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정의당 10년, 농사 안 짓고 곳간만 털었다”

등록 :2022-08-27 07:00수정 :2022-08-27 11:50

[한겨레S] 커버스토리
이정미 전 대표 “우린 왜 폭망했나”

당원 느낄 패배감에 잠도 못 이뤄
“정의당 거의 무정부 상황 된 듯…
변화 향한 국민 기대 충족 못 시켜”
‘진보정당 합치는 건 위험’ 판단도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가 지난 23일 인천 연수구 한 카페에서 “당이 거의 무정부 상태가 된 것 같다”며 무거운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가 지난 23일 인천 연수구 한 카페에서 “당이 거의 무정부 상태가 된 것 같다”며 무거운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지역구인 인천 연수구 한 카페에서 지난 23일 만난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저도 한동안 아무 얘기를 할 수가 없어 인터뷰를 거절해왔다”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정의당이 창당 10년 만에 공멸할 것이라는 극단적 얘기를 듣는 상황입니다.“당이 거의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상황이 된 것 같아요. 당원들에게도 뭘 해도 잘 안될 것 같다는 패배감이 짙게 깔려 있어요. 창당 주역 중 한 사람, 10년 동안 당을 이끌어왔던 한 사람으로서 이런 현실에 밤잠이 안 올 정도예요. 너무 마음이 무거워요.”

 

지는 정당, 성장 없는 정당

 

―정의당이 지난 10년 동안 뭘 했길래 이렇게 폭망했나요?

 

“농사를 안 짓고 있는 곳간만 털어먹은 거죠. 정의당을 창당할 당시에 우리는 진보 집권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목표와 정치 프로세스,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개혁 연대를 이뤄내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진보적인 정권교체까지 만들어내겠다는 꿈이 있었죠. 지난 10년, 그 프로세스를 향해 노력해온 과정은 분명히 있었죠. 그런데 왜 교섭단체가 돼야 되는지, 정권을 주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 건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그 농사를 저는, 잘 못 지었다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거죠?

 

“지난 10년 고용시장 안에서 밀려난 사람들에 대해 복지를 하겠다고, 양적으로 어떻게 (복지를) 더 강화할 것인가에 상당히 매달려왔던 시기였다고 봐요. 이번 대선 슬로건도 복지 국가를 만들자는 얘기였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느끼는 건 그런 수준으로 이 사회가 바뀔 것 같지 않다는 거예요. 전세계 주요 기업가들이 모여 ‘이제 더 이상 주주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그런 시대로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얘기할 정도로 자본주의 전체의 어떤 위기가 나타나고 있어요. 정의당은 어떤 답을 줄 것인가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우리를 갈고닦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있는 도끼만 가지고 계속 나무를 치다 보니까 도끼날이 다 망가진 거예요. 정의당이 어떻게 진화를 할 건지, 그걸 해결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촛불집회 이후 정치적인 민주화, 그걸 적폐청산이라고 얘기할 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경제적인 민주화를 우리가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지, 정의당은 더 자기 목소리를 냈어야 되는데 그런 독자적인 목소리도 희미해졌거든요. 여기에 내부적인 문제가 터져도 어떤 위기 관리도 안 되는 모습을 반복해 보여주다 보니 유권자들은 정의당은 이제 스스로 성장하려는 모습도 안 보인다, 맨날 지는 정당, 맨날 (지지율) 3~4% 하는 정당한테 계속 투자하기 싫다고 하는 상황까지 왔다고 봐요.”

 

―이정미 대표님도 2017~2019년 당대표를 지냈고, 정의당 리더십을 구성한 핵심이었잖아요.

 

“도끼날을 벼르지 못한 책임이 저한테도 있는 거예요.”

 

―‘민주당 의존 전략’ 때문에 폭망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요.

 

“그렇게 얘기하면 답이 간단하잖아요. 그다음부터 민주당하고는 그렇게 안 하면 되니까. 국민에게 이로운 것이라면 국민의힘하고도 손을 잡아야 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정의당이 민주당하고 뭘 같이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문제를 너무 단순화시키는 거예요.”―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단식까지 해 관철했는데 성과를 못 냈어요. 잘못된 길이었나요?“정의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사활을 걸었던 게 잘못된 일은 아니죠. 정말 중요한 일이었는데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정의당의 힘이 너무 약했던 거죠. 민주당 욕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어요. 우리가 그 합의를 끝까지 관철시키지 못하고, 그런 꼼수를 써도 되는 어떤 지경까지 갔는데 국민들의 저항이나 위성정당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고, 그건 이번에는 정의당한테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는 국민의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던, 결국 우리의 힘이 문제죠. 조국 논란엔 검찰 개혁이 우선돼야 하냐, 아니면 소위 민주화 세력이 공정성 자체를 해치면서까지 기득권을 유지해나가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경종을 울려야 되냐? 이 두가지가 경합을 하고 있었는데 정의당이 제 목소리를 못 내니까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정의당을 충분히 키워서 거대 양당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만들어줘야 되겠다라고 하는 이 명분 자체도 약화한 거죠.”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어쩔 수 없이 만드니 정의당도 함께하자, 정의당에 충분한 의석을 배려하겠다, 이런 제안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진실이 뭔가요?“

 

그렇게 제안을 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 위성정당으로 살아남은 당은 시대전환 1석, 기본소득당 1석이고, 나머지는 민주당으로 다 간 거예요. 결국 누구를 위한 위성정당이었냐는 이 결과가 증명하는 것이죠.”

 

“진보 정치 세력, 무엇을 어떻게 할까

 

―민주당 제안에 응했다면 의석 확보에 더 성과를 내지 않았겠냐고 얘기하는 이도 있어요?

 

“그랬다면 정의당이 지금까지 존재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지금 당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냥 민주당으로 들어가지 왜 그렇게 해요.”

 

―진보 원로인 권영길, 천영세 전 민주노동당 대표 등은 진보정당이 하나 되려는 노력 없이 다음 총선에 나서면 정의당이든 어느 진보정당이든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씀하시던데요.“

 

지금은 각각의 진보정당들이 좀 더 업그레이드된 자신을 만드는 자강의 노력을 더 철저히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정의당이 내부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강화할지에 대한 노력 없이 진보정당을 다시 합치자고 하는 건 저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꼭 하나의 정당이 아니라도 어떤 선거 시기에 굉장히 유의미한 선거 연대를 할 수 있어요. 그런 노력은 끝없이 해나가야 되겠죠.”

 

이정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진보정의당 최고위원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
-정의당 대표
-정의당 총선기획단장(2019년)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뉴스AS] 화재에 대피 못한 시각장애인…살릴 방법 있었다

등록 :2022-08-26 14:33수정 :2022-08-26 18:11

화재로 대피 못한 시각장애인 50대 여성 숨져
해당 주택 스프링클러 등 화재감지기 설치 안 돼
소방청 ‘119 안심콜’ 당사자 직접 등록해야
“정부 차원 종합 긴급 구조 시스템 갖춰야”
24일 오전 0시 27분께 서울 은평구 역촌동의 한 다세대주택 2층에서 불이 나 50대 시각장애인 여성이 숨졌다. 은평소방서 제공.
24일 오전 0시 27분께 서울 은평구 역촌동의 한 다세대주택 2층에서 불이 나 50대 시각장애인 여성이 숨졌다. 은평소방서 제공.

“엊그제까지만 해도 이사 갈 집 알아봐 준다고 연락했었는데…새벽에 누님이 사망했다는 전화 받고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어요. 너무 황망하죠.” (화재로 숨진 50대 시각장애인 ㄱ씨 동생 최아무개씨∙50)

 

 지난 24일 서울 은평구 역촌동 빌라 4층에 살던 50대 시각장애인 ㄱ씨가 아래층에서 난 불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끝내 숨졌다. 2층에서 시작된 화재에 이웃주민 4명은 대피해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앞을 볼 수 없었던 ㄱ씨는 현관문 앞에서 쓰러진 채 소방관들에게 발견됐다. 재난 속 장애인들의 잇따른 희생을 막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안전·구조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ㄱ씨 빈소에서 만난 동생 최아무개(50)씨는 갑작스레 떠난 누나의 사망 소식에 황망해했다. “누나가 그 빌라로 이사 간 지 보름도 안 돼서 집주인이 ‘나가 달라’고 했대요. 누나가 시각장애도 있고 정신장애도 있다는 걸 알아서 그런가봐요. 제가 누나에게 새로 이사 갈 집을 알아봐 준다고 바로 엊그제까지 통화도 했었는데….

 

숨진 ㄱ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이자 중증시각장애인으로 한달 120시간, 하루 5시간의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불이 난 새벽 시간에는 활동지원서비스 없이 혼자 있었다. 경찰과 소방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ㄱ씨가 살던 4층 다세대 주택 건물에는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의무 설치 대상도 아니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8조는 다가구·다세대 주택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하도록 했지만 처벌 조항은 없다. 또한 해당 건물에는 계단 외 별도의 대피 통로도 없었다.

 

지난 8일 밤 폭우를 비롯해 반복되는 재난 속에서 잇따르는 장애인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안전·구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는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가정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장비 10만여대를 설치해 화재·낙상 등 응급상황 발생 시 실시간으로 소방서와 연계하는 ‘응급안전 알림 서비스’를 발표했다. 소방청도 지난해부터 개인정보, 병력, 복용 약물, 보호자 연락처 등을 등록하고, 응급 상황이 생겨 119에 신고가 접수될 경우 현장 출동 대원에게 미리 입력해둔 개인정보가 전달되는 ‘119 안심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 지원 대상이 한정돼 있고, 서비스 자체를 장애인 당사자들이 모르는 경우도 많아 구조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숨진 ㄱ씨는 소방청의 ‘119 안심콜 서비스’에 등록돼 있지 않았다. 은평소방서 관계자는 “안심콜 서비스는 거동이 불편하신 장애인·노인 분들이 직접 소방 쪽에 연락해 등록해야 한다”고 했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은 <한겨레>에 “현재는 장애인들이 소방서에 응급 알림 서비스를 직접 신청해야 하고,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이런 서비스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장애인 등록 정보가 해당 지역 관할 소방서로 자동 공유되는 시스템을 정부가 종합적으로 구축하면, 화재 같은 비상 상황 발생 시 재난 문자부터 빠르게 발송되고 소방 당국도 미리 장애인 정보를 알고 구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5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화재사고를 비롯하여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에서도, 폭우로 인한 홍수 등 수많은 재난상황이 발생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안전에는 등한시하고 있으며, 사과는 물론 기본적인 대책 마련도 없는 상태”라며 “재난상황에서 취약계층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며, 중증장애인의 안전한 삶이 보장될 수 있도록 강력히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미연합군사훈련, 한미일 다국적 군사훈련 반대한다’

서울겨레하나, 시민들에게 전쟁위기와 평화를 호소하다

  • 기자명 강혜진 통신원 
  •  
  •  입력 2022.08.26 22:14
  •  
  •  댓글 0
 

현재 한반도에서는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을지프리덤실드(Ulchi Freedom Shield, UFS)’라는 이름으로 한미연합전쟁연습이 진행 중이다. UFS는 ‘을지프리덤가디언(Ulchi Freedom Guradian, UFG)’ 훈련이 5년 만에 부활한 훈련이다. ‘자유의 방패’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오히려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중, 미러, 북미대결 구도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전략 자산이 야외에서 실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북과 중국, 러시아까지 강경하게 대응하고 나서는 등 전쟁 위기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겨레하나는 8월 월례항의행동을 일본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연설로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강혜진 통신원]
서울겨레하나는 8월 월례항의행동을 일본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연설로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강혜진 통신원]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긴장이 높아지고 전쟁 위기가 여느 때와 다르게 체감되는 가운데, 서울겨레하나는 ‘한반도, 동북아 위기 고조시키는 한미연합군사훈련, 한미일 다국적 군사훈련 반대한다’라는 주제로 8월 월례항의행동을 일본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연설로 진행했다.

질적으로 달라진 한미연합군사훈련, 반중 전쟁연습으로

서울 대학생겨레하나 김수정 대표는 “이번 훈련은 신속한 전시체제로의 전환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개전 시 미국의 지휘 하에 국민을 앞세우겠다는 의미다. 전쟁은 물론이고 전쟁 위기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도 싫다. 한미연합훈련은 멈춰야 한다”라고 연설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연습은 기존 연합훈련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모든 한미연합훈련 자체가 전쟁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지만, 이번 전쟁연습은 대중국 봉쇄와 적대, 무엇보다도 선제 타격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 중 ‘퍼시픽 드래곤(Pacific Dragon)’은 해상에서의 MD(Missile Defense, 미사일 방어 체제)로 이는 한미동맹의 본래 목적인 대북 방위보다는 최근 미국의 대중국 전략인 해상 봉쇄에 더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전쟁연습은 일본 자위대를 비롯한 친미 진영의 제 국가가 참여하는 본격적인 반중 전쟁연습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겨레하나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연설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강혜진 통신원]
서울겨레하나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연설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강혜진 통신원]
서울겨레하나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연설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강혜진 통신원]
서울겨레하나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연설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강혜진 통신원]

강태영 청년 회원은 “한미연합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일본을 포함한 다국적 군사훈련의 본질은 중국을 적대하고 전쟁조차 주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미국은 그동안 유지해온 패권이 붕괴하려고 하니까 중국을 무너뜨리고 패권을 되찾겠다는 것이 이번 전쟁연습 의도의 본질”이라고 짚었다.

다국적 군사훈련으로 긴장 고조되는 동아시아

지난 8월 23일에는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orea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KADIZ)을 침범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러시아가 전쟁연습에 대한 항의 의미로서 무력 시위를 한 것이 아니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영욱 청년 회원은 “러시아의 전략폭격기가 동해에 나타났다고 하고 미국의 헬기와 탱크가 우리나라에서 전쟁훈련을 벌이고 있다”며 “요즘 뉴스를 보면 눈을 의심할 때가 많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일연합훈련은 그 규모가 2020년 대비 2.2배 증가했다. 한미 국방 당국 회의에서는 한미동맹의 작전 범위를 인도-태평양으로 확대하여 대중국 봉쇄를 위한 군사행동에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일본은 『방위백서』에 대만을 언급하면서 대만을 빌미로 아시아 재침략의 구실을 삼겠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 청년겨레하나 전지예 대표는 “이제 일본은 이를 빌미로 군비 증강과 자위대 대신 정규군 보유를 주장하고 있다”며 “중국도 기존 군사훈련과 달리 기존의 대만해협 중심에서 산동반도와 서해상에서 실사격 훈련과 대규모 군사 시위를 전개하면서 그 범위를 점차 한반도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서 전 대표는 “지지율이 바닥인 윤석열 정권은 전쟁연습을 위험성을 모르면서 전쟁 위기를 지지율 회복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어리석은 발상을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때

김영욱 회원은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그 모든 것도 부질없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려면 평화를 말하는 것뿐이다. 지지 정당, 세대, 성별과 무관하게 우리 모두에게 닥쳐올 일이다. 바로 지금, 당장 평화를 이야기하자”라고 발언했다.

이날 서울겨레하나 회원들은 한미연합군사훈련, 한미일 다국적 군사훈련 반대의 내용이 들어있는 유인물을 일본 대사관 앞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활동도 진행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단독] "이유도 모른채 맞았다"…폭행·성희롱·갑질한 코레일테크 사업소장

"소장 말은 곧 법이었다"…코레일테크, 해당 소장 피해자와 분리조치

기사입력 2022.08.26. 16:11:57 최종수정 2022.08.26. 16:33:53

 

열차 차량 청소 등을 담당하는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테크에서 폭행, 성희롱, 갑질 등이 지속적으로 자행되어 왔다는 증언이 제기됐다. 소장의 지시에 따라 술자리에 동행하지 않으면 무시와 냉대를 당하거나, 이유를 모른 채로 머리에 발길질을 당하는 등의 피해가 있었다고 당사자들은 주장했다.

<프레시안>취재를 종합하면 코레일테크 분당차량환경사업소 A소장으로부터 소속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폭행, 성희롱, 갑질 등 피해가 발생해 지난 22일 고용노동부에 진정서가 접수됐다. A소장은 같은 날 피해자들과의 분리조치를 위해 수서차량환경사업소로 자리를 옮겼다. 

<프레시안>은 피해를 제기한 3명의 코레일테크 분당차량환경사업소 소속 노동자들을 만났다.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열차 차량의 청소를 담당하는 청소노동자였다. 이들은 입을 모아 "항명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한 노동자는 "소장 말이 곧 법이나 다름 없었다"며 코레일테크 분당차량환경사업소의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A소장은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고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코레일테크 본사 측은 "피해자와의 분리를 위해서 (A소장에 대한) 발령조치를 했다"며 "피해자 측의 요청이 있어서 조사를 진행중에 있다"고 밝혔다. 

"테이블을 손으로 짚고 날아서 뒤통수를 내려찼다... 이유도 모른 채로 맞았다" 

 차량 청소를 20여 년간 담당해왔던 60대 남성 B씨는 2020년 10월 소장이 자신을 사무실로 불러서 갑자기 발길질을 했다고 말했다. B씨는 "그날도 청소를 하고 있는데, 소장이 'OOO(B씨의 이름) 너 이 새끼 사무실로 들어와. 할 얘기 있으니까'라고 불렀다"며 "욕을 하면서 부르니까 겁을 먹은 상태로 소장실로 올라갔다"고 했다.

B씨는 "소장실로 올라가니 다른 팀 팀장과 A소장이 있었다. 자리에 앉으라고 해서 앉으니 갑자기 A소장이 한쪽 손으로 테이블을 짚고 날아서 뒤통수를 두 번이나 찼다. '때려 죽이겠다'며 별안간 발차기를 했다"며 "다른팀 팀장도 말리지 않고 보기만 했다"고 했다. B씨는 "이유도 모른 채로 맞았고, 순간 소장과 싸우고 때려 치우려고 했는데 먹고 살려고 참았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이 일을 했던 다른 동료가 A소장을 찾아가 '나를 그만 괴롭히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화풀이를 하려고 나를 불러다 발길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소장은 B씨가 속한 팀을 모두 불러모은 뒤 B씨가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폭행을 한 사실을 밝히며 폭언을 하기도 했다. B씨는 "식당에 우리 팀 전 직원을 앉혀 놓고 소장은 'OOO(B씨의 이름)를 때려 죽여버리려고 했다'며 수화기를 내리쳤다. 나를 때린 것도 모자라 전 직원 앞에서 나를 무시하고 창피를 주었다"며 "전 직원들이 이 상황을 알고 있지만 소장의 말에 항명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소장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말했다.

B씨는 관련 사건으로 인해 "뜬 눈으로 일주일 정도를 보낸 것 같다"며 "A소장의 얼굴을 볼 생각에 출근하기가 싫고, 열 받고 화가 났다"고 주장했다. 

 

 

  A소장은 B씨에게 무리한 업무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B씨는 "6량 짜리 열차 막차를 혼자 3개월 동안 청소했다"고 했다. 열차 막차 청소는 열차 내 토사물과 같은 오물 청소를 해야하고, 늦게 끝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일로 꼽힌다. 그는 "2인 1조로 해야 하는 일인데 혼자 했다"며 "차량 기관사와 신호수가 '왜 혼자 막차를 타냐, 사고 나면 어떡할 거냐'고 했지만 감히 문제 제기를 할 수가 없었다.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고 전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A소장은 코로나로 격리중이었던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폭행사실을 기억하냐고 물었다고 했다. B씨는 "A소장이 갑자기 전화가 와서 '코로나에 걸렸는데 괜찮냐'고 했다. 그런 전화를 할 사람이 아닌데 전화가 왔다. 그러더니 '자신이 때린 적 있냐'고 물었는데 코로나에 걸린 채로 정신이 없어서 아니라고 답했다. 이후에 한 번 더 전화가 와서 '자신이 때린 적 있냐'고 물어서 분명히 때렸다고 말을 하니 그 뒤로는 전화가 안 왔다"고 밝혔다.

B씨의 동료인 C씨는 B씨가 한글을 모르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A소장이 B씨에게 폭력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B씨가 얼굴이 엄청 창백해져서 툭 치면 금방 쓰러질 것 같은 모습으로 소장실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나 맞았어'라며 'A소장이 발로 자신의 머리를 찼다'고 했다"며 "B씨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한글도 모르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사람이라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 가라고 권유했지만, 병원에 갈 사람이 아니다. 약을 사먹으라고 했는데 약 이름도 몰라서 '청심환'을 사먹으라고 가르쳐줬다. 그 정도로 세상 물정에 어둡다"며 "(회사 문화가) 이런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그러지 못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나를 '여자친구'라고 불렀다... 술자리를 거부하면 '투명인간' 취급했다" 

여성 노동자인 D씨와 E씨는 A소장으로부터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술자리 참석을 강요했고 그 술자리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소개"하거나, "악수를 하자며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간질였다"는 등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고 그들은 밝혔다. A소장은 술자리 동행을 거부할 시 이들을 냉대하고 무시하는 등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고 토로했다.

40대 D씨는 지난 2월 경 기간제 노동자로 코레일테크에 입사했다. 공무직 전환을 앞두고 불이익을 받을까 그간 A소장의 성희롱과 갑질을 참아왔다고 그는 밝혔다. D씨는 "소장은 인사권을 무기로 협박해왔다. '최종합격이 되도 공무직 시보 3개월이 있는데, 그 기간동안 내가 66점을 줄 수도 99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며 "내가 A소장의 손아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력으로 인정받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사람의 비위 하나에 합격할 수도 있고 불합격 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D씨는 "처음에는 소장이 밥을 먹자고 하더니, 나중에는 사적인 모임 자리에 데려가기 시작했다"며 "'제가 왜 그 자리에 가야 하냐'고 물으니 '여자친구라고 하면 되지'라고 답했다"고 했다. 이어 "이후에도 술자리 참여를 강요했고 술자리에서 소장을 칭찬하고, 술을 따라주고 술을 받고 한마디로 '술 상무'로 소장의 비위를 맞춰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D씨는 "술자리 비위를 맞추면 다음날 해장국까지 사주면서 편하게 대해주지만, 술자리 동행을 거부하면 투명인간처럼 대했다"며 "술자리에 가서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D씨는 "소장의 제안을 거부하자니 보복이 두려웠다"며 "소장 말이 곧 법이나 다름 없었다"고 했다. 

D씨는 또 A소장이 "자기 말에 말대꾸를 하면 '항명'이라고 표현했다"며 "그 분이 하는 말씀 중 '기지로 정중히 모시겠습니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출퇴근 거리가 먼 기지(청소를 해야하는 차량이 있는 역사)로 보내버리겠다는 협박성 말을 노동자들에게 일삼았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정은영)

또 다른 여성 노동자인 E씨도 A소장이 청소 업무에서 행정 업무로 전환 기대감을 품게 하며 자신에게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E씨는 "현장에서 청소 업무를 하는 직원 중 젊은 여성 직원들에게는 행정 업무로 전환 시켜줄 것처럼 기대감을 심어주고 개인적인 술자리에 참석시켰다"고 했다. 

E씨는 "개인적인 술자리를 갖거나 하면 '너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등의 말을 하며 스킨십을 하기도 했다"며 "지하철 안에서 A소장이 악수를 한다며 손을 잡고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사람들 눈도 많고 눈치가 보여서 뿌리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또 한 번은 역사로 가는 길에서 마주쳤는데 거기서 또 악수를 청하면서 가운데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간질였다"며 "스치는 잠깐 사이에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E씨도 다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A소장에게 '항명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항명할 수 없었다"며 "소장은 자기 말에 문제 제기를 하거나 바른 말을 하면 '항명한다'고 표현했다"고 했다. 이어 "소장에게 인사권이 있고 (노동자들은) 다들 생계 문제가 있으니까 부당한 지시를 거절하지 못했다"고 했다. 

A소장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터뷰 거절하겠다" 

A소장은 그러나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A소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회사에 제가 감사를 요청해서 감사가 진행중이고 끝날 때까지 이 사건에 대해 답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A소장은 "감사 결과에 따라 대응을 할 것이니 인터뷰는 거절하겠다"며 "감사가 끝나고 난 뒤 (피해를 제기한 노동자들에게)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니 사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테크 본사 측은 "피해자의 요청에 의해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변명규 코레일테크 경영관리본부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수도권 지사에서 보고를 받았다. 지금 소장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소장을 다른 곳으로 발령냈다"며 "피해자와의 분리를 위해서 발령했고 (관련 내용을) 조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변 본부장은 "피해자 제보는 며칠 전에 접수가 되었고 조사 중인 사안이라 정확한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전수 조사를 예정 중에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 감사실에 조사를 의뢰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코레일테크 노동자가 소속된 철도노조는 외부 기관을 통한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정식 철도노조 조직국장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고 이 일로 인해 피해자가 어떠한 인사상의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며 "내부 감사가 투명하지 못한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외부 기관에 감사를 요구했고,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를 요구했고, 분당 차량환경사업소만의 문제가 아니니 전수조사를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단독] '윤석열 발언' 비판했다고... 경찰, 교사 소환

'윤 선제타격론' 비판 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교육청 이어 수사기관까지?

22.08.26 15:49l최종 업데이트 22.08.26 18:52l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정국 운영 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정국 운영 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심화국어' 수업시간에 전쟁소설을 가르치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북한 선제타격론을 비판했던 경기도의 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교사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개시했다. 교사의 수업활동에 대해 수사기관이 개입한 것은 근래 들어 이례적인 일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관련 기사: [단독] '윤석열 발언' 비판 교사, 중징계 요구 논란 http://omn.kr/20emh ).
  
26일 오후 2시,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안산지역 A자사고 B교사를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벌이는 죄명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대통령 발언 비판이 선거법 위반?

국민의힘은 지난 5월 26일 언론 공지를 통해 "안산시 소재 고교 국어교사가 선거운동 금지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고3 학생들에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방·음해한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었다. <오마이뉴스>가 살펴본 고발장에 따르면 고발인은 "교육의 정치 중립성은 헌법(제31조4항)과 법률에 의해 보장되므로 사립학교 교원은 정치 중립의무를 준수하여야 하고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런데도 B교사는 5월 17일 윤 대통령이 '나치'로 묘사된 PPT 화면을 사용하면서 대통령의 북한 미사일 선제타격 발언을 비난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반지성'을 인용해 윤 대통령 등을 반지성주의자들이라고 언급하거나 대통령 등이 '빨갱이 선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로써 B교사는 6월 1일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특정 정당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의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선거운동을 했다"고 덧붙였다.

안산상록경찰서가 이첩 받은 고발장이 국민의힘이 수사기관에 접수한 고발장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고발장 내용에 대해 법조인들과 B교사는 "법률해석도 틀리고, 당시 B교사의 발언 내용도 확대·왜곡돼 있다"고 반박했다.

고발인이 '정치중립 위반' 근거로 든 헌법 제31조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문제를 전문으로 다뤄온 박은선 변호사는 "이 헌법 조항은 교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의 정치중립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매카시 비판인데..." 발언 내용도 과장돼

고발인이 주장한 B교사의 발언 내용도 실제와 차이가 있다. 고발인은 "B교사가 '대통령 등이 빨갱이 선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주장했지만, 대통령이 아닌 미국 상원의원을 비판한 것이었다.

<오마이뉴스>가 당시 수업 녹취록을 직접 살펴본 결과다. 이 녹취록은 경기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던 학생이 녹음한 것이다. B교사의 해당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반지성이 뭔지 알아요? 매카시즘이라는 열풍이 불었어요. 미국사회에. 매카시라는 상원의원인가 이 사람이 그야말로 빨갱이 사냥 선풍을 일으켰어요."
  
또한 고발인은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특정 정당에 대해 반대의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B교사는 당시 수업에서 특정 정당을 거론하지도, 비판하지도 않은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확인됐다. 다만 B교사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 자녀를 군대에 보내지 않은 기득권층에 대해서 비판 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을 '나치'로 묘사했다"는 고발인 주장에 대해 B교사는 <오마이뉴스>에 "한 언론사 만평을 PPT 수업자료 한 구석에 실었던 것"이라면서 "실제 수업에서는 이 만평에 대해 언급하지도 않았고, '나치'란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B교사는 "평화의 중요함을 가르치기 위한 해당 수업자료는 이미 지난 4월 중순경에 모두 만들었고 EBS 교재에 나온 박완서의 <겨울나들이>를 가르치는 시간에 맞춰 뒤늦게 활용한 것이며,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기도교육청 산하 안산교육지원청은 지난 6월 20일 A고에 '성실 의무, 품위 유지의 의무 위반'을 들어 B교사에 대해 '중징계(정직 1월)'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A고는 지난 7월 26일 교원징계위를 열었고, 지난 8월 18일 '감봉 1개월'이 적힌 징계통보서를 B교사에게 보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선·동아 "국정에 무슨 도움?" ‘김건희 팬클럽’ 해체 요구 사설까지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2.08.26 07:30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김건희 리스크’ 이어지나, 장모 최씨 동업자에 5억 원 배상 판결 
전 정부 탓하던 윤석열, 참모들에겐 “정 정권 탓 말아야”…이지성 여성비하 발언에 당사자들 반발

윤석열 대통령의 대외비 일정이 김건희 여사 팬클럽을 통해 유출되면서 논란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26일 사설에서 이 사안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해당 팬클럽의 존재 가치를 되묻고 국정에 도움되지 않는다며 자진 해산을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팬클럽 해체와 함께 이번 일정 공개 유출 경위를 조사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 외에도 일부 매체에서 사설을 통해 팬클럽 해체를 주장했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 여사의 어머니, 윤 대통령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동업자에게 5억 원을 물어주라는 판결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장모 최씨의 동업자가 위조한 잔고 증명서를 또 다른 인사에게 줬는데 이를 통한 불법행위를 방조했다는 판단이다. 

얼마 전까지 전임 정부와 비교하며 전 정부를 탓했던 윤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정부 장차관 등이 참여한 연찬회에서 “전 정권에서 잘못했다는 것을 물려받았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날 연찬회에는 지난 5월 국민의힘에 입당한 당구선수 차유람씨의 남편인 이지성 작가가 특강을 하면서 “국민의힘에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가 부족하다”며 “배현진․나경원․김건희로도 부족하다”고 말해 논란이다. 자신의 배우자 차씨가 들어가서 “4인방이 되면 끝장이 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해당 발언 직후 의원들이 앉은 의석에선 박수와 웃음이 터져나왔다. 

▲ 26일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 26일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대외비 일정 공개 논란 김건희 팬클럽, 해체 여론 직면

김 여사 팬클럽 페이지 ‘건희 사랑’에는 그제 “윤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26일 12시 방문입니다. 많은 참석, 홍보 부탁드린다”는 글이 올라왔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게도 엠바고(보도유예)를 조건으로 ‘26일 대구 방문’으로만 공지됐기에 구체적인 시간과 동선이 팬클럽에 공개된 것에 논란이 커졌다. 

조선일보는 사설 “대통령 부인 팬클럽 자진 해산하는 것이 옳다”에서 “보안 사고 이튿날 ‘건희사랑’ 측은 ‘윤 대통령 대구 방문 글을 올린 사람은 본 카페 회원이 아니다’라고 했고 대통령실 관계자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준비한 행사고 참석 당원이 적지 않아 알음알음 알려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며 “건희사랑 쪽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으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부인에게 팬클럽이 있어야 하는지, 그것이 대통령 국정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부터 검토해봐야 한다”며 “취임 석 달이 갓 넘은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것엔 부인의 문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라고 설명한 뒤 “대통령실은 이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부인 팬클럽은 자진 해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 26일 조선일보 사설
▲ 26일 조선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초 유포자에 대한 역추적 조사 등 경위를 명확히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조사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이쯤이면 ‘건희 사랑’은 해체하는 게 마땅하다”며 “대통령이나 국가에 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건희 사랑 해체여론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매일경제는 사설 “대통령 대외비 일정이 팬클럽에 유출된 어처구니없는 현실”에서 “김 여사 주변을 관리할 특별감찰관 도입도 서두르고 정권에 부담을 주는 팬클럽도 자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도 사설 “말도 탈도 많은 ‘건희 사랑’, 대통령에 부담 줘선 안 돼”에서 “대통령과 배우자를 곤경에 빠트릴 뿐인 팬클럽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해체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대통령 장모 ‘증명서 위조’ 5억 원 배상 판결

윤 대통령 장모 최씨가 동업자에게 5억여 원을 물어주라는 판결을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1부는 사업가 임아무개씨가 최씨를 상대로 낸 수표금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임씨는 2014년 최씨 동업자였던 안아무개씨에게 18억3500만 원을 빌려주면서 담보로 최씨 명의 당좌 수표 5장을 받았다. 이 수표는 안씨가 임의로 발행일을 수정한 위조수표였다. 임씨는 2015년과 2016년 은행에 수표를 제시했지만 지급을 거절당했다. 

▲ 26일 중앙일보 정치면 기사
▲ 26일 중앙일보 정치면 기사

 

이 소식은 중앙일보, 매일경제,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이 다뤘다. 

한편 장모 최씨 본인도 통장 잔고 증명서 위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13년 성남 중원구 땅을 매입하면서 동업자 안씨와 공모해 349억여 원의 통장 잔고가 있는 것처럼 증명서를 위조해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최씨는 불법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요양급여 22억9000여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전 정부 탓 하던 尹, 의원․장차관에겐 ‘전 정부 탓’ 경계

윤 대통령은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한 자리에 모인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정말 좋지 않은 성적표와 국제적인 여러 경제 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권이 출범했지만 이제 더 이상은 국제 상황에 대한 핑계나 또 전 정권이 잘못한 것을 물려받았다는 핑계도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26일 조선일보 정치면 사진기사
▲ 26일 조선일보 정치면 사진기사

 

자신은 전 정권 탓을 해오다가 여당 의원들이나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전 정권 탓을 하지 말자는 취지의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영장 청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 압수수색 관련 질문에 “정상적 사법시스템”이라며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나”라고 반문했다. 

검찰 편중 인사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과거에는 민변 출신들이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사실관계도 맞지 않으며 여전히 반문(반문재인)정서에만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 당시에도 나왔다. 

차유람 남편 여성비하 발언에 당사자들 반발

당구선수 차유람씨 남편 이지성 작가는 국민의힘 연찬회 특강에서 “많은 국민이 (내게) 했던 이야기가 국민의힘에는 젊음의 이미지, 여성의 이미지 두가지가 부족하다(였다)”며 “정말 죄송합니다만 보수정당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할아버지 이미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그랬다. 국민의힘에 좀 젊음의 이미지와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를, 당신이 들어가면 바뀌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배현진 씨도 있고 나경원 씨도 다 아름다운 분이고 여성이지만 왠지 좀 부족한 것 같다. 김건희 여사로도 부족한 것 같고, 당신이 들어가서 4인방이 되면 끝장이 날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시대착오적인 여성 비하 발언이었지만 의원들이 앉았던 의석에선 박수와 웃음이 나왔다고 다수 매체에서 전했다. 발언이 알려지면서 당사자가 반발하기도 했다. 

▲ 26일 한겨레 5면 기사
▲ 26일 한겨레 5면 기사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 부인과 국민이 선출한 공복들에게 젊고 아름다운 여자 4인방을 결성하라니요. 대체 어떤 수준의 인식이면 이런 말씀을”이라며 “부부 금슬 좋은 것은 보기 아름답지만, 오늘같이 집 문 밖에 잘못 과하게 표출되면 '팔불출'이란 말씀만 듣게 된다”라고 썼다. 나경원 전 의원도 SNS에 “불쾌감을 표한다”며 “아름다움 운운으로 여성을 외모로 재단하고 정치적 능력과 관계없이 이미지로 재단했다”고 지적한 뒤 사과를 요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앞뒤를 자세히 보니 오해할 만하고 적절하지 않은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아 유감”이라고 했다. 비하 발언을 한 이 작가는 페이스북에 “농담으로 한 말”, “발언 하나를 붙들고 이렇게 반응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반응했다가 나중에 글을 내렸다. 이후 “정중히 사과드린다”는 글을 다시 올렸다. 

야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장·차관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모여 구태스러운 발언을 들으며 박수를 쳤다니 한심할 따름”이라며 “여성을 이미지로만 소모하려고 하는 정치를 그만하라”라고 비판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차별 발언에 박수치며 옹호했던 성인지감수성을 성찰하며 성인지감수성을 키우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라고 했다. 

한겨레는 5면 “‘아름다운 여성 4인방이면 끝장’ 여당 연찬회 ‘여성비하’ 강연”이란 기사에서 “강연자의 여성 비하 발언 탓에 단결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평가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통신 3사 5G중간요금제 ‘비슷비슷’...‘생색내기’ 불과했나

소비자단체 “차별화 경쟁 안 보여...용인한 정부도 책임”

 
서울 시내 휴대폰 대리점 모습. 2019.05.12. ⓒ뉴시스
 
LG유플러스가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이로써 SK텔레콤, KT에 이어 LG유플러스까지 이동통신 3사 모두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통신 3사 간 큰 차별점이 없는 5G 중간요금제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4일 월 이용료 6만1,000원에 기본 데이터 31GB(기가바이트)를 제공하는 '5G 슬림+' 요금제를 출시했다.

기존 요금체계인 '월 5만5,000원·12GB 요금제'와 '7만5,000원·150GB 요금제'의 사이에 위치한 중간요금제다. 데이터를 모두 소진한 경우는 1Mbps의 속도로 데이터 통신을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통 3사는 모두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가장 먼저 5G 중간요금제를 내놓은 SK텔레콤은 지난 5일 5만9,000원에 24GB를 제공하는 '베이직플러스'를 출시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중간요금제는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계에 따르면 6월 기준 5G가입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6.8GB인데 이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과 소비자단체에서는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KT는 월 6만1,000원에 데이터 제공 30GB의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지적을 받았던 데이터 제공량을 상향하는 대신 월 이용료를 높인 것이다.

여기에 LG유플러스는 KT의 중간요금제와 같은 월 이용료에 데이터 제공량을 조금 상향하는 것으로 차이를 뒀다.

LG유플러스가 눈치 싸움 끝에 가장 나중에 중간요금제를 출시한 만큼 데이터 제공량이 가장 많다. 그러나 월 이용료에 제공 데이터를 나눈 1GB당 단가를 보면 통신 3사의 5G 중간요금제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LG유플러스가 1,968원으로 가장 낮고, KT는 2,033원, SK텔레콤은 2,458원으로 가장 높다. 500원도 차이 나지 않는 수준이다.

SK텔레콤의 10GB 요금제(월 5만5천원)와 110GB 요금제(월 6만9천원)의 1GB당 단가를 계산하면 10GB 요금제는 5,500원, 110GB 요금제 약 627원이다. 통신 3사의 중간요금제의 1GB당 단가는 모두 두 요금제의 중간 수준이다. 이들 '중간요금제'가 10GB와 110GB의 '중간'만큼의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왼쪽부터),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 3사 CEO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07.11. ⓒ뉴시스


요금경쟁 없이 '중간요금제' 구색 갖추기만...정부도 책임

소비자단체들은 출시된 5G 중간요금제가 생계비 절감이라는 실효성을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110GB 이상의 대용량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와 10,000원도 차이 나지 않으면서, 데이터 제공량은 대략 70GB나 차이 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간요금제로 넘어갈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따르기 위한 구색 맞추기식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이나 요구를 감안해서 상세하게 선택권을 주는 요금제가 나올 걸로 기대했는데 이윤 추구를 위한 방향으로 요금제가 출시됐다"면서 "1만원만 더 주면 110GB를 쓸 수 있는데 다 그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가 요구한 건 전혀 없다. 이름만 중간요금제라고는 발표라고는 하지만 이것은 소비자기만"이라고 비판했다.

통신 3사가 중간요금제를 두고 눈치 싸움을 벌이면서도 요금 차별화 경쟁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동통신 시장을 3사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담합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2020년 '통신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서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던 통신사들의 주장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통신 3사끼리 경쟁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지는 사건인 것 같다"면서 "경쟁이 완전히 부재한 상황인 것 같다. 통신사들끼리 경쟁하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한 윤석열 정부의 책임도 지적된다. 중간요금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부터 강조된 윤석열 정부의 주요 민생대책이었다. 그러나 막상 통신 3사의 중간요금제 내용에 대해서는 주도권을 쥐고 진행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SK텔레콤의 중간요금제가 '생색내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간요금제 출시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보였을 뿐이다. 정부 또한 '중간요금제 출시'라는 구색만 목표로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연 참여연대 사회경제 1팀장은 "윤석열 정부가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나 실제 중간요금제를 통해 혜택을 보는 국민은 극히 일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통신사업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가격을 선택한 것을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단체들은 실효성 있는 중간요금제가 출시되기 위해서는 현재 5G요금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사용하는 만큼 지불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지금 5G요금체계에서는 그런 요소가 없다"면서 "가장 최저요금제부터 가격을 인하하는 등 요금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백겸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 “북, 4월 이전 코로나 확진자 없었고 지금은 완전히 물리쳤다”

  • 기자명 편집국
  •  
  •  승인 2022.08.24 14:48
  •  
  •  댓글 0
 
 
 

[원문기사]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한 러시아 대사: 북이 코로나19를 물리친 방법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조선) 주재 러시아 대사가 지난 19일 러시아 신문 ‘로시스카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와의 인터뷰에서 북이 코로나 방역에 완전히 성공했으며, 지난 4월 이전엔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번역해 싣는다. [편집자]

☞원문 기사 바로보기

북이 코로나19 극복을 선언하고 202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강력한 제한조치를 대폭 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정말로 정상으로 돌아왔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전 세계 유일의 이 상태는 악성바이러스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것이며 이러한 의심할 여지 없는 성공은 매우 강력한 조치와 국가의 철저한 집행력 덕분에 이루어졌다.

지난 며칠 동안 우리는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공공시설 운영제한, 의전행사 금지를 비롯한 여러 요구 사항들이 폐지되는 것을 보았으며 우리도 국경과 전연 지대를 제외한 전국의 지방들을 여행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서방 전문가들은 북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코로나19 정보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그들은 4월 이전에 북에 코로나 환자가 없었다는 것을 믿지 않으며 치사율이 훨씬 높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0년이나 2021년에 실제로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면 북이 그것을 숨길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보여주듯이 감염자가 단 한 명이라도 발생했다면 반드시 숨길 수 없는 대규모 확산이 일어났을 것이다.

우리 대사관은 그동안 상황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았으며 나는 모든 책임을 지고 선언한다. 4월 이전까지 이 질병이 북 국내에 유입되었다는 징후는 단 한 건도 없다.

기록적인 낮은 치사율(0.0016%)에 대해 그러한 성공에는 몇 가지 의심할 수 없는 이유가 있으며 그것은 ‘조선식 사회주의’ 체제, 최고의 조직성과 규율성, 무조건적인 명령 준수 및 높은 의식이다.

평양에서 보낸 30년 동안 나는 많은 친구와 지인을 사귀었는데 그들 중, 친척과 친구들 사이에서 치명적인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처럼 강경한 방역조치가 인권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놀라운 위선이다. 생명권은 인간의 기본권이며 북에서 이 권리는 다른 나라에서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염병을 성공적으로 차단하는 데서 보장되었다. 여기에 또 무슨 말이 필요한가?

남측의 대북 전단이 코로나 감염의 진원지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물체를 통한 감염이 극히 드물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북측 사람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물체를 통해 퍼질 수 있다고 정말로 믿고 있으며 그 때문에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화물을 최대 3개월간 격리 및 소독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북에서는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결정에 따라 전염병 상황을 명확히 하기 위해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국내 최고의 전문가, 과학자, 법의학 과학자들이 찾은 결론은 한국이 원산지로 되어있는 물건이 바이러스의 진원지라는 것이다.

이에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사실관계를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재확인했다.

불행히도 모든 것이 확인되었으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covid"는 남쪽 영토에서 왔다고 확신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현금 있는데 왜 버스를 못 타유?" 시골에서는 지금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8/26 08:05
  • 수정일
    2022/08/26 08:0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사라지는 은행, 카드·페이 중심 결제... '금융 디지털화' 속 농촌 소외

22.08.25 19:22l최종 업데이트 22.08.25 19:22l
버스기사들은 무거운 '돈 통' 관리에 애를 먹는다는 점, 주말에는 현금 수금 직원이 쉬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는 점, 요금에 '꼼수'를 부리는 승객 단속의 어려움 등을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버스기사들은 무거운 "돈 통" 관리에 애를 먹는다는 점, 주말에는 현금 수금 직원이 쉬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는 점, 요금에 "꼼수"를 부리는 승객 단속의 어려움 등을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월간 옥이네

관련사진보기

 
금융을 쉽게 풀이하면 '돈을 융통하는 일'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을 자유자재로 쓰고, 모으고, 투자할 수 있는 규칙과 힘이다. 이런 '힘'을 박탈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주식, 채권, 대출 등 거창한 금융 서비스는 물론이요, 시내버스 이용, 예·적금, 심지어 동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조차 손해를 강요받는다면?

이것이 농촌에 불어닥친 '금융 격차'의 실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낡은 것을 버리고 새 규칙에 적응하라'면서 변화를 채찍질하기만 한다. 정말 농촌은 시대에 뒤떨어진 곳이므로 도태돼야만 할까?
 
기술 발전이 불러일으킨 금융 격차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로 거의 모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작게는 물건을 사고 교통편을 예약하는 일부터 크게는 은행 대출과 차량 구매까지 '손가락 까딱'만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신통방통한 세상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이 만민평등의 낙원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역사가 보여주듯 모든 인간이 혜택을 공평하게 분배받는 이상향은 실현된 적 없고, 세상은 기술과 정보 격차를 통해 이권을 차등한다.


그나마 이런 '차별'이 예전에는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 간의 '국가 차원'에서 벌어졌다면, 요즘은 도농과 연령대 등 국가 내부에서 불거진다.

다행히 도시와 농촌의 디지털 격차는 코로나19 범유행을 계기로 좁혀진 편이다. 교통, 금융, 의료, 행정, 복지 등 사회 다방면에 걸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가 강화됐다. 농촌도 예외가 아니었다. 농어촌의 스마트폰, PC, 모바일 기기 등의 디지털 정보 기기 이용 능력을 종합 평가한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2021년 78.1%(2021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2019년의 70.6%보다 상승했다.

하지만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C 보유 가구 수는 일반 국민 대비 18.4%, 모바일 기기 보유 가구는 10.1% 낮다. 특히 '온라인 경제 활동률'은 일반 국민 대비 77.7%에 불과해 금융 분야의 격차가 도드라진다. 즉, 코로나19 범유행을 겪으며 스마트 기기 보급, 키오스크 운영 확대 등으로 농어촌의 '디지털 접근성' 자체는 좋아졌으나, 실질적으로 주민이 이를 활용하는 운용 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농어촌 안에서도 격차는 존재한다. 위에 언급한 '온라인 경제 활동률' 조사 항목 중 '소득 증대·유지에 도움 되는 정보습득 활용률' 분야를 보면, 같은 농어민이라도 20대 이하는 73.2%, 60대 이상은 31.6%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온라인으로 금융 서비스 역량이 옮겨가는 상황에서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기술 발전의 급류 속에서 '옛 방식대로' 금융 혜택을 누릴 유일한 방법은 은행 지점 방문이다. 그런데 시중은행은 농촌 지점을 출장소로 축소하거나 아예 폐쇄하고 있다. 은행이 내세우는 '경영효율화' 측면에서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다. 인구소멸로 사라져가는 지역 지점은 영업 효율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 이런 환경 탓에 결국 농촌 고령 주민들은 온라인으로도, 오프라인으로도 금융 접근 기회를 박탈당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농촌 금융의 마지막 보루, 농협
 
큰사진보기농협 직원들은 주기적으로 금융 범죄 피해 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  농협 직원들은 주기적으로 금융 범죄 피해 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 월간 옥이네

관련사진보기

 
"좀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농협이 사라지는 날이 곧 그 농촌이 사라지는 날이란 이야기도 있습니다. 농촌과 농협은 운명공동체예요. 농협은 시중은행과 달리 금융 업무뿐만 아니라 경제 업무도 같이 진행합니다. 경제사업본부에서 추진하는 영농 지원과 영농 자재 보급 사업, 곡물 수매 등은 농가 소득을 지키는 데다, 농촌의 경제 구조가 붕괴하지 않도록 자생성을 유지하는 긍정적 역할도 합니다."

이원농협 이중호 조합장의 평가대로 농협은 농촌 주민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전진기지나 마찬가지다. 만약 충북 옥천에서 농협이 사라지면 대전까지 금융 업무를 보러 가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비대면으로는 할 수 없는 경제 사업 신청이나 주택 청약 등의 업무를 보기 위해서라도 지점 유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 농협이 진행하는 농민 대상 금융 교육과 금융 범죄 피해 예방 교육도 받을 수 없게 돼 피해자가 급증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몇 년 전엔가, 옥천농협에서 진행한 금융 교육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 금리 변동에 맞춰서 대출을 더 잘 받는 방법도 듣고, 계좌 관리하는 것도 배우고 그랬죠. 코로나 기간에는 온라인으로 열었다는데, 내가 그런 걸 할 줄 알아야 말이죠. 농협이 없어지면 여까지 찾아와 가르쳐줄 은행이 있겠어요? 지점도 없애는 마당인데."

군북면에 거주하는 안영순씨는 NH농협은행이 진행하는 '행복채움 금융교실' 이수자다. 이 프로그램은 NH농협은행이 주관하고 각 지역 지부가 실행하는데, 옥천의 경우 농협은행 옥천군지부가 맡아 시행해왔다. 금융 지식이 부족했던 안씨는 교육 참여로 효율적인 예·적금 관리 방법을 배웠고, 적립률이 좋은 적금 상품도 하나 들 수 있었다. 시중은행도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농협만큼 전국단위에서 대대적인 농촌 금융 교육을 펼치는 곳은 없다.

농촌에서 농협은 그저 '은행'이 아니라, 금융의 마지막 보루다. 애초에 농업협동조합, 그러니까 농민이 주인인 조합이기에 당연한 의무지만, 국가 행정기관인 우체국마저 수익성을 이유로 농촌 지점을 없애는 게 현실이다. 당장 옥천도 사라질뻔한 안남우체국을 겨우 지켜낸 과거가 있지 않은가.

금융 범죄를 걸러내는 '대면 안전망'

"어르신, 그거 보이스피싱 같은데요? 일단 더 자세히 확인해보셔야 해요. 요즘에는 정말 범죄 방식이 교묘해졌어요. 여기 안내장 보시고 저희 절차대로 확인 기다려주세요."

농촌 은행에 가면 가끔 듣게 되는 대화 내용이다. 보이스피싱·스미싱(문자를 이용해 금융 정보를 해킹하는 것) 범죄가 기승을 부린 몇 년 전보다는 기세가 죽었지만, 아직도 고령자를 대상으로 이런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옥천만 해도 올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한 공로로 표창받은 농협 직원이 군북지점을 비롯해 여럿 나왔다. 예방 횟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보이스피싱 시도 사례도 잦다는 뜻이다. 도시라고 크게 다르진 않지만, 농촌 고령자가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한 달에 보통 한두 번 정도 그런 사례를 겪어요. 그래도 농협 직원들이 사기 시도를 많이 걸러내요. 지난달에도 따님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며 돈을 보내달라고 요구해 저희 농협에 찾아온 분이 있었어요. 정말 무서운 게, 요즘은 정도를 넘어 범죄 방식이 더 치밀하고 정교해졌어요. 전에는 유출된 개인 정보를 보고 어설프게 사칭을 시도했다면, 지금은 신분증까지 위조하고 연락처와 메일 주소까지 해킹해 감쪽같이 다른 사람 흉내를 내요."

이원농협 김영숙 대리의 말처럼, 농협은 농촌 금융 범죄 예방의 '3차 병원'이나 마찬가지다. 중환자의 마지막 보루가 3차 병원이듯, 농촌도 농협이 '최후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 스미싱으로 휴대전화를 해킹해 통장 비밀번호를 빼가거나, 신분증을 위조하고, 구분이 불가능한 금융 기관 사칭 홈페이지를 제작해 계좌 정보를 훔치는 등 날로 진화하는 범죄 수법 때문에 골머리가 아프다고.

"대응 방법을 고민하다가 직접 보이스피싱을 '공부'하고자 일부러 당해본 적이 있어요. 물론 송금 전 단계까지만 진행했는데, 금융 종사자인 저조차 모르고 당했다면 속았을 거예요. 특히 농촌 주민이 취약한 디지털 사기 수법은 치명적이고요. 그래서 농협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호가 필요한 '현금 사용할 권리'


'현금'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격차를 한층 부채질한다. 여기서 현금이란 지폐·동전 등 실물 화폐를 말한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 대전광역시의 '현금 없는 시내버스'가 대표적이다.

대전광역시가 밝힌 바에 따르면, 대전 시내버스 승객 중 현금 지불 비율은 1.5%(2022년 기준)다. 1.5%의 승객을 위해 현금 요금통을 설치·관리하는 비용이 1억 원 이상이어서 낭비가 심하다는 게 이유다.

대전 제도가 옥천과 무슨 상관인가 싶겠지만, 옥천과 대전을 잇는 유일한 간선버스 '607번 버스'도 현금 사용이 불가능해져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이른 아침, 대전에 가려고 군북면 이백리 정류장에 서 있던 이금순(83)씨는 버스를 타려다 '얼토당토않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할머니, 앞으로는 버스요금 현금 안 받아요. 9월까지는 시범 운영하고 10월부터는 정식 운영하니까 앞으로는 교통카드 준비하세요."

손에 구겨 쥔 천 원권 지폐와 500원 동전이 잠시 목적지를 잃고 방황한다.

"무슨 버스가 현금을 안 받는대유?"

하지만 '제도'는 항의를 허락하지 않는다.

"607번 버스는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사정을 설명하는 기사도 난감한 표정이다. 드문드문 앉은 승객들은 안내 때문에 출차가 늦어지자 미간을 찡그린다.

"참말로, 돈 안 받겠다는 말은 머리털 나고 처음 듣네. 이제 교통카드만 된다 이거잖아. 아 나도 카드 있어. 여기선 현금만한 게 없으니 그러지. 카드 쓸 줄 몰라 이러간? 버스회사는 촌에서 카드 충전하기가 쉬운 줄 아는가봐. 아 읍 사람들이야 충전할 데 많으니까 몰르지. 나처럼 면 사람들은 버스 타려면 맨날 농협 가서 충전해야 되는 거여? 무릎팍도 애린데 농협까지 가려면 큰일났네."

옥천농협 군북지점 앞에서 만난 송아무개씨도 화가 잔뜩 났다. 뻔히 돈을 들고도 탈 수 없게 하겠다는 세상 심보에 '부아'가 치밀어서다. "관리 편하게 하겠단 거 아녀. 시골에서 현금 쓰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땀을 뻘뻘 흘리며 삼양사거리 정류장에 서 있던 이아무개 이병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100일휴가(신병위로휴가)'를 나와 고향 옥천을 찾은 그는 버스 탈 때 자기도 모르게 현금에 먼저 손이 간단다.

"시행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부대에 있어서 이달부터인지 몰랐습니다. 젊은 저도 그러는데 어르신들은 어떨지 눈에 선합니다." 현금 사용 금지 자체보다도 시행 정보가 전해지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란 것.

'금융 갈라파고스'가 되지 않을 방법
 
큰사진보기옥천과 대전을 잇는 유일한 간선버스 '607번 버스'도 현금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  옥천과 대전을 잇는 유일한 간선버스 "607번 버스"도 현금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 월간 옥이네

관련사진보기

 
반면 현장에서는 다른 소리도 나온다. 버스기사들은 무거운 '돈 통'관리에 애를 먹는다는 점, 주말에는 현금 수금 직원이 쉬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는 점, 요금에 '꼼수'를 부리는 승객 단속의 어려움 등을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카드로는 요금을 속일 수 없죠. 500원짜리 대신 100원을 내거나, 일부러 다 동전으로 바꿔서 금액을 정확히 알 수 없게 만드는 수법으로 버스요금을 덜 내는 분이 간혹 있어요. 기사들은 소리만 들어도 다 알고, 실제 적발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게 다 업무 피로도 증가로 이어지고요."

버스요금 외에도 실생활 곳곳에서 발견되는 '현금 사용권 박탈'사례는 많다. 편의점부터 커피 전문점까지, 일부 매장들을 제외하곤 어디서나 '페이'라 이름 붙은 여러 간편 결제 서비스가 상권을 점령했기 때문. 할인·적립 혜택은 '페이'와 제휴해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현금 사용자는 상대적인 손해를 본다.

배달 앱, 온라인 쇼핑, 여행, 숙박 등 소비 생활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런 '페이 혜택'을 찾는 풍경은 일상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현금은 도태당해야 할 '낡은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옥천에 오면 불편할 때가 많아요. 옥천읍은 간편 결제 가맹 가게가 많아 상관없는데, 면 단위로 가면 사정이 달라져요. 도시 습관대로 현금도, 카드도 안 들고 왔다 결제를 위해 휴대전화를 내밀면 당황하시죠. 도시에서는 스마트폰 하나로 다 되니까 지갑을 아예 안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요. 저도 그렇고요."

주말에 고향 청성면을 방문한 이원효(34)씨는 현금 사용에 부정적이다. 옥천에 오면 오히려 세상이 수십 년 전으로 후퇴한 것같은 당혹감을 느낀다고. 일종의 '역체감'이다. 결국 금융에 신기술이 적용될수록 기술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점점 커지고, 이는 농촌 금융을 '갈라파고스'로 만드는 암울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흐름이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면 농촌도 변화를 피할 수만은 없다. 아날로그에 집착하다 디지털이 '시대 표준'이 된 세상에서 국가 경쟁력을 급격히 잃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 격차를 해소하고 기술 변화의 부작용을 줄일 정책과 대안 마련은 뒷전인 채 무조건 빠른 대응만을 채찍질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농촌에서 유일하게 대면 업무가 가능한 농협마저 없었다면 농촌 금융 생태계는 이미 완전히 붕괴했을지도 모를 일 아니겠는가.

뒤처졌다는 이유로, 느리다는 타박으로 농촌 금융 격차를 정당화한다면, 결국 금융 범죄 피해 증가와 농촌 경제 붕괴라는 비싼 대가를 치룰지 모른다. 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은행이 꿋꿋이 남아 지점을 운영하고, 현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농촌을 만드는 것이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직원에게 통장을 맡기고 현금으로 버스요금을 내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그것이 최소한의 '금융 참정권'인 사람들이 농촌에는 분명히 살고 있기 때문이다.
 
월간옥이네 통권 62호(2022년 8월호)
글‧사진 김성민


이 기사가 실린 월간 옥이네 구입하기 (https://smartstore.naver.com/monthlyoki)
태그:#옥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현장] 마지막 가는 길 쓸쓸하지 않게...수원 세 모녀 추모 행렬

“가슴 아픈 비극, 다시는 없길” 시민들 추모 물결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빈소 마련…공영장례 진행
26일 발인·수원연화장서 화장 후 봉안담 안치 예정

25일 오전 10시 50분쯤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 빈소에 한 시민이 향을 올리고 있다. (사진=임석규 기자)
▲ 25일 오전 10시 50분쯤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 빈소에 한 시민이 향을 올리고 있다. (사진=임석규 기자)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쓸쓸하지 않게 보내드리고 싶어 분향소를 찾았다.”

 

25일 오전 수원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투병과 생활고 속에서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의 빈소에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세 모녀 소식을 언론을 통해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분향소를 찾은 대학생 유선화(26) 씨는 “비록 함께 사는 이웃은 아니지만, 지역사회에서 모진 고통 속에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너무 가슴 아파 장례식장을 찾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권선구에 거주하는 이기영(68) 씨는 “지난 2014년에 서울 송파구에서 목숨을 잃은 세 모녀가 떠오르는데, 이번에 또 이런 일이 발생하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부디 좋은 곳에 가서 편안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안타까워 했다.

 

서울 용산에 사는 직장인 홍미영(39) 씨는 하루 월차를 내고 빈소를 찾았다. 홍 씨는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쓸쓸하지 않게 꽃 한 송이라도 바칠 수 있는 최소한의 예를 갖추고 보내드리고 싶어 분향소를 찾았다”고 먹먹한 마음을 전했다.

 

홍 씨는 “외부와의 접촉마저 대부분 끊고 은둔했던 세 모녀를 생각하니 안타깝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 대한 두텁고 촘촘한 지원과 배려가 지금부터라도 당장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전 10시 30분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수원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임석규 기자)
▲ 오전 10시 30분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수원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임석규 기자)

 

정치인들의 추모 행렬도 이어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0시 30분쯤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후 20여 분간 수원시 관계자들과 장례와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

 

주 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복지관리가 촘촘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건이 일어나니 안타깝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시민들도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전 11시 20분쯤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조화가 분향소에 도착했다. 이 외 김기정 수원특례시의회 의장, 이귀만 권선구청장 등도 빈소를 찾아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오전 11시 20분쯤 윤석열 대통령의 조화(弔花)가 세 모녀 빈소 앞으로 도착했다. (사진=임석규 기자)
▲ 오전 11시 20분쯤 윤석열 대통령의 조화(弔花)가 세 모녀 빈소 앞으로 도착했다. (사진=임석규 기자)

 

이날 빈소에는 영정사진도 없이 국화꽃 사이에 60대 모친과 40대 두 딸의 이름이 적힌 위패 세 개만 나란히 놓여있었다. 세 모녀의 장례는 유족 없이 수원시의 도움을 받아 공영 장례로 진행되고 있다. 당초 모녀의 먼 친척이 장례를 치르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 부담스럽다’며 끝내 시신 인수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수원시 위생정책과 관계자는 “이분들이 생전에 생활고와 투병 생활을 하며 많은 아픔을 겪었는데, 마지막 가는 길도 외로우니 가슴이 아프다”며 “고인들을 좋은 곳으로 잘 보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원불교 경기인천교구 주체로 원불교 추도식이 열렸다. 추도식에는 이 시장과 시 관계자, 시민들이 함께 참석해 세 모녀의 넋을 기렸다.

 

김덕수 원불교 경기인천교구장은 “세 모녀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을 때 가까운 이웃이 어려움을 당하는 것에 종교인으로서 미안함과 책임감이 들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추모식이 끝난 뒤 이재준 시장은 “세 모녀를 시에서 돌보지 못해 죄송한 마음과 추도의 심정으로 빈소를 찾았다”며 “추도식을 통해 세 모녀가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기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선 현장에서 복지 행정을 다루고 있지만,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면서 “현재 시에서 마을 공동체 중심의 통합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 제도의 한계성을 극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 모녀의 장례식 이후 26일 오전 발인을 하고 오후 1시 수원시 연화장에서 화장한 뒤 연화장 내 봉안담에 봉안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정창규·임석규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오직, 민생' 현수막 조용히 거둔 집권여당

[창비 주간 논평] '민생'이라는 말의 참뜻

송종원 문학평론가  |  기사입력 2022.08.25. 07:40:56

 

"조용한 시절은 돌아오지 않았다." 

김수영의 시 '애정지둔(愛情遲鈍)'의 첫 구절은 어딘지 속 시끄럽고 불안한 시간이 시작되었음을 암시하는 것 같다. 마치 표어처럼 보이는 "생활무한(生活無限) / 고난돌기(苦難突起) / 백골의복(白骨衣服) / 삼복염천거래(三伏炎天去來)"라는 데까지 읽어 내려오면 김수영이 그리는 저 시간이 퍽 고된 시절이었음을 더욱 짐작하게 된다. 저 구절들은 어쩌면 전지구적 팬데믹을 경험하며 도달한 세계의 모습이나 대선 이후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혼란스러운 여름과도 꽤나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측하는 경제지표나 전쟁과 같이 극단으로 치닫는 세계 정세 등은 생활 내지 생계의 문제가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예측을 하게 하고('생활무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여주는 여러 한심한 작태들은 고난이 수시로 찾아올 수도 있다는 예감에 빠지게 한다('고난돌기'). 고단한 생활과 고난의 예감이 불우한 삶의 그림자를 불러오고('백골의복'), 여기에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에서 감지되는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한 불안감은 이제 우리 일상의 정서 밑바닥에 자리하게 되었다('삼복염천거래'). 

 

 

 이러한 때, 정치권은 또 익숙한 단어를 들고나왔다. 집권여당의 비대위 수립 논란을 보도한 기사 사진에는 빈 사무실에 걸린 '오직, 민생'이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저 문구가 전달하는 기시감은 연이어 들려오는 소식들에 의해 한층 커진다. 각종 규제의 완화로 기득권세력의 사익 부풀리기가 쉬워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한 시사프로그램에서는 밀양의 사드반대 집회, 용산 남일당, 쌍용자동차 공장 등지에서 드러난 경찰의 과잉진압을 거론하며 신설된 경찰국의 기능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또 (지금은 철회 수순으로 바뀌어 다행인 일이지만) 돌봄 주체들과는 아무런 논의도 없이 경제적 효과를 앞세워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겠다고 했던 발언과, 수해현장을 방문해 정치인들이 보여준 참담한 언행은 어떤가. 이들의 '민생 없는 민생' 이야기가 이렇듯 다시 떠돌고 있다.

'민생'은 사전상으로는 '일반 국민의 생계나 생활' 정도의 의미로, 이때 생계는 물가라는 단어와 연동하며 먹고사는 일을 주로 지칭하고는 한다. 민생물가나 민생안정이라는 표현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되었다. 이처럼 민생은 물가와 생활의 문제들, 노동·빈곤·교육·가족·노인 문제를 자주 호출한다. 일례로 참여연대는 가계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3대 지출 요소인 주거비·교육비·의료비를 기준으로 민생 문제에 접근하기도 했다. 민생만큼 자주 언급되는 '서민'이라는 단어를 통해 민생의 맥락을 그려볼 수도 있다. 서민은 사전적으로는 보통 '아무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지 못한 일반 사람'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하지 못한 사람'으로 풀이된다. 그러고 보면 정치인들이 선거용 이미지를 담기 위해 찾는 곳들, 가령 재래시장, 쪽방촌, 대중교통 시설, 청소노동의 현장 등은 실로 민생과 연결된 서민들의 삶의 자리이다.

민생에 대한 조명은 불안정한 사회에서 생존의 위협을 실감하는 이들의 삶을 보살피려는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는 따로 있다. 민생의 현장이 곧 우리 사회의 주요 모순이 집약된 자리라는 사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터전, 그리고 여전히 그림자노동으로 취급받는 각종 돌봄노동이 수행되는 곳 등이 바로 민생의 긴박한 현장이다. 따라서 민생을 해결하는 과정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을 심화하고 각종 차별과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을 문제 삼아 체제를 전환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하청노동자가 참담한 산업재해로 희생되지 않게 하는 것, 영세 자영업자의 가정파탄 관련 보도를 더이상 사회면에서 보지 않게 하는 것,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더는 통용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리고 아이를 양육하고 신체적 약자를 돌보는 일의 고귀한 가치를 알아보는 것 모두 민생을 돌보는 일과 긴밀하게 연동하는 우리의 과제이다. 더불어 민생은 '빚투' '영끌' '파이어족'이라는 단어들을 빚어내는 투기와 노동혐오의 세계를 벗어나, 노동과 꿈이 분리되지 않는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절박한 사회적 과제와도 결코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민생을 돌보는 정치는 민(民)이 사랑하고 꿈꾸는 일을 도와야 한다. 민의 생존을 돌보는 일은 그것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물론 이것을 정치권 인사들에게만 맡길 일은 아니다. '애정지둔'에서 김수영은 고난의 시기에 오히려 사랑이 굵어졌다고 말한다. 고단한 삶들이 지속되는 "첩첩이 무서운 주야"를 지나면서도 어찌되었든 사랑과 관련한 자신의 노래는 땅으로 스민다고 적었다("나의 노래는 물방울처럼/땅속으로 향하여 들어갈 것"). 이것은 현실을 외면한 어리석은 노래인가, 시인의 환상인가. 둘 다 아니다. 김수영의 저 시는 1953년, 그러니까 6.25를 경험하는 중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창작 시기를 염두에 두면 '백골의복'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며 이 시가 말하는 고난이 상상 이상의 고통이었음을 비로소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시기에 시인이 땅에 심어둔 사랑이라니, 그것이 얼마나 격렬하고 깊은 생의 욕망인지를 감히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진다. 하지만 그것이 살아 있는 존재들이 현재의 속박에서 벗어나 다른 미래를 꿈꾸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과 관련한다는 사실을 추정하기란 어렵지 않다. 우리는 또 시인이 노래한 사랑이 아무리 특별할지라도, 그 사랑은 다름 아닌 이 땅의 민의 삶들을 관찰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발견한 결과라는 사실도 안다. 김수영이 살았던 땅 위에 우리가 산다. 이제 그 땅에서 올라오는 사랑의 노래를 배우자. 현재의 사는 모양새에 속지 말고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되묻자. 

*이 글은 <창작과비평> 2022년 가을호 '책머리에'의 일부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기획연재] 공감 능력 ‘0점’인 대통령, 입으로만 국민 외쳐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8/24 [15:28]
  •  
  •  
  • <a id="kakao-link-btn"></a>
  •  
  •  
  •  
  •  
 

▲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사진출처-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이 되기 전에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인사 문제’, ‘독단·독선’, ‘무능’, ‘김건희 씨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요인으로 꼽혔다. 

 

그래서 사람들은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아래 기자회견)에서 이에 관해 어떤 의견을 낼지 지켜봤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이런 내용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자화자찬만 늘어났다. 

 

국민은 이런 윤 대통령을 보면서, 윤석열 정부에 기대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확신을 했다.

 

 

공감 능력 ‘0점’인 대통령, 입으로만 국민 외쳐

 

“지난 휴가 기간, 정치를 시작한 후 한 1년 여의 시간을 돌아봤고,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도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하는 것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민 여러분의 응원도 있었고 따끔한 질책도 있었습니다. 국민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늘 국민의 뜻을 최선을 다해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국정운영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국민의 뜻이고, 둘째도 국민의 뜻입니다.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습니다.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습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시작과 끝에서 국민을 언급하며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잘 받들려면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것부터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국민의 마음에 공감해야 한다. 

 

공감은 상대가 경험한 바를 이해하거나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 공감 능력이 0점이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국민이 원하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이 궁금해하는 지지율이 떨어지는 근본 요인, 김건희 씨 문제, 인사 실패, 독단·독선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내용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기자들의 질문에도 이에 관해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낮은 국정운영 지지율과 관련한 질문에 “지지율 그 자체보다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회피했다

 

그리고 김건희 씨 등 관련한 질문은 아예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질문하는 기자를 선별했다는 후문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문제에 대해 준비하지 않았고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은 자기중심적이며, 다른 사람들의 감정 등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이러니 독단적이고 독선적으로 국정운영이 될 수밖에 없다.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섬긴다면 이런 기자회견을 할 수 없었다. 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국민이란 말은 단지 수사에 불과했다.

 

 

반성하지 않는 대통령

 

윤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인사 실패는 계속됐다. 검찰 편중 인사가 논란의 발단이 됐고 잇따른 고위공직자 낙마로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커졌다. 

 

이렇다면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말을 해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인사 실패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없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여론조사에서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인사 문제를 꼽았는데 왜 인사 문제가 가장 큰 문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 다시 다 되돌아봄으로써 철저하게 챙기고 검증하겠다”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말은 인사 실패에 대해 인정하지 않은 채 그냥 잘해보겠다는 성의 없는 답변이었다. 

 

이쯤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대표적인 인사 문제를 살펴보자.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낙마자는 지난 5월 3일 사퇴한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이다. 김인철이 한국 ‘한미 정부 장학금(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이었을 때 아들과 딸을 모두 장학생으로 선정한 ‘아빠 찬스’ 의혹으로 사퇴했다.

 

또한 각종 혐오, 차별 발언을 한 김성회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이 사퇴했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역시 자녀들 특혜 의혹으로 사퇴했다.

 

그 외에도 정호영에 이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김승희는 부동산 ‘갭투자’ 의혹, 정치자금 사적 사용 의혹으로 사퇴했다. 최근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문제로 사퇴한 박순애 교육부 장관도 만취 음주운전 경력, 논문 표절이 큰 문제가 됐으나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 문제는 고위직뿐만이 아니라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지인 채용 논란 등 끊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법에 정해진 수사 감찰 기구로 하여금 민주적 통제를 받으며 투명하게 그 기능을 법에 따라 수행하도록 하고, 대통령의 제왕적 초법적 권력을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 들어오게 했습니다”라면서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 설치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을 성과로 꼽았다.

 

인사정보관리단은 지난 6월 출범했다.

 

인사정보관리단에서 공직 후보자의 재산이나 비위 경력을 검증하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과 인사기획관실이 최종 검토해 후보자를 인선하게 된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직속인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일차 검증하면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등이 최종 검증을 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검찰 출신이다. 이런 체계라면 검찰 출신들이 윤석열 정부의 인사 문제를 장악한 것이다. 

 

한겨레는 지난 5월 27일 자 사설에서 “대통령이 임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은 대략 7천 명으로 알려져 있고,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까지 넓히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검찰의 입김도 걱정이지만, ‘검찰의 눈’으로만 살아온 이들이 사회 곳곳에서 다양하고 참신한 인재를 찾아낼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 우려가 그대로 드러났다. 

 

인사정보관리단이 첫 번째로 검증한 사람이 서울대 교수인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였다. 윤 대통령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운 송옥렬은 성희롱 문제로 지명된 지 5일 만에 사퇴했다. 

 

지난 7월 11일 문화방송은 “송 교수가 과거 발언이 문제 될 걸 알고 처음부터 고사했다”라면서 “오래 고민하다 제안을 수락했었다”라고 송옥렬 동료 교수의 말을 보도했다. 

 

즉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 인사참모들이 성희롱 문제를 검증과정에서 알았으나,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에서 인사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경찰국 신설 문제도 짚어보자.

 

경찰국은 치안본부의 부활이라며 각계는 물론 경찰 안에서도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경찰이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로 군부독재 시절 정권의 시녀 역할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로 경찰국을 새로 만들었다.

 

만들 때부터 논란이었던 경찰국은 초대 국장 문제로 더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경찰국장으로 임명된 김순호는 ‘밀정’ 의혹을 받고 있다. 같이 노동운동을 했던 동지들을 경찰에 팔아 경찰로 특채됐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도 많은 공안 사건에 정보를 제공해 초고속 승진했다는 의혹도 있다.

 

김순호를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윤 대통령은 묵묵부답하고 있다.

 

인사는 만사라 했다. 인사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반성할지 모르는 윤 대통령의 모습에 한탄만 나올 뿐이다. 

 

국민은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국정운영 방향을 전환하거나 인적 쇄신을 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 방향 등에 대해서 개선할 의사도 보이지 않았다. 

 

인적 쇄신도 기자회견 후 소폭으로 했다.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이른바 ‘윤심’으로 불리는 김은혜 전 국회의원을 앉혔다. 이는 김 비서관을 통해서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전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듣겠다는 자세가 아니다. 

 

국민을 섬길 줄도 모르고 잘못을 반성할 줄도 모르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은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국민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본 뒤에 “참을 만큼 참았다. 퇴진시키자”라며 촛불집회를 곳곳에서 열고 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더 크게 불러왔을 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재명 방탄’ 민주당 당헌 개정안 부결에 싸늘한 언론의 시선

  • 기자명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2.08.25 08:10
  •  
  •  수정 2022.08.25 09:49
  •  
  •  댓글 6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국일보 “호랑이 등에 탄 실용주의자 이재명”
국민일보 “부결의 결정적 요인은 방탄보다 개딸 문제였다”
동아 “‘문재인 시즌2’로 흘러가는 ‘이재명黨”
중앙 “한국 정치 수준 봤다, 한심한 국회 운영위” “윤 정부 출범 100일 지났는데도 국민의힘의 ‘믿을맨’은 문재인뿐”

▲ 8월21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 8월21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 정지 요건을 완화하고, 당 최고 의사 결정을 ‘권리당원 전원투표’로 바꾸는 내용의 이른바 ‘이재명 방탄’ 당헌 개정안이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 투표에서 부결됐다. 25일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개정안 부결 소식을 전했다. 

▲ 25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25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그 중에서도 조선일보는 9개 아침신문 중 유일하게 개정안 부결 소식을 1면의 첫 번째 주요 기사로 실었다.

1면 기사 ‘이재명 방탄, 2대 장치 제동걸렸다’는 “부결된 개정안 중 ‘당헌 80조’는 기소된 당직자가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로 기소됐는지에 대한 판단을 중앙당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원회가 하도록 바꾼 것”이라며 “당 대표가 의장을 맡는 당무위가 ‘정치 탄압’이라고 인정하면 당직을 유지할 수 있게 돼 ‘셀프 구제’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권리당원 전원투표제에 대해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강성 지지층이 당 주요 의사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1면 갈무리.
▲ 조선일보 1면 갈무리.

3면 기사 ‘‘李방탄’ 부결되자…일사부재의 논란에도 재상정 꼼수‘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이틀 후인 오는 26일 재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따라 기존 안을 올릴 수 없자, 논란이 됐던 ‘권리당원 전원 투표’ 내용을 삭제, 상정하는 ‘꼼수’까지 써서 ‘이재명 방탄’에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비명계는 “이렇게까지 해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냐”며 반발했다”고 했다. 

▲ 조선일보 3면 갈무리.
▲ 조선일보 3면 갈무리.

3개의 사설 중 2개를 할애해서도 민주당과 이재명 의원을 비판했다. ‘하루 동안 민주당서 벌어진 온갖 상식 밖 행태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애초에 무리한 시도였다. 이 안이 통과되면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친이재명계 권리 당원들이 수십년간 당을 지켜온 대의원·당원을 제치고 당의 중대사를 좌우하는 구조가 된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이어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을 상시 감시할 수 있는 특별감찰관 추천은 갖은 핑계를 대며 미루면서 ‘김건희 특검법’엔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한동훈 법무장관 탄핵을 주장하면서 법무부를 세종시로 옮기는 법안을 발의했다. ‘한동훈 유배법’이란 말이 나왔다”며 “국회를 장악했다고 아무 일이나 마구 저지르는 식”이라고 했다. 

또다른 사설에서는 이재명 의원이 아내 김혜경씨가 경기도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7만8000원 사건’ 등 조사를 위해 출석했다”고 한 것을 비판하며 “김씨의 다른 여러 혐의는 다 뺀 채 법인카드로 민주당 인사 3명에게 점심 값 7만8000원을 내준 사건(선거법 위반)만 부각한 것”, “국민들에게 ‘고작 몇 만원 갖고 이러느냐’는 인상을 주려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민주당의 당헌 개정 논란과 이른바 ‘이재명 방탄용’ ‘사당화’ 논쟁에 대한 비판은 다른 신문들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졌다. 이 의원의 ‘극성 팬덤’ 현상을 지적하는 신문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동아일보는 오피니언면에서 정연욱 논설위원의 ‘‘문재인 시즌2’로 흘러가는 ‘이재명黨’’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내보냈다. 칼럼은 “‘무조건 이재명’을 외치는 강경 지지층은 이 의원을 지키기 위해 ‘기소 시 직무정지’ 당헌 개정을 밀어붙였고, 이 의원에 비판적인 ‘친문’ 인사들을 저격하는 홍위병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가 친명 세력은 이들을 당의 전면에 내세울 태세”라며 “이 의원 강경 지지파 입김이 센 권리당원의 전원투표를 우선하는 당헌 신설을 밀어붙인 것이 대표적이다. 당원민주주의로 포장했지만 사실상 친명 색채를 더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 동아일보 오피니언면 갈무리.
▲ 동아일보 오피니언면 갈무리.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을 만든 양정철은 2018년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집권을 위해선 다 바꿔야 한다. 문재인이 공격받고 시달렸던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했다.” 이 의원 측근들도 “이런 공식을 누가 모르나”라고 항변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그저 주인만 바뀐 ‘문재인 시즌2’로 흘러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부결의 결정적 요인은 방탄보다 개딸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권리당원에게 최고 의결권을 주는 조항은 지난 19일 갑작스레 추가됐고, 권리당원의 주류인 개딸 그룹이 주장해온 방향이라 투표 직전까지 논란이 됐다”며 “더욱이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만 투표하면 유효하도록 해서 개딸 그룹이 민주당의 후보 선택을 좌우할 여지를 주고 있었다. 대화와 타협의 정상적인 정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극성 팬덤을 당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끌어들여 활용하려는 꼼수였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 국민일보 사설 갈무리.
▲ 국민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는 오피니언면 ‘여의도 별별’에서 이성택 정치부 기자의 ‘호랑이 등에 탄 실용주의자 이재명’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내보냈다. 칼럼은 “새 지도부가 민생·실용 노선을 가려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현재 이 의원을 압도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개딸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민생·실용 가치와 개딸의 요구가 충돌할 때 이 의원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여의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에도 개딸은 계속 이 의원 편에 설 것인지도 궁금하다”고 했다. 

이어 “한 중진 의원은 “이 의원도 당을 꾸려가다 보면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비이재명계나 중도 성향 의원들을 비하하는 은어) 소리를 듣고 문자 폭탄을 받을지 모를 일”이라고 했다. 이 의원이 호랑이 등에 탔다는 평가가 실감난다”고 했다. 

▲ 한국일보 오피니언면 갈무리.
▲ 한국일보 오피니언면 갈무리.

한겨레는 사설에서 “최근 몇주간 민주당을 들썩이게 한 당헌 개정 논란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이재명 방탄용’ ‘사당화’ 논쟁이다. 국민들이 목격한 것은 친이재명계와 반이재명계의 갈등, 일부 강성 지지층에 속절없이 흔들리는 원칙, 당헌 개정을 둘러싼 내홍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지방선거까지 연속 패배한 정당이 혁신은커녕, 정책·비전 경쟁도 없이 권력투쟁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는 볼썽사납다”고 비판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 한겨레 사설 갈무리.

 

중앙 “윤 정부 출범 100일 지났는데도 국민의힘의 ‘믿을맨’은 문재인뿐”

23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를 평가한 중앙일보의 5면 기사 제목은 ‘한국 정치 수준을 봤다, 한심한 국회 운영위 6시간54분’였다. 기사는 “여야의 방패와 창, 그리고 대통령실의 국정운영 비전이 충돌하는 멋진 한판을 기대했지만, 그들이 함께 만든 6시간 54분의 합주는 실망 그 자체였다”며 “야당의 무딘 창끝, 흘러간 녹음기만 틀어댄 여당의 응수, 정치적 감수성 떨어지는 대통령실 참모들까지 가세한 C급 퍼포먼스에 “한국 정치 수준이 딱 이 정도”라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왔다”고 했다. 

▲ 중앙일보 5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5면 기사 갈무리.

기사는 “민주당은 대통령 관저 공사 수의계약 논란,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 대통령 취임식 참석자 초청 명단 삭제, 건진법사 이권 개입 의혹을 따져 물었다. 도돌이표 질문이 반복되자 김대기 비서실장이 “아까 드린 말씀을 또 드릴 수밖에 없다”고 멋쩍어 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며 “의원들의 질문은 윽박지르기 수준을 넘지 못했다”고 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는데도 국민의힘의 ‘믿을맨’은 문재인 전 대통령뿐이었다. 전 정부의 실정을 들추며 자신들을 방어하는 데 모든 정력을 소진했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났지만, 모든 걸 “문재인 때는 더 했다”로 돌파하려 했다”며 “김대기 비서실장의 태도는 비교적 차분했다. 하지만 김 실장은 현안과 국정의 디테일에 준비 안 된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 대통령, ‘북핵, 中 건설적 역할 발휘해주길’

서울과 베이징서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행사’ 열려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2.08.24 22:29
  •  
  •  수정 2022.08.25 08:51
  •  
  •  댓글 0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행사’가 24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됐다. 중국도 같은 시각 댜오위타이 17호각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사진 제공 - 외교부]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행사’가 24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됐다. 중국도 같은 시각 댜오위타이 17호각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사진 제공 - 외교부]

“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더욱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하며 중국 측이 건설적 역할을 발휘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행사’에서 박진 외교부장관이 대독한 축하 서한에서 “앞으로 한중 양국이 상호 존중의 정신에 기반하여 새로운 협력 방향을 모색하면서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기념행사는 서울 포시즌스 호텔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17호각에서 이날 오후 7시(베이징 오후 6시)에 각각 개최됐으며, 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축하 서한은 박진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각각 대독했다. 댜오위타 17호각은 30년 전 한중 수교 서명식이 개최된 곳이다.

윤 대통령은 “고위급 교류를 활성화하고 공급망을 비롯한 경제안보 문제, 환경,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강화하며 양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달성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고 “미래 30년 한중 관계의 발전을 위해 주석님을 직접 뵙고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현재 백년만의 대변국과 세기적인 팬데믹이 겹쳐 전세계는 요동치고 큰 변혁이 일어나는 새 시기에 들어섰다”면서 “중한 양국은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나는 중한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시하고 대통령님과 함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여 수교 30주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대세를 파악하고 간섭을 배제하며 친선을 돈독히 하고 협력에 초점을 맞추어 양국관계의 더욱 좋은 미래를 만들어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도록 양국을 이끌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세 파악’, ‘간섭 제거’ 등은 한미동맹 일변도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읽힌다. 앞서 지난 9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왕이 부장은 마땅히 견지해야 할 5가지 사항을 제시하면서 외부의 간섭을 받지 말아야 하고, 서로의 주요 관심사를 돌아봐야 한다는 등 중국측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등과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등과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장관은 축사에서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 경제협력의 질적 업그레이드, △전략적 소통 및 한반도 문제 협력 강화, △문화·인적교류의 조속한 회복을 적극 추진해나갈 것이며, 한중이 서로 조화를 추구하면서 다름을 인정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으로 협력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축사에서 삼십이립(三十而立)을 맞이한 한중이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반자로서 군자신이성(君子信以成: 군자는 믿음으로써 이룬다)과 같이, 서로 존중과 신뢰를 강화하자고 말했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행사는 양국 외교장관이 대면 참석하고 양 정상의 수교 30주년 축하 메시지를 발표함으로써, 수교 30주년의 의미와 성과를 돌아보면서 미래 한중관계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의 공동보고서 제출 행사가 24일 화상으로 서울과 베이징을 연결해 진행됐다. 왼쪽부터 임채정 미래발전위원회 위원장, 박진 장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사진 제공 - 외교부]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의 공동보고서 제출 행사가 24일 화상으로 서울과 베이징을 연결해 진행됐다. 왼쪽부터 임채정 미래발전위원회 위원장, 박진 장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사진 제공 - 외교부]

한편,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의 공동보고서 제출 행사가 24일 화상으로 서울과 베이징을 연결해 진행됐다.

우리측 행사장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 임채정 위원장,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등이 참석했고, 중국측 행사장에는 왕이 외교부장, 장핑 위원장, 정재호 주중한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는 수교 후 30년 간 한중관계의 성과, 도전과제를 점검하고 한중 간 미래 협력에 대한 비전과 제언을 담은 공동보고서를 양국 정부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1년 간 활동해왔고, 이날 공동보고서를 제출하게 된 것. 위원회는 미래계획,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문화 4개 분과를 두고 있다.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위원들과 박진 장관, 싱하이밍 대사 등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위원들과 박진 장관, 싱하이밍 대사 등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공동보고서는 “양국은 1992년 8월 24일 공식 외교 관계 수립 이후, 1998년 21세기를 향한 협력동반자 관계, 2003년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 2008년에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해왔다”면서 “수교 당시 64억불이었던 교역량은 지난해 3,000억불을 돌파하여 50배 가까이 성장하였고, 13만여 명에 불과했던 인적교류는 코로나 발생 이전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약 80배 증가하였다”고 밝혔다.

정치외교분과는 “한반도 문제 관련 소통·협력을 강화하며, 비핵화의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한다. 또한 1.5, 2트랙을 통해 서로 충분히 논의한다”고 제시했다. 이외에도 외교·안보 차관급 2+2 대화, 한중 현인대화, 고위급 언론인 대화 등을 제안했다.

한중 정상 축하 서한(전문)

□ 윤석열 대통령 축사 (박진 외교부장관 대독)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일을 맞아,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를 대표하여 주석님과 중화인민공화국 국민 여러분께 따뜻한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한중 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할 뿐만 아니라 문화·역사적으로도 오랜 유대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이를 토대로 양국은 92년 수교 이래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1992년 수교 이후 교역량은 지난해까지 50배 가까이 성장하였고, 인적 교류 역시 수십 배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양국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는 한중 국민 간 상호이해 증진에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중관계의 이러한 발전에는 각 계 각 층 인사들의 노력과 함께 한중 양국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지난 3월 25일 통화에서 우리 두 사람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한중 관계 발전을 이루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 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한중 양국이 상호 존중의 정신에 기반하여 새로운 협력 방향을 모색하면서, 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로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 

이를 위해 고위급 교류를 활성화하고, 공급망을 비롯한 경제안보 문제, 환경,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협력을 강화하여 양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달성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특히, 한중관계의 안정적 발전의 근간이 되는 양 국민의 우호 감정이 확산되고, 양국 미래 관계를 이끌어 갈 젊은 층의 마음의 거리가 줄어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더욱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하며, 중국측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오늘 수교 30주년을 경축하기 위해 개최되는 기념행사가 양국 교류와 협력을 가일층 촉진시키고 국민들 간 우의를 강화시켜 나가기를 기원하며, 미래 30년 한중관계의 발전을 위해 주석님을 직접 뵙고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주석님의 건안과 귀국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  시진핑 국가주석 축사(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대독)

존경하는 대통령님

중화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 수교 30주년에 즈음하여 나는 중국정부와 중국인민을 대표하여 그리고 내 개인의 명의로, 대통령님께 그리고 대통령님을 통해 한국정부와 한국국민에게 진심어린 축하와 양호한 축원을 드립니다.

중국과 한국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영원한 이웃이며, 양국국민 간의 우호적 왕래의 역사가 매우 유구합니다. 수교 30년이래, 양측의 공동 노력으로 중한관계는 시대와 더불어 전방위적으로 발전하고 풍부한 성과를 거두어 양국과 양국국민에게 커다란 헤택을 가져다 주었을 뿐만 아니라 역내 및 세계의 평화와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지난 30년동안은 상전벽해의 변화가 이루어 꽃피고 열매를 맺은 세월이었습니다. 중한관계가 이렇게 휘황찬란한 발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양측이 높고 먼 안목을 갖고 시대발전의 흐름에 따라 양자관계에 부단히 새로운 시대 정신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양측이 모두 상호존중, 상호신뢰를 견지하고 서로의 핵심적 이익과 중대한 관심 사항에 대해 배려하고 진지한 소통으로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며, 협력상생을 견지하고 호혜협력 및 상호교류 심화를 통해 상대방의 성공과 공동의 번영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양측이 개방적 포용적 태도로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함께 수호하고 지역의 통합 발전을 촉진하며 국제관계의 기본규칙을 수호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계속 지켜 나가야 할 귀한 경험입니다.

현재 백년만의 대변국과 세기적인 팬데믹이 겹쳐 전세계는 요동치고 큰 변혁이 일어나는 새 시기에 들어섰습니다. 이 관건적인 시기에 중한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같은 배를 타듯이 한 마음으로 협력해야만이 위기를 극복하고 어려운 고비를 넘을 수 있습니다. 중한양국은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나는 중한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시하고 대통령님과 함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여 수교 30주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대세를 파악하고 방해요소를 배제하며 친선을 돈독히 하고 협력에 초점을 맞추어 양국관계의 더욱 좋은 미래를 만들어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도록 양국을 이끌어나가고자 합니다. 귀국의 번영과 융성, 인민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대통령님께서 건승하시고 뜻하신 모든 일들이 성취되길 기원합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폭우 사망에 막말, 특별재난지역은 제외... '민심 흉흉' 동작구 가보니

[르포] 폭우 직후 윤 대통령·국민의힘 총출동...동작구 뺀 10개 특별재난지역 발표, 주민들 허탈·분노

22.08.25 06:59l최종 업데이트 22.08.25 06:59l

  지난 8일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을 약 2주 후인 24일 찾았다. 창문과 이어진 에어컨 실외기 호스 위에 사진 액자 하나가 놓여 있다. 이 주택이 있는 골목의 다른 반지하 집에선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 지난 8일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을 보름 후인 24일 찾았다. 창문과 이어진 에어컨 실외기 호스 위에 사진 액자 하나가 놓여 있다. 이 주택이 있는 골목의 다른 반지하 집에선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 소중한
 
복지관 이름이 적힌 시계는 움직이지 않은 채 '12시 25분 30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얼룩진 벽지 곳곳엔 수해가 할퀸 상처가 여전했다. 2주 전 빗물이 넘쳤던 반지하 방범창 사이는 덕지덕지 전선들이 뒤엉켜있었다. 
 
멈춘 시계 옆의 액자 하나가 보였다. 어린 얼굴이 담긴 액자 속 사진은 에어컨 실외기 호스에 위태롭게 놓여 옅은 볕이나마 쪼이고 있었다. 그 아래로는 습기와 냄새를 빼기 위한 선풍기가 연신 도는 중이었다. 가재 하나 제대로 남지 않아 텅 빈 집이었지만 일상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은 현재진행형인 듯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이 집은 지난 8일 폭우로 한 명이 숨진 집과 같은 골목에 있다. 폭우가 휩쓸고 간 이 골목을 찾은 지난 24일 오전 인근의 반지하 집들은 모두 비어 있었다. 지난 2주간 어느 정도 정리는 이뤄졌지만 세입자들은 돌아오지 못하거나 집을 아예 떠났고, 집주인들도 곧장 수리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최근엔 이들을 더욱 좌절하게 만든 소식이 전해졌다. 집중호우로 인한 특별재난지역에 동작구가 제외됐다는 발표였다. 정부는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관악·강남(개포1동), 경기 성남·광주·양평·여주(금사면·산북면), 강원 횡성, 충남 부여·청양 등 10개 지자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곧장 해당 지자체에 사유·공공시설 복구비의 최대 80%가 국비로 지원되고, 피해 주민들도 세금·공공요금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반지하 골목도, 시장 상인도 "불안하다"
 
 지난 8일 폭우로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을 약 2주 후인 24일 찾았다.
▲ 지난 8일 폭우로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을 보름 후인 24일 찾았다. ⓒ 소중한
 지난 8일 폭우로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을 약 2주 후인 24일 찾았다.
▲ 지난 8일 폭우로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을 보름 후인 24일 찾았다. ⓒ 소중한

서울 동작구는 이번 폭우 당시 단시간 집중적으로 내린 비로 인해 주요하게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언론에 연일 보도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8일 밤 시간당 141.5mm의 비가 내려, 서울의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118.6mm)를 무려 80년 만에 갈아치웠다. 특히 이 지역은 반지하 침수로 인명피해까지 발생했고 한 아파트의 옹벽이 무너져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김성원 의원의 망언("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왔으면") 때문에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어쨌든 여당인 국민의힘이 수해복구 봉사활동 지역으로 선택한 시장 역시 동작구에 위치한 곳이었다.
 
이런 이유로 특별재난지역 발표 이후 동작구 민심이 심상치않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위 골목 거주자인 주민 이아무개씨(70대)는 "정치인이고 뉴스고 매일 떠들썩하게 이야기했던 곳이 동작구였는데 (특별재난지역에서) 쏙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섭섭한 마음이 컸다"라고 말했다.
 
여러 반지하를 포함한 주택의 집주인인 그는 "돈이 어디서 당장 나올 수 없는 노릇이라 집수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세입자들이 집을 나간다고 한다"라며 "비가 쏟아졌을 때 서로 살려주고 함께 복구하던 사람들이었는데 이젠 얼굴 붉히는 사이가 돼버렸다, 제때 복구할 수 있다는 계획만이라도 있다면 그렇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이번에 특별재난구역에서까지 빠져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지난 8일 폭우로 무너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아파트단지 옹벽을 약 2주 후인 24일 찾았다. 복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지난 8일 폭우로 무너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아파트단지 옹벽. 24일 현재 복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소중한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집중호우로 옹벽이 무너진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집중호우로 옹벽이 무너진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폭우 당시 점포 상당수가 물에 잠겼던 동작구 사당동 남성사계시장에서도 민감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상인들을 대표해 만난 이재열 남성사계시장상인회장은 "동작구가 피해를 덜 입었다면 모르겠는데 큰 피해를 입어놓고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지 않아 상인들 입장에선 황당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라며 "피해 직후 자원봉사 지원 말고는 정부, 서울시, 동작구로부터 단돈 1원 한 장, 물 한 병도 받은 게 없다"라고 전했다.
 
이 회장이 운영하는 금은방 역시 허리 높이의 귀금속 진열장보다 높이 빗물이 차서 큰 피해를 입었다. 점포 내 대다수 전자제품을 교체한 것은 물론, 주문한 진열장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임시방편으로 플라스틱 바구니에 귀금속을 전시하는 형편이다.
 
"이렇게 귀금속을 전시하는 금은방이 어디 있겠나"라며 씁쓸한 표정을 내보인 이 회장은 "이제 곧 추석인데 하다못해 긴급대출이라도 가능해야 추석 장사를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말실수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피해가 심각한 지역이니 집권여당이 직접 이곳을 찾았던 것 아닌가"라며 "하루빨리 동작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돼 이곳 상인들의 불안을 해소해줬으면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일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약 2주 후인 24일 찾았다.
▲ 지난 8일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보름 후인 24일 찾았다. ⓒ 소중한
 지난 8일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약 2주 후인 24일 찾았다. 사진은 국민의힘 차원의 봉사활동에 참여한 김성원 의원이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나오게"라고 망언을 한 곳이다.
▲ 지난 8일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보름 후인 24일 찾았다. 사진은 국민의힘 차원의 봉사활동에 참여한 김성원 의원이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나오게"라고 망언을 한 곳이다. ⓒ 소중한
 11일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위해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을 찾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11일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위해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을 찾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지역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맘카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중이다. 아래는 한 맘카페에 올라온 글과 댓글 중 일부 내용이다.  

"아직도 집에 못 들어가고 숙박시설을 떠도는데 대체 그럼 왜 다들 와서 사진만 신나게 찍어간 거죠?" - 8월 22일 오후 2시 10분
"이수역과 사당동 일대의 피해 소식이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 제외라뇨." - 오후 2시 11분
"그 당시 날씨뉴스만 봐도 동작구를 언급하면서 누적 강수량이 제일 많았던 걸로 아는데 이럴 수 있나요?" - 오후 2시 18분
 

동작구청에 쏟아지는 비판... "추가 조사 때 철저히" 해명
 
이 같은 분위기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특히 박일하 동작구청장을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은 22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왜 동작구에 오셨나"라며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잇따라 동작구를 방문한 것은 수해 피해가 가장 컸기 때문이다. (특별재난지역 제외를) 납득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 동작을 당협위원장(나경원 전 의원)과 동작구청장에게 엄중히 항의한다"라며 "그렇게 광을 팔고 홍보할 때는 언제고 동작구가 특별재난지역 요건 미비로 제외됐다는 것이 말이 되나. 국민의힘은 동작구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하루빨리 동작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폭우로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 골목을 약 2주 후인 24일 찾았다.
▲ 지난 8일 폭우로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 골목을 보름 후인 24일 찾았다. ⓒ 소중한
 
같은 당 김병기 의원(서울 동작갑)도 "이번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주택침수 피해조사가 완료된 지역에 대한 우선 조치 사항이라고 한다. 동작구를 비롯한 나머지 피해지역은 행정안전부의 '추가 합동조사' 이후 특별재난지역 여부를 발표한다고 한다"라며 "눈앞의 피해가 산적해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지금까지는 대체 무슨 일을 한 건가"라고 비판했다.
 
더해 "동작구민들의 속은 타들어가는데 정부는 참으로 한가하기만 하다"라며 "동작구청 및 관계 당국은 주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가슴에 새기고 당장 내일이라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동작을 지역위원회는 24일 오후 동작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엔 이수진 의원과 함께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을)도 참석했다. "동작구청 늑장행정, 동작구청장 책임져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이들은 "동작구청장은 피해 조사도 제대로 안 하고 무얼 했나"라며 "(특별재난지역 선정을 위한) 행정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은 채 그동안 봉사활동만 해왔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이달 말까지 합동조사를 진행해 특별재난지역을 추가로 더 선정할 계획이다.
 
동작구청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규모가 약 4000여 세대로 접수된 바 해당 내용을 추가 합동조사 시 철저히 소명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회가 24일 오후 동작구청 앞에서 동작구의 특별재난지역 제외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 더불어민주당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회가 24일 오후 동작구청 앞에서 동작구의 특별재난지역 제외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 소중한

태그:#서울, #특별재난지역, #수해, #동작구, #폭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