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인터뷰] 전교조 위원장 “평생 피해 감당해야 할 ‘윤석열 세대’ 만들 순 없다”

[만5세 취학 논란③] 휴가 중단하고 ‘만5세 초등 입학’과 싸우는 전희영 “교육부, 국민에게 폭탄 던졌다”

 
  •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5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8.05 ⓒ민중의소리
 
“참사죠, 참사.”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5일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 추진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에 터진 ‘참사’에 그는 휴가를 갔다가 황급히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는 1인 시위, 집회, 기자회견 등을 매일 이어나가고 있다. 교육부가 업무계획을 발표한 지 딱 일주일이 지났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난 것 같다고 전 위원장은 말했다.

전 위원장은 “진짜 교육을 모르는 사람이 장관을 하면 얼마나 큰 대형사고를 칠 수 있는지를 이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다들 폭탄을 맞은 기분이라고 하더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뜨거운 여름에 국가로부터 뜨거운 폭탄을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해 “교육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교육 철학의 빈곤함을 드러낸 인사 참사”라고 밝혔다. 그는 “박 장관은 후보자 시절부터 음주운전, 논문중복 게재, 자녀 생활기록부 부정청탁 등 수많은 의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라는 최소한의 자질 검증 절차도 건너뛴 채 임명됐다. 문제가 심각하다”며 “그뿐만 아니라 교육과 관련된 경력이 하나도 없어서 잘할 수 있을지 우려했는데 한 달 만에 정책적인 능력도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박 장관 스스로 판단해야 해야 할 시기”라며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 이제 그만 좀 해라. 교사로서 부끄럽다”고 일갈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학연령 하향 관련 학부모 의견 수렴을 위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등 학부모 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학부모들과 인사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2022.08.02. ⓒ뉴시스

“‘윤석열 세대’는 평생 피해를 감당해야 할 텐데”
“공론화? 이미 국민들 대다수는 만5세 취학 반대”


교육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이 필요한 이유로 ‘격차 해소’를 들고 있다. 모든 아이들이 격차 없이 성장을 시작할 수 있도록, 출발단계에서부터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하도록 국가 책임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초등학교를 1년 빨리 보내면 교육격차가 해소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황당해했다. 또한 “지금도 만 5세 대상으로 정부에서 누리교육과정이라는 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를 두고도 아이들이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고 교육부가 주장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전 위원장은 아이들이 결국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1년 차이는 (발달 정도에 있어서) 굉장히 크다. 특히 만 5~7세의 경우 출생일 한두 달 차이도 굉장히 크게 나타난다, 학습면, 생활면에서 모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이 자기보다 한 살 많은 언니, 형들과 같이 학교를 다니게 될 텐데, (이런 격차가)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입과 취업까지 쭉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때 필연적으로 ‘윤석열 세대’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윤석열 세대’는 평생을 거쳐 피해를 감당해야 할 텐데, 이게 과연 국가가 공정한 기회를 아이들에게 부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이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며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와 함께 사회적 논의를 거쳐 최종 추진방안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위원장은 “교육부 장관의 말이 자꾸 바뀌어서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국민이 이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는 게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됐음에도, 교육부가 여전히 정책을 철회하지 않고 ‘공론화를 하겠다’며 여지를 남기고 있는 점만 봐도 그렇다고 전 위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진보든 보수든 모든 언론에서 이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고, 모든 교원단체와 시민단체에서도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뜻은 이미 확인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공론화를 하라고 하자 교육부 장관이 2만 명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이틀 전에 강득구 의원실에서 2만 명의 6배가 넘는 13만 명의 국민들을 설문조사해서 98%가 이 정책에 반대한다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내놓았다”며 “더 이상 국민들의 뜻을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정부와의 입장과는 별개로, 독립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을 논의하는 장”이라며 “그런데 정부에서 이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국가교육위원회에 던지겠다는 것 자체가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상을 정부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5일 서울 용산구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자질불량 자격미달 박순애 교육부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8.05 ⓒ민중의소리

“교육의 질은 교사의 손에 달려...
학급당 학생수 줄이고, 교원 감축 계획은 철회해야”


“한 명 한 명에 대해 자질이나 역량, 소질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의 말과 달리, 이를 위한 핵심 과제인 학급당 학생수 인원 감축, 교원 확충에 관한 내용은 정작 교육부의 업무보고에 빠져 있었다. 전 위원장이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전 위원장은 “학력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를 교육여건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교조의 오랜 주장이었다”며 “작년에 학급당 학생수 20명 법제화 투쟁도 그 일환으로 진행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재난 속에서도 안전한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수를 20명으로 제한하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적인 호응은 상당히 높았다”며 “교육에서 헌법이라고 불리는 교육기본법에 비록 20명이란 숫자가 들어가진 않았지만 처음으로 ‘적정수’라는 표현으로 학급당 학생수 문제가 언급됐고,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중요한 정책 과제 중 하나로 학급당 학생수 문제가 포함되는 성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 위원장은 “그런데 교육부는 세월이 흐르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테니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입장인 거 같다”며 “오히려 학령인구 감소를 핑계로 여전히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 확충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들 얘기하지 않나. 정부가 계속 얘기하는 교육격차 해소, 교육회복, 기초학력 향상 등 교육의 거의 대부분은 교사의 손에 이뤄진다”며 “그런데 계속해서 정부는 교원을 줄이겠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올해 하반기에 코로나가 다시 재확산되거나, 앞으로 여러 재난이 또다시 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드는 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라며 “그래서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안이 정부에서 제시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교조는 학급당 학생수 20명 상한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관한 청원과 유아 학급당 학생수 14명 상한을 위한 유아교육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10만 국민동의청원으로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두 청원은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2년이 넘는 코로나 시기를 보냈던 지금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과밀학급 해소는 당장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생님들을 만나보니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하던) 지난 2년 동안 아이들 발달이 더뎠다는 게 진짜 몸소 느껴진다고 하더라. 경력이 10~20년 되는 선생님들은 오랫동안 아이들을 봐왔기 때문에 잘 알지 않나. 얼마 전에 5학년 담임선생님을 만났는데 아이들이 3학년을 지도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학습에 대한 이해도도 그렇고, 주변과 관계를 맺는 정도도 그렇다는 거다”라며 “코로나 2년은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2년이었다. 이 2년은 앞으로 평생 짊어지고 가게 될 텐데,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히려 교육부는 학력인구 감소를 이유로 유·초·중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각 시·도교육청에 교부하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일부를 활용해 (가칭)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유·초·중등교육 예산을 떼어 대학에 주겠다는 것”이라며 “당연히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게 사실 교육부 장관 입에서 나올 얘기가 아니다”라며 “교육부 장관이라고 한다면, 최대한 교육재정을 더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입었던 여러 가지 상처를 회복하는 교육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더 많은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건드릴 것이 아니라 별도의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참석자들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저지 릴레이 집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8.03 ⓒ민중의소리

“공정한 출발선 얘기하더니, 고교는 서열화 가속?”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을 두고 “출발선상에서 공정함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라고 해명하던 박 장관이 고교서열화를 부추기는 정책을 동시에 발표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 정책이 바로 ‘자사고 존치’다. 교육부는 지난 정부가 2025년 폐지하기로 했던 자사고·외고·국제고 가운데 자사고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정부는 이들 학교가 고교서열화와 경쟁을 부추긴다면서 폐지하기로 하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학교 설립 근거 조항을 삭제했는데, 현 정부가 이 법을 다시 고쳐 자사고를 되살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나타난 부작용을 ‘보완’하겠다면서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자사고는 고교서열화를 가속화시키는 주범이었다. 그래서 국민적 합의를 통해 2025년에 없애기로 정했다. 보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런데 자사고를 다시 살려내겠다고 한다. 그러면 고교서열화는 예전처럼 다시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일반고 역량 강화 차원에서 자사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반고의 역량을 오히려 감소시킨 게 자사고였다”며 “앞뒤가 맞지 않은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교육부는 국민 의견 중 추진 가능한 과제를 2022 개정 교육과정 및 2028 대입제도 개편안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교조라면 어떤 의견을 제시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전 위원장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는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전교조에서 생각하는 교육은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주적인 민주시민으로 학생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교육과정이 ‘뭘 더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주적인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무엇을 지원하고 도와줄 것인가’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전 위원장은 “이런 교육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면 필연적으로 대입제도를 손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상대평가 중심으로 돼있는 걸 절대평가로 바꾼다든가, 수많은 선진국에서 하고 있는 대입자격고사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대입제도를 개선하려면 필연적으로 대학서열화 체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 거점 국립대 10개가 있는데, 공동선발이나 공동합의제 같은 방식을 채택해서 대학서열화 해체와 관련한 로드맵도 같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입시경쟁 해소, 대학서열 해체와 관련해 전교조도 나름의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 교육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첫 번째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전교조가 개편안을 만들어 조합원들의 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후 이걸 가지고 사회적 공론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5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8.05 ⓒ민중의소리


“윤석열 정부, 언제든 만나 대화할 수 있다”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와 대화할 의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교조는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전교조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데도 윤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전교조를 직접 언급하며 ‘여당 편 들어 선거 공작한다’고 하는가 하면, ‘학생들 학업 격차에 무관심한 채 민주당 지지하면 대충 살게 해준다고 했다’ 등 취지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전 위원장을 당시를 떠올리며 “윤 후보가 전교조를 비방하고 다녀서 고소를 했는데, 취하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그런데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는 전교조를 특별하게 거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같이 만나서 협의하자고 한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지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도 인수위원들과 같이 정책협의회도 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전 위원장은 “정부가 이상한 방향으로 간다면 투쟁도 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만 5세 취학 문제, 지방교부금법 개정 문제, 교원 정원 축소 문제, 자사고 문제 등 윤석열 정부의 개악을 저지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월급 50만원에 밥값 4천원... "마치 노예 같았어요"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8/06 08:27
  • 수정일
    2022/08/06 08:2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주민 르포 :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는 사람들]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무용수 엠마누엘 사누씨

 
 
 22.08.05 21:22최종 업데이트 22.08.05 21:22
한국에서 이주자는 살아 숨 쉬는 자인가. 존 버거는 <제7의 인간>에서 이들을 가리켜 "불사의 존재, 끊임없이 대체 가능하므로 죽음이란 없는 존재"라 했다. 오직 노동하는 몸으로 기능하기를 요구받고, 표류함이 당연시 여겨지고, 존재할 권리를 국가의 허락에 구해야 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와 난민의 현주소이다. 체류권을 '허가'받은 이주민들조차 한국 사회의 성원권을 제대로 획득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국가는 잔혹하고, 사회는 무심하다. 그럼에도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은 언제나 계속되는 일. 한국사회에서 살아 숨 쉬는 이주민들의 삶을 르포르타주로 담고자 한다. [편집자말]

▲ 성미산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댄스워크숍 중인 엠마누엘 사누씨. ⓒ 김나연

 
매주 일요일 오후,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봉쿠라지'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아프리카 만딩고 춤을 배우기 위해서다.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제각각인 이들 중에는 무용수도 있고, 취미로 춤을 배우거나 춤을 처음 접해보는 이들도 있다. 그런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춤 선생님은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엠마누엘 사누'씨다.

엠마누엘씨는 무용단체 '쿨레칸'의 댄서이자 안무가다. 서아프리카 전통춤인 만딩고를 기반으로 아프리카의 여러 안무가들과 함께 현대무용을 수련했다. 자국 내 예술경연대회 수상 경력을 바탕으로, 2007년 아프리카 최초의 오페라인 <사헬 오페라>의 무용수로 발탁되어 유럽 각지에서 공연했다. 이후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창작 공연과 교육 활동을 해오던 중 2012년 한국에 오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한국에 정착하게 되었다.

 

매주 일요일 열리는 워크숍의 이름은 '일요일 춤이 있는 삶'. 5~6월 두 달간 배우는 춤은 용기의 춤 '구룬시'다. 코로나로 힘들었지만 용기 있게 이겨내자는 의미로 다가온다.

'봉쿠라지'라는 이름도 '용기를 내자'는 뜻이다. 처음에 가벼운 몸풀기로 시작해서 신나는 아프리카 음악에 맞추어 동작을 배우고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범벅된다. 박자도 낯설고 동작도 서툴지만 춤을 추는 모두의 표정이 즐겁다. 마지막에는 모두가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서서 한 사람씩 나와 춤을 추는 시간을 갖는다.

수요일과 일요일 스튜디오에서 하는 댄스워크숍 말고도, 그는 매주 노들장애인야학과 성미산학교에서 장애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춤 수업을 한다. 2014년부터 국내 여러 학교와 기관, 단체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장애인과 성인을 대상으로 만딩고 댄스워크숍을 해왔으며, 노들장애인야학은 2016년부터 6년째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멈추었던 창작 활동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5월 엠마누엘씨는 마산 국제춤축제에 참여해 부르키나파소에서 발생하고 있는 테러를 규탄하는 내용의 공연을 발표했다. 현재 다양한 장르의 작가 및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아프리카 노예 역사에 관련된 공연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되었을 때 제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제 일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이제 어떻게 내 일을 이어갈 수 있을까, 다른 일을 해야 하나 걱정했어요. 예정되어 있던 공연들도 모두 취소되고 진행하고 있던 수업도 잠깐 멈추었습니다. 이후에는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소규모로 이어갔습니다.

수입은 이전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지만 지금 처한 상황에 어떻게든 대처하려고 노력했어요.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며 에너지를 주고받는 일이 제게는 아주 큰 힘이 되는데, 그럴 수 없어서 더욱 힘들었습니다."


다른 이주민예술가들의 상황은 더 열악했다고 한다. 엠마누엘씨의 경우 '결혼비자'를 가지고 있어서 구청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예술흥행(E-6) 비자'로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모든 공연과 교육 활동이 취소된 상황에서, 소규모 수업을 진행하며 경제활동을 이어가거나 친구와 가족의 지원으로 생계를 유지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엠마누엘씨도 처음에는 'E-6 비자'로 이곳에 왔다. 2012년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과 계약을 맺고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한국에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당했다. 아프리카 출신 예술가들을 상대로 자행된 노동착취와 인권탄압은 당시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여전히 어려운 이야기

당시 기사들에 따르면, 박물관 측은 아프리카 예술가들에게 2년의 계약기간 동안 비행깃값 명목으로 10만 원을 떼고 매달 50여만 원을 지급하고 하루 식대 4000원을 지급했다. 이는 당시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계약서상의 내용도 지켜지지 않았다. 마음대로 공연 횟수를 늘리기도 하고 계약에 없던 행사에 동원되기도 했다. 쥐가 나오고 보일러도 없는 방에서 머물렀다. 이를 견디다 못한 몇몇 동료들은 박물관을 뛰쳐나갔다. 그 후 박물관은 남은 이들의 여권을 압수했다.

2년 계약이 끝나고 계약을 갱신할 시기가 오자 엠마누엘씨를 비롯한 동료 예술가들은 새 계약서를 요구했다. 그러나 박물관 측은 재계약을 거부했다. 계약이 종료되면 일자리를 잃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체불된 임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날 형편에 처한 이들의 사정은, 많은 이들의 노력 끝에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당시 사건에 대한 물음에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더 인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것은 굉장히 나쁜 경험이었지만 그 경험을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을 통틀어 차별을 겪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과거도 아니고 지금 현재 이곳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수없이 질문했습니다.

누군가 저를 존중하면 저도 상대방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힘을 과시하려 하면 저 또한 그에 맞서 대적합니다. 누군가를 차별하고 무시하는 사람은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을 존중해야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사건은 그가 추구하는 예술 활동의 지향점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작품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것을 계기로 그 방향성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사회 안에서의 소수자에 대한 이슈나 작은 목소리들, 이러한 발언권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함께 서야겠다, 내가 그들의 곁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굉장히 부드러운 사람인데 뭔가 되게 강한 파이터가 되었다고 할까요."

엠마누엘씨는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의 경험을 바탕으로 '데게베'라는 작품을 만들어 2016년 첫 공연을 올렸다. '데게베'는 '무엇을 찾고 있는가? 거기엔 아무것도 없어'라는 뜻으로, 사람들 간에 벌어지는 차별과 폭력을 이야기하며 같은 인간으로서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에게 '예술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예술가의 역할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해 사람들에게 그 본질을 일깨워주고 "진실을 알리는 일"이다. 부와 권력이 한쪽으로 편중된 "불균형한 사회 속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말이다.

한국에서 이주민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
 

▲ 인터뷰 중인 엠마누엘 사누씨. ⓒ 김나연


엠마누엘씨는 현재 '예술흥행(E-6) 비자'가 아닌 '결혼비자'로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E-6 비자를 가지고 있었을 때는 비자 연장 문제로 항상 불안했다고 한다.

"E-6 비자로 이곳에 오게 되었을 때 마치 노예가 된 것처럼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비자를 유지하거나 중지시킬 권한은 '사장님'에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당한 일을 당해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계약이 파기되면 불법체류자가 되기 때문에 제게는 선택의 여지나 권한이 없었습니다."

현재 외국인 예술가가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문화예술(D-1)' 또는 '예술흥행(E-6)' 체류 자격으로 사증을 받고 국내에 입국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비자로는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체류하면서 자유로운 창작 활동과 경제 활동을 이어 나가기 어렵다.

'D-1'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학술이나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비자로 사실상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 유학을 와서 생계유지에 필요한 활동을 할 수 없고, 졸업 후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어도 비자 취득이 어렵다.

'E-6'는 외국인이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 활동을 하면서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다. 한 번에 최대 2년간 머무를 수 있고 고용계약서가 있어야만 발급받을 수 있다. 발급 분야도 방송, 연예, 스포츠, 호텔 공연 등에 한정되어 있어 순수 예술 창작을 주로 하는 프리랜서는 비자를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계약 관계에 있는 예술가는 고용주에 종속되어 활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노동착취, 임금체불, 인신매매, 성폭력 등 인권침해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비자 제도에서는 순수 창작 활동을 하는 외국인 예술가는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외국인 예술가가 기획사나 소속사 계약 없이도 독자적으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고, E-6 비자로 왔더라도 일정 기간 국내에서 활동을 한 경우에는 비자의 형태를 좀 더 자유롭게 바꿀 수 있도록" 제도와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또한 그는 이주민 예술가에게도 예술 활동을 지원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예술가들도 작품 활동만으로는 생활이 어렵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예술가들은 아예 지원받을 자격조차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응모해서 떨어지는 건 괜찮아요. 그저 응모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는 얘기입니다."

공동체의 힘

2014년 엠마누엘씨는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쿨레칸'이라는 무용단체를 설립했다. '쿨레칸'은 '뿌리의 외침'이란 뜻으로, "우리 모두는 여행자들이며 어디를 가든 자신의 존엄성과 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춤의 뿌리는 '만딩고'다. 만딩고는 부르키나파소가 위치한 서아프리카 지역의 민족과 문화를 뜻한다. 유럽의 식민 지배를 거치며 지금은 여러 나라로 나뉘었지만, 과거 하나의 왕국이었던 그곳 사람들은 "여전히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 또한 그의 고국인 부르키나파소는 문화와 언어가 다른 63개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만딩고' 문화는 사람들이 공동체 안에 함께 어우러져 살면서도 개인의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하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만딩고에서 둥그렇게 원을 이루어 추는 춤이 있는데, 그 원 안에서는 위아래 구분 없이 모두가 동등합니다. 모두 함께 춤을 추다가 한 명씩 혼자 나와 춤을 출 때가 있어요. 그 시간은 자신을 표현하는 시간으로,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어른도 어린이도 모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가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사건을 겪고도 한국에 남게 된 이유는, 이런 만딩고 문화를 알리고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저는 공동체에서 자라났고, 그 안에서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공동체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그 속에서 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나와 다른 타인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화하고 해결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배울 수 있어요.

그리고 공동체는 여기에 우리가 서로를 위해 함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떤 일이 나에게 생겼을 때 누군가 나를 위해 행동하고 목소리를 낼 거라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동체는 모두를 함께 성장하게 하고 인간으로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알게 해 줍니다."


공동체 문화가 사라지고 개인 간의 소통이 단절되어가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 '쿨레칸'이 강조하는 것도 춤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공동체'다.

"춤은 빠르게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예술이에요. 언어나 대화가 없어도 함께 움직이고 땀을 흘리다 보면, 어떤 감정과 에너지를 같이 느낄 수 있어요. 춤의 강한 힘은 우리를 혼자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존재로 인식하게 해 줍니다.

저에게 춤과 삶은 분리된 것이 아니에요. 제 춤은 항상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춤은 우리의 삶에 중요한 요소이며 우리가 살아가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족, 새로운 뿌리

 

▲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댄스워크숍 중인 엠마누엘 사누씨. ⓒ 김나연

 
한국에서 10년간 이어온 그의 노력은 크고 작은 결실을 맺었다. 무엇보다 쿨레칸 댄스워크숍을 통해 만난 많은 이들이 그에게 큰 의미의 가족이 되어 주었다. 그는 "지금까지 노력해온 작업들이 커다란 사랑과 평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6년 동안 함께 해온 노들장애인야학은 그에게 특별한 곳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긴장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제가 가까이 다가가면 부정적인 반응들을 보였죠. 어떤 분은 항상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계셨어요. 제가 손을 잡으려고 하면 싫다고 뿌리쳤죠. 그랬던 분이 지금은 먼저 다가와 손을 건네고 포옹해 줍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그는 춤을 통해 그들과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몸과 몸으로 연결되는 시간 속에서 더디지만 커다란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사건 당시 엠마누엘씨를 도왔던 한국인 친구 중에는 현재 그의 아내인 소영씨도 있었다. 박물관의 참상을 알릴 때도, 무용단체인 '쿨레칸'을 결성할 때도, '봉쿠라지'라는 공간을 열 때도, 모든 중요한 순간에 항상 소영씨가 함께했다.

연인 관계였던 두 사람은 2019년 결혼하여 작년에 딸을 낳았다. 그는 "이곳에서 가족을 이룰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리고 아내와 딸과 함께하는 현재의 삶에 매일 기쁨을 느끼고 있다"라고 했다.

그가 고향 집을 떠날 때 부모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한다. "네가 그곳에서 너의 어머니, 아버지, 형제, 자매, 친구 모두를 가지면 좋겠다"라고. 그리고 지금 그에게는 그런 가족들이 있다. "사람이 어디를 가든 누군가가 필요하다"라는 그의 말처럼, 가족과 공동체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온 이방인에게 낯선 곳에서 뿌리내리고 정착할 수 있도록 든든한 땅이 되어주었다.

엠마누엘씨는 자신의 딸이 "하나의 기준만 강조하지 않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 안에서 자라나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세상과 사람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그의 작업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일구어 온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과 춤으로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는 일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단절되어있던 이들과 춤으로 함께 연결되고자 올렸던 온라인 영상의 제목처럼, 용기를 주는 그의 외침은 계속될 것이다.

'계속 춤추자! 이 싸움 안에서'
덧붙이는 글 <이주민 르포 :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는 사람들>은 '익천문화재단 길동무'와 <오마이뉴스> 공동 기획으로 2021년부터 진행되고 있습니다. 익천문화재단 길동무는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심화 발전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소박한 일들에 힘을 보태기 위해 김판수·염무웅 선생님, 송경동 시인, 민변 조영선 회장, 김소연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장 등의 발의와 참여로 만들어졌습니다. '길동무 청년문학학교', '길동무문학·예술창작기금', '한국사회기층문화보고'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gildongmu21.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박진 외교, ARF서 북 탄도미사일 발사 규탄

프놈펜서 29차 ARF 외교장관회의...북 안광일 대사 참석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2.08.05 23:59
  •  
  •  수정 2022.08.06 07:11
  •  
  •  댓글 0
 

SNS 기사보내기

박진 외교부 장관은 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29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은 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29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은 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29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 등을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대표부 대사가 참석했다.

ARF(ARF: ASEAN Regional Forum)는 아세안 10개국과 남북,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EU, 인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27개국이 참여하는 이 지역 최대 안보협의체이자 북한이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 다자안보협의체이다.

외교부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진 외교부장관은 8월 5일 오후 2-6시(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제29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여 한반도, 대만해협, 남중국해, 우크라이나, 미얀마 등 주요 안보 현안을 논의하였다”고 밝혔다.

박진 장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것은 물론 북한 인권 문제도 거론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장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것은 물론 북한 인권 문제도 거론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북한이 올해에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6발을 포함, 총 3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다수의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임을 지적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박 장관은 북한이 핵 개발을 고집하는 것이 북한 스스로의 안보를 저해하고 고립을 초래하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심화시킬 뿐임을 지적하고, 북한이 도발과 대결 대신에 대화와 외교의 길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나아가 박 장관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할 경우 우리 정부는 북한 경제와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박 장관은 북한 내 인도적 상황 및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북한이 이러한 국제사회의 우려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하였다”고 전했다. 국제무대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다.

박 장관은 대만해협 긴장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는 기본 입장을 전제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외교부는 “참석자 다수는 △식량·에너지 공급망 교란, △허위정보, △기후변화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였으며, △사이버안보, △해양안보, △군축·비확산 등 ARF의 분야별 협력 강화를 통해 역내 안보 증진을 위한 예방외교와 신뢰구축에 힘써 나가기로 하였다”며 “금번 ARF 외교장관회의는 참가국 간 다양한 역내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되며, 우리 정부는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ARF 및 역내 평화ㆍ안보에 대한 기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장관은 5일 오후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약식회담을 가졌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장관은 5일 오후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약식회담을 가졌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외교장관은 전날 한일 외교장관회담에 이어 5일 오후 안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미국 국무장관과 약식회담을 하고, △한미 관계, △북한·북핵 문제, △지역 및 글로벌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협의했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양 장관은 한미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서, 아세안과의 협력을 포함하여 인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공조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재확인하였다”면서 “양 장관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며, 인태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하였다”고 전했다.

4일 만찬장에서 마주친 남북 대표들. 박진 외교부장관(오른족)은 안광일 대사와 인사를 나눴다. [사진 제공 - 외교부]
4일 만찬장에서 마주친 남북 대표들. 박진 외교부장관(오른족)은 안광일 대사와 인사를 나눴다. [사진 제공 - 외교부]
한-베트남 외교장관 회담 모습. [사진 제공 - 외교부]
한-베트남 외교장관 회담 모습. [사진 제공 - 외교부]

박 장관은 한-호주 외교장관회담을 비롯해 다양한 양자 회담과 접촉을 가졌으며, 4일밤 갈라만찬에서는 안광일 북 대사와도 인사를 나눴다. 또한 ‘제12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였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EAS 외교장관회의에 대해 “미·중·일·러 등 역내 주요국 외교장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박 장관은 아세안의 역할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평화·번영 및 규칙기반 질서 수호에 기여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박진 장관은 귀국하자마자 8-10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青岛)를 방문,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달 탐사선 ‘다누리’, 팰컨9과 분리돼 달 전이궤도 진입 중

등록 :2022-08-05 08:58수정 :2022-08-05 09:24

5일 오전 8시8분 발사 40분 뒤 발사체와 분리
5분 뒤 달 전이궤도 진입하고 15분 뒤 첫 교신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5일 오전 8시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돼 넉달 반 동안의 ‘우주여행’에 돌입했다. 케이프커내버럴/공동취재기자단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5일 오전 8시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돼 넉달 반 동안의 ‘우주여행’에 돌입했다. 케이프커내버럴/공동취재기자단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5일 오전 8시8분 발사된 지 40분 만에 발사체인 팰콘9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돼 넉달 반 동안의 ‘우주여행’에 돌입했다.

 

다누리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 기지에서 애초 예정된 시각(현지시각 현지시각 4일 오후 7시8분)에 스페이스엑스의 팰컨8 발사체에 실려 발사됐다. 다누리는 넉달 반 동안 우주를 여행해 오는 12월16일 달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발사체 분리정보를 분석해 오후 1~2시께(발사 5~6시간 뒤) 다누리가 목표한 달 전이궤적 진입에 성공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누리가 오는 12월 성공적으로 달에 도착해 탐사 임무를 시작하면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7번째 달 탐사국이 된다.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5일 오전 8시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있다. 케이프커내버럴/공동취재기자단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5일 오전 8시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있다. 케이프커내버럴/공동취재기자단

다누리는 발사 뒤 40분23초(2423초)에 달 궤도선이 분리됐으며, 4분30초 뒤(발사 44분53초 뒤)면 달 전이궤도에 진입한다. 이때 위치는 지구에서 1655㎞ 떨어진 곳이다. 이때부터는 궤도선에 탑재된 컴퓨터의 자동프로그램이 작동하기 시작해 태양전지판이 펴지고, 약 6분 후(발사 51분 뒤)에는 태양을 지향하도록 궤도선의 자세를 잡은 뒤 태양전지판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다시 약 10분 후쯤(발사 60분 뒤)에는 지구 지상국과 최초로 교신을 하게 되며 항우연 지상국은 달 궤도선 점검에 들어간다. 지상국은 이후 궤도선과 통신을 하면서 4개월 반 동안 탄도 달 전이방식(BLT) 궤적을 따라 항행할 수 있도록 궤적 보정 기동을 여러 차례 해야 한다.

 

다누리는 달 전이궤도를 따라 4개월 반 동안 우주여행을 한 뒤 올해 12월16일께 달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때부터 보름 동안 달 상공 100㎞에서 달 극지방을 지나는 원 궤도에 진입하는 과정을 거친 뒤 내년 1월부터 시운전 운영에 들어간다. 탑재체들이 제대로 동작하는지 점검하고 각종 광학탑재체들의 영상들이 제대로 촬영되는지도 점검해 보정작업을 해야 한다. 점검이 완료되면 다누리는 내년 2월부터 12월 말까지 하루 12번씩 달을 돌면서 달 관측과 다른 과학기술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근영 기자, 케이프커내버럴/공동취재기자단 kylee@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고려대가 노동자 외면할 때 학생들은 한걸음에 달려갔다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다] ② 고려대 교지 '고대문화' 편집위원회 박기영(가명) 인터뷰

안예린 청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  기사입력 2022.08.05. 09:13:05

 

'학생회관 앞 불법시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연세대학교 에브리타임(학내 커뮤니티)에 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학내 청소노동자들의 시위를 미신고 집회로 고발하고 638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세 명의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수많은 언론사가 취재하기 시작하면서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소식도 같이 알려졌다.

고발한 학생 3명의 이야기에 언론이 떠들썩한 것과 대조적으로 학내 노동자 투쟁에 꾸준히 연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주목받지 못했다. 학생운동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고들 말하지만, 자신이 속한 학교를 쓸고 닦고 지키는 노동자들을 같은 학내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사실 끊긴 적이 없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와 청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가 함께 주관하여 각 학내 학생들의 목소리가 연결될 수 있는 네트워크인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청년학생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연세대, 고려대, 서울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에서 '우리 학교'의 투쟁뿐만 아니라 대학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보자고 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글로 담는다.(필자) 

학교의 주인은 노동자라고 외치는 학생들 

22일간의 학교 본관 철야농성 끝에, 고려대학교 청소·경비·주차 노동자들이 투쟁 승리를 이루어냈다. 노동자들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본관의 문을 두드렸을 때, 학교는 문을 걸어 잠그고 열어주지 않았다. 학교는 노동자들을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학생들은 도리어 학교의 주인은 노동자들이라고 외쳤다.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에 가장 먼저 달려온 이들은 바로 고려대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당번을 짜고 본관에서 노동자들과 밤을 함께 보냈다. 그들 중에 기영이 있었다. 투쟁 소식을 들은 기영은 학교 본관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기영의 어렸을 적 꿈은 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애초에 경력단절이 잘 없는, 결혼과 육아라는 것이 내 진로를 막지 않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때 기영이 꿨던 '교사'라는 꿈은 그가 그 나이에 파악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2016년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기영은 주변에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과 함께 잘못된 것에는 문제를 제기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원래 기영이 다니던 학교는 두발규정이 자유롭고 교복을 수선해서 입는 것이 허용되던 곳이었다. 교장선생님이 바뀌면서 학교 내 불필요한 규정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자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관행으로 굳어지면 더더욱 바뀌기 어려운 규정들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규정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자보를 써 붙이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이 적절하지 않은 발언을 할 때 바로 손을 들고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2017년도에 박근혜 정권의 탄핵을 요구하는 바람이 불었다. 기영은 그 바람에 휩쓸리기보다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17년도에 박근혜 탄핵 집회가 있었잖아요. 그걸 참여하게 되면서 실제로 뭔가 나라의 대표라는 대통령이 하나 없어지는 것이 내가 겪고 있는,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로는 부족하겠다. 그렇다면 세상이 바뀌려면 뭐가 필요할까? 이런 고민이 들었어요." 

그때 기영은 오랫동안 간직해온 교사라는 꿈을 포기하게 되었다. 

"아 내가 나를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내 장래를 구성해왔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때 당시에 박근혜 탄핵과 함께 있었던 사회운동의 요구들을 보게 되고, 페미니즘도 한 축으로 보게 되면서, 이 문제들이 함께 변해야 내가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영은 이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력단절이 되지 않는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게 되었다. 대신,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 세상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고민을 계기로 노동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던 고려대 본관에 학생들이 찾아와 투쟁발언하며 연대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나의 운동이 만들어지는 과정 

대학교에 입학하고 학생운동을 시작하면서 기영은 자신이 돌진하는 트랙터 같았다고 말했다.

"왜 사람들이 운동을 안 하는지 그걸 이해하는 데 1년이 걸렸어요.(웃음) 왜 다들 운동을 안 하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 당장 운동을 하지 않고 뭐하는 거야?" 

2019년에 기영은 대학에 입학했다. 19년도에는 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다. 톨게이트 투쟁이 있었고, 신영프레시젼 투쟁이 있었다. 기영은 그들의 투쟁 속에서 구조적인 여성 혐오를 읽어냈다.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 찾아가 연대했다. 

각각의 투쟁을 묶어내어 학내 인권부스를 통해 여성 노동과 관련된 사업을 펼쳤다. 학회에서 세미나를 구성하여 토론을 진행하고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학생들이 종종 학회에 가입하기도 했다. 그 학생들과 만나 관계를 맺고 서로를 설득해나가는 과정도 하나의 운동이었다. 

학내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에 결합한 것은 올해부터였다. '고려대 청소·주차·경비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대책위원회'를 통해 학내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모여 간담회를 개최하고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학생들도 이 투쟁에 연대하고 지지한다, 원청인 학교가 책임있게 나서라'라는 내용의 자보를 작성하고 학교의 곳곳에 붙였다.  

학내 교지인 '고대문화'에서 기영은 학생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매일 진행하던 중식 집회에서 투쟁의 모습을 촬영하고 교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투쟁 현장을 생중계했다.

기영은 학생운동을 하면서 자신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하나의 투쟁, 하나의 운동을 무조건 지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나만의 입장을 가져야겠다고 배우게 되었다. 

"저는 언제나 투쟁에 참여할 때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하려고 해요. 우선 일이 터지면 몸이 무조건 먼저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투쟁의 내용에 대해서는 나만의 기준에 따라서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내 노동자들의 투쟁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운동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관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학생으로서 참여하고 있는 이 운동이 정말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그러나 기영은 그런 질문과 비판을 하는 것이 당장 이 운동에 결합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한마디가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이유에서라도 결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영은 오늘도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한다. 

▲고려대 학생들이 학내 청소·주차·경비노동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학생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내 주변에서의 변화가 피우는 불씨 

돌진하는 트랙터 같은 그녀도 노동운동에 대한, 집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자주 마주한다. 고등학생 때에도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왔다.

"고등학생 때에는 그런 사람이 싫었어요. 왜 바뀌지 않을까? 왜 그럴까? 그런데 대학에 와서 느끼게 된 것이, 그것도 하나의 주장이고 의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혐오라고 말하기보다 그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맥락을 이해하는 게 운동에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기영은 강하다. 그런 사람들이 백만 명, 천만 명이 있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그런 시선에 별 신경을 안 쓰는 성격인 것 같기도 해요(웃음)." 

기영은 '세상이 바뀔 수 있다'라고 당당히 말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세상은 바뀔 수 없다'라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바뀌는 것부터가 세상을 바꾸는 시작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려대 노동자들과 함께 학교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투쟁이 승리하는 것을 눈앞에서 봤다. 학회에 새로 들어온 학생에게 세상을 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그 사람이 변화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 어려운 시대이지만, 세상이 바뀐다는 것의 의미를 꾸준히 고민하고 활동해 나가는 것이 기영의 새로운 꿈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을지프리덤쉴드, 국가총력전은 전시 신속전환 위한 국가총동원 체제

겨레하나,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촉구 기자회견 개최

  • 기자명 노희준 통신원 
  •  
  •  입력 2022.08.04 19:24
  •  
  •  수정 2022.08.04 19:27
  •  
  •  댓글 0
겨레하나는 4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노희준 통신원]
겨레하나는 4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노희준 통신원]

사단법인 겨레하나(이사장 조성우)는 8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을지프리덤쉴드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세계 최대규모 전쟁연습인 한미연합군사연습 ‘을지프리덤쉴드’ 훈련을 ‘작전계획 5015’에 따라 선제타격이 포함된 공격형 군사훈련으로 규정하고, 훈련이 시작되면 한반도와 주변국들의 군사적 긴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 경고했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에서 군사력 밀집도가 가장 높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사소한 충돌도 큰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을지프리덤쉴드’ 훈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노희준 통신원]
기자회견에서는 ‘을지프리덤쉴드’ 훈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노희준 통신원]

발언자로 나선 함재규 민주노총 금속노조 통일위원장은 “고착화된 분단과 불평등한 한미관계에서 오는 민중들의 피폐화된 삶은 온전히 우리 국민의 몫이 되었다”며, “더 이상 우리 국민을 전쟁도구로 사용하지 말라, 더 이상 이 땅 한반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만들지 말라“고 호소했다.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함재규 민주노총 금속노조 통일위원장. [사진 - 통일뉴스 노희준 통신원]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함재규 민주노총 금속노조 통일위원장. [사진 - 통일뉴스 노희준 통신원]
을지프리덤쉴드 훈련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하는 박삼성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장. [사진 - 통일뉴스 노희준 통신원]
을지프리덤쉴드 훈련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하는 박삼성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장. [사진 - 통일뉴스 노희준 통신원]

박삼성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장은 “8월에 예정된 을리프리덤쉴드는 과거 을지프리덤가디언 형태의 재탕”이라며, “과거 을지프리덤가디언은 군사연습과 정부 연습의 결합형태로 2018년 비핵화 협상을 위해 중단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연습이란 재난과 전쟁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응능력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렇다면 현재 국가적 위기는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박삼성 위원장은 “과거 미소 냉전시대에도 미소 정상이 만나 전략무기 제한협상을 시작했고, 중국과 미국도 핑퐁 외교를 통해 데탕드 시대를 열었다. 남북은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을 통하여 상호 적대적 행위의 중단을 약속했고, 북미도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전쟁연습을 통한 대결이 아니라 대화를 통화 평화연습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을지프리덤쉴드’ 훈련의 위험성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을지프리덤쉴드 훈련의 위험성에 대해 발언하는 김민웅 서울겨레하나 대표. [사진 - 통일뉴스 노희준 통신원]
을지프리덤쉴드 훈련의 위험성에 대해 발언하는 김민웅 서울겨레하나 대표. [사진 - 통일뉴스 노희준 통신원]

김민웅 서울겨레하나 대표는 “국가총력전은 전시체제로의 신속한 전환을 위한 국가총동원 체제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며, “왜 우리가 전시체제로 전환되어야 하는가”라고 성토했다.

김 대표는 지난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동북아시아 전체를 전쟁체제로 전환하기로 획책했다며, 이번 미 하원의장 펠로시의 방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을지프리덤쉴드’ 훈련이 “한반도 안보를 빌미로 진행되는 대북, 대중국 선제타격 연습”이며, 이는 “동북아시아 전체를 화약고로 만들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특히,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의 대결 체제에서 총알받이가 되는 상황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STOP UFS" 딱지를 붙이는 퍼포먼스. [사진 - 통일뉴스 노희준 통신원]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STOP UFS" 딱지를 붙이는 퍼포먼스. [사진 - 통일뉴스 노희준 통신원]

이 날 기자회견은 군복을 착용하고, 소총을 든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STOP UFS" 딱지를 붙이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기자회견문(전문)

한반도 평화위협하는 ‘국가총력전’급, 선제타격연습 반대한다!

국방부는 새 훈련명 ‘을지 프리덤 쉴드’(Ulchi Freedom ShieldㆍUFS)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오는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진행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시뮬레이션 방식으로만 진행해온 ‘연합지휘소훈련’(CCPT, 2019~2021년) 대신, 과거 ‘을지 포커스 렌즈’(UFL, 1976~2007년),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2008~2018년)’을 계승하여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정상화’한다는 차원에서다. 이번 훈련에는 연합 야외기동훈련 등 11개의 훈련이 포함되며, ‘을지프리덤쉴드’라는 명칭으로 국가총력전 개념의 전구급 훈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미 당국은 또한 내년 2023년에는 연대급 이상 대규모 해병대 연합상륙 훈련을 위한 실무 협의도 진행 중이라고도 밝혔다. 2018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되었던 해병대 연합상륙훈련 ‘쌍룡훈련’이 5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을지프리덤쉴드’ 훈련을 시작으로 때마다 한미 간 대규모 연합훈련들이 차례로 복구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한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29일, 한미정상회담의 후속 조치 차원에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개최에 합의하고, 연내에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도 진행하기로 했다. 한반도 부근에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자산이 상시 전개될 것이라는 의미다.

세계 최대규모 전쟁연습인 한미연합군사연습은 때마다 전쟁위기를 고조시켜 왔다. 당국은 연례적인 방어 훈련이라고 해왔지만, 한미연합군사연습은 작전계획 5015(Operational Plan 5015)에 따른 훈련이며, 작전계획 5015가 선제타격과 참수작전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어적 훈련으로 볼 수 없다. 명칭을 ‘을지프리덤쉴드’로 바꾼 한미연합연습이 시작되면 과거에도 그랬듯, 가뜩이나 긴장된 한반도와 주변국들의 긴장이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임박한 가운데, 최근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의 군사적 긴장까지 높아지고 있어, 공격형 군사훈련에 대한 우려는 더 크다. 세계에서 군사력 밀집도가 가장 높은 한반도,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의 사소한 충돌도 큰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한미간 진행되는 모든 연합 훈련들의 범위가 단지 한반도가 아니라 대중국, ‘인도-태평양’에 있음을 공공연히 밝혀 왔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천만하다.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적대의 악순환을 끊지 않으면, 한반도 위기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힘에 의한 안보’가 아니라 적대의 중단이야말로 평화의 입구이자, 시작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위험천만한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중단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위협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한다!
선제타격 전쟁연습 을지프리덤쉴드 훈련 중단하라!
한반도 전쟁위기 부르는 ‘국가총력전’ 급 전쟁연습 반대한다!
윤석열 정부는 선제타격 전쟁연습 중단하라!

2022년 8월 4일
겨레하나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반대'로 대동단결, 그 어려운 일을 교육부 장관이 해냈다

[넥스트브릿지] 초등학교 입학 연령 만5세 하향, 공론화 아닌 폐기가 정답

22.08.05 05:12l최종 업데이트 22.08.05 08:55l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최근 취학연령 하향 관련 논란이 일자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없는세상, 전국학부모단체현합 등 학부모 단체를 초청해 긴급 간담회를 열고 있다.
▲  최근 취학연령 하향 관련 논란이 일자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없는세상, 전국학부모단체현합 등 학부모 단체를 초청해 긴급 간담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교육 분야는 영역별로, 단계별로 세분화되어 있다 보니 특정 정책을 바라보는 주체들의 관점에 차이가 큰 편이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반대하거나 모두가 찬성하는 정책을 찾기 어렵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대 하향의 경우, 여러 교육 주체와 단체들이 100%에 가까운 반대 입장을 동일한 목소리로 내고 있다는 점에서, 대동단결하는 데 교육부 장관이 기여하였다.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겠다는 안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대통령실과 교육부는 공론화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한발 물러섰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공론화의 가치가 거의 없다. 8월 초 강득구 의원실에서 13만 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의 만 5세 하향에 대해 응답자의 97.7%가 반대하였다.

정책 추진 절차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98%가 부정적으로 응답하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복수 응답으로 물어본 결과, 학부모 등 당사자의 의견 수렴을 하지 않은 점(79.1%), 국가·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점(65.5%), 교육계의 의견 미수렴(61%) 순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을 2018~2022년생 25%씩 분할해 입학하는 것(한해 125%씩 입학)에 대해서도 97.9%가 반대를 하였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학생 발달단계에 맞지 않은 점(68%), 영유아교육 시스템의 축소 및 붕괴(53.3%), 조기교육 열풍으로 사교육비 폭증 우려(52.7%) 순으로 나타났다.


입학 연령 하향 시 사회진출이 빨라져 긍정적인 정책효과가 나온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97%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이 설문 결과는 정책의 목적과 절차, 대안, 방향에 대해 공감대 형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정책 추진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책은 3분 컵라면처럼 뜨거운 물만 부으면 뚝딱 나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충분한 연구를 통해 선행연구 분석, 현황 파악, 주체들의 요구 분석, 사례 분석, 예상되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 중장기 추진 계획 등이 정리되고, 공론의 작업을 거쳐야 한다. 관련 부처들의 이해관계가 충돌 지점을 발견하고 조정해야 한다.

정책을 환영하는 집단과 반대하는 집단의 사전 조율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방안은 그야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 나온) 정책이었다. 그 흔한 공청회나 토론회도, 연구보고서도 없었다. 대선 공약이나 국정과제 목록에 있지도 않았다. 추진 근거와 동력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장관은 보고하고, 대통령은 신속 추진을 지시하였으니 일은 더욱 꼬였다.

어느 정도 찬반의 균형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공론화가 추진되어야 하는데,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사안을 국민 세금을 들여 추진해야 할 이유가 없다. 공론화가 아닌 즉각 폐기가 답이다.

특정한 정책의 창이 열리려면, 그것이 문제라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야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문제 인식과 대안이 결합된 상태에서 정치를 만나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추진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안을 보면, 정치만 존재할 뿐 문제 인식과 대안이 없다. 정책 추진의 목적이 저출산 문제 해결인지, 예산 경감인지, 돌봄 기능의 공교육 흡수인지, 유보통합을 위한 포석인지 알 길이 없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의 연령대별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았다. 어린이집 및 유치원의 생활 문법과 초등학교의 그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어린이들의 신체, 정서, 인지 발달 상황을 고려하여 공간이나 시간, 교육과정이 설계된다.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돌봄을 명분 삼아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인하하게 되면,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조기입학이 제도상으로 가능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사례는 계속 줄고 있다.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식이면 충분하다. 교육은 복잡계이다. 단순히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정책을 투입하면,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된다는 인과론적 접근이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러한 단순 접근은 부작용의 연쇄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사회 진출 연령을 앞당기면 취업이 빨라지고, 자연스럽게 결혼과 출산이 빨라진다는 가정하에 방안이 설계된 것 같기도 하고, 돌봄 수요를 초등학교에서 조기 흡수하겠다는 관점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하다. 또는, 어린이들의 한 연령대를 유아교육에서 초등으로 옮기면, 자연스럽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들어가는 누리교육과정 관련 예산을 줄일 수 있는 관점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하다.

왜 이 정책을 추진하는가에 대해서 해석은 분분한데, 명확한 이유를 알기 어렵다. 정책 추진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공론화 추진해야 할 이유가 없다
 
큰사진보기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에 속한 학부모 단체 참가자와 전교조 조합원 등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 집회에 참석해 공론화 과정 즉각 중단 및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 하고 있다.
▲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에 속한 학부모 단체 참가자와 전교조 조합원 등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 집회에 참석해 공론화 과정 즉각 중단 및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공론화가 아닌 정책 폐기 내지는 백지상태 선언이 필요하다. 찬성하는 집단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공론화를 추진해야 할 이유가 없다. 예산과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만약 공론화를 하려면, 해묵은 과제였던 유보통합을 주제로 삼아야 한다. 유보통합은 그 당위성에 공감하지만, 부처 간, 주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면서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 대선 공약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보통합은 논의해볼 만한 주제이다. 유아나 어린이들의 성장에 무엇이 도움이 되는가를 따져봐야 하고, 특히 학부모나 시민의 관점에서 과감하게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유보통합이 어렵다면, 기능별 역할 분담도 검토해볼 만한다. 0~3세는 보육의 관점을 갖고 어린이집에서, 4~5세는 유아교육의 관점을 갖고 유치원에서 나누어 맞는 방법도 포함하여 논의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학제 개편의 경우, 유아교육을 무상교육으로 흡수하면서 초등학교 입학 전 단계에 K1 내지는 K2 학년제를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이는 유보통합과 연결된 주제이기도 하다. 돌봄의 질 제고와 모델 다양화 역시 공론화의 주제로 삼을만하다.

돌봄의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초등학교의 개별 단위에서는 인력과 예산 등의 한계가 작용하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의 관점에서 지자체와 교육청, 시민사회가 협업을 하여 풀어가야 한다. 단일 모델보다는 지역과 학교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유보통합이라든지 돌봄 강화는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추진해야 한다. 집토끼를 먼저 잡아야 한다. 집토끼를 잡지 않고, 산토끼를 잡으려고 하니 정책 스텝이 꼬이고 있다.

* 필자 소개: 김성천은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과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현재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학습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무엇인가>(공저), <소환된 미래교육>(공저), <교육자치시대의 인사제도혁신>(공저)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중앙일보 “尹 중국 눈치보나, 文정부와 다르지 않아”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2.08.05 07:50
  •  
  •  댓글 2
 
 

아침신문 솎아보기] 당 대표 제도 없애자는 동아 “시대에 뒤처진 제도, 원내대표로 일원화” 
코로나 대응 ‘과학방역’에서 이번엔 ‘표적방역’, 알맹이 없이 말만 요란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오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전화통화를 했다. 대통령실은 당초 두 사람의 만남에 선을 그었지만 ‘깜짝 만남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만남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가 다시 ‘조율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윤 대통령이 동맹국 의회 수장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중국 눈치보기, 의전 혼선 등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이긴 당과 패배한 당이 모두 비상상황을 선포했다. 현재는 당 대표 자리를 두고 다투는 가운데 특히 여당에선 혼란이 가속화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아예 당 대표 제도를 없애자는 제안을 내놨다. 차기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당 대표 선출에 진통을 겪는데 해외 선진국에선 당 대표 제도가 없다는 점을 거론했다. 

윤석열 정부가 ‘과학방역’에 이어 ‘표적방역’을 내놨다. 사실상 각자도생 아니냐며 코로나 대응에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듣기 좋은 이름만 내놓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표적방역’ 역시 알맹이가 없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지난 4일 코로나 위중증 환자가 300명이 넘으며 최다를 기록했고 이달 중 20만명 수준으로 일일 확진자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5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 5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신냉전 격화 상황, 의전 혼선 드러낸 대통령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끝내자 중국은 대만을 포위한 채 주변 해역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사실상 무력시위에 돌입했다. 신냉전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이 한국을 찾은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고,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났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한 뒤 일본으로 떠났다. 

펠로시 의장과 윤 대통령이 만나지 않고 전화통화만 한 것을 두고 다수 언론에선 ‘중국 눈치보기’, ‘의전 혼란’이나 ‘결례’라는 등의 해석을 함께 전했다.  

경향신문 3면 “윤 대통령·펠로시 면담 불발에…‘중국 의식’ ‘휴가 때문’”
동아일보 4면 “尹-펠로시 ‘동맹 발전 협력’…美-中입장 고려해 면담 대신 통화”
서울신문 3면 “펠로시 영업 홀대·면담 불발 논란…‘中 의식’ ‘외교 결례’ 갑론을박”
조선일보 3면 “공항엔 아무도 안나오고…방문국 중 유일하게 정상도 못 만나”
한겨레 4면 “펠로시 ‘부실 의전’ 논란에…대통령실 ‘미국쪽이 사양’”

▲ 조선일보 5일자 3면 사진기사
▲ 조선일보 5일자 3면 사진기사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한미 동맹을 강조하던 현 정부가 제대로 의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 신문은 “펠로시 의장은 한미 동맹을 강조했지만 3일 밤 그의 입국 당시 우리 측 의전은 이와 동떨어진 모습”이라며 “펠로시 의장이 경기 평택 오산 기지에 도착할 당시 국회와 정부 관계자 아무도 영접을 위해 공항에 나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펠로시 의장이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할 당시에는 대만 외교부 장관 등 주요인사들이 공항에 나와 영접했다”고 비교했다. 

국회 측은 “공항에 의전을 나가지 않기로 미국 측과 사전협의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그렇다고 해도 우리 경제 안보의 핵심 동맹국의 서열 3위 인사가 방문하는데 그 손님을 맞으러 간 국회 인사나 정치인이 단 한사람도 없었다는 것이 잘한 일인가”라며 “이 어이없는 일은 지금 여야가 제각각 심각한 내분에 빠져있는 우리 정치 상황을 보여주는 한 장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두고 혼란인 상황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전당대회 중인 것을 가리킨다. 

▲ 5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 5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중앙일보는 사설 “동맹 강화 외치며 펠로시 안 만난 윤 대통령”에서 중국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을 비중있게 전했다. 이 신문은 “박진 외교부 장관이 곧 중국을 방문하기로 한 마당에 중국과 껄끄러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며 “만일 그랬다면 당당한 외교를 표방해 온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에 맞지 않을뿐더러 미국과 중국 양측 모두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외교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설령 중국을 의식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일”이라며 “자칫 한미 동맹에 묘한 균열이 생길 수도 있고 이런 일이 쌓이면 윤석열 정부도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점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에서 펠로시 의장을 만남을 추진된다는 보도를 인정했다가 다시 말을 번복한 것 등을 두고 미숙한 대응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경향신문은 사설 “펠로시 방한 둘러싼 ‘오락가락 외교’와 미숙한 대응”에서 “일관성을 갖고 신중하게 준비했다면 무난하게 마무리될 수 있는 외교 행사였지만 정부와 국회는 대통령 면담 여부 및 의전 문제 등을 놓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노출해 비판을 자초했다”며 “한미동맹은 외교의 중요한 축인데 형식을 둘러싸고 벌어진 소동은 한국 외교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준 씁쓸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당 대표 제도 없애자는 동아

동아일보는 사설 “시대에 뒤처진 당 대표 제도, 더 이상 필요한가”에서 “미국과 프랑스는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제 국가지만 미국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중앙당도 없고 당 대표도 없다. 프랑스는 중앙당은 있지만 당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지도자, 즉 당수는 주로 원내대표”라며 “(한국의) 여당 대표가 국정 운영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맞서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파고들어 가 보면 공천제도나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과 무관치 않다”라고 했다. 

▲ 5일 동아일보 사설
▲ 5일 동아일보 사설

 

현재 여당의 상황과 야당의 상황을 동등하게 비교한 점은 다소 무리하긴 한데 이 신문은 야당의 전당대회도 함께 문제 삼았다. 이 신문은 “제1 야당은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가 차기 총선의 공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당 대표 선출에 진통을 겪고 있다”라며 야당도 당 대표를 두고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진통이 있는지, 제시하진 않았다. 오히려 정치권에서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흥행하지 못하며 주목받지 못하는 쪽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동아일보는 “입법은 원내 의원들을 통해 이뤄진다”며 “정당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운영될 때 비로소 민생을 위한 입법에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진국에서 당을 이끄는 지도자는 원내대표 역할을 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쌓아간다”며 “우리나라처럼 원외 세력에 크게 의존해 당의 대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렇게 선출된 당 대표가 입법 활동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선거 공천 같은 일을 주로 하니 당 대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정당은 쉽게 권력투쟁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의원이 아닌 원외 인사인 점을 고려한 주장이다. 

이 신문은 “선진국 정당에서 비대위 체제라는 걸 들어본 적이 없는데 우리나라는 선거에서 졌다 하면 비대위 체제”라며 “당 대표는 그나마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만 비대위원장은 검증도 되지 않은 명망가들이어서 민주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니 비대위니 하는 것이 어느새 시대에 뒤처진 느낌을 준다”며 “미국처럼 중앙당을 없애자는 주장도 나오는데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중앙당의 권한을 전국위원회에 더 많이 위임하고 당 대표 자리를 원내대표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엔 ‘표적방역’, 알맹이 없는 방역책?

4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주5일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역 지침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과학방역이라더니 각자도생하라는 것이냐’ 등의 질타가 이어지자 내놓은 대책이다. ‘과학방역’이 비판을 받자 이번엔 ‘표적방역’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 5일자 서울신문 만평
▲ 5일자 서울신문 만평

 

세계일보는 사회면 “소통만 강화…알맹이 없는 방역책 되풀이”란 기사에서 “정부의 소통 강화 방침에도 알맹이 없는 기존 정책의 ‘재탕’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방대본이 강조한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방역 강화와 밀접한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등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방역 조치들이고, 이전 정부에서도 강조해왔던 것들”이라고 보도했다. 

또 세계일보는 “백신 접종과 치명률의 상관관계, 고위험군 보호 중심의 방역 등 지난 정부 때부터 제시해온 근거와 대책을 되풀이하는데 그치고 있다”며 “새로운 대안 없이 ‘과학방역’과 ‘표적방역’처럼 이름만 바꾸는 것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표적방역은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곳을 집중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일보는 사설 “이번엔 ‘표적방역’, 바뀐 건 없는데 말만 요란”에서 “정부 출범 초 내세웠던 과학방역은 차별화한 내용이 없다는 지적에 ‘과학적 위기관리’로 불러 달라는 모호한 태도로 넘어갔다”며 “개인 스스로 방역수칙을 지키자는 자율방역은 격리자 생활지원비를 축소하면서 ‘각자 도생 방역’이 돼 버렸다. 격리도 검사도 회피하는 숨은 감염자를 늘렸다는 비판마저 받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정부 출범 100일 안에 다중이용시설 환기설비 기준을 마련하고 근거 중심 생활방역체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약속도 아직 소식이 없다”며 “최근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정부가 ‘코로나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이 29%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대통령에게 이 역시 ‘별로 의미 없는’ 수치인가”라고 꼬집었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news@mediatoday.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통령실, ‘건진법사’ 의혹에 “어떤 정부에나 있는 현상”

등록 :2022-08-04 09:39수정 :2022-08-04 11:07

대통령 지지율 20%대 하락 이유
사적채용·관저 공사 특혜 의혹에
“악의적 프레임 공격”으로 돌려
윤석열 대선 후보 부부와 친분이 있는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아무개(61)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국민의힘이 2022년 1월18일 오전 그가 활동했다고 알려진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9층 남자화장실 들머리에 ‘네트워크본부’ 관계자들 명함이 가득 담긴 쓰레기봉투가 놓여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윤석열 대선 후보 부부와 친분이 있는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아무개(61)씨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국민의힘이 2022년 1월18일 오전 그가 활동했다고 알려진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9층 남자화장실 들머리에 ‘네트워크본부’ 관계자들 명함이 가득 담긴 쓰레기봉투가 놓여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원인을 “일부 야당이 악의적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는 탓으로 돌렸다.

 

강 수석은 4일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실에서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상황을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에 “여러 대외적 여건들이 만만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탈원전 폐기 등 원전 생태계 조치 복원, 청와대 개방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정치, 또 노동이나 연금 등 각종 개혁 조치 등을 추진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여소야대 상황에서 만만치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과 기대가 큰데 국민적 큰 기대에 대통령 비서진이나 내각이 충분히 부응을 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야당의 발목잡기를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강 수석은 “대통령 임기 초기에 여러 개혁 과제를 바로잡고 국정과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안팎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지금은 과제들이 제 자리에서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매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인적쇄신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공론화 없는 학제 개편·경찰국 신설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야권 요구에도 선을 그었다. 강 수석은 “(야당에서) 그분들을 찍었다면 그분들이 가장 야당이 싫어하는 개혁 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강 수석은 최근 건진법사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어떤 정부든, 어떤 선거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실질적인 문제가 어떤 것이었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또 그런 위험성이 있는지 등을 파악해서 그에 따라 처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관저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프레임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강 수석은 “관저나 지난번 나왔던 사적 채용 부분 등은 대통령실의 특수성과 보안, 국정 철학 등과 함께 맞물려 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 측면을 보고 ‘이것이 사적 채용이다, 사적인 인연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고 보는 것은 프레임 공격”이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신문들, 대통령 주변 이권개입 의혹에 “특별감찰관 임명해야”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2.08.04 07:58
  •  
  •  수정 2022.08.04 10:05
  •  
  •  댓글 5
 
 

[아침신문 솎아보기] 커지는 미·중 긴장에 내·외신 우려, 조선 ‘한미동맹해야’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 뒤 한국 도착 ‘초긴장’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강한 반발 속에 대만 방문을 강행한 데 이어 3일 밤 한국에 도착했다. 미-중 긴장 국면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 신문들은 1면 상단에 이를 다뤘다. 대다수 신문이 미중 간 전략 경쟁으로 인한 긴장이 군사 충돌로 비화할 것을 우려한 가운데 보수 신문들은 논조 차를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사적 인연과 관련된 이권개입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다수 신문이 4일 사설에서 정권 초기부터 대통령 주변에서 관련 의혹이 이어지는 상황에 특별감찰관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4일 경향신문 1면
▲4일 경향신문 1면
▲4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4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신중 외교 주문한 신문들… 조선은 “윤 대통령 만나야”


펠로시 의장은 2일 밤(현지시간) 대만에 도착한 뒤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대만과 세계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고 했다. 이어 입법원(의회)을 찾아 반도체 법안을 언급하며 “미국과 대만 반도체산업 협력에 좋은 기회”라고 발언한 뒤 텐안먼(천안문) 민주화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이자 위구르인인 우얼카이시와 2015년 중국 당국에 납치됐다 풀려난 랍윙키(린룽지) 등을 잇달아 접견했다.

중국은 즉각 대대적인 군사행동과 경제보복 조치에 착수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한밤중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긴급 초치(불러들임)했다. 이후 중국군은 펠로시 의장 도착 직후 대만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벌인 데 이어 4~7일 대만을 에워싼 형태로 6곳에서 실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대만에 대한 천연모래 수출과 일부 대만산 식품 수입을 중단시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있어야 할 조치는 모두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한다면 한다”고 말했다.

▲4일 중앙일보 1면
▲4일 중앙일보 1면

한국일보는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의 영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영해에 해당하는 12해리 이내에 군사활동을 자제해왔다”며 “그러나 펠로시 의장의 방문 직후 12해리 이내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 대만 영해를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남중국해 영유권 공고화 작업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국일보는 왕장위 홍콩시립대 교수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중국은 펠로시의 방문을 대만에 대한 통제령 강화에 활용할 것”이라며 “군용기의 대만 영공 진입이나 군함의 대만 영해 통과 등이 중국이 사용할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한 대만 언론은 대만 정부 쪽이 초청 철회 의사를 밝혔지만 펠로시 의장이 ‘이번이 아니면 적당한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고 했다.

▲4일 한국일보 1면
▲4일 한국일보 1면

3일 오후 대만 일정을 마친 펠로시 의장은 4일 한국에 도착했다. 펠로시 의장은 북한 핵실험과 인권 문제에 우려를 표할 것으로 신문들은 관측했다. 펠로시 의장은 4일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해 오후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3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가 이날 오후 만남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고, 이후 다시 ‘회동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간 최고조에 이른 긴장에 9개 일간지가 모두 이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대다수 신문이 기사 제목에서 미·중 간 갈등 국면에 초점을 맞췄다. 펠로시 의장의 중국을 직격한 발언과 중국의 군사 대응을 함께 전달하거나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미칠 파장을 언급했다. 기사와 사설에서도 대만해협 위기와 미·중간 충돌 가능성을 우려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제목을 ‘펠로시“中인권 최악” 차이잉원 “민주주의 수호”’로 뽑아 펠로시 의장이 밝힌 방문 목적을 그대로 전달했다.

▲4일 경향신문 5면
▲4일 경향신문 5면
▲4일 경향신문 4면
▲4일 경향신문 4면

신문들은 미국, 홍콩 등 외신의 우려도 전했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등은 홍콩 밍보가 사설에서 “미국과 중국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면서 “어젯밤은 세상을 바꾼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결과는 모든 당사자의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중 관계가 영원히 바뀌고 대만이 그 중심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류에도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것은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장기집권을 확정할 당대회를 앞둔 시진핑 주석이) 애국주의 여론을 결집하기 위해 대만에 대한 보복 조처의 강도를 높이고자 할 것이다. 자칫 미국이 직접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이 지역 긴장이 충돌로 이어질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와 수준이 다른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정부의 신중하고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4일 한겨레 사설
▲4일 한겨레 사설

보수신문들은 사설에서 펠로시 의장 방문에 일부 논조 차이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대치는 무역과 첨단기술을 넘어 전방위로 확장된 전략 경쟁이 어떻게 무력 충돌의 위기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원치 않는 외교 분쟁이나 갈등에 휘말리지 않도록 진중하게 접근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4일 동아일보 사설
▲4일 동아일보 사설
▲4일 조선일보 사설
▲4일 조선일보 사설

반면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에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고 했다. 조선일보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강조”했던 윤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대통령 주변 이권개입 의혹에 신문들 사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참여해 논란이 일었던 무속인인 전아무개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세무조사 무마와 인사 관련 청탁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계일보는 3일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씨가 최근 한 고위공무원에게 중견기업인의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하는 등 이권에 두루 개입하는 의혹이 불거져 대통령실이 해당 고위공무원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4일 세계일보 1면
▲4일 세계일보 1면

김건희 여사가 과거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할 당시 전시회를 후원한 업체가 최근 12억여원대 관저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맡아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대통령실 용산청사 건축 설계와 감리도 코바나컨텐츠 후원 회사가 맡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무속인 문제에 대해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실관계를 확인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원업체 논란엔 “공사 대금을 지급해 후원 관계가 아니다”라면서도 해당 업체가 공사에 참여했는지는 “보안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일보는 “과거 정부에서도 대통령과 주변 인사와의 친분을 등에 업은 이권 개입 시도를 제때 막지 못해 국정동력 자체를 뒤흔든 경우가 많았지만 대개 임기 후반부였는데, 지금은 막 출범 석 달도 안 된 시점”이라며 “현 정부에 권력 핵심부에 대한 적절한 감시와 사정기능이 없어서”라고 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은 지금이라도 관저 공사에 김 여사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전모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특별감찰관 임명 등 취약한 감시 시스템 확충도 더 늦춰선 안 된다”고 했다.

▲4일 한국일보 사설
▲4일 한국일보 사설
▲4일 세계일보 사설
▲4일 세계일보 사설

전씨 민원청탁 의혹 관련 보도를 내놓은 세계일보는 1면과 사설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이 시급하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벌써부터 이런 잡음으로 발목을 잡히다니 어이가 없다.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형사 처벌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대통령 가족과 사촌 이내 친·인척, 대통령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을 감시할 권한이 있는 특별감찰관 임명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도 “지금 대통령실에는 특별감찰관이 필요하다”는 사설을 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하청 싸움에 원청도 함께, 네이버노조 모델 꼭 성공시켜야"

[대우조선 파업이후②] 오세윤 네이버노조지회장 "하청 2500명 임금은 절반, 뭉쳐야 힘 커져"

22.08.04 05:31l최종 업데이트 22.08.04 05:31l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 노동조합 네이버 지회 오세윤 지회장. '공동성명'은 네이버 노조의 별칭.
▲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 노동조합 네이버 지회 오세윤 지회장. "공동성명"은 네이버 노조의 별칭.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원청 노동자가 하청 노조의 쟁의에 연대하는 건 도덕적으로 바람직해서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전체 노동자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에는 현재 40개 넘는 계열사·사내하청 업체가 존재한다. 거꾸로 본사 조합원들이 파업을 한다고 치자. 나머지 대다수 계열사·하청업체들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파업이 무슨 효과가 있겠나." –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이 하루라도 네이버를 쓰지 않는 날이 있을까? 하지만 네이버에도 사내하청이 있다는 걸 아는 이용자는 드물다. 네이버에는 5개의 사내하청 업체에 소속된 2500여 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있다.

스포츠 경기가 끝나자마자 네이버에 올라오는 하이라이트 영상들이 이들의 노동으로 탄생한다. 네이버 아이디·비밀번호를 잃어버렸거나 네이버에서 쇼핑을 하던 중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접수하고 해결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네이버 서버 운영과 보안 관리, 불법 게시물 처리 등도 이들이 맡고 있다. 그런데 이 5개 하청업체(그린웹서비스, 엔아이티서비스, 엔테크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 노동자들이 지난달 26일부터 쟁의에 들어갔다. 임금 인상과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전담기구 설치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다. 노조에 따르면 하청 노동자들의 신입 초임은 연 2400만 원 정도로, 평균 임금이 본사 노동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네이버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를 하고 있지만 하청이란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하청노조의 쟁의에는 본사 조합원들도 연대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2018년 설립 때부터 본사·계열사·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하나의 노조를 이뤘다. 오세윤(40)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네이버지회장은 "하청업체들이 하는 업무를 보면 사실상 본사 내의 부서와 다름 없는데도 회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이들을 분사시켜 하청 용역계약을 맺고 있다"라며 "하청 노동자들도 똑같이 네이버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그 과실을 분배 받는 데 있어선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지회장은 "지금의 구조에선 원청·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연대하지 않는 한 전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어렵다"라며 "본사와 사내하청업체 조합원이 함께 구성된 네이버 노조 모델이 꼭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사 소속인 그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청 노동자들은 아무리 감옥에 몸을 가두고 단식을 해도 원청을 만날 수 없지 않나"라며 최근 사회적 관심을 받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을 언급하기도 했다.

오 지회장을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에 있는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네이버에도 사내하청이... 2500명 노동자, 본사 임금의 절반 수준"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 그린웹서비스, 엔아이티서비스, 엔테크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가 쟁의에 돌입한 이유가 뭔가.

"본사 노동자들과 비교했을 때 이들에 대한 차별적인 처우가 심해지고 있어서다. 이 업체들은 네이버의 손자회사이면서 네이버와 용역계약을 맺고 있는 전형적인 사내하청이다. 네이버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 네이버아이엔에스가 다시 이들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이곳 노동자들의 신입 초봉이 연 2400만~2500만 원 정도인데, 본사 노동자들과 200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연봉 인상률도 높지 않아 평균적으로 임금이 본사의 절반 이하다. 그 격차는 매년 더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요구는 네이버 본사 노동자들의 연봉인상률 10%, 통신비 명목의 개인 업무지원비 15만 원 증액을 하청 노동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하자는 것이다. 간단하다. 네이버의 성장에 똑같이 기여했으니 인상분도 같게 하자는 거다.

네이버는 최근 코로나 이후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우리의 계산으로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5일분이면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복지 인상분을 충당할 수 있다(지난해 네이버 영업이익은 1조3255억 원, 전년 대비 9.1% 증가). 하지만 회사는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조정까지 갔지만 결렬돼 쟁의에 이르게 됐다."
 
- 임금 외에 원·하청 처우 차이도 있나.


"휴가 차이도 크다. 네이버 본사엔 3년 근무하면 15일씩 발생하는 '리프레시' 휴가라는 게 있다. 2년 전 단협 때 생긴 건데 하청업체들에게는 부여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휴가도 본사는 이틀인데 하청은 하루다. 본사에 비해 연차 사용도 자유롭지 않다.

통신비를 지원한다는 취지의 개인 업무지원비도 현재 하청업체엔 없다. IT 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통신비 쓸 일이 많지 않나.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하청 노동자는 업무에 필요한 통신비도 자비로 하라는 것인가. 본사 노동자들은 그간 개인 업무지원비로 15만 원을 받았는데, 올해 교섭으로 15만 원을 인상하기로 했다. 그 15만 원 인상분을 하청 노동자들에게도 지급하라는 것이다. 기존의 차별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더라도, 교섭해서 얻은 결과물은 원청이나 하청이나 똑같게 하자는 거다."

- 노조가 요구하는 것 중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기구 설치'도 있더라. 지난해 5월 네이버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올해 교섭을 통해 네이버 본사에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하청업체의 기구 설치에 대해선 '각 법인이 독립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 버티고 있다. 그러니 하청업체들도 나서지 않는다. 네이버는 평소 정보보고 등 리스크 관리에 대해선 계열사, 하청업체 상관 없이 직접 관장해왔다. 왜 유독 직장 내 괴롭힘만 계열사와 하청업체들이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IT 업계 최초 '사내하청' 구조 들여온 네이버... 비용 줄이고 책임 전가"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 네이버에도 사내하청 구조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사내하청 5개 업체에 속한 직원이 2500여 명에 이른다. 본사 직원이 총 4400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사내하청 업체를 제외한 계열사 직원은 약 6500여 명이다.

사실 사내하청 구조는 일반 재벌 대기업이 취해온 방식이었다. 그런데 IT업계 1위인 네이버가 2005년부터 그 구조를 처음 들여왔다. 몇 번의 분사를 거듭하다 지금의 5개 사내하청 업체 구조까지 이르렀다. IT업계에 중 가장 분화된 형태다. 이후 네이버를 따라 카카오 등 다른 IT 기업들도 사내하청 방식을 답습하기 시작했다."

- 네이버 노조에 속한 각 조합원들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본사 조합원이 1700여 명, 사내하청 업체 조합원이 500여 명, 계열사 조합원이 1300여 명 정도 된다."
 
- 네이버 사내하청 업체들이 하는 일은 뭔가.


"네이버 서비스 전반의 고객문의 상담, 광고주 문의 응대, 콘텐츠 운영, 영상 제작, 네이버스퀘어 운영, AI학습지원, 네이버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백엔드·프런트엔드 개발, 품질관리, UI·UX 디자인, 서버운영, 24시간 장애관제, 보안 분석 등이다. 모두 네이버 서비스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들이다. 이용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스포츠 하이라이트 영상, 문자 중계 등을 만드는 것도 하청 노동자들이다.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관련된 수동 검색 페이지들을 만드는 것도 하청 노동자들이다.

사내하청 업체들은 네이버 관련 업무만 할 뿐, 다른 독자적인 외부 사업도 전혀 없다. 사실상 네이버 내의 한 부서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네이버는 법인들을 바깥에 분사시켜놓고 매년 용역계약을 맺고 있다."

- 그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이다. 네이버 내에 두면 네이버 본사 직원들과 똑같은 월급과 복지를 줘야 하지 않나. 그런데 이렇게 법인을 따로 두고 용역 계약을 하면 성과를 배분할 필요도 없고 임금·복지 수준도 같이 올려줄 필요가 없게 된다. 1년 용역비만 주면 끝이니까.

또 이렇게 하면 책임을 미루기 너무 좋은 구조가 된다. 교섭에 응하지 않고 하청업체 대표에게 책임을 미뤄버리면 그만이다.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 하청업체는 '용역비가 이것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올려주냐'고 하고, 원청인 네이버는 '각자 독립경영인데 왜 우리에게 말하냐'고 한다. 하청에 가면 권한이 없다고 하고 원청에 가면 책임이 없다고 한다. 서로 미루니 교섭도 진척이 안 된다."

- 쟁의에 돌입한 이후 사측으로부터 반응이 있었나.

"없었다."

- 교섭하는 동안 네이버 본사가 나온 적은.

"전혀 없다. 하청업체들과 얘기는 하고 있겠지만, 공식적으로는 대화의 장에 나오지 않는다. 그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네이버의 모습과 맞지 않다고 본다."

"함께 해야 '갈라치기' '노노갈등' 피할 수 있다"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 현재 네이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쟁의에 본사 노동자들이 연대하고 있다.

"단순히 하청 노동자들을 돕겠다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 전체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방법이다. 네이버 서비스를 이루는 본사, 계열사, 사내하청 업체의 노동자들이 각기 쪼개져있다면 어떻게 될까? 설사 본사가 파업을 한다고 해도 나머지 계열사, 사내하청업체들이 연대하지 않는다면 회사에 대한 대항력을 가지기 어렵다. 초단기적으로 봤을 땐 하청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것이 본사 직원들과 상관 없는 일일 수 있겠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렇지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똑같은 이유에서 지난 2018년 노조를 결성할 때도 네이버 내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하는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컸다. 실제 업무를 할 때도 다 같이 일하고 협업하는데, 노조도 같이 가야 하지 않냐는 거였다. 한 자본 아래에 있는 노동자들은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하나의 단위에 속해 있어야 사측의 '갈라치기'나 노노 갈등을 피할 수 있다.

조직이 따로 생기는 순간 조직이기주의가 발생하기 쉽다. 노동조합은 크게 뭉칠수록 원하는 바를 관철시킬 힘이 생긴다. 네이버에 노조가 처음 생긴 이후 카카오, 넥슨 등 IT 업체 노조가 10개 만들어졌는데, 이 노조들도 역시 우리처럼 본사와 계열사, 하청업체들이 하나의 노동조합에 다 같이 속해 있다. 모든 사원이 함께 한다는 네이버 노조 모델이 옳았다고 본다."

- 본사 조합원 사이의 내부 불만은 없나.

"전혀 없다. 네이버 노조는 출범 시작부터 함께 가는 게 맞다고 합의하고 지금까지 온 것이다."

-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원·하청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우조선 하청 파업은 어떻게 지켜봤나.

"안타까웠다. 하청노조 입장에선 단식을 하고 농성을 하고 감옥 안에 몸을 가두고 나서야 원청을 만날 수 있을까 말까다. 그러지 않고서는 절대 본사가 움직이지 않는다. 네이버 노조처럼 원·하청이 하나의 노조에 있는 경우는 본사와도 교섭이 진행되기 때문에 비공식적으로라도 원청과 소통이 이뤄질 가능성이 생기기 쉽다. 노조의 협상력이 올라가는 것이다.

네이버든 대우조선이든 자본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용 절감의 유혹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은 원청이든 하청이든 하나로 힘을 모아 그걸 저지해야 한다. 그래야 2차, 3차 하청으로 가려는 회사를 멈춰 세울 수 있다. 실제 2018년 네이버 노조가 생긴 이후 사내 하청업체가 더 늘지 않았다. 네이버 노조 모델이 꼭 성공해야 한다."

- 쟁의가 파업까지 갈 가능성도 있나.

"사측의 태도에 달려있다. 우리는 파업까지 안 가길 바란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네이버 정도 되는 회사가 겨우 이 정도의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들을 갈라 치고 노조를 무시해 파업까지 가게 해야겠나. 기업들이 ESG 경영을 받아들이는 이유가 뭔가. 소수 주주만의 이익을 좇아 이윤 극대화만 외치다 간 기업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 때문 아닌가.

본사든, 사내하청이든, 계열사든, 네이버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은 다 네이버 서비스에 대한 책임감이 높은 사람들이다. 제발 회사가 이 사람들의 책임감을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네이버를 멈추고 싶지 않다."

[관련기사]
[대우조선 파업 이후 ①] "대법 판결에도 12년 째 하청 뒤에 숨는 원청... 정부·국회 뭐했나" http://omn.kr/2023g
네이버도... 노조 "본사의 절반 수준인 하청 임금, 차별 안돼" http://omn.kr/1zzon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외교부와 신뢰관계 파탄...민관협의회 불참”

강제동원 피해자측, 외교부 ‘대법원 의견서 제출’에 반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2.08.03 14:53
  •  
  •  수정 2022.08.03 14:58
  •  
  •  댓글 0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은 3일 오후 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관협의회 불참을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2차 민관협의회 직후 지원단·대리인단 기자회견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은 3일 오후 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관협의회 불참을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2차 민관협의회 직후 지원단·대리인단 기자회견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은 3일 “외교부의 대법원 의견서 제출 및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외교부와 피해자 측 사이에 신뢰관계가 파탄났다고 판단한다”며 “이후 민관협의회 불참을 통보한다”고 밝혔다.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 상대 강제동원 소송 피해자 지원단인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와 피해자 대리인인 법무법인 해마루 장완익·임재성·김세은 변호사는 3일 오후 1시 외교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민관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은 현재 2회까지 진행된 민관협의회에서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이 전달할 의견은 대부분 전달하였다고 판단한다”면서 이후 민관협의회에 불참하겠다고 발표했다.

장완익, 임재성 변호사 등은 지난 4일과 14일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주재로 진행된 ‘강제동원 관련 민관협의회’ 1,2차 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이들은 “민관협의회가 의결(결정)기구가 아닌 의견수렴 기구라는 점은 외교부 측이 수차례 밝혀왔는바, 피해자 측 의견전달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은 최근 외교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때문이다.

이들은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은, 외교부가 2022. 7. 26. 대법원에 미쓰비시 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매각명령결정 재항고 사건 2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행위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외교부가) 강제동원 집행절차를 지연시키려는 모습은 재판거래의 피해자들인 강제동원 소송 원고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의 현금화(매각) 명령 사건이 계류된 대법원 상고심 담당 재판부 2곳에 대법원 민사소송규칙 제134조의2를 근거로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의견서 제출을 공개하고 피해자 측을 찾아 설명했다고 밝혔다.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의견서 제출을 공개하고 피해자 측을 찾아 설명했다고 밝혔다.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지난달 28일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광주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 사무실을 찾아 의견서 제출에 대해 설명했고,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관련 질문에 “피해자 측에는 의견서를 내고 나서 외교부에서 찾아가서 설명해 드렸다”고 답했다.

이들은 “민관협의회라는 공개적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그 절차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음은 물론 피해자 측에 사전에 어떠한 논의나 통지도 없이 의견서가 제출되었다”고 지적하고 “피해자 측이 사후적으로나마 외교부에게 의견서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외교부는 이미 제출된 의견서조차 피해자측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외교부 의견서 제출행위는 실질적으로도 피해자 측의 권리행사를 제약하는 중대한 행위”라며 “언론을 통해 확인된 외교부 의견서 내용으로 볼 때, 피해자 측은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가 대법원에게 ‘판단을 유보하라’라는 취지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판단한다”고 전제하고 “이는 헌법이 보장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대법원이 ‘현금화’ 판결을 내릴 경우 한일 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현금화’ 이전에 우리 정부의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민관협의회 의견수렴 절차와 피해자 개별면담 등을 진행 중이다. 의견서에 ‘판단 유보’를 요청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들은 “외교부 의견서 제출로 인해 신뢰가 훼손되었기에, 민관협의회의 불참을 통보한다”고 거듭 밝히고 “피해자 측은 이후 정부 안이 확정되면, 이에 대한 동의여부 절차에는 협조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이 뭐라고, 중국이 저렇게 격분하나?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2.08.03 14:16
  •  
  •  댓글 0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하자, 중국의 반발이 거세다.

펠로시 의장은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대만과 미국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고 도착 소감을 밝히자, 중국은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외교적 언사에 머물지 않았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 직후, 곧바로 대만 해협에서 장거리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대만 동부 해역에서 재래식 미사일 시험 사격을 시작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이 떠난 뒤인 4일부터는 대만을 6곳에서 삼엄하게 둘러싸고 대대적인 군사훈련도 진행하기로 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국내외 언론도 ‘일촉즉발’, ‘6.25전쟁 이후 최대 위기’ 등의 보도를 쏟아낸다.

펠로시 의장이 도착 직전까지 대만 방문을 공식화하지 않았고, 비행 선로를 변경해 미 공군의 엄호까지 받으며 타이베이 공항에 상륙한 것을 보면 미국 측도 이번 방문이 중국을 적잖이 자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반발을 사면서까지 대만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이고, 중국은 왜 이렇게까지 격분할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목적은 대체로 분명한 편이다. 도착 소감에서 밝힌 것처럼 ‘대만이 (독재) 중국 편에 서지 말고 (민주주의) 미국 편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신냉전’ 국제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반발은 중국-대만-미국 사이에 얽힌 역사적 맥락을 따져봐야 이해할 수 있다.

43년 전 대만을 버린 미국

대만은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1945년 중화민국에 반환되었다. 이후 국공 내전에서 중국 공산당이 승리해 1949년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에 복속된다. 그러나 패배한 장제스 국민당이 타이베이로 도망가 대만을 중화민국으로 참칭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 대만을 23번째 성(省)으로 간주하여 이를 부정하는 나라와 수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대만은 현재 유엔 가입국이 아니며 거의 모든 나라와 외교관계가 단절된 상태다.

▲1971년 10월 UN 총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중국(CHINA) 대표 권한을 인정하는 제2758호 결의안의 통과 순간. 당시 (오른쪽) 인민복을 입은 중국 외교부 차오관화 부부장과 (왼쪽) 대만 측 저우수카이 외교부장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1971년 10월 UN 총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중국(CHINA) 대표 권한을 인정하는 제2758호 결의안의 통과 순간. 당시 (오른쪽) 인민복을 입은 중국 외교부 차오관화 부부장과 (왼쪽) 대만 측 저우수카이 외교부장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1971년 10월 UN 총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중국(CHINA) 대표 권한을 인정하는 제2758호 결의안이 통과했다.

 

막강한 후견국이던 미국도 1979년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대만과 외교단절을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우방국 예우 차원이라며 ‘대만 관계법’을 제정, 대만에 무기수출 및 금융거래 등을 비법적으로 진행해 왔다.

대만은 다 같은 중국의 특별자치구이지만 홍콩과 달리 자체로 군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 군수자본이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국제법이 아닌 미국 국내법으로 외국의 방위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하여 ‘대만 관계법’의 실효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은 또다시 국제법을 위반한 ‘대만 여행법’을 제정(2018년 2월)하고, 16년 만에 ‘무기거래논의 방위산업회담’까지 재개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는 신냉전 질서를 구축하면서 중국을 자극하기 위해 ‘대만독립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는 독립국이 아닌 대만에 외교 사절단을 보냄으로써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한편, 대만 해협을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아시아 주변국들에 ‘미국편 줄세우기’를 강요하려는 목적이다.

우크라이나 이어 대만에 전쟁이 터지면?

문제는 미국의 신냉전이 단순히 갈등 조장과 무기 판매에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서처럼 열전으로 이어진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사이의 첨예한 긴장국면이 자칫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대만해협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만전쟁을 일으킬 필수조건으로 한미일 군사동맹 완성을 꼽고 있다. 미국은 대만해협에 열전이 일 경우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를 동원해 대만을 지원할 계획을 준비 중이다. 미국이 최근 한국에 지소미아(GISOMIA.한일군사정보협정) 정상화를 요청하고, 한미일 군사훈련을 강조하는 한편 일본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유사시 해외에 파병할 수 있는 권리) 발동을 위한 일본 헌법 개정에 열을 올리는 이유라는 분석이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닥쳐온 식량위기, 제 살길만 찾는 미국… 대책 없는 윤석열 정부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2.08.02 23:15
  •  
  •  댓글 0
 
 
 

미국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했을 때, 많은 이들은 석유와 가스공급 부족에 대해 걱정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곡물 생산의 14%, 수출의 29%를 차지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됐다. 뒤이어 두 나라가 옥수수 수출의 17%, 밀 생산의 34%를 담당하며, 러시아가 세계 밀 수출 1위 국가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올해 곡물 시장에 경제제재로 막힌 러시아산과 함께 우크라이나산 곡물도 찾아보기 힘들다. 우크라이나산 곡물 90%가 흑해 항구를 통해 수출되는데 흑해 항구가 밀집된 크림반도와 돈바스지역이 전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제한이 장기화하면 중동과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의 일부 나라들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밀 수입량의 80%를 우크라이나에 의존하는 레바논과 시리아, 리비아 등은 굶주림의 공포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에 전체 밀 소비량의 60%를 의존하는 터키는 지난 3월 식량 물가가 70%나 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전체 밀 수입량의 80%를 의존하는 이집트도 비상이 걸렸다.

결국, 경제제재와 전쟁의 악영향은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들 특히 식량자급률이 낮은 국가들에 식량 위기로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식량 위기가 현실화하자 세계 인구 1/3에 해당하는 중국과 인도는 위기 상황을 대비해 식량 비축을 시작했다. 중국과 인도의 이런 식량 보호주의는 식량 위기를 가속화 한다.

미국의 비열한 제 살길 찾기

세계 식량 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않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도 계속할까?

미국이 식량 위기를 외면하는 데는 제 살길을 이미 마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호주 잡지 내셔널 리뷰(National Review)에 따르면 카길, 듀폰, 몬산토 등 미국의 다국적 농업회사가 우크라이나 농지의 28%를 사들였다. 젤렌스키 정부가 매각한 이 1,670만 헥타르는 그리스와 네덜란드를 합친 것과 맞먹는 크기이다.

 

우크라이나는 본래 민간부문의 농장 소유가 금지돼왔다. 그런데 2016년 외국인을 포함한 민간 투자자가 대규모 농지를 사들일 수 있도록 법의 빗장을 풀어 버렸다. 이어 IMF(국제투자금융)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다국적 농업회사들의 원활한 곡물 생산을 위해 GMO(유전자 조작 작물) 재배 허용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GMO라도) ‘농업생산을 늘려야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줄일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결국, 우크라이나 농지를 사들인 미국은 곡물 공급망 확보를 통해 식량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산이다. 자신이 추진한 러시아제재와 전쟁 지속으로 세계가 처한 식량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잇속만 채우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식량자급률 19.3%, 한국은 왜 천하태평일까?

라면 한 봉지는 14%, 국수 한 그릇 가격은 40%가 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미국의 러시아제재가 계속되는 한 곡물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국은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020년 기준 19.3%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하루 3끼 식사 중 2끼 이상은 국내산이 아닌 수입산’이라는 얘기다. 충분한 양의 곡물과 식량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과거에도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코로나 대유행 이전만 해도 곡물 확보와 관련해 ‘심각한 위기’라는 인식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2022년 현재,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연초부터 쉼 없이 치솟은 달러 환율, 고공행진 중인 원유가와 비료 가격, 농작물 생산원가 폭증, 코로나19 재확산과 일부 국가·지역의 봉쇄, 국제 운송가 급등이 겹치며 심각해진 공급망 훼손, 기존 농업국들의 빨라진 산업화와 라니냐 등 이상 기온이 불러온 경작지 축소 같은 이유들로 2022년 국제 곡물·식량 시장의 가격은 급등했고, 공급 부족이 현실화했다. 여기에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세계 최대 생산지이자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 수출이 제한되면서 국제 곡물 가격 폭등세에 기름을 끼얹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윤석열 정부는 “쌀값 인상이 물가 인상요인”이라는 한심한 소리만 되풀이하며, 식량 위기에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식량주권을 회복할 대책을 찾는 것은 고사하고, 비료값 지원예산을 삭감하는 등 기존에 실시하던 농업 지원책마저 폐기해 버렸다.

식량대란은 요소수대란이나 시멘트대란 등에 비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21세기에 설마 먹을 것이 없어 걱정하겠냐는 안일함도 용납되어선 안 된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금 당장 식량주권 회복에 나서야 한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기독교 최고 영성가 다석의 마지막 강연 “가진 게 없다는 건 거짓”

등록 :2022-08-02 08:00수정 :2022-08-02 13:48

함석헌 등 지식인들 스승 류영모
광주 수도원 동광원서 25년간 연
하계수련회 최후강연 내용 담겨
“구원은 자신에게 달려 있어”
생전 강연하는 다석 류영모. &lt;한겨레&gt; 자료사진
생전 강연하는 다석 류영모. <한겨레> 자료사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이 줄었지만, 예전엔 교회 하계수련회야말로 신앙을 다지기 위한 교인들의 필수 코스였다. 교회와 신앙기관에 따라 부흥회처럼 수련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성경 공부, 교인 간 교제 위주로 진행하는 곳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 전남 광주 동광원(개신교 수도원)의 하계수련회는 동서고금에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마음공부 수련회로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대표 진보 지식인인 함석헌(1901~1989)이 평생 스승으로 모실 만큼, 근현대 한국기독교 최고의 영성가로 꼽히는 다석 류영모(1890~1981)가 ‘맨발의 성자’인 이현필(1913~1964)을 비롯한 광주 동광원의 수녀와 수사들을 대상으로 하계수련회를 해마다 여름 1주일씩 진행했기 때문이다. 다석이 56살이었던 1946년부터 81살 때인 1971년까지 25년간 이어졌던 동광원 하계수련회 강연 가운데 마지막 해인 1971년의 강연록이 ‘다석 류영모의 마지막 강의’ <므름 브름 프름>(씨알재단 펴냄)으로 나왔다. 키가 160㎝도 안 되는 단구에 하루 한끼만 먹고, 52살의 종교 체험 이후로는 성관계를 끊고, 널판 위에서 자며, 무릎을 꿇은 채 온종일 강의를 이어갔던 다석의 쩌렁쩌렁한 기운이 삼복더위를 날려주는 듯하다.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놈이라 해서 무산자라 하는 이따위 소리를 합니다. 무산자는 세상에 없어요. 왜냐? 몸을 가졌는데,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그런 거짓이 어디 있어요? 이 세상에서 코로 숨을 쉬는 사람 중에서 소유가 전혀 없다고 할 사람이 없습니다.”

 

다석 류영모. &lt;한겨레&gt; 자료사진
다석 류영모. <한겨레> 자료사진

광주 동광원은 주로 폐병에 걸려 갈 곳이 없는 이들이 의탁한 곳이다. 당시 이현필을 비롯한 수사와 수녀들도 신발도 없이 맨발로 걸어 다닐 정도로, 흙수저도 아닌 무수저였다. 다석은 이들을 향해 “몸과 맘과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무소유자가 아니라, 말할 수 없이 큰 보화를 지니고 있는 왕”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동광원 내에 다석과 이현필의 사상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귀일사상연구소의 심중식 소장이 편집했다. 심 소장은 “10여년 전 류영모의 제자인 박영호 선생께서 당시 녹취를 편집해 책을 출간한 적이 있는데, 부분 부분이 잘려 가감이 많고, 강연에서 한번도 등장하지 않은 단어인 ‘얼나’가 많이 나오기에, 해설 없이 원문을 그대로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여겨 “원문 녹취록을 그대로 담았다”고 밝혔다. 다석 사상은 다른 데서 들어본 적이 없을 만큼 독특한데다 깊이가 있어서 어렵기로 유명하다. 다석이 35년간 매주 서울와이엠시에이(YMCA)에서 진행한 강연도 함석헌, 한글학자 이정호(1913~2004), 류승국(1923~2011) 정신문화연구원장, 김흥호(1919~2012) 이화여대 교수 등 이 나라 최고의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일반인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심 소장은 “당시 동광원 사람들은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어려운 말 빼고 가장 쉬운 말로 신앙의 핵심만 강연했는데, 그 마지막 강좌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가진 것을 잘 쓰는 것이 자유다. 자기 몸으로 말미암아서 모든 걸 한다. 그러니 ‘아이고, 세상에 사람이 뭘 할 수가 있나? (하나님이) 해주시지 않는다면…’이라며 믿음으로만 구원 얻고 행할 수 없다는 심한 지경까지 갔는데, 그게 실상 말이 됩니까? 믿는 건 누가 믿어요? 내가 믿지요. 믿어야 구원을 얻지. 누가 믿어? 믿음에 들어가는 시작도 내가 하는 거예요. 회개를 해도 내가 해야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전남 광주 동광원에서 1971년 하계수련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은 다석 류영모(맨 앞줄 왼쪽 둘째)와 동광원 수도자들. 씨알재단 제공
전남 광주 동광원에서 1971년 하계수련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은 다석 류영모(맨 앞줄 왼쪽 둘째)와 동광원 수도자들. 씨알재단 제공

다석은 “몸과 마음, 정신 속에는 무궁한 보물이 들어 있다”며 “이 보화를 발견하고 캐내서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자유인”이라고 강조했다. 마음을 다하면 천성을 알게 되고, 천성을 알면 하늘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다석은 “사람이 미쳤다고 할 때 ‘실성했다’고 하는데, 그건 ‘천성을 잃어버렸다’는 뜻이며, 천성을 잃어버리면 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수의 이름만으로 구원받는다고 해요. 불교에서도 ‘하늘 위로 가나, 아래로 가나 부처만 한 분이 없다’며 ‘천상천하무여불’을 하루에도 열번 스무번 연거푸 불러요. 세상은 예수의 이름만 팔아먹어요. 다른 이름으로는 구원을 못 얻는다고 합니다. 억만번 예수를 불러보시오. 그렇게 되는가요? 사도신조(신앙고백문)의 뜻은 하나님의 뜻대로 생명의 온전한 속알이 되는 그 뜻으로 살아야, 예수가 도달한 것같이 하느님 품 안에 들어가고 산다는 겁니다. 이름만 팔지 말고 뜻이 반듯해야 합니다.

 

이 책은 부록으로 다석을 30여년 모신 김흥호 전 이화여대 교수와 심중식 소장이 이 녹취록이 담은 다석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덧붙였다. 이 책의 제목은 한글이 소리글자만이 아닌 뜻을 담고 있는, 하늘의 계시라고 여긴 다석이 쓴 순 한글로 꾸몄다. 심 소장은 책 제목 <므름 브름 프름>에 대해 “물과 불, 상극이 풀어져서 상생이 된다는 인생의 3단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알재단 (063)282-5157.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