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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내는 일본 재무장과 윤석열의 ‘아베 조문’

  • 기자명 안혜영 민주노총 통일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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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1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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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내는 일본 군국주의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기시다 일본 총리는 국방예산을 2배로 인상하고, “헌법 개정안을 가능한 한 빨리 발의해 국민투표로 연결하겠다”라고 밝혔다.

일본 헌법은 전범국의 책임을 물어 정규군 전력과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은 전쟁을 일으킬 수 없고, 다른 전쟁에 파병도 못 한다. ‘평화헌법’이라고 부르는 이 일본 헌법은 2차대전 종전 직후 미국이 직접 만들었다.

하지만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을 끊임없이 시도해 왔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의석을 훌쩍 넘기면서 일본 군국주의는 부활의 날개를 단 셈이다.

특히 금기시하던 개헌론을 촉발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모색했던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건은 일본 사회 우경화에 가속을 붙였다.

아베 피격 사건에 이은 참의원 선거 압승은 기시다 내각의 개헌론과 군비증강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력이 필요했던 미국의 신냉전 전략이 맞물리면서 일본 군국주의는 재무장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

전범국 재무장 돕는 미국

평화헌법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군사력 세계 5위의 군사 대국이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림팩훈련을 비롯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실시하는 거의 모든 군사훈련에 미국은 일본 자위대의 참가를 승인하고 있다.

최근 일본이 군국주의 부활을 서두르자, 미국의 지원도 빨라졌다.

지난달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은 “대중국견제를 위해 일본과 한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동맹에 편입하고 이를 인도-태평양지역으로 확대하겠다”라고 밝혀 신냉전을 위해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에스퍼 전 미 국방부 장관은 13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일본의 개입을 요청할 것”이라며 일본 자위대에 교전권을 부여할 뜻을 내비쳤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13일 강연에서 “미국은 일본과도 동맹 관계로, 한미일이 상호 운용성을 갖추도록 보장해야 한다”라며, “기회만 된다면 같이 훈련할 계기를 활용하고 통합하려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시사했다.

 

하지만 일본이 과거 침략과 전쟁범죄에 대해 사죄는커녕 인정조차 않는 조건에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지원하고, 개헌을 용인하는 미국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2차 세계대전의 연합군이었던 미국이 전범국 일본을 재무장시켜 전쟁 피해국인 중국을 포위하는 것은 역사의 정의에 반한다.

특히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종용하면서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받침대로 한국을 이용하는 현실은 참기 힘든 모욕이다.

아베 조문은 핑계

기시다 총리는 군국주의 야망을 부활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신냉전을 위해 일본 재무장을 돕겠지만, 윤석열 정부마저 이에 부화뇌동해서야 될 말인가.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을 주장해온 김태효를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임명한 윤석열 정부는 ‘아베 조문’을 계기로 ‘묻지 마 한일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재임 기간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왜곡을 일삼던 전직 일본 총리 조문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대사관을 찾은 것도 모자라 아직 일정도 나오지 않은 추도식에 국무총리가 이끄는 고위급 사절단 방문을 미리 결정해두었다.

일본에서도 국가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르는 장례식에 굳이 조문한 것도 그렇지만 외교부 장관이 조문하던 관례를 깨고 대통령이 직접 조문에 나선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의 이런 관례를 깬 극진한 조문 행각은 일본에 한국이 한일관계 개선에 지나치게 목을 매는 듯한 인상을 주어, 설사 과거 아베처럼 역사를 왜곡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도 한국 정부는 어차피 끌려올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본토에 일본의 포 한 발 떨어진 적 없는 미국이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본의 재무장을 지원할 수 있을지 몰라도, 35년을 일본에 강점당한 우리 민족은 일본의 과거사를 지난 일로 묻어둘 만큼 그 원한이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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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죽을지도' 어느 커리 식당 잔혹사

[이주민 르포 :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는 사람들] 과노동과 체불 임금, '멋진 신자유 세계'

22.07.15 20:40최종 업데이트 22.07.15 20:40

 

 

 

 

 

 

 

 

 

 

 

▲ D식당은 '한국인 아내와 네팔인 남편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으로 이루어진' 식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국경을 초월한 사랑에 오로지 부부 간의 사랑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창카와 라메시 모두 가족을 만나지 못한 지 3년이 넘었다. ⓒ 정윤영

 '일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정말 그랬다. 너무 힘들어서 내뱉는 말이 아니었다. 커리 전

문점 D식당의 네팔 출신 요리사 창카는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11까지 하루 14시간을 일한다. 휴게시간이나 식사 시간은 따로 없고 눈치 봐서 손님 적은 시간에 빨리 한 끼 때운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나 사장 친구들이 식당에 오는 날은 새벽 2~3시까지 일하기도 한다. 코로나 방역 지침으로 영업 제한이 있던 때를 제외하고는 퇴근 시간이랄 게 없었다.

출근해서 유니폼을 갈아입으면 일이 시작된다. 퇴근까지 14시간, 주방 노동은 해야 할 일이 끊이지 않는다. 먼저 화덕 숯에 불을 붙여 예열시켜놓고 밀가루를 반죽한다. 다른 요리사 한 명이 커리를 만드는 동안 창카는 난과 탄두리 등 화덕에 구울 재료들을 준비하고, 야채를 씻고 썰고 볶고 튀긴다.

 매일 다르지만 적게는 20인분, 많을 때는 80인분을 만든다. 엄청난 양을 요리사 1~2명이 모두 책임지기 때문에 주방은 늘 바쁘고 정신이 없다. 화덕에 팔을 데는 건 일상이고 서두르다 미끄러운 주방 바닥에 넘어지기 일쑤다.

D식당은 연중무휴. 요리사에겐 쉬는 날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식적으로 한 달에 두 번 휴일이 있지만, 다른 지점으로 출근할 때가 많다. 다른 요리사를 위해 휴일을 반납해야만 자신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휴일을 가질 수가 있다.

출근하지 않는 휴일은 무조건 빨래하는 날이다. 몇 벌 되지 않는 옷과 유니폼을 빨고 방 청소를 하면 하루가 끝난다. 숙소에는 세탁기가 없어 손으로 직접 빨래를 하기 때문에 더 오래 걸린다. 정말 쉬는 날 같다고 느끼는 순간은 네팔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는 몇십 분이 전부이다.

한국에 온 첫 일 년은 휴일이 하루도 없었다. '식당에 와서 밥 먹으라'는 사장의 호의가 시작이었다. 창카 역시 '갈 데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도 할 줄 모르니까' 식당에 가는 게 편했다. 휴일이어도 식당에 앉아있으면 일을 하게 됐다. 밥 먹으러 오라는 호의는 곧 '그냥 일하라'는 명령으로 바뀌어 '쉬게 해달라'는 호소도 거절당했다.

1년 365일 연중무휴는 창카의 책임이 되었고 코피가 나면 휴지로 콧구멍을 틀어막고 일했다. 일 년이 지나 휴일이 생겼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노동뿐인 날들의 연속이었다. 매일 14시간씩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잠자기 바빴다. 휴일엔 빨래와 대타 출근으로 보냈고 아주 가끔 숙소 동료들과 외식을 했다. 오로지 출근하기 위해 빨래를 하고 일하기 위해 잤다.

2010년, 창카가 일 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한 뒤 받은 첫 월급은 70만 원이었다. 당시 최저시급은 4110원. 주 40시간을 일하면 월급 85만 8990원을 받는다. 창카는 주 98시간을 일했다. 월급부터 노동시간, 한국에 올 때 약속한 내용과 모든 것이 너무 달랐다.

창카는 네팔에서 요리사로 일할 때 D식당 사장의 사촌 동생 R씨를 처음 만났다. 사장은 네팔 출신으로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전국에 커리 전문점 일곱 개 지점을 갖고 있다. 아내는 서울에 있는 한 개 지점의 매니저로 일하고 사장과 동생들이 네팔과 한국을 오가며 식당 운영과 인력관리를 책임진다.

R씨는 창카에게 한국행을 제안하며 월급 800달러(당시 평균 환율로 약 96만 원)라고, 하루에 8시간 일하고 주 1회 휴무에 일 년마다 월급을 올려준다고 했다. 가족들과 떨어져 한국으로 갈 만한 조건이었다. 비자를 포함한 비용 650만 원을 구하는 게 문제였는데 온 가족 친지, 아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해결했다. 650만 원을 R씨에게 지불하고 한국으로 일하러 올 수 있었다.

월급도 환불이 되나요?
 

▲ 사장과 매니저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업무 관련 대화를 나눴다. 사진은 매니저가 밀린 월급 4개월 치와 리턴머니를 정산해서 보낸 메모. ⓒ 최미숙 노무사


'지켜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처음 5개월 동안은 월급도 없었다. 은행 계좌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돈을 달라고 하면 '나중에 줄게, 나중에' 말뿐이었다. 사장의 '나중에'는 5개월 뒤였다. 96만 원이라던 월급도 70만 원으로 줄었고 그마저도 밀린 월급의 3개월 치만 받았다. 밀린 월급 가운데 나머지 두 달 치는 일 년 뒤에 나눠 받았다. 일 년마다 올려준다던 월급은 10년 동안 세 번 올랐다. R씨가 말한 월 800달러를 받는 데 10년이 걸렸다.

월급을 지급하는 방식도 수상했다. 석 달 치 밀린 월급을 준 뒤에 한 달 치 월급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사장이 다시 가져가는 식이었다. 이를테면 회사 이름으로 통장에 180만 원을 입금한 뒤, 월급 97만 원을 뺀 나머지를 현금으로 돌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럼 곧바로 은행으로 가서 현금 83만 원을 인출해 매니저에게 전해준다. 창카와 사장은 이 금액을 '리턴 머니(환불)'라고 했다.

리턴 머니에 대해 매니저 R은 '출입국에 낼 돈'이라고 했고, 사장은 '한국에 새로운 법이 생겼다'고 했다. 한 번은 750만 원이라는 큰 액수가 입금된 적이 있다.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고 놀란 아내가 한국으로 연락을 해왔다. 당연히 다시 돌려줄 돈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750만 원은 너무 큰 돈이라 이유를 묻자, R은 '비자가 잘 나오려면 계좌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월급을 제외한 670만 원을 가져오라고 덧붙였다.

돌려주지 않으면 '비자 연장 안 해준다', '네팔로 돌려보내겠다'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창카 계좌에서는 670만 원이 한 번에 인출되지 않아, 100만 원씩 일곱 번에 걸쳐 현금을 뽑아 돌려줬다. 그런 뒤 어떤 서류에 지문을 찍었는데, 다른 때와 달리 R이 창카의 양손을 잡고선 엄지에 인주를 묻혀 강압적으로 날인을 찍었다.

서류는 한국어라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무슨 서류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항상 같았다. '이거 안 하면 비자 연장 못 해.' '비자 연장'이라는 말 앞에서 창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사장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이루어주는 마법 같은 단어였다. 결국 양손에 묻은 인주가 서류에 찍히는 걸 보고만 있어야 했다.

창카는 웬만한 일은 다 괜찮았다. 일곱 명이 사는 숙소가 너무 좁다거나 손빨래를 해야 하는 불편함은 아무렇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서류에 서명을 하고 십 년 동안 가족들을 세 번밖에 만나지 못했어도 정말 괜찮았다.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참을만했다. 창카에게 괜찮지 않은 것은 단 하나. 일을 못 하게 되는 것뿐이다.

월급은 한 달 생활비 10만 원을 제외하고 모두 가족들에게 송금한다. 가족은 모두 여섯 명. 부모님과 동생, 아내와 자녀 둘이 한집에 산다. 창카가 다섯 달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어도, 일 년 동안 하루도 쉬지 못했어도, 화덕과 가스 불 앞에서 화기를 고스란히 맞으며 14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갚아야 할 650만 원이 있었고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장의 '나중에'만 믿고 버틴 시간은 10년이었다.

"사장이 월급 올려준다는 말만 믿었어요. 맨날 네팔 다녀와서 주겠다고 미루고 미루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또 미루니까 너무 괴로웠죠. 사장 말만 믿고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내가 너무 바보 같았어요. 이렇게 일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비자 때문이라며 서명받아 간 서류, 알고 보니 근로계약서

웬만한 건 다 괜찮다던 창카지만, 10년 넘게 일해도 월급이 100만 원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내내 괴로웠다. 다른 식당은 3년 차 요리사도 월 150만 원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괜찮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식당을 옮기고 싶었다.

E7비자는 사용주가 동의를 해야만 근무지 변경이 가능하므로 창카는 처음으로 사장에게 '직업 변경 동의서'를 부탁했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사장에게 창카는 월급이라도 올려달라고 했지만, 사장은 '네팔에 갔다 오면 올려주겠다'는 약속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 약속은 이미 세 번이나 어겼다. 월급을 100만 원 넘게 받을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고밖에 없었다.

2021년 8월, 같은 숙소에서 지내는 라메시와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갔다. 라메시는 한국에 온 지 9년 차로 역시나 월 97만 원을 받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처음으로 근로계약서를 볼 수 있었다. 계약서에 적힌 내용은 실제 일하는 조건과 전혀 달랐다. 계약서에는 근무 시간 10시간, 휴게 시간도 3시간이나 되었고 휴일은 매주 토요일, 월급은 150만 원으로 적혀 있었다. 게다가 매해 계약서에 서명한 적이 없었다. 직접 서명한 건 세 번뿐, 나머지는 자신의 필체가 아니었다.

매해 서명을 받아가는 사장에게 한 번은 무슨 내용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도 비자 때문이라고만 했다. 그 뒤론 서류를 다른 종이로 가리고 서명하도록 했는데, 그게 근로계약서인 줄 몰랐다. 거액 750만 원이 퇴직금이었다는 것도, 강제로 날인을 찍은 서류가 퇴직금 지급 영수증이었다는 것도 그때는 몰랐다.

서류 내용을 알고 서명한 적도 있다. 코로나 영업 제한이 있던 때 창카는 하루에 4시간만 근무한다는 서류에 서명한 게 생각난다며 통역을 부탁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가방을 열더니 10년 동안 사용한 통장과 근무일이 적힌 노트, 사장과 주고받은 메시지 사본 등 온갖 서류를 꺼내 보여주었다.

"2시까지만 근무했다고 서명을 했는데 사실과 달라요. 코로나 때문에 (서명)해야 된다고, 사장이 하라 그러면 해야지 어떻게 안 하겠어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원래 이렇다고 하니까 그냥 그러려니 했어요. 그래서 코로나 때 고향도 못 가고 혼자 일했는데 월급을 또 안 올려주니까 화가 났어요. 전에는 그냥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제가 늦게까지 일한 증거도 다 있고 문자 기록도 남아있어요. 계약서대로 해야죠."

근로계약서 허위 작성과 최저임금법 위반, 체불 임금까지 D식당이 문제가 많다는 걸 창카는 노무사를 통해 알게 됐다. 노무사 최미숙씨를 동료 요리사에게 소개받았다. 동료 역시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고, 꽤 여러 명이 노무사를 통해 체불 임금을 받았다고 했다.

창카와 라메시가 노동부에 신고한 걸 안 사장은 '좋게 대화를 나누자'고 했다. 쉬는 시간도 주고 주 1회 휴무도 지켰다. 저녁 9시면 칼같이 퇴근시키고 세탁기도 사줬다. 늘 화를 내던 태도도 달라졌다. 그러나 돈에 있어서는 단호했다.

밀린 월급과 퇴직금을 달라고 하자 '너한테 이렇게 큰돈은 줄 수 없다'고 말을 잘랐다. 그러고는 새로운 총괄 매니저라며 L을 데려왔다. L은 커리 전문점 K식당의 사장이었고, 그 역시 임금 체불로 노동부 조사를 받는 중이었다. L은 신고를 철회하라며 비자 안 해준다고 협박하고 두 사람에게 숙식 비용으로 2억 7천만 원을 청구했다.

두 사람은 신고 뒤 일을 그만두었고 체류비자는 G1으로 곧바로 바뀌었다. G1은 기타 비자로 취업을 할 수 없고 체류 기간도 짧아 올 11월에 만료된다. 두 사람이 체불 임금을 받기를 바라며 매일같이 노무사 사무실과 노동부를 들락거린 지 벌써 6개월째, 가족들에게 돈을 부치지 못한 지도 반년이 넘었다. 가족들은 친척에게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두 사람 역시 동료들에게 돈을 빌려 하루하루 살고 있다. 한국에서 돈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하루가 너무 길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노무사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총괄 매니저 L씨였다. 창카와 라메시 때문에 전화했다며 만남을 요청했다. 노무사가 전화를 끊고 창카에게 퇴직금을 얼마 요구할지 묻자 9000만 원이라고 답했다. 창카, 함께 온 동료들과 통역사는 서로를 쳐다보며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게 가능할까 하는 표정들을 보고 노무사는 딱 잘라 큰돈이 아니라고, 10년 넘게 일했는데 더 받아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장이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매니저까지 데려왔지만 안 줄 도리가 없으니 전화를 한 것 아니겠냐는 노무사 말에 창카는 이제 돈을 받을 수 있냐고 되물었다. 받기는 하겠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얘기하자 두 사람은 그래도 전화가 와서 너무 좋다며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정말 운이 좋으면 체불 임금과 퇴직금을 받고도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에서도 계속 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두 사람은 생각한다. 돈을 받고 어떻게든 일할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체불 임금 요구했다가 체류 불법 됐다

인도에서 온 라제쉬(가명)는 이태원에 있는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 일 년 전만 해도 대학가 C식당에서 일하던 요리사였다. 그랬던 그가 '희망이 너무 없는 삶'을 살게 된 과정은 창카, 라메시와 너무나도 비슷했다. 월급을 떼이고 알 수 없는 서류에 서명을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라제쉬는 6년간 일한 식당 사장의 신고로 미등록 체류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작년 4월, 느닷없이 사장이 라제쉬의 숙소로 찾아와 출입국관리사무소로 그를 데려갔다. 사장은 서명 하나를 받더니, 올해는 비자가 연장되지 않았다며 인도로 돌아가라고 비행기 표를 내밀었다. 라제쉬는 한 달 전에 했어야 할 비자 갱신을 사장이 하지 않았고, 비자 만료 직전에 자신을 강제 출국시키려 했다는 걸 알았다. 이런 일이 자신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도, 밀린 월급과 퇴직금을 주지 않는 사장만의 사업비결이라는 것도 알았다.

절대 갈 수 없다고 못을 박고 숙소로 돌아왔지만, 일을 계속 할 수는 없었다. 계속되는 '감시와 협박'에 라제쉬는 숙소에서 뛰쳐나왔다. 그때 라제쉬가 만난 사람도 최미숙 노무사였다. 노무사 사무실에서 체불 임금 진정서를 접수하고 두어 시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사무실로 경찰이 들이닥쳤다. '불법 체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왔다며, 경찰들은 라제쉬의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라제쉬는 그 자리에서 곧장 외국인보호소로 구금되었다.

졸지에 미등록 체류자가 되어 보호소에서 보낸 시간은 아홉 달이었다. 보호소에서 어떻게 보냈는지 얘기해줄 수 있냐고 묻자, 라제쉬는 '감옥에 간 걸 말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라제쉬가 있던 화성보호소는 새우꺾기 고문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새우꺾기 고문은 없었지만 감옥이었다는 라제쉬 말에 다른 말을 보탤 수가 없었다.

"나는 죄를 짓지도 않았고 실수한 것도 없는데 왜 감옥에 들어가야 돼요? 너무 슬펐어요. 나는 여기에 일하러 왔는데 월급도 빼앗기고 자유도 빼앗겼어요. 일할 수 있는 기회도 다 빼앗겼어요. 일 년 넘게 가족들한테 돈을 못 보내주고 있는데 어떻게 지내는지도 잘 몰라서 너무 답답하고 괴로워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라제쉬 구금과는 별개로 노동부에서 진정 조사가 시작됐다. 첫 번째 출석 요구일에는 노무사가 대신 출석해 체불액 1억 4천여 만원을 산정했는데, 라제쉬 구금으로 근거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다 사장 김씨는 '임금 미지급액 없다.', '퇴직금만 일부 덜 줬다'라며 체불을 부인했다.

체불은 없다던 김씨는 노동부 출석 이후 화성보호소에 구금돼있는 라제쉬를 찾아갔다. 자신의 신고로 구금된 라제쉬를 앞에 두고 그는 '내가 돈 안 주면 넌 못 받아'라고 협박했다가 '나 돈 없어, 못 줘'라고 하더니 마지막에는 '1년 6개월 치 월급을 줄테니 합의하자'라며 회유의 말을 했다. 합의금으로 제시한 1년 6개월 치 월급은 2600만 원, 노무사가 정산한 체불액 5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 '돈 벌 목표 하나로' 한국에 왔지만 라제쉬는 1년 반 넘게 일을 못하고 있다. 가족들만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괴롭다고 했다. 보호 일시해제 결정서에 찍힌 '취업불가' 네 글자가 너무 크다. ⓒ 최미숙 노무사

 

진정 조사를 이유로 노무사는 라제쉬의 보호 일시해제를 신청했고, 6개월 만에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구금된 지 9개월 만에 보호소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해제 기간은 3개월, 보증금은 300만 원이었다. 그는 얼마가 될지 모르는 체불 임금과 퇴직금을 받기 위해 해제 기간을 연장해 가며, 빚을 져가며 진정 조사를 받고 있다.

라제쉬의 목표는 창카와 마찬가지로 '밀린 돈도 다 받고 취업비자도 받아 계속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라제쉬는 구직 비자를 받지 못할 것이다. 다시는 한국에서 일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른 요리사들은 체불액을 덜 받더라도 다시 취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힘들지만 조금 기다려도 보람있다고 얘기하는 이유다.

라제쉬는 얼마가 됐든 퇴직금을 받는 즉시 한국을 떠나야만 한다. 노무사 말대로 '최대한 많이 받아서 출국하는 방법밖에 없다.' 라제쉬는 강제퇴거 당한 미등록 체류자이기 때문이다.

라제쉬는 한국에 처음 오려고 짐을 쌀 때, 특별히 필요한 게 있을까 싶었다고 했다. 굳이 걱정되는 게 있었다면 고기를 먹지 않는 그가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한국에 올 때 그는 가방 안에 렌틸콩과 쿠키를 가득 채워 왔다고 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산 지 6년째, 색이 바랜 커다란 그의 백팩은 창카의 것과 아주 비슷했다. 두툼한 서류뭉치와 다 쓴 통장, 근무일지가 빼곡하게 적힌 다이어리가 들어있는 것마저도 똑같았다. 한국행을 준비하며 가방에 쿠키를 넣던 라제쉬는 자신이 불법 체류로 구금될 수도 있다는 걸 짐작이나 해봤을까? 생계 부양의 꿈과 희망이 자기 두 손에 수갑을 채우고 자기 삶을 통째로 구속할 수도 있다는 걸 상상이나 해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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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 민족위 상임운영대표 “전쟁 가능성이 제일 우려돼”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7/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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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0일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이하 민족위)가 결성됐다. 

 

민족위는 지난해 5월 ‘한미연합훈련 중단·남북관계 개선 민족추진위원회(이하 민추위)’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8월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6.15민족선언(이하 6.15민족선언)’을 진행해 국내외 183개 단체와 2,078명의 참가를 이끌어냈다.

 

민추위의 성과를 더욱 확대하면서 한반도의 자주, 민주, 평화통일 문제에 걸쳐 활동하기 위해 민추위를 민족위로 전환했다. 

 

본 조직 결성 후 민족위는 매주 화요행동과 대담 「민족위가 만나다」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2월에는 ‘전쟁광 윤석열 사퇴 촉구 1만 선언(이하 사퇴 촉구 선언)’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퇴 촉구 선언에는 1만 3,000여 명의 국민이 참여하는 성과를 냈다. 

 

이외에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투쟁, 한미정상회담 반대 투쟁 등 다양한 실천을 거리와 온라인에서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백자 민족위 상임운영대표와 현 정세와 민족위 활동에 관해 대담을 나눴다.

 

▲ 백자 민족위 상임운영대표.  ©김영란 기자

 

전쟁 가능성 매우 우려돼

 

[기자] 안녕하세요.

 

[백자] 안녕하세요. 민족위 상임운영대표 백자입니다. 

 

[기자] 민족위는 지난해부터 6.15민족선언, 민족자주농성, 사퇴 촉구 선언,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 매일 행동 등 많은 활동을 했는데요, 7~8월 가장 중점적인 사업은 무엇인가요?

 

[백자] 7~8월 가장 중점적인 활동은 ‘7.27 평화선언’입니다. 7월 27일은 한국전쟁을 일단 정지하자고 선언한 날이잖아요. 전쟁을 끝낸 것이 아니죠. 그래서 많은 분이 전쟁을 끝내자는 의미로 종전선언을 이야기하죠. 문재인 정권도 종전선언을 추진했지만, 미국이 허락하지 않았죠.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계속되길 바라잖아요. 민족위는 한반도에 조성된 엄중한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평화를 실현하자는 취지로 ‘7.27 평화선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8월에는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 활동도 할 계획이고요.

 

[기자] 평화선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백자]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을 추종해 전쟁 행보를 걷고 있고, 미국의 전쟁 돌격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것이 한미정상회담과 최근에 있었던 나토 정상회의 참가로 확인됐죠. 평화선언은 ‘한미연합훈련 완전 중단’, ‘한미일 삼각동맹 반대’, ‘전쟁광 윤석열 반대’ 등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어요. 오는 27일까지 100개 단체, 1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름차네요. 평화선언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매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행동과 주말 거리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선전물로 현 정세의 엄중성을 알리고 있죠. 

 

▲ 7.27 평화선언 선전물.  [사진제공-민족위]     

 

[기자] 현 정세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백자] 제일 우려하는 것은 전쟁 가능성입니다. 먼저 미국의 상황을 짚어보죠. 미국의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트럼프와 바이든이라고 생각해요. 트럼프는 미치광이이고 바이든은 치매설까지 있잖아요. 정치, 경제, 군사, 문화, 외교 등 전반적으로 미국이 미친 짓을 하거나 아니면 그냥 늙어버린 모습이죠. 미국은 ‘늙고 미친 제국주의’라고 생각해요. 단적으로 정치가 굉장히 불안하죠. 지난해 의사당 난입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리고 경제는 사실상 침체 상태죠. 물가 상승률도 엄청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제국주의 특성상 전쟁의 유혹에 빠져들 수 있다고 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뻔히 지고 있는데도 계속 전쟁 무기를 주고 있죠. 미국이 피해를 보는데도 전쟁을 멈추지 않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또 중국을 압박하려고 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계속 군사훈련을 하죠. 미국의 이런 행보가 대단히 위험하다, 미국의 행보가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매우 높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와 대만의 전쟁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이어 백 상임운영대표는 중남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백자] 중남미도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중남미에 지금 좌파 정권들이 수립되고 있어요. 그런데 미국은 중남미를 자기의 뒷마당이라고 여기잖아요. 칠레에서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됐을 때 미국은 칠레 대통령궁을 폭격했죠. 그 정도로 중남미에서 벌어지는 소위 말하는 좌파 물결에 대해서 미국은 노이로제에 걸려 있는데 지금은 눈길을 주기도 어려워요. 그만큼 미국의 처지가 궁색한 것이죠. 그런데 미국은 전쟁으로 자기의 힘을 자랑하고 싶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실제로 이길 수 있는 전쟁을 하려 할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지금 미국이 중국 또는 북한이랑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요? 미국이 북한과 중국이 아니라 자국이 보기에 만만한 중남미에서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고 봐요. 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대만, 한반도, 중남미 등 전체적으로 위험한 것이죠. 미국의 위기가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높인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크게 한 축이죠.

 

계속해 백 상임운영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가 한반도의 전쟁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자] 또 하나는 윤 대통령이에요.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북한 주적’, ‘선제 타격’을 말했죠. 그리고 최근에 ‘원점 타격’을 언급했고 나토 정상회의에 가서 미국의 반중, 반러 전선에 참여하면서 미국의 전쟁 돌격대로 자처했죠. 또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허용하려는 것도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굉장히 높이고 있다고 봅니다. 바이든과 윤 대통령의 행보를 봤을 때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쟁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핵전쟁일 텐데 우리 민족사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되기에 전쟁의 위험성과 근원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민족위는 7월 중점사업으로 1만 명이 참여하는 7.27평화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일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실천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일 실천에 나간 백자 민족위 상임운영대표와 회원들.  [사진제공-민족위]     


윤석열 정부에 들끓는 민심..“더 이상 못 참겠다”

 

[기자] 윤석열 정부가 취임 두 달을 맞고 있는데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정서는 어떻다고 보나요? 특히 ‘백자TV’를 통해 보는 민심은 어떤가요? (백자 상임운영대표는 유튜브 ‘백자TV’를 운영하면서 시국을 반영한 노래 등을 발표하며 국민과 소통하고 있다.)

 

[백자] 지금 민심이 대단히 들끓고 있어요.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지방선거 이후에는 국민 안에 패배감이 있었다고 봅니다. 이런 시기에는 유튜브 방송에 댓글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국민이 못 참겠다는 분위기예요. 이 분위기가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나잖아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정 평가가 50%를 넘었고 20대들 속에서는 60%를 넘었죠. 반면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30%대로 떨어졌죠. 이는 국민 여론이 굉장히 들끓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런 민심을 볼 수 있는 것이 유튜브 방송 댓글이죠. 

 

백 상임운영대표는 유튜브 댓글로 노래를 만들었다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백자] 댓글을 보고 노래를 만들기도 했어요. 대표적인 노래가 ‘선제 탄핵’이에요. 저는 ‘선제 탄핵’ 댓글을 보고 너무 놀랐어요. 윤 대통령의 ‘선제 타격’ 발언을 ‘선제 탄핵’으로 프레임을 바꿨잖아요. 진짜 우리 국민 대단하다, 이런 생각을 했죠. 최근에는 ‘지금 이명박 정권 NLL 시즌 2다’라는 댓글이 있었어요. 이것은 지금 서해 공무원 사건과 탈북민 북송 관련한 윤 정부의 행태를 비꼰 것이죠. 또 ‘김영삼 정권 시즌2, IMF 시즌2’라는 댓글도 있었어요. 경제가 너무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죠. 그리고 ‘박근혜 정권의 시즌 2’라는 댓글이 달렸죠. 국민은 지금 완전히 들끓고 있고 곧 결판이 나겠구나. 박근혜를 끌어내린 국민이기에 더 참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민족위의 포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백자] 민족위를 만들면서 여운형 선생님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여운형 선생님께서 1945년 해방되기 1년 전에 건국준비위원회를 만드셨잖아요. 이미 일본의 패망을 예견하신 거죠. ‘일본은 망한다, 우리는 독립된다’ 그러면서 건국준비위원회를 만드신 것 아닙니까. 민족위는 여운형 선생님의 정신을 이어받는 조직으로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미국은 망했다고 생각해요. 지금 미국이 한국에서나 막 거들먹거리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뺨 맞고 다니잖아요. 러시아, 중국, 북한에 뺨 맞고, 인도와 튀르키예(터키)에 배신당했죠. 그리고 윤 대통령이 국힘당의 대통령 후보로 된 것 자체가 적폐세력의 위기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죠. 정치에 뛰어든 지 얼마 안 되는 윤석열을 국힘당이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는 것은 적폐세력들의 대통령감이 없었다는 방증 아닐까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지지율이 30%대로 내려갔잖아요. 거의 레임덕 상태죠. 미국의 바이든도 지지율이 약 40% 정도죠. 이는 미국과 윤석열 정부의 미래는 없다는 의미 아닐까요. 

 

▲ 민족위 포부를 밝히고 있는 백 상임운영대표.  ©김영란 기자

 

이어 백 상임운영대표는 국민이 평화통일 시대를 같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자] 그런데 미국과 적폐세력은 아직 체제를 갖고 있어요. 유엔군 체제, 주한미군 체제, 국가보안법 체제, 분단 체제, 전쟁 체제를 다 갖고 있어요. 이들이 쥐고 있는 체제를 다 없애면 된다고 생각해요. 이것만 없애면 통일, 우리가 바라는 자주와 민주, 평화통일의 시대가 오는 것이죠, 이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이 시대를 같이 준비하고 떨쳐 나서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현재 민족위 회원이 320여 명인데 7~8월 활동으로 회원을 500명으로 만들어볼 결심입니다. 그리고 3,000명으로, 3만 명으로 회원을 늘려가면서 우리 회원들이 자주, 민주, 평화통일 운동을 시민운동으로 만들어야죠. 그러면 30만 명이 되지 않을까요? (웃음)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노래만 할 때는 잘 몰랐는데 민족위 활동하면서 해외동포들의 통일 의지가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았어요. 해외동포들도 민족위와 함께하면서 힘을 합쳐 미국의 몰락, 적폐의 몰락을 앞당겨 통일을 이룩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자주시보 독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백자] 1945년 8월 15일을 생각해보면, 8월 15일 전날에도 변절한 사람이 있고 일본의 앞잡이가 된 사람이 있죠. 제가 여순 감옥에 가보니까 8월 15일 날에도 사형이 집행된 분들이 있더군요. 그리고 8월 15일을 만들기 위해서 1년 전에 건국준비위원회를 만드셨던 여운형 선생님이 계시고 또 독립을 위해서 만주에서 싸운 항일독립운동가들도 있잖아요. 지금 우리에게 8월 15일은 언제일 것인가? 1년 뒤일까 아니면 하루 뒤일까, 아니면 3년 뒤일까 이런 생각을 해봐요. 결국 우리 국민이 얼마나 떨쳐 나서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우리가 떨쳐 나설 때 바로 내일이 될 수도 있고 다음 달이 될 수도 있죠. 그래서 많은 분이 민족위가 하는 평화선언에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선언한다고 물러나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물러납니다. 박근혜 보세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총으로 그들을 끌어내렸습니까? 칼로 끌어내렸습니까? 촛불로 끌어내렸잖아요. 촛불은 무시 못 할 힘이었죠. 선언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선언 참여자가 1만 명으로, 10만 명으로 모이면 여론을 만들 수 있고 끌어내릴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평화선언에 많이 참여해 주시고 민족위 회원으로 가입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자] 대담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백자] 고맙습니다. 

 

* 7.27평화 선언 참여하러 가기-> http://bit.ly/727평화선언

* 민족위 회원 가입하러 가기->  http://bit.ly/민족위원회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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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쓰레기 시멘트' 공장에 제공한 놀라운 특혜

[최병성 리포트] 중국 지방정부보다 못한 한국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 당장 개선해야

22.07.15 05:19최종 업데이트 22.07.15 05:19

 

  시멘트 공장에서 시멘트 분진을 뿜어내고 있다. ⓒ 최병성


시멘트 공장에서 시멘트 분진을 펑펑 쏟아내고 있다. 시멘트 공장들은 '굴뚝자동측정기'(Tele-Monitoring System, 이하 TMS)로 먼지 배출을 철저히 관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멘트 공장들은 위 사진처럼 TMS가 달려있지 않은 곳으로 분진을 수시로 뿜어내고 있고, 정부에 보고되는 TMS 측정 수치는 언제나 정상이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제1군 발암물질로 2013년 규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해에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70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동북아 (초)미세먼지 오염현황과 대책'에서 '한국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2010년 기준으로 1만 5천 명에 이르고, 1만 2천 명의 심장질환 입원, 4만 4천 명의 천식 발작이 미세먼지 때문에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미세먼지가 증가하면 각종 질병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환경부는 '미세먼지 도대체 뭘까'라는 책자에서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미세먼지(PM10)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하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률이 9% 증가한다. 미세먼지(PM2.5)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심질환의 사망률은 30~80% 증가한다. 미세먼지는 기도에 염증을 일으켜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폐 기능을 떨어뜨리고 천식 조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심한 경우에는 천식 발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멘트 공장은 국내 최대 대기오염 발생 업종

미세먼지(PM10) 발생원은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으로 구분된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의 주요 원인은 산업시설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이다.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이 대기 중의 오존과 암모니아 등과 결합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초미세먼지(PM2.5)가 만들어진다. 국민을 질병과 사망으로 몰아넣는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종 산업시설에서 뿜어내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부는 2020년 6월 10일 낸 보도자료 '환경부-시멘트업계, 초미세먼지 감축 위해 적극 나선다'에서 시멘트 공장은 초미세먼지 감축이 요구되는 대표업종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시멘트 공장은 '굴뚝 자동측정기기'가 부착된 전국 63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2019년도 대기오염물질 7종의 연간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업종별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발전업 6만 8324톤(35%) > 시멘트제조업 6만 2546톤(32%) > 제철제강업 3만 1434톤(16%) > 석유화학제품업 1만 9569톤(10%) 순으로 나타났다. 시멘트 제조업은 초미세먼지(PM 2.5) 주요 생성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업종으로, 적극적인 초미세먼지 감축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 시멘트 업계가 적극적인 초미세먼지 감축이 요구되는 대표 업종이라는 환경부 보도자료. 그런데 환경부는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을까? ⓒ 환경부

 
2021년 10월 12일 자 환경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시멘트 공장은 업종별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발전업에 이은 2위다. 그러나 환경부 통계를 자세히 보면, 2020년 질소산화물(NOx)은 1위 업종인 발전업보다 더 많다. 시멘트 제조업에 황산화물(SOx)과 일산화탄소(CO) 등이 빈 칸인 것은 이들 물질이 발생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엄청난 양이 발생하는데도 통계에서 제외하는 특혜를 줬기 때문이다. 이 모두를 더한다면 시멘트 공장이 대한민국 환경오염 배출 1위가 될 것이다.
 

▲ 시멘트 업종이 오염물질 배출 2위다. 측정하지 않는 일산화탄소 등을 포함한다면 대한민국 1위가 될 것이다. ⓒ 환경부

 
시멘트 업계가 대한민국 국민총생산(GDP)에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0.3%에 불과하다. 그렇다면시멘트 공장들이 대기오염물질 배출 2위인 이유는 무엇일까? 시멘트 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은 외국의 시멘트 공장들도 어쩔 수 없는 일인지, 아니면 환경부가 시멘트 공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닌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독일 시멘트 공장 기준만큼만 따라 해라

감사원은 '2016년 이전에는 폐기물과 수질오염이 중요한 환경문제였으나, 2017년 이후에는 대기질(미세먼지) 개선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할 환경문제로 대두되었다'며 2020년 9월 환경부의 미세먼지 관리대책 추진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시멘트 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가스 기준을 2018년 6월 28일 종전 330ppm에서 2019년 7월 1일 이후에야 270ppm으로 강화했다고 밝혔다.
 

▲ 환경부가 2019년에야 시멘트 공장 질소산화물 배출을 270ppm으로 개정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 감사원

 
시멘트 공장들은 독일은 시멘트 제조에 쓰레기를 많이 넣는다며 쓰레기 시멘트를 합리화해왔다. 그렇다면 독일의 시멘트 공장 질소산화물 배출가스 규정은 얼마일까?

환경부는 2020년 6월 10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 시멘트 소성로에 고효율 방지시설을 적극 설치하여 질소산화물에 국내 배출허용기준(270ppm) 보다 약 3.5배 강한 기준(약 77ppm)을 적용 중'이라고 강조했다.
 

▲ 독일 시멘트 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가스 기준은 77ppm이라고 강조한 환경부 보도자료. 독일 국토 면적과 인구와 시멘트 소비량을 한국과 비교해 표로 만들었다. ⓒ 환경부·최병성

 
지난 기사에 밝힌 바와 같이, 독일은 국토 면적이 크고 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이 한국의 약 1/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독일은 시멘트 공장의 엄격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규제를 통해 환경오염을 막고 안전한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다.(관련기사: 놀라지 마십시오, 쓰레기 시멘트 아파트의 실상 http://omn.kr/1zikh)

한국의 시멘트 공장들은 '외국도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든다'는 것만 따라 하면서 엄격한 배출가스 기준과 쓰레기 사용 기준과 시멘트 제품 안전 기준은 외면하고 있다.
 

▲ 독일 뮌헨 도시 전경이다. 대한민국처럼 고층아파트가 많지 않다. 쓰레기 시멘트가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비율이 적다. 그럼에도 시멘트 공장의 배출가스 기준이 엄격하다. ⓒ 홍석환

  
환경 후진국이라는 중국보다 못해

많은 이들이 '환경 후진국'이라 생각하는 중국 시멘트 공장의 질소산화물 규정은 어떨까? 중국 장쑤성(江苏省) 생태환경부가 발행한 시멘트 공장 배출가스 규제 기준 문건을 입수해 살펴봤다.

놀랍게도 중국 장쑤성 시멘트 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은 50㎎/㎥이었다. 50㎎/㎥는 한국 기준으로 24.3ppm이다. (* 50㎎/㎥를 ppm 단위로 환산하는 법= 50㎎/㎥ × 22.4㎥(ppm 농도의 기체 체적)/46mg(질소산화물 분자량)= 24.3ppm )
 

▲ 중국 장쑤성은 시멘트 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을 한국 기준 24.3ppm으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 중국 장쑤성

 
한국 시멘트 공장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 270ppm은 중국 장쑤성의 11배에 이를 만큼 심각한 환경오염 배출임을 의미한다. 질소산화물이 발암물질인 초미세먼지가 되어 국민이 병들어 가고 있는데 말이다.

다른 자료들도 찾아보았다. 2014~2019년까지 세계 최대 시멘트업체인 스위스의 라파지홀심(LafargeHolcim) 시멘트 공장 중국 책임자였고, 현재 세계시멘트협회(WCA) 대표인 이안 라일리는 2020년 1월 31일 <세계시멘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국 시멘트 공장들은 질소산화물의 강력한 규제로 환경을 개선해나가고 있다며 '기업이 이러한(낮은) 배출 제한을 준수할 수 없다면 공장들은 폐쇄되어야 한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중국 기준에 따르면, 270ppm인 한국 시멘트 공장들은 폐쇄해야 하는 오염시설이다.
 
중국의 시멘트 산업에 대한 국가적인 질소산화물(NOx) 배출 한도는 320㎎/㎥(156ppm)이다. 그러나 2016년 1월 베이징은 100㎎/㎥(48.7ppm)로 설정되었고 2017년 장쑤성, 허난성 및 다른 성은 이를 따랐다. 일부 도시와 지역에서는 50㎎/㎥(24.3ppm)만큼 낮은 NOx 배출기준을 구현했다. 기업이 이러한 배출 제한을 준수할 수 없다면 공장들은 폐쇄되어야 한다.
 

▲ 중국의 많은 시멘트 공장들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한국 기준 24,3ppm으로 지키고 있다. 중국 기준으로 하면 270ppm인 한국 시멘트 공장들은 폐쇄되어야 한다. ⓒ 세계시멘트

 
이안 라일리 대표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봤다. 중국의 많은 언론이 시멘트 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가스 기준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었다. 중국의 질소산화물 기준을 다시 한국의 ppm 단위로 환산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 중국 지방마다 중앙정부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시멘트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가스를 통제하여 미세먼지 발생을 저감하고 있다. 대한민국 환경부는 무얼하고 있는 것일까? ⓒ 중국 언론

 

▲ 중국 각 지방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한국의 ppm 단위로 환산했다. ⓒ 최병성

중국은 중앙정부가 제시한 기준보다 지방정부가 시멘트 공장의 배출가스를 더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환경부는 말로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세운다면서도 지금까지 시멘트 공장이 질소산화물을 펑펑 뿜어내도록 방치해왔고, 지자체는 환경부의 보잘것없는 기준조차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시멘트 공장은 질소산화물의 배출 농도만 낮은 게 아니다. 배출가스의 유해 성분도 한국 시멘트 공장보다 낮다. 한국의 시멘트 공장처럼 유해 폐기물로 시멘트를 만드는 공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 중국은 최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미세먼지 유발물질인 시멘트 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가스 기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강화했다. 중국 샤면시 전경. ⓒ 픽사베이

 
특히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동북아 (초)미세먼지 오염현황과 대책'에서 '단순히 농도만이 아니라,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성분에 따라 인체 위해의 정도가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초미세먼지 자체도 위험하지만, 초미세먼지의 구성 성분, 발생원 등에 따라 상대적인 독성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쓰레기 시멘트를 만들며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한국의 시멘트 공장들이 우려되는 이유다.

환경부의 시멘트 공장 특혜 왜?

시멘트 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저감 대책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대한민국 환경부와 시멘트 공장들이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 노력을 하지 않은 것뿐이다.

 이유는 딱 하나다. 환경부는 산적한 쓰레기를 시멘트 공장을 통해 손쉽게 해결해왔다. 그동안 '쓰레기 시멘트'를 폐기물 자원 재활용이라는 이름으로 속여 왔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도, 쓰레기 처리도 환경부 책임이다.

환경부는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시멘트 공장의 편의를 봐줘야 했다.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들처럼 시멘트 공장의 배출가스 기준을 강력하게 규제하면 시멘트 공장들이 쓰레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국민의 건강과 환경보다 눈앞에 쌓인 쓰레기 해결이 지상과제였던 것이다.

대한민국 산업시설의 배출가스 기준을 정하는 권한이 환경부에 있다. 그렇다면 환경부가 정한 국내 다른 산업시설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들은 얼마인지 살펴보자. 업종별 배출 기준을 비교하면 시멘트 공장들이 얼마나 큰 특혜를 누리며 환경오염물질을 뿜어내는지 알 수 있다.
 

▲ 대한민국 업종별 질소산화물 배출가스 기준. 시멘트공장처럼 특혜를 누리는 업종이 없다. ⓒ 최병성


산업통상자원부는 2016년 7월 6일 기후 변화와 미세먼지 대책으로 30년 이상 된 노후화력발전소를 10기나 폐기하기로 했다. 그만큼 미세먼지가 국민 안전과 환경에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나 시멘트 공장이나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큰 차이는 없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유독 시멘트 공장에 환경오염물질 배출 특혜를 주며 국민을 질병으로 몰아넣고, 환경오염을 조장하고 있다.
 

▲ 정부는 2016년 7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후 화력발전소 10기를 폐쇄하기로 했다. 그런데 같은 오염 시설인 시멘트 공장은 배출가스 기준이 완화된 특혜를 누리며 오염물질을 펑펑 뿜어내도록 방치하고 있다. ⓒ 산업자원통상부

  

▲ 화력발전소는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 1위 업종이다. 정부는 2006년 7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후된 화력발전소 10기를 폐쇄하기로 했다. ⓒ 최병성

 
경유차 소유 국민만 봉?

감사원은 '정부는 2005년 1월 미세먼지와 관련한 대책을 수립하기 시작하였고, 특히 미세먼지 문제가 국민적 관심이 된 2017년 이후에는 6개월마다 대책을 수립·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였다'라고 했다. 그런데 왜 환경부가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시작한 2005년부터 17년이 지난 2022년 현재까지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 2위 업종인 시멘트 공장에는 눈감아 왔는지 의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환경부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미세먼지 관리를 위해 총 5조 7509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그런데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며 경유차 소유자로부터 '환경개선 부담금'으로 징수한 돈이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총 7조 815억여 원에 이른다.
 

▲ 환경부가 미세먼지 대책에 사용한 예산보다 경유차 소유주로부터 징수한 돈이 1조 이상 더 많다고 밝힌 감사원 감사결과보고서. ⓒ 감사원

     
환경부가 같은 기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사용한 예산보다 경유차 환경개선부담으로 국민으로부터 징수한 돈이 무려 1조 3306억 원이 더 많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환경부의 이중적인 태도 덕에 시멘트 공장들은 대기오염물질을 마음껏 배출하며 특혜를 누려왔고, 국민들은 막대한 돈을 징수당해 온 것이다.

무책임한 시멘트 공장

시멘트 공장의 질소산화물 저감 시설에는 선택적비촉매환원법(SNCR)과 선택적촉매환원법(SCR)이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시멘트 공장들은 SNCR로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고 있다. 그러나 SNCR은 질소산화물 제거 효율이 40~60% 수준에 불과하다. 독일과 중국처럼 고효율인 SCR을 설치하면 90% 이상의 질소산화물 제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한민국 시멘트 공장들은 왜 SCR을 설치하지 않는 것일까? 설치비용과 운영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보고서에 소성로 1기의 SCR 설치비가 약 40억 원이라고 했다.

지난 2021년 10월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권영세 의원은 환경부가 '대기전환 시설지원사업으로 9개 시멘트 업체 13개 공장에 1104억 원을 저리로 빌려주었으나, 이 돈으로 SCR을 설치한 공장은 단 1곳도 없다'라고 밝혔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13개 시멘트 공장의 총 49개 소성로 중 현재 운영 중인 소성로는 37개다. 소성로 1기당 SCR 설치비 40억을 계산하면 총 1480억 원이다. 환경부가 저리로 지원해 준 1104억 원과 조금의 자부담만 있으면 충분히 설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돈만 받고 단 한 곳도 설치하지 않았다. SNCR보다 SCR 운영비가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그 이유를 SCR 설치비와 운영비보다 환경부의 과징금이 더 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설치비와 운영비보다 과징금이 훨씬 적어 SCR을 설치하지 않고 과징금을 낼 것이라는 감사원 보고서 ⓒ 감사원

 
대한민국 시멘트 공장들은 중국 시멘트 공장처럼 질소산화물 저감시설을 할 돈이 없을까? 아니다. 대한민국 시멘트 공장들은 쓰레기 시멘트를 만들며 쓰레기 처리비를 받아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다.

<한국경제TV>는 2021년 6월 10일 자 '이달부터 대대적 설비 보수…시멘트 공급 부족 장기화 되나'라는 기사에서 돈이 넉넉한 대한민국 시멘트 공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친환경설비에만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쌍용C&E는 올해 추가로 800억 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의 유연탄 대체비율을 작년 28%에서 올해 45%로 높일 계획이다. 한일시멘트 역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대체비율을 작년 35%에서 올해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더 많은 쓰레기 처리비를 벌기 위한 시설 확장에 쓸 돈은 많이 있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을 위해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시설 개선에 투자할 돈은 대한민국 시멘트 공장들에 없다.

협의체 꼼수 대신 개선안 시급

환경부는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연구개발(R&D) 사업으로 2011~2014년에 23억 원, 2020~2021년에 35억 원을 투자해 '시멘트 공정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선택적촉매환원법 및 선택적비촉매환원법 동시 적용 기술 실증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적용한 시멘트 공장은 단 하나도 없다.
 

▲ 2020년 6월, 협의체를 구성하여 2020년 말까지 질소산화물 저감 대책을 세운다는 환경부 보도자료 ⓒ 환경부

   
환경부는 지난 2020년 6월 10일, 시멘트 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을 저감한다며 협의체를 운영했다. 2020년 말까지 질소산화물 저감 목표와 방안을 마련하고, 사업장별 세부 투자계획까지 수립한다고 발표했다.

2021년 가을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권영세 의원과 노웅래 의원이 "1급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의 배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환경부의 잘못을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 7월 4일 시멘트 공장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을 위한 협의체를 운영한다고 또 발표했다. 
  

▲ 2022년7월, 환경부는 또 다시 협의체를 들고 나왔다. 그동안 무얼하고 이제와서 또 협의체 운영일까? ⓒ 환경부

   
환경부는 2020년 6월에 이어 2년 만인 2022년 7월에 또다시 시멘트 공장의 환경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들고나왔다. '시멘트 업계가 수긍하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한다니 재대로 된 개선책이 없는 시간 끌기가 될 게 뻔해 보인다.

그동안 환경부의 협의체 운영은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불리한 여론을 피해가기 위한 국민을 속이는 꼼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미 중국 장쑤성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시멘트 공장의 배출가스 기준을 한국의 270ppm보다 11배나 강한 24.3ppm으로 엄격히 지키고 있다. 국내 시멘트 공장은 쓰레기 시멘트로 엄청난 이득을 얻고 있다. 환경부가 엄격한 기준을 만들고 시멘트 공장은 그 기준에 따라 스스로 개선하면 된다.

환경부는 협의체를 핑계로 한 시멘트 공장의 환경오염 물질 배출 특혜를 멈추고 실질적인 개선책을 시급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시멘트 공장은 국내 최대 환경오염 시설입니다. 쓰레기 시멘트를 자원재활용으로 포장하여 국민을 속이고 있습니다. 국민을 기만하는 환경부의 잘못된 정책이 개선될 때까지 쓰레기 시멘트 기사는 계속 연재됩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나 시멘트 공장에 쓰레기를 반입하는 화물 운전자분들의 관련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cbs5012@naver.com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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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하청노동자 3명, 산업은행 앞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7/15 08:09
  • 수정일
    2022/07/15 08:0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파업 중단’ 정부 압박에 노조 “정부가 뒷짐 지고 대화 주문하는 느긋함 보일 때가 아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3명이 상경해 이곳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제공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파업 투쟁이 43일째, 하청노동자 7명의 목숨을 건 선박 내 농성이 23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하청노동자 3명이 상경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 앞에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3명이 상경해 이곳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조선 하청 노동의 저임금과 위험노동을 끊어버리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은 “하청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건 사치스러운 게 아니다. 지난 수년간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수만 명이 불황이란 이유로 공장에서 쫓겨났다. 그 과정에 임금 또한 계속 삭감돼왔다. 그래서 그동안 빼앗겼던 임금을 제자리로 돌려달라는 소박하고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또 하나는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요구”라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그런데 이런 요구를 하기 위해 거제에서 0.3평의 좁은 공간에서 농성을 하고, 오늘 세 명의 하청노동자가 곡기를 끊으면서 단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정말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가장 책임이 있고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이 노동자들의 요구에 화답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산업은행을 상대로 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산업은행을 실질적으로 움직일 윤석열 정부와 한판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3명이 상경해 이곳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 뒤로 산업은행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직원들과 경찰들이 보인다. ⓒ민중의소리

민주노총 양동규 부위원장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인수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사장 임명을 두고 ‘대우조선은 공기업이다, 알박기 말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실제 그렇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출자한 자회사다. 모자관계가 분명하다”며 “산업은행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 명의 하청노동자가 이 자리에서 목숨을 거는, 절박한 투쟁을 하는 데 대해서 산업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 윤석열 대통령실이 빨리 상황을 살피고 대책을 내려줄 내려줄 것을 호소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식농성자는 강봉재(용접), 계수정(도장), 최민(탑재취부) 조합원으로, 모두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던 하청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사측이 문제 해결에 나서기는커녕 노노갈등만 부추기고 있어, 더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려고 곡기까지 끊으며 투쟁 수위를 높이게 됐다고 밝혔다.

강봉재 조합원은 “0.3평의 철창에 우리 동지가 스스로 몸을 가두고 목숨을 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측이) 이에 답하지 않고 있기에 저희들이 조금 더 강도 높은 투쟁을 결심하고, 여기 산업은행 앞에 목숨을 걸고 (단식농성을 하며) 답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 조합원은 민중의소리와 만나 “(대우조선해양이) 원칙적으로 (노사간) 협상 테이블을 만들면 되는데, 앞에선 ‘협력업체 일이니 우리는 모른다’고 발뺌하고 뒤에선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엄한 짓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하청노동자들도 파업을 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을 응원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청업체가 노동자들에게 경찰 투입을 이끌기 위해 ‘불법파업 해결 촉구 서명지’를 돌리며 서명하라고 요구했는데도, 이에 아무도 서명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강 조합원은 “원하청 구성원 전부 다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바지사장’이고, 실제 책임이 있는 곳은 산업은행이라고 알고 있다. 산업은행에서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며 “이게 비단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만의 문제겠느냐. 원하청이 존재하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3명이 상경해 이곳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한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이 끝난 후 단식농성장을 만들고 있다. ⓒ민중의소리

한편 정부는 이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에게 파업을 중단할 것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조합원들께서는 조속히 대화의 장으로 복귀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조합원이 점거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교섭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위법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도크(건조 공간)에서 진수를 기다리는 선박을 점거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이는 원청근로자 8천명과 하청근로자 1만명에게 피해를 준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노동3권은 합법 테두리 안에서 행사되고 노사갈등은 당사자 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불법행위를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정부도 대화로 문제가 해결되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파업이 장기화하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며 하청노동자의 파업 중단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성명을 내고 “정부는 기계적 중립을 취하는 척하면서 핸들은 사측으로 확 꺾어버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하청노동자의 임금을 원청 대비 절반 수준으로는 회복해야 한다는 요구는 사측이 주장하는 상상 속의 손실액 중에 10분의 1만 있으면 해결하고도 남는다”며 “지금 대우조선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 그것은 파업 때문이 아니라 하청에 지급할 돈을 틀어막고 갈등을 부추기는 대우조선해양이 스스로 만들고 있는 피해다.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의 소유주인 산업은행과, 산업은행의 주인인 대한민국 정부가 눈덩이 피해를 만들고 키우는 주범”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금속노조는 정부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문한 데 대해 “지금 거제에서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정부는 훈수 두듯 뒷짐 지고 대화를 주문하는 느긋함을 보일 때가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금속노조는 이어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이 교섭을 보장하고 뒷받침하도록 강제하고, 하청사들이 ‘원청의 결정이 없어서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실질적 교섭을 만들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농성 풀 수 없다”며 “정부가 노조와 직접 교섭 통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0.3평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는 끝장 투쟁 중인 유최안 부지회장의 모습. ⓒ금속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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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언론노조 장악’ 권성동 발언에 “오만한 언론관”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2.07.15 07:37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 번째 헌재 간 사형제, 경향 “반드시 폐기해야” 한국 “폐지 고민할 때 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농성, 조선·국민 “불법 점거” 비난…경향 “대화로 풀어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KBS와 MBC 다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하는 방송 아닌가”라고 말해 논란이다. 여야가 국회 하반기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두고 힘겨루기하는 가운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이슈까지 얽혀있다. 해당 발언 관련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사설을 냈다. 

헌법재판소가 이날 사형제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사형제가 세 번째 헌재에 오른 것이다. 헌법소원 청구인 측은 “생명은 절대적 가치이므로 법적 평가를 통해 박탈할 수 없다”고 했고 법무부는 “응징과 보복적 정의와 범죄의 일반 예방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생명권 제한이 가능하다”고 했다. 몇몇 신문에선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을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 노조의 선박 점거 농성이 44일째를 맞았다. 이날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 농성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조선일보와 국민일보는 ‘불법 점거’를 강조하며 강경대응을 주문했고 경향신문은 “파업의 불법성만 강조하지 말고 대화로 문제를 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라”고 했다. 

▲ 15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 15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권성동 발언에 한겨레 “오만한 언론관”

권 원내대표는 “MBC도 민주노총 소속 사람들이 사장하고 지도부에 있는 것 아니냐” 등의 발언을 했고 MBC 기자 질문에 “민주노총 소속이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한겨레는 사설 “‘오만한 언론관’ 권성동 발언, 방송장악 속내 아닌가”에서 “발언 내용도 문제지만 말하는 품새도 여당 원내대표로는 너무 거칠고 오만하다”라며 “언론 보도가 노조나 특정 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보는 것 자체가 언론에 대한 얕은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노골적인 ‘노조 혐오’도 문제”라며 “지난 3월 대선 유세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언론노조를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앞세운 강성 노조 전위대의 ‘첨병 중 첨병’이라 비난하고 ‘먼저 뜯어고치겠다’고 했던 발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가 “사장 임명권이 대통령한테 있지만 사장 임명했다고 대다수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사장 말 듣겠느냐”는 발언에 대해 한겨레는 “이런 거침없는 발언에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던 정권의 집요한 공세와 대량 강제전배 및 해고, 그 결과 국민으로부터 공영방송 뉴스가 외면당하던 일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 15일자 한겨레 만평
▲ 15일자 한겨레 만평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산별노조인 언론노조엔 개별 조합원의 가입·탈퇴가 자율적이고 민영방송·보도채널·종합편성채널도 가입해 있다”며 “공영방송엔 이사회가 독립적인 보도감시기구도 설치돼 있다. 근거 없이 공영방송을 노조 손아귀에 있다고 한 여당 대표의 말은 명백한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해묵은 ‘방통위·과방위 쟁탈전’이 재연된 셈”이라며 KBS에서 2008년엔 정연주 사장을 배임으로 2017년엔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강규형 이사 법인 카드 유용 문제로 각각 해임됐다가 승소한 사건을 거론하며 “이번 과방위 대치도 방송 장악 우려를 둘러싼 여야 간 기싸움”이라고 지적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가 쟁점이다. 경향신문은 “궁극적인 답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라며 “KBS·EBS·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회 구성을 투명하게 하고, 사장 선임 정족수를 5분의3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언론계·시민사회의 요구는 10년이 넘었다”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언제까지 공영방송이 ‘정권 전리품’이 되는 구태와 논쟁을 반복할 건가”라며 “여야는 국회 원구성 후 공영방송 독립성을 높이는 제도화에 함께 나서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공영방송이 ‘전리품’이 되지 않으려면, 여야 나눠먹기식 추천 인사로 채우는 공영방송 이사회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한국, 사형제 폐지 주장 

헌재에서 이번에 다루는 사건은 존속살해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구형받은 A씨가 낸 헌법소원이다. A씨는 이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한국일보는 사설 “다시 헌재 심판대 오른 사형제, 폐지 고민할 때 됐다”에서 “사형은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해 사회에서 영구 격리하는 법정 최고 형벌”이라며 “사회적 다수의 찬성 문제가 남아 있긴 하나 우리 사회도 이제 사형제 폐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라고 했다.

이어 “이날 변론에서 서울대 고학수 교수는 사형 집행 전후 상세한 범죄 현황을 보여주는 시계열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반면 생명을 빼앗는 범죄응보의 부적절성 등 사형제 폐지 논거들에 힘이 실리는 건 세계적인 추세”라고 했다. 

▲ 15일 한국일보 사설
▲ 15일 한국일보 사설

 

헌법에는 사형제가 명시돼 있지 않고 형법과 군형법에서 비상계엄하 사형을 언급한 헌법 110조를 간접근거로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 1997년 12월 23명을 끝으로 현재 한국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사형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1996년 7대2, 2010년 5대4로 각각 합헌 결정이 있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미국 일본 등 84개국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106개국은 폐지했다. 이 신문은 “사형제 문제는 이성적 판단으로 다뤄야 하는 사안”이라며 “사형 존치의 명분은 좁아지는데도 법리보다 법 감정을 앞세우기는 어렵다”고 했다. 

▲ 15일자 경향신문 사회면 기사
▲ 15일자 경향신문 사회면 기사

 

경향신문도 사설 “세 번째 헌재 심판대 오른 사형제, 이번엔 반드시 폐지돼야”에서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대체형벌을 도입할 경우 사형제 폐지에 동의한다는 시민이 66.9%에 이르렀다”며 “정부도 2020년 75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고 전한 뒤 “국가의 임무는 피해자 가족을 대신한 보복에 있지 않고 유족을 재정적·심리적 지원함으로써 그들이 고통을 딛고 일어설 수 있게 하는데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사형제 폐지의 대안으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이 제시된다”며 “헌재는 이번에는 사형제가 위헌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국민일보 “불법”vs경향 “대화로 풀어야”

정부는 “농성은 원청근로자 8000명과 하청근로자 1만명에게 피해를 준다”며 “어렵게 회복 중인 조선업 대내외 신인도 저하로 국가경제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비조합원들 피해를 당연시하는 노동운동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선박 점거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했다. 

▲ 15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 15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조선일보는 정부가 농성을 ‘불법’으로 규정만 했을뿐 강경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설 “협력업체 노조가 세계 최대 조선소 마비시켜도 어쩔 수 없다니”에서 “(정부가) 불법 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법 질서를 바로잡아 달라는 회사 측 공권력 투입 요구에 대해선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다”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대우조선은 물론 협력업체 임직원들도 파업 중단, 정상 조업을 호소하는 거리 행사와 집회를 갖고 있지만 이 정도로 사태가 해결될 리 없다”며 “이미 민노총(민주노총)은 밖에서 파업지지 결의대회를 벌였고, 민변 등 40여 개 좌파 시민단체는 ‘희망버스’를 대우조선에 보내 파업지지 운동에 나서겠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번 사태는 문재인 정부가 업종별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인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는 바람에 협력업체 직원들의 근로 시간과 수입이 크게 줄어든 탓이 적지 않다”며 “이런 제도적 문제를 고치지 않고 국민 부담으로 운영되는 회사에서 돈만 내놓으라고 한다”라고 했다. 이어 “이런 막무가내 사태가 벌어져도 정부는 말로만 ‘노동개혁’”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도 사설 “대우조선 하청노조의 불법 점거 용인할 수 없다”에서 “이들의 불법 농성을 어서 멈춰야 하고 하청 노사 간의 협상 결과를 떠나 불법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며 “불법적인 행동을 불사하는 노동계의 고질적인 관행을 이제는 끝내야 할 때가 됐다”라고 했다.

▲ 15일자 경향신문 만평
▲ 15일자 경향신문 만평

 

 

반면 경향신문은 “임금 후려치기로 수익을 내는 경영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라며 “대우조선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해놓고도 이번 파업은 하청업체의 노사 문제라며 방관하고 있다”라고 원청 회사 측을 비판했다. “대우조선 지분 55.7%를 보유한 채권단 최대주주이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책임을 미루는 것”이라고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대우조선이 하청업체의 도급단가(기성금)를 올려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산은이 결단해야 한다”며 “정부도 파업의 불법성만 강조하지 말고 대화로 문제를 풀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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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반도, 지금은 평화를 위해 행동할 때"

각계 시민사회, '광복77주년 8.15자주평화통일대회 추진위' 발족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7.14 17:19
  •  
  •  수정 2022.07.14 17:26
  •  
  •  댓글 0
 
각계 91개 시민사회단체들이 14일 '광복 77주년 8.15자주평화통일대회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22년 광복 77주년을 뜨겁게 맞이하기 위한 '8.15자주평화통일대회'가 준비되고 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창복)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이종걸), 시민평화포럼을 비롯한 각계 91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4일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광복 77주년 8.15자주평화통일대회 추진위원회'(8.15추진위)를 발속했다.

8.15추진위는 전 세계적인 신냉전의 도래와 한반도 긴장과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오직 우리 자신의 힘만이 주권과 평화, 민생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며, "지금은 평화를 위해 행동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8.15자주평화통일대회는 오는 8월 13일 오후 3시 남대문, 서울역 인근에서 시작해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2.7km구간을 행진하는 8.15자주평화통일대행진과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14일 오전까지 대회 참가를 확정한 (사)겨레하나, 6.15남측위 각 지역본부, 민주노총, 한국노총, 범민련 남측본부, 한국진보연대, 한국YMCA전국연맹을 비롯한 91개 시민사회단체에서 1만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8.15추진위는 7월 23일부터 8월 10일까지 국내 시군구 70여곳과 세계 주요도시 30여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평화행동을 벌이고, 국내외 각계 단체 연명으로 국제평화선언을 작성해 8월 10일경 별도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과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8.15추진위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신냉전적인 대결이 본격화되고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가운데  남북, 북미대화는 모두 중단되었고 합의 이행의 가능성, 관계 개선의 전망 모두 밝지 않다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진단했다.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한미동맹 일변도의 대북정책, 외교정책이 한반도에 신냉전 질서를 불러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 과제'라고 불리는 한미일 3각동맹은 대중, 대북 대결을 가속화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북중러 3각동맹을 대결의 일방으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문제를 비롯한 대일 과거사 청산없이 평화헌법마저 폐기하려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은 역사 정의를 저버리고, 같은 역사를 반복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최근 확인되는 한미일 군사협력 흐름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반도 주변에 잦은 전략자산 전개와 빈번한 전쟁연습으로 인해 이미 위기가 일상화되어 있지만 8월 한미연합군사연습 기간에 위기는 더욱 커질 것이고 그동안 금지됐던 대북전단이 공공연하게 살포되면서 접경지역의 긴장도 높아지는 등 현재 한반도는 "언제 충돌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상황의 엄중함을 일깨웠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전세계가 분쟁지역화되고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미일 군사협력이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며, 한미일군사협력 반대 깃발을 꼽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삼열 6.15남측위 상임대표는 대회 취지발언에 나서 "2차 세계대전과 식민통치의 피해국으로서 미국의 편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도와 동족인 북을 적대시하는 동맹을 추진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주권과 평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생은 파탄나고 평화가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 윤석열 정부의 대결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시민의 힘으로 다시 남북 공동선언을 되살려야 한다"며, "8.15에 모두 행동으로 나서자"고 동참을 호소했다.
 
윤정숙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남북간 대화와 협상은 멈췄고 군사적 긴장은 높아졌다. 8월 한미연합군사연습이 대규모로 진행된다면 한반도는 새로운 위기를 맞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0여년간 충분히 증명한대로 적대를 멈추고 전쟁을 끝내는 것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라며, "불확실성의 시대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남북 정상의 합의 이행, 그리고 평화적 수단으로 평화를 향해 가자고 요구하는 시민들의 행동이야 말로 이같은 해법을 현실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평화포럼은 8월 14일 전국의 시민들과 함께 적대와 전쟁을 멈추고 시민의 힘으로 평화를 만들자는 임진각 평화행동을 개최한다.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국민연대 이장희 대표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한경희 사무총장는 더욱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굴욕적 한미관계와 점입가경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일군사협력, 한일관계 개선 움직임에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정의기억연대는 위안부 기림일인 8월 14일 오후 5시 나비문화제를 열고 앞서 8월 10일에는 낮 12시 세계연대집회 형식으로 수요시위를 개최해 거리행진까지 할 예정이다.

김포주민 안승혜씨는 지난 4월부터 접경지역 일대 수영장과 눈썰매장이 있는 장소에서 살포되고 있는 대북전단으로 인해 주민들의 평온한 일상이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며, 정부는 남북관계를 긴장시켜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탈북자 단체들의 행동을 엄중히 처벌해 줄 것을 촉구했다. 

허권 한국노총 통일위원장과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최근 양노총과 48개 단체들이 발족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 활동계획을 소개하고는 "일본이 100년전 과거사에 대해 공식 조사도 하지 않고 사죄, 배상에도 나서지 않고 있는데 무엇으로 관계 정상화를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평화헌법을 없애고 '전쟁헌법'을 만들려는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기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문 (전문)

위기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세계는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냉전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전망 속에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민생 위기와 안보 위기는 단지 동유럽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신냉전이 본격화된다면 냉전시대가 그랬듯 한반도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첨예한 군사적 대결 구도 아래 놓이게 될 것입니다.

신냉전적인 대결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안타깝게도 남북 대화와 북미협상은 모두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사이 변화된 세계 질서로 인해 북미 합의 이행의 가능성은 희박해졌고, 정권교체 이후 남북관계 개선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정부는 남북관계를 시작하기도 전에 북을 ‘주적’으로 규정했습니다.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며, 대화 대신 ‘힘을 통한 평화’만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3축 체제 구축을 비롯한 첨단무기 도입과 군비 확장, 한미간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전략자산의 전개, 한미연합군사연습 실기동 훈련 재개 등이 이미 실행단계에 들어갔습니다. 대화를 위한 환경을 마련하는 대신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한미동맹 일변의 대북정책, 외교정책이 한반도에 신냉전  질서를 불러들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미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이름아래 진행되어 온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한미일 3각 공조 강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가선언 등 일련의 행보는 진영화되어 가고 있는 세계의 일방에 한국을 가두는 것들입니다. 

미중, 미러 갈등을 축으로 나뉘고 있는 세계에서 한국은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아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축’이 되고 있습니다. 진영화되고 있는 세계의 일방에서 핵심축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은 대중국 전진기지를 자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 과제’라고 불리는 한미일 3각 동맹은 대중, 대북 대결을 가속화하는 일일 뿐 아니라 북중러 3각 동맹을 대결의 일방으로 세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일본군 성노예제, 강제동원문제를 비롯한 일제과거사 청산없이 평화헌법마저 폐기하려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은 역사 정의를 저버리고, 같은 역사를 반복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반도 주변의 잦은 전략자산 전개와 빈번한 전쟁연습들은 이미 위기를 일상화하고 있습니다. 8월 한미연합군사연습 기간 전략자산이 전개되고 실기동 훈련 재개된다면 긴장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금지됐던 대북전단이 공공연히 살포되면서 접경지역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언제 충돌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69년째 지속되고 있는 정전체제를 채 끝내지 못한 한반도에서 또다른 전쟁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는 불안정한 정전체제 조차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전쟁을 부르는 대결과 한미일 군사협력을 중단해야 합니다. 

해방 77주년, 정전 69년이 되는 올해, 우리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강대국의 힘이 아니라 오직 우리 자신의 힘만이 주권과 평화, 민생을 지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지금, 평화를 위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광복 77주년 8.15대회 추진위원회는 8.15 광복절까지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와 한국의 시민들과 함께 <100개 도시 평화행동(국내 70곳, 해외 30곳)> 등 적극적인 행동과 연대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미국과 윤석열 정부의 대결 정책을 우려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역사정의와 주권 실현에 동의하는 사람 모두 손잡고, 함께 행동에 나섭시다.
전쟁을 막고, 평화로운 미래를 만드는 일에 함께해 주십시오.
 


한반도 전쟁 끝내고, 평화협정 체결하자!

남북, 북미공동선언 실현하자!

적대 행위와 군사 위협 중단하라!

한반도 전쟁위기 부르는 한미일 군사협력,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하라! 한반도 전쟁기지화 미군기지 확장 반대한다!

대일굴욕외교 중단하고, 한일역사정의 실현하라!일본 평화헌법 개정 반대한다!


2022년 7월 14일 
광복 77주년 8.15자주평화통일대회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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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일수록 ‘깡통 전세’ 우려…실수요자들 지갑 더 닫는다

등록 :2022-07-14 05:00수정 :2022-07-14 07:36

대출이자 부담에 ‘거래 뚝’
시장 관망, 약세장 이어져
전세 대신 월세 늘어나면
‘갭투자’ 집주인 부담 커져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송파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송파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결정으로 부동산 시장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 수요자들은 내집마련 일정을 미루고,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월세화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대출 낀 집주인들의 이자 부담이 늘면서 ‘깡통 전세’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으로 아파트 등의 거래 절벽이 길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최근 2년여의 시장 활황으로 매매 시세가 ‘역대 고점’ 수준으로 높은 상황에서, 수요자들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부담 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의 손바뀜은 기준금리가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오른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크게 둔화한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와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7.1%, 70.1% 감소했다. 빅스텝으로 금리 인상폭이 더욱 커진 올 하반기에는 지갑 닫는 수요자들이 더욱 늘어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거 기준금리가 2.50%까지 오르면 주담대(신규취급액)의 평균 금리는 5.63%에 달했다”며 “집값이 한동안 제자리걸음 하거나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요자가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 대출로 집을 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가운데 시세 면에서도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대차 시장에서는 월세 낀 계약이 늘며 전세 거래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자금대출 등의 금리가 오르며 전세에 목돈을 묶어두기가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매달 갚아야 할 전세대출 원리금이 월세보다 많다고 판단한 세입자들은 자발적으로 전세보다 월세를 찾기도 한다. 이런 월세화는 전세시세를 낮추고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 여건을 어렵게 해 매매시세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1월 셋째주부터 지난달 마지막주까지 5개월여 연속 하락 또는 보합세다.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초저금리 기간 자기 자본이 부족한 집주인들의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수)가 성행했던 지역일수록 이런 위험이 크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연립·다세대주택이나 지방 아파트에서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를 넘을 경우 보증금을 떼일 위험을 낮추기 위해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지불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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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 흑역사와 주기적 양털깎기

  • 기자명 현장언론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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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1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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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미국 금리인상에 쩔쩔 매는 이유

최근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다. 연말까지 미국 금리인상 목표는 3%대이다. 이미 0.75% 금리인상을 단행한 미 연준은 이번 달에도 0.75%포인트 이상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모든 나라에서 미국 금리인상은 탑뉴스이다. 자기나라 금리는 몰라도 미국 연준 금리는 다 안다. 자기 나라 중앙은행장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미국 연준 의장이 제롬 파월이라는 정도는 다 안다. 왜 세계 모든 나라는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만 쳐다보는 걸까? 미국이 이렇게 미국이 계속 금리를 올리면 심각한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기초체력이 취약한 신흥국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한다. 자산이 폭락하고, 외환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들 나라에서 폭락한 자산을 미국 월가자본들은 헐값에 사들여 경기회복기가 오면 엄청난 차익을 챙긴다. 이것을 ‘양털깍기’라고 한다. 양을 죽이지는 않지만, 털을 포송포송하게 자라게 한 다음 털을 깍아먹는다는 이야기이다. 그 흑역사를 살펴보자.

사진 : 인터넷 캡처
사진 : 인터넷 캡처

80년대 금리인상과 남미외채위기

스태그플레이션이 한창이던 1979년부터 81년까지 미 연준 의장 폴 볼커는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9.37%, 4.25%로 올려 금리가 20%까지 뛰어 올랐다. 요즘 같으면 상상도 못할 금리이다. 당시 소비자 물가인상율은 14.6%였는데, 결국 물가를 잡기는 잡았다. 그러나 멕시코 등 남미는 심각한 외채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막대한 이자 상환부담을 떠안았던 멕시코는 1982년 모라토리움을 선언하였다. 이른 바 데킬라 쇼크(외채 위기)가 터진 것이다. 멕시코에 이어 다수 남미국가들이 외환위기에 빠졌다. 그리고 미국 자본은 폭락한 남미국가들의 자산을 헐값에 매입하고, 남미에 종속적 신자유주의 세계화 경제를 강제이식하였다. 이 달콤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은 ‘워싱턴 컨센서스’를 만들어 세계화 전략의 교과서로 삼았다. 그리고 90년대에는 한국 등 동아시아가 양털깎기를 당한다.

90년대 금리인상과 동아시아 위기

1987년 8월 미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앨런 그린스펀은 1990년 1월 8.25%였던 기준금리를 1992년 3.0%까지 떨어뜨린다. 금리하락에 따라 돈이 풀리고 부동산, 주식가격이 상승하는 등 경기 확장국면이 찾아왔다. 경기가 상승하자 그리스펀은 1994년 2월 아무런 예고없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6차례 걸쳐 기준금리를 3%나 올려 기준금리가 6%에 이르렀다. 이렇게 해서 달러강세가 형성되자 동아시아, 러시아, 중남미에 들어갔던 자본들이 이탈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그 유명한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당시 한국경제는 3저 호황으로 잔뜩 거품이 끼어 있었다. 김영삼 정부는 OECD가입을 조건으로 금융시장, 외환시장을 개방하였다. 재벌들은 국제화를 한다면서 해외단기외채를 무분별하게 들여와 몸집을 확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종금사까지 차려놓고 일본에서 단기저리외채를 빌려와 동아시아에 장기 고금리로 빌려주는 이자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동아시아 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외환위기에 빠졌다. 이때 미국은 일본에게 한국의 만기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루빈 재무장관, 클린턴 대통령까지 나서서 압박하였다. 결국 한국은 IMF 구제금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외환위기와 IMF구제금융에 빠진 한국 자산가격은 급격히 추락하였다.

당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역삼동 스타타워빌딩을 6330억원에 인수해 3년 뒤에 팔면서 3120억원의 매각차익을 남겼다.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외환은행에 2조1549억원을 투자해서 8년 만에 4조6633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팔아먹었다. 이것을 양털깎기라고 하지 않고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국민들은   IMF라는 말만 들어도 악몽에 시달린다. IMF국난은 한 번 극복했으니 다시는 오지 말아야 할 그런 위기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양털깍기는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다. 미국 달러체제에 종속되어 있는 한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2000년대 금리인상과 금융공황

동아시아 위기에 깜짝 놀란 그리스펀은 1998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10% 미만으로 떨어뜨리고 1999년 3월 이후에는 5% 미만으로 빠른 속도로 금리인하를 단행하였다. 이 저금리는 닷컴 버블을 일으킨다. 그리스펀은 급하게 1999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총 6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한다. 결국 미국에서 닷컴 버블이 붕괴한다. 그러자 이제는 또 거꾸로 2003년까지 1%대의 초저금리를 유지한다. 물가가 3%로 다시 오르기 시작하자 그린스펀은 또다시 금리인상을 단행한다. 이때는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2004년 6월 1.0%였던 기준금리를 총 17차례에 걸쳐 0.25%씩 금리를 천천히 올려 4.25%까지 끌어올린다. 그러나 위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2004년부터 시작된 금리인상이 문제가 되어 2006년부터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고, 결국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다. 전 세계는 미국발 금융공황 쓰나미에 휩쓸려갔다. 온 세계가 바라보는 미 연준의 금리정책이라는게 이 모양이다.

2008년 금융공황의 여파로 한국에서는 키코(KIKO)사태가 터졌다. 키코란 수출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은행이 팔아먹던 환율 헷지(헷지=투기)를 위한 파생상품이다. 환율 변동구간을 정해놓고 환율이 구간 안에서 움직이면 가입기업이 이익을 보고, 환율구간보다 올라가면 손해를 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공황 이후 터졌다. 한국경제는 대외의존경제로서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원화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져 환율이 상승하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IMF 외환위기 때는 원달러환율이 1800원대까지 상승했고, 2008년 금융공황때는 1600원대까지 상승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폭등, 무역적자, 금리인상 등 위기로 1300원대까지 치고 올라갔다.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한다는 것은 한국돈의 가치가 똥값된다는 이야기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공황이 터지자 원화가치가 폭락했다. 이 급격한 원달러환율 상승으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막대한 손해를 보았다. 그 피해액이 3조 2천억 원에 이르고 235개 수출중소기업이 폐업하거나 워크아웃 등을 당했다. 달러팽창과 금융산업 팽창 과정에서 사실상 외국자본 수중에 들어간 은행들이 ‘부자되세요’ 놀음을 하면서 중소수출기업을 상대로 대형사기를 치고 양털깍기를 감행한 것이다.

 

2008년 금융공황 여파는 심각했다. 어마어마한 경제충격을 가하면서 세계경제는 장기침체의 늪에 빠졌다. 금융 공황 직후 한국에서는 462억 달러가 빠져나갔고, 1400선 주가가 900대로 폭락하면서 경제성장율도 –4.5%로 주저앉았다. 러시아는 한때 주식 거래가 중단되고, 이후 경제침체에 따른 유가하락으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아이슬란드나 아일랜드 등 금융으로 먹고살던 국가들은 국가부도상태에 처했다. 2008년 금융공황은 이후 그리스 경제위기를 비롯, 유럽 재정위기로 번졌다. 잘 성장하던 브라질 경제가 침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위기를 전 세계에 전가하면서 위기를 넘겼고,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은 월가의 금융자본들은 다시 전 세계에서 폭락한 자산들을 헐값에 사들였다. 2008년 금융공황 이후 세계에 위기를 떠넘긴 미국은 전세계적 장기침체속에서 나홀로 성장을 구가했다. 그러나 그것은 부채의 바벨탑을 쌓는 새로운 과정에 불과했다. 마침내 2022년부터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022년 금리인상과 스태그플레이션 복합위기

최근 다시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강세가 형성된다. 아직까지는 달러가 강력한 기축통화이고, 가장 안전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까지 겹친 현 상황에서는 세계 곳곳의 자금이 모두 미국으로 몰리게 된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덩달아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자본 이탈이 시작되면 다시 가장 피해를 입는 곳은 신흥국들이다.

이미 경제체력이 취약한 국가들에서는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브라질 화폐 헤알화와 칠레 페소화 가치는 달러 대비 9%나 하락했다. 24개 신흥국 주가지수는 지난 일주일 동안 4.7%나 내려 앉았다. 이미 아르헨티나는 2018년에 이어 올해 3월 추가로 IMF 구제금융을 받아들였다. 스리랑카는 이미 지난 5월 디폴트를 공식화했고, 잠비아, 레바논, 파키스탄은 IMF 구제금융 등을 타진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2008년 금융공황과 코로나19사태 이후 초저금리와 막대한 양적완화로 인해 엄청난 거품이 형성되고 전 세계에서 가계부채, 기업부채, 국가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와 있다는데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부동산 거품이 지나치게 형성되어 있고, 가계부채, 기업부채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한국의 금리인상은 자산거품의 붕괴와 부채의 뇌관을 터뜨릴 수 있다. 2022년의 위기는 97년 IMF시기와 같은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빨간등이 켜진 상태이다. 어느 시점에 폭발할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양털깍기가 시작된다.

다시는 오지 말아야 할 IMF같은 경제위기가 이번에는 가계부채위기, 스태그플레이션 등 복합위기로 하마처럼 달려오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것인가. 또 금모으기를 할 것인가?

* ‘양털깎기’라는 용어는 <화폐전쟁>의 저자 중국의 쑹홍빈이 사용한 용어이다. 미국 로스차일드 등 금융투기세력이 다른 나라에 거품경제를 일으켰다가 거품을 빼면서 자산을 하락시켜놓고 헐값에 매입하는 짓을 주기적으로 자행한다고 비판하면서 사용하였다. 쑹홍빈의 주장은 음모론으로 비판받기도 하였지만,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달러제국의 양털깍기는 음모론보다는 금융독점자본주의, 달러 제국주의체제의 모순이 빚어낸 필연적인 경제현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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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법 헌재 심판, 한동훈 목표는 기각...'탈법치' 시대 우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7/14 08:10
  • 수정일
    2022/07/14 08: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오병두 교수 "새 검찰공화국 도래, 거기에는 △가 없다"

22.07.14 05:13l최종 업데이트 22.07.14 05:13l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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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새로운 형태의 검찰공화국 출현 또는 현실화가 목전에 있고, 일부는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30일, '문재인 정부 5년 검찰보고서 종합판' 발표 현장에서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홍익대 법과대학 교수)이 한 말이다. 그 후 한 달여 동안 또 많은 일이 일어났다. 

6월 07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6월 14일, 법무부 검찰 직제개편안 입법 예고
6월 22일, 법무부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단행 
6월 27일, 법무부 일명 '검수완박' 법안 헌재 권한쟁의 심판 청구
6월 28일, 법무부 고검검사급 인사 단행

그리고, 아직 검찰총장은 공석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오 소장 말을 빌리면 '이미 새로운 형태의 검찰공화국'이 출현한 것은 아닐까. 

"새로운 형태의 검찰공화국 도래했다"

8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오 소장은 "기존 정치 틀 안에서 검찰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형태가 기존의 검찰공화국이었다"면서 "이제는 검찰의 업무 수행 방식, 즉 검찰이 사건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방식이 국가 통치체계를 점유하게 된 것 아닌가, 새로운 형태의 검찰공화국이 도래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범죄가 된다, 안 된다', O 아니면 X라는 방식으로 어떤 문제를 극단의 각도로 보는 게 검찰의 업무수행방식"이라면서 "이런 방식으로 국가 정치·경제·사회를 이끌어간다고 생각하면, 조정이나 타협, 사회적 합의가 낄 여지가 없어진다. 새로운 검찰공화국에서는 세모(△)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검찰공화국에서 시민은 검찰"이고, "공화국에 협력하는 사람들이 검찰과 같은 시민권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오 소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역할에 대해 "한 장관이 사실상 검찰 인사를 주도하고 있고, 일종의 진영을 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인사정보관리단 설치할 때도 그렇고 '법치에 맞느냐, 안 맞느냐'는 식의 '합법' 논란이 늘 따라다닌다. 법을 핑계로 다른 의사 결정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탈법치'가 아니냐는 의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 소장은 "법의 해석 권한을 무기로 하는 것이 탈법치"라면서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검찰수사권 재조정 법안'(이른바 '검수완박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상황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입법부 재량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인정되기 때문에 헌재가 법무부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다"고 전제하면서 "법무부 목표는 기각이다. 각하와 달리 기각은, 그래도 다툼의 여지는 있다고 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국회 직격한 법무부 "'검수완박' 법안, 민주주의 위배" http://omn.kr/1zk2j ). 

이어 오 소장은 "부패·경제 범죄 개념은 아직 법적으로 확립된 상태가 아니"라면서 "법무부가 헌재 기각 이유를 근거로 검찰청법 시행령을 만들면서 2대 범죄 내용을 최대한 늘리면, 기존 특수수사 권한을 거의 줄이지 않고도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법무부 입장에서는 '각하'만 안 되면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라고 강조했다. 결국 "헌재 권한쟁의 심판 청구 결과가 그 다음 만들어질 검찰청법 시행령에 대한 '법치적 공격'을 막을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오 소장과의 주요 문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검찰의 업무 수행방식, 국가 통치체계 전체 점유" 
 
▲ 오병두 교수 "새로운 형태의 검찰공화국 도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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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30일 '문재인 정부 5년 검찰보고서 종합판' 발표 현장에서 "이미 새로운 형태의 검찰공화국 출현 또는 현실화가 목전에 있고, 일부는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우선 '검찰공화국'이란 말은 그들의 공화국을 지칭하는 말이다. 시민과 무관하게 독자적이고 완결적인 정치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 안에서 이뤄지는 의사 결정과 법 집행이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검찰공화국이라고 했다. 기존 정치 틀 안에서 검찰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검찰 인사가, 검찰총장이 없는데 이뤄졌다. 법무부에서는 인사 검증을 한다. 검찰 출신이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하고 금융감독원장도 한다. 한동훈 장관이 취임 당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지 않나. 그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의견이 다를 때 의미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관리자와 집행자가 한 사람이 된다? 당연히 오판의 위험성이 있고, 그에 대한 합리적인 검증 가능성도 없어진다.

검찰 출신, 정치적 능력이 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에서 바로 (대통령으로) 간 상황 아닌가. 게다가 현직 검사를 바로 법무부 장관으로 끌어올렸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래서 이제는 검찰의 업무 수행 방식, 즉 검찰이 사건을 바라보고 처리하고 평가하는 방식이 국가 통치체계 전체를 점유하게 된 것 아닌가. 새로운 형태의 검찰공화국이 도래한 것이다. 이건 '진보냐 보수냐' 이런 문제가 아니다."

- 검찰의 업무 수행방식이 국가 통치체계 전체를 점유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첫째, 수사라는 게 뭔가. 범죄가 되는 것만 수사할 수 있다. 위법이 있다고 다 수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방식으로 시정할 수 있다. 수사는 중대하게 제재를 가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건 '범죄가 된다, 안 된다, O·X 방식이다. 어떤 문제를 극단의 각도로 보는 방식이다. 둘째, 기획수사·인지수사 방식이다. '나쁜 거 같다'는 이런 감을 근거로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수사다. 문제는, 몇 년 동안 공들인 수사인데 뭐라도 하나 어떻게든 기소해야겠다는 욕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굵직한 정치적 사건인 경우 그런 일이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국가 정치·경제·사회를 이끌어간다고 생각해보면... 조정? 타협? 사회적 합의? 이런 관념이 낄 여지가 없다. 새 검찰공화국에서는 세모(△)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 시민들은 검찰식 통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렇게 되는 거다. 새로운 검찰공화국에서 시민은 검찰이다. 그 공화국에 협력하는 사람들이 검찰과 같은 시민권을 가질 수 있을 거다."

- 5월 30일 참여연대 검찰보고서 발표 이후 한 달 여 만에 또 많은 일이 있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출범했고, 직제개편안 입법이 예고됐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두 차례에 걸쳐 단행됐다. 새 형태의 검찰공화국, 이미 출현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시민들에게, 그 영향이 닥치지는 않았으니까. 태풍이 올 걸 아는데, 아직 여기는 바람이 안 부는 상황이라고 할까."

"한동훈 장관, 진영을 짜는 게 아닌가... '탈법치' 의심도"

- 새로운 검찰공화국으로 가는 속도, 당초 예상과 비교했을 때 어떤가.

"매우 빠르다. 준비가 돼 있고, 전체 그림이 있기 때문인 거 같다."

- 전체 그림이라면?

"'수사-기소 일체론'이다. 검찰수사권 재조정 법안 일명, '검수완박법'은 기능적으로 검찰에서 수사권한을 빼낸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를 들어 기소를 했는데 법정에 출석할 증인 이야기를 검사가 들어봐야 할 것 아닌가. 그럼 이게 기소인가, 수사인가. 그래서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에서 얘기하는 것이 조직 분리안이다. 검찰에서 수사를 할 수 있는 직접 수사 인력을 빼자는 것이다. 이렇게 조직을 분리하면 서로 견제가 가능하다. 협의를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수사협의체다. 그런데 '수사-기소 일체론'은 기능 분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조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데, (윤석열 정부는) 이걸 섞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에 일명 '검수완박' 법안 권한쟁의 심판 청구도 했다.

"왜 계속 무리수를 두고 있을까. 오는 9월 10일 시행될 검찰청법 시행령 때문이다. 일단, 지금 심판 당사자는 입법부와 행정부인데, 입법부 재량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인정된다. '검찰청법 개정안'이 그걸 넘어섰다고 보긴 어렵다. 따라서 헌재가 법무부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다. 법무부 목표는 기각이다. 각하와는 다르다. 각하는 한 마디로 법무부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한다는 것이지만, 기각은 그래도 다툼의 여지는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청법 개정안으로 (검찰 수사 개시 범죄가)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줄었지만, 부패·경제 범죄 개념은 아직 법적으로 확립된 상태가 아니다. 헌재 기각 이유를 근거로 검찰청법 시행령을 만들면서 2대 범죄 내용을 최대한 늘리면, 기존 특수수사 권한을 거의 줄이지 않고도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법무부 입장에서는 '각하'만 안 되면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 한동훈 장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한 장관이 사실상 검찰 인사를 주도하고 있지 않나. 일종의 진영을 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검찰의 행위를 제3자적 시각에서 비판적·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 법무장관이) 그런 위치에 서 있는 거냐, 그렇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인사정보관리단 설치할 때도 그렇고 법치를 얘기하는데, 실제로는 '법치에 맞느냐, 안 맞느냐'는 이런 식의 '합법' 논란이 늘 따라다닌다. 정작 시민들을 위한 법치인지 아닌지, 이런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건 법을 핑계로 다른 의사 결정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즉 '탈법치'가 아니냐는 의심이 있다. 권력기관이 권력을 행사할 때는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자제하는 게 필요하다. (한 장관이) 이 부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나.

검찰이 과잉수사를 했는데, '검찰이 알아서 수사한 거다'라고 '쿨하게' 법치라고 해버리면, 그거는 '탈법치'다.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헌재 권한쟁의 심판 청구 결과가 그 다음 만들어질 검찰청법 시행령에 대한 '법치적 공격'을 막을 근거가 될 수 있다. 역시 '탈법치'다. 법이 아닌, 법의 해석 권한을 무기로 하고 있는 셈이다. 엄격한 법치가 아닌, 그들만의 법치. '법이 있으니까 안 될 게 뭐가 있느냐'는 법치."

"공수처 무력화, 많이 걱정된다... 검찰 견제할 유일한 기관인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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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당시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산하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법조계 일부에서 대두됐다.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공수처, '새 검찰공화국'에서 안녕할까.

"공수처 무력화, 걱정이 많이 된다. 인적·물적 조직이 작다보니 경찰 수사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는데, (수사 인력들이) 많이 철수한 상태다. 경찰과 협조가 잘 안 이뤄지면 수사력 자체가 확 줄어든다. 보안 문제도 걱정이다. 수사 내부 정보가 새기 시작하면 공수처는 사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데, 검찰 수사를 적절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만에 하나 공수처가 법무부 산하로 가게 된다면, 그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 상태가 되는 것이다. 법무부 산하 공수처 주장은 아마 검찰 출신 법조인들이 했을 것이다. 검찰을 견제하는 조직 자체를 싫어하니까."

- '검찰 정치(검찰-언론-정치 복합체)'가 검찰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관철하는 수단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새로운 검찰공화국'에서는 이런 검찰 정치가 당연히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 한동훈 장관의 '아이돌화'만 봐도 그렇지 않나. 하지만 오히려 주목할 것은 이해 관계에 따른 윤석열 정부와 일부 언론 사이의 분열 조짐이다. 윤 정부의 검찰공화국적 성격은 검찰이 주도해서 언론-정치를 끌고 가는 방식이다. 그건 일부 언론 입장에서는 칼자루가 넘어가는 것이다. 불편하지. 최근 윤 정부에 대한 보수신문 칼럼을 보면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는 것 같다. '과거와 입장이 달라졌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윤 정부에 우려를 표명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온다. 언론 권력 주도권을 일정 정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는데, 이 대목에서 '윤석열-한동훈'으로 대표되는 특수통 검사들이 기본적으로 가진 '수사-기소 일체론'에 대한 불안감이나 반감이 검찰 내부에서 표면화될 가능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검찰 정치'는 강화될 것이다. 강화는 되는데 그만큼 이익도 커지니까, 그걸 놓고 분열이 생길 수 있다."

- 결국 그 어느 때보다 언론과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법이라는 걸로 포장해서 진실을 은폐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준전문가에 가까운 식견을 가진 시민들이 많아졌다. '카더라' 같은 걸로 적당히 덮을 수 없다. 그만큼 검찰 권력이 시민들에 노출되는 빈도가 커졌다는 이야기다. 시민적 감각에 따른 상식적 의문들이 해명돼야 할 것이다.

언론은 실체에 대해 적나라하게 써줬으면 좋겠다. A란 사람이 '법치'라고 하면, (그것만 쓰지 말고) '저 사람은 왜 이 상황을 법치라고 하는지', '그의 법적 선택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을 사회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래야 '직업 전문가'들에게 그만한 권력을 주는 게 맞는지, 그들이 자신들의 직업 논리로 얘기하는 것이 정말 정의로운지, 사회에 이익이 되는지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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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비판하는 조중동, 박근혜 정권 ‘검은그림자’ 아른거린다

  • 기자명 정철운 기자 
  •  
  •  입력 2022.07.13 12:00
  •  
  •  댓글 17
 
 

[비평] 인사 실패, 여권 내분, 비선 의혹…박근혜 닮은 꼴 윤석열 정부에 탄핵 우려하는 보수신문?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60일간 조중동 사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사’, ‘검찰’, ‘대통령 발언’, ‘김건희’다. 요약하면 ‘친윤’ 검찰 출신 인사가 너무 많고, 약식 기자회견 발언은 논란만 자초하며, 김건희 여사 행보는 정부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조중동의 비판 내용‧수위‧횟수는 보수 정부 초반이라는 시점에서 이례적인 편인데, 돌이켜보면 과거에도 비슷한 장면은 있었다. 박근혜정부 시기다. 

우선 ‘인사 참사’다. 2014년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에 중앙일보는 그해 7월1일 사설에서 “미국 대통령은 대변인 하나도 그렇게 중히 다루는데 한국 대통령은 총리 파동으로 나라가 들썩여도 구중궁궐에 혼자 앉아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박 대통령의 인사실패 해명에 ‘내 탓’이 없다>였다. 

동아일보는 같은 해 10월29일 사설에서 “이 정부에선 ‘대통령의 수첩’에 올라 있는 인재 풀이 워낙 좁아 앞으로도 낙하산 인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으니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솔직하게 고백을 하는 게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듬해 대통령은 조중동의 ‘경고’를 무시한 채 황교안 국무총리를 임명했다. 조선일보는 5월22일 사설에서 “경제 전문가를 총리 후보로 골랐어야 한다”며 비판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 사설은 “대통령의 눈에 든다고 국민의 눈에까지 들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당시 장면들은 현 정부 인사에 대한 조중동 비판 논조와 유사하다. 동아일보는 6월6일 “윤 대통령의 지나친 검찰 편향 인사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개의치 않겠다는 식의 ‘마이웨이’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6월7일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 대통령실 살림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과 부속실장까지 검찰 출신을 기용한 것은 전례가 없다. 윤석열 정부 인사는 추천부터 검증까지 검찰 출신이 좌우하는 구조가 됐다“며 “끼리끼리 모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6월8일 “금융감독원장으로 특수통 검사인 이복현 전 부장검사가 임명됐다. 초유의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신문은 이복현 전 검사를 “기업과 금융을 ‘범죄’란 프리즘으로 바라봤던 사람”이라고 평가한 뒤 “윤 대통령이 말하는 유능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세상에는 검사 말고도 유능한 사람이 많다”고 직격했다. 이는 대기업 경영진의 ‘불만’을 간접적으로 반영한 대목으로 읽힌다. 박근혜정부가 예측 불가능한 인사로 문제가 되었다면, 현 정부는 너무 ‘예측 가능한’ 인사여서 문제인 모양새다.

또 하나는 여권 분열이다. 2015년 6월 대통령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그해 6월26일 사설에서 “박 대통령도 자신의 실책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내전의 조기 수습을 주문했다. 이후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과하자 조선일보는 6월27일 사설에서 “대통령이 눈 한번 부라렸다고 국회의원 160명을 대표하는 여당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용서를 비는 장면은 해외토픽감”이라고 꼬집었다. 

지금도 여권은 분열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7월11일 사설에서 “대선에 이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승한 집권 세력이 스스로 내분을 일으키며 지리멸렬하는 일은 더욱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지금 나라 안팎 사정이 그렇게 한가해 보이냐고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이준석은 승복하고 ‘윤핵관’은 자중하라>였다. 박근혜정부 시절 친박-비박 간 분열과 갈등은 결국 2016년 총선 패배, 국정농단사태에서 비박계 의원들의 탄핵 찬성표로 이어졌다.

▲5월9일부터 6월8일까지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조중동 사설 제목 모음. 디자인=안혜나 기자.
▲5월9일부터 6월8일까지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조중동 사설 제목 모음. 디자인=안혜나 기자.

가장 중요한 지점은 비선 논란이다.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정윤회 비선 실세’ 논란으로 세상이 시끄럽던 2014년 12월12일 칼럼에서 “청와대에는 ‘환관’들이 설쳐대고 국무위원은 모두 받아 적는 데만 급급하다고 여기는 게 세상 민심”이라며 “검찰 수사에서 ‘찌라시’로 결론 내도 국민 불신감은 해소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국민이 어떻게 믿느냐이다”라고 적었다. 대통령 박근혜씨는 이 같은 경고를 무시했고, 결말은 탄핵이었다. 

중앙일보는 7월8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 6주 만에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를 맞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인데, 역대 어느 대통령 때도 거론되지 않은 ‘대통령 부인의 행보’(2%)가 부정 평가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을 윤 대통령과 참모들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을 향해 “검사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하면서 ‘비선 시비’가 정권에 치명적인 암 덩어리임을 절감했을 윤 대통령이 왜 부인을 둘러싼 논란에 감싸기로 일관하며 비선 시비를 자초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는 7월8일 칼럼에서 “나토 방문에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는 대통령인사비서관 부인이 동행한 사실까지 드러났다”며 ‘자원봉사’였다는 해명을 두고 “그런 식이면, 박 전 대통령 때 비선실세 최서원도 오랜 인연으로 자원봉사 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24년까지 여소야대 국회다. 국회의장이 개헌을 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대통령 탄핵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보수진영의 우려는 이 정도 수준이다. 

결국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까지 나섰다. 그는 7월6일 칼럼에서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하면 안 된다.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을 즐길 시간도, 취해 있을 여유도 없다”면서 “이제 가십거리나 사진거리로 뉴스를 장식하는 것은 그만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앞서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담당 장관이 대통령 대면보고를 하는 데 6일이나 걸린 사실을 두고 그해 7월2일 칼럼에서 “대통령과 장관의 관계가 아니라 왕과 신하의 관계라고 생각하면 이상하지 않다”며 “몸에 밴 사고 체계와 스타일을 바꿀 수 없다면 인자하고 겸허한 여왕이기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직격했다. 

탄핵으로 보수진영은 궤멸 직전까지 갔고, 정권교체 또한 기존 보수진영 인사가 아닌 문재인정부 인사를 통해 극적으로 이뤄졌다. 박근혜와 윤석열, 두 대통령의 차이는 얼마나 보수신문의 지적을 수용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최근 윤석열 정부 비판 기사에는 “최순실 억울하겠다. 저런 사람에게 수사받음 ㅋㅋㅋ”, “윤석열 탄핵절차 시작해라” 등 국정농단과 탄핵을 언급하는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탄핵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 대통령의 모습이라면 5년 내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불안이 보수진영을 엄습했다. 

 #윤석열 #윤석열정부 #박근혜 #박근혜정부 #윤석열대통령 #조중동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조선중앙동아 #보수언론 #김건희 #김건희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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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강제북송 반인도적” vs 야 “16명 죽인 건 인도적이냐”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07.13 15:14
  •  
  •  수정 2022.07.13 18:01
  •  
  •  댓글 0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13일 “만약 (북한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을 했다면 이는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2019년 11월 7일 오후 3시 판문점에 도착한 탈북 어민 2명이 북송을 거부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겼다.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라며 이같이 ‘대통령실의 입장’을 밝혔다.  

강 대변인은 “윤석열정부는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탈북자 단체, 국민의힘, 통일부를 넘어 이제 대통령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계속 전 정부를 겨냥하는 것이 최근 30%대로 떨어진 지지율과 무관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정부는 항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며, “그거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지 전 정부를 겨냥하여 보복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넘어온 사람들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라는 것보다는 일단 대한민국으로 넘어와서 귀순 의사를 밝혔으면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어떤 밟아야 할 정당한 절차라고 하는 것들이 있다”면서 “그런 과정들을 거치고, 그런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가 저희 쪽에서는 일단 중요한 관심사”라고 주장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TF’ 단장인 김병주 의원은 이날 국회 회견을 통해 “서해공무원 사망사건으로 정쟁을 지속하더니 하다하다 이제는 ‘16명을 죽인 북한 흉악 범죄자를 왜 북한으로 돌려보냈냐’고 주장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국방위원회 간사였던 황희 의원은 “(2019년) 11월 2일 우리 해군은 도주하는 어선에 경고사격을 하면서 특전요원을 선박에 직접 투입시켜 이들을 제압했고 이들을 생포했다”면서 “이들이 스스로 월남한 것으로 오해하는 측면이 있는데 우리 군이 이들을 생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위원회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은 2019년 11월 2~3일 관계기관이 함께 한 정부합동정보조사에서 “귀순 관련 진술과 행동의 일관성을 발견하지 못해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알렸다. “이들이 일단 돌아가자 ‘죽더라도 조국(주-북한)에서 죽자’라고 모의한 점과 남한 도주 과정에서 NLL(북방한계선) 이북으로 도주한 점 등이 고려됐다.” 

이용선 의원은 “NLL 부근 현장에서 나포된 동 인원은 국내에 입국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이라고 볼 수 없다. 당시 법적 검토를 완료했고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 제1항을 거론했다.

그는 “16명을 살해한 엽기적 흉악범죄자들도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냐”면서 “더 이상 안보와 군, 정보기관 등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어민 2명 강제 북송이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라는 대통령실 주장에 대해,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16명이란 인명을 살상하고 내려온 흉악 범죄자인데 어떻게 했어야 하나”면서 “이 문제는 대통령실이 무리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범죄인 인도 차원에서 인도한 건데 반인도적 범죄행위로까지 규정하는 건 과도한 것 같다”며, “16명을 죽인 건 인도적인가. 앞으로 열 몇 명 살해하고 내려오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민주당 TF가 밝힌 사건의 경과>

2019년 8월 중순 출항한 배에서 북한 선원 3명은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선장과 선원 등 16명을 선상에서 무차별 살해했다. 범인은 총 3명이었다. 선수와 선미에서 야간 근무 중이던 동료 선원 2명을 둔기로 살해한 후 조타실에서 취침 중이던 선장도 살해하고 시체는 바다에 유기했다. 이후 동료 선원들에게 발각될 까봐 동료 선원을 살해했다. 즉 선창에서 취침 중이던 선원 13명을 교대 근무를 명목으로 2명씩 불러내 도끼와 망치로 살해했다. 그리고 모든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 

그리고 도주 목적으로 (북측) 김책항에 재입항했다가 공범 중 1인이 체포되는 것을 보고 다시 선박으로 도주해서 해상으로 남하했다. 

10월 30일 우리 정부는 다양한 정보망을 통해 북한에서 16명을 죽인 흉악범이 동해에서 도주하고 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다. 이후 해당 인원이 우리나라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노력했다. 

이후 해당 어선은 10월 31일 동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왔고 우리 해군 P-3 대잠초계기가 이를 최초로 발견했다. 해군은 즉각 이들을 이북으로 퇴거조치했다. 하지만 선박은 다음날 새벽 NLL을 재차 넘어왔다. 해당 선박은 우리 해군 통제에 불응하고 귀순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채 북쪽과 남서쪽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도주를 시도했다. 

결국 11월 2일 우리 해군은 도주하는 어선에 경고사격을 하면서 특전요원을 선박에 직접 투입시켜 이들을 제압했고 이들을 생포했다. 이들이 스스로 월남한 것으로 오해하는 측면이 있는데 우리 군이 이들을 생포한 것이다. 

현장에서 붙잡힌 2명은 11월 2~3일 관계기관이 함께 한 정부합동정보조사를 거쳤다. 당시 군과 관계기관은 여러 출처의 정보를 통해 해당 범죄자의 죄질, 의도, 정황 등을 파악했다. 정부는 귀순 동기, 도피 행적,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들을 북송하기로 했다.

추방 결정 후 통일부가 대북 통지를 비롯한 추방 절차를 진행했다. 우리 측은 북측 인원, 선박 인계 입장을 북측에 통보(11.5)했고, 북측은 인원 및 선박 인수 의사를 확인(11.6)했다. 

이후 2019년 11월 7일 2명을 판문점에서 북측으로 추방하였다. 당시 국가안보실은 국가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로서 통합적 위기관리를 수행했고, 유관 기관과의 충분한 토의와 준비를 거쳐 북송과정을 완수했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국가의 기본 책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취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우리 국민이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추방을 결정한 것이다. 합동정보조사에서 귀순 관련 진술과 행동의 일관성을 발견하지 못해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이 일단 돌아가자 ‘죽더라도 조국(주-북한)에서 죽자’라고 모의한 점과 남한 도주 과정에서 NLL 이북으로 도주한 점 등이 고려됐다. 

흉악범 도주라는 새로운 상황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에 맞춰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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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준금리, 사상 최초 0.50%포인트 인상…물가 잡기 총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07.13. ⓒ제공 : 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지금까지 기준금리 인상 폭은 매번 0.25%포인트였다. 한 번에 0.5%포인트를 인상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figcaption>
한은 금통위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린 것은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금통위는 앞선 회의에서도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이번이 세 번째 연속 인상이다. 세 번 연속 인상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기준금리 추이 ⓒ제공 : 뉴시스

물가상승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를 기록했다. 쌀이나 라면 등 소비자들이 자주 사는 ‘장바구니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7.4% 올랐다. 두 지수 모두 IFM 외환위기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향후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4%에 육박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가 향후 1년간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 수치는 지난 6월 3.9%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급등했다.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등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은 지난달 14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은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0.00~0.25%로 좁혀졌다.

한국이 기준금리를 2.25%로 올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은 일단 완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향후에 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으로 가계 빚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분기 말 가계부채는 1,859조4천억원이다. 규모가 역대 최대인 것은 물론, 증가 속도 역시 가파르다. 전년동기대비 5.4% 급등했다. 늘어난 가계부채에 금리 인상으로 소비 여력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 축소는 경기 하락과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설상가상, 윤석열 정부가 ‘축소 재정’을 공언한 터라 한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는 더 짙어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자료사진) ⓒ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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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들, 아직도 99년전 유언비어 누명 벗지 못하고 있다”

48개 단체,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 발족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2.07.12 16:28
  •  
  •  댓글 0
 48개 단체는 12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 발족식을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48개 단체는 12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 발족식을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재일동포들은 아직도 99년 전에 그 유언비어로 인해서 입은 그 누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직도, 99년 동안 쓰고 있다는 겁니다.”

한일민족문제학회 대표를 맡고 있는 김광렬 광운대 교수는 최근 발생한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 피살 사건에서도 99년 전 간토(관동)대지진 당시와 같이 조선인을 지목하는 유언비어가 나돌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매년 9월 1일에 관동대지진 피살자 추도식 때 우익들이 맞불 집회를 그 추도식 앞에서 하고 있는 것”도 여전하다고 적시했다.

한일민족문제학회 대표를 맡고 있는 김광렬 광운대 교수(맨 오른쪽)는 “재일동포들은 아직도 99년 전에 그 유언비어로 인해서 입은 그 누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일민족문제학회 대표를 맡고 있는 김광렬 광운대 교수(맨 오른쪽)는 “재일동포들은 아직도 99년 전에 그 유언비어로 인해서 입은 그 누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923한일재인시민연대와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등 48개 단체는 12일 오전 11시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 발족식을 기자회견 형식으로 개최했다.

참가단체

추진위원회 참가단체 (숫자, 가나다, 영문順)

1923제노사이드연구소(김광열 소장), 1923한일재일시민연대(이해학 공동대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김삼열 상임대표), 가재울녹색교회,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희자 공동대표), 겨레하나(조성우 이사장), 기억과평화 사회적협동조합(김창규 이사장), 독립유공자유족회(김삼열 회장),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김자동 회장),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월우스님 본부장), 대한불교조계종 용산불교역사문화게승단(허운스님 단장),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장영달 회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위원회(이동준 위원장), 민족문제연구소(임헌영 소장), 민족작가연합(김창규 상임대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종걸 대표상임의장), 사단법인 평화디딤돌(정유성 대표), 사단법인 평화를일구는사람들(박명숙 이사장), 삼균주의청년연합회(조인래 대표), 삼균학회,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손병휘 이사장), 순국선열유족회(이동일 회장), 시민모임 독립(이만열 이사장),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이인석, 이지원 공동대표),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함세웅 이사장),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서승 공동대표), 여성교회(김미령 운영위원장), 역사문제연구소(김세림 사무국장),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손미희 공동대표), 우사김규식연구회(김수옥 회장),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이나영 이사장), 자립지지공동체(김미령 대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양경수 위원장),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장명국 회장),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박우섭 회장), 조소앙선생기념사업회,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권해효 대표), 평평해(이도헌 단장), 평화협정운동본부(이적 상임대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장기용 위원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김동명 위원장),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한국진보연대(한충목 상임공동대표)‘ 한국YMCA전국연맹(김경민 사무총장), 한일민족문제학회 (허광무 대표),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김경민 서기), 한터역사문화연구회(손병주 회장), 흥사단(박만규 이사장), KIN지구촌동포연대(배덕호 대표)


간토대학살은 1923년 9월 1일 일본 도쿄 등 간토(關東) 지역에 대지진이 발생해 막대한 인명피해가 나자 일본 정부가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고 약탈을 한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계엄령을 선포, 조선인 6천여 명 이상을 집단 학살한 사건으로 오는 2023년 100주기를 맞지만 아직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제노사이드(Genocide, 집단학살) 사건이다.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왼쪽)과 허권 한국노총 부위원장이 발족선언문을 함께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왼쪽)과 허권 한국노총 부위원장이 발족선언문을 함께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들 단체들은 발족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오늘 1923년 간토대학살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추도 활동을 계승하기 위해 한국 시민사회의 뜻을 모아 간토학살100주기추도사업추진위원회를 결성한다”고 천명했다.

이들은 “학살이 일어나고 100년이 지나도록 일본 정부가 왜 진실을 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해 왔으며, 역사를 부정하려 하는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고, “해방 이후 80년이 되어가도록 진실규명을 미룬 채, 학살피해자들을 추모하는 단 한 줄의 추도사조차 보내지 않은 한국 정부의 무책임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을 대신해 준엄하게 따져 묻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본 정부를 향해 “1923년 조선의 노동자들과 유학생들이 왜 죽임을 당했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학살을 당했는지, 희생자들의 유해는 어디에 있는지, 학살피해자들과 관련된 모든 조사자료를 공개할 것”과 “이제라도 일본 정부는 간토대학살에 대한 일본의 국가책임을 인정하고 이에 따르는 진정성 있는 사죄와 역사청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일본 사회에서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온갖 종류의 혐한 선동을 당장 멈추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만열 공동추진위원장(가운데)과 이종걸 공동추진위원장(오른쪽)이 개회사를 했다. 왼쪽은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손미희 공동추진위원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만열 공동추진위원장(가운데)과 이종걸 공동추진위원장(오른쪽)이 개회사를 했다. 왼쪽은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손미희 공동추진위원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들은 “간토학살 100주기를 맞아 「간토대학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의 국회 입법을 비롯하여 학살피해자를 제대로 추모하고 역사적 기억을 올바르게 계승하기 위한 사업을 벌여 나갈 것”이라면서 “진상규명을 위해 남북과 재일동포는 물론 중국, 일본의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일본의 국가폭력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며 이를 위해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세계 시민과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만열 공동추진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일본 정부와 국민은 조선인 학살의 진실을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며 “진실의 바탕 위에서라야만 명예회복과 화해, 용서가 가능하게 된다”면서 “일본 못지 않게 남북한 정부와 시민사회도 이 제노사이드를 100년이나 묵힌 데 대한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토대학살 특별법을 추진해 온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과 일본군성노예 문제에 천착해온 윤미향 무소속 의원(왼쪽)이 나란히 축사를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간토대학살 특별법을 추진해 온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과 일본군성노예 문제에 천착해온 윤미향 무소속 의원(왼쪽)이 나란히 축사를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년 전 19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 103명의 서명을 받아서 ‘간토 대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의 비협조로 그리고 당시 여당의 비협조로 끝내 폐기되고 말았다”며 “법안은 9월 1일 전후해서 99주기에 맞춰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군성노예 문제 해결에 앞장서 온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지금 아베가 사망한 이후에 미국에서는 아베를 찬양하는 그런 언론 보도들, 또 그런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고 일본 역시 급격하게 우경화‧극우화 되는, 기시다 총리는 개헌을 대놓고 주장하는 그런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국제사회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또 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가 함께할 수 있도록 제가 있는 힘껏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수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왼쪽)이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수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왼쪽)이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수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사업계획 발표에 나서 ‘간토 대학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국제학술회의’ 추진 등의 계획을 소개하고, 99주기와 100주기 추도식은 일본과 한국으로 나누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천안 소재 ‘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 역사관’에서 간토학살 상설 전시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수정 보완해서 10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전국 현장으로 찾아가는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족식에는 ‘6.15공동선언실천 해외측위원회’와 ‘간또대학살을 기억하는 행동’, ‘간토대진재 조선인 학살의 국가책임을 묻는 모임’에서 각각 연대사를 보내왔다.

6.15해외측위원회는 “일본당국은 오늘에 이르러서도 사죄와 보상은커녕 그 진상조차 밝히지 않을 뿐아니라 대학살만행의 력사적사실마저 은페, 외곡하려 하고있으며 식민지희생자들의 후손들인 재일동포들에 대한 민족차별과 탄압을 서슴없이 감행하고 있다”며 “북,남,해외의 련대련합된 힘으로 일본이 저지른 악행의 대가를 기어이 받아내”자고 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의 추도와 조사를 실시해 온 일본 시민단체 ‘국가책임 묻는 모임’은 “일본의 진상규명 움직임은 196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살의 실태와 희생자 개개인의 이름 등 분명하지 않은 점이 많이 남아 있다”며 “여러분의 강한 의지에 용기를 받아 일본에서도 추도와 진상규명 운동을 계속해 나가고자 한다”고 연대의 뜻을 표했다.

조선인강제련행진상조사단은 “희생자들의 원한은 일본 정부가 우리 나라와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과거범죄에 대하여 성실한 자세와 립장에서 량심적으로 청산하며 그들의 후손들인 재일조선인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억압을 즉시 중지할 때에라야 비로소 풀리게 될 것”이라며 “일본 우익 반동세력들의 책동을 반대 규탄하며 일제 식민지 통치의 청산을 요구하는 내외여론을 크게 환기시켜 나가는 길에서 귀 ‘추진위원회’와 굳게 련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발족식은 이종걸 민화협 상임대표의 개회사와 공동추진위원장인 손미희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공동대표, 김광열 한일민족문제학회 대표,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의 발언이 있었고, 발족선언문은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허권 한국노총 부위원장이 함께 낭독했다.

 

간토학살100주기추도사업추진위원회 발족 선언문(전문)

우리는 오늘 1923년 간토대학살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추도 활동을 계승하기 위해 한국 시민사회의 뜻을 모아 간토학살100주기추도사업추진위원회를 결성한다.

최근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충격에 빠진 일본 사회에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하지만 그가 간토대학살의 국가책임을 줄곧 부인해 왔으며, 나아가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고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주도해 왔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아베 전 총리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에 대해 수출규제로 한일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갔으며, 조선학교에 대한 법적 제도적 차별을 주도하고, 재일동포들의 지방참정권을 제약해 왔으며, 일본 사회에서 혐한의 분위기를 조장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일본 정부가 아베 전 총리의 뜻을 계승한다며 헌법 9조의 개악을 통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에 심각하게 우려한다.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간토대학살의 진실을 묻어두는 것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 학살이 일어나고 100년이 지나도록 일본 정부가 왜 진실을 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해 왔으며, 역사를 부정하려 하는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리고 해방 이후 80년이 되어가도록 진실규명을 미룬 채, 학살피해자들을 추모하는 단 한 줄의 추도사조차 보내지 않은 한국 정부의 무책임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을 대신해 준엄하게 따져 묻을 것이다.

먼저 우리는 간토대학살 100주기를 맞아 이제라도 일본 정부가 간토대학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가의 책무를 다하기를 촉구한다. 1923년 조선의 노동자들과 유학생들이 왜 죽임을 당했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학살을 당했는지, 희생자들의 유해는 어디에 있는지, 학살피해자들과 관련된 모든 조사자료를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1923년 제국의회에서 당시 총리였던 야마모토 곤노효우에(山本権兵衛)가 ‘지금 조사 중이다’라고 언급한 조사자료도 숨김없이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2003년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이미 일본 정부에 ‘국가책임 인정’, ‘피해자들과 유족에 대한 배보상’, ‘재발방지를 위해 조치할 것’을 권고한 사실이 있다. 이제라도 일본 정부는 간토대학살에 대한 일본의 국가책임을 인정하고 이에 따르는 진정성 있는 사죄와 역사청산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 사회에서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온갖 종류의 혐한 선동을 당장 멈추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간토대학살에 대한 국가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학살피해자들을 제대로 추모하고,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하염없이 기다린 유족들을 찾아 위로해야 한다. 또한, 흩어진 피해자의 유해를 고향으로 모시고, 억울한 누명으로 돌아가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재일동포를 향한 혐오와 배제와 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가 책임 있는 조치를 마련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간토학살 100주기를 맞아 <간토대학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의 국회 입법을 비롯하여 학살피해자를 제대로 추모하고 역사적 기억을 올바르게 계승하기 위한 사업을 벌여 나갈 것이다. 우리는 간토대학살의 진상규명을 위해 남북과 재일동포는 물론 중국, 일본의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일본의 국가폭력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며 이를 위해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세계 시민과 연대해 나갈 것이다. 더는 늦출 수 없는 간토학살의 진상규명은 식민주의 극복과 동아시아 평화실현이라는 오늘의 시대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2022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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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분열과 신냉전…윤석열, 네오콘 참모들로는 위험하다

[인터뷰]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안병진 경희대 교수②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민주당 뿐아니라 공화당에게도 '골칫거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자신의 지지자들이 일으킨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의 '몸통'이다. 2020년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뒤집으려고 했고 1월 6일 의회 폭동은 사실상 대통령이 개입된 '반란'의 '하이라이트'에 해당되는 사건이다.

이처럼 미국이 자부하는 민주주의 질서를 크게 훼손한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비정상적인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을 견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지지자들이 결집해 결과적으로 영향력이 증대하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공화당 입장에서도 2024년 대선에 트럼프가 다시 등판할 경우 중도 성향의 스윙 보터들을 끌어들이기 힘들기 때문에 또 패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제정세도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라는 예측불허의 지도자가 또다시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은 국가들도 많다. 

마치 '두 나라'가 된 듯 양분화된 미국의 정치 상황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변화된 국제정세 모두 한국 입장에선 삐끗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 요소들이다. 현재까지는 미국 일변도의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미국의 정치적 갈등과 국제정세의 변화와 관련해 안병진 경희대 교수와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를 인터뷰했다.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 유권자 운동과 시민운동을 해온 김동석 대표는 직접 발로 뛰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으로 미국 선거 현실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현장 전문가다. 미국 정치를 전공하고 가르치는 안병진 교수는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2016년),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2020년),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2021년) 등 트럼프 집권 이래로 증폭된 미국의 정치적 갈등에 대해 심도 깊게 연구하고 있다. 서면과 전화를 통해 진행된 두 사람의 인터뷰를 대담 형식으로 정리해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첫번째 인터뷰 바로보기 : 미합중국이 미분열국 됐다…'美 자유주의' 악몽의 시작) 

 

공화당의 고민, 여전히 막강한 트럼프…그러나 또 진다?

프레시안 : 하원의 1.6 의회 폭동 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8일 마크 매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의 참모인 캐서디 허치슨의 증언 등 새로운 사실이 폭로되면서 트럼프가 위기에 처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옵니다. 플로리다 론 디샌티스 주지사 등 극우성향의 새 인물이 트럼프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이런 분석에 동의하십니까? 

안병진 : 제가 상원 소수당 원내 대표인 미치 맥코넬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트럼프 없는 트럼피즘의 후보이자 플로리다 스타인 론 디샌티스 주지사, 혹은 경제 프레임을 전면에 내걸 수 있는 버지니아 글렌 영킨 주지사 등을 내세울 고민을 할 것 같습니다. 맥코넬은 지금 겉으로는 트럼프와 각을 세우지 않지만 트럼프로는 또 대선에서 박빙을 진다고 속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드샌티스나 영킨 등을 내세워 대선에서 이길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1.6 조사위만이 아니라 만약 법무부까지 본격 조사에 착수한다면 트럼프는 설령 기소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계속 잽을 맞게 되어 상처 투성이가 됩니다. 또 법무부의 법률적 판단에 따라 승소 가능성이 분명해지면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고 트럼프를 기소할 확률도 있습니다. 

공화당은 대선 승리의 필수 공식인 교외 백인 중년 여성층이나 중도층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미 이들은 트럼프의 반여성주의와 극단적 선거불복 등에 신물이 나있습니다. 문제는 만약 트럼프가 (1.6 위원회 조사 등에도 불구하고) 생환해서 대선 경선에 나온다면 공화당은 매우 진흙탕 싸움을 하게 됩니다. 이는 곧 본선에서 치명상을 받은 후보를 내보내게 된다는 뜻이고, 공화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입니다. 

김동석 : 구체적인 법적 조치가 아니면, 다시 말해서 검찰이나 FBI가 트럼프를 기소하지 않고서는 그를 잡을 방도는 없어 보입니다.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그의 정치적 힘이 커지는 전에는 없던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요. 그래서 1.6 조사위원회의 초점은 법무부가 행동하도록 구체적인 증거를 잡아내는 일입니다. 트럼프뿐만 아니라 현직 의원 몇 명을 기소해서 처리하는 것을 예상하고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여기에 위기감을 갖기 시작해서 2024년 대선 출마 선언을 7월이나 8월 중에 하겠다는 얘기가 자꾸 나옵니다.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해서 장외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확장시켜 나가겠다는 말입니다.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케빈 맥카시가 트럼프의 눈치를 살피는데 일인자인데, 최근 그의 처신이 좀 바뀌었습니다. 트럼프 계열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지역의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중도파와 트럼프계들이 피 튀기게 싸우고 있는데 반트럼프계가 전멸할 수도 있다는 애초 예상과 달리 조금씩 확장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제39지역구의 현직인 한국계 영김 의원도 중도적인 입장이라 예비경선에 트럼프계에서 강하게 공격하고 도전을 했습니다. 영김 의원이 경선에서 이기면서 본선은 좀 수월하게 됐습니다. 이제부터 영김 의원은 트럼프의 대척점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의 눈치를 살피던 현직 의원들이 자리 이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경쟁할 공화당 후보로는 론 디샌티스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이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입니다.

여하튼 분명한 것은 공화당의 방향은 점점 더 극우 강경 보수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여전히 막강한 트럼프의 영향력이 이를 보여줍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공화당 내 예비경선에서 지금까지 트럼프계 후보가 70% 이상 승리를 했습니다.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에 3분의 2 이상이 2020대선에서 실제로 트럼프가 이겼는데 부정선거로 대통령직을 뺏겼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두 쪽으로 갈라진 경계가 누구에게나 보입니다. 같은 언어와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같은 국기에 경례를 하지만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텍사스, 플로리다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매사추세츠, 뉴욕은 거의 모든 면에서 전혀 다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알래스카를 방문해 대중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2010년 오바마의 악몽 재연되나 

프레시안 : 바이든 대통령은 안으로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 불안과 여전히 극심한 정치 분열, 밖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지율마저 30%대로 역대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오바마 정부 못지 않은 큰 패배를 당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김동석 : 팬데믹 상황도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세계의 경제제재로 러시아가 디폴트라고 하지만 푸틴은 끄덕도 않습니다. 끝내 전쟁의 승리자는 푸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시민들은 전쟁의 여파를 견딜 수 없어 보입니다.

원래도 중간선거는 집권 정부의 무덤입니다. 유권자들의 심판 정서로 집권당은 늘 완패했습니다. 이번에는 더 암울합니다. 현 시점에서 중간선거 전망은 2010년 오바마 정부 때 이상으로 민주당이 의석을 잃을 것 같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하원에서 60석 이상의 의석을 잃었다. 편집자) 대법원의 반낙태 판결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될 것이란 예상도 있지만 물가상승 등 경제 지표가 워낙 안 좋습니다. 정치.사회적으로 격렬한 문화전쟁이 촉발되어 양당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선거는 결국 경제 상황으로 결판이 나기 마련입니다. 

안병진 : 동의합니다. 민주당 내에서 하원 다수당 지위 상실은 이미 기정사실화 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마지막 희망은 상원 사수입니다.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큽니다. 상원은 각 지역과 인물의 특성이 크게 좌우할 수 있습니다. 지금 민주당은 대선 승부처 주들인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오하이오, 콜로라도, 뉴햄프셔 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곳들에서 이번 대법원의 반여성주의 판결이 새로운 블루 웨이브(민주당 지지 바람)를 만들어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요. 이후 추세선이 어떻게 변화할 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까지만 본다면 경제위기 선거라는 구도를 고려할 때 큰 영향 보다는 일부 접전 주에서의 승부를 좌우하는 정도만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향후 추세는 더 지켜보아야 합니다. 

2024년 바이든 v. 트럼프 리턴 매치? 승자는? 

프레시안 : 최근 상황만 놓고 보면 2024년 대선이 트럼프와 바이든의 재대결이 될 가능성이 조금 낮아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안병진 : 트럼프는 선거 불복 프레임과 디샌티스 등 스타의 등장으로 링에 오르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바이든은 민주당 주류들이 비공개 장소에서는 공공연히 재선 출마 저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화당은 디샌티스 등의 스타 파워가 트럼프에 비해서는 아직 너무 낮다는 고민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최소한 그의 지지를 받는 후보들은 10% 이상 지지율이 오르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모두가 두려워하는 상대입니다. 민주당은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 등 누구도 강한 스타 파워를 가지는 잠재 대선 후보군이 없다는 점이 최대 고민입니다. 바이든은 비록 노쇠하지만 엄청난 이점을 가지는 현직 대통령입니다.  

그래도 저 같으면 공화당은 또 대선에서 질 수 있는 트럼프보다는 디샌티스나 영킨 등으로 승부를 보겠습니다. 민주당은 경제 프레임에서 경합주와 백인 중도층에 어필할 후보를 가지고 승부를 보겠습니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검찰 기소 여부, 중간선거 판도 등 많은 변수가 기다리고 있어 어떤 조합으로 최종 링에 오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김동석 : 2024년 대선 출마에 대해 바이든, 트럼프 두 사람 다 의지가 강한 것 같습니다. 바이든은 2024년 82세의 고령이 됩니다. 민주당에서는 지난번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이 기회를 보고 있지만 집권당의 후보는 늘 현직이 우선이었습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하고 트럼프가 법적으로 기소되지 않는다면 트럼프는 재등장할 것입니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매치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네오콘 물리치고 실용주의 외교 택하지 않으면 위험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미국 및 국제정세의 변화에 기반한 한국의 외교정책 방향성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정세가 급변하면서 '신냉전'을 우려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로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 대 중국-러시아의 갈등이 증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중국과 북한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행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윤석열 정부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김동석 : 지난 2월 24일 푸틴의 특수군사작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고, 미국은 푸틴의 침략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 예상 날짜 등의 첩보 사항까지 전 세계에 공개하면서 기정사실로 만들어 러시아를 세계의 공적으로 규정하면 전쟁을 막을 수도 있다는 미국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항전은 예상외로 커서 푸틴의 예상이 빗나가 전쟁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점유해 마치 한반도가 둘로 쪼개진 것처럼 우크라이나도 둘로 쪼개져 휴전을 하게 될 것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푸틴의 침략에 대응해 나토를 강화시키려는 미국은 결국 중국의 팽창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한 것은 아시아에서 대중국 전선에 한국과 일본을 결합시키자는 의도가 분명히 있습니다. 당연히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가 결합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냉전'이란 구도로 봐야 합니다. 

과거 냉전시대엔 어느 한쪽을 택할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한국이 안보 측면에서는 대미 의존도가 크지만 경제 측면(무역)에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아니면 살아남을 방도가 없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사드 배치로 한국이 정말로 혼쭐이 났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두 거대국가의 틈바구니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다자외교를 중심으로 국제관계를 맺어야 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좀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 등을 보면 미국 중심의 안보틀을 택한 모습입니다. 중국을 겨냥해서 미국이 한국에게 집요하게 요청하는 사안은 딱 한가지입니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군사동맹화 시키는 것입니다. 한일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을 미국이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새정부에게 잔뜩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변도는 한국이 처신할 공간을 협소하게 만듭니다. 

문재인 정부 때 한미관계는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와 경제교류 협력을 한다고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리 없고, 한국이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한다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한국과 경제관계를 깰 리 없습니다. 전략적 유연성으로 그 중간지대를 잘 점유하면 양쪽으로부터 더욱 요긴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더이상 전략적 모호성이 아니고 글로벌 이슈, 즉 보건, 환경, 인권, 평화 등의 이슈에서 확실하고 확고한 입장을 취해야 할 때이기도 합니다.

안병진 : 저는 진보 일각의 주장과 달리 자유주의 가치 동맹에 일부 더 경사하는 건 새 국제지형 상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세상이 변화하면 노선도 조정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 미중 간의 갈등을 그저 경제와 지정학 패권의 싸움으로 보는 건 세상의 변화에 너무 둔감한 인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유주의와 비자유주의간의 건곤일척의 싸움이 향후 수십년간 진행됩니다. 제가 학계에서 아직 논쟁 중이지만 신냉전과 협력의 모순적 국면이란 테제를 제시한 이유입니다.

다만 중요한 건 단지 신냉전이 아니라 협력과의 모순적 국면이라는 걸 한국의 보수들도 너무 쉽게 잊는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당장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올 행동들은 경악스럽기만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추구하는 자유주의, 헌정주의, 민주주의 가치와 냉정한 국익의 조화라는 어려운 곡예를 한미동맹으로 단순화시키는 편협함은 향후 큰 부작용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 같은 혼돈의 이행기에는 미국과 같은 제국조차도 가치로만 국가가 운영되는 여유를 가질 수 없습니다. 당장 바이든은 스타일을 구긴 상태로 베네수엘라 및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상을 추구합니다. 더구나 한국은 제국이 아니기에 한 발만 잘못 디뎌도 벼량 끝으로 떨어지는 매우 취약한 지정학, 지경학의 나라입니다. 

윤석렬 정부는 네오콘들을 주변으로 물리치고 뉴노멀의 복합성과 회색빛의 국제 관계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실용주의자들이 전면화되지 않으면 국내 정세처럼 국제관계에서도 큰 위기를 맞이할 겁니다. (끝) 

▲지난 6월말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나토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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