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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 시절의 흑역사... 지금 이웃나라들은 초비상

[이봉렬 in 싱가포르] 식량 무기화 되고 있는데... 한국, 식량안보지수 OECD 최하위 수준

22.06.07 07:02최종 업데이트 22.06.07 07:02
2016년 7월, 싱가포르의 한 노점 식당이 미슐랭가이드 별 하나를 받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비싼 가격의 고급 음식점만 받을 수 있는 줄 알았던 미슐랭 별을 밥이나 국수 위에 닭고기 살을 올려 3천원에 파는 평범한 노점이 받는 건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더운 나라이다 보니 집에서 음식을 조리해서 먹기 보다는 집 근처 푸드코트에서 사먹는 게 일반적인 싱가포르의 특성을 고려한 미슐랭가이드의 파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의 주 메뉴가 닭고기 요리라는 것도 싱가포르 서민 음식을 제대로 파악한 결과입니다. 밥 위에 찌거나 조린 닭고기를 얹어 나오는 치킨라이스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국민 음식입니다. 대부분의 푸드코트마다 치킨라이스 가게가 있어서 싱가포르 서민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김치찌개나 짜장면 정도의 위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싱가포르의 치킨라이스 모습. 생닭을 요리해서 걸어 놓고 주문을 받으면 잘라서 내놓습니다. ⓒ 이봉렬

 
그런데 이 미슐랭 별을 받은 치킨라이스를 앞으로는 찾아보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레이시아가 치솟는 닭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6월 1일부터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치솟은 사료 값이 닭 생산 원가를 올려 버린 게 닭 가격의 상승을 불러온 것입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닭고기 가격의 상한제와 생산 농가에 대한 보조금까지 지급하면서 가격을 안정화시키려 노력했으나 실패하자 수출 금지라는 초강수를 둔 것입니다.

전체 닭고기 수입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특히 노점에서 서민들에게 내놓기 위해 필요한 생닭의 경우 거의 전량을 말레이시아산에 의지하는 상황에서 말레이시아의 수출금지 조치는 싱가포르 식생활 자체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싱가포르는 전시 상황

닭고기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입니다. 한국의 1인당 닭 소비량이 연간 15kg 정도인데, 싱가포르는 그 2배가 넘는 36kg입니다.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에서 이슬람계는 돼지고기를, 인도계는 소고기를 터부시하기 때문에 닭고기에 대한 의존이 그만큼 더 높습니다.

이제껏 닭고기를 공급해 왔던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와 다리로 이어져 있는 아주 가까운 나라입니다. 생닭의 경우 말레이시아에서 산채로 트럭에 실려 싱가포르로 수출된 후 싱가포르에서 도축 및 손질을 거쳐 시장에 바로 공급됩니다. 말레이시아가 아니면 생닭을 공급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가공을 거친 냉장 혹은 냉동 닭을 브라질과 미국 등에서 공급을 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 싱가포르의 한 슈퍼마켓에 닭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미리 확보해 둔 덕에 아직은 닭을 살 수 있습니다. ⓒ 이봉렬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싱가포르 정부는 태국과 협의하여 냉장 닭고기를 대량으로 수입해서 판매하고, 소매점에서 생닭 대신 냉장 닭고기를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의 수출 금지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시장에서의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닭고기만 문제가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닭고기지만 다음에는 다른 것이 될 수 있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 수출을 금지하고 설탕 수출량도 제한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식용유 가격이 급등하자 팜유 수출을 한 때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식량이 무기가 되었고 식품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싱가포르에서는 이 상황이 전시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진행되고 있는 식량 무기화 추세에 한국도 안전지대일 수는 없습니다. 세계 7대 곡물수입국인 한국의 곡물자급률(2020년 기준)은 20.2%, 식량자급률은 45.8%입니다. 주식인 쌀의 경우 자급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그 다음으로 소비가 많은 밀은 0.8%에 불과하고, 콩은 30.4%입니다. 수급 상황에 따라 우리 식생활에 큰 충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식량안보 OECD 최하위 수준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는 제대로 대처를 하고 있을까요? 올 해 4월 식량자급률에 대한 언론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농림식품축산부는 보도자료를 내서 "밀·콩 자급률 제고 등 식량안보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의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노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산하 경제분석기관(EIU)에서 식량안보 불안요인 등을 분석하고 그 대책을 마련하고자 2012년부터 전 세계 113개국을 대상으로 평가, 발표하고 있는 "세계식량안보지수"라는 게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식량안보의 핵심요소로 천명한 식량의 부담능력, 식량의 공급능력, 식품의 품질과 안전, 천연자원 및 회복력 등 4개 항목과 각각의 세부항목을 바탕으로 평가한 것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 <곡물 수급안정 사업·정책 분석 보고서> 인용)

▲ 세계 식량안보지수 추이 -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자료를 바탕으로 국회예산정책처재작성 ⓒ 국회예산정책처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은 72.1점을 받아 29위를 차지했습니다. 9위 일본이나 20위 싱가포르보다 더 낮은 순위이며, 30위 권내 국가들이 대부분 OECD 가입국가임을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의 식량안보지수는 OECD 가입국 중 최하위 수준입니다.

<곡물 수급안정 사업·정책 분석 보고서>는 이 같은 낮은 점수에 대해 "여러 항목 가운데 우리나라는 일본 농림수산성의 식량정책안보실과 같은 식량안보 전담 부서가 없고, 일반 국민이 접근 가능한 식량안보 정책이 수립되어 있지 않은 점 등에 기인하여 점수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식량안보에 대해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을까요? 2월에 열린 대선 후보 2차 TV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질문한 "식량안보"의 의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동문서답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는 그 의미를 알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나 해서 설명하자면 식량안보는 국가가 인구 증가나 재해·재난, 전쟁 등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서 일정한 양의 식량을 항상 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상암 SBS 오라토리움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제2차 초청후보자토론회의 한 장면. ⓒ 국회사진취재단

 
후보 자격으로 토론회 나갔을 때는 몰라도 됐지만, 대통령이 된 지금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전쟁 또는 재난 상황에 준하는 식량 위기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정부의 식량안보를 위한 대책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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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검찰 출신 대거 발탁에 “윤대통령 사적 인연 과도하게 작용”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2.06.07 07:34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준법감시위원장의 ‘이재용 사면론’ 비판…신문들 이재용 유럽행 주목
야당, 집회 금지 장소에 전직 대통령 사저 추가 논의에 이재용 집 앞도 추가하자는 주장도
서울민예총, 굿바이 전시 논란에 매일경제 “언론인 조롱한 전시, 반지성적 폭력”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출신 인사를 다수 임명하자 조선일보가 이를 비판하며 제동을 걸었다. 차관급인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에 전 대검 형사부장,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전 순천 지청장을 임명했고,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40여 명 중 6명이 검찰 출신으로 채웠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동권과 민변·참여연대 출신을 집중 기용했는데 이 경우 ‘집단 사고’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며 윤 대통령에게도 우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삼성의 법적의무를 감시해야 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 주장에 동참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겨레는 7일 사설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며 준감위가 무력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반면 이날 대다수 신문은 유럽 출장길에 오르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기대감을 드러내는 기사를 보도했다. 또한 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 집회와 시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삼성 등 대기업 사옥과 이 부회장 집 앞 시위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서울민예총)이 문재인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희화화한 작품 전시를 개최한 가운데 매일경제가 사설에서 이를 문제 삼았다. 매일경제는 해당 전시에 대해 “반지성적인 폭력”이라며 “언론인을 조롱하고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전시회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기자협회가 해당 전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7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 7일자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조선, 새 정부 검찰 편중 인사 경고

조선일보는 사설 “곳곳에 검찰 출신, ‘인사가 편중되면 판단이 치우칠 수 있다’”에서 국정원 기조실장,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검찰 출신 인사를 임명한 것을 두고 “새 기조실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 형사부장으로 발탁했고,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 변호인도 맡은 인사”라며 “국정원의 조직·인사·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에 최측근 검사를 기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40여 명 중 6명이 검찰 출신으로 법률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은 이전에도 검사가 맡은 적이 있지만 인사를 관할하는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 대통령실 살림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과 부속실장까지 검찰 출신을 기용한 것은 전례가 없다”며 “인사·총무 라인엔 검사뿐 아니라 검찰 일반직도 대거 발탁됐고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가 인사 검증을 맡게 된 만큼 윤석열 정부의 인사는 추천부터 검증까지 검찰 출신이 좌우하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차관급에서도 6명이 검찰 경력이 있고 장관급인 국가보훈처장엔 처음으로 검찰 출신이 임명됐다”며 “‘검찰 편중 인사’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고 덧붙였다. 

▲ 7일자 조선일보 사설
▲ 7일자 조선일보 사설

 

향후 인사에 검찰 출신이 거론되는 점도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공정거래위원장에도 검찰 출신이 사실상 내정됐다고 한다”며 “‘경제 검찰’이라고 하지만 검찰 출신 위원장이 공정위를 이끈 적은 한 번도 없다. 이 인사는 윤 대통령이 90년대 후반 성남지청 근무 시절 ‘카풀’을 같이 한 인연이 있다고 하고 법무부 차관도 당시 ‘카풀’ 멤버였다”고 전했다. 현재 공정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1997년 성남지청에서 윤 대통령과 근무했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서도 “발탁된 검찰 출신 대부분이 윤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이라며 “사적 인연이 과도하게 인사에 작용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문 전 대통령은 운동권과 민변·참여연대 출신을 집중 기용했는데 지나치면 ‘집단 사고’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며 “끼리끼리 모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수사·정보·인사 등은 상호 견제가 중요한 공적 영역”이라며 “여당 의원까지 ‘인사가 편중되면 판단도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한 뒤 “윤 대통령이 귀 기울여야 할 말”이라고 했다. 

한겨레, 준감위원장의 이재용 사면론 비판 

이찬희 제2기 삼성 준감위원장은 지난 3일 삼성 관계사 최고경영진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삼성의 최고경영진이 재판 때문에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없다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5일 한겨레에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어려워서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경제위기와 여론을 내세운 이 부회장의 가석방·사면 주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 8월 그의 가석방 이후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며 분출하는 모양새”라며 “이미 가석방 특전을 받은 이 부회장에게 또다시 특전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법치주의를 흔들어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갉아먹을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그는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에 참석하고 이번주부터 2주간 유럽 출장에도 나서 ‘경영 활동 지장’이란 이유도 공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날 다수 매체에선 이 부회장 유럽 출장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마누라 빼고 다 바꿔’ 선언했던 곳 아들 이재용이 출장 가는 까닭은?”(조선일보)
“유럽행 이재용, 글로벌 현장경영 재개…반도체 행보 주목”(동아일보)
“유럽 가는 이재용…대규모 투자·M&A 구체화되나”(서울신문)
“이재용 부회장, 오늘 유럽 출장길…대형 M&A 급물살 기대”(전자신문)
“이건희 신경영선언 29주년…이재용의 勝於父(아버지를 뛰어넘는다)”(매일경제)
“유럽행 이재용, 반도체 ‘목숨 걸고’ 챙긴다”(일간스포츠)

▲ 7일자 일간스포츠 이재용 부회장 관련 기사
▲ 7일자 일간스포츠 이재용 부회장 관련 기사

 

한겨레는 이찬희 준감위원장 발언에 대해 “무엇보다 삼성의 준법·윤리경영을 독립적으로 감시하는 기구의 위상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위험하다”며 “준감위는 2020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 주문에 맞춰 설치됐다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비판적 시선이 많았지만, 제1기 활동을 통해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무노조 경영폐기 등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잇단 사면론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회계조작 논란에 따라 진행 중인 이 부회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결국 준감위가 삼성의 ‘면피용’이라는 부정적 여론만 강화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재용 집앞 시위도 막아달라는 보수매체들

한편 이 부회장의 집 앞 시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최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주변 시위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집회 금지 장소에 전직 대통령 사저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그러자 일부 매체에서 이 부회장 집이나 삼성 사옥도 시위 금지 장소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 7일자 매일경제 사설
▲ 7일자 매일경제 사설

 

매일경제는 사설 “文사저 뿐아니라 기엎앞 욕설·협박도 멈추게 집시법 바꾸라”에서 “집회·시위로 고통받는 건 문 전 대통령 내외와 평산마을 주민뿐만이 아니다”라며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사옥 일대는 정도가 더 심하다. 삼성 서초사옥 1층 어린이집까지 장송곡과 욕설이 쩌렁쩌렁 들려 아이들이 고통을 호소할 정도”라고 했다. 

매일경제는 “이재용 부회장 집 앞도 툭하면 욕설이 난무하는 시위장으로 변한다. 신고해봤자 소용이 없다”며 “문 전 대통령을 위한 위인설법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인권을 보호하도록 보편타당하게 적용되는 집시법 개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대기업 사옥 주변은 소음·욕설 시위의 해방구가 된 지 오래다”라며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선 극한 소음 시위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집 앞에서도 지난 4월13일 이후 집회·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경제는 사설 “‘떼법’ 시위·파업엔 무관용이 원칙이다”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많은 대기업 임직원과 총수들은 퇴직 임직원이나 노동·시민단체들의 스피커와 확성기를 통한 욕설과 저주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며 “기업들은 이런 ‘시위 지옥’ 상황에 대해 수없이 민원을 넣었지만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 서울민예총이 6월1일부터 15일까지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개최하는 전시회 ‘굿바이 시즌2’
▲ 서울민예총이 6월1일부터 15일까지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개최하는 전시회 ‘굿바이 시즌2’

 

매경, 민예총 전시 “반지성적 폭력”

매경은 사설 “언론인 110명 조롱한 민예총 전시, 반지성적 폭력”에서 “자신과 뜻이 다른 언론인을 지목해 모욕하고 증오를 표출하는 행위는 예술이라기보다는 폭력이자 명예훼손일 뿐”이라며 “어떤 기준으로 이들을 가짜뉴스 생산자로 지목했는지 근거도 밝히지 않은 채 언론을 편향된 정파적 시각으로 공격하고 있으니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고 주장했다. 

매경은 “캐리커처 등장인물 가운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검증했던 방송사와 신문사 법조담당 기자들, 문재인정부를 비판한 기자들 상당수가 포함돼 있다”며 “기피 언론인 명단을 만드는 것은 정권에 비우호적인 예술인들을 탄압했던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다를 게 없고 언론 자유에 위협을 가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文·조국·유시민 비판기자 희화화가 언론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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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7일 총파업 예고…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시험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6/07 08:07
  • 수정일
    2022/06/07 08:0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국무총리 "운송 방해 행위, 엄정히 조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며 오는 7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대규모 파업으로 주무부처인 국토부와의 협상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정부는 '화물운송 종사자격 취소' 등 강경대응을 예고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파업 사태인 만큼, 새 정부 노동정책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6일 "화물연대본부가 7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비롯해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 △화물 노동자 산재보험 전면 적용 △지입제(명의신탁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최근 유가(경유) 상승으로 운임비용이 크게 높아진 만큼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화물노동자들은 법체계상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 및 노동법에서 배제되어 최저임금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그런 화물노동자들에게 안전운임제는 일종의 최저임금인 셈으로, 화물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운임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가 공표하는 운임이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안전운임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말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파업 목적 축소·왜곡... 한덕수 "법에 따라 철저히 엄단" 강경대응 예고

 

정부와의 논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2일 국토부와 1차 교섭을 갖고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했으나,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를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이들의 총파업 목적을 '운송료 인상'으로 보고 있는 것도 화물연대로부터 '왜곡'이라는 반발을 사 갈등의 골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공개한 국토부 내부 회의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화물연대는 표면적으로 안전운임제 지속시행을 주장하나 철강재, 자동차, 유통 등 운송품목별 운송료 인상이 주목적인 것으로 파악"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화물연대 측은 "도로 위 사망사고를 줄이고 국민 안전을 넓혀 나가기 위한 파업의 목적을 축소하고, 국민적인 지지여론이 형성되지 못하도록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설명임이 분명하다"며 "책임에 발뺌하고, 악의적인 여론을 조장하려는 국토부의 시도는 매우 실망스럽고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파업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국정현안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이 우리 경제에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될 것"이라며 "운송을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정부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면서도 "새 정부는 법이 허용하는 권리 행사는 확실히 보호하지만, 법을 위반하고 무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철저하게 엄단한다는 원칙에 따르겠다"고 경고했다.

국토부도 "불법행위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하는 경우 화물운송 종사자격을 취소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유 가격 폭등으로 손해 떠안는 화물기사들…안전운임제는 전체 화물차 중 6.2%에만 적용

화물연대는 16개 지역본부별 동시다발적으로 7일 자정을 기해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국 화물노동자는 약 42만 명으로, 이중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함께 안전운임 전면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 화물연대의 총파업 배경에는 경유 가격의 폭등이 있다. 화물 운송 차량에 주로 들어가는 경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리터당 2008원으로 1년 전보다 50% 가까이 올라, 유가 상승으로 인한 손해를 화물차 기사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안전운임제가 유지되면 운송료가 연료비에 연동해 오르내리기 때문에 지금처럼 유가가 급등할 때도 화물노동자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4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6월 첫째 주(5.29∼6.2)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19.3원 오른 L(리터)당 2천13.0원으로 집계됐다.이번 주 경유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8.1원 오른 L당 2천8.4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5일 오전 서울 시내 주유소. ⓒ연합뉴스

현재 안전운임 적용대상은 전체 화물자동차 42만 대 중 약 2.6만대로 6.2%에 불과한 상태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이 적용되는 차종에 한해서는 제도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적용 대상이 소수이므로 이것이 전체 도로의 안전으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며 안전운임 전면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월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몰조항 삭제 등을 담은 화물자동차법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인데다 내년 운임을 산정하려면 상반기 중 통과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국회와 논의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화물노동자들은 최저임금제가 적용되지 않아 최저생계비를 버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운송료가 전혀 오르지 않고 유가는 상승하며 사실상 운임은 떨어져 왔다. 생계비는 벌어야 하니 더 벌기 위해 과로·과중 등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화물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13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물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인 안전운임이 계속 유지 될 수 있어야 하고 단계적으로 적용대상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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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도록 현충일 맞아 진행된 국립묘지법 개정 운동

올해 대전현충원에서 더불어민주당사 앞으로 옮긴 이유

  • 기자명 대전=임재근 객원기자 
  •  
  •  입력 2022.06.0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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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와 대전민중의힘은 6일 오후 2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앞에서 ‘국립묘지법 개정 및 반민족행위자 등 묘 이장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와 대전민중의힘은 6일 오후 2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앞에서 ‘국립묘지법 개정 및 반민족행위자 등 묘 이장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지역 단체들이 매년 현충일을 맞아 요구해왔던 국립묘지법 개정 및 반민족·반민주행위자 김창룡 등 묘 이장 촉구 운동이 올해에는 대전현충원이 아닌 더불어민주당대전시당사로 자리를 옮겼다.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와 대전민중의힘은 6일 오후 2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하루빨리 국립묘지법 개정을 통하여 김창룡, 백선엽, 유학성 등 친일 반민족·반민주 행위자의 묘를 국립묘지 밖으로 즉각 이장하라!”고 촉구했다.

20년이 넘도록 대전현충원에서 진행해온 이들의 운동이 올해에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이유는 국립묘지법 개정 여론이 높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도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립묘지법 개정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홍경표 사무국장은 “특히 대전지역은 7석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움직이지 않아 이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6일 오후 2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앞에서 진행된 ‘국립묘지법 개정 및 반민족행위자 등 묘 이장 촉구 기자회견’ 앞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알리는 전시물이 깔려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6일 오후 2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앞에서 진행된 ‘국립묘지법 개정 및 반민족행위자 등 묘 이장 촉구 기자회견’ 앞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알리는 전시물이 깔려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날 기자회견 인사말에 나선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박해룡 지부장은 “22년 동안 (친일반민족행위자 등의) 묘 이장과 국립묘지법 개정을 줄기차게 정치권에 요구해 왔지만, 국가의 정통성과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정치권은 그야말로 무관심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현대사에서 적폐의 뿌리,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다시 한 번 통렬히 절감하지 않았냐”며, “무엇 때문에 주저하고 망설이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창근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 회장도 “적폐세력들을 국립묘지에서 몰아냈더라면 민주당이 이렇게 이번에 참패했겠냐”고 물으며, “이 모습을 보면서 지난 5년 동안 우리가 민주당에게 요구하고 바랐던 것들이 얼마나 허망하고, 민주당이야말로 새로운 적폐 세력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창근 회장은 이어 “앞으로 총선까지 2년 동안에 민주당이 제대로 친일 적폐를 국민 묘지에서 몰아내지 않는다면 다음 총선은 차려질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김운섭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 사무처장도 “민주당은 국민묘지법 개정, 정치개혁 그리고 민생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지난 5년간 반성하고 민생에 더욱 매진하고 국민들에게 다시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정당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기획실장은 “2년 전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앞 다투어 국립묘지법 발의지만 2년이 지나도록 지금까지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며, “추진하다가 법안이 막혀서거나 다른 당이 반대해서 또는 친일파 세력들이 생명의 위협을 가해서 등의 이유 때문에 잠깐 보류했다면 이해가 되겠지만, 압도적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은 것은 독립운동을 가지고 사기를 친 거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대전현충원 입구, 현충교에서 ‘독립운동가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생애 비교 판넬 전시회’가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현충원 입구, 현충교에서 ‘독립운동가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생애 비교 판넬 전시회’가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대전현충원 입구, 현충교에서 ‘독립운동가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생애 비교 판넬 전시회’를 오전 9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했다. 판넬 전시는 독립운동가 20인과 친일반민족행위자 20명을 비교했다.

그동안 대전지역단체들이 해왔던 ‘국립묘지법 개정 촉구 시민대회’는 올해는 평화재향군인회와 동학실천시민행동이 진행했다.

평화재향군인회 김기준 상임대표와 동학실천시민행동 이요상 상임대표 등은 6일 오전 11시, 대전현충원 장군 제1묘역 앞에서 시민대회를 열고 “김창룡, 백선엽, 안현태 등 친일 반민족·반민주행위자들의 묘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즉각 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새롭게 들어선 윤석열 정부와 국회는 많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을 통하여 반민족·반민주 행위자들과 반국가 사범들을 모두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하도록 조치하여, 민족정기가 바로 세워지고, 이곳 국립대전현충원을 진정한 민족의 성지로 거듭 세우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대회를 마친 이들은 일본군 헌병 출신으로,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사건에서도 책임이 컸던 김창룡의 묘(장군 제1묘역 69호)로 이동해 파묘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평화재향군인회와 동학실천시민행동는 6일 오전 11시 대전현충원 장군 제1묘역 앞에서 ‘국립묘지법 개정 촉구 시민대회’를 진행했다. 평화재향군인회 김기준 상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평화재향군인회와 동학실천시민행동는 6일 오전 11시 대전현충원 장군 제1묘역 앞에서 ‘국립묘지법 개정 촉구 시민대회’를 진행했다. 평화재향군인회 김기준 상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평화재향군인회 김기준 상임대표와 동학실천시민행동 이요상 상임대표 등이 김창룡 묘(장군 제1묘역 69호)에서 파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평화재향군인회 김기준 상임대표와 동학실천시민행동 이요상 상임대표 등이 김창룡 묘(장군 제1묘역 69호)에서 파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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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의료 기관 대리자가 후보? 우리는 '복지부' 장관을 원한다"

[시민건강논평] 부처의 존재 이유에 반하는 김승희 장관 후보자

시민건강연구소  |  기사입력 2022.06.06. 07:53:01

 

자치단체장과 의원까지 지역에서 일할 사람들이 새롭게 구성되었지만, 중앙의 각 부처 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자리 중 하나다. 이전 후보자는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거나 접근하기 힘든 방법과 기술로 기득권을 세습하려던 행태 등이 도마에 오르면서 사퇴했다. 새로운 후보자 역시 부를 축적하고 세습하는 과정 등 다양한 논란들을 일으키며, 고위 공직자로서의 윤리적 자질에 대해 의심을 사고 있다.

새 장관 후보자는 이러한 개인의 윤리적 문제들을 감수하면서까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될 만큼 대단한 능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 걸까? 새 후보자는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고 최근까지 로펌에서 바이오·제약·헬스케어·입법지원 및 법제컨설팅·행정소송 관련 고문으로 활동했다. 그가 고문으로 있는 동안 해당 로펌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소송 27건을 대리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불법 의료행위를 한 기관을 대리하는 편에 있던 사람이 그러한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할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간다니, 그 책임을 충실히 수행할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이 의혹 투성이 후보자를 연이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 정권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아직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사람 보는 눈이 없기 때문일까. 

우리는 현 정권의 이런 시도가 그들의 국정운영 철학에 기반한 합리적이고 필연적인 선택이었다고 판단한다. 현 정권은 그들의 지향에 매우 부합하는 사람을 선정하는 탁월한 안목을 발휘하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해상충 역시 국무총리 임명 과정에서의 그들의 논리와 같이 신중하지 못했던 결정의 결과라기보다는 매우 당파적이면서도 소신 있는 결정이었다고 판단했으리라고 본다. 

새로운 정부는 공공연하게 시장을 중시하고, 경제권력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친 시장, 친 경제권력의 사람을 내정하는 것이나, 그 사람이 사기업이나 사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비효율적이고, 시장은 효율적이고 우월하다는 인식 속에서 그러한 경력은 오히려 경륜과 전문성으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새로운 장관 후보자가 식약처장과 국회의원 시절 추진했던 사업들은 우리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2015년 식약처장 재임 당시에는 제약회사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의약품 안정공급 특별법'을 추진했다. 2016년에는 국회의원으로서 '첨단재생의료법'을 발의하면서 또다시 안전성 및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 판매가 가능하도록 시도하며 제약·바이오 산업의 이익을 도모했다. 그러는 가운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나 치매안심센터 확대에 예산을 쓰는 것에는 반대했다.(☞ 바로 가기 : 무상의료본부 5월 31일 자 '<성명> 제약·바이오·의료기기 기업 민원 해결사, 의료 민영화, 규제 완화 김승희 후보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더 부적격이다')

사람들이 건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아플 때는 의료 서비스, 돌봄이 필요할 때는 돌봄 서비스를 부담 없이, 부족함 없이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반을 확보하는 것. 여러 위험이 가득한 사회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극한 상황에 내몰리지 않게끔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 상황 시, 여러 핵심 자원을 조정, 연계, 지원하면서 사회구성원들을 보호하는 것. 사람들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이런 것이다. 

결국 사람들의 건강과 복지에 가장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책임지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존재 이유일진대, 장관 후보자의 경력을 보면 과연 그러한 책임을 다할지 우려스럽다. 사람들의 건강과 복지는 시장에 내맡기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보다는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민들의 안전 대신 기업 이윤을 옹호하지는 않을지 말이다.

정부는 장관 임명을 재고하길 바란다. 경제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모든 부처의 장관들이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각 부처에는 본래의 역할을 가장 우선시할 장관이 필요하다. 우리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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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무능·오만으로 민심 이반…“당내 민주주의 실종됐다”

등록 :2022-06-06 08:00수정 :2022-06-06 08:32

 
 
 
 
의원 24명 대상 ‘위기 원인’ 심층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8일 국회 본청 앞에서 오미크론 대응을 위해 추경안 대폭증액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민주당 의원들을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8일 국회 본청 앞에서 오미크론 대응을 위해 추경안 대폭증액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민주당 의원들을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금 승리하는 사람은 항상 무적처럼 보일 것이다.” 작가 조지 오웰의 말이다. 2018년 휘청이는 보수를 상대로 ‘20년 집권론’을 내놓을 때 더불어민주당도 패배 없는 수권정당을 장담했다. 그러나 민주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줬던 민심은 4년 만에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지방정부를 모두 심판했다.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 구성원들은 창당 이래 최대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잇단 패배 때문만은 아니다. 170석 의석을 갖고 있지만 개혁의 에너지도, 방향도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한겨레>는 민주당 안팎의 목소리를 모아 거대 야당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첫회에선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민주당 의원 24명을 심층 인터뷰해 당의 위기 원인을 짚는다. 선수와 계파를 안배했으며, 솔직한 답변을 위해 이름은 밝혀 적지 않는다.

“170석의 더불어민주당은 바뀐 생태계에 기민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해가는 공룡과 같다.”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지난 3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숱한 분당과 통합의 역사를 거치고도 “지금이 ‘삼김시대’보다 못하다”며 “과거엔 왕당파와 비왕당파가 길항하며 견제했다면 지금은 그것조차 없는 불통의 정당이 됐다”고 했다.

 

“메아리 없는 절벽”
 

지난 2~5일 <한겨레>와 인터뷰에 나선 24명의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당의 위기를 ‘불통의 구조’에서 꼽았다. 과거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의원총회 현장이 서로 들이받고 비토하는 가운데 중의를 수렴하는 장이었다면 “지금은 메아리 없는 절벽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비공식 라인에서 의사 결정이 이뤄지면서 다수는 무력감을 느꼈다. 하지만 선거가 있으니 말은 못 하고 ‘이건 아닌데’ 하고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반성을 하면 그게 분열로 이어지고 분당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하게 내리누르고 있었다”고 짚었다. 가깝게는 2016년 문재인 대표 체제를 비판하며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국민의당이 갈라지고, 멀게는 새천년민주당의 쇄신을 주장하며 2003년 열린우리당이 창당했던 ‘분당의 기억’이 당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 일부는 결과적으로 이런 침묵이 당의 건강성을 해쳐왔다고 보고 있다.

 

‘침묵하는 민주당’엔 몇가지 배경이 있다. 집권여당으로서 단일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부담은 부차적이다. 의원들은 무엇보다 강성 지지층과 당내 강성파의 주장이 진영 안에서 ‘절대 선’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침묵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한 다선 의원은 “강성 지지층이 같은 민주당 사람이라도 맘에 안 들면 적으로 도려내버리는 방식으로 입을 막는다”며 “그럼으로써 당의 과오나 잘못된 점을 수정할 가능성을 막아버린 점이 문제”라고 짚었다. 한 초선 의원은 “이게 진정한 당내 민주주의인지 의구심이 든다”고도 했다. 여기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을 ‘민주주의의 양념’이라고 옹호했던 점을 거론하며 “당이 건강하려면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이후) 조금만 뭐라고 하면 ‘수박’(민주당인 척하는 보수인사)이니 뭐니 해서 소통이 안 되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외부를 향해서도 ‘압도적 다수’를 형성한 여당다운 소통과 설득에 나서지 않았다. 의원들은 입을 모아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추진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입법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당시 입법은 당론으로 추진됐다. 한 재선 의원은 “국민들이 설득이나 정치적 타협보다는 다수당의 숫자로 밀어붙인 게 반복된다고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검수완박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꼼수 탈당 등은 엄청난 부담이었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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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투쟁과 내로남불에 급급
 

“무책임했다”는 자기비판도 많았다. 한 다선 의원은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우리가 한 건 내부 권력투쟁뿐이었다.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 당을 어떻게 끌고 갈지, 당에서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의원은 “서로 책임을 반성하는 게 먼저여야 하는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책임만 전가하고 있다”며 “희망이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보신주의’가 당을 지배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등 개혁진영이 선취해온 도덕성마저 상황 논리에 휩쓸려 갔다. ‘내로남불’로 대표되는 도덕성의 위기다. 2021년 4·7 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장·부산시장 후보 공천은 무책임한 내로남불 정치의 정점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당시 박원순·오거돈 시장의 성폭력 사건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지만 ‘당 소속 선출직의 중대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한 경우 재보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고쳐 후보를 냈다.

 

한 초선 의원은 “무슨 낯으로 민주당이 후보를 내나. 얼마나 무례한 오판인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당시를 복기해보면 심각한 민심 이반이 일어나고 있었다”며 “성폭력 문제 등을 우리가 여러번 사과했어도 여전히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도덕성 리스크’가 집중포화를 받을 때 내로남불의 민주당은 유권자에게 다시 각인됐다. 한 재선 의원은 “조국 사태로 내로남불이란 비판 받으면서 당의 도덕적 문제가 많이 노출됐다”며 “그런데 또 우리는 도덕적 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후보를 (대선 후보로) 뽑은 게 아니냐”고 돌아봤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지선에서 이길 수 있는 곳까지도 진 건 이재명·송영길 등 반성해야 할 주체들이 선거를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권세력으로서 무능”

무책임은 무능으로 이어졌다. 집권세력으로서 민주당이 정책정당으로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는 자성도 나왔다. 몇몇 의원은 최근 소상공인 손실보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50조원대 초과세수’ 사태를 보고 “우리 집권세력 전체의 무능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했다. 당시 민주당 안에선 ‘전임 정부에서는 재원이 없다더니 정권이 바뀌니 초과세수가 발생한단 거냐’고 국정조사 카드를 내밀며 기획재정부를 크게 비판했다.

 

한 초선 의원은 “부동산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진영논리만 작동했고, 탈원전 정책도 가치만 내세우고 준비를 못했다”며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한 유능함이 부족했고 그것이 지지자들을 실망시켰다”고 돌아봤다.

 

그런데도 한없이 오만했다. 한 초선 의원은 “우리의 의제만 맞다고 생각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응답을 못했다”고 반성했다. 코로나19와 집값 폭등으로 민생이 흔들릴 때 국민에 발맞추기보다 여당의 입장을 관철하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 초선 의원은 “경제정책부터 시작해서 디테일을 잘 모르는 채 말로만 선의로 ‘우리 뜻은 그게 아니었다’는 식으로만 했으니까 어설픈 정책들이 나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소상공인 지원 등 국민이 원하는 정책엔 한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검찰개혁 등에선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 거라고 고집만 부렸다”며 “국민들의 평가를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모면해온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심우삼 wu32@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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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제주의 '구쟁기'는 누가 다 먹었을까?

절망적인 제주 연안 조간대 갯녹음 조사 결과... "제주 바다, 임계점 넘었다"

22.06.05 18:22l최종 업데이트 22.06.05 18:22l


제주의 스킨스쿠버 다이버들은 해녀들에겐 오랜 기간 눈엣가시였다. 다이버들이 불법 작살질을 하거나 전복, 소라와 같은 해산물을 잡는 일명 '머구리' 다이빙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옛말이다. 2000년대 이후로는 다이버들도 올바른 레저로서 스킨스쿠버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불법 '머구리' 다이빙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임을 다이버에게 교육해 왔다. 오랜 기간 다이버들은 해녀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여전히 해녀들은 다이버들에게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제주 바다에 새로운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바로 '해루질(밤에 물이 빠진 얕은 바다에서 어패류를 잡는 일)' 때문이다. 해루질 전문 유튜버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며, 해루질 인구가 늘어나자 어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루질이 구쟁기('소라'의 제주말)뿐만 아니라 해산물 씨를 말린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최근에는 마스크를 끼고 바다에 나가 있는 사람이 보이면 화가 난 해녀들이 '바다에서 당장 나오라' 소리치며 쫓아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해녀들이 해올 물건이 없어 화가날 정도로 말라가는 제주 바다는 과연 다이버와 해루질 때문일까? 진짜 이유는 '갯녹음' 때문이다. 갯녹음은 미역, 다시마, 감태와 같은 대형 해조류가 줄어들고 석회조류가 번성하여 바위를 하얗게 뒤덮는 현상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 오염물질 유입, 조식동물 증가 등을 주요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갯녹음으로 인해 바다숲이 사라지면, 바다풀을 먹이원으로 살아가는 전복, 소라뿐만 아니라 보육장이자 은신처로 살아가는 해양생물들이 사라지고, 결국 바다는 황폐해진다.

제주의 하얀 돌, 갯녹음
 

석회조류로 피복된 바위, 제주시 신흥리 갯녹음 지역
▲  석회조류로 피복된 바위, 제주시 신흥리 갯녹음 지역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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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조가 되면 해안가를 넘실거리던 바닷물이 밀려 나가 멀리까지 검은 암반이 드러난다. 그때 가만히 물 끝을 보면, 제주도 특유의 검은 돌이 아니라 하얀색 돌들이 드러난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조간대 암반에 갯녹음이 진행 중인 모습이다. 녹색연합은 제주 연안 조간대에 갯녹음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2021년 여름-가을(200곳), 2022년 겨울-봄(43곳)에 걸쳐 조사했다.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사리때 전후 1~2일, 간조 시간 전후 2시간 동안 조사했다.


2021년 여름-가을 200곳의 정점 조사에는 녹색연합 활동가 8명이 투여되었다. 제주도 해안마을 97개를 4개 팀이 행정 구역별로 나누어 조사했다. 푸르른 제주 바다의 해안가를 돌아보며 진행하는 조사였기에, 몇몇 활동가들은 들뜬 마음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며칠간 갯녹음을 조사하며 제주 바다의 죽음을 목도한 활동가들은 점점 절망했다.

"가는 곳마다 갯녹음이 발견돼요. 갯녹음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곳이 없어요. 원래 제주 바다는 어떻게 생겼죠? 해조류가 이렇게 없는 것이 정상적인 제주 바다의 모습인가요?"
 
 
 
 
 
 
ⓒ 녹색연합
 
활동가들의 절망감은 조사 결과가 확인해준다. 2021년 여름-가을 조사하였던 200곳 중 모래 해변 2곳을 제외한 198곳, 97개 해안마을 전체에서 갯녹음이 진행 중이었다. 조간대 해조류가 발견된 곳은 고작 18개 마을뿐이었다. 이것도 해조류 피도가 30%를 넘지 못했다즉 97개 마을 모두 갯녹음-심각* 단계로 진행 중이었다.

조사 정점 200곳의 사진과 기록을 모두 정리하여 해조류 전문가를 찾아갔다. '우리가 확인한 것이 갯녹음이 맞는가', '제주의 모든 연안에 갯녹음이 진행된 것이 맞는가'를 다시 묻지 않고서는 이 절망적인 결과를 우리 스스로도 믿을 수가 없었다.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하던 그는 말을 덧붙였다.

"갯녹음 현상은 5m 이내 수심에서 미역, 모자반 등 해조류가 사라지고, 이후 수심 5~10m 이하의 감태, 다시마 등 대형 갈조류가, 마지막에 조간대의 톳 등이 사라지는 순서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이번 조사를 통해 조간대 갯녹음을 확인했다는 것은 이미 조하대 얕은 수심의 바다도 갯녹음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수중 조사에서 확인하였던 수중 5m 이내의 서귀포항 동방파제 지역은 이미 극심한 갯녹음 현상으로 아무것도 살지 않는 죽음의 바다로 변해 있었다. 서귀포 외돌개 수심 15m 지점에서도 감태 등 대형 갈조류는 거의 사라져 갯녹음 현상이 깊게 확산되고 있었고, 대정면 광어양식장 배출수 인근에서 촬영한 수중 영상에서도 갯녹음이 확인되었다.
 
 
▲ 기후위기 최전선, 제주바다 인터뷰 - 제주바다 갯녹음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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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녹음 정상 -  진행 - 심각 정도의 수준은 수산자원관리공단 기준에 따라 유∙무절 석회조류 피도 30% 이하 엽상형 해조류 피도 60% 이상은 정상, 유∙무절 석회조류 피도 30~70% 이하 엽상형 해조류 피도 30~60%는 진행, 유∙무절 석회조류 피도 70% 이상 엽상형 해조류 피도 30% 이하는 심각으로 판단한다.)

아름다운 곳마다 갯녹음

지난해 갯녹음 조사가 한창이던 가을, 제주도 갯바위 위에서 돗자리를 펴고 맥주를 마시는 장면의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우리는 그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진 속 갯바위가 하얀 석회조류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애써 아름다운 바다를 찾아 바캉스를 즐기는 장면을 연출했을 텐데, 그 바캉스는 바다 생명들이 죽어가는 갯녹음이 한창인 바위에서의 파티였다.

제주도가 우리나라 제1의 관광지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서귀포시 성산 일출봉, 고성리 섭지코지, 신풍 목장·표선 해안, 남원리 큰엉 해안경승지, 하효동 게우지코지, 보목동 소천지, 동홍동 정방폭포, 법환동 범섬 조망지, 서홍동 황우지 선녀탕, 대포동 주상절리대, 중문 색달해수욕장, 사계리 용머리 해안, 사계 해수욕장, 상모리 송악산 둘레길 해안, 하모해수욕장, 그리고 제주시 권역의 고산리 수월봉 지질공원, 신창리 풍차 해안, 월령리 천연기념물 선인장자생지, 협재해수욕장, 애월 해안도로, 용담이동 용두암 해안, 건입동 탑동 광장, 함덕해수욕장, 함덕·북촌리 서우봉 일대, 제주 북동 해안

위에 언급한 곳들은 유명 관광지를 말한 것이 아니다. 갯녹음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곳을 말한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관광객들이 찾아가고 있을 이 아름다운 관광지에 물이 빠지면 갯녹음으로 황폐해진 바다가 드러난다. 이곳을 배경으로 찍었을 관광객 사진 속의 바다 모습은 석회조류가 허옇게 덕지덕지 붙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절망스러운 풍경일 것이다.
 
 
 
 
 
 
 
 
 
 
 
 
 
 
 
ⓒ 녹색연합
 
봄, 해조류가 자라나는 계절... 그러나

바다의 계절은 육지의 계절보다 한 계절 느리다. 육지의 가을은 수온이 가장 높은 바다의 여름, 육지의 봄은 수온이 가장 낮은 바다의 겨울이라고 할 수 있다. 해조류는 주로 바다의 겨울, 즉 육지의 봄에 자라 5월에 가장 풍부해진다. 2021년 여름~가을 조사는 해조류가 포자를 방출하고 탈락하거나 쇠퇴하는 시기에 조사였기에, 해조류가 자라나는 2022년 겨울~봄에 관광지, 해양경관우수지역, 해조류 발견지역 등 주요 지역 43곳을 선정하여 계절 조사를 진행했다.

해조류는 수온 변화에 민감하다. 올봄, 이례적인 저수온 현상으로 최근 3년 중 가장 낮은 수온을 기록하여 해조류가 많이 자라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조간대 갯녹음은 예상보다 상당히 심각하게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제주시 권역은 조사한 19곳 중 12곳에서 해조류가 봄을 맞아 성장하여 갯녹음 '심각' 단계에서 '진행' 단계로 완화되었지만, 서귀포시 권역은 조사지역 24곳 모두 여전히 갯녹음 '심각' 단계를 유지했다. 해조류가 풍성하게 자라야 할 봄임에도, 조간대 해조류는 자취를 감추고 석회조류만 바위를 빼곡히 덮고 있었다.

해조류가 다시 자라난 제주시 권역의 12곳마저도 정상적인 제주 조간대 분포를 보이는 곳은 찾기 어려웠다. 해조류 전문가는 "건조에 내성이 있는 패 등이 최상부에, 그 다음 파도에 강하면서 다소 건조 내성을 갖는 지충이, 톳, 꽈배기모자반(또는 조간대 모자반류) 등이 서식하고, 조하대가 시작되는 부근에는 파도에 내성이 강한 우뭇가사리, 서실류와 같은 떼 조류가 순차적으로 분포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묘사했지만, 해조류가 발견된 곳 대부분은 지충이나 톳과 같은 우세한 한 종이 인근 해역을 뒤덮고 있는 불완전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다.
 
2022년 겨울-봄 제주 연안 조간대 갯녹음 조사 결과
▲  2022년 겨울-봄 제주 연안 조간대 갯녹음 조사 결과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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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흉년인 제주 바다

모자반, 톳, 미역, 감태, 우뭇가사리 등 제주 토속 해조류는 직접 식용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약용으로도 이용되어 예로부터 제주 어업인에게 주요한 소득원이다. 그러나 해조류의 생산량이 가장 많고, 상품 출하를 위해 수확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43곳 어느 곳에서도 상품성 있는 미역, 모자반은 발견할 수 없었다. 해양수산부 품종/어업별 생산량 통계를 확인한 결과 제주도 해조류의 생산량은 해마다 오르내림은 있었지만, 통계가 집계된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생산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2017년 이후로 우뭇가사리 톳 등 제주도 주요 해조류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다. 제주 해양생태 전문가의 진단은 이랬다. 

"미역, 모자반 같은 경우, 해갈이를 하므로 1년 주기로 자라고 그 다음 한 해는 안 보이기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나 5년 전인 2017년 이후부터 해갈이도 없고 해조류 자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원인은 태풍과 풍랑의 영향으로 2010년 이후 지금까지 겨울철 풍랑주의보 발효 횟수가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예측된다. 해조류가 자라나는 늦가을부터 겨울철 초기 성장 때 풍랑에 못 견디고 잘려서 죽어 나간다. 조간대부터 조하대 5미터 지점까지 영향을 많이 받으며, 큰 풍랑의 횟수가 잦아 수심 20m 권까지도 영향을 받는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의 영향으로 제주도는 최근 10년 사이 겨울철 수온이 최대 3도까지 올라 해조류 급감의 주요 원인은 풍랑 스트레스와 수온 상승으로 생각된다."

한편 해조류 전문가는 "제주도 인구수가 증가한 만큼 우뭇가사리, 모자반 생산량은 감소했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뿐만 아니라 사람의 활동, 즉 인위적인 오염원 유입의 영향 또한 클 것이라고 강조하며 "사람들이 어떤 행위를 하고, 바다에 무엇을 버리는지, 그 버린 것 중에 어떤 물질이 해조류 군락을 훼손하는지 먼저 진단하고 그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제주도 주요 해조류 생산량 통계 그래프
▲  제주도 주요 해조류 생산량 통계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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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없는 바다숲 조성사업, 바다에 3400억 원 들이붓기

정부에서는 갯녹음을 해결하기 위해 '바다숲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 3443억 원, 1년에 300억 이상 투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국가 예산 외에 지자체 관리예산을 더하면 매해 바다숲 조성, 관리에 지출된 예산은 천문학적인 숫자로 늘어난다. 바다숲 조성을 위해 인공어초를 만들어서 바다에 투하하고 해조류의 종자를 이식한다. 자연석을 투하하기도 하고, 포자가 든 모조주머니나 해조류 종자를 줄에 매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바다숲을 조성한다.

그러나, 바다숲 조성사업의 문제점은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다. 2019년 감사원은 '바다숲 조성 사업 추진 부적정' 공문을 통해 해양수산부에 관리·감독 시정을, 실행 주체인 한국수산자원공단에 주의 요구를 통보했다. 바다숲 조성 효과 점검, 갯녹음의 효율적 제거,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해조류 전문가들 역시 해조류 서식 환경보다 깊은 곳에 인공어초를 투하하거나, 해조류의 생식 주기를 고려하지 않고 예산 집행 시기에 맞추어 해조류 포자를 심는 등 바다숲 조성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는 갯녹음의 심각성을 알리고 국민의 관심 속에 바다숲을 조성하기 위해 5월 10일을 바다식목일로 지정했다. 그리곤 매해 기관별, 지자체별로 바다식목일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하고 (물론, 바다숲 조성사업 예산에는, 이러한 행사 개최비도 들어간다), 바다숲 조성 면적으로 대표되는 바다숲 조성사업의 성과를 셀프 치하한다. 현재까지 2만6644헥타르(ha)를 조성했다고 하지만 그 효과는 구체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

다시 살아날 바다숲을 상상하며

조사 후에 만난 제주의 해양생태 전문가는 "제주 바다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제주 바다 조간대를 보면 생태적으로 회복할 힘을 상실했다. 발상의 전환 없이 현재 바다 상황을 바꾸기는 불가능할 것이다"라는 비관적인 의견을 주기도 했다.

해조류 전문가도 "해조류가 사라지는 속도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너무 빨라 무서울 정도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갯녹음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직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이 있다는 점에 희망을 건다. 

제주도정과 도의회가 제주 바다 비상 상황을 선포하고 이에 맞는 조직, 인력, 예산을 배정한다면, 갯녹음 발생 원인에 대해 정밀 조사하고 섬 환경수용성을 최우선으로 오염물질 배출 시설과 산업에 대한 규제 및 관리를 강화한다면, 바다숲 조성사업처럼 원인에 손대지 않고 현상을 수습하는 임시처방식 정책이 아니라 해양생태계를 보호·복원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계획을 수립한다면, 민관협동협의체와 중앙행정부처가 제주도의 갯녹음 확산 방지와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한 지원 방안을 수립한다면, 결국 바다숲이 살아나고 제주 바다가 다시 풍요로워질 것이다. 사라져가는 구쟁기도, 다시 돌아올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녹색연합 해양생태팀 활동가입니다.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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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애의 법원삼거리] 목숨과 맞바꾸겠다는 ‘규제완화’

 

지난달 15일, 경총에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 시행령의 개정에 관한 의견(건의서)을 제출하였다. 시행령 개정 논의가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새정부의 임기가 시작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기다렸다는 듯이 시행령 개정의 필요성과 그 내용에 대한 의견을 제출한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지난해 중대재해법이 제정된 후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 확인됐던 경영계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구체화하고, 경영책임자 등이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을 시행령에서 구체화하되 현행 시행령에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되어있는 부분은 삭제하고, 뇌심혈관계 질환과 같이 개인적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으로 사망한 경우는 법이 적용되는 사망자에서 제외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총의 의견을 자세히 살펴보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지 않은 경우에도 시행령에서 정하자고 하고 있다. 특히 경영책임자의 범위와 관련해서, 법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정해져 있을뿐, 그밖에 시행령에 위임한 내용은 없다. 그런데 경총은 시행령에 안전보건과 관련한 업무를 위임받은 사람을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러한 자를 선임한 경우에는 대표이사 등은 안전보건 관련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조항까지 명시적으로 두자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그동안 재해가 발생하면 안전보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책임자 선에서 책임을 부담하는 것에 그치고, 실질적으로 전반적인 경영방침, 예산 등을 결정할 권한이 있는 경영책임자에게는 책임을 묻지 못해왔던 상황을 반영하여 ‘경영책임자 등’을 의무의 주체로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인 사안에서 대표이사의 책임이 문제되고 있고, 심지어 대표이사가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정황까지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시행령에 위임할 근거도 없이 법이 정한 것보다 협소한 범위로 내용을 좁히고, 나아가 대표이사 등의 책임을 면하는 근거규정까지 두자는 것은 결국 법 개정을 거치지 않고 법을 무력화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제공 : 뉴시스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의견 빌미로
법 무력화하고 개정 필요성까지 제기하는 기업측
OECD 산재사망률 1위 현실은 보이지 않는가


중대재해처벌법은 현장에서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경영책임자 등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의무를 정하고 이를 위반하여 사상의 피해가 발생하였을 때,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즉, 법이 정하고 있는 의무를 위반한다고 하여 곧바로 처벌되는 것이 아니고, 의무위반 사실이 확인되고 사상의 피해가 발생하고,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경총의 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법의 존재 자체로 경영책임자 등이 처벌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법 개정이 시급히 필요한데, 법을 바로 개정할 수 없으니 시행령이라도 시급히 개정해야한다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개인적 요인으로 발병할 수 있는 뇌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경우 법이 적용되는 ‘사망’의 경우에서 제외하자는 것도, 구체적인 의무의 내용을 시행령에서 삭제하거나 필요한 부분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자고 하는 취지도, 살펴보면 사례가 발생하면 무조건 경영책임자 등이 처벌받는 것을 전제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의견이 제출되는 것은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규제완화’를 이야기하고,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과 일맥상통해 보인다. 법 제정에 대한 요구는 십여년 넘게 계속되었고, 그 사이 수많은 이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많은 재해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수십 년간 반복된 한 명, 한 명의 죽음으로부터 얻은 교훈으로 만들어진 이 법을, 시행된 지 다섯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시행의 효과가 없고 경영자들에게 부담만 가중한다는 이유로 시행령 개정, 나아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의 안전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하루에도 몇 명씩 사망하는 현실이 과연 법 시행의 효과가 없어서일까, 법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고질적인 안전경시 문화와 안전불감증 때문일까. 국제기준에 맞춰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이들의 눈에는 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자신들은 변하지 않으면서 법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방안을 이야기하고, 이에 발맞추어 규제완화를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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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위험한 불장난이 계속되고 있다

[개벽예감 494] 미국의 위험한 불장난이 계속되고 있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06/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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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미국 해군이 한국 해군을 밖으로 불러냈다

2. 대만 동쪽 필리핀해에서 진행된 연합함대훈련

3.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에 접근한 RC-135U

4. 위험한 불장난에 들러리로 끼어든 종미우익정권

 

 

1. 미국 해군이 한국 해군을 밖으로 불러냈다

 

나는 2022년 5월 30일 <자주시보>에 실린, ‘종미항중전략은 완벽한 자멸지옥도’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군 인디아양-태평양사령부(Indo-Pacific Command)가 “한미련합군이 사용할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라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작전계획은 한미련합군의 작전범위가 동중국해와 대만 인근 해역까지 확대된 작전계획이며,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의지를 억제하는 작전계획이며, 만일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시작되는 경우 한미련합군이 미일동맹군과 함께 중국인민해방군을 협공하여 대만을 ‘방어’해주는 전쟁계획”이라고 서술한 바 있다. 또한 나는 그 글에서 인태사령부 작전국이 새로운 작전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으므로, 미국군이 한국군을 한반도 밖으로 불러내 전투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새로운 작전계획이 수립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런 예상은 빗나갔다. 인태사령부 작전국이 새로운 작전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는데도, 미국 해군은 한국 해군을 한반도 밖으로 불러내 연합함대훈련을 실시했다. 2022년 6월 4일 한국군 합참본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미련합함대가 2022년 6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 일본 오끼나와 동남쪽 해역에서 연합함대훈련을 실시했다고 한다. 인태사령부 작전국이 새로운 작전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는데도, 미국 해군이 한국 해군을 한반도 밖으로 불러내 연합함대훈련을 조급하게 실시한 것에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그것은 2022년 5월 초부터 중국인민해방군이 이전보다 더 강도가 높은 전투훈련을 실시하였기 때문이다. 그 사정은 다음과 같다. 

 

2022년 5월 3일부터 15일까지 항공모함 랴오닝호를 주축으로 미사일구축함 5척, 미사일호위함 1척, 보급함 1척을 비롯하여 총 8척으로 편성된 중국인민해방군 항모전투단이 대만 동쪽 필리핀해에서 함재기와 함재헬기를 동원하여 해상전투훈련을 실시했다. 주목되는 것은, 당시 해상전투훈련에 13,000톤급 055형 구축함 난창호가 참가했다는 사실이다. 중국이 5척 보유한 055형 구축함은 2020년에 실전배치된 최첨단 구축함이다. 군사전문가들은 055형 구축함이 전 세계 구축함들 가운데서 가장 강한 전투력을 가졌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중국인민해방군 해군이 최첨단 구축함을 항모전투단에 포함시켜 대만 동쪽 필리핀해에서 해상전투훈련을 실시하는 동안, 중국인민해방군 공군은 2022년 5월 5일부터 8일까지 폭격기, 전투기, 전자전기, 정찰기 등 각종 작전기 31대를 대만 주변 공역으로 출동시켰다. 중국인민해방군이 해군력과 공군력을 그처럼 집중적으로 동원한 것은 대만해방전쟁을 위한 실전연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음을 의미한다.   

 

이에 화들짝 놀란 미국군과 대만군은 대응행동에 나섰다. 이를테면, 2022년 5월 9일 일본 오끼나와에 배치된 미국군 특수작전부대인 그린베레부대(Operational Detachment Alpha)는 대만 남부 산악지대에서 대만군 육군항공특전지휘부 산하 항공특전대와 함께 낙하산을 타고 가상적진에 침투하는 강하훈련을 실시했다. 2022년 5월 10일 미국 해군 제7함대 소속 9,600톤급 미사일순양함 포트 로열호(USS Port Royal)가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관행적으로 미국 해군 제7함대는 9,200톤급 미사일구축함을 대만해협에 보내왔는데, 이례적으로 그날은 미사일순양함을 대만해협에 들이밀어 중국을 한층 더 자극했다. 2022년 5월 17일 대만군은 ‘한광훈련’이라는 작전명칭을 내걸고 지휘소훈련(CPX)을 실시했다. ‘한광훈련’은 중국인민해방군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전투훈련이다. 그런데 대만군은 이번 지휘소훈련에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작전지도를 사용했다. 전시에 중국인민해방군의 싸이버공격을 받아 대만의 컴퓨터망이 마비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작전지도를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인민해방군 해군은 2022년 5월 23일 일본렬도 북서쪽과 남서쪽에서 각각 해상전투훈련을 실시했고, 중국인민해방군 공군은 이튿날 장거리전략폭격기, 정보수집기 등 작전기 4대를 출동시켜 로씨야군 장거리전략폭격기 2대와 함께 동해, 동중국해, 서태평양 상공을 훑어가듯이 비행하며 장거리합동비행훈련을 실시했다. 

 

이처럼 중국인민해방군이 해군력과 공군력을 동원한 대규모 전투훈련을 계속하자 미국군은 불안감을 느꼈다. 미국군이 중국인민해방군의 대규모 전투훈련을 보고 불안감을 느낀 까닭은 다음과 같다. 

 

1) 중국인민해방군의 동향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는 미국 정찰위성과 첩보위성은 중국인민해방군이 대규모 전투병력과 무장장비와 군수품을 대만해협 가까이 이동, 집결시키는 움직임을 즉각 포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국인민해방군은 대규모 전투병력과 무장장비와 군수품을 대만해협 쪽으로 집결시키는 식으로는 대만해방전쟁을 시작할 수 없다. 

 

2) 미국의 위성감시를 24시간 받고 있는 중국인민해방군은 동중국해, 필리핀해,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전투훈련을 자주 실시하여, 자기들의 전투훈련에 대한 미국군의 경계심이 느슨하게 풀어진 뒤에 대규모 전투훈련을 실시하다가 전면공격으로 전환시키는 전격전 방식으로 대만해방전쟁에 돌입해야 한다. 

 

3) 최근 중국인민해방군은 자기들의 전투훈련을 미국의 위성감시망에 고의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이를테면, 중국인민해방군은 항모전투단 해상전투훈련, 장거리비행훈련, 미사일발사훈련, 포사격훈련, 반항공미사일발사훈련, 해안상륙훈련, 연료보급훈련, 무장장비수송훈련, 시가전훈련, 화재구조훈련을 미국의 위성감시망에 고의적으로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이 그런 식으로 전투훈련을 계속 실시하면, 미국은 중국인민해방군이 전투훈련을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전면전에 돌입하려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중국인민해방군이 전투훈련을 실시하면, 미국군은 긴장된 대응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인태사령부 작전국이 새로운 작전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는데도, 미국 해군이 한국 해군을 한반도 밖으로 불러내 연합함대훈련을 조급하게 실시한 까닭을 알 수 있다.  

 

 

2. 대만 동쪽 필리핀해에서 진행된 연합함대훈련

 

한국군 합참본부는 이번에 진행된 연합함대훈련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의 반발을 의식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미국 해군 제7함대 웹싸이트에 실린 공보자료를 보아야 이번 연합함대훈련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미국 해군 제7함대사령부 소속 공보관이 2022년 6월 4일 제7함대 웹싸이트에 올린 공보자료에 따르면, 미국 해군 제7함대 제5항모타격단(Carrier Strike Group 5)과 한국 해군 제7해상임무전대(Maritime Task Flotilla 7)로 이루어진 연합무력(combined forces)이 2022년 6월 4일 필리핀해에서 ‘항모타격단연습 2022(Carrier Strike Group Exercise 2022)'를 끝냈다고 한다. 이런 공보내용은 미국 해군 제7함대 소속 제5항모타격단이 한국 해군 소함대(flotilla)를 거느리고 필리핀해에서 연합함대훈련을 실시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요한 것은, 이번 연합함대훈련이 실시된 해역이 정확하게 어디인가 하는 문제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연합함대훈련이 오끼나와 동남방 해역에서 실시되었다고 했고, 미국 제7함대는 연합함대훈련이 필리핀해에서 실시되었다고 했다. 해도를 보면, 이번 연합함대훈련이 실시된 오끼나와 동남쪽 필리핀해는 대만에서 동쪽으로 약 650km 떨어진 해역이고, 경상남도 부산에서 남쪽으로 약 1,500km 떨어진 해역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연합함대훈련을 줄곧 동해에서 실시해온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이번에는 왜 부산에서 1,500km 이상 멀리 떨어진 필리핀해에서 연합함대훈련을 실시했을까? 주목되는 것은, 이번 연합함대훈련이 전시에 중국인민해방군 항모전투단과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역에서 실시되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시작되면, 중국인민해방군 항모전투단은 중국을 침공하기 위해 대만으로 접근하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필리핀해에서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서, 이번에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에 불법적인 무력개입을 감행하려는 작전방침에 따라 한국 해군 소함대를 필리핀해로 불러내 중국침공을 준비하는 연합함대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이번 연합함대훈련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미국 해군 제7함대 웹싸이트에 실린 공보자료에 따르면, 이번 연합함대훈련은 대잠수함전(anti-submarine warfare), 항공작전(air wing operations), 항공방어 및 미사일방어 상호작전능력(air and missile defense interoperability), 해상차단(maritime interdiction), 연속적 항공방어(air defense serials), 타격단 통합(strike group integration), 편대항해(formation sailing), 연락관 상호교환(liaison office exchanges), 무선교신(communication) 등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런 훈련내용을 보면, 이번 연합함대훈련이 전시에 중국인민해방군 항모전투단을 공격하기 위한 해상전투훈련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 해군 제7함대 웹싸이트에 실린 공보자료에 따르면, 미국 해군 제7함대 소속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USS Ronald Reagan)를 주축으로 미사일순양함 앤티텀호(USS Antietam), 미사일구축함 벤폴드호(USS Benfold), 군수지원함 빅혼호(USNS Big Horn)로 편성된 제5항모타격단이 실시한 이번 해상전투훈련에 한국 해군 강습상륙함 마라도호,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호, 구축함 문무대왕호가 참가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그런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미국 해군 전투함선들의 현재 위치를 추적하는 미국 웹싸이트에 실린 2022년 6월 2일 당시 상황을 보면, 미국 해군 제5항모타격단이 한국 해군 제7해상임무전대를 거느리고 필리핀해에서 연합함대훈련을 실시하는 동안, 미국 해군 제3항모타격단도 필리핀해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핵추진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USS Abraham Lincoln)를 주축으로 편성된 제3항모타격단은 원래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남단에 있는 쌘디에고해군기지에 배치되었는데, 최근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태평양을 건너가 필리핀해에 전진배치되었다. 대만 동쪽 필리핀해에 전진배치된 제3항모타격단은 2022년 4월 13일 동해 일본쪽 해역으로 북상하여 일본해상자위대 전투함선들을 거느리고 해상전투훈련을 벌인 바 있다.  

 

작전지휘계통에 따르면, 일본 요꼬스까해군기지에 배치된 제5항모타격단은 미국 해군 제7함대사령부의 지휘통제를 받고, 미국 쌘디에고해군기지에 배치된 제3항모타격단은 미국 해군 제3함대사령부의 지휘통제를 받는다. 그런데 제3항모타격단이 태평양을 건너가 미국 해군 제7함대 작전구역에 배치되었으므로, 제5항모타격단과 제3항모타격단의 합동작전은 미국 해군 제7함대사령부의 지휘통제를 받게 된다. 

 

위와 같은 상황을 보면, 미국 해군 제7함대사령부의 지휘통제를 받는 제5항모타격단과 제3항모타격단은 2022년 6월 2일부터 4일까지 한국 해군 제7해상임무전대를 거느리고 중국침공을 준비하는 ‘항모타격단 연습 2022’를 대만에서 동쪽으로 약 650km 떨어진 필리핀해에서 실시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다시 말해서, 미국 해군 제7함대사령부는 한국 해군 소함대를 부산에서 남쪽으로 약 1,500km 떨어진 필리핀해로 불러내 중국침공을 준비하는 대규모 해상전투훈련에 참가시킨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침공을 준비하는 전투훈련이 미국 해군 제7함대의 해상전투훈련에 한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 해군 제7함대가 중국침공을 준비하는 해상전투훈련을 필리핀해에서 시작하기 전날, 일본에 주둔하는 미국 제5공군은 오끼나와에 있는 가데나공군기지에 공군무력을 대폭 증강배치하고 공중전투훈련에 열을 올렸다. 2022년 6월 2일 오끼나와에서 발행되는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 제7함대가 필리핀해에서 한미련합함대훈련을 시작하기 하루 전인 2022년 6월 1일 미국 공군 F-22A 스텔스전투기 12대가 하와이에 있는 힉캄공군기지에서 오끼나와 가데나공군기지로 전진배치되었고, 같은 날 F-16 전투기 10대가 일본 본토 미사와공군기지에서 오끼나와 가데나공군기지로 전진배치되었다고 한다. 그와 더불어, 쌘디에고해군기지에서 F-35A 스텔스전투기 12대를 싣고 출항한 미국 해군 신형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호(USS Tripoli)가 태평양을 건너가 2022년 5월 29일 요꼬스까해군기지에 전진배치되었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종합하면, 최근 2주간 동안 100,000톤급 핵추진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 2개, 45,000톤급 강습상륙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상륙준비단(amphibious ready group) 1개,  F-22A 스텔스전투기 12대, F-16 전투기 10대 등 엄청난 규모의 침공무력이 요꼬스까해군기지와 가데나공군기지에 집결되어 중국침공을 준비하는 해상전투훈련과 공중전투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중국을 심히 자극하는 도발행동이었다.  

 

 

3.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에 접근한 RC-135U

 

미국군 인태사령부가 해군력과 공군력을 요꼬스까해군기지와 가데나공군기지에 집결시키는 상황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미국 해군 제7함대가 필리핀해에서 중국침공을 준비하는 한미련합함대훈련을 한창 벌이고 있었던 2022년 6월 3일 미국 공군 RC-135U 정찰기 한 대가 중국 동부해안에 바짝 접근하여 장시간 정찰비행을 한 것이다. 이 정찰기는 미국에 2대밖에 없는 최첨단 정찰기다. 정찰기가 접근한 중국 동부해안은 한반도에서 보았을 때 중국 대륙의 서해쪽 해안에서 시작되어 동중국해 해안으로 이어지는 매우 긴 해안이며,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위치한 해안지대다. 대만해협을 끼고 있는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최정예 전투부대들이 집결한 군사지역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2022년 6월 3일 미국 공군 RC-135U 정찰기는 중국인민해방군 최정예 전투부대들이 집결한 민감한 군사지역에 접근하여 장시간 정찰비행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당시 RC-135U 정찰기가 중국 쪽으로 가장 가까이 접근하였을 때, 그 정찰기는 동부해안 상공에서 약 53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공역을 비행하고 있었다. 

 

RC-135U 정찰기는 원래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펏공군기지에 배치되었는데, 2022년 5월 27일 일본 본토를 경유해 오끼나와 가데나공군기지로 전진배치되었다. RC-135U 정찰기에는 비행사 2명, 항법사 1명, 항공기사 2명, 전자전 전문병 10명,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전문병 6명이 탑승한다. 이 정찰기는 첨단전자장비를 사용하여 정보수집임무와 정찰-감시임무를 수행하는데, 적국의 미사일기지와 반항공미사일기지에서 발신하는 레이더전파와 무선신호를 포착하여 기지의 위치와 가동상태를 파악한다.   

 

그런 작전임무를 수행하는 RC-135U 정찰기가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 공역에 접근하여 정찰비행을 감행한 것은, 미국이 중국을 침공하기 위한 음흉한 계책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이 꾸미고 있는 음흉한 계책은 다음과 같다.

 

1) 전시에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중국인민해방군의 공격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하려면 대만으로 접근해야 한다. 작전지역에 가깝게 접근할수록 공격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므로 전시에 중국인민해방군 항모전투단은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대만으로 접근하기 전에 그들을 공격해야 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전시에 양측 항모집단의 격렬한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런 충돌을 예상한 미국은 제5항모타격단과 제3항모타격단을 대만 동쪽 필리핀해에 미리 배치해놓고, 중국인민해방군 항모전투단을 공격할 준비태세를 갖추었다. 미국 해군 제7함대가 이번에 실시한 한미련합함대훈련은 전시에 중국인민해방군 항모전투단을 공격하기 위한 전투훈련이었다. 그런데 양측 항모집단이 2 대 1로 충돌하면, 중국인민해방군 항모전투단 1개가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 2개와 맞서 싸워 이길 가망은 없다.    

 

2) 전시에 중국인민해방군이 대만으로 접근하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격파할 수 있는 방책은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에 배치한 항모타격미사일을 발사하여 핵추진 항공모함을 격침시키는 것이다. 전시에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잠수함이 미국 해군 항공모함을 공격하는 방도도 있지만, 중국인민해방군 잠수함이 미국 해군 항공모함을 공격하려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반잠수함작전을 돌파해야 하므로, 항모타격미사일을 발사하여 격침시키는 것이 훨씬 더 신속하고 유리한 방책으로 된다. 

 

2022년 5월 10일 중국 홍콩에서 발행되는 <화남조보(South China Morning Post)>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민해방군은 미국 해군 항공모함을 실시간으로 추적, 감시하는 인공지능장비를 탑재한 항모추적위성을 이미 2021년에 실전배치했다고 한다. 항모추적위성이 항공모함을 실시간으로 추적, 감시하는 것은 빠른 속도로 항해하는 항공모함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는 뜻이다. 빠른 속도로 항해하는 항공모함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미사일을 발사하여 항공모함을 공격할 수 있다. 

 

2020년 11월 2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인민해방군은 사거리가 1,700km에 이르고, 정밀타격도가 높은 둥펑(東風)-17D 항모타격미사일 약 100기를 실전배치했다고 한다. 둥펑-17D는 원형공산오차(circular error probability)가 10m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정밀타격도가 높은 미사일이다. 미국 해군 항공모함에는 높이가 46m이고 폭이 6m인 우람한 항모사령탑이 우뚝 솟아있는데, 중국인민해방군은 둥펑-17D 항모타격미사일을 발사해 항모사령탑을 박살낼 수 있다. 항모사령탑은 항모타격단의 두뇌인데, 두뇌가 박살나면 항모타격단은 비참한 종말을 맞게 된다. 그래서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인민해방군의 항모타격미사일과 항모추적위성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에 치명적인 위협을 안겨준다고 하면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시에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대만으로 접근하기는커녕 항모타격미사일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중국 해안에서 1,700km나 멀리 떨어진 바다 위에서 맴도는 수밖에 없다. 미국 해군 항공모함에서 출격하는 함재기의 전투행동반경은 약 900km인데, 항공모함이 중국 해안에서 1,700km 떨어진 필리핀해에서 함재기를 발진시켜 중국을 침공하려면, 공중급유기 무려 30대나 동원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항공작전의 신속성과 민첩성이 격감되어 함재기가 피격당할 위험이 커진다. 미국 해군은 그런 작전상황을 예상하고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3) 미국 해군의 고민거리를 해결해줄 묘책은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에 배치된 항모타격미사일을 제거하는 것이다. 중국인민해방군 항모타격미사일을 제거하는 방도는 미국 공군이 장거리전략폭격기 편대를 출격시켜 타격정밀도가 높고 사거리가 긴 공중발사순항미사일을 먼 거리에서 발사하여 항모타격미사일기지들을 파괴하는 것이다. 미국 공군은 그런 작전임무를 수행하는 장거리전략폭격기를 보유했는데, 그것이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와 B-1B 장거리초음속전략폭격기다.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에는 사거리가 2,400km인 AGM-86B 공중발사순항미사일 20발이 탑재된다. 미국 공군은 AGM-86B 공중발사순항미사일에 고폭탄두도 탑재할 수 있고, 전술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다. 미국 공군은 미국 본토 루이애나주 박스데일공군기지에 배치했던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 4대를 2022년 1월 28일 괌의 앤더슨공군기지로 전진배치했다. 미국 공군은 2022년 5월 25일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를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시켜 필리핀해 상공과 일본 연안 태평양 상공을 돌아치는 장거리비행훈련을 실시했다. 그것에 더하여, 미국 공군은 미국 본토 사우스다코다주 엘즈워스공군기지에 배치했던 B-1B 장거리초음속전략폭격기 4대를 2022년 6월 4일 괌의 앤더슨공군기지로 전진배치했다. B-1B는 B-52H보다 타격수단을 두 배 더 많이 실을 수 있다. 이처럼 미국 공군이 장거리전략폭격기들을 앤더슨공군기지에 증강배치하자 중국인민해방군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4) 미국군이 안고 있는 또 다른 고민은 그들이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에 배치된 항모타격미사일의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둥펑-21D 항모타격미사일은 5축10륜 발사대차에 탑재되어 신속히 이동하기 때문에 미국의 위성감시망에서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둥펑-21D 항모타격미사일을 탑재한 5축10륜 발사대차는 24시간 동안 계속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는 갱도기지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출동명령이 떨어지면 갱도기지 밖으로 나와 발사지점으로 이동한다. 그러므로 미국군은 항모타격미사일을 탑재한 5축10륜 발사대차가 대기하고 있는 갱도기지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고, 거기에서 밖으로 나온 항모타격미사일 발사대차들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미국군은 항모타격미사일 발사대차들을 갱도기지 밖으로 유인해야 한다. 이번에 미국 해군 제7함대가 한국 해군 소함대를 거느리고 실시한 해상전투훈련의 목적은 중국을 자극하여 항모타격미사일 발사대차들을 갱도기지 밖으로 유인하려는 것이었다. 

 

5) 미국 해군 제7함대가 2022년 6월 2일부터 4일까지 대만 동쪽 필리핀해에서 강도 높은 항모타격단 해상전투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던 6월 3일, 미국 공군은 오끼나와 가데나공군기지에서 RC-135U 정찰기를 출동시켜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 각지에 있는 항모타격미사일기지들의 긴급대응상황을 탐지하려고 했다. 일반적으로 미사일이 발사되기 직전에 먼저 원격측정장치(telemetry)에서 무선신호가 발신된다. 원격측정장치는 미사일의 비행고도와 비행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RC-135U 정찰기는 미사일이 발사되기 직전에 원격측정장치에서 발신되는 무선신호를 포착함으로써 항모타격미사일기지들의 긴급대응상황을 탐지할 수 있다.  

 

6) 그러나 중국인민해방군은 미국군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군 정찰기가 중국 해안으로 접근할 때마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자기의 전투위치와 작전행동을 미국군 정찰기에 노출하지 않으려고 무선신호발신과 레이더전파발신을 즉각 중지한다. 이것은 그들이 언제나 준수하는 군사행동원칙이다. 그러므로 이번에 필리핀해에 배치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특이한 동향을 보였다고 해서 중국인민해방군이 항모타격미사일을 발사대기상태로 긴급히 전환시키고 원격측정장치를 가동하여 미사일기지의 위치를 노출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미국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한 ‘묘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4. 위험한 불장난에 들러리로 끼어든 종미우익정권

 

간과할 수 없는 엄중한 문제는, 중국침공을 준비하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해상전투훈련에 한국 해군 소함대가 들러리로 참가했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종미우익정권은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해상전투훈련이 얼마나 위험한 군사도발인지 알지 못한 채,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항모타격단의 해상전투훈련에 머리를 들이밀고 들러리 노릇을 한 것이다. 

 

나는 2022년 5월 30일 <자주시보>에 실린, ‘종미항중전략은 완벽한 자멸지옥도’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한 바 있다. “인태사령부가 새로운 작전계획을 완성하여 한미련합군의 작전범위를 한반도 밖으로 확대하면, 한미련합군은 중국인민해방군을 공격하는 전쟁연습과 군사훈련을 실시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한국을 중립화시키려던 노력을 포기할 것이며, 극도로 자극을 받은 중국인민해방군은 한미련합군에 대한 보복군사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다.”

 

위의 인용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미국군이 한국군을 한반도 밖으로 불러내 중국침공을 준비하는 해상전투훈련에 들러리로 세우고, 윤석열 종미우익정권이 그런 위험한 전투훈련에 한국군을 들러리로 내세우는 것은 중국을 자극하여 중국인민해방군의 군사보복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중국인민해방군은 미국 해군이 일본해상자위대를 거느리고 중국침공을 준비하는 전투훈련을 실시하는 것보다 미국 해군이 한국 해군을 거느리고 중국침공을 준비하는 전투훈련을 실시하는 것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왜냐하면 한미련합군은 미일동맹군보다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서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며, 한미련합군은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가장 가까이 배치된 적군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윤석열 종미우익정권이 중국침공을 준비하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해상전투훈련에 들러리로 끼어든 것을 보면, 앞으로도 그런 위험한 불장난에 계속 맞장구를 치며 끼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석열 종미우익정권은 중국인민해방군의 군사보복을 자초하는 경거망동을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윤석열 종미우익정권은 우크라이나의 비참한 현실에서 심각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지금 젤렌스끼 종미우익정권은 미국만 믿고 경거망동하면서 로씨야를 적대하다가, 로씨야군의 호된 타격을 받고 피를 철철 흘리고 있지 않은가. 윤석열 종미우익정권이 미국만 믿고 경거망동하면서 중국을 적대하면, 중국인민해방군의 호된 타격을 받고 피를 흘리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종미항중은 자멸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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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압승, 윤석열의 '신앙'이 걱정된다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하는 대외전략의 위험성

22.06.05 10:05l최종 업데이트 22.06.05 10:05l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2.5.22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2.5.22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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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2라운드 같은 지방선거가 끝남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이 탄력을 받게 됐다. 미국과의 동맹을 주축으로 하는 대외전략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믿음은 5월 23일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주저없이 가입한 데서도 드러난다. 미국의 기존 세계전략과 상반되는 IPEF에 대해 아무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가입한 사실에서 믿음의 정도가 가늠된다.

구소련과 동구권 공산주의가 몰락한 직후인 1990년대 초반 이래, 미국은 자국 주도의 세계화 노선을 전개해왔다. 1969년 닉슨 독트린으로 중국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취한 미국은 1990년대 초반 이후에는 중국과의 경제 파트너십도 한층 강화시켰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은 미국이 용인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전 지구적 차원의 세계화를 추진했던 미국이 지금은 별다른 해명도 없이 세계 경제를 분절화시키고 블록화시키고 있다. 그것이 기존과 정반대 노선인데도 별다른 설명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리더십의 기반 중 하나는 명분이다. 미국은 적어도 30년간 세계화를 명분으로 리더십을 행사했다. 그랬기 때문에, 정반대 노선으로 선회하려면 납득할 만한 명분을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위험성을 강조할 뿐 명확한 이유를 말하고 있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일관성 없는 미국의 행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의 노선 변경이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타국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지금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험한 길을 가고 있는지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IPEF에 가입한 13개 국가는 인도·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브루나이·호주·뉴질랜드·필리핀·한국·일본·미국이다. 중국을 서쪽·남쪽·동쪽에서 에워싸는 형국으로 미국이 가입국들을 골랐다. 경제와 안보를 결합시켜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글로벌 무역, 공급망 구축, 탈탄소 및 인프라, 탈세 및 부패 방지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규범 창출을 목표로 하는 IPEF가 당장에 구체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준비 작업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중국 포위'라는 코드는 가입국들마저 긴장시키고 있다. 이 점은 타이완(대만)이 가입하지 못한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타이완은 IPEF에 가입하고자 했지만, 다른 나라들의 우려 때문에 가입이 불발됐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타이완을 가입시키면 중국을 훨씬 자극해 자국들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대신, 미국은 IPEF에 준하는 별도의 협력관계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타이완을 달랬다.

타이완의 IPEF 가입 불발은 미국의 신중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국과 IPEF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을 견제하자며 경제동맹을 결성해 놓고, 중국 견제에 가장 열정적인 타이완을 배제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처럼 미국마저도 불안해 하는 IPEF에 윤석열 정부가 과감히 가입해 한중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킬 단초를 만들고 있다. 실익 없이 한국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여전히 최강국인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의 대외정책에서도 그 점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지만, 미국을 과도하게 신뢰하고 불필요하게 적을 양산하는 일이 위험하다는 건 미국 자신도 잘 증명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이 믿을 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보여줌으로써 그 점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은 믿을 만한 나라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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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8일 흑해에서 미국 등 32개국 연합해상훈련인 시브리즈(Sea Breeze)가 개막됐다. 바닷바람이라는 이름의 이 훈련은 미국이 유사시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주리라는 믿음을 줄 만했다. 하지만 막상 일이 벌어지자, 미국은 군사무기는 지원해주면서도 정작 미군은 보내지 않고 있다.

미국을 크게 신뢰하기 힘들다는 점은 타이완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5월 31일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과 미국 상원 의원단의 면담에서 거론된 미국·타이완 군사협력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5월 24일 미일정상회담 뒤의 기자회견 때 바이든 대통령은 '타이완이 공격을 받을 경우에 미국이 방어해줄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뒤 "우리는 중국과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했다"면서도 "타이완이 강제로 점령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적절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명쾌한 발언은 아니지만, 타이완 유사시에 미국이 개입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2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타이완 유사시 미군 파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우크라이나와 타이완은 두 개의 크게 다른 시나리오'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와 달리 타이완에 대해서는 미군 개입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타이완을 안심시키는 이 같은 발언들이 나오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는 것이 타이완군과 미국 주방위군의 군사협력이다. 차이잉원 총통이 언급한 것이 그것이다. 그는 미국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주방위군(National Guard)과의 협력이 추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방위군이긴 하지만 미국 군대다. 그래서 주방위군과 타이완군이 협력하게 된다는 소식은 타이완 유사시에 미국이 군대를 보내줄 것 같은 느낌을 조성할 여지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타이완 유사시'를 언급한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주방위군과 외국 군대의 협력은 흔히 말하는 군사동맹과 거리가 한참 멀다. 연방군대든 주방위군이든 미군이 타이완군과 협력하는 것은 중국의 신경을 건드릴 만하지만, 이 협력의 실상이 어떠한지를 들여다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방위군 홈페이지(www.nationalguard.mil)의 '국가 파트너십 프로그램(State Partnership Program)' 코너는 주방위군이 외국과 "군대 대 군대의 업무"도 수행하지만, "군대·정부·경제 및 사회 영역에 걸치는 광범위한 기관 협력과 이에 따른 교류"를 추진한다고 설명한다. 이 코너에서 다운로드되는 <국가 파트너십 프로그램 101(State Partnership Program 101)>이라는 문서는 주방위군과 협력관계를 맺은 국가가 93개국이라고 설명한다.
 
본문에 언급된 문서.
▲  본문에 언급된 문서.
ⓒ 미국 주방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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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위군과 협력하는 외국이 93개국이나 된다는 것은 차이잉원 총통이 언급한 것이 일반적 의미의 군사동맹이 아님을 의미한다. 타이완군과 주방위군의 협력이 갖는 의미가 실제보다 훨씬 침소봉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협력은 러시아 침공 이전부터 우크라이나와도 있었다. 4월 29일자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기사인 '합중국,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위한 주방위군 훈련 임무 재개(U.S. Restarts National Guard Training Mission for Ukrainian Soldiers)>는 러시아 침공으로 중단된 플로리다 주방위군과 우크라이군대의 협력이 재개된 사실이 현지 시각 29일에 발표됐다고 보도했다.

8년의 역사를 가진 플로리다 주방위군과 우크라이나 군대의 협력과 관련해 위 기사는 "극적인 정책 변화는 아니지만, 이번 달 현재 합중국 훈련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분쟁 지역에 보내는 신무기에 관해 가르치기 위해 이미 우크라이나 바깥 시설에서 우크라이나 측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뒤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내부에 미군이 직접 개입히지 않는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주방위군은 조만간 가까운 장래에 유럽의 다른 기지에서 우크라이나 군대를 계속 훈련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타이완보다 훨씬 절박하다. 그런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국은 연방군이 아닌 주방위군 차원의 협력을 제공하고 있다. 타이완군과 주방위군의 협력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도록 만드는 현상이다.

동맹에 대한 과도한 신앙을 버려야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있으므로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한반도 주변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연방군대를 동원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공식 동맹관계가 없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군대를 파견했다. 이는 동맹이든 아니든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경우에만 미국이 자국 군대를 동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한미군이 한국 땅에 있을지라도 미국이 필요한 경우에만 동원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1950년과 2022년의 한반도 주변 상황은 현저히 다르다. 그때는 핵이 없었던 북한이 지금은 핵을 갖고 있다. 미국은 단 한번도 핵보유국과 전쟁을 벌인 일이 없다. 또 중국은 이전보다 훨씬 강해져 있다. 그래서 미국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이는 한국이 미국을 믿고 불필요하게 적을 만들기보다는, 한반도 주변에서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시급함을 시사한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대해 과도한 신앙을 품고 지방선거 승리 이후의 대외정책을 무리하게 전개해서는 안 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다른 게 아니라 '가급적 적을 만들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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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께 경기침체 온다"…500년 '빅 사이클' 연구 보고서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6/05 10:47
  • 수정일
    2022/06/05 10: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프레시안 books] 레이 달리오 <변화하는 세계질서>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가 2025년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다만 정확한 시점은 인플레이션의 반등 속도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정책이 얼마나 빠르고 강력하게 진행될지 등 여러 변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달리오는 신간 <변화하는 세계 질서 (The Changing World Order)>(레이 달리오 지음, 송이루·조용빈 옮김, 한빛비즈 펴냄)에서 '빅 사이클'을 연구한 끝에 이런 전망을 내놓았다. 빅 사이클은 지난 500년간 주요 국가들의 경제적, 정치적, 역사적 패턴에 기반한 흐름이다. 

그는 또 미국과 중국이 5가지 유형의 전쟁(무역/경제 전쟁, 기술 전쟁, 지정학적 전쟁, 자본 전쟁, 군사 전쟁)에서 강도를 높일 준비를 하고 있다며 향후 미중간의 '전쟁'이 국제사회의 큰 흐름을 좌우하는 변수로 꼽았다.

"중국의 국력이 미국보다 상승하는 추세이므로 이런 상황은 중요한 변화가 너무 이르거나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다음번에 나타날 위기는 두어해 차이는 있겠지만 이 글을 쓴 시점(2021년 11월)으로부터 약 5년이 지났을 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러한 사이클이 나타날 시점을 정확히 알아낼 방법은 없다(…)하지만 더 강력한 사이클이 나타나는 추세와 펀더멘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그러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그는 미국에 대해선 "점진적인 쇠퇴의 길로 접어든 강대국(현재 주요 국가 중 1위)"으로 "이미 부채를 화페화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고 있"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기축통화국"이라는 지위가 바뀐다면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은 내부 무질서(경제적 격차, 정치적 갈등, 일반적 불만)가 중대한 위험에 달한 상태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상위 1%와 상위 10%는 각각 전체 소득의 19%와 45%를 차지)은 주요 국가 중 두번째(인도가 1위)로 높다. 이에 반해 중국(현재 2위)의 빅 사이클은 유리한 상황이며, 유로존(현재 3위)의 빅 사이클은 혼조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장기적 흐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서문에서 3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막대한 빚과 제로금리로 전 세계 3대 기축통화(달러, 유로, 엔)국이 엄청난 양의 화폐를 발행했다.

둘째, 지난 100년간 발생한 빈부 격차, 정치적 가치관의 양극화 때문에 국가별로 심각한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다.

셋째, 새로운 강국(중국)이 출현해 기존 강국(미국)과 기존 질서에 도전했다. 

그는 '빅 사이클'이 크게 1) 창의성과 생산성이 증가하고 생활 수준이 대폭 향상되는 평화롭고 풍요한 시기와 2)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벌어지며,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와 생명 등이 파괴되는 불황기와 폭동 및 전쟁이 발생하는 시기로 구분된다고 구분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벌어질 대로 벌어진 경제적 격차와 이로 인한 정치적 양극화로 신음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생한 2022년 세계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의 '빅 사이클' 연구는 일차적으로는 실패하지 않을 경제적 선택과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만, 이런 경제적 변화는 정치적, 역사적 흐름의 변화와 동떨어져 설명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요동치는 국제 정세의 흐름을 더 넓은 시각으로 보기 원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게 된 까닭은 "세상의 작동 원리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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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장성, 수년간 중단했던 주일미군 기지 방문 재개

 

미군 기관지 성조지가 한국군 장성이 지난달 주일미군기지에 방문했다고 3일 보도했다. ⓒ민중의소리
 한국군 장성이 주일미군 기지 방문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기관지 성조지(Stars and Stripes)는 4일 “장성 3명을 포함한 한국군 대표단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도쿄 인근 주일미군 기지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한국군 대표단은 주일미군과 일본 항공자위대의 연합기지인 요코타 공군기지를 비롯해 주일미군 육군 기지인 캠프 자마, 미 7함대 모항인 요코스카 해군 기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류 해리슨 유엔군 사령부 부사령관(영국 육군 중장)은 “이번 방문은 한국군을 대상으로 일본 내 유엔군 사령부 임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뤄졌다”고 말했다고 성조지는 보도했다.

해리슨 부사령관은 “한국군 장성의 주일미군 기지 방문은 정례적인 것이었지만 지난 몇 년간(a number of years) 직접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며 “방문 재개를 통해 한국 장성과 일본 지도자들이 일본의 유엔사령부 역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유엔사 후방 기지는 한국 내 유엔사 본부의 후방기지로 유사시 한반도에 병력과 무기 체계, 물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국군 장성 방문 재개는 한미일 안보 협력과 연관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양 정상은 북한의 도전에 대응하고, 공동 안보와 번영을 수호하며, 공동의 가치를 지지하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는 문구가 포함된 바 있다. 

때문에 일본과 군사적 협력에선 거리를 뒀던 한국 정부가 윤석열 정부들어 한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성조지는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국학과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소개하며 김 교수가 “한미일 양국이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신속히 움직일 것이며 3국 협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분명한 징후가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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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진우 라이브' '최경영 최강시사' 중립성 위반 지적 논란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06.03 17:47
  •  
  •  댓글 9
 
 

언론노조 KBS본부 “경영평가 위원의 방송평가 시정되지 않아 유감”

KBS 경영평가 보고서에 일부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중립성 논란’이 명시됐다. KBS 내부에선 경영평가를 통한 방송 프로그램 중립성 평가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KBS는 지난달 31일 2021사업연도 경영평가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KBS는 방송법에 따라 매년 경영평가단을 구성·운영해 KBS 경영성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한다.

이번 보고서에선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중립성’ 지적이 거듭됐다.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공정성·독립성 개선 노력 중 ‘공정한 선거 보도 방안 마련과 실행’ 항목에 KBS 1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인 ‘주진우 라이브’와 ‘최경영의 최강시사’가 언급됐다.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의 중립성과 출연자 선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는 것이다.

평가단은 ‘주진우 라이브’가 선거방송심의의원회로부터 행정지도(의견제시) 2건을 받은 점을 문제 삼았다. 한 건은 9월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 관련해, 출연자인 서기호 변호사가 ‘(윤 후보가) 제대로 하려면 생가 방문하셔서 어쩌다 그런 따님을 낳으셨습니까 이런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발언한 사례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진행자·출연자가 특정 정당·후보를 조롱 또는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는 선거방송심의 특별규정(제10조의2항)을 적용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나머지 한 건은 11월8일 전국민 재난지원금 관련해 코너 출연자와 진행자가 나눈 대담에 대해서다. 출연자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진행자가 국가부채·재정부담 증가를 전제로 재난지원금 찬반을 물으면 찬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것이 특별규정 중 객관성 조항(제8조 제1항)을 위배했는지 심의한 결과다. 두 건에 대한 심의 결과인 ‘의견제시’는 행정지도 중 가장 낮은 단계다.

‘최경영의 최강시사’는 정치권 출연자의 소속 정당 비중이 문제로 적시됐다. 2021년 출연자 분포에서 더불어민주당 인사(46%)가 국민의힘 인사(40%)보다 많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평가단은 “이러한 차이는 전수 조사이기에 실제적인 차이이며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차이로 여겨짐”이라고 덧붙였다.

최종안 이전의 경영평가 보고서엔 KBS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자를 보수, 진보, 중도 등 정치적 성향별로 분류한 대목도 있었지만 지난달 25일 이사회 심의를 거치면서 삭제됐다. KBS 라디오센터 분류에 따른 관련 표를 두고, ‘자의적 기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결과다.

이사회에선 경영평가 보고서를 요약·설명하는 방송문안을 둘러싸고도 한동안 공방이 있었다. 권순범 이사를 비롯해 현 여권 추천으로 분류되는 일부 이사들이 ‘중립성 시비’를 라디오 뿐 아니라 TV 방송을 포괄하도록 써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면서다.

이은수 이사의 경우 “최근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될 때 (KBS 뉴스는) ‘임명 재가’라는 중립성 표현을 썼다. 그런데 최근에 한동훈 장관에 대해선 ‘임명 강행’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이건 중립적 표현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최경영의 최강시사' 각 홈페이지 갈무리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최경영의 최강시사' 각 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이사회 사무국은 논의 대상은 지난해 경영평가 보고서라고 이 이사 지적을 일축했다. 조숙현 이사의 경우 “경영평가단이 낸 의견을 가지고 문단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립성 시비의 유무를 단정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나왔는데, 선거방송심의위의 행정지도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방송문안에는 “KBS 라디오의 점유청취율 역시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방송의 중립성에 대해 일부 시비가 있었다”, “일부 라디오 프로그램의 경우 진행자의 중립성과 출연자 선정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는 설명이 붙었다.

KBS 내부에선 경영평가 범위가 보도·방송 중립성 지적까지 이어져선 안 된다는 반발도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일 미디어오늘에 “이사회에서 권한을 위임받아 공영방송 경영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한 경영평가 위원들이 방송의 중립성에 대한 지적을 한 것은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넘어선 월권 행위라고 보고 있으며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며 “그동안 경영평가 위원들이 방송에 대한 평가를 내놓는 것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어 왔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KBS 경영평가 “공영방송 의제 환기 호평, 여론 영향력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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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후폭풍 속 대토론회 열린 민주, '이재명 난타' 자제했지만…

"조기전대 불가, 혁신형 비대위로" 의견 모았으나…물밑에선 친명 vs 반명 대립 여전

 

 

 

연이은 선거 패배 충격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이 3일 당 쇄신 방안, 임시 지도부 구성 방안 등에 대한 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다수 의원이 선거 직후 SNS 등을 통해 격정적으로 책임론을 쏟아낸 것과 달리, 이날 토론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친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의원 책임론이 제기되는 데 대한 불편한 반응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국회의원·당무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선거 패배 이후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전날 비대위가 전원 사퇴함에 따라, 당 대표 대행을 맡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긴급하게 소집을 요구해 마련된 자리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논의 과제가 켜켜이 쌓인 만큼 이날 회의에서 하루 만에 모든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다만 차기 지도부 구성 문제와 관련해선 조기 전당대회를 여는 대신 전당대회까지 임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는 형국이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임시비대위를 또다시 꾸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차기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되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도 당이 철저하게 쇄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회의의 결론이라고 전했다다.  

오 대변인은 "당의 가치와 노선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국민의 마음, 민생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혁신형 비대위를 꾸리자는 결론이 있었다"며 "그 부분은 빠른 시일 내 다시 의총을 열어서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비대위 구성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았으나, 당 원로들이 중심을 잡고 세대별, 국회의원 선수(選數)별 및 원내외 인사를 두루 아우르는 방식으로 구성한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원장을 내부 인사로 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영 당 대변인은 "오늘은 인물에 대한 논의는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의를 주재한 박 원내대표는 본격적 토론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어떠한 핑계도 변명도 여지도 없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오늘 이 자리는 국민이 내린 평가의 의미를 제대로 헤아리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당을 만드는 첫 시작"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 발언 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고, 곧바로 자유 토론이 시작됐다. 당 관계자는 "주제 상관 없이 모든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다 해보자는 식"이라고 전했다. 이날이 첫 토론인 만큼 각론보다는 쇄신 방향과 같은 큰 틀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고, 상당수가 '남 탓'보단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내가 먼저 물러나겠다"며 "이런 각오로 쇄신해야 한다"고 밝힌 의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현영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우선 지난 대선에 대한 평가가 안 이뤄진 데 대한 문제의식이 강했다"면서 "지난 5년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서 이번에 철저히, 냉정히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현재 책임론 중심에 선 이재명 의원에 대한 비판적 발언도 나왔으나, 무차별적 공격을 자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토론 초반에 격한 발언도 있긴 했지만, 그 뒤에 '그렇게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 다음부터 비난 발언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격한 발언'을 한 회의 참석자는 2명 내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변인도 "특정 개인에 대한 책임론이나 누구를 탓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잘못한 절차와 과정을 되돌아보자거나 개인에 대한 책임보다 공천 절차·과정에 대한 문제 인식 등을 말씀해주신 부분이 많았다"고 전했다.

다만 친(親)이재명계 정성호 의원은 이날 회의 분위기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일방적인 한 쪽의 주장만 있었다"면서 "토론을 할 분위기여야 토론을 하지 않겠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토론은 세 시간 반 가까이 이어졌다. 특정 안건 없이 자유롭게 의견이 개진된 만큼 이 자리에선 이렇다 할 결론은 나지 않았다. 참석자 가운데선 "최대한 자주 만나자", "주 1회 의원총회를 개최하자"는 요구가 나왔다. 더 많은 대화와 토론을 거쳐야만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쇄신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전당대회 개최 문제와 관련해선 일각에서 제기된 '조기 전대' 방안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의 공감을 얻었다. 앞서 이날 오전 박 원내대표와 4선 이상 중진 의원들 간의 간담회에서도 동일한 의견이 나왔다고 참석자들이 밝혔다. 

오전 간담회에 참석했던 홍영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니깐 (8월 전당대회를) 그대로 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면서 "전당대회는 원래 넉 달이 걸린다. 전준위(전당대회준비위원회) 만들고 지역위원회 조직도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는 6일 현충일까지 계속되는 연휴 동안 당 원로들과 시도당위원장 등 각 그룹을 면담하고 당의 쇄신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경청할 계획이다. 

NY·SK계 모임 해체 선언, 당 쇄신 불 댕길까 

이날 토론회에 앞서서는 민주당 내 계파들의 '해체 선언'이 줄을 이었다. 계파 모임이 당 쇄신 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용단이지만, 특정 계파 해체를 촉구하기 위한 압력 행사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시선도 나왔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이병훈 의원은 3일 오전 자신의 SNS에 "계파로 오해될 수 있는 의원 친목 모임을 해체하기로 했다"며 "이번 결정이 당내 남아있는 분란의 싹을 도려내고 당이 새로 태어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같은날 정세균계 모임인 '광화문 포럼'도 해체를 선언했다. 김영주 의원과 이원욱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재건은 책임 정치에서 출발하고, 당내 모든 계파 정치의 자발적 해체만이 (재건을) 이룰 수 있다"며 "민주당 당원으로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민주당의 승리에 족적을 반드시 남기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계파 해체 움직임에 대해 당에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 당직자는 "정치인들이 서로 정치적 소신과 철학을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임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선거 상황에서 정략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역효과를 차단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거나 혹은 차기 전당대회에서 누군가를 지지할 때 '배경이 어느 계파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사전에 피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면서 "당을 새로 재편해야 하는 시점에서 각자가 다 내려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이들이 "당내 남아있는 분란의 싹", "훌리건 정치"를 언급한 것을 두고 사실상 지난 대선 이후 당 전면에 등장한 이재명계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또한 정치인들끼리 같은 정견이나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것이 당내 의견그룹이나 정파, 계파가 존재하는 배경이라는 점에서, 정파적 시각이나 이해관계는 그대로 남아있는데 단지 친목모임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이겠냐는 회의적 관측 역시 있다.  

한편 전날부터 이재명계와 친문계가 선거 2연패 책임을 놓고 공개 설전을 벌이자,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문재인 정부에서 봉직했지만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덜한 인사들로부터 자중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소신파 중진 이상민 의원은 "차라리 내놓고 격하게 싸워 보자"며 "끈적끈적하게 고착화된 계파주의에 찌들어 있는데 겉으로는 쇼윈도 부부처럼 행세하고 있다. 모든 잘잘못, 모순, 이해관계 등을 펼쳐놓고 철저히 따져보자"고 정반대의 제안을 했다. 특히 이 의원은 "더 이상 어느 특정인 때문에 당 전체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지 말자"고 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이날도 설전은 이어졌다. 신동근 의원은 이틀째 SNS에 글을 올려, 대선 책임론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회고적 책임보다는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당과 후보에게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86 사퇴론에 대해서는 "586 정치인이 문제가 없지 않으나 지금 민주당의 난맥상 원인이 온통 586에게 있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의 문제는 젊은 초재선 의원들에게 큰 기대를 바랄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계도 전날 문진석 의원이 "대통령 취임 23일 만에 치르는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오만한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오셔서 총괄선대위원장을 하셨다 한들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는 등 이 의원 엄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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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김, 북 7차 핵실험 준비중...“모든 우발상황 대비”

한미일 대북 수석대표, “대화의 길은 항상 열려있다”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2.06.03 16:59
  •  
  •  댓글 1
 
한‧미‧일 대북정책 수석대표들이 3일 서울에서 대면 협의를 가졌다. 왼쪽부터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 [사진 제공 - 외교부]
한‧미‧일 대북정책 수석대표들이 3일 서울에서 대면 협의를 가졌다. 왼쪽부터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 [사진 제공 - 외교부]

한‧미‧일 대북정책 수석대표들이 3일 서울에서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에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지만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번 3국 수석대표 협의는 김건 본부장이 취임한 뒤 첫 대면 협의였다.

외교부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6월 3일 서울에서 성 김(Sung Kim) 미국 대북특별대표 및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미·한일·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고 전했다.

김건 본부장은 한‧미‧일 3자 협의에 앞서 후나코시 국장과 조찬을 겸한 한‧일 수석대표 협의를 가졌고, 이어 성 김 대표와 한미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했다.

외교부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가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며, 한반도 및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임을 지적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하였다”고 밝혔다.

성 김 미국 대표는 3국 수석대표 협의 모두발언에서 “미국은 북한의 5월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러한 발사는 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며 지역에 위협이 된다”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위해 풍계리 실험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일본 및 한국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모든 우발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을 사실상 기정사실화 한 셈이며, 이번 대면 협의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시 대응책이 심도깊게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제재 결의 채택 등은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한‧미‧일 각국의 독자 제재와 3국의 공동 제재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외교부는 “대화의 길은 항상 열려있음을 강조하고, 북한이 불법적인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하기 위한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3국 북핵 수석대표는 북한 내 코로나 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였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 제의에 긍정적으로 호응하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고 전했다.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서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 방역과 관련 외부의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일 3국은 북측의 호응을 끌어낼 만한 뾰족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건 본부장은 3국 수석대표 협의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고립은 이미 심각한 북한의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며 “아직 북한이 이러한 길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대화와 외교의 길로 불러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후나코시 대표도 “우리는 북한과의 진지하고 지속적인 대화의 길에 열려 있다. 우리는 또한 북한의 코로나(COVID) 상황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납치 문제에 대한 지속적이고 강력한 지원에 대해 한국과 미국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공조를 꺼내 들기도 했다.

지난달 하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방문에 이어 한미일 외교부 장관의 대면.화상 협의가 진행되는 등 한미일 3각 공조가 부단히 가동되고 있는 추세지만 북한은 군사행동을 이어가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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