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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길들이기 시그널인가”…치안감 ‘황당 인사’, 2시간만에 번복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6/23 11:26
  • 수정일
    2022/06/23 11: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초유의 인사 번복 사태…치안감 28명 중 7명 수정 발표 대혼란

경기 지역 각 경찰서 앞 '경찰국 설치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정창규 기자)
▲ 경기 지역 각 경찰서 앞 '경찰국 설치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정창규 기자)


정부가 21일 경찰 서열 3번째 계급인 치안감 인사를 단행한 지 불과 2시간 여만에 인사 내용을 수정하는 황당한일 벌어졌다.

 

22일 경기신문의 취재결과 정부는 지난 21일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김수영 경기남부경찰청 분당경찰서장이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불과 2시간 만에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김준철 광주경찰청장으로 변경됐다. 김 서장은 대신 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으로 치안감 승진 후 발령됐다.

 

이날은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가 31년만에 사실상 경찰국 신설을 발표한 직후 총 7명의 보직이 수정됐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임식도 치르지 못할 정도로 급박하게 이뤄진 인사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번복되는 상황에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혼란스러워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오늘 오전 11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에 대한 행안부의 직접통제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하고, 경찰위원회의 실질화 같은 민주적통제 강화 그리고 행정경찰 사법경찰 분리와 경찰권한의 분산과 축소 방안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경찰개혁네트워크 제공)
▲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오늘 오전 11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에 대한 행안부의 직접통제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하고, 경찰위원회의 실질화 같은 민주적통제 강화 그리고 행정경찰 사법경찰 분리와 경찰권한의 분산과 축소 방안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경찰개혁네트워크 제공)

 

치안감 인사는 총 28명이다.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 후 보직변경된 인사는 김 서장 외 총 6명이다.

 

보직이 번복된 인사 대상자를 살펴보면 김준철 광주경찰청장(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경찰청 생활안전국장), 정용근 충북경찰청장(중앙경찰학교장→경찰청 교통국장), 최주원 경찰청 국수본 과학수사관리관(경찰청 국수본 사이버수사국장→경찰청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윤승영 충남경찰청 자치경찰부장(경찰청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경찰청 국수본 수사국장), 이명교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첫 명단에 없음→중앙경찰학교장), 김학관 경찰청 기획조정관(경찰청 교통국장→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이다. 

 

이외 경기권에서는 김순호 경기남부경찰청 수원남부경찰서장이 경찰청 국수본 안보수사국장으로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 후 보직변경됐다. 김남현 경기북부경찰청장은 대구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경찰 관계자는 “인사 명단이 협의 과정에서 여러 안이 있는데, 실무자가 최종안을 올려야 하는데 잘못 올렸다”며 “실무자가 인사 발령자 확인을 하고 전화를 받는 과정에서 뒤늦게 오류를 발견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경찰 일각에서는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의 최종 권고안 발표에 대해 경찰청이 우려를 표명한 직후 인사 발표가 번복됐다고 입을 모은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정부의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정권 초기 정부가 경찰 조직 전체에 대한 ‘길들이기’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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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첫 해외순방에 김건희 동행

대통령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하지 않는다”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06.22 17:27
  •  
  •  수정 2022.06.22 19:53
  •  
  •  댓글 0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에 김건희 여사가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22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29일부터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릴 예정인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참석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공식적인 배우자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희망하는 소위 정상들의 배우자께서 참여하실 수 있다”며 “가급적 참여하시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세한 배우자 프로그램은 아마 현지에서 아니면 출발 직전에 설명드릴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며, “아직 모든 게 셋업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로 갈음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최근 김 여사는 왕성한 공개 활동을 벌인 바 있다. 외교 무대 데뷔를 앞둔 ‘몸풀기’였던 셈이다.   

지난 12일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윤 대통령 부부. [사진제공-대통령실]
지난 12일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윤 대통령 부부. [사진제공-대통령실]

지난 12일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함께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에서 「브로커」를 관람하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화계 인사 초청 만찬에 참석했다. 13일에는 봉하로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고, 14일 서울 용산에서 여당 4선 이상 중진 의원 부인들과 오찬을 함께 했으며, 16일에는 연희동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를 만났다. 

17일에는 서울 모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만났다. 또한 윤 대통령과 함께 보훈가족 및 유공자 초청 오찬을 주최했다. 18일에는 종로구 평창동에서 고 심정민 소령 추모 음악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러시아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한국의 반중, 반러 정책 선회 가능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계속 무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우리가 기존의 인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5천만 불은 이미 집행이 됐고 추가로 5천만 불을 또 지원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총 1억 불이 인도적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에게 공여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없고 우회적인 지원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나토 정상회의 계기에 아시아-태평양 4개 파트너국(한·일·호주·뉴질랜드) 정상 회동이 개최될 예정이다. 한미일 정상회담도 추진 중이나, 확정되지는 않았다. 다음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측의 고사로 한·일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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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민관협치②] 오세훈 ‘예산삭감’ 압박 시달리는 ‘서울시 노동센터’가 해온 일

오세훈 시장 당선 직후 다시 시민사회 위탁사업 구조조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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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서울시 민관협치

[위협받는 민관협치①] 오세훈의 ‘시민단체 죽이기’ 흑색선전 백태
[위협받는 민관협치②] 오세훈 ‘예산삭감’ 협박 시달리는 ‘서울시 노동센터’가 해온 일

 

“비영리단체들이 (비영리로) 서울시로부터 위탁을 받고 사업을 수행하지 않으면, 서울시 공무원들이 직접 할 수 있나요? 그래서 ‘민관 거버넌스’가 필요한 것인데, 이걸 마치 세금이 헛되이 쓰이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민관 거버넌스를 파괴하겠다는 것으로 들려요.”

사회적 약자의 치유와 재기를 돕는 서울시 위탁사업 단체 활동가 A 씨의 말이다.

서울시를 대신해 각종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던 시민단체들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센터 문을 닫거나 완전한 독립을 준비 중이다. 오세훈 시장이 “시민단체를 자처하는 단체들이 지난 10년간 서울시 혈세를 빼 갔다”고 주장하며, 민간위탁사업 구조조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미 지난해 일괄적인 민간위탁 예산 구조조정에 나섰다가, 반대에 부딪히면서 일부 예산에 대해서만 구조조정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시 당선되면서, 지난해 못다 이룬 일을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오 시장은 시민사회단체, 비영리단체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서울시 혈세를 빼 갔다고 주장하며, 이 때문에 혈세가 낭비됐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예산 편성·집행이 관련 조례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서울시 예산은 정말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곳에 쓰인 것일까? A 씨는 말했다. “물론 (오세훈 시장의 말처럼) 따져보면 예산이 낭비되는 곳도 있겠죠. 하지만 꼭 필요한 곳도 있어요.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은 깎으면 안 되잖아요.”
 
2021년 기준 서울시 내 노동센터 현황 ⓒ서울노동권익센터

예산 40% 삭감 위협
삭감, 완화·조정됐지만
“올해 더 힘들 듯”


A씨가 운영하는 단체는 지난해 극적으로 올해 예산을 지켜냈다. 그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진행한 사업을 통해 사회로 복귀한 이들이 서명운동을 벌이고, 시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던 민주당 시의원들이 ‘묻지 마 예산 삭감’에 반대하면서, 다행히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서울시 내 17개 자치구 노동센터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시는 취약계층 노동자의 노동상담 및 법률지원, 조직화 지원, 정책개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광역 노동센터 1개, 권역별 노동센터 4곳, 자치구 노동센터 17곳을 노동단체에 민간위탁하는 방법으로 운영하고 있다. 광역 노동센터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권역별 노동센터는 한국노총이, 자치구 노동센터는 민주노총 지역본부 및 유관 단체 등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노동계와 한 자치구 노동센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오세훈 시장이 민간위탁사업을 구조조정 하겠다고 예고한 뒤 서울시는 민주노총과 연계된 풀뿌리 단체 및 활동가가 시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17개 자치구 노동센터의 시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각 구청에 통보했다. 전년 대비 60%만 보전하고 40%를 삭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구청에서 센터를 유지하고 싶으면 알아서 40%를 보전하라는 취지였다. 민간위탁비 40% 삭감은 사실상 사업비를 전부 없애는 것이라서,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센터 관계자가 설명했다.

한국노총이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4개의 권역 노동센터는 4%의 예산이 깎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독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연계된 활동가 및 단체에만 가혹한 삭감이 진행됐다.

자치구 노동센터 센터장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시 앞에서 피켓을 들며 이 사실을 알렸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40% 삭감안은 서울시의회 심의를 거치면서 17% 삭감으로 완화됐다. 서울시의회 다수의석을 확보하고 있던 민주당 시의원들이 ‘묻지 마 민간위탁비 삭감’에 반대하면서 조정한 결과였다. 또 마포구와 중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구청이 없는 예산을 쪼개서 삭감된 시 예산 17%를 보전했다. 덕분에 노동센터 운영은 올해도 지속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전망은 매우 어둡다. 오세훈 시장이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지난해 민주당 시의원들의 반대로 이루지 못한 민간위탁사업 예산을 원하는 대로 구조조정 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시의회 68% 의석이 국민의힘 시의원에게 돌아가면서 오 시장은 더욱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기초자치단체장들도 상당수 국민의힘 출신으로 바뀌어서 예산 보전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센터 관계자는 올해 예산은 지키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예산을 삭감하기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이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예산 심사가 시작되는 7월부터 관련 논의가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노동센터 노동상담 건수 ⓒ서울노동권익센터

상담, 5년 사이 2천건→2만건
‘권리구제’도 매해 약 150건씩


그렇다면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그토록 예산을 삭감하고 싶어서 안달이었던 서울시 노동센터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곳일까?

과거에는 임금체불·부당해고·산업재해 등 노동사건을 겪으면 고용노동부로 전화했다. 최근에는 서울시 노동센터 통합번호(1661-2020)로도 전화를 많이 한다. 센터는 전화·온라인 무료상담 외에도 입증자료 검토가 필요할 경우 방문상담을 받기도 한다. 지난 5년 동안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노동센터가 늘면서, 상담 사례도 급증했다. 2015년 2184건 → 2016년 6744건 → 2017년 1만847건 → 2018년 1만4693건 → 2019년 1만7190건 → 2020년 2만2366건 등으로 5년 사이 10배가량 급증했다. 2021년 상담 건수도 2만283건으로 2만 건을 넘었다.

서비스가 필요한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서울시 노동센터 상담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음의 사례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네이버 카페 ‘복지 아는게 힘’(회원 수, 19만9천여명)에서 한 게시글 작성자는 “처음에는 고용노동부에 문의했는데, 상담사마다 말이 다르고 그냥 일 처리한다는 느낌”이었다며 “그래서 (서울시) 마포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 전화했다. 무료여서 기대도 안 했다. 그런데 적극적이고 친절하고 마음을 써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감사했다. 내용도 정확했고 심도 있는 상담을 했다”라고 소개했다. 공공이 할 수 없는 역할을 민간이 보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서울시 노동센터 권리구제 건수 ⓒ서울노동권익센터
노동센터는 ‘권리구제 지원 절차’를 통해 취약계층 노동자의 소송을 지원하기도 한다. 권리구제 지원 절차는 노동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한 결과 행정기관과 법원을 상대로 진정·청구 등의 행정심판이 필요하다 판단되는 경우 대리인(공인노무사·변호사) 수임료를 지원하는 제도다. 대상은 월 평균임금이 300만 원 이하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2017년 154건, 2018년 138건, 2019년 134건, 2020년 160건의 권리구제를 통해 센터가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권리회복을 도왔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이지영 공인노무사는 “권리구제의 경우 자치구와 권역 센터에서 초기 상담을 한 뒤, 권리구제 신청을 하면 저희 광역센터가 노동권리보호관을 배정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며 자치구 센터와 광역·권역 센터 일이 모두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원을 받은 노동자들은 대부분 취약계층 노동자였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10년 이상 일하던 장애2급 노동자는 사업장 보일러 수리를 하던 중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오자 구두해고를 당했다. 이곳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었고, 피해 노동자는 노동센터 지원으로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및 노동청 임금체불 진정을 진행해, 사용자와 합의할 수 있었다. 24시간 격일제로 일하다 2020년 6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진 한 경비노동자의 유족은 노동센터 지원으로 산재가 인정돼 장례비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 같은 조건으로 일하다 뇌경색 진단을 받은 경비노동자 또한 노동센터 지원으로 업무상질병으로 인한 요양신청이 인정됐다.
 
지난 2019년 9월 18일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에서 열린 '직장 갑질 이동상담센터'에서 시민들이 직장 내 괴롭힘부터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 각종 노동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노동권익센터, 자치구노동센터,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이날부터 12월 19일까지 서울시내 13개 주요 지하철 역사내에서 '직장 갑질 이동상담센터'를 운영했다. ⓒ뉴스1

“노동 문제, 무시하지 못할 것”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서울시 노동센터 예산 대폭 삭감을 시도하고 지방선거에서 민관협치 성격의 민간위탁사업 비용을 일괄적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하긴 했으나, 함부로 노동센터를 건드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굳이 크지 않은 예산으로 문제를 만들 이유는 없고, 아무리 국민의힘이 시의회 다수석이 됐다 하더라도 노동의 문제를 무시하고 갈 순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라고 전했다.

단순히 전 시장의 행적을 지우기 위한 명목으로, 성과를 수치로 증명할 수 있는 사업의 예산까지 구조조정하려면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동센터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지역주민단체,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이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 민간위탁사업에 참여하면서 자치력이 오히려 떨어진 것 아니냐는 반성적 평가가 나올 수 있고, 혹은 위탁업무를 수행하면서 얼마나 잘했느냐 못했느냐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무조건 잘 했으니 사업을 유지하라고 요구할 순 없다”라며 “하지만 시민들로부터 평가라 던지, 서울시와 평가 테이블을 구성해서 뭘 하겠다 등 이런 절차는 전혀 없고, 느닷없이 (시민사회를) 폄훼하면서 일괄적으로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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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 속이는 일” 중앙 “원전 최강국 회복해야”

  • 기자명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2.06.23 08:14
  •  
  •  수정 2022.06.23 10:33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윤석열 탈원전 폐기 계획에 상반된 의견 보인 아침신문들
총장 없이 대규모 검찰인사…아침신문들 ‘총장 패싱’ 인사 비판 의견 모아
경향 “윤석열·한동훈 의지 이행하는 ‘식물 총장’에 그칠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바보 같은 짓” “폭탄”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탈원전 폐기’를 재확인했다. “철철 넘칠 정도로 지원을 해 줘야 한다” “원전 세일즈를 위해서 백방으로 뛰겠다”며 1조원 이상 일감 발주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23일 아침신문들은 윤 대통령의 ‘탈원전 폐기’ 계획에 주목했다. 특히, 한겨레와 조선일보·중앙일보의 사설은 상반됐다. 

▲ 23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23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는 1면 기사 ‘“탈원전, 5년간 바보짓” 윤 원전 부양 급발진’에서 “문 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기조’ 탓에 관련 기업들이 고사 상태에 빠져 있다는 명분을 들어 원전산업 지원에 시동을 건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이어진 2면 기사에서는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가 남아 있는 신한울 3·4호기 일감 조기 집행 등의 지원 대책을 두고도 착공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정부의 ‘공개적 알박기’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 23일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 23일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23일 만평 갈무리.
▲ 한겨레 23일 만평 갈무리.

‘원전이 미래산업이라는 정부의 환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윤 대통령의 인식과 정부의 움직임은 원전이 미래산업이라는 환상에 뿌리를 두고 적극적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점진적 탈원전을 표방하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한 일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시킨 것 외에는 거의 없다”며 “그럼에도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은 탈원전 탓에 원전 업계가 초토화됐다는 무리한 주장을 계속했다. 이날 정부의 지원 방안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의지를 앞세워 그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미래 원전 시장을 강조하고, 원전 최강국을 비전으로 꼽고 있다”며 “이는 시야가 좁은 것이요, 국민을 속이는 일에 가깝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한시적 대안으로 원전의 효율적 활용을 고려하는 나라가 있긴 하지만, 원전을 미래 산업으로 여기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탈원전 5년, 바보 같은 짓”…원전 최강국 회복해야’였다. 사설은 “원전 최강국 목표는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면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발등의 불”이라며 “원전은 반도체와 함께 한국이 세계 정상의 기술을 확보한 분야다. 이런 전략적 가치와 70%가 넘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강행했다. 완성까지 최소 10년이 걸리는 원전 산업 생태계는 결국 고사 상태로 내몰렸다”고 했다. 

▲ 23일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 23일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아울러 “결국 우리는 무모한 탈원전이 국가를 어떤 위험에 빠뜨리는지 절감하고 있다”며 “러시아 가스관 사업을 중단한 독일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 역시 원전 산업을 심폐 소생하는 각오로 되살려야 할 때”라고 했다. 

조선일보 또한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탈원전 공백 5년으로 휘청대는 원자력계 현장을 방문하고 지원 의지를 밝혀 희망을 불어넣는 것은 적절한 일”이라며 “상처 입은 원자력 산업계가 위안을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약속이 말로 그쳐선 안 된다”고도 강조하며 “신한울 3·4호기는 2011~2016년 환경영향평가를 받았지만 ‘5년 내 착공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에 막혀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5년 사이 환경에 무슨 큰 변화가 있었겠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시켜 원전업계가 기력을 되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23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23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5면 기사 ‘文 탈원전 롤모델 독일마저…올해 멈추려던 원전 3기 수명연장 검토’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탈원전과 탄소 중립을 추진해왔던 독일이 에너지 안보 위기에 봉착하자 원전 가동 연장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독일의 탈원전 기조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총장 없이 대규모 검찰인사…동아 “한 법무, 너무 나간 것 아닌가”

검찰총장 공백 상태에서 검찰 인사가 진행되는 게 검찰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 속에서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대규모 인사를 강행했다. 전날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는 2시간여만에 대상자 28명 중 7명의 보직이 번복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23일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현 사태를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장관·총장 간 인사 논의 과정에서 ‘건전한 긴장’이 있었을 리 없다”며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한다 해도 이번 인사는 ‘한동훈 인사’이며 ‘검찰총장 패싱’인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차기 검찰총장은 요직 인사가 대부분 마무리된 뒤 취임하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의지를 실무적으로 이행하는 ‘식물 총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라고도 지적했다. 

▲ 23일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 23일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한겨레도 사설에서 “윤석열 정부의 검경 인사 난맥상이 도를 넘고 있다”며 “검찰총장 없이 잇따라 인사가 이뤄지는 것만으로도 새 총장이 허수아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에 총장의 핵심 참모직마저 미리 채워졌으니 이렇게 노골적인 총장 패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 요직이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장관과 가까운 검사들 일색으로 채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러고도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수사, 공정한 수사,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겠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인사 번복 사태에 대해서도 “경찰 길들이기 아니냐는 의구심이 풀리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일보 또한 사설을 통해 “이번 인사의 문제는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검찰 간부 인사가 이루어진 것”이라며 “검찰총장 인선에 대한 움직임조차 없는 가운데 검찰 인사만 자꾸 하니 뒷말이 안 나올 수 없다. 이런 이상한 일에 대해 설명도 하지 않으니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잘못된 검찰 인사의 문제를 뼈져리게 느꼈을 사람이다. 윤 정부에서도 이런 비정상적 검찰 인사가 이어진다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 23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23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총장 없는 검찰 인사를 정례적으로 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며 “대검 참모에 대한 인사 의견조차 낼 수 없는 차기 총장이 제대로 검찰을 운영할 수 있겠나. 법무부가 고위공직자 검증 업무까지 맡고 있어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대통령민정수석비석관의 ‘1인 3역을 맡고 있다’는 비판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이르면 다음 주 단행될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이후에는 전 정부를 향한 검찰 수사 속도가 더 빨라질 텐데 ‘윤 사단’이 수사를 주도하면 보복 수사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며 “윤 대통령, 한 장관과의 근무 연에 따라 정해지는 검찰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 ‘윤 사단’이라는 퇴행적인 용어부터 사라져야 검사들이 공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 23일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 23일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경찰 인사 번복에 대해서도 사설을 통해 “실무자의 실수라는 취지인데, 정상적인 정부 기관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황당한 일”이라며 “경찰 내에서는 ‘행안부의 경찰 길들이기’라고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됐고 발표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국민과 일선 경찰의 의구심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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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인가 재벌단체인가... 기만적인 윤석열 정부

[소셜 코리아]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의 문제점... 규제완화로 경제활력 되찾겠다는 착각

22.06.23 05:42최종 업데이트 22.06.23 05:42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개요도 ⓒ 기획재정부


오리무중이었던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됐다. 목표는 성장과 공정의 선순환이다. 이를 위한 4대 경제운용 기조에서 세 가지 보편적 가치가 눈에 띈다. 자유, 공정 그리고 연대. 많이 들어 본 좋은 말이다. 세부 내역을 들여다볼 겨를이 없는 국민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을 단어들이다.

자유가 너무 추상적이라 어색하지만 이걸 빼면 불평등 완화와 사회통합을 강조하는 포용적 성장전략 혹은 지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자세히 읽어보면 이런 수사에 반하는 내용이다. 자유를 외치지만 강자의 자유뿐이고, 공정을 말하지만 실질적 공정에 역행하며, 연대를 내세우지만 연대를 해치는 내용이다. 상식적이지도 않고 시대에 역행하며 겉과 속이 달라 기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같은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경제를 보는 큰 틀은 이런 것으로 보인다. 있는 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고 재벌과 대기업을 비롯한 경제적 강자들에 대한 감시와 감독의 채찍을 거두면 이들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그렇게 활력이 되살아나면 그 낙수효과 덕에 국민들이 행복하게 된다.

이런 논리를 만드는 현실 인식은 이렇다. 지금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성장잠재력이 하락하는 원인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막는 규제, 경직적 노사관계 그리고 연공 중심 임금체계 등이다. 바로 이런 구조적 문제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낮추고 노동생산성도 낮추는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본질을 비껴가도 한참 비껴간 인식이다. 노사관계와 임금체계가 아무리 바뀌어도 재벌과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집중, 하도급 관계에서 일어나는 불공정한 이익 배분과 기술 탈취가 지속되는 한, 고용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재벌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의 주장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공익을 대표한다는 정부가 이런 논리로 현실을 진단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정부 역할은 공정한 시장 만들기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체적으로 경제정책 기조에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보인다. 우선 있는 자들에 대한 세금 경감과 재벌과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추론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막연하고 비현실적이며 합리적이지도 않다. 또한 낙수효과로 국민들이 행복해지기를 기대하지만 오히려 강자들만을 위한 힘의 질서를 강화하고 양극화와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뿐이다.

두 번째 심각한 문제는 지금처럼 세계 경제의 미래 전망이 어둡고 불확실성이 큰 위기 국면에서 이런 낡고 허술한 틀만으로 대처하겠다는 매우 안이한 자세다.

"정부는 과도한 시장개입을 지양하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는 지난 정부의 개혁과제를 파기하거나 되돌리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불평등과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여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정부의 역할을 "지양해야 할 과도한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보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애덤 스미스부터 현대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이 강조하는 정부 본연의 역할은 바로 공정한 시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시장 참여자의 반칙을 감시하고 불완전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것이다. 한국의 시장 질서는 매우 불공정한 힘의 질서가 지배하고 양극화되어 있다. 오랫동안 고속 경제성장을 우선시했던 정부가 이런 본연의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과거에는 고도성장이 가능하니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 본연의 역할이 꼭 필요한 발전단계에 접어들었다. 정상적이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국민의 전반적 삶의 질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만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 지난 정부 5년의 이러한 개혁과제들은 반드시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발표된 경제운용 방향은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 입법과 같은 건전재정 기조 확립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기조는 복지국가로 전환해야 하는 발전단계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위기관리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건전재정을 걱정할 만큼 국가부채의 문제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어서 시의적절한가 의문이다.

경제정책 방향에서 가장 큰 비중을 규제개혁에 두고 있다. 자세히 보면 "규제혁파"라는 용어가 말해주듯이 규제완화에 가깝다. 규제 공백을 메우거나 실효성을 강화하는 규제개혁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처럼 규제완화로 "민간 중심의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낙관적 상상에서 관료적 사고의 한계가 보인다.

"장기간 관행적으로 운영되어 온 규제"를 "시대흐름에 맞게 재정비"한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력 집중의 문제에서 감시 강화보다는 완화를, 그리고 공공사업 참여와 입찰에서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의 참여를 강조한다. 도시 용도지역제와 입지규제 개편은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과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 오히려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의 부당지원과 사익편취 행위와 관련된 규제에 대한 지침개정, 경제법령상 형벌 규정 개정,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과 친족범위 조정,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 플랫폼 기업 자율규제안 등은 한국 자본주의의 고질적 병폐인 재벌의 사익편취와 경제적 강자의 불공정 행위의 공간을 넓힐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시대 역행하는 규제완화, 부자감세
 

▲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방향 전면 수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공정한 선진 자본주의로 발전하려면 재벌과 대기업의 반칙을 더욱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 탈취에 징벌적인 손해배상을 하는 등 구체적인 처벌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전속고발제도 운용의 엄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개정한다고 한다. 제도가 축소 운용될까 우려된다.

하도급 거래와 플랫폼 경제에서도 민간 주도 자율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현존하는 힘의 불균형과 우월적 지위의 남용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 제도 정비와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개선안은 없다. 결국 공정거래의 정착보다는 구속력 없는 형식적 협약과 보여주기 행정에 머물 공산이 크다.

공공사업과 입찰에서 (대기업) 차별 규제 완화, 투자·상생협력촉진 과세특례제도의 폐지 등과 같이 중소기업의 기회와 수익 확대를 위한 최소한의 정책까지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도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공정경제라는 정책방향에 역행한다.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고 재벌의 사익편취를 근절하며 불공정한 대중소기업 관계를 청산해야 창업과 중소기업 성장으로 활력있는 기업생태계가 만들 수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보유세 완화와 공정시장가액 비율 하향조정,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가업승계 특례의 대폭 확대(매출액 기준 1조 원까지 적용하고 사후관리 기간 축소) 등 대기업과 최상위 계층에 가장 큰 혜택을 주는 부자감세안이 눈에 띄는 정책방향이다.
     
그러나 감세의 합리적 근거도 찾아보기 힘들고 고물가-고금리 시대와 세계적 경제위기에 대비한 대책으로도 볼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악화된 소득과 자산 불평등을 더욱 가중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정책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부자증세를 강화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부의 대물림,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역행한다.

노동시장 개혁 방향은 노동시간, 노동자의 건강, 산업재해 등에 규제의 유연성을 키우고 노사 간 자율적 합의를 존중한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에서는 경영자 책임을 완화하는 쪽에 맞춰져 있다.

노동정책의 기본철학이 부재하고 마치 '규제혁파' 혹은 기업친화적 성장전략의 부속물 정도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과 과로로 내몰지 않게 하고, 높은 산업재해의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최상위 과제이다. 경영활동 위축을 명분으로 타협해야 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정책은 노동시장의 근간을 설계하는 것이고, 국가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한 영역이다.

양극화된 노동시장이 교육도 왜곡

이런 기본적 규제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을 살릴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기업만이 생존하도록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길이 선진 경제로 발전을 지속하는 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양극화된 노동시장에서는 극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무한경쟁만 있을 뿐이다. 이런 시장에서 자신의 소질을 자유롭게 개발하여 창의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좋은 일자리를 잡을 수 있는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대학교육과 초중등교육 모두 비정상적인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교육개혁은 발표한 것처럼 대학 자율에 맡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임금, 복리후생, 산업안전 등에서 부문별 격차를 현격히 줄이고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부문에서 다수가 안심하고 자신의 역량을 계발할 동기를 갖게 된다.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다양한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공부문 일자리에 대한 기회를 비수도권, 고졸자 등에 확대하는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 녹색산업, 순환경제, 플랫폼 경제 등과 같이 새로 성장하는 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고민도 필요하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향후 5년 동안 재생에너지 확산에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향후 경제발전에 거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 경제정책 방향이 구체적이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정책 방향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투자와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 등이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울러 탈탄소 전환의 의무와 책임을 특정 집단과 지역에 전가하지 않고 모든 국민이 나눠지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대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 역시 정부 발표에서 보이지 않는다. 탄소중립 사회 전환으로 인해 탄소집약도가 높은 부문의 노동시장이 받는 충격은 어마어마하다. 향후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에 대한 대책을 찾아야 한다.
     
위기 때 국가 역량 중요해져

사회복지 서비스의 민간 참여 확대도 크게 우려된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고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미비하고 지역 간, 계층 간 불균형도 심각한 현실을 고려할 때 보편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영리를 우선시하는 민간 사업자들의 역할을 확대하면 부자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시장은 키울 수 있겠지만 사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부동산 관련 정책방향은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 완화, 분양가상한제 완화, 공급확대를 위한 인허가 관련 규제 완화 등이다. 빚내서 집 사라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빠른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시점, 그것도 과열된 부동산 자산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려는 시점에서 이런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정책이다. 대규모 건설경기 부양 같은 단기 성과주의의 유혹인가? 서민 주거안정을 목표로 부동산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기에 처할수록 민간주도, 시장주도로 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행정부 수반이 경제정책 방향을 소개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전혀 의미가 통하지 않는 말이다. 전제와 결론의 연관성도 없고 논리적이지도 않으며 사실에 반한다.

위기에 처할수록 복지와 사회안전망 그리고 국가와 공공부문의 위기관리 역량의 중요성이 커진다. 코로나19 위기 때도 그랬고 외환위기와 세계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시장경제의 체질을 시장주도로 완전히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있는 자들의 경제적 기득권을 지키는 후진적 시장경제냐? 아니면 보편적 삶의 질을 높이는 민주적 시장경제냐? 전자의 현상유지는 안 된다.
   

▲ 주병기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소셜 코리아 편집·운영위원) ⓒ 주병기

   
* 필자 소개: 이 글을 쓴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셜 코리아>의 편집·운영위원과 서울대 경제연구소 분배정의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미 캔자스대와 고려대 경제학과에서 재직했으며 한국응용경제학회장, Journal of Institutional and Theoretical Economics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시경제학, 재정학, 정치경제 등이고 분배적 정의, 불평등과 소득분배, 공정한 경제기제 등의 주제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 <분배적 정의와 한국사회의 통합>,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시간>, <혁신의 시작> 등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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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과 찬사

 
내가 원한 것은 ‘공정’이었지 ‘(문재인) 편향’이 아니었다
 
강기석 | 2022-06-22 09:06:54  
 

 


 

어제(20일) ‘연합뉴스공정보도노동조합’이란 단체에서 「 ‘문재인 나팔수’ 연합뉴스 배후엔 강기석 이사장이 있었다」 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해 읽어 보았다. 장문의 성명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친 어조로 나를 비판 혹은 비방하고 있으나, 나는 그다지 놀랍지도, 억울하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다.

내 지난 4년 몇 개월(뉴스통신진흥회 3년6개월과 퇴직 후 11개월) 간의 활동과 글을 비난의 자료로 삼았으되 인용에 거짓이나 과장은 없었고, 단지 사물을 보는 시각과 결과를 판단하는 잣대가 크게 다를 뿐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내내 괴로웠다. 공영언론 연합뉴스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그에 따르는 막중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자괴감이 늘 있었다. 경영을 관리감독한다는 것이 연합뉴스의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연합뉴스가 매년 300억에 이르는 국고지원을 받는 만큼, 가장 빠르고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생산하는 진정한 공영언론사로 우뚝 세우라는 시민사회의 열망이 그 책무의 핵심일 것이다.

그러나 이사회 구성에서부터, 관리감독권의 구체적 내용에 관한 법적 미비, 연합의 오래 된 인적 구조 및 강한 보수 편향성, 일체의 외부 비판과 간여마저도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연합 구성원들의 정서와 이를 배경으로 한 노조의 반발 등으로 인해 간섭이나 침해는커녕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이나 의견제시 마저도 번번히 벽에 부딪힐 뿐이었다.

나는 이사장 취임 오래 전부터 페북이나 오마이뉴스, 작은 인터넷매체들에 글을 써왔는데 이사장 취임 이래 더 열심히, 더 많이 글을 쓴 것은 그러한 배경 때문이었다. 즉, 대나무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친 이발사의 심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런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하기 위해 쓴 외부 글들을 통해 연합의 뉴스생산과정에 간섭하려 했다니, 이 얼마나 기발한 상상력인가!

나는 연햡뉴스의 공정성에 늘 불만을 가졌지만 단 한 순간도 연합뉴스가 ‘문재인 나팔수’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내가 원한 것은 ‘공정’이었지 ‘(문재인) 편향’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숱하게 시도했고, 그 때마다 좌절했던 내 염려와 충고를 조금이라도 참조했다면 연합뉴스는 오늘날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영언론의 첫 손가락에 꼽히는 언론사가 될 수 있었으리라고 믿는다.

아무튼 나는 어제(20일) ‘연합뉴스공정보도노동조합’이 낸 성명서가 나에 대한 비난이나 매도가 아니라, 조합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에 대한 찬사와 격려로 읽히기도 한다. 나 자신도 할 수 없는, 지난 4년 여 나의 언행을 너무도 잘 정리해 줘서 고맙다.

내게 큰 기대를 걸었고, 그만큼 실망도 컸던 많은 분들에게 “그래도 강 아무개가 생각은 똑바로 했고, 나름 발버둥은 쳤나 보다”고 여기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임한 뒤 1년 가까이 지난 이 시점에 뜬금없이 전임 이사장을 공격하는 것이 기이하기는 하다. 정권이 바뀐 후, 이제는 연합뉴스를 ‘진짜 윤석열 나팔수’로 만들고자 하는 일부 세력이 준동하기 시작한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나팔수’ 연합뉴스 배후엔 강기석 이사장이 있었다

경영진 질타하고 친정부 글 쏟아내며 사실상 ‘보도지침’ 하달
“국민의힘은 불한당이고 대장동 사건은 윤석열 게이트” 비방
안철수를 강아지로 비하하고 김어준은 세계 최고 K방역 영웅화

연합뉴스가 문재인 정권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데는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출신의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이하 진흥회) 이사장의 역할이 지대했다.

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미화하고 국민의힘을 타격하는데 앞장선 그는 일제 강점기 언론검열관처럼 행세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진흥회 이사장은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공격함으로써 연합뉴스의 독립성·공정성 의무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문 정권에 불리한 이슈가 불거지면 연합뉴스 경영진을 질타하고 일선 기자들을 우회 압박했다. 그런 다음 편집국 보도는 친정부 기사로 도배질했다.

인터넷 신문이나 SNS 등에 수시로 올린 글은 궁예의 관심법과 사이비 교주의 저주, 프랑스 화가 다비드의 영웅 만들기, 백운규의 '너 죽을래' 협박 수법이 총동원된 사실상의 보도지침이었다.

그자는 2019년 9월 인터넷 신문 ‘진실의길’에 기고한 '진보 지식인들의 오조준' 글에서 조국 일가족 비리를 수사한 검찰을 맹비난했다. 촛불혁명으로 잃어버린 수구 기득권을 되찾으려 검찰이 전면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었다.

진실의길은 정부의 천안함 폭침론을 반박하며 좌초설을 제기한 신상철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그해 10월에는 좌파 성향의 인터넷 신문 뉴스프리존에 ‘조국교수 부인, 정경심교수 6차 소환을 보고’라는 칼럼을 올려 검찰과 언론을 싸잡아 공격했다.

검찰은 심기를 거스르면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 보여주는 조폭과 같다면서 “살모사를 약 올리는 두꺼비처럼 정권의 참을성을 시험하는지도 모른다”고 조롱했다. 언론에는 검찰 장단에 맞춰 끝없는 수렁으로 들어가 그저 조폭 흉내를 내며 미쳐 놀아나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21년 6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돌풍을 일으키자 저주의 글을 퍼트리기도 했다.

‘이준석 현상’은 시정잡배의 도덕성에도 훨씬 못 미치는 불한당에서 정권 탈취 야욕만 살아남아 언론과 함께 정치공작을 벌이는 것일 뿐 진정한 세대교체 바람이 아니라고 폄훼한 것이다.

정경심 교수의 자녀에게 표창장을 수여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정치관은 친일파를 답습했다며 격한 증오와 혐오감을 쏟아냈다.

반면, 검찰의 정 교수 자택 압수수색을 두고는 “11시간 동안 남의 집을 점거하고 짜장면(설렁탕?)을 시켜 먹으며 벌인 난동극이자 수사를 빙자한 인권유린”이라고 공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는 허위사실을 토대로 혹세무민했다.

윤 후보가 검찰 입문 후 법학 서적을 포함해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면서 “평생 ‘조져’, ‘봐줘’, ‘덮어’ 세 마디면 족한, 지식이나 상식과 무관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선동했다.

대장동 사건은 이재명 게이트가 아니라 부산저축은행 부정 대출, 옵티머스 사기 사건을 덮은 윤석열 게이트라고 단정했다.

연합뉴스 편집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그자의 폭주에 일부 기자가 반발했으나 마이동풍으로 그쳤다.

2018년 7월 JTBC가 남북언론교류 협의와 평양지국 설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북했을 때는 연합뉴스 보도 관행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페이스북에서 “북한이 정수리에 때린 일침을 통해 연합뉴스 종사자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연합뉴스가 보수정권의 적대적 북한 정책에 편승한 탓에 JTBC에 교류 기회를 빼앗겼다는 궤변이었다.

‘독재의 맛’이라는 글에서는 “자유한국당 해산 열망이 들끓고 있으므로 차제에 그냥 해산시켜 버릴까? 대신 연동형 비례제 어쩌고 할 것 없이 아예 국회의원 100명 정도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는 건 어떨까”라고 적었다.

‘검용언론 기자님들 전상서’라는 조롱성 글에서는 “MBC, 뉴스타파 등이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가 연루된 비리를 보도하는데 다른 언론은 침묵한다”면서 연합뉴스 기자들은 왜 검찰 권력과 싸우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는 “간악한 유대인이 세계를 조용히 약탈하는데도 영향력 있는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고 일갈한 히틀러의 데자뷔였다.

그자는 신문 기고나 페이스북을 통한 우회 개입에 그치지 않고 직접 통제도 병행했다.

2020년 8월 진흥회 월례 이사회에 출석한 조성부 사장 앞에서 부동산 정책, 한동훈 검사장, 윤석열 검찰 인사 등과 관련한 보도를 강하게 질타한 게 대표 사례다.

여권과 갈등을 빚은 검사장과 KBS 노동조합, 권경애 변호사 등의 주장을 빠짐없이 보도함으로써 정부에 불리한 프레임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고 야단친 것이다.

대부분 기사는 사실 위주로 작성됐는데도 진흥회 검열 문턱에 무더기로 걸려들자 편집국에서는 정부 눈치 보기 풍조가 만연해졌다.

그자의 오지랖은 연합뉴스 담장 밖에서도 펄럭였다, 기존 권력에 만족하지 못하는 스탈린이나 김일성과 같은 독재자의 자기 팽창 증후군과 닮은 행보다.

그자는 “늑대 DNA는 검사 직업군에서, 하이에나 DNA는 기자 직업군에서 확연하다”며 언론의 손모가지를 부러뜨려야 한다는 극언도 퍼부었다.

한겨레신문 기자들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을 무리하게 감싸려다 오보를 낸 자사 간부들을 비판했을 때는 발작 증세를 보였다. 기자들의 용기를 격려하기는커녕 편향과 아집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호통친 것이다.

민주당 정권을 향한 그자의 일방통행식 찬사와 편향은 취임 이전부터 기승을 부렸다.

19대 대선정국에서 문 대통령과 여권 인사를 추켜세우되 야권은 짓밟거나 폄훼하는 글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2016년 4월 오마이뉴스에 ‘문재인 은퇴론 가당찮다. 호남 민심은 더 깊게, 더 길게 흐른다’는 글을 썼고 2015년 8월에는 외눈박이 대법원이 뇌물수수 혐의를 확정한 한명숙 전 총리는 여전히 무죄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대선 후보를 하룻강아지로 비유하면서 “짖어야 할 상대, 짖어야 할 때를 모르니, 아무 때나 아무나 보고도 저 잘난 맛에 요란하게 짖는다”고 멸시했다.

신은 나의 편이기 때문에 나는 선하다는 확신으로 상대를 악마화하는 사이비종교 교주를 연상케 하는 글이었다.

특정 사안을 확대·과장하고 일부 진실에 다수 거짓을 버무리는 괴벨스식 선동은 이사장 퇴임 이후에도 이어졌다.

정경심 교수가 검찰의 표적·기획·저인망·먼지털이 수사로 구속된 만큼 문 정권에서 사면 복권해야 한다는 글을 올해 5월 인터넷에 올렸다.

방역체계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 데는 TBS 뉴스공장을 운영하며 코로나19 상황을 매일 바르게 전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김어준의 역할이 컸다면서 그에게 훈장을 줘야 한다는 황당 발언도 했다.

20대 대선 직전인 지난 3월 1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10만 애국지식인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에서는 공동 대표 자격으로 최선봉에 섰다.

그자의 정치적 관종 행보는 저녁놀과 같은 황홀한 빛을 영원히 뿜어내는 듯했으나 이재명 후보의 패배로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절대 불가능하다고 외쳤던 정권 교체가 막상 현실화하자 그의 폭주가 비로소 멈췄으나 적폐 청산과 개혁의 가면을 쓰고 연합뉴스에 가한 해악은 너무나 방대하고 치명적이었다.

1981년 이후 취재현장에서 강철같이 단련된 기자들의 뼈와 근육이 물러지고 날개가 꺾인 탓에 대형 낙종이 체질화했고 공동체 미덕 대신에 증오와 갈등의 악덕이 독버섯처럼 번창했다.

그자가 연합뉴스 곳곳에 내깔린 오물과 폐해가 워낙 많아서 다음 성명에 만행을 추가로 공개하고 사내 공범자들의 부역 행각도 밝히겠다.

2022년 6월20일
연합뉴스 공정보도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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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밀값 폭등의 '구조'…"식량전쟁, 앞으로 더 치열하게 발생할 것"

[함께 사는 길] 무엇으로 밥상을 지킬 것인가 ②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  |  기사입력 2022.06.22. 09:00:44 최종수정 2022.06.22. 09:03:37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우리나라 밥상을 흔들고 있다. 세계 주요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공급이 주러들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했고 식량과 사료를 확보해 밥상을 지키려는 각국의 총성 없는 식량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주요 밀 수출국이던 인도를 비롯한 카자흐스탄, 세르비아 등 식량 수출국은 자국 내 곡물 수출을 제한시켰고 당장 곡물을 수입해오던 나라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동네 빵집과 돼지농가가 밀과 사료 값 급등으로 타격을 받았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우리 밥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전쟁이 끝나면 우리 밥상도 평온해지는 걸까. 안타깝게도 아니다. 전쟁이나 기후위기로 인해 국제 곡물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졌고 이로 인한 식량전쟁은 더 자주 더 치열하게 발생할 것이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무엇으로 밥상을 지킬 것인가. 편집자.

세계 밀값 폭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세계 곡물가격, 밀값 인상이 국내 외 뉴스의 중심을 자리한 지 오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그 논의의 중심은 다음 내용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뛰었다.  

2. 국제 곡물가격 인상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에 밀값에 큰 오름이 생겨 국내 관련 제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3. 국제 곡물가 인상에 대한 대비로 밀 자급률 제고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 글은 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위 3가지 논점을 포괄적으로 살펴본 내용이다. 

선물가격 인상 실물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곡물가격 인상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이 시간 세계 밀값 기준이 되고 있는 시카고상품거래소 시황을 보면 가장 거래가 많은 7월 선물 기준에서 부셀(bu, 밀 무게 단위)당 11.68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격은 최근 20년 가격 흐름에서 저가 국제 곡물가격 시대(2007년 이전 시기) 부셀당 3~4달러, 중가의 4~6달러(2014~2016년 시기)에 비해 2~3배 심지어 4배에 이르는 가격이라는 점에서 말 그대로 폭등 수준이라 할 만하다. 

이 가격이 수입 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에서 실제 가격을 살펴본 결과 올해 1~4월 기간 수입 밀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운 수준으로 올랐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선물가격이 실물가격으로 반영되는 데는 2~3개월 차를 둔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러한 가격 상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영향의 반영 전 모습이다. 전쟁 영향의 실질적 반영이 예상되는 5월 이후 수입가격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장면 먹기도 힘들다'는 내용의 뉴스는 이 같은 가격 흐름의 반영이다. 

▲ 그림1. 시카고 상품 거래소 현재 시세 - 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한국 시간 5월 5일 05:20). 출처 : https://www.barchart.com/futures/quotes/ZWH22/futures-pr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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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2. 시카고 상품거래소 최근 20년 선물가격 흐름. 

우리는 자장면 가격 타령이지만, 이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관점에서 국제 곡물가격 폭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러시아·우크라이나 밀에 크게 의존해오던 아프리카·중동 국가들 이야기이다. 식용밀 기준에서 국제 밀 무역동향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지는 미국·호주·캐나다 밀 중심으로 소비하고, 아프리카·중동 등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생산물 수입이 많았다. 그 이유는 바로 가격차에 근거했다. 문제는 싼 값에 수입하던 러시아·우크라이나 곡물이 러시아 무역제재 그리고 우크라이나 수출항구 봉쇄로 더 이상 수입이 쉽지 않게 됐다. 이 영향에 직격타를 받는 국가들에서는 2008년 이후 2013년까지 이어지던 식량폭동이 다시 재현될 움직임마저 보인다. 

최근 갑작스레 주목받은 인도 밀 수출 관련 이야기도 이 흐름의 연장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간 인도는 세계 두 번째 밀 생산 대국이면서도 14억 인구 부양, 낮은 밀 관련 산업 인프라, 거기에 가격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등지에 밀리면서 수출이 거의 없었다. 있어야 이웃 방글라데시 정도로 나가는 정도였다. 이런 인도 밀이 러시아·우크라이나 밀의 접근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동시에 세계 곡물가격 폭등 속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겨나면서 새삼 세상의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이다.

전쟁 변수, 왜 우리 밀 가격에 반영되지 않나 

국제 밀값 폭등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지금까지 오래 언급해 왔던 '우리 밀과 수입 밀 가격차 3~4배'가 다름 아닌 '저가 또는 중가 밀값 시대에 발생하던 일'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제 국제 밀값 폭등으로 앞으로는 가격차가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과 함께, 관세청 무역통계를 근거로 밀 가격을 살펴본 결과 올해 3월·4월 우리 밀과 수입 밀 가격차가 2배 가까이로 줄었고, 5월 이후는 그 차가 더 좁혀질 터이다. 분석 결과로 볼 때 1.5배 가까이로 가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수입 밀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우리 밀보다는 싸다는 점이다. 수입 밀 가격의 이 같은 폭등에도 우리 밀보다 싸다는 점은 냉정히 수입 밀 가격 폭등으로 아무리 아우성쳐도 우리 밀 소비 진작을 가져오기는 벅차다는 것이다.

이 흐름에서 주요하게 살필 최근 정책동향이 있다. 바로 정부가 그 인상의 70%, 업계가 20%, 소비자가 10%를 책임지겠다는 수입 밀 가격 인상 대책이다. 이는 현재의 수입 밀 고가행진 보도가 우리 밀 소비 진작, 자급률 제고의 실질적 진전보다 수입 밀 업계의 가격 인상 논리의 근거로 작동하고 있음과 동시에 정책은 이를 받아 자급률 제고가 아닌 수입 밀 소비 진작의 방향에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 한편에서 아직은 외화되지 않았지만, 분명 우리 밀을 비롯한 식량 자급률 방안도 함께 있을 것이고 관련한 어떤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본다. 이 논의에서 우리가 새롭게 할 것이 식량주권의 문제이다. 식량주권의 사전적 의미는 '우리가 원하는 농산물을 우리가 원하는 장소에서 우리가 원하는 만큼 생산한다'이다. 지금까지 이 논의에 함께 따르는 것이 먹을거리 안정적 공급과 안전성 문제였다. 

그렇지만 논리의 중요성과 그 합리성에도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또 현재의 모습이다. 곡물자급률이 20% 전후, 하루 세끼 중 한 끼가 아닌 저녁 간식 정도만 우리 것으로 가능한 현실임에도 대개의 국민이 최소한 양적으로는 부족하지 않은 식단을 꾸릴 수 있는 우리 식탁의 실상을 반영한 정책이 바로 그 수입 밀 중심 정책인 것이다. 수입곡물에 크게 의존하면서도 양적인 식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우리 경제가 그러한 정책의 큰 밑받침이다. 그러한 현실의 연장선에서 우리는 미국·호주·캐나다 그리고 그 외 주요 농산물 수출국의 주요 고객이 되어 이들 국가의 중점 관리대상이 되었다. 농산물 수출국들은 아프리카와 중동에 기아가 창궐해도 그들에게 원조하기보다 주요 고객이자 자국의 중점 관리대상인 우리에게 곡물을 팔러 달려올 것이고, 우리는 또 이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 오늘의 현실은 이러한 국제적 식량수급 구조의 반영이다. 

돈으로 먹을거리 사는 일, 언제까지 가능? 

여기서 중대한 질문! 과연 이 같은 우리 먹을거리의 '잔인한 평온'은 앞으로도 쭉 지켜질 것인가? 오늘의 국제 곡물가격 폭등이 전쟁에서 비롯된 것임에 관점을 달리해 다시금 좀 더 철저한 대비를 하라는 주문이 사방에서 쏟아진다. 그렇지만 이 목소리도 과연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 대비로 지금 당장 우리 밀 소비에 적극 나설까?

필자는 이 물음에 사실 다소 회의적이다. 이 국제 곡물가 폭등은 중요 뉴스거리가 돼 여러 논자들의 논의주제로 자리하다 수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왜? 농업·농촌·농민 그리고 이와 관련한 국가 지속성에 대해 국가가 침묵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농촌현장이 열 집 중 한두 집은 빈 집인 것이 보통이고, 그 나머지도 청년이라고 찾아볼 수 없고, 거기에 80대 이상의 고령이 즐비하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 농촌이 망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식탁 맞은편에 놓인 TV 속 뉴스에서 국제 곡물가격 인상 소식을 들으며, 수입 밀로 가득한 풍족한 밥상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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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에 경찰국 두고 ‘경찰 직접 통제’하려는 윤석열 정부

경찰청 “범사회적 협의체 만들어 논의해야”, 시민사회 “권고안은 시대 역행”

 
황정근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운영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6.21 ⓒ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경찰 통제 방안 구상이 21일 권고안 형식으로 공개됐다. 사실상 행정안전부(행안부)에 과거 경찰국과 같은 조직을 설치하고,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등 경찰에 대한 정부의 직접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자문기구인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권고안은 지난 5월 13일부터 6월 10일까지, 불과 4차례 회의를 거쳐 마련된 것이다.

먼저 자문위는 행안부 내에 경찰 관련 지원 조직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현행 헌법과 정부조직법과 경찰법(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형사소송법 등에서 규정한 행안부 장관의 경찰 관련 업무를 보좌하기 위한 조직이 없기 때문에 법의 취지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는 게 자문위가 댄 이유다.

또한 '각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 청의 중요 정책 수립에 대해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도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를 구체화할 수 있는 규칙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조직법에는 '중요 정책'에 대해 지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중요 정책 사항 외에 일반 정책 사항 역시 장관의 지휘권이 인정된다는 게 법제처 해석이라고 황정근 자문위 공동위원장은 주장했다.

경찰 인사에서도 행안부 장관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졌다. 자문위는 행안부에 경찰청장이나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고위직 인사 제청에 관한 후보추천위원회 또는 제청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또한 경찰청장을 포함한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행안부 장관에게 징계 요구권을 부여하도록 권고했다.

이 외에도 ▲사법·행정경찰 구분, 정보 경찰 기능의 범위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 사무에 경찰 관련 사항 명확화 ▲국가경찰위원회 개선 방안 ▲자치경찰제도 개혁 방안 등의 사안은 대통령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추후 논의 과제로 남겨뒀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권고안 시행 시점에 대해 "권고안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기로 했다"며 "관계 기관과 이해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독립 역사적 배경 도외시한 권고안
자문위 "통제 아닌 민주적 관리·운영" 강변


권고안 발표 전부터 경찰 안팎에서는 행안부의 '직접 통제' 구상을 두고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현재의 경찰청은 87년 민주화 전,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던 경찰에 대한 반성으로 생겨난 것인데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과거 내무부(행안부 전신) 산하에 있던 경찰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경찰권을 오·남용하는 폐단을 드러냈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졌다. 이에 따라 1990년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내무부 장관의 사무 권한에서 치안을 삭제했으며, 1991년 경찰법을 제정해 독립된 외청인 경찰청이 탄생했다. 이날 발표된 정부에 의한 통제 구상을 두고 "30여년 전 과거로 회귀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이날 자문위를 향해서도 정부의 직접 통제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취지의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자문위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커졌으니 그에 따른 변화도 필요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며, 권고안은 통제가 아닌 '민주적 운영·관리'라고 포장했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관련 질문에 "기존의 치안 환경이 최근 많이 변경됐다"며 "그만큼 경찰을 둘러싼 권한과 책임이 많아졌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정부 기관의 민주적인 관리·운영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서 자문위를 구성해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권한과 역할이 커졌고, 이에 대한 견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건 시민사회는 물론 경찰 스스로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다만, 그 견제의 주체가 정부여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인데, 행안부의 직접 통제가 민주적 통제라는 말만 반복한 것이다.  

황정근 자문위원장은 '이번 권고안이 경찰법 제정 정신과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권고안은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에 어긋나는, 경찰법에 어긋나는 내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가 기관은 견제와 균형이 원리"라며 "경찰청이든, 검찰청이든 행정권에 속하는 이상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의 지휘라인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경찰제도 기본 정신 담지 못해"
일선 경찰도 '정부 통제 반대' 현수막 들고 반발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행정안전부의 치안정책관실(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안부는 경찰 제도 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2022.06.21 ⓒ민중의소리
 
이소진 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2.06.21 ⓒ민중의소리

이날 권고안 발표로 정부의 경찰 통제 논란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권고안이 발표된 직후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섰으며, 일선 경찰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2시간가량 진행된 회의 후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권고안에 담긴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경찰을 둘러싼 그간의 역사적 교훈과 현행 경찰법의 정신에 비추어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한때 헌법에 직접 규정될 만큼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으며 경찰권 통제와 관련해서도 정부 조직에 의한 행정적 통제보다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바람직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되어 왔다"며 "하지만 이번 권고안은 이러한 역사적 발전과정에 역행하며 민주성·중립성·책임성이라는 경찰 제도의 기본 정신 또한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경찰 제도와 활동은 국민의 생명·신체·인권·자유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부작용은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경찰 운영의 근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어느 때보다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사회 각계 전문가를 비롯하여 정책 수요자인 '국민', 정책 실행자인 '현장 경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범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과 폭넓은 논의를 이어갈 것을 요구한다"고 제안했다.

경찰권 행사를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국가경찰위원회도 입장을 내고 "오늘 발표한 권고안은 경찰 제도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경찰행정·제도를 32년 전의 과거로 되돌리려 한다는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도 권고안 발표 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가 경찰을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는 시대의 역행이고, 통제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며 "행안부 장관에게 인사 권한이 집중되고, 경찰청장과 경찰 고위직에 대한 징계 요구권을 명문화하겠다는 등 경찰을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는 정치적 중립성은 물론 수사기관의 독립성마저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고 반발했다.

"경찰, 정권으로부터 독립돼야"
시민사회단체도 강한 우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경찰제도개선' 권고안 발표가 예정된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민단체 경찰개혁네트워크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의 경찰 직접통제를 반대하고 있다. 2022.06.21 ⓒ민중의소리

시민사회단체도 행안부의 경찰 직접 통제를 두고 논의 과정과 내용 모두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9년부터 경찰 개혁에 앞장서 목소리 내온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같은 날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부의 경찰 직접 통제는 정치권력에 경찰을 종속시킬 뿐"이라며 "비대해진 경찰 권한의 분산·축소 없는 통제 방안 논의는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 일원인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경찰이 군부정권의 통치 수단으로 이용된 과거의 질곡을 극복하고 민주화된 경찰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던 경찰개혁의 틀이 현재 경찰의 모습"이라며 "35년 전 전시대적 경찰, 권위주의적 정치의 도구로서 경찰이 역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공동대표는 "국가경찰, 자치경찰까지도 행안부 장관의 손으로, 그리고 행안부 장관을 통한 대통령의 손으로 장악할 수 있게 한다는 건 (경찰 개혁에 대한) 시대적 흐름에도 정면으로 반한다"며 "경찰은 이제 정권의 통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권으로부터,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법센터 검찰·경찰개혁소위원장은 "경찰의 역사를 보면 치안본부 시절만이 아니라 독립된 외청으로 분리된 지금도 정치권력에 취약하다"며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정보 경찰을 조직적으로 이용했다는 혐의 등으로 전직 경찰청장 3명이 지금까지도 형사 재판 중에 있다는 게 그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위원장은 "비대해진 경찰권의 분산과 민주적 통제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자치경찰제를 실질화하고,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해 국가수사본부와 국가경찰을 견제·통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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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경색에서 대화로 국면 전환'..방법은?

기자단 첫 간담회.."북한인권재단 출범위해 발로 뛰겠다"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6.21 16:54
  •  
  •  수정 2022.06.21 17:28
  •  
  •  댓글 1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21일 오후 남북회담본부에서 출입기자단과 취임후 첫 간담회를 갖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대화국면으로 전환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21일 오후 남북회담본부에서 출입기자단과 취임후 첫 간담회를 갖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대화국면으로 전환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21일 오후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출입기자단과 취임후 첫 간담회를 갖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대화국면으로 전환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의 도발을 실효적으로 억제하고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한편, 북의 추가도발 여부와 대남입장, 내부동향 등 정세의 흐름을 보아가며 대화국면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당 중앙위원회에서 임명을 발표한 리선권 통일전선부장을 지목해 "통일부장관으로서 언제 어디서든 어떤 형식이든 리선권 통전부장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대화를 통해 남북간 모든 현안을 풀어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리선권 통전부장을 대화상대로 지목한 것은 최근 북측이 책임있는 당국자로 인선을 했기 때문에 격식따지지 말고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포괄적으로 대화를 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기존 통일부 상대로 알려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공석인 것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특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실무차원의 대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여러 징후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진 7차 핵실험에 대해서는 말이 달라졌다.

권장관은 시기가 언제일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핵실험이 강행된다면 더 이상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 강력한 한미간 공동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한국의 독자 제재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재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인도하는 간접적 수단"이라는 인식을 내비쳤다.

권 장관은 이날 △북한인권재단 출범과 '이산가족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의견 수렴 등 인도적 문제 해결 △통일부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인도적 문제 해결 과제와 관련해서는 올 하반기 국회 원구성이 마무리되는대로 북한인권재단 출범할 수 있도록 발로 뛰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또 '이산가족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수렴을 해 보겠다고 했다.

북한인권재단과 관련해서는 "북 인권 문제는 세계 시민적 권리로서,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실질적 개선에 중점을 두겠다"고 하면서, 재단 출범 이후 "북한 인권 정책 대안 개발 및 조사 연구 등 북한인권법에 명시된 재단의 기능을 토대로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지난 2016년 3월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정부는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위한 행정적 조치를 마무리했으나 민주당에서 법적 구성요건인 이사 추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6년 이상 재단 출범이 지연됐다는 인식인 셈이다.

이날 권 장관은 통일부 조직 개편이 진행중이라고 소개했다.

앞으로 통일부는 정세판단과 정책 설계, 미래 준비에 역점을 두고 대화·협력 부문은 존치, 강화하되 전체적으로 효율적 운영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정책 기능의 강화, 교류협력 업무의 조정, 북한 인권 및 인도협력 기능 강화 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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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기사 한아무개씨가 파업 끝났어도 운행을 하지 않은 이유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2.06.22 05:05
  •  
  •  댓글 1
 
 

[뉴스 그 뒤] 화물수송 재개, 유가폭등으로 생계곤란 여전
화물노동자 한씨 “합의 뒤에도 일주일 더 차 세웠다”
입장 바꾼 국토부…“총파업 철회 아닌 유보”

“밤잠 안 자가면서 쓸데없는 짓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58세 화물기사 한아무개 씨는 37년 화물운송을 하면서 이번 파업에서 처음 차를 세웠다. 그리고 지난 14일 합의가 이뤄진 뒤에도 일주일 동안 화물운송을 멈췄다고 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와 국토교통부가 올해 종료 예정이었던 화물노동자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키로 합의하면서 노조는 8일 만에 총파업을 풀었다. 그러나 생활고로 인한 파업 불씨는 여전하다. 유가 폭등으로 겪는 고통은 나아지지 않았다.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한다는 합의 직후 국토부 장관이 화주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에 나서 안전운임제 근본 취지를 흔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지난 14일 밤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토부는 원 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당초 약속대로 안전운임제 시행성과를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또 화물노동자들의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해 “조속히 유가보조금 제도 확대를 검토하고 운송료 합리화 등을 지원·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화물노동자들은 지난 7일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둔 유가 폭등 상황에서 최소 운임 기준을 제시하고 유가를 반영하는 안전운임제 유지·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이번 파업은 윤석열 정부 들어 이뤄진 첫 대규모 총파업이었다. 화물노동자들이 ‘노사 자율로 합의하라’고 주장하던 정부를 교섭 자리에 앉혀 합의안을 끌어냈다는 점이 의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 중에도 “노사관계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했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에 “노사 갈등은 자율 원칙”이라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현재까지 화물노동자들이 노동자가 아니라며 ‘집단운송거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화물 수송이 재개됐어도 화물노동자들은 맘 놓고 차를 몰 수 없다. 한씨는 “(파업 뒤 일 주일 간) 나갈 의욕이 없었다”며 파업 일주일 뒤인 21일에야 세웠던 차를 몬다고 했다. 그는 “기름을 가득 채우면 이젠 100만원이 넘는다. 서울에서 부산 한 번 왕복하면 다 사라지는 양”이라며 “운임료 120만~130만원에서 기름값에 타이어값, 수리비 빼면 하루에 몇 만원만 남는다”고 했다.

한씨는 “대통령께서 이 문제를 개선해주겠다고 하셨고, 합의도 이뤄졌으니 이제 유가보조금이라도 좀 정상화시켜주겠구나 생각했는데 변한 것이 없다”고 했다. 정부는 리터당 345원의 유가보조금을 지원해왔는데,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도리어 이와 연동된 보조금도 깎였던 터다.

정부는 19일 유가연동보조금(초과분 50%) 지원 기준 단가를 1750원에서 1700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한씨는 “공사 현장에 일거리가 많더라. 일당 15~18만원을 준다니 차라리 몇 달 동안 거길 뛰겠더라”며 번호판을 일시 반납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국토부는 도로비 전일 할인 등과 같은 화물노동자 지원대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28일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 모습
▲지난 5월28일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 모습

한편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중단한 뒤 여전히 투쟁이 진행 중인 곳도 있다. 하이트진로는 파업 직후 화물연대 조합원 130여명 전원에 계약 해지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10년 간 운송료가 오히려 1% 떨어져 동종업계보다 훨씬 낮은 운임을 받으며 일했고 이번 파업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김재광 화물연대 교육선전실장은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은 유가 폭등으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올초 화물연대에 가입해 투쟁에 돌입했다. 화물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집합된 곳”이라며 “화주가 책임 부인을 지속하면서 계약해지와 손배소에 나섰다”고 했다. 언론이 이번 파업을 “소주 파동”으로 규정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해왔지만 파업 직후에 화물노동자들이 놓인 상황은 언론 조명을 받지 못하는 처지다.

안전운임 일몰 폐지와 품목 확대 요구와 관련해 한씨는 “현재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는 사람이 100대 중 10대도 안 된다. 그걸 전체 (노동자들이) 다 혜택을 받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파업에 나섰다)”며 “결과에 아쉽다”고 했다. 현재 안전운임제는 도입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품목 도입 반대로 시멘트와 컨테이너 품목에만 적용됐는데, 이는 전체 화물운송량의 5.7% 정도다. 한씨도 두 품목이 아닌 일반 품목을 운송한다.

한씨는 “화물 노동자들은 스무 시간을 길에서, 차에서 생활한다. 기존 임금보다 두 배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먹고 살수 있는 만큼 달라는 것인데, 그것마저 안 되니 이렇게 ‘데모’를 하게 된 것 아니냐”고 했다.

▲화물연대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총파업 기자간담회을 진행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화물연대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총파업 기자간담회을 진행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국토부가 파업 직후 화주단체 입장을 들고 나오면서 안전운임제 취지를 다시 흔들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합의 이틀 뒤인 16일 브리핑에서 안전운임위원회에 객관성이 없고 차주가 과대 대표된다고 주장하며 “이대로 제도를 유지한 채 일몰제를 폐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화물연대는 “원가비용 산정은 국토부가 외주한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자료를 근거로 결정된다”며 “지난 3년간 결정된 최종 소득은 공익위원안이었다. 국토부가 스스로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편향돼있다는 것이냐”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먼저 국토부의 안전운임제 시행성과 국회 보고를 지켜볼 예정이다. 김재광 화물연대 교육선전실장은 이번 합의를 두고 “일몰제 폐지라는 문안으로 정리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단순) 연장안은 절대 받을 수 없다고 일관되게 밝혔지만 국토부가 ‘연장 등 지속추진’에 합의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고 했다.

이어 “국토부가 어떤 의견을 국회에 보고하는가가 중요한데, 이번 합의는 그에 대한 약속을 받아낸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1호 법안으로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에 법개정 일정을 지켜보고, 법안 처리가 늦어지거나 결국 안전운임제 일몰 상황이 온다면 다시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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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코로나, 치명률 0.0016%로 낮은 이유?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승인 2022.06.20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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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조선)이 코로나 비상 방역을 실시한 지 2개월 만에 대유행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며 방역단계를 낮추고 있다.

지난 4월 말 첫 코로나(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나온 이후 20일 현재 북의 누적 유열자 수는 463만여 명이고, 이중 완치자가 460만여 명, 3만여 명이 격리치료 중이며 73명이 사망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세계적 치명률이 0.5%인데 비해 북은 계절독감 치명률 0.05%보다도 낮은 고작 0.001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 통일연구원

확진자 대신 ‘유열자’?

북의 코로나 치명률이 낮은 이유는 확진자가 아닌 유열자 기준 사망자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북은 몸에 열이 나면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간주해 격리치료에 들어간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격리 후에 일부에만 실시한다.

북이 PCR 검사를 먼저 하지 않고 격리치료부터 하는 이유는 PCR 검사에 대한 신뢰도 문제도 있지만, 검사 과정이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에 2차 감염 및 위중증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치료 후검사’ 시스템

치명률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신속검사’보다 ‘신속치료’를 더 우선하기 때문이다.

북은 빠른 치료를 위해 감염자가 있는 지역을 통째로 봉쇄한 후 가가호호 방문을 통해 발열 검사를 실시하고, 유열자는 즉시 격리치료에 들어가게 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 감염자와의 1차 접촉 사실을 통보받는 시간, 증상이 나타나면 진단 키트를 사러 약국에 가는 시간, 그리고 자가 진단으로 코로나 감염 사실을 확인한 후 PCR검사를 위해 검역소에 가는 시간과 절차 등을 없애 코로나 방역의 핵심인 빠른 치료를 보장했다.

 

특히 규율성이 가장 높은 군인들이 격리 중인 유열자에 의약품과 도시락 등 생활필수품을 배달하는 택배노동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격리치료 중 외출로 인한 2차 감염을 막았다.

이처럼 코로나 감염 사실을 환자가 신고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 주도의 ‘찾아가는 치료’를 통해 치명률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 자료 통일연구원

통계를 보아도 북이 첫 코로나 감염자 확정 직후 ‘국가 최대비상방역체계’에 들어간 5일 후부터는 사망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치료만 제때 실시하면 예방접종 없이도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고려의학’ 효능 입증

방역이 빠르게 안정되고 치명률이 낮은 또 다른 이유는 주치의 제도와 무상의료 등 북의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체계가 잘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1956년부터 실시된 고려의학과 결합된 북의 의료체계는 중앙병원에서 리·동의 1차 진료소까지 연결돼 있다. 리·동 진료소는 또 구역 담당제(호담당 주치의제)에 의해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마을과 공장 등에 배치된 주치의가 오랜 기간 한 지역에 근무하면서, 관할 구역 내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나 노약자 등의 상태, 그리고 지역주민의 체질 등을 비교적 정확히 판단하고 있다. 이런 주치의 제도는 보건 위기 상황에서 치명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려의학은 의약품 생산에서 보건성이 허가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체질에 맞는 제약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번 코로나 대응 때도 해열제를 비롯해 기침, 목 아픔 등을 치료하는 다양한 약재가 보급전파 되었다.

북은 지난 10일 조선로동당 전원회의에서 “국가방역사업이 돌발적인 중대 고비를 거쳐 봉쇄 위주의 방역에서 봉쇄와 박멸 투쟁을 병행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라며, 격리치료 중인 마지막 3만여 명의 완쾌도 자력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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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서방의 '선택적 분노'…미국에도 전쟁 범죄자 널려 있잖나"

[해외 시각] 촘스키 <톰디스패치> 인터뷰 (하)

박인규 편집인(=번역·정리)  |  기사입력 2022.06.21. 07:45:07
 

'미국의 양심' 노엄 촘스키의 우크라이나전쟁 관련 인터뷰를 두 차례로 나누어 싣는다.

촘스키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범죄라고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이번 전쟁으로 유럽이 미국에 완전 종속하게 된 사실에 매우 큰 유감을 표시한다. 독자적 제3세력으로서의 유럽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촘스키는 침공 직전, 푸틴이 마크롱의 제의를 받아들여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했더라면 드골과 고르바초프 등이 지향했던 유라시아 공동 안보('대서양에서 우랄까지' 또는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가 가능했고 이에 따라 세계 평화가 달성됐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촘스키는 우크라이나 주권 수호가 아닌 러시아 약화에만 초점을 맞춘 미국 등 서방의 강경 전략을 비판하면서 이번 전쟁은 외교에 의해서만 종식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후반부에서 촘스키는 넉 달이 돼가도록 우크라이나를 제압하지 못한 러시아가 어떻게 유럽 전체를 무력 정복할 수 있겠느냐면서 러시아의 군사 위협을 이유로 군사력 증강에 나선 나토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한다. 그는 이러한 모순적 행태가 일찍이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지적한 이중사고(double think)에 해당된다면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란 서방이 날조한 허구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그는 이러한 이중사고가 미국의 대외전략이 군사화된 1950년 NSC-68 이래의 유구한 전통이며, 미국은 실재하지도 않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을 빌미로 지속적 군사력 증강을 추구하면서 미국 자체는 물론 지구촌 전체의 인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인터뷰는 지난 5월 12일 독립언론인 데이비드 바사미안(David Barsamian)과의 방송 인터뷰(Alternative Radio)를 바탕으로 요약, 작성된 것으로 <톰디스패치> 6월 16일자에 "Welcome to Science-Fiction Planet : How George Orwell's Double Think Became the Way of the World)"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편집자 

☞노엄 촘스키 인터뷰 1편 바로가기 

▲노엄 촘스키 미국 MIT 명예교수 ⓒAFP=연합뉴스
 

데이비드 바사미안(이하 바사미안) : 서방 언론, 그리고 미국/유럽의 정치인들은 러시아의 잔인함, 전쟁범죄, 집단학살 등에 대해 엄청난 도덕적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런 잔인함은 모든 전쟁에서 일어나게 돼있다. 하지만 서방의 이러한 분노는 좀 선택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나? 

노엄 촘스키(이하 촘스키) : 도덕적 분노가 표출되고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남반구(Global South) 사람들은 서방의 도덕적 분노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물론 그들 역시 전쟁을 규탄한다. 이번 전쟁은 비난 받아 마땅한 침략행위다. 그러나 서방의 분노에 대해 남반구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 뭐라는 거야? 이런 행위는 당신들이 그동안 계속해왔던 짓이잖아' 

예컨대 뉴욕타임스가 자랑하는 '위대한 사상가' 토마스 프리드먼의 칼럼을 읽어보았는가? 2주 전쯤의 칼럼에서 그는 절망의 탄식을 내뱉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가 뭘 할 수 있지? 어떻게 전쟁범죄자와 함께 한 하늘 아래 살 수 있겠는가? 러시아의 푸틴, 히틀러 이래 이런 전쟁범죄자는 없었다.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문명화된 세계에 푸틴 같은 전범이 나타날 것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남반구 사람들이 이런 탄식을 듣는다면, 아마도 웃음을 터뜨리거나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미국에는 이런 전쟁범죄자들이 도처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미국 사람들은 전범을 어떻게 대접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작년 9월은 미국의 아프간 침공 20주년이었다. 그 전쟁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unprovoked) 침략 행위였다. 세계 여론도 강력히 반대했다. 이 전쟁을 주도한 조지 W. 부시는 1년 반 후에는 유엔 승인 없이 세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도 침공했다. 그러니까 그는 중대한 전쟁범죄자다. 그런 전쟁범죄자를 아프간 침공 20주년을 맞아 워싱턴포스트가 인터뷰했다. 정치, 국제 섹션이 아니라 스타일 섹션에 실린 이 인터뷰에서 부시는 손자들과 놀아주는 사랑스럽고 너그러운 할아버지, 농담을 던지고, 자신과 만난 유명 인사들의 초상화를(자신이 그린) 보여주는 멋진 인물로 묘사했다. 아름답고 다정한 분위기 속에서.

그러니까 우리는 전쟁범죄자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잘 알고 있는 셈이다. 토마스 프리드먼이 틀렸다. 미국은 전범들을 아주 잘 대접하고 있다. 

20세기의 또 다른 주요 전범, 헨리 키신저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그를 정중하게 모실 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한 경의를 품고 대한다. 이 자는 베트남전쟁 당시 전쟁 당사국이 아닌 캄보디아에 대해 "보이는 것은 모두, 움직이는 것은 모두 폭격하라"며 비밀 공습을 지시한 인물이다.(1970년 이후 닉슨 행정부는 캄보디아 접경의 베트콩 비밀 병참 통로인 호치민 루트를 파괴할 목적으로 의회 동의 없이 지속적 공습을 단행했다. 이 비밀 폭격으로 캄보디아 농민 수십만 명이 사망했고, 이후 킬링필드의 주역인 크메르 루주 집권의 단초가 됐다. 당시 앤서니 레이크 등 국무부 중간 관리들이 비밀 폭격에 항의해 집단 사직했다) 

우리는 캄보디아 비밀 폭격의 정확한 진상을 모른다. 우리 자신의 전쟁범죄에 대해 진상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가인 테일러 오웬과 벤 키어난의 뛰어난 연구서가 미국의 전쟁범죄를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그뿐인가. 1973년에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칠레의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을 군사쿠데타로 무너뜨리고 이 나라를 사악한 군사독재 하에 고통 받게 했다. 이 역시 키신저가 주도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전범들을 어떻게 대접해야 할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토마스 프리드먼은 (러시아의 전쟁 범죄인) 우크라이나 외에 (미국이 저지른) 다른 무수한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러한 미국인의 정신 구조를 표현하려면 '선택적'이란 말로는 부족하다. '놀라 자빠질 정도(beyond astonishing)'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어쨌든 전쟁범죄에 대한 도덕적 분노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비록 남이 저지른 전쟁범죄이지만 이에 대해 미국인들이 마침내 분노하기 시작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바사미안 :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 우선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군대가 무능하고 미숙하다는 게 드러났다. 병사들의 사기는 낮고, 지휘관들의 능력도 별로다. 러시아 경제 규모도 이탈리아나 스페인과 비슷한 정도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거대한 군사 세력으로, 유럽 전체를 집어삼킬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은 더 많은 무기를 생산해야 하고, 나토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서로 모순되는 생각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데? 

촘스키 : 그것은 서방 전체의 표준적인 사고방식이다. 최근 나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긴 인터뷰를 가졌다. 그 인터뷰에서 나는 스웨덴 지도자들에게 방금 당신이 말한, 두 가지 양립할 수 없는 생각의 공존에 관해 이야기했다. 하나는 러시아가 종이호랑이라는 사실에 그들은 고소해 하고 있다. 러시아 군은 고작 시민군이 방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그것도 국경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에 있는 도시도 점령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완전히 무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른 생각은, 러시아가 서방을 정복하고 파괴하려 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런 모순적 사고방식을 조지 오웰은 이중사고(double think)라고 명명했다. 자신의 마음속에 서로 다른 생각들을 갖고 있으면서 둘 다를 믿을 수 있는 희한한 능력이다.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이 같은 이중사고가 고도의 전체주의 국가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유로운 민주사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지금 당장 그 극적인 사례를 보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러한 이중사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컨대 이중사고는 냉전적 사고방식의 가장 전형적 사례이다. 냉전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서인 1950년의 NSC-68(국가안보회의 문서-68)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문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당시 유럽의 군사력만으로도(즉 미국을 제외하고도) 소련과 대적할 수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렇지만 NSC-68의 결론은 소련의 세계 군사 정복 음모에 맞서려면 미국/유럽의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증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는 정책담당자들의 의도적인 접근방식이었다. 문서 작성자의 하나인 딘 애치슨은 훗날, 정부 내 집단지성에 충격을 주어 (대대적 군비 증강이라는) 의도된 정책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진실보다도 더 명확해야(clearer than truth)" 필요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미국은 대규모 군사비 증액으로 대대적 군비 증강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정부 내 인사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소련이라는 노예 국가가 세계를 군사 정복하려 한다는 "진실보다도 더 명확한"허구를 날조해야만 했던 것이다. 뭐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지금 우리는 이런 사례가 매우 극적으로 재현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당신의 지적은 전적으로 옳다. 서방은 이중사고에 물들어 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바사미안 : (봉쇄 전략의 창시자인) 조지 케난이 1997년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나토 동진의위험성을 일찌감치 지적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닌가. 

촘스키 : 케난은 NSC-68에도 반대했던 인물이다. 그는 1947년 국무부 정책기획단 창설 때부터 단장을 맡아 왔지만, 이 반대 때문에 애치슨에 의해 쫓겨났고 폴 니츠가 그 뒤를 이어 NSC-68을 완성했다. 케난은 너무나 유약한 인물로 평가된 것이다. 사실 케난은 매파였고, 과격한 반공주의자였으며, 세계 속의 미국의 역할에 대해 매우 냉혹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소련과의 군사 대결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했고, 이 때문에 쫓겨나게 된 것이다.

케난은 소련이 궁극적으로 내부 모순에 의해 붕괴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국 그의 예상은 정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요한 것은 그가 미국 정책담당자들 사이에서 비둘기파로 인식됐다는 점이다. 1952년 그는 동서독을 나토 군사동맹 외부에서 통일시키는 방안을 지지했다. 이는 사실 스탈린의 제안이었고, 당시 케난은 주소련 미국 대사였다.

즉 독일의 중립화 통일 방안은 스탈린도 케난도 지지했던 방안이었던 셈이다. 당시 몇몇 유럽 국가들은 이를 지지했다. 중립화된 독일, 어느 군사진영에도 속하지 않고 군사화를 포기한 독일이라는 이 방안이 현실화됐다면 냉전은 끝났을 것이다. 물론 워싱턴은 이 방안을 철저히 무시했다. 

당시 제임스 와버그라는 저명한 대외정책 전문가가 이 문제에 관해 쓴 책이 있다. 읽어볼 가치가 있다. <독일 : 평화로의 열쇠(Germany : Key to Peace)>>라는 이 책에서 그는 이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그는 무시되고, 묵살됐으며, 조롱을 당했다. 나도 이 책을 몇 차례 거론했는데, 나 역시 미친 놈 취급을 받았다. '스탈린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소련 외교문서들이 기밀 해제돼 공개되면서 스탈린의 제안이 진지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멜빈 레플러 등 냉전 시대를 연구한 주요 역사가들에 따르면 1950년을 전후해 동서 대결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는 미국이 주도한 군사화, 군사 예산의 대대적 팽창에 의해 무산됐다.

자, 그럼 케네디 행정부 때는 어땠을까, 케네디가 백악관에 들어왔을 때(1961년 1월) , 당시 소련 지도자 흐류쇼프가 매우 중요한 제안을 했다. 양국의 공격용 무기를 대폭 감축해서 군사 긴장을 해소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의 군사력은 소련을 훨씬 압도했다. 흐류쇼프는 자국의 경제 개발을 원했다. 그런데 소련보다 훨씬 부유한 미국을 상대로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불가능한 과제였다. 사실 흐류쇼프는 아이젠하워에게도 같은 제안을 했지만 묵살됐다. 반면 케네디 행정부는 평화 시 최대의 군비 증강으로 응답했다. 이미 당시에도 미국의 군사력이 훨씬 우세했는데도 말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미사일 갭"이라는 신화를 창조했다. 소련이 미사일 전력의 압도적 우세를 앞세워 미국을 파멸시키려 한다는 것이었다. 얼마 안 있어 미사일 갭의 실체가 밝혀졌는데,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이었다. 1960년대 초, 미국이 수백기의 미사일을 보유한 반면 소련이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미사일은 단 4기에 불과했다.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미국의 정책담당자들에게 일반 국민의 안보는 안중에 없다. 특권계층과 부자들, 대기업과 무기제조업자들의 안보만 있을 뿐, 나머지 일반 국민의 안보는 관심 밖이다. 이중사고는 언제나 작동되고 있다. 어떤 때는 의도적으로, 어떤 때는 무의식으로 작동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것이 오웰이 묘사한 자유사회에서의 고도 전체주의의 모습이다. 

바사미안 : 독립언론 <트루스아웃(Truthout)>에 아이젠하워의 1953년 연설 "철의 십자가(Cross of Iron)"를 언급했던데, 이 연설에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나? 

촘스키 : 이 연설은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이 연설은 아이젠하워가 대통령 취임 직후 한 것인데, 그의 연설 중 최고다. 기본적으로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군사화란 우리 사회에 대한 엄청난 파괴행위라는 것이다. 그는 그 실상을 아주 설득력 있게 전하고 있다. 예컨대 전투기 한 대를 만들려면 수많은 학교와 병원의 건설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군사비를 늘리면 늘릴수록, 우리는 우리들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젠하워는 군사비 증액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군사비 삭감을 촉구했다. 사실 아이젠하워를 평화의 사도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점에서만은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짚었다. 그의 연설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새겨져야만 한다. 그런데, 최근 바이든은 국방비의 대폭 증액을 요구했고, 의회는 대통령의 요구보다 더 많은 국방비를 배정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대한 엄청난 파괴 행위다. 아이젠하워가 이미 수십년 전에 정확히 그 점을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는 어떤 이유로 국방비 대폭 증액을 정당화하는 것일까? (러시아라는) 종이호랑이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수 킬로미터도 전진하지 못할 정도로 군사적 약체인 러시아로부터 말이다. 미국 정부는 범죄적 군사비 증액을 통해 우리 자신에 위해를 가하고,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며, 기후위기 등 심각한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다른 한편 우리는 국민들의 혈세를 화석연료 업체들에 퍼부어주면서 이들이 최대한 빨리 세계를 망가뜨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이 계속되면서 화석연료 생산과 국방비는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런 범죄적 상황이 즐거운 사람들도 있다. 록히드마틴과 엑손모빌과 같은 무기제조업체와 석유업체 간부들은 지금 환호작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은 그들에게 노다지나 다름없다. 게다가 그들은 조국을 지킨다는 칭찬까지 받고 있다. 지구 생명들의 존속 가능성을 파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 문명을 지키고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남반구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 만약 외계인이 있어 이들이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본다면 이들은 지구인들이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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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는 긴축의 망령을 되살릴 셈인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6/21 09:26
  • 수정일
    2022/06/21 09: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나원준의 경제비평] 새정부는 긴축의 망령을 되살릴 셈인가

윤석열 정권과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은 오늘 다시 작은 정부를 이야기한다. 국가를 악, 시장을 선으로 놓고 대립시킨다. 그러나 일찍이 칼 폴라니가 밝힌 바와 같이 시장은 국가의 도움 없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시장은 중앙집권적 권력에 의해 먼저 국가 단위로 창출되고 조직되고 관리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국가는 사회의 여러 제도와 더불어 시장이라는 특수한 제도를 형성시키는 조성자의 역할을 맡았다. 시장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기능할 수 있도록 규제자의 역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시장을 나누는 이분법은 오늘날 경제학자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 케인스주의가 퇴조하고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이래 그런 경향은 더욱 굳어졌다. 경제학계에서 주류적 지위를 꿰찬 극우 담론은 반복된 금융위기와 시민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거부한다.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윤석열 정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원리주의에 입각해 국가의 공적 책임을 부인한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강조와 민영화 지향이 그 귀결이다. 우리가 ‘긴축’이라고 이름 부르는 것들이다.

건전재정과 민영화의 긴축정책은 국가의 공적 책임을 저버리는 것

그러나 긴축정책은 경제적 실패를 부르는 잘못된 선택이기 쉽다. 국가채무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지출을 삭감하는 결정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대개 경제에 무익하다. 긴축은 성장도 분배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특히 한국경제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지 않으면 자칫 성장 역량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 요인인 불평등과 양극화, 인구구조 변화와 같은 문제는 복지국가를 강화하고 분배를 개선하는 꾸준한 노력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그런데도 새정부는 당장 재정운영의 기조를 적극재정으로부터 건전재정으로 바꾼다면서 재정준칙부터 들먹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성남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던 중 잠시 참석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2.06.16. ⓒ뉴시스


재정준칙은 성장도 분배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기실 국가채무나 재정적자 자체가 문제인 경우는 드물다. 거꾸로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가 문제다. 재정준칙은 나라 빚이 늘면 경제성과가 나빠진다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잘못된 교리에 입각해 있다. 그러나 공정하게 평가하자면 국가채무나 재정적자는 경제성과를 결정하는 원인이기보다는 경제성과에 따른 결과에 가깝다. 재정준칙은 공공지출이 경제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고 경제의 동태적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낡고 단선적인 사고방식의 산물이다. 긴축은 가장 취약한 계층부터 무너뜨리기 마련인데 그런 사실을 외면하는 재정준칙은 차별적이고 배제적인 관점을 내포한 것이기도 하다.

정작 문제는 국가가 재정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이다. 국가의 재정이 얼마나 생산적으로 얼마나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게 쓰이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공공부문이 산업전환의 적극적 주체로서 사회적 가치의 실현에 기여하려는 방향성을 분명히 하는 편이 옳다.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기술과 생산조직에 큰 변화를 목도하게 될 것이다. 국가는 그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조정하면서 변화되는 산업 환경에 노동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두터운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신기술과 직무교육에 대한 공공투자가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직무전환에 소요되는 사회적 갈등 비용도 관리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고용안전망과 복지제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이 가능하고 그래야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그래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고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 늘어난 세입으로 국가채무 부담도 관리할 수 있다.

공공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깎아주면 민간투자가 늘 것이라는 헛소리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은 또 정부지출이 늘면 민간투자가 줄어든다고도 주장한다. 공공투자가 민간투자를 몰아낸다고 한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경제학 교과서들은 예외 없이 그렇게 설명한다. 각종 입사시험과 자격시험에 응시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그 생각을 기계처럼 주입받는다. 하지만 그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기업이 어떤 분야에 얼마나 투자할지 결정할 때에는 무엇보다도 미래 성장 기회를 따진다. 그런데 기업의 미래 성장 기회가 저절로 하늘에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때로는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의 설명처럼 정부가 기업에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의 기반 투자가 기업의 미래 기회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공공지출이 민간투자를 몰아내기는커녕 실은 정반대다. 공공투자는 민간투자가 가능한 분야를 창출하고 민간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준다. 역사적으로 공공지출은 경제의 장기적 진화에 있어 방향타 역할을 맡기도 했다. 국가의 재정 활동이 장기적으로 경제의 생산 능력에 영향을 미쳐온 셈이다.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마치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이 투자를 알아서 늘릴 것처럼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기업은 언제든 투자하려고 애쓰는데 세금이 일종의 장벽이 되고 있는 양 거짓말을 한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게 새정부가 밀어붙이니 부자들만, 기업들만 좋아라 한다. 그런데 그게 끝이다. 공공투자가 줄면서 미래 성장 기회를 보기 어려워진 기업이 세금을 덜 낸다고 투자할 리 없어서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6.16. ⓒ뉴시스

민영화의 덫

긴축은 국가의 활동을 위축시킨다. 그 과정에서 공공서비스의 공급도 줄어든다. 경제가 더 성장하고 더 고르게 부를 분배할 기회가 포기되고 만다. 긴축의 한 형태인 민영화는 공공부문이 원래부터 비효율적이라는 통념에 근거해 있다. 그래서 공공부문 사무라도 민간에 맡기는 편이 낫다고 주장된다. 그렇게 점점 더 많은 공공서비스가 기업 영리 활동의 대상으로 변해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공부문 스스로도 민간 기업처럼 활동해야 한다는 선동이 이미 널리 퍼져 있다. 공공기관 평가를 위한 잣대로 공공성보다 효율성 기준이 우선시된다. 윤석열 정부는 한술 더 떠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까지 집중 관리하겠노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환상으로부터 벗어날 때도 됐다. 마추카토가 저서 <가치의 모든 것>에서 지적했듯이 공공서비스를 민간에 아웃소싱하는 시장부터 이미 독과점 상태다. 독과점 시장에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그 점은 가장 기초적인 경제 원리에 속한다. 최소 마진을 보장받아야 하는 민간 기업 특성상 아웃소싱이 늘어나면서 공공서비스의 공급 가격이 오르고 공급량이 줄어드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결국 피해는 사회 전체가 입는다. 점점 더 많은 공공서비스가 민간 사업자의 수익 기회로 전락하면서 경쟁을 빙자한 착취와 노동권 침해는 일상이 되어간다. 민간 사업자의 지대 추구 경향도 뚜렷해진다. 예산을 어떻게든 최소화하려는 정부를 대신해 민간 사업자가 공공사업에 자본을 댄다. 민자 사업으로 개발된 기반 시설은 소수 사업자들이 과도한 특혜를 누리는 수단이 된다. 정부는 사업자들의 최소수익을 보장해준다. 그러다 보니 공공부문이 직접 지출했더라면 들었을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민간의 독점 사업자에게 가져다 바치는 결과도 비일비재하게 된다.

신자유주의 정치는 사회를 뿌리부터 공격한다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의 저자 마크 블라이스가 언급했듯,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긴축정책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 가치를 근저에서부터 흔든다. 긴축정책의 효과는 비대칭적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유독 가혹하다. 저소득층일수록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다. 소득과 재산이 적으면 긴축정책이 초래하는 다양한 부정적 충격을 견뎌낼 여력도 부족하기 마련이다.

양극화되고 파편화된 사회일수록 빈곤층이 가난을 못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양극화된 경제에서 늘어나는 것은 민간부채이고 줄어드는 것은 성장률 수치다. 문제를 완화하려면 분배를 개선시킬 정치가 필요하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통해 그와 같은 정치를 표방했다. 불과 한두 해 만에 약속을 포기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새정부는 아예 대놓고 분배를 악화시키는 정치를 하려는 것만 같다. 양극화가 더 심해지면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가치가 토대부터 흔들릴 수 있다. 한때 마가렛 대처는 사회 같은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회를 없애는 것은 바로 대처 식의 나쁜 신자유주의 정치다.

긴축과 감세는 미래 세대를 포기하는 최악의 정책 조합

한편 보수정치의 긴축정책은 감세, 특히 부자 감세, 기업 감세를 동반하는 일이 잦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세금을 깎아주는 것만큼 앞뒤가 안 맞는 모순도 없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자들은 그런 것을 따지지 않는다. 어차피 지출을 억제해 복지국가를 약화시키면서 최고 소득층과 자산가들, 독점자본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그들 지배계급의 숙원사항 아니었던가. 그들은 재정건전성이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국가의 공적 역할이 최소화되면 미래 세대도 피해를 입는다. 감세와 긴축의 기막힌 조합은 미래 세대를 포기하는 최악의 정책 조합이다. 윤석열 정부의 정치가 지금 딱 그렇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12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입구에서 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2022.06.12. ⓒ뉴시스


긴축에 맞설 대담한 노동의 정치가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긴축이 경제적 성공에 도움이 되었던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축은 현실 정치에서 중심 정책 의제로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다. 블라이스가 강조했던 것처럼 어쩌면 아무리 틀린 생각이라도 기득권 세력한테 유리한 이데올로기로 활용되고 있기에 그럴 수 있는지도 모른다. 긴축정책은 자산계급을 위해 복무하는 보수정치가 복지국가를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었던가.

답답하게도 때로는 진실이 허위를 못 이긴다.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득권 세력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적어도 당분간은 거짓도 진실로 둔갑시킬 수 있다. 오늘 한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윤석열 정부의 무책임한 반동의 정치, 긴축의 정치가 진실을 가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어찌할 것인가. 필자는 지금은 평등, 민주주의, 지속가능성과 같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긴축에 반대하는 시민적 실천이 준비되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는 보다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한국경제의 성장경로 상에 뚜렷한 변곡점들을 만들어가는 근본적인 사회개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 기획을 5년 후로 미뤄두고 손 놓고 있을 것인가. 가난하고 소외된 민중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언제나 조직된 노동의 힘뿐이었다. 다른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극우세력의 긴축과 민영화 공세에 맞설 용기 있고 대담한 노동의 정치, 우리에게는 바로 그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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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자율주행 현실화? 세계 최고 웨이모가 겪은 수모

[강인규리포트] 완전자율주행차의 꿈, 현실, 기만①

22.06.21 05:50최종 업데이트 22.06.21 05:50
 

▲ 진모빌리티와 현대차가 마련한 '4단계 자율주행차' 시범주행 행사.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탑승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한국에서 최근 자율주행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6월 9일에는 서울에서 진모빌리티와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자율주행 로보라이드' 시범 행사가 열렸습니다. 주최 측은 보도 자료를 통해, "도심 주행에 최적화 된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레벨 4'란 미 자동차공학회(SAE)가 제안한 0-6 단계 가운데 하나인 '고도 운전 자동화(High Driving Automation)' 단계를 말합니다. 완전자율주행 전 단계로, 일부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는 자동차가 모든 과정을 스스로 파악해서 운전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9일 열렸던 '로보라이드' 행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이 차로 강남 일대를 20여 분간 돌아봤습니다. 흥미롭게도, 주최 측, 참석한 정치인들, 언론 매체 모두 자율주행차가 '강남'을 달렸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강남의 '한복판'을 자율주행차가 차선을 바꾸고, 좌회전도 하면서 스스로 달렸다며 감탄했습니다.

운전석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문 교육을 받은 기사가 앉아 있었지만, 주행 중 개입은 최소한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강조됐습니다. 이르면 8월에 일반인도 자율주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거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행사 다음 날인 10일에는 현대 아이오닉5 기반의 '4단계 자율주행 택시'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 모셔널이 2023년 공개할 예정인 로보택시. ⓒ Motional

 
2023년 미국에서 공개될 로보택시는 현대 자동차와 기술업체 '앱티브(Aptiv)'가 합작투자해 미국에 설립한 자율주행 전문회사 '모셔녈(Motional)'의 공동 프로젝트입니다. 현대차가 자동차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모셔널이 자율주행 장치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 택시로 고객을 운송하는 사업은 승차공유 회사인 리프트가 맡게 됩니다.

두 가지 뉴스에 모두 현대차가 등장하지만, 서울에서 열린 시범 운행에는 현대차가 자체 개발 중인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이 행사를 보도한 와이티엔(YTN)은 다음과 같은 선언으로 뉴스를 마쳤습니다. "오는 2023년엔 강남 전역인 76킬로미터에서 운행이 가능할 전망으로,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시대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현대차는 한층 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서울 도심에서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드디어 자율주행 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일까요?

자율주행차 앞에 놓인 거대한 장애물

저 역시 '자율주행차 상용시대'가 '성큼' 다가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자율주행차의 앞길은 멀고 험난할 것입니다. 움직이는 자동차는 언제든 '2톤짜리 흉기'로 돌변할 수 있으며, 자율주행의 기술적 문제를 극복하는 것은 아직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은 수동운전보다 안전한 주행을 목표로 하지만, 사람을 넘어서기는커녕, 사람 수준에 도달하는 것조차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기사: 자율주행차,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http://omn.kr/1vftg)
 

▲ 2019년에 일론 머스크는 '2020년 말까지 백만 대의 로보택시를 갖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 트위터

 
일부는 현대차가 선보인 '로보라이드'가 3단계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4단계 자율주행과 달리, 3단계는 '제한된 상황에서만 스스로 운행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합니다. 앞의 행사가 강남에서 열린 이유는 사용된 자율주행차가 강남 일부 구간에서만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신호등을 시각적으로 파악하는 기술이 완전하지 않은 탓에, 교차로 130여 곳에 신호 변경 정보를 자율주행차에 발신하는 장치가 별도로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3단계냐 4단계냐를 따지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2단계로 평가받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나 자칭 '완전자율주행(FSD)'부터, 가장 진보했다는 '웨이모 원' 4단계 기술까지 공통적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글에서 웨이모 자율주행 기술의 문제점을 꼼꼼히 살펴보려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기술의 오류를 들여다보면서, 현 자율주행 기술이 지닌 근본적 문제를 지적해 보겠습니다. 이는 미완의 자율주행 기술과 마주하게 된 시민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개발자들이 자율주행 시스템을 보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작년 1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범운행 중이던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가 보행자를 들이받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구급차와 소방차가 출동했고, 피해자는 현장에서 치료를 받은 후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사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웨이모 측은 "보행자와 접촉할 시 차는 수동 운전 중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왜 '예외적 상황 이외에 스스로 작동하는' 4단계 자율주행차를 수동으로 운행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차가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급히 수동으로 전환한 후 사고가 발생해도 '수동운전'으로 분류됩니다.
 

▲ 2021년 1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범운행 중이던 웨이모의 로보택시가 보행자를 들이받은 사고가 발생했다. 회사 측은 자동차가 "수동운행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같은 해 6월, 웨이모의 다른 자율주행차가 킥보드를 타고 가던 시민을 추돌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해명은 동일했다. ⓒ KWillets/Reddit

 

▲ 2021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웨이모의 추돌사고.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자율주행 기술이라 해도, 언제든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 ⓒ Tom Simonite

 
같은 해 여름, 애리조나 주의 챈들러 시에서도 소동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웨이모가 '기사 없는 택시'인 웨이모 원 서비스를 해 온 4개 도시 중 하나입니다. 인구 25만의 도시에, 도로는 넓되 보행자들이 적고, 무엇보다 자율주행차의 천적인 눈과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지역입니다.

조엘 존슨은 이곳에 사는 청년으로, 웨이모 승차 경험을 비디오로 찍어 올리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습니다. 조엘은 그날도 웨이모 택시를 불러 탄 뒤 영상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차가 좁은 길을 지나 큰 도로로 연결되는 삼거리 방향으로 나아가더니, 교차로 앞에 정지했습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차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면 차가 우회전해야 하는데, 진입할 도로를 따라 드문드문 놓인 공사용 삼각뿔이 시스템을 교란시킨 듯했습니다.

얼마 뒤 문제를 파악한 웨이모의 직원이 원격 시스템으로 연락을 해 왔습니다. 원격 지원팀은 자율주행차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오류를 일으키는 경우, 시스템에 개입해 차가 나아갈 방향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비록 운전석은 비어 있으나, 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면서 즉각 개입하게 돼 있는 것이지요. 2023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공개될 아이오닉 로보택시에도 이런 원격 보조 시스템이 탑재돼 있습니다.

현대차가 자체개발한 자율주행 역시 관제 시스템을 통해 차의 주행 상태와 경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면서, 공사 구간이나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서 차로 변경 등을 원격으로 통제하게 돼 있습니다. 초기에 사람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던 자율주행이 진보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판단과 개입을 핵심요소로 삼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 현대차가 개발 중인 로보택시. 관제시스템을 통해 주행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필요에 따라 진행 방향이나 차선 변경 등을 원격으로 통제하게 돼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세계 최고 자율주행 기술, 삼각뿔 앞에서 멈추다

문제의 택시는 원격보조로도 통제되지 않았습니다. 차가 계속 정지 상태로 있자, 직원은 "곧 도로지원팀이 도착해 수동으로 운전할 것"이라며 승객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도 차가 갑자기 움직여 우회전을 하더니 2차선 도로의 실선을 밟은 채 멈춰 섭니다. 뒤에서 오는 차들이 중앙선을 넘어서서 지나쳐야 했지만, 차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다시 "도로지원팀이 금방 도착한다"는 안내가 떴습니다. 하지만 이제 차는 후진하더니 꽁무니 오른 쪽을 두 삼각뿔 사이에 밀어 넣고는 삐딱하게 멈춰서 추월 차선을 완전히 막아 버렸습니다. 뒤의 차들은 이제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 곡예주행을 하며 경적을 울려 댔습니다. 승객이 불안한 목소리로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지만, 직원은 미안해하며 "처리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말할 뿐입니다. 차에 타고 있지 않으니 달리 도와줄 방법도 없습니다.
 

▲ 애리조나주 챈들러에서 운행중인 웨이모의 로보택시 '웨이모 원.' 이 차의 시스템이 도로공사용 원뿔에 의해 교란된 현상은 자율주행 기술이 극복해야 문제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 준다. ⓒ Joel Johnson

 
얼마 뒤 도로공사가 끝났는지, 인부들이 도로 오른 편에 놓였던 삼각뿔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장애물이 모두 사라졌는데도 차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분쯤 있더니, 핸들이 갑자기 왼쪽으로 돌아갑니다. 좌측으로 추월하는 차가 있는데도 앞으로 전진하더니 다시 고속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 당황하는 것은 승객만이 아닙니다. 원격 지원을 하던 직원도 당황한 목소리로 "지금 차가 움직이냐"고 묻습니다.

그러게 한참을 달리던 차는 또 다른 삼각뿔이 나타나자 갑자기 주행을 멈춥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도로지원팀이 다가서는 모습이 후면 거울에 보입니다. 여기서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직원이 다가서는 순간 택시가 도망치기라도 하듯 또다시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잠시 후 택시가 정차하고, 뒤쫓아 온 직원이 좌측으로 추월하는 차들을 피해 운전석에 앉기까지 불안한 상황은 계속됐습니다.

이 사태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자율주행은 여전히 불안정한 기술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미완의 기술을, 상업적·정치적 홍보를 위해 도로 위에 섣불리 내놔서는 안 됩니다. 자율주행은 무인점포나 비디오추천 알고리즘 따위의 기술과는 다른 차원의 위험을 내포한, 말 그대로 '달리는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웨이모 소동에서 배울 점

시범주행 후 오세훈 시장과 원희룡 장관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 시장은 "실제로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거의 다를 바 없다"며, "정말 신기하다"고 감탄했습니다. 원 장관은 "스스로 차선 변경을 하고, 끼어드는 차량도 피했다"고 놀라워하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서 안심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공식발언은 주행 중에 한 발언과는 결이 좀 달랐습니다. 오 시장은 차가 좀 거칠게 움직이자 주변을 살피며 "사람이 하는 거 하고는 조금 다른데?"라며 불안감을 내비쳤습니다. 원 장관은 "코너링이라고 그러죠?"라고 묻고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가속했다가 다시 속도를 떨어뜨려야 되는 차선변경이 들어가는 기능인데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살짝 못 미쳤어요."
 

▲ 자율주행차 시승행사에 참여한 오세훈 서울시장. ⓒ 연합뉴스TV

 
매력적인 기술을 자신의 업적으로 삼고 싶은 마음은 어떤 정치인이든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안전입니다. 비상운전자가 탑승해 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자동주행에서 수동으로 전환하는 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며, 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즉각 대처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2018년 우버가 자율주행 도중 보행자 사망사고를 냈을 때도 운전자가 탑승해 있었지만, 시스템의 오작동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말아야겠지만,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책임소재 또한 분명히 해야 합니다. 기업이 기획하고, 국토부가 임시 면허를 내주고, 서울시가 승인한 사업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온전히 기사에게 전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고 피해 조치도 일원화해 신속하게 복구와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율주행차의 위험요소가 발견됐을 때 즉시 운행을 멈추도록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이런 당연한 조처마저 신속히 집행되지 않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업체는 주가와 기업이미지 때문에, 정치인은 승인 뒤 숟가락을 얹었기 때문에 은폐와 함구의 유혹에 빠지기 쉽지요.

실제로 테슬라부터 웨이모까지 자율주행 업체들은 사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테슬라의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대한 비협조는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웨이모는 자율주행시 발생한 교통사고 정보를 공개하라는 교통당국의 요구에 불응해 소송까지 건 상태입니다.

한 가지 더, 막강한 기술력을 지닌 웨이모의 자율주행차가 한낱 공사용 삼각뿔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자율주행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무엇을 말해 줄까요? 이어지는 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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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월북 프레임 뒤집어씌워” 한겨레 “선 넘은 공세”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입력 2022.06.21 07:31
  •  수정 2022.06.21 07:3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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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서울신문, 1면에 대주주 호반과 골프대회 개최 보도
한겨레, 1·4·5면에 민주당 지지층 28명 표적집단 심층면접 기사

21일자 아침신문이 주목한 이슈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아들 이모(19)군은 20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A4 2장짜리 편지를 보냈다. 이군은 “대한민국에서 월북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를 안다면 정황만으로 한 가족을 묻어버리는 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 등의 내용을 편지에 썼다. 국민의힘은 ‘해수부 공무원 월북 몰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21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조선 “월북 프레임 씌워” 한겨레 “선 넘은 공세, 진실 멀어져”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21일자 조선일보와 한겨레 기사와 사설은 상반된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당시 일어난 이 사건을 정부가 섣불리 월북으로 단정했다고 주장했고, 한겨레는 여당이 보수층 결집을 노리기 위해 사건을 재점화시켰다고 주장했다.

▲21일자 조선일보 5면.
▲21일자 아침신문들 1면.

먼저 조선일보는 5면 기사에서 국민의힘이 TF를 만들어 조사를 벌이는 이유에 대해 “당시 정부가 공무원에 대해 도박 빚 부풀리기, 심리 상태 왜곡, 조류(潮流) 조작, 방수복 은폐 등을 과장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라고 명한 뒤 “TF는 3년 전 ‘탈북 어민 강제 북송’도 조사 범위에 넣기로 했다. 당시 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동료 살해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귀순 5일 만에 강제 북송했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겨레는 6면 기사에서 “국민의힘이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이어 2019년 탈북 선원 북송사건까지 진상규명하겠다며 쟁점 확대에 나섰다. 경제위기와 잇따른 인사 파문,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탓에 임기 초반임에도 국정 지지도가 50%에 못 미치는 난국을 보수층 결집을 통해 벗어나려는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어 “여당과 대통령실이 대대적으로 전 정권의 대북 문제를 쟁점화하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취임 초 저조한 국정 동력을 보수층 결집을 통해 끌어올리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 상황 속에서 경제도 난국이다”고 지적했다.

▲21일자 한겨레 6면.

한겨레는 박상병 정치평론가의 입을 빌려 “윤석열 정부가 난국을 돌파할 방법은 지지율을 올리는 수밖에 없는데 북한 문제는 기존 지지층을 강하게 결속시키는 좋은 아이템”이라고 했다. 또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인터뷰해 “문재인 정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등한시했다고 공격함으로써 전 정부의 기반을 무너뜨려 법적인 책임까지 지우려는 것 아니겠느냐. 김건희 여사 논란 등 대통령실로 쏟아지는 국민적 비판을 돌리려는 의도도 보인다”고도 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사설 내용도 상반된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서해 공무원 아들의 울부짖음에 문(文) 정권 누구라도 답해야 한다’ 제목의 사설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당시에도 문재인 청와대는 이 사건을 ‘별 것 아닌 일’로 만들려 무진 애를 썼다. 민정수석실은 해경에 ‘자진 월북에 방점을 두고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해경은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수사결과를 내놨다”며 “당시 관할 인천해양경찰청과 상급 기관인 중부지방해양경찰청이 모두 ‘자진 월북’ 단정에 부담을 느껴 발표에 난색을 표했고, 결국 본청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해경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어 “이씨가 월북을 기도했다면 사건은 이씨의 일탈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책임도 없어지고, 북한의 잔인무도한 행위가 남북 관계에 미칠 악영향도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정권의 부담을 덜겠다는 계산으로 공무원 이씨에게 월북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웠다고밖에 볼 수 없다. 북으로부터 무단 처형을 당해도 괜찮은 사람으로 몰아 버렸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월북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하냐고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는 여권의 공세가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둔 여권의 대야 공세가 선을 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풀리지 않은 의문을 해소하고 사건 진상을 밝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쪽도 20일 당시 사건 정황이 담긴 비공개 국회 회의록 공개에 협조할 뜻을 밝힌 터다. 국가 안보적 고려와 법규에 근거해 자료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사실관계를 냉정하게 살필 일에 대대적인 정치 공세만 앞세우는 것은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다”고 했다.

▲21일자 조선일보와 한겨레 사설.

월북조작설을 주장하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월북몰이 진상규명 TF’ 단장 하태경 의원 등이 발언을 지적한 뒤, 한겨레는 “너무도 섣부르다. 우리 공무원이 월경 끝에 북한군에 살해당한 비극이 벌어진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명확한 근거도 대지 않은 채 ‘월북몰이’로 전제하고 ‘전 정부 책임’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 공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래서야 여권의 조사 결과가 나온다 해도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여권이 야당 비협조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청와대 보고자료를 열람하지 못해 진상규명이 가로막힌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당시 상황 판단의 근거 자료는 대통령기록물 말고도 군 특수정보(SI)와 사건 직후 국회 국방위와 정보위 보고 자료 등이 있다. 특히 군 특수정보는 국회 보고 자료와 대통령기록물의 원자료다. 이 자료를 공개하든지 여야 합의로 열람하든지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 보호가 국가의 첫째 임무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고 계신 것이 있으면 정부가 거기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것이 문제있지 않느냐’며 ‘그 부분을 한번 잘 검토해보겠다’고 했다”며 “그 말대로 하면 된다. 물론 그에 따른 국가 안보 위해 가능성에 대한 책임 또한 대통령과 여권이 져야 한다. 차분히 무엇이 진상규명의 길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신문, 1면에 대주주 호반과 골프대회 개최 기사 보도

21일자 서울신문은 1면에 ‘호반 서울신문 WOMEN’S CLASSIC’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초록빛 잔디를 수놓은 ‘백구의 축제’.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줄 필드 위 선수들의 환상적인 샷 대결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온 호반그룹과 118년 최고 역사의 서울신문이 오는 7월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경기 이천시 H1클럽에서 ‘호반 서울신문 위민스 클래식’을 개최한다”고 보도했다.

▲21일자 서울신문 1면.

지난해 호반건설을 1대 주주로 맞이한 서울신문은 호반그룹 동정 보도를 비롯해 공동 주최 골프대회 개최 소식도 보도하고 있다.

지난 4월12일에도 서울신문은 대주주 호반그룹과 골프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1면과 2면에 걸쳐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1면에 “한국여자골프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 온 호반그룹과 118년 역사의 서울신문이 손잡고 오는 7월 총상금 10억원 규모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를 개최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1·4·5면에 민주당 지지층 28명 표적집단 심층면접 기사

▲21일자 한겨레 4면.

21일자 한겨레는 1·4·5면에 민주당 지지층 28명 표적집단을 심층면접한 내용을 가지고 기사를 보도했다. 한겨레는 “돌아앉은 마음들엔 민주당을 향한 염증과 실망, 분노, 부끄러움까지 담겨 있었지만 쇄신에 대한 간절함이 무엇보다 컸다”며 “심층면접 참가자 대부분은 민주당의 고질적 문제로 ‘분열’을 꼽았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어 “참가자들은 8월 전당대회에서 구성될 새로운 지도부에 통합의 리더십을 요구하면서도 ‘당내에 인물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마땅한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강력한 쇄신을 이끌어갈 지도자는 이재명 의원뿐이라는 ‘현실론’에 힘을 실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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