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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시,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으로 돌아가서

2022년 11월 3일, 경찰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을 통제하는 모습 (자료사진) ⓒ뉴스1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이 또 다른 출발선 앞에 섰다. 159명 희생자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참사 발생 551일 만이다.

‘땅땅땅’ 법안의 상정을 알리는 국회의장의 의사봉 소리가 장내에 퍼지고, 가결이 확정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분 14초. 이 순간을 위해 유가족은 1년 6개월여를 안간힘을 다해 견뎌왔다. 이제 경찰도, 검찰도, 정부도 밝히지 못한, 혹은 찾아내지 않은 참사의 명확한 사실관계를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다룬다. 참사 발생 원인,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 참사 전반에 걸친 진상규명과 책임을 하나하나 밝혀내야 한다.

특조위는 독립적인 진상조사 기구다. 누구든 특조위의 활동에 외압을 행사하고 방해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가족의 당부대로, 특별법 공포 직후 특조위 구성부터 운영까지 더 이상의 지체는 없어야 한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방해받는 과정을 목격했다. 세월호 참사는 특별조사위원회(2015년 3월~2016년 9월), 선체조사위원회(2017년 3월~2018년 8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2018년 12월~2022년 9월) 등 8년 동안 3개의 공적 조사 기구를 거쳤음에도 아직 ‘미완’의 진상조사에 머물러있다. 침몰 원인조차 결론 내지 못한, 순탄하지 않은 10년이었다.

세월호 참사 특조위는 위원 구성 단계부터 정치적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특조위의 권한과 조직 규모를 크게 축소해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시행령을 강행했고, 인력과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 2015년 11월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조사’에 관한 안건을 의결하려 하자, 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당시 정부 고위인사들의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첫걸음을 떼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는 유가족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지난달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이태원 참사 유가족 그리고 많은 시민이 모인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의 구호도 “끝까지 진상규명”이었다. 더 이상의 기다림과 실망은 없어야 한다.

참사의 가장 큰 책임자인 국가는 ‘진실을 향한 걸음’에 어깃장을 놓을 명분이 없다. 국민의힘도 딴죽을 걸어서는 안 된다.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재의결 절차를 밟으며, 합의 처리 조건으로 법안 일부 조항을 수정했다. 윤 대통령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해 온 ‘압수·수색 영장 청구의뢰’ 권한을 원안에서 삭제했다. 영장 청구의뢰권은 5·18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 여러 조사위원회 관련 법안에도 있던 것이다. 그간 문제 된 적 없었지만 특별법 여야 합의 통과를 위해 유가족이 양보했다.

가족을 잃었는데 아무도 ‘왜’ 이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억울해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는 유가족은 폭염의 날씨에 곡기를 끊는 단식투쟁을, 폭우 속에 삼보일배를, 한파가 닥친 날에는 오체투지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는 순간이 더 고통스러웠던 유가족은 온몸으로 진상규명을 호소했고, 특별법 통과를 이뤄냈다. 내일을 살아가는 딸과 아들이 ‘안전한 사회’에서 지낼 수 있도록, 더 큰 사회적 손실과 비극을 막기 위해 앞장서는 움직임이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유가족이 권력과 싸우고, 눈물짓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눈과 비가 내리는 날 목숨 건 행진에 나서지 않고 보고 싶은 얼굴을 충분히 그리워할 수 있으면, 시린 마음을 충분히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유가족이 지켜낸 또 다른 하나, 서울광장의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오늘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바라보고 있는 영정사진 속 앳된 얼굴은 여전히 마음을 찌른다. 모든 넋이 모여 이제는 완전한 진실이 드러나길, 유가족의 몸이 더 문드러지기 전에 책임자가 처벌받길, 트라우마를 겪는 모든 이들이 치유의 순간을 마주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여야 합의 국회 통과 추모문화제에서 유가족들이 특별법이 담긴 서류를 영정사진 앞에 놓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05.02. ⓒ뉴스1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여야 합의 처리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5.02.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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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실'이라 쓰고 '법무법인 윤석열'이라 읽는다?



[박세열 칼럼] 한동훈·이상민의 퇴조와 민정수석실의 갑작스런 부활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5.04. 05:04:38 최종수정 2024.05.04. 05:04:39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3월 14일 통의동 집무실 첫 출근 날 민정수석 폐지를 선언한다. 그는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세평 검증을 위장해 정적과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일명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라진 지 22년 된 '사직동팀'이 언급된 건 생뚱맞은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이 문제가 있다고 하면 했지, 전직 대통령 네 명을 뛰어 넘고 김대중 정부를 거론한 이유는, 과거 민간인 사찰 '흑역사'의 상징인 '사직동팀'을 민정수석 폐지의 명분으로 삼은 건 왜일까. 그로부터 2년 후 총선에서 대패한 대통령은 다시 김대중 정부를 거론한다. 대통령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에서 "정책이 현장에서 어떤 문제점과 개선점이 있을지 정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김대중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을 없앴다가 2년 뒤 다시 만들었는데 이해 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뜬금없이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는 이유를 내걸은 건 역설적으로 대통령이 민정수석실 업무를 '사정 정보 수집' 쯤으로 여기고, 민정수석실을 '사정 기관 통제 기구' 정도로 여겼다는 방증이다. 본인이 검사 출신이니 민정수석이 검찰 및 사정 기관에 얼마나 큰 영향을 행사하는 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에게 구태여 '민정수석' 같은 거추장스러운 중간 단계는 필요 없었을 터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조국 민정수석 보좌관을 지낸 황현선 씨의 책 <조국 그리고 민정수석실>에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온다. '민정수석'을 폐지하면서 동시에 정부 부처 안에 신설한 두 개의 조직에 주목한다. 하나는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이고, 다른 하나는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이다. 두 조직 모두 정부조직법에서 정하는 직무 범위를 벗어났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정권 초 힘이 센 대통령은 전국 총경들을 제압하고, 야당의 반대를 누르며 무리하게 신설안을 밀어붙였다.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조치들이 윤석열의 최측근인 한동훈과 이상민을 위한 설계라고 의심했다"는 황 씨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민정수석 폐지'라는 기만술을 펴는 한편에서 역대 어느 정권보다 사정기관을 장악력을 강화했다. 대통령은 자신의 오른팔을 법무부장관에 두고 민정수석실의 인사 정보 검증 업무를 밀어 넣었다. 자신의 왼팔에 해당하는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경찰 수사의 민주적 통제" 운운하며 경찰 조직 직할 통제 체제를 구축하려 했다. 대통령은 과거 민정수석 기능을 정부 부처로 확장해, 정부 자체를 거대한 검찰로 재편했다. (여기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김대중 정부는 민정수석 기능을 없앤 게 아니고, 민정수석(차관급)을 민정비서관으로 격을 낮췄다. 지금처럼 지금처럼 아예 민정수석 기능을 자신의 측근이 포진한 정부 부처에 나눠준 게 아니다.)

 

총선 참패 후 민정수석 부활을 두고 많은 이들이 '민심 청취'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대통령실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 전달한다. 이런 게으른 분석엔 동의하지 않는다. 민심 청취가 목적이라면 굳이 검찰 출신이자 대통령의 서울 법대 후배가 민정수석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배경이 설명되지 않는다. 김건희 영부인과 그 주변인들이 문제라면, 제2부속실 설치도 아니고, 특별감찰관 임명도 아니고 굳이 민정수석이어야 하는지도 설명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참고'했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민정수석을 부활시키면서 초대 민정수석에 검찰과 관계 없는 사회운동가 출신 김성재 한신대 교수를 임명했다.

 

결국 민정수석실 부활은 대통령의 양팔, 한동훈과 이상민의 퇴조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집권 2년차 막바지에 한동훈은 '윤석열 정부'에서 떨어져 나갔다. 정치적 독립을 위해 기지개를 켰다. '정권 2인자'를 통해 관할했던 법무부와 검찰 조직에 대한 장악력은 약해졌다. 시스템 구축 대신 '측근'을 보내 조직을 장악한 손쉬운 결정의 후과다. 하필 서초동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영부인 소환 여부를 두고 서울중앙지검장이 정권 핵심부와 견해차를 보였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

 

경찰 쪽은 어떤가. 지난 18일 행안부 경찰국은 조달청 나라장터에 '경찰행정의 발전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행안부와 경찰의 바람직한 지휘관계를 정립하고 정부조직법, 경찰법 등 관련 법령 개정에 필요한 학술자료와 쟁점, 찬반 논거' 등의 수집에 나섰다. (4월 24일자 한국일보 "경찰국, 행안부 장관 '지휘권 확대' 착수... 경찰 장악 논란 재점화") 행안부의 경찰 통제를 강화하려는 일환인데,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이런 식의 경찰 개혁(?)이 제대로 될 거라 보는 사람들은 없다. 이미 '식물 장관'이 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겨냥해선 '이태원 특조위'가 곧 활동을 개시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 그 자신'이다. 민심 청취 기능이 생긴다 한들 '59분 대통령'이란 비아냥을 떨치지 못한다면 그 기능이란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용산 대통령실의 모든 수석이 대통령 면전에서 제대로된 쓴소리를 하지 못해 총선 참패와 레임덕 위기에 처했는데, 갑자기 민정수석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대통령에게 안 하던 '아니오'를 할 수 있다는 걸 믿으라는 말인가.

 

민정수석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 관리다. 문제는 영부인과 그 가족들이 연루된 의혹은 '관리'란 걸 하기도 전에 '이미' 발생해 있는 상태다. '친인척 관리'가 아니라, '친인척 비리 의혹 처리'를 관리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은 필연적이다. 제2부속실도 안 만들고 특별감찰관도 두지 않겠다면서 갑자기 '민정수석'을 새로 만든다면 그걸 "민심 청취 기능"을 위한 것이라고 믿어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

 

민정수석을 정권 중간에 부활시키로 한 건 최악의 선택이다. 애초에 폐지하지 말았어야 했거나, 다음 정부가 부활시키는 게 맞는 일이다. 결국 한동훈도, 이상민도 없는 정부를 끌고 갈 자신 없는 '레임덕 대통령'의 고육지책이 '민정수석 신설'이다. 온갖 '특검 위기'를 앞두고 대선 때 확언한 공약을 스스로 뒤집는 일이다. 참으로 궁색하다.

 

이 정부는 불리한 이슈만 있으면 김대중 정부를 팔았다. 굴욕적 한일 정상회담에서 갑자기 '김대중 오부치 정신'을 찾고, 남북 대결 정책 기조를 내놓으며 뜬금없이 "국민의힘이 김대중 정신에 더 가깝다"는 궤변을 붙인다. 왜 23년전, 지금 상황과 맞지도 않게 '김대중 정부'를 팔아가며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키려 하는지, 수많은 합리적 의심들에 대해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곳곳에 포진한 '윤석열 사단'이 이제 아예 대통령실에 통째로 들어가 '윤석열 로펌'이 될 거라는 세평이 더 힘을 얻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앙골라 확대 정상회담에서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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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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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채상병 사건 특검 이슈로 키운 건 대통령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앙일보 “대통령실 피해가지 않을까 꼼수 부리면 국민적 저항”

한겨레 “거부권 행사시 민심의 거센 분노 직면할 것”

기자명조현호 기자

  • 입력 2024.05.03 07:56

  • 수정 2024.05.03 08:21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해병대원 채상병 특검법을 168명 찬성 표결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진 김웅 의원을 제외하고는 표결에 불참했다. 해병대원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돼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이 법안에 의하면, 대통령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4명 중 민주당이 선정한 2명 가운데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특검은 90일 동안 수사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1회에 한해 30일 더 연장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국회 통과 90여분 만에 강력한 유감을 밝혔다. 정진석 비서실장이 브리핑룸을 직접 찾아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면서 나쁜 정치라고 비난했다. 향후 거부권(재의요구) 행사를 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에 따라 영수회담을 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하의 더불어민주당이 사흘 만에 다시 충돌하는 모양새가 됐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대통령실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21대 국회 막판까지 여야의 극한 대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이를 놓고 조선일보는 특검 이슈까지 키운 것은 대통령실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에 피해가지 않을까 꼼수를 부린다면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2024년 5월3일자 1면

중앙일보 “특검법에 맞서는 국민의힘 무기력”

중앙일보는 1면 기사 <총선 청구서 ‘채상병 특검’…“낙선 많은 與, 재의결 땐 모른다”>에서 “특검법에 맞서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다소 무기력했다”며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이 본회의장을 퇴장할 때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장에 남아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벌인 규탄 대회는 8분 10초 만에 끝났다”고 썼다.

이 신문은 대통령실도 입장을 내놓은 것은 법안 통과 1시간37분 뒤였다는 데 주목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장을 직접 찾았다. 대통령실은 “채 상병의 죽음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엄중 대응하겠다고 했다.

▲중앙일보 2024년 5월3일자 3면

정 실장은 이어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오늘 일방 처리된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로 남을 것이란 우려가 큰 만큼 대통령실은 향후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찬성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동아일보과 통화에서 “젊은이가 죽었는데 책임지는 사람 한 명 없이 오히려 이를 수사하려던 사람을 항명수괴죄로 모는 모습을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 있었겠나”라고 했다. 채 상병 특검법에 “개인적으로 찬성”이라 밝혔던 안철수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함께 퇴장했다. 안 의원은 “당 전체가 반대한다면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 재의표결 “어떻게 될지 몰라”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재의(再議) 표결할 방침으로 예상된다. 재의 표결은 재적 의원(현재 296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조선일보는 3면 기사 <野 “尹 거부권 땐 28일 재의결… 부결되면 다음 국회서 또 하겠다”>에서 “구속 수감 중인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295명이 출석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민의힘(113석)과 국민의힘 출신 자유통일당(1석)·무소속(1석) 의석이 115석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가운데 17표가 찬성표를 던지면 의결 정족수(197석)를 채울 수 있다”며 “국회의장이 통상 투표를 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여권에서 18표가 이탈해야 가결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정도 이탈표는 안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중앙일보는 “재적의원 296명 전원이 출석할 경우 198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산술적으로는 국민의힘 의원 113명이 똘똘 뭉쳐 반대표를 던질 경우 재의결이 불가능하다”면서도 “문제는 재의결 투표가 무기명으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앙일보는 “국민의힘 의원 113명 가운데 55명이 불출마·낙천·낙선 등을 이유로 곧 국회를 떠난다는 점도 변수”라며 “김웅 의원처럼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의원이 추가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국민의힘의 한 낙선 의원이 “오늘은 ‘나가자’는 말에 우르르 일어났으나, 다음에 무기명 투표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법안 찬성 여부를 떠나, 공천 과정에서 상처를 받았거나 대통령에게 불만을 가진 사람이 10여명이 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채상병 사건을 특검 이슈로 키운 것은 대통령실”

조선일보는 사설 <민주 ‘채 상병 특검’ 단독 처리, 지혜롭게 풀 방법 없나>에서 민주당이 강행처리한 채상병 특검을 두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처리’를 요구하자 민주당이 집단 린치를 가하며 김 의장을 굴복시켰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을 두고 “공수처를 수사를 지켜보고 미진하면 22대 국회 개원 후 특검법을 처리해도 늦지 않은데도 무조건 특검부터 밀어붙였다”며 “사건의 진상이 아니라 정쟁이 목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2024년 5월3일자 사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애초에 채 상병 사건을 특검 이슈로 키운 것은 잘못 대처한 대통령실”이라며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장을 ‘항명 수괴’로 기소하고, 이종섭 전 국방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까지 시켜 논란에 불을 붙였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현재 다수 국민은 채 상병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을 두고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 의구심은 더 커질 수 있다”며 “국민의힘 일부 의원도 특검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한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납득할 만한 입장 표명과 함께 합리적 해결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도 특검을 정치 공세 수단으로만 이용하려 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중앙일보 “대통령실 피해가지 않을까 꼼수 부리면 국민적 저항”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두 기관의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특검을 시작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행동은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해도 절차적으로 과속한 느낌이 있다”면서도 “국민의힘도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즉각 특검 논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총선도 끝난 만큼 선거에 악용될 여지도 사라졌을 뿐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높다는 점을 두고 “특검까지의 절차를 잘 인식하지 못한 결과로도 해석되지만,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길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이처럼 크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며 “혹시라도 대통령실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꼼수를 부린다면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2024년 5월3일자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을 계기로 모처럼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던 시점에서 나온 거대 야당의 강행 처리는 아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면서도 “특검법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핵심 수사 대상이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도피성 출국 의혹마저 샀다”며 “국민의 3분의 2가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그런 정부의 무리수에 대한 불신 탓이 크다”고 썼다.

한겨레 “거부권 행사시 민심의 거센 분노 직면할 것”

한겨레는 사설에서 대통령실을 반발을 두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젊은 병사의 억울한 죽음을 제대로 규명하는 건 국가가 응당 해야 할 일”이라며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병역 의무를 요청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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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이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오스트레일리아 대사 임명이 이번 총선에서 여권이 참패한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며 “민심은 채 상병 죽음에 대한 의혹을 남김없이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음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그럼에도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려 든다면, 민심의 거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한겨레 2024년 5월3일자 사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윤 대통령 자신과 대통령실이 연루된 의혹 사건은 거부권 행사 대상이어선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이 끝내 거부한다면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할 작정이 아니라면 대승적으로 수용해 국정 쇄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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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433건의 전세사기, '선 구제 후 회수'가 제대로 된 방법인가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문제점

조정흔 감정평가사 | 기사입력 2024.05.03. 05:05:08

 

청년·서민 임차인의 주거 불안을 야기하고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끼치는 전세 사기 보증금 미반환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몇몇 임차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인 지난해 6월 전세사기피해자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후, 2024년 4월 17일을 기준으로 1만5433건의 전세 사기가 확인됐다.

 

이후 법 제정 당시부터 더불어민주당 및 정의당을 중심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의 보증금반환채권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직접 매입하여 피해 임차인을 구제하라는 소위 '선 구제 후 회수' 방안 도입 요구가 거셌다. 이에 따라 '선 구제 후 회수'를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야당 주도 아래 국회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에 직회부되었다. 이번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얻은 야당이 강력하게 밀어붙인다면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런데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과연 효과적인 피해 임차인 구제 방법일까.

 

전세제도는 본질적으로 임차인의 주택 점유와 인도를 통해 전세보증금채권을 담보한다. 전세계약을 체결할 때 보증금이 주택가격의 70%를 넘도록 계약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임차인 보호를 위하여 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채권 미반환 시 임차인이 물권과 같은 효력인 선순위, 대항력을 유지하게 해주고 경매 절차를 거쳐 주택의 환가를 임차인에게 반환하도록 했다.

 

현행 전세사기특별법은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 임차인이 경매 절차에 직접 참여하여 주택을 취득할 수 있고, 이 경우 취등록세 감면, 저리대출 등의 혜택을 받는다. 선순위 대항력을 갖춘 대다수 전세보증금미반환 피해자의 대상주택가격은 자신의 전세보증금 언저리에 있고, 임차인은 보증금을 회수하기 전까지 강제로 쫓겨나지 않는다.

 

특별법 개정안은 이에 더해 전세사기피해주택 임차인이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공공 매입을 신청(28조의2)할 수 있도록 했다. HUG 등 채권매입기관은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공정한 가치 평가'를 거쳐 매입할 수 있고, 이 경우 채권매입기관의 매입가격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에 따라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 이상으로 한다(28조의4). '선 구제 후 구상' 절차다.

 

이는 전세보증보험 구조와 유사하다. 전세보증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보증기관이 우선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되돌려주고 사후적으로 경매 절차를 통하여 이를 회수하는 구조다. HUG에서 전세보증보험의 가입 한도를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126%로 제한하는 반면, 특별법은 '공정한 가치평가'를 거쳐 매입할 수 있다는 점이 둘의 차이다.

 

그런데 현행 제도상 '전세보증채권의 공정한 가치평가'를 과연 할 수 있을까?

 

전세보증금채권을 평가하려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채권 뿐만 아니라 해당 주택의 낙찰가격을 추정해야 하고, 전세보증금채권과 경합하는 다른 채권 가격도 모두 계산해야 한다. 국세, 지방세 등 조세채권 중에서도 법정기일을 따져서 전세보증금채권에 앞서는 선순위 채권이 있는지, 그 가격은 얼마인지 확인해야 한다. 선순위 근저당이 있다면 근저당권 설정 시 약정된 내용을 알아야 하는데, 현재의 시스템에서 경매법원이 아닌 정부는 이를 알 수 없다.

 

실제 평가에 나설 경우 발생할 문제는 다음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2024년 5월 1일 기준 현재 서울시 경매 진행 건수는 2755건인데, 이중 강서구 화곡동과 양천구 신월동의 경매 진행 건수만 739건으로 전체의 26.8%를 차지한다. 최근 2개월간 낙찰된 화곡동 소재 다세대주택 57건을 추출하여 분석해 보았다. 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선순위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의 경우는 임대차보증금 합산 기준, 임차인 본인낙찰은 제외)은 최저 65%에서 최대 110%까지 넓은 범위에 분포되어 있다. 임차보증금 대비 낙찰가격 또한 최저 74%에서 최대 170%까지 분포되어 있다. 그만큼 전세보증금 가격과 주택가격의 분포 범위가 넓어서 정확한 전세채권가격을 산정하기가 어렵다.

 

현행 시스템상 전세보증금채권이 다른 채권과 경합하는 경우 타 채권의 정확한 금액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 데다, 억지로 가격을 산출한다 해도 매우 부정확한 채권평가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채권 평가 절차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있다. 구제가 이루어진 후 해당 주택은 관리주체가 모호해진다. HUG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자에 대한 보증금반환과 채권 회수 절차만으로도 인력이 부족하다며 비용투입에 난색을 표하는 실정이다.

 

HUG의 지난해 보증사고금액은 4조 원을 넘었고, 그로 인해 HUG의 당기순손실은 3조8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구제가 이루어지고 난 후 임차주택은 관리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그 결과 새로운 수요자를 찾는데 더 긴 시간이 걸리게 된다.

 

즉 중저가 다세대주택 임대·매매 매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오히려 주택 부족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 지금도 다세대주택 전세 기피 현상으로 공실이 늘어나고, 아파트 전세 쏠림으로 전세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권이 나서서 선순위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에게까지 선 구제 후 회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면 행정적·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임차인 보호를 위해 큰 실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비(非)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다가구주택·빌라 전세와 월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실무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를 규정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주택건설업자와 공인중개사 등이 조직적으로 연루된 전세 사기와 전세 및 매매가격 변동으로 인한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구분하기 어렵다. 최초 건축 당시에는 전세 사기꾼 조직이 소유하고 있었더라도 이를 신용불량자, 노숙자나 일반투자자에게 매도한 경우가 많은데, 신불자·노숙인은 사기꾼이 아니다. 전세 사기인지, 역전세인지, 단순 보증금 미반환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전세 사기꾼 소유 주택의 임차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피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수백, 수천 채를 갖고 있었던 전세 사기꾼의 임차인이라도 보증금이 집값을 넘지 않았다면 피해가 없다. 반면 일반 역전세 임차인이라도 과다한 보증금이나 주택가격변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많은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하여 여러 정황을 개별적으로 살피고 피해자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선 구제 후 구상'이라는 과도한 지원이 아니라, 현 제도 상 지원책으로도 전세 사기 문제에 상당 수준의 대응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규정한 선순위, 대항력을 잘 유지하고, 주택가격이 전세금을 회수할 만큼 충분하다면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다.

 

주택가격 대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경우 외에는 거의 대부분의 전세보증금을 주택 환가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 경매 절차를 통해 시장 내에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고가 낙찰금액을 기준으로 하되 물권과 채권이 경합하는 경우, 다수 채권 간 경합이 있는 경우에 순위를 정해주고 배분하는 것이 바로 경매 절차다. 선순위 대항력을 갖추고 있는 임차인의 경우에는 경매절차를 통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경매 절차가 종료되어 자신의 보증금에 가까운 금액을 회수할 때까지 임차인은 기존 살던 주택에서 온전히 주거 유지가 가능하며, 주거를 이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도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통하여 선순위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다. 더구나 정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임차인에게 소송 및 경매 절차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 또 각 지방자치단체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서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보증금미반환 주택은 문제가 예상되는 HUG의 구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경매 등의 절차를 통하여 조속히 권리관계를 확정하고 그에 따라 시장에서 안전하게 주택 수요자들에게 공급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주택시장 안정에 더 도움이 된다.

 

선 구제 후 구상의 범위를 모든 전세사기피해자로 넓혀놓으면 오히려 진짜 구제를 받아야 하는 절박한 주거 피해자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대표적인 피해사각지대는 선순위 근저당권으로 인하여 전액 또는 일부 변제를 받지 못하는 후순위 피해자나 신탁사기 피해자, 다가구주택 후순위 피해자들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사정을 조금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현행 법률의 범위와 한계를 점검해 보다 구체적인 구제책을 법률에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즉 이들이야말로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하다.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켜 본회의에 직회부되어 있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충분한 검토없이 졸속으로 만들어졌다. 정말 임차인들을 보호할 생각이 있다면 법안을 이렇게 만들면 안 된다. 임차인 보호와 부동산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졸속으로 만든 법안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의 고통과 눈물을 닦아준다고 호도해서는 안 된다. 전세사기 문제는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원인을 만든 데는 문재인 정부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충분한 실태 파악도, 검토도 없는 졸속 법안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피해자 보호에 관심이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불통에 숨이 막히는 국민이 야당에 과반의석수를 만들어줬건만, 진정 민생과 서민 삶을 돌보지 않고 무능하고 무책임하기는 그 나물에 그 밥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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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감정평가사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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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생토론회 한 번에 1억 4천... 벼락치기 수의계약



[용역 계약 분석①]14건 총 20억 원...13건 국가계약법 '긴급한 행사' 적용...행사일 계약 3건

24.05.03 06:58l최종 업데이트 24.05.03 06:58l

글: 안홍기(anongi)

조선혜(tjsgp7847)

그래픽: 이은영(ohmy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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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0 국회의원선거 직전까지 3개월 동안 전국을 돌면서 정책·개발 공약을 남발,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을 부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이하 민생토론회)를 한 번 여는 데 평균 1억 4249만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상적인 부처별 신년 업무보고에 사용된 비용보다 2-3배 이상 초과된 금액이다. 민생토론회에 투입된 예산 규모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1월 4일부터 4월 4일 2차 후속조치 점검회의까지 총 26회 열린 민생토론회 관련 조달 계약을 국가종합전자조달 나라장터에서 검색한 결과, 정부 각 부처가 발주한 14번의 민생토론회 계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머지 12회의 용역 계약은 나라장터에서 찾을 수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이 발주한 계약건은 나라장터에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나머지 건들은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민생토론회 비용은 주로 행사용역 비용으로, 국가계약법 시행령 26조의 '긴급한 행사'로 간주해 수의계약을 맺은 사례가 14번 중 13번이었다. 행사와 계약을 급조하다보니 행사일에 계약한 사례가 3번이나 있었고, 행사일 직전에 계약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14번의 민생토론회 계약 건은 발표자료 제작 용역 등을 뺀 행사 개최 용역만 총 19억 9486만 원으로, 1회당 평균 1억 4249만 원 꼴이었다. 따라서 자료 제작 용역 비용까지 포함될 경우 1회당 비용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계약금액이 가장 컸던 경우는 6차 민생토론회(1월 25일)로, 국토교통부는 C 업체와 2억 2700만 원에 계약했다. 다음은 21차 민생토론회(3월 19일)로, 국토교통부가 1억 4301만 원에, 문화체육관광부가 7448만 원에 각각 C 업체와 계약해, 합계 2억 1749만 원이었다.

 

국토부의 경우 세 번 행사에 4억 4751만 원을, 국무조정실은 세 번 행사에 4억 1891만원을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별 수백~수천만원 들던 업무보고, 민생토론회로 바뀌자 억 단위로

 

2024년 1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의정부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여섯 번째,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격차 해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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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생토론회는 본래 각 부처별로 진행하던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를 대체한 것이다.  2023년 청와대 영빈관 등에서 열린 신년 업무보고에 든 예산은 부처별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였다. 파워포인트 자료 작성이나 영상 제작 등을 외부 용역을 줘서 제작하는 정도에 그치던 것이 전국을 돌면서 열리는 민생토론회로 바뀌면서 소요 예산이 회차별로 억 단위로 크게 늘어난 셈이다. 

 

애초 민생토론회를 열기 위한 목적으로 책정된 예산이 없는 것도 문제다. 5차 민생토론회(1월 22일)를 위한 용역 계약은 국무조정실이 진행했는데, 계약건명이 '24년 규제혁신전략회의 운영'이다. 국무조정실의 담당자는 "민생토론회지만 2023년과 마찬가지로 2024년 규제혁신 전략회의 건으로 계약했다"며 "민생토론회에서 규제혁신 내용으로 회의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른 부처들도 계약건명을 민생토론회 대신 '업무보고' '토론회 행사' '문화예술 정책발표 및 의견수렴' 등으로 표기해,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 민생토론회 대신 비슷한 내용의 사업 예산을 민생토론회에 집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경우가 반복되면 민생토론회 때문에 각 부처 사업 예산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부분 1~5일 전 수의계약, 사유는 '긴급한 행사'... "아전인수 법 해석"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14건 민생토론회 용역 계약 중 조달계약의 형식 요건을 그나마 갖춘 것은 한 건밖에 없었다. 17차 민생토론회(3월 5일)를 위해 국무조정실이 1억 4691만여 원에 계약한 건인데, 행사 한 달 여 전인 2월 8일에 이뤄졌고, 수의계약이 아닌 제한경쟁으로 진행됐다.

 

이를 제외한 계약은 행사를 앞두고 급히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행사일 1~5일 전에 계약된 것이 대부분이고, 3월에 진행된 19, 21, 22차 민생토론회는 행사날에 계약이 이루어졌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7조는 일반경쟁 입찰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한 업체를 지정해 수의계약을 하려면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민생토론회 용역 계약 대부분은 수의계약 사유로 시행령 26조 1호의 가목을 들었다. 이는 "천재지변,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 작전상의 병력 이동, 긴급한 행사, 긴급복구가 필요한 수해 등 비상재해, 원자재의 가격급등, 사고방지 등을 위한 긴급한 안전진단·시설물 개선, 그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를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경우로 규정했다.

 

수의계약을 진행한 정부 부처 담당자들은 민생토론회가 '긴급한 행사'라 수의계약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정돼 있던 신년 업무보고를 대체하는 성격의 행사가 3개월간 26차례 열렸는데, 이를 국가계약법 시행령이 규정한 '긴급한 행사'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가조달 관련 법리에 밝은 전홍규 변호사(법무법인 해랑, 건설자문 전문)는 "아주 중요한, 국가적 재난이라든지 긴급한 뭔가가 터졌을 때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수의계약 법 조항이 민생토론회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의견을 밝혔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의 최용문 변호사도 "매년 열려온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대체한 행사이므로, 긴급한 행사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과거 대통령실 리모델링공사, 외교부장관 공관 인테리어공사, 청와대 개방 관련 리모델링 공사 등에서도 대통령실이 모두 '긴급한 행사'라며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과 유사하다. 대통령실에서 아전인수식으로 법을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단독] '대통령 민생토론회' 수의계약 업체, 사무실 없거나 유령회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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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생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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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턱 넘은 채상병특검법, 이태원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통과도 눈앞

국민의힘, 채상병특검법 표결 반발하며 본회의장 퇴장...윤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 건의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자 방청하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05.02. ⓒ뉴시스

 
해병대 고(故)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을 밝힐 특별검사 임명 법안이 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도 같은 날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재석 의원 168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김웅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건 상정·표결에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채상병 특검법’은 야당이 의사일정 변경을 신청하며 본회의 안건으로 추가 상정됐다. 여야 합의 원칙을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의 안건 변경 수용 여부를 고심하던 김진표 국회의장은 채상병 특검법이 이미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상당 시간의 숙려기간을 채운 점, 이달이 지나면 21대 국회 종료로 법안이 폐기되는 점 등을 감안해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특검법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군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채 상병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 국방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을 다룬다.

채상병 순직 사건의 은폐, 무마, 회유 등을 시도하며 권력을 행사한 대통령실, 국방부 등 관계자들이 특검 수사 대상이다. 윤석열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법안 표결에 반대하며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연 국민의힘은 즉각 윤석열 대통령에게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 가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2024.05.02. ⓒ뉴시스
이에 앞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날 여야가 합의한 안건인 만큼, 의원 259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56명, 기권 3명(국민의힘 서병수·우신구·김근태)으로 가결됐다.

앞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원안의 일부를 수정하는 조건으로 재표결에 합의했다. 특별법은 지난 1월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행사로 재의결을 앞둔 단계였다. 여야는 기존 법안에서 윤 대통령이 “독소 조항”이라고 주장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영장 청구 의뢰 권한을 삭제하고, 국회의장 추천 몫인 특조위 위원장을 여야 합의가 아닌 ‘협의’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추후 특별법 시행 절차를 고려해 ‘여야 합의 처리’를 당부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수정안을 수용했다.

‘선구제 후보상’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 본회의 부의의 건 역시 야당 주도로 통과했다. 찬성 176명, 반대 90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앞서 민주당 주도로 지난 2월 본회의에 직회부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정부 재정’ 등을 이유로 반대해 온 안건이다. 민주당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가 결정된 만큼,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표결에 부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채상병 특검법 국회 통과에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는 건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의 특검법 강행 처리는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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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그 입을 다물라."

민주유공자법 왜곡보도 규탄 기자회견...명예훼손 소송, 불매운동 천명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5.02 15:18
  •  
  •  수정 2024.05.02 17:25
  •  
  •  댓글 0
 
민주화운동 유가족들과 민주유공자법 제정 추진활동을 벌여온 단체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왜곡보도 일삼는 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화운동 유가족들과 민주유공자법 제정 추진활동을 벌여온 단체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왜곡보도 일삼는 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조선일보는 그 입을 다물라."

민주화운동 유가족들과 민주유공자법 제정 추진활동을 벌여온 단체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민주유공자법 왜곡보도 일삼는 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민주유공자법제정추진위원단과 박종철기념사업회·이한열기념사업회·전태일재단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조선일보는 더 이상 민주유공자법을 왜곡 보도하지 말 것, 그리고 △그같은 행위가 계속 이어질 경우 '민주유공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은 물론 '조선일보 불매운동'을 적극 벌여나갈 것을 천명했다.

지난 4월 24일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가 민주유공자예우법 제정안(민주유공자법)을 직회부한 사실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때도 같은 법안을 냈다가 2021년 스스로 철회했으나 지난 총선에서 승리하자 안면몰수하고 다시 밀어붙인 '의회폭거'라고 비판하는 등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시종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데 대한 항의이다.

노성철 연세대학교 민주동문회 회장과 송승현 성신여대 권희정열사 추모사업회 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노성철 연세대학교 민주동문회 회장과 송승현 성신여대 권희정열사 추모사업회 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같은 날 [조선일보]가 ''운동권 특혜' 논란에도...巨野, 입법권력 쥐고 유공자법도 강행'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절차적인 면, 내용적인 면 모두 민주유공자법이 아니라 반민주 유공자법'이라고 한 여당 정무위 간사인 강민국 의원을 인용하며, '운동권 셀프특혜법', '깜깜이 심사' 등으로 왜곡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 이어 지난 4월 27일 보도에서도 "이 법이 제정되면 방화로 경찰관 7명을 죽인 동의대 사건, 운동 자금 마련한다고 무장 강도 짓을 한 남민전 사건, 무고한 민간인을 '프락치'로 몰아 감금·폭행한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관련자가 민주유공자가 돼 대를 이어 온갖 혜택을 누리게 된다"거나 "(민주당 법안대로라면)국보법 위반 전력자들까지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고 악의적 보도를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반적인 국가유공자는 자격 여부를 보훈심사위원회가 심의·의결하지만 민주유공자 대상자 명단과 공적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비밀이라고 한다'고 주장하는 등 '날조'도 서슴치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사진 왼쪽부터 장남수 유가협 회장, 장현일 추모연대 의장, 이덕우 전태일재단 이사장, 김학규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 김남수 전민동 회장,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강새봄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진 왼쪽부터 장남수 유가협 회장, 장현일 추모연대 의장, 이덕우 전태일재단 이사장, 김학규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 김남수 전민동 회장,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강새봄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조선일보는 사실도 아닌 이야기를 어떻게 그렇게 거짓말로 꾸면서 보도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며, "사과도 안하고 정정보도도 하지 않는 이런 신문이 도대체 어디있냐"고 항의했다.

동의대사건 관계자는 수혜 해당자에 없으며, 사망자로 분류된 대상자에도 국가보안법 사건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

장 회장은 [조선일보]의 사과와 정정보도가 없으면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장현일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추모연대) 의장은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보상심의위원회가 발간한 『민주화운동 백서』를 들고 나와 "이 책자에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가나다' 순으로, 또 사건순서로 기술되어 있다"고 하면서 '깜깜이'라는 [조선일보]의 보도와 달리 모든 관련자들이 공개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백서에는 동의대사건 관련 부상자가 한분 수록돼 있는데, 부상자이긴 하지만 등외 등급자로서 민주화유공자법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장 의장은 "그동안 보도를 보면 조선일보는 항상 민주화유공자법에 대해 폄훼하기에 급급해서 그것이 갖는 긍정성과 역사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이번에 조선일보는 온갖 왜곡과 날조를 일삼으면서까지 이 법의 국회통과를 막고 있고 만약 통과될 때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덕우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조선일보는 그간 난항을 겪던 민주유공자법안이 이번에 국회 본회의 직회부가 되면서 21대 국회 회기말 본회의에서 통과가 될 것으로 예상되자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차원에서 허위 날조기사를 양산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언론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조선일보의 강제 폐간은 반대하지만 이렇게 가짜뉴스를 만들고 대통령에게 거부권행사를 종용하는 이런 신문사는 시민들이 절독운동을 벌여 스스로 말라죽게 만드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또 "헌법정신을 운운하는 윤 대통령이 만약 민주유공자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헌법정신을 무시하는 것이고 헌법을 유린하는 것이기 때이며 당연히 탄핵사유"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가보훈부는  지난 4월 23일 민주유공자법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자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김학규 이사는 "조선일보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순방향에서 기여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진전을 막는 역할을 주로 해 왔다"며, [조선일보]의 각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전민동)를 대표해 발언에 나선 김남수 고려대학교 민주동우회 회장은 "30년전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이제야 민주화운동을 같이 했던 벗들을 떳떳하게 볼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조선일보가 또 다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반대하기 위해 준동하고 있다"며, "조선일보는 그 입을 다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인 강새봄 진보대학생넷 전국대표는 "조선일보가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가로막는 선동을 하겠다면 우리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선배님들이 밟아온 민주화운동의 길이 매우 가치있고 앞으로도 함께 기려야 할 일이라는 걸 알리는 '언론플레이'를 끊임없이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가협 부모님들이 [조선일보] 편집국장 등과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신문사 앞에 주저 앉아 항의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유가협 부모님들이 [조선일보] 편집국장 등과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신문사 앞에 주저 앉아 항의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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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인정할 수 없어 계속 실패하는 악순환에 빠진 철도 정책

[철도 유감] ④ 신자유주의가 떨구고 간 곪디 곪은 종기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전문위원 | 기사입력 2024.05.02. 08:00:54 최종수정 2024.05.02. 08:33:04

2024년에는 KTX가 스무살이 된다. KTX 개통 20주년은 한국 철도 발전의 상징적 의미를 갖지만, 한국 철도가 처한 현실을 돌이켜보면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철도는 기술적, 정책적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받지만, 그 이면엔 '민영화'의 그림자가 언제나 함께 따라 다녔던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KTX 노선을 떼서 민영화하겠다는 구상을 떠올릴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SRT를 새로 설립해 '같은 노선 위를 달리는 두 열차 운영 회사'라는 기형적 구조를 만들어 민영화의 우회적 물꼬를 텄다. 철도 시설과 운영을 분리한 데 이어 관제를 분리하려는 시도 역시 꾸준히 진행됐다.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기후 위기 시대 서민의 발이 되고 있는 전국의 철도 노선들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KTX 20주년, 감격스런 축하도 의미 있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현실도 짚어야 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KTX 20주년을 맞아 [철도 유감]을 기획해 글을 싣는 이유다.편집자

 

앞선 글 보기

[철도 유감]① 선거철이면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철도 지하화는 '미친 짓'이다

[철도 유감]② 역대급 삽질 '철도 지하화'에 80조? 그 돈이면 전국 철도망 하나 더 깐다

[철도 유감] ③ KTX 안전을 위해 상하분리의 덫 걷어내자

 

북위 37° 34′, 동경 126° 59′를 중심으로 그 반경 50KM 안팎에 사는 인류의 상당수는 평일 아침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 싸인다. 잘 조화된 매스게임이거나 거대한 자연 현상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소용돌이의 실체는 출근길이다. 기껏해야 길이 200미터가 조금 넘고 폭이 10여미터 남짓한 공간을 꽉 채워 대기하던 사람들은 직육면체 깡통의 문이 열리면 작은 틈을 찾아 쇄도해 들어간다.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이토록 좁은 공간에 몰아 넣을 수 있는 일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다른 목적을 가진 수 천 명의 사람들을 한날한시 한 곳에 모이게 하는 이 힘이야 말로 현대 산업사회를 지탱하는 원천이다.

 

금강하구둑에서 펼쳐지는 가창오리 떼 군무는 수천수만 마리의 새가 만들어내는 카오스 속 조화에 넋을 잃게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거대한 풍경을 보고 싶다면 평일 아침 경의중앙선 왕십리역 승강장이나 신도림역 환승 공간, 그리고 서울 지하철 4호선의 강북구간, 건대입구역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강남방면 7호선을 타면 된다. 조금 더 극적인 장면을 보고 싶다면 김포 골드라인이나 9호선도 있다. 더구나 이것은 새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다.

 

모빌리티 이론의 대가 존 어리(John Urry)는 인간의 경제생활과 사회생활의 많은 양상이 어떤 의미에서 '이동' 중이거나, 집에서 벗어나는 쪽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이제 집은 행복한 쉼터가 아니라 다음의 이동을 위한 대기 공간으로 변했다. 이동은 인간 삶 그 자체가 되었다.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을 가든, 2달 전 예약된 병원 진료에 가든, 일주일 동안 지은 죄를 사면받기 위해 교회에 가든, 팀장에 깨질 각오를 하고 밤새 만든 보고서를 챙겨 출근을 하든 우리는 이동해야 한다. 또 이런 이동을 위해서는 인간은 이동수단에 올라타야 한다.

 

모빌리티는 이제 사회적이며 정치적이고 경제적이며 계급적인 것으로 진화했다. 모빌리티를 정치학 관점에서 접근했던 미미셀러(Mimi Sheller)는 현대 사회의 이동은 차별과 양극화를 내재한 채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누가 이동하고 무엇을 움직일 수 있는가를 결정 짓는 거대한 불평등이 존재할 때, 이동이 에너지 소비에 기초한 권력의 행사일 때, 언제나 '이동 특권층’들은 에너지를 과잉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미미셀러)

 

미미셀러가 말하는 과잉 소비 에너지를 현재 한국 사회에 비추어 본다면 에너지는 단순히 이동수단이 소비하는 연료로서가 아니다. 한 사회의 자산이 대단히 편향적이고 일방적으로 한 곳,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어느새 수도권 교통의 핵심은 강남 접근성이 되어 버렸다. 김포에서도 인천에서도 고양과 일산에서도 모든 길은 강남을 목적지루 두고 싶어 한다. 동탄, 용인, 안성, 평택 같은 서울 남쪽 도시도 마찬가지다. 강남을 중심에 놓고 일정 거리를 불록화 시켜 색을 칠해보면 단계적으로 퍼져나가는 색색의 동심원들은 결국 소득 수준을 나타낸다. 출근하는 사람들은 강남에서 멀수록 더 많은 고생과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강남과 수도권 사이, 수도권과 지역 사이의 간극은 차이 일까 차별일까?

 

놀라운 성장을 이룬 한국 사회는 양극화라는 이면도로로 진입한 지 오래다. 경제적 격차는 교육과 생활환경, 문화 격차를 만들어냈고 지역 격차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또 이 격차는 이동이라는 측면에서도 강화되고 있다. 어떤 격차들은 사람들이 차이조차 느끼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사람들이 어떤 지역에서는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 시달린다. 또 어떤 지역에서는 그나마 시달릴 만원 버스나 기차조차 존재하지 않았거나 설령 존재했더라도 사라져 버렸다. 이런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가 아니다.

 

수서에 고속철도역이 생겼는데도 오랜동안 지방 도시와 수서를 잇는 고속 열차가 운행되지 않았고 최근에야 생색내기로 몇 편 달리는 현상도 자연스러운 일과는 거리가 멀다. 이미 네트워크는 기능하는데 관료들의 고집이 시민들의 편익을 무시한 결과이다. 관료들이 인식하든 못하든 이 역시 지독한 지역 차별의 다양한 종류 중 하나일 것이다.

 

모빌리티의 특성은 거대 인프라를 전제로 한다. 한 번 자리 잡으면 세기를 넘어 그 체제가 유지된다. 인프라는 그것이 포함한 도시와 지역의 생활 패턴을 규정해버리고 바꾸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일상의 풍경으로 자리 잡은 불균등과 불평등이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된다.

 

KTX가 20년이 되었다. 시속 3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고속 열차의 등장은 철도는 물론이고 한국 교통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내기도 했다. 서울과 주요 도시 간 이동 시간 대폭 단축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성공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이 성공은 고속 열차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발현될 때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이다. 이 당연함 위에 전체 철도망의 유기적 발전을 통한 철도 수송분담률 확대가 동반되어야 했다. 철도와 같은 네트워크 산업은 전체 망의 호환성과 조화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철도와 다른 교통수단이 조응하여 철도 역할이 더욱 강화되는 정책이 진행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KTX 20년 동안 나란히 진행된 국토부의 철도 정책은 KTX와 한국 철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국토부의 20년 철도 정책은 철도공사 코레일의 경영효율화를 위한 경쟁체제 수립과 유지에 몰두했다. 이러다 보니 미래 지향적 대한민국 교통정책이라는 큰 그림이 아니라 철도공사가 수익을 얼마나 많이 올리는 것인가가 매년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이와중에 코레일의 주 수익원인 고속철도 운영을 쪼개 SR을 만들었다. 국토부는 경쟁체제란 매로 코레일을 채찍질해 경영효율을 이뤄내겠다고 장담했지만 국토부가 든 매는 사랑의 회초리가 아니라 쇠몽둥이였다. 고속철도 회사가 갈라지자 차량 운영 효율성도 떨어지고 지역 고속철도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되지 못했다. 일반철도 기능 강화는커녕 서비스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가 주기적으로 밝히는 미래 철도 계획에는 자신들의 철도 정책에 대한 자화자찬이 깔려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신자유주의가 떨구고 간 곪디 곪은 종기가 커다랗게 퍼져있다. 문제는 철 지난 경제학 이론에 근거한 빈약한 논리와 정책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의 철도 경쟁체제 정책은 바꿀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국토부가 기존 철도 정책을 바꾸지 못하는 것은 20년 동안 일관된 신념으로 추구해온 자신들의 정책을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저히 실패를 인정할 수 없어 계속 실패해야만 하는 악순환의 결계에 빠져 버렸다. 대한민국은 우리가 이끌어 간다는 관료들의 무한한 자신감이 관료 과두 지배체제와 만나면 대통령도 국회도 어쩌지 못하는 거대한 아성이 된다는 것을 지난 역사는 보여줬다.

 

총선이 끝났다. 거대 양당은 지난 선거 때 앞 다투어 철도 관련 공약을 내걸었다. 그리고 그 공약들은 노골적으로 거대 토건 개발로 "당신들의 집값을 올려드릴게요"라는 시그널을 담아냈다. 이 공약들을 찬찬히 정리해보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수도권으로 몰아넣겠다는 것이다. 철도 지하화 공약은 그 선두에 설 것이고 국토부는 앞장서서 깃발을 들것이다.

 

"공정한 차별"이 숭배되는 한국에서 모빌리티의 불균형은 배제의 방식을 더욱 넓고 정교하게 뿌리내리게 한다. 대규모 토건 사업의 종착역은 지역을, 장애인을, 세대를, 빈부를 갈라 차별하는 디스토피아가 될지도 모른다.

지구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지역은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몰리고 있고, 인구절벽 밑으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인들은 오늘만 살 것 같이 일하고 있다. KTX 교통 혁명 20년을 마냥 축하만 할 수 없는 이유다. KTX 20년, 성과는 품에 안고 문제는 극복하여 한국 철도가 더욱 탄탄한 공공철도로 거듭나는 반전의 역사를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문화제조창 중앙광장에서 열린 평택-오송 고속철도 2복선화 사업 착공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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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 항의 전화... 그 시기만 되면 화가 치민다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전세계 노동자들의 날, 벌써 134년에 이른 노동절, 오늘날 우리 사회는 노동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어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한다고 집에 빨간딱지가 붙고, 어떤 노동자는 ‘노동자’라고 불리지도 못한다. 저임금의 노동자는 초저임금을 강요받고, 그리고 또 어떤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했다고 받은 모욕을 견디지 못해 죽었다. 우리는, 우리 사회는 어떻게 노동을 대하고 있나. 이 연재는 민주노총이 전하는 우리 사회 곳곳의 노동자들의 ‘일’ 이야기다. 우리의 일, 우리 일상의 이야기. [기자말]

한 초등학교 급식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생활이 넉넉하지 않아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던 학교 급식실 언니가 있다. 어느 날 늦은 밤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노조 조합비를 몇 달만 잠시 미뤄도 될까?"

수화기 너머 조심스럽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무슨 일 있어요?"

사정을 들어보니, 남편의 작은 사업이 어려워진 후 카드 돌려막기로 애써 버텼지만, 결국 빚만 남아 살기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을 방과후 교육에도 못 보내는 상황이 몇 달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언니는 "너무 미안한데 조합비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울음을 참는 건지 끅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짧은 순간에 오래된 기억들이 밀려왔다. 나도 삶이 바닥을 쳤다는 느낌이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다.

외벌이를 하며 아이를 키우는 조합원들은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면 공과금에 월세, 대출금, 통신비까지 월급이 며칠을 가지 못하고 여기저기 다 빠져나간다.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라고 했나. 결국 투잡, 쓰리잡을 평일이고 주말이고, 낮이고 밤이고 찾는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몸이 재산인데 급식실에서 힘들게 일하고 그렇게 또 일하다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이런 조합원들에게 걱정의 말을 한다. 하지만 걱정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이까짓 걱정만으로는 삶이 나아질 것도 없다는 것이 더 마음 아프다.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버둥 치는 우리들에게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적어도 걱정의 말이라도 서로 해 줄 수 있었으니까.

저임금에 높은 노동강도, 때마다 일어나는 산업재해 사고도 노조 안에서 힘을 모아 위로하고 투쟁했다. 더 다행스럽게 그렇게 모은 마음으로 만들어 낸 노조 활동으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환경은 더디지만 꾸준히 발전했다.

최저임금은 우리의 삶을 흔든다

 

2023년 6월 14일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 소속 학교비정규직, 마트, 요양, 콜센터 노동자들이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는 시기만 되면 화가 난다. 불과 몇 해 전까지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았다(물론 지금도 연차에 따라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최저임금에 미치지 않는 임금을 받는 우리는 그저 '기본급이 최저임금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의 본래 의미란 것이 그것이니까, '아무리 적어도 이것보단 많이 받아야 한다'는 의미.

그러나 2018년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로 우리의 바람이 산산조각 났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는가 싶더니 일방적으로 산입 범위를 확대했다. 최저임금이 올라간다는 소식에 기대했던 조합원들은 정작 월급이 오르지 않은 급여 명세를 받아 들곤 실망했다. 조합원들은 노조에 항의 전화를 많이도 했다.

"노조 탈퇴할래요. 아니, 왜 신입직원만 보전금을 줘요? 기분 나쁘게."

전화를 받자마자 다급하게 쏘아붙이는 언니는 급식실에서만 십 년 가까이 일했다. 연차에 따라 발생한 수당으로 신입직원보다 급여가 높았다.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급여를 받는 신입직원에겐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만큼의 급여 보전금이 지급됐는데, 그 내용을 세세히 알지 못하는 언니들은 마치 신입들만 별도의 추가 급여를 받은 것으로 오해했다.

언니는 "일하다 골병이 들어 오늘도 퇴근하고 아파서 침 맞으러 가야 한다"고 했다. "일하는 것도 힘든데 월급 받아서 병원 다니느라 다 나간다"고도 했다. 현장에는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이 생겼다. 서로 걱정하고 위해주던 사이였는데.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이란 건 사람들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든다.

몇 년 전, '민주'와 '진보'를 자임하는 정부가 들어섰다. 정부의 높으신 분들은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들의 기본급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최저임금을 끌어올려 많은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산입 범위 확대' 탓에 실질적인 임금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기본급은 그대로 둔 채 온갖 수당을 다 최저임금 안에 밀어 넣고 나니, 정작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는 (신입이라 수당이 없거나 적기 때문에) 노동자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보전금' 같은 급여 명세가 생기고, 앞서 말한 것 같은 불필요한 오해도 생긴다.

저 높으신 분들에게 최저임금은 탁자 위에서 퍼즐 맞추듯 짜맞추는 숫자놀음인데, 우리 같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삶이 걸린 문제다. 10년 넘게 일한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고, 아이들 방과후 교육을 못 하게 하는.

학교 급식실은 유독 몸이 힘들고 노동환경이 좋지 않다. 환기 시설도 제대로 없는 급식실에서 뜨겁고 무거운 식자재를 나르고 쉴 새 없이 일한다. 그러나 급여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퇴사자가 늘어나는 반면 신규 채용은 이뤄지지 않는다. 자연히 업무량이 늘어나고 노동환경은 열악해진다. 악순환.

최저임금 인상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다음 달의 급여 문제일 뿐 아니라, 내 일자리의 안전 문제, 일자리의 질의 문제이기도 하다. 저임금 초고강도 노동 때문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위험의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삶을 '최저'만큼이라도 지켜낼 수 있도록

 

2022년 6월 15일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 급식노동자 등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급식실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및 산업재해 예방 국정과제 이행, 학교급식실 적정인원 배치 등을 요구하며 '점심한끼 같이 먹읍시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설 때면 언론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이들의 식사를 볼모로 잡는다"는 식의 기사가 나온다.

아이들이 급식 대신 빵을 먹고 도시락을 먹을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그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만큼 삭발하고 단식하며 투쟁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주면 좋겠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힘들게 일하지만 도무지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 삶에 대해서, 그래서 법이 보장하는 최저임금만큼만은 달라는 당연한 소리를 머리 깎고 밥 굶어가며 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10년을 같이 일하고도 서로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박정한 세상에 대해서.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에 노동자를 대표하는 위원으로 참여한다. 어떤 말들이 오가게 될까. 이번에도 높으신 분들의 '오더'가 있을까. 온갖 숫자놀음과 법조문이 난무하겠지. 하지만 그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건 그저 하나다.

학교 급식실에도, 요양원에도, 편의점과 호프집에도 어떤 이들의 삶이 있다는 것. 그 삶을 '최저'에서라도 지켜주는 것이 최저임금이라는 것. 그러니 고작 탁자 위의 숫자놀음으로 최저임금을 받고 살아가는 수백만 명 노동자들의 삶을 흔들지 말라는 것.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미선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 노동안전보건위원회와 최저임금위원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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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채상병 사건 외압’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오늘 소환

공수처, ‘채상병 사건 외압’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오늘 소환

(자료사진)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2일 해병대 고(故)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소환한다.

공수처는 이날 박 전 직무대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박 전 직무대리는 지난해 8월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에서 회수한 해병대 수사단 초동수사기록을 넘겨받아 재검토하고, 과실치사 혐의자를 8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에게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사건 회수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물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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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제2부속실·특별감찰관 빈자리에 김건희 명품가방 사건”



[아침신문 솎아보기] 윤 대통령 측근 관리, 인사 문제 일제히 비판한 조중동

조선 “특별감찰관 임명 먼저”…중앙 “상식 어긋나는 일 잇따라”

이태원 특별법 여야 합의에 한겨레 “채 상병 사건도 함께 처리해야”

30일부터 국회 등장할 12명의 폴리널리스트 “언론 탄압 앞장서지 말라”

 

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4.05.0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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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정부·여당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일간지들이 2일 지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등 측근 관리, 인사 등이 문제로 꼽혔다.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킬 방침이지만, 조선일보는 이보다 대통령 가족·측근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계기로 민정수석실을 부활할 예정이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도 “민심 정보와 정책이 현장에서 이뤄질 때 문제점과 개선점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노컷뉴스는 검찰 출신의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이 민정수석에 낙점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 주목

민정수석실은 민심 파악 및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하는 조직이다. 윤 대통령은 사정기관 독립성 확보를 이유로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 조선일보는 민정수석실 폐지로 대통령 측근을 관리하는 기능이 사라지면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이 발생했다고 봤다.

조선일보는 2일 사설 <민정수석실보다 특별감찰관이 먼저 아닌가>에서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면서 핵심 기능 중 하나였던 친인척 관리 기능까지 공중에 떠 버렸다”며 “대통령 배우자를 담당하는 제2부속실이 폐지되고, 대통령 가족과 측근들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까지 8년 넘게 빈자리로 남았다. 이런 틈을 비집고 발생한 것이 명품 가방 사건이고, 아직도 미완의 문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검찰 출신이 민정수석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면서 “민정수석을 새로 두려는 이유가 사정기관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민심 분석과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관리 목적이라면 민정수석실 부활이 아니라 참모들이 제 역할을 하고 특별감찰관을 먼저 임명하면 된다”고 밝혔다.

 

▲5월2일 동아일보 칼럼.

김순덕 동아일보 칼럼니스트는 <MB냐, 박근혜냐… 윤 대통령은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 상승을 위해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은 (인사에서) 능력만 본다고 강조했지만 그 말을 믿는 국민은 검찰과 대통령 동창 그리고 대통령 부인의 측근 빼면, 없다”며 “고물가 저성장으로 살림이 팍팍해진 현실에서 ‘과도한 재정 중독을 해소하는 과정에 살피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윤 대통령의 설교는 1도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이 탕평 인사와 중도실용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상렬 수석논설위원은 <대통령은 아직도 소통을 모른다> 칼럼에서 “4·10 총선에서 민심이 분노한 대목 중 하나는 윤 정부에서 국민 상식과 어긋나는 일이 잇따른다는 점, 그런데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이 해소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정하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칼럼 <윤석열 이탈층에 미친 영향, 명품백 > 이종섭 > 물가>에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 표를 줬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은 유권자들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김 논설위원은 “‘명품백 논란’ 하나 때문에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대통령 지지층 이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슈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갖는 것을 두고 “기자의 가감 없는 질문을 듣고 진솔하게 국민의 이해와 협력을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사설 <尹 취임 2년 기자회견, 달라진 모습 보여주는 자리 돼야>에서 “이번 회견은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씻어내고 변화 의지를 확인시켜 주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과 상대하며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소통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2022년 11월3일 이태원역 1번출구 모습. 사진=미디어오늘.

이태원특별법 여야 합의에 한겨레 “채 상병 특검법도 함께 처리해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특별법을 2일 합의처리하기로 했다. 이태원특별법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실은 “환영한다”고 했으며, 유족 측은 “만시지탄”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92일 만이다. 주요 신문들은 여야가 양보와 협의를 통해 특별법 통과에 합의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이태원특별법 여야 합의, 이제 진상 규명 속도내야> 사설에서 여야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특별법을 합의 처리하기로 한 건 의미가 있다면서 “특조위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규명하고, 책임자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제도 개선을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5월2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는 <‘이태원 특별법’ 처리 합의… 여야, 협치 모범으로 삼아야> 사설에서 “빈손으로 끝난 영수회담 이후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정부·여당의 마이웨이식 국정운영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태원 특별법 합의 처리 소식이 보다 큰 의미를 갖는 이유”라며 “여야는 채 상병 특검법, 전세사기 특별법 등 쟁점 법안들에 대해서도 합의 처리를 위한 협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여야가 이태원특별법 처리에 합의한 건 의미 있지만,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특검법이 이번 국회 회기 안에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사설 <이태원 특별법 합의한 국회, 채 상병 특검법도 처리해야>를 내고 “상병 특검법 처리 여부는 윤석열 정부의 ‘변화’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라며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인 만큼, 2일 본회의에서 함께 처리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국회 등장할 12명의 폴리널리스트 “언론 탄압 앞장서지 말라”

이번 총선에서 수십여 명의 전·현직 언론인들이 출사표를 던졌고, 노종면·이훈기·박정훈·신동욱·유용원 등 12명이 22대 국회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이 중 신동욱·박정훈·노종면·유용원 등은 퇴사에서 출마 선언까지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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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폴리널리스트’에 이종규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칼럼 <폴리널리스트, 언론의 적은 되지 말자>에서 “언론인의 정계 진출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어온 일이지만, 이번 총선에선 최소한의 ‘냉각기’도 없이 정치권으로 달려간 이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며 “마이크와 펜을 놓기가 무섭게 정당 점퍼를 몸에 걸쳤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태는 ‘폴리널리스트’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정치 검사’에 견줄 만한 부끄러운 호칭”이라고 했다.

이종규 실장은 “기자 경력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정계에 진출했지만, 그들 중에는 언론인 출신임을 망각한 듯한 행보를 보인 이들이 많았다. 때때로 언론 자유를 짓밟는 ‘언론 저격수’, 언론 탄압의 첨병을 자임하기도 했다”며 “22대 국회 폴리널리스트들에게 진심으로 부탁한다. 언론 윤리를 내팽개치고 정치권력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을지언정 언론 탄압에 ‘부역’하는 일만큼은 앞장서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 실장은 “당신들이 손에 쥔 권력은 동료들의 자괴감과 맞바꾼 것임을 잊지 말라. 일말의 부끄러움이라도 느낀다면, 주어진 권력을 언론 자유를 확장하는 데 쓰기 바란다”며 “그것이 당신들이 뿌린 구정물 탓에 불신과 조롱의 늪에 더 깊게 빠진 언론계 후배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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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힘으로 윤석열 정권 반드시 몰아낼 것"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5/02 09:29
  • 수정일
    2024/05/02 09: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민주노총, 2024 세계노동절 대회..'이제는 퇴진이다'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5.01 18:28
  •  
  •  댓글 0
 
민주노총은 1일 오후 3만여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2024 세계노동절 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노총은 1일 오후 3만여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2024 세계노동절 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세계 노동절인 1일 오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양경수)은 3만여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2024 세계노동절 대회'(서울·경기)를 개최했다. 

'양회동열사 정신계승! 윤석열정권 퇴진!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보장!'을 구호로 제시하고 "이제는 퇴진이다"를 전면에 내걸었다. 

양경수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사회와 역사를 발전시켜 온 주체이자, 생산의 주역이며, 세상의 주인"인 노동자는 "나만의 이득이 아니라 모두의 권리를 위해 함께 나선다"며, 노동권 박탈과 민주주의 훼손, 민심을 외면하는 윤석열 정권을 노동자의 힘으로 반드시 몰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국적과 인종, 성별과 장애유무, 고용형태로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노동현장 △안전이 보장되고 기후위기와 인구소멸, 전쟁 걱정없는 평화로운 사회 △기술의 발전과 AI의 도입이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삶을 윤택하게 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당면해서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동조합 할 수 있도록,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위협받지 않도록 노조법을 개정하고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바꿔야 하며 △플랫폼 노동이 전면화되는 시대에 노동자 권리를 위한 초기업교섭을 보장하고 △정부의 정책과 재정이 의료와 돌봄으로 향하도록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노동자·서민의 고통을 멈추고, 그래야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6개 가맹조직 대표자와 서울·경기본부 본부장, 민주노총 임원들이 격문을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6개 가맹조직 대표자와 서울·경기본부 본부장, 민주노총 임원들이 격문을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6개 가맹조직 대표자와 서울·경기본부 본부장, 민주노총 임원들이 무대에 올라 △건설산업 부패척결(이영철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연금개악·민영화저지, 공공성강화 및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공무원 노동권 쟁취(이해준 공무원노조 위원장) △대학공공성 확보(남정희 교수노조 위원장) △회계공시, 타임오프 폐지, 노조무력화 분쇄(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 △사학비리 척결과 교육공공성 쟁취(백선기 대학노조 비대위원장) △비정규직과 차별없는 평등 일터 확보(이찬배 민주여성노조 위원장) △비정규직 철폐, 직무급제 반대, 생활임금 쟁취(이영훈 민주일반연맹 비대위원장) △올바른 의료개혁,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회복(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비정규직없는 대학(박중렬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 △금융공공성 강화(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비정규직 철폐, 불평등 타파(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방송3법 즉각 입법·언론장악 국정조사 관철(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교사도 노동자(전희영 전교조 위원장) △직무성과급제·포괄임금제 폐지(이훈재 정보경제연맹 비대위원) △윤석열정권 퇴진 전선의 초석이 될 것(문준모 화섬·식품노조 수석부위원장)을 골자로 하는 격문을 발표했다.

대회 개회선언을 위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고졸노동자, 장애인노동자, 이주노동자, 여성노동자를 대표해 신수연 서비스연맹 특성화고노조 경기지부장과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암릿 림부(Amrit limbu)  네팔 농업노동자, 김정원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장이 나섰다. 

이들은 세계노동절의 본래 취지대로 모든 노동자의 평등한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연대를 호소했다.

깃발입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깃발입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노동자 대합창 '못살겠다. 내려가' 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노동자 대합창 '못살겠다. 내려가' 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시간 30분간 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숭례문사거리와 한국은행 오거리를 거쳐 을지로, 삼일대로 고용노동청까지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노동자들의 요구와 결의를 전했다. 

이날 세계노동절대회는 인천, 충북, 대전, 세종·충남, 전북, 광주,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 강원, 제주를 비롯한 14개 지역본부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2024 세계노동절 대회사 (전문) 

오늘은 우리의 날입니다. 우리는 사회와 역사를 발전시켜 온 주체이자, 생산의 주역이며, 세상의 주인입니다. 우리는 탐욕스러운 자본에 맞서 투쟁하며, 부정한 권력에 굴하지 않고 저항합니다. 우리는 나만의 이득이 아니라 모두의 권리를 위해 함께 나섭니다. 그래서 우리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구호 아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윤석열 정권 2년, 우리 사회 노동자들의 삶은 나락으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폭력배로, 공갈 혐박범으로 매도당한 양회동 열사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몸에 불을 당겼고, 그 불길은 윤석열 정권 퇴진의 외침으로 타올랐습니다. 8시간 노동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했던 노동절의 유래와는 반대로,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윤석열 정권의 시도는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노조법 개정 거부로 노동권을 박탈하고, 방송법 거부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이태원 특별법 거부로 민심을 외면한 정권은 민중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반성하지 않습니다. 스스로가 옳다며 달라질 생각이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귀에는 못살겠다는 서민들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기에 부자 감세로, 재벌 퍼주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살 수 없다는 노동자들의 절규는 그들에게 들리지 않기에 노조혐오로 노동탄압으로 착취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윤석열 정권을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몰아낼 것입니다.

우리는 노동자의 날인 오늘 다시 투쟁을 결의합니다.

국적과 인종, 성별과 장애유무, 고용형태로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노동현장을 만들어 갑시다. 노동자 시민의 안전이 보장되고, 기후위기와 인구소멸, 전쟁 걱정이 없는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 나섭시다. 기술의 발달과 AI의 도입이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삶을 윤택하게 하도록 만듭시다.

우리는 온 민중이 함께 하는 항쟁을 통해 부정한 권력을 몰아낸 경험이 있습니다. 그 항쟁의 맨 앞자리에 노동자가 앞장섰습니다. 그러나 정권의 교체만으로 우리의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 역시 경험했습니다.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동조합 할 수 있도록,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위협받지 않도록 노조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바꿔야 합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플랫폼 노동이 전면화되는 시대에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초기업교섭을 보장해야 합니다. 정부의 정책과 재정이 의료와 돌봄으로 향하도록 공공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 노동자 서민의 고통을 멈출 수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 120만 노동자의 힘으로 맞섭시다. 싸웁시다.

윤석열 정권을 넘어, 양회동 열사가 염원한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 힘차게 투쟁합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양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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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량이 81.6배 줄어든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핵발전소 사고를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방사성물질의 대량 유출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고 때 발생하는 방사성물질의 양을 예측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하고 기초적인 일이 과학적 근거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면 믿어지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의 핵발전소 사고는 처음 가동할 때보다 40년 된 노후핵발전소에서 방사성물질이 훨씬 적게 발생하는 요술을 부린다. 고리 3호기의 경우 40년 전보다 방사성 요오드(I-131)의 발생량이 62.3배 줄었고, 인근 주민 피해는 갑상선 피폭량 50.4배 줄고, 전신(全身) 피폭량 81.6배 줄었다.

이는 고리 3호기의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FSAR)’와 ‘계속운전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RER)’를 비교한 것이다. FSAR은 핵발전소 운영 허가를 받던 40년 전 평가이고, RER은 설계수명이 끝나는 40년 후를 기준으로 한 평가이다
 

대형냉각재상실사고 시 격납건물 요오드 발생 및 제한구역 경계 주민 피폭 ⓒ필자 제공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FSAR와 RER이 다른 이유는 서로 다른 ‘방사선원항’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방사선원항은 사고 때 핵연료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의 종류, 화학적 특성, 유출량 등을 미리 규정해 놓은 것이다. 즉, 예측 편의를 위한 사전 설정값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원자력법의 핵발전소 입지 기준(10CFR 100.11)에 따른 정보기술문서 ‘TID-14844’의 방사선원항을 사용해서 평가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고리3호기 RER은 ‘TID-14844’의 방사선원항을 사용하지 않고, 미국의 규제지침서 ‘RG 1.183’에 따른 ‘대체’ 방사선원항을 사용하는 잘못을 범했다. 대체 방사선원항을 사용하면, 기존에 비해 방사성 물질의 발생량은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외부 누출량은 10분의 1로 감소한다.

1979년 쓰리마일 핵사고의 영향으로 미국 핵산업계는 깊은 침체기에 빠진다. 이후 미국은 핵산업계를 위해 일부 규제를 완화하면서 ‘RG 1.183’의 대체 방사선원항을 신규 핵발전소의 ‘설계기준사고’ 평가에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대체 방사선원항을 40년 된 노후핵발전소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다. 또한 ‘RG 1.183’ 적용은 우리나라 원자력안전법의 ‘원자로시설의 위치에 관한 기술기준(원안위고시 제2017-15호)’에 위배된다.
 

고리 3호기 중대사고 평가에 미국의 규제지침서 RG 1.183을 적용하고 있다. RG 1.183은 설계기준사고 평가에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필자 제공


더욱 심각한 것은 ‘중대사고’ 평가에도 ‘RG 1.183’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RG 1.183’은 표지에서 ‘설계기준사고 평가를 위한 대체 방사선원항’이라고 용도를 밝히고 있다. 중대사고에 ‘RG 1.183’를 사용하면서 다음의 두 가지 문제가 크게 발생한다.

중대사고의 특징은 원자로의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노심용융(Meltdown)이다. ‘RG 1.183’은 노심용융이 없는 설계기준사고용이다. ‘RG 1.183’에 따르면 연료봉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은 95%가 ‘입자형’이다. 입자형은 여과장치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걸러낼 수 있다. 그러나 중대사고로 노심용융이 발생하면 입자형이 아닌 ‘원소형’이 많이 발생한다. 기체 상태의 원소형은 여과장치로 쉽게 걸러내기 어렵고 격납건물 외부로 더 많이 누출된다.

다음으로 요오드 방출을 중심으로 중대사고를 평가하는 문제가 있다. 설계기준사고는 요오드를 중심으로 평가해도 되지만, 노심용융이 발생하는 중대사고는 세슘(Cs)이 요오드보다 10배나 많이 방출된다. 그러므로 요오드 중심 평가는 사고 피해를 축소한다.

이렇듯 중대사고 평가에 ‘RG 1.183’를 사용하면 방사성물질 발생량과 주민 피폭량을 대폭 축소하는 안이한 결과를 가져온다. 고리 3호기를 예시로 살펴보았으나 고리2호기를 비롯해 수명연장을 준비 중인 모든 핵발전소가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피폭량이 81.6배 줄어든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순순히 믿고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일기예보로 치면 날씨가 흐리다고만 했는데 홍수로 집이 떠내려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예보가 정확해야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 노후핵발전소의 안전성 평가에 유비무환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인가.

 
시민사회는 3월 14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심사를 중단하고 잘못된 규제체제부터 정비할 것을 요구했다.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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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왕' 통화에서 여당 정치인 이름이? "그놈 대통령 만들려고 내가…"

[사채왕과 새마을금고] 지검장, 윤핵관, 그리고… '사채왕 파일' 속 수상한 이름들

조아영·김보경·김연정·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 | 기사입력 2024.05.01. 05:01:09 최종수정 2024.05.01. 08:08:17

"그놈을 20(억 원)을 들여서 국회의원 만들면, 지가 100억 원어치 가져와. 이권으로 줘." -김상욱 통화녹음 중

'사채왕' 김상욱(1972년생)은 공범과 통화하면서 자신의 정·관계 인맥을 자랑스럽게 늘어놨다. 검사 출신 정치인들, '윤핵관'으로 불린 현직 국회의원, 한 정당의 지역조직 실세 등의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지난해 청구동새마을금고의 문을 닫게 만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그 배후에는 사채왕 김상욱 일당의 1500억 원대 불법대출 사건이 있었다. (☞ 관련기사 : 새마을금고 뱅크런의 진실, ‘사채왕 리스트’에 있다)

청구동새마을금고 전종남 전 상무와 무궁화신탁 김재민 전 대리 등 수많은 공범들이 사채왕 김상욱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김상욱은 "내가 밀어주는 정치인만 해도 한 30명 된다"며, 자신이 정·관계 인맥을 '꽉 잡고 있다'는 말로 공범들을 포섭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김상욱과 공범 김재민의 통화녹음 파일 약 900건을 입수했다. 녹음파일 속에는 그저 허세로만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의 구체적인 증언들도 다수 들어 있었다. 아래에 인용한 대화는 모두 김상욱-김재민 통화녹음 파일에서 확인한 것들이다.

▲청구동새마을금고 1500억 원 불법대출의 주범 '사채왕' 김상욱 ⓒ셜록

"(전직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A, 내일 만나서 점심 먹는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는 무서운 곳이야. 깡패 두목들도 거기서 오줌 싸고…." -김상욱, 2023년 6월 22일 오후 4시 38분

지난해 6월 23일 김상욱은 검사 A와의 점심식사 자리에 공범 김재민을 데리고 간 것으로 보인다. 평소 김상욱은 김재민을 '조카'라 부르며 특별한 관계임을 강조했다.

검사 A는 ○○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거쳐 ○○지검 지검장까지 지냈다. 이후 검사 옷을 벗고 지난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그 새끼(A 지칭) 국회의원 (선거) 나가려고 회장님(김상욱 본인)을 만나는 거야. 이번 일 잘 해결하면 ‘스폰’ 해준다고 했어. 나 만나고 싶어서 환장한 놈인데 (그동안) 안 만나줬거든. 그런 놈들 알아두면 좋아. 웬만하면 다 봐주니까." -김상욱, 2023년 6월 22일 오후 10시 19분

김상욱과 공범 김재민은 지난해 6월 23일 전후로 검사 A와의 식사 자리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를 주고받았다. 6월 22일 밤, 김상욱은 서울 역삼동 ○○호텔 뒤편에 있는 고급 일식집에서 A와 만나기로 했다며 김재민에게 식당 주소를 전달했다.

김상욱 : "지금 (문자메시지로) 주소 갔을 것이다. 호텔 뒤편에 ○○일식이라고 있다고 하대. 거기서 맛있는 거 먹자."

김재민 : "시간은 그럼 언제쯤 만나시는 거예요?"

김상욱 : "12시야."

김재민 : "12시요? 제가 12시까지 갈게요."

-김상욱·김재민, 2023년 6월 22일 오후 10시 19분

▲'김상욱 파일'에는 검사 출신 정치인과 김상욱의 부적절한 만남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셜록

점심식사 약속 당일, 김재민은 ○○일식에 먼저 도착해 김상욱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상욱은 "최고의 검사"를 만나는 자리에서 지켜야 할 것을 김재민에게 미리 당부하기도 했다.

"대단한 애들이니까. 검사만 돼도 대단하다고 하잖아. 그중에서 최고의 검사를 만나니까 싸가지가 없지. 오늘 싸가지 없으면 회장님(김상욱 본인)이 욕해버릴 거고, (…) 중요한 얘기할 때는 알아서 조카(김재민)가 (자리를) 비켜주고." -김상욱, 2023년 6월 23일 오전 11시 58분

6월 23일 이후 통화에도, 그날의 만남이 실제로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 나흘 뒤인 6월 27일, 김상욱은 김재민에게, 다른 금융기관 직원을 포섭하는 데 자신과 A와의 관계를 이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대목에서 "한 번 봤으니까"라는 언급이 나온다.

"A 이름은 얘기하지 말고, '반부패·강력부장 만날 때 옆에 같이 나온 사람은 밥도 못 먹더라, 그 사람들도 회장님(김상욱 본인)에게 고개 숙이더라'고 얘기해라. (…) 겁주면서 회장님 능력을 말로 보여줘. (너는 A를) 한 번 봤으니까." -김상욱, 2023년 6월 27일 오후 9시 57분

김상욱은 검사 A와의 인연이 상당히 깊고 오래된 것처럼 김재민에게 말했다. 심지어 A가 검찰 내부의 특정 수사 관련 자료를 자신에게 넘겼다는 발언도 있었다.

"검찰이 (그 사건을) 내사 진행한 지가 5년이 됐어. 그 자료가 나한테 싹 넘어왔어." -김상욱

사채왕 김상욱의 전직 검사 인맥은 A 하나만이 아니다. 그는 검사 출신 변호사를 자신의 고문변호사로 두고 있었다.

"내 고문변호사 쓰라고 해. 검사장 출신인데 기가 막혀부러." -김상욱

"작은아빠(김상욱 본인)가 (김재민) 참고인 조사 받으러 갈 때 우리 고문변호사랑 ○○경찰서에다 전화해놓을라니까, 너는 걱정하지 말고." -김상욱

김상욱은 검찰뿐만 아니라, 정치권에도 '줄'이 있다고 자랑했다. 김상욱은 이른바 '윤핵관'으로 통하는 국회의원 B와 친분이 있으며, 심지어 그의 돈을 본인이 '세탁'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수표를 쓰면 추적돼. 근데 네 삼촌(김상욱 본인)은 외국으로 보내버리거든. 스포츠 도박 하는 애들이 가져가, 그럼. 외국 은행에 돌리면 한국에 3일 만에 현금으로 들어오거든. 그럼 돈세탁이야. 뒤 봐주려면 돈이 필요할 거야." -김상욱

김상욱은 국회의원 B와 또 다른 정치인 C 사이에서, '밀당'이라도 하는 듯 말했다. C는 A와 같은 검사 출신 정치인이다.

"B하고 친하거든, 내가. B가 (정권) 실세잖아. 근데 이번 (22대 총선에서) 공천 못 받을 거야. 자기(B)는 그걸 몰라. 그래서 회장님(김상욱 본인)한테 도와달라고 하는데 (…) 작은아버지(김상욱 본인)가 더 이상 개입하게 되면 완전히 내가 C를 등지고 해야 되거든." -김상욱

지난해 8월 13일 통화 중에 나온 이야기. 실제로 B는 22대 총선에서 정당 공천을 받지 못햇다. 김상욱은 C를 성 없이 이름만 부르거나, 혹은 성만으로 "미스터 ○"이라 부르며 친밀함을 과시했다. C가 자신을 "형님"이라 부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C가 안 그래도 회장님(김상욱 본인)한테 '형님 진짜 자기가 부탁하는데 총리 될 때까지만 (도와달라), 자기 형님이 움직이면 자살한다'고 했어. 그 정도로 회장님이 참 요주의 인물인가봐. 우리나라 경제를 흔들 정도로. 내가 (돈을) 잘못 줘버리면…. '미스터 ○'(C를 지칭)은 버리지 못하거든. 그놈 대통령 만들려고 내가 지금 이 XX을 떨고…." -김상욱

▲'김상욱 파일'에는 현직 국회의원과 여러 정치인들이 실명으로 언급된다. ⓒ셜록

정치자금 제공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정황이 들어 있는 발언도 있다. 한 정당의 지역조직에서 활동하는 D. 과거 지방선거 출마 경험이 있는 그는, 22대 총선에서 한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지원했으나 낙마하고, 비례대표 위성정당의 지역 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지원했다.

특이하게도, 김상욱은 그에게 '후불제'로 정치자금을 제공했다. 한 프로축구단의 이사를 맡고 있는 D가 선수단에게 먼저 쓴 금액을 사후에 보전해주는 방식이었다.

"(D에게) 내가 돈 20억 원 줬는데, 국회의원 하나 키우기 진짜 힘들어. 이번에 ○○FC(프로축구단) 우승했다더라.(실제로는 리그 도중 1위에 오른 것. 기자 주.) 그래서 밥을 사야 한대. 하… 이 새끼(D를 지칭) 1000만 원 후원한 거(청구서) 보내놨네." -김상욱

김상욱과 김재민의 통화녹음 파일에는 김상욱이 정치자금을 건넨 여러 정치인들의 실명이 언급된다. 하지만 김상욱은 모든 정치인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직접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자신의 앞에 누군가를 "세우고",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로비를 진행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도 있다.

"그놈(D)하고 A하고, 앞에 누굴 세워놨지. 청구서 들어오면 돈 다 해줘." -김상욱

지난 5일 <셜록>은 사채왕 김상욱과 공범 김재민의 통화에서 만남의 정황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검사 출신 정치인 A를 찾아갔다. 당시 A는 국회의원 후보였다.

기자 : "작년 6월에 김상욱 한번 만난 적 있으시죠? 서울 역삼동에 있는 ○○일식에서 한번 만났죠?"

A : "예예? 잘 기억이 안 나요."

기자 : "김상욱 회장 모르세요?"

A : "이름은 들어본 것 같아요. 한 번인가 본 것 같기도 하고 딱 그 정도인데…."

기자가 직접 녹음 파일을 들려주며 질문했지만, A는 "한 번 본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을 바꿨고 이내 "저는 그 사람을 만나러 간 게 아니"라며 혼란스러운 답변을 반복했다. 김상욱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적 있냐고 묻자, A는 "이 얘긴 그만 합시다"라며 자리를 떠났다.

그 뒤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A에게 먼저 전화가 왔다. "악의적 보도를 하면 강력한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경고였다. 총선이 지나고 다시 A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의전을 받으며 차에서 내리는 사채왕 김상욱 ⓒ셜록

김상욱은 지난 16일 <셜록>과 한 전화 통화에서 "나도 피해자다, 불법대출 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여러 번 다시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후 기자가 문자메시지로 재차 취재 협조를 요청하자 김상욱은 "본인도 관련자들의 허위주장과 모함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그리고 만약 취재진이 자신을 찾아온다면 "건조물 침입 등으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내온 바 있다.

한편, 사채왕 김상욱(1972년생)은 지난 23일 구속됐다. <셜록>이 보도를 시작한 지 6일 만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 청구동새마을금고 전종남 전 상무도 그와 함께 구속됐다. (☞관련기사 : 조폭 출신 사채업자이자 불법대출 주범 '사채왕' 김상욱 전격 구속)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의 제휴기사입니다.

조아영·김보경·김연정·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 최근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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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쇼' 하려다 역효과... 윤 대통령이 되치기 당한 순간 둘



[영수회담 관전평] 이재명 12가지 요구에 모두 '아니오'... 변하지 않는 대통령 모습 재확인

24.04.30 18:15l최종 업데이트 24.04.30 18:15l

오태규(ohtak)

 

▲ 첫 영수회담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영수회담 종료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4.29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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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29일 여야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즉 국정의 동반자 자격으로 처음 대면했습니다. 무려 720일 만의 회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그토록 어렵게 이뤄진 회담에서 합의서 한 장도 내지 못했습니다. 밥도 같이 먹지 않았습니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냉랭한 만남'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애초 회담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과 목적이 달랐던 데서 나온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4.29 윤-이 회동'의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우선 '윤 대통령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둘째, 윤 대통령은 회담 내용보다 소통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힘을 쓰다가 오히려 불통의 인상만 강화했습니다. 셋째, 앞으로 이런 식의 만남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제가 이 회담을 본 뒤 내린 결론입니다.

 

어떤 답도 듣지 못한 이재명의 12가지 요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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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에서 민생, '이(이태원 특별법)·채(채상병 특검)·양(양평 고속도로)·명(명품백 수수)·주(주가조작 의혹)', 정치 회복, 외교 등 네 분야에서 12가지의 방향 수정과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단 하나도 긍정적인 답변이나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총선 참패 엿새 뒤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밝힌 '정책 방향은 옳은데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시각에서 전혀 변한 게 없었습니다. 모두발언 4시간 뒤에 참모에 의해 공개된 '국민에게 죄송'이라는 사과가 실은 '악어의 사과'였음을 확인해준 격입니다.

 

대통령실은 영수회담 뒤 의료 개혁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이것도 사실과 다릅니다. 이 대표는,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 해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것을 '이 대표가 의료 개혁의 원칙에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두루뭉술하게 해석했습니다.

 

의료 개혁은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원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얼마나 증원할 것인가 하는 각론이 핵심이기 때문에 '원칙적 합의'란 말은 하나 마나 한 말입니다. 워낙 합의한 것이 없으니까, 이것이라도 끌어들인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불통 인상만 커진 윤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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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이재명 대표가 '피의자 신분'이란 이유를 내세워 만남을 회피해 왔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번에 만나려고 한 것 자체를 '선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또 만남을 내세우며 소통에 힘쓰는 모습을 과시하려고 한 듯합니다. 의제와 의전 등을 논의하는 준비 회의를 질질 끌다가 민주당 쪽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나는 소통하려고 했는데 민주당이 까다롭게 굴어서 무산됐다'고 책임 전가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윤 대통령 쪽의 기획은 민주당에 두 번이나 되치기당하면서 실패로 끝났습니다. 오히려 불통 인상만 커졌습니다. 우선, 이 대표가 지지부진한 준비 회담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만남을 앞세우는 태도로 나오면서 책임 떠넘기기가 더 이상 어려워졌습니다. 총선 패배 뒤 이 대표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면서 주도권을 잡았던 윤 대통령이 주도권을 내주는 계기가 된 것이죠.

 

또 한 번은 이 대표의 모두발언입니다. 이 대표는 회담 전의 의례적인 덕담이 끝나고 대통령실이 카메라 기자를 내보내려고 하는 순간, 주머니에 준비해 온 서류를 꺼내 15분간 읽어 내려갔습니다. 총선에서 나온 민심을 요약한 요구 사항들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이런 움직임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듯, 웃음기 띠었던 얼굴이 갑자기 잿빛으로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윤 대통령이 기획한 '소통 쇼의 파탄'은 정진석 비서실장 임명에서 예고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 실장은 비대위원장 시절인 2023년 1월, 이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야 수뇌 회담을 제의하자 "대통령이 범죄 피의자와 면담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반대한 적이 있습니다. 여야 수뇌 회담을 목전에 두고 이런 전력이 있는 사람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건 제사(회담 결과)보다는 잿밥(소통 쇼)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걸 미리 암시한 것이 아닐까요.

 

영수회담, 이어질 수 있을까

 

셋째, 대통령실은 두 수뇌의 회담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허심탄회하게 소통을 이어가기로 사실상 합의를 봤다"라고 말했고, 정진석 비서실장도 "다음엔 두 분만 만나라고 했더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라고 거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만남은 앞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단적인 예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입니다. 이때도 윤-이 회담처럼 두 정상은 의제 조율도 없이 회담했고 서로 엇갈린 얘기만 했습니다. 둘은 함께 식사도 하지 않았고 합의도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4개월 뒤 판문점에서 번개 모임 하듯 잠시 얼굴을 맞댔지만, 의미 있는 추가 회담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윤-이 회담의 운명도 형식과 내용을 크게 수정하지 않는 한, 트럼프-김정은 회담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상호 신뢰와 양보가 없는 사진 찍기나 보여주기 회담은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열쇠는 윤 대통령이 쥐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바뀌어야 합니다. 소통하는 척하는 데서 벗어나 진심으로 총선 민심을 받드는 태도로 돌아서지 않는 한 이재명 대표도 민심을 거스르며 회담에 응하기 어려울 겁니다. 윤 정권이 2년 동안 해온 정책의 대전환을 바라는 민심이 그런 회담을 용인하지 않을 겁니다.

 

2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장면이 방송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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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윤석열대통령, #이재명대표, #여야수뇌회담, #소통쇼,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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