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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으로 가는 '나락 콘텐츠'…피해자 밟고 가는 '유튜버 돈벌이'

범죄 피해자·지원단체 "출발은 피해자의 일상으로부터 시작돼야"

박상혁 기자 | 기사입력 2024.06.12. 08:08:46

일부 유튜버들이 피해자의 반대에도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해 2차 가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유사 범죄 피해자와 지원단체가 "피해자의 존엄을 해치는 신상 공개는 어떠한 이유로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피해자의 의사를 묵살한 유튜버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양육비를 주지 않은 '나쁜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해 온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옛 배드파더스)' 대표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해자 "피해자 동의 없는 신상 공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대표는 "피해자가 원치 않음에도 폭로를 계속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다름없다"면서 "(유튜버들이) 오로지 수익 창출을 위해 폭로한 것이라면 명분이 없더라도 돈벌이를 위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귀가 도중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폭행당한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필명) 씨도 이날 SNS를 통해 "(범죄) 피해자는 살면서 트라우마에 고통받아야 한다. 잊지 않아야 할 일들이 생기기도 하지만, 억울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며 피해자를 거론하는 것은 피해자의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동의 없이 밀양 사건 피해자와의 통화 내용과 판결문을 공개하며 '영상을 지우고 싶다면 연락달라'고 말한 유튜버를 두고 "피해자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영상을 내리지 않겠다는 명백한 협박"이라며 "피해자에게 잊힐 권리도 줘야 한다. 피해자는 충분히 숨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글 갈무리.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은 웹사이트를 열고 양육비 채무자의 신상을 공개했으며,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가해자의 신상이 알려졌다. 사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해 가해자의 정보가 알려졌다는 점은 밀양 사건의 신상 공개 방식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은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의 동의를 기반으로 채무자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피해자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현재 논란과 차이를 보인다. 구 대표는 피해자에게 양육비 이행명령 등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법원의 서류를 확인한 뒤, 미지급자에게 연락해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고, 그래도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온라인 사이트에 신상을 공개했다. 이 과정은 모두 피해자와의 소통 아래 이뤄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경우, 김진주 씨의 동의 아래 신상 공개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신상 공개를 결정한 유튜버는 김 씨와 인터뷰를 진행할 정도로 적극적인 교류가 있던 사이였다.

김 씨는 11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신상 공개에 대해서는 유튜버와 의논하지도,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할 법적 권리가 있는 건 아니"라면서도 "신상 공개 당시 해당 유튜버와 사건에 대한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상태였다"며 유튜버와 소통 관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밀양 성폭력 가해자들의 정보를 폭로하는 유튜버들은 이 같은 사례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피해자의 여동생은 9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사건 공론화를 원하면 직접 하겠다"며 신상 공개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유튜버들은 이를 무시한 채 영상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 중 '나락보관소'는 "가해자 44명 신상을 전부 공개하기로 가족과 이야기됐다"며 사실과 다른 공지와 함께 영상을 올렸으며, '판슥'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변조 없이 공개한 뒤 "피해자는 공개를 원치 않으면 내게 연락달라"고 말해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처럼 남발하는 신상 공개 콘텐츠가 언제든지 2차 가해로 변질될 수 있음에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는 미비한 상황이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 교수는 "현행법상 2차 피해를 유발하는 게시물이 불법정보로 규정되지 않아 피해자를 위한 규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현행법상 신상 공개 대상자가 유튜버를 고소할 수는 있지만, 이는 피해자의 권익 보호와 거리가 멀뿐더러 유튜버의 사익에 기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상공개에서) 피해자 보호에 대한 법적 규제를 만들기는 쉽지 않지만, 유튜브가 적극적인 규제 기준으로서 범죄 피해자의 정신적, 신체적 안녕을 위협하는 정보를 자율규제하는 방식은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공론화의 목적이 정말로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보다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그 방식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밀양 집단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지원해온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지난 일주일간 이뤄진 신상 공개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을 밟고 지나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며 "과거사에 대한 해소를 원한다면, 그 출발선은 피해자의 일상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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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으로 가는 '나락 콘텐츠'…피해자 밟고 가는 '유튜버 돈벌이'

범죄 피해자·지원단체 "출발은 피해자의 일상으로부터 시작돼야"

박상혁 기자 | 기사입력 2024.06.12. 08:08:46

일부 유튜버들이 피해자의 반대에도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해 2차 가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유사 범죄 피해자와 지원단체가 "피해자의 존엄을 해치는 신상 공개는 어떠한 이유로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피해자의 의사를 묵살한 유튜버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양육비를 주지 않은 '나쁜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해 온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옛 배드파더스)' 대표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해자 "피해자 동의 없는 신상 공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대표는 "피해자가 원치 않음에도 폭로를 계속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다름없다"면서 "(유튜버들이) 오로지 수익 창출을 위해 폭로한 것이라면 명분이 없더라도 돈벌이를 위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귀가 도중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폭행당한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필명) 씨도 이날 SNS를 통해 "(범죄) 피해자는 살면서 트라우마에 고통받아야 한다. 잊지 않아야 할 일들이 생기기도 하지만, 억울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며 피해자를 거론하는 것은 피해자의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동의 없이 밀양 사건 피해자와의 통화 내용과 판결문을 공개하며 '영상을 지우고 싶다면 연락달라'고 말한 유튜버를 두고 "피해자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영상을 내리지 않겠다는 명백한 협박"이라며 "피해자에게 잊힐 권리도 줘야 한다. 피해자는 충분히 숨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글 갈무리.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은 웹사이트를 열고 양육비 채무자의 신상을 공개했으며,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가해자의 신상이 알려졌다. 사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해 가해자의 정보가 알려졌다는 점은 밀양 사건의 신상 공개 방식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은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의 동의를 기반으로 채무자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피해자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현재 논란과 차이를 보인다. 구 대표는 피해자에게 양육비 이행명령 등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법원의 서류를 확인한 뒤, 미지급자에게 연락해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고, 그래도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온라인 사이트에 신상을 공개했다. 이 과정은 모두 피해자와의 소통 아래 이뤄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경우, 김진주 씨의 동의 아래 신상 공개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신상 공개를 결정한 유튜버는 김 씨와 인터뷰를 진행할 정도로 적극적인 교류가 있던 사이였다.

김 씨는 11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신상 공개에 대해서는 유튜버와 의논하지도,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할 법적 권리가 있는 건 아니"라면서도 "신상 공개 당시 해당 유튜버와 사건에 대한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상태였다"며 유튜버와 소통 관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밀양 성폭력 가해자들의 정보를 폭로하는 유튜버들은 이 같은 사례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피해자의 여동생은 9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사건 공론화를 원하면 직접 하겠다"며 신상 공개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유튜버들은 이를 무시한 채 영상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 중 '나락보관소'는 "가해자 44명 신상을 전부 공개하기로 가족과 이야기됐다"며 사실과 다른 공지와 함께 영상을 올렸으며, '판슥'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변조 없이 공개한 뒤 "피해자는 공개를 원치 않으면 내게 연락달라"고 말해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처럼 남발하는 신상 공개 콘텐츠가 언제든지 2차 가해로 변질될 수 있음에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는 미비한 상황이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 교수는 "현행법상 2차 피해를 유발하는 게시물이 불법정보로 규정되지 않아 피해자를 위한 규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현행법상 신상 공개 대상자가 유튜버를 고소할 수는 있지만, 이는 피해자의 권익 보호와 거리가 멀뿐더러 유튜버의 사익에 기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상공개에서) 피해자 보호에 대한 법적 규제를 만들기는 쉽지 않지만, 유튜브가 적극적인 규제 기준으로서 범죄 피해자의 정신적, 신체적 안녕을 위협하는 정보를 자율규제하는 방식은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공론화의 목적이 정말로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보다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그 방식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밀양 집단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지원해온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지난 일주일간 이뤄진 신상 공개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을 밟고 지나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며 "과거사에 대한 해소를 원한다면, 그 출발선은 피해자의 일상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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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보장법안’ 나온다

진보당 정혜경, ‘최저임금 사각지대’ 특고·플랫폼 노동자들과 함께 법 개정 예고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회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 최저임금 보장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6.11. ⓒ뉴시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닌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최저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낮은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기름값이나 식대 등 업무상 필요한 비용은 직접 부담하기 때문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서비스연맹이 1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보통의 노동자라면 당연히 지급받는 주휴수당, 4대보험, 퇴직금 등을 고려한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평균 시급은 그해 최저임금보다 훨씬 낮은 6,340원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이 예고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법의 적용 대상인 ‘근로자’에 특고·플랫폼 노동자들도 포함할 수 있도록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노무 제공자’를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현실적인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 기준을 현행 ‘근로자 생계비’가 아닌 ‘가구 생계비’로 바꾸고, 업종별 차등적용 조항과 장애인 적용 제외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도 담았다. 

정 의원은 “기업은 임금노동자가 아닌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고용만 늘리는 현실이기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특고·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표적인 특고·플랫폼 노동자인 배달노동자, 가전통신서비스 노동자, 학습지 노동자도 함께하며, 법 개정 추진을 환영했다.

배달플랫폼노조 홍창의 위원장은 “2022년 고용노동부에서 배달노동자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보면 배달노동자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언제든지 배달노동자들은 최저임금보다 못한 임금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배달노동자들은 최저임금으로 적정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생활 안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더 이상 배달플랫폼사의 이익추구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SK매직MC지부 임창도 지부장은 “차량 주유비, 점심식대, 통신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실질적인 수입은 130~135만원 정도가 전부”라며 “가전제품 방문점검원도 일한 만큼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우리도 다 같은 노동자로서 이제는 국가가 정하는 최저임금, 최저 생계비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조합원 박시영 씨는 “매월 월급날이면 기운이 빠진다. 2006년 입사했을 때보다 일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는데 수입은 늘기는커녕 매년 줄어들고 있다”며 “이 일에 지금껏 성실히 일했고,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도 있다. 하지만 헌법에서 국민에게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마음이 많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회가 하는 일은 국민이 행복할 수 있게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일 아닌가”라며 “저와 같은 특수고용 학습지 노동자들도 최저임금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주길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은 “많은 특고 노동자들이 오랜 투쟁 끝에 회사와 교섭을 진행하지만, 회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항목은 요구하지 말라’, ‘임금은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가장 중요한 임금도 논의하지 못하는 교섭이 무슨 소용이겠나”라며 “특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몇 년이 걸리는 법정투쟁과 정부, 회사의 무자비한 노조 탄압에 맞서 견결히 싸우며 여기까지 왔다. 이제 국회가 답을 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강 위원장은 “정 의원의 개정안은 일하는 누구나 생계를 보장받기 위한 당연한 권리를 담은 법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배달노동자의 안전한 운전과 당당한 노동을 열어주는 길이다. 방문점검원들이 고객과 회사의 갑질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길이다. 학습지 교사들이 영업과 홍보에 내몰리지 않고 아이들과의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길”이라며 “정 의원의 법안 발의를 환영하며,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잃어버린 노동권을 되찾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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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건희 명품백 사건 종결, 권익위 존재 이유 의심”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중앙·동아, 권익위 한목소리로 비판

중앙 “특검 명분 쌓아줘”…동아 “어물쩍 매듭지으려는 것 아니냐”

민주당 상임위원장 임명 강행에 세계 “이재명 방탄 국회 의문”

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4.06.12 07:3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월10일 서울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성향 일간지가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종결 처리한 것과 관련해 “공직자 배우자는 금품을 받아도 상관없느냐”고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조선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조사해 온 국민권익위원회는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중앙아시아 국빈 방문을 떠난 지난 10일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 제재 규정이 없다는 것이 종결 이유다.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보수성향 일간지가 사설을 통해 권익위원회 결정을 비판했다.

▲6월12일 조선일보 사설

김건희 명품백 사건 종결 후폭풍… 조선 “반부패 기구 존재 이유 의심”

조선일보는 권익위가 관련 조사를 6개월 동안 지체했는지 납득하기 어려우며, 검찰이 이번 사건을 확실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11일 권익위 결정과 무관하게 검찰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사설 <논란 더 키운 국민권익위 ‘명품백’ 조사>에서 “(권익위는) 명품 가방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것인지, 그래서 대통령이 신고 의무를 이행했는지도 조사하지 않았다”며 “권익위 설명대로라면 공직자 배우자는 금품을 받아도 상관없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권익위가 이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반부패 기구로서 존재 이유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명품 가방 수수의 위법성과 대통령 직무의 관련성, 대통령이 김 여사의 금품 수수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는지 여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사안”이라며 “검찰 수사는, 의문만 남기고 정치적 논란을 더 키운 권익위 조사와는 달라야 한다”고 밝혔다.

▲6월12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의 비판 수위는 조선일보보다 강했다. 동아일보는 <“배우자에겐 금품 주면 괜찮나?”에 권익위는 뭐라 할 건지> 사설에서 “용산의 눈치를 살피다 윤 대통령 부부가 해외 순방차 출국한 사이에 어물쩍 매듭지으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며 “이러니 ‘고위공직자의 배우자에겐 금품을 줘도 괜찮다고 권익위가 인정한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앞뒤는 다 자른 채 ‘종결’만 외친 권익위의 태도는 정부가 이번 의혹을 적당히 얼버무리고 덮는 데 급급했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권익위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대통령실 눈치만 본 권익위의 맹탕 ‘명품백’ 결론>을 내고 “사건의 실체와 경위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하지 않고 법적 미비만을 내세워 빠져나간 모양새”라며 “결국 사건의 실체와 책임 여부는 검찰의 수사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특별수사팀까지 꾸렸다는 검찰마저 권익위 수준의 결론을 낸다면 특검의 명분만 쌓아주게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6월12일 한국경제 사설

한국경제는 사설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이미 정치적 민감도가 최고조에 달한 사안을 이렇게 무성의하게 처리하고서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기대한다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정제혁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칼럼 <‘여사 권익위원회’>를 내고 “국민권익위가 아니라 ‘여사권익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부패도, 독립성도 포기한 권익위의 굴신이 낯뜨겁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권익위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겨레 3면 <권익위 ‘명품백’ 법리 검토만… 야권인사들 광범위 조사와 대비> 보도에 따르면 권익위는 지난 10일 위원들에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한 자료를 제공했는데 주로 법리해석에 대한 내용이었다. 권익위 내부에서도 사건을 수사기관에 이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차이가 있었고, 권익위원 15명 중 9명이 사건을 종결하는 것에 찬성했다.

한겨레는 “결론에 이르기 위한 조사는 부실하게 진행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실조사라는 비판이 확산할 것으로 보이다”며 “야권 추천 공영방송 이사들의 청탁금지법 위반 행위 신고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현장조사’까지 벌여가며 공세적으로 조처한 것과 대비된다는 점도 논란거리”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월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국회 파행 장기화 조짐… 세계일보 “이재명 방탄 국회”

더불어민주당의 11개 상임위원장 임명 이후 국회 운영이 마비됐다. 민주당은 운영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등 쟁점이 된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갔고, 국회는 헌정사 최초로 여당이 불참한 채 개원했다. 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민주당의 일부 상임위 회의 소집에 “의사일정에 전혀 동참하거나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6월12일 세계일보 사설

국민일보·세계일보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막기 위해 상임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고 봤다. 국민일보는 <당명에서 ‘민주’ 떼야 할 거대 야당의 의회 폭주> 사설에서 “국회를 입법부와 사법부를 옥죄는 도구로 만들어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의 방패막이로 쓰겠다는 꿍꿍이가 아니겠는가”라며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국민들의 의심도 점점 더 확신으로 굳어지게 할 뿐”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상임위 싹쓸이 ‘이재명 국회’ 만든다고 사법리스크 없어지나>를 내고 “아예 ‘이재명 방탄 국회’로 이끌어 가려는 심산이 아닌지 의문이다. 그렇게 한다고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없던 일이 되나”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민주당 독주에 사라진 정치… 국가 기능 부전 우려된다> 사설에서 “원 구성 협상에서 보인 민주당의 태도는 의회 민주주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과 거리가 멀다”며 “민주당의 독주는 여당의 강경 대응은 물론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강화시켜줄 뿐”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6월12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여야 모두에 국회 파행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겨레는 사설 <야당 상임위 독식도, 여당 보이콧도 자제해야>를 내고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여당이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건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여야 모두 피곤한 밀고 당기기를 할지언정 대화를 끊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 지금 같은 국회 파행은 정치력 부재를 내보이는 꼴”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민생·안보 비상인데 ‘반쪽·식물’ 국회, 조기 정상화하라>에서 “국민의힘은 원구성 협상에서도 버티기로 일괄할 뿐 여당다운 모습은 없었다”며 “민주당도 국회 1당에 걸맞게 협상 카드를 제시하며 대화하고 설득했는지 의문스럽다. 모든 걸 다수결로 한다면 승자독식만 있을 뿐 정치가 설 공간은 없다”고 했다.

윤수현 기자구독

melancholy@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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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임위 격돌' 사태로 알게 된 민생 외면 정당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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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4/06/12 09:37
  • 수정일
    2024/06/12 09:3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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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가로막는 건 용산만 쳐다보는 여당 몽니

민주당 독재? 식물 국회 반복 안 돼

여당 특위 가동, 입법 절차 무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 앞에서 열린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 강행 시도 규탄’ 연좌시위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사퇴, 이재명 방탄 사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민주당을 향한 ‘헌정 사상 최초’라는 비판은 윤석열 정부의 유례없는 거부권 남발, 행정 권력 남용이 낳은 반작용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신속한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민생을 가로막는 건 국민이 아닌 용산만 쳐다보는 여당의 몽니다.

11개 상임위원장을 가져간 민주당과 이에 반발하는 여당의 평행선이 계속된다. 민주당은 곧바로 주요 상임위 가동에 들어갔고, 여당은 모든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하며 우원식 국회의장의 사퇴촉구 결의안까지 제출했다.

여당은 의장이 상임위에 여당 의원들을 강제배정한다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임위 배정은 국회의장의 고유 권한인 데다 국회법 준수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권한쟁의심판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워 보인다.

상임위원장 의결을 두고 여당은 이를 전통과 관례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프레임으로 입법부 내에서의 견제 기능이 마비됐다며 야당의 독주를 비난한다.

민주당의 독재? 식물 국회 반복 안 돼

하지만 이를 민주당 독재라고 보긴 어렵다.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뽑는 과정에서 진보당, 조국혁신당 등 다른 야당과 협력했다는 점은 다당제 협치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다수당의 독주가 아니라 다양한 정치 세력과의 협력과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결과라는 평가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여당의 비판은 그동안 대통령실이 입법부를 어떻게 대했는가를 간과한 지적이다. 대통령은 21대 국회를 식물 국회로 전락시켰다. 시행령 정치를 이어갔고,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은 700여 일 만에 이뤄졌다. 야당이 주도한 법안뿐만 아니라, 여당이 발의했던 ‘농어업 회의소법’ 같은 민생 법안도 모두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에 폐기됐다. 또다시 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민주당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또한, 민주주의에서 다수당이 주요 의사결정에 더 큰 영향력을 가지는 것은 일반적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으로서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다수 차지하려는 것은 합리적인 권리 행사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의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수당의 공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권한을 갖는다는 점에서 다수결의 원칙에 부합한다.

민주당의 총선 공약은 채 해병 특검, 노란봉투법, 방송3법 등 폐기된 법안의 부활이었다. 공약 이행을 위해서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거다.

다수당이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많이 차지하면, 그만큼 정책 추진에 대한 책임 역시 커진다. 이는 정책 실패 시 더 큰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수당이 그 책임을 지고 의회를 운영하는 것이 민주적 원칙에 부합한다고도 볼 수 있다.

여당 특위 가동, 입법 절차 무시

여당은 야당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15개 내부 특위를 가동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특위도 사실상 여당에서 의미 있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상임위를 보이콧하고 내부 특위를 통해 정부와 함께 주요 정책을 다루겠다는 것인데, 특위가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며 정부 입장에서도 입법 절차를 우회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시행령 정치로 진통을 겪은 정부가 또 입법부의 권위를 훼손하고,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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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가두시위 대전, 하지만 홀대받는 6월항쟁 기념탑

제37주년 6·10민주항쟁 대전기념식 및 문화제 열려

  • 기자명 대전=정성일 통신원 
  •  
  •  입력 2024.06.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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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로역네거리 옛 대전부청사 앞 지하상가 공동구 위에는 조형물이 하나 있다.

옛 대전부청사가 오랜 기간 유치권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위치가 구석진 탓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도 이 조형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 조형물은 2017년에 설치된 ‘6월항쟁 기념탑’으로 “1987년 6월 함성, 독재타도 민주쟁취”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중앙로역네거리 옛 대전부청사 앞 지하상가 공동구 위에 위치한 '6월항쟁 기념탑'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중앙로역네거리 옛 대전부청사 앞 지하상가 공동구 위에 위치한 '6월항쟁 기념탑'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이곳에 37년 전 항쟁의 주역들이 모였다. 10일 저녁 7시에 우리들공원에서 진행될 제37주년 6·10민주항쟁 대전기념식 및 문화제에 앞서 이곳에 모인 항쟁의 주역들은 당시를 회상했다.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김병국 이사장(당시 충남민주운동청년연합 중앙위원, 대전 민가협 간사)은 “당시 치열했던 역사를 기록하고 바르게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투쟁이 바로 6월 정신이다”며 민주주의가 퇴보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투쟁해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87년 6월항쟁의 주역들이 모인 가운데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김병국 이사장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87년 6월항쟁의 주역들이 모인 가운데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김병국 이사장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이날 참석자 가운데 가장 고령인 김윤환 목사(당시 매포수양관 관장)는 당시 치열했던 항쟁과 일찍 세상을 등진 충남민주운동청년연합 중앙위원이었던 오원진, 강구철, 충남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윤재영을 떠올렸다.

전 대전민주평화광장 김필중 공동대표(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충남본부 총무위원장)는 “대전의 87년 항쟁은 대단했다. ‘고 박종철군 추모 및 고문살인 종식을 위한 범도민대회’가 87년 2월 2일 전국 동시 다발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행사가 진행되지 못하였다. 대전은 행사를 강행했고, 가두시위를 전개했다. 87년 최초 가두시위를 바로 대전이 했고 이에 전국회의가 열리면 다른 지역 참가자들이 대전을 높게 평가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기억을 전했다.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완규 지도위원(당시 충남민주운동청년연합 중앙위원)은 “수많은 항쟁 참가 인파가 경찰을 몰아내고 시내를 장악했다.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항쟁에 임했고, 80년 광주와 같은 항쟁도 각오한 투쟁이었다. 바람도 우리를 도와 최루탄 연기가 되려 경찰 대열 쪽으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기억을 생생히 전했다.

당시 충남대, 목원대, 한남대 학생으로 항쟁에 참여했던 이들도 “학생들만의 시위가 아니라 시민들 모두가 함께했던 시위로 기억된다. 저녁에 시위가 마무리될 때면 직장인들이 “학생들 내일 만나”하며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2주가 넘게 시위가 이어졌지만, 학생들도 시민들도 한데 어우러진 시위였다”며 당시 대중적인 시위의 모습을 기억했다.

대전의 6월항쟁 주역들이 기념탑에 모여 민주주의를 지켜내자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대전의 6월항쟁 주역들이 기념탑에 모여 민주주의를 지켜내자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기념탑은 6월항쟁 30주년을 맞이하여, 2017년 6월에 시민들의 모금을 비롯하여 대전광역시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지원으로 세워졌다.

조성칠 전 대전시의회 부의장은 “기념탑을 보기 좋은 자리에 세우고 싶었는데, 중앙로역네거리 주변에 기념탑을 세울 수 있는 부지가 없었다. 그래도 항쟁이 치열했던 장소에 세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여 지하상가 공동구 위에 기념탑을 설치했다”며 기념탑 설치 당시 아쉬움을 전했다.

실제로 6월항쟁 기념탑은 구석진 위치뿐만 아니라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 주변 공사 자제나 대형 쓰레기봉투가 기념탑 바로 앞에 놓여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날도 공동구 입구의 부러진 타일이 탑 앞에 방치되어 있었다.

6월항쟁 기념탑은 외진 곳에 설치되어 있고, 주변은 지저분할 때가 많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6월항쟁 기념탑은 외진 곳에 설치되어 있고, 주변은 지저분할 때가 많다. [사진-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이날 기념탑 앞에서 당시를 회상했던 항쟁의 주역들은 6월 정신을 잘 계승하고 기념탑의 관리 문제 또한 잘 해결해 보자는 의지를 다진 후 오후 7시에 기념식장인 우리들공원으로 이동하여 제37주년 6·10민주항쟁 대전기념식 및 문화제에 참가하였다.

행사는 1부 기념식과 2부 문화제로 진행되었다.

1부 기념식에서는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김병국 이사장의 기념사 및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김병구 상임대표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대전지역본부 김율현 본부장의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이들은 6월항쟁 정신 계승으로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아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오후 7시에 '우리들공원'에서 개최된 제37주년 6·10민주항쟁 대전기념식 및 문화제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일 오후 7시에 '우리들공원'에서 개최된 제37주년 6·10민주항쟁 대전기념식 및 문화제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기념식에는 주최단체 회원을 비롯하여 김제선 중구청장, 허태정 전 대전시장 등이 참석하였다. 이장우 대전시장, 이상래 대전시의회 의장,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박범계 국회의원, 조승래 국회의원 등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하였지만, 축전을 통해 6·10민주항쟁 37주년을 축하했다.

2부 문화제는 항쟁 당시 주요 구호였던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사회자와 참석자들이 함께 외치면서 시작되었다.

대전평화합창단의 노래공연과 대전작가회의 김희정 작가의 <“잠깐” 6.10항쟁 37주년에 부쳐> 시낭송, 조은주 씨의 오카리나 공연이 이어졌으며 김태린·김연지·나소연 씨의 창작무용 <되살아오는 유월, 투쟁의 거리>와 충남대민주동문회 노래패 ‘푸른하늘’과 ‘마당극단 좋다’ 박세환, 정경희 배우의 합동 노래 낭독극 ‘기면 기구 아니면 아니다’가 공연되었다.

10일 오후 7시에 '우리들공원'에서 개최된 제37주년 6·10민주항쟁 대전기념식 및 문화제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일 오후 7시에 '우리들공원'에서 개최된 제37주년 6·10민주항쟁 대전기념식 및 문화제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끝으로 모든 참석자들이 무대에 올라 “6월의 역사를 오늘의 역사로 이어가자!”, “민주주의 봄을 넘어 항쟁의 거리로 달려가자!”, “10·29이태원 참사 진상을 규명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기념식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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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트지오 신뢰성 논란에도 교차 검증 거부한 정부

산업부 2차관 “데이터 공개는 리스크” 주장…액트지오 세금 체납엔 “계약 당시 몰랐다” 사과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 차관은 다른 전문가들도 성공률이 20%면 충분히 시추할만 하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2024.06.10. ⓒ뉴시스


정부가 동해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 소규모 업체의 분석 결과를 두고, 다른 업체에 분석을 의뢰해 교차 검증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분석을 맡은 액트지오가 계약을 맺을 때 세금 체납 상태였다는 사실은 계약 당시 몰랐다며 사과했다. 다만, 세금 체납에 따른 계약상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액트지오의 분석 결과를 다른 업체와 교차 검증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어느 광구도 심해 탐사와 관련된 조사 자체를 복수의 기관에 맡기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최 차관은 “정보 소스는 독점해야 하므로 보통 해외 메이저 같은 경우 내부 팀을 통해 작업을 한다”며 “자기들의 판단하에 투자해야 하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이거(정보 소스)를 많이 알린다고 좋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이 알릴수록 여러 투자가가 끼면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여러 군데서 동일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데이터 자체는 저희가 가지는 기초자산이기 때문에 그걸 다시 또 개방해서 다시 또 검증을 맡기는 건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최 차관은 액트지오의 전문성에 대해 “순차층서학에 기반한 분석을 가장 잘했던 회사가 엑슨모빌이었고, 가장 권위자가 아브레우 박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분석은 순차층서학을 활용한 국내에서는 최초의 분석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액트지오의 세금 체납 문제에 대해서는 “계약 당시 몰랐다”며 사과했다. 액트지오는 지난해 2월 석유공사와 계약 당시 법인 영업세 1,650달러(약 2백만원)를 체납한 상태였다.

최 차관은 “실수를 한 거고, 계약 당시에는 몰랐다”며 “석유공사에서 그 부분(액트지오의 세금 체납)을 놓친 거에 대해서는 아주 완벽하게 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액트지오가) 회계사를 통해 처리했는데 누락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액트지오 측을 대변했다.

그는 “계약 자체에 대해서는 법인격이 살아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 입찰에서 그게(세금 납부가) 요건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찰 당시) 납세증명서 등을 첨부하게 돼 있었으면 그 과정에서 치유가 됐을 텐데, 그런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못 본 점에 대해서는 석유공사를 포함해 정부를 대신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2007년부터 석유공사와 동해 탐사를 진행한 대형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가망성이 없다고 판단해 2022년 7월 철수를 통보한 것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는 2022년 6월에 BHP사와 합병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자산 재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심해 쪽에서 해상 프로젝트 부분에서는 전반적으로 철수 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우드사이드에 설정한 광업권의 장소는 8광구와 6-1광구 북부 지역으로, 나머지 지역에 대한 탐사 자료는 없었다”며 “이번에 저희가 종합 분석한 자료는 기존에 우드사이드가 분석한 자료에 더해, 그동안 석유공사가 독자적으로 수행했던 대륙붕과 대륙사면 관련 자료도 포함됐다”고 했다. 대륙붕과 대륙사면 관련 자료는 우드사이드의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석유공사가 2023년 액트지오에 제공하면서 이번 분석 자료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액트지오는 향후 시추 위치를 선정 과정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최 차관은 “전체적인 자료 해석과 작업을 수행한 기관이 액트지오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위치 선정도 제일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며 “액트지오 자문을 받아 석유공사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적인 자문 비용은 없고, 기존 용역 계약 금액에 포함돼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시추 위치는 미정이라고 최 차관은 전했다. 그는 “12월 말경에 시추한다는 계획을 역산해 보면 7월 중에는 정확한 시추 위치를 정해야 추후 일정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의 전문성에 의존해 시추 위치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추 작업은 3개월 정도 걸리고, 시추 작업을 통해 획득한 자료를 추가적으로 3개월 정도 검토한다는 전제하에 내년 상반기경 1차 시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투자 유치를 위해 광구를 재분할한다는 계획이다. 최 차관은 “7개 유망구조를 감안해 광구를 다시 분할할 것”이라며 “분할된 광구 중심으로 해외 투자 유치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광구 분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달 말 산업부 장관 주재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전략회의를 열어 광부 분할 기본 방향을 논의하고, 해저광물자원개발심의회가 결정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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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 종결에 한겨레 “대통령 부부 위한 권익위”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 “국민 바보로 여겨”, “해외 순방에 꽃길 깔아줘”

민주당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조선 “총선 압승을 ‘입법 폭주 면허증’으로 착각”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국민의힘에 조선·동아 “무책임”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4.06.11 07:37

  • 수정 2024.06.11 07:38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대통령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조사해온 국민권익위원회가 사건 접수 116일 만에 조사를 종결 처리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들의 배우자의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과 이 사건 제공자(최재영 목사)에 대해 직무 `관련성 여부, 대통령 기록물인지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종결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권익위 법정 처리기한은 최장 90일인데 기간을 훌쩍 넘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은 마침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6개월 만에 해외 순방을 떠난 날이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권익위, 김건희 특검법만이 답”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19일 참여연대는 권익위에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지난해 11월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22년 9월13일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디올 명품 가방을 받았다며 몰래 찍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뤄진 신고다. 이후 권익위는 60일 조사 기간 후, 30일을 연장한 뒤, 한 번 더 기간을 연장했다.

▲11일 경향신문 1면.

김건희 디올백 수수 의혹 종결에 한겨레 “대통령 부부를 위한 권익위”

경향신문은 <결국 ‘배우자’는 명품백 받아도 된다는 권익위> 1면 기사에서 “권익위가 과도하게 시간을 끌었다는 지적도 불가피해 보인다. 권익위는 지난 1월 사건 접수 한 달이 다 되도록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그제서야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김건희 명품 백 면죄부 준 권익위, 존재 이유 없다> 사설에서는 “어이가 없다. 권익위는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원석 검찰총장조차도 검사 3명을 투입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힌 사안에 이런 식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은 반부패 총괄기관으로서 권익위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한다”며 “권익위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성역화하고, 대통령 부부의 해외 순방에 꽃길을 깔아줬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김 여사 6개월 만의 출국 당일 면죄부 준 권익위> 사설에서 “윤 대통령 부부의 6개월 만의 순방에 맞춰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김 여사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당당하게 나갔다.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김 여사의 공개 행보 재개에 부정적이고,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도 크다. 국정 최고책임자라면 당연히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윤 대통령 부부는 사과 한마디 없이 출국했다”고 비판했다.

▲11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권익위를 향해 “법리가 복잡하지도 않은 사건을 6개월이나 뭉개다 출국일에 맞춰 종결 처리한 것이다. 권익위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디올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검찰 조사에서 디올백과 샤넬 화장품을 선물한 이유에 대해 ‘청탁의 의미도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최재영 목사는 화장품을 건넨 뒤에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대통령 국정자문위원 임명을 청탁하는 메시지를 김 여사에게 보냈다고도 했다.

이에 한겨레는 “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 여사는 단순히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 형량이 더 센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된다”며 “영부인이 대통령인 남편을 이용해 금품을 챙겼다면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수사 의뢰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면죄부를 주다니, 권익위는 대통령 부부를 위한 권익위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조선 “총선 압승을 ‘입법 폭주 면허증’으로 착각”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야당이 10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17개 상임위원장 중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나머지 7개 위원장 후보도 국민의힘이 내놓지 않으면 민주당은 그 자리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동아일보 1면.

이날 본회의에서는 국회 운영위원장에 박찬대 의원, 법제사법위원장에 정청래 최고위원, 교육위원장에 김영효 의원, 과방위원장에 최민희 의원, 행안위원장에 신정훈 의원, 문체위원장에 전재수 의원, 농해수위원장에 어기구 의원, 복지위원장에 박주민 의원, 환노위원장에 안호영 의원, 국토위원장에 맹성규 의원, 예결위원장에 박정 의원 등이 선출됐다.

동아일보는 1면 <野, 상임위장 ‘한밤 단독선출’… 與 “국회 보이콧”> 기사에서 “. 야당이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과 상원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원장을 독차지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라며 “민주당은 이르면 11일부터 위원장 선출을 마친 상임위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주 내로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까지 밀어붙인 뒤 이달 중 첫 대정부질문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도, 국회도 이재명 1인 독재 체제로 전락했다’며 향후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11일 동아일보 3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국회 본회의는 오후 2시 예정이었으나,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지도부 간 회동이 이어지면서 오후 5시와 오후 8시로 두 차례 미뤄졌다. 국민의힘은 법사위만 여당 몫으로 주면 운영위와 과방위는 민주당에 내줄 수 있다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법사위와 운영위, 과방위원장 모두 민주당 몫이라고 거부해 합의는 불발됐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결국 우 의장은 의장실 앞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뚫고 본회의장에 들어가 ‘원 구성과 개원을 마냥 미룰 수 없다’며 상임위원장 표결 안건을 상정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한 정당의 국회 점령과 독재는 결국 부메랑 될 것> 사설에서 “그동안 1당이 국회의장을, 2당이 법사위원장을, 집권당이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국회 운영이 다수결로만 이뤄지면 승자 독식이 불보듯 뻔하니 최소한 이들 상임위엔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까지 의회가 만들고 지켜왔던 불문율을 모두 무시하고 있다”며 “총선 압승을 ‘입법 폭주 면허증’으로 착각한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정당이 국회를 마치 점령이라도 한 듯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경우 그 결과는 다수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의 힘에 의한 국회 운영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명분만 쌓아줄 뿐”이라고 덧붙였다.

▲11일 조선일보 사설.

▲11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민주당은 승자독식 무리수, 국민의힘은 무기력한 보이콧> 사설에서 “이로써 민주당은 국회의장,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 등 국회 운영의 핵심인 3자리를 모두 차지하게 됐다”며 “민주당은 18개 상임위 중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둔 7개 위원장 후보를 여당이 내지 않으면 그 자리도 차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정당이 핵심 세 자리를 모두 차지한 건 21대 국회 전반기에 딱 한 차례(2020~2022년) 있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그때 집권 민주당은 18개 상임위를 독식하고 각종 입법을 밀어붙였지만, ‘오만’과 ‘폭주’라는 비판 여론 앞에 후반기엔 국민의힘에 법사-운영위원장 자리를 양보했었다. 이번에도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갈 경우 두 번째 독식 기록을 세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여야 원구성 협상이 결렬된 것은 각종 특검 등 민감한 현안이 쌓여 있는 법사위를 놓고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상임위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 위원장을 다수당이 맡아야 한다고 했지만, 결국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 목적으로 법원 검찰 등을 관할하는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려 한다는 게 ‘진짜 속내’라고 국민의힘은 주장한다”며 “22대 국회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독주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무기력한 상태로 끌려가는 모습을 연출할 공산이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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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상임위원장 후보를 선출하지 않는 국민의힘이 무책임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향후 상임위 활동을 비롯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하지만, 집권 여당의 이런 모습 또한 무책임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여당은 국회 보이콧 외엔 별다른 대응 수단을 갖지 못한 채 ‘차라리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라’는 식의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21대 국회 때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가 역풍을 맞은 전철을 밟도록 하자는 계산인지 모르겠으나 집권당으로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김건희 조사 재연장 권익위, 한겨레 “이재명 부인은 두 달 만에 대검”]

박서연 기자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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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행위자'가 된 러시아, 혼돈의 지구 정치 지형이 확정되었다

[장석준 칼럼]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을 연상시키는 세계 정세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 기사입력 2024.06.11. 04:26:32

정확히 1년 전에 나는 이 지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반대하며 러시아 안에서 푸틴 독재에 맞서 싸우는 사회주의자들, 그 가운데에서 국내에도 상당히 알려진 저술가 보리스 카갈리츠키를 소개했다(☞관련기사 : "'부패한 독재체제서 살고 싶지 않다', 러시아 저항세력의 절박한 외침"). 전쟁을 끝내려면 푸틴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카갈리츠키의 외침을 전하면서 나는 그의 신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반전운동가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중형을 선고하고 있던 푸틴 정부가 아무래도 가만있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글이 나오고 불과 한 달 뒤인 작년 7월 26일에 KGB의 후신 격인 연방보안국이 "테러리즘을 옹호"했다는 명목으로 카갈리츠키를 전격 체포했다. 그 즈음에 전쟁은 러시아 측 예상과 달리 1년 넘게 장기화하고 있었고, 그래서 푸틴 정권은 9월에 끝내 국내 여론 악화를 감수하면서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런 국면에 벌어진 카갈리츠키 체포는 누가 보더라도 반전 여론의 구심을 선제공격하여 고립시키려는 시도였다.

그래도 처음에는 탄압이 합법의 외양을 완전히 벗어버리지는 않는 것처럼 보였다. 푸틴 정부가 그나마 세계와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브릭스(BRICS)의 참가국들 중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의 좌파 인사들이 카갈리츠키 구명 서명에 나섰고, 그 덕택인지 작년 말 재판에서는 구속은 면한 벌금형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올해 3월에 실시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분위기가 급변했다. 대선 한 달 전인 2월에 돌연 카갈리츠키는 벌금형이 아닌 5년형을 선고받았다. 푸틴의 최고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북극해에 인접한 죽음의 교도소에서 의문사한 바로 그때에 카갈리츠키는 66세의 나이에 그 북극권 교도소에서 5년 동안 갇혀 지내라는 판결을 받은 것이다.

카갈리츠키 말고도 반전운동에 나선 수많은 이들이 현재 중형을 받아 감옥에 갇히거나 국외로 추방되거나 망명자가 되어 있다. 이것이 우크라이나 침공 2년째인, 그리고 푸틴 정권 24년차를 맞이한 지금 러시아의 현실이다.

▲우크라이나 하르키프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격전을 벌이던 보브찬스크 인근 부가이프카 마을에서 경찰이 한 노인을 버스로 대피시키고 있다. ⓒAP통신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을 연상시키는 세계 정세

그러나 푸틴 정권은 오판했다. 카갈리츠키 같은 이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막으려고 탄압에 나섰겠지만, 목소리는 제압당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우렁차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사실 러시아 바깥에서는, 심지어 좌파조차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에는 러시아인들의 이야기에 그다지 진지하게 귀 기울이지 않았다. 우리말로 번역된 카갈리츠키 저서 목록만 봐도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모스크바 발 뉴스가 뜨거운 관심거리이던 1990년대 초에 집중 번역된 다음에는 소개된 책이 거의 없다.

한데 이제는 사정이 바뀌었다. 반전운동과 카갈리츠키 체포 등을 계기로 뒤늦게나마 러시아 내부의 치열한 노력에 관심과 연대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장 뤽 멜랑숑, 제러미 코빈, 슬라보이 지젝 등이 함께 한 카갈리츠키 구명 서명운동은 이런 분위기를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다. 푸틴 정권의 의도와 정반대로 러시아 내 반체제 좌파에 대한 탄압은 러시아 좌파, 사회운동에게 오랜만에 국제연대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어쩌면 그 일환일까. 최근 카갈리츠키의 새 책 영어판이 영국 좌파 출판사 플루토(Pluto)에서 나왔다. <오랜 후퇴: 좌파의 쇠퇴를 뒤집을 전략(The Long Retreat: Strategies to Reverse the Decline of the Left)>이 그 책이다.

제목인 '오랜 후퇴'는 단지 러시아 좌파의 후퇴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시기 동안 전 세계 좌파가 예외 없이 겪은 침체와 퇴행을 말한다. 마치 1970년대 유신 시절 대한민국을 연상시키는 나라의 저자가 썼으니 자기 나라의 참혹한 사정을 고발하는 책이겠거니 넘겨짚는다면 오산이라는 이야기다. 한참 전에 우리말로 소개된 책들에서도 그랬듯이, 카갈리츠키의 시야는 러시아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러시아와 상관없는 붕 뜬 시각에서 남의 나라 이야기만 읊는 것도 아니다. 조국이 포함된 세계 전체를 시야에 담고, 다시 그 세계의 맥락에서 조국을 짚는다.

<오랜 후퇴> 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상황을 직접적으로 다룬 대목은 "제8장. 전쟁, 기아와 경제적 구조재편"이다. 이 장에서 카갈리츠키는 푸틴 독재의 패악과 실정을 늘어놓거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을 시시콜콜 따지지 않는다. 좀 당황스러울 만큼 곧바로 제1차 세계대전 이야기를 꺼낸다. 그가 보기에 지금 세계 정세를 살피는 데 가장 적절한 거울이 100년 전 이 전쟁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만 해도 강대국들이 모조리 참여하는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높게 본 이는 거의 없었다. 설령 유럽 대륙의 몇몇 국가들이 그런 전쟁에 뛰어들 수는 있어도, 당시 세계체제 안에서 가장 안온한 위치에 있던 대영제국의 리버럴 성향 정치가들이 참전 결정을 내리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1914년 여름 갑자기 그런 일이 벌어졌다! 2022년 유럽 대륙에서 돌연 발발한 전면전 역시 비슷했다. 국지적 충돌이 느닷없이 총력전으로 폭발했고, 은행가들과 노닥거리는 데나 익숙하던 유럽 정치가들이 전시 지도자로 돌변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권력자들의 이러한 선택은 변덕스러워 보이기만 한다. 그러나 카갈리츠키는 이것이 결코 우발적인 것은 아니며 이유가 없지도 않다고 지적한다. 그 이면에는 바로 점점 더 절박해지는 경제-사회적 상황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유럽 열강 집권자들은 적대국들 탓에 해외에서 수익을 뽑아내는 데 한계에 부딪혔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국내에서 노동계급과 여성 같은 '몫 없는 이들'의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마찬가지로 푸틴 정권 역시 팬데믹 이후 경제적 긴장과 장기 독재가 낳은 정치적 긴장을 풀 출구가 필요했다. 두 경우 모두 마침내 '전쟁'이 최고위층의 '합리적'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오랜 후퇴> 제8장에서 카갈리츠키가 펼치는 논의는 현 상황과 제1차 세계대전 사이의 이러한 유비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권력자들이 겁 없이 선택한 총력전 상황이 당대 자본주의 구조를 심각하게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제1차 세계대전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전쟁 수행과 경제 봉쇄 대응 등의 명분 아래 국유화나 경제 계획이 당연하다는 듯이 집행되는 러시아(그리고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을 의심심장하게 분석한다. 그리고 자본주의 엘리트들이 무의식적으로 연 이 새 국면에서 민주주의와 평화, 전 지구적 복합위기 극복을 지향하는 혁명이 어떤 모습을 취할지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이러한 카갈리츠키의 논의에는 흥미로운 쟁점이 많지만, 일단 여기에서는 반전평화를 즉각적인 과제로 삼는 러시아 내부 좌파가 현 세계 정세를 제1차 세계대전 당시와 비슷한 지형과 구조로 이해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이 구조는 로자 룩셈부르크나 V. I. 레닌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에 의해 주로 분석됐고, 이런 분석의 대강은 오늘날 좌우를 떠나 역사가라면 누구나 받아들이는 상식이 되어 있다. 그 골자는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치열한 경쟁과 대립이다.

신냉전, 다극화가 아닌 제국주의 국가 간 경쟁의 부활

현 세계 정세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또 다른 러시아 좌파 사회과학자 일리야 마트베예프가 최근 미국 저널 <자코뱅>에 발표한 글 "우리는 제국주의 경쟁이 심화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Ilya Matveev, "We Live in a World of Growing Imperialist Rivalry", Jacobin, 2024. 5. 28)에 보다 깔끔히 정리돼 있다. 젊은 지구정치경제 연구자인 마트베예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푸틴 정권을 신랄히 비판했고, 현재는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마트베예프 역시 카갈리츠키처럼 현 정세가 제국주의 열강 간 경쟁과 갈등이 극대화되는 형국이라 진단한다. 단, 열강의 숫자와 영향력의 상대적 격차 등은 100년 전과 크게 다르다. 이번에는 제국주의 경쟁자가 셋으로 압축되며, 선두 주자와 도전자 그리고 나머지 하나 사이에 힘의 격차가 제법 크다. 그 세 열강이란 미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다. 물론 구 제국주의의 잔재인 서유럽 국가들이 있지만, 이들은 군사력 등에서 철저히 미국에 종속되어 있기에 이 셋과 동등한 행위자라 보기는 힘들다.

이러한 규정은 현재 지구상의 가장 뜨거운 현안인 미국-중국 대립이 20세기 냉전의 반복, 즉 신냉전이 아니라는 판단을 깔고 있다. 이 점에서 마트베예프는, 중국이 고전적 제국주의론에서 제국주의를 판별하는 근본 지표인 자본수출국으로 부상했다는 훙호펑의 진단(<제국의 충돌: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하남석 옮김, 글항아리, 2022)에 동의한다. 상품시장뿐만 아니라 금융투자 무대를 놓고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고, 100년 전 제국주의 충돌과 마찬가지로 이런 경제적 이해 갈등이 미-중 대립의 핵심 토대라는 것이다.

문제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중국과 대등하게 취급될만한 도전자는 아니다. 자원수출국으로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추고 있고 최근에는 이 나라에서도 투자처를 찾아 헤매는 유휴 자본이 늘어났지만, 그렇다고 중국처럼 미국을 추월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지는 못하며 그럴 역량도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드러나듯이, 재래식 전력 역시 허점이 많다.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하는 거의 유일한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핵 전력이다.

마트베예프는 이 세 번째 주인공을 움직이는 힘이 중국의 경우와는 달리 경제적이기보다는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을 강하게 띤다고 주장한다. 그 이데올로기는 구 소련의 공식 이념이었던 마르크스-레닌주의와는 달리 세상의 진보를 약속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단지 푸틴 치하 러시아에 대한 외부의 위협을 최대한 과장하면서 러시아가 힘에 겨운 제국주의 경쟁의 세 번째 주자로 나서도록 부추길 뿐이다.

가령 우크라이나 민병대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나치 부역자였던 극우 민족주의자 스테판 반데라를 숭배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파시즘 성전'이라 둘러대는 푸틴 대통령의 사표(師表)는 정작 레닌도, 스탈린도 아닌 이반 일린이다. 일린은 구 러시아 제국의 향수와 20세기 파시즘을 잇는 독특한 극우 사상가다. 구 제국의 반혁명 귀족 출신인 그는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권과 독일 히틀러 정권을 열렬히 찬양하면서 소비에트연방 타도 이후에 러시아 사회가 추구할 미래가 이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이런 사상의 추종자들이 '반파시즘 전쟁'을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마트베예프는 이런 도발적 이데올로기 이면에 실은 지배 엘리트의 공포가 있다고 본다. 2010년대에 우크라이나의 마이단 혁명을 비롯해 구 소비에트연방 소속 국가들을 휩쓴 대중의 직접행동은 푸틴 정권에게 NATO 확장이나 우크라이나 친서방파의 도발보다 더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마치 20세기 벽두에 서유럽 보수 지배층이 그랬던 것처럼, 푸틴 정권은 이런 내부로부터의 위협을 선제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자기 역량을 넘어서는 제국주의적 대외 공세를 감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러시아로서는 힘에 부치는 모험이라 하더라도 이 나라가 세상에 끼친 영향만큼은 결정적이다. 러시아가 제국주의 행위자로 뛰어듦으로써 2020년대에 혼돈을 거듭하던 지구 정치 지형이 돌이킬 수 없이 확정되었다. 미국의 점진적인 패권 약화 혹은 후퇴를 통해 열린 국면은 어쩌면 가장 안 좋은 방향으로 궤도가 정해졌다. 그것은 미-중 신냉전도 아니고 남반구가 주도하는 다극화도 아닌 제국주의 열강 간 경쟁과 대립의 복귀다. 다만 한 세기 전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이번에는 '인류를 몇 번이나 절멸시킬 수 있는 대량 핵무기로 무장한' 세 제국주의 국가의 대립이라는 것이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기자회견 겸 국민과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타스통신=연합뉴스

네 번째 행위자를 찾아서

2022년 러시아의 전격적인 전면전 감행 이후 세계 여론은 양분됐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면서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일본까지 포함하여)의 군사동맹에 무턱대고 박수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러시아를 미 제국의 희생양으로만 바라보며 침략자를 편드는 이들도 있었다. 전 세계 좌파도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수많은 분파와 경향으로 어지럽게 나뉘어 있던 각국 좌파는 2022년 이후 더욱 심각하게 분열했다.

한국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기회 삼아 미국의 대중, 대러 포위 정책을 지지하고 더 나아가 자신은 예전부터 '자유주의자'였다고 커밍아웃하는 이들이 생겨났고, 반대편에서는 푸틴 정권을 미국 단일지배체제를 깨뜨리고 다극화 세상을 여는 선구자로 치켜세우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1년 전 카갈리츠키의 반전론을 소개하는 글에서도 지적했지만, 이러한 두 입장 모두 현재 지구를 관통하는 대립의 실체를 온전히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카갈리츠키나 마트베예프 같은 러시아 반체제 좌파가 내놓는 '제국주의 열강 간 대립'이라는 진단은, 비록 아직 분석의 출발 정도에 머물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극단론들보다는 훨씬 냉철한 그림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지금 진정한 대안은 "현대 자유주의의 개인주의 논리"(미국)와 "새로운 보수주의의 전체주의적 공세"(중국, 러시아) 사이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이 둘 다를 극복하는 것이라는 카갈리츠키의 호소는 커다란 설득력을 지닌다. 이를 달리 말하면, 제국주의 주역들이 늘 불안하게 그 존재를 의식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존재를 제대로 드러냈다고 할 수 없는 현 정세의 네 번째 행위자가 실체를 확보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러시아의 반전평화 시민들 그리고 이들과 소통, 연대하려는 이곳의 우리가 바로 그 네 번째 주인공의 씨앗들이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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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말해주는 것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6/11 08:06
  • 수정일
    2024/06/11 08: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윤, 헌재 판결 입맛대로 해석...헌재도 대북 전단 살포 금지 취지 인정해

“정부가 할 일은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 최소화하는 것”

“대북 확성기 재개? 윤 대통령 지지율 추락·탄핵 위기 탈출 전략”

▲정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재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한 가운데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한국 측 초소에서 군인들이 대북 확성기 관련 군사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2024.06.10. ©뉴시스

지난 9일, 윤석열 정부는 최전방 지역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 하에서 대북 방송을 중단한 지 6년 만이다.

대통령실 산하 국가안보실은 대북 방송 재개에 관해 “북한이 오물 풍선을 다시 살포한 데 대해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남북 간 긴장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측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가 북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이 대남 오물 풍선을 보낸 이면에는 우익 탈북자 단체들이 앞다퉈 대북 전단 수십 만장을 살포한 배경이 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들어 대북 전단 살포는 멈춘 적이 없다. 2022년 7월 6일에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2023년 4월 9일에는 ‘자유화 캠페인(북한 자유화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탈북자들)’이 대북 전단살포를 시행했다. 올해 5월 10일에도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 전단 30만 장과 USB 2천 개를 북으로 쏘아 보냈다.

지난달 28일부터 북이 보냈던 대남 오물 풍선은 이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지연된 대응이었던 셈이다.

본래 9일부로 종료될 예정이었던 북의 풍선 대응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확성기 재개로 인해 다시 연장될 예정이다.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와 회원 13명이 지난 7일 오후 9시께 인천 강화도에서 대북 전단 20만 장을 담은 대형 풍선 10개를 북한 방향으로 날려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겨레얼통일연대 제공) 2024.06.08.

윤, 헌재 판결 입맛대로 해석...헌재도 대북 전단 살포 금지 취지 인정해

한편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빌미로 반공단체들의 대북 전단을 방조해왔다. 헌재가 ‘남북관계발전법’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조항에 위헌판결을 내린 이후 윤석열 정부는 “헌재 결정”과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대북 전단 살포 제지는 커녕 자제를 요청하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헌재는 해당 조항이 “국민의 생명·신체 안전을 보장하고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국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경우 살포 금지를 통보할 수 있도록 하면 표현의 자유를 덜 침해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즉 형사처벌을 곧바로 적용하기보다는 유연한 제재 방안을 고려하라는 권고가 헌재 판결의 핵심이었던 것.

따라서 남북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경색된 시점에서, 무분별하게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반공단체들을 제지하지 않은 채 표현의 자유와 헌재 판결을 인용하는 일은 사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단 살포를 사실상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상식적인 정부라면 북의 풍선 대응이 이뤄진 시점에서 뒤늦게나마 반공단체들을 제지하거나 자제를 촉구했어야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9.19 남북군사합의’의 전체 효력 정지를 추진한 데 이어 대북 확성기까지 꺼내들고 나왔다.

이 같은 조치로 인해 남북 간 긴장과 갈등 수위는 한층 더 높아졌고, 접경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는 추세다. 더불어 윤석열 정부의 강경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 탑승하고 있다. 2024.06.10. ©뉴시스

“정부가 할 일은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 최소화하는 것”

강원도 철원군의 한 주민은 “여기는 대북 방송을 틀면 바로 들리는 철책선 바로 아랫마을”이라며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지금껏 조용히 살아왔는데, 대북 방송을 재개한다고 하니 엄청 불안하다”고 밝혔다.

파주시 대성동 마을의 한 주민 역시 “대남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주민들은 소음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으며, 인근의 해마루촌 마을 홍정식 이장도 “주민들 대부분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확성기가 가동되면 대성동마을, 통일촌, 우리 마을은 야간 소음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당분간 잠 못드는 밤을 견뎌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동아일보조차 9일 사설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정치심리전을 넘어 서로 총탄을 주고받는 무력 충돌, 나아가 국지전 같은 유혈 사태로 번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구를 모색하는 냉철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남북 간 위기 관리용 소통 창구를 찾는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라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자중과 신중한 대응을 요청드린다”며 “(대북 방송 재개는)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일”이라 강조했다.

이어 “지금 군에 자식들을 보낸 부모님들은 혹시 이러다 제대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 밝혔다.

“대북 확성기 재개? 윤 대통령 지지율 추락·탄핵 위기 탈출 전략”

한편 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강경 대응이 정치적 위기 탈출 전략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켜 지지율 하락과 탄핵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말이다.

‘다른세상을향한연대’의 전지윤 활동가는 “대다수 탈북자를 대표할 수도 없는 극우 ‘탈북단체’들이 미국 정보당국이 지원하는 돈을 쫓아서 대북전단을 보내 왔지만 이제는 윤석열 정부가 직접 탈북단체들을 뒤에서 독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임하고 감옥가기 싫어서 가자(팔레스타인)에서 전쟁과 학살을 지속하는 네탸냐후와 윤석열은 너무 닮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 부인을 능욕하고 맨날 여성노출 사진과 심지어 노무현-이설주 합성 사진까지 있었던 것으로 악명 높은 게 대북전단”이라며 “이런 저질의 위험한 행태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옹호돼 온 것도 기막힌 일”이라 덧붙였다.

이어 “미국의 바이든 정부와 일본의 기시다 정부도 대중국 봉쇄 강화나 군국주의 재무장이라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서 윤석열의 불장난을 방조할 가능성이 특히 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6일 새벽 경기 포천시에서 대북전단 등이 담긴 대형 애드벌룬을 북한에 띄어 보냈다고 밝혔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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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북, 전쟁보다 경제건설 전념할 시간 원해”

광화문포럼 등, ‘2024 한반도 전략아카데미’ 3강 개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4.06.10 22:00
  •  
  •  댓글 0
 

북, 군용 비행장을 ‘온실농장’으로 바꿔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5월 25일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광화문포럼 등이 주최한 ‘2024년 한반도 전략 아카데미’ 세 번째 강좌에서 “핵보유국 북한의 선택 – 북한은 전쟁을 결심했나?”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5월 25일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광화문포럼 등이 주최한 ‘2024년 한반도 전략 아카데미’ 세 번째 강좌에서 “핵보유국 북한의 선택 – 북한은 전쟁을 결심했나?”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확한 워딩이 ‘전쟁 준비 태세’, 외부의 전쟁 위협에 대응해서 그것을 준비한다는 차원이지 본인들이 먼저 공격하겠다는 얘기는 안 하고 있습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북한은 “전쟁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의 위협으로 오고 있다라고 하는 것을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북측이 현 상황을 위기상황으로 보고 있지만 전쟁보다는 경제건설에 전념할 시간을 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창현 소장은 대북전단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5월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광화문포럼 등이 주최한 ‘2024년 한반도 전략 아카데미’ 3강 “핵보유국 북한의 선택 – 북한은 전쟁을 결심했나?” 주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창현 소장은 최근 북한의 대외정책 전환에 대해 상세하게 풀이했다. [사진 제공 - 평화의길]
정창현 소장은 최근 북한의 대외정책 전환에 대해 상세하게 풀이했다. [사진 제공 - 평화의길]

그는 8차 당대회(2021.1) 이후 ‘김정은 집권 2기’ 노선과 정책을 분석하며 “한반도 위기 지수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과거 사례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반도에 군사적 위기가 높아질 경우 “제일 먼저 미국이 하는 게 뭐냐 하면 한국에 주재하는 미국인들을 소개( 疏開)하는 것”이라며 “94년도에는 실제로 그걸 시행 단계에 들어갔다”고 예시하고 2017년 역시 “소개 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미 국무부의 책임자 2명이 동시에 방문을 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은 “서로 간에 위협 상황을 느끼면서 사실은 충돌을 자제, 관리하려고 하는 그런 어떤 힘이 훨씬 더 강하게 지금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김정은 집권 2기 노선과 정책에 대해 이른바 ‘하노이 노딜’(2019.2)로 북미 협상이 실패한 가운데 내부 논쟁을 거쳐 ‘사회주의 전면발전 노선’이 정립됐고, ‘지방발전 20X10’ 등 경제발전 위주의 ‘15년 구상’이 세워졌으며, 대외적으로 핵보유국 지위 강화와 남북간 ‘두 개의 국가론’ 정립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중요한 정책 전환의 계기가됐다는 것.

정창현 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령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한데 대해 “언술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경우에는’이라는 가정법에 근거한 문장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보도들에 대해 “북이 지금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면 군수 물자를 생산해서 비축해야 한다”며 “그걸 지금 다른 나라에 주고 있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북한이 최근 각 지역별로 연대급 124군을 창설했지만 이는 모두 지방의 민수공장을 짓기 위한 공병대라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하반기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설’ 등을 들어 “북이 먼저 선제 공격 도발을 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자료 제공 - 정창현]
[자료 제공 - 정창현]

정 소장은 북한의 구체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도 “2021년 보병 군사복무를 한 2년 정도 줄였다”며 실제로 약 10-20만 명 정도 병력 감축 효과로 추산했고, “재래식 무기 생산이 지금 거의 정체”인데 반해 군수공장에서 트랙터를 생산하는 등 ‘군수 분야의 민수로의 전환’을 뜻하는 이른바 ‘스핀오프(spin-off)’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전쟁 비축미’마저 풀고있다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함경북도 중평군 소재 군용 비행연습장을 폐쇄하고 대규모 ‘남새온실농장’을 짓는가 하면 평양 인근 강동군 소재 강동 비행장도 폐쇄하고 ‘강동군온실농장’을 착공했고, 원산시 군사공항을 원산갈마국제공항으로 전환했다고 예시했다.

정 소장은 “북이 지금 본인들이 어떤 선제 타격을 해 가지고 전쟁을 하려고 하는 그런 움직임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하는 측면에 주목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북, 경제에 전념 ‘유럽 중소도시 수준’으로

북한의 대남전략 전환에 대해서는 “30년 동안 ‘우리 민족끼리’ 또는 ‘민족공조’를 얘기했는데 한반도의 전쟁 위기나 한반도 평화 체제와 관련해서 과연 지금 해놓은 게 뭐가 있느냐는 것이 북쪽 MZ세대의 생각”이라며 “우리가 앞으로 10년, 20년간 그냥 경제만 좀 매진하고 가겠다, 서로 간에 군사적인 자극 하지 말고 가자”라는 메시지로 파악했다.

나아가 “대외·대남 책임자를 맡고 있는 김여정 부부장이 뭐라고 얘기를 하느냐? 제발 좀 서로 간에 자극하지 말고 따로 살자라고 얘기하는 거 아니냐?”라며 “제발 이제 두 개 국가로 따로 살자라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해 온 정창현 소장은 북한 내부의 기류 변화에 대해 북측 시각에서 짚어나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해 온 정창현 소장은 북한 내부의 기류 변화에 대해 북측 시각에서 짚어나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 소장은 “한반도에서의 평화 체제를 어떻게 마련하고 경제 건설에 매진할 것인가라고 하는 것이 지금 북쪽의 가장 큰 화두이고, 북의 MZ세대가 제일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북쪽은 외부 지원 없이 경제 회생이 어렵고 등등 그렇게 남측이 자꾸 얘기를 하는데, 자력갱생 기치 플러스 러시아 중국하고 협력을 해서 어쨌든 자기네들의 경제를 어느 수준까지, 유럽의 중소도시에 사는 그 정도 생활 수준까지 올려보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10년간 지방공업을 활성화하고 지방은 아파트가 아니라 5층짜리 빌라를 짓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다 바꾸겠다라고 하는 것”이라며 “북의 군 단위 소재지부터 시작해서 좀 큰 협동농장의 주거들은 대부분 다 새로 지었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2023년에는 5년전 최대 풍작을 기록했던 해만큼 농사가 잘 됐고, 매해 평양 살림집 1만 세대 건설도 3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질적 수준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양적 지표는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 소장은 “우리는 핵을 가짐으로써 군사적인 부분에서 남쪽보다 우월한 지형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경제가 굉장히 낙후되어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경제적인 부분에 남쪽 일정 수준 또는 남쪽과 문화를 개방했을 때 일방적으로 쏠림 현상, 경제적인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추는 그런 부분에 주력하겠다, 이런 거다”며 “군사적인 힘, 정치적인 힘, 경제적인 힘을 통해서 이런 담보를 가지고 남북 간에 통일이라고 하는 문제에도 접근을 해야 된다라고 하는 생각인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북이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한다고 했지만 아직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방침은 나왔는데 이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 거다”고 진단하고 “영토 조항에 지금 북이 주장하고 있는 그 선을 긋게 되면 이건 틀림없이 충돌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며 “다만 확전까지는 안 갈 것이다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아카데미 공동주최 단체인 포혐평화공감의 이효규 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아카데미 공동주최 단체인 포혐평화공감의 이효규 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호규 포럼평화공감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좌는 광화문포럼과 포럼열린공감, 평화의길이 공동 주최하고 평화3000과 통일뉴스가 후원했으며, ‘2024년 한반도 전략아카데미’는 “전쟁의 시대, 한반도는 안전한가?”를 주제로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와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이 11월 21일까지 총 10강좌를 진행할 예정이다.

4강 ‘핵과 한반도 – 한국도 핵을 가져야 하나?’는 조성렬 초빙교수가 6월 13일 오후 6시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문의 02)2030-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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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석열 정부 ‘차별’에 국회 도전 결심한 시각장애인 의원 서미화

“절박하게 도전, 정부와 다부지게 싸우겠다”...22대 국회 1호 법안 ‘장애인 이동권 보장법’ 당론 채택 촉구 “사회 소수자 위한 역할에 책임”

 

시각장애인 당사자 서미화(56)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 입성은 정부에서 ‘속박’당한 장애인들이 합심해 일궈낸 결과물이다. 집권 3년 차, 윤석열 정부에서 장애 시민을 대하는 태도는 서 의원에게 “충격적이고 폭력적이다.” 이동권, 노동권, 탈시설권, 교육권 등 어느 하나 후퇴하지 않은 게 없다.

“정말 절박하게 도전했다.” 지난 시간을 돌이키던 서 의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한 서 의원은 “장애인을 매도하는 정권과 다부지게 싸워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06.07 ⓒ민중의소리


중학교 2학년 때 불치병인 망막색소변성증을 앓은 서 의원은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뒤 “차별의 현장을 매일 홀로 해결해야 하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누군가 문제를 읽어줄 때까지 시험지를 몇 분이고 손에 쥔 채 기다려야 했고, 친구에게 부탁하지 않으면 학교를 다니기 어려웠다. 서 의원은 억울함을 지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악착같이 공부했다고 언급했다. 학벌주의 사회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직장생활은 할 수 있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서류 통과 자체도 안 된다”는 사실을 대학 졸업하고 알았다. 서 의원은 사회에 나가면 할 일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매일이 “철저한 거부”와 “밀어냄”의 연속이었다고 떠올렸다. 뼈저린 차별을 인식하고 절감하며 “내가 바꿔보자”고 목표를 세웠다.

서 의원은 “내가 할 일은 장애 차별과 싸우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부터 맞닥뜨린 차별은 곧 그의 “삶”이었다. 저항하며 하루하루를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사회에 ‘인권 운동가’로 소개됐다. 함께 연대하고 목소리를 모으는 이들이 주변에 하나둘 늘어났다.

“경험하지 못한 정부”...‘장애인 국회의원’ 간절했던 이유

서 의원은 지난 4·10 총선 당시 범야권 비례연합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시민사회 추천 몫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아 당선됐다. 시민사회의 지지, 장애인 동지들의 도움 속에 ‘국민 후보 선발 오디션’에 참여했다. 주변에서 함께 발표문을 짜줬고, PPT를 만들어줬다.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앞장설’ 장애 당사자 국회의원의 당선은 모두에게 간절했다.

“20년 넘도록 장애 인권 운동을 하며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취약한 장애인들에 대한 제도와 정책을 국가가 나서서 만드는 것에 사회적인 동의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정부였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폭력적이었다. 장애인들을 혐오와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며 ‘폭력 집단’ 프레임을 씌웠고, 잡아들여 구속했고, 비장애인들과 갈라치기 했다. 완전히 후퇴했다.”

특히 서 의원은 정부·여당으로부터 매도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이동권 시위를 언급하며 “장애인을 아침 출근길에 나오면 안 되는 사람처럼, 폭력 행위를 행사한 이들처럼 대했고, 비장애인과 갈라치기 했다”고 비판했다. “정부에 맞서 혐오 정치를 끝내야겠다”는 마음을 견고하게 한 장면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06.07 ⓒ민중의소리


‘장애인 이동권 보장법’ 22대 국회 1호 법안 발의
잇단 예산 삭감에 “장애인 낭떠러지 몰며 ‘선진 국가’ 자랑하나”


서 의원의 이력에는 ‘최초’가 많다. 지난 2020년 5월부터 3년간 시각장애인 최초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력이 대표적이다. 그에 앞서서는 전남 지역 최초로 여성장애인 성폭력 상담소를 개소했다. 서 의원의 ‘최초’가 많다는 건 그만큼 장애인, 특히 장애 여성의 사회 활동이 취약함을 반영한다.

스스로를 “배운 장애 여성”이라고 지칭한 서 의원의 표정에는 우월감이 아닌 부채감이 가득하다. “배우고 싶어도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장애 여성”을 떠올리며 그들의 대변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서 의원은 본인의 당선 뒤 자기 일처럼 기뻐하던 동료들의 얼굴을 상기했다.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달 30일, 본관 의안과 문이 열리자마자 ‘22대 국회 1호 법안’을 낸 이는 서 의원이었다. 국회 개원 나흘 전부터 보좌진들과 번갈아 밤샘 대기하며 1호 법안 발의를 위한 자리를 지켰다. 노력 끝에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안’이 1호 법안 이름표를 달았다.

서 의원이 발의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법’은 기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의 전부 개정을 제안한다. 장애인의 이동권이 ‘편의’를 위해 시혜적으로, 임시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권으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임을 명시했다. 당선 직후 여러 장애인 단체와 소통해 법안의 내용을 마련했고, 야당 의원 27명의 동참으로 발의했다. “장애인이 시민으로 차별 없이 이동하는 사회를 만들고,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모든 대중교통 수단에 동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법안에 담았다.

서 의원은 지난 2010년 장애인 직능대표로 목포시의회 비례대표에 당선돼 일하며 장애인 이동권 증진에 역할을 한 경험이 있다. 목포 지역의 저상버스를 늘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버스정보시스템 단말기 설치를 이끌고, 장애인 관련 조례 제정·개정에 앞장섰다. 서 의원은 이제 전국 장애인의 삶을 위해 의정활동에 나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 수준에 머문 정부의 복지지출 예산을 늘리는 것도 목표다. 서 의원은 “정부가 건전재정 운운하며 가장 취약한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장애인들을 낭떠러지로 모는 것”이라며 “한 달에 한 번씩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나라를 국제사회에 ‘선진 국가’라고 자랑할 수 있나. 걸맞은 예산 편성, 정책, 입법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06.07 ⓒ민중의소리


자정 넘어 불 켜진 집무실, ‘소리로 보는’ 의원이 일하는 방법

서 의원은 “장애인, 여성, 노인,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등 사회 소수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이들을 위한 역할을 국회에서 책임지겠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며 ‘탈시설’ 권리를 명확히 하는 장애인 차별금지법 개정, 지역의료 균형발전 등에도 나서고 싶다고 했다.

‘소리로 보며’ 일하는 서 의원은 음성 번역을 사용해 문서를 읽고, 소리와 손끝으로 업무를 익힌다. 모든 것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맞춰져 있는 국회에서 “2배” 이상의 노력을 들여 일해야 한다.

목포시의원 시절에도 밤 12시 전 집에 간 기억이 별로 없다는 서 의원은 “비장애인 의원들과 역할을 대등하게 하기 위해 밤에도 일하고, 주말에도 국회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밤늦도록, 자정의 시간까지 서 의원 집무실의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다. 개원한 뒤 일주일이 넘도록 국회에서 시각장애인용 업무 시스템을 구비해주지 않아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노트북을 가져와 일하는 중이다. 서 의원은 소홀할 틈 없이 업무를 개시했다.

동료 의원들과의 관계, 유기적인 소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한 위치다. 혹여나 “장애 정책, 제도, 법률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의원들”에게는 “얼마든지 토론하고, 만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원내부대표로 임명된 서 의원은 당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법’의 당론 채택도 꾸준히 촉구하고 있다. 서 의원은 “당선인 워크숍 때 당론 채택을 공식적으로 이야기했고, 원내에도 계속 제안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각장애인 당사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의 ‘시너지’도 기대한다. 서 의원은 국회 개원 전 김 의원과 차담을 가진 일화를 언급하며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분리되지 않도록 살아가는 일”에 김 의원과 정당을 초월해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정권과 다부지게 싸우겠다”는 자신의 다짐이 꺾이지 않도록, 국회 안팎의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은 의회라는 거창한 곳에서 고립되기 쉽다. 300명 국회의원 안에서 외로운 섬처럼 있기 쉽다. 어려워 말고 손잡는다는 마음으로 늘 연락 달라”며 “사회적 약자들이 보편적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체감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혼자서 완성하기는 쉽지 않다. 지지와 관심,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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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4.06.10 07:25

  • 수정 2024.06.1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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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한 9일 경기도 파주 접경 지역에 기존 대북 방송 확성기가 있었던 군사 시설물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당 시설물 안에 확성기가 설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북한이 연달아 오물풍선을 보내자 정부가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과거 2015년 대북 방송으로 군사적 대치가 벌어진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무력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한국군의 기강 확립을 강조했고 한겨레는 불필요하게 군사적 긴장을 높였다며 정부의 방송 재개 결정을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은 북한 정권에는 감내하기 힘들지라도, 북한의 군과 주민들에게는 빛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일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을 거듭 살포하자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담배꽁초, 폐지, 비닐 등 오물·쓰레기가 담긴 풍선을 남쪽으로 살포하고 있다. 지난 2일 살포를 잠정 중단한다고 했으나 지난 6∼7일 탈북민들이 대북 전단을 띄우자 재개했다.

 

조선 “철저한 군사적 대비책 마련” 한겨레 “대북전단 막는 게 급선무”

조선일보와 한겨레 사설이 엇갈렸다. 조선일보는 군에 “어떤 도발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0일자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풍선 도발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생화학 무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최악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며 “최악 경제난으로 김씨 왕조의 체제 결속력도 예전 같지 않다. 어떤 불장난을 할지 모른다”고 했다.

▲ 10일자 국민일보 4면 사진기사.

이어 “그런 와중에 경기도 최전방의 서울 길목을 지키는 육군 1사단장이 지난 1일 오물 풍선 살포 때 음주 회식을 하느라 작전 지휘 현장을 벗어난 사실이 드러났다. 북 도발이 예고돼 대비 태세 강화 지시가 떨어진 상황에서 지휘소를 떠나 술을 마셨다니 군기가 무너졌다”며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만큼 북한 도발은 상수(常數)로 봐야 한다. (중략) 군은 철저한 군사적 대비책을 마련하고 긴장 관리에 한 치 빈틈도 없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겨레는 정부의 대북 확성기 재개 결정을 ‘강대강 악순환’이라며 비판했다. 사설에서 한겨레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브레이크 없이 고조되고 있는 셈”이라며 “애초 대북 전단 살포를 지혜롭게 제어했다면 무릅쓰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위험”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북의 오물 풍선 살포는 두말할 나위 없이 무책임하고 유치한 도발”이라면서도 “우리 정부의 대응 또한 합리적이라 하기 어렵다.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를 멈추겠다며 물러선 만큼, 원만한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면 정지한 데 이어 끝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가뜩이나 민생이 위기인데 군사적 긴장까지 높여서 어쩌자는 것인가”라고 했다.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대북 전단 금지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한겨레는 “헌재는 당시 ‘전단 살포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면서도 전단 살포 금지 자체에 대해선 ‘국민 안전 보장과 남북 긴장 완화 등 국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렇다면 결정 취지에 맞게 형사처벌 아닌 방법을 찾아 대북 전단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의협 집단휴진 예고에 신문들 일제히 비판 “무책임한 행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8일 집단휴진(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휴진한다고 예고한 상태라 의료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10일자 동아일보 6면 사진기사.

이번 파업으로 동네병원까지 18일 문을 열지 않을 수 있다. 동아일보는 1면 <의협 “18일 집단휴진” 총파업 선언… 동네병원도 닫을 듯>에서 “대학병원 등이 진료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동네 병의원까지 휴진하면 환자들의 고통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1면에서 “대형 병원부터 동네 의원까지 국내 의료기관이 전면 셧다운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10일 아침신문은 일제히 의협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명분도 실리도 찾을 수 없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 사설을 내고 “이미 내년 의대 정원은 확정됐다. 수험생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는 수정이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의료개혁 TF를 구성해 개혁안을 마련 중인데, 의사들은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를 외면한 채 거리로 나오겠다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찾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했다.

▲ 10일자 중앙일보 사설.

한겨레도 사설 <또 집단휴진 결의한 의협, 환자 불편은 안중에 없나>에서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집단이기주의의 발로이자, 국민 불편과 환자의 건강쯤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했다.

한겨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한참 밑도는 의사 수를 늘리자는 논의는 왜 의료 정상화가 아닌가. ‘의대 증원 백지화’만 외치며 외곬으로 치달은 게 누구인가”라며 “이미 확정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라는 주장이다. ‘의사 불패’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아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예고한 민주당, 강대강 국회 반복?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10일 본회의에서 단독 선출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의회 독재’라고 반발하며 본회의를 보이콧하겠다고 맞선 상태다. 주요 이견 지점은 법사·운영·과방위원장이며 국민의힘은 관례에 비춰 법사위와 운영위가 여당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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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민주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10일 <민주당, 법사위 양보로 상임위원장 ‘반쪽 선출’ 막아야> 사설에서 한국일보는 “여당이 독식하던 상임위원장을 민주화 이후 1988년 13대 국회부터 의석 비율에 따라 배분해 왔다. 국회 운영이 다수결로만 이뤄진다면 승자 독식이 불가피한 만큼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반영한 것”이라며 “여당은 법사위원장을 갖고 야당은 운영·과방위원장 중 일부를 확보하는 식으로 관례를 존중하면서 원 구성에 합의하는 노력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협상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세계일보는 <10일 민주당 상임위장 단독 선출 예고… 추가 협상 이어가야> 사설에서 “민주당이 먼저 비판받아야 하지만, 무기력한 국민의힘을 향한 여론도 곱지 않다. 사상 최초로 여당이 국회 개원에 불참한 것을 놓고 보수층에서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며 “여당임에도 변변한 협상 카드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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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로 간 윤석열 총장 특활비 관리자들... 괜찮을까

복두규, 윤재순, 강의구, 김OO... 결제해 놓고 '정보 없다'는 대통령실, 검찰과 닮은 꼴

24.06.10 07:07최종 업데이트 24.06.10 07:07

아마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검찰 출신들이 국가의 요직 곳곳에 자리잡고 있지 않았다면, 올해 예산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을 폐지하거나 대폭 삭감할 수도 있었다.

검찰 특수활동비가 법령과 지침에 위반되게 관리되었고, '특수활동(기밀이 요구되는 수사 또는 정보수집활동)'에 쓰이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은 여러 증거들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또 다른 걱정도 있다.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새던 특수활동비 바가지가 용산 대통령실로 가서는 안 새고 있을까?'라는 걱정 말이다.

용산으로 옮겨간 '특활비 관리' 인사들

 

▲ 윤재순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이 2023년 8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2019년 10월 17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복두규 당시 대검 사무국장. ⓒ 연합뉴스

 

이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검찰 특수활동비의 최고 집행자인 윤석열 대통령만 용산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긴 것이 아니라, 돈 관리 실무자들까지 용산 대통령실로 대거 옮겨갔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사무국장을 지낸 복두규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을 지낸 윤재순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은 검찰 특수활동비를 관리하던 라인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총장 비서관이었던 강의구 비서관(4급)은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1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의구 비서관은 검찰총장 비서실에서 특수활동비 전달 등에 관여했던 것으로 확인되는 사람이다. 그는 대검찰청 운영지원과 서기관으로도 일했다.

그리고 검찰총장 비서실 소속 검찰주사였던 김OO(6급)은 대통령비서실 3급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OO 역시 특수활동비 관리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되는 인물이다. 그는 2019년 10월과 11월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신해서 업무추진비 서류에 서명을 한 것으로 확인될 정도로 신임을 받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 검찰총장 비서실 주사였던 김OO이 대신 사인한 업무추진비 서류 ⓒ 하승수

 

이처럼 검찰총장 비서실에서 돈 관리를 하던 실무자들이 대통령비서실로 대거 직급을 올려서 자리를 옮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법령과 지침을 위반해가면서 조성된 검찰총장의 현금저수지 관리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대통령비서실로 옮긴 이후에 '과연 법령과 지침에 맞게 돈 관리를 하고 있는지'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런 우려가 근거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2023년 4월 6일 부산 해운대의 한 횟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시·도지사, 장관, 국회의원들과 회식을 했다가 큰 논란이 벌어졌다.

재판장도 황당해 한 대통령비서실의 해명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4월 6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의 한 횟집에서 나오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그러자 대통령비서실은 '비공개였지만 공식일정이었고, 결제도 대통령실이 했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그런데 필자가 당일 횟집에서 사용한 회식비용을 공개하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대통령비서실은 비공개통보를 해 왔다. 그래서 필자는 행정소송(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대통령비서실은 소송과정에서 '정보부존재' 주장을 했다. 회식비는 대통령비서실이 결제했는데, 회식비용에 관한 정보는 없다는 것이었다.

 

▲ 2023년 4월 6일 부산 횟집 회식 비용 내역 관련 정보공개 청구 재판 1심에서 대통령실 측이 제출한 준비서면 ⓒ 하승수

이런 대통령실 주장에 대해 재판장도 무척 황당해 했다.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고 결제도 대통령비서실이 했다는데, '정보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심 재판부도 지난 2월 8일 "이 사건 만찬에 소요된 경비를 대통령비서실 예산으로 집행한 이상 그것이 업무추진비 또는 특수활동비 중 어떤 명목으로 집행되었는지를 불문하고 ----- 존재할 것으로 보이고"라고 판단했다. 필자가 승소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비서실은 항소를 해서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정보가 없다? 대검찰청과 대통령비서실의 유사한 주장

결제를 했다면서도 '정보가 없다'고 하는 대통령비서실의 황당한 주장은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주장이다.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 필자가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하자 대검찰청은 '정보가 없다'는 주장을 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주장은 나중에 허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 수천쪽 이상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용산 대통령비서실도 검찰과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세금을 써 놓고도 '정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이상하고 이례적인 일이다. 법령·지침과 상식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이상한 주장이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나왔고, 지금은 용산 대통령비서실에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서초동에서 특수활동비를 엉터리로 썼던 행태가 용산에 가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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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위대, ‘9.19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쾌재 부른 이유

일본 자위대의 '반격 능력'과 집단적자위권

일본 자위대의 1차 목표는 한반도 진출

자위대가 대리전쟁의 기수가 되길 바라는 미국

일본 파쇼 군국주의 부활의 날개 달아준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가 지난 4일 '9.19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선언하면서 한반도 군사 긴장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당장 휴전선 일대의 군사훈련 재개를 비롯해 대북 확성기 설치 등 접경지역은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미국은 북중러를 압박하는 신냉전 체제 가속화라는 측면에서 이런 양상이 나쁠 것은 없지만, 미 본토를 겨냥한 북의 핵 무력을 고려할 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한편 9.19군사합의 파기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에 쾌재를 부르는 집단이 있으니 바로 일본군 자위대다.

일본은 지난 2022년 12월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위대의 ‘반격 능력’(유사시 적 기지 선제공격 능력)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기시다 정부는 국방예산을 3배 인상하고, 주일미군에 빌붙어 자위대의 연합군사훈련을 강화하는 등 ‘집단적 자위권(예방을 명분으로 인접국 분쟁에 군사적 개입)’을 행사할 기회만 엿보고 있다.

휴전선 일대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일본은 당장이라도 자위대를 출동시킬 기세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에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일본의 주장은 다르다. 일본은 자위대가 ‘반격 능력’을 확보한 이상 유사시 한국 정부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물론 한국 정부의 강력한 반대가 있으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저지할 수 있다. 문제는 한미일 군사훈련이 상시적으로 전개되고, 일본과의 군사안보 태세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윤석열 정부는 독도 주변에서 발생한 일본 초계기 문제에 대해 일본의 명확한 사과 없이 사태를 마무리해 버렸다. 더욱이 지난 1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일본 측이 ‘해상자위대 함정의 욱일기 사용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침략 전쟁의 상징’으로 여겨져 한국에서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욱일기의 공식 사용을 일본이 합의하자고 나선 것은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야욕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5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상륙군 회의(PALS)에 일본 자위대도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본 수륙기동단 사령관은 ‘독도 탈환 훈련’을 진행하는 일본군 해병대 장성이다. 이런 자가 서울에서 열린 상륙작전 회의에 버젓이 참석한 것은 장차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지지율 20%에도 못미치는 기시다 내각으로선 자위대를 한반도에 진출시켜 극우 군국주의 세력을 결집함으로써 지지율 반등을 노려볼만하다. 30년째 계속되는 일본의 경기침체도 집단적자위권을 통한 전쟁 참여 욕망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동되고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전쟁범죄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물론 과거사 자체를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일본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일본 군국주의는 날개를 단 셈이다.

일제 파쇼 ‘군국주의’가 이렇게 부활한 조건에서 9.19군사합의가 파기돼 휴전선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고 있으니, 한반도 진출을 노린 일본 자위대가 쾌재를 부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일본 자위대가 동아시아 대리전쟁의 기수가 되길 바라는 미국도 이런 기류가 결코 나쁘지 않다. 어쩌면 윤석열 정부를 압박해 임기내에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공식화하려고 들 지 모른다. 물론 미국은 속심을 숨긴 채 계속 한일관계의 균형잡힌 중재자처럼 굴테지만.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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