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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 기자명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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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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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개늑시라는 말이 있다.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이 안 가는 시간을 뜻한다고 한다. 아직 빛이 충분히 밝지 않아 어슴푸레할 때, 저 멀리 보이는 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늑대라면 도망가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예산에도 개늑시가 있다. 바로 예산안 보도자료가 나오고 아직 예산안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다. 8월30일에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그리고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는 시기는 9월3일이다. 결국, 예산안을 보지 못하고 예산안 보도자료만 보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이 기자의 숙명이다. 정부는 어쩔 때는 내년도 예산안은 순하디순한 개라고 주장한다. 또는 무섭고 적극적인 늑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그 둘을 구별하기는 어렵다. 정부 주장을 그냥 검증 없이 충실히 쓸 수밖에 없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최소한 정부 주장의 근거가 맞는지는 검증해야 한다.

정부의 예산안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3년 예산안은 “재정 기조를 전면 전환”하고 “주요세목 세입기반 확충”에 따라 총수입은 16.6% 증가했으며,”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재구조화” 등을 통해 국가채무 비율은 전년 대비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 주장이 맞는 말일까? 검증해 보도록 하자.

첫째, “재정기조를 전면 전환”의 의미는 지난 정부는 줄곧 확장재정을 펼쳤으나 이번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그 근거로 정부는 정부별 ‘총지출 증가율 평균’자료를 선보인다.

▲ 각 정부별 총지출 평균을 통해 작성한 보도자료
▲ 각 정부별 총지출 평균을 통해 작성한 보도자료
▲ 2010년 이후 연도별 총지출 증가율
▲ 2010년 이후 연도별 총지출 증가율

왜 구태여 ‘정부별 총지출 평균’이라는 복잡한 개념을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평범하게 연도별 총지출 증가율을 보자. 내년도 예산안 5.2%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예외적인 높은 지출 증가를 제외하고는 예년 수준이다. 실제로 2010년부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의 총지출 증가율 산술평균값은 5.2%다. 특히, 16년 17년 낮은 증가율이 눈에 띈다. 그런데 17년 예산안이 발표될 때, 정부와 언론은 한 목소리로 역대 최대 ‘슈퍼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 정부 보도자료에 따라 2017년도의 ‘긴축예산’을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한 언론들
▲ 정부 보도자료에 따라 2017년도의 ‘긴축예산’을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한 언론들

즉, 2017년도 3.7% 증가한 예산안에 정부가 ‘슈퍼예산’이라는 서사를 보도자료에 넣으면, 언론은 이를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2023년 5.2% 증가한 예산안에 정부가 ‘긴축예산’이라는 서사를 보도자료에 넣으면 언론은 이를 ‘긴축예산’이라고 표현한다. 늑대가 개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올해 추경보다 적은 예산안을 편성하는 것은 “13년만에 처음”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13년씩이나 갈 것도 없이 올해 문재인정부가 편성한 올해 예산안도 전년 추경보다 적다.

[관련기사 :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내년 예산 13년 만에 감축 언론보도, 사실일까?]

둘째, ‘주요 세목의 세입 기반 확충’으로 내년도 세입이 증대한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세제개편의 특징은 ‘엄청난 규모의 감세’다. 정부는 5년간 13조 원 줄어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5년간 줄어드는 금액은 13조 원이 아니라 60조 원이다. 

[관련기사 :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정부 세제개편안 발표, 세수 감소는 13조? 60조?]

특히, 정부는 세입예산안을 발표할 때는 항상 올해 추경예산 기준으로 내년도 세입 증가율을 계산해왔다. 세입예산은 세출예산과는 달리 자원의 배분(allocation)이 아니라 추정(estimation)이다. 추경을 통해 추정치가 변경되었으면, 변경된 수치를 기준으로 증가율을 계산하는 것이 맞다. 내년도 세입예산안을 실제 세입규모인 추경 규모가 아닌 정부가 과소 추계한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13%가 늘었다고 말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하다. 내년도 세입이 본예산 대비 증가한 이유는 세입기반 확충이 아니라 올해 본예산을 실제와 다르게 과소추계했기 때문이다.

셋째,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재구조화’를 한다고 한다. 이는 상당 부분 코로나19 일시적 지출을 줄인 측면이 크다. 특히, 융자사업을 이차보전으로 전환한 부분도 크다. 기재부가 집계하는 ‘총지출’기준은 융자사업 전액을 정부지출 규모에 포함시킨다. 이는 우리나라 기재부만 취하는 매우 독특한 방식이다. 즉, 정부가 1조를 빌려주고 약간의 이자까지 쳐서 1조를 돌려 받으면서 정부지출 규모가 1조 원 증대되었다고 통계에 포함시킨다. 이런 1조원의 융자사업을 이자만 지원하는 이차보전 사업으로 전환하면, 경제적 실질은 아무 변화 없이 정부 지출 규모 통계는 크게 줄어든다.

넷째, 이러한 재정 개혁 등을 통해 국가채무 비율은 전년도(올해) 보다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나 이도 사실이 아니다. 올해 본예산 국가채무 비율은 GDP 대비 50%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2차 추경을 통해 총지출 규모를 무려 55조 원 증대했으나 국가 채무 비율은 오히려 49.7%로 낮아졌다. 이는 본예산 세수를 지나치게 과소추계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 채무 비율은 올해 2차 추경 49.7%보다 49.8%로 다소 높아진 것이 맞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는 예산안 발표전에 예산안 보도자료를 통해 서사를 만든다. 예산안을 확인할 길이 없는 개늑시 동안에는 정부의 서사를 충실히 따르는 언론보도가 많다. 그러나 개는 개고 늑대는 늑대다. 예산안을 보지는 못했지만 정부의 설명의 빈틈을 정확히 찾아내는 언론 보도를 기대해 본다. 정부는 앞으로는 예산안과 예산안 보도자료를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최소한 예산안 보도자료 제목을 ‘예산안’이라고 쓰지는 말자. ‘예산안 설명 보도자료’라고 정확히 쓰자. 물론 9월3일 두꺼운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다고 하더라도 그 두꺼운 예산안을 꼼꼼히 분석해보는 기자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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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잡으면 경찰이 알아서 입건"... '김여사의 예언' 현실화

경찰, 더탐사·서울의소리·한겨레 등 잇따라 조사... "윗선 의지 반영됐을 것"

22.09.02 19:43l최종 업데이트 22.09.02 19:43l
 
 
큰사진보기지난 6월 16일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씨를 예방한 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  지난 6월 16일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씨를 예방한 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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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언론사들은) 내가 청와대 가면 전부 다 감옥에 넣어버릴 거야."  

지난 대선 당시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와의 7시간 통화녹취록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매체 이명수 기자와 통화가 이뤄진 2021년 당시, 김 여사는 윤석열 후보 당선을 가정해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사들에 대한 '조치'를 예고했다. 김 여사는 또 비판적 언론들을 거론하면서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경찰들이 알아서 입건해요. 그게 무서운 거지"라는 말도 했다. 

이 같은 김 여사의 '예언'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 시작 100일이 넘어서면서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보도를 한 언론에 대한 경찰의 전방위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경찰은 지난 8월부터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두 차례 진행했고, <서울의소리> 기자에 대한 소환 조사도 했다. 경찰은 <한겨레> 기자도 불러 조사할 예정인데, 언론사에 대한 경찰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일 공직선거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시민언론 더탐사> 소속 강진구 기자와 최영민 PD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 8월 25일에도 경기 남양주 더탐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방송대본 등을 가져갔다. <시민언론 더탐사>는 <열린공감TV> 시절부터 김건희 여사의 사생활 의혹을 연이어 보도했던 언론사다. 앞서 국민의힘 법률지원단 등은 <더탐사>를 상대로 공직선거법 위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수차례 고발장을 제출했다.

경찰 압수수색이 재차 이뤄지자 <더탐사>는 지난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더탐사>는 이 자리에서 "압수수색은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들에 비판적인 언론을 위축시키기 위한 폭력"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시작 3개월여만에 역사의 시계를 30여 년이나 뒤로 돌려 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의 압수수색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김건희 의혹에 대한 제보자들을 찾아내어 이들을 탄압하려는 것으로 의심한다"며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이 다소 긴급하게 이뤄졌음에도 <뉴욕타임즈>와 <아사히신문> 소속 기자들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대통령 공관 낙점 의혹 보도한 <한겨레> 기자도 소환 초읽기
 
큰사진보기 기자(오른쪽)가 지난 8월 4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출두해 청사로 들어가는 모습." style="border: 0px; image-rendering: -webkit-optimize-contrast;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
▲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의 전화 통화를 녹음하고 방송에 제보했다가 고발당한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오른쪽)가 지난 8월 4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출두해 청사로 들어가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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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7시간 녹취록을 보도한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에 대해선 지난 8월 초 소환 조사가 이뤄졌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김 여사와 50여 차례, 총 7시간43분 분량의 통화를 녹음한 뒤 김 여사 동의 없이 MBC에 제보한 혐의다. 보도 이후 국민의힘은 이 기자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이와 별도로 김 여사는 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조사 직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한마디로 괴롭혀서 언론 보도를 막겠다는 거 아닌가"라며 "국민들이 바보도 아니고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김 여사를 비롯해 정권의 불리한 점을 보호할 수 있을까"라고 반발했다.

김 여사를 비판하는 보도를 한 <한겨레> 기자에 대한 경찰 소환 조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경찰이 조준한 것은 지난 4월 27일 <한겨레>가 보도한 "김건희 '여기가 마음에 들어'... 입장하듯 관저 결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김 여사가 외교장관 공관을 방문했고, 대통령 관저를 결정하는 과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을 담은 비판 기사였다.

그런데 이름을 알리지 않은 한 고발인이 최근 이 기사를 쓴 기자를 고발했다. 해당 기사로 인해 김 여사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언론사가 아닌 기자 개인에 대한 고발이라는 것도 특이한 지점이다. 경찰은 고발인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국민의힘 측 인사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겨레> 기자는 오는 5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동시다발 수사, 경찰 아니라 윗선 의지 반영됐을 것" 
 
는 지난 1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경찰 압수수색에 반발해 외신 기자 회견을 열였다."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image-rendering: -webkit-optimize-contrast;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
▲  <시민언론더탐사>는 지난 1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경찰 압수수색에 반발해 외신 기자 회견을 열였다.
ⓒ 더탐사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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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공론장에서 폭넓게 논의돼야 할 문제를 보복성 형사고발로 대응한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다른 언론사의 권력 비판 보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언론 자유 전반에 광범위한 위축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취재기자를 특정해 고발이 이뤄진 점도 기자 개인에 대한 괴롭히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전대식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경찰이 여러 언론사에 대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이렇게 수사를 하는 것은 경찰의 개별 의지가 아니라 윗선들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고, 비판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부위원장은 또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대통령 지지율이 부진한 상황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방법으로 야당과 언론 공격을 택한 것 같다"며 "마구잡이식 경찰 수사는 언론 자율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는 여러 언론 단체들과 긴밀하게 협조해 대응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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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의혹’ 경찰국장은 정의에 대한 조롱”

용산역 시민문화제...‘김순호 사퇴 100만 서명운동’ 선포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09.03 00:22
  •  
  •  수정 2022.09.03 06:55
  •  
  •  댓글 0
 
노래패 꽃다지가 '새'를 불렀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노래패 꽃다지가 '새'를 불렀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저 청한 하늘 저 흰구름 왜 나를 울리나
밤새워 물어뜯어도 닿지 않는 마지막 살의 그리움
피만 흐르네 더운 여름날 썩은 피만 흐르네
함께 답세라 아 끝없는 새하얀 사슬소리여” 

2일 저녁 서울 용산역 광장에 꽃다지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1970년대와 80년대 대학가, 노동현장에서 싸우다가 감옥에 갇힌 이들의 심정을 담은 「새」였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중장년들이 깊은 생각에 잠긴 채 공연을 지켜봤다.

이들을 광장으로 다시 부른 건 강제징집, 보안사 녹화공작, 밀정(‘프락치’), 행정안전부 경찰국으로 부활한 ‘치안본부’ 등이다. 이 모두를 관통하는 이름이 “김순호”다. 「밀정 김순호 사퇴 및 경찰국 해체를 위한 시민문화제」가 열린 까닭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조영선 회장은 “김순호가 퇴진해야 하는 이유는 가장 먼저 경찰국 설치 자체가 치안본부의 부활로서 87년 헌법 체계를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더욱 밀정 의혹을 가진 경찰국장 임명은 가치의 전도이며, 부정의의 득세이며, 정의에 대한 조롱이다. 그의 행적이 상식에 반하기 때문이다. 80년 녹화사업, 그리고 선도공작의 희생자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자신의 진실을 밝히고 사과를 해도 부족할 텐데 이렇게 경찰국장이라는 자리를 꿰차고 우리를 조롱하고 있다.”

"김순호 OUT", "경찰국 해체".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김순호 OUT", "경찰국 해체".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추모연대 장현일 의장은 김순호 때문에 20대 초반으로 돌아갔다고 토로했다. 

“제가 22사단에 갔을 때 강제징집된 김두황 열사가 돌아가셨는데 사단보충대에 대기 중이던 저에게 누가 와서 ‘너도 데모하다 온 모양인데 조심해라’고 했다. 당시 이름을 몰랐고 전방에서 한분이 돌아가셨다는 얘기 듣고 너무 충격 받고 겁도 나서 밤에 잠을 못 이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장 의장은 “김순호가 녹화공작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김두황 열사뿐 아니라 80년대 녹화공작으로, 양심을 지키다 동지를 팔 수 없었기 때문에 군대에서 돌아가신 열사만 9명”이라며, 그들 이름을 불렀다.

안재환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사건 관련자 모임'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안재환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사건 관련자 모임'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사건 관련자 모임’ 안재환 회장은 갑자기 사라진 김순호를 찾으러 갔더니 자기 누나 집에 있었다고 회고했다. “부천 지역 조직책임자가 (회원들이) 연행, 구속되는 상황에서 누나 집에 있었다. 밀고한 증거들이 아니겠는가.”

그는 “김순호는 최동 동지의 묘소에 가서 무릎 끓고, 동숭동 어머니한테 사죄드려도 시원치 않을텐데, 진실화해위에 가서 (피해자라고) 얘기를 했다. 참으로 더러운 인간”이라며, “김순호 버티지 말고 빨리 옷 벗고 나가라”고 요구했다.

최동 열사의 동생 최숙희 씨는 ‘김순호에게 붙이는 편지’를 통해 “당신의 부끄러운 업적이 10년 간 청춘을 함께 했던 오빠를 죽음으로 몰아갔는데 정말 그렇게 당당한가”, “꼭꼭 숨겨두었던 잘못을 진정으로 인정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다그쳤다.

이지상 씨는 '그 쇳물 쓰지 마라' 등을 불렀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이지상 씨는 '그 쇳물 쓰지 마라' 등을 불렀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다온무용단 김은정 단장이 최동 열사의 삶을 형상화한 창작무 「생명으로 가는 길」을 선보였다. 가수 이지상 씨는 「그 쇳물 쓰지 마라」 등을 불렀다.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실규명추진위 박제호 대표는 “우리는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군에 불법 격리, 구금되어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은 사람들”이라며,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가 3천명이 넘는다고 알렸다.

녹화공작 피해자였다가 밀정이 됐다는 의심을 받는 자를 초대 경찰국장으로 임명한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면서 “김순호 사퇴를 반드시 관철시켜서 공안통치와 공작정치의 부활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김두황열사추모사업회 양창욱 회장은 “1980년부터 1985년까지 3,085명이 녹화선도공작으로 강제징집되고 프락치 공작을 받았지만 99%의 동지들은 모두 현장이나 학교로, 민주화운동 현장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순호 같은 1% 그자들만이 곳곳에서 지금도 밀정 노릇을 하고 있다. 여러분 알고 계신가. 김순호가 프락치 공작을 주저없이 하고 친구를 배신하고 팔아먹을 때 내 친구 김두황은 스물세살 어린 나이에 죽임을 당했다. ‘탁하고 치니 (박종철 열사가) 억하고 죽었다’고 조작한 홍승상을 존경한다는 김순호를 도저히 저는 용서할 수 없다.”

성균관대 재학 중인 이성록, 장한솔 씨가 '100만인 서명운동 선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성균관대 재학 중인 이성록, 장한솔 씨가 '100만인 서명운동 선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김순호와 훈련소 동기”라는 윤병기 ‘28사단 강제징집자 모임’ 대표는 “김순호 경찰국장은 과거 행적에 대해 소명하고 경찰국장직에 사퇴로 답하라”, “윤석열 정부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위법한 경찰국 설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윤석열 정부는 과거 보안사령부가 자행한 녹화사업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공식적인 사죄와 함께 반인권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청년 율동패가 「바위처럼」, 「주문」 노래에 맞춰 활기찬 몸짓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장한솔, 이성록 씨가 「100만인 서명운동 선언」을 낭독했다. “오늘 우리의 문화제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밀정 김순호 사퇴를 위한, 반민주적인 경찰국 해체를 위한 우리의 외침을 계속해서 퍼져나갈 것”이라고 했다. 

시민문화제는 성균관대민주동문회 오가태 사무국장의 사회 아래 오후 6시 45분부터 2시간 동안 열렸다. 성균관대민주동우회,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사건관련자모임,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실규명추진위원회, 추모연대, 서울지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김순호파면·경찰국철회·녹화공작진상규명국민행동준비모임이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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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뇌관’ 김건희 여사…관저공사·장신구·취임식 초청, 송곳검증

등록 :2022-09-02 05:00수정 :2022-09-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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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8월29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310기 졸업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8월29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310기 졸업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 이전 비용과 관저 리모델링, 김건희 여사 장신구 논란, 취임식 초청자 명단 등을 두고 대통령실이 깔끔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의혹을 키우고 있다. 국정조사 요구서도 제출해놓은 더불어민주당은 10월 시작될 국정감사를 통해 송곳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권 초부터 김 여사와 관련해 불거진 의혹들이 폭발력 있는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화력을 쏟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나랏돈이 추가 투입됐다는 지적과 관련해 “부처 자체 필요에 따라 추진된 것이고, 직접 비용이 아닌 예산 집행 과정에서 부수되는 부대 비용”이라고 말했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이 ‘애초 책정된 집무실 이전 비용 496억원에 더해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 3곳에서 306억9500만원의 예산이 추가로 전용됐다’고 지적한 데 대한 해명이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라 국방부 시설 통합 재배치, 경비단 이전, 경호부대 이전 관련 공사 등 연쇄 비용이 발생했지만 “부처별로 자체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전에 직접적으로 사용된 비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고, 다음 세대에게 전해드리는 그 비용을 대통령실 이전 비용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만다린 오리엔탈 리츠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2022.6.30 마드리드/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만다린 오리엔탈 리츠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2022.6.30 마드리드/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맡았던 시기 인연을 맺은 업체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사실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실은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 대표가 ‘여사 추천’으로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경위를 두고도 대통령실은 묵묵부답이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대통령실이 496억원에 더해 최소 306억원을 더 썼다는데 누구도 국민께 ‘혈세 낭비의 진실’을 설명한 사람은 없고, 더욱이 집무실과 관저 공사에 김건희 여사와 연관된 업체들이 특혜성 수의계약을 얻어냈다”며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 이실직고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김 여사가 나토 정상회의 때 선보인 장신구 출처를 놓고도 의혹이 커지고 있다. 앞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김 여사가 착용하고 있던 목걸이(6천만원), 팔찌(1500만원), 브로치(2600만원)를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다’고 문제제기를 하자 대통령실은 “장신구 3점 중 2점은 지인에게 빌리고, 1점은 소상공인에게 구입한 것으로 재산 신고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고가의 장신구 대여는 대가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해 ‘가짜 수산업자 사건’ 때 박영수 특검이 외제차를 며칠 빌려 탔다가 특검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장신구 사용) 대가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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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많이 한 어머니를 욕하는 경우도 있나?”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2.09.01 17:22
  •  
  •  댓글 0
 
 
 

[인터뷰]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사진: 백은지 기자
사진: 백은지 기자

‘임금과 성적 빼곤 다 올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고물가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유독 쌀값만은 예외다. 쌀값은 전년 동기 대비 23.6%가 하락했다.

3년 연속 풍작에 따른 쌀 비축량 증가가 원인이라는 정부 발표가 나온다. 과연 쌀 풍년이 원인일까?

고물가 시대, 쌀값까지 오르면 서민들 먹고살기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식량자급률 60%를 약속한 윤석열 정부는 지금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안고 전농을 찾았다. 하원오 의장의 구수한 미소가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최근 발표된 농업관련 자료는 ‘MMA’, ‘TRQ’, ‘RPC’, ‘시장격리’ 등 어려운 용어들이 많아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이런 기자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하 의장은 동네 사람들끼리 나누는 대화처럼 쉬운 말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진: 백은지 기자
사진: 백은지 기자

 

밥이 남게 쌀을 안쳤다고 어머니를 욕하는 경우도 있나?

농사를 잘 지어 풍년을 맞았으면 농민에게 박수를 보내도 시원찮을 판에 이 무슨…

쌀값 폭락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하 의장은 대뜸 이렇게 역질문을 해왔다.

“풍년 농사를 지었으면 정부가 농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도 모자랄 판에 쌀값이 물가 인상의 주범인 것처럼 몰아세우는 게 말이 되냐?”며 농민을 밥 짓는 어머니에 비유했다.

쌀값이 폭락한 사연은 이렇다.

고물가가 계속되자 정부는 주곡인 쌀값이라도 잡기 위해 40만 톤을 수입하고, 공공비축미를 대거 방출했다. 그러나 쌀 수요가 준 데다 2021년 풍작으로 쌀은 공급과잉이 되었다. 여기에 2022년까지 풍작이 예상되면서 쌀값 하락세를 부추겼다.

쌀값은 공급이 많은 추수철 10월이 가장 싸다. 쌀 수요자 입장에선 몇 달만 기다리면 값싼 햅쌀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지금 쌀을 살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지금 쌀값은 작년 추수기보다 22.8%가 하락한 실정이다. 이마저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뒤늦게 시장격리(쌀을 시장에 내놓지 않아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를 실시했지만 이미 쌀값은 폭락할 대로 폭락한 상태라 효과는커녕 최저가 역공매로 인해 가격 하락만 부추겼다.

결국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값을 직접 관리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쌀값 폭락의 주범이 되고 만 것.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부 양곡창고에 쌀 비축분을 6개월 치로 늘이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현재 14만 톤 수준의 비축분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권고량 80만 톤에 맞추면 물가 걱정 없이 쌀값 폭락을 막을 수 있다.

 

커피 소비량이 쌀 소비량을 앞섰다. 커피 한잔 원두 가격 500원, 밥 한 공기 쌀값 230원.

쌀값이 물가 인상 원인이라는 건 거짓 정보

‘농민의 주장대로 쌀값을 올리면 자칫 물가 인상을 부추기지나 않을까?’라는 우려를 조심스럽게 건넸다. 하 의장은 서글픈 웃음을 지었다.

“요즘 사람들 하루 세끼를 다 합쳐도 겨우 밥 한 공기가 고작이다. 커피는 최소 2잔을 마신다. 원두 소비량이 쌀 소비량을 앞질렀다. 쌀 한 공기 값을 현 230원에서 300원으로 올린다고 물가가 뛰면 얼마나 뛰겠는가. 차라리 커피값을 통제하는 편이 낫다.”

하 의장은 영농비 폭등에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 윤석열 정부를 힐난했다.

실제 비룟값은 지난해보다 150% 올랐고, 인건비는 70%, 영농자재비 38%, 사룟값은 30%가 올랐다.

농가도 고물가와 공급망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비룟값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영농기계 면세유 지원까지 줄였다. 여기에 쌀값까지 폭락했으니, 농민들이 논농사 대신 아스팔트농사를 선택할 수밖에. 최근 농민들이 농번기에도 불구하고 연일 대규모 상경투쟁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 백은지 기자
사진: 백은지 기자

 

윤석열, 5천만의 압박보단 200만 농민 목소리에 귀 닫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것

하 의장은 “윤석열 정부가 쌀값 폭락을 막을 ‘대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농민 목소리에 귀를 막고 요리조리 상황만 모면하려는 정부의 농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2%대로 추락한 농정예산 비중을 반등하고, 식량자급율도 60%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물가 폭등을 쌀값 때문이라며 농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비룟값 지원마저 삭감하는 것을 보면 윤석열 정부는 약속을 지킬 의지가 전혀 없다.”

하 의장은 “세계적인 기후위기, 공급망 위기, 경제위기가 계속되면서 장차 우리나라도 식량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대비책 마련을 주문했다.

실제 세계 7대 곡물수입국인 한국의 곡물자급률(2020년 기준)은 20.2%, 식량자급률은 45.8%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주식인 쌀을 제외하면 그 다음으로 소비가 많은 밀은 0.5%, 옥수수 0.7%, 콩 7.5%에 그친다.

하반기 투쟁계획에 대해 하 의장은 “쌀값 투쟁이 전부는 아니지만, 쌀은 농업의 기준”이라며, “이길 때까지 싸우는 것이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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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소환 통보에 “이재명 리스크” vs “정치보복” 갑론을박

  • 기자명 정민경 기자 
  •  
  •  입력 2022.09.02 07:57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기국회 첫날 검찰 소환 통보받은 이재명 대표
서울·세계·조선 “이재명 리스크” 강조, 한겨레 “정치보복성”
정기국회 개회됐지만 정쟁 신호탄 울리면서 우려 커져

검찰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대장동 및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국민의힘이 고발한 건이다. 이날은 정기국회가 시작된 날이고, 통상 선거가 끝나면 선거 당시의 상대방 발언을 문제 삼으며 취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데 그렇지 않았기에 민주당은 이를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의 머릿기사는 대부분 해당 이슈였다. 동아일보를 제외하고 8개 종합 일간지가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소환했고 민주당이 반발했다는 제목을 사용했다.

사설은 논조가 나뉘었다.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는 이 대표의 소환이 당연하며 민주당의 반발이 맞지 않다는 논조였다. 반면 한겨레는 정기국회 첫날 야당 대표를 소환한 것은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며 정치 반발이라는 논조로 사설을 썼다.

정기국회 첫날 본회의에서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덜어주는 관련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종부세 부과 기준인 특별공제액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합의하지 못했다. 우선 일시적 2주택자와 고령자, 장기보유 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부과를 제외하거나 연기하는 개정안 처리에만 합의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주요 입법과제를 공개했다.

정기국회 첫날부터 처리할 법안은 많았지만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이재명 대표 소환 이슈로 인해 이번 국회가 정쟁이될 것이라는 우려의 사설이 나왔다.

▲2일 주요종합일간지 1면 모음.
▲2일 주요종합일간지 1면 모음.

다음은 2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검, 이재명에 ‘6일 출석’ 통보 민주당 ‘정치보복’ 강력 반발”
국민일보 “檢, 이재명 소환 통보 李측 ‘전쟁이다’ 반발”
동아일보 “무역적자 66년만에 최악 환율은 13년만에 최고점”
서울신문 “檢, 이재명 소환 통보…민주 ‘전쟁’”
세계일보 “檢, 이재명 대표에 소환 통보…정국 급랭”
조선일보 “이재명 6일 소환…측근 ‘전쟁입니다’”
중앙일보 “검찰, 이재명 소환 통보…정국 태풍 속으로”
한겨레 “검찰, 이재명 대표 소환…민주당 ‘전쟁’”
한국일보 “검찰, 이재명 소환 통보…야당 ‘전쟁’ 반발”

▲2일 조선일보 1면.
▲2일 조선일보 1면.

정기국회 첫날 검찰 소환 통보받은 이재명 대표

검찰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0월 경기도 국감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와 관련해 한 발언 때문이다.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는 “국토교통부가 협박해서 용도변경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는데 국민의힘은 이를 허위사실 공표라고 고발했다. 또한 이 대표는 대선 당시 인터뷰에서도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했는데, 이것 역시 허위 발언 혐의로 고발됐다. 경찰이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이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이다.

이날 주요 종합일간지의 1면 기사와 정치 주요 기사는 해당 이슈로 채워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이상현)와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유민종)는 이 대표 측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이달 6일 오전 10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이 대표를 조사할 예정이며, 성남지청 검사가 합류해 함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세계·조선 “이재명 리스크” 강조, 한겨레 “정치보복성”

이날 언론의 사설은 이미 ‘이재명 리스크’가 있었기에 민주당의 반발은 적절치 않다는 논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기국회 첫날 소환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논조로 나뉘었다.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는 ‘이재명 리스크’를 강조했고 한겨레는 ‘정치보복’의 의도가 있는 것처럼 읽힐 수 있다는 사설을 썼다.

▲2일 서울신문 사설.
▲2일 서울신문 사설.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사실 ‘이재명 사법 리스크’는 이미 지난해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부터 이어져 온 사안”이라며 “지난달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것도 이재명 리스크였고, 이런 이유로 당대표가 기소되더라도 당직을 유지할 길을 열어 놓으려 당헌까지 개정한 게 민주당이다. 이 대표 소환조사가 민주당으로서도 새삼스러울 게 아닌 일인 것”이라고 썼다.

이어 서울신문 사설은 “원내 1당의 야당 대표로 국민 앞에 당당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사건 수사에 성실히 임해 의혹을 털어내고 상응한 사법적 판단을 받으면 그만일 일”이라며 “정치 탄압이니 보복이니 하는 프레임으로 민생을 볼모 삼아 대여 투쟁에 나설 일이 아닌 것”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 온 민주당이 정작 이 대표에 대한 수사 앞에서 정치 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민생과 국회가 여야 정쟁에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도 정국 파행을 막기 위한 대화 노력을 배가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2일 세계일보 사설.
▲2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 역시 서울신문의 논조와 비슷했다. 세계일보 사설은 “민주당은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며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배한 이 의원에게 국회의원 배지도 모자라 대표 타이틀까지 달아주고, ‘기소 시 당직자 직무정지’ 조항이 담긴 당헌·당규까지 개정하는 등 3중의 방탄복을 입혔다. 민주당은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를 정쟁화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봐야 할 때”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도 이 대표를 비판하는 사설을 썼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 대표 측이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이고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국회의원에 출마한 것과 다시 두 달 만에 대표직에 오른 것, 검찰 기소 시에도 대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당헌 개정까지 한 것 모두가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며 “이 대표는 다음 대선에 다시 출마할 것이라고 한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이런 식으로 덮을 수 없고 설사 덮는다 해도 대선에서 국민의 신임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2일 조선일보 사설.
▲2일 조선일보 사설.

한겨레 사설 “국회 첫날 야당 대표 소환 이례적, 정치보복성”

반면 한겨레는 검찰의 소환이 순수하지 않다며 민주당의 반발이 당연하다고 사설을 썼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공소시효가 임박했기 때문이라지만 정기국회 첫날, 취임 나흘 된 제1야당 대표에게 전격 소환을 통보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국 급랭은 불 보듯 뻔하다”면서 “야당 대표의 소환이란 사안을 담당 검사만의 순수한 판단으로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 민주당이 ‘전쟁’이라며 당 차원에서 강력히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썼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제기된 사건 수사는 누구에게나 공명정대하고 엄정해야 하지만 사안과 경중,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정치보복성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이 대표 역시 정치적 보복 논란과 별개로 제기된 의혹에 성실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2일 한겨레 사설.
▲2일 한겨레 사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지난 대선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는 9월 9일이다.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검찰이 이 대표에게 소환 통보한 것을 잘못이라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정기국회가 시작된 첫날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한 게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썼다.

그 이유로 “혐의가 적용된 이 대표의 발언 내용도 대부분 대선 과정에서 정치적 공방을 주고받다가 나온 것들”이라며 “통상 선거가 끝나면 여야는 상대방의 발언을 문제 삼았던 고소·고발을 취하한다. 이번에는 그런 관행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민생에 올인해야 할 정기국회 기간 여야는 '사정정국 블랙홀'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대표는 정정당당하게 소환에 응해 의혹을 명백히 소명하면 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로 법 적용에 누구도 예외나 특혜가 주어질 수 없다”면서도 “대통령 지지율이 미미하고 여당이 내홍에 휩싸인 지금 국면전환용이란 의심을 받아서도 곤란하다. 제1야당 대표를 포토라인에 세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주장이 터무니없다고만 할 수 없다. 보복수사라는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사정당국의 공정하고 절제된 공권력 집행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2일 한국일보 사설.
▲2일 한국일보 사설.

정기국회 개회됐지만 정쟁 신호탄 울리면서 우려 커져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가 1일 개회됐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14~15일 진행되고 대정부질문은 19~22일에 시작된다. 10월4일부터 3주간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서민주거 안정과 출산 돌봄 지원, 수해 복구 등 민생 법안이 논의되고 각 당의 입법 과제도 밝혀졌다. 여야는 일시적 2주택자와 고령자 등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는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 하지만 종부세 과세기준 완화에 대해선 이견 절충에는 실패했다.

어느 때보다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많아보이는 정기 국회, 언론은 첫날부터 정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일 국민일보 6면.
▲2일 국민일보 6면.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민주당이 진상규명을 벼르는 대통령실 사적채용·관저공사 특혜·김건희 여사 의혹, 검경의 전방위적인 이재명 대표 수사도 정쟁으로 치닫는 뇌관이 될 수 있다”며 “선을 넘지 않는 절제와 국민 눈을 무서워하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민생 앞에 세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여야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재명 대표 소환으로 인해 “모처럼 조성됐던 여야의 협치 움직임도 사라지게 생겼다”며 “검찰의 이 대표 소환 통보로 국회에는 협치가 사라지고 정쟁만 남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이 대표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 대상이 10여건에 달한다. 어떤 식으로든 의혹과 불법은 밝혀져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수사가 이 대표를 겨냥한 정치 보복이나 사정 정국 조성용이어서는 곤란하다”고 전했다.

▲2일 동아일보 사설.
▲2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정기국회를 이끌어갈 여야 지도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에서 조만간 새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 정기국회 중에 원내지도부가 바뀌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대표는 백현동,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6일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국회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어떠한 당파적 이익도 국익과 민생이 걸린 현안보다 앞설 순 없다. 정기국회를 정쟁의 장으로만 삼는 구태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이날 민주당이 발표한 22대 민생 입법과제를 비판하는 사설을 썼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민주당의 22대 민생 입법과제 중 14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인데, 반(反)시장적이며 현금 퍼주기식 포퓰리즘 성격”이라며 “이들 법안들은 정부의 시장가격 개입, 경쟁 제한, 노조 편향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화물차 안전 운임 일몰제 폐지법, 금리 폭리 방지법, 쌀값 정상화법, 납품단가 연동법 등은 수요·공급, 사적 계약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 가격에 정부가 개입해 시장 질서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며 “법 이름은 그럴 듯하지만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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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이 국민의 생명과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길”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9/0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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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는 1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쟁광 윤석열 퇴진 ▲한미연합훈련 영구 중단 ▲한·미·일 삼각동맹 반대를 주장했다.  © 김영란 기자

 

“갈수록 고조되는 위기 속에 민심은 평화 실현, 윤석열 퇴진으로 모이고 있다. 우리 촛불 국민은 이 힘을 더 크게 모아내 반드시 윤석열을 퇴진시키고 평화와 통일의 눈부신 새날을 안아오고야 말 것이다.”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아래 민족위)가 1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처럼 주장했다.

 

민족위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한 ‘전쟁반대 평화선언’에 1,000여 명의 시민과 48개의 단체가 참여했으며, ‘퇴진이 평화다’라는 현수막 100여 장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수원 등에 걸었다고 밝혔다. 

 

▲ "윤석열 퇴진이 평화다"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안성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한미연합훈련으로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한미연합훈련으로 우리의 평화와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라면서 “오늘(9월 1일)로 대규모 군사훈련은 끝난다. 하지만 앞으로도 한미의 군사훈련은 계속될 것이기에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계속 높아질 것이다. 청년학생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서 한미연합훈련 반대, 미국 반대의 목소리 끝까지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선 국민주권연대 회원은 “하와이에서 9월 1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열린다. 여기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참여하는데 한·미·일 삼각동맹이 본격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하면 한반도에 다시 일본의 자위대가 들어올 수 있다. 이미 지난 7월에 평택 미군기지에서 한·미·일 초급장교 모임이 진행됐다”라면서 “한·미·일 삼각동맹이 강화되면 전쟁 위기가 더욱 고조되면서 한반도는 위험해질 것이다. 한·미·일 삼각동맹 완성을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권오혁 촛불전진 정책위원장은 “평화적 통일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 헌법은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지켜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의 행보는 무엇인가. 선제타격을 외치면서 헌법을 파괴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대규모의 한미연합훈련을 하고,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일본과 손잡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윤석열 정권이 한시라도 더 있다면 한반도의 평화가 깨지며 헌법이 파괴된다.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는 것이 헌법을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민족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전쟁광 윤석열 퇴진 ▲한미연합훈련 영구 중단 ▲한·미·일 삼각동맹 반대를 주장했다.

 

▲ 상징의식을 하는 참가자.  © 김영란 기자

 

▲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자는 의미의 상징의식.  © 김영란 기자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반드시 우리의 힘으로 한미훈련 중단시키고 평화를 실현할 것이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부터 무조건 대미 추종, 노골적인 친일 행태와 함께 막가파식 대북 강경 행보를 보였다. 윤석열은 당선 이후 많은 이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일과 손잡고 기어이 전쟁 훈련을 벌였고, 그로 인해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는 전쟁 위기가 고조되었다.

 

윤석열 집권 이후 한국군이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 군대와 함께 벌인 군사훈련은 무려 20여 회에 달한다. 그리고 훈련을 벌이지 않은 날보다 훈련을 벌인 날이 훨씬 많다. 훈련들은 육·해·공군, 해병대 등 모든 군종, 병종을 총동원해 진행되었으며, 또 참수 작전이나 상륙 훈련과 같은 온갖 침략적이고 도발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 

 

한미는 8월 22일부터 마침내 실 기동 훈련까지 포함한 대규모 후반기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마저 벌여놓았다. 지난 8월 29일부터 펼쳐진 2부 ‘반격’ 훈련은 그동안 한미훈련을 벌이며 뱉어놓은 ‘방어적’이라는 말이 변명에 지나지 않음을 실토하는 것이다. 

 

이런 윤석열과 미일 전쟁 세력의 전쟁 위기 고조 움직임에 대응해 우리는 전쟁 반대 평화선언, 매일 평화 행동, ‘퇴진이 평화다’ 현수막 행동 등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 내고 행동했다. 천여 명의 시민이 평화선언에 동참했고, 전국 곳곳에 ‘퇴진이 평화다’ 현수막이 걸렸다.

 

오늘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이 끝난다. 하지만 앞으로도 한미훈련은 계속될 것이고 이와 함께 위기 또한 계속될 것이다. 계속되는 한미훈련과 함께 찾아올 더 큰 위기에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국민은 우려가 크다. 대북 전단 살포도 지속해서 평화를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로 나서고 있다. 

 

북한을 자극하는 이러한 대북 적대시 행위들은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북한은 적대시의 대상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의 상대방이며 함께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할 동반자이다.

 

갈수록 고조되는 위기 속에 민심은 평화 실현, 윤석열 퇴진으로 모이고 있다. 우리 촛불 국민은 이 힘을 더 크게 모아내 반드시 윤석열을 퇴진시키고 평화와 통일의 눈부신 새날을 안아오고야 말 것이다. 

 

전쟁광 윤석열은 퇴진하라!

전쟁을 부르는 한미훈련 영구 중단하라!

전쟁 위기 고조시키는 한·미·일 삼각동맹 반대한다!

 

2022년 9월 1일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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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간, 간토 조선인 대학살 99주기 日추도모임 첫 참석

총련, "간토학살은 인류사상 최악의 제노사이드 범죄"

  • 기자명 도쿄=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9.01 18:56
  •  
  •  수정 2022.09.01 23:17
  •  
  •  댓글 0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희생자들을 기리는 99주기 추도모임이 1일 오후 일본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 추모비 앞에서 한국 민간단체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거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희생자들을 기리는 99주기 추도모임이 1일 오후 일본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 추모비 앞에서 한국 민간단체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거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99년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도모임이 1일 오후 일본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 추모비 앞에서 거행됐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동경도본부와 동경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이 주최한 이번 '간또대진재 조선인학살 99돌 도쿄동포추도모임'에는 그동안 발길이 닿지 않았던 한국에서 민간 대표단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100주기를 앞두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이종걸 대표상임의장과 대표단, 그리고 지난 7월 12일 서울에서 발족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를 대표해 한국진보연대 한충목 상임공동대표와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손미희 대표 등이 일본 현지 추모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조성택 총련 도쿄도본부 권리복지부장의 사회로 약 한시간동안 진행된 추모모임에는 남승우 총련 부의장이 단체를 대표해 참석했으며, 고덕우 총련 도쿄도본부 위원장, 니시자와 준(西澤 淸) 도쿄진상조사단 일본측 대표, 고노 다츠오(河野 達男) 일조우호촉진동경의원연합회 공동대표, 후지모토 야스나리(藤本 泰成) 포럼 평화·인권·환경 공동대표 등이 추도사를 했다.

고덕우 총련 도쿄도본부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고덕우 총련 도쿄도본부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고덕우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일제의 간또대진재 조선인 학살사건은 국제법이 엄금하고 있는 집단학살, 제노사이드'이며, '조선민족 배타에 기반한 인류사상 최악의 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일본 당국은 그때로부터 거의 100년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억울하게 학살당한 조선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사죄와 보상을 하는 대신 엄연한 역사적 사실마저 은폐하고 외면하며, 왜곡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간또대진재 학살만행을 스스로 진상 규명하고 희생자들의 영혼앞에 무릎끓어 용서를 빌고 배상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조일(북일) 평양선언 발표 2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일본은 간또대진재 조선인 학살을 비롯한 침략과 식민지 범죄에서 응당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며, "평양선언의 정신에 따라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조일 관계 정상화를 조속히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 1923년 9월 초하루 간또 지방을 뒤흔들어 놓은 미증유의 대진재와 대화재는 수많은 사람들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으며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주민들을 죽음의 공포와 불안으로 떨게 하였다"며, "엄청난 자연재해와 사회적 혼란 속에서 일본 정부는 무능하고 속수무책이었던 자신들을 향한 민중의 불만과 비판을 억누르고 무마해 보려고 '조선인 탄압'이라는 더러운 수작을 고안해내었고 열흘 남짓한 기간에 6천 6백여 명의 무고한 우리 동포들을 무참히 학살하는 대참극, 전대미문의 국가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의 전말을 정리했다.

북측 조선인강제연행피해자·유가족협회도 추도사를 보내왔다. 협회는 강경익 총련 도쿄도본부 국제통일부장이 대독한 추도문에서 "간또대지진을 계기로 감행된 조선인 살육만행은 지진으로 인하여 조성된 심각한 사회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일본 정부가 계획하고 조직적으로 감행한 무차별적인 조선인 대량학살범죄였다"고 하면서 "일본정부는 아직까지도 이 살육만행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산되지 않은 범죄는 새로운 범죄를 낳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간또조선인학살사건을 비롯하여 일본이 조선민족에게 저지른 가지가지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들에 대해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며 대를 이어가며 기어이 그 대가를 받아내고야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99주기 추도식에 직접 참석한 것에 대해 대통하면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99주기 추도식에 직접 참석한 것에 대해 대통하면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99주기 추도식에 직접 참석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선조들 앞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게 되어 애통하면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조선인 학살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진심어린 사죄와 반성을 해야만 난마처럼 얽힌 한일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하면서 "내년 100주기 추도식에는 일본의 사죄와 반성의 소식과 함께 조선인 피해자들의 명예회복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서울에서 '간토학살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는 사실과 함께 "2023년 '간토학살 100주기'를 맞이하여 '간토대학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고, 정부기관과 연대하여 '간토제노사이드 국제학술회의'도 준비하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추모행사가 열리는 같은 시간에 20여미터 떨어진 공원내 공간에서 일본 우익단체들의 집회가 진행됐으나, 확성기 사용을 금지시킨 조치가 취해지면서 큰 소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추모행사가 열린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추모행사가 열린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이날 오전 민단회관에서 별도로 '제99주년 관동대진재순난동포추념식'을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이날 오전 민단회관에서 별도로 '제99주년 관동대진재순난동포추념식'을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오전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은 민단 한국중앙회관 8층 강당에서 윤동민 주일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제99주년 관동대진재순난동포추념식'을 별도로 개최했다.

이수원 민단 동경본부 단장은 추념사에서 "오늘 동포 추념식을 거행하는 것은 당시 일본의 비인간적인 만행에 의해 학살된 수천 명의 수난 동포에 대한 애도를 표함과 동시에 그 만행을 규탄하며 우리 동포가 학살된 그 진실의 역사를 후세에 전해야 한다는 우리들의 사명을 자각하기 위해서"라고 하면서 "두번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평화와 인권을 지키는 사회의 구축을 위해 역사적 사실의, 진실을 후세에 전해야 한다는 사명 아래 동경본부는 관동재진재 수난동포 추념식을 오랜 기간에 걸쳐 거행해왔다"고 밝혔다.

민단은 그동안 시간을 달리하여 같은 장소에서 추도모임을 진행해 왔으나 최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한일관계 정상화'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내부 반발이 있어 실내행사로 치르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간토대진재 조선인 학살자 추도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간토대진재 조선인 학살자 추도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편,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추모모임은 간토대지진 50년이 되던 1973년 도쿄도 의회의 찬성으로 '위령공원'으로 불리는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공식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추도모임이 열리는 공원내 '간토대진재 조선인 학살자 추도비'도 이때 '조선인 희생자 추모행사 실행위원회'가 마련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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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윤핵관 2선 후퇴에 “이준석도 처신 고민해야”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2.09.01 08:15
  •  
  •  수정 2022.09.01 10:10
  •  
  •  댓글 3
 
 

론스타 배상 판결에 동아·한겨레 “론스타 관련 인사들 현 정부에 있어”
매경·동아, 당헌 고쳐 비상사태 만든 ‘국민의힘’ 질타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31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약 2900억 원과 지연 이자 약 185억 원 등 총 31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의 ‘외환은행’을 2003년 인수한 론스타가 2011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되파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매각을 지연시키며 매각 가격을 낮추도록 압박했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이에 2012년 11월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6조 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을 제기한 것. ICSID는 론스타 측이 청구한 배상액 중 4.6%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액으로 결정했다.

ICSID의 배상 결정 직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중재판정부의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 정부는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단 한 푼도 유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로 취소 신청 등 후속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1일자 아침신문들 1면.
▲1일자 아침신문들 1면.

1일 자 아침신문들은 이 소식을 모두 1면에 다뤘다.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은 투기자본의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한 당시 금융당국의 실패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한겨레와 동아일보, 국민일보 등은 현 정부에 당시 직간접으로 이 사태에 연루된 인사들이 일하고 있는 점도 짚었다. 특히 한겨레는 당시 책임자들에게 구상권을 물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론스타 배상 판결에 동아 “한국적 관치 금융의 총체적 실패”

동아일보는 3면 기사에서 “당시 김승유 회장이 이끌던 하나금융은 2010년 11월 말 4조6888억 원에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론스타에 은행 대주주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여러 차례 연기했다”며 “하나금융은 2011년 7월 인수계약을 연장하면서 인수 가격을 4조4059억 원으로 낮췄다. 금융위는 2012년 1월에야 매각을 승인했고 인수 가격은 최종적으로 3조 9157억 원으로 결정됐다”고 당시 매각 상황을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당시 금융권 안팎에선 론스타의 ‘먹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 금융당국이 승인을 늦추면서 매각 가격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했다.

3100억원의 배상액을 국민 세금으로 물어줘야 하는 만큼 당시 금융위 관료들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동아일보는 4면 기사에서 “특히 외환은행 매각 지연 과정에 한국 금융당국의 책임이 있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글로벌스탠더드에 맺지 않는 ‘관치금융’의 대가가 수천억 원대 배상금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에 관여했던 전현직 관료들에 대한 책임론도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1일자 동아일보 4면.
▲1일자 동아일보 4면.

동아일보는 “무엇보다 2011년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매각 가격을 낮추기 위해 수차례 승인을 연기한 부분을 문제 삼아 이번 배상액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금융당국 책임이 크다는 해석도 있다”고 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동아일보에 “하나금융 팔을 비틀어 인수 가격을 낮추도록 한 것은 국내법으로도 잘못된 것이다. 당시 금융감독 정책에 명백한 문제가 있다는 판정이 나온 것이어서 사실상 한국 정부가 패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을 승인했던 전·현직 핵심 인사들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현 정부의 경제팀 수장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향후 책임론 공방에 따라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2011∼2012년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에 매각될 당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있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함께 금융위 부위원장을, 김주현 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사무처장을 맡았다.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때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론스타 법률대리였던 김앤장 고문이었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추경호 부총리는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을 지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론스타는 일본에 골프장 자산을 3조원 넘게 보유한 산업자본으로 애초 우리나라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었다. 이를 속이고 외환은행 경영권 인수자로 나선 부도덕한 투기자본”이라며 “이번 사건은 자격이 되지 않는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어이없는 결정을 한 데서 비롯됐다. 금융감독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투기자본만 배불린 뼈아픈 사건이다. 매각 승인 지연 문제는 사태 수습 과정에서 파생됐다”고 주장했다.

▲1일자 한겨레 사설.
▲1일자 한겨레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론스타 사태는 한국 금융산업이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던 시절 투기자본의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한 금융당국이 독단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벌어진 일이다. 문제가 생긴 뒤에도 매끄럽지 않은 정부의 일 처리, 전문성 부족이 이어져 막대한 세금이 나가게 됐다. 한국적 관치(官治)금융의 총체적 실패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현 정부에 있는 점을 짚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그사이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어도 론스타와 관련해 중요 결정을 내린 이들 중 일부가 정부 핵심 포스트에 남아 있다. 다른 ISDS 소송도 여러 건 진행 중이어서 대응 체제를 정비하지 않으면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사태의 전말을 객관적으로 담은 백서(白書)를 만드는 등 철저한 반성을 통해 다시는 혈세가 축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도 사설에서 “공교롭게도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론스타 사태에 직간접으로 관련됐던 인사들이 현 정부에 포진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향후 국내 금융 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1일자 동아일보 사설.
▲1일자 동아일보 사설.

한겨레는 “현 정부 고위인사들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깊이 관여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협상을 할 때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었다. 만약 이번 판정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고, 구상권 행사와 함께 형사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매일경제는 “외국 투자자가 국내에서 얻은 수익이 정당하냐는 법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며 “외국 기업의 이득을 먹튀로 폄하하는 일부의 정서에 휩쓸릴 경우 국익에 손해만 될 것이다. 국제신인도도 추락할 게 분명하다”는 내용의 사설을 쓰기도 했다.

윤핵관 2선 후퇴에 조선일보 “이준석도 처신 고민해야”

31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앞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도 맡지 않겠다. 최근 당 혼란에 대해 무한 책임을 느낀다. 저는 이제 지역구 의원으로서 책무와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도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원내대표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

윤핵관들이 2선으로 후퇴한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한겨레는 5면 기사에서 “최근 당 안팎에서 ‘권핵관’(권성동 핵심 관계자)과 ‘장핵관’(장제원 핵심 관계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윤핵관의 분열 양상까지 더해지며 ‘당의 혼란상을 초래한 책임을 지고 윤핵관이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1일자 한겨레 5면.
▲1일자 한겨레 5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로써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두 사람이 동시에 2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국민의힘 내분 사태와 국정 지지율 하락 등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한 뒤 “권·장 두 의원은 정치에 처음 입문한 윤 대통령이 선거 캠프를 꾸리고 경선을 치르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그러나 대선 이후 인수위 출범, 내각 구성, 대통령실 인사 등의 과정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특히 이준석 대표와 감정 섞인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사상 유례없는 집권 초 여당 내분 사태를 초래했다. 서로 막말에 가까운 언사를 주고받으며 양측 모두 국민 비호감이 됐다. 새 정부 출범 후 석 달 동안 국민과는 아무 상관 없는 자신들만의 권력 다툼에 빠져 허우적거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1일자 조선일보 사설.
▲1일자 조선일보 사설.

윤핵관이 2선으로 물러났으니 이준석 당대표에도 처신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도 큰 폭의 개편을 시작했다. 윤핵관이 추천한 직원들도 많이 떠났다고 한다. 이제 윤핵관과 맞서온 이 대표도 본인의 처신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 대표는 가처분 소송 승소로 자신에 대한 징계 및 비대위 출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명분을 얻었다. 여당이 이렇게 지리멸렬한 것엔 당대표의 책임이 크다. 윤핵관의 후퇴가 정부와 여당이 전열을 정비하고 경제 안보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대통령이든, 윤핵관이든, 이 대표든 여기서 더 분란을 만들면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경·동아, 당헌 고쳐 비상사태 만든 ‘국민의힘’ 질타

지난달 법원이 당이 비상이 아닌 상태에서 만든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당 민주주의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이 당헌·당규를 수정해 비상사태를 만들어 또 다른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는 칼럼에서 “정말 미안하지만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이 아깝다 싶다.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집권당은 ‘보이지 않는 힘’을 업고 젊은 당 대표를 몰아내지 못해 안간힘을 쓴다”고 비판한 뒤 “비상이 아닌 상태에서 만든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당 민주주의에 반(反)한다는 재판부 결정이 나왔다. 그러자 115명 의원 중 66명이 당헌·당규를 고쳐 진짜 비상사태를 만들자고, 그것도 박수로 정해버렸다. 이런 편법 탈법 꼼수에 ‘국민’의 ‘힘’이 언급된다는 것이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김순덕 대기자는 “이보다 간단한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당헌 7조 대통령의 당직 겸임 금지 조항에서 ‘금지’만 빼면 된다.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그 임기 동안 당 총재직을 겸한다’로 바꾸는 거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기법에 따라 Chong Jae직이라 해도 누가 감히 문제 삼지 못한다”라고도 언급했다.

▲1일자 동아일보 칼럼.
▲1일자 동아일보 칼럼.
▲1일자 매일경제 사설.
▲1일자 매일경제 사설.

매일경제는 “자중지란에 빠진 국민의힘이 아예 방향 감각을 상실한 듯하다”고 비판하며 사설을 시작했다. 매일경제는 이어 “원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퇴짜 놨는데도, 당헌을 바꿔 또 다른 비대위를 만들겠다고 나선 걸 보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게 자명해보인다. 심지어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의 표결까지 생략한 채 그냥 박수로 당헌 개정을 추인한 건 반민주적이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는 이어 “결국 또다시 당의 운명을 법원에 맡겨야 하는데, 이처럼 출범 자체가 불확실한 비대위에 집착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며 “사실 이런 무리수를 둘 필요조차 없다. 성상납 의혹 무마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이 대표만큼이나 당내 분란 원인 제공자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용퇴하면 될 일이다. 권 원내대표도 이미 새 비대위 출범 후 스스로 거취를 정하겠다고 했다. 사퇴를 시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굳이 비대위 뒤에 숨지 말고 지금 직을 놓는 게 순리다. 새로 뽑은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이 당을 정상화하면 될 일이다. 권 원내대표가 용퇴하면 싸울 상대가 사라진 이 대표도 내부 총질을 멈출 수밖에 없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다. 무엇보다 잇단 비대위 구성 꼼수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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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91] 북한이 말한 한국전쟁보다 “더 위대한 승리”란 무엇인가

김민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8/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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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7일 북한의 ‘전승 69돌 기념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아래 7.27연설)을 통해 “우리 공화국이 전후 근 70년간에 걸치는 치열한 반미대결 속에서 사회주의를 굳건히 수호하고 자위를 위한 전략적 잠재력을 강력히 비축한 것은 조국해방전쟁에서 이룩한 승리에 못지않는, 그보다 더 위대한 승리로 됩니다”라고 하였다. 강력한 자위적 국방력을 비축한 것이 한국전쟁에서 승리한 것보다 “더 위대한 승리”라는 것이다. 이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본다. 

 

1. 강력한 자위적 국방력

 

자위적 국방력의 사전적 의미는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의 평화와 독립을 지키고,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전투 능력’이다. 어느 나라든 자기 체제와 국민, 영토를 지키려면 강력한 국방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필요한 국방력의 수준은 그 나라를 위협하는 적국의 무장력에 따라 결정된다. 

 

북한의 경우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최강’을 표방하는 미군에 맞서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국방력이 필요하다. 미군이 운용하는 핵폭탄,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각종 미사일, 항공모함 전단, 최첨단 전투기, 특수부대, 무인기 등 이름만 들어도 전 세계가 긴장하는 막강한 무력과 대치하고 있는 게 북한이다. 

 

이런 미국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북한은 1960년대 국방·경제 병진노선과 ‘전 인민의 무장화’, ‘전군의 간부화’, ‘전 지역의 요새화’, ‘전군의 현대화’라는 4대 군사노선을 제시했으며, 1990년대에는 선군정치노선을, 2002년에는 국방공업 우선 발전 노선을, 2013년에는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제시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 북한의 군사력은 미국 기준으로도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2월 8일 월터 샤프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은 용산 미군기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북한의 군사력은 세계 4위,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8위로 평가된다”라고 밝혔다. 미국이 실시하는 각종 모의전쟁에서도 북한과 미국이 전쟁하면 북한이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특히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정책을 세우고 핵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였다. 이에 따라 2006년 첫 핵시험을 시작으로 핵무장에 박차를 가해 2017년에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였다. 

 

북한은 자기 국방력을 두고 ‘마음먹은 대로’ 작전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첫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직후인 2015년 5월 18일 노동신문은 논설에서 “적대 세력들을 임의의 수역에서 타격 소멸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전략무기를 가지게 됐으며 마음먹은 대로 수중작전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2016년 5월 7일 노동당 7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밀화,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된 우리 식의 첨단 무장 장비들을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 식’이라는 표현을 통해 북한의 작전계획에 알맞은 첨단무기를 생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2016년 9월 9일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같은 해 10월 23일 노동신문 기사에서 전후방이 따로 없이 입체전이 벌어지는 현대전에서 전략 핵무기 사용은 실질적으로 어렵다면서 “군사적 목적을 성과적으로 달성하자면 여러 가지 종류의 핵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즉, 실전에서 쓸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핵미사일을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노동당식 전략무기의 탄생”이라는 표현을 썼다. 또 “화성포 계열의 중거리, 대륙간탄도로켓들과 북극성 계열의 수중 및 지상발사탄도로켓들이 특유한 작전적 사명에 맞게 우리 식으로 탄생”하였다고도 했다. 이를 통해서도 북한은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전략·전술을 운용할 수 있는 무기 체계를 완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의 표현을 들여다보면 마치 원 없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투다. 

 

2. 한국전쟁의 ‘승리’

 

한미의 인식과 달리 북한은 자신이 한국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이 말하는 ‘승리’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1) 북한은 미국의 침략으로부터 자신의 자주권과 영토를 지켜낸 것이 ‘승리’라고 말한다

 

북한은 한국전쟁의 성격을 미국이 소련,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북한을 점령하려고 한 ‘침략전쟁’으로 인식한다. 앞서 언급한 7.27연설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국전쟁의 성격을 “우리 공화국에 있어서 영토와 인민을 사수하기 위한 생사존망의 조국방위전”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북한은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5년, 정부를 수립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국가였다. 반면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으며, 본토 공격을 받지 않아 군수 시설을 고스란히 간직하였고, 유일하게 핵무기를 실전에서 사용한 경험이 있는, 당시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이었다. 게다가 미국과 유일하게 대적할 만한 능력을 갖춘 소련은 한국전쟁에 공식 참전하지 않았으며 유일하게 직접 군사적으로 북한을 지원한 중국은 국공내전을 끝내고 정부를 수립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미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했을 때 북한이 이길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전쟁은 애초의 경계선이었던 38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군사분계선에서 멈췄다. ‘미국의 침략’이라는 북한의 시각으로 볼 때 자신의 주권과 영토를 지켰기 때문에 ‘승리’인 것이다. 그것도 압도적인 군사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승리’했으므로 결코 평범한 승리가 아니다.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을 전승기념일로 지정하고 크게 기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 북한은 냉전 시기 양대 진영의 첫 전쟁에서 미국 측을 꺾어 내리막길을 걷게 만든 것이 ‘승리’라고 말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양대 진영으로 갈라져 대립하는 냉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냉전 시기 처음으로 양대 진영이 충돌한 전쟁이 바로 한국전쟁이다. 미국은 영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 자신을 추종하는 15개국 군대를 묶어 전쟁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한국까지 포함하면 17개 나라의 연합군이 한 편에 있었다. 그 반대편에는 북한이 있었고 중국은 정규군이 아닌 ‘인민지원군’이라는 형태로 참전했다. 한마디로 한국전쟁은 ‘내전’이 아닌 ‘국제전’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은 17개 연합군의 ‘침략’을 막아내고 ‘승리’하였다고 주장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7.27연설에서 “조선전쟁(한국전쟁)에서 미 제국주의와 그의 동맹국 군사력은 심대한 패배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미 제국주의자들의 세계제패전략 실행을 저지시키고 새로운 세계대전을 막아 인류 평화를 수호”한 의의가 있다고 하였다. 

 

한국전쟁에서 미국이 입은 피해는 막대했다. 3년의 한국전쟁 기간 14만 명 가까운 미군이 사상·실종·포로 등의 피해를 보았으며 막대한 전쟁물자를 소비했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빗발쳤고 공화당의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후보는 한국전쟁 종전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민주당 후보를 10% 이상 따돌리는 압승을 거두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한국전쟁이 미국 민주당의 20년 장기 집권을 끝낸 셈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은 전 세계 국민총생산(GNP)의 50%를 차지하며 자본주의 진영을 이끌었지만,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패권은 끊임없이 추락하였다. 1957년 스푸트니크 충격*, 1971년 금 태환 정지 선언**(닉슨 충격), 1973년 베트남전쟁 패전, 1980년대 쌍둥이 적자***,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등은 미국의 추락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들이다. 

 

(*스푸트니크 충격: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이 충격을 받은 사건. 이후 소련은 생명체를 우주에 보내고, 유인우주선을 발사하는 데서도 모두 미국을 앞질렀다. 

**금 태환 정지 선언: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브레튼 우즈 체제의 주요 합의인 달러-금 교환 제도를 폐지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사건. 미국 경제가 추락하면서 달러를 마구 찍어내 더 이상 금으로 바꿔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 원인이다. 

***쌍둥이 적자: 1980년대 들어 미국의 무역적자, 정부 재정적자가 엄청나게 쌓인 사태. 미국은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매년 정부 부채 한도를 높이고 있는데 올해 연방정부 부채 한도는 31조 4,000억 달러(3경 7,178조 원)에 이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7년 미국의 비우량주택 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을 은행이 회수하지 못해 연쇄 파산을 불러 대규모 금융위기를 불러온 사태.)

 

3) 북한은 한국전쟁을 거치며 ‘영웅세대’, ‘영웅인민’이 탄생한 것이 ‘승리’라고 말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7.27연설에서 “소박하고 평범했던 인간들이 자기의 것을 지켜 죽음도 불사하고 나설 때 어떤 놀라운 기적이 창조되는가”를 한국전쟁에서 똑똑히 보여주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한국전쟁 참전자들이) 한생 발휘해온 충실성과 용감성, 애국심은 오늘 수천만 인민들 속에 그대로 높뛰고 있으며 1950년대 준엄한 포화 속에서 탄생한 위대하고 우수한 그 특질을 자기의 유전성으로 가졌기에 우리 혁명은 세대를 이어서도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도, 후퇴도 없이 자기 위업을 자기의 힘으로 굴함 없이 개척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한국전쟁 참전자의 정신이 전체 국민에 전해져 북한의 성장,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은 국민이 사회의 주인이며 국가 발전에서 국민의 사상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즉, 그 나라의 자연환경이나 지정학적 상황, 자원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변수는 국민의 준비 정도라는 것이 북한의 이론이다. 이런 북한의 이론에 기초해서 볼 때 한국전쟁을 거치며 참전자와 전체 국민의 ‘충실성, 용감성, 애국심’이 성장한 것은 결정적 성과라고 하겠다. 

 

3. 더 위대한 ‘승리’

 

이제 강력한 자위적 국방력을 비축한 것이 한국전쟁에서 승리한 것보다 “더 위대한 승리”라는 말의 의미를 크게 6가지로 살펴보자. 

 

1) 전쟁을 막아낸다

 

북한의 시각으로 볼 때 한국전쟁은 미국의 침략전쟁이므로 만약 북한의 국방력이 매우 강했다면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신생 국가였고 미국은 북한을 손쉽게 이길 수 있다고 여겼다. 미국이 신경 쓴 것은 소련의 개입 여부였지 북한군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북한은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기에 미국이 전쟁을 일으킬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10월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 북한의 국방력 강화는 “전쟁 그 자체를 방지하고 국권 수호를 위해 말 그대로 전쟁억제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라고 강조하였다. 북한의 처지에서 전쟁하는 것보다는 전쟁을 방지하는 게 더 큰 성과인 것이다. 

 

북한이 강력한 자위적 국방력으로 전쟁을 막아낼 수 있다고 이야기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 ‘내 나라의 푸른 하늘’이다. 이것은 1986년 창작된 노래 제목인데 2005년 4월 어느 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내가 가요 「내 나라의 푸른 하늘」을 그토록 사랑하는 것은 이 노래에 내 나라의 푸른 하늘을 영원히 선군의 총대로 지켜가려는 나의 신념과 조국 수호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되어있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북한은 2006년 3월 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예술공연 「내 나라의 푸른 하늘」에 김일성상을 수여하였다. 

 

2) 전선이 한반도가 아닌 미국에 그어진다

 

전쟁은 한쪽이 아무리 강력한 전쟁 억지력을 갖춘다고 해도 여러 변수에 의해 발발할 수 있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만 봐도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선제타격’을 주장한다. 이에 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7.27연설에서 “(윤석열 정권이) 선제적으로 우리 군사력의 일부분을 무력화시키거나 부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에! 그러한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전선이 어디에 형성될지도 중요하다. 한국전쟁 때는 전선이 한반도 안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승패를 떠나 남북 모두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군인과 민간인 백만 명 이상이 희생됐으며 국토 전체가 초토화되었다. 

 

그런데 만약 오늘날 전쟁이 발발한다면 전선이 한반도 안에 그어진다고 볼 수 없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한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 안에 있다고 강조하였다. 2017년에는 ‘괌 포위사격’을 경고하기도 했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도 해외 미군기지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다. 50년 전 한국전쟁 때와 달리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 큰 발전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3) 통일전쟁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2017년 4월 22일 노동신문 논평 「도발에는 정의의 조국통일 대전으로 대답해 나설 것이다」에서 “만일 미국이 우리 공화국의 무진 막강한 위력을 망각하고 도발적인 망동을 부리며 우리를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우리 천만군민은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고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정의의 조국통일대전을 개시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즉,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전쟁을 걸어온다면 방어로 끝내지 않고 ‘조국통일대전’을 개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은 한국전쟁에 관해서도 ‘이승만 정권이 쳐들어왔지만 반격하여 통일을 시도’한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미국의 참전으로 ‘통일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전쟁 당시와 다르다는 게 북한의 생각이다. 

 

위의 논평에서 북한은 구체적으로 “우리의 위력한 선제타격 수단들은 공화국 남반부의 작전지대 안의 군사 대상물들과 미국의 반공화국 침략 책동에 동조하는 추종국가의 관련 시설들, 태평양 작전지대 안의 미제 침략군 기지들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도 조준경 안에 잡아넣고 순간에 초토화해 버릴 수 있게 항시적인 발사대기 상태에 있다”라고 하였다. 즉, 한국 내 군사시설, 일본 내 군사시설, 괌과 하와이의 미군기지, 미 본토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 연설(아래 4.25연설)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우리 군사력의 기본을 이루는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여 임의의 전쟁 상황에서 각이한 작전의 목적과 임무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핵전투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걸 종합해보면 북한은 전쟁이 발발하는 순간 위에 열거한 공격 대상들에 핵미사일을 쏟아부을 구상임을 짐작할 수 있다. 

 

보통 다른 핵보유국들은 핵무기를 쉽게 사용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실전에서 사용된 핵무기는 2차 세계대전 막바지 미국이 일본에 떨어뜨린 2기의 핵폭탄이다. 이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부터 최근의 우크라이나전쟁까지 수많은 전쟁이 있었지만 미국, 러시아 등 핵보유국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핵무기의 폭발력이 너무 강해 실전에서 사용하기에는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보유한 가장 작은 위력의 핵무기 폭발력은 0.3킬로톤으로 축구장 270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이런 폭발력의 무기를 사용하면 민간인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주게 된다. 반면 미국이 자랑하는 단거리 미사일 에이태킴스는 1발이 축구장 3~4개 정도를 초토화한다. 

 

이에 따라 북한은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초소형, 초정밀 전술핵무기를 개발해 자유롭게 운용하려 할 것이다. 재래식 미사일보다는 강하지만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할 정도의 폭발력을 가진 핵탄두를 초대형 방사포에 장착해 수백 발을 발사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 평택 미군기지, 한미연합군 지휘소(CP) 탱고 등에 면적에 따라 1~10발씩 떨어뜨리면 한미연합군은 순식간에 무력화될 것이다. 이후 10만 명이 넘는 특수부대가 신속히 전국에 산개하고 지상군이 내려오는 식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조국통일대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4) 피해를 최소화한다

 

북한이 ‘조국통일대전’에 성공하더라도 미국의 공격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다면 전쟁을 수행하기 쉽지 않다. 한국전쟁 때는 북한도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수많은 목숨을 잃었고 도시에는 멀쩡한 건물이 거의 안 남았으며 산업시설은 파괴되었다. 북한을 석기시대로 돌려놓았다고 미국이 장담할 정도였다. 당시 북한은 ‘너 죽고 나 죽자’는 비장함을 가지고 싸웠다. 

 

따라서 지금 북한이 ‘조국통일대전’에 자신감이 있다면 상대방을 전멸시키면서도 자신은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 이미 세워져 있다고 봐야 하겠다. 

 

미국이 이라크전을 치를 때 미 본토의 국민은 텔레비전으로 영화나 게임을 즐기듯 전쟁을 지켜봤다고 한다. 자기들은 공격받을 위험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다. 전쟁 당사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선호하고 추구하는 모습이다. 

 

2021년 10월 11일 개막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는 굉장히 독특한 장면이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요 간부들과 마주 앉아 생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일부 간부는 담배도 피우고 있었다. 상당히 여유 있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우리는 흔히 축구나 야구 구경을 하거나 일과를 끝내고 저녁에 쉬면서 생맥주를 마신다. 위의 장면은 휴식을 취한다기보다는 자기의 막강한 무기들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즐기는 분위기에 가깝다. 마치 전쟁을 하더라도 자신은 피해를 받지 않고 공격만 할 수 있으니 여유를 즐기면서 하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5연설에서 “어떤 세력이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이라고 하였다. 아마 미국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또 7.27연설에서는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도 하였다. 결국 북한은 ‘나는 안전’, ‘미국은 소멸’, ‘윤석열은 전멸’, 이렇게 3가지를 하자는 구상이며 또 실현할 능력도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그들 시각에서는 ‘더 위대한 승리’라고 볼 수 있겠다. 

 

5) 미국은 완전히 파멸한다

 

북한은 한국전쟁에서 자신이 ‘승리’하면서 미국이 내리막길을 걷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제 다시 전쟁하게 된다면 북한은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을 쏟아부어 완전히 파멸시킬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지금껏 제대로 된 본토 공격을 받아본 적 없는 미국은 핵미사일 공격을 받는 순간 엄청난 정치·경제·사회적 혼란을 겪을 것이며 국제 사회에서의 패권도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래서 ‘소멸’이라는 표현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북한이 ‘더 위대한 승리’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6) 전략국가 지위를 굳힌다

 

한국전쟁으로 북한은 전 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전쟁 전까지는 존재 자체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생 국가였는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17개국 연합군을 상대로 싸워 영토를 지켜냈으니 세계가 놀랄 만도 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위상은 올라갔지만 그렇다고 국제 사회에 북한의 영향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만큼은 아니었다. 

 

2017년 11월 29일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12월 21일 5차 세포위원장대회 개막사에서 ‘전략국가’라는 표현을 처음 언급하였다. 전략국가란 국제사회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 세계정세를 주도하는 나라를 의미한다. 한국전쟁 당시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라고 하겠다. 

 

핵무기가 있다고 전략국가가 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인도와 파키스탄도 핵보유국이지만 전략국가로 보지는 않는다. 반면 북한은 핵무기를 수단으로 미국을 상대하고 중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도 움직이는 등 국제 질서 변화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북한이 2017년 국가 핵무력 완성 선포 후 2018년 미국에 정상회담을 제안하자 그간 북한을 국가로 존중하지 않고 대화도 회피하던 미국이 기다렸다는 듯 화답하였다. 전 세계 이목은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에 쏠렸다. 이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에 정상회담을 제안하자 북한의 핵개발을 막아보겠다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던 중국도 전제조건 없이 재빨리 화답하였다. 그 뒤로도 전 세계는 북한의 행보를 주목하였다. 심지어 2020년에는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것도 언론에 대서특필될 정도였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만약 전쟁이 발발해 북한이 자기는 피해를 보지 않고 미국을 무너뜨리며 순식간에 통일을 이룬다면 그야말로 세계가 충격에 빠질 것으로 북한은 여길 것이다. 이후 세계는 미국을 무너뜨린 북한과 어떻게든 손을 잡고 북한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도움을 받으려고 애를 쓸 것으로 북한은 예상하는 듯하다. 

 

2016년 1월 6일 북한은 첫 수소폭탄 시험에 성공했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5년 12월 15일 자 최종명령서 서명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온 세계가 주체의 핵강국, 사회주의 조선, 위대한 조선노동당을 우러러보게 하라!”라는 문구가 있었다. 온 세계가 북한을 ‘우러러보게’ 하라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문구가 김일성종합대학 전자도서관에도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9년 12월 17일 보내준 ‘친필명제’인데 내용 말미에 “김일성조선을 세계가 우러러보게 하라!”라는 표현이 나온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한 1960년 9월 1일 지은 시 「조선아 너를 빛내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주체의 붉은 노을 지구를 덮을 / 공산주의 그날을 앞당겨오리”라는 시구를 보면 전 세계에 주체사상을 전파하여 ‘온 세계의 주체사상화’를 이루겠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상을 알 수 있다. 북한이 미국을 무너뜨리고 전 세계가 북한을 ‘우러러보게’ 된다면 ‘온 세계의 주체사상화’도 실현 가능하다고 북한은 여길 것이다. 

 

지난 8월 4일 대만 외교부가 느닷없이 북한을 규탄했다. 중국의 대만 포위사격이 “북한을 본보기로 따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북한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가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다. 대만이 유독 북한을 콕 짚어서 규탄한 것은 북한이 2017년 ‘괌 포위사격’을 경고한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벌써 이런 반응이 나오는데 만약 북한이 미국을 무너뜨려 제국주의에 최종 마침표를 찍는다면 ‘북한식’이 널리 퍼져 ‘국제 표준’이 되고 친미 국가들은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6가지 이유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강력한 자위적 국방력을 비축한 것이 한국전쟁에서 승리한 것보다 “더 위대한 승리”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추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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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길' 팽개친 국민의힘, '비합법 투쟁'은 아무나 하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9/01 09:57
  • 수정일
    2022/09/01 09:5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의 눈] 왜 꼭 '비대위'여야만 하나

 

집권 여당이, 그것도 법치를 강조해온 보수정당이 법원 결정을 사실상 무시하고 나서면서 당 안팎으로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원권 정지 징계 중인 이준석 대표와 원래 가까웠던 이들은 그렇다 치고, 안철수·최재형 의원까지 나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서병수 의원은 전국위 의장직에서 사퇴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을 보면 현재 당을 주도하는 다수파, 또는 당권파도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한다. 초·재선 의원들의 머릿수로 이들의 입을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사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당직자들은 모두 본질적으로 보수주의자들이다. 법원 결정을 무시하는 게 자신들 마음에부터 편할 리 없다. 대통령도 검찰총장 출신이고, 민정당 이래로 계속 '법치'를 사실상 당의 기조로 내세워온 이들이 갑자기 법원 결정에 대해 창조적 해석을 들이밀며 '법원이 결정한 것은 비대위원장 직무정지이지 비대위 자체가 무효라는 주문(主文)은 없었다'고 우기는 것은 스스로의 본성에도 반하는 일이고 지켜보는 이들도 민망하다.  

법이나 판결에 맞서 '비합법 투쟁'을 하는 것도 해본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지, 지금 국민의힘 구성원들은 그럴 수 있는 이들도 아니거니와 그럴 명분도 없다. 본질은 겨우 당권 다툼 아닌가. 

서병수·윤상현·안철수·조해진·최재형 의원 등이 지적하듯이, 법원 결정의 요체는 '전당대회에서 선출한 당 대표를 그 하위기구인 전국위 결의로 면직시킬 수 없고, 따라서 이를 결의한 전국위의 비대위 전환 결의는 무효'라는 것이다. 법원이 이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이 결정이 옳은지 그른지는 별론으로 하고, 지금의 현실에서 이미 내려진 법원 결정의 요지는 그렇다. 

그렇다면 중진 의원들의 주장대로, 비대위 이전의 최고위 체제로 돌아가서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를 대행하는 체제로 가면 되는데 당권파는 왜 굳이 비대위를 고집하는 걸까? 답은 '최고위 체제로 복귀할 경우 이준석 대표의 복귀를 막을 수 없어서'일 것이다. 설마 '법원 결정을 순순히 따르려니 자존심이 상해서'라는 이유는 아닐 것이고.

(현재 중앙언론사 중 이준석의 직함을 '전 대표'가 아니라 '대표'라고 쓰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프레시안>과 <조선일보> 두 곳밖에 없다. 그의 대표직 복귀 가능성을 '보호받아야 할 법익'이라고 규정한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법원의 권위가 이렇다.) 

그러나 당권파 입장에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굳이 요란하게 법원과, 또 이 대표와 법정 다툼을 추가로 벌일 일이 아니다. 당장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가처분 집행정지 소송부터 취하하고, 향후 3개월을 시야에 넣고 정치적 대응을 차분히 하면 된다. 

우선 지도부 구성 문제. 이준석 대표가 즐겨 인용하는 <삼국지>의 제갈양은 1차 북벌에 실패하고 '승상'에서 '좌장군'으로 스스로 관직을 변경했다. 2차대전 당시 영국 상황에 비기면, 거국일치 전쟁내각을 이끌던 총리가 군단장 정도로 내려앉은 것이다. 사람들은 '읍참마속'만을 기억하지만, 제갈양 리더십의 핵심은 부하의 목을 베어 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데 있다. 

마찬가지로 그저 원내대표 목을 날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서병수 의원이 YTN 인터뷰에서 제안한 것처럼, 임시 당 대표인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 결의로 새 원내대표로 선출해서 직함은 원내대표이되 '당 대표 직무대행' 역할에만 집중하게 하고,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정기국회·국정감사·예산안 등의 현안은 권성동 현 원내대표를 원내수석부대표든 '원내대표 특별고문'이든 '여야협상 및 원내운영 담당 특별부대표'든 적절한 직함을 맡겨 사실상의 원내 사령탑 역할을 전담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의외로 '당 대표 직무대행'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당권파 입장에서는 묘수가 될 수 있다. 이는 현재 국민의힘 내 상황으로 보면, 반(反)이준석 그룹이 당권을 임시로라도 탈환하는 것을 뜻한다. 물론 비대위 출범보다는 불안요소가 많다는 면에서 당내 다수파의 성에 차지 않는 방법이겠으나, 우물에서 숭늉을 찾을 일이 아니다. 괜히 서두르다가 법원으로부터 의외의 일격을 당하지 않았는가. 

당권을 일단 장악하면 공간은 넓게 열린다. 가장 먼저는 사퇴할 최고위원들을 대신할 보궐 최고위원 선거를 해야 한다. 여기서 '이준석파(派)'가 최고위원 보궐에 당선자를 낼 확률은 지극히 낮다. 왜냐?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당원·일반국민 대상 직접선거가 아니라 전국위 간접선거다(국민의힘 당헌 28조 3항). 

그리고 전국위는 앞서 9일 회의 당시 재적 707명 중 (투표 참여 511명) 463명 찬성으로 주호영 비대위원장 임명을 가결했다. 상임전국위도 이후 16일 재적 55명 중 (투표 참여 42명) 찬성 35인으로 비대위원 임명안을 가결했다. 즉 전국위-상임전국위는 모두 재적 과반을 현 당권파가 장악하고 있다. 

이유는? 현 당권파가 유능해서가 아니라, 이 대표가 맞서는 대상이 '윤핵관'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 본인임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라는 명칭 자체가 대통령이 소속돼 있거나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을 뜻한다. 즉 여당은 '대통령의 당'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대통령과 거듭 반목하는 것을 넘어 최근의 '내부 총질' 문자로 대통령과 적대관계임이 명확해졌다. (그의 책임 여부를 떠나, 현실이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의 대의기구인 전국위-상전위에서 대통령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의결이 나온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2015년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의롭고 개혁적인 보수'와 '따뜻한 공동체'라는 비전,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로 요약되는 성찰적 태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현실감각과 이를 주장할 용기를 모두 갖추고도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고 스스로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2022년 이준석 대표는 '2015년의 유승민'이 가진 덕목 중 하나도 갖추지 못했고, 그저 능력주의와 성차별 옹호(안티 페미니즘)적 태도만이 '이준석 정치'의 내용일 뿐이다. 

서병수 의장이 전국위-상전위 소집을 거부한 끝에 사퇴했지만,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국위 의장이 전국위를 소집하지 않을 경우 당 대표가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당규 '전국위 규정' 4조 1항). 그리고 당 대표가 소집할 수 있는 회의는 '당 대표 직무대행'도 물론 소집할 수 있다. 전국위 의장은 전국위원 간 호선으로 뽑히기에(당헌 21조 1항) 일단 전국위를 열면 후임 의장을 선출할 수 있다. 서 의장의 의장직 사퇴 선언도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비대위를 강행하는 데 대한 항의이지, 법원 결정에 따른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되면 그의 반발도 가라앉을 확률이 높다. 

이렇게 전국위에서 최고위원 보궐 구성을 마치면, 이전의 '이준석 지도부'가 대표 본인을 포함해 최고위 구성원 9인 중 적어도 3~4인이 '이준석파'였던 것과는 달리 9인 중 최소 7인 이상을 반이준석파로 채울 수 있다.

주목해야 할 핵심적 단계는 당무감사위원회 구성 및 장악이다. 이는 당권파가 최고위를 접수한 이후 해야 할 제1과제다. 당무감사위원 및 위원장 임명은 당헌상 최고위 의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순서상으로 최고위 복원이 반드시 이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 당무감사위원장은 현재 공석이고, 위원들도 임명돼 있지 않아 위원회 구성 자체가 돼있지 않은 상태다. 현재 그 자리에 있는 누군가를 해임할 필요도 없이 새로 임명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법원 결정을 거스르지 않고 적법하게 '당 대표 직무대행' 자리를 차지하기만 해도 최고위와 당무감사위 장악을 일사천리로 해치울 수 있는 셈이다. 결원인 당직을 보충하는 것은 통상적인 당의 활동이니만큼 '권한대행'이 아닌 '직무대행'이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당무감사위까지 당권파 성향 인사로 채운다면, 여러 선택지가 열린다. 첫째, 당무감사위는 당헌 42조에 따라 주요 당직자의 당헌당규 위반 또는 사회적 물의 등 부정사건 조사 기능이 있고, 중앙당 당직자에 대한 직무감찰 권한도 있다. 그 조사 결과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윤리위원회에 징계를 회부할 수도 있다. 

이미 현재의 윤리위가 직권으로 당무감사위 회부 절차 없이도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리기도 했지만, 앞서 제기된 바 있는 절차상의 문제를 보완해 더 적법한 방식으로 추가 징계 회부도 가능하다. 지난 27일 의원총회가 윤리위에 이 대표 추가 징계를 촉구한 것은 말 그대로 '촉구'이지 어떤 구속력을 갖는 실효적 행위가 아닌 반면 당무감사위는 징계를 직접 '회부'할 수 있다. 

둘째, 당무감사위를 통해서는 윤리위 회부 이외에도 또 하나의 대안이 가능하다. 당원소환이다. 국민의힘 당헌 제6조의2에 따르면 "법령 및 당헌당규, 윤리강령을 위반하거나 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해당(害黨)행위를 한 당 대표 및 선출직 최고위원"은 당원소환의 대상이 되고, 전체 책임당원(약 30만 명)의 20%의 청구가 있으면 "당무감사위 의결을 통해 당원소환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당규 '당원 규정' 제3조의3의 4항) . 

이 말을 뒤집으면, 다수 책임당원의 요구가 있더라도 당무감사위만 장악하고 있으면 당원소환 투표를 발의할 수 없다는 말도 된다. 때문에 이를 공석으로 비워둔 것은 '정치 파워게임의 영재'로 불리는 이 대표의 명백한 실책이다.

셋째, 당원소환은 최근 이 대표가 당원모집에 열을 올린 점 등을 감안할 때 다소 불안요소가 있다고 본다면, 아예 '원 포인트'로 전당대회를 여는 방법도 있다. 법원 가처분 결정의 요지가 (그 당·부당을 떠나) '전국위 결의로는 전당대회의 지명을 뒤엎을 수 없다'는 것이라면, 전당대회 스스로 그 지명을 철회하게 하면 된다. 

국민의힘 당헌 14조에 따르면 전당대회 소집 요건은 '상임전국위 의결 또는 전당대회 재적 대의원 1/3 이상의 요구, 또는 책임당원 1/4 이상의 요구'이다. 상임전국위는 위원 과반을 당권파가 장악하고 있으므로, 전당대회 개최 의결에 문제가 없다. 전당대회 의장을 겸하는 전국위 의장이 소집을 거부해도 "전당대회 의장이 임시전당대회를 소집하지 않을 경우에는 당 대표가 소집해야 한다"는 전당대회 규정(당규) 6조 2항을 따르면 된다. 

전당대회 대의원은 일반 책임당원이나 유권자가 아니라 '1만 인 이내(당헌 12조)'로 구성되는 당원들의 간접 대표자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지명했던 작년 11월의 2차 전당대회 당시 대의원 재적인원은 약 8000여 명이었다. 30만 당원 전체보다, 이들 대의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전당대회를 열어 투표로 의사를 묻는 것이 더 현실적이기도 하다. 그러면 법원이 지적한 '실체적 문제'를 실질적으로, 편법이 아닌 정공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전당대회가 열리면 대의원 투표 결과도 당권파의 의지대로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 이 대표가 대표직을 따냈던 작년 6.11 전당대회 당시에도 이 대표는 국민여론조사에서 압승해 승리한 것이지 당원투표에서는 2위 나경원 후보에게 4%포인트(약 5000표)가량 뒤졌다. 그마저도 결과가 우려된다면, 대통령실과의 소통으로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지지 메시지를 받아내 이를 투표에 활용해도 되고,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서 각 당협을 통해 대의원 명부 자체를 새로 구성(재확정. 당규 '전당대회 규정' 3조 1호) 해도 된다. 

그리고 설사 결과에 100% 확신이 없다 해도, 어쨌든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 성사-가결의 확률은 최소한 법원의 가처분-본안소송 승소 확률보다는 확실히 높을 것이고, 더 중요하게는 정당의 정치적 결정을 사법부에 의존하지 않는 방법이 될 것이다. 

즉 법원 결정을 부인하고 굳이 비대위 전환을 고집하지 않아도, 법원 결정문 취지와 당헌당규의 범위 내에서도 충분히 △윤리위 징계 △당원소환 △원포인트 임시전당대회 개최 등 여러 복수의 대안이 존재하는 셈이다. 일개 출입기자가 언뜻 보기에도 이 정도이니, 수십 년 '정당 밥'을 먹어온 전문 당료 집단이나 직업 정치인들의 지혜를 모으면 더 좋은 방안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의 가처분 승소를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져 굴욕감이 들지라도, 현 상태대로 끝없는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 자체야말로 이 대표에게 최대한의 정치적 이득이 된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 대표직에 복귀하게 된다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지금 당장 시간이 급한 것은 윤 대통령이다. 어떤 길이 대통령을 위한 것인지 여당의 '윤핵관'들은 더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선·지방선거 승리를 거두고도 이유 없이 펼쳐진 여당 내홍 사태로 인해 과연 정기국회가 제대로 가동되기는 할지 걱정하고 있는 유권자들을 생각해 주는 것은 감히 바라지도 않겠다.  

 
 
국민의힘 권성동  표가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재훈

국제팀에서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 사태를 겪었고, 후쿠시마 사태 당시 동일본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 시절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부터는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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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사태, 한국 정부 부분 패소…“배상액 3천억, 중재 불복”

10년 이어온 론스타 먹튀 사태, 한국 정부 부분 패소…배상액 3,600억 규모 법무부 “중재 불복, 취소 신청 검토”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에서 약2,900억원 가량을 배상하라는 결정이 나왔다. 정부는 국제중재기구 판단에 불복해 판정 취소 신청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3일 법무부에 따르면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의 중재판정 선고문이 나왔다. 2012년 중재절차가 개시된 후 약 10년 만이다.
 
론스타 ⓒ민중의소리

이른바 ‘론스타 먹튀 사건’의 오랜 분쟁 끝에 나온 결론이다. 사모펀드 론스타는 지난 2003년 IMF 외환 위기 이후 부실화된 외환은행을 2조1천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인수 자격이 없던 외국 자본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도가 변경됐다. 그 덕에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 할 수 있었고, ‘헐값 매각’, ‘외국 자본 특혜’ 논란이 일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시 재정경제부(현재 기재부) 관리였고, 이창용 한국은행장 역시 당시 핵심 실무진 중 한명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당시 핵심 관료로 책임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나 한 총리는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론스타 법률 대행을 맡았던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했다. 당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타진하던 때다. 한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혀 개입한 바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당시 정책 결정라인에 있었던 추 부총리와 의혹이 제기된 한덕수 국무총리는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론스타 특혜 논란은 ‘먹튀’로 이어졌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불과 3년 만에 매각을 추진했고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이를 약 5조9,376억원의 가격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가격 대비 4조원이 불어난 금액이었다. 하지만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요건 위반, 먹튀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격히 확산했고,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그 여파로 HSBC와 론스타의 계약은 파기됐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을 3조9,157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했다.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는 과정에선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터졌고, 금융당국은 관련 사건 등을 이유로 매각을 승인하지 않았다. 론스타는 이 시기, 정부가 매각 대금을 낮추라고 압박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의 두 차례 매각 승인 지연, 국세청의 부당 과세로 손해를 봤다’며 중재신청서를 제출했다. 
 

중재판정부, 여러 쟁점에서 론스타 주장 배척
배상액 받아들일 경우 3600억원 넘어설 듯


중재판정부가 론스타측 주장을 대부분 배척했다는 것이 법무부 설명이다. 론스타측은 HSBC와의 매매계약 승인이 늦어진 것을 두고 ‘한국 법령에 규정된 심사기간을 넘어섰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중재판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세청이 부당하게 과세했다는 론스타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실질과세원칙 적용 등 과세처분은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배척했다.

반면, 하나지주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매각 가격이 낮아질때까지 시간을 지연했다는 사실은 일부 인정됐다. 당시 허가 당국이었던 금융위원회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등을 이유로 승인을 미룬 것은 일부 잘못이라는 것이다. 다만, 론스타가 지배하고 있는 외환은행 관련사에서 주가조작이 실제 일어났고, 대법원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로 미뤄 ‘론스타 측에도 50%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중재판정부는 이런 근거로 론스타 측이 주장한 손해액 4억3,300만달러의 절반인 2억1,650만 달러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2,914억원(달러당 1346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여기에, 해당 금액에 대한 이자(2011년 12월3일부터 지급일까지)를 한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로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해당 채권의 수익률은 2.35% 수준으로 지연이자액은 8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한국 정부는 3,600억원대 배상을 해야하는 셈이다.

정부는 중재판정부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총 3명의 판정위원으로 구성됐다. 배상이 인정된 하나지주 매각 관련 3명의 의견은 배상 2인, 배상 책임 없음이 1인이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1인의 소수의견은 ‘론스타 관련 범죄가 유죄로 확정되는 등, 한국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 과정이 정당했으며, 론스타 스스로 손해를 자처했기 때문에 한국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고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수 의견을 보더라도 한국 정부의 책임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다”며 “절차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끝까지 다퉈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취소 신청 등 후속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설명이 정확한 것인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법무부는 이날 중재판정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관련 자료는 A4 용지 5장 분량의 보도자료가 전부였다. 한 장관은 “비밀 유지 서약 등 공개할 수 없는 내용이 많다”면서도 “정보가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선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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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벌어진 떼죽음... 이 끔찍한 광경

한국 특산종, 구상나무 집단 고사하고 있는데... 멸종위기종 등재에 미온적인 환경부

22.09.01 05:17l최종 업데이트 22.09.01 05:17l
 
 

 

 
 지리산 영신남부능선, 구상나무 집단고사 현장
▲ 지리산 영신남부능선, 구상나무 집단고사 현장 ⓒ 녹색연합
 
구상나무의 학명은 'Abies koreana'입니다. 학명이 의미하듯 한국 특산종입니다. 그런데 이렇게도 소중한 구상나무가 기후위기로 멸종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지리산과 한라산 일대에서 구상나무의 떼죽음이 심각한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그 증거입니다. 2013년 한라산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가 처음 알려진 이후 9년이 지난 현재 지리산 구상나무의 멸종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이 2020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약 2년 6개월 동안 지리산 구상나무 서식지를 모니터링한 결과 지리산 정상봉인 천왕봉, 중봉, 하봉 등의 집단 서식지 중에는 최고 90%까지 고사가 나타나는 곳도 있습니다. 특히 기온과 강수량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산 정상부부터 해발 1700m까지는 성한 구상나무가 거의 없을 정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는 구상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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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내 집단고사 현황을 지도로 표현한 모습. 극심(빨강) > 심각(회색) > 고사(오렌지) ⓒ 녹색연합
 
녹색연합이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집단 고사 정도에 따라 극심, 심각, 고사 세  단계로 나눠 봤습니다. 극심 구역은 평균 고도 1590m에 나타나고 있고, 구상나무가 우점하거나 순림해 서식하는 5~10ha 정도의 집단 서식지에서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구상나무 서식에 유리한 환경이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고사 개체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각 구역은 평균 고도 1627m에 나타나고, 2~3년 안에 극심 지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이미 고사로 확인된 수목 외 나머지 구상나무에서도 생육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개체가 다수 관찰된 것입니다. 고사 단계는 평균 고도 1564m에 나타나고, 주로 탐방로 주변부에서 10본에서 20본씩 무리 지어 죽어 있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리산 법계사에서 천왕봉으로 향하는 법정탐방로 주변 집단 고사지
▲ 지리산 법계사에서 천왕봉으로 향하는 법정탐방로 주변 집단 고사지 ⓒ 녹색연합
 
이러한 고사현상은 지리산 천왕봉 탐방로 주변에서 관찰이 가능합니다.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탐방로의 모든 방향에는 해발 1800m 전후 지점부터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죽어가는 대열이 이어져 있습니다. 중산리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탐방로의 법계사 위 구간부터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고사목이 본격적으로 관찰됩니다. 천왕봉과 가까운 해발 1500m 위에는 대부분의 구상나무가 죽어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중봉-하봉 일대는 남한 최대의 고산 침엽수 서식지였습니다. 백 년이 넘게 자란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어우러진 원시성 생태계를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남한에서 가장 많은 고산 침엽수가 죽어가는 숲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지리산 천왕봉 남면 집단고사지
▲ 지리산 천왕봉 남면 집단고사지 ⓒ 녹색연합
 지리산 하봉 남서면 집단고사지
▲ 지리산 하봉 남서면 집단고사지 ⓒ 녹색연합
 지리산 중봉 서남면 집단고사지
▲ 지리산 중봉 서남면 집단고사지 ⓒ 녹색연합
 
지리산의 고산지대의 침엽수가 죽어가는 이유는 겨울과 봄의 건조, 적설량 부족, 여름철 폭염, 강풍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보입니다. 특히 지리산 주능선에 2월 전후에 내렸던 폭설이 줄어든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보입니다. 지리산 천왕봉 중봉과 반야봉 등 고산지대 겨울철 내린 폭설이 봄철인 3월부터 5월까지 서서히 녹으면서 상록수인 구상나무의 영양 공급원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2010년 이후 적설량이 과거에 비해 현격히 줄어들며 겨울과 봄철 건조가 심화된 것입니다.

그나마 희망은 세석의 구상나무가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석평전은 1996년 이후 야영 금지와 함께 복원하면서 구상나무를 심었는데, 이때 심은 구상나무는 유전자가 다른 나무들이었습니다. 유전자 계보가 분명하지 않아, 지금 세석평전의 구상나무는 유전자 교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물론 구상나무 조경수는 자생지보다는 더 잘 자랍니다. 하지만 유전자가 다른 개체들로 구상나무의 명맥이 유지되는 것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구상나무 멸종위기 대책

구상나무는 한국 특산종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생물종입니다. 한반도 남부 지방의 고산지대인 지리산, 한라산, 덕유산 등 1900m에서 1500m 사이에서 집단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주요 서식지가 죽음의 전시장처럼 변해가고 있습니다. 

국제멸종위기 적색목록인 레드리스트에서 구상나무는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국제적 위험신호가 켜져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의 멸종위기야생동식물 목록에는 구상나무가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환경부가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종의 쇠퇴나 고사'를 멸종 위기종 등재의 기준과 원칙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 적색목록(Red List)에 포함된 한국 특산종 구상나무 국제사회는 한국 특산종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 적색목록(Red List)에 포함된 한국 특산종 구상나무 국제사회는 한국 특산종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 녹색연합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한 몸으로 인식하고, 기후위기의 대응에서 생물다양성을 핵심 의제로 삼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종의 멸종은 결국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위기로 이어질 것 입니다. 구상나무의 멸종위기는 한반도 육지에서 나타나는 기후위기의 경고등 입니다.

멸종위기종에 대한 책임이 있는 환경부는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에 등재하고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아울러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한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구상나무는 한반도 육지에서 기후위기로 사라지는 첫 번째 생물종이 될 것입니다.
 
 구상나무 고사 현황 표
▲ 구상나무 고사 현황 표 ⓒ 녹색연합
 구상나무 고사 현황 표
▲ 구상나무 고사 현황 표 ⓒ 녹색연합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입니다.

태그:#구상나무, #생물다양성, #기후위기, #집단고사,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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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원 횡령' 해고 판결 대법관 후보자... 버스기사는 절망이었다"

[스팟 인터뷰] 당시 사건 담당한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이장우 노무사

22.08.30 19:40l최종 업데이트 22.08.30 21:47l
 
 
큰사진보기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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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돈 800원 횡령으로 해임 처분을 받은 8년 차 시외버스 운전기사.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는 2011년 1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 재판장 재직 당시 회사 측의 해임 결정이 '정당한 판단'이라고 판결했다. 11년 후, 이 판결은 그의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으로 떠올랐다. 

법원 판결에 앞서, 전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같은 해 4월과 7월 각각 연달아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법원과 정반대의 결정이다. "해고는 가혹하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지노위와 중노위 과정 중 이 사건을 담당했던 이장우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노무사는 3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석준 후보자의 '노동 전문성'을 우려했다. 
 

"대법원에도 노동 사안 많을 텐데..." 이장우 노무사는 노동위의 판단이 법원에서 180도 뒤집어졌을 당시를 회상하며 "노사관계부터 (잔돈 관련) 관행까지 충분한 소명을 통해 부당해고가 인정됐었다"면서 "사측의 일방적 주장만, (단협 속 해고가 가능하다는) 문구 하나만 가지고 (법원이) 판단했는데 그럴 거면 (판사가 아니라) 컴퓨터가 (판단)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800원 횡령'이 일어난 배경에 집중했던 노동위와 달리, 법원은 단협 내용 자체에만 집중해 "마지막 수단"인 해고를 쉽게 판정했다는 지적이다. 이 노무사는 "단협 자체가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로 출발해야 하는데, 단협을 기준으로 (쉽게) 해고를 해석한다는 자체가 우려스럽다"면서 "노사 관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노위에서는 판정에 앞서 '800원 횡령'이 해고까지 나아갈 수 없는 배경을 줄줄이 열거했다. 당시 판정문을 보면 ▲현금 탑승 승객으로부터 받은 현금 요금 중 잔돈이어서 그 금액이 소액이라는 점 ▲시외버스에 CCTV가 설치돼 있음에도 현금 요금 중 잔돈을 회사에 납부하지 않은 것은 이를 묵인되는 관행으로 오인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운송수입금 잔돈 미납을 이유로 징계를 한 전례가 없는 점 등을 포함, 총 6가지 사정이 '징계가 과한' 근거로 언급돼 있다. 

그러나 오 후보자를 필두로한 재판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초점을 뒀다. 노동자에게 징계 처분이 가능할 경우, 징계에 대한 판단은 사용자 측에 따라야 한다는 판시다. 800원 횡령이 "고의적"이라고도 판단했다. 백원 단위 잔돈은 관행적으로 납부하지 않아왔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굉장히 절망하신 것으로 기억해요... 소송 비용도 없었고..."

이 노무사는 당시 법원 결정을 받아든 노동자의 '절망'을 회상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9일 인사청문 당시 오 후보자에게 질의한 내용을 보면 이 노동자는 해고 이후 직업을 구하지 못해 고충을 겪으며 식구들을 부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후보자는 "해고 기사에게 그런 사정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제 판결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여러 사정을 참작하려 했으나 살피지 못한 것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노무사는 "법관에게는 별 것 아닌 사건이었을까... 이런 문구가 있으니, 이대로 하면 된다는 식의, 성의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이 사건에서 800원 자체는 (버스 기사 노동자 당사자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는데도"라고 씁쓸해 했다. 아래는 이 노무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노조 중요 직책, 징계 전력 없음... 왜 판단 안했나
 
큰사진보기2014년 4월 15일 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가 '800원 횡령' 징계를 탄압으로 규정하고 전주상공회의소와 노동부 앞에서 대규모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2014년 4월 15일 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가 "800원 횡령" 징계를 탄압으로 규정하고 전주상공회의소와 노동부 앞에서 대규모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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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의 2011년 시외버스 기사 현금 '800원' 횡령 해고 인정 판결이 논란입니다. 동일 사건으로 오 후보자 판결 직전에는 전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이 나왔었는데요.

"당시 (노동위원회) 초심과 재심을 담당했습니다. (지노위와 중노위에선) 노사 관계부터 잔돈 관련 관행 등 충분한 소명을 통해 부당해고가 인정됐어요. 징계 사유는 되지만, 전부 노동자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고, 종합적인 사정을 살펴 징계 양정 과다로 인정 받은 사안이었습니다." 

- 잔돈 착복이 생긴 배경은 무엇이었습니까.

"(시외버스는 정류소가 아닌 곳에서) 현금으로 요금을 받지 않는데, 시골이라 정류소가 아닌 중간(간이 정류소)에서 타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표를 끊지 않고 탑승하시면, 4400원을 현금으로 내곤 했지요. (지폐를 제외한) 400원짜리 잔돈이 남는 겁니다. 노조에서도 계속 문제제기 했습니다. (노동자가) 돈을 가지고 다니면 괜히 의심 받고 문제가 생기니까요. 현금통을 설치해달라고 요구도 했어요."

- 오 후보자는 '버스요금 액수의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해임이 가능하다'는 노사간 단체협약을 인용, 해고가 가능하다고 해석했습니다. 

"운송 수입금을 착복한다면 당연히 큰 문제겠지요. 의도적으로 금액을 횡령했다면 노사간 신뢰를 깨뜨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800원 건은, 400원으로 2회였습니다. 당시 현금을 받으면 현금 입금표를 제출하는데, (잔돈은 제하고) 4000원으로 (2번) 제출한 겁니다."

- 재판부가 저간의 사정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노사간 갈등이 없을 때는 가능했던) 그런 관행이 있었다는 겁니다. 또 당시 신청인은 노조에서 파업을 했을 당시 중요 직책에 있었습니다. 그런 사정을 전혀 살피지 않고, 사측의 일방적 주장만 보고 그 문구 하나만 가지고 판단한 겁니다. 그럴 거면 컴퓨터가 하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 (사정을) 살펴보라고 하는 게 법원에 판사가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 결국 1심 판결에서 해고로 결론이 뒤집혔습니다.

"이 분은 징계전력도 없는 분이었어요. 그런데도 해고라는 마지막 수단이 결정됐습니다."

- 항소는 하셨습니까.

"당시 하지 않으신 걸로 압니다. 굉장히 절망을 하신 걸로 기억해요. 소송비용도 없었고..." 

"노동 전문 지식 부족... 쉽게 판단할 사안 아니었다"

- 담당자로서, 판결 직후에는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한숨) 당황했지요. 지노위와 중노위는 신문 자체가 '금액이 얼마냐, 단협 문구가 있냐'보다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느냐'에 대해 집중했습니다. 고의로 해고될 것을 알면서 800원을 횡령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분은 전혀 그럴 생각 자체가 없으셨어요. 이미 노사 관행이 그래왔으니까. (백원짜리 잔돈으로) 자판기 커피 뽑아먹는... 제대로 재판이 안됐나 보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걸 좀 알았다면 그렇게 쉽게 판단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요." 

- 판결문을 보면, 800원 미입금으로 노사간 '신뢰가 손상'됐다는 대목도 나옵니다. 

"노사간 (갈등 없는) 안정기에는 잔돈으로 커피 마시는 신뢰 관계가 유지됩니다. 이 관계를 먼저 깨고 징계 사유로 삼은 것은 사측이지요. 그런데 어떻게 노동자가 먼저 신뢰 관계를 깼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런 상황을 재판부가 전혀 반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 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중에도 자신의 판단 근거로 단협을 이야기했습니다.  

"노동법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단협은 노조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로 출발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해석할 수가 있을까요. 대법원에서도 노동 관련 사안들이 많을 텐데..." 

- 오 후보자는 "당시 사정을 살핀다고 했으나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말이야 저도 그렇게 할 수 있겠지요."

- 2017년에도 시외버스 운전기사가 '2400원' 횡령으로 해고 확정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800원' 해고 판결과 같은 판례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은 (이런 판단을 하는 법관에게) 노사 관계 전문성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이고요. 법관에겐 별 것 아닌 사건이었을까요... (단협에) 이런 문구가 있으니 이대로 하면 된다는... 당시에는 성의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당사자에게는 800원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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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김건희 특검? 물타기" vs 野 "특별감찰관 임명, 국정조사 실시"

정기국회 앞두고 여야 원내지도부 정면충돌…상대 당 내부 사정 거론 비난도

서어리 기자/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2.08.30. 10:48:48

 

정기국회를 이틀 앞두고 여야 원내지도부가 '김건희 특검법', 특별감찰관 임명 등 문제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상대 당 내부 사정을 거론하며 비난을 주고받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지도부 출범 이틀 만에 '허니문'도 없이 여야가 감정 섞인 충돌 장면을 연출한 셈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물타기 특검"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 새 지도부가 '첫째도 둘째도 마지막도 민생'이라기에 시급한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협치 노력을 기대했는데 민주당 새 지도부의 첫 일성은 김건희 여사 특검 주장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대선 기간 내내 김 여사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 수사 진행 상황을 알면서도 대선 국면에서 허위사실 유포와 온갖 의혹 제기로 악용했다"면서 "이번에도 새 정부를 흔들기 위해 특검 소재로 재활용하겠다는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 부부가 검·경 수사를 받고 있을 때 가야하는 바른 길은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것이지 '물타기 특검'이 아니"라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 주장이 이재명 대표 부부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물타기용이라는 취지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전날 열린 민주당 1차 최고위원회 회의 당시 이 대표는 민생 정책 위주의 발언을 하고 강경파인 정청래·서영교 최고위원이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에 대한 비판 등 대여 공세를 편 데 대해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역할 놀이 분담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통합과 협치를 말하며 합리적인 척 하고, 최고위원들은 정권에 대한 무분별한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며 "운동권식 화전양면 전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공개 제안한 바 있는 특별감찰관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며 김건희 전 대표 의혹 규명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극우 유튜버들이 참석한 대통령 취임식 명단을 파기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우리 당이 초청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촉구하자 없다면서 감추기에 급급하더니 대통령 기록물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말을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궁금해하는 극우 유튜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인물 등 김건희 여사와 사적 관계에 있는 인사를 누가 추천했는지 오리무중"이라며 "국정 정상화와 민생 집중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실 의혹 관련) 국정조사는 꼭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내홍 사태를 언급하며 "집권여당의 자중지란이 정치적 위기, 정권의 위기를 넘어 국가의 위기로 촉발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언제까지 집권 여당이 집안싸움을 핑계로 민생 경제 위기를 방치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하루빨리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당 내홍을 핑계로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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