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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살겠다, 갈아엎자”..물가 폭등에 화난 시민들 거리로 나서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7/03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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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민중행동은 2일 오후 2시 종로 보신각 앞에서 ‘정부가 책임져라! 물가 폭등 못 살겠다! 1차 민생대행진’을 진행했다,  © 김영란 기자


“모든 것이 다 올랐다!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 마련하라!”

 

“물가 폭등 못 살겠다! 정부가 책임져라!”

 

물가가 연일 폭등하는데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 윤석열 정부에 뿔난 시민들이 거리에 나섰다. 시민들은 마트 카트에 최근 가격이 폭등한 밀가루, 짜장면 등의 인상률을 표시한 선전물을 부착하고 서울 종로 일대를 행진했다. 

 

전국민중행동(이하 민중행동)은 2일 오후 2시 종로 보신각 앞에서 ‘정부가 책임져라! 물가 폭등 못 살겠다! 1차 민생대행진’을 진행했다. 

 

민중행동은 “물가는 상승하고 금리가 올라 대출받아 집을 산 국민은 날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더미를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다. 코로나 위기를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공요금인 전기요금, 도시가스 요금도 인상되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임금 인상을 자제하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5%로 묶어놓고 물가상승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가 하면 저곡가정책으로 생산비도 안 나오는 농민들의 실질임금을 삭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계속해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종부세, 취득세 완화 등 대기업-부자 감세를 단행하는 반면 공공기관 구조조정, 민영화로 공공서비스 책임 역시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라면서 “결과적으로 세금 부족에 따른 복지정책 전반의 축소로 이어져 경제위기 고통은 서민에게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물가 폭등 못 살겠다! 정부가 책임져라!”  © 김영란 기자

 

박석운 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민생 문제에 앞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공동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왜 나토 정상회의에 가서 러시아와 원수지고, 중국하고 잠재적으로 원수지려고 하느냐. 그리고 한미일 정상회담을 했는데 일본 쪽에서는 ‘한국 정부가 뭔가를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한일 정부가 모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 하던 사기 짓을 국제적으로 하려다가 망신당한 것 아닌가. 국제적으로 망신당하고 한반도 평화 위협한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공동대표는 “경제부총리는 물가가 6% 인상됐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최저임금 5% 인상했다. 물가는 6% 올랐는데 임금은 5%밖에 인상하면 어떻게 되는가. 임금을 삭감시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 심판해야 한다. 못 살겠다, 갈아엎자”라고 말했다.

 

이근혁 전농 정책위원장은 “식용유, 칼국수 이런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쌀값 얘기는 없다. 세계적 식량 위기가 와서 밀가루 가격이 50%가 폭등했네, 기름값이 올라갔네, 이런 말을 할 때도 쌀 가격은 하락했다. 기름값, 비룟값, 농약값 모든 가격이 올라서 농민은 하루에 2시간씩 더 일해야 그 가격에 맞출 수 있다”라면서 “노동자가 원하는 1만 원 시대에 농민들은 품값 2만 원을 주고 일할 사람을 구해야 한다. 대기업 사장도 힘들다는 1만 원 시대에 농민은 어떻게 2만 원씩 주고 농사를 짓겠는가. 이제 막바지에 몰려 있다”라고 농민의 현실을 토로했다.

 

최희주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지부 대표는 “정부는 대학생들에게 학자금 대출 금리를 저금리로 동결해주겠다고 한다. 10만 명에게 연간 36억 원의 이자 부담 줄여주겠다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최근 5년 동안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의 총액이 6조 5,000억 원이다. 6조 5,000억 원의 대출이 늘었는데 36억 원을 줄여준다고 대학생들의 삶이 나아지는가. 정부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아니라 계속 대출을 더 받으라고 청년들한테 얘기한다. 대학생, 청년들은 빛을 보기도 전에 빚더미에 올라앉아 살고 있다”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지금 대출을 늘려준다고 얘기할 게 아니라 대학 공공성을 강화해서 대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청년 주택을 제공해서 청년, 대학생들의 주거 부담을 줄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말로만 민생을 외치지 말고 진짜 실질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 행진하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기름값 인상, 식료품값 인상, 기준금리 인상으로 서민의 살림살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더 버티기 힘들다고 하는데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면서 “국내 정유사는 올해 1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수입을 올렸다. 영업이익이 4조 7,600억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딱 두 배가 올랐다. 서민은 기름값이 올라서 자동차를 멈추고 운송 노동자들은 늘어난 유가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데 정부가 유류세 찔끔 낮춰주고 정유사들 수익을 그대로 보존해주는 것이 말이 되는가. 미국이나 영국처럼 정유사 특별세 거둬야 하는 것 아닌가. 국가가 나서서 부자들에게 부유세 걷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정부의 행태를 짚었다. 

 

민생대회 사회를 본 엄미경 민중행동 사무처장은 “대통령이 처음인 윤석열 각하가 경제위기 해법을 내놓았다. 임금 인상 자제하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노동자들 호주머니가 비면 중소영세 상공인들도 함께 죽는다. 재벌 법인세, 종부세, 취득세 모든 것을 완화하고 풀어주고 있다. 이러면 경제위기 극복할 수 있는가. 아무래도 대통령이 처음인 윤석열 각하가 처음의 대통령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조소했다.

 

집회를 마친 민생대행진 참가자들은 보신각에서 출발해 안국역 사거리. 광화문을 거쳐 전국 노동자대회가 열리는 세종대로까지 행진했다. 

 

▲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보신각-안국역 사거리-광화문-세종대로까지 행진을 했다.  ©김영란 기자

 

▲ 마트 카드에 선전물을 부착하고 행진하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민중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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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으로 가는 원웨이 티켓, 백제 금동신발

[한국의 유물유적] 영생의 소망을 담아 죽은 자의 발에 신겼던 장례용품

22.07.02 19:49l최종 업데이트 22.07.02 19:49l

  

큰사진보기2021년 4월 국가 보물로 지정된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금동신발 중 유일하게 용머리가 장식되어 있다
▲  2021년 4월 국가 보물로 지정된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금동신발 중 유일하게 용머리가 장식되어 있다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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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인생의 무상과 허무를 표현하는 말로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간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옛 고승의 선시(禪詩)처럼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 빈 손으로 태어났으니 죽을 때도 일생 동안 모아 놓은 모든 것들을 버리고 빈 손으로 죽음을 맞는다. 그렇기에 망자들이 세상과 작별할 때 마지막으로 입는 옷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

우리에게 죽음 이후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래서일까. 동서고금의 종교와 철학은 '죽음' 그 너머의 세계를 화두로 삼고 있다. 태생적 결핍과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누구라도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은 채 유순하게 죽음의 강을 건넌다.

하지만 절대적인 부와 권력을 가졌던 사람들은 '영원과 불멸'을 염원하며 이승에서 누렸던 풍요로운 삶을 저승까지도 무한하게 이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국가 왕들의 무덤에서 발견된 부장품들은 죽음이란 단순히 이승의 끝이 아니라 저승이라는 사후 세계로 가는 새로운 관문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2009년 9월,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전라북도 고창 봉덕리 고분에서 발견된 금동신발.
▲  2009년 9월,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전라북도 고창 봉덕리 고분에서 발견된 금동신발.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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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시대 후반부터 한반도에서 발견된 부장품들은 삼국시대에 이르러 중국의 영향을 받은 탓으로 그 수량이 늘어나며 절정에 이른다. 특히 절대 권력을 가졌던 왕들의 무덤에서는 일상생활용품은 물론이며 금·은·동으로 장식된 무기·관모·장신구 등 호화로운 부장품들이 대거 발견됐다.

5세기 최고의 명품 구두, 고창 봉덕리 금동신발

삼국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유물 중에는 중국산 부장품들이 상당수 있었지만 유일하게 한반도에서만 발견된 특별한 유물이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금동신발'이다. 금동신발은 고구려·백제·신라 등 삼국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우리나라 고유의 금속공예품이다.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일본 고분에서 출토된 유사한 형태의 신발은 우리나라에서 전래된 것들이다.
  

고창 봉덕리 금동신발 발견 당시 모습. 금동신발은 고구려·백제·신라 등 삼국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우리나라 고유의 금속공예품이다
▲  고창 봉덕리 금동신발 발견 당시 모습. 금동신발은 고구려·백제·신라 등 삼국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우리나라 고유의 금속공예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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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사적으로 지정된 고창 봉덕리 고분
▲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고창 봉덕리 고분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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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된 금동신발은 약 50여 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문화적 전성기를 누렸던 백제시대 만들어진 두 쌍의 신발이 2021년 4월 국가 보물로 지정됐다.

백제·마한지역에서는 19 쌍의 금동신발이 출토됐다. 대부분 훼손된 채로 발견되었으나 두 점은 거의 원형 상태로 수습돼 백제 고유의 문양과 공예문화의 독창성을 밝힐 수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2009년 9월.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전라북도 고창 봉덕리 고분을 조사하던 중 5세기 중반에 조성된 석실묘에서 무덤 주인공의 양쪽 발에 신겨진 신발 한 켤레가 거의 원형 상태로 출토됐다. 신발 내부에서는 직물조각과 함께 피장자의 뼈가 확인됐다.

망자의 버선발에 금동신발을 신겨서 안장한 것으로 살아 있을 때 신었던 게 아니라 장례 때 망자의 발에 신겼던 의례용으로 추정한다. 길이 32㎝. 바닥과 측면에 용, 인면조, 연꽃 등 각종 문양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1971년 충남 공주에서 발견된 무령왕비의 금동신발. 발바닥에 스파이크가 박혀있다
▲  1971년 충남 공주에서 발견된 무령왕비의 금동신발. 발바닥에 스파이크가 박혀있다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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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발굴됐던 무령왕과 왕비의 신발처럼 바닥판과 좌우측판·발목깃판으로 구성되었고 바닥에는 1.7㎝ 높이의 스파이크 18개가 박혀 있다. 내부는 비단 재질의 직물을 발라 마감했다.

삼국시대 초기에 유행했던 물고기 알 문양이 확인돼 다른 것들에 비해 시기적으로 앞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백제가 이 지역을 병합한 다음 왕의 힘을 과시하고 지역을 다스리는 수장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 지방 유력 권력층에 내려준 '위세품(威勢品)'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4년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고분군 인근의 정촌 고분에서 발견된 금동신발
▲  2014년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고분군 인근의 정촌 고분에서 발견된 금동신발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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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가 장식된 나주 정촌 고분 금동신발
 

2014년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고분군 인근의 정촌 고분에서도 금동신발 한 쌍이 출토됐다. 복암리 고분군은 영산강 유역 백제 문화를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고분군으로 정촌 고분은 1500여 년 전 만들어진 백제 마한 지역의 무덤이다. 땅 위에 봉토를 만들어 무덤을 축조한 '분구묘(墳丘墓)' 형태로 조성됐다.

고창 고분에서 발견된 신발보다 다소 늦은 5세기 후반에 제작되어 무덤 속에서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완벽한 상태로 발견됐다. 이 금동신발의 백미는 발등에 부착된 용머리 장식이다. 마치 용이 승천하는 듯한 용머리 장식은 나주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에서만 유일하게 확인됐다.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의 백미는 발등에 장식된 용머리 장식이다. 용은 사후에 하늘로 올라간다는 ‘승천(昇天)’의 상징이다
▲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의 백미는 발등에 장식된 용머리 장식이다. 용은 사후에 하늘로 올라간다는 ‘승천(昇天)’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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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발견 당시의 모습
▲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발견 당시의 모습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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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의 좌우 옆면의 육각문에는 용·봉황 등 상상 속 동물들이 표현되어 있다. 몸 하나에 얼굴이 두 개인 '일신양두(一身兩頭)'와 새의 몸통에 사람의 얼굴이 달린 '인면조신(人面鳥神)'의 문양이 있고 발바닥에는 연꽃 문양이 있다.

몸체 곳곳에 새겨진 용은 머리에 뿔이 있고 귀는 타원형이며 입은 벌리거나 다물고 있다. 용은 사후에 하늘로 올라간다는 '승천(昇天)'의 상징이다. 영원불멸을 기원하는 고대인들의 사후 세계관이 반영됐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특히 정촌 고분 금동신발에서 고유하게 나타나는 일신양두 문양은 여성의 상징인 '땅의 신'을 의미한다. 실제로 금동신발을 신고 있었던 무덤 주인공의 두개골을 분석한 결과 이 신발의 주인공은 키 146cm 정도의 체격을 가진 40대 여성으로 밝혀졌다.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에 새겨진 '일신양두'와 '인면조신'문양
▲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에 새겨진 "일신양두"와 "인면조신"문양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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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근거로 볼 때 6세기 전후 시점에 영산강 유역 사회는 여성의 지위가 지역 수장급에 해당할 정도로 높았음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다부진 체격으로 영산강 유역을 호령하던 이 여인은 백제인일까. 마한인일까.

서기 550년까지 나주 영산강 유역 일대는 마한인들이 독자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 후 약 100여 년간 백제에 복속되었다가 660년 백제가 멸망하고 신라에 병합되었다. 국립나주박물관 측은 이 여인을 마한인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1500년 전 무덤 속 여인이 신고 있었던 금동신발은 마한의 것이 된다. 앞서 봤던 고창 봉덕리 신발처럼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도 백제 중앙 정부의 왕이 영토를 확장한 후에 지역 수장들에게 내려준 위세품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무덤 주인공의 두개골을 분석한 결과 이 금동 신발의 주인공은 키 146cm 정도의 체격을 가진 40대 여성으로 밝혀졌다. 이를 근거로 재현한 여성 수장의 모습
▲  무덤 주인공의 두개골을 분석한 결과 이 금동 신발의 주인공은 키 146cm 정도의 체격을 가진 40대 여성으로 밝혀졌다. 이를 근거로 재현한 여성 수장의 모습
ⓒ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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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신라 금관이 실제 왕들이 평소 머리에 썼던 실용품이라기보다는 죽은 왕의 얼굴을 가리는 '데드 마스크(Dead mask)'였듯이, 백제 금동신발 역시 영생의 소망을 담아 죽은 자의 발에 신겼던 장례용품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1500년 동안 깜깜한 무덤 속에 잠들어 있던 금동신발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이승을 떠나는 망자가 죽음의 강을 건너 저승으로 가는 '원웨이 티켓(One–way ticket)'이었던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격월간 문화잡지 <대동문화>131호(2022년 7.8월)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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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거제서 6만5천명 모인 노동자대회, 박근혜 퇴진 집회 후 최대 규모

“이렇게는 못 살겠다” 윤석열 정부 향한 노동자들의 분노의 경고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일 오후 서울광장과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7.2전국노동자대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 규탄 임금·노동시간 후퇴 저지, 비정규직 철폐, 물가 안정 대책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7.02 ⓒ민중의소리 
 
땀이 뚝뚝 떨어지고, 살갗은 벌겋게 익어가는 폭염의 날씨도 노동자들의 분노를 막을 순 없었다. 2일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들은 고물가·고유가·고금리라는 민생 위기 속에서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는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분노의 경고장을 던졌다.</figcaption>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전국노동자대회(서울대회)를 열고 반노동 정책으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같은 시각 경남 거제시에서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한 영남권대회가 열렸다. 두 대회에 참석한 총인원은 6만5천명(주최 측 추산)으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한 2016년 민중총궐기 이후 최대 규모라고 민주노총은 전했다.

“이렇게 살 순 없지 않습니까”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절규,
양경수 위원장도 함께 외쳤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광장과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7.2전국노동자대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 규탄 임금·노동시간 후퇴 저지, 비정규직 철폐, 물가 안정 대책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7.02 ⓒ민중의소리

서울대회가 열린 세종대로 일대에는 각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가득 메웠다. 서울광장부터 숭례문, 광화문 사거리까지 빼곡히 채운 이들은 "노동개악을 저지하라", "민영화 말고 공영화", "물가 올라 못 살겠다, 민생대책 마련하라" 등의 구호를 힘껏 외쳤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와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등 민주노총 산하 조직은 서울시청 인근에서 사전대회를 열고 본대회로 집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월급 빼고 다 오른 세상, 일할수록 적자인 세상. 대출에는 이자 폭탄이 떨어지고, 장바구니에는 한숨만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정부는, 국가는 우리를 외면하고 재벌, 대기업과 한 몸이라고 한다"며 "이렇게는 못 살겠다. 이렇게 살 순 없지 않나. 스스로 한통속이라고 자백한 저들을, 이놈의 불평등 세상을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확 엎어 버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윤석열 정부에 엄중히 경고한다. 재벌 부자들 편에서 노동자 민중을 외면하는 윤석열 정부에 경고한다"며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공공성을, 일하는 사람에게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경고가 쌓이면 다음은 퇴장"이라고 단언했다.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이 노골화되는 지금, 노동자의 연대와 투쟁으로 세상을 바꾸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전국에서 싸우는 사업장을 하나씩 언급하며 "암울하고 참담한 세상, 희망은 우리다. 우리의 투쟁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거제에서 우리는 함께 모였다. 우리의 단결이 희망"이라고도 했다.

그는 "가장 절박한 우리가 나서자. 가장 힘이 센 노동자가 나서자"며 "민주노총은 투쟁으로 내 삶을, 현장을, 세상을 바꿔왔다. 우리의 투쟁으로 가진 놈들의 세상, 불평등 세상을 확 바꿔버리자"고 당부했다.

물가상승률에 못 미친 최저임금 인상에 공공부문 민영화까지,
윤석열 정부 '반노동 정책'에 노동자들 거센 반발
거제에서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연대' 영남권대회 열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일 오후 서울광장과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7.2전국노동자대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 규탄 임금·노동시간 후퇴 저지, 비정규직 철폐, 물가 안정 대책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7.02 ⓒ민중의소리

이번 집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민주노총이 주최한 첫 대규모 집회다.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반노동 행보가 두드러지면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460원(5%) 오른 9620원으로 결정됐다. 올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6%로 전망되고 있어, 사실상 임금 인상이 아닌 실질임금 하락이라고 노동계는 지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노동시장 개혁과제'에는 사실상 주52시간제를 무력화해 과로를 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자의 잇따른 죽음으로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령을 통해 개악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반면 공공기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결국 민영화로 귀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재계의 숙원인 각종 규제 완화도 약속했다.

투쟁 발언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기업 편향 정책에 대한 날 선 발언이 이어졌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총을 찾아가 임금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며, 기업들이 임금 인상을 자제하라고 얘기했다"며 "기름값이 올라서 월급이 오르지, 월급이 올라서 기름값이 오른 건가.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해괴한 논리로,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도 "윤석열 정권은 공공서비스를 담당해왔던 '공공기관 매각'에 이어 공공서비스 공급을 민간으로 대체하고, 민간투자를 확대하는 등 민영화 백화점을 열겠다고 한다"며 "전기와 에너지, 교통, 사회보험, 돌봄, 의료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공공서비스의 모든 영역을 민영화, 영리화해 재벌에게 잔칫상을 차려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 위원장은 "이렇게 되면 공공요금은 대폭 인상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일 오후 서울광장과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7.2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뒤 반노동 정책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며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2022.07.02 ⓒ민중의소리


집회 후 3만여명의 노동자들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까지 행진했다. 앞서 경찰은 노동자대회와 집무실 앞 행진을 모두 금지했지만, 법원은 전날 민주노총이 낸 '집회금지통고 취소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집회 참가자들은 본대회 장소에서 약 4.5km 떨어진 삼각지역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같은 날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앞에서도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과 민주노총 영남권 조합원 5천여명이 모여 전국노동자대회 영남권대회를 열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최근 5년간 삭감된 임금을 정상화해달라며 이날로 31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금속노조 산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회장은 배 안에 철판을 용접해 0.3평의 감옥을 만들고, 그곳에 자신을 가두는 끝장 투쟁을 11일째 진행 중이다. 그가 비좁은 철창 감옥 속에서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확산했고,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유 부지회장 외에도 6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스트링거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민주노총은 이들의 투쟁에 대한 연대와 엄호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서울과 거제에서 노동자대회를 분산 개최하기로 했다. 영남권대회에는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부산, 울산, 대구, 경남, 경북 지역본부 노동자들이 모여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원청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하청노동자들의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신이 만든 감옥에 스스로 갇혀 있는 유 부지회장은 이날 서울대회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연대를 호소했다. 유 부지회장은 "하청노동자로 느꼈던 현실의 벽이 연대의 힘으로 뚫려가고 있음을 느낀다"며 "민주노총의 힘으로 이 괴로움을 끊어내 달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8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앞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 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0.3평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는 끝장 투쟁 중인 유최안 부지회장의 모습. ⓒ금속노조 제공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노동자 6명이 스트링거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2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앞에서 영남권 노동자대회가 열렸다. ⓒ금속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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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發 곡물 파동? 더 큰 놈이 오고 있다…"한국은 식량위기 최전선 국가"

[프레시안 books] <식량위기 대한민국> 저자 남재작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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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총리 발언 아전인수 해석했다 뺨맞은 대통령실

“기시다 총리가 한일관계 서로 노력하자고 호소”... 일본측은 부정

22.07.01 16:55l최종 업데이트 22.07.01 20:08l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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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한일 관계가 더 건강한 관계로 발전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는 대통령실의 공식 발표에 대해 일본 정부가 부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언론도 한국정부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스페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현지 시각으로 지난달 28일 스페인 국왕 주최 만찬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와 첫 만남을 가졌다고 29일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게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한일 간 현안을 조속히 해결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어 기시다 총리가 아래와 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해 주시는 것을 알고 있다. 한일관계가 더 건강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국내 언론들도 대통령실이 발표한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선일보>는 "한일 정상이 양국관계 개선을 언급하면서 강제징용과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해법이 본격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고, <중앙일보>는 30일자 사설에서 해당 발언을 소개하면서 "우리 정부가 먼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고, 일본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공식 발표한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는 "알지 못한다"라고 부인했다. 이는 지난 6월 30일 이소자키 요시히코 일본 내각관방 부장관이 공식 브리핑에서 직접 답변한 내용이다. 질의응답 전문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기자 - 한국 측이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가 보다 건전한 관계로 발전하도록 노력하자'고 발표했는데, 사실인가?(韓国側はですね、岸田総理の方から話しかけて、日韓関係がより健全な関係に発展するように努力しようと述べたというような、発表をしているが事実か。)

이소자키 부장관 - 아니, 알지 못하는 일이다. (いえ、そういうことは承知をしておりません。)


이소자키 부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만찬 당시 기시다 총리가 했던 발언도 소개했다.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측의 노력을 강조했다는 게 일본 정부 입장이다. 이소자키 장관은 "기시다 총리가 이 자리에서 '매우 엄격한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岸田総理からは非常に厳しい日韓関係を健全な関係に戻すために尽力いただきたい旨述べたというこういうことに尽きるということでございます.) "노력하자"고 했다는 대통령실의 발표와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일본 언론들도 이소자키 관방 부장관의 브리핑을 전하면서, 일본 정부가 한국 발표를 부정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 신문은 지난달 30일 '이소자키 관방 부장관, 한일 정상의 대화에 대한 한국 발표를 부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큰사진보기지난 6월 30일 산케이 신문 보도. 한국 정부의 발표를 일본 관방부장관이 부정했다는 기사다.
▲  지난 6월 30일 산케이 신문 보도. 한국 정부의 발표를 일본 관방부장관이 부정했다는 기사다.
ⓒ 산케이신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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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자키 관방 부장관은 3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화에 대해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말을 걸어 '한일 관계가 건전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호소했다는 한국 측 발표를 부정했다."

<아사히신문>도 "한국 측의 발표는 '쌍방이 노력하자'는 의미이고, 일본 측은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소자키 관방 부장관의 브리핑과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기시다 총리의 이날 만찬 발언은 윤 대통령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의 노력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일본 정부의 태도는 문재인 정부 때와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일본 정부 발표를 보면,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모든 노력은 한국 쪽에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한국 대통령실이 발표한 내용은 '서로 노력하자'는 내용인데, 일본 정부 발표와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라고 밝혔다.

호사카 교수는 또 "일본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쪽의 노력을 촉구해왔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런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번 한일 정상의 대화를 계기로 한일 관계가 개선의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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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샤이머 교수, “역사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가혹하게 심판할 것”

우크라이나 위기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미어샤이머 교수 연설문 (3)

김민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7/0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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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J.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지난 6월 16일 피렌체의 유럽대학연구소(EUI)에서 한 연설 ‘우크라이나 위기의 원인과 결과’ 전문이 미국의 외교 안보 전문지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에 실렸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다차원적 재앙이며 가까운 장래에 훨씬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역사는 미국과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에 관해 놀랍도록 어리석은 정책을 편 데에 대해 가혹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설문을 번역해 세 번에 걸쳐 싣는다. 

 


 

(이어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우크라이나 전쟁은 거의 4개월 동안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나는 이제 지금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전쟁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한 몇 가지를 관찰하고자 합니다. 나는 세 가지 구체적인 문제를 다룰 것입니다. 

 

1) 우크라이나를 위한 전쟁의 결과

2) 핵 확장을 포함한 확전 전망

3) 가까운 미래에 전쟁을 끝낼 전망.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에 끊임없는 재앙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푸틴은 2008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파괴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그 약속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정복했고 많은 우크라이나 도시와 마을을 파괴했습니다. 65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자기 나라를 떠났고, 8백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자국 내 실향민이 됐습니다. 무고한 민간인을 포함한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습니다. 

 

우크라이나 경제도 엉망이 됐습니다.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의 경제가 2022년에 거의 50%까지 위축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보았으며 재건에는 1조 달러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한편, 키이우는 정부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 매달 약 50억 달러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가 아조우와 흑해의 항구를 조만간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전쟁 전에는 우크라이나 전체 수출입의 70%, 곡물 수출의 98%가 이 항구를 거쳤습니다. 

 

이것이 4개월도 안 된 싸움 뒤의 기본적인 상황입니다. 이 전쟁이 몇 년 더 길어지면 우크라이나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평화 협정을 맺고 몇 달 안에 전쟁을 끝낼 전망은 있습니까?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 전쟁이 곧 끝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같은 저명한 정책 입안자도 의견이 같습니다. 내가 비관하는 주된 이유는 러시아와 미국 모두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고 양측이 동시에 승리하는 협정을 맺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러시아의 관점에서 해결의 열쇠는 우크라이나를 중립국으로 만들어 키이우를 서방에 통합하려는 가능성을 없애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바이든 정부와 미국의 외교 정책상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러시아의 승리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물론 선택권을 가지고 있으며, 누군가는 우크라이나가 더 이상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중립화를 추진하기를 바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젤렌스키는 전쟁 초기에 - 결코 진지하게 추구하지는 않았지만 - 이 가능성을 잠깐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키이우가 중립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에서 상당한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극단주의자들은 러시아의 요구, 특히 우크라이나의 대외 정책과 관련한 요구에 전혀 굴복할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정부와 폴란드, 발트해 연안 국가와 같이 나토의 동쪽에 있는 나라들은 이 문제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극단주의자들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러시아가 이미 점령한 광활한 우크라이나 영토와 크림반도의 운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듭니다. 오늘날 푸틴의 점령 목표는 아마 전쟁 전에 가졌던 것과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모스크바가 현재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전부는커녕 일부조차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동시에 어떤 우크라이나 지도자도 크림반도를 제외한 어떤 우크라이나 영토도 러시아에 내어주는 협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틀렸으면 좋겠지만, 그래서 이 파멸적인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확전 문제로 넘어갑시다. 장기전은 확전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국제 관계 학자들 사이의 통설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나라들이 싸움에 말려들 수 있고 폭력의 수준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과 나토 동맹국은 러시아를 상대로 대리전을 벌이고 있지만 앞으로 지금까지 피할 수 있었던 전투에 말려들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것은 미·러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가능한 근본적인 이유는 양측 모두 지분이 너무 커서 그 지분을 포기할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강조했듯이 푸틴과 그의 부관들은 나토에 가입하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없어져야 할 실존적 위협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볼 때 그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패배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결정적으로 격파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재를 이용해 러시아 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해왔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서방의 목표에 관해 러시아가 다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를 강대국들의 반열에서 몰아내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 자신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집단 학살’이라고 부르며 푸틴 대통령이 전후 ‘전범 재판’을 받아야 할 ‘전범’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한 표현은 전쟁 종식을 협상하는 데 적합하지 않습니다. 대량 학살 국가와 어떻게 협상합니까?

 

미국의 정책은 두 가지 중요한 결과를 낳습니다. 우선 이 전쟁에서 모스크바가 직면한 생존 위협을 크게 증폭시키고 따라서 우크라이나에서 우세를 점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만듭니다. 동시에 미국이 러시아의 패배를 확실히 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하게 만듭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에 물질적으로나 수사적으로나 너무 많이 투자해서 러시아의 승리는 워싱턴에게 엄청난 패배를 의미할 것입니다.

 

물론 양쪽이 동시에 이길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한쪽이 심하게 지기 시작할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미국의 정책이 성공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지고 있다면, 푸틴은 상황을 바꾸기 위해 핵무기에 의지할지도 모릅니다. 에이브릴 헤인즈 미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5월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이것이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게 될 두 가지 상황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하는 여러분들을 위해 나토가 냉전 기간 비슷한 상황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을 사용한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보복 압박이 클 것이 확실시돼 강대국 핵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여기에는 왜곡된 역설도 작용하고 있는데 미국과 동맹국이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다가갈수록 전쟁은 핵전쟁으로 바뀔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입니다.

 

이제 상황을 바꿔서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이 패배로 치닫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물어보겠습니다. 이것은 사실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을 물리치고 키이우 정부가 최대한 많은 지역을 구하기 위해 평화 협상에 나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 미국과 동맹국들이 전투에 더 깊이 관여해야 한다는 큰 압력이 있을 것입니다. 가능성은 작지만 만약 미군이나 폴란드군이 전투에 투입되면 이는 나토가 말 그대로 러시아와 전쟁을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헤인즈에 따르면, 이것은 러시아가 핵무기에 의존하게 되는 또 다른 시나리오입니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핵전쟁을 포함한 심각한 확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 결과의 가능성만 가지고도 등골이 오싹할 것입니다.

 

이 전쟁으로 인한 또 다른 참담한 결과들이 있을 것 같은데, 시간 제약 때문에 더 이상 자세히 논의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전쟁이 세계 식량 위기로 이어져 수백만 명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세계적인 식량 위기에 직면할 것이며 이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고 주장합니다.

 

게다가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관계는 너무나 철저하게 적대적이어서 복구하는 데 여러 해가 걸릴 것입니다. 한편 그러한 심각한 적대감은 전 세계, 특히 유럽에서 불안을 부채질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희망적인 조짐이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서방 국가 간의 관계가 눈에 띄게 개선되었습니다. 그것은 현재로선 사실이지만 표면 아래에 깊은 균열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각자의 주장을 하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동유럽과 서유럽 국가 간의 관계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악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분쟁에 대한 이해와 관점이 서로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쟁은 이미 주류 세계 경제를 손상하고 있고 이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악화할 것 같습니다. JP모건 체이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이미 다이아몬드는 우리가 경제적 “허리케인”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옳다면 이러한 경제적 충격은 모든 서방 국가의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며 좌우 대립을 키울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제적 결과는 서방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로 확대될 것입니다. 유엔은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쟁의 파급효과는 국경을 훨씬 넘어 인간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 전쟁은 모든 면에서 적어도 한 세대 동안 볼 수 없었던 세계적인 생계비 위기를 악화시켰고, 2030년까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우리의 열망, 삶, 그리고 삶을 위태롭게 했다”라고 했습니다. 

 

결론

 

간단히 말해서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엄청난 재앙입니다. 제가 연설의 시작 부분에서 지적했듯이, 그것은 전 세계 사람들이 전쟁의 원인을 찾도록 이끌 것입니다. 사실과 논리를 믿는 사람들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이 만신창이 사태에 주된 책임이 있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입니다. 

 

2008년 4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나토에 가입시키기로 한 결정은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이어질 운명이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그 운명적인 선택의 주요 설계자였으며 오바마, 트럼프,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는 모든 면에서 그 정책을 밀어붙였고 미국의 동맹국들은 의무적으로 워싱턴의 지휘를 따랐습니다. 

 

러시아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선명한 금지선”을 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의 가장 깊숙한 안보 우려를 수용하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국경에 있는 서방의 방호벽으로 만들기 위해 가차 없이 움직였습니다.

 

비극적인 진실은 서방이 나토의 우크라이나 확장을 추구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은 없었을 것이고 크림반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땅이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본질적으로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파멸로 이끄는 중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역사는 미국과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에 관해 놀랍도록 어리석은 정책을 편 데에 대해 가혹하게 심판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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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강원도 금강군이 오미크론 최초 유입경로' 확인

(추가)'풍선에 매달려 온 물건' 지목..통일부, "전단통한 유입가능성 없어"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7.01 10:01
  •  
  •  수정 2022.07.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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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에서 최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했으며, 그 원인으로는 대북전단 풍선을 지목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에서 최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했으며, 그 원인으로는 대북전단 풍선을 지목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최초 유입경로로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를 확정했다.

최대비상방역체계 가동 50일째인 지난달 30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에 설치된 조사위원회는 "유열자들에게서 나타난 임상적 특징과 역학고리, 항체검사결과에 따라 금강군 이포리지역에 처음으로 악성 '비루스'(바이러스)가 유입되었다는 것과 그 원인을 과학적으로, 최종적으로 확증하였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금강군 이포리에 유입된 바이러스가 전국 각지에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된 경위도 분석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비상설 국가비상방역심의위원회는 조사위원회가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BA.2'의 유입경로를 해명한 결과를 종합분석한 결과 '수사학적으로, 과학기술적으로 정확히 해명되었다고 평가'한 뒤 그 결과를 당 중앙위원회와 내각에 보고했다.

이에 따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분계연선 지역과 국경지역들에서 바람을 비롯한 기상현상과 풍선에 매달려 날아든 색다른 물건들을 각성있게 대하고 출처를 철저히 해명하며 발견 즉시 통보하는 전인민적인 감시체계, 신고체계를 강화하고 비상방역대들에서 엄격히 수거, 처리하는 등 방역학적대책들을 더욱 강화할데 대한 비상지시를 발령하도록 했다."

바이러스 유입경로 중 하나로 '분계선 지역에서 풍선에 매달려 날아든 색다른 물건들'을 언급하여 남측 개입을 강하게 시사했으나 분명히 명시하지는 않았으며, '국경지역에서 바람을 비롯한 기상현상을 통한' 유입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다만 금강군 이포리가 군사분계선과 접하고 동해안과는 직접 닿아있지 않다는 점에서 '풍선'을 유력한 경로로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지난 4월 하순부터 급속히 확산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경로를 다각적으로 조사하면서 내부요인이 아니라 당시 물자이동이 활발했던 북중 접경을 통과한 화물,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에 담긴 물건 등을 의심하고 있다는 전언이 있었으나 50일째 공식적으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제한적으로 들여오는 화물에 대해서도 신의주 등 접경지역과 남포항에서 한달 가까이 자연방치를 하는 등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검역태세를 유지해 온 북으로서는 어디에서 방역허점이 발생했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조사를 해 온 것으로 보인다. 

또 사실상 남측에서 날아든 대북전단용 풍선을 유입경로로 지목한 만큼 이번 발표 후 후속조치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통신은 조사결과 "4월 중순경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지역에서 수도로 올라오던 여러 명의 인원들속에서 발열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속에서 유열자들이 급증한 문제와 이포리지역에서 처음으로 유열자들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문제가 제기되었다"고 밝혔다.

이포리에서 발생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평양에서 대규모 행사로 진행된 '4.25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행사 및 열병식' 참가자들 사이에서 옮겨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4월 중순) 이포리 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역과 단위들에서 나타난 '유열자'(코로나 감염 의심 발열환자)들은 기타 질병이 발열원인이었고 집단 유열자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했다.
 
조사위원회에는 국가과학원 생물공학분원, 생물공학연구소, 비루스연구소, 의학연구원,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중앙검찰소 등의 일꾼과 전문가들이 망라되었으며, 조사결과 "4월 초 이포리에서 군인 김모(18살)와 유치원생 위모(5살)가 병영과 주민지 주변 야산에서 색다른 물건과 접촉한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들에게서 악성 비루스감염증의 초기 증상으로 볼수 있는 임상적 특징들이 나타나고 신형 코로나비루스 항체검사에서도 양성으로 판정되었으므로 악성비루스의 감염원인에 대하여 명백한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코로나 확산 원인이라고 시사한 이날 북측 발표에 대해 통일부는 1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측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는 시기는 북측이 최초 접촉시기로 언급한 4월 초보다 늦은 4월 25일과 4월 26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물체의 표면에 잔존한 바이러스를 통한 코로나 감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질병관리청 등 관계기관 및 전문가 그리고 WHO 등 국제기구들의 공통된 견해이며, 물자나 우편물 등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공식적으로 인증된 사례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면서 "따라서 정부는 우리 측 전단 등을 통한 북측으로의 코로나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북측 발표에서 남측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비난 등의 표현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북측의 추가적인 입장 표명 등 관련 동향을 지켜보면서 관련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측 민간단체들이 의약품 등을 담은 풍선을 살포하는데 대해서는 "해당 단체가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관련된 노력을 하는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부가 남북 당국간의 방역협력을 추진하고 있고, 또 어떤 방식이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고려하여 자제를 해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한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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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9620원 결정에 언론의 180도 다른 평가

  • 기자명 금준경 기자 
  •  
  •  입력 2022.07.01 07:38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경향 “실질임금 삭감” 조선 “이미 상당히 높아”
조선일보 이번엔 문 정부 임명 국책연구원장 정조준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됐다. 진보성향 신문들은 고물가에 비해 최저임금 인상 폭이 미미한 점을 중점적으로 지적한 반면 보수·경제 신문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대조적인 시각을 보였다. 진보성향 신문들은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인 노동자들의 하소연에 주목했고, 보수·경제 신문들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부각했다.

한겨레 경향 “실질임금 삭감”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물가 상승 대비 최저임금 인상 폭이 미미한 점을 짚었다. 한겨레는 “올해 물가상승률 수준의 인상률로서, 실질임금은 동결한 것이라 할 수 있다”며 “경제성장이나 노동생산성 증가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삭감”이라고 했다. 

▲ 1일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최저임금 관련 보도
▲ 1일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최저임금 관련 보도

경향신문은 “치솟는 물가를 감안하면 실질임금은 삭감될 수밖에 없다”며 “저임금 노동자들의 팍팍한 삶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내년에는 따로 받던 식대나 교통비 같은 복리후생성 금품이 최저임금에 더 많이 산입된다”며 “노동자의 최저 생계비 보장이라는 최저임금 도입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는 일”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최저임금, 내게는 최고임금... 항상 마이너스 생활” 한숨’ 기사를 통해 미미한 최저임금 인상폭으로 피해를 보는 노동자들을 조명했다. 빌딩에서 청소 업무를 하는 남미해씨의 경우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인 상황이다. 경향은 이들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결정 소식에 시름이 더 깊어졌다”며 “3고(고물가, 고금리, 고유가)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전했다.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최저임금 대폭인상 안전한 일터 차별없는 노동권 쟁취 서비스연맹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최저임금 대폭인상 안전한 일터 차별없는 노동권 쟁취 서비스연맹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조선일보 “최저임금 이미 상당히 높아”
한국경제 “임금발 인플레이션 우려”

반면 보수·경제 신문들은 이번 인상폭조차도 높다며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이들 신문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최저임금 인상이 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을 부각했다.

한국경제는 ‘최저임금 6년간 48%올라... ‘임금발 인플레’에 기름 부었다’’ 기사를 내고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되면서 임금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물가가 추가로 오르는 악순환에 빠지고, 그 결과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을 비중 있게 전했다. 이 주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입장문 내용이다.

▲ 1일 보수·경제신문들의 최저임금 보도
▲ 1일 보수·경제신문들의 최저임금 보도

중앙일보는 ‘321만 명이 최저임금 못 받는데, 무작정 올리다니’ 사설을 통해 “최저임금 대상자 가운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지난해 321만5000명에 달했다”며 “최저임금이 현실과 괴리가 있어 현장에서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결국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고 알바 자리라도 절박한 구직자로부터 고용의 기회를 앗아갔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임금 올려줄 여력 없어 이러면 알바생 못쓴다” 중소 상공인들의 한숨’ 기사에서 “직원 해고를 고려하고 있다” 등 소상공인 자영업자 커뮤니티 글 내용을 전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62.5%, OECD 국가 중 7번째’ 기사를 통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에 초점을 맞췄다. 

▲ 1일 한국경제 기사
▲ 1일 한국경제 기사

 

‘중국과 거리두기’에 중앙도 “바람직하지 않아”

1일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의 의미를 분석했다. 

우선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공통적으로 ‘중국’과 거리를 두게 된 점을 다뤘다. 경향신문은 ‘나토와 가까워진 만큼 중러와 ‘거리’’ 기사를 내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나토의 중국 러시아 견제 강화에 호응한 것”이라며 “이는 큰 틀에선 한미동맹을 외교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고 미국과 행보를 같이 하려는 윤석열 정부 외교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한겨레 역시 “윤 대통령이 반중기조 본격화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풀이했다. 

▲ 1일 경향신문 기사
▲ 1일 경향신문 기사

이와 관련해선 중앙일보가 조선·동아일보와 달리 ‘한중관계’를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사설을 통해 주문했다. 중앙일보는 “중국은 교역 규모면에서 미국 일본 유럽보다 많고, 북한 비핵화 등 안보와 관련한 사안에서도 긴밀히 협력해야 할 나라”라며 “한국이 이런 중국과 등을 돌리고 대중 포위망에 앞장서는 것처럼 비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중국’과의 거리는 멀어진 반면 ‘일본’과의 관계는 가까워질 전망이다. 조선일보는 이를 전달한 반면 한겨레는 우려를 표명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 “한일정상, 톱다운 방식으로 관계개선 기대”’ 기사를 내고 정부의 ‘관계개선 기대’ 입장을 전했다. 반면 한겨레는 ‘한일 ‘관계 개선’ 의지 확인, 군사협력 논의는 경계해야’ 사설을 내고 “곧바로 한미일 군사협력이 이슈로 떠오르는 모양새는 우려스럽다”며 “자칫 관계 개선을 서두르다가 우리의 원칙을 잃고 저자세 외교에 빠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또 ‘문재인 정부 인사’ 정조준

조선일보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민변 출신 검찰 인사들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국책 연구원장들도 ‘정조준’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일 사설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과 대통령 직속 위원장뿐 아니라 국책 연구원장들이 새 정부에서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지목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소득주도성장을 설계하고 주도한 홍장표 KDI원장을 지목하며 “이런 인물이 소주성 폐기를 선언한 새 정부와 어떻게 함께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 이태수 보건사회연구원장 등을 언급하며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 1일 조선일보 사설
▲ 1일 조선일보 사설

경향신문은 오히려 검찰에서 문재인 정부와 큰 인연이 없더라도 ‘낙인’이 찍히는 문제를 조명했다. 최근 검찰에선 인사를 통해 좌천과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어쩌다 자리를 맡았을 뿐인데 지난 정부의 사람으로 찍혀 좌천된 검사들은 충격이 큰 상태”라는 한 부장검사의 발언을 전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최저임금 #N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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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힘들어, 협찬해줄게, 도와줄게”…아이들 노린 성착취 덫

등록 :2022-07-01 05:00수정 :2022-07-01 07:09

성착취로 이어지는 3가지 길①
SNS·채팅앱 어디든 표적
가정밖·학교밖 아동·청소년만
성착취자 타깃 되는 건 옛말
스마트폰만 열면 위험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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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3437건. 지난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삭제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건수다. 피해자나 수사기관이 요청해 지운 것을 빼고 센터가 발견해 선제로 지운 것만 집계한 수치다. 하루 평균 91.6건이다. 아동·청소년이 성착취자들의 ‘덫’에 걸려드는 것은 그들이 조심스럽지 못해서가 아니다. 아이들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드는 범죄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은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공간에 친숙하다. 특히, 디지털 성착취의 주요 경로인 스마트폰은 한국의 아동·청소년에게 또 하나의 신체 기관이나 다름없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조사’를 보면, 10대 청소년의 98%가 스마트폰을 쓰고, 이 가운데 61.5%는 스마트폰을 하루에 3시간 이상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주리 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과거에는 주로 가정밖·학교밖 아동과 청소년들이 성착취자의 타깃이 되었다면, 이제는 아동·청소년 누구나 성착취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이들을 성착취로 끌어들이는 경로와 범죄 수법을 한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카카오톡, 에스엔에스(SNS), 랜덤채팅앱, 온라인 게임, 중고거래 사이트…. 성착취자들은 청소년이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면 어디든 덫을 놓는다. <한겨레>는 2021년 한 해 십대여성인권센터(센터)에 들어온 실제 상담 사례를 재구성해, 성착취자들이 어떤 경로와 수법으로 아동·청소년을 성착취로 끌어들이는지 들여다봤다.

 

“사실 나 우울증이야”: ‘고민 상담’의 덫

 

청소년 ㄱ에게는 어떤 고민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ㄴ이 생겼다. ‘실친’(현실 친구)이 아니다. ‘08년생 모여라’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친구다. ㄴ은 처음부터 ㄱ을 각별히 챙겼다. 서른명 가까이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이었는데도 ㄱ이 메시지를 남기면 바로 대답하고 공감해줬다. 몰티즈를 키운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즐겨 하는 온라인 게임도 같았다. 사이가 가까워지자 ㄴ은 ㄱ에게 1 대 1 개인 채팅방으로 옮겨 가자고 했다. 둘은 시간이 날 때마다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사실 나 우울증 있어. 극단적 시도도 한 적 있고….” 서로 고민을 털어놓던 중 ㄴ이 말했다. ㄱ은 최선을 다해 위로했다. ㄱ도 실친에게 말하지 못한 고민이나 비밀들을 털어놨다. ㄴ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로 느껴졌다. ㄴ이 돌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ㄴ은 처음에는 셀카 사진을 주고받자고 했다. 다음은 입술을 강조한 사진을, 그다음은 교복 입은 사진, 그다음은 짧은 치마를 입은 사진을 달라고 했다.

 

그의 요구가 점점 과해지자, ㄱ은 거절 의사를 밝혔다. 다정하기만 하던 ㄴ은 이렇게 말했다. “사진 안 보내주면 죽어버릴 거야. 내가 너 때문에 죽어도 괜찮겠어?” 극단적 시도를 할 만큼 우울증이 깊다고 했던 ㄴ의 말은 ㄱ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ㄴ처럼 또래인 척 접근해 친밀감을 쌓는 수법은 흔하고, 보편적이다. 처음 만난 플랫폼, 친밀감을 쌓는 방식(그루밍), 요구·협박 내용 등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피해자가 에스엔에스(SNS)에 올려둔 게시물로 관심사를 모두 파악한 뒤 접근하는 사례, 별명만 쓰는 랜덤채팅 등에서 성적 호기심을 갖게 하여 “어차피 익명이니까 괜찮다”라는 말로 조금씩 탈의를 유도하는 사례 등이 센터에 여럿 보고됐다. 사귀는 사이로 착각하게 만든 다음 신체 사진을 공유하게 하거나, “같이 살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성매매로 유인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플랫폼이 실제 이름을 쓰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성착취자에게 큰 이점이다. ㄱ도 또래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서 ㄴ을 만났기에 그가 또래 친구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ㄴ은 성인 남성이었고, ㄱ에게 자신의 사진이라며 보낸 사진도 도용한 것이었다. 반면 피해자가 ㄴ에게 알려준 학교, 사는 동네, 친구 이름 등은 모두 사실이었다. 이 정보들은 ㄱ을 옥죄는 협박 도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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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협찬해줄게” “아이돌 해볼래?”: ‘사칭’의 덫

 

사칭. 이름, 직업, 나이 등을 거짓으로 속여 이르는 말이다. 직업 등을 사칭한 성착취자들은 단숨에 호기심을 가질 소재를 아동·청소년 앞에 놓는다. “우리 브랜드 옷 잘 어울릴 것 같아 연락드려요. 협찬 관심 있으면 답장 주세요!”

 

ㄷ은 인스타그램에서 한 운동복 업체로부터 레깅스를 협찬해주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유명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한번쯤 들어본 브랜드였다. 당장 답장을 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른 채 메시지를 보낸 계정을 클릭했다. 소개 글부터 브랜드 누리집 주소, 대표번호, 지난 게시물까지 꼼꼼히 체크했다. 해당 브랜드 계정이 확실해 보였다. 의심을 거둔 ㄷ은 협찬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고, 특정 계정에 해당 브랜드 레깅스를 입고 찍은 사진 15장을 올려주면 된다는 답을 받았다. 사진을 올리면, 사례비로 8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ㄷ은 상대방 요구에 레깅스를 받을 집 주소와 이름을 알려줬다.

 

당황스러운 요구를 받은 건 그다음부터였다. 상대방은 “레깅스가 어울리려면 핏이 중요하다”며 전신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다. 이어 달라붙는 옷을 입은 사진, 톱브라만 입은 사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요구대로 사진을 몇 차례 보낸 뒤 ㄷ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했다. 조금씩 탈의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못 하겠다”고 하니 상대는 “네가 야한 사진이나 찍어보내는 애라고 알려도 상관없냐”고 했다.

 

ㄷ은 그의 협박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ㄷ의 집 주소 등 개인정보를 충분히 수집한 뒤였기 때문이다. 그 브랜드 계정은 심지어 ㄷ의 학교 친구들 계정도 팔로한 상태였다. 학교 친구들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었다. 상대의 계정에 다시 들어가 보니 운동복 브랜드의 정보와 사진은 모두 지워져 있었다. 그 계정은 ㄷ을 유인하기 위해 만든 가짜 계정이었다.

 

사칭을 하며 접근한 성착취자들은 아동·청소년이 선망하는 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간파해 파고든다. 또 다른 피해자 ㄹ은 에스엔에스에서 한 중소연예기획사로부터 “아이돌을 해보겠냐”는 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을 캐스팅 매니저라고 소개한 상대는 오디션 보기 전 단계라며 사진을 보내라고 했다. “마른 체형인지 확인할 테니 사진을 보내라”는 메시지였다. 성착취의 시작이었다. 아이들이 혹할 만한 상품을 미끼로 접근하는 사례도 있다.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접근한 뒤 “얼굴이 안 보이게 가슴 사진 하나만 보내달라”며 조건을 내거는 식이다. ‘얼굴이 안 나오니까 괜찮지 않을까?’라고 아이들은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접근 경로가 에스엔에스이기 때문에 성착취자는 피해자의 얼굴이나 개인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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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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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 진보 구청장’ 김종훈의 1호 결재는 바로 이것!

[진보당 지방선거 리뷰②]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당선인의 새로운 주민자치 모델 구상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당선인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진보당 
 
진보당의 6.1 지방선거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진보정당에서 유일한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인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울산 동구라는 지역에 한정되지만, 진보정치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열린 것이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당선인은 30일 민중의소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주민들께서 진보정치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큰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이 임기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1호 결재’로 ‘하청노동자 집중지원을 위한 대규모 노동기금 조성 추진’을 결정한 것은 그런 면에서 상징적이다.

울산 동구에는 현대중공업이 자리 잡고 있는데, 주민 상당수가 현대중공업과 연관된 일을 하고 있다. 그 중 김 당선인이 가장 마음을 쓰는 건 하청노동자이다. 김 당선인은 지방선거 직전 당원들과 함께 주민 4천여 명의 동참을 이끌어 ‘울산 동구 하청노동자 지원조례’도 주민발의한 바 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하청노동자 지원에 대한 그의 진심은 이어지고 있다.

김 당선인은 “그동안 조선업이 불황이라며 수많은 숙련노동자를 구조조정으로 내쫒고, 남아 있는 일자리는 낮은 임금, 고강도 노동, 열악한 작업환경의 질 낮은 일자리로 만들어 버렸다”며 “이제는 현대중공업에서 일할 인원을 모집한다고 하지만 정규직으로 모집하는 경우는 지금 거의 없다. 하청에서 모집을 하고, 위험한 노동을 최저임금 수준에서 하다 보니 꿈과 미래를 설계하기에는 또 너무 어려운 조건”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뿐만 아니라 김 당선인은 “오랜 기업정치(기업 총수가 지휘하는 정치)로 인한 폐해를 빨리 바로 잡아야 할 상황”이라며 “기업이 운영하긴 했지만 인근 주민들도 이용하던 복지‧문화‧체육시설들이 모두 문을 닫고 매각되는 바람에 엉망이 돼버렸다. 이런 곳들을 주민의 의견을 받아 원상복구하고 더 나은 주민시설이 되게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당선인이 ‘울산 동구 하청노동자 지원조례’ 주민발의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김종훈 페이스북


“착한 행정은 하지 않겠다”

임기 시작을 보름가량 앞둔 지난 17일 열린 ‘진보당 지방선거 당선인 워크숍’에서는 김 당선인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고 한다. 워크숍에 참석했던 현역 전남 나주시의원인 황광민 당선인은 민중의소리와 만나 “울산 동구에서 진보정치를 실현해볼 공간이 생겼다”며 “만약 우리가 집권한다면 이런 걸 해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걸 생각하곤 했는데 실제 울산 동구에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만큼 진보당의 책임감도 높아졌다. 진보당 지방자치위원장으로 이번 지방선거 준비를 총괄한 안주용 공동대표는 “우리 내부적으로 아쉬움은 좀 있지만 밖에서 ‘약진’이라고 표현하는 이때 우리가 더 잘해야 할 것”이라며 “사회적 문제에 깊이 천착하고 더 책임을 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특히 “자산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 문제가 워낙 심각한데다 다가오는 경제 위기를 대비 없이 맞이한다면 저소득층은 몰락할 것”이라며 “이것에 대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소하지만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어떻게 할 것이냐, 지금부터 대안을 세워서 바로바로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정치적 여건이 ‘진보 유일 구청장’에겐 여전히 열악하다는 점이다. 김 당선인은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54.85%(36,699표) 득표율로 45.16%(30,233표)를 얻은 국민의힘 천기옥 후보를 크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하지만 그를 견제하거나 뒷받침할 동구의회에 진보당 의원은 단 한 명뿐이다. 나머지 3석은 국민의힘이, 2석은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다. 만약 다수당이 김 당선인이 추진하려는 정책에 반대하면 ‘마음껏’ 진보정치를 펼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김 당선인이 앞으로 시급한 주민 요구에 대응할 때 “착한 행정은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힌 배경이다. 무언가를 이루기엔 짧은 임기 4년 안에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의 행정적 사고를 깨고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황 당선인은 워크숍에서 이런 김 당선인의 생각을 듣고 깊은 공감을 표했다. 그는 “‘나는 권한이 이거밖에 없어서 못한다’고 말할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하자는 취지”라며 “울산 동구에서 행정적 사고의 전환을 멋지게 시도할 것이라고 본다”고 기대했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당선인 ⓒ진보당


김종훈이 ‘주민자치’를 앞세운 이유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신뢰와 지지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진보당은 어디에서나 대부분 의석이 한 석밖에 없기 때문에 의회나 청사 바깥에 있는 대중조직에 기반한 대중운동과 정치를 결합시키고, 그것을 통해 주민들의 정치적 힘을 극대화시켜서 닥쳐오는 민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그런 것들을 통해 진보정치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진보당과 김 당선인이 그동안 울산에서 보여준 정치행보와도 맞닿아있다. 울산시의회 본회의에서 지난해와 올해 각각 통과된 ‘울산시 고용보험 지원 조례’와 ‘울산시 온종일 아동돌봄 통합지원조례’는 모두 진보당 울산시당이 주민발의를 이끌어 가능했던 일이었다. 김 당선인 역시 선거 직전에 ‘울산 동구 하청노동자 지원조례’ 주민발의를 이끈 장본인이다.

주민총회와 같은 주민대회도 울산 5개 구·군에서 열렸는데, 그중 동구에서만 2만3천여 명이 참여했다. 주민대회는 주민들이 직접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를 정하고, 이를 시장이나 구청장에게 요구하는 자리다. 이중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진보당 후보들의 선거 정책 공약으로 이어졌다.

김 당선인은 “2만3천 명의 서명을 받으려면 동구 주민을 사실상 다 만나야 한다”며 “수개월을 거리에서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며 직접 교감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만들어 내놓는 정책이 단지 구호나 선거용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진짜 해결하려는 의지라는 게 주민들에게 전달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당선인은 ‘지방자치’를 넘어 ‘주민자치’를 정치지향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대리 정치가 아니라 ‘주민이 직접 하는 정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보당의 행보는 기존 거대양당 중심의 행정과 분명히 대비되는 지점이다.

김 당선인이 생각하는 ‘구청장’의 모습은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교집합을 찾아 여기에 주민의 힘을 집중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김 당선인은 “사실 똑똑해서 구청장이 된 게 아니지 않나. 똑똑한 사람이 구청장이 되는 거라면 선거 대신 시험을 쳐야 한다”며 “정치 지도자라면 ‘제 잘났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 동구청장 재선에 성공한 김 당선인은 그간 경험을 토대로 ‘진보집권의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김 당선인은 “진보정책, 주민자치, 주민조직 등 세 가지의 전국적인 모델을 완성하고 확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이중 ‘진보정책’에 대해 “대담하고 공격적으로 혁신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주민의 요구에 미적대지 않고 속도감 있게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민자치’에 대해선 “주민권력을 강화하는 실효적 3단계 조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자치조직 운영과 소규모 주민자치 시범운영, 그리고 과제로서 법적조치의 강화가 3단계 조치”라고 소개했다. ‘주민조직’에 대해선 “진보집권 모델을 완성하는 핵심 사업”이라며 “당을 강화하고 주민을 권력의 중심으로 세우는 주민조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과 제도를 구청 안팎에서 만들고 정비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 당선인은 울산 동구에서 모범 사례를 만들어 전국으로 확산시켜 진보당이 ‘대안정당’으로 발돋움하는데 힘을 싣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다른 지역의 모범들을 잘 보면서, 전국적으로 잘 확산시켜 나간다면 더 큰 성공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김 당선인은 “전시행정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장 7월 1일 임기 시작 날에 열리는 취임식도 ‘주민 참여형’으로 열린다. 통상적으로 오전 11시에 구청 실내 강당에서 열리던 취임식과 달리 오후 6시 반에 구청 실외 광장에서 열리는 게 특징이다.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취임식은 관례적으로 실내에서 일부 공무원들과 함께 의례적인 행사로 진행됐는데, 우리 취임식은 주민과 노동자가 함께 하는 취임식이 돼야 한다는 당선인의 의지가 있었다”며 “그런데 오전에 하거나 강당에서 하면 주민과 노동자가 많이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시간과 장소를 바꿔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예산은 기존 범위 내에 맞춰 사용하면서 소박하게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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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최대 50㎜ ‘물폭탄’…경기도 관내 피해 잇따라 발생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7/01 02:13
  • 수정일
    2022/07/01 02:1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30일 경기지역 호우에 곳곳에서 침수사고 발생
강풍에 도로 위 나무 쓰러지고, 빗길에 화물차 넘어져
기상청 “내일 오후 비가 그칠 것…안전에 유의 당부”

30일 오전 안산 단원구 신길동 야구장농원 앞 삼거리 도로가 호우로 인해 침수됐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 30일 오전 안산 단원구 신길동 야구장농원 앞 삼거리 도로가 호우로 인해 침수됐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시간당 최대 50㎜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기도 관내 도로 침수와 가로수 전도 등 피해가 잇따랐다.

 

30일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 수원 57.8㎜, 용인 기흥 36㎜, 화성 진안 32.5㎜, 경기광주 30.5㎜ 등 시간당 30∼50㎜의 많은 비가 내렸다.

 

시간당 최대 50㎜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 침수와 가로수 전도 등 피해가 잇따랐다.

 

경기도는 도 전역에 발령된 호우경보에 대응하기 위해 이날 오전 5시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상 2단계 체제로 격상했다. 이날 오전 6시 10분부터 경기도 31개 시‧군 전역에 호우경보(3시간 강우량이 90㎜ 이상 또는 12시간 강우량이 180㎜ 이상)가 내려진 데 따른 조치다.

 

오전 6시 42분경 여주 하동 세종대교 북단에서는 나무가 쓰러져 소방·경찰·여주시청당국이 나서 현장안전조치를 취했다.

 

오전 8시 26분경 시흥 대야동 일대에서는 호우로 인해 산에서 흙들이 유출됐다. 다행히 산사태로 이어지지 않았다.

 

30일 오전 시흥 대야동 일대에서 호우로 인해 산에서 흙들이 유출됐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 30일 오전 시흥 대야동 일대에서 호우로 인해 산에서 흙들이 유출됐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물의 도시 수원도 침수를 피하지 못했다. 오전 8시 30분경 수원 세류역 지하통로에 빗물이 쏟아져 들어와 출근길 시민들의 이동 및 역사 이용이 제한됐고, 한때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해 큰 불편을 겪었다.

 

같은 시간 권선구 고색동 중고차매매단지에서도 침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단지 내 주차된 중고차들이 폭우로 인해 보닛을 포함한 차 일부가 아예 물에 잠겨버렸다.

 

오전 9시 42분경에는 팔달구 화서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창고에 물이 가득 차 소방당국이 출동해 수중펌프로 약 18.75t 물을 퍼냈다.

 

이어 오전 10시경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광교터널에서 빗길에 미끄러진 25t 화물차가 터널 출구를 막으면서 3개 차로 출구가 모두 차단돼 터널 내 차량들이 1시간가량 발이 묶였다.

 

이외에도 수원 장안구 율전동에서는 빌라의 담벼락이 무너졌고 시흥 안현교차로, 안산 단원구 신길동 야구장농원 앞 삼거리, 평택 고렴리 도로 등 거리가 침수돼 차량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내일 오후쯤 돼야 비가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며 “비 피해 우려 지역에서는 안전에 특히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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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 무리수... 윤 대통령의 '오직 동맹', 위험하다

[분석] 나토의 한미일 정상회담 여파가 걱정되는 이유

22.06.30 19:37l최종 업데이트 22.06.30 19:37l
6월 29일 한미일 정상회담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렸습니다. 3국 정상회담에 대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의 진단을 싣습니다. [편집자말]
큰사진보기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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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나토(NATO) 정상회담이라는 특별한 무대의 한켠에서 이뤄졌다. 대서양 국가들의 모임에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는 환대를 받았다 할지라도 식객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나토의 외연을 태평양으로 확장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식객이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세계화가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국제질서로 탄생하는 역사적 현장이었다. 그동안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에 이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주권 회복 움직임 등 유럽연합(EU)은 빈사 상태로 치닫고 있었다. 유럽이라는 지역적 협력의 차원보다 국가의 주권을 회복하겠다는 신국가주의가 대두되던 시기였다.

경제적·사회적 협력의 붕괴라는 분열의 시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유럽은 안보 공동체라는 사실이 재확인되고 더욱 결속되는 뜻밖의 반전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출현했다. 특히 이번 '나토 전략개념 2022'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나토의 집단적 의지와 함께 향후 동유럽에 하나의 군대처럼 연합된 미국과 독일·프랑스·영국의 군사력이 전진 배치되는 중요한 전략개념을 담고 있다.

나토의 합동원정군(JEF)을 대폭 강화해 유사시 나토의 신속 대응 능력을 확보하고, 동유럽에 서유럽 국가들의 군사력이 전진 배치돼 지역별 안보개념이 규정되는 나토 국가 기본개념(FNC)의 정립, 우주, 사이버방어, 미사일방어 등 첨단 군사 기술의 공유와 협력을 담은 기술동맹으로의 진화 등은 냉전 시대의 나토 결속력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이미 나토의 합동원정군 훈련에 참여해 왔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정식으로 나토에 가입함에 따라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는 또 하나의 전선, 즉 냉전식 '철의 장막'이 쳐질 전망이다.

중국을 '도전자'로 명기한 나토... '탈중국' 공식화한 윤석열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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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의 새로운 전략개념은 러시아의 배후에 있는 중국을 '도전자'로 명기했다. 중국의 자본에 깊이 의존하는 독일과 프랑스까지 이러한 전략개념에 동의했다는 것은 나토가 유럽이라는 지역을 초월해 인도태평양까지 포괄하는 글로벌 연합세력으로 확장되는 파격적 행보도 시작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은 이런 세계사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번 정상회담에 참석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바로 나토 정상회담에서 개최된 것은 세계로 확장되는 나토에 대한 적극적 응답이다. 윤 대통령이 현지에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나토의 전략 개념의 만남" "가치동맹으로서 나토와의 적극 협력" 등을 여러 번 반복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이제 중국을 견제하는 서방의 동맹에 한국은 참여 선언을 공식화한 셈이 됐다. 한미일 정상회담 역시 한반도와 동북아라는 지역 차원의 협력보다는 나토의 아시아로의 확장이라는 맥락 속에서 접근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따라서 3국 정상회담에서 나온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 강화'는 나토식 기준에 의해 더욱 강화되고 심화될 전망이다. 나토 국가들의 군사협력은 세 차원에서의 '군사적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촉진하는 데 있다.

먼저 정책적 차원으로, 집단 안보를 도모하는 국가들의 공동의 적은 누구인가, 주된 위협은 어디에 있는가를 조율하는 정책적 협력이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은 2018년부터 "군사적으로 주된 위협은 중국"이라고 방위백서에서 명기하기 시작했다. 반면 북한을 주적으로 삼는 한국은 이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한일간 정책 협력은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이번 3국 정상회담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중국은 어디서도 등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3국 정상회담 이전부터 세 정상이 만나면 "중국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해 왔고, 윤 대통령과 동행한 최상목 경제 수석이 정상회담 전부터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시대는 끝났다"며 '탈중국'을 거의 공식화 했다. 게다가 윤 대통령 자신이 자유와 민주주의 메신저가 돼 국제연대를 외치는 마당에 중국 견제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결국 한미일의 정책공조는 속도의 문제가 있을 뿐이지 종국에는 반중국·탈중국의 기치로 수렴되는 필연적 수준으로 가고 있다.

'미국 대리인' 모색하는 일본... 손짓 보내는 한국 정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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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차원은 군사 기술적 차원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발표에서 "북한이 핵 실험을 한다면 한미일 공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일본의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매우 도발적이며 적극적인 발언이다.

이 말에는 3국 공동군사훈련으로 북한 미사일에 대한 공동의 탐지·추적·요격 기술을 공유하고, 장차 미국이 구상하는 대로 3국 간 공동의 지휘체계, 공동의 교전수칙과 군사교리 공유까지 나아가자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해상에서 한미일 3국 해상훈련이 실시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전제는 중국을 주적으로 한 일본의 강대국 정치에 북한을 주적으로 한 한국의 중간국 정치는 하위개념이다. 차제에 일본은 공격 미사일을 보유하는 적 기지 타격능력(반격능력)으로 치달아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대리인이자 균형자로 도약하겠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 차원은 문화와 인적 교류 차원으로 한일 양국간 친근감 회복이다. 이번 3국 공동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일주일 전부터 윤석열 정부는 강제 징용 노동자 배상에서 일본 기업의 책임을 묻지도 않고, 일본 기업의 한국 자산을 매각 및 현금화하지 않는 해결책을 서둘러 왔다. 강제 징용에 대한 소위 민관위원회를 가동하면서 한국 정부가 먼저 강제 징용자에게 배상하는 "대위 변제"를 하고 일본과는 추후 협의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로써 일본 기업의 책임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발판으로 일본과 관계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을 정상회담 이전에 서둘러 발표해버렸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의 불법성, 개인 보상에 대한 책임과 인권의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드리드에서 일본은 '한일 양자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윤석열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독도 문제 등을 빌미로 한국 정부를 계속 길들이겠다는 의도를 표출해 왔다. 결국 '역사를 묻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한국에 대해 오히려 일본이 '한국이 역사문제를 먼저 해결하라'면서 버티고 있어 한미일 안보협력이 지체되는 상황이다.

책임있는 답변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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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종언을 고하고, 평평한 세계(Flat World)는 다시 '벽이 있는 세계(Walled World)'로 회귀하는 이 시점에 한미일 삼각협력은 중국 견제라는 촉진 요인과 각자도생이라는 국익 관점의 지체 요인이 공존한다.

현재로서는 촉진 요인이 우세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일 간의 첨예한 경쟁과 갈등의 문제도 건너뛸 사안은 아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다. 엄연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처지에서 균형 있게 국제관계를 관리하지 못하고 '오로지 동맹'을 외치며 국가 정책을 외길 수순으로 몰고 가는 직선운동이 불안해 보인다. 외교부의 신중한 입장까지 압도하며 동맹 외교에 올인하는 윤 대통령의 질주가 또 하나의 국가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이 점에서 현 정권에서 균형 있는 시각으로 신중한 입장을 개진하고, 비판적인 입장을 표력할 인사는 없다고 봐야 한다. 미국식 사고와 미국에서의 교육을 배경으로 오직 동맹을 외쳐온 다수 인사가 하나의 결론에 쉽게 동의하는 '집단 사고(group thinking)', 견제받지 않는 동맹정책이 불안해 보인다.

동행한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를 밀실에서 추진하다가 들통이 나서 경질당한 전력이 있다. 경제에서의 탈중국을 선언한 최형목 경제수석과 함께 이번 윤 대통령의 순방을 구성하는 반중국, 친일본 전위 그룹이다.

최소한 중국에 대한 존중과 배려마저 생략한 비외교적 행보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위기의 길목에 놓인 한국의 국가적 상황에 비춰도 매우 위험한 상황을 자초할 수도 있다. 중국은 정상회담 이전부터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 타임즈>의 지면을 통해 "만일 한국이 나토의 중국 견제에 협력할 경우 한반도 안보에 위기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북한 위협 관리에 중국이 협조하지 않고, 한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을 경고한 셈이다.

과거의 사드 보복 때와는 차원이 다른 중국의 한국 견제 의지를 무시하고 과연 우리가 생존과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지, 이 상식적인 질문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이런 위험을 경고하는 참모가 없다. 한미일 정상상회담의 여파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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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1억 넘게 중간착취... 노동부는 삼권분립 황당 답변"

[인터뷰] 하청 노동자들이 밝혀낸 '할인율'의 비밀... "진짜 사장 대법원 나와라"

22.06.29 18:25l최종 업데이트 22.06.29 19:46l

  

법원과 등기소에서 전산장비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부당 노동행위를 알리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  법원과 등기소에서 전산장비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부당 노동행위를 알리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법원 콜센터에서 민원 전화 받는 사람, 재판 자료를 일일이 스캔해 올리는 사람, 법정 실물화상기가 작동 안하면 손보러 뛰어가는 사람, 모두 법원의 일상 업무를 보는 이들이지만, 소속은 법원이 아니다. 짧으면 1~2년, 길면 5년마다 사장만 바뀌는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이른바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하청노동자'다.

2020년 8월 기준 17개 협력업체에 860여명이 종사한다. 전문적인 서버 관리부터 승강기 관리, 특수경비까지 직종도 다양하다. 최근 이들 사이에서 "진짜 사장 나오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18년차 전산운영자 김창우(42)씨와 24년차 최근배(48)씨가 그들 중 하나다. 김씨는 대전·충남 9개 지역 등기소의 전산장비 유지·보수를, 최씨는 현재 대법원 전산 장비 유지·보수를 맡고 있다. 김씨는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국법원등기전산지회장, 최씨는 전국법원사법전산운영자지부장이다. 두 개 노조는 오는 1일 파업에 돌입한다. 올해 거듭된 임금협상 결렬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들은 대법원에 중간착취 근절과 원청 책임 인정, 그리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다(관련 기사: 사법부 역사상 최초 하청노동자 파업 "법원갑질 못 참겠다" http://omn.kr/1zkia ).


<오마이뉴스>는 지난 27과 28일 최 지부장과 김 지회장을 만나 전산직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는 이유를 들었다. 

청사 내 모든 전산장비 유지·보수는 이들 몫... "진짜 사장 누구냐"

이들은 등기소와 법원 청사 내 전산장비의 기본적인 유지·보수를 책임진다. 컴퓨터, 프린터, 스캐너, 실물화상기와 프로젝터 등이다. 등기소 경우 무인발급기도 추가로 관리한다. 등기소 전산 하청노동자는 전국 39명, 법원 전산 하청노동자는 전국 124명이다.

컴퓨터 등 전수 점검은 1년에 두 번씩 한다. 서울 기준, 한 번 할 때마다 3개월 정도가 걸린다. 장비 장애는 수시로 발생해 전산실로 '콜'이 들어올 때마다 판사실, 각 과 사무실, 법정을 바쁘게 오간다.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설치도 이들 몫이다. 규모가 큰 서울 소재 법원의 경우, 각 법원에 근무하는 전산직 하청노동자들이 전부 모여 법원을 순차로 돌아가면서 함께 설치하기도 한다.

"전산 공무원 일도 우리가 같이 해요. 재고 현황 관리·보고도 하고요. 법원 재산을 하청노동자들이 관리해요. 규모가 작은 지방 법원엔 전산계장이나 실무관 없이 저희만 근무하는 곳도 있고, 특히 법원 지원의 경우는 저희 1명만 있어요. 이 경우 전산계장 업무를 대행해요. 접속 허가가 필요한, 내부 재판사무시스템 전산망에서 처리하는 일들이에요. 공무원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지시도 그들에게서 받고, 매일 일일근무현황이 보고돼 출·퇴근 관리도 되고 있어요." (최근배 지부장)

코로나 시기 화상회의가 늘면서 업무량도 대폭 늘었다. 이들은 원래 음악회, 송년회, 토론회, 업무회의, 성폭력 예방 교육까지 법원의 각종 행사에 장비 설치 및 장애 대기로 지원을 나갔다. 코로나19로 인해 화상회의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장비 관리 업무까지 가중됐다. 회의 전날 오후 7시∼9시 사이에 웹캠을 설치하고, 당일에는 회의가 끝날 때까지 대기하는 일이다.

최 지부장은 그동안 자신이 일하는 업체가 네 번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전문적이거나 고유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이 아니었다"면서 "입찰 제안서 잘 만들어 프레젠테이션 발표만 잘 하면 점수 받고 와서 중간 임금 착취만 하고 나간다, (그런데도) 법원이 굳이 중간 업체를 껴야 할 이유가 있는가"라 물었다. 그래서 "진짜 사장이 누구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세금 쓰면서 집행 내역은 "공개 못한다"는 대법원
 
전국법원 사법전산운영자지부 최근배 지부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법원 전산장비 유지보수 하청 노동자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법원의 부당 노동행위를 알리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  전국법원 사법전산운영자지부 최근배 지부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법원 전산장비 유지보수 하청 노동자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법원의 부당 노동행위를 알리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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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차 등기소 전산직 김창우 지회장 월급은 18년 내내 법정 최저임금보다 10~20만원 정도 더 많았다고 했다. 그는 "올해 업체가 새로 바뀌며 월급이 15만원 가량 인상돼 210만원까지 올랐으나, 23개에 달하던 연차휴가가 12개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근속연수가 제대로 급여에 반영되지 않는 건 하청 구조의 고질적 문제다.

법원 전산직의 경우 2020년까지 5년 간 임금이 일방적으로 동결된 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오래 일한 직원이 퇴사하면 최저임금 수준의 신입 직원이 자리를 메웠다고 한다. 최 지부장은 "임금을 삭감해놓고 '계약서에 사인 할래 안 할래' 묻는 식이고, 일부 직원은 지방으로 전보시키기도 했다. 저도 갑자기 천안에 발령을 받아 서울에서 천안까지 출퇴근한 적이 있다"며 "임금이 더 높은 고연차를 내보내고 '최저임금 신입'으로 채우려는 전략이라고 현장에선 다들 말했다"고 전했다.

"10년을 넘게 일해도 임금은 왜 최저 수준일까?", 의문이 들었던 김 지회장은 직접 정보를 찾아 나섰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기획재정부로부터 얼마를 받아오는지, 법원행정처는 하청업체에게 얼마를 주는지, 하청업체는 또 얼마를 인건비로 책정하는지 등을 알아야 했다. '등기전산장비 유지보수 용역비 산출 내역서'를 대법원에 정보공개청구했다.

그러나 "공개될 경우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법인의 경영상 비밀에 해당하므로 공개할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공명정대해야 할 대법원이 이래도 되는가?", 김 지회장은 이런 의문을 품으며 행정심판까지 직접 청구한 후에야2015~2020년 내역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이 '할인율'이다. 지난 2020년,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기재부로부터 33억1800만원을 받으면, 법원행정처는 여기에 할인율을 적용해 21억6000만원만 용역업체에 대금으로 지급했다. 김 지회장은 "21여억원 중 10억원을 이윤으로 챙겼고, 나머지 10억여원을 인건비 등으로 썼다"면서 "이 과정에서 용역비 산출 내역서에 인건비 월 380만 원 이라고 적힌 금액은 실제 190만 원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결국 중간에서 법원행정처가 11억 5800만 원을 챙기고, 업체가 10억여원 이익을 보는 구조인 셈이다. 

김 지회장은 공공기관 관련 노조에서 일한 관계자들에게 할인율에 대해 물었으나 "처음 보는 개념"이라는 답만 들었다. 그는 법원행정처에 "할인율이 뭐고, 나머지 금액은 어디에다 쓰느냐"고 물었으나, "다른 용처에 사용한다"는 답 외엔 설명을 듣지 못했다. 올해 등기소 전산 유지 사업을 맡는 업체가 바뀌면서, 김 지회장은 업체와 대법원에 다시 내역서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공개할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공보관실은 지난 28일 기자들에 보낸 입장문에서 "2022~2023년 법원 전산장비 유지·보수 사업예산은 129억 9800만원이며 127억 3804만원(98%)에 사업이 낙찰됐다"며 "사업 예산 범위 내에서 조달청의 경쟁 입찰을 거쳐 사업자를 선정하며, 협력업체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0년 할인율이 확인된 용역사업인 '등기소 전산 유지·보수 사업' 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노동 문제에 '삼권분립' 말하는 노동부
 
전국법원 등기전산지회 김창우 지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법원 전산장비 유지보수 하청 노동자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법원의 부당 노동행위를 알리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  전국법원 등기전산지회 김창우 지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법원 전산장비 유지보수 하청 노동자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법원의 부당 노동행위를 알리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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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문제에 '삼권 분립'이라고요? 그럼 사법부 안에 고용노동부를 따로 만들어주시든가요." (김창우 지회장)

전산직 하청노동자들이 '사법부 간접고용 노동자 보호 점검'을 촉구한 민원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삼권분립 원칙상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공공부문 용역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는 헌법기관에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사법부 등 헌법기관에 행정부 대책을 적용토록 하는 건 삼권분립 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 지회장은 "노동부는 '삼권분립' 운운하며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대법원은 사각지대·무법지대가 됐다"면서 "전산직도 전국 뿔뿔이 흩어져 있고, 콜센터와 판결문, 소송 자료 스캔 등의 업무를 맡는 하청노동자들도 다 잘게 쪼개져있다. 하청노동자들은 단체 행동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 지부장은 '고도의 전문성'을 명목으로 법원이 유지·보수 업무 전산직까지 무기계약직 전환에서 제외한 데 대해 "같은 일을 하는 국회사무처의 전산직은 지난해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며 "대법원이 왜 이렇게 대우하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법원은 매일 소송으로 누가 진짜 사장인지, 하청이 얼마나 사회에 남용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면서, 정작 내부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이게 맞는 건가요?" (최근배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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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시간당 9620원…월급 기준 201만580원

이번에도 시간당 1만 원 벽은 못 넘어…민주노총 위원 4명 표결 거부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5.0% 인상됐으나 1만 원의 벽은 이번에도 넘지 못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밤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제8차 전원회의 결과 내년도 최저임금을 이 같이 정했다. 올해 최저임금 9160원보다 460원 올랐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은 월 환산액(209시간 기준)으로 201만580원이 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최저 목표로 여겨졌던 시간당 급여 1만 원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월 급여 기준으로 200만 원 선을 넘었다.

다만 이번에도 노사 양측이 원만한 합의는 이뤄내지 못했다. 최종 합의 과정에서 노동자위원 측 민주노총 소속 위원 4명은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했다. 

사용자위원 9명은 표결 선포 직후 퇴장했으나 의결 정족수는 채웠다. 

이에 이번 최저임금 표결에는 한국노총 소속 5명(이상 노동자위원),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이 참여했다. 이 중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을 포함해 기권 10표가 나왔고 찬성 12표, 반대 1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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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는 말, 9년 전엔 민영화 신호탄이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6/30 04:59
  • 수정일
    2022/06/30 04:59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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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철 사회공공성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6.21. ⓒ뉴시스 
 
최근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을 향해 "파티는 끝났다"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이 결국 민영화를 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철 사회공공성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았던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 또한 "파티는 끝났다"는 공공기관들을 향한 경고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티가 끝났다'는 말은 박근혜 정부 때 현오석 기재부 장관이 했던 말"이라며 "그때도 민영화라고 직접 말하지 않았다.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생각해서 경쟁체제 도입, 공공기관 기능조정, 자회사 설립 등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자회사 설립이 이를테면 SR이다. 철도에 굳이 자회사를 설립할 필요 없는데 분리한 거다. 그런 방식으로 민영화가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의 부채를 지적하며 방만경영을 구조조정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또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민영화에 앞서 나왔던 키워드다.

김 연구원은 "이전 정부의 민영화 시도와 양태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방만경영을 비판하면서 구조조정의 발판 삼고, 시장과 경쟁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민영화의 '민'자도 꺼내지 않았며 선을 긋고 있지만, 현재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공공기관 구조조정, 앞서 발표했던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나온 정책들이 민영화를 향하고 있다고 김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공공분야를 민간주도로 확장하겠다는 건 공공이 할 수 있는 일도 민간에 넘긴다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을 구조조정하고 공공서비스를 사기업에 넘긴다는 건 민영화가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 녹아있는 작은 정부, 시장주의의의 결과는 결국 민영화"라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열린 '윤석열정부 민영화 토론회'에서 김철 사회공공성연구원 수석연구위원회 발제를 맡아 발언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다음은 김철 수석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윤석열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민간주도, 기능조정 등 민영화를 암시하는 키워드가 보인다.

 
공기업의 소유를 민간으로 넘기는 전통적인 민영화 보다는 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경제정책방향에 나타나는 내용을 가지고 우리가 생각하는 민영화인지 따져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그랬지만, 윤석열 정부도 그렇고 민영화를 공기업 지분을 매각해 소유권 이전만을 민영화라고 좁은 의미로만 말하고 나머지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학계 분석에 따르면 공공기관 매각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민영화로 볼 수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공공기관 지출 구조조정 관련해서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한데, 유력하게 공공기관의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위한 공공기관 정책방향도 제출될 것 같다.
 
또 보도로 나온 공공기관 혁신방향의 내용을 보면 공공기관이 민간과 기능이 중복되거나 민간이 잘하고 있는 분야를 민간에 넘긴다는 게 들어가 있다. 이런 것들은 외주화, 위탁을 통한 민영화로 볼 수 있다.
공기업을 민간 자본에 넘기는 단순한 방식의 민영화뿐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비용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등 민간기업의 운영을 가져오는 것도 넓은 의미의 민영화로 볼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넓은 관점에서 민영화의 범주에 ① 재화나 서비스의 공급을 위한 재원을 조세에서 사용자부담금으로 전환하는 재원의 민영화, ② 생산활동만을 민간에 이전시키는 생산의 민영화, ③ 공공자산이나 정부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소유권 이전, ④ 경쟁제한적인 각종 법적장치를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자유화 등 4가지 요소가 포함돼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민영화에 대해 '민'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파티가 끝났다'는 것도 박근혜 정부 당시 현오석 기재부 장관이 했던 말이다. 그때도 민영화라고 하지 않았다. 그때도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어서 경쟁체제 도입, 공공기관 기능조정, 자회사 설립 등으로 표현했다. 자회사 설립이 이를 면 SR의 경우다. 할 필요 없는데 분리한 거다. 그런 방식으로 민영화가 시작됐다.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공공기관에 대해 상시적이고 주기적인 기능점검을 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와 비슷한 내용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있었다. 그때는 이런 이야기하면서 '시장성 테스트'라고 했다. 민간이 해도 되는지 따져서 공공에서 하지 않고 민간에서 하면 된다고 하면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번에는 이름을 바꿔서 '기능성 테스트'라고 한다. 이를 거쳐서 민영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도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추진했던 기재부 차관 출신이다. 공공기관을 어떻게 민영화할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김대기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명박 정부 당시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추진했고 최근에 이에 대한 소신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런 인적인 연계성도 무시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정책에서 민영화 의지가 드러난 부분은 어디라고 보는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공공이 하고 있는 부문에서 민간 주도로 하겠다는 것. 재정 긴축, 민간 주도는 공공이 할 수 있는 일도 민간에 넘긴다는 거다. 구조조정하고 공공서비스를 사기업에 넘긴다는 건 민영화가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작은 정부, 시장주의의 결과는 민영화다.
 
국정과제는 물론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시장원칙을 도입한 경쟁구조 확립'이라는 내용이 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대표적인 민영화로 보인다.
 
민자사업 관련 내용도 주의해야 한다. 민간투자 사업 활성화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은 해외에서는 민영화하고 똑같이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민간 투자 확대는 공공이 해야 할 걸 민간에게 넘긴다는 것으로 민영화로 볼 수 있다.

공공기관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곳이 한국전력공사다. 최근에 내놓은 자구책에서 민영화 의도가 들어가 있는 곳은 없을까?

지분 매각이다. 자산 매각이랑 관련된 사항인데, 한전이 최근 비상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향후 30조원의 적자가 전망되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구책 마련한 거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것 하나가 자산 매각이다.
 
근데 매각 대상이 우량 자산이다. 한국전력기술이 거론되는데 한전이 현재 65.77%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만 두고 나머지는 팔려고 한다. 엄청 유망한 회사인데 비싸면 민간에서 안 살 테니까 헐값에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에 괜찮은 공공부문의 토대가 될 수 있는데 헐값 매각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분매각은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 사기업이랑 똑같이 행동하게 될 수밖에 없다. 민간지분 매각은 민간 주주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고 민영화될 여지가 높다. 그저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한국전력기술은 원자력발전소 설계와 에너지신사업(비원자력) 등을 추진하는 업체다. 한전의 적자난에도 지난해 10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며 새 정부의 원전 해외 수출 정책에 따라 수익 증대도 예상되는 우량 기업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강조하면서 배경으로 공공기관 부채를 지적하면서 방만경영을 꼽고 있다. 공공기관의 부채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 수 있을까?

정부가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이야기 하면서 그 근거로 부채와 인력과 예산이 늘어났다고 했다.
 
그런데 기재부가 올해 4월 30일에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공시에는 공공기관의 부채가 그렇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부채 증가는 전력 설비, 코로나19 대응, 성장 동력 투자 등 투자·융자가 늘어난 거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부채 비율은 옛날보다 감소 중이라 재무 건전성이 개선 중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부채도 대부분 불가피한 게 있다. 한전도 원료비가 급등해서 발생한 것이다. 코레일, 인천공항 등은 코로나19 사정도 있고, 시설 관련 부채 등 옛날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무슨 문제가 있어서 갑자기 부채가 늘어났다고 보기 힘든데, 이를 구조조정 드라이브의 근거로 삼는 건 문제가 있어보인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말한 호화청사 매각을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원래 그렇게 지으라고 한 사람들이 기재부다. 이명박·박근혜 때 지방이전을 하면서 방 크기, 사무실 크기, 설비 등 이런 걸 기재부가 지침을 줬다. 호화청사라고 지적하는 것도 기재부에 책임이 있다

향후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 시도가 어떻게 진행될지 전망한다면?

가장 우려되는 게 보건의료 분야다. 의료 영리화가 진행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가 활성화 되려고 하고, 올해 초 제주의 영리병원도 소송에서 이겼다. 영리병원이 확산될 가능성 있어서 의료 영리화의 마중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하는데 민간병원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향후 문제가 될 것 같다.
 
또 하나는 사회서비스 분야다. 지난해 서회서비스원법이 생겼지만 각 시·도에서 아직 자리를 못 잡았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 정책방향이 민간 사업자들을 지원하고 키워주는 방향으로 돼 있어 민영화 우려가 있다.
 
철도도 박근혜 정부와 비슷하게 될 것 같다. 아직은 국정과제 등에서 내용이 나오진 않지만 흐름을 보면 철도도 민영화의 먹잇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코레일이 낙제점인 E등급을 받았다. 작년 C등급을 받았는데 별다른 일이 없는데도 평가 등급이 떨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철도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배경을 만든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철도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올해 1월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던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의 개설 허가 취소 처분 소송에서 법원은 녹지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제주도의 병원개설 허가 취소처분이 무효가 되면서 영리병원 재추진의 물꼬가 트인 상태다.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사회서비스원법(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은 민간에 위탁했던 어린이집이나 요양원 등 시설을 정부가 고용한 인력으로 직접 운영·관리하는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법이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됐으나, 윤석열 정부는 공공서비스를 민간 주도로 발전시키겠다는 정반대의 정책방향을 내놓아 마찰이 예상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발생하는 민영화 시도에서 공공서비스를 지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어떻게 보면 문재인 정부에서 민영화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선 '민영화 방지법' 등 조치를 했어야 한다. 민영화 추진은 안 했지만 방지할 노력도 안 한 것이다.
 
법제적인 측면을 보완해야 한다. '공공기관운영법'에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를 방지하는 규정을 넣어야 한다. 공공기관운영법 14조 따르면 기재부 장관이 공공기관의 기능·통폐합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조항을 수정해서 민영화를 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들어갔으면 좋을 것 같다.
 
근본적으로는 '공공서비스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 민영화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게 아직 국회에서 검토되지 않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추진하자고 제안한다.
김 연구위원이 속한 사회공공성연구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사회기반시설공공서비스기본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무분별한 민영화를 규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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