.

장 교수는 '1인 1표' 원칙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경제 민주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의 하청기업 착취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로 놔두면 한국 기업이 업그레이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일본이 결정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던 계기는 1950년대 말에 하청기업법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이 강화되자 도요타 등의 대기업이 하청기업에 투자도 하고 기술도 이전하면서 함께 도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장 교수는 중소기업고유업종을 지정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가정할 경우 치킨집과 두부공장을 영세업자만 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과거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경제적 약자들이 특정 업종에 몰려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말이다. 장 교수는 "30년 후 복지국가가 잘 이뤄지고 산업구조가 더 좋아지면 그때는 재벌이 치킨집을 해도 되지만, 그런 세상이 오지 않는 한 제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주변에 계속 이야기해서 복지를 정치권의 최고 의제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청중에게 요청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장 교수와 청중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질의응답 내용은 <"타협도 안 하는 재벌이 백기투항하겠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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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제국과 굶주리는 제3세계

 

 

 

배부른 제국과 굶주리는 제3세계
 
[제3세계 눈으로본 서구열강](13) 말과소 배부른데 사람은 굶어죽어
 
유태영 박사
기사입력: 2012/09/24 [02:49] 최종편집: ⓒ 자주민보
 
 

오늘 세계 인구는 65억이다. 그런데 세계 인구 중에서 8억이 굶주리고 있으며 하루에 10만명이 굶주림으로 인하여 죽어가고 있다. 어린 아이들의 죽음은 5초에 한 명씩 기근으로 죽어간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발표했다.

한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거나 혹은 절도범의 총격으로 죽으면 그 다음날 뉴스에 큰 비극이라고 특별한 사건으로 보도한다. 하지만 하루에 10만명이 굶주림으로 죽어 가고 있으며 또 5초에 한 명씩 어린이들이 기근으로 인하여 죽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그것은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하는 통계숫자와 관한 문제이지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배부른 제국주의 나라의 사람들이다.

한편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한 해 동안 3000만명이 굶주림속에서 죽어가고 있으며 만성적으로 기아상태에 처해 있는 인구는 8억 280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제3세계의 굶주림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끌어들이기 싫은 것이 배부른 제국주의자들의 생각이다. 고의적 무관심으로 제국주의자들은 죄의식을 회피하고 있다.

사실에 있어서 제3세계의 굶주림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오늘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식량이 제대로 분배만 된다면 현재의 인구의 수보다 두 배나 많은 인구라 할지라도 다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식량 자체는 세계의 인구를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제3세계에 있어서 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제국주의자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화 구조의 모순으로 인하여 식량이 국가적으로 불공정하게 분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은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이 전혀 없음으로 굶주릴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농산물들의 가격은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투기적인 가격조정 하에서 강대국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논리에 의하여 결정되고 있다. 농산물의 가격이 땅에 떨어진 헐값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에 반하여 그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하여 필요한 자료들은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사들어야 한다.

궁지에 몰린 농부들은 정든 농토를 버리고 난민들이 되어 도시로 몰려든다. 농부들이 버리고 떠난 후에 그들의 농토는 다국적 자본주의자들의 손에 들어간다. 이러한 현실에 의하여 제3세계의 가장 약자인 민중들은 서방이 주장하는 잔인한 “자연도태설”에 의하여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배부른 제국과 굶주리는 제3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의 구조적 부조리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침략적인 산업화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자 나라들이 제공해 주는 원조와 구제 물자로는 절대로 굶주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강대국들이 제공해주는 위선적인 원조는 오히려 강대국들의 권력을 더 강화하게 할 뿐이다.

굶주림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오직 개혁과 혁명으로 능동적으로 행동하여 강자들이 주장하는 “자연도태설”에 의한 운명론을 완강히 부정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진 주체의식으로 변화하는 삶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아가야 한다. 배부른 제국주의를 타도하기 위한 혁명과 개혁운동이 오늘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하여 중동지역과 제3세계 어느 곳에서나 줄기차게 전개되고 있다.

사람이 태어날 때 배고프려고 이 세상에 태어났겠는가? 인간으로 태어날 때부터 인위적인 고통을 제공해 주는 것은 죄 중에 제일 큰 죄악이다. 인간에게 주어지는 굶주림의 고통을 당연한 현상으로 여기는 제국주의자들의 잔인한 인간성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제국주의자들이 상실한 인간성을 스스로 뉘우치고 포기하는 그 날이 오기까지 제3세계에서 개혁과 혁명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생동하는 투쟁이 세계적으로 강력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배부른 제국과 굶주리는 지구촌의 현실에 있어서 그 원인과 이유에 대하여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가를 간략하게 알아본다.


말과 소는 배부른데 사람들은 굶어죽는다

식량부족의 이유를 경작지의 격감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인하여 공장과 회사들이 많이 건축되는 것이 경작지를 격감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동차 때문이라고 한다.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도로의 확장과 자동차를 주차하기 위한 주차장이 농경지를 격감시키므로 굶주림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와 사막화의 문제가 심각하며 또 건축물의 증가로 인하여 산림파괴가 사람들을 굶주리게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과학자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진실을 왜곡하는 제국주의자들의 허위적 주장이다. 보다 더 넓은 시야와 올바른 판단으로 오늘의 세계의 사실과 진실을 관찰해야 한다. 서구의 강대국들이 무한대한 경작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아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강대국들이 무한대한 경작지를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서구의 강대국들이 무한대한 경작지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그 무한대한 경작지들을 농경지로 사용하지 않고 공휴지로 남겨 놓고 있는 것이 놀라운 사실이다.

미국의 켄터키주에는 유명한 “켄터키 말 공원”이 있다. 이 공원의 크기는 126만 5천600평이나 된다. 그런데 이 광대한 끝이 보이지 않는 기름진 땅이 오직 말을 위한 말 공원이며 그 넓은 땅이 오직 경마와 관련된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1,265,600평의 기름진 땅에 끝이 보이지 않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을 뿐 곡식생산을 위한 옥수수, 감자와 콩 같은 기초식량을 위한 땅은 단 한 평도 찾아 볼 수 없으며 심지어 말 공동묘지까지 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미국의 50여개 주 그 어느 주에 가든지 흔히 볼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농경지가 부족해서 이 지구상에 굶주림의 비극이 있다고 하는 말은 절대로 옳은 말이 아니다.

오늘 이 지구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나라들로 구분되어 있다. 첫째 배부르게 잘 먹으면서 사는 나라들과 둘째 굶주리면서 겨우 살아가는 나라들, 그리고 셋째 굶주림과 기아로 인하여 민중들이 죽어가는 나라들이 있다. 아프리카와 남미 그리고 동남아의 빈곤한 나라들의 민중들이 굶주림과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 강대국들의 백인우월주의적 지배체제하에서 전 세계를 배부른 나라와 굶주린 나라들로 구분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서구 부자나라 사람들이 소를 키우는 방법은 광대한 목초지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게 하는 방법이 아니다. 미국인들이 소를 키우는 방법은 거대한 건물 안에 설치해 놓은 정해진 장소에서 사육하는 방법이다. 놀라운 사실은 전 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분의 1이 부유한 나라들의 소들이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를 키우는 어느 한 목장에서 소비되는 옥수수의 양은 아프리카의 잠비아 같은 나라의 민중들이 1년간 필요한 옥수수 양보다 더 많다고 한다. 그러므로 말과 소는 배부르게 먹고 살찌는데 사람은 굶주림으로 죽어간다라는 말이 절대로 과장된 말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원유가격 상승에 따라 대체에너지의 원료로 옥수수를 사용하고 있다. 2009년도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옥수수 생산량의 30%를 자동차 대체연료 제조에 사용했다고 한다. 미국은 옥수수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하여 제3세계의 주식이 되는 쌀과 밀, 콩의 생산량을 계획적으로 감소시키고 있다.

아프리카 중앙에 있는 나라 우간다는 커피 생산이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우간다 현지에서 커피는 1kg당 14센트를 받고 현지 중개상들에게 팔려 나간다. 커피 생산에 소요되는 가공비 5센트를 덧붙여 1kg당 19센트에 커피가 다시 판매된다. 그 후부터 커피는 대형 커피 중계회사들에게 1kg당 1.64달러로 팔린다. 그리고 우간다에서 생산된 커피는 최종으로 미국에서 최대판매업체인 네슬레에서 완제된 커피로 포장되어 1kg당 26.40달러로 팔린다. 우간다 농민들이 받는 생산가격의 약 200%에 해당하는 비싼 가격으로 다국적 기업체들은 이득을 얻고 있다.

우간다 커피 재배농민들이 가난에 도산한다 해도 미국은 하등의 염려가 없다. 그 다음에 는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서 커피자원의 거래선을 바꾸기만 하면 아무 염려가 없다고 다국적 기업인들은 생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 잉여생산량은 9억kg이 넘는다. 커피 잉여생산으로 농민들은 큰 타격을 받는다. 하지만 대기업자들은 국제적 커피 유통기관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헐값으로 구입하여 여전히 최종 단가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빈익빈 부익부의 착취논리는 커피산업에서도 여전히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9억kg의 커피가 잉여생산되고 있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말인가? 그 말은 현재 지구 인구의 2배에 달하는 사람들이라도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의 잉여생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식량 생산이 부족해서 굶주린다는 말은 강대국들의 거짓선전이다. 식량생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3세계에서 식민주의 다국적 기업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자들이 곡물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며 식량의 판매와 공급이 오직 그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곡물 시장체제와 구조는 제3세계 농민들의 피를 빨아 먹고 자란다.

다국적 대기업들이 제3세계의 정상적인 삶의 싹을 잘라버리고 저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굶주림의 원인은 식량생산과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자들이 전 세계를 위한 도의적인 정의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며 또 인류에 대한 양심적인 사랑이 근본적으로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굶주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전 세계의 인구가 65억이다. 그런데 이 65억의 인구수를 100명으로 압축하여 배부른 자와 굶주린 자의 수를 비율로 대조한 흥미로운 기사를 최근에 읽어 보았다. 이 기사에 의하면 100명 중에 50명이 굶주림으로 인하여 영양결핍증에 빠져있다. 굶주림으로 인하여 100명 중 25명이 죽음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 25명 중 1명이 매순간 죽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국적 대기업들의 횡포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 신자유주의로 인하여 100명 중 75명이 굶주림과 죽음의 희생자들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굶주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지구상에서 강대국들의 다국적 세계화로 인하여100명 중 75명이 굶주림의 희생자들이 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굶주리는 75명은 제3세계의 민중들이다.

굶주림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번째 방법은 강력한 분노를 일으켜 저항하는 방법이다. 무엇에 대한 분노인가? 미국 제국주의자들은 미국인들의 배부름에 대한 정치적인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하여 이데올로기를 무기로 삼고 있다. 미국인들이 주장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또 다시 종교적으로 미화시키는 역할을 미국의 종교인들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3세계의 민중들은 제국주의자들이 무기로 삼고 있는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이념적 분노를 일으키면서 강력한 저항정신으로 무장하는 것이 제일 첫 번째로 중요한 투쟁방법이다.

제국주의자들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관철하는 수단과 방법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정당한 규범과 규제들을 모두 다 무시해 버린다. 민중이 선거로 성취한 민주적 정권교체이지만 친미정권이 아니면 무조건 부인한다. 순수한 민족주의와 인도주의적 평화운동도 미국이 주장하는 이데올로기와 부합하지 않으면 무조건 반대한다.

미국은 미국의 이익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미국식 이데올로기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고 있는 유럽연합은 27개 국가들로 경제적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자본주의적인 논리를 서구적 이데올로기로 변장하여 자유시장의 경제법칙을 전 세계에 강제하고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이데올로기를 정치적인 권위와 종교적인 위선으로 가장하여 자본과 민중을 양분시켜 대립하여 싸우게 한다.

프랑스의 혁명가 생쥐스트(1767-1794)는 그의 마지막 재판정에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민중과 그 적들 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있는 것은 오직 칼(혁명) 뿐이다.”

생쥐스트의 외침은 현대에 있어서 혁명의 세계사적인 큰 의미를 제시해 주고 있다. 생쥐스트가 외친 주장은 민중의 적에 대한 분노는 결국 칼(혁명)을 드는 혁명정신으로 행동화하는 길 뿐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2014년에 동학혁명 11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최제우의 혁명사상은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 주고 있는가? 그는 하느님(한을님)을 마음에 모시는 것처럼 민중을 마음속에 귀중하게 모셔 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학혁명은 몇 백년 동안 굳어진 고질적인 민중의 적인 봉건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킨 위대한 혁명이었다.

사회적 혁명의 기원은 저 멀리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올라가야 하겠지만 18세기의 시민혁명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오늘의 혁명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바란다. 그러므로 18세기의 이른바 부르조아 혁명과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각각 떼어놓을 수 없는 같은 혁명의 유래이며 혁명의 연속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배부른 제국주의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오늘 이른바 문명시대의 지구촌에서 제3세계에 속한 8억명의 민중들이 굶주림으로 고난속에 살고 있으며 또 그 중의 일부는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혁명이 아니고 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제3세계가 가야할 혁명의 길은 1917년에 러시아에서 맑스-레닌의 지도 하에서 시작됐다. <공산당 선언>, <독일 이데올로기> 등을 통하여 혁명운동의 이론이 확립됐다. 그 후에 동유럽과 중국, 조선(북한)에서 김일성 장군의 “ㅌ.ㄷ. 혁명운동”, 쿠바 혁명, 베트남 혁명 운동으로 확산됐다. 쿠바에서 카스트로 혁명을 완수시킨 체 게바라의 혁명정신은 오늘 남아메리카 전역에서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 칠레 등 여러 나라에서 시민혁명이 산불처럼 확산되어 미국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에 대한 종지부를 찍고 미국을 패배의 길로 몰아 넣고 있다. 남미에서 시민혁명의 과제는 배부른 제국주의자들이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침략적 제도와 지배체제를 완전히 철폐시키는데 있다.

아프리카 튀니지의 혁명을 “재스민 혁명”이라고 부른다. 이란에서는 “녹색 혁명”이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제3세계 나라들이 독재에 항거하여 혁명을 일으키는데 있어서 각양각색의 특색에 따라 장미 혁명, 그린 혁명, 오렌지 혁명, 밤나무 혁명 이라고 하는 특이한 명칭들을 상징으로 사용하여 혁명정신을 표시하고 있다.

2012년 결실의 가을을 맞이하는 이 때에 중동지역에서는 “아랍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중동의 전역에서 미국 제국주의에 항거하는 반미시위가 혁명의 꽃을 활짝 피우고 있는 것이다. 중동지역에서 최근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반제반미 데모(혁명 운동)에 대하여 언론에 보도된 기사들을 알아본다.

ㄱ. 레바논에서 격렬한 반미 시위가 KFC 매장 앞에서 발생하여 경찰 18명과 약 25명의 시위자들이 부상을 당했다.
ㄴ. 수단에서 수백명의 시위대가 영국 대사관으로 밀고 들어갔으며 차량에 불을 지르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ㄷ. 예멘에서 약 2000명이 미국 대사관에 몰려가 미국 성조기를 불태웠는데 경찰이 최류탄을 발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ㄹ. 이집트에서 수백명의 시위 군중이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경찰과 충돌했으며 성난 군중은 미국 성조기를 찢으면서 최류탄 속에서 시위를 계속 했다.
ㅁ. 이란에서 수천명이 “미국의 죽음”을 외치면서 미국 성조기와 이스라엘의 국기를 불태웠다. 이란의 다른 지방 여러 곳에서 반미시위가 있었다.
ㅂ. 바레인에서 2000명이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는 시위를 벌였다.
ㅅ. 이라크에서 약 1000명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기를 불태우면서 시위를 했다.
ㅇ. 튀니지에서 수천명이 미국 대사관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는데 미국은 헬기와 장갑차를 동원하여 군중의 데모를 막고 있었다.

2012년 9월 11일에 리비아에서 미국 대사 크리스토퍼 스티븐스를 비롯하여 4명의 외교관들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미국의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4명의 외교관이 사망한데 대하여 매우 원망스러운 말을 했다.

“미국이 도와주고 자유를 주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도와줌과 자유”는 누구를 위함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녀가 말하는 “도와줌과 자유”는 순전히 미국의 유익을 위함이다. 미국은 허위와 위선으로 포장한 “도와줌과 자유”를 제3세계 나라들에게 헐값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러므로 남아메리카와 중동에서 반제반미 데모(혁명 운동)가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있는 것은 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제3세계 혁명의 완수를 위하여

아프리카의 앙골라는 33년의 내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앙골라가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것은 앙골라의 전국 국토에 지뢰가 묻혀 있다는 사실이다. 논과 밭, 산 언덕이나 평지할 것 없이 지뢰가 가득하게 묻혀 있다. 미군이 심어 놓은 지뢰 600만개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은 굶주려 죽어가는 앙골라 민중들을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비행기에서 공중투하로 먹을 것을 들판에 여기저기 무차별로 떨어뜨린다. 굶주린 여자들과 아이들이 그쪽으로 달려가다가 지뢰를 밟아 몸이 찢겨져 현장에서 죽든지 살아남더라도 평생 불구자가 된다. 팔다리를 절단한 불구자가 제일 많은 나라가 바로 앙골라이다. 심지어 앙골라에서는 팔다리 없는 “미인대회”가 있을 정도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오늘의 시대를 가리켜서 “악당의 시대”를 지나 최후로 “극단의 시대”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일본에 원자탄을 투하하여 15만2천명을 죽였는데 15만 5천명이 방사능에 피폭되어 부상자들이 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미국의 힘을 의지하여 군사강국이 되기 위하여 문앞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이제 세계 역사는 위기의 시점에 이르고 있으며 내적 징후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위기의 징조가 발견된다고 에릭 홉스봄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지구상에서 앞으로 미국이 지배하고 있는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그대로 연장시키면 절대로 희망이 없다. 세계가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면 과거에 핵무기로 세계를 지배한 미국의 잘못된 역사와 또 미래를 핵무기로 세계를 또 다시 지배하려고 꿈꾸고 있는 미국을 오늘 이 지구상에서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된다.

도대체 미국은 핵무기를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가? 2010년 5월 현재 미국이 전 세계에 실전 배치하고 있는 장거리와 단거리 핵탄두 수는 5,113기이다. 실전 배치를 하지 않고 있는 핵탄두를 모두 다 합치면 미국의 핵탄두 보유수는 1만여 기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이 핵무기185개 탄두를 가지고 있으며 프랑스도 핵무기탄두 300개를 가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핵무기 소유국으로 밝혀진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등 7개국이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소유하고 있지만 핵무기 보유국으로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핵무기 개발가능국가로 이란, 시리아, 미얀마 등 3개국들이 주목 받고 있다.

전 세계를 핵무기로 지배하고 있는 현시대와 미래시대에 대하여 서구 제국주의 패권국가들에게 인문주의적인 인도적 원리와 윤리와 도덕적인 삶의 원리를 감히 기대할 수 있겠는가? 오늘 서구 열강의 초재벌 국가들에게서 인간의 보편적 가치와 종교적인 철학에 근거하여 민중을 위한 통치의 진리성을 인간들에게 펼치는 삶의 원리를 감히 기대할 수 있겠는가?

소크라테스를 죽인 과두정치의 오랜 서구 전통과 그리스도를 죽인 유대주의적 부유층 재벌에 동화되고 변질된 서구의 기독교문화가 오늘 전 세계를 물질주의적 군사력을 가지고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오늘의 세계에서 제3세계의 혁명적 투쟁운동은 벽에 부딪혀서 패배의 운명에 처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오늘 제3세계의 반제반미 혁명적인 투쟁에 있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투쟁방법은 백절불굴 “이열치열”의 투쟁 방법을 체득하고 있다. “이열치열”이란 무슨 뜻인가? 서구 문명인들이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열치열” 투쟁방법으로 제3세계의 반제반미 혁명적 투쟁을 능히 승리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

동양의 지혜를 말하자면 “열은 열로서만 풀 수 있다” 는 원리이다. 동양적인 지혜의 방법대로 “핵은 핵으로서만 풀 수 있다”는 것이다. 힘은 힘으로서만 물리칠 수 있는 것이 동양적 지혜이며 당연한 이치 아닌가? “이열치열”이란 더운 것으로 더운 것을 다스린다는 뜻으로서 어떤 작용에 대하여 그것과 꼭 같은 어떤 작용으로서만 대응을 한다는 원리적인 방법인 것이다.

미국이 실전배치한 핵탄두가 5,000여 기이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조선의 인민군이 핵탄두 10-15기 정도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도 정확한 수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실전에 있어서 핵탄두는 수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이며 절대로 많은 수를 과시용으로 가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미국의 핵을 제3세계의 핵으로 푸는 것이 바로 “이열치열” 방법인 것이다. 이 “이열치열”을 또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억제력”이다. 미국의 핵 위협을 물리치는 유일한 방법은 제3세계의 “핵 억제력”을 갖추는 “이열치열”의 길밖에 없다.

예정웅 군사전문가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이 두 전문가들의 많은 글을 통하여 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핵미사일, 핵잠수함 그리고 인공위성에 대하여 독자들은 충분히 많은 것을 알고 있으므로 지면상 제약 때문에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글을 맺으며

일본의 지성적인 기독교 사회주의자 두 사람이 있다. 하천풍언 목사와 가가와 목사 두 사람이다. 이 두 목사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반대하여 감옥생활을 했으며 “한일합방”을 반대하며 일본을 대표하여 조선 민중을 향하여 용서를 빌었다.

하천풍언 목사는 미국 유학을 하여 프린스턴 신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하천풍언 목사는 미국의 기독교 신학에 대하여 논평하여 말하기를 “미친 자의 신학”이라고 혹평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양심적인 사회주의 기독교 목사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빈민굴에서 하층계급의 민중들과 동고동락을 같이 하다 죽었다.

이 두 목사들이 평생 동안 주장한 외침은 다음과 같다. 하나님을 찾고자 하는 자는, 첫째 교회에 가기 전에 감옥을 찾아 가야 한다, 둘째 교회에 가기 전에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셋째 교회에 가기 전에 배고픈 자들에게 먹을 것을 줘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225명의 부자들의 총자산이 1조 달러인데 세계 25억명의 연간 수입과 같은 액수라고 한다. 또 어떤 통계에 따르면 15명의 대부호의 총재산이 사하라 이남의 모든 아프리카 나라들의 국내 총생산량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 숫자들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부자 나라에게 엄청난 부가 쌓이는 동안 제3세계의 민중들이 굶주림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오늘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을 앞세워 놓고 오직 미래의 세계평화 담론만을 유도하고 있다. 세계평화를 오직 현재와 미래를 위한 과제로만 여기고 있는 것은 강대국들의 과거에 대한 책임회피적인 교묘한 술책이다.

조국의 남녘땅에서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가까워졌다. 이른바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라는 박근혜 의원은 미래의 새 역사를 주장하면서 과거사를 애써 지우려 하고 있다. 유엔이 불의한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박근혜 후보는 과거 박정희 이후의 유신의 후예들이 저지른 반민족적이며 반통일적인 죄악에 대한 기억들을 잊게 하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거의 썩은 역사를 도려내지 않는 한 제3세계 진영에 새 역사는 없으며 조국의 평화통일도 있을 수 없다.(2012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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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여행자 큰뒷부리도요, 200시간 논스톱 비행

극한 여행자 큰뒷부리도요, 200시간 논스톱 비행

 
조홍섭 2012. 09. 21
조회수 2424추천수 1
 

순풍 타고 3000m 상공에서 태평양 종단 비행 8일…먹지도, 마시지도, 자지도 않아

체중 절반 지방 태워 물과 에너지로, 쓰지 않는 창자 등 장기 줄여

 

epic_flight1.jpg » 태평양을 크게 한바퀴 도는 붉은 선이 큰뒷부리도요가 해마다 반복하는 여정이다. 사진=미국지질조사국(USGS)

 

새만금 갯벌이 망가진 뒤 우리나라 최대의 도요·물떼새 도래지가 된 금강 하구 유부도에 “뿅~뿅~뿅~” 하는 청다리도요의 맑은 울음소리가 퍼져나갔다.

 

갯벌에는 밀물에 쫓기면서 도요새들이 바삐 먹이를 찾고 있었다. 몸이 작은 좀도요, 민물도요, 물떼새는 종종걸음을 치며 작은 갯가생물을 잡았고 긴 부리를 지닌 도요들은 느긋하게 갯벌 속에 숨어 있는 갯지렁이와 게를 노렸다.

 

갑자기 도요새들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더니 휙 각도를 바꿔 갯벌로 스며들었다. 맹금류인 새홀리기 한 마리가 갯벌의 평화를 깼다.
 

wader1.jpg » 지난 15일 금강 하구 유부도 갯벌에서 도요새들이 구름처럼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조홍섭 기자

 

“도요새를 날리지 마세요.”
 

지난 15일 도요새 탐사에 나선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오동필 물새팀장이 참가자들에게 당부했다. 도요새들이 이곳에서 충분히 먹이를 먹어 지방을 얼마나 비축하느냐가 삶과 죽음을 가르기 때문이다.
 

알록달록한 깃털이 두드러지는 붉은어깨도요는 대표적인 피해자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에서 5400㎞를 날아 황해에 도착해 ‘급유’를 한 뒤 다시 시베리아 북부 툰드라로 날아가 번식하는 이 도요새는 중간 기착지인 ‘새만금 주유소’가 문을 닫는 바람에 전세계 개체수의 20%가 줄었다. 오씨는 “새만금에서 4만~5만마리까지 큰 무리의 붉은어깨도요를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엔 1000~2000마리가 고작”이라고 말했다.
 

wader3.jpg » 서해 갯벌에 중간 기착한 붉은어깨도요. 호주와 북극의 오가는 장거리 여행자이다. 사진=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물새팀장

 

이런 장거리 이동 도요새가 수천㎞를 비행한 끝에 내려앉을 때는 어떤 모습일까. 오씨의 설명을 들어보자.
 

흑꼬리도요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논스톱으로 날아오는데 내려앉기 전 ‘뾰~뾰~뾰~’ 하는 소리를 집단으로 내면서 선회합니다. 긴 여정이 끝나고 이제 다 왔다는 신호겠지요. 그러곤 너무 힘들다는 듯 죽은 듯이 앉아서 쉽니다.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죠. 하지만 무척 허기진 듯 먹이가 눈에 띄면 우선 먹습니다.”
 

흑꼬리도요의 친척인 큰뒷부리도요는 진정한 장거리 여행자이다. 자신의 신체 구조까지 바꿔 가며 장거리 비행에 극단적으로 적응했다.
 

Arnstein Rønning_Limosa_lapponica_rg.jpg » 수면 위를 나는 큰뒷부리도요. 장거리 비행 때는 2000~3000m 상공에서 무리지어 난다. 사진=아른슈타인 뢰닝, 위키미디어 코먼스

 

몸 길이 41㎝에 70~80㎝ 길이의 날개를 지닌 비교적 큰 도요인 큰뒷부리도요는 약 1000년 전 마오리족의 조상이 뉴질랜드를 발견하도록 만든 새로 유명하다. 일단의 폴리네시아인은 해마다 같은 시기에 남쪽으로 날아가는 ‘쿠아가’ 무리를 따라가면 틀림없이 육지가 나온다고 믿었다.

 

그 믿음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었는데, 쿠아가는 물갈퀴도 없고 물에 빠지면 익사하는 육지 새였기 때문이다. 마오리족이 길잡이로 삼았던 큰뒷부리도요는 지금 이 시각 태평양을 세로로 건너질러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로 비행하고 있다. 1만㎞가 넘는 이 망망대해를 8~9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 한숨 자지 않고, 물 한 방울 마시지 않고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한다.

 

wader2.jpg » 우리나라 서해 갯벌에서 먹이를 찾는 큰뒷부리도요. 사진=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물새팀장
 

조류 연구자들은 일찍부터 이 새의 대양 횡단을 짐작하고 있었다. 8월 말부터 알래스카에서 이 새가 사라진 뒤 뉴질랜드에서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리에 식별표지를 붙인 큰뒷부리도요가 가을철 아시아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혹시 이들이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에서 쉬었다 가는 건 아닐까. 그러나 이동로에 위치한 하와이제도 위로 해마다 10만마리의 큰뒷부리도요가 지나가지만 지난 35년 동안 이 섬 안에서 목격된 개체는 40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새의 장거리 이동에 대한 결정적 증거는 2007년 나왔다. 미국 국립지질조사국 조류학자들은 피부 밑에 건전지 크기의 무선송신기를 삽입한 큰뒷부리도요 9마리를 알래스카에서 날린 뒤 인공위성으로 이들의 경로를 추적했다. 이들의 놀라운 대양 횡단 비행 궤적은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알려졌다.
 

direct flight.jpg » 알래스카를 떠나 뉴질랜드로 직행한 큰뒷부리도요 위성 추적 기록. 사진=미국지질조사국(USGS)

 

이때 세계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세워 유명해진 큰뒷부리도요가 ‘E7’이었다. 8월30일 해가 지기 2시간 전 이륙한 이 새는 8일 동안 1만1680㎞를 쉬지 않고 날아 9월7일 저녁 뉴질랜드 피아코강 어귀의 습지에 착륙했다. 평균 시속 60㎞의 속도로 지구의 반대편으로 비행한 것이다.
 

큰뒷부리도요를 주인공으로 한 자연 다큐로 다음달부터 전국 극장에서 개봉될 부산경남 민방(KNN)의 <위대한 비행>에는 2만7000㎞에 이르는 알래스카~뉴질랜드~서해~알래스카 여정을 4번 완수하고 지난해 죽은 ‘얄비’ 이야기가 나온다. 4년 동안 얄비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 중 3분의 1을 난 셈이다.
 

e7_entire_track_rev_dates.jpg » 세계 최장 비행 기록을 세운 큰뒷부리도요 E7의 여행 경로. 사진=미국지질조사국(USGS)

 

여행을 떠나기 전 이 도요는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알래스카 유콘강 하구에서 배를 채워 ‘공처럼’ 뚱뚱해진다. 출발 직전 레이더 기지와 충돌해 죽은 큰뒷부리도요 수컷을 조사한 결과 몸무게 367g 가운데 201g이 지방이었다.

 

장거리 이동 도요들은 대개 이동 직전 몸무게의 절반을 지방으로 채우고 이를 태워 얻은 에너지로 비행한다. 도착지에서 몸무게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흥미롭게도 태평양을 횡단하는 점보 제트기도 무게의 절반을 연료로 채운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 결과 이들 도요새에게는 몸의 조직과 장기가 변하는 극단적 생리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긴 여행을 떠나기 전 최대한 많은 지방을 몸에 채우기 위해 비행 동안 불필요한 소화기관 등의 장기는 가능한 한 축소시킨다. 앞서 출발 직전 죽은 도요새의 가슴 근육은 한쪽이 27g이나 됐지만 간은 7g, 콩팥은 한쪽이 1.5g에 지나지 않았고 위장은 텅 비어 있었다.
 

Dick Bos_800px-MirandaNzWetland02.jpg » 뉴질랜드 미란다 강 하구에 도착해 먹이를 먹는 큰뒷부리도요 무리. 사진=딕 보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중간 기착지에 도착하면 신체는 다시 극적으로 변화한다. 심장, 다리 근육, 콩팥, 위, 간, 창자가 다시 커진다. 하지만 출발 직전엔 다시 지방에 공간을 내주고 움츠러든다. 이런 생리변화를 보고한 네덜란드 과학자의 논문 제목은 ‘위장은 날지 않는다’였다.
 

큰뒷부리도요는 비행 중 필요한 수분을 지방을 분해해 충당하며, 잠은 고래 등 해양동물처럼 뇌의 절반씩 가수면 상태에 빠지는 식으로 자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대양을 횡단하는 비행이 새의 강인함과 인내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큰뒷부리도요는 적어도 5가지의 다른 바람을 적시에 이용해 비행 에너지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발 때는 알류산 저압대의 주기적 폭풍을 이용하는데, 순풍을 받아 1000㎞ 거리를 시속 144㎞까지 속도를 낸다.
 

wader5.jpg » 2010년 새만금 갯벌에서 죽은 채 발견된 큰뒷부리도요. 중간기착지의 환경변화는 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사진=조홍섭 기자

 

이정표나 지형지물이 있을 리 없는 대양에서 이들은 낮에는 태양의 편광을 보고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해 2000~5000m 상공을 난다. 이들은 대양에서는 비교적 좁은 폭 1800㎞의 통로로 이동하는 뛰어난 방향감각을 보인다.
 

큰뒷부리도요는 해마다 가을철 번식지인 알래스카에서 월동지인 뉴질랜드로 이동하지만, 반대로 봄철엔 태평양을 횡단하지 않고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을 들러 알래스카로 가는 우회로를 택한다.

 

USGS Alaska Science Center_Bar-tailed_Godwit_migration.jpg » 봄철 알래스카 번식지로 갈 때는 황해에 중간 기착하는 다른 항로를 이용한다. 사진=미국지질조사국(USGS)

 

그 이유로는 남행길과 달리 북행길엔 바람을 활용할 수 없고, 중간에 두둑하게 지방을 축적하고 번식지에 도착하는 것이 유리하며, 만일 지방층이 고갈되더라도 4000㎞ 거리엔 ‘비상 착륙’할 곳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질랜드로 가는 남행길에서 목적지 이전에 지방층이 없어지면 도요새는 마지막 1400㎞ 비행을 포기하고 뉴칼레도니아에 내려앉기도 한다.


밀물이 계속 밀려오자 도요새들은 더 높은 곳을 찾아 유부도 해안을 떠났다. 갯벌 생태체험 전문가인 여길욱 한국도요새학교 대표는 “도요새에겐 먹이 한 점이라도 절박한데 최근 이곳에 탐조객과 사진가들이 몰리면서 새들을 간섭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wader4.jpg » 유부도에 도요새 탐조에 나선 군산중앙여고 탐조동아리 원더버즈 회원인 김현주, 이수영, 이우희(왼쪽부터) 양이 필드스코프 앞에서 모였다.

 

군산중앙여고의 철새보호 동아리 원더버즈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현주(2년) 양은 “도요새들의 쉼터로 쓰기 위해 금강 하굿둑 부근 농지 매입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큰뒷부리도요처럼 신기하고 대단한 도요를 지키는데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산/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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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콘서트 불허’ 서강대의 ‘박근혜 인맥’

 

 
‘김제동 콘서트 불허’ 서강대의 ‘박근혜 인맥’
 
[분석] 새누리 사무총장-박 캠프 본부장 비롯해 정.재계 등에 두루 포진
 
임병도 | 2012-09-22 08:01:1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방송인 김제동씨가 평화재단과 진행하는 토크콘서트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의 서강대 공연이 불허됐습니다. 김제동씨는 전국 40개 대학을 순회하는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11월15일로 예정된 서강대 공연을 서강대 측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사를 학내에서 열 수 없다'는 이유로 공연을 불허한 것입니다.

이번 서강대의 김제동 콘서트 불허는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김제동씨는 정치적인 발언을 콘서트에서 하지 않기로 이미 알려졌고, 이번 행사는 순수한 김제동의 재능기부로 열리는 무료 콘서트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서강대 총학생회 측은 이미 행사주최측과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상호서약'까지 마친, 그 누가 봐도 철저하게 정치적 발언과 행사를 배제하도록 사전에 준비된 콘서트였기 때문입니다.

대학생들의 과도한 등록금 문제와 취업난으로 힘든 이 시기 젊은이들을 위해 방송인 김제동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행사가 과연 정치적인 행사라고 한다면, 진짜 서강대가 어떻게 정치와 유착되어 있는지 그 진실을 찾아봤습니다.
 

▲ 1994년 10대 뉴스에 선전됐던 박홍 총장 주사파 발언,출처:동아일보

 

'서강대 총장 박홍의 주사파 발언 파문'

1994년 대한민국은 '주사파'라는 신매카시즘의 정국이었습니다. 박홍 서강대 총장은 그해 여름 청와대주최 대학총장 오찬 모임에서 주사파 뒤에 사노맹이 있고 그 뒤에 북한의 사노청과 김정일이 있다는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박홍 총장은 기자 회견에서 북한 공작금으로 공부해서 교수가 된 인물이 남한 학계에 침투해 있으며, 학생들이 팩스를 통해 북한 지령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공식적으로 했습니다. 또한, 정재계에 주사파 인물들이 활약하고 있으며, 학생운동과,일부 정치가들의 활동은 모두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박홍 총장의 충격적인 발언 이후, 대한민국은 신매카시즘으로 돌변해, 조중동은 연일 주사파 관련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시민들, 스승의 용기있는 지적(동아일보 1994년 7월21일)
'주사파 척결 여론 확산'(중앙일보 7월22일)
'박홍 총장 용기, 사회가 보호하자'(조선일보 7월22일)


보수우익단체와 전국 교수들은 박홍 총장 발언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시위와 성명서를 발표했고, 온 국민이 대한민국에 숨어든 속칭 주사파 빨갱이를 하루빨리 잡아야 한다고 연일 목소릴 높였습니다.
 

▲ 박홍 총장 발언이 나오자 검찰이 공안정국을 조성하려고 했다는 기사 출처:한겨레

당시 집권당인 민자당은 박홍 총장의 발언을 적극 지지했으며, 검찰은 교묘하게도 '한총련 북한 교신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박홍 총장의 발언이 신빙성 있는 진실처럼 공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박홍 총장의 발언은 사실이었을까요? 박홍 총장의 주사파 발언이 확대되자 검찰은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지만, 결국 "박 총장이 제시한 자료는 그동안 공안수사기관에서 대부분 입수해 수사자료로 활용했거나,활용하고 있는 것들이어서 새롭게 수사단서가 될 만한 것이 없었다"고 발표를 합니다.

 

 

▲ 주사파 발언 박홍씨가 패소한 사건 출처:동아일보

 

박홍 총장은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자꾸 말을 바꾸기 시작했고, 결국 자신이 말한 발언은 '외국 학회에 참석했을 때 북한학자에게 들은 얘기, 운동권 출신 제자가 해준 이야기를 토대로 자기 생각을 말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1994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신매카시즘의 실체는 '~카더라' 통신이었고, 박홍 총장이 말했던 북한의 지시를 받고 있었던 주사파의 실체는 밝혀진 것이 없었습니다. 박홍 총장은 자신의 발언이 거짓으로 판명되자, 명예 훼손 혐의로 7천만 원의 배상판결까지 받았습니다.

서강대를 중심으로 박홍 총장 지지 성명을 낸 교수들은 모두 술집에서조차 말하기 창피한 '카더라 통신'을 가지고 마치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서청처럼 대한민국을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넣은 것입니다.

'박근혜의 서강대 인맥이 대선 캠프를 장악하다'

알다시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서강대 출신입니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박근혜 후보는 서강대 입학시험을 볼 때부터 신문 기사에 나올 정도로 관심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 서강대 10주년 기념 바자회를 둘러보는 육영수 여사.출처:경향신문.

 

박근혜 후보가 서강대 재학시절 육영수 여사가 방문하는 등 서강대는 인지도가 크게 확장됐으며, 이를 통해 서강대가 명문대학교로까지 불리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이렇게 서강대가 뜨게 된 배경에는 박정희의 경제 정책을 이끈 핵심 브레인들 대부분 서강대 교수를 주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고, 이를 일명 '서강학파'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199년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는 이회창 총재와 대립각을 세우며, '한나라당의 1인 사당화'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이때 박근혜 부총재의 보수층을 겨냥한 발언 행사에는 앞서 말한 주사파 발언 박홍 총장이 등장해, 박근혜 부총재의 보수 우익의 견고함을 더해줬습니다.

서강대 출신의 박근혜 후보는 서강대 교수들과 서강대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해 자신의 인맥으로 활용하고, 친위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을 필두로, 김호연 대선캠프 총괄본부장은 모두 박근혜 후보의 서강대 후배들입니다. 여기에 김종인,김광두 정책위원들은 서강대 교수 출신으로 박근혜 후보의 경제 정책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김호연 본부장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동생으로 수천억 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재력가 출신이면서, 빙그레 이건영 대표(서강대 경제학과 74학번)에게 회사를 이어주고 정치에 입문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도 서강대 총동문회를 가면 최홍성 신세계건설 대표 (경영 67학번),김철규 SK텔링크 사장(전자공학 71학번),정진행 현대차 사장(무역 75학번)오규식 LG패션 사장(무역 76학번)이휘성 한국IBM 사장(회계 78학번) 등 재계 인물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재계의 서강대 인맥은 너무 화려합니다.
 

▲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신방과 77학번)최휘영 (영문학과 83학번) NHN비지니스플랫폼 사장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주위와 재계를 보면 서강대 출신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대선 캠프의 주요 요직으로 박근혜 후보를 도와주고, 재계의 서강대 인맥들은 박근혜 후보에게 외곽세력으로 도와주는 움직임이 점차 포착되고 있습니다.

현재 서강대출신 동문들은 '서강바른포럼'을 중심으로 세를 급속하게 확장하고 있으며, 제일 활발한 '서강바른금융인포럼'에는 외환은행 부행장 출신 이상돈이 회장을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는 되고, 김제동은 왜 안되나?'

얼마 전 박근혜 후보가 가천대 특강에 간 사건이 이슈가 됐습니다. 학생을 버스로 동원했고, 박근혜 특강을 들어야만 출석을 인정했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명백한 정치인이자 대선 후보입니다. 그런 인물이 대학에서 특강을 했다는 사실은 명백한 정치적 행사입니다.

이에 반해 김제동 콘서트에는 정치 얘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오로지 젊은이들의 아픔과 그들의 어려운 현실을 위로해주고 희망을 주는 이야기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 질문 : 제동이형에게는 요즘 가장 행복한 일은 무엇인가요? 행복하세요?

- 김제동 : 여러분 행복하게 해주려고 지금 어깨동무 콘서트 시작했는데, 사실 요즘 저도 행복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제 연관 검색어는 연예인 연관 검색어가 아니예요. 안철수, 문재인 이래요.(ㅠ) 대한민국에서 폭력이나 음주운전 제외하고 신문 1면에 이름 나온 연예인이 잘 없어요.

다만 제일 행복할 때는 이렇게 여러분 만날 때예요. 여러분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비 오는 날에 얼마나 할 일이 없었으면, 나를 보러 여기 왔을까. (ㅋㅋㅋ) 사실 저를 보러 여기 온 게 아니라 어디에도 마음껏 이야기할 공간이 없는 것 아닌가.’ 이렇게 느껴져서 참 안쓰러워요.

원래 서로 비슷한 인간들끼리 만나면 좀 위로가 됩니다. 알죠? 고민이 있을 때 이렇게 저렇게 해라 이야기해주는 멘토가 사실 필요한 게 아니거든요. 힘들 때는 같이 술 먹고 토해주는 친구가 더 나아요. My sisters keeper 라는 영화 봤어요? 거기 보면 백혈병 걸린 딸이 “나 괴물같지?” 하면서 울어요. 엄마가 달래고 달래다가 “알았어” 하더니 엄마가 머리를 밀고 와요. 그리고 같이 놀이공원에 놀러가요. 그런 게 우리한테 지금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태어나서 100일도 안 되어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어릴 때부터 늘 ‘엄마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 하는 불안을 갖고 있었어요. 지금도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 늘 저한테 있어요. 연예인이라는 직업도 그래요. 지금은 여러분들이 저에게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내도 언젠간 한순간에 돌아서버리잖아요. 제 생사를 여러분이 갖고 있잖아요.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불가능합니다. 늘 잘 보이려고 노력해야 하죠. 그런 아픔들과 불안감이 다 있어요.
(출처: 희망플래너 http://hopeplanner.tistory.com/388)

김제동 콘서트에 나왔던 얘기 중의 한 부분입니다. 자신의 아픈 과거를 얘기하면서 함께 아픔을 나누자는 저런 이야기가 무슨 정치적인 의미를 담겠습니까? 김제동 콘서트는 서강대 이전에도 수차례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시사] - 김제동 KBS콘서트 취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단국대에서 열린 김제동 콘서트에 참석한 수백명의 학생들. 출처: 희망플래너 http://hopeplanner.tistory.com

 

김제동의 콘서트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는 이 시대 아픈 젊은이와 함께 아픔을 나누자는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콘서트입니다. 이에 반해 서강대는 지금 박근혜를 주축으로 유신정권 박정희 시대 '서강학파'의 경제 논리를 2012년에 재연하고, 정재계를 장악하는 징후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어느 부분이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우리가 주목하고 견제해야 할 일입니까?

김제동의 콘서트 취소를 보면서 김제동은 잠정적 대선 후보의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아마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그리고 서강대 출신 인사들은 방송인 김제동이 안철수 원장처럼 콘서트를 하다가 대선 출마를 한다고 가정하고 서강대 콘서트를 불허한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인 김제동의 잠정적 대선후보 됨을 축하해야 할지, 서강대 출신들이 박근혜를 중심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지 고민되십니까? 그 해답은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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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검색조작,블로거들이 뿔났다

 


9월19일 오후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긴장과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날 오후 3시에 안철수 원장의 대선선 출마 기자회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 원장의 기자회견을 검색하며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었습니다.그런데 네이버에 들어간 순간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신아영'이라는 낯선 이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신아영이 누군가 찾아봤더니 그냥 스포츠 아나운서 였습니다. 관련 뉴스라고 해야 아나운서의 외모를 말하는 언론사 기사 몇 개뿐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가장 사람들의 관심이 증폭되는 시간에 엉뚱한 이름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나올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이처럼 전형 엉뚱한 기사 몇 개로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바뀝니다. 이용자들의 어떤 반응 이전에 반응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환경을 조성해놓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의 문제점은 수차례 지적했습니다. 그것은 네이버가 이제 언론처럼 여론을 끌고 가는 중요한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정치] - 전하진 '스마트 협박금'과 네이버와의 관계
[시사] - MB멘토의 '네이버 길들이기' 진짜 목적은?
[시사] - 검색조작 네이버가 바뀐다고? 절대 못 믿어.
[시사] - 이상한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이명박 탄핵'
[정치] - 청와대가 네이버도? 여론조작의 실체 폭로.

블로거들과 IT 전문가들이 네이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네이버는 전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스스로 변명을 하지만 실제 필요한 논란의 대상에 있는 어떤 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순한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네이버의 영향력은 선거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무섭고 어마어마합니다.

IT 전문가 김인성 교수의 네이버 관련 웹툰을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조금 길지만, 네이버가 가진 현실을 쉽고 간단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출처: 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http://minix.tistory.com/)

 

 

 

 

 

 

 

 


 

 

 


네이버가 이런 정치적인 부분에서만 의혹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 정보에서 중요한 컨덴츠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블로그에 대한 운영 원칙 또한 네이버는 불평등을 넘어서 오로지 독점 재벌과 같은 횡포를 부리고 있기도 합니다.

 

 

 

 

 


블로그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비합리적이거나 불공정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사의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한 불법 복제와 오로지 돈벌이를 위한 블로그를 전면에 배치하고, 이를 악용한 블로거들이 일으킨 사건의 책임에서 네이버가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예전에는 네이버에 블로그 항목에 노출되는 블로그는 오로지 네이버 블로그들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검색창을 중심으로 나온 결과 대부분은 돈을 받고 광고하는 사이트들이 첫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 블로그의 최소 30% 이상이 복제된 컨덴츠를 자신의 컨덴츠인양 당당히 올려지고 있습니다. 블로그가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블로거들 스스로 문제도 있지만, 그들의 수익 추구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 네이버 정책에도 있습니다.

 

 

'아이엠피터'와 같은 전업블로거들은 자기들이 쓴 글을 비상업적인 용도로 퍼가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컨덴츠의 독점이 아닌 공유를 목표로 글을 쓰는 블로거들의 사회적 참여의식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블로거들의 사회참여 의식을 일부 블로거들은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한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으며, 네이버는 정성 들여 쓴 원본 블로그는 제쳐놓고, 복사 컨덴츠를 상위에 노출시키는 어이없는 짓을 하고 있습니다.

원본과 복제본의 차이를 무시하는 행위는 짝퉁이라도 모양만 있으면 사용하겠다는 의식 수준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일부 블로거들은 더는 네이버에 글을 올리지 않거니와, 네이버 블로그를 떠나고 있습니다.

 

 


 

 

 



블로고스피어스에선 네이버 검색조작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팩트에 가까웠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는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블로그가 ‘저품질 문서’로 분류돼 네이버에서 검색되지 않고, 방문자가 반 토막 나는 경험을 합니다. 블로거들 사이에 네이버 검색조작 여부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네이버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습니다.

지난 5월 25일 김인성 한영대 겸임교수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네이버 검색 검열 및 조작을 제기하면서 검색조작 논란이 불붙었습니다. 네이버는 조작하지 않는다고 해명에 나서는 등 공개적으로 해명했습니다. 네이버는 또, 6월 1일 외부 블로그 검색 수집 시스템 개선을 발표했습니다. 블로거들이 문제를 제기할 땐 조용했던 네이버였습니다.

이후 또다시 공방이 이어졌고, 급기야 지난 8달엔 ‘안철수 룸살롱’ ‘박근혜 룸살롱’ 등 또다시 검색조작 논란이 불붙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블로거들이 “네이버 문제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네이버 검색 상위 노출하는 방법'이라는 수익적인 블로그 세미나들은 많았지만, 네이버의 문제점을 블로거들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김인성 교수와 네이버 검색조작 논란을 제기한 블로거들이 함께 네이버 검색조작 논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페이스북 이용자:http://www.facebook.com/events/104276279729661/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블로거는 물론이고, 인터넷,IT,SNS 전문가, 일반인 등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세미나의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참가신청을 사전에 꼭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아이엠피터'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블로거들의 문제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12월 대선에서 네이버가 움직이는 모습을 철저히 감시하고 견제하려고 합니다.


 

- 박근혜 후보: 검색어의 공정성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
- 김상헌 대표: 그 부분은 섭섭하고 억울한 부분이 많다. 공정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 저희 것이 관심이 많고 조그마한 것도 궁금해 해서 지난주에 제가 발표도 했지만 외부에서 검증을 공정하게 하고 내부적으로 잘 하려고 하고 있다.
- 박근혜 후보: 그런 의도가 아닌데 그렇게 몰려가지고 네이버도 억울하다고 하네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네이버 본사 방문시 김상현 대표와 나눈 대화)


세상을 바꾸는 힘은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스스로 노력하고 참여하면 된다고 믿습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네이버가 대한민국 포털 1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시민이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불과 몇 명이 참석한다고 네이버가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그들의 실체를 우리가 알게 된다면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세미나를 많이 알려주시고,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이엠피터'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함께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사전 신청을 많이 해주시고 RT와 주위 사람에게 알려주시는 일이 도와주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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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못골시장 '일일 DJ'로 나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2/09/23 09:13
  • 수정일
    2012/09/23 09:1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안철수, 못골시장 '일일 DJ'로 나서다

[현장] 수원 못골시장 '마비'... "규제 철폐하면 무법천지-양육강식 된다"

12.09.22 20:16l최종 업데이트 12.09.23 00:07l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 못골시장을 방문해서 시장자체 방송국에 출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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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못골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이 안철수 후보의 사진을 찍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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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 못골시장을 방문하던 중 한 트럭운전자가 건넨 종이에 사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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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경기 수원시 못골시장에 18대 대선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무소속)의 목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천장에 달린 모니터에는 라디오방송 스튜디오에서 헤드폰을 쓴 안철수 후보가 보였다.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모니터를 쳐다봤다. 여기저기서 "안철수다"라는 외침이 들렸다.

이날 일일 DJ를 맡은 안철수 후보는 "라디오방송과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전통시장을 미래로 만드는 노력의 실체를 본 것 같다"며 "우리 삶의 현장에서 조금 더 노력하고 아이디어를 내면 생활 속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따뜻한 공동체나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못골시장 안 라디오 스튜디오 앞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스튜디오 앞 골목은 사람들이 쉽게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안철수 후보가 다른 통로로 나오자 사람들이 안 후보를 쫓아 뛰었다. 사진 촬영과 사인을 원하는 사람들로 인해 안철수 후보는 쉽게 이동할 수 없었다.

못골시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09년 4월 상인들이 힘을 합쳐 만든 못골시장 라디오방송은 이곳의 히트상품이다. 최근 '혁신 경제 행보'를 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가 이곳을 찾은 이유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못골시장 자체방송국에서 한 어린이의 윗옷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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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가 못골시장에 나타나자 많은 시민들이 안 후보의 뒤를 따르고 있다. 안 후보가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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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까지 없으면 약육강식과 무법천지가 된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이날 처음으로 공개 장소를 찾았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모나, 학생 등 젊은 층은 안 후보에게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일일이 사람들과 악수를 나눴다. 상인들은 안 후보에게 "전통시장을 살려 달라"고 말했고, 안 후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들도 안 후보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따라붙었다. '공부 열심히 하세요', '행복하세요' 등의 문구를 적어 넣었다.

안 후보는 이후 못골시장 상인회와 한 간담회에서 전통시장 활성화와 경제민주화 의지를 밝혔다. 상인회 관계자들은 안 후보에게 주차장과 화장실 등의 시설 현대화, 2016년 만료되는 재래시장 육성 특별법의 연장,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안 후보는 "경제민주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대형 마트와 전통시장 간에 불공정한 거래관행들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가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종합적으로 (대책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 있는 분들이 정책을 가장 잘 평가할 수 있으니까, 먼저 제안들을 내주시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이어 "2달 전 책을 내고 각계각층 사람들과 만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며 "성실하고 근면하게 열심히 일하면 노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 성실과 근면이라는 가치가 어떤 가치보다도 소중하게 여겨지고 인정받는 나라를 많은 분들이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안 후보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축구 경기에 복잡한 규정이 있다면 선수들을 위축시켜 재미가 없다, (규정을) 단순화시키는 게 맞긴 하다"면서도 "규제를 철폐하면 재밌긴 한데 그렇다고 심판까지 없으면 약육강식과 무법천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감시를 철저히해서 덩치만 크다고 작은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편법이 난무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하는데, 아쉽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다음 정부에서 뒤돌아보면서 그런 것들을 챙기면, 공동체가 복원되지 않을까 희망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가 못골시장에서 한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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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가 수원 못골시장 상인회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자 30여분간 건물앞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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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안에 타고 있던 시민이 휴대폰으로 안철수 후보를 찍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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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라디오 DJ에 나선 안철수... 추석 차례상 장보기에도 나서

이후 안 후보는 못골시장 내에 위치한 라디오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그는 '못골온에어 라디오스타'의 일일 DJ로 나섰다.

안 후보는 "보통 시장이나 대형마트라고 하면, 필요한 물건만 사고 집에 가버리는 무미건조하고 비인간적일 수 있는 장소를 떠올린다"며 "하지만 여기 와서 느낀 점은 시장이 물건만 사고 가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자 정이 흘러넘치고 공동체가 형성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안 후보는 이어 "경제민주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전통시장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의 관계나 중산층 삶의 터전이 침식당하고 있다는 문제를 보여준다"며 "이 문제를 잘 해결하면 경제민주화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10분간의 일일 DJ를 마무리하며 신청곡으로 송창식씨의 <토함산>을 선택했다.

안 원장은 라디오 방송 이후 추석 차례상 장보기에 나섰다. 그는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과 현금을 이용해 밤 1만4000원어치, 옥수수 1만1000원 어치, 사과 2만 원 어치를 구매했다.

안철수 후보가 못골시장에서 알밤을 구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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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가 시장에 등장하자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거나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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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가 수원 못골시장을 방문하고 떠나며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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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협, 함께 어울리는 '2012 통일문화축제' 개최

 

민화협, 함께 어울리는 '2012 통일문화축제' 개최
임진각서 '자전거 평화대행진', '걷기대회' 등 열려
 
 
2012년 09월 23일 (일) 07:24:05 정봉우리 통신원 tongil@tongilnews.com
 
   
▲ 민화협은 22일 임진각에서 '2012 통일문화축제'를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정봉우리 통신원]
주말인 22일, 분단의 상징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일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파주시 공동 주최로 ‘2012 통일문화축제’가 열렸다.

김덕룡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의 개회사로 시작한 통일문화축제는 '자전거 평화대행진', '걷기 대회'가 열렸으며, 약 1,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하였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자전거 평화대행진은 임진각을 시작으로 민통선 철책길을 따라 통일대교를 거쳐 군내삼거리를 거치는 코스로 진행되었다.

   
▲ 자전거 평화대행진 출발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정봉우리 통신원]
   
▲ 처음 실시된 걷기대회에는 많은 참가자들이 부담없이 함께 했다. [사진 - 통일뉴스 정봉우리 통신원]
금년 처음 실시된 '걷기대회'는 약 500여명의 참가자들이 민통선 철책길을 따라 걷고 도라전망대와 도라산역을 관람하는 코스로 진행되었다.

상설 프로그램으로 '자전거 에너지로 쥬스 만들기', '통일염원 리본달기', '통일 주사위놀이', '대형 윷놀이'의 체험행사와 통일골든벨, 축하공연이 마련되었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매해 실시되고 있는 평화통일축제는 예년과 달리 일반시민들이 보다 쉽게 참가할 수 있는 '걷기대회' 및 부대행사가 열려 참가자와 임진각 관광객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리였다.

   
▲ '2012 평화통일 사진전'이 임진각 망배단 옆 특설전시장에서 26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정봉우리 통신원]
한편, 2012통일문화축제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2012 평화통일사진전'은 망배단 옆 특설전시장을 마련해 '분단의 아픔', '안보와 평화', '통일을 꿈꾸는 사람들'의 세 세션으로 전시 중이며, 오는 26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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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근본적으로 바꿀 '한국혁명'을 제안한다

[민미연 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 <24> 한국을 근본적으로 바꿀 '한국혁명'을 제안한다

 

 

'한국혁명'은 왜 필요한가

한국은 현재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대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우리의 사회체제가 너무나 기형적으로 비틀려 있어 적당히 해서는 국민들의 고통을 줄일 수 없다. 복지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다시 사람들이 숨을 쉬며 살 수 있도록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승자독식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라는 잘못된 이데올로기와 결별해야 한다. 전 세계에 신자유주의를 강요해 온 선진국의 금융자본주의는 이미 파산선고를 받았고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다. 이제 '세계화'라는 형태로 우리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벗어던질 때가 되었다.

어떤 구조적 개혁을 해야 할까? 고용과 임금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쳐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화하고 실업자를 줄이며 저임금 노동도 크게 줄여야 한다. 중소기업, 자영업자, 농민들을 살려야 한다. 무너진 교육체제도 바로잡고 정상화하여 사교육비의 낭비를 크게 줄여야 한다. 주택정책도 주거 중심으로 완전히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물론 사회복지도 상당 부분 늘려 국민들 저변의 삶의 질을 올려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재벌과 대기업의 독점과 횡포를 강력히 규제하여 우리 사회 각 부분들이 다시 균형을 되찾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적당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하나가 다 어렵다. 또 모두 한데 연결되어 있어 하나씩 따로 해결할 수도 없다. 전체적인 계획과 구도를 가지고 한꺼번에 밀어붙이지 않으면 별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거의 혁명적인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전반적인 개혁을 '한국혁명'이라고 이름 붙인다.

그러면 지금 한국의 기존 정치세력 가운데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집단은 있을까? 없다. 새누리당은 대선을 앞두고 무엇인가 약간의 변화를 모색하는 체 하나 그뿐이다. 선거가 끝나면 다시 기득권을 지키는 보수정당으로서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도 기득권을 나누어 갖는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실력이 다 드러났으며 지난 총선을 통해 거의 지역정당으로 회귀했다. 게다가 인물과 정책에서 참신성이 없으며 새로운 개혁을 시도할 만한 리더십도 능력도 부족하다.

의식면에서 가장 나은 세력은 진보세력이지만, 진보세력은 너무 파당적이며 노동계급 안에서도 일부 기득권 집단만을 대변한다. 국민 전체를 이끌어 나갈 만한 능력이 없다. 게다가 지난 총선 이후의 내부 분란으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크게 잃었고 정치집단으로서 이미 와해 수준이다.

따라서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조직되어야 한다. 새 정치세력은 보수와 진보의 기득권에서 벗어나 국민 전체를 한데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그들 사이의 정치적 대립구도를 깨뜨림과 동시에 그 담합관계도 무너뜨려야 한다. 그래서 무능하고 비효율적이며 낡은 정치체제를 끝장내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일자리와 임금 나누기가 가장 본질적

그러면 '한국혁명'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현재 일자리가 너무 부족하고 또 나쁜 일자리가 너무 많다. 이것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물론 경제성장이 중요하나 지금과 같이 분배가 왜곡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성장이 반드시 일자리 증가를 가져오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지난 몇 년 동안 확인해 온 일이다. 더구나 현재의 국제경제 상황을 보면 경제성장은커녕 세계경제가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방법은 일자리와 임금을 나누는 것뿐이다. 현재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임금과 고용안정성에서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따라서 노동시간을 OECD 평균으로 줄이고, 임금 격차를 두 배 이내로 좁혀 되도록 많은 사람이 취업하게 해야 한다.

이를 잘 시행하고 사회적 일자리들을 늘이면 지금보다 약 500만 명 이상을 더 취업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과 실업은 자연히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경제 각 주체가 합의만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1982년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사정 합의의 대표적인 예이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임금 인상을 자제했으며 복지까지도 축소했다. 그래서 경제회생에 성공했다.

고용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이 전체 고용의 88%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잘 발전할 수 있도록 환경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기업이 더 이상 하청관계나 협력관계의 중소기업들을 제멋대로 쥐어짜지 못하고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할 수 없도록 엄격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

 

 

부산 반송동에 들어서는 GS마트에 항의하는 영세상인들. 현재 한국은 영세상인들을 살리기 위해서 과포화 상태인 대형마트들의 일부를 폐쇄하는 방법이라도 써야 하는 긴급한 단계에 들어섰다. ⓒ프레시안(최형락)


자영업자 대책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자영업자는 약 600만 명으로 과포화 상태인데 소매업에서 대형마트 등 대기업들의 영역 침범으로 계속 붕괴하고 있다. 이들은 취업이 어려워 스스로 자영업에 손을 댄 사람들이고 빚에 많이 의존하므로 사업에 실패하면 가산을 탕진하고 빈민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각종 정보제공이나 지도로 창업리스크를 가능한 한 줄이고 영업 노하우를 가르치는 등 적극적인 관리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또 대형마트나 대규모 체인점의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필요하면 그 일부를 폐쇄해서라도 자영업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을 결국 사회보장제도로 먹여 살릴 수밖에 없다.

사실 고용과 임금 문제 해결의 다른 열쇠는 대기업이 쥐고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특권적 노동자로 정규직 평균 임금의 두 배, 많게는 세 배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함으로써 얻는 초과이윤에 의존한다.

이 초과이윤을 없애면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도 상당비율로 떨어지고 따라서 임금 평준화도 보다 쉬워진다. 이것은 대기업의 지나친 독과점 체제를 분쇄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힘의 관계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고용·임금 문제를 다른 문제들과 독립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임금 평준화를 위해 고소득자의 임금을 낮추려면 그에 따른 반발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재 매우 높은 상태에 있는 교육비와 주거비를 획기적으로 낮추어 주어야 한다.

교육, 주거, 복지문제의 획기적 해결도 필수

현재의 과도한 교육비는 주로 사교육비와 대학등록금 때문이다. 공교육이 무너짐에 따라 사교육비가 크게 팽창하여 초, 중등 사교육비가 한해에 무려 20조 원에 이른다. 초, 중등 의무교육에 드는 35조 5000억 원의 절반을 넘는 수치이다. 이것은 학생이 있는 가계에 너무 큰 부담을 준다.

또 대학 등록금도 너무 올라 한 해에 근 1000만 원에 달하고 기타 해외연수 등 취업용 스펙을 쌓기 위한 비용과 생활비 등 엄청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4년이면 1억 원가량 든다. 그런데 현재 한국은 고용 구조의 기형화로 고졸자의 약 80%정도가 대학에 간다.

또 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 평균의 1.7배 정도로 대학생이 너무나 많다. 이것은 취업경쟁 격화로 야기된 입시과열을 대학정원 확대라는 미봉책으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학교육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중산층까지도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는 것이 힘겹다.

일자리를 크게 늘리고 고졸자에 대한 취업과 임금, 승진에 있어서 차별만 없애면 이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임금은 대졸 초임을 대략 고졸 5년 차 정도에 맞추면 될 것이다. 승진 차별도 당연히 없애야 한다.

고졸 취업자의 경우는 당연히 나중에 대학에 갈 수 있는 재교육의 기회를 보장해 주면 된다. 이렇게 되면 중등학교의 입시공부 과열, 사교육 과열도 상당 부분 해소된다. 더 이상 대학에 가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300만 명 대학 재학생(전문대 약 80만 명 포함)의 약 절반을 줄여도 4년 동안 약 120조 원이 절약된다. 한 해에 약 30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그러므로 중등학교 사교육비를 절반을 줄이고 대학생을 절반만 줄여도 40조 원이라는 돈이 생긴다.

2012년 복지예산이 92조 원으로 국가예산의 27.9%이니 40조 원은 복지예산의 43%나 되는 큰돈이다. 이것을 돌려주는 것만 해도 가계에 큰 보탬이 된다. 복지정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주거문제의 해결도 시급하다. 현재 전 국민의 약 40%가 자기 집이 없어 세를 산다. 현재 주택보유율이 100%를 넘으므로 주택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집값이 너무 비싸고 부자들이 집을 여러 채 소유하며 투기의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수준에 대한 집값의 비율인 PIR은 2008년의 경우 일본이 3.72, 미국이 3.55인데 비해 한국이 6.26으로 거의 두 배에 가깝다. 집값에 큰 영향을 주는 땅값의 경우도 비싸기로 소문난 일본보다 더 비쌀 정도로 터무니없이 올라있다. 역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계속 투기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민들은 집을 사려해도 살 수 없다.

게다가 전, 월세 값은 해마다 계속 올라 서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다. 그래서 주거비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매우 높다. 노동계급의 경우 가계 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20%정도로 매우 높다. 그러니 임금 인상 요구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집값과 전월세 값을 상당 부분 낮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들의 절반 이하인 부동산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고 양도세도 엄격히 과세해야 한다. 그리고 주택담보대출을 줄여 투기가 자리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

또 서유럽국가들의 1/4 수준에 머무는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어 서민들의 주거를 안정시킬 뿐 아니라 임대료의 인상을 막을 필요가 있다. 주택정책을 경기부양책으로 이용하는 것을 더 이상 그만두고 그 중심에 주거권 보장을 두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주택거품이 차츰 꺼져 주택가도 점차 하향 안정화될 것이다.

이렇게 사회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사회에는 정상적으로 노동을 하여 돈을 벌 수 없는 빈민, 노인, 장애인 등의 취약계층이 너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또 보육, 의료 등의 문제도 긴급하므로 사회복지를 상당 부분 확대시켜야 한다.

복지지출이 GDP의 평균 20%대 후반인 서유럽의 복지국가들만큼은 못해도 우선 선진국에서는 복지수준이 가장 낮은 미국이나 일본 정도로는 확대해야 한다. 2009년 현재 한국은 GDP대비 10.38%이나 미국과 일본은 2007년에 각각 16.50%, 19.36%이다. 최소한 지금보다 절반 정도는 많은 15% 이상으로 올려야 할 것이다.

'한국혁명'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그러면 이 작업은 얼마나 걸릴까? 사회, 경제구조를 완전히 개편하는 것이므로 짧은 시일에는 불가능하다. 반발을 최소화하며 서서히 시행해 가야 하므로 최소한 10∼15년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이런 의지를 가진 정당이 대통령 임기 두, 세 번 정권을 장악하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도 이 작업을 정말로 실현시킬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다. 그것은 변화에 반대하는 강력한 기득권세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득권 세력의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재벌이다.

재벌이 정치, 관료, 법조, 언론 등 막강한 집단들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한국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주식의 절반 정도를 소유하고 있는 외국자본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과 맺은 FTA도 역시 거기에 대한 방어막 역할을 한다.

따라서 평범한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대중을 조직화하는 것이다. 현재 노동계급 가운데도 그나마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조직노동밖에 없다. 나머지 대부분의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은 사회적 발언권이 없다.

자영업자, 농어민, 실업자들, 노인계층, 장애인 등도 모두 자신들의 요구를 제시할 마땅한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받아야 할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조직화가 안 되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니까 의회가 재벌이나 보수세력의 손에 휘둘려 민생을 돌보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조직화하나? 그 방법이 바로 우리가 지난 글(민미연리포트-23 "안철수는 위기의 한국을 개혁할 수 있을까?")에서 제안한 '경제사회국가 최고위원회'의 '국민'대표 선출과정이다(한국의 경우 조직노동이 노동계급조차도 다 대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 회의체에 다른 부문의 대표들도 참여해야 하므로 그들을 합쳐 '노동'보다 오히려 '국민' 대표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 서울 시청광장의 비정규직 철폐 전국 노동자 대회. 강력한 전국 조직을 결성하지 않고는 비정규직은 물론이고 서민대중의 삶은 나 아질 수 없다. ⓒ연합뉴스


현재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자영업자, 농어민, 실업자, 노인 등은 이 회의체에 참석할 자신들의 대표를 뽑기 위해 직장이나 지역 단위에서 여러 단계의 선거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식화되며 조직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서민대중의 조직화가 이루어진다면 재벌과 보수세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경우에 따라 압도하는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각 정당이나 의회조차도 이들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이 최고위원회에서의 결정사항을 대체로 그대로 법제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그것은 장기적으로는 의회 자체도 변화시킬 수 있게 된다. 서민대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성장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혁명'은 결코 먼 꿈만은 아니다. 실천하면 가능해진다.
 

 

/강철구 역사학자, 전 이화여대 교수

 

 

* 저희 민족미래연구소는 새로운 정치운동을 위해 한국혁명넷을 결성했습니다. 한국혁명넷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끊임없이 정쟁만 일삼는 기존 정치 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생을 가장 우선 과제로 삼는 자발적 새 정치세력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재벌을 중심으로 하는 대자본의 전횡을 막고, 대자본과 담합하여 함께 기득권을 누리는 조직노동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음으로써 비정규직을 크게 줄이고, 자영업자, 농어민, 저임금 노동자 등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 대중이 살기 좋은 나라를 건설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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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콘서트 불허 서강대의 '박근혜 인맥들'

 


방송인 김제동씨가 평화재단과 진행하는 토크콘서트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의 서강대 공연이 불허됐습니다. 김제동씨는 전국 40개 대학을 순회하는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11월15일로 예정된 서강대 공연을 서강대 측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사를 학내에서 열 수 없다'는 이유로 공연을 불허한 것입니다.

이번 서강대의 김제동 콘서트 불허는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김제동씨는 정치적인 발언을 콘서트에서 하지 않기로 이미 알려졌고, 이번 행사는 순수한 김제동의 재능기부로 열리는 무료 콘서트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서강대 총학생회 측은 이미 행사주최측과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상호서약'까지 마친, 그 누가 봐도 철저하게 정치적 발언과 행사를 배제하도록 사전에 준비된 콘서트였기 때문입니다.

대학생들의 과도한 등록금 문제와 취업난으로 힘든 이 시기 젊은이들을 위해 방송인 김제동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행사가 과연 정치적인 행사라고 한다면, 진짜 서강대가 어떻게 정치와 유착되어 있는지 그 진실을 찾아봤습니다.

 


 

▲ 1994년 10대 뉴스에 선정됐던 박홍 총장 주사파 발언,출처:동아일보

 

' 서강대 총장 박홍의 주사파 발언 파문'

1994년 대한민국은 '주사파'라는 신매카시즘의 정국이었습니다. 박홍 서강대 총장은 그해 여름 청와대주최 대학총장 오찬 모임에서 주사파 뒤에 사노맹이 있고 그 뒤에 북한의 사노청과 김정일이 있다는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박홍 총장은 기자 회견에서 북한 공작금으로 공부해서 교수가 된 인물이 남한 학계에 침투해 있으며, 학생들이 팩스를 통해 북한 지령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공식적으로 했습니다. 또한, 정재계에 주사파 인물들이 활약하고 있으며, 학생운동과,일부 정치가들의 활동은 모두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박홍 총장의 충격적인 발언 이후, 대한민국은 신매카시즘으로 돌변해, 조중동은 연일 주사파 관련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시민들, 스승의 용기있는 지적(동아일보 1994년 7월21일)
'주사파 척결 여론 확산'(중앙일보 7월22일)
'박홍 총장 용기, 사회가 보호하자'(조선일보 7월22일)


보수우익단체와 전국 교수들은 박홍 총장 발언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시위와 성명서를 발표했고, 온 국민이 대한민국에 숨어든 속칭 주사파 빨갱이를 하루빨리 잡아야 한다고 연일 목소릴 높였습니다.




 

▲ 박홍 총장 발언이 나오자 검찰이 공안정국을 조성하려고 했다는 기사 출처:한겨레


당시 집권당인 민자당은 박홍 총장의 발언을 적극 지지했으며, 검찰은 교묘하게도 '한총련 북한 교신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박홍 총장의 발언이 신빙성 있는 진실처럼 공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박홍 총장의 발언은 사실이었을까요? 박홍 총장의 주사파 발언이 확대되자 검찰은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지만, 결국 "박 총장이 제시한 자료는 그동안 공안수사기관에서 대부분 입수해 수사자료로 활용했거나,활용하고 있는 것들이어서 새롭게 수사단서가 될 만한 것이 없었다"고 발표를 합니다.

 

 

▲ 주사파 발언 박홍씨가 패소한 사건 출처:동아일보

 

박홍 총장은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자꾸 말을 바꾸기 시작했고, 결국 자신이 말한 발언은 '외국 학회에 참석했을 때 북한학자에게 들은 얘기, 운동권 출신 제자가 해준 이야기를 토대로 자기 생각을 말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1994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신매카시즘의 실체는 '~카더라' 통신이었고, 박홍 총장이 말했던 북한의 지시를 받고 있었던 주사파의 실체는 밝혀진 것이 없었습니다. 박홍 총장은 자신의 발언이 거짓으로 판명되자, 명예 훼손 혐의로 7천만 원의 배상판결까지 받았습니다.

서강대를 중심으로 박홍 총장 지지 성명을 낸 교수들은 모두 술집에서조차 말하기 창피한 '카더라 통신'을 가지고 마치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서청처럼 대한민국을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넣은 것입니다.

'박근혜의 서강대 인맥이 대선 캠프를 장악하다'

알다시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서강대 출신입니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박근혜 후보는 서강대 입학시험을 볼 때부터 신문 기사에 나올 정도로 관심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 서강대 100주년 기념 바자회를 둘러보는 육영수 여사.출처:경향신문.

 

박근혜 후보가 서강대 재학시절 육영수 여사가 방문하는 등 서강대는 인지도가 크게 확장됐으며, 이를 통해 서강대가 명문대학교로까지 불리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이렇게 서강대가 뜨게 된 배경에는 박정희의 경제 정책을 이끈 핵심 브레인들 대부분 서강대 교수를 주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고, 이를 일명 '서강학파'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199년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는 이회창 총재와 대립각을 세우며, '한나라당의 1인 사당화'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이때 박근혜 부총재의 보수층을 겨냥한 발언 행사에는 앞서 말한 주사파 발언 박홍 총장이 등장해, 박근혜 부총재의 보수 우익의 견고함을 더해줬습니다.

서강대 출신의 박근혜 후보는 서강대 교수들과 서강대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해 자신의 인맥으로 활용하고, 친위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을 필두로, 김호연 대선캠프 총괄본부장은 모두 박근혜 후보의 서강대 후배들입니다. 여기에 김종인,김광두 정책위원들은 서강대 교수 출신으로 박근혜 후보의 경제 정책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김호연 본부장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동생으로 수천억 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재력가 출신이면서, 빙그레 이건영 대표(서강대 경제학과 74학번)에게 회사를 이어주고 정치에 입문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도 서강대 총동문회를 가면 최홍성 신세계건설 대표 (경영 67학번),김철규 SK텔링크 사장(전자공학 71학번),정진행 현대차 사장(무역 75학번)오규식 LG패션 사장(무역 76학번)이휘성 한국IBM 사장(회계 78학번) 등 재계 인물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재계의 서강대 인맥은 너무 화려합니다.

 


 

▲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신방과 77학번)최휘영 (영문학과 83학번) NHN비지니스플랫폼 사장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주위와 재계를 보면 서강대 출신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대선 캠프의 주요 요직으로 박근혜 후보를 도와주고, 재계의 서강대 인맥들은 박근혜 후보에게 외곽세력으로 도와주는 움직임이 점차 포착되고 있습니다.

현재 서강대출신 동문들은 '서강바른포럼'을 중심으로 세를 급속하게 확장하고 있으며, 제일 활발한 '서강바른금융인포럼'에는 외환은행 부행장 출신 이상돈이 회장을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는 되고, 김제동은 왜 안되나?'

얼마 전 박근혜 후보가 가천대 특강에 간 사건이 이슈가 됐습니다. 학생을 버스로 동원했고, 박근혜 특강을 들어야만 출석을 인정했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명백한 정치인이자 대선 후보입니다. 그런 인물이 대학에서 특강을 했다는 사실은 명백한 정치적 행사입니다.

이에 반해 김제동 콘서트에는 정치 얘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오로지 젊은이들의 아픔과 그들의 어려운 현실을 위로해주고 희망을 주는 이야기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 질문 : 제동이형에게는 요즘 가장 행복한 일은 무엇인가요? 행복하세요?

- 김제동 : 여러분 행복하게 해주려고 지금 어깨동무 콘서트 시작했는데, 사실 요즘 저도 행복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제 연관 검색어는 연예인 연관 검색어가 아니예요. 안철수, 문재인 이래요.(ㅠ) 대한민국에서 폭력이나 음주운전 제외하고 신문 1면에 이름 나온 연예인이 잘 없어요.

다만 제일 행복할 때는 이렇게 여러분 만날 때예요. 여러분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비 오는 날에 얼마나 할 일이 없었으면, 나를 보러 여기 왔을까. (ㅋㅋㅋ) 사실 저를 보러 여기 온 게 아니라 어디에도 마음껏 이야기할 공간이 없는 것 아닌가.’ 이렇게 느껴져서 참 안쓰러워요.

원래 서로 비슷한 인간들끼리 만나면 좀 위로가 됩니다. 알죠? 고민이 있을 때 이렇게 저렇게 해라 이야기해주는 멘토가 사실 필요한 게 아니거든요. 힘들 때는 같이 술 먹고 토해주는 친구가 더 나아요. My sisters keeper 라는 영화 봤어요? 거기 보면 백혈병 걸린 딸이 “나 괴물같지?” 하면서 울어요. 엄마가 달래고 달래다가 “알았어” 하더니 엄마가 머리를 밀고 와요. 그리고 같이 놀이공원에 놀러가요. 그런 게 우리한테 지금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태어나서 100일도 안 되어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어릴 때부터 늘 ‘엄마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 하는 불안을 갖고 있었어요. 지금도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 늘 저한테 있어요. 연예인이라는 직업도 그래요. 지금은 여러분들이 저에게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내도 언젠간 한순간에 돌아서버리잖아요. 제 생사를 여러분이 갖고 있잖아요.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불가능합니다. 늘 잘 보이려고 노력해야 하죠. 그런 아픔들과 불안감이 다 있어요.
(출처: 희망플래너 http://hopeplanner.tistory.com/388)


김제동 콘서트에 나왔던 얘기 중의 한 부분입니다. 자신의 아픈 과거를 얘기하면서 함께 아픔을 나누자는 저런 이야기가 무슨 정치적인 의미를 담겠습니까? 김제동 콘서트는 서강대 이전에도 수차례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시사] - 김제동 KBS콘서트 취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단국대에서 열린 김제동 콘서트에 참석한 수백명의 학생들. 출처: 희망플래너 http://hopeplanner.tistory.com

 


김제동의 콘서트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는 이 시대 아픈 젊은이와 함께 아픔을 나누자는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콘서트입니다. 이에 반해 서강대는 지금 박근혜를 주축으로 유신정권 박정희 시대 '서강학파'의 경제 논리를 2012년에 재연하고, 정재계를 장악하는 징후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어느 부분이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우리가 주목하고 견제해야 할 일입니까?

김제동의 콘서트 취소를 보면서 김제동은 잠정적 대선 후보의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아마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그리고 서강대 출신 인사들은 방송인 김제동이 안철수 원장처럼 콘서트를 하다가 대선 출마를 한다고 가정하고 서강대 콘서트를 불허한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인 김제동의 잠정적 대선 후보 됨을 축하해야 할지, 서강대 출신들이 박근혜를 중심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지 고민되십니까? 그 해답은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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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 "응답하라, 희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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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을 전복한 사회학자] 바우만의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심보선 시인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9-21 오후 6:42:20

 

대학 시절에 읽은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에서 기억하는 구절은 당연히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이다. 그런데 "모든 단단한 것들이 허공 속으로 녹아 사라진다"는, 다소 시적이고 음울한 구절이 <공산당 선언>에 있었다는 것을 나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그 구절을 가져와 '유동하는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개념의 근거로 사용할 때까지 말이다. 바우만에 의해 <공산당 선언>은 공산주의라는 유토피아를 선포하는 와중에 은근슬쩍 유동하는 근대라는 디스토피아를 예고하는 불길한 전조로 탈바꿈한다.

바우만에 따르면 이제 세계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돌입했다. 소비 사회와 신자유주의 체제가 도래하면서 조직, 경제, 문화, 인간관계 등 여러 사회적 영역에서 그것들을 지탱해주던 '단단한' 규범, 자원, 이해관계, 감정들의 토대는 허물어졌다. 사랑이건, 공동체건, 세계관이건, 소유물이건, 직업이건 간에 유동하는 근대 세계에서 모든 것들은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until further notice)"만 유효할 뿐이다.

유동하는 근대 세계에서 개인은 온갖 구속과 한계로부터 해방되어 무한한 선택의 자유를 얻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우만은 이런 선택의 자유란 차라리 저주에 가깝다고 말한다. 집단과 전통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삶 전체를 어깨 위에 짊어지고 홀로 나아가는 개인의 발아래서 유동하는 세계는 붙잡을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흘러간다. 바우만은 선택의 자유를 다음과 같은 처지에 비유한다. "얇은 빙판 위의 스케이터가 얼음물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해서는 스케이트를 더 빠른 속도로 지치며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때 우리는 스케이터의 스케이팅을 자유 의지의 발현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현재와 무엇이 닥쳐올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공포로부터 달아나는 동시에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지난한 노력 속에서 사람들은 더욱 더 표면적인 것, 더 즉각적인 것에 몰두한다. 그것들은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는 부담 없는 임시 정박지와 같다. 예를 들어 살아갈수록 정작 속내를 털어 놓을 만한 친구의 숫자는 줄어드는데 트위터의 팔로워와 페이스북의 친구가 늘어가는 것에 우리는 흐뭇해한다. 하지만 이 만족감은 오래 가지 못한다. '리트윗'과 '좋아요' 버튼을 클릭할 때, 우리는 수백, 수천 명과 소통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 때의 소통이란 '액션'이 아니라 '리액션'의 연쇄에 하나의 고리를 덧붙이는 것에 불과하다. 어떤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따라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소통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러한 '유사 소통'의 폐쇄 회로에 갇힌 상태에서 불만족으로의 급락을 다시 만족으로 끌어올리는 해결책이 있다면, 그것은 예전보다 더, 더, 더 많은 클릭을 주고받는 일 뿐이다(주식 시장에서 개미들이 보이는 기민함처럼). 그리고 이런 클릭질의 교환이 결코 끝을 맺지 않는다는 점에서 해결책은 언제나 임시적일 뿐 본질적으로 무용하고 심지어 더 해롭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더 중요한 것을 상실한다.

"결국 외로움으로부터 멀리 도망쳐나가는 바로 그 길 위에서 당신은 고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 놓친 그 고독은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창조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이기도 하다."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31쪽)

 

▲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조은평·강지은 옮김, 동녘 펴냄)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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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만은 '유동하는 근대'라는 개념을 다양한 테마를 통해 변주하면서 현대 자본주의가 야기하는 불확실성의 문제를 꾸준히 분석해왔다. 지금까지 나온 그의 책들이 다분히 학술적이었다면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조은평·강지은 옮김, 동녘 펴냄)은 그가 <여성들을 위한 라 레푸블리카>라는 주간지에 2008년부터 2009년까지 2년 동안 두 주마다 써서 보낸 서간체 형식의 에세이를 모아서 엮은 책이다. 원래 책 제목은 "유동하는 근대 세계로부터 온 44통의 편지"이다. 말 그대로 독자들에게 보내는 44통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은 지금까지 나온 바우만의 책들을 좀 더 많은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간추리고 요약하여 소개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많은 주장들이 기존의 책들에서 이미 개진된 것들이라 내용이 그리 새롭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그의 이번 책은 "사회학적 글쓰기"라는 견지에서 몇 가지 흥미를 끄는 부분들이 있다.

바우만은 이 책에서 인터넷, 테크놀로지, 청년 세대, 소비 문화, 실업, 인종, 도시, 이주 등 현대 사회의 거의 모든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그 폭넓은 쟁점들을 해석하는 일관된 문제의식은 유동하는 근대 사회에서 인간이 처한 곤경이다. 공동체로부터 뿌리 뽑혀 네트워크 사회에 내던져진 개인이 직면하는 불확실성,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임시적 해결책들이 야기하는 부작용을 바우만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집요하게, 일관되게 파고들고 있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이야기꾼으로서의 바우만의 능력이다. 정말이지 그는 '르네상스 맨'이라 불릴 만하다. 책에는 사회과학을 비롯해 다양한 인접 학문의 연구들뿐만 아니라, 문학, 동화, 영화, 신문과 잡지의 기사, 하다못해 시중에 나도는 농담까지 등장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바우만 같은 '문화 잡식/포식가' 사회학자를 보지 못했다. 또한 바우만처럼 자신이 섭취한 비학술적 텍스트들을 사용하여 자신의 학술적 주장을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을 가진 사회학자는 더더욱 보지 못했다.

예를 들어 바우만은 '행복을 홀로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비판할 때나, 버락 오바마의 성공 신화를 비판할 때, 동일하게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에 나오는 일화를 원용한다. 그는 유동하는 근대 세계에서 사회 구조가 야기한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려는 일체의 노력은 "자신의 가발을 길게 늘어뜨려 잡아당겨서 스스로 습지에서 빠져 나오는 바론 뮌하우젠의 허풍스럽고 황당한 솜씨를 되풀이하는"(186쪽)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이 일화는 사회적 질병을 개인만의 노력으로 극복하려는 시도가 무용할 뿐만 아니라 더 해악적이라는 그의 주장에 매우 적절한 비유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집단적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에서도 바우만은 집단적 해결책의 구체적인 조건과 전략을 밝히지 않는다.

바우만은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정부의 통제를 넘어서는 자본의 전횡으로부터 혜택을 입은 소수의 글로벌 엘리트만이 자유와 안전을 확보하고 나머지 대다수 인류는 실현 불가능한 욕망, 회복 불가능한 궁핍, 치유 불가능한 불안에 치명적으로 노출됐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바우만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지극히 원론적이다. 그는 위기에 처한 인류의 연대를 강조하며, 또한 자본에 대한 전 지구적인 법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는 개체화되고 파편화된 삶에 결박된 개인들 사이의 연대가 어떻게 가능하며, 전 지구적인 사법 제도는 어떻게 설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정치적 조직화나 중범위 수준에서의 집합 행동에 대해서도 바우만은 일관되게 입을 다물어 왔고 이러한 그의 태도는 이 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바우만은 편지라는 형식을 취한 이 책에서 사회학자가 내놓은 일반적 해결책과는 매우 다른 종류의 가능성, 즉 '우리'라는 새로운 정치적 주체가 탄생할 수 있는 실존적 기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와 관련해서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에세이는 마지막 두 편의 편지, '운명과 성격'과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이다. 이 두 에세이에서 바우만은 사회학자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위험에 처하게 하면서 유동하는 근대 세계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하나의 단초를 독자들에게 시사한다.

흔히 사회학자가 무비판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이 있다. 예를 들어 '국론'이라는 말이 그렇다. 국가 전체에 통일된 의견이 실체적으로 존재한다는 가정에 대해 사회학자라면 반드시 비판적 거리를 둬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사회학자가 '영혼'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개인 내면의 수수께끼 같은 자질과 속성이 사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회학의 주요 전제, 즉 사회 구조가 허락하는 가능성의 한계 안에서 행위자의 동기나 행태가 결정된다는 전제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우만은 '영혼'이란 말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성격'이란 용어를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성격으로 인한 선택은 자유의지를 발휘하는 일반적인 선택과는 사뭇 다르다.

바우만은 '운명과 성격'에서 네차마 텍의 <빛이 어둠을 가를 때>라는 책을 소개한다. 텍은 홀로코스트의 와중에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 남을 도우려 했던 사람들에게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어떤 공통적 요인도 찾을 수 없었다. 사회적 환경, 계급, 교육 수준, 재산, 종교적 신념, 정치적인 조직체, 모든 변수들이 그들의 도덕적 선택과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설명은 단 하나다. 그들의 성격이 "통계적인 확률"을 거스르면서, 모종의 자연스러운 속성의 발현으로 도덕적인 선택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때 성격은 "체념하는 듯 수용하는 태도와 상황이라는 그 전능한 힘을 거역하겠다는 대담한 결단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고 바우만은 주장한다(380쪽).

 

ⓒ프레시안(손문상)


여기에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 원문에서 성격은 '캐릭터(character)'이다. 바우만은 캐릭터라는 용어를 "인간은 인생이라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라고 말하는 맥락에서 꺼내든다. 이때 캐릭터란 용어는 인생이라는 작품의 창작자이자 등장인물인 인간 행위자 자신을 고유한 개성과 품성을 지닌 인격체로 바라보자는 제안을 내포한다. 성격은 좋다 나쁘다,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캐릭터에 대해서는 좋다 나쁘다, 라고 말할 수 없기에 성격이라는 번역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바우만이 말하고자 했던 바는 "성격이 좋은 사람이 도덕적 선택을 한다"는 식의 주장이 아닌 것이다.

나는 행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바우만의 캐릭터 개념을 '자리'라는 개념으로 보완하고 싶다. 달리 말하면 누구와 함께 어디에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표현과 변화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용소의 간수들, 혹은 농성 중인 노동자와 철거민을 퇴거시키라고 명령 받은 용역을 생각해보자. 그들의 대부분은 인간적 존엄과 생존을 위해 싸우는 이들을 물리적으로 진압하라는 명령을 적극적으로, 혹은 소극적으로라도 수용한다. 그러나 그들이 만약에 '자리를 바꿔서' 피수용자들이나 노동자나 철거민과 '함께' 대화, 식사, 생활을 나누는 경험을 가진다면 그 다음부터 그들은 상부로부터 내려온 진압 명령을 더 이상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심지어 그동안 마지못해서 소극적으로 명령을 따랐던 이들은 그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 더 자신의 양심과 인격에 부합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바우만이 말하는 캐릭터, 영웅적 결단과 체념적 수용 사이에 자리를 잡고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도덕적인 선택을 하도록 하는 성격이라는 개념은 내가 최근에 친구에게서 들은 또 다른 책의 내용을 연상시킨다. 그 책은 에바 포겔만이라는 학자가 쓴 <양심과 용기>라는 책이다. 이 책에는 텍의 경우와 유사하게 나치 시대에 위험을 감수하며 타인들을 도왔던 사람들이 소개돼 있다. 포겔만은 이들의 행동을 '선의 평범성'(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 아이히만을 표현하는데 쓴 '악의 평범성'과 대조되는)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요컨대 그들은 어떤 영웅적 희생의식과 대단한 신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저 자기 본성에 맞는 선택을 한 것뿐이라고 고백한다. 그렇게 그들에게 선행은 너무나 평범하면서도 필연적인 행동이었다.

텍과 포겔만의 이야기는 또 다른 수용소 이야기와 만난다. <이것이 인간인가>를 쓴 프리모 레비는 나치 치하의 수용소에서 상반되는 두 사람을 만나서 혼란에 빠진다. 한 사람은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영웅적 인간인 슈타인라우프이고, 다른 한 사람은 수용소에 너무나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결함투성이의 인간 엘리아스이다. 그 둘을 보며 프리모 레비는 질문한다.

"이 복잡한 암흑 세계와 대면한 나의 생각들은 혼란스럽다. (슈타인라우프처럼) 정말 체계를 세워서 그것을 실천해야 할까? 아니면 (엘리아스처럼) 체계가 없는 것에 적응하며 사는 것이 나을까?" (<이것이 인간인가>(이현경 옮김, 돌베개 펴냄), 58쪽, 괄호 안은 필자)

바우만은 이 책의 마지막 편지,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에서 카뮈의 시시포스 이야기를 빌려와 레비의 질문에 답을 한다. 슈타인라우프와 엘리아스의 중간에 있는 어떤 성격의 사람들은, 즉 어떤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들은 "자기 실존의 그 철저한 부조리에 직면해 있었던 시시포스의 곤경일지라도 그 안에는 분명 (아무리 지독히도 아주 작은 공간일지라도) 프로메테우스가 발을 들여놓아도 될 만큼 충분한 공간이 있는 법"(387쪽)임을, "수용하는 저 행위 자체가 반항으로 나아가는 길을 마련"(388쪽)할 수 있음을, 그렇게 '나'의 반항이 '우리'의 존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역사 속에서 입증해 왔다.

사실 바우만은 마지막 편지에서 사회학적 규약을 어기고 있다. 그는 카뮈에 기대어 "반란과 혁명, 자유를 향한 노력들이야말로 인간의 실존에 필연적인 측면들이라고"(389쪽) 주장한다. 그런데 나는 일종의 '인간 본성론'을 역설할 때 바우만이 행하는 사회학에 대한 약속 위반이야말로 현대의 사회학자가 처한 곤경을 넘어서는 하나의 경로를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우만의 글이 수용소와 반항하는 인간으로 끝을 맺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수용소화하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회학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수용소의 구조 분석이 어떤 효용과 가치를 갖는가? 인간들이 겉으로는 가볍고 유연해 보이는 사회 구조에 옴짝달싹 못하게 예속되어 있으며, 그들이 보여주는 역동성이란 기껏해야 폐쇄 회로 안에서 맴돌고 있는 사회적 원자의 적응 능력에서 기인한다는 빤한 사실을 복잡한 수학적 모델을 사용하여 통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과학으로서의 사회학을 질책하며 일군의 현실주의 사회학자들은 수용소의 통치 영역으로 이동한다. 그들은 능력 있는 전문가임을 자처하며 수용소의 정책을 개선하고 수용소에 갇힌 인간들을 비참으로부터 해방시켜주겠다고 약속한다. 물론 이 약속은 통치 영역으로 떠났던 사회학자들이 패잔병처럼 처진 어깨로 수용소의 숙소로 돌아오거나, 혹은 돌아오지 않는다면 유능한 테크노크라트가 되어 통치자 못지않은 통치 기술을 과거에 함께 했던 동료들과 피지배자들을 향해 휘두르는 순간 산산이 깨지게 된다.

이때 바우만과 같은 어떤 사회학자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암묵적인 약속 하에 외면했던 것들, 평범한 인간들과 사물들, 그것들의 희미한 신호와 움직임, 혹은 갑작스런 분출과 반항에 주목한다. 소위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아웃라이어'로 불렸던 것들, 평균값을 왜곡하는 값으로 도표 상에서 강제로 지워지고 추방됐던 것들, 이제 그것들로부터 은밀히 건네진 편지들을 읽고 그것에 일일이 장문의 답장을 쓰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사회학적 상상력은 출발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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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이야기①] 김재철 사장이 만든 'MBC 디아스포라'

'얼짱 앵커' 왕종명, 누가 망가뜨렸나

[해직 이야기①] 김재철 사장이 만든 'MBC 디아스포라'

12.09.21 17:27l최종 업데이트 12.09.22 09:34l
 
MBC 노동조합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MBC 노조원들이 총력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위해 1천만명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총파업에 이르기까지 투쟁 수위를 점차 고조시켜 나갈 것이다"며 김 사장의 퇴진과 MBC 공정방송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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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MBC에 입사는 한 번 했지만, 해고는 두 번 당했다. 그것도 2012년 한 해에만. <오마이뉴스>가 '해직기자 일기' 류의 원고를 청탁한 배경에는 이런 진기록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해고 이후 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되짚어 봤더니 우선 국가가 내게 보내준, 돈 내라는 고지서와 똑같이 생긴 세 장의 통지서가 떠올랐다.

해고 후 15일이 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귀하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라는 친절한 문구와 함께 직장에서 지역 건강보험으로 바뀌었다고 알려줬다. 해고 80일에 고용노동부는 '사유: [14]징계해고'라는 분류코드와 함께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을 상실했다고 용건만 간단히 알려줬다. 해고 109일엔 국민연금공단이 "2015년 ○월까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납부예외를 '취득'했다고 가르쳐 줬는데, 희소식을 전하는 어투였지만 실은 앞으로 3년간의 무직 상태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가히 '해고 알리미' 3부작의 완결편격이었다.

해고 뒤 날아온 통지서 세 장

그런데 딱 거기서 생각이 멈췄다. 고생담이랄 것도 없고 우아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없는 나의 해직기자 생활을 '썰' 풀기에 앞서 너무 많은 얼굴들이 떠올랐다. 우선 파업 참여 이유로 정직 3개월을 당한 최일구, 김세용 두 부국장은 잘 계시는지. 최 선배는 방송 안 하고 그 끼를 어떻게 주체하실지, 집안 일 자주 하시면서 주부 습진 생긴 김 선배는 주부 우울증이 왜 생기는지 알 것 같다고 하셨는데....

MBC아카데미에 교육생으로 보내진 이들은 또 어떤가? 대기 발령 3개월이라는 '실형'을 다 살고도 또다시 3개월 교육 발령을 받았으니, 이건 '보호감호'라고 해야 맞겠다. MBC 보도 다큐의 거장이자 이제 곧 정년을 앞둔 이우호 국장, '얼짱 간판 앵커'인 의리의 남자 왕종명, 탁월한 방송 능력만큼이나 뛰어난 취재력으로 국회에서 일당백이었던 김수진, 정권을 긴장시키는 굵은 특종은 물론이고 정갈한 글 솜씨가 늘 존경스러웠던 임명현 등 22명의 기자가 '삼청'이 아닌 '신천교육대'(잠실 옆 신천에 위치했기 때문)에서 브런치 만들기, 국악의 이해, 사진의 세계 등등의 수업을 꼼짝없이 듣고 있으니 말이다.

보도국이 아닌 타 부문으로 축출된 기자들의 '유배 생활'을 떠올리면, 내 해직일기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정치부의 대표 민완기자였던 J는 상암동 신사옥의 사무 환경 조성을 담당하게 돼 가구업체를 접촉하고 다른 회사의 사옥 견학을 섭외하느라 바쁘다. <시사매거진 2580>의 간판 기자였던 S는 신규 사업 진출에 대한 타당성 조사 보고에 몇 주를 매달렸다. 탐사기획 취재에 열심이었던 H는 견학 오는 어린이들 안내 업무를 맡았는데, 방학 때는 일이 줄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지부는 현재 김재철 사장 구속수사 촉구 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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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는 지자체가 기획중인 사업들을 파악하면서 협찬 딸 궁리를 해야 하고, K는 드라마 세트장 관리로 발령 나 출퇴근 버스 안에서 하루 3시간을 보낸다. A는 그나마 아무 일감도 없이 하루를 보내며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상념에 자주 빠지면서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이렇게 부당전보 조치된 기자가 24명인데 그들 모두 만나고 싶어도 쉽지가 않다. 일산, 용인, 수원, 성남, 인천으로 근무지가 뿔뿔이 흩어져 있으니.

해고, 정직, 교육, 전보 등등의 형태로 보도국에 돌아가지 못한 채 흩어진 기자가 총 53명이다. MBC를 소중히 여겼고, 일에 미쳤던 기자들이 취재와 보도라는 자기 '직(職)'에서 배제돼 떠돌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그들이 전부 해직기자라는 생각이 든다.

MBC는 현재 '감시와 처벌'의 결정체

혹자는 죗값을 달게 받으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도 아닌 평조합원을 그것도 징계가 끝난 이들까지 추가로 교육으로 몰아내는 행태를 보복이 아니라고 볼 근거가 있을까? 보도국 기자의 3분의1을 몰아내놓고 경쟁력 제고에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뉴스데스크> 앵커이자 MBC 보도본부장 권재홍에게는 가능한 것 같다. '53명의 해직기자'에 대해 그가 한 말이다.

"머리가 뜨거운 상태이므로 연착륙을 위해서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나는 현재 MBC기자들의 상황을 보면 자꾸 '디아스포라(diaspora)'를 떠올리게 된다. 타의에 의해, 명령에 의해 고국을 떠나 세계 각지로 흩어져 살아야 했던 유대인, 식민지 민중, 노예들의 이산(離散). 그 이산의 아픔이 오늘날 신사옥 건설단으로, 사회공헌실로, 미래전략실로, 경인지사로 흩어져 이산가족이 된 우리들의 처지로 옮겨오는 것 같다.

한편으론 김재철 체제의 MBC야말로 '감시와 처벌'의 완벽한 구현이 아닐까 싶다. 보도국 천장에 설치된 HD급 CCTV는 그 탁월한 줌인 기능으로 기자들이 어떤 문서를 읽고 있는지까지 실시간 감시할 수 있다. 사내 인터넷망에 접속된 모든 데스크톱 컴퓨터와 개인용 노트북에는 기자들도 모르는 사이 스파이웨어가 깔려 메신저 대화록과 이메일 첨부파일까지 모조리 회사 서버로 전송됐다.

이러니 나는 나의 해직기자 일기를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MBC 디아스포라의 고통을 함께 하고 있는 기자들에게 기자회장으로서 위로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야 하지는 않을까? 그렇다고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싸움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혁명가 체(Che)를 들먹이는 것도 마땅치 않고, "당장의 고초는 보내고 나면 꿈이 될 것"이라는 소설 속 구절도 허약하다. 지금 이 순간은 기형도 시인의 외침만이 가슴에 닿으리라.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

해직된 박성호 MBC 기자협회장.
ⓒ MBC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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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을 쓴 박성호 기자는 MBC 기자협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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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개혁개방에 대중 의존 높아질 것"

 

"북, 개혁개방에 대중 의존 높아질 것"
이영훈 "기회를 포착해 남북관계 개선해야"
 
 
2012년 09월 21일 (금) 18:55:07 조정훈 기자 whoony@tongilnews.com
 

 

   
▲ 21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박병석 국회부의장, 국회입법조사처 공동 주관으로 '북한 경책 변화와 북.중 경협의 현황 및 문제점'의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북한의 경제개혁이 초미의 관심인 가운데,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북한이 개방 확대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남북경색 국면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됐다.

21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박병석 국회부의장, 국회입법조사처 공동 주관으로 '북한 경책 변화와 북.중 경협의 현황 및 문제점'의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영훈 SK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면서, 북한은 중국과의 경협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어 왔다"며 "북한은 기존의 북중경협 확대 외에도 개혁의 한계 및 개혁에 따른 개방 확대의 필요성 등으로 인해 대중국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조사에 따르면, 북.중 무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증해 2011년 56.3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리고 과거 단순교역과 광산개발 중심에서 임가공무역, 접경지역 개발 및 산업투자로 확대 등 중국의 대북투자가 변화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12년 황금평 및 나선지역 개발이 계약단계에서 실행단계로 접어들어 중국의 대북투자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훈 연구원은 중국 개발업자의 말은 인용, 황금평 개발 상황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2012년 9월 하순부터 기반시설 공사가 시작되는데, 총 12.5㎢(총 면적 16㎢, 개발가용면적 12.5㎢) 가운데 1.6㎢에 관리위원회 청사 건축, 기반시설 중 도로, 전기, 상하수도, 인터넷 관련 시설이 착공될 예정이다.

이러한 토대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 이영훈 연구원은 "북한의 개혁추진에 따라 불안정성이 더욱 커질 수 있으며, 이러한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중국의 지원이 보다 절실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심지어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와 개혁추진에 따른 중국의 대북한 지원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북한의 개혁 속도나 성패는 북.중 경협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북한의 대중 의존도 심화를 우려했다.

 

   
▲ 토론회에는 박병석 국회부의장, 유인태, 문대성 국회의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하지만 이영훈 연구원은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에 따라, 중국은 북한의 무역을 독점, 중국을 가격설정자로 하는 불평등한 경협이 심화된다"며 "이는 북한 경제에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북한은 이를 위해 러시아, 미국, 일보 등과 관계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러한 기회를 포착하여 남북관계를 재정립하지 못하고 지금의 북.중 관계와 남북관계가 장기화된다면, 통일의 가능성은 크게 축소될 것"이라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는 박병석 국회부의장, 유인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문대성 무소속 의원 등이 30여명이 참석했으며, 김영수 서강대 부총장의 사회로, 양운철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북한동북아연구실장 등이 발제를 맡았다.

그리고 임강택 통일연구원 박사,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정철 숭실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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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중공양운동 제안

새로운 대중공양운동 제안

 
법인 스님 2012. 09. 21
조회수 62추천수 0
 

 

김장 담그기-.jpg

조계종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김장을 담그고 있는 모습. 사진 <한겨레> 자료

 

 

 

 

지금 조계종은 겹겹이 괴로움에 쌓여있다. 몇 달 전에 바깥세상에까지 크게 알려진 도박 문제·일부 본사 주지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돈 봉투 사건 등등으로 종단과 불교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다. 여기에 더하여 중진 승려가 사찰 소유 토지를 몰래 팔아 해외로 도피하는 사건이 터지고, 선불교의 상징과도 같은 일부 총림에서 혼란과 분규가 끊어지지 않고 있어 괴로움이 늘어만 가고 세속인들이 불교 집안을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럴 때 일부에서는 모든 책임을 종단 집행부에 돌리고 자신은 이런 상황과 관계가 없다고 우긴다. 또 다른 쪽에서는 이 혼란 상황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양쪽이 아주 다른 것 같아 보이지만 ‘나는 책임이 없다’며 발뺌을 하거나 방관자가 되어 자기위안에 머문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사성제의 가르침대로 ‘우리 종단이 혼돈상황에 놓여있음(苦)’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원인(集)을 찾아 잘못을 없애는(滅) 대안(道)을 마련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이 대안이 전체 승가구성원 대표가 모인 쇄신운동이다.

 

스스로를 살펴보고 잘못을 바꾸겠다는 의지에서 여러 의제를 대중공사에 붙이고 사부대중의 여론을 들어 쇄신안에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자성과 쇄신 운동에는, 이름을 달리하고는 있지만 승속이 망라된 종단 집행부 바깥의 대중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승려들의 ‘범계(犯戒)’를 거론하며 범계행위자에 대한 공양과 청법 거부 운동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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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와 불자들이 헌혈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자료

 

 

승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에 이를 바로잡는 마지막 방법이 ‘공양과 청법 거부’임은, 붓다께서도 제어할 수 없었던 승가의 분열을 재가 대중들이 바로잡았던 코삼비 사건에서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승가 내의 모든 절차를 거치고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확인될 때에 쓰는 마지막 방법이며,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쓰는 비상(砒霜)과 같다는 사실을 놓치기 쉽다.

 

과연 거부가 승가를 쇄신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까. 거부 운동에 “승가를 바로 세워서 불교를 발전시키고 세상에 안락과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정의감과 애정이 넘쳐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각에 불신·원망·방관·무관심·책임전가 그리고 승단에 대한 대립과 적개심은 없는가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위에 나오는 부정적인 낱말로 드러나는 일체의 행위를 극복하자는 것이 불교가 아닌가. 부처님께서는 “원한과 증오는 원한에 의해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숱하게 전해주지 않으셨던가. 그런데 붓다의 정법을 세우겠다면서 그분의 가르침을 어기면 되겠는가.

 

요즘 나는 여래십호 중에서 ‘세간해’와 ‘응공’에 관심을 갖고 그 의미를 되새긴다. ‘세간을 바르게 살피고 이를 해결해주는 세간해’인 붓다는 ‘마땅히 중생들의 신뢰와 존경·공양을 받을 자격을 갖춘 응공’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응공’이신 붓다에게는 일체 대중들이 가르침을 청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붓다가 함께 하지 않는 오늘날 누구에게 공양해야 하는가, 누가 세상 사람들에게 밥을 얻어먹을 자격이 있는가.

 

“비법을 행하는 승가에는 공양과 청법을 거부하고 정법을 행하는 승가에만 공양을 올리고 법을 청하자”는 내 말은 ‘거부하자’는 말만 강조되어 번번이 오해를 받고 ‘섭섭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내 뜻은 대승의 정신에 충실하려면 그름에 대한 거부와 동시에 옳음에 대한 청원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본래면목을 찾고 청빈과 치열한 구도심으로 정진하는 선원, 어려운 이들을 보살피며 포교에 정진하는 스님과 사찰, 더 나아가 불교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재가불자단체에도 후원을 하고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청법 운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대승적 공양운동이다. 보살행을 실천하는 승가와 재가는 얼마나 참다운 부처님의 진리 대행자인가. ‘그름에 대한 거부와 옳음에 대한 청원’이 동시에 이루어지면, 정법에 힘이 모아지고 그 힘이 커져서 서로 상생하게 된다. 화합은 선언과 구호가 아니라 ‘부정과 긍정’의 동시 지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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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스님
16세인 중학교 3학년 때 광주 향림사에서 천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대흥사 수련원장을 맡아 '새벽숲길'이라는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과 <불교신문> 주필을 지냈으며, 현재 조계종 교육부장으로 승가 교육 진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메일 : abcd36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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