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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대통령 낮은 지지율에 "정의로운 윤석열에 대한 실망감 때문"

  • 기자명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2.08.02 07:54
  •  
  •  댓글 9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 ‘비대위 출범, 뭔가 변한 것처럼 보이고 싶을 때 하는 눈속임 수단’
한겨레 칼럼 “사고는 대통령이 치고 책임은 당에 떠넘기는 몰상식”
이재명 ‘의원 욕하는 플랫폼’ 제안에 조선 ‘개딸들 앞세워 팬덤 정치’

국민의힘이 지난 1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 지도부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83일 만에 집권 여당이 비대위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2일 대다수 아침신문들은 국민의힘의 비대위 체제 전환을 비판하며 ‘책임은 윤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 2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2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는 1면 기사 ‘비대위로 간 여당, 절차 놓고 분란 조짐’에서 “여권 내홍을 조기 수습하려는 속도전이지만, 당헌·당규상 비대위 전환 요건이 안 된다는 논란과 ‘당원권 6개월 정지’ 상태인 이준석 대표의 반발 등 진통이 예상된다”며 “비대위가 새 대표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까지 염두에 둔 수순인지 등 그 성격과 활동 시한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사설에서는 “여당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분열돼 자중지란을 벌이고 있다”며 “경제 침체가 본격화되고 민생고는 가중되고 있지만, 국정에 무한책임을 져야 할 집권여당에선 일말의 책임감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 한겨레 사설 갈무리.

그러면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은 이 대표를 탐탁잖게 여기는 ‘윤심’을 업은 채 대표 교체를 시도한다는 의혹을 받고, 자중해야 할 이 대표는 ‘당권 탐욕에 제정신 못 차리는 나즈굴과 골룸’등의 표현을 써가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다들 정치적 잇속만 챙기려 할 뿐, 책임을 통감한다는 이는 없다. 집권당이 국민의 골칫거리가 돼가고 있다”고 했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는 ‘성한용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맞은 위기의 본질은 신뢰 상실로 인한 리더십 붕괴다. 불공정과 몰상식의 진원지는 대통령 자신과 대통령실”이라며 “사고는 대통령이 치고 책임은 국민의힘으로 떠미는 것이야말로 불공정과 몰상식의 극치다. 진단이 잘못됐으니 처방이 통할 리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바꿔봐야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 한겨레 성한용 칼럼 갈무리.
▲ 한겨레 성한용 칼럼 갈무리.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지난해 4·7 재·보궐선거부터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3연승을 거둔 국민의힘이 집권 80여일 만에 비대위 체제를 맞게 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특히 ‘윤핵관’들은 국민의 삶을 돌보기보다 윤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만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라도 윤핵관들은 당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권력투쟁이 재연된다면 위기는 더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비대위 체제 전환은 여권 쇄신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지금 윤석열 정권이 맞닥뜨린 위기의 진원지는 윤 대통령 자신”이라며 “(윤 대통령은) 다음주 휴가를 마치고 첫 출근을 하는 날엔 기자들 앞에 서야 한다. 낮고 겸허한 태도로, 민심을 존중하고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국회 1·2·3당이 모두 비상대책위, 이런 나라 또 있겠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우리 정당들은 선거에서 지거나 몇 가지 악재만 터져도 비대위로 전환하는 것이 거의 습관처럼 돼 버렸다. 당의 구성원, 정책 등 본질은 그대로인데 뭔가 변한 것처럼 국민에게 보이고 싶을 때 쇄신을 내걸고 외부 인사를 영입해 비대위를 출범시킨다. 정당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정면에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분칠을 해서 덮으려는 눈속임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야당들은 선거에 졌으니 ‘비상’이지만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연속 승리하고도 ‘비상’이라고 한다”며 “스스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며 계속 제 발등을 찍은 결과다. 일을 이렇게 만든 가장 큰 책임은 겸손과 신중함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집권당의 이해할 수 없는 자책골과 평지풍파에 국민은 지쳤다. 집권당이 정신을 차리길 바랄 뿐이다”라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 최민우 정치에디터는 오피니언 ‘최민우의 시시각각’에서 “지지율 30%가 깨져도 집권여당엔 여전히 ‘윤심’(尹心)이 서슬퍼렇다. ‘내부 총질’이라고 한 건 대통령이지만 모든 책임은 이를 노출한 이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실수가 컸다 해도 ‘윤핵관’ 중에 맏형인 권 원내대표마저 이렇게 내쳐지는 게 여당의 현주소다.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들 모든 촉수는 ‘윤심’을 헤아리는 데 쏟을 게 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정의로운 윤석열’에 대한 실망감”이라고도 지적했다. 

▲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갈무리.
▲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갈무리.

 

경향 ‘이재명 둘러싼 팬덤정치 바뀌지 않아…팬덤정당 ‘자멸의 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재명 의원이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경북 북부·중부지역 당원 및 지지자 만남 때 내놓은 ‘온라인 플랫폼 신설’ 관련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이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라며 취지를 설명한 것이 문제였다. 2일 아침신문들은 이 의원의 발언에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6면 기사 ‘이재명 “의원 욕하는 플랫폼 만들자”, 박용진·강훈식 “자기 반대 의원 겁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욕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자’고 말했다”며 “당내에서는 ‘과거 ‘문파’가 주도한 문자 폭탄의 희생양이었던 이 의원이 이제는 자신의 극렬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을 앞세워 팬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고 했다. 

▲ 조선일보 6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6면 기사 갈무리.

그러면서 “최근 이 의원의 발언은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의원이 지난달 29일 ‘저학력·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 언론 환경 때문에 그렇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1일에도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5면 기사 ‘이재명 “의원 욕할 플랫폼 만들 것” 당내 “홍위병 동원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기치로 내건 ‘혁신하는 민주당’ 구상이 당 안팎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 후보가 자신의 핵심 혁신안인 ‘당내 민주주의·소통 강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을 욕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을 예시로 든 게 문제다. 그간 대선·지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강성 팬덤 정치’가 거론돼 온 민주당 내부에선 “이 후보가 홍위병을 동원해 문화대혁명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것이냐”는 격한 반발마저 일었다“고 했다. 

▲ 중앙일보 5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5면 기사 갈무리.

그러면서 “비판이 잇따르자, 이 후보 측은 이날 공지문을 통해 “이 후보는 ‘당원과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의사결정 직접 참여를 위한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제안했다. 발언에 일부만을 가지고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고 또다시 비판자에게 화살을 돌렸다”며 “당내에선 이 후보가 추진하려는 ‘당심 확대’가 당내 소수파에 대한 ‘공천 학살’로 귀결된 것이란 우려도 크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가 칼럼에서 “정당의 목적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승리하는 것인 반면 팬덤정당은 일반유권자, 특히 승패를 좌우하는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자멸의 길’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정치로 인해 이를 벗어가기가 쉽지 않다”며 “민주당은 팬덤정치가 대선 패배의 중요한 원인이 됐지만, 자성보다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졌잘싸’로 나아가고 지방선거에서 송영길·이재명 의원이 돌려막기와 ‘셀프공천’으로 출마했다가 대패하고 말았다”고 했다. 

▲ 경향신문 손호철 칼럼 갈무리.
▲ 경향신문 손호철 칼럼 갈무리.

그러면서 “연이은 패배와 ‘사법 리스크’ 등에도 이 의원을 둘러싼 팬덤정치는 바뀌지 않았고,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섰다”며 “팬덤세력의 영향력이 워낙 큰 데다가, ‘내 편이 지고 우리 당이 이기느니, 내 편이 이기고 우리 당이 지는 것이 낫다’는 ‘정파주의’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중장기적으로는 팬덤정당이 ‘자멸의 길’이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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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 관저 공사, 김건희 여사 후원업체가 맡았다

코바나 2차례 후원 A사 12억 수의계약, 설계·감리 B사도 연관성...대통령실 "업체 철저 검증"

22.08.02 05:03l최종 업데이트 22.08.02 05:03l
7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외교부장관 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사용하게 될 대통령 관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 마무리 공사 한창인 한남동 대통령 관저 7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외교부장관 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사용하게 될 대통령 관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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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외교부장관 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사용하게 될 대통령 관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 마무리 공사 한창인 한남동 대통령 관저 7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외교부장관 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사용하게 될 대통령 관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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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 일부를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연관된 업체들이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가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할 당시 전시를 후원한 업체가 12억여원 규모의 시공을 맡았고, 설계·감리용역을 맡은 업체도 김 여사와의 연관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월 25일 행정안전부는 실내건축공사 업체 A사와 12억 2400여만원에 대통령 관저 내부(인테리어)공사 시공을 수의계약했다. A사는 6월 6일 공사를 시작해, 7월 초 공사비 일부를 지급받은 걸로 나타났다.

대통령 관저 수의계약 A사, 기술자 4명 소규모 업체... "김 여사가 주무른다" 지난 2015년 6월 설립,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A사는 실내건축공사업·인테리어디자인업 등을 영위하는 소규모 공사업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공시기준 공사실적평가액은 17억원이며, 기능사 3명, 기사 1명 등 기술자 수는 4명이다.


눈여겨볼 점은, 김건희 여사가 설립하고 대표를 지낸 코바나컨텐츠와 A사의 연관성이다. A사는 코바나컨텐츠가 지난 2016년 주최한 '르 코르뷔지에전'과 2018년 주최한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 후원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 관저 공사 수의계약 업체를 지정하는 데 김 여사와의 친소관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대통령 관저 실내 공사는 A사가 맡았지만, 설계·감리용역은 B사가 담당했다. 법인등기가 존재하지 않는 영세 건축설계·감리업체인 B사는 인테리어 시공업체 C사와 서울 시내에 있는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으며, B사 대표와 C사 대표는 부부로 확인됐다. 

대통령 관저 실내 공사 설계·감리용역을 맡은 B사 대표의 배우자인 C사 대표는 종합건축사사무소인 D사에 근무한 이력이 있다. D사는 2015년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마크 로스코전'과 2016년 '르 코르뷔지에전',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을 후원한 업체다. C사는 2020년 7월 설립됐으므로, C사 대표가 D사에 재직할 당시 코바나컨텐츠 후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관저 실내 공사 설계·감리용역 업체 역시 코바나컨텐츠 후원이라는 인연을 통해 연결됐을 가능성이 높다. 

김 여사와의 인연으로 대통령 관저 공사를 맡게 된 업체가 A,B사 이외에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외교부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새로 꾸미면서 인테리어 설계·용역과 시공 외에도 방탄창호 설치 등의 공사와 도청방지 장비, 주방기구 등을 구매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대통령 관저 공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A사는 김건희 여사가 임의로 데리고 온 업체다. 인테리어 공사업체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도 김 여사가 다 데리고 왔다. 김 여사가 주무른다는 얘기다. 공무원들은 김 여사가 찍어 내려보낸 공사업체에 대해서는 관여를 못한다."

 A사 대표, 통화 회피·설계 B사 측 "공사 안 해"...대통령실 "업체 철저 검증"
     
 취재를 종합하면, 실내건축공사업체 A사는 지난 6월 6일 '00주택 인테리어 공사 착공계'를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A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설립하고 대표를 지낸 코바나컨텐츠가 지난 2016년 주최한 '르 코르뷔지에전' 후원사 중 한 곳이다. A사는 또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을 후원하기도 했다. 사진은 A사 건물. "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image-rendering: -webkit-optimize-contrast;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402px;">
▲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실내건축공사업체 A사는 지난 6월 6일 "00주택 인테리어 공사 착공계"를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A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설립하고 대표를 지낸 코바나컨텐츠가 지난 2016년 주최한 "르 코르뷔지에전" 후원사 중 한 곳이다. A사는 또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을 후원하기도 했다. 사진은 A사 건물.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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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 시공사인 A사 대표는 <오마이뉴스>의 취재를 피했다. A사 대표는 지난 7월 27일 전화를 걸어 기자임을 밝히자마자 통화를 종료한 뒤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고, 지난 7월 26·28일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B사 측은 대통령 관저 공사 사실을 부인했다. B사 대표의 배우자인 C사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 관저 공사와) 저희는 전혀 상관이 없다. 저는 작은 카페 같은 곳을 공사하는 인테리어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며 "남편이 B사를 운영하는 것은 맞지만, (C사와) 같은 회사는 아니다. B사가 (대통령 관저를) 공사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 공사업체를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관저는 '가급' 국가중요시설물로, 국가안전보장·경호 등 보안 관리가 매우 필요한 곳이기 때문에 대통령 경호처에서 업체를 철저히 검증했다"며 "(공사는) 경호처의 감독 아래 진행되고 있다. 향후 관리에 대해선 대통령 경호처가 주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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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99년 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진상 공개하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8/02 08:52
  • 수정일
    2022/08/02 08:52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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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모임 독립, 일본대사관 앞 8월 1인시위 돌입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8.01 16:48
  •  
  •  수정 2022.08.01 16:54
  •  
  •  댓글 0
시민모임 독립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 99주기를 앞두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부터 8월 한달동안 '일본은 간토 학살 진상을 공개하고 공식 사과하라'는 주장을 내걸고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간토 학살 문제의 해결없이, 야만의 일제 식민지배는 청산되지 않는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율곡로 6 주한 일본대사관앞.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99주기를 한달 앞두고 시민모임 독립은 일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부터 8월 말까지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본은 간토 학살 진상을 공개하고 공식 사과하라'는 주장을 내걸고 1인 시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8월 한달간 진행되는 1인시위는 일본 극우세력에게 보내는 준엄한 경고이자 관계회복에 급급한 정부의 저자세 외교, 일본의 우경화를 부추기는 대일 외교의 전환을 촉구하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99년전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고 다시는 이런 야만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일본과 한국이 함께 기억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모임 독립은 기자회견문에서 "우리에게 기억은 증오와 적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선린과 호혜, 평화를 향한 관문으로서 기억은 존재한다. 우리에게 기억 행동은 아시아 평화의 초석을 놓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천인공노할 집단학살이 벌어진지 100년이 다 되도록 일본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한국 정부도 국권회복 이래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조선인 학살 문제를 제기한 바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12일에는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48개 시민사회단체가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를 발족했고, 국회에서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될 예정이다.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은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은 마땅히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권을 수복한 이래 이 문제를 정식으로 일본 정부에 제기하지 않은 한국 정부와 국회는 대학살의 진상조사를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스스로도 진상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고 1인시위를 시작하는 것은 내년 2023년 간토지역 조선인 대학살 100주기가 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간절한 염원을 일본 정부와 국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조선인과 중국인 등을 대량학살한 주체가 일본의 군대와 경찰, 민간조직인 자경단이었기 때문에, 인류에 대한 범죄이기도 한 이 대학살에 대한 책임은 마땅히 일본 정부와 국민이 져야 한다는 것.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지금까지 정식으로 이 문제를 일본정부에 제기하지 않고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지도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대학살의 진상조사를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스스로도 진상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극우세력의 비난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일본내에서 지난 2003년 이래 꾸준히 이 문제를 제기해 온 일본변호사연합회를 비롯한 일본 시민단체와 일본내 조선인 시민단체에는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동학실천시민행동 이요상 대표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처음으로 규명한 재일 역사학자 강덕상 선생을 인용해 "간토 학살의 뿌리는 1894년 동학농민군 학살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일제의 만행은 초기 의병 진압과 1919년 3.1운동 탄압, 1920년 경신참변으로 이어지다 마침내 간토대지진 후 조선인 학살이라는 광란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많은 동학군이 참변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미루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피해자 가운데 동학군의 피해가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된다"며, "동학실천시민행동은 진실규명과 일본의 공식적인 사죄를 이끌어내기 위한 역사적 행동에 적극적으로 함께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응교 시민모임 독립 이사(숙명여대 교수)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은 죽지 않고 꽃처럼 꽃처럼 영원히 기억하고 피어납니다./ 꽃을 사랑하는 내 일본인 친구들이여/ 우리는 사랑을 나누고 거짓이 아닌 진실을 꽃을 피워요./ 다시는 거짓말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학살하는 끔찍한 비극이 없도록 100년 비극을 함께 기억해요.'라는 자작시를 우리 말과 일본어로 발표해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관동(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100주년 추모문화제 추진위원회' 최유진 위원장은 "일본내에는 가해자인 일본인들이 만든 추모비가 15개 정도 있는데, 피해자인 조선(한국)사람이 만든 건 1985년 치바현 관음사에 만들어 세운 '보화종루' 하나밖에 없다"며 내년 5월말까지 보수, 수리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장원택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 회장이 첫번째 1인시위자로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원택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 회장이 첫번째 1인시위자로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장원택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 회장이 첫번째 1인시위자로 나섰다.

한편,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간토(관동) 일대에 진도 7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9월 3일까지 화재가 계속되어 가옥 45만채가 파괴되고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10만 5천여명에 달했던 최악의 자연재해였다.

대지진보다 더 큰 문제는 그 뒤에 발생했다. 당시 일제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인과 경찰, 민간 자경단을 앞세워 조선인들이 방화와 부녀자 강간은 물론 우물에 독약을 풀고 있다는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유포해 전대미문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자행했던 것.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은 학살 진상 파악을 위해 도쿄로 특파원을 파견하여 1923년 12월 5일 조선인 희생자 수를 6,661명으로 추산, 발표했으며, 그해 12월 26일자 기사에서는 일본에 체류중이던 독일인 브르크하르트 박사의 기사를 인용해 전체 조선인 희생자가 2만여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애플TV를 통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 [파친코]를 통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새롭게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간토 학살 99주기를 맞아 8월 일본대사관 앞 1인 시위에 나선다

9월 1일은 간토 대지진 조선인 희생 99주기가 되는 날이다.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도쿄를 중심으로 간토 일대에 진도 7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9월 3일까지 화재가 계속되었다. 도쿄와 그 주변 가옥 45만 채가 파괴됐고,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10만 5천여 명에 달했던 자연 재해였다.
  
하지만 더욱 참혹한 재앙은 지진 이후에 발생했다. "조선인이 방화하고 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풀고 있다", "조선인이 부녀자를 강간하고 있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조직적으로 유포되었다. 이것이 빌미였다. 계엄령 아래서 군인과 경찰, 민간 자경단은  무차별 조선인 학살을 자행했다. 전대미문의 제노사이드 범죄였다. 당시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은 조선인 희생자 수를 6,661명으로 추산했다.

재일 역사학자 강덕상 선생은 간토 학살의 뿌리를 1894년 동학농민군 학살에서 찾았다. 간토 학살은 돌출 사건이 아니었다. 일본에게 동학농민군 학살의 경험과 기억은 의병 진압을 거쳐 1919년 3·1운동 진압, 1920년 경신 학살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대지진 후 간토 거주 조선인 사냥이라는 광란이 벌어진 것이다. 폭력으로 내면화된 조선인 혐오와 차별은 지금도 일본 내 조선학교 차별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사적 비극에 대해 일본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회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1945년 해방 이후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일본에게 어떠한 문제 제기도 한 적이 없다. 국회에서는 2014년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 여야의원 103명 명의로 발의되었다가 회기만료로 폐기되었을 뿐이다.

사건의 진상규명과 추모 노력은 재일조선인과 양심적 일본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2003년 일본변호사연합회는 간토 조선인학살은 일본 정부 책임이라며 고이즈미 당시 총리에게 사죄와 진상규명을 권고했다. 일본의 소수 양심적인 의원들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외면 속에서 꾸준히 진행된 이런 노력들은 지금 우리의 어깨를 내리치는 죽비다. 

최근 일련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 애플 티브이가 만들어 세계의 주목을 받은 드라마 [파친코]가 이 세계사적 학살을 조명했다.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추진위는 진상규명특별법 제정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일본 시민단체들도 100주기 추도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올해 8월 일본대사관 앞에서 간토 학살을 기억하는 행동에 돌입한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한 맺힌 죽음들을 추도하자는 것이다. 99년 전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고 다시는 이런 야만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일본과 한국이 함께 기억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의 지체된 정의를 거부한다. 진실이 드러날 때 정의로운 해결이 가능하며, 한국과 일본의 화해와 상생도 이루어진다. 간토 학살 문제의 해결 없이, 야만의 일제 식민지배는 청산되지 않는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며 미래를 향한 방향타이다. 우리의 기억 행동은 일본 극우세력에게 보내는 준엄한 경고이기도 하다. 한-일 청구권협정 주역이었던 김종필 전 총리는 협정 체결 50년이 된 2015년, "일본은 우리나라를 낮추어 본다.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라고 토로했다. 일본 극우세력은 한반도 강점과 전쟁 범죄를 부정하며 군국주의 부활을 꿈꾼다. 하지만 그들이 꿈꾸는 '오래된 미래'가 바로 99년 전 간토 학살의 참상이었다.

군국주의 부활은 혐오가 폭력을 낳고, 폭력이 다시 혐오를 내면화하는, 자기 파멸의 악순환 굴레로 귀결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는 실망스럽다. 관계 회복에 급급한 저자세 외교는 일본 내 극우세력의 입지만 강화할 뿐이다. 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며, 일본의 우경화를 부추기고 있는 대일 외교의 전환을 촉구한다. 

내년은 간토 학살 100주기다. 우리에게 기억은 증오와 적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선린과 호혜, 평화를 향한 관문으로서 기억은 존재한다. 우리에게 기억 행동은 아시아 평화의 초석을 놓는 일이다.  우리가 8월 일본대사관 앞 1인 시위에 나서는 이유다. 

 

우리의 요구

1. 일본은 간토 학살의 진상을 공개하라
1. 일본은 간토 학살을 공식 사과하라
1. 국회는 간토 학살 진상규명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
1. 윤석열 정부는 간토 학살 진상규명에 즉각 착수하라

2022년 8월 1일 

시민모임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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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폭락’ 속 대통령은 휴가 떠나고 여당은 ‘지도부 줄사퇴’ 대혼돈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가운데, 겉으로 드러나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 보인다.

윤 대통령이 당장 8월 첫째 주가 시작되는 1일부터 ‘국정운영 구상’을 명목으로 일주일 내내 휴가를 떠나고, 대통령실 주요 관계자들 역시 휴가 일정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도부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는 당 내외 압력에 발목 잡힌 듯,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과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사퇴 선언으로 대혼돈에 빠진 모습이다.

주중에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쪽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달라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사를 전달했다’는 일부 매체 보도가 나오면서, 지도부 사퇴 국면이 조심스럽게 예견됐다.

예견은 현실이 됐다. 지난 29일 배현진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 선언을 시작으로, 31일 조수진 최고위원과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윤영석 최고위원이 잇따라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당의 공식 유권해석상 ‘사고’ 상태인 이준석 대표와 지방선거 때 대구시장 출마로 최고위원직을 내려놨던 김재원 의원을 포함해 기존 지도부 9명 중 5명이 공석 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최고위원회 의결 기능에 차질이 생긴 당은 비대위 체제 전환 논의를 본격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문제는 대통령인데?

정권 출범 후 대통령실 참모진 및 내각 인사의 잇따른 실패와 김건희 여사 지인의 해외 순방 동행 및 대통령 부부의 친인척·지인 사적 채용 논란 여러 건이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한 달 반 즈음이던 6월 말을 기점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높아지는 ‘데드크로스’를 맞았다. 10년도 더 된 데다 출처도 불분명한 가세연발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근거로 한 징계 국면과 이에 따른 당 내홍도 대통령 국정 부정 평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면이 있다. 이밖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 방침에 따른 경찰 장악 논란,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 등도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가 이준석 대표의 직무대행을 하게 된 권성동 대행에게 윤 대통령이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8%(7월 29일 리얼미터 기준)까지 폭락했다. 취임 두 달여 만에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이러니한 건, 이처럼 정권 출범 이후 발생한 리스크의 대부분이 윤석열 대통령과 그 주변에서 파생되고 있는데, 사태 수습의 책임을 떠안는 격으로 혼돈에 빠진 건 사실상 그간 ‘여의도 출장소’ 노릇만 해왔던 여당이라는 점이다.

각종 리스크와 지지율 하락에 대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식의 인식은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문답에서 지지율 하락과 관련한 잇따른 질문에 “지지율은 별로 의미 없는 것”, “(지지율 하락)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 등의 황당한 발언으로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잇따른 인사 실패 지적과 관련해서도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냐”라며 논란의 본질과는 무관한 문재인 정부 인사를 언급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는가 하면,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는 “다른 말씀 없냐”라며 답변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논란들에 대한 대통령실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서는 “친인척이라고 해서 능력이 있어도 채용에서 배제하는 것은 불공정”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응대하는가 하면, 논란이 됐던 각종 인사 경위나 근거를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건희 여사 지인의 봉하마을 및 해외 순방 동행 논란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실의 태도는 모르쇠와 허위해명, 번복을 거듭하다가 수세에 몰리면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하는 식이었다.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가 공개된 국면에서는 아예 대통령이 숨어버렸다. 윤 대통령은 예정에도 없던 외부 일정을 급하게 잡아 용산 청사 도어스테핑을 피했고, 8월 1일부터는 1주일 동안 휴가를 떠난다. 권성동 직무대행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격려 차원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대신 해명했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게 그렇게 큰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처럼 각종 리스크를 대하는 대통령실의 태도는 끝없이 추락하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는 듯하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있어 적절한 역할이 필요한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지도부 체제 전환’이라는 구호만 있고 방향과 목적이 무엇인지 불분명한 현재 상황에서, 과연 어떤 타개책이 나올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물론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합리적 비판이나 국정 운영과 관련한 여당 역할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인적 쇄신’ 등 최근 거론되고 있는 각종 타개책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 지도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대통령실 쇄신 요구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해 “그런 이야기는 주의깊게 듣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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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에 조중동 “느닷없다” “졸속”

  • 기자명 금준경 기자 
  •  
  •  입력 2022.08.01 07:52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권성동 사퇴, 국민의힘 비대위 국면
조선·동아, “대통령실도 인적쇄신” 한겨레·경향, “국정 기조 전환해야”

교육부가 지난 29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현재 만 6세에서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공개해 ‘논란’이 됐다. 9대 종합일간지 가운데 8곳이 이를 우려하는 사설을 냈다. 기사의 논조는 9대 일간지 모두 부정적이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만 5세 입학을 도입할 경우 △노동시장 진출이 빨라지는 점 △ 보육 재정 지출과 가정의 양육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점 △유치원 때부터 사교육으로 교육 격차가 벌어지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점 등이 이점으로 꼽힌다. 만 5세에 입학하는 해외 선진국 사례도 있다.

언론 공통적으로 ‘졸속 추진’ 비판

그러나 언론은 ‘우려’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언론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에서 느닷없이 밀어붙이는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적도, 국정 과제로 논의된 일도 없는 사안을 느닷없이 꺼내 든 것에 국민은 당혹스럽다”며 “정부가 응집력 있는 반대 집단이 뚜렷한 이 사안에 대해 준비를 충분히 했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전 설득 과정 없이 발표부터 해놓고 이제부터 태스크 포스를 꾸려 추진하겠다고 한다. 혼란만 초래해 정부 신뢰를 또 한번 떨어뜨리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부터 든다”고 했다. 

▲ 1일 일간지 사설
▲ 1일 일간지 사설

중앙일보는 “여당인 국민의힘과 이 사안을 진지하게 논의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의 졸속 정책 입안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깜짝 쇼’ 하듯 정책을 불쑥 내놓는 행태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철학이 얼마나 빈약한지 보여준다”고 했다. 

동아일보 역시 “오래된 난제임을 모를 리 없는 교육부가 ‘깜짝’ 학제 개편을 발표한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학제 개편은 언제, 무엇을 가르치나 하는 교육과정 개편과도 직결되는데 이는 언급조차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고 없는 졸속 정책은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다른 신문들 역시 “졸속 추진”(한겨레), “대통령 한 마디에 결정될 일이 아니다”(한국일보), “이렇게 서두를 일인지 의문”(세계일보),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민 공감대 형성”(서울신문), “졸속 추진해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니 유감”(국민일보) 등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 1일 동아일보 기사
▲ 1일 동아일보 기사

‘만 5세 입학’이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일보는 “어릴수록 몇 개월 사이의 발달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에 5세와 6세의 학력 격차가 우려되는 데다 공교육의 돌봄 기능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학제 개편으로 특정 시점의 학생이 크게 늘게 된다. 교사 수급 확대, 교실 확충, 막대한 재정 투입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동아, “여당 뿐 아닌 대통령실 인적쇄신”
한겨레·경향, “국정 기조 전환해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1일 직무대행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조수진, 윤영석 최고위원도 사퇴의 뜻을 밝히면서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 

급작스러운 사퇴의 배경에는 ‘윤심’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경향신문은 “윤심(대통령의 이중)이 권 대행에게 먼저 전달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역시 “대통령의 의중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심이 당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당내에선 비상대책 위원회 체제로 바뀌더라도 대통령실만 바라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며 비판적으로 전했다.

▲ 1일 조선일보 기사
▲ 1일 조선일보 기사

언론은 ‘여당’만 쇄신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특히 보수언론은 강하게 ‘대통령실’과 ‘정부’의 인적 쇄신을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여 내부 ‘윤핵관 2선 물러나야... 대통령실·정부도 전면쇄신 필요’기사를 통해 ‘여당’ 뿐 아니라 대통령실과 정부의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는 상황에서, 당과 대통령실이 함께 개편돼야 정국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여당 물밑에선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등에 대한 교체론도 지속적으로 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여당 지도부 교체는 국정의 또 다른 축인 대통령실 쇄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윤 대통령 스스로 국정운영 스타일 쇄신에 나서야겠지만 업무 역량이 미흡한 참모들이 있다면 과감하게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인적쇄신’보다는 ‘정책 기조 변경’을 촉구했다. 한겨레는 “공정과 상식을 깬 대통령의 인사 실패와 안이안 민생위기 대응, 노골적 부자감세와 전 정권에 대한 전방위 공세 등 지지층만 바라보는 행태야말로 출범 석달도 안 된 정권에 대한 국민 다수의 염증을 초래한 핵심 요인”이라며 “국정 기조와 행태 전반을 대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역시 “국정 기조를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감사원장 발언 논란에 동아일보도 비판 사설

최재해 감사원장이 독립기관인 감사원의 중립을 훼손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은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답변해 논란이 됐다. 여당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저도 귀를 좀 의심케 한다”고 밝힐 정도였다.

이날 동아일보, 국민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이 사설을 통해 이 문제를 다뤘다. 이른바 ‘조중동’ 가운데는 동아일보만 이 문제를 사설로 짚었다. 동아일보는 “외부 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법률로 독립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상식과 법률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한 결과가 됐다. 감사원 스스로 ‘대통령 지원 기관’을 자처한다면 민감한 사안에 대한 감사 결과의 공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표적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전현희 위원장은 통상 2~5년 주기인 감사원 정기감사를 지난해 받은 상황에서 이번 감사는 이례적인 표적 감사라고 반발하고 있다”며 “감사원은 지난 6월 방송통신위원회 감사에도 나선 상태다. 모두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에 대해 현 정권이 사퇴를 압박하며 거센 공격을 집중하고 있는 기관들”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역시 “그렇지 않아도 감사원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국민권익위원회 감사에 착수해 ‘표적감사’ 의혹을 받는 터”라고 했다. 

 금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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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울어버린 임은정 "나는 바리케이드"

[인터뷰] 내부고발 10년의 기록 <계속 가보겠습니다> 출간한 임은정 검사22.08.01 05:15l최종 업데이트 22.08.01 05:15l글: 김종훈(moviekjh)손가영(gayoung)사진: 권우성(kws21)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인터뷰 도중 임은정 검사가 눈물을 참으며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인터뷰 도중 임은정 검사가 눈물을 참으며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 권우성
 
"쉽지가 않아요.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든 건지. 너무 힘들어요. (눈에) 밟히는 사람들은 많고 앞으로 해야 될 사건들도 있으니까. 사건 조사하고 기소도 해야 되는데 그러면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할 사람이 없잖아요. 이런 것에 대해 누가 대신해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7월 30일 서울 중구 메디치미디어 출판사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난 임은정 대구지방검찰청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눈물을 보이며 한 말이다. 그는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설명을 조목조목 이어갔다. 하지만 이내 "나도 이렇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부끄러운 순간들은 계속 쌓였다"면서 인터뷰 도중 코끝이 빨개지며 끝내 눈물을 훔쳤다.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인터뷰 도중 임은정 검사가 눈물을 닦고 있다.
▲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인터뷰 도중 임은정 검사가 눈물을 닦고 있다. ⓒ 권우성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은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 뇌물 수수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재소자 신분이었던 핵심 증인들에게 증언 연습을 시켜 2011년 초 법정에 서게 한 사건이다. 2020년 4월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정서가 법무부에 제출됐고, 검찰은 논란 끝에 감찰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임 검사는 2020년 9월부터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으로 재직하며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조사했지만 수사권이 없는 상태라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2021년 2월 법무부 인사를 통해 임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되면서 수사권을 갖게 됐지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대검 감찰부 3과장을 사건 주임검사로 지정하며 임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했다. 그러던 사이 '모해위증' 혐의의 공소시효(10년)가 다가왔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당 의혹 사건은 무혐의 처분이 났다. 

임 검사는 윤석열 당시 총장을 '수사 방해 의혹'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했고, 공수처에는 조남관 당시 대검 차장과 함께 수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공수처는 지난 2월 해당 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3개월 뒤인 지난 5월 서울고법은 공수처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낸 임 검사의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아래는 임 검사와 나눈 대화 주요 문답이다. 앞서 7월 22일 그는 새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메디치미디어)를 선보였다. 책 후반부에는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이 약 40페이지에 걸쳐 주요하게 다뤄졌다. 

"작가, 설레면서도 무서운 말... 시민들이 '전보'에 응답해줬다"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 권우성
 
- 책 나오고 진행된 방송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대구에서 온 임은정 작가'라고 소개했다. 

"작가, 조금 이상한 게 사실인데 한편으론 설레면서도 무서운 말이다. 그런데 일단은 책 <계속 가겠습니다>를 세상에 알리려고 썼으니까, 인터뷰에서는 스피커로 나간 거니까, 검사로 소개하는 것보다 작가라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작가라고 말하니 되게 웃기더라. 말할 때마다 어색해서 혼자 웃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뿌듯한 것도 있어서 솔직히 좋다."

- 그럴 것 같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 들인 거니. 

"언젠가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내부망(이프로스)에 글 쓰는 것만으로도 미친 사람이 됐고 헛소리 한 사람이 됐기에 밖에서 사람들한테 물어보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져서다. 솔직히 게시판(이프로스)에 글을 쓰다 보면 정치 검사들에 맞서서 다른 검사들도 어느 정도 합류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안 나오더라. 그래서 다른 곳에 가서 구원병을 불러오자는 생각에 '전보(새책)'를 친 거다. 내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지키고 있을 테니 어서 도와달라고." 

- 판매지수만 보면 시민들이 '전보'에 크게 응답한 분위기다. 

"워낙 책에 실명이 많이 들어간 탓에 검찰 내부에서 크게 반발이 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위에서 '대응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는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검사게시판인 '이프로스'도 눈에 보이는 반응은 아직 없는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뜨겁게 반응해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솔직히 반응이 뜨겁지 않으면 (구원군이 전보에 응답하지 않는 것이니) 내가 죽는다고 생각했다. 검사게시판에 글을 쓰거나 페이스북에 글을 쓴다고 징계하지 않을까 매일 걱정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낸 책이니, 정말로 모든 걸 걸고, '검찰실록'을 쓴다는 마음으로 썼다. 기소하려면 기소해라. 법정에서 무죄받으면 된다는 생각까지 했다."

"성폭력 위협당한 후 변호사 개업하라는 말... 빡 치더라"
 
- 책에서 '헤이그특사'로 알려진 이준 열사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런데 대한민국 검찰 역시 항명 검사 이준을 매우 존경하고 있지 않나. 

"대한민국 검찰은 실제 어떤 사람들이 역사에서 존경받고 국민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안다. '헤이그특사' 이준 열사의 경우, 항명했다지만 대한민국 검찰에 항명한 건 아니지 않나. 검사 생활을 아주 짧게 한 검사가 법무부장관(친일파 이하영)을 고발했다가 쫓겨난 거다.

그런데 이런 이준 열사가 지금 대한민국에 오면 순식간에 쫓겨난다. 신입 검사가 조직에 항명했다는 이유로.  북부지검 관내(수유동)에 이준 열사 묘가 있다. 개인적으로 북부지검에 갔을 때 이준 열사 묘에 가서 신랑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그랬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괜히 존경하는 사람과 이것저것 갖다 붙이지 않나. 이준 열사 분사일(7.14)이 내 생일과 같다. 혼자만 한 생각이지만 '이준 열사가 돌아가시고 끊어진 검찰의 맥을 잇겠다'는 자부심이 들더라. 검사 이준을 흉내 내다보면 조금은 닮아가지 않겠나."

- 검찰 조직과 별다른 충돌 없이 10년 동안 일하다가 2012년 9월 '박형규 목사 민청학련 재심 사건'을 시작으로 검찰 조직 내의 불온한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알리고 고발하고 싸우고 있다. 왜 싸우나? 무엇을 위해?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책에도 썼는데, 2003년도에 (상관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할 뻔하고 오히려 선배로부터 '소문나면 네가 죽는다. 여검사가 다 죽는다. 여기 와서 (변호사) 개업하라'라는 소리를 들었다. 빡 치더라. '가해자가 있는데 내가 왜 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갈 생각이 1도 들지 않았다. 

2012년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 재심사건을 두고) 공판검사실 출입문을 걸어 잠갔을 때도 그랬다. 백지구형을 명령한 너희들은 검사가 아니다. 공판 검사석에 앉을 수 있는 검사는 나밖에 없다. 검찰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도 들더라. 이런 상황에서 왜 나가나. 힘든 건 맞는데 나갈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임 검사는 지난 2012년 12월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반공법 위반 재심사건에서 검찰 수뇌부의 '백지 구형' 지침을 무시하고 '무죄 구형'을 했다. 이 일로 임 검사는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검사 적격심사에서 퇴출 위기까지 겪었다. 5년 소송 끝에 2017년 대법원의 징계 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임 검사는 지난 5월 다시 한번 퇴직 명령이 가능한 '심층 적격심사' 대상자로 분류됐다.

"존경할만한 검사 선배가 어딨나?"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 권우성
 
- 새 책을 출간한 메디치미디어 인터뷰 영상에서 임 검사를 '진짜 검찰주의자'라고 평가했다.

"이런 말 하면 욕먹겠지만 내가 봤을 때 내 동기를 포함해 선배들을 보면 내 기준에는 검사가 아니다. 검사 이준을 제외하고 존경하는 선배가 없는 이유인데, 검사선언은 그렇게 멋들어지게 만들어놓고 그 기준에 맞는 검사가 과연 대한민국 어디에 있나? 각자 우수한 능력들이 있는 건 아는데, '조직의 결단' 앞에 수긍하면서 안전하게 출세하고 싶은 욕심만 채워가고 있다."
 
<검사선언>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두움을 걷어내는 용기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듯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이해와 신뢰를 얻어내는 믿음직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여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 흔들리거나 어려웠던 순간은?

"나도 이렇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부끄러운 순간들은 계속 쌓였다. 특히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에서 몇 번 그랬다. 대검 부장 회의 때마다 몇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혼자 서류를 다 써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공소장 초안도 내가 써야 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공격이, 나를 설득하기 위한 대검 부장회의가 계속됐다. 결국 마지막 회의에서 '뭐 더 없냐' 묻는데 '아, 더 없습니다'라고 답하는 상황이 됐다. 내가 지쳐버렸다. 해봐야 소용이 없으니까.

그런데 한만호씨나 (모해위증 교사 의혹을 문제 제기한) 민원인을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수사권이 부여된 상황에서,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어도 기소를 강행할 수 있었는데 고민만 하다 결과적으로 타협해 버렸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대검 확대회의에서 불기소 결론이 났다. 머릿속에서는 남은 공소시효 기간에 기소를 강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이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한 이상 팀플레이를 벗어날 명분이 없었다. 이후는 정말 지옥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한만호씨와 민원인에게) 너무 미안해서." 

- 그럼에도 검찰 쇄신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왔고, 최근에는 정부가 '총경 집단행동'에 대해 징계 방침을 밝히자 검사 집단행동에 대해 감찰 청구까지 했다.

"생각해 보면 검찰이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거다. 그렇게 하면 사법 불신이 초래된다. 검사선언문에 적힌 것처럼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우리한테 지휘를 받는 경찰한테 무슨 대의명분을 댈 수 있나. 우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할 순 없어도 최소한 같은 잣대로 처리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집단행동에 대한 감찰 청구를 했다."

- 그에 따른 검찰 내부의 반응은?

"책에 나오는 '목계지덕(나무로 만든 닭)'의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절대 대거리 하지 않고 있다. 결국은 내년에 (적격심사 때) 몰려오겠지만. 당장은 시끄러워질 것을 우려해 목계지덕의 모습을 취하는 거 같다."

- 한동훈 장관은 최근 대정부질문에서 박범계 전 장관이 법무부 인사검증위에 대해 비판적으로 묻자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전임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했던 것도 모두 위법이라고 맞받았다. 소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잘 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한동훈 장관을 처음 봤을 때가 2009년이다. 눈이 출세와 야망, 권력욕에 불타 오르더라. 그런데도 놀란 건 보통 그런 사람들은 그 열기에 들뜸이 있기 마련인데, 너무나 두꺼운 방열 유리로 막혔는지 온도가 전해지지가 않았다. 진실됨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이야 보수언론에서 띄어주니 (스타 장관 등으로)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앞으로 지켜보면 알 거다. 한 장관이 얼마나 검찰스러울지. 특수 수사 이런 걸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권력을 과시할 거다. 원래 검찰 역할이 정권의 홍위병 혹은 방패였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그걸 잘하는 사람들이 전진 배치됐다. 앞으로의 모습도 그대로 갈 거다."

"윤 대통령, 스스로에게 좀 더 엄격해야"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메디치미디어)을 쓴 임은정 검사. ⓒ 권우성
 
-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정치검사들을 내쳐야 한다는 이메일을 직접 보냈다고 책에 밝혔다. 기대가 있었나.

"보내기는 보냈는데 절대 안 들을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럼에도 메일을 보낸 건 아랫사람으로서 나는 내 할 도리를 다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일종의 경고인데, 당신이 듣지를 않으니 나 역시 어쩔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요즘 윤 대통령 지지율이 자꾸 떨어져서 사람들이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하는데, 비전을 보여주지 못할 거다. 원래 그런 사람이다. 옛날에 윤 대통령과 술자리나 밥을 몇 번 먹은 적 있다. 윤 대통령은 옛날이야기 밖에 안 한다. 검찰총장 혹은 검사장이어도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그러질 않았다."

- 그럼에도 윤 대통령에 조언을 한다면.

"물론 안 들으시겠지만 인사가 만사다. 사람의 그릇을 좀 제대로 보고 임명했으면 좋겠다. 비전도 좀 가져주시고. 스스로에게 좀 더 엄격하셨으면 좋겠다. '검사선언'이 검사한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인 지금도 적용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 자리에서 발생하는 불행은 본인에게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한때 속했던 검찰을 비롯해 대한민국 전체가 위험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제발 지금이라도 스스로 돌아봤으면 좋겠다."

이날 임은정 검사는 인터뷰를 마치며, 자신의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가 "법조인들에게, 공무원들에게 선택의 순간 공직자가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해 고민을 던져주는 책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면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하는 예습 역할을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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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위기 부르는 대북전단 살포 막겠습니다!”

전국민중행동, 파주지역 주민들과 대북전단감시단 가동

  • 기자명 김지혜 통신원 
  •  
  •  입력 2022.07.31 18:46
  •  
  •  댓글 2
[사진 - 통일뉴스 김지혜 통신원]
전국민중행동과 파주겨레하나는 29일 파주 탄현면에 위치한 통일동산에서 ‘대북전단 살포 법과 원칙대로 처벌하라’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지혜 통신원]

한반도에서 전쟁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을 적으로 규정했다. 또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전개하고, 선제타격의 성격을 가지는 한미연합전쟁연습에 야외 실기동 훈련까지 다시 진행한다고 한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의 비호 아래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을 비롯한 일부 탈북자단체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보란듯이 무시하며 대북전단 살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대북전단감시단’이 나섰다. 전국민중행동은 지난 22일 대북전단감시단 선포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주민을 위협하고, 한반도 전쟁위기 부르는 대북전단 살포를 정부가 막지 않는다면 접경지역 주민들과 함께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막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국민중행동과 파주겨레하나는는 기자회견 직후 대북전단 살포 반대 현수막을 게시하는 활동을 진행했다[사진 - 통일뉴스 김지혜 통신원]
전국민중행동과 파주겨레하나는는 기자회견 직후 대북전단 살포 반대 현수막을 게시하는 활동을 진행했다[사진 - 통일뉴스 김지혜 통신원]

29일 오전10시, 전국민중행동과 파주겨레하나는 파주 탄현면에 위치한 통일동산에서 ‘대북전단 살포 법과 원칙대로 처벌하라’는 기자회견과 대북전단 감시단 임명 퍼포먼스, 대북전단 살포 반대 현수막을 게시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 전쟁위기를 몰고오는 행위이다. 그렇기에 2021년 대북전단 금지법이 만들어졌다. 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대북전단 살포를 지속한 박상학은 현재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지만 올해 들어도 불법 대북전단 살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조직강화특위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엄미경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사진 - 통일뉴스 김지혜 통신원]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조직강화특위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엄미경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사진 - 통일뉴스 김지혜 통신원]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조직강화특위장은 “대북전단금지법이 있지만, 설령 법이 없다하더라도 한반도 평화와 전국민의 안녕을 책임져야 하는 정권은 갖고 있는 모든 권한을 작동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 막지 않겠다는 것은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다”라며 “이 땅의 자주와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이 현 정권의 묵인과 용인아래 진행되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실질적인 대북전단 살포를 막고자 이 자리에 왔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을 운운하면서도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엄미경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은 “하청노동자들에 대해서, 생존권에 대해서 법과 원칙을 강조할 때가 아니라 평화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 엄격하게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라며 “민주노총은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반드시 막아내겠다. 대북전단 살포되는 지역을 쫓아다니면서라도 기필코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대북전단살포와 대북적대행위로 인해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북은 적대행위가 계속된다면 중대결단을 하겠다고 밝혔고, 이는 취소된 것이 아니라 보류되어 있는 상태다. 전쟁위기를 부르는 대북전단 살포를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이재희 파주 주민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지혜 통신원]
이재희 파주 주민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지혜 통신원]

접경지역인 파주에 사는 이재희 주민은 “파주시 탄현면은 북측과 600m거리로 가장 가까운 정말 인접한 지역에서도 인접한 지역으로 반북 탈북자단체와 박상학이 대북전단을 날리기 위해 자주 오는 곳이다”라며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북과 직접 맞닿아 있는 이곳 파주 시민들이 나서서 대북 전단이야말로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알려내고 시민들의 의지를 모아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파주, 고양지역 주민들과 함께 대북전단 감시단 활동을 벌여 나갈 예정임을 밝혔다.

전국민중행동 역시 한반도 전쟁위기 부르는 대북전단살포에 대해 계속 예의주시하며, 다른 접경지역에서도 감시단 구성과 활동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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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 뒤에 다시 읽는 7.27 명령서

[개벽예감 502] 69년 뒤에 다시 읽는 7.27 명령서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08/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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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69년 뒤에 다시 읽는 7.27 명령서

2. 그들은 중과부적의 험로를 헤치며 싸웠다

3. 목숨을 잃었지만,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것 얻었다

4. 그들은 69년 만에 다가오는 결정적 시기에 대비한다

 

 

1. 69년 뒤에 다시 읽는 7.27 명령서

 

북에서 7월 27일은 정전일이 아니라 전승절이다. 전승절의 사전적 의미는 전쟁승리를 기념하고 경축하는 국가적 명절이다. 북은 1953년 7월 27일 정전일부터 전쟁승리를 경축하기 시작하여 올해 69번째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전례 없이 성대하게 진행된 올해 전승절 행사의 공식명칭은 ‘위대한 전승 69돐 기념행사’였다.

 

돌이켜보면, 1953년 7월 27일에 체결된 정전협정에 의해 그어진 군사분계선이 전쟁 이전에 존재했던 38선과 유사하게 남과 북을 갈라놓았으므로, 정전은 무승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북은 정전이 무승부가 아니라, 북의 승리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해마다 평양에서 성대한 전승절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전쟁승리에 대한 북의 확신이 정전 이후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1953년 7월 27일 정전 당일에 국가적 차원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전협정이 조인된 그날 김일성 수상(당시 직책)은 북의 전쟁승리를 내외에 선포한 ‘조국해방전쟁의 위대한 승리를 축하한다’라는 제목의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 제470호를 하달하였다. 

 

김일성 수상은 7.27 명령서에서 정전이 무승부가 아니라 북의 전쟁승리라는 사실을 명백히 천명하였다. 7.27 명령서에는 “미제무력침략자들과 그 주구 리승만괴뢰도당을 반대하는 조선인민의 정의의 조국해방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끝났다. 정전협정이 조인된 이 사실은 미제무력침략자들과 그 주구 리승만괴뢰도당의 군사적 및 정치도덕적 패배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명시되었고, 북이 전쟁에서 승리한 “오늘 21시 우리 조국의 민주수도 평양에서 124문의 포로써 일제사격으로 각각 24발의 축포를 쏠 것”이라는 명령이 적시되었다. 

 

7.27 명령서에서 김일성 수상이 정전은 무승부가 아니라 북의 승리라고 천명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7.27 명령서에 의하면, 1950년 6월 25일에 일어난 전쟁은 미국의 북침전쟁이었다. 북의 남침설을 믿는 사람은 그 전쟁을 미국의 북침전쟁으로 보는 북의 인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역사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역사적 사실에 접근할 수 있다.    

 

1948년 9월 1일 경기도 개성 인근에 있는 려현에서 소규모로 시작된 38선 무력충돌은 1949년에 더욱 증대되다가 급기야 1950년 6월 25일 내전양상으로 확대, 격화되었다. 미국은 북침전쟁계획을 미리 세워놓고 남측 국방군(당시 명칭)을 대북공격에 동원하여 38선 무력충돌을 계속 격화시키면서 북침기회를 노리다가 38선 무력충돌이 내전양상으로 확대, 격화되자 지체 없이 북침전쟁을 도발했다. 역사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1950년 6월 26일 오전 11시 공군 전투기 9대를 동원하여 개성을 공습하면서 북침전쟁을 도발했던 것이다. 나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2022년 7월 21일 나의 페이스북 계정에 실린 ‘역사와 현실이 말해주는 피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논증한 바 있다. 

 

돌이켜보면, 북침전쟁계획을 수립한 장본인도 미국이었고, 그 계획에 따라 북침전쟁을 도발하고 지휘한 장본인도 미국이었고, 북침전쟁을 위한 무장장비와 전시물자를 공급한 장본인도 미국이었고, 마지막에 가서 정전협정을 체결한 장본인도 미국이었다. 미국은 전쟁을 계획하고, 전쟁을 도발하고, 전쟁을 수행하고, 정전에 참가한 장본인이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그 전쟁이 미국의 북침전쟁이었으며, 한국군은 미국의 북침전쟁에 조력자로 동원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2) 7.27 명령서에 의하면, 미국이 북침전쟁을 도발한 목적은 다음과 같다. “미제국주의자들은 조선인민에게 일제식민지노예의 멍에 대신에 자기들의 노예의 멍에를 들씌우고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며 나아가서 중국과 쏘련을 반대하는 전쟁의 근거지로 만들려고 하였지만 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다.” 이 인용문에 의하면, 미국이 추구한 두 가지 전쟁목적은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려는 것과 “중국과 쏘련을 반대하는 전쟁의 근거지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조선은 북조선이 아니라 남북조선을 의미한다. 

 

역사자료에 의하면, 1950년 당시 미국이 도발한 북침전쟁의 목적은 북조선을 점령하여 조선혁명을 좌절시키고, 곧바로 만주(동북3성)를 침공하여 중국혁명을 좌절시키고, 그로써 소련의 동아시아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1950년 당시 미국의 북침개념은 북조선 점령과 만주 침공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나는 2022년 7월 28일 나의 페이스북 계정에 실린 ‘미국의 두 가지 야욕을 좌절시킨 정전협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당시 미국의 북침전쟁목적이 북조선 점령과 만주 침공이었다는 사실을 논증한 바 있다. 그 글에서 나는 당시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Harry S. Truman, 1884~1972)이 한반도 분할점령과 만주 지배를 건의한 ‘웨드마이어 보고서(Wedemeyer Report)’에 기초하여 새로운 중국정책을 수립했다는 사실을 지적했고, 당시 미국 원동군총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1880~1964)가 북조선을 점령하고 만주를 침공하는 북침전쟁계획을 실행에 옮기려고 했다는 사실도 지적했으며, 트루먼의 후임자인 드와잇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1890~1969)가 부산 공군기지(1950년 당시 부산에 공군기지가 있었음)에 은밀히 반입해놓은 핵폭탄을 투하할 핵공격대상지역으로 중국 만주와 소련 연해주를 지목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그러나 1950년 북침전쟁에 참전한 미국군 장병들은 자기들이 왜 다른 나라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원래 제국주의자들은 침략전쟁의 목적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고 숨기기 때문에 1950년 북침전쟁에 끌려나온 미국군 장병들은 전쟁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1950년 12월 23일 경기도 양주군 덕정에서 군용차를 타고 가다가 조선인민군 공병부대가 설치한 도로매설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현장에서 폭사한 월튼 워커(Walton H. Walker, 1889~1950)의 뒤를 이어 미8군사령관으로 부임한 매튜 릿지웨이(Matthew B. Ridgway, 1895~1993)는 자신의 부임소감을 피력하면서 “우리가 똥냄새 풍기는 이 나라를 왜 지켜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떠들어댔다. 미국군 야전사령관마저 전쟁목적을 알지 못했으니, 그 휘하의 장병들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처럼 참담한 전황에 처한 미국은 전의를 차츰 잃어갔고, 급기야 1951년 7월 1일 정전협상을 제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이 전의박약증에 걸린 까닭은, 외신보도를 인용한 <부산일보> 191년 5월 8일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1951년 4월 27일을 기준으로 미국군 사상자가 62,799명으로 폭증하면서 패전의 불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었다. 외신보도를 인용한 <민주신보> 1951년 7월 1일 보도에 의하면, 당시 미국 대통령 트루먼은 참전동맹국인 영국의 수상 클레먼트 애틀리(Clement R. Attlee, 1883~1967)를 워싱턴으로 불러 정전문제를 협의했고, 1951년 6월 29일 야전사령관 매튜 릿지웨이에게 “정전교섭을 지령하였다”고 한다. 트루먼으로부터 정전교섭지령을 받은 릿지웨이는 1951년 6월 30일 라디오방송을 통해 북에 정전교섭을 제의했다.

 

1951년 7월 12일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1951년 7월 10일 오전 11시 조선 대표단과 미국 대표단은 조선인민군이 포위한 개성에서 1시간 30분 동안 제1차 정전회담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정전회담은 2년 동안 협상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문에 조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1953년 7월 24일 야전사령관 마크 클라크(Mark W. Clark, 1896~1984)가 미국군 합참본부에 보낸 정전협정 조인절차 및 방침에 관한 보고서에 의하면, 정전협정 조인식에는 양측에서 공식참관인을 100명씩 참석시킬 수 있고, 취재기자를 포함하여 양측에서 700명까지 참석시킬 수 있지만, “한국 대표들은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조선측 대표와 미국측 대표는 판문점에 임시로 건설된 목조건물에서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7분 정전협정문에 조인했다. 

 

1953년 7월 29일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서부전선에 주둔하는 미국군 해병사단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7월 27일 밤 10시 후방으로 철수하기 시작했는데, 그 사단의 참모장교는 미국군 해병대가 자기 진지를 스스로 파괴하고 후방으로 철수하는 것은 오직 전진만을 알고 있었던 미국군 해병대의 역사에서 선례가 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고 한다. 

 

전쟁 3년 동안 미국은 부산 공군기지에 핵폭탄을 반입했고, 1조212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전쟁비용을 지출했으며, 연인원 297만명 병력과 방대한 무장장비를 전선으로 들이밀었다. 윁남전쟁에서 하루 평균 전사자는 11명이었는데, 1950년 북침전쟁에서 하루 평균 전사자는 30명에 이를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 격전이 벌어졌다. 북침전쟁을 도발하였으며, 전쟁 초기 작전통제권을 장악, 행사했던 원동군총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는 1951년 5월 3일 연방의회 청문회에서 “이처럼 잔혹한 전쟁은 내게 처음이다. 수많은 시체를 보았을 때, 나는 그만 토하고 말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맥아더가 “미국이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참담한 손실을 입었다”고 탄식한 것처럼, 실제로 미국은 사망 54,246명, 부상 128,650명, 실종 7,564명, 포로 7,190명을 기록한 엄청난 인명손실을 입고 패했다. 2022년 7월 27일 미국 워싱턴에 건립된 ‘추모의 벽’에는 1950년 북침전쟁 전사자 43,808명의 이름이 새겨졌는데, 그것은 실전 중에 전사한 전투원들의 이름만 새긴 것이다. 비전투원 미국인 사망자, 사고로 죽은 미국인, 전투 중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가 정전 직후 죽은 미국인을 포함하여 사망자 10,438명을 합산하면, 사망자 총수는 54,246명으로 늘어난다. 

 

북침전쟁의 마지막 야전사령관으로 부임하여 정전협정을 체결한 마크 클라크는 “미국 역사에 승리 없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다. 그러나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승리 없는 정전에 조인했다”고 실토했다. 

 

미국은 북조선 점령과 만주 침공을 목표로 내걸고 침략전쟁을 도발했으나, 결국 3년 만에 패배의 쓴잔을 들이키고 뒤로 물러섰다. 북조선을 점령하고 만주를 침공하려던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욕은 정전으로 파탄되었다. 그러므로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정전은 무승부가 아니라 “미제의 침략전쟁으로부터 조국을 수호하고 미제의 제국주의적 야욕을 파탄시킨 위대한 승리”로 보일 것이다.  

 

 

2. 그들은 중과부적의 험로를 헤치며 싸웠다

 

7.27 명령서에 의하면, 전쟁 3년 동안 “조선인민군 장병들은 불굴의 견인성을 발휘하여 영웅적으로 투쟁함으로써 미제국주의자들의 <기술만능>과 <불패성>에 대한 신화를 산산이 깨뜨려버렸으며 그들로 하여금 정전협정에 조인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는 것이다. 이 인용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조선인민군의 영웅적 투쟁이 전쟁을 승리에로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만일 조선인민군이 영웅적으로 투쟁하지 못하고 그냥 평범하게 투쟁했다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1950년 6월 당시 정규군으로 편제된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던 조선인민군은 병력수와 무장장비에서 미국군에 대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약소했다. 1950년 전쟁 당시 조선인민군 총병력은 93,498명밖에 되지 않았고, 미국군 총병력은 1,459,462명이나 되었다. 전쟁 3년 동안 조선인민군은 극도로 불리한 중과부적의 험로를 헤치며 싸워야 했다. 이것은 조선인민군이 자기보다 무려 16배나 많은 150만 대군에 맞서 피의 결사전을 벌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1950년 당시 쌍방의 군사력을 구체적으로 대비해보자.  

 

1950년 당시 조선인민군 육군 병력은 12,200명밖에 되지 않았고, 미국 육군 병력은 630,000명이나 되었다. 미국 육군은 1950년 북침전쟁을 도발한 이후 6개월 동안 총 1,326대의 전차를 한반도 전선에 들이밀었는데, 조선인민군 육군이 보유한 땅크는 40대밖에 되지 않았다. (남측 언론매체들은 전쟁 초기 조선인민군이 땅크 242대를 보유했다고 보도했지만, 그것은 오보다.) 조선인민군 육군은 자기보다 33배나 많은 땅크를 앞세우고 덤벼든 엄청난 강적에 맞서 목숨을 건 혈전을 벌여야 했다.   

 

1950년 당시 미국 해군은 항공모함 31척과 전투함선 약 1,200척을 보유했고, 잠수함 32척을 한반도 전선에 출동시켰다. 그에 비해, 조선인민군 해군은 항공모함이나 잠수함을 생각하지 못했고, 소형 어뢰정과 소형 경비정 30척밖에 보유하지 못했다. 이것은 조선인민군 해군이 자기의 약소한 무장력으로는 싸울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초강적에 맞서 목숨을 건 결사전을 벌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1950년 당시 미국 공군은 전투기 6종, 폭격기 2종, 정찰기 8종, 수송기 5종, 훈련기 1종을 실전에 배치했다. 원동군총사령관 맥아더 휘하에 있는 각종 작전기만 해도 1,172대나 되었다. 그에 비해 당시 조선인민군 공군이 보유한 작전기는 136대밖에 되지 않았다. 전쟁 3년 동안 미국 공군은 38선 이남 각지에 공군기지 57개소를 건설해놓고, 3년에 걸쳐 각종 작전기들을 1,040,708회나 출격시킨 대규모 폭격과 공습으로 남과 북의 동포 282,000여 명을 무참히 살육했다. 이것은 조선인민군 공군이 자기의 약소한 무장력으로는 싸울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초강적에 맞서 목숨을 건 결사전을 벌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전쟁 당시 병력수와 무장장비를 비교하면 조선인민군은 너무 약해서 150만 대군을 상대조차 하기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조선인민군이 전쟁에서 이길 것으로 예상한 서방의 군사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기적’이 일어났다. 조선인민군이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전쟁에서 93,000명의 소군이 150만명의 대군을 꺾고 그야말로 기적적으로 승리한 것이다. 조선인민군의 기적적인 승리는, 소군이 대군을 이길 수 없다는 세계전쟁사의 오랜 공식을 여지없이 깨뜨려버렸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조선인민군이 말 그대로 영웅적으로 투쟁하여 미국군을 이겼다는 해명 이외에 다른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주목되는 것은, 제국주의자들이 전혀 알지 못했던 무서운 저력, 다시 말해서 미국군 전쟁지휘부의 저급한 두뇌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엄청난 저력이 조선인민군에게 내재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조선인민군을 기적적인 승리로 이끌어준 영웅적 투쟁은 바로 그런 저력이 폭발한 것이었다. 그들 속에 내재된 엄청난 저력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역사적 사실을 추적해보자.   

 

전선에서 포성이 울리기 시작한지 하루가 지난 1950년 6월 26일 기관총이 미친 듯이 불을 뿜는 적진 화구에 몸을 던져 돌격로를 열어놓고 전사한 첫 전시영웅은 조선인민군 장태화 전투원이었다. 전선에서 포성이 멎기 열흘 앞둔 1953년 7월 17일 기관총이 미친 듯이 불을 뿜는 적진 화구에 몸을 던져 돌격로를 열어놓고 전사한 마지막 전시영웅은 조선인민군 김병모 전투원이었다. 전쟁 3년 동안 북에서는 공화국영웅과 로력영웅 617명이 배출되었다. 그 중에서 기관총탄이 빗발치는 적진 화구에 몸을 던져 돌격로를 열어놓고 전사한 육탄영웅과 수류탄 묶음을 가슴에 품고 다가오는 적 땅크에 돌진하여 자폭한 육탄영웅은 모두 38명이다. 전쟁 3년 동안 특출한 전공을 세워 훈장과 표창을 받은 전시수훈자는 81만여 명이고, 특출한 전공을 세워 근위칭호를 수여받은 전투부대는 18개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조선인민군이 전쟁 3년 동안 평범한 투쟁이 아니라 영웅적인 투쟁을 벌였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3. 목숨을 잃었지만,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것 얻었다

 

전쟁 3년 동안 조선인민군이 발휘한 무비의 용감성과 영웅적 투쟁정신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격전으로 불타던 1211고지 가칠봉 앞 무명고지에서 최후의 순간을 앞둔 어느 인민군 소대장이 나무줄기에 새긴 글발이 그 물음에 답을 준다.

 

조국의 산과 들이여!

어머니의 땅, 사랑하는 곳이여!

내 붉은 피로써

이 진지를 지키노라

 

포연탄우에 찢겨나간 고지에 말없이 서 있는 나무에 새긴 이 글발은 그들이 어머니의 땅을 붉은 피로 지켜 싸웠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들이 피로 지킨 어머니의 땅은 머릿속에 시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생활 속에 실체로 존재했다. 그런데 어머니의 땅이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그들이 어머니의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은 전쟁이 일어나기 4년 전인 1946년 3월 5일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날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 김일성 위원장은 ‘토지개혁에 관한 법령’을 선포했다. 지주, 친일파민족반역자, 월남도주자들이 5정보 이상 소유했던 토지 1,066,246정보를 무상으로 몰수하여 착취와 빈궁 속에서 신음하는 소작농, 화전민, 빈농, 무토지농민들에게 무상으로 골고루 나눠주었다. 역사자료에 의하면, 당시 토지개혁으로 자기 땅을 몰수당한 가구는 405,603호였고, 자기 땅을 분배받은 가구는 724,522호였다. 토지개혁으로 분배한 땅은 당시 북조선 총경지면적의 52%에 해당되었다. 북조선에서 지주계급이 소유했던 토지의 80% 이상이 소작농, 화전민, 빈농에게 주어졌다.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혁명적 원칙에 의거한 토지개혁에서 승리를 이룩하기 위해 북조선 전역에 농촌위원회 12,001개가 조직되었고, 거기에 선진적인 농민 90,697명이 망라되었다. 바로 이 농민들이 토지개혁의 선봉대로 나섰고, 각계각층 군중 약 300만명이 토지개혁에 동참했다. 그로써 수백년 동안 농민을 착취해오던 지주계급은 완전히 사멸되었다. 한 뼘의 땅도 갖지 못해 지주에게 짓눌려 살면서 착취와 빈궁에 시달렸던 무토지 농민 44만가구가 땅을 받았다. 그들이 분배받은 토지는 경작지가 아니라 어머니의 땅이었다. 

 

위에 인용한 마지막 시의 구절처럼, 전쟁 3년 동안 조선인민군 병사들이 붉은 피로 지켰던 땅은 자기들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 어머니의 따스한 품이었다. 전쟁 3년 동안 무비의 용감성과 영웅적 투쟁정신을 발휘하여 싸운 조선인민군 병사들은 토지개혁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이전에 소작농, 화전민, 빈농 출신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자기 목숨과 바꾼 것은 어머니의 땅이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인민군이 기적적으로 승리한 전승의 배경에 토지개혁의 승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토지개혁의 승리와 조국해방전쟁의 승리는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들의 전쟁은 어머니의 땅을 목숨 바쳐 지킨 결사전이었다.  

 

북은 전쟁 3년 동안 수많은 목숨을 잃었지만, 목숨과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을 얻었다. 전쟁 3년 동안 전선과 후방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나누며 싸운 치렬한 투쟁 속에서 일심단결의 기초가 축성된 것이다. 북의 표현을 빌리면, 수령과 당과 인민을 운명공동체로 결합시킨 일심단결의 기초는 북이 3년간의 전쟁에서 얻은,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 전쟁의 불길 속에서 축성된 일심단결의 기초 위에서 북은 전후 69년 동안 미국의 끊임없는 핵위협과 집요한 고립압살책동에 맞서 싸우며 더 큰 승리를 이룩할 수 있었다. 

 

 

4. 그들은 69년 만에 다가오는 결정적 시기에 대비한다

 

124문의 포가 평양 하늘에 전승의 축포를 쏘아올렸던 그날로부터 어언 69년이 흘렀다. 2022년 7월 27일 평양의 밤하늘 아래서 ‘위대한 전승 69돐 기념행사’가 진행되었다. 김정은 총비서가 ‘조국해방전쟁 참전자들은 우리 공화국의 가장 영웅적인 세대이다’라는 제목으로 연설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연설에서 “더 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만은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남조선<정권>과 군부깡패들이 군사적으로 우리와 맞서볼 궁리를 하고 그 어떤 특정한 군사적 수단과 방법에 의거하여 선제적으로 우리 군사력의 일부분을 무력화시키거나 마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에! 그러한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가장 엄중한 대남경고였다. 김정은 총비서가 강력한 힘으로 윤석열 정권과 한국군을 전멸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는 순간, ‘위대한 전승 69돐 기념행사’에 참석한 군중 속에서 열렬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김정은 총비서는 한미련합군이 오는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실시할 대규모 한미련합군사훈련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과 한국군을 전멸시킬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번에 실시될 한미련합군사훈련은 말이 군사훈련이지 실제로는 미국이 항모타격단이나 전략폭격기 편대를 동원한 가운데 선제타격연습과 참수작전연습을 벌여놓는 북침전쟁연습이다. 그처럼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북침전쟁연습을 벌여놓으면, 조선인민군은 아무런 대응행동도 하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7월 27일 ‘위대한 전승 69돐 기념행사’ 연설에서 “적들의 위험한 군사적 기도들을 더욱 철저히 제압분쇄해야 할 혁명의 정세”를 지적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그런 ‘혁명의 정세’에 북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이미 언명한 바 있다. 북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6월 8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대적투쟁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과 “대적투쟁의 전략전술적 방향”을 천명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총비서가 천명한 대적투쟁의 원칙 및 전략전술은 기밀사항이므로 외부에서 알 수 없지만, 한미련합군의 북침전쟁연습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예상할 수 있다. 

 

북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가 천명한 대적투쟁의 원칙은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이라고 한다. 강대강의 투쟁원칙은 적대세력의 도발에 상응하는 대적투쟁을 벌인다는 뜻이다. 강대강의 대적투쟁원칙에 의하면, 미국이 이번 북침전쟁연습에 전략자산을 동원하는 경우 북도 그에 상응하는 전략자산으로 맞서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자산에 상응하는 북의 전략자산은 전략핵탄미사일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북은 미국의 전략자산 출동에 대응하여 전략핵탄미사일 위력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위력발사에 사용할 전략핵탄미사일은 여러 종류인데, 2022년 3월 24일에 시험발사된 화성포-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위력발사에 사용할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7월 27일 ‘위대한 전승 69돐 기념행사’ 연설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미국과의 그 어떤 군사적 충돌에도 대처할 철저한 준비가 되여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언합니다”라고 말했다.    

 

정면승부의 대적투쟁원칙은 정면으로 격돌하여 승패를 결정짓는다는 뜻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언급한 정면승부의 대적투쟁원칙에 의하면, 한미련합군이 이번 북침전쟁연습 중에 도발적인 선제타격-참수작전연습을 감행하는 경우 조선인민군도 그에 상응하는 정면승부 대적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한미련합군의 선제타격-참수작전에 상응하는 조선인민군의 정면승부 대적투쟁은 김정은 총비서가 ‘위대한 전승 69돐 기념행사’ 연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윤석열 정권과 한국군을 일거에 전멸시킬 전술핵타격이다. 한미련합군의 선제타격-참수작전연습에 전술핵타격연습으로 대응하는 것이, 김정은 총비서가 언급한 정면승부 대적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북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대적투쟁의 전략전술적 방향도 천명하였다고 한다. 대적투쟁의 전략전술은 위에 서술한 전략핵탄미사일 위력발사의 효과와 전술핵타격연습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군사행동을 의미한다. 핵시험을 실시하고, 준전시상태에 돌입하는 강력한 군사행동이 그런 군사행동에 포함될 수 있다. 이를테면, 북부핵시험장에서 전술핵탄두 기폭시험을 실시하고, 조선인민군이 준전시상태에 돌입한 가운데 전략핵탄미사일 위력발사와 전술핵타격연습이 진행되면,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오는 8월 22일 한미련합군이 도발적인 북침전쟁연습을 감행하여 북을 극도로 자극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준전시상태를 선포할 것이고, 그에 따라 조선인민군과 전체 인민이 전투동원태세에 돌입할 것이고, 윤석열 정권과 한국군을 일거에 전멸시킬 전술핵타격연습을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한편, 미국이 오는 8월 22일에 시작되는 한미련합군 북침전쟁연습에 전략자산을 동원하여 북을 극도로 자극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전술핵탄두 기폭시험과 전략핵탄미사일 위력발사를 명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매우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그처럼 일촉즉발의 격돌상황이 조성된 가운데, 군사분계선이나 서해5도 해상에서 어떤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하면, 조선인민군 지휘부는 그런 우발적 충돌을 대북선제타격징후로 해석할 것이고,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김정은 총비서가 천명한 정면승부 대적투쟁원칙에 따라 지체 없이 선제적인 전술핵타격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대북선제타격징후를 드러낸 한미련합군에 선제적인 전술핵타격을 가해 그들을 일거에 제압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한미련합군의 대북선제공격은 공격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절차가 꽤 복잡해서 상당한 준비시간이 걸리지만, 김정은 총비서의 유일적 지휘를 받는 조선인민군은 불시에 대남선제공격을 실행할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7월 27일 ‘위대한 전승 69돐 기념행사’ 연설에서 “지금 우리 무장력은 그 어떤 위기에도 대응할 철저한 준비가 되여있으며 우리 국가의 핵전쟁억제력 또한 절대적인 자기의 힘을 자기의 사명에 충실히, 정확히, 신속히 동원할 만전태세에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한미련합군의 대북선제공격은 조선인민군이 올해로 69년째 정지된 조국해방전쟁을 완전히 결속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일 것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해방전쟁은 ‘공화국 남반부’를 해방하는 전쟁, 곧 남조선해방전쟁을 의미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7월 27일 ‘위대한 전승 69돐 기념행사’ 연설에서 “더 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만은 없습니다”고 말했는데, 이 발언은 남조선해방전쟁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2022년 8월 1일 현재 조선인민군은 오는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기간에 닥쳐올 남조선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에 대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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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이틀 연속 신규 발열환자 '0'명..'완전한 안정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7.3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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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북한에서 하루 신규 발열환자가 이틀 연속 한명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통보를 인용해 29일 오후 6시부터 30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새로 파악된 '유열자'(발열환자)는 없으며, 29명이 완치되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난 4월말부터 30일 오후 6시 현재까지 발생한 발열환자 총수는 477만2,813명, 이중 99.994%에 해당하는 477만2,563명이 완치되고 176명(0.004%)이 치료를 받고 있다.

북한은 하루 신규 발열환자가 이틀 연속 한명도 발생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악성 바이러스 전파상황이 '완전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한은 하루 신규 발열환자가 이틀 연속 한명도 발생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악성 바이러스 전파상황이 '완전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연 이틀 신규 발열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아직 치료중인 환자들이 있어서인지 방역 완전승리를 선언하지는 않고 있다.  

통신은 "전국적 범위에서 악성 비루스(바이러스)의 전파상황이 완전한 안정세로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방역대승을 하루빨리 앞당기기 위한 방역전이 더욱 강도높이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비상방역사령부에서는 △방역정책의 효율적 조정 실시 △국가방역체계의 전일성 보장 등 방역사업 전반을 용의주도하게 관리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했다.

통신에 따르면, 전국의 말단 치료예방기관까지 'COVID-19' 4중 검사정보관리체계 도입이 완료되어 해당 지역의 치료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기술역량 배치와 의약품 공급이 기동적으로 조정되고 있다.

또 전국 각지의 검사 관계자들을 위한 기술강습이 주 3회 이상 화상회의로 진행되어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위험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자질과 기능 수준을 향상시키고 있다.

특히 많은 비가 내리거나 폭염이 지속되는 등 계절적 요인에 따른 각종 전염성 질병 발생에 대비해, 예찰을 강화하고 조기에 질병을 발견, 치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건부문과 과학연구부문에서는 발열환자와 후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임상적 특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방역사업의 정보화 수준을 높이고 최근 우려가 커지고 있는 원숭이두창에 대한 검사방법을 완성하는 연구를 심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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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5년을 살 수 없다!”..윤석열 퇴장 집회 열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7/31 09:36
  • 수정일
    2022/07/31 09:3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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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7/3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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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행동은 30일 오후 6시 청계광장에서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장!’ 집회를 열었다.  © 김영란 기자

 

▲ 서울역 정리집회 상징의식.  © 이인선 객원기자

 

촛불행동은 30일 오후 6시 청계광장에서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장!’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여한 300여 명의 시민은 ‘윤석열 멈춰!’라는 손 선전물 중간에 ‘대통령직’, ‘미친 짓’, ‘무능한 술통령’, ‘독불장군’, ‘자격 미달’, ‘무식함’, ‘대통령 흉내 내기’, ‘대통령 놀음’, ‘하루빨리’, ‘한미전쟁훈련’, ‘모든 것’ 등을 적어 자기만의 독특한 선전물을 만들었다. 

 

▲ ‘윤석열 대통령 놀음 멈춰!’  ©김영란 기자

 

▲ 윤석열 퇴장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먼저 청년들의 삶을 대변해 김성민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조합원이 발언했다. 

 

김성민 조합원은 “반지하에 살고 있다. 고작 전세 7천만 원인데도 금리가 올랐다는 게 느껴진다. 한 달에 9만 원씩 내던 이자가 이제는 15만 원으로 올랐다. 고작 반지하 전세 이자도 부담스러운데 대출받아서 집 구해 사는 많은 국민에게 지금의 경제 위기가 얼마나 크겠는가”라면서 고단한 서민의 삶을 이야기했다.

 

이어 김성민 조합원은 “내년에 최저시급 9,620원으로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라면서 “영화, 드라마, 문학, 소설 등 여러 이야기 속에서 묘사되는 지옥의 모습이 있다. 대체로 땅 밑에 있고 빠져나올 수 없으며 죄지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반지하에 살아가며 빠져나올 희망조차 잃어버린 청년들에게 대한민국은 지옥이다. 청년들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지옥에서 살아야 하는 건가.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죄는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난 죄 밖에는 없다. 윤석열이 대통령인 게 잘못이다. 지금도 하루하루가 힘든 청년들 5년을 더 윤석열과 살 수 없다. 윤석열이 망가트릴 대한민국에서 숨을 쉴 수가 없다. 잘 살기 위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윤석열을 몰아내자”라고 말해 힘찬 박수를 받았다.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건희 특검’과 관련해 발언했다. 

 

김은진 교수는 “김건희 씨 주가조작은 심각한 범죄다. 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조작해 자신들의 배를 불린 것이 주가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은진 교수는 “검찰이나 공수처가 제대로 일하지 않을 때 선출된 권력인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이 특검이다. 국회 본회의 소집도 어렵지 않다. 재적의원 1/4 이상, 50명의 국회의원이 요구하면 본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본회의가 소집되면 이미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특검법에 따라 김건희 주가조작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이 가능하다”라면서 “민주당은 지금 당장 본회를 소집하고 특검을 의결해라. 이것이 지금 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국민에게 칭찬받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도 이날 집회에 참여해 윤석열 대통령을 조속히 끌어내리자고 호소했다. 

 

▲ 집회에서 발언하는 사람들. 왼쪽부터 김성민 조합원, 김은진 교수, 김용민 이사장.  © 김영란 기자

 

▲ 행진을 시작하는 시민들.  © 이인선 객원기자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서울역까지 행진했다. 시민들은 서울역에서 대형 현수막 ‘윤석열 폭주를 멈춰라’, ‘김건희 특검을 실시하라’를 펼치는 상징의식을 하고 집회를 모두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윤석열 퇴진 상징의식’ 경연대회가 촛불전진 주최로 열렸다.

 

경연대회에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쓴 시 ‘바보’가 인기상을 탔으며, ‘탄핵 전문 4번 타자’가 ‘육사, 검사, 여사, 법사, 윤석열’을 촛불 방망이로 날려 보내는 상징의식이 퇴진상을 받았다. 

 

아래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쓴 시 ‘바보’이다.

 

바보

 

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

대한민국을 멸망하게 하려고 작정한 사람

자기 실력도 모르고 나대는 사람

마치 원균 같은 사람

바보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지

이름을 물어보면 자기를 윤석열이라고 소개하는 사람

곧 대통령 물러나는 사람

욕을 많이 먹어서 오래오래 

쓸쓸하게 살 사람

 

▲ 함성을 지르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 직장인 노래패 ‘다시 부를 노래’의 노래 공연.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경찰국 신설 멈춰라는 선전물을 든 시민. © 김영란 기자

 

 ©김영란 기자

   

▲ 행진하는 시민들.  © 이인선 객원기자

 

▲ '윤석열 퇴진' 강시로 분장하고 행진하는 시민.  ©이인선 객원기자

 

 © 김영란 기자

 

▲ 30일 오후 5시 청계광장에서는 ‘윤석열 퇴진 상징의식’ 경연대회가 촛불전진 주최로 열렸다.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은 ‘탄핵 전문 4번 타자’.  © 김영란 기자

 

▲ '윤석열 퇴진 상징의식' 경연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얼굴에 '퇴진' 부적을 붙이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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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도 안 된 대통령의 비극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지지율 28% 자처한 '대통령의 품격'

22.07.30 19:20l최종 업데이트 22.07.31 00:38l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다.
▲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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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틀 고생하셨네."

위로였을까 격려였을까. 이른바 '내부 총질' 문자 파문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건넸다는 말이다. 두 사람은 대선 전부터 친분을 자랑해온 오랜 친구 사이다. 이 사적 관계는 권성동 대행이 '윤핵관'이 된 근간이다.

복수의 매체가 보도한 대로, 28일 정조대왕함 진수식 참석차 울산 현대중공업과 서울을 오간 대통령 전용기에서 나눴다는 이 대화를 언론에 전한 이는 동석한 국민의힘 관계자였다.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상된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은 권 대행에게 농담도 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다 같이 잘하자"며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해당 관계자는 단순히 취재에 응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러한 위로나 덕담 자체가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 애초 논란의 출발은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는 대통령의 부적절하고 품위 없는 문자 내용 아니었던가.


아무래도 격려가 맞았던 것 같다. 다음날인 29일 오전,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은 직을 내려놓았고, 배 최고위원을 포함한 초선 의원들 사이에선 당의 '비대위 체제'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내 '이준석 축출'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형국이다.

언론에 문자 내용이 공개된 권 대행의 의도는 차치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이준석 당 대표 징계 및 축출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대선 전부터 충돌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과거 등 일련의 과정으로 미루어 볼 때 말이다. 이러나저러나 "한 이틀 고생하셨네"란 격려마저도 '내부총질=이준석 축출'이란 대통령 의중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기는 마찬가지다.

앞서 '문자 파문' 해명에 나선 대통령실은 "사적 대화 유출"에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는 "국민과 언론의 오해" 운운하며 '남 탓'을 했다. 이와 달리 대통령의 말과 글은 그 자체로 한 국가의 품격과 동일시된다. 그 한마디의 파장과 무게를 가벼이 여기는 국민들은 없다.

비극은 아직 취임 100일도 안 된 대통령의 한없이 가볍거나 공허한 말과 글 그리고 그 '품위 없음'이 대통령 개인의 문제도 아닐뿐더러 예견돼 왔음에도 끝없이 반복된다는 데 있다.

실언은 지엽일 뿐 
 
큰사진보기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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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지지율 폭락의 원인 중 하나로 주요하게 꼽히는 것이 바로 출근길 문답이다. 건들건들한 자세 등은 개인의 습관이라 치자. 하루가 멀다고 "전 정권 탓"을 일삼는다.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라는 어록도 탄생했다. 주요 현안을 '패싱'하기 일쑤다. 그마저도 내키지 않으면 중단한다.

실언만이 아니다. 국민들이 졸지에 매일 카메라 앞에 선 대통령의 태도 및 자세를 검증하게 됐다. 이를 두고 <한겨레21>은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을 빌려 윤 대통령이 "아침마다 기자들 만나는 걸 낙으로 생각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논란을 자처하고 지지율을 까먹은 것이 윤 대통령 본인임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들도 윤 대통령의 이런 실언에 익숙해졌다. "주 120시간 노동", "저출산 원인은 페미니즘의 정치적 악용", "전두환,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 등등 대선 후보 시절 그의 입은 논란 제조기라 불릴 만했다. 그리고 그 발언들이 집권 직후 고스란히 정책에 반영되는 중이다.

최근 윤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도저히 대통령이 여당 권한대행에게 보낼 만한 표현이라 여겨지지 않는 "내부 총질"이란 문자 또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적 신뢰를 잃기 마련이다. 실제로 대통령의 말과 글에서 정부의 국정철학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중이다.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언론과는 긴장 관계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매달리는 것이 '대국민 홍보'다. 김건희 여사가 지속적으로 논란을 자처하면서도 '인스타그램 정치'에 매몰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지지자들에게 '좋아요'를 받고, 우호적인 언론이 쏟아내는 단발성 기사가 여론의 전부라고 여겨선 곤란하다. 김 여사가 소셜 미디어에 전시하는 명품 의류나 우아한 일상을 '영부인의 품격'과 동일시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나. 많은 국민들은 대선 전 공개됐던 <서울의 소리> 녹취록 속 김건희 여사의 목소리와 거침없는 주장들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문자 파문' 원인 제공자 중 하나인 '윤핵관' 권성동 대행은 어떤가. 사적 채용 의혹을 해명하며 쏟아낸 연이은 실언은 국민들에게 오만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윤핵관'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장제원 전 당선인 비서실장이 18일 양자 회동에서 "말씀이 거칠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라며 저격에 나섰을까.  

여기에 극우 정당을 이끌며 과격한 주장과 막말을 일삼던 정치인이 권 대행 의원실에서 일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권 대행은 자신은 몰랐다는 취지로 "대통령실이 추천했다"고 해명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대통령실의 추천 자체도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실이 명명백백 밝혀야 할 사안이다. 

아울러 문자 파문의 출발이 이준석 대표 성상납 의혹이었다는 사실도 암담하긴 마찬가지다. 대통령을 위시해 현 집권여당이 자랑 중인 '통치의 품격', '정치의 품격'이 이 정도다. 

예견됐던 지지율 참사
 
큰사진보기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 이선래 서대문경찰서장과 대화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 이선래 서대문경찰서장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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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까지 적대적인 언론이나 야당이 덧씌운 '막말 프레임'에 시달려야 했다. 때로 과한 발언도 없진 않았으나 소신 발언이나 국정 철학을 설파하는 언어조차 막말이란 프레임에 휩싸인 측면이 크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와중에 자주 소환된 2003년 '검사와의 대화' 현장 발언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의 경우는 그 반대다. 취임 100일도 되기 전에 우호적인 언론들조차 실언 및 불통, 독선을 지적하고 나섰다. 오롯이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스스로 불러온 난맥상이다.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언론들도 우려를 표명 중이다. <조선일보>조차 28일 "경제 안보 위기인데 평지풍파만 일으키는 정권"이란 사설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예견된 참사가 현실화됐다. 29일 대통령 지지율 부정 평가가 28%를 돌파했다(한국갤럽 지난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조사, 응답률 11.1%). 일반적으로 20% 지지율은 레임덕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수 여론조사 추이로 볼 때 문자 파문이 30%를 간신히 유지하던 지지율에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아랑곳없이 윤 대통령은 이날 '경찰국 신설' 논란을 염두에 둔 듯 일선 경찰서를 찾았다. 취임 100일도 안 돼 피로감을 넘어 절망감을 호소 중인 국민들을 향해 브레이크 없이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통령의 다음 주요 일정은 여름휴가다. 언론 노출이 최소화되고 국민들이 대통령의 말과 글을 최대한 접하지 않는 기간이다. 이 여름휴가가 과연 윤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그게 바로 민심의 바로미터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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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윤석열 정부는 임기 초부터 경찰과 싸우고 있나요?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행정안전부가 ‘경찰국’을 시행령으로 신설해 경찰 인사에 직접 개입하기로 하고, ‘지휘규칙’이란 부령으로 수사 지휘 근거를 만들어 경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의 경찰서장이 모여 긴급회의를 열기도 하고, 일선 경찰들은 거리로 나서 삭발과 단식 투쟁까지 벌였다.

하지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를 “쿠데타”에 비유하면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임기 초부터 새 정부가 경찰 조직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있는 이례적인 모습이다.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 쟁점을 정리해봤다.

논란의 발단은?

행정안전부 장관은 내달 2일부터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지휘·감독한다. 그 근거는 지난 7월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행안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이다.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한다는 것이 골자다. 경찰국은 ▲경찰 관련 주요 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 공무원에 대한 임용제청 ▲국가경찰위원회의 안건 부의 ▲자치경찰 지원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도 부령으로 제정된다. 지난 7월 15일 입법예고된 ‘행정안전부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 제정안에는 ▲경찰청 중요 정책 사항에 대한 승인과 사전 보고 ▲보고와 함께 법령 질의 결과 제출 ▲장관-청장 정책협의회 개최 ▲예산 중 중요한 사안에 대한 보고 등이 담겼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경찰 내부 반발이 확산하고 있는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인근에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근조화환이 설치되고 있다. 2022.7.25 ⓒ뉴스1

그게 왜 문제인가? - 정부의 경찰 장악 시나리오

이를 두고 정부가 경찰을 장악하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의 경찰청은 1987년 민주화 전,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던 경찰에 대한 반성으로 생겨났다. 과거 내무부(행안부 전신) 산하에 있던 치안국(경찰)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경찰권을 오·남용하는 폐단을 드러냈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졌다.

이에 따라 1990년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내무부 장관의 사무 권한에서 ‘치안’을 삭제했으며, 1991년 경찰법을 제정해 독립된 외청인 경찰청이 탄생했다.

그런데 다시 행안부 내 경찰국으로 신설하면서 내무부 내 ‘치안국’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민주적 통제를 통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추진해온 지난 30여년 간의 고민과 논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어떻게 15명(행안부 내 경찰국은 경찰국장을 포함해 총 16명) 되는 조직으로 치안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겠나. 이건 완전히 기본적인 전제가 잘못된 상태에서 형성된 여론”이라며 부인했다.

현재 검찰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법무부 내 검찰국이 있으니 행안부에 경찰국을 두는 게 맞지 않느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지난 5월에 임명된 신자용 검찰국장은 ‘윤석열 사단’의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또한 법무부 장관의 관장 사무에 ‘검찰’이 있는 반면, 행안부 장관의 관장 사무엔 ‘치안’이 없다는 점에서 두 조직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행안부 내 경찰국은 직접 치안 기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수사권을 갖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치안국’과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는 것이 행안부의 주장이기도 하다.

오히려 핵심은 행안부 장관의 인사권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행안부 장관은 앞으로 총경 이상 경찰 공무원에 대한 임용 제청을 할 수 있게 됐다. 총경은 경찰서장이나 경찰청 시도청의 과장급이다. 총경 이상으로는 시도청 차장급인 경무관, 시도청 청장급인 치안감, 경찰청 차장급인 치안정감, 경찰청장인 치안총감 등이 있다. 이전에는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총경 이상 경찰관에 대한 광범위한 인사를 해왔다.

모든 조직이 인사에 매우 민감하지만 경찰의 경우 인사에 매우 취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행안부 장관의 인사권 강화는 곧 경찰 통제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경 이상 고위직 비율이 다른 정부 조직에 비해 매우 낮은데다가 퇴직 후 변호사 개업 등이 가능한 검사와도 확연히 다른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경찰은 자연스럽게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되고, 개별 수사에도 정권의 입김이 미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전국의 경찰서장 등이 모여 ‘총경 회의’를 연 배경이기도 하다. 총경 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류삼영 총경(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그동안 수많은 경찰 관계자들이 경찰국 신설의 위법성과 절차적 문제점, 역사적 퇴보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시행령이 아닌 국회의 입법 사항임을 밝히고 신중하고 폭넓은 논의가 진행되길 바랐다”며 “그럼에도 경찰국 신설을 위한 대통령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은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지휘규칙’으로 경찰청장이 각종 사안을 행안부 장관에게 해야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게 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휘 규칙에도 수사에 관한 언급은 다 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법예고된 ‘지휘규칙’에는 ‘그밖에 중요 정책의 수립 및 시행에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장관이 요청하는 사항’까지도 경찰청장이 보고도록 명시돼있다. 이를 두고 포괄적이고 불분명한 규정으로 행안부 장관의 ‘치안’ 사무에 대한 개입 여지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 장관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전반적인 수사 지휘는 받는다”고 밝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예컨대,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 또는 경찰 고위직 관련 사건이 있는데 경찰이 수사를 안 한다고 하면 ‘수사하라’는 식으로 하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수사는 전형적인 행정 행위고 독립적인 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경찰국 신설 관련 전국서장회의에 대한 행안부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7.25. ⓒ뉴시스

그게 왜 문제인가? - 졸속 추진에 따른 위법성

절차적 문제도 제기된다. 시행령 개정안과 지휘규칙 제정안 입법예고기간은 7월 15일부터 19일까지 단 4일이었다. 최장 40일을 둘 수 있는데 이를 4일로 단축한 것이었다. 의견수렴 기간이 그만큼 짧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졸속 추진이란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 대신 시행령으로 경찰국을 도입하려는 것을 두고도 논란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직자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로 이관하면서 정부조직법 대신 시행령 개정으로 우회해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권력기관인 경찰에 대한 통제마저 똑같은 방법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장관은 “헌법 96조를 보면 행정 각부의 설치·수립(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다. 거기서 말하는 법률이 정부조직법인데 조항을 보면 국·과에 해당하는 보조기관의 설치와 사무분장은 법률로 정한 것 외에는 모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백히 규정했다”고 다른 해석을 내놨다.

경찰법에서 경찰 인사를 비롯한 주요 정책의 심의의결을 국가경찰위원회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서 하도록 하고 있는데, 시행령으로 이를 바꾸는 것도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갑자기 경찰국을 밀어붙인 이유는?

정부가 갑자기 이런 논란을 만들게 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청와대 민정수석실 자체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누가 없애라고 한 적도 없는 ‘치안비서관’ 자리를 스스로 없앤 데 따른 조치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조리함을 이미지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거 사정(司正) 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도 “대통령실에 종전에 그런 업무를 한 민정수석실 자체가 없어지고, 치안비서관도 없고, 이런 업무를 할 조직 자체가 대통령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그런 업무를 해야 하는데 그런 업무를 위한 지원 인력이 없다. 현재는 시스템 부재라 시급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보단 절차를 오히려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형적인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한 선동”이라며 “기존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의 인사권 대상인 경찰 고위직에 대한 검증 업무만 수행한 것이지 일반 업무나 내부 인사에 관여한 곳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민정수석실에서 어떤 밀실 인사가 있었다는 건지 실체와 근거를 밝혀보라”고 반발했다.

나아가 정부는 ‘국가가 경찰을 통제하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에서 연방수사국(FBI)은 법무부 소속이지만 예산 관리 지원만 받을 뿐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영국의 자치경찰인 런던경찰청장은 국가경찰 임무까지 수행하는데, 주민이 직접 선출한다. 일본은 국가공안위원회가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을 모두 관리·감독한다.

우리나라도 국가경찰위원회를 두고 이를 통해 경찰을 통제하고 있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1991년 내무부 소속 치안국을 경찰청으로 독립시키면서 경찰에 대한 민주적 견제·감독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하지만 이 장관은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내용은 아무련 기속력이 없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제청권을 행사하기 앞서 국가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는 게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만 기속력이 있을 뿐, 나머지 심의·의결 사항 중에서 기속력이 있는 건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 등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7.26. ⓒ뉴시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장관의 말은 국가경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걸 오히려 반증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그동안 경찰 개혁 방안으로 요구해온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게다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 조직이 무소불위 권력기관으로 군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그에 대한 적절한 제도적 보완을 검토할 필요도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경찰개혁의 일환으로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을 추진했지만,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경찰 개혁 방안으로 엉뚱하게 ‘행안부 장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는 법률개정 사안이고, 제가 드릴 말씀 수준을 벗어난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찰국 설치를 두고 정치적 논란만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을 장악한 데 이어 윤 대통령 고등학교·대학교 후배인 이 장관을 통해 경찰마저 장악하려 한다는 의심이 팽배하다. 연이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축소되자, 그 권한을 넘겨받은 경찰까지 통제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고, 경찰의 비대해진 권한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국가경찰위원회의 권한을 실질화시키고 강화하는 입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보다 근본적으로 경찰권한을 분산⋅축소할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의 분리, 자치경찰제도의 실질화, 정보경찰의 폐지 등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일선 경찰들의 공개적인 반발도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이유기도 하다. 류 총경은 “이제 국회와 국민의 시간이 왔다”며 “법치주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법률우위의 원칙, 법률유보의 원칙 등을 심각하게 위반한 대통령령에 대해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호소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대통령령 등에 대해 상임위원회가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본회의 의결을 통해 정부에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고, 정부는 재검토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에 경찰국 신설 시행령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과 이 장관 해임건의안 또는 탄핵소추안을 제출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성은 낮다.

일단 민주당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행안위 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경찰청장 인사청문회뿐 아니라 업무보고에서 경찰국 신설 불법성을 따지겠다”고 말했다. 또한 “행안위에서 정부조직법과 경찰청법을 개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며 “경찰국을 신설할 것이 아니라 국가경찰위원회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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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멸' 공간이 아닌 '생생한' 삶 기록 나선 기자들

  • 기자명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2.07.30 09:22
  •  
  •  댓글 0
 
 

[전국언론자랑] 경남신문 지역소멸 극복 프로젝트 ‘심부름센터’ 동행취재
소멸과 같은 ‘사라짐의 서글픔’이 묻어나 있는 단어에서 벗어나 “따뜻하고 경쾌하게”

[ 편집자주 ]
미디어오늘은 기존 취재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등 전국에 있는 여러 매체의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코너를 시리즈로 실습니다. 일명 '전국언론자랑'은 전국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취재하는 매체에 문을 활짝 열어놓겠습니다. 

“서글프지만 서글프지 않게. ‘소멸위험지수’같은 서글픈 수치 말고, 소멸되는 지역에서에도 삶에 만족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고 싶었어요.”

경남신문이 지역주민 이야기를 ’삯‘으로 받는 심부름센터를 열었다. 센터의 도착지는 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의령군, 그 안에서도 인구소멸지수가 두 번째로 높은 의령군 궁류면 운계2리 ‘입사마을’이다. 버스가 하루에 두 번 다니고, 면 전체를 통틀어 편의점이 한 곳도 없다.

▲ 입사마을 주민들과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기자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사진=경남신문 제공.
▲ 입사마을 주민들과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기자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사진=경남신문 제공.

50가구가 넘게 살았던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절반도 남지 않은 20가구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마저도 절반가량은 도회지와 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의 집이다. 마을로 들어오는 사람은 드물지만, 귀촌하면서 입사마을에서 터를 잡은 부부, 70년 전 마을로 시집을 와서 지금까지 살고계시는 어르신까지. 소멸되어 가는 지역에도 자신들만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경남신문 심부름센터’는 지난해 창간 75주년 기획 ‘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올해 초 창간 76주년 기획 ‘경남 소멸 리포트’ 이후 경남신문의 세 번째 ‘지역소멸’ 기획 시리즈다. 구체적인 수치를 토대로 경남의 소멸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낸 이전의 진지하고 무거웠던 접근 방식과는 다르다. 심부름센터는 지역주민의 삶 깊숙이 들어가서 ‘소멸 위험’ 지역에서 삶을 꾸려나가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전한다. 소멸과 같은 ‘사라짐의 서글픔’에서 벗어나도록 “기사는 따뜻하게, 영상은 경쾌하게”(도영진 기자). 경남신문이 자랑하는 심부름센터의 하루를 미디어오늘이 동행했다.

▲ 입사마을 주민들과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기자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사진=경남신문 제공.
▲ 입사마을 주민들과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기자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사진=경남신문 제공.

처음 도영진 기자의 기획안을 받아들고 망설이던 편집국도 ‘따뜻하게 접근하는 지역소멸 기획’이라는 설명을 듣고서는 기획에 동의했다. ‘경남신문’ 유튜브 채널에서도 입사마을 주민들과 기자들의 이야기를 10분 남짓의 영상을 통해 소개한다. “경남의 군 중 절반 이상은 소멸 고위험 지역이에요. 그동안 정부에서 십 수년째 지역소멸 대책을 세웠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는데, 언론도 마찬가지로 그 스피커에만 집중해왔어요. 실제 살아가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도 기자의 말이다. 

“이 마을을 지키면서 살고 계시는 분들이 떠나지 않고 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마을 공동체를 어떻게 하면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담고 싶었어요. 특히 지역 소멸을 해결하는 공론장 역할을 하는게 지역언론에는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해요. 서울 언론이 다루지 않는, 더 지역적인 소식인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지역 불균형, 지역소멸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려 해요.”

▲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기자들과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기자들과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경남신문 심부름센터의 심부름꾼은 기획취재팀 도영진 기자와 김승권 사진기자, 이솔희 VJ, 이아름 인턴 VJ 등 4명이다. 기자들은 7월부터 세 달, 두 계절을 거치는 기간 동안 일주일에 두 번, 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 입사마을로 간다. 마을에는 오전 9시 반과 오후 3시 반 두 번의 마을버스가 다니는데, 기자들은 병원을 가거나 읍내로 이동해야 하는 어르신의 발이 되기 위해 오전 8시 반에 도착한다. 그날 어떤 심부름을 하게 될지는 가기 전까지 모른다. 

혹여나 불편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했던 기자들의 우려와 달리 어르신들은 기자들을 반겼다. 기자들은 어르신들에게 “지역소멸 위기에서 마을을 지키고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 마을의 역사를 담고 싶다”고 설명했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무슨 기사 쓸 끼 있다꼬 이 먼데까지 왔는교?” “편하게 취재하고, 마음껏 하게.”

‘입사마을로 가는 길에서부터 지역소멸 피부로 와닿아’

부슬부슬 비가 내렸던 21일 오전 6시40분경 기자들과 함께 입사마을로 가는 경남신문 차에 올라탔다. 내비게이션에는 가장 자주 가는 곳으로 경남신문과 입사마을회관 두 곳이 찍혀 있었다. 이날은 기자들의 입사마을 세 번째 방문이다. 기자들의 핸드폰에는 첫날 한 분 한 분 여쭤보며 저장해둔 마을 어르신들의 사진, 그리고 그 밑에 이름과 나이가 정리돼있다. 

빗길을 달려 입사마을로 가는 내내 도영진 기자는 “어르신들이 많이 안나오실까 걱정”이라며 “비가 이렇게 많이 오면 안되는데, 큰일인데”라고 연신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오늘은 어르신들을 많이 뵙고 심부름도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한껏 미소를 지었다. 

▲ 입사마을로 향하는 도영진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 입사마을로 향하는 도영진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 입사마을에 도착한 경남신문 취재차량. 사진=윤유경 기자.
▲ 입사마을에 도착한 경남신문 취재차량. 사진=윤유경 기자.

“첫날에는 거의 두 시간 자고 갔어요. 너무 걱정돼서 잠이 안오더라구요. 막상 취재를 시작하면, 어르신들이 촬영을 부담스러워하실 수도 있으니까 자다가도 잠을 설쳤어요” 이솔희 VJ의 말이다. 이날도 새벽 1시, 3시에 한 번씩 잠에서 깬 도영진 기자는 새벽 4시반경 일어나 아이스박스에 어르신들과 나눠 먹을 오이와 복숭아를 썰어 담아왔다. 

차로 창원 경남신문 본사에서 입사마을로 가는 데는 1시간 반. 다행히 비는 그치고 날이 맑게 갰다. 하늘은 맑게 갰지만, 입사마을로 가는 길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양 옆으로 쭉 이어진 논밭을 지나자 폐가가 즐비하다. 사시던 어르신들은 돌아가시고, 자녀들은 서울로 가면서 처분을 못한 집들이 대부분이다.

기자들은 입사마을로 가는 길에서부터 지역소멸이 피부로 와닿는다고 했다. “가다보면 정말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이 돼요” 입사 마을에 도착하기 1시간 전에 있는 마지막 편의점에 들러 기자들이 목을 축인다.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입사 마을에 거의 다다랐을 때, 기자들이 차를 세웠다. 기자들이 모두 내려 마주 오던 작은 트럭에 있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입사마을 주민 이미옥(57), 박계수(72)씨다. 이미옥 씨가 일하러 가는 중에 친정에 가는 박계수씨를 데려다주는 중이라고 한다. 기자들은 돌아오실 때 태우러 가겠다며 얼른 심부름 하나를 얻어낸다. 주민들을 보는 기자들의 얼굴에 반가움이 묻어난다.

▲ 입사마을 주민 박계수씨와 인사하는 김승권 사진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 입사마을 주민 박계수씨와 인사하는 김승권 사진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 입사마을 주민 박계수씨, 이미옥씨와 인사하는 김승권 사진기자, 도영진 기자, 이솔희 VJ. 사진=윤유경 기자.
▲ 입사마을 주민 박계수씨, 이미옥씨와 인사하는 김승권 사진기자, 도영진 기자, 이솔희 VJ. 사진=윤유경 기자.

오전 8시30분 입사마을에 도착했다. 기자들은 베이스캠프인 마을회관 앞 정자에 짐을 푼다. “어르신 저희 왔어요” 기자들의 말 소리가 들리자, 머리에 까만 염색 약을 바른 채로 집 밖으로 나온 윤기연(80) 어르신이 “‘왜 안오노’ ‘언제 올랑카’카면서 몇날을 기다렸는데, 인자사 왔네”, “잘 왔다”라며 웃으며 기자들을 맞이했다. 

▲ 윤기연 어르신과 인사하는 기자들. 사진=윤유경 기자.
▲ 윤기연 어르신과 인사하는 기자들. 사진=윤유경 기자.
▲ 표정혜 어르신과 인사하는 도영진, 김승권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 표정혜 어르신과 인사하는 도영진, 김승권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윤기연 어르신의 손을 잡고 정자 바로 옆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불이 꺼져있는 마을회관 마루 낮은 식탁에 경남신문이 한아름 놓여 있다. 그제 궁류면사무소에서 ‘마을에 신문이 실렸다’며 놓고 간 신문이다. 심부름센터 기사가 실린 면은 따로 흑백으로 출력돼 식탁 한 켠에 놓여 있었다. 

기자들은 먼저 어르신들과 함께 앉아 신문을 읽는다. “사진 너무 잘 나왔죠 어르신, 신문 나오니 좋으시죠” 기자가 묻자, 빈달성(83) 씨는 “좋긴 뭐가 좋노!”라면서도 “신문 나온건 좋지!”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번 먹었던 백숙에 대한 이야기가, 기자들이 고친 노래방 기계를 사람이 오지 않아 못 써봤다는 아쉬움으로 이어졌다.  한참동안의 대화를 마친 기자들은 다시 베이스캠프인 정자로 향한다.

▲ 윤기연 어르신과 신문을 보는 도영진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 윤기연 어르신과 신문을 보는 도영진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 하상섭씨와 신문을 보는 이아름 인턴 VJ. 사진=윤유경 기자.
▲ 하상섭씨와 신문을 보는 이아름 인턴 VJ. 사진=윤유경 기자.

정자 앞에 서있던 이솔희 VJ가 마을 전경을 찍기 위해 드론 카메라를 띄웠다. 빈달성 어르신은 “욕봤다. 참말로 똑똑하네. 어디까지 갔나”라며 한참을 날아가는 드론을 지켜봤다. “내 좀 태아가 다니면 안 되나” “내도 훌훌 날아보면 좋겠다.” 

주민들과 함께 깻잎 따며 듣는 지역 문제 이야기

아직 점심 시간이 한참 남은 오전 10시. 기자들이 분주해졌다. 반찬거리가 없어 어르신들의 오늘 점심 메뉴가 라면이라는 것을 알게됐기 때문이다. 머리를 맞대 의논하다 직접 장을 봐서 요리를 해드리기로 했다. 30도를 웃도는 쨍쨍한 여름, 점심 메뉴는 시원한 냉면이다. 

▲ 빈달성 어르신과 기자들. 사진=경남신문 제공.
▲ 빈달성 어르신과 기자들. 사진=경남신문 제공.
▲ 빈달성 어르신과 기자들. 사진=경남신문 제공.
▲ 빈달성 어르신과 기자들. 사진=경남신문 제공.

장 보기는 간단치 않다. 입사마을과 가장 가까운 궁류시장에서 5일장이 열리지만, 장에 오는 사람이 없어 아침 일찍 상인 3명이 잠깐 들른다.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지역 농협 하나로마트에도 육수가 함께 포장된 완제품 냉면은 없었다. 결국 기자들은 차로 약 40분 걸리는 읍내로 향했다. 냉면 사러 왕복 80분이 걸리는 길, 냉면 8인분과 오이 2개, 군만두 2봉을 집어 들고 바쁘게 돌아왔다.

▲ 기자들의 베이스캠프인 정자에 앉아있는 김승권 사진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 기자들의 베이스캠프인 정자에 앉아있는 김승권 사진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냉면 고명으로 올릴 오이를 써는 도영진 기자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빈달성 씨가 직접 손을 걷어부쳤다. 김승권 기자는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새콤달콤한 오이무침 솜씨를 뽐냈다. “여 맛있는거 한다하니 이리 오소.” 어르신들이 각자 직접 재배한 방울토마토, 자두를 안고 하나둘씩 모였다. 그렇게 기자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시원한 점심 한 상을 완성했다. “맛이 괜찮으세요?”, “음, 대기업 맛이 나네!” 기자들이 ‘점심 식사 대접’ 자발적 심부름을 마쳤다. 

▲ 호박잎을 다듬는 빈달성 어르신과 윤유경, 도영진 기자. 사진=경남신문 제공.
▲ 호박잎을 다듬는 빈달성 어르신과 윤유경, 도영진 기자. 사진=경남신문 제공.
▲ 빈달성 어르신과 도영진 기자. 사진=경남신문 제공.
▲ 빈달성 어르신과 도영진 기자. 사진=경남신문 제공.
▲ 냉면을 만드는 도영진 기자. 사진=경남신문 제공.
▲ 냉면을 만드는 도영진 기자. 사진=경남신문 제공.

“아들네들 딸네들 더분데 고생시키네”, “이렇게 똑 떼면 된다.” 식사 후 기자들은 빈달성 어르신과 창원에서 어머니를 뵈러 온 어르신의 막내아들 하상섭(50)씨를 따라 마을 중턱에 있는 들깨밭으로 향했다. 깻잎향을 솔솔 맡으며 가장 윗부분에 있는 얼굴만한 깻잎을 차곡차곡 따낸다. 어르신들은 깻잎을 따며 마을의 고질적 문제인 ‘상수도 공사’ 이야기를 했다.  

“지역소멸이라고 해서 무겁게 끌고 갈 이유 없어요” 

깻잎을 따고 내려와 오미자차로 더위를 식히던 기자들에게 하상섭 씨가 계곡 소풍을 제안했다. 이미옥 씨가 한솥 가득 삶은 강원도산 알감자와 수박 반통을 들고 마을에서 산길을 따라 5분 남짓 올라가면 있는 마을주민들의 피서지, 증삼골 조삼계곡으로 향했다. 계곡으로 내려가 징검다리를 건너면 넓은 터가 펼쳐져 있다. 그 위에 돗자리를 깔고 둘러앉자 시원한 계곡물에 더위가 금세 가신다. 옛날엔 다른 지역 사람들까지 많이들 놀러오던 곳이지만, 지금은 주민들 말고는 찾는 사람이 없다. 

▲ 입사마을 주민들과 기자들. 사진=경남신문 제공.
▲ 입사마을 주민들과 기자들. 사진=경남신문 제공.

수박을 먹던 하상섭씨는 자녀 이야기를 꺼냈다. 하상섭씨의 둘째 딸은 애견 훈련사가 되고싶어 서울에 있는 애견 관련 학교에 입학했다. 내년 3월이면 서울로 가야하는데, 자식들과 멀리 떨어지는 게 하상섭씨에게는 아직 어렵다. 하상섭씨는 “머리로는 독립시키는게 맞는데, 나는 이상하게 그렇게 떨어지는 게 싫다. 내가 (딸한테) 제발좀 가지마라. 니 떨어져서 어찌 보내겠나라고 했다”고 전했다. 

▲ 하상섭씨와 기자들. 사진=경남신문 제공.
▲ 하상섭씨와 기자들. 사진=경남신문 제공.

“서울에는 일할 곳이 엄청 많아. 젊은 사람들은 집 구하라고 대출해주고 그게 서울에서는 진짜 잘되어있어.” 이미옥씨 말이다. 하상섭씨도 “여기는 안돼있고, 서울에만 편중되어있으니까. 젊은 사람들이 찾아서 위로위로 올라가잖아”라고 말을 보탰다. 이야기를 듣던 도영진 기자가 “아버님하고 안떨어지고 창원이나 마산에서 공부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지역에도 잘 되어 있어야 할 텐데요”라고 말했다. 

오후 6시 창원으로 돌아가는 길, 노트북을 열어 오늘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는 기자들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행복이 뚝뚝 묻어나는 기사가 되겠네요” 도영진 기자가 말했다.

▲ 마을회관 앞에 놓인 입사마을 주민과 기자들의 신발. 사진=경남신문 제공.
▲ 마을회관 앞에 놓인 입사마을 주민과 기자들의 신발. 사진=경남신문 제공.
▲ 전국언론자랑 깃발.
▲ 전국언론자랑 깃발.

“‘소멸위기’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되게 우중충했는데, 주민분들이 다 밝으세요. 지역소멸이라고 해서 무겁게 끌고 갈 이유가 없어요. 그런데 소멸이 되면, 이제 저런 정겨운 모습이 없어지는 거예요. 이걸 은은하게 기록해두고 싶어요.” 김승권 사진기자의 말이다.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기자들의 하루에서는 단단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소멸 위기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민들의 삶과 함께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해, 경남 도민들의 삶 깊숙이에서 지역 소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경남신문 기자들의 여정은 10월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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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연구원 정대일 박사,『세기와 더불어』는 국민 필독서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 기자회견..전공학자 학문연구·표현의 자유 침해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7.29 16:18
  •  
  •  수정 2022.07.29 16:19
  •  
  •  댓글 1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29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통일시대연구원 정대일 철학박사에 대한 국가보안법 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29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통일시대연구원 정대일 철학박사에 대한 국가보안법 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세기와 더불어』는 우리 민족이 통일하기 위해서, 반쪽인 북을 이해하고 제대로 알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하는 국민 필독서이다."

2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소재 서울경찰청 앞. 전날 국가보안법 7조 1항 찬양·고무 등 위반을 이유로 자택과 사무실, 핸드폰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당한 통일시대연구원 정대일 연구실장에 대한 국가보안법 탄압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정대일 연구실장은 『세기와 더불어』 권독기에도 그렇게 쓴 바 있다고 하면서 이 책은 국가보안법으로 탄압할 책이 아니라 '국민 필독서'라고 역설했다.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그밖의 혐의사실도 전면 부정했다.

지난 2011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주체사상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전문 연구자인 정 실장은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10년, 학위를 받은 후 지금까지 10년간 관련 연구자로서 당연히 모은 많은 연구자료와 발표 내용을 모두 이적표현물이라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북을 이롭게 할 것을 알면서 이적행위를 했다는 것이 압수·수색의 명분이다. 

"연구과정에 북에 대한 적개심, 증오심을 드러내지 않고 혐오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적을 이롭게 했다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통일은 남과 북에 다 이롭다. 나는 북을 적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기독교인인 자신의 정체성을 문제삼아 "기독교인으로서의 활동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기독교인의 탈을 쓰고 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뒤집어 씌운데 대해서도 "시대착오적인 망상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란다"고 비꼬았다.

정대일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실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대일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실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국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평생에 걸친 학문 연구과정에서 취득한 북 관련 자료와 책자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또한 북 관련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는 이유로 경찰 당국이 국가보안법 7조 위반을 걸려고 하는 것은 학문과 언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자, 과거 박정희 전두환 시기 독재적 탄압의 재현"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압수·수색영장에 적시된 『세기와 더불어』 출판은 '국민의힘'내에서도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고,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역시 지난 1월 18일 대법원에서 재항고를 기각한 바 있어 판매와 배포, 소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행동은 이번 압수·수색이 오는 9월 1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릴 예정인 국가보안법 2조와 7조에 대한 위험심판제청 공개변론 일정에 맞춰 국가보안법 유지를 위한 여론몰이를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생각의 자유가 없고 인간 존엄이 없으며, 헌법적 권리가 없는 국가보안법 체제에는 우리가 바라는 행복한 삶은 있을 수 없다"며, "당장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충목 통일시대연구원장은 "전날 50명 가까운 경찰들이 서대문 사무실에 들이닥쳐 저녁 늦게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출판된 『세기와 더불어』와 정대일 실장이 사용하던 컴퓨터와 자료, 휴대폰이 압수되었다"고 하면서 "40여명의 연구원들, 200여명의 회원들이 일치단결하고 오늘 함께 한 종교 시민 사회단체와 연대해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6.15남측위원회 서울본부 상임대표인 조헌정 목사는 "이런 빌어먹을 X들, 무식한 것들"이라며 전날 압수·수색을 강행한 서울경찰청의 처사를 비난했다. 조 목사는 "1980년대 영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주체사상을 종교로 분류해서 세계 8대종교로 규정했다"고 하면서 "현실을 똑바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 운영위원장인 박미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도 이번 압수·수색에 적용된 국가보안법 7조는 학문 연구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물론 미래의 아이들이 가져야 할 상상력을 위축시키는 악법중의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심재환 변호사는 "국가는 전공 학자인 정대일 박사가 전문적 소양을 더욱 발전시키고 또 그 학문적 결과가 우리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 그 학문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있다면 그걸 막아줘야 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 사회의 평화통일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귀중한 학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발을 묶으려는 정부의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 변호사는 민변 통일위원회와 국가보안법 폐지 특별위원회 위헌 소송 대리인단을 통해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있다고 알렸다.

한편, 이번 압수·수색의 직접적 계기가 된 『세기와 더불어』는 1992년부터 출간해 1998년 완간된 김일성 주석의 항일 회고록으로, 국내에는 도서출판 민족사랑방 김승균 대표가 지난 2021년 4월 8권 영인본으로 묶어 최초 출판했다.

출판 이후 보수단체들의 판매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었으나 1, 2심에 이어 지난 1월 대법원에서도 재항고를 기각해 판매와 배포, 소지에는 문제가 없다는 법률적 판단은 끝났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9월 김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협의에 대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지난 6월 30일에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번  통일시대연구원과 정대일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2022년판 세기와 더불어' 제작과 관련해 올해 2월말부터 3월까지 김 대표와 집중 통화를 했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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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넝서넝 제주, 밤 버스 타고 놀멍 쉬멍 먹으멍 [ESC]

등록 :2022-07-29 18:36수정 :2022-07-30 01:30

제주 도심 달리는 야간버스 여행
디제이 사연 소개·신청곡 들려줘
‘풍경맛집’ 포인트 콕 찍은 노선
해안공원서 발라드 공연 감상까지
제주 야밤버스의 코스 중 하나인 이호테우 해수욕장의 이호테우 등대. 허윤희 기자
제주 야밤버스의 코스 중 하나인 이호테우 해수욕장의 이호테우 등대. 허윤희 기자

“제주의 밤을 달리는 야밤버스 출발합니다.”

 

지난 16일 저녁 6시30분 제주국제공항. 승객 45명을 태운 야밤버스가 시동을 걸었다. 제주관광협회가 운영하는 야밤버스는 제주 시내와 관광지를 다니는 2층짜리 야간 시티버스다. 매주 금·토요일(11월26일까지) 하루에 한번만 운행한다. 2019년 시작된 야밤버스는 지난해까지 여름에만 운행됐지만 해마다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얻어 올해는 4월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야밤버스의 디제이(DJ) 강체부씨가 버스 운행코스를 설명했다. “지금 해안도로를 따라 이호테우 등대로 가고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도두봉에서 노을을 보고 비행기 착륙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어영공원에서는 제주 청년 공연이 이어질 겁니다.”

 

천장이 없는 2층 좌석에서 제주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늘멍’, ‘바다멍’을 하기 좋은 자리였다. 이호테우 등대로 향하는 길 오른편에는 푸른 제주 바다가 펼쳐졌다. 위로는 구름 가득한 하늘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졌다. 한낮의 폭염이 꺾인 저녁 시간대라 버스가 속도를 낼 때마다 서넝서넝(시원한 느낌을 뜻하는 제주말) 바람이 온몸을 감쌌다.

 

바다와 산, 시내를 한눈에
 
공항에서 10분 정도 가니 야밤버스의 첫 코스인 이호테우 등대에 도착했다. 높이 12m인 흰색과 빨간색 두 마리의 말 등대가 보인다. 해가 말 등대 머리에서 서서히 바다로 떨어지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일몰 명소이다. 이날은 해가 지기 전이라 일몰 풍경을 볼 수 없었지만 바다와 말 등대, 구름 사이 해의 풍경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았다.제주 야간 관광지를 다니는 ‘야밤버스'. 허윤희 기자
제주 야간 관광지를 다니는 ‘야밤버스'. 허윤희 기자

 

10분의 자유시간을 주고 다시 출발한 버스는 라디오 스튜디오로 바뀌었다. 디제이 강씨는 “휴대전화 문자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신청곡도 받습니다. 사연 채택되신 분들에게는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라고 안내방송을 했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흥을 돋우는 댄스 음악이 나왔다. 노래가 멈추고 디제이가 접수된 사연을 이야기했다. “할머니 제사를 앞두고 여행 온” 가족들, “제주도민이지만 이층 버스 타보고 싶어 왔다”는 분들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사연이 소개된 이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다른 이들은 축하의 박수를 쳐주었다.

도두봉 정상에서 비행기가 뜨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 허윤희 기자
도두봉 정상에서 비행기가 뜨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 허윤희 기자
다음 코스는 도두봉(67m). 10분 정도 나무계단을 오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는 낮은 오름이다. 정상에 오르면 배가 드나드는 도두항, 마을 전경, 한라산, 바다가 보인다. 제주공항 활주로도 보여 비행기가 뜨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 ‘풍경 맛집’으로 알려진 도두봉은 조선 시대 위급한 소식을 알리던 도원 봉수대가 있던 곳이다. 동쪽으로는 사라 봉수대, 서쪽으로는 수산 봉수대와 교신을 했던 장소라고 한다. 현재는 도원 봉수대 터를 알리는 표지석만 남아 있다.
공원에서 펼쳐지는 밤 공연. 제주관광협회 제공
공원에서 펼쳐지는 밤 공연. 제주관광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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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공원에서 발라드가 흐르고

 

도두봉에서 출발한 버스는 용담삼동에 있는 어영공원으로 향했다. 어영공원은 용담이호해안도로에 조성된 쉼터이다. 어영이라는 명칭은 공원이 있는 어영마을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어영’은 ‘어염’이라는 제주어가 변한 것이라고 한다. ‘어염’은 이 마을 일대의 바위에서 소금을 얻었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제주 올레길 17코스에 해당하는 이곳에는 해안도로를 따라 산책코스가 조성돼 있다. 제주공항과 가까워 여행 첫날이나 마지막 날에 들르기 좋다. 주변에 용두암, 용연 구름다리 등 가볼 만한 관광지도 있다.

 

제주 바다가 보이는 어영공원의 작은 무대에서 가수 주낸드의 공연이 열렸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이 야밤버스의 승객들을 위해 마련한 특별 공연이다. 원형 돌로 된 의자에 앉거나 돗자리에 앉은 승객들이 노래를 들었다. 팔을 올려 흔들며 노래에 호응했다.

 

주낸드의 감미로운 발라드 음악이 흐르고 해가 지고 있었다. 낮도 밤도 아닌 모호한 이내의 시간. 바다는 잔잔해지고 하늘은 푸르스름하다가 붉어지고 점점 검게 변했다.

야시장의 인기 먹거리 ‘김치말이 삼겹살’. 허윤희 기자
야시장의 인기 먹거리 ‘김치말이 삼겹살’. 허윤희 기자

승객과 공연을 관람한 디제이 강씨는 “야밤버스를 이용하는 이들은 가족이 가장 많아요. 그다음으로 친구나 연인분들이 이용해요. 승객들이 신나는 댄스 음악이 나오면 가장 좋아하세요. 본인의 사연이 채택되면 그 나름의 소소한 재미도 느끼시고요”라고 말했다.

 

야밤버스는 계절에 따라 코스가 달라진다. 여름(6월3일~8월27일/9월2일~10월1일)과 봄·가을(4월22일~5월28일/10월7일~11월26일) 테마가 있다. 봄·가을에는 용해로, 용두암, 어영해안도로, 도두봉, 수목원야시장 등을 지난다. 이용요금은 일반 1만5000원, 13살 미만 9000원(여름 테마 요금). 제주시티투어 온라인 전용 판매처인 ‘탐나오 온라인 마켓’에서 예약할 수 있다.

 

야시장이 열리는 동문재래시장. 허윤희 기자
야시장이 열리는 동문재래시장.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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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요’ 좋아하는 아이 위한 버스 여행

 

이날 버스에 탄 정은희(32)씨는 전남 광양에서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왔다. 여행 동반자는 남편 이대훈(34)씨와 33개월 아들 민준이. “제주에 도착한 날 아이가 야밤버스가 다니는 걸 보고 ‘저 버스 타고 싶다’고 했어요. 아이가 만화 ‘꼬마버스 타요’를 좋아하거든요. 혹시나 해서 버스 남은 자리가 있나 봤더니 운 좋게 마지막 두 자리가 남아 신청했어요.

 

”예정에 없던 야밤버스 여행이 휴가의 마지막 일정이다. 남편 이씨는 “앞이 훤히 보이는 2층 맨 앞자리에 앉았는데 아이가 자신이 운전하는 것 같다고 좋아했어요. 차를 가져와 제주도 곳곳을 다녔는데 이층 버스를 타고 다니니 같은 곳도 다른 느낌이었어요. 몰랐던 숨은 명소도 알게 돼 좋았어요. 특히 도두봉은 처음 가본 곳인데 풍경이 아름다웠어요”라고 말했다.

산지천의 분수쇼를 보는 관광객들. 제주관광협회 제공
산지천의 분수쇼를 보는 관광객들. 제주관광협회 제공

2시간50분 정도 진행되는 야밤버스의 마지막 코스는 미식 여행 장소인 동문재래시장이다. 출발지인 제주국제공항으로 버스가 다시 돌아가지만 이곳에서 일정을 마쳐도 된다. 1945년에 형성된 역사 깊은 동문재래시장에서는 야시장이 열린다. 출입구 12개 중에서 8번 출입구로 가면 야시장 입구로 들어갈 수 있다. 야시장 쪽에는 꼬치, 바닷가재구이 등을 파는 50여개의 푸드트럭이 자리 잡고 있다. 김치말이 삼겹살 등 인기 푸드트럭 앞에는 포장해 가는 손님들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오메기떡, 우도 땅콩 등 제주의 다양한 먹거리뿐 아니라 볼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요리 불쇼는 야시장에서 볼 수 있는 특별 이벤트다. 야시장은 10월31일까지 저녁 7시부터 12시까지 운영한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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