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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세계 최초 ‘일회용컵 반납 시스템’ 세종에서 미래를 만났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사업장 전국 4곳...아쉬운 점도

 
던킨 세종정부청사점 매장 외부 사진 ⓒ민중의소리 
 
던킨 세종정부청사점을 찾았다. 이곳에서 커피 테이크아웃 주문을 하면 일회용 컵에 생소한 라벨지가 붙어있다. 라벨지가 붙은 일회용 음료 컵을 들고 계산대 옆 작은 테이블에 가면 태블릿PC가 나타난다.

바코드를 태블릿PC 카메라에 찍으니 “삑-” 소리가 났다. 반납 대상 컵이 맞다는 확인 메시지다.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켜고 바코드를 같은 자리에 또 찍었다. 앱 화면을 확인해보니 적립금 200원이 들어왔다. 200원은 회원가입 할 때 등록한 계좌로 옮겨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매장 퇴식구에 있는 직원에게 컵을 건네줬다.

앞으로 6개월 뒤, 전국에서 실시될 ‘일회용컵 반납 시스템’이다. 그간 거리에 널브러지던 일회용 컵은 이 시스템을 통해 고급 원단으로 다시 태어난다.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도 이 원단으로 만들었다. 일회용컵 재활용 시스템 도입은 한국이 세계 최초다. 세종시에서 6개월 뒤 다가올 미래를 체험해봤다.
 
일회용컵 반납 과정 ⓒ민중의소리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핵심은 ‘라벨지’다. 라벨지 안에는 고유번호와 바코드가 적혀있다.

라벨지는 보증금이 포함된 컵인지 표시하는 용도로 쓰인다. 일회용 컵을 반납하면 시범사업 기간에는 적립금 200원을 받는다. 보증금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음료값에 함께 결제한 보증금 300원을 돌려받게 된다. 라벨지가 없으면, 해당 컵이 보증금제 대상 컵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비슷한 컵을 사서 보증금을 부정으로 받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라벨지에 적힌 각각의 고유번호를 통해 보증금을 이미 반환한 컵인지 확인할 수 있다. 매장, 수거업체 등이 다른 목적으로 재반환을 반복해서 보증금이 낭비될 우려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라벨지는 표준용기와 비표준용기를 구분하는 역할도 한다. 표준용기는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컵, 플라스틱 컵을 말한다.

플라스틱 컵은 인쇄가 없이 투명한 페트(PET) 소재로 만들어야 한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구분 없이 반납했을 때 보관에 용이하도록 밑면 지름, 윗면 지름, 높이를 표준 규격 이상으로 제작해야 한다. 종이컵도 마찬가지.

라벨지가 붙은 표준용기 일회용 컵은 지정된 수거 업체에서 가져가 바로 재활용 한다.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을 녹여 원료로 만들어 다른 업체에서 구매해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데 쓰인다.
 
던킨 세종정부청사점 매장 안 일회용컵 반납용 태블릿PC와 안내문 ⓒ민중의소리
 

할 일 많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안내, 라벨지 부착, 수거까지

던킨 직원은 음료 픽업대에서 일회용 컵에 커피를 가져가는 손님들에게 시범사업을 안내했다. 일회용 컵에 하단에 붙은 라벨지를 가리키면서 나중에 컵만 씻어서 가져오면 200원 적립금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이다.

손님들은 “그런 게 있었냐”며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 여러 번 반납해 본 단골들도 있었다. 던킨 매장과 가까운 사무실에서 일하는 임 모씨(35)와 고 모씨(42)는 일주일에 한 번 일회용 컵을 반납하러 온다. 컵 홀더와 뚜껑, 빨대는 따로 버리고, 컵을 씻어서 사무실 한쪽에 쌓아둔다. 과정은 번거롭지만, 이렇게 모은 컵을 반납하는 날에는 보증금으로 커피를 한 잔 더 살 수 있다.

이 모씨는 “사무실에 사람이 많으니까 단체로 한곳에 모았다가 한꺼번에 반납한다. 시범 운영 동안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던킨 매장에서 회수한 컵은 5월 27일 기준 총 127개였다. 이날 오전에도 18개를 모아 반납한 손님이 있었다. 시행 초기보다 점차 수거량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점주의 설명이다.

가맹점주 유 모씨(48)는 “컵 수거량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앱을 미리 설치해서 바로 반납하는 손님들도 늘어났다. 직원들이 설명을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 직원은 환경부에서 제공한 라벨지를 일회용 컵에 하나하나 붙여야 한다. 테이크아웃, 배달에 쓰이는 일회용 컵에는 모두 라벨지를 붙여 보낸다. 던킨 매장은 일회용 컵이 하루 200잔씩 나간다. 라벨지 부착 작업은 2~3일 간격으로 이뤄진다. 한가한 시간에 200잔씩 붙이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던킨에서 일하는 배 모씨(30)는 “처음에는 라벨지를 붙이는 데 속도가 안 났지만, 지금은 라벨 50개를 붙이는 데 1분 정도 걸린다”고 전했다.

던킨 점주는 컵을 반납하러 온 손님 중에는 더러 컵을 씻지 않은 채 가져 오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유 씨는 “이물이 묻은 컵은 안 받아도 되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안 받을 수 없다. 컵을 안 씻어서 오는 손님은 수십 명 중 한 명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렇게 모은 컵은 기존 방식대로 폐기한다. 아직 시범사업 단계라서 수거 시스템은 운영하지 않는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범사업으로 일이 더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시범사업 매장 점주들은 “그럼에도 필요한 사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크리스피크림 도넛 매장을 운영하는 한 모씨(55)는 가맹점주들도 환경 문제에 공공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회용 컵에 음료를 사서 가는 사람뿐만 아니라, 판매하는 사람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씨는 “우리는 일회용 컵을 줄여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이런 정책이 없으면 앞으로 일회용품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다른 해결방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던킨 세종정부청사점 퇴식구에 설치된 안내문 ⓒ민중의소리
 

환경부, ‘일회용 컵 보증금제’ 미리 체험하는 시범사업 운영 중

환경부는 오는 12월 1일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에 앞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종시 정부청사 앞 △던킨 △크리스피크림 도넛 △투썸플레이스다. 서울에는 △요거프레소 홍대교육센터점이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소비자가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 구매할 때 보증금 300원을 함께 결제하고, 해당 컵을 반납하면 돈을 돌려받는 제도다. 음료를 구매한 매장이나, 보증금제 시행 대상인 다른 매장에 반납할 수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일회용 컵이 길거리 쓰레기로 방치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시행 대상은 점포 수가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커피·음료·제과제빵·아이스크림·빙수·패스트푸드 업종의 전국 3만 8천여개 매장이다.

시범 사업은 보증금제 시행에 앞서 제도 운용의 개선점을 찾기 위해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진행하고 있다. 반납용 태블릿PC와 ‘자원순환보증금’ 앱 작동 오류를 잡아내고, 현장에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확인한다.

환경부는 시범 사업 기간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홍보하기 위해 시범 매장에 라벨이 붙은 컵을 반납하면 1개당 200원의 적립금을 지급하고 있다. 물론 음료값도 다른 매장과 같다. 시범 매장 4곳 중 브랜드 상관없이 라벨지가 붙은 컵을 돌려주면 200원을 받을 수 있다.
 
요거프레소 홍대교육센터점 주문매대 위에 놓인 반납용 태블릿PC와 안내문 ⓒ민중의소리


서울은 요거프레소 홍대교육센터점만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시범 매장이 단 한 곳뿐이라는 점은 아쉬웠다. 홍대는 보증금제를 시행하면 지하철, 버스 정류장 근처에 반납이 집중돼 컵 보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지역이다. 시범 매장을 늘려 수거 집중 매장을 파악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환경부는 시범사업이 각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가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라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시범사업을 강제하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각 프랜차이즈 브랜드별로 시범사업을 운영해보고 싶은 가맹점에서 정보를 얻고, 보증금제 운용 방식을 다른 가맹점에 전파하는 정도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특정 매장에 반납이 집중되는 경우를 대비해 일회용 컵 수거 업체가 방문해 직접 컵을 가져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수거 집중 매장에는 인센티브 식으로 지원금 등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라벨지를 붙인 일회용 플라스틱 컵 ⓒ민중의소리
 

‘일회용 컵 보증금제’ 오는 12월 1일 시행…준비할 점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당초 오는 6월 10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제도 정비를 이유로 6개월 뒤인 12월 1일까지 유예됐다.

현재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은 겉면에 인쇄가 들어간 비표준용기에 해당한다. 지정 수거 업체에서 가져간다고 해도 재활용이 어렵다. 플라스틱 컵은 페트, PP(폴리에틸렌) 등 소재가 다양해 각각 구분해서 선별하기 힘들다.

환경부는 오는 12월까지 프랜차이즈 업계가 비표준용기 재고를 소진하고, 대부분 표준 용기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부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표준용기 도입을 유도하기 위해 표준용기와 비표준용기의 처리지원금 책정에 차이를 뒀다. 처리지원금은 수거 업체가 일회용 컵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컵 1개당 표준용기는 4.4원, 비표준용기는 10원씩 내야 한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제도 시행에 따른 비용을 아끼기 위해 표준용기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요거프레소는 제도 유예 전부터 6월 10일 시행 예정일에 맞춰 브랜드 로고를 음각으로 새긴 표준용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범사업뿐만 아니라 제도를 시행해도 표준용기 사용을 각 업체에 강제할 수 없다”며 “다만 처리지원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라도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표준용기 전환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피크림 도넛 세종청사점 주문 매대 아래 붙여진 포스터 ⓒ민중의소리


보증금제 시행에 앞서, 시범사업장 가맹점주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카드 수수료’였다. 손님이 보증금 300원을 포함한 음료값을 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는 가맹점주가 부담해야 한다.

가맹점주는 제도 시행 최소 3주 전에는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이하 코스모)’에 컵을 반납하면 지급하는 300원을 미리 지정 계좌로 이체해야 한다. 라벨지를 신청하는 수량만큼 보증금을 계산해서 미리 납부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가맹점주 A씨가 하루 테이크아웃 음료 평균 판매량이 200잔인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루 200잔씩이면 한 달 평균 판매량은 6,000잔이다. 라벨지 주문과 동시에 180만원을 현금으로 미리 납부해야 한다. 시행 첫 달에는 한 달 매장 월세 금액이 나가는 셈이다.

물론 손님이 보증금 300원을 포함한 음료값을 지불하니 보증금을 즉시 돌려받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보증금 300원에서 수수료가 빠진다는 점이 문제다.

연 매출 3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우대 카드 수수료율 0.5% 기준으로 보면, 보증금 300원당 1.5원을 수수료로 내게 된다. 1.5원씩 한 달에 6,000잔을 팔면 9천원, 12개월이면 10만 8천원이다.

연 매출 3~5억원인 매장의 경우, 카드 우대 수수료율은 1.1%다. 300원에서 3.3원씩 수수료가 나간다. 한 달에 6,000잔이면 19,800원, 1년마다 23만7,600원을 내야 한다.

가맹점주들은 보증금 300원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님들이 결제한 보증금으로 보전해 순환 구조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카드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라벨지 비용(1장당 6.99원)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지만, 업계의 공감은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보증금에 대한 카드 수수료는 지원해줘야 한다. 한두 잔은 괜찮지만, 계속 나가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부담된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초 6월 10일 시행 예정이었을 때 업계에서 제도 시행 유예를 우선 요구했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지원 방안을 함께 논의하면서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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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일협정 반대운동’(6·3항쟁) 58주년입니다

 
한일협정 반대운동(6·3항쟁)의 전개과정과 배경
 
김용택 | 2022-06-03 09:04:3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오래 걸린 외교. 우리나라 역사에 외국과의 회담에서 14년이 소요된 회담이 바로 이 한일회담이다. 1951년 10월 20일 예비회담에서 시작되어 7차례 본회의를 거쳐 1965년 6월 22일에 조인될 때까지 무려 14년이나 걸려 타결된 회담이다. 국정교과서 시절에는 ‘한일회담 반대운동’, 6·3항쟁 또는 6·3시위라고도 기록하고 있다. 외국과의 회담에 생뚱맞게 ‘항쟁’이란 이름이 덧붙었는지는 국정교과서가 검인정교과서시대로 바뀌면서부터 겨우 역사의 ‘한일협정 반대운동’이라는 이름을 되찾게 된다.

6월 3일 오늘은 한일협정반대운동((6·3항쟁)이 일어난 지 58년째 맞는 날이다. 6·3항쟁은 서울에서 한일회담 반대시위가 최초로 벌어진 1964년 3월 24일부터 비상계엄령이 내려진 6월 3일부터 한일협정비준서가 조인된 1965년 12월까지를 지칭한 이름이다. ‘국가간에 국교를 맺는 회담에 무슨 비상계엄이 선포되는가’라고 의아해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주군관학교에 입교하기 위해 혈서까지 써 지원서를 제출했던 ‘오카모토 미노루(岡本 實)’ 혹은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박정희의 창씨개명)가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을 일본으로부터 들여오기 위해 한일회담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다.
 
<한일협정 반대운동(6·3항쟁)의 전개과정>
 
“400만 어민의 생명선인 평화선을 3억 달러의 채권 청산이라는 명목으로 흥정하려는 대일 굴욕 외교를 즉각 중지하라”, “김·오히라 메모를 공개하라”, “일본 상사의 경제 침투는 간접 침략이다” 한일협정 반대시위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구호다. 박정희정권이 ‘한일국교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일본과 국교를 재개하려 하자 야당과 재야세력은 ‘대일저자세외교반대범국민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서울대·고려대·연세대·대광고 등에서는 한일회담 즉각 중지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게 된다. 6월 3일 시위가 확산되자, 박정희 정권은 계엄령을 선포하였고, 고려대학교는 시내 대부분 학교와 함께 무기한 휴교에 돌입하였다. 1965년 6월 22일 한일회담이 정식 조인된 후에도 회담 철회를 주장하며 반대 시위를 이어 갔지만, 무장군인이 학교에 난입하여 학생들을 구타하거나 교내 강의실 및 실험실을 파손 등의 탄압이 계속되었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조)
 
<한일협정 반대운동(6·3항쟁)의 배경>
 
‘한일국교정상화’는 비타협적인 태도로 회담이 진전이 이뤄지지 못했던 이승만 정권 시기와 달리, 박정희 정권은 근대화를 지상목표로 했기에 부족한 자금을 한일회담 성사를 통한 대일청구권으로 조달하고자 했다. 전후 일본은 고도성장으로 축적된 자본을 해외에 수출해야 했고, 이를 위해 한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 또한 미국은 전후 동아시아 지역통합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한일관계 정상화를 도모했다.

미국은 자본주의 경제의 부흥과 반소 반공블럭의 거점이 될 선진공업국을 중심에 두고, 원료 공급지와 상품시장, 대소봉쇄 기지를 확보하기 위한 지역통합전략을 추진했다. 미국은 일본을 동아시아 지역통합의 중심으로 삼고 한국, 타이완, 베트남, 필리핀을 배후로 삼아 지역통합을 현실화시키고자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5·16군사쿠데타 후 박정희정부는 자유당과 민주당 때 진행되다가 중단된 한일회담을 재개하였다.

한일협정반대운동은 6월 3일 절정에 달했는데(6·3항쟁), 학생들은 주로 “박정권 하야, 악덕재벌 처단, 학원사찰 중지, 여야 정객의 반성촉구, 부정부패 원흉 처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렇게 되자 박정희 정부는 미국 측의 동의하에 6월 3일 서울시 일원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학원과 언론을 대대적으로 탄압했다. 1965년 2월 15일 한일 양국은 한일기본조약에 합의했다. 그리고 4월 3일 ‘어업’, ‘청구권’, ‘재일한인의 법적 지위’ 등 3개 현안을 일괄 타결하고 각각 협정에 조인했다.

<36년간 노예생활과 맞바꾼 ‘무상 3억 유상 2억 달러’>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종필은 도쿄에서 일본 외무 장관 오히라 마사요시와 회담 후 그 유명한 ‘김종필-오히라 메모’를 남긴다. 회담 전 김종필은 ‘독립축하금 또는 경제자립 원조금 명목 불가, 총액 6억 달러 관철’을 요구하라는 박정희의 지령을 받았다. 이들은 3시간 30분간의 긴 협상 끝에 그 결과를 간략하게 메모 형식으로 작성했는데 그 메모에는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 외에 수출입은행 차관 1억 달러 도합 6억 달러로 합의하고 이를 양국 수뇌에게 건의한다’는 내용이다.

대한제국을 멸망시켜 차마 필설로 다하지 못한 일제의 잔악한 범죄를 사과 한마디도 없이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 외에 수출입은행 차관 1억 달러 도합 6억 달러로 합의하고 이를 양국 수뇌에게 건의한다’는 굴욕적인 합의가 ‘한일협정이다. 6·3항쟁이란 정부의 대일 저자세 비판, 평화선 사수,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한 경계, 미국의 한일회담 개입에 대한 비판이라는 6·3항쟁의 정신은 3선개헌 및 유신개헌 반대, 그리고 광주민중항쟁,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진 불의에 저항한 운동이요, 민족의 자존을 지킨 애국적인 운동이 아닌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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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봄 가뭄에 농민 속 타는데, 국가가뭄정보는 모두 '정상'?

[내일의 기후] 농촌 현장과 괴리된 기상정보 제공의 문제점

22.06.03 07:18l최종 업데이트 22.06.03 07:18l
4km 밖의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농민들이 40미터 길이 호스 1백개를 연결해 물을 대고 있다.
▲ 2022년 5월 27일 전남 고흥군 봄 가뭄 현장 4km 밖의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농민들이 40미터 길이 호스 1백개를 연결해 물을 대고 있다.
ⓒ 신경남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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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비가 안 온 달이었다. 5월 한 달 누적 강수량이 전국 평균 5.8mm로 평년 강수량(105.5mm)의 5.9% 수준이었다. 최악의 봄 가뭄이 이어지면서 농민들은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국가가뭄정보포털'에서는 모든 게 '정상상태'로 나온다. 국가 정보가 현장의 절박함을 외면하는 셈이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농촌현장과 가뭄정보 간의 괴리에 대해 기록한다.

지난 5월 27일 금요일, 전남 고흥에서 25년째 쌀 농사를 짓고 있는 신경남씨는 '농사를 시작한 뒤 5월에 이렇게 비가 안 오기는 처음'이라며 몇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농민들이 4km 바깥의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40m짜리 호스 100개를 이어붙였고, 이미 말라붙은 하천에 포크레인을 동원해 웅덩이를 파고 다소의 물을 확보한 현장 사진이었다. 그야말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만들어낸 물이었다. 

- 강수량은?
"5월 달 전체 1.3mm (5월27일 기준)"  - 예? (수도권은) 엊그제도 비 오던데...

"여긴 안 왔어 하나도 안 왔어."

- 모내기 상황은?
"많이 미루고 있어. 한 청년 농업인은 모내기 하려고 비닐하우스에 못자리(8일간 키우는 어린 모)를 해놨는데 싹 폐기해 버렸어. 물이 없어 모내기 못하니까."

- 저수지는?
"난리여. 한 저수지(두원면 동신지)는 지난 겨울에 작업한다고 물을 싹 빼 버렸어. 당연히 올 봄에 비가 와서 물이 찰 줄 알고. 근데 비가 안 오니까 싹 말라붙어 있어. 그 동네 분들 큰 일이여."

이런 상황은 고흥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5월 24일 <연합뉴스>는 강원 춘천지역 한 저수지가 바짝 말라 바닥을 드러낸 상태를 전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강원지역 농업용수 저수율은 57.7%였다. 5월 25일 전남 구례군의 5월 강수량은 1mm 수준으로 전년 108.5mm와 평년 91mm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바닥을 보인 하천 바닥을 포크레인으로 준설하여 웅덩이를 파내고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있다.
▲ 2022년 5월 27일 전남 고흥군 봄가뭄 현장 바닥을 보인 하천 바닥을 포크레인으로 준설하여 웅덩이를 파내고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있다.
ⓒ 신경남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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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충남 홍성군 농민들은 4월 26일 이후 비소식이 없어 고구마가 말라 죽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관련기사 : 가뭄 장기화에 충남 지역 주민들 "고구마 말라 죽고 있다" http://omn.kr/1z2lf). 5월 28일 토요일, 농어촌공사 고흥지사는 농민들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고흥만 지구 담수호(당두양수장) 금일 염도 3000ppm입니다.'

봄 가뭄에 농업 용수의 염도가 너무 높아졌으니 간척지 논에는 모내기를 사실상 하지 말라는 정보였다. 다음날인 5월 29일 저녁부터 5월 30일 오전까지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전해졌다. 비가 그친 뒤 사정이 조금 나아졌는지 물어봤더니 고흥 농민으로부터 이런 답신이 왔다.

"어제 밤부터 아침까지 비가 왔네요. 0.1mm"

농민의 말은 사실이었다. 고흥 0.1mm, 여수 0.4mm, 남해 0.4mm, 보성군이 좀 많이 와서 1.2mm. 5월 30일 월요일 오전 10시 기준 기상정보였다. 큰 일이었다.

농민들 울상인데, 국가가뭄포털 "모두 정상 단계입니다"
 
큰사진보기'5월 31일 두원면의 수원은 주암(본) 댐으로 저수율이 28.4%이며 생활 공업 용수, 농업 용수 모두 정상단계입니다.'
▲ 2022년 5월31일 국가가뭄정보포털 "우리동네 가뭄" 지도 "5월 31일 두원면의 수원은 주암(본) 댐으로 저수율이 28.4%이며 생활 공업 용수, 농업 용수 모두 정상단계입니다."
ⓒ 노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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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농촌 현장의 분위기와는 달리 주류 미디어는 선거 소식만 전했다. 날씨 예보 역시 '어제부터 내린 비로 다소 쌀쌀하겠다'는 도시민 중심 정보만 전했다. 뭐가 문제일까? 국가 가뭄 정보 사이트를 들어가 봤더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타 들어가는 농촌 현장과는 달리 국가의 모든 지표는 '정상 상태'로 공시되고 있었다.

국가가뭄정보분석센터에서 제공하는 '국가가뭄포털'에 들어가 제보를 받은 전남 고흥군 두원면 지역의 가뭄 현황을 검색해 봤다. 읍면동 맞춤형 정보제공인 '우리 동네 가뭄' 화면이 뜬다. 이런 문구가 나왔다.

'5월 31일 두원면의 수원은 주암(본) 댐으로 저수율이 28.4%이며 생활 공업 용수, 농업 용수 모두 정상단계입니다.'

내 눈을 의심했다. 정상단계라니. 그 전날과 전전날의 가뭄 상황을 검색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정상단계를 알리고 있었다.

'5월 29일 두원면의 수원은 주암(본) 댐으로 저수율이 28.7%이며 생활 공업 용수, 농업 용수 모두 정상단계입니다.'

이 지역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저수율 수치만 다를 뿐 정상단계로 공지되고 있었다. 반면 전 세계 가뭄 지수(Drought Index)를 보여주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위성자료는 지난 4월 말과 5월 중순까지의 한반도 전역의 가뭄 수준이 지난 2021년 5월과 비교해 '심각단계' '극히 심각 단계' 지역이 확연히 늘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북한의 가뭄 상황을 전하는 미국의 소리(VOA) 보도 내용이었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기상가뭄 현황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수문기상 가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5월 한 달 간의 누적 강수량은 전국 평균 5.8mm로 평년 강수량(105.5mm)에 비해 5.9% 수준,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낮은 강수량을 보였다. 전남 고흥 지역의 5월 강수량은 1.6mm, 평년 강수량(136.6mm)보다 100분의 1도 비가 오지 않았음이 수치로 증명됐다.
 
큰사진보기고흥군 두원면 '정상상태'로 나온다.
▲ 2022년 5월29일 가뭄상황을 나타낸 국가가뭄정보포털 지도 고흥군 두원면 "정상상태"로 나온다.
ⓒ 노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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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상상태'라니, 뭐가 문제일까? 국가 가뭄 정보 분석 센터 담당자의 말을 들어봤다.

담당자 : "저희 쪽 정보는 사실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쪽이고, 농업 분야의 경우 농식품부나 농어촌진흥공사 쪽에 알아보셔야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기자 : "그런데 농업 용수까지 포괄해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나요?"
담당자 : "그렇기는 한데 사실상 저희가 직접 관할하지 않고 그 쪽(농업분야)에서 주는 데이터를 받아 쓰고 있기 때문에..."

농업 분야 이슈는 해당 기관에 문의해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지난 2015년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가뭄에 대비하는 국가 가뭄 예·경보 시스템 차원에서 설립된 국가가뭄정보센터의 설립 취지는 이렇다. 

'전국의 흩어진 물 정보를 취합·분석하고, 지역별 현재의 가뭄 수준과 장래의 상황을 예측하여 그 정보를 국민, 정부, 지자체에 신속히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기상 가뭄 따로, 농업 가뭄 따로, 생활 용수 따로?

과연 국가가뭄포털은 취지에 부합하게 움직이고 있는가? 농업 분야 가뭄 현황에 대해 농어촌 공사 농업가뭄센터장의 말을 들어봤다. 

"(농업 분야) 상황이 심각해서 저도 지금 현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밭 농사의 경우 심각하고요. 논 농사의 경우 다행히 지난해 저수율이 90% 수준으로 꽤 많았기 때문에 올 봄 모내기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모내기 이후에도 지금처럼 비가 안 오면 상황이 심각해지죠." (한영규 농어촌 공사 농업가뭄센터장)

그러나 농어촌 공사가 제공하고 있는 'ADMS 농업가뭄관리시스템'에 의하면 제주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관심, 주의 지역으로 분류된 밭 가뭄 현황과 달리 논 가뭄의 경우 전국 모든 지역이 '정상'으로 나온다. 논 농사의 경우 저수율을 기준으로 가뭄 예경보 기준이 분류되고 있기 때문인데, 과연 지금의 기상가뭄을 외면한 채 저수율만으로 농업분야 가뭄 단계를 구분하는 방식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취재과정에서 제기된 정보제공에 대한 의문은 다음과 같다.
 
- 국가가뭄포털이 분야별로 흩어진 물 정보를 취합, 분석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나?
- 기상청이 제공하는 '기상 가뭄' 상황은 평년 5월보다 1백분의 일도 비가 오지 않은 지역들을 '약한 가뭄'으로 표시하고 있다. 현실을 반영한 평가방식인가?
- 국가 가뭄 예경보 기준에 따르면 논 농사의 경우 영농기(4~10월) 평년 저수율의 50% 이하면 '경계' 40% 이하면 '심각' 단계로 분류하는데, 지금과 같은 '기상가뭄' 상황을 외면한 채 저수율만으로 농업 분야 가뭄 단계를 분류하는 것이 현실을 반영한 체계일까?

*참고자료
- 양지웅, '봄 가뭄에 바닥 드러낸 저수지' (연합뉴스, 2022.5.24)
- 조준성, '구례군, 가뭄 피해 예방 농작물 현장기술 지원' (스포츠서울, 2022.5.25)
- 이재환, '가뭄 장기화에 충남 지역 주민들 "고구마 말라 죽고 있다"' (오마이뉴스, 2022. 5.25)
- 함지하, '북한 곡창지대 봄 가뭄, 미 위성자료 통해 확인…"코로나 속 북한 식량난 우려"' (미국의 소리 뉴스, 2022. 5.31)
- 국가가뭄정보분석센터 '국가가뭄정보포털'
- 기상청 '수문기상가뭄정보시스템'
- 농어촌공사 'ADMS 농업가뭄관리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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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소녀를 인간방패로, 이스라엘의 반인륜 범죄는 계속된다

 
 
2013년 이스라엘군이 13세 팔레스타인 소년을 차량에 묶어 인간방패로 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이스라엘의 악명높은 군사전술, 이스라엘군 수색이나 용의자 검거를 위해 팔레스타인 집을 공습할 때 이웃 주민을 앞세우고 그 뒤에 몸을 숨기는 ‘이웃을 이용한 절차’. 물론 제네바 협약 등의 국제법을 위반하는 전쟁 범죄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국내에서도 불법인 이 전술뿐만 아니라 더 심각한 인간방패 전술을 많이 쓴다.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납치, 협박해 몸을 숨긴 건물 유리창과 문에 세워 놓거나 차량 등의 이동수단에 묶어 공격을 피하려 하면서 말이다. 5월에 잇따라 일어난 두 인간방패 사건을 통해 이를 살펴본 미들이스트아이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Israel is once again using Palestinians as human shields

 

 지난 5월 13일 16세 팔레스타인 소녀 아헤드 메렙은 이스라엘군의 인간방패로 쓰이는 트라우마를 겪었다. 제닌에 있는 알하다프 공습 중 한 이스라엘 군인이 아랍어로 군용차 유리창에서 명령했다. “꼼짝 마! 넌 테러리스트야. 네 형제에게 작별 인사를 할 때까지 그 자리에 있어!” 머리 위로 총알이 계속 날아가자 메렙은 부들부들 떨며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놔 달라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일주일 후 이스라엘군은 또 다시 인간방패를 썼다. 팔레스타인 남성을 인간방패로 쓰는 사진이 증거로 남아 있다.


이런 충격적인 사례를 보고도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은 별로 놀라지 않는다. 이스라엘군에게는 팔레스타인인을 인간방패로 쓰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인권단체인 비티셀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동예루살렘과 가자지구를 불법 점령한 1967년부터 인간방패를 써 왔다.

“이웃을 이용”하는 절차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전사들이 특히 가자지구에서 자기 국민을 인간방패로 이용한다는 주장을 자주 한다. 하지만 그렇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 반면 이스라엘군이 자칭 “이웃을 이용”하는 절차, 즉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방패 전술에 이용했다는 증거는 무수히 많다.

이스라엘은 2005년 7개의 인권단체가 3년 간의 법정 싸움 끝에 대법원의 불법 판결을 받아낼 때까지 인간방패 이용을 법적으로 허용하며 이스라엘군이 이를 마음대로 쓰도록 내버려뒀다. 법정싸움 도중 19세의 아무 무크산이 인간방패로 이용되다 목숨을 잃으면서 세계적으로 파장이 일자 이스라엘 대법원이 등 떠밀려 내린 결정이었다.

인간방패가 제네바 협정을 명백히 위반함에도 이스라엘군은 법원 결정에 크게 항의했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직접 법정에서 금지 판결 취소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이스라엘군은 인간방패가 자기 군인들을 보호하는 ‘필수 조치’라며 금지 판결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여러 번 노력했다.

이스라엘은 인간방패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전히 인간방패를 이용하고 있음에도 걸핏하면 하마스가 인간방패를 이용한다고 비난한다. 앞서 말했지만, 증거 없는 얘기다.

인간방패는 이스라엘의 여전한 전술

이스라엘의 인간방패 이용에 대한 증거는 넘친다. 그러나 이로 인해 처벌받은 이스라엘인은 거의 없다.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인을 인간방패로 이용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은 것은 2010년이 마지막이다.

2008~2009년 가자지구 침공 당시 일어난 사건과 이스라엘 군인들의 유죄판결 결과에 대해 비티셀렘은 이렇게 요약했다. “문제의 이스라엘 군인 2명은 9세 소년에게 총을 겨누고 부비트랩으로 의심되는 가방을 열도록 명령했다. 그것이 어린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두 사람은 교도소 밖에서 복역하는 3개월 조건부형을 선고받고 사건 발생 2년 후에야 병장에서 사병으로 강등됐다. 그들의 지휘관 중 아무도 재판을 받지 않았다.”

국제 및 자국 인권단체에 의해 기록된 이스라엘의 인간방패 사용 사례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언론인 셰린 아부 아클레를 죽인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인간방패를 불법으로 이용한 이번 사건들이 전환점이 돼야 한다.

전 세계에 이스라엘의 만행을 알려야 한다. 인간방패 전술은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이스라엘 군대의 매뉴얼에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군은 그것이 불법이 된 현재에도 여전히 이런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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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위 정론] 윤석열의 무덤이 될 한미일 삼각 동맹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6/03 09:48
  • 수정일
    2022/06/03 09: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신은섭 통신원 | 기사입력 2022/06/0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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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면초가

 

미국은 소련 해체로 미소 냉전이 끝난 이후 세계 유일 패권국으로 군림해왔다. 미국의 말이 곧 법인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미국의 세계 패권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 

 

작년 여름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조 원어치 무기를 놓아둔 채 미군이 야반도주한 것은 패권 약화를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전 세계가 놀랐다. 한국의 보수세력도 내일은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 있다며 아우성을 쳤다. 사실상 미-러 전쟁이라 불리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에서도 미국의 패배가 확실시되고 있다. 

 

친미 국가라 분류되던 이스라엘,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도 근래 들어 미국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2013년 무렵 친미 우파 정권이 대거 들어섰던 남미에서는 반미 정권이 복귀하고 있다. 

 

전 세계 도처에서 미국의 힘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 정치, 경제 등 미국 국내 사정도 무척 좋지 않다. 그야말로 사면초가가 따로 없다.

 

2. 마지막 지탱점, 인도-태평양

 

미국은 인도-태평양을 패권 유지를 위한 마지막 지탱점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관계 이론의 대가로 불리는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지난 3월 ‘뉴요커’ 기고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은 미국이 제공했다며 ‘하루빨리 전쟁을 끝내고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전념할 것’을 주문했다. 미국이 전쟁 초기와 다르게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31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목적이 ‘확전’이나 ‘러시아의 약화’가 아니라고 했다.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과 같은 맥락의 인식 때문인지 미국은 근래 들어 인도-태평양 중시 행보를 한다. 중국과의 전략경쟁 때문도 있겠지만, 더욱 중요하게는 북, 중, 러와의 접점이 형성되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 밀리면 미국은 영국이 1956년 수에즈 운하 사태 이후 패권국 지위를 완전히 내려놓았던 것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3. 약한 모습

 

직접적인 총성이 울리지 않았을 뿐이지 동북아에서 북, 중과의 대결은 격화될 대로 격화된 상황이다. 그런데 미국이 보이는 모습이 예전 같지 않다. 북한에도 중국에도 밀린다. 군사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말도 예전처럼 강하게 하지 못한다. 

 

2017년 북미 대결 와중에는 ‘화염과 분노’라는 둥 말싸움이라도 있는 힘껏 했다면, 지금은 북한이나 중국이 강하게 나가면 대화를 원한다느니, 하나의 중국 원칙을 버리지 않았다느니 하는 소리를 하는 게 고작이다.

 

동해 공해상에 항공모함을 들이밀고 일본에 B-1B를 전개하고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지만, 그 본질은 패권 약화를 가리고자 하는 허장성세에 불과하다.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다. 

 

4. 절실함

 

힘이 달려도 너무 달린다. 그래서 이전 어느 시기보다 지금 더 절실한 것이 바로 한미일 3국 협력, 군사동맹이다.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지지하고 한국에는 한일 관계 개선을 압박한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은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를 지지했다. 여기서 반격 능력이란 북한과 중국의 지휘부까지 선제타격도 가능하게 한다는 것으로, 이를 보유하겠다는 것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보이다. 작년 3월 성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당시)은 ‘한일’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만큼 절실하다.

 

5. 무덤

 

미국의 경제학자 마이클 허드슨은 미국에 의한 전쟁 가능성을 경고​했다. ‘우리가 지배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지구를 날려버리자’라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 중국을 대할 때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면 어느 순간 이성을 잃고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이성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동북아에서 전쟁을 일으킨다면 핵보유국이면서 세계적인 군사 강국인 북한과 중국을 상대해야 한다. 북한은 ‘미국이 전쟁을 걸어오면 항복서에 도장을 찍을 놈조차 남지 않게 될 것’, ‘어떤 세력이든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북한이 개발한 첨단무기의 성능을 볼 때 북한의 경고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한다면 하는 나라라는 평가가 많다.

 

대만 문제로 중국과 전쟁이 벌어져도 국지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단단히 각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만에서의 전쟁은 자연스레 한반도로 확전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과의 동시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이러나저러나 전쟁이 나면 미국은 패권을 내려놓는 정도가 아니라 무덤으로 들어가야 할 판이다. 이렇게 놓고 볼 때 마지막 믿는 구석인 한미일 동맹은 오히려 무덤으로 가는 직행열차가 될 공산이 크다. 한국이 함께 직행열차에 올라서는 안 된다. 미국도 윤석열도 불에 타 죽기 싫으면 전쟁을 택하지 말아야 한다.

 

6.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일말의 전쟁 가능성이라도 사전에 완벽히 차단해야 한다. 단 한 점이라도 불꽃이 튀어선 안 된다. 잘못 튄 불꽃 하나가 참혹한 결과를 불러온다. 많은 사람이 21세기와 전쟁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지구상에 전쟁은 일어나고 그 때문에 숱한 사람이 죽어간다. 한반도라고 예외일 수 없다. 평화를 바라는 압도적인 다수 대중의 힘으로 전쟁을 막아야 한다. 

 

촛불이 나서자. 윤석열의 주적론, 선제타격 주장, 자위대 한반도 유입론을 짓뭉개버리자. 일본의 재무장,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 저지하고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를 받아내자. 미국의 ‘한미일 군사협력’ 확대 압박을 차단하자. 촛불이 해야 한다. 촛불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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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분석 민주당 패배 요인 ‘졌잘싸’와 ‘팬덤’

  • 기자명 정민경 기자 
  •  
  •  입력 2022.06.03 07:42
  •  
  •  댓글 2
 
 

[아침신문 솎아보기] 6·1지방선거 결과 분석으로 채워진 3일 신문
역전극 쓴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제외하고는 대패했다는 평가
김동연 당선인도 ‘졌잘싸’ 태도 지적, 강성 팬덤 기대 쇄신없었던 태도 문제

3일 아침 발행된 주요 종합일간지는 6·1지방선거의 결과 더불어민주당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이 2일 전원 사퇴했다는 소식과 함께 선거 분석이 주를 이뤘다.

6·1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호남과 제주 등 5곳을 얻는데 그쳤다. 막판 역전극을 쓴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를 제외하고는 대패했다는 평가다.

언론은 민주당이 대선 패배이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외치며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윤호중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며 반성이 없는 모습을 보인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반성없이 강성 팬덤에 또 한 번 기댄 모습도 패배 요인이라고 지적됐다. 그리고 그 대표적 증거는 광주의 37.7%라는 투표율이라고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다음은 3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믿음 잃은’ 민주당, 지지층에도 심판 당했다”
국민일보 “선거 참해 책임론 격랑 민주당 지도부 총사퇴”
동아일보 “63대 145 참패 ‘기초’까지 흔들린 민주당”
서울신문 “민주당은 오만했다 레드카드 날린 민심”
세계일보 “매서운 민심에 與 민생주력 野 지도부 총사퇴”
조선일보 “‘이재명 책임론’ 친문·친명 난타전”
중앙일보 “‘지고도 반성 없는 민주당’ 광주, 침묵의 회초리”
한겨레 “지도부 총사퇴 민주당, 다시 내홍 속으로”
한국일보 “대선지고 ‘졌잘싸’ 지선지고 ‘네 탓이오’”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 자치단체장 중 14곳을 석권했지만 이번에는 5곳을 얻는 데 그쳤다. 기초단체장도 기존 151곳에서 63곳으로 줄어들었다.

▲3일 주요종합일간지 1면 모음.
▲3일 주요종합일간지 1면 모음.
▲3일 한겨레 9면.
▲3일 한겨레 9면.

 

‘졌잘싸’가 문제다

주요 종합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민주당의 패배 요인을 분석했다. 우선 대선에서 ‘졌잘싸’라는 생각에 반성이 없었다는 점이 잘못이었다는 게 강조됐다. 대표적으로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졌잘싸) 생각을 한다면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3일 경향신문 10면. 
▲3일 경향신문 10면.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 “민주당, 처절한 반성과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라”에서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이재명 전 대선 후보와 송영길 전 대표가 직접 선거에 나서면서 출발부터 명분에서 밀렸다”며 “지난 대선에서 0.7% 포인트 차이로 정권을 내줬지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만 외치며 안이하게 나섰던 게 근본적인 패인”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지고도 진 줄을 몰랐다. 국민의 매서운 심판에도 0.73%포인트 차이 석패(惜敗)라며 그걸 기화로 더욱 오만방자하게 굴었다”고 썼다.

▲3일 국민일보 사설.
▲3일 국민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재명 위원장 측은 대선 패배 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외쳤다. 이런 생각이 윤석열 정부 출범 발목 잡기로 나타났다”며 “그러다 ‘선당후사(당이 먼저고 나는 그다음)’ 아닌 ‘선사후당’으로까지 나아갔다. 대선 석 달 만에 다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썼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 “민주당, ‘조기 전대’ 대신 자숙과 성찰의 시간 가져야”에서 “대선 패배에도 반성과 쇄신 없이 ‘졌잘싸’만 외치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등 강경 노선으로 폭주한 결과 유권자들로부터 혹독한 심판을 받은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에 시급한 것은 전당대회가 아니라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거듭해 온 과거를 성찰하고 쇄신하는 것이다. 거대 의석을 앞세워 무엇이든 밀어붙이면 된다는 독선에서 벗어나는 한편 ‘내 편’만 챙기는 정치 대신 국민 전체를 위한 실사구시의 정치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3일 한겨레 사설.
▲3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 사설 “‘두번 심판’받은 민주당, 엄정히 책임 물어야”에서도 “이길 뻔한 대선에서 비록 졌지만 잘 싸웠다는 이른바 ‘졌잘싸’ 프레임에 스스로 발목이 잡혔다”며 “반성과 쇄신은 뒷전으로 미룬 채 국회 절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갖고도 ‘견제론’만 앞세웠다”고 썼다.

한겨레 사설은 “패배한 대선 후보가 채 석달도 안 돼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고, 전직 당대표는 명분 없는 서울시장 선거에 얼굴을 내밀었다”며 “37.7%라는 광주의 충격적인 투표율은 전통적인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의 ‘기권 응징’ 표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일 한국일보 사설.
▲3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 “비대위 총사퇴 민주당, 또 ‘졌잘싸’ 할 건가”에서 “계파 갈등과 함께 논쟁이 이어지겠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로 빠져서는 안 된다”며 “강성 지지층에 안주해 현실을 외면하고 반성을 회피한 것이 바로 연이어 선거에 패한 이유인데, 지고도 또 성찰에 실패한다면 민주당에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참패의 책임은 자명하다.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후보 본인과 당대표가 두 달여 만에 다시 출마했으니 누가 봐도 명분 없는 일이고 투표하고 싶지 않은 이유”라고 전했다.

광주의 투표율 37.7%이 말하는 것

광주의 투표율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는 점도 언론이 주목한 요소다. 광주의 투표율은 37.7%로 전국 투표율 50.9%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한겨레는 12면 기사에서 “지금까지 여덟차례 치러진 지방선서에서 광주 투표율이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지역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이정도로 낮은 투표율이 나오는 것은 민주당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3일 한겨레 12면.
▲3일 한겨레 12면.

세계일보는 이날 사설 ‘국민 버림받은 민주당, 획기적 혁신 없인 재기 어렵다’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광주 투표율 37.7%는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 한 말과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저희는 완벽하게 졌다. 대선에 지고도 오만했고,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변화를 거부했다”고 한 말을 인용하며 “맞는 말이다. 선거 결과를 강도 높은 쇄신을 촉구하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3일 경향신문 사설.
▲3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차별과 불평등을 완화하는 입법 대신 부동산 세금을 완화하는 정책을 내놨다. 86그룹이 중심이 된 지도부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매몰됐다”며 “성비위 근절을 요구하는 등 변화를 외친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문자폭탄 세례를 받으며 고립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망한 전통적 지지층은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것으로 ‘응징’했다. 37.7%라는 광주의 충격적 투표율이 그 증좌”라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문제의 핵심을 회피하지 말고 직면해야 한다. 정치팬덤은 필요하지만, 팬덤정치에 과도하게 의존해선 안 된다”며 “제1야당으로서, 보수정부의 역주행을 걱정하는 소수자·약자를 위한 민생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당의 미래가 될 여성·청년을 광범위하게 받아들이고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팬덤 정치 빠져나와 쇄신해야

민주당의 ‘팬덤 정치’ 역시 패배 요인으로 지적 당했다. 세계일보는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쇄신은 뒷전이고 계파 간 내부 권력 다툼에만 몰두한다면 전통적 지지층마저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3일 동아일보 1면.
▲3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여전히 팬덤과 극단의 정치에 빠져 있으니 자기 위안과 변명이 나올 뿐”이라며 “이러다간 2년 뒤 총선 결과도 뻔하다. ‘차라리 그때 폭망했더라면…’이라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철저히 되돌아보고 확 바뀌어야 한다”고 썼다.

▲3일 동아일보 사설. 
▲3일 동아일보 사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그나마 외부에서 ‘쓴소리’를 듣겠다고 영입한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민주당의 반성을 언급할 때마다 터져나온 반발과 욕설, 문자폭탄 그리고 거침없이 노출된 내홍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며 “거대 야당으로서 가장 시급한 민생정책에서 대안과 유능함을 보여줬는지도 의문이다. 소수의 강경파들과 이를 ‘팬덤’으로 뒷받침하는 지지자들이 다수의 합리적 목소리를 덮어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지점”이라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여전히 ‘선방했다’는 강성 지지자들이 있다”면서 방송인 김어준씨는 “경기도(의 승리) 때문에 반반 느낌”이라고 말했고, 김정란 시인은 “이재명 덕분에 몇 석이라도 건졌다”고 말한 것,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향해 “역대급 패악질”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를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이에 호응하는 의원들이 있으니 문제”라며 “민주당은 이 같은 강성 주장에 빠져 검수완박 입법을 밀어붙인 것이 패인임을 짚어야 한다. 그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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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진보당 3당 등극…기초단체장1, 광역3, 기초17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2.06.02 04:57
  •  
  •  댓글 0
 
 
 

진보후보 단일화를 이룩한 진보당이 김종훈 울산동구청장 당선을 비롯해 광역의원 3곳, 기초의원 14곳에서 당선하면서 3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정의당은 기초의원 5곳 당선에 그쳤고, 녹색당과 노동당은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울산 동구청장으로 당선된 김종훈 전 국회의원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뉴시스]
▲울산 동구청장으로 당선된 김종훈 전 국회의원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뉴시스]

진보당이 원외 정당으로는 유일하게 기초단체장을 배출하며 3당의 지위에 오를 수 있은 데는 ‘우세우쓰’(우리 세금 우리가 쓰자) 운동으로 대표되는 직접정치 노선과 노동중심 당운영 덕분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주도한 진보단일후보 중 광역의원에 당선된 전북 순창 오은미, 전남 장흥 박형대, 영광 오미화 당선자가 모두 진보당 소속이다.

특히 5시 현재 진보당 17명의 기초의원 당선자(서울1, 광주6, 울산2, 경기1, 충북1, 전북1, 전남5) 중 전국 최초로 주민대회를 개최한 서울 노원구 최나영 후보가 눈길을 끈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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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연장전' 승리한 尹대통령, 협치냐 독주냐?

정국 주도권 확보, 국정 드라이브 예상…"오만한 태도 경계해야" 지적도

임경구 기자  |  기사입력 2022.06.02. 07:08:46

 

'대선 연장전' 성격으로 치러진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대선이 0.73%포인트 차이로 끝난 여파로 '반윤(反尹) 정서'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대치 정국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지방선거 압승으로 전국적으로 지지기반을 다진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총선까지 정국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

尹대통령, 보수‧중도 '투트랙' 광폭 행보

새 정부 안정론에 표심이 몰린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수혜자는 윤 대통령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달 10일 취임 이후 전통적 보수층과 중도층 표심을 아우르는 광폭 행보로 국민의힘을 뒷받침했다.

취임식에서 윤 대통령은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며 강성 야당에 각을 세우는 한편, 통합·협치·소통보다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며 보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매머드급 외교 이벤트인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된 노선으로 전통적 보수층에 눈도장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 확장억제력 강화, 상호주의 중심의 외교‧안보 정책을 내세웠다.

경제 노선에서도 보수층에 소구할 만한 행보가 이어졌다. 취임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5대 기업 총수들과 세 차례나 만나 친기업 면모를 드러냈으며, 재계의 숙원인 규제 철폐에는 "어렵고 복잡한 규제는 제가 직접 나서겠다"고 팔을 걷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정부는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통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세액을 2년 전 수준으로 낮추는 '부자 감세'로 문재인 정부 정책과 분명한 선을 그었다. 

중도층에 초점을 맞춘 외연확장 행보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조치로 읽혔다. 내각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직접 독려한 윤 대통령은 "오월 정신은 국민통합의 주춧돌"이라며 5.18 민주화운동에 불편함을 내비쳤던 과거 국민의힘 계열 정부와 다른 태도를 보였다. 

닷새 뒤인 23일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도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참석해 국민통합과 진영 갈등 극복 메시지를 극대화했다. 

지난 대선에서 부메랑이 됐던 성차별 등 젠더 이슈에도 윤 대통령은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내각에 여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커지자 윤 대통령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았다"고 자세를 낮췄다. 또한 윤 대통령은 앞선 후보자들의 낙마로 공석이 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모두 여성에 할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을 방문,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참패가 尹대통령에게 '꽃길'을 보장할까?
 

이처럼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이끈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귀결된 만큼, 윤 대통령은 향후 국정운영을 공세적으로 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17곳에서 치러진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는 '0.73% 대선' 이후 석달만에 힘의 균형추를 여권으로 확연하게 기울였다. 국민의힘은 12곳에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선거에서 반전을 거둔 대목이 윤 대통령에게 고무적이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했던 인천을 탈환하고 경기도지사 선거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에게 뒤졌던 득표율 격차를 거의 따라잡아 피말리는 접전을 벌이는 등 기염을 토했다. 

반면 대선 맞수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자신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뒀으나, 정치적 본거지인 경기도에서 악전고투하고 인천을 국민의힘에 내주는 치명상을 입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야권 지지층 일각에 잠복된 대선 불복 정서에 쐐기를 박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국민의힘의 승리라기보다 '0.73% 늪'에 빠졌던 민주당의 참패"라며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패했던 인천 선거에서 승리하고 경기도에서 선전해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지방선거 관문을 승리로 돌파한 윤 대통령의 앞길에는 2024년 총선까지 2년 간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유리한 정치 시간표가 예정돼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해 후유증이 불가피한 민주당이 전열을 정비하기까지 정국 주도권은 한동안 윤 대통령이 행사할 전망이다. 

다만 지방권력 탈환에도 불구하고 국정과제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시기인 임기 전반기가 압도적인 여소야대 국회 현실을 피해가지 못하는 점은 윤 대통령에게 여전한 부담이다. 협치냐 독주냐의 갈림길에 선 윤 대통령이 대야관계와 정치노선을 어떻게 정립할지가 일차적인 관건이다. 

최 교수는 "여소야대는 그대로이지만, 여야 관계의 주도권은 윤 대통령이 쥐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또 "윤 대통령은 그동안 경제와 안보에서 보수 정체성을 견지하면서도 중도‧실용적인 모습도 드러냈다"며 "강경한 보수 노선으로만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의혹이 많은 장관 후보자를 밀어붙이면 인사 문제에서 추가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며 "지방선거 압승의 영향으로 드러날 수 있는 오만한 태도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관계의 향배는 국회 다수파인 민주당의 변화 방향과 맞물려 있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한 박탈)' 입법 등 강경론이 우세했던 민주당이 기존 노선을 고수할 경우,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법제사법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갈등이 표면화된 후반기 국회 원구성 문제부터 순조로운 타협을 기대하기가 난망한 상태다. 여야 관계의 향배는 민주당 내 권력지형이 윤곽을 드러내는 8월 전당대회를 거쳐야 갈피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내홍을 겪는 사이, 여권 내부의 혼선이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특별감찰관제 폐지론에 대해 '윤핵관'으로 손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대통령실 참모진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이에 대통령실이 즉각 고개를 숙인 장면이 상징적이다. 국무조정실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던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낙마하는 과정에서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앞장서, 대통령실을 능가하는 '윤핵관'의 실권을 가늠케 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당이 특별감찰관제 같은 혼선을 정리한 제동장치로 기능했다고 볼 수 있고, 국민의힘 지도부 일원인 권 원내대표를 윤핵관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대통령실이 정제된 메시지를 내고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가 재정립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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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연이틀 완치자가 신규 환자보다 많아..다시 10만명대 아래

(추가)'유전자 증폭 분자진단 검사' 능력 확대 연구 주력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6.01 07:41
  •  
  •  수정 2022.06.01 1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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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코로나19 관련 하루 신규 발열환자가 다시 10만명대 아래에서 유지되고 있다.

[노동신문]은 1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 통보를 인용해 5월 30일 오후 6시부터 31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9만3,180여명의 '유열자'(발열환자)가 새로 발생했으며, 이중 9만8,350여명이 완치되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수는 발표하지 않았다. 

전날 신규 발열환자 9만6,020여명, 완치자 10만1,610여명(5.30)에 이어 하루 신규 발열환자보다 완치자가 더 많아진 것도 눈에 띈다. 

이로써 북에서 코로나19 발생이 확인된 지난 4월말부터 5월 31일 오후 6시 현재까지 전국적인 발열환자 총수는 373만8,810명, 이중 356만960여명(95.243%)이 완치되고 17만7,770여명(4.755%)이 치료를 받고 있다.

북은 코로나 방역정책과 지침이 철저히 시행되면서 전국적인 확산 상황이 역전되고 있지만 긴장 태세는 확고히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상방역부문과 과학연구단위에서는 '핵산검사능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의학연구원 의학생물학연구소의 연구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비상방역부문과 과학연구단위에서는 '핵산검사능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의학연구원 의학생물학연구소의 연구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조선중앙통신]은 1일 '비상방역사업의 과학화, 전문화수준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최근 최대비상방역체계 운영 상황을 전했다.

매일 연 30만명 이상의 보건일꾼들과 의료일꾼 양성기관의 교원, 학생들이 비상방역사업에 동원되고 있는 가운데 방역 일선에 나선 이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신속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자질을 높이는 사업이 전국적 범위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보건성과 평양의학대학 원격교육학부 등에서 교육 환경을 개선하여 이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방역분야 선진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원격재교육과 기술강습을 강화하고 있다.

비상방역부문과 과학연구 단위들에서는 "핵산검사능력을 높이는데서 나서는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적시적으로 풀어나가고 있으며 지하철도역들을 비롯한 평양시 안의 공공장소들에서 공기시료 채취기로 해당한 검사를 진행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들도 취하고있다"고 했다.

또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요해(검사)항목'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시달하고 있으며, △연령별, 체질별로 각종 약물에 대한 반응성과 부작용 정도가 다른 우수한 치료법과 경험을 공유하는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핵산 검사능력'이란 신속한 코로나 감염 결과 확인에 주로 쓰이는 PCR(중합 효소 연쇄 반응, Polymerase Chain Reaction)검사를 포함하여 인공적으로 유전자를 증폭하는 일종의 분자진단 검사방법인 '핵산증폭검사'(NAAT, Nucleic acid amplification Tests)를 뜻하는 것으로, 현재 이 검사능력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각 도,시,군 보건기관에서는 여러 임상경험을 깊이 분석하면서 중앙급 병원과 긴밀히 연계하고 있으며, 내각과 해당 분야에서는 가변적인 방역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위기대응능력 향상에 힘을 쏟고 각종 검사 및 치료설비 증설과 시약, 자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국토환경보호 부문과 도시경영 부문에서는 각각 에서는 강하천 검사를 진행하고 매일 1만여명의 일꾼들이 생활오수 소독처리에 나서고 있다. 중요 의약품생산단위의 개건현대화와 고려약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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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의 극적 승리... "10시간짜리 영화 봤다"

[6.1 지방선거] 2일 오전 7시 4분 49.1%로 당선 확정... "민주당 개혁할 것"

22.06.02 07:48l최종 업데이트 22.06.02 07:48l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환호하고 있다. 2022.6.2.
▲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환호하고 있다. 2022.6.2.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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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지금 10시간 짜리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득표율이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역전한 2일 새벽 5시32분, 두 캠프의 희비가 엇갈렸다. 김동연 후보 중계상황실은 환호성과 박수소리, "김동연! 김동연!"을 연호하는 외침으로 가득찼다. 이후 3000여 표 차로 김은혜 후보를 앞서기까지 15분 동안 '와!' 하는 함성 소리가 매 분 터져나왔다. 한 지지자는 이 과정을 '10시간 짜리 영화'에 비유했다. 

2일 아침 7시 39분 현재, 김동연 후보 득표율 49.1% 총 281만8101표, 김은혜 후보는 득표율 48.9% 총 280만9908표, 김동연 후보가 8193표를 더 얻은 상태로 당선이 확실시됐다. 두 후보간 득표율 차이는 불과 0.14%p였다. 경기도 최종 투표율은 50.6%다.  김동연 후보는 당선 확실시되자 지지자들 앞에 서서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약속한 것 최선을 다해 실천하겠다"라며 "빈말 안하겠다. 행동과 성과로 보이겠다. 그간 쌓은 역량과 경력을 경기도민을 위해 쏟아붓고 늘 겸허하게 자세 낮추고 일을 추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당선인은 승리 요인으로 "도민 여러분께서 일 잘하는 일꾼, 정직하고 청렴한 사람, 살아온 이력을 보아 도민 여러분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감능력 가진 사람에게 표를 줘서 당선을 만들어준게 아닌가"라며 "이밖에도 경선한 당내 후보들, 경기도당 당직자들, 당의 의원님들과 캠프 여러분, 수많은 자원봉사자, 그동안 만난 31개 시군 도민 여러분의 성원 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에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 도민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서 민주당에 변화의 씨앗을, 민주당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고 제게 이런 영광을 주신 것 같다"며 "민주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씨앗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바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10시간 마라톤 끝 새벽 5시 32분 극적 역전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개표방송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2022.6.2.
▲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개표방송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2022.6.2.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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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떨어졌다!" "아자아자!"

환호성은 이날 새벽1시 조금 넘어서부터 시작됐다. 상황실에 남아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지지자 대여섯 명이 평행선을 달리던 격차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 걸 감지하면서다. 

새벽 3시까지 3만 표 대를 유지하던 격차는 4시가 되자 2만9000표로 줄더니 4시 20분 1만9000표대로 좁혀졌다. 30여 분 뒤엔 아예 9000표 대로 감소해 5시 30분 900표 차까지 줄었다. 지지자들은 득표 차가 1000표 단위로 줄어들 때마다 박수를 치고 김동연 후보 이름을 크게 연호했다. 

오전 4시부터 격차 감소가 점차 빨라지자 상황실 내 인원이 20명으로 불어났다.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연신 개표 사이트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표 차가 1만 표 아래로 주저앉은 오전 5시, 스마트폰 네이버 개표 사이트를 초 단위로 새로고침을 하던 한 지지자가 "뭐야, 해떴네? 뜬 지도 몰랐어"라고 말하자 다른 지지자가 "여명과 함께 김동연이 이긴다"고 외치기도 했다. 

자택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김 당선인은 역전 10분 후인 5시 40분께 지지자와 당직자의 환호를 받으면서 상황실에 입장했다. 김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될 때까지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줄곧 말을 삼가던 김동연 당선인은 새벽 6시께 표 차가 3000표를 넘어서자 뒤에 앉은 지지자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다.  

앞에 진을 친 취재기자들에게도 "이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죠. 고생하시네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옆에 앉은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이런 드라마를 언제 보겠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은혜 후보는 새벽 6시 44분 김동연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낙선 인사를 올렸다. 김 당선인의 상황실은 당선인이 상황실을 나선 아침 7시 30분까지 "김동연"을 연호하는 환호가 계속 이어졌다.

이날 상황실엔 백혜련·박광온·박정·김영진·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이 참석해 함께 개표 상황을 함께 지켜봤다. 
 
큰사진보기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정우영씨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정우영씨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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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참패’에 조선·동아 “국민의힘 잘해서 거둔 승리 아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6/02 08:18
  • 수정일
    2022/06/02 08:1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2.06.02 07: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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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역대 최저 투표율 광주 언론들 “책임 민주당에”

1일 치러진 제8대 지방선거에서 17개 시·도지사 중 국민의힘이 12곳, 더불어민주당이 5곳에서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주, 전남, 전북, 제주, 경기 등에서만 이겼다. 4년 전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4곳에서 1위를 차지했던 만큼 판세가 바뀐 것이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막판까지 초접전을 벌였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 계속 밀리다 오전 5시32분 역전하더니, 당선이 확정됐다.

2일자 아침신문들은 1면과 사설에 일제히 민주당을 향해 “반성할 것”을 촉구했고,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자만해선 안 된다”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등의 평가를 내놨다.

▲2일자 아침신문들 1면.
▲2일자 아침신문들 1면.
▲2일자 조선일보 2면, 3면.
▲2일자 조선일보 2면, 3면.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은 50.9%를 기록해, 역대 지방선거 가운데 두 번째로 낮았다. 특히 광주는 전국에서 37.7%로 최하위 투표율을 보였는데, 이는 광주 지역의 역대 최저 투표율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2일자 광주 언론들은 “투표를 하지 않은 광주 시민들도 문제지만, 정치 무관심과 혐오를 불러일으킨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2일자 전국 단위 아침신문 1면 기사 제목

경향신문 : 여당 압승, 민주당 패배…지방권력도 교체
국민일보 : 민주당 참패…거야(巨野) 독선에 민심 등 돌렸다
동아일보 : 여당 압승…지방권력 뒤집혔다
서울신문 : 여당 압승, 무너진 진보
세계일보 : 국민의힘 압승… ‘국정 안정’ 힘 실어줬다
조선일보 : 여(與) 지방선거 압승… 민심은 윤(尹)정부 밀어줬다
중앙일보 : 지방권력도 교체, 윤석열의 여당 압승
한겨레 : 국민의힘 압승…지역권력 4년만에 교체
한국일보 : 국민의힘 완승, 지방권력도 쥐다

‘민주당 참패’에 조선·동아 “국민의힘 잘해서 거둔 승리 아냐”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유권자들이 출범한 지 20여 일 된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가 이대로 나온다면 2010년 이후 12년 만에 지방 권력이 보수 우세로 교체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 참패 원인’에 대해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이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입법 독주를 강행하고,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전 대표가 선거 전면에 다시 등장해 ‘대선 불복’ 논란이 인 데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 성격도 크다고 분석했다”며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성찰과 쇄신을 요구한 선거 결과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2일자 조선일보 1면.
▲2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대선에서 져 정권을 잃은 뒤 민주당은 ‘성찰하고 혁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 달도 안 돼 ‘검수완박’부터 꺼냈다. 압도적 의석을 앞세워 문재인 정권과 이 전 지사의 비리 수사를 막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와 시민단체, 국민 다수가 반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의원 위장 탈당과 회기 쪼개기 등 온갖 편법을 다 썼다. 공수처법, 선거법, 임대차 3법 등 입법 폭주로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당하고도 반성이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민주당은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며 “낡은 이념적 사고방식, 독선, 내로남불, 입법 횡포, 새 정부 국정 발목 잡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판할 건 비판하되 노동·연금·규제 개혁과 경제·민생 정책엔 대승적으로 협조하는 성숙한 모습이 필요하다. 그러면 국민들도 당연히 다시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조언했다.

▲2일자 조선일보 사설들.
▲2일자 조선일보 사설들.
▲2일자 조선일보 사설들.
▲2일자 조선일보 사설들.

언론들은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잘해서 거둔 승리가 아니다” “오만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소속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고 존폐 위기를 맞았던 정당이 불과 5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데 이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잘해서 거둔 승리가 아니다. 출범한지 한 달도 안 된 정권이 구체적 성과를 낼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민주당 텃밭을 제외한 전 지역을 싹쓸이 한 것은 지난 5년 정권을 잡았던 민주당에 대한 심판 민심이 여전한 탓이 클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승리에 겸손해야 한다. 자신들이 잘해 국민 지지를 받은 것으로 착각해선 곤란하다”며 “윤 대통령부터 이번 승리를 오독하면 안 된다.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국정 지지율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1기 내각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컸다. ‘검찰공화국’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볼 수 있듯 승자의 오만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때론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전히 입법 권력을 쥐고 있는 야당과의 협치 노력을 등한시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2일자 동아일보 사설.
▲2일자 동아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하지만 오만하지 않기를 바란다. 수치상으론 압승이지만 윤 정부에 힘을 실어주려는 여론이 그만큼 높았다기보다 민주당의 패착과 낮은 투표율 등 외부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라며 “권력이 집중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앞으로 정국에 폭탄이 될 수도 있는 변수인데,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사정 정국을 밀어붙여도 된다고 오판해서는 안 된다. 지지하는 국민만큼 비토하는 이들이 적지 않음을 유념하고 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역대 최저 투표율 광주 지역 언론들 “책임 오롯이 민주당에”

광주 지역은 제8대 지방선거에서 역대 최저 투표율인 37.7%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4년 전 투표율과 비교해보면 20%포인트나 하락했다.

전남일보는 1면 기사에서 “지난 20대 대선에서 80%가 넘는 역대급 투표율을 보였던 광주가 1일 치러진 6·1지방선거에선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며 “대선 패배 후에도 쇄신 노력을 보이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실망감과 공천 잡음, 대안 정치 세력 부재에 따른 경쟁체제 붕괴, ‘무투표 당선자’ 무더기 배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광주 표심을 싸늘하게 식게 했다는 분석”이라고 했다.

▲2일자 전남일보 1면.
▲2일자 전남일보 1면.
▲2일자 전남일보 사설.
▲2일자 전남일보 사설.

전남일보는 사설에서 “전체 선거인의 절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투표했다는 것은 분명 성찰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지방 정부를 이끌 지역 일꾼을 뽑는데 지역민들의 관심이 저조했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유권자들이 투표해야 할 동기를 부여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광주의 경우 3개월 전 치러진 대선 패배로 유권자의 실망감이 큰 상황에서 4년만에 정권을 내준 민주당이 말로만 혁신을 외쳤을 뿐 후보 공천 과정부터 각종 잡음을 일으켜 정치 무관심을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무등일보도 9면 기사에서 “시도 모두 역대 지방선거를 통틀어 가장 저조한 투표율을 보인 것은 더불어민주당 독점으로 인한 ‘정치 염증’이 투표 거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라고 했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정치권 관계자는 무등일보에 “대선 패배 이후 ‘반성과 혁신’을 외치던 지역 민주당은 형식적인 메시지 한 번 내놓은 것 말고는 한 게 없다. 반성은커녕 지역 국회의원 간 구태의연한 ‘담합 공천’과 친인척과 보좌진 및 그 가족을 서로 챙기는 ‘품앗이 공천’으로 유권자들을 정치 밖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2일자 무등일보 9면.
▲2일자 무등일보 9면.
▲2일자 무등일보 사설.
▲2일자 무등일보 사설.

무등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은 광주의 전국 최저 투표율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사즉생 각오로 변화에 나서길 촉구한다”며 “정치권에서는 경선파당과 무더기 무투표 당선 등이 시민들을 선거에서 등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 분석한다. 민주당과 무소속이 격돌하는 전남의 경우 전국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것이 그 반증이라는 점에서 광주시민들의 정치 무관심, 혹은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킨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무등일보는 이어 “방송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처럼 낮은 투표율에도 광주시민과 전남도민들은 국민의힘 후보에게 높은 지지율을 보냈다. 민주당에 대한 경고요, 변화에 대한 갈망의 반증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의 뼈를 깎는 혁신가 변화를 당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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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단 들어가기 위해 기자들 앞에서 PT하는 기자들

  • 기자명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2.06.01 00:05
  •  
  •  댓글 1
 
 

출입기자단 속하기 위한 경쟁 과열…PT, 간식, 홍보물 제작까지
“서울시 출입 원년 멤버 많아 끼리끼리 뭉치는 문화 강해”
출입사 기자 “투표 전, 선정 기준에 대해 내부에서 진지하게 토론한 적 없어” 

지난 16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는 기자들의 발표 소리가 들려왔다. 발표자는 서울시를 취재하지만 서울시 출입기자단에 속해있지 못한 ‘비출입’기자, 청중은 기자단에 속해있는 ‘출입’기자들이었다. 브리핑실에는 출입기자들이 앉아있고, 밖에 복도에는 발표를 앞두고 있는 9개 매체의 비출입 기자들이 서있거나 소파에 앉아있었다. 

본인의 순서가 되면 차례로 매체별 비출입 기자들이 브리핑실에 들어갔다. 기자들은 기자들 앞에서 PT를 하기도 하고, 본인들이 직접 만들어 온 영상을 틀기도 했다. 발표 시간은 3분이다. 발표 내용은 ‘우리 매체가 서울시를 어떻게 다뤄왔고, 취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다’ 정도이다. 선발 당일, 한 표라도 더 받아 출입기자단에 들어가기 위한 비출입 기자들의 ‘어필’이 그렇게 지나간다. 

발표가 끝나고 출입 기자들의 투표가 진행됐다. 1출입매체당 1표를 던질 수 있다. 비출입 매체 이름 옆에 익명으로 찬성 혹은 반대를 종이에 적어 내면 된다. 과반 이상의 표를 받으면 출입사로 등록된다. 

개표 상황은 출입 기자들만 앉아있는 브리핑실에서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투표결과를 칠판에 쓴 후 결과를 두고 나가면 비출입사 기자들이 확인한다. 이번 출입기자단에는 36개의 투표사 중 23표를 얻은 JTBC와 더팩트가 합류했다. 서울시 출입기자단은 같은 방식으로 1년에 두 번 출입기자들의 총회를 진행해 신규 가입사를 선발한다. 

“비출입사는 공식 만찬 참석 못해, 심층적인 취재에도 제약”

‘기자단’은 해당 기관을 취재하는 출입기자들이 모여 만든 임의단체다. 법원, 검찰, 정부기관 등에는 기자실이 따로 있고, 그곳에 상주하는 기자단이 있다. 출입기자단 가입 여부는 기자단 자율에 맡기고 있는데, 기자단 운영 폐쇄성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서울시 출입기자단에 속해있는 출입사는 2022년 5월 기준 총 46개사로,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뉴스토마토,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아시아투데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아주경제, 이데일리, 이투데이,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시정신문, 코리아헤럴드, 코리아타임스, 코리아중앙데일리, KBS, MBC, SBS, YTN, MBN, 한국경제TV, OBS, 연합뉴스TV, MTN(머니투데이방송), 채널A, JTBC, BBS, CBS, CPBC(평화방송), TBS,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뉴스핌, 더팩트 등이다. 

서울시 비출입사 기자들은 취재에 일정한 제약을 받는다. 우선 서울시청을 출입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제한적이다. 출입사 기자들은 기자실에 따로 개인 책상이 있고 출입이 자유로운 반면, 비출입사 기자들은 서울시청 입구와 기자실만 들어갈 수 있고, 평일 오전 8시반에서 오후 6시반까지만 출입할 수 있다. 출입사에는 서울시 보도자료를 먼저 제공해주며 시장 간담회 등도 출입기자단만 참석할 수 있다.

▲ 서울시청. 사진=gettyimages.
▲ 서울시청. 사진=gettyimages.

정부기관 비출입사 A매체 기자는 “구청장들 인터뷰 등도 비출입사한테는 잘 안해준다. 심층적인 취재는 제한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2019년 서울시에 출입했던 B매체 기자는 “서울시는 공식적인 만찬에 기자단이 아니면 참석할 수가 없다”며 “그 현장에서도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출입사로 등록되기 전) 그 자리에서 듣고 기사도 쓰고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출입사인 C매체 기자는 “어떤 부서에 자료를 요구하면, 간혹 출입사냐 아니냐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출입기자단에 들어가기 위한 기자들의 경쟁은 과열된 상황이다. 출입기자단 신청 공문에는 ‘매체별로 3분씩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만 적혀있지만, 기자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PT 발표, 간식 제공, 기자실마다 인사돌리기, 홍보물 제작 등이 당연시되어있다. 서울시 취재를 맡기 전 이미 본인 매체가 출입사로 등록 되어있었던 C매체 기자는 “우리 매체가 기자단에 이미 등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안도감을 느꼈다. 연차 있는 사람들을 배치해서 잘부탁드린다고 인사다니는 경우를 많이 봤다. 신경을 많이 쓰이는게 보인다”고 말했다. 

▲ 2022년 5월 진행된 서울시 출입기자단에 신청한 더팩트 프린트물.
▲ 2022년 5월 진행된 서울시 출입기자단에 신청한 더팩트 프린트물.

현재 서울시 출입사인 D매체 기자는 “이번 투표 전에도 한분 한분 기자실을 돌아다니면서 인사하시고 문자도 보내고 선물도 돌렸다”며 “책상 위에 홍보물이 올려져있거나 기자실 간식테이블 위에 비출입사 매체가 돌린 간식이 올려져 있기도했다”고 말했다. B매체 기자는 “공식적인 자리에 갈 수가 없으니까 내가 따로 취재원을 만나서 저녁 자리를 만들어서 서울시 기자단에 있는 기자들을 초청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이랑 친해지고 열심히 하고있다는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선정 기준 애매해…내부에서 진지하게 토론한 적도 없어” 

문제는 출입사를 선정하는 정해진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선정 여부가 온전히 출입기자들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비출입사 A매체 기자는 “기준을 아무도 모른다. 개표 진행 상황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여성 기자들이 발표하는 곳만 승인한 경우도 있었고, 메이저 매체만 승인한 경우도 있다. 인터넷 매체에만 반대표를 던진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PT를 진행하고 투표 절차까지 밟았지만, 서울시 출입기자단에 들어가지 못한 경험이 있는 E매체 기자는 “보통 국장 등 윗사람들이 ‘우리 회사 도전한다’고 기존 출입기자들한테 연락하면 표를 주는 식”이라고 밝혔다. 

출입사 D매체 기자는 “내부에서 어떤 매체를 뽑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거나 논의되는 부분이 없었다”며 “투표날 아침 우리끼리 카톡으로 간단히 이야기한 정도였다. 실제 출입기자들끼리 어떤 언론사가 안에 들어오면 좋을지에 대한 논의가 불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기자들의 출입 여부를 기존 출입기자들이 평가하는 방식은 폐쇄적인 운영 문제를 낳는다. 일부러 경쟁사가 들어오지 못하게 경계하거나, 기존 기자들끼리 뭉치는 관행이 심해지는 것이다. B매체 기자는 “기자가 기자 앞에서 PT를 한다는 것 자체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며 과거를 떠올린 뒤 “서울시 기자단은 서울시를 출입하는 원년 멤버가 많아 다른 기자단보다 끼리끼리 뭉치는 문화가 강하다. 그 안에 끼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비출입사 E매체 기자도 “출입기자단으로 잘 안받아주려는 경향이 있다. 출입 여부를 왜 들어가있는 기자들이 평가를 하느냐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출입사 D매체 기자는 “우리들끼리는 오히려 주요 매체일수록 들어오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한다. 경쟁사니까 오히려 출입사로 안받으려고 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라며 “출입처에서 언론사들이 같이 취재를 하는 건 서로 얼마만큼의 도움을 주고받아서 값어치 있는 정보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되어야하는데, 뚜렷한 기준이나 진중한 논의 과정보다는 오히려 자존심이나 텃세가 더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출입사 A매체 기자도 “출입기자단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선정방법을 바꿔야 한다. 기존 출입 기자들이 새로 출입을 신청하는 기자들을 투표해서 뽑아준다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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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4125명 풀뿌리 일꾼을 뽑는 날…우리의 선택은?

등록 :2022-06-01 07:00수정 :2022-06-01 08:58

 
오늘 지방선거 4125명 일꾼 선출
윤 대통령 취임 22일만에 전국선거
여 “지방권력 교체” 야 “독주 견제”
대결 넘어 풀뿌리 자치 살려내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 투표안내 홍보조형물이 걸려 있다. 6월1일 선거일 기준 18살 이상의 국민은 오전6시~오후6시(코로나19 확진 유권자는 오후6시30분~오후7시30분) 지정된 본인의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여권 등 기타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이 붙은 신분증을 가져가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시.도지사와 구.시.군의 장, 시.도의회의원, 구.시.군의회의원, 교육감 등을 뽑는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 투표안내 홍보조형물이 걸려 있다. 6월1일 선거일 기준 18살 이상의 국민은 오전6시~오후6시(코로나19 확진 유권자는 오후6시30분~오후7시30분) 지정된 본인의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여권 등 기타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이 붙은 신분증을 가져가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시.도지사와 구.시.군의 장, 시.도의회의원, 구.시.군의회의원, 교육감 등을 뽑는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민생과 지역을 보듬을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1일 치러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872명, 기초의원 2988명, 교육감 17명,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의원 5명 등 4125명의 지역 일꾼을 선출한다. 대구 수성구을, 인천 계양구을 등 전국 7개 선거구에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22일 만에 치르는 전국 단위 선거다. 대선 연장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풀뿌리 선거를 ‘국정안정론’과 ‘견제론’이라는 거대 담론이 휘감았다.

 

여야는 저마다 필승해야할 절박한 까닭이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167석을 차지한 압도적 여소야대 정국에서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면 압승이 절실하다. 1년여 전인 4·7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부산 시장을 내주고, 지난 3월 대선에서 0.73% 포인트 차로 패해 정권을 잃은 민주당은 연패를 끊고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민심을 얻어내야한다.

 

 여야의 31일 마지막 호소도 이런 연장선 상에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 회의에서 “지난 대통령선거가 대한민국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선거였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에 혁신을 수혈하는 절호의 기회”라며 “반드시 승리해 정권교체를 완성하자”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이 정치에서 고개를 돌리면 윤석열 정권은 오만과 불통, 독선의 국정운영으로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 양당의 대결구도에 본질이 가렸지만 지방 선거는 일상과 가장 가까운 ‘풀뿌리’ 선거다.

 

전국 유권자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헐거워진 동네 구석구석을 챙길 살림꾼들을 뽑는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이후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교육정책과 지방행정 등 생활 정치에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대선 연장전이란 차원보다는 삶에 밀접한 변화들을 생각해서라도 투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변화도 있다. 바로 10대 청소년 후보들이다. 지난 1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피선거권이 만 18살까지 넓어진 결과다. 이들은 그간 소외됐던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있는 지역 소멸의 시대지만, 지방 정부간 편차가 과거보다 도드러진다는 점에서 지역 유권자의 선택은 중요하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지방소멸과 기후위기 등으로 비수도권의 정책 환경이 크게 변화한 데다 최근 대부분의 정책이 지방 주도형으로 전개되고 있어 지방선거에서의 선택이 특히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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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금수에서 드러난 '분열된 유럽'…힘 받는 '우크라 영토 양보론'

프·독·이 협상 추구에 동유럽 반발…미국서도 '우크라에 선 그어야' 목소리

 

 

유럽이 가까스로 러시아산 원유 부분 금수에 합의했지만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유럽의 분열이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지도자들이 빠른 휴전을 위한 러시아와의 협상 재개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이 반발이 거세다. 바다 건너 영국과 미국은 비교적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지만, 미국 내부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명확한 선'을 일러주라는 의견이 나오는 등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빠른 휴전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을 보면 30일(현지시각)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브뤼셀에서 회의를 가진 EU 정상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부분 금수하는 조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셸은 소셜미디어(SNS) 트위터에 "이번 합의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의 3분의 2가 즉시 차단돼, 전쟁기계(러시아)의 막대한 수입원이 끊긴다"고 설명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이날 EU가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90%까지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서 해상 운송을 통한 수입은 전면 금지됐지만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를 지나 폴란드, 독일,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으로 이어지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수입은 예외적으로 허용됐다. 러시아산 석유의 3분의 2는 해상운송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오고 나머지 3분의 1은 송유관을 통한다. 폰데어라이엔은 송유관이 지나는 독일과 폴란드의 경우 자발적으로 송유관을 통한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송유관을 통한 러시아산 석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등의 강한 반발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에 대한 EU의 6번째 제재 조치로 원유 수입 부분 금지뿐 아니라 러시아 최대은행인 스베르방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한 달 가까이 표류하다 가까스로 도출된 이번 합의안에 대한 반응은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출혈에도 불구하고 제재에 동참할 것을 결의하는 등 추가 제재에 대한 강한 압박이 느껴지던 제재 계획 발표 당시와는 사뭇 달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0일 원유 금수가 물론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에 손실을 입히겠지만, 당장 러시아의 자금 조달에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매체는 에너지데이터업체 케플러(Kpler)를 인용해 5월 러시아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전달에 비해 20만배럴 늘었다며, 세계 구매자들이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30달러 가량 싸게 살 수 있는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인도는 5월에 하루 70만배럴 이상이 원유를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또 이번 제재에 반대해 온 헝가리의 석유회사 MOL의 정제수익이 러시아산 원유 할인으로 치솟았다고 전했다. 매체는 구매자들이 점점 제재에 무감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 칼럼니스트 사이먼 젠킨스는 이 매체에 30일 원유 금수를 포함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는 "득보다 실이 많다"며 제재와 이에 따른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흑해 봉쇄 등으로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세계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 제재는 불가피하게 그 피해를 러시아 외부로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헝가리 등의 반발을 받아들여 송유관 공급을 제외한 해상 운송 석유만 금수하겠다는 이번 조치와 이를 도출해내기 위한 과정에서 겪은 진통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유럽 내부의 분열을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 초 비교적 단결된 강한 제재 목소리를 냈던 유럽 각국은 전쟁이 장기화하며 국민들의 관심이 전쟁 자체보다 전쟁의 여파로 급등하는 생활비 문제로 이동하며 어떤 방법으로든 빠른 휴전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전쟁 초반에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휴전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최근 힘을 받는 이유다. 지난주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부 장관의 발언은 이 논의를 수면으로 올리는 촉매가 됐다. 키신저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경계선은 개전 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어야 할 것"이라며 두 달 내 협상이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신저가 말한 '개전 전 상태'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장악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의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을 비공식적으로 통제했던 상황을 뜻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쪽엔 실질적인 영토 포기를 의미한다. 

프·독·이 빠른 휴전 유도…동유럽국들 "푸틴을 어떻게 믿나" 반발 

유럽연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는 확전 방지와 빠른 휴전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듯 하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달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협상을 촉구했고 이달 초 러시아에 굴욕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함께 28일 푸틴과 한 전화 회담에서 협상 재개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의 빠른 회담을 촉구하기도 했다.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는 자료를 내 이날 양국 정상이 푸틴에 세계 식량 위기를 피하기 위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수출을 허용하고 우크라이나 수출항인 오데사 봉쇄를 풀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련의 지배를 받은 적 있고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동유럽 국가들은 이를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마르코 미켈손 에스토니아 의회 외교위원장은 마크롱과 숄츠의 푸틴과의 전화통화를 두고 "프랑스와 독일의 지도자들이 부주의하게 러시아에 새로운 폭력행위의 길을 열어 주고 있는 것이 놀랍다. 왜 주요 유럽국에 대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푸틴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며 "전화를 끊고 서둘러 우크라이나 여행을 예약하라"고 소셜미디어에 지적했다. 아르티스 파브릭스 라트비아 부총리 또한 소셜미디어에 "정치 현실과 괴리돼 있고 수치심을 느껴야 할 서방 지도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썼다.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29일 "침략자에게 영토를 점유할 기회를 주는 것은 이런 일이 다른 곳에서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22일 "불행히도 최근 유럽 내부에서 우크라이나가 푸틴의 요구에 굴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오직 우크라이나만이 스스로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도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26일 푸틴에 대한 "유화정책"에 대해 경고하며 동맹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데 "후퇴"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RF)의 동유럽연구팀인 더넓은유럽프로그램의 이사를 맡고 있는 마리 뒤물랭은 27일 ECRF에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가 지속될 경우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과 러시아와의 협력 여부를 두고 유럽은 분열할 수 밖에 없지만 영토 양보 안을 두고는 "더 심각한 분열이 초래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현재 영토 포기 주장에 반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향후 불가피하게 영토 포기에 동의한다 해도 무력으로 영토를 얻고 결국 (러시아가 보유한) 핵무기가 영토를 지킨다는 선례를 남기는 협상에 많은 EU 회원국들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국은 러시아에 대한 억제만 생각하는 데 반해 다른 일부 국가는 유럽의 안정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떤 형태의 협약으로든 러시아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이번 전쟁이 "전쟁의 결과와 관계 없이 유럽을 계속해서 분열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방이 형식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미국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지원 없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지속 수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비교적 강경한 입장을 피력해 왔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내부에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명확한 선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6일 우크라이나가 말하는 '침공 전' 상황으로의 회복, 즉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을 밀어내고자 하는 희망조차 우크라이나의 능력 밖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밀어내려면 통상 3배에 가까운 병력이 필요한데 이 같은 일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매체는 우크라이나가 자국군 사상자수를 기밀로 취급하고 있다고도 덧붙엿다. 매체는 앞서 19일 편집위원회 의견에서 바이든이 "젤렌스키와 그의 국민들에게 미국과 나토가 제공할 수 있는 무기, 자금, 정치적 지원에 한계가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정부의 결정은 얼마나 더 큰 파괴를 견뎌낼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 평가에 기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협상 국면으로 들어서면 요구되는 영토에 대한 뼈아픈 결정을 해야 하는 건 우크라이나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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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경기지사 후보 최대 리스크, 허위사실 유포 수사

“가중처벌 요소 보여”...재산축소신고로 당선 무효 사례도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가 지난 24일 경기 양주 덕정역 앞에서 강수현 양주시장 후보와 선거유세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제공 : 뉴시스, 김은혜 캠프 제공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의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혜 후보는 그동안 공개토론에서 KT 취업청탁과 재산축소신고 의혹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해 왔는데, 이 중 일부 의혹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로 인정하면서다. 당선되더라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선관위가 재산축소신고 의혹을 사실로 판단하고 선거 당일 투표소에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히자, 국민의힘 누리집 게시판에는 “김은혜 후보가 당선되어도 당선된 것이 아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figcaption>
31일 이주희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최근 선거 추세가 한 끗 차이로 당락이 오갈 정도로 과열되는 분위기이고, 민의가 왜곡되어 반영될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선거범죄는 엄격하게 볼 수밖에 없다”라며 김은혜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당선 무효 처분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설사 당선되더라도 수사 받고 당선무효 걱정하느라, 일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며 페이스북에 재산축소신고로 당선이 무효 처리된 사례들을 공유하기도 했다.
 
선관위 이의제기 결정내용 공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치동 D빌딩 15억 축소
계좌누락으로 1억 축소
김은혜 재산축소신고, 선관위도 인정
빌딩 지분 주장도 “사실 아니다”


김은혜 후보의 재산축소신고에 관한 수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후보는 지난 5월 12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

김 후보가 제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공직선거후보자재산신고서’를 보면, 김은혜 후보는 배우자 소유의 빌딩과 연립주택 가액을 각각 158억6785만 원, 10억8880만 원이라고 신고했다. 이 신고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지난 23~24일 방송 토론회에서 강용석 무소속 경기지사 후보가 처음 제기했다.

그러자, 김은혜 후보는 “그런 거 허투루 신고하고 그렇게 살지 않았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은혜 후보 캠프도 카카오톡 ‘김은혜 알림방’을 통해 “법에 따라 적법하게 재산신고를 했다”며 다시 한번 의혹을 공식 부인했다. 또 토론회에서 강용석 후보가 김은혜 후보 배우자의 대치동 D빌딩 지분이 “4분의 1”이라고 짚으며, 월 1억5천만 원 정도의 월세가 나올 것이라고 말하자, 김은혜 후보는 “4분의 1이 아니라, 8분의 1이다”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김은혜 후보의 반박 발언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25일 선관위에 김은혜 후보 재산신고와 관련해 이의제기를 한 바 있는데, 선관위는 민주당의 이의제기를 지난 30일 인용했다. 선관위는 김은혜 후보가 16억 원가량을 과소 신고했다고 판단했다. 선관위 결정내용 공고에 따르면, 김은혜 후보는 배우자 소유 D빌딩 가액을 신고하면서 14억9408만 원을 과소 신고했다. 173억6194만 원으로 기재해야 하는데, 158억6785만 원이라고 빌딩 가액을 낮게 신고했던 것이다. 또 후보자 재산신고 내역 중 계좌 일부를 누락하여 1억2369만 원을 과소 신고했다. 그뿐만 아니라, D빌딩 지분이 “8분의 1”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배우자의 빌딩 지분은 ‘4분의 1’이었다.

선관위가 공지하진 않았지만, 김은혜 후보는 배우자 소유의 연립주택 가액도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에서 해당 연립주택을 검색해보면, 2021년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은 12억2600만 원이다. 이는 김은혜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한 연립주택 가액과 1억3720만 원가량 차이가 존재한다.

민주당은 이 같은 의혹을 모두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의 판단도 있었던 만큼,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검찰수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양형위원회 허위사실공표 가중요소 ⓒ양형위원회
당선됐을 때 문제없을까?

이주희 변호사는 “선거범죄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을 보면, 허위사실공표의 경우 ‘허위사실 또는 비방내용이 후보자 평가에 관한 선거구민의 매우 중요한 판단 사항에 관계된 경우’(특별양형인자)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 등을 받고도 범행한 경우’(일반양형인자) 등을 가중요소로 보고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은혜 후보의 사례에서 선거범죄 양형기준 가중요소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첨예한 선거에서 공직자의 재산이 더 늘었다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고, 선거의 당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이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피하고자, 재산증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어 보이고, 이는 형 가중요소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누락 신고 절대액이 16억 원에 이른다는 점, 누락 신고가 한 건이 아니라는 점 등도 가중요소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방선거에서 재산을 축소해 신고한 경우, 실제 당선 이후 혐의가 확정돼 직을 상실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례를 공유했다.

윤종서 부산 중구청장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7억 원 상당의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 등으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 2019년 11월 2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50만 원,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만 원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공직선거법을 어기고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된다.

13억 원가량 재산신고를 누락했다가 벌금 300만 원이 확정돼 피선거권이 박탈된 사례도 있다. 2016년 총선에서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가 기소된 강지용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제주지역 특보는 이 판결로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당시 재판부는 “단순한 실무상 착오였다는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봤다. 김은혜 후보 측은 재산축소신고에 관해 선관위가 이의제기 결정내용을 공고하자 “단순 실무진의 착오였다”라고 밝힌 바 있다.
 
KT 채용 청탁 내부 보고 명단 ⓒ민중의소리
한편, 민주당이 김은혜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 검찰에 고발한 건은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아들, 배우자 친척 KT 취업청탁, 김동연 후보 후원금, 재산축소신고 등 크게 4가지다. 이 중 재산축소신고 외에도 KT 채용청탁 의혹도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

민중의소리는 지난 19일 김은혜 후보가 과거 KT 공개채용 당시 취업을 청탁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검찰은 KT 내부 보고 내용을 재판 증거자료로 제출했는데, 이 자료에는 당시 유력 정치인과 고위 임원이 청탁한 지원자 9명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이 증거자료에는 김은혜 후보가 추천한 A(1982년생) 씨의 사례도 적혀 있었다. A 씨의 추천인은 ‘김은혜 전무’이고, 불합격 처리됐던 1차 면접을 합격처리 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김은혜 후보는 청와대에서 일하다가 KT 임원으로 간 상황이라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올 때였다.

민중의소리 보도 이후, 김은혜 후보가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배우자 친척을 추천한 사실을 시인했다는 KBS 보도도 이어졌다.

하지만 김은혜 후보는 공개 토론회에서 “부정채용에 관여한 적 없다”라며 의혹을 여러 차례 부인했다. 민주당은 이를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허위사실 공표로 보고 검찰에 지난 20일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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