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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행동 출범.."풍선은 아이들에게 돌려주자"

600여 종교·시민사회, 80여 국제단체 망라..."전쟁반대, 적대행위 중단"

  • 기자명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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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2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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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개의 국내 종교·시민사회단체와 80여개의 국제 파트너 단체가 망라된 '한반도 평화행동'(평화행동)이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출범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608개의 국내 종교·시민사회단체와 80여개의 국제 파트너 단체가 망라된 '한반도 평화행동'(평화행동)이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출범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3년간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을 진행해 온 시민사회와 종교계를 중심으로 608개의 국내 종교·시민사회단체와 80여개의 국제 파트너 단체가 망라된 '한반도 평화행동'(평화행동)이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출범했다.

'평화행동'은 이날 출범식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모든 형태의 평화행동을 국내외에서 벌이겠다고 선언한 뒤 △전쟁 위기를 부르는 모든 군사행동과 적대행위 중단 △무력 충돌 예방을 위한 대화채널 복원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 체결 △핵무기와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주요 요구로 제시한 '한반도 평화행동'(Korea Peace Action)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례적 평화행동과 △전쟁위기 해소와 평화실현을 위한 각계 평화선언 △한반도 위기해소를 위한 22대 국회 정책제안 △국제 네트워크와 애드보커시(Advocacy, 옹호) △무력 충돌 발생시 비상 긴급행동 등 실천 계획을 제시했다.

정전협정 체결일인 오는 7월 27일 오후에는 임진각에서 '7.27 한반도 평화행동의 날'을, 하반기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진행되는 8월에는 훈련중단을 촉구하는 평화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당·시민사회와 연대해 한반도 평화연석회의를 추진하고 여·야 협의체로 '한반도 위기 해소를 위한 국회 한반도 평화특별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며, 대북전단금지법의 개정과 한반도 평화결의안 채택도 제안할 계획이다.

전쟁을 부르는 모든 군사행동과 적대행위 중단하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쟁을 부르는 모든 군사행동과 적대행위 중단하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출범식 직후 참가자들은 2,677명의 시민이 온라인으로 서명한 '접경지역 주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 단속·제한을 촉구하는 민원신청서'를 통일부와 경찰청에 접수했다.

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인 최수산나 한국YWCA연합회 시민운동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출범식에서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NCCK) 총무는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악마화와 도발행위가 아니라 대화를 위해 원탁을 마련하고 평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실현 가능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며 남북간 대화 채널 복원을 촉구했다.

또 "이념, 종교, 국가를 넘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촉구하는 용기있는 헌신적 행동만이 이 끔찍한 전쟁의 광기를 멈추게하고 평화를 이룰 수 있게 한다"며, "바로 지금 우리 다 함께 평화를 위한 용기있는 행동을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평화행동 공동대표인 윤정숙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대북전단이 웬 말이고 오물풍선이 무슨 상황이냐"며 "하루 하루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이 어처구니없는 일 앞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더 많은 시민들이 더 집요하게, 더 치열하게 평화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순간의 우발적인 무력충돌이라도, 그것은 단 한번이라도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어떠한 이유로도 무너질 수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 남녀노소 모든 시민들이, 그리고 국경을 넘어 세계 시민들이 함께 손잡고 평화를 노래하며 평화를 행동하자"고 당부했다.

양다은 한국YMCA전국연맹 대학국제부 팀장은 "힘에 의한 평화, 강대강 대결은 묵은 상처를 헤집고 반공주의라는 우상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군비경쟁과 갈등을 유발하여 분단체재의 악순환을 강화한다. 협상없는 압박은 시민들의 평화의지를 뭉개고 평화롭게 살고자하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까지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시민들의 평화의지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고 분명하지만 '제대로 대변되지 않기 때문'에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시민들의 평화의지를 모으고 평화의 상상력을 키우며 국회와 국제사회가 이에 호응하여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은 "윤 대통령은 지난 2년동안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며, "북러가 밀착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겠다, 올 가을에는 그 협력이 역진하지 않도록 동맹으로 가겠다고 한 언급 때문에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과옥조처럼 반복하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주장은 '그릇된 세계관'에 기댄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과 공동체의 생명 안전과 재산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쥐고 있는 작은 힘을 자랑하고 과시하려는 듯 하다"며 "전쟁을 부추기는 자들이 권력을 쥐고 흔드는 지금이 참으로 불행하다"고 개탄했다.

이주성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풍선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풍선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자"며 남과 북의 대북전단풍선과 오물풍선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은 풍선으로 반감과 불신을 전하는 비겁한 짓을 멈추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정부는 즉각 대화에 나서고 시민사회단체들의 남북교류 협력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평화행동 출범선언문을 낭독하는 조미애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  추진본부 행정관과 허진선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간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평화행동 출범선언문을 낭독하는 조미애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  추진본부 행정관과 허진선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간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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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특활비 폐지를 위해 정청래·전현희 의원이 해야할 일

22대 국회, 우선 국정조사 진행해야... 이후 예산 심의에서 달라진 모습 보여야

24.06.24 18:27최종 업데이트 24.06.24 18:27

22대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았고, 검찰과 법무부 예산을 다루는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은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이 맡았다.

지난 6월 14일 전현희 의원은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대부분의 기관들이 특활비가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도 사실상 남아 있는 검찰의 특활비에 대해서 국가의 재정준칙이나 공무원 행동강령 그리고 청탁금지법 등의 사용과 운용에 있어서 위반 사안이 없는지 철저히 살피고 예산의 낭비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중에서).

국회를 무시하는 법무부에 끌려다녀서는 안 돼

 

▲ 법사위 전현희 의원은 법무부 예산을 다루는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 남소연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와는 달라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법무부는 검찰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관련 자료의 제출을 철저하게 회피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은 검찰이 저지른 명백한 불법행위(자료 불법폐기)조차도 비호했다.

법무부는 심지어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한 자체 지침의 원본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특수활동비를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를 밝히기는커녕 지침의 공개마저도 거부한 것이었다.

2023년 11월경이 되어서야 법무부는 '검찰 특활비 자체지침 주요 내용' 설명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자료는 원본이 아니었고, 검찰 자체 지침을 요약한 자료에 불과했다. 알맹이 없는 자료제출에 불과했던 것이다.

 

▲ 2023년 11월경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자체지침 주요내용 설명자료 ⓒ 하승수

물론 21대 국회의 한계가 있었다.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사실상 검찰과 법무부를 비호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2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첫 번째 고비는 국정조사

그렇다면 이번 22대 국회는 검찰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을 둘러싼 불법의혹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일단 두 번의 고비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 고비는 검찰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을 둘러싼 각종 불법과 세금오·남용 의혹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자료를 제출받고 집중적인 추궁을 할 수 있느냐다. 그 방법으로는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이 있다. 국정감사만으로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정감사에서는 기관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 특수활동비 등에 집중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리고 '국민의 힘' 의원들이 검찰을 비호하면서 쟁점을 흐릴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집중적인 자료제출 요구와 집중적인 추궁을 하려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이를 반대할 명분도 없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도 검찰 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발의했던 적이 있다. 2017년 11월 24일 자유한국당은 특수활동비 부정유용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안을 발의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했던 것인데, 이제는 구체적인 자료들도 확보되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따라서 야당들은 하루빨리 검찰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을 둘러싼 불법과 세금오·남용 의혹들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정조사를 위해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수도 있지만,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가 국정조사를 할 수도 있다(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따라서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등 야당 법제사법위원들이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국정조사를 추진하면서, 조사주체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국정조사가 열리게 되면, 전·현직 고위검사들과 검찰 특수활동비 실무담당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추궁할 수 있다. 여기에는 현재 용산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특수활동비 관리 실무자들도 포함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국정조사를 하면, 검찰 특수활동비 전반의 문제점도 드러날 수 있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시절의 특수활동비 오·남용과 정보 은폐 시도에 대한 진상도 어느 정도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그중 검찰 특수활동비 전반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부분은 2025년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 폐지로 이어질 수 있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과 관련된 여러 불법·예산오남용 의혹들은 특별검사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2025년을 검찰 특수활동비 폐지의 해로

두 번째 고비는 앞으로 22대 국회에서 심의할 2025년 정부예산에서 검찰 특수활동비를 폐지할 수 있느냐이다.

이는 국정조사 등의 성패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 작년처럼 국민의힘이 검찰 특수활동비를 사수하겠다고 나오지 못하게 하려면,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불법과 부조리들이 국민들 앞에서 낱낱이 드러나게 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은 결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국정조사 등에 관한 구체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의원과 소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을 비롯한 야당의원들의 적극적인 결의와 모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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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은 마라톤과 축구 운명을 어떻게 갈랐나



[이종성의 스포츠 읽기] 보스턴 마라톤대회 좌절과 월남 축구인들의 성공기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24.06.25. 05:02:30

 

 

전쟁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파괴한다. 한국전쟁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비규환 같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한국의 스포츠는 쉬지 않고 달렸다. 일제시기 '민족의 스포츠'로 자리잡은 마라톤과 축구가 그랬다.

 

흥미롭게도 이 두 스포츠는 전쟁 때문에 운명이 뒤바뀌게 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과 동메달의 빛나는 전통을 광복 후에도 이어왔던 한국 마라톤은 전쟁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반면 축구는 전쟁을 기점으로 1960년까지 '아시아 축구의 호랑이'로 군림할 수 있는 토대를 쌓을 수 있었다.

 

1950년 보스턴 마라톤 1, 2. 3위 석권한 한국

 

광복 이후에 한국은 세계적인 마라톤 강국이 됐다. 그 시작점은 1946년 8월 9일이었다. 이 날은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한 지 10주년이 되는 기념일이었다. 이 때에 1932년 LA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했던 권태하, 김은배와 함께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인 손기정, 남승룡이 의기투합해 조선마라톤보급회를 조직했다.

 

정치적 혼란과 빈곤 속에서도 조선마라톤보급회는 우수 선수를 선발해 합숙훈련을 시킬 정도로 열성적인 활동을 했다. 이를 통해 기량이 급성장한 서윤복은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로부터 3년 뒤 한국은 보스턴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보스턴 대회에서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이 각각 1, 2, 3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최윤칠이었다. 하지만 그는 보스턴에 도착한 이후 신경통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대회 참가가 쉽지 않았지만 최윤칠은 근육경련 속에서도 끝까지 완주해 3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에 코치로 참가한 손기정은 다른 두 동료 선수의 사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끝까지 역주한 최윤칠의 투혼이 한국의 보스턴 대회 석권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들은 대회를 휩쓴 한국 마라톤에 집중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보스턴 글로브>는 "한국에서 마라톤은 국민 스포츠이며 어려운 국가재정을 고려하면 용품이 필요 없는 마라톤은 한국에 이상적인 스포츠"라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함기용도 "한국은 자동차가 교통수단인 미국과 달리 도보가 일상적인 교통수단이라 다리 근력을 키우는데 좋다"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마라톤을 가난한 한국의 헝그리 스포츠로만 치부하지 않았다. 한국인은 빠른 두뇌 회전과 유쾌함 때문에 동방의 아일랜드인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으며 키는 작지만 좋은 체격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스포츠를 매개로 한국인의 민족적 특징이 최초로 서구 언론에 등장했던 사례였다.

 

미국 이상으로 한국의 보스턴 마라톤 대회 석권에 관심을 표명한 국가는 일본이었다. 한국 선수단이 귀국하는 중 일본에 들렀을 때 공항에서부터 일본 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이어졌다. 함기용은 당시 일본 기자들에게 "한국이 마라톤에서 좋은 성적을 낸 이유는 정신력에 있다. 또한 동양인은 마라톤에 적합한 체격과 체질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 1950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1, 2, 3위를 석권한 한국 선수들(왼쪽부터 송길윤, 최윤칠, 함기용) ⓒBoston Globe, 1950년 4월 20일.

한일 마라톤 역사의 분기점 된 1951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1950년 6월 25일 비극적인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한국 마라톤은 휴식기를 맞는 듯 했다. 하지만 전시 한국정부의 배려로 마라톤 선수들은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1950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을 비롯한 마라톤 선수들은 온천으로 유명한 동래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목표는 한결같았다. 전쟁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마라톤으로 희망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1951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대회를 주관하는 보스턴체육연맹의 월터 브라운 회장은 한국 선수들의 참가를 승인하지 않았다. 브라운 회장은 "수많은 미군이 한국을 위해 참전해 목숨까지 앓는 상황에서 한국 마라토너가 군 입대를 면제 받고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4월 19일에 펼쳐질 예정이었던 보스턴 대회를 목표로 합숙훈련 중이었던 최윤칠은 이 결정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해(1950년)에 우리가 1, 2, 3위를 석권한 게 실수였다"고 말했다. 보스턴체육연맹의 결정에는 한국 마라톤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심이었다.

 

브라운 회장이 한국 선수들의 보스턴 대회 참가를 거절한 진짜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1951년 중국군의 참전으로 인한 1·4 후퇴 이후 연합군의 입장에서 한국전쟁의 전황이 심각하게 전개됐고 이 와중에 미국의 해리 트루만 대통령이 한국전쟁에 원자폭탄 사용까지 고려했다는 점은 브라운 회장의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경제적인 측면도 브라운 회장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구, 복싱 등 경기가 펼쳐졌던 다목적 경기장 보스턴 가든을 운영했던 브라운 회장에게는 한국전쟁이 악재였다. 미국 정부는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해야 했고 이에 따라 미국의 소비심리는 한국전쟁 기간 중에 악화됐다.

 

한국 마라토너가 출전하지 못한 1951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는 일본이 참가했다. 이미 1년 전 국제육상연맹에 가입한 일본은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위한 조직까지 만들었다. 1951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일본 마라톤 역사의 분기점이 됐다.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유년시절 원자폭탄이 떨어지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던 다나카 시게키가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일본은 보스턴 마라톤 대회 남자부문에서 무려 9번이나 우승을 획득하며 마라톤 강국으로 부상했다. 반면 한국 마라톤은 이로부터 40여년이 흐른 뒤에야 새로운 황금기를 맞이하게 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2001년 이봉주가 보스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마라톤이 비로소 부활했다. 한 마디로 1951년을 기점으로 일본 마라톤과 한국 마라톤의 힘의 균형이 일본 쪽으로 쏠리게 된 셈이었다.

 

한국 선수들이 1951년 보스턴 대회에 참가했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1951년 10월 최윤칠은 광주에서 펼쳐진 대회에서 2시간 25분 15초의 비공인 올림픽 마라톤 기록을 세웠을 정도로 이 해에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아직도 한국 마라톤계가 1951년의 상황을 아쉽게 생각하는 이유다.

▲ 1951년 한국 선수단의 보스턴 마라톤 대회 출전을 금지시켰던 월터 브라운 보스턴 체육연맹 회장. ⓒBostoncelticshistory.com

북에서 내려온 축구 유망주, 혹은 '빨갱이'

 

한국전쟁 기간 중에도 축구는 계속됐다. 그 중심에는 최대 적산(敵産) 기업인 조선방직이 존재했다. 당시 조선방직의 본사는 부산에 있었고 대구에도 공장이 있었다.

1951년 조선방직의 강일매 사장은 부산과 대구에 각각 축구팀을 만들었다. 전쟁으로 흩어졌던 축구 선수들을 모아 1952년 헬싱키 올림픽 참가시키기 위해서였다. 흥미롭게도 대구 조선방직 축구팀에는 한국전쟁 중에 남으로 내려온 월남(越南)인들이 많았다. 이들은 1951년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같은 해 전쟁고아 구제를 위해 마련된 대회에서도 역시 우승을 거머쥐었다.

 

당시 언론은 대구 조선방직을 월남인이 중심이 돼 박력 있고 공격적인 축구를 하는 팀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조선방직에서 뛰고 있는 월남인 축구 선수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한국전쟁 중에 남하했던 이 선수들은 '빨갱이'로 의심받는 경우 허다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축구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들은 언제든 '빨갱이 사냥'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이들에게 구세주는 특무대였다. 특무대는 공산당 색출이 임무였기 때문에 이들이 더 이상 빨갱이로 의심받지 않고 축구에 전념할 수 있었던 안식처였다. 더욱이 특무대 대장(隊長) 김창룡 소장은 이들과 같은 월남인이라 북에서 내려온 축구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았다.

 

특무대를 이끌었던 김창룡은 함경도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잡는 일본 관동군 헌병이었다. 그는 해방 공간에 이북에서 친일 전범으로 몰렸지만 월남하여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 때부터 그는 복수심에 사로잡혀 입대한 후에는 공산당을 잡는 일에 집중했다. 그는 여수·순천 사건 이후 군에서 공산당 색출 바람이 거세게 불 때 큰 공헌을 했다. 이를 계기로 고속 승진을 거듭했던 김창룡은 1951년에 특무대장이 됐고 반공을 국시로 내세웠던 이승만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이승만 정권에서 군 장성들 간의 파벌 경쟁이 극에 달한 상황에 축구 경기는 이들의 자존심 대결이었다. 특히 군대 내에서 정보와 감찰 업무를 수행했던 특무대와 헌병사령부 간의 축구 경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더욱이 김창용은 갑작스러운 승진으로 다른 군 장성으로부터 견제를 심하게 받고 있었다. 김창룡은 축구로 다른 군 장성들을 제압하고 싶어 했다. 김창용은 '패배는 곧 죽음'이라는 신조로 선수들을 다그쳤고 선수들은 승리를 향한 집념으로 똘똘 뭉쳤다. 하지만 특무대 축구팀의 선수들과 김창룡은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 때문에 자주 문제를 일으켰다.

 

1953년 전국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대구에서 펼쳐진 이 경기에서 특무대와 조선방직은 무승부를 기록했다. 결국 추첨으로 우승 팀을 가려야 했다. 추첨 결과 우승은 조선방직이었다. 이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난 김창룡은 지프차에 탑승한 채 경기장에 난입해 공포탄까지 쏘며 결과에 거세게 항의했다. 주심은 이에 깜짝 놀라 진해까지 줄행랑을 쳤고 우승 팀을 확정 짓지 못한 채 대회가 막을 내렸다.

 

그라운드에서 일군 '38 따라지' 성공 신화, 그 배경에는…

 

특무대는 그라운드의 폭군이었지만 축구 실력은 뛰어났다. 1954년 한국 최초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특무대 소속 선수들의 활약이 컸다. 최정민과 박일갑이 그 주인공이었다. 한국전쟁의 혼란기에 남쪽으로 내려온 두 선수는 힘과 스피드를 앞세워 한국 축구의 새 바람을 일으켰고 일본과의 월드컵 예선에서 빛을 발했다.

 

최정민과 박일갑의 스피드는 한국 축구의 특장점이었던 '킥 앤 러시' 스타일에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궂은 날씨 때문에 진흙탕에서 펼쳐졌던 일본과의 예선 1차전 경기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일본과의 경기에는 두 선수 외에도 4명의 월남인 선수들이 대활약을 했다. 이들은 귀국길에 지프차에 나눠 타고 경무대까지 행진했고 이승만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월남인 축구 선수들은 이 순간 차별과 멸시의 대상이었던 '38 따라지'에서 '축구 영웅'으로 변신했다. 축구는 월남인들이 이남에서 가장 먼저 성공 신화를 만든 분야 중 하나였다. 월남인 축구 선수들은 한국전쟁 시기에 남쪽으로 내려온 '38 따라지'들에게 희망봉이었다.

 

월남인 축구 선수들의 활약으로 한국은 1956년과 1960년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차지했다. 이들 가운데 최고 스타는 '아시아의 황금 다리' 최정민이었다. 평양에서 태어난 그는 북한 축구 대표선수가 됐다. 1·4 후퇴 때 남하해 한국 축구 황금기를 만들었던 그는 이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얻으며 당시 아시아 축구 중심지였던 홍콩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1960년대 초반에 그와 대다수 월남인 축구 선수들이 현역에서 은퇴하면서 한국 축구는 암흑기를 맞이했다.

▲ 한국전쟁 시기에 월남해 1950~60년대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던 최정민 ⓒ나무위키

월남인 축구 선수들이 다시 한 번 한국 축구의 중심에 서게 된 건 1967년이었다.

 

1966년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북한 축구를 의식해 중앙정보부의 후원 하에 생겨난 축구단 '양지'는 군대에 복무 중인 우수한 축구 선수들을 모두 선발했으며 아직 입대하지 않은 선수 가운데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도 군대에 입대 시킨 뒤 영입했다.

 

여기에는 북한 축구를 제압한다는 일념으로 이 팀을 열성적으로 지원했던 이북 출신의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의 역할이 컸다. 그는 양지 팀의 감독과 코치에 월남인 축구 선수였던 최정민과 박일갑을 각각 선임했다. 당시 양지 팀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향후 최정민의 후계자가 되는 골잡이 이회택이었다. 그는 할아버지와 함께 한국전쟁 도중 남하한 월남인이었다. 축구 반공주의의 상징이었던 양지 팀에서 이처럼 월남인들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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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프레시안> 스포츠 전문기자 시절, 스포츠와 사회·문화·역사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에 주목했던 언론인 출신 학자다. 이후 축구의 본고장 영국으로 건너가 드몽포트대학교에서 '남북한 축구사'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야구의 나라>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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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쌓은 제국, 불행한 결말 맞을 것” 미 국가 부채 위기에 연이은 경고

미 GDP 대비 국가부채 10년후 122% 육박...지속가능성 없어

높은 전쟁 지원 비용도 답 없는 부채 비율 원인

미국의 공공 부채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인다.

연방준비제도 의장 제롬 파월부터 월스트리트저널(WSJ), 포춘 등 주요 경제지들이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는 34.7조 달러에 이르는데, 향후 재정적자가 매년 2조달러 가량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증가 추세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이미 현 회계연도 동안 누적된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 지불에만 8,920억 달러가 나갈 예정이다.

이는 국방비를 웃도는 금액일뿐더러, 연간 의료보장 지출 총액과 맞먹는다.

미 GDP 대비 국가부채 10년후 122% 육박...지속가능성 없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한 나라에서 생산한 최종생산물의 합계(GDP) 이상으로 국가가 빚을 지게 되면, 해당 경제의 지속가능성이 의심받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99%. 영토 내에서 생산한 총재화의 규모만큼 나라 빚이 있다는 의미다.

부채 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 달러가 건재한 까닭은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되기에 나름의 안정성을 가질 수 있는 셈.

그러나 달러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세계 각국이 달러의 대체제로 금을 모으거나 국제 결제시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 흐름이 형성된 시점에서 높은 부채 비율은 달러 신뢰도 하락을 가속하기 마련이다.

지난달 미 국채가 수요부진을 겪은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이에 더해 최근 미 의회예산국(CBO) 보고서는 미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리라는 전망을 내놨다.

2024년 99%인 부채 비율이 10년 후에는 122%로 증가하리라는 것.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46년의 수치인 106%를 가뿐히 넘어서는 수치다. 과도한 군비 지출로 재정건전성이 폭락한 전시경제 당시 수준보다 위험한 정도라는 말이다.

높은 전쟁 지원 비용도 답 없는 부채 비율 원인

여기에는 세계 각지의 전쟁에 대한 미국의 무분별한 지원이 한몫했다.

미국은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750억 달러(지난해 10월 기준), 이스라엘에 최소 125억 달러를 지원한 데 이어, 최근 미 의회에서 의결된 법안으로 이들 전쟁에 대해 950억 달러의 긴급 지원금을 제공한다.

이에 더해 의료보장을 비롯한 각종 복지지출의 증가도 부채비율 증가에 일조할 전망이다.

고령화로 말미암아 전체인구보다 각종 사회보장 수혜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미 의회예산국은 전쟁에서부터 사회보장에 이르는 비용 상승으로 인해 향후 10년간 1.6조 달러의 적자가 추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전 세계적으로 태평하게 부채를 쌓아온 제국은 머잖아 불행한 결말을 맞이했다”며 “국방보다 부채 상환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강대국은 오랫동안 위대함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 경고했다.

한편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의 조아오 고메스 교수 역시 “현재 연방 지출이 계속된다면 경제와 사회에 심각하고 아마도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남길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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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로 22명 사망·1명 실종·8명 부상

일용직 이주노동자 많아 피해 더 커진 듯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경기 화성시에 소재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22명이 사망하고, 8명 부상했으며, 1명이 실종됐다. 부상자는 2명이 중상, 6명이 경상이다. 

화재는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의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일어났다.

소방당국이 CC(폐쇄회로)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화재 발생 직후 연기가 급격히 퍼지며 곧 작업실 전체를 뒤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엄청난 고온과 폭발을 보이는 리튬 전지의 발화와 현장을 뒤덮은 연기로 화재 진압과 현장 진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큰 불길을 잡은 뒤 구조대가 현장에 진입해 내부를 수색했다.

사망자 22명을 국적별로 보면 20명은 외국인으로, 중국 18명, 라오스 1명, 미상 1명이다. 그 외 2명은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는 일용직으로 추정된다.

화재가 난 3동 공장에서는 이날 1층 15명, 2층 52명 등 총 67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2층 작업자 다수가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2층 출입구 앞쪽으로 대피하면 인명 피해가 많이 줄지 않았을까 하는데, 이분들이 놀라서 막혀 있는 안쪽으로 대피했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용역회사에서 필요할 때 파견돼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공장 내부 구조를 잘 알지 못해 피해가 늘어난 요인이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화재에 의해 시신 훼손이 커서 사망자의 인적사항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추후 DNA 검사 등이 이뤄져야 정확한 신원 파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참사 현장을 찾아 상황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화재 발생 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남화영 소방청장에게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인명 수색 및 구조에 총력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저녁에는 현장을 직접 찾아 피해 상황과 대응 조치를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장관에게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유사 업체에 대한 안전 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소방당국은 실종자 1명을 찾기 위한 수색을 25일 오전에 재개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중산본)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사고 원인 등을 파악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기남부경찰청도 광역수사단장을 본부장으로 130명 규모의 화재수사본부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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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훈련, 미국과 윤석열 정권의 전쟁 놀음”

평화연대, ‘대북전단·서해훈련 중단’ 긴급 평화촛불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4.06.24 22:55
  •  
  •  수정 2024.06.25 01:17
  •  
  •  댓글 0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접경지역연석회의는 24일 오후 서울 보신각 인근에서 ‘긴급 평화촛불’를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접경지역연석회의는 24일 오후 서울 보신각 인근에서 ‘긴급 평화촛불’를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전쟁을 막고 평화를 추구하는 투쟁은 미국에 반대하는 투쟁입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가져오는 투쟁은 윤석열 퇴진 투쟁입니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접경지역연석회의가 24일 오후 7시 서울 보신각 인근에서 공동 주최한 ‘긴급 평화촛불’에서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권을 쫓아내지 않고서는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퇴진’에 방점을 찍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지난 15일 6.15남측위원회가 총회를 갖고 ‘조직전환’을 결의해 창립한  “평화주권과 자주통일의 실현을 위해 행동하는 상설적 연대조직”이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가 첫 발언자로 나섰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가 첫 발언자로 나섰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10만t급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CVN-71)이 지난 22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가운데, 24~27일 우리 군은 자체적으로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 일대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K9 자주포 실사격 훈련도 예고돼 있다. 또한 한미일은 이번 주 첫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를 실시한다.

김재하 공동대표는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경우를 한번 보라”며 “전쟁이 일어나면 이 땅에서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 전쟁으로부터 부를 축적하는 자들, 전쟁으로부터 권력을 유지하는 자들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이 땅의 국민들이 피해자가 된다”고 지적하고 “휴전선에서 서울까지 딱 20분이면 온다.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의 대북 전단살포, 그리고 동해에서 남해에서 저 서해에 이르기까지 실탄 훈련이 예고되어 있는, 이 모든 훈련 미국과 윤석열 정권의 전쟁 놀음이다”며 “서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주장하는 국경선과 대한민국이 주장하는 국경선이 다르다. 이미 중국의 연평도의 꽃게잡이 같은 배들은 철수한 지 오래됐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용연 진보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무능한 정권을 가리기 위해 국민들을 전쟁 위기 코앞까지 몰아놓고 있다”며 “남과 북이 강대강으로 치닫게 된다면 결국 남는 것은 아시다시피 전쟁”이라고 예측하고 “윤석열 정권을 빨리 규탄이 아니라 퇴진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수정 대학생겨레하나 대표는 “미군이 3년의 한국전쟁 기간 동안 전후방에 뿌린 삐라가 40억 장 정도 된다고 한다. 대북 전단은 말 그대로 전쟁 수단이다”고 말하고 “대북전단 살포 현장에 파주시장이 찾아갔다가 탈북자 단체에게 스패너로 위협을 당했다고 한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지금의 윤석열 정권에 더욱 화가 난다”고 분노를 표했다.

이영헌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지구 대표는 “서해에서 다시 포사격을 재개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나도 인천에 사는 대학생으로서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며 “이번 훈련은 방어 목적이라는 남측 군 당국의 주장과는 달리 선제 공격성을 강화한 대북 선제 공격 연습”이라고 규정하고 “국민들을 볼모로 삼는 불필요한 전쟁 위기 조장은 이제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통일 트랙터를 모은 지가 지금 몇 년 됐는데, 아직도 한 대도 가지도 못하고 있다”며 “전국에 한 50여 개 시군 농민회에서 통일 쌀 재배를 위해서 모내기 행사를 했다”고 전하고 “윤석열 정권은 전쟁을 못 해서 안달을 하는데 농민들은 차곡차곡 통일 트랙터부터 통일 모내기까지 통일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적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 의장은 “지금 풍선, 그 다음 뭐가 될 것 같느냐”고 묻고 “아마도 폭탄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며 “표현의 자유가 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서해안에 군사훈련하니, 부산항에 항공모함이 들어오니. 참수 훈련을 하니. 이게 평화냐”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오직 대화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함재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함재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오늘 화성의 일차전지 공장에서 불이 났다. 거기에는 우리의 노동자도 한국의 노동자도 있지만 이주해서 온 여성 노동자들이 대다수”라며 “민중의 목숨도 지키지 못하는 저 윤 정권 그대로 정말 두어서는 안 된다고 오늘 너무나도 많이 확신을 했다”고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함 위원장은 “우리는 전쟁 시에 작전통제권, 국방 자주권이 없는 나라”라며 “한반도 민중은 우리의 주권에 기반을 두고 미국이 뿌려놓은 불평등하고 부정한 체제를 이제 바로 우리가 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쟁을 주장하고 국민을 혼돈의 상태로 몰아가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무차별 포화 공격이 필요할 때”라는 것.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민주 자주통일평화연대 조직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긴급 평화촛불에서 신동호 국민주권당 서울시당위원장과 정민정 서비스연맹 수석부원장이 발언에 나섰고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서해 포사격 훈련 철회하라”, “대북전단 살포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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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총선, 심판받았다"면서 "尹정부 방향 자체가 틀린 건 아냐"

"특검, 단순히 법적 논리로는 어렵다"…'이·조 심판론'엔 "이젠 전쟁 끝나, 충분히 대화할 것"

곽재훈 기자 | 기사입력 2024.06.24. 10:58:21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패배 후 정부·여당의 반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방향 자체가 틀린 건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 총선 당시 여당 지도부가 가졌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위원장은 24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좋은 정책들을 저희(정부·여당)가 많이 하고 있다. 한미일 공조의 복원 같은 건 정말 대단한 일이고 원전(핵발전) 생태계를 복원한 것 등 대단한 일을 많이 했다"며 "그렇지만 우리 집권당과 정부가 비판받았던 지점은 그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을 했느냐, 그러고 소통했느냐,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느냐 이런 부분들에 관한 비판이었다. 주로 태도에 대한 비판이었고, 방향 자체가 틀리다고 말하신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세심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누구는 '방향은 맞지 않냐' 이런 얘기를 하는데, 타이거 우즈가 치든 제가 치든 방향은 대부분 비슷하게 칠 수 있다"며 "정치적 리더십은 같은 방향으로 가더라도 그 방향에서 나올 수 있는 협곡을 잘 피해가고, 바다가 나오면 뗏목을 만드는 디테일"이라며 "(정부가) 국민들께 통보하듯이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이해하실 때까지 끈질기게 설명드리는 부분이 필요하다. 그걸 하면 저희가 이기는 정당이 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저희는 이번 총선에서 심판받았다. 보통 이렇게 심판을 하시고, 충분히 반성하고 처절하게 변화하기 위해서 몸부림치면 그 심판의 대상이 옮겨가기 마련"이라며 "그런데 저는 아직도 우리 집권당과 정부에 대한 심판모드를 국민들께서 거두고 계시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국민들이 지적하시는 부분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국민들 눈치보고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고 민심이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당정관계 재구성의 방향에 대해 "민심이 상당히 명확한 답을 주고 있다"며 "민심이 '하라'는 게 있고 '하지 말라'는 것도 있다. 우리는 하라는 것 하고, 하지 말라는 것 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그는 "그것이 당정관계를 합리적으로 쇄신하고, 실용적인 관계가 되고, 토론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전날 출마선언을 전후로 채상병 특검법을 여당안으로 발의하겠다고 했던 데 대해 "민심의 편에 선다는 것은 결국 주도권의 문제와도 연결된다"며 "우리는 108석의 정당이다. 국민 마음을 얻는 것 말고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있나"라고 했다. 특검법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 최소한의 몸부림"이라는 것.

그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나갔을 때, 제가 말씀드리는 이 정도의 합리적인 대안으로서, 정면돌파로서 국민들께 선택지를 드리지 않는다면 지금의 국회 구조에서 과연 민주당의 저 이상한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확실히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느냐"고 자신의 제안에 대한 당내 비판을 재반박하며 "민심에 반응하는 차원에서 정면으로 돌파하고 논란을 종결시키는 내용의 대안 제시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안에 대해서 특검 자체를 반대하는 논리는 법적으로 타당하다"면서도 "다만 이 사안의 보훈과 안보에 관한 특성, 그러고 그걸 바라보는 국민들의 민심, 그러고 그동안 몇몇 경우에 있어서 저희가 아쉬운 설명이 있었고, 그러고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실기했다는 점들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그런 법적인 논리를 가지고 '특검은 안 된다'고 말하기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 공수처·경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것이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인데 자신의 주장은 이와는 궤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가 당대표가 돼서 특검법을 새로 발의하게 되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 그전까지 공수처 수사는 당연히 끝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저희가 국민의 민심을 따르겠다는 정면돌파의 제안을 함에 있어서 그런 사족을 꼬리표처럼 붙이게 되면 국민들께서 '역시 마찬가지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실 것"이라며 "그런 얘기를 저는 붙일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그런 조건 달지 않고 '저희는 이런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라는 것으로써 이 문제를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선수가 심판을 고르는 법안"이라고 비판하며 "(그 안을) 민주당이 고집한다면 그 법은 통과되면 안 된다. 그 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그 거부권을 우리 당이 전폭적으로 지지할 충분한 명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광재 한동훈캠프 대변인도 같은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안에 대해 "민주당이 보자마자 (한 전 위원장 제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특검을 통해서 대통령의 권위를 흔들고 탄핵 정국으로까지 이끌어가겠다는 정략적 목표가 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은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한 우리 캠프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공수처 수사종료 전 특검 주장이 적절한가'라는 부분에 대해 "한발 더 나아간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자신의 복귀와 함께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여론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신 갓"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이 총선 당시 앞장서 제기한 이른바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은 계속 유지되는 것이냐고 묻자 "전쟁 같은 총선을 치렀고 총선이 끝났다. 이제는 정치를 해야 할 때"라며 "(이·조 대표와) 정치의 상대방으로서 충분히 대화하고 설득해 볼 것이고, 국민을 위해서 좋은 의견을 말씀하신다면 제가 얼마든지 설득을 당해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마치고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곽재훈 기자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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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억대 빚더미 20·30대 “삶을 접을까, 매일 고민”

 청년들은 전세사기로 결혼도 미래도 모두 포기...“저출생 인구 걱정할 때 아니다”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구로구에 거주 중 1억 2천여 만원의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스무 살 청년(오른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에 따르면 서울 신촌과 구로, 경기 병점에서 대학생·사회초년생 등 97명의 세입자가 임대인 최씨 일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으며 총 피해액은 100억원 대 규모다. 2024.6.23. ⓒ뉴스1


“전세사기 당함과 동시에 나라에서 연구비를 삭감하는 바람에 저는 제 연구자의 꿈을 접을까, 아니 삶을 접을까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고민했습니다. 제 꿈을 지지해주던 가족들도 절망에 빠졌고, 모두 우울한 나날을...”

전세사기 피해자 이솔(가명, 1998년생 26세) 씨의 말이다.

23일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이솔 씨는 “저를 포함 90여명의 청년들이 꿈과 미래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집주인으로부터도, 정책으로부터, 심지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법으로부터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는 것을 알고 점차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제발 (전세사기특별법) 법안과 정책 보완으로 국민들, 청년들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삶을 접을까” 고민하는 청년·학생들
“하루하루 말라죽는 심정”
“준비하던 결혼도, 미래도 모두 불투명해져”
“저출생 인구 걱정할 때가 아니다”


20대의 이솔 씨는 20년 넘게 연구자를 꿈꿔온 연세대 대학원생이다. 하지만 전세사기를 당한 후 그 꿈뿐만 아니라 “삶을 접을까” 매일 고민하고 있다. 학교 기숙사가 없어 월세 집을 구하려 했던 그는, 월세보다는 전세가 훨씬 유리하다는 공인중개사의 설득으로 전세계약을 맺었다. 당시 공인중개사는 직접 카카오뱅크의 청년전세대출에 대해 설명해줬고, 대출 계약서 작성을 도왔으며, “집주인은 바보같이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설득까지 했다고 한다. 또 “시세가 60억 가까이 되기 때문에 혹시나 잘못되어도 보증금 전액 문제없이 반환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저당이 높아 우려하자, 중개인은 “2~3개월 내로 해결될 예정”이라고 했다.

전세계약 후 1년 반 뒤, 이솔 씨는 자신이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통지를 받았다. 그 후 알게 된 빌라의 감정평가액은 겨우 29억. 중개인이 알려준 시세(60억)의 절반이었다. 앞서 다른 전세사기 피해에서도 공인중개사가 잘못 알려준 시세를 믿고 계약했다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일이 다수 발생한 바 있는데, 정부의 안일한 대책으로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후 다른 피해자들과 만난 이솔 씨는 “공인중개사가 계약 당시 설명해 준 말 중 사실인 것이 단 한 줄도 없음을 깨달았다”라고 탄식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신촌·구로·병점에 있는 최 모 씨 일가의 8개 빌라에 거주하다 전세사기를 당한 세입자는 90여명이다. 대책위와 접촉한 응답자 84명 중 89%인 76명은 20대와 30대다. 1996~1998년생은 무려 29명이었다. 만 20세인 학생도 있었다. 응답자 84명 중 19명은 학생이었고, 58명은 사회초년생 또는 직장인이었으며, 7명은 자영업자였다. 최 씨 일가가 피해자들과 전세계약을 맺은 7개의 주택 중 4채는 불법건축물이었다.

심지어 집주인은 집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양산되던 시기에도 학생, 사회초년생들과 전세계약을 맺으며 피해를 키웠다. 더욱 황당한 점은 이 같은 위험한 계약을 공인중개사가 적극적으로 소개했다는 점이다.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구로구에 거주 중 1억 2천여 만원의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스무 살 청년이 발언 도중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에 따르면 서울 신촌과 구로, 경기 병점에서 대학생·사회초년생 등 97명의 세입자가 임대인 최씨 일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으며 총 피해액은 100억원 대 규모다. 2024.6.23. ⓒ뉴스1


피해자 겨울(가명, 2003년생 20세) 씨는 지난해 4월 모아둔 돈 2천만원과 중소기업 청년전세대출 1억원으로 전셋집을 마련했다가, 올해 5월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제가 계약할 당시 신촌 건물은 이미 경매가 진행 중이었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상황에 제가 세입자로 들어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입자 중 제일 마지막에 들어와서 배당 순위도 늦고, 최우선변제금도 해당되지 않아 경매로 돈을 받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면서 “저는 경매가 종료되면 1억의 빚을 가지고 나가야한다”고 했다.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손솔 전 진보당 대변인 등에 따르면, 겨울 씨 또한 다른 집을 알아보던 중 공인중개사의 소개로 문제의 집주인과 계약했다.

또 다른 피해자 대현 씨도 공인중개사의 소개로 문제의 집주인과 계약했다. 당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건축업을 해서 돈이 많기 때문에 나중에 보증금을 못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현 씨가 살던 집도 경매에 넘어갔다. 대현 씨는 “거짓말과 기망으로 올해 준비 중이던 결혼 계획도, 신혼집 마련도, 미래도 모두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인 간 거래’라면서 실질적인 지원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여당의 안일함이다. 심지어 전세사기 피해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시했던 ‘경매 유예·중지’마저도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주인과 당국은 경매가 재개될 것이라는 소식조차 사전에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고 있었다. 한 피해자가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6월 중순에 경매사이트에 접속한 뒤에야 오는 7월 30일부로 집 경매가 재개된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법원에 왜 경매 재개 사실을 알려주지 않느냐고 묻자, 법원은 “아직 시간이 많아 알리지 않았고 조만간 알릴 참이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퇴거당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인데, 느긋하게 경매 재개 직전에 알려주겠다고 답한 것이다.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씨는 “저출생 인구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옥 같은 일을 겪고 있다. 피해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왜? 지금 임대인이 계속 건물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당당하다. 여기 임대인뿐이겠나?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못 받는 사람까지 보면 10만 명 넘었다고 생각한다. 언제 정책을 바꾸고 특별법을 개정할 것인가? 진짜 국가비상사태는 여기서 발생하고 있다. 직시해야 한다.”

한편,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대책위는 ▲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대책 없이 퇴거당하는 일이 없도록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 현실과의 괴리가 극심해진 최우선변제 제도 개선 ▲ 대출 미이용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 은행이 이윤추구에 활용하는 허술한 청년전세대출제도 보완 ▲ 무책임한 공인중개사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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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씹다 딱 걸린 피고인과 김건희의 결정적 차이, 부띠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6/24 10:25
  • 수정일
    2024/06/24 10:2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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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 첫 번째 퍼즐] 김 여사 계좌 4개 중 3개, 부띠크가 직·간접 운용... 계좌거래 49건 중 48건 유죄

24.06.24 07:04최종 업데이트 24.06.24 07:04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전체 중 일부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숲'을 살펴봐야 한다. 1심 판결문을 비롯한 검찰 수사기록과 1600페이지에 달하는 공판 기록 등을 통해 사건의 전체에서 김 여사가 관여된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가족의 영광 2부는 각종 키워드로 도이치모터스 사건이란 퍼즐을 함께 맞춰보는 과정이다. [편집자말]

▲ <오마이뉴스>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키워드를 선정해 퍼즐로 재구성한다. 첫 번째 퍼즐 조각명은 부띠크다. ⓒ 봉주영

 

"큰 규모로 거래한 B씨에 대해서도 주가 조작을 알았는지 여부를 떠나 큰손 투자자일 뿐 공범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대통령 배우자가 전주로서 주가 조작에 관여하였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도 깨졌습니다." (2023년 2월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이 나온 후 대통령실이 내놓은 입장 중)

그 B씨(손○○)가 껌을 씹고 있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이 열렸던 지난 5월 17일, 손씨의 외모는 말쑥 그 자체였다. 포마드를 발라 머리카락 한 올 흘러내리지 않는 이마부터 깨끗한 구두에 이르기까지 말끔했다. 청색 쓰리 피스 정장에 흰색 셔츠를 받쳐입은 복장 또한 세련된 외양이었다.

부조화, 말끔한 외모와 법정에서 껌을 씹는 행동이 잘 어울리지 않았다. 판사가 있는 법대를 향해 앉아 그런 모습을 보이는 피고인 역시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심지어 이날, 검찰은 1심 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손씨에게 방조 혐의까지 추가했다. 검사가 판사에게 공소장 변경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에도 껍을 씹는 그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보다 못한 법정 경위가 그에게 다가갔다. 손에 든 휴지를 손씨 입 앞에 내밀었다. 손씨가 껌을 뱉었다. 그의 행동은 확실히 의외였다. 자신의 무죄 선고를 근거로 대통령실이 '민주당 주장이 깨졌다'며 입장발표를 한 것이 그에게 어떤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일까. 아니면, 1심 재판부도 무죄의 이유 중 하나로 인정했던 그의 '가오'가 이런 모습으로 표출된 것일까.

가오

 

▲ 2022년 2월 27일, 이용우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공개한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 원우수첩에는 코바나컨텐츠 대표이사, 도이치모터스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 등 김 여사 경력이 기재돼 있었다. 국민의힘 측은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차 판매 홍보를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 비상근, 무보수로 이사 직함을 받고 홍보 행사에 참여하는 등 활동을 했다"고 밝혔었다. ⓒ 연합뉴스

 

허세를 뜻하는 '가오'란 말이 법정에서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꼭 2년 전이었다. 2022년 6월 17일 공판에서 손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사이의 신문이 이뤄졌다. 핵심 쟁점은 손씨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대량매집 행위를 시세조종 행위 가담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였다. 손씨가 2차 주포 김○○씨와 공모하여 50억 상당의 자금을 동원하여 지속적으로 시세조종성 주문을 제출해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그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 당시 공판에서 제시된 것이 김○○씨와 손씨가 주고받은 문자였다.

검사 "2012년 7월 30일경에 김○○에게 '도이치 상 찍었다'고 했는데."

손씨 "가오로 보냈다."

검사 "'상 찍었다'는 문자, 종가 끌어올리려고 한 것 아닌가."

손씨 "가오식으로 한 거다. 형으로서."

검사 "뭘 과시하고 싶었던 건가? 주가 변동에 대한 과시?"

손씨 "내가 주식을 샀더니 상한가가 됐다는 거, 나는 그게 가오라고 생각했다."

검찰 측 신문이 끝나고 재판부가 어떤 의도에서 그런 문자를 보냈는지 다시 물었다. 손씨는 대답했다.

"가오죠. 내 자신에 대한 자유라고 할까요?"

1심 재판부는 이같은 손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피고인 손○○가 (다른)피고인 김○○에게 보낸 '상한가를 찍었다'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는 대량으로 매수하였음을 과시하는 내용으로 보일 뿐"이라며 "다대한(많고도 큰, 기자 주) 자금을 동원하여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그 중 일부 매수 주문이 고가매수가 되거나 우연히 통정매매로 분류되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손씨가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계좌들을 직접 운용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김건희 여사 어머니 최은순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도하고, 손씨가 이를 매수한 거래 8건을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재판부는 "최은순이 권오수(도이치모터스 회장)로부터 도이치모터스와 주식 관련된 정보를 듣긴 하나 매매 여부는 본인의 결정에 따라 거래했다고 보인다"며 "매도계좌(최씨 계좌)는 피고인들이 운용한 계좌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직접 운용한 계좌인가, 피고인(시세 조종 행위 주도자)들이 운용한 계좌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이른바 '전주'라는 카테고리로 같이 묶여 주목받았던 손씨와 김 여사 사이의 가장 큰 차이가 드러난다.

부띠크

조일현 : "야, 너 부띠크라고 들어봤냐?"

전우성 : "부띠크? 아, 그거 몇 명이서 돈 굴려주고 작전하고 뭐 그런 거?"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일확천금의 기회를 잡으려고 주가 조작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돈>의 한 장면이다. 주식 투자 중개인 혹은 사설 투자 업체를 가리키는 부띠크란 용어는 2022년 12월 30일 검찰이 제출한 사건 종합 의견서에 이렇게 등장한다.

"피고인 이○○는 2004. 7. 경부터 현재까지 투자 자문업 등을 영위하는 (주)블랙펄인베스트(소위 '부띠크' 투자 자문사)의 대표로서, 다수의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피고인 권오수, 피고인 김○○, 민○○등과 함께 '본건 시세조종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하였다."

부띠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용어다. 김기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 본부장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전문 투자 자문사로 면허를 내지 않고 선수들이 모여 같이 작업하는 사무실을 부띠크라고 한다"면서 "오만가지 정보들이 나오고 작전을 하는 곳으로 증권가에서는 주로 음성적인 회사란 의미로 부정적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이런 용어를 검찰이 굳이 사용한 것은 '불법적인 시세조종행위' 중심에 있었던 블랙펄인베스트(부띠크)의 부정적인 면모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 또한 표현만 다소 달랐지 검찰 판단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블랙펄인베스트를 컨트롤타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 범행은 상장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권오수가 자신의 경영상 필요에 의하여 주가관리를 할 주포를 물색하고, 주포인 피고인 C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피고인 A(위 검찰의견서의 이○○, 기자 주)가 조직적으로 계좌를 동원하여 2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시세조종을 실행한 것이다."

이와 같은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종합하면 이렇게 요약된다. 블랙펄인베스트란 부띠크는 2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주도적으로 시세조종을 실행한 이 사건의 컨트롤타워(관제탑)였다.

김 여사 계좌 4개 중 3개, '관제탑'이 직·간접적으로 운용

 

▲ 1심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제2단계 행위에 대한 판단을 검찰 범죄일람표를 인용하여 판결문에 유죄는 ○, 무죄는 X로 표시했다. 붉은 테두리선이 김건희 여사 계좌 거래, 검정 테두리선은 최은순씨 계좌 거래다. ⓒ 이정환

 

1심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모두 5단계로 구분했다. 법원은 김 여사 계좌가 관여된 경우를 2단계(2010년 9월 24일 ∼ 2011년 4월 18일)로 판단했다. 이 기간 시세조종에 동원된 계좌는 개인(11명)명의 14개, 법인명의 1개 등 총 15개였는데, 그 중 부띠크가 직·간접적으로 운용한 계좌가 10개로 가장 많았다.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 명의 계좌 4개 중 3개가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계좌 : "계좌주인 김건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도이치모터스 상장 전부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로 피고인 권오수의 지인이다... (중략) 피고인 권오수 또는 이○○(블랙펄인베스트 대표, 기자 주)에게 일임되었거나 적어도 이들의 의사나 지시에 따라 운용된 계좌로 볼 수 있다."

B계좌 : "해당 계좌는 블랙펄인베스트에서 관리하며 피고인 이○○ 또는 피고인 민○○(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처남)가 직접 운용하여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

C계좌 : "해당 계좌에 관하여 엑셀파일에 그 잔고 등 관리 내역이 기재되어 있는 점 등 제반 정황을 종합하면 블랙펄인베스트에서 관리하며 피고인 이○○ 또는 피고인 민○○가 직접 운용하여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통정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C계좌 거래 - 기사 하단 표 범죄일람표 순번 475번 - 를 무죄 판단했다.)

D계좌 : "검사는 해당 계좌를 권오수에 의하여 운용된 계좌로 특정하여 기소하였으나, (중략) 피고인들이 운용한 계좌로 인정할 증명이 부족하다."

김 여사 명의 A, B, C 계좌를 '피고인들이 운용한 계좌'라 판단한 것으로, 손씨가 독립적으로 운용했던 경우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이와는 매우 동떨어진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판결문에서 주목할 것은 김건희 여사보다 훨씬 더 큰 규모와 높은 빈도로 거래하고, 고가매수 등 시세조종성 주문을 직접 낸 내역이 있어 기소된 '큰 손 투자자' B씨(손OO)의 경우에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였다는 것입니다." (2023년 2월 14일 대통령실 입장 중)

1심 재판부가 시세 조종 동원 여부 판단 과정에서 주요 잣대로 삼은 것은 거래 규모나 거래 빈도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계좌 운용 주체가 실제 누구였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부띠크 등이 동원한 계좌주들의 증언이나 진술은 그래서 판결문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

방조

"AH는 해당 계좌를 자신이 운용했다고 진술하나... AP는 해당 계좌에 관하여 직접 거래한 기억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AR은 위 계좌는 자기 계산으로 운용한 것이라고 진술한다... AX이 수사기관과의 통화에서... R은 피고인 A의 처이자 M의 누나로, A와 M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판결문에는 총 106명의 이니셜이 등장한다. 그 중 2단계 실행기간에 재판부가 시세 조종에 동원된 것으로 판단한 계좌주는 모두 11명이다. 판결문을 보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나온 이들의 입장을 대부분 확인할 수 있다. 김건희 여사와 최은순씨, 단 두 명을 제외하면 말이다.

1심 재판부는 2단계 기간 이뤄진 김건희 여사 계좌 거래 48건을 유죄로 판단했다. 김 여사 거래 상대 계좌는 부띠크, 2차 주포, 권오수 회장 관계인 등으로 대부분 피고인들 당사자거나 피고인들의 직접적 관계인이었다. 김 여사와 부띠크 대표 누나 명의 계좌와의 거래(14건)가 대표적인 예다. 법원은 이들 거래에 대해 시세조종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손씨의 거래 상대는 최은순씨, 손씨의 부인, 손씨가 운영한 회사, 그리고 본인 명의 다른 계좌였다.(아래 표 참조)

2024년 5월 17일, 검찰은 손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2024년 6월 24일, 현재까지 검찰은 김건희 여사를 소환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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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4.06.24 07:43

  • 수정 2024.06.24 08:1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21일 출마 선언한 윤상현 의원을 포함해 이번 경선은 4파전이 됐다. 당 대표 선거 결과는 다음 달 23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발표된다.

총선 참패 2개월 2주여만에 당대표 도전하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관심이 쏠렸다. 한 전 위원장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유일하게 채상병 특검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갖고 계신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면서 “여야나 대통령이 아닌 대법원장 같은 제3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나경원 후보는 “순진한 발상”, 원희룡 후보는 “공수처 수사가 우선”, 윤상현 의원은 “내부 전선 교란” 등의 반박을 내놨다.

24일 아침 신문들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 소식을 1면에 다루면서 한 전 위원장에 집중했다.

조선일보 “한, 여당표 특검 역제안” 한겨레 “용산에 각 세워”

한 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이 후보 추천권을 행사하는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도 발의한 상황에서 제3자 특검을 역제안했다. 조선일보는 5면 <한 ‘특검론’에… 나 “순진 발상” 원 “순서 틀려” 윤 “野후보냐”> 기사에서 “이번 경선 승자는 윤석열 정부 임기 중반부 당정 관계를 이끌게 된다”며 “이런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당대표가 되면 중립적인 제3자(대법원장 등)가 특검 후보를 추진하는 것을 전제로 한 ‘해병대원특검법’을 국민의힘이 발의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24일 조선일보 5면.

이어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해병대원 사건 관련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며 자기들이 후보 추천권을 행사하는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도 거듭 발의했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미진할 경우 특검을 논의하자며 거부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이 ‘여당표 특검’을 역제안하고 나온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한 전 위원장이 용산에 각을 세운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1면 <“채상병 특검법 내겠다” 용산에 각세운 한동훈> 기사에서 “한 전 위원장은 73일 만인 이날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며 “다른 3명의 당대표 출마자인 나경원·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당정 한 몸’을 강조하는 반면,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실과의 관계 재정립’을 전면에 내걸면서 4파전의 전당대회가 ‘친윤석열’ 대 ‘반윤석열’ 구도로 짜였다”고 보도했다.

▲24일 한겨레 1면.

한 전 위원장이 여당표 특검을 역제안한 것을 언급한 뒤 한겨레는 “반면, 나 의원과 원 전 장관, 윤 의원은 ‘공수처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논의할 수 있다’는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한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고 했다.

이재명 조국 이준석 한동훈까지 당대표?... 동아일보 “尹, 일절 손 떼야”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당 대표 선거에 손을 대고 싶을지라도 손을 떼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또 친윤, 비윤, 반윤할 거면 차라리 문 닫는 게 나을 거라는 비판에 직면할 거라고 했다.

정용관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윤심 타령’도 ‘어대한 타령’도 다 걷어치우라> 칼럼에서 “윤 대통령은 이재명 조국 이준석에 한동훈까지 당대표를 하게 되면 사면초가에 놓이는 형국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국민의힘 경선에 개입하고 싶은 욕구도 클 것”이라며 “그러나 용산 입김은 없어야 하고 먹히지도 않을 것이다. 젊은 보수를 지향하든, 천막 당사의 정신을 가져오든 보수 혁신, 보수의 질적 전환을 둘러싼 치열한 노선 투쟁, 비전 경쟁이 펼쳐지도록 경선에서 일절 손을 떼야 한다”고 당부했다.

▲24일 동아일보 칼럼.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한 달의 경선, 윤심 타령도 어대한 타령도 다 걷어치우라. 또다시 친윤이니 비윤이니 반윤이니 하는 프레임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민의힘은 차라리 문 닫는 게 나을 것이라는 냉소와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전 위원장의 당대표 도전이 모험일 수도 있다고 했다. 정용관 논설실장은 “그의 도전을 지지하는 이들도 많지만 “글쎄” 하며 긴가민가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은 우선 원내 경험이 없는 원외 대표로서 어떻게 국회의원들을 지휘할지, 한솥밥을 먹었던 윤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일 것”이라며 “그는 팬덤은 있지만 아직 어떤 보수의 비전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 적이 없다. 법무장관을 지냈지만 독자적으로 차곡차곡 쌓은 경륜이라고 하긴 어렵다. 변방이나 비주류 생활을 해본 경험도 일천하다. 정치 리더가 되겠다는 야망을 갖는 건 자유지만 그에 걸맞은 내면적 성찰이 동반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대 도전은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딱 한 번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 3년 만에 2%대, 한 달 새 대출 급증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대로 내려왔다. 그러자 6월 들어서만 가계대출 잔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동아일보 10면.

동아일보는 10면 <주담대 금리 2%대에 한달 대출 3.7조 급증... 집값 부채질 우려> 기사에서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940∼5.445%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일(연 3.480∼5.868%)과 비교하면 상단이 0.423%포인트, 하단이 0.540%포인트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주담대 금리 하단이 2%대로 떨어진 것은 약 3년 만이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이고 대통령실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급락한 모습”이라며 이로 인해 20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이 4조 원 넘게 증가했는데, 이 중 주담대만 3조7000억 원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대출금리 하락·가계대출 급증… ‘부동산 불안’ 싹부터 자르라> 사설에서 “주요 시중은행에서 연간 이자가 2%대로 내려앉은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미리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금리 부담이 줄면서 올해 초까지 안정세를 보이던 대출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24일 동아일보 사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안 조짐은 이미 커지고 있다. 13주 연속 오른 서울 아파트 값은 주간 상승 폭이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021년 이후 가장 많았다. 아파트 값 급등과 대출이자 하락이 겹치자 머뭇거리던 무주택자들이 부동산 매입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공사비 갈등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멈춰서면서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거란 우려까지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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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591] 새로운 반제동맹조약의 효력은 무기한, 위력은 무한정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6/24 [07:10]

 

<차례>

1. 중국과 로씨야가 새로운 반제동맹조약을 체결하지 못한 사연

2. 임박한 로씨야와 이란의 새로운 반제동맹조약 체결

3. 24년 전 반제공동행동 합의한 조선과 로씨야

4. 중대한 메시지와 워스또츠느이 정상회담

5. 새로운 반제동맹조약의 효력은 무기한, 위력은 무한정

 

1. 중국과 로씨야가 새로운 반제동맹조약을 체결하지 못한 사연

 

이 글의 출발점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7월 16일 울라지미르 뿌찐(Vladimir V. Putin) 로씨야 대통령은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을 모스크바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로씨야연방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선린우호협력조약(Treaty of Good-Neighborliness and Friendly Cooperation Between the Russian Federation and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을 체결했다. 중국에서는 이 조약을 ’중국-아라사 목린우호합작조약(中國-俄羅斯 睦鄰友好合作條約)‘이라고 부른다. 아라사(俄羅斯)는 중국식으로 표기한 로씨야 국호다. 중국과 로씨야는 이 조약의 유효기간을 5년마다 연장해왔는데, 2021년 6월 28일 유효기간을 5년 더 연장했다.

 

중국과 로씨야가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한 때로부터 23년이 지나는 동안 국제정세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이를테면, 23년 전에는 중국과 로씨야가 각각 미 제국을 상대로 대화와 교류를 추진하고 있었지만, 지금 중국과 로씨야는 각각 미 제국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로씨야의 시각에서 보면, 미 제국과 각각 대립하고 있는 로씨야와 중국이 기존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새로운 반제동맹조약으로 대체하는 것은 당면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뿌찐 대통령은 2023년 10월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제3차 일대일로 정상회의에 참석한 직후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회담에서 뿌찐 대통령은 “로씨야는 (중략) 중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여 (중략) 공정하고 합리적인 세계 질서를 구축할 용의를 가지고 있다”라고 시진핑 주석에게 말했다. 중국과 협력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인 세계 질서를 구축할 용의가 있다는 뿌찐 대통령의 발언은 로씨야와 중국이 기존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새로운 반제동맹조약으로 대체하자는 제의로 해석되었다.

 

그런 중대한 문제를 시진핑 주석에게 제의한 뿌찐 대통령은 자신의 다섯 번째 임기가 시작된 날로부터 아흐레가 지난 2024년 5월 16일 중국 베이징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다시 만났다. 기존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새로운 반제동맹조약으로 대체하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기존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새로운 반제동맹조약으로 대체하자는 뿌찐 대통령의 제의를 정중히 사양했다. 두 정상은 2024년 5월 16일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만 발표했다. 시진핑 주석과 뿌찐 대통령이 발표한 공동성명은 “중국과 로씨야의 수교 75주년에 즈음해 새 시대의 포괄적인 전략적 협조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는 것에 관한 중화인민공화국과 로씨야연방 공동성명”이다.

 

이런 사정은 중국과 로씨야의 관계가 반제동맹 관계로 격상되지 못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반제동맹 관계로 심화시키는 수준에 머무르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의문이 생긴다. 시진핑 주석은 선린우호협력관계를 반제동맹 관계로 격상시키자는 뿌찐 대통령의 제의를 왜 사양했을까? 의문에 대한 해답은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만일 중국과 로씨야가 반제동맹조약을 체결했더라면, 미 제국은 극도로 반발하면서 포악한 도발을 서슴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을 제1적대국으로 규정해놓은 미 제국의 도발은 중국에 집중되었을 것이다. 미 제국의 포악한 도발이 중국에 집중되면, 중국은 미 제국의 도발을 무력으로 응징해야 한다. 이것은 중국이 반제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로씨야는 우크라이나를 완충지대로 두고 미 제국과 간접적으로 싸우고 있지만, 중국은 완충지대 없이 미 제국과 직접적으로 교전해야 한다. 중국의 반제전쟁은 매우 격렬할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여러 가지 조건을 면밀히 따져보고, 정세를 매우 신중하게 판단한 뒤에 전쟁을 결심해야 한다. 중국에는 미 제국의 포악한 도발에 대응하는 식의 피동적인 전쟁을 할 생각이 없다. 중국은 자기가 택한 결정적 시기에,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이 성숙했을 때 능동적으로 반제전쟁을 개시할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시진핑 주석은 반제동맹조약을 체결하자는 뿌찐 대통령의 제의를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2. 임박한 로씨야와 이란의 새로운 반제동맹조약 체결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2001년 3월 12일 뿌찐 대통령은 모하메드 하타미(Mohammed Khatami) 당시 이란 대통령을 모스크바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로씨야연방과 이란이슬람공화국 사이의 상호관계 기초 및 협력 원칙에 관한 조약(Treaty on the Basis for Mutual Relations and the Principles of Cooperation Between the Russian Federation and the Islamic Republic of Iran)’을 체결했다. 뿌찐 대통령은 장쩌민 주석과 함께 로씨야-중국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하기 4개월 전에 하타미 대통령과 함께 로씨야-이란 상호협력조약을 체결한 것이다.

 

뿌찐 대통령과 하타미 대통령이 로씨야-이란 상호협력조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23년이 지나는 동안 국제정세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중동의 반제자주세력은 이스라엘을 무력 침공 돌격대로 앞세운 미 제국의 중동 지배 야욕에 맞서 싸우는 반제공동행동을 활발히 전개하였고, 이란은 중동의 반제공동행동을 이끄는 중추국으로 등장했다.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지지를 받는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가 합동작전으로 이스라엘의 점령, 통치를 반대하는 반제전쟁을 일으켰다. 헤즈볼라, 안사르 알라 무장군, 그리고 이라크와 수리아에서 투쟁하는 반제민병대들이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반제전쟁에 가세했다. 미 제국이 장악, 주도하는 제국주의 연합세력은 무력 침공 돌격대로 자처하는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 후원하면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살육작전을 장기화시키고 있다. 네타냐후 종미우익 정권은 이스라엘군을 내몰아 팔레스타인 민중을 학살하는 만행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접경지역인 레바논 남부와 수리아 동남부를 공습하는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로씨야와 이란은 반제공동행동으로 함께 대응해야 할 요구를 절감했다. 로씨야의 시각에서 보면, 중동에서 반제공동행동을 함께 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는 이란이다. 그래서 로씨야와 이란은 2001년에 체결된 로씨야-이란 상호협력조약을 새로운 반제동맹조약으로 대체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뿌찐 대통령은 쎄예드 에브라힘 라이씨(Sayyed 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을 2022년 1월 19일과 2023년 12월 7일 모스크바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새로운 반제동맹조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뿌찐 대통령과 라이씨 대통령이 로씨야-이란 반제동맹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그런데 뜻밖에 2024년 5월 19일 라이씨 이란 대통령이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서거하였다. 라이씨 대통령의 서거로 로씨야와 이란의 반제동맹조약 체결은 잠정적으로 중지되었다. 머지않아 진행될 이란의 대통령 선거에서 후임 대통령이 선출되면, 뿌찐 대통령은 그를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로씨야-이란 반제동맹조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3. 24년 전 반제공동행동 합의한 조선과 로씨야

 

로씨야의 시각에서 보면, 조선은 반제공동전선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다. 로씨야가 조선을 매우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로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조선은 반제자주노선을 변함없이 견지해온 신흥 핵강국이다. 조선은 중국과 로씨야가 제국주의 연합세력의 전횡과 폭거에 맞서고 있는 반제공동전선에 제3핵강국으로 합류했다. 조선이 반제공동전선에 합류한 것으로 하여 반제핵강국은 3개국으로 늘었다. 이것은 미 제국에 커다란 정치적 타격을 입힌 것으로 된다.

 

둘째, 조선은 반제혁명에 전념해온 사회주의 국가다. 세계적 범위에서 전개된 반제공동전선의 역사를 보면, 반제혁명사상의 책원지도 조선이고, 반제공동행동의 중심지도 조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이 반제혁명사상의 책원지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주체사상이 민족해방운동을 민족해방혁명으로 격상시키고 정식화했다는 뜻이다. 지난 시기 맑스-레닌주의는 자본주의가 발달되지 않은 식민지 농업국에서 일어난 민족해방운동을 자본주의가 발달된 산업국에서 일어난 계급해방혁명의 보조역량으로 보았지만, 주체사상은 민족해방운동을 계급해방혁명의 보조적 지위에서 혁명의 범주로 격상시켰고 민족해방혁명으로 정식화했다. 주체사상은 민족해방, 계급해방, 인간해방을 혁명의 3대 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조선이 반제공동행동의 중심지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반제공동전선이 사회주의 진영이 와해된 소용돌이에 말려든 1990년대 대격난 중에 조선은 반제공동전선을 단독으로 수호했다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뿌찐 대통령이 하타미 대통령과 장쩌민 주석을 각각 모스크바로 초청해 조약을 체결하기 전에 조선은 로씨야와 친선선린협조조약을 먼저 체결했다. 2000년 2월 9일 백남순 당시 조선 외무상은 이고르 이와노브(Igor S. Ivanov) 당시 로씨야 외무상을 평양으로 초청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 사이의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2000년 7월 19일 김정일 총비서는 뿌찐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반제자주화를 천명한 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

 

2000년에 조선이 로씨야와 반제동맹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친선선린협조조약을 체결한 것은 당시 조성된 정세와 관련된다. 김정일 총비서는 2000년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조명록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자신의 특사로 워싱턴에 파견해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 당시 미 제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했고, 조선과 미 제국은 2000년 10월 1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 사이의 공동코뮈니케’를 발표했다. 2000년 10월 25일 김정일 총비서는 평양을 공식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J. K. Albright) 당시 미 제국 국무부장관을 접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정일 총비서는 미 제국을 반대하는 반제동맹조약을 체결할 수 없었다.

 

2000년 7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총비서와 회담하면서 조선과 로씨야의 반제공동행동을 합의한 뿌찐 대통령은, 2001년 3월 하타미 대통령을, 그리고 7월에는 장쩌민 주석을 모스크바로 초청해 선린우호협력조약과 상호협력조약을 각각 체결했다.

 

2002년 8월 4일 김정일 총비서는 모스크바를 방문해 뿌찐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모스크바 선언’을 발표하였다. 2002년 모스크바 공동선언에는 김정일 총비서의 반제혁명사상이 반영되었다.

 

위에 서술한 몇 가지 사실을 보면, 뿌찐 대통령은 반제공동전선이 무너지는 대격난을 단독으로 돌파하면서 반제자주노선을 수호해온 조선에게서 영향을 받고 반제공동행동에 나서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4. 중대한 메시지와 워스또츠느이 정상회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로씨야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미 제국의 배후 조종을 받는 우크라이나 종미우익세력이 2014년 1월 19일 대규모 폭동을 일으켰다. 폭동은 반제자주정책을 시행하던 야누꼬비치 정권을 전복시켰고, 종미우익 정권을 출현시켰다. 우크라이나 종미우익 정권은 우크라이나를 제국주의 연합세력의 전쟁 도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시키려고 광분하면서, 장차 제국주의 연합세력이 로씨야를 침공하면 우크라이나군이 돌격대로 나서겠다고 자처했다.

 

제국주의 연합세력이 이처럼 로씨야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뿌찐 대통령은 반제전쟁을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2022년 2월 24일 로씨야는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두고 미 제국과 싸우는 반제전쟁에 돌입했다. 전쟁에서 로씨야가 얻은 것은 피의 교훈이다. 그것은 미 제국과의 정치 군사적 대결이 언젠가는 반제전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으며, 반제전쟁에서 승리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반제자주 국가들이 연대한 반제공동행동이라는 진리, 바로 그것이었다.

 

2023년 3월 31일 로씨야 외무성이 ‘로씨야연방의 대외정책 개념(Foreign Policy Concept of the Russian Federation)’이라는 제목의 국가전략문서를 발표했다. 이 국가전략문서는 로씨야가 반제전쟁의 불길 속에서 피로써 얻어낸 반제자주정책의 결정체다. 이 국가전략문서에는 방대한 내용이 수록되었는데, 그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 제국의 패권을 반대하는 로씨야가 반제자주 국가들과 연대해 “국제관계의 민주화”와 “주권적 평등”을 실현하는 반제자주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로씨야 외무성은 국가전략문서를 발표한 직후인 2023년 4월 11일 로씨야의 반제행동 방침이 수록된 정책문서를 작성했다. 이 정책문서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는데, 유럽 어느 나라 정보기관을 통해 그것을 입수한 워싱턴포스트가 2024년 4월 17일 그 정책문서에 관한 보도기사를 내보냈다. 정책문서에는 로씨야가 2023년 3월 31일에 발표한 국가전략문서에 공개적으로 수록하기 힘든 구체적인 실행방침이 수록되었다. 정책문서에 의하면, “서방 나라들은 그들의 대결주의 정책과 패권주의 야망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극화된 세계의 복잡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했다. 특히 정책문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 제국의 패권주의 질서를 무력화하기 위해 로씨야가 중국, 조선, 이란과 연대하여 세계 질서를 재편할 의지를 표명하였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미 제국이 장악, 주도하는 제국주의 연합세력과 맞서 싸우기 위해 로씨야가 중국, 조선, 이란과 연대하는 반제공동행동에 나선 뿌찐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뿌찐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를 읽은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8월 15일 “조선 해방 78돌에 즈음하여” 그에게 중대한 메시지를 보냈다. 김정은 총비서는 8월 15일 축전에서 “나는 선대수령들에 의하여 마련되고 력사의 검증 속에서 다져진 조로 사이의 친선단결이 새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로 더욱 승화발전될 것”을 “굳게 확신”한다고 언명하였다. 이 메시지는 제국주의 연합세력과 맞서 싸우는 반제전쟁의 시대에 조선과 로씨야가 시대적 요구의 부응하여 백년대계의 동맹관계를 맺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같은 날, 뿌찐 대통령은 김정은 총비서에게 보낸 축전에서 “우리가 (중략)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지역 전반의 안정과 안전을 공고히 하기 위하여 모든 분야에서의 쌍무 협조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기 위한 소련의 반일전쟁에서 조선인민혁명군이 소련군의 조선해방전쟁 선봉대로 싸웠던 8월 15일을 78번째로 맞이한 날, 김정은 총비서와 뿌찐 대통령은 반제공동행동의 전략적 가치를 교감하였다.

 

그 교감은 김정은 총비서와 뿌찐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요인으로 되었다. 2023년 9월 13일 로씨야 아무르주에 있는 워스또츠느이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뿌찐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진행되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앞으로도 우리는 언제나 반제자주 전선에서 로씨야와 함께 있을 것임을 이 기회를 빌어서 다시 확언하는 바입니다”라고 말했다. 워스또츠느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뿌찐 대통령은 “제국주의자들의 군사적 위협과 도발, 강권과 전횡을 짓부수기 위한 공동전선에서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전술적 협동을 더욱 긴밀히 하고 강력히 지지 련대하면서 힘을 합쳐 국가의 주권과 발전리익,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 국제적 정의를 수호해나가는 데서 나서는 중대한 문제들과 당면한 협조사항들을 허심탄회하게 토의”하고 “만족한 합의와 견해일치”를 보았다. 이런 사정은 김정은 총비서와 뿌찐 대통령이 2023년 9월 13일 워스또츠느이 정상회담에서 반제동맹조약을 체결하기로 이미 합의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5. 새로운 반제동맹조약의 효력은 무기한, 위력은 무한정

 

 

2024년 6월 19일 김정은 총비서와 뿌찐 대통령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정상회담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체결되었다. 조약 본문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면, 이 조약은 미 제국의 “패권주의적 기도와 일극 세계 질서를 강요하려는 책동으로부터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는” 조약이며, “정의롭고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 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조약이다.

 

위의 인용구가 말해주는 것처럼, 이 조약은 미 제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 연합세력의 전횡과 폭거를 저지, 파탄시킴으로써 자주적이고 정의로운 세계 질서를 수립하려는 반제혁명사상과 반제자주사상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반제혁명사상은 김정은 총비서의 반제혁명사상이고, 여기서 말하는 반제자주사상은 뿌찐 대통령의 반제자주사상이다.

 

이 조약의 공식 명칭에 들어있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개념은 전략적 동맹관계를 뜻한다. 그러므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은 반제혁명사상과 반제자주사상에 기초한 명실상부한 반제동맹조약이다. 이 글에서는 그 조약을 반제동맹조약으로 약칭한다. 또한 이 글에서는 그 조약을 1961년 조선과 소련이 체결한 반제동맹조약과 구분하기 위해 2024년 반제동맹조약으로 표기한다.

 

돌이켜보면, 1961년 정세는 너무도 험악했었다. 이를테면, 미 제국은 일본 오끼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와 한국 군산 공군기지에 각종 전술핵무기를 무더기로 쌓아놓고, 태평양전쟁의 전범으로 처형되었어야 할 기시 노부스께(岸信介) 당시 일본 수상을 우두머리로 하는 일본 군국주의세력의 재무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1960년 1월 19일 미일안보조약을 수정했고, 1961년 5월 16일에는 친일군부세력의 우두머리인 김종필과 박정희를 앞세운 우익군사 정변을 일으켜 군사파쇼 정권을 수립했다. 이런 험악한 상황은 미 제국이 침략전쟁을 도발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일성 주석은 그런 상황에 대처하여 1961년 7월 6일 모스크바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쏘베트사회주의공화국련방 간의 우호, 협조 및 호상 원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였고, 1961년 7월 11일에는 베이징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중화인민공화국 간의 우호, 협조 및 호상 원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1991년 12월 26일 소련이 해체된 이후 소련의 계승국으로 된 로씨야는 1995년 8월 7일 1961년 반제동맹조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조선에 통보했다. 그렇게 되어 1961년 반제동맹조약은 1996년 9월 10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정세분석가들은 2024년 반제동맹조약이 1961년 반제동맹조약을 복원한 조약이라느니 또는 2024년 반제동맹조약이 군사동맹에 준하는 조약이라느니 뭐니 하고 떠들어댔다. 하지만 그건 시끄러운 잡음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2024년 반제동맹조약은 1961년 반제동맹조약 수준을 능가하는 새로운 조약, 그리하여 사상 최고로 강력하고, 견고하고, 포괄적인 반제동맹조약인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4년 6월 19일 정상회담 직후 뿌찐 대통령과 로씨야 정부 대표단을 초대한 국가연회에서 2024년 반제동맹조약을 가리켜 “조로친선관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새로운 국가 간 조약”이라고 했다.

 

1) 2024년 반제동맹조약이 1961년 반제동맹조약 수준을 능가하는, 사상 최고로 강력한 조약으로 된 까닭은, 뿌찐 대통령이 1961년 반제동맹조약을 체결한 흐루쑈브와는 대비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반제투쟁 의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흐루쑈브는 반제투쟁을 포기하고 미 제국과의 ‘평화 공존(peaceful coexistence)’을 뇌까렸던 사회주의 배신자, 우경투항주의자였다. 흐루쑈브는 김일성 주석의 요구를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 1961년 반제동맹조약에 서명했지만, 그 조약을 이행할 의지는 전혀 없었다.

 

흐루쑈브가 1961년 반제동맹조약을 이행할 의지를 전혀 갖지 않았다는 사실은 1962년 10월 14일 까리브해 위기(쿠바 미사일 위기)가 발생했을 때 드러났다. 흐루쑈브는 당시 미 제국 대통령 존 케네디(John F. Kennedy)가 핵공격으로 소련을 멸망시키겠다느니 뭐니 떠들어대면서 핵공갈을 늘어놓자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섰다. 케네디는 핵공갈로 소련을 겁박하면서 허세를 부렸지만, 그도 흐루쑈브처럼 전쟁이 두려워 벌벌 떠는 겁쟁이였다.

 

그러나 흐루쑈브와는 정반대로, 뿌찐 대통령은 미 제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 연합세력의 전횡과 폭거를 저지, 파탄시키기 위해서라면 반제투쟁은 물로 반제전쟁도 불사한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표명하였다. 그리고 지금 그는 반제전쟁을 지휘하고 있다.

 

2) 2024년 반제동맹조약 제3조는 제국주의세력이 조선이나 로씨야에 무력 침공을 감행하려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중략) 쌍무협상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시킨다”라고 규정했다. 이 조항을 보면, 제국주의 연합세력의 무력 침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조선과 로씨야의 쌍무협상통로가 곧 마련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1961년 반제동맹조약에는 제국주의 연합세력의 무력 침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쌍무협상통로를 마련한다는 규정이 없다.

 

3) 2024년 반제동맹조약 제4조는 조선이나 로씨야가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중략)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규정했다. 1961년 반제동맹조약 제2조는 조선이나 로씨야가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중략)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규정했다. 이 조항은 서로 동일한 내용이다.

 

2024년 반제동맹조약 제4조에서 ‘전쟁상태’라는 용어는 반제전쟁이나 정벌전쟁을 의미하고, ‘군사적 원조’라는 용어는 파병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이 조항은 조선이나 로씨야가 반제전쟁 또는 정벌전쟁을 하는 경우 지체 없이 파병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24년 반제동맹조약 제4조는 즉시 파병 조항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24년 반제동맹조약 제4조에는 조선이나 로씨야가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명시되었다.

 

유엔헌장(Charter of the United Nations)은 국제법이다. 유엔헌장 제51조는 ‘집단 자위권’을 유엔 회원국의 권리로 인정한다. 그러므로 유엔 회원국의 집단 자위권을 인정한 유엔헌장 제51조는 2024년 반제동맹조약의 파병 조항을 국제법적으로 뒷받침해준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2024년 반제동맹조약 제4조는 조선이나 로씨야가 반제전쟁 또는 정벌전쟁을 하는 경우 조선의 국내법에 준하여 또는 로씨야의 국내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파병한다고 규정했다. 이것은 조선과 로씨야가 동맹국의 전쟁에 파병한다고 규정한 국내법을 각각 제정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2024년 반제동맹조약의 즉시 파병 조항은 조선의 국내법과 로씨야의 국내법에 의해 각각 안받침된다고 말할 수 있다.

 

2024년 1월 초 김정은 총비서는 ‘한국정벌전쟁’을 공식적으로 예고하였는데, 2024년 반제동맹조약 제4조에 의하면 조선이 ‘한국정벌전쟁’을 개시하는 경우 로씨야는 지체 없이 파병해야 한다. 또한 1961년에 체결된 반제동맹조약 제2조에 의하면, 조선이 ‘한국정벌전쟁’을 개시하는 경우 중국은 지체 없이 파병해야 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총비서가 예고한 ‘한국정벌전쟁’은 조선-중국-로씨야 3자 동맹군 한미연합군을 공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다. 실제 상황은 전혀 다를 것이다. 조선은 ‘한국정벌전쟁’을 단독으로 수행할 충분한 작전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동맹국들의 파병을 일절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한국정벌전쟁’에 대한 동맹국들의 정치적 지지다. 또한 조선이 ‘한국정벌전쟁’을 개시하는 경우, 조선은 중국과 로씨야로부터 실시간 위성정찰정보를 원할 수 있고, 중국인민해방군과 로씨야군이 한(조선)반도 근해에서 미일동맹군의 접근을 가로막는 차단작전도 원할 수 있지만, 동맹국들의 파병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두고 제국주의 연합세력과 맞서 싸우는 로씨야의 ‘특별군사작전’도 반제전쟁이므로, 2024년 반제동맹조약 제4조에 의하면 조선은 로씨야의 ‘특별군사작전’에 파병해야 한다. 지금까지 조선은 로씨야의 반제전쟁에 포탄과 군사 장비를 대규모로 지원해주었는데, 2024년 반제동맹조약이 체결된 이후에는 조선인민군을 파병하게 되었다.

 

4) 2024년 반제동맹조약 제8조는 조선과 로씨야가 “방위능력을 강화할 목적 밑에 공동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이 조항은 조선과 로씨야가 합동군사기구를 내오기로 합의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조선과 로씨야가 합동군사기구를 내오면, 두 나라는 반제전쟁을 처음부터 함께 준비하고, 끝까지 함께 싸우게 된다. 그러므로 이 조항이야말로 조선과 로씨야가 가장 강력한 군사동맹조약을 체결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핵강국들인 조선과 로씨야가 합동군사기구를 수립하는 것은 세계 정치사를 변화시킬 대격변이며, 상상을 초월한 상승효과(synergy effects)를 불러일으킬 대사변이다.

 

5) 2024년 반제동맹조약 제23조는 이 조약이 무기한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였다. 1961년 반제동맹조약 제6조는 그 조약이 10년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였다. 2024년 반제동맹조약 제23조는 조선과 로씨야의 반제동맹조약이 무기한 유효할 것이고, 그에 따라 조선과 로씨야의 반제공동행동이 무한정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다시 말해서, 조선과 로씨야의 반제동맹조약은 제국주의 연합세력을 제압하는 날까지 유효할 것이고, 조선과 로씨야의 반제공동행동은 제국주의 연합세력을 제압하는 날까지 지속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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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양극화 더 부추길 위험한 ‘상임위원장 독식’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39

여야 상임위원장 ‘비례 배분’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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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 이탈로 차기 대선 악영향

기자성한용,성한용

수정 2024-06-23 07:30등록 2024-06-23 07:30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6월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국회 원 구성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간은 부족주의 유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무인도에 상륙해서 혼자 살아가는 로빈슨 크루소는 인간의 원형이 아닙니다. 인간은 처음부터 집단적 존재요, 사회적 존재였습니다. 태어나면 상당 기간 부모와 무리의 돌봄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에서 쫓겨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낯선 부족은 치명적 위협이었습니다. 수만년, 수천년 동안 인간은 피부색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인간들을 살해했습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다른 부족이나 사람을 함부로 죽이면 안 된다는 각성이 서서히 생겼습니다. 각성은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인류는 매우 오랫동안 봉건제, 군주제, 공화제를 거친 뒤 아주 최근에야 민주주의를 겨우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여성을 포함한 일반 시민이 참정권을 가진 것은 20세기 들어서였습니다.

민주주의는 공동체 구성원 다수가 공동체를 지배하는 체제입니다. 피부색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신념이 다른 사람들을 죽이거나 내쫓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체제입니다.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권력 구조는 크게 나누어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가 있습니다. 유럽의 의원내각제는 의회 다수 세력이 국정을 이끌어가는 시스템입니다. 의회의 정부 불신임권과 정부의 의회 해산권이라는 상호 견제 장치를 전제로 작동합니다. 미국의 대통령제는 의회와 대통령을 각각 선출하고 두 기관이 상호 협력과 견제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시스템입니다. 연방제와 승자독식이라는 미국의 독특한 체제와 문화 때문에 새로 발명됐습니다. 4년마다 치르는 선거에서 대통령이 바뀔 수 있다는 전제가 필수 조건입니다.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 이후라고 봐야 합니다. 그 전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대통령은 행정부·입법부·사법부를 다 지배했습니다. 독재자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회는 대통령의 통치 기구였습니다. ‘청와대 거수기’ ‘통법부’라는 오명으로 불렸습니다. 국회의장은 국회의원들이 선출했지만, 대통령이 미리 후보자를 지명했습니다. 임명직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상임위원장은 당연히 여당이 다 차지했습니다. 승자독식, 여당 독식이 국회 원 구성의 원칙이었습니다.

변화가 생긴 것은 1988년 4·26 13대 총선 이후였습니다. 소선거구제로 치러진 선거 결과는 노태우 대통령의 민주정의당 125석, 김대중 총재의 평화민주당 70석,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59석,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 35석이었습니다. 사상 최초로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한 것입니다. 여당인 민정당의 독식이 불가능해졌습니다. 13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국회의장은 민정당, 부의장 2명은 평민당과 통일민주당이 각각 맡기로 여야가 합의했습니다. 상임위원장은 의석수에 따라 민정당 7, 평민당 4, 통일민주당 3, 공화당 2의 비율로 배분했습니다. 승자독식 원칙을 버리고 비례성 원칙을 도입한 것입니다. 상임위원장을 여야가 나누어 맡은 것은 국회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여야가 나누어 맡았습니다. ‘광주 특위’와 ‘5공 특위’가 가동되며 국회 차원의 과거 청산, 5공 청산이 시작됐습니다. 이처럼 13대 국회 전반기에는 의회 중심의 정치가 만개했습니다.

1990년 13대 국회 후반기에 위기가 닥쳤습니다. 1990년 1월 민정당, 통일민주당, 공화당이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을 창당했습니다. 국회 지형은 거대 여당 민자당과 소수 야당 평민당의 양당 구도로 바뀌었습니다. 민자당은 과거처럼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려고 했습니다. 김대중 총재가 강하게 반발했고 평민당 몫 4개 상임위원장을 확보했습니다. 만약 이때 김대중 총재가 버티지 못했다면 국회는 다시 승자독식 시대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국회에서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비례성 원칙은 그런대로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집권 여당은 국회 보이콧

1997년 사상 최초의 정권교체 이후 국회의장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 협상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법안 처리 길목을 지키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를 놓고 매번 치열한 논쟁과 싸움이 벌어집니다. 4·10 총선 이후 22대 전반기 원 구성 협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사위원장 자리 때문에 집권 여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는 희한한 장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6월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 구성 협상을 한 뒤 나와 취재진에게 각자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여당을 견제하고 22대 총선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아야 한다”, “국회의장을 차지한 다수당을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원장은 관례대로 2당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역대 사례를 살펴보면 “그때그때 달라요”입니다. 국회 다수당이 야당일 수 있는 대통령제의 특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2002~2004년 16대 후반기에는 야당의 박관용 국회의장이었는데, 같은 야당의 함석재·김기춘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했습니다. 2016~2018년 20대 전반기에는 야당의 정세균 국회의장이었는데, 여당의 권성동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했습니다. 2020~2022년 21대 전반기에는 여당의 박병석 국회의장이었는데, 여당의 윤호중·박광온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했습니다.

2022~2024년 21대 후반기에는 야당의 김진표 국회의장이었는데, 여당의 김도읍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했습니다. 따라서 22대 전반기에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맡아야 하는지 국민의힘이 맡아야 하는지는 꼭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안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탄’이나 판사·검사 탄핵을 위한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자리 욕심으로 단순하게 읽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1987년 6월 항쟁과 1988년 여소야대로 정착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서서히 위기에 처하고 있습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2009년 검찰 수사로 인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019년 조국 사태, 2022년 대통령 선거 등이 그런 위기 현상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정치 양극화입니다. 정치 양극화에는 두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 불복입니다. 정권을 빼앗긴 이른바 보수 세력과 검찰을 위시한 비선출 권력이 선거 결과와 민주주의 정치 질서를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수층 유권자들이 따라가고 있습니다. 민주당 유권자들도 따라가고 있습니다. 둘째, 전세계적 흐름인 정보화 혁명입니다.

2000년 인터넷 혁명, 2010년 모바일 혁명으로 ‘스마트 몹’이 출현했습니다.

민주적인 싸움의 방식

스마트 몹은 네트워크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사회의 각종 사안에 직접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들의 주의나 주장에 맞지 않으면 직접 실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주당 열성 지지층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4·10 총선 이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열성 지지층에 끌려다니고 있습니다. ‘추미애 사태’를 계기로 국회의장 후보자와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의사를 20% 반영하기로 한 것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열성 지지층 가운데 상당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회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다 차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는 매우 위험한 측면이 있습니다.

첫째,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에서 겨우 정착돼가고 있는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독식이 아닙니다. 공존입니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 윤석열 정권과 민주당의 대결이 격화하고, 정치 양극화는 더 극심해질 것입니다. 정치가 사생결단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정치가 망가지면 최종적으로 국민이 피해를 봅니다.

둘째, 민주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적어집니다. 민주당 열성 지지층은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특검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무력화시키고 조기 대선을 치르면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민주당을 둘러싸고 있는 우호 세력과 중도층 유권자들이 떨어져 나갈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9일 “6월 임시회의 회기는 7월4일까지”라며 “‘이번 주말까지’ 원 구성 협상을 종료해달라”고 통보했습니다. ‘이번 주말까지’는 6월23일 일요일까지입니다. 6월24일 월요일에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만으로 본회의를 열어,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둔 7개 상임위원장 자리에 민주당 의원들을 선출할 것 같습니다. 4년 전에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등원하면 상임위원장 자리를 곧바로 내주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을 ‘임시로’ 앉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2년짜리 상임위원장 후보들을 내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드러내놓고 독식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큰일입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국회는 정치의 공간입니다. 국회법보다 여야 간 대화와 합의가 더 중요합니다. 국회 다수 세력인 민주당이 끝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정치는 때로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진 ‘부족주의 유전자’를 당분간은 꾹꾹 더 억눌러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싸울 때도 민주적으로 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성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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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차 촛불대행진 “똥검찰청 기레기언론 투쟁으로 박살내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6/23 07:37
  • 수정일
    2024/06/23 07:3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인선 기자 | 기사입력 2024/06/22 [18:55]

 

© 김영란 기자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95차 촛불대행진’이 22일 오후 5시 ‘똥검찰청 기레기언론 투쟁으로 박살내자’라는 부제로 서울시청과 숭례문 사이 도로에서 진행됐다.

 

이날 대회는 전국 집중으로 진행되었고 연인원 6천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본대회에 앞서 오후 4시부터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상 옆에서 사전집회가 진행됐다.

 

문용주 장성동학촛불행동 사무국장은 사전집회에서 “민생을 파괴하고 나라를 전쟁의 불구덩이로 몰아넣는 천하의 매국역적 윤석열을 지금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고 우리 자녀들이 안전할 수 있다”라며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정신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숭고한 행동으로 반독재 민주화 역사를 이은 우리 촛불이 무도한 검찰독재 윤석열을 타도하자”라고 역설했다.

 

참가자들은 사전집회를 마무리하고 종각역, 광교, 서울시청 옆을 거쳐 본대회장까지 힘차게 행진했다.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기 덕인지 오전부터 내리던 비바람은 차츰 잦아들었다.

 

▲ 문용주 장성동학촛불행동 사무국장.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본대회는 촛불합창단의 노래 「그날이 오면」, 「조일권의 노래」 합창과 참가자들의 구호 제창으로 시작했다.

 

“똥검찰청 기레기언론 투쟁으로 박살내자!”

“윤석열의 애완견 기레기언론 박살내자!”

“인간말종 조작집단 검찰청을 해체하라!”

“범죄자 김건희를 비호하는 정치검찰 박살내자!”

“진실은폐 여론공작 기레기언론 박멸하자!”

 

© 김영란 기자

 

▲ 김민웅 상임대표. © 김영란 기자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길어질수록 나라는 망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된다. 폭정과 사기, 매국으로 망국하는 자들을 반드시 쫓아내자”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은 (윤석열 정권의) 이런 도적질에 맞장구를 치면서 개노릇을 대놓고 한다”라며 “언론의 지배구조를 확 바꿔야 한다. 국민이 언론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 문을 여는 방송3법 통과로 언론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개검이요, 떡검이요, 색검이니 하더니 이제는 똥검까지 등장한 것 다 알지 않은가”라며 “똥 덩어리를 치워야 하겠다. 그러니 검찰은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 상임대표는 “시청-숭례문 길거리 광장은 윤석열 정권 타도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는 본진이 되고 있다. 모두 촛불국민 여러분들이 이뤄낸 위업이다”라며 “새로운 방식의 연대도 구축되고 있다. 오늘의 이 자리는 민주노총과 함께 긴밀한 협의와 뜨거운 연대의 의지로 만들어낸 자리다. 민주노총 만세! 민주노총 일꾼이자 촛불동지인 양회동 열사 만세!”라고 외쳤다.

 

▲ 왼쪽부터 김선희 씨, 이호찬 본부장. © 김영란 기자

 

양회동 열사의 부인인 김선희 씨는 “윤석열 정권으로 인해 눈치 보는 국힘당 의원들과 각종 정부 부처 공무원들, 공정 없는 검찰과 경찰, 진실을 외면하며 거짓된 기사를 써대는 언론들. 정말 답답하고 국민을 힘들게만 하는 이 못된 놈들을 꼭 무너트려야 한다”라며 “부족한 마음이지만 윤석열이 탄핵되는 날까지, 남편의 정당한 노조 활동이 인정받는 날까지 촛불시민들과 함께 힘차게 팔뚝질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본부장은 “(새로 구성될 방송문화진흥회는) 박민의 KBS처럼, 김백의 YTN처럼, MBC도 국민의 방송이 아닌 정권의 방송, 윤석열 방송으로 만들려 할 것”이라며 “방송3법 재입법에 힘을 모아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힘을 모아달라”라고 호소했다.

 

▲ 왼쪽부터 양문석 민주당 의원, 김준혁 민주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 김영란 기자

 

이날 본대회에는 촛불후보에서 22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촛불의원들(양문석 민주당 의원, 김준혁 민주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등)이 함께 했다.

 

양문석 민주당 의원은 “어디 기레기들이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고, 어디 조선일보가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이야기한단 말인가”라며 “이제는 당당하게 윤석열 정권 탄핵하자고 외쳐야 한다. 윤석열 정권 타도하자고 외쳐야 한다. 이게 표현의 자유다”라고 말했다.

 

김준혁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뭐라고 기술되어 있는가? 대한민국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명백히 되어 있다. 바로 일본과 싸워서 되찾은 나라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것인데, 3.1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하겠다는 헌법을 윤석열 정권은 위반하고 있다”라며 “촛불행동과 함께하는 국회의원들이 윤석열 정권을 탄핵시키기 위해서 함께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민생개혁의 기반이라는 그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민생개혁과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드는 그 길이 쌍바퀴로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 촛불행동이 투쟁 선포문을 발표했다. 이해연 동작촛불행동 준비위원회 대표(왼쪽), 이은지 인천연수촛불행동 준비위원회 대표(가운데), 이성호 연천동두천촛불행동 준비위원회 대표가 낭독했다. © 김영란 기자

 

촛불행동은 본대회에서 투쟁 선포문 「똥검찰청-기레기언론을 동원한 정적제거 공작과 전쟁책동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윤석열을 탄핵하자!」를 발표했다.

 

선포문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무기로 윤석열 정권의 맹견이 되어 정적 제거 공작을 벌이는 검찰청을 해체시키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시켜야 한다”라며 “윤석열 정권의 충실한 애완견 노릇을 하는 기레기언론도 청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심의 버림을 받고 정권 위기에 몰려 있는 윤석열은 정치검찰과 기레기들을 앞세운 정적 제거 공작과 더불어 전쟁 위기를 극단적으로 고조시키는 위험한 행각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정권 붕괴의 위기에 몰려 망나니 춤을 추고 있는 윤석열 탄핵 투쟁에 총궐기하자”라고 호소했다.

 

© 김영란 기자

 

이날 본대회에선 힘찬 공연과 함께 참가자들의 춤과 떼창이 인상적이었다.

 

가수 성국 씨는 노래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타는 목마름으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가톨릭 시국미사연합밴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는 노래 「바위처럼」, 「무인도」, 「불나비」, 「고래사냥」, 「아름다운 강산」을 불렀다. 참가자들은 노래를 따라부르며 일어나서 춤도 추고 흥겨워하는 모습이었다.

 

▲ 시민들이 행진 대열에 손을 흔들며 환호를 보냈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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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회동열사정신계승사업회가 부스를 마련했다. © 김영란 기자

 

▲ 촛불합창단이 노래 「그날이 오면」, 「조일권의 노래」를 합창했다. © 김영란 기자

 

▲ 한 시민이 '윤석열 탄핵 소추 5만 국민동의청원'에 동참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큐알코드를 찍고 있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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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성국 씨가 노래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타는 목마름으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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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겨운 참가자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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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이 일어나 춤을 추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대학생들이 일어나 춤을 추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가톨릭 시국미사연합밴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가 노래 「바위처럼」, 「무인도」, 「불나비」, 「고래사냥」, 「아름다운 강산」을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는 참가자들. © 김영란 기자

 

▲ 환호를 하고 있는 참가자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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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노동자의 임금인상, 절실하다” 민주노총 대규모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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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앞에서 열린 ‘노동자의 임금인상!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쟁취!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6.22 ⓒ민중의소리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앞에서 열린 ‘노동자의 임금인상!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쟁취!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6.22 ⓒ민중의소리

모든 노동자의 임금인상,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쟁취를 위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대규모 집회가 22일 서울 도심에서 개최됐다.

3년째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시대다. 임금 인상은 점점 더 절실해진다. 노동권 없는 노동자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플랫폼은 그 달콤한 열매를 빼 먹으며 덩치를 불린다. 마지막 안전판인 최저임금은 ‘차등적용’이라는 논리로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 결과는 결국 임금 삭감이다.

얼마 전,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은 “MZ세대는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는 버는 대로 써버리는 소비 습관이 있다”고 말했다. 정인용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 본부장은 “우리가 돈이 남아서 사치하고 과소비하는 데 돈을 펑펑 쓰고 있냐”고 반박했다. 정 본부장은 “한 푼 한 푼 아껴도 식비, 주거비, 공공요금 나가고 나면 남는 게 없어서 저축 못 하는 것 아닌가. 우리 사회 대부분이 비싼 음식을 시켜 먹지 못한다. 편의점 도시락과 삼각김밥 판매량 늘어난다. 우리 월급으로는 장례를 계획하고 저축하고 결혼하고 출산 계획이 불가능해졌다”고 비판했다. 결국 해법은 “모든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오토바이 헬멧을 쓴 배달 노동자가 뒤이어 무대에 올랐다. 2018년 배달 일을 시작한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 남서울지부장이었다. 그는 “하루 12시간, 주 6일 일하면서 한 달 3~4백만원 번다”고 했다. “오토바이 구입비, 유류·보험 등 유지비 100만원을 빼면 최저시급이거나 그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최저배달료가 없어 10년째 기본 배달료가 3천원이고, 최근엔 무료 배달 경쟁이 붙어 2,200원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달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배달플랫폼이 마음대로 기본요금을 삭감하고, 결국 배달 노동자의 기본급이 삭감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15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인 요양보호사,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는 콜센터 노동자, 암이 생겼어도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마트노동자의 사연이 이어진다”며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최저임금을 업종별 차등 적용을 이야기한다. 최저임금을 차별하고 깎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재벌·가진 자 세금은 줄여주면서 최저임금을 낮추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는 분명하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최저임금 차등 적용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2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 노동자 대회'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앞에서 열린 ‘노동자의 임금인상!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쟁취! 전국 노동자대회를 마친 뒤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행진을 하고 있다. 2024.06.22 ⓒ민중의소리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앞에서 열린 ‘노동자의 임금인상!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쟁취!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6.22 ⓒ민중의소리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앞에서 열린 ‘노동자의 임금인상!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쟁취!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발언을 치고 있다. 2024.06.22 ⓒ민중의소리
민태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과 조합원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2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실질임금 인상 쟁취! 2024 임단협 투쟁 승리! 윤석열 정권 퇴진! 6.22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 총궐기대회에서  최저임금 인상하여 근속수당 대폭인상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6.22 ⓒ민중의소리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앞에서 열린 ‘노동자의 임금인상!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쟁취!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6.22 ⓒ민중의소리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앞에서 열린 ‘노동자의 임금인상!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쟁취!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6.22 ⓒ민중의소리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의정 갈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응급실 간호사로 의사들과 매일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송은옥 보건의료노조 고대의료원 지부장은 “의사들은 진료 거부·휴진을 멈추고 환자들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확정됐다. 제자리로 돌아와 미래 국민 건강을 책임질 주체로서 의료 개혁을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목소리를 내 달라”고 촉구했다.

대책 없는 윤석열 정권의 의료 개혁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송 지부장은 “무너져가는 대한민국 의료체계 되살리기 위한 종합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쪽짜리 의료 개혁이 아니라. 상급종합병원·수련병원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필수·중증 의료 지원을 강화하고 공공병원이 적자에 얽매여 진료를 축소하는 일 없도록 지원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무엇보다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적정 수준의 보건의료 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보건의료 노동자들을 갈아 넣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의료 개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모두의 연대’를 강조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관행처럼 이어져 온 최저임금 차별 적용 시도의 뿌리를 뽑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인상을 쟁취할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생활임금 인상을 위한 지속적 투쟁으로 모든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쟁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나의 노동을 지배하고 책임지는 자들과 교섭하자는 것은 당연하다. 5인 미만 노동자들도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다변화하는 고용구조에서 초기업교섭을 통해 기본권을 보장하고 정부가 나서서 노조 탄압이 아니라 노조 활동 개입 금지가 우리 요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권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임금 인상도 노동조건 개선도 법 제도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2년의 교훈”이라며 “민주노총 120만 조합원이 앞장서는 투쟁, 이태원 오송 참사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밝히고자 하는 시민들과 함께 행동하자”며 “언론탄압 검찰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들과 함께 싸우자. 전세 사기 피해자, 생존 위기에 놓인 농민·도시빈민과 함께 싸우자”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를 사랑하고 차별에 반대하는 모든 민중과 함께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멈춰 세우는 거대한 항쟁을 조직하자”고 제안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했다. 


 
22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 노동자 대회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집회를 마친 뒤 대통령실 청사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4.06.22. ⓒ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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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석유'만큼이나 '헛소리', 철도 지하화는 '미친 짓'이다

[박세열 칼럼] 철도 지하화라는 '헛소리'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22. 04:59:59 최종수정 2024.06.22. 09:40:39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루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다. 종부세를 없애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선거를 앞두고는 권력 쟁탈전을 치열하게 벌이지만, 세금, 혹은 토목 개발이나 대규모 SOC 이슈에서만은 사람들의 욕망에 손쉽게 편승하며 아늑하게 동거한다.

처음엔 그냥 '정치 구호'인 줄 알았는데 여야가 합심해 지난 1월 철도 지하화 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농담이 아니게 됐다. 이 법이 얼마나 부실하냐면, 국회 입법조사처가 '철도 지하화 사업, 특별법만으로 부족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을 정도다. 국토부는 10월 말까지 전국 17개 광역단체의 '철도 지하화' 사업 제안서를 받겠다고 한다.

기술이 발전해서 가능하다고 하는데,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자원 배분의 문제이고,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공공성을 헝클어트리는 문제다. 철도 주변에 사는 몇몇 사람들을 위해 대한민국의 자산인 공공 철도 네트워크를 담보로 잡는 것이 맞는지, 철도 주변에 사는 몇몇 사람들의 집값 상승과 개발 호재를 위해 공적 자원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지 판단해야 하는 윤리의 문제이고 가치의 문제다.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철도 지하화와 별다른 관계가 없는 곳에서 잘 살고 있다.

'철도 지하화'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가 공히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은 선거 기간 '민생 토론회' 명목으로 전국을 돌면서 '철도 지하화' 사업을 약속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총선 당시 경기도 수원을 방문해 수원역~성균관대역 지하화 공약을 내놓고 "육교와 철도 부분 덮이고 공원, 산책로, 맨해튼 스카이라인 같은 것이 생긴다고 생각해보자"고 상상력을 자극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질세라 철도·광역급행철도(GTX)·도시철도의 도심 구간을 지하화하고 그 부지에 용적률·건폐율 특례를 적용해 주거복합 시설을 개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보도육교 위에서 지역주민과 현장을 둘러보며 철도 지하화 등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신도림역에서 도심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한마디로 '철도 지하화'는 헛소리(bull shit)다. 이 대역사를 실천하는 데 드는 예산은 추정치만 무려 80조 원. 그 돈이면 대한민국의 철도 망을 그대로 복사해 새로 하나 더 깔 수 있다.

 

서울을 예로 들어보자. 여야 공약을 적용하면 서울역부터 군포, 의왕시까지 1호선 철로를 대심도(지하 40미터 이상) 밑에 집어 넣게 된다. 당장 신도림 역은 대심도 GTX-B가 통과하기로 돼 있다. 신도림 1호선 철로를 대심도 GTX 밑에, '대대심도'로 우겨 넣겠다면 대체 지하 몇미터까지 파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아파트 20층 높이의 지하로 뚫고 내려가 기차를 타라는 것이다. 경부선 라인 서울 도심 주요 축을 온통 공사판으로 만들겠다는 거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 사업'으로 불렸던 경부고속도로 건설비가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1조4000억 원 가량이다. KTX 고속열차 경부선을 뚫는 데 20조 원 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도 22조 원이고, 동해에 석유 시추공 100번을 뚫어도 10조 원에 불과(?)하다. 80조 원이면 동해에 석유 시추공 800번을 뚫을 돈이다. 이럴 거면 민주당은 왜 동해 석유 시추에 반대하는가?

재원 조달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철도 지하화 특별법을 설명하면서 "현 철도부지, 도로부지를 현물출자할 수 있게 해서 민간 투자를 받아 자금을 마련하고, 사업을 추진해서 생긴 유동성과 이익을 잘 분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공공 자산인 철로, 역사, 철도 부지 등을 몽땅 금융 기관에 담보 주고 돈을 빌리겠다는 것이다. 철도 지하화로 인해 새로 생길 부지를 담보로 민간 자본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지자체도 채권을 발행해 '주민 숙원 사업'이라는 철도 지하화에 뛰어들 것이다. 국가와 지자체 역량을 쏟아붓는데, 철도 지하화로 '혜택(?)'을 보는 주민들은 대체 몇 명 정도 되는 규모인가?

철도 시설이라는 공공재를 담보로 금융권에 내맡기는 건 위험한 도박이다. 그만큼 부채를 확보된 '지상' 공간에서 이익을 극한대로 뽑아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나 상업 시설을 세워야 한다.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한데다 '부동산 장사'로 귀결되는 꼴이다. 금융 자본과 부동산 자본에 공공 시설을 내맡기는 걸 누가 허락할 수 있는 건가.

공공 개발? 민간업자가 돈을 투여하고 은행과 금융권이 총 동원되는데, 철도를 지하에 넣어 생기는 부지의 공공적 성격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철로를 따라 생긴 다란 형태의 부지에 '대규모 개발'이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쳐도 거주지 아래 지하를 뚫고 가는 철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일 사람들이 많을까. 당장 대심도 지하에 GTX가 뚫리는 곳 위에 자리잡은 아파트 주민들이 '우리 집 지하에 열차가 통과하는 게 웬말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시설 유지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를테면 강릉역 KTX 탈선 사고같은 게 지하 50미터 아래서 벌어졌다고 생각해보자. 사고 수습과 보수를 떠나 승객들의 안전은 어떻게 담보될 지 아득하다. 방공호로 설계된 구소련 지역의 지하철에서나 볼 수 있는 엄청난 길이와 속도의 에스컬레이터는 노약자와 장애인 등 승객들의 접근성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이다. 안보 문제도 빠트릴 수 없다. 지하 50미터 밀폐된 공간에 화학가스가 살포된다면? 지하 50미터 대심도의 공기질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건설만 끝냈다고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일반 지하철 유지 비용의 수십배, 수백배가 더 들 것이고 그건 고스란히 운임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흔히 드는 해외 사례가 독일의 슈트트가르트21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처음 시작할 때 2009년 45억 유로가 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투여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2022년에 91.5억 유로, 약 13조50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역사 하나와 철로 몇 가닥 지하로 넣는데 드는 돈이다. 지하화 된 슈트트가르트 역의 예상도를 봐도, 대체 어디에서 개발 이익을 건질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풀밭 공원 아래 있는 커다란 철도역이다. 그밖에도 환경 훼손, 문화재 훼손 등 수많은 논란들이 현재 진행형이다.

프로젝트 착수 명분도 우리와 전혀 다르다. 중앙역의 17개 트랙 두단식(철도역에서 철로가 끝나는 곳을 막은 승강장 형태) 구조를 8개 트랙의 관통식 구조로 변경해 교통 비효율을 개선하고 플랫폼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었지, 우리처럼 철도를 '혐오시설'로 둔갑시켜 철로 부지를 개발해서 돈을 벌자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슈트트가르트 21 프로젝트 일환으로 슈트트가르트 역과 철로 지하화 사업에 참여한 건축회사 seele 홈페이지 있는 슈트트가르트역 지하화 완성 예상도. 역사와 철도 위에 세워진 건 공원이며, 둥근 시설물은 역사 채광과 환기를 위한 일종의 창이다 . 역사와 철로를 지하로 매설해 만들어진 부지를 '개발'한다는 구상과는 거리가 멀다.

▲슈트트가르트 21 프로젝트 일환으로 슈트트가르트 역과 철로 지하화 사업에 참여한 건축회사 seele 홈페이지 있는 슈트트가르트역 지하화 완성 예상도.

'모달 시프트(교통 체계 전환)'가 주목받는 기후위기 시대에 철도 운송 시스템을 늘려가야 하는 시대 과제에도 역행한다. 일단 역사와 철로를 지하에 넣고 나면 확장은 거의 불가능해지고, 가능하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륙 철도를 꿈꾼다면서 일부러 천문학적 돈을 투입해 철로의 확장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철도 용량 확충도, 속도 개선도 없다. 단지 지상의 철로와 시설을 땅 속에 집어 넣는 데에 80조 원, 그 이상이 들 지도 모른다.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철도 주변의 몇몇 주민과 일부 개발업자 뿐이다. 수십조 원의 막대한 공적 자원을 들인 국책 사업의 개발 이익을, 철로 주변에 사는 극소수의 부동산 보유자들이 가져가는 문제가 생긴다. 왜 공적 자원을 소수의 주민들과 개발업자들 이익을 위해 써야 되는가? 서울은 철도가 많은 도시도 아니다. 런던에는 서울역 규모의 역만 11개, 파리에는 7개가 있다. '철도 왕국' 일본의 도심 철도는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 그 많은 세계 유수의 도시들이 왜 '혐오 시설'을 '지하화'하지 않고 있는가?

역사적으로 도시의 발전은 철도의 발전과 함께 했다. 역사와 철도 시설 주위에 사람이 모여들고 번영했다. 도시의 발전을 가능케 한 공적 교통 네트워크를 이제 와서 '혐오 시설'로 낙인찍고 있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자산을 금융 자본에 내맡기려 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정신 차려야 한다. 철도 지하화는 미친 짓이다. 그 돈 있으면 제발 '민생'을 돌보는 데 쓰라.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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