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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전국 산업현장, 물류차질 피해 ‘아우성’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6/14 06:41
  • 수정일
    2022/06/14 06:4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국토교통부 “평시 대비 반출입량 30~40%, 일부 항만 반출입량 0%”
산업통상자원부 “총파업 인해 주요 업종서 1.6조원 피해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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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운행을 멈춘 대형화물차들이 평택항에 멈춰섰다. (사진=정창규 기자)
▲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운행을 멈춘 대형화물차들이 평택항에 멈춰섰다. (사진=정창규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산업현장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집계한 인천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75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전달 동시간대 기준 5048TEU의 14.8%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어▲부산항 40.0%, ▲경인항 33.9%, ▲목포항 15.3% ▲마산항 6.0%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평택·당진항과 광양항, 울산항, 대산항, 포항항, 동해항의 경우 컨테이너 반출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군산항의 경우 컨테이너 반출량은 175TEU로, 전달 동시간대 기준 137TEU의 127.7% 상승을 기록했다.

 

업종별 산업계가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입은 피해 통계자료.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업종별 산업계가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입은 피해 통계자료.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산업통상자원부도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산업 전반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업계 추산에 따르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파업 후 6일간 총 1.6조원 상당의 생산·출하·수출 차질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분야별로 자동차 업계는 부품반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54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해 총 2571억원(승용차 평균 판매가격 4759만원 기준)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철강 업계는 육상 운송을 통한 제품반출이 제한되어 총 45만t(톤)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는데, 철강 제품 평균단가(t당 155만원) 기준 6975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경우, 재고 적재공간 부족으로 13일부터 선재·냉연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여수·대산 등 석유화학 단지를 중심으로 제품반출이 제한되면서 5000억원 상당의 제품 출하 차질이 발생해 일부 석유화학 업체는 금주부터 생산량 축소할 예정이다.

 

시멘트 업계는 평시대비 90% 이상 출하가 급감해 총 81만t의 시멘트가 건설 현장 등에 공급되지 못해 752억원(평균단가 t당 9만2000원 기준) 규모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시멘트 업체들은 이번주 중으로 대부분의 공장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타이어 업계도 약 64만개(570억원 상당)의 타이어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었다.

 

산업부는 이번 물류 차질이 산업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평가했다.

 

정영진 산업부 1차관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상승 등 복합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국민경제와 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조속하고 원만한 합의와 물류 정상화가 절실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국토부도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화물연대와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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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나니 약속 어긴 국민의힘, 곽상도 빈 자리 슬그머니 복당 의결

 
곽상도 전 의원. 
 
국민의힘이 3.9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대구 중·남구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임병헌 의원의 복당을 13일 허용했다.
해당 지역구는 국민의힘이 ‘대장동 50억 클럽’ 리스트에 올랐던 곽상도 전 의원 제명으로 공천하지 않기로 하고, 탈당 후 복당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던 곳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임병헌 의원의 복당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임 의원은 당초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당의 무공천 방침이 정해지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 28일 ‘책임 정치’ 명목으로 자당 의원의 귀책 사유로 공석이 된 대구 중·남구 보궐선거 무공천 방침을 결정했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데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 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됐다.

3.9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던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무공천 방침을 밝힌 직후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자의 복당은 없다”고 공언했고, 대구시당 위원장인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보궐선거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의 방침이 복당 불허였는데 선거가 끝났다고 이를 바꾸면 우스운 꼴이 된다. 임 의원에 대한 당원자격심사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9~10월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당 경선 후보들도 곽 전 의원에 대한 제명 및 출당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가 이번에 임 의원의 복당을 허가함에 따라 국민의힘은 ‘책임 정치’ 명목으로 유권자들에게 했던 약속을 어긴 것은 물론, 곽상도 전 의원 제명 및 복당 불허 방침이 일종의 보여주기식에 불과했다는 걸 시인한 꼴이 됐다.

더군다나 6.1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임 의원의 복당 절차를 진행한 것을 두고, 이미 내부적으로는 큰 선거가 끝난 뒤 복당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일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명의로 전국 47개 국회의원 지역구 조직위원장 공개 모집에서도 해당 지역구만 대상에서 제외됐다. 통상 국힘의힘에서는 현직 의원이 맡는 당협위원장이 공석이 되면 ‘조직위원장’에 임명된 사람이 당원협의회를 조직한 뒤 당협위원장에 선출되는 것이 관례다. 조직위원장 공모 대상에서 대구 중·남구가 제외됨에 따라 임 의원의 복당 가능성이 점쳐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 월례조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비판은 받을 수 있지만 대구 중·남구 당원 의견을 강하게 들었다”며 “해당 지역 국회의원 복당을 통해 당협위원장을 임명하는 게 옳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선 과정에서 권영세 당시 사무총장의 언급과 배치되는 판단이기 때문에 저희도 밀도 있고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당원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곽 전 의원은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데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 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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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도 깜짝 놀란, 한국 노동자의 목숨값

[넥스트 브릿지] 중대산업재해, 사용자 책임이 더 강화되어야 할 이유

22.06.13 05:39l최종 업데이트 22.06.13 05:39l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오징어게임 포스터
▲  오징어게임 포스터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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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억 가구 이상이 시청했다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2021)을 둘러싼 뒷얘기 중 하나는 입맛이 쓰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많은 외국인들이 극중 나오는 원화의 단위를 계산해봤는데, 생각보다 '456억'이라는 돈의 단위가 크지 않아 실망했다는 것이다. 고도성장을 거친 한국 사회의 통화단위인 원화는 얼핏 보기엔 '0'이 굉장히 많이 붙어서 큰 돈 같아 보이지만 환전을 했다고 생각하면 생각보다 큰돈이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극중 죽고 죽이는 사람들의 목숨 값이 '1명당 1억'이란 현실에 대해 어떤 시청자들은 납득하기 힘들어했던 것 같다. 

영화 <워스>(What Is Life Worth, 2020)는 9.11 테러 희생자 보상기금위원회의 케네스 파인버그 단장을 중심으로 테러로 인한 희생자 보상, 즉 희생자의 생명에 대한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을 다룬다.

한 사람의 목숨은 본인에게는 온 세상이나 다를 바 없으며,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선 인간의 목숨도 경제적 가치로 평가받는다. 더구나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는 이상과 달리 일상 속에서 우리는 파인버그의 보상금 산출 공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서로 다른 경제적 가치의 숫자를 부여받는다. 이런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우리의 일터에도 '산업재해'로 상존한다. 사람의 목숨 값이 1천억, 혹은 1조라면 기업이 산업재해를 감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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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워스> 포스터
ⓒ 미디어소프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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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짐, 끼임, 부딪힘 등은 사업장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사고인 동시에 노동자의 부상과 사망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이고 직접적인 원인들이다. 그렇게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5.7명의 노동자가 죽고 있으며, 매일 336명의 노동자가 부상당하고 있다. 

사용자 책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노동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 산업재해 발생을 막아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강화된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이러한 사용자에 대한 처벌조항은 입법 과정 초기부터 논란이 있었는데, 한편에서는 처벌의 실효성을, 다른 한편에서는 처벌 규정의 모호함과 과도함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 5월 25일 한덕수 총리는 "산업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일종의 규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면서 "우리나라 CEO와 외국 CEO가 책임이나 이런 면에서 너무 다른 것 아닌가 하는 것을 봐야 한다. 가능한 우리로서는 국제적인 기준을 맞춰가는 게 전체적인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타당하지 않겠느냐"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법 개정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한 총리의 말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일종의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라면 중대재해처벌법 이전은 규제가 아닌 상태, 즉 사업장 안전은 사용자에 의한 자율적 통제 하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용자에 의한 자율적 통제 상태의 사회적 결과는 어떠한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작업장 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2080명(사고 828명, 질병 1252명), 부상자 수는 12만 2713명(사고 10만 2278명, 질병 2만 435명)이었다. 산재보험요율 인상을 우려한 사용자가 재해 당사자 또는 유족과 사적 합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산업재해는 정부가 집계한 통계보다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산업재해에 대한 사용자의 이해타산

사용자의 관점에서 사업장 안전 관련 비용과 수익을 생각해보자. 먼저 사업장의 산업재해는 낮은 확률로 발생한다. 산업재해가 없는 상태가 일상적이며 그것의 발생은 예외적이다. 둘째, 초기에는 적은 투자로도 산업재해의 발생 확률을 낮출 수 있지만 그 확률을 0으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셋째, 투자는 당장 현금으로 지출되지만 투자로 인한 수익은 직접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안전설비로 인해 노동자 사망이 부상으로 경감되었다면, 수익은 이렇게 경감된 산업재해로 인해 지출하지 않게 된 비용이다. 그러나 사용자는 비용청구서 앞에서 안전설비가 사고 예방에 효과가 없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안전설비의 효과는 언제나 가설로만 존재할 뿐이다. 더군다나 안전을 위한 투자, 예를 들어 안전 설비, 안전 교육과 훈련 등은 기존의 작업속도를 늦추면 늦췄지 더 빠르게 만들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인 생산성을 감소시킨다. 

사용자는 안전을 위한 투자를 온전히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가 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산업재해 발생 시 크건 작건 사회적으로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산업재해 발생 시 그 경중에 따라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먼저, 중하지 않은 부상사고는 산재보험이 아닌 개인적 합의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 합의금을 더 제공하는 대신 개인의 직장의료보험을 사용하게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산재보험요율 인상을 피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한 부상 또는 사망사고는 산재보험을 통해 처리할 수 있다. 산재보험요율이 오르는 부담이 있지만, 중대한 산업재해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처리할 수 있다.

투자로 인한 수익은 가설적이고 계산하기 어렵다. 반면 투자하지 않은 경우의 비용은 계산하기 어렵지 않다. 부상 또는 사망한 노동자에 대한 미안함, 위험사업장 낙인, 신규 채용의 어려움 등 다소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당장 현금이 지출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고려하는 비용과 수익 항목들은 그 크기에 있어서 사업장 안전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쏠려 있다. 사업장 안전에 대한 자율적 규제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큰사진보기지난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안전 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했다.
▲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안전 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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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이해타산 공식을 바꿔야

사업장의 산업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용자의 이해타산 공식, 즉 산업재해 예방으로 인한 수익과 산업재해 발생으로 인한 비용의 크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수익을 크게 만들기는 어렵지만, 비용을 크게 만들기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의 사용자 처벌 조항은 벌금과 인신구속을 통해 그 비용을 크게 만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용자들의 거센 집단적 반발은 적어도 사용자의 이해타산 공식을 바꾸는데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올해 초 대부분의 공기업 사장들이 사업장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선정한 것이나,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용자들이 현장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윤석열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49번째로 '산업재해 취약부문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을 강화하고, 산업현장에 맞게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해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선정하였다. 세부적 방안들은 크게 '① 산재예방 지원 확대 및 대·중소 상생체계 확산 ② 산재예방 인프라 혁신 ③ 건강보호체계 구축 ④ 산재보상 사각지대 해소 및 재활·복귀 지원 ⑤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정비'로 정리할 수 있다.

특히 ⑤와 관련해서 '법령 개정 등을 통해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침·매뉴얼을 통해 경영자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 명확화'를 명시하였다. 여기에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의지를 표명해왔고, 한덕수 총리도 언급한 것처럼, 중대재해처벌법에 명시된 경영자의 책임을 완화시키는 것도 주요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렇다면 49번째 국정과제에서 제시된 방안들은 사용자의 이해타산 공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먼저 산재예방에 대한 지원과 인프라 혁신 방안들은 특히 여유가 없어 안전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사용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지원으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안전을 위한 투자 총액이 증가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사용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만큼 투자 금액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은 사용자의 투자 금액을 높이는 방식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경영자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 명확화'와 중대재해처벌법의 사용자 처벌 조항의 완화가 반드시 동시에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 전자는 향후 국가와 사용자, 사용자와 노동자 간 법적 분쟁 가능성과 판결의 불확실성을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후자는 사용자의 산업재해 발생으로 인한 비용을 낮춤으로써 오히려 산업재해에 대한 무관심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법원은 억울한 사용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전히 다른 사항들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사용자 처벌 조항을 약화시켜 나쁜 사용자들을 배려할 필요는 없다. 

사용자의 인식 전환 필요

사용자나 노동자나, 그 누구도 자기 직원이, 또는 자기 자신이 죽거나 부상당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때문에 사업장의 안전에 대해 누구보다도 민감하다. 그러나 사용자는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작업 현장에 항상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산업재해의 발생가능성, 급박한 위험을 가장 빠르게 인식하며, 또한 1차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에 잠재적 위험까지를 포함하여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편에서는 작업중지권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러한 우려는 품질관리, 의사결정 참여 등 노동자에게 권한을 이양할 때 언제나 있어 왔으나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사람마다의 경제적 가치를 숫자로 부여할 수는 있더라도, 사람의 신체와 생명에 대한 위협을 두고 이해타산을 앞세우지는 말자. 나의 사업장에 내 아들과 딸이 일하게 할 수 있는가? 이해타산 이전에 사용자는 사업장 안전에 대한 의식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최소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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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상황실 갇혀 610일 사투…국가 대신 제몸을 갈아넣었다

등록 :2022-06-13 05:00수정 :2022-06-13 08:37

[코로나로 빼앗긴 삶 24371]

⑤ 어느 방역 공무원의 죽음
인천 부평구 보건소 상황실
고 천민우 주무관을 기리며
코로나19 상황실에서 근무하다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천민우 주무관 어머니 김남순(60)씨가 지난 5월25일 대전 집에서 2015년에 아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대전/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코로나19 상황실에서 근무하다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천민우 주무관 어머니 김남순(60)씨가 지난 5월25일 대전 집에서 2015년에 아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대전/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엄마 무릎 돌본다던 아들, 1년 넘게 얼굴도 못봐

 

2021년 9월15일. 천민우(사망 당시 35살) 인천 부평구 보건소 주무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없었다. 출근 복장을 한 채였다. 발견 당시 ‘온기가 남아 있었다’고 천 주무관의 동료가 어머니 김남순(60)씨한테 전해 주었다.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1년9개월, 마지막으로 대전에 사는 엄마 집을 찾은 지 1년4개월 만이다. “마지막으로 본 건 재작년 5월. 보고 싶어서 ‘내가 갈게’ 해봐도, ‘너무 바빠서, 와도 못 본다’고 했어요. 나 혼자 몰래, 숨어서라도 보고 올 걸 그랬어요.”

 

김남순씨는 아들 얼굴이 보고 싶을 때마다 아들 친구가 보내준 동영상을 본다. 김남순씨의 휴대전화 화면 속에서 천 주무관이 해사한 얼굴로 입김을 뿜는다. “여러분들 응원으로 합격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축구 동호회) 회원을 위한 공무원이 되겠습니다.” 2020년 1월13일 천 주무관은 인천 부평구 보건기술직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임용 1주일 뒤인 2020년 1월20일 한국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 달 뒤인 2월18일 대구 집단감염으로 코로나19의 위력을 실감했다. 석 달쯤 뒤인 5월3일 정부는 ‘케이(K)-방역의 경험을 전 세계와 공유합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대규모 진단검사와 확진자 동선 추적, 격리·치료가 빚은 성공을 자축했다. 그런 일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이들은 언급되지 않았다. 2020년 3월 경북 성주군 공무원이, 4월 경남 합천군 공무원이 방역 과정에서 과로사했다. 2021년 5월 부산 동구 보건소에서, 6월에는 전남 담양군에서 방역 공무원이 세상을 떠났다. 자축과 죽음 사이, 천 주무관도 부평구 보건소 코로나19 상황실에서 방역 업무를 이어갔다. 대유행마다 곱절로 커지는 감염병의 위세에 천 주무관도 앞서 죽어간 동료 공무원들처럼 온몸으로 사투를 벌였다.

 

고 천민우 주무관. 그의 삶과 죽음을 기린다. 인천 부평구와 공무원노동조합 부평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고 천민우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보고서’(과로사 보고서)를 바탕 삼았다. <한겨레>가 5월23~28일 어머니와 동료들, 과로사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를 만나, 아들이고 동료였던, 무엇보다 ‘여러분을 위한 공무원’이었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5월25일 김남순씨의 집 장식장에는 지난해 9월15일 세상을 등진 아들 천민우 인천 부평구 보건소 주무관의 사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대전/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 5월25일 김남순씨의 집 장식장에는 지난해 9월15일 세상을 등진 아들 천민우 인천 부평구 보건소 주무관의 사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대전/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덕분에’ 가혹한 희생의 말…주6일·하루14시간 내몰려

 

천 주무관이 공무원 생활 1년9개월을 보낸 인천 부평구 보건소 상황실은 본래 지역 주민 건강 프로그램을 하던 다목적실이었다. 동료들은 “책상을 그때그때 길게 이어 붙였고 무대로 쓰던 곳에 방역 물품을 쌓았다. 전선이 엉키고 먼지가 붙어 정신없었다”고 그곳을 묘사했다. ‘임시공간’의 느낌이 물씬하다. 전국 256곳 지역 보건소에 설치한 상황실은 선별 검사, 역학 조사, 동선 확인과 접촉자 분류, 자가 격리 통보와 관리·지원, 확진자 이송 등을 맡았다. 중환자 치료를 빼고 감염병 공포에 질린 시민과 마주하는 거의 모든 일이 이런 상황실을 기지 삼아 이뤄졌다.

 

다만 상황실이 어떤 조직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코로나19 발생과 동시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렸다. 그 아래 방역 실무를 맡기 위해 주로 보건소에 마련된 공간이 뭉뚱그려 상황실로 불렸다. 신준호 전남대 교수(예방의학)는 “조직의 형태를 정한 매뉴얼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람도 정신없이 채웠다. 천 주무관 사망 당시 부평구 보건소 상황실에선 38명이 일했다. 천 주무관 과로사 원인 조사에 참여한 김민 노무사(평등노동법률사무소)는 “기피 부서였던 탓에 고인 사망 당시 80%가 발령을 거부하거나 휴직할 수 없는 3년차 이하 신규 직원들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직전 동사무소 방문 진료나 치매안심센터 사업을 위해 갓 뽑힌 젊은 보건직 공무원들이 주로 상황실 업무에 내몰렸다. 2015년 메르스 이후 보건소에 감염병 담당 부서가 생겼지만, 인력은 한두명에 불과했다. 그마저 없는 곳도 있었다.

 

천 주무관도 본래 보건지소에서 물리치료를 전담하기 위해 뽑힌 공무원이다. 병원 물리치료사로 10년 넘게 일한 경력이 있다. 젊은 시절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무릎이 아픈 엄마를 고쳐 주겠다고 택한 일이다. 엄마와 천 주무관 둘뿐인 식구, 아들은 아픈 다리로 봉제 공장으로 공사장으로 일하러 가는 엄마를 안타까워했다. “맨날 나더러 일하지 말라고 잔소리하고 아웅다웅해도, 사고 한번 안 치고 혼자 잘 자라준 아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고 김남순씨는 말했다.

 

공무원이 되고 제 업무인 물리치료를 제대로 해본 적은 없다. 엄마 무릎을 돌볼 시간 또한 없었다. 자신 대신 보낸 물리치료 기기만 대전 집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그때 그의 하루는 온전히 정신없는 코로나19 상황실에 갇혀 있었다.

 

한달 초과근무 127시간…초임 공무원은 부서졌다

 

천 주무관의 초과근무 시간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번진 2020년 12월 127시간, 2021년 1월 116시간에 이른다. 잠시 50~70시간으로 줄어드는 듯하더니, 7월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매달 110시간 이상(9월의 경우 14일까지 58시간) 초과근무를 했다. 대개 아침 9시 출근해 밤 10~11시 퇴근했다. 거의 주 6일 근무했고, 휴일에도 8개 카카오톡 방에서 쏟아지는 메시지를 보고, 때론 응했다.

 

동료 ㄱ씨는 “모두가 천 주무관 일이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가장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천 주무관은 동선팀 소속이었다. 확진자가 머문 자리를 되짚으며 감염 가능성이 있는 접촉자들을 찾아다녔다. 시설(건물) 관리자들에게 폐회로티브이(CCTV) 영상을 받아 역학조사관에게 보냈다. 역학조사관이 자가 격리자, 능동 감시자, 단순 검사자를 분류해 주면 거기 맞춰 다시 시민에게 통보했다. 여기 더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시설에 물품을 지원하는 업무까지 떠맡았다. 당장 생계를 멈추거나 불편에 처할, 분노한 시민을 만나고 설득하는 일이었다.

 

천 주무관 사망 당시 동선팀에는 세 사람뿐. 천 주무관은 그 가운데 재난 앞에 무한정 초과근무가 가능한 유일한 정규 공무원이었다. 보건소 인력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정규 공무원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절반 정도씩 섞여 있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포스트 코로나 보건소 기능 및 조직 재정립 방안 연구’(장숙랑 등)는 ‘비정규직이 많은 (보건소) 인력구조로 주말 근무 등을 담당해야 하는 정규직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높았다’고 짚었다.

 

사망 전날인 9월14일도 여느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천 주무관은 아침 9시 출근해 밤 11시2분 퇴근했다. 한 확진자가 일행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밀접 접촉자 2명을 뒤늦게 파악했다. 그들에게 자가 격리를 통보하자, “왜 이제야 통보하느냐”며 30분 동안 욕설 섞인 항의가 쏟아졌다. 저녁에는 코호트 관리를 하고 있던 복지시설에서 추가 확진자가 확인됐다. 이 사실을 전하자 복지시설 관리자는 격리 기간이 길어진다는 사실에 격분해 소리를 지르고 전화를 끊었다.

 

끔찍한 분노의 말을 받아내고 바로 털어낼 방법을 누구도 천 주무관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이 나이 먹고 이런 취급을 받는 나 자신이 초라하다.” 천 주무관은 세수하고 자리로 돌아와 동료에게 읊조렸다. 그런 날들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고 천민우 주무관의 임용장. 유족 제공
고 천민우 주무관의 임용장. 유족 제공
분노시민 상대, 감정 번아웃…동료 “동선팀 가장 힘들었다”

 

짧은 공무원 생활 내내 천민우 주무관은 ‘덕분에 든든한’ 혹은 ‘통제하여 불쾌한’ 케이방역의 두 얼굴로만 살았다. 애초 4개월 정도면 순환근무를 통해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얼굴이다. 몇 차례 동료들과 용기를 내 순환근무를 요구해 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1년 하반기 확진자가 급증하자 상황실을 벗어날 길은 더 아득해졌다. “미친 사람처럼 울고불고해야 겨우 나갈 수 있는 곳이 상황실”(김민 노무사)이라고, 그때 방역 공무원들은 서로 말하곤 했다. “꼼꼼한, 책임감 강한, 일 잘하는, 싫은 내색을 잘 못하는, 배려심 많은”(동료 ㄴ) 천 주무관 같은 사람에게 한층 가혹했다. 그의 역할을 대체할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보건소를 비롯한 공공보건의료에 오랫동안 인색했던 예산 탓에 숙련된 보건 인력은 한정적이다. 2021년 기준 전국 지자체의 보건·의료 예산 비중은 1.67%에 불과했다. 김민 노무사는 “공공보건에 있어 국가의 크기를 한껏 줄여놓은 채 코로나19를 맞았고, 큰 국가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해진 특정한 사람이 그 부담을 짊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사람, 천민우. 감염병의 크기만큼 체계적으로 커지지 못한 국가를 대신해 체력·시간·감정을 갈아 넣다가 떠났다. 남은 동료들은 그의 자리에 영정 사진을 두고 울면서 일했다. 충격과 슬픔에도 확진자는 늘었다. 애도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가혹한 인력 부족도 여전했다. 2021년 11월이 되어서야 그나마 부평구 보건소 상황실 인원이 77명으로 늘었다. 정부는 2021년 816명, 2022년 757명의 보건소 정규 인력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늘어난 인력이 실제 현장에 오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미크론 확산을 따라 확진자는 더 급격하게 불어 업무 경감은 체감할 수 없었다.

 

케이방역의 얼굴을 한 공무원의 죽음은 천 주무관 이전처럼, 이후로도 이어졌다. 2022년 2월 전북 군산 공중보건의가 세상을 떠났다.

 

천 주무관이 떠나고 1주일 만에 맞은 2021년 추석. 김남순씨는 아들을 기리는 차례상을 준비했다. 혼자 있는 집에서 음식을 잔뜩 준비했다. “음식 해놓고 제가 깜빡 잠이 들었어요. 꿈에서 아들이 ‘엄마 나 밥 안 줄 거야?’ 했어요. 퍼뜩 깼어요. 신기하죠? 그렇게 얼굴 보게 되더라고요.” 언제나처럼 자랑스러운 아들 얼굴, 그대로였다. 다만 너무 짧은 순간이었다.

 

대전 인천/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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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12일 방사포 수발 발사...윤 대통령 부부는 영화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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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2/06/13 08:35
  • 수정일
    2022/06/13 08:3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06.13 07:09
  •  
  •  수정 2022.06.13 07:36
  •  
  •  댓글 0

북한이 12일 오전 방사포 수발을 발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5일 평양 순안 일대 등 4곳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을 발사한지 7일만이다. 

12일 밤 대통령실은 “우리 군은 오늘(6.12) 오전 08:07경부터 11:03경까지 북한의 방사포로 추정되는 수 개의 항적을 포착하였다”면서 “국가안보실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주재로 10:30부터 약 1시간 동안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어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하였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북한이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각종 무기체계를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앞으로 상황을 계속 점검하면서 차분하고도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이날 ‘안보상황점검회의’에는 김태효 제1차장, 신인호 제2차장, 임상범 안보전략비서관, 이문희 외교비서관, 백태현 통일비서관, 임기훈 국방비서관, 권영호 위기관리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회의 결과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거쳐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대통령실은 “통상 오늘처럼 사거리가 짧고 고도가 낮은 재래식 방사포의 경우 관련 사실을 수시로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오늘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국가안보실에서 기민하게 대응했으나 즉각 발표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북한의 발사는 전날 공개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국방력 강화”를 제촉하면서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하고, 남측에 대한 ‘대적투쟁’을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2일 오후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영화 '브로커'를 관람한 윤 대통령 부부. [사진제공-대통령실]
12일 오후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영화 '브로커'를 관람한 윤 대통령 부부. [사진제공-대통령실]

한편,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12일 오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영화 「브로커」를 관람했다. “칸에서 상을 받은 영화라서가 아니고, 생명의 소중함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해야 된다는 좋은 메시지를 주는 영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민들과 늘 함께 어울려서,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한 시민의 모습을 저도 좀 가져야 되지 않겠나”라고 ‘잦은 시민 접촉’의 이유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등 영화제 관계자들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우리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의 기조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고 확인하고 “현장에서 뛰시는 분들의 말씀을 잘 살펴서 영화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일이 있다면 팔을 걷어붙이고 열심히 도와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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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건드리면 화를 자초한다

[개벽예감 495] 자꾸 건드리면 화를 자초한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06/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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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미사일타격권과 미사일작전능력

2. 비행궤적을 포착하지 못했다

3. 지능핵로켓탄의 출현

4.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의 출현

 

 

1. 미사일타격권과 미사일작전능력

 

조선인민군 미사일에 관한 정보와 한미련합군 미사일에 관한 정보를 단순한 군사정보로 볼 수 없다. 그것은 언제 또 다시 무력충돌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정전-분단체제에서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생사운명에 관련된 중대한 군사정보이며, 미국이 이른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위장용어로 부르는 핵공격위험성에 직결된 민감한 군사정보다. 만일 조선인민군이 허약한 미사일작전능력을 가졌다면, 한미련합군은 북침전쟁계획을 실행에 옮겼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더라면 우리 민족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위태로운 정전체제 속에서 끊임없이 지속되는 조선인민군과 한미련합군의 무력대결은 사실상 미사일 대 미사일의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조선인민군 미사일에 관한 정보와 한미련합군 미사일에 관한 정보를 지난 10년 동안 수집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분류, 정리하여 자료화했다. 10년 전 작업을 시작할 때는 별반 특별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지만, 10년 동안 꾸준히 정리해놓았더니 방대한 분량의 자료가 축적되었다. 그것을 분석해보면, 이전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글의 길이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한미련합군 미사일에 관한 서술은 생략하고, 조선인민군 미사일에 관해서만 해설한다. 

 

조선인민군의 미사일타격권은 군사분계선을 기준선으로 하여 다음과 같이 4개 권역으로 구분된다. 

 

1차 타격권 - 200~800km (군사분계선 이남 전역)

2차 타격권 - 900~2,000km (일본렬도 전역)

3차 타격권 - 3,000~8,000km (미국의 해외령토인 괌, 알래스카, 하와이)

4차 타격권 - 9,000~15,000km (미국 본토 전역)

 

위에 열거한 4개 타격권은 정전상태가 깨지면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조선인민군이 공격을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가는 작전범위와 중첩된다. 이를테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조선인민군은 1차 타격권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1차 타격권은 그들이 말하는 ‘남조선해방전쟁’의 작전범위와 중첩된다. 

 

조선인민군이 실전배치한 다종다양한 미사일들은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은 정밀유도미사일이므로, 그들이 1차 타격권에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발사해도 비군사지역에 대한 피해는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노보로씨야해방작전을 수행하는 로씨야군은 정밀유도미사일을 되도록 아끼면서 무유도로켓탄을 위주로 화력타격전을 벌이고 있고, 그래서 본의 아니게 비군사지역에서 민간인 피해가 커졌는데, 조선인민군이 설정한 1차 타격권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만일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가 조선인민군의 ‘남조선해방전쟁’에 무력개입을 감행하여 전선이 확대되면, 조선인민군은 즉시 2차 타격권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미국이 상황을 오판하여 서태평양작전지대에 전진배치한 무력을 우리나라로 끌어들이면, 조선인민군은 즉시 3차 타격권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미국이 상황을 또 다시 오판하여 이른바 ‘확장억제’라는 위장용어로 부르는 핵공격을 조선에 가하면, 조선인민군은 즉시 4차 타격권에 강력한 보복핵공격을 가할 것이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순차적 미사일타격은 어디까지나 예상되는 씨나리오에 불과하다. 실전상황에서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돌발적인 사태들이 복잡하게 뒤엉킬 것이므로, 무력충돌은 2차 타격권으로 확대되지 않고 1차 타격권에서 종식될 가능성이 보인다. 그렇게 예단하는 까닭은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의 무력개입은 조선의 ‘남조선해방전쟁’이 아니라 중국의 대만해방작전에 집중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예상된다고 해도, 조선인민군은 1차 타격권에 발사할 미사일만 실전배치할 수는 없으므로, 위에 열거한 4개 타격권에 발사할 다종다양한 미사일들을 실전배치했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인민군이 실전배치한 미사일들이 다른 나라들에 실전배치된 미사일들처럼 범상한 것이 아니라, 조선의 독자적인 미사일기술로 설계, 제작되고, 우리나라의 작전환경에 최적화된 특수한 미사일들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조선인민군이 실전배치한 다종다양한 미사일들이 어떤 작전능력을 가졌는지를 살펴보면, 그 미사일들이 우리나라의 작전환경에 최적화된 특수한 미사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이 실전배치한 다종다양한 미사일들의 작전능력을 총괄적으로 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1) 핵탄두를 장착한 핵전투미사일

2) 서로 다른 타격대상에 조응하여 각이한 고폭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3)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은 정밀유도미사일

4)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적의 감시-정찰망을 따돌리는 미사일

5) 적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는 첨입능력을 가진 미사일 

6) 고도로 발전된 미사일사격술에 따라 사용하는 미사일

 

2022년에 들어오면서 조선인민군은 위에 열거한 여섯 가지 미사일작전능력을 여러 기회에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에 과시했다. 이를테면, 조선인민군은 2022년 상반기에 시험발사, 검수사격, 배합련사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각종 미사일을 동해 상공으로 쏘아올렸다. 이 글이 탈고된 2022년 6월 12일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 미사일발사일정을 보면, 시험발사는 1월 5일, 1월 11일, 1월 25일, 1월 27일, 3월 24일, 4월 16일에 6회 진행되었고, 검수사격은 1월 14일, 1월 17일, 1월 30일에 3회 진행되었고, 배합련사는 5월 25일, 6월 5일에 2회 진행되었다. 

 

2. 비행궤적을 포착하지 못했다

 

2022년 상반기에 진행된 여섯 차례의 시험발사, 세 차례의 검수사격, 두 차례의 배합련사는 저마다 특징과 중요성을 가졌는데, 그 중에서도 주목되는 것은 2022년 4월 16일 김정은 총비서가 참관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다. 그날 시험발사에 사용된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매우 중요한 군사전략적 가치를 지녔으므로, 김정은 총비서는 함경남도 함흥시 인근 발사현장에 나가 몸소 참관하였다. 

 

하지만 그처럼 중요한 군사전략적 가치를 지닌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등장했는데도, 무지몽매한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관심의 초점은 그날 시험발사에 사용된 발사체를 신형 전술미사일이라고 하지 않고,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부를 조선의 언론보도내용에 쏠린다. 미사일과 유도무기는 어떻게 다른가? 유도미사일(guided missile)이나 유도무기(guided weapon)는 유도비행을 하는 유도발사체(guided projectile)들인데,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유도발사체를 미사일이라 부르고,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유도발사체를 유도무기라고 부른다. 예컨대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유도폭탄(guided bomb)은 유도무기의 일종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조선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부대들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육군에 속하는 장거리포병부대들은 미사일이 아니라 견인포, 방사포, 박격포 같은 포를 운용하고,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미사일을 운용한다. 그런데 장거리포병부대들에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배치된다고 했으니,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전술미사일이 아닌 것이다.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전술미사일이 아니라면, 그 무기의 정체는 무엇인가? 2022년 4월 17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에 관해 간략하게 서술한 보도기사만 읽어보면, 그 사연을 알 수 없는데, 2022년 4월 26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실물을 보면 그 사연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열병식 보도사진에 나타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발사관 4문에 한 발씩 장입되었고, 발사관 4문은 3축6륜 발사대차에 탑재되었다. 직사각형 발사관의 입구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1m 정도로 보이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지름을 눈어림하면 70~80cm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기존 전술미사일을 3분의 2로 축소하여 소형-경량화한 발사체인 것이다. 탄체크기가 그처럼 작고, 탄체중량도 가벼우므로, 3축6륜 발사대차에 4문씩 탑재하고 매우 빠른 속도로 기동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헤아려보면, 소형-경량화된 전술유도무기는 미사일전문병들이 사용하는 미사일이 아니라 포병들이 신속, 간편하게 사용하는 유도로켓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지난 4월 17일 시험발사에서 사용된 유도발사체를 전술미사일이라 하지 않고, 전술유도무기라고 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로켓탄에는 유도장치가 없지만, 지난 4월 17일 시험발사에서 사용된 로켓탄에는 유도장치가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유도로켓탄을 지능로켓탄(smart rocket bomb)이라고 부른다. 

 

한국군 합참본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조선국방과학원이 시험발사한 지능로켓탄은 비행고도가 25km, 비행거리가 110km, 비행속도가 마하 4.0이었다고 한다. 이런 성능을 보면, 지능로켓탄은 대구경조종방사포와 일반로켓탄의 중간지대에 위치하는 무기로 생각된다. 

 

지능로켓탄은 매우 낮은 고도에서 유도비행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함경북도 화대군 앞바다에 있는 알섬으로 날아가 그 섬에 설치된 표적을 명중했다. 110km의 거리를 마하 4.0의 속도로 날아갔으므로, 비행시간은 1분 20초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지능로켓탄이 매우 낮은 고도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눈 깜빡할 사이에 날아갔기 때문에 한국군 미사일감시체계는 지능로켓탄이 발사된 것을 탐지하지 못했고, 미국군 미사일감시체계만 그것을 탐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험발사 다음날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보도하자 한국군 합참본부는 깜짝 놀랐다. 그래서 그들은 미국군으로부터 넘겨받은 정보자료를 가지고 뒤늦게 조선의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에 관한 발표자료를 내놓을 수 있었다. 이런 사정을 보면, 한국군 미사일감시체계는 지능로켓탄의 비행궤적을 포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지능로켓탄을 발사해도, 한국군은 그것이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3. 지능핵로켓탄의 출현

 

정말 놀라운 것은, 조선의 지능로켓탄에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는 사실이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지능로켓탄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술핵운용의 효과성과 화력임무다각화를 강화하는 데서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보도함으로써 그 로켓탄에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혔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날 김정은 총비서는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현장에서 참관하면서 “나라의 방위력과 핵전투무력을 더한층 강화하는 데서 나서는 강령적인 가르치심을 주시였다”고 했는데, 이런 보도내용은 지능로켓탄에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국방과학원이 개발한 지능로켓탄은 지능핵로켓탄인 것이다. 

 

지능핵로켓탄이라는 개념은 세계무기발전사에 처음으로 나오는 생소한 개념이다. 지능핵로켓탄은 기술공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조선의 미사일공학자들이 전술미사일을 3분의 2 크기로 소형-경량화하여 지능로켓탄을 만들었고, 조선의 핵과학자들이 거기에 장착하는 극소형 전술핵탄두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극소형 전술핵탄두(ultra-minimized tactical nuclear warhead)는 어떤 핵무기인가? 폭발력이 10킬로톤(kiloton) 이하인 핵무기는 소형 핵탄으로 분류되고, 폭발력이 1킬로톤 이하인 핵무기는 극소형 핵탄으로 분류된다. 폭발력 1킬로톤은 일반폭약(TNT) 1,000톤의 폭발에너지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서, 극소형 핵탄두는 일반폭약 900톤 정도의 폭발력을 내는 핵무기인 것이다. 

 

그런 극소형 핵탄을 만들려면, 고폭장약기술을 고도로 발전시켜야 하고, 중성자발생장치를 비롯한 정밀한 핵탄부품을 설계, 제작해야 하는데, 조선의 국방과학자들은 그런 최첨단 핵무기제조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선의 미사일공학자들과 핵과학자들이 세계무기발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능핵로켓탄을 만들어낸 동기는 무엇인가? 조선의 핵과학자 조형일은 2016년 3월 13일 <조선의오늘>에 실린 보도기사에서 극소형 전술핵탄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핵무기의 폭발력이 크다고 다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전선과 후방, 적아 쌍방 간에 엄격한 계선이 없이 립체적으로 벌어지는 현대전에서 폭발력이 큰 핵무기를 쓰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것은 바로 군사적 목적달성을 위한 핵무기사용에서 보다 높은 효과성을 얻기 위해서이다.”

 

전투종심이 매우 짧고, 쌍방의 무력이 밀집된 우리나라 작전환경에서는 폭발력이 큰 전략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폭발력을 극도로 축소한 전술핵무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지능핵로켓탄인 것이다.   

 

미국은 지난날 핵포탄을 만들었다. 미국 육군은 1963년부터 1992년까지 W48 핵포탄을 실전배치했었다. 155mm 야포에서 발사하는 W48 핵포탄은 무게가 43kg, 길이가 86cm, 폭발력이 0.072킬로톤(72톤)이었다. 그런데 W48 핵포탄은 사거리가 14km밖에 되지 않았다. 폭발력이 너무 약하고, 사거리가 너무 짧고, 비행속도가 느린 핵포탄은 폭발력이 크고, 사거리가 길고, 비행속도가 빠른 장거리포탄, 방사포탄, 미사일이 등장하는 현대전에서 쓸모가 없어져 도태되었다. 그에 비해, 조선이 만들어낸 신형 지능핵로켓탄은 폭발력이 매우 강하고, 사거리가 매우 길고, 비행속도가 매우 빠르고, 정밀타격능력을 가진 새로운 개념의 극소형 핵탄이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지능핵로켓탄의 폭발력은 900톤으로 추정되는데, 실제로 900톤의 폭발력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1977년 11월 11일 전라북도 이리역(현재 익산역)에서 화물렬차에 실린 폭약 40톤이 폭발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는데, 폭발사고로 반경 500m 안에 있는 건물 9,500여 채가 파괴되었고, 사망자가 59명, 부상자가 1,343명이었고, 기관차 5량, 화차 74량, 객차 21량, 전동차 4량, 기중기 1량이 파괴되었다. 폭심지에 생겨난 거대한 폭발구는 지름이 30m, 깊이가 10m나 되었다. 40톤급 폭약이 그처럼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으니, 900톤급 지능핵로켓탄이 터지면 그보다 22배나 더 강한 폭발력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므로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부대가 지능핵로켓탄 1발을 쏘면, 전방에 배치된 한국군 1개 군단을 전멸시킬 수 있으며, 강화콘크리트로 견고하게 구축된 지하전쟁지휘소도 날려보낼 수 있다. 한국 육군에는 8개 군단이 있고, 한국군에는 3개의 주요지하전쟁지휘소가 있다. 이전에는 한국 국방부가 사용했고,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이 사용하는 용산 청사도 주요지하전쟁지휘소들 가운데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에 있는 지하전쟁지휘소가 반지하로 설계되어 미사일공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용산에 있는 견고한 지하전쟁지휘소로 서둘러 입주했는데, 그런 비상조치도 지능핵로켓탄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지능핵로켓탄이 매우 낮은 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한국군 전방부대들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부대가 마하 4.0 속도로 날아가는 지능핵로켓탄을 쏘면, 불과 몇 초 뒤에 한국군 전방부대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군 미사일감시망이 지능핵로켓탄을 포착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설령 한국군 미사일감시망이 운좋게 지능핵로켓탄을 포착해도 마하 4.0 속도로 날아오는 지능핵로켓탄을 1분 안에 요격할 방도가 없다. 이런 사실을 생각하면, 한미련합군은 지능핵로켓탄을 발사하는 조선인민군을 상대로 전쟁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4.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의 출현 

 

2022년 5월 25일 서울-도꾜 순방을 마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기에 몸을 싣고 워싱턴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도꾜에서 이륙한 대통령 전용기가 북극항로를 지나 캐나다 상공에 들어섰을 때, 대통령 전용기 통신실로 급전이 날아들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평양국제비행장 인근에서 동해쪽으로 미사일 3발을 연속발사했다는 소식이었다. 이것은 조선인민군이 귀로에 오른 미국 대통령의 뒤통수를 후려친 것 같은 충격사건이었다. 한국군 합참본부와 일본 방위성이 각각 발표한 바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연속발사한 미사일 3발 가운데 제1탄은 비행고도 550km, 비행거리 360km, 비행속도 마하 8.9였다고 한다. 제2탄은 비행고도 50km, 비행거리 750km, 비행속도 마하 6.5였고, 제3탄은 비행고도 60km, 비행거리 760km, 비행속도 마하 6.6이었다고 한다.  

 

그날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고각으로 발사한 제1탄은 550km 높이까지 올라갔는데, 그것을 정상각으로 발사하면 탄도정점고도는 240km 정도가 된다. 탄도정점고도가 240km 정도면, 사거리는 약 1,000km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미사일타격권 4개 권역 가운데서 1차 타격권을 공격할 때 사용할 탄도미사일을 동해쪽으로 쏘아올린 것이다. 1차 타격권은 군사분계선 이남 전역을 포괄한다. 그날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동해쪽으로 쏘아올린 제2탄과 제3탄은 비행고도, 비행거리, 비행속도가 거의 비슷한데, 이것은 제2탄과 제3탄이 동일한 종류의 미사일이었음을 말해준다. 

 

흥미로운 것은, 제2탄이 고도 20km에서 소실되었다는 한국군 합참본부의 성급한 발표가 언론에 보도되었다는 사실이다. 소실되었다는 말은 미사일추적레이더에 나타난, 미사일의 비행위치를 나타내는 광점(point of light)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군 합참본부가 성급하게 발표한 것과 다르게, 일본 방위성은 제2탄이 50km 고도에서 750km를 날아갔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일본자위대가 운용하는 미사일감시망은 제2탄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포착했는데, 한국군이 운용하는 미사일감시망은 제2탄을 잠깐 포착했다가 놓쳐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놓친 것일까? 

 

이 의문을 풀어준 것은 미국군이 운용하는 미사일감시망이다. 2022년 5월 27일 미국 언론매체 <CNN>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5월 25일에 쏘아올린 제2탄의 비행궤적은 “이중궁형(double arc)”으로 나타났는데, 그런 비행궤적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비행궤적이라고 한다. 이중궁형 비행궤적은 활처럼 휘어진 궤적이 비행 중에 두 차례 나타났다는 것을 뜻한다.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처음 보는 이중궁형 비행궤적을 정확히 설명하지는 못하면서도,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쏘아올린 미사일이 궁형 궤적에 따라 1차 비행을 한 다음, 미사일에서 분리된 비행체가 궁형 궤적에 따라 2차 비행을 한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했다는 것이다. 궁형 궤적에 따라 비행하는 것을 변곡비행이라 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2022년 5월 25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동해쪽으로 쏘아올린 제2탄은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의 비행속도가 마하 6.6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미사일에서 분리된 비행체가 마하 6.6의 극초음속으로 변곡비행을 했다면, 그 비행체에는 스크램젯 엔진(scramjet engine)이 달린 것이다. 만일 비행체에 터보젯엔진(turbojet engine)이 달렸다면, 비행속도가 마하 3을 넘지 못한다. 마하 6.6의 극초음속으로 날아가는 비행체에는 반드시 스크램젯 엔진이 달려있는 것이다. 

 

스크램젯 엔진을 만드는 것은 기술공학적으로 매우 어렵고, 스크램젯 엔진을 장착한 비행체를 만드는 것은 기술공학적으로 더욱 어려운데, 조선은 그런 최첨단기술을 보유했다. 경이적인 일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경이적인 현상은 2022년 6월 5일에 나타났다. 그날 조선인민군은 평양국제비행장 인근, 평안남도 개천시 인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함경남도 함흥시 인근에서 동해쪽으로 35분 동안 8발의 미사일을 연속사격했다. 4개 발사점에서 8발의 미사일을 연속발사했다는 말은 1개 발사점에서 미사일을 2발씩 네 차례 쏘았다는 뜻이 아니라, 4개 발사점에서 4발의 미사일을 연속사격한 다음, 또 다시 4발의 미사일을 연속사격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초탄 4발을 연사하고, 잠시 후에 제2탄 4발을 또 연사한 것이다. 

 

그날 조선인민군은 미사일 8발을 육지에서 동해쪽으로 발사했는데, 함경남도 함흥시 인근에서 동해 상공으로 발사한 미사일 2발이 비행거리가 가장 짧은 미사일이다. 비행거리가 짧으면, 비행고도도 낮다.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미사일 8발 가운데 가장 짧은 비행거리는 110km로 나타났고, 가장 낮은 비행고도는 25km로 나타났다. 그처럼 짧은 비행거리와 그처럼 낮은 비행고도로 날아간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지능핵로켓탄이다. 그러므로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는 함흥시 인근에서 지능핵로켓탄 2발을 동해쪽으로 쏘아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도 25km에서 낮게 날아가는 지능핵로켓탄은 지구곡률(earth curvature)에 가려지기 때문에 동해 너머에 있는 일본에서는 그처럼 낮게 날아가는 지능핵로켓탄을 포착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본 방위성은 조선이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고 처음에 발표했다가, 그로부터 5일이 지난 뒤에 조선이 미사일 8발을 발사했다고 수정했다. 하지만 일본 방위성은 자기들의 미사일감시체계가 포착하지 못한 2발이 미사일이 아니라 지능핵로켓탄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지능핵로켓탄 2발 다음으로 비행거리가 짧은 미사일은 350~400km를 날아갔다. 2022년 1월 17일 조선인민군이 평양국제비행장 인근에서 검수사격으로 발사한 전술유도미사일 2발은 비행고도 42km, 비행거리 380km였다. 전술유도미사일 2발은 활공도약비행으로 날아가 함경북도 화대군 앞바다 알섬에 설치된 작은 표적에 명중했는데, 그로써 미사일방어망 첨입능력과 정밀타격능력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러므로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이 평양국제비행장 인근에서 발사한 미사일 2발은 전술유도미사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이 운용하는 전술유도미사일의 공식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언론매체들은 그 미사일을 '조선판 에이태큼스(ATACMS)'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미국 국방부는 'KN-24'라는 자의적 명칭으로 부른다. 미국 육군이 운용하는 지대지단거리미사일 에이태큼스는 육군전술미사일체계(Army Tactical Missile System)의 영어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명칭인데, 사거리는 300km이고, 비행고도는 50km이고, 정밀타격능력이 있다.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미사일들 가운데 전술유도미사일보다 비행거리가 긴 미사일은 철도기동미사일이다. 2022년 1월 14일 조선인민군이 평안북도 피현군에서 검수사격으로 발사한 철도기동미사일 2발은 비행고도가 36km, 비행거리가 430km였다. 철도기동미사일 2발은 활공도약비행으로 날아가 함경북도 화대군 앞바다 알섬에 설치된 작은 표적을 명중했는데, 그로써 미사일방어망 첨입능력과 정밀타격능력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러므로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발사한 미사일 2발은 철도기동미사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이 운용하는 철도기동미사일의 공식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언론매체들은 그 미사일을 ‘조선판 이스칸데르(Iskander)’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미국 국방부는 'KN-23'이라는 자의적 명칭으로 부른다. 이스칸데르는 로씨야군이 운용하는 지대지단거리미사일인데, 사거리는 400~500km이고, 비행고도는 50km 이하이고, 정밀타격능력이 있다.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이 동해쪽으로 발사한 미사일들 가운데 비행거리가 가장 긴 미사일은 670km를 날아간 미사일이다. 2022년 5월 25일 조선인민군이 평양국제비행장 인근에서 동해쪽으로 발사한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 2발은 비행고도가 50~60km, 비행거리가 750~750km였다. 이런 사정을 보면,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은 평안남도 개천시 인근에서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 2발을 발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요약하면,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은 서로 다른 네 지역에서 지능핵로켓탄 2발, 전술유도무기 2발, 철도기동미사일 2발,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 2발을 연속사격한 것이다. 이런 미사일발사방식을 원격다종배합련사라고 말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네 지역에서 발사된 지능핵로켓탄 2발과 미사일 6발은 모두 극소형 핵탄두 또는 고폭탄두를 장착하고,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고,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적의 감시-정찰망을 따돌리며, 적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는 첨입능력을 가진 위력적인 화력타격수단들인데, 거기에 원격다종배합련사라는 고도로 발전된 미사일사격술까지 더해졌다. 조선인민군이 발사하는 지능핵로켓탄, 전술미사일, 철도기동미사일,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은 한미련합군의 반항공요격망을 뚫고 들어가지만, 한미련합군이 발사하는 전술미사일은 조선인민군의 반항공요격망에 걸린다. 

 

지능핵로켓탄, 전술미사일, 철도기동미사일,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은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1차 타격권으로 발사하여 한미련합군을 제압할 실전무기들이다. 2022년 6월 5일에 실시된 원격다종배합련사에서 조선인민군은 서로 멀리 떨어진 4개의 발사점에서 동해쪽으로 8발만 쏘았지만, 전시에는 400개의 발사점에서 극소형 핵탄두 또는 고폭탄두를 장착한 800발을 불우박처럼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정을 보면, 조선인민군이 한미련합군을 압도하는 화력타격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9년 8월 5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며칠 전 남조선의 국방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우리의 무기현대화를 도발과 위협으로 간주하고, 만일 우리가 도발과 위협을 계속하면 우리 군대를 적으로 규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남조선군은 우리 군대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조선인민군을 적으로 규정하였을 뿐 아니라, “북의 어떤 도발에도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테면, 2022년 6월 5일 조선인민군은 지능핵로켓탄, 전술미사일, 철도기동미사일, 이중궁형 변곡비행미사일을 원격다종배합련사방식으로 동해 상공을 향해 쏘았는데, 한미련합군은 6월 6일 새벽에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 8발을 동해쪽으로 발사했고, 6월 7일 오전에는 한미련합군 전투기 20대가 서해 공역에서 공중무력시위를 벌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6월 6일 한국군은 무력시위에서 7발을 쏘았는데, 주한미국군은 1발만 쏘았고, 6월 7일 한국군은 전투기 16대를 무력시위에 참가시켰는데, 주한미공군은 전투기 4대만 참가시켰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한국군이 대북무력시위에 부쩍 열을 올리는 반면, 주한미국군은 조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군의 교전권을 장악한 미국군은 몸조심을 하는데, 교전권도 없는 한국군은 대북무력시위에 나서서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군은 미국의 ‘확장억제공약’만 믿고 대북무력시위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군이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을 믿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을 없으며, 자기를 압도하는 화력타격력을 가진 조선인민군을 자꾸 건드리는 것은 무력시위가 아니라 화를 자초하는 경솔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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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존안자료’ 발언에 조선일보 “정보 누설”

  • 기자명 금준경 기자 
  •  
  •  입력 2022.06.13 07:39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화물연대 파업 협상 지지부진, ‘정부 특고 외면’ vs ‘자영업자 산업계 절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에 주요 인사들의 인물 정보를 담은 ‘존안자료’가 보관돼 있다고 폭로해 논란이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원에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분들 존안 자료, ‘X파일’을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원 ‘존안자료’ 발언, “조속히 폐기” vs “정보 누설”

13일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는 상반된 사설을 냈다. 우선 경향신문은 ‘구시대 잔재 ‘국정원 존안자료’ 조속한 폐기 옳다’ 사설을 내고 “국정원직원법 위반 시비가 일지만, 비밀로 치부돼 온 국정원 존안자료 실체를 전직 국정원 수장이 공증한 격”이라고 했다. 폭로 발언으로 인한 ‘법 위반’ 소지보다 ‘존안자료’ 문제에 주목한 것이다.

▲ '김현정의 뉴스쇼' 갈무리
▲ '김현정의 뉴스쇼' 갈무리

경향신문은 “존안자료는 그대로 두면 권력자로 하여금 활용하려는 욕망을 부추기고 정보기관의 불법 행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여야는 박 전 원장이 공론화한 국정원 존안자료를 조속히 폐기하기 바란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업무상 취득 정보로 정치 희화화시키는 전 국정원장’ 사설을 통해 해당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이 자료를 폐기하자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지만 전직, 그것도 직전 국정원장이 재직 중 들여다본 정보를 누설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위법 여부를 떠나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누설하지 않는 것은 정보기관 출신의 기본적인 직업 윤리”라고 비판했다.

▲ 13일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사설
▲ 13일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사설

 

‘정부 특고 외면’ vs ‘자영업자 산업계 절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전 차종, 전 품목 확대 적용을 요구하며 벌인 총파업이 6일차를 맞았다.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는 네차례 협의를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주인, 운수사업자, 화물기사, 공익위원이 매년 모여 화물운송의 적정한 운임을 정하는 제도로 2020년 시행됐으나 올해 말 일몰(폐지)을 앞두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도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고, 적정한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에 관한 정부의 책임’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경향신문은 “사태 본질은 화물연대 조합원 상당수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데 있다”며 “하지만 정부는 화물차주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라면서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고 강경 대응만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 13일 한겨레 기사 갈무리
▲ 13일 한겨레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정부여당이 대선 때 사각지대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과 이번 총파업 대응이 상반된다는 지적도 있다”며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특고 플랫폼 노동의 사각지대 해소’를 명시한 점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번복’한 점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안전운임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타결 직전 안전운임제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합의를 번복했고, 국토부가 국민의힘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의 발언을 전했다.

▲  13일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 13일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이런 가운데 보수·경제 신문들은 경제 전반의 피해를 부각하며 화물연대 파업에 부정적 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중앙일보는 ‘화물연대 파업에 부품난...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 70% 감소’ 기사를 내고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출에 지장이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동아일보는 ‘화물연대 파업에 식당 소주품귀 우려... ‘이제야 손님 오는데’ 한숨’ 기사를 통해 화물연대 파업이 산업계 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한국경제는 ‘정부, 업무개시명령 발동해야 피해 눈덩이 산업계의 절규’사설을 통해 산업계 입장을 비중 있게 전했다. 

치솟는 물가에 “인플레 팬데믹”

13일 아침신문들은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 ‘인플레 팬데믹... OECD 38국 물가 9.2% 뛰었다’ 기사를 내고 블룸버그를 인용해 “120개 국가 가운데 91개 국가의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5% 이상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한국도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5.4% 올라 약 1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고 했다. 

▲ 13일 신문 1면 모음
▲ 13일 신문 1면 모음

조선일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 이후 경제활동 재개로 인한 공급망 차질, 기상 악화가 초래한 곡물 생산량 감소 등이 겹치면서 세계 경제를 덮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의 불길이 더 커지고 더 많은 국가로 번지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인플레에 발목 잡힌 세계 경제... 국내도 동반 침체 ‘경고음’’ 기사를 통해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은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국내 경제가 본격적으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또한 경향신문은 ‘가격 상승률, 치킨 > 짜장면 > 떡볶이’ 기사에서 “서민 외식물가의 인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올해 들어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치킨”이라고 했다. 외식물가지수에 따르면 39개 외식품목 가격이 모두 지난해 말보다 올랐는데 치킨(6.6%)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이어 짜장면(6.3%), 떡볶이(6.0%), 칼국수(5.8%), 짬뽕(5.6%) 순으로 나타났다. 

대구방화사건, 발인 소식 지역신문 1면에

대구경북지역 주요 신문들은 1면에 대구 수성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 희생자 발인 소식을 다뤘다. 매일신문은 1면에 “장례식과 화장장은 흐느끼는 유족들과 지인들의 슬픔으로 가득했다”며 상황을 전했다. 영남일보 역시 1면에서 “이날 발인식은 눈물바다 그 자체였다”고 했다. 앞서 9일 민사소송 1심에서 패소한 용의자가 상대 의뢰인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질러 7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 13일 매일신문 1면 갈무리
▲ 13일 매일신문 1면 갈무리

대구신문은 사설을 통해 “사법 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보복테러”라며 “이러한 법조테러가 계속 발생한다면 변호사의 정당한 변론 활동이 계속될 수가 없고 나라의 법체계도 유지될 수가 없다”고 했다. 경북일보 역시 사설에서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사회 전반에 합리성이 회복돼 소송 공화국, 갈등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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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자컴퓨터' 연구 1세대 과학자 "삼성도 하기 힘들다. 그러나…"

[최준석의 과학자 열전] KIAS 김재완 계산과학부 교수, 양자컴퓨터를 한국에 전도한 물리학자

 

 

 

<프레시안>이 독자들과 '과학 이야기'를 나누고자 새롭게 '최준석의 과학자 열전'을 연재합니다.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는 '문과' 출신으로 최근 수년간 '과학책 읽기'에 푹 빠진 중견 언론인입니다.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저자인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는 매주, 혹은 격주로 한국의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며, 한국의 과학자와 과학의 최신 트렌드에 대해 독자들과 알기 쉬운 언어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에서 흥미로운 '과학 컨텐츠'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편집자 

서울 홍릉에 있는 고등과학원(KIAS, Korea Institute for Advanced Study)을 지난 6월 3일 찾아갔다. 김재완 계산과학부 교수 겸 고등과학원 부원장을 만나러 갔다. 김재완 교수는 양자정보과학자다. 그는 한국에 양자컴퓨터와 양자정보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1세대 연구자이다. 고등과학원의 김재완 교수 인터넷 홈페이지는 김재완 교수의 연구 분야를 '양자컴퓨터와 양자정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런 설명도 보인다. 

"양자물리학은 반도체나 레이저처럼 정보 처리를 위한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원리뿐만 아니라, 정보 그 자체를 다루는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의 원리로도 쓰이게 되었다." 

김재완 교수의 방안에는 책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그는 "나는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에 관한 연구에 가장 관심이 있다"라며 주요 연구 키워드는 '양자 정보' '큐디트(qudit)'라고 했다. '양자 얽힘'은 많이 들어봤다. 양자 세계에서 일어나는, 즉 일상세계에서는 보기 힘든 물리 현상이다. '큐디트'는 처음 듣는 용어다. '큐비트'와 용어가 비슷한 걸로 보아, 두 개를 관통하는 원리가 있어 보인다. 

김 교수는 "큐디트 얽힘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그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연구했다. 그걸 실험으로 구현해볼 사람을 찾았지만 한국에서는 실험을 해주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험가가 아니라, 이론가다. 큐디트가 무엇인지는 천천히 물어보기로 하고, 일단 그의 애기를 들었다. "양자컴퓨터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야기한 세대이시냐."라고 물었다. 이에 김재완 교수는 "이제 그 이야기를 해주겠다."라고 했다.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김재완 교수 ⓒ최준석 
 
 
한국 양자정보과학의 1세대 연구자 "자유 의지' 나를 과학으로 이끌었다"

 

원래 물리학을 좋아했다. 그리고 대학 입시를 앞둔 직전인 1976년 부산 집에서 구독하던 신문 기사를 보고 물리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그때 신문 기사를 그는 자신의 고등과학원 7동 3층 연구실의 출입문 쪽 벽면에 붙여놓았다. 김 교수가 그걸 떼어 와서 보여줬다. 1976년 12월 16일자 중앙일보 4면 기사다. 기사 제목은 '양자역학 50돌, 뉴튼 역학 뒤엎다'.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01-1976)가 불확정성원리를 발견한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과학사학회가 심포지엄을 열었고, 거기에서 나온 논문 두 개의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다.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의 아버지 중 한 명이다.

17세기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시작한 고전물리학은 '결정론'이고, 결정론에 따르면 우주는 탄생의 순간부터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 하이젠베르크가 1927년에 내놓은 불확정성원리는 뉴턴의 결정론적인 세계관을 무너뜨렸다. 원자 수준의 미시세계를 들여다보니, 정해진 것 없다는 걸 하이젠베르크는 알아냈다. 가령, 입자 한 개의 운동량이나 위치를 측정하려 해도 정확한 값을 알아낼 수 없으며, 특정한 값을 얻어낼 수 있는 확률만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김재완 교수가 고등학교 3학년 대입입시철이 다되어 본 중앙일보 신문 기사. 이 기사를 보고 그는 물리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김재완 교수가 양자물리학을 소개한 기사에 학창 시절 매료된 건 '자유의지'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런 일이 있었다. 그가 다닌 부산 대동고등학교는 개신교가 설립했다. 칼뱅을 따르는 개신교 장로교는 '예정론'이라는 종교관을 갖고 있다. 그가 학교 수업시간에 들은 목사님 얘기에 따르면, 각 개인들이 어떻게 살아갈지가 세상이 끝날 때까지 다 정해져 있다. 지옥에 갈지, 천국에 갈지가 다 결정되어 있다. 김재완 학생은 '저 말이 사실이라면 성당에 다니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성당에 가서 신부에게 물었다. 그는 가톨릭 신자다. 그랬더니 신부님이 "교회에서 말하는 예정론은 틀렸다. 천주교회는 하느님이 천지창조 때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다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해줬다. 김재완 교수는 "나는 자유의지에 관심이 많았고, 자유의지가 지금도 나의 화두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 1977학번이다. 2학년 때 물리학과에 진학해 과대표를 했고, 3학년 때 서울대 가톨릭학생회를 만들었다. 그를 잘 아는 지인에 따르면, 그는 신부가 되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재의 부인(서해영 씨, 서울대 미생물학과 77학번, 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을 알게 되면서 생각을 접었다. 

결혼하고 1985년 미국 텍사스의 휴스턴대학교(University of Houston) 대학원 물리학과로 유학을 떠났다. 부인은 휴스턴의 명문 의과대학교인 베일러 의과대학교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김재완 박사과정 학생의 유학은 험난했다. 지도교수를 두 번이나 바꿨다. 한 번 바꿔도 박사공부가 힘들어지는 데, 두 번이라니. 적지 않은 자연과학자를 취재했으나, 지도교수를 두 번 바꾼 경우는 처음 본다. 

휴스턴에서 처음에는 입자물리학 실험을 공부했다. 실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입자물리학은 자연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연구하며, 그 답으로 표준모형이라는 걸 내놓았다. 표준모형에 따르면 우주는 17개 입자로 만들어졌다. 김재완 학생은 표준모형에 나오는 입자 관련 실험(경입자 수 lepton number 보존 관련)을 했다. 실험을 위해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뉴멕시코주에 있는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를 오가야했다. 로스알라모스는 미국이 원자폭탄을 개발했던 곳이다. 김재완 교수가 참여한 실험은 MEGA(Muon decays into an Electron and a GAmma ray)실험이었다. 새로운 입자검출기를 만드는 일이 너무 어려웠다. 3년이란 시간을 보냈지만, 본 실험은 시작도 못하고 있었다.(김재완 교수가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까지 본 실험은 시작도 못했다.) 

이때 휴스턴대학교 물리학과에 새로 온 교수가 김재완 학생에게 같이 연구해 보자고 제안해왔다. 그는 '비선형 동역학 및 카오스' 전문가인 로버트 H.G. 헬리먼(Helleman) 교수. 미국 정부는 당시 텍사스 웩서헤치에 거대한 입자가속기(SSC)를 짓고 있었다. 입자물리 실험을 위한 시설이다. 지구촌 최대의 입자가속기를 만들기 위해 미국 정부는 입자물리학자와, 가속기 물리학자들을 모았는데, 입자물리학과 얼핏 관련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그중에는 있었다. 그의 두 번째 지도교수인 헬리먼 박사가 그런 사람이었다. 김재완 교수 설명을 들어본다. 

"입자가속기 안에서 입자 다발이 광속에 가깝게 빠른 속도로 돈다. 입자를 많이 만들어 가속기에 집어넣는데, 몇 초 만에 그 안을 몇 천 만 번 돌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집어넣은 입자들을 다 잃어버릴 거라는 얘기가 있었다. 카오스 현상 때문에 입자다발의 궤도를 제대로 추정하기 힘들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래서 비선형 동역학과 카오스 연구자인 핼리먼 교수가 입자가속기 디자인을 돕기 위해 텍사스로 온 거다. 헬리먼 교수는 휴스턴대학에 와서 양자역학을 가르쳤다. 내가 그 과목을 들었고, 성적이 제일 좋았다. 그분이 내게 같이 연구하자고 했고, 나는 MEGA 실험이 언제 끝날지 몰라 안 되겠다고 싶어, 비선형 동역학 연구로 돌아섰다. 카오스의 특징이 뭐냐면 초기 조건이 중요하다는 거다. 초기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카오스는 내가 보기에는 장로교의 예정론과 똑같았다. 신만이 운명을 알고 있을 뿐이며, 우리는 그걸 계산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 헬리먼 교수가 한 카오스 연구는 '결정론적 카오스' 이론이다. 나는 헬리먼 교수에게 당신의 결정론적 카오스 이론이 양자물리학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왜냐면 양자물리학은 불확정성원리에 따라 결정론을 배격하기 때문이다. 결정론적 카오스 이론과 양자물리학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 그게 뭔지를 알고 싶었고, 이때부터 나는 두 개가 만나는 연구 분야인 양자 카오스(Qauntum chaos)를 공부하게 되었다. 이때가 1989년 1월이었다." 

'양자 카오스'라는 용어는 낯설다. 김재완 박사과정 학생은 그해 여름 프랑스 알프스의 휴양지 샤모니 인근에서 열린 여름 물리학 학교에 갔다. 알프스 여름 물리학 학교는 우수한 대학원 학생과 박사후연구원들을 최고의 연구자들이 몰려와 가르치는 걸로 유명하다. 김재완 교수가 당시 자신이 참석했던 프로그램 관련 자료를 갖고 와서 보여줬다. 르주쉬 여름학교(Les Houches Summer School)라고 쓰여 있고, 여름학교는 1989년 8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열렸다고 되어 있다. 참석자들이 같이 찍은 사진도 있다. 이 해의 토픽이 '카오스와 양자 물리학'이었고, 주제를 보고 헬리먼 교수가 김재완 학생을 미국 텍사스에서 유럽으로 보내준 거였다. 한 달 간의 알프스 여름학교가 끝나갈 때쯤 휴스턴에서 첫 아이가 태어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3년 공부하고 또 지도교수를 바꿔야 했다. 어느 날 휴스턴대학교 대학원 물리학과장이 불러서 갔더니 '당신 졸업하고 싶으면 핼리먼 밑에서 연구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장학금 줄 수 없다.'라는 식으로 위협했다. 헬리먼 교수가 연구는 잘 하는데 너무 거만한 게 문제였고, 학과 동료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 그게 불씨가 된듯했다.

▲미국 휴스턴대학 박사과정 시절 지도교수였던 WP Su 교수

1991년 고체물리학 이론을 하는 대만계 우페이 수(Wu-Pei Su, 蘇武沛) 교수를 세 번째 지도교수로 택했다. 전도성 고분자를 연구했다. 플라스틱인데 전기가 통하는 게 '전도성 고분자'다. 우페이 수 교수는 대학원생 때 중요한 연구 업적을 남겼다. 전도성고분자 이론에 SSH모델이 있다. 전도성 고분자에서 나오는 발광, 그러니까 요즘 디스플레이로 사용되는 OLED같은 것에 SSH 모델이 기여했다. SSH(Su-Schrieffer-Heeger)의 맨 앞의 'S'가 우페이 수 교수의 S다.(※참고로 두 번째 S는 존 슈리퍼이고 그는 초전도 현상 연구로 노벨물리학상(1972년)을 받았다. H는 2000년에 노벨상을 받은 앨런 히거이고, 그는 전도성 플라스틱 발견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재완 학생은 1993년에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졸업 논문은 풀러린(Fullerene)의 흡광도를 계산한 걸로 썼다. 풀러린은 탄소 원자 60개가 축구 공 모양으로 결합해 생긴 분자다. 가장 비싼 물질이라고 얘기된다. 그리고 양자 카오스 연구도 했으니, 관련한 문제도 한 챕터에 집어넣었다. 

양자정보과학과의 만남은 학위를 받은 즈음에 있었다. 휴스턴대학교 우페이 수 교수 연구실에서 마지막으로 간 학회에서다. 1993년 이탈리아 북부의 휴양지로 유명한 코모 호수변에서 양자카오스 학회가 열렸다. 그곳에서 재밌는 걸 봤다. 1984년 양자암호를 발명하고, 1989년에는 동료들과 세계 최초의 양자암호 실험을 한 IBM의 찰스 베넷 박사가 양자전송(Quantum teleportation)이라는 걸 발표했다. 찰스 베넷은 양자 전송을 발명하고 논문을 처음 쓴 6인의 공저자 중 한 명이다. 1994년에는 미국 벨연구소의 응용수학자 피터 쇼(Peter Shor)가 양자 소인수분해 알고리듬을 발표하였다. 소인수분해가 어렵다는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RSA 암호체계가 큰 위기에 처한 셈이다. 다음 해인 1995년에는 양자 오류정정 방식이 발표되면서, 양자컴퓨터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1997년에는 양자전송 실험까지 성공하여 1990년대에 양자정보연구가 불붙기 시작했다. 

'계산을 위한' 새로운 알고리듬을 만드는 과학자 

우페이수 교수 연구실에서 1년을 더 박사후연구원으로 머물렀고, 1994년 한국에 돌아왔다. 삼성종합기술원에 몸을 담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는 '슈퍼컴퓨터 응용랩' 소속으로 일했다. 그가 휴스턴에서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한 바 있다. 삼성종기원에서는 프로그램 만들고, 또 한국에서 아마도 처음으로 병렬 컴퓨팅을 해본 세대가 되었다. 병렬컴퓨터는 당시만 해도 컴퓨터 500개를 돌린다고 하면 컴퓨터 칩이 500개 있는 것이고, 문제를 500개로 나눠서 풀었다. 그러니 칩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프로그램이 좀 복잡했다. 요즘은 간단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시작 단계여서 병렬컴퓨팅이 쉽지 않았다. 삼성에서 그렇게 해서 병렬컴퓨팅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병렬 컴퓨터 도입을 위해 미국에 갔다. 인텔에도 갔고,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도 갔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에 들러 물리학자들을 만났더니, 젊은 박사후연구원들이 양자컴퓨터에 대한 아이디어로 흥분해 있었다. 그걸 보고,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를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국해서 삼성종합연구원의 당시 원장이던 손욱 사장에게 보고했다. 손욱 사장이 '경영진 앞에서 세미나를 하라'고 지시했고, 발표를 했다. 결과적으로 양자컴퓨터와 양자 암호 연구를 삼성에서 시작하지 못했다. 카이스트의 양자정보학자인 이해웅 교수가 연구교수를 구한다는 걸 보고 2000년 삼성종기원에 2년 휴직원을 내고 카이스트로 갔다. 6년 만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갔다. 

이해웅 카이스트 교수와 논문을 같이 낼 수 있었다. '단일 광자 얽힘을 이용한 양자 원격 전송' 관련이었다. 논문은 미국 물리학회가 내는 학술지 '피지컬 리뷰 A'에 나왔다. 그때 마침 고등과학원에서 오라고 했다. 2002년 당시 고등과학원이 계산과학부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김대만 교수(반도체 소자 물리), 이주영 교수(단백질 접힘)에 이어 세 번째로 계산과학부에 합류했다. 그런데 계산과학은 무엇인가? 김재완 교수의 설명을 들어본다. 

"1990년대에 세계적으로 계산과학이라는 분야가 뜨고 있었다. 내가 삼성종기원에서 마지막으로 맡았던 보직명은 '계산과학 팀장'이었다. 앞서 삼성종기원에서 내가 처음 소속된 연구실이 '수퍼컴퓨터 응용 랩'이라고 했는데, 그 이름이 나중에 '컴퓨터 과학 엔지니어링 랩(Computational Science Engineering Lab)으로 바뀌었다. 컴퓨터가 나오면서 사람들이 손으로 계산하는 데 한계가 있으면 컴퓨터로 했다. 컴퓨터로 하는 시뮬레이션이 발전했다. 손으로 계산하는 걸 컴퓨터로 게산한다든가, 실험 상황을 그대로 모사해 보기 시작했고, 이렇게 컴퓨터 계산과학 분야가 등장했다. 내가 삼성에 있을 때 계산과학에 대해 개념 정리를 한 게 있다. 뭐나 하면, 계산과학이란 '계산(computation)에 의한 과학, 계산을 위한 과학'이다. 미국 대통령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1863년)을 흉내 내어 내가 지어낸 말이다. '계산에 의한 과학'은 시뮬레이션을 가리킨다. 그리고 '계산을 위한 과학'은 새로운 계산방법, 알고리듬을 만들거나 하드웨어를 만들어내는 연구를 말한다. 나는 '계산을 위한 과학' 연구를 하는 사람이다. 현재 계산과학부는 대학들에는 없고, 고등과학원에만 있다. 당시 김정욱 고등과학원 원장님, 그리고 명효철 교수님이 계산과학부를 만들었다. 원래는 이론 화학, 이론 생물학부를 만들려고 했으나, 이 분야는 실험과 가깝다. 이론 연구를 지향하는 고등과학원의 정체성과는 안 맞았다. 그래서 당시 미국에서 뜨고 있던 학문인 계산과학부를 만들게 되었다." 

김재완 교수는 현재 아시아 양자정보학회(AQIS) 운영위원장(Chair of Steering committee)으로 일하고 있다. 2023년에 AQIS학회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의 연구실 한 쪽에 관련 포스터가 붙어있다. 

▲김재완 교수는 언어학에 관심이 많다. 외국에서 온 제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해당 언어를 배우기도 했다. ⓒ최준석
▲6각형 바둑 게임원리를 만들었더니, 바둑판을 만들어 보낸 사람이 있었다. 6각형 바둑은 흥미로운 게임이라고 김재완 교수는 말한다. ⓒ최준석

'계산을 위한 연구' 분야에서 김재완 교수가 한 건 무엇인가? 고등과학원에 와서 양자정보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양자 정보 연구를 접을까 했다. 그가 200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노태곤 박사와 한국 최초의 양자 암호 전송에 성공한 직후 일이다. 비슷한 시기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문성욱 박사도 양자 암호 전송에 성공한 바 있다. 2008년인가 2009년쯤 정부 부처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연구를 그만 하셔야겠다."라는 말을 들었다. 연구비를 더 이상 주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당시 한국에서 유일하게 하는 양자 정보 관련 프로젝트였는데, 정부 부처가 개편되면서 연구비가 끊기고 말았다. 노태곤 박사도 그렇고, 그 말고 한국 양자정보 연구가 놓친 또 다른 인재가 있다. 전남대학교 물리교육과 황원영 교수다. 황원영 교수가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할 때 발명한 '바람잡이(decoy)'방식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양자암호 방식이지만, 그는 지금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 않다. 

김재완 교수는 "지금도 양자컴퓨터는 구현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물리학자들이 있다. 양자컴퓨터가 워낙 쉽지 않은 연구이고, 굉장히 도전적인 문제이다."라고 얘기했다. 미국의 구글이나 IBM같은 곳이나 양자컴퓨터 개발에 돈을 퍼부을 수 있다. 한국은 삼성도 하기 힘들다. 김 교수는 "그런데, 이런 걸 연구하다 보면 부차적(spin-off)으로 나오는 게 있다. 지난 10년새 나온 것 중에 하나가 양자 센싱, 즉 양자 계측 분야다."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는 가능할까…한국에서도 '현재 진행형' 

김재완 교수는 인터뷰 벽두에 자신의 양자정보학 관련 연구로 '큐디트'를 언급한 적 있다. 이제 큐디트 이야기를 들어볼 시간이다. 설명이 쉽지는 않으나, 시도해 본다. 큐디트에 앞서 큐비트부터 알아본다. 큐비트는 '비트'에서 용어가 왔다. 비트는 컴퓨터 연산을 위한 단위로 0과 1로 구성되어 있다. 0과 1의 사칙 연산으로 컴퓨터는 계산 값을 내놓는다. 그리고 큐비트는 양자컴퓨터를 위한 연산 단위다. 

"양자컴퓨터 혹은 양자 원격 전송을 할 때 사용하는 연산 단위가 큐비트다. 큐비트로 계산을 한다. 큐비트는 0과 1 두 기본 상태의 양자 중첩 현상을 이용하여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나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0, 1 뿐만 아니라 0, 1, 2, 3, 4, 5, 6, ...,11 이렇게 더 큰 숫자를 쓰자는 거다. 이렇게 하면 큐디트 하나로 12가지 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면 계산을 더 빨리 할 수 있고, 양자 원격 전송의 경우에는 더 큰 단위로 전송을 할 수 있다. 큐비트를 사용해서 예컨대 작은 분자를 전송한다고 하자. 큐비트가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큐디트를 사용하면 훨씬 적은 수로 보낼 수 있다. 정보를 압축할 수 있는 방법을 내가 고안해냈다. 다른 예로, 1024차원의 양자 시스템을 전송하는 걸 생각해 본다. 큐비트로는 1024차원을 표현하려면, 1024가 2의 몇 승인가를 보면 된다. 큐비트가 0과 1이라는 두 개의 숫자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1024=2¹⁰이다. 그러니 큐비트 10개가 정보 처리를 위해 필요하다. 큐디트는 다르다. 큐디트의 d가 1024인 시스템이 있다고 하자. 이걸로 1024차원의 정보를 전송한다면 훨씬 간단하다. 큐디트 1개면 끝난다. 얼마나 간단한가." 

전송하는, 처리하는 정보를 줄이는 방법을 물리학자들이 많이 연구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 연구자들이 이런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았느냐'라고 김 교수에게 물었다. 그는 "별로 생각들 안했다. 아직도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재완 교수는 자신의 큐디트 관련 이론 연구를 같이 할 또 다른 이론가를 끌어들였다. 양자광학의 유명한 조너선 다울링 교수(미국 루이지애나 대학교)이다. 큐디트 관련 논문은 과학학술지 '광학 커뮤니케이션스'(Optics Communications, 2015)에 냈다. 좀 더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싶었으나, 다울링 교수가 갑자기 지난해 사망했다. 김재완 교수는 큐디트를 실험으로 구현해볼 실험가를 찾고 있다. 쉽지 않다. 그는 "한국에서는 이 분야 실험연구를 해줄 분을 찾지 못했다. 비선형광학을 양자광학 수준에서 해야 하고, 호모다인이라는 측정까지 해야 하는데, 적합한 실험실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김재완 교수는 2022년 6월 초 현재 고등과학원 부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 양자정보과학의 1세대 연구자를 만난 건 흥미로웠다. 양자컴퓨터 연구가 앞으로 후학들에 의해 어떻게 진행될지는 대단히 관심 끄는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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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뉴스공장' 존폐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조정훈 언론노조 TBS 지부장

22.06.11 18:50l최종 업데이트 22.06.11 20:41l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당선됨에 따라 TBS교통방송의 '교육방송 전환'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오 시장은 선거기간 중 "교통정보를 들으면서 운전하시는 분들 서울에 별로 없다"면서 TBS의 교육방송 전환을 강하게 주장했다. 서울시의회 구성 역시 국민의힘이 3분의 2를 차지해 TBS의 교육방송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언론계에서는 TBS의 교육방송 전환은 언론장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지난 7일 조정훈 언론노조 TBS 지부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조 지부장과 나눈 일문일답.

"선거에서 이겼으니까 좌지우지? 언론 독립의 문제"
 

조정훈 언론노조 TBS 지부장
▲  조정훈 언론노조 TBS 지부장
ⓒ 조정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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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열린 지방선거로 서울시의회의 여야 구도가 뒤집히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TBS 교육방송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은데 지금 상황 어떻게 보세요? "일단 저는 가장 본질적인 얘기를 먼저 드리고 싶어요. 제가 지금까지 언론노조 지부장으로서 꾸준히 말씀드렸던 것은 <뉴스공장> 존폐 유무가 아니라 정치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는 게 맞느냐는 겁니다. 즉, 지금 교육방송으로 전환이 되냐 안 되냐는 나중의 문제인 것 같아요."


- 왜 그런가요?

"지금 오세훈 시장이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에 TBS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논리잖아요. 저는 그것보다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이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것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언론사와 프로그램에 관련된 여러 가지 비판은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하지만 TBS의 기능을 전환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 오 시장은 교통정보를 들으면서 운전하시는 분들 서울에 별로 없다고 하던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어쨌든 간에 TBS 라디오 청취율이 지난 분기에도 20개 라디오가 대상에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출근 시간대 프로그램인 <뉴스공장>의 경우 약 15% 정도의 청취율이 나오고 있어요. 운전하시는 분들이 교통 앱 이용해 목적지 가는 것은 맞지만, 또 교통 앱이 못하는 부분의 교통정보와 기상정보, 재난정보 등의 기능도 분명히 TBS에서 하고 있어요. 또 교통정보뿐만이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아무도 듣지 않는다고 말씀하는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 아무도 듣지 않는다기보다 교통방송은 교통정보를 얻기 위함인 건데 그게 필요 없다는 것 같아요.

"TBS가 2년 전에 재단으로 출범하면서 서울시 사업소였던 교통방송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로 바뀌었거든요. 재단으로 출범한 이유 중에는 당시의 교통방송 기능만 하는 것을 넘어 더 다양한 방송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전반적인 방송의 역할을 더 확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TBS를 교통방송으로만 말씀하시는 것은 예전 교통방송 사업소로만 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그럼 지금은 교통방송의 성격이 아닌가요?

"교통방송의 기능을 포함한 더 확대된 성격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살펴보면 제1조 목적에 미디어를 통한 시민의 동등한 정보 접근의 보장, 시민의 시정참여 확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하여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의 설립·운영에 필요한 사항으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제3조 재단의 사업을 보면 방송을 통한 교통 및 생활정보 제공, 지역 관련 정보 제공, 주한 외국인과 국내 방문 외국인을 위한 정보의 제공과 소통 활성화, 시민의 동등한 미디어 참여와 소통 활성화 등을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예전 교통방송 사업소 때보다 더 범위가 더 확대됐는데 아직도 '교통방송'으로만 보는 것은 TBS를 너무 작게 보신 것 같아요."

- 오 시장의 의도는 뭐라고 보세요?

"그건 오세훈 시장님께 물어봐야 될 것 같고 제가 대답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러나 계속 제가 대전제를 말씀드리는 게 '정치권력이 언론에 손을 대는 게 맞냐 안 맞냐'입니다. 그게 먼저인 것 같아요. 언론사의 성격을 어떻게 개편할지는 나중 문제이고요.

<뉴스공장> 프로그램 존폐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이나 비판은 언론 프로세스나 방송 프로세스에 의해서 해결돼야 하는 문제인 것이지 정치권력이 또는 자본권력이 개입해서 좌지우지하는 건 지금 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오세훈 시장은 언론 장악하려면 대표 바꾸면 되지 뭣하러 교육방송으로 전환하냐면서 언론장악이 아니라고 합니다.

"오세훈 시장님이 어떠한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제가 다 알 수는 없지만 저희가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본질적인 문제에 좀 더 같이 고민하면 좋겠다는 거죠. 논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작년 보궐선거 전에는 TBS를 바꾸겠다고 했고, 시장이 되신 후에는 TBS 출연금 삭감을 했죠. 또 TV 채널은 시청률이 저조하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등 많은 발언을 하셨죠. 그리고 이번 선거기간이 시작되자마자 교육방송 개편이라는 말로 선거운동을 시작했죠.

방송법 제4조에 보면 방송사업자가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 시장의 발언들은 방송법 위반으로 보이는 부분이 충분히 있습니다. 또 '우리가 선거에 이겨서 다수당이 됐고 시의회도 다수당이 됐으니까 우리가 조례를 바꾸겠다'는 것 자체가 언론장악이고 언론탄압입니다.

언론은 독립적이라 생각해요. 오세훈 시장이 TBS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냐고 묻고 싶어요. 어떤 언론이든지 간에 독립성은 필수적이죠. 근데 지금은 교육방송으로 바꾸겠다는 자체가 정치적인 권력이 개입이 된 거라는 겁니다. 지금 교육방송으로 개편을 하겠다는 것도 시민, 전문가, 내부 구성원 등의 의견들이 모여 논의가 된 후에 어떤 결과를 도출하면 모를까 정치권력의 주체가 결과를 먼저 정해놓고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 것은 일방적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방송법 4조를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 그럼 만약 공론화를 통해 교육방송으로 전환한다면요?

"지금처럼 답을 정해놓고 그걸로 끌고 가는 방식은 아니라는 거죠. 답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것은 그쪽으로 가겠다는 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TBS의 미래와 발전을 놓고 원점부터 시작하면서, 앞에서 말씀드린 여러 가지 다양한 과정을 통해서 어떤 결론이 나오는 거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그러면 중요한 건 교육방송이 아니네요.

"네. 일단은 저희가 먼저 논의해야 할 부분은 교육방송으로의 개편이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제가 계속 말씀드리는 대전제는 정치가 언론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먼저 그 얘기를 꺼내버리면 앞에 과정이 다 무너져버리거든요. 현재도 TV 채널을 통해서 교육 관련 프로그램은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굳이 교육 방송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를 무시하고 그냥 교육방송 개편만 얘기하다 보니까 앞의 과정들이 아무렇지 않게 소홀히 넘어가는 거죠."

"정치적 편파성 비판 수용해야 하지만 정치권의 개입은 다른 문제"
 
큰사진보기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후보시절인 지난 5월 26일 서울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장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후보시절인 지난 5월 26일 서울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서울특별시장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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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BS의 정치적 편파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죠. 그 중심에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있잖아요. 편파성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TBS의 정치적 편향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분명히 있습니다. 저희가 그 비판도 잘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욱더 공정한 방송으로 갈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나가야죠.

보는 시각에 따라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치권력이 편파성을 얘기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치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유불리로 편파성을 주장하는 경우가 발생하거든요. 그러나 일반 시민들의 비판적인 목소리에 소홀한 부분은 부족했던 부분입니다."

- 정치적 편파성에 대해 내부에선 어떤 얘기가 오고 가나요?

"TBS에는 약 400명의 직원이 있는데 400명이 전부 똑같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식이 아니거든요.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다양성이 존재하고 각자의 생각이 있고 의견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치 편파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직원도 있고 정치 편파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도 있어서 외부와 마찬가지로 그런 부분은 공존하고 있습니다."

- 김어준씨는 <뉴스공장>에서 오 시장을 향해 자신을 퇴출 시키라고 했고,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는 김어준씨가 자진 하차하길 바란다고 하던데.

"진행자로서 김어준씨의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양구 기자도 김어준씨가 자진 하차하기 바란다고 페이스북에 올리셨더라고요. 두 의견 다 존중합니다. 그리고 TBS 내부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직원들도 있고 저렇게 생각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그게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단지 자리에 남느냐, 떠나느냐를 한 사람의 말로 결정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이 자정되고 변화가 돼야 하는 것이지, 지금은 정치적인 이야기뿐이거든요. 정치적인 시선으로 TBS를 바라보기 때문에 계속 정치적인 얘기밖에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던대로 여러 가지 의견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언론의 관점에서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우리가 어떻게 좋은 발전 방향으로 나아가느냐에 대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 TBS 입장에선 특정 진영을 대변한다는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죠. 시사 보도의 프로그램이라면 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죠. 단일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중립성 그리고 TBS 전체의 균형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필요한 부분입니다. 분명히 이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은 했겠지만 일정 부분은 부족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내부적으로 몸부림을 쳤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 오 시장이 TBS의 교육방송 전환을 강행할 경우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다시 강조하지만 정치권력이 언론을 침해하면 안 되고, 좌지우지해서도 안 된다는 언론의 본질적인 독립성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가치는 꼭 지켜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우리 TBS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육방송 전환에 대한 전국언론노동조합의 모든 동지와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또 방송법 위반에 대한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오늘 제가 드린 말씀을 가지고도 다양한 의견과 비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터뷰를 읽는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정치의 시선으로 언론을 바라보면 정확하게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언론은 언론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고 비판해야 하고 평가해야 합니다. 언론이 선거 결과의 전리품이 돼선 절대 안 된다는 겁니다. 이 본질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진행되는 모든 과정은 결코 옳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정치권력이 또는 자본권력이 언론과 방송을 좌지우지하는 것, 그것만큼은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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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미선 20주기, 미군 처벌은 아직도 제자리걸음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2.06.11 21:22
  •  
  •  댓글 0
 
 
 

효순미선 20주기 촛불정신 계승 6.11 평화대회

신효순, 심미선 두 중학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지 20년. 당시 유가족을 대리해 가해 미군을 고발했던 권정호 변호사는 “그때 미군을 고발했지만,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소파(SOFA)개정 아직 어느 것 하나 이뤄내지 못했다.”라며, 무거운 부채 의식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11일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효순미선 20주기 촛불정신 계승 평화대회’에서 권 변호사는 “당시 촛불의 요구는 20년째 제자리걸음”이라면서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꿔내고, 이 땅의 전쟁 기지화를 반대하여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효순미선 촛불의 정신을 완성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대회에는 전국에 흩어진 미군기지 주변 시민단체들에서 나와 기지 철거와 미군 범죄를 규탄했다.

▲(왼쪽부터) 온전한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김은희 공동대표,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최희신 사무국장, 평택평화시민행동 상임공동대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김연태 공동대표,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원회 김은진 공동대표, 사드철회성주대책위원회 박수규 대변인  
▲(왼쪽부터) 온전한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김은희 공동대표,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최희신 사무국장, 평택평화시민행동 상임공동대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김연태 공동대표,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원회 김은진 공동대표, 사드철회성주대책위원회 박수규 대변인  

 

•맹독성 발암물질 다이옥신이 기준치의 35배가 검출된 용산미군기지, 이런 곳에 시민들을 초대함으로써 미국이 부담할 5조 원에 달하는 환경오염 비용에 면죄부를 주려는 윤석열 정부 규탄

•30년 전 윤금이 씨를 잔인하게 살해한 동두천 미군기지,  이미 반환됐다고 알려졌지만 미군은 대중국 포위를 위해 아직도 그대로 잔류

•미선효순을 깔아 죽인 미 2사단이 이전해 간 세계최대규모 평택미군기지, 국제평화신도시라고 지어놓고 매일 전투기와 군용헬리콥터가 날아다니는 전쟁훈련장

•1조원을 들여 건설 중인 군산 새만금신공항은 실제 미 공군이 이용할 활주로, 이는 미국이 한반도를 대중국 군사 압박을 위한 전초기지화의 포석

•미군 세균실험실이 있는 부산항, “미국이면 다냐, 세균전부대는 안된다, 세균실험할려면 너네 나라 가서 해라”

•사드 기지로 가는 미군 통행로 확보를 위해 한국 경찰이 소성리 주민들을 짓밟는 부역행위, "사드 뽑고 평화 심자"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이날 대회에서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효순‧미선 사건은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사건”이라면서, 한미 소파 독소조항 때문에 살인 범죄를 단죄하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당시 국민적 분노는 미국의 눈치만 보는 정부의 속수무책과 오만한 미군의 태도였다”면서, “민족 자주성 회복을 위한 평등한 한미관계 개선은 정부와 정치권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균형 잃은 편향된 대미외교를 비판했다.

이날 대회를 준비한 공동대표단은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낭독하고, 대회 참가자들은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와 ‘불평등한 한미관계 재정립!’이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치켜올렸다.

사진: 백은지 현장기자
사진: 백은지 현장기자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

경기도 양주 한적한 시골길에서 신효순, 심미선 두 중학생이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과 주권의 실현, 남북 화해협력과 평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은 계속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땅에서는 여전히 대화와 협력보다는 군사력과 힘을 앞세운 정책이 계속되고 있으며, 전쟁기지가 끝없이 확장되고, 군사훈련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전지휘권의 제대로 된 환수나 불평등한 한미SOFA의 개정 등 누적된 과제들 역시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의 패권 이익을 위해 지난 수십년 동안 이땅에 미군을 주둔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우리에게 이웃 나라인 중국을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 압박하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거사와 영토 문제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과 군사협력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웃나라들과 평화롭게 협력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집권한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일본과의 조건 없는 관계개선을 추진하면서 주권과 평화의 실현보다 갈등과 대결을 격화시키는 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주권과 평화가 더욱 훼손될 위기 앞에서, 우리 종교 시민사회는 국민들께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개선하고 배타적인 패권동맹 강화정책을 중단해야 합니다.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꾸는 첫 걸음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있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이 행사하는 한, 미국의 패권적 이익을 위해 우리의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동맹정책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현재 추진중인 ‘조건에 따른 전시작전권 환수’정책은 군사력 강화, 무기 증강만 가속시킬 뿐 군사주권 회복과는 거리가 먼 실패한 정책입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건없이 즉각 환수하여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지난 20년간 제대로 개선하지 못한 한미 SOFA를 전면 개정해야 합니다.

현재 한미 SOFA는 형사관할권도, 환경정화도, 보건 및 방역도 제대로 실현할 수 없는 함량 미달의 협정입니다.

주한미군 범죄의 수사 및 재판, 형집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형사관할권이 완전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미군기지 공여 및 운용, 반환에 대한 합리적인 규정이 마련되어야 하며, 오염자의 환경 정화 비용 부담 원칙도 명확히 담아야 합니다.

통행, 통관, 검역 관련 특혜를 폐지하여 주한미군 및 무기. 물자의 입 출입을 규제하고, 보건, 방역 주권을 제대로 실현해야 하며, 미군 부대 내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인권도 보장되는 방향에서 한미 SOFA가 전면 개정되어야 합니다.

이 땅을 미군의 군사기지로 동원하는 기지 건설, 확장을 중단해야 합니다.

오롯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정책에 따라 제주 해군기지와 성주의 사드 기지가 건설되었습니다. 군산과 제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공항 확장과 건설, 부산과 진해, 평택 등 주한미군 기지 곳곳에서 설치, 운용되고 있는 세균실험실 역시 미군의 군사적 목적에 따른 전쟁 시설물입니다. 이 땅을 미군의 군사기지, 사실상의 전쟁기지로 내어주는 기지 및 시설 건설과 확장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역사를 바꾸는 것은 행동하는 시민, 민중의 힘입니다.

미국 중심의 패권 정책, 주권과 평화를 훼손하는 동맹 정책을 우리의 국익이라 호도하는 거짓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합니다.

이 땅을 미국의 군사기지로 동원하는 한미동맹, 주한미군에게 환경,보건,사법주권 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불평등한 한미관계는 전면 재조정되어야 마땅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시민과 민중의 힘으로 불평등한 한미관계, 대결적인 동맹정책을 바꿔냅시다!

전국 곳곳에서 주권과 평화의 촛불을 피워 올립시다!

2022년 6월 11일

효순미선 20주기 촛불정신 계승 6.11평화대회 참가자 일동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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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발암 물질' 용산공원 개방…"오염 정화 없는 개방은 尹의 '쇼'다"

환경단체 "오염 정화조치 없는 공원 개방은 대통령 힘만 과시하는 쇼"

이상현 기자  |  기사입력 2022.06.10. 13:24:22

 

정부가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아 10일부터 시범 개방을 시작한 용산공원 앞에서 환경단체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독성물질 정화가 먼저라며 시범 개방 중단을 촉구했다. 

시범 개방 부지인 14번 게이트 인근 장군숙소, 스포츠필드 등에서 한국환경공단이 진행한 환경 유해성 검사에서 발암물질인 비소와 독성물질인 석유계 총탄화수소가 공원 설립 가능 토양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치가 검출되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녹색연합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는 이날 오전 용산공원 14번 게이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공원 위험물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국민 건강과 안전에 등을 돌리고 있다"라며 시범 개방 중단을 촉구했다. 

미군 용산기지 반환 전부터 생태공원 조성을 위해 활동을 진행해 온 용산시민회의 김은희 대표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미군으로부터 부지를 반환받아 깨끗하고 안전한 평화생태공원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라며 "환경오염 정화 없는 용산공원 개방은 미군에게 오염정화 책임 면죄부만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군 용산기지 내 공원 조성 계획은 당초 부지 반환 7년 후로 예정되어 있었다.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했고, 관이 노후해 오염물질이 누출되었을 가능성이 크기에 환경·토양오염 정화 절차를 거쳐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특히 용산기지는 시설 자체가 노후해 다른 미군기지보다 오염이 심한 상황이었다. (관련 기사"3개월 만에 용산기지 공원화? '윤석열 정부'의 앞길 보여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인근 부지를 공원으로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기존 계획보다 훨씬 앞당겨진 채로 개방이 시작됐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이 용산공원을 개방하겠다고 했을 때 환경이나 관련 절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라며 "환경오염이라는 책임은 거론하지도 않고 개방부터 하는 행위는 국민 건강에 관심 없이 자신의 힘만 과시하는 쇼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국가 공무원이 국민의 건강권을 확률에 기댄 추정으로 이야기한다"라며 "핵심은 현재 반환된 미군 기지 상태로는 토양환경보존법상 공원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은 토지 용도를 기준으로 1~3지역으로 나누고,  토양오염우려기준을 다르게 적용한다. 시민들이 사용하는 공원은 그중 가장 엄격한 1지역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부의 용산기지 독성물질 조사 자료에 따르면 공원 부지 내 발암·독성물질의 검출치는 1지역 기준치를 훨씬 넘는 수준으로 밝혀졌다. 

정 사무처장은 "공원으로 이용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 정부는 '시범'과 '임시'라는 말을 붙이며 편법을 저지르고 있다"라며 "담뱃갑에도 경고문구가 있는데 시민들이 들어가는 공원의 오염물질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라고 질타했다.

녹색법률센터 이상훈 변호사 또한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환경권을 보장해야 하지만 정부는 '시범운영'이라는, 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식을 통해 국민들을 오라고 한다"라며 이번 용산공원 임시 개방이 정부의 위법한 재량행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오는 9월로 예정된 공식 개방 전까지 정밀 조사와 정화 조치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남은 시간이 정화조치를 마치는데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며 성급한 개방으로 인해 향후 미군과의 추가 협상에서도 수세적인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사무처장은 "정부는 공원 개방을 위해 미군이 요구하는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라며 "시범 개방을 중단하고 완전한 정화조치 후 공원을 시민에게 개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10일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용산공원 시범 개방 홍보벽 앞에서 "시범개방=대국민 사기극"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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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 휘날릴 무지개 깃발, 지킬 만한 가치가 있죠”

등록 :2022-06-10 17:49수정 :2022-06-11 01:12

 
 
[한겨레S] 인터뷰
북유럽 4개국 대사가 말한 ‘차별금지법’

새달 서울퀴어축제 함께하는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
4개국 대사 하나된 목소리로
“다양성은 결국 힘이 됩니다”
프로데 슬베르그 주한노르웨이대사(왼쪽부터), 아이너 옌센 주한덴마크대사, 다니엘 볼벤 주한스웨덴대사, 미카 루오살라이넨 주한핀란드대사관 공관 차석이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주한덴마크대사관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차별금지법 제정 등에 대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프로데 슬베르그 주한노르웨이대사(왼쪽부터), 아이너 옌센 주한덴마크대사, 다니엘 볼벤 주한스웨덴대사, 미카 루오살라이넨 주한핀란드대사관 공관 차석이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주한덴마크대사관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차별금지법 제정 등에 대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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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 세계 곳곳에서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와 자긍심을 표현하고, 혐오와 차별 세력에 대항해온 역사를 기리는 행사가 펼쳐진다. 서울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도시이지만, 소수자들이 자긍심을 느낄 만큼 다양성이 존중되는 도시로서의 면모는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 4월13일, 한국의 성소수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는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7월15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곳곳에서 퀴어퍼레이드와 퀴어영화제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퀴어축제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조직위는 4월13일 광장 사용신고서를 서울시에 냈다. 서울시 조례는 48시간 이내에 신고 수리 여부 통지를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뚜렷한 이유 없이 6월에 열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안건으로 넘겼다. 조직위는 “신고제인 서울광장을 성소수자에게만 허가제로 집행하려는 서울시의 차별적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 북유럽 4개 나라의 대사관은 올해도 어김없이 합동 부스를 마련해 이번 퀴어축제에 참여한다. 이들 나라는 모두 차별금지법·평등법을 앞서 제정해 차별과 혐오를 법 제도로 금지하고 있다. 4개 나라의 대사·공관차석은 이번 퀴어축제에 참여하는 의미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 보장, 차별·혐오에 대응하는 법과 제도 마련 등 각 나라의 경험을 한국의 시민들과 나누고자 했다. <한겨레>가 지난 2일 서울 성북구 덴마크대사관저에서 프로데 솔베르그 주한 노르웨이대사, 아이너 옌센 주한 덴마크대사, 다니엘 볼벤 주한 스웨덴대사, 미카 루오찰라이넨 주한 핀란드 공관차석을 만났다.
 
1939년 차별금지법 도입한 나라
 
―2019년 퀴어축제에서도 4개국 대사관의 합동 부스를 본 적 있다. 이렇게 지속해서 퀴어축제에 참가하고 연대하는 동기는 무엇인가?
 
솔베르그 노르웨이대사(이하 솔베르그) = 4개 나라 모두 한국에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각 나라에서 성소수자 인권은 매우 중요한 의제다. 4년 전 서울에서 퀴어축제를 갔는데 성소수자와 지지자의 참여가 놀라웠지만, 반면 그 반대 시위도 강력했다. 이 분야야말로 우리(4개 나라)가 협력할 분야라고 생각했다.
 
―서울시는 퀴어축제 조직위가 제출한 서울광장 사용 신청 처리를 미루고 있다. 각 나라에서 성소수자 관련 축제나 행사에서 이런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들이 있나?
 
볼벤 스웨덴대사(이하 볼벤) = 여전히 차별과 성소수자 혐오는 있다. 중요한 것은 최근 10년간 긍정적 방향으로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몇년 전 스웨덴의 신문 1면에 사진 한장이 실렸다. 군인들이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든 사진이었다. 헤드라인은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깃발’이었다. 이처럼 다수 여론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퀴어퍼레이드에 50만명 정도가 참여하는데,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4개 나라에선 성소수자 인권 신장을 위한 국가·정부 차원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선 성소수자 지지와 인식 개선을 위해 왕실까지 나선다.
 
옌센 덴마크대사(이하 옌센) = 코펜하겐뿐 아니라 인구가 3000명밖에 안 되는 서쪽의 아주 작은 마을에서도 퀴어퍼레이드가 열릴 정도로 보편화됐다. 지난해 8월 코펜하겐에서 스웨덴과 함께 주최한 ‘코펜하겐 2021’이 열렸다. 세계 최대 성소수자와 연대자들의 축제 ‘월드프라이드’(WorldPride)와, 성소수자 스포츠 행사인 ‘유로게임스’(Eurogames)를 합친 행사였다. 메리 엘리자베스 덴마크 왕세자빈이 이 행사의 공식 후견인이었다.
 
지금에 와선 4개 나라 모두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존중이 당연한 듯 여겨지지만, 과거의 ‘투쟁’이 있었기에 변화가 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솔베르그 = 몇몇 용감한 사람, 개인이 투쟁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는 광범위한 이해가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먼저 앞장서 투쟁한 사람들을 소중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당연히 얻어지는 것은 없다. 우리가 당연하게 느끼는 것이 오랜 시간에 걸친 투쟁의 결과이고, 이런 투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우리가 지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투쟁. 자신의 몸을 걸고 싸워온,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책임집행위원 미류는 4월11일부터 5월26일까지 46일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투쟁했다. 미류는 단식투쟁을 마치며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차별에 맞서는 건 자신의 존엄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에게 멈출 수 없는 싸움이다. 우리는 곧 다시 만나 새로운 싸움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평등의 봄은 이미 시작되었다.
 
4개 나라는 모두 차별금지법을 두고 있다. 노르웨이는 2014년 차별금지법을 처음 도입했고, 이를 개선한 ‘차별금지 및 평등에 관한 법안’을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성별, 임신, 양육 책임, 민족, 종교, 신념, 장애,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젠더 표현, 나이에 따른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덴마크는 1939년 인종차별 금지를 시작으로 차별금지를 법 제도화했다. 형법에도 차별금지 관련 조항을 두고 있다. 공개적으로 또는 더욱 넓은 집단으로 퍼뜨리려는 의도로 인종·민족·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집단의 사람들을 위협·조롱·비하하는 메시지를 퍼뜨리는 자는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스웨덴은 1987년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했다.
 
그 이후 범위를 넓혀 스웨덴은 성·트랜스젠더 정체성 또는 관련 표현, 민족성, 종교, 장애, 나이 등에 관한 직접 차별과 간접 차별 그리고 부적절한 접근, 괴롭힘, 성희롱, 차별 지시 등의 행태를 금지하고 있다. 핀란드는 차별금지 및 평등의 원칙을 헌법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핀란드 헌법은 “누구든지 성별, 나이, 출신, 언어, 종교, 신념, 의견, 건강, 장애 또는 기타 개인과 관련된 사유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람과 다르게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더불어 차별금지법은 2004년 처음 도입되어 일곱번의 개정을 거쳤고, 형법에도 차별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지난해 6월27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부근에서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27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부근에서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행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힘 있는 이들이 차별금지 외치면

 

―한국에서는 차별금지법이 2007년 처음 발의된 뒤 15년째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솔베르그 =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보다는, 우리의 경험을 충분히 전하고 싶다. 노르웨이에선 이러한(차별금지) 성격의 입법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성적지향, 종교, 인종, 등으로 차별하지 않고 모두가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하나의 법적 틀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법은 상징적 의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소수자들을 보호하기 때문에 실질적 가치도 있다. 한마디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건전한 틀이기에 (이런 법안이) 매우 중요하다. 문화가 먼저 바뀌길 기다린 뒤에 입법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법을 먼저 도입하면 문화가 따라오기도 한다.

 

―한국에선 차별금지법 제정에 일부 보수 기독교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북유럽 4개국은 역사적·종교적으로 루터교 등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차별과 혐오에 대한 반대 그리고 종교적 신념은 각 나라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나.

 

루오찰라이넨 핀란드 공관차석(이하 루오찰라이넨) = 핀란드 역사에서도 종교 쪽에서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다루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모두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최근엔 긍정적 변화가 있다. 처음 차별금지법이 나왔을 때 종교 단체와의 충돌도 있었다. 결국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었다.솔베르그 = 올해 노르웨이 교회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12명의) 주교가 공식적으로 과거에 교회가 성소수자를 대하는 방식에 잘못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개인적인 사과가 아니라 교회를 대표한 사과였다. 속도가 조금 느리고 논쟁의 요소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 시민들은 차별과 혐오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왜 차별금지법과 같은 법과 제도가 필요한가.

 

루오찰라이넨 = 핀란드는 평등,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서는 적절한 입법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정치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입법’ 자체가 주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선의와 사회적 인식 변화가 있어야겠지만, 법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약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 변화가 가능하다.

 

―차별금지법 도입을 위해 꼭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보나.

 

솔베르그 = 일단 법안(차별금지법)이 중요하다는 건 모두가 인지하고 있고, 그 법안을 통해 행동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다양성이 우리 사회에 큰 힘이 된다’는 걸 이해하는 게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자체가 사회에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왕실 가족, 정치인, 스타 등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시민 교육에 (다양성 이해를) 포함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옌센 = 전적으로 동감한다. 덴마크도 모든 요인에 의한 차별을 법으로도 금지하고 있지만, 왕세자빈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 대중적 이벤트에 참여하고, 이야기하는 게 많은 시민들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법보다도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차별 없는 인재 기용, 경제에도 도움”

 

인터뷰 이후 7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이 상장기업 상임·비상임 이사 각각의 33% 또는 비상임 이사의 40%를 여성으로 임명하는 ‘여성 할당제’를 2026년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다양성은 단지 형평성의 문제만이 아니다.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여성 할당제’는 남성을 배제하는 제도라고 오해를 받는다.

 

―한국에서 여성 할당제는 많은 공격을 받고 있다. 2003년부터 기업 고위직의 여성 할당제를 앞장서 도입해온 노르웨이의 경험이 궁금하다.

 

솔베르그 = 과거 노르웨이 정부는 여성을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2003년 당시 산업무역부 장관이 ‘모든 상장사 이사진의 40% 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깜짝 놀랄 만한 아이디어를 냈다. 참고로 이 장관은 보수파 출신의 남성이었다. 그런데도 다양성은 우리 경제,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뭐라도 해야겠다며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 역풍이 있었지만, 잘 정착했다. 이렇듯 강제로 시작하긴 했지만, 생각과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 할당제를 놓고 여성에게만 유리하지 않냐는 의견이 있다면,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의견으로 보인다. 다들 노르웨이가 부강한 이유를 원유, 가스를 비롯한 천연자원이 많아서라고 하는데, 실제 연구에서는 진짜 원인은 100%의 모든 인구를 인적 자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노르웨이는 모든 인재를 적극적으로, 남녀 가리지 않고 활용하는 게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연 박고은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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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 남편과 도의원 친척이 땅 사자 개발사업 '일사천리'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6/11 09:06
  • 수정일
    2022/06/11 09: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당진시 지방의원 2명, 내부정보 이용 땅 구입 의혹. 당사자들은 "거래에 관여 안해"

22.06.10 15:53l최종 업데이트 22.06.10 15:5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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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진보기당진3지구 도시개발예정지구 위치도. 위치도 내 가운데 붉은 색 원안이 논란이 되고 있는 토지의 대략적인 위치다.
▲  당진3지구 도시개발예정지구 위치도. 위치도 내 가운데 붉은 색 원안이 논란이 되고 있는 토지의 대략적인 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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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의 시의원과 충남도의원이 내부정보를 이용, 가족과 친인척을 내세워 개발예정지역 땅을 미리 사들였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들의 가족 또는 친인척은 당진시가 개발제안서를 수용하기 직전 해당 땅을 구입했다.  

당진시의원-충남도의원 내부정보 활용 토지 매매 의혹

지난 2020년 8월. A씨 등 6명은 당진읍 우두동 임야 1만 9934㎡(6000여 평)를 공동명의로 총 43억 원에 샀다. 6명 중 2명은 인천, 나머지는 당진이 주소지였다. 당시 공시지가는 ㎡당 5만 8200원. 구입가는 3㎡당(평당) 약 42만 원이었다.

거래 후 한 달여만인 9월 25일 당진3지구 도시개발사업추진위원회(아래 사업추진위)는 도시개발구역 지정 제안서를 당진시에 냈다. 문제의 토지가 포함된 우두동 400번지 일대 12만 4000여평에 3400여 세대 공동주택 또는 단독주택을 짓는다는 내용이었다.

사업 추진은 환지 방식으로, 사업 완료 후 개발이익 등이 종전 토지 소유자에게 환원된다. A씨 등이 매입한 땅은 사업 대상지 한복판에 있다.

그런데 땅을 산 6명 중 한 명인 A씨가 당진시의회 B시의원(더불어민주당)의 남편으로 확인됐다. 땅을 산 또 다른 한 명은 현 충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인 C 의원과 인척 관계다. 구입한 땅 면적은 각각 1896m² (약 573평)와 948m²(약 287평)다. 또 토지소유주들로 구성된 '당진3지구 도시개발사업추진위원회'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상무위원으로, B시의원과 C도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이후 당진시는 같은 해 11월 우두동 일대를 개발하는 당진3지구 개발계획을 발표한다. 당시 시는 "본격적인 도시개발사업 추진으로 도시 기반 인프라를 갖춘 중심권 도시의 발전을 더욱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12월 18일 당진시는 사업추진위의 개발계획을 수용했다. 

A씨 등이 땅을 매입한 직후 3개월여 만에 사업추진위의 제안서 제출, 당진시의 개발계획 발표와 제안서 수용까지 일사천리로 처리된 것이다. 당진시는 '당진3지구 개발사업'과 관련 현재 구역개발제안서에 대한 자문의견을 들은 단계로 이후 실과별 의견과 주민의견 등을 들은 뒤 충남도에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충남도의 심의를 통과하면 인허가 관련 절차는 마무리된다.  

여기에다 A씨 등은 2021년 9월에는 해당 임야 대부분(9960㎡)을 개간 신청을 해 '전(밭)'으로 지목변경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임야를 전으로 지목 변경할 경우 지가가 오른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부동산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7월 ㎡당 6만 100원에서 지목 변경 6개월 만인 지난 1월 ㎡당 17만 4000원으로 폭등했다. 반면 해당 땅과 연접한 다른 사람 소유의 임야는 공시지가가 거의 오르지 않았다. 
 
당진시청과 당진시의회 모습.
▲  당진시청과 당진시의회 모습.
ⓒ 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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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의원 "남편 땅 구입에 일절 개입 안했다"
C의원 "당진사람 누구나 아는 개발정보"


두 의원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B 의원은 "남편이 주변인들이 권유해 땅을 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해서 일절 개입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땅을 살 당시 상의를 해와 '그렇게 싼 땅이 있냐, 알아서 하라'고 했을 뿐"이라며 "그런데도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의혹이 일어 매우 당혹스럽다"고 해명했다.

B 의원은 "해당 땅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개발 계획이 회자해 누구나 개발이 될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문제가 있다면 단지 선출직 의원으로 있을 때 땅을 산 것"이라고 덧붙였다.

C 의원은 "가까운 사람이 땅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논란이 된 최근에야 알게 됐다"며 "가족도 아니고 친인척이 산 땅을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역이 개발된다는 것은 당진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정보인데 이게 무슨 내부정보가 될 수 있냐"고 반문했다.  

C 의원은 "환지 개발 방식은 당진시에서 토지구획정리가 끝나면 다시 땅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도로나 공원 부지 등 공공용지로 들어가는 면적만큼 환지면적에서 빠지게 된다(감보)"며 "결국 잘해야 향후 수년 뒤 예상되는 4, 5배 정도의 시세차익을 놓고 투기 운운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해당 지역 택지사업, 십년 넘게 답보 상태
두 의원 해명, 일부 사실과 달라


두 의원의 주장은 일부 사실과 다르다. 당진시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06년부터 당진읍 우두동 등을 비롯한 읍내리 일원에 2013년까지 5000여 세대를 짓는 우두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토지보상비 증가와 경기 침체 등으로 LH는 2011년 택지개발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사업이 사실상 답보 상태를 보이다 지난 지난 2018년 인접한 당진2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자 당진3지구 토지소유주들이 모여 사업추진위를 구성했다. 

충남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방의원이 내부정보를 활용, 가족과 지인을 이용해 땅을 샀다는 의심을 하게 한다"며 "해당 지방의회에서 윤리위를 소집해 진위 조사에 따른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진시 관계자는 "(해당 의원이) 개발추진위 등으로부터 내부정보 알고 땅을 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진시가 개발제안서를 수용하기 직전 땅을 매입하고 이후 임야를 농지로 전환한 행위 등은 행정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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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유공자법 제정, 더는 미룰수 없다"

민주화 유가족들, 6월항쟁 기념식장에서 삭발 단행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6.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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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35주년을 맞는 10일 오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유가협 회원들이 '민주유공자법 제정없는 기념식'에 항의하는 삭발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987년 6월민주항쟁 35주년을 맞는 10일 오전 서울시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선 6월항쟁과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전혀 다른 성격의 행사가 따로 열렸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제35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오전 10시부터 성당안에서 개최했고, 성당 밖에선 1시간 앞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원들이 '민주유공자법 제정없는 기념식'에 항의하는 삭발식을 진행했다.

민주유공자법은 과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800여명의 열사, 희생자, 부상자들을 '민주유공자'로 지정해 보훈대상에 포함시키자는 법안.

현행 국가보훈기본법 체계에서 민주유공자는 4.19혁명 희생자와 5.18민중항쟁 희생자로만 제한되어 있는데, 유가족들의 요구는 6월항쟁 이후 민주유공자도 보훈대상자로 예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보수언론에서 악의적으로 특혜 운운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유가협의 뜻을 대변해서 전체 대상자 중 사망·상해자만 민주화유공자로 하자는 우원식 의원의 법안에는 당사자가 아닌 부모·처자에게만 혜택이 가도록 되어 있다.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민주유공자법 제정으로 무슨 특혜를 기대하지 않는다. 오로지 바라는 것은 명예 회복이라며 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열사들 중 10%정도가 기혼자이고 그 자녀들도 이미 40~5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사실상 명예회복 외에 별다른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자식과 형제, 남편을 잃은 유가협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지난해 6월부터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 항의시위를 벌이고 국회 앞 1인시위를 일년째 이어가고 있으나 국회는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10월 7일부터 시작한 국회앞 천막농성도 8개월째 접어들었으나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 

사랑하는 자식과 남편, 형제를 가슴에 품고 살아 온 유가족들이 더 이상은 안된다며, 6월항쟁 35주년을 기념하는 식장에서 삭발을 결심한 이유이다.

어머니, 아버지들의 흰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동안 모두 말을 잃었다. 여기 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만 들렸다.

민주유공자법을 대표발의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열사들의 부모님들이 이 법을 통과시키지 못해서 머리를 깎는다고 하니 눈물이 난다. 정말 죄송하다"는 말만 몇번을 되뇌였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민주유공자법 제정하라'는 구호를 수차례 외쳤고, 삭발식을 마친 어머니, 아버지들의 손을 잡아 말없이 가슴에 안았다.

삭발식 참가자들이 어머니, 아버지들의 손을 잡아 드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삭발식에는 △김석진(김학수 열사 부친) △정정원(김윤기 열사 모친) △강선순(권희정 열사 모친) △장남수(장현구 열사 부친) △박종부(박종철 열사 형) △조인식(박종만 열사 부인) △강종학(강상철 열사 부친) 선생이 나섰다.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열사들이 지금까지 불순분자로 되어 있다. 가족 친지들마저도 수근대고 했다. 민주유공자가 되어 그 멍에를 벗고 자랑스러운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올바로 계승하고 후대에 본보기가 되게 하여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바라는 유가족들의 심정을 밝혔다.

김석진(김학수 열사 부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정원(김윤기 열사 모친)
강선순(권희정 열사 모친)
장남수(장현구 열사 부친)
박종부(박종철 열사 형)
조인식(박종만 열사 부인)
강종학(강상철 열사 부친)

 

6월항쟁 35주년!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를 위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삭발식 기자회견문 (전문)

우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는 6월 항쟁 기념일을 맞아 삭발식을 진행하였습니다.

오늘처럼 기뻐해야 할 날에 우리가 나서서 삭발한 것은 이 땅의 민주주의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역사에 올바로 기록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오는 6월 10일은 이 땅의 민주화를 앞당긴 6월 항생 35주년을 기리는 날입니다. 하지만 우리 유가협 회원들은 남들처럼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유가협 회원들은 우리의 가족을 이 땅의 민주 제단에 바져야 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먼저 가신 이들의 완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한평생을 투쟁으로 살아 온 사람들입니다. 그리나 그 노력도 헛되이 아직도 제대로 된 명예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1998년 12월 122일간의 어의도 국회 앞 천막농성을 통해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고도 23년이 지나도록 '민주화운동관련자'라는 명칭에서 한 치 앞도 나가지 못한 채, 유기속들이 원하는 '국가유공사'라는 정상적인 호칭으로 불리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작년 5월 국가보훈처가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국민들이 생각하는 보훈에 대한 개념을 묻는 조사에서 75.8%가 민주화운동을 보훈의 대상이라고 답할 정도로 국민들의 인
식 또한 민주열사들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데 찬성하고 있습니다.

이에 유가협 회원들은 지난해 6월 항쟁 34주년을 맞아 '민주유공자법 제정 없는 6월항쟁 기념식은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항의 시위를 시작하여, 이세 국회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인지도 일 년이 다 되었으며, 지난 10월부터 시작한 여의도 국회 앞 천막농성은 8개월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가협 회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나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아무런 대책을 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6월항쟁 국가 기념식'을 아무리 번듯하게 치룬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것도 한두 해도 아니고 '10주년이다.', '20주년이다.', '30주년이다.' 해가며 수십억 원씩 돈을 써가며 기념식을 치른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해 가신 민주열사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럴듯하게 형형색색으로 생색만 내는 행사를 100년을 치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오늘 기념식장 앞에 뿌려진 우리 유가협 부모님들의 잘려 나간 머리카락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더해 이 나라의 민주제단에 뿌려진 피에 대해 무심한 국가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표현입니다. '이렇게 민주화의 영령들을 홀대한다면 누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겠느냐?'는 우리 사회를 향한 교훈을 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가족을 잃은 설움도 큰데 그 아픔에 더해 삭발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 너무도 기가 막혔습니다. 그러나 알아서 나서야 할 국가는 이리저리 핑계만 대고, 법을 만들어야 할 국회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외려 우리 유가족들을 설득하려 들고 있으니, 더 이상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지난 5월 말부터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한 1만인 선언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등 사회 각계각층의 참여가 이뤄지고, 이어 사회 저명인사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대표자들이 연서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명 과정에서 '아직도 민주열사들이 국가유공자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지 몰랐다.'라며, 부끄럽다며 서명에 참여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제는 정말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삭발식까지 감행한 유가족들의 참담한 심정을 안다면, 철면피가 아닌 이상 더 이상 외면하고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민주항쟁의 달! 6월이 가기 전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해 나서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2022년 6월 10일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한 유가협 삭발식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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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취임 한달...검찰 위주 인사,·한반도 긴장 등 과제 당면

윤 대통령, '편향인선 논란'에 "필요하면 또 하겠다"
더민주와 관계설정도 문제…원 구성 협상 연일 결렬
집무실 이전·한미정상회담 등 굵직한 과제 초단기 매듭

윤석열&nbsp;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nbsp;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62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 집행, 한미정상회담 개최 등 굵직한 과제들을 '초단기'에 매듭지으며 비교적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앞에는 북한 7차 핵실험 가능성과 맞물린 한반도 안보위기, 고물가·고금리 스태그플레이션, 거대 야당과의 협치와 중국·일본 등 4강 외교 '복원'등의 굵직한 국정과제도 산적하다.

 

아울러 대통령실과 금융감독원 등 권력기관 요직에 검찰 출신 임명을 둘러싼 '편향인선' 비판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공화국'우려가 현실화 됐다"며 견제와 균형 기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9일 출근길에서 검사 출신 신임 인사 가능성에 대해 "필요하면 또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영세·원희룡 장관, 박민식(보훈처장) 같이 검찰을 그만둔 지 20년이 다 돼가고, 국회의원 3~4선 하고, 도지사까지 역임한 분들을 검찰 출신이라고 한다면 어폐가 있지 않느냐"며 발끈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8일) “우리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게) 원칙”이라고 답하며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적재적소 검사 출신 인사'를 강조하는 윤 대통령 인사기준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까지 임명된 검찰 출신 인사는 대통령실 비서관급 6명, 정부 부처 장·차관급 7명 등 총 13명이다. 장·차관급 외 권력기관 요직에도 검찰 출신들이 포진되고 있다.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알려진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임명됐다. 그는 금감원 설립 이래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도 마찬가지다. 통상 군 출신 인사들이 도맡아 왔던 국가보훈처장 자리에 첫 검사 출신이 임명된 것이다. 

 

검사 출신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의 자리를 놓고 유력한 위원장으로 거론됐으나 전날(8일) 오후 후보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 설정도 만만치 않은 숙제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 만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으나 지방선거에 대패한 야당 지도부와 당장의 회동 일정은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의 긴장 상황도 변수다.

 

외교적 난제 역시 산적해 있다.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는 역대 정부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었던 난제를 풀어야 한다.

 

미중간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미국의 반중(反中) 전선 참여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한미동맹 격상, 특히 한미일 공조 강화를 추진하면서도 경제·산업적 측면에서 깊이 엮인 한중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꾀하는 등 미중간 균형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시발점으로 한 노동계 고강도 투쟁도 당면 과제다. 여전히 들썩이는 부동산 문제에서도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힌 연금·노동·교육 개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대책에 대해 대화를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토교통부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대화해서 풀 수 있는 것은 풀겠다"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법을 위반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법치 국가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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