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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엔사 승인' 여부 이견보다 더 중요한 하자 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7/27 08:06
  • 수정일
    2022/07/27 08: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北어민 송환 정쟁..충분한 검토, 합리적 절차없어 예견된 사태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7.26 14:14
  •  
  •  수정 2022.07.2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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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열린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북한 어민 2명의 강제송환을 정치쟁점으로 삼으려는 윤석열 정부내 부에서 송환절차와 관련한 유엔사 승인 여부를 둘러싼 이견이 노출됐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25일 열린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북한 어민 2명의 강제송환을 정치쟁점으로 삼으려는 윤석열 정부내 부에서 송환절차와 관련한 유엔사 승인 여부를 둘러싼 이견이 노출됐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3년전 문재인 정부가 북한어민 2명을 강제송환했다며 정치 쟁점으로 삼으려는 윤석열 정부 내부에서 구체적 확인 절차없이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송환을 위한 절차 중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판문점 출입을 승인 받았느냐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유엔사 동의가 없었다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주장을 펼친데 대해 권영세 통일부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6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유엔사 승인하에 판문점 통과'를 사실로 인정하면서 더욱 불거졌다.

권 장관은 26일 오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유엔사가 북송을 승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 실제 진행과정에서 포승줄에 묶이고 안대가 착용된 송환 어민들을 보고난 뒤 항의했다'는 취지로 부연했다. 유엔사는 강제북송이란 걸 모르고 판문점 출입신청을 승인했다는 것.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송환을 위해) 관례적으로 해 온 사안이어서 (당시)통일부는 적십자 전방사무소장 명의로 유엔사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 앞으로 판문점 출입 관련 요청을 했다"며, "관련 양식에 필요한 정보를 기재해서 제출했으나 그 양식에는 추방이라든지, 강제북송이라든지 이런 사항은 명시가 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제출명단의 기본 인적사항외에 출입목적란에 '북한 주민 송환'이라고만 기재했고 '추방'이나 '강제송환'임을 알 수 있는 명시는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통일부 대변인이 기존 정부 입장을 180도 바꾼 발표를 한 이후 보름이 지나도록 계속되는 건 의혹제기일 뿐이고 거기에 내부 혼선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이같은 내부 혼란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정책을 '대북 저자세'로 비판하며, 3년전 정부합동회의 결정을 180도 번복했으나, 충분한 검토도 없었고 합리적인 절차도 없었다는 점에서 예견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의도와 주장은 먼저 명확하게 드러났다. 가장 중요한 사실관계 확인과 정부결정 번복의 절차적 정당성, 합리성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본말이 전도된 그새를 틈타 흠집내기, 이념공세가 전개되고 있으니 정작 중요한 목표는 따로 있을거라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또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판문점 출입에 대한 유엔사 승인 여부'를 둘러싼 정부·여당의 인식과 태도에 관한 것이다.

판문점 출입에 대해 유엔사의 승인을 받았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의 문제를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것 자체가 볼썽 사납다.

그동안 비무장지대는 주권이 미치지 않는 공백지대와도 같은 곳이었으나, 2018년 9월 남북이 군사합의서에 서명하고 국무회의 비준을 거치면서 평화지대화 사업 등 관할권 영역이 발생하고 유엔사와 팽팽한 대치가 형성되고 있다.

유엔사가 비무장지대에 대한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고 남북이 합의하고 국내법적 근거까지 마련한 9.19남북군사합의서도 있다.

관할권 관련 긴장이 발생하자 유엔사는 남북합의 이행을 위한 공동조사단 및 차량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불허하고 통일부장관과 외국 대표단의 방문도 무산시킨 바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군복차림으로 강원도 철원의 최정방 전방관측소(OP)를 방문한 것을 문제삼아 '민간인이 군복차림으로 비무장지대를 찾은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경고를 한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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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만능'이라는 환상의 종말

[해외 시각] 미국의 "막강함"이라는 신화, 그 운명은?

 

20세기 들어 미국은 언제나 세계사의 중심이었다. 최소한 세계2차대전 이후부터 미국은 아예 다른 '국가'의 추격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믿었고, 실제 그렇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영원하지 않을지언정 지식인들은 미국의 '쇠락'도, 만약 그 시작점이 있다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대체로 믿었다. 그러나 그런 믿음들은 지금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위기는 어쩌면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미중 대결' 구도나, 잠자고 있던 '늙은 불곰' 러시아의 저항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부터 비롯된 게 아닐 수 있다. 세계가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헤게모니'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것 자체에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21세기 들어 '9.11테러'와 중국의 WTO 가입(세계 무역 체계로의 편입) 등 분명한 신호들이 있었다. 미국은 지금 누가 보아도 힘겨워 보인다. 미국 내부 민주주의의 위기도 이런 미국 주도 '단극 체제'의 수명을 재촉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이 처한 상황에 대한 세계 지식인들의 객관적 분석을 엿보기 위해 <프레시안>은 마닐로 그라지아노 프랑스 시엥스 포(Sciences Po, 파리정치대학) 지정학 교수가 <아시아타임스> 7월 21일 자에 "'미국은 만능'이라는 환상의 종말(United States : end of an illusion of omnipotence)"이라는 제목으로 실은 글을 소개한다.  

"나는 미국이 2위로 추락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2010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첫 연두교서에서 위의 한 마디로 미국의 세계 전략을 드러냈다.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상대적 쇠락은 계속돼 왔고, 이제 경쟁 국가에 추월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미국의 핵심 문제는 상대적 쇠락 그 자체가 아니다. 상대적 쇠락은 기업이나 국가들이 불균등하게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자신이 쇠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존심 때문이든, 또는 국내 정치적 이유 때문이든, 아니면 그저 단순히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이든 간에. 

1986년 역사가 폴 케네디는 대작 <강대국의 흥망>을 통해 강대국들의 흥망성쇠는 그들 간의 성장이 불균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강대국들 간의 성장률 격차가 "장기적으로" 그들 간의 우열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완만했던 미국의 상대적 쇠락

몇 번의 짧은 침체기를 제외하고 미국은 성장을 멈춘 적이 없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미국은 세계의 다른 지역들에 비해 성장률이 둔화됐다. 즉 상대적 쇠락에 접어든 것이다. 

1960년에서 2020년 사이 미국의 실질 GDP는 5.5배 증가한 반면 세계의 다른 지역은 8.5배로 늘었다. 미국 경제가 절대적으로는 성장했으나 다른 경쟁 국가들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주요 라이벌 중국과 비교하면 성장의 격차는 더욱 어마어마하다. 미국 경제가 5.5배 성장하는 동안 중국은 무려 92배나 성장했다. 

다시 말해 1960년 미국 경제가 중국의 22배였던 반면 2020년이 되면 겨우 1.3배밖에 되지 않는다. 지구 전체의 케이크는 커졌지만 미국 몫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경제와 생산성에서의 상대적 쇠락은 정치적 행동에서의 격차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과대 팽창(overstretching)"에 의한 것으로 (로마에서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역대 제국들의 멸망을 불러온 원인이 된다. 폴 케네디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은 골치 아프고 해결되지 않는 사실에 직면한다. 세계에 대한 미국의 이익과 의무의 합이 이것들을 동시에 지켜낼 수 있는 미국을 국력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현실이 그것이다."

다시 말해 1960년에는 3.46조 달러의 GDP로 세계에 대한 미국의 이익과 의무를 동시에 지켜낼 수 있었지만, 1986년에는 8.6조 달러로도 지켜내기 어려워졌고, 20조 달러인 현재에는 더욱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이러한 곤경은 1960년 미국의 GDP가 세계 나머지 국가들의 거의 절반(46.7%)이었던 반면 2020년에는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30.8%) 사실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케네디의 선견지명은 때를 잘못 만났다. <강대국의 흥망>이 출판된 지 3년 후 동유럽 공산주의가 무너졌고, 4년 후에는 일본의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했으며, 5년 후 (역사상 최대의 군사동맹으로 이라크를 무찌름으로써 베트남의 악몽을 극복하고 미 군사력의 위용을 과시한) 걸프전쟁이 발발했고, 1991년 말 드디어 러시아제국(소비에트연방)이 붕괴된 것이다. (즉 탈냉전 전후의 상황은 미국의 상대적 쇠락이 사실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미국의 "막강함"이라는 신화 

세계의 2위의 경제대국(일본)이 급격한 침체를 겪고, (냉전 최대의 숙적) 소련이 사라지면서 미국 GDP의 상대적 쇠락은, 비록 미미하고 짧긴 했지만,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 이처럼 미국의 경쟁 국가들이 무너지거나 급격하게 약화되면서 케네디의 책은 조롱당하거나, 아니면 잊혀졌다. 

그리고 도취의 시기가 시작됐다. "단극 세계"의 "유일한 초강대국", 또는 "천하무적"이라는 자기도취 속에 미국은 세계를 자신의 이미지대로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더 이상 그럴 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아가 새로운 경쟁자가 그 힘을 뿜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미국의 상대적 쇠락은 일본의 부상 때문만이 아니며, 소련 때문만도 아니다. 그것은 (각국의) 불균등 발전에 따른 피할 수 없는 추세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용어를 빌리면 일본의 침체와 소련의 붕괴가 "사건(accident)"이었다면 (미국의) 상대적 쇠락은 "본질(substance)"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일부 지도자들은 "사건"의 힘을 빌려 "본질"의 진행을 막으려 했다. 걸프전쟁, 보스니아 등 유고 내전 개입, 나토의 동진 등이 그 사례들이다. (톈안먼 학살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확대한 미국 지도자들의 결정을 거론하지는 말자. 미국의 정치, 경제 지도자들은 중국 정부의 민주주의 말살을 응징하거나 시정하기보다는 중국과 경제 교류에 따른 거대한 경제적 이익에 훨씬 더 주목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990년대 나토의 동진이 국제적 논쟁의 중심이 됐다. 러시아와 그 우방국들에게 나토의 동진은 그 이후 일어난 모든 문제들을 야기한 "원죄"에 해당된다. 이들에 따르면 푸틴의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침공)"은 전적으로 워싱턴 책임이다. 

미국-러시아의 (영원한) 대결 

모든 이데올로기에는 (그 이데올로기를 그럴 듯하게 만들어주는) 일말의 진실이 포함돼 있기 마련이다. 이데올로기는 크게 단순화되고 맥락이 제거된 상태에서 대중들에게 프로파갠다로서 전달된다. (나토의 동진과 관련된) 일말의 진실은 나토를 앞세워, 냉전 종식 이후 소련의 압제에서 벗어난 중부 및 동부 유럽을 미국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미국의 일방적 결정에서 정확히 비롯된다. 

그러나 그 맥락을 파악하려면 우리는 나토의 동진과 유럽연합의 확대를 동시에 바라보아야 한다. 유럽연합의 확대는 언제나 나토의 확대 이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첫 번째 나토 가입 국가들인 폴란드, 체크, 헝가리의 유럽연합 가입은 5년 후 이뤄졌고, 2004년 나토 가입 국가 중 슬로베니아와 슬로바키아, 그리고 발트 3국은 수개월 후,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3년 후 유럽연합에 가입한 것이다. 

러시아와 유럽 중앙 사이의 완충 국가들은 두 차례 세계 대전 이후는 물론 냉전 종식 이후에도 미국의 최대 관심 지역이었다. 미국 입장에서 이 국가들은 유럽의 독자적이며 배타적인 통제 하에 두어서는 절대 안 되는 지역이다. 그렇게 되면 이 국가들은 더 이상 완충 지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게 이론의 여지가 없는 전략적 목표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유럽이(보다 정확하게는 독일 또는 독일을 중심으로 뭉친 국가들이) 러시아와 어떤 형태로든 협력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세계의 "중심지역(heartland)"을 통제하기 

영국으로부터 패권국가의 지위를 계승한 이래 미국은 (20세기 초 영국 지리학자) 핼포드 매킨더가 작성한 "중심지역" 이론도 함께 물려받았다. 이 이론의 핵심은 동유럽(독일)이 중심지역(러시아)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한다면 세계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 이론은 유라시아 대륙이 통합된다면, 영국의 세계 패권에 도전해 결국은 패권을 빼앗아 갈 것이라는 영국의 지속적 우려를 반영한다. 바로 이러한 우려 때문에 영국은 역사상 세 차례나 유럽 대륙의 전쟁에 개입한 것이다. 한번은 나폴레옹의 유럽 정복을 막기 위해, 두 번은 독일을 꺾기 위한 세계 대전으로. 

매킨더의 이론은 2차 대전 기간 동안, 네덜란드 출신의 예일대 정치학자 니컬러스 스파이크만에 의해 부활한다. 이른바 "연안지대(rimland)" 이론으로 중심지역을 둘러싼 연안지역 국가들의 통제가 세계 지배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은 나중에 봉쇄(containment) 정책으로 발전되는데, 러시아 주변에 완충지역(cordon sanitaire)"을 설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봉쇄정책이란 2차 대전 직후 동아시아에 만들어진 완충국가(일본과 남한, 대만, 남베트남 등) 시스템을 유럽 등 세계로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냉전 기간 동안 봉쇄정책의 목표는 소련의 위협을 "봉쇄‘한다는 식으로, 고의적으로 실제와는 다르게 제시됐다. (봉쇄 정책의 창시자인 조지 케난 자신이 인정했듯이 소련은 서방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1947년 그는 이렇게 썼다. "러시아는 앞으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 어떤 의미에서는 무능한 국가로 남아 있을 것이다") 봉쇄정책의 실제 목표는 독일과 일본이었다. 두 국가의 친러시아 분파를 무력화시키는 한편, 연안지역의 통제(소련과의 교류를 봉쇄)는 소련의 무력에 맡겨두었던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이 하나로 통합돼 자신의 세계 패권에 도전하고 결국은 빼앗아 갈 것이라는 우려는 영국에서 미국까지 계속 이어졌다. 키신저도 다음과 같이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20세기 전반 미국은 잠재적 적국에 의한 유럽 지배를 저지하기 위해 두 차례 전쟁을 벌였다...20세기 후반(실상은 1941년부터) 미국은 아시아에서 같은 목적을 위해 일본과의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세 차례 전쟁을 벌였다." 

"문명화의 사명"이라든가 "자유 수호" "민주주의를 위한 병기고", 또는 군국주의, 파시즘, 공산주의와의 투쟁 등 고상한 수사는 이제 잊어버리자. 이데올로기라는 껍질을 벗겨내면 힘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강대국 정치의 현실이 드러난다. 최고의 강자가 규칙을 정하고, 역사를 새롭게 쓰며 모두가 믿을 수밖에 없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2011년 푸틴은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대유럽을 형성하기 위한 핵심적 요소"로서 유라시아동맹을 제창했다(러시아제국을 부활시키기 위한 여러 시도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당시 미 국무장관 힐라리 클린턴은 즉각적이고도 노골적으로 대응했다. 

"유럽을 다시 소비에트화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관세동맹이란 이름을 달고 나온 움직임이다. 분명히 말해 둔다. 우리는 유라시아동맹을 방해하고 저지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추구할 것이다." 

(독일 등) 산업국가와 러시아 중심지역의 결합이 불러올 위험에 대한 매킨더와 스파이크만, 케난, 키신저, 브레진스키, 클린턴의 우려가 사실이라면 현재 미국에 대한 최대 위협은 유럽이나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쐐기 박기 

중국과 러시아를 분리시키는 것은 분명 미국 대외전략의 핵심 목표 중 하나다.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는 미국에 두 가지 이득을 안겨 주었다. 

- 나토를 다시 단결시키고, 확대시키고, 군비 강화를 촉진시킨 반면, 유럽과 러시아의 협력 가능성은 사라졌다.

-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불신을 증폭시켰다. 

미국이 뜻밖의 이득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상대방의 실수로 전략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객관적 전략이 있다고 해서(오바마의 표현을 빌리면 "미국이 2등이 되는 것을 막는 것") 이것이 곧바로 지배 계층의 의식적 노력에 의해 조직되고, 계획되며, 이행되는 주관적 전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대 로마의 세네카가 현명하게 지적했듯이 "목적지를 모르는 항해사에게는 순풍이란 없는 법이다." 그런데 현재의 미국이 바로 목적지를 모르는 항해사와 같다. 자신의 상대적 쇠락이 제대로 파악되고 있지 않으며, 극심한 정치적 분열로 인해 (대통령이 바뀌는) 4년마다 전략 목표가 수정되거나 반대로 뒤집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미국의 대다수 정치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에 취해서 20여년 전 조지 W. 부시의 책략가 칼 로브의 호언장담을 여전히 굳게 믿고 있다. "우리가 행동을 하면 미국이 원하는 현실을 창조해 낼 수 있는" 것은 물론, 전문가들이 이 현실을 연구하고 해독하느라 애쓰는 동안 "미국은 다시 행동을 해서 또 한 번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꿈같은 자신감을 말이다. 

이데올로기에 취한 푸틴의 보좌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어리석은 실책을 저지른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정치무대에서 활동하는 수 천명의 "칼 로브들"은 미국을 막다른 골목으로 안내하고 있다. 그들의 선의와, 완강하고도 자신감 넘치는 지정학적 제약에 대한 무지가 인류를 지옥으로 가는 길로 인도하고 있다.

박인규

서울대학교를 나와 경향신문에서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 차장을 지내다 2001년 프레시안을 창간했다. 편집국장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3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이사장을 맡았다.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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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권고도 무색... 깎고, 깎고, 또 깎은 윤석열 정부

[분석] 부동산 세제개편안, 다주택자에게 압도적 세금 감면... 종부세 무력화

22.07.26 04:56l최종 업데이트 22.07.26 04:56l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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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의 '부동산세제 정상화' 내용은 대부분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에 집중되어 있다. 종부세의 과세기준을 주택 수가 아닌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면서, 기존에 다주택자에게 부과되었던 1.2~6% 세율은 0.5~2.7%로 대폭 낮아졌다.

지난해 세금 대비 올해 세금 증가 상한 비율인 세부담 상한선도, 다주택자는 300%에서 150%로 확 낮아졌다. 기본공제금액 역시 6억 원에서 9억 원까지로 높여, 다주택자들이 내야 할 종부세는 대폭 경감되었다. 언론에서 '다주택자 대거 혜택'이라 보도되는 이유다. 한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올해 12월 종부세 고지서에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대통령은 서민세금 감면이라 했지만..."고소득자·대기업 슈퍼감세" http://omn.kr/1zy3q
[분석] 정부 세제개편안 문제점 "감세해도 투자 줄어, 세수 손실 우려" http://omn.kr/1zwr8

세제 개편안의 혜택, 누가 제일 많이 누리나 1주택자도 혜택이 없지는 않다. 1세대 1주택자의 기본공제 금액을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고, 2022년엔 3억 원의 추가공제를 실시하기에 공시가 14억 원 주택 소유자는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현재 만 60세 이상, 주택 5년 이상 보유한 1주택자는 고령자, 장기보유 공제를 통해 최대 80%까지 종부세를 감면받지만 이마저도 종부세 납부유예가 도입되면 납부를 유예해 준다. 전반적으로 1주택자, 다주택자 모두 종부세가 대폭 경감된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줄어드는지 확인해보자. 아파트 실거래가격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인 공동주택 공시가 현실화율이 7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시세 20억 아파트를 소유한 1주택자의 종부세는 기존 130여만 원에서 0원으로 줄어든다.

조정대상지역인 서울에 시세 20억 아파트 두 채를 가진 사람은 기존 내야 할 6300여만 원이 1000여만 원으로 내려가, 파격적으로 줄어든다. 가히 다주택자를 위한 부동산세제 개편안이라고 할만하다. 올해 60%로 낮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내년에 80%로 올린다고 해도, 다주택자들이 받게 될 세금감면 혜택은 압도적인 수준이다.

보유세 완화가 글로벌 스탠더드?
 
서울 동대문구 일대 아파트 단지(자료사진).
▲  서울 동대문구 일대 아파트 단지(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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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조세원칙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조세제도를 구조적으로 개편해 국민의 세 부담 수준을 적정화"하려 한다고 알렸다. 그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세제 개편을 한다고 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발언이다.

IMF는 지난 3월 '2022년 연례협의 보고서(ArticleⅣ)'에서 한국에 콕 집어 '보유세 강화-대출 규제 강화'를 권고했다. IMF뿐만 아니라 OECD, 월드뱅크 등 대다수의 국제기구들이 한국의 경제불평등 완화와 포용적 성장을 위해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관련 기사: 재산세·종부세 낮추자는 윤석열 정부... 민주당이 사는 길은 http://omn.kr/1zkzt ).

누더기가 된 현재 종부세의 기형적 구조를 바꿀 필요는 분명하다. 주택 수와 가격·지역별에 따라 세율이 천차만별이 되는 현 종부세 구조는 바꿔야 하는 게 맞지만, 그러나 이렇게 '무조건적 부자감세' 방식이면 곤란하다.

정부가 내놓은 현 종부세의 개편 방식은, 부동산 세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와 조세원칙에 맞게 바꾼다기보다는 보유세를 대폭 낮추겠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보유세는 잘만 설계하면 자산의 양극화를 방지하고, 부작용 없는 세수 증대뿐 아니라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세금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은 양도세도 깎고, 다주택자 보유세도 깎고, 1주택자 보유세도 다 깎아버리는 방식이다.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면서도 부동산에 과하게 쏠리는 자금 흐름을 생산적인 분야로 돌리기 위해서는, 현 OECD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을 더 끌어올리고, 거래에 부과되는 세금은 낮춰가는 게 맞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그런 고민은 읽히지 않는다.

만약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낮은 대한민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선진국형 부동산세제와는 더욱 멀어지는데 이걸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종부세의 역할... 민주당 어떤 선택할까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의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로 꼽히는 한국은, 향후 급증할 복지 지출을 위한 세수 확보 방안,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과 수도권의 양극화, 자산 양극화 문제 해결 방안 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구가 집중되는 수도권 및 광역대도시 도심의 토지가치 상승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거둬 지방으로 보내는 종부세의 기본 취지는, 결국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상승한 토지가치를 전 국민이 함께 누리자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필요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종부세의 이런 본 취지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재설계를 해 지방-수도권의 격차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이번 세제개편안은 다수 언론이 지적하듯 부자감세와 다주택자를 위한 배려만이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이미 발표되었고,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다수 의석을 지닌 민주당은 과연 종부세의 취지를 살리는 방식으로 부동산 세제 협상을 할 수 있을까?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다는 민주당의 강령이 진심인지를 가늠하는 시간,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와 정치인들을 주목해서 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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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그러운 녹조…숨 쉴 산소 없으니 강바닥 조개까지 다 죽었어”

등록 :2022-07-26 06:00수정 :2022-07-26 08:08

현장 | 독성물질 분석 녹조 탐사

“낙동강물로 기른 채소서 독성물질
대체 정부는 뭘 하나”

녹조띠 100m 남짓 이어져
“녹조 가장 심했던 2018년보다
올해가 더 심각한 상황 될 수도”

한 번 휘저으니 역한 냄새 훅
“강바닥 조개까지 다 죽었어”
수중수색훈련 119구조대원도
“직업 아니라면 절대 안들어가”
지난 23일 오전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변 도동선착장. 녹조가 선착장과 어선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다. 최상원 기자
지난 23일 오전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변 도동선착장. 녹조가 선착장과 어선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다. 최상원 기자

“예전엔 붕어가 알 까러 몰려들 만큼 물 상태가 그런대로 괘안았습니다. 근데 보소. 지금 뭐가 있소? 저 징그러븐 녹조 말고 뭐가 있냐고.”

 

 지난 23일 오전 대구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변 도동선착장에서 만난 선외기 어선 주인 허아무개씨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덕지덕지 묻어났다. 짙은 녹조띠에 선착장과 어선이 둘러싸인 모습을 보니 그가 화내는 게 이해가 됐다. 녹조띠는 강 가장자리에서 강 중심 쪽으로 조금씩 옅어지며 100m 남짓 이어져 있었다. 민물고기 포획용 어구 숫자와 설치 방법 등을 적어놓은 선착장 들머리의 ‘내수면어업 허가 안내판’이 무색해 보였다.

 

나무 막대기로 녹조 무더기를 휘저어봤다. 생각보다 녹조층이 두꺼운 듯, 묵직한 저항감이 손아귀에 전해졌다. 조금 더 힘을 써 수면을 헤집자, 초록색 종이에 붓으로 칠한 듯 막대기 꽁무니를 따라서 시커먼 무늬가 생겨나더니 얼마 안 가 다시 초록색으로 덮였다. 시궁창에서 나는 것과 비슷한 역한 냄새가 코안으로 훅 들어왔다.
 
30년 넘게 낙동강 어부로 살았다는 허씨의 푸념은 이어졌다. “강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니 산소 먹은 새 물이 돌지 않아. 숨 쉴 산소가 없으니 물에 살던 것들이 버틸 수가 있나. 강바닥 조개까지 다 죽었어. 모조리 다 죽었어.” 언론 인터뷰에도 여러차례 응했던 듯 허씨 집에는 기자들 명함이 한묶음이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기자들 만나 하소연하는 게 부질없어 보인다고 했다. “4대강 사업으로 강물 막히니까 기자들이 수도 없이 찾아왔지. 그런데 아무리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어? 이제 내도 입만 아프니 말 안 할란다.
 
”선착장 인근에는 조선시대 대표 서원인 도동서원이 낙동강을 바라보고 서 있다. 이날 기자와 함께한 ‘낙동강 녹조 탐사대’ 회원은 강물을 가리키며 “녹조가 물 위에 거대한 수묵채색화를 그려놓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동행한 다른 탐사대원이 맞장구를 쳤다. “맞네. 저 낙동강 녹조그림 탓에 도동서원이 도통 눈에 안 들어와. 그래도 저게 세계적 문화재인데.” 서원 입구엔 ‘대구광역시 최초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낙동강 녹조 탐사대’ 회원들이 지난 23일 첫 탐사에 나서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최상원 기자
‘낙동강 녹조 탐사대’ 회원들이 지난 23일 첫 탐사에 나서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최상원 기자

‘낙동강 녹조 탐사대’가 발족한 지는 한달이 채 되지 않았다. 대구시, 경북 고령군, 경남 창녕군에 사는 환경운동연합 회원 가운데 낙동강 생태계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뜻을 모았다. 이날은 탐사대의 첫 현장활동. 도동선착장에서 출발해 경북 고령군을 거쳐 경남 창녕군 초입까지 회원들이 거주하는 세 지역의 낙동강 구간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날 탐사에 참여한 12명 가운데 7명은 카약 4대에 나눠 타고 낙동강에 들어가 강 중심부를 탐사하고 나머지 5명은 차를 타고 강변을 따라 이동하며 강 바깥 부분을 살폈다. 녹조 현상이 심한 곳도 있고 덜한 곳도 있었는데, 유독 양수장 주변의 녹조 현상이 더 심했다. 탐사대의 대변인 격인 곽상수 고령군 우곡면 포2리 이장은 “통상 양수장은 취수가 용이하도록 물 흐름이 느린 곳에 설치하는데, 4대강 사업 이후 전체적으로 물 흐름이 느려지면서 녹조 현상이 양수장 주변에 특히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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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면 일대에 들어선 낙동강레포츠밸리에선 피서객 수십명이 수상스키 등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양수장 주변보다는 덜했지만, 물에 둥둥 떠다니는 녹조 알갱이는 이곳에서도 쉽게 눈에 들어왔다. 피서객들은 강물에 거리낌 없이 몸을 담갔고, 물놀이 도중 강물이 입에 들어가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수질검사표는 레저활동 구역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각 이곳에서 수중수색훈련을 하던 119구조대원 한명이 피서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러다가 녹조물을 삼킬 수도 있을 텐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저야 직업 때문에 지금 이러고 있지만, 일만 아니라면 절대로 이런 물엔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탐사대는 이날 도동·답곡양수장 등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양수장 2곳과 대구국가산단 취수장, 친수시설인 낙동강레포츠밸리,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소하천인 응암천 주변에서 물을 떴다. 취수·양수장에 공급되는 낙동강물의 독성물질 함유 여부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채집한 물은 이틀 뒤인 25일 이승준 부경대 교수(식품영양학) 연구팀에 전달됐다. 지난해 환경운동연합의 의뢰를 받아 낙동강물로 재배한 벼와 채소의 독성물질 함유량을 검사한 이 교수 연구팀은 녹조 성분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벼와 채소에서 검출한 바 있다.

 

‘낙동강 녹조 탐사대’ 회원들이 지난 23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답곡양수장 부근 낙동강물을 뜨고 있다. 최상원 기자
‘낙동강 녹조 탐사대’ 회원들이 지난 23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답곡양수장 부근 낙동강물을 뜨고 있다. 최상원 기자

탐사는 순조롭지는 않았다. 하류 쪽에서 강하게 불어온 맞바람이 상류에서 출발한 카약의 진행을 막았기 때문이다. 노 젓기 피로도가 심해지자 일부 대원은 뱃멀미를 했다. 결국 카약 한대는 중간에 탐사를 중단했다. 애초 계획한 대암양수장 물 뜨기도 포기했다. 최종 목적지는 경남 창녕군 초입이 아닌 대구국가산단 취수장으로 변경됐다. 첫 현장활동을 마무리한 대원들은 체력을 키워 탐사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기로 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며칠 전 온 큰비가 녹조를 쓸고 간 덕에 낙동강물 상태가 평소보다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메마르고 무더운 올여름 기후 상태를 볼 때 4대강 사업 이후 녹조 현상이 가장 심했던 2018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윤발 고령농민회 회장은 “낙동강물로 재배한 채소에서 독성물질이 나왔다고 하니까 농민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구/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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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장관 쿠데타 발언에 '불난 집 기름' '궤변'

기자명 노지민 기자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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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행안부 장관 ‘쿠데타’ 발언, 대통령 ‘여가부 폐지 로드맵 지시’…尹지지율 하락세 다급했나

경찰과 정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긴급브리핑을 열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한 열린 전국경찰서장 회의를 ‘12·12쿠데타’에 빗대었다. 앞서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에 대한 대기발령조치에 반발한 경찰들은 서울 경찰청 인근에 ‘근조’ 화환을 보냈다. 26일 조선일보를 제외한 주요 종합일간지 모두 관련 사안을 1면 머리기사로 비중 있게 다뤘다.

경향신문: “총경 회의는 쿠데타”…갈등에 기름 붓는 정부
국민일보: 警 반발 ‘쿠데타’ 빗댄 정부…民은 없다
동아일보: 서로 “쿠데타” 비난…정부-일선경찰 극한대립
서울신문: “경찰 쿠데타 징계” 반발 누르는 정부
세계일보: 이상민 “특정그룹 주도…쿠데타 상황”
조선일보: 한국 미래먹거리 7개 중 5개, 中이 추월했다
중앙일보: 파출소장 가세한 경란 이상민은 쿠데타 규정
한겨레: “쿠데타” “무장 가능한 조직” 이상민, 경찰 때리며 궤변
한국일보: “쿠데타” 강공, 더 커진 반발

▲7월26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7월26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이상민 장관의 강경 발언엔 다른 의도가 있을 거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는 “취임 후 줄곧 경찰 현안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해 왔다 해도 발언 수위가 너무 세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며 “정치권에선 이 장관의 거친 발언에 경찰국 신설 문제를 집권 초 윤석열 정부의 공무원 조직 장악력을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판단한 여권 내부의 기류가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30% 초반까지 떨어진 국정 지지율에 리더십 위기감이 높아졌고, 현 경찰 조직을 문재인 정부 유산으로 여기는 여권 기류가 영향을 미쳤을 거란 해석이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리더십도 위태롭다. 경향신문은 “경찰 내부망에는 윤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후보자 사퇴 촉구 글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등 윤석열 정부의 ‘경찰 통제’를 둘러싼 여권과 경찰의 갈등이 윤 후보자 등 경찰 지휘부와 일선의 대립과 갈등으로 전이된 것”이라며 “그 배경에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류삼영 총경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는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사설(행안장관의 ‘쿠데타’ 발언, 불난 집에 기름 붓나)은 “행안부의 경찰 통제안을 두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이런 여론에 바탕해 지휘부에 대안을 요구한 경찰 구성원들을 '불순 세력'으로 치부한 건 도가 지나치다. 총경들이 집회·시위와 같은 실력행사 대신 휴일 비공개 회의라는 온건한 방식을 택한 점에서도 그렇다”며 “경찰 제도 개선 과정에서 이 장관 발언은 가뜩이나 심각한 갈등을 더욱 조장할 때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경향신문도 이날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 비유한 이상민 장관의 궤변’ 제목으로 사설을 썼다.

▲7월26일자 경향신문 사진 기사로 실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 근조 화환들
▲7월26일자 경향신문 사진 기사로 실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 근조 화환들

박정태 국민일보 수석논설위원은 기명 칼럼(검찰공화국의 경찰 재갈 물리기인가)에서 “검찰은 조직의 문제와 직결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고검장, 검사장, 부장검사, 평검사 회의 등을 잇따라 열며 집단행동으로 대응했다. 올해 ‘검수완박’ 사태 때도 그랬는데 검사 징계는 없었다”며 “여당이 주장하는 ‘문재인 정권의 충견’을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도록 해야지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경찰 측 주장이 부적절하다는 관점이다. 이 신문은 사설(경찰이 靑 밑에 있으면 독립이고, 행안부 아래 있으면 종속인가)에서 “지금까지 경찰은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민정수석의 지시를 받는 조직이었다. 그러면서 권력이 시키는 대로 경찰력을 행사해 왔다”며 “청와대 통제를 받으면 독립이 지켜지고 행안부 통제를 받으면 독립이 훼손되나.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프랑스와 독일도 내무부에서 경찰 인사와 예산, 치안 정책을 관장한다. 경찰의 집단 행동은 명분 없는 일로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장관을 향해서도 이 신문은 “이 장관이 경찰 집단행동에 대해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했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정권 초반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할 필요는 있다고 해도 최소한 설득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업무보고 예정 없던 ‘여가부 폐지’, 대통령은 왜?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업무보고차 대통령실을 찾은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에게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 장관은 업무보고에 여가부 폐지 관련 내용은 없었다면서 “저는 시간을 좀 많이 갖고 하려고 했는데 대통령께서 조속히 빠른 시간 내에 안을 내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했다.

▲7월26일자 한국일보 8면 기사
▲7월26일자 한국일보 8면 기사

이런 지시는 여가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분위기다. 한국일보 기사(맞춤 답안 10여 페이지 준비했는데…예상 밖 ‘폐지안 주문’에 여가부 패닉)는 “대선 공약으로 부처 폐지가 거론되긴 했지만, 그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윤 대통령이 부처 폐지 방향성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없어 이렇다 할 계획을 섣불리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날 업무보고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여가부 직원들은 부처 폐지가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폐지’ 콕 집어 지시한 尹… 다급해진 여가부 “빨리 추진하겠다”)은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것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가부 폐지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성계의 반발도 거센 분위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이 ‘부처 폐지’에 대해 꼭 집어 별도 지시를 내리면서 여가부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겨레 사설(기어이 성평등 컨트롤타워 없애겠다는 윤 대통령)은 “폐지해야 할 명확한 이유와 근거, 그 이후의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닥치고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으니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성평등 후진국’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는데, 여가부 장관이 기어이 성평등 주무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끝내겠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 비판했다.

윤 대통령 출근길 문답, 폐지 하라 vs 유지돼야

윤 대통령의 30%대 지지율을 두고 여러 언론에서 이런 저런 주문을 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이라 부르며 도입한 출근길 문답에 대해 요구가 엇갈린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윤 대통령, 국정의 ‘현실’ 앞에 섰다)은 이날 “빌미를 제공하는 또 다른 말썽거리[件]는 즉석 문답의 문제”라 주장했다. “대통령이라고 세상만사를 다 아는 듯이 코멘트할 능력은 없다”며 “국민 앞에 나서려면 더 공부하고 더 참모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며 그런 과정을 통해 정책 방향이 잡힐 때까지는 ‘즉석 문답’을 소통으로 치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7월26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7월26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그는 “윤 대통령과 그의 보수 정부 앞에는 진보-좌파 5년의 왜곡을 바로잡을 ‘큰일’이 대기하고 있다”며 “윤 정부의 정치적 성숙과 내공이 총동원돼도 모자랄 판인데 그런 마당에 ‘대통령 또는 가족의 사사로운 일’에 국민의 시선을 빼앗겨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이전 정부보다 낫지 않으냐’는 차별적 발상이나 문재인 정부 때의 수많은 지인(知人) 인사를 비교하는 등의 상대적 우월감은 스스로의 격을 낮출 뿐”이라는 우려도 더했다.

이날 지역지 가운데 대구신문은 ‘대통령의 ‘즉석문답’ 계속돼야’ 제목의 이창준 정치부 차장 칼럼을 게재했다. 이 차장은 “도어스테핑에 대한 여론조사가 낮게 나오고, 대통령이 또 실언을 하더라도 도어스테핑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국민과의 소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신 책임은 오롯이 윤 대통령 몫이다”라며 “병(炳)은 입으로 들어오고 화(禍)는 입에서 나온다”라는 속담을 인용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정책 비판 기사 썼다고 전화 끊는 기재부’ 기자메모를 통해 비판적 언론에 입을 닫는 기재부 대응을 비판했다. 24일 법인세 인하로 인한 ‘낙수효과’와 관련해 기재부 발표 수치와 통계청 수치가 다른 점을 확인하려 기재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일화다. 해당 관계자가 “경향신문은 편향된 보도를 한다”고 쏘아 붙이더니, 다시 건 전화도 “더 이상 통화하기 싫다”며 끊었다는 것. 이 기자는 3년 전 낙수효과는 없다던 기재부가 정권교체 후 입장을 바꾸고는 취재를 거부한다며 “불편한 질문 앞에서는 문을 걸어 잠그는 방식, 이것이 ‘기재부식’ 소통인가”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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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할 것인가? 수렁에 빠진 이 나라를..?

어찌할 것인가수렁에 빠진 이 나라를..?

                                                                                                   언론지키기천주교모임 이필립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70여일 지나자마자 퇴진 하라~” “탄핵해야 한다!!” “김건희를 구속하라!”는 대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와 시위행렬에 줄줄이 나서고 있다예상과 짐작은 했지만그토록 빠르게 다가오리라 누구도 생각하지 못 했을 것이다.

 

양키 쌀나라 신식민지 국가인 한국이 CIA정보국 지휘대로 노예국 정치판을 가지고 노는 현상은 이미 세계가 다 아는 쌀국의 행패침략과 음모와 점령군약탈 그리고 식민지로 삼고 대통령선거에서 투표와 개표는 물론 온갖 정보조작과 제 맘대로 0.73%표차이로 만들어 발표하게 하는 일은 CIA가 세계를 유린하고 장악하는데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 아닌가?

 

아메리카 고위층 인사 두 명이 윤석열을 만나러 오고 나서 정치할 생각 없다.’던 사람이 국힘당에 입당하드니대통령후보로 선출되고 6개월후 근소한 차이로 당선인이 되고 식민지 총독이 된 것처럼 설치드니바이든을 첫 번째로 만나고 대통령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두 곳을 정하고거들먹거리는 걸음으로 너스레를 떨 때는 CIA가 나라를 말아먹으려고 뭘 모르는 인간을 각종 정보 분석을 통해 제 나라 이익과 편리만을 위해서 조작당선 시킨 거 아닌가하는 의심을 품게 되었다.

 

곰곰이 짚어보자세계를 주름잡는 스파이 정보망을 자랑하는 양키정보국이 신식민지인 대한민국을 얼마나 하찮게 봤으면우리 민중을 업신여기는 짓거리를 지들 맘대로 검찰총장에서 대통령후보로 약6개월 후 당선인이 되게 해서 나라 혼란에 빠뜨리고 어지럽게 만들고 있단 말인가?? 이것은 반드시 양키나라의 음모와 조작이 우리를 구렁텅이에 빠트리는 위험한 몹쓸 노릇일 뿐이다.

 

우리 민족은 3.1독립운동, 4.19학생혁명, 5.18광주민중혁명그리고 박근혜 무능정권을 탄핵시킨 자랑스런 촛불시민혁명을 경험한 민중이 살아 숨 쉬고 활기차게 움직이고 깨어있는 시민정신을 잃지 않고 활동하는 뜻깊고 올바른 민족이다비록 77년 넘게 쌀나라 양키 식민지 국가로 그 불명예를 안고 남북이 갈라져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려고 몸부림 치고 있으나워낙 양키군대 점령군에 군정에서부터 교육 문화 정치 예술 사회활동까지 77쇠뇌교육 교묘하고 집요한 노예살이 교육을 음흉하게 강요해 왔기 때문에 뛰어난 사람 외에는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매우 위험한 수렁에 빠진 이나라 어찌할 것인가? CIA가 몰고 가 처넣은 수렁의 늪에서 벗어나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헤쳐 나가야만 한다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이풀잎 필립과 함께 하는 이웃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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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에서 엄청난 핵폭풍이 밀려들 기세

[개벽예감 501] 북쪽에서 엄청난 핵폭풍이 밀려들 기세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07/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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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검은 우산 펼쳤어도 정보류출 가리지 못했다

2. 올해부터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조선의 대미억제전략

3. 조선과 미국의 핵무력대치는 ‘공포의 균형’이 아니다

4. 북쪽에서 엄청난 핵폭풍이 밀려들 기세

 

 

1. 검은 우산 펼쳤어도 정보류출 가리지 못했다  

 

2022년 7월 19일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미국 워싱턴 근교에 있는 덜레스국제공항에 나타났다. 한국 언론매체들은 그가 비공개로 워싱턴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비공개 방문이라면서, 그의 미국입국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으니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했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덜레스국제공항 입국장에 자기 요원들을 배치하여 김규현 국정원장이 귀빈입국통로를 사용하도록 배려했으며, 그의 얼굴이 취재기자들의 원격사진촬영에 노출되지 않도록 커다란 검은 우산을 두 개나 펴서 가려주었으며, 그가 승용차에 탑승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취재기자들의 시야를 소형 승합차로 가로막는 등 부산을 떨었다. 우스꽝스러운 촌극을 보는 듯하였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미국 중앙정보국에서 월리엄 번스(William J. Burns) 중앙정보국장을 만나 비공개회담을 진행했다. 비공개회담의 목적은 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를 듣기 위해 김규현 국정원장을 초청한 것은, 미국 중앙정보국의 대조선첩보활동이 한계를 지녔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조선첩보활동에서 역량한계를 느낀 미국 중앙정보국은 김규현-번스 비공개회담을 통해 국가정보원이 수집한 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고 했던 것이다. 

 

전 세계를 돌아치면서 간첩활동, 체제전복공작, 여론조작, 암살-파괴활동을 자행하는 미국 중앙정보국의 대조선첩보활동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였는지 알아보자. 기술정보(TECHINT), 영상정보(IMINT), 신호정보(SIGINT), 전자정보(ELINT), 통신정보(COMINT), 기기정보(PHYSINT)에서는 미국 중앙정보국의 대조선첩보활동이 국정원보다 월등히 우세하지만, 인적 정보(HUMINT)에서는 상대적으로 열세다. 국정원이 미국 중앙정보국보다 인적 정보가 상대적으로 우세한 까닭은, 조선영주권을 가지고 조중국경을 넘나드는 화교들과 중국 동북3성에서 조중무역을 하는 조선족사업가들 속에 간첩을 심어놓거나, 중국에 체류하는 조선공민을 매수하거나, 조선에 간첩을 침투시켜 현지주민을 매수하는 식으로 인적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정원은 조중접경도시인 중국 단둥에 비밀공작거점을 약 30개나 설치했다. 대북정보는 국정원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2021년 6월 6일 <뉴시스> 보도기사에서 국정원 관계자는 “대북정보에 있어서 국정원은 세계 정보기관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정보력을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의 대북첩보조직은 국정원의 대북첩보조직만큼 방대하지 않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이런 약점을 극복해보려고 2017년 5월 코리아임무쎈터(Korea Mission Center)를 산하기관으로 설립해놓고, 대북간첩 약 20명을 증원하여 조선에 대한 첩보활동과 체제전복공작을 추진해보려고 날뛰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그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한국지부장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정보국장을 지냈던 도널드 그렉(Donald P. Gregg)은 2014년 4월 18일 <중앙일보>에 실린 대담기사에서 "위성으로 북조선을 손바닥처럼 관찰하고, 정밀감청을 해도 우리는 그들의 내부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2017년 5월 당시 미국 국가정보실장(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으로 재직하던 대니얼 코우츠(Daniel R. Coats)는 연방의회 청문회에 출석해서 “우리는 (북조선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감시-정찰능력을 갖지 못해 정보격차가 있는데, 이런 사실을 북조선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 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는 2017년 8월 30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취재기자에게 “북조선에 비하면 로씨아와 중국은 ‘열린 책(open book)’과 같다”는 비유를 말해주면서 미국의 대조선첩보활동이 부실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미국 중앙정보국의 대조선첩보활동이 그처럼 부실하기 때문에,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장은 김규현 국정원장과 만나 비공개회담을 진행하면서 국정원이 수집한, 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를 넘겨받으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은 김규현-번스 비공개회담에서 자기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만족할 만한 소득을 얻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국정원의 대조선첩보활동이 미국 중앙정보국의 대조선첩보활동보다 우세하다는 말은 상대적으로 우세하다는 뜻이며, 국정원의 대조선첩보활동도 역시 부실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적인 악성 전염병 대류행사태가 중국에서 발생하자 조선은 2020년 1월부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세우고 조중국경지대를 완전히 봉쇄했는데, 그 바람에 국정원 북파간첩들이 조선과 중국을 오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런 방역봉쇄 속에서 국정원은 북에서 암약하는 고정간첩들이 위성전화를 통해 보내주는 정보나 가끔 받아보는 것으로 생각된다.  

 

 

2. 올해부터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조선의 대미억제전략

 

미국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국장실(ODNI)과 미국 국방장관 및 합참의장 직속 국방정보국(DIA)은 2022년 5월 23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전략사령부에서 비공개토론회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비공개토론회에는 미국 국가정보기관 관리들, 미국군 지휘관들, 민간인 군사전문가들이 참석했다. 2022년 7월 20일 미국 언론매체 <월스트릿저널> 보도에 의하면, 이번 비공개토론회는 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었다고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전략사령부에서는 로씨야의 핵무력에 관한 비공개토론회와 중국의 핵무력에 관한 비공개토론회가 연례적으로 진행되었는데, 올해 2022년에 처음으로 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비공개토론회가 진행되었다. 2022년 7월 21일 미국 전략사령부 당국자는 <뉴시스> 취재기자와 전자우편으로 대담하면서 “(전략사령부에서 진행되는 비공개토론회에서는) 논의의 대부분을 핵을 보유한 동급의 두 경쟁국(로씨야와 중국을 뜻함-옮긴이)을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런데 올해에 들어와)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조선의 핵무기와 미사일 역량 개발로 지속적인 위험에 직면했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전반적인 억제전략에 대한 모든 논의에 북조선도 포함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이런 사정은 최근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조선의 핵무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대조선군사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광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 미국 국방정보국은 대조선군사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있을까? 2010년 11월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은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를 서로 연결한 연합군사정보류통체계(MIMS-C)를 구축하기로 합의했고, 2013년부터 양측은 대조선군사정보를 실시간 공유해오고 있다. 그들이 수집한 대조선군사정보는 연합군사정보류통체계에서 공유될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미국 국방정보국에 전송된다. 미국 국방정보국은 그런 식으로 대조선군사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나 한미련합군의 대조선첩보활동도 미국 중앙정보국의 대조선첩보활동과 마찬가지로 한계를 지녔기 때문에 그들이 수집한 대조선군사정보는 부실하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22년 5월 23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 전략사령부에서 진행된, 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비공개토론회에서 평가된 군사정보도 역시 부실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5.23 비공개토론회에서 평가한 대조선군사정보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위에서 인용한 <월스트릿저널> 보도기사에 따르면, 5.23 비공개토론회 참석자들은 조선이 전술핵탄두를 개발함으로써 핵무력을 고도화한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보면, 5.23 비공개토론회에서 조선의 전술핵무력에 관한 평가가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월스트릿저널>은 5.23 비공개토론회 참석자들이 조선의 전술핵무력을 우려했다고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은 조선의 전술핵무력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예컨대, 2021년 7월 23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장은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과 진행한 방송대담에서 “중앙정보국에 있는 우리들은 미국의 이익과 미국 본토만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우리 동맹국들에 가해지는 (조선의) 위협에 (관심을) 매우 집중하고 있다”고 하면서, 조선으로부터 “매우 무서운 위협(very scary threat)”을 느끼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 발언에서 그가 지적한 미국 본토에 대한 조선의 위협은 전략핵무력이고, 한국과 일본에 대한 조선의 위협은 전술핵무력인데, 그는 전략핵무력과 전술핵무력을 포함하는 조선의 핵무력을 매우 무서운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 

 

창설 이후 지금까지 74년 동안 교체된 역대 중앙정보국장 25명 중에서 조선의 핵무력이 매우 무섭고 위협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사람은 월리엄 번스밖에 없다. 미국의 세계제국주의체제를 관리하기 위해 세계 도처에서 흉악한 비밀공작을 벌인다는 미국 중앙정보국은 “매우 무섭고 위협적인 존재”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졌는데, 그런 미국 중앙정보국이 조선의 핵무력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미국 중앙정보국이 작성한 정보자료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정세를 판단하는 근거이므로, 미국 중앙정보국장이 조선의 핵무력을 두려워한다고 말한 것은 미국의 수뇌부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의 핵무력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조선의 핵무력은 미국 수뇌부의 인식 속에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조선의 핵무력을 미국 수뇌부의 인식 속에 공포의 대상으로 각인시킨 것은, 조선의 대미억제전략이 오랜 투쟁 끝에 거둔 승리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은 자기의 강력한 핵무력을 시위하여 미국 수뇌부에 공포를 안겨줌으로써 그들의 기를 꺾어놓고 주눅이 들게 하며, 조선을 감히 넘보지 못하게 만드는 대미억제전략을 지난 10년 동안 추진해왔는데, 그런 억제전략이 올해부터 100%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번에 미국 중앙정보국장의 실토에서 입증된 것이다. 

 

 

3. 조선과 미국의 핵무력대치는 ‘공포의 균형’이 아니다

 

부르주아국제정치학에서는 핵강국들끼리 상호억제를 유지하는 것을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라고 부른다. 지난 냉전시기에 미국과 소련은 핵무력으로 대치하는 ’공포의 균형‘을 유지해왔다. 냉전시기에 조성된 ’공포의 균형‘은 미국과 소련의 전쟁을 억제하였으나, 억제범위는 유럽에 한정되었다. 냉전시기에 미국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전면전과 무력침공을 끊임없이 도발했다. 유럽에서 냉전(cold war)이 일어났다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열전(hot war)이 계속되었다. 제3세계에서 일어난 열전을 열거하면, 6.25전쟁, 꾸바침공, 도미니까공화국침공, 윁남전쟁, 중동전쟁, 레바논침공, 그레나다침공, 파나마침공, 쏘말리아침공, 아이띠침공, 걸프전쟁, 보스니아침공, 꼬소보침공, 아프가니스탄전쟁, 리비아침공, 이라크전쟁, 수리아내전무력개입 등이다. 주목되는 것은, 제3세계에서 일어난 열전이 6.25전쟁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부르주아국제정치학은 6.25전쟁을 미소냉전의 시작이라고 주장하지만, 6.25전쟁은 반미열전의 시작이었다. 지난 20세기 세계전쟁사를 미소대립관계에서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서 제3세계 민족해방전쟁사의 주체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만일 6.25전쟁을 미소냉전의 시작으로 보면, 전쟁의 실질적 주체가 미국과 소련처럼 보이는 착각이 일어나고, 그에 따라 전쟁의 성격이 두 강대국의 대리전으로 격하되고 만다. 6.25전쟁은 제3세계 반미열전의 시작이었다. 그러므로 제3세계 민족해방전쟁사의 주체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오늘날 조성된 조선과 미국의 대립이나 로씨야-미국의 대립이나 중국-미국의 대립은 신냉전(new cold war)이 아니라, 국토완정을 실현하기 위한 반미열전의 강력한 폭발징후들이다.  

 

1950년 6월 25일부터 시작된 반미열전이 75년 동안 기록해온 피의 전쟁사는 미국이야말로 제3세계 민족해방운동의 공동의 적이며, 전 세계 인류의 규탄을 받아야 할 제국주의전범국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열전시기 75년 동안 계속된 제3세계 반미열전사에서 가장 혹심한 전쟁피해를 입은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6.25전쟁 3년 동안 남북 전체 우리나라 인구의 10분의 1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은 6.25전쟁 3년 동안 평양에 1,400회에 걸쳐 폭탄 428,000여 발을 집중투하하여 평양시민을 무차별 살륙했고, 도시를 완전히 파괴하는 극악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미국은 그런 전쟁범죄를 저질러놓고 사죄하기는커녕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부터 69년이 지난 오늘까지 평화협정체결을 반대하면서, 한미련합군을 동원하여 북침전쟁연습을 계속해왔다. 이처럼 혹심한 전쟁피해를 입었을 뿐 아니라, 장장 69년 동안 전쟁재발위기 속에서 살아온 조선이 자체로 핵무기를 개발하여 미국의 핵위협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다면, 그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이다. 미국의 끊임없는 핵위협에 맞서 싸워온 조선이 핵무력을 보유한 것은 역사적 필연이다. 

 

부르주아국제정치학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이 조선의 핵공격을 막아낼 수 없게 되었다고 판단하였을 때, ’공포의 균형‘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조선이 핵억제력으로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포의 균형‘이라는 이론은 냉전시기 유럽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므로, 오늘 조선과 미국의 핵무력대치를 설명해주지 못한다. 미국은 한미련합군이 조선의 전술핵타격을 막아낼 수 없게 되었다고 판단하지만, 조선은 미국의 전술핵타격을 막아낼 수 없다고 판단한 적이 없다. 또한 미국은 조선의 핵무력에 대한 공포를 실감하지만, 조선은 미국의 핵무력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그러므로 조선과 미국의 핵무력대치를 ’공포의 균형‘이라고 말할 수 없다. 

 

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했던 196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30년 동안 조선은 미국의 핵무력에 공포를 느끼지 않았는데, 최근 전략-전술핵무력을 완성하고 그것을 대대적으로 시위한 조선이 미국의 핵무력에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만일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이 평양 도심에서 통행자들을 상대로 무작위 여론조사를 진행하면서 미국의 핵무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고 가정하면, 아마도 응답자의 100%가 조선의 핵무력이 미국의 핵무력을 제압할 것이라고 당당히 답변할 것이다. 이런 즉석 답변은 쌍방의 핵무력을 비교하지 못하는 정보부족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물론 미국의 핵탄두 수량이 조선의 핵탄두 수량보다 월등히 많지만, 핵공포는 핵탄두 수량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감정이 아니라, 사상정신력의 나약성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다. 사상정신력이 매우 강한 조선은 핵공포를 느끼지 않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조선의 핵무력이 미국의 핵무력을 제압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런 확신은 조선을 ‘폭압의 핵무력’으로 위협해온 미국에 대한 증오심이 촉발한 전투적 신념이고, ‘주체의 핵무력’으로 미국을 상대하려는 복수심이 촉발한 전투적 신념이다. 

 

조선인민과 조선인민군 속에서 끓어오르는 대미증오심과 대미복수심은 2022년 7월 말에 절정에 이르렀다. 왜냐하면, 조선에서는 해마다 “미제침략자들이 조선전쟁을 도발한” 6월 25일부터 “영웅조선이 조국해방전쟁에서 승리한” 7월 27일까지 1개월을 ‘반미공동투쟁월간’으로 정하고, 각계각층이 반미투쟁결의군중대회, 반미복수모임, 반미교양사업, 반미교양전시회 등을 연속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런 집회와 행사에서는 “조선인민의 철천지 원쑤 미제침략자를 타도하자”는 반미투쟁구호가 울려나온다. 그러므로 미국의 핵무력을 무서워하는 공포심 따위는 전혀 없고, 대미증오심과 대미복수심이 펄펄 끓어오르기 마련이다. 바로 이런 사정은 부르주아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공포의 균형’이라는 기성이론을 가지고 조선과 미국의 핵무력대치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조선과 미국이 핵무력으로 대치하는 오늘의 현실은 ‘공포의 균형’이 아니라, 조선의 대미적개심과 미국의 대조선공포심의 균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4. 북쪽에서 엄청난 핵폭풍이 밀려들 기세

 

위에서 인용한 <월스트릿저널>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 전략사령부에서 진행된 5.23 비공개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조선이 전술핵탄두를 실제로 사용할 것으로 우려했다고 한다. 5.23 비공개토론회에 참석했던 어떤 군사전문가는 그 토론회에 관련한 <월스트릿저널> 기자의 취재에 응하면서 전술핵무력을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조선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로씨야도 반미의식을 갖고 있지만, 조선만큼 강렬한 대미증오심과 대미복수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과 로씨야가 미국을 제압하기 위해 전술핵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은 조선에 비해 훨씬 덜하다. 

 

조선에서 대미증오심과 대미복수심이 계속 증대되어온 까닭은, 한미련합군이 조선의 수뇌부를 제거하려는 무력침공준비를 다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의 수뇌부를 제거하려는 무력침공준비는 선제타격능력과 참수작전능력을 증강하는 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를테면, 윤석열 정부는 2022년 6월 8일 “3축체계를 중심으로 북의 핵-미사일위협을 무력화할 대책을 임기 내에 강구하겠다”고 하면서, 3축체계를 완성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축체계라는 것은 선제타격으로 조선의 수뇌부를 제거하려는 긴급표적처리체계다. 갑자기 등장한 제거대상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탐지하고 제거하는 기습작전을 의미한다. 2022년 7월 22일 이종섭 국방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고위력-고정밀미사일의 수량을 늘려 선제타격능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가 조선의 수뇌부를 제거하려는 3축체계를 완성하려고 광분하고 있으니, 조선인민과 조선인민군 속에서 증오심과 복수심이 끓어오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3축체계라는 것은 참수작전부대를 북침공격에 내몰아 조선의 수뇌부를 제거하는 기습작전을 의미한다. 한국군은 2017년 12월 1일 참수작전부대를 창설했고, 미국군 특수부대와 함께 연합참수작전을 연습해왔다. 그들은 참수작전에 필요한 무장장비들을 2022년 말까지 확보하게 된다. 2022년 7월 22일 이종섭 국방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특임부대(참수작전부대)의 대북침투능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처럼 한미련합군이 조선의 수뇌부를 제거하려는 참수작전연습에 광분하고 있으니, 조선인민과 조선인민군 속에서 증오심과 복수심이 끓어오르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전략사령부에서 진행된 5.23 비공개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어떤 상황을 예상하고 우려를 표시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참석자들은 조선의 수뇌부가 한미련합군의 선제타격과 참수작전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는 즉시 전술핵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한미련합군이 선제타격과 참수작전을 시작하려는 징후가 나타나는 경우,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즉시 전술핵무력을 사용하여 한미련합군을 선제타격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5.23 비공개토론회 참석자들이 우려했던 바로 그 상황이 결국 가시권에 들어오고 말았다. 2022년 7월 22일 이종섭 국방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마친 뒤 취재기자들과 만나 “다양하게 실전훈련을 할 예정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실전훈련은 선제타격과 참수작전을 핵심으로 하는 북침전쟁연습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이종섭 국방장관은 선제타격과 참수작전을 핵심으로 하는 북침전쟁연습을 “다양하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속 감행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조선인민군의 시각에서 보면, 한미련합군이 선제타격과 참수작전을 핵심으로 하는 북침전쟁연습을 감행하는 것이야말로 조선의 수뇌부를 제거하려는 공격징후로 보일 것이다. 그러므로 한미련합군이 북침전쟁연습을 감행하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전술핵무력을 최고의 격동상태로 유지하는 핵전투동원태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김정은 공화국무력최고사령관이 정찰자료를 분석하여 결정적인 북침공격징후가 나타났다고 판단하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즉시 전술핵무력으로 한미련합군을 선제타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예상은 5.23 비공개토론회 참석자들이 우려한 것처럼, 조선이 전술핵탄두를 실전에서 사용하는 돌발적인 상황이 올해 한미련합군의 북침전쟁연습 중에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한다.    

 

정말로 충격적인 것은, 2022년 7월 22일 이종섭 국방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미련합군이 전구급 작전연습 및 전투훈련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전구급(theater-class)이라는 말은 한미련합군의 북침전쟁연습이 전술차원에서 전략차원으로 확대, 강화되는 것을 뜻한다. 이종섭 국방장관의 보고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강화에 발맞춰 실기동훈련을 정상화하는 등 연합훈련과 연습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그에 따라 2022년 8월부터 9월까지 한미련합군은 선제타격과 참수작전을 핵심으로 하는 11개 종류의 북침전쟁연습을 연속적으로 진행하려는 전투훈련일정을 확정했다. 심상치 않은 것은, 미국이 이번 북침전쟁연습에 핵타격수단들을 동원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국의 핵타격수단들은 핵추진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이나 선제핵타격능력을 가진 전략폭격기 편대를 의미한다. 한미련합군이 오는 8월 미국의 핵타격수단을 동원하고, 선제타격과 참수작전을 핵심으로 하는 11개 종류의 북침전쟁연습을 연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야말로 조선을 극도로 자극하는 엄중한 군사도발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5.23 비공개토론회 참석자들이 우려한 것처럼, 조선이 전술핵탄두를 실제로 사용하는 돌발적인 상황이 오는 8월과 9월 중에 벌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천만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돌이켜보면, 2022년 4월 17일 한국군 합참본부가 “2022년 전반기 한미련합군 지휘소훈련을 4월 18일부터 28일까지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포병을 비롯한 중요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들이 전투기술기재들을 유사시에 즉시 전투에 진입시킬 수 있도록 수시로 점검하고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라”고 명령했고, “군사지휘관들이 언제든지 지휘통제를 할 수 있는 위치에서 벗어나면 안 되며, 전투원들이 긴장감 속에서 주야간 출동할 태세를 갖추라”고 명령했다. 지난 4월에는 한미련합군이 북침전쟁연습을 지휘소훈련으로 축소하여 진행하였으므로, 조선인민군이 한 단계 낮은 전투동원태세를 갖추고 대응했지만, 오는 8월부터 9월까지 한미련합군이 미국의 핵타격수단을 동원하고, 선제타격과 참수작전을 핵심으로 하는 11개 종류의 북침전쟁연습을 계속하면, 조선인민군이 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한미련합군이 오는 8월부터 9월까지 미국의 핵타격수단을 동원하여 북침전쟁연습을 감행하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그에 맞서 선제타격태세를 취할 것이며, 조선인민군 전군도 고도의 전투동원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한미련합군이 미국의 핵타격수단을 동원하여 북침전쟁연습을 감행하고, 그에 대응한 조선인민군이 선제타격태세를 취하면, 한반도정세는 1953년 정전협정체결 이후 가장 위험천만한 무력충돌위기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1995년 3월부터 오늘까지 27년 동안 정세분석에 전념해오는 나는 올해 8월과 9월처럼 무력충돌위기가 극도로 격화되는 엄중한 상황이 조성된 사례를 알지 못한다. 바이든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5.23 비공개토론회 참석자들의 우려를 기우라고 가볍게 여기면서 경거망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쪽에서 엄청난 핵폭풍이 밀려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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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는 불법일터…정부는 ‘노동자 불법’ 책임만 물었다

 

등록 :2022-07-25 05:00수정 :2022-07-25 07:07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현실
하청은 월급 안주고 문닫기 일쑤
불황 탓하며 상여금 무단 삭감
정부가 ‘특별지원업종’ 지정 뒤
사회보험료 체납도 일상화

노동자 “불법파업 뒤엔 불법업체
조선소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열린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열린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불법 백화점이라예 불법 백화점. 종일 얘기해도 다 얘기 몬합니다. 에이포(A4) 용지에 싹 다 적어가, 윤석열 대통령한테 보내주이소. 지금 누가 누구한테 불법이라 캅니까.”
 
 <한겨레>가 지난 20~24일 만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열 명 중 한명인 20년 차 도장공 김덕용(53)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하청노동자들이 ‘불법적’이고 ‘극단적’인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조선소에 만연한 ‘하청업체의 불법’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김씨는 “조선소 경력 10년 이하인 사람들도 다 한 번씩은 그런 불법을 겪었을 것”이라며 “조선소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 기간 내내 제1 도크(배 만드는 작업장)에서 농성 중인 동료들을 지켰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51일간 파업, 31일간 제1 도크 점거투쟁은 지난 22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와 사내협력회사협의회의 극적 합의로 마무리됐다. 조선소 역사상 유례없는 하청노동자들의 ‘위력’ 투쟁은 일상적인 불법을 온몸으로 감내했던 하청노동자들의 누적된 피해의 결과였다.

 

<한겨레>가 만난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10명은 모두 하청업체의 ‘불법’으로 ‘권리’를 침해당한 경험이 있었다. 김철민(46·가명)씨가 다니던 하청업체는 지난달 말 폐업했다. 지난 2일 파업 시작 전 임금도 현재까지 받지 못했다. 그는 “원청에선 우리 월급 주라고 기성금을 줬을 텐데, 그걸 갖고 폐업하고 날라삤다”며 “밀린 월급 중 20%만 주고 나머지는 체당금(대지급금)을 신청하라고 해 대출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대지급금은 사업주의 폐업에 따라 노동자가 받지 못한 임금 최종 3개월 치와 3년 치 퇴직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예외적이고 제한적인 수단으로 사용돼야 하지만, 하청업체들은 대지급금으로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을 ‘정상’인 듯 행한다. 노동자가 대지급금을 받기 위해선 사업주의 임금체불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내야 하기 때문에 사업주를 처벌할 수도 없다. 김덕용씨는 “하청업체 대표들이 나랏돈으로 눈먼 돈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보험료 체납도 ‘일상’이 됐다. 2016년 조선업 위기에 따라, 정부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사회보험료 사업주 부담금을 ‘납부유예’ 시켜줬다. 고용·산재보험료는 현재까지도 납부유예가 유지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9년부터 건강보험은 올해부터 납부유예가 중단됐지만, 하청업체는 사회보험료를 ‘안 내도 되는 돈’으로 인식했다. 하청업체가 사업자 부담분을 체납하면, 노동자들의 노후 안전망인 국민연금 수급액이 줄어들 수 있다. 조합원 일부는 ‘직업훈련’에 참가한 뒤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하청업체들은 일감이 부족해지면 일부 노동자들을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과정에 보낸다. 이때 교육비는 모두 노동부가 지원하지만, 임금은 사업주 부담이다. 조합원 강민성(49·가명)씨는 “우리가 노동청에 확인하고 항의하자 그제서야 임금을 줬다”고 했다.

 

조합원들이 경험한 불법은 숱했다. 특히 상여금 삭감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 노동자 동의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는 불법이 횡행했다. 조선소 내 일부 직종은 월 기본급의 550% 수준의 상여금을 받았는데, 2016년 조선업 불황과 맞물려 대부분 삭감됐다. 특히 2017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과정에서 상여금을 기본급에 ‘녹이면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자주 발생했다. 강씨는 “일부 원청노동자들이 우리 보고 불법이라고 하는데, 만약 자기들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사내협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든 업체들이 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고,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21~22일 연이틀 대우조선을 찾아 조선하청지회에 “농성을 해제하면 조선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2일 타결된 하청노사 사이의 합의에는 임금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과 조선업 하청노동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 가동 내용도 포함됐다.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은 24일 <한겨레>와 만나 “티에프와 협의체에서 요구할 내용을 시간을 두고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제/서혜미 기자 ham@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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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후진국 미국] ④ 마약에 중독된 미국 사람들

이인선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2/07/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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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다른 국가들을 비난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인권 문제’가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런 태도를 보이기에는 자국 내 인권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미국의 인권 문제는 인종차별, 총기, 빈곤, 마약, 교도소 등과 관련해 여실히 드러난다.

 

수십 년간 미국 사회를 병들게 만들어온 ‘마약 중독’이라는 전염병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12개월간 마약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사상 최초로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는 교통사고나 총기사고로 사망한 사람 수보다 월등히 많았다.

 

마약은 세계인권선언 25조에서 규정한 인권인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강압적 처벌로 인한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내 마약 중독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실패한 마약과의 전쟁

 

19세기 후반 일자리를 찾아 태평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청나라 사람들이 전파한 양귀비와 대마초(마리화나)가 멕시코에서도 재배되기 시작했다. 멕시코에서 재배된 마약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1970년대부터 멕시코에서 미국을 대상으로 국제 마약 밀매업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 상류층을 주고객으로 하던 마약 판매는 고객 범위를 넓히기 위해 각종 마약을 합성한 저가 마약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유행하던 퇴폐·향락적인 문화를 누린 히피들,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베트남 전쟁 참전군인들에 이르기까지 마약 열풍이 불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마약 중독 현상이 심해졌고 심각한 사회적, 국가적 문제로까지 부상했다.

 

이에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1971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닉슨 대통령은 앞서 1969년부터 멕시코 국경을 봉쇄하고 멕시코인들의 이주를 제한하는 정책을 펼친 데 이어 1973년에는 마약범죄를 전담하는 마약단속국(DEA)을 창설했다.

 

하지만 현실 도피 등을 이유로 마약을 찾는 사람들이 존재했기에 마약 시장의 규모는 줄어들지 않았고 1970~1980년대 들어 코카인이라는 새로운 마약이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1981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을 대표하는 마약이 눈보라처럼 강타해 사상자가 증가했다”라는 표현으로 마약 확산의 심각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1980년대 초 멕시코,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을 마약 공급 국가로 규정하고 해당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마약 단속 정책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의 특징은 군사화와 공급축소로, 마약 생산지에 군대를 동원해 재배 단계부터 차단한다는 원천 봉쇄 방식이었다.

 

그러나 실제 목적은 사회주의 세력에 대항해 멕시코, 콜롬비아, 볼리비아, 니카라과 등 중남미 국가들을 통제하기 위해 마약을 근거로 군사적 개입을 하려는 것이었다.

 

레이건 정부는 ‘카마레나 사망 사건’을 계기로 1986년 마약 남용 금지법을 발표하며 마약 단속을 위해서는 당사국의 허가 없이도 미국이 타국 영토에서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질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했다.

 

당시 미겔 앙헬 펠릭스 가야르도가 멕시코 마약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펠릭스의 동업자였던 라파엘 카로 퀸테로가 미국 마약단속국 요원 카마레나를 납치해 고문 끝에 살해했다며 레이건 대통령은 카마레나를 영웅으로 추모하는 특별담화문 발표와 함께 마약 범죄조직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선언했다.

 

멕시코 정부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 사건을 빌미로 미국 요원들이 멕시코 내에서 무장 추적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수사권을 강탈해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2020년 2월 29일 미국 일간신문 ‘USA 투데이’는 카마레나 사망 사건에 CIA가 연루되어있다는 주장을 보도해 레이건 정부가 군사적 개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실제 1986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적성국인 이란에 무기를 몰래 수출한 대금으로 니카라과 우익반군 콘트라를 지원하기 위해 코카인을 밀반입한 사실이 발각됐다.

 

1979년 니카라과에서 민중혁명이 일어나 사회주의 성향의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이 미국의 지원을 받던 우익독재 소모사 정권을 무너뜨렸다. 이후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은 다당제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중도파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연달아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정권을 이어갔다.

 

이 시기 중동에서는 이란-이라크 전쟁이 벌어졌고 미국과 이란은 탄약·미사일·무기부품 판매와 인질 석방을 맞바꾸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협상 끝에 수천 톤의 무기가 이스라엘을 거쳐 이란에 판매됐고 인질들은 석방됐다. 레이건 정부는 이렇게 얻어낸 무기 판매 대금으로 니카라과 우익반군 콘트라를 비밀리에 불법 지원했다.

 

이 과정을 담당한 중앙정보국은 콘트라 반군을 지원하면서 콘트라 반군이 현지 코카인 재배 농가들에서 현물세로 걷은 코카인 처분까지 처리해줬다. 중앙정보국은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코카인을 밀반입해왔고 이를 팔아 생긴 수익으로 중앙정보국 중남미 지부를 운영했다.

 

이외에도 중앙정보국은 1989년~1990년 친미 정권이 들어선 베네수엘라에서 1톤 넘는 코카인을 밀반입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의 일환이라고 중앙정보국은 주장했지만 코카인을 미국 시장에 유통한 것은 사실이다.

 

다시 말해, 레이건 정부는 겉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부르짖으면서 실제로는 중앙정보국을 이용해 중남미 마약을 미국에 밀수해 중남미 국가 친미 세력을 지원했다.

 

이런 마약 밀반입과 마약 퇴치가 같이 이뤄지면서 백인들에게 마약을 팔며 생계를 어떻게든 유지하려던 흑인 빈민층은 더 가난해지고 완전히 수렁 속으로 빠지게 됐다.

 

1994년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북아메리카 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맺으면서 마약 시장의 고삐가 풀어졌다. 미국과 멕시코의 무역량이 급속히 증가해 마약 사업은 급성장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통과한다는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마약 유통을 검문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북아메리카 자유무역협정으로 멕시코 농업과 경제가 치명타를 입으면서 생계가 어려워진 멕시코 빈곤층, 청소년 등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불법 마약 거래에 가담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미국도 더 많은 마약이 손쉽게 유입되고 마약 중독, 강도, 살인 등 마약 관련 범죄가 미국 내에서 더욱 만연해지는 결과를 얻게 됐다.

 

멕시코 내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2007년 미국 조지 W. 부시 정권과 ‘메리다 협정’을 맺고 3년간 안보협력을 위해 14억 달러를 지원받아 마약과의 전쟁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그러나 미국과 멕시코가 벌인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했다. 그 이유는 미국 내 수요 때문이었다.

 

미국은 멕시코에서 생산된 마약의 최대 소비국으로서 사실상 마약 전쟁의 원인 제공자였다. 2011년 6월 매트 워커 미국 정치만화가는 ‘불쌍한 낡은 멕시코’라는 만평에서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마약을 사들이면서 한편으로는 총기를 수출해 멕시코의 폭력 사태에 기여하고 있다며 미국의 이중적 면모를 비판했다. 또한 “불쌍한 멕시코여, 신과는 너무 멀고 미국과는 너무 가깝다”라는 당시 한 멕시코 정치인의 자조 섞인 말은 미국 내 마약 소비로 인해 해결되지 않는 멕시코의 씁쓸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말이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산하 국립보건통계센터는 2015년 마약성 약물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5만 2,404명에 달했다며 하루 평균 144명이 미국에서 마약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10만 306명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2015년 이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5분마다 약 1명의 미국인이 약물 중독으로 죽고 있는 셈이다.

 

노라 볼코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 소장은 뉴욕타임스에 “이런 수치는 우리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숫자”라며 “사망자 대부분이 25~54세의 젊은 연령대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앞으로 지속적인 영향을 미쳐 우리 사회에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뉴욕 주에 위치한 대마초 가게. 구글 지도 갈무리.

 

대마초 합법화

 

대마초는 1961년 유엔에서 채택한 ‘마약에 관한 단일협약’에 따라 규제하고 있는 마취용 진통제이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대마초 남용은 환각 증상을 불러와 심신의 건강을 해치고 장기간 사용 시 뇌 질환, 신경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은 1970년 규제약물법(Controlled Substances Act)을 제정해 대마초를 연방1급 규제약물로 지정했다. 하지만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여러 주에서 주 차원으로 치료를 위한 의료용 대마초와 기분 전환을 위한 기호용 대마초 규제가 풀리고 합법적인 대마초 매장도 생겨났다. 

 

또한 대마초의 날을 기념하는 문화도 미국에서 시작해 세계 곳곳에 퍼졌다. 기호용 대마초를 즐기는 이들은 매년 4월 20일을 대마초의 날이라 부르며 이날 오후 4시 20분에 다 함께 대마초를 흡연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50개 주 중 37개 주와 워싱턴 D.C.는 의료용 대마초 판매를 허용했고 그중 18개 주와 워싱턴 D.C.는 기호용 대마초도 허용하고 있다. 캐나다계 투자사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대마초 시장은 현재 약 60%가 의료용, 40%가 기호용으로 나뉘어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누리집 정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마초를 한 번 이상 사용한 적 있는 미국인은 인구의 약 18%인 4,820만 명이었고 청소년의 36.8%가 장기간 대마초를 사용했다.

 

그러나 미국 정치인들은 물론 바이든 정부도 이러한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마초 사용 금지 법안을 없애고 싶다”라며 대마초 사용 합법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미국 하원은 올해 4월 1일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찬성 220명, 반대 204명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규제약물법에서 대마초를 삭제하고 대마초 사용으로 유죄 판결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구제 수단을 제공하면서 대마초 관련 제품에 연방 세금을 부과하며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이 법안을 11월에 있을 중간선거 이전에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공화당과 50석씩을 나눠 가지고 있지만 찬반이 동률일 경우 상원 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 어느 때보다 법 통과 가능성이 크다.

 

▲ 1999년부터 2019년까지 마약별 사망자 수.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대마초 합법화에 이어 미국 전역에서 중독되고 있는 마약은 ‘오피오이드’라는 마약성 진통제다. 오피오이드는 양귀비에서 채취되는 마약인 아편(opium)에서 유래된 용어로, 모르핀, 펜타닐 등 여러 상표로 판매되는 마약성 진통제를 통틀어 일컫는다.

 

오피오이드는 소량으로도 중독되는 위험 탓에 함부로 쓰여서는 안 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처방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치료에 거액의 의료비용이 발생하는 미국 사회에서 진통제 처방은 고통을 줄여주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그렇기에 기존 진통제가 효과 없다는 환자의 진술만으로도 쉽게 강한 진통제를 처방해주면서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마약 성분에 노출될 수 있었다.

 

미국의 민낯을 알리는 유튜브 채널 ‘올리버쌤’을 운영하는 올리버 샨 그랜트는 이와 관련해 “로비스트 앞에 무능한 정부, 돈만 좇는 제약 회사, 불법 마약을 파는 조직이 만든 비극 속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병들고 죽어간다”라고 지적했다.

 

의학적으로 오피오이드가 전혀 필요치 않은 미국인 수백만 명이 약물중독자로 전락했고 수십만 명이 약물 남용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런 오피오이드 중독에 빠진 이들에게 코로나19는 재앙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침체와 실업, 사회적 고립 등을 겪고 약물에 대한 욕구와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19 확산 초기 봉쇄로 약물 중독 치료·상담 기관들이 문 닫으면서 약물 중독자들의 치료 길이 막혔다.

 

미국 정부가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오피오이드 통제에 나섰지만 상황은 이미 심각해진 후였다. 미국 정부가 오피오이드를 규제하기 시작하자 이미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오히려 불법 경로를 통해 이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특히 불법적 유통 과정에서 모르핀보다 80배, 헤로인보다 50배 이상 중독 증상이 강력하면서도 값싼 펜타닐 소비가 늘어났다.

 

▲ 미국 1센트 동전과 펜타닐의 치사량 비교. 1센트 동전은 우리나라 50원 동전보다 작고 신형 10원과 크기가 비슷하다.

 

펜타닐의 치사량은 2밀리그램(0.002그램)으로 아주 적은 가루로도 사망할 수 있는 약물이다. 그래서 희고 고운 가루로 된 펜타닐을 헤로인·코카인 등과 같은 마약성 약물과 혼합해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기존 마약성 약물과 펜타닐을 함께 복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었고, 이는 사망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 실제 마약 시장에선 펜타닐과 다른 마약을 혼합한 것을 주사기에 담아 5달러~10달러(약 6,500원~1만 3,000원) 정도로 싸게 판매하고 있다.

 

조슈아 샤프스타인 존스 홉킨스 대학교 교수는 “펜타닐의 경제성으로 인해 다른 약물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라며 펜타닐의 싼 가격에 제약사들도 현혹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펜타닐은 2021년 기준 7만 9,000여 명의 사망자를 만들고 18~45세 미국인 사망원인 1위로 꼽혔다.

 

▲ 켄싱턴 거리에서 마약에 취해 좀비처럼 서있는 사람을 볼 수 있다. KBS 영상 갈무리.

 

경찰마저 지금이 최선을 다해 통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손 놓아버린 마약 중독 현황의 심각성은 필라델피아 북동부 켄싱턴 거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 3월 19일 방영한 KBS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코로나보다 높은 사망률, 미국 마약 거리’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해볼 수 있다.

 

켄싱턴 거리는 ‘헤로인 월마트’, ‘좀비 랜드’ 등으로 불릴 정도로, 마약에 취한 채 누워있거나 계속된 마약 복용으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뇌 손상으로 좀비처럼 서 있거나 차가 지나감에도 도로를 활보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또한 마약을 판매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고 그들은 3~4시간 버틸 수 있는 마약을 공짜로 나눠주거나 5달러 정도에 판매한다고 한다.

 

이곳 주민인 캘빈은 방송에서 “마약을 공짜로 나눠준다고 해서 공짜라는 뜻이 아니다. 마약을 시작하게 하려는 것이다. 가격은 5달러, 10달러 정도다”라며 사람들이 마약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캘빈은 경찰의 마약 단속 중에도 마약에 취한 이들이 거리낌 없이 주사기로 마약을 투여하는 모순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현재 경찰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독자 수가 너무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약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도치 않게 마약을 접하게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 보안관실은 지난달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바닥에 접힌 채 떨어진 1달러 지폐 속에서 펜타닐 등 마약이 발견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절대 떨어진 돈을 건드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당시 지역 주유소 바닥에 떨어진 1달러 지폐에서 나온 정체불명의 흰색 가루가 마약인 메스암페타민(필로폰)과 펜타닐로 드러나는 등 접혀있는 지폐에서 마약들이 발견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보안관실은 “이런 지폐는 매우 위험하니 특히 자녀들이 줍지 않도록 교육해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어 “가족과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공유해달라”라며 “회사와 놀이터 등에서 종종 보이는 지폐를 조심하라”라고 문제의 지폐 사진을 올렸다.

 

미국 켄터키주에 사는 렌 파슨은 7월 11일 자신의 SNS에 “절대 땅에서 아무것도 줍지 말라”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올리기도 했다.

 

파슨은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맥도날드에 갔다가 화장실 앞에 1달러 지폐가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폐를 주웠다. 파슨은 볼일을 보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지만 물기를 닦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이후 집에 돌아가려고 차에 타는 순간 몸에서 갑자기 이상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파슨은 온몸이 마비된 채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치료받고 회복한 파슨은 “갑자기 어깨에서부터 온몸이 가라앉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중에는 숨을 쉴 수도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폐에 펜타닐이 묻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의료진 소견도 약물 과다 복용인 것으로 보아 지폐에 마약이 묻어있거나 소량의 가루가 담겨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갈무리

 

미국 청소년들도 대마초를 비롯한 마약에 쉽게 손댈 수 있을 정도로 미국 내 마약 문제가 심각하지만 정부 당국과 사람들은 각자 주의하자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어떤 것이든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 있기에 만들어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마약 시장이기 때문에 마약을 일절 판매할 수 없게 통제하면 치안 문제도 해결되고 테러도 사라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마약 문제는 미국이 점령했던 곳으로까지 퍼져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과 나토군이 20년에 걸쳐서 주둔하는 동안에 아프가니스탄은 마약 생산이 활성화됐고 그 생산물이 전 세계에 퍼져 나가면서 많은 나라들이 마약 밀수와의 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하지만 미국은 아무래도 마약 문제를 본질적으로 뿌리 뽑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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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집단행동 징계에 두 갈래로 갈린 신문 사설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7/25 08:45
  • 수정일
    2022/07/25 08:4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정민경 기자 
  •  
  •  입력 2022.07.25 07:43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찰 징계…“검찰은 되고 경찰은 안되나” 비판 확산
경향, 국민, 동아, 한겨레, 한국은 ‘경찰 징계 지나치다’는 논조의 사설
서울, 세계, 조선, 중앙은 ‘집단행동이 부적절하다’는 논조로 사설 써

경찰국 신설 방침에 대해 우려하는 경찰서장들이 모임을 열고, 모임 주도자가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참석자들도 감찰을 받게 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경찰 집단행동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징계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25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은 대부분 이 이슈를 다뤘고 주요 종합일간지 9개가 사설에서는 모두 이 이슈를 다뤘다. 다만 논조는 두갈래로 갈렸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경찰의 집단행동을 징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썼고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경찰의 집단행동이 잘못됐다고 하는 논조의 사설을 발표했다.

다음은 25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여권의 ‘검로경불’”
국민일보 “행안부 ‘국민일상과 무관’ 경찰국 신설 졸속 예고”
동아일보 “초유의 ‘경란’ 경찰국 신설에 집단반발 확산”
서울신문 “초유의 ‘총경의 란’ 경찰국 사태 확전”
세계일보 “총경 이어 경감·경위도 ‘경란’ 확산 조짐”
조선일보 “등돌린 중국시장 ‘한국산은 추억의 제품’”
중앙일보 “총경 이어 경감·경위, 또 경찰 집단행동 예고”
한겨레 “‘모였다고 징계’ 검찰정권의 경찰 길들이기”
한국일보 “게임체인저 양자컴퓨터, 인력양성 뒷짐 진 한국”

▲25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25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경찰 집단 행동에 징계…“검찰은 되고 경찰은 안되나” 비판 확산

지난 23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에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경찰서장들이 회의를 열었다.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된 회의에는 서장급인 총경 710명 가운데 189명이 참석했고 오프라인 참석자 56명은 감찰을 받게 됐다.

총경급 간부가 이렇게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후 모임을 제안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 총경은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25일 중앙일보 1면. 
▲25일 중앙일보 1면. 

경찰서장들은 회의 후 입장문을 내고 경찰국 신설은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안인 만큼 폭넓은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24일 총경 회의를 “부적절한 행위”로 규정하고 여당인 국민의힘 측은 경찰서장들의 집단행동에 엄정 대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두환식’이라며 반발했다.

▲25일 경향신문 1면. 
▲25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의 1면 기사 제목은 “여권의 ‘검로경불’”이었다. 1면 기사는 “올해 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국면에서 평검사 회의, 부장검사 회의, 검사장 회의, 고검장 회의가 잇달아 열릴 때는 검찰의 집단행동을 지지했던 여권이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서는 징계와 감찰의 칼을 빼든 것을 두고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짚었다.

동아일보 사설도 이같은 ‘이중잣대’의 문제를 지적했다. 25일 동아일보 사설은 “국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법’을 추진하자 평검사와 부장검사, 검사장이 각각 회의를 열었지만 회의 참석자를 징계 대상으로 삼은 적은 없었다”며 “경찰의 지휘 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경찰들이 의견을 밝혔다고 해서 징계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전했다.

이어 동아일보 사설은 “경찰에 대한 견제와 통제는 필요하지만 ‘권력의 시녀가 아닌 국민의 경찰이 필요하다’는 31년 전 논의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경찰의 의견을 먼저 귀담아듣고, 위법 시비를 없앨 수 있는 국회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5일 동아일보 사설. 
▲25일 동아일보 사설. 

한겨레 사설 역시 “검찰과는 사뭇 다른 대응도 논란이다. 전국 검사장·평검사 회의가 여러차례 열렸지만 불이익을 받은 이는 없다”며 “‘말할 의무’가 검찰에만 있을 리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경향, 국민, 동아, 한겨레, 한국은 ‘경찰 징계 지나치다’는 논조

25일 주요 종합일간지 9개 모두 사설에서 이 이슈를 다뤘는데,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경찰 집단행동 징계가 지나치다는 논조였다. 반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경찰의 집단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25일 사설에서 “상부의 지시만 수용하고 내부의 건강한 의견 제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찰 지휘부에 실망과 더불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공무원에게도 시민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를 일방적으로 찍어누르는 것은 구시대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 지휘부와 정부는 총경들이 제기한 우려와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감안해 경찰 통제 방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이를 묵살한 채 징계를 강행한다면 더 큰 반발만 부를 것”이라 썼다.

국민일보 역시 이날 사설에서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경찰제도 개선이 각계 의견을 충분히 들으며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절차를 생략한 채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돼 우려스럽다”며 경찰국 신설 과정에 대해 “지나치게 일방적이어서 각계에서 제기된 위법 가능성 등을 충분히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경찰 제도 개선은 정권 차원의 경찰 장악 의도’라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명분만 앞세운 무리한 제도 개선은 반드시 탈이 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25일 국민일보 사설.
▲25일 국민일보 사설.

한겨레도 사설에서 “현장 치안 책임자인 총경급 간부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은 경찰 중립성 확보가 그만큼 정당하고 절박하다는 방증”이라며 “총경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대대적 징계는 권력에 의한 ‘경찰 장악’의 예고편이라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 전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일차적 책임을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무직 공무원인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 지휘권을 부여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침해 우려를 자초했고, 실행 방식은 법 개정 없이 시행령만 서둘러 고치는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초유의 총경 회의마저 경청하는 자세 없이 무더기 징계로 덮으려 한다면 상황 수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 전했다.

▲25일 한겨레 1면.
▲25일 한겨레 1면.
▲25일 한국일보 사설.
▲25일 한국일보 사설.

서울, 세계, 조선, 중앙은 ‘집단행동이 부적절하다’는 사설

반면 서울신문은 사설 ‘사상 초유의 경찰서장 집단행동 부적절하다’에서 “경찰 지휘부가 사전에 모임을 만류했지만 상당수가 불복했다. 상명하복의 지휘체계가 엄정한 경찰에서 이들의 모임이 집단항명으로 비쳐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 썼다. 그러면서 류삼영 울산중부서장 대기발령과 참석자에 대한 감찰 착수도 “경찰도 공무원법상 집단행동을 못 하게 돼 있는 신분인 만큼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며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경찰이 정부와 국민을 거꾸로 겁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잘못”이라고 썼다.

▲25일 서울신문 사설.
▲25일 서울신문 사설.

세계일보도 이날 사설 ‘초유의 총경회의, 집단행동·강경대응으론 해결 안 돼’에서 “국민 생활과 직결된 경찰의 집단행동은 치안 부재 등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동안 경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이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등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같이 경찰의 집단행동이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펼친 신문들의 주장은 경찰이 그동안 중립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은 “경찰국을 신설하면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것인데, 그동안 경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었는지 자문부터 해볼 일이다. 문재인 정부 때만 봐도 경찰은 매번 권력의 편에 섰다”며 “정권의 잘못을 눈감고, 봐주고, 뭉개는 데 앞장섰다. 대통령 선거 여론을 조작한 ‘드루킹 사건’ 수사는 질질 끌었고, 택시기사를 때린 폭행범은 민변 출신 친정권 인사라고 봐줬다. 대통령 친구였던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청와대가 흘린 정보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25일 조선일보 사설.
▲25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역시 이날 사설 ‘집단 행동으로 어떤 경찰 독립 지킨다는 건가’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경찰이 대통령실 의중을 떠받들기 위해 해온 낯 뜨거운 일들은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라며 드루킹 사건, 울산시장 문제 등을 거론했다. 이어 “경찰국에 반대하는 취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 경찰이 자신들의 이익 관철을 위해 집단행동에 나선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며 “치안과 질서 유지를 핵심 업무로 하는 경찰이 숫자의 힘에 의존하는 행태를 보이면 다른 집단들의 불법 집회나 시위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25일 중앙일보 사설.
▲25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국민 안전을 우려해서 경찰의 집단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어떤 경우에도 정부·경찰 정면 대결 안 된다”에서 “경찰국 신설이 민주화 역사에 역행한다는 이들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 간부들이 정부와 정면 대결을 불사하는 모습은 우려스럽다”며 “정부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경찰이 집단행동에 나서면 누가 이를 막는다는 말인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공무원법 57조가 규정한 ‘복종의 의무’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경찰관이 힘으로 목적을 달성하려고 집단행동에 나서선 안 되며,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과 절차에 따라 정당한 방법으로 의견을 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경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썼다. 다만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행안부의 책임도 크다”며 “총경들을 설득해 집단행동을 막지 못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책임을 통감하고 행안부와 경찰의 갈등이 더는 악화하지 않도록 지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사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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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정권의 경찰 장악 시도, 부당하고 불법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7.14 ⓒ민중의소리
 
어떤 나라가 있다. 이 나라에서는 내무부(이후에 행정안전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장관이 직접 치안을 관장하다가, 고문치사 등 인권 탄압 사건을 일으킨 역사가 있다. 그래서 민주화 이후에 내무부로부터 경찰청이라는 기관을 따로 떼어내서 설치하게 됐다.

그런데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되더니 자신의 고등학교 후배 변호사를 행정안전부 장관에 앉혔다. 그리고 대통령의 고교 후배는 경찰을 지휘하겠다면서 시행령(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안과 시행규칙(행정안전부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안)을 입법예고했다. 내용을 보면, 경찰국이라는 조직을 신설하고, 경찰청 일에 촘촘하게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총경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자, 회의를 제안한 총경을 곧바로 인사조치하고, 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을 감찰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을 밀어붙이겠다고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되고,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정권의 경찰 장악 시도

위의 글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한 것이다.

사실 평소에 검찰이든 경찰이든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처음에는 이 문제에 별로 관심갖고 싶지 않았다. 필자가 현장에서 부딪혀 본 바로는, 검찰이든 경찰이든 기득권세력과 관련된 수사에는 소극적이었고, 약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각 지역 서장(총경)들이 참석해 있다. 2022.7.23 ⓒ뉴스1

그러나 이번 총경회의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아무리 평소에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경찰이지만, 부당한 일들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부당한 일들이 윤석열 정권의 경찰장악 시도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가뜩이나 민생현안들이 쌓여 있는 상황에 고등학교 후배를 장관으로 앉혀놓고, 굳이 이런 일들을 벌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법리적으로도 양쪽 주장을 비교해보면, 행정안전부의 주장이 잘못됐고, 경찰국 신설 반대쪽의 입장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현재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내용과 정부조직법을 뜯어보면, 당연히 도출되는 결론이다.

자기 권한도 아닌 ‘치안’에 지휘권 행사?

우선 행정안전부 장관 명의로 입법예고가 된 시행령(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안을 보면, 신설되는 경찰국장은 “정부조직법 제7조에 따른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ㆍ감독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시행규칙(행정안전부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에서도 ‘정부조직법 제7조 제4항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지휘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정부조직법 제7조는 도대체 어떤 조문일까?. 우선 정부조직법 제7조를 보면, 제목이 “행정기관의 장의 직무권한”이다.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의 관계에 관한 조항이 아니라, 모든 부처 장관의 권한에 관한 일반적인 조항인 것이다.

그리고 제7조에는 정부부처의 장관과 외청(경찰청, 소방청외에도 국세청, 관세청, 통계청, 농촌진흥청, 산림청 등이 외청이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제4항이 그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이렇다.
 

제7조(행정기관의 장의 직무권한)
④ 제2항과 제2항의 경우에 소속청에 대하여는 중요정책수립에 관하여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


여기까지를 보면, 장관이 외청에 대해 “중요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직접 지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분명히 “중요정책의 수립”으로만 지휘 범위는 제한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조항이다.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의 관계에 관한 내용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정부조직법 제34조 제1항을 보면, 행정안전부 장관의 직무범위가 나온다. 문제는 장관의 직무범위에 ‘치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박송희 전남자치경찰위원회 총경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 추진 철회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2.06.23 ⓒ민중의소리

제34조(행정안전부) ① 행정안전부장관은 국무회의의 서무, 법령 및 조약의 공포, 정부조직과 정원, 상훈, 정부혁신, 행정능률, 전자정부, 정부청사의 관리, 지방자치제도,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지원ㆍ재정ㆍ세제, 낙후지역 등 지원, 지방자치단체간 분쟁조정, 선거ㆍ국민투표의 지원,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ㆍ총괄ㆍ조정, 비상대비, 민방위 및 방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그리고 제34조 제5항을 보면,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라고 되어 있다.
 

⑤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


여기서 한번 생각을 해 보자. 자기의 직무범위가 아닌 사항에 대해 다른 기관을 지휘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당연히 가능하지 않다.

1990년 ‘치안’은 내무부 장관권한에서 빠져

그리고 행정안전부 장관의 관장사무에서 ‘치안’을 뺀 것은 1990년 12월 27일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즉 이 때 경찰청을 내무부로부터 독립시키는 내용이 담겼고, 내무부장관의 관장사무에서 ‘치안’을 뺐다.
 
1990년 정부조직법 개정 내용 ⓒ정부조직법


한마디로 소속은 내무부로 두더라도, 내무부장관은 치안에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의 입법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자신의 관장업무가 아닌데, ‘지휘’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른 부처와 외청간의 관계를 봐도, 다른 부처의 경우에는 장관의 관장사무속에 외청의 사무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그런 경우에도 정부조직법 제7조 제4항에 의거하여 ‘중요정책의 수립’에 관해서만 지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국세제나 관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므로, 국세청/관세청의 중요정책 수립에 대해 지휘할 수 있다. 또한 법무부장관의 관장사무에 검찰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일정한 경우에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장관은 ‘치안’ 자체가 자신의 관장사무가 아니므로, ‘치안’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지휘권을 행사하겠다면서, 경찰국이라는 조직을 신설하고 ‘지휘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겠다고 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휘에 관한 규칙(안)’을 보면, ‘중요정책의 수립’에 관해서만 지휘를 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나 감사원에 보고하거나 제출하는 자료 중 중요한 사항’도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국회나 감사원에 제출하는 자료가 무슨 ‘중요정책의 수립’에 관한 사항인가? 이렇게 일일이 보고받겠다는 것은 정부조직법 제7조 제4항에서 정한 지휘권의 범위도 넘어서는 것이다.
또한 ‘중요정책의 수립 및 시행에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장관이 요청하는 사항’도 보고의무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시시콜콜하게 보고를 요구하고 관여할 수 있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은 상위법률인 정부조직법 등에 위반될 소지가 높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정권의 통제’ 시도

또한, 이것은 민주화 이후에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로 만들어진 국가경찰위원회의 권한도 무시한 것이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국가경찰사무에 관한 인사, 예산, 장비, 통신 등에 관한 주요정책 및 경찰 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ㆍ의결사항이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ㆍ의결에 대해 재의요구를 할 수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입법예고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보면, 국가경찰위원회를 제쳐두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에 시시콜콜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국가경찰위원회가 그동안 제 역할을 못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에 개입하는 것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 회귀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려면, 그에 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권의 의도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찰에 대한 정권의 통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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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또 틀렸다... '반도체 15만 양병설'은 헛발질

[반도체 두 번째 특별과외] 실정도 모르는 윤석열 정부, 강행하면 파국 올 수도

22.07.25 04:55최종 업데이트 22.07.25 04:56
 
 
 

 

 

 

 

 

 

 

 

 

 

▲ 지난 6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다. 그런 혁신을 수행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반도체 산업이 잘 되려면 교육부가 잘해야 한다"고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 대통령실 제공

 

안녕하세요. 지난 7월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보고 받으셨죠?

대통령님께서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다. 그런 혁신을 수행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서 이런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반도체 인력 15만 명을 추가로 양성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네요. 대통령님은 공무원들이 지시사항을 빠르게 처리하는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끼셨겠지만,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백년대계라는 교육을 기업의 필요에 따라 이렇게 아무렇게나 뒤흔들어도 되나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지난 기사(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경악... 이건 특별과외가 필요합니다http://omn.kr/1zjg5)를 통해 대통령님께 반도체 관련 특강을 해드렸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 산업이고 고용 유발 효과도 크긴 하지만, 반도체를 생산하는 팹은 온갖 유독가스와 케미컬을 많이 쓰고 그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면 환경 오염 및 인명 사고를 가져오기도 하는 위험한 곳이라 설명했습니다. 기억 하시나요? 오늘은 그런 반도체 산업에 과연 온나라가 나서서 인력을 몰아주는 게 맞는지, 인력난 해소를 위해 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지 등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동아일보> 6월 10일자 기사 하나를 보시죠. 아래는 <용인 반도체 新공장 필요인력 1만여 명… 충원하려면 15년 걸릴판>이라는 기사 중 일부 내용입니다.
 

▲ 반도체 인력부족을 이야기하는 동아일보 기사. ⓒ 동아일보 보도화면

 
SK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20조 원을 투자해 메모리반도체 생산 공장(팹) 4곳을 짓는다. 2027년 상업 가동이 목표다. 이곳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은 SK하이닉스 전체 직원(3만135명·지난해 말 기준)의 절반인 1만5000여 명. 팹에 투입될 반도체 전문 인력만 1만2000여 명에 달한다. – 동아일보

반도체 산업 현장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내용인데, 이 기사를 읽다 보면 도대체 팹이 뭔데 그 안에 1만 2000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서 일한다는 건지 궁금하시지 않나요? 그래서 반도체 팹에서 일하고 있는 제가 팹이 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반도체 팹에서 일하는 사람들

팹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그 안에서 대당 가격이 수십억에서 수천억까지 하는 수백 대의 장비가 24시간 쉬지 않고 웨이퍼 위에 반도체 칩을 새겨 냅니다. 먼지 하나도 제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클린룸 시설을 갖췄고, 그 안에서 노동자들은 방진복을 입고 일합니다. 얼마 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방문했던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장이 바로 팹입니다.

이 팹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이들은 오퍼레이터라고 부르는 제조직 사원입니다. 팹 안에서 장비와 가장 가까이 있으며 웨이퍼 제조를 책임지는 사람들입니다. 보통의 경우 고졸 여성이 이 일을 많이 합니다. 삼성전자 기흥 3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사망한 고 황유미씨가 바로 오퍼레이터였습니다. 근무 시간 내내 방진복을 입고 일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기는 하지만 일 자체는 별도의 교육을 받으면 금방 익힐 수 있는 일이라 진입장벽이 높진 않습니다. 요즘 새로 짓는 팹은 자동화가 잘 되어 있어 오퍼레이터의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 반도체 팹에서 일하고 있는 오퍼레이터의 모습 ⓒ 삼성전자 홈페이지

 
그 다음으로는 반도체 장비를 유지 보수하는 장비 엔지니어가 있습니다. 제가 삼성전자에 입사할 때만 해도 장비 엔지니어는 공고 졸업생을 뽑아 교육을 시켜서 일을 맡겼습니다. 그 후로 점차 전문대 졸업생을 뽑더니 요즘은 대졸자들을 뽑아 배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일 역시 장비 제조 회사 혹은 사내 교육 시설에서 일정 기간의 교육을 받거나 선배들로부터 일대일로 배운다면 1,2년 안에 맡은 일을 해낼 수준이 됩니다. 게다가 요즘은 장비 제조 회사와 계약을 맺고 기본적인 유지 보수를 맡기기 때문에 예전보다 기술이나 기능이 덜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단위 공정의 관리와 개선을 담당하는 공정 엔지니어의 경우는 보통 대졸자 중에서 뽑아 배치합니다. 석사 혹은 박사 학위를 가진 이들이 이 일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도체 인력 부족을 이야기할 때 연구개발 인력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반도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으면 좋지만 물리, 화학, 재료 등의 전공 지식이 있다면 실제 반도체 공정은 직무 교육을 통해 습득할 수 있습니다. 산화, 포토, 식각, 박막, 금속배선 등등 반도체를 만드는 기본적인 공정은 정해져 있지만, 각 회사마다 만드는 제품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적용되는 공정은 현장에서 배우는 게 가장 효율적입니다.

 이 밖에도 소자, 품질관리, 테스트 등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있는데 이들 역시 공정 엔지니어와 마찬가지로 대학에서 기초학문을 공부한 후 현장에서 1,2년 정도의 교육을 거치면 큰 어려움 없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 이미 3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팹에서 저마다 필요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시설이나 자재, 구매, 회계 등 팹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부서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굳이 반도체를 전공하지 않아도 됩니다.

살펴본 바와 같이 팹 운영을 위해 가장 많이 필요한 오퍼레이터와 장비 및 공정 엔지니어, 그리고 여러 지원 부서 인원들 대부분이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전공하지 않아도 실제 일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기계, 전자, 화학, 물리, 재료, 환경,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전공의 기술자들이 서로 협력하며 일하는 곳이 반도체 팹입니다.

무엇보다도 반도체 산업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최첨단 산업이라 오랜 기간 교육을 통해 준비된 우수한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 자체가 그냥 허구입니다. (여느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회사 안에서도 일정 수준의 기능과 기술로도 충분한 일이 있고, 세계 최고의 인재가 뛰어난 실력을 보여줘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일정 수준의 기능과 기술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외국 반도체 회사는 인력을 어떻게 충원하나
 

▲ 싱가포르에 있는 마이크론 팹 전경. 다국적 반도체 회사들이 앞다투어 싱가포르에 팹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 MICRON

 
'그래도 반도체인데 설마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드시나요? 잠깐 싱가포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싱가포르에는 글로벌 파운드리, 마이크론, STM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회사의 팹이 많습니다. UMC, SSMC 같은 유명 파운드리 회사의 팹도 있습니다. 메모리 팹, 비메모리 팹이 다 있으며, 팹 중에서 최첨단 시설로 구성되는 300mm 팹의 경우도 이 작은 도시국가에 다섯 개나 있을 정도로 반도체 강국입니다. 여기서는 어떻게 반도체 인력을 충원할까요?

오퍼레이터는 주로 중국이나 인도에서 데리고 옵니다. 영어로 자연스럽게 의사소통하는 것조차 어려운 이들이 많지만 짧은 현장 교육만으로도 라인에서의 맡은 일을 충분히 해 냅니다.

장비 엔지니어는 필리핀,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 등에서 온 이들이 많습니다. 기계나 전기, 전자 분야의 학사 학위 소지자로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싱가포르에 온 사람들이며, 반도체 일은 처음 해 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들 금방 배우고 또 잘 해냅니다.

공정 엔지니어를 비롯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반도체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직군은 싱가포르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나 이웃 동남아 국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들이 주로 맡아 합니다. 이들 중에도 입사 전에 반도체를 전공한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외국 반도체 회사에서의 경력이 있으면 쉽게 취업이 가능하기는 합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들이 너무 사람을 대충 뽑아 쓰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실제로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어느 산업이든 우수한 인재가 많이 있다면 더 좋을 뿐, 특별히 반도체라서 온 나라 인재를 다 끌어 모아야 할만큼 특별한 건 아닙니다.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는 대통령님의 엄포 때문인지 교육부는 장관 취임 보름도 안 된 시점에 향후 10년간 고졸 3만4천 명, 전문학사 1만6천 명, 학사 5만4천 명, 석사 1만5천 명, 박사 7천 명 등을 반도체 업계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백년을 내다보는 큰 계획을 그려야 할 교육부가 흡사 직업훈련원이 된 것 같습니다. 반도체 업계에 인력이 필요한 건 지금인데, 지금 대학 정원을 늘리고 반도체 관련 교육을 시작하면 4,5년 뒤에나 현장 투입이 가능할 겁니다. 그 때 반도체가 불황이고 해운업이 활황이면 또 그 분야 대학 정원을 늘여서 필요한 인력을 공급할 건가요?

대학 정원 늘려 인력 공급하겠다는 위험한 발상
 

▲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 정부가 예상하는 수요와 공급. 예상한 만큼의 수요가 생기지 않는다면 반도체를 전공한 인력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교육부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10년 후 반도체 산업의 인력 수요는 12만 7천 명인데, 공급은 15만 명이 됩니다. 게다가 수요는 반도체 산업이 연평균 5.6%의 고성장을 유지할 때를 가정한 숫자인데, 공급은 이미 확정해 두었으니 성장이 예상치를 밑돌게 되면 공급이 수요를 크게 넘어설 수도 있습니다. 기계, 전자, 물리, 화학, 재료 등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쓰일 수 있지만 반도체 전공은 어떻습니까? 정부의 결정에 따라 갑자기 늘어난 반도체 전공자들이 반도체가 아닌 다른 산업에서도 환영받을 수 있을까요? 교육부는 반도체 학과의 정원을 늘리는 걸 대책이라고 내놓았지만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한 때 교편을 잡았던 원광대 반도체·디스플레이학부는 정원 미달로 인해 올해 3월 문을 닫았습니다. 인력 부족 문제가 대학에 반도체 학과가 부족해서가 아니란 뜻입니다.
사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같은 대기업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는 건 지금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 대기업에 취업을 원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한국에서 반도체 사업이 시작된 이후로 지금까지 기업들은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들을 매년 공채로 뽑은 후 교육을 시켜 반도체 기술자로 키워왔습니다. 다만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산업 특성상 필요한 인력을 늘 충분히 확보해 두지는 않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갑작스러운 호황기에 팹을 건설하려고 해도 즉각적으로 배치할 인력이 없는 것뿐입니다. 기업들이 필요할 때 필요한 인력만을 채용했을 뿐 가까운 미래를 위해 사람에게 미리 투자하는 걸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황을 맞아도 사람이 없어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겁니다.

반도체 인력난 사업체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라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지난 6월 15일 <연합뉴스>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2021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반도체 산업 부족인력의 90%가 중소기업에 몰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사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학력별로 살펴보면 고졸인력이 68.2%로 가장 많았고, 전문학사 17.1%, 학사 13.7%, 석사 이상 0.9%였습니다.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들은 고졸 및 전문학사가 필요하다는데 정부는 대학의 반도체 관련 정원을 늘리는 걸 대책이라고 내놓은 겁니다.

정부의 방침대로 대학 정원을 늘리고 반도체 관련 특화된 교육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기업들은 더 더욱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껏 회사에서 해 왔던 기술 교육을 학교에 떠맡기면 되는데 굳이 직원을 미리 채용을 하고 교육을 시키며 미래를 준비할 기업은 없을 테니까요. 반도체 산업 성장이 멈추면 당장 신규채용부터 줄어들 겁니다.

반도체를 전공한 인력이 필요하다면 삼성전자공과대학교 같은 개별 기업의 사내대학 규모를 키우고, 협력업체의 인력에게도 문호를 개방해서 반도체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면 됩니다. 사람, 기술, 설비, 현장 경험도 모두 갖춘 이런 교육시설이 일반 대학에서 최소한의 교원 수만 충족한 후 건물도 설비도 없는 상태에서 정원을 늘려 날림으로 교육하는 것보단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물론 반도체 설계나 공정기술 개발 등을 위해서는 반도체를 오랫동안 연구한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필요합니다. 특히 한국 같은 경우는 뒤처져 있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를 끌어 올리기 위한 전문인력의 양성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원의 연구 활동에 지원을 강화하고, 대학원과 기업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관련 전문가를 키우면 될 일입니다. 반도체가 불황일 때 무차별적으로 정리해고 당한 후 지금은 외국의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는 수많은 한국인 반도체 전문인력을 다시 끌어 들이는 것도, 아예 외국인 연구원들을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조금만 찾아보면 기업의 필요에 의해 교육을 흔드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들이 많습니다.
 

▲ 보도자료에는 반도체 인재양성에 관한 현장의 의견을 한 페이지에 정리해 놓았습니다. 급하게 만든 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참 성의없게 보입니다. ⓒ 교육부

 
정부는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 보도자료에서 "이 방안 마련을 위해 정부부처와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인재 양성 특별팀을 구성하여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한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산업계와 교육계 등 현장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였다"고 밝혔습니다.

그 "특별팀"의 첫 회의가 열린 게 지난 6월 15일이었습니다. 교육부 장관의 취임은 7월 5일이었습니다. "현장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후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이 발표된 건 7월 19일입니다. 손흥민의 드리블도 이보다 빠를 수 있을까 싶은 속도입니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공무원들이 말을 잘 안 듣기 시작한다던데 이처럼 빠른 진행을 보니 대통령님의 발언이 아직은 장관들에게 먹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한 번만 더 이야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현장 의견의 폭을 조금 더 넓게 수렴하고 충분히 고민한 다음 다시 보고 하라'고 말입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교육과 관련된 정책 아닙니까?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합니다.

이번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대로 하다가는 반도체 현장에는 별 도움 안 되면서 교육현장의 혼란만 불러오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반도체 현장에서 30년 이상 일하고 있는 엔지니어가 느끼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입니다. 새정부의 공무원들이 한두 달 만에 급조해서 내놓은 보고서 보단 나을 거라 자신합니다. 숙고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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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군사협력, 굴욕외교 끝은 ‘탄핵’”… 다시 타오른 촛불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2.07.23 22:33
  •  
  •  댓글 0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한일역사정의 실현! 굴욕적 대일외교 규탄! 평화 촛불’

“2015년 굴욕적 한일‘위안부’ 합의를 규탄했던 촛불이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한일 역사정의실현을 위해 다시 타오릅니다.”
“윤석열 정부가 굴욕외교를 계속한다면 탄핵의 촛불을 들 것입니다.”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한일역사정의 실현! 굴욕적 대일외교 규탄!’ 평화 촛불이 23일 저녁 서울 종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부 대일외교의 굴욕성을 규탄하고, ‘자주 외교’,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등의 목소리를 높였다.

▲ 23일 저녁, 서울 종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한일역사정의 실현! 굴욕적 대일외교 규탄! 평화 촛불. [사진 : 서울지역 통일선봉대]
▲ 23일 저녁, 서울 종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한일역사정의 실현! 굴욕적 대일외교 규탄! 평화 촛불. [사진 : 서울지역 통일선봉대]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과 그 수단이 되고 있는 일본 평화헌법 개정 문제를 꼬집었다.

김 사무총장은 “현재 동아시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동원해 대중국 압박정책을 실현하려는 것에 있다”면서 “미국은 대중국 압박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일본의 평화헌법에 대한 개정을 조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일본이 헌법을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국가, 군국주의적 위상을 회복하려는 데도 윤석열 정부는 평화헌법 개정을 반대하기는커녕 대일 굴욕외교와 한미동맹 지상주의를 통해 평화를 흔들고 전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 일본 평화헌법 개헌 반대 목소리 높인 한국YMCA전국연맹 김경민 사무총장.
▲ 일본 평화헌법 개헌 반대 목소리 높인 한국YMCA전국연맹 김경민 사무총장.

오인환 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신냉전 시기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위험성에 대해 말했다.

오 위원장은 “신냉전 시대, 미국의 대리전을 치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대만, 그리고 한반도가 전쟁의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이를 위한 전쟁훈련이 바로 한미연합훈련”이라고 꼬집곤 “실기동 훈련, 전략자산 전개 등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훈련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을 막아내고 한미일 동맹을 끝내는 것이 한반도 평화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출범 석 달이 채 되지 않아 쏟아지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박진 외교부장관이 지난 18~20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 일본 외무상과 만나 ‘2015년 한일 합의’는 공식 합의로 존중돼야 하고, 강제동원 문제는 일본 전범기업이 보유한 국내 자산 현금화 전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하는 등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행태에 큰 분노가 일고 있는 상황.

▲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오른쪽),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
▲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오른쪽),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가해자 일본은 반성은커녕 ‘피해자들에게 해법을 가져오라’고 지속적으로 윽박지르고 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대응은커녕 ‘2015 한일 합의 정신 준수’만 되풀이하며, 자주국가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내팽개치고 관계 개선을 구걸했다”면서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아쉬워 일본 정부만 보면 고개 숙이고 설설 기며 스스로 몸을 낮추려고 하는가. 당당하고 주체적인 외교에 나서라”고 호통쳤다.

최상구 지구촌동포연대 사무국장은 “2013년 아베 정부가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배제하는 등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종차별에 나서는 등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이 당연시되고, 동포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하곤 “대한민국 헌법 2조가 재외국민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일본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자국민 안전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굴욜적인 외교만 하고 돌아왔다”고 규탄했다.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어제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승인했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태평양을 죽음의 바다가 될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인류를 향해 핵테러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직접조사와 민간합동기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 이날 촛불엔 서울지역 통일선봉대 대원들이 참가해 한미일군사협력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 서울지역 통일선봉대]
▲ 이날 촛불엔 서울지역 통일선봉대 대원들이 참가해 한미일군사협력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 서울지역 통일선봉대]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윤석열 정부 굴욕외교의 끝은 ‘탄핵’이라고 소리 높였다.

그는 “한반도 프로세스를 방해한 자, 강제동원 판결을 가로막은 자,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은 자, 한일관계를 파탄 낸 주범인 아베 총리의 정치를 일본 자민당 정권이 이어가려 한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이런 일본과의 굴욕외교를 계속한다면 촛불을 들고 다시 탄핵의 길로 쫓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에 범국민적 저항으로 맞서겠다”며 “오늘 촛불이 그 시작”이라고 외치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 사진 : 서울지역 통일선봉대
▲ 사진 : 서울지역 통일선봉대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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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신설 반대’ 전국경찰서장회의 개최, 경찰청 “엄정 조치” 천명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7/24 08:06
  • 수정일
    2022/07/24 08:0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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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참석 총경들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이 법치주의 훼손이자 역사적 퇴행” 지적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앞서 각 지역 경찰서장들이 보내온 무궁화 350여개의 화분에 '국민의 경찰'문구가 적혀 있다. 2022.7.23 ⓒ뉴스1 
 
23일 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 경찰 직접 통제 시도에 대해 반발하는 경찰서장들의 회의가 개최됐다. 회의 참석자들은 정부의 결정에 대 '법치주의 훼손', '역사적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일선 경찰들은 행사 장소에 현수막 달기, 피켓 시위하기, 커피차 보내기 등을 하며 열렬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 홀에서 '경찰의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전국 경찰서장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회의 안건은 '행안부 경찰국 설치 및 경찰지휘규칙 등 입법예고안에 대한 경찰서장급 간부(총경)들의 의견 취합'이었다. 

회의 참석 총경들, 경찰국 설치 및 지휘규칙 제정 비판
“법치주의 훼손, 역사적 퇴행이므로 부적절”
“의견수렴절차도 미흡..절차 보류하고 숙고해야”


회의 주최측은 회의를 마치고 입장문을 내 "많은 총경들이 행안부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참석자들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함에도,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 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사안에 대하여, 국민, 전문가, 현장 경찰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미흡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라며, "법령 제정 절차를 당분간 보류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들은 이날 논의 내용을 "적정 절차를 통해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전달하겠다"라며, "경찰의 중립성, 책임성, 독립성 확보를 위해 본청 지휘부와 현장경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논의가 기회가 돼 "경찰이 오직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민의 통제를 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총경급 경찰관 33%, 회의 온·오프라인 참석
무궁화 화분으로 동참한 총경 포함하면 80% 동참


이 회의엔 전국 경찰서장 급 간부 총경 190여명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참석했으며, 비공개로 진행됐다. 직접 행사장에 발걸음한 인원은 50명이 넘었고, 화상으로 참석한 사람은 140명이었다. 전국의 총경급 경찰관이 58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그중 약 33%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이외에도 행사장 앞에는 '국민의 경찰'이란 문구와 명의가 쓰인 리본이 달린 무궁화 화분이 빽빽이 놓였다. 무궁화는 국화임과 동시에 경찰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회의 주최측에 따르면, 해당 회의 취지에 동감한 전국의 경찰서장 357명이 보낸 화분이라고 한다. 온·오프라인 회의 참석자 숫자와 이를 합치면 전체 총경의 약 80% 정도가 회의 취지에 공감한 셈이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각 지역 서장(총경)들이 참석해 있다. 2022.7.23 ⓒ뉴스1


이날 회의는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 서장이 경찰 내부망에 제안을 올리며 시작됐다.  류 서장은 행안부 경찰국 신설과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 회의를 제안했다. 회의를 위해 만든 SNS 대화방에는 약 430여명의 총경이 참여해 개최 취지에 공감의 뜻
을 표했다.  

류 서장은 이날 회의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논의는 갑자기 진행된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에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또는 타당한지 한 번 심도있게 논의해 보는 것"이라며, 회의를 통해 "적합한 대책을 마련해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1970~80년대 민주투사들의 목숨으로 바꾼 귀한 것이고, 30년 동안 잘 진행돼 왔다. 그런데 두달 만에 이렇게 졸속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이뤄졌다"면서, "국민 인권과 직결된 경찰 중립을 총경들이 몸으로 지켜내겠다"는 뜻을 표했다. 

경찰 수뇌부가 회의 개최를 만류한 것과 관련해선 "지휘부는 지휘부 나름대로 상황의 위중함을 인식했을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는 방식이 저희와 차이가 있는데, 한쪽 이야기만 들을 수는 없다"라며, "경찰에 관한 중대한 변혁은 전체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충분하지 못한 의견 수렴 절차를 대신하는 경찰서장 회의를 믿고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 서장은 해당 사안에 대한 총경들 내부 분위기에 대해 "중대한 일에 대해 우리 목소리 낼 수 있다는 데 상당히 고무돼 있다"라며, "역사적으로 이런 일이 없었다. 경찰 조직은 상명하복이 원칙이라, 그동안은 상사의 명에 복종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7.23 ⓒ뉴스1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전국 총경급 이상 간부들에게 서한문을 보내 '현안이 산적해 있으니 신중한 판단을 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문자메시지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방향을 냉정히 판단하고 숙고하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22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의 개최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들, 간부들 단체 행동 응원
현수막 게시, 커피차 보내기까지
 
일선 경찰들의 입장은 경찰 수뇌부와 거리가 있다. 전국 경찰공무원 직장협의회(이하, 경찰 직협) 측은 지속적으로 '경찰국 신설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고, 21일 청장 후보자와의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경찰 직협 측은 오는 25일부터 5일 간 서울역과 용산역 일대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홍보전을 펼친다고 알렸다. 

이 같은 의지는 해당 문제를 논의하는 이날 회의장에서도 표출됐다. 경찰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간부들을 응원했다. 각 지역 경찰 직협 명의의 현수막이 행사장 근처에 대거 게시 됐다. 장소 앞엔 응원 화환도 늘어섰다. 울산경찰청 직협은 행사장에 커피차를 보내 성원했고, 부산경찰청 직협은 '응원버스'를 운행해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을 실어 날랐다. 행사장엔 일선 경찰 100여명이 모였는데, 현장에 삼삼오오 모여 현수막을 들고 '경찰국 신설 반대' 뜻을 전했다. 

경찰 내부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은 목전에 다가와 있다. 지난 21일 차관회의를 거쳤고, 오는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내달 2일 공포·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진행되는 강의동 앞에 울산경찰청 직장협의회가 보낸 커피차량이 운영되고 있다. 2022.7.23 ⓒ뉴스1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앞서 각 지역경찰직장협의회 구성원들이 회의에 참석하는 서장들을 응원하고 있다. 2022.7.23 ⓒ뉴스1


경찰청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 엄정 조치할 것”
회의 참여 총경들에 대한 강경 대응 예고
 
 
한편, 이날 경찰청은 경찰 조직에서 실무를 책임지는 총경들이 윤석열 정부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단체행동에 나서자 "참석자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경찰청은 공식입장을 내 "총경급 회의와 관련하여 국민적 우려를 고려하여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하였음에도 모임을 강행한 점에 대하여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복무 규율 준수사항을 구체화하고 향후 위반행위 등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빠른 시일 내에 총경급 이상이 참석하는 지휘부 워크숍 및 현장방문 등을 통해 제도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고 엄정한 공직기강을 확립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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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온다..'반미·반전·반윤석열 투쟁 선포'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23년만에 남북해외 반미공동대회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7.23 22:15
  •  
  •  수정 2022.07.23 23:29
  •  
  •  댓글 0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가 23일 오후 대통령실 인근 용산에서 개최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가 23일 오후 대통령실 인근 용산에서 개최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오늘 우리는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 오는 험악한 정세에서 미군철수와 평화협정체결 그리고 [우리민족끼리 자주통일!]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하는 때에 반미·반전·반윤석열투쟁의 민족적 결의를 모아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를 남·북·해외가 함께 하는 공동대회로 뜻깊게 진행하게 되었음을 보고한다."

정전협정 69년에 즈음해 '평화협정 체결과 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남북공동선언 고수·이행'을 촉구하는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가 23일 오후 대통령실 인근 용산에서 개최됐다.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 이태형 위원장(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지금은 바야흐로 투쟁의 시대'라며 "일극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동맹이냐 아니냐로 세계를 양분시켜 군사경제동맹 편입을 강요하며, 기어이 자위대를 한반도로 끌어 들이려는 미제국주의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선포했다.

또 "주적론과 선제타격을 앞세워 미·일외세와 손잡은 윤석열정권의 반통일전쟁책동", "차별과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물가폭등, 민생파탄을 조장하는 윤석열정권의 반노동자 반서민정책"과도 맞서 싸워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미국 본토에서 '참수작전' 훈련을 하며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위험천만한 한미동맹의 해체를 위해서도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형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태형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반미반전, 반윤석열 투쟁'을 전면에 내세운 이날 대회는 시간을 달리하며, 부산, 경남, 광주·전남, 대전, 청주, 제주에서도 열렸다.

사회를 맡은 원진욱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은 이날 대회를 '23년만에 남·북·해외가 함께하는 반미공동대회'라고 밝혔다.

전화통화에서는 "지난 1999년 서울과 평양에서 열린 ''99통일대축전·제10차 범민족대회' 이후 23년만에 처음으로 열린 민족공동의 반미대회"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남측 민간과 여러 공동행사가 있었지만 '반미공동대회를 3자공동대회로 진행한 것은 처음'이라는 것. 

이어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를 위한 준비 과정에 지난달 2일 남·북·해외간 4가지 중요합의가 있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해마다 8.15에 진행해 온 조국통일촉진대회를 올해부터 7.27을 계기로 진행하기로 함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를 남과 북, 해외에서 실정에 맞게 진행하면서 공동호소문을 발표하기로 함 △해마다 7.27을 [민족공동의 반미투쟁의 날]로 정하고 이날을 계기로 미군철수, 평화협정체결, 한미동맹해체, 남북공동선언고수·이행을 위한 반미연대투쟁을 벌이기로 함 △남과 북, 해외에서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 소집과 관련한 연대활동을 벌이고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문제는 앞으로 정세흐름을 보아가며 협의 대책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범민련 남북해외 공동호소문이 발표됐다. 농민, 여성, 청년 등 각계에 보내는 북측 연대사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범민련 남북해외 공동호소문이 발표됐다. 농민, 여성, 청년 등 각계에 보내는 북측 연대사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대회에서는 앞선 합의에 따라 범민련 남·북·해외 공동호소문이 발표됐다.

공동호소문에서 남·북·해외는 △거침없이 쏟아내는 동족에 대한 주적론과 선제타격 발언 △미국의 3대 핵전략 자산 한반도 주변 상시적 전개 △연이어 벌어지는 합동군사연습 등을 거론하고는 "침략적인 외세와 반통일 보수세력의 무모한 대결망동은 위험계선에 이르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민족자주의 기치아래 외세의 간섭과 반통일보수세력의 사대매국 책동 분쇄 △온 민족의 총궐기로 한반도 평화와 안전 수호 △남북선언을 짓밟는 반통일세력의 책동 반대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윤석열 정부는 '반통일 반민족세력'으로 칭하고는 미국에 굴욕적인 동맹강화를 구걸하고 일본과 관계개선을 청탁하며, '북주적론'과 '대북선제 타격론'을 떠드는 것은 노골적인 선전포고라고 맹비난했다.

'담대한 계획'과 '남북합의존중' 언사에 대해서도 '민심기만과 여론오도 책동'이라 일축하고는 '각성을 높이고 철저히 짓눌러버리자'고 말했다.

범민련 공동호소문 발표는 2017년 8월 한미합동군사연습 반대를 촉구하는 범민련 남북해외 공동호소문 발표 이후 5년만이다.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중앙위원회,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중앙위원회, 범청학련 북측본부, 범민련 북측본부의 연대사도 대회를 즈음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순 (사)양심수후원회 회장이 대독한 범민련 해외본부의 연대사를 비롯해 김삼열 6.15남측위 상임대표,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손형근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의장이 영상으로 보내온 연대사가 발표됐다.

범민련 해외본부는 "민족내부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간섭과 전횡을 끝장내고 보수집권세력의 추악한 사대매국 행위를 단호히 저지시키지 않고서는 언제가도 나라의 통일을 이룩할 수 없으며, 우리 겨레는 전쟁의 불구름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며, "여러분들이 남북공동선언들을 불변의 통일대강으로 틀어쥐고 미국과 남측 보수집권세력의 악랄한 도전과 전쟁대결책동을 단호히 짓부셔버리며, 조국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성스러운 애국위업에 적극 떨쳐 나서리라는 굳은 확신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김삼열 상임대표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갈등을 격화시키는 미국의 패권 정책과 윤석열 정부의 대결 정책이 안팎으로 많은 우려와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반도와 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매우 고조되고 주권과 평화가 훼손될 위기에 있다"고 하면서 "각계 각층의 모든 힘을 모아 힘차게 행동에 나서자"고 했다.

하원오 의장은 "윤석열 정부가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의 위기속에서 노동자에게는 임금 삭감, 농민에게는 농산물 가격을 때려잡는 정책을 쓰면서 자본의 이익에만 목을 메고 있다"며, "노동자, 농민의 단결만이 자주통일,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사무총장은 "오늘의 대결 양상이 내일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자주와 통일을 실현하는 길은 반미, 반전외에는 없다"며, "남·북·해외, 민족 공동의 목소리로 전쟁의 위험을 넘어서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평화번영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손형근 의장은 한미동맹의 성격은 주인인 미국에 한국이 따르는 종속동맹이며, 8월 22일부터 최대 규모로 강행될 예정인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좌시하면 한반도에 끔찍한 핵전쟁 참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며, "우리 민족이 총궐기하여 반미반전 운동에 과감히 일떠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파기, 한미전쟁연습 중단, 국가보안법 철폐, 조국통일 완수,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미상호방위조약 파기, 한미전쟁연습 중단, 국가보안법 철폐, 조국통일 완수,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 행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 행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삼각지역까지 1.3km를 행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삼각지역까지 1.3km를 행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대회에서는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열사유가족협의회 회장(민주유공자법제정),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의 복직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권리보장 투쟁), 남경남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 민주노련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각각 '자주없이 민주도, 통일도 없으며, 민족이 살아갈 길도, 민중이 나아갈 길도 자주'라는 주제와 통하는 현장 발언을 이어갔다.

허권 한국노총 통일위원장은 "내년이면 정전협정 70년이 된다. 정전협정 제4조에는 3개월내에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열도록 되어 있지만 70년 세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우리는 정전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하면서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전 시민단체가 연대하여 이같은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세계 패권을 위한 미국 주도의 신냉전 구도가 가속화되면서 노동자, 농민 민중의 삶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데, 윤석열 정권은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행동대장으로 나서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 한반도를 심각한 전쟁의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하면서 이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전상태의 지속이 아니라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야 하며,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주적론, 선제타격론을 멈추고 민족의 자주와 평화, 번영, 통일의 약속인 남북합의서 이행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한 민주연합노조 위원장은 "날강도 패권을 유지하려 기를 쓰는 미국의 몸부림과 천지분간 못하고 미국과 일본에 빌붙어 전쟁과 신자유주의를 대놓고 선택한 윤석열 세력으로 인해 분단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하면서 "이제 우리는 자주냐 예속이냐, 평화냐 전쟁이냐, 노동중심이냐 자본천국이냐, 혐오와 갈등이냐 공론화와 연대냐를 확실히 선택하고 충실히 설득하면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삼각지역까지 약 1.3km를 30분간 행진했다.

대 회 사(전문)

오늘 우리는,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 오는 험악한 정세에서, 미군철수와 평화협정체결 그리고 <우리민족끼리 자주통일!>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하는 때에, 반미반전 반윤석열투쟁의 민족적 결의를 모아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를 남북해외가 함께 하는 공동대회로 뜻깊게 진행하게 되었음을 동지들앞에 힘차게 보고합니다.

지금 이 시간 북과 해외에서 조국통일촉진대회를 힘차게 진행하고 있을 동포들께 뜨거운 자주통일의 인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대회를 만들어 주신 통일원로 선생님들과 제 단체 대표자 및 동지들께도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금은 바야흐로 투쟁의 시대입니다.
일극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동맹이냐 아니냐로 세계를 양분시켜 군사경제동맹편입을 강요하며, 기어이 자위대를 한반도로 끌어 들이려는 미제국주의와 맞서 싸워야 합니다.
민족화해와 통일을 약속했던 남북공동선언을 부정하고, 주적론과 선제타격을 앞세워 미일외세와 손잡은 윤석열정권의 반통일전쟁책동과 싸워야 합니다.
모든 나라들이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는 추세와는 정반대로 차별과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물가폭등, 민생파탄을 조장하는 윤석열정권의 반노동자 반서민정책과도 맞서 싸워야 합니다.
미국 본토에서 한미특수부대가 합동으로 ‘참수작전’을 벌이는 위험천만한 한미동맹의 해체를 위해 싸워야 합니다.

미국 패권은 세계 곳곳에서 쇠퇴하고 몰락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이미 다극화와 주권존중의 시대로 접어 들었습니다.
무너져가는 외세에 정권의 운명을 맡긴 채 민족공동의 평화와 번영 대신 대결과 전쟁의 길로 빠져 들어 미국패권의 돌격대로 나선 윤석열정부에게는 파멸만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숙명적인 대결은 안팎의 반통일 전쟁세력과의 싸움입니다.
이 싸움은 민족자주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우리민족 대 사대추종과 민족분열을 강요하는 미국과의 싸움입니다.
하기에 우리는 민족자주의 지향과 평화통일의 염원을 들고 우리민족이 굳세게 힘을 합쳐 투쟁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민족끼리>는 민족자주의 길이며, 평화통일의 대로입니다.
반미반전•반윤석열 투쟁없이는 평화도! 자주도! 민생도! 신자유주의 철폐도! 통일도! 이룰 수 없습니다.
우리민족은 남북공동선언이 열어 준 통일의 길로 가고, 미군은 아메리카로 가야 합니다.

단결하고 투쟁하는 민중이 패배하지 않는 것처럼, 단결하며 투쟁하는 민족은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언제나 자주와 평화통일을 바라는 남과 북 해외의 모든 동포들과 손을 잡고 평화협정체결, 미군철수, 한미동맹해체, 남북공동선언 고수이행이 조국통일로 이어지는 날까지 끝까지 투쟁해 나갑시다.

2022년 7월 23일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위원회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
범민련 남, 북, 해외 공동호소문 (전문)

남과 북, 해외의 8,000만 동포들이여!

삼천리 강토를 피로 물들이고 참혹하게 파괴한 전쟁의 포성이 멎은 때로부터 장장 69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겨레의 가슴속에 응어리진 상처는 세대와 세기를 넘어 아물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이 땅에는 전쟁의 검은 구름이 무겁게 배회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각도 동족에 대한 ‘주적론’과 ‘선제타격’ 망발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속에 미국의 3대 핵전략자산들이 한반도 주변에 상시적으로 전개되어 지상과 공중, 해상에서 화약내 짙은 합동군사연습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현실은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고 조국강토를 핵재난 속에 몰아넣으려는 침략적인 외세와 반통일보수세력의 무모한 대결망동은 위험계선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북측본부, 해외본부는 겨레의 안녕을 지키고 평화를 바라는 각계층 단체, 인사들과 7.27을 계기로 제5차 조국통일촉진대회를 열고 오늘의 정세를 타개할 한결같은 의지를 표명하면서 전체 민족구성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열렬히 호소한다.

1. 민족자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외세의 간섭과 반통일보수세력의 사대매국책동을 단호히 짓부셔버리자!

민족자주는 우리 민족의 존엄과 번영의 생명선이며 온 겨레가 변함없이 높이 들고 나가야 할 투쟁의 기치이다.
해내외 전체 조선민족이 일치단결하여 민족자주의 기치 밑에 겨레의 운명을 자체의 힘으로 개척해나가자!
사대와 굴종이 체질화되어 민족의 이익을 외세에 섬겨바치고 동족대결과 불신을 가중시키는 매국배족행위를 추호도 용납하지 말자!
미국에 굴욕적인 ‘동맹강화’를 구걸하고 파렴치한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청탁하며 민족의 이익을 팔아먹는 반통일반민족세력의 사대매국행위를 철저히 짓부셔버리자!
우리 민족의 모든 불행과 고통의 화근은 미국에 있다.
민족의 자주권을 침탈하려 들고 민족내부문제에 끼어들어 온갖 훼방을 일삼는 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반대하여 결사투쟁하자!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만고죄악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할 대신 침략의 과거사를 미화분식하며 재침의 칼을 벼리고 있는 일본 반동들의 책동을 단호히 분쇄하자!

2. 온 민족이 총궐기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굳건히 수호하자!

온 민족의 단합된 힘은 평화수호의 강력한 무기이다. 
지금 미국과 반통일호전세력이 때없이 벌려놓는 각종 대규모 합동군사연습과 ‘확장억제전략협의체’의 재가동, ‘한미일군사동맹’ 강화책동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남과 북, 해외의 온 겨레가 거족적으로 떨쳐일어나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광란적인 북침합동군사연습을 저지파탄시키자!
미국의 침략전쟁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이며 우리 겨레의 삶의 터전을 각종 핵무기전시장, 핵전쟁화약고로 전락시키는 반통일호전세력의 무모한 광기를 단호히 쓸어버리자!
민족분열의 화근이며 한반도 평화의 파괴자, 교란자인 이남 강점 미제침략군을 몰아내기 위한 대중적 투쟁을 더욱 강력히 전개해나가자!
극악한 반북대결세력들이 떠드는 ‘북주적론’과 ‘대북선제 타격론’은 곧 전쟁론이며 노골적인 선전포고이다.
겨레의 간절한 평화소망을 핵재난의 악몽으로 뒤바꾸려는 추악한 대결광, 전쟁광들을 민족의 이름으로 엄정히 심판하자! 
친미사대를 명줄로 부여잡고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수행의 돌격대, 북침도발의 척후대로 자처해 나선 반통일세력들에게 준엄한 철추를 내리자!

3. 역사적인 남북선언들을 짓밟는 반통일세력의 망동을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짓뭉개버리자!

민족의 강렬한 통일열망이 맥동치고 민족사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 남북선언들은 온 겨레가 통일애국의 마음으로 받들고 실천해야 할 민족공동의 대강이다.
그러나 이 모든 선언들은 새로 들어선 반통일보수세력에 의해 사멸될 위기에 처하고 통일의 앞길은 더욱 요원해지고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들을 감히 ‘평화연극’으로 모독하고 남북선언들을 말살하려는 반통일반민족세력의 극악한 반민족적, 반통일적 책동을 반대하는 거족적 투쟁을 강력히 전개하자!
‘담대한 계획’과 ‘남북합의존중’을 떠드는 반통일세력의 민심기만과 여론조작 책동에 각성을 높이고 철저히 짓눌러버리자!

해내외의 전체 동포들이여!


진정으로 평화를 귀중히 여기고 민족의 운명과 전도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한반도에 조성된 엄중한 현 사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하며 통일애국투쟁에 용약 뛰어들어야 한다.
온 겨레가 떨쳐나 민족자주, 반전평화, 남북선언수호의 기치 높이 미국과 내외반통일세력의 무모한 전쟁책동과 동족대결 행위를 단호히 물리치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활로를 힘차게 열어나갈 것을 열렬히 호소한다.

2022년 7월 23일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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