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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결산] 국격을 떨어뜨린 윤석열의 외교 참사

김민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5/2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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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전후로 쏟아진 온갖 사건 사고들은 윤석열 정권의 국정운영 능력, 외교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를 대하는 자세도 완전히 잘못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국가 망신, 국격 추락으로 이어졌다. 

 

성조기 경례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국민을 가장 경악하게 한 사진은 윤 대통령의 경례 사진이었다. 

 

21일 환영 만찬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성조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올려 경례를 한 것이다. 

 

 

원래 이런 행사에는 양국 국가가 번갈아 연주되며, 각국 참석자들은 자기 국가가 나올 때만 경례한다. 

 

사진을 봐도 미국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경례하지 않는데 윤 대통령 혼자 경례하고 있다. 

 

국기를 향해 경례하는 것은 국가에 충성을 맹세하는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은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라고 규정하였다. 

 

미국은 ‘충성의 맹세’라고 해서 “나는 미합중국의 국기에 대해, 그리고 이것이 표상하는, 모든 사람에게 자유와 정의가 함께하고 신 아래 불가분한 하나의 국가인 공화국에 대해 충성을 맹세합니다”라는 문구를 낭송하게 되어 있다. 

 

미국 국기를 향해 충성을 맹세하는 경례를 하는 대통령이라니,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국가를 대표하는 자로서 자존심도 없고, 외교 관례도 모르고, 의전도 엉망인 처참한 광경이었다. 

 

이 사진으로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23일 언론 공지를 통해 “상대 국가를 연주할 때 가슴에 손을 올리는 것은 상대국에 대한 존중 표시”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김민웅 교수는 페이스북에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이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최초로 공개되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 사진을 올리며 바이든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고개 숙인 대통령

 

대통령은 그 나라를 대표하기 때문에 외국 인사에게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외국 인사만 만나면 자동으로 고개를 숙여 국격을 훼손하고 있다. 

 

취임식 때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으로 이미 비판을 받았음에도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또 고개를 숙여 인사하였다. 

 

 

국민 앞에서는 이른바 ‘쩍벌’과 ‘도리도리’를 하며 거만한 자세를 보이는 윤 대통령이 외국 인사만 만나면 절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보여준다. 

 

기자 질문 제한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청사에서 한미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을 하였다. 

 

그런데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강인선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자국 대통령에게, 질문은 한 개만’ 하도록 공지해 논란을 빚었다. 

 

한미 양국 기자 2명씩 총 4명이 질문을 했는데 한국 기자들은 대변인 지시에 복종하며 윤 대통령에게만 질문했는데 미국 기자들은 지시를 무시하고 양국 대통령에게 각각 질문을 하였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서 “질문을 하나만 할 수 있다”, “나는 윤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다”라며 조롱 섞인 농담을 던졌다. 

 

 

기자 4명의 질문이 끝난 후에도 기자들이 추가 질문 기회를 요청했지만 기자회견은 곧바로 끝났다. 

 

이후 미국 기자들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한국의 이상한 기자회견 문화를 꼬집었다. 

 

미디어오늘 24일 자 기사 「“자국 대통령에 질문 한개만” 안내에 뿔난 건 외신 기자들이었다」에 따르면 외신 기자들은 “기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이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다”, “한국 기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질문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이 있었다는 소식은 유감”, “한국에서 오래 일을 하다 보니 이런 제한이 있다는 것에 놀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질문 개수 제한을 주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윤 대통령에게 추가 질문을 했던 김승민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두 명의 미국 기자들은 바이든과 윤 대통령 모두에게 (일반적인 관례대로) 질문했지만, 한국 기자들은 바이든에게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라고 트윗에 올려 한국 정부와 기자를 조롱하였다. 

 

윤석열 정부가 외신 기자의 질문을 차단한 이유는 해당 외신 기자가 쓴 기사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김승민 기자가 “현 (윤석열 정부의) 내각이 거의 다 남자다. 선진국들 사이에서 한국은 여전히 여성의 승진 분야에서 일관되게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선 기간 여성가족부 폐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이러한 여성의 대표성을 증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보나. 또 윤석열 정부는 남녀평등 향상을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나”라고 질문하자 윤 대통령은 갑자기 정지화면처럼 굳어졌다. 

 

7초가 지나서야 “예를 들면 지금 공직 사회에서 내각의 장관이라고 그러면 그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를 못했다. 아마 이게 우리가 각 지역에서 여성의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이러한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다”라고 겨우 답했다. 

 

여성 총리도 있었고 여성 장관 비율도 높았던 이전 정부들의 역사를 하루아침에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린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1일 「한국의 대통령, 성 불평등에 대한 압박 질문에 곤혹스러운 모습 보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은 (질문을 받고) 한동안 꼼짝하지 않고 서 있다가 통역을 받는 이어폰을 벗더니 대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윤 대통령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한 통역사가 기자회견이 끝났다고 서둘러 발표했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외신 기자의 돌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망신당할까 봐 질문을 통제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는 술술 답한 것으로 보아 기자들이 사전에 질문을 제출했거나 윤 대통령이 곤란하지 않을 만한 질문만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일본 안보리 상임이사국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바이든 대통령은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미일정상회담을 했다. 

 

여기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범국가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였다. 

 

한마디로 한국의 뒤통수를 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일본에 먼저 가서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고 한국에 오면 한국인의 분노가 폭발할까 봐 순서를 조정한 것 아닐까 싶다. 

 

미국의 처사에 당연히 분노를 표하고 규탄과 항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미국은 그간 일본·인도 등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명시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취해왔고, 이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개편 문제는 유엔에서 안보리 개혁의 큰 틀에서 논의 중이나,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별일 아닌 것으로 덮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가 이런 모습을 보이니 미국이 더욱 한국을 우습게 보며 함부로 대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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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밤 윤석열 만취 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5/28 08:52
  • 수정일
    2022/05/28 08:5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05.27 16:31
  •  
  •  수정 2022.05.2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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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밤 11시 자택 인근 술집에서 찍혔다는 윤 대통령 모습. [사진 갈무리-열린공감TV]
지난 13일 밤 11시 자택 인근 술집에서 찍혔다는 윤 대통령 모습. [사진 갈무리-열린공감TV]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본부장 비리’를 꾸준하게 추적해온 [열린공감TV]가 지난 25일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술에 취한 기색이 역력한 윤 대통령이 네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열린공감TV]는 사진에 나타난 천장 무늬에 주목해 윤 대통령 자택 주변 경양식집을 찾아냈고, 윤 대통령이 밤 늦게까지 그곳에서 술을 마셨다는 주인의 진술을 보도했다.  [관련 영상 보기]

특히, 사진이 촬영된 시각이 지난 13일 밤 11시여서 논란이 커졌다. 그 전날(12일) 저녁 6시 30분경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윤 대통령이 귀가해서 집무실에 없었다는 의문이 제기된 직후이기 때문이다.       

26일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다음 날인 지난 13일 늦은 밤 술을 마셨다는 언론 보도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포토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통령실의 해명이 나오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안보 대응 태세에 대한 국민 신뢰의 문제”라며 “논란을 오래 끌어서는 안 된다. 논란을 불식시킬 유일한 방법은 13일 퇴근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동선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27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제가 그 전에 말씀드릴 것은 대통령은 지금 댁에서 출퇴근하고 계신데―이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굉장히 투명하게 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출퇴근 광경이 공개되는 등 “대통령이 투명하게 국민들과 한발 한발 소통을 하고 계신다”는 것.

지난 23일 출근길에 출입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윤 대통령. [사진제공-대통령실]
지난 23일 출근길에 출입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윤 대통령. [사진제공-대통령실]

그는 “그런데 일정과 관련해서 (13일 밤) 어디에 갔었느냐 아니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저도 듣고 보고 했는데 대통령의 다른 일정들, (...) 실제로 공개하지 않는 업무 관련 일정도 있고 개인 일정도 있고 여러 가지 있을 텐데 그때그때 하나씩 갖고 와서 이걸 확인하라 이게 맞냐 물어보시면 사실 저희가 그것을 일일이 확인해드릴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대통령이 대통령의 거의 모든 활동이 국민들에게 매우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런 상황에서 개별 개별 움직임에 대해서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피해갔다.

‘13일 밤 만취 사진’에 대해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2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대변인은 “대통령실의 해명은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음주를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2일 북한 미사일 도발 당시 대통령실은 대통령 없는 안보상황회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북한 도발 하루 만에 대통령이 자택 인근 술집에서 사진을 찍혔다”면서 “그 자체로 안보를 강조해온 윤석열 대통령과는 매우 동떨어진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오 대변인은 ““굉장히 투명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모호한 해명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의혹이 있는 그날 하루의 행적을 밝히면 끝날 일”이라며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편, ‘101 경비단 순경이 지난 18일 권총 탄창 1개(실탄 6발)를 분실하고 아직 찾지 못했다’는 보도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경호처는 서울청 소속 101경비단 근무자의 실탄 분실 사실을 사고 직후 보고받았고 현재 경위 등에 대해서 경찰에서 조사 중”이라며 “자세한 사항 알게 되면 공유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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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의 어이없는 동영상... 의심스러운 배후

[김종성의 히,스토리] 극우 일본제일당 위안부 피해자 모독... 자민당 정권이 진원지

22.05.27 18:56최종 업데이트 22.05.27 18:56
한·일 극우세력들이 위안부 문제에서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한국 극우세력은 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수요집회)를 적극 훼방하고 있다. 수요시위 장소를 선점하고, 수요시위 양옆에서 맞불집회를 열고, 수요시위 시작에 맞춰 확성기 소음을 내곤 한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위증죄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그가 위안부로 착취당하다가 1946년 5월 귀국할 때 <귀국선>이란 가요를 들었다고 증언했는데 이 증언이 거짓이라고 고발했다. 그 노래 초판 음반이 1947년에 나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1964년 3월 29일 자 <조선일보>는 그 노래가 해방 직후에 불렸다고 말한다(관련기사: 어이없는 이유로 고발 당한 이용수 할머니 http://omn.kr/1y8dg).
이달 17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 사건을 각하했다. 법적 요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94세 된 식민 지배 피해자를 경솔하게 고발한 사건이었다. 균형감을 상실한 채로 위안부 문제에 뛰어드는 한국 극우세력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일본 극우의 수준 낮은 일탈?

일본 극우세력은 더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일이므로 더욱 결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소녀상 전시회가 열리면 협박 메일도 보내고 공포 분위기도 조성한다. 이들도 맞불집회를 연다. 작년 7월 나고야에서 있었던 것처럼, 시민단체가 소녀상 전시회를 기획하면 이들도 같은 건물 같은 층에서 맞불 전시회를 준비할 때가 있다.

이들의 방해 활동이 이번 주에도 시선을 끌었다. 지난 21일과 22일 일본제일당이 주최한 '2022 도쿄 트리엔날레'가 그것이다. 이 행사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노골적으로 모독하는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유튜브 채널인 '일본제일당 공식 채널(日本第一党公式チャンネル)'의 23일 자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들은 노골적으로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위 동영상을 열어보면, 교실 같은 공간이 나온다. 유리창에 욱일기가 걸려 있는 모습이 뒤이어 비친다. 그 공간 내에 소녀들이 앉아 있다. 하얀 저고리와 검정 치마 차림의 소녀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 펌프로 공기를 주입해 부풀린 소녀상이다. 일종의 풍선으로 소녀상을 만든 것이다.

소녀들은 하나같이 다리를 크게 벌린 채 앉아 있다. 그들은 화장을 하고 있다. 게이샤를 연상시키는 화장이다. 옷은 한국 소녀인데 얼굴은 일본 게이샤다. 이 한국 소녀들이 어떤 일을 했는가를 연상케 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 노골적으로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메시지를 표현한 '일본제일당 공식 채널'의 23일 자 동영상. ⓒ 일본제일당

 
소녀들의 왼쪽 어깨에는 잉꼬가 한 마리씩 얹혀 있다. 잉꼬의 몸을 둘러싼 것은 일본 지폐다. 그들이 화대를 받고자 위안부가 됐다는 거짓 이미지를 그런 식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소녀들의 그림자를 형상화한 것도 있다. 그런데 그림자가 단순하지 않다. 태극기 문양이 그려진 나비가 그림자에 붙어 있다. 안중근의 손가락도 그려져 있고 백범 김구도 그 안에 있다. 위안부 문제가 한국의 혼과 연결된다는 점을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다란 그림자에서 소녀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이 다소 흉악하다. 일반적인 소녀의 두상과 거리가 멀다. 날카로운 이빨의 악마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위안부 문제의 배후에 검은 의도라도 있는 듯한 느낌을 풍기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올해 50세인 사쿠라이 마코토 일본제일당 당수도 소녀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그 속에 앉아 있다. 그는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메시지를 열심히 설명한다. 일본은 잘못이 없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웃고 떠들며 흥을 고조시킨다.

사쿠라이는 <아사히신문> 신문지로 포장된 펌프를 눌러대면서 소녀상을 부풀린다.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가 크게 알려진 것은 1991년 <아사히신문> 보도의 결과였다. 사쿠라이 당수 같은 극우파들은 그 보도가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사쿠라이의 행동은 위안부 문제 확산이 허위 보도에 기초해 있다는 주장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쿠라이는 위안부 문제로 인해 일본의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불평한다. 한국에 대한 그의 증오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일한국인들의 권리를 제한하자며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在日特権を許さない市民の会, 재특회)'을 설립한 그는 '반일 조선인을 때려죽이자', '일본에 있는 한국인을 불태우자' 같은 과격한 주장을 일삼아왔다.

그가 이끄는 일본제일당은 국회 의석이 없다. 하지만 그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2020년 7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17만 9천 표를 획득하며 5위를 기록했다. 2016년보다 6만 4천 표 늘어난 성과였다.

일본제일당과 성향이 비슷한 일본유신회는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465석 중 41석을 차지하며 주요 정당으로 올라섰다. 이를 감안하면 사쿠라이나 그 동료들이 정치적 입지를 더 넓혀나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사쿠라이의 퍼포먼스를 극우 행동가의 수준 낮은 일탈로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이유다.

한·일 극우 행동가들 부추기는 세력

위안부 문제 해결을 훼방하는 한·일 양국의 극우 행동가들이 이처럼 저급하고 유치한데도, 적지 않은 수의 지지자들이 응원은 물론 금전 후원까지 보내고 있다. 그것이 양국 극우 행동가들의 발판이 되고 있다.

극우 행동가들이 터무니없는 행동을 벌이고 지지자들이 응원과 후원을 보내는 것은, 정상적이고 학술적인 방법으로는 위안부 문제의 세계적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합리적인 대처가 어렵기 때문에 극단적 행동을 하고, 또 거기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이 학술적 대응을 전혀 모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학 교수가 작년 상반기에 이들의 구심점으로 올라선 것은 그들의 그 같은 필요성에 기인한다. 하버드대학의 권위를 빌려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얹고자 하는 양국 극우세력의 이해관계가 램지어 교수의 팬덤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극우들의 우상이 된 램지어 교수는 세계적으로 대형 망신을 당했고 그의 학술적 허점도 크게 드러났다. 그가 위안부들의 실태를 조사하지 않았으며 그가 연구한 것은 일본 유흥업소 여성들이었다는 점이 미국 학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램지어가 이런 망신을 당한 것은 그의 연구 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학술적으로 방해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한·일 양국의 극우 행동가들은 계속해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하얀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고 우스꽝스러운 퍼포먼스를 연기하는 사쿠라이 마코토처럼, 세상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 코로나19 긴급사태 전면해제를 선언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020.5.25 ⓒ 연합뉴스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추동력이 일본에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비롯한 극우세력들로 둘러싸인 자민당 정권이 그 추동력의 진원지다. 강력한 군사력과 자금력을 지닌 자민당 정권과 일본 극우세력이 한·일 양국의 극우 행동가들을 부추기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일본 극우세력이 중견 정당인 자민당을 앞세워 위와 같은 퍼포먼스를 벌일 수는 없다. 사쿠라이 같은 극우 정당 대표들은 자민당이 하기 힘든 일을 정당 명의로 벌이는 측면이 있다. 크게 보면, 자민당 정권의 2중대라고 할 수 있다.

사쿠라이 마코토의 퍼포먼스는 누가 봐도 우스꽝스럽고 유치하다. 50세가 된 그 자신이 생각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끄러움을 덜 타는 성격 탓일 수도 있지만, 그런 활동을 장려하는 거대한 세력이 일본 사회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극우행동가들을 과감하게 만들고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염원하는 우리 한국인들이 얼마나 버거운 세력을 상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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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지속가능한’ 한전 적자 해소 방안

정부 ‘요금 독립성’에 ‘민영화 전초’ 우려…값싸게 쓰고 비싸게 파는 대기업 특혜부터 손 봐야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내에서 시민들이 전력량계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2.05.10. ⓒ뉴시스
 
 
전기요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전력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부가 주장하는 전기요금의 ‘독립성’을 위해 정부 통제력을 완화하는 방안은 우려가 크다. 민영화 전초로 해석된다. 대기업 특혜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장에서 전기를 대량으로 쓰는 대기업은 값싼 전기요금으로 한전 적자를 가중시킨다. 대기업 계열 LNG 발전사는 고유가 시기를 틈타 수천억원대 초과이익을 낸다.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분기 7조 7,869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은 5,656억원이었으나,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총 적자 규모는 5조 8,601억원이었다. 올해는 1분기 만에 전년 총 적자 규모를 2조원 이상 웃돈 셈이다.

경영 악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한전 적자 규모 전망치는 17조원 수준이다. 유연탄과 천연가스 가격 하락을 전제로 한 수치다. 연료 가격 인상이 지속되면 적자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한전은 채권을 발행해 적자를 메운다. 올해 들어 한전이 발행한 채권 규모는 11조 6천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총 국채 발행 규모 약 10조원을 넘었다. 지난 2020년에는 3조 4천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매년 채권 발행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다.

한전 채권 발행에는 한도가 있다. 현행 한국전력공사법은 채권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 이하로 제한한다. 지난해 말 기준 발행 한도는 91조 8천억원이다. 현재 한전 채권 발행 잔액은 40조 5천억원 수준이다. 약 50조원이 남았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채권 발행이 누적되면 정작 필요한 사업을 위한 채권 발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기업이 부채 비율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시설 확충 등 공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건 문제”라면서도 “현재 한전은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적자가 쌓였다”고 말했다.

한전은 자구책을 내놨다.

보유 중인 출자 지분 일부를 매각한다.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 사업을 하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지분을 매각한다. 한전과 KT,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공동 출자한 회사로, 민관이 함께 충전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소한다는 취지였다. 원전과 석탄 발전소 종합설계 회사인 한전기술 지분 일부도 판다.

비상장 자회사 지분도 매각 대상이다. 정부와 협의를 거쳐 상장한 후 매각을 추진한다. 한전KDN이 거론된다. 전기가 오가는 전력망 관련 사업을 한다. 전력 수요와 공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IT 기술을 적용하는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태양광 발전 설계 시공도 한다.

한전은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을 제외’한다고 했지만, 민영화와 다름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부 기관과 개인 지분이 높아질수록 회사 수익성을 개선하라는 요구가 커진다. 공공성과 수익성 간 균형을 둘러싼 주주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긴축 경영 계획도 우려를 더한다. 발전기 성능 유지와 고장 예방을 위한 예방정비 공기를 단축한다. 하동화력발전소 보강 사업도 미룬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사업이 효율화와 예산 절감을 이유로 축소·지연되는 양상이다.

자구책으로 확보할 자금 목표는 총 6조원이다. ‘고강도’라고는 하지만, 올해 1분기 적자 규모에도 못 미친다. 효과는 미미한 반면, 공공성 훼손 부작용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이 내놓은 자구책은 자산을 판다는 것인데, 자회사를 팔아넘기는 건 결국 민영화로 가는 길”이라며 “정부가 한전 적자를 빌미로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전력 전력그룹사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는 그룹사 대표자들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회의는 6개 발전 자회사(남동, 중부, 서부, 남부, 동서발전, 한수원) 대표자들과 한전원자력연료, 한전 KDN 대표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2022.05.18. ⓒ뉴시스

‘독립성’ 빌미로 한 민영화 아닌, ‘운용의 묘’ 살려야

한전 적자가 누적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제 유가 등 원가 변동이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는 도매가격에는 원가 변동이 반영되지만, 한전이 소비자에게 전기를 파는 소매가격은 정부가 통제한다. 한전은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지난달 전력 도매가격은 1kWh당 202.11원이었다. 전년 동기 76.35원보다 125.76원(164%) 올랐다. 지난해 소매가격은 평균 110원이었다. 지난달부터 적용된 인상분을 반영해도 120원이 채 안 된다. 1kWh를 팔 때마다 80원 이상의 적자가 쌓이는 셈이다.

지금도 국제 유가를 전기요금에 반영할 제도가 마련돼 있다. 정부는 지난해 원가연계형 전기요금 체계를 도입했다.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했다. 최근 1년간 평균 연료비(기준연료비)와 3개월간 평균 연료비(실적연료비) 차이를 매 분기 적용하도록 했다.

원가 변동은 최대 1kWh당 5원만 반영한다. 한 분기 최대 조정폭은 3원이다. 급격한 전기요금 변동을 방지한다는 목적이다. 지난해 1분기 연료비 하락을 반영해 3원 낮췄다가, 같은해 4분기 원상복귀했다.

올해 1·2분기에도 연료비가 올랐지만, 연료비 조정요금은 오르지 않았다. 단기간 내 유가 급상승 등 예외적인 상황 발생할 때는 정부가 요금 조정을 유보할 수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과 물가 동향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연료비 조정요금과 별개로 지난달 전기요금이 인상됐다. 기준연료비 상승을 반영했다. 분기별로 조정하는 연료비 조정요금과 달리, 기준연료비는 연간으로 반영한다.

올해 기준연료비는 2021년도 연료비로 산정한다. 정부에 따르면 2021년도 연료비는 전년 대비 9.8원/kWh 올랐다. 정부는 4월과 10월 각각 4.9원씩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에 반영하기로 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지난 2013년 이후 8년 만이다. 정부는 이번 전기요금 조정에 대해 올해 도입한 원가연계형 요금제의 도입 취지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연료비 변동분이 전기요금에 자동으로 연동되는 건 아니다. ‘한전 이사회 의결-산업부·기재부 협의-전기위원회 심의’로 이어지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전 지분은 산업은행(32.9%)과 정부(18.2%)가 과반을 보유한다. 전기위원회는 총 9명 중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상임위원으로 참여한다. 학계·업계·시민사회 인사는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한다. 전기요금 결정 모든 과정에 정부 통제가 작용하는 구조다.

정부는 전기요금 결정 독립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전기위원회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인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결정 구조 개편보다 제도 운용 측면에서의 개선을 강조한다. 독립성 강화가 공공성 훼손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전기요금에 대한 정부 통제력이 약해지고, 시장논리에 따르는 형국이 될 수 있다. 전기의 공공재 성격을 고려하면, 적절한 수준에서 정부가 요금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전기요금 결정 구조를 전향적으로 개편하기보다, 제도 운용에서 한전의 적정 수익과 국민 부담 완화 간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세은 교수는 “연료비 변동을 추세적으로 따라가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지금은 유가가 하늘로 치솟는데 전기요금이 추세를 따라가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 맡기면 연료비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이 들쑥날쑥해져 안정성을 해친다”며 “정부 통제하에 고유가 시기에 연료비를 모두 반영하지 않고 어느 정도 한전이 적자를 보더라도, 유가가 내려갈 때 일부 보전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결정 구조의 독립성을 얘기하면서 시장논리 쪽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며 “현 정부도 정부 통제하에서 전기요금을 올리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니, 독립성 핑계를 대면서 시장에 맡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조 개편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도록 한 현 제도를 정부가 잘 운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흥 인수위원회 부대변인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경제2분과 '에너지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방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04.28. ⓒ뉴시스

전기요금 개편 1순위는 대기업 특혜 요금

낮은 전기요금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건 대기업이다.

전력은 용도에 따라 산업용·일반용·주택용·농사용 등 6가지로 나뉜다. 지난해 총 전력 사용량 가운데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달한다. 빌딩 등 일반용은 22%다. 일반 가정에서 쓰는 주택용 비중은 15%에 그친다.

매출 기준 산업용 비중은 53%다. 사용량 비중보다 적다. 전기를 싸게 사, 사용량 비중보다 매출 비중이 낮은 것이다.

전기요금은 용도별로 다르다. 산업용 판매단가 평균은 107원이다. 일반용(132원)과 주택용(108원)보다 싸다.

산업용과 일반용은 시간대별로 1kWh당 단가가 달라진다. 시간대는 전력 수요에 따라 경부하·중간부하·최대부하로 구분한다. 일반적인 생활패턴을 반영한다. 경부하 시간대는 전력 수요가 적은 야간(오후 11시~오전 9시)이다. 중간부하 시간대는 출근 직후(오전 9~10시), 점심시간(오후 12~1시), 저녁(오후 5~11시)이다. 직장인이 업무를 시작하고 공장이 가동되는 주간(오전 10시~오후 5시·점심 시간 제외)은 최대부하 시간대다.

경부하 시간대 단가가 가장 싸고, 다음으로 중간부하, 최대부하 순이다. 시간대별 요금제는 특정 시간대에 수요가 몰리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특정 시간대에 수요가 몰리면, 발전소를 더 지어 공급을 늘려야 한다. 피크 시간대가 아닌 때에는 발전소를 돌릴 필요가 없어 가동률이 떨어진다. 수요를 분산하면 비효율적인 발전소 건설을 막을 수 있다.

주택용은 시간대가 아닌 전력 사용량으로 차등을 둔다. 200kWh 이하, 201~400kWh, 400kWh 초과 3개 구간으로 나눈다. 전력 사용량이 적을수록 단가가 싸다.

문제는 산업용 경부하 시간대의 싼 단가가 대기업 특혜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야간에 공장을 돌릴 수 있는 건 대기업뿐이다. 중소기업은 야간작업까지 할 정도로 생산 물량이 많지도 않고, 근무시간 조절도 쉽지 않다. 빌딩은 직장인들이 퇴근하면 불이 꺼진다.

대기업은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통해 주택용 요금보다 싸게 전기를 쓴다. 산업용 경부하 단가는 55.9원이다. 주택용은 4인 가구 평균 사용량을 기준으로 보면, 187.8원(201~400kWh)이다. 산업용 최대부하가 비싼 것도 아니다. 187.4원으로, 주택용보다 싸다.

수요 분산 측면에서도 역효과가 났다. 지난 2020년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전력 소비 50대 기업은 경부하 시간대에 약 54%의 전기를 썼다. 중간부하는 30%, 최대부하는 16% 정도다. 오히려 경부하 시간대에 수요가 쏠렸다.

한전은 경부하 시간대 대기업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밑지는 장사를 했다. 1kWh당 70원대에 산 전기를 50원대에 팔았다. 2015~2019년 5년간 50대 기업에 전기를 팔며 한전이 부담한 손해는 7조원 수준이다. 그만큼 대기업이 전기를 싸게 샀다는 의미다. 면면을 보면, 삼성전자, 현대제철, 포스코 등이다.

감사원도 2019년 시간대별 차등 요금을 조정하도록 산업부에 통보했다. 전기사용자 간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개선은 지지부진하다. 2019년 기준 산업용 경부하와 최대부하 요금은 1kWh당 각각 53.7원, 187.5원으로 133.8원 차이였다. 지난달 전기요금표를 보면, 경부하와 최대부하 요금이 각각 0.1원씩 내려가, 격차가 그대로다.

김성환 의원실 관계자는 “최대부하로 설정된 낮에는 업무시간이라 대부분의 공장과 빌딩은 전기를 안 쓸 수가 없다”며 “야간작업이 가능한 건 대기업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 가정의 전기요금 제값 내기도 필요하다”면서도 “산업용 전력 사용량이 60%에 육박하는 만큼 산업용 요금을 잡는 게 한전 적자 개선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삼성전자

고유가 틈탄 민간 발전사 초과이익 환수해야

이익을 내는 건 전기를 쓰는 대기업뿐이 아니다. 한전은 전기를 만들어 파는 민간 발전사 이익도 보전한다.

한전이 적자를 보는 가운데 민간 발전사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GS EPS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55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 치 영업이익 2,123억원을 한 분기 만에 채웠다. SK E&S는 6,402억원으로 전년 동기(2,592억원) 대비 2.5배가량 뛰었다. 포스코에너지도 지난해보다 약 50% 증가한 1,192억원을 기록했다. 발전사가 돈을 많이 벌었다는 건, 그만큼 한전 비용 부담이 컸다는 의미다.

이들 공통점은 모두 LNG 발전사라는 점이다.

한전이 발전사에 지불하는 도매가격은 국제 LNG 가격에 연동된다. 한전은 발전단가가 싼 발전원으로부터 먼저 전력을 공급받는다. 연료비가 가장 싼 원자력과 석탄 발전소가 가동되고, 부족한 전력을 LNG 발전소에서 산다.

특이한 구조가 있다. 수요량을 다 채운 시점에서 가장 비싼 발전소의 발전단가를 다른 발전소에도 적용한다. 이를 계통한계가격결정(SMP)이라고 한다. 가령 SMP가 A사의 LNG 발전사 발전단가 200원으로 결정됐다면, 원전과 석탄, 다른 LNG 발전사에도 같은 값을 쳐준다. SMP는 대부분 LNG 발전소 발전단가로 결정된다.

공기업이 주를 이루는 원전과 석탄 발전사에는 SMP의 일부만 지급한다. 한전과 발전사 간 실적 격차가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민간 LNG 발전사는 SMP를 온전히 다 받는다. 특히 LNG 원료를 외국에서 직수입하는 대기업이 이익을 독차지한다.

발전사는 LNG를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조달하거나, 직수입할 수 있다. 주로 구매력 있는 대기업 계열 발전사가 직수입한다.

가스공사 LNG를 사는 경우 SMP 상승에 따른 이익 효과가 거의 없다. SMP가 올랐다는 건 발전사가 원료를 들여오는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여러 건의 20~30년짜리 장기계약을 맺는다. 2010년 중반 들어 국제 LNG 가격이 하향세를 보였다. 계약이 끝나지 않은 물량에 대해서는 기존의 비싼 가격으로 LNG를 들여와야 한다. 
 
민간 발전사가 직수입을 통해 LNG를 낮은 가격으로 가져갔다. 직수입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가스공사가 계약 만료 물량에 대해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맺어 조달할 수 있었을 터다.

가스공사는 발전사에 LNG를 공급할 때, 여러 계약 건의 평균 값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LNG 가격이 내려갔을 때 민간 발전사가 낮은 가격으로 조달한 LNG 가격보다 가스공사가 공급하는 가격이 비싸다.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조달한 발전소의 발전단가로 SMP가 결정될 때, 민간 발전사는 직수입 가격과 가스공사 가격 간 차액만큼 이익을 본다.

올해 1분기 호실적을 낸 GS·SK·포스코 계열 발전사는 LNG 물량 상당 비중을 직수입했다. GS EPS의 LNG 직수입 비중은 53%에 이른다. 나머지 36%만 가스공사로부터 샀다.

LNG 물량 대부분을 가스공사로부터 조달하는 중소중견 기업은 실적이 답보하거나 줄었다. 삼천리 계열사인 에스파워의 1분기 영업이익은 303억원이다. 전년 275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평택에너지는 244억원에서 162억원으로 감소했다.

직수입 제도 폐지를 촉구한 구준모 기획실장은 “가스공사가 신규 계약을 통해 낮은 가격으로 LNG를 들어올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민간이 가져가는 것”며 “직수입은 공공이 이익을 공유할 것인지, 대기업이 누리도록 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민간 발전사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진다. LNG 직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당초 민간 발전사가 직수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면 SMP가 낮아진다는 취지로 제도가 도입됐다. 여전히 고유가 시기 SMP는 치솟고 대기업만 폭리를 취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작용이 두드러진다.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에너지기업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를 도입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이익이 일정 수준으로 초과하면 법인세 등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식이다.

구준모 기획실장은 “고유가 등 경기 변동 과정에서 한전 부담은 가중되는 가운데, 대기업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초과이익을 거두고 있어 외국의 횡재세와 같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에너지 인천 LNG 발전소 ⓒ포스코에너지

공짜로 뿌리는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 해야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한전 부담을 전기요금에 보다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기후환경요금이 인상되기는 했으나, 미흡하다. 기후환경요금은 기존 1kWh당 5.3원에서 지난달부터 7.3원으로 2.0원 인상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기후환경요금을 분리해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했다. 재생에너지 전환 소요되는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 인식을 높인다는 취지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원전과 석탄보다 비싸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면 원가 부담이 가중된다.

기후환경요금에는 발전사의 온실가스 배출 비용이 녹아있다. 발전사를 포함한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은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를 정부가 할당한다. 할당량을 넘기면 다른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사야 한다. 할당량은 온실가스 조기 감축 실적과 과거 배출량,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산정한다.

문제는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을 공짜로 뿌린다는 점이다. 유상 할당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할당량 이내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서는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유상 할당 비중을 10%로 유지할 계획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0년 보고서에서 “비용 없이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하다는 잘못된 주장은 국민 인식을 왜곡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은 재생에너지 전환 비용을 전기요금에 상당한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독일의 2019년 전기요금 구성을 보면, 재생에너지 부담금이 21%에 달한다. 한국은 한 자릿수다.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 할당 비중을 대폭 올리고,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제안이다.

송재도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기요금에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반영하면, 한전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사업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 추가이익으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설비를 구축하고,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겪는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등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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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와 키신저, 우크라 전쟁 평화협상을 촉구하다

[분석]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략 변화의 신호탄?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한 ‘결정적 승리’를 호언장담하던 미국 제도권 내부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엘리트계층의 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뉴욕타임스와 대표적 현실주의 이론가인 헨리 키신저가 최근 잇따라 평화협상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 19일자 사설 "전쟁은 복잡해지는데, 미국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 승리"는 불가능하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상황에 대한 "현실적 평가"와 미국의 지원의 "한계"를 감안해 평화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사설은 논설위원회(Editorial Board)의 집단 토론을 거쳐 작성되며 이 신문의 공식 견해라고 볼 수 있다.

사설은 "지난 3월 논설위원회는 미국과 우방국들이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에 보내는 메시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것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목표가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러시아와의 전면전쟁에 돌입하는 것은 미국의 최선의 국익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어려운 결단을 통해서라도 협상에 의한 평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에 결정적 승리를 거둔다는 것, 즉 2014년 이후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수복하는 것은 현실적 목표가 아니다...러시아는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대리전을 통해 러시아에 전면적 승리를 거두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 및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와 대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군사 대결을 위한 무기 및 군사 지원, 그리고 국내정치적 지지 확보에도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지속의 가능성, 그리고 전쟁 지속에 따른 더 이상의 파괴를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는가에 대한 현실적 평가를 통해 (평화협상 개시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특히 사설은 "최근 워싱턴에서 나온 호전적 발언들, 예컨대 푸틴을 "더 이상 권좌에 놔두어서는 안 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나 러시아가 다른 나라를 침공하지 못하도록 반드시 "약화시키겠다"는 오스틴 국방 장관의 논평,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승리를 거둘 때까지" 전폭 지원하겠다는 펠로시 하원의장의 다짐 등은 매우 요란한 지지 선언이 될 수 있겠지만, 협상 촉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서 평화협상 개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아가 "지금 이 순간 분쟁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며, 아마도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나 측근들은 전쟁의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미국과 나토는 이미 군사적, 경제적으로 전쟁에 깊이 개입돼 있다. (전쟁 결과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는 미국과 나토를 이 값비싸고 소모적인 전쟁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루블화가 지난 2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러시아경제가 순항하는 한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요충지 마리우폴을 함락시킨 데 이어 돈바스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등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전쟁 여파로 미국의 실업률과 인플레가 급등하면서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 나아가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에 참패를 안기려는 시도는 유럽의 장기적 안정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완전한 승리를 얻으려 하지 말고 조속히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격전 중인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 이전에 러시아에 빼앗겼던 영토마저 회복하겠다는 태도를 버려야 하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도 전쟁을 더 길게 끌고 가기보단 협상을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극복할 수 없는 격변과 긴장을 촉발하지 않으려면 두 달 안에 평화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경계선은 개전 전 상태(status quo ante)로 돌아가는 것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신저는 "(지난 2월) 전쟁 발발 직전의 경계를 넘어 옛 영토를(2014년 3월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 등) 찾으려는 건 러시아 자체에 대한 새로운 전쟁"이라며 "유럽의 지도자들은 세력균형의 보증인 역할을 해 온 러시아와의 장기적 관계를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가 해야 할 일은 유럽의 국경이 아니라 (러시아와 유럽 사이의) 중립적인 완충국가가 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이 이미 보여준 영웅적 행동을 지혜와 결합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사실 이러한 키신저의 제안은 전쟁 발발 이후 세계의 평화운동 세력과 양식 있는 시민, 지식인들이 줄곧 요구해온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주권 수호와 러시아의 안보 우려 해소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를 보장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완충지대화가 불가피하며, 애당초 우크라이나정부가 2015년 2월 체결된 민스크협정을 충실하게 이행했더라면 전쟁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키신저의 제안에 대해 우크라이나정부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은 미국 등 서방의 대대적 군수 및 정보 지원에 의해 가능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평화협상의 개시는 미국의 태도 변화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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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을 유권자 10여명 만나보니..."큰 정치인 와서 좋다""이재명 왜 왔나"

[민심르포] '이재명 대 국힘' 대결... 국힘 윤형선, 존재감 없지만 중앙당 화력 집중

22.05.27 05:48l최종 업데이트 22.05.27 08:06l

 

큰사진보기6월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인천 계양을 지역 내 계양역 앞에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형선(국민의힘)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6월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인천 계양을 지역 내 계양역 앞에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형선(국민의힘)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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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다른 법이다.

승리 이상이 필요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겸 총괄선대위원장)와 밑져야 본전인 국민의힘 양측에게 '민주당 텃밭인 인천 계양을'은 큰 의미가 없다. 이재명 후보에겐 텃밭이면서도 험지, 국민의힘에겐 험지이면서도 꽃놀이패, 인천 계양을은 지금 그런 존재가 돼버렸다.
 

<오마이뉴스>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지역구 내의 계산역 사거리, 계양역, 계양산전통시장을 돌며 민심을 들어봤다. 40여 명에게 인터뷰를 시도했고 이중 10명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윤형선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와 이재명 후보가 참석한 계양역 앞 기자회견(민영화 반대) 현장도 찾았다. 구도는 '이재명 대 국민의힘'의 성격이 짙었다. 기사 앞머리에 이재명 후보의 대척점에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놓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각 후보 지지 여부를 떠나 주민들은 이재명 후보를 "이재명"이라고, 윤형선 후보는 "국민의힘" 또는 "2번"이라고 불렀다. 이번 선거를 포함해 이 지역에서 세 번째 도전하는 윤형선 후보 입장에선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지점이다. 


이처럼 '인물 대 인물' 구도가 아니어서인지 윤형선 후보와 국민의힘이 짠 '25년 대 25일' 구도는 지지층 결집 이상의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관련 질문에 윤형선 후보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응했지만 이재명 후보 지지자는 거세게 반박했다.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거나 결정했더라도 정치 고관여층이 아닌 이들에게 후보자의 연고 여부는 썩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이재명, 대선에서 52% 득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26일 오전 계양역 앞에서 인천 지역 시민단체가 연 '공항·철도·전기·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26일 오전 계양역 앞에서 인천 지역 시민단체가 연 "공항·철도·전기·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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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을은 계양1·2·3동, 계산1·2·3·4동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이곳에서 52.20%를 득표했다. 윤석열 후보보다 8.58%p 앞선 수치였다.

각 동별로 들여다봐도 이재명 후보는 모든 동에서 윤석열 후보를 앞섰다. 득표율도 적게는 49%, 많게는 56% 정도로 비교적 균일했다. 참고로 인천 전체 득표율을 비교해보면 이재명 후보 48.91%, 윤석열 후보 47.05%였다.

이렇듯 인천 계양을 유권자의 약 52%는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경험을 갖고 있다. 대선과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지만, 이재명 후보 입장에선 '52'란 숫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재명 후보에겐 이 지역에서의 승리 이상이 필요하다. 그가 대선패배 후 잠행을 깬 명분도 "당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였고, 실제로 그는 지방선거를 이끄는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지방선거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재명만 이긴' 판이 돼 버리면 그의 선택과 정치력에 비판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날 만난 주민 중 상당수는 '대선 때의 표심을 바꾸지 않겠다'는 쪽이었다. 지지층만 결집시켜도 넉넉히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이재명 후보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신호다. 계산역 사거리에서 만난 50대 남성 박아무개씨는 "1997년부터 계산3동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계산역 사거리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9일 이재명 후보와 윤형선 후보 모두 유세를 한 곳이다.

박씨는 "일 잘하는 사람 쪽으로 마음이 간다.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 있을 때 계곡 정비하는 것을 보고 정쟁보다는 실무에 강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고 지난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라며 "서민에게 더 이득이 될 것 같은 사람이다. 인천이 서울·경기에 비해 낙후된 면이 없지 않은데, 외부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 오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계산동에 산다는 70대 여성 송아무개씨도 "외부에서 오고, 말고는 크게 상관없다. 외부에서 오더라도 이재명 후보 같은 큰 정치인이 이곳 국회의원을 맡는 것도 좋다고 본다"라며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찍었는데 (떨어져서) 많이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대선 표심이 바뀌지 않는 모습은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곳에서 만난 계산3동 거주자 20대 남성 직장인 서아무개씨는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지만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면서 "정치에 큰 관심은 없는데 이재명 후보를 찍진 않을 것 같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20대 중후반의 남성 김아무개씨도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찍었고 이번에도 국민의힘을 찍을 것"이라며 "연고가 없는 이재명 후보가 이곳에 온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27세 여성 대학생의 대답은 이재명 후보 입장에선 아프고, 윤형선 후보 입장에선 반색할 만한 내용이었다. 계양동에 사는 이 여성은 "지난 대선에서 3번(심상정 정의당 후보)을 찍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이곳에 온다고 해서 의아하긴 했는데 굳이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면서도 "어제 TV 토론회를 봤다. 대선 때 투표소에 가서 백지를 내고 오려다가 3번을 찍었는데 이번엔 국민의힘으로 마음을 정했다"라고 말했다.

"정말 이곳이 뜨겁나?" vs. "의외의 국힘 선전?"
 
큰사진보기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26일 오전 윤형선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26일 오전 윤형선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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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의 사무실은 임학사거리 인근에 위치해있다. 계양IC를 나오면 바로 마주하는 이곳은 계양동과 임학동의 경계에 있으며 이 경계에 따라 계양갑·을 지역구가 나뉜다. 임학사거리 한 면의 모퉁이를 사이에 두고 두 후보 사무실 건물이 등을 맞대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가 되자 윤형선 후보 사무실이 북적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이곳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었다. 연신 "이곳을 찾아주셔 감사하다"고 말한 윤 후보는 물론, 국민의힘 관계자들 역시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었다. 권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며 "결론은 누가 승리했나. 다윗이 골리앗을 누르고 승리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오전 11시 계양역엔 이재명 후보가 나타났다. 그는 인천 지역 시민단체가 연 '공항·철도·전기·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에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등과 함께 참석했다. 지지자들도 많이 모였지만 현장이 역 앞이다 보니 일반 유권자를 비롯한 유동인구가 꽤 보였다. 큰 관심 없이 지나던 이들도 이재명 후보의 목소리엔 반응하기도 했다. 

계양1동에 산다는 60대 여성 김아무개씨는 "사실 민주당도 잘한 건 없다. 180석 되자마자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 기껏 막판에 한다는 게 검수완박 밀어붙이기였다"면서도 "다만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이란 사람에게 기회는 주고 싶다. 선거 때마다 (국민의힘 측 후보는) 공약과 능력보단 연고를 따지는데 그래서 국민의힘이 계양에서 뭘 했나"라고 지적했다.

계양역에서 인천1호선을 타고 임학역 4번 출구로 나오니 계양선전통시장이 나왔다. 인천을 대표하는 전통시장 중 한 곳으로 과거엔 병방시장으로 불린 곳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4월 26일 이곳을 찾았는데 윤형선 후보는 이곳에서 유세를 하며 "윤 대통령이 칼국수도 먹고 갔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도 이곳을 찾아 즉석연설을 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바랐고 삶을 바꾸고자 했던 분들의 힘만 합치면 이번 지방선거를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에서 만난 40대 남성 최아무개씨는 "이재명 후보가 와서 뜨겁다곤 하는데 진짜 뜨거운지는 모르겠다. 대선이 워낙 뜨거워서 그런지 몰라도 사실 그동안 지방선거 열기는 그냥 그렇지 않았나"라며 "제가 누굴 찍든 간에 어차피 민주당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30대 초반 남성 이아무개씨는 "여전히 (누굴 찍을지) 고민 중"이라며 "이곳이 민주당 텃밭이라곤 하는데 대선이 끝난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국민의힘이 의외로 선전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평했다. 
 
6월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인천 계양을 지역 내 계양산전통시장 내 모습.
▲  6월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인천 계양을 지역 내 계양산전통시장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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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결산] 눈 뜨고 삼성전자 강탈당하나

김민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5/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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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전문가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경제회담’이었다고 평가한다. 

 

두드러진 대북 대응책이 없다 보니 경제로 관심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경제회담’ 성격을 부각했다. 

 

문제는 양국이 서로 주고받는 ‘호혜’ 성격의 경제협력이 아닌 일방적인 ‘강탈’ 성격의 회담이 되었다는 것이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이 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는지 배경부터 살펴보자. 

 

반도체 전쟁

 

지금 세계는 반도체 전쟁이 한창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정보처리 기술이며, 반도체 없이는 정보처리도 없다. 

 

즉, 반도체 산업을 틀어쥔 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승자가 된다는 말이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뉘며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2~3배 정도 된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 2위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미국이 50% 이상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설계, 장비, 생산을 주로 담당하는 나라가 제각각인 전형적인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산업이다. 

 

미국이 설계하면 네덜란드 장비로 대만이 생산하는 식이다.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서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라 부르는 데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가 각각 파운드리 업계의 1, 2위를 차지한다. 

 

특히 5나노미터급 최첨단 반도체 생산은 두 업체만 할 수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는 네덜란드의 ASML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반도체 공급망 재구축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세계 반도체 공급망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세계적 반도체 기업 대표를 불러 모아놓고 공급망 재구축도 주장했는데 삼성전자도 이 자리에 세 번이나 불려 갔다고 한다. 

 

미국이 구상하는 반도체 공급망 재구축의 핵심은 ‘중국 왕따’다. 

 

중국에 반도체 기술도 전하지 말고, 반도체 장비나 원료도 팔지 말고, 반도체도 팔지 말고, 중국산 반도체도 사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반도체 전쟁은 미-중 경제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정권 시기에 이미 진행 중이었다. 

 

중국이 자체 반도체 개발에 집중 투자를 시작하자 위기를 느낀 트럼프 정부는 2018년 미국 반도체 기술이 10% 이상 들어간 소재·부품·장비·제품의 대중국 수출 금지 결정을 내렸다. 

 

2019년 찰스 커퍼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네덜란드 외교관들을 백악관에 불러 모아놓고 ASML이 생산하는 장비를 두고 “좋은 동맹은 이런 종류의 장비를 중국에 팔지 않는다”라며 협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ASML의 장비가 중국에 들어가지 않으면 5~10년 정도 중국의 반도체 개발이 늦춰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번 바이든 순방 일정 중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켜 이런 반도체 전쟁에 더욱 불을 붙였다. 

 

IPEF에 창립국가로 뛰어든 한국 역시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확실한 미국 편을 선택한 셈이다. 

 

삼성전자 강탈

 

미-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반도체 전쟁에 삼성전자는 자동으로 참전하게 됐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방문은 그 정점이 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에서 연설을 통해 “삼성이 지난해 5월 17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미국에도 그 투자로 인해서 이 같은 시설이 들어서게 됩니다”라고 하였다.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 공장과 같은 최첨단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기로 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미국은 향후 10년 안에 미국산 반도체를 전 세계 생산량의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에 따라 TSMC, 삼성전자 등의 미국 공장 건설을 압박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삼성에서 170억 달러를 투자하시면서 사업성을 따지지 않으셨을 리가 없습니다”라고 하였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 결정이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압력을 막아낼 의지도, 힘도 없는 데다 아직 재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입장에서도 다른 선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황정수 한국경제 기자는 2020년 5월 16일 기사 「미·중 다툼에 새우등 터지게 생긴 삼성전자의 선택은」에서 “굳이 미국에 막대한 자금을 퍼부어 가며 공장을 지을 유인이 크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은) 숙련도가 높고, 헌신적인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지만, 인건비를 생각하면 중국에 공장을 추가하는 게 누가 봐도 이득이다. 

 

다만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인해 반도체 생산 장비를 중국에 반입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 공장 증설에 어려움이 있을 뿐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은 미국의 제재로 ASML의 반도체 생산 장비 구입에 비상이 걸려있다. 

 

즉,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코앞에 좋은 공장 부지를 놔두고 억지로 지구 반대편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이 자국의 반도체 전쟁 승리를 위해 삼성전자에게 170억 달러, 무려 20조 원을 강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SBS는 22일 뉴스에서 “일단 미국 입장에서 자신들이 구상하는 인도태평양 질서에 한국의 참여를 한 발 더 이끌어냈고 삼성, 현대차의 미국 내 투자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얻었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경제 분야에서의 당장 눈에 띄는 결과물은 미국에 비해 좀 적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소개하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우리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만큼, 미국 측도 투자를 많이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포함돼 있다”라며 “다소 군색한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암울한 전망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미국에 투자한 만큼의 이익을 건질 수 있을까?

 

일단 TSMC와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공장은 2025년께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두 업체 모두 기본적인 물량을 생산하는 가운데 미국의 압박을 받아 미국에 추가로 공장을 짓는 것이라서 2025년 이후 엄청난 공급 과잉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압력을 받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미국의 인텔도 TSMC, 삼성전자를 제치기 위해 미국에 무려 119조 원을 들여 초거대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어 공급 과잉에 한몫할 전망이다. 

 

한겨레 5월 22일 기사 「통상·산업도 미국 쏠림…ICT 수출 등 중국 리스크 커질 듯」에 따르면 한 반도체 부품업체 대표는 “미국의 칩셋 고객사들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물량을 발주한다는 아무런 담보가 없다. 상대적으로 국내 생산기지의 역할은 줄고, 자칫 반도체 강국의 지위도 빼앗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기껏 미국에 공장을 지었는데 제대로 주문이 안 들어오면 미국 공장만 문제가 아니라 국내에 있는 삼성전자 본사도 타격을 입는다는 얘기다. 

 

특히 아직은 삼성전자가 기술 면에서 TSMC를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기에 공급 과잉 상황에서 미국 기업의 주문이 1순위 기업인 TSMC에서 끝나고 2순위 기업인 삼성전자까지 오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지금도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경쟁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반도체 하청을 주는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는 순수 하청만 전문으로 하는 TSMC를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파운드리 업계의 세계 최대 ‘큰손’인 애플의 경우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아닌 TSMC에만 반도체 주문을 한다. 

 

▲ 삼성전자 파운드리 반도체 평택 공장     ©삼성전자

 

게다가 한국의 IPEF 참여로 중국 내 반도체 시장에서도 밀려난다면 삼성전자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2020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약 1,326억 달러인데 이 중 메모리 반도체는 284억 달러로 전체의 21.4%에 달한다. 

 

여기에 홍콩 수출 물량 약 137억 달러를 더하면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의 약 31.7%가 메모리 반도체라는 소리가 된다. 

 

또 2021년 전체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약 524억 달러)의 80%(중국 284억 달러 + 홍콩 137억 달러)가 중국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런 중국 시장에서 쫓겨난다면 삼성전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 

 

현재 중국은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지만, 장비나 제조 기술은 TSMC, 삼성전자에 비해 5년 정도 뒤떨어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미국이 IPEF 등을 통해 반도체 전쟁을 가속한다면 중국은 반도체 기술개발과 자급자족에 더욱 사활을 걸고 투자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미국의 통제가 없어도 더 이상 중국에 반도체를 팔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ASML 페터르 베닝크 대표이사는 올해 4월 미국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수출통제 조치로 중국과 단절하면 중국은 기술주권을 향한 노력을 가속화할 것이다. 15년 안에 중국은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기업들의 중국 시장은 사라져버릴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종합해보면 삼성전자는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무려 20조 원을 미국에 투자하는 ‘강탈’을 당했는데 그에 비해 투자한 만큼 수익을 낼 수도 없고, 거대한 중국 시장마저 잃을 거란 불안이 팽배하다고 하겠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현대자동차도 2025년까지 미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24일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머니투데이 24일 기사 「삼성전자·현대차 주가 ‘뚝뚝’..‘역대급’ 투자 발표도 안 통했다, 이유는」의 다음 포털 댓글 찬반 순 1, 2위는 각각 “한국에서 돈 빼서 채산성 나쁜 미국에 공장 투자한다는데 주가가 내려가지 오를 수가 있겠나? 기사 보면 한국에다 짓는 줄 알겠네”, “천문학적 돈 투자 하는데 호구 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남북한의 화해무드 기조가 깨진 거 같고 미국에 목줄 잡혀 끌려가는 모습에 대중국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인데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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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무효 판단에 기업-노동자 걱정으로 나뉜 신문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2.05.2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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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대법원 첫 판결 다수 신문 1면에, 파장 해석 제각각

일정 나이를 넘은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 등 보상 없이 시행됐다면 연령에 따른 차별에 해당돼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임피크제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첫 확정판결에 다수 신문이 주요 뉴스로 다뤘지만, 판결에 따른 파장에 대한 풀이는 신문마다 달랐다.

대법원 1부는 26일 A씨가 B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연구원은 2009년 노동조합과 합의를 거쳐 만 55살부터 적용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정년 61살은 그대로 유지됐다. 도입 뒤 만 55세 이상 노동자들의 월 급여는 평가 등급에 따라 93만~283만원 줄었다. 51~55세 미만 노동자들보다 업무평가가 좋았는데도 급여는 더 적었다. A씨도 2011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았는데, 명예퇴직한 뒤 임금피크제가 연령 차별을 금지한 고령자고용법에 위배돼 무효라며 미지급 임금 청구 소송을 냈다.

▲27일 경향신문 1면
▲27일 경향신문 1면
▲27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27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1·2·3심 모두 A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B연구원이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55살 이상 직원만을 상대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러면서도 임금피크제의 합리성 판단 기준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노동자들이 입는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보상 여부 △절감된 인건비가 도입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제시했다. 모든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임금피크제는 지난 2013년 ‘60세 정년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박근혜 정부의 2015년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강행을 시작으로 널리 도입됐다. 당시 ‘쉬운 해고 도입’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등과 함께 노동개악 시도로 불렸다.

노동계는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일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노동자 권리 보장에 충실한 전향석 해석이라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임금피크제 자체를 무효로 선언하지 않고 유효가 될 여지를 남겨뒀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환영 입장을 내고 “한국노총은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지 만 5년을 넘겼지만, 도입 사업장에서 청년 일자리가 느는 효과는 미미했고,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만 삭감됐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고령자의 고용불안과 청년 구직자의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26일 경향신문 1면
▲27일 경향신문 3면

경향신문은 해설 기사를 통해 “그동안 공공기관 중심으로 사실상 의무 도입돼온 임금피크제에 노사 협상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노동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그러면서도 판결의 파장은 한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B연구원과 같은) 이미 정년이 60세 이상이던 사업장은 임금피크제 도입 때문에 노동자 임금 삭감만 되는 처지에 놓였다. 대법원은 이같은 이른바 ‘정년유지형(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위법하다고 본 것”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라며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밝힌 4가지 무효 사유가 새로운 노사 협상 문을 열게 됐다고 봤다. 경향신문은 “그동안 공공기관들은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서 했다고 하고, 기재부는 강요하지 않았다고 하는 상황에서 노사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이번 판결로 인해 기관별로 특별 교섭을 요구하거나 소송을 접수할 수도 있다”는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터뷰를 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임금이 깎일 게 뻔했지만 도입 성과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노사합의를 통해 채택한 방식이다. 그 결과 임금피크제가 인건비 축소와 고령 노동자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인건비 절감에 따른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미했다”라고 밝힌 뒤 “노사는 이번 판결의 취지에 맞게 임금피크제 적용 시 고령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데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26일 경향신문 사설
▲27일 경향신문 사설
▲26일 국민일보 3면
▲27일 국민일보 3면

국민일보는 “이날 대법원 판결로 퇴직자들의 임금 소송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년 연장 여부, 업무량 축소 정도, 급여 삭감 폭 등이 각각 중요하게 따져질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대법 판결이 임금피크제의 합리적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1면에 판결 소식을 전한 뒤 3면 이어지는 기사에서 삼성전자 등 대기업 관계자를 주로 취재해 ‘기업 경영 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해설을 내놨다.

동아일보는 “단순히 인건비 절감만을 목적으로 한 임금피크제에 대한 소송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문가들은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노사협의로 제도를 재설계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고 했다.

▲27일 한국일보 3면
▲27일 한국일보 3면

한국경제는 1면에서 “대법원이 2015년 사회적 대타협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주장했다. 강세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와 익명의 기업 대표 말을 인용해 “적지 않은 근로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청년 취업 확대 위한 대승적 양보가 임금피크제 취지인데, 앞으로 이런 사회적 흐름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판결이 기업 일선에 ‘혼란’과 ‘정년 채우려는 분위기’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300인 이상 사업체 중 임금피크제를 운영하는 곳이 54.1%에 이른다”며 “기업들 입장에선 혼란이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사설에선 “기업들은 임금피크제가 사라지면 정년을 채우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인건비가 늘어 경영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며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근로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27일 동아일보 3면
▲27일 동아일보 3면
▲27일 중앙일보 사설
▲27일 중앙일보 사설

조선일보도 임금피크제가 불가피한 제도였다며 직무급제 도입을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임금피크제가 흔들릴 경우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꺼리게 돼 청년 고용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연공서열형의 경직적 임금 체계 때문에 불가피하게 도입할 수밖에 없는 제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호봉제 대신 직무와 성과에 따른 급여 시스템으로 바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단식농성 중단…사진으로 전한 경향·한겨레

차별금지법 통과를 요구하며 46일간 단식농성을 이어오던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26일 단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단식농성을 해온 미류 차제연 책임집행위원은 “단식투쟁은 중단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싸움은 중단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향신문이 1면 사진 기사로 미류 책임집행위원이 단식 중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다 고개를 드는 모습을 전했다. 한겨레는 미류 책임집행위원의 발언을 기자회견 기사로 전했다.

▲27일 경향신문 1면
▲27일 경향신문 1면
▲27일 한겨레 1면
▲27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법무부가 처음으로 법을 발의했지만, 개신교계 등의 반대로 15년 동안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와 폐기가 반복됐다. 지난해 6월에는 10만명 이상이 함께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법사위로 회부됐지만, 법사위는 지난해 11월 심사기한을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29일까지로 연장했다”며 “단식농성 45일째인 전날(25일)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지만 국민의힘은 합의되지 않은 공청회라며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차제연은 내일 오전 국회 앞에 설치한 농성장을 철거하고, 활동가들의 회복 등 재정비를 거쳐 오는 하반기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운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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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페미라 욕먹던 '걔네'들이 선거에 나왔다

[인터뷰]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김현정·유진영·현슬기·이성지 씨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2.05.26. 08:24:38  

 

"메갈", "페미"라고 욕먹던 '걔네'들이 선거에 나왔다. 어설픈 비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사실이다. 다가오는 6.1지방선거에 충청북도 청주시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소속 후보 3인의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청주시 내 페미니즘 모임, '청주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걔네'가 이들의 원 소속이다.

지역사회 곳곳 각자의 자리에서 페미니즘 활동을 이어오던 청주시의 청년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이 지난해 '걔네'에서 만났고, 이곳에서 "청년 여성을 떼거지로 선거에 내보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백레시 이슈에 대해 "지역의 여성들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였다. "대한민국 정치판에 청년 여성이 없다"는 게 문제의 근본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치의 구조 자체가 그러하니 여성 정치인이 갑자기 대거 등장하는 일을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은 "우리가 선례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지난 4월, 총 7명의 청년·여성·페미니스트들이 나서 지방선거 예비 후보 운동에 돌입했다. 공당의 핵심 관계자가 "페미니즘은 반 헌법적 이념"이라 외치는 세상에 "페미니즘이 당당한 청주"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별다른 언론홍보도 없이 시작한 연대 응원 서명엔 하루만에 165명의 지지자들이 모였다. 온라인 지지자들의 길고 꼼꼼한 응원의 메시지가 끝없이 이어졌다. 오프라인에선 한 20대 여성이 "청주에 이런 게 있는지 몰랐다"며 감격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시의원 후보의 등장이 "누군가에게 그만큼 절실했다는 증거였다." 

처음 나선 7명의 예비 후보 중 김현정, 현슬기 무소속 후보와 유진영 노동당 후보가 본 선거에 출마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화된 지금, 이들의 선거운동은 조금 특별하다. 욕을 퍼붓는 이에게 명함을 건네고 "표에 도움 되지 않는 일"에 시간을 투자한다. 활동 하나하나가 "선관위조차 처음 겪어보는 일"인 탓에 각 활동마다 선거법 공부가 따로 필요할 정도다. "다른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어서" 그렇게까지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지난 20일 청주시 흥덕구 소재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사무실을 찾은 <프레시안>은 김현정(청주시 흥덕구 차 선거구), 현슬기(청주시 흥덕구 아 선거구), 유진영(청주시 서원구 마 선거구) 청주시의원 후보와 이성지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대변인을 함께 만났다. 혐오와 외면을 뚫고서라도 기어이 남기고픈 '선례'가 무엇인지 이들에게 자세히 물었다

아래는 이들과의 인터뷰 내용.편집자 

 

 

 

프레시안 :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소속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지만, 해당 연대는 정당이 아니다. 유진영 노동당 후보를 제외하면 모두 무소속 후보다. 선거를 치르기엔 불리한 형태 아닌가. 

현슬기(이하 현) : 저희도 선거는 다 처음이지 않나. 사실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 반대로 생각하면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무작정 출마할 수 있었던 것도 같다. 공통된 소속 정당 없이 활동하는 편이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의 취지와 더 어울리기도 한다. 모든 정치인에게는 정체성이 있고, 정당은 개별 정치인이 갖는 가장 큰 정체성이지 않나. 우리는 정당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아니라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장 전면에 내세우고 싶었다. 그게 애초의 목표였다.

유진영(이하 유) : 처음부터 (제도)정치를 하려고 후보를 낸 게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금 이 시기에 우리들이 여기에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 선거라는 전략을 택했고, 그렇게 처음 나온 게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와 시의원 예비 후보 운동이었다. 

프레시안 : '지금 이 시기에 우리들이 여기에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유 : 윤석열 정부의 반 페미니즘, 반 노동, 반 기후 등의 기조가 대선 때부터 강력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에 비해 거기에 대항해 페미니즘이나 노동, 기후 등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작은 상황이다. 특히 지역에선 더욱 그렇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데 있어 '선거'라는 무대가 우리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현 : 대선 기간에 소위 말하는 백래시가 굉장히 심하지 않았나.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는 그 백래시에 대한 대응에서 시작됐다. 중앙정치 내의 백래시를 보며 많은 이들이 무력감을 느끼는 와중에, 청주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걔네'에서 "우리 (저 백래시에 대해) 수다라도 떨어보자"며 '모두까기 수다회'를 열었다. 거기서 "의회 정치에 청년 여성의 진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그 이야기가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의 출범과 예비 후보 운동, 지금의 시의원 선거 출마로까지 이어졌다. 

김현정(이하 김) : 단순히 여성 정치인의 수가 적다는 것을 넘어, 지금의 정치구조상 여성의 목소리가 대변되기 힘들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여성 정치인이 나오는 것부터 매우 힘들뿐더러, 막상 국회에 진입한 여성 정치인이 있어도 소속 정당의 기치에만 매몰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성 후보'들이 지역에 나오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다.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현정 후보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제공

프레시안 : 많은 이들이 그런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은, 우리 사회가 그런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해왔다는 말도 된다. 사실 지방선거에 나온 '비 정당 페미니스트 연대'라는 개념부터가 굉장히 새로운 시도 같다.

김 : 우리 스스로도 모든 것이 새로울 정도다. 활동 하나하나가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가령 (정당) 소속이 다른 후보들이 연대체 단위로 공통 공약을 내면서 각각의 선거운동은 따로 진행하는 이런 활동들이 현행 선거관리법상 가능한지는 아무리 뒤져봐도 지역 내에 선례가 없었다. 실제로 "이게 되느냐" 선관위에 문의하고 논의하고를 계속 반복하며 활동 중이다. 

이렇게 선례를 만들어 가는 일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반드시 당선'이 아니다. 꼭 우리가 아니더라도 우리 지역의, 혹은 타 지역의 다른 분들에게 "이런 게 된다"고 보여주고 싶다. 이런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알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영감을 주고 싶다. 정말 평범한 사람들도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의 활동은 그러기 위해 '길을 개척해 나가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선례를 만드는 일이라는 말이 특히 인상적이다. 소속 정당 없는 연대 출마라는 형식을 차치하고, 페미니스트 후보의 지방선거 출마만 해도 하나의 선례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 물론이다. 사무실 건물에 걸린 김현정 후보의 현수막을 보셨을지 모르겠다. "페미니즘이 당당한 청주"라고 대문짝만하게 적어놓았다. 정치에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욕망하는 누군가는, 그냥 이런 현수막을 보면서도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목소리를 대변하려 하는 정치인이 있구나, 앞으로도 있겠구나, 있을 수가 있구나, 라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여성·페미니스트뿐만이 아니라 이주민, 장애인, 청소년 등 다른 수많은 정체성의 (그리고 그 합의) 소수자들도 마찬가지다.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의 운동 기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청주에 살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우리가 제대로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실제로 대변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레시안 :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다. 

이 : 현수막 이야기를 해야겠다. 시간을 좀 돌려서, 이번 대선 당시 청주시 상당구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었다. 선거운동 기간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진재 후보가 이주민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를 담은 현수막을 상당구 곳곳에 걸어놓은 일이 있었다. 

'이주민들이 보험료도 안 내면서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축내고 있다'는 식의 전형적인 내용이었다. 그밖에도 "무슬림이 한국을 점령했다"든가 "노 차별금지법, 노 페미니즘" 같은 혐오정서에 기반한 현수막이 굉장히 많았다.

예비 후보 운동 당시 후보들끼리 그 현수막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 현수막을 볼 이주민들은 어떤 기분을 느낄까? 이런 현수막이 공공연하게 붙어있는 사회에서, 그들은 스스로 '내가 이 사회의 구성원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을까? 엄청난 배제와 소외의 감각을, 그로 인한 절망감을 느끼진 않을까? 하고 말이다. 

현 : 실제로 관련 단체에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을 때, 많은 이주민 분들이 그 현수막을 보고 힘들어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그런 '혐오 현수막'에 저항하는 활동을 기획했다. 러시아에서 온 이주민 분들이 많이 거주하고 계신 동네에 "우리는 이주민과 함께한다"는 내용을 담아 노어로 된 현수막을 걸었다. 바로 어제(19일) 일이다. 

프레시안 : 외국어로 쓴 선거운동 현수막이라니, 실제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일이다. 

김 : 이 또한 선례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외국어로 현수막을 만드는 일을 어떤 후보도 해본 적이 없었다. 보통 이주민 분들은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편의를 배려하거나 선거운동의 타겟으로 삼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외국어 현수막을 걸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지역 선관위에 했는데, 선관위에서도 처음 보는 활동인데다 마땅한 선례도 없어서 그분들이 중앙선관위까지 가서 해석을 받고 돌아오시기도 했다.

▲노어로 제작된 현슬기 후보의 현수막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제공

"당신이 '몰랐던' 페미니즘 정치, 우리가 보여주러 나왔다" 

프레시안 :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스스로, 또 지역 선관위도 '몰랐던' 선거운동 방식이라 말씀해 주셨다. 지역사회 시민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정리하자면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가 지향하는 정치는 이른바 우리 사회가 '처음 만나는 정치'라는 생각이 든다. "페미니즘이 당당한 청주", "성평등한 지방자치" 등 후보들이 내건 정치적 슬로건들도 그렇다.

김 : 우리는 우리가 경험한 것만 잘 알 수 있다. 여성을 비롯해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이 의회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의회의 구조를 보면, 단순히 생각해도 인구의 반이 여성인데 여성 의원의 수는 (중앙·지역을 포함해) 어디에서도 전체 의석의 20%를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치단체장은 말할 것도 없다. 기초 자치단체장의 여성 비율은 4%에 불과하고, 광역 자치단체장은 30년 동안 1명도 여성 단체장이 나온 적이 없다. 그래서 "성평등한 지방자치"란 여성 대표성이 일단 높아져야 구현될 수 있는, '우리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정치 개념이다. 

프레시안 : 그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치에 대한 열망도 물론 높지만, 그에 대한 반발(백래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대선 과정에서의 백래시가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출범의 이유라고도 말씀하셨다. "페미니즘이 당당한 청주"를 내건 후보들에 대한 청주시의 반응은 어떤가. 

현 : 대선 국면에서 청주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걔네'가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을 비판하며 '마녀들의 행진'을 벌인 적이 있다. 청주시의 중심가인 성안길에서 마녀 복장을 입고 행진하며 여가부 폐지 반대 등의 발언을 외쳤다. 그때의 반응부터 말씀드려 볼까 한다. 

유 : 그때 진짜 욕을 많이 먹었다. 성안길 행진 구간에서 다른 집회도 정말 많이 열리는데, '페미니즘 집회'만큼 반응이 뜨거웠던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날 하필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같은 장소에 모여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우리가 윤 캠프의 공약을 비판하며 그 인파를 뚫고 나가다보니 주변에서 온갖 욕설이 들려왔다.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려는 분도 있었다. 특히 남성 시민들의 경우, 정말 다양한 나이대의 남성분들이 저희에게 적대감을 표한 기억이다.

현 : 그런 격한 반응에서 공포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해방감이 들기도 했다. 그 폭력에 개인으로 마주쳤다면 무섭기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함께였다. 우리가 건네주는 팜플렛을 구겨서 우리 앞에 던진다거나 하는 반응이 있었는데, 함께 모여 있으니 그 정도의 반응은 '귀여운 정도구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불어 '이 사람들도 우리를 처음 본 거잖아?' 하는 생각도 들었다. 즉 그들 입장에서 우리는 '처음 만난 페미니스트'들인 거다. 그날의 기억을 넘어서, 지금 선거운동 기간에도 계속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가령 유세 중 오락실에 들어가면 초·중등학생 정도 되는 남성 청소년들에게 우리는 완전히 '처음 보는 광경'이다. "봤어? 봤어? 페미니스트래!" 하는 소리가 막 들려온다. 

이 : 중요한 말이다. 서로가 처음 만나는 존재이기 때문에 혐오나 조롱, 외면 섞인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도리어 '이번이 처음인' 존재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시선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예비 후보 운동 당시 마주친 한 남성 시민을 보고 그런 확신을 가졌다. 

프레시안 :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 : 우리끼린 일명 '메두사 사건'이라 부른다. 예비 후보로 활동할 때 다리 위에서 지나가는 시민 분들께 명함을 나눠드리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내가 페미니스트 후보임을 확인한 한 남성분이, 아주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고 걸어오시는 거다. 명함이라도 받아가라고 끈질기게 달라붙었는데, 끝까지 "네, 네, 네"하면서 나를 쳐다보지 않으셨다. 농담 섞어 페미니스트를 무슨 메두사처럼 알고 계시는 게 아닐까 했다. 

그분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페미니스트가 무슨 악마처럼 오해를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저렇게까지 해서 외면하고 싶은 게 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인터넷 속 혐오발언의 근본이 이런 오해와 두려움이었던 건가? 하는 생각에 허탈감이 들기도 했다.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사람들, 우리를 잘 모르고 있구나, 한 거다. 우린 마주치면 돌이 되는 메두사가 아니지 않나. 우리를 '몰랐던' 그들이 우리를 '알게' 된다면 어떨까. 그냥 똑같은 사람이라고, 우리는 그냥 누군가의 권리를 얘기하는, 사실 당신의 권리까지도 얘기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열심히 말해준다면?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성지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대변인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제공

프레시안 : 일종의 '페미니즘 반복 노출'이 필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이 : 노출이 필요하다. 정확한 말이다. "페미니즘이 당당한 청주"라는 슬로건을 굳이 내건 이유도 거기에 있다. 가령 '걔네' 이전에도 페미니즘 활동이 청주시 내에서 없던 게 아니다. 이미 지역엔 많은 여성 단체들이 있었고, 각 이슈마다 그분들이 행한 대응 활동도 많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론, 그런 활동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네 글자가 전면적으로 부각된 적은 별로 없었다고 느낀다. 

그에 따른 반응도 흥미로운데, 그냥 '여성'이란 단어를 내건 집회엔 '마녀행진' 때와 같은 격한 반응이 없었다고 느낀다. 그냥 누군가 집회를 하는구나, 하고 그러려니 하는 느낌? 그런데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만 붙으면 난리가 나는 거다. 똑같은 집회인데도. 모르니까, 그냥 그 단어가 왠지 싫고 무섭고 악마 같으니까 그런 게 아닐까. 그러다보니 여성단체의 집회도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굳이 붙이지 않아왔던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페미니즘을 굳이 전면에 내걸었다. 페미니즘이 금기시되는 것은 페미니즘에 대한 오독이니까. 그리고 그 오독을 해결하려면 페미니즘을 보고, 마주치고, 알아야 하니까 그랬다. 페미니즘이 당당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대놓고 이 단어를 노출시켜야 한다는 내부적인 결심이 있었다. 그래서 슬로건엔 꼭 페미니즘 네 글자를 넣자고 결의했다.

프레시안 : 그들이 몰랐던 페미니즘 정치를 직면케 해야 한다? 

이 : 그렇다. 가령 현 후보가 아까 남성 청소년들의 반응 이야기를 해주셨지 않나. 그분들이 우리를 보고 놀라거나 조롱하는 경우가 많은 건 사실이다. 다만, 그 경우에도 그들을 진지하게 대해주면 오히려 달라질 때가 있다. 굉장히 진지하게, 한 명의 시민으로서 대우해주며 한 번 읽어봐 달라 부탁하면 조롱을 하다가도 진지하게 우리 공보물을 읽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김 : 맞다. 청소년들은 특히 그렇다. 이 또한 선례를 만드는 일 중 하나인데, 우리는 청소년이나 아동 시민 분들에게도 명함이나 공보물을 꼭 전달한다. 보통 후보들이 어린이 시민들에게 명함을 돌리지는 않지 않나. 표가 안 되니까. 그래서 그런지 명함을 주려고하면 어린이들은 오히려 "어, 저는 아니에요" 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팠다. 표가 없다는 이유로 정치에서 배제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막상 한 번 읽어봐 주세요, 하고 주면 되게 좋아들 하신다. 

▲청주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걔네'의 마녀 행진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제공

메갈·페미라고 던지는 욕에,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으로 맞서다 

대선이 끝나고 여가부 폐지론이나 이대남 현상 등의 개별 이슈는 소강상태에 이르렀지만, 페미니즘 이슈는 여전히 정치권에서 뜨겁게 다루어진다. 23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을 '2022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한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윤 대통령을 가리켜 "반페미니즘을 무기로 당선된 포퓰리스트"라 평했다. 비슷한 시기 더불어민주당에선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꼽히는 박지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20대 여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세력이 규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 : 개딸 현상(20대 여성을 중심으로 강성 민주당 지지층이 형성된 현상. 인터뷰 당일은 '박 위원장 규탄 집회'가 열리기 전이었다.편집자)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여성 청년이 정치의 주체로 확 올라서는 계기가 됐다고도 평할 수 있겠지만, 결국 누군가의 '딸'로 그들이 남는 것에 저희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김 : 정말로, 안타깝다. 그들에게는 '여성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의 활동을 돕는 딸'이 되는 것 아닌가. 결국 남성 대리인에게 모든 것을 위탁하는 정치가 될 수 있다. 지금 이 시대의 여성들이 얼마나 내가 주체가 아니라고 느끼면 그렇겠나. 결국 이 또한 여성 정치 주체가 부족한 상황, 또 거기서 나오는 '이준석 현상' 등의 백래시와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반복하는 말이지만 특히 대선 과정에서 혐오를 팔아먹는 혐오 세일즈맨의 정치, 혐오 세일즈맨의 언론이 너무 많았다. 

유 : 정치권과 언론이 한참 이대남 현상을 강조하고, 갖가지 백래시 현상이 몰아칠 당시엔 사실 뉴스도 잘 보지 않았다.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 활동가인 내가 그랬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다만, 반대로 그 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윤 정부의 백래시 기조는 여전히 강력하고, 민주당에선 성비위 사태가 계속 터져 나온다. 성범죄와 관련된 사람들이 지선에서 공천을 받고, 개딸이 집결하는 상황에도 그런 상황은 바뀌지 않고 있다. 이대로 끝난다면 결국 이번 지선도 거대양당 기득권의 엄청난 승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정당과 선을 긋는 페미니스트 정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는 그래서 나왔다.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진영 후보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제공

프레시안 : 쉬운 길은 아닌 듯하다. 말씀하신 백래시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윤석열 정부의 내각 인사 과정에선 '성별, 지역, 연령 등을 고려한 안배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메갈, 페미가 역차별을 일으킨다"는 사회 일각의 목소리와도 궤를 같이 한다. 

이 : 페미니스트를, 혹은 다른 사회적 소수자들을 탄압하는 목소리는 언제나 능력과 공정의 외피를 두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강조해온 능력주의 프레임이 대표적이다. 그것이 새로운 정치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너무 구태의연하다고 평가한다. 능력을 강조하면서 결국은 다양성을 훼손한다. 다양성이 훼손되면 누군가의 인권은 침해된다.

김 : 성평등국의 설치, 공직 내 여성비율 확대, 여성위원회의 설치 등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를 우리의 핵심공약으로 내놓은 이유다. '비율'은 심각한 문제다. 청주시만 보더라도 2급, 3급 등의 고위공직자 자리를 보면 여성 비율이 아예 사라진다. 그나마 5급 이상은 승진을 통해 20% 정도를 맞춰놓은 상태다. 또 청주시 내에는 전문가·시민 자문위원회가 150~160개 있는데, 그 위원회 중 50% 이상이 '특정성별 비율 60% 초과 금지' 원칙을 어기고 있다. 지방자치 내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나. 능력주의 광풍이 불고 있는 중앙이라고 이와 다른가. 

현 : 그런 상황에서 나오는 여성정책은 빈약할 수밖에 없다. '여성친화도시' 같은 타이틀을 달아놓고 막상 하는 건 도로 위에 로고젝트 쏘는 일 뿐인 경우 많지 않나. 현재 여성친화도시인 청주가 딱 그렇다. 

김 : 아까도 말했지만, 여기서 여성은 장애인일 수도 있고 이주민일 수도 청소년일 수도 있다. 결국은 최대한 다양한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주류 정치에 녹여내는 것이 페미니즘 정치의 관건이다. 이주민을 위한 현수막을 만들고 어린이 시민에게 공보물을 나눠주는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의 활동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슬기 후보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제공

프레시안 : 결국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말로 수렴되는 듯하다. 

김 : 그렇다. 페미니즘 철학은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철학이고, 페미니즘 정치는 차별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연대하는 정치다. 지금의 정치는 경제력을 갖춘 기득권층 남성의 이야기만이 진입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치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기껏해야 시혜 대상으로만 다루어진다. 그래서 페미니즘 정치는, "페미니즘이 당당한" 정치와 "성평등한 지방자치"는 그러한 정치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유 :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성을 내지 못하는 모든 이들은 (정치 등에서) 배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 생물학적 여성은 인구의 반을 이루고 있는 다수 집단이기 때문에 여성의 차별이 가시화되는 것이고, 그래서 차별에 대항하는 담론도 페미니즘이라는 언어로 얘기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정 후보의 얘기처럼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사실 여성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배제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얘기하는 단어가 페미니즘이다. 이주민이나 장애인, 노동자나 지역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우리를 배제하고 있는 이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다. 

현 : 지금 시대 정치의 키워드가 성장, 시혜, 혹은 배제 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존엄이다. 시혜로서의 보호가 아닌 권리가 중요하다. 배제가 아니라 평등이 옳다. 그러한 지향성이 바로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바다. 우리는 그 지향성, '모두를 위한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페미니즘에 대한 오역과 맞서고 싶다.

이 : 내가 페미니스트가 맞을까 고민하며 자기검열에 시달리던 때가 있었다.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이전에, 그냥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고,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나는 온건하게 인권을 주장할 뿐인데,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의 안티 페미니스트들이 나를 페미니스트로 규정하더라. "쟤 메갈이래", "쟤 페미야" 하면서 말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바를 그냥 얘기한 것뿐인데도 나는 "메갈"이 되고 "페미"가 됐다. 넘어서 "꼴페미"가 되고 "쿵쾅이"가 됐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아, 나 페미니스트 맞구나? 우습게도 페미니스트 정체화를 그들에게 당한 셈이다. 

그들이 상상하는 "페미"가 무엇인지 몰라도, '같은 인간이니까 인권을 주장할 뿐'이라는 처음의 입장엔 변화가 없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게 맞다. 그러나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유는 여성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모든 인간들도 마찬가지의 권리를 누려야 하며, 때문에 페미니즘의 정치는 모두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모두의 정치가 페미니즘의 정치가 되어야 하듯. 

▲김현정 후보와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회원들 ⓒ청주 페미니스트 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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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시대에 부합하는 완전체 동맹을 합의하다

[분석] 윤석열-바이든 한미정상회담 / 장창준

  • 기자명 장창준 
  •  
  •  입력 2022.05.25 20:04
  •  
  •  댓글 0
 

장창준 / 한신대학교 글로벌피스연구원 교수,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위원

 

5월 21일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사진제공-대통령실]
5월 21일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사진제공-대통령실]

임기 시작 후 11일만의 정상회담은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인수위 기간을 거쳤다고는 하나 대통령 신분으로 외교현안을 채 파악할 시간도 없는 상태에서 회담이 열린 셈이다. 이런 회담에서는 대개 준비할 시간이 많은 측 혹은 보다 힘이 강한 측이 주도권을 쥐게 마련이다.

미국이 정상회담을 서둘렀다는 것은 맥락적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초중반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추구했다. 사드를 배치하자는 미국의 요구를 박근혜 정부는 3불 입장을 내세우면서 소극적으로 대했다. ‘경중’ 노선과 충돌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2016년 사드배치 합의는 박근혜 정부가 ‘경중’보다는 ‘안미’를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변화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로까지 이어졌다. 미국으로서는 쾌재를 부를 일이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촛불이 터졌고, 박근혜는 탄핵되었다.

새롭게 등장한 문재인 정부 역시 한미동맹 강화로 일관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미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대미정책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중국문제, 북한문제에서 미국과 ‘완벽하게 일치’된 행보를 보인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본격화되고 있는 신냉전 국제질서 속에서 바이든 정부는 사소한 간극마저도 허용할 수 없는 입장이 된 것이다. 정상회담을 빠르게 열어 윤석열 정부가 ‘경중’을 생각할 틈새조차 주지 않아야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국을 완전히 편입시킬 논리와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도 빠른 정상회담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북한의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판단,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 부각, 불안정한 국제정세 인식 등 한미관계를 빠르게 강화해야 할 필요가 충분했다.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의 함의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문재인 정부 때 중단되었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합의이다. 확장억제전략협의체는 2016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한 한미 외교부, 국방부(2+2) 고위급 협의 테이블이다. 2016년에 12월에 1차 협의회가, 2018년 1월에 2차 협의회가 진행되었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되면서 잠정 중단되었다. 문제는 협의 내용인데, 두 차례의 협의회에서 논의된 것은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국과 그 주변에 순환배치하는 문제였다. 전략자산은 핵탄두를 탑재한 전투폭격기, 전투함대 등을 일컫는 용어이다. 따라서 협의체가 재가동된다는 것은 핵탑재 전략자산이 순환배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2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영토 내 전술핵을 배치하는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핵탑재전략자산의 순환배치를 사실상 합의함으로써 영토 내 전술핵 배치와 비슷한 결정을 한 셈이다.

전략자산이 배치되면 그것을 활용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즉 군사연습과 작전계획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협의체 재가동과 함께 한미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한다고 합의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제 한미군사연습은 핵탑재전략자산이 기동하는 보다 공격적 성격으로 변화하게 된다.

다음으로 작전계획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작전계획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지난 해 12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한 한미 작전계획의 최신화를 기억해야 한다. 기존의 5027 작전계획은 재래식 전면전계획이었다. 2015년 만들어진 5015 작전계획은 선제공격 계획이었다. 작전계획의 최신화는 재래식전면전과 선제공격 계획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작성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의 내용과 결부시킨다면 한미 작전계획 최신화는 핵탑재 전략무기가 작전계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즉 핵전쟁계획을 작성하겠다는 구상 다시 말해 핵전쟁동맹 구축을 의미한다.

바이든이 한국을 찾던 날, 핵잠수함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제어함으로써 핵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미군 공중지휘통제기가 한반도 인근 상공을 비행하고,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있던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이 한반도 근해로 출동한 것은 핵전쟁동맹의 실물을 시연한 셈이었다.

공급망동맹: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끊어라!

한중 경제 관계가 발전하면서 한미동맹 강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안미경중’ 사고였다. 즉 안보는 미국과 협력하고, 경제는 중국과 협력한다는 사고가 한미동맹의 발목을 잡았다. 한중 경제관계의 고리를 깨지 않으면 한미동맹은 강화되기 힘들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줄타기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우려는 올해 2월 더욱 커졌다. 중국이 포함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한국이 발효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을 그대로 두면 ‘안미경중’은 더욱 강화된다. 미국이 한미정상회담을 서두른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회복’이라는 기상천외한 이름이 붙은 정상회의를 지난 해 10월 미국이 주도한 것은 중국 중심의 공급망 체계를 흔들어야 할 필요성 때문이었다. 한국이 포함된, 미국의 14개 주요 동맹국들이 참여한 이 회의에서 바이든은 “실패할지도 모르는 단일 공급원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공급망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 체인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었고, 이 기상천외한 이름을 가진 정상회의를 개최한 목적을 드러낸 발언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글로벌 공급망은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였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하며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 공급망이 미국 주도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 중심 공급망 체인을 뒤엎고 미국 중심의 새로운 공급망 체인을 형성하는 것이다. 한미 공급망동맹의 탄생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윤석열 정부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공식화했다. IPEF는 중국이 주도하는 RCEP의 대항마로 2022년 2월 중순 미국이 출범을 예고한 경제협력체이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대만을 참여시킬 구상을 갖고 있는데서 확인되듯이 대중국 경제포위망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한미공급망동맹 구축에 이은 IPEF 참여는 한중경제관계의 폭력적 단절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장치가 ‘경제안보’라는 새로운 용어이다. 경제도 안보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니만큼 중국 중심 경제 관계에 탈피하여 미국 중심 경제 관계를 구축해야만 한다는 논리이다. 공급망 동맹으로 불리든, 경제안보로 불리든 이제 중국 포위 봉쇄를 위한 미국의 대한정책은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로 인한 모든 피해는 오롯이 한국 경제가 떠맡아야 할 부담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는 한국 경제를 포기한 것이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 신냉전 시대 동맹의 완전체

공급망 회복 정상회의(지난 해 10월), 민주주의정상회의(지난해 12월) 그리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의 공급망 동맹과 IPEF 가입이라는 일련의 흐름을 한미동맹은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하는 새로운 동맹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 바로 그것이다.

포괄적 동맹은 군사 분야를 넘어 정치 분야, 경제 분야 등으로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힌다는 의미이다. 포괄적 동맹은 이번 공동성명에서도 확인되는 것처럼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 관련 보건 분야, 기후변화 분야, 인터넷과 사이버 공간 분야, 우주항공 분야 등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분야는 굳이 동맹이 아니어도 협력이 가능하다. 부시 정부 시기 반테러 관련한 이슈는 한미동맹 뿐 아니라 미중, 미러 사이에서도 협력했던 전례가 있다. 따라서 이들 분야가 포괄적 동맹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은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번 공동선언에서 상당히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세계 이슈들에 대한 합의는 이미지 포장의 의미가 강하다.

전략동맹은 목적으로서의 동맹을 의미한다. 동맹은 애초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되었다. 따라서 안보환경이 바뀌면 동맹은 변하게 마련이다. 전략동맹은 이 같은 변화를 거부한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동맹은 지고지순한 목적으로 남아야 한다. 따라서 전략동맹은 한미동맹을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한다는 개념이다. 어떤 국제환경이 만들어지더라도 한미동맹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것이 전략동맹의 함의이다.

탈냉전 이후 한미동맹을 수식하는 용어로 포괄적, 전략적이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되었다. 그러나 글로벌이라는 수식어는 좀처럼 사용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글로벌 동맹이 되는 순간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지역적 범위를 넘어서게 되고 그 자체로 수많은 논란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드디어 글로벌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글로벌 동맹은 한미동맹을 대북한 동맹을 넘어, 대중국 동맹 더 나아가 대러시아 동맹을 구축하겠다는 선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태평양과 이를 넘어선 여타 지역에서 확대된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한 지지를 피력했다. 글로벌 동맹의 첫 출발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이 될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 공동선언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표현이 있다. ‘한반도와 그 주변’이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했다. 유사한 표현이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에서도 등장한다. “미 전략자산의 한국 및 주변지역에 대한 순환배치”가 그것이다. 이들 문장을 종합하면 전략자산이 참여하는 한미군사연습을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하는 것이다. ‘그 주변’이 어디일지는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지 않는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해협인 것이다.

바야흐로 국제질서는 신냉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화하려 한다.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방어 무기대여법(Ukraine Democracy Defense Lend-Lease Act)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법안이 지난 4월 미국 의회를 통과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서 완성되었다. 2022년과 2023년 회계연도에 적용되니 2년 동안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미국은 중국 포위 봉쇄를 천명하며 쿼드를 출범시켰고, 대만 독립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전쟁을 일으키고 그 전쟁이 장기화되고 그로 인해 중러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중러의 경제를 피폐하게 만들겠다는 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 장기 전략엔 북한 역시 포함된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은 미국의 장기 전략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완전체 동맹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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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강성 지지자 공격 무서워 민주당 의원 입 다물어"

기자명     정민경 기자  입력  댓글 2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미일 공조에 북한 미사일 ‘섞어쏘기’ 강대강 대응
박지현 사과 못받아들이는 민주당에 언론 “민주당, 쓴소리 들어야”
미국 반복되는 총기난사에 총기규제 목소리도 반복되지만 안되는 이유

북한이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언론은 북한이 ‘섞어쏘기’를 했다며 ICBM과 탄도미사일을 혼합해 쏜 것은 처음이라고고 ‘586 용퇴론’을 거론했는데 당 지도부는 박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개인적인 생각일 뿐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혀 당 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6일 아침 대부분의 언론은 사설 등에서 민주당이 박지현 위원장의 쓴소리를 감내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 텍사스에서 또다시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져  보도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순방 이후 귀국길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기에, 한미일 3국이 대북 기조를 강경하게 바꾼 것에 북한의 반응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북한이 다음 대응으로 7차 핵실험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대국민사과를 하초등학생 19명과 교사 등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규제 목소리가 나오지만 실질적으로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보도가 나온다.

▲26일 주요종합일간지 1면 모음.
▲26일 주요종합일간지 1면 모음.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모두 1면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제외하고 모두 1면 탑기사로 이 내용을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1면 탑기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한 내용이었다.

다음은 주요 종합일간지 1면의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북, ‘한·미·일 동시 겨냥’ 미사일 3발 쐈다”
국민일보 “북, 이번엔 ICBM 등 섞어쏘기…핵 기폭장치 시험도”
동아일보 “북, 한미일 겨냥 3바 발사…핵실험도 초읽기”
서울신문 “레드라인 또 넘은 북, 7차 핵실험 임박”
세계일보 “ICBM 쏜 北, 핵 기폭장치 작동 시험”
조선일보 “핸드프린팅에 남긴 상생 약속”
중앙일보 “북 ICBM 쏘고 핵실험 조짐…윤 대통령 강력 경고”
한겨레 “한미 겨냥한 북 미사일…윤석열 정부 안보 시험대”
한국일보 “北도 강대강 맞불…ICBM 이어 핵실험 징후”

한미일 공조에 북한 미사일 ‘섞어쏘기’ 강대강 대응

북한이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ICBM과 탄도미사일을 혼합해 쏜 것은 처음이며 언론은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시험하고 미국과 한·일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라고 봤다.

한·미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곧바로 연합 지대지미사일 실사격을 실시했는데 양국이 북한의 군사 행동에 공동으로 대응한 것은 2017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강경한 대응 등에 앞으로 북한의 도발에 우려를 보이는 언론이 많았다. 북한은 다음 대응으로 7차 핵실험 등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6일 동아일보 3면.
▲26일 동아일보 3면.

조선일보는 이 같은 안보 우려에 동맹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사설을 썼고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정책의 균형을 위해 대화라는 대안도 생각해야 한다는 논조의 사설을 썼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는 시계 제로 상태다. 김정은은 한국을 향해 ‘핵 선제 공격’을 협박했다. 곧 7차 핵실험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며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대북 제재를 풀기 위해 무슨 도발이라도 할 태세”라 우려했다.

이어 “세계가 신냉전 상태로 들어가면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북·중·러는 더 밀착할 것이다. 이는 그대로 우리의 안보 부담”이라며 “동맹과 우방의 손을 잡고 면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썼다.

▲26일 조선일보 사설.
▲26일 조선일보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1994년이나 2018년 때처럼 극한의 강대강 대결 국면이 조성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발충돌의 위험성이 있는 만큼 상황 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안보당국은 북한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대응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북한을 대화로 유인할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썼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한·미·일과 북·중·러가 각 분야에서 첨예하게 맞서며 군사적 대치까지 치닫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북한의 발사는 우선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대북 강경책들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 연합훈련 확대, 미군 전략자산 전개 등 대북 강경책들만 내놓았을 뿐 북을 대화로 이끌 조치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 사설은 “북한의 움직임이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는 중국·러시아의 움직임과 연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며 “도발에 대한 대응과 함께 긴장을 관리하고 대화의 출구를 찾을 수 있도록 정책의 균형이 절실한 때”라고 전했다.

▲26일 한겨레 사설. 
▲26일 한겨레 사설. 

박지현 못 받아들이는 민주당에
한겨레 “대선 땐 ‘이용’…포용해야”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사과와 내부 비판 발언으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24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행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25일엔 586 정치인들의 용퇴를 거론하고, 성희롱 발언 논란을 일으킨 최강욱 의원에 대해 “비대위의 비상 징계 권한을 발동해서라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반면 당지도부는 박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개인적인 생각일 뿐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26일 동아일보 8면.
▲26일 동아일보 8면.

박지현 위원장은 “대선에서 졌음에도 내로남불이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 정치도 심각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고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최근 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이 낮게 나오자 “편향된 언론환경과 정확하지 않은 여론조사가 국민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 “민주당, 자성의 목소리마저 공격해선 미래 없다”에서 “문제는 사과조차 용납 못하는 당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사설은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 ‘다른 의견을 내부 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는 박 비대위원장의 지적은 민주당 내부에서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라며 “민주당은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합리적 충언조차 용인하지 않는 불통 정당임을 자인한 셈”이라고 썼다.

▲26일 국민일보 사설.
▲26일 국민일보 사설.

이러한 민주당에 대한 지적은 일간지 가운데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는 한겨레나 경향신문도 마찬가지였다. 한겨레의 경우 박지현 위원장이 신중한 논의를 하지않고 발언을 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으나 민주당에서는 그를 이미 위원장으로 세웠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자기들의 부족은 생각하지 않고 여전히 남탓을 하고 있다. 상당수 의원들은 이런 사정을 다 알면서도 강성 지지자들의 공격이 무서워 입을 다물고 있다”며 “(박지현 위원장의) 정당한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조차 수용하지 못하는 행태가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장 심각한 것은 이런 성찰과 당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한 당 지도부의 태도”라며 “말로는 혁신하겠다면서 정작 내부의 문제 제기는 틀어막는 이중적 행태가 실망스럽다”고 썼다. 윤 비대위원장이 비공개회의에서 박 위원장을 향해 “지도부로서 자질이 없다”고 말한 점과 박홍근 원내대표도 “개인으로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나”라고 말한 것 등을 두고 비판한 것이다.

▲26일 경향신문 사설.
▲26일 경향신문 사설.
▲26일 한겨레 사설.
▲26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 사설 “‘박지현 쇄신안’ 고성 오간 민주, 국민 따가운 시선 새겨야” 역시 “지도부가 일제히 선을 그으면서 불협화음만 노출된 모양새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썼다.

다만 한겨레는 “박 위원장이 쇄신안이나 책임론 제기에 앞서 당내에서 충분하고 신중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건 적절치 않다”고 쓰기도 했다.

이어 한겨레는 “그의 문제제기의 핵심을 지금 민주당이 놓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대선 막판 영입한 그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고 이제 와서 ‘정치적 미숙함’을 비난하는 것은 박 위원장의 ‘이미지’만 이용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다른 의견’을 과감히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민주당 쇄신이 첫발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반복되는 총기난사, 총기규제 안되는 이유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에서 24일(현지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서 어린이 19명을 포함해 최소 21명이 숨졌다. 미국에서는 반복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해 총기 규제 법안이 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총기규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는 적다고 한다.

▲26일 서울신문 14면.
▲26일 서울신문 14면.

경향신문은 14면에 “미, 끊임없는 총기 참사 뒤엔 막강한 ‘로비’·공화당의 ‘뒷짐’”이라는 기사를 배치했다. 크리스 머피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2012년 자신의 지역구인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20명과 교사 등 성인 6명이 사망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후 총기구매 자격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인물인데 이번 총기 사건 이후에도 총기 규제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미국에서 총기규제가 어려운 이유를 두고 “우선 미국은 수정헌법 2조를 통해 개인의 총기 소유 및 휴대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다. 총기 소지 권리는 정부도 침해할 수 없는 기본 권리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총기 소유 권리를 주장하는 이익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의 막강한 로비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500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NRA는 워싱턴 정가에 대규모 정치자금을 후원하며 연방 및 주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유명하다는 것이다.

▲26일 경향신문 14면.
▲26일 경향신문 14면.

경향신문 이 기사는 “한 해 2억5000만달러 이상의 예산을 쓰는 이 조직은 총기 소유권 옹호를 위해 막대한 로비 자금을 뿌리고 있다”며 “또 NRA는 선거철이 되면 총기 소유권을 얼마나 옹호하는지에 따라 후보자에게 A부터 F까지 등급을 매기는데, 이 같은 분류는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해 미국에서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은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를 강화하고 온라인 공간이나 사적 거래로 총기를 구매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상원에서 막혔다고 한다.

이 사건 이후에도 NRA는 오는 27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연례 총회를 개최할 예정으며 애벗 주지사는 물론이고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공화당 거물급 인사들의 연설이 예정됐다는 소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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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때 위기관리지침 무단 개정 회의 참석한 국정원장 후보자 “관여 기억 없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5/26 08:34
  • 수정일
    2022/05/26 08:3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판결문 제시하자 “첫 회의에만 참석...개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25. ⓒ뉴시스
 
“직접적으로 관여한 기억이 없다.”

25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가정보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 때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위기관리지침)이 무단으로 개정되는 것을 알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당시 김규현 후보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국가안보실 1차장 소관의 위기관리센터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신인호 당시 위기관리센터장이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의 지시 등에 따라 관련 지침을 무단으로 수정하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알았으면 큰 문제지만, 몰랐어도 심각한 무능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부분이어서, 야당 위원들의 집중적인 질의가 이어졌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25. ⓒ뉴시스

“지침 개정 관여 없었다”는 후보자
판결문 제시하자 “첫 회의엔 참석”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터진 후 “재난의 커트롤타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아니라 안전행정부”라고 주장했는데, 대통령훈령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국가 재난 상황에서 전략 커뮤니케이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라고 돼 있었다. 당시 청와대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보여 달라는 국회의 요구를 “대외비”라며 거부하고, 그해 7월 무단으로 이 지침을 개정했다. 대통령 훈령을 개정하려면 10일 이상의 의견조회, 법제처 심사,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관련 지침을 지워버린 것이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관건은 ‘이 같은 무단 지침 변경에 후보자가 얼마나 관여 했나’였다.

이날 김규현 후보자는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위기관리지침을 무단으로 수정했는데, 알고 있었나?”라는 조정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관여한 기억이 없다”라고 답했다.
 
서울중앙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2014년 6월 28일 유민봉 수석 주재 회의와 7월 1일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 회의 등에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이에는 국가안보실에서 김규현 제1차장 등이 참석했다. 또 이 회의에서 지침 개정 필요성, 개정 방향과 개정 시기 등에 대해 논의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실 PPT 자료

이에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그가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을 제시하며 “위기관리지침 개정하는 회의에 참석했나?”라고 다시 질의했다. 그제야, 그는 “첫 회의에는 간 것 같지만”이라며 인정하면서도 “(지침 개정) 과정에 참여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2014년 6월 28일 유민봉 수석 주재 회의와 2014년 7월 1일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 회의 등에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는데 김규현 후보자는 이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에서는 지침 개정의 필요성과 개정 방향 및 시기 등에 대해 논의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규현 후보자는 2014년 7월 하순경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침이 아직도 수정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질책을 받았다. 이에 대통령 훈령 개정 절차를 거칠 경우 정상적인 개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방법으로 7월 31일까지 지침을 수정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실 PPT 자료
또 해당 재판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규현 후보자는 2014년 7월 하순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침이 아직도 수정되지 않았느냐’는 질책을 받고,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방법으로 같은 해 7월 31일까지 지침을 수정하기로 한 뒤, 이를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 실장에게 보고했다.

윤 의원이 해당 검찰 공소장을 제시하며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질책받고 7월 30일까지 (무단으로) 수정하기로 한 것 아니냐”라고 지적하자, 김규현 후보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지침 무단 변경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묻는 조정식 의원 질의에서는 “모른다”고 했다가, “관련 회의에는 참석했다”는 답변이 나오자,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아까 (앞선 질의응답에서) 위기관리지침 변경 사안을 모른다고 했는데, (판결문 내용 보면)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실제 변경 절차에 참여했다는 것 아닌가”라며, 후보자의 정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김규현 후보자는 “그 당시 그걸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라며 “국가 전반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전반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구체적으로 지침을 어떻게 해야한다 그런 내용은 깊게 다루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이에 김경협 의원은 “상식적으로 위기관리센터를 관장하는 1차장이었고, 안보실장과 위기관리센터장이 이를 변경하는 것을 중간에 있는 1차장만 몰랐다고 할 수 있나”라고 타박했고, 그는 끝까지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규현 후보자는 대통령 최초 보고시간 논란에 관해서도 자신은 책임 없다는 취지로 일관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 국회 대비 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최초 대통령 보고 시간을 특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참석자 중 한 명이 그걸 어떻게 대통령에게 물어보느냐고 반문하는 바람에 더 이상 논의 없이 묻혔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실 PPT 자료

조정식 민주당 의원이 “세월호 참사 당시 대응 문제와 관련해 후보자는 책임이 자유롭지 못하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각에 대한 논란도 있는데, 최초 보고시간이 몇시였나?”라고 묻자, 그는 “(당시) 상황실 근무자 모두 (실무자가 작성한) 일지 등에 따라 10시로 알고 있었다”라며 실제 보고시간이 10시가 아니었다는 것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인지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검찰조사에서 최초보고시간은 10시가 아니라 10시 19~20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로도 김 후보자는 실무자가 작성한 일지 등에 따라 상황실 관계자 모두가 최초 대통령 보고시간을 10시로 알고 있었고, 자신도 직접 보고한 게 아니라서 정확한 시간을 몰랐다는 취지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윤건영 의원은 “피고 (비서실장) 김기춘과 김 후보자가 함께한 회의에서 대통령 보고시간을 특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 했더니, 그것은 대통령에게 물어볼 수 없다고 해서 그대로 묻혔다는 게 1심 판결문 내용”이라며 “당시 지휘 선상에 있던 모든 관계자가 10시로 알고 있었다는 것은 사후에 10시로 입을 맞추기로 작당했다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고의 책임에서 김 후보자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지만, 그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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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왜 일본에만 선물을 줬나... 윤석열 정부의 오산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한미정상회담이 남긴 숙제

 
 
 22.05.26 06:26최종 업데이트 22.05.26 06:26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2.5.22 ⓒ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면서 아태지역 외교안보 정책의 시동을 본격화했다. 중국 견제 및 이를 위한 동맹국들과 연대 강화를 아시아 외교의 기본 틀로 삼은 그의 첫 해당지역 순방이다. 앞서 한일 정상과의 만남은 워싱턴에서 있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해당 지역 방문을 통해 중국과 전 세계에 자신의 외교정책 메시지를 명시적으로 보낸 셈이다.

한국과 일본 입장에서는 각각 새 대통령과 총리가 들어선 후 대미 외교의 첫 발을 내디딘 의미도 있다. 대미관계가 외교정책의 핵심인 두 나라 모두 새 외교 노선과 전략을 선보임으로써 미국의 지지와 협력을 구하는 자리가 됐다. 하지만 두 나라의 성적표는 달랐다. 일본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숙원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 메시지를 얻었지만 한국은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선물 챙긴 일본, 한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방문 첫 일정은 삼성전자 평택공장 방문이었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방문 현장에서 "텍사스에 3000개의 새 일자리 창출 효과"라며 감사를 표했다. 현대차 또한 미국에 총 1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한 기간 자국 국민에게 보여줄 성공한 비즈니스 외교라는 성적표를 챙겼다.

반면 한국은 바라던 첨단 신흥 기술 분야에서 구체적 성과 없이 '인적교류 확대', '연구개발을 통한 파트너십 증진' 등 추상적 합의만 얻어냈다.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 대해 '양질의 노동력과 인프라 제공'이라는 당연한 약속을 주었을 뿐이다. 미국의 구체적 투자 약속이라곤 넷플릭스 자회사의 6년간 1억 달러 규모 투자, 바이오 의약품 부품회사의 투자 양해각서 등이 고작이었다.
 

▲ 기시다 일본 총리와 의장대 사열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 (도쿄 AP=연합뉴스) 지난 23일 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이를 의식하듯 일부 언론은 한미 동맹의 안보협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들도 인정하듯 앞으로의 안보협력은 군사동맹을 넘어 경제동맹을 통한 공급망 안정성 확보 등 포괄적 안보협력으로 진화 중이다. 한국에 아쉬운 대목은 이 부분이다. 단순히 산술적 대차대조표뿐 아니라 한미 경제동맹에서 한국이 차후 수확할 열매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방문에서 주목할 경제안보 분야 의제는 인도-태평양 경제체제(아이피이에프, IPEF) 출범이다. IPEF는 지난해 10월 16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화상회의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첫 구상을 밝힌 체제다. 그리고 7개월만인 지난 23일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 방문 이틀째 '번영을 위한 IPEF' 행사를 주재해 공식 출범을 알렸다.

 16차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IPEF 필요성과 관련해 무역 촉진, 디지털 경제와 기술 표준 정립, 공급망 회복력 달성, 탈탄소화와 청정에너지, 노동 분야 표준화 등을 강조했다.

당시 회의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참석한 것에서 보듯 명목상으로 새 기구 참여의 제한 요건은 없었다.

IPEF와 중국

하지만 IPEF 참여 자격은 사실상 미국이 결정하며 목적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대만은 체제 참여를 원하지만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해 미국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중국도 참여할 수 있지만 IPEF 참여를 위한 자격은 일괄적이지 않으며 13개 참여국의 조건이 저마다 다르다.

이는 이해관계가 다른 참가국들에 대한 자격 조건을 유연하게 해주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중국의 참여를 사실상 어렵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와 관련해 박진 외교부장관은 "중국이 새로 형성되는 인도태평양 질서와 규범을 존중해가면서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해 사실상 중국이 백기를 들지 않는 한 참가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박진 외교부 장관이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화상 통화를 하고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한중 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두 장관은 이날 상견례를 겸한 화상 통화에서 한중 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글로벌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2022.5.16 ⓒ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 방문 일정 속에서 IPEF 출범을 주재했고 동시에 일본, 인도, 호주 정상들과 함께 4자안보회의(쿼드)를 개최하기도 했다. 쿼드가 미국이 주도하는 아태지역 군사안보협력체제라면 IPEF는 같은 지역의 경제안보협력체제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한 중국의 거센 반발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구 출범 논의 과정부터 중국은 자의 타의로 배제됐고 공식 출범 후 13개 참가국에도 명단을 올리지 않았다. 대신 이와 관련해 노골적 불만을 드러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IPEF 출범에 대해 "큰 물음을 제기한다"면서 "특정 국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쿼드 정상회의와 관련 "분열을 조장하는 전략이고 대립을 선동하는 전략이며 평화를 파괴하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는지에 대해 '큰 물음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보다 중국의 노골적 지역패권 의식과 팽창주의, 자국 내 인권문제, 주변국에 대한 위협적 접근에 대한 우려가 오히려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지역동맹체제를 구축할 좋은 명분을 준 것은 아닌지 중국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한국에 남은 숙제

하지만 명분과 도의를 논하기에 앞서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감정적 대응을 하려는 징후가 보이는 것이 국제무대의 현실이다. 한국은 이에 대한 예상과 대비가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 진영을 떠나 국내 다수의 여론은 한국이 미중 갈등 속에서 균형 있는 자세로 중추국(pivot state)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국은 이제 그럴 경제적, 군사적, 문화적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이 남긴 것들 중에는 선물보다 숙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 한 것은 소득이 아닌 확인이다.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의미다. 새 정부의 안보전략이 아쉬운 부분이 이 지점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은 수십 년 이어져온 과거의 프레임이다. 이미 경제적 선진국, 군사적 강국으로 발돋움한 지금의 한국이 만족할 수 있는 안보 우산이 아니다.

이러한 낡은 우산을 붙들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한국에서 대규모 투자라는 큰 선물을 챙긴 미국이 정작 일본에서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지라는 선물을 풀었다. 물론 미국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지지 발언을 처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갈등 속에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일본에 대한 기대는 과거와 다르다.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21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부근 전쟁기념관앞에서 ‘중국과의 대결 위한 쿼드 참여 반대’ ‘신냉전 부르는 한일/한미일 동맹구축 반대’ ‘한반도 전쟁위기 격화시킬 전략자산 전개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어느 때보다 동맹국 일본이 영향력 있는 국가로 나서 주기를 바라는 미국의 의도를 섣불리 봐서는 안 된다. 일본은 미국의 지지 하에 어느 때보다 군사 재무장에 박차를 가할 소지가 높다. 많은 전문가의 지적처럼 잠깐의 방심은 한국이 중추국이 아닌 파쇄국(shatter zone state)로 전락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위험이 큰 게 지금의 국제정세다. 새 정부는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어떤 준비가 돼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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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ICBM 포함 탄도 미사일 3발 발사

정부, “더 강력하고 신속한 연합 억제력 강화로 귀결될 것”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05.25 07:22
  •  
  •  수정 2022.05.25 10:44
  •  
  •  댓글 0
 

북한이 25일 아침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3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합참)은 “우리 군은 오늘 오전 06시경과 06시 37분경, 06시 42분경,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각 1발을 포착하였다”고 발표했다.

“현재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전 7시 35분부터 1시간 동안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공조 바탕으로 안보리 결의 등 대북 제재 철저 이행, △한·미 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 실행력과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을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참석자들은 이번 북한의 도발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본국 도착 전에 이루어진 것에 주목하였다”고 알렸다. 20일부터 한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오후 귀국길에 올랐다.  

이에 앞서, 24일 오전에는 중국 폭격기 2대와 러시아 전투기 및 폭격기 4대가 독도 동북쪽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도쿄에서 ‘중국 견제’ 목적의 ‘4개국 안보협의체’(QUAD)를 주재하던 시점이다.

정부는 25일 NSC 직후 ‘성명’을 통해 “북한이 오늘 ICBM(추정)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불법행위이자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지속된 도발은 더욱 강력하고 신속한 한미 연합 억제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으며,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며,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실질적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아울러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도발이 장거리와 단거리 연이어 발사한 것이어서, 여러 미사일 섞어서 발사한 것이어서 전략적 함의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거리 미사일은 “ICBM급”이라고 밝혔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도 24일(현지시각) “우리는 오늘 북한이 다수의 미사일을 발사한 걸 알고 평가 중이며, 동맹 및 우방국들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 미사일 발사가 미국 병사와 영토, 또는 동맹국에 즉각적인 위협은 아니지만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의 불안정한 영향을 부각시킨다”고 했으며,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 약속은 철통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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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公共)’과 ‘민영(民營)’ 어떻게 다른가?

MB노믹스’와 ‘줄푸세’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김용택 | 2022-05-25 09:41:2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입에 달고 다니는 대통령시대가 열리면서 또다시 ‘공공(公共)’과 ‘민영(民營)’에 대한 힘겨운 싸움이 시작됐다. 우리는 지난 이명박시대 ‘MB노믹스’와 박근혜시대의 친부자정책인 ‘줄푸세’를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란 이명박정부의 ‘MB노믹스’, 박근혜정부의 ‘줄푸세정치’다. ‘감세 및 재벌관련규제완화, 그리고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통한 경제 살리기, 경제살리기를 통한 안정된 일자리의 창출과 복지의 구현, 작은 정부의 구현 그리고 공권력에 의한 엄정한 법 집행’이 윤석열정부가 따라가겠다는 친부자정책이다.

<이명박의 ‘MB노믹스’= 박근혜의 ‘줄푸세’=윤석열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윤석열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말했다. 윤석열대통령은 ‘자유’와 ‘자유민주주의’를 별나게 좋아한다. 그가 좋아하는 ‘자유’니 ‘자유민주주의’란 정말 ‘오월 정신’이요,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인가? 피비린내가 채 가시지 않은 5월 최루탄가스로 뒤범벅이 된 금남로 거리를 행진하면서 민중들이 불렀던 ‘님을 위한 행진곡’에 담긴 광주정신은 불의와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정신이요,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중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었다,

윤석열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와 자유민주주의는 ‘경제적으로 정경유착과 시장만능주의에 기반한 약육강식을 정당화하기 위한 민주주의’로 ‘반공과 반북, 개발독재’라는 이데올로기가 담겨 있다. 자본주의가 선호하는 자유와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평등 중 자본이 선호하는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의 자유민주주의란 ‘개인과 기업의 자율성을 중시하면서, 정부가 경제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경제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민주주의다.
 
<‘공공성’과 ‘민영화’ 중 어떤 정책이 친헌법적일까?>
 
‘공공성(公共性)’과 ‘민영(閔泳化)’ 중 어떤 정책이 친헌법적일까? 공공성과 비슷한 말은 ‘공익’, ‘공공규범’, ‘집단이익’과 같은 ‘사적인 것에 대립하는 것’, 혹은 ‘사적인 것을 넘어서 하나의 총체로 집계하거나 대표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민영화란 ‘정부의 구실과 규모의 축소를 통한 정부 개혁의 방법으로 매각을 통해 공기업 및 공공자산의 소유권이나 경영권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민영화는 1970년대 선진국의 경제불황으로 인한 정부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정부 개혁 방안의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하는 ‘풀수 있는 규제는 다 풀겠다’는 것은 이명박의 ‘MB노믹스’, 박근혜의 ‘줄푸세’와 이명박의 ‘MB노믹스’의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다.
 
<‘MB노믹스’와 ‘줄푸세’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윤석열대통령이 만들겠다는 세상은 ‘MB노믹스’와 ‘줄푸세’의 같은 말 ‘민영화’와 ‘공공기관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다. 법인세와 소득세의 감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인하하면 그 혜택의 대부분이 대기업과 고소득자, 고액자산가에게 돌아간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하던 MB노믹스와 박근혜정부가 주장하는 줄푸세와 닮아도 너무 닮지 않았는가? 그렇잖아도 지금 세계경제는 MB시대 3F(Fuel, Food, Finance)위기와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등 원자재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함으로써 비용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이 예고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규제를 풀면 출자총액제한제도 철폐나 금산분리 완화로 ‘친재벌’적인 규제완화로 이어질게 뻔하다.

윤석열정부의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 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 지분 일부를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사실무근이라며 민영화에 선을 그었지만 김 실장이 밝힌 인천공항 지분 매각 구상은 이명박 정부 때와 판박이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전력시장·요금 체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인수위가 발표한 에너지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정책발표 때에도 “한전 독점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다양한 수요관리 서비스 기업을 육성”한다고 밝혀 전력시장을 민영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력시장의 민영화 다음은...?>

 

민영화(民營化)란 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을 민간자본에 매각하고 그 운영을 민간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새누리당-이명박 정부 때 강행하던 공공 부문 민영화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초인 2008년부터 민영화 정책을 강행했다. 그러나 임기 첫해 광우병 쇠고기 수입, 민영화 반대 등을 외치는 촛불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특별기자회견에서 “가스, 물, 전기가 전부 민영화 된다는 소문이 있는데 국민은 더 이상 이에 대해 염려하지 마시라”며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한 말을 저버리고, 우회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했다.

우리헌법은 ‘평등’과 ‘자유’라는 상반된 가치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공공성’과 ‘상품’도 마찬가지다. 윤석열정부가 지키겠다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다 국민저항으로 중단한 철도민영화, 의료민영화 교육민영화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면 누가 살기 좋은가?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면 사용자는 좋을지 몰라도 노동자는 나락으로 내몰리기 된다. 평등 없는 자유, 공공성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민영화하면 국가가 존재할 이유가 무엇인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자유민주주의로는 헌법이 지향하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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