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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권 ‘지우고’, 권익위·방통위 ‘찍어내기’…춤추는 정치감사 논란

등록 :2022-08-24 05:00수정 :2022-08-24 07:24

 
권력 손끝 바라본 감사 논란 자초
문 정부 임명 기관장 남아있는
권익위·방통위 등 줄줄이 겨냥
서해 공무원 피살 대대적 감사
선관위 투표 부실관리도 들춰
최재해 감사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재해 감사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감사원의 ‘정치 편향’ 감사 논란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23일 발표된 감사원의 ‘2022년 하반기 감사운영 계획’에는 전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이 대거 담겼다. 게다가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직무 범죄 등을 감시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발족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사 대상에 포함시켜, 정권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한 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온다.

 

이번 감사원의 하반기 감사 계획을 보면 ‘새 정부 밀어주기’와 ‘전 정부 지우기’ 기조가 뚜렷하다. 한 예로, 감사원은 하반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운영을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초중고교에 투자했던 재원 일부를 대학과 평생교육 부문에 사용하겠다고 밝혀 시·도 교육청에서 반발이 나오기도 했는데,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선에 힘을 싣는 감사로 풀이된다. 반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와 코로나19 백신 수급 지연 사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관련 통계조작 논란 등에 대한 특정사안 감사를 하기로 한 것을 비롯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감사원 특별조사국이 진행하고 있는 ‘상시 공직 감찰’을 하반기에 계속하기로 한 것을 두고선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이미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전 정부를 겨냥한 대대적 감사에 착수한 바 있다. 지난 6월 대통령실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이슈화되자, 해양경찰청과 국방부 등을 상대로 감사에 들어간 게 대표적이다. 이후 감사 대상은 청와대 국가안보실·해양수산부·통일부·국가정보원 등 9곳으로 늘어났다.
 

지난 대선 사전투표 과정에서 불거진 코로나 확진자·격리자 투표 부실관리 논란을 계기로, 헌법상 독립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이례적으로 예비 감사에도 나서기도 했다. 선관위가 독립성 침해를 이유로 선거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지만, 감사원은 하반기 정기 감사 대상에 추가로 포함했다.

 

국민권익위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인사들이 기관장으로 남아 있는 기관에 대한 감사가 시작되며 찍어내기식 ‘표적 감사’ 논란이 일었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에 감사를 받게 된 점을 지적하며 “감사원의 감사가 부당하다”고 맞섰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정기감사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에 대한 의구심을 부추겼다. 여기 더해, 감사원의 핵심 실세로 꼽히는 유병호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법사위 회의에서 “(전 정권 때) 특정 감사에 대해서는 외부적으로 오만가지 너저분한 압력도 있었다”며 “(과거 정부에서 훼손된 감사원의 중립성과 독립성, 전문성을) 바로잡아 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선 감사원이 전 정부에 대한 ‘먼지털기식 감사’에 나서고 있다며 불만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중립성과 독립성을 저버린 무소불위 감사원에 대한 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피감 기관 또는 공무원에 대한 사전 통지 의무화를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 등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H6s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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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포스코와 싸워 이긴 30년 하청노동자의 눈물

[대우조선 파업 이후 ③-1] 포스코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최종 승소한 양동운 전 지회장

22.08.23 06:55l최종 업데이트 22.08.23 06:55l
포스코사내하청 노조를 30년간 이끈  양동운(62)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전 지회장. 지난 7월 28일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11년만에 최종 승소했지만, 정년이 지나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  포스코사내하청 노조를 30년간 이끈 양동운(62)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전 지회장. 지난 7월 28일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11년만에 최종 승소했지만, 정년이 지나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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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소송 문의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 설명하고 노조 가입 원서 받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지난 16일 전남 광양시 광양읍 칠성리에 있는 포스코 사내하청 노조 사무실. 양동운(62)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전 지회장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도 웃었다. 50평 남짓한 사무실은 노조 가입과 소송 참여를 문의하러 온 하청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선풍기 한 대 없는 방엔 A4용지로 된 소송 자료 더미가 벽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지난 7월 28일, 양씨를 비롯한 하청 노동자 59명은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무려 11년 만에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이 포스코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이라며 포스코가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판결에 따르면 포스코는 그간 하청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지휘 명령하며 사용해왔으면서 직고용이 아닌 도급 계약만 맺어 파견법을 위반했다. 자동차가 아닌 제철업계에서 불법 파견이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판결 이후 포스코 하청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과 소송 참여 신청이 쏟아지고 있다. 사측의 탄압으로 한때 40명까지 졸아들었던 노조 조합원은 800명으로 늘었다. 포스코에는 광양·포항 제철소를 포함해 총 1만 8400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있다. 원청 정규직(1만 7000여 명)보다 많다. 아직 정확한 규모가 알려지지 않은 2·3차 하청 노동자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양씨는 스물 여덟이던 1987년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업체에 입사했다. 공장 11미터 높이에 달린 천정크레인 기사로 일했다. 3조 3교대로, 한 달에 쉬는 날은 이틀뿐이었다. 명절도 없었다. 그렇게 일해도 하루 일당 6000원, 월급 20만 원대였다.

반면 당시 정규직은 4조 3교대, 한 달에 8일을 쉬고도 같은 연차 급여가 30만 원 대였다. 원·하청 노동자는 출퇴근복, 작업복, 안전모 색깔까지 모두 달랐다. 격차는 세월이 갈수록 벌어졌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20년차 포스코 하청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연 5500만 원 정도로, 같은 연차 정규직 연봉(1억 3000만 원대)의 절반도 안 된다.

양씨는 1989년 스무명 동료들과 함께 포스코 사내하청 노조를 처음 세웠다. 포스코는 50년간 무노조 경영을 표방해왔다. 하청도 그에 발맞췄다. 사측은 버젓이 노조와해 문건을 만들다 발각됐고, 조합원이 지역 조폭에 의해 폭행을 당한 사건까지 있었다.

33년 동안 하청 노조를 지켜낸 양씨는 총 세 번(1998년, 2001년, 2015년) 해고됐다. 상황이 어려워 아무도 앞장서지 않을 때 거절하지 못하고 총 네 번(1990~1992년, 2001~2002년, 2011~2012년, 2014~2015년) 지회장을 맡았다. 2011년 5월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던 것 역시 양씨를 포함한 15명이 처음이었다.

소송이 끝난 지금 양씨 머리는 하얗게 셌다. 어릴 때부터 아빠가 온갖 부당한 처사를 겪는 걸 봐온 양씨의 둘째 딸은 어느덧 다 커서 노무사가 됐다. 양씨는 이제 지회장직을 내려놓고 노조 법률국장으로 소송 지원을 도맡고 있다.

11년 소송 끝 승리했는데... 정년 넘겨 정규직 전환 안 된 그들
  
노조 불모지였던 포스코에서 사내하청 노조를 30년간 이끈 양동운(62)전 지회장
▲  노조 불모지였던 포스코에서 사내하청 노조를 30년간 이끈 양동운(62)전 지회장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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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양씨는 이번 승소 판결을 적용 받지 못한다. 소송이 11년이나 지연되는 사이 정년을 넘겨버린 것이다. 양씨는 2021년 12월 31일부로 정년을 맞았다. 대법원은 양씨 등 4명에 대해 정년이 지나 소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도 양씨는 연신 웃었다. "같이 노조 하느라 해고됐던 동지들이 길게는 15년이나 밖에서 노가다 판을 전전하고 다녔는데, 이번에 포스코 정규직 인사 명령 받고 사내 교육 받으러 복귀하는 걸 보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더라"고 손뼉을 쳤다. 양씨 등 4명을 제외한 55명은 대법원 판결 당일 오후 포스코로부터 정규직 인사 발령을 받고 16일부터 포항 연수원에 입소해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승소한 얘기를 하며 웃는 양씨에게 대법원 판결 때 가장 생각난 얼굴이 누구냐 물었다. "양우권 열사". 양씨는 고개를 떨구고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이지테크분회장이었던 고 양우권씨는 지난 2015년 5월 '단결 투쟁'이 적힌 빨간 노조 머리띠를 목에 매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양우권씨가 일했던 하청업체 이지테크에는 50여 명 조합원이 있었지만, 사측의 해고와 징계, 따돌림, 회유로 결국 모두 나가고 고인 혼자 남은 상황이었다. 노조 한다고 해고됐던 고인 역시 힘겹게 복직됐지만, 빈 책상에 앉아 CCTV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받아야 했다.

고인은 결국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내다보이는 인근 야산에서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하청 노조 조합원들을 향해 쓴 유서에서 "양동운 지회장을 위시하여 똘똘 뭉쳐 끝까지 싸워서 정규직화 소송, 해고자 문제 꼭 승리하십시오. 멀리서 하늘에서 연대하겠습니다"라는 유지를 남겼다.

양씨는 "이번 판결로 우권이의 유언을 이룬 것 같아 그 무엇보다 기쁘다"며 울었다. 양씨를 지난 16일 광양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포스코, 하청 노동자 없인 제품 단 하나도 생산 못한다"
  
16일 전남 광양 포스코사내하청 노조 사무실. 현재는 법률국장을 맡고 있는 양동운(오른쪽)전 지회장이 쇄도하는 소송 참여, 노조 가입 문의에 분주했다. 양 전 지회장은 지난 7월 28일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11년만에 최종 승소했지만, 정년이 지나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  16일 전남 광양 포스코사내하청 노조 사무실. 현재는 법률국장을 맡고 있는 양동운(오른쪽)전 지회장이 쇄도하는 소송 참여, 노조 가입 문의에 분주했다. 양 전 지회장은 지난 7월 28일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11년만에 최종 승소했지만, 정년이 지나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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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8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소감은.

"진짜 너무 행복했다. 11년이나 걸렸지만, 저희들이 옳았다는 걸 인정받은 것 같아서. 제철소 다니는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 같아서.

사실 소송 준비하는 동안 정말 힘들었다. 저는 컴맹이었고 지금도 독수리 타법이다. 회사에서 노조 전임자를 인정해주지 않아 3교대 출근하면서 밤잠 줄여가며 노동조합 일을 봤다. 2근(오후 3시 ~ 밤 11시) 출근 하는 날이면 오전에 먼저 사무실 와서 소송 준비하고, 1근(오전 7시 ~ 오후 3시) 출근하는 날이면 그날 밤 순천 가는 10시 30분 막차 시간 전까지 노조 사무실에 남아 소송 준비를 했다. 그러고도 부족해 집에 가서 문서 작성을 했다. 컴퓨터가 한 대뿐이라 딸들과 많이도 싸웠다(웃음). 제 신념이 '엉덩이가 일을 한다'이다. 

그렇게 컴퓨터도 못하는 하청 노동자들 힘으로 포스코 같은 거대 기업과 그를 대리하는 김앤장을 눌렀다. 돈은 없지만 남한테 고개 숙이지 않았고, 내 나름 열심히 살아온 삶이 인정 받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날 법정서 나올 때 재판관님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차별 받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 하지만 정작 본인은 정년이 넘어 직접 고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4명이 정년을 지나 결국 포스코 옷을 입어보지 못하게 됐다. 나, 채규향 동지, 김명국 동지, 윤영록 동지다. 김 동지는 2019년이 정년이었고, 나머지는 동갑이라 작년이 정년이었다. 모두 오랫동안 싸웠는데 아쉽다.

이미 2010년에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이 불법 파견이라는 최병승 동지 대법 판결이 있었기 때문에, 2011년 소송 시작할 때 6~7년 정도면 되겠지 하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포스코와 김앤장은 어떻게든 재판을 질질 끌려고 했다. 2심에서 여덟 번이나 선고가 밀렸고 대법원에서도 두 번 선고가 밀렸다. 우리를 고사시키겠다는 작전이었다. 당초 대법원 선고일도 작년 12월 30일이었다. 정년 맞기 하루 전날이었는데… 결국 해를 넘겨서 이렇게 됐다."

-  2011년 5월 처음 소송을 제기했던 이유는.

"하청 노동자 없이 포스코는 단 하나의 제품도 생산 못한다. 원료 하역부터 제품 출하까지 그 어떤 공정에서도 하청 노동자가 중단하면 생산이 중단된다. 예를 들어 만약 라인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저희 같은 천정크레인 하청 노동자들이 들어가지 않으면 복구가 안 된다. 제철소에 있는 것들은 다 3톤 이상, 수십 톤에 이르는 중량물이다. 외부의 지게차나 큰 차들이 들어올 공간 자체가 없다. 천정크레인으로 들어내고, 다시 얹혀주는 과정이 필수다. 정규직들과 같이 일하고 그들의 지시를 받는 게 자연스럽다. 그렇게 30년 일했다.

제가 입사했을 땐 아침 조회도 같이 했다. 포스코 주임이 원하청 노동자를 한데 모아놓고 체조도 같이 시키고 훈시도 했다. 대기실도 함께 있어서 주임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수시로 지시했다. 이게 법 위반이라는 걸 알고 우리가 2004년에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에 불법 파견 진정을 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불법 파견 판결이 없었던 시절이다. 회사에서도 문제가 생길 것 같으니 그때부터 사무실과 대기실 사이에 칸막이를 쳤다. 직접 지시하는 대신 현장 반장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작업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0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불법 파견 판결이 나왔다. 최병승 동지에게 곧바로 연락했다. 소송자료 좀 보게 해달라고. 최 동지가 허락해줘서 3000페이지 넘는 서류를 받았다. 그걸 밤새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다. 우리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오히려 확보한 증거는 우리가 더 충실해 보였다. 현대차처럼 제조 라인에 하청 노동자와 정규직이 옆에 붙어있진 않았지만, 우린 공장 상부에서 천정크레인 운전을 하고 정규직들은 그 아래에 있었다."

- 이번 판결로 직접 고용 대상이 된 55명의 현 상황은.

"7월 28일 판결 당일 오후에 바로 포스코로부터 인사 명령을 받았다. 오늘(16일)부터 포스코 포항 연수원에 3개월 교육 일정으로 입소했다. 55명 중에 특히 해고 상태였던 동지가 8명이다. 2007년에 3명, 2010년에 3명, 2015년에 2명이 노조 활동을 하다 해고됐다. 모두 그간 포스코에서 일 못하고 밖에 나가 건설 현장 노가다를 전전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소송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이 끝내 복직하는 것을 보니, 그것도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걸 보니 정말 뛸 듯이 기쁘다. 행복하다."

- 이번에 승소한 노동자들이 주로 하던 업무는 무엇이었나.

"다 비슷하다. 천정크레인으로 작으면 3톤, 크면 35톤까지 가는 코일(정해진 두께에 따라 두루마리 휴지처럼 둘둘 말려진 상태의 철강 원재료)을 다음 공정으로 운반한다든지, 압연(회전하는 기계 사이에 쇠붙이를 넣어 다양한 종류의 철강 제품을 만드는 공정) 작업 중 발생한 불량 코일을 처리하기도 하고, 슬래브(쇳물을 가공해서 나온 널빤지 모양의 반제품)를 투입하고, 도금에 필요한 아연을 보급하는 등 필수적인 업무들을 했다.

모든 작업은 원청의 지시에 따라 진행된다. 모니터를 통한 실시간 작업 지시, 무전 지시, 수신호 지시, 그리고 MES(전자 생산관리시스템)까지 동원됐다. 대법원에서 MES가 원청 지시로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철소뿐만 아니라 MES가 보편화돼 있는 제조업 전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사내하청 노동자만 1만 8400명... 정부, 사용자측 불법엔 왜 눈감나"
  
전남 광양 포스코사내하청 노조 사무실에 소송 자료가 쌓여있다. 지난7월 28일, 포스코사내하청 노조 조합원 59명은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무려 11년 만이었다.
▲  전남 광양 포스코사내하청 노조 사무실에 소송 자료가 쌓여있다. 지난7월 28일, 포스코사내하청 노조 조합원 59명은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무려 11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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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숫자는 얼마나 되나.

"1차 사내하청이 98개 업체, 총 1만 8417명이다. 이 역시 소송을 통해 알게 된 숫자다. 포스코는 하청 업체 현황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2차, 3차 하청 업체들에 대한 정보는 노조도 갖고 있지 못하다. 조합원이 있는 2차 하청 업체가 아직 한군데밖에 없어서 그렇다. 2·3차 하청까지 합하면 포스코 하청 노동자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정규직은 1만 7000여명 정도다.

하청 노동자들, 지금 같은 여름이면 소금 먹어가며 일하는 사람들이다. 안 먹으면 쓰러지니까. 열연공장에서 조금만 일해도 등에 하얗게 소금꽃이 핀다. 1200℃ 넘는 빨간 쇠판이 계속 지나다니는데 얼마나 뜨겁겠나. 거기에 물을 쏴서 냉각하면서 압연을 하는데, 그러면 수증기가 생긴다. 습도가 높으니 온도는 더 오른다. 찜질방보다 뜨겁다.

그렇게 일해서 받는 돈은 정규직의 40% 선이다. 우리가 소송을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정규직들의 연봉 수준을 정확히 알게 됐다. 정말 깜짝 놀랐다. 하청 조합원들에게 보여주면 다들 못 믿어 했다. 저는 입사 30년이 되도록 연봉 5000만 원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년차 정규직들 연봉이 1억 3000만 원대였다. 성과급이 800%였다. 현금성 복지 포인트 100만 원도 있었다. 하청 노동자들은 성과급도, 복지 포인트도 없었다."

- 이번 판결 이후 어떤 변화가 있나.

"이번 판결은 포스코가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법 위반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현재 포스코는 오로지 판결문에 있는 55명에 대해서만 정규직 명령을 냈다. 그 55명이 속한 2개 하청 업체에 총 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조차 정규직 인사명령을 내지 않았다.

이게 무슨 뜻인가. 소송하지 않으면 정규직은 없다는 뜻이다. 포스코의 이런 태도를 본 하청 노동자들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껏 회사에 속았다는 거다. 노조 가입 문의도,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참여 신청도 크게 늘고 있다."

- 얼마나 늘었나.

"조합원은 1000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 참여 인원도 비슷하게 늘 것 같다. 지금이 8차 소송단 모집인데, 앞서 1~7차 소송단 인원이 총 808명이다. 8차까지 1800여 명이라면 포스코 1차 사내하청 전체 노동자의 10% 정도가 소송에 참여하게 된다. 이번에 판결이 난 노동자들은 1차(15명)·2차(44명) 소송단이었다."

-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개별 소송을 진행하지 않으면 다른 하청 노동자들은 직접 고용될 수 없다는 얘기다.

"집단소송제(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도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없어서다. 이게 말이 되나. 분명히 포스코가 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명 났는데, 노동자들은 개별 소송을 해야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다는 게. 상식이 아니지 않나. 그럼 또 우리처럼 소송해서 11년 버티라는 건가. 그렇게 또 정년 지나고? 왜 정부와 검찰, 국가는 노동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엄단하면서, 사용자들의 불법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나.

포스코는 이 틈을 타 무슨 수를 써서든 하청 노동자들이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으로 가는 걸 막으려 한다. 급하게 하청 노동자 처우를 신경 쓰겠다고 회유하려 드는 것이다. 나는 이번에도 포스코가 최하 1500억원은 풀 거라고 본다. 하청 노동자들 임금 인상 해주고, 복지 포인트 100만 원에, 일시금으로 200만 원 부여한다는 얘기가 벌써 공공연히 나온다.

왜 그럴까? 그게 더 싸니까. 이번 소송에서 포스코가 낸 자료를 보면, 1만8417명 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면 1년에 9640억 원이 들어간다고 논문까지 제출했더라. 매년 1조 원이라는 거다. 포스코가 지금껏 그만큼의 불법적인 이익을 취했다는 뜻이다. 그게 하청 노동자들이 빼앗겨온 가치다.

2016년 8월 2심에서 승소했을 때도 회사는 똑같은 태도였다. 2013년 1월 1심에서 패소했을 땐 콧방귀도 안 뀌더니, 우리가 이기자마자 갑자기 하청 노동자들에게 두 자리 숫자 퍼센트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몇몇 하청 업체에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준비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회사가 먼저 회유에 나선 것이다. 결국 그 과정에서 소송을 접은 하청 노동자들도 많았다.

그래도 소송 참여 움직임이 이어지자 포스코는 하청사 상생협의회라는 걸 만들어 정규직에만 주어지던 자녀 학자금 지급까지 약속했다. 그러면서 소송을 진행하는 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선 학자금 지급을 제외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것 때문에 소송을 중간에 포기한 하청 노동자들도 꽤있었다. 당장 학자금들이 급하니까. 회사가 이렇게 치사하다. 노조는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요즘도 포스코는 지금 논의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 복지 포인트 100만원 신설에 대해서도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지급하지 않겠다고 여론전을 펴고 있더라.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가 좋아진 건 늘 하청 노조 덕이었는데, 정작 하청 노조 조합원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유감은 없다. 그러려고 노조 한 거니까."

[인터뷰②] "벼슬이 된 정규직... 노동운동, 원하청 분리 정책에 제대로 대응 못했다"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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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논리로 냉전의 돌격대 자처한 윤석열의 친일 망언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8/24 08:20
  • 수정일
    2022/08/24 08:2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자유’, ‘세계시민’…대미추종이 어른거린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기사입력 2022/08/2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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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77주년 경축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윤석열의 대외관계 인식은 참담하고 허접하기 짝이 없다. 낙제점을 넘어 역대 최악 수준이다. ‘이게 정말 한 나라의 대통령이 내놓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번 글에서는 광복절 77주년 경축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을 통해 윤석열의 대외관계 인식이 얼마나 저열하고 문제투성이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자유’, ‘세계시민’…대미추종이 어른거린다

 

 

© 왼쪽은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1804). 윤석열 대통령은 대학생 시절 자유, 평화, 세계시민 개념을 주장한 칸트의 책을 읽으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칸트는 서구 백인종의 우월성을 강조한 반면, 중국 등 황인종을 '반자유주의 세력'으로 규정해 무력으로 위협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을 폈다. 이러한 칸트의 논리는 미국과 일본을 철저히 추종하고 북한·중국·러시아에 날을 세우는 윤 대통령의 행보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공개된 광복절 77주년 경축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 전문에서 ‘미국’이라는 말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유, 보편적 가치, 규범, 세계시민 같은 표현을 들여다보면 윤석열이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대미추종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윤석열은 광복절 경축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유독 ‘자유’를 강조했다. 북한·중국·러시아 같은 나라를 반자유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며 적대하는, 이른바 ‘미국식 자유주의’ 노선을 따르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윤석열이 경축사에서 한 발언을 짚어보자.

 

“자유를 찾고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고 또 세계시민과 연대하여 자유에 대한 새로운 위협과 싸우며 세계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시대적 사명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이 연대하여 자유와 인권에 대한 위협에 함께 대항하고 세계시민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이뤄내는 것입니다.”

 

아마도 윤석열이 말한 자유, 세계시민 개념은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주장에서 따온 듯하다. 윤석열은 대학생 시절 칸트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18세기에 태어난 칸트는 자유를 중시하는 ‘우월한 서방 백인종 세력’이 자유가 없는 중국을 무력으로 위협하면 전 세계에 ‘영원한 평화’가 펼쳐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칸트는 “전쟁은 인류 문화를 계속 진보하게 하는 불가결한 수단”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김창훈, 「칸트의 ‘영구평화론’은 왜 폭력적인가」, 프레시안, 2019.2.16.)

 

칸트에 따르면 이른바 중국으로 대표되는 반자유주의 세력을 무력으로 제압한 뒤 서구의 세계시민들만이 서로 왕래하면서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 제국주의 서구열강이 식민침탈에 몰두하는 시절을 살았던 백인 칸트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인식이었을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칸트를 따라 하는 윤석열이 “북한은 주적”, “대북 선제타격” 같은 막말을 늘어놓으며 전쟁 위기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칸트의 논리를 그대로 이어받은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김창훈 민족미래연구소 연구실장은 “결국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한 ‘민주평화론’의 씨앗은 칸트 자신이 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은 바로 그런 미국의 꽁무니를 충실하게 뒤쫓으려 한다. 윤석열은 경축사를 하고 3일 뒤인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외교·안보에 있어서도 자유와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 나가고자 책임 있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기반으로 약화된 한미동맹을 다시 강화하고 정상화했습니다.”

 

자유와 인권, 보편적 가치, 규범 같은 말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진영이 북·중·러를 적대하는 논리로 줄기차게 꺼내온 표현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에서는 이른바 ‘가치동맹’을 꺼내 들며 미국식 자유주의를 따르지 않는 국가들을 적대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지난 5월 20일 한국을 찾아 “우리(미국)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에 경제와 국가안보를 의존하지 말라”라고 윤석열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물론 윤석열은 군말 없이 바이든에게 수긍했다. 따라서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기반으로 약화된 한미동맹을 다시 강화하고 정상화”했다는 윤석열의 위 말은 바로 미국이 주도하는 적대적 대결 노선에 그대로 뛰어들겠다는 뜻이다. 이는 곧 북·중·러와의 정면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 

 

윤석열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임 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재건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공고히 해서”라는 말도 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권 들어 북한을 ‘주적’으로 겨눈 한미연합훈련이 한반도의 위기를 급격히 높이고 있다. 

 

8월 22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려명은 “오는 9월 초까지 남조선(남한)의 하늘과 땅, 바다에서 감행되게 되는 광란적인 대결 소동은 가뜩이나 불안한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전쟁 접경에로 몰아넣음으로써 침략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지피기 위한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 행위”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중국은 한미연합훈련 시기와 맞물린 지난 19일까지 한반도와 가까운 산둥반도와 보하이만 근처에서 군사훈련을 벌였다. 8월 22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UFS(을지 자유의 방패)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신의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 훈련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화약고로 여겨지는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고 한반도 정세 변화는 동북아와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듯 대미추종으로 일관하는 윤석열의 대외노선이 우리가 살아가는 한반도를 전쟁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대미추종에 따른 부작용은 비단 전쟁 위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삼성, 현대차 같은 한국 대기업에서 미국 현지 공장 설립 등 수조 원이 넘는 막대한 지원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이후 미국은 현대차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이 현대차의 뒤통수를 힘껏 갈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대로는 현대차 등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막대한 손해만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윤석열 정권이 미국이 앞장서는 반북·반중·반러 전선에 동참한 대가로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원자재와 천연가스 물량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머잖아 한국에 말 그대로 혹독한 겨울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시시각각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본에 무릎 꿇는 한일관계 정상화…한·미·일 군사협력

 

윤석열이 내놓은 광복절 경축사,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무척 돋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한일정책이 비정상이었다는 취지인데, 지금부터는 윤석열 정권의 한일정책이야말로 얼마나 비정상인지 짚어보자.

 

윤석열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은 일제가 벌인 식민침탈, ‘위안부’ 등 국가가 주도한 범죄를 “정치적 지배”로 한정해 일제의 식민침탈을 왜곡·미화하려는 일본에 힘을 실어줬다. 이뿐만 아니라 윤석열은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일본을 규정하며 일본과의 군사협력, 나아가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력히 시사했다.

 

앞서 지적했듯 윤석열이 강조하는 ‘자유와 보편적 가치’는 미국이 적대하는 북·중·러와 대결을 벌이겠다는 선전포고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이 말하는 “미래와 시대적 사명”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바탕으로 한 북·중·러와의 적대적 대결로 이어지는 길이다.

 

여기에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라는 윤석열의 말도 어처구니가 없다. 전범국·가해국인 일본이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는데, 국내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어물쩍 덮고 군사협력을 운운한다는 점에서 국민 정서와도 완전히 어긋나 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의 광복절 경축식 당시 옆에 앉았던 ㄱ 씨는 윤석열 정권의 뚜렷한 ‘친일 지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일 수 있다. 처음에 ㄱ 씨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이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8월 22일 오마이뉴스 보도 「‘광복절 때 윤 대통령 옆 누구?’에서 드러난 중대 사실」에 따르면 ㄱ 씨의 증조부가 일제 19사단 사령부에 귀순한 친일파, 장성순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장성순의 친일 이력은 국가보훈처가 가진 공훈록을 보면 알 수 있다. 따라서 윤석열 정권이 ㄱ 씨가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통령실이 ㄱ 씨가 변절한 친일파의 후손임을 알고도 ‘윤석열 옆’이라는 상징적인 자리에 앉혔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심지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일본 지도부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이어가는 것과 관련해 “일본의 멈출 수 없는 관습”이라며 적극 두둔하기까지 했다.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광복절에 윤석열 정권이 우리 국민을 향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굴욕을 안긴 셈이다.

 

윤석열은 취임사에서도 다음과 같이 온통 친일·매국으로 뒤범벅된 막말을 쏟아냈다.

 

“역대 최악의 일본과의 관계 역시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취임 전 인수위 때부터 한일정책협의단을 일본에 보냈고, 협의단이 기시다 총리, 하야시 외무상을 비롯한 전·현직 총리와 정관계 유력 인사들을 만나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텄습니다. 김포 하네다 항공 노선을 재개했고, 나토정상회의에서 기시다 총리와 만나 환담을 하고 한·미·일 정상회의도 열었으며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의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위는 일본에 한일관계 개선을 구걸해온 윤석열의 자화자찬이다. 또 식민침탈을 반성하지 않고, 지난 2019년 반도체 핵심 원료 수출 제재로 대표되는 경제 공격을 멈추지 않는 일본을 향한 뒤틀린 짝사랑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정권과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은 윤석열 정권을 향해 ‘더 열심히 한국 국민을 설득해서 오면 정상회담에서 만나줄게’라며 윤석열을 격려하고 있다. 이야말로 윤석열 정권의 굴욕적인 친일외교가 불러온 끔찍한 나비효과다.

 

윤석열은 취임 100일을 맞아 취임사 전문을 발표한 뒤 별도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강제징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국 대법원이) 그 판결을 집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강구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이 배상이 아닌 “보상”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식민침탈 범죄를 부정하는 일본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외교부는 대법원에 “강제징용 문제의 합리적 해결방안을 조속히 모색하기 위해 다각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주기 바란다”라며 미쓰비시중공업이 가진 국내 자산의 강제매각 조치를 보류할 것을 대놓고 압박했다.

 

이처럼 친미와 친일에 찌든 윤석열의 대외 인식은 정말 한심하고 끔찍하다. 이 와중에 윤석열 정권이 한국 해군의 해상자위대 70주년 관함식 참가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전범기가 펄럭이는 자위대의 관함식에서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가 우리 해군을 사열하는 끔찍한 광경이 현실로 펼쳐지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권은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보다도 막돼먹은 사대·매국 세력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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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하다 죽은 직원에 대한 사과가 그리 어려운 일일까

 
김진오 에어팰리스지부장이 지난 7월26일 열린 투쟁승리 결의대회에서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에어팰리스지부 제공 
 
함께 일하던 동료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것도 눈앞에서. 경기도 김포시 선진그룹 인근 농성장에서 만난 김진오 에어팰리스지부장은 3개월 전 사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겨워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픔은 뒤로한 채 거리에서 투쟁 중이다. 고인의 죽음에 대한 사측의 당연한 사과를 요구하기 위한 싸움이다. 

벌써 거리에 천막을 친 지도 90일째(23일 기준)다. 그의 수염도 미처 정리하지 못한 듯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다. 농성장에 옹기종기 모인 에어팰리스지부 조합원들도 모두 3개월째 월급을 받지 않고 투쟁 중이다.

사고가 난 그날은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힘겹게 노조를 만들고 두 번째 교섭이 예정됐던 날이었다. 조금이나마 더 나은 일터를 꿈꿨을 그 무렵, 무전기 너머로 들린 외마디 비명과 함께 순식간에 헬기가 추락했다. 산 한 가운데서 정신없이 119 구급대를 부르고, 회사에 상황을 알리고, 통신이 불안정한 탓에 산비탈 길을 몇 번이나 오르내리며 발을 동동 구르던 그날, 그는 "처참했다"고 말했다.

당연히 고인이 일했던 에어팰리스와 에어팰리스를 설립한 선진그룹 측이 이후 필요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했다. 망연자실한 가족에게 곧장 찾아가 사고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진정한 사과를 하고, 위로를 했을 것이라고. 하지만 사고가 난 다음 날 밤 느즈막히 찾아온 회사 관계자는 대뜸 유족에게 '얼마를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빈소에 온 선진그룹 부회장은 '자신은 책임이 없는 월급쟁이에 불과하다'는 말로 유족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았다. 14명의 에어팰리스 조합원 전원이 사과를 촉구하는 파업 투쟁에 나선 이유다. 

정치권이 중재에 나서고 나서야, 선진그룹 측은 사과받으려면 파업한 조합원들이 징계를 받고 이후 파업권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내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양보에 양보를 거듭했지만 사측은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기에 바빴다. 이같은 회사의 태도를 두고 노조 탄압이라는 말 외에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해주고 떠난 30대 청년 노동자 고 박병일 정비사의 숭고한 희생이 많은 이들을 숙연하게 만들었지만, 정작 그가 일했던 회사의 잔인하고도 무책임한 대응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막막한 그의 동료들은 천막 농성에 이어 경기도 청원, 국회 국민동의청원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선진그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그게 참 쉽지 않더라"는, 답답함이 가득 묻어난 김 지부장의 목소리에 저절로 눈물이 고였다.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박병일 정비사(뒷쪽)가 함께 일했던 김진오 에어팰리스 지부장의 모습 ⓒ에어팰리스지부 제공


선진그룹. 이름은 생소하지만, 수도권에서 버스를 타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곳에서 운영하는 버스에 탑승해 봤을 것이다. 김포에서 취재를 마친 뒤 서울로 이동할 때 탔던 버스 역시 선진그룹 계열사인 버스회사가 운영한 버스였다.

선진그룹은 주로 수도권 동북부·서부 등에서 시내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소속 버스만 2천 대에 달하며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버스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었다. 선진그룹은 주력으로 하는 버스 사업 외에도 고인이 일한 에어팰리스가 속한 항공기 사업부터 에너지 사업, 정비 및 부품사업까지 수십개의 법인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일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직원과 그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는 그 기업이 그리 작은 규모의 회사도 아니었다. 수많은 악덕 사업장을 봐왔을 노조 간부도 비교적 큰 규모의 회사 대응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어이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당연한 줄 알았던 그 사과 한마디를 듣기 위한 투쟁이 어느덧 100일을 앞두고 있다. 7년 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딸에 이어 산재 사고로 하나 남은 아들마저 떠나보낸 부모의 심경은 어떠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유족은 사고 이후 큰 충격을 받아 현재 치료를 받고 있지만 큰 차도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인의 유족과 동료들은 언제쯤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가늠할 순 없지만, 선진그룹의 사과가 그 첫 시작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선진그룹 신재호 회장의 진심어린 사과가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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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자’ ‘배신자’ ‘프락치’가 대접받는 세상 왜…?

 
칼럼홈 > 김용택  
 
 
 
숙주나물의 유래를 아세요?
 
김용택 | 2022-08-23 08:52:2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신숙주 이완용, 최남선, 노덕술, 노천명, 홍난파, 김지하 김문수 이재오 박정희, 김영삼, 김순호,...위 인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눈치 빠른 독자들은 금방 감을 잡으셨겠지만, 변절자, 배신자들이다. 역사는 늘 이런 인간으로 인해 죄 없는 민중이 죽음보다 더 힘든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다. 우리는 그들을 변절자! 배신자! 프락치, 역적이라고 명명한다.

<숙주나물의 유래를 아세요?>
 
숙주라는 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콩나물과 비슷하게 생긴 숙주나물의 원래 이름은 녹두나물이다. 숙주나물은 만두소의 재료로 사용된다. 만두소는 두부, 채소를 짓이겨 함께 섞어서 만든다. 숙주나물도 당연히 짓이겨지게 되는데, 다른 나물에 비하여 쉽게 변하는 녹두나물에 빗대어 숙주나물이라 부르게 되었다. 신의를 져버리고 세조의 측근에서 출세해가는 신숙주를 단종에 충성을 맹세한 여섯 신하를 고변(告變)하여 죽게 한 신숙주처럼 변질을 잘하는 나물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숙주나물’이다.

<배신의 대명사는 서른냥에 스승을 판 가룟 유다?>
 
배신자의 아이콘은 뭐니뭐니해도 은 서른냥에 자신의 스승을 팔아먹은 가룟 유다를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예수를 팔지만 않았어도 십자가도 승천도 부활도 기독교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가룟 유다의 배신은 신의 기획된 예정이었는지 모르지만 배신자들은 이러게 돈이나 자신의 영달을 위해 신의를 저버리고 배신자라는 낙인을 달고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한 사람의 배신이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의 늪으로 몰아넣는지를 이완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을사오적’하면 다른 사람의 이름은 몰라도 이완용은 기억한다.

‘경숙국치’하면 자연스럽게 ‘이완용을 떠올린다. 친일인명사전에 올라가 있는 친일인사는 무려 4,389명이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 그들의 배신으로 나라를 잃고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부모자식을 버리고 만주와 간도땅으로 의병생활로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배신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행위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배신자, 역적...!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다. 배신의 아이콘 그들의 후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서울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후손은 1만7천여 명인데 이들 중 직업이 없는 사람은 60%를 넘고 74.2%가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잘살고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후손들이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의 후손은 봉급생활자가 10%도 안 되고, 중졸 이하의 학력자 55%를 넘는다. 유공자 후손의 두 집 중 한 집에 중병환자가 있고 직업이 있다는 40% 중 가장 많이 종사하는 직종이 경비원이다. 그 중 일부는 친일파 후손에 밀려 외국으로 피신해 살고 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결코 헛소리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박정희다.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박정희를 따라 배우겠다’고 했지만 박정희가 한 일을 제대로 안다면 차마 인간으로서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변절자가 얼마나 떵떵거리고 잘사는지 예를 들어 보자. 박정희 다음으로 유명한 친일파로는 조선일보 방씨 일가가 있다. 박정희는 1970년대 조선일보 방일영 회장이 ‘밤의 대통령’이라며 부러워할 정도였다.

‘2003년에는 한국 100대 부자에 방 씨 일가만 3명이 오르기도 했다. 방상훈 현재 조선일보 사장이 당시 재산 1930억 원으로 24위,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이 910억 원으로 65위,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이 당시 800억 원으로 75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유명 친일파로는 얼마 전에 죽은 ‘독립군 때려잡던 간도특설대’ 백선엽이 있다. 백선엽은 강남역 앞 지상·지하 합쳐 21층의 시가 2천억 원 빌딩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를 장남 명의로 차명 소유했다가 장남을 상대로 반환 소송을 하는 웃기지도 않은 일을 벌이기도 했다. 그 외에 장남을 제외한 자녀들에게 이태원에 있는 시가 50억 원의 주택을 물려주었다.‘

매국노의 대명사 이완용은 어떨까? 이완용은 일제강점기에 국유지를 팔아 군산 등에 땅을 사들여 투기했다. 그렇게 이완용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은 2234만㎡로 자그마치 여의도 면적의 7.7 배에 달했다. 정부는 2007년 이완용의 땅 1만 928㎡을 환수했는데, 이완용이 보유했다는 부동산 2234만㎡의 0.05%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이완용은 광복 전에 땅을 매각했는데, 그 금액이 보수적으로 잡아도 현 시가로 600억 원대에 달한다고 한다. 1992년엔 이완용의 후손이 서울 북아현동에 위치한 30억 원어치의 땅을 자신들의 땅이라며 국가에 반환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이완용의 후손들은 승소 즉시 땅을 팔고 캐나다로 이민을 가버렸다.

<밀정...? '프락치...? 김순호를 아세요?>
 
행안부 경찰국의 초대 수장이 된 김순호 국장. 그는 지난 1989년 ‘안보 특채’로 경찰이 됐는데 당시 ‘대공공작업무 관련자’로 특채 대상에 포함된 인물이었다. 1991년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에 행정안전부 경찰 관련 조직으로 출범한 ‘경찰국’. 초대 국장으로는 경찰청 안보수사국장 출신 김순호 치안감이 임명됐다. 서클 선배 최동 씨를 따라 인노회(‘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에 ‘김봉진’이란 가명으로 가입해 부천 지역 조직책임자인 지구위원 직위도 맡았다. 그런데 지난 1989년 2월 인노회가 느닷없이 이적단체로 낙인찍히고 부천 지역에서는 일반 회원들까지 줄줄이 구속됐다. 이 무렵 김국장은 잠적했고 반년 만에 ‘대공 특채’로 경찰관이 돼 돌아왔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사람들... 혹 ‘출세를 하고 싶으면 프락치라도 돼야겠다’는 말이 나올까 걱정이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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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도 정보도 물먹는 대통령 참모들…‘윤핵관’은 용산에 없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8/23 09:56
  • 수정일
    2022/08/23 09:5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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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2-08-23 05:00수정 :2022-08-23 09:01

정치BAR_배지현의 보헤미안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여의도발 기사인 거 아시잖아요.”윤석열 정부의 장관 인사나 광복절 특별사면 등 대통령의 ‘중요 결단’을 전하는 보도에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여의도발이라 우리는 모른다”고도 한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모르는 내용은 통상 오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윤석열 정부의 현실은 정반대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튿날 공론화한 홍보라인 개편도 대통령실 참모들은 아니라고 했지만, ‘여권 관계자 발’ 보도가 신호탄이 됐다. 김은혜 전 의원이 홍보수석으로 기용된 것도 여권 관계자가 밀어붙였다는 뒷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판도 윤핵관이 짠 인적 개편 결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만 5살 초등학교 입학’ 정책으로 물의를 빚은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퇴 때도 대통령실 참모들은 ‘정보’가 없었다. 지난 8일 오전부터 ‘여권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박 전 장관이 자진사퇴한다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대통령실 쪽은 이날 오후 4시가 넘어서까지 “분위기를 보니 오늘 사퇴는 아니다”, “박 장관이 내일 상임위 출석을 준비하고 있다”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박 전 장관은 이로부터 약 1시간 뒤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뜻을 밝혔다.
 
올해 광복절 특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치인 사면‧복권 반대 기조’를 내비쳤다는 일종의 미담 기사도 여권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알려졌다.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내정 등 주요 인사 뉴스의 소스도 모두 ‘여권 핵심 관계자’였다. 대통령실 담당 기자뿐 아니라 대통령실 내부에서조차 “진짜 윤 대통령의 마음을 읽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은 용산에 없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정치 아마추어인 윤 대통령이 정치권으로부터 폭넓은 조언을 듣는 건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공식 참모도 모르게 대통령이 극소수 ‘여의도 측근’과 중요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면 ‘비선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지지율 문제는 홍보 부족이 아닌데 원인 진단이 잘못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비서실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계속 바꿔나가는 과정으로 판단해달라. 비서실 쇄신은 5년 동안 계속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진짜 참모 역할을 부여하지 않으면 ‘상시 쇄신’은 실속 없이 포장만 바꾸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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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유재산 매각, 경쟁입찰 원칙'이라더니 올해 수의계약만 98.4%

기재부 해명과 달리 최근 5년 간 경쟁입찰 매각 2.8%... "비축토지 사겠다" 국토부와도 엇박자

22.08.23 07:02l최종 업데이트 22.08.23 07:02l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7.21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7.2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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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재산 매각은 공개경쟁입찰이 원칙이고, 경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된다."

기획재정부가 '국유재산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해 내놓은 해명이 현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한 국유재산(금액기준)은 1%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유재산 헐값 매각' 논란은 지난 8일 정부에서 민간에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업용·임대주택 국유재산 9곳 중 6곳이 강남구에 위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시세보다 헐값에 팔리면서, '땅부자 배불리기'"를 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기재부는 지난 11일 해명자료를 내고 경쟁입찰이 원칙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이 기재부로부터 국유재산 관리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5년간 국유(일반) 재산 계약 형태별 매각 현황>에 따르면, 캠코는 최근 5년간 국유재산 4조 9675억 원을 매각했다. 이 중 금액 기준으로 96.8%(4조8072억 원)는 수의계약으로, 2.8%(1398억 원)는 경쟁입찰로 매각했다.


무엇보다 5년 간 국유재산 매각 수의계약율(금액기준)이 2018년 93.4%→2019년 94.8%→ 2020년 97.1%→21년 98.6%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올해 역시 7월까지 이루어진 9100억 원의 매각 중 98.4%(8951억 원)가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금액기준이 아닌 계약건수로 봤을 때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올해 1월~7월에 진행된 국유재산 매각건수는 총 7528건, 이 중 수의계약 매각이 전체의 94.4%(7107건)에 달한다. 경쟁입찰 매각은 전체의 1.02%(77건)에 불과하다. 즉, 기재부의 해명과 다르게 국유재산 매각에서 경쟁입찰은 오히려 '예외적' 상황인 셈이다.

국유재산 목록 공개로 경쟁입찰 활성화? 이미 진행 중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국유재산 매각이 땅부자 배불리기가 아닌지 우려한다"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국유재산 매각·활용 확대는 전체 국유재산 중에서 유휴·저활용 재산을 매각·활용하려는 정책"이라며 반박했다.
▲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국유재산 매각이 땅부자 배불리기가 아닌지 우려한다"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국유재산 매각·활용 확대는 전체 국유재산 중에서 유휴·저활용 재산을 매각·활용하려는 정책"이라며 반박했다.
ⓒ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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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재산 매각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예외조항' 때문이다.

국유재산법은 제43조는 국유재산은 일반경쟁입찰로 매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대통령령인 국유재산법 시행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다는 예외를 뒀다. 시행령 제40조 3항은 1호에서 28호까지, '국유지만으로는 이용가치가 없는 경우 서로 맞닿은 사유토지의 소유자에게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예외를 두고 있다.

기재부도 지난 8일 "매각 가능한 국유 재산의 목록을 공개하고 경쟁입찰을 활성화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유재산 목록이 이미 '온라인 국유자산 매각 시스템(온비드)'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수진 의원은 "경쟁입찰 확대 방안에 대해 추가적으로 기재부에 문의했으나 '검색 기능 강화 외엔 없다. 더 찾아보려고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라며 "시행령에 따른 예외조항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러한 부분은 개선하지 않고 경쟁입찰을 확대하겠다하니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소수 대기업만을 위한 수의계약이 아니라 경쟁입찰의 원칙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라며 "일정 규모 이상의 국유재산 처분 시 국회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국유재산법' 개정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오히려 "비축토지 더 사겠다"... "시장 혼란 부추긴다" 비판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지난 7월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이스타항공 변경면허 발급과정 조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지난 7월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이스타항공 변경면허 발급과정 조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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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수 확보를 위해 전임 정부보다 국유재산에 포함된 비축 토지를 더 팔겠다'는 기획재정부의 방침이 '비축 토지를 전년보다 더 매입하겠다'는 국토부의 방침과 충돌하는 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향후 5년간 총 16조 원 이상의 유휴·저활용 국유재산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약 10조 원의 국유재산을 매각한 것에 비해, 약 60% 정도 매각 규모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2021년 기준, 매각이 가능한 일반 재산(41조 원) 중 95%가 토지인 점을 감안하면, 기재부의 정책은 '비축토지 매각'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토부는 지난 7월 13일 국회에 보고한 '2022년 공공토지비축 시행계획' 보고서에서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토지 거래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전망"이라며 "토지의 선제적 비축이 필요하고, 토지 비축 역할 확대뿐만 아니라 지가 상승 대비 공익사업용지 선(先)확보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유재산 매각 확대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수진 의원실이 확인한 해당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토지시장 소비심리지수는 2020년 9월 이후 16개월만에 100이하(2022년 1월, 97.7)로 나타나고, 전국 토지가격 상승률은 1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2022년 1월 0.3%)했다"라며 전반적인 토지 거래 위축 상황을 토지 비축을 선제적으로 늘려야 할 근거로 삼았다.

또한, 국토부는 올해 신규사업으로 4113억 원 규모의 토지를 추가로 비축해 비축토지를 총 5135억 원 규모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비축 실적(신규 2647억 원, 누적 3206억 원)보다 약 60%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세수 확보를 위해 비축토지를 지난 정부보다 60% 이상 더 팔겠다는 기재부의 정책과는 상반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이수진 의원은 "같은 비축토지를 두고 적용 법률과 소관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방향이 전혀 다르다"면서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시장 혼란만 부추기는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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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불로소득, 사회 환원 줄이겠다는 윤석열 정부

5년만에 부활한 ‘재초환’ 완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전문가들 “정부가 부동산 투기 부추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8.17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취임 후 처음 내놓은 ‘주택공급대책’에서 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핵심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을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다시 시작한 재초환을 새 정부 시작과 함께 완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건축으로 인한 과도한 시세차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재초환 부담금을 정부가 완화해 줌으로써 투기 세력의 불로소득을 정당화해주는 모양새라는 비판이다.

지난 16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재초환 부담금 부과 기준을 조정해 면제 금액을 상향하고, 부과율 구간을 확대해 부담금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새정부 첫 주택공급대책 발표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5년만에 부활한 ‘재초환’ 완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 부동산 전문가 “재건축 사업 과열 우려 커”

재초환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5월24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재건축이익환수법)’이 제정되며 처음 도입됐다.

‘재건축초과이익’은 재건축사업으로 인한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을 초과해 조합에 귀속된 주택가액의 증가분이다. 정확히는 재건축 사업 종료시점 주택가액(공시가격)에서 재건축 개시시점 주택가액(조합설립 당시 공시가격)과 공시비, 조합운영비 등 개발비용, 정상주택가격 상승분을 뺀 뒤 조합원 수로 나눈 액수다. 

그리고 이렇게 산정된 가구당 재건축초과이익에 법이 정한 기준에 따른 부과율(10~50%)을 곱한 금액이 최종 재초환 부담금이 된다.

현행법상 부담금 부과율은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천만원 이하일 땐 면제되지만, ▲3천만원 초과 5천만원 이하일 땐 10% ▲5천만원 초과 7천만원 이하 20%... ▲1억1천만원 초과는 50%까지 부과된다.

하지만 재초환은 그동안 여러 정부를 거치며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2년 말 MB정부는 재초환 시행을 중단하는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재초환 시행을 막았다.

그 결과 2014~2015년을 기점으로 재건축 거래 붐과 아파트 값 급등이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 역시 경기 활성화 명목으로 재초환 시행을 유예하는 등 재건축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결국 2017년 문재인 정부는 8.2부동산대책을 통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부동산시장 진정시키기에 나섰다. 재초환 부활을 통해 강남 재건축 투자자를 비롯한 다주택 투기수요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윤석열 정부가 다시금 재초환 부담금을 완화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2006년 도입된 재초환은 제대로 시행도 안 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유예됐고, 문재인 정부에서야 부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재초환 부담금이 부과된 건수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다시 재초환 부담금 완화를 만지작거린다는 건 재건축 개발 이익환수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미현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도 “재건축 등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개발이익을 공정으로 환수하지 않으면 재건축 사업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게 돼 더욱 재건축 사업을 과열시킬 것”이라며 “그런데도 재건축 부담금 감면을 확대하겠다거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행보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기 뉴타운 사업에서 경험했던 강제퇴거 등 많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재건축 자료사진. 2020.09.29 ⓒ김철수 기자


구체적인 방안 없이 ‘재초환 완화’ 카드 꺼낸 정부
... “부동산 시장에 던진 ‘집값 인상 시그널’”


재초환은 도입된 지 17년가량이 지났지만, 부담금이 부과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재초환 1호 부과대상으로 꼽히는 서울 반포현대(반포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재건축조합도 애초 올해 3월 부담금이 부과될 예정이었지만, 서초구가 7월 말로 이를 유예하며 아직 부과되지 않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업계획승인 단계에서 재초환 예정금액이 통보된 단지는 전국적으로 83곳 정도다.

게다가 이들 재건축조합 대부분은 ‘부담금 부담이 너무 크다’며 납부 유예를 요구해 왔다. 반포현대 역시 마찬가지다. 반포현대는 2018년 가구당 부담금 예정액을 1억3,569만원을 통보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집값이 크게 상승한 만큼 확정 부담금은 가구당 3억~4억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정부가 재초환 완화 방안을 구체화하진 않은 만큼 추후 부담금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예상하긴 힘들다. 정부는 오는 9월 중 세부 재초환 부담금 감면안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나마 앞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의 개정안 발의안대로 3천만원인 면제 기준을 1억원으로 상향하고, 2천만원마다 상향되는 누진 부과구간을 3천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김성달 국장은 “윤석열 정부는 규제 완화의 방향과 계획에 대해서만 발표했다. 구체적인 규제 완화 내용이나 시점들은 불분명하다”며 “그럼에도 이런 발표를 했다는 건 부동산 시장을 향해 ‘우리가 규제를 풀 테니 걱정 말아라’, ‘집값은 우리가 떠받쳐 줄 거다’라는 신호를 보내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려 하기보다 끌어 올리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재초환 완화는 정부가 나서 재건축조합원들에 특권을 주고 불로소득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오래된 집을 헐고 새집을 짓는다면 그 비용은 집주인이 부담하는 게 당연하다. 만약 이 과정에서 초과 이익을 발생했다면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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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민심 두려워한다면 국힘 특별감찰관 임명 주도해야"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2.08.23 07:51
  •  
  •  댓글 2
 
 

[아침신문 솎아보기] 특별감찰관 필요성 제기에 조선일보 “북한인권재단 6년 표류”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특별감찰관’ 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소속으로 하되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의 지위를 가지며, 특별감찰의 대상은 윤 대통령 친인척과 수석비서관 이상의 참모들을 대상으로 한다. 임기는 3년인데, 2014년 만들어진 특별감찰관 자리는 2016년 이후 지금까지 공석이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하지 않았던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동시에 임명해야 한다는 조건을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조건을 붙이는 일을 하지 말라고 맞섰다.

▲23일자 아침신문들 1면.
▲23일자 아침신문들 1면.

23일자 아침신문들은 이 소식을 다뤘다. 대부분의 신문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 문제 등을 이유로 특별감찰관이 하루빨리 임명돼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썼다. 반면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이 주장한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하지 않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문제를 주된 내용으로 사설을 썼다. 한국일보는 여야가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모두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감찰관 필요성 제기에 조선일보 “북한인권재단 6년 표류”

22일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지난 5년간 이런저런 이유로 뭉개오다가 정권이 바뀌자 바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율배반이고 앞뒤가 다른 일이다. 먼저 진솔하게 국민과 국민의힘에 사과하고 조속히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에 착수하고, 법에 규정돼 있음에도 민주당의 거부로 임명되지 않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을) 동시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미 우리 당은 국회의장에게 우리 당 몫인 북한인권재단 이사 다섯명 후보를 추천해놨다”고 말했다.

▲23일자 조선일보 5면.
▲23일자 조선일보 5면.

그러자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임명하려면 임명하고 아니면 아닌 것이지 전 정권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회가 규정에 따라 추천해야 할 인사 문제를 어떤 것과 연계하는 것 자체가 제가 보기엔 순수한 의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중앙일보는 “취임 초기 급락한 국정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각종 논란의 재발을 막을 처방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윤 대통령 부부와 사적 인연이 있는 이들의 대통령실 근무나 사저 공사 참여 의혹이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로 번진 만큼 특별감찰관 임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 제기에 북한인권재단 문제를 끌고 나온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와 관련해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인권재단 이사도 임명하지 않은 것을 비난하며 동시에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전 정부의 처사는 잘못이지만, 특별감찰관 임명에 조건을 다는 듯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혀 별개의 문제다. 민심을 두려워한다면 국민의힘은 오히려 특별감찰관 임명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23일자 중앙일보 사설.
▲23일자 중앙일보 사설.
▲23일자 조선일보 사설.
▲23일자 조선일보 사설.

그러나 조선일보는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보다는 국민의힘이 문제 제기한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 문제로 사설을 썼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국민의힘은 22일 더불어민주당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요구했다.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립됐어야 하는 법정 기관이지만 아직 간판도 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비협조로 여야가 5명씩 추천하게 돼 있는 재단 이사진을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도 민주당은 ‘그것 말고도 국회가 해야 할 것이 많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며 운을 뗐다.

조선일보는 이어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개선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게 취지다.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정책을 개발할 북한인권재단 설립이 핵심이다. 2016년 3월, 11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북을 자극한다며 법 제정에 부정적이던 민주당이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폭주와 인권 유린으로 법안 반대에 부담을 느꼈던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인권법은 2016년 9월 시행과 동시에 사문화하고 말았다. 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미루는 방식으로 재단 출범을 방해했다. 역대 유엔북한특별보고관들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때마다 재단 설립을 촉구했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이날 ‘직무 유기’라는 지적엔 입을 닫은 채 국민의힘이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대통령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동시에 요구한 것을 문제 삼았다. 특별감찰관은 민주당이 요구해온 사안이다. 핑계를 찾지 말고 두 자리 모두 추천해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바란다”고 썼다.

▲23일자 한국일보 6면.
▲23일자 한국일보 6면.

여야의 대치를 두고 한국일보는 ‘특별감찰관-북한인권재단 거래 줄다리기’라고 표현했다. 한국일보는 6면 기사에서 “국민의힘이 대통령실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에 협조하기로 했다. 대신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위해 야당 몫 이사를 추천하라고 압박했다. 여야 간 주고받기인 셈”이라고 한 뒤 “다만 민주당이 이 같은 조건부 제안에 부정적이어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도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이다.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것이 2016년인데 국민의힘만 이사 절반인 5명을 추천하고 민주당은 나머지 5명을 추천하지 않아 여태껏 재단 설립이 표류 중이다. 남북관계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23일자 한국일보 사설.
▲23일자 한국일보 사설.

그러면서도 한국일보는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협의를 당장 시작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연계해 특별감찰관 임명을 미루려는 속셈이라면 또 한번 여론의 역풍에 부닥칠 것이다. 민주당 또한 여당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서둘러야 한다. 둘 다 조속히 임명돼 필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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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 중단하라!" 외침에 군부대 출근 차량 길게 늘어져

  • 기자명 김상호 현장기자
  •  
  •  승인 2022.08.22 16:28
  •  
  •  댓글 0
 
 
 

핵선제타격 전쟁연습인 을지프러덤쉴드 본 훈련이 오늘부터 시작됐다.

8.15대회 부산준비위는 이번 한미연합전쟁연습은 명백한 핵선제타격 전쟁연습이라고 보고, 이를 반대하는 출근시위를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는데, 첫발은 민주노총부산본부 노동자통일선봉대(이하 부산노동자통선대)가 뗐다.

출근 시간대에 맞춰 주한 미 해군사령부 정문 앞에 집결한 부산노동자통선대는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한반도 평화실현’ 등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U.S. Troops get out of Korea, Yankee go home'이 적힌 20미터 현수막과 피켓, 각종 현수막을 든 50여 명은 '미국은 이 땅을 나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힘있게 행진했다. 사령부 정문 앞은 부대 출근 차량들로 길게 늘어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오전 6시부터 긴급집결 명령을 내린 상태여서 오전 8시까지 모든 해군병력이 다 출근하는 훈련을 했다.

기지 앞이 차량들과 사람이 엉켜 복잡해지자 당황한 경찰들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보장한답시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소동이 벌어졌다. 뒤늦게 경찰이 부랴부랴 버스를 타고 백운포로 왔고 경찰들끼리 서로 언성을 높였으며 행진주최자에게 길을 열어달라고 사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특유의 기풍으로 이들의 부당한 행태에 강하게 항의했으며, 한미연합전쟁연습을 노동자가 앞장서서 반대한다는 결기를 힘있게 시위하고 행진을 마무리했다.

김재남 민주노총부산 본부장은 "아침부터 동지들께서 수고가 많습니다. 끝까지 함께 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시킵시다."라며 부산노동자통선대 대원들과 함께 한미연합전쟁연습 반대 투쟁을 끝까지 해나갈 것을 결의했다.

8·15대회 부산준비위는 오는 26일까지 출근시위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며, 23일은 진보당 부산시당이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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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원 훔친 기사 해고 정당, 향응 검사 면직 가혹…오석준 ‘법리대로’

등록 :2022-08-22 05:00수정 :2022-08-22 09:16

 
 
1993∼2021년 판결 70건 분석
사회적 주목도 높은 사건서
법질서 변화보다 ‘안정’ 추구
법리 중시 ‘사법 보수주의자’
서민에 가혹한 판결도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제주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한 지난달 28일 업무를 마치고 제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제주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한 지난달 28일 업무를 마치고 제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관이 내린 판결은 그가 어떤 시각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보고 이해하는지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미국 연방대법원 임신중지권 후퇴 사례에서 보듯 최고 법관 한 명의 의견이 그 사회의 시계를 반세기 전으로 돌려놓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후보로 임명제청된 오석준(60·사법연수원 19기) 제주지방법원장은 법원 안팎에서 “법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법 보수주의자”로 통한다. <한겨레>는 오는 2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오 후보자의 판결 성향을 분석했다. 최고 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은 도덕성 외에 그가 내린 판결에 기초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오 후보자가 1993~2021년 선고한 주요 판결 70건에 대한 정성적 분석 결과 △사법 소극주의 △사법 보수주의 △문언주의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 보수주의자…법령·규정 문언대로

 

오 후보자는 1990년 판사로 임관해 32년간 각급 법원에서 재판을 담당한 정통 법관이다. 대법원 공보관과 제주지방법원장 등 사법행정 업무를 맡기도 했지만, 법관 경력 대부분을 법정에서 보내며 정치·경제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물론,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건을 두루 맡았다.

 

<한겨레>는 2011년부터 최고 법관인 헌법재판관 판결 성향을 분석해 온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이론적 분석틀에 기초해 오 후보자의 법 해석 관점, 가치관, 사회관 등을 분석했다. 이 분석틀은 헌법적 가치를 바탕으로 과거 판결·결정을 정성 평가해, 법관(재판관) 성향을 △사법 적극주의/소극주의 △사법 진보주의/보수주의 △문언주의/비문언주의 △사회·경제적 약자 및 소수자 권리 신장 여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청문회준비단에서 내세운 오 후보자 주요 판결, 언론보도 검색 등을 통해 확인한 주요 사건 판결을 표본으로 삼아 분석했다. 오 후보자는 판결로 법 질서에 변화를 주기보다 기존 법 질서를 유지(사법 보수주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 기존 대법원 판례가 규정한 법리를 충실히 따르는 경향(사법 소극주의)과 법령 규정을 문언대로 엄격히 해석(문언주의)하는 태도를 보였다. 서울대 법대 출신 5060대 정통 법관들에게 나타나는 정체성을 지닌 셈이다. 그러면서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사건과 난민 인정 판결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 권익 신장에 적극적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800원 챙긴 기사 해고 적법…향응 검사 면직은 가혹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주목받은 판결이 있다. 오 후보자는 요금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 해고는 정당하다고 본 반면, 사건 변호인으로부터 접대 받은 검사(면직)와 성매매를 한 국가정보원 직원(파면) 징계 수위가 가혹하다고 판결했다. 오 후보자는 각 사건별 규정된 징계규정을 근거로 상반된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규정’에만 몰두해 일반 시민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엄격한 도덕성과 품위유지 의무가 요구되는 공직자에게는 오히려 느슨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비판이 따른다.

 

17년간 버스기사로 일한 ㄱ씨는 2010년 버스요금 잔돈 400원을 두 차례 챙겨 모두 800원을 횡령한 이유로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노동위원회는 ㄱ씨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했지만, 회사가 불복해 소송을 냈다. 2011년 12월 재판장이었던 오 후보자는 △운전기사들이 받은 수익금을 전액 회사에 납부하리라는 신뢰 △요금 횡령은 해임 외 다른 징계가 없는 점 △요금 횡령시 어떠한 처벌을 받더라도 이의제기하지 않겠다고 ㄱ씨가 서약한 점 등을 해고 판단에 고려했다. ㄱ씨가 횡령한 금액 자체는 적지만 회사와의 신뢰관계가 깨졌고 단체협약 등 징계 규정에 따라 처벌한 것이라 정당하다는 취지였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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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오 후보자는 2013년 2월 자신이 수사하는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로부터 유흥 접대를 받아 면직된 검사가 낸 징계 취소 소송에서는 “처분이 지나치게 무거워 가혹하다”며 면직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ㄴ검사는 2009년 성매매 등이 이뤄지는 유흥주점에서 4차례에 걸쳐 술값 등 85만원 상당의 향응을 수수했다는 이유로 2012년 면직됐다. 재판장이었던 오 후보자는 “비위행위가 가볍지 않다”면서도 “대검찰청 징계기준에 따르면 10만∼100만원 금품·향응수수의 경우 견책부터 정직까지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다. 다만 위법·부당행위 등을 참작해 가중·감경 할 수 있도록 했다. ㄴ검사가 제공받은 향응은 85만원에 불과하고 위법·부당한 행위를 했는지 자료가 없다”며 향응 검사 손을 들어줬다. 대검 징계규정에 비춰 면직 처분이 과중하다는 취지다.

 

오 후보자는 2011년 6월에도 피감기관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아 파면된 국가정보원 직원 ㄷ씨가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불복 소송에서도 “파면은 가혹하다”고 판결했다. 국정원이 다른 직원의 성매매에 대해서는 품위손상을 이유로 강등 처분한 것에 견줘 ㄷ씨 파면은 과중하다는 이유에서다. 오 후보자 쪽은 “인사청문회에서 이 사건들을 판단한 기준 등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여론 관심 높은 사건…법리대로

 

오 후보자는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사건은 ‘사법 보수주의자’ 평판에 걸맞게 ‘법리’를 강조하는 판결 성향을 보였다. 지난해 1월 성추행 의혹 보도를 허위라고 반박했다가 무고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의원에게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 이익으로’라는 형사법 대원칙을 적용해 무죄 판결했다. 쟁점은 정 전 의원이 성추행을 하고도 허위로 기억에 반하는 언동을 했는지였다. 재판장이었던 오 후보자는 “그러한 내심의 의사가 있었는지 자료가 부족하다”고 했다.

 

2020년 11월 김성태 전 의원의 ‘딸 케이티(KT) 부정채용’ 사건에서는 1심 무죄를 뒤집고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했다. 오 후보자는 “김 전 의원과 함께 사는 딸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한 것은 사회통념상 김 전 의원이 경제적인 이득을 취해 뇌물을 받은 것과 같다”고 판단했다. 2020년 5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당사자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특수강간·사기·공갈미수 등 사건 재판에서는 공소시효 법리에 따라 성폭력 관련 혐의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오 후보자는 판결문에서 “ 결과적으로 피해 여성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2012년 6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6곳이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를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는 대형마트 쪽 손을 들어줬다.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한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에 반한다는 법리를 들었다.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국정농단 사건…대법원 판단 충실히 따라

 

오 후보자는 2020년 2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았다. 그는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근혜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징역 18년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들의 일부 혐의는 무죄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돌려보낸 취지를 반영해 내린 판결이다.

 

오 후보자는 또 같은 해 6월 보수단체에 수십억원을 불법 지원하도록 한 화이트리스트 사건 파기환송심에서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징역 1년,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 역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일부 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단을 따른 것이다.

 

■친일행위 엄단…일제 피해자·난민에는 관대

 

오 후보자는 2011년 7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 등을 지낸 인물의 친일재산 환수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2010년 12월 일제강점기 항일독립운동가에게 도합 32년이 넘는 실형을 선고했던 김세완(1973년 사망) 판사의 행위는 “민족 구성원을 탄압한 친일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소설 <감자> 등을 쓴 문인 김동인을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결정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신문 연재를 통해 학병·징병·징용을 선전하고 내선일체를 강조하는 소설을 썼다는 이유에서다.

 

오 후보자는 2010년 6월 “태평양전쟁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가 받지 못한 임금을 1엔당 2천원으로 환산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당사자들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였다. 1엔당 2천원이라는 환산비율은 정신적 손해를 고려하지 않았고, 물가·환율 상승에 비춰 적은 금액이라는 취지였다. 다만 헌재는 이후 이같은 환산비율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 같은 시기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가 숨진 뒤 입양된 가족도 위로금 지급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오 후보자는 또 2011년 10월 한국에서 개신교로 개종한 이란인(이슬람교도)과 반정부 시위로 경찰 수배 대상이 된 미얀마인에 대한 난민 인정 등 난민 보호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동료 법조인들 “튀지 않는 무난한 판결할 것”

 

오 후보자와 함께 일했던 동료 법관들도 그의 사법보수주의 성향을 짚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 보수주의자로 대법원 판례와 법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판결을 내기보다 법리에 충실한 편”이라고 했다. 오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 변호사는 “법원 내에서도 전형적인 정통 법관으로 꼽혀왔다. 연수원 시절에도 눈에 띄거나 도드라지는 주장을 내세우기 보다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대법관으로서 사회를 뒤집을 만한 참신한 판결보다 무난하게 법적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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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6개월, 세계경제를 수렁에 빠뜨리다

식량난+전력난+인플레이션…커지는 경기침체 우려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2.08.22. 09:00:29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6개월이 지나면서 세계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세계경제를 괴롭혀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에 전쟁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전 세계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에 휩싸였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추구하면서 강력한 봉쇄정책을 폈다. 이로 인해 세계는 '공급망 위기'에 시달렸다. 여기에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로 대응했다. 이 두가지 모두 식량과 에너지 무역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유럽의 주요한 천연가스 수입국이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수백만명을 먹여 살리는 밀 수출국이기도 하다. 에너지 가격과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 이로 인해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7월 1년 만에 4번째로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올해 1월 4.4%에서 3.6% 다시 3.2%로 하향 조정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에르 올리비에 그린차스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세계경제가 곧 경기침체의 가장자리에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엔식량기구 "올해 41개국 1억8100만 명이 기아 위기"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식량위기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전에는 세계 밀 수출량의 10%가량을 공급했다. 특히 식량 위기가 심각한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에 핵심적인 밀 수출국이었다. 가까스로 러시아의 흑해 봉쇄를 풀어 이달 들어 우크라이나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이 재개돼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수출물량은 전쟁 전 수준에 한참 못 미칠 전망이며 전쟁의 진행 양상에 따라 다시 끊길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에 크게 의존하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유엔식량기구는 올해 41개국 1억8100만 명이 기아 위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스관 틀어잠근 러시아, 겨울이 두려운 유럽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유럽은 직격탄을 맞았다. 유럽연합(EU)은 전체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해왔고, 독일은 55%로 그중에서도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았다.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한 일종의 보복으로 러시아는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전년 대비 20%로 줄였다. 또 러시아는 독일로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이달말부터 3일간 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와 같은 '에너지 무기화'에 천연가스 가격은 작년에 비해 10배 이상 올랐다. 

이런 에너지 가격 급등은 독일에서는 제조업 쇠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기업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늘어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아예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가들이 '에너지 배급제'를 시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연준, 두달 연달아 '자이언트 스텝', 금리인상에 허리 휘는 대출자들 

식량과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불황 속에 물가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상) 우려가 커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데 이어 6월과 7월에 연이어 '자이언트 스텝'인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2011년 7월 이후 11년 만의 첫 인상이고, '빅스텝'은 22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집세, 학자금 등을 은행에서 대출 받은 이들의 부담은 급등하고 있다. 한국은 높은 주택 가격으로 가계 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곧바로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변동 금리의 기준으로 쓰이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1년새 2% 가까이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단은 6%대로 올라섰다. 

여기에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환율 문제도 큰 골칫거리다. 파키스탄의 루피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30%가 떨어졌다. 한국도 1100원대이던 환율이 1330원에 육박하면서 13년만에 최고치를 찍고 있다. 

러시아도 올해 -6% 경제성장률 전망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도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에너지 무기화'로 유럽 경제가 나락에 떨어지면서 서방의 경제제재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러시아도 피해를 보는 것은 분명하다. 

러시아 경제개발부에 따르면, 지난해인 2021년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4.7%로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 회복기의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2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하면서 다시 역성장세로 돌아섰다. IMF는 러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6%로 전망했다.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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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경찰국장의 뻔뻔한 변명, 인노회 동료들을 두 번 죽였다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 2022.8.18 ⓒ뉴스1 
 
“용서가 안 되더군요.”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과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A씨가 김 국장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김 국장은 “인노회는 이적단체였다”고 강변했다. 2020년 대법원 재심 판결로 “인노회는 이적단체가 아니다”라고 결론이 났음에도, 김 국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30년 전 공안정국의 인식을 그대로 내보인 것이다.

“인노회는 이적단체” 억지 부리는 김순호

김 국장은 행안위 업무보고에서 ‘인노회가 민주화운동 단체냐, 이적단체냐’는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의 질의에 “이적단체”라고 단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이 2020년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지금도 이적단체냐’고 따졌을 때도, 김 국장은 “(대법원 판결 전까지) 27년간 이적단체라는 판결이 유지됐다”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의 잇따른 질타에도 김 국장은 “제가 분명히 했던 운동은 노둥운동이 아니라 주사파운동이었다”며 “마찬가지로 인노회도 주사파에 심취돼있는 학생운동권 사람들이 주도해 만들었던 단체”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주사파운동’에 회의를 느껴 인노회를 나와서 경찰에 자수하러 갔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야당 의원들을 향해 되레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 했나요. 계속 주체사상에 심취되어서 극단적으로 노동당과 수령에 복종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게 정의로웠을까요, 그걸 버리는 게 정의로웠을까요?”

그의 인사권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마저 김 국장의 말에 동조했다. 이 장관은 “인노회 성격에 대해 아직도 논란이 되는 거 같다”며 “2020년 대법원 판결은 이적성까지 이르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몇 년 전 대법원 판결은 인노회 회원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해달라고 하니 이적단체라서 인정하지 못 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적단체 아니다” 대법원 판결,
‘민주화운동관련자’ 인정 


이처럼 경찰을 지휘하겠다던 고위공직자들이 대법원 판결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국회 행안위의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 겨우 재심을 통해 명예회복을 하고 계신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짓”이라며 혀를 찼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밝힌 것처럼, 실제로 인노회 사건으로 구속기소됐던 15명 중 14명이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을 받았다. 인노회 회장이었던 안재환 씨도 그중 한명이다. 안 씨는 민중의소리에 2007년 8월 3일자 ‘민주화운동관련자증서’를 보내왔다.

남은 한 명인 신 모 씨는 인노회뿐만 아니라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차장으로 활동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 때문에, 보상심의위로부터 민주화운동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 상태다. 신 씨는 이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대법원 역시 보상심의위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이 장관은 이를 두고 ‘인노회는 이적단체’라고 강변한 셈이었다.
 
과거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회장이었던 안재환 씨의 민주화운동관련자증서. ⓒ안재환 제공

역사학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사람들이 인노회를 지하조직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인노회는 반공개단체였다”며 “합법조직이었던 만큼 반공법(국가보안법)으로 걸 수 없었는데 무리하게 걸고 나섰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민주항쟁 이후) 88년은 지하조직이 합법공간이 된 지상으로 올라오던 시점이었다”며 “이때 인노회가 표적이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인노회 회장이었던 안 씨도 지난 7일 경기도 이천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에서 열린 ‘제32주기 고 최동 열사 추모제’에서 인노회는 ‘대중공개단체’였음을 강조한 바 있다. 안 씨는 “1988년 봄에 창립할 때 인천에서 대중공개단체로서 체육대회를 했다”며 “당시 정회원이 150~200명 정도 됐는데, 임금인상 시기에 많았던 파업현장을 회원들과 같이 격려방문하고 지원투쟁을 했던 것이 지금도 저희 마음을 설레게 한다”고 말했다.

안 씨는 “그런데 저희들이 어떤 계기로 인해서 탄압을 받았다. 처음엔 무죄가 나왔는데 나중에 뒤집히면서 고난의 시절을 맞았다”며 “하지만 결국 법정 투쟁에서 우리가 승리하고 있다. 이적단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고, 조만간 최동 열사의 활동도 모두 무죄가 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순호의 ‘색깔론’ 공격,
자기 의혹 덮기 위한 변명거리에 불과”


그런데도 김 국장이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동료들을 경찰에 밀고하고 그 대가로 경찰로 특채됐다는 의혹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거나 반성하기는커녕, 여전히 동료들을 ‘색깔론’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청년 김순호’도 엄혹했던 그 시절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때로는 그가 안타깝게 느껴질 때도 있었던 동료들의 마음은 이제 완전히 돌아서고 있었다.

김 국장이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인노회는 이적단체”라고 고집하는 것은 자신이 받고 있는 의혹을 덮기 위함을 뿐이라고 동료들은 보고 있다. 인노회가 ‘이적단체’여야만 김 국장이 경찰에 특채된 이유가 동료들을 밀고한 대가가 아니라 인노회의 활동에 회의를 느껴서 자수했기 때문이라는 게 성립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A씨는 “김순호는 인노회가 주사파라서 도망간 게 아니라 경찰들이 막 잡으러 다니니까 무서워 도망간 거다. 김순호가 스스로 자수하러 갔다고 말하지 않나”라며 “그래놓고 이제와서 주사파니 뭐니 헛소리를 하면서 (자수하러 간 걸)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씨는 “무서워서 도망갔다더니 왜 경찰에 자진출두를 하냐. 이 기회에 다 불고 면책을 받거나 경찰이 되는 기회를 얻겠다는 생각이 아니었으면, 말 그대로 처벌을 감수하고 간 것”이라며 “하지만 만약 처벌을 감수하고 갔던 거라면 저런 (주사파니 하는) 소리는 못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A씨는 “그땐 ‘주사파’란 말도 막 돌아다닐 때가 아니다. ‘NL’이냐 ‘PD’냐였다. ‘주사파’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들리기 시작한 건 93년 정도 됐을 때였다”며 “그런데 김순호가 지금에 와서 (자신이 받고 있는 의혹을) 포장하려니 ‘주사파’니 뭐니 하는 말을 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A씨의 말처럼 인노회 사건이 터졌을 당시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김 국장이 언급했던 ‘주사파’나 ‘주체사상’이란 표현은 찾기가 힘들다.
 
1989년 2월 12일 한겨레 보도. 인노회에 관해 ‘주사파’ 또는 ‘주체사상’이라는 언급은 없다. 다른 언론매체 보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료사진

인권운동가인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도 “80년대는 군사독재 정권과 싸우고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에서 주체사상뿐만 아니라 맑스-레닌주의 등 여러 사상을 모색하고 논하는 시대였다”며 “그런 걸 두고 이제 와서 ‘주사파’라고 공격하는 것은 (김 국장 스스로 의혹을 덮기 위한) 변명거리, 자기합리화 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 국장과 함께 인노회에서 활동했던 B씨도 “저는 (인노회 윗선이 아니라) 밑에 있어서 그런 걸 본 적이 없다. 김 국장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전제한 뒤 “그 당시엔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유화국면으로 접어든 시기라서 우리 사회를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에 관한 책이나 자료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그때 레닌 책을 봤다고 해서 모두가 레닌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황당해했다.

김순호는 기억도 제대로 못하는 과거,
피해는 고스란히 인노회 동료들에게만 


김 국장이 ‘색깔론’을 들이밀며 자신의 경찰 특채 정당성을 주장하는 동안, 60대 나이에 접어든 인노회 회원들은 지금 또다시 국가보안법이라는 굴레에 갇히고 있다. 인노회 사건 이후 조직이 와해되면서 뿔뿔이 흩어져 30년 넘게 생업을 이어가기에 바빴던 평범한 이들이다. 

심지어 자신들을 밀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대공경찰의 길을 평생 걸어 오늘날 경찰국장 자리에까지 오른 사람이라면, 그들의 심정은 어떨까. 그런 김 국장이 여전히 자신들을 ‘주사파’, ‘이적단체’로 보고 있으니, 30년 전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민중의소리가 김 국장의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인노회 회원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다. “김순호가 나를 걸고 넘어질 것 같다”고 우려하면서다. 

부천에서 인노회 활동을 하다가 경찰에 체포된 뒤 풀려나와 ‘절친한 친구 김순호’가 잠적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누나네 집을 찾아갔던 B씨는 그날 만났던 김 국장의 돌변한 눈빛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날 강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 국장은 최근 MBC라디오에서 B씨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과거를 모두 잊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B씨는 인노회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말하고선 마지막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인노회만 부각되는 건 저희에게도 부담이 돼요. 김순호가 ‘주사파’라는 식으로 인노회를 몰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이걸 두고 싸우면 ‘주사파냐, 아니냐’ 하는 공안정국으로 다시 몰고 갈까봐 걱정이에요. 오히려 이 친구가 황망하게 경찰이 되고 경찰국장까지 되는 과정을 더 짚어야 하지 않겠어요?”

안 씨는 “저희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게, 왜 인노회가 (공안정국) 탄압의 첫 번째 자리에 섰고, 누가 우리들의 합법적이고 대중적인 활동을 국가보안법 위반의 틀에 가둬두는 짓을 했는지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30년 전 인노회 회장으로서 저도 역할을 하면서, 앞으로 이걸 밝히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을 잘 알고 지냈던 인노회 동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진실’이다. B씨는 ‘김 국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너무나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훗날 한 번 (옛 일을) 털고 만나자고 얘기하고 싶은데, 그 친구에 대한 진실이 확실하게 밝혀져야 저도 그 친구를 만나는 게 가능하겠죠?”
 
민주화운동 출신 인사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톨령 집무실 앞에서 경찰국 신설 철회, 김순호 경찰국장 경질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8.18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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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첫 인적 쇄신에 '측근' '찔끔' '회전문'

  • 기자명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2.08.22 07:59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신문 “인적 쇄신 메시지 효과 제한적”
한겨레 “‘피의자’ 김은혜 회전문 등용”…인사라인 교체 요구도
검찰의 전 정권·민주당 수사에 동아-중앙 입장 엇갈려
동아 “적폐청산 시즌2인가”…중앙 “사안 중대성 시급”

윤석열 정부의 첫 인적 쇄신 결과가 21일 모습을 드러났다. 홍보수석비서관에는 친윤계 인사로 꼽히는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안보실 2차장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지낸 임종득 씨가 내정됐다. 정책 조정을 담당하는 정책기획수석에는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발탁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생과 민심을 더욱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라고 자평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인사 참사를 부정하고 국민의 인적 쇄신 요구를 거부한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요 신문들의 평가도 이와 대동소이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이번 인사를 “소폭·측근 인사”로 규정하고 “‘인적 쇄신’ 메시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피의자’ 김은혜 회전문 등용”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일보·세계일보·매일경제 등도 사설을 통해 ‘인사라인’ 교체 등 과감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2일자 아침신문 1면.
▲22일자 아침신문 1면.

경향신문, "돌파구 마련 미지수"…주요 신문, 인사라인 교체 요구

경향신문은 1면 ‘소폭·측근 인사로 답한 윤 대통령 ‘첫 인적 쇄신’’에서 “국정난맥상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에 윤 대통령이 내놓은 답변 성격의 인사”라며 “국정난맥상의 원인을 정책조율과 소통 부족에서 찾는 대통령실의 인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쇄신 요구가 국정기조 변화와 인적 쇄신이라는 양축으로 이뤄졌던 만큼, 소폭의 인적 변화로 돌파구가 마련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또한 경향신문은 3면 ‘돌아온 ‘윤석열의 입’ 김은혜 ‘안정’에 무게…‘윤심’은 부담’ 기사에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논란은 장점인 동시에 부담거리다. 홍보수석으로 대통령 의중을 정확히 알고 메시지를 관리하는 데는 긍정적이지만,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김 내정자가 배우자 건물 가액 등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면 ‘국정 쇄신하겠다며…‘피의자’ 김은혜 회전문 등용 논란’ 기사에서 “김 수석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재산 축소 신고 탓에 경찰 조사를 받는 신분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경기 분당경찰서는 조만간 김 수석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통령실은 서울시가 임명을 제청한 황보연 서울시 기조실장 직무대리에 대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심사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져 이중 잣대 논란도 일 수 있다”고 밝혔다.

▲22일자 한국일보, 매일경제 사설.
▲22일자 한국일보, 매일경제 사설.

추가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사설이 이어졌다. ‘인사 실패’를 불러온 인사라인 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일보는 사설 ‘대통령실 정책·홍보 재정비... 더 과감한 쇄신 필요’에서 “‘문책’이 빠진 인사는 분골쇄신하겠다던 대통령의 다짐에 크게 부족하다”며 “정권의 총체적 위기를 홍보 부족 정도로 오판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사적채용’ 논란이나 국정난맥상의 총체적 책임자로서 비서실장의 거취가 빠져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무수석·시민사회수석 개편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 정도로 분위기 일신이 가능할 걸로 생각했다면 안이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까지 5명이 불명예 퇴진하는 과정에서 부실검증 책임을 져야 할 인사라인 교체부터 시급하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사설 ‘대통령실 일부 인적개편, 국민 눈높이에 미흡하지 않나’에서 “소폭 조정으로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당장 국정 지지율을 갉아먹는 '인사 실패'에 대한 쇄신책이 없다. 김건희 여사를 공식 보좌하고 내부 감찰을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도 안 보인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당과의 협치를 이끌 정무라인을 그대로 둔 것도 문제다. 국정쇄신의 출발은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사설 ‘대통령실 ‘찔끔 개편’, 이래서는 돌아선 민심 못 잡는다’에서 “질병의 원인인 인사 문제를 두고 홍보만 강화한다고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는 없다. 정무수석과 시민사회수석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 건가. 정책기획수석 신설도 정확한 원인 진단을 거쳤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김건희 여사 등 대통령 친인척·측근을 감시하기 위해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대통령실 개편, 대통령 주변 관리 대책도 시급하다’에서 “민정수석실 폐지로 검찰·경찰 수사에 대통령실이 개입하고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등 폐단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친인척 및 측근 관리 등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 새 정부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국민은 아직 알지 못한다”며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 측근 감시 기능이 완전히 공백 상태다. 불필요한 시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특별감찰관 임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의 전 정권·민주당 수사에 엇갈린 동아일보-중앙일보

▲22일자 동아일보, 중앙일보 사설.
▲22일자 동아일보, 중앙일보 사설.

검찰이 전 정권과 더불어민주당 관련 의혹 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 동아일보·중앙일보의 평가가 엇갈렸다. 동아일보는 사설 ‘중앙지검 6개 부서 일제히 野 수사, 적폐청산 시즌2인가’에서 검찰이 민주당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대장동 의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수사를 시작한 것에 대해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정관계 고위 인사를 수사하는 반부패·공공수사부는 어떤 수사를 하든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며 “수사 대상을 정할 때부터 균형을 맞추는 게 검찰의 오랜 금도였다. 보복 수사 논란을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과잉 수사 여지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동아일보는 “야당만 탄압받는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부패의 재발 방지라는 수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일방적 수사와 무리한 기소라는 평가를 받았던 적폐청산 수사가 5년 만에 되풀이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앙일보는 사설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한 검찰, 신속히 실체 밝혀야’에서 “두 사건(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논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해 서울고법과 대전고법이 각각 영장을 내준 점에서도 지난 정부 청와대 관련 문건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긴요함을 알 수 있다”며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한데도 청와대 관련 내용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난항을 겪어 왔다. 청와대 관련 문건 분석의 필요성에 법원도 동의한 만큼 정책 결정 과정에서 벌어진 상황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22일자 중앙일보 이하경 주필 칼럼.
​▲22일자 중앙일보 이하경 주필 칼럼.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부사장은 칼럼 ‘어둠 속 반지하 계단에서 미끄러진 대통령’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필은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국정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투박한 소신과 철학이 확인됐다”며 “청와대 홀로 독주하던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시절과는 딴판으로 내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통령의 정책 이해도 빠른 속도로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주필은 “비록 도를 넘는 공격을 받아 악마화돼 있지만 그가 사익(私益)을 멀리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며 “대우조선해양 파업사태의 경찰 투입 없는 해결, 김건희 여사의 절제 있는 행보는 그 결과”라고 밝혔다.

한겨레, 오석준 대법관 후보에 "사법 보수주의자"

▲22일자 한겨레 1면 기사.
▲22일자 한겨레 1면 기사.

한편 한겨레는 윤석열 정부의 첫 대법관 후보로 임명제청된 오석준 대법관 후보가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내린 판결 70건을 분석했다. 한겨레는 1면 ‘오석준 대법관 후보 ‘사법 보수주의자’ 법리·문언 중시…서민에 가혹한 판결도’ 기사에서 “오 후보자는 판결로 법질서에 변화를 주기 보다 기존 법질서를 유지(사법 보수주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또 기존 대법원 판례가 규정한 법리를 충실히 따르는 경향(사법 소극주의)과 법리 규정을 문언대로 엄격히 해석(문언주의)하는 태도를 보였다. 서울대 법대 출신 50~60대 정통 법관들에게 나타나는 정체성을 지닌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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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산사태와 홍수 키운 주범... 비 오면 또 당한다

[최병성 리포트] 위태로운 밤나무 농사, 기후 위기 대비한 산지관리 정책 절실

22.08.22 06:59최종 업데이트 22.08.22 06:59

▲ 산 정상에서부터 줄줄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 황정석

 
산 정상에서부터 줄줄이 무너져 내렸다. 산이 피눈물을 흘리듯, 붉은빛 토사를 마구 쏟아냈다. 처참하게 무너진 곳은 여기 말고도 더 있다.
 

▲ 산이 온통 조각난 채 붉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 황정석

 
주변의 산림들이 조각난 채 붉은 핏물을 쏟아낸다. 이번 여름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산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산림청은 홍수와 산사태를 막기 위해 계곡에 사방댐을 세웠다. 그러나 사방댐도 아무 소용없었다. 산꼭대기부터 흘러내리는 토사가 사방댐을 가득 채운 채 아래쪽 마을을 그대로 덮쳤다.
  

▲ 산림청이 계곡에 산사태를 막기 위한 사방댐을 세웠지만, 과도한 산지 개발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었다. ⓒ 황정석

 

▲ 산사태를 막기 위한 사방댐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 황정석

  
이곳은 지난 14일 폭우로 홍수 피해가 발생한 부여군 은산면 일대 모습이다. 부여에는 13일부터 14일 오전 8시 30분까지 176.7㎜의 폭우가 쏟아졌다.

홍수 피해 키운 밤나무 농사
 

▲ 급경사지와 산 정상부에도 밤나무를 심었다. 적은 비에도 산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 황정석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한 것은 예전에 비해 많은 비가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수 피해가 컸던 건 폭우 때문만은 아니다. 밤나무 농사가 홍수 피해를 키웠다. 밤은 부여,청양, 공주의 특산물이다. 문제는 밤나무를 심기 위해 산림의 나무를 모두 베어낸 데에서 시작한다. 특히 급경사뿐만 아니라 산정상부까지 나무들을 모두 베어내고 밤나무를 심었다. 산에 자라던 울창한 나무들을 자르고 밤나무를 심었으니 토사가 흘러내리기 좋은 상태가 되었다.
 

▲ 밤나무를 심는다며 산에 자라던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냈다. 급경사지와 산정상부도 가리지 않았다. ⓒ 황정석

산사태는 정상적인 산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지난 2021년 포항 죽장면의 산사태에서 보듯(사과나무 '대학살'... 산꼭대기에서 벌어진 섬뜩한 일 http://omn.kr/1vifn), 산사태는 대부분 벌목 후 어린나무를 심은 곳이나 임도 등 인위적으로 산지를 훼손한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산림이 울창한 나무들은 홍수와 산사태를 막아준다. 크고 작은 나무들과 바닥의 풀들이 비가 와도 토양을 붙들어 주고, 서서히 땅속으로 빗물을 흡수한다. 나무가 울창한 숲은 집중 호우 시 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커다란 천연 저수지가 된다.

 그러나 벌목을 하고 어린 나무를 심으면 숲의 가장 중요한 홍수 예방 기능이 약화된다. 빗물을 머금는 능력이 상실되고, 벌목으로 노출되고 연약해진 토양이 집중호우에 유실되며 산사태가 시작되는 것이다.

문제는 밤나무 자체가 아니라, 산지 경사도나 표고 등 안전 기준이나 산사태 대비책도 없이 산림의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밤나무를 듬성듬성 심은 데 있다. 부여, 청양 등에서 이뤄지는 밤나무 농사와 같은 형태로 산지를 훼손하고 나무를 심으면 어떤 종류의 나무라도 산사태에 취약해진다.

특히 이곳 지질은 사진에서 보듯 연약한 황토가 주를 이룬다. 또 가을에 땅에 떨어진 밤을 수확하기 위해 밤나무 아래 풀도 자라지 못하게 한다.

산사태로 끝나지 않는다
 

▲ 급경사지에 밤나무를 심은 산림이 무너지며 아래에 있는 농경지를 덮쳤다. ⓒ 황정석

 

▲ 밤나무 산지에서 무너져 내린 토사가 논을 덮쳐 논농사 피해가 발생했다. ⓒ 황정석

 
농경지 피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밤나무 아래 있는 마을이다. 흘러내린 토사가 마을을 덮쳤다. 가옥이 파손되고,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았다.
   

▲ 밤나무밭이 산사태로 무너지며 마을을 덮쳤다. ⓒ 황정석

 

▲ 고추건조기가 산사태에 떠밀려 뒹굴고 있다. 사진 위쪽에 중장비가 마을에 덮친 토사를 정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 황정석

 
급경사지에서 갑자기 흘러내린 토사가 도로를 덮친 현장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언제든 지나가는 차량이 매몰되는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 밤나무 심은 산림에서 붉은 토사가 도로를 덮친 모습. 중장비가 토사를 치운 상태이고, 지나가는 차량이 보인다. ⓒ 황정석

 

▲ 밤나무 산지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아래에 있는 도로뿐 아니라 농경지까지 덮쳤다. ⓒ 황정석

 
숲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홍수와 가뭄을 막아주는 것이다. 나무가 울창한 숲은 많은 빗물을 저장한다.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고 많은 비에도 홍수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울창했던 나무들이 사라지면 상황이 급변한다. 숲에 나무가 없으니 비가 오면 빗물이 일시에 하류로 쓸려 내려간다.

결국 하류로 몰려 내려온 빗물은 하천 수위를 급상승시켜 제방을 넘쳐흐른다. 주택들이 침수되고 농경지가 물에 잠기게 되는 대홍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농민들이 밤나무로 수종 갱신을 신청하면 무조건 허가가 났다. 급경사지의 밤나무 농사는 산사태에 취약하다는 걸 산림청과 지자체는 몰랐을까?
 

▲ 산림에 나무가 사라지면, 홍수 유출량이 급증하여 하천 수위가 급상승, 주변 지역을 침수시키며 홍수 피해를 발생시킨다. ⓒ 황정석

 

▲ 흘러내린 빗물은 마을을 덮치고, 주변 농경지도 침수시킨다. ⓒ 황정석

 
이번 홍수 피해가 크게 발생한 부여군 은산면 거전리의 경우, 대부분의 숲이 밤나무 밭으로 수종 갱신되어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밀려온 토사가 농경지를 덮쳤다. ⓒ 황정석

 

▲ 하천 제방을 넘어 넘쳐 흐른 빗물로 고구마 밭이 물에 잠겼다. ⓒ 황정석

 
기후위기에 대응한 산림관리 필요

지구온난화로 기후 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여름엔 54일이라는 최장 장마 기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쏟아 부은 기록적인 폭우는 올해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예상할 수 없는 폭우가 점점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재해와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에 대비한 산지 관리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부여군의 홍수 피해 사례가 반복하지 않으려면 기존의 밤나무 농경지에 대해 산사태 방지책을 마련하고, 더 이상 산 능선부와 급경사지의 산지 개발을 금지해야 한다. 또 전체 산림 면적 중 어느 정도까지 수종 갱신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미리 홍수 유출량을 산정하여 개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데 산림청과 지자체는 산지관리에 대한 기준이 전혀 없다. 부여군엔 산지를 훼손한 밤나무 농사뿐 아니라 산림청의 벌목 현장도 많다. 결국 산림청과 지자체의 잘못된 산지관리가 홍수 피해를 키웠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 부여군 은산면의 홍수는 천재와 인재가 겹쳐 피해가 증폭되었다. 더 큰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산지관리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기후 위기에 대비한 산지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황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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