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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잘못한다’ 첫 70% 넘어…지지율 2주째 20%대 [KSOI]

등록 :2022-08-08 09:41수정 :2022-08-08 11:07

긍정 27.5%-부정 70.1%
리얼미터도 30%대 붕괴
긍정 29.3%-부정 67.8%
8일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8일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70%를 넘어섰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취임 석 달도 안 돼 20%대에 머물고 있다.

 

<티비에스>(TBS)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5∼6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에게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수행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1.4%포인트 하락한 27.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1.6%포인트 오른 70.1%였다.

 

해당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70%선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긍정 평가는 2주 연속 30%선이 무너졌다. 특히 부정 평가 가운데서도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62.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누리집 갈무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누리집 갈무리

같은 날 발표한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석 달 만에 20%대로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지난 1∼5일 전국 2528명에게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1.9%포인트)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주보다 3.8%포인트 하락한 29.3%,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주보다 3.3%포인트 상승한 67.8%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누리집 갈무리
리얼미터 누리집 갈무리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보다 2.5%포인트 높아진 48.5%, 국민의힘은 2.6%포인트 낮아진 35.8%로, 4주 연속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정의당은 0.5%포인트 낮아진 3.3%를 기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 43.5%에서 6.7%포인트 떨어진 36.8%, 국민의힘은 2.5%하락한 31.3%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는 지난주 9.7%포인트에서 5.5%포인트로 줄어들었다.

 

한편, 윤 대통령이 휴가 중 방한한 미국 권력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응답자의 60.3%가 ‘국익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부적절했다’고 답한 반면 ‘국익을 고려한 것으로 적절했다’는 응답은 26%,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3.6%로 각각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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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다”…故 현은경 간호사 추모 물결 속 ‘눈물의 발인식’

7일 이천병원 장례식장 희생자 발인 엄수
대한간호협회 온라인 추모관…1300명 애도
한덕수·권선동 빈소 찾아 희생자 유가족 위로
“고인 의사자 지정 위해 적극적으로 힘쓸 것”

&nbsp;고(故) 현은경 간호사의 발인이 7일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고(故) 현은경 간호사의 발인이 7일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고(故) 현은경 간호사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7일 오전 경기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 화재 참사 희생자 발인식이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희생자 중 환자들을 대피시키느라 끝내 화재 현장에서 숨진 현은경(50) 간호사의 관이 영구차 앞에 나타나자 유족과 추모객은 오열했다. 
 

현 간호사의 영정 앞에서 숨진 환자들의 유족들과 추모객들은 ‘잊지 않겠다’면서 고개를 숙여 그의 숭고한 희생과 넋을 기렸다.

 

경찰 등은 숨진 현 간호사가 마지막까지 환자 곁에서 대피를 돕다 유독가스에 질식한 것 보고 있다. 고(故) 현은경 간호사를 향한 추모의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5일부터 누리집에 현 간호사를 추모하기 위한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했다. 온라인 추모관에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약 1300명이 고인을 애도했다.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 등도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한 국무총리는 “현 간호사는 충분히 몸을 피할 수 있었는데도 마지막까지 환자 손을 놓지 않다가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며 “삼가 조의를 표하고 부상한 분들의 쾌유를 빈다”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강원도 원주화장장을 찾아 애도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해 고인의 의사자 지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해 “경기도는 이러한 고인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며 “이번 화재 사고 희생자와 가족들께 심심한 위로와 애도의 뜻을 전한다.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면서 이같이 추모했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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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해방군이 제국군을 압도하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8/08 11:07
  • 수정일
    2022/08/08 11:0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개벽예감 503] 인민해방군이 제국군을 압도하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08/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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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2022년 8월과 1996년 3월, 어떻게 달라졌나? 

2. 72시간 동안 진행된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

3. 위력적인 미사일 타격으로 적을 압도한다

4. 항모전투단과 스텔스전투기와 전략폭격기

5. 완화자분이라는 사자성어를 알아듣지 못한 바이든

 

 

1. 2022년 8월과 1996년 3월, 어떻게 달라졌나? 

 

2022년 8월 2일 미국 연방하원의장 낸씨 펠로씨(Nancy P. Peloci)가 연방하원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대만 타이베이에 무단진입하였다. 펠로씨는 대만을 중국 영토에서 분리시키려고 광분하는 차이잉원(蔡英文)을 만난 자리에서 민진당의 국가분렬책동을 두둔하고 격려했다. 펠로씨의 도발망동에 중국은 격분했다.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만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왕양(汪洋)이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무단진입하여, 하와이를 미국 영토에서 분리시키려고 광분하는 주지사를 만나 국가분렬책동을 두둔하고 격려했다면, 미국은 극도로 격분했을 것이다. 

 

펠로씨의 대만방문은 그가 개인적으로 저지른 도발망동이 아니다. 그것은 대만을 중국 영토에서 분리시켜 미국의 제국주의 지배체제 안으로 더욱 깊숙이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반중국정책이 촉발한 도발망동이다. 그로써 이미 악화일로에 있는 중국과 미국의 적대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중국의 격분은 즉각 군사행동으로 표출되었다. 인민해방군은 1950년 10월 항미원조전쟁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병력과 무장장비를 동원한 실전급 군사행동에 나섰다. (군대의 공식명칭은 인민해방군인데, 인민이라는 말과 해방이라는 말을 싫어하는 종미우익 세력은 인민해방군이라는 공식 명칭을 쓰지 않고, ‘중국군’이라는 엉터리 명칭을 쓴다. ‘중국군’은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의 이름이다.)     

 

그런데 인민해방군의 실전급 군사행동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인민해방군은 자기의 대만해방전쟁 작전계획에 의거하여 실전급 군사행동을 전개하였으므로, 그와 관련된 전개양상이 외부에 노출되는 경우 대만해방전쟁 작전계획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으므로 외부에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종미우익 언론 매체들은 인민해방군이 대만을 완전히 포위봉쇄하고 있다느니, 펠로씨의 대만방문에 보복하는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느니 하면서 떠들어댔다. 그런 엉터리 언론보도를 무비판적으로 읽는 사람들의 눈에는 인민해방군의 군사행동이 펠로씨의 도발망동을 응징하는 보복성 무력시위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민해방군의 작전목표는 보복성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인민해방군은 그런 식의 수준 낮은 군사행동을 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오늘의 군사상황은 인민해방군에게 최고 수준의 강력한 군사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인민해방군이 이번 군사행동에서 달성하려고 하였던 작전목표는 전쟁과 유사한 상황에서 자기의 작전능력을 점검하는 것이며, 대만해방전쟁을 앞둔 예행연습을 실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작전능력점검과 예행연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과 달리, 인민해방군이 보복성 무력시위를 단행했던 때는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이다. 당시 군사상황을 제3차 대만해협 위기라고 부른다. 1996년 3월 8일 인민해방군이 대만분리책동을 응징하기 위해 단행한 보복성 무력시위는 ‘해협 961’이라는 작전명칭에 따라 진행되었다. 보복성 무력시위를 시작하기 1개월 전인 1996년 2월 4일 인민해방군은 미사일, 무장장비, 전투원 150,000명을 대만해협을 끼고 있는 푸젠성으로 집결시켰다. 

 

1996년 3월 8일 인민해방군은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으로 ‘해협 961’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둥펑(東風)-15 탄도미사일 3발이 대만 앞바다에 떨어졌다. 인민해방군이 발사한 둥펑-15 탄도미사일 2발은 대만 남쪽에 있는 가오슝(高雄)해군기지로부터 약 77km 떨어진 바다에 떨어졌고, 같은 미사일 1발은 대만 북쪽에 있는 기룽(基隆)해군기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바다에 떨어졌다. 기룽과 가오슝은 대만의 생명줄이 걸린 제1전략요충지이므로, 인민해방군은 대만의 제1전략요충지 두 곳을 미사일 타격으로 동시에 날려버리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긴박한 상황이 펼쳐진 1996년 3월 9일 오전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비상대책회의가 소집되었다. 미국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William J. Perry), 국가안보보좌관 앤서니 레이크(W. Anthony K. Lake), 국무장관 워런 크리스토퍼(Warren M. Christopher), 중앙정보국장 존 도이취(John M. Deutch), 합참의장 존 샬리캐쉬빌리(John M. Shalikashivili)가 국방장관실에 모였다. 비상대책회의에서 합참의장 샬리캐쉬빌리는 정찰자료를 가지고 인민해방군의 작전상황을 보고했다. 그는 급변사태에 대비해 재래식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대만 북동쪽 320km 떨어진 미야꼬해협에서 대기하는 중이라고 보고했다. 대만 북단과 오키나와 남단 사이에 있는 미야꼬해협은 동중국해에서 서태평양으로 통하는 전략통로인데, 미국 항모타격단은 바로 그 전략통로부터 장악한 것이다. 

 

전략통로를 장악한 것도 성에 차지 않은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는 핵추진항공모함 니미츠호를 주축으로 편성된, 더 강력한 항모타격단을 대만 근해에 출동시킬 것을 제안했고, 회의참석자 전원은 그 제안에 찬동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당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은 2개 항모타격단을 대만 근해로 집결시켜 비상대기태세를 취하라는 명령을 태평양사령관에게 하달했다. 그에 따라 미국 태평양사령부 작전국은 전시작전계획 실행방안을 긴급히 검토했고, 당시 태평양군사령관 조섭 프루어(Joseph W. Prueher)는 군사정찰과 공해작전(air-and-sea operation)을 24시간 통제하는 위기행동반을 설치하라고 명령했다. 

 

1996년 3월 12일 인민해방군은 대만해협을 끼고 있는 푸젠성 둥산(東山) 앞바다와 광둥성 난아오(南澳)섬 앞바다에서 실탄사격훈련과 지상공격훈련을 실시했다. 1996년 3월 13일 인민해방군은 가오슝해군기지 앞바다를 향해 둥펑-15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1996년 3월 18일 인민해방군은 대만해협을 끼고 있는 푸젠성 핑탄(平潭)섬 앞바다에서 3군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1996년 3월 19일 인민해방군은 상륙돌격연습, 헬기기동연습, 포격연습, 항공수송연습을 포함한 대만상륙작전연습을 실시했다. 1996년 3월 21일 인민해방군은 공중타격연습을 실시했다. 

 

위에 서술한 인민해방군의 군사훈련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1996년 당시 인민해방군은 미국 항모타격단과 맞서 싸울 전투력을 아직 갖지 못했으므로 대만 근해로 출동한 2개 항모타격단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어야 했고, 인민해방군의 전투 훈련 범위는 대만 해안으로 접근하기는커녕 중국 본토 연안을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인민해방군은 미국 항모타격단의 접근을 차단하는 강력한 전투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대만상륙작전은 불가능했다. 

 

1996년 3월 제3차 대만해협 위기는 미국군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무력으로 인민해방군의 전투 훈련 범위를 제한시켰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중국은 미국 항모타격단과 맞서 싸울 강한 전투력을 갖지 못해서 대만해방과 국토완정의 역사적 위업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체험했다. 뼈저린 체험을 겪은 중국인들 가운데는 1996년 3월 당시 중국공산당 푸젠성 부성장도 있었다. 푸젠성 부성장은 제3차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하자 인민해방군 예비군 고사포사단장으로 긴급히 임명되었다. 당시 전투복을 입고 전투 훈련에 참가하여 고사포 조종간을 두 손으로 억세게 잡았던 고사포사단장이 오늘의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시진핑 주석이 26년 전에 겪었던 뼈저린 체험은 중국을 결기와 분발로 이끌었다. 시진핑 주석이 영도하는 중국은 미국 항모타격단을 압도할 우세한 전투력을 갖기 위해 결기했고 분발했다.    

 

 

2. 72시간 동안 진행된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

 

1996년부터 오늘까지 26년 동안 중국은 미국 항모타격단을 압도할 전투력을 확보하기 위해 달려왔다. 인민해방군이 전투력을 강화발전시키는 속도는 가속으로 질주하는 속도였다. 중국 각지의 조선소들에는 ‘조함강군(造艦强軍)’이라는 전투적 구호가 나붙었다. 군함을 더 많이 건조하여 강한 군대로 거듭난다는 뜻이다. 

 

2019년 9월 25일 중국은 후동중화조선소에서 40,000톤급 거함을 진수했다. 그 거함은 해상작전헬기 30대와 공기부양정, 상륙돌격장갑차를 탑재하는 075형 강습상륙함이다. 주목되는 것은, 40,000톤급 강습상륙함 골조가 세워진 때로부터 불과 6개월 만에 거대한 강습상륙함을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40,000톤급 강습상륙함을 건조하려면 3년 이상 걸리는데, 중국에서는 6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21년 4월 23일 중국이 11,000톤급 핵추진전략잠수함, 40,000톤급 강습상륙함, 10,000톤급 구축함을 한날한시에 취역시켰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어떻게 그처럼 초고속으로 군함을 건조할 수 있을까? 해답은 군민융합(軍民融合)에 있다. 군민융합은 민간선박 건조과정에서 개발된 첨단기술을 군함건조사업에 투입하고, 민간선박 건조로 얻은 수익을 군함 건조사업에 투입한다는 뜻이다. 

 

군함을 건조하는 조선소는 중국에 1,200개소 이상 있고, 미국에는 500개소 미만밖에 없다. 세계 최대 선박건조 기업은 중국선박공업집단인데, 이 기업은 국영기업이다. 이것은 군민융합이 사회주의 국유화에 의해 실현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마디로 말하면, 사회주의 군민융합이다. 

 

중국의 사회주의 군민융합보다 더 발전된 것은 조선의 사회주의 군민일치다. 중국의 사회주의군민융합은 민간공업과 군수공업의 순환적 발전으로 전개되는 데 비해, 조선의 사회주의 군민일치는 군수공업이 민간공업의 이끌어가는 선도적 발전으로 전개된다. 순환적 발전 속도보다 선도적 발전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중국의 사회주의 군민융합은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중국의 군함 보유량은 2015년에 이르러 마침내 미국을 추월했고, 군함 보유격차는 해마다 벌어졌다. 이를테면, 2019년 초 중국의 군함 보유량은 335척이었고, 미국의 군함 보유량은 286척이었는데, 2020년 말 중국의 군함 보유량은 360척이었고 미국의 군함 보유량은 297척이었다. 불과 2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보유격차가 49척에서 63척으로 늘어났다. 

 

제국주의 세계체제의 우두머리인 미국이 전 세계를 무력으로 지배하고 적국들을 위협하려면 5대양에 군함 130척을 항시적으로 대기시켜야 하는데, 오늘 미국이 실제로 5대양에 대기시킨 군함은 90척도 되나마나하다. 이런 상황은 미국이 바다를 지배하던 제국주의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민해방군은 해군력만이 아니라 공군력도 비약적으로 강화발전시켰다. 이를테면, 2021년 6월 현재 인민해방군은 젠-20 스텔스전투기 60대를 실전배치했다. 중국은 전투기개발사업에서 가장 커다란 기술공학적 난제로 되었던 전투기 엔진을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지금은 자국산 전투기 엔진 WS-10C를 장착한 젠-20 스텔스전투기를 다량생산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하려고 애쓰다가 결국 포기했던 극초음속비행 엔진도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다. 

 

중국의 젠-20 스텔스전투기는 미국의 F-35 스텔스전투기에 필적하는 최첨단 기종이다. 2022년 현재 중국이 보유한 젠-20 스텔스전투기는 약 150대이고, 미국이 보유한 F-35 전투기는 약 450대이다. 2021년 10월 5일 미국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나온 발언에 의하면, 가까운 장래에 스텔스전투기 500대를 보유하겠는 목표를 세운 중국은 스텔스전투기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중국의 스텔스전투기보유량은 2025년에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이 하늘을 지배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민해방군의 전투력 수준은 최신 무장장비를 초고속으로, 다량으로 생산하는 것으로만 측정될 수 없다. 최신 무장장비를 작전 중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 하는 작전능력까지 측정해야 인민해방군의 전투력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규군의 작전능력은 전략전술의 정확도와 치밀성, 전쟁지휘부의 능숙한 작전통제, 전투원들의 사상정신무장과 숙련된 무기사용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3대 평가 기준에 의거하여 그동안 인민해방군의 전투력이 얼마나 강화발전되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데, 인민해방군은 자기의 전략전술, 작전통제체계, 사상정신상태, 무기사용숙련도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민해방군의 전투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외부에서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인민해방군이 이번에 실시한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은 그들의 전투력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알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로 되었다.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은 72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이것은 인민해방군이 72시간 작전계획을 연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군 증원부대가 대만 근해에 들이닥치기 전에 대만해방전쟁을 신속하게 결속하려면, 72시간 만에 전쟁을 끝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조선인민군도 72시간 작전계획에 따라 ‘남조선해방전쟁’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민해방군은 이번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에서 자기의 전투력을 총체적으로 점검하였으므로,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과정을 살펴보면 인민해방군의 실력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이 글에서는 이번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에 관한 언론보도내용을 분석하면서, 인민해방군 전투력을 윤곽적으로 파악하려고 한다. 

 

 

3. 위력적인 미사일 타격으로 적을 압도한다

 

2022년 8월 4일 인민해방군은 강력한 화력 타격으로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을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화력 타격은 방사포 사격과 미사일 발사를 의미한다. 그날 인민해방군은 푸젠성 푸텐(莆田)시 핑탄(平潭) 해안에서 대만해협 중간수역을 향해 방사포를 사격했다. 당일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공개한 영상자료를 보면, 대만해협 중간수역에 탄착점 20개가 형성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날 인민해방군이 사격한 방사포는 370mm 조종방사포(guided rocket)다. 370mm 조종방사포는 4축8륜 발사대차에 8문이 탑재되었다. 인민해방군은 370mm 조종방사포로 자탄 500발이 들어있는 산포탄을 60초 안에 8발 연속으로 사격할 수 있다. 370mm 조종방사포 발사대차 1대에서 8문을 연속사격하면 폭약 350톤의 파괴력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미국 공군 B-52H 전략폭격기 11대가 집중폭격을 할 때 발생하는 파괴력과 같다. 다시 말해서, 370mm 조종방사포 발사대차 1대가 B-52H 전략폭격기 11대와 맞먹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것이다. 370mm 조종방사포의 사거리는 280km이고, 핑탄에서 중국 대만 타이베이까지 직선거리는 207km다. 그러므로 인민해방군이 핑탄 해안에서 370mm 조종방사포 발사대차 10대를 동원해 일제사격을 시작하면, 약 6분 뒤 타이베이는 B-52H 전략폭격기 110대의 집중폭격을 맞은 것처럼 초토화될 것이다.  

 

인민해방군은 이번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에서 370mm 조종방사포 사격과 함께 380mm 대함미사일 발사를 병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370mm 조종방사포를 탑재한 4축8륜 발사대차로 380mm 대함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수면 위를 스치듯이 날아가는 380mm 대함미사일 한 발을 쏘면, 180km 밖에 있는 구축함을 격침시킬 수 있다. 대만해협의 폭이 180km이므로, 전시에 인민해방군이 380mm 대함미사일을 쏘면 대만해협에 들어간 미국 해군 전투함선과 대만군 전투함선을 모조리 격침시킬 수 있다. 

 

2022년 8월 4일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에서 인민해방군은 강력한 미사일 타격력을 과시했다. 얼마나 위력적인 미사일 타격이었는지는 일본 방위성이 발표한 분석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본 방위성이 발표한 분석자료에 기초하여 인민해방군의 미사일 타격순차, 타격방향, 비행거리, 타격목표를 다음과 같이 추정할 수 있다. 

 

제1탄 - 14시 56분경 인민해방군이 푸젠성 연안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약 350km를 날아가 대만 북동쪽 해상에 떨어졌다. 이것은 전시에 동중국해에서 대만 근해로 남하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의 접근을 저지하는 타격연습이었다. 

 

제2탄 - 14시 56분경 인민해방군이 장시성 내륙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약 700km를 날아가 대만 남쪽 해상에 떨어졌다. 이것은 전시에 남중국해에서 대만 근해로 남하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의 접근을 저지하는 타격연습이었다. 

 

제3탄 - 15시 14분경 인민해방군이 장시성 내륙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약 750km를 날아가 대만 남서쪽 해상에 떨어졌다. 이것은 전시에 남중국해에서 대만 근해로 북상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의 접근을 저지하는 타격연습이었다. 

 

제4탄 - 15시 57분경 인민해방군이 저장성 연안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약 350km를 날아가 대만 북동쪽 해상에 떨어졌다. 이것은 전시에 동중국해에서 대만 근해로 남하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의 접근을 저지하는 타격연습이었다. 

 

제5탄 - 15시 57분경 인민해방군이 저장성 연안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타이베이 상공을 넘어 약 650km를 날아가 대만 동쪽 해상에 떨어졌다. 이것은 전시에 필리핀해에서 대만 근해로 북상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의 접근을 저지하는 타격연습이었다. 

 

제6탄 - 16시 05분경 인민해방군이 푸젠성 연안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타이베이 상공을 넘어 약 500km를 날아가 대만 동쪽 해상에 떨어졌다. 이것은 전시에 필리핀해에서 대만 근해로 북상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의 접근을 저지하는 타격연습이었다. 

 

제7탄 - 16시 05분경 인민해방군이 푸젠성 연안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타이베이 상공을 넘어 약 550km를 날아가 대만 동쪽 해상에 떨어졌다. 이것은 전시에 필리핀해에서 대만 근해로 북상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의 접근을 차단하는 타격연습이었다. 

 

제8탄 - 16시 08분경 인민해방군이 푸젠성 연안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타이베이 상공을 넘어 약 500km를 날아가 대만 동쪽 해상에 떨어졌다. 이것은 전시에 필리핀해에서 대만 근해로 북상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의 접근을 차단하는 타격연습이었다. 

 

제9탄 - 16시 08분경 인민해방군이 푸젠성 연안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타이베이 상공을 넘어 약 550km를 날아가 대만 동쪽 해상에 떨어졌다. 이것은 필리핀해에서 대만 근해로 북상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의 접근을 차단하는 타격연습이었다. 

 

위에 열거한 여러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350km(2회), 500km(2회), 550km(2회), 650km(1회), 700km(1회), 750km(1회)로 나타났다. 이것은 사거리가 600~900km에 이르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타격거리에 따라 사거리를 조절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사거리를 가진, 인민해방군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은 4축8륜 발사대차에 탑재된 둥펑(東風)-15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둥펑-15 탄도미사일의 타격오차범위는 10m다. 정밀타격을 할 수 있다.

 

위에 열거한 여러 미사일의 타격구역은 동중국해 2회, 남중국해 2회, 필리핀해 5회로 나타났다. 이것은 인민해방군이 동중국해에서 대만 근해로 남하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을 저지하는 타격연습을 2회, 남중국해에서 대만 근해로 북상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을 저지하는 타격연습을 2회, 필리핀해에서 대만 근해로 북상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을 저지하는 타격연습을 5회 실시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인민해방군이 발사한 둥펑-15 탄도미사일 가운데 5발은 타이베이 상공을 넘어 대만 동쪽 해역에 떨어졌다. 인민해방군 미사일이 자기들 머리 위로 날아갔는데도, 압도적인 기세에 눌린 대만군은 미사일 경보조차 발령하지 못하고 납작 엎드려 있었다. 

 

2022년 8월 2일 중국인들이 촬영한 영상자료에는 둥펑-16 극초음속미사일을 탑재한 5축10륜 발사대차가 특별수송렬차에 실려 푸젠성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사거리가 1,000km인 둥펑-16 극초음속미사일은 항모타격단을 공격하기 위해 특별히 개발된 무기다. 중국 텔레비전 방송 매체들이 방영한 영상자료에는 둥펑-17 극초음속미사일을 탑재한 5축10륜 발사대차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거리가 2,500km인 둥펑-17 극초음속미사일은 항모타격단을 공격하기 위해 특별히 개발된 무기다. 이런 사정을 보면, 인민해방군은 미국 항모타격단이 대만 근해로 접근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극초음속미사일을 대기시켜놓고 둥펑-15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집중타격연습을 실시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인민해방군은 미사일을 11발 쏘았다고 했는데, 일본은 9발밖에 포착하지 못했다. 일본이 포착하지 못한 미사일 2발은 미사일 감시망을 뚫고 들어가는 순항미사일이었다. 인민해방군은 4축8륜 발사대차에서 CJ-10 지대지순항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1,500km다. 또한 인민해방군은 이번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에 참가한 H-6 전략폭격기에서 CJ-20 공대지순항미사일을 공중 발사했는데, 이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3,000km다. 

 

주목되는 것은, 인민해방군이 이번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에 모두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이번에 인민해방군은 50~90킬로톤급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술핵타격연습을 실시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보면, 이번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에서 인민해방군은 전시에 대만 근해로 접근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을 동시다발 전술핵 타격으로 격침시키는 항모타격연습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 5월 초 미국 워싱턴에 있는 신미국안보쎈터(CNAS)에서 중미전쟁 씨나리오 컴퓨터모의전쟁연습이 진행되었는데, 거기에 참가한 군사전문가들은 인민해방군이 대만 근해로 접근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을 격침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1996년 3월 8일 제3차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인민해방군은 둥펑-15 탄도미사일 3발을 대만 앞바다로 발사했는데, 둥펑-15 탄도미사일 2발은 가오슝해군기지로부터 약 77km 떨어진 바다에 떨어졌고, 같은 미사일 1발은 기룽해군기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바다에 떨어졌다. 2013년 1월 1일 중국 <환구망> 보도에 의하면, 당시 인민해방군이 발사한 둥펑-15 탄도미사일 3발 중에 2발은 미국군이 교란 전파를 마구 쏘아대는 바람에 지정된 낙탄구역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바다에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 항모타격단은 동시다발 전술핵 타격을 연습하는 인민해방군의 압도적인 힘에 밀려 대만에서 500km 이상 떨어진 필리핀해에서 맴돌고 있었기 때문에, 감히 교란전파를 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너무도 달라진 상황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4. 항모전투단과 스텔스전투기와 전략폭격기

 

2022년 8월 3일 미국 해군연구소 보도자료와 중국 언론 매체 <글로벌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인민해방군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지난 7월 31일 산둥성에 있는 북해함대 칭다오해군기지에서 11,000톤급 핵추진잠수함과 함께 출항했고, 지난 8월 1일 인민해방군 항공모함 산둥호가 하이난성에 있는 남해함대 산야해군기지에서 40,000톤급 강습상륙함과 함께 출항했다고 한다. 이번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에는 그 밖에도 구축함과 호위함 10척이 참가했다. 이번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에는 참가한 인민해방군 항공모함전투단은 항공모함, 핵추진잠수함, 구축함, 호위함으로 편성되었다. 이것은 인민해방군 항모전투단이 전시에 대만 근해로 접근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을 저지하는 차단작전을 연습하였음을 말해준다. 

 

이번에 인민해방군은 항모전투단 2개를 동원했는데, 그 기세에 눌린 미국 항모타격단은 대만 근해로 얼씬도 하지 못했다. 2022년 8월 4일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100,000톤급 핵추진항공모함 1척, 45,000톤급 강습상륙함 1척, 미사일순양함 1척, 미사일 구축함 1척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을 대만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필리핀해에 배치하였다고 한다. 미국은 2022년 8월 5일 인민해방군의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을 염탐하기 위해 정찰기 7대를 대만 주변에 들이밀었다. 

 

1996년 3월 9일 제3차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은 2개 항모타격단을 대만 근해로 집결시켜 비상대기태세를 취했지만, 이번에는 항공모함 1척과 강습상륙함 1척을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을 대만에서 500km 정도 떨어진 필리핀해에 배치해놓고 정찰기들만 대만 주변으로 보냈다. 이런 상황은 인민해방군 항모전투단이 미국 항모타격단을 저지하는 차단작전연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2년 8월 4일 인민해방군은 각종 작전기 100대를 동원한 어마어마한 규모로 항공작전을 연습했다. 항공작전연습에는 전투기, 폭격기, 공중급유기, 전자전기, 정찰기가 대거 참가했다. 인민해방군의 항공작전연습은 대만 북부, 서부, 동부에서 항공정찰, 공중돌격, 엄호지원 등으로 밤낮없이 연속적으로 전개되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세계 최강 전투기로 평가되는 J-20 스텔스전투기의 공중돌격연습이다. 당시 작전상황을 보여주는 개념도를 보면, J-20 스텔스전투기 편대는 대만 북동쪽과 대만 남서쪽 두 방향에서 적진을 동시에 공격하는 공중돌격연습을 실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6년 3월 21일 인민해방군은 대만군 미사일방어망을 의식한 나머지 대만 근처에 가지 못하고 대만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공역에서 공중돌격연습을 실시했지만, 이번에는 대만 해안에서 약 20km 떨어진 공역까지 바짝 접근해 과감한 공중돌격연습을 실시했다. 이것은 인민해방군 J-20 스텔스전투기 편대가 대만군 미사일방어체계를 사실상 무시해버렸다는 것을 말해준다.  

 

2022년 8월 4일 인민해방군 H-6 전략폭격기 편대는 전자전기와 호위전투기를 앞세우고 대만 남쪽 공역으로 번개처럼 진입했다. H-6 전략폭격기는 공대함미사일, 공대함순항미사일, 정밀유도폭탄, 핵탄미사일을 공중에서 발사할 수 있다. H-6 전략폭격기 편대는 대만 남쪽 해안에서 약 17km 떨어진 공역까지 바짝 접근했다. 

 

인민해방군 J-20 스텔스전투기 편대와 H-6 전략폭격기 편대가 대만 공역으로 바짝 접근하여 항공작전을 연습했는데도, 대만군은 전투기 편대를 긴급출격시키지 못했고, 미사일방어체계도 가동하지 못했다. 만일 대만군이 전투기 편대를 섣불리 출격시켰으면 인민해방군 J-20 스텔스전투기의 위력에 압도당했을 것이고, 만일 대만군이 미사일방어체계를 섣불리 가동했다면 인민해방군 정찰기가 미사일방어체계 가동상황을 샅샅이 탐지했을 것이다. 그래서 대만군은 그냥 쥐 죽은 듯이 엎드려 있어야 했다. 이런 상황은 인민해방군의 항공무력이 대만군을 완전히 압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5. 완화자분이라는 사자성어를 알아듣지 못한 바이든

 

이번에 인민해방군이 대만해방전쟁 72시간 예행연습을 실시한 것을 보면, 대만해방전쟁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인민해방군의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은 8월 6일에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2022년 6월 15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비전쟁 군사행동 요강’이라는 제목의 명령서를 하달했다. 이 명령서에 의해 인민해방군은 평시에도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이 평시에도 진행된다는 것을 예고한 것이다. 이처럼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의도하지 않은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우발적인 무력충돌이야말로 인민해방군이 대만해방전쟁에 돌입할 결정적인 기회로 될 것이다. 

 

만일 인민해방군이 대만해방전쟁에 돌입하면, 조선인민군도 지체 없이 ‘남조선해방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8월 1일 리영길 국방상은 중국인민해방군 창건 95돐에 즈음하여 웨이펑허(魏鳳和) 중화인민공화국 국방부장에게 축전을 보냈다. 축전의 전문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으나, 조선의 언론 매체들이 축전내용을 요약해서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리영길 국방상은 축전에서 “조선인민군은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하기 위해 중국인민해방군과의 전략전술적 협동작전을 긴밀히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전략전술적 협동작전이라는 단어다. 전략전술협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전략전술적 협동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것은 중국인민해방군이 대만해방전쟁에 돌입하면, 조선인민군도 즉각 전략전술적 협동작전을 개시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2021년 6월 11일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중국인민해방군이 대만해방전쟁에 돌입하고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는 경우 서해를 작전구역으로 하는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해 지휘부가 미국의 중국 공격을 방어해주고, 즉각적인 대응 타격으로 미국을 제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지시에 따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2021년 10월 말까지 전술핵무기와 핵전투병력의 재배치를 완료했다. 대만해협의 군사상황과 한반도의 군사상황은 이처럼 완전히 변화되었다. 

 

그런데 변화된 군사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리송한 미국과 윤석열 정부는 2022년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한미련합군 북침전쟁연습을 막무가내로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펠로시 연방하원의장은 상황 오판으로 대만방문을 강행하여 동아시아 전쟁 위기를 격화시켰는데, 이번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상황 오판으로 한미련합군 북침전쟁연습을 강행하려고 한다. 2022년 7월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완화자분(玩火自焚)”이라는 엄중한 경고 발언을 했다. 불장난을 하면, 스스로 불에 타죽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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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번주 박순애 장관 교체 가닥” 신문들 경질·사퇴 주문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2.08.08 07:58
  •  
  •  수정 2022.08.08 10:10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휴가 복귀 윤 대통령에 신문들 논조 막론 주문은
한겨레 “윤석열 정부 총체적 위기”
해고 사유 확대 등 노동개혁과제 올린 정부…한겨레 보도

교육부가 ‘만 5세 취학’에 이어 외국어고 폐지 계획도 발표 일주일만에 백지화를 선언했다. 8일 신문들은 여론 수렴이나 사전 검토 없이 핵심 교육 정책을 발표했다가 비판이 나오자 말을 바꾸는 일이 반복됐다며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사퇴 또는 경질을 주문했다. 동아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박 장관을 교체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1면에 보도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8일 복귀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신문들이 논조를 막론하고 사설로 ‘인적 구성을 비롯한 국정 쇄신’을 주문했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 교육 정책 졸속 논란, ‘건진법사 이권 개입’ 의혹, 김건희 여사와 관련 있는 업체의 ‘대통령 관저 공사 특혜 수주’ 의혹 등이 잇따라 터져나와 대통령 지지율은 연일 최저치다.

윤석열 정부가 국무조정실 차원에서 해고 사유 확대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등 노동분야의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겨레가 8일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들이 재계 단체들이 요구해온 내용으로 고용노동부가 밝혔던 정책방향과도 어긋나며 노동계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8일 서울신문 1면
▲8일 서울신문 1면
▲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경향 “경질해야” 조선 “안쓰럽지만 사퇴”

교육부가 외고 일반고 전환 방침을 밝혔다가 재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설명자료로 “(외고 폐지는)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회적 논의를 충실히 거쳐 연말까지 고교체제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달 29일 “외고는 존치하기보다 폐지 또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식을 생각한다고 밝힌 뒤 전국 외고 교장들과 학부모 협회가 잇달아 반대하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박 장관은 초등학교 입학 연력을 만 5세로 한 살 낮추는 학제 개편안을 공기한 지 나흘 만에 폐기를 시사한 데 이어 외고 폐지도 발표 일주일 만에 백지화를 선언한 것으로, 신문들은 논조와 무관하게 박 장관의 교육부 수장 자격에 문제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 정작 교육부 수장은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논란 이후 말바꾸기와 입닫기로 대응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7일 기준 12일까지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하는 9일을 빼면 공식일정이 전무하다고 했다. 세계일보도 “여론 뭇매에 자취 감춘 교육수장…연일 커지는 사퇴론”을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1면 머리기사 ‘백년대계 헛발질 사면초가 박순애’에서 “학부모단체, 교원단체와 교육부 내부에서조차 ‘이대로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8일 경향신문 8면
▲8일 경향신문 8면

한국일보는 “외고는 자사고, 국제고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다양한 학교 유형을 마련하는 고교체제 개편 검토’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이들 고교가 존치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며 “정부가 고교체제 개편 세부방안을 12월까지 마련하기로 한 상황에서 교육수장의 섣부른 발표에 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8일 한국일보 사설
▲8일 한국일보 사설

한겨레는 “(교육부가) 졸속 행정으로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힌 뒤 “외고는 수년 간 지속돼온 우수 학생 이과 쏠림 현상과 저조해지는 대입 실적으로 줄곧 하락세를 보여왔다”며 “박 부총리의 갑작스러운 발표가 외고와 학부모를 자극해 거센 반발을 부르면서 오히려 외고 폐지 추진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8일 한겨레 4면
▲8일 한겨레 4면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박 장관을 교체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면 ‘박순애 교육장관 주내 교체 가닥’에서 “여권 핵심 관계자는 7일 ‘윤 대통령이 이번 주에 내각을 교체할 예정이다. 박 부총리는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다만 대통령실 진용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8일 동아일보 1면
▲8일 동아일보 1면

반면 한겨레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7일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면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들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이라면서도 “인적 쇄신 지적이 많았지만, 현재까지론 부족한 부분이 드러난 참모들에게 다시 한번 분발을 촉구하되 ‘일하라’는 당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가 사설에서 박 장관의 사퇴 또는 경질을 시사하거나 직접 주문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사태 책임은 결국 박 부총리가 질 수밖에 없다. 박 부총리는 도덕성에서부터 전문성 부족, 그리고 소통 능력 부재까지 무엇 하나 교육 수장으로서 자질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섣부른 정책으로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고도 박 부총리는 지금껏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며 “휴가에서 복귀하는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 차원에서 박 부총리부터 경질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박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박 장관의 실책은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있다”며 “장관에 임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안쓰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박 장관 스스로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8일 조선일보 사설
▲8일 조선일보 사설

휴가 복귀 윤 대통령에 한겨레·중앙·세계 사설

윤 대통령이 8일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한다. 집권 100일이 안 된 시점에 대통령 지지율(갤럽)이 24%로 취임 후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는 상황에 신문들이 사설로 윤 대통령에 ‘전면적 국정쇄신’ ‘비선논란 일소’ ‘정책 변화와 폭넓은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길지 않은 휴가 동안 국정수행 지지도는 하락을 거듭했고, 중도층은 물론 상당수 보수 지지층마저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위기”라며 “지금의 위기는 윤 대통령이 자초했다는 것부터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박 장관을 사례로 들며 “대통령은 박 장관의 음주운전 전력,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는 지적 등에도 불구하고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공론화 과정도 제대로 밟지 않은 ‘만 5살 취학’안을 (…)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며 “경찰국 신설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 들어 이런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공사 구별도 무너졌다”며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와 사적 인연을 가진 이들의 채용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대선 때부터 일을 같이한 능력자’라는 판박이 해명만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제에서는 과오가 있는 대통령도 함부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인적 구성을 포함한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성찰하고 변화할 기회를 주는 ‘옐로카드’”라고 했다.

▲8일 중앙일보 사설
▲8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 지지율 추락은 △‘5세 입학’ 졸속 추진 △경찰국 설치 △여권 내 권력다툼 실상 △김건희 여사 관련 업체의 대통령 관저 공사 참여 의혹 등이 “꼬리를 물고 고물가와 고금리에 고통 받는 국민에 짜증과 불만을 가중한 결과”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내각과 대통령실 참모진도 흠결이 분명한 인사들이 드러난 만큼 뼈를 깎는 인적 쇄신”을 해야 하며 “특별감찰관을 조속히 부활”시켜야 한다고 했다.

▲8일 세계일보 사설
▲8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인적 쇄신론에 “참모들에 다시 한 번 분발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힌 데에 “당장 국민의 뜻을 헤아려 부족함을 채워나가도 부족한 마당에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기능을 못 하는 정무라인이나 20%대 지지율이 야당 탓이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펴는 대통령실 참모는 바꿔야 한다”며 “복지부 장관과 공정위원장 인사에서 지금과는 달라진 인사 스타일을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재계 민원’ 노동개혁과제로 올린 정부

한겨레가 국무조정실 ‘고용·노동 분야 덩어리과제(규제)’ 문건을 입수해 “국무조정실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해고 제한 규정,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등을 ‘덩어리규제’로 규정하고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규제혁신’을 내세워 해고 사유 확대 등을 추진할 경우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예상된다”고 했다.

▲8일 한겨레 1면
▲8일 한겨레 1면

한겨레에 따르면 해당 문건의 과제 목록에는 △해고 사유 확대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 △기간제·파견 활용범위 확대 등이 포함됐다. 노사관계 분야에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노조 파업 때 대체근로 금지조항 개선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전면금지 신설이, 산업안전 분야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사업장 안전 규제 중복 해소 등이 담겼다.

이들은 경제단체가 요구해온 내용으로 노동계가 크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한겨레는 “대표적으로 해고 사유 확대와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변경요건 완화)의 경우 박근혜 정부 때 ‘양대지침’이라는 가이드라인으로 시행했다가 극심한 노사·노정 갈등을 빚었다”고 했다.

한겨레는 “국무조정실은 사실상 경제단체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 적은 듯한 내용을 덩어리과제로 정리한 뒤 고용노동부와 국책연구기관 등에 내려보내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노동부가 그동안 밝힌 노동개혁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노동부는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 이외 과제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대통령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혔다는 것이다.

▲8일 한겨레 3면
▲8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검토 단계에서 걸러질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노동권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보편적인 규범들마저 혁파해야 할 규제로 여기는 정부의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정부가 재계의 대변자 노릇을 자처하면서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책임을 방기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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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선서 압도적 힘 보인 이재명, 오늘도 '어대명' 기세 이어갈까?

7일, 인천·제주 2차 권리당원 투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6일 전당대회 당대표 선출 투표 첫 순회 지역인 강원·대구·경북 권리당원 투표 결과 74.81%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7일 예정된 당 대표 2차 경선 제주·인천 지역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독주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인천은 이재명 후보의 지역구(계양을)가 있는 곳이고,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 지역에선 이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을 10%포인트 차 가까이 여유있게 이긴 곳이어서 이 후보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재명 후보는 전날 강원·대구·경북에서 권리당원 74.81%(1만5528표)를 득표해 1위에 올랐다. 2위인 박용진 후보는 4215표로 20.31%의 득표율을, 강훈식 후보는 1013표로 4.88% 득표율을 기록했다. 2위, 3위와 압도적인 차이로 첫 지역 경선을 마무리한 이 후보는 "기대한 것보다 많은 지지를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고위원 후보 중에서는 정청래 후보가 1위(29.86%)를 차지했고, 고민정(22.50%), 박찬대(10.75%), 장경태(10.65%), 서영교(9.09%), 윤영찬(7.83%), 고영인(4.67%), 송갑석(4.64%) 후보 순으로 득표율을 기록했다.

전당대회 투표는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국민 여론조사 25%, 일반 당원 5%로 진행된다. 경선은 총 15차례 치르며 오는 27일 경기·서울을 끝으로 지역순회 경선은 종료된다. 대구, 경북 등 이 후보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에서 승리라 예상된 일이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득표 차이가 압도적이어서 향후 경선 과정에서도 '어대명' 기조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위 박용진, 3위 강훈식 후보는 이 후보와 큰 표차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두 '97 후보'간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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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표절' 피해 현직교수 "국민대가 도둑질 방치"

"논문 내용 탈취 당했다"는 구연상 숙대 교수 "논문 수준 보고 학위장사 떠올라"

22.08.06 17:40l최종 업데이트 22.08.06 17:54l
김건희 박사논문(왼쪽)과 자신의 논문 내용을 비교하는 구연상 교수 동영상.
▲  김건희 박사논문(왼쪽)과 자신의 논문 내용을 비교하는 구연상 교수 동영상.
ⓒ 구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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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논문 상당 부분이 내 연구업적을 그대로 탈취한 것인데, 국민대가 이런 도둑질을 방치했다"고 직격했다.

"내가 김건희 논문 피해 당사자다"

6일, 구연상 숙명여대 교수(기초교양학부)는 <오마이뉴스>에 "나는 김 여사 박사논문 표절 피해를 입은 당사자"라면서 "표절이 너무도 확실하기에 국민대가 당연히 표절로 판정할 줄 알았다. 그런데 국민대가 지난 1일 김 여사 논문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은 한국의 연구윤리 제도를 뿌리부터 흔드는 제도적 악행"이라고 밝혔다.
      
구 교수가 피해를 호소하고 나선 논문은 2007년 김 여사가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쓴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이다. 구 교수는 숙대 교수 임용 이전인 2002년, 한국외국어대 강사를 하며 <디지털 컨텐츠와 사이버 문화>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며, 그런데 김 여사가 5년 뒤인 2007년 이 논문의 상당 부분을 표절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회 교육위 강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분석자료에서 "김건희 박사학위 논문 중 앞부분 한 절의 74.9%인 487개 낱말을 다른 사람의 논문에서 출처 표기 없이 발췌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부분 구 교수의 논문 가운데 일부 내용을 문장 또는 문단 통째로 갖고 간 것이다. 

구 교수가 자신의 논문과 김 여사의 논문을 처음 견줘본 때는 지난해 10월이다. 구 교수는 당시 김 여사 논문을 읽어본 뒤 "수준을 보니 이것은 국민대가 박사장사를 하지 않고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내용과 형식의 논문이라고 판단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민대도 지난 1일 판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사학위 논문에서) 일부 타인의 연구내용 또는 저작물의 출처표시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잘못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국민대는 "학문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앞뒤가 다른 판단을 내렸다.

구 교수는 김 여사의 이 같은 표절 행위에 대해 "이 표절은 단순 실수가 아닌 짜깁기이고 베껴 쓰기 수준"이라면서 "표절의 수위는 단순히 출처를 빼는데 그친 게 아니라 학자의 양심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매우 악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여사 표절 수준 매우 악의적...국민대의 시스템 악행"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4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 총장실 건물 앞에서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조사 결과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한 뒤 총장실로 향하고 있다.
▲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4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 총장실 건물 앞에서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조사 결과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한 뒤 총장실로 향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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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아님'을 판정한 국민대에 대해서도 구 교수는 "김 여사가 내 연구 업적을 탈취해서 정신적 도둑질을 저질렀는데도 국민대가 '연구부정 아님'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는 대학이 거짓말을 한 것일뿐더러 시스템 악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 교수는 지난 5일 유튜브에 <김건희 박사학위 논문의 국민대 표절 검증의 문제점 비판과 '표절'의 뜻매김>이란 제목의 영상(https://youtu.be/4THYYInElno)을 올려놓기도 했다.

이 동영상에서 구 교수는 자신의 논문과 김 여사가 베낀 내용을 견줘가며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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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전쟁난다. 한미훈련 당장 중단하라"

전국민중행동,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 결의대회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8.06 21:21
  •  
  •  수정 2022.08.06 21:33
  •  
  •  댓글 0
전국민중행동은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 투쟁 결의대회'를 갖고 제1기 통일선봉대를 구성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국민중행동은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 투쟁 결의대회'를 갖고 제1기 통일선봉대를 구성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오는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11일간 진행되는 '을지 프리덤 쉴드'((Ulchi Freedom ShieldㆍUFS) 한미연합군사연습의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2018년 이래 축소, 조정, 취소되던 연합연습이 국가의 가용 자원과 수단을 모두 동원한다는 국가총력전 개념의 전구급(전략급 단위) 훈련으로 확대 강화되고 연합 야외기동훈련 등 11개의 훈련을 포함시키는 등 전쟁위기가 실제화되고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한미 군 당국은 여기에 9월 중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개최와 연내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 진행도 합의했다. 한반도에 상시적 핵 전략자산 전개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이끈 2015년 민중총궐기투쟁본부를 계승해 올해 1월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학생, 여성을 비롯한 각계각층이 모여 발족시킨 전국민중행동은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 투쟁 결의대회'를 갖고 "이러다 전쟁난다! 전쟁위기 몰고 오는 한미연합전쟁연습 당장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제1기 전국민중행동 통일선봉대(선봉대장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조직강화특위 위원장·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가 구성되어 각 부문별 통일선봉대와 함께 전국을 순회한 뒤 9일 새벽 소성리,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집결한다.

김재하 제1기 전국민중행동 통일선봉대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재하 제1기 전국민중행동 통일선봉대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함재규 민주노총 23기 중앙통일선봉대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함재규 민주노총 23기 중앙통일선봉대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노총 23기 중앙통일선봉대(선봉대장 함재규 금속노조 통일위원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통일선봉대(선봉대장 양옥희 회장), 대학생겨레하나 통일대행진단,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통일대행진단(단장 김수형 상임대표), 진보대학생넷 자주통일실천단(단장 이영헌), 서울·부산 청년진보당 통일선봉대, 국민주권연대 통일선봉대 등은 각 단체 일정을 마치고 13일 오후 3시 서울역, 숭례문 부근에서 열리는 8.15자주평화통일대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통일선봉대장은 "억압과 착취가 없는 자주와 평등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절대 다수 노동자, 민중이 단결해야 한다"며, "몇년 내에 수천명의 통일선봉대가 7~8월 온 나라를 들끓게 하는 자주와 통일을 주력부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올해 1기 전국민중행동 통일선봉대를 출범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1기 전국민중행동 통일선봉대는 "자주와 통일, 평화의 씨앗을 전 민중속에 퍼뜨리는 선전자, 조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부심과 긍지, 책임감을 가지고 일주일동안 힘차게 전국을 누비자"고 대원들을 격려했다.

함재규 민주노총 통일선봉대장은 "윤석열 정권과 미국의 전쟁 책동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법은 오직 노동자, 민중이 통일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위장되고 거짓된 평화가 아니라, 통일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실천하기 위해 나섰다. 가장 멋진 통일투쟁을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양옥희 전여농 통일선봉대장은 전국에서 모인 50여명의 여성농민 회원들과 함께 1박2일간 경북 왜관의 캠프 캐럴을 방문해 기자회견과 '한미 전쟁 연습 중단, 주한미군 철수' 문구를 미군기지 벽에 붙이는 항의행동을 했다고 소개하고는 "적대를 멈추고 전쟁을 끝내는 것이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수형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통일대행진단장과 이영헌 진보대학생넷 자주통일실천단장은 "미국은 윤석열 정부를 자신들의 돌격대로 활용하며 첨단 무기를 동원한 수많은 위험천만한 전쟁 연습을 이어오고 있다"고 하면서 "대학생들이 앞장에서 부산 8부두, 성주 사드기지, 평택 캠프 험프리스, 그리고 이곳 서울을 비롯해 자주·통일의 목소리가 필요한 곳이면 어느 곳이든 시민들을 만나 뜨겁게 투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국민중행동 통일선봉대는 이날부터 13일까지 각 단체 통일선봉대와 함께 전국을 누비며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촉구를 비롯한 평화통일 활동을 한 뒤 13일 서울로 집결할 예정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국민중행동 통일선봉대는 이날부터 13일까지 각 단체 통일선봉대와 함께 전국을 누비며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촉구를 비롯한 평화통일 활동을 한 뒤 13일 서울로 집결할 예정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퇴진이 평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퇴진이 평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서울주권연대 서남지회 회원들도 이날 용산 전쟁기념관앞에서 '전쟁광 윤석열 퇴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대북전단살포금지, 한미일 삼각동맹 반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곧 전단살포지 중 한 곳인 강화를 방문해 전단보관장소를 찾아내어 살포를 저지하고 고발조치하는 실천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서울주권연대 서남지회 회원들도 이날 용산 전쟁기념관앞에서 '전쟁광 윤석열 퇴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대북전단살포금지, 한미일 삼각동맹 반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곧 전단살포지 중 한 곳인 강화를 방문해 전단보관장소를 찾아내어 살포를 저지하고 고발조치하는 실천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바이든, 스가, 김건희, 윤석열, 박상학 등을 향해 물폭탄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바이든, 스가, 김건희, 윤석열, 박상학 등을 향해 물폭탄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민대협) 회원들이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용산 전쟁기념관앞에서 진행하는 '한미동맹 파기를 위한 토요행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민대협) 회원들이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용산 전쟁기념관앞에서 진행하는 '한미동맹 파기를 위한 토요행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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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4년9개월’…윤석열 대통령이 살아남는 법

등록 2022-08-07 07:00
수정 2022-08-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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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440

대통령 임기 단축과 개헌

“대통령제 손질할 때” 유권자들 문자
‘분권형+4년 중임제’ 바람직하단 지적
임기 1년 줄이면 동시 대선-지선 가능
윤, 민생 몰두로 지지율도 상승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의 신임장을 받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주 정치 막전막후에서 개헌을 다뤘습니다. 의외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3·9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다는 사람들도 “대통령제 손질할 때가 됐다”고 문자메시지나 전자우편을 보내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워낙 낮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누리집에서 기사를 읽은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였습니다. 첫째, 개헌할 것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둘째, 그래도 의원내각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취임 석달 대통령에게 퇴진 요구?

첫째,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는 비현실적이고 감정적인 주장입니다.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궐위는 사임,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으로 인한 파면, 판결 등으로 인한 피선거권 상실에서 비롯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임이나 탄핵이 가능할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한 지 겨우 3개월 된 대통령입니다. 국정 지지율 떨어졌다고 대통령을 탄핵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혹시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의결해서 직무를 정지시킨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 등 국법 문란, 측근 비리 등 부정부패, 경제와 국정 파탄을 이유로 2004년 3월 국회에서 탄핵소추됐습니다. 2004년 5월 헌법재판소는 기각했습니다. 당시 결정문 결론 부분은 이렇습니다.

“파면 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 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지만,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한 지 이제 겨우 5년 지났습니다.

 

둘째, 의원내각제 반대는 매우 타당한 문제 제기입니다. 반대하시는 분들은 주로 일본의 정치 실패가 의원내각제에서 기인한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원내각제가 일본식 의원내각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앙일보>의 채인택 국제전문기자가 8월3일치 신문에 영국, 독일, 스위스의 권력 구조를 소개했습니다.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중앙일보> 8월3일자 칼럼.

어쨌든 우리 국민이 의원내각제를 싫어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첫째, 반정치주의 때문인 것 같습니다. 주로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거부감입니다.

 

둘째, 경로 의존성입니다. 우리는 1948년부터 채택한 대통령제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내 손으로 대통령 뽑는 그 짜릿한 ‘손맛’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대안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옆으로’ 그리고 ‘아래로’ 분산시키는 것입니다. ‘옆’은 국회입니다. ‘아래’는 지방정부입니다. 국회와 지방정부는 선출 권력입니다.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나누어 가질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어차피 한꺼번에 큰 변화는 어려울 것입니다. 국민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권력 구조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나라마다 다 제각각의 권력 구조가 있습니다. 역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우리에게 적합한 권력 구조를 꾸준히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개헌한다면 무엇을 고쳐야 할까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저는 국회, 학계, 시민단체의 개헌 관련 토론회나 회의에 꽤 많이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꼭 필요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국무총리 국회 선출제입니다. 현행 헌법은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하면 대통령과 국무총리, 대통령과 국회가 국정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나누어 갖게 됩니다. 선출제가 지나치다면 추천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대통령과 국회가 합의하는 인물이 국무총리를 맡도록 하는 것입니다.

 

둘째, 감사원 국회 이관입니다.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으로 둔 현행 헌법은 명백히 잘못된 것입니다. 감사원은 그동안 정권이 휘두르는 ‘주먹’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최근 최재해 감사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감사원을 ‘대통령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답변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잘못된 인식입니다. 헌법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셋째, 대통령 임기 조정입니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4년마다 치르는 국회의원 총선거, 전국동시 지방선거와 불규칙하게 엇갈리며 민심의 흐름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더 엉망이 됐습니다.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를 하고, 6월1일 지방선거를 했습니다. 이게 정상인가요?

 

미국처럼 4년 중임제가 적절하다고 봅니다. 4년 중임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제도입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이상하게 됐을 뿐입니다. 4년 중임제를 하면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4년 내내 선거운동만 할 것이라는 걱정이 있습니다. 그런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5년 단임제의 폐해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윤 정부도 손해 볼 일 없는 ‘개헌’

 

개헌은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더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개헌할 수 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개헌안을 발의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오히려 개헌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실패한 전례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개헌 의지만 밝히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하고 의결하도록 해야 합니다. 1987년 개헌이 그렇게 이뤄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개헌안 발의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자신의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정치적 결단입니다.

 

4년 중임제를 도입하려면 21대 대통령 선거를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나 2026년 전국동시 지방선거와 같이 치르도록 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를 1년 줄여 2026년에 대통령 선거와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함께 치르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임기 단축 개헌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득일까요, 손해일까요? 저는 이득이라고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청와대를 탈출한 최초의 대통령’이 됐습니다. 이제 개헌까지 하면 ‘1987년 체제를 종식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임기 1년 줄여도 결코 손해가 아닙니다.

 

당장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갈 동력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 개헌특위가 구성돼 여야가 개헌 논의에 착수하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 분위기가 조성될 것입니다.

 

개헌은 국회에 맡기고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에 몰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도 협력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상승세로 돌아설 것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홍준표,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 안철수, 이재명, 이낙연 등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여야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은 어떨까요? 이들이 개헌에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있습니다. 개헌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국민투표도 해야 합니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거의 다 동의하지 않으면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차기 대선주자들에게는 개헌이 이득일까요, 손해일까요?

 

저는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돼서 4년 동안 국정을 잘 이끌면 또다시 4년간 대통령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4년 중임이 말만큼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선주자들이 늘어나는 임기 때문에 개헌에 찬성한다면 너무 얄팍해 보이지요? 사실은 훨씬 더 중요한 정치적 이득이 있습니다. 개헌해야 실패하지 않는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현행 헌법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통령에게 권력은 절반만 부여하고 책임은 혼자 뒤집어쓰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누가 당선돼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대통령제 고질, 누구나 아는데

 

현행 헌법 체제에서 이재명 대통령이나 홍준표 대통령이라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개헌으로 권력과 책임을 일치시키지 않으면 성공한 대통령이 나올 수 없습니다.

 

개헌에 반대했다가 신세 망친 차기 대선주자의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에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습니다. 박근혜 의원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쏘아붙여 좌절시켰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지요? 대통령이 됐지만 탄핵당했고 감옥에 갔습니다.

 

개헌한다고 정치가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제의 폐해가 더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해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한 사람만 잘 뽑으면 우리나라가 잘되고 우리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사기꾼인지도 모릅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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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캔은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함께 사는 길] '제로 플라스틱' 대체재 알루미늄 캔의 두 얼굴

기사입력 2022.08.06. 08:19:27 최종수정 2022.08.06. 08:19:50

 

최근 테이크아웃 시 음료를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아닌 알루미늄 캔에 포장해주는 카페가 늘고 있다. '제로 플라스틱' 움직임에 알루미늄 캔이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알루미늄 캔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두 얼굴의 금속, 알루미늄

알루미늄은 오래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했으며 가장 풍부한 금속원소다. 하지만 알루미늄을 꺼내 사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연 상태에서는 항상 다른 원소와 결합하는 특성 때문에 금속 상태의 순수 알루미늄은 발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1825년 덴마크의 화학자 한스 외르스테드가 광석으로부터 순수한 알루미늄을 추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알루미늄의 탄생을 알렸다. 

당시만 해도 알루미늄은 복잡한 생산 과정과 높은 생산 비용 때문에 금, 은보다 더 희귀하고 가치 있는 금속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나폴레옹 3세는 특별한 귀빈을 대접할 때에 알루미늄으로 만든 식기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알루미늄의 정제 기술 발달과 함께 1890년대 알루미늄의 상업적 생산이 시작되고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알루미늄의 위상은 높아졌다. 잘 부식되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강한 특성 때문에 건물, 자동차, 항공기, 선박, 전자제품, 음료수 캔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금속 중에서 철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고 있으며 필수 금속으로 자리 잡았다.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지구를 망쳐온 금속이기도 하다. 세계 주요 알루미늄 공급원은 보크사이트 광석이다. 천연자원인 보크사이트 광석을 채굴한 후 채굴한 광석을 화학적으로 처리해 알루미나를 추출한다. 이렇게 추출된 알루미나는 흰색 분말 형태인데 이를 순수한 금속의 알루미늄으로 만들기 위해선 전기 분해 공정이 필요하다. 전기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한 알루미늄은 생산 과정에서 전력 소비량이 상당한데 대부분 석탄화력발전소에 기대고 있다. 탄소 배출량도 매우 크다. 현재 알루미늄 산업은 매년 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이는 전 세계 인류 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의 약 2퍼센트다.

그럼에도 알루미늄이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재활용이 쉽고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한 번 만들어진 알루미늄은 이론상 100% 재활용이 가능하며 여러 번 재활용하면 품질이 떨어지는 플라스틱이나 다른 금속과 달리 품질 손상 없이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이다. 알루미늄 캔을 재활용하면 폐기물 발생을 감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절약하는 효과도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앨리스 레논 등이 최근 <네이처 지속가능성>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알루미늄 재활용은 1차 생산(보크사이트에서 생산)보다 에너지 소비가 5% 이하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4% 수준이다. 1차 생산 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알루미늄 1톤당 14.5톤인데, 재활용 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0.65톤이다. 이 또한 효율 개선과 탈 탄소 전력 사용으로 2050년에는 0.5톤 수준까지 감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클 이코노미의 서큘라리티 갭 리포트(the Circle Economy’s Circularity Gap Report)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알루미늄은 33%가 재활용되고 있다. 2020년 전 세계에서 사용된 자원 중 8.6%만이 재활용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하지만 2050년까지 알루미늄 업계의 탄소 배출량을 80퍼센트 줄이려면 재활용률을 50%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전망했다. 

버려진 캔 10개 중 3개만 다시 캔으로 

재활용이라고 다 같은 재활용은 아니다. 알루미늄을 가장 고부가가치로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같은 용도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알루미늄 캔은 알루미늄 캔으로, 알루미늄 호일은 알루미늄 호일로, 알루미늄 샷시는 알루미늄 샷시로, 자동차 부품은 다시 자동차 부품으로. 물질을 버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생산 및 소비체계를 말하는 '순환경제'에서는 이를 '닫힌 고리 재활용(Closed Loop Recycling)'이라고 부른다. 한두 번 재활용하고 버려지는 것이 아닌, 같은 용도로 반복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해야 제대로 된 순환체계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알루미늄을 전량 수입한다. 그중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하고 또 많이 버리는 것은 알루미늄 캔이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년 알루미늄 캔 소비량은 약 9만4천 톤이다. 소비된 후 캔의 재활용률은 약 81% 수준으로 높다. 하지만 이중 다시 캔으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31%에 그치고 있다. 버려진 알루미늄 캔 10개 중 3개만이 다시 캔으로 재활용되는 것이다. 

캔을 다시 캔으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알루미늄 캔 속에 재활용 공정을 방해하는 이물질이 섞이면 안 된다. 플라스틱이나 담배꽁초 같은 이물질은 물론 끈적끈적한 음료나 식품 잔여물은 알루미늄 재활용 과정에서 기화되면서 가스를 발생시켜 재활용을 방해한다. 세계적인 알루미늄 캔 재활용 기업인 노벨리스코리아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음료 캔을 마신 뒤 헹구지 않고 바로 버릴 경우 평균적으로 무게의 27%가 수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인천의 한 선별장에서는 내용물이 남아있는 채로 배출된 캔이 대다수였다. 한 관계자는 "탈취제, 락카, 생크림 등의 용기로 사용되는 에어로졸 스프레이 캔은 내용물이 남아있는 채로 배출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재활용품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뻥하고 터지면서 작업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내용물이 나와 다른 재활용품도 오염시킨다. 통조림 햄도 플라스틱 뚜껑을 함께 배출하는 경우가 많고, 겉비닐을 떼어내야 한다는 것도 대다수의 시민들이 모른다. 배출할 때부터 음료용 알루미늄 캔, 식품 캔, 스프레이류로 나누도록 유도한다면, 선별과 재활용 과정이 훨씬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캔을 다시 캔으로 재활용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적합한 선별 품질을 요구하는데 선별 업체에서는 이 품질을 맞추려면 선별 비용이 많이 든다. 선별 업체 입장에서는 알루미늄 캔 재활용 업체가 아닌 탈산제나 저품질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 비용과 속도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캔으로 다시 재활용되기 위해선 알루미늄 캔만 따로 모아야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알루미늄 캔만 따로 모아서 다시 알루미늄 캔으로 고급 재활용을 해야 된다는 인식도 부족하고, 제도적 완비도 되어 있지 않다. 알루미늄을 세분화하지 않는 재활용 시스템이 전체적인 알루미늄 재활용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독일이나 북유럽의 경우에는 알루미늄 캔은 보증금 시스템이기 때문에 판매점이나 거점장소를 통해 알루미늄 캔만 따로 모아 재활용이 되고 있다. 미국도 10개 주 정도는 보증금 시스템이며 수거된 캔의 92.6%가 다시 캔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전 세계 순환 경제를 리드하는 EU는 2030년까지 알루미늄 캔을 100% 재활용 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 선별 후 압축 과정을 거친 알루미늄캔. ⓒ함께사는길(이성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대안되려면 

알루미늄 캔을 다시 캔으로 재활용하는 데에는 60일이 걸린다. 1년이면 6번의 재활용을 통해 6배의 캔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알루미늄 캔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막아내고 지구를 구하려면 알루미늄 컵이 다시 컵으로 재활용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다 쓴 캔을 깨끗하게 분리 배출하는 것이다. 분리배출의 기본은 '비헹분섞'이다.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이 헹궈서, 다른 재질과 분리하여 같은 재질끼리 섞지 않고 배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비단 페트병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재활용에도 적용된다. 더불어 재활용 시스템 개선과 정책적인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 

캔 분리수거는 이렇게 

Q. 캔도 씻어서 배출해야하나요? 

A. 네! 잔여 음식물이나 음료가 남지 않도록 세척하는 것, 담배꽁초 등 다른 이물질을 넣지 않고 배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캔에 잔여물이 남아있으면 냄새가 나거나 해충이 모이게 되고, 선별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작업자의 안전을 위협하게 됩니다. 또한 물과 달리 음료는 끈적해 선별 및 이동 과정에서 증발하지 않고 캔에 남아있게 되는데, 이는 알루미늄 재활용 공정에서도 방해가 됩니다.  

Q. 캔 고리도 떼서 버려야하나요? 

A. 한 때 '알루미늄 캔 뚜껑 고리 1만 개를 모으면 휠체어로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고리를 따로 수집했는데요. 이는 잘못된 정보입니다. 고리 1만 개는 약 2kg으로 폐 알루미늄 캔 단가를 기준으로 3400원에 불과할 뿐더러 현재 휠체어와 바꿔주는 단체나 기업 또한 없습니다. 캔 뚜껑 부분과 본체 모두 알루미늄 재질이기 때문에 따로 분리하지 않고 배출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선별장 입장에서는 이 또한 귀중한 자원이기 때문이죠.

Q. 캔은 밟아서 버려야하나요? 

A. 분리 배출하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집에 캔이 쌓여있게 되면 공간을 차지하니, 캔을 찌그러뜨려서 부피를 줄이는 것이 편리합니다. 철 캔은 자석으로 선별하기 때문에 상관이 없지만, 알루미늄 캔은 부피가 줄어들게 되면 선별하기가 조금 더 어려워지는데요. 캔을 세로로 세워놓고 납작하게 밟는 것이 아니라 눕혀서 옆면을 밟는다면 부피도 줄이고, 선별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 크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Q. 알루미늄 호일은 어떻게 버려야하나요? 

A. 요구르트 마개, 초콜릿 포장재를 비롯한 알루미늄 호일 역시 재활용은 가능합니다. 다만 부피가 작기 때문에 그냥 분리배출하게 되면 선별이 어렵습니다. 알루미늄 호일을 모아서 선별이 용이하도록 야구공 정도의 크기로 뭉쳐서 알루미늄 캔과 함께 배출하시면 됩니다.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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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교조 위원장 “평생 피해 감당해야 할 ‘윤석열 세대’ 만들 순 없다”

[만5세 취학 논란③] 휴가 중단하고 ‘만5세 초등 입학’과 싸우는 전희영 “교육부, 국민에게 폭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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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5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8.05 ⓒ민중의소리
 
“참사죠, 참사.”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5일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 추진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에 터진 ‘참사’에 그는 휴가를 갔다가 황급히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는 1인 시위, 집회, 기자회견 등을 매일 이어나가고 있다. 교육부가 업무계획을 발표한 지 딱 일주일이 지났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난 것 같다고 전 위원장은 말했다.

전 위원장은 “진짜 교육을 모르는 사람이 장관을 하면 얼마나 큰 대형사고를 칠 수 있는지를 이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다들 폭탄을 맞은 기분이라고 하더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뜨거운 여름에 국가로부터 뜨거운 폭탄을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해 “교육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교육 철학의 빈곤함을 드러낸 인사 참사”라고 밝혔다. 그는 “박 장관은 후보자 시절부터 음주운전, 논문중복 게재, 자녀 생활기록부 부정청탁 등 수많은 의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라는 최소한의 자질 검증 절차도 건너뛴 채 임명됐다. 문제가 심각하다”며 “그뿐만 아니라 교육과 관련된 경력이 하나도 없어서 잘할 수 있을지 우려했는데 한 달 만에 정책적인 능력도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박 장관 스스로 판단해야 해야 할 시기”라며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 이제 그만 좀 해라. 교사로서 부끄럽다”고 일갈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학연령 하향 관련 학부모 의견 수렴을 위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등 학부모 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학부모들과 인사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2022.08.02. ⓒ뉴시스

“‘윤석열 세대’는 평생 피해를 감당해야 할 텐데”
“공론화? 이미 국민들 대다수는 만5세 취학 반대”


교육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이 필요한 이유로 ‘격차 해소’를 들고 있다. 모든 아이들이 격차 없이 성장을 시작할 수 있도록, 출발단계에서부터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하도록 국가 책임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초등학교를 1년 빨리 보내면 교육격차가 해소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황당해했다. 또한 “지금도 만 5세 대상으로 정부에서 누리교육과정이라는 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를 두고도 아이들이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고 교육부가 주장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전 위원장은 아이들이 결국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1년 차이는 (발달 정도에 있어서) 굉장히 크다. 특히 만 5~7세의 경우 출생일 한두 달 차이도 굉장히 크게 나타난다, 학습면, 생활면에서 모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이 자기보다 한 살 많은 언니, 형들과 같이 학교를 다니게 될 텐데, (이런 격차가)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입과 취업까지 쭉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때 필연적으로 ‘윤석열 세대’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윤석열 세대’는 평생을 거쳐 피해를 감당해야 할 텐데, 이게 과연 국가가 공정한 기회를 아이들에게 부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이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며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와 함께 사회적 논의를 거쳐 최종 추진방안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위원장은 “교육부 장관의 말이 자꾸 바뀌어서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국민이 이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는 게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됐음에도, 교육부가 여전히 정책을 철회하지 않고 ‘공론화를 하겠다’며 여지를 남기고 있는 점만 봐도 그렇다고 전 위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진보든 보수든 모든 언론에서 이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고, 모든 교원단체와 시민단체에서도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뜻은 이미 확인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공론화를 하라고 하자 교육부 장관이 2만 명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이틀 전에 강득구 의원실에서 2만 명의 6배가 넘는 13만 명의 국민들을 설문조사해서 98%가 이 정책에 반대한다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내놓았다”며 “더 이상 국민들의 뜻을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정부와의 입장과는 별개로, 독립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을 논의하는 장”이라며 “그런데 정부에서 이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국가교육위원회에 던지겠다는 것 자체가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상을 정부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5일 서울 용산구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자질불량 자격미달 박순애 교육부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8.05 ⓒ민중의소리

“교육의 질은 교사의 손에 달려...
학급당 학생수 줄이고, 교원 감축 계획은 철회해야”


“한 명 한 명에 대해 자질이나 역량, 소질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의 말과 달리, 이를 위한 핵심 과제인 학급당 학생수 인원 감축, 교원 확충에 관한 내용은 정작 교육부의 업무보고에 빠져 있었다. 전 위원장이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전 위원장은 “학력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를 교육여건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교조의 오랜 주장이었다”며 “작년에 학급당 학생수 20명 법제화 투쟁도 그 일환으로 진행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재난 속에서도 안전한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수를 20명으로 제한하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적인 호응은 상당히 높았다”며 “교육에서 헌법이라고 불리는 교육기본법에 비록 20명이란 숫자가 들어가진 않았지만 처음으로 ‘적정수’라는 표현으로 학급당 학생수 문제가 언급됐고,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중요한 정책 과제 중 하나로 학급당 학생수 문제가 포함되는 성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 위원장은 “그런데 교육부는 세월이 흐르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테니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입장인 거 같다”며 “오히려 학령인구 감소를 핑계로 여전히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 확충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들 얘기하지 않나. 정부가 계속 얘기하는 교육격차 해소, 교육회복, 기초학력 향상 등 교육의 거의 대부분은 교사의 손에 이뤄진다”며 “그런데 계속해서 정부는 교원을 줄이겠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올해 하반기에 코로나가 다시 재확산되거나, 앞으로 여러 재난이 또다시 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드는 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라며 “그래서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안이 정부에서 제시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교조는 학급당 학생수 20명 상한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관한 청원과 유아 학급당 학생수 14명 상한을 위한 유아교육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10만 국민동의청원으로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두 청원은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2년이 넘는 코로나 시기를 보냈던 지금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과밀학급 해소는 당장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생님들을 만나보니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하던) 지난 2년 동안 아이들 발달이 더뎠다는 게 진짜 몸소 느껴진다고 하더라. 경력이 10~20년 되는 선생님들은 오랫동안 아이들을 봐왔기 때문에 잘 알지 않나. 얼마 전에 5학년 담임선생님을 만났는데 아이들이 3학년을 지도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학습에 대한 이해도도 그렇고, 주변과 관계를 맺는 정도도 그렇다는 거다”라며 “코로나 2년은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2년이었다. 이 2년은 앞으로 평생 짊어지고 가게 될 텐데,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히려 교육부는 학력인구 감소를 이유로 유·초·중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각 시·도교육청에 교부하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일부를 활용해 (가칭)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유·초·중등교육 예산을 떼어 대학에 주겠다는 것”이라며 “당연히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게 사실 교육부 장관 입에서 나올 얘기가 아니다”라며 “교육부 장관이라고 한다면, 최대한 교육재정을 더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입었던 여러 가지 상처를 회복하는 교육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더 많은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건드릴 것이 아니라 별도의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참석자들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저지 릴레이 집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8.03 ⓒ민중의소리

“공정한 출발선 얘기하더니, 고교는 서열화 가속?”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을 두고 “출발선상에서 공정함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라고 해명하던 박 장관이 고교서열화를 부추기는 정책을 동시에 발표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 정책이 바로 ‘자사고 존치’다. 교육부는 지난 정부가 2025년 폐지하기로 했던 자사고·외고·국제고 가운데 자사고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정부는 이들 학교가 고교서열화와 경쟁을 부추긴다면서 폐지하기로 하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학교 설립 근거 조항을 삭제했는데, 현 정부가 이 법을 다시 고쳐 자사고를 되살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나타난 부작용을 ‘보완’하겠다면서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자사고는 고교서열화를 가속화시키는 주범이었다. 그래서 국민적 합의를 통해 2025년에 없애기로 정했다. 보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런데 자사고를 다시 살려내겠다고 한다. 그러면 고교서열화는 예전처럼 다시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일반고 역량 강화 차원에서 자사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반고의 역량을 오히려 감소시킨 게 자사고였다”며 “앞뒤가 맞지 않은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교육부는 국민 의견 중 추진 가능한 과제를 2022 개정 교육과정 및 2028 대입제도 개편안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교조라면 어떤 의견을 제시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전 위원장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는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전교조에서 생각하는 교육은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주적인 민주시민으로 학생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교육과정이 ‘뭘 더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주적인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무엇을 지원하고 도와줄 것인가’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전 위원장은 “이런 교육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면 필연적으로 대입제도를 손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상대평가 중심으로 돼있는 걸 절대평가로 바꾼다든가, 수많은 선진국에서 하고 있는 대입자격고사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대입제도를 개선하려면 필연적으로 대학서열화 체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 거점 국립대 10개가 있는데, 공동선발이나 공동합의제 같은 방식을 채택해서 대학서열화 해체와 관련한 로드맵도 같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입시경쟁 해소, 대학서열 해체와 관련해 전교조도 나름의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 교육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첫 번째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전교조가 개편안을 만들어 조합원들의 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후 이걸 가지고 사회적 공론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5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8.05 ⓒ민중의소리


“윤석열 정부, 언제든 만나 대화할 수 있다”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와 대화할 의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교조는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전교조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데도 윤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전교조를 직접 언급하며 ‘여당 편 들어 선거 공작한다’고 하는가 하면, ‘학생들 학업 격차에 무관심한 채 민주당 지지하면 대충 살게 해준다고 했다’ 등 취지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전 위원장을 당시를 떠올리며 “윤 후보가 전교조를 비방하고 다녀서 고소를 했는데, 취하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그런데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는 전교조를 특별하게 거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같이 만나서 협의하자고 한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지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도 인수위원들과 같이 정책협의회도 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전 위원장은 “정부가 이상한 방향으로 간다면 투쟁도 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만 5세 취학 문제, 지방교부금법 개정 문제, 교원 정원 축소 문제, 자사고 문제 등 윤석열 정부의 개악을 저지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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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50만원에 밥값 4천원... "마치 노예 같았어요"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8/06 08:27
  • 수정일
    2022/08/06 08:2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주민 르포 :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는 사람들]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무용수 엠마누엘 사누씨

 
 
 22.08.05 21:22최종 업데이트 22.08.05 21:22
한국에서 이주자는 살아 숨 쉬는 자인가. 존 버거는 <제7의 인간>에서 이들을 가리켜 "불사의 존재, 끊임없이 대체 가능하므로 죽음이란 없는 존재"라 했다. 오직 노동하는 몸으로 기능하기를 요구받고, 표류함이 당연시 여겨지고, 존재할 권리를 국가의 허락에 구해야 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와 난민의 현주소이다. 체류권을 '허가'받은 이주민들조차 한국 사회의 성원권을 제대로 획득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국가는 잔혹하고, 사회는 무심하다. 그럼에도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은 언제나 계속되는 일. 한국사회에서 살아 숨 쉬는 이주민들의 삶을 르포르타주로 담고자 한다. [편집자말]

▲ 성미산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댄스워크숍 중인 엠마누엘 사누씨. ⓒ 김나연

 
매주 일요일 오후,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봉쿠라지'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아프리카 만딩고 춤을 배우기 위해서다.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제각각인 이들 중에는 무용수도 있고, 취미로 춤을 배우거나 춤을 처음 접해보는 이들도 있다. 그런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춤 선생님은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엠마누엘 사누'씨다.

엠마누엘씨는 무용단체 '쿨레칸'의 댄서이자 안무가다. 서아프리카 전통춤인 만딩고를 기반으로 아프리카의 여러 안무가들과 함께 현대무용을 수련했다. 자국 내 예술경연대회 수상 경력을 바탕으로, 2007년 아프리카 최초의 오페라인 <사헬 오페라>의 무용수로 발탁되어 유럽 각지에서 공연했다. 이후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창작 공연과 교육 활동을 해오던 중 2012년 한국에 오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한국에 정착하게 되었다.

 

매주 일요일 열리는 워크숍의 이름은 '일요일 춤이 있는 삶'. 5~6월 두 달간 배우는 춤은 용기의 춤 '구룬시'다. 코로나로 힘들었지만 용기 있게 이겨내자는 의미로 다가온다.

'봉쿠라지'라는 이름도 '용기를 내자'는 뜻이다. 처음에 가벼운 몸풀기로 시작해서 신나는 아프리카 음악에 맞추어 동작을 배우고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범벅된다. 박자도 낯설고 동작도 서툴지만 춤을 추는 모두의 표정이 즐겁다. 마지막에는 모두가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서서 한 사람씩 나와 춤을 추는 시간을 갖는다.

수요일과 일요일 스튜디오에서 하는 댄스워크숍 말고도, 그는 매주 노들장애인야학과 성미산학교에서 장애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춤 수업을 한다. 2014년부터 국내 여러 학교와 기관, 단체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장애인과 성인을 대상으로 만딩고 댄스워크숍을 해왔으며, 노들장애인야학은 2016년부터 6년째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멈추었던 창작 활동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5월 엠마누엘씨는 마산 국제춤축제에 참여해 부르키나파소에서 발생하고 있는 테러를 규탄하는 내용의 공연을 발표했다. 현재 다양한 장르의 작가 및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아프리카 노예 역사에 관련된 공연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되었을 때 제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제 일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이제 어떻게 내 일을 이어갈 수 있을까, 다른 일을 해야 하나 걱정했어요. 예정되어 있던 공연들도 모두 취소되고 진행하고 있던 수업도 잠깐 멈추었습니다. 이후에는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소규모로 이어갔습니다.

수입은 이전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지만 지금 처한 상황에 어떻게든 대처하려고 노력했어요.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며 에너지를 주고받는 일이 제게는 아주 큰 힘이 되는데, 그럴 수 없어서 더욱 힘들었습니다."


다른 이주민예술가들의 상황은 더 열악했다고 한다. 엠마누엘씨의 경우 '결혼비자'를 가지고 있어서 구청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예술흥행(E-6) 비자'로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모든 공연과 교육 활동이 취소된 상황에서, 소규모 수업을 진행하며 경제활동을 이어가거나 친구와 가족의 지원으로 생계를 유지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엠마누엘씨도 처음에는 'E-6 비자'로 이곳에 왔다. 2012년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과 계약을 맺고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한국에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당했다. 아프리카 출신 예술가들을 상대로 자행된 노동착취와 인권탄압은 당시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여전히 어려운 이야기

당시 기사들에 따르면, 박물관 측은 아프리카 예술가들에게 2년의 계약기간 동안 비행깃값 명목으로 10만 원을 떼고 매달 50여만 원을 지급하고 하루 식대 4000원을 지급했다. 이는 당시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계약서상의 내용도 지켜지지 않았다. 마음대로 공연 횟수를 늘리기도 하고 계약에 없던 행사에 동원되기도 했다. 쥐가 나오고 보일러도 없는 방에서 머물렀다. 이를 견디다 못한 몇몇 동료들은 박물관을 뛰쳐나갔다. 그 후 박물관은 남은 이들의 여권을 압수했다.

2년 계약이 끝나고 계약을 갱신할 시기가 오자 엠마누엘씨를 비롯한 동료 예술가들은 새 계약서를 요구했다. 그러나 박물관 측은 재계약을 거부했다. 계약이 종료되면 일자리를 잃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체불된 임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날 형편에 처한 이들의 사정은, 많은 이들의 노력 끝에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당시 사건에 대한 물음에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더 인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것은 굉장히 나쁜 경험이었지만 그 경험을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을 통틀어 차별을 겪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과거도 아니고 지금 현재 이곳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수없이 질문했습니다.

누군가 저를 존중하면 저도 상대방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힘을 과시하려 하면 저 또한 그에 맞서 대적합니다. 누군가를 차별하고 무시하는 사람은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을 존중해야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사건은 그가 추구하는 예술 활동의 지향점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작품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것을 계기로 그 방향성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사회 안에서의 소수자에 대한 이슈나 작은 목소리들, 이러한 발언권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함께 서야겠다, 내가 그들의 곁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굉장히 부드러운 사람인데 뭔가 되게 강한 파이터가 되었다고 할까요."

엠마누엘씨는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의 경험을 바탕으로 '데게베'라는 작품을 만들어 2016년 첫 공연을 올렸다. '데게베'는 '무엇을 찾고 있는가? 거기엔 아무것도 없어'라는 뜻으로, 사람들 간에 벌어지는 차별과 폭력을 이야기하며 같은 인간으로서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에게 '예술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예술가의 역할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해 사람들에게 그 본질을 일깨워주고 "진실을 알리는 일"이다. 부와 권력이 한쪽으로 편중된 "불균형한 사회 속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말이다.

한국에서 이주민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
 

▲ 인터뷰 중인 엠마누엘 사누씨. ⓒ 김나연


엠마누엘씨는 현재 '예술흥행(E-6) 비자'가 아닌 '결혼비자'로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E-6 비자를 가지고 있었을 때는 비자 연장 문제로 항상 불안했다고 한다.

"E-6 비자로 이곳에 오게 되었을 때 마치 노예가 된 것처럼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비자를 유지하거나 중지시킬 권한은 '사장님'에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당한 일을 당해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계약이 파기되면 불법체류자가 되기 때문에 제게는 선택의 여지나 권한이 없었습니다."

현재 외국인 예술가가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문화예술(D-1)' 또는 '예술흥행(E-6)' 체류 자격으로 사증을 받고 국내에 입국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비자로는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체류하면서 자유로운 창작 활동과 경제 활동을 이어 나가기 어렵다.

'D-1'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학술이나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비자로 사실상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 유학을 와서 생계유지에 필요한 활동을 할 수 없고, 졸업 후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어도 비자 취득이 어렵다.

'E-6'는 외국인이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 활동을 하면서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다. 한 번에 최대 2년간 머무를 수 있고 고용계약서가 있어야만 발급받을 수 있다. 발급 분야도 방송, 연예, 스포츠, 호텔 공연 등에 한정되어 있어 순수 예술 창작을 주로 하는 프리랜서는 비자를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계약 관계에 있는 예술가는 고용주에 종속되어 활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노동착취, 임금체불, 인신매매, 성폭력 등 인권침해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비자 제도에서는 순수 창작 활동을 하는 외국인 예술가는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외국인 예술가가 기획사나 소속사 계약 없이도 독자적으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고, E-6 비자로 왔더라도 일정 기간 국내에서 활동을 한 경우에는 비자의 형태를 좀 더 자유롭게 바꿀 수 있도록" 제도와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또한 그는 이주민 예술가에게도 예술 활동을 지원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예술가들도 작품 활동만으로는 생활이 어렵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예술가들은 아예 지원받을 자격조차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응모해서 떨어지는 건 괜찮아요. 그저 응모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는 얘기입니다."

공동체의 힘

2014년 엠마누엘씨는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쿨레칸'이라는 무용단체를 설립했다. '쿨레칸'은 '뿌리의 외침'이란 뜻으로, "우리 모두는 여행자들이며 어디를 가든 자신의 존엄성과 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춤의 뿌리는 '만딩고'다. 만딩고는 부르키나파소가 위치한 서아프리카 지역의 민족과 문화를 뜻한다. 유럽의 식민 지배를 거치며 지금은 여러 나라로 나뉘었지만, 과거 하나의 왕국이었던 그곳 사람들은 "여전히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 또한 그의 고국인 부르키나파소는 문화와 언어가 다른 63개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만딩고' 문화는 사람들이 공동체 안에 함께 어우러져 살면서도 개인의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하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만딩고에서 둥그렇게 원을 이루어 추는 춤이 있는데, 그 원 안에서는 위아래 구분 없이 모두가 동등합니다. 모두 함께 춤을 추다가 한 명씩 혼자 나와 춤을 출 때가 있어요. 그 시간은 자신을 표현하는 시간으로,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어른도 어린이도 모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가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사건을 겪고도 한국에 남게 된 이유는, 이런 만딩고 문화를 알리고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저는 공동체에서 자라났고, 그 안에서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공동체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그 속에서 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나와 다른 타인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화하고 해결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배울 수 있어요.

그리고 공동체는 여기에 우리가 서로를 위해 함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떤 일이 나에게 생겼을 때 누군가 나를 위해 행동하고 목소리를 낼 거라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동체는 모두를 함께 성장하게 하고 인간으로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알게 해 줍니다."


공동체 문화가 사라지고 개인 간의 소통이 단절되어가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 '쿨레칸'이 강조하는 것도 춤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공동체'다.

"춤은 빠르게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예술이에요. 언어나 대화가 없어도 함께 움직이고 땀을 흘리다 보면, 어떤 감정과 에너지를 같이 느낄 수 있어요. 춤의 강한 힘은 우리를 혼자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존재로 인식하게 해 줍니다.

저에게 춤과 삶은 분리된 것이 아니에요. 제 춤은 항상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춤은 우리의 삶에 중요한 요소이며 우리가 살아가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족, 새로운 뿌리

 

▲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댄스워크숍 중인 엠마누엘 사누씨. ⓒ 김나연

 
한국에서 10년간 이어온 그의 노력은 크고 작은 결실을 맺었다. 무엇보다 쿨레칸 댄스워크숍을 통해 만난 많은 이들이 그에게 큰 의미의 가족이 되어 주었다. 그는 "지금까지 노력해온 작업들이 커다란 사랑과 평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6년 동안 함께 해온 노들장애인야학은 그에게 특별한 곳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긴장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제가 가까이 다가가면 부정적인 반응들을 보였죠. 어떤 분은 항상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계셨어요. 제가 손을 잡으려고 하면 싫다고 뿌리쳤죠. 그랬던 분이 지금은 먼저 다가와 손을 건네고 포옹해 줍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그는 춤을 통해 그들과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몸과 몸으로 연결되는 시간 속에서 더디지만 커다란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사건 당시 엠마누엘씨를 도왔던 한국인 친구 중에는 현재 그의 아내인 소영씨도 있었다. 박물관의 참상을 알릴 때도, 무용단체인 '쿨레칸'을 결성할 때도, '봉쿠라지'라는 공간을 열 때도, 모든 중요한 순간에 항상 소영씨가 함께했다.

연인 관계였던 두 사람은 2019년 결혼하여 작년에 딸을 낳았다. 그는 "이곳에서 가족을 이룰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리고 아내와 딸과 함께하는 현재의 삶에 매일 기쁨을 느끼고 있다"라고 했다.

그가 고향 집을 떠날 때 부모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한다. "네가 그곳에서 너의 어머니, 아버지, 형제, 자매, 친구 모두를 가지면 좋겠다"라고. 그리고 지금 그에게는 그런 가족들이 있다. "사람이 어디를 가든 누군가가 필요하다"라는 그의 말처럼, 가족과 공동체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온 이방인에게 낯선 곳에서 뿌리내리고 정착할 수 있도록 든든한 땅이 되어주었다.

엠마누엘씨는 자신의 딸이 "하나의 기준만 강조하지 않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 안에서 자라나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세상과 사람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그의 작업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일구어 온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과 춤으로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는 일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단절되어있던 이들과 춤으로 함께 연결되고자 올렸던 온라인 영상의 제목처럼, 용기를 주는 그의 외침은 계속될 것이다.

'계속 춤추자! 이 싸움 안에서'
덧붙이는 글 <이주민 르포 :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는 사람들>은 '익천문화재단 길동무'와 <오마이뉴스> 공동 기획으로 2021년부터 진행되고 있습니다. 익천문화재단 길동무는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심화 발전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소박한 일들에 힘을 보태기 위해 김판수·염무웅 선생님, 송경동 시인, 민변 조영선 회장, 김소연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장 등의 발의와 참여로 만들어졌습니다. '길동무 청년문학학교', '길동무문학·예술창작기금', '한국사회기층문화보고'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gildongmu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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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 ARF서 북 탄도미사일 발사 규탄

프놈펜서 29차 ARF 외교장관회의...북 안광일 대사 참석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2.08.05 23:59
  •  
  •  수정 2022.08.06 07: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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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은 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29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은 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29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은 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29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 등을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대표부 대사가 참석했다.

ARF(ARF: ASEAN Regional Forum)는 아세안 10개국과 남북,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EU, 인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27개국이 참여하는 이 지역 최대 안보협의체이자 북한이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 다자안보협의체이다.

외교부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진 외교부장관은 8월 5일 오후 2-6시(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제29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여 한반도, 대만해협, 남중국해, 우크라이나, 미얀마 등 주요 안보 현안을 논의하였다”고 밝혔다.

박진 장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것은 물론 북한 인권 문제도 거론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장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것은 물론 북한 인권 문제도 거론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북한이 올해에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6발을 포함, 총 3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다수의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임을 지적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박 장관은 북한이 핵 개발을 고집하는 것이 북한 스스로의 안보를 저해하고 고립을 초래하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심화시킬 뿐임을 지적하고, 북한이 도발과 대결 대신에 대화와 외교의 길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나아가 박 장관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할 경우 우리 정부는 북한 경제와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박 장관은 북한 내 인도적 상황 및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북한이 이러한 국제사회의 우려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하였다”고 전했다. 국제무대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다.

박 장관은 대만해협 긴장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는 기본 입장을 전제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외교부는 “참석자 다수는 △식량·에너지 공급망 교란, △허위정보, △기후변화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였으며, △사이버안보, △해양안보, △군축·비확산 등 ARF의 분야별 협력 강화를 통해 역내 안보 증진을 위한 예방외교와 신뢰구축에 힘써 나가기로 하였다”며 “금번 ARF 외교장관회의는 참가국 간 다양한 역내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되며, 우리 정부는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ARF 및 역내 평화ㆍ안보에 대한 기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장관은 5일 오후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약식회담을 가졌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장관은 5일 오후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약식회담을 가졌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장관은 전날 한일 외교장관회담에 이어 5일 오후 안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미국 국무장관과 약식회담을 하고, △한미 관계, △북한·북핵 문제, △지역 및 글로벌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협의했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양 장관은 한미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포함하여 인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공조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재확인하였다”면서 “양 장관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며, 인태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하였다”고 전했다.

4일 만찬장에서 마주친 남북 대표들. 박진 외교부장관(오른족)은 안광일 대사와 인사를 나눴다. [사진 제공 - 외교부]
4일 만찬장에서 마주친 남북 대표들. 박진 외교부장관(오른족)은 안광일 대사와 인사를 나눴다. [사진 제공 - 외교부]
한-베트남 외교장관 회담 모습. [사진 제공 - 외교부]
한-베트남 외교장관 회담 모습. [사진 제공 - 외교부]

박 장관은 한-호주 외교장관회담을 비롯해 다양한 양자 회담과 접촉을 가졌으며, 4일밤 갈라만찬에서는 안광일 북 대사와도 인사를 나눴다. 또한 ‘제12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였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EAS 외교장관회의에 대해 “미·중·일·러 등 역내 주요국 외교장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박 장관은 아세안의 역할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평화·번영 및 규칙기반 질서 수호에 기여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장관은 귀국하자마자 8-10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青岛)를 방문,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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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선 ‘다누리’, 팰컨9과 분리돼 달 전이궤도 진입 중

등록 :2022-08-05 08:58수정 :2022-08-05 09:24

5일 오전 8시8분 발사 40분 뒤 발사체와 분리
5분 뒤 달 전이궤도 진입하고 15분 뒤 첫 교신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5일 오전 8시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돼 넉달 반 동안의 ‘우주여행’에 돌입했다. 케이프커내버럴/공동취재기자단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5일 오전 8시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돼 넉달 반 동안의 ‘우주여행’에 돌입했다. 케이프커내버럴/공동취재기자단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5일 오전 8시8분 발사된 지 40분 만에 발사체인 팰콘9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돼 넉달 반 동안의 ‘우주여행’에 돌입했다.

 

다누리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 기지에서 애초 예정된 시각(현지시각 현지시각 4일 오후 7시8분)에 스페이스엑스의 팰컨8 발사체에 실려 발사됐다. 다누리는 넉달 반 동안 우주를 여행해 오는 12월16일 달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발사체 분리정보를 분석해 오후 1~2시께(발사 5~6시간 뒤) 다누리가 목표한 달 전이궤적 진입에 성공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누리가 오는 12월 성공적으로 달에 도착해 탐사 임무를 시작하면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7번째 달 탐사국이 된다.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5일 오전 8시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있다. 케이프커내버럴/공동취재기자단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5일 오전 8시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있다. 케이프커내버럴/공동취재기자단

다누리는 발사 뒤 40분23초(2423초)에 달 궤도선이 분리됐으며, 4분30초 뒤(발사 44분53초 뒤)면 달 전이궤도에 진입한다. 이때 위치는 지구에서 1655㎞ 떨어진 곳이다. 이때부터는 궤도선에 탑재된 컴퓨터의 자동프로그램이 작동하기 시작해 태양전지판이 펴지고, 약 6분 후(발사 51분 뒤)에는 태양을 지향하도록 궤도선의 자세를 잡은 뒤 태양전지판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다시 약 10분 후쯤(발사 60분 뒤)에는 지구 지상국과 최초로 교신을 하게 되며 항우연 지상국은 달 궤도선 점검에 들어간다. 지상국은 이후 궤도선과 통신을 하면서 4개월 반 동안 탄도 달 전이방식(BLT) 궤적을 따라 항행할 수 있도록 궤적 보정 기동을 여러 차례 해야 한다.

 

다누리는 달 전이궤도를 따라 4개월 반 동안 우주여행을 한 뒤 올해 12월16일께 달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때부터 보름 동안 달 상공 100㎞에서 달 극지방을 지나는 원 궤도에 진입하는 과정을 거친 뒤 내년 1월부터 시운전 운영에 들어간다. 탑재체들이 제대로 동작하는지 점검하고 각종 광학탑재체들의 영상들이 제대로 촬영되는지도 점검해 보정작업을 해야 한다. 점검이 완료되면 다누리는 내년 2월부터 12월 말까지 하루 12번씩 달을 돌면서 달 관측과 다른 과학기술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근영 기자, 케이프커내버럴/공동취재기자단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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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가 노동자 외면할 때 학생들은 한걸음에 달려갔다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다] ② 고려대 교지 '고대문화' 편집위원회 박기영(가명) 인터뷰

안예린 청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  기사입력 2022.08.05. 09:13:05

 

'학생회관 앞 불법시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연세대학교 에브리타임(학내 커뮤니티)에 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학내 청소노동자들의 시위를 미신고 집회로 고발하고 638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세 명의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수많은 언론사가 취재하기 시작하면서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소식도 같이 알려졌다.

고발한 학생 3명의 이야기에 언론이 떠들썩한 것과 대조적으로 학내 노동자 투쟁에 꾸준히 연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주목받지 못했다. 학생운동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고들 말하지만, 자신이 속한 학교를 쓸고 닦고 지키는 노동자들을 같은 학내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사실 끊긴 적이 없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와 청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가 함께 주관하여 각 학내 학생들의 목소리가 연결될 수 있는 네트워크인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연세대, 고려대, 서울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에서 '우리 학교'의 투쟁뿐만 아니라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보자고 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글로 담는다.(필자) 

학교의 주인은 노동자라고 외치는 학생들 

22일간의 학교 본관 철야농성 끝에, 고려대학교 청소·경비·주차 노동자들이 투쟁 승리를 이루어냈다. 노동자들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본관의 문을 두드렸을 때, 학교는 문을 걸어 잠그고 열어주지 않았다. 학교는 노동자들을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학생들은 도리어 학교의 주인은 노동자들이라고 외쳤다.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에 가장 먼저 달려온 이들은 바로 고려대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당번을 짜고 본관에서 노동자들과 밤을 함께 보냈다. 그들 중에 기영이 있었다. 투쟁 소식을 들은 기영은 학교 본관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기영의 어렸을 적 꿈은 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애초에 경력단절이 잘 없는, 결혼과 육아라는 것이 내 진로를 막지 않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때 기영이 꿨던 '교사'라는 꿈은 그가 그 나이에 파악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2016년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기영은 주변에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과 함께 잘못된 것에는 문제를 제기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원래 기영이 다니던 학교는 두발규정이 자유롭고 교복을 수선해서 입는 것이 허용되던 곳이었다. 교장선생님이 바뀌면서 학교 내 불필요한 규정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자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관행으로 굳어지면 더더욱 바뀌기 어려운 규정들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규정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자보를 써 붙이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이 적절하지 않은 발언을 할 때 바로 손을 들고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2017년도에 박근혜 정권의 탄핵을 요구하는 바람이 불었다. 기영은 그 바람에 휩쓸리기보다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17년도에 박근혜 탄핵 집회가 있었잖아요. 그걸 참여하게 되면서 실제로 뭔가 나라의 대표라는 대통령이 하나 없어지는 것이 내가 겪고 있는,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로는 부족하겠다. 그렇다면 세상이 바뀌려면 뭐가 필요할까? 이런 고민이 들었어요." 

그때 기영은 오랫동안 간직해온 교사라는 꿈을 포기하게 되었다. 

"아 내가 나를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내 장래를 구성해왔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때 당시에 박근혜 탄핵과 함께 있었던 사회운동의 요구들을 보게 되고, 페미니즘도 한 축으로 보게 되면서, 이 문제들이 함께 변해야 내가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영은 이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력단절이 되지 않는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게 되었다. 대신,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 세상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고민을 계기로 노동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던 고려대 본관에 학생들이 찾아와 투쟁발언하며 연대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나의 운동이 만들어지는 과정 

대학교에 입학하고 학생운동을 시작하면서 기영은 자신이 돌진하는 트랙터 같았다고 말했다.

"왜 사람들이 운동을 안 하는지 그걸 이해하는 데 1년이 걸렸어요.(웃음) 왜 다들 운동을 안 하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 당장 운동을 하지 않고 뭐하는 거야?" 

2019년에 기영은 대학에 입학했다. 19년도에는 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다. 톨게이트 투쟁이 있었고, 신영프레시젼 투쟁이 있었다. 기영은 그들의 투쟁 속에서 구조적인 여성 혐오를 읽어냈다.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 찾아가 연대했다. 

각각의 투쟁을 묶어내어 학내 인권부스를 통해 여성 노동과 관련된 사업을 펼쳤다. 학회에서 세미나를 구성하여 토론을 진행하고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학생들이 종종 학회에 가입하기도 했다. 그 학생들과 만나 관계를 맺고 서로를 설득해나가는 과정도 하나의 운동이었다. 

학내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에 결합한 것은 올해부터였다. '고려대 청소·주차·경비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대책위원회'를 통해 학내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모여 간담회를 개최하고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학생들도 이 투쟁에 연대하고 지지한다, 원청인 학교가 책임있게 나서라'라는 내용의 자보를 작성하고 학교의 곳곳에 붙였다.  

학내 교지인 '고대문화'에서 기영은 학생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매일 진행하던 중식 집회에서 투쟁의 모습을 촬영하고 교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투쟁 현장을 생중계했다.

기영은 학생운동을 하면서 자신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하나의 투쟁, 하나의 운동을 무조건 지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나만의 입장을 가져야겠다고 배우게 되었다. 

"저는 언제나 투쟁에 참여할 때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하려고 해요. 우선 일이 터지면 몸이 무조건 먼저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투쟁의 내용에 대해서는 나만의 기준에 따라서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내 노동자들의 투쟁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운동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관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학생으로서 참여하고 있는 이 운동이 정말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그러나 기영은 그런 질문과 비판을 하는 것이 당장 이 운동에 결합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한마디가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이유에서라도 결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영은 오늘도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한다. 

▲고려대 학생들이 학내 청소·주차·경비노동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학생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내 주변에서의 변화가 피우는 불씨 

돌진하는 트랙터 같은 그녀도 노동운동에 대한, 집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자주 마주한다. 고등학생 때에도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왔다.

"고등학생 때에는 그런 사람이 싫었어요. 왜 바뀌지 않을까? 왜 그럴까? 그런데 대학에 와서 느끼게 된 것이, 그것도 하나의 주장이고 의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혐오라고 말하기보다 그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맥락을 이해하는 게 운동에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기영은 강하다. 그런 사람들이 백만 명, 천만 명이 있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그런 시선에 별 신경을 안 쓰는 성격인 것 같기도 해요(웃음)." 

기영은 '세상이 바뀔 수 있다'라고 당당히 말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세상은 바뀔 수 없다'라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바뀌는 것부터가 세상을 바꾸는 시작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려대 노동자들과 함께 학교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투쟁이 승리하는 것을 눈앞에서 봤다. 학회에 새로 들어온 학생에게 세상을 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그 사람이 변화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 어려운 시대이지만, 세상이 바뀐다는 것의 의미를 꾸준히 고민하고 활동해 나가는 것이 기영의 새로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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