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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세계대전 부르는 한·미·일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민족위 논평

[전문] 3차 세계대전 부르는 한·미·일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민족위 논평

 

신은섭 통신원 | 기사입력 2024/06/2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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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가 논평 ‘3차 세계대전 부르는 한·미·일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를 발표하였다.

 

논평은 한·미·일이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언급한 뒤 “‘프리덤 에지’라는 이름은 한·미 훈련 ‘프리덤 가디언’, 미·일 훈련 ‘킨 에지’에서 한 단어씩 따온 것으로, 한·미·일 ‘군사동맹’을 상징한다”라면서 “기존에 없던 더 전면적이고 종합적인 전쟁 연습”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논평은 “이런 훈련을 벌이는 것은 민족의 숙적 일본과 한편이 되어 한반도를 자위대의 대륙 진출 기지로 내주며, 같은 민족인 북한과 싸우겠다는 것”이라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민족적, 몰역사적 작태”라고 하였다.

 

논평은 또한 미국이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혼자 힘으로 북·중·러를 상대하기 어려우니 윤석열과 일본의 기시다를 끌어들여 한·미·일 군사동맹, 전쟁동맹을 결성하고 전쟁으로 돌진”하고 있다고 하였다.

 

아래는 논평 전문이다. 

 

[논평] 3차 세계대전 부르는 한·미·일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

한·미·일이 27일부터 29일까지의 사흘 일정으로 연합군사훈련 ‘프리덤 에지’를 진행 중이다. 

‘프리덤 에지’라는 이름은 한·미 훈련 ‘프리덤 가디언’, 미·일 훈련 ‘킨 에지’에서 한 단어씩 따온 것으로, 한·미·일 ‘군사동맹’을 상징한다. 그리고 ‘프리덤 에지’는 한·미·일이 기존에 훈련을 진행하던 해상, 공중에서 지상 및 우주·사이버・전자기 영역까지 훈련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기존에 없던 더 전면적이고 종합적인 전쟁 연습인 것이다.

이런 훈련을 벌이는 것은 민족의 숙적 일본과 한편이 되어 한반도를 자위대의 대륙 진출 기지로 내주며, 같은 민족인 북한과 싸우겠다는 것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민족적, 몰역사적 작태이다.

한국 합참은 이번 훈련을 진행하면서,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자유를 수호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훈련”이라고 했는데,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결국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거부하는 나라들과 군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전쟁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미국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겨난 데 이어 아프리카에서도 쫓겨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젤렌스키를 내세워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끝에 패전을 앞두고 있다. 병력과 포탄이 모자라 더는 전쟁을 끌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 지면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패권은 결정적으로 몰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미국은 자기가 지원한 무기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해도 된다고 허가했다. 확전을 각오하고라도 전쟁을 끌겠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미국의 경제학자 마이클 허드슨은 두 해 전에 이미 미국이 ‘자기가 지배하지 못하는 세계는 필요 없다며 지구를 깨버리겠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새로운 전쟁을 도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가 미국이 새로운 전쟁을 벌일 전장으로 한반도나 대만을 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6월 9일 한미가 핵 협의그룹 3차 회의를 진행한 것, 8월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핵 공격 훈련을 포함한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가 예정된 것, 그리고 지금의 ‘프리덤 에지’ 훈련까지. 모두 미국이 동북아에서 새로운 전쟁, 핵전쟁으로 나아가는 일련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이처럼 혼자 힘으로 북·중·러를 상대하기 어려우니 윤석열과 일본의 기시다를 끌어들여 한·미·일 군사동맹, 전쟁동맹을 결성하고 전쟁으로 돌진하고 있다. 윤석열이 이대로 미국을 따라가게 두면 핵전쟁, 3차 세계대전이다. 더는 그대로 둘 수 없다. 탄핵이 평화다. 윤석열을 탄핵하고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 

2024년 6월 28일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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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명품백 수사 필요하다’는 한동훈

‘김건희 명품백 수사 필요하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후보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 후보로 나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 수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27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 주장은 어떻게 보나’는 질문에 “가방 사안의 경우 사실관계가 대부분 드러나 있고, 법리적 판단만 남은 것인데 특검을 해서 나올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검찰이 ‘법 앞의 평등’을 유념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사해 빠르게 결론 내야 한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받는 장면이 영상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 만큼, 사법기관을 통한 법리적 판단만 이뤄지면 된다는 취지다. 사건의 성격이 단순하기 때문에 특검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도 분명히 한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도 ‘김건희 여사 수사’에 관해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냈다. 다만 해당 인터뷰 질문에는 주가조작 의혹이나 명품백 수수 건 중 어느 한쪽을 특정해서 언급되지 않았다.

한 전 위원장은 ‘김 여사 특검법 등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는데, 당 대표가 되더라도 같은 잣대로 대할 것이냐’는 ‘동아일보’ 질문에 “모든 정치인은 언제 어디에서 질문을 받더라도 국민 눈높이와 민심을 따르겠다고 답해야 한다”고 했다.

‘김 여사가 검찰 조사에 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냐’는 이어진 질문에 한 전 위원장은 “소환 여부는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윤석열 정부는 정의와 공정을 기치로 선택받은 정부”라며 “검찰이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그런 정신을 잊지 않아야 하고, 누구라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응해야 한다는 말을 한 바 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수사를 회피해서도 안 되고, 검찰 역시 수사 범위에 성역을 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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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었음'의 증가, 청년이 고립과 운둔으로 숨어버린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정부, 기업의 사회적 책무 수수방관

기현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 기사입력 2024.06.28. 05:03:03

청년 고용지표의 지속 악화 추세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약 38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만 3000여 명이 줄었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부터 19개월째 연속으로 청년층 취업자가 감소한 수치로 최근 10년 동안 최장기간 감소 기록을 갱신했다. 물론 청년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청년층 취업자의 수 또한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청년 인구의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청년층 고용률은 0.7%p 하락했고, 실업률은 0.9%p 상승했다. 청년층의 고용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청년층 고용의 질 또한 낮아졌다. 청년층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만 5000여 명이 줄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펜데믹이 발생한 2020년을 제외하고 2021, 2022년의 청년층 상용근로자 수는 증가했지만 작년부터는 다시 감소세를 보이더니 올해 거의 2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상용근로자의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 아닌가 질문한다면, 60대 이상은 오히려 늘었고, 40대의 감소폭은 청년층의 절반 수준이니 청년층의 상용근로 감소세는 눈에 띄게 큰 폭의 감소라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문제는 '쉬었음' 청년의 증가 추세다. 청년의 연령구간을 15~39세까지 확대해서 살펴보면, 쉬었음 청년 인구는 약 7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2만 7000명이 늘어 19.9%p 증가했다. 괜찮은 일자리가 거의 없고,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강해지면서 청년들은 구직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청년들이 구직을 단념하는 경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또 정규 일자리 감소, 청년층의 공공부문 선호 저하 등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드러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청년층의 쉬었음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용가능성이 낮아지거나 낮아질 것을 우려하게 된다. 또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청년은 사회로 나오기 보다는 고립과 은둔 상태로 숨어버릴 우려도 있다. 바로 '쉬었음' 청년의 증가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5일 경기도 광명시 소재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통령실

공채의 종말 예고, 청년에게 득일까 실일까

청년 고용의 악화에 대한 원인 진단은 구직 과정, 재직- 이직 과정, 구직 단념 과정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구직 단계에서 짚어 볼 원인은 기업의 채용방식 변화다. 최근 국내 기업은 기존 대규모 정기공개채용 방식, 즉 공채 방식의 채용을 줄이고 있다. 그 동안 기업의 공채는 신입사원의 등용문으로 기능해 왔다. 또 매년 일자리 규모와 채용 시기를 예측할 수 있어 청년들은 공개채용 시기에 맞춰 구직활동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기업에서 공개채용보다 수시채용 방식을 선호하면서 청년구직자의 구직준비 영역은 각 기업의 채용 시기와 규모 예측까지 더 넓어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기업의 채용방식 변화는 신입직원 등용문 자체를 좁히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은 어디에선가 경력을 쌓기 위한 문턱을 먼저 넘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수시로 채용하고, 또 해당 직무에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점이 많은 방식이다. 그러나 구직을 준비하는 청년의 입장에서 수시채용 방식의 확대는 구직 정보를 찾고 직무에 따른 역량을 키우는 일, 게다가 해당 기업이 원하는 직무의 경력을 알아서 쌓아둬야 하는 난이도 높은 과정을 알아서 헤쳐나가야 한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그 동안 기업에서 자사에 필요한 인력을 뽑고, 해당 직무에 맞는 역량 교육과 훈련 등 인력개발 투자를 고스란히 청년 개인 몫으로 떠 넘겼으니 청년의 고용촉진을 위해서는 사회 또한 부담을 지게 되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간한 '공채의 종말과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이상준 외, 2023)에서 전문가들은 국내기업의 공채 시스템의 종말을 예고했다. 공채 방식에도 장단점이 있지만, 수시채용 방식은 인력에 대한 교육은 OJT(on-the-job)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동자가 스스로 일하면서 배우기를 기대해 결국 기업의 책무를 더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업들은 인력관리 비용 절감 차원에서 노동자들을 단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채용 규모도 줄이고, 수시채용을 늘리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대졸 청년 재직자 4명 중 1명이 이직을 원한다고 하니 일자리의 안정성과 미래 전망은 재직자라고 충족하는 조건은 아니다. 수시채용의 증가는 이직의 유연함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경력자 선호 기업 문화는 경력을 쌓기 위해 청년 스스로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데 경력이 없어서 일을 구하지 못하고, 일을 할 수 없어서 경력을 쌓지 못하는 뫼비우스 띠에 놓이는 모순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보니 공채에 비해 수시채용은 학교, 지역, 성별의 다양성이 더 낮아 채용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시채용은 기업 채용 방식의 주류로 진입하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한 청년의 40% 이상은 국내외 민간 기업으로 취업하길 희망한다. 공채의 종말은 청년들에게 기회가 될까? 아마 대부분의 청년들에게는 기회보다는 진입 장벽이 되지 않겠는가.

힘 못 쓰는 정부 대책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청년들의 구직 준비 유형에 따른 단계별 대응방안으로 청년층 고용시장 유입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재학, 재직, 구직, 취약청년 등 청년의 취업 단계와 특성에 맞는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단계별로 제시했다. 재학 중인 청년은 학교에서 노동시장 이행 단계에서 고교생 맞춤 고용서비스를 확대하고, 거점형 대학일자리플러스 센터를 통해 진로상담과 경력개발 경로를 마련하고자 했다. 별도의 일경험 대책을 통해 일경험 플랫폼을 올해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재직자 청년을 대상으로 직장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온보딩 프로그램을 지원하거나 일생활 균형 인프라 확대 등을 제시했다. 구직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카페 등을 통한 자조모임과 상담 프로그램 지원과 청년도전지원사업 확대, 니트 특화형 일경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고립은둔 상태, 가족돌봄, 자립준비 등 취약청년 대상으로 사례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물론 정부의 대책이 아직 시행 중으로 정책 효과가 즉자적이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러나 청년 고용의 악화 양상은 정책 효과를 기다릴만큼 느긋하지 않은 게 문제다.

정부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고 선을 그어놓고, 일자리에서 탈락한 뒤에 청년들만 사회안전망으로 일부 보호하겠다는 입장은 아닌가? 쉬었음 청년의 증가는 구직 과정에서의 어려움, 재직과 이직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중첩된 결과다. 그렇다면 정책의 개입 또한 구직 과정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 그리고 재직과 이직 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기업은 공채를 줄이고 수시채용으로 양질의 일자리 마련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내려놓고 있는데, 일자리는 기업의 몫이라고 정부는 그저 방관하고만 있지 않은가.

상용직 임금 일자리에 진입하는 청년이 줄고, 'N잡러'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청년 뿐만 아니라 불안정 노동에 놓은 시민들이 의지할 최소한의 안전망인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 추진 계획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청년의 일경험과 일자리의 최저선을 부양하던 공공부문 일자리는 대폭 줄였다. 정부가 믿고 있는 민간 기업은 신규 채용을 늘리지 않는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는 더욱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에 대한 중재안은 찾기 어렵다. 정부의 대책이 아직 힘을 못 쓰고 있는 원인은 문제 진단은 해 놓고, 적합한 개입 전략을 쓰고 있지 않기 때문은 아닌가.

청년 고용지표의 해석을 두고, 계절노동 특성이나 공휴일이 많은 5월 조사라는 점을 감안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더라도 기업 채용 환경의 변화, 청년 구직자와 이직자들이 겪고 있는 경쟁 압박 부담의 심화, 청년의 구직 단념 원인과 구직 단념 기간의 장기화 등의 현실은 단시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 청년 고용 경고등을 직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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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연루설과 해병대 훈련... 의심스럽다



[정욱식의 진짜안보] 서해 사격훈련, 왜 하필 지금인가

 

24.06.28 06:59최종 업데이트 24.06.28 06:59

제 의견을 피력할 때에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혹은 '조선'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조선에 대한 인식은 달라도 윤석열 정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대화는 말 그대로 상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인데, 상대가 반감부터 갖게 되는 표현은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너진 남북관계와 위기에 처한 한반도 평화를 재설계하기 위해서는 적대성의 완화와 대화 재개가 필수적입니다. 서로 '제 이름 부르기'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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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북도서 일대에서 해상사격훈련이 실시된 26일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K-9 자주포가 화염을 내뿜고 있다. ⓒ 연합뉴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남북 관계에 또다시 무언가가 떨어졌다. 26일 해병대가 실시한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릴 정도로 대단히 예민한 지역이다. 이 수역과 인근에서 세 차례의 해상 교전 및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전이 발생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래서 남북은 서해 긴장 완화 방안을 모색했었고 9·19 군사합의를 통해 군사적 완충지대를 설치했던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과 윤석열 정부는 이 합의를 경쟁적으로 파기해 버렸고, 급기야 한국군은 7년 만에 서해 해상사격훈련을 강행했다.

 

예민하고 의아한 시기에 왜?

 

시기적으로도 예민하고 의아하다. 예민한 이유는 최근 남북의 긴장이 고조되어 왔다는 점도 있지만 조선의 예고된 일정도 있다. 조선은 곧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고, 뒤이어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할 가능성도 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관건 가운데 하나는 이들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에 언급한 "해상 국경선"을 헌법에 명시할지의 여부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군의 사격훈련이 조선의 정책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아한 이유도 있다. 조선은 1월 초에 해상 완충구역을 향해 해상사격 훈련을 한 이후에는 서해 접경 지역에서 도발적인 군사 행동을 보이지 않아왔다. 해병대는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전부 정지되고 시행되는 첫 서북도서 해상사격 훈련"이라고 했는데,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첫 서북도서 해상사격 훈련"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석연치 않은 처리로 궁지에 몰린 윤석열 정부와 해병대 일부 지휘관의 처지와 만나고 있다. 최근 들어 윤 대통령의 직접 개입 정황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 연루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윤 대통령의 임성근 구하기, 도이치 이OO 때문이었나https://omn.kr/2973w)

 

공교롭게도 '대통령 격노설'의 복판에 있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이번 훈련을 주관한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사령관도 겸직하고 있다. '또다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게 아닌가'라는 의혹이 드는 까닭이다.

 

권한과 책임성의 불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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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12사단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사건, 고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줄을 서 헌화하고 있다. ⓒ 권우성

 

오늘날 한반도 주민의 가장 큰 불행은 남북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가장 적대적이라는 데에 있다. 남북의 지도자가 싸우면서 닮아가고 있고, 한반도 주민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그 권한을 너무 무책임하고 위험하게 행사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여 호소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국방의 의무에 나선 청년에게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군인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군 사망 사건과 관련해 되새겨야 할 책무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적이 무력도발을 해오면 단호하게 응징하라'는 지시는 무력충돌을 최대한 방지해 군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국가의 책무와 공존해야 한다. 그래서 "적이 도발하면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즉각, 강력히, 끝까지(즉·강·끝) 응징하라"고 지시하기에 앞서, 이러한 지시가 실행되면 우리 군인과 민간인에 어떤 피해를 가져올지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하다 보면 위기 예방과 관리가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윤 정부는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의 본격적인 재개를 공언한다.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지금은 거기서 그럴 때가 아니다. 최소한 조선이 먼저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하지 않는 한, 사격 훈련을 자제하겠다는 입장 표명이 필요한 시기다.

 

'해상 국경선'을 헌법에 명시할 것인지를 저울질하고 있을 김정은 정권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일방적인 해상 국경선 선포는 '주권의 수호'가 아니라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021년 10월에 김정은 위원장 본인이 한 얘기를 떠올려보길 바란다.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북방한계선 #채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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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국회청원 30만 돌파···하루 만에 10만 명 늘어

 

윤석열 탄핵 국회청원 30만 돌파···하루 만에 10만 명 늘어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06/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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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8시 20분 기준.  © 김영란 기자

 

윤석열 탄핵 국회청원에 동의하는 시민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27일 오후 8시경 청원에 동의한 시민이 30만 명을 넘었다. 오후 8시 20분 기준으로 307,624명이다.

 

바로 어제 오후 4시경 20만 명을 넘었는데 하루 만에 10만 명이 동의한 것이다.

 

이런 속도라면 다음 주에는 백만 명을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 국회청원에 동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빠르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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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군사훈련에 쏟아진 일침...“이 땅은 미군 전쟁기지 아냐”

“7.27 국제평화행동으로 전국 미군기지 포위할 것”

유엔사 사령관, “유엔사는 유엔과 관련 없어”

유엔사 실체는 미국 주도 다국적군

“‘내 주먹 세다’고 말하는 윤 대통령은 평화 못 지켜”

▲ 자주통일평화연대, 7.27 평택 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추진위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정전 71년 평택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6.27.

한국과 미국, 일본이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벌이는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가 실시되며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격화하고 있다.

훈련은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진행되며, 여기에는 해상 미사일방어, 대잠수함전, 방공전, 수색구조, 해양차단, 사이버방어 등이 포함된다.

이번 훈련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다영역 훈련 시행에 합의하면서 성사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사실상 폐기해 접경지역 전역에서 군사적 충돌 위험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 같은 훈련은 전쟁위협을 더 키우는 것이라는 비판이 인다.

이에 시민사회는 전쟁을 조장하는 모든 적대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7.27 국제평화행동으로 전국 미군기지 포위할 것”

27일 오전, 한국전쟁 정전 71주기를 맞아 시민사회가 국제평화행동을 선포했다.

정전협정 71년이 되는 오는 7월 27일, 평택 미군기지를 비롯해 전국각지의 미군기지에서 평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겠다는 것.

이날 회견을 주최한 자주통일평화연대와 7.27 평택 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추진위원회는 “한반도 전쟁 체제가 이어져 온 것은 역대 정부가 평화협정 체결을 외면한 채 대북적대와 압박으로 일관해 온 탓이 크다”며 “여기에는 자국 패권을 위해 한반도를 냉전대결의 최전선으로 만들려 했던 미국의 전략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땅 곳곳에는 미국에 의한 세균전 실험실, 사드 발사대, 최대규모의 미군기지, 전쟁훈련장이 운용되고 있다”며 “미국이 나서서 화해협력으로 향하던 남북 관계에 제동을 걸고 합의 이행을 가로막은 게 다반사일뿐더러 패권갈등에 휘말려 주변국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라 밝혔다.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이홍정 목사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은 3개월 내 평화협정을 도모하고 외국군 철수를 약속했으나 그 약속은 한국의 분단냉전정권과 미제국의 패권 전략이 결합하며 지켜지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분단냉전체제인 판문점체제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토대로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으로 발전하여 미 제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핵심요소가 됐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최근 체결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은 한미일 신냉전군사동맹에 대한 대응전략”이라며 “전쟁과 반평화적 수단으로 세계 일극 패권을 유지해온 미 제국이 대북·대중국 적대정책에 근거해 주한미군을 통해 펼치는 억제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거짓 평화”라고 덧붙였다.

▲이홍정 목사가 발언중이다. 자주통일평화연대, 7.27 평택 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추진위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정전 71년 평택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6.27. ⓒ뉴시스

유엔사 사령관, “유엔사는 유엔과 관련 없어”

유엔사 실체는 미국 주도 다국적군

지난해 11월 14일 열린 ‘한국-유엔사 국방장관회의’를 통해 유엔군사령부(UNC; 유엔사)를 부활시키려는 미국의 공작 역시 도마에 올랐다.

유엔사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지휘하에 일방적으로 결성된 반공 군사 플랫폼이며 유엔(UN)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이 때문에 유엔은 유엔사에 유엔기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해왔으며, 유엔사의 입장은 유엔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결국 ‘유엔사’는 미국이 한반도를 비롯한 중·러 등 대륙국가에 개입하기 위해 유엔이 표상하는 ‘국제사회’의 이미지를 도용한 결과인 셈이다.

이에 평화통일시민회의 고은광순 공동대표는 “유엔사, 한미연합사, 주한미군 사령관을 맡고 있는 폴 러캐머라 스스로가 유엔사는 유엔과 관련없고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라 밝힌 바 있다”며 “이에 대한민국 국방부, 대통령실, 언론들은 일언반구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엔군사령부가 유엔과 관련없는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한국정부가 70년간 국민을 속여온 이유는 전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따라왔더니 전쟁밖에 없고, 우방인 줄 알았더니 적인 미국을 향해 평화협정 체결하고 이 땅에서 나가라고 요구해야할 시점”이라 밝혔다.

▲자주통일평화연대, 7.27 평택 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추진위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정전 71년 평택미군기지 국제평화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6.27. ⓒ뉴시스

“‘내 주먹 세다’고 말하는 윤 대통령은 평화 못 지켜”

윤석열 정부를 향한 경고 역시 이어졌다.

전국민중행동 김재하 공동대표는 “7.27 평화행동은 미군에 대한 투쟁이자 그 앞잡이인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투쟁”이라며 “무모한 정권으로 인해 동해, 남해, 서해, 휴전선, 바다, 땅, 하늘, 사이버 공간 전체서 전쟁 훈련이 벌어지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민생의 모든 문제가 전쟁 앞에서 다 사라진다는 것은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증명한다”며 “평화를 위해 모여서 이 땅은 전쟁기지가 아니라고 외치자”고 독려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지난주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지원을 재검토하겠다며 대 러시아 외교 무능을 가리기 위해 위험한 발언을 쏟아냈다”고 짚었다.

김 상임대표는 “이미 국제사회는 한반도를 동아시아 전쟁의 화약고로 보고 있다”며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이 땅을 지키는 건 ‘내 주먹 더 세다’고 말하는 윤 대통령이 아니라 이 땅의 민중들이란 걸 알리자”고 말했다.

7.27 국제평화행동은 전국 단위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평택 미군기지, 동두천 미군기지, 전북 군산 미군기지, 경남 진해 미군기지,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제주 시청 앞, 대전 시내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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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님, 국민의 마음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 윤석열 대통령, 정신건강정책 혁신위 1차 회의 국민의례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광진구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1차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대통령실

"여러분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26일 열린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 질문으로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시민의 정신건강을 국가가 챙기는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먼저 저의 마음부터 얘기하자면, 안녕하지 못합니다. 어제 밤에 아내와 다툰 일 때문에 마음 한 구석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있지만,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보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나라에서 아직도 이런 참사가 일어나고 있다니, 믿기 어렵습니다.

저뿐만 아닐 것입니다. 비슷한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아직도 '안전 제일'은 구호일뿐,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터로 향하는 이들과 그들의 가족들도 다시 한 번 마음을 졸이고 있을 것입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그런 현장과 관련이 없는 많은 시민들도 이번 참사에 가슴 아파합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각자의 가정이나 직장, 학교 등에서 일어나는 일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 자신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정신적 고통을 받습니다.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일을 생각하면 이해되실 겁니다.

공공의 영역에서 무거운 책임과 권한을 맡은 사람들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할 때에도 사회는 정신적인 고통을 받습니다. 최근에는 대통령님의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조사하고 처리해야 할 국민권익위원회가 사건을 종결하겠다고 한 일이 많은 이들의 조롱을 받았습니다.

권익위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300만 원 상당의 우리 전통 엿을 선물 드려도 문제가 되지 않을지 문의드립니다"라는 글은 문의가 아니라 조롱입니다. 조롱이지만 권익위가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에서 일어난 울분에서 출발한 것이지요. 권익위가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은 더욱 울화를 치밀게 하는 일입니다. '민주주의의 퇴보'를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국민권익위가 시민들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가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김건희)대통령 부부 명품수수 면죄부 준 국민권익위 규탄 긴급기자회견’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민권익위 정부합동민원센터앞에서 참여연대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과 국민적 정신 고통

이보다 앞서서 작년 8월부터 많은 시민들의 마음을 괴롭혀 온 문제가 있습니다. 해병대 채 상병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순직한 일과 이같은 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조사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이 갑자기 항명 혐의를 받게 된 일입니다.

조사결과의 경찰이첩을 국방부장관이 결재까지 했는데, 발표가 갑자기 미뤄지고 그 이유가 대통령님의 '격노'였다는 설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실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유야무야 넘기려고 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국회의원선거에서 참패한 뒤인 지난 5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연 대통령님은 '수사 결과에 대해서 질책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저는 늘 군이나 경찰이나 소방관들에게도 어떠한 공무 수행 중에도 먼저 자신들의 안전을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우리, 당시에는 채 일병이었죠. 아직 추서가 되기 전이니까. 순직한 사고 소식을 듣고 저도 국방 장관에게 이렇게 좀 질책을 했습니다. 저도 그 현장에 며칠 전에 다녀왔지만, 어떤 생존자를 구조하는 상황이 아니라 돌아가신 분의 그 시신을 수습하는 그런 일인데,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을 해서 이런 인명사고가 나게 하느냐, 또 앞으로 이제 여름이 남아 있고, 또 홍수나 태풍이나 이런 것들이 계속 올 수 있는데 앞으로 대민 작전을 하더라도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 이렇게 좀 질책성 당부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대통령님 말씀대로라면, 해병대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사건기록을 국방부가 회수하는 것은, 더 철저하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여야 합니다. 하지만 국방부 조사본부는 혐의 대상을 8명에서 2명으로 줄었습니다. 국방부가 대통령님의 질책과는 반대되게 처리한 것 아닙니까?

해병대수사단의 사건기록이 이첩됐다가 회수된 2023년 8월 2일의 전화통화 기록도 보았습니다. 대통령님은 우즈베키스탄에 출장 간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과 통화를 여러 번 하고,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신범철 당시 국방부차관과도 통화했습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사유에 대해 소명한 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옆을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신범철 전 차관은 대통령과의 전화통화가 "회수 관련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가 잘못 말했다면서 "장관의 통화를 말한 것"이라고 주워 담았습니다. 그러나 26일 신 전 차관은 채상병 사건 회수날 2차례 더 대통령 개인번호로 전화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임기훈 비서관이 전화해 '경북경찰청에서 사건 회수 관련 전화가 올 것'이라 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님이 직접 전화해 사건기록 회수를 지휘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 들기에 충분한 정황입니다.

관련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람들이 일제히 대통령님의 의중을 거꾸로 이해했을 가능성은 적지요. 이쯤 되면 5월 9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무리한 수색작전을 질책했다'고 한 대통령님의 발언이 거짓이었다고 이해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박정훈 대령은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 모든 것이 꼬이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됐고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채 상병 유가족의 고통이 가장 클 것입니다. 박 대령을 포함한 해병대수사단 구성원들,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하고 있는 경찰들은 물론 사건기록 회수에 관여한 이들도 현재 상황이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주변 상황이 급변해 자기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 사람도 처벌을 각오했을 때가 오히려 마음이 더 편했을 것입니다.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을 지켜보는 시민들도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후보에게 투표를 했는데, 이런 불공정과 몰상식의 상황을 만든 이가 대통령일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유권자들도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대통령님은 국민의 마음을 돌보는 문제를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로 설정했습니다. 정신건강을 위한 이런 저런 정책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채 상병 순직사건에 대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 발표가 취소된 뒤부터 펼쳐진 '지옥도'를 보십시오. 대통령님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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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정신건강, #참사, #퇴행,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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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대든다? 교권 무너뜨린 주범 '학생인권조례', 맞는 말일까"

[인터뷰] 학생인권조례 제정 앞장섰던 청소년 인권 운동 활동가 공현·난다

서어리 기자 | 기사입력 2024.06.27. 09:58:25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2년 만에 결국 폐지됐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7개 지자체 가운데 충청남도는 이미 폐지됐다가 대법원이 잠시 기사회생시켰고, 경기도‧광주도 위태롭다.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폐지됐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충남과 같이 대법원으로부터 폐지안의 법령 위반성에 대해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론이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10여 년 동안 학생인권조례는 '교권'을 무너뜨려 온 주범으로 낙인 찍혀왔다. 지난해 발생한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은 이같은 낙인에 쐐기를 박았다.

과거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앞장섰던 '공현'과 '난다'는 일찍이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운명임을 감지하고 있었다. 서이초 사건에 앞서 지난 몇 년 사이 능력주의 사회 풍토가 교육 현장에서 스며드는 것을 보며 갈등할 필요가 없는 교사와 학생이 대치하는 상황을 이들은 우려해왔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설령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청소년 인권 운동의 실패로 귀결된다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인권조례의 폐지로 청소년‧학생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청소년 인권 운동의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준비에 마음이 분주해 보였다.

지금은 청소년 인권 '운동가'이지만, 이들도 한때는 청소년이었다. 이들이 학교 울타리 안에서 겪었던 부조리들은 15년여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버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교복을 벗고 성인이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이들이 청소년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이유, 그리고 온갖 비판에도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청소년이 살기 좋은 사회가 모든 이들이 살기 좋은 사회 아닐까요?"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눈앞에 둔 지난 20일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인 공현과 난다를 만나 학생인권조례의 의미를 되짚어봤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의 상관관계, 청소년 인권 운동의 과거와 미래를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공현, 난다. ⓒ프레시안(서어리)

'자퇴'에 보인 담임 선생님의 반응 "배추 장사나 한다", "시집 못 간다"

프레시안 : 청소년 인권 운동가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무래도 청소년기 경험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은데, 여러분의 학창 시절을 소개해달라.

 

난다 : 고등학교 입학 첫날부터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하면서 학교 생활에 일찍이 답답함을 느꼈다. 시험을 보다가도 창밖의 화창한 날씨와 예쁘게 핀 꽃을 보면서 '여기는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집안 형편상 학원을 다닐 수 없었는데, 수학 시간에는 이미 선행학습이 돼 있는 걸 전제로 진도가 나갔다. 그리고 시험을 보면 떨어진 점수만큼 매를 맞는데 나는 당연히 성적이 좋지 않았으니 많이 맞을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 학교는 쉬는 시간에만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수업 마치는 종은 울렸지만 수업이 다 끝나지는 않은 상태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이따 전화하겠다"며 전화를 받자마자 껐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휴대전화기를 압수하셨다. 나는 종이 쳤으니 문제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지만 선생님이 '규칙은 지켜야지'라고 하셨다. 내가 계속 항의하니 "구제불능"라면서 졸업할 때까지 휴대전화기를 안 돌려준다고 했다. 그래서 홧김에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 이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잊을 수 없다. 어머니를 모셔 오라고 해서 어머니와 함께 상담을 받았는데, 저한테는 '아무것도 모르고 깜깜한 터널 속을 걷고 있다', '이러고 나가면 배추 장사나 한다'고 했다. 어머니한테는 '따님 이러면 나중에 시집 못 간다'고도 했다. 어머니가 상담이 끝나고 '너희 담임 선생님 이상하다'고 하셨다. 그길로 학교를 나왔다.

프레시안 : 어떻게 '청소년 인권 운동'의 길에 접어들게 됐나.

난다 : 마침 자퇴 직후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가 열려서 집회에 열심히 참가했다. 그 이후 알게 된 인권·시민단체분들의 권유를 받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수원지부를 만들었다. 그렇게 활동을 하다 보니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 측 요청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 공약과 관련해 자문을 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당시에 이미 학내 체벌이랑 집회 권리를 두고 논란이 뜨거워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패널 구성을 일단 교사와 학부모, 학생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각각 찬·반을 나눴다. 다른 분들은 괜찮은데 학생 측 반대 논리가 치명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각자 주장을 이야기하고, 마지막 차례로 학생 측 반대 토론 순서가 됐는데 그 학생이 '나는 사실 선생님이 그냥 나와보라고 해서 왔고 막연히 학생인권조례가 안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찬반 이야기를 들어보니 찬성 입장이 됐다' 이렇게 소신 발언을 한 것이었다.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됐다. 그래서 이 일을 계기로 좀 더 열심히 활동하게 된 것 같다.

프레시안 :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국내 최초의 학생인권조례인데, 이에 큰 역할을 했으니 뿌듯했을 것 같다.

난다 : 그때 조례안 통과될 때 도의회 본회의 방청을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금방 통과돼서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당연히 기뻤다. 가장 논란이 됐던 두발 자유화와 체벌 금지를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통과된 조례안은 사실은 우리 입장에서는 아쉬운 'B'안이었다. 집회의 자유가 빠졌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아쉬웠지만 모든 것을 얻을 순 없었으니 통과됐다는 점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프레시안 : 공현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어보자.

공현 : 전북 전주에 있는 자율형사립고에 다녔는데, 그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가위 들고 다니며 두발 단속을 하고 야자도 강제로 시켰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제 옛날 블로그를 보니 뒤져보니 2004년에 이미 학생 인권에 대한 생각을 써놨더라. 그땐 딱히 운동이라는 인식은 없고 그냥 학교와 선생님들의 지시가 부당하다는 생각들이었다. '유엔이 청소년한테 이러이러한 권리가 있다고 하는데 학교는 왜 안 지키나' 류의 글들이었다. 그러다가 2005년에 내신등급제 반대 촛불집회, 두발 자유화 집회가 있다는 걸 언론 보도로 접하고 그 단체 이름들을 찾아서 광주까지 갔다. 학교 안에서도 뜻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아서 비공식으로 '전북청소년인권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프레시안 : 대학 시절 자퇴 사실이 크게 보도됐다. 자퇴는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 (☞관련기사 : "학벌 기득권 정점, 서울대를 떠납니다")

공현 : 고등학교 때도 자퇴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그때만 해도 '자퇴는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대학을 가긴 했지만, 흔쾌히 간 것은 아니었다. 입학해서도 별로 내가 그 학교 학생이라는 인식, 소속감 같은 것을 별로 못 느끼고 지냈다. 그나마 서울로 대학을 오니 인권 단체들도 많고, 2005년 두발자유 집회를 하면서 만났던 아수나로 분들이 있어 좋다는 정도였다. 대학 밖에서는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하고, 대학 안에서는 평화운동 동아리에 가입해서 병역 거부도 고민하고 그러다 결국 대학 생활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자퇴에 이르렀다.

▲25일 서울시의회 앞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규탄 기자회견.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서열화 교육 반대하던 교사들, 지금은 길이 갈렸다"

프레시안 : 여러분이 하고 있는 청소년 인권 운동의 목표는 무엇인가.

난다 : 청소년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받는 여러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선 사회구조‧문화 등 다방면으로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프레시안 : 학생인권조례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

난다 : 대다수가 학교 생활을 하는데, 그 생활 공간이 비민주적이고, 입시 경쟁을 이유로 여러 자유가 억눌린다. 그런 환경 속에서 약간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이 학생인권조례다. 사실 학생인권조례든 법이든 그런 제도가 갖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면서도 오히려 법‧제도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이 있다고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현 : 지금도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학생이 무슨 인권이냐'고 한다. 그러면서 학생에게는 머리카락을 자르든. 매질을 하든 200번을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일이 허용되고 그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통의 인간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에 문제의식을 갖도록 하는 데 학생인권조례 역할이 있다고 본다.

법‧제도를 극복해야 한다는 난다의 말에 공감한다.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인데, 학생인권조례나 법 자체가 목표의 전부가 아니다. 법‧제도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다만 문화라는 것도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그간 정부가 노력을 안 했기 때문에 조례에나마 명시를 해야 했던 것이다.

프레시안 : 첫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4년 만에 학생인권조례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태에 놓였다. 어쩌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폐지 바람이 불게 됐을까. 그간 위기의 조짐이 있었나.

공현 : 사실 학생인권조례는 단 한 번도 순탄했던 적이 없다. 처음 제정됐을 때부터 교육부가 소송 걸고 시행령 제정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학생인권조례는 상위법 위반이라 무효라더라'는 이야기를 하는 상황들이 있었고 그런 시도들은 계속돼 왔다. 그런 와중에 2022년 지방선거 이후로 서울시의회 같은 경우 국민의힘이 다수가 되면서 폐지안이 통과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언제 통과될까 싶었는데,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에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급속도로 힘을 받게 됐다.

난다 : 꽤 오래전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 감수성이 쇠퇴하는 느낌을 받아왔다. 5년 전쯤 능력주의 바람이 불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서로 우열을 비교하고 능력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대하는 건 차별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졌고, 교사들 집단에도 침투했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안에서도 기간제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서 '파이 깎아 먹는 것'이라는 내부 반발이 나왔다고 본다.

사실 전교조는 과거에 저희와 연대도 많이 했던 단체다. 전교조가 해직 교사들 복직 농성할 때 저희도 같이 농성 참여하고 일제고사 반대를 함께 외쳤다. 그때 우리의 요구는 분명했다. 경쟁 시스템 속에서는 모두 행복하지 않다, 서열화 교육에 반대한다는 것을 공유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길이 갈린 느낌이다. 전교조 내부에서 학생 인권 운동가들과 연대 활동하는 데 대해 '전교조가 왜 이런 것을 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나도 충격을 좀 받고 다른 활동가들도 울고 그랬다. 어떻게 전교조가 이럴 수 있냐면서. '학생 인권에 대한 지지가 이제 안 모이는구나'를 느꼈다. 능력주의 사회 분위기로 인해 지금 많은 교사들이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것을 마치 과중한 업무인 것처럼, 희생을 요구하는 것처럼 인식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학생 인권의 보장은 교사의 직업상 의무다. 대등한 경우는 아니겠지만 개 훈련사를 예로 들어보자. 개 훈련사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개에 대해 이해가 있어야 하고, 이 동물이 도시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이런 태도를 가르칠 때의 훈련 방식이 예전과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때리거나 전기충격을 가하는 극단적인 훈련 방식도 통용되었지만 지금은 긍정적인 경험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훈련 방식이 진화했다. 인간 교육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학생들이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긍정적 돌봄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본다.

▲25일 오후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324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 재의의 건'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교권이 아니라 '교사의 노동권'이어야 한다

프레시안 : 학생인권은 마치 '교권'의 대립항으로 여겨진다. 이런 인식을 공고화한 계기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인 것 같다. 교권은 어떻게 보장받아야 할까.

공현 : 우선, 교권이란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오남용된다는 생각이 있다. 우리는 교권이란 말 대신 '교사의 노동권' 등으로 풀어쓰는 게 맞다고 보는 입장이다.

난다가 말했듯 학생인권의 보장은 교사의 직업상 의무다. 교사가 그 의무에 대해 '우리에게 부여하지 말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다만 교사에게 '독박 교실' 책임을 지우게 하지 말고 인력을 더 확충해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는 정부가 지원금을 줄이면서 생긴 문제다. 정부 지원이 멈춘 상태에서 단순히 '아이들 때리지 말라'고 하면 교사 입장에서는 '어쩌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난다 : 서이초 이후에 학대 관련 기본법이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잘못된 해결 방향이다. 교사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교사 집단 내부에서 논의를 너무 안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쟁 시스템, 독박 돌봄 부담 등 전반적인 교육제도 등 문제는 두고 아동 학대의 정당성만 찾으려는 것인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프레시안 : 최근 초등학생이 교감의 뺨을 때렸다거나 하는 사례들이 알려질 때마다 더욱 학생인권조례를 탓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난다 : 그런 사례를 접할 때 '학생 인권 침해 사례가 더 많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세대 이상에게 학교 체벌은 사실상 국민 중에 안 겪어본 사람이 없는 집단 트라우마 아닌가. 아동‧청소년이 가지는 사회적 지위와 어른의 사회적 지위의 차이가 극명한데 이거를 쉽게 까먹는 것 같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현실 인식이 왜곡돼있다는 느낌이다.

공현 : 누군가 모욕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가 너무 보장돼서 악용한다'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학생인권조례에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 해서, 이를 두고 '악용된다. 그래서 학생이 대든다'고 하는 게 과연 맞는 이야기일까 싶다.

프레시안 : 학생 인권과 교권이 배치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왜 일반 시민들에게는 설득이 되지 않는 걸까.

공현 : 교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서이기도 하고, 과연 교육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교육을 '학생을 통제하는 것'. 또는 '벌을 주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벌을 안 주니 이렇게 대들고 무질서한 것'이라고 보는 게 아닌가 싶다. 학생은 잠자코 배워야 한다는 그 생각을 깨뜨리는 게 중요하다.

난다 : 서열화된 교육 탓이라고 본다. 교육을 잘할 자신이 있고 좋아해서 교사가 된 이들보다, 단순히 공부를 비교적 잘해서, 시험 성적이 돼서 교사가 된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내가 열심히 공부했으니 이런 대우를 받아야지' 하는 풍토는 오래 전부터 퍼져있었다. 모든 교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풍토에서 자라나서 교사가 된 이들은 물질적인 보상에 비해 아이들을 돌보는 게 힘드니 '내가 생각한 게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한다. 그러면서 '교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공현 : 민원인과 사회복지사의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홈리스들이 생계비 수급 신청을 하다 보면 생기는 갈등이 있는데, 종종 홈리스가 갑질을 한 것처럼 둔갑되는 경우들이 있다. 물론 사회복지사들이 욕받이가 되어선 안 된다는 건 너무 당연한 것인데, 이것은 국가가 시스템 안에서 보호해 줘야 할 문제다. 단순히 민원인만 악마화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14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되더라도 대법원 판단은 남는다. 만일 최종적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사라진다면 학교 현장은 어떻게 변할까.

공현 : 우려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 갑자기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학교에서는 양말‧속옷 등 복장 규제가 이어져 왔다. 심지어 마스크 색깔도 규제하는 곳도 있었다. 이런 시도들이 호시탐탐 있었기 때문에 방어막이었던 조례마저 없어지면 1~2년이 지나면서 복장 규제 등을 도입하는 학교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조례로 지자체마다 달리할 것이 아니라 아예 국회에서 학생인권법을 만들어 통과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다.

프레시안 : 학생인권법 제정에 의지가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되나.

공현 : 교사단체는 조례안은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면 안 된다면서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조례는 법적 구속력이 약한데, 만약 학생인권법이 만들어지면 신고당해서 형사처벌 당할 것처럼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는 것 같다. 국회에서는 야당 의원 중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극소수 몇몇에 불과해 갈길이 멀다.

프레시안 : 만일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면 그 후 청소년 인권 운동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하다.

난다 : 지금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침체기라 할 수도 있지만 제가 느끼기엔 지금이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과 비슷하다. 2008 촛불 시기에 단체 회원 수가 제일 많았다. 요즈음에도 청소년들의 관심이 느껴진다.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계기로 다시 운동이 살아날 수도 있다고 본다. 절망하지 않는다. 나는 청소년의 살기 좋은 사회가 모든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더이상 청소년이 아닌 내가 계속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하는 이유다. 지치지 않고 계속 운동을 이어갈 것이다.(끝)

서어리 기자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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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계좌 관리’ 도이치모터스 공범과 임성근 사단장 커넥션 의혹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6/27 11:09
  • 수정일
    2024/06/27 11: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 전 1사단장은 증인 선서를 거부 했다. 2024.6.21. ⓒ뉴스1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핵심 인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투자사 블랙펄인베스트 이종호 전 대표와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윗선의 구명 대상으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커넥션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JTBC ‘뉴스룸’ 25일 밤 보도에 따르면 작년 5월 3일 해병대 출신 이 전 대표와 법조인, 공무원 등이 들어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및 만찬 모임을 제안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모임을 제안한 사람은 전직 청와대 경호처 출신 A씨였다. 해당 대화방에는 현직 경찰 B씨와 변호사 C씨 등이 있었으며, 이 전 대표가 가장 기수가 높았다.

대화방에서 A씨는 해병대 1사단에서 초대를 한다고 하며, 사단장 및 참모들과 1박 2일 골프 및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6월 2일 오후 1시에 임성근 사단장을 방문하고, 2시부터 골프를 친 뒤에 저녁에 사단장 및 참모들과 회식을 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언급했다. 이에 이 전 대표가 답변을 하고, 일정을 확인해보겠다는 말도 했다. 다만, 이후 이 전 대표가 참석이 어렵다고 해서 모임은 최종적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작년 2월 법원은 해당 사건 1심 재판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 2개가 이 전 대표의 블랙펄인베스트에 일임됐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의 또 다른 계좌 1개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대표 혹은 블랙펄 이종호 전 대표에게 일임됐거나 이들의 적극적인 관여로 운용된 계좌일 수 있다고 봤다. 블랙펄은 김건희 여사의 거래역을 정리한 이른바 ‘김건희 파일’을 확보하고 있던 곳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6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JTBC는 “이들과 모임을 했던 변호사 C씨는 이 전 대표가 당시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자주 언급했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임 전 사단장과의 커넥션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대표의 이름이 공개적으로 처음 언급된 건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렸던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 자리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민간인 이종호를 모르냐”고 물었고, 임 전 사단장은 “모른다”고 했다. 박 의원이 이어서 “해병대 출신이고 본인과 골프모임도 자주 한다고 들었는데 모르냐”고 물었으나, 임 전 사단장은 “한 번도 (골프를) 친 적 없고, 전혀 모른다”고 거듭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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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러 조약,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다

1. 지난밤 무슨 일이 벌어졌나?

2. 2024년 조-러 신조약의 배경

3. 2024년, 조-러 신조약의 주요 특징

4. 2024년, 조-러 신조약의 몇 가지 구체적 내용

5. 조-러 신조약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평양 국제공항에서 평양을 방문일정을 마친 블라디마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환송 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4.06.20.

1. 지난밤 무슨 일이 벌어졌나?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또 한 번 변했다. 6월 19일 합의한 조선(북한)과 러시아의 새로운 조약 합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보통사람들이 이 엄청난 변화를 당장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 주류 언론이 자기 나라 관련 뉴스조차 CNN, BBC 관점을 베껴 외국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남의 일처럼 보도하는 얼빠진 행태 때문이다. 이번 조약은 한국 국민이 그 충격적 파장을 머지않아 체감할 것이 분명하다. 이 조약은 한-중 수교, 한-러 수교, 6.15공동선언 보다 더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충격적 사건이다.

이 조약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반응은 각기 상반되지만, 그 내용이 충격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국내외 언론이 유사하다. 서방과 한국 언론이 이 조약 내용에 거의 경악하는 것은 그동안 조-러 간에 추진된 일련의 내밀한 변화에 대해 그만큼 헛다리를 짚고 보도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사건은 이미 지난해 9월 푸틴-김정은 정상회담 이후 어느 정도 예견된 대변화이다. 한국진보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인데, 그것은 이 조약이 예상하던 수준보다 훨씬 더 높고, 다루는 범위와 차원도 양국 간 관계와 국제관계 전 분야를 포괄하는 전례 없는 수준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조선이 ‘조-러 관계의 새로운 전성기’라고 하는 말의 의미가 실감된다. 한마디로 조선과 러시아의 관계는 과거 소련-조선의 관계보다 더 진정성이 강하고 내밀한 동맹관계로 격상되었다. 아니 혈맹의 100년 대계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 조약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라는 외교형식으로 담고 있지만, 그 내용은 준 동맹수준이 아니라 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동맹을 명시한 조약이다. 조-러 양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상호 ‘동지적 지원’을 약속하는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도 러시아와 이렇게 수준 높은 내용을 조약으로 합의하지 못한다. 중국은 현재 좌고우면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실상 러시아편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방식으로 중-러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조선은 무조건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더 강력한 조-러 조약으로 양국이 제국주의와 미국 일극 패권주의를 반대하며 새로운 다극화시대를 창조하는 전략국가 간 군사동맹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한마디로 러시아는 미국의 반대를 배척하면서, 조선을 핵을 보유한 군사 강국, 전략국가로 인정하는 차원의 조약을 처음으로 맺었다.

이 조약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합의로 조선과 러시아의 전쟁억제력이 최고의 높이에서 전례 없이 비상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이제 러시아와 전쟁하려는 나라는 두 나라, 러시아와 조선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과 같아졌다. 마찬가지로 이제 조선과 전쟁하려는 나라는 조선, 러시아와 전쟁하려는 것과 같다. 이미 조선과 중국이 군사동맹 관계이므로 조선과 전쟁하려는 나라는 조선, 러시아, 중국을 동시에 대적하는 것과 같다. 알다시피 러시아, 중국, 조선은 모두 핵 전략국가이며 최대 군사강국들이다.

즉 미국이나 어떤 나라도 조선이나 러시아를 상대로 한 모험적 전면전쟁은 곧 핵전쟁을 감수한 연합대전을 의미한다. 이제 나토의 러시아 내륙 공격도 조선과의 전쟁을 의미한다. 이는 유럽 전체의 명운을 좌우할 초유의 ‘유라시아 차원의 세계 3차 대전’을 의미한다.

이 조약으로 미국의 대북 제재는 물거품이 되었다. 미국이 조선에 쓰던 경제제재의 협상카드도, 철 지난 레코드 같은 비핵화 논리도 파산했다. 미국을 보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이 번 조약은 어떤 배경으로 이루어졌으며, 그것이 의미하는 지구촌 차원의 전략적 의미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2. 2024년 조-러 신조약의 배경

서방 언론은 러시아가 도발적이고 호전적이라 보도하지만, 알고 보면 현실은 정반대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냉전 정책의 양상이 매우 도발적이고 호전적이다. 미국이 이전보다 더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세는 무리에서 젊은 사자의 도전을 받는 늙은 우두머리 사자의 신세와 같다. 늙은 사자를 두고 자기 살길을 찾아 배신하거나 마지못해 따르는 유럽의 처지도 가련하다. 소련 붕괴 후 미국이 지배하던 일극 패권의 지구촌 시대가 막을 내리고 다극화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미국의 일극 패권에 맞서 국제적 반제 반미 연대전선을 호소하며 전쟁을 각오하고 저항한 나라는 지구상에 조선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경험한 1994년 한반도 전쟁 위기의 배경이다. 중국이 겉으로는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를 말하지만,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미국에 굴욕을 감수하며 기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소련의 붕괴 이후 러시아는 자기 나라의 추락을 추스르기도 힘겨웠으며, 조선과 맺는 과거 조-소 동맹조약은 1996년 폐기되었다. 그럼에도 조선은 변함없이 러시아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러시아 국내 사정으로 당시 동맹 수준의 조-러 조약을 복원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으며 러시아가 반북(반조선) 정책으로 돌아서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길 상황이었다. 그러던 러시아가 2000년 푸틴의 등장 이후 푸틴의 개혁정책과 함께 재건되며 변하기 시작했다. 2000년, 2001년 푸틴과 김정일 위원장이 합의한 ‘조로공동선언’과 ‘모스크바선언’은 오늘날 조러 관계 전성기를 낳은 초석으로 볼 수 있다. 푸틴의 조-러 관계에 대한 구상은 이미 이때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 여전히 러시아는 미국의 대외정책 테두리 안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며, 조선과의 협력을 두려워하며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당시 ‘6자 회담’의 틀로 조선 비핵화와 경제봉쇄로 압박했고, 러시아와 중국도 이러한 미국의 대 조선 전략에 사실상 동조했다.

러시아가 푸틴의 강대국 러시아 부흥을 위한 정치개혁 성공으로 국가분열위기를 극복하고 국내적 정비를 마치는 시기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친러 야누코비치 정권의 축출을 위한 정변 문제에 개입하는 시기는 겹친다. 이후 미국은 돈바스 주민학살과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시도를 통해 러시아를 코앞에서 본격적으로 자극한다. 러시아의 대미전략이 더욱 강경해진 것은 이때부터다. 러시아는 특별 군사작전이란 이름으로 미국이 유도한 우크라이나 대리전에 응한다. 이후 러시아는 반서방 반제 반패권 기조를 확고히 정립한다. 이것은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직감한 푸틴의 러시아의 명운을 건 결단이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대리전쟁 유도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은 말 그대로 근본적이며 전략적이었다. 러시아는 전통적인 유럽 중심 전략과 결별하고 중국과 광대한 아시아와 손잡는 동방정책, 유라시아 극동 부흥전략이라는 새로운 선택을 했다. 유럽은 러시아의 이러한 결심이 일시적 위기 타개책이 아니라 국가 100년 대계 차원의 세기적 결단이며 일대 전환점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원래 푸틴은 초기부터 유럽의 일원이길 원했으나, 러시아를 버린 미국과 유럽이 초래한 결과가 오늘의 조-러 관계를 맺는 데 크게 일조했다.

미국이 추구하는 신냉전 전략의 목표는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수명이 다해 무너져가는 미 제국의 패권을 유지하고, 연장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무슨 큰 그림이 있는 것이 아니다. 최후 ‘발악적이다’는 표현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그래서 그 잔꾀와 호전성의 이중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전쟁처럼 잔인하고 도발적이지만 직접 나서지도 못하는 대리전을 선호한다.

미국은 지역에서 자기들끼리 싸우는 ‘이이제이’(以夷伐夷) 전략을 유도하며 결과적으로 미국이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으려는 얕은 수를 자주 쓴다. 미국의 도발적인 신냉전 정책의 결과가 러-우 전쟁이며, 동아시아에서는 한반도와 대만이 이 신냉전 전쟁 위기에 놓여있다. 우크라이나 대리전에 젤렌스키가 있다면 동아시아 대리전의 돌격대는 윤석열 정부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있다.

조-러 신조약의 대담성과 진정성은 현재 이 조약이 러-우 전쟁 중 맺어진 것에 있으며, 더 나이가 한반도 전쟁위기, 나토와 러시아의 전운이 감도는 정황에서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 국제정세를 보면 미국의 호전적인 신냉전 정책에 맞서는 당면한 조-러 양국의 긴급한 국가적 관심사는 전쟁 억제력이며 안보문제이다. 현대전에서 전쟁 억제력은 정치적 의도를 의미할 뿐, 억제력이 동시에 공격력을 의미한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를 자임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와 협력한다면, 조선은 한 참호에서 전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며 싸우는 전우의 관점에서 이를 대하고 있다.

“현 시기 조로 인민은 자주와 국제적 정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준엄한 투쟁의 한 전호에 서있다.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깊어지는 친선과 동지적 관계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고 다극화된 새 세계건설을 다그치는데서 믿음직한 전략적 보루로, 견인기로 되고 있다. (로동신문이 6월18일, 사설 “로씨야 련방 대통령 울라지미르 뿌찐 동지를 열렬히 환영한다.”)

3. 2024년, 조-러 신조약의 주요 특징

2000년 2월에 맺은 과거의 조-러 조약 (조러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과 비교하면 이 번 조약의 몇 가지 특징이 보인다.

1) 구 조약은 소련 붕괴 후, 양국 모두 어려운 국내 사정으로, 조약의 범주가 양국 현안에 주로 맞추어져 있었다.

2) 구 조약은 양국 관계 악화금지에 기초해서, 미래지향적 선린우호의 기본 관계 재설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그 내용이 기본적이며 간단하다.

3) 이번 신조약은 전략 국가로 부상한 두 국가 간 지위와 역할에 기초하여 전개되고 있으며, 양국이 강력한 군사동맹에 기초해 각 지역의 전쟁억제력을 비상히 높이고, 양국이 미국 일극 패권에 반대하며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질서를 형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4) 신조약은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조선을 전략 국가 지위로 인정하는 것에 기초한 조약이다.

5) 신조약에는 종래 언급되던 러시아의 남북통일 지지 관련 조항이 사라졌다.

이는 신조-러 조약이 양국 간 맺은 최고의 안보 동맹조약이며, 양국의 전면적 경제, 기술, 문화발전 부흥전략이며, 공정하고 평등한 새로운 국제질서수립을 위해 전략국가 간 긴밀한 국제공조를 도모하는 조약임을 알 수 있다. 조선의 달라진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조약이다. 조선이 주변 대국과 이러한 전략적 지위로 대외관계 조약을 맺는 것은 처음이다. 조약유효 기간도 5년 또는 10년 주기로 갱신하는 관례를 넘어 무기한이다. 조선이 푸틴대통령에게 조선 최고의 훈장인 김일성훈장을 수여하고 푸틴이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인 것의 의미도 상징적이다. 조약이라는 법을 넘어 양국 정상간 신뢰와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패권주의적기도와 일극세계질서를 강요하려는 책동으로부터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며 국가들 사이의 성실한 협조, 호상 리익 존중, 국제 문제들의 집체적 해결, 문화 및 문명의 다양성, 국제 관계에서의 국제법 우위에 기초한 다극화된 국제적인 체계를 수립하며 공동의 노력으로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임의의 도전들에 대처해나가려는 지향을 확인하면서,” (조약 서문)

“쌍방은 최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쌍무관계 문제와 호상 관심사로 되는 국제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국제무대들에서 공동보조와 협력을 강화한다. 쌍방은 전지구적인 전략적 안정과 공정하고 평등한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을 지향하며 호상 긴밀한 의사소통을 유지하고 전략 전술적 협동을 강화한다.” (제2조)

4. 2024년, 조-러 신조약의 몇 가지 구체적 내용

1) 쌍방의 안보 관련 조항

이 조항은 어떤 타국이 조선이나 러시아가에 대해 침략위협을 조성하는 경우, 즉각 공동대처해 이를 제거하기 위한 내용이다. 동시에 조선이나 러시아에 대한 침략이 개시될 경우, 즉각 정치, 군사적 물적 지원과 참전(파병)을 위한 조항이다.

“쌍방은 공고한 지역적 및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호상 협력한다. 쌍방 중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 침략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쌍방은 어느 일방의 요구에 따라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며 조성된 위협을 제거하는데 협조를 호상 제공하기 위한 가능한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협상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시킨다.” (제3조)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 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제4조)

위 문구를 양국의 안보 문제에 관해 ‘협의 의무’를 명시했었던, 2000년 조-러 공동선언과 이를 비교해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또 이 조약과 한미방위조약과도 비교해보자.

"조선 또는 러시아에 대한 침략위험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돼 협의와 호상 협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 (2000년 조-러 공동선언)

“당사국 중 어느 일방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정이 외부로부터의 무력침공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2조)

한국 국민은 한미방위조약이 철통같다고 맹신하는데 착각이다. 미국은 전쟁이 발생해도 자동 개입할 이유가 없다. 미국은 한국과 협의 할 뿐, 개입은 미국의 정치적 선택 사항이다.

새 조약에서 특이한 것은 8조이다. ‘제도’가 의미하는 군사제도이며 이것은 양국 간 공동 군사훈련과 연합 군사기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쌍방은 전쟁을 방지하고 지역적 및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위능력을 강화할 목적 밑에 공동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한다.” (제8조)

2) 양국 관련 국제적 협력 조항

“매 일방은 타방의 자주권과 안전, 영토의 불가침,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제도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권리와 타방의 기타 핵심 리익을 침해하는 협정을 제3국과 체결하지 않으며 그러한 행동들에 참가하지 않을 의무를 지닌다.” (제5조)

제5조는 사실 일반적 조항인데 남북관계가 올해부터 조선-한국 간의 적대적 국가관계로 변하면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즉 한국이 조선의 통일 상대가 아니라, 조선과 적대적 제3국 지위로 전환된 조건에서 러시아는 이제부터 한국을 제3국 범주에서 처리하게 되었다. 기존의 남한과 맺는 협약 중 조선의 핵심이익을 침해하거나 적대하는 협약이나 정책을 폐기해야한다.

“쌍방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부터 출발하여 유엔과 그 전문기관들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의 테두리 내에서 쌍방의 공동의 이익과 안전에 대한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도전으로 될 수 있는 세계와 지역의 발전문제들에서 호상 협의하고 협조한다.” (제7조)

현재 조선은 조선의 자주권을 가장 침해하는 나라를 미국으로 보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적 정책에 대해 더 이상 두둔하거나 중립적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것이며, UN에서도 반대한다는 선언이다. 올해 ‘브릭스’ 의장국은 러시아다. 조선이 올해 브릭스 가입을 신청했으며 머지않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러시아가 이른바 기존의 ‘남북 등거리 외교’를 포기한다는 뜻이며, 한국의 30여 년 북방정책의 파산을 의미한다.

3) 양국 간 다방면 협력 관련 조항

양국 간 기타 분야의 협력 조항은 전 방면에 걸쳐 구체적이다. 조약에는 명시되지 않았으나, 푸틴 대통령이 평양방문 직전 로동신문 기고문을 통해 밝힌 것을 보자. 기고문에는 “국제관계를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하여 밀접하게 협조하며 이를 위하여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한다.” 는 문장이 있다. 이는 양국 간 달러를 통한 결재를 중지하고, 조-러 간에 자국통화 혹은 현재 브릭스에서 추진 중인 새로운 국제통화(유닛UNIT)을 통한 새로운 무역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의미로 보인다.

“쌍방은 식량 및 에네르기 안전, 정보통신 기술 분야에서의 안전, 기후변화, 보건, 공급 망 등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분야들에서 증대되고 있는 도전과 위협들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호상 협력한다. (제9조). 쌍방은 무역경제, 투자, 과학기술분야들에서의 협조의 확대발전을 추동한다. (제10조) 쌍방은 농업, 교육, 보건, 체육, 문화, 관광 등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조를 강화하며 환경보호, 자연재해방지 및 후과제거분야에서 호상 협력한다. (제12조)

이것은 러시아가 미국의 집요한 수십 년 대조선 경제제재 둑의 한축을 무너뜨렸으며 미국의 대조선 경제제재가 물거품으로 되었음을 의미한다. 중국도 러시아를 뒤따르며, 미루어 둔 중국의 동북3성 개발, 러시아의 극동 시베리아 개발, 동북아 조,러,중 공동합작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발, 광대한 토지, 풍부한 광물과 가스 전력, 넘치는 에너지로 이 지역의 고도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

5. 조-러 신조약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

세상이 설마 정말 이렇게 돌아가는 것일까?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 지 좀 되었다. 필자는 오히려 이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뿐이며 실상은 더욱 속도가 빠르다.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어라”는 말이 있다. 한국이 빠르게 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미국의 신냉전 전략 편승해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

한반도 전쟁 발생 시 한국은 필연적으로 조선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 싸워야한다. 한국의 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러시아와의 관계 단절을 의미한다. 조만간 한미 연합군사 훈련처럼 조-러 공동 군사연습을 보게 될 것 같다. 소련붕괴 후 30여년 만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포위환은 뚫리고 한국이 주변대국에 포위되는 양상으로 역전되고 있다.

한국은 남과 북이 협력하면 얻을 수 있는 기회와 이익을 완전히 놓쳤다. 남북 합의를 통한 한반도와 동북아 번영 전략은 완전히 파산했다. 반세기 이상 미루어두었던 동북아시아 조,중,러 공동 개발번영 시대가 열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무모함을 탓하는 것이 더는 무망한 일이지만, 민주당도 지나간 버스를 잡으려고만 하고 국제정세를 무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은 국가 안보전략과 국가 운영전략에서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 지금 위기는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한 여러 국가위기와 차원이 다르다. 지금 국가전략을 중지시키고 수정하지 않으면 국가 존망이 위태로운 수준의 심각한 위기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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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다탄두미사일 시험 성공적으로 진행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06/27 [08:23]

   

 

북한은 어제(26일) 탄도미사일 발사를 다탄두 능력 확보를 위한 시험이었으며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27일 밝혔다.

 

노동신문은 “미사일총국은 26일 미사일 기술력 고도화 목표 달성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개별기동 전투부(탄두)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시험을 “중요기술시험”이라면서 박정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정식 당중앙위 제1부부장이 참관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험은 중장거리 고체 탄도미사일 1단계 엔진을 이용해 최대의 안전성을 보장하며 개별기동 전투부의 비행 특성 측정에 유리한 170~200킬로미터 반경 범위 안에서 진행되었다”라면서 “분리된 기동 전투부들은 설정된 3개의 목표 좌표점에 정확히 유도되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신문은 “미사일에서 분리된 기만체의 효과성도 반항공[대공] 목표 발견탐지기들을 동원하여 검증하였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시험의 목적은) 다탄두에 의한 각개 표적 격파 능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라면서 “이 기술시험은 무기 체계들의 기술 고도화를 위한 미사일총국과 관하 국방과학연구소들의 정상적인 활동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사일총국은 이 기술시험이 본격적인 시험단계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미사일 역량 강화와 기술 발전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신문은 “중요기술시험을 참관한 지도 간부들은 개별기동 전투부에 의한 각개 표적 격파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국방기술 과제이며 당중앙이 제일로 관심하는 문제라는 데 대하여 강조하였으며 기만체의 효과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과학 기술적 대책을 철저히 세울 데 대하여 언급하였다”라고 보도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어제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추정했다.

 

연합뉴스는 합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1발로 250여 킬로미터를 비행하다가 원산 동쪽 해상에서 공중 폭발했다”라며 “파편이 반경 수 킬로미터에 걸쳐 흩어져 바다에 떨어졌다”라고 보도했다.

 

탄두가 분리되는 것을 합참이 폭발로 인식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실패로 추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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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청년노동자 목숨 앗아간 공장, 현장 은폐 의혹도 “노동부 점검 하루 전 청소”

처음으로 입장 밝힌 어머니 “억울한 죽음 밝혀질 때까지 마음 단단히 먹을 것”…회사 앞 분향소 설치도

전주페이퍼 사망사고 유가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5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전주페이퍼 전주공장 정문 앞에서 '만 19세 청년노동자 사망관련 전주페이퍼 사과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24.6.25 ⓒ뉴스1


입사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만 19세 청년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제지공장이 고용노동부 현장 조사 전 사고 현장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25일 제기됐다. 유가족과 노조, 시민사회는 사측에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회사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날 민주노총 전북본부를 비롯한 노동, 시민사회단체는 유가족과 함께 A씨가 사망한 전북 전주 덕진구 팔복동 전주페이퍼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2일 오후 1시경 고용노동부의 전주페이퍼 사고 발생 현장 작업환경 측정이 예정돼 있었다. 이는 사고 발생 현장의 황화수소 누출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전주페이퍼는 노동부 점검 하루 전인 21일 저녁에 사고 발생 현장의 탱크와 배곤을 깨끗이 청소했다”며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만 19세 청년노동자의 사망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고인의 산재 사고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회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6일 오전, 물량 조절로 6일 동안 중단됐던 설비를 홀로 점검하다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후 동료들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현재 정밀 부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지만, ‘혈관이 좁아져 있고 심장이 비대해졌다’는 1차 소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유가족과 노조 등은 과로사 및 황화수소 누출 가능성 등을 주장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A씨가 입사 6개월 만에 사망한 점 ▲2인 1조 작업 수행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고 유독가스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현장에 혼자 투입된 점 ▲사고 발생 후 약 50분이 지난 시점에서야 사고를 인지하고, 사측의 사후 구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 ▲사망 한 달 전 부서 이동으로 업무 강도·환경 등이 바뀌었고 사망 한 달 전 과로한 정황이 있는 점 ▲고인이 호흡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 전 대기측정도 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안전교육도 실시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명백한 인재”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현재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A씨의 장례를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전주의 한 제지공장에서 설비 점검을 하다가 숨진 19세 노동자의 유가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5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에 위치한 사고 제지공장 입구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6.25 ⓒ뉴스1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A씨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A씨의 어머니는 A씨가 생전 메모장에 빼곡하게 채워 넣은 다짐과 계획들을 언급하며 힘겹게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 아들이 남긴 메모장은 엄마와 같이 나눴던 이야기들과 하고 싶은 계획들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애통해했다. 

A씨 어머니는 “우리 아들 같은 자식들이 아직 저 공장에 많다”며 “아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돼 아들을 편히 보내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박영민 공인노무사는 “유가족이 눈물과 비통함으로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는데, 진상규명을 하기는커녕 회사는 만 19세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했다”며 “회사는 고인과 유가족에게 떠넘기지 말고,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 노동부는 이 사건을 은폐하지 않게 즉각 회사를 조사하고 감독해야 하며, 진상규명 해야 한다. 또한,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노무사는 “사고가 발생한 지 10일이 지났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고인을 추모할 공간 하나도 없다”며 “우리는 청년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추모공간을 이 자리에 마련할 것이고 회사의 명백한 입장을 듣기 전까지는 유가족과 이 자리에서 절대 떠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노조, 시민사회단체는 진상규명과 함께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공개 사과, 은폐 시도 중단,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회사 정문 앞에 A씨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했다. 

한편, 전주페이퍼는 입장을 내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전주페이퍼는 “통상적으로 장기간의 기계 중지를 위해서는 펄프의 건조 및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각종 설비와 배관 등을 청소한다. 6월 10일 조업 단축을 위한 중지 시에도 16일 재가동을 위해 동일한 작업 순서에 의해 설비 및 배관 등을 청소했다”며 “이후 16일 재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현장을 그 상태로 보존했다가, 23일 재가동이 예정된 상황에서, 관계기관의 승인 하에 공정청소를 진행했고, 사고 당시와 조건을 동일하게 한 상태에서 특별정밀 재조사를 실시한 이후 23일 재가동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황화수소 등 유해가스 검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수차례 유해가스를 측정했으나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25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전주페이퍼 전주공장 앞에 마련된 故 19세 청년노동자 추모 분향소에서 관계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24.6.25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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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보다 르펜? 미 대선 넘어 인류사 중대 순간 될 프랑스 총선

[장석준 칼럼] 인민전선 대 파시즘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 기사입력 2024.06.26. 05:01:46

프랑스가 때 이른 총선거로 뜨겁다. 6월 9일 밤 9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돌연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그날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마크롱 정부를 지지하는 선거연합 '르네상스'는 14.60%를 득표해 2위에 머문 반면 극우 국민행진(RN)은 31.37%를 얻으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프랑스 유럽의원단 선거는 국내 선거들과는 달리 전면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따르기에 선거 결과가 당일 저녁에 곧바로 나온다. 성적표를 받아든 대통령은 전광석화처럼 조기 총선 카드를 꺼냈다.

이 발표에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국민행진은 누가 봐도 상승세였다. 그런데 조기 총선의 1차 투표(프랑스 의회 선거는 소선거구제이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투표를 한 차례 더 실시하여 당선자를 가린다) 예정일인 6월 30일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0여 일이었다(현재는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 기간 중에 국민행진의 승승장구를 막기란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실제로 지금까지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행진이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젊은 대통령의 도박 탓에 이제 프랑스는 극우 내각 출범만 기다려야 하는 운명인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있다. 역시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행진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 2위 주자가 바로 그 변수인데, 뜻밖에도 이 도전 세력은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는 선거연합 '앙상블'이 아니다. 프랑스의 거의 모든 좌파 정치-사회 세력이 총집결한 '신인민전선(NFP)'이다.

마크롱의 신자유주의가 극우파에게 집권의 길을 깔아주다

국민행진은 국민전선(FN)이 2018년에 새로 채택한 당명이다. 1972년에 장-마리 르펜이 창당한 국민전선은 지난 50여 년간 꾸준히 반이민, 반무슬림 선동을 펼치며 하위 중간계급과 전통적 노동계급에 파고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 포퓰리즘 바람이 분 2010년대에는 장-마리 르펜의 딸인 마린 르펜이 국민전선을 이끌며 이 당을 유럽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현대적인' 면모의 극우정당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런 시도의 일환으로, 2015년에는 '낡은 극우' 이미지가 강한 아버지를 당에서 쫓아내기도 했다.

마린 르펜이 대선 결선투표에서 40% 넘는 득표를 한 2022년에는 국민행진의 '현대화'가 한 단계 더 진전되었다. 대선 직후 치른 총선에서 국민행진 의석이 8석에서 89석으로 10배 이상 늘어나자 마린 르펜은 의원단을 이끄는 데 주력하고자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대표 자리를 물려받은 이는 부대표 조르당 바르델라였다. 파리-소르본 대학을 중퇴한 바르델라는 1995년생으로 아직 서른이 안 된 멀끔한 청년이다. 더구나 이민 반대와 더불어 가장 관심을 갖는 사안이 환경 문제 대응이라니, 페미니즘이나 생태주의를 국수주의와 접합하는 희대의 곡예를 벌여온 마린 르펜에게는 최상의 후계자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민행진이 21세기형 파시즘의 가장 유력한 예비주자라는 진실이 감춰지지는 않는다. 당명을 바꾼 뒤에도 계속 로고로 사용하는 빨간 색과 파란 색의 불꽃 무늬는 단순히 프랑스 삼색기에서 두 가지 색깔을 따온 게 아니다. 전후 이탈리아의 네오파시스트 정당 '이탈리아 사회운동'의 로고를 본뜬 것이다. 이탈리아의 원조 파시스트들이 그랬던 것처럼 국민행진은 검은색 제복을 차려입은 준군사조직을 유지했고, 이 조직은 지금도 복장만 바꾼 채 활동 중이다. 여러 탐사보도에 따르면, 이런 국민행진 조직원들이 현재 경찰과 군대, 사법부에서 암약 중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새로운 총선을 치른다고 발표한 대국민 연설이 방영되는 모습. ⓒAFP통신

사실 현 대통령 마크롱은 국민행진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단 한 가지 명분에 의지해 대통령 후보로 추천되고 두 차례나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할 수 있다. 마린 르펜이 대통령이 되는 걸 막으려면 좌, 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도 성향('신자유주의 정책 합의'의 다른 표현)을 순수하게 대변하는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마크롱이 프랑스 주류 사회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이유였다. 겉으로만 보면, 이 전략이 먹혀든 것 같기도 하다. '마크롱'이라는 카드 덕분에 전통적 우파(드골주의자들)와 좌파(사회당)의 쇠퇴에도 불구하고 르펜 정부 출범을 지금까지 지연시켰으니 말이다.

그러나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마크롱 대통령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때늦은 남발을 통해 극우 포퓰리즘 선동이 먹혀들 기반만 넓혀주었다. 1기 집권 때는 부유세를 철폐하는 바람에 부족해진 세수를 탄소세라는 미명 아래 영세 자영업자들로부터 거둬들이려다 '노란 조끼 운동'을 불러왔다. 격렬한 시위에 나섰던 중소도시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급진좌파 지지자가 되기도 했지만, 더 많은 수는 국민행진에 투표함으로써 기존 질서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오래 전부터 미국이나 영국에서 신자유주의가 극우파 득세의 연료가 되어온 과정이 프랑스에서는 최근 들어 더욱 집약적으로 전개된 것이다.

더 나아가 2기 마크롱 정부는 아예 국민행진과 극우화 경쟁을 벌이기까지 했다.

2022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마린 르펜이 무려 1300만 명이 넘는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것을 본 마크롱 세력은 르펜 노선을 자기네가 더 잘 실행할 수 있다고 인정받아야 르펜 바람을 저지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극우파'가 되기로 했다. 마크롱 정부는 이민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입법에 앞장섰고, 대통령 자신은 '이슬람 좌파주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무슬림 시민과 좌파를 싸잡아 비판하며 이 방면에서 르펜을 앞서려 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정치 지형이다. 국민행진과 마크롱 정부의 극우화 경쟁을 통해 극우 이념-정책은 어느덧 프랑스 정치의 '정상적' 담론이자 '중심' 의제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국민행진 의원단이 마크롱의 감세나 사회복지 축소 법안에 동의하는 모습을 본 자본가계급과 부유층은 르펜 정부를 받아들일, 아니 적극적으로 지지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조기 총선 발표 직후에 드골주의 우파정당 '공화파'의 에릭 치오티 대표는 국민행진과 함께 '반좌파 연합'을 결성하겠다고 나섰고, 이에 반발한 공화파 집행부 다수가 치오티를 대표직에서 축출했지만 법원은 이 결정이 무효라 판결했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정통 우파'의 거물급 정치인, 지식인이 속속 국민행진에 합류하고 있다.

인민전선의 후예들, 반격에 나서다

마크롱 대통령이 호기롭게 조기 총선 실시를 결단한 것은 국민행진과 1, 2위를 놓고 경쟁할 세력은 어차피 자기 당밖에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2차 투표까지 가면, 살아남은 친마크롱 후보들이 다시 '반파시즘' 여론을 자극해 현 지지율을 훨씬 상회하는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22년 대선에서 마크롱 세력, 국민행진과 3강 구도를 형성했던 좌파는 작년부터 계속 사분오열 상태였다.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좌파정당들은 선거연합을 결성하지 못한 채 따로 나와 서로를 공격하느라 바빴다.

2022년 총선 때만 해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었다. 그해 대선에서 사회당, 녹색당 같은 기존 주류 좌파정당의 후보들은 지지율이 모두 5% 아래였지만, 급진좌파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FI)'의 장-뤽 멜랑숑 후보는 21.95%를 얻으며 기염을 토했다. 비록 결선투표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2위 르펜 후보와 격차가 1.2%에 불과했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두 달 뒤 총선에서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을 자신들이 주도하는 선거연합에 합류시켰다. '신생태사회인민연합(NUPES)'이라 이름 붙은 이 정당연합은 131석을 획득하며, 앙상블(244석)에 이은 원내(총 577석) 제2세력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작년 10월 하마스의 테러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이 프랑스 좌파를 다시 익숙한 분열과 논쟁의 소용돌이에 빠뜨렸다. 사회당은 곧바로 이스라엘을 편들고 나선 반면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하마스의 민간인 공격을 '테러'라 부르길 한사코 거부했다. 이후에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침략과 학살을 규탄하는 데 앞장섰지만, 사회당은 애초에 표명한 친이스라엘 입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결국 NUPES는 사실상 와해됐고, 이에 속했던 모든 정당은 유럽의회 선거에 독자적으로 대응했다.

마크롱은 좌파가 이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리라 확신했던 것 같다. 대통령만이 아니라 대다수 논평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9일 조기 총선 발표가 있자마자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내에서 멜랑숑에 필적할 만큼 명망이 높으면서 멜랑숑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았던 프랑수아 루팽이 NUPES의 재건을 촉구하고 나섰고,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 안에서도 이에 호응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불과 하루 뒤인 10일에 네 좌파정당이 '신인민전선'이라는 이름 아래 선거연합을 복원하기 위해 협상에 나서겠다고 공표했다. 마크롱의 기습적 의회 해산만큼이나 발 빠른 대응이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좌파 성향 대중운동의 절박하고 열띤 분위기 덕분이었다. 새 선거연합 결성을 위해 네 정당 대표들이 협상을 벌이던 건물은 극우파와 마크롱 정부에 맞서 좌파 단결을 촉구하는 젊은이들로 둘러싸였다.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악에 저항하던 제1노총 노동총연맹(CGT)은 새 선거연합에는 정당만이 아니라 노동조합과 사회운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린 르펜 프랑스 민족전선(FN) 대표가 5일(현지시간) 리옹 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린 르펜 트위터

많은 프랑스인에게 이것은 결코 낯선 장면이 아니다. 1934년에 이웃나라 독일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극우 파시스트 세력이 집권 일보직전까지 약진하자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독일에서 나치 정부가 야당과 노동조합을 모조리 해산시키는 것을 목격한 프랑스 노동자들은 가두에서 극우정당 지지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한편 양대 좌파정당인 사회당과 공산당에게 파시스트에 맞선 연합전선 결성을 촉구했다.

이 대중운동을 바탕으로 '반파시즘 인민전선'이 결성됐고, 1936년 집권에 성공했다. 인민전선 정부는 극우정당들이 더 성장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프랑스 노동운동의 자랑인 최초의 여름 유급 휴가를 비롯한 노동권 확대 입법을 단행했다. 물론 더 깊이 들어가면, 좌파의 영광과 함께 한계와 오류, 비극을 수반한 복잡한 역사가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아래로부터' 건설됐던 인민전선 경험 덕분에 프랑스 민주주의의 역사가 독일과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걸은 것만큼은 분명하다.

지금, 프랑스인들 자신이 이 역사를 의식하고 있다. 그래서 새 선거연합의 이름부터가 '신인민전선'이다. 1930년대에 저지했던 역사의 '가장 나쁜' 경로를 이번에도 다시 막아내겠다는 결의가 담긴 이름이다. 주요 네 좌파정당만이 아니라 서른 개가 넘는 좌파 정치조직들이 총출동했다는 점, CGT만이 아니라 제2노총인 프랑스민주노동연합(CFDT)이나 급진적 노총인 연대노동조합연맹(SUD)도 지지를 선언했다는 점, 사회당이 포함된 선거연합을 매번 거부했던 급진좌파 성향 반자본주의신당(NPA)조차 이번에는 긍정적 입장을 냈다는 점, 금융거래과세시민행동연합(ATTAC) 같은 시민운동 조직도 합류했다는 점 등이 하나같이 이런 결기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신인민전선이 마치 마크롱의 좌익 버전인 양 '반파시즘'만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마크롱 정부의 정책 기조와 명확히 단절하고 기존 경제사회 모델을 뿌리째 흔드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모든 '반국민행진'은 지난 수십 년처럼 '시간 벌기'에 그칠 따름이다. 신인민전선은 이런 정책 전환을 '집권 후 첫 15일 계획', '집권 후 첫 100일 계획', '장기 변혁 계획'으로 나눠 발표했다(Harrison Steller, "France's New Popular Front Has a Plan to Govern", Jacobin, 2024년 6월 15일).

우선 집권 후 첫 15일 동안 펼칠 긴급 대책은, 월 1600유로(약 240만원)에 맞춘 최저임금 인상, 필수재와 에너지 가격 동결, 사회주택에 대한 긴급 재원 투입, 유럽연합 재정준칙에 긴박되지 않는 재정 운용이다. 다음으로 집권 후 첫 100일 동안 시행할 정책은, 가계 구매력 증진, 교육 개혁, 보건의료 시스템 개혁, "생태적 계획" 도입, 부자 증세의 5대 입법이다. 몇 년에 걸쳐 실시할 장기 변혁 계획에는, 공공서비스 강화, 사회주택 확대, 녹색 산업혁명, 경찰 개혁, 제헌회의 소집에 의한 개헌을 통해 '제6공화국'으로 나아가는 것 등이 포함된다. '제6공화국'의 핵심으로는, 내각제 요소 강화를 통한 현행 대통령제 개혁, 의회 선거에서 전면적 정당명부비례대표제 실시 등을 제시한다.

한편 NUPES 와해의 도화선이 된 대외정책 분야에서는 하마스의 민간인 공격을 명확히 '테러'로 규정하되 네타냐후 정부에게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며 국제 제재를 가한다는 타협안이 채택됐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조건 지지 입장을 확인했다.

미국 대선 이상으로, 인류사의 중대한 선택의 순간이 될 프랑스 총선

신인민전선의 총선 전망이 장밋빛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론조사에서 신인민전선은 국민행진과 3-5%의 격차를 보이며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투표율이 51.85%에 머물렀고 따라서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정치 실망층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면 신인민전선의 극적인 역전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1차 투표, 2차 투표로 나눠 복잡하게 치러지는 프랑스 총선이기에 단순 지지율만으로 승자를 점치기 힘든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여론조사에서 국민행진이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만만히 볼 문제가 있다.

신인민전선 자체의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 급박한 정치 일정에 맞춰 신속하게 연대를 복원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하겠지만, 그만큼 채 해소하지 못하고 넘긴 문제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에서는 일부 반-멜랑숑 성향 현역 의원들이 후보 명부에서 탈락하는 공천 잡음이 있었다. 급진좌파에 우호적인 이들조차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당내 민주주의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이 사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런가 하면 사회당에서는 마크롱 정부 등장에 가장 커다란 책임이 있는 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가 지역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신인민전선에서 사회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 인사들은 이를 "올랑드조차 우리 편"으로 해석해야 할지, 아니면 "하필 왜 올랑드가 우리 쪽에"라며 탄식해야 할지 착잡해 하고 있다. 아마도 2차 투표에 가서 상당수 지역구에서 마크롱 진영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면, 긴장과 고민, 내부 충돌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21세기형 파시즘의 돌이킬 수 없는 성장에 어떻게든 브레이크를 걸려는 프랑스 좌파의 새로운 흐름과 시도는 세계인의 뜨거운 주목과 응원을 받을만하다. 비록 단기적으로 이번 선거에서는 극우파 집권을 저지하고 좌파 내각을 수립하는 데 실패할지라도, 일단 신인민전선이 NUPES보다 더 확대된 지반을 확보하기만 한다면, 장기전의 승산은 열려 있다. 진지하게 민주주의와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이들의 반격은, 이제 시작이다.

이 점에서, 갑작스럽게 열린 이번 프랑스 총선은 올해 말에 있을 미국 대선만큼이나 인류 전체에게 중대한 선택의 기로가 될 것이다. 아니, 트럼프를 어떻게든 저지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누가 르펜과 맞대결하는가가 이후 세계사의 전개에 더 의미심장한 결과를 끼칠지 모른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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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노 응징하는 애국법 제정하라

 
남북간 합의가 파산된 데로부터 무슨 교훈을 얻어야 할까?
 
정호일  | 등록:2024-06-26 07:31:34 | 최종:2024-06-26 08:02:2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쌍방이 합의한 사항을 지키자면 그렇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꼭 고수되어야 하듯, 남북이 서로 맺은 합의 사항을 지키게 하자면 매국적 행위는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고수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매국 행위와 매국노에 대한 응징이 전제조건으로 꼭 견지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껏 남북 간에는 무수히 많은 합의를 맺었습니다. 7.4공동성명에서부터 6.15공동선언, 9월 평양선언 등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범위합니다. 하지만 결국 언제 그랬냐는 듯 도돌이표를 겪다가 끝내 휴짓조각으로 변해가기 일쑤였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만약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진다면 남북이 서로 합의하여 통일하기는 매우 어려워질 것입니다. 도리어 서로 간에 감정의 골만 깊어지게 되면서 적대적 대립, 대결만이 난무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가 잘못하면 민족이 공멸할 수도 있는 전쟁의 참화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윤석열 정권이 등장한 이래 남북이 강대강의 대결 구도를 겪으면서 실질적으로 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것 자체가 남북 간의 전쟁이 단순히 우려 사항으로 그치지 않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파국적 상황을 피하자면 남북 간에 맺은 합의가 파산된 데로부터 심각한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음으로써 전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가 맺은 합의 사항을 잘 지켜내면서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남북이 서로 합의된 사항이 지켜지지 않고 휴짓조각으로 변화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남북이 원래부터 합의 사항을 지킬 생각을 갖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합의 사항 자체가 남북이 서로 지킬 수 없는 어떤 한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여기서 첫 번째, 즉 처음부터 지킬 생각을 갖지 않았음을 그 원인으로 삼는다면 이것은 하나 마나 하는 대답으로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앞으로도 합의 사항을 지킬 생각이 없을 것이니 합의하지 말자는 것으로 될 것이고, 이것은 결국 서로 합의하는 그런 방식으로는 통일하지 말자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같은 민족인 남북이 통일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지당하니만큼 어떻게든 서로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 해답은 서로 합의했다고 하면 그것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방식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이 문제에 대한 원인을 지금껏 남북이 합의한 내용 자체가 서로 그것을 지킬 수 없는 어떤 한계를 지니고 있었는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되기에 결국 두 번째 대답으로 귀결됩니다.

그러면 지금껏 남북이 서로 합의했는데, 어떤 한계를 가짐으로써 합의 사항을 지킬 수 없는 원인으로 귀결되었던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합의 사항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전제조건이 불명확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합의 사항을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끝내 휴짓조각으로 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조국통일은 애국적 행위이자 기치이기에 이에 상반되는 매국적 행위와 매국노에 대한 응징이 전제조건으로 명확하게 고수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불명확하게 전제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흔히 서로 합의를 이루어 단결하자면 구동존이의 입장을 견지하자고 합니다.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쌍방이 서로 진실로 합의를 이루어서 단결하자면 구동존이의 입장만으로는 한계를 가집니다. 왜냐하면 구동존이는 상대방이 서로 다른 상대방을 억압하고 지배하려는 마음을 품고 있지 않은 선의의 상대자를 상정하고 전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악의를 품고 있는 경우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서로 싸우다가 이제부터 친구가 되기로 합의했다고 칩시다. 물론 그 합의는 서로 공통점을 기반으로 존중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합의를 해놓고도 상대방이 친구를 헐뜯고 비방하면서 계속 못살게 구는 악의적인 짓거리를 계속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보지 않아도 그 합의 사항은 무용지물로 전락할 것입니다. 그 때문에 합의를 지키자면 그 전제조건, 즉 친구가 되기로 한 목적에 맞게 친구로선 해서는 안 되는 사항이 일차적으로 꼭 금지되도록 명시해야 합니다. 물론 진정한 친구가 되자면 이런 전제조건의 고수와 함께 공통점의 추구가 지켜져야 하고, 동시에 참된 친구로 발전, 전개되는 과정 또한 서로 모순되거나 배치되는 현상이 나타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래야 혼란을 겪지 않고 통일적인 전망성을 가지고 참된 친구 관계로 발전시켜 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쌍방이 서로 합의, 단결하여 성과를 내자면 일치와 입체, 통일의 방법론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다시 말해 서로 간에 꼭 지켜야 할 전제조건인 일치 사항을 일차적으로 지키도록 하는 그런 전제하에,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여 입체적으로 풀어가면서, 서로 모순되거나 배치되는 현상이 발생하여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통일적인 전망성을 세워 해결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치로 볼 때 남북이 서로 합의하여 조국통일을 이루어가는 과정 또한 일치와 입체, 통일의 방법론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껏 남북 간의 합의는 구동존이라고 하여 주로 입체적 입장만이 적용되었고, 그 전제조건인 일치의 지점이 불명확한 형태로 전개되었던 것입니다. 조국통일은 애국의 기치에 의해 진행되는 것인데, 조국통일 하자고 합의해놓고는 애국의 기치에 반하게 매국적 행위를 하고 매국노 짓거리를 벌인다면 그 합의가 지켜지겠느냐는 것입니다. 자주와 평화, 민족대단결의 원칙으로 조국통일을 이루자거나 연방연합제 방식으로 서로 존중하여 조국을 통일하자고 해놓고서는 통일하려면 꼭 지켜야 할 기본 전제조건인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그 짓을 버젓이 행한다면 어떻게 합의 사항이 지켜질 것이며, 통일의 전망성을 가지고 풀어갈 수 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서로 존중하여 공통점을 추구하여 백날 합의해도 일치된 지점을 지키지 않고 그에 반하는 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용인된다면 그 합의는 언제든지 무용지물로 화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남북이 서로 합의하여 조국통일을 이루자면 일차적으로 일치된 지점을 고수해야 하기에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에 대해서는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확립해야 합니다.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를 응징하는 전제조건이 고수되어야만 그다음으로 서로 존중하여 공통 합의된 사항이 지켜질 수 있고, 나아가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일적인 전망성을 세워 풀어나감으로써 끝내 조국통일을 이룰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매국 행위와 매국노를 응징하는 것은 일치와 입체, 통일의 방법론으로 풀어나갈 때 일차적으로 지켜야 할 전제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꼭 견지되어야 할 뿐만이 아니라 민족 문제를 풀어나가는 주체가 누구인가를 놓고 보면 그 정당성이 더욱 명확하게 확인됩니다.

지금껏 민족 문제를 풀어가는 주체를 논할 때 흔히 “우리 민족끼리”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시기에서 우리 민족끼리의 구호는 그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에서 검은머리 미국인들의 모습이 너무도 많이 목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겉모습은 우리 민족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실상은 미국의 이해와 요구를 앞장서서 대변하고 있다면 이런 사람을 어떻게 보아야 하겠습니까? 여전히 우리 민족 성원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미국의 앞잡이라고 봐야 할까요?

바로 여기서 민족 문제를 풀어가는 주체는 단지 객관적 조건에서 찾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되고 주체적 징표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핏줄과 언어, 지역과 문화의 공통성은 민족의 특성을 찾는 데 있어서 일정한 객관적 징표를 의미할 뿐이지 그 자체가 민족 성원으로 되느냐, 되지 못하느냐를 결정하는 주된 요소가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객관적 요소보다는 하나의 운명공동체 집단으로 살아가려고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주체적 요구와 징표가 더 중시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운명공동체 집단으로 살아가려고 하지 않고 나라와 민족을 배반하면서 매국노 짓거리를 벌인다면 민족 문제를 풀려고 할 때 도리어 방해만 되는데 어떻게 이런 자들을 민족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주체로 설정하여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제 민족 문제를 풀어가려고 하는 주체는 객관적 징표만을 일정하게 드러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되고, 주체적 징표를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 민족끼리라고 표현하여 주체적 징표를 명확히 드러내지 못하는 측면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민족 문제를 풀어가는 주체는 나라와 민족 단위에서 하나의 운명공동체 집단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민이라고 분명하게 설정해야 하고, 동시에 외세뿐만이 아니라 매국노 또한 민족 문제를 풀어가는 데에서는 응징해야만 하는 대상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민족 문제를 풀어가자면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를 벌인 자들은 민족 성원으로 볼 수도 없고, 주체인 양 여겨져서도 안 되고, 철저히 응징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명확히 설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를 벌이는 자들을 단호히 응징해야 한다는 것은 조국통일의 목적으로 놓고 볼 때도 그 정당성이 명확히 확인됩니다. 조국통일을 이룩하려고 하는 것은 한반도 차원에서 민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입니다. 한반도 차원에서 민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이니만큼 조국통일을 이루는 데 있어서는 처음부터 높은 수준의 차원에서 이뤄질 수도 있고, 낮은 수준의 차원에서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차원에서 민의 권리를 실현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차적 과제는 한반도 차원에서 주권 문제를 해결하여 한반도 전체 민의 생명과 재산, 권리를 지켜내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한반도 차원에서의 애민과 애국의 기치로 접근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일차적으로 한반도 차원에서의 민족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한반도 차원에서의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가 벌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반도 차원에서 애민과 애국의 기치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조국통일을 이룩하는 데 있어서 남 내부에서 제기되는 잣대나 북 내부에서 제기되는 잣대로 보는 것 같은 이중적인 잣대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이중적인 잣대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남과 북이 각기 자신의 정책을 추구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얼마든지 남과 북은 자기 내부 성원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 정책을 구사하고 실현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반도 차원에서 놓고 보았을 때 그것이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에 해당되는 부분 만큼은 행해져서는 안 되고, 만약 그리 행한다면 단호히 응징하는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반도 차원에서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가 벌어지게 되면 그것은 결국 한반도 차원에서의 애국 행위가 부정되면서 주권을 찾지 말자는, 즉 한반도 차원에서 민의 생명과 재산, 권리를 지키지 말자는 것으로 되고, 이것은 필연코 조국통일을 이룩하지 못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남과 북이라는 각각의 잣대, 즉 이중잣대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조국통일 자체가 한반도 차원에서의 통일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통일을 상정하지 않고 여전히 분단된 상황으로 놓고 바라본다면 어떻게 조국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지금껏 남북이 합의했던 상황이 다 무산된 요인이 어디에 있었습니까? 한국은 군사적 주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서 외세를 끌어들여 군사훈련을 벌였습니다. 이것은 한반도 차원에서 주권이 유린되게 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매국 행위이자 매국노 짓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남한의 시각으로 놓고 방어적인 훈련일 뿐이라고 변명하면서 그런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를 정당화한다면 한반도 차원에서의 애국의 기치가 견지되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어떻게 한반도 차원에서 주권이 고수되고 민의 생명과 재산, 권리가 수호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한반도 차원에서 애국의 기치가 견지되지 못하는 조건에서 필경 남북 간에 합의 자체가 지켜질 리 없을 것입니다.

상대방을 비판하려면 자신부터 한반도 차원에서의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를 하지 않은 가운데 상대방이 그런 짓을 하면 그때 가서 비판하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는 한반도 차원에서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에 해당되는 행위를 버젓이 벌이면서 상대방이 외세의 힘을 동원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힘으로 그에 맞대응하는 모습을 비난한다면 도대체 이게 제정신이 있는 사람의 주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내로남불이라고 해도 이런 내로남불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그 때문에 이런 현상을 막자면 남의 잣대나 북의 잣대로 바라보는 이중잣대가 아니라 철두철미 한반도 차원에서 애국의 기치로 살펴보면서 한반도 차원의 주권을 제약하고 유린하는 매국적 행위에 해당되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기준으로 설정하여 바라보아야 합니다. 여기서 한반도 차원에서의 애국 행위에 벗어나는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에 해당된다면 단호히 반대하고 응징하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남북은 한반도 차원에서의 애국적 기치를 일치점으로 하여 조국을 통일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한국적 상황만 놓고 보면 개혁의 과제나 조국통일의 과업은 다 애민과 애국의 기치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동일한 내용을 갖게 됩니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는 사회 개혁의 과제와 조국통일의 과업을 수행하는 주체는 민으로 똑같고, 그 대상 또한 외세와 매국노로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래서 한국의 상황에서는 매국 행위와 매국노 짓거리를 벌이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단호히 응징해야 할 필요성이 더더욱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는 매국 행위와 매국노를 응징하기 위한 부분에 힘을 집중하여야 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애국법과 조국통일법을 제정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애국법과 조국통일법을 제정하여 매국 행위를 저지르고 매국노 짓거리를 벌이는 자들을 단호히 응징해 한국 땅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만든다면 한국 사회의 개혁은 그만큼 앞당겨질 것입니다.

조국통일 또한 지금껏 남북이 합의된 바가 무용지물로 되는 것으로 보였지만 명실상부하게 되살아나면서 다시금 효력을 발휘하는 상황으로 진전되어 나갈 것입니다. 즉 매국노에 대한 응징이 이뤄져야 한다는 그 전제조건이 확실하게 고수되고 견지되는 길로 나아간다면 한국 사회의 개혁적 과제도 명확하게 수행될 것이고, 조국통일에 있어서도 자주와 평화, 민족대단결의 원칙이나 연방연합제의 통일방식 등도 폐기되는 형태로 머물러 있지 않고 다시금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합의 사항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남북은 일치와 입체, 통일의 방법론을 철저히 구사하여 가장 멋진 방식으로 조국통일을 이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우리겨레연구소(준) 소장 정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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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아빠로서... 월 192만원 줘도 애낳기 어려운 이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6/26 08:39
  • 수정일
    2024/06/26 08:3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게 이슈] 인구 국가비상사태? 시대가 변해도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 저출생 정책

24.06.26 06:44최종 업데이트 24.06.26 06:44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주형환 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 대통령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했다. 고령화와 저출생, 국가 소멸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향한 정면 돌파 의지가 느껴진다. 아무리 수많은 예산을 쏟아부어도 개선되지 않던 저출생 문제가 이번에는 해결될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출생률 관련 정책에 전혀 공감이 안 간다. 삶의 형태는 변하지만 정책은 한결같이 외길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육아가 힘든 원인도 다양할 터인데, 국가는 그저 '돈 더 줄 테니 얼른 자녀 낳아'라고 다그치는 것 같다.

취업난, 각자도생, 내 집 마련이라는 냉혹한 현실에서 결혼과 출생을 향한 시선은 싸늘하다. 근속 가능한 연수는 점점 짧아지는데 기대수명은 오히려 늘어났다. 가족을 돌보기는커녕 나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국가비상사태를 운운하며 출생률 증대를 호소하는 것은 얼마나 공허한가.

저출생 공약에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정책이 있다. 바로 육아휴직제도이다. 대통령은 출생률이 낮은 가장 큰 원인이 낮은 육아휴직 사용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육아휴직 정책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육아휴직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생계였다. 육아휴직자는 월 최대 150만 원의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75%인 112만 원만 수령할 수 있었다. 나머지 25%는 '사후지급금'이라고 해서 복직 이후 6개월을 근무해야 받을 수 있다. 당장 돈이 필요한 건 복직 이후가 아닌 휴직기간이었는데.

2023년 최저임금 적용 기준 1달 급여는 206만 원이다. 최저임금 기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육아휴직급여 112만 원으로 4인 가족이 생활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생존을 위해 휴직 기간 내내 단시간 일자리를 알아봐야 했다. 기존에 일을 하지 않았던 아내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림에 힘을 보탰다.

앞으로는 육아휴직을 쓸 경우 월 112만 원이 아닌 월평균 192만 5000원의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던 사후지급금도 폐지되어 기존 육아휴직에 비해 제법 개선된 느낌이다. 하지만 매달 192만 원의 육아휴직급여를 준다고 해서 출산 계획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자녀를 가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는 주체는 국가이지만 노동자가 속한 곳은 기업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대체인력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회사는 피해를 입지만, 국가는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책임을 질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공백을 대체하지 못할 경우 새로운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은 구성원 모두에게 부담을 준다. 정부는 휴직으로 인한 대체인력 채용을 위해 직원 1인당 월 120만 원의 대체인력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대체인력은 기존 인력보다 생산성과 숙련도가 떨어진다. 처리되지 못한 일은 고스란히 다른 직원들이 떠맡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육아휴직을 써야 한다고 주구장창 외치고 있다.

실행 가능성 없는 일방통행 정책

 

▲ 서울의 한 공원에서 어린이집 교사와 아이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 연합뉴스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63만 2000명으로 인구의 약 10%, 전체 취업자 중 20.1%를 차지한다. 이들 중 75.8%인 426만 7000명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들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윤을 남기는 구조는 기업뿐 아니라 자영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직장인들과는 달리 이들은 육아휴직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들쑥날쑥한 매출, 휴일 없는 일상, 자녀 돌봄에 취약한 이들의 삶은 '출산'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자영업자가 많은 산업구조임을 감안한다면, 지금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육아휴직'보다는 자영업자를 도울 수 있는 정책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양육과 돌봄 정책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국가는 직접 양육을 책임지는 '퍼블릭 케어'를 시행하겠다고 한다. 5세 이하 아이들에게 무상교육과 보육을 확대하고, 2026년부터는 학년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이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이다.

출산율 감소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가 실시간으로 문을 닫고 있다. 수익은 낮으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소아과는 모든 의사에게 외면받는다. 한 기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 250개 시·군·구 중 22곳은 산부인과가 아예 없다고 한다. 산부인과는 있지만 분만이 불가능한 시·군·구는 50곳에 달한다고.

열악한 분만 환경은 곧 원정 출산으로 이어진다. 알람 시간을 맞춘 것처럼 정확한 타이밍에 아이가 태어나지 않기 때문에 부모는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출산을 위해 해외로 가야 할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아이들 낳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병원도,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칠 인력도, 아이가 아플 때 치료를 해줄 의사도 부족한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서 국가가 직접 양육을 책임진다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무공감은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실행 가능성이 없는 일방통행 정책은 아무런 힘이 없다. 투입되는 예산은 늘어나지만 출생률은 오히려 떨어진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출산 강요보다는 살기 좋은 나라가 우선

 

▲ 지난 2월 28일 분기 출산율이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며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통계청 '2023년 출생·사망 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24만 9200명)보다 1만 9200명(7.7%) 줄어들며 지난해에 이어 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 연합뉴스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자신이 바보인 걸 알아야 해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순간 앎이 시작되거든요."

유시민의 말처럼,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무지할 수 있다. 모르면 물어보거나 배우면 된다. 관련된 책을 읽거나 권위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대통령도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방통행으로 정책을 만들고 국민과 소통한다면,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만약 진심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해결하고 싶다면, 지금과 같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해외순방보다는 국민들에게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왜 대한민국 미래는 희망이 없다고 하는지, 왜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지, 언제부터 결혼과 출산이 외면받는 게 당연한 나라가 되었는지, 어린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어떤 세상을 바라는지.

사실 이런 글을 쓰는 적합한 주체는 저출생과 가장 밀접한 당사자인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 사안에 대해 남자인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고, 할 말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께 글을 쓰는 시민기자들에게 이런 내 생각을 말했다. 웬걸, 그녀들은 이 글은 아빠인 내가 무조건 써야 한다며 한사코 우겼다.

왜 출산의 주체인 여자가 글을 쓰는 건 안 되고 남자인 내가 글을 써야 하냐고 물었다. 이해가 안 된다는 나의 질문에 이런 답변이 달렸다.

"아무리 대한민국 최상류 학부를 나오거나 관련 전공자라 하더라도 여자가 이 주제로 말하면 욕받이가 돼요. 저출생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는 여성이지만, 여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순간 '페미년'으로 치부되죠. 반면 기혼 남자나 아이 아빠, 또는 미혼 남자가 출생률 관련 이야기를 하면 그래도 사람들이 듣기는 하거든요."

여성은 건강과 커리어, 미래를 포함한 자신의 삶 전체를 쏟아부어야만 출산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속절없이 낮아지는 출생률은 자신의 삶과 출산을 맞바꾼 여성의 삶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국가 비상사태'를 외치는 것은 '출생률 개선'이 아닌 '국가소멸'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행동이 아닐까.

두 자녀의 부모로서 내가 바라는 국가의 모습은 최소한의 복지가 제공되는 나라이다. 소득의 크기나 사는 지역에 상관없이 어느 곳이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정 출산이 아니라도 분만이 가능하고, 아이가 아플 때 갈 병원이 있으며, 어디에 살든 보육시설과 학교가 있는, 매일 부모가 자녀 돌봄의 공백을 걱정하며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초저출생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이 반드시 버려야 할 대상으로 '경쟁'을 꼽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20년간 학업에 시달린다. 운 좋게 입시경쟁에서 승리한 이들은 더욱 고난도 코스인 '취업'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한경쟁이 이어지는 삶이라면, 결혼과 출산을 해야 할 당위성을 찾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지 않을까.

저출생 공략이 조금이라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돈이 아닌 삶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 같다.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내가 행복하지 않은 세상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부모는 없으니까. 가정과 학교, 일터에서 자녀와 부모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브런치에도 게재합니다.

#저출생 #정책 #육아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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