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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폭주 멈추려면? 팔 대사 "국제사회 규탄 선언, 실천으로 옮겨야"

[인터뷰] 왈리드 시암 주일본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사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4.05.30. 04:03:10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즉각 휴전 결의안을 채택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검사장이 체포영장을 청구해도 이스라엘은 아랑곳 않고 가자지구 피난민 100만 명 이상이 모여있는 라파 지역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지난해 10월7일 이후 3만 6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의 지원 하에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끝장낼 기세를 보이는 이스라엘의 폭주를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 왈리드 시암(Waleed Siam) 주일본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사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만들어 낸 결의안 등 여러 조치들을 실행에 옮겨야 할 때라며 한국 등 많은 국가들이 유엔 안보리와 ICC, 국제사법재판소(ICJ) 등의 결정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포럼 참석차 한국에 방문한 시암 대사는 28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국제사회가 국제법을 기반으로 책임있는 행동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ICC와 ICJ의 결정도 국제법의 일환인데 실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국가들이) 이행하길 바란다. 국제사회가 국제법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누가 국제법을 존중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이 행한 제노사이드, 집단 학살, 인종 청소, 전쟁 범죄 등에 대해 반대해야 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암 대사는 "이스라엘이 유엔이나 ICC, ICJ 결정 및 국제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러시아를 배척하는 것처럼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제주포럼 참석 차 방한한 주일본팔레스타인 대표부 왈리드 시암 대사와 28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프레시안(이명선)

시암 대사는 한국에도 이러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해 10월7일 개전 이후 약 반 년만에 '즉각적인 휴전'(immediate ceasefire)을 '촉구'(call for)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 중인 한국은 당시 결의안에 찬성했지만,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구속력이 없는 결의안"이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암 대사는 이에 대해 "한국이 결의안에 찬성 투표해준 것은 감사하다. 그런데 그 언급에 대해 놀란 것이 사실"이라며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세워진 것이 181호 유엔 결의안에 의해 세워졌는데 이것 역시 구속력이 없는 결의안이었다면 어떻게 지금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있을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결정에 대해 진지하게 임한다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현재 유엔 회원국 193개 중 147개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다. 최근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페인도 국가 인정에 합류했다. 저희는 한국과 일본도 그렇게 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우호적인 여론은 국제기구의 여러 조치를 통해 실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각) ICC 카림 칸 검사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또 24일(현지시각) ICJ는 라파 지역에 군사적 공격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국제사회의 이같은 경향에 대해 시암 대사는 "드디어 국제사회에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네고 싶다. 저희가 76년 동안 점령 상태에 있다가 이제 이러한 여론이 생겼는데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며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법이 아니라 국제법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 상태에 국제사회의 책임이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 특히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 이후) 지난 8달 동안 벌어진 일을 보면 더 그렇다"고 밝혔다.

▲ 주일본팔레스타인 대표부 왈리드 시암 대사. ⓒ프레시안(이명선)

국제사회의 이같은 여론에도 미국은 유엔 결의안에 대해 "구속력이 없다"고 하고 ICC와 ICJ의 결정을 무시하면서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행태에 대해 시암 대사는 "미국은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민주주의, 자유, 정의, 평등, 독립 등의 가치를 우선시한다면서도 팔레스타인에 관해서 만큼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당초 라파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반대했다. 그러나 지난 22일(현지시각) 이스라엘로부터 민간인 피해를 고려하면서 군사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개선된 계획을 보고받았다며 사실상 라파 지역의 군사 진격을 용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암 대사는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지원하는 것은 전쟁범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인데 민간인을 죽이고 지역을 불태우는 등의 공격을 지원하고 용인하고,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정당화하는 나라들이 있다"며 "이는 미국이 과거에 베트남이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했던 것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게)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나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이) 라파 지역을 휩쓸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라파 공격이 벌어졌다"며 "미국‧이스라엘 정부나 의회 의원들 중 팔레스타인을 공격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는 국가라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현재 라파 지역을 포함한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 시암 대사는 "가자지구에 안전한 공간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가자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피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라며 "26일 라파 지역의 난민 캠프가 불타는 장면을 보셨을 텐데 이것만 보더라도 가자지구 내에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피'라는 단어부터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팔레스타인 땅에서 쫓아내고 있기 때문에 대피가 의미가 없다"며 "강제적으로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는 국제법에 의해 전쟁범죄로 간주되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22일(현지시각) 한 어린이가 팔레스타인 라파 지역의 무너진 건물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시암 대사는 가자지구의 전후 처리 및 이후 통치 방식에 대해 가자지구 사람들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그는 "가자만이 아니라 예루살렘, 서안 등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정부와 대표를 세울 자유가 있어야 하고 이들에게는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한국이 독립 이후 점령 지도를 받지 않은 것처럼, 다른 모든 민족이 그런 것처럼 앞으로 팔레스타인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당사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사망이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현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시암 대사는 "대통령 한 사람의 사망이 국가 정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는 전쟁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란 지도부는 이스라엘과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스라엘 지도부는 모두가 전쟁을 하길 원한다. 생존을 위해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과도 싸우고 싶어하는데 네타냐후 총리의 경우 지위에서 물러나게 되면 부패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되기 때문"이라며 이스라엘이 전쟁을 원하고 있긴 하지만 이란이 이를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시암 대사는 "한국도 점령 경험이 있고 점령에 맞서 싸운 경험이 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점령 하에서 느끼는 고통을 알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든 정부에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팔레스타인을 지원해 달라. 팔레스타인 옆에 서 주시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 주일본팔레스타인 대표부 왈리드 시암 대사. ⓒ프레시안(이명선)

(통역 : 음소연 한국-아랍소사이어티 과장)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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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여정, "대남 전단살포는 북 인민의 '표현의 자유'" 상응조치 강조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5/30 08:23
  • 수정일
    2024/05/30 08: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자유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직격..."몇십배로 건당 대응할 것"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5.29 23:43
  •  
  •  수정 2024.05.29 23:59
  •  
  •  댓글 0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 [사진갈무리-노동신문]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 [사진갈무리-노동신문]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자유민주주의의 '표현의 자유'가 '휴지장과 오물짝'으로 앙갚음당했다.

28일 밤 늦게 북쪽으로부터 경기도 파주와 동두천 등 경기·강원 접경지역 일대에 두엄이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가 담긴 풍선 잔해가 날아든 것.

군 당국은 이날 밤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가 경기·강원 접적지역 일대에서 식별돼 군에서 조치 중에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냈다.

김여정 조선로동당 부부장은 29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성 부상이 이미 예고한대로 28일 밤부터 한국국경지역과 종심지역에 휴지장들과 오물짝들이 대량 살포되고 있다"며, 그것이 자신들의 행위임을 감추지 않았다.

담화의 제목은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의 표현의 자유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로 올렸다.

김 부부장은 "지금 쓰레기같은 한국 것들은 우리에 대한 저들의 전단살포는 《표현의 자유》라고 떠들고 그에 상응한 꼭같은 우리의 행동에 대해서는 《국제법의 명백한 위반》이라는 뻔뻔스러운 주장을 펴고있는 것"이라며, 북의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자행된 대북전단살포에 대한 대응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전체 조선인민이 신성시하는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헐뜯는 정치선동오물인 삐라장들과 시궁창에서 돋아난 저들의 잡사상을 우리에게 류포하려 했으며 똥개도 안물어갈 서푼짜리 화페짝과 물건짝들을 들이밀며 우리 인민을 심히 우롱모독한 한국 것들은 당할만큼 당해야 한다"고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김 부부장은 "께끈한(더러운) 오물짝들을 주으면서 그것이 얼마나 기분더럽고 피곤한가를 체험하게 된다면 국경지역에서의 살포놀음을 놓고 표현의 자유라는 말을 감히 쉽게 입에 올릴것이 아니라는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상응한 대응 보복조치라는 의도도 명백히 밝혔다.

그러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는 대한민국에 대한 삐라살포가 우리 인민의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며 한국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것으로서 이를 당장 제지시키는데는 한계점이 있다. 대한민국정부에 정중히 량해를 구하는바이다. …》"라고 그동안 한국정부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취했던 입장을 비꼬아 비아냥댔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에서 침해할 수 없는 '표현의 자유'에 따른 활동이라며 위헌결정을 한 뒤 지난 10일 밤 인천 강화도에서 일부 반북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 30만장과 K팝, 트로트 동영상 등을 저장한 USB 2,000개를 대형풍선 20개에 매달아 보낸 뒤 나온 초강경 대응이다.

28일 밤 북한이 날려보낸 풍선. [사진-합참]
28일 밤 북한이 날려보낸 풍선. [사진-합참]

앞서 북 국방성 부상은 26일 담화에서 "국경지역에서의 빈번한 삐라와 오물살포행위에 대하여서도 역시 맞대응할 것"이라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지역과 종심지역에 살포될 것이며 이를 수거하는데 얼마만한 공력이 드는가는 직접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김 부부장은 "한국것들은 우리 인민이 살포하는 오물짝들을 《표현의 자유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어린 《성의의 선물》로 정히 여기고 계속 계속 주어담아야 할것"이라고 조롱했다. 

이어 "우리는 앞으로 한국것들이 우리에게 살포하는 오물량의 몇십배로 건당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경고했다.

남쪽에서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앞으로 몇십배 대응을 하겠다는 것.

이같은 사태 진전에 대해, 전단살포와 같은 심리전은 전쟁의 단초인 불신과 적대의 감정을 촉발하는 화약과도 같은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쟁 결정은 냉철한 이성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시작되면 모든 걸 파괴하는 광기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앞서 합동참모본부(합참)은 29일 「북 대남전단 살포 관련 우리 군 입장」을 통해 "북한은 어제(5. 28) 야간부터 다량의 풍선을 대한민국에 살포하고 있다"며, "이러한 북한의 행위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이다. 북한 풍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으며, 북한의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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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법 막아야 하는 대통령.. 22대 여당 장악력 통할까

‘보은 인사로 내부 결속 다진 여당’

더 강력한 특검 예고한 22대 국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에 앞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환담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채 해병 특검법이 최종 폐기됐다. 이번 채 해병 특검 부결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지만, 여당의 결속력이 강했다는 점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 배경에는 대통령실이 이번 4·10총선 낙선자들을 염두에 두고 공공기관장 자리를 비워놨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22대 국회는 21대보다 여소야대가 강해진다. 야당은 22대 개원 직후 더 강력한 특검법 발의를 예고한 상태. 새로운 특검법을 막기 위해 대통령이 여당 장악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보은 인사로 내부 결속 다진 여당’

동아일보는 지난 15일 ‘공공기관 전체 327곳 중 이미 기관장 임기가 끝났거나 상반기 중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곳이 90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채 해병 특검이 국회를 통과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던 시기였다. 공교로운 보도 시점에 ‘보은 인사를 미끼 삼아 이탈표를 관리하려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기관장의 임기는 3년, 평균 연봉은 1억 8,538만 원이다. 여당의 낙선·낙천자 55명을 회유하기 충분한 자리다. 대통령실 인사도 마찬가지. 친일 논란으로 낙선한 정진석 후보는 새로운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정계에 남았다.

28일 MBC의 단독보도로 이종섭 전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통화 내역이 확인됐다. 채 해병 특검 찬성 여론은 들끓을 것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22대 국회에서도 여당 장악력을 높여야 함은 분명하다. 이제 대통령의 시선은 22대 국회로 쏠린다.

22대 국회, 대통령 장악력 통할까

야당이 ‘채 해병 특검’과 함께 ‘김건희 특검’도 예고하고 있어, 대통령 입장에선 재표결 저지선 확보가 시급하다. 그러나 22대 여당 의원은 108명, 채 해병 특검을 부결시켰던 111명보다도 적다.

이탈표 단속을 위해서는 우선 지도부가 중요하다. 여당은 7월이나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때 새로운 당 대표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거론된다. 본인도 당선·낙선인들을 만나 ‘지구당 부활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최근, 한 전 위원장의 입장이 미묘하게 변하면서 그를 ‘친윤’으로 분류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총선 직후 대통령의 식사 제안을 거절한 데 이어 ‘해외직구 금지’ 정책에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될 때처럼 새로운 인사를 내리꽂기도 어렵다. 21대와 달리 22대 의원들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까지 임기가 보장돼있다. 공공기관장 자리로 회유하긴 어려우며, 지역 예산 확대나 특별 법안 및 정책 지원 정도가 고작이다. 이전과 달라진 상황에 대통령이 인사를 내리꽂으려 한다면 언제 반발이 튀어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지지율도 문제다. 취임 이후 최저 수준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대통령이 여당에 끌려다닐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윤심과 당심은 한동훈 전 위원장 정도로 교집합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동훈 전 위원장도 차기 대권을 노린다면, 국민적 지지가 높은 ‘채 해병’, ‘김건희 특검’을 끝까지 반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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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면죄부’ EDR 둘러싼 신뢰성 의문

‘브레이크 밟았다’ 운전자 진술 배치되는 EDR 기록…소프트웨어 오류 따른 데이터 왜곡 가능성 상존

도요타 급발진 사고 자료사진. ⓒ바(BARR) 그룹


매년 수십 건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한다. 쟁점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지 여부다. 운전자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으나, 차량이 가속하면서 질주했다고 호소한다. 제조사 측은 운전자가 오인해 가속 페달을 밟은 것이라고 맞선다.

양측 주장은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로 검증된다. EDR에는 브레이크 페달 작동 여부가 기록된다. 가속 페달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기록된 EDR 데이터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EDR은 각종 부품의 센서가 보내는 데이터를 기록으로 한다. 브레이크 페달 작동 여부를 감지하는 센서가 페달 작동으로 인식하면 EDR에 ON으로 기록되는 식이다.

센서에 이상이 생길 경우 문제는 커진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EDR에는 OFF로 기록되거나, 심지어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았다고 기록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자동차는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부품에 명령을 내린다. 브레이크 페달 센서와 가속 페달 센서가 혼동을 일으키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운전자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데, 센서가 가속 페달을 밟았다고 인식하면 차량은 속도를 높인다.

센서가 데이터를 제대로 전송해도, 부품에 명령을 내리는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키면 문제가 생긴다. 센서가 ‘브레이크 페달 ON’ 데이터를 보내도, 엔진제어장치가 엔진 출력을 높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엔진제어장치가 센서의 데이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EDR의 데이터 기록도 신뢰성을 의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박명일 명장은 “차량 내 각종 전자제어 시스템은 병렬로 서로 연결돼 있다”며 “차량의 핵심인 엔진제어장치에 이상이 생겼는데, 다른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차량 내 각종 컴퓨터가 분리돼 있다고 강조한다. 엔진제어장치와 EDR은 별도의 장치라는 것이다. 페달 센서 데이터가 통신망을 타고 흐르면 이 데이터를 엔진제어장치와 EDR가 각각 수신한다. 엔진제어장치 결함으로 급발진이 발생했다고 해도, EDR에 기록된 페달 작동 데이터가 왜곡됐다고 볼 순 없다는 게 국과수 입장이다.

실제 소프트웨어 설계 오류에 따른 EDR 데이터 왜곡이 입증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13년 미국에서 진행된, 이른바 ‘북아웃 소송’에서다. 진 북아웃(당시 76세) 씨는 2007년 도요타 캠리를 몰던 중 고속도로 출구에서 차량이 급발진해 제방에 충돌했다. 사망한 동승자의 유가족이 도요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프트웨어 컨설팅업체 바(BARR) 그룹은 도요타 차량의 소프트웨어 오류로 특정 소프트웨어 작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엔진 출력 조절 부품을 관할하는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작업이 중단되면 EDR이 브레이크 페달 데이터를 잘못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로부터 접근 권한을 부여받은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 28만 줄을 20개월간 분석한 결과였다. 도요타 소속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바 그룹 분석가에게 제공한 자료에도 브레이크 페달 조작이 EDR에 기록되지 않는 현상을 재연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현재 한국에서 제기되는 ‘소프트웨어 오류에 따른 EDR 데이터 왜곡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바 그룹의 마이클 바 당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항상 EDR을 신뢰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소프트웨어 오류는 EDR의 데이터 왜곡 문제로 그치지 않았다. 특정 소프트웨어의 작업 중단은 운전자의 페달 조작과 무관한 급발진을 야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사고 분석 업체 대표는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퍼팩트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며 “글로벌 IT 기업이 운영하는 운영체제(OS)에서도 수시로 버그가 발생해 수정을 거듭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완성차 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가 하는 측면에서 보면, 자동차 급발진 문제와 EDR 오류에 있어 기술의 무결성을 맹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면죄부 된 EDR…대체품 찾아 나선 소비자

국과수는 매 사건 EDR 데이터를 검증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검증은 EDR 데이터를 영상으로 시각화는 방식이다. ‘PC-크래시(PC-Crash)’라는 교통사고 해석 프로그램에 EDR 데이터를 입력하면 사고 당시 차량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 영상을 블랙박스·CCTV에서 확보한 실제 사고 영상과 비교해, 차량이 동일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EDR 데이터에 신뢰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게 국과수 설명이다.

PC-크래시 분석은 현재 논란이 되는 EDR 신뢰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PC-크래시 분석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는 EDR 데이터를 전제로 한다. 가령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으나 차량이 제동되지 않은 경우도 PC-크래시 분석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 페달 데이터가 실제 운전자의 조작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검증하지 못하는 셈이다.

하종선 변호사는 “PC-크래시는 사고가 어떻게 전개됐고 파손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분석하는 프로그램이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지 여부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라며 “PC-크래시로 페달 오조작 여부를 판단한다는 건 논리적인 비약”고 지적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Vbox와 PC-Crash를 활용한 EDR 기록정보의 신뢰성 평가’ 보고서에서 PC-크래시 시뮬레이션 결과(오른쪽)과 실제 차량 영상을 비교한 자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EDR 데이터는 운전자 주장을 무력화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가 지난 2010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접수한 급발진 의심 사고 791건 가운데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안전연구원은 급발진 의심 사고 조사 과정에서 EDR 데이터 추출해 확인한다.

EDR 데이터는 운전자의 치상·치사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EDR 데이터 추출은 국과수가 진행한다. 국과수의 EDR 데이터 분석 결과는 운전자가 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도 급발진 판단 근거로 작용한다.

국과수는 EDR 데이터에 상당한 신뢰를 보인다. “기존의 교통사고 분석 방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급발진 추정 사고 등에 대해 사고 당시 상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그 원인을 명확히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DR이 제조사의 면죄부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DR 데이터를 받아들이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수백 미터를 고속 질주했다는 얘기가 된다. 일순간 페달을 헷갈릴 수는 있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속도로 치달을 때까지 가속 페달을 밟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최근 EDR 대체 제품에 대한 높은 관심은 EDR에 대한 불신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페달을 찍는 블랙박스가 대표적이다. 페달 조작 여부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주변이 어둡거나 차량 충격이 심한 경우 제 기능을 못 할 우려가 있다.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EDR 대체품은 브레이크 페달의 물리적인 움직임을 기록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브레이크 스위치가 눌리면서 브레이크등으로 전력이 공급되는데, 해당 제품은 브레이크 스위치와 브레이크등을 연결하는 회로의 전압 변화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센서가 부품의 작동을 감지하고 EDR로 전송하는 과정은 차량 내 통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 페달의 물리적인 움직임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완한 것이다.

이 스타트업 관계자는 “브레이크 페달의 물리적인 변화를 기록해, 신뢰성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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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만 4개 법안 무더기 거부권...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 오월 유가족 및 단체 대표, 학생 대표들과 손을 잡고 입장하고 있다.

ⓒ 안현주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4개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했다. 전날(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5개 법안 중 1개만 공포하고 나머지는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여당에 '거부권을 활용하라'고 한 대통령의 지침이 즉각 이행된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문자 공지로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가 의결한 4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각각 결재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 제정안' 등 4개 법률안의 재의요구안을 각각 의결했는데, 이를 윤 대통령이 곧바로 결재한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선구제 후회수' 방식으로 지원하는 법인데, 공공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해 보증금 일부를 먼저 지원해준 뒤 피해주택을 매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 28일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입장문을 발표해 ▲야당이 법안을 일방 처리했다 ▲다른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채권 매입 가격을 두고 공공과 피해자 간 분쟁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어업회의소법안은 농어업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지역 농어업회의소를 법제화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근거를 만들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운영되고 있는 농어업회의소에 참여가 저조하다 ▲지자체에 재정을 의존해 독자적 운영이 어럽다 ▲기존 농어업인단체 및 농협·수협 등과 중복돼 박상우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 28일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입장문을 발표해 ▲야당이 법안을 일방 처리했다 ▲다른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채권 매입 가격을 두고 공공과 피해자 간 분쟁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어업회의소법안은 농어업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지역 농어업회의소를 법제화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근거를 만들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운영되고 있는 농어업회의소에 참여가 저조하다 ▲지자체에 재정을 의존해 독자적 운영이 어럽다 ▲기존 농어업인단체 및 농협·수협 등과 중복돼 비효율적이고 단체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등의 재의결 요구 이유를 설명했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고 있다.

ⓒ 남소연

한우법안은 정부가 한우산업 발전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한우 농가에 도축·출하 장려금과 경영개선자금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우법에 대해 송 장관은 ▲돼지·닭·계란·오리 등 타 축종에 대한 균형 있는 지원이 어려워진다 ▲다른 축종 지원법까지 난립하게 되면 행정과 입법에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축산 정책 추진의 제도적 근간인 축산법 체계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면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한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유공자법안은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등 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한 지원과 예우를 직계존속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국가보훈부는 국가보안법 위반자도 유공자로 인정될 가능성 등을 언급하면서 법 통과에 반대해 왔다.

이 4개 법안과 함께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지원 특별법' 개정안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포됐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의료비 지원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이다.

이로써 지난 9일 '채 상병 특검법'을 재의요구한 데 이어,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총 14개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낸 셈인데, 이는 여당의 건의를 즉각 수용한 결과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월호피해자지원법을 제외한 4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민의힘 소속 22대 국회의원 초선 당선자들과 만찬을 하면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적극 활용하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21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통과시킨 법안에 이같은 구상을 실행한 것이다. 여당의 의석수가 현재보다 줄어드는 22대 국회에서도 이같은 '공조'가 계속되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록은 빠르게 쌓여갈 것으로 보인다.

 

제22대 국회 개원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걸려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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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윤석열, #거부권, #재의요구, #거부권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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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찰” 한명숙 손배소에 법원 “국가 책임 있으나 시효 지나”



입력 : 2024.05.29 07:46

김태훈 기자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인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참석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을 두고 국가의 배상 책임은 있지만 시효가 지나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1단독 김효연 판사는 최근 한 전 총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한 전 총리는 국가정보원이 2009년 ‘특명팀’을 활용해 자신을 뒷조사하고 인터넷에 비방글을 올려 비난 여론을 조성하는 등의 불법 사찰을 했다며 31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찰행위 이후 5년이 지나 국가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는 국가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한 전 총리 측은 특수한 경우로 보고 소멸시효 적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명목으로 개별 사안마다 소멸시효를 적용할지 여부와 그 충족 여부를 달리 판단한다면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원고의 이 사건 소송의 궁극적 목적은 금전배상을 받기 위함보다는 원고에 대한 국정원 공작행위의 위법성을 법적으로 확인받고자 하는 취지로 보인다”며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간부들이 이미 유죄 판단을 받은 사실을 거론했다. 국정원법이 2020년 정치적 중립성을 골자로 전부 개정된 사실, 국정원장이 2021년 과거 불법사찰·정치개입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점도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국가의 후속조치 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정신적 손해가 상징적으로나마 어느 정도 메워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정원불법사찰배상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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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해병대원 특검 정국으로 민생법안 처리 뒷전”

[아침신문 솎아보기] 채상병 특검 부결에 경향신문 “윤 대통령 유예된 위기”, “방탄 여당 민심 저버려”…중앙, 민주유공자법 두고 “운동권 셀프 특혜법”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4.05.29 07:28

▲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재표결 끝에 최종 부결됐다. 지난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당은 반대 당론으로 법안 통과를 저지했고, 야당은 22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다시 발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음날인 29일 아침신문 1면 구성은 크게 갈렸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면 톱기사로 윤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가 경찰로 이첩되던 날 세 차례 직접 전화한 사실을 다뤘다. 반면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로 <특검법은 부결…정쟁하다 날샌 21대 국회>, 중앙일보는 1면 톱기사로 <거야, 운동권 셀프 특혜법 강행 채상병 특검법은 재의결 무산>으로 채상병 특검법과 함께 민주당이 주도한 21대 국회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함께 다뤘다.

지난 28일 권영국 변호사가 정의당 신임 대표에 취임했다. 원외정당이 된 정의당 대표를 맡은 권영국 신임 대표 관련 칼럼이 경향신문에 살렸다.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꼽은 최고의 명품 종합 일간지로 조선일보가 20년 연속 선정됐다.

▲ 29일자 한겨레 만평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 폐기

국회는 지난 28일 본회의에서 재석 294명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채상병 특검법 재의의 건을 부결시켜 자동 폐기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 의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를 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반대했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관련해 경향신문은 4면 <윤석열 대통령 ‘유예된 위기’…22대 국회선 ‘방어’ 쉽지 않을 듯>에서 “대통령실은 큰 이탈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 안도하는 분위기”라면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당과 대통령실은 국가대의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 공동운명체”라고 한 발언을 함께 전했다.

범여권 의석수가 지금은 115석(국민의힘 113석, 자유통일당 1석, 하영제 무소속 의원)이지만 22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108석이 전부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 내부 노선 투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윤 대통령 입장에선 부담”이라며 “해외 직구 논란, 국민연금 개혁 등 이슈가 나올 때마다 당내 당권·대권 주자들이 나서서 갑론을박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 29일자 중앙일보 만평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29일 1면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2일 이종섭 장관에게 전화한 사실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임성근 사단장 등을 채 상병 사건 혐의자에 넣은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고, 이 장관이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수사하라고 국방부 검찰단에 지시한 직후에 전화를 건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엿새 뒤에도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두 윤 대통령의 수사 외압 정황이다.

경향신문은 사설 <채 상병 특검법 부결, ‘방탄 여당’은 민심을 저버렸다>에서 “헌법상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할 거부권을 본인 의혹을 막으려 남용한 윤 대통령이나 그에 발맞춘 집권여당은 모두 국정을 사유화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그래놓고 ‘공수처 수사가 부족하면 먼저 특검을 주장할 것’이라 한 대통령과 여당 말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사설 <‘채 상병 특검’ 끝내 부결, 언제까지 민의 외면할 텐가>에서 “여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여의도 출장소’라는 오명을 들으며 대통령 눈치만 살피더니,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도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다음 국회에서도 민심을 거스르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21대 국회 법안처리율 36.6% 역대 최저 강조

조선일보는 1면에서 “여야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정쟁으로 충돌했다”며 “‘해병대원 특검 정국’으로 국민연금 개혁안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인공지능(AI) 기본법, 모성보호 3법 등 주요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이 됐다”며 “이날까지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36.6%로 집계돼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쟁만 일삼았다는 비판을 비중있게 실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 표결) 이후 ‘민주유공자법’ ‘세월호참사피해지원법’ ‘한우산업지원법’ ‘농어업회의소법’ 등 4개 법안도 본회의에 올려 단독 처리했다”며 “이들은 상임위에서 여당 반대 속에 야당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윤 대통령은 10번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여당은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 29일자 매일경제 만평

조선일보는 사설 <시작은 민주당이, 끝은 대통령·與가 망친 최악 국회>에서 여야를 함께 비판했다. 채 상병 특검법을 반대한 정부·여당 비판에 초점을 맞춘 신문과 온도 차가 나타난다. 조선일보는 “21대 국회는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입법 폭주로 점철됐고 여기에 민주당 대표 방탄으로 날을 지새웠다”며 “민주당 입법 폭주의 피해자였던 국민의힘은 국회 마지막을 이해 못 할 입법 거부로 ‘장식’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1면 기사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건 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이라며 “민주유공자법은 1964년 3월24일(한일 회담 반대 시위) 이후 민주화운동 사망자와 부상자, 그 가족과 유가족을 유공자로 인정해 지원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한 뒤 “민주당은 당초 교육·취업까지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가 논란이 일자 의료·양로·요양으로 지원 범위를 줄였지만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고 보도했다. 채 상병 특검법보다 민주유공자법이 더 ‘논란’이 된다는 평가다.

중앙일보는 사설 <두 번 다시 21대와 같은 국회는 없어야 한다>에서 여야를 모두 비판하고 법안 처리율이 낮은 것 등을 거론하면서 “국회의원 세비와 보좌진 급여, 각종 보조금을 합치면 21대 국회 4년간 운영비용은 1조200억원”인데 “이런 막대한 국민의 돈을 쓰면서도 이룩한 성과가 과연 뭔가. 상생과 협의는 실종되고 살벌한 정치 공방만 오갔던 기억밖에 남지 않는다”고 했다.

‘채상병 수사’에 대해서 중앙일보는 또 다른 사설에서 “공은 이 사건을 수사해 온 공수처로 넘어갔다”며 “출범 후 3년 간 국민을 실망하게 한 공수처로선 존재 의미를 입증할 기회”라고 했다.

▲ 29일자 서울신문 만평

경향신문 안홍욱 논설위원은 ‘여적’에서 권영국 신임 정의당 대표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안 위원은 권 대표를 두고 “서울대 공대 졸업 후 경북 경주에 있는 풍산 금속에 입사했다. 노조를 만들다 해직됐다. 해직 10년 만인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2002년 민주노총 법률원 설립에 참여했다. 용산 참사 철거민 변호인단, 민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 구의역 김군 사망재해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장, 김용균 사망사고 특별노동안전조사위 간사...그는 노동자와 인권을 위한 ‘거리의 변호사’였다”고 소개했다.

안 위원은 “2014년 그가 법률대리인단으로 참여한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에서 노동자들이 대법원에서 패소한 일이 사법 정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현실 정치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고 한다”며 “정의당은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거대 양당이 말하지 않는 걸 이야기하고 행동함으로써 진보정치에 새 바람을 불어 넣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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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년 연속 CEO 선정 명품 일간지

조선일보는 2면에서 자사가 명품 종합 일간지로 20년 연속 선정된 소식을 전했다. 경영 전문지 ‘월간현대경영’은 “국내 500대 기업 CEO를 대상으로 30개 품목에 대해 선호 명품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종합 일간지 부문에서 조선일보가 45%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고 28일 밝혔다. 조선일보는 2005년 조사 이후 20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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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법’ 부결로 뭉친 국민의힘...‘즉각 재추진’ 벼르는 야당

찬성 179표로 여당 이탈표 거의 없어...이재명 “한 점 의혹 없도록 끝까지 진상규명”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된 뒤,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05.28. ⓒ민중의소리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 절차를 밟은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끝내 부결됐다. 국민의힘에서 일부 의원들이 ‘소신 투표’를 선언해 이탈표 규모에 이목이 쏠렸으나, ‘채상병 특검법 부결’ 당론을 거스른 의원은 거의 없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진행했다. 재적의원 295명(구속 수감 중인 무소속 윤관석 의원 제외) 중 294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특검법은 부결, 폐기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투표는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이자, 쟁점 법안 표결이 진행되는 이날 본회의에 여야는 ‘의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최대한 많은 의원이 참석해 각 당의 입장에 힘을 실어달라는 것이다.

한 명을 제외한 각 당 소속 모든 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한 상황을 고려하면, 여당 내 이탈표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본회의가 열리기 수일 전부터 소속 의원의 이탈표를 막기 위한 ‘표 단속’을 집중적으로 벌여왔다.

앞서 지난 2일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당시 국민의힘에서 유일하게 투표권을 행사해 찬성표를 던진 김웅 의원을 포함해 안철수·유의동·최재형·김근태 의원은 재표결 때 ‘소신 투표’ 하겠다고 공언했다. 당론과 달리 ‘특검법 찬성’에 투표하겠다는 뜻을 사전에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날 본회의가 임박한 시점,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이탈표가 10표 안팎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당론을 벗어난 선택을 한 국민의힘 의원은 거의 없었다. 이들은 똘똘 뭉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방어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표결 직후 취재진에게 “의원들이 당론으로 정했던 사안에 대해 어긋남 없이 단일대오로 함께 해줬다”며 안도했다.

 

야6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향해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찬성을 호소하고 있다. 2024.05.28. ⓒ뉴스1


재표결 직전 정부 측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에서는 유상범·임이자 의원이 본회의장 단상에 나와 특검법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특히 박 장관은 “특검법의 헌법 위반 소지”를 주장하며 “정치 편항적인 검사가 특검으로 임명될 경우 수사, 재판 절차가 정치적 여론 재판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발언했다.

특검법 부결 결과에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표결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간절한 의지를 국민의힘 의원들이 꺾어버렸는데, 참으로 옳지 않은 처신”이라며 “정부·여당이 왜 이렇게 극렬하게 진상규명을 방해하는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정의당·새로운미래·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 등 6개 야당은 국회 본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제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22대 국회의 민주당은 여당의 발목잡기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 신속하고 단호하게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도 “22대 국회에서 특검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본회의 시작 전 국민의힘 의원총회장을 찾아 특검법 찬성을 호소하고, 본회의 투표 과정을 방청한 해병대 예비역들 역시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부결 투표 결과가 나오자 “당신들은 자식이 있나”, “너희가 국회의원이냐”, “자식이 죽었다”며 국민의힘을 향해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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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변호사도 가세한 '강형욱 갑질' 논란, 법적 쟁점은?

[분석] 폭언부터 CCTV·사내 메신저 감시, '가짜 3.3' 계약 의혹까지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4.05.29. 05:03:46

'개통령'으로 불리며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온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의 '갑질 의혹'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폭언, CCTV와 사내 메신저를 통한 직원 감시, 임금체불 등 다양한 의혹을 두고 강 대표와 직원들은 연일 공방을 이어가는 중이다. 노동 전문 변호인으로 유명한 박훈 변호사가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들을 "무료 변론"하겠다고 가세함에 따라 법정 싸움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강 대표 논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직장 갑질'을 둘러싼 갈등이 많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신고는 2020년 5823건에서 지난해 1만 28건까지 늘었다. 사용자든 노동자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직장 갑질 문제의 쟁점들을 강 대표 사건을 통해 정리해보았다.

① 폭언 의혹 : 녹취 없다면 제3자들 진술,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도 입증 자료로

첫째, 폭언 의혹이다. 사태의 발단이 된 한 구직 플랫폼 내 보듬컴퍼니 후기에는 회사 경영진인 강 대표 부부가 "지속적인 가스라이팅, 인격 모독, 업무 외 요구" 등을 했다고 적혀있다. 이후 익명의 옛 보듬컴퍼니 직원은 강 대표가 "'숨도 쉬지 말아라. 네가 숨쉬는 게 아깝다', '벌레보다 못하다', '그냥 기어 나가라. 그냥 죽어라' 이런 이야기를 매일 했다"고 JTBC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강 대표가 20분 동안 폭언을 한 녹취 파일을 갖고 있다고 밝힌 직원도 나왔다.

강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그간 제기된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해명 영상에서 그는 JTBC 보도와 관련해 "제가 쓰는 화내는 말이 아니다. 저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다만 반려견 훈련 과정에서 사고 발생을 우려해 "훈련사님들한테도 '조심하세요'라고 할 말도 '조심해'라고 큰소리쳤던 적도 실제로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폭언이 아니라 업무에 필요한 정당한 훈계를 했다고 밝힌 셈이다.

법률가들은 직원들이 제기한 수준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폭언이 있었다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조항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입증이다. 원의림 변호사는 28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폭언이 담긴 녹취가 있으면 가장 수월하게 입증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실제 신고가 이뤄질 경우 신고인의 진술을 뒷받침할 다른 제3자들의 진술이 중요한 부분에서 일치하면 입증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취와 복수 진술 외 다른 증거의 활용도 가능하다. 최수현 노무사는 폭언 증언이 담긴 "이메일, 문자메시지, 사내 메신저 등의 기록과 피해자의 의사 소견서, 상담 기록 등 피해자의 정신적, 신체적 피해 기록도 추가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하은성 노무사도 "'폭언을 한다'는 메신저 내용이나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 등이 간접증거가 된다"고 했다.

② CCTV 감시 의혹 : 구성원 동의 없이 설치했다면 법 위반

둘째, 강 대표가 사무실에 여러 대의 CCTV(폐쇄회로TV)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직원을 감시했다는 의혹이다. 강 대표는 해명 영상에서 사무실에 설치한 CCTV는 "감시 용도가 아니다"라며 "우리(보듬컴퍼니)는 사람들이 있고 용품을 갖고 있는 곳이기 때문 CCTV가 꼭 있어야 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도난이 있을 수 있고 외부인이 들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듬컴퍼니의 한 전 직원은 이에 대해 "도난 방지, 외부인 확인이 목적이었다면 현관에 CCTV를 설치해야 하는 데 7층 사무실에는 CCTV를 감시용으로 두고 출고용 택배를 쌓아두는 현관에는 예전부터 있던 가짜가 달려 있었다"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반박했다. CCTV를 통해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여직원 탈의실에도 CCTV가 있었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다만 탈의실 감시 주장에 대해 강 대표는 해당 공간은 회의실이며 회사에 탈의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CCTV가 감시 목적으로 활용됐다면,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 조항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우선 살필 것은 설치 과정이다. 원 변호사는 "법에 CCTV 설치 과정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설치 목적이 도난 방지 용도였고 구성원들에게 고지해 동의를 받았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다"면서도 "사무실 내부에 CCTV를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설치했다면 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CCTV의 설치 장소 및 실제 활용 방식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원 변호사는 "사생활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 공간이라면 법적 요건에 반한다"고 말했다. 하 노무사는 "CCTV로 모니터를 들여다봤고, 실제 그것으로 지적까지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최 노무사도 "녹화된 영상이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CCTV가 실제 근로자 감시에 사용됐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③ 사내 메신저 감시 의혹 :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 받아도 감시 범위, 목적, 기간 없으면 효력 無

셋째, 강 대표의 배우자인 수잔 엘더 보듬컴퍼니 이사가 직원들이 사내 메신저를 통해 주고 받은 대화를 당사자 동의 없이 들여다본 뒤 이를 바탕으로 질책까지 했다는 의혹이다.

수잔 이사는 해명 영상에서 동의 없이 사내 메신저 대화를 들여다보고 직원을 질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제 막 태어난 6개월짜리, 7개월짜리 아들에 대한 조롱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비아냥 때문에 눈이 뒤집혔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후 "변호사님이 '그걸 함부로 그렇게 보시면 안 된다'고 조언해주셔 그런(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를 전달해주셨다"고 했다.

당사자 동의 없이 사내 메신저 대화 내역을 들여다봤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수잔 이사가 말한 동의서를 받았다고 해도 논란 소지는 남는다. 원 변호사는 "동의서를 받는 경우에도 정확히 범위를 특정해서 들여다봐야 한다"며 "만약 동의서에 지정된 범위가 없다면 동의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최 노무사는 "동의서에 사내 메신저 감시 범위, 목적, 기간 등이 기재됐는지, 근로자가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동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동의서가 있더라도 사내 메신저 감시가 범위 제한 없이 이뤄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하 노무사도 "위법 사실을 인지한 뒤 변호사의 조언을 듣고 받은 서약서 한 장으로 제한 없는 사내 메신저 감시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④ 임금체불 및 '가짜 3.3 노동자' 계약 의혹 : 회사 대표가 직원과 사업자 계약을 맺으면 '편법'

넷째, 임금체불 의혹이다. 강 대표가 2016년경 퇴직한 직원에게 마지막 급여날 9670원을 지급했는데, 해당 직원이 고용노동청에 강 대표를 상대로 임금체불 진정을 넣어 결국 기본급과 연차수당, 퇴직금 등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수잔 이사는 해명 영상에서 퇴직한 직원이 "일반적인 월급을 받는 사원이 아니었다"며 "본인이 발생시킨 매출의 십몇 퍼센트를 인센티브로 받는 사업자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이어 회사가 계약에 따라 퇴직금이나 급여가 아닌 매출 비율로 계산한 인센티브를 지급했고, 9670원이라는 액수는 당시 임금을 지급해야 했던 기간의 인센티브인 "1만 원에서 (사업소득세) 3.3%를 제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후 변호사에게 자문을 얻고 퇴직금을 주는 게 맞는다는 결론을 내린 뒤 인센티브와 퇴직금, 연차수당까지 지불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고용노동부는 보듬컴퍼니와 관련 2016년에 임금체불로 4건, 지난해 휴일수당 산정 관련 1건 등 신고가 접수됐지만, 2016년 4건은 자체 종결했거나 구제가 완료됐고, 지난해 접수 건도 신고 직후 취하해 모두 해결된 건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체의 대표가 법적으로 '근로자'인 직원과 개인 사업자 계약을 맺는 일 자체가 '편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하 노무사는 "연차 수당이나 퇴직금까지 지급했다는 것은 통상시급 등이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고, (피해 노동자는) 무늬만 프리랜서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자를 고용하면, 내야 하는 준조세 성격의 4대 보험료 사업자 부담분(통상 급여의 10% 수준)을 안 냈다면, 고용 기간 그만큼의 이익을 착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선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39) 보듬컴퍼니 대표가 24일 저녁 입장을 밝혔다.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논란이 일어난 지 일주일 만이다. ⓒ보듬TV 화면 갈무리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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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 주요 고비마다 전화...이종섭에 직접 지침 줬나

이종섭과 4차례 18분 통화

‘대통령’ 개입 의혹으로 전환

  • 수정 2024-05-29 07:07
  • 등록 2024-05-29 03:0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15일 인천항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15일 인천항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이 이는 주요 고비마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총 네차례 직접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실’ 개입 의혹이 아닌 ‘대통령’ 개입 의혹으로 국면이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건 처리 과정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인 ‘사건 회수’ 당일 윤 대통령이 이 장관에게 세차례나 전화했다는 점은 불법성 짙은 이 행위에 윤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을 키운다. 입수된 이 장관 통화 내역에는 윤 대통령 외에도 대통령실 인사들이 광범위하게 등장해, 당시 사건을 두고 긴박하게 돌아갔던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체 판단으로 이첩 보류 지시 등을 결정했다는 이 전 장관 주장의 신빙성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 언론브리핑 취소 및 이첩보류 지시…7월31일

28일 한겨레가 입수한 이 전 장관의 통화 내역을 분석하면, 대통령실 관여 정황은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이 일었던 지난해 7월31일부터 드러난다. 이날 오전 11시께부터는 윤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안보실 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끝날 무렵인 같은 날 오전 11시54분,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이 사용하는 ‘02-800’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 168초 동안 통화했다. 이 전 장관은 이 통화 직후인 오전 11시57분 자신의 비서 역할을 하는 박진희 당시 군사보좌관의 전화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이첩을 보류하고 이날 낮 2시로 예정된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낮 2시20분께부터 5분가량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을 국방부 집무실로 불러 지시를 내렸다. 이 자리에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당시 정 부사령관이 메모한 기록을 보면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됨” “사람에 대해서 조치·혐의는 안 됨” “법무관리관이 (박정훈) 수사단장에게 전화 검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첩 보류 지시 이후 이뤄져야 할 후속 조처를 논의한 흔적으로 보인다.

이 회의 직후 이 전 장관은 국방부 청사를 떠나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낮 2시56분께(공항으로 가던 중으로 추정) 이 전 장관은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의 전화를 받는다. 통화는 11분 넘게 이어졌다. 해병대 부사령관 등과 했던 회의 내용을 임 전 비서관에게 자세히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 경찰로 이첩 뒤 사건 회수…8월2일

해병대수사단이 임성근 당시 해병대1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채 상병 순직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한 지난해 8월2일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이날 해병대수사단이 경북청에 사건 이첩을 완료한 시각은 오전 11시50분께다. 이첩이 채 끝나기 전인 이날 오전 11시45분께 조태용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 전 장관에게 문자를 보낸다. 이후 오전 11시49분부터 2분40초가량 둘 간 통화가 이뤄진다. 이날 낮 12시4분, 김 사령관은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건다. 이 통화에서 김 사령관이 당시 경찰 이첩 등 상황을 보고하고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첩이 완료되고, 그런 상황이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 이후 윤 대통령이 본격 등장한다. 윤 대통령은 낮 12시7분부터 자신이 검사 시절부터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직접 이 전 장관에게 세차례 전화를 걸었다. 당시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은 ①낮 12시7분44초부터 12시11분49초까지 약 4분 동안 ②낮 12시43분16초부터 12시56분59초까지 약 13분 동안 ③낮 12시57분36초부터 12시58분28초까지 1분 못 미치게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차례 모두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대통령의 첫 통화 이후 30여분 지난 이날 낮 12시45분에는 김 사령관이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지금부터 보직 해임이다. 많이 힘들 거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간대인 낮 12시40~50분 사이에는 국가수사본부 과장이 사건을 넘겨받은 경북경찰청 수사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첩했던 기록을 회수하고 싶다’는 군의 의사를 전달했다. 당시 경북경찰청 수사부장에게 전화를 건 국수본 과장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과 통화를 한 뒤 경북청 수사부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낮 12시51분에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파견 해병대 대령이 김 사령관의 비서실장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건 낮 12시7분 이후 1시간 사이에 박 대령의 보직 해임이 이뤄졌으며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과 국가안보실이 동시에 움직였다는 뜻이다. 경찰에 이첩된 사건을 군이 다시 회수하는 이례적인 일도 벌어졌다. 통화 내역에 비춰보면, 이 모든 과정에 윤 대통령이 깊게 관여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결정 전날…8월8일

윤 대통령은 휴가 중이던 지난해 8월8일에도 이 전 장관과 통화했다. 이 전 장관이 회수한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에 재검토시키기로 결정하기 하루 전이다. 8일 아침 7시55분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33초가량 통화했다. 당시 국방부는 경찰에서 회수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하던 중이었다.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는 ‘해병대수사단과 조사본부가 모두 경찰에 해당하는 기관인데, 같은 역할을 하는 기관에서 사건을 재검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자신들이 사건을 맡는 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9일 이 전 장관이 직접 박경훈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등을 불러 재검토를 맡으라고 지시했다. 결국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사건 재검토를 맡게 됐다. 조사본부는 해병대수사단이 혐의를 적시했던 8명 중 하급자 2명은 제외했고, 임 전 사단장 등 4명은 범죄 혐의를 적시하지 않은 채 대대장 2명에게만 혐의를 적시하는 거로 결론 냈다.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은 ①이첩 보류 및 혐의 적시 제외 ②경찰 이첩 사건 회수 ③최종 이첩 때 혐의자 축소 세 갈래로 나뉘는데 세차례 모두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한편 이 전 장관을 대리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적법하지 않은 자료에서 확인된 내용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윤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겠다는 게 이 전 장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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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법 오늘 재표결…국힘, ‘무기명 이탈표’ 막아도 후폭풍



기자엄지원,선담은,이우연

수정 2024-05-28 10:37등록 2024-05-28 05:00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하루 앞둔 27일 국회 직원들이 본회의장 전자 투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을 무기명 투표로 재표결에 부친다. 여당의 이탈표를 두고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이탈표 규모에 따라 향후 윤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에 큰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표결을 하루 앞둔 27일, 야당은 이날 ‘민심과 양심을 거역하지 말라’며 여당에 채 상병 특검법 가결 동참을 압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에게 “용산이 아니라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헌법과 양심에 따른 결단을 호소드린다”며 찬성을 촉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에서 이런저런 구실을 갖다 대며 특검을 반대하고 있지만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특검법 통과를 바라는 민심에 거역하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몰락만 앞당길 뿐”이라고 말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당내 당선자 총회에서 “윤 대통령은 탄핵 열차의 연료를 채웠고, 여당 의원들의 재의결 부결표는 열차의 출발 단추를 누르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특검법 반대를 재확인하고 “앞으로 공수처 등의 수사 결과가 미흡하다면 국민의힘이 먼저 특검하자고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28일 열릴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 부결을 당론으로 정할 계획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을 부결시키는 것에 우리 의원님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 상병 특검법 재의안이 가결되려면, 구속 수감된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295명이 모두 출석할 경우 야당·무소속(180명)에 더해 국민의힘에서도 17명이 찬성해야 한다.

이날 김근태 의원이 찬성 뜻을 밝히면서, 현재까지 여당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이는 5명(안철수·유의동·김웅·최재형 의원 포함)으로 늘었다. 여당의 22대 총선 낙선·낙천자가 58명에 이르고, 비공개로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목소리도 속속 나오는 탓에 추가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의 한 낙선 의원은 한겨레에 “(당론에 구애받지 않고) 양심껏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규모가 17명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채 상병 특검법 표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여권이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걸로 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검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보는 국민 여론이 60~70%에 이르는 상황에서 여당이 ‘부결 단일대오’를 구축한다면 ‘방탄 여당’이라는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 여당에서 이탈표가 대거 발생해 특검법이 가결될 경우엔 윤 대통령이 심각한 레임덕을 맞을 수도 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에 기댄 3년으론 여권의 미래가 없다고 본다면 여당 내 이탈표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선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재의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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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원 기자

한겨레21과 사회부 정치부에서 기사를 썼습니다. 사건에서 삶과 사람을 들여다보고 말과 글에서 영혼의 무늬를 읽어내는 일을 좋아합니다. 아니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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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연 기자

총과 칼 대신 말로 싸우는 어딘가 이상하면서도 매력적인 사람들이 넘치는 국회를 사랑하는 기자입니다. 여의도를 오가는 수많은 말 중 재밌고 유익한 말을 골라 정확히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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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에 '흔들' 전세제도, 곡예 벌이는 이들에게 대안은?

[장석준 칼럼] <어쩌면, 사회 주택>을 읽고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 기사입력 2024.05.28. 10:02:23

연초부터 아파트 전세 가격이 급상승한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특히 총선 끝나고는 서울 아파트 전세가 몇 억 원씩 올랐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본다. 그러더니 요 며칠 새에 아파트 매매 가격이 드디어 반등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부동산 가격 동향에 목매달던 윤석열 정권과 여당은 총선 이후 죽을 맛이라는데,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때를 만난 것만 같다.

기이한 일이기는 하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두 배나 웃돈다고 정부는 반색하지만, 그렇다고 경기 회복을 실감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한 것도 아니고, 미국 쪽에서 금리 인하 소식이 들리기 전에는 그럴 조짐도 없다. 그런데도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은 아무래도 고전 물리학 정도로는 설명 불가능한 양자 역학의 세계인가 보다.

이 모두가, 자기 집 없이 대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고난도의 곡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 같은 이들에게는 씁쓸하기만 하다. 머릿속에 늘 가계부를 떠올리며 매일을 살아도 월세 임대료나 전세 보증금 상승을 따라잡기 벅찬 이들에게 한 평생이란 부동산 시장이라는 거대한 언덕에서 벌이는 시지포스의 노동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풍문에 따르면, 젊은 세대로 갈수록 이런 삶에 갇혀야 할 이들이 더욱 늘어만 갈 것이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커지는 것은 이 모든 시름에서 벗어날 도피의 꿈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10여 년 전이 떠오른다. 한창 집값이 다시 치솟아 오르던 그때 서점에서는 일본식 단독주택이나 땅콩집 짓기, ○억 원에 내 집 짓기 같은 제목을 단 책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나 역시 오랫동안 서서 그런 책에 실린 사진을 넋 놓고 봤던 기억이 있다. 거기에는, 대도시 아파트를 둘러싼 한국인의 온갖 악몽에서 홀연히 벗어난 것만 같은 삶이 있었다. 우리가 한동안 잊고 있던 형태의 집을 스스로 짓기만 하면 이 지긋지긋한 쳇바퀴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른 방향과 내용을 담은 책을 손에 들었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날 길을 찾는다는 점에서는 10여 년 전 눈길을 주었던 책들과 다르지 않다고 하겠으나, 이 책은 '도피'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현실에 관한 차분한 분석을 바탕으로, 많은 이들이 함께 시도해볼만한 구체적 제안을 내놓는 책이다. 오랫동안 주거 문제 해법을 고민해온 건축 전문가이자 주거'운동가' 최경호가 쓴 <어쩌면, 사회주택: 당신의 주거권은 안녕하십니까?>(자음과모음, 2024)다.

▲ 서울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전세가 흔들리고 사라져가는 사회의 중요한 출구 - 사회주택

최경호는 네덜란드에서 사회주택의 이론과 실제를 공부했고, 정당과 사회운동, 지방자치단체를 넘나들며 사회주택을 중심에 둔 주거 문제 해결을 모색해왔다. <어쩌면, 사회주택>은 그 활동의 결실인데,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사회주택이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쉽게 설명해주면서 꼬이고 꼬인 한국의 주거 문제를 풀 실마리가 사회주택에 있음을 역설한다.

그런데 '사회주택'이란 무엇인가? 한국인이라면, '민간주택'이나 '공공주택'이라는 말에는 익숙해도 '사회주택'은 낯설어 할 것이다. <어쩌면, 사회주택>은 이 말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밝히는 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가장 도식적인 설명은 우리 입에 붙은 '민간주택', '공공주택'과 대비해 정의 내리는 것이다. 민간주택이란 개인이 소유하고 시장에서 매매되는 주택이다. 반면 공공주택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투자하여 건설하고 소유 주체도 공공이며, 따라서 시장에서 상품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사회주택은 어쩌면 이 둘 사이 어딘가에 해당하는 주택 형태들을 아우르는 말이다. 이렇게 보면, 시장 거래보다는 안정적 주거를 목적으로 개인이나 국가가 아니라 결사체(협동조합 등)나 사회적기업이 소유, 관리하는 주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일면적인 정의다. <어쩌면, 사회주택>은 한국에서도 2010년대부터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사회주택 사례를 소개하면서 현실의 사회주택이 이런 단순한 정의가 연상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역동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가령 노후 지역 빈집이나 고시원을 사회적기업들이 리모델링하여 셰어하우스로 운영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여 공공화한 주택을 위탁 받아 관리하는 사례가 있고, 협동조합이 공공으로부터 금융이나 토지를 지원받아(임대나 지분 공유) 아예 새 건물을 짓고 입주하는 사례도 있다.

이렇듯, '사회주택'이라고 하여 공공 당국이나 시장의 존재나 역할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나 시장과 구별되는 제3의 주체들, 즉 결사체나 사회적기업이 중심에 있기는 하지만, 국가나 시장과 교차하며 다양한 실험을 전개한다. 그래서 저자는 사회부문, 공공부문, 시장부문의 협력을 전제로 '사회주택'을 다음 같이 새롭게 정의한다. "호혜성을 바탕으로 공공의 지원을 활용하여 주거 선택권을 확장하는 주택."(<어쩌면, 사회주택> 66쪽)

여기에서 눈길이 가는 말은 무엇보다 "주거 선택권을 확장"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서민들이 느끼는 주거 문제의 핵심은 주거 선택권이 '없다' 혹은 '좁다'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2019년 현재 58%인 자가 보유 가구를 제외한 나머지는 민간주택을 전세로 임차하거나 월세 임차인이 돼 매달 임대료를 내야 한다(전체 가구의 34%). 민간임대주택의 대안이 되어야 할 공공임대주택은 물량이 한정돼 거주 가구가 8% 정도밖에 안 된다(2020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자가', '(민간)전세', '(민간)월세', '공공임대', 이 네 범주가 한국에서 주거 선택지의 거의 전부다.

물론 이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는 자가 소유일 것이다. 그러나 분주히 이동하는 현대인의 삶을 생각한다면, 자가를 보유하는 게 꼭 최적의 선택은 아니다. 게다가 최경호가 명쾌히 지적하듯이, 집은 애당초 '비싼' 물건이다. 부동산 가격은 유례없이 상승한 반면 소득은 정체, 하락하거나 불안정해진 신자유주의-이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모름지기 살만한 사회라면, 이런 현실과 주거권 사이의 간극을 메울 다양한 대안을 구비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껏 한국 사회에서는 그 대안이 민간 전세나 월세 그리고 빈약한 공공임대주택뿐이었다. 그나마도 전세는 1995년에 30%였던 비중이 2019년에 15%로 반 토막 났다(<어쩌면, 사회주택> 16쪽). 그리고 그만큼 월세 비중이 늘어났다. 전세와 월세의 이런 교대가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아닌지에 관한 평가는 제쳐두더라도, 30여 년간 전세 물량과 가격이 끊임없이 요동치면서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집을 둘러싼 한국인의 고통과 긴장이 가중된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어쩌면, 사회주택>이 소개하는 사회주택의 현재진행형 실험들은 결코 겉만 번드르르한 유토피아적 사례로 다가오지 않는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처럼 한때 대도시 주거 문제로 고통 받던 땅 좁은 유럽 나라들이 사회주택 형태의 대안들로 우리가 성취하지 못한 주거 안정 수준을 달성했다 한들, 당장 우리 현실과 거리가 있다면 아무 의미도 없다. 그러나 민간임대주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전세제도가 급격히 변화하는 와중에 있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격동하면서 사라져가는 전세의 몫을 대신할 새로운 주거 형태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어쩌면, 사회주택>은 '어쩌면'보다는 '확실히'라는 부사가 더 어울릴 힘찬 어조로, 사회주택이야말로 바로 그 답이라 제안한다.

한국 자본주의의 과거와 미래를 응축한 '전세'와 '사회주택'

한데 내가 보기에 <어쩌면, 사회주택>은 단지 사회주택에 관한 훌륭한 입문서나 소개서만은 아니다. 저자는 사회주택이 필요한 한국 사회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제1장 "익숙하고도 낯선 주거 이야기"에서 전세제도 문제를 짚는다. 길지 않은 분량이고 간명한 문장인데도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한국만의 묘한 제도인 전세 임대를 참으로 쉽고도 탁월하게 정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세제도에 관한 이 책의 설명을 내 나름대로 요약하면, "집값이 계속 오르기만 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주택 수요자인 임차인이 조달해주는 자금을 바탕으로" "민간 임대인이 주택 공급에 따르는 리스크와 불로소득을 동시에 떠안는" 제도다. 이 문장만 봐도 이미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령 "집값이 계속 오르기만 한다"는 것은 2008년 이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의심 받는 명제이며, <어쩌면, 사회주택>이 지적하듯이 누구보다 전세 임차인 자신이 "집값이 계속 오르기만 하면" 고통 받을 당사자다. 오늘날 우리는 이 모순을 실감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모순 덩어리인 제도가 어쨌든 한 세대 넘게 유지되며 이 나라 주거제도의 기둥 노릇을 해왔다. 여기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 비밀이라고나 할 중요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당대의 상위 중간계급일 전세 임대인과 바로 그 밑 계층일 전세 임차인이 대도시 주택 공급 문제를 나눠 짊어짐으로써 모종의 동맹(동시에 갈등) 관계를 구축하는 가운데, 무대 뒤로 숨어 버린 주체가 있다. 그것은 전세제도가 왕성한 활약을 펼치던 그 시기에 자본주의 발전을 채근하느라 여념이 없던 '국가'다.

발전자본주의를 진두지휘하던 한국의 국가기구는 대도시 주택 공급이라는 성가신 난제를 전세제도를 통해 각 개인과 가구에 떠안긴 덕분에 다른 곳에 더 많은 자원과 역량을 쏟아 부을 수 있었다. 토지와 주거를 둘러싼 공공성(공개념)은 애당초 국가의 당연한 기능이라는 헌법상의 약속은 사문화됐고, 공공임대주택은 단지 특수한 집단만을 위해 최소한으로 공급하면 되는 물건으로 굳어졌다. 뒤늦게 전세보증금대출제도를 통해 공공이 전세제도에 개입했지만, 이는 전세 임대인의 투자(투기)를 도움으로써 임차인의 주거권을 실현한다는 전세제도의 모순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만 낳았다.

이런 양상은 비단 주거 영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모든 영역에서 한국 자본주의가 마침내 도달한 최종 지점이기도 하다. 국가는 끝없는 성장만이 답이라 부르짖으면서, 시민의 권리들을 보장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을 방기한다. 시민들은 온갖 부조리한 계약 관계를 통해 자기 권리를 알아서 챙겨야 하며, 오랫동안 이에 익숙해진 탓에 다른 대안이 있다는, 혹은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낯설어 한다. 이런 국가와 시민 개인 사이에는 사실상 사회라는 매개 영역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사회'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각자도생의 싸움터일 뿐이다.

<어쩌면, 사회 주택>이 '사회'주택의 의미를 해명하고 설득하기 위해 그토록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는 '사회'를 실감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애써 '사회'주택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주택을 만들고, 주택이 사회를 만든다

그러나 책을 끝까지 읽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저자의 도저한 낙관주의에 가슴을 열게 된다. "에필로그"는 다음 같은, 단순하지만 인상적인 문구로 시작한다. "사회가 주택을 만들고, 주택이 사회를 만든다." '사회'를 실감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사회'주택을 설파하는 게 난제이기는 해도, 돌려 생각해보면 이런 동료시민들 사이에서 '사회'를 복구할 길은 다름 아닌 '사회'주택 같은 실험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뿐이다. 사회주택을 짓고 나누고 가꾸는 과정에서 한국인은 개인이 아니라 결사체의 일원으로 국가나 시장과 관계 맺을 수 있음을 경험하고, 참여와 숙의, 협상과 합의라는 낯선 과정에 좀 더 익숙해질 것이다. 한 마디로, '사회'를 실감하기 시작할 것이다.

 

<어쩌면, 사회주택>은 이런 과제를 단지 당위로만 제시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크나큰 위기, 즉 기후급변과 고령화나 감염병 빈발에 따른 돌봄위기에서, 사회주택에 대한 관심과 필요, 의지와 행동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기회와 가능성을 본다. 좁은 의미의 주거 문제, 아니 '부동산' 문제에만 시야를 좁히고 기존 가격과 물량의 숫자들 속에서만 헤맨다면, 이런 기회와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 시야를 주거 영역을 넘어 더 넓혀야만 비로소 주거 영역에 필요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사회주택>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손에 들고 상쾌하게 완독할 수 있을 그 분량과 문장, 접근법의 미덕에 어울리지 않게, 어쩌면 상당히 무거운 답을 숨겨놓은 책일지 모르겠다. "사회 같은 것은 없다"던 마거릿 대처의 저 유명한 말에 대한 자신감 넘치는 답 말이다. 이 책을 읽은 이들에게 떠오를 그 답은, "그렇다면 사회는 '발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전에 익숙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집을 지으며 사회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마치 사회를 다시 세우는 것처럼 집을 짓고, 그렇게 집을 짓듯이 사회를 다시 세워야 한다.

▲ <어쩌면, 사회주택>(최경호 지음)ⓒ자음과모음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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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또 틀렸다... 제발 공부 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5/28 10:31
  • 수정일
    2024/05/28 10:3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대통령을 위한 반도체 특별과외] "반도체가 곧 민생"이라는 대통령, 내수진작 힘 쏟으라는 정부 보고서

 

24.05.28 07:07최종 업데이트 24.05.2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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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 참석해 회의 자료를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3일 대통령님이 주재한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 관련 보도자료를 봤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그날 회의의 주제였고, "정부가 금융, 인프라, 연구개발(R&D)은 물론 중소·중견기업 지원까지 아우르는 26조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라는 게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전체 26조 원 중에서 "17조 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반도체 업체에 저리로 대출해 주겠다는 거고, "1조 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은 기존 3000억 원 규모로 운영되던 걸 규모를 키운 겁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도로·용수·전력 인프라 지원에 2조 5000억 원을, 연구개발(R&D)과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기존 3조 원에서 5조 원으로 금액을 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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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관련 투자의 증가세와, 전체 설비투자 중 반도체 관련 투자 비중. 반도체 관련 투자 비중이 매년 크게 늘고 있습니다. ⓒ KDI

 

여기에 "올해 일몰되는 투자세액공제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투자에 차질이 없도록 연장할 방침"이라고도 했습니다. 올해 말로 예정된 일몰을 연장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건 아시죠? 이런 경우엔 '투자세액공제도 연장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히 상의할 방침'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더 나을 뻔했습니다.

 

대통령님은 "반도체 투자세액공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약자 복지 비용을 빼앗아 대기업을 지원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전혀 아니다"라며 "세제지원으로 기업 투자가 확대되고 수익이 늘어나면 국민은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누리게 되어 민생이 살아나고 세수도 증가하기 때문에 '반도체가 곧 민생'"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말을 받아서 많은 언론이 "반도체가 곧 민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반도체가 곧 민생"이라는 말, 개인적으로 전 반도체 생활 30년 만에 처음 듣는 이야깁니다. 대통령님의 말대로 반도체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고 금융지원을 해주면 국민이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누리게 되어 민생이 살아나"게 될까요?

 

반도체가 고용과 여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

 

2023년 전체 반도체 수출액은 1310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0.7%를 차지했습니다. 2021년 25%에서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부동의 수출 1위 산업인 건 분명합니다. 전체 설비투자 중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 비중은 2021년 기준으로 24.1%입니다.

 

산업부가 집계한 2024년 국내 10대 제조업 설비투자 목표를 봐도 전체 110조 6000억 원 중에 반도체가 60조 4000억 원으로 55%를 차지합니다. 자동차와 디스플레이는 각각 16조 6000억 원과 10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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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당시 일자리 확대를 위해 참조했던 '산업별 취업유발계수". 산업별로 스무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 행정안전부

 

이렇게 다른 산업에 비해 규모가 크고 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니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까요? 확인해 보죠. 취업유발 계수라는 게 있습니다. 특정 산업 부문에 10억 원을 새로 투자할 경우 해당 산업을 포함해 모든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의 수인데, 산업별로 많이 다릅니다.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에 설치했던 일자리 상황판에는 '산업별 취업유발계수'가 상위 10개, 하위 10개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일자리 확대를 위해 어떤 산업에 주목해야 할 지표로 만들어 놨던 거죠.

 

2019년 기준으로 음식점·숙박서비스, 도소매·상품중개서비스, 교육서비스 등이 상위 10개 산업 안에 들어 있습니다. 하위 10개 산업에는 부동산서비스 등과 함께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전기장비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취업유발계수가 가장 높은 농수산식품은 26.1명, 가장 낮은 석탄·석유제품은 1.3명으로 스무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그럼 반도체 산업만 따로 떼어 놓으면 얼마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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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산업의 부가가치유발계수(좌)와 취업유발계수(우) 여타 산업에 대한 부가가치 유발은 미미하고, 취업유발은 극히 낮습니다. ⓒ KDI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작년에 내놓은 "최근 반도체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이라는 보고서에는 반도체가 고용이나 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에 대해 조사해 놓은 게 있습니다. 여기에 반도체산업의 취업유발계수가 나옵니다. 본문을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자본집약적인 반도체산업은 취업유발계수가 2.1로서 전 산업(10.1)의 1/5, 전체 제조업(6.2)의 1/3에 불과함."

 

반도체산업의 수요 변화가 여타 산업의 부가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반도체 수요로 여타 산업에서 유발되는 부가가치는 0.67의 13.1%인 0.09로서, 자동차 0.49(69.2%), 선박 0.45(68.4%)에 비해 크게 낮은 바, 반도체 수요가 여타 산업으로 파급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음."

 

보고서는 "반도체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겠으나, 여타 산업이나 고용에 미치는 파급은 비교적 작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요약해 놓았습니다. 반도체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서 민생이 살아날 거란 대통령님의 논리와 정반대의 분석입니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의 수는 18만 명 수준으로 전체 취업자 2800만 명의 1%도 채 안 되고, 300대 대기업 취업자 300만 명의 6% 수준입니다.

 

2023년 6월 말 기준 주요 대기업 직원 수를 기업별로 나열해 보면 삼성전자가 12만 4070명으로 가장 많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 가전과 통신 사업도 함께 하는 걸 감안해야 합니다. 그 뒤로는 현대차(7만 1520명), 기아차(3만 5438명), LG전자(3만 4198명) 순으로 인원이 많습니다.

 

반도체 사업만 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경우 3만 3217명으로 다섯 번째입니다. 반도체 팹 하나 짓는데 수십 조원씩 한다고는 하지만 투자액 대비 채용 인원이 적다는 게 여기서도 확인됩니다.

 

반도체가 곧 양질의 일자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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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팹에서 일하던 황유미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그동안 숨겨지고 몰랐던 수많은 사망 사건들이 드러났습니다. 사진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11주기 행사가 2018년 3월 6일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앞에서 열리는 모습. ⓒ 박정훈

 

그래도 우리나라 반도체 회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소부장 회사들이 많으니, 양질의 일자리는 맞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특별과외 첫 번째 기사에서 자세히 소개한 바와 같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은 유독물질을 많이 사용하는 아주 위험한 곳인 데다, 1년 365일 잠시도 운영을 멈출 수 없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힘든 일터입니다.

 

2019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10년간의 역학조사 이후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에 대한 건강 실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경우 백혈병에 걸릴 위험성은 1.55배 높았고, 이 중 웨이퍼 팹 안에서 반도체 칩을 직접 다루는 20~24살 여성 노동자의 경우는 2.74배로 더 높았습니다. 백혈병뿐만 아니라 위암이나 유방암 그리고 신장암 그리고 일부 희귀암도 발생 위험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도체 공장에서 유발된 질병은 보고서 안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씨 이야기는 영화로도 소개됐으니 대통령님도 이름 정도는 들어 봤을 겁니다. 오늘은 또 다른 황유미씨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지난 3월 22일,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7~10년 일했던 세 명의 반도체 여성노동자의 건강손상자녀에 대해 산재 인정을 통보했습니다. 엄마가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 바람에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겁니다.

 

세 명 모두 현장에서 반도체를 직접 만들던 작업자였습니다. 김혜주(이하 모두 가명)님은 임신 상태에서 열심히 현상액을 부었고, 김은숙님은 열심히 에폭시를 가열하였고, 김성화님은 손발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웨이퍼를 날랐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한 그들의 자녀는 신장이 없거나 대장이 움직이지 않는 등의 장애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이번 산재 승인은 반도체 공장 여성 노동자의 자녀가 앓는 선천성 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첫 사례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선천성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자녀를 두고 원인을 몰라 혼자 고민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월급이 많은 일자리가 아니라, 건강하게 일하고,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에 필요한 것

 

대통령님이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가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우리 반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들로 반도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면 동의는 하지 않더라도 틀렸다고 말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반도체가 곧 민생이기 때문에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명백히 틀린 말입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반도체가 곧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게 아닐 뿐더러, 거액을 투자한 만큼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도 못하고, 여타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도 적습니다. 13조 원의 예산으로 전국민에게 25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주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예산 부족과 물가 상승을 이유로 거부하면서, 대기업에 지원하겠다는 26조 원은 어떻게 그리 쉽게 마련이 되는지요?

 

끝으로 정부 연구기관의 보고서 하나를 더 보죠. 지난 5월 16일, KDI는 2024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내놓았습니다. KDI의 요약은 이렇습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 'KDI 경제전망, 2024 상반기' 요약 내용. 반도체 덕분에 수출과 투자는 늘어나지만, 민간소비와 취업자 수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내용입니다. ⓒ KDI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경기 회복세를 주도할 전망"이고, "경상수지는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교역조건(수입가격 대비 수출가격)도 개선되면서 흑자폭이 확대될 전망"이며, "설비투자는 2024년에 반도체경기 상승으로 2023년(0.5%)보다 높은 2.2% 증가"한다는 긍정적인 전망입니다.

 

하지만 "민간소비는 고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1.8%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며, "생산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내수 부진이 반영되며 취업자 수 증가폭은 2023년 33만 명에서 2024년 24만 명, 2025년 17만 명으로 점차 축소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함께 있습니다.

 

올해 수출과 투자가 증가하면서 경기는 회복될 테지만,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취업자 증가폭도 축소될 거라는 겁니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지금 정부가 한정된 예산 안에서 지원해야 할 부분은 반도체가 아니라 내수 진작이며, 내수 진작이 곧 민생입니다. 반도체는 다른 산업에 비해 내수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통령님이 대기업 세금 깎아 주기 위해 한 "반도체가 곧 민생"이라는 말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반도체 #26조지원금

프리미엄 대통령을 위한 반도체 특별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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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위태로운 이유



 

엔화 약세와 수입 의존도 증가

올해 1분기 -0.5% 성장...답 없는 내수 침체

초저금리 원인...불건전한 정부부채

저성장·저출산·고령화·국가부채 악순환...당분간 깨기 어려워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5.26.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일본과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디지털, 청정에너지 등 새로운 통상 의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력체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난데없이 "한국은 일본과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며 일본과 안보, 경제협력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2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윤 대통령은 양국 간 경제협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찬양으로 일색했다.

최근 일본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은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합리화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일본 기업들의 강력한 실적에 더해 일본 주식 시장이 강세를 보이며 일본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쏟아지는 추세다.

일본 대기업들도 33년 만에 최대 폭의 임금 인상을 발표하여 소비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신호들에도 불구, 일본 경제는 구조적인 위험에 직면해 있다.

엔화 약세, 내수 침체, 금리 인상 여력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경제 회복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와 수입 의존도 증가

일본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내수형 경제로, 에너지의 94%, 식료품의 63%를 수입에 의존하는 수준이다.

이런 조건에서 최근 엔화 가치의 급락은 일본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엔저로 수입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계의 실질 구매력 감소는 소비 위축으로 나타나고, 이는 내수 경제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지난 10일 일본 내무성 발표에 따르면 3월 실질 가계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감소함으로써 13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기업의 원가 부담이 증가하면서 경영 환경이 악화하는 것도 문제다.

수출 중심 대기업들은 호재를 누릴 수 있겠으나, 내수 중심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

이에 지난 9일 고바야시 켄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들의 비명이 들린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올해 1분기 -0.5% 성장...답 없는 내수 침체

내수 경제 침체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 전기 대비 성장률은 –0.5%로 집계됐다.

이미 작년 1, 2분기에 각각 1.2%, 1.0% 성장률을 기록한 일본은 3, 4분기에 –0.8%, 0.1% 수준으로 떨어지며 고전을 면치 못한 바 있다.

특히 올해 1분기 성장률 부진의 주요 원인은 민간 소비의 위축이다.

민간 소비는 일본 국내총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1분기 민간 소비는 전 분기보다 0.7% 감소해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긴 연속 감소 추세다.

 

초저금리 원인...불건전한 정부부채

무엇보다 엔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하여 시장에 풀린 엔화를 거둬들여야 하는데, 일본은 금리 인상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55%에 달해 재정지속성이 위태로운 상황이기 때문. 이는 대표적 고부채국 이탈리아의 1.8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일찍이 저출산·고령화의 풍파를 맞은 와중에 경제활성화를 위해 엔저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지 않으면, 그 여파는 정부부채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본중앙은행(BOJ)은 금리 인상 여력이 부족해 엔화 약세를 막기 어렵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조건에서 미국과의 금리 차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엔화를 팔아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저성장·저출산·고령화·국가부채 악순환...당분간 깨기 어려워

이 때문에 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어렵다는 지적이 인다.

내수 침체, 수입 의존도 증가, 금리 인상 여력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경제 회복을 저해하고 있다.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가 거대한 국가부채라는 악순환으로 연계되는 형국인 셈이다.

결국 일본 경제는 회복 전망 속에서도 구조적 문제들로 인해 실질적인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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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정상들, ‘2025~26년 한중일 문화교류의 해’ 지정

「3국 공동선언」엔 ‘비핵화’ 합의 없이 각자 입장 나열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4.05.27 14:33
  •  
  •  수정 2024.05.27 17:30
  •  
  •  댓글 0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공동 회견하는 한중일 정상들. [사진제공-대통령실]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공동 회견하는 한중일 정상들. [사진제공-대통령실]

“2025년과 2026년을 ‘한일중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하여 인적·문화적 교류를 더욱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3국 협력의 기반은 세 나라 국민들의 상호 이해와 신뢰”라며 이같이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2030년까지 연간 인적 교류 4천만 명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특히 미래세대 간 교류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알렸다.

윤 대통령은 “3국 협력이 3국 국민들의 민생에 보탬이 되어야 하며, 국민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 조성, △안전한 공급망 구축,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 공중보건 위기, 초국경범죄에도 협력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세 이웃나라가 인적 교류의 길을 재건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적 대화의 장을 마련하자”던 26일 중국 언론의 관측과 일치한다. 대통령실은 “3국 협력의 복원과 정상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북한·북핵·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3국 공동의 이익이자 책임임을 재확인하였다”고만 밝혔다. ‘비핵화’가 빠진 것이다.
   
2019년 12월 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향후 10년 3국 협력 비전」이 “한반도의 평화 및 안보, 번영 달성을 위해 노력하면서, (...) 당사국들의 우려의 포괄적인 해소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달성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고 명시한 것과 대조된다. 

2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사진제공-대통령실]
2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사진제공-대통령실]

이를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한일중 3국 공통의 핵심 이익인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북한이 오늘 예고한 소위 위성 발사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진하는데 유지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납치문제의 즉시 해결”과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에서 개최될 차기 정상회의를 향하여 3국 간 협력을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과제에 대응하는 형태로 발전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이날 정상들이 채택한 「3국 공동선언」에도 이견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하였다”면서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노력을 지속하기로 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각자 준비된 발언을 마친 3국 정상들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마지막 일정인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 행사장으로 향했다. ‘공동 기자회견’이라고 이름 붙이고 ‘공동 언론발표’를 진행한 셈이다. 

「제9차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공동선언」


1.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국 총리, 그리고 리창 중화인민공화국 총리는 제9차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2024년 5월 27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회동하였다.

2. 우리는 올해가 3국 협력 25주년이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2008년 이래 그간 8차례 개최된 3국 정상회의와 2011년 설립된 3국협력사무국(이하 TCS)이 3국 협력 제도화의 견고한 토대가 되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였다. 우리는 제8차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향후 10년 3국 협력 비전’을 이행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하였다. 우리는 3국 협력이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심화되어 3국 및 각국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고 역내 협력에 의미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였음을 평가하였다.

3. 우리는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 및 법치와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 질서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국가들이 국제법과 국가 간 협정상 약속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였다.

4. 우리는 제9차 3국 정상회의가 3국 협력을 재활성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였다. 일본과 중국은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일본 및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여 3국 협력의 복원을 위해 기울인 노력에 사의를 표명하였다.

5. 우리는 한국, 일본, 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큰 협력의 잠재력을 지닌, 항구적 역사와 무한한 미래를 공유하는 이웃 국가임을 인식하면서, 특히 다음 세 가지 3국 협력 발전의 방향에 견해를 같이하였다.

6. 첫째, 우리는 3국 정상회의와 장관급 회의의 정례적 개최를 통해 3국 협력의 제도화 노력을 경주하고, TCS의 역량 강화를 계속해서 촉진해 나갈 것이다.

7. 둘째, 우리는 3국 국민들의 지지가 3국 협력 심화의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3국 국민들이 3국 협력의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8. 이를 위해 우리는 ▴인적교류, ▴기후변화 대응 등을 통한 지속가능발전, ▴경제・통상, ▴보건・고령화, ▴과학기술・디지털 전환, ▴재난 구호・안전 등 국민 일상생활과 밀접한 6대 분야를 중심으로 상호 호혜적 협력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이행할 것이다. 우리는 특히, 미래세대 간 교류가 3국 협력의 장기적 토대를 굳건히 함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미래세대 간 교류 분야에서 협력의 유대관계 심화를 모색할 것이다.

9. 셋째, 우리는 3국 협력의 혜택이 다른 국가로 확장해 나가도록‘한일중+X 협력’을 촉진하여 3국이 다른 지역과 함께 번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10. 이러한 점에 유념하면서, 우리는 아래와 같이 결정하였다.

3국 협력 제도화

11. 우리는 제1차 3국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3국 동반자 관계를 위한 공동성명’에서 3국 정상회의의 정례 개최를 결정하였고, 제6차 3국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에서 이를 재확인하였던 점을 상기하면서, 3국 협력이 더욱 발전해 나가기 위해 3국 정상회의 및 3국 외교장관회의가 중단 없이 정례적으로 개최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다. 우리는 3국 협력의 제도화 촉진이 3국 간의 각 양자관계를 증진하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정과 번영을 촉진하며, 크고 작은 모든 국가들이 보편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세계를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재강조한다. 

12. 아울러, 우리는 교육・문화・관광·스포츠·통상·보건·농업 등 분야에서 고위급・장관급 회의와 같은 정부 간 협의체를 통해 3국 간 실질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3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3국 협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하였다.

3국 국민을 위한 3국 협력사업

13. (인적 교류) 우리는 상호 이해 및 신뢰 증진을 위하여 인적 교류를 재활성화해 나갈 필요성에 주목하면서, 각계각층의 인적교류, 특히 미래세대 간 교류를 촉진하여 친선과 우호관계를 증진하고, 이를 통해 미래 3국 협력의 기반을 강화해 나가는 길을 닦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견해를 같이한다. 또한, 우리는 2030년까지 문화, 관광, 교육 등의 분야에서 교류를 촉진하여 3국간 인적 교류를 4천만 명까지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14. 우리는 미래세대 간 교류 촉진에 있어 교육 분야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2011년 시작된 대학 간 교류 프로그램인 캠퍼스 아시아가 아세안 회원국 대학으로 협력범위를 확장하는 등 모범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평가한다. 우리는 그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학생 수가 1만 5천 명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2030년 말까지 참여 학생 수 3만 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이 사업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15. 우리는 3국의 청소년・청년 간 교류와 우호관계 증진이 3국 협력의 보다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한일중 어린이 동화교류대회, 주니어종합경기대회, 대학생 외교캠프, 청년 공무원 교류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류사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TCS가 청년 모의 정상회의, 청년 대사 프로그램, 청년 농업인 교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청년 간 교류사업을 실시하는 데 노력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한다. 

16. 우리는 문화가 3국 국민들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동아시아 문화도시, 한일중 예술제, 한일중 문화콘텐츠산업 포럼 등 이니셔티브를 통해 3국 국민들이 공감대를 증진하고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또한 2025-2026년을 3국 간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할 것이다.

17. 우리는 TCS가 3국의 저명한 인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한일중 비전 그룹을 출범시킨 것을 환영하면서, 동 그룹이 3국 프로세스를 더욱 개선시키기 위한 건설적인 작업과 제안을 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3국 협력 싱크탱크 네트워크가 3국 협력과의 관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리는 또한 공공외교가 3국 국민 간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우호 관계를 심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대해 의견을 같이한다.

18. (기후변화 대응 등을 통한 지속가능발전) 우리는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를 달성하고자 하는 약속과, 인류와 지구가 조화롭게 공존하며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구축하는 것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의 넷 제로와 탄소 중립, 녹색경제와 사회로 전환해 나가는 데에 있어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한다. 우리는 2023년 11월 개최된 제24차 3국 환경장관회의에서 공동합의문을 채택한 것을 환영하면서, 8대 우선 협력 분야에서 우리의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또한 2024년 5월에 개최된 제4차 3국 수자원장관회의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기후 탄력적 물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하여 3국 간 물 분야 협력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된 것을 환영한다. 

19. 우리는 결정적 10년 동안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파리협정의 온도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관련 노력을 지원할 것이며, 첫 전지구적 이행점검의 결과를 반영하여, 야심찬 차기 국가별 감축목표를 마련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깨끗하고 지속가능하며 저렴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지구적 노력에 기여할 것이다.

20. 우리는 동아시아 황사 저감과 관련하여 ‘한일중+X 협력’의 틀을 통해 몽골과 협력할 것이다. 우리는 미래세대를 위한 해양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해 해양 환경 보전에 대한 협력을 촉진할 것이다. 우리는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 마련을 위해 2024년 11월 한국 부산에서 개최될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의 작업이 완성되는 것을 목표로 함께 노력할 것이다. 

21. 해양생물자원의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에 있어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인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우리의 약속을 인식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수단을 통하여 IUU 어업을 예방, 억지하고 근절하기 위한 강력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다. 우리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신속하고 완전하게, 효과적으로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

22. (경제・통상) 우리는 경제통상 분야에서 3국 간 공동의 노력이 역내 및 세계 경제의 번영과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우리는 역내 발전 격차를 줄이고 공동의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3.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이고 비차별적이며 규칙에 기반한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 우리는 2024년까지 완전하고 원활하게 작동하는 분쟁해결제도 마련을 포함한 WTO의 모든 기능을 개혁하고 강화할 것을 약속한다. 우리는 투자원활화협정에 관한 공동선언 이니셔티브가 법적 체계 내 편입되도록 모든 WTO 회원국들의 지지를 요청하고, 또한 전자상거래에 관한 공동선언 이니셔티브에 관한 협상이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4. 우리는 3국 자유무역협정의 기초로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투명하고 원활하며 효과적인 이행 보장의 중요성을 확인하면서, 고유의 가치를 지닌, 자유롭고 공정하며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상호 호혜적인 FTA 실현을 목표로 하는 3국 FTA의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지속할 것이다. RCEP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지역 협력임을 재확인하면서, 우리는 RCEP 공동위원회가 신규회원의 RCEP 가입 절차 논의를 가속화할 것을 독려한다. 

25.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정하고 비차별적이며 투명하고 포용적이며 예측가능한 무역·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공평한 글로벌 경쟁 기회를 보장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또한 시장의 개방성을 유지하고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며 공급망 교란을 피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 우리는 수출통제 분야에서 소통을 지속할 필요성에 공감한다. 우리는 2024년에 개최되는 3국 기업가 포럼을 환영한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환황해경제기술교류회의를 포함한 협력 플랫폼을 발전시키고 지역 단위 협력을 계속 독려할 것이다. 

26. 우리는 역내 금융협력 증진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이루어진 진전을 환영하고, 특히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하에 적격 자유 교환성 통화를 가용통화로 하는 신속금융 프로그램 설립이 승인된 것을 환영한다. 또한, 우리는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 기구,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방안, 재해 위험 금융과 관련된 진전을 환영한다. 우리는 역내 금융 안전망으로서 CMIM의 실효성을 증진하기 위한 우리의 의지와 지원을 재확인하며,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더욱 견고한 재원 구조를 모색하고 3국은 물론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다양한 재원구조 방식들에 대해 적극 논의하도록 한다.

27. 우리는 한일중 3국과 아세안 회원국의 스타트업들을 위한 정보교류 심포지엄 개최 등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아세안+3 협력기금을 활용할 것이다. 우리는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관한 아세안+3 정상 성명 이행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28. 우리는 한국 특허청, 일본 특허청, 중국 국가지식산권국 간 제23차 3국 특허청장회의에서 3국이 신기술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한일중+X 지식재산 협력’을 추구하여 우리의 협력을 확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였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번 정상회담 계기에‘3국 지식재산 협력 10년 비전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였다. 

29. (보건·고령화) 우리는 신종・재발 감염병 대응 협력을 포함한 보건분야에서 3국 협력의 중요한 역할을 인식하면서, 이번 정상회의 계기 ‘미래 팬데믹 예방・대비 및 대응을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하였다. 우리는 2023년 12월에 개최된 제16차 3국 보건장관회의에서 합의한 바와 같이, 한일중 감염병 예방관리포럼 및 공동심포지엄 등을 통해 감염병을 포함한 보건비상사태 관리를 위한 3국의 질병통제담당 공공보건기관 간 협력을 증진하기로 한다. 

30. 아울러 우리는 3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다. 보편적 의료 보장의 실현·지속을 위하여 3국 정부 및 전문가 간 교류를 통해, 우리는 기술개발, 인력 교육, 의료 및 장기 요양 보호와 소득 보장 등에 관한 경험공유를 포함하여, 고령인구의 건강한 노년을 위한 정책 전문성을 공유하기로 한다.

31. (과학기술・디지털전환) 우리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과학기술 협력이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3국 과학기술장관회의 및 정보통신장관회의를 재개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32. 우리는 AI가 인류의 일상생활에 초래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신속히 대응해야 할 필요성과 AI 관련 상호 소통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우리는 한국정부가 2024년 5월 AI 서울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안전하고, 보안이 보장되며, 신뢰할 수 있고, 혁신적이며, 포용적이고, 책임 있는 AI를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정립에 기여하고 있는데 주목한다.

33. 우리는 연구 역량 및 산업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과학·혁신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 3국 연구자 간 학문적 교류 및 녹색·저탄소 사회 등 분야 공동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34. (재난구호・안전) 우리는 3국 재난관리 기관장회의와 대테러 협의회를 적절한 시기에 재개하여 3국 국민들을 위한 보다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재난 대응 및 피해경감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와 리더십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아세안 회원국과의 대화를 포함해 여성・평화・안보 의제 관련 3국 협력을 증진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사기, 마약 관련 범죄를 포함한 초국경범죄를 예방하고 단속하기 위하여 3국 경찰협력회의를 통해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지역 및 국제 평화와 번영 

35.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우리의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라는 것을 재확인하였다.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하였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노력을 지속하기로 한다.

36. 우리는 3국 협력이 아세안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발전해온 점을 인식하면서, 3국이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 등 아세안 프레임워크의 맥락에서 3국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에 동의한다. 우리는 또한 아세안 중심성과 단결성에 대한 우리의 강한 지지를 표명한다. 우리는 2024년 아세안 의장국인 라오인민민주공화국의 노력을 평가한다.

37. 우리는 3국이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책임 있는 중요한 국가로서, 202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 함께 활동 중인 만큼, 3국 협력 체제 내에서뿐만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다자 간 협력 체제에서도 긴밀히 소통할 것임을 재확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2025년 한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일본의 2025 오사카・간사이 세계박람회, 중국의 2025 제9차 하얼빈 동계아시아경기대회 개최를 지지한다.

38. 우리는 차기 일본 의장직 수임하 제10차 회의 개최를 기대한다. 

(비공식번역본, 자료제공-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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