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준엄한 정권심판‥여당 참패, 야권 압승



 

[지역구] 민주 161, 국힘 90, 진보 1, 개혁 1, 새미래 1

[비례] 민주연합 14, 국민미래 19, 조국 12, 개혁 2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4.10총선, 주권자인 국민은 정부‧여당에 철퇴를 내렸다. 개표율 99.8% 현재 국민의힘은 지역구 254석 중 90석, 비례 19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현 114석조차 지켜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161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54.1%를 받아 낙승했다. 비례는 14석을 확보했다.

정권 심판의 돌풍을 일으켰던 조국혁신당은 비례 12번까지 국회에 입성한다. 조국 대표는 비례 2번이다.

민주당과의 야권단일화를 이룬 진보당은 울산 북구에서 당선자를 냈다. 비례 2명을 포함 국회의원 3명의 원내 정당이 됐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화성을에서 신승했고, 비례도 2명을 확보했다.

새진보연합은 용혜인 대표를 비롯해 2명의 당선자를 냈다.

새로운미래는 광주에 출마한 이낙연 대표가 낙선한 대신 세종을에 출마한 김종민 후보가 당선했다.

녹색정의당은 심상정 의원마저 낙선하면서 원외 정당으로 전락했다.

 

국민의힘, 패배 책임과 당권 경쟁

정권 심판의 태풍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내 건 ‘이조 심판론’은 패착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패배에 대한 한 위원장의 책임론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한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도 불투명해 보인다. 더구나 당 대표를 노리는 안철수, 나경원 후보가 예상을 엎고 당선되면서 당권 구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장차관‧대통령실 출신의 초라한 성적표

정권 심판 민심은 윤석열 정부 장‧차관 출신 후보를 직격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 박민식 보훈부 장관, 방문규 산업통상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김완섭 기획재정부 2차관 등이 줄줄이 낙선했다. 권영세(용산) 통일부 장관을 제외하면 모두 영남권에 출마한 후보들만 당선됐다.

대통령실 출신 후보들도 성난 민심을 피해가지 못했다. 전희경 정무1비서관, 장성민 정책조정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서승우 자치행정비서관 등이 고배를 마셨다. 일명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중에서 분당을 김은혜 후보를 제외하면 당선자는 모두 영남권에 출마한 후보들이다.

 

야권후보단일화와 조국 돌풍

야권의 압승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성난 민심의 반영이라는 분석에 이견이 있을 리 없다. 다만 야권후보단일화와 조국 돌풍이 ‘정권 심판’ 민심에 기름을 부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권 심판론이 가장 강했던 곳은 역시 수도권이었다.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서울 48곳 중 37곳, 경기 60곳 중 53곳, 인천 14곳 중 12곳을 확보했다. 수도권 전체 122석 중 102석을 싹쓸이한 것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을 비롯 진보당과 민주당과의 야권후보단일화가 잡음없이 진행되면서 정권 심판론은 더욱 힘을 받았다. 특히 조국혁신당의 출현은 이번 선거 최대 변수로 작동했다.

‘조국 돌풍’ 덕분에 조국혁신당은 비례 12번까지 국회에 입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했던 진보당은 울산 북구 윤종오 후보가 55.1%로 당선했다. 비례에 출마한 3명 중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정혜경, 보건의료 노동자 전종덕 후보가 국회 문턱을 넘었다. 또한 총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제주시 아라동을 선거구에 출마한 양영수 후보가 당선했고, 이종문 후보가 부천시의원에 당선했다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尹대통령 '사면초가'…초유의 '식물 대통령' 기로에



이재명·조국 '사법리스크' 압도한 '정권심판' 총선

임경구 기자 | 기사입력 2024.04.11. 02:58:34 최종수정 2024.04.11. 05:43:11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방송사 출구조사와 달리 일부 접전지에서의 결과가 유동적이지만, 범야권의 180석 확보는 확실시되고 있다. 출구조사 결과나 개표 진행 중 한때의 전망으로는 '야권 200석', 즉 대통령 탄핵과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진 초유의 여소야대 지형이 가시화되는 듯했다. 그나마 국민의힘이 일부 접전지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뒤엎고 승리하며 최악의 상황은 모면하게 됐으나, 윤 대통령과 여당 앞에 남겨진 과제는 녹록지 않다.

'사법 리스크'를 달고 있는 대표들이 이끈 야당에 '사당화' 등 공천 파동과 후보자들의 막말, 편법 대출 의혹이 크게 부각됐음에도, '묻지마 정권심판' 민심을 잠재우지 못했다. 민심이 선거로 표출한 정서적 탄핵이다.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간 정상적 국정운영을 장담하기 어려운 사면초가 상황에 내몰렸다.

전국 개표율이 90%를 넘어선 11일 오전 2시30분 현재,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위성정당 의석을 포함해 112~114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돼 총선 패배가 확실시된다. 민주당은 단독 과반을 넘어 170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조국혁신당이 12석가량을 비례대표 몫으로 할당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간평가 성격인 이번 총선에서 심판론의 화살과 책임은 오롯이 윤 대통령으로 향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돌격형 정치 노선이 복수혈전을 방불케 하는 이재명·조국 대표의 맞대응에 자양분을 제공한 점이 뼈아프다. 여권이 "범죄자 연대"라고 몰아붙인 이·조 대표가 윤 대통령을 협공하는 야당의 카운트파트로 한꺼번에 부상했다.

이·조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맹렬할수록,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에 대한 잣대와 비교됐다.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 "박절하게 대하기 어려웠다"며 감싼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윤 대통령이 약속한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법치의 기준이 형해화됐다.

김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순방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이번 총선을 지배한 '배우자 리스크'는 윤 대통령 남은 임기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를 외면해온 윤 대통령의 조치가 시급해졌다.

무엇보다 취임 이후 한번도 회담을 갖지 않았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태도가 변화할지 주목된다. 여전한 사법 리스크에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입법부 실권자로 떠오른 이 대표와 정치적 적대가 지속될 경우, 여야 관계는 내전 수준으로 격앙될 전망된다.

국정운영 기조와 방향에 관한 전면적인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소모적인 힘겨루기 양상으로 반복됐던 교착 정국의 무게추가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기울었다.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를 편의적으로 우회한 시행령 정치도 구사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총선 정국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석연치 않은 행보가 의심을 키워 초미의 쟁점이 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윤 대통령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야당이 21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 행사로 맞설 경우, 거부권조차 여의치 않아지는 22대 국회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쪽은 윤 대통령이다. 민주당은 총선 뒤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특검법 처리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이 24회에 걸친 민생토론회에서 내건 총선용 약속도 대부분 무위로 돌아갈 전망이다. 약 900조 예산이 투입되는 재정 정책에 야당이 입법적 뒷받침으로 호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면적인 국정운영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진 만큼, 윤 대통령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대통령실을 비롯해 강경 이념형 장관들이 다수 포진한 내각 개편이 방향 전환의 시험대다.

다만 가뜩이나 윤 대통령의 인사풀이 협소한 데다 총선 참패로 원심력이 커진 여권 내부 상황이 변수다.

'정권 2인자' 격인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조기 등판에도 총선 참패를 피하지 못한 후폭풍이 '당정 공동체' 붕괴로 가시화될 수도 있다.

총선 과정에서 언급됐던 윤 대통령의 출당 요구까지 본격화될 경우, 윤 대통령 스스로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될 것"(2023년 1월 <조선일보> 인터뷰)이라고 했던 예고는 현실이 된다.

국정운영 주도권을 상실한 윤 대통령 앞에는 고물가와 의정 갈등을 비롯한 대내외적 당면 현안들도 즐비하다.

특히 총선 이후로 미뤄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문제를 놓고 의료계와 원만한 타협이 도출될지 불투명해졌다. 윤 대통령이 임기 동안 주력해온 한미 동맹 강화, 한미일 공조 일변도 외교노선도 연말 미국 대선과 맞물려 격랑이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도시주택공급 점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임경구 기자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선 “尹대통령 오만” 중앙 “한동훈 셀카만” 동아 “용산 충격”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간신문, 여권 참패에 일제히 대통령실-한동훈 리더십 비판...정부 국정기조 전환 요구

기자명이재진 기자

  • 입력 2024.04.11 07:24

  • 수정 2024.04.11 07:25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국회도서관 개표상황실에서 22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국민의힘tv 영상 갈무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11일 새벽 기준) 민주당 단독 과반에 범야권 170~180석이 예상된다. 정권심판이라는 민심을 확인하면서 정부 여당의 기조가 바뀔지 주목된다.

11일자 아침신문은 여권의 참패에 성난 민심을 확인한 결과를 전하면서 미묘하게 보도가 갈렸다. 조선일보 1면 제목은 <범야 기록적 대승, 국민의힘 참패>였는데 중앙일보는 <여당 압승...민심은 여당에 매서웠다>, 동아일보 <‘불통정권 심판’ 與 최악 참패...범야권 180석>이었다. 제목으로만 보면 동아일보가 가장 매섭게 질타한 모양새이고, 조선일보는 덤덤하게 결과 내용만 전달한 식이다.

 

동아 “정부에 대한 불신 커져”

동아일보는 11일 오전 3시 58분 기준(93.36%)으로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이 얻는 비례 의석을 합치면 범야권 의석은 187석으로 예상된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과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이 얻었던 183석보다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여당이 이런 격차로 참패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정책 및 입법 주도권도 거야(巨野)가 쥐고 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라며 대통령실이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여권 참패 요인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오기와 독선에 따른 불통 논란에 중도층이 등을 돌린 것”이라고 지적하고 “고물가 속 민생고가 가중되고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는데도 정부가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져 야권의 정권심판론 바람을 막지 못했다”고 했다. 국정기조 전환과 인적개편, 특히 총선 참패 요인을 놓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 동아일보 1면.

조선 “국민의힘에서 이탈표 10표만 나와도”

 

조선일보는 “사상 최대 격차의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나타난 총선 결과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민심의 엄중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전반 2년뿐 아니라 남은 3년도 거야(巨野)와 함께해야 하는 만큼 국정 운영 스타일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고 전망했다.

조선일보 2면 <용산은 불통, 여당은 전략 부재… 보수 지지층도 등 돌렸다>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지적한 것도 주목된다.

“작년 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등판할 때부터 상당수 의원은 ‘야당과 말싸움하며 존재감을 키운 한 위원장의 캐릭터상 중도 외연 확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 1월 ‘윤·한 갈등’ 이후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적극적인 차별화에 나서지 못했다는 평가다. 현역 의원들을 대거 그대로 공천하면서 인물 구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의 전략 실패라고 했지만 사실상 한동훈 위원장의 경쟁력과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한 내용이다.

▲ 조선일보 2면

조선일보는 이조(이재명 조국) 심판론 전략에 대해서도 “집권 여당으로서 비전 제시나 정책 프리미엄을 내놓지 않은 것은 중대 패인”이라며 “이러한 ‘집토끼 우선 전략’은 결국 지난 총선 수준의 수도권 참패와 함께 ‘미니 정당’ 규모의 ‘도로 영남당’ 성적표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선거 결과 예측을 놓고 줄곧 국민의힘 단독 과반을 예상했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에서조차 정권 심판 행렬에 상당수 동참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지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에서도 보수 진영의 표가 흔들렸다는 얘기다. 60대 이상 높은 투표율을 기대했던 여권 입장에선 정권심판 바람이 어디까지 불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3면 <범야 190석 안팎… 與서 이탈표 나오면 대통령 거부권도 무력화>에선 조선일보의 위기감이 묻어난다.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22대 총선에서 190석 안팎의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주당은 현 정권 내내 사실상 모든 입법 권력을 독점하게 됐다. 여기다 여권 분열로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10표 이상 나올 경우엔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은 무력화되고, 개헌은 물론 대통령 탄핵도 가능해진다”고 했다. 이탈표라는 전제를 깔긴 했지만 심리적 저지선이 낮은 10여표라는 숫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 가운데 김건희 특검법이나 간호법 같은 경우는 여당 내에서도 ‘거부권 행사가 지나치다’라는 의견이 있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언제든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우회적인 암시다.

개헌도 가능하다고 거론하면서 친명 의원의 말을 전했다. 그는 “4년 중임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권한을 대폭 축소하며 검찰 등 권력기관 개편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동안 누구나 대선 때 공약했으나 여당이 되면 나 몰라라 했었는데 지금이야말로 개헌의 최적의 기회”라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도 언급했지만 “범야권 의석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면서 임기를 단축시키는 부칙을 삽입해 조기 대선을 치르는 방안에 대해선 “학계에선 헌법 개정 당시의 현임 대통령의 임기를 조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반론도 많다”고 했다.

여권 참패 요인과 관련해 조선일보는 특별히 한꼭지를 할애해 김여사 리스크를 꼽기도 했다. 5면 <‘김여사 리스크’ 국민 눈높이 못 맞춘 대응… 與 전통 지지층 이탈>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11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이 불거진 뒤로도 두 달여간 침묵하는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대응을 하면서 중도층뿐 아니라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 이탈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중앙 “당장 바꿔라”

중앙일보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가 전면적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야당과 만나면서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의 제언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2면에서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을 비중있게 실었다. 어느 정도로 충격에 빠졌는지 모습이 예상되는 내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참담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한 핵심 참모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결국 민생 악화에 따른 정권 심판 심리가 작동했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의 표심도 확실히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실 관계자가 “당장 여당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부터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는 대목은 의미가 적지 않다. 대통령 탈당이 여권에서 분출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대통령실에서 직접 탈당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뜻이다.

중앙일보는 “여당의 총선 참패로 윤석열(얼굴) 정부는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당장 패배 책임론이 대통령실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문제,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발언 등으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슈 자체도 문제였지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응이 논란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3면

4면 <한동훈, 정계 입문 111일 만에 ‘최악 성적표’…미래 불확실>에선 여권 관계자의 말을 빌려 한동훈 위원장의 ‘능력’이 의심된다는 내용까지 꺼내들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선거 전략, 메시지, 정책이 전무했다. 전통적 지지층의 안간힘으로만 버틴 선거”라며 “처음에는 ‘한동훈 효과’를 기대했지만, 결국 한동훈 아닌 누가 했어도 이 정도는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후보는 “막판에 한 위원장이 지역구에 한 번 더 온다고 하길래 완곡히 거절했다. 유세차 위에서 마이크를 또 잡아봤자…”라고도 말했다.

중앙일보는 “‘후보는 없고, 비대위원장만 있는 선거’라는 후보들의 볼멘소리가 이날 비극의 암시였다”며 “한 위원장이 릴레이 셀카 등으로 스타 효과를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주목도를 독식해 정작 지역구 후보 득표에는 실질적 도움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 오만과 불통 리더십 때문” 직격탄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서는 국정기조 전환을 직접 요구했다. 사설 제목은 <참패한 집권여당, 협치·소통으로 국정기조 전면 혁신하라>이다. 중앙은 “총선 결과는 국정 기조의 전면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수직적 당정 관계나 야당과 대결로 일관해 온 지금까지의 방식 대신 소통과 대화, 공감 능력을 발휘해 협치에 나서야 한다”며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여당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런 만큼 먼저 대통령이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고, 국정에 반영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오만 불통 尹 민심이 심판, 남은 3년 국정 어떻게 되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매섭게 질타했다. 조선일보는 “심판론이 선거판을 흔든 것은 여권의 큰 정책 잘못이나 권력형 비리 때문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 리더십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은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후속 조치를 했다면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특검도 총선 후 실시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아무 조치 없이 사과도 않은 채 끝까지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 호주 대사 임명 및 출국과 기자 회칼 테러 사건 발언 논란을 일으킨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문제에 대해서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고집부리다 수렁에 빠졌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언론과 기자회견도 없었다. 불통의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고 했지만 민심에 고집스럽게 역행했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 임기는 3년이나 남았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각종 개혁 과제를 추진해야 하지만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국민을 직접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은 이런 사면초가 상황에서 어떻게 국정을 해나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경향신문은 “여권은 개헌·대통령 탄핵 저지선을 가까스로 지켰지만 윤석열 대통령 조기 레임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레임덕을 언급했다. 경향은 한동훈 위원장에 대해서도 “50대 초반의 젊은 엘리트 여당 대표가 중도층·수도권·청년층 등에 호소력을 발휘해 ‘꼴보수 영남당’ 이미지를 극복할 거란 기대와 정반대 결과가 나오면서 대선 주자로서 한 위원장의 확장성에 의문이 제기됨과 동시에 야당 심판에 치중한 총선 전략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한겨레는 2면 <유권자에 ‘대파’ 당한 윤 대통령…김건희 리스크부터 이종섭까지>에서 여권 참패 요인으로 고물가에 대한 대처 방식을 꼽았다. 고물가에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한단 합리적 가격 발언이 겹치면서 “대파는 심판론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물가와 금리가 급격히 올랐음에도, 정부는 잡지 못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과 이 후보의 ‘대파 발언’까지 겹치면서 정권 심판론은 더욱 공고해졌다”고 말했다.

중도를 대표하는 한국일보는 사설 <민심은 정권을 무섭게 심판했다>에서 “유권자들이 보낸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방식으로 나라를 운영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들어 국정운영의 과감한 방향 전환을 조속히 실천해야 한다. 불통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남은 3년은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전원책 “尹정부 오만·불통에 국민 불만 컸다”

  • 민주당 압승, 공정과 상식 기대 무너져 정권 심판

  • 야당 압승, 윤석열 정권 언론탄압이 정권심판론 불붙였다

 

민주당에 대해선 “오만함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정부 여당의 실정에 따른 것이지 자신들이 잘했다고 오판해선 안 된다. 현 정부 임기 3년간 입법을 통한 국정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커진 만큼 동반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조국혁신당 돌풍에 대해 “심각한 공천파동을 겪은 ‘이재명의 민주당’에 ‘교차투표’를 통한 ‘이중심판’ 성격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겼다. 정권을 응징하면서도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상당 부분 몰아줘 균형을 맞춘 점이 주목되기 때문”이라며 “비례대표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이야말로 정국의 핵으로 등장한 만큼 진중한 원내전략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 # 해시태그

 

이재진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전쟁 같던 최악의 총선, 어느쪽 이기든 끝없는 전쟁 이어진다

[박해성의 여의대교] '여의도 아저씨'의 씁쓸한 총선 관전기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 기사입력 2024.04.10. 05:02:06

아름다운 계절, 봄입니다. 제 사무실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에 자리해 있습니다. 커다란 창으로 한강이 내다보이죠. 요즘 같은 계절엔 꽃들의 색이며 나무의 풍성함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바람에 자꾸만 한눈을 팔게 됩니다.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 살풍경한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란 꽤 고역스럽기까지 합니다.

전쟁 같았던 선거가 끝났습니다. 오늘 밤이면 여야의 운명이 갈립니다. 다들 사활을 걸고 덤볐던 만큼 승패가 드러난 여의도는 한동안 시끌벅적할 것 같습니다. 언론이며 선거 전문가들까지 가세해 결과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소란을 떨 겁니다. 유권자인 우리야 아무 일 없었던 듯 생업으로 돌아가면 되겠습니다만, 결과와 무관하게 무언가 찜찜한 저로서는 그간의 선거 과정을 차분히 돌아볼까 합니다.

저는 이번 선거가 내내 못마땅했습니다. 말들이 넘쳐났지만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모두 화가 나 있어서 더 분노하는 사람이 더 정의로운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도저히 용서하기 어려운 과거의 막말과 잘못들을 감추다가, 들춰지면 어쩔 수 없이 해명하는 뻔뻔한 태도들에 아연실색했습니다.

여야 없이 상대를 향해 저지르는 서슴없는 인격 살인에 아예 눈감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즐비했습니다. 차선(次善)도 사치였습니다. 덜 나쁜 쪽 고르기 시합 같은 이번 선거가 뭐라도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로서 참 난감했습니다. 이런 당혹감이 어디서 비롯된 걸까.

지난 대통령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불리며 우리를 참 피곤하게 했습니다. 0.73%포인트 차이의 결과마저 역대급이었습니다. 승자의 포용도, 패자의 승복도 없이 곧바로 무한대결의 정치가 펼쳐졌습니다. 야권은 국회 권력을 휘두르며 행정부 무력화를 시도했습니다. 집권에 성공한 윤석열 정부는 집요한 수사와 기소로 야당의 숨통을 조이는데 몰두했습니다. 우리 정치에는 오로지 응징과 복수의 의지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번 총선은 이런 대선의 연장전처럼 느껴집니다.

작년 12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정치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견제론이 민심 저변에 깔려 있던 시기였습니다.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정도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조기 레임덕 방지를 위해 여대야소 국회가 절실한 여권은 구당(救黨)의 임무를 그에게 맡겼습니다. 지지층은 환호했죠. 젊음, 세련됨, 전투력을 두루 갖춘 보수진영의 새로운 리더로 그를 반겼습니다.

올해 2월, 더불어민주당이 비명횡사 등 공천을 둘러싸고 자중지란을 일으키자 그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공천은 지지자들에게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가 여론의 변화를 암시했습니다. 정권 심판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고, 국민의힘은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에 이릅니다.

민주당의 집안싸움에 기댄 국민의힘의 부상(浮上)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공천을 끝낸 이재명 대표가 특유의 직진성으로 전열을 정비하고 나서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급해졌고, 독해졌습니다. 쓰지 않겠다던 '여의도 사투리'가 그의 입에서 쏟아져나왔습니다. 야권을 '범죄자 집단'으로 규정하고 '응징에 나서자'고 부추겼습니다. 그러나 수세에 몰린 국면을 타개하기에는 현재까지 상황에서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애초 한동훈 위원장은 검찰 권력을 앞세운 윤석열 정권의 행동대장이었습니다. 정치권에서 경험을 쌓고 역량을 기를 새가 없었습니다. 상상력은 빈곤하고 담대함은 모자랐습니다. 정치 철학은 부재하고 범죄자를 처단해야 한다는 검사로서의 소신만 가득했습니다. 그런 그가 집권당의 사령탑을 맡아 여권의 명운이 걸린 선거를 지휘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던 것 같습니다.

여당의 선거를, 한 위원장을 내내 힘겹게 만든 장본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가히 여권의 '엑스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정(醫政) 갈등과 이종섭(전 주호주 대사)·황상무(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사건 등이 결정적입니다. 본인의 생각과 고집에 갇혀 국민과 싸우겠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이 나서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인 흔치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즈음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릅니다. 상당한 화력에 개인적인 서사와 스타일까지 갖춘 인물입니다. 딱 맞는 타이밍에 선명한 기치를 내걸고 등장하자 민심은 크게 출렁였습니다. 민주·진보 진영 스피커로서의 영향력, 문재인 정부 시절 쌓은 정치적 경험, 정적(政敵)의 집권 후 사법적 수난으로 단련된 내공 등 한동훈 위원장은 조 대표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난감한 처지에 빠졌습니다. 당장 비례대표 선거 득표율에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같은 편이지만 경쟁해야 하는 이런 관계를 설정한 건 조국 대표였고, 그래서 주도권은 조국혁신당에 있었습니다. 지역구도 비례도 민주당을 선택해달라는 '몰빵론'은 이런 국면에서 나온 수세적 캠페인이었습니다. 이재명 원톱 야권 단일대오 구상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총선 과정에서 당내를 평정한 이재명 대표가 마주한 또 다른 곤혹스러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참전입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함께 지지하는 문 전 대통령의 전면적 행보는 이 대표의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선거 이후 국회 운영, 전당대회, 대선 경선 등을 앞둔 그로서는 '친문'의 구심력 확보는 경계해야 하는 일이었을 테니까요.

문재인, 이재명, 조국. 화려한 면면의 야권 인사들이 저마다의 논리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고 나서자 선거전은 더 거칠어졌습니다. 주장이 선명하고 칼끝이 날카로울수록 지지층은 환호했습니다. 김건희·한동훈 특검법 발의가 새 국회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습니다. 대통령의 불법을 전제로 탄핵을 암시하는 발언까지. 야권의 기세는 거침없었습니다.

여야 어디서도 민생을 돌보지 못한 지난 정치를 반성하고 더 좋은 정치를 약속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후보자의 공약을 들여다보며 비교하고 더 좋은 사람을 선택해달라는 뻔한 말조차 없었습니다. 서로 심판하자며 악다구니를 치는 통에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이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저는 도통 알 수 없었습니다.

"피의 시대에서 땀의 시대를 지나 이제 눈물의 시대를 맞이했다." (이어령)

앞선 세대가 흘린 피와 땀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위로하고 공감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갈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지금의 정치 환경에서 우리는 서로를 증오하고 저주함으로써 존재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며 좋은 정치를 갖는다는 게 꿈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제가 응원하는 편의 승패와 무관하게, 그래서 저는 이번 선거가 내내 못마땅했습니다.

어느 쪽이 이기든 제22대 국회는 선거로는 끝나지 않은 전쟁을 이어갈 것입니다. 이긴 쪽은 국민의 뜻이 오로지 심판이라고 믿으며 더 강하게 더 철저하게 상대를 죽이려 나설 것입니다. 나의 한 표는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경고장을 사형 집행 명령쯤으로 왜곡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바깥의 세상은 포근한 봄입니다만, 여의도의 동토는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고 날카로운 바람 소리로 가득합니다. 새 진용을 갖추게 될 우리 정치에 별다른 기대를 할 수 없어 서글픕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선거, 빅데이터, 공공정책 분야의 컨설턴트입니다. 2019년부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지역산업·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국가적 과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 비판적 시민으로서의 감수성과 현실을 직시하는 균형감각을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조준47]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막 던지는 한미 당국의 처지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4/09 [22:33]

  •  
 

‘아니면 말고’

 

최근 기사를 보면 한국이든 미국이든 정부가 전략적 계획과 뚜렷한 목표 없이 마구잡이 식 발표를 하거나 정책을 내놓는 일들이 잦습니다. 

 

먼저 우리 정부가 러시아 기업, 개인 등을 처음으로 독자 제재한 일부터 봅시다.

 

외교부는 4월 2일 “러북 군수물자 운송에 관여한 러시아 선박 2척과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에 관여한 러시아 기관 2개, 개인 2명을 4월 3일 자로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북한과 관련 있기에 대북 제재라고 했지만 러시아 선박, 기관, 개인을 제재한 것이니 실질적으로는 대러 제재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대러 독자 제재로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제재란 상대방이 피해를 보고 어려움을 겪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이번 제재로 러시아가 고통을 받아야 하는데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지난 2년 동안 대러 제재를 했으나 러시아는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우리나라가 독자 제재를 한다고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역으로 우리 쪽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에너지 자원을 정상적으로 수입하지 못하여 지금까지도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당장 하루 만에 러시아가 반박 성명을 냈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4월 3일 브리핑에서 “한국이 러시아 시민과 선박, 기관을 일방적으로 제재한 것은 비우호적인 조치”라며 “매우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 러시아 외무부

 

이어 “이번 조처가 한러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러시아도 제재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러시아 외무부는 5일 이도훈 러시아 주재 한국 대사를 초치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제재를 포기하라”라고 촉구했습니다. 

 

다음으로 통일부가 4월 2일 발표한 「북한의 우리 총선 개입 시도 관련 통일부 입장」을 봅시다.

 

통일부는 “북한은 우리 선거 일정을 앞두고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의 관영 매체를 통해 대통령을 모략·폄훼하며, 국내 일각의 반정부 시위를 과장해 보도하고, 우리 사회 내 분열을 조장하는 식의 기사가 계속 실리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총선을 앞두고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불순한 시도에 대해 다시 한번 강력히 경고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통일부 당국자가 기자들과 만나 “노동신문 등을 보면 우리 총선을 ‘심판의 날’로 규정하고 반정부 여론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라며 ‘대통령 모략·폄훼’, ‘정권 심판론 날조’, ‘전쟁 위기 조장’, ‘우리 사회 내 분열 조장’, ‘독재 이미지 조작’ 시도 등을 구체적인 이유로 들었다고 합니다.

 

통일부 발표 자체가 뜬금없고 근거조차 빈약해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윤석열 정부가 불리한 총선 판세를 뒤집으려고 북풍을 급조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북쪽의 비난이 우리 총선과 어떻게 연결되나”라며 “북쪽이 발끈해서 뭐라도 해주기를 바라고 밑밥을 까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사고 싶지 않으면 통일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엔 미국으로 눈을 돌려봅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월 2일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합니다.

 

두 정상의 직접 소통은 4개월여 만이며 두 시간 가까이 통화했다고 합니다. 

 

백악관은 통화 후 보도자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끈질긴 헌신(enduring commitment)을 강조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미국의 의지를 중국에 전달하고 중국도 나서주기를 바란 것 같은데 뭔가 해결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중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북한을 제어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은 미국도 알고 있는데 ‘고장 난 레코드’처럼 끊임없이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을 제대로 보라

 

이런 ‘아니면 말고’ 식의 하나 마나 한 정책이나 발언들이 왜 나올까요?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거나 분석하지 못하고 주관적 욕망에만 기대어 판단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러시아를 독자제재하려면 군사적, 경제적으로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럴 힘이 있을까요?

 

군사적으로 보면 러시아는 핵보유국이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군사강국입니다. 

 

반면 우리는 전시작전권도 없는 나라입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의 제재에도 끄떡없습니다. 

 

반면 우리는 제재를 받지도 않는데 상당한 경제적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우리가 러시아를 제재할 상황이 아닙니다. 

 

잘못하면 우리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역학관계를 냉철하게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통일부의 북한 총선 개입 발표는 정말 한심하기에 그지없습니다.

 

통일부에서 그렇게 발표하면 국민들이 믿어줄까요?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입니다. 

 

국민들은 이것이 북풍 조작인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여당에 총선이 어려운 것은 북한 때문이 아닙니다. 

 

그냥 윤석열 대통령과 국힘당이 잘못해서입니다. 

 

이것이 객관적 현실입니다.

 

문제를 자기 자신에게서 찾지 못하니 이상한 해법과 꼼수가 나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힘당은 북한이 아니라 국민에게 응징당할 것입니다.

 

이건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북한을 설득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중국이 설득한다고 해서 되고 안 되고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미국이 제시한 금지선(레드라인)을 모두 넘어서 실질적으로 핵과 미사일을 가진 전략국가가 되었습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것이 객관적인 현실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북한 비핵화가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중국을 움직인다고 해도 소용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단지 이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겁니다. 

 

미국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간에 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것은 미국의 주관적인 욕망, 바람일 뿐입니다.

 

관심은커녕 조롱만

 

예전에는 이런 뉴스들 하나하나가 주요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런 호응과 지지, 울림이 없습니다. 

 

그냥 나왔다가 흘러가는 그저 그런 뉴스가 되어버렸습니다. 

 

어차피 발표한 내용에 실현 가능성이 없고 효과에 대한 기대도 없기 때문입니다.

 

언론에는 한국의 대러 독자 제재 발표보다 러시아의 맞대응 경고가 더 비중 있게 실립니다. 

 

한국의 대러 제재가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은 없고 한러관계만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집니다. 

 

대러 제재에 동참한 한국이 경제적 피해를 보는 사례도 이미 나왔습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을 러시아 업체에 단돈 14만 원에 매각했습니다.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조건을 달았지만 한러관계가 2년 이내에 개선되지 않으면 공장 하나를 그냥 날리게 됩니다. 

 

공장을 인수한 러시아 업체는 올해 1월 9일 공장 재가동을 시작했습니다. 

 

통일부 발표 역시 호응은 찾아볼 수 없고 비판과 조롱만 나오고 있습니다.

 

보수언론 기자들조차 황당한지 통일부 당국자에게 조목조목 따져 물을 정도입니다. 

 

북한의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일반 국민들이 볼 수 없는데 이런 매체를 통해 북한이 우리 총선에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기자들이 지적하자 통일부 당국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노동신문 보도 내용을 접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군색한 변명을 하였습니다. 

 

또 북한은 총선과 무관하게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정권 비판을 꾸준히 해왔는데 이를 총선 개입으로 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기자들이 최근 북한의 윤석열 정권 비판 보도가 더 심해졌냐고 묻자 통일부 당국자는 “심하다, 약하다 차원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국민들도 ‘또 북풍 공작이냐’라며 통일부를 조롱합니다. 

 

심지어 3월 말 이른바 ‘종북 현수막’을 게시하려다 취소한 국힘당의 총선 방향과도 맞지 않아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를 내는 모양이 한심한 수준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언급 역시 별다른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중국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새로운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언론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매우 궁색해 보입니다. 

 

마치 기둥이 무너지고 잡초가 무성한 폐가를 보는 것 같습니다. 

 


나오는 대책들도 시원하지 않고 새로운 것도 없습니다. 

 

최근 존 볼턴 백악관 전 안보보좌관의 발언이 미국의 처지를 대변해 주는 것 같습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4월 3일 조선일보와 대담에서 “그간의 협상이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는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군축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북한의 군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또한 자명하다.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비핵화 시도는 끝나지 않았다. 북한의 세습 공산 독재 체제가 매우 불안정한 기반에 놓여 있다는 점도 비핵화 과정에 염두에 두어야 하는 변수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핵개발 저지는 실패하였고 앞으로 시간도 없는데 별다른 대책 역시 없다는 것을 인정한 발언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인정하고 협상하는 것도 싫은 겁니다. 

 

남은 대책은 북한 스스로 무너지는 것밖에는 없다는 것인데 그거야 열 번, 백번도 넘게 미국에서 나온 말 아닙니까? 

 

미국의 처지가 딱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몇 시간 뒤면 총선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뭘 해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외교부, 통일부가 국힘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뭐라도 해보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헛발질하고 있는 걸 보십시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민주 과반 땐 의회 주도권…야권 180석 땐 윤 정부 견제력 더 세져

총선 결과가 좌우할 정치 지형

기자고한솔
  • 수정 2024-04-10 07:10
  • 등록 2024-04-10 05:00
전국 19개 의제별 연대기구와 79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와 ‘복지국가’, ‘표현의 자유 확대’ 등을 위해 투표에 참여하자는 내용의 행위극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후와 저출생,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와 안전,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를 해결할 정책과 대안 없이 비방과 선심성 공약만 내놓은 정당들을 비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국 19개 의제별 연대기구와 79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와 ‘복지국가’, ‘표현의 자유 확대’ 등을 위해 투표에 참여하자는 내용의 행위극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후와 저출생,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와 안전,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를 해결할 정책과 대안 없이 비방과 선심성 공약만 내놓은 정당들을 비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4·10 총선 결과엔 22대 국회의 구성과 지향은 물론,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주도권의 향배가 달려 있다. 각 당 내부의 세력 재편, 야당끼리의 경쟁 등 정국 구도의 변화 역시 총선 결과에 좌우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야당이 승기를 잡았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여야 격차가 얼마나 날지, 여당이 최종적으로 몇석을 확보할지에 따라 상황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투표를 하루 앞둔 9일까지, 여의도에서 가장 유력한 총선 전망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150석+α(알파)’다. 민주당이 국회 단독 과반을 차지해 원내 제1당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면, 지금까지와 같은 정부와의 대치 국면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 의사 진행 권한을 가진 국회의장을 차지하게 되고, 상임위원장 배분 등 국회 구성에서도 유리한 위치가 된다. 정부가 추진하더라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법률안·예산안 처리,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의 임명 등도 민주당이 열쇠를 쥐게 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유세 등을 통해 여러차례 “민주당 독자적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강력한 국정 견제를 하고 개악을 막을 수 있다”고 한 배경이다.

민주당 단독 과반은 물론, 조국혁신당 등 민주당과 공동전선을 펼 수 있는 다른 야당들까지 합쳐 ‘야당 180석’을 넘게 되면 국회의 정부 견제력은 더 커진다. 21대 국회에서도 180석 이상을 확보한 야당들은 국민의힘 반대와 무관하게 쟁점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즉 300석 기준 180석 이상 찬성 필요)으로 지정하고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왔다. 180석 이상이면 본회의 의사 진행을 막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도 중단시킬 수 있다.

임기 중반으로 접어든 윤석열 대통령으로선, 야당 특히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순조롭게 국정을 운영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의회 정치를 주도하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재명은 범죄자’라는 시각을 접지 않고 타협을 거부하며 지금까지의 태도를 고수한다면, 여·야·정 모두 아무런 정책 성과 없이 무한 정쟁에 빠져들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다섯차례 행사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법안 9개가 무산된 일이 거듭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의석수가 의회 과반을 넘길 경우, 두 당이 협력하면서도 경쟁하는 모습이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조국혁신당은 10석 이상을 얻으면 법안을 단독 발의할 수 있고 각종 표결에서도 결정적인 캐스팅 보터 역할이 가능해진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개혁 경쟁 혹은 선명성 경쟁을 하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강하게 견제할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도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야당 200석’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주로 국민의힘이 선거 막바지에 언급해왔는데, 200석은 대통령 탄핵소추와 개헌이 가능하고, 재의요구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수다. 다만 정치권에서 이는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다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거듭 “개헌 저지선(100석)마저 뚫리면 대한민국의 성과를 모두 무너뜨리게 된다”고 말한 것처럼, 국민의힘 지지층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려는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는 얘기다.

대체적인 전망과 달리 민주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 책임론이 제기되며 시끄러워질 수 있다. 국민의힘이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설 경우, 당은 한동훈 위원장 중심으로 결속하고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과반 의석을 넘긴다면 한 위원장의 구심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에 크게 못 미칠 경우, 한 위원장의 입지가 불안해지는 것은 물론 윤 대통령 탈당 요구도 나올 수 있다. 총선 뒤 치러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당대표가 선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선담은 기자 sunl@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총선 뒤에 ‘재정 성적표’ 발표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4/10 07:33
  • 수정일
    2024/04/10 07:3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재정 성적표인 ‘국가결산’...“10일 이후 발표는 이례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4.02. ⓒ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재정 성적표인 2023년 국가결산 보고서의 발표가 이례적으로 미뤄졌다. 현행법상 매년 4월 10일 이전에 국가결산에 대한 심의·의결·발표가 진행돼야 하지만 4.10 총선이 공휴일이라는 이유로 총선 다음날로 미룬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56조원 규모의 '세수펑크'가 난 만큼 국가결산도 수지 적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총선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적자 성적표'의 발표를 미룬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총선 다음날인 11일 국무회의에서 '2023년 회계연도 국가결산'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관련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국가결산은 지난해 국가재정 세입·세출 결산 결과와 재정적자·국가부채·국가자산 증감 규모 등이 담긴다. 지난해의 예산 편성, 집행 과정의 최종 성적표인 셈이다.

특히 2023년 국가결산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본예산을 편성하고 집행을 한 첫해다. 지난 2022년은 본예산은 문재인 정부가 편성하고, 이후 윤석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전체 예산을 집행했다. 당시 관리재정수지가 117조원의 적자(통합재정수지 64조원 적자)로 나타나자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의 방만 재정'으로 책임을 돌리며 '재정준칙' 도입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2023년 국가결산은 윤석열 정부가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모두 관리한 만큼 재정 운영에 대한 평가를 고스란히 받게 된다. 지난 2월 8일 기재부가 '2023년 회계연도 총세입·세출 마감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정확한 재정수지 등을 알 수 없다. 국가결산에는 68개 기금 운용 결과까지 포함해 전체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지표를 보여준다. 재정수지는 정부의 수입과 지출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나라 살림이 흑자인지 적자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그런데 이 국가결산의 심의·의결·발표 절차가 올해는 이례적으로 늦어진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가 전년도 국가결산보고서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감사원에 제출하는 시한을 매년 4월 10일까지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매년 4월 첫째주 화요일에 국무회의를 열고 결산 안건을 의결해 왔다. 관례대로라면 올해 4월 첫째주 화요일인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국무회에서는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등 법안 15개만 처리했을 뿐이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4월 둘째주 목요일인 오는 11일 국무회의를 통해 국가결산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기한은 4월 10일이나, 해당 일이 공휴일로 행정기본법, 민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익일인 4월 11일까지 가능하다"면서 "법정시한 넘기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2007년 국가재정법 제정 이후 국가결산보고서가 법정 시한인 4월 10일을 넘긴 적은 없었다. 지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전년도 국가결산은 이르면 3월 마지막 주, 늦어도 4월 10일까지는 공개돼 왔다.

특히 18대 총선이 있었던 2008년의 경우, 총선 투표일은 4월 9일이었지만 국가결산은 이보다 앞선 같은달 1일 발표됐다. 총선 이후 국가결산을 발표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지만, 관례대로 '4월 둘째주 화요일'에 맞춰 발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등 채소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2024.03.18. ⓒ뉴시스


일각에서는 정부가 2023년 국가결산 발표를 미룬 배경에는 '875원 대파' 논란 등 경제 실정을 지적하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한다. 이번 2023년 국가결산은 재정수지 악화라는 저조한 성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벌인 감세 정책의 여파로 이미 56조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한 탓이다. 유효림 강남대 교수는 "이미 세수가 56조원이 비었다. 들어올 돈이 안 들어왔으니 결산도 안 좋게 나왔을 것"이라며 "역대 최대의 적자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발표를 미루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세수가 감소했지만 추경예산과 국채 발행 없이 공적기금을 동원해 재원을 마련했다. 23조 규모의 지방교부금을 일방적으로 주지 않는 등 편성된 예산도 불용 처리했다. 불용은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행위다. 이 같은 재정 '꼼수'의 규모 또한 국가결산에서 드러난다.

이에 대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2023 국가결산은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재정 성적표"라며 "지난해에 56조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고, 이를 메우기 위해 여러가지 꼼수가 사용됐는데, 그 꼼수를 결산 자료를 통해서 확인하지 못하도록 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백겸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2대 총선 3대 이변 총정리...조국, 연제, PK

조국혁신당 돌풍...중도층 대거 흡수

연제구 노정현...부산 최초 진보정당 후보 당선 목전

PK의 반란...16개 지역구서 야당 우세ˑ박빙

총선 본 투표를 하루 남겨둔 시점, 사전 투표율이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이변을 예고했다.

지난 5일에서 6일 사이 이틀간 1384만9043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4,046만 4,641명 유권자 중 31.28%가 참여한 셈이다.

이처럼 심상치 않은 기류에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례 없는 사전 투표율은 정권심판론의 확산에 따라 여당에 대한 심판기조가 관철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본지는 22대 총선 과정에서 나타난 3대 이변을 정리해본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9일 광주 동구 충장로를 찾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혁신당 돌풍...중도층 대거 흡수

조국의 등판은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

3월 3일 창당 이후 3월 1주 차까지 조국혁신당은 기존 민주당 지지층을 흡수하는 수준이었다. 양당의 합계가 기존 민주당 지지율을 크게 넘어서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3월 3주 차에 이르러 양상은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즈음 리얼미터에서 집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은 비례정당 지지도에서 27.7%를 받았다. 29.8%를 받은 국민의미래에 근소한 격차로 2위를 기록한 것. 더불어민주연합 지지율 20.1%와 합하면 47.8%에 달하는 수치였다(의뢰기관: 에너지경제신문. 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기간: 3월 21-22일. 조사대상: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 조사방법: 유선ARS. 응답률: 2.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이 같은 폭풍은 선거 직전 마지막 여론조사에까지 그대로 반영됐다.

4월 1주 차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비례정당 지지도에서 조국혁신당은 30.3%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미래가 29.6%로 따라붙었으나, 더불어민주연합 지지율 16.3%를 합하면 46.3%로, 여전히 범야권에 대한 높은 지지가 유지된 셈이다(의뢰기관: 에너지경제신문. 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기간: 4월 2-3일. 조사대상: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 조사방법: 유선ARS. 응답률: 3.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약 17% 가량 격차를 벌리며 여당을 압도한 범야권의 지지율은 중도층 상당수가 조국혁신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윤석열 정권에 대해 불만이 높았지만 정작 민주당에 지지를 보내고 싶지는 않았던 유권자 상당수가 조국혁신당이 내건 ‘선명야당’에 호응했다는 점을 가리킨다.

조국 대표에 대한 동정론 역시 돌풍의 배경으로 꼽힌다.

비록 그가 입시비리 혐의로 지난 2월 8일 2심 재판부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긴 했으나, 기소와 재판과정 자체가 검찰개혁을 좌초시키기 위한 ‘정치 수사’로 간주될 정황이 다분했기 때문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찰개혁을 시도하던 조국은 느닷없이 수십 번에 걸친 압수수색, 재직 중이던 대학에서의 해고, 가족의 감옥행 등을 겪으며 모든 것을 잃었다.

이에 많은 시민들은 조국의 과오는 그가 당했던 일들 만큼 무겁지 않다고 간주하며, 외려 조국이 겪은 ‘정치 수사’를 집행한 이들의 과오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조국은 어찌 됐든 형을 선고받음으로써 대가를 치렀으나, 집권 여당에 산적한 비리와 부패는 여전한 성역이라는 점도 결정적이다.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주가조작, 디올백 수수, 양평고속도로 부동산 스캔들 등 혐의와 한동훈 비대위원장 자녀 논문 대필 혐의는 단 한 번도 제대로된 수사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대통령 특권으로 가족 비리 혐의 수사를 무마했다. 이 같은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가 조국혁신당 돌풍으로 이어진 셈이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노정현 후보 선거 사무소 앞에서 열린 선거 지원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노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04.02. ©뉴시스

연제구 노정현...부산 최초 진보정당 후보 당선 목전

이번 총선에서 또 하나의 이변은 부산 연제에서 찾을 수 있다.

선거 직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연제구에 출마한 진보당 노정현 후보가 국민의힘 김희정 후보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렸기 때문이다.

부산일보와 부산MBC가 의뢰한 4월 1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진보당 노정현 후보는 56.7% 지지율을 기록하며 37.5%에 그친 국민의힘 김희정 후보를 19.2% 차이로 눌렀다(의뢰기관: 부산일보ˑ부산MBC. 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기간: 4월 1-2일. 조사대상: 연제구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506명. 조사방법: 가상번호 활용 ARS 100%. 표본오차: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4.4%P).

이 같은 돌풍은 지난달 민주당과의 단일화 경선에서부터 시작됐다.

3월 15일-16일 이틀에 걸친 100% 국민여론조사(ARS)를 통한 경선 결과, 노정현 후보가 민주당 이성문 후보를 제친 것이다. 이에 진보당의 오랜 지역 기반 활동이 결실을 거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단일화 직후 부산MBC·부산일보 의뢰로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는 47.6% 지지율을 기록하며 38.3%에 그친 국민의힘 김희정 후보를 이미 오차범위 밖으로 추월했다(의뢰기관: 부산일보·부산MBC. 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기간: 3월 18-19일. 조사대상: 연제 거주 18세 이상 성인 503명. 조사방법: 무선ARS 100%. 표본오차: ±4.4%P에 95% 신뢰수준).

결국 이 같은 결과가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나온 56.7%대 37.5%이라는 압도적인 격차로까지 이어진 셈.

이는 전국으로 확산한 정권심판론에 더해, 야권 단일화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하여 연제구는 부산 최초의 진보정당 출신 후보의 당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4·10 총선 프레임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57%로 집계됐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8%,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5%로 나왔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48%)과 대전·충청·세종(48%)에서 지원론이, 광주·전라·제주(72%), 인천·경기(63%), 서울(53%) 등에서 견제론이 높게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뉴시스 안지혜 기자

PK의 반란...16개 지역구서 야당 우세ˑ박빙

전통적으로 보수 텃밭으로 간주 되어온 PK(부산·울산·경남) 지역 민심 이반도 이번 총선의 이변으로 꼽힌다.

지난 21대 총선의 경우 국민의힘은 PK에서 33석을 가져간 반면, 민주당은 7석에 그쳤다. PK에서 민주당의 최고 성적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8석을 가져간 것이었다.

그러나 이종섭 대사의 도피 출국에 이어 여당 공천을 받은 도태우 변호사의 ‘5.18 북한개입설’ 주장, 대통령실 인사의 ‘MBC기자 회칼 테러 협박’ 등 굵직한 실정이 연이어 터지며 PK지역마저 여당에 등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PK에서도 야당 세가 상당했던 ‘낙동강벨트’를 넘어, PK 전체로 정권심판론이 확산하기 시작한 것.

그리하여 부산 8곳, 울산 3곳, 경남 5곳 등 16개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앞서거나 오차범위내 경합을 벌이는 양상이 그려졌다.

현재 이 같은 지역으로는 (부산) 연제, 수영, 북구갑, 북구을, 강서, 해운대갑, 사하갑, 남구, (울산) 남구갑, 북구, 동구, (경남) 김해갑, 김해을, 창원 성산, 창원 진해, 양산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민주당은 최소 12개 이상의 지역구에서 승리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막말’ ‘폭언’ 남발...한동훈 선거 메시지가 실패한 이유



폭언의 출발점, “정치를 개같이 한다”

유권자들에 “범죄자 면허증 주지마라”...검사시절 버릇 여전

폭언의 화룡정점...야당 대표에 “쓰레기 같아”

정치 테러당한 이재명에 “위급환자인 척 헬기 타”...식칼 테러 사건 조롱

홍준표, “이·조 심판론 잘못...총선 패배는 한 위원장 책임”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시장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수원 살리기’ 지원유세에서 이수정 수원시정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총선을 이틀 남겨둔 시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메시지가 가관으로 치닫는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야당 대표들을 향해 “개같다”거나 “쓰레기”라는 폭언을 내뱉는 한편, “범죄자들이 개폼잡는다”거나 “위급환자인 척한다”고도 했다.

이는 ‘정권심판론’의 확산을 막기 위한 다급한 네거티브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정권심판론이 대두되자 ‘운동권 청산론’을 꺼내 들었다가 효과를 보지 못하자 ‘종북몰이’에 나섰다. 그조차도 가망이 없자 최근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꺼낸 것이다.

연일 문제가 되고 있는 한 위원장의 폭언은 결국 이·조 심판론에 기댄 셈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인만큼 네거티브를 멀리하고 대안 제시로 표심을 공략했어야 했다며 한 위원장의 전략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폭언의 출발점, “정치를 개같이 한다”

한 위원장의 폭언이 공식 석상에서 드러난 시점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거론하며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며 “범죄자들이 여러분을 지배하게 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나 조국 대표 같은 사람은 징징거리기 위해 정치한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같은 날 의정부 유세 현장에서도 폭언은 계속됐다.

그는 “이번 선거는 법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선량한 사람들과 감옥 가기 싫은 범죄자들 사이의 대결”이라며 “이·조 심판은 네거티브가 아니라 민생이고 정치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유권자들에 “범죄자 면허증 주지마라”...검사시절 버릇 여전

한 위원장의 폭언은 유권자들을 향해 튀어나가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수도권 유세에서 한 위원장은 “민주당을 찍으면 저런 범죄 집단에게 계속 (범죄를) 저지르라는 면허증을 주는 거다”라며 유권자들을 범죄 공모자로 전제했다.

이에 한 위원장이 검사 시절의 습관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한 위원장은 아직도 본인을 (법조계의) 심판자로 여기고 있는 것”이라며 “한 위원장 막말은 검사 출신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야당을 ‘범죄집단’으로 몰고, ‘범죄집단’에 권력을 주느냐며 유권자를 호통치는 모습은 기소에 실패하여 분노한 검사의 버릇”이라는 것이다.

 

폭언의 화룡정점...야당 대표에 “쓰레기 같아”

한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부천시 유세 현장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해 “쓰레기 같다”는 표현을 내뱉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 후보들을 향해 “쓰레기 같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준혁·양문석 등이 말한 쓰레기 같은 말을 들어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삐소리(비속어) 나는 말을 하는 사람은 정치에 나오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실상 인신공격이자 비속어인 ‘쓰레기’라는 말을 입에 올리며 야당 후보의 인성 문제를 지적하는 일은 자승자박이라는 비판이 일 뿐이었다.

이에 민주당은 “(그런 표현으로) 한 위원장 입이 쓰레기통이 되는 것을 모르느냐”며 “쓰레기란 말은 그렇게 입에서 함부로 꺼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정치 테러당한 이재명에 “위급환자인 척 헬기 타”...식칼 테러 사건 조롱

한 위원장의 폭언은 경기 광주 유세에서 절정에 달했다.

8일 오전 그는 광주 유세현장에서 “저희는 위급환자인 척 헬기에 타지 않겠다”며 이재명 대표의 식칼 테러 사건을 조롱했다.

이는 지난 1월 2일 한 극렬 여당 지지자가 부산에 방문한 이재명 대표의 목을 칼로 찌른 사건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 같은 발언은 사건 발생 직후 한 위원장이 “이 대표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우리 사회는 이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사회”라 말한 것과 대조된다.

심지어 당시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피습 소식을 두고 “(정치적)쇼”라 조롱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에게 자중을 요청하며 “마치 제가 피습당한 것처럼 생각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한 야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의 태도 변화는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했던 게 ‘정치 쇼’였음을 잘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이·조 심판론 잘못...총선 패배는 한 위원장 책임”

한편 이·조 심판론에 따른 한 위원장의 폭언이 연일 논란이 되자 여권 인사들도 한 위원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조 심판론을 두고 “(국민의힘이) 2년 간 나라 운영을 했으니 정권심판론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대처했어야 했다”며 “처음부터 국민에게 애절하게 접근했어야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들이 여당에 믿음을 거둔 상황에서 네거티브에 기대는 것은 애초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어 홍 시장은 여당이 꺼낸 이·조 심판론의 실패 책임이 한 위원장에 있다고 지적하며 “총선은 당 비대위원장이 주도해서 한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공천도 제멋대로 하고 비례대표까지 독식하지 않았냐”고 꼬집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부-의사협회, 신문 1면 광고란에서 맞붙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부는 9개 일간지, 의사협회는 조선·중앙에 광고

정부에 긍정평가 내리고 의료계 비판한 중앙·서울·한경

D-1 총선, 한국일보 “범야권 과반 의석 유력, 200석은 무리”

 

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4.04.09 07:36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4월9일 일간지에 게재된 정부와 의사협회 1면 광고.

의대 증원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신문 광고란에서 맞붙었다. 정부는 동아일보·한국일보 등 9개 신문사 1면에 광고를 내고 의료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으며, 대한의사협회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1면에 광고를 내 정부가 증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4월9일 하루에만 의료계 관련 광고 11개 게재

‘의대 2000명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의료계가 대안을 제시할 경우 열린 자세로 대화하겠다며 화해의 뜻을 보였으나 의료계 반응은 냉담하다. 이들의 갈등은 9일 주요 일간지 1면 광고란에서도 불거졌다. 정부는 동아일보·한국일보 등 9개 신문사 1면에 광고를 내고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의사 여러분, 돌아오라. 국민 여러분,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1면에 광고를 게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광고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명백한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면서 “정부는 더 이상 국민과 갈라놓기 위해 의사를 악마화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했다. 의사협회는 정부가 전공의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신문 1면 광고단가는 언론사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수천만 원에 달한다. 조선·중앙·동아의 1면 광고 정가는 6105만 원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1면 광고 단가.

이번 갈등을 두고 중앙일보·서울신문·한국경제는 정부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중앙일보 최민우 정치부장은 칼럼 <대통령의 벼랑 끝 유턴>에서 대통령이 강경한 담화문 발표 뒤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면서 “의·정 협상은 여전히 교착상태지만,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는 조금 덜어낸 듯싶다. 대통령은 대화하려는 스탠스지만 의료계는 대통령과 면담한 박단 위원장을 성토하고 있으니 말이다”라고 했다. 최 정치부장은 “선거 이후라도 진척된 성과가 도출된다면 대통령의 뚝심만큼은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의료계 합리적 온건 목소리 더 커져야>에서 “의료계 강경파들이 합리적 대안으로 정부와 소통하자는 내부 목소리를 덮을 우려가 심각하다는 사실”이라며 의료계 강경파들이 자숙하고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사설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 예고…‘증원 철회’ 되풀이해선 안 된다>에서 “의료계는 1000명이든, 1500명이든 통일된 증원 방안을 내놔야 한다. 그래야 내년도 대학 신입생 모집 요강을 확정하는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며 “강경론과 대화론이 맞서는 등 내분으로 단일안을 내지 못한다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의·정 대화 창구 단일화, 의료계도 합리적 증원안 내놓으라>에서 “의료계도 더 이상 증원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내부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증원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의·정은 환자와 국민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시작부터 삐거덕댄 의료개혁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부교수는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 <전공의 사태, 얽힌 실타래 풀려면>에서 양측 모두 진정성 있는 양보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임 교수는 “전공의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최우선으로 전공의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임 교수는 전공의들이 일부 복귀한다면 정부가 또 다른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4월9일 한국일보 1면.

D-1 총선, 한국일보 전문가 5인 범야권 우세 점쳤다

4·10 총선이 하루 남은 가운데, 각 당의 총선 전망치가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는 범야권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 인터뷰를 1면에 소개했다. 한국일보는 1면 <“범야권 과반 의석 유력, 200석은 무리”> 보도에서 신율 명지대 교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고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최병천 신성장경제 연구소장 등 5인의 총선 판세 분석 결과를 전했다. 이 중 엄 소장을 제외한 모두가 야권 우세를 예상했다.

한국일보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이 과반 의석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정서가 상당 부분 결집했는데, 국민의힘에 이를 타개할 만한 별다른 동력이 없다는 이유”라며 “노년층 투표율이 높고 젊은 층 투표율이 낮은 ‘투표 양극화’를 근거로, 실제 투표에선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여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시·도당 핵심 관계자 판세 분석을 종합해 야권이 120~153석을, 여권이 105~130석을 가져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앙일보는 1면 <20·60 남성 손에 배지 주인 바뀐다>에서 “여야 전망치의 중간 지대가 상당히 겹치지만, 서로 간 뉘앙스 차이는 확연하다”며 민주당에서 긍정적인 기류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앙일보는 이번 선거에서 20대·60대 남성의 표심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다수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20대·60대 남성 중 야당 지지세가 이전보다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4월9일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민주당이 150석 이상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1면 <야도 여도 “낙동강 벨트, 우리가 우세”> 보도에서 “(여야는) 비례대표 위성정당 의석까지 합치면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각각 ‘150석+알파’, ‘120석+알파’를 기대하고 있다”며 “야당은 ‘정권 심판론’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보는 반면, 여당은 선거 막판 보수표가 결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총선 관련 사설은 ‘비호감 선거’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한국일보는 ‘비호감 선거’ 상황일수록 투표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아직 격전지 50곳… 중도층의 ‘한 표’ 중요성 커졌다>에서 “막말이 난무하는 역대급 비호감 총선일수록 냉정한 선택과 참여가 절실하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 그것도 아니면 ‘차악’을 택해야 한다”며 “특히 여야 영호남 ‘텃밭’ 유권자들은 ‘지역이기주의’에 기반한 정당의 정치적 이득에만 장단을 맞출 게 아니라 소신에 따라 존재감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 ‘복면가왕 결방’도 정치적 의도? “방송 해도 공격, 안 해도 공격”

  • 735개 여론조사 종합해 의석수 예상해봤더니

  • 김진 전원책 유시민 이철희 최욱까지... 개표방송 라인업은?

  • 대파 반입금지 논란에 선관위, “정치적 목적 가진 대파만 제한”

▲ MBC 복면가왕 9주년 특집 예고편 유튜브 영상 갈무리.

복면가왕 9주년 방송 총선 뒤로 연기 “정부·여당이 논란 만들어”

방송 9주년을 맞은 MBC ‘복면가왕’이 9주년 특집 방송을 총선 뒤로 미룬 것과 관련해 경향신문이 사설 <‘숫자 9’ 시비된 MBC 복면가왕 불방 사태, 이런 일 언제까지>에서 “근본적으로는 이런 상식 밖의 논란과 상황을 만든 정부·여당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불거진 언론 장악·통제 시비는 총선 앞에 ‘여당 민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신속 심의, 법정 제재’ 공식이 반복되면서 심화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 강화로 MBC가 자기검열하듯 불방을 결정한 것이라면서 “지금 공영방송이 ‘땡전 뉴스’로 시작하던 5공 시대인가. 여권은 그런 후진적 언론과 비판이 봉쇄된 공론의 장을 만들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 # 해시태그

 

윤수현 기자구독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동훈의 ‘간이과세 확대’ 공약...전문가들 “수조원 세수 감소”

“소상공인 지원 효과도 크지 않아...직접 지원이 일반적”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사전투표 둘째 날인 6일 경남 거제시 고현사거리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거제살리기’ 지원유세에서 서일준(경남 거제시)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4.6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부가가치세(부가세) 간이과세자 적용 기준을 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일부 생활필수품의 부가가치세율을 현행 10%에서 5%로 인하하겠다고 발언한 지 나흘 만에 또 부가세법에 손을 대겠다는 공약을 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가세 인하로 예상되는 세수 감소보다 간이과세 확대 공약의 세수 감소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부가세는 소득세, 법인세 등 다른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만큼 과세 행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일 부산 사상구 지원 유세에서 "(간이과세 기준을) 2억원까지 파격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위해 부가가치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총선에서 승리해 2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약속했다.

간이과세제도는 1977년 부가세 도입 이후 과세특례 형태를 거쳐 2000년부터 현재와 유사한 형태로 소규모 영세 사업자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일정 기준 이하 연매출을 내는 개인사업자가 대상이다. 이외의 모든 사업자는 일반과세자다. 간이과세자는 일반과세자에 비해 부가세 부담이 작고, 세무 자료 제출도 간소하다.

간이과세자는 업종에 따라 부가가치율 15~40%를 적용받는다. 100%가 적용되는 일반과세자에 비해 부가가치율이 낮다. 이 때문에 매출세액이 훨씬 적게 산출된다. 일반과제자는 매출액의 10%를 부가세로 부담하지만, 간이과세자는 매출액의 15~40%에서 부가세율 10%를 적용해 부가세가 결정된다. 단순 계산하면 부가세율이 1.5%~4% 정도로 적용되는 셈이다. 부가세 신고도 1년에 2번 신고하는 일반과세자와 달리 1월에 1번만 하면 된다.

간이과세의 연매출 기준금액은 20년 동안 4,800만원을 유지했으나 코로나19 시기인 지난 2021년, 8,000만원으로 상향조정됐다. 개정 전에는 간이사업자의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면제를 적용했으나, 개정 후에는 간이과세자라도 연매출 4,800만원 이상이라면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를 가지게 했다.

오는 7월부터는 기준금액이 1억원을 넘어선다. 정부는 올해 초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준금액을 현행 8,000만원에서 1억400만원으로 상향했다. 시행령으로 조정할 수 있는 최대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민생토론회에서 기준 상향을 언급한 후 기재부가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개정된 시행령은 오는 7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여기에 한 위원장이 기준금액을 2억원까지 올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상향이 예정된 기준금액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수 감소 수조원 규모될 것...실현되면 더 큰 문제"


전문가들은 우선 간이과세 확대로 인한 세수 감소를 우려했다. 지난 2021년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4,800만원에서 8,000만으로 상향하면서, 간이과세자는 2020년 168만명에서 187만명으로 2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21~2025년 세수는 1조1226억원, 연간 2245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7월 기준금액이 1억400만원까지 상향될 경우, 간이과세자가 14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 인한 세수 감소 규모는 연간 4,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기준금액을 2억원으로 올리게 되면 세수 감소 규모는 수조원 단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연매출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의 일반사업자는 50만4천명이며, 이들이 납부한 부가세는 5조5천억원 규모다. 만일 이들이 모두 간이과세자로 포함된다면, 간이과세자에 적용되는 1.5~4%의 부가세율로 단순 계산했을 때 최소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예상도 가능하다.

이미 부가세는 감소 추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거둬들인 부가세는 전년 대비 7조9,000억원 감소했다.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간이과세자 증가로 세수가 더 감소되면 재정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전년 대비 56조4천억원 감소한 상태다. 여기서 부가세 감소 폭이 더 커진다면 '세수펑크' 현상의 심화가 우려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지난번 부가세 인하 공약과 비교하면 이쪽이 훨씬 세수 감면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며 "조세 체계 근본인 부가세를 건드리는 건 가장 안 좋다. 최악의 감세"라고 지적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도 "연매출 1억~2억원 일반사업자들을 간이과세자로 전환한다면 단순 계산해도 수조원이 감소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감소할 가능성도 높다"면서 "이미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조원을 어디서 보충할 건가. 여당에서는 소득세도 깎아주고 상속세도 없앤다고 하는데 그러면 세금은 누가 내느냐. 실현 불가능하고, 실현되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간이과세자가 늘어나면 과세 체계가 흔들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애초에 간이과세는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영세 개인사업자들이 매입·매출에 대한 세금계산이 힘든 상황을 고려해 과세 기준을 간편하게 만든 것이다. 이에 간이과세자는 매출액만을 기준으로 삼아 납부액을 계산한다. 일반과세자에 비해 구체적인 세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간이과세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부가세 신고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부가세를 기반으로 하는 과세 행정을 어렵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부가세는 원칙적으로 모든 재화와 용역에 대한 모든 거래에 부과된다. 이를 기반으로 국세청은 사업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매입·매출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소득세, 법인세 등 다른 세금을 파악하는 기반이 된다. 간이과세자가 늘면 다른 세금을 파악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사업자가 거짓으로 소득신고를 해도 국세청은 부가세를 통해 진짜 매출액을 알 수 있다"면서 "매입세액에서 매출세액을 공제하는 부가세액 계산 과정에서 매출·매입이 드러나니까 국세청을 속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조세의 근본이 매입과 매출을 맞추는 건데 여기서 예외인 간이과세를 늘리면 부가세 체계의 기본을 허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소상공인 지원 효과도 낮아...직접 지원이 더 나은 방안"


인위적으로 매입·매출을 조정해 간이과세자 범위에 들어가려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예상한 것보다 간이과세자가 더 크게 늘어나고, 세수 감소 규모도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간이과세 기준금액 근방에 사업자들의 신고 금액이 몰리는 현상이 관찰됐다. 지난 2019년, 2020년의 연매출(공급대가) 4,000~5,600만원 사이의 사업자들의 부가세 납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시 간이과세 기준금액인 4,800만원 근방 구간에 일반과세자들의 납부 금액 분포가 모이는 집군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일반과세자 간이과세자에 포함돼 부가세 부담을 낮추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일반사업자 및 간이사업자 부가세 납부세액 비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원은 "기준금액 주변에 집군하는 특징은 사업자들의 세 부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종별 부가가치율이 낮을수록, 즉 세 부담이 더 적어질수록 분포의 집군현상이 더 뚜렷하게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정작 세부담을 감소하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간이과세와 일반과세의 세액계산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간이과세와 일반과세의 가장 큰 차이는 매입세액에 대한 공제 유무다. 일반과세의 경우 부가세는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나누면 된다. 거둔 부가세에서 낸 부가세를 빼는 것이다. 간이과세는 매출세액의 15~40%(부가가치율)에서 부가세율 10%를 적용하며, 매입세액 공제는 0.5% 수준이거나 증빙하지 못하면 받지 못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부가세율이 낮게 적용되는 간이과세자의 세부담이 작지만, 불경기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매출 8,000만원, 매입 9,000만원으로 적자를 본 사업자의 경우, 일반과세자라면 매출세액 800만원(8,000만원 X 부가세율 10%)에 매입세액 900만원을 뺀 100만원을 공제받는다. 반면, 부가가치율 40%를 적용받는 간이과세자라면 8,000만원 X 40% X 10%로, 320만원을 부가세로 내야한다. 매입에 대한 공제를 받더라도 매입액의 0.5%만 인정된다. 영업이 어려워진 경우에는 간이과세자의 세부담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2억원까지 기준금액이 상향되면 더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유 교수는 "일반과세는 매입세액에서 매출세액을 뺀 금액을 국가에서 환급한다. 이 구조를 고려하면 장사가 잘 안 돼서 매출이 없고 매입만 있으면 환급을 받게 되는 것"이라면서 "반면 간이과세는 매입세액 환급이 없으니 조세부담이 오히려 커지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지원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부가세 개편보다 직접 지원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조세 감면을 조세 지출이라고도 하는데 조세 지출이나 예산을 쓰는 재정 지출이나 똑같은 지출이 아니냐고 볼 수도 있지만, 세금을 거둬서 재정 지출로 직접 지원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부작용이 없는 일반적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부가세는 소비자가 내는 납부하는 데 이걸 거둬서 내는 사람보고 덜 내라고 하는 것도 이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도 "예를 들어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지역 안에서 소상공인에게만 쓸 수 있으니 바로 매출이 늘어나겠지만, 돈도 못 버는데 간이과세 범위를 넓히면 소비가 늘어나겠느냐"라며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싶으면 직접 지원을 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 김백겸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왜 이스라엘을 공격했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4/09 07:51
  • 수정일
    2024/04/09 07:5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2024 평화통일시민강좌] ① <팔레스타인, 100년 분쟁의 원인 :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저자 정환빈 작가

정환빈 작가 | 기사입력 2024.04.09. 04:39:03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4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2024평화통일시민강좌는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변화하는 세계정세를 깊이있게 들여다 보고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과 군사력, 유엔사 부활의 문제점 및 5.18광주 항쟁과 미국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3월 30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매월 1회, 서울시청 시민청 혹은 복합문화공간 종로 nuguna에서 진행됩니다.

아래는 지난 3월 30일 '직접 가본 팔레스타인, 100년 분쟁의 원인을 말한다' 주제로 KOICA 팔레스타인 사무소에서 3년간 프로젝트 사업을 담당했고 <팔레스타인, 100년 분쟁의 원인 :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를 집필한 정환빈 작가가 진행한 강연의 주요 내용입니다.

지난 2023년 10월 하마스의 공격 이래로 가자지구에서 반년째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점차 잊히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문제는 여전히 세계에서 중요한 화젯거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누가 옳은가를 두고 치열하게 논박을 벌이고 있고요.

어떤 사람들은 이참에 하마스를 해체해 테러를 종식시키고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민간인 대량학살을 멈춰야 한다는 '인도주의'를 외칩니다.

현지에서 3년을 살고 8년간 역사를 연구한 제가 보기에는 두 가지 관점 모두 부적절합니다. 팔레스타인 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100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작금의 전쟁이 아니라 무엇이 갈등을 지속시키고 있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바라보아야만 합니다.

▲ 3월 30일 정환빈 작가가 '직접 가본 팔레스타인, 100년 분쟁의 원인을 말한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평화통일시민행동

직접 가본 팔레스타인, 무엇이 가장 신기했을까?

팔레스타인은 우리나라에서 심리적으로 가장 멀리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서안지구에는 베들레헴과 같은 기독교 성지가 많은데도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팔레스타인 땅을 밟아본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테러와 같은 흥밋거리만 보도하는 언론의 관행이 빚어낸 그릇된 이미지입니다. 저는 KOICA를 통해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살면서 이를 몸소 체감했고, 놀랍도록 안전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얼마나 안전한지 유엔의 통계자료로 확인해 볼까요?

팔레스타인은 국토의 94%를 차지하는 서안지구와 나머지 6%의 가자지구로 분단되어 있습니다. 2012-20년 동안 서안지구의 연평균 분쟁사망률은 10만 명당 1.92명을 기록했습니다. 2011-15년에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률이 10.0명이니까,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이 다섯 배 이상 높습니다.

같은 기간 가자지구는 18.87명으로 비교적 높지만, 사망자의 대부분은 수 주 간의 전쟁 동안에만 발생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침공하지 않은 해에는 0.5~1.5명에서 머뭅니다. 팔레스타인으로부터 국가 안보의 심각한 위협을 겪는다는 이스라엘의 분쟁사망률은 심지어 0.24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사망자의 대부분은 가자지구를 침략하다 죽은 군인들입니다. 전쟁을 벌이지 않을 때의 사망률은 0.02명 수준으로 떨어지고, 자국 내 교통사고 사망자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다른 나라의 살인율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2012-20년 동안 서안지구의 분쟁사망률과 살인율의 합계는 2.78명으로 2012-18년의 북유럽 에스토니아(3.15)나 라트비아(3.48), 그리고 미국(4.90)보다도 훨씬 안전했습니다. 심지어 OECD 국가인 멕시코(21.42)나 콜롬비아(28.61)는 가자지구보다도 위험합니다.

팔레스타인이 안전하다는 사실은 곧 서안과 가자지구 주민들이 특별히 폭력적이지 않고 그저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간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직접 만나 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는 정치가 아니었습니다. 다들 가족 건강이나 자녀 성적에 관심이 많고, 결혼식이나 축제가 열리면 신나게 놉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볼링장에서 사람들이 볼링보다 춤을 열심히 추고 노래 부르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렇게 놀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물가는 높은데 일자리가 없어서 경제활동이 치열하고 이른바 '투잡'도 흔합니다. 그러니 누구나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뿐입니다.

우리의 통념과 달리 무슬림들이 기독교를 존중하는 모습도 굉장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100여 년 전만 해도 팔레스타인에서 기독교도 인구는 10%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피해 미국과 유럽으로 이주해 현재는 1%에 그칩니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쇠락해 가는 기독교를 보호하고자 기독교 기원을 가진 도시와 마을의 시장(mayor)은 기독교도만 입후보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제한합니다. 무슬림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주류의 판매와 취사도 자유롭게 허용하고, 라마단 기간에 낮에도 영업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기독교도들은 기독교 명절에도 쉬고 무슬림 명절에도 쉴 수 있는 특혜를 누립니다. 저는 물론이고 한국인 동료 직원들은 역차별이 아니냐고 의문을 품었는데, 정작 무슬림들은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왜 싸울까?

그럼 이토록 평범한 사람들이 어째서 이스라엘에 싸움을 걸고 투쟁할까요. 지금의 이스라엘 땅은 100년 전까지만 해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수백수천 년간 살아온 고향이었습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땅을 되찾기 위해서 투쟁하는 것으로만 아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일부는 너무 오래전 일 가지고 계속 싸운다고 비판까지 하고요.

그런데 우리는 일본이 과거에 식민 지배했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무장투쟁을 계속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 팔레스타인인들은 '왜' 지금도 싸우는지를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 난민촌에 있는 자신의 집 근처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속을 아이를 안고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인들이 유대인과 갈등을 겪기 시작한 시점은 18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무렵에 팔레스타인에는 50만 명의 아랍인과 2만 명의 유럽인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유럽에서 유대인들이 유대 국가를 만들겠다며 이주해 오고 식민촌을 건설합니다. 이를 시온주의 운동이라고 부릅니다.

아랍인들은 식민화에 저항했고, 특히 소작농들이 앞장섰습니다. 아랍 지역에서는 경작자를 땅의 주인으로 보기 때문에 지주가 바뀌어도 소작농을 유지하는 게 관례인데, 시온주의자들은 식민촌을 지을 땅을 사들인 뒤 소작농을 추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추방당한 소작농 등은 권리를 주장하며 30년간 십여 명의 유대인을 살해합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아랍인은 무력에 호소하지 않았고, 그저 유대인의 이주와 토지 매매를 제한해달라고 정부에 청원하고 언론 투쟁을 벌인 게 전부였습니다. 친이스라엘 사관에서는 무장투쟁이 없었으니 식민화에 찬성한 거라고 주장할 정도입니다.

1917년부터 영국의 강제 점령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영국이 유대 민족의 고향을 건설하기 위해서 팔레스타인을 지배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불만을 품은 아랍 주민들이 3차례 소요를 일으켜 100여 명의 유대인을 죽입니다. 그런데도 영국이 끝내 독립을 거부하자 1936-39년에 비로소 무장투쟁을 벌입니다. 식민화가 시작된 지 55년 만이었습니다. 영국은 아랍인의 '반란'을 무참히 진압하고 수천 명을 학살합니다.

70년 간의 식민화 끝에 1948년에 이스라엘이 마침내 탄생합니다. 시온주의자들은 인종청소를 저질러 아랍인을 쫓아냈고 75만 명이 난민이 됩니다. 난민들은 총칼을 들고 맞서 싸웠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국제사회와 아랍 국가들이 정의를 바로잡아주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1967년에 이스라엘이 서안과 가자지구마저 점령하고 국제사회가 이를 묵인하자 비로소 정신을 차립니다. 국제사회는 말로만 난민의 귀환권을 운운할 뿐 이를 집행할 생각이 없었고, 아랍 국가들은 그럴 힘이 없었습니다. 오직 팔레스타인인만이 팔레스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공감받고, 무장투쟁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합니다. 그러나 100만 명이 넘는 난민 중에서 오직 1만 명만 무기를 들었습니다.

난민들의 무장투쟁은 20년도 채 되지 않아 실패로 끝납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거국적 민중봉기가 일어납니다. 이스라엘은 1967년에 점령을 시작한 이래로 서안지구 토지의 55%와 가자지구의 30%를 빼앗고 수자원도 각각 78%와 3분의 1을 약탈했습니다. 농지와 물을 잃은 수많은 농민이 어쩔 수 없이 농사를 포기하고 이스라엘로 넘어가 청소 등의 막노동을 하며 끼니를 때웠습니다.

더군다나, 이스라엘이 산업과 무역을 통제하고 자국의 비싼 상품만 팔레스타인으로 수출했기 때문에 물가는 폭등하고 경제사회가 붕괴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빼앗긴 토지 곳곳에 지어진 식민촌의 유대인 테러리스트들이 인근 마을의 주민들에게 총구를 겨누며 폭행하고 땅을 계속해서 뺏어갔습니다. 이에 저항하는 주민들은 모조리 감옥으로 끌려가 고문을 당했고요.

결국, 이를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20년 만에 합심하여 목숨을 걸고 투쟁에 나섰습니다. 하마스는 이때 만들어졌고 이스라엘 파괴를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은 서안과 가자지구의 독립, 그리고 난민이 고향으로 돌아갈 권리만을 요구하며 이스라엘이 평화 협상에 응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스라엘은 협상을 일체 거부하고 시위대를 모조리 잡아다 잔혹하게 고문했습니다. 그간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를 눈감아주던 서구 국가들조차 너무 선을 넘는다며 비판하자 그제야 마지못해 평화 협상에 임합니다. 그렇지만 시위대를 향한 고문은 더욱 강화했습니다.

국내외에서 인권 단체의 비판이 잇따랐고 국제앰네스티는 1998년에 "이스라엘은 지구상에서 고문과 학대가 법으로 허용된 유일한 나라"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습니다. 이듬해에 이스라엘은 물리적 고문은 중단했으나 학대와 정신적 고문은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침내 시작된 평화 협상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유엔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1967년 이전의 국경선과 난민의 귀환권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어느 것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협상이 고착화되자 2000년에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중재안을 내놓습니다. 서안지구를 3조각으로 분단시키고 요르단강과 사해, 그리고 동예루살렘 등을 제외하는 국경선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측은 당연히 거부했고, 서구 국가들은 어떻게 이토록 좋은 조건을 거부할 수 있냐며 비판했습니다. 국경선은 그 자체로도 불공정했으나, 팔레스타인 측이 거부한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이스라엘이 난민의 귀환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점령지 팔레스타인의 현실

평화 협상이 중단된 지금 이스라엘은 식민 지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평화 협상 중에 팔레스타인 정부가 설립되고 2012년에는 유엔에서 국가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주권은 크게 제한됩니다. 공항이나 항구를 건설하지 못하고, 군대도 가질 수 없고, 수자원의 대부분을 이스라엘에 넘기고, 무역이나 기술도 통제받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100년 분쟁의 원인: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정환빈 지음, 인세50 펴냄. ⓒ인세50

일례로, 이스라엘은 2018년에야 3G 서비스 공급을 허가했습니다. 지금도 서안지구 곳곳에 있는 250여 개의 식민촌에서 유대인 테러리스트들이 날뛰며 농작물을 불태우고 주민들을 폭행하고 죽이지만, 팔레스타인은 사법권을 가지지 못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인권 단체의 도움을 받아 이스라엘 당국에 기소해도 기소율은 7.3%에 그칠뿐더러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심지어 이스라엘은 이들을 보호한답시고 식민촌 주변에 검문소를 만들어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합니다. 수십 개의 검문소가 상시 운영되고, 그밖에도 비정기적으로 수백 개가 도로 곳곳에 만들어집니다. 검문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시간 지체와 불편함을 겪을 뿐만 아니라 종종 학대를 당합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의 양심고백에 따르면, 땡볕에 수 시간 동안 세워두거나 앉았다 일어서기를 시키고, 욕설을 퍼붓는 등의 학대가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은 또한 식민촌 주변에 장벽을 건설하고, 이를 국경선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식민촌과 국경 사이에 있는 팔레스타인 마을과 농지들은 출입 불가 지역으로 지정되고 주민들이 쫓겨나고 있습니다.

서안지구의 60%는 아직도 이스라엘이 직접 통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사는 40여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생활의 불편을 호소합니다. 이스라엘이 토지 개발을 금지하고 있어 집이나 학교, 사육장 같은 것도 짓지 못하고, 도로를 건설하지도 못하고, 상수도를 연결하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2016년을 기준으로 상수도로 물을 공급받을 때는 ㎥(세제곱미터)당 약 1500원만 내면 되는데, 이스라엘은 이를 금지하고 자국 기업의 물을 강매합니다. 이때 물 값은 6000원에서 1만 5000원으로 급등합니다. 주민들이 저수지를 만들어 빗물을 받아 쓰면 그마저도 파괴해 버립니다.

이스라엘은 이렇게 주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어 C 지역(A 지역: 서안지구 면적의 18%, 팔레스타인 정부가 “국내 안보”와 “공공질서”를 담당하는 곳, B 지역: 서안지구 면적의 22%, 팔레스타인 정부가 공공질서를 책임지고 이스라엘 정부가 안보를 담당하는 공동통치 구역, C 지역: 서안지구 면적의 60%, 이스라엘이 직접 통치)에서 떠나가게 만들고, 이곳에 있는 비옥한 농지와 수자원 등의 천연자원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습니다.

평화협정 당시의 조건에 따르면 이스라엘 기업이 C 지역의 자원을 이용하면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이조차도 지키지 않습니다. 세계은행은 팔레스타인이 C 지역을 이용하고 각종 규제가 풀리게 된다면 연간 34억 달러(2011년도 GDP의 35%에 해당)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C 지역은 이스라엘의 손아귀에 있고 빈곤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국제사회가 원조로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즉, 이스라엘을 위해 국제사회가 세금을 내는 셈입니다. 유엔 무역개발협의회는 C 지역을 넘어 팔레스타인 전체에서 이스라엘의 점령이 종식되면 GDP의 2배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18년 간 봉쇄 중인 가자지구의 상황은 서안지구보다도 열악합니다. 서울의 절반보다 조금 큰 이곳에서 200만 명이 넘는 주민이 자급자족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경제적 기반이 전혀 없습니다.

주민의 80%는 가자지구 출신이 아니라 이스라엘로부터 추방당한 난민들입니다. 이들은 과거에 농민이었으나 농사지을 땅이 국경 너머 고향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상공업에 종사하며 먹고 살고 있었는데, 봉쇄를 당한 후로 일자리를 모조리 잃고 실업률이 45%까지 올라갔습니다.

가자지구 원주민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안 그래도 땅이 좁은데 국경선 인근에 장벽이 건설되고 인접 지역이 접근금지 구역으로 편성되면서 수많은 농지를 잃었습니다. 유일한 희망이랄 수 있는 어업도 5.5km 내외로 제한되고 있어 포획량이 나날이 줄고 있습니다. 자식들이 굶주리니까 농민들은 목숨을 걸고 장벽 인근에서 몰래 농사를 짓고 어부들도 5.5km 넘다가 피살당하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민들과 국제사회가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이스라엘이 주기적으로 침공해 사람을 죽이고 주거지와 생산시설을 파괴해 뒷걸음질을 칩니다. 특히 2014년 전쟁 이후로는 석유 반입이 극히 제한되고 있습니다.

만연한 전력 부족은 생산성을 심각하게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겨울철에 난방을 못 해 신생아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인명 피해까지 낳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런 생활을 20년 가까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하마스가 지난 10월 7일에 이스라엘을 '선제' 공격해서 '평화를 깨트린' 것으로 보이나요?

▲ 3월 13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에서 주민들이 구호식량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진실을 모르는 유대인들

팔레스타인이 지금도 식민 지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곧장 유대인을 비판하고 나섭니다. 그러나 아무리 이러한 비판이 타당하다 할지라도 먼저 '왜'라는 질문을 떠올려야만 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투쟁하는 게 아니듯이 유대인들도 식민 지배를 찬성하거나 묵인하는 데에는 나름의 연유가 있습니다. 다만 그 이유가 잘못 알려져 있을 뿐이지요.

세간에는 흔히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을 욕심내는 이유가 신으로부터 약속받은 땅이라서 그런 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에 나오는 약속의 땅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언급될 때마다 다른 경계가 제시되고 구체적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유대인들의 거주 지역인 '단에서 브엘세바'까지와 일치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약속의 땅'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믿으려면 종교적으로 매우 신실해야 하는데 정작 이스라엘 유대인의 약 80%가 종교적이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통계에 따르면 45%가 세속적이고, 30% 이상은 유대교를 단지 전통적 문화로 간주합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때 종교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고대에 유대인들이 이 땅에 살면서 획득한 역사적 권리를 옹호합니다. 그런데 이때 말하는 역사란 학자들이 연구해서 사실로 밝혀낸 고증적 역사가 아닌, 성경에 기록된 이야기를 뜻합니다.

성경학, 역사학, 고고학계에서는 이미 1970-80년대부터 고대 유대 왕국의 위상이 성경의 묘사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정설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성경을 근거로 고대 팔레스타인 땅의 지배자는 유대인이라고 주장하며 비유대인들의 존재와 권리를 철저히 감춥니다.

유대교에 따르면, 유대인들은 기원후 70년에 로마에 의해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나 전 세계를 떠도는 이산 생활을 시작합니다. 비록 이들이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온 것은 20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뒤이지만, 강제로 추방됐던 것이니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올 권리가 있다고 주장됩니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이 밝혀낸 사실은 다릅니다. 로마는 유대인을 예루살렘에서만 쫓아냈습니다. 로마를 비롯해 2000년 동안 그 어떤 국가도 팔레스타인에서 유대인의 거주를 금지한 적이 없습니다.

이산이 시작된 이후로도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서 살아간 사실은 선명하게 확인되며 오직 점차적으로만 수가 줄어드는데, 박해를 피해 떠나거나 개종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6세기 이후부터 유대교 랍비들이 메시아가 도래하기 이전에 팔레스타인으로 집단 이주해서는 안 된다는 교리를 정립한 것도 인구 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한편, 이산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매우 많은 유대인이 유럽이나 중동에서 '자발적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개종자였던 것으로 추정되며 오늘날 유대 인구의 90%를 이루는 유럽의 아슈케나지 유대인이 그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전자 연구 결과 유럽 유대인은 아랍 유대인보다는 유럽인과 유전적으로 더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니 2000년 만에 나타나 토착민보다 우선하는 권리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보기는 불가능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산이 시작된 이후로도 상당히 많은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에서 계속해서 살아왔습니다. 이들은 십자군 시기를 제외한 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무슬림의 지배를 받습니다. 세간에서는 무슬림들이 유대인을 심각하게 박해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분쟁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중세에 이집트의 유대인들이 남긴 고문서 40만 부를 연구한 유대인 역사학자들은 기독교 유럽에서보다 이슬람권에서 유대인들이 '상대적으로' 권리를 잘 보장받았고, 팔레스타인에서 공통의 성지 예루살렘으로 인한 종교적 갈등이 없었던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박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빈도나 정도가 유럽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이슬람권과도 비교할 바가 못 됩니다.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에서 분쟁이 발생하기 직전인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유대인과 아랍인 간의 관계가 매우 우호적이었다고 증언합니다.

그럼, 팔레스타인에서 왜 분쟁이 생긴 걸까요? 18~19세기에 유럽에서 유대인의 권리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유대인을 '타자'로 차별하던 기독교가 더 이상 사회적 기준이 아니게 된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럽인들이 기독교를 대신할 새로운 공동체의 기준으로 국가 단위의 '민족'이라는 개념을 만들면서 다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국가마다 하나의 민족만 있어야 하는데 유대인들은 독일에도 살고 영국에도 살고 프랑스, 러시아 등등 곳곳에서 발견되는 데다가 다른 유럽인과는 다른 그들만의 동질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유대주의자들은 후진적인 유대인들이 유럽에 동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1880년대에 동유럽에서 박해가 일어나자 동화를 포기하고 유대인만의 민족을 만들고, 사람이 살지 않는 '버려진 땅' 팔레스타인에서 유대 국가를 건국하자는 시온주의자가 나타납니다.

시온주의자들은 두 가지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하나는 유대인의 반대였습니다. 대부분의 유럽 유대인은 스스로를 유럽인으로 생각했고 유럽 국가에서 살기를 원했습니다. 만약 유대 국가가 만들어지게 된다면 유럽에서 쫓겨나게 될까봐 걱정했습니다.

유대교 랍비들은 메시아가 도래하기 전에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해서는 안 된다는 종교적 교리를 지킬 것을 요구했습니다. 시온주의자들은 유대교를 믿지 않는 세속주의자들이었기에 교리 위반을 신경 쓰지 않았으나,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들은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온주의자들이 부닥친 또 다른 문제는 팔레스타인에 토착민이 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랍인의 수가 얼마 안 될 것이고, 모든 아랍인은 유목민이라 고향에 대한 애착심이 없고, 유대인들이 이주해 가서 경제가 발전하면 식민화를 반길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그러나 식민촌을 만들고 소작농을 추방할 때마다 아랍인들이 반발하는 것을 보며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도 뜻을 굽히지는 않았습니다. 아랍인들은 미개해서 힘으로만 평화를 말할 수 있다며 총기로 무장한 불법 자경대를 만들고, 식민화를 계속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에는 팔레스타인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버려진 땅이고 아랍인들이 식민화를 반기며 평화롭게 지낸다고 거짓 선전했습니다.

100년이 훨씬 넘게 지난 지금도 많은 유대인들이 이런 사실을 모릅니다. 처음 식민촌을 만든 1882년부터 토착민을 추방하기로 계획을 세웠던 역사적 기록들이 친이스라엘 사관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역사 왜곡은 당연히 논리적 흠결을 만듭니다. 시온주의자들은 1897년에 대회(congress)를 열어 유대 국가가 아닌 "유대 민족의 고향"을 공식적인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대다수의 유대인이 유대 국가에 반대하고, 또 팔레스타인을 지배하는 오스만 제국이 시온주의를 경계했기 때문에 이목을 속이기 위한 기만책이었습니다.

친이스라엘 사관에서는 이를 전략적 행동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시온주의자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유대인들이 유대 국가를 원했고 토착민들이 식민화를 환영했다는 주장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역사 서적에서, 특히 친이스라엘 서적에서 유대인과 시온주의자들은 사실상 동의어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1000만 유대인 중 시온주의자는 10만 명 내외에 그칩니다. 시온주의는 사상적으로나 수적으로나 정말로 극단적인 사상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도 1948년에 이스라엘 건국으로 이어지게 된 것은 영국의 제국주의 때문이었습니다.

▲ 강연하고 있는 정환빈 작가. ⓒ평화통일시민행동

영국, 분쟁을 연출하다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고 오스만이 독일 편에 서자 영국은 식민지 인도와 수단의 무슬림들이 동요할 것을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후세인-맥마흔 서신협상으로 아랍 지역의 독립을 약속하고 반란을 부추깁니다.

그런데 영국 내부에서 비판이 쏟아집니다. 유전 지대인 이라크는 물론이고 유사시에 이라크로 군사를 파병할 통로가 될 팔레스타인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요. 프랑스도 아랍의 독립에 반대했습니다.

그러자 영국은 프랑스와 합의해 아라비아반도를 제외한 아랍 지역을 분할해서 통치하기로 합니다. 두 국가 모두가 탐냈던 팔레스타인의 북부지역은 국제 관리지역으로 구획됩니다. 영국은 이 점이 못마땅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프랑스를 팔레스타인에서 쫓아낼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러다 시온주의자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영국은 민족의 고향을 만들어주는 조건으로 프랑스가 아닌 영국이 팔레스타인을 통치하길 원한다는 국제 여론을 형성해 달라고 제안을 던집니다. 시온주의자들이 수락하자 1917년 11월에 영국은 밸포어 선언을 발표해 '민족의 고향'을 공식적으로 지지합니다. 많은 학자들은 팔레스타인에서의 분쟁이 이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봅니다.

전쟁이 끝나자 팔레스타인의 아랍인들은 독립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유대 민족의 고향을 만들기 위해 영국이 강제로 지배하겠다는 대답을 듣게 되자 유대인을 상대로 소요를 일으킵니다. 아랍인들의 반발이 거센 것을 보고 놀란 영국은 밸포어 선언은 유대 국가가 아니라 '민족의 고향'을 약속한 것이며 점진적으로 자치정부를 허용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후 아랍인들은 8년간 침묵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시온주의자들의 식민화로 수많은 소작농이 쫓겨나고 유휴지도 모자라서 농사를 포기하고 도시에서 막노동자가 되면서 사회경제구조가 붕괴됩니다. 불만이 폭증한 아랍인들은 1929년에 유럽 유대인과 아랍 유대인을 가리지 않고 133명을 죽입니다. 진압 과정에서 아랍인도 116명이 죽었습니다. 자연히 두 집단 모두 서로를 증오하게 됩니다. 나아가 아랍인들 사이에서 시온주의를 막기 위해서는 영국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해야만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1933년부터 유대인의 이주가 급증합니다. 1936년에 유대 인구는 30%에 육박하게 되고, 몇 년 안에 과반이 넘게 될 것으로 예상되자 아랍인들이 거국적으로 봉기합니다. 무장투쟁에 반대하던 아랍 지도자들도 마침내 영국과의 타협을 포기하고 이를 지지합니다. 80명의 유대인뿐만 아니라 영국인도 37명이 죽자, 영국은 대대적인 숙청을 시작해 1000명의 아랍인을 학살합니다. 그러고선 유대 국가를 만들겠다고 발표합니다.

아랍인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무장투쟁을 강화하자 시온주의자들은 이를 저지하려고 시장과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수차례 폭탄 테러를 저지릅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 죽여버리는 잔혹함에 아랍인들은 더욱 거세게 투쟁하지만, 영국군에 수천 명이 학살당하고 무너집니다. 그러다 1939년에 2차 대전이 발발할 조짐이 보이자 영국은 재빨리 태세를 전환해 유대 국가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하고 아랍인들을 달랩니다. 이는 역으로 시온주의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테러가 늘어나게 됩니다.

영국은 아랍인을 대하듯이 유대인 테러리스트를 죽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같은 유럽인이었고 또 미국의 권력층이었기 때문입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로 시온주의자들의 테러는 더욱 거세지고, 1946년에는 킹 데이비드 호텔의 별관을 폭파해 91명을 죽입니다. 팔레스타인 현대사 최악의 폭탄 테러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진압을 머뭇거렸습니다.

결국, 아랍인과 시온주의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유엔에 해결책을 떠넘겼고, 미국과 소련의 입김으로 국제사회는 유대 국가를 건설하기로 결정을 내립니다. 당시 팔레스타인에서 유대 인구는 3분의 1에 그치고 소유한 토지는 6.6%에 불과했으나, 팔레스타인 땅의 주인은 이곳에서 살지 않는 해외의 유대인이라는 시온주의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과반이 넘는 땅을 유대인들에게 배정했습니다.

유엔으로부터 유대 국가에 대한 지지를 얻어낸 시온주의자들은 환호하며 그토록 벼리던 팔레스타인 땅의 유대화에 나섰습니다. 유엔이 정한 유대 국가의 국경선에는 유대인과 비슷한 수의 아랍인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유대' 국가를 만들기 위한 인종청소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시온주의자들은 1948년 4월까지 200여 개의 마을을 완전히 파괴해 30만여 명이 피란길에 오르게 만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을 죽여 공포와 공황을 불러일으켰고, 특히 데이르 야신에서는 30명의 아기를 포함해 200명 가까이 학살하고 강간했습니다.

데이르 야신은 시온주의자들과 평화협정을 맺은 친유대적인 마을이었는데도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한다는 이유로 제거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잔학무도한 행위에 아랍권 전역에서 분노가 들끓었고 마침내 4월 30일 아랍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형제들을 구원할 병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합니다.

5월 14일에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그날을 끝으로 영국이 팔레스타인에서의 통치를 공식적으로 종료하자 그 다음 날부터 제1차 아랍-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합니다. 아랍인들은 전쟁에서 패하고 서안과 가자지구를 제외한 78%의 팔레스타인 땅이 이스라엘 소유가 됩니다. 이스라엘은 전쟁 전후로도 인종청소를 계속해 400~500개의 마을을 파괴했고,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인구의 85%인 75만여 명이 난민이 되어 쫓겨납니다.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0월 28일(현지시각) 텔아비브에 위치한 키르야 기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제3자인 우리가 해야 할 일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누가 잘못했는지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논쟁이 첨예하게 이는 것은 진실을 아는 사람이 적어서입니다.

가령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구권 국가에서는 아랍 국가들이 한창 진행 중이던 인종청소를 막기 위해 군대를 파견한 사전 맥락은 말하지 않고 갑자기 침공했다고만 가르칩니다. 심지어 유대인들이 아랍인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자고 손을 내밀었는데 아랍 국가들의 명령을 따라 '자발적으로 피란'을 나선 거라서 이스라엘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합니다.

전쟁 발발 이전에 있었던 수많은 학살과 마을 파괴는 유대인들의 기록으로 선명하게 남아 있고 유대인 역사학자들에 의해 세상에 공개되었으나, 많은 사람들은 이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종래의 친이스라엘 사관만을 신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역사 왜곡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분쟁이 시온주의라는 민족주의적 식민주의 사상에 의해 발생하였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감춰지고 있습니다. 진실을 아는 사람은 결코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지를 고민하지 않습니다. 다만, 팔레스타인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주저할 때가 있을 뿐입니다. 지난 하마스의 공격처럼 무장투쟁으로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고 성범죄에 노출되었을 때 말이지요.

전력적으로 크게 열세인 팔레스타인인들이 시온주의자나 군인만 골라서 공격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민간인 상대의 범죄를 두둔하기도 어렵습니다. 실제로 저는 주일본 팔레스타인 대사를 만나서 하마스의 잔학행위를 규탄한다고 직접 말했습니다. 다만, 하마스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맥락을 이해하고 있으며, 지난 150년간 평화적 방법으로는 단 한 번도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 역사를 알기에 무턱대고 무장투쟁을 비판하지는 않을 뿐입니다.

제3자인 우리는 무장투쟁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대인을 구하는 방법도, 팔레스타인인을 구하는 방법도 단 한 가지뿐입니다. 바로 식민 지배를 종식시키는 것입니다. 독립운동가들이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잔학무도함을 널리 알리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구했던 것처럼, 우리가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를 널리 알리고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정환빈 작가 최근글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투표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자!"... 대학 뒤덮은 대자보

김용환 통신원 | 기사입력 2024/04/08 [13:21]

  •  
  •  
  •  
  •  
  •  
  •  
  •  
  •  
  •  
 

  © 김용환 통신원

 

▲ 서울의 덕성여대에 붙여진 대자보  © 김용환 통신원

 

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맞아 전국의 대학가에는 '윤석열 정권을 투표로 심판하자'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서울의 덕성여대에는 「그 날이 온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159명의 다리가 되어 간다. 상병 채수근의 눈으로, 건설 노동자 양회동의 꿈을 안고, 우리는 투표소로 간다. 4월은 혁명의 달이다. 산 자, 죽은 자, 저마다 손을 잡고 사람의 세상을 살리자고 할 일을 한다"라는 시와 함께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을 투표로 끝장내자"라고 호소했다.

 

 

▲ 서울과학기술대에 붙여진 대자보  © 김용환 통신원

 

서울과기대에 붙은 대자보는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를 외쳤던 그 앞장에는 늘 대학생이 있었다. 우리가 힘을 모아 정의를 외치자. 총선 승리를 만들어내자"라며 "대학생의 양심으로 민주·역사·미래·삶을 위해 투표하자"라고 호소했다.

 

 

▲ 이천의 청강대에 붙여진 대자보  © 김용환 통신원

 

이천의 청강대에 붙은 대자보는 "지금 이 사회는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불합리를 강요하고 우리가 체념하게 만든다"라며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불편하고 눈치가 보이는가. 혹은 절절히 공감되는가. 학우님의 그 마음이 사회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선택하자"라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 서울의 고려대에 붙여진 대자보  © 김용환 통신원

 

서울의 고려대에 붙은 대자보는 "숨막히는 날들이었다. 물가, 교통비, 난방비, 가스비 무엇하나 치솟지 않은게 없었다. 전쟁위기는 어느때보다 고조됐다. 봄에는 양회동 열사를, 여름에는 채상병을, 가을에는 이태원 청춘들을 잃었다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던 의원과 R&D 예산 복원하라고 외쳤던 졸업생은 입이 틀어막힌 채 질질 끌려갔다"라며 "모든 게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일어난 일들"이라고 했다.

 

이어 "'투표한다고 바뀔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지금 우리의 한 표는 암담한 현실을 끊어내고 밝은 내일을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낼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우리의 투표에 달려있다"라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 서울의 고려대에 붙여진 대자보  © 김용환 통신원

 

고려대에 붙은 또 다른 대자보는 "윤석열 정권이 집권하고 서민들의 삶은 계속해서 어려워졌다. 물가는 멈출 줄 모르고 치솟아, 최저시급으로 사과 한 알도 못 사먹을 정도이다. 물가는 오르고 일자리는 없어지는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는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라며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 청년층이 투표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 밖에도 서울의 동덕여대, 대전의 목원대·충남대·한남대, 대구의 경북대·계명대·대구대, 광주의 동강대, 부산의 동아대·부산대에 대자보가 붙었다.

 

  © 김용환 통신원

 

  © 김용환 통신원

 

  © 김용환 통신원

 

  © 김용환 통신원

 

  © 김용환 통신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최고 사전투표율? 조선 “우파 재결집” 한겨레 “정권 심판”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대통령은 국민이 왜 화를 내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일파만파 대파 논란’… 동아 “야당 공세 탓하기 전에 대통령 과거 되돌아봐야”

세월호 10주기 앞두고 특집 기사 통해 희생자·유가족·기록자 조명한 언론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4.04.08 07:31

  • 수정 2024.04.08 07:32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 4월 5일 오전 부산시 강서구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사전투표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율이 31.28%로 역대 총선 최고를 기록한 것을 놓고 언론의 해석이 엇갈린다. 조선일보는 논설위원 칼럼을 통해 “우파의 재역전 결집 현상”이라 했고 한겨레는 1면 상단에 “정권심판론, 막판까지 모든 이슈 ‘압도’” 기사를 냈다. 동아일보는 정치권 취재를 종합해 야당 ‘130여~150여석’, 여당 ‘80여~100여석’의 수치를 제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6일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전체 유권자 4428만 11명 가운데 1384만 9043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2020년 21대 총선(26.69%)보다 4.59%p 높은 수치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41.19%)이었고 전북(38.46%), 광주(38.00%), 세종(36.80%)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25.60%를 기록한 대구였다.

 

조선일보 “파우치백과 대파보단 일부 야권 후보들의 공정과 상식의 파멸”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8일 칼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에서 “만약 이재명과 조국이 입법부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면 십중팔구 원수를 갚으려 할 것”이라며 “원수를 갚는다. 이 말처럼 사악하면서도 강력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슬로건도 없다”고 했다.

김 논설위원은 “범죄 혐의자인 그들이 응분의 대가로 치러야 했던 수사와 재판 과정을 탄압과 고난으로 분칠하면서 새 세상을 맞은 팔뚝 완장을 으스댈 것”이라며 “당장 초여름부터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비롯한 두어 개 특검법 발의, 국정조사 발동, 국무위원 해임안, 탄핵안 발의 그리고 가을쯤 선제적 개헌안을 꺼내려 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총선 최고를 기록한 사전투표율은 ‘우파의 재역전 결집 현상’이라고 봤다. 김 논설위원은 “막판에 김준혁 양문석 공영운 박은정 같은 야권 후보가 전대미문의 극단적 망언, 위법적 사기 대출, 내로남불 대물림, 40억 전관예우로 국민의 성정에 엄청난 상처를 내면서 우파의 재역전 결집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며 “이재명과 조국이 유세장에서 흔들어대고 있는 파우치백과 대파보다는 김·양·공·박이 밑뿌리부터 흔들어버린 공정과 상식의 파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야 옳다”고 했다.

 

한겨레는 8일 1면 <정치심판론, 막판까지 모든 이슈 ‘압도’> 기사에서 “여야가 각자의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론조사 등에서 나타난 이번 선거의 강력한 특징은 ‘정권 심판론’이 모든 정책과 이슈를 압도하는 사실상 유일 구도로 흘러왔다는 점”이라고 했다.

▲ 8일자 한겨레 1면.

이어 “야당 심판론은 정권 심판론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갤럽이 3월26~28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무선전화로 조사원 인터뷰한 결과에서 ‘정부 지원론’이 40%, ‘정부 견제론’이 49% 나온 것을 인용했다.

최혜정 한겨레 논설위원은 칼럼 <윤 대통령은 아직도 모른다>에서 “대국민 담화(4월1일)에서 확인됐듯이 윤 대통령은 그저 억울할 뿐 국민이 왜 화를 내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이번 선거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윤 대통령이다. 민심의 심판대 위에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 힘’을 확인할 시간”이라고 했다.

 

“다 갖다 붙인 가격으로 할인판매 하는 하나로마트 방문이 적절한가”

동아일보는 8일 1면에 <민주 “130여∼150여석” 국힘 “80여∼100여석”> 기사를 냈다. 각 당의 시도당 및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를 동아일보가 취재해 취합한 결과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확실한 우세를 점한 지역구 76곳에 경합 우세 지역을 24곳으로 보고 있었고, 민주당 내부는 경합 우세 지역 등을 포함하면 최소 약 130석에서 최대 150석 플러스알파(+α)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양당 모두 사전투표를 계기로 각 당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전국 박빙 지역이 늘어난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 8일자 동아일보 1면 기사.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대파 논란’을 짚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칼럼 <일파만파 대파 논란>에서 천 논설주간은 “윤 대통령과 여당으로선 억울한 점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야당이 대파를 앞세워 ‘민생실패’ 공세를 하기에 앞서 자신의 과거를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하는 것도 맞다”고 했다.

천 논설주간은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내용이 “서민들의 삶과는 무관한 중장기 ‘토건 이슈’가 주를 이뤘다”고 평했다. ‘메시지 관리’ 측면에선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이 하나로마트를 방문한 취지는 ‘장바구니 물가 현장 점검’이다. 그런 현장으로 정부의 납품단가 지원액, 농협 자체 할인, 정부 할인쿠폰을 다 갖다 붙인 가격으로 서울 시내 최저가 수준으로 할인판매를 하는 하나로마트 양재점이 적절한가”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10주기 “사회적 기억 만들기 위해 무수한 일들 해왔다”

오는 16일 세월호 10주기를 앞두고 언론이 참사 희생자들과 남은 자들을 조명했다.

경향신문은 △4·16가족나눔봉사단 △희생자 이창현군 아버지 이남석씨 △생존자 김주희씨 △잠수사 전광근·황병주씨 등을 인터뷰했다. 경제논리에 따라 예산을 삭감하는 재정당국과, 국가배상 책임을 위해 법정 투쟁을 벌이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관련기사

  • ‘역대최고’ 사전투표율에 한겨레 “심판론 불 붙인 건 윤 대통령 본인”

  • 대파 반입금지 논란에 선관위, “정치적 목적 가진 대파만 제한”

  • “외국회사 작은 파우치는 투표소에 가져가도 됩니다”

  • “대통령 지지율, 좌파·우파·대파 중 뭐 때문에?”…나경원에 질문한 SNL

 

한겨레도 ‘열번째 다시, 봄’ 기획을 통해 <특조위·선조위·사참위… ‘미완’으로 끝난 세 번의 진상규명>, <보수정부 방해·음모론에 발목 잡혀… “그래도 진실에 한걸음”>, <‘전원 구조’ 오보, 국민·유가족 갈라치기… 부끄럼 몰랐던 언론> 등의 기사를 냈다.

▲ 8일자 한국일보 20면 기사.

한국일보도 <“세월호는 여전히 진행 중… 더 이상 고유명사 아니다”>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 6인을 인터뷰했다. 한국일보는 “작가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더 이상 고유 명사가 아니”라며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이 타인의 고통에 기꺼이 마음을 내고 참사를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기 위해 무수한 일들을 해 왔다고 증언한다”고 했다.

 

  • # 해시태그

 

박재령 기자구독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D-2 판세] 총선 최고 사전투표율, '범야권 200석' 가능할까



경합 50여곳, 최종 승패 좌우...정권심판 강력-여권 개헌저지 호소, 평론가들 예상 의석 전망

24.04.08 06:51l최종 업데이트 24.04.08 06:51l

곽우신(gorapakr)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6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1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사전투표율 31.28%.'

 

4년 전인 제21대 총선 사전투표율(26.69%)는 물론이고 역대 총선 사전투표율 중 가장 뜨거웠다. 국민의힘이 압승했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율(20.62%) 보다 높았고, 윤석열 대통령이 0.73%p차로 신승한 제20대 대통령 선거(36.93%) 보다는 낮았다.

 

거대 양당은 이번 사전투표율을 각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박정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 명의로 "이번 총선의 국민적 염원이 모여 국민의힘을 향한 결집을 이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공보본부 강선우 대변인은 "역대 총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사전투표율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성난 민심이 확인됐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김민석 총선 상황실장이 브리핑했던 "사전투표율 31.3% 목표"가 들어맞으면서 고무되는 분위기이다. 김 실장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죄송하다. 사전투표율 조작설에 휘말렸다"라며 "31.3, 화이팅"이라고 적기도 했다.

 

[공표된 여론조사 종합 판세]

여야 경합 48, 국힘 우세 45-경합우세 14, 민주 우세 71-경합 우세 73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 상임공동선대위원장,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

ⓒ 김보성,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이전인 3일까지 조사되고 공표된 각 지역구 여론조사들을 종합한 결과 국민의힘 우세 45곳-경합 우세 14곳, 민주당 우세 71곳- 경합 우세 73곳으로 집계됐다. 여야 경합 지역은 총 48곳이었고, 그 외에 새로운미래, 진보당, 무소속 우세 지역이 각각 1곳이었다. 양당이 우세와 경합 우세를 모두 차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59대 144로 민주당의 명확한 우위가 확인된다. 경합지역을 반반씩 차지할 것으로 가정하면 지역구는 83대 168로 유추 해석할 수 있다.

 

지난 4일 각당이 발표한 자체 판세 분석 결과 국힘은 우세 82곳-경합 55곳을 제시하고, 민주당은 우세 110곳-경합49곳을 꼽았다. 각당의 예측치에서 경합을 반반씩 차지할 것으로 가정하면 국힘은 105곳, 민주당은 135곳이다.

 

하지만 속단은 이르다. 이번 총선 판세는 주요 국면마다 크게 요동쳤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지지도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정권심판론' 여론도 꾸준히 높았지만, 민주당의 공천 파동으로 한때 야권 분위기가 크게 꺾였고, 이후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언급과 이종접 전 국방부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되어 출국하는 과정을 거치며 여권의 분위기가 고꾸라졌다.

 

이런 가운데 조국혁신당이 등장하며 정권심판론에 불이 붙었다. 일각에서 '범야권 200석' 전망이 나올 정도로 대세가 굳어지는 듯했지만, 민주당 후보들의 잇따른 설화와 의혹이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함과 동시에 개헌 저지선 확보를 위한 읍소에 나섰다. 국힘 내부에서는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여권이 바닥을 찍고 다시 야권을 추격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게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까지의 대체적인 흐름이다. 경합지역을 중심으로 여권의 '뒤집기'냐 야권의 '굳히기'냐에 따라 최종 판세가 판가름 나게 됐다.

 

역대급 사전투표율은 이번 총선의 결과를 예고하는 실마리가 될까? <오마이뉴스>는 총선 본투표를 단 이틀 남기고,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정치평론가들의 예측치를 종합해 판세를 가늠해봤다.

 

[야권 승리-국민의힘 개헌선 무너지나]

김준일 "범야권 185석, 국힘 97석 안팎"

장성철 "범야권 200석, 국힘 103석보다 아래"

 

큰사진보기

국민의힘 나경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현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전부터 야권의 승리를 예측했던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국민의힘 100석 '언더(아래)' 가능성이 높아졌다"라며 "지금은 한 97석 안팎으로 나올 것이라고 본다"라고 예상했다. 범야권은 185석을 기준으로 약간의 변동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근거는 사전투표율이었다. 그는 "투표율이 68%를 넘으면 국민의힘 100석 아래로 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왔는데, 31.28%의 사전 투표율 대입해보면 최종투표율이 70% 안팎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부터 사전투표율과 본투표율의 경향을 따져봤을 때 "사전투표율과 최종투표율 격차는 대략 40%p 정도 난다"라며 "이번에 그 격차가 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60%대 후반이고, 지금까지 패턴이라면 70%대 초반"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사전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투표의 열기가 높다는 뜻이며, 그렇다면 그 투표를 지배하는 정서가 무엇인지를 봐야한다"면서 "예컨대 지난번 대선에서는 소위 말하는 '문재인 정권 심판'과 '이재명 비토' 열기가 상당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역대 최고 투표율을 찍고도 이재명 후보가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를 종합해 봤을 때 총선의 성격을 '정권심판' 혹은 '정권견제'로 규정했다. "정권심판론과 정권안정론의 격차가 10%p 이상 난다"면서 "유권자들이 이 비율대로 투표장에 나온다는 건데, 국민의힘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접전지들을 민주당에 내줄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뜻"이라는 내다봤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여전히 200석(범야권)대 100석(범여권)으로 본다"라며 "국민의힘이 지난번 총선보다 더 많은 의석(103석)을 얻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그는 "부산에서도 수영구와 연제구가 그렇고, 경남에서도 진해라든지 다른 곳 몇 군데는 되게 어려워 보인다. 경기도에서도 분당갑을은 좀 위험하다"라며 "지난번보다 지역구(84석)에서 더 많은 의석을 얻기 어렵고, 비례 정당투표에서도 비례표가 분산되기 때문에 지난 총선의 19석보다 덜 얻게 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전투표율 역시 "정권 심판론이 반영된 투표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며 "이전보다 보수층이 더 많이 사전투표소에 나오기는 했겠지만, 기본적으로 사전투표는 진보 진영이 더 많이 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보수쪽에서 '이재명하고 조국을 심판하자'라는 분노가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권에 대한 분노가 더 커 보인다"라며 "고고하게 흐르는 프레임과 흐름은 '정권심판'"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방증으로 그는 7일 있었던 권성동·나경원·윤상현 후보 등 국민의힘 중진들의 잇따른 기자회견을 거론했다. "개헌 저지선이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을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보고를 통해서나 혹은 직감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에, '개헌 저지선만 지켜달라'라고 캠페인을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120석을 얻을 수 있다고 하면, 굳이 저런 캠페인을 할 이유가 없다. 본인들이 상당히 어렵다라는 걸 자인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신중론- 민주당 우세이지만 보수층도 결집]

이강윤 "민주당 단독 과반 가능, 국힘 105-120석"

김대진 조원C&I 대표 "민주당 140~155석, 국힘 110~130석"

 

큰사진보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벽보 제출 마감일인 3월 27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부산 지역 후보 선거 벽보를 정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사전투표율은 지속적으로 10년째 높아지고 있고, 원래 사전투표는 호남지역이 높았아서 (이전 사전투표에 비해) 특이한 점은 없는 것 같다"라며 "여야 누가 유리 혹은 불리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야당의 우세라는 구도 자체가 역전되지는 않았지만, 여권도 바닥을 치고 오르는 추세이기 때문에 섣불리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이강윤 정치평론가 역시 "사전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더이상 뉴스도 아닐뿐더러, 사전투표율만 가지고 어느 특정 정당에 유리하다 혹은 불리하다는 말을 하기도 어렵다"라며 "민주당 지지자들이 조금 더 많이 사전투표소에 나가기는 했겠지만, 뚜렷한 경향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거대 양당의 몫은 합쳐서 280석 정도이고,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다른 정당들이 나머지를 가져갈 것으로 본다. 이 파이 자체는 불변일 것"이라며 "민주당의 단독 과반은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100석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국힘의) 105~120석 정도 예측한다"라고 전망했다.

 

특히 "모든 선거 때 지지층의 막판 결집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여권측 지지자들의 결집 동인이 더 강하다"라며 "'범야권 200석'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나서서 '우리가 어렵다, 나를 사라지지 않게 해달라'라고 말한 게 국민의힘 지지층을 긴장하게 만들었다"라고 짚었다. 또한 공영운, 김준혁, 양문석 등 민주당 후보들의 논란이 언론에 집중적으로 조명된 점 역시 지적했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이사는 "사전투표율의 총선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사전투표율이냐 총투표율이 높다고 민주당한테 무조건 유리하냐? 그렇게 말할 수도 없다"라며 "지난 대선 때는 사전투표율이 높았지만 민주당이 졌고,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는 투표율이 낮았지만 민주당이 이겼다"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지금은 민주당의 미세한 우세를 반영했다는 정도이다. 오히려 투표율이 극단적으로 높아지면 '알 수 없다'가 된다"라고 봤다.

 

김대진 조원C&I 대표는 "높은 사전투표율로 야권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맞지만, 반대로 본투표 때 보수가 더 결집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면밀히 봐야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현재 상태에서 민주당은 140~155석 정도의 의석수가 유지되고 있고, 국민의힘은 110~130석을 계속 왔다갔다 하고 있다"라며 "국민의힘이 격전지에서 모두 패할 경우에는 민주당이 170석을 넘겠지만, 길고 짧은 건 끝가지 가봐야 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비통계적' 요소들을 언급했는데 "지금의 여론조사 환경이 굉장히 어려워져 가고 있다. 안심번호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안심번호에 들어가는 '알뜰폰' 사용자들도 엄청 많아졌다"면서 "20대와 30대의 경우, 그 중에서 특히 여권 지지 성향의 젊은층일 경우 여론조사에 잘 잡히지 않는다. 조사에 포함되지 못하는 여론들이 분명히 있다. 민주당의 우세 자체는 유지되고 있지만, 몇 석으로 이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여권 승리- 국민의힘 제1당 탈환]

엄경영 "여론조사 진보 과표집...국힘 과반, 민주당 130석, 조국혁신당 13석"

 

큰사진보기

6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부승찬 후보 지원 유세를 보고 있다. 2024.4.6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2월 말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170석'을 예측했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의석수를 조정하기는 했지만, 평론가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여전히 여권의 승리를 점쳤다. 엄 소장은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은 우선 지금까지의 추세가 그렇고, 또 본투표와의 분산투표 성격을 갖게 된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봤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사실상 처음으로 사전투표를 독려하면서, 사전투표에 보수도 가세했다. 오히려 이번 사전투표는 보수 쪽에 좀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라며 "지금은 양 진영의 총결집 상태가 예상되기 때문에, 사전투표율만 갖고 어느 정당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는 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총선 최종투표율을 "65% 정도"라고 예상하며, 이 역시 여권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요소로 짚었다. "총투표율이 높으려면 2030세대도 투표에 가세해야 하는데, 다른 세대들이 결집하는 데 반해 2030세대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라며 "지금은 60대 이상과 4050세대의 투표 전쟁"이라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까지 시행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일종의 '과표집'으로 봤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형성된 강력한 팬덤이 여론을 주도하고 적극적으로 응답에 나서면서 실제 여론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오차범위 내 경합지역의 경우 국민의힘이 차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엄 소장은 "국민의힘이 과반을 얻고, 민주당은 비례정당과 합쳐서 130석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조국혁신당은 13석 안팎, 기타 군소정당 소속이 나머지"라고 예상했다. 다만, 투표 의향을 결정하지 못한 채 미온적인 2030세대가 남은 기간 동안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태그:#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권심판론, #정권안정론, #410총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