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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기자회견에 “국민 안도감 느꼈을 것”이라는 신문은?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08.18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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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대통령 100일 기자회견에 부정적 평가 다수…노동 답변에 평가 엇갈려
더불어민주당 부정부패 당직자 자격 관련 조항 개정 않기로, 조선일보 “이재명 방탄 우회로”

저조한 국정지지율 속에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중론이다. 17일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념해 기자회견이 진행된 다음날 아침 중앙일간지로 꼽히는 신문 다수가 반성과 쇄신안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이날 9개 주요종합일간지 1면에 실린 윤 대통령 기자회견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사설들은 “공허”(경향)했고, “국정 혼선 반성과 인사 쇄신 없는”(중앙)이었다는 지적으로 요약된다. 9개 신문별 사설 제목은 아래와 같다.

경향신문: 성찰·쇄신 보이지 않아 공허했던 윤 대통령 100일 회견
국민일보: 취임 100일 윤 대통령, 다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동아일보: “분골쇄신” 다짐한 尹 회견, 국정·인사 쇄신으로 내용 채워야
서울신문: ‘국민 숨소리 안 놓치겠다’는 다짐, 허언 안 돼야
세계일보: 尹대통령 “국민 뜻이 우선순위”…실천으로 보여주길
조선일보: 국민 뜻 받들겠다는 다짐, 실천되는지 지켜볼 것
중앙일보: 국정 혼선 반성과 인사 쇄신 없는 윤 대통령 100일 회견
한겨레: 민심 경고 외면한 윤 대통령의 ‘불통’ 회견
한국일보: 국정 쇄신 청사진 안 보인 尹 100일 회견

윤 대통령 기자회견의 문제로 지적된 것 중 하나는 ‘현실인식’이다. 서울신문은 “그가 54분의 기자회견 중 20분을 국정과제 이행 사항을 일일이 언급하는 데 할애한 것이 뭘 뜻하겠나. 대통령실과 정부의 홍보·정무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국정 성과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의 방증 아닌가”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집권세력은 ‘무조건 반대’를 넘어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참모 탓, 야당 탓 말고 대통령 스스로 변화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8월18일 주요 신문 1면 모음
▲8월18일 주요 신문 1면 모음

두 번째는 인사쇄신. 윤 대통령이 ‘인사쇄신은 지지율 반등 등 정치적 목적으로 해선 안 된다’고 밝힌 가운데, 대통령실 홍보라인을 비롯한 일부 참모진 개편이 예견되지만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어물쩍 소폭 개편이나 미세 조정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적극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만 보강하고 끝낸다면 또 다른 실망을 부를 것”이라며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오만한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충실히 따르는 대통령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반면 조선일보의 경우 “국민은 윤 대통령의 이번 회견에 적잖은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취임 초반 미숙하고 때론 거칠게 비쳤던 모습에서 벗어나 변화하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이 진짜 변화를 느끼려면 그런 의지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말로만 끝나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민 실망감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즉흥 추가발언한 ‘노동’, 엇갈린 평가

중앙일보의 경우 윤 대통령 기자회견 발언 중 ‘노동개혁’ ‘대북 문제 대응’ 등 답변은 “평가할 만하다”고 봤다. 이 신문 사설을 인용하면 “노동 유연화와 임금 격차를 아우른 노동개혁이나 연금개혁 등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노사 갈등 대응을 강조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발표한 ‘담대한 구상’의 후속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등 북한이 중시하는 안전 보장 관련 조치를 언급한 것도 적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을 양산할 수 있는 정책을 내세우면서 구체적 문제 해결 방안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한겨레는 관련 기사(노동개혁 포장한 갈등 의제 ‘사회적 대화’ 한마디도 없어)에서 “고용노동부는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노동개혁 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 뒤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사회적 대화’를 언급한 적이 없다”며 “윤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사실상 사회적 대화는 중단된 셈”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 양극화와 이중구조 문제의 합리적 대안을 노동계 없이 재계와 만들 모양”이라고 논평했다.

▲8월18일 한겨레 기사
▲8월18일 한겨레 기사

한편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는 국정 지지율 관련한 여론조사가 난립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100일간 100건 지지율 조사’란 제목의 칼럼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00일간 공표한 대통령 지지율 조사가 무려 100건이었다. 박근혜 정부 초반 100일간 50건의 두 배나 되고 문재인 정부 때 66건보다도 크게 늘었다”며 “‘우후죽순 여론조사’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견해도 있다. 대통령 지지율 조사와 관련 뉴스가 거의 매일 반복되자 여권 지지층이 기가 눌려서 입을 못 여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 ‘이재명 방탄’ 논란 당헌 절충안으로…조선 “면죄부”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 부정부패로 기소된 당직자의 자격정지를 규정하는 당헌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위한 개정이라며 ‘이재명 방탄’ 꼬리표가 붙은 조항이다. 다만 기소 시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는 권한을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바꿨다. 부정부패 관련 당직자의 자격정지 요건은 ‘기소’에서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 형을 받은 경우’로 수정했다.

이를 두고 여론을 의식한 당이 한 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일보 기사(‘이재명 방탄’ 부담됐나…당직자 직무 정지 기준 ‘검찰 기소’ 유지)는 “당헌 개정을 둘러싸고 현재 다수 혐의로 검·경 수사 대상에 오른 유력 당권주자 이재명 의원을 지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당 안팎의 거센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준위 안을 문제 삼아왔던 비이재명(비명)계에선 비대위 절충안을 긍정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수정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진 비대위원들에게는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이 쇄도했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8월18일 조선일보, 한국일보 기사
▲8월18일 조선일보, 한국일보 기사

반면 조선일보(‘李 방탄’ 또 꼼수개정…기소돼도 지도부 뜻대로 면죄부)는 “당헌 조항을 이재명 의원에게 유리하게 노골적으로 바꾸진 않았지만, 우회로를 통해 ‘셀프 구제’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면서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꼼수 개정을 통해 ‘이재명 방탄’을 실현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수정안대로라면,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된 뒤 기소되더라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스스로 직무를 정지하지 않을 수 있다”며 “당무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관련 사안을 판단하게 되면 개별 의원들이 지도부의 눈치를 더욱 살피게 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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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실종시대, 김대중에게 길을 묻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8/18 10:19
  • 수정일
    2022/08/18 10: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다시, 김대중①- 정치 리더십] <김대중 평전> 저자가 쓴 'DJ의 눈으로 본 윤석열 정부 100일'

22.08.18 05:25최종 업데이트 22.08.18 05:25
2022년 8월 18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입니다. 한국 사회 전반에 남긴 김 전 대통령의 발자국은 명징합니다. 13주기를 맞아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책, 국정관리 능력을 재평가해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사회적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정치 양극화 시대, 여야 정치권이 김대중의 유산에서 배울점을 찾자는 겁니다. <오마이뉴스>는 각 분야별로 다섯 차례에 걸쳐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정치적·정책적 유산을 재조명하는 전문가 기고를 싣습니다. 그 첫 번째는 <새벽, 김대중 평전>저자 김택근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의 글입니다. [편집자말]

▲ 2003년 2월 24일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청와대에서 사저로 출발하면서 환영 나온 인파들에게 차 안에서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생 동안, 특히 지난 5년 동안 저는 잠시도 쉴 새 없이 달려왔습니다. 이제 휴식이 필요합니다." (김대중 대통령 퇴임사) 

김대중 대통령은 모든 힘을 쏟고 동교동 집으로 돌아왔다. 긴장이 풀어지자 건강이 급속하게 나빠졌다. 결국 신장 투석치료를 받아야 했다. 한 번 투석으로 이틀 또는 사흘치의 생명을 얻었다. 그럼에도 극우단체 회원들이 몰려와 '김대중은 빨갱이'라며 구호를 외쳤다. 그들의 고함이 담을 넘어왔다.

 김대중은 낙담했다. 자신을 음해하는 무리와 지상에서는 화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미리 역사 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미래인들과 교감했다. 그들이 한반도를 경영할 때는 역사 속에서 자신을 찾을 것이라 믿었다. 김대중이 가장 두려워 한 것은 역사의 심판이었다.

그런데 '김대중의 시간'이 빨리 찾아왔다. 세상을 떠난 지 13년, 다시 김대중이다. 삶과 사상을 재평가하며 김대중의 리더십과 정책, 업적을 꺼내보기 시작했다. 아마 시국이 엄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는 없고 정치 해설만 난무하는 천박한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김대중이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지금 보수와 진보 모두 김대중에게 길을 묻고 있다.

철저한 정치인, 김대중

김대중은 철저한 정치인이었다. 정치와 정치인을 깎아내리지 않았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이 나쁜 정치를 해도 그것들을 바로 잡는 일은 역시 정치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정치인은 심산유곡에 피어난 한 떨기 백합화가 아니라 시궁창에서 피어난 연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인은 국민이 내뱉은 울음과 한숨을 삼켜야 한다. 흙탕물에서 공동선을 피워 올려야 한다. 김대중은 자신의 말대로 현실 문제를 회피하지 않았다. 어떤 현안에도 나름의 답을 찾으려 했다.

김대중은 대통령수칙을 만들어 지니고 다녔다. '사랑과 관용, 그러나 법과 질서를 엄수해야' '인사정책이 성공의 길, 아첨하는 자와 무능한 자를 배제' '현안 파악 충분히, 관련 정보 숙지해야' '국민의 애국심과 양심 믿어야, 이해 안 될 때 설명방식 재고' '국회와 야당의 비판 경청, 그러나 정부 짓밟는 것 용납 말아야' '청와대 이외의 일반시민과 접촉에 힘써야' 등이다. 이렇게 준비된 정치인은 일찍이 없었다.

김대중은 늘 민심을 살폈다. 정권 말기에 권력형 비리가 터져 나오고 민심이 돌아서자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2002년 새해 연두회견에서는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여섯 차례나 했다. 민심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것을 정치인 김대중은 알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은 언제나 현명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심은 마지막에 가장 현명하다."

용서와 화해의 리더십
 

▲ 1998년 2월 25일, 김대중 대통령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15대 대통령취임식장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너머 노태우, 전두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보인다(왼쪽부터). ⓒ 연합뉴스

 
김대중의 용서와 화해는 피의 보복으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를 바꾸었다. 대통령이 되어 약속대로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다. 자신을 세상 끝까지 찾아다니며 죽이려 했던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로 바뀜)와 검찰에 대해서도 어떤 앙갚음을 하지 않았다. 다만 새 출발을 당부했다.
 
"과거 불행했던 안기부 역사의 표본은 바로 나다. 납치, 사형선고 등 안기부의 용공 조작 때문에 별일을 다 당했다. 내가 당했던 일을 안기부가 다시 해서는 안 된다. 완전히 새 출발을 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요 행정 수반으로서 받드는 것이지 정치적으로 받들 필요는 없다."(1998년 안기부 업무보고)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면 복권을 건의하고 이를 관철시켰다. 반발이 거셌다. 그럼에도 김대중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해야 진정한 화해가 가능하다고 여겼다.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는 더 이상 정치보복이나 지역적 대립은 없어야 한다는 염원이 담겨있었다. 박정희기념관도 건립토록 했다. 국민 다수의 정서를 감안하면 용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대통령 김대중은 이를 허용했다. 자신의 최대 정적인 박정희와의 화해였다.

통합과 소통 그리고 탕평 인사

김대중은 국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민심을 세심하게 살펴서 국민보다 반걸음 이상 앞서가지 않았다. 국민들이 따라오지 못하면 기다렸다가 국민의 손을 잡았다. 이렇듯 국민들을 설득하며 국론을 한 데 모았다.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금 모으기' 같은 거국적 운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라의 체질을 바꾸는 4대 부문(기업·금융·공공·노동) 개혁도 참으로 지난했다. 군살을 빼고 환부를 도려내는 일은 국민들의 의식까지 개혁해야 하는 난제였다. 그럼에도 대다수가 개혁에 동참했다. 이익집단의 불만은 있었지만 조직적인 저항은 없었다. 국민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대중의 국민통합 노력은 실로 눈물겨웠다. 집권 초기부터 동서화합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했다. 이른바 '동진정책'이다. 경상도에서 올라온 민원은 각별히 챙겼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조롱과 냉소뿐이었다. 이를 두고 동진정책은 실패로 끝났다고 평하지만 지역화합과 국민 통합의 노력에 어찌 끝이 있을 수 있는가. 당시에는 속 보이는 어설픈 정책이라고 폄훼했지만 어떻게든 반대 진영의 마음을 얻으려는 김대중의 노력은 재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정치적 이해를 따져 민심 갈라치기를 서슴치 않는 요즘 풍토에 김대중의 포용정책은 귀한 유산임이 분명하다.

김대중은 지역차별을 극복하려 무진 애를 썼다. 특히 고른 인재 등용에 심혈을 기울였다. 우선 지역이나 진영을 가리지 않았다. 숨은 인재를 적극 발굴하면서도 탕평인사를 단행했다. 이런 일이 있었다. 1999년 9월 대통령 김대중은 대법원장과 감사원장 등을 새로 임명했다. 대법원장에는 최종영 전 대법관을, 감사원장에는 이종남 전 법무장관을 발탁했다. 그러자 대변인이 말했다.
 
"총리는 충청, 대법원장은 강원, 국회의장은 대구, 감사원장은 경기 출신으로 3부 수장의 전국화가 이뤄졌습니다."

듣고 있던 이희호 여사가 호남만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통령 김대중이 웃으며 한마디 했다.
 
"대통령이 호남인데요, 뭐 어떻습니까."

실언이 없었던 지도자, 역사에 남을 연설문
 

▲ 1998년 2월 25일, 김대중 대통령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앞 광장에서 열린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낭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대중은 일생동안 말실수를 거의 하지 않았다. 정제된 입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햇볕정책' '행동하는 양심'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 '철의 실크로드' '기회는 천사의 얼굴로만 오지 않는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등 수많은 명언을 남겼다.

대화를 할 때도 추상적이고 현학적인 레토릭을 구사하지 않았다. 사안을 설명할 때도 쉬운 말로 논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려 노력했다. 또 상대의 말을 많이 들었다. 대화의 요체는 수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데 있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김대중은 연설문을 작성하는 데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 미문과 감성적인 문구는 극도로 자제했다. 말의 유희나 문장의 기교에 빠지면 철학과 의지가 엷어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메시지가 분명했다. 중요한 내용은 반복해서 전달했다.

연설비서관들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거의 살아남은 문장이 없을 정도였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듬고 또 다듬었다. 역사에 남긴다는 생각으로 연설문을 작성했다. 대통령 취임사에는 향후 5년이 담겨있었다. 김대중은 취임사에서 천명한 구상들을 그대로 실천했다. 김대중이 연설문을 썼지만 결국 그 연설문이 김대중을 이끌었다.

정책의 동력은 대의에서 나왔다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대의를 앞세웠다. 햇볕정책을 추진했을 때는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의 당위성을 내세웠고, 지식정보화 정책에는 눈앞에 지식정보화 혁명이 밀려오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알렸다. 그렇게 대의를 내세워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일관성 있게 국정을 운영했다. 국민의 정부는 역대 최약체였지만 가장 많은 업적을 남겼다.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6.15 공동선언을 끌어냈다. 한반도 주변 4대국과 선린의 외교망을 설치했다. 4대 부문을 개혁하여 경제체질을 바꾸었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어 굶주림을 추방했다. 여성부와 국가인권위원회를 설치했고, 의문사진상규명 특별법과 제주 4.3사건진상규명 특별법 등을 제정했다.

2700만 명의 인터넷 인구를 지닌 IT강국을 건설했고, 그렇게 해서 전자정부를 완성했다. 또 거센 반대에도 4대 보험을 도입했다. 시위현장에서 최루탄과 폭력이 사라졌다. 취임 당시 39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가 1200억 달러를 넘었다. 과거 50년 동안 외국인 투자가 246억 달러에 그쳤지만 국민의 정부 5년 동안에는 무려 600억 달러의 자본을 유치했다. 온 국민의 열기를 뭉쳐 월드컵 축구 4강 신화를 이뤘다. 그리고 가장 귀한 상, 노벨상을 받았다." (김택근, <새벽-김대중 평전>)

그리고 정권을 재창출했다. 이는 정당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이다. 진보진영이 불안하거나 불온한 세력이 아님을 증명해 보였고, 그렇게 해서 국민들로부터 다시 정권을 맡겨도 되겠다는 인증을 받은 것이다.

DJ가 본 윤석열 정부 100일... "검찰을 보내고 정치를 맞아야"
 

▲ 2006년 12월 9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대중도서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이종호

 
김대중은 퇴인 후 어림 3년(2007~2009년, 밝혀진 것만) 동안 일기를 썼다. 건강하게 우리 곁을 지켰다면 여전히 일기를 썼을 것이다. 그의 사상을 살피고 어록을 뒤져서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의 가상 일기를 써보겠다. 그가 남긴 일기의 문체를 흉내 내며.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지만 추상적이다. 정책이란 것도 나열에 불과할 뿐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방안은 별로 없다. 자유란 용어가 자주 등장했는데 낯익어 오히려 낯설었다. 전체적으로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지 선명하지 않다. 좌표 설정을 제대로 안했으니 앞으로 헤맬 것 같다. 이런 불길한 상상이 기우였으면 좋겠다."

"검찰 출신들이 요직을 독차지했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윤 대통령의 인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검찰은 事後(사후)를 책임지는 조직이다. 그래서 그들을 설계하고 예측하는 事前(사전)의 영역에 들이지 않는 게 좋다. 공정과 상식의 나라를 세우겠다면 검찰을 멀리해야 한다. 우리가 그토록 정치검사들을 증오했는데 앞으로는 더 많은 정치검사들이 나올 것 같다. 검찰의 미래를 보더라도 불행한 일이다. 고위 공직자 인사 또한 최소한의 지역 안배마저 무시해버렸다. 오직 능력만을 보고 발탁했다는데 이는 망언이다. 소외된 지역민들의 공분을 살 뿐이다.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정치권에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입에 담기에 거북한 말들이 유통되고 있다. 정치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실언이 잦다. 대통령의 말에는 모든 사안의 '최후'가 들어있다. 출근길 회견도 그냥 날 것이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 말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

"정치권이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집권여당의 내홍이 극심하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일찍이 없던 일이다. 정치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출근길 회견에서 실토한 '대통령 처음 해 봐서'라는 발언을 많은 이들이 조롱했지만 나는 유심히 들었다. 그의 고뇌가 느껴졌다. 쌓인 현안들이 산을 짊어진 것처럼 무겁고, 생각할수록 두려울 것이다. 그는 초보 정치인이다. 하루속히 검증된 정치인을 곁에 두고 지혜를 빌려 쓰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검증된 정치인을 얻기 어려우면 노회한 정치인이라도 좋다. 당장 흔들리지 않는 지휘탑이 필요해 보인다."

"집권 초기의 정책들이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대의를 내세워 미리 국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탓도 있다. 그래서 소통이 중요한 것이다. 정치란 마음을 얻는 고도의 기술이다. 그리고 희망과 꿈을 심는 예술이다. 이렇듯 새 정권이 활력을 잃어가니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들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여 한일관계를 풀어가겠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나의 외교노선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당시의 한일관계를 떠올렸다. 대중문화 개방으로 생겨난 한류와 한류스타들을 생각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 행복이라는 게 이런 것인가 싶다. 하지만 대북정책이 여전히 안개속이다. 취임사에서 '담대한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실망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지원해주겠다며 여러 가지를 나열만 했을 뿐이다. 이런 당근책으로는 북을 설득할 수 없다.

얼핏 참담하게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이 떠오른다. 북한은 분명 거칠게 반응 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될까 우려스럽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다툼에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아니 그럴수록 중요한 것은 남북화해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는 작은 나라지만 지정학적으로는 중요한 나라이다. 남과 북이 손을 잡으면 평화의 바다에 고깃배의 노래가 떠다니지만 남과 북이 등을 돌리면 냉전의 바다에 강대국 군함이 물살을 가른다. 이는 근현대사에서 우리가 생생하게 목격한 바 있다.

우리에게 외교는 명줄이다. 국내정치는 실수하더라도 고치면 되지만 외교의 실패는 돌이킬 수 없다. 재임 중에 내가 왜 그렇게 4대강국과의 외교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헤아려 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미 늙고 병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탄식하며 적을 뿐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택근은 오랜 기간 동안 기자 생활을 했고 <경향신문>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새벽, 김대중 평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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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4’에 대한 다른 진단, 같은 처방

메모리 반도체 레버리지 삼아 속도 조절하는 역할 해야…중국 추격 대비한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 주문도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시찰을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설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2.05.20. ⓒ뉴시스 
 
이른바 ‘칩4’를 두고 미중 패권 경쟁 사이에서 한국의 균형 잡기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을 겨냥한 동맹인지, 기술 협의체인지 성격 규정부터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한국이 취해야 할 방향성에서는 입을 모은다. 칼자루를 쥔 건 한국이니,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쪽으로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할 방침이다.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로 예정된 회의에서 칩4의 구체적인 협의 수준이나 의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칩4는 미국이 주도해 한국·일본·대만과 반도체 공급망 관련 조정그룹을 형성하려는 구상을 이른다. 모두 반도체 분야 주요 국가로, 이들이 합의를 이루면 반도체 공급망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실체는 모호하다. 정작 미국 언론조차 칩4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반도체(chip·semiconductor) 동맹(alliance)·협력(cooperation)을 언급하는 외신 보도가 있기는 하나, 반도체 주요국이 공급망 안정성 확보 방안을 협의하는 차원으로 설명된다. 동맹 수준에서 별도 의제를 논의하는 기구와는 거리가 있다.

우세종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소위 ‘칩4 동맹’이라는 단어는 국내 언론에서만 사용한다”며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짚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은 한국·일본·대만이 아니더라도 공급망 관리에 도움 되는 나라는 모두 협력하려고 한다”며 “논의 주체를 4개국으로 특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칩4가 언급된 건 지난 3월이다. 미국이 한국에 칩4 결성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시발점이 됐다.

이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전후로 반도체 동맹이 대두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 순방지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지속적으로 공급망을 더욱 회복력 있고, 신뢰성 있게, 안전하게 유지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동행한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 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양국 대통령의 공급망 협력 발언은 칩4가 중국 고립을 목적으로 하는 동맹을 의미한다는 해석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줄곧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실은 7월 칩4에 대해 “미국은 지난해 6월 공급망 검토보고서에서 반도체 분야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강조했다”며 “미국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외교부도 “미국이 가입을 제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급망 교란이 가져오는 여파가 커, 어떤 게 최선인지 다양하게 검토하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고립 동맹인가,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가

칩4가 갖는 외교적 의미를 놓고 해석이 엇갈린다.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시각이 있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속내라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배타적 반도체 장벽으로 그려진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반도체 수급에 차질 생긴 국가는 경제 전반에 타격을 입는다.

중국이 한국 최대 수출국이라는 점은 고민이 깊어지게 한다. 칩4를 미중 패권 경쟁 연장선으로 본다면 중국에는 치명적이다. 2017년 사드 배치로 촉발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칩4에 대한 중국 반발은 당연히 보일 수 있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굴기 전략을 추진하는 중국은 한국과 대만에서 기술이전을 받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기술력이 없는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기술력을 가진 국가와 모여 달려 나가면서 자국의 기회가 줄어드는 형국으로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친미 성향이 짙은 행보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후보 시절부터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인도·호주가 참여하는 쿼드(Quad) 가입 추진을 주장하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중국에 대한 대립적인 언급을 공식화한 회의에 참여했다.

칩4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재로 이어진다고 보는 건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적인 기술 협력 성격이라는 설명이다. 반도체 기술과 생산 능력을 가진 국가가 친미 성향이다 보니 공급망 관리 논의가 중국 배제로 오역된다는 시각이다.

우세종 연구위원은 “한국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와 이미 수행하고 계획하고 있는 수많은 논의체와 다를 바 없는 모임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한 국제적 공급망 불안정을 겪은 주요 반도체 제조국이 어떻게 협력하는 것이 미래 반도체 수급을 위해 효과적일지 얘기해보자는 것”이라며 “주요 의제도 연구개발 협력, 반도체 생산 관련 인재 양성, 공급망 안정 대책 논의 등이지,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수단을 모색하는 협의체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칩4라는 틀에서 국가 단위로 동맹을 맺는 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한일 관계도 있다”며 “협의체가 아닌 동맹 차원으로 수위가 높아지면 외교적인 문제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주요국 간 협의체 구성에 대해 수년전부터 대비해왔다”며 “수면 위로 떠 오르면 미중 사이에서 입장이 곤란해지니 구태여 드러내지 않았는데, 이번에 칩4가 대두되면서 정말 곤란하게 됐다”고 말했다.

격양된 반응을 보이던 중국은 최근 입장에 변화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최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에서 칩4 예비회담에 참석한다고 통보했다. 박 장관은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고, 왕 부장은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한국의 적절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회담 당일자 사설에서 “한국이 부득이 미국의 소그룹(칩4)에 가입해야 한다면, 균형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며 “이는 한국의 독특한 가치를 체현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간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가 칩4에 대해 ‘미국의 협박’, ‘한국의 상업적 자살’ 등 표현으로 비난한 것과 온도차가 있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중국이 경제 보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 부장 발언이 톤다운되면서 우려가 해소되는 기류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2022.08.09. ⓒ외교부

미중 패권 경쟁 틀 못 벗어나…느슨한 협의체로 끌고가야

동맹이 아닌 협력이라는 성격, 중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를 감안해도 미중 관계의 틀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발전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경계한다. 세계반도체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시장은 2010년 570억달러(약 74조 2,700억원)에서 2020년 1,434억달러(약 186조 8,500억원)로 급성장했다. 2016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 12%를 기록하며 세계 평균을 두 배 웃돌았다. 중국 반도체 굴기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제조 2025’ 정책을 통해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 40%에서 2025년 7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와 과학법(반도체 산업육성법)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에 따라 지원받은 기업은 중국 현지에 공장을 신설·증축하지 못한다. 미국은 다른 방식으로도 중국 수출 금지를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이 올해 상반기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 ASML이 생산한 반도체 생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네덜란드 정부에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산업적 외교적 측면을 고려할 때 한국은 칩4를 느슨한 협의체 성격으로 이끌고 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한동대 교수)은 “칩4가 민간 기업 단위의 협력체로 구성돼도 배후에는 미국 정부가 있는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기술이전 등을 통제할 경우 한국 정부도 뒤에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저항하고 속도 조절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단장도 “이분법적으로 보면 시장만 가진 중국보다는 시장과 기술·장비를 가진 미국을 등졌을 때 타격이 크다”면서도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 시장 비중이 큰 만큼, 한국은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을 추종하기보다는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끌고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앞서서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보이거나 협력 강화를 주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칼자루는 한국이 쥐고 있다”며 “미국에 생산 공장을 지으라거나 중국 공장 신설·증축을 금지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과감하게 거절하는 한편,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을 받아내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4월 24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발표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 5000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메모리 칼자루 무뎌질 때 대비해야

한국이 쥔 칼자루는 메모리 반도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끊으면 스마트폰·PC·가전 생산이 막히고 서버 증축도 멈춘다. 칩4에 한국이 포함된 이유다.

문제는 메모리 반도체 우위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다. 중국 추격이 매섭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올해 초 보고서에서 중국의 세계 반도체 점유율이 2020년 9%에서 2024년 17.4%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우세종 연구위원은 “중국이 반도체 생산을 시작한 이래,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매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특히 메모리 분야에서는 중국 기술 발전이 매우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국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시장을 내준 경험이 있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LCD 시장은 주도권이 중국에 넘어가 한국 기업은 철수했거나 철수가 진행 중이다. OLED 시장은 한국 기업이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과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이 단기간에 추격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견제가 작용할 거라는 분석이다.

김형준 단장은 “미국이 반도체 장비와 전자설계자동화(EDA) 기술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자급자족으로 한국을 따라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레버리지가 쉬이 잃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은 다르지만, 처방은 같다.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위탁생산), 팹리스(설계) 분야 경쟁력을 강화해 종합반도체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한국이 칩4 논란 중심에서 향후 방향성에 대한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건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덕분”이라며 “중국에 따라잡히면 가치가 없어진다. 반도체 강국이 아니고 메모리 반도체에서 반짝했던 나라로 사라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협상에서 레버리지를 확보하려면 파운드리와 팹리스를 아우르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 발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시장 선두는 대만 TSMC다. 점유율은 54%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16% 정도다. 10나노 이하 선단 공정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는데, TSMC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김형준 단장은 “관건은 파운드리다. 메모리보다 더 위험하다”며 “한국은 최신 전자 기기에 탑재되는 10나노 미만에서는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보급형 제품에 들어가는 이른바 레거시(성숙) 공정은 중국이 앞선다”고 설명했다.

중국 SMIC는 점유율 약 6% 차지하며 세계 시장 5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며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든 SK하이닉스와 DB그룹 계열사인 DB하이텍보다 우위다.

한국 팹리스 경쟁력은 미약하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AP 엑시노스를 개발해 일부 자사 제품에 적용하고 있지만, 퀄컴의 스냅드래곤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전자 플래그십 모델에는 대부분 스냅드래곤이 들어간다. 팹리스는 생산 설비가 없어도 돼 비교적 투자 비용이 적은 만큼 중소기업 참여가 용이한 분야이지만, 한국에서는 기반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 팹리스 기업은 120개가 채 안 되지만, 중국은 1,800개에 달한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팹리스 분야 인재 양성 지원을 주문했다. 그는 “하나의 칩에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는 추세”라며 “기능별로 인력이 필요해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팹리스 인력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해 학부 수준이 아니라 최소 석사, 기본 박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학부생 확대도 중요하지만, 석박사 양성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형준 단장은 정부가 반도체 정책을 설계할 때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시행된 국가첨단전략산업법(반도체 특별법)에는 전략 산업에 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 지원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규제 완화, 연구개발, 인력 지원 등 내용이 담겼다. 전략 산업 지정은 실무협의회에서 이뤄지는데, 반도체 산업 지정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그는 “정부가 반도체에 집중해 지원하는 분위기는 업계에서 반길만하다”면서도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부품이다. 모바일·자동차·선박·의료기기 등 반도체 수요 산업 전반에 대한 활성화 정책이 반도체 지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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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론' 권성동도 결국 '재신임'?…權 포함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

權, 의원총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재신임 가결…외곽 여론전 이어가는 李에 주호영 "안타깝다"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2.08.16. 17:25:48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정식 출범했다. 원내대표직 사퇴 압박을 받았던 권성동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얻어 9명의 비대위원 중 한 명으로 합류했다. 법원에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준석 대표는 결사항전 태세를 취하고 있지만, 비대위 출범에 따라 이날부로 대표직을 상실하게 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 명단을 보고한 뒤 상임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8명의 비대위원을 임명했다. 

서병수 상임전국위원회 의장은 이날 ARS(전화자동응답방식)로 진행된 상임전국위원회 비대위원 임명 찬반 투표가 끝난 뒤 "상임전국위원 재적 위원 55명 중 42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35명, 반대 7명으로 당헌 제96조 4항에 의거하여 비상대책위원회 임명안은 원안대로 가결"됐다며 "이 시간 이후에 과거 최고위원회는 해산된다. 따라서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의 권한과 지위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 받은 '내부 총질 당 대표' 문자를 노출해 비대위 전환의 빌미를 제공한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진행된 익명 재신임 투표 결과 다수표를 얻어 원내대표직을 유지했고 비대위원으로도 임명됐다. 총회가 끝난 뒤 주 위원장은 "(권 원내대표가) 압도적 다수 찬성으로 재신임"됐다고 밝혔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직책 변경 없이 그대로 비대위원에 임명됐다. 그 외 비대위원에 임명된 원내 인사는 모두 초선으로 엄태영 의원(충북 제천시·단양군)과 전주혜 의원(비례)이다. 

원외 비대위원을 보면 호남색이 눈에 띈다. 2020년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 사무총장을 지낸 호남 출신의 정양석 서울시 당협위원장(서울 강북 갑 전 의원), 윤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주기환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초빙교수다. 

청년 비대위원 몫은 이소희 세종시의원(1986년생), 최재민 강원도의회 의원(1984년생)에게 돌아갔다.

'주호영 비대위'의 첫 회의는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 다음날인 18일로 예정돼 있다.  

비대위 임기, 즉 차기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관련해 주 위원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가급적 비상 상황은 일찍 해소하는 게 좋지만, 문제는 정기국회 중 전당대회를 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라며 "당내 의견을 들어본 결과 정기국회를 끝내고 전대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상당히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비대위 출범과 관련한 당내 절차는 이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이준석 전(前) 대표는 법정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날인 17일 법원(서울남부지법)은 이 전 대표가 낸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을 연다. 

주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지난 13일 가처분 신청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낸 데 대해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 대표도 당을 사랑하고 당원을 사랑하는 마음이 많다고 본다. 당원과 국민에게 (자신의 모습과 말이) 어떻게 비치는지 잘 고려해 주시기 바란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이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주 위원장은 "못 만날 이유가 없다. 당원이고 당 대표이기도 하니까"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전 대표는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당시 자신과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피상적으로는 서로 예우했다"며 불편한 심사를 감추지 않았다. 

대통령실 쇄신 여론이 이는 데 대해 그는 "대통령실에 좋은 구슬을 많이 모아놔도 결국 꿰어야 되는 거다. 꿰는 것은 결국 리더 또는 책임자의 역할"이라며 "그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실장이 아니다"라고 국정난맥의 원인을 윤 대통령 본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국정 지지율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술적 반등은 있을 수 있는데 개혁이나 사정 정국을 이끌 수 있을 정도의 추동력이 생길 만큼 회복되기 어렵다"며 박하게 내다봤다. 

이른바 '윤핵관'에 대해서도 그는 "보수에 있는 사람들은 정신을 차려야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 때 탄핵에 이르는 과정에 사후적으로 후회했던 지점들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독주를 하려고 하실 때 미리 견제를 했어야 됐다"고 했다. 

"유승민을 쫓아내려고 했을 때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그 다음 총선 때 공천학살을 하려고 했을 때, 또 '진박'이라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이상한 분들 나왔을 때 그분들을 미리 제압하지 않았다"며 "그때 자기들(진박)이 '진실한 사람들'이라면서 '친박'도 안 되니까 '진실한 사람들' 이랬다. 지금 익명 인터뷰하고 당내에서 사고치는 걸 보면 '진박'보다 '윤핵관'이 결코 못하지 않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에는 이 전 대표 제명 청구 신청서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 전 대표에게 성 접대를 했다고 주장 중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법률 대리인이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팬클럽 '건희사랑'의 전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는 이날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 제명 청구를 위해 국민의힘 당사를 찾았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이준석은 성 상납이라고 하는 잘못을 저질렀고 수차례 술 접대와 물품 접대를 받아 알선수재죄를 저질렀고 이를 덮기 위해 비서실장을 가세연이 (이 전 대표의 성 접대 의혹을) 방송하던 그날 대전으로 내려보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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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전남 최초 독립영화관 목포에 세운 정성우 감독 “영화관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줘요”

770번째 만민보··· 시네마라운지MM과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로 목포에 독립 영화의 씨앗

 
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에서 만난 정성우 감독(오른쪽)과 박혜선 협동조합시네마MM 이사장(왼쪽) ⓒ민중의소리 
 
기차를 타고 목포역에서 내려 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을 찾아가는 길은 추억어린 여행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 사이를 지나면 새로운 이야기를 간직한 상점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고단했던 역사의 시간이 퇴적층처럼 쌓인 거리를 지나 바닷가 주변 만호동에 이르면 커다란 창고 같은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공출하던 쌀을 보관한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 목포지점 건물이다. 지금도 창고로 쓰이는 1층을 지나 넓은 마당을 건너 2층으로 올라가면 시네마라운지MM을 만날 수 있다.

가끔은 내가 그곳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이 나를 기억하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잊고 있던 시간과 감정을 그곳이 간직하고 있다가 다시 나를 만나면 대화를 걸어온다. 영화관도 바로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영화관에 가면 어린 시절의 꿈과 낭만이 있고,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이 있다. 시네마라운지MM에 들어서는 순간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가듯 행복한 시간여행 속으로 빠져들었다. 입구 왼쪽엔 좌석이 30여 석 되는 자그마한 영화관이 있고, 정면엔 각종 포스터 등 영화 관련 굿즈와 책, 음반 등을 파는 금지옥엽이 있다. ‘기쿠지로의 여름’, ‘노팅힐’, ‘이웃집 토토로’ 등 영화 사운드트랙과 영화 ‘모던타임즈’의 한 장면을 담은 포스터가 찾는 이들을 반긴다.

18일 제9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개막
44편의 장·단편 영화 4개 섹션으로 상영


지난 11일 이곳에서 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 지킴이 정성우 감독을 만났다. 정 감독은 전남 최초의 독립영화관인 시네마라운지MM을 세웠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는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https://www.nr1iff.com)를 만드는 등 고향인 목포에 독립영화의 씨앗을 뿌려왔다.
 
제9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상영작 목록 ⓒ제9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영화관을 방문했을 때 정 감독과 협동조합시네마MM 박혜선 이사장 등 영화관 식구들은 18일 개막하는 제9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번 영화제는 18일 저녁 7시 30분 목포해양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21일까지 펼쳐진다. 개막식을 제외하면 나머지 영화제 프로그램은 모두 시네마라운지MM에서 상영된다. 영화제는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멀리뛰기 섹션은 남한에서 북한, 다시 북한에서 남한까지 ​평화통일과 관련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높이뛰기 섹션은 변두리에서 중앙으로 중앙에서 다시 변두리로 ​서울 외 지역 로컬을 주제로 한 작품이 상영된다. 도움닫기 섹션은 처음 영화제에 출품하는 감독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내 생애 첫 영화제’가 주제다. 장애물닫기 섹션은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등 약자의 메시지를 담은 다양성 영화들이 소개된다. 아울러 별도의 섹션으로 시민들이 프로그래머가 되어 상영작을 선정한 ‘모람모람’ 섹션이 영화제 기간 중인 21일에 만호동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다.

“올해 영화제는 10회를 바라보는 해인 만큼 신나고, 편안하고, 즐겁게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영화제 슬로건도 ‘파도로 멀리, 바다로 깊이’로 정했어요.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가 우리 사회가 널리 퍼졌으면 하는 염원을 담았습니다. 목포해양대와 협력을 하고, 해양대 운동장에서 개막식을 열기로 한 것도 이런 마음이 지역에 넓고 깊게 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지역에서 우리 영화제를 모르는 분들이 올해 영화제를 통해 독립영화에 대해 잘 알고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었으면 합니다.”

동네영화제로 시작해 9년 만에 목포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정 감독은 이번 영화제 상영작이 950여 편에 이르는 작품들 가운데 44편의 장·단편 영화를 엄선한 만큼 모두 의미 있는 작품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개막작 가운데 하나인 ‘8X6’과 폐막작인 ‘엄마는 영화감독’을 꼭 봐야만 하는 작품으로 추천했다. 정 감독은 “‘8X6’은 우리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와 시네마라운지MM이 제작지원을 해서 만든 작품이에요. 아동 극영화인데 스태프와 배우는 물론 촬영지에 이르기까지 목포에서 만든 목포영화예요. 지역 영화제의 의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는 영화감독’은 여성들이 영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예요.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은 꿈을 가지고 있어도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좌절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런 현실과 함께 이야기 나눌 거리도 많은 영화예요. 엄마 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누구나 감독이 될 수 있다고 꿈을 꿀 수 있을 겁니다.”
 
2018년 시네마라운지MM이 개관할 떼 응원 메시지를 보내준 목포시민들 ⓒ정성우 감독 제공

정 감독과 몇몇 뜻있는 목포 시민들이 자그마한 동네영화제로 시작한 영화제는 이제 공모작이 950여 편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이렇게 영화제가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자발적으로 참여해 영화제를 돕는 목포 시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제에 왔다가 자연스럽게 봉사자로 참여하게 된 이들도 많다. “‘뿌뿌’라는 영화제 자원 활동 조직이 꾸려져 있어요. 목포가 항구도시인 만큼 뱃고동 소리를 따라 만든 거예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참여해 자신들이 직접 낸 아이디어로 홍보 활동도 합니다. 영화제가 이렇게 많은 이들의 참여를 통해 더욱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정 감독 7년 만에 고향인 목포로 돌아오다
“목포는 원래 떠나고 싶었던 곳인데
고향을 떠나 만난 목포는 달랐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떠나 문학을 공부했던 정 감독은 고향인 목포로 스물여섯 살에 돌아왔다. 고향에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그는 이런 미래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문학을 공부했지만, 그가 흥미를 느낀 건 영화와 다큐멘터리였다. 대학을 나온 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다큐 제작 과정을 들었다. 작은 비디오카메라로 영상을 찍으면서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영화에 재미를 느낄 즈음에 그는 고향으로 다시 내려왔다. 목포MBC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영화제작 과정을 배웠지만, 좀 더 전문적인 과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고향인 목포와 가까운 나주 동신대 연기영상학과에 편입했고, 2년이 지나 졸업한 뒤엔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영화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관련된 일도 할 수 있었어요, 대학원에 다니면서 기회가 돼서 광주KBS VJ로 활동했어요, 대학에서 요청이 있어서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몇 년 동안 했어요, 이후에 영화 관련 일도 계속했구요.”
 
2021년시네마라운지MM 개관 3주년을 기념해 찍은 사진.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정성우 감독이다. ⓒ정성우 감독 제공

시간이 지나면서 정 감독은 목포에서도 독립영화제를 만들면 어떨까 하고 상상을 했다. 정 감독의 상상은 독립영화에 대한 사랑이자 동시에 고향인 목포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정 감독은 자신의 고향 목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목포는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까진 사람들은 좋은데 무언가 낙후하고, 벗어나고픈 이미지의 도시였어요. 하지만, 서울로 떠난 뒤에 명절이나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았던 목포는 달랐습니다. 곳곳에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고 있었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었어요. 그런 목포에서 독립영화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를 시작하게 됐어요.”

영화제 이름에 국도1호선이 들어간 까닭은?

영화제 이름을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로 지은 건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열망과 길이 담은 다양한 이야기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생긴 첫 번째 도로인 국도1호선은 목포에서부터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도로다. 지금은 분단으로 끊긴 이 도로가 다시 신의주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바람도 담았다. 아울러 정 감독과 함께 영화제를 함께 준비했던 밴드 이름도 국도1호선이었다. 이런 바람을 담아 2014년 첫 영화제를 열었다. 다섯 편의 단편 영화를 예산도 없이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작은 카페를 빌려 영화제를 열 때만 해도 9년이 지나 이렇게 번듯한 영화제로 발전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목포 근대역사관 앞에 있는 국도1.2호선기점 기념비. 국도 1호선은 목포에서 시작해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도로다. ⓒ민중의소리

“처음에는 좀 막막하고 막연했어요. 당시만 해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지역에 많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일을 대부분 저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모였고, 시민사회에서도 관심을 보이면서 조금씩 틀을 갖춰갔어요. 2015년엔 2014년 있었던 세월호 참사 관련 단편 영화 ‘불안한 손님’을 만들어 상영했어요. 시민들이 직접 후원도 하고, 출연도 했습니다. 2017년도엔 6월항쟁 30주년을 기념하는 단편 ‘그곳에 바람이 분다’를 역시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었어요. 그렇게 시민들이 함께 하면서 점점 영화제가 발전했습니다.”

영화(MOVIE)의 M과 목포(MOKPO)의 M을 따서 만든
전남 최초의 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


영화제가 해를 거듭하면서 정 감독은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영화제를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는 영화관이 필요해진 것이다. 해마다 공간을 찾아야 하다 보니 정 감독과 영화제 스태프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 감독은 독립영화관을 만들기로 마음먹었고, 2018년 영화(MOVIE)의 M과 목포(MOKPO)의 M을 따서 목포 목원동 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을 열었다. 시네마라운지MM은 전남 최초의 독립영화관이다.

독립영화관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인기영화가 아닌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기자가 시네마라운지MM을 찾은 지난 11일에도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초록밤’ 등 흥행과는 거리가 먼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스크린 점유율 상위 11편이 전체 스크린의 92%를 차지했다고 한다. 특히 스크린 점유율 상위 세 편인 ‘헌트’(22.8%), ‘한산: 용의 출현’(19.7%) ‘비상선언’(14.0%)이 전체 스크린의 절반이 넘는 56.5%를 점유했다. 결국 시네마라운지MM 등 독립영화관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영화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2020년 열린 바람의 언덕 박석영 감독과의 대화 ⓒ정성우 감독 제공

“오늘 개봉하는 영화가 100편이라고 하면 멀티플랙스 극장에 걸리는 영화는 10편 내외예요. 나머지 90여 편의 영화들은 극장을 찾기 힘들어 개봉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독립영화관이 많아지면 이런 영화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거예요. 이런 영화가 살아남지 못하면 시민들이 다양한 영화를 만날 기회를 뺏기는 거예요. 결국 시민들이 피해를 입는 겁니다.”

60명의 목포시민이 시민극장주로 참여하고,
6명의 활동가들이 힘을 모아 영화관을 다시 열다


시민들이 다양한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왔던 시네마라운지MM은 개관 1년 만에 위기를 맞았다. 건물주가 영화관이 들어선 건물을 팔면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가야 했다. 결국, 2020년 현재 시네마라운지MM이 자리한 만호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를 옮기면서 정 감독 혼자 운영하던 체제에서 협동조합을 통해 모두가 힘을 합쳐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시네마라운지MM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시네마MM 박혜선 이사장은 “영화관을 개인 소유가 아닌 목포 시민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것으로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협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하게 됐습니다. 정 감독을 도와 영화도 함께 했고, 영화를 공부하고 가르치며 살아왔던 사람으로서 목포에선 만나기 힘든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데 이끌려서 이사장까지 맡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2020년 4월 협동조합시네마MM을 통해 60명의 목포시민이 시민극장주로 참여하고, 6명의 활동가들이 힘을 모아 영화관을 재개관했다. 그리고, 시네마라운지MM은 단순한 독립영화 상영관을 넘어 지역에서 영상 제작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났고, 목포 지역의 독립영화 역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데 크게 보탬이 됐다. 그리고, 그렇게 키워진 역량을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소규모로 시작했던 영화제는 지난 7회 영화제부터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500만 원의 예산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해를 거듭하면서 지원금은 늘어났고, 올해엔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1,500만 원, 목포시에서 700만 원을 각각 지원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제 운영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영화제 올해 예산을 총 3천만 원 정도로 잡고 있어요. 800여만 원 정도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거예요. 이런 부분에서 협동조합시네마MM의 활약이 컸어요. 원래 우리처럼 장단편 44편을 상영하는 영화제를 4일간 진행하려면 최소 6천만 원 넘게 예산이 들어가요. 그리고, 사무국 운영만 해도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는 데 박혜선 이사장을 비롯해 협동조합시네마MM 식구들이 사무국 역할을 맡아주어서 가능했어요.”
 
시네마라운지MM에서 운영하는 영화학교 학생들의 영화 제작 현장 ⓒ정성우 감독

목포시민과 뜻있는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영화제와 독립영화관을 이끌어가는 건 매우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런 지역의 문화가 튼튼하게 자라나려면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정 감독은 강조했다. “민간에게 모든 것을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어떤 역할이 중요하고 꼭 필요해요. ‘지원은 하지만, 간섭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간섭이 아닌 지원은 지역의 예술이 피어나는 바탕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이들이 지역 문화의 활성화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의 의지는 예산에 나타난다고 봐요. 의지가 있다면 지원을 해야 하는 거죠. 모든 게 서울과 수도권 중심이에요.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이들이 있어도 제작 환경이나 기반 시스템이 부족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아요.”

“지역의 예술적 기반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가 골목골목마다
작은 영화관, 작은 공연장, 작은 미술관,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에요.”


정 감독은 이런 지역의 예술적 기반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가 골목마다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작은 영화관, 작은 공연장, 작은 미술관, 작은 도서관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은 여전히 지역 예술의 활성화보다는 이른바 K-콘텐츠라 불리는 문화산업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월 문화예술 공약을 발표하면서 △지역별 문화 격차 해소 및 지역 중심 문화자치시대 개막 △전 국민 문화 향유 시대 확립으로 문화 기본권 보장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맞춤형 지원 △K-컬처를 세계문화의 미래로 발전 △K-컬처 스타트업 지원으로 세계를 감동시키는 문화산업 선진국 도약 △전통문화유산을 미래의 문화자산으로 보존하고 가치 제고 △제약 없고 공정한 장애 예술인 활동 기회 및 가치 제고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당시 “K컬처가 세계문화를 지속적으로 선도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받쳐주는 한편 전통문화를 보존해 우리 문화의 저변을 단단하게 다지겠다는 게 골자”라고 말해 산업적 관심을 감추지 않았다.
 
시네마라운지MM에 있는 영화 관련 북카페 금지옥엽. 각종 영화관련 굿즈들을 만날 수 있다. ⓒ민중의소리

“K-콘텐츠와 한류를 강조하지만, 그런 예술도 결국 문화예술적 기반이 받쳐줘야 가능해요. 숫자만 강조하다 보면 밑바탕이 부실해질 수 있어요. 그리고, 밑바탕이 없으면 금방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항상 지역 문화의 활성화를 이야기하지만, 독립영화나 영화관에 대한 지원은 늘 제자리걸음이에요.”

시네마라운지MM은 9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를 마치고, 다시 영화관을 이전해야 한다. 목포 원도심에서 다시 영화관이 들어설 장소를 알아보고 있다. 영화관 뿐만 아니라 영화를 가르치는 강의실 공간까지 필요해서 장소를 찾는 일이 만만치는 않다. 비용도 문제다. 박혜선 협동조합시네마MM 이사장은 “협동조합 법인 기금 대출도 알아보는 등 준비를 계속하고 있어요. 목포시에도 시네마라운지MM이 가진 의미를 호소해서 도움을 받는 방안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 생각하는 독립영화관, 동네영화관은 단순한 영화관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공간이다. 끝으로 정 감독은 새롭게 이전하는 시네마라운지MM도 목포시민을 위한 사랑방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영화관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에요. 어떤 이는 영화를 통해서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어떤 이는 영화를 통해서 지역의 화두를 만날 수도 있어요. 영화관은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도심으로 나가야 만날 수 있는 멀티플랙스 영화관에선 이런 감응을 느끼기 어려워요. 혼자가 아니라 옆에 앉은 이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그런 극장의 매력 말이에요. 우리 영화관이 목포시민을 이어주는 공간으로 계속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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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서 발견된 4구의 시신... 이게 다 기후 위기 때문?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8/17 07:01
  • 수정일
    2022/08/17 07:0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글로벌 기획 - 이상기후 현장을 보다] 극단적 기후변화와 미 의회의 겸손한 진전

22.08.17 05:10최종 업데이트 22.08.17 05:10
<오마이뉴스>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식을 보내오는 시민기자들과 함께 '2022 글로벌 리포트 : 불타는 지구... 이상기후 현장을 보다'를 내보냅니다. 폭염, 폭설, 산불, 홍수와 같은 각종 이상기후 현상과 현지인들의 반응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이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 전문가들의 진단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한국에는 물난리 뉴스가 쏟아졌는데, 내가 사는 미국 동부 뉴저지주에는 가뭄주의보가 발령 중이다. 특파원들이 전하는 서울발 폭우, 홍수 소식과 정반대로 미 동부는 근 한 달째 화씨 100도(섭씨 37.8도)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 대부분 지역에서 하천의 흐름과 지하수 수위가 평년보다 낮아지고 있습니다. 일부 저수지는 덥고 건조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급격한 감소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뭄 위기 첫 단계 조치로 주 담당자는 주민들에게 잔디와 나무에 물 주기를 줄이고 세차 같은 필수적이지 않은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한다. 계속 비가 오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가뭄 경보와 함께 주민들의 물 사용 제한 의무화 같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찌는 듯한 더위와 높은 습도 속에 물마저 못 쓰게 될까 봐 쨍한 하늘이 야속할 뿐이다. 

처음으로 바닥 드러낸 미드 호수
 

▲ 지난 7월 23일 미 네바다주 미드 호수에서 '보트 없음'이라고 쓰인 부표가 갈라진 바닥 위에 놓여 있다. ⓒ 연합뉴스

 
"미드 호수에서 시체를 찾다가 다쳤다고요? 보상 가능!"

미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밸리에 있는 한 카지노 맞은편에 광고판 하나가 등장했다. 지역 법률 사무소에서 내건 이 광고판은 갑자기 전국 뉴스가 된 지역 호수로 소비자를 낚는 중이다.

지난 7일 미국의 케이블 뉴스 채널 <씨엔엔>은 라스베이거스 인근의 미드 호수에서 또 유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이후 네 번째다. 1936년 후버댐 건설로 조성된 미드 호수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지역 등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인공 호수다.

최근 유례없는 가뭄으로 조성 이후 처음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 부패한 통에서 총상 입은 사체가 나오는가 하면 디엔에이(DNA)를 추출하기조차 어려운 오래된 시신들이 발견되는 이유다. 라스베이거스 경찰은 네바다 주와 애리조나 주 경계에 걸쳐 있는 지리적 특성상 이 지역 갱 조직과 연관되어 있다고 추측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1980년대 해발 373m까지 올라갔던 이 호수의 수위는 초대형 가뭄이 계속된 올해엔 처음 저수지가 채워지던 1930년대와 같은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 호수의 수량이 전체 수용량 대비 27%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1일 미국 의회 신문인 <더 힐>도 미 서부 지역이 최악의 건조한 시기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0년경부터 시작된 현재의 가뭄 상황은 남쪽 텍사스에서 북쪽 오리건까지 서부 모든 지역의 수천만 미국인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미드 호수의 경우처럼 수원지가 고갈되는 사태는 물론이고 언제든 정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가뭄 감시국 자료에 따르면 미 서부의 6%가 농작물과 목초지의 비정상적인 손실 그리고 전면적인 물 비상사태 같은 '예외적' 가뭄 상태다. 23%는 '극심한' 가뭄 상태인데 농작물 손실과 빈번한 물 부족으로 당국이 물을 제한하는 '심각' 상태는 26%나 된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경우 100%가 '비정상적으로 건조'하다. 

"지금의 기후는 우리의 물 사용 방법뿐 아니라 어떻게 물을 확보하고 저장하고 주 전체에 분배할지를 재고하게 합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달 말 지역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비와 눈 같은 자연적인 물 공급을 기대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 주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이지만 97.5%가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기에 매우 다급하고 중요한 의제다. 캘리포니아대 연구원들은 지금의 가뭄이 2030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75%라는 연구를 <네이처>에 발표하기도 했다. 

1000년 만의 홍수, 500년 만의 폭우
 

▲ 지난 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홍수로 피해를 입은 켄터키주 로스트 크릭을 방문해 이재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며칠 동안 미국은 1000년에 한 번, 또는 한 해 0.1%의 확률이라고 하는 홍수를 4번 이상 경험했다."

지난 11일 <가디언>은 매번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미국의 여름 홍수를 이렇게 기록했다. 

작년 여름 최고 57도를 기록해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곳으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데스벨리 지역은 지난 5일 세 시간 동안 약 1인치 반(약 38mm)의 비가 쏟아졌다. 이는 연 강수량의 75%에 해당하는 양으로 '1000년 만의 사건'으로 불린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도로는 물에 잠겼고 자동차들이 떠내려갔다. 폭우에 대비하지 못한 기반 시설은 파손됐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미국 옐로스톤의 경우, 올여름 관광객이 40% 감소했는데 지난 6월 엄청난 홍수로 공원 안팎의 도로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미국의 공영라디오방송 <엔피알>은 여름 관광객이 줄어 울상인 부근 마을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사라졌다면 어느 누가 숙소를 잡고 식당에 가고 래프팅이나 승마를 할 수 있겠어요?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죠."

인구 900명의 이 작은 마을 주민들은 홍수 이후 생계가 막막해졌다. 도로 복구는 앞으로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500년 만이라는 대홍수가 미국의 대표적 국립공원 옐로스톤 주민들의 삶마저 바꿔 놓았다. 

코로나바이러스에서 회복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8일, 회복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켄터키 주를 방문했다. 기록적인 폭우로 37명의 사망자가 나온 홍수 피해 지역을 영부인과 둘러본 그는 "마음이 아프다"며 집중 호우와 홍수에 대한 비상 대응 비용을 연방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들은 더 이상 1000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명칭부터 바꿔야 합니다." 

국립대기연구센터에서 극단 기후를 연구하는 프레인씨는 매번 기록을 경신하는 자연재해를 패턴으로 분석해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석연료의 연소로 지구의 대기가 뜨거워지면서 거대한 폭우가 될 수 있는 수증기를 품게 되고 그로 인해 지금과 같은 광범위한 극단적 날씨 패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매우 겸손한 진전' 상원 통과한 기후 법안
 

▲ 지난 7일 미국의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는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상원이 지구온난화, 인플레이션,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킨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늘 민주당 상원은 가장 부유한 기업들이 그들의 공정한 몫을 지불하게 만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익 집단이 아니라 미국의 평범한 가족들 편에서 처방약과 건강보험, 일상적인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줄이기 위해 투표한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말처럼 일요일인 8월 7일, 미 상원은 16시간의 긴 토론 끝에 7500억 달러 규모의 의료, 세금, 기후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고 처방약 값을 낮추기 위한 직접적 약값 협상과 약값의 총액 상한선 설정 같은 의료 소비자 부담을 경감해주는 조치가 골자다. 무엇보다 3690억 달러를 투자해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에너지 안보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치적 승리'라고 불리는 법안은 51:50의 근소한 차로 통과됐다. 만면에 웃음을 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가장 왼쪽의 버니 샌더스부터 가장 오른쪽에서 있는 조 만친까지 모두 아울러야 했던 힘든 과정이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흡족해하는 만친 의원과 달리 의회 계단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버니 샌더스 의원의 사진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공룡 예산 법안의 구멍들이 여전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 법안을 지지할 겁니다. 기후 변화의 위기를 고려할 때, 환경단체들은 이것이 한 걸음 전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지만 한 걸음 전진한 거니까요."

버니 샌더스는 MSNBC와 인터뷰에서 '매우 작은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매일매일 극단적인 기후 위기를 직접 겪고 느끼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느리고 답답하지만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우리의 지구가 성난 모습을 자제하고 얼마나 느긋이 우리를 기다려 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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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 성과 담은 전시 대전서 개막

8월 16일 오후 2시에 개막식 열고, 두 달간 진행

  • 기자명 대전=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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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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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개성 만월대 열두 해의 발굴전, 대전’ 전시의 개막식이 8월 16일 오후 2시, 대전근현대전시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었다. 개막식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개성 만월대 열두 해의 발굴전, 대전’ 전시의 개막식이 8월 16일 오후 2시, 대전근현대전시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었다. 개막식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남북이 함께 진행한 ‘고려 궁성 개성 만월대’ 발굴의 성과를 공유하는 뜻깊은 전시회가 개막했다.

대전광역시와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8월 16일 오후 2시 대전근현대사전시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성 만월대 열두 해의 발굴전, 대전’ 전시의 개막식을 개최했다. 개성 만월대 대전전시는 8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두 달간 진행된다.

‘개성 만월대 열두 해의 발굴전, 대전’ 전시에서 처음 만나는 ‘개성 만월대 출토 유물 홀로그램’ 고려 창자와 고려 와전 등 출토 유물들이 홀로그램으로 전시되어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개성 만월대 열두 해의 발굴전, 대전’ 전시에서 처음 만나는 ‘개성 만월대 출토 유물 홀로그램’ 고려 창자와 고려 와전 등 출토 유물들이 홀로그램으로 전시되어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이날 개막식에서 인사말에 나선 남북역사학자협의회 하일식 이사장은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은 남북 교류의 상징이 되었다”고 말하며, 그 이유에 대해 “분단 기간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남북이 공유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요한 현장을 국민과 함께 나눌 방법을 모색하여 시작한 것이 전시회”라며, “전시회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도 꾸준히 열려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굴 지역이 북한이어서 유물을 가져오지는 못하고, 기록 자료와 함께 최신 기술로 재현한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가 이루어진다”며, “만월대 발굴의 성과를 시민과 공유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전광역시 임묵 자치분권국장도 인사말에 나서 “발굴한 유적과 유물들의 모습을 3D 프린팅 등 과학기술을 통해 재현하고, 그 의미와 성과를 공유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남북이 하나의 역사를 공유하는 한민족이라는 민족동질성을 회복하고 남북교류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성 만월대 열두 해의 발굴전, 대전’ 전시장의 모습. 주요 유물을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실물 크기로 재현해 복제 유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전시와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개성 만월대 열두 해의 발굴전, 대전’ 전시장의 모습. 주요 유물을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실물 크기로 재현해 복제 유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전시와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 사업은 남측의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의 합의에 따라 2007년 첫 발굴조사가 시작된 이래로 2018년 12월까지 조기철수,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총 8차례 이루어졌다.

개성 송악산 남쪽 기슭의 경사면에 자연 지세를 이용해 조성한 만월대는 전체면적이 390,000㎡(유네스코 제출자료 기준)에 달하며,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는 미발굴지였던 서부 건축군 33,000㎡ 중 약 60%에 달하는 19,770㎡를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금속활자 1점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와전 및 도자기 등 약 17,900여 점의 유물을 수습했다.

이번 전시에는 남북이 함께 발굴 조사한 고려 궁성 개성 만월대의 유구(옛 건물의 흔적)를 디지털 자료와 모형으로 재현했다. 고려의 개성 황궁 중심건물인 정전 회경전(會慶殿)이 디지털 기술로 복원되어 전시되고, 고려 왕실의 제례 공간인 ‘경령전’의 유구도 축소 모형으로 자리했다.

또한 주요 유물을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실물 크기로 재현해 복제 유물을 직접 만져보는 입체적인 체험도 할 수 있다. 복제된 유물로는 嫥(전일할 전, 아름다울 단)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와 용머리 기와, 청자 양간 연판문 잔 등이 있다.

고려 왕실의 제례 공간인 ‘경령전’의 유구도 축소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고려 왕실의 제례 공간인 ‘경령전’의 유구도 축소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개성 만월대를 VR로 체험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개성 만월대를 VR로 체험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전시는 2개의 전시실이 4개의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다.

기획전시실 4관에는 <통일왕조, 고려高麗 918-1392>라는 제목으로 고려를 소개하는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기획전시실 4관 맞은편에는 <남북, 열두 해를 함께 하자>, <남북, 개성 만월대를 되살리다>, <개성 만월대, 남북을 잇다 미래를 잇다>는 제목으로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의 성과를 공유하는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전시실의 마지막에 마련된 ‘남북 교류협력을 이어온, 대전’ 코너에는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그동안 대전의 민간단체들이 진행한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소개되어 있고, 2018년 대전에서 개최된 코리아오픈 탁구대회에 참가한 북측 선수단과 남북 단일팀의 모습도 소개하고 있어 대전전시의 특색을 덧붙였다.

이날 개막식에는 2007년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 남측발굴대장을 맡았던 이상준 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소장이 ‘고려 도성 개경과 만월대’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2007년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 남측발굴대장을 맡았던 이상준 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소장이 ‘고려 도성 개경과 만월대’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이날 개막식에는 2007년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 남측발굴대장을 맡았던 이상준 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소장이 ‘고려 도성 개경과 만월대’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 사업은 통일부와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남북 사회문화 교류협력 사업이며, 이번 전시도 통일부와 문화재청이 후원했다.

‘개성 만월대 열두 해의 발굴전’은 지난 2015년 10월에 서울 고궁박물관과 개성 성균관에서 남과 북이 함께 전시하며 처음 시작한 이래 순회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전 전시는 15번째 순회전이다. 대전 전시에 앞서 부안청자박물관과 천안박물관에서 전시가 진행되었고, 지난 8월 2일에는 하남역사박물관에서 전시가 개막하여 9월 18일까지 진행된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개막식 이후 전시 관람을 진행했다. 전시장에는 해설사가 배치되어 전시 관람을 돕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개성 만월대 열두 해의 발굴전, 대전’ 전시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고, 월요일은 휴관이다. 전시 해설은 겨레하나 통일강사단이 맡고 있고, 단체 관람을 원하는 경우에는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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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대통령의 위험천만한 광복절 경축사

기자명 노민국 시사평론가 승인 2022.08.16 09:31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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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반성은 없었다

윤석열대통령이 2022년 8월 15일에 한 광복절 경축사는 현 정권의 지지자들에게도 매우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윤석열은 지난 한달동안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현 정권의 국정난맥과 대통령의 무능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았다.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자기 성찰의 자세는 전혀 보이지 않은 윤석열은 “자유”를 33번이나 외치면서 자기가 가진 천박한 가치관과 시대착오적인 이념을 국민에게 강요하려고 했을 뿐이다.

국정방향과 목표에 대해 늘어놓은 말들도 공허하기 짝이 없었다. 그 어느 하나도 구체적인 실현 방도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윤석열에게 다행인 것은 70%에 달하는 국민이 그에게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마지못해 지지한다고 답하는 사람도 30%를 겨우 턱걸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니 이런 허접한 경축사를 한다고 해서 사람들은 윤석열에게 더 실망하지 않는다. 이것이 윤석열에게 위안이 되는 유일한 사실일 것이다.

하품나는 재탕

윤석열정부의 위기는 엉망친장 인사와 끔찍한 망언행진으로 시작되었지만 윤석열이 국정운영의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근본원인이라고 진단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그런 문제점이 조금이라도 해결되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광복절 경축사는 한반도문제, 남북관계 그리고 한일관계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전망을 내놓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은 한일관계에 대해 실속있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였다. 윤석열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하여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윤석열은 그 선언에 입각하면 한일간의 현안인 ‘위안부’와 강제징용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개선에 관해 “담대한 구상”을 내놓았다고 떠벌였지만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하품나는 소리를 한 게 전부였다.

“전혀 담대하지 않은” 구상이며 “하나도 새롭지도 않은” 이 제안은 15년 전 이명박이 내놓았던 ‘비핵개방3000’보다 훨씬 못한 주장이다. 그 ‘비핵개방3000’도 북이 거들떠보지 않았다.

얼마나 멍청한 머리를 가지고 있으면 북이 “단계적으로 경제와 민생을 개선시켜 주겠다”는 남측 정부의 약속을 믿고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황당한 생각을 하게 되는지 의아할 뿐이다.

게다가 자기의 민생문제 해결에 무능하기 짝이 없는 정부라는 사실이 다 드러나고 있는데 대체 누구의 민생을 개선해준다는 말인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말이다.

뜬금없이 ‘통일은 대박이다.’를 외치면서 북한붕괴와 흡수통일을 선동하던 박근혜는 천박성에서는 비슷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솔직하기는 했다.

 

윤석열에게는 국정운영의 철학이 없으니 국정운영 전망을 제시할 수 없다. 잘해야 실패한 정부들이 추진했던 정책의 재탕을 내놓게 된다.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자의 허튼 수작이나 벌이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이 또한 윤석열에게 진정한 한반도평화정착, 남북관계개선을 이룰 뜻도 없고 능력도 없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니 크게 흥분할 일이 아니다.

독립운동에 대한 험악한 왜곡

윤석열은 얼마 전에 “3.1운동정신은 반일이 아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유관순열사’가 땅 속에서 통곡을 할 이런 망언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분명해졌다.

윤석열은 경축사에서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윤석열의 머리속에는 식민지배청산, 자주독립국가건설이라는 가치는 없었다.

윤석열에게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은 그저 “자유를 찾기 위해 시작된 독립운동”일뿐이다.

물론 윤석열의 이 “자유”는 친일파와 민족반역자도 공히 누리는 “자유”를 말한다.

그리고 윤석열은 “우리의 독립운동은 그 성격과 시대적 사명을 달리하며 진행되어왔다”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매국과 식민지배앞잡이, 대미굴종으로 이어져온 사대매국집단을 옹호하고 합리화해보자는 것이다.

윤석열은 경축사에서 “자유는 평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준다.”, “도약은 혁신에서 나오고 혁신은 자유에서 나온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치에도 맞지 않고 상식에도 어긋나는 해괴한 논리로 세상을 속여보려는 수작이다.

윤석열이 이런 궤변을 늘어놓은 것은 ‘독립운동은 대미굴종, 사대매국의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는 망언을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으로 내뱉기 위한 것이었다.

윤석열이 한 광복절 경축사는 친일파, 민족반역자와 그 후예들의 세상, 그들의 정부, 그들의 나라를 위한 경축사일뿐이다.

윤석열의 2022년 광복절 경축사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경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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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북측에 ‘담대한 구상’ 제안

“일본은 힘 합쳐야 하는 이웃” 주장도...야, “굴욕외교” 비판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08.15 10:57
  •  
  •  수정 2022.08.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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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
윤 대통령이 15일 '77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전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 대통령이 15일 '77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전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저는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개최한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전 세계의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담대한 구상’의 내용으로는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북한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나열했다.

지난 5월 10일 취임식에서 밝힌 ‘담대한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나,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대북 제재 해제’를 포함한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요구에 대한 답이 없는 까닭이다.

지난달 27일 ‘전승 69돌 기념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윤석열이 집권 전과 집권 후 여러 계기들에 내뱉은 망언들과 추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고, “미국과 함께 하는 주목할 만한 모든 군사적 행동들을 놓침 없이 살피고 있다”면서 “때 없이 우리를 걸고들지 말고 더 좋기는 아예 우리와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일 것”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일본에 대한 ‘유화’ 기조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서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며,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일 간 현안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하여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며, “양국 정부와 국민이 서로 존중하면서 경제, 안보, 사회, 문화에 걸친 폭넓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렸다. [사진제공-대통령실]
'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렸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이날 광복절 경축식의 주제는 ‘위대한 국민, 되찾은 자유, 새로운 도약’였다. 김영관 지사를 비롯한 독립유공자와 후손, 사회 각계 대표, 주한 외교단,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14일 윤 대통령은 서울 수유리 광복군 합동묘소에 안장된 고(故) 김유신 지사 등 17위 선열들을 대전 현충원으로 이장하는 봉송행사에 참석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15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광복 이후 “국가적 위난을 극복하고 세계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으로 우뚝 섰”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 “대한민국의 역사가 흔들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불공정, 비상식, 무원칙 국정운영에 더해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부정하는 굴욕외교로 광복절의 의미마저 퇴색시키고 있다”며, “남은 것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안으로 속이 타들어가는 국민의 마음 뿐”이라고 꼬집었다.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전문)>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750만 재외동포 여러분

오늘은 제77주년 광복절입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은 
3.1 독립선언과 상해 임시정부 헌장,
그리고 매헌 윤봉길 선생의 
독립 정신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비롯하여 
모든 국민이 함께 힘써온 독립운동은 
1945년 바로 오늘, 
광복의 결실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독립운동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 이후 공산 세력에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인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과정을 통해
계속되어왔고 현재도 진행 중인 것입니다. 

과거에는 약소국이 강대국에 의해
억압되고 박탈된 국민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주권 국가를 세우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시대적 사명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이 연대하여
자유와 인권에 대한 위협에 함께 대항하고
세계시민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이뤄내는 것입니다.

자유를 찾기 위해 시작된 독립운동은 
진정한 자유의 기초가 되는
경제적 토대와 
제도적 민주주의의 구축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하여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는 것으로
계승되고 발전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복절인 오늘 우리는
과거에서 미래를 관통하는
독립운동의 세계사적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합니다.

역사적 시기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그 성격과 시대적 사명을 달리하며
진행되어온 역동적인 과정입니다. 

자유를 찾고,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고, 또 세계시민과 연대하여 
자유에 대한 새로운 위협과 싸우며
세계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는 것입니다.

조국의 미래가 보이지 않던 캄캄한
일제 강점기에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며
국내외에서 무장 투쟁을 전개하신 분들,
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면서
무장 독립운동가를 길러내신 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고 벅차오릅니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할 민족 역량을 키워내기 위해
국내외에서 교육과 문화 사업에 매진하신 분들,
공산 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신 분들,

진정한 자유의 경제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땀 흘리신 산업의 역군과 지도자들,
제도적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해오신 분들이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독립운동가라는 점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모든 분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이분들에 대한 존경과 예우를 다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일 뿐 아니라 
미래 번영의 출발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입니다.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하여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습니다. 

양국 정부와 국민이 서로 존중하면서
경제, 안보, 사회, 문화에 걸친 폭넓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해야 합니다.

우리의 독립운동 정신인 자유는 
평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줍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는
세계 평화의 중요한 전제이고
우리와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는
기초가 됩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전 세계의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인 것입니다. 

저는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합니다.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그리고, 북한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국제 신인도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 재정이 튼튼해야 합니다. 

저는 공적 부문의 긴축과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 재정을 최대한 건전하게 운용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정 여력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데
쓰겠습니다. 

경제적 문화적 기초를 
서민과 약자에게 보장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연대의 핵심입니다. 

어려운 분들의 생계 안정을 위해
기초 생활 보장을 강화하고
갑작스러운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 대해서도
정부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돌봄서비스를 대폭 보강하고
보호 시설에서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더욱 세심하게 챙길 것입니다.

국민들의 주거 불안이 없도록
수요 공급을 왜곡시키는 
각종 규제를 합리화하여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겠습니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 복지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초유의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는
국민들께 큰 피해와 고통을 안겼습니다.

재난은 늘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와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더 세심하고 더 철저하게 챙기겠습니다.

국민들의 신속한 일상 회복을 위해
피해 지원과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 하겠습니다.

수해,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는 
충분한 금융 지원을 통해 대출금 상환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약과 혁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도약은 혁신에서 나오고
혁신은 자유에서 나옵니다.

민간 부문이 도약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신하겠습니다. 

우리 기업이 해외로 떠나지 않고,
국내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과감하게 제도를 혁신해 나갈 것입니다.

과학기술의 혁신은 
우리를 더 빠른 도약과 성장으로 이끌 것입니다.

산업의 고도화와 기술 발전을
추종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내겠습니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펜데믹의 위기 역시
첨단과학 기술의 접목으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위대한 국민 여러분

우리는 험난하고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누구도 우리의 미래를 믿지 않았던 그 순간에도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눈부신 번영을 이뤄냈습니다. 

자유를 되찾고,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 강해졌습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끊임없는
자유 추구의 과정으로서
현재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에 자유와 번영을 가져다준
우리의 헌법 질서는
엄혹했던 일제 강점기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위대한 독립 정신 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함께 연대하여 세계 평화와 번영에 책임 있게 
기여하는 것이야말로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분들의 뜻을 이어가고
지키는 것입니다.

저는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우리에게 부여된 이 세계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자료제공-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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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쟁자금 추적한 네덜란드 기자…'위안부'의 몫은 어디로 갔을까

[기고] 네덜란드 탐사 기자가 밝힌 일본 전쟁은행 자금 흐름

ⓒFTM장광열 네덜란드 통신원  |  기사입력 2022.08.16. 09:15:58

 

8월 14일 네덜란드 현지 시간 오전 6시에 탐사보도 전문기자 그리셀다 몰러만스(Griselda Molemans)와 월간조선의 박희석 기자가 공동 취재 활동을 통해서, 국제적인 비자금 추적 전문 웹사이트 '팔로우 더 머니'에 일본군의 전쟁자금의 행방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제국의 식민지였다가 1942년부터 1945년 종전 때까지 일본이 침탈한 인도네시아에서의 자금입니다.

네덜란드 정부와 왕실은 네덜란드령 인디아(현재의 인도네시아)의 종군 '위안부' 몫으로 예금되었던 자금을 물려 받은 것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들은 일본 국가의 조직적 지원 하에 이루어진 종군 '위안부'들 몫의 돈을 벌었던 것입니다. 그 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56.5백만 유로에 이릅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093억 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이 르포 기사는 8월 13일 네덜란드 시간 아침 6시에 뜻 있는 언론이들이 국제 비자금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FOLLOW THE MONEY가 공개하였고,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와 유력 일간지 텔레그라프 등에 보도됐습니다. 8월13일과 14일 양일에 걸쳐 공개된 글을 그리셀다 몰러만스의 양해를 받아 아래에 정리합니다. 

 
 

 

자료 공개에 대해

8월 14일은 일제가 2차대전 당시 저지른 종군 '위안부' 성노예 부역자들을 기리는 국제 위안부의 날입니다. 31년 전, 1991년 8월 14일 한국의 김학순 할머니는 최초로 자신이 종군 '위안부'였음을 공표하였습니다. 그는 수년간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일본군 병사들에게 성적 학대를 당해야 했습니다. 그는 일본정부가 그 당시 점령지에서 군대 조직의 성적 학대를 저지른 데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였습니다. 김학순 할머니는 '위안부'들 중 최초로 침묵을 깨고 진실을 말함으로써 수십 만에 이르는 강제 매춘 희생자들의 목소리와 그들의 얼굴이 세상에 알려지도록 했습니다. 

'종군 위안부' 이슈는 오늘 이 순간에도 끝난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면 일본제국의 역사를 계승한 현재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2차대전의 전승국들 역시 지금까지 이 문제를 외면해 왔습니다. 일본과의 경제적인 교역의 중요성이 서구의 식민지배를 당했던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동원된 위안부 할머니들보다 훨씬 크기 때문인 듯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오랜 침묵의 기간이 지나고 1992년 12월에서야 얀 루프-오헤르너(Jan Ruff-O’Herne)할머니가 젊은 시절에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세마랑 지역에서 일본군 장교들을 위한 위안소에서 강제 매춘을 했던 과거를 용감하게 고백하면서 비로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당시 식민지로 지배하던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전쟁 범죄에 대한 조사를 떠밀리듯 하게 되었습니다. 2차대전 당시에 무려 35만명에 이르는 일본 육군과 해군이 이 지역에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자바와 수마트라 섬에서 최소 65명에서 많게는 삼백여 명에 달하는 네덜란드계 여성이 '위안부'로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은폐된 진실은 네덜란드계와 유럽계 여성, 인도네시아계와 몰루칸, 파푸아계의 젊은 여성 7만 명이 인도네시아 지역 전역에 걸쳐 '위안부'로 동원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감춰진 것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강제 매춘에 동원된 여성들에게 일본군이 지불한 돈이 다시 돌고 돌아 일본의 전쟁자금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일본이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동안 벌였던 행적에 대해서 전후에 네덜란드 정보기관인 NEFIS에서 포착한 것입니다. 이 기관의 보고서는 전체 공개가 되지 않고 일부 사실만 드러났던 것입니다. 팔로우 더 머니(Follow the Money)는 NEFIS의 보고서 전체를 구해 조사하여 이러한 조직된 강제매춘에서 돈의 흐름을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2차 대전에서 일본의 항복 이후에 두 개의 일제의 전쟁은행인 요코하마 스페시 뱅크(Yokohama Specie Bank)와 뱅크 어브 타이완(Bank of Taiwan)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네덜란드 정부와 왕실은 이 자산을 자기 주머니에 챙길 수 있었고, 그 자금의 일부는 '위안부'들 이름으로 만든 이른바 차명계좌의 예금들이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네덜란드 왕실 말고도 일본의 황실이 위의 두 은행의 대주주였고, 그 지분에 따라 '위안부' 할머니들 앞으로 만들어 놓은 예금의 수익은 고스란히 이들의 주머니로 다시 흘러 들어갔습니다. 

저희는 일본 황실 가족의 홍보부처에 여러 차례 이에 대한 입장 발표를 요청했지만 아직 일체의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 당시 왕좌에 있던 히로히토 일왕의 손자이자 현재 일왕인 나루히토는 일본의 연호를 이화라고 지으면서 질서와 화합으로 일본의 침략 역사에 대한 언급은 더 이상 하지 말자고 피해국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제가 벌어들인 '위안부'들의 몫으로 쌓은 부는 자신들이 것이 아니므로 피해자 보상에 쓰여야 합니다.

▲타이완은행이 전쟁자금 확보를 위해서 발행한 국채 ⓒFTM

종군 위안부의 감춰진 역사 

일본 제국주의 팽창기인 19세기 말부터 2차대전 때까지 일본의 식민지 개척에 관여해 왔던 요코하마 스페시 뱅크 (Yokohama Specie Bank)와 일본계 기업의 해외 자금을 관리하던 타이완은행(Bank of Taiwan) 의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 네덜란드령 인디아(현재의 인도네시아, 뉴기니아 일부) 지역 내의 자금 규모는 2576만 길더, 현재 가치로는 1억5천6백만 유로(한화 2천 93억원)이 넘는 돈이었습니다. 이 돈은 전후 패전국 일본의 자산 처리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의 식민지 모국이던 네덜란드 정부와 왕실 자산으로 귀속되었음을 밝혔습니다. 

네덜란드 탐사보도 기자 그리실다 몰러만스는 수리남계 아버지와 인도네시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성장 과정에서 네덜란드 제국의 식민지 역사에 문제의식을 키워 왔고,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네덜란드의 식민지 지배의 숨겨진 비사를 추적하며 자신의 탐사취재를 기초로 다섯 권의 저서를 냈고,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도 하였습니다. 

그의 이런 활동 결과 2019년에는 2차대전 당시 아시아 전역에서 일본이 동원한 종군 위안부의 실태를 담은 서적 LEVENSLANG OORLOG (평생을 전쟁 속에서 삶)의 출간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일제가 2차 대전 당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침략하여 가는 곳마다 민간인 학살과 부녀자 강간을 일삼았고, 무려 34개국 국적과 50만명이 넘는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여성들을 종군 위안부로 동원한 것을 고발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991년 8월 14일 한국의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동원한 종군 위안부였음을 공개하면서 비로소 국제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이 사안은 1992년 12월 네덜란드령 인디아에서 위안부로 동원된 네덜란드 여성 얀 루프-오헤르너 (Jan Ruff-O’Herne)할머니의 증언으로 숨겨진 진실이 차츰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정신대대책협의회와 많은 시민단체들과 언론의 진상 규명 노력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리실다 몰러만스 기자는 지난 8년간의 탐사 활동을 통해 총 34개국, 50만 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위안부로 동원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991년 8월 14일 한국의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동원한 종군 '위안부'였음을 공개하면서 비로소 '위안부' 문제가 관심을 받았다. ⓒFTM

종군 위안부 실상은 왜 아직도 뜨거운 이슈인가? 

인류의 수많은 전쟁 역사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일본의 종군 '위안부' 설치 운영,그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역사입니다. 

근래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호주, 중국, 필리핀, 독일 등 해외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운동이 이어지고 있고, 이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외교 역량을 총 동원하여 해당 국가 지방자치 단체와 중앙정부에 압력을 넣어 평화의 소녀상의 건립을 막고 있고, 이미 건립된 소녀상은 철거를 요구하며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올해도 일본의 기사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4월 28일 일본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2020년 9월 베를린 미테구에 건립된 소녀상이 계속 설치되어 있는 것에 유감을 표하였다고 일본의 산케이 신문이 5월 초에 보도했고, 한국의 언론도 이를 인용하여 보도했습니다. 

일본은 1930년대부터 1945년 2차대전 패전까지 당시 아시아 제패라는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아시아 전역에서 기존의 제국주의 나라들과 전쟁을 벌여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군 병력의 양성과 군부대의 병력 유지와 충원은 중요한 업무였습니다. 

일본이 강제로 한국 등 식민지와 점령지 여성을 '위안부'로 동원한 것은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 확보라는 최고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벌인 사업이었습니다. 무려 50만 명에 이르는 위안부를 동원한다는 것은 한국군 병력이 60만 명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입니다.  

왜 일본 정부는 지금껏 '위안부' 운영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가? 

일본 정부와 일본군이 '위안부' 운영을 주도한 것을 부정하는 데는 그 실상을 피해 당사국에서조차 쉬쉬해 왔고, 관련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던 것, 그리고 당시의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피해 여성들이 이 사실을 증언하고 관련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기 어려웠던 것 등이 함께 작용해 왔습니다. 2차대전이 끝난 지 77년이 지난 지금에도 가해자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이 거대한 범죄행위가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가해자가 자신의 범죄를 부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차대전 종전 후 아시아 태평양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일본의 패망 이후 아시아 전역에서 불뿜은 피식민지 민족들의 자주 독립운동에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일본이 전쟁을 벌이기 전에는 서구 열강들이 아시아 지역을 분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후 쇠퇴한 영국을 대신해서 유일 강대국이 된 미국에서 가장 큰 적은 아시아로 세력을 확장하는 소련이었습니다.  

아시아의 가장 큰 대국인 중국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과 전쟁을 벌였고 결국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제외한 대륙 전체를 장악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38선을 경계로 소련과 대립하게 되었습니다. 소련은 동유럽에서 친소국가를 만들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아시아의 서구 제국주의국가들이 전쟁 전처럼 식민지를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했고, 패전국 일본에 대해서도 대표적인 전범들만 처벌하는 선에서 무마하려 하였습니다. '종군위안부' 실태에 대한 자료들은 비밀문서로 지정되어 감춰졌습니다. 네덜란드령 인디아(현재의 인도네시아 지역)에서는 독립운동을 저지하기 위해 식민지 모국 네덜란드가 다시 통치할 수 있도록 일본군과 식민통치기관의 재산을 네덜란드가 몰수하여 소유하도록 했습니다.

 이 와중에 인도네시아가 1945년 8월 17일 독립을 선언하고 네덜란드가 이를 승인하지 않아 전쟁이 발발하고 4년 5개월에 걸친 전쟁 끝에 1949년 12월 27일 인도네시아는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요약하면 '전쟁 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아시아를 지배하던 서구열강들의 공동 합의였던 것입니다.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 광장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 공개증언 31주년 기념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안부'=강제 매춘=일본군 성 노예노동자 

위안부라는 용어는 일본이 붙인 것입니다. 실제 그들은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사탕발림식 사기와 강제로 동원된 것입니다. 일본 제국의, 일본 제국에 의한, 일본군을 위한 전쟁 지원조직인 것입니다. 이번에 펴낸 보고서에서 그리실다 몰러만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위안부'라는 이름은 비극적인 은유적 표현입니다. 이것은 강제 매춘입니다. 피해자인 여성과 10대 소녀들은 대부분 일본이 조직적으로 일본군의 주둔하는 곳은 어디서나, 유괴되고 매일 매일 성적 학대를 당한 것입니다. 그들이 있던 위안소는 고급 빌라와 사우나, 호텔, 학교, 절과 교회 등에 설치되었습니다. 이 강제매춘소는 상하의 엄격한 위계적인 구조로 짜여 있었고, 엄격한 규율 하에 운영되었습니다." 

또 종군'위안부' 설치의 배경에 대해서는 이렇게 서술합니다. 

"강제 매춘은 일본군 병력의 성병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가 설립한 것입니다. 최초의 발단은 1918년부터 19922년 사이에 시베리아 지역으로 파병되어 있던 일본군의 높은 성병 발병률 때문이었습니다. 무려 병력의 1/3이 매독과 임질에 걸려서 전투 불가 판정을 받고 병력에서 제외되었고, 그 중의 상당수가 사망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원인은 병사들의 사기와 관련된 것입니다. 병사들의 성적인 욕구를 채워 줌으로써 그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군대 내의 폭동을 막을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일본의 육군과 해군 내의 집창촌 시스템은 보다 높은 목적이 있었습니다. 위안소에서 벌어들인 돈이 다시 일본의 전쟁 자금으로 쓰인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일제가 위안소를 국가 전매사업으로 운영하여 군인들에게 주는 월급이 '위안부'에 대한 '화대'로 지불되고, 그 화대는 위에서 언급한 요코하마 스페시 은행과 타이완은행에 예치되어, 일본이 전쟁자금으로 쓰이는 순환구조를 이룬다는 점을 그는 역설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지역의 일본 해군 헌병부대 비밀경찰들은 패전 후 네덜란드 군 보안사의 NEFIS (de Netherlands Forces Intelligence Service) 의 조사를 받게 되었는데, 그들은 일본 점령군이 거대한 규모의 성적 학대를 해 온 것을 자백한 진술서가 있습니다. 이런 자금의 흐름에 대한 기록이 지금까지 감춰져 있던 것은 네덜란드 군 보안사의 조사 보고서가 몇 조각으로 쪼개져서 전모를 알 수 없었고, 보고서의 일부만 공개되었고, 중요 정보들이 암스테르담에 있는 네덜란드 전쟁문서 보관소(NIOD)와 헤이그에 있는 국립 문서저장소에 보고서가 쪼개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07년에 이르러서야 런던에 있는 네덜란드 국립 문서보관소에서 문서의 전모를 열람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종군 위안부 자금 운영의 전모는 네덜란드가 이미 조사 후 은폐한 것이다! 

"1946년 6월 5일 네덜란드 군 보안사령관 J. 하이부룩(Heijbroek)이 싸인을 한 보고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어요. 위안소는 난요 코핫슈 카부시키 카이사(the South Pacifi Development Company)의 임원이 운영했다고 쓰여 있어요. 관리 감독은 호쿠카이, 일본 경제인 연합회(the association of Japanes Businessmen)에서 맡았고, 이들은 위안소 시설도 설치해서 운영했지요. 운영 책임자는 자기 회사의 직원들에게 위안소의 상시 운영 업무를 맡겼어요. 매일 아침, 전날의 위안소의 매매 전표와 영수증을 받아서 회계 처리하였습니다.

관리 책임자는 월별로 재무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고, 위안소마다 평균 수입이 60 길더 정도였다고 쓰여 있어요. 이 중에서 1/3은 위안소 몫으로 가고, 2/3는 위안부들에게 돌아가도록 되어 있는데, 이 금액이 그들에게 지불되는 것이 아니고, 타이완은행 지부에 예치됩니다." 

과연 종군 '위안부'들이 이들 몫의 돈, 그중 2/3를 전쟁이 끝난 후에는 타이완은행에서 인출해서 갈 수 있는 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실다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일본군 병사들이 위안소에 가면 당연히 돈을 냈지요. 하지만 그 돈을 누가 받나요? 위안소 업주가 받지요. 위안부 중에 그 화대의 2/3가 '위안부' 몫으로 나뉘고 그 돈이 타이완은행에 예치되는 걸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어요. 이들이 업주에게 그 돈에 대해서 물었을 때, 업주는 '너희들에게는 빚이 있다. 너희들이 입는 옷과 화장품 값, 비누 등 생필품 값으로 다 나간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실다가 찾아낸 자료는 네덜란드 군 보안사령관이 서명한 보고서에 담긴 것과 종군 '위안부'들의 증언에 기초한 것입다. 일본 정부에서도 그 진위를 의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일본군을 위한 위안소를 일본 기업인들이 운영했고, 그 조직은 철저한 상하 위계질서와 엄격한 규율을 갖춘 기관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본군이 낸 돈은 다시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을 위한 특수목적 은행이었던 타이완은행 계좌로 들어가고, 일본정부는 그 돈을 전쟁자금으로 쓴 것입니다.

명목상 1/3은 위안소 운영 업자들이 가져가고, 2/3는 '위안부' 몫으로 회계 처리했지만, 실제는 일본군과 일본 식민통치기구가 자기 금고로 가져 간 것입니다. 결국 이것은 일본이 일본군을 상대로 일본군 병사들의 성적 욕구를 풀 수 있는 위락시설을 운영하고, 그 수익금이 다시 일본은행으로 들어가는 순환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결국 종군 '위안부'는 일본군의 성병으로 인한 병력 손실을 방지하면서, 일본군 병사들의 성욕을 채워주고, 그들이 내는 돈은 다시 전쟁자금에 충원되는 수익률 67%의 국책사업에 동원된 것입니다. 

일본 군국주의 자금 들여다 보기 

그리실다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본의 자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타이완은행은 일본군의 위안소를 거친 자금 조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 은행은 1899년 일본의 첫 번째 해외 식민지였던 타이완에서 설립되었습니다. 설립 목적은 밋츄비시, 밋수이 같은 일본 기업의 해외투자에 자금을 조달하는 지원 역할을 하였습니다. 자본금 5백만 엔을 최초 자본으로 했고, 해외투자를 위한 융자, 외환 환전 등을 했지요. 타이완을 시작으로 다른 중국과 동남아시아 나라들에서 무역에 필요한 금융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위한 전쟁자금의 금고 역할을 했습니다."

"본사는 대만의 타이페이에 있었지만 실제 기업의 핵심은 도쿄에 두고, 모든 중요한 은행의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투자 규모를 놓고 볼 때 동남아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이었습니다. 그 돈의 출처는 일본 황국이죠. 타이완에 이어 두번째 해외 지사를 1912년 싱가폴에 세웠고, 이어서 태국과 영국령 말레이시아와 네덜란드령 인디아에 세웠지요. 여기서는 지역의 통화를 발행하였고, 예금 업무도 하였습니다." 

"1931년에 이 은행은 다가올 대륙 침략을 위해서 해군의 확대 목적으로 도쿄에서 국채를 발행합니다. 그 규모는 은행 자본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많은 금액을 모았습니다. 이 은행에 대주주 중 코라라는 이름의 특별한 인물이 있습니다. 그것은 일본 황실입니다. 결국 일본 천황이 이 은행의 주인이라는 것이죠. 일본 천황은 요코하마 스페시 은행의 지분 22%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은행은 일본의 가장 큰 은행이었고, 일본 전쟁 자금을 대는 젖줄이었죠. " 

2차 대전 패전 후 두 은행의 자금은 어디로 갔을까요.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의 항복선언은 식민지 종주국들의 전쟁에 고통 받던 아시아인들에게 자주 독립의 약속으로 들렸습니다. 그러나 승전국 미국과 연합국은 구 질서의 회복을 꾀하고 있었지요. 일본의 정복지의 일본 은행들과 기업들의 자산은 모두 몰수되어 원래 주인인 서구 열강 손에 들어갔습니다. 네덜란드령 인디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본의 항복 선언 이후 요코하마 스페시 은행은 적국의 재산(적산)으로 규정되었지요. 미국의 태평양 전쟁 사령관이던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일본의 국내외 자산에 대한 청산에 들어갑니다. 모든 자산은 식민지를 거느렸던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다시 돌려주기로 한 것입니다." 

전쟁은 아시아인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남기고 끝이 났습니다. 일본을 누르고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한 미국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아시아인들은 잠시 나마 해방의 기쁨을 느꼈고, 일본군이 떠나면서 수십만의 종군 '위안부'들 역시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보상 받은 돈은 당연히 없습니다.  

승전국이든 패전국이든 모두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위안부'의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도 비밀문서보관소로 들어갔고, 2차대전의 적군 일본은 미국의 충실한 동맹국으로 탈바꿈하였고, 서구 열강들은 다시 식민지에서 자신들의 통치를 재확립하는 데 열중했습니다. 그 와중에 종군 '위안부'들은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평생을 살아야 했습니다.

흔히 국제 외교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맹이 되기도 하고 오늘의 동맹이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일본의 패망은 새로운 패권국가 미국의 위시 아래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 되찾기로 돌아갔고, 이들은 아시아인들의 자주독립운동을 막기 위해 함께 협력했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현재를 사는 동시대인들이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안녕과 번영을 이루기 위해 누구와 손잡아야 하고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 판단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총 34개국 출신의 50만 '종군 위안부'의 역사를 들여다 봄으로써 우리는 한 세기 전의 세계를 움직인 국제질서 속에서 왜 그들이 전쟁에 동원되었고,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알게 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뉴스로 전해 들으면서 우리는 21세기 새로운 제국주의의 부활을 봅니다. 인류에게는 또다시 종군 '위안부'의 역사가 재연될 것인가? 우리 스스로 물음을 던져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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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검찰, ‘서해 피살’ 박지원·서훈·서욱 동시 압수수색

등록 :2022-08-16 09:04

왼쪽부터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한겨레 스프레드팀.
왼쪽부터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한겨레 스프레드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은 16일 오전 서훈 전 실장과 박지원 전 원장, 서욱 전 장관의 자택과 사무실 등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동시다발로 진행된 압수수색 장소는 모두 10여곳으로, 사건 관계자들의 현 근무지인 해경, 국방부 산하 부대 등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3일 검찰이 이 사건 관련 국가정보원 압수수색에 나선지 한달 여 만이다.
 
검찰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인 이대준씨가 북한 해역에서 피살됐을 당시 국방부와 해경 등이 ‘이씨가 월북했다’고 발표한 경위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달 6일 박 전 원장이 이씨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했다며 국정원법(직권남용죄) 위반 혐의 등으로 박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훈 전 실장과 서욱 전 장관 또한 지난달 8일 이씨 유족들로부터 직권남용과 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초부터 국정원, 국방부, 해경 관계자 등을 연이어 불러 월북이라 판단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왔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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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앞둔 尹대통령에 “민심난독증” “측근 살신성인해야”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08.16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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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광복절 경축사 ‘담대한 계획’ 실효성 지적, ‘과거사’ 외면 비판도
취임 100일 앞둔 윤석열 대통령, 낮은 국정 지지율 원인 지목된 ‘측근인사’ 개선 요구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하면 경제, 민생 분야 지원에 나선다는 “담대한 구상”을 밝혔다.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담대한 계획’의 경제 분야를 구체화한 것으로, 정치·군사 분야 로드맵은 추후 밝힌다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 전환에 나서면 △대규모 식량 공급프로그램 △발전·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공항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의료 인프라 현대화 지원 △국제 투자·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을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1면 머리기사로 다룬 8개 신문 중, 기사 제목에서 비판적 시각이 드러난 곳은 경향신문(현실화 먼 ‘대북 담대한 구상’ 제시), 한겨레(북에 대화 제안 없이…“비핵화 땐 경제 지원”) 등이다.

▲7월16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7월16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경향신문은 “여전히 북한의 ‘선 비핵화’에 기초하고 있는 이 구상에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기사(‘선 비핵화’ 원칙만 되풀이…대북 군사·정치 구상 안 밝혀)는 “윤 대통령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북한이 취해야 할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무엇인지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실제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고 마련한 것인지도 의문”이라는 ‘전임 정부의 한 관료 출신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은 담대한 구상을 북쪽에 정식 제안하고도 이를 논의할 정상회담은커녕 당국회담조차 제안하지 않았다”며 “남북 공동발전위원회 설립 역시 북한이 협상에 나올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라 대화 제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의 수용 여부에 대해선 동아일보도 회의적 시각을 전했다. “대통령실은 핵무기 동결과 신고, 사찰 허용, 핵 프로그램 폐기 순으로 가는 단계적 비핵화를 설명하면서 경제 협력과의 동시 진행을 거듭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낮게 봤다”는 평가다. ‘북한 체제 부정’으로 간주할 수 있는 주장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고, 북측 호응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 평가도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성과 없이 끝난 ‘비핵·개방 3000’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넘어야 할 산”으로 꼽았다.

▲7월16일자 세계일보 사진 기사
▲7월16일자 세계일보 사진 기사

반면 조선일보의 경우 ‘北과 정치·군사도 협력 로드맵 준비’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담대한 구상’을 언급하고 대통령실이 대북 제재 부분적 면제 추진 계획까지 거론한 것은 사실상 단절된 북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봤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지난 30년간 여러 차례 비핵화 방안이 시도됐고 몇 차례 합의도 도출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며 “북한의 호응을 고대한다”고 밝힌 입장을 함께 전했다.

‘건국절 논란’ 해소 시도…한·일관계 ‘과거사’ 피해가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 관련해 ‘미래지향적 관점’을 강조했다. 일본을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할 이웃으로 칭하면서, “한일 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이 부정하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신문은 1면 머리기사(尹 “日은 힘 합칠 이웃”…과거사 뺐다)에서 “이날 경축사는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한 일본의 책임론이나 친일파 청산 등 과거사 문제를 부각하기보다는 ‘자유’의 가치를 연결 고리로 일본과의 동반자적 관계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야당도 윤 대통령이 과거사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고 했다.

국민일보 기사(“日, 힘 합쳐 가야 할 이웃” 손내민 尹…‘日 책임론’은 없었다)는 “과거사 문제를 놓고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되자 대통령실은 ‘투 트랙’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도 “일본 측이 ‘레드라인’으로 여기는 강제징용 가해 일본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문제가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을 전했다.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각료들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7월16일자 국민일보 기사
▲7월16일자 국민일보 기사

윤 대통령은 한편 3·1독립선언, 상하이 임시정부 헌장, 매헌 윤봉길 의사의 독립정신을 함께 언급하면서 과거 보수 정당 집권기 ‘건국절 논란’을 해소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동시에 한계도 드러났다는 평가다.

서울신문은 “매해 광복절마다 1919년 4월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보는 진보 진영과 1948년 이승만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는 보수 진영 간 역사 갈등이 반복돼 온 가운데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상하이 임시정부의 ‘적통’을 사실상 인정하는 자세를 보인 것”이라며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상하이 임시정부 역사를 이번 경축사에서 끌어안았다”는 분석을 했다.

경향신문도 “3·1 독립선언과 임시정부, 대한민국을 ‘자유’라는 가치로 묶어내며 기존 건국절 논란을 해소하려는 시도”를 짚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며 “(대한민국 건국은) 공산 세력에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이라고 한 대목을 지적했다. “자유를 강조하면서, 좌익 계열의 독립운동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반지하 없앤다’는 서울시, 대책으로 ‘재건축’ 내놨지만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이 실효성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15일 노후 공공임대주택 258개 단지 약 11만8000호를 용적률을 올려 재건축해 20년간 23만 채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이주를 원하는 반지하 가구에게 월세를 보조하는 ‘특정 바우처’를 월 20만원씩 최장 2년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반지하주택 위치와 침수 위험성, 취약계층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선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동아일보(서울시 “공공임대 23만채로 반지하 퇴출”…20년 걸려 실효성 논란)는 “비교적 절차가 간단한 서울형 소규모 정비사업을 적용해도 재개발에는 약 4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날 발표한 23만 채를 모두 공급하려면 20년가량 걸린다. ‘당장 내년 폭우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또 이미 2020∼2021년 국토부와 서울시가 반지하 거주자의 이주를 위해 시행했던 ‘주거상향 지원사업’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7월16일자 동아일보 기사
▲7월16일자 동아일보 기사

한겨레(노후 공공임대 10만호도 안되는데 반지하 20만호 대체하겠단 서울시)는 “당장 올해 말까지 연한이 지나는 서울시 소유의 공공임대주택은 1만8천호에 그쳐 실제 반지하 거주자에게 공급되는 물량은 향후 5년 내에 5만호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연한이 지나는 공공임대주택의 20%가량은 서울시가 조정하기 어려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급 물량”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서울시 ‘20년 내 반지하 없앤다’ 집착부터 버려야)을 통해 “더 비싼 임차료를 감당 못 해 지상층 이주를 원하지 않는 반지하 주민들도 있을 것이다. 반지하를 떠난 이들이 고시원이나 쪽방 등으로 이동하는 상황도 우려된다”며 “정교한 대책 없이 반지하 폐지를 추진하면 오히려 취약 계층의 주거 안정성만 흔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축하 못 받는’ 윤 대통령 100일, 인적쇄신 요구 높아

취임 100일을 맞는 윤 대통령에 대한 언론 평가는 박하다.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16일 주요 신문의 기명 칼럼, 사설 등은 민심과 괴리된 윤 대통령의 인식을 비판하면서 인사 쇄신을 당부했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尹 대통령은 달라져야 한다)은 “집무실 이전, 기자들과의 즉석 문답, 구태의연한 서민풍 교류나 접촉 등에서 윤 대통령은 때로 ‘불통’으로 비칠 정도로 한번 시작한 것은 잘 후퇴하지 않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정·관계에 자리하고 있는 검찰 출신과 학교 동문들은 윤 대통령을 위해 비켜서야 한다. 윤 대통령이 측근 정치, 주변 정치에 갇혀있지 않고 더 넓은 정치판으로 나갈 수 있도록 그의 측근들이 살신성인할 때”라고 촉구했다.

세계일보 김환기 칼럼(민심난독증 안 고치면 답 없다)은 “윤 대통령은 민심난독증이 중증”이라고 비판했다. 김환기 논설실장은 “균형과 다양성을 배려하지 않은 인사는 최대 패착이었다”며 “문제는 발탁된 인사들이 윤 대통령 지인이 많은 데다 능력 부족을 드러내고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졌다는 점”이라 지적했다.

▲7월16일자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칼럼(왼쪽부터 시계방향)
▲7월16일자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칼럼(왼쪽부터 시계방향)

100일 기자회견에서 전면적인 쇄신안이 나와야 한다는 당부도 모인다. 세계일보 사설(민심은 전면쇄신 요구하는데 홍보라인만 보강한다니)은 “통합·균형 인선에 방점을 찍고, ‘서·오·남’(서울대 출신·50대·남성)에서 탈피해 널리 인재를 찾아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위기는 외부 충격이 아닌 내부 요인에서 비롯됐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내각과 대통령실을 과감히 개편하고, 일방적인 국정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국정운영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사설(윤 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대대적 국정·인적 쇄신 담아야)은 “지금 윤 대통령이 맞닥뜨린 위기는 국정과 인사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다. 소폭의 개편이나 조정으로는 국정 쇄신은커녕 최소한의 반전조차 어렵다”며 “윤 대통령은 이번 회견을 계기로 정부를 재출범시킨다는 각오로 국정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협치와 소통을 기조로, 대통령실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교육·복지 장관과 검찰총장 등 공석 중인 고위직 인선에서 탕평 인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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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난을 일으키려고 환장한 미국

[개벽예감 504] 격난을 일으키려고 환장한 미국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08/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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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대만정책법’과 ‘자유항행작전’으로 격난을 일으킨다

2. 무인전략정찰기 2대가 항모탐색비행을 하고 있었다

3. 즉시전투태세 완비하고 항미전쟁 연습하다

4. 윤석열-라캐머라 비공개 회동은 불길한 징조

5.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의 협공작전 예상

 

 

1. ‘대만정책법’과 ‘자유항행작전’으로 격난을 일으킨다

 

미국이 격난을 일으키려고 환장했다. 최근에 발생한 다음과 같은 일련의 사건을 살펴보면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장 엄중한 사건은, 미국 연방의회가 이른바 ‘대만정책법(Taiwan Policy Act)’을 채택하려고 광분한 사건이다. 그들이 작성한 ‘대만정책법안’에 담긴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대만 정부를 합법정부로 인정한다. 

2) 대만이 자기 국기를 사용하게 한다. 

3) 대만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성원국과 동등하게 주요동맹국으로 대우한다. 

4) 대만에 대한 외교활동을 무제한 확대한다. 

5) 워싱턴에 주재하는 대만경제문화대표부를 대만리익 대표부로 격상시킨다. 

6) 대만군의 무력 증강을 지원한다. 

7) 대만과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한다. 

 

미국 연방의회가 위에 열거한 일곱 가지 외교지침이 명시된 ‘대만정책법’을 채택하면, 어떤 격난이 일어날지 예상하기 힘들다. ‘대만정책법’ 제정은 미국이 대만을 중국 영토에서 완전히, 영구히 떼어내 통째로 먹어버리려는 제국주의적 야욕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므로, 엄청난 격난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예감하는 것처럼, 미국 연방의회가 ‘대만정책법’을 채택하면 중국의 영토주권이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훼손당할 것이고, 따라서 중국은 더 이상 참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미국 연방의회가 ‘대만정책법’을 채택하기 전에, 다시 말해서 미국이 대만을 중국 영토에서 완전히, 영구히 떼어내기 전에 대만해방전쟁을 단행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래 미국 연방상원은 연방하원의장 낸씨 펠로씨(Nancy P. Pelocy)가 중국 타이베이에서 차이잉원(蔡英文)을 만나 회담했던 2022년 8월 3일에 맞춰 ‘대만정책법’을 채택하려고 광분했다. 만일 연방상원이 그런 준비 일정에 따라 ‘대만정책법’을 채택했더라면, 극도로 자극을 받은 중국은 이번에 대만해방전쟁 예행 연습을 실시하지 않고 대만해방전쟁을 시작했을지 모른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화급했으면, 백악관이 연방상원에 법안채택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다급하게 요청했겠는가. 2022년 8월 7일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 보도에 의하면, 미국 연방상원은 백악관의 요청을 받고 ‘대만정책법’을 채택하려던 일정을 연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연방상원은 ‘대만정책법안’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백악관의 요청을 받아들여 채택 일정을 잠시 연기한 것뿐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앞으로 몇 주 뒤에 ‘대만정책법’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격난 유발행위는 연방의회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반중국 적대 행위를 계속하는 복마전은 백악관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디아-태평양 조정관 커트 캠벨(Kurt M. Campbell)은 2022년 8월 12일 백악관 기자회견실에서 취재진에게 펠로씨 의장의 대만방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지 않았는데도, 중국이 도발적인 과잉 반응을 보였다고 하면서, 중국이 펠로씨 의장의 대만방문을 구실로 대만을 억압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하면서 앞으로 몇 주 안에 대만해협에서 ‘자유항행작전’이 재개될 것이라고 떠들어댔다. 

 

일촉즉발 무력 충돌위험이 깔려있는 대만해협 안으로 미국 해군 구축함을 들여보내겠다니, 격난을 일으키려고 환장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도발 망언을 늘어놓을 수 있을까! 이런 사정을 보면, 2022년 8월부터 9월까지 기간은 중국과 미국의 무력충돌 위험이 고조되는 격난의 시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 무인전략정찰기 2대가 항모탐색비행을 하고 있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2022년 8월 10일 ‘대만 문제와 새 시대 중국의 통일’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펴냈다. 백서에서 중국 국무원은 대만의 집권 세력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을 “제거해야 할 장애물”로 규정했다. 이것은 중국이 대만독립을 추구하는 종미우익 정당을 제거하려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민진당이 제거되어야 중국의 국토 완정이 실현될 수 있는데, 중국이 민진당을 제거하는 방도는 대만해방전쟁이다.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2022년 7월 17일부터 19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공산당 중앙 및 국가기관 대표회의에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할 대표들을 선출했다. 이번에 선출된 대표들은 2022년 10월 중에 개최될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를 재선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진핑 총서기는 2023년 중에 개최될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으로 재선출될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이러한 중대한 정치 일정에 맞춰 대만해방과 국토 완정을 실현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중대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전개되는 중국의 군사 동향을 살펴보자. 

 

원래 중국인민해방군은 2022년 8월 4일 정오부터 8월 7일 정오까지 72시간 동안 대만해방전쟁 예행 연습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예행 연습 구역을 6개에서 7개로 늘렸고, 예행 연습 기간도 8월 8일 정오까지 24시간 연장했다. 그렇게 되어 대만해방전쟁 예행 연습은 96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2022년 8월 8일 미국 언론매체 <월스트릿저널(Wall Street Journal)>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이번에 인민해방군이 항미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군종별 및 병종별 합동작전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영국 언론매체 <로이터스(Reuters)> 2022년 8월 2일 보도기사에서 인민해방군이 대만해방전쟁 예행 연습을 진행하고 있었을 때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대만 동남쪽 필리핀해에서 머물렀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항모타격단이 어디에 머물렀는지 위치정보를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2022년 8월 8일 <자주시보>에 실린 ‘인민해방군이 제국군을 압도하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당시 미국 항모타격단이 대만에서 약 500km 이상 떨어진 필리핀해에서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2022년 8월 10일 대만에 있는 중국국민당 산하 국가정책연구기금회 소속 국가안전조 위원장은 8월 9일에 진행된 화상회견에서 당시 미국 항모타격단이 대만에서 남동쪽으로 1,100km 떨어진 필리핀해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당시 미국 항모타격단은 중국 본토 푸젠성(福建省) 해안지대에서 남동쪽으로 약 1,500km 떨어진 필리핀해에 머물렀던 것이다. 인민해방군이 푸젠성 해안지대에 배치한 둥펑(東風)-21D 항모타격미사일의 사거리가 1,700km이므로, 미국 항모타격단은 그 미사일의 사거리 밖에서 맴돌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정황은 당시 미국 항모타격단이 인민해방군 항모타격미사일의 위력 앞에서 주눅이 들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본 방위성 발표에 의하면, 2022년 8월 4일 오전 인민해방군 무인정찰기 1대와 무인정찰공격기 1대가 동중국해 수평선 너머에서 출현하여 오끼나와(沖繩)와 미야꼬섬(宮古島) 사이에 있는 미야꼬해협 상공을 통과하여 서태평양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오더니 대만 동쪽에 있는 사끼시마제도(先島諸島) 남쪽 상공을 오랜 시간 동안 선회하고 나서 동중국해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다고 한다. 이 무인작전기들의 비행거리가 5,000km 이상이었던 것을 보면, 무인전략정찰기와 무인전략정찰공격기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일본 방위성 발표에 의하면, 2022년 8월 4일 오전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인민해방군 무인전략정찰기와 무인전략정찰공격기가 동일한 비행경로를 왕복하면서 대만 주변 상공에서 집중적인 무인항공정찰을 벌였다고 한다. 인민해방군의 무인항공정찰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1) 인민해방군이 무인항공정찰활동을 전개한 2022년 8월 4일은 대만해방전쟁 예행 연습이 시작된 첫째 날이었다. 대만해방전쟁 예행 연습은 그날 정오부터 시작되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인민해방군은 대만해방전쟁 예행 연습을 시작하기 직전 이른 아침에 무인항공정찰을 개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전시에 인민해방군이 둥펑-21D 항모타격미사일을 발사하여 미국 항모타격단을 공격하려면, 무인전략정찰기가 미국 항공모함의 이동 경로를 탐색, 추적하여 그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중국 본토의 미사일부대에 통보해주어야 한다. 인민해방군 미사일부대가 항공모함의 위치정보를 통보받으면, 항공모함을 향해 둥펑-21D 항모타격미사일을 발사하게 된다. 

 

3) 인민해방군 무인전략정찰기와 무인전략정찰공격기가 왕복 비행을 하면서 하루종일 무인항공정찰활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한 미야꼬해협과 사끼시마제도 남쪽 해역은 미국 항모타격단이 대만 근해로 접근하려고 북상할 때 반드시 지나가는 길목이다. 다시 말해서, 인민해방군 무인전략정찰기와 무인전략정찰공격기는 미국 항모타격단이 대만 근해로 접근하는 상황에 대비하여 항모 탐색 비행을 하면서 길목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인민해방군 무인전략정찰기와 무인전략정찰공격기가 항모 탐색 비행을 하고 있었으므로, 미국 항모타격단은 대만 근해로 북상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3. 즉시전투태세 완비하고 항미전쟁 연습하다 

 

인민해방군은 이번에 대만해방전쟁 예행 연습을 실시하기 위해 방대한 규모의 전투병력과 무장장비들을 대만 주변으로 집결시켰는데, 96시간 예행 연습을 마친 뒤에 전투병력과 무장장비들을 원상태로 복귀시키지 않고 대만 주변에 여전히 배치해두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22년 8월 10일 인민해방군동부전구 대변인은 “인민해방군이 대만해협정세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전투훈련과 전투대비태세를 계속할 것이며, 실전에 대비한 경계와 순찰을 상시적으로 조직해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언명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인민해방군 전투부대들이 원대 복귀하지 않고, 현 위치에서 임의의 시각에 대만해방전쟁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인민해방군은 현 위치에서, 임의의 시각에 대만해방전쟁을 시작할 수 있는 즉시 전투태세를 완비하기 위해 대만해방전쟁 예행 연습을 실시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22년 8월 8일 조 바이든(Joseph R. Biden) 미국 대통령은 인민해방군의 전투훈련이 계속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고,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우려한다”는 알쏭달쏭한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인민해방군이 현 위치에서 임의의 시각에 대만해방전쟁을 시작할 수 있는 즉시 전투태세를 완비했는데, 미국 대통령이 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인민해방군은 현 위치에서 임의의 시각에 대만해방전쟁에 곧바로 돌입할 수 있는 즉시 전투태세를 완비해놓고, 대만해방전쟁 예행 연습에 준하는 후속전투훈련을 계속 실시하는 중이다. 이를테면 인민해방군은 2022년 8월 8일 대만 남서쪽 근해에서 잠수함공격훈련과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했고, 8월 9일 대만 주변 바다와 하늘에서 각종 작전기 45대와 각종 전투함선 10척을 동원하여 후속전투훈련을 실시했다. 8월 9일의 후속전투훈련은 인민해방군 제73집단군상륙려단이 대만해협을 끼고 있는 푸젠성 남쪽 바다에서 상륙돌격훈련을 실시하고, 그와 동시에 인민해방군 함대가 대만해협과 그 반대편 바다에서 각각 대만 쪽으로 접근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8월 9일의 후속전투훈련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인민해방군 전투부대들이 “복잡한 전자기파 환경에서(in a complicated electro-magnetic environment)” 합동 봉쇄 능력과 합동 통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투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중국 중앙텔레비전방송(CCTV)이 8월 10일 보도를 통해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려주었다. 인민해방군 전투부대들이 복잡한 전자기파 환경 속에서 전투훈련을 실시했다는 말은 미국군이 전자기파 공격을 가하는 전투상황을 가상한 실전연습을 실시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인민해방군은 미국군의 전자기파 공격을 돌파하여 대만을 봉쇄하고, 봉쇄구역을 통제하는 실전연습을 실시한 것이다.

 

그런데 후속전투훈련 중에 20척에 달하는 인민해방군 함대와 대만군 함대가 대만해협 중간수역에서 살벌하게 대치한 가운데, 인민해방군 전투함선들이 대만군 함대의 저지선을 뚫고 대만 쪽으로 전진하기 위해 돌파 기동을 시도했다. 이런 일촉즉발 상태에서 어느 쪽에서든 함포를 한 발이라도 우발적으로 쏘았다면, 양측 함대는 치렬한 교전에 휘말렸을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인민해방군의 전투훈련구역이 대만 근해에서 우리나라 서해로 확대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인민해방군은 2022년 8월 6일부터 우리나라 서해에 인접한 산둥반도 근해에서 실탄사격훈련을 시작하여 8월 15일에 끝냈고,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서해 남쪽에서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했고, 8월 8일부터 보하이만(발해만)에서 시작한 실탄사격훈련을 9월 8일까지 1개월 동안 계속하는 중이다. 보하이만은 중국 수도권으로 직통하는 전략요충 수역이다. 

 

우리나라 서해는 대만에서 멀리 떨어졌다. 인민해방군이 서해에서 전개하는 전투훈련은 전시에 동중국해를 거쳐 서해로 북상하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공격하는 작전목표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다. 미국 항모타격단이 서해로 북상하면 중국 수도권은 직접적인 위협을 받게 된다. 이런 사정을 보면, 서해에서 전개되는 인민해방군의 전투훈련을 항미전쟁연습이라고 부를 수 있다. 

 

4. 윤석열-라캐머라 비공개 회동은 불길한 징조

 

2022년 8월 6일부터 9월 8일까지 인민해방군이 서해와 보하이만에서 항미전쟁을 연습하는 까닭은, 중국의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한반도 군사상황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금 한미련합군이 조선과 중국을 동시에 공격하는 새로운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한반도 군사상황을 예리하게 주시하는 것이다. 한미련합군의 기존 작전계획은 조선을 공격하는 북침전쟁계획인데, 지금 그들은 조선과 중국을 동시에 공격하는 새로운 북침전쟁계획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콜린 칼(Colin H. Kahl)은 2021년 12월 8일 미국 온라인 군사전문 매체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 출연해서 미국이 새로운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한미련합군의 기존 작전계획은 “강력하다”라고 하면서, 지금 미국은 “북조선만이 아니라 역내 다른 도전들에 의해 제기된 위협의 불을 끄는 문제를 생각하면서 (작전계획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역내 다른 도전들에 의해 제기된 위협의 불”이라는 것은 인민해방군이 대만 근해와 서해에서 전개하는 전투훈련을 의미한다. 

 

2022년 5월 26일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전직 미국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Mark T. Esper)는 <동아일보> 취재기자와 진행한 대담에서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새로운 작전계획에 “중국에 대한 대응”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중국에 대한 대응”은 중국의 대만해방과 국토 완정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무력침공을 의미한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한미련합군이 올해 8월에 진행하는 북침전쟁연습에 중국의 대만해방과 국토완정을 저지하려는 무력침공연습이 사상 처음으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8월 11일 <뉴시스> 보도에 의하면, 지난 8월 9일 점령군사령관 폴 라캐머라(Paul J. LaCamera)가 대통령실에 찾아가 윤석열 대통령과 1시간 30분 동안 비공개 회동을 가졌는데, 그 자리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 김승겸 합참본부 의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배석했다고 한다. 북침전쟁연습을 앞두고 분주한 점령군사령관이 대통령을 만나 비공개 회동을 진행한 것은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이다. 그날 비공개 회동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외부에서 알 수 없지만, 북침전쟁연습을 앞두고 진행된 비공개 회동이었으므로 북침전쟁연습에 관한 중요한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라캐머라 비공개 회동은 격난을 예고하는 불길한 징조다. 이처럼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되는 조선의 정치군사동향을 살펴보자. 

 

2022년 8월 8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지난 7월 29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7월 30일부터 8월 30일까지 협동군사훈련을 실시할 데 대한 지시문을 당, 정부, 군대, 보위기관, 안전기관에 각각 하달했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최근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이 우리 공화국을 노린 전쟁연습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조건에서 조선인민군은 “적들이 우리 공화국의 령토를 침범하려 든다면 언제든지 쳐부실 수 있는 만반의 전투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고, 보위기관, 안전기관, 민방위 부대는 “적 특공대, 간첩 및 파괴암해분자들, 불순적대 분자들의 시위, 소요, 란동을 진압하는 작전계획”을 자기 지역에 주둔하는 조선인민군 부대들과 다시 협의하여 완성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 지시에 따라 조선인민군 부대들, 보위기관들, 안전기관들, 민방위 부대들은 야간비상소집훈련, 대피훈련, 산악수색훈련 등 다양한 군-관-민 협동훈련을 실시했으며, 각 기관 책임자들과 해당지역 군사지휘관들은 작전지휘소와 전투훈련현장에서 교대로 24시간 숙식하면서 전투동원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조선이 군-관-민 협동훈련을 실시하면서 24시간 전투동원태세를 갖출 수밖에 없는 까닭은, 북침전쟁연습을 감행하려는 한미련합군의 행동이 마치 폭탄 뇌관처럼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한미련합군은 2022년 8월 16일부터 ‘위기관리연습’이라는 명칭을 내걸고 북침전쟁연습 사전연습을 시작하고,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을지자유방패’라는 명칭을 내걸고 북침전쟁연습 본연습을 감행하게 된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지휘부와 중국인민해방군 지휘부가 한미련합군 북침전쟁연습에서 예리하게 주시하는 것은 미국 항모타격단이 한반도 근해에 출현하는가 아니면 출현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다.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미국군은 항모타격단이 없으면 전쟁을 하지 못하는 군대이므로, 미국은 이번 한미련합군 북침전쟁연습에 항모타격단을 참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미련합군 북침전쟁연습에 항모타격단을 참가시키는 문제는 미국군 합참본부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결정될 만큼 중차대하다. 

 

5.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의 협공작전 예상

 

주목되는 것은,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이 항모타격미사일을 각자 배치해놓고 미국 항모타격단이 한반도 근해에 나타나기를 기다린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군사전문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는 2018년 2월 12일 분석 기사에서 중국의 함선전문지 <함선지식(艦船知識>에 실린 ‘비밀 조선판 항모살수(航母殺手): 조선 화성-9 탄도미사일 성능과 용도 분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화성-9 탄도미사일은 중국의 둥펑-21D 탄도미사일에 비견되는 항모타격미사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 항모타격단의 출현에 대비하여 조선인민군은 화성-9 항모타격미사일 발사 준비를 갖추었고, 중국인민해방군은 둥펑-21D 항모타격미사일 발사 준비를 갖추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와 더불어,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은 미국 항모타격단의 출현이 임박한 시점에 각자 무인항공정찰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항공모함을 공격하려면, 무인전략정찰기가 항공모함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파악하여 미사일부대에 통보해주어야 한다. 중국인민해방군이 미국 항모타격단의 출현에 대비하여 무인전략정찰기를 출동시켰다는 사실은 위에서 서술했다. 

 

2016년 12월 17일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조선은 2016년에 무인전략정찰공격기 ‘방현-5’를 개발했다고 한다. 조선이 개발한 무인전략정찰공격기는 티타늄과 탄소복합소재로 기체를 제작한 스텔스무인기라고 한다. 그로부터 5년 반이 지났으니, 그동안 조선은 ‘방현-5’보다 더 우수한 최신형 스텔스무인전략정찰공격기를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이 화성-9 항모타격미사일의 작전능력과 무인전략정찰공격기의 작전능력을 배합한 항모타격전법을 활용하면, 한반도 근해로 접근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을 격침시킬 수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2022년 8월 1일 중국인민해방군 창건 95돐에 즈음하여 리영길 조선 국방상이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한다. 축전에서 리영길 국방상은 “조선인민군은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하기 위해 중국인민해방군과의 전략전술적 협동작전을 긴밀히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이 항모타격미사일을 서해 양쪽에서 각각 발사하여 한반도 근해로 접근하는 미국 항모타격단을 협공하는 것은 그 두 군대의 전략전술적 협동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작전 임무로 된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미국은 2017년 3월 경상북도 성주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1개 포대를 서둘러 배치했다. 1개 포대는 발사대 6기와 미사일 48발 이상을 보유했다. 미국이 성주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자 조선보다 중국이 더 강하게 반대했다. 중국이 강하게 반대한 까닭은, 미국이 성주에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둥펑-21D 항모타격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시에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서해 상공에서 둥펑-21D 항모타격미사일을 요격하면, 미국 항모타격단은 서해로 북상하여 중국 수도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둥펑-21D 항모타격미사일을 실제로 요격할 수 있을까? 둥펑-21D 항모타격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고도 50km에 이르렀을 때, 비행속도는 마하 8~15인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서 발사된 요격체의 비행고도는 150km이고, 비행속도는 마하 8.2다. 이런 성능지표를 살펴보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둥펑-21D 항모타격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성능지표와 항모타격미사일의 성능지표를 비교하여 작전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항모타격미사일이 1 대 1로 대결하는 상황은 실제 전투에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무기들이 사용되는 것으로 하여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실전 상황에서 어느 특정 무기가 1대 1로 대결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실전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인민해방군이 항모타격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조선인민군이 정밀타격능력을 가진 화성포-11형 변칙비행전술미사일을 먼저 발사하여 성주에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날려버릴 것으로 예상된다. 화성포-11형 변칙비행전술미사일은 그 어떤 미사일방어체계도 요격할 수 없으므로, 한미련합군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인민해방군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제거하기에 충분한 미사일 능력을 가졌지만, 조선이 자국 영토로 여기는 ‘남조선’에 함부로 미사일을 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그러므로 중국인민해방군은 조선인민군이 화성포-11형을 발사하여 성주에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제거해주어야 둥펑-21D 항모타격미사일을 안심하고 발사할 수 있는 것이다. 

 

2022년 8월 1일 중국인민해방군 창건 95돐에 즈음하여 리영길 조선 국방상이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에게 보낸 축전에 수록된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의 전략전술적 협동작전이라는 개념은 바로 이런 협공작전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항모타격단과 한미련합군을 동원하여 조선과 중국을 동시에 공격하는 새로운 북침전쟁계획을 완성하려고 광분할수록 그에 대응하여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의 전략전술적 협동작전구상은 더욱 무르익게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2022년 8월 9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에 ‘련대성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편지에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는 “미국의 파렴치한 도발 행위를 중국의 사회주의 위업에 대한 엄중한 도전으로, 주권국가의 내정에 대한 란폭한 간섭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준렬히 단죄규탄”하면서, “앞으로도 대만 문제와 관련한 중국공산당의 정당한 립장과 모든 결심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며 그 실현을 위한 길에서 언제나 중국 동지들과 함께 있을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보면, 격난을 돌파하려는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의 협동작전은 조선로동당과 중국공산당의 상호협력기반 위에서 수행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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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부터 노인까지 한목소리로 “윤석열은 퇴진하라”

촛불행동,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개최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8/14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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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은 퇴진하라" 구호를 외치는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참가자들.  © 김영란 기자

 

▲ 거리 행진을 하는 시민들.  © 리무진 통신원

 

촛불행동은 13일 오후 6시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약 4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을 개최했다.

 

촛불행동은 지난 6일 윤석열 퇴진 첫 촛불집회 이후 퇴진에 동의하는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촛불행동에 따르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민생경제연구소, 민주시민기독연대,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 촛불완성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이 퇴진 운동에 뜻을 밝혔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김건희 씨가 논문을 복사한 것은 개인의 문제일지 모르지만, 국민대와 교육부가 이를 두둔하는 것은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국민의 김건희 씨 논문 재검토에 대해 비판했다. 

 

▲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현수막.  © 김영란 기자

 

▲ 시민들이 대형 현수막 '윤석열 퇴진'을 펼치고 있다.   © 리무진 통신원

 

이어 김순호 경찰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조정주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의 발언이 있었다.

 

조정주 사무처장은 “김순호 씨는 처음에는 우리와 같은 녹화공작 피해자였지만 보안대와 경찰의 프락치가 되어 동지들을 팔아넘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제 김순호 씨는 경찰국장이 되어 경찰을 윤석열 정부의 손아귀에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라면서 “김순호 씨, 당신 말고 프락치로 활동하다 프락치 활동을 공로로 인정받아 안기부나 경찰에 채용돼서 당신처럼 출세한 사람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조정주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는 경찰을 다시 옛날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과거 경찰폭력의 피해자들인 우리는 이것을 용납할 수 없다. 김순호 씨는 경찰 장악 음모의 최전선에 서 있다. 김순호 씨의 경력이 경찰 장악 음모의 최고 적임자가 된 셈이다. 옛 동지들 가슴에 대못 박지 마시고 당장 사퇴하라”라고 외쳤다. 

 

 © 김영란 기자

 

촛불 시민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박예슬 서울의 소리 아나운서는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 안보, 국가 재난 상황 등 대통령이 해야 할 역할을 알고는 있는가. 대통령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못 한다면 내려오는 것이 상식이다. 그리고 김건희 씨 논문 표절 46%가 말이 되는가. 이는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를 끌어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손실보전금 사각지대연합’에서 활동하는 시민은 모든 소상공인에게 코로나19 손실보전금을 주겠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윤석열 퇴진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촛불시민들에게 큰절을 하고 자유발언을 한 강순원 씨는 “하도 분통이 터져 나왔다. 여러분께 큰절을 한 것은 앞으로 연대를 굳건히 하자는 의미”라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불편, 부당하고 독단독선의 문제를 끄집어내야 한다. 쉬지 말고 끈질기게 열심히 투쟁하면 우리의 투쟁 목적이 달성될 것이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라고 외쳤다. 

 

 © 김영란 기자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일주일간 전국 곳곳에서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활동한 국민주권연대 통일선봉대가 「지랄하고 자빠졌네」 율동 공연을 했다. 시민들은 손뼉을 치고 선전물을 흔들며 뜨겁게 호응했다. 

 

또한 ‘평화를 바라는 청소년들’은 「통일을 이루자」 노래 공연을 했다. 

 

평화를 바라는 청소년들은 “정의가 살아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 박근혜 탄핵 촛불을 든 이모, 삼촌께 감사드린다. 그런데 지금 또다시 박근혜와 같은 대통령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이모, 삼촌들은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모이고 있다. 우리도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를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 오늘 8.15 행사에 참여한 뒤에 이 자리에 왔다. 전쟁광 윤석열이 있으면 평화도 없다.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겠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직장인 노래패 ‘다시 부를 노래’는 「다시 광화문에서」 노래 공연으로 촛불시민들에게 투쟁 의지를 불어넣었다.

 

▲ '이게 나라냐2'. '윤석열은 퇴진하라'.  © 김영란 기자


집회 후 시민들은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선전물을 들고 청계광장을 출발해 종각, 안국동, 광화문을 거쳐 다시 청계광장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했다. 

 

정리 집회에서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퇴진하라’라는 우리의 말을 윤석열 대통령이 듣지 않으면 우리의 구호는 ‘윤석열을 몰아내자’라고 바뀔 것이다. 촛불시민이 대세이고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촛불행동은 17일 윤석열 정부 취임 100일 맞아 그동안 진행해온 윤석열 퇴진 범국민선언 결과와 퇴진 투쟁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윤석열 퇴진 범국민선언에 약 2만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 파이낸스센터 계단의 자리가 부족해 계단 위의 광장에 앉은 시민들 모습.  © 김영란 기자

 

▲ 국민주권연대 통일선봉대의「지랄하고 자빠졌네」 율동 공연.  © 김영란 기자

 

▲ 「지랄하고 자빠졌네」 율동 공연에 흥겨워 하는 시민.  © 김영란 기자

 

▲ 율동 공연에 박수치며 호응하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 '평화를 바라는 청소년들'의 「통일을 이루자」 노래 공연.  © 김영란 기자

 

▲ 청소년들의 노래 공연에 호응하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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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100일’…출퇴근·빵집쇼핑·집무실 집회금지가 남긴 것

등록 :2022-08-15 05:00수정 :2022-08-15 07:22

정치BAR_김미나의 정치적 참견 시점
‘출근 못한 대통령’ 논란…취재진·참모진 거리 가까워져
주말 쇼핑 등 탈권위 의도에 돌발행동·시민불편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청와대 입성을 거부하고 우여곡절 끝에 열어젖힌 ‘용산 시대’도 벌써 100일이다. 탈제왕적 소통 행보를 약속하며 시작된 ‘용산 시대’는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가 됐을까.

 

대통령의 출퇴근…한 건물 쓰는 참모들 “스스럼없이 만나” 장점 있지만
 
 윤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은 새 정부의 상징이자 용산 시대의 주요 장면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11일, 취임식 다음 날부터 지난 12일까지 약 100일간 총 35회의 출근길 문답을 했다. 건물을 오가는 대통령의 모습을 본 횟수는 이보다 더 많았으니,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 참모진 업무시설을 한 공간에 모아둔 일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부인할 수 없다. 출근길 대통령의 발언, 걸음걸이와 표정, 제스처 등을 보면서 대통령의 의중을 판단하고 해석하는 일은 취재진에게도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공간적으로 떨어진 탓에 대통령이나 참모진을 보기 어려워 ‘청와대 출입기자’가 아닌 ‘춘추관 출입기자’이라고 불리던 때와 비교하면, 대통령의 출·퇴근 여부, 참모진들의 동선을 확인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아졌다.
 
대통령실의 업무 방식도 달라졌다는 평가다. 청와대 근무 경험도 있는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진 사무실이 한 건물에 모여있다 보니 오가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고,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며 “스스럼없이 사무실을 오가며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훨씬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논란을 부르면서 되레 지지율을 끌어내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머리발언을 하고 기자 질문을 받는 식으로 수정해 대통령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려는 모습이다. 보완한 출근길 문답을 얼마나 잘 이용할 수 있을지는 대통령실에도, 출입기자들에게도 남겨진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19일 용산구 한 빵집에서 빵을 고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19일 용산구 한 빵집에서 빵을 고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소통행보? 시민 불편 가중? 엇갈린 시선들

 

‘용산 시대’를 시작하면서 대통령실이 주요하게 꼽은 또 다른 변화는 ‘실천을 통한 시민 소통 행보’다. 용산 시대 초반, 윤 대통령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대통령실 인근 식당을 찾아 시민들과 어울리는 ‘깜짝’ 만남 행보를 보여줬다. 퇴근길 대형마트에서 시장을 보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처럼 평범한 일상 속의 대통령, 탈권위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보는 오히려 시민 불편을 가중했다는 비판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참모진도 몰랐던 주말 백화점 구두 쇼핑이나 빵집 방문은 ‘과잉 경호’ ‘교통 혼잡 초래’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지면서 반발에 부닥쳤다. 대통령의 권한과 경호 범위, 방식 등이 나라마다 다른 상황에서 ‘탈권위’만을 부각하기 위해 돌발적 현장 행보를 이어가면서, 예상치 못한 시민 불편을 불러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 상황 또한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수도권 집중 호우 상황에서 ‘자택 지시’를 내렸던 윤 대통령은 ‘출근하지 못한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달 말 용산구 한남동 옛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이사하기 전까진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오갈 때마다 일부 교통 통제가 여전히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호 시스템과 서울의 복잡한 도로 사정 등을 고려한다면 윤 대통령이 ‘돌발적 소통 행보’ 보다는 진정성 있는 소통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19일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실 이전 기념 어린이·주민 초대 행사 ‘안녕하세요! 새로 이사 온 대통령입니다’에서 참여 주민 및 어린이들과함께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19일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실 이전 기념 어린이·주민 초대 행사 ‘안녕하세요! 새로 이사 온 대통령입니다’에서 참여 주민 및 어린이들과함께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잔디마당에서 열린 경제인·영화인 행사…‘집무실 앞 집회’는 적극 막아

 

15일 광복절을 준비하는 대통령실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올해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은 용산 대통령실 건물 바로 앞에 펼쳐진 잔디마당에서 열린다. 정부 공식 기념식이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을 “시민 광장”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윤 대통령의 약속 가운데 하나였다. 잔디마당은 지난 5월25일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를 계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들에게 처음 개방한 뒤, 6월12일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등 영화계 관계자 초청 만찬, 19일 인근 지역주민과 어린이, 소상공인들을 초청한 ‘안녕하세요! 새로 이사 온 대통령입니다’ 행사 등이 열렸다. 과거 정부에서도 청와대 녹지원을 개방해 이런 행사들은 심심치 않게 진행해왔다.

 

오히려 용산 시대를 열면서 집무실 앞 집회의 자유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최근 대통령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및 시위 입체분석’(이하 시위 분석문건)이란 보고서를 작성해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보단 집회의 파급효과를 차단하는 방안을 모색한 일이나, 법원이 집회 허용 판단을 줄이어 내놓는데도 집회 관련 소송비용을 8000만원으로 책정했다는 소식들이 들려오면 윤 대통령에게 과연 용산을 ‘시민 광장’으로 바꿀 의지가 있는지 물음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 공간의 폐쇄성을 벗어나 늘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자 약속드린 것이다. 물리적 공간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의 의지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 3월20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청와대를 나와 용산 시대를 열었다고 소통의 질과 방법이 나아졌다고 하기엔 아직 부족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라며 “진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자주 식사하고 소통하면서 장기적인 소통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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