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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시대’ 60일, 조중동이 심상치 않다

  • 기자명 정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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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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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2
 
 

[비평] ‘윤석열’ 등장하는 사설 212건 분석…연일 날 세우는 동아일보, 인내심 잃어가는 중앙일보, 애써 참고 있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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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로고. 

미디어오늘이 5월9일부터 7월8일까지 60일간 ‘윤석열’이 포함된 조선‧중앙‧동아일보 사설 212건을 분석한 결과 취임 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심상치 않은 비판 기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정부를 비판한 사설은 동아일보가 35건으로 가장 많았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각각 10건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연일 날을 세우며 상대적으로 비판에 거침이 없고, 중앙일보는 행간에서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조선일보는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아보려는 신중함이 느껴졌다. 60일간의 비판적 사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사’, ‘검찰’, ‘대통령의 말’, ‘김건희’다. 지난 60일간 조중동이 어떻게 비판해왔는지 정리했다. 

동아일보는 5월9일 “윤 당선인 측은 국회에 오늘까지 정호영 후보자 등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정해진 기한까지 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고 비판해온 윤 당선인의 내로남불”이라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정호영 후보자를 임명하는 건 잘못이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원장·부원장으로 있으면서 자녀들을 같은 대학 의대 편입학 시험에 응시하도록 한 자체가 낯뜨거운 일이다. 지역별·성별·연령별로 고른 안배가 없었고, 특히 청와대에 검찰 출신들이 과도하게 포진한 것은 우려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2년 전 치러진 총선 때 얻은 의석을 무기 삼아 각종 꼼수를 동원해가며 자신들이 계속 집권 세력으로 군림하려 하고 있다. 명백한 대선 불복 행태”라며 야당을 겨냥했다.  

동아일보는 5월10일 “한동훈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그런 만큼 다른 장관 후보자들보다 더 몸을 낮출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한 후보자는 딸 관련 보도를 한 기자들을 고소하는 등 성역 없는 검증을 받아야 하는 공직자로서 적절치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윤 대통령이 1기 내각 구성이나 청와대 참모진 인사 등에서 보여준 검찰 출신 중용, 특정 대학이나 지역 편중, 동문 등 친분 있는 사람 발탁 등 인사 스타일은 우려되는 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취임식 다음 날인 5월11일,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의 취임사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무른 듯한 느낌이다. 자유와 인권, 공정, 연대 등 중요한 가치를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임사만 놓고 보면 윤곽이 분명치 않은 추상화로 보인다. 정교하고 섬세한 붓질이 필요하다. 국정은 실행이다”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아직 초기이지만 일부 장관직 인선과 의혹 문제를 처리하는 데 제대로 소통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고 에둘러 지적한 가운데 “야당이 반대한다고 화를 내거나 싸워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는 5월12일 “윤석열 정부의 첫 인사 코드는 ‘연고 인사’에 가깝다.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19명 중 윤 대통령의 동문인 서울대가 10명이고, 그 절반은 법대 출신이다. 대통령과의 연고가 없다는 이유로 공직에서 배제된다면 공직 사회가 정상적인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실세 위주로 재편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다른 사설에선 “윤 정부의 손실보전금 일괄 지급 방침은 불과 보름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발표했던 차등 지급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선거 때마다 돈을 풀어 표를 매수한다고 비판했던 전 정권과 다를 바 없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같은 날 조선일보는 “어제 아침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용산구 집무실 출근길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장면이 등장했다”며 약식 기자회견을 호평한 뒤 “168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 민주당은 못 할 일이 없다. 그 횡포로 윤석열 정부는 출범은 했어도 제대로 국무회의조차 열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윤 대통령을 옹호했다. 

동아일보는 5월14일 “김성회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이 어제 사퇴했다. 대체 누가 이처럼 편향된 인식, 품격 떨어지는 언사를 해온 인물을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추천했던 건가”라고 개탄한 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을 놓고도 뒷말이 많다. 굳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담당 검사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인물을 앉힌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 간첩 사건의 국가정보원 위조문서를 걸러내지도 못한 사람이 ‘공직기강’ 업무인들 제대로 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취임 후 윤석열 대통령 비판 논조 사설. 디자인=안혜나 기자
▲취임 후 윤석열 대통령 비판 논조 사설. 디자인=안혜나 기자

동아일보는 5월18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 “윤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릴 정도로 가까웠던 한동훈 장관의 영향 아래 있는 검찰 수사는 정치적 중립 시비에도 더 쉽게 휘말릴 수 있다. (대통령이) 시정연설 다음 날 야당과의 추가 협상도 없이, 야당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한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법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국회 시정연설에서 의회 존중과 협치를 강조한 다음 날의 일이라 공교롭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정호영 장관 후보자를 향해 “국민 시각에서 조국 전 장관과 비슷한 의혹을 받는 사람이 윤 정부에서 장관 후보자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 윤 대통령과 오랜 인연으로 후보자가 된 사람이라면 이제는 자진 사퇴함으로써 스스로 새 정부 출범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이 용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5월19일 “전임 장관들의 인사가 잘못됐다고 ‘내 편은 승진, 네 편은 좌천’ 식의 인사를 되풀이해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그런데도 검찰 독립성과 중립성 시비를 자초할 수 있는 인사들만 발탁해 요직을 채운 것은 유감스럽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5월24일 정호영 후보자 사퇴를 두고 “윤 대통령은 그동안 차일피일 여론을 살피며 (정호영) 임명 철회 판단을 미뤄 왔다. 둘은 ‘40년 지기’라고 한다. 애초 장관 후보로 지명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검증 과정을 거쳤다면 이런 사퇴 파동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일을 뼈아픈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5월25일 민정수석실 폐지와 관련 “민정수석 산하 인사검증팀을 그대로 법무부로 옮겨놓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총괄하도록 한 셈이다. 더욱이 대통령실에서 인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기획관, 인사비서관도 모두 검찰 출신이다. 추천부터 검증까지 전 과정을 검찰 출신이 맡게 된 것”이라며 “‘제왕적 청와대’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민정수석을 폐지해놓고는 그 빈자리를 ‘공룡 법무부’로 채우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검찰의 인사와 조직을 좌우하는 법무부가 다른 부처 고위직의 금융·부동산·소득·출입국 정보까지 다루면서 인사에 관여하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제 인사 검증 조직까지 지휘하면 (한동훈은) 역대 어느 법무부 장관보다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며 “‘왕 수석’을 없애겠다며 ‘왕 장관’을 만들어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5월26일 “국회의 인사청문회 검증 기준이 높다 하더라도 널리 구하면 왜 장관 할 사람이 없겠나. 새 정부 1기 내각 구성은 ‘서오남(서울대·50대·남자) 인사’ ‘아가패(아는 사람과 가까운 사람만 쓰는 패밀리 인사)’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출신 지역과 학교, 성별 안배가 부족한 편중된 인사였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장차관급 인사 3명을 여성으로 지명한 다음 날인 5월27일 “21일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가 ‘내각에 남자만 있다’고 지적한 지 닷새 만에 이뤄진 인사다. 국내 여론의 비판에는 꿈쩍도 않더니 해외 언론이 나서자 그제야 여성을 기용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5월31일 “이대로라면 검찰총장 임명보다 검찰 중간간부 등 후속 인사를 먼저 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 보직 인사가 끝난 뒤에 임명된 총장은 ‘식물총장’밖에 더 되겠는가”라고 우려한 뒤 “이렇게 되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에,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는 실세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직할 통치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키울 것이다. 수사 공정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며 “총장 후보자 지명을 촌각이라도 늦춰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윤 대통령 측에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법에 규정된 자리를 임명하지 않는다면 위법적 상황을 자초하는 것으로 문 정권과 다를 것이 없다”고 우려했다. 

▲5월9일부터 6월8일까지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조중동 사설 제목 모음. 디자인=안혜나.
▲5월9일부터 6월8일까지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조중동 사설 제목 모음. 디자인=안혜나 기자. 

동아일보는 6월1일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하는 문제는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며 “개정된 시행령대로 법무부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 검증까지 맡으면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행안부에 경찰국을 둔다는 생각도 위험하다. 과거 내무부 치안국이나 치안본부가 경찰을 관리하면서 경찰의 정치 중립성이 훼손됐던 전례가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지방선거 다음날인 6월2일 “국민의힘은 이번 승리에 겸손해야 한다. 자신들이 잘해 국민 지지를 받은 것으로 착각해선 곤란하다. 윤 대통령부터 이번 승리를 오독하면 안 된다. 문재인 정권에서 볼 수 있듯 승자의 오만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전체 투표율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50.9%에 그친 것은 심상치 않은 민심의 지표”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같은 날 “여권은 최근 인사 비판을 수용하고 개선하려고 했고, 5·18 기념식 참석 등 통합 행보도 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입법 폭주로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당하고도 반성이 없었다”며 민주당을 겨냥한 뒤 “5년 동안 질식 상태에 빠진 기업들의 투자 본능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이 윤석열 정권의 핵심 과제”라고 당부했다. 

동아일보는 6월6일 “윤석열 대통령은 3일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를, 국무총리비서실장에 박성근 전 서울고검 검사를 임명했다. 윤 대통령의 지나친 검찰 편향 인사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개의치 않겠다는 식의 ‘마이웨이’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특히 조 전 검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검찰 수사를 받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변호사를 지냈다. 윤 대통령이 국정원까지 직할 체제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법치 국가 실현을 위해 법을 잘 아는 검사를 중용한다는 해명만으론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장에 전례 없이 윤 대통령의 동료였던 검사 출신을 앉힐 거라는 데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라고 물으며 “‘검찰 공화국’ 우려 목소리를 흘려듣지 말고 눈과 귀를 더 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는 6월7일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 대통령실 살림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과 부속실장까지 검찰 출신을 기용한 것은 전례가 없다.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가 인사 검증을 맡게 된 만큼 윤석열 정부의 인사는 추천부터 검증까지 검찰 출신이 좌우하는 구조가 됐다. 장관급인 국가보훈처장엔 처음으로 검사 출신이 임명됐다. 검찰 출신 위원장이 공정위를 이끈 적은 한 번도 없다. 이 인사는 윤 대통령이 성남지청 근무 시절 ‘카풀’을 같이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발탁된 검찰 출신 대부분이 윤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이다. 사적 인연이 과도하게 인사에 작용한 것 아닌가. 끼리끼리 모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6월8일 “금감원장으로 특수통 검사인 이복현 전 부장검사가 임명됐다. 초유의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다.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나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 등 수사 참여에서 보듯 기업과 금융을 ‘범죄’란 프리즘으로 바라봤던 사람”이라며 “경제계에선 특수통 검찰에 대해 ‘누구나 잡아들일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중앙일보 사설은 전에 비해 강도가 높았다. 이 신문은 “이번 인사로 금융권의 자율과 창의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독립성과 전문성이 필요한 기관까지 검찰 출신을 줄줄이 앉히는 건 지나치다”고 비판했으며 “윤 대통령이 말하는 유능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까지 감안하면 끼리끼리의 ‘집단사고’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검찰 편중 인사’란 비판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와중에도 또 검찰 출신을 발탁한 건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다. 세상에는 검사 말고도 유능한 사람이 많다”고 강조했다. 

▲4월20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던 윤석열 대통령.
▲4월20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던 윤석열 대통령.

동아일보는 6월9일 “문재인 정부에서 민변 출신이 대거 요직에 기용됐으니 이번 정부에서 검사 출신이 대거 요직에 기용돼도 된다는 식의 답변은 황당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윤 대통령의 말은 ‘문 정권에서 민변 편중 인사를 했으니 새 정부도 검찰 편중 인사를 해도 된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새 정부가 다른 것은 무엇인가. ‘편중’은 무엇이든 좋지 않다”며 우려를 전했다. 

조선일보는 6월11일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 발탁에 대한 비판론에 대해 ‘필요하면 또 하겠다’고 했다. 어깃장을 놓는 식의 대통령 화법은 국민을 불편하게 한다”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좀 더 무겁게 움직였으면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6월13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만취 음주운전 전력을 비롯한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모양새다. 교장이 될 자격조차 없는 인물이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진두지휘하겠다고 나서는 셈”이라고 비판한 뒤 “박 후보자의 만취 운전 경력은 간단한 절차로 확인이 가능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인사 검증 기준이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6월14일 “검찰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졌던 법무부의 지나친 개입을 막겠다고 하면서 경찰에 대해서는 조직을 신설해서까지 행안부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6월15일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후보자는 각각 외부인사가 위원장인 추천위원회와 국가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지명할 수 있다. 결국 정권의 뜻대로 인선이 어려우니까 조직 개편과 인사를 먼저 한 뒤에 검경 총수를 뒤늦게 임명하려는 편법을 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변형된 방식으로 검경을 통제하려고 하지 말고 하루빨리 검경 총수를 지명해 인사를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팬덤 현상이 우리 정치의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대통령 부인의 팬덤까지 생기고 있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국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큰 사태로 악화하기 전에 (팬클럽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간 신중했던 태도에 미뤄보면 강한 논조였다. 

▲지난해 12월26일 김건희씨가 대국민 사과에 나선 모습을 한 시민이 TV로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26일 김건희씨가 대국민 사과에 나선 모습을 한 시민이 TV로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일보는 6월16일 김건희 여사가 권양숙 여사를 만나며 코바나컨텐츠 전·현직 직원들과 동행한 사실 등이 논란이 되자 “김건희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에 과도한 관심과 비판이 쏠리는 것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원인 제공을 김 여사가 했다”면서 “‘제2부속실을 두지 않겠다’고 했던 마음가짐을 망각해선 안 된다. 공사를 뒤섞어도, 비선 의심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팬클럽과도 거리를 둬야 한다.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의 리스크가 되는 건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화물연대 총파업이 정부와의 합의로 철회되자 “그동안 반복돼온 민노총의 상습적 불법 행동에 윤석열 정부도 면죄부를 주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6월18일 “대통령 부인의 활동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방법을 좀 알려 달라’라고 말한 대목은 그 발언의 가벼움 못지않게 무책임한 인식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6월20일 윤 대통령의 출근길 즉석 문답을 두고 “국민과 소통하고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던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하고 절제된 언어를 구사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동아일보는 6월23일 “검찰총장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을 50일 가까이 미루고, 법무부 장관이 두 차례 인사를 강행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1인 3역을 맡고 있다’는 비판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이후에는 전 정부를 향한 검찰 수사 속도가 더 빨라질 텐데 ‘윤 사단’이 수사를 주도하면 보복 수사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수사 중립 논란은 앞으로 개의치 않겠다는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검찰총장 자리를 방치하 듯 공석으로 놔두고 있다. 법무부는 총장 인사에 필요한 후보추천위조차 구성하지 않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잘못된 검찰 인사의 문제를 뼈저리게 느꼈을 사람이다. 윤 정부에서도 이런 비정상적 검찰 인사가 이어진다는 것은 곤란하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6월24일 “행안부에 경찰국이 없는 것은 박종철 고문치사 및 조작 사건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며 경찰국 신설의 문제를 강조했으며 “차기 검찰총장 지명을 50일 가까이 미루고 검찰 인사를 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 식물총장이 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한 것은 더 문제다. 2년 전 총장 재직 때 인사권을 박탈당한 윤 대통령은 국정감사에서 ‘저는 인사권도 없는 식물총장’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윤 대통령은 아무 설명도 없이 검찰총장 자리를 비워둔 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검사 인사를 계속하고 있다. 검사 인사 때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은 법 규정이다”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6월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오전 경직적인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바꾸는 노동개혁안에 대해 ‘정부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핵심 개혁 과제에 대한 부처 발표를 대통령이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정 시스템이 작동하긴 하는 건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자신의 단편적 기억에 의지해 국가적 과제에 대해 즉흥적으로 말을 쏟아내는 일이 반복되면 국정 운영 전반이 꼬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장관 발표가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면 정부의 신뢰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최종안이 아닌 것을 어떻게 장관이 발표하나”라고 되물었다.

중앙일보는 6월27일 “누구보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화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통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정확한’ 소통이다. 윤 대통령의 주 52시간 발언은 불필요하고, 부정확한 정보가 너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단정적이고 직접적이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6월29일 “검찰 중간간부 700명가량에 대한 역대 최대규모 인사가 어제 단행됐다. 주요 수사의 착수와 진행, 처분에 각각 관여하는 실무 수사팀장부터 중간 보고라인인 일선 지검장, 대검의 최종 수사지휘 라인까지 ‘윤 사단’으로 채워졌다. 검찰총장이 누가 되든 대통령과 장관의 직속 부대로 불리는 ‘윤 사단’의 협조 없이는 어떤 수사도 제대로 하기 어려워 사실상 ‘식물총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중앙일보는 6월30일 “검찰 고위 간부에서부터 검찰 중간간부 인사까지 모두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대검 차장과 상의했다고는 하나 검찰청법의 취지를 어긴 셈”이라며 “법과 원칙을 수없이 강조해 온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평소 소신에도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7월4일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43%로 6월 초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부정 평가는 42%까지 올랐다”고 전하며 “집권 세력의 잘못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의 경우 무엇보다 일방통행식, 그중에서도 인사를 꼽을 수 있다. ‘허니문’ 기간인 집권 초반이다. 이미 경고등은 켜졌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윤 대통령은 인사가 가장 문제라는 국민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아일보는 7월5일 “국정 지지율이 40%대 초반으로 떨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결코 가벼이 봐선 안 된다. 검찰 등 법조 인맥이 아닌 비전과 실력을 갖춘 경제 진용이 국정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 ‘우리 정부는 다르다’며 내 생각대로만 국정을 펼치면 그게 바로 ‘마이웨이’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같은 인재 발탁과 검증 체계로는 인사 참사로 국정 운영의 동력만 떨어뜨릴 뿐이다”라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일부 검사 출신은 아무 상관없는 곳에 임명돼 많은 사람을 의아하게 만들기도 했다. 국민들이 이를 모두 지켜보고 있다. 치밀하지 않고 즉흥적인 인선, 부실한 검증은 반복돼선 안 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7월6일 “대통령이 어제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인사 문제에 대해 ‘전 정권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반문했다. 전 정권의 허물이 현 정권의 잘못을 정당화하는 구실이나 핑곗거리가 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또 “박순애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줄 때는 ‘언론에, 야당에 공격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검증을 공격이라고 하는 것은 올바른 인식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국민은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 숱한 의혹에도 임명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으로부터 진솔한 설명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것을 묵살하고, ‘전 정권 장관보다 낫다’는 식의 거친 한마디로 넘어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가 접해온 과거 대통령들의 언어와도 사뭇 다르다. 게다가 윤 대통령도 전 정권의 주요 인사 아니었나”라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7월7일 인사비서관 부인 신아무개씨의 나토(NATO) 정상회의 동행에 대해 “경호 기밀 사항이 포함된 해외 일정은 의전비서관실이나 외교부가 맡는 게 원칙이다.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최고 전문가를 뽑아야 한다”며 비판한 뒤 “대통령이 아는 사람, 편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게 처음이 아니라서 더 문제다. 고위 공직자 발탁을 담당하는 인사비서관은 공정의 상징 같은 자리다. 이런 참모의 부인이 대통령 지인이라면 더 조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공사 구분이 이래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7월8일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의 내로남불과 편가르기를 맹공하며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끝에 집권하지 않았나. 공사 구별이 무너진 대통령 부인의 행보와 친족 채용이 공정과 상식을 모토로 한 윤석열 정부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취임 6주 만에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를 맞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인데, 역대 어느 대통령 때도 거론되지 않은 ‘대통령 부인의 행보’(2%)가 부정 평가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을 윤 대통령과 참모들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하며 “검사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하면서 ‘비선 시비’가 정권에 치명적인 암 덩어리임을 절감했을 윤 대통령이 왜 부인을 둘러싼 논란에 감싸기로 일관하며 비선 시비를 자초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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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과 같은 조선소의 현실..산업은행·대우조선 책임져라”

거제 대우조선 앞에서 5,000여 명의 노동자, 시민 결의대회 진행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7/0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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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와 시민 5,000여 명은 8일 오후 2시 거제 대우조선 남문 앞에서 파업 중인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 승리를 다짐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제공-민주노총]   

 

5,000여 명의 노동자와 시민이 거제 대우조선 앞에 모였다. 

 

민주노총은 8일 오후 2시 거제 대우조선 남문 앞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 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결의대회에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파업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긴급행동’의 ‘함께 버스’에 동참한 시민들도 참여했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6월 2일부터 임금 30% 인상과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파업하고 있다. 특히 유최안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회장은 지난 6월 22일부터 철판을 이어붙인 감옥에 스스로 몸을 가둔 채 농성 중이다. 조합원 6명도 유 부회장과 같은 날부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5년간 7만 6,000여 명의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일터에서 쫓겨나고 7년간 실질임금의 30%를 삭감당한 현실 속에서 고용과 처우의 벼랑에 내몰린 노동자들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이번 파업은 조선업 불황을 이유로 30%나 삭감된 임금을 되찾기 위한 투쟁”이라며 “차별 없는 노동권과 질 좋은 일자리를 쟁취하기 위한 민주노총의 투쟁 최전선이 바로 이곳”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 “‘저도 살고 싶습니다’라고 절박한 바람을 전한 유최안 동지와 함께 투쟁하고 승리하자. 저들의 세상이 아닌 우리의 세상을 되찾자”라고 말했다.

 

▲ [사진제공-민주노총]  

 

현장에서 전화 연결을 통해 발언에 나선 유 부지회장은 “노동조합만이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을 지킬 수 있다. 노동조합의 인정과 사수를 위해 함께 투쟁하자”라면서 “오늘의 투쟁이 무너지면 모든 조선 하청노동자의 투쟁이 무너지기에 온 힘을 다해 투쟁하고 승리를 만들자”라고 호소했다.

 

또한 고공농성 중인 이학수 조합원은 “이렇게는 못 살겠다. 생지옥과 같은 조선소의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계산하는 대우조선을 규탄한다”라면서 “고공농성에 오를 때 두렵고 떨렸지만, 지옥 같은 현실과 사슬을 끊기 위해 나섰다”라고 말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경찰이 공권력을 동원해 농성 대오를 침탈한다면 금속노조 20만 조합원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라고 선언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연대사에서 “임금을 원래대로 회복하라는 것과 노조를 인정하라는 것을 목숨까지 걸면서 요구해야 하나?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라면서 “대우조선의 지분을 55% 가지고 있는 진짜 사장인 산업은행이 해결에 나서야 한다. 수주 대박의 한국 조선산업이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목숨 걸고 투쟁하는 하청노동자들 앞에 산업은행이 당장 나서 대화와 교섭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결의대회에 앞서 오전 10시에 유 부지회장을 비롯해 고공농성 중인 조합원을 만났다. 

 

▲ 철판을 이어붙여 만든 감옥에 스스로 가둔 채 농성 중인 유최안 지부장을 만나는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사진제공-진보당]  

 

이날 대회에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 이종회 노동당 대표도 참석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끝날 때까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산업은행이 책임지고 대우조선이 해결하라”, “정부는 조선산업 근본 대책 마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최대 주주이기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대우조선 서문까지 행진했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들은 오는 23일 전국에서 거제로 오는 ‘희망 버스’를 준비 중이다. 그리고 이날 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전국 시민들의 마음을 표현한 ‘지지 현수막’이 대우조선소 일대에 대거 걸렸다. 

 

한편 대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대우조선의 관리직을 중심으로 한 맞불 집회가 진행됐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조선소 안으로 이동하며 농성 중인 하청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을 부수기까지 했다. 

 

▲ [사진제공-민주노총]  

 

▲ 대우조선 일대에 붙은 현수막. [사진출처-대우조선 긴급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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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 총리 사망 비극 여파는…일본 극단주의 자극제 되나

2차대전 후 일본 정치 최대 사건…개헌 비롯 아베 추진 정책 가속화 전망도

  기사입력 2022.07.08. 22:46:51 최종수정 2022.07.08. 22:56:18

 

일본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두고 지원 유세를 벌이던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총격을 당해 숨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눈물을 흘리며 "친구"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애도를 표한 가운데 개헌 등 아베가 추진하던 정책 목표가 아베의 유지를 계승한다는 기치 아래 자민당 내에서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NHK 방송 등 외신을 종합하면 8일 오전 11시30분께 나라현 나라시에서 자민당 지원 유세 도중 아베 전 총리가 총에 맞았고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날 오후 끝내 숨졌다. 아베 전 총리를 치료하던 나라현립의대병원은 이날 오후 6시께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전 총리가 오후 5시3분께 사망했다고 밝혔다. 병원 쪽은 아베 전 총리가 총에 맞은 뒤 약 1시간 가량 지난 낮 12시20분께 심폐정지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병원 쪽은 탄환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심장까지 도달해 있었고 사인은 과다 출혈을 의미하는 실혈사라고 설명했다. 

이날 아베 전 총리는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부근에서 유세 도중 적어도 2발의 총성이 들린 뒤 쓰러져 구급 헬기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미 총격 직후 일본 언론에선 소방당국을 인용해 아베 전 총리가 심폐정지 상태라는 보도가 나왔다. 

아베 전 총리를 저격한 용의자 야마가미 테츠야(41)는 살인미수 혐의로 이날 오전 현장에서 체포됐다. NHK는 용의자가 경찰에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 죽이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한편 '아베 전 총리의 정치 신조에 원한을 품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방위성 관계자를 인용해 용의자가 2005년 무렵까지 3년간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근무했다고 보도했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직접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NHK는 용의자가 '여러 권총과 폭발물을 제조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총기는 당국에 의해 압수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7시께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디 목숨을 부지해 주었으면 하고 빌었는데 부고를 받게 돼 정말 유감"이라며 아베 전 총리가 "친구"이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회견에서 눈물을 보인 기시다 총리는 이번 총격을 "비열한 만행"이라고 비난하고 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내일도 선거 운동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야마가타현에서 지원 유세를 이어가던 중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을 보고 받고 즉시 유세를 중단한 뒤 헬기를 타고 도쿄 총리관저로 돌아왔다. 관저로 돌아온 직후인 이날 오후 2시30분께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아베 전 총리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이번 총격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베 총리의 사망 소식에 각 국 지도자들은 애도의 뜻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일본은 평생을 나라에 헌신하고 세계에 균형을 가져오기 위해 일한 위대한 총리를 잃었다"며 조의를 표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아베 전 총리는 미-일 관계를 "새롭게 끌어올린 특별한 파트너이자 위대한 비전을 가진 지도자"였다고 추모했다.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도 "아베 전 총리 집권 아래 일본은 아시아에서 호주와 가장 마음이 잘 맞는 파트너 중 하나가 됐다"며 애도를 표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조의를 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아베 전 총리의 모친과 아내 앞으로 애도의 뜻을 표하는 서한을 보내 아베 전 총리가 "양국의 우호 관계 발전에 많을 기여를 한 위대한 정치가"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선거 중에 일어난 테러 행위는 민주주의 근간에 대한 공격"이며 "용납될 수 없다"고 규탄한 뒤 "아베 전 총리의 가족과 일본 국민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성명을 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2020년 퇴임 뒤 자민당 내 가장 큰 파벌의 수장을 맡고 있던 아베 전 총리는 사망 뒤에도 일본 정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뤼야오둥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연구원을 인용해 아베 전 총리의 계승자는 "아베의 유지를 계승한다"는 기치 아래 개헌 추진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헤이룽장사회과학연구원의 동북아시아연구소장 다지강도 선거를 앞두고 아베 전 총리가 숨진 것이 일본 대중의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며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봤다. 마리코 오이 BBC 아시아 특파원은 "이웃나라 한국과 중국을 분노하게 한 아베의 개헌 추진은 그의 자민당 동료들에 의해 여전히 메아리치고 있다"며 "고위 인사들의 애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일본 내 극단주의 세력이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타임스>는 "분석가들이 이 사건을 2차대전 이후 일본 정치에서 가장 큰 사건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몇 년 간 일본 정치는 표면적으로는 조용했고 자민당의 지위도 안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포퓰리스트와 극단적 사상들이 오랜 경기 하강 등을 배경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이러한 폭력은 강하게 비난받아야 하지만 일본도 국내 정치 양극화의 위험성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샹하오유 중국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06~2007년, 2012~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집권한 일본 최장수 총리다. 2020년 9월 건강을 이유로 퇴임한 뒤에도 자민당 내 가장 큰 파벌인 아베파의 수장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집권 중에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포함해 디플레이션 극복과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펼쳤고 퇴임 뒤에도 개헌과 방위력 강화를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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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특권과 싸우는 그의 첫마디 "난 고졸 변호사"

[인터뷰] '법관 면책특권' 헌법재판소로 쏘아 올린 전상화 변호사의 5년 투쟁기

22.07.08 19:05l최종 업데이트 22.07.08 20:04l
‘법관 면책특권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한 전상화 변호사
▲  ‘법관 면책특권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한 전상화 변호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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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졸' 변호삽니다. 대학동문, 선·후배가 없다 보니까 아무래도 눈치를 볼 사람이 없는 편입니다."

잘못된 판결을 한 것으로 밝혀져도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그에 대한 책임을 판사가 지지 않는 것이 면책특권이다. 그에 따라 국가의 배상 책임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 일반 공무원의 과실로 국가에 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그런데 지난 6월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11단독 서영효 부장판사는 이와 같은 법관 면책특권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판사에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법조항의 위헌성을 헌법재판소에서 가려 봐야 한다'는 소송 당사자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 당사자가 전상화 변호사다. 그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5년 내리 "판사도 자기 잘못에 책임을 져라"며 법적으로 싸워왔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5가 시장 거리에 위치한 법률사무소에서 전 변호사를 만나 지난 5년 이야기를 들었다. 

명백한 실수인데 '판사니까' 책임 면제
 

전상화 변호사
▲  전상화 변호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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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2016년 그가 맡았던 한 임차인의 명도소송이었다. 당시 식당 사정으로 월세를 두 차례 미납하자 건물주는 임대 계약 해지를 주장하며 임차인의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11월 전 변호사는 1심에서 패소했다. 그런데 판결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은 임대료가 3기(3번) 미납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재판장 임창현 판사는 2기를 기준 삼아 2기 이상 미납했다며 임대인 손을 들어줬다. 


"그때가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지 얼마 안 지난 때였지만, 두 달 치가 밀렸다는 건 양쪽이 모두 인정한, '다툼이 없는 사실관계'였어요. 계약서상에도 세 달 치가 계약 해지 기준이었고요. 법 개정을 몰랐다 해도 용납이 안 되는 잘못인 거죠. 판사가 자기 마음대로 재판하면 됩니까? 그래서 판사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를 한 거죠."

전 변호사 말을 빌리면, 이후 "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손해배상 소송의 재판장(심창섭 판사)이 '소송비용 담보제공명령'을 직권으로 내렸다. '10일 내 소송비용 담보 900만원을 내지 않으면 소를 각하한다'는 명령이었다.

전 변호사는 "담보제공명령은 쉽게 말하면, 소송비용도 없는데 터무니없이 마구 소송을 해 상대방을 괴롭히는 경우를 대비해 '재판비용이라도 담보로 제공해라'는 개념"이라며 "국내에 사무실이나 주소지가 없거나, 재판 청구의 아무 이유가 없음이 명백할 때가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나는 법률사무소도 있고 피해 사실도 있었다"며 "더구나 피고 판사(임창현 판사)가 이를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심창섭 판사가 자기 직권으로 이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소송비용 담보 제공 신청을 했다가 '이유 없다'고 기각 당하지 않았느냐"면서 "법관의 오만방자함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반발한 교회들이 문 대통령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소송비용 담보제공을 신청했지만 지난 3월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전 변호사는 재판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넣고, 담보제공명령도 부당하다고 항고했다. 각 소송 모두 3심까지 진행됐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 과정에서 담보제공명령 항고 재판부는 "피고 임창현(판사)이 법리를 오인하는 바람에 건물 인도를 명한 건 잘못"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법관 면책 판례'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는 불가능하다고 판결했다.

2001년 대법 판례 후 20년 간 특권 유지
 
전상화 변호사
▲  전상화 변호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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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판례는 '2000다29905(2001년 3월 선고)'로 대표되는 대법원 판결이다. "법관의 재판에 법을 따르지 않은 잘못이 있다 해도, 해당 법관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목적을 갖고 재판을 했거나 직무수행 기준을 현저히 위반해 법관이 자기에게 부여된 권한을 명백히 어긋나게 행사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내용이다.

이후 법관을 면책해준 대법원 판결은 계속 나왔다. 대법원은 2001년 압수수색 대상 물건 기재가 누락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준 법관에게도 '부당한 목적'이나 '직무수행 기준을 현저히 위반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불법행위가 구성되지 않는다"고 감쌌다. 법원 경매절차에서, 법관 착오로 한 채권자의 배당표가 잘못 작성돼 그에게 재산상 손해를 끼친 사건도 같은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판례 때문에 지난 20여년 간 국가배상법 2조 1항은 판사에게만 문구 그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국가배상법 2조 1항은 '국가·지자체 공무원이 직무 집행 중 고의나 과실로 법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힐 시 이 법에 따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전 변호사는 "판사들만 부당한 목적, 중과실, 이런 조건이 추가된다"며 "그런데 판사의 부당한 목적을 재판의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관심법 쓰는 궁예'만이 이길 수 있단 말이냐"고 물었다. 그는 "더 정확하게는 궁예도 못 이긴다"며 "판례는 '시정절차 내지 불복절차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추가로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특혜가 세상 어디에 있습니까? 판사라고 아무 실수 안하고 오류가 없습니까? 이 판례를 없애지 않는 이상, 법관에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건 절대 불가능했습니다. 그럼 이 판례를 뒤집어야겠다 생각했어요."


한 판사의 양심선언 "특권 내려놓는데서 시작하자"
 
전상화 변호사
▲  전상화 변호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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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변호사는 면책특권을 다툴 수 있는 사유가 생길 때마다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했다. 지난 5년 간 7건이 쌓였다. 4건은 최종 패소, 3건은 진행 중이다. 위헌법률심판 신청도 네 차례 넣었으나 3건이 각하됐다. 그러다 지난 6월 30일 법원이 처음으로 전 변호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고의·과실 외 '위법·부당 목적 또는 현저한 기준 위반' 등 요건을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국가배상책임을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건 법관에 대한, 헌법이 인정하지 않는 특전을 새로 창설하는 것... (중략) 일본 국왕의 무오류성 또는 절대 국가 법제 등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 법관은 무오류의 존재가 아니므로... (중략)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으로부터 사법과 재판에 대한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헌법이 법관에 부여한 신분보장 외 별도의 특권적 지위를 창설하지 말고, 그런 지위를 과감히 내려놓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1 단독, 서영효 부장판사,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문 중)


전 변호사는 서 판사의 위헌제청결정문에 "표현만 그리 안 했을 뿐이지, 법원을 향해서 엄청 욕을 했다고 읽었다"며 "사법부는 사법부지 입법부가 아닌데 왜 월권을 하느냐고 따져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대법 판례가 잘못됐다고 한 건데, 서영효 판사가 대단히 용기 있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고졸변호사가 확신 말고 믿을 구석 어딨겠습니까"
 
전상화 변호사
▲  전상화 변호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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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변호사는 법조인 중에서도 이례적인 이력을 가졌다. 고교 졸업 후 고려대 수학과로 입학했으나 두어 달 후 자퇴, 재수를 하다 가출해 부산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일했다. 다시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해 대구대 수학교육과에 들어갔으나 교련 과목에서 F 학점을 받아 장학금이 끊기면서 학교를 나가지 못해 그 길로 군대를 갔다. 제대 후 상경해 약품 도매업체 영업사원, 고시원 총무 등으로 밥벌이를 했다. 그러다 사법시험을 준비해 31살인 1998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법원·검찰청 주변에 밀집한 대부분의 법률사무소와 다르게, 그의 사무실은 종로5가 '광장시장' 바로 맞은편에 있다. 건물 뒤편에도 법률사무소는 한 군데도 보이지 않고, 천막, 액자, 판촉물, 잡화, 그릇, 철물 등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전 변호사는 "체질적으로 동적인 걸 좋아해서 여기로 왔다"며 "사실 내가 변호사 보단 막노동 체질"이라 말하며 웃었다.

전 변호사는 "그래도 경상도, 전라도, 저 멀리 청산도에서도 배 타고 여기까지 찾아오는 분이 계신다"며 "전국에 '사법피해자'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사건을 변호사들이 잘 맡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도 '사법피해자모임'에 나가고 있는데 변호사가 나밖에 없으니 여기 분들이 법률 의뢰도 하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고졸변호사가 믿을 구석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던 그는 끝으로 "이렇게 판사와 싸우고 드는 건 그 판례가 완벽하게 틀렸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그만두라 했습니다. 그만큼 한국에서 사법부가 무소불위 권력기관이라는 방증입니다. 나는 '좋다. 내가 그 바위 치는 계란이 되겠다'며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 닉네임도 '바위 치는 계란'으로 했는데, 지금은 '바위 깨는 계란'으로 바꿨습니다. 치는 건 너무 나약해 보이니까. 헌재에서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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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작업 중 노동자 차에 치여... 도로점용허가 없이 일했다

[인터뷰] 사고 당한 지역난방안전 소속 김씨 "후유증 있지만 생계 때문에 출근, 인원 충원해야"

22.07.07 18:08l최종 업데이트 22.07.08 00:16l
지난 6월 8일 오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인근 3차선 도로 위 맨홀 속에서 열수송관 점검 작업을 마치고 나온 지역난방안전 소속 노동자 김아무개(33)씨가 달려오던 차에 치였다. 사고당시 동료 노동자가 찍은 사진.
▲  지난 6월 8일 오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인근 3차선 도로 위 맨홀 속에서 열수송관 점검 작업을 마치고 나온 지역난방안전 소속 노동자 김아무개(33)씨가 달려오던 차에 치였다. 사고당시 동료 노동자가 찍은 사진.
ⓒ 지역난방안전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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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8일 오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인근 3차선 도로. 도로상의 맨홀 속에서 열수송관 점검 작업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지역난방안전 소속 노동자 김아무개(33세)씨가 달려오던 차에 치였다. 앞에 있던 신호수 A(27)씨가 견광봉으로 작업중임을 알리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키 182cm, 몸무게 100kg로 거구인 김씨가 공중에 붕 떠 2~3m를 날아갔다. 땅바닥에 쓰러진 김씨는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김씨는 뇌출혈 증세까지 보였지만, 천만 다행으로 12시간여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 함께 작업을 했던 B(49)씨는 "큰일이 난 줄 알았는데 정말 다행이다. 기적 같다"며 가슴을 쓸었다. 입사한 지 1년 밖에 안 된 A씨는 눈 앞에서 사고를 목격한 뒤 아직까지 악몽에 시달린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해당 위치의 맨홀 작업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통상 2인 1조로 이뤄지는 다른 현장과 달리 3인 1조 작업을 진행했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알아서' 위험에 대처했음에도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한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그동안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도로점용허가' 신청조차 하지 않아왔다. 도로점용허가 신청에 드는 비용은 1제곱미터 당 150원에 불과하다. 노조는 도로점용허가 신청과 '4인 1조' 작업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한 인력을 충원하라고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지역난방안전은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김경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지역난방안전지부 사무국장은 7일 통화에서 "현장점검 노동자 정원이 187명인데, 현재 14명이나 결원이 발생한 상태"라며 "인원 충원이 안 되면 노동자들이 바빠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고 했다. 김 국장은 또 "노조는 2018년에 지역난방안전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도로점용허가를 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회사가 이를 거부해왔다"라며 "목숨이 달렸는데 단돈 150원이 아까운 거냐"고 했다.


회사가 움직이지 않자 노동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론화에 나섰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공공기관이 안전을 위해 세운 자회사에서조차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라며 "2018년 열수송관 파열과 같은 사고가 재발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역난방안전' 뿐만 아니라 모회사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노동환경 개선과 안전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지역난방안전'은 지난 2018년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열수송관이 폭발, 1명 사망자와 수십명 부상자를 낸 사고 이후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만든 안전관리 전담 자회사다.

사고 후에도 출근한 김씨 "먹고 살아야 해서... 안전 더 신경써달라"
 
지난 2018년 12월 고양시 백석역 인근지하에 매설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수송관이 파열돼 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사진.
▲  지난 2018년 12월 고양시 백석역 인근지하에 매설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수송관이 파열돼 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사진.
ⓒ 고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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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김씨(33)는 지난 6월 16일 퇴원, 6월 20일부터 곧장 출근을 시작했다고 한다. 사고 후유증으로 아직 발작 증세에 시달리고 시력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당장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3년째 맨홀 점검 작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사고 전 결혼을 준비 중이었다고 했다. 김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 현재 몸 상태는.

"일단 눈이… 상이 두 개로 맺히는 증상이 있다. 처음에 사고 났을 땐 정말 심했는데 지금은 다행히 빈도가 많이 줄긴 했다. 단기기억상실증도 있다. 요일 개념이 헷갈린다. 예를 들어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 하면 잘 안 떠오른다. 또 목 주위도 심하게 아프고. 누워있거나 특정 자세를 취하면 갑자기 몸에 힘이 쭉 빠지고 정신이 안 차려진다. 퇴원하고 얼마 안 됐을 때인데, 난생 처음 자다가 발작이 나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도 있었다. 다음주에 다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 사고 당시 상황은 어땠나.

"전혀 기억이 안 난다. 맨홀에 들어가 열수송관 시설 작업을 했고, 다 하고 나서 철수하는 도중에 사고가 난 건데… 갑자기 기억이 뚝 끊겼고 일어나 보니 병원이었다. 만약 그 기억이 생생하다면 지금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회사에 다시 출근하지 못했을 것 같다. 머리가 알아서 기억을 지운 것 같다. 아직까지도 일부러 사고 현장 사진을 안 보고 있다. 경찰에서도 한 번 보러 오라고 연락을 받았는데, 보고 나면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아서…"

- 많이 놀랐겠다.

"제가 사실 결혼을 준비 중이었는데, 사고 때문에 다 연기됐다. 약혼자는 뇌출혈이 있다는 얘길 듣고 제가 죽은 줄 알았다더라. 다들 기적이라고 하는데… 제가 몸이 좀 큰 편이라 운 좋게 살은 것 같다. 하지만 누가 알아주나. 결국 출근해서 돈 벌어야 한다. '외벌이'인데 병가를 내면 임금의 70%밖에 못 받는다고 해서…"

- 그 현장이 유독 위험하다고 들었다.

"그 전에도 다른 분이 거기서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저희가 하는 일 자체가 사실 좀 위험하다. 평소에도 집중 안 하면 100% 다친다. 특히 차도 위에 맨홀이 있는 경우는 더 위험한데, 사고가 난 곳은 언덕을 지나서 내리막이 있고 도로도 커브길이라 많이 위험한 곳이었다. 그래서 거기 갈 때마다 조심하자고 얘기하긴 하는데…"

- 이 일을 얼마나 했나.

"2019년 11월부터 시작했다."

- 이전에도 사고가 난 적이 있나.

"없다. 처음이다."

- 현장에 필요한 안전관리 개선책이 뭔가.

"보통 다른 업체의 경우 이런 작업에는 4인 이상이 붙는다. 맨홀 속에 들어가서 작업하는 인원이 두 명, 신호수 한 명, 도로 위 상황과 맨홀 상황을 함께 점검하는 관리 인원이 최소 한 명은 필요하니까. 차선이 좁은 경우에는 신호수가 두 명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맨홀 안에 1명이 작업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위험하다. 4인 1조 작업을 위해선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안전 관리에 신경을 더 썼으면 좋겠다."

- 산재 처리는 됐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서 아직 산재 신청을 못했다. 회사에서 처음에는 산재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또 말이 달라지는 것 같더라. 지금은 사고 가해자의 자동차 보험으로 치료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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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전쟁이라도 할 작정인가"

6.15남측위,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대북 강경 적대 발언 우려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7.07 21:53
  •  
  •  댓글 0
6.15남측위는 7일 성명을 발표해 윤석열 정부의 잇단 대북 강경 적대발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사진은 지난 6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 출처-제20대 대통령실]
6.15남측위는 7일 성명을 발표해 윤석열 정부의 잇단 대북 강경 적대발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사진은 지난 6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 출처-제20대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심화되는 안보 불확실성에 대비한 안보상황 극복 △인공지능(AI) 기반 첨단과학기술 강군 육성 방안 등을 토의하고 △독자적 한국형 3축체계 능력을 조속히 구비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우려가 계속되는 등 엄중한 안보상황을 고려해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에서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는 배경설명도 나왔다.

"북한이 도발하는 경우 신속하고 우리 군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 "아무리 첨단 과학기술 강군이 되더라도 확고한 대적관과 엄정한 군기가 무너진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사용을 억제하고 도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도록 한국형 3축체계 등 강력한 대응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등이 대통령 발언의 핵심이다.

이날 회의에서 국방부는 한국형 3축체계를 지휘 통제하는 '전략사령부'를 2024년까지 창설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본부(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창복)는 7일 성명을 발표해 윤석열 정부의 잇단 대북 강경 적대발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취임 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 윤 대통령의 행보는 대북 적대정책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임 초부터 왜, 무엇을 근거로 대북적대의 끝을 보여주는지 알 길이 없다"고 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전쟁이라도 할 작정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나온 '한국형 3축체계' 구축 지시와 이를 통일적으로 지휘할 '전략사령부' 창설 계획은 대북 선제타격 개념을 공식화하고 무기체계 뿐만 아니라 이를 군 조직체계로도 전면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형 3축체계는 대통령 선거 당시부터 정책공약으로 강조했던 것인데, △북핵·미사일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요격 시스템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 3단계 작전개념으로 이뤄져 있다. 

북핵·미사일의 발사 징후가 탐지 단계에서 발사되기 전 지상의 탄도미사일을 선제적으로 타격해 제거하는 킬 체인, 북핵·미사일의 발사 단계에서 이를 공중 요격하는 KAMD, 북핵·미사일 발사 후 이를 응징하는 KMPR 등 '한국형 3축체계' 개념은 2016년 처음 공개되었다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9년 1월 북핵·미사일외에 주변국들의 잠재적 위협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핵·WMD 대응체계'라는 명칭으로 변경되었으나 올해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원상회복됐다.

한국형 3축체계에 필요한 탐지와 방어, 타격 등 작전수행을 위해서는 정찰위성, 조기경보레이더,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천궁-Ⅱ, 사거리 확장형 패트리어트(PAC-Ⅲ MSE), 이지스함 탑재용 탄도탄요격미사일 SM-6(도입예정),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개발 중), 현무 지대지 미사일, 해상 함대지·잠대지 미사일,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막대한 무기체계가 동원된다.

문제는 대북 적대적인 작전개념의 도입과 구축 시도 뿐만 아니다. 

6.15남측위는 윤 정부가 북핵 대응을 목표로 한다고 하더니 취임 이후 단 두달만에 사실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첨병이 되었다고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연합훈련 확대를 위한 협의 개시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 EDSCG) 재가동 합의를 하고, 6월 나토정상회의 참가를 계기로 미국·유럽·일본 동맹에 적극 가담하여 중국·러시아·북한과 대립하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현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3국간 협력을 북핵과 미사일 관련 대응을 넘어 광범위한 안보협력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현재 군산에는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연합훈련 범위와 규모 확대, 미 전략자산 전개 공약에 따라 미 F-35A 스텔스 전투기가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전개되어 있으며, 이미 지난 6월 초 일본 오키나와 공해상에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와 한국 해군의 상륙강습함인 마라도함 등이 참가한 항모강습단 훈련을 진행했다.

한·미·일 3국은 8월 초 하와이 해역에서 '퍼시픽 드래곤'(Pacific Dragon) 3국 연합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며, 연이어 실기동 훈련의 점진적 복원 합의에 따라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진행될 예정이다.

6.15남측위는 "출발부터 적대로 일관된 대북정책으로는 대화를 이끌 수 없다"며, "한반도 핵문제는 남북의 판문점선언과 북미 싱가포르 합의에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함께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한 문제"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리고는 "신냉전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대화의 포기는 강대강 대결을 부르는 일이며, 한반도를 신냉전의 최전방에 내모는 일과 같다"고 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강대강 대결을 부르는 대북적대, 전쟁준비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6.15남측위 성명] (전문)

윤석열 정부는 전쟁이라도 할 작정인가

나토정상회의 참가, 한미일 군사협력 합의에 이은
한국형 3축 전략사령부 창설,
전쟁위기 부를 적대정책 중단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6일) 전군 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강력한 군사력과 확고한 대비 태세’를 주문했다. 과거 대통령들이 취임 1~2년이 지난 시점에 지휘관회의를 주재한 것과 달리 취임 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회의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회의에서 국방부는 한국형 3축 체계를 지휘할 ‘전략사령부’ 창설 계획을 밝혔다.
 
한국형 3축 체계는 대통령 선거 당시 정책공약부터 강조되었던 것인데,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요격 시스템인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 세 차원에서의 대응 방안을 통일적으로 지휘할 ‘전략사령부’를 창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전군 지휘관 회의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과 확장억제 합의, 6월 나토정상회의 참가와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등에서 확인된 적대적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읽힌다. 정부는 북의 위협을 명분으로 한미간 확장억제 강화와 전략자산 전개, 한미일 군사협력 합의, 그리고 한국형 3축 체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철통’ 같은 태세를 갖춰가고 있다. 더구나 전략사령부 창설 계획은 우리 군이 ‘선제타격’ 개념을 공식화하고 무기체계뿐 아니라 군의 조직체계로도 전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취임 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 윤 대통령의 행보는 대북적대정책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임 초부터 왜, 무엇을 근거로 대북적대의 끝을 보여주는지 알 길이 없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윤 정부가 북핵 공동대응을 명분으로 국가적 재앙을 불러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확장억제와 전략자산 전개, 한미일 군사협력과 심지어 나토 정상회의 참가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북핵 대응이 목표라고 하지만 실상은 단 두 달만에 미 인도태평양 전략의 첨병이 되었다는 데 있다.
 
현재 군산에는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확장억제 공약에 따라 미 F-35A 스텔스 전투기가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전개되어 있다. 세계 최대 해상훈련인 림팩(RIMPAC) 훈련 참가 미군과 한국군이 이미 지난 6월말 오키나와 공해상에서 항모강습단 훈련을 진행해 전략자산 전개의 위용을 과시한 데 이은 것이다. 한미일 3국 연합훈련인 ‘퍼시픽 드래곤(Pacific Dragon)’이 8월 1일 예정되어 있으며, 연이은 한미연합군사연습은 이번 회의에서도 확인된 대로 실기동 훈련의 점진적 복원 방침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전쟁연습과 위험천만한 전략무기들이 하루가 멀게 한반도를 맴돌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국군 장병들의 ‘대적관’ 확립을 강조한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는 전날(5일) 정례브리핑에서 전쟁기념관 내 ‘북한 도발관’ 확대 개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군은 물론이고 국민의 적대감을 키워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가. 북한 주적, 대적관 확립, 전쟁기념관 확대 등과 일련의 정책들은 평화의 소중함은커녕 대결의식을 키우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위험천만하다.
 
윤 정부는 정말 전쟁이라도 할 작정인가. 정부의 행보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인지 모르는 것은 아닌가. 한반도 핵문제는 남북의 판문점선언과 북미 싱가포르 합의에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함께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한 문제이다. 출발부터 적대로 일관된 대북정책으로는 대화를 이끌 수 없다. 신냉전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대화의 포기는 강대강 대결을 부르는 일이며, 한반도를 신냉전의 최전방에 내모는 일과 같다. 이제라도 대화와 협상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한반도에 어떤 위기가 닥쳐올지 모를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강 대 강 대결을 부르는 대북적대, 전쟁준비를 멈춰야 한다.
나아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첨병이 되어 안보도 경제도 잃는 일 따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2022년 7월 7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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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새 확진자 '더블링' 나흘째…8일 새 확진자도 2만 명 육박

8일 신규 확진자 1만9323명…중대본 "재유행 경고등 켜지는 중"

 

 

8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만9323명으로 집계됐다. 2만 명을 넘지는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대규모 확진자가 나오면서 재확산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국내 발생 1만9132명, 해외 유입 191명의 새 확진자가 각각 나와 총 누적 확진자가 1847만1172명이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나흘 연속 하루 2만 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확진자가 나왔다.

전주 대비 새 확진자 수가 두 배에 달하는 더블링 현상도 같은 기간 이어지고 있다. 한주 전인 지난 1일의 신규 확진자 수는 9528명으로 이날 새 확진자의 절반 수준이었다. 

매주 확진자가 두 배씩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이달 하순경에는 하루 10만 명대의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미 의료계는 다음 달이면 하루 20만 명대의 확진자가 나오는 재유행이 올 것을 예상하고 그에 맞는 대비를 해야 할 때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의료계 예상과 달리 새 유행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국민 대다수가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완료한 후 이미 4개월가량이 지나 사회적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상이 재개되면서 사람 간 접촉 빈도가 과거보다 잦아졌다는 점, 여름 휴가철이 다가와 인구 대이동이 점쳐진다는 점도 유행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여름 무더위로 에어컨 등 냉방기에 의존하는 3밀(밀접·밀폐·밀집) 환경이 조성됐고,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와의 사투로 국민의 피로감이 커진 상황이라는 점은 방역 성과를 저해할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면역 회피 능력이 확인된 BA.5 오미크론 변이가 점차 국내에서 위력을 더해감에 따라 코로나19 전파력이 종전보다 더 강해지고 있다는 점 역시 방역의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전날 방대본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BA.5 변이는 지난주(6월 5주차) 24.1%의 검출률을 보였다. 조만간 국내에서도 BA.5가 우세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코로나19 재유행의 경고등이 하나둘 켜지고 있다"며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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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리위, 이준석 대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7/08 09:50
  • 수정일
    2022/07/08 09:5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당 윤리위 “이준석 대표 소명 믿기 힘들어”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 관련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7.7. ⓒ뉴스1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당대표에 대한 징계 수준을 ‘당원권 정지 6개월’로 결정했다.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의 징계에 대해서는 ‘당원권 정지 2년’으로 결정했다.</figcaption>
이양희 당 중앙윤리위원장은 8일 새벽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나와 “8시간이나 걸렸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리위 판단의 쟁점은 김 실장이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의혹’ 제보자에게 7억 원의 투자 각서를 써주는데, 여기에 이 대표가 연루됐는지 여부였다. 윤리위에 따르면, 이 대표는 김 실장이 올해 1월 10일 대전에서 장 모 씨를 만나 성 상납과 관련한 사실확인서를 작성하고 7억 원 상당의 투자유치 약속증서를 작성해준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소명했다. 김 실장도 이날 윤리위에 출석해 지난 1월 10일 장 모 씨를 만나 ‘성 상납이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고 같은 자리에서 장 씨에게 7억 원 상당의 투자유치 약속증서를 작성해 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실확인서와 약속증서와의 대가 관계를 부인했다고 윤리위는 밝혔다.

하지만 윤리위는 이 대표와 김 실장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리위는 사실확인서의 증거가치, 이준석 본인 및 당 전체에 미칠 영향, 당 대표와 김 실장 간 업무상 지휘관계, 사건 의뢰인과 변호사의 통상적인 위임관계, 관련자들의 소명 내용과 녹취록, 언론에 공개된 각종 사실 자료 등을 고려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철근 정무실장이 본인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7억 원이라는 거액의 투자유치 약속 증서의 작성을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원회에 출석하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7.7. ⓒ뉴스1

이에 따라, 윤리위는 이 대표가 윤리규칙 제4조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리위는 “징계 심의 대상이 아닌 성 상납 의혹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또 “이준석 당원의 당에 대한 기여와 공로 등을 참작하여 위와 같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윤리위 징계 처분은 △ 경고 △ 당원권 정지 △ 탈당 권고 △ 제명 등 4단계로 구분된다. 위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 윤리위는 만장일치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과반(5명) 출석에 과반(3명) 찬성으로 징계를 결정한다.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는 ‘경고’이고,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는 ‘제명’이다. ‘당원권 정지’는 ‘경고’ 다음으로 높은 징계다.

한편, 이 대표는 7일 밤 9시20분경 윤리위 출석 전 기자들을 만나 소회를 밝힌 바 있다.

“하~” 한숨을 한 차례 내신 뒤, 그는 “오늘 드디어 세 달여 만에 이렇게 윤리위에서 소명기회를 얻게 됐다”라며 “(조금 전) 한 언론의 보도를 보고,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뭘 해온 것일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원회에 출석하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7.7. ⓒ뉴스1


앞서 JTBC는 이 대표 성 접대 의혹을 제기한 장 모 씨가 지인과의 통화에서 이 사건에 ‘윗선이 있다’고 언급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정치권의 누군가가 이 대표를 의도적으로 겨냥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저를 가까이에서 본 언론인은 알 것”이라며,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거치는 동안 자신이 어떻게 일을 했는지 열거했다. 이어 그는 “제게 제기되는 여러 가지 의혹에 성실히 소명하겠다”라면서도 “하지만 몇 개월 동안 그렇게 기다렸던 소명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이렇게 무겁고 허탈할 수가 없다”라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궁금하다. 지난 1년 동안 그 달려왔던 시간 동안, 달리는 저를 보면서 뒤에서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었고, 무엇을 하고자 기다려 왔던 것인지”라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지난 1년 동안의 설움이 그 언론보도를 보고 북받쳐 올랐다”라며 “모르겠다. 지금 가서 준비한 소명을 다 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럴 마음이라도 들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이 소회를 밝히며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7일 오후 9시 20분부터 자정을 14분이나 넘긴 시간까지 윤리위에서 소명했다. 소명 뒤에는 “보는 것처럼 장시간 동안 성실하게 임했다”라며 “질문한 내용들을 제 관점에서 정확히 소명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이 절차를 통해서 당의 많은 혼란이 종식되길 기대하겠다”라고 했다. ‘성 접대를 받았다고 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나왔으나, 이 대표는 “이 정도로 하겠다”라며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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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긴축재정 공식화, 조선 “돈잔치 끝” 한겨레 “민생 우려”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2.07.08 07:54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향후 5년 긴축 전환, 신문들 ‘긴축’ 또는 ‘건전’
보수신문 환영 기조 가운데 한겨레 등 ‘재정건전 집착’ 지적

 

문재인 정부가 임기 5년 간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죄기로 했다. 강력한 긴축 재정 기조를 내놓은 것인데, 보수신문들은 이를 ‘돈잔치 끝’ ‘허리띠 죄기’로 표현한 반면 일부 신문은 고물가 상황에서 현실성과 민생에 대한 타격을 우려했다.

7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새 정부 재정 운용 방향’을 확정했다.

정부는 당장 오는 9월 국회에 제출할 내년 예산을 짤 때부터 GDP 때부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를 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또 향후 5년 간 국가채무비율 증가폭을 5%포인트로 통제하기로 했다. 신문들은 문재인 정부 5년 간 국가채무비율은 14%포인트 들었다고 했다.

▲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8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또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쓰던 통합재정수지가 아닌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지표로 쓰겠다고 밝혔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매년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4대 보장성기금을 뺀 지표다.

해외 정부와 국제기구에선 통합재정수지를 쓰지만 한국 기재부는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관리재정수지를 만들어 써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재정수지 기준을 통합재정수지로 변경했는데, 이를 다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8일 세계일보 1면 머리기사
▲8일 세계일보 1면 머리기사
▲8일 경향신문 1면
▲8일 경향신문 1면

한겨레는 “올해 예산에 문재인 정부 재정준칙을 적용할 경우 약 3조~4조원의 지출 축소가 필요한 반면, 윤석열 정부 재정준칙을 적용하면 총지출을 43~50조원가량 줄여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민간보조사업 원점 재검토, 공공기관 자산 매각 등을 계획으로 내놨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한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동아일보는 “올해 84만5000개로 확대된 노인 일자리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지향형으로 개편하고, 그 외의 직접 일자리는 축소할 계획”이라며 “공무원 정권과 월급도 동결하거나 최소한으로만 늘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와 세계일보, 조선일보 등이 제목에 ‘허리띠 졸라매기’라는 표현을 썼다. 이들 신문은 정부가 발표한 이번 재정 기조를 긍정적인 어조로 전하거나 평했다.

▲8일 세계일보 3면
▲8일 세계일보 3면
▲8일 경향신문 6면
▲8일 경향신문 6면
▲8일 동아일보 1면
▲8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는 1면에 “허리띠 졸라매는 정부”라는 제목을 쓰고 “문재인 정부에서 전례 없이 빠르게 늘어난 국가부채와 정부지출을 줄여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복잡하고 느슨한 재정준칙을 강화해 단순하면서도 엄격하게 개편하기로 했다”고 했다. 또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1면 머리에 “나라살림 허리띠 죄기”라는 표현을 쓰고 윤 대통령의 “정부부터 솔선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등 발언을 중심으로 기사를 전했다.

중앙일보는 나아가 “코로나19 이전 재정수지 추이를 보면 새 정부가 제시한 관리재정수지 3% 적자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중앙은 “2019년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2.8%에 그쳤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5.8%로 급등한 후 줄곧 4~5%대”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리재정수지가 3%를 넘은 건 2009년 이명박 정부 때가 가장 최근이라고 했다.

▲8일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8일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조선일보는 나아가 1면 머리에 “돈잔치 끝”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2020년부터 매년 100조원 정도씩 발생하는 재정적자를 새 정부는 절반으로라도 줄여보겠다는 것”이라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타격을 먼저 받는 사회적 약자 지원도 강화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취약계층이 어려운 경제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을 긴축해서 조성된 자금으로 더 두껍게 지원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서다.

세계일보는 “최근 5년간 국가채부가 400조원 이상 증가하면서 국가신인도에 대한 우려가 커졌는데 이를 불식시킬 필요가 생긴 점도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정책 기조를 180도 전환한 배경”이라고 평했다.

세계일보는 그러면서도 “고물가 등 복합위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지출마저 줄어들 경우 취약계층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각종 조세 감면이 예고된 만큼 향후 복지 분야가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물가 상황에서 이번 재정 기조의 현실성을 따지거나 민생과 동떨어진 나라살림이 되리라고 예견한 신문은 일부였다.

한겨레는 목표가 비현실적이며 재정 역할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결과라는 우려를 내놨다. 한겨레는 “구체적인 지출 구조조정 계획이나 세입 확충 전략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규모 지출 축소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제시한 셈인데 어떤 예산을 희생시킬지 정부는 구체적인 발언을 피하고 있다”고 했다. “민간보조사업 원점 재검토, 불요불급한 공공기관 자산 매각 등 작은 계획만 공개됐을 뿐, 국정과제 소요 재원인 209조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고령화에 대응할 묘안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8일 한겨레 1면
▲8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재정수지를 좋게 하려면 지출을 줄여 재정 역할을 축소하거나 국민 세부담을 늘려 조세수입을 증대시켜야 한다”며 “(정부 계획대로) 재정수지 비율을 법률로 고정시키면 발을 신발에 맞추는 비민주적 재정 운영이 생길 수 있다”는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지적을 전했다. “가파른 고령화 속도 탓에 추가 복지확충이 없어도 2027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50%대 중반”이라며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 교수의 말도 전했다.

고물가 상황 속에서 국가 재정 역할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했다. 한겨레는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 교수의 “인플레이션으로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정부의 대처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건전재정 기조만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는 발언을 인용했다.

▲8일 한겨레 4면
▲8일 한겨레 4면
▲8일 한국일보 1면
▲8일 한국일보 1면

 

▲8일 경향신문 6면
▲8일 경향신문 6면

경향신문도 “사회안전망이 축소될 경우 서민 생활이 악화되고 일부 영역에서는 민영화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정부가 이번 회의에 민간 전문가가 참여했다고 홍보했지만, 그간 관행과 달리 재계나 경영계 인사로만 구성되고 노동계나 시민사회를 배제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기준금리 인상 등 외부 요인으로 한국 경제, 특히 민생 경제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충분한 재정 운용으로 사회 복지 안전망을 강화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통화 정책에 이어 경기 후퇴를 방어할 재정 정책마저 긴축으로 돌아서면 경제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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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죄 없는 유류세 잡지 말고, 담대하게 횡재세 해보자

 
지난 3월 9일 오전 서울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 2022.03.09. ⓒ뉴시스 
 
올해 4월부터 한달 주유비가 30만원대로 불었다. 25만원을 넘는 일이 없었는데, 지난달에는 31만원을 썼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천원을 넘은 게 10년 만이라고 한다. 치솟은 밥상 물가까지 더해 가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정부는 헛물만 켜는 모양새다.

기름값을 잡겠다고 나선 정부는 유류세를 타겟으로 잡았다. 정부는 최근 8개월간 세 차례 유류세를 인하했다. 지난해 11월 유류세를 20% 낮춘 데 이어, 올해 5월과 7월 인하 폭을 각각 30%, 37%로 확대했다. 세 차례에 걸친 인하 조치로 리터당 유류세는 820원에서 516원으로 떨어졌다.

유류세을 300원 이상 낮췄으니 기름값도 그만큼 내려와야 할 게 아닌가. 실상은 다르다. 이번달 유류세 인하가 시행된 지난 1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2,129원이다. 전날 대비 리터당 16.02원 내렸다. 일주일이 지난 6일 기준으로는 30원 정도 떨어졌다. 이번달 유류세 인하분 57원에 크게 못 미친다.

애초 유류세 인하로 기름값을 잡을 수 있긴 한 걸까. 기름값 결정 구조를 보자. 정유사는 산유국에서 사 온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를 만든다. 주유소가 휘발유를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다. 정유사는 휘발유를 주유소에 넘길 때, 원유 가격에 유류세와 관세 등 세금, 유통비용과 마진을 더해 가격을 책정한다. 여기에 주유소가 마진을 붙여 소비자 가격이 된다.

유류세 인하 혜택이 소비자에게 오기 전에 정유사와 주유소가 나눠 갖는 구조다. 유류세 인하분을 휘발유 가격에 일부만 적용하고 나머지는 마진으로 챙긴다. 엿장수 마음이라는 식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분을 기름값에 반영해달라고 읍소한다. 때로는 담합을 살펴보겠다며 윽박도 지른다. 정유사의 자발적 기금 설립을 운운하는 모습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세금의 기능을 고려해봐도 유류세 인하는 그다지 바람직한 대책이 아니다. 유류세는 에너지 소비가 유발하는 환경오염에 대해 비용을 치른다는 성격이 있다. 자동차가 없는 저소득층 입장에서 유류세 인하는 역차별이다. 정부 세수가 줄어든다는 점도 한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고유가 시기 세금 감면보다 취약 가구에 대한 현금 지원 등 정책이 더 효과적이고 정의롭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내놓기도 했다.

좀 더 근본적인 측면에서 고유가 대책을 생각해보자. 기름값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수준이다. 절반 이상은 원유 가격이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기름값이 비싸진다. 정유사는 원유를 비싸게 사 왔으니 그만큼 가격을 올리게 된다.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코로나19 회복세로 원유 수요가 증가하는 와중에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국제정세 불안으로 공급 차질이 겹쳤다. 국제 유가를 한국 정부가 해결하길 바라는 건 무리다.

문제는 따로 있다. 정유사가 국제 유가 상승분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휘발유 가격을 올린다는 점이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1월 1주에서 올해 6월 2주 사이 리터당 565원 올랐다. 같은 기간 정유사가 주유소로 넘기는 세전공급가는780원 뛰었다. 고유가를 빌미로 정유사가 마진을 더 챙긴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실제 정유사는 매년 대규모 이익을 내고 있다. 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K에너지 정유 4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1분기에만 4조 3천억원을 남겼다.

에너지 소비자단체 E컨슈머 이서혜 연구실장(박사)은 “장기적으로 보면 국제유가와 기름값이 비슷한 추세로 움직임이기는 한다”면서도 “특정 시점으로 좁혀서 보면 국제유가 인상 폭보다 기름값이 더 오르거나, 국제유가 인하 폭보다 기름값이 덜 내리는 비대칭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횡재세(windfall tax)는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한다. 고유가 시기 정유사가 거둬들인 이익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해 지원 정책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시장주의를 해친다는 진영에 매몰된 구호를 접어두고, 실현가능성을 살펴봄 직하다.

일각에서는 횡재세를 물리면 정유사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 물량을 해외로 돌려, 오히려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름값이 뛰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면 될 일이다. 횡재세를 정유사가 국내에서 판매한 유류에 부과하지 않고, 총이익에 매기면 된다. 어디서 팔든 수익이 늘면 추가 세금이 붙으니, 국내 물량을 줄일 유인이 없다.

정유사의 에너지 전환, 기업 투자 의지 꺾는다는 비판도 있다. 영국이 도입한 횡재세 방안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기업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신규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확대했다. 쓰지 않으면 횡재세로 나갈 돈을 투자에 쓰라는 신호다.

영국은 지난 5월 횡재세를 시행했다. 석유·가스 에너지 기업에 부과하는 법인세 세율을 기존 40%에서 65%로 인상했다. 적용 기간은 2025년까지다. 연간 50만 파운드(7조 8,500억원) 규모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 세금은 저소득 가정에 대한 요금 할인 등 에너지 종합대책 재원으로 활용한다.

영국뿐 아니다. 서방 국가에서는 횡재세 논의·도입이 활발하다. 유럽연합(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EP)는 지난 3월 회원국에 횡재세 도입을 제안했다. 미국도 정부가 에너지 기업에 추가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의회 입법조사처(CRS)가 정책 설계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헝가리 정부는 지난 5월 횡재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횡재세 도입 움직임이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법안을 마련 중이다. 국회 법제실에 검토를 의뢰했다. 대략적인 틀은 법인세를 추가 과세하는 방식이다. 2014~2019년 평균을 초과하는 이익에 일정한 세율을 적용한다. 용 의원은 “담대하게 한번 해보자”고 호소한다.

경제 위기가 닥치면 노동자·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강요되던 고통 분담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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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 “공공기관 AI면접 정보 공개하라”

등록 :2022-07-07 05:00수정 :2022-07-07 09:13

‘깜깜이 전형’ 논란 이는 AI면접
공공기관서 정보공개청구 거부
소송 낸 시민단체 일부 승소 판결

민간업체에 AI면접 위탁만 하고
검증·감독은 안한 사실도 드러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가리지 않고 인공지능(AI) 면접이 확산하고 있지만 평가 방식 등이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 면접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공기관이 채용 과정에서 인적성 검사를 대신하는 인공지능 면접을 민간업체에 위탁하고 있으나 해당 면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검증·감독하지 않은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6일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채용 과정에서 인공지능 면접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는 한전케이디엔(KDN)과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5월26일과 6월16일 각각 일부 승소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앞서 진보네트워크센터는 2020년 7월 인공지능 면접의 차별성과 편향성 결과 검토를 위해 두 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정보가 없다”,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 등의 이유로 비공개 처분을 받아 이를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방법원(한국국제협력단)과 광주지방법원(한전케이디엔) 판결을 보면, 공개 정보 범위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기관이 보유한 정보가 아니다”라고 판단해 ‘각하’한 것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단했다. 수원지법이 공개하라고 한 정보는 △인공지능 면접 솔루션 업체가 공공기관에 제공한 교육·기능 설명자료 △업체가 수집하는 응시자 개인정보의 종류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 △평가하려는 직무 적합성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문서 △기관과 업체 간 계약 관련 서류 △응시자 개인정보 관리 문서 등이다. 해당 재판부는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공공기관의 계약 관련 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용역업체를 통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면접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민간업체의 인공지능 면접 솔루션 소개 정보. 누리집 갈무리
한 민간업체의 인공지능 면접 솔루션 소개 정보. 누리집 갈무리

한편, 인공지능 면접 결과가 합격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 기준으로 사용됨에도 공공기관이 인공지능 면접 정보를 보유·관리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한전케이디엔은 재판 과정에서 “인공지능 면접 업체에 포괄적으로 면접 전형을 위임했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을 위해 채용 의사결정자에게 인공지능 면접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재판부에 답했다. 면접 전형 자체를 민간업체에 위탁하고 그 결과만 점수에 반영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활용 방식은 인공지능 판단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가 마련돼야 하다는 취지의 국가인권위원회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에 관한 인권 가이드라인’에도 배치된다.

 

김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공공기관이 채용에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 설명할 준비를 갖추지 않고, 검증·감독 없이 민간회사에 일임하는 무책임한 인공지능 면접 솔루션 도입은 중단돼야 한다”며 “정부는 공공영역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인권침해와 차별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권영향평가 등 제도적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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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학생들 미워하지 않아...방관하는 '진짜 사장' 연세대가 문제"

[인터뷰]김현옥 연세대 청소노조 분회장 "재학생과 졸업생들 더 큰 '연대' 고맙다"

22.07.07 05:48l최종 업데이트 22.07.07 05:48l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과학관에서 청소노동자가 강의실 책상을 닦고 있다.
▲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과학관에서 청소노동자가 강의실 책상을 닦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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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은 오전 6시 시작으로 돼 있지만 그렇게 나와서는 학생들, 교수님들 오기 전에 절대 청소 못 끝내요. 7시면 벌써 하나둘 모이는데, 우리가 학생들에 방해되면 안 되니까... 나는 보통 첫차 타고 새벽 4시 50분에 학교 와요. 일찍 오는 편도 아니야. 4시 전에 오는 사람들도 있고 새벽 2시 반에 집에서 나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다 나이 많고 몸 어디 불편한 사람들이지. 청소로 먹고는 살아야겠는데 남들처럼 일이 빨리빨리 안 되니까 더 일찍 나오는..."

연세대학교에서 13년째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A씨(69)는 정해진 아침 근무시간보다 한두 시간씩 일찍 일을 시작하는 관행을 "우리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추가로 일하는 시간은 따지지도 않아요. 그건 우리 편리하려고 그러는 거니까. 하지만 많이도 아니고 겨우 시급 400원 올려달라는 건데, 물가 오르고 최저임금 오르면 그냥 알아서 우리 임금 올려줘서 이 더운 날 이런 조끼 입고 길바닥에서 시위 같은 거 좀 안 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라며 울먹였다.

A씨가 입은 빨간 조끼에는 '노동기본권 쟁취'라고 적힌 글자가 바래 있었다.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과학관에서 청소노동자가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다.
▲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과학관에서 청소노동자가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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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 뒤 5년째 청소 일을 하고 있다는 B씨(70)는 연세대 건물 1개 층, 화장실 4곳에 변기 50칸을 맡는다고 했다. B씨는 "새벽 5시 전에 출근해도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변기라도 하나 막혀 있는 날에는 뚫어뻥도 제대로 못 쓰고 장갑 낀 손으로 그냥 퍼낼 때가 많다"면서 "화장실 청소부터 빨리 해놔야 학생들이 오기 전 바닥 물기가 마르고, 지나다닐 때 안전하다"고 했다.

실제 나이는 73세지만 주민등록상 나이가 68세라 정년이 아직 남았다는 C씨는 "오전 일 끝나고 샤워 한 번 하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겨울에도 흥건하게 맺히는 땀을 집에 귀가 전까지 제대로 닦아내지 못해 사타구니와 등에 가려움과 습진을 달고 살기 때문이다. 동료 10명과 함께 사용하는 비좁은 탈의·휴게실에는 지난해 6월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이후에야 벽걸이 에어컨 한 대가 설치됐다고 했다. 그나마 여름에 에어컨을 켤 수 있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과학관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과학관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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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계단 밑 자투리 공간을 개조해 만든 휴게실 내부를 보여주며 구조상 어쩔 수 없이 허리를 숙여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계단 밑 자투리 공간을 개조해 만든 휴게실 내부를 보여주며 구조상 어쩔 수 없이 허리를 숙여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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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이전 다른 사업장 경력까지 합치면 청소 경력이 15년이 넘는다는 D씨(68)는 "학교라서 다른 데보다 나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오전에 착용해 축축하게 젖은 상의와 양말을 강의실 복도 한 구석에 있는 자그만 청소도구함 속에 널어놓고 있었다. "보기 안 좋아 밖에다 말리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동료들과 함께 쓰는 휴게실에서 냄새를 풍기는 것도 싫다"는 이유에서다. 휴게실은 건물 계단 밑 자투리 공간을 개조한 것이어서 학생들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천장에서 쿵쿵 소리가 났다.

"새벽 5시부터 일해도... 샤워실 하나 못 내준다는 학교"
 

연세대학교 청소ㆍ경비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총장실 앞에서 임금인상과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연세대학교 청소ㆍ경비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총장실 앞에서 임금인상과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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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청소ㆍ경비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로에서 집회를 열고 임금인상과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연세대학교 청소ㆍ경비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로에서 집회를 열고 임금인상과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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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D씨를 비롯해 수십 명의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5일 32℃의 뙤약볕 아래 학교 총무팀이 있는 백양관 앞에 섰다. ▲시급 400원(경비 440원) 인상 ▲정년퇴직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날 여름방학 맞이 '대청소'가 있는 건물의 노동자들은 집회에 참석할 수 없었다. 지난주 폭우가 내린 뒤 학교 곳곳에 누수가 발생했을 때도 집회를 접어야 했다. 바구니를 받치고 여기저기 새는 물을 수시로 닦아내는 것도 청소노동자들 몫이기 때문이다.


시위에 나선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진짜 사장 연세대가 우리 문제 해결하라" "진짜 사장 총장님이 노동조건 개선하라"고 외쳤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용역업체 소속이지만, 사실상 매해 이들의 임금과 처우를 결정하는 것은 원청인 연세대다.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올해 시급은 939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인 9160원보다는 높지만 서울시 생활임금 1만 766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최근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9620원보다도 낮다. 올해 초 정년퇴직자 3명이 발생한 지 7개월이 다 되도록 인원 충원이 안 돼 해당 건물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는 높아졌다. 학내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샤워실은 전무한 상태다.

김현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장은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해마다 거리에 나와 한을 내뱉는데 진짜 사장 연세대는 늘 우리의 요구를 한쪽으로 듣고 한쪽으로 흘린다"라며 "이번 주 안에 마무리 지어서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최근 연세대 학생 3명이 이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 사회적 논란이 된 것에 대해 "학생들은 밉지 않다. 우리가 싸울 대상은 학교"라고 입을 모았다. 안희숙 조직부장은 "우리가 학생들 공간을 쾌적하게 만들어서 박사도 나오고 석사도 나오고 취직도 해야 하지 않나"라며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있다는 걸 우리도 안다. 우리는 학생들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연대도 이어졌다. 이 학교 사회학과 해슬(22)씨는 집회에 참석해 "청소노동자들이 매년 투쟁할 수밖에 없도록 내모는 학교가 가장 큰 문제"라며 "학내 다른 구성원들도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고 있다는 것, 노동자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치외교학과 채영(23)씨는 "오늘 청소노동자분들이 고소한 학생 개개인을 미워하지 않으신다는 말씀을 들으며 역시 저보다 훨씬 너그럽고 지혜로운 분들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라며 "이 더운 날씨에 에어컨 쐬면서 뒤에 숨어있는 학교가 빨리 나와 노동자들과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학생들로 이뤄진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연세대 학생들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지지연대 성명서엔 3000명 이상이 이름을 올렸다.

커지는 '연대'... "고소한 학생들 미워하지 않는다, 싸울 대상은 학교"
 
▲ 연세대 청소노동자 “고소한 학생 하나도 미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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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청소ㆍ경비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학내에서 시위를 벌이다 일부 재학생들로부터 형사·민사 소송을 당한 가운데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노조의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연세대학교 청소ㆍ경비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학내에서 시위를 벌이다 일부 재학생들로부터 형사·민사 소송을 당한 가운데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노조의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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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시위가 끝나고, 김현옥(68) 분회장을 만났다. 연세대 노천극장 남자화장실 옆 창고에 마련된 노조사무실에서다. 2008년 노조가 처음 출범했을 때, 연세대 학생들이 며칠을 점거해 얻어낸 곳이라고 했다. 김 분회장은 청소노동자들을 "엄마들"이라고 불렀다.

- 사무실이 창고에 있다.

"15년 된 곳이다. 창고 자리라 여기저기 곰팡이 냄새가 지독하다. 머리가 다 아프다. 여름에 더워도 이렇게 선풍기를 벽 쪽으로 틀어놓는 것도 곰팡이 때문이다. 비도 줄줄 새고. 그래도 그때 학생들이 여기라도 점거해주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까지 연세대 노조사무실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 2008년 노조 결성 당시 학생들의 연대가 있었다.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살맛'이라는 학생들 단체가 있었다. 그 학생들이 우리 노동 실태를 보고 '엄마들'을 몰래 만나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합원 70명 정도가 모여 2008년에 노조가 만들어졌다. 지금 조합원은 310명 정도로 불었다. 그때 우릴 도와줬던 학생들 중에 계속 노조에 남아 활동가가 된 학생들도 있다(웃음)."

- 최근 연세대 학생 3명이 분회장 등 청소노동자를 상대로 형사 고발하고, 63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15년간 이렇게 언론의 관심을 받기는 처음이다. 이렇게 소송 당한 게 처음이라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우리는 학생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우리들에게 학생들은 자식 같은 존재다. 엄마들이 학생들하고 싸우겠나. 아까 집회에서도 학생들 연대 발언하는 것 보지 않았나. 학생들 그 바쁜데 우리를 위해 대자보도 붙이고 박카스도 사다주고 서명도 하러 다닌다.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일자리도 있다.

우리도 을이고, 학생들도 을이다. 갑은 학교다. 사장인 학교가 해결해야 한다. 애초에 학교가 나섰다면 이런 논란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닌가. 학교가 각성했으면 좋겠다.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 논란이 커진 뒤 학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나.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졸업생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연세대를 졸업한 동문 변호사들이 많을 것 아닌가. 그분들이 직접 변론을 맡아주시겠다고. 우리는 법을 모르니 고소장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고 막막했는데, 정말 눈물 나게 고맙더라. 우리 학교 어느 교수님께서 강의계획서에 우리를 지지하는 글을 써주셨다는 얘기도 들었다. 곳곳의 연대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이후에야 설치된 휴게실 에어컨

- 노조는 시급 400원(경비노동자는 440원) 인상, 정년퇴직 인원 보충,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 이게 무리한 요구인가. 우리 근무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로 돼 있지만 학생들 오기 전에 무조건 청소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부분 늦어도 새벽 5시 전에는 청소를 시작한다. 학교에선 우리가 왜 빨리 청소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지 뻔히 알면서 '누가 5시부터 하라고 했냐'고만 한다. 그러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액인 460원보다도 적은 '시급 400원 인상'도 못 받겠다고 한다. 말이 되나. 요새 물가도 얼마나 올랐나.

정년퇴직자 충원도 안 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결원이 발생했는데 지금 벌써 7월이다. 건물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청소노동자 한 명이 1개 층 이상을 담당한다. 화장실 개수만 4곳 이상은 다 넘는다. 변기 칸 수십 개다. 근데 퇴직 인원 보충을 안 하면 어떻게 되겠나. 쓰레기 넘치고 화장실 변기 더러워지는데 내 구역 아니라고 주변 담당들이 '나 몰라라' 할 수 있나. 업무강도가 당연히 높아진다.

게다가 이제 한여름이다. 올해 벌써 푹푹 찌는데 샤워 할 곳 하나 없다. 아침 9시 전까지 땀 뻘뻘 흘리고 돌아다니면 아무리 깨끗이 하려고 신경 써도 냄새가 안 날 수가 없다. 선풍기 틀어놓고 아무리 말려봐야 소용없다. 동료들끼리도 같이 있으면 냄새가 나니까. 학생들, 교수님들 마주치지 않게 피해 다닐 수밖에 없다. 대단한 시설을 만들어달라는 것도 아니다. 이미 있는 화장실 한 켠에 그냥 자그맣게 샤워 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하나 만들어달라는 거다. 그게 그렇게 어렵나."

- 휴게실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6월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 한 분이 돌아가셨지 않나. 그 후에야 휴게실에 에어컨이 설치됐다. 15년 동안 에어컨 하나 없이 지내다가 작년에 처음 생긴 거다. 꼭 누가 죽고 나서야 바뀌어야 하나."

"학생들 고마움 어떻게 잊겠나, 학교가 나서라"
 
연세대학교 청소ㆍ경비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로에서 집회를 열고 임금인상과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연세대학교 청소ㆍ경비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로에서 집회를 열고 임금인상과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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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청소ㆍ경비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로에서 집회를 마친 뒤 임금인상과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총장실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연세대학교 청소ㆍ경비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로에서 집회를 마친 뒤 임금인상과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총장실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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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옥 분회장은 학내 청소·경비노동자 500여 명 중 300명 이상의 조합원을 가진 연세대는 그나마 다른 대학에 비해 노동조건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더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2008년 연세대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월급이 70만 원도 안 됐다. 저도 청소 일하기 전까지 수선가게나 양장점에서 객공(비정규직 봉제노동자)으로 오래 일했는데, 그때보다도 훨씬 적은 수입이었다. 용역업체 중간 착취가 심했던 거다.

임금뿐만이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학교 일 끝나면 우리들 데려가서 자기네 감자탕집에서 일 시키고, 교회까지 데리고 가서 청소시키는 용역 소장들이 있었다. 못하겠다고 하면 '그럼 아줌마는 집에 가서 애나 봐'라고 했다. 그러면 정말 그날로 보따리 싸서 나가야 했다.

아직도 멀었지만, 노조가 생긴 뒤로 엄청나게 변화했다. 용역업체가 중간에 떼어갔던 임금을 받아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감자탕집 청소나 교회 청소도 없어졌다. 그래서 아직도 노조 없는 학교들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얼마나 힘들지 아니까.

청소 일 하는 엄마들, 다 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노조와 연대가 꼭 필요하다는 걸 우리에게 알려준 사람들이 다름 아닌 여기 학생들이다. 지금 무슨 일이 있든 우리가 어떻게 그걸 잊겠나. 문제는 앞에서는 진리를 가르친다면서 뒷짐지고 방관하는 학교다. 학교가 빨리 나서라. 이 문제를 해결하라."


[관련기사]
"학생들 청소노동자 고발, 부끄럽다"...수업계획서로 일침 놓은 연대 교수 http://omn.kr/1zm5c
[단독] 연세대 출신 법조인들, 청소노동자 '연대' 변론 나선다 http://omn.kr/1zo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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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대통령, 공사(公私) 구분 이래서야 되겠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7/07 08:57
  • 수정일
    2022/07/07 08:5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07.07 07:57
  •  
  •  댓글 2
 
 

문재인 정부 시절 국정원장 고발에…“친북몰이” “정권맞춤”
“저는 수포자 아니었다” 언론 보도 바로잡은 허준이 교수

대통령실 ‘비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NATO) 정상회의 일정에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배우자인 신아무개씨가 동행해 1급 보안 일정에 불투명한 사적 수행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높다. 부속실에 윤 대통령 외가 쪽 친척이 국장급 선임행정관으로 일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대통령의 해명·사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일 논란인 김 여사 사적수행…해명·사과 요구 높아져

대통령실은 신씨를 “행사 능력을 갖춘 전문가”로 표현했지만,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토 순방에 동행한 신씨는 건강식품 대표로 나타났다. 한겨레(건강식품 대표가 행사기획 전문가? 나토 참석 ‘사적 보좌’ 특혜의혹 번져)는 “ㄱ씨(신씨)의 아버지는 유명 한방의료재단의 이사장이며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사이다. 윤 대통령은 지인의 딸인 ㄱ씨를 2013년 검사였던 이 비서관에게 소개해 두 사람은 결혼했다”며 “ㄱ씨와 ㄱ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각각 1000만원씩을 후원해 고액후원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7월7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7월7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법조 인맥과 개인 친분을 중심으로 한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기조도 이번 논란을 가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향신문(‘6촌 행정관’ 김건희 여사 업무 총괄…‘비선 부속팀’ 눈총)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주요 인사를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특수통 인사로 채우면서 검찰 측근 챙기기가 도드라진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며 “이 비서관은 대선 기간에도 윤 대통령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 업무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전날 KBS 보도로 알려진 윤 대통령 친척의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근무를 두고 “최씨는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며 김건희 여사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친척 채용은 위법이 아니지만 공정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날 9개 주요 종합일간지 중에서 6개 신문이 사설로 ‘비선’ 논란을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대통령실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통령실이나 정부에도 국제행사 기획 담당자가 있을 텐데 굳이 민간인을 데려가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일보도 “윤 대통령과 사적인 인연이 없었다면 신씨가 수행원으로 발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동아일보는 “고위 공직자 발탁을 담당하는 인사비서관은 공정의 상징 같은 자리”라며 “이런 참모의 부인이 대통령 지인이라면 더 조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공사(公私) 구분이 이래서야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아래는 7일 주요 신문들의 관련 사설 제목이다.

▲7월7일자 경향신문(왼쪽)과 중앙일보(오른쪽)의 김건희 여사 관련 기사 배치
▲7월7일자 경향신문(왼쪽)과 중앙일보(오른쪽)의 김건희 여사 관련 기사 배치

경향신문: 또 불거진 김건희 여사 ‘사적 수행’, 비선 국정농단 잊었나
국민일보: 대통령 순방에 사적 인연 민간인 동행이 문제 안 되다니
동아일보: 인사비서관 부인 1호기 동승, 公私(공사) 구분이 이리 흐릿해서야
세계일보: 대통령 순방에 비서관 부인 동행, 왜 자꾸 이런 일 생기나
한겨레: 김건희 나토 순방에 ‘지인’ 동행, ‘궤변’ 말고 국민사과를
한국일보: 또 불거진 김건희 여사 ‘비선’ 논란, 지원 조직 명확히

文정부 국정원장들 고발한 尹국정원, 칼끝 향하는 곳은

국가정보원이 6일 문재인 정부 시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탈북 이송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정원은 박지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직권남용죄)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 서훈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과 허위 공문서 작성죄 등으로 고발했다.

한겨레는 이날 1면 머리로 ‘국정원, 박지원·서훈 고발…윤의 ‘친북몰이’ 가속’ 제목의 기사를 썼다. 이 신문은 “지난달부터 국민의힘 등 여권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된 논란이 결국 검찰로 넘어가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를 향한 대대적인 ‘친북몰이’ 공세가 예상된다”면서 “국정원이 고발 대상자를 ‘박 전 원장 등’으로 적시한 만큼 고발된 국정원 관계자는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7월7일자 한겨레
▲7월7일자 한겨레

경향신문은 ‘국정원, 전례 없는 셀프 조사…정권 맞춤 ‘준비된 고발’’이란 제목을 썼다. 이 신문은 “국정원 실세로 불리는 조상준 기조실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조 실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형사부장으로 보좌했다”며 “더구나 두 사건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정치쟁점화한 것”을 ‘준비된 고발’ 근거로 봤다.

이어 “검찰 수사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뻗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검찰은 청와대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청와대가 해경과 주고받은 보고서·지휘서 등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하려 할 공산이 크다”며 “서 전 원장의 혐의를 살펴보면서 당시 청와대의 지침이 있었는지도 확인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국정원이 두 전직 국정원장을 고발한 혐의를 상세히 다뤘다. ‘“난 한국 공무원, 구조해달라”…朴, 감청 확보하고도 배제 의혹’ 제목의 기사다. 이 신문은 먼저 박 전 원장 관련 “2020년 9월 정보 당국은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구조해 달라’는 취지로 북한군에 구조 요청했다는 감청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계획된 월북’보다 ‘표류’ 쪽에 힘을 실어주는 첩보 내용이다. 당시 국정원이 이 같이 이씨 월북 가능성과 배치되는 대목들을 보고서에서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 전했다.

서 전 원장에 대해선 “2019년 11월 2일 나포한 귀순 어민에 대한 합동 조사를 강제로 서둘러 종료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당시 합동 신문이 사흘 만에 종료된 배경엔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조사를 최대한 빨리 끝내라’는 취지의 서 전 원장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일반 탈북자 합동 신문에 수주~수개월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한국계 美대학 교수의 필즈상 수상, ‘수포자’ 키워드 논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고등과학원 석학교수의 필즈상 수상이 대대적으로 보도도고 있다. ‘한국계로서 처음 수학계의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식이다. 6일 온라인에서 허 교수가 ‘수포자’(수학포기자)였다는 기사가 쏟아졌는데, 7일 신문엔 허 교수 스스로 수포자가 아니었다고 바로잡은 내용이 제목에 올랐다.

세계일보: “난 수포자 아냐…수학 재미 느끼고 잘했다”
중앙일보: “수학 성적 나쁠 때도 있지만 수포자였던 적은 없었다”
한겨레: 허준이 교수 “난 수포자 아냐…공동연구 매력에 십수년 중독”

다만 한국 교육 환경이 ‘수포자’를 양산한다는 취지의 기사들도 눈에 띈다. 국민일보(‘수포자’ 양산하는 한국 교육, 필즈상 계기로 확 바꿔야)는 “당장의 성과가 보일 것 같지 않으면 좌절시키는 게 우리 공교육”이라며 “(허 교수는) 고등학교 때는 몸이 아파 야간자율학습을 빼달라고 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는 자율성도 융통성도 없는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갔다. 제도권 교육의 낙오자인 셈”이라 했다. 세계일보는 ‘한국계 첫 필즈상 무색…교실엔 ‘수포자’ 수두룩’ 기사에서 수학 기초학력이 미달 수준인 학생 비율이 늘고, 수학 무력감을 느끼는 학생의 비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전했다.

▲7월7일자 중앙일보
▲7월7일자 중앙일보

동아일보(“아들 준이, 윷놀이 등 변형해 창의성 키워…자유롭게 놔뒀다”)는 허 교수의 아버지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지도교수였던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의 인터뷰를 기사로 썼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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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구조에 휘말려 드는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질주

  • 기자명 장창준 정치학 박사
  •  
  •  승인 2022.07.05 09:12
  •  
  •  댓글 0
 
 
 

나토 정상회의에서 완성된 글로벌 신냉전동맹

나토 정상회의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렸다. 8차 나토 전략개념을 합의하는 회담이었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4나라가 초청되었다.

나토는 군사동맹이다. 즉 전쟁공동체이다. 따라서 나토 전략개념은 전쟁에 대한 어떤 전략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이 초청되었다는 것은 전쟁에 대한 어떤 전략개념에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8차 전략개념: 러시아는 눈앞의 위협, 중국은 최종의 위협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10년 만에 바뀌는 전략개념을 채택하는 이벤트였다. 지금까지 나토 전략개념은 7차례 바뀌었고, 이번에 8번째 전략개념이 채택되었다. 1차부터 4차까지는 냉전시대의 안보환경을 반영한 것이었고(각각 1949년, 1952년, 1957년, 1967년에 채택), 소련과의 군사적 대결을 담고 있었다. 5차(1991년)와 6차(1999년)는 탈냉전시대의 안보 상황이 반영되었으며 여기엔 특정한 대결국가가 지목되지 않았다

2010년 리스본 나토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7차 전략개념은 나토를 자유, 민주주의, 인권 및 법치를 공유하는 가치공동체로 규정함으로써 6차때까지와는 차별적인 내용이 담겼다. 2010년을 전후해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나토”를 통해 세계 질서를 주도하려는 미국의 비전이 반영된 것이었다. 다만, 이때도 특정 대결국이 지목되지 않았으며,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이 피력되었다. 그런데 이번 8차 전략개념은 7차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러시아를 유럽-대서양 지역의 가장 중대하고 당면한(direct) 위협으로 규정했다. 이에 반해 우크라이나는 강력하고 독립된 국가로 존속시킨다는 나토의 의지가 피력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주변국과 대서양 인근 국가들을 침략해왔던 러시아 패턴의 반복이라고 적시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 장기전을 꾀하는 미국의 구상은 나토 차원에서 공식화되었다. 평화협상이 설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중국은 규칙기반 국제질서(the 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를 파괴하는, 체제적 도전(the systemic challeges) 국가로 규정되었다. 나토 동맹을 분열시키려는 중국의 강압적 전술에 맞서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러시아가 당면한 대결의 대상이라면, 중국은 국제체제를 위협하는 궁극적인, 최종적인 대결의 대상이다.

셋째, 러시아와 중국이 핵을 보유한 국가라는 점에서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탈냉전기 축소되었던 핵무기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물론 나토가 핵무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extremely remote)고 적었다. 그러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지극히 낮다는 전제 아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특히 미국 핵무기의 전략적 가치를 나토 국가들의 안보를 위한 최상의 담보(supreme guarantee)로 설정하였다. 신냉전은 핵전쟁의 길이 열리는 것이고, 신냉전의 장기화는 핵전쟁 으로 가는 길을 넓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글로벌 신냉전동맹의 완성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을 ‘초청’하여 나토동맹과 ‘태평양동맹’을 하나로 연결시켰다. 나토동맹과 ‘태평양동맹’의 공통의 대결 상대국은 중국과 러시아이다. 미국을 꼭지점으로 하는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의 반러반중 동맹연합이 구축된 것이다. 이로써 글로벌 신냉전동맹이 완성되었다.

글로벌 신냉전동맹은 바이든에 의해 시작되었고, 바이든에 의해 완성되었다. 지난 해 10월 공급망 회복 정상회의는 글로벌 신냉전동맹의 경제 버전이었다. 러시아, 중국에 의존한 공급망 체계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신호탄이었다. 지난 해 12월 민주주의정상회의는 글로벌 신냉전동맹의 정치 버전이었다. 중국과 러시아를 권위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국제질서에서 고립시키려는 시도였다.

그리고 이번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글로벌 신냉전동맹의 군사 버전까지 완비되었다. 이것이 바이든의 정치 인생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바이든은 미국 대통령 중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신동맹’ 체계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동맹이 전쟁 수행을 위한 국가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신냉전동맹의 완성은 곧 지구적 차원에서 전쟁의 구조가 구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쟁 구조 1: 양대 진영의 구축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되듯이 전쟁은 양대 진영간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나토가 러중 양국을 각각 당면한, 최종의 위협국으로 지목한 이상 이들의 정치적 갈등이 대화를 통해 해결되기 어려운 정치적 조건이 마련되었다. 그래서 대결의 양상은 진영의 편제와 공고화로 확산된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립국으로 남아있던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결정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립국들조차도 한 쪽 진영에 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토와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하나가 되었다. 전쟁은 지역 범위를 넘어 진영을 구축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진영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월 4일 베이징에서 “신시대 국제관계와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공동성명”(2.4 베이징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반미(反美) 반(半)동맹체제를 구축했다. 6월 23일엔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가 화상 정상회의를 열고 미국 일극질서를 비판하고 다자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지향하는 선언(브릭스 베이징 선언)을 채택했다.

세계는 일극 체제 유지를 위해 중러를 적으로 규정하는 미국 진영과 미국의 패권에 맞서 다극화를 추진하는 중러 진영으로 양분되고 있다. 글로벌 신냉전동맹이 완성됨으로써 양대 진영 간의 정치적 대결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전쟁 구조 2: 군사력의 전진배치

군사력의 전진배치는 충돌의 원인이 되고, 더 큰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높인다.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폴란드와 루마니아,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에 나토 상비군을 4만 명에서 30만명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별도로 미국은 유럽 내 주둔군 전력증강을 발표했다. 유럽지역 작전을 관할하는 제5군단 사령부를 폴란드에 영구주둔시킨다는 것이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바로 옆에 위치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미 배치되어 있는 사드의 정식배치(사실상 영구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한미 작전 계획을 최신화하고 있으며 이 작전 계획에는 중국 문제까지 포함시키려 한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안에 새로운 작전계획이 마련될 것이다. 지난 해 9월 실시된 한미 티크나이프 훈련(참수작전 훈련)에는 인도-태평양 전역(사실상 중국 대상)의 특수작전을 위한 기술 습득 훈련이 포함되어 있었다. 확장된 평택미군기지와 군산기지는 주한미군의 공군 주력부대가 배치된 미 태평양 사령부의 대중국 항공전 최전선이다. 제주 강정해군기지는 평택-군산-제주를 잇는 미국의 대중국 해전 최전선이다. 미국은 중국으로까지 군사력을 전진배치시키고 있다. 전쟁 구조는 우크라이나뿐 아니아 아시아에서도 형성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군사력의 전진배치가 추진되고 있다. 지난 5월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에서 핵무기를 탑재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순환배치하는 문제가 협의되었다. 한미 군사연습과 훈련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제 한미 군사연습은 핵무기와 전략자산이 동원되는 성격으로 바뀌게 된다. 기갑여단전투단을 빼고 올가을부터 신속이동이 가능한 기동여단전투단(스트라이커부대)이 순환배치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전쟁은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질주

6월 22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전략 개념’이 어떤 내용일지 현재로서는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내용도 모른 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취임 11일 만에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더니 최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나토 정상회의에 내용도 모른 채 참석했다. 졸속 외교가 계속되고 있다. ‘초청’에 의해 참석한다고 하지만 미국의 ‘호출’에 불려다니는 외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경쟁과 갈등 구도가 형성되는 가운데 우리가 지켜온 보편적 가치가 부정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보편적 가치’는 나토 전략개념에 명시되어 있는 ‘규칙기반 국제질서’와 동의어이다. 즉 중국과 러시아가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대한민국이 역량을 갖춘 국가로서 더 큰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반러반중 글로벌 신냉전동맹에서 더 큰 역할과 책임을 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쯤 되면 글로벌 신냉전동맹의 행동대장 소리를 들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마드리드에서 또 하나의 진풍경은 한미일 정상회담이었다. 4년 9개월만의 개최라는 의미 부여를 받고 있는 마드리드 한미일 정상회담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추구하는 미일의 구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또 다른 위험한 외교이다. 백악관은 한미일 정상회담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3자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된 역사적 회담”으로 평가했다. 한미일 협력의 범위를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시켰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미 국방비 100% 증액을 공언한 기시다 정부는 날개를 달게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담을 “이번 순방에서 가장 의미있는 일”로 평가했다. 사실상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동의를 표한 것이다.

지금은 전쟁의 시기이다. 미국은 신냉전 국제질서를 구축하면서 모든 나라를 전쟁 구조로 빨아들이고 있다.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고, 이 전쟁은 더욱 격렬해질 것이며 장기화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구축하고 있는 전쟁 구조로 깊숙히 빠져들고 있다. 취임 3개월 동안 전쟁 구조에 휘말려드는 위험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전쟁 ‘호출’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형국이다. 가장 위험한 시대에 가장 위험한 정부가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장창준 정치학 박사 92jc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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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윤리위·윤석열…이준석 징계 국면 ‘3윤’의 함수관계

등록 :2022-07-06 05:00수정 :2022-07-06 07:12

정치BAR_송채경화의 여의도 레인보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당 중앙윤리위원회(윤리위)의 징계 심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대표를 향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공격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당 안팎에선 이 대표 징계 수순을 밟고 있는 윤리위에 ‘윤심(윤석열의 뜻)’ 혹은 ‘윤핵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윤핵관과 윤석열, 윤리위 ‘3윤’은 어떤 관계일까요?

표면적으로 윤리위는 윤핵관 또는 윤석열 대통령과 따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당내 ‘독립기관’인 윤리위 위원장(이양희 성균관대 교수)을 임명한 사람이 바로 이준석 대표 자신이기 때문에 윤리위와 윤핵관이 ‘사람’으로 연결돼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 위원장은 외부의 입김에 휘둘릴 성정이 아니라는 게 당내 중론입니다. 이 위원장은 윤리위 개최 시점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당 사무처가 이준석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한 윤리위의 공문을 전달하지 않자 지난달 18일 입장문을 내어 “윤리위 활동에 대한 다양한 추측성 해석이 제기되고 당 사무처의 부적절한 업무 처리로 윤리위의 정상적인 활동이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윤리위를 둘러싼 다양한 정치적인 해석에 선을 그었습니다.
 
윤리위의 ‘징계 절차 개시’ 시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윤리위가 이준석 대표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의결한 시점은 지난 4월21일입니다. 이때만 해도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인 이준석 대표를 흔드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방선거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대표의 ‘선거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윤리위의 이 대표 징계 절차 개시 결정에 윤핵관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방선거 뒤엔 국면이 조금 달라진 듯 합니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과 윤리위 심의 날짜 연기가 맞물리면서 여러 해석들이 쏟아졌고, 윤핵관의 이준석 공격이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윤리위의 징계 움직임과 당권을 장악하려는 윤핵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윤핵관들이 윤리위를 고리로 ‘ 이준석 흔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대표 징계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최근엔 윤리위에 윤핵관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도 나옵니다. 징계 절차 개시는 윤리위의 ‘자체 결정’이었지만, 집권여당 대표를 징계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정무적 결정에 ‘윤핵관의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당 관계자는 “윤핵관들이 시작부터 기획을 한 것 아니겠지만 이렇게까지 온 상황에서 윤리위가 완전한 독립체라는 얘기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용산(대통령실) 쪽에서 이 대표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윤리위라는 칼을 이용해 이준석을 쳐내고 윤핵관이 당권을 장악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계획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은 얼마나 작용한 것일까요? 현재 당내에서 윤 대통령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다만, 애초 윤 대통령의 부탁으로 이준석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박성민 의원이 최근 비서실장직을 사임한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손절’했다는 추측이 나옵니다. 비서실장 사임이라는 정치적 파급력이 엄청난 사안을 대통령의 뜻을 확인하지 않고 오롯이 혼자 결정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당내 현안에 대해 “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이런 ‘거리 두기’가 오히려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방관하니까 옆에 있는 친구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대통령의 뜻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아니면 아니라고 해야지 대통령이 ‘나는 모르겠네’ 하고 있으면 그것(윤핵관들의 행동)이 바로 대통령의 뜻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외형상 무관심’이 호가호위를 부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는 7일 윤리위는 이준석 대표 징계를 결정합니다.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나든 ‘윤심’ 논란과 후폭풍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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