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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지켜주면 좋은 술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한국 와인의 챔피언'을 꿈꾸는 수도산 와이너리 이야기

본문듣기 등록 2020.09.02 08:30 수정 2020.09.02 08:30
 
김천 수도산에는 이야기가 많다. 그 이야기 속에는 등장인물들이 있다. 통일신라 헌안왕 3년 도선국사가 절터를 잡고 기뻐서 춤을 추면서 '앞으로 무수한 수행자가 나올 것'이라며 절 이름을 수도암이라 하고 수도산이라 칭했다고 한다. 수도암에서 수도산까지는 2㎞가 떨어져 있다.
 

▲ 무흘구곡의 6곡인 옥류정이 수도산 와이너리 가는 길에 있다. ⓒ 막걸리학교

 
수도산 정상은 해발 1,317m이고, 건너편 신선봉은 1,313m이다. 수도산 청암사 극락전은 숙종의 둘째 부인이었던 인현왕후가 장희빈의 무고로 서인으로 강등되어 머물렀던 곳이다.

수도산에서 흘러내린 대가천이 굽이굽이 절경인데, 조선 중기 유학자 한강 정구는 이곳을 무흘구곡이라 이름 짓고 절경마다 7언절구의 시를 남겼다. 어사 박문수가 사경을 헤매다가 살아난 이야기도 수도산 목통령 아래의 원황점 마을에 전해온다.

수도산 와이너리를 가는 길의 백천교에서 바라보니, 급한 여울 너머로 무흘구곡의 6곡인 옥류동 정자가 보이고, 국가대표 마라톤 감독 정봉수 기념비도 보인다. 정봉수 감독은 마라토너 황영조와 이봉주를 길러낸 인물로, 이 고장 증산면 출신이다. 기념비 맞은편 캠핑장에는 한강 정구의 옥류동 시가 새겨져 있다.

여섯 굽이라 초가집 여울 가에 놓였으니/ 六曲茅茨枕短灣
어지러운 세상사 가리운 게 몇 겹인고/ 世紛遮隔機重關
고고하던 은자여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 高人一去今何處
풍월만 남아 더없이 한가롭네/ 風月空餘萬古閑

 
찾아간 수도산 와이너리는 지금도 은자가 살 만한 동네였다. 와이너리가 비탈진 산자락에 앉았는데,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별장에라도 와 있는 기분이었다. 길이 멀고 산이 깊어, 하룻밤을 머물 작정으로 찾아왔는데, 밤이 되자 가로등 하나가 동굴 속의 불빛처럼 멀어보이고, 별이 박힌 밤하늘은 천정처럼 가까워보였다. 그 밤에 수도산 와이너리의 백승현 대표와 긴 이야기를 나눴다.

복서 출신 와인 와이너리 대표
 

▲ 정통와인, 유기농와인을 추구하는 수도산 와이너리의 백승현 대표 ⓒ 막걸리학교

 
수도산 와인의 이름은 크라테(Krate)다. 크라테(Crater)의 이탈리아식 표기인데 화산 분화구를 뜻한다. 그가 사는 증산면(甑山面)은 마을 시루봉에서 따온 이름이고, 그는 시루가 분화구처럼 생겨서 크라테라 이름지었다. 그는 크라테를 소개하면서 스스로를 "자연의 링 위에서 한국 와인 챔피언"이 되겠다고 했다. '자연의 링'이라는 말이 궁금했다.

그는 복서였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복싱을 했고, 주니어라이트급으로 프로 복서에 데뷔했다. 그는 세계챔피언이 된 오광수, 동양챔피언인 김상호와 같은 체육관에 소속되어 활동하다가 3전 2승1패의 기록으로 링에서 내려왔다. 군대 가서 몸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권투 선수로서의 수명을 단축시켰다.

이십대 후반에는 목욕탕 때밀이도 하고, 일수 받는 일도 하고, 경비 회사에서 경호 일도 했다. 체육관에서 알던 사람들의 소개로 일을 하다보니 힘을 쓰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고향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고향에 내려가면 욕심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스물아홉살에 결혼하고, 서른살에 고향으로 증산면 금곡마을로 돌아왔다. 그게 20년 전 일이다.

그는 정통 와인을 만들고 싶었다. 수입산 품종이 아니라 국내 자생하는 품종으로 레드 와인을 만들기로 하고, 2001년에 파주 감악산에서 산머루 묘목 500주를 구해와 수도산에 심었다. 와인을 독학하면서 2003년부터 산머루 와인을 빚기 시작했다. 그 뒤로 경북 농민사관학교를 다니고, 농촌진흥청의 와인심화과정, 경북대 특산주제조과정을 다니며 공부를 했다.

그는 내추럴 와인을 추구하고 있다.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와인을 담그려고 한다. 부엽토, 소똥, 와인찌꺼기를 섞어 2년 이상 땅을 숙성시키면 지렁이가 생기고 땅이 거름져진다. 화학 비료를 사용하면 머루나무 한 그루에 10kg의 머루가 달리는데, 그렇지 않으면 3~5kg이 달린다. 그래도 그는 자연의 섭리에 따르려 한다. 그가 경영하는 땅은 5천평인데, 그 안에 대략 5천주가 자라고 있고, 그 나무에서 해마다 5천병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의 아마로네 와인 공법을 추구하고 있다. 아마로네는 '맛이 쓰다'라는 뜻이라 드라이 와인을 닮았지만, 일반 드라이 와인과는 또 다르다. 아마로네 와인은 달콤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 포도를 건조해서 농축시켜 만들다가 우연히 완전 발효가 되어 담백하고 쓴맛이 도는 와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머루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서 가을에 서리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한다. 그러면 수분기가 증발하여 머루가 얼마간 농축된다. 아마로네는 수확하여 말리지만, 그는 나무에서 농축되기를 기다리는 셈이다. 그가 내게 건넨 머루와인 2015년산은 22브릭스가 나와서 알코올 11.5%가 되었고, 오크통에 숙성시켰더니 알코올이 더 순해져 있었다.

당도가 높으면 보당(와인의 도수를 높이기 위해 알코올 발효 중 포도즙에 설탕을 첨가하는 기법)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알코올 도수가 나온다. 수확철에 날씨가 좋지 않아서 원하는 당도가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그도 불가피하게 보당을 한다. 그가 만들어서 지하 숙성고에 숙성시키고 있는 와인의 60%는 보당하지 않은 제품들이다.

그는 다양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 머루 외에도 양조용 포도 1500주 정도를 재배하고 있다. 김천시가 스페인의 비야로블레도시와 자매 결연을 맺고 양조용 와인 묘목을 들여와 시험 재배를 하고 있는데, 그 나무의 일부가 그의 밭에서도 자라고 있다.

그를 따라 비탈진 그의 포도밭을 가보았다. 그물막을 치지 않으면 포도의 단맛이 돌 무렵에는 산짐승과 산새들이 달려들어 열매가 하나도 남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그물막을 넘어 포도밭으로 들어서니 화들짝 놀라 달아나는 산짐승이 있었다. 어린 노루 한 마리인데, 들어오기는 했지만 나가는 길을 몰라 돌담 밑에서 몇 번을 미끄러지더니 용케 찢어진 그물막을 비집고 달아난다.

수도산을 지키는 포도밭 사나이

그의 밭에는 스페인 와인의 대표 품종으로 타닌의 질감이 좋다는 템프라니요(Tempranillo)가 있고, 산도가 좋다는 가르나차(Garnacha)가 있고, 카탈루냐 지방이 고향이라는 모나스트렐(Monastrell), 그리고 화이트 아이렌, 마카베오 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는 새 품종의 경우는 5년 동안은 키우면서 토양과 기후 적응도를 봐야 본격으로 재배할 수 있다고 했다. 템프라니요만 하더라도 껍질이 뚜껍고 알이 가득 차게 매달리는데 수확기에는 열매가 터지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했다.
 

▲ 수도산 깊은 곳에 자리잡은 수도산 와이너리. ⓒ 막걸리학교

 
그를 뒤따르면서 비슷비슷하게 생긴 포도나무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산머루는 알이 성글고 작은데 속 씨앗은 굵다. 신맛이 강한 편으로 새콤달콤한데, 껍질이 얇아서 탄닌이 적고 바디감도 약하다. 산머루는 넝쿨순이 옆으로 많이 나오는데 그냥 두면 10m도 넘게 자란다. 그는 산머루의 넝쿨이 3m가 넘지 않도록 잘라준다.

독일 청포도인 리슬링은 줄기가 억세고 잎이 굴곡이 많이 져 있고 표면이 거칠고 두텁다. 배수와 통풍이 잘 되고 햇볕이 잘 들어야 잘 자란다. 다행히 그의 밭은 마사토이고 동쪽을 바라보고 있어서 리슬링이 자라기에 적합하다. 리슬링은 익을 무렵이면 탈색이 되는데 당도가 20브릭스가 넘는다. 리슬링 와인은 산미가 좋아서 술맛을 산뜻하고 상큼하게 만들어주기에 그는 브랜딩용으로 사용한다.

레드레네스쿨은 100주를 키우고 있는데 일본이 원산지인 청포도 품종이다. 알이 단단하고 질기고 신맛이 강하고 당도가 높고 향이 좋다. 한국 청포도와 다른 향이 돌아서 브랜딩용으로 키우고 있다.

농촌진흥청에다가 문의해도 품종을 알지 못하는 그래서 변이종으로 여겨 '크라테'라고 그가 명명하고 있는 품종을 1000주 정도 재배하고 있다. 잎은 톱니바퀴처럼 생겼고 포도알이 타원형이다. 과육이 두텁고 타닌 성분이 많은데, 알이 커서 10송이로 와인 1병을 만들 수 있다. 생과용 캠벨얼리와 같은 색인데, 발효하면 연한 빛깔이 돌아서 로제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어도 좋다.

포도밭을 돌아보던 그가 문득 발밑의 흙을 파서 한움쿰 손에 쥐어본다.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검은 흙이 그의 그을린 피부와 잘 어울린다. "땅을 지켜주면 좋은 술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수도산을 내려오는 데 그의 말이 쟁쟁하다. 그는 수도산에 새로운 이야기를 보태고 있는 또 한 명의 등장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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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는 여섯 번째 브리핑 - 2

지역 의료 환경은 의사가 아닌 의료기관이 중심
 
신상철 | 2020-09-02 09:13:1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지난 주에 드린 여섯 번째 브리핑에 관한 후속 보완글을 드리려고 합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의대 국시를 1주일 연기 발표함으로 한숨 돌리게 된 것은 다행입니다만 그렇다고 의대생들이 바로 국시에 합류하거나 재학생들이 동맹휴업을 접고 복귀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특히 의대생, 전공의·전임의 그리고 의사협 간에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듯이 보이지만 기실은 독자적 논의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러한 사실은 이번 사안이 그만큼 위중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정작 의사협이 정부당국과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였음에도 전공의협의회가 그것을 거부한 사례가 그것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 그리고 관계당국자들은 너무나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전체 조직이 어느 특정 지도부 혹은 대표자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은 이번의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인식의 변화 없이는 어떠한 해결점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사명감으로 압박할 시기는 지났습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위중한 시기> 혹은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과 같은 논점은 이번 사태에서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합니다. 이미 사직서를 던지고 있는 마당이고 보면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마지노선이 공고히 구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명분입니다. 그것도 <확고한 명분>에 근거하기 때문입니다. 시각을 넓혀서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의료진 파업이 타당한가?>라는 비판이 가능하다면 동일하게 <코로나-19로 정신없는 시기에 부실한 정책이슈를 던지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비판도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면 <어느 쪽 명분이 더 확실한가?>라는 화두만 남게 되는 것이고 파업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명분이 더 크고 강하다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와 당국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그런데 사명감을 앞세워 호소와 비난과 비판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설득력은 고사하고 어떠한 진전도 일구어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정부·여당의 중대한 인식 오류

엊그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한정 의원께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하신 말씀 속에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정부·여당의 인식이 얼마나 커다란 오류를 안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한정 의원께서는 최대집 의사협회장에 대해 “의사협회의 대표라기보다 극우난동꾼”이라며 “의료파업을 선동하고 국민을 호도하고 오늘의 사태를 만들었다”고 비판하였습니다. 그리고 “제2의 전광훈”이라는 비난도 노골적으로 덧붙였습니다.

최대집 의협회장이 극우성향인 것도 맞고 극우시각의 정치적 발언을 일삼은 것도 맞습니다. 그리고 극우 인사들과 교분이 두터운 것 또한 틀리지 않습니다. 최대집이라는 분이 의사협회장이 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그리고 이후의 행보와 언행을 보았을 때 극도의 실망감을 안겨주었던 것 역시 맞습니다. 적어도 우리에겐 그렇게 비추어지는 인물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가 어떠하든 그는 현재 모든 의사들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 선출방식이 어떠했는지, 도대체 어떤 후보들이 경합 했기에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그의 성향과 인격의 함량도 모르고 표를 몰아 주었던 것인지 등등 우리가 고민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 현재 파업을 이끌고 있는 그는 모든 의사들을 대표하는 대표자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최대집이 의료파업을 선동하고 있다”고 하면 모든 의사들이 최대집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으며, “최대집이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면 모든 의사들 또한 국민을 호도하고 있으며, “최대집이 이번 사태를 만들었다”하면 모든 의사들은 그저 생각 없이 병풍 쳐주는 들러리라는 말과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중진의원께서 이러한 말씀을 국회에서 하신다는 것은 참으로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사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여정 가운데 병원에서 10년을 근무하였던 경험에 근거한 저의 분석과 판단은 이렇습니다.

<정부 여당이 부실하고 그릇된 정책을 졸속으로 발표하는 바람에 그렇잖아도 극우성향인 최대집 의협회장에게 커다란 명분을 안겨다 준 꼴이 되었다>라고 판단합니다. 그 사실을 정부 여당은 아셔야 합니다. 최대집에게 명분과 힘을 실어준 당사자가 바로 정부여당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또 하나 인식의 오류 - 파업 의사결정 체계

김한정 의원께서 최대집 의협회장을 꼬집어 비판하신 데에는 이번 파업사태의 최고 정점에 최대집 의협회장이 있고 그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모든 파업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이 저변에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의사협에서 합의점에 도달했지만, 전공의들이 거부하고 있고 의대·의전원생들과 재학생들 역시 의사협이나 전공의협의회와는 전혀 별개로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찬가지로 의대 교수진과 대학병원 교수진들 역시 어떠한 연결고리와 협의체를 공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강경한 의사표시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토록 위중한 사안에 대해 오로지 정부 여당만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에 대해 제대로 된 조언을 하는 참모들이 없다는 사실에 저는 안타까움을 넘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백지화>만이 유일한 해법 그리고 합리적 정책 방향은?

제가 지난 번 글에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을 <백지화>하시라고 권고를 드렸던 이유는 그것이 바로 <원점부터 논의하는 유일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가 가라앉은 뒤>에, <안정화된 이후> 등과 같은 수식어는 불신의 씨앗만 남기게 되어 진정성과 신뢰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정책이 잘못되었다면 과연 합리적인 정책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가.. 그에 대해서는 정부 관계 당국뿐만 아니라 의료실무진들이 심도 있는 논의를 하면서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문제입니다만, 외람되이 저의 소견을 말씀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남 창원에는 의과대학이 하나도 없지만 대학병원급이 두 곳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과 창원경상대학교 병원입니다. 물론 각 대학병원(의료원)에서 그렇게 투자해도 될 만큼 시장이 된다고 보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만 여건이 미흡한 지역인 경우라 하더라도 합리적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기존의 대학병원이나 의료원 혹은 대형병원들이 전국의 지역에 선별적·순차적으로 분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유도하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참여하여 안정적 운영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의료인프라가 종합적으로 갖추어진 상태로 의료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도권 중앙과 지역 분원과의 의료진 교류와 파견 등의 업무는 해당 대학병원이나 의료원에서 감당해야 할 일이므로 지역에 의사가 없다는 얘기도 할 수 없을 것이고, 지역 분원 설립에 앞서 미래를 예측하여 의사든 간호사든 지원부서든 인력 충원에 대한 판단은 면밀한 사전 분석과 합의를 통해 교육기관에 적정한 정원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랜차이즈 대형병원이 지역의료를 독식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지자체나 지역민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되었든 혹은 상당기간 인큐베이팅을 거쳐 지역 의료원화 하는 방안이든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기 나름아닐까 싶습니다.

다람쥐 챗바퀴 도는 논쟁은 금물

혹자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정부 여당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만, “좋다, 지역에 분원을 설립하고 의료원을 신설한다 치더라도 필요한 인력이 그만큼 필요하니 공공의대를 설립해 미리 지역에서 근무할 인원을 확충하는 계획을 세우자고 하는 것인데 그게 왜 잘못된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그것이 바로 다람쥐 챗바퀴 도는 논쟁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공공의대 설립하는 비용, 무상교육 시키는 비용 등 모두 국민의 혈세인데 그만큼 투입한 효과가 지역의료 해소의 결과로 남게 되느냐를 보았을 때, 그것이 <공허한 희망>이란 것입니다.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당사자들은 그것이 보이는데 정부 당국의 관료들은 왜 그것을 보지 못하느냐고 답답해하는 것입니다.

합일점에 다다르지 못하고 끝없는 평행선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 논쟁은 <정부의 정책에 의사들이 반발하여 파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실패의 늪에 빠지게 될 정부의 정책을 사전에 차단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역 의료환경은 의사가 아닌 의료기관이 중심

의대정원확대와 공공의대설립 정책의 바탕에는 <지역에서 근무하려는 의사가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는 사실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대정원확대와 공공의대설립 정책이 그것을 해소해 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지역 의료환경의 중심은 의사가 아닌 의료기관이 되어야 합니다.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의사가 없다면 의료기관이 부실해지거나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겠지만 그것을 보완하고 보장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근무할 의사>가 나은지 아니면 <중앙의 대학병원, 의료원 혹은 지역의 대형병원의 코를 꿰는 것이 나은지> 판단해 보면 알 일입니다.

대학 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남성의 경우 군복무 포함)를 마치고 나면 10년 세월에 육박하게 되는데 지역에 계속 남아주기를 무슨 수로 강요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평생 지역에만 묶어 둘 수 있는 법안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지역에서는 신참 의사들만 머물다 떠나는 곳으로 전락하지 않겠습니까.

의료 접근성에 대한 고민

전국이 1일 생활권에 진입한 지 오래고 보면 암과 같은 중증의 환자분들은 지역 의료기관이 아닌 수도권 대학병원 혹은 대형병원에서 수술하고 항암 등 후속치료를 지역에서 하는 사례도 흔히 보게 됩니다. 그만큼 의료 접근성이 높아진 결과일 것입니다.

문제는 수도권과 대도시간의 의료접근성이 아니라 지방의 도·농간 의료접근성이며 현재 불거지고 있는 사태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의 고민일 것입니다. 이 문제는 지역에 의사가 늘어난다고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신뢰할만한 의료기관이 있는지 여부 그리고 환자분들이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접근성을 높이는 시스템과 인프라에 관한 방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공공의대에서 양성된 의료인들이 지역 의료에 기여하기를 바라기보다 지역의료 환경을 개선시키고 지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수준의 의료기관이 순차적으로 설립되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료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는 것이 순리이며 합리적인 접근 방법일 것입니다.

과거 한나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께서 진주의료원이 적자에 허덕인다고 강제 폐쇄하였던 사례를 복기해 본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료 환경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옳은지 많은 시사점과 함께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20년 9월 2일

진실의길 대표
신상철 드립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1003&table=pcc_772&uid=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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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20대 남성 ‘생활비 위해’ 길 걷던 여성 강도살해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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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민속오일시장 인근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 서부경찰서 전경.

제주 서부경찰서 전경.

 

제주서부경찰서는 지난 31일 오후 10시48분 서귀포시의 한 주차장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A씨(29)를 긴급체포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0일 오후 6시50분쯤 제주시 도두1동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B씨(39)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가 격렬히 저항하자 흉기를 사용해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A씨가 본인 소유 탑차를 타고 오일장 주차장 인근을 배회하며 대상을 물색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A씨가 인적이 드문 오일시장 인근 이면도로를 걷는 B씨를 발견하고 밭으로 끌고가 준비한 흉기로 위협하는 과정에서 B씨가 반항하자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씨는 범행 후 B씨가 소지하고 있던 현금 1만원과 신용카드를 훔치고 달아났다.

경찰은 A씨와 피해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몸에는 흉기에 의한 외상이 여러 곳 발견됐다. 피해자에 대한 부검 결과 사인은 흉부 자상으로 확인됐다. 성폭행 정황은 없었다.

경찰은 A씨의 탑차에서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와 피해자의 휴대전화 케이스, 신용카드를 발견했다. A씨는 최근까지 택배일을 했으나 현재는 무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제주시 도두1동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를 마친 후 걸어서 귀가하는 도중 범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B씨가 일한 편의점과는 직선거리로 약 2㎞ 떨어져 있고, 인적이 드문 곳이다. 가족들은 오후 6~7시쯤이면 도착하던 B씨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연락도 두절되자 31일 0시27분쯤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했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의 기지국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곳을 중심으로 수색에 나섰고, B씨는 31일 낮 12시쯤 밭 주인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피해자를 발견한 인근 주변 CCTV를 확인한 결과 범행 동선과 일치하는 탑차를 특정하고 소유주인 A씨를 뒤쫓았다”며 “이른 시일 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9011720001&code=940202#csidx848d63c827161c8bfa1ca588f83ba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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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다시 감옥에 갈까요? 검찰이 밝힌 삼성승계 과정의 전말과 불법행위

김동현 기자 abc@vop.co.kr
발행 2020-09-02 08:09:38
수정 2020-09-02 08: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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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했습니다. 이재용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올라서는 과정의 가장 결정적 작업,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추진되는 과정에 온갖 불법 행위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재용과 삼성그룹 관계자들에게 어떤 혐의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2012년부터 시나리오 짜여져 있던 합병계획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가 되기 위해선 삼성물산을 지배해야 했습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를 가진 대주주였습니다. 삼성전자 지분 순위에서 삼성생명 7.2%, 국민연금 7%의 뒤를 잇고 있었습니다. 삼성생명은 금산분리원칙 강화, 보험업 투자제한 등의 이유로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때문에 이재용은 삼성물산을 지배하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당시 이재용은 삼성물산 지분이 없었는데요, 대신 에버랜드의 대주주였습니다. 결국, 이재용은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법을 통해 삼성물산의 대주주가 됩니다.

2014년 이재용이 최대주주로 있던 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흡수하고 회사이름을 제일모직으로 바꾼 후, 다시 2015년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해 이름을 삼성물산으로 바꿉니다. 그렇게 이재용은 삼성전자 지분 4%를 가지고 있던 삼성물산의 대주주가 되었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을 지배하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미리 계획돼 있었습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이재용과 삼성 미래전략실이 2012년부터 ‘프로젝트 G’라는 비밀 프로젝트에 착수해 승계계획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프로젝트 G’에서 G는 거버넌스의 준말입니다. 2012년 12월에 작성된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 검토라는 문건이 있습니다. 이 문건에는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삼성에버랜드 상장 뒤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제시합니다. 그러니까 2012년 12월에 이미 합병계획이 세워져 있던 것이죠.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꾼 시점은 2014년 7월이었고 제일모직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시점은 2014년 12월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합니다. 상당히 빠른 시간에 상장과 합병이 진행됐는데요. 2014년 5월에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면서 삼성 승계작업, 그러니까 상장과 합병을 긴급하게 추진했다고 검찰은 판단했습니다.

#2 상식적이지 않았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삼키는, 흡수합병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삼킬 수 있지’라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죠. 삼성물산은 ‘래미안’이라는 한국 아파트 1위 브랜드를 가진 건설회사고, 제일모직은 에버랜드를 비롯한 레저산업과 패션사업을 하는 회사였으니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015년 삼성물산의 자산규모는 약 29.5조원(29조 5,058억 원)이었습니다. 반면에 제일모직의 자산규모는 약 9.5조원(9조 5,114억 원)이었습니다. 자산규모로 보면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 가량 됐습니다. 매출액은 삼성물산이 5.5배였고, 영업이익도 3배나 됐습니다.

그런데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대 삼성물산이 1대 0.35로 결정됩니다. 합병비율이란 두 회사가 합칠 때, 주식을 교환하는 비율입니다. 흡수합병을 하면 한 회사가 없어지는데, 없어지는 회사의 주식을 흡수하는 회사의 주식으로 바꿔줍니다. 그 때 어떤 비율로 바꿔줄 것이냐가 합병비율이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이 1:0.35라는 말은, 대략 삼성물산 주식 3주와 제일모직 주식 1주가 맞먹는다는 겁니다.

왜 이렇게 계산했을까요.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점에 제일모직의 주가는 약 15만9천원(15만 9,294원)이었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약 5만5천원(5만 5,767원)이었습니다. 나누면 0.35가 나옵니다.

사실 주가라는 건 변하게 마련이죠.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주가가 더 오를 수도 있고, 합병비율을 오직 주가기준으로만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시점에는 삼성물산에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었다는 것이죠. 당연히 주주들의 반대가 많이 나올 것이 분명한데도 삼성물산 경영진은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회사와 주주에게 극도로 불리한 합병을 추진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검찰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합병이 이재용의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한 치밀한 계획하에 미래전략실의 독단적 지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미래전략실은 처음부터 이재용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이 조성되도록 모직 상장 후 모직 주가가 높게 형성된 시점에 물산 합병을 계획했고, 2014년 12월 상장 이후 지속적으로 주가를 점검하며 모직 주가는 높고 물산 주가는 가장 낮은 시점을 정해 합병을 실행했다.”

그럼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거나 올린 걸까요? 네 그런 의혹이 제기됩니다.

#3 삼성물산의 가치가 내려가는 마법

삼성물산의 주력업종은 건설이었습니다. 한국 아파트 브랜드 1위, 래미안을 짓는 건설회사죠. 합병이 있었던 2015년 1윌, 증권시장에서는 이런 전망이 나옵니다. “상반기 주택경기 회복 영향으로 건설업종 주가가 상승할 것이다.” 증권사들은 건설사 중에서도 삼성물산을 사라고 추천했죠. 실제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의 주식은 계속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삼성물산의 주식은 그러지 못했죠. 특히 2015년 4월 중순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합니다.

특이한 점이 있는데요. 2015년 상반기에 주택경기 회복으로 다른 건설사들이 신규 공급을 확대했는데, 삼성물산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2015년 상반기에 고작 300가구만 공급했습니다. ‘신반포 3차’ 재건축 딱 한 단지만 수주를 받은 겁니다. 사실 삼성물산은 2014년에도 ‘부산 온천4구역’ 재개발 현장 1건만 수주했습니다. 업계 1위를 다투는 건설사라고 보기엔 연이은 초라한 성적이죠. 2013년 41조에 달했던 수주잔액은 2년만에 10조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삼성이 건설을 접는다는 소문까지 돕니다.

삼성물산에는 더 이상한 행동도 있었습니다. 2015년 5월에 카타르에서 화력발전소 공사 착수지시서를 받았는데, 이걸 공개하지 않았다가 7월 28일이 돼서야 공개합니다. 공사대금이 2조원인 초대형 공사였습니다. 어느 회사가 실적을 밝히는 순간 주가가 오를텐데 초대형 실적을 감추었다가 나중에 밝힐까요. 시점이 중요합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결정하는 주주총회가 7월 17일이었거든요.

뭔가 이상하죠.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는 합병을 앞두고 자기 가치를 높여야 유리하잖아요? 그런데 회사 경영진은 주주들의 이익 따위는 생각하지 않은 겁니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2015년 5월 26일 합병이 회사와 주주들에게 이득이 되는지 별다른 검토없이 불과 1시간 논의를 거쳐 제일모직과 합병계약을 체결하고 공표합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합병의 시너지 효과는 6조원’이라는 허위정보가 유포됐고, 회계법인이 작성한 합병비율 보고서가 삼성의 요구로 조작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이상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면서 삼성물산의 가치는 쭉쭉 떨어집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제일모직의 가치는 팍팍 올라갑니다.

#4 제일모직의 가치를 올리는 수법

제일모직은 원래 에버랜드였습니다. 아무리 놀이공원이 잘 나간다고 해도 가치가 크게 오르긴 힘들겠죠. 새로 인수한 패션사업이 두드러진 성장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럼 기업가치가 치솟은 비결이 뭘까요?

제일모직이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던 회사의 가치가 급상승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줄여서 삼바 혹은 로직스라고 불리는 바이오의약품 회사입니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였죠. 이 로직스는 또 삼성바이오에피스, 줄여서 에피스라고 불리는 회사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제일모직이 로직스를, 로직스가 에피스를 가지고 있는 형태였습니다.

삼성은 2010년부터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바이오산업을 꼽아왔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기업이 로직스와 에피스였습니다. 제일모직이 상장하던 2014년 12월 중앙일보에는 로직스와 에피스 관련 기사들이 수차례 등장했습니다. 삼성의 바이오제약 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기사였습니다. 그래서 이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는 제일모직이 상장했을 때 그 미래 가치가 주가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로직스는 2014년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회사였습니다. 미래전망이 어떤지는 확실치 않았고, 현실에서는 적자기업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2015년 1조8천억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어마어마하죠? 드디어 초대박 실적을 낸 것일까요? 아닙니다. 사실은 회계장부가 고쳐졌기 때문입니다. 분식회계가 있었던 겁니다. 분식회계란 회계장부에 분칠을 한다는 뜻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쉬운말로 장부를 조작해서 재무제표를 뻥튀기 했다는 겁니다. 분식회계로 자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니까 제일모직 가치가 뛰어오른겁니다.

검찰은 제일모직의 가치가 고평가 되는 과정에 분식회계가 동원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로직스가 2014년도 재무제표에서 외국 회사와의 콜옵션 계약 중 주요 내용을 일부러 숨겨서 1조8천억원 상당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봤습니다. 구체적인 콜옵션 계약 내용은 좀 복잡한데요, 쉽게 보면 로직스의 부채를 일부러 누락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또 검찰은 로직스가 2015년 말에 임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서 회사 가치를 4조5천억원을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했다고 봤습니다.

검찰은 분식회계가 없었다면 로직스의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가치는 합병 당시보다 저평가 됐을 것이고, 그 결과 이재용에게 불리한 합병 비율이 설정됐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5 주주매수와 로비에 골몰한 삼성

이쯤되면 삼성물산의 주주들이 억울할만 하잖아요? 네, 그래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늘어납니다. 당연하겠죠. 개인투자자들도 많이 반대했지만, 삼성물산의 주식을 많이 가진 외국 투기자본에서 격하게 반대합니다. 여론도 악화됩니다.

두 회사의 합병은 각각의 회사 주주총회에서 결정돼야 합니다. 2015년 7월로 예정돼 있었죠. 6월 초에 골드만삭스와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참석하는 대책회의가 열렸고, 긴급 대응전략이 수립됩니다. 검찰은 이때 수립된 대응전략에 따라서 삼성이 찬성표를 확보하기 위해 주주들을 상대로 각종 로비와 매수작업을 벌였다고 봤습니다.

그 당시에 삼성증권 직원들이 과일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삼성물산 주주들을 찾아다녔다고 하죠. 유명한 얘깁니다. 검찰은 삼성증권이 삼성물산에게 당사자 동의도 없이 주주명부를 넘겨받아서 주주들에게 투자상담을 해준다고 접근해서는, 의결권 위임장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건 불법입니다.

이 시기에 제일모직의 2대 주주였던 KCC가 갑자기 삼성물산 자사주를 전량 사들입니다. 검찰은 삼성이 합병 찬성을 전제로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주겠다는 이면계약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이 없는데요, 이 주식을 남에게 팔면 의결권이 부활합니다. 이 때 KCC가 사들인 주식은 삼성물산 전체 지분의 5.7%였습니다. 이재용 쪽에서는 엄청난 찬성표를 확보하게 된 것이죠. 이것도 불법입니다.

제일모직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계획을 합작사와의 협의도 없이 발표하고 에버랜드 인근 개발 계획도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 계획은 거짓말이었습니다. 합병이 끝난 뒤에 취소해버리거든요.

언론환경을 유리하게 만드는 작업도 합니다. 경제계 유명 인사의 기고문, 인터뷰를 대신 작성해주는 등 합병에 유리한 기사가 보도되게 하기도 합니다. 광고도 엄청나게 쏟아부었죠.

#6 박근혜-최순실 뇌물과 국민연금의 이상한 결정

7월이 다가오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초미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찬반여론이 강하게 맞붙었습니다. 특히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찬반 어느 쪽이 우위인지 알기 힘든 상태가 됩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삼성물산의 주식 11%를 가진 대주주, 국민연금의 입장으로 쏠립니다. 사실상 국민연금의 입장에 따라 합병여부가 판가름 나는 상황이 됩니다. 네, 삼성은 국민연금에 접근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사건이 바로 박근혜최순실 뇌물사건입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낸 돈으로 국내외 주요기업에 투자하고 수익을 올립니다. 국내 주요 기업 상당수의 주식을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삼성물산의 대주주 국민연금은 손해보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국민연금은 7월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찬성합니다.

검찰은 합병 이전부터 주식을 보유한 물산 주주들은 모두 30~50% 수준의 손실이 발생하는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손해를 국민연금이 감수한 겁니다. 국민들이 낸 돈에 심대한 손해를 끼친 것이죠.

어떻게 이런 결정이 가능했을까요?

2015년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습니다. 네,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황당한 이 결정의 배경에 삼성의 로비는 당연히 있었습니다. 결정에 참여하는 국민연금 관계자들이 이재용을 비롯한 삼성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재용과 삼성의 로비는 청와대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이재용 박근혜 뇌물수수 사건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중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승계작업과 관련된 청탁을 하면서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뇌물을 줬다는 겁니다. 이런 사실은 재판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재판부는 박근혜가 2015년 6월에 합병안건에 대한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고 당시 고용복지수석에게 지시한 점, 대통령 비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 과정에 관여한 점 등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과정을 종합하면서 국민연금이 합병을 찬성하는 과정에 박근혜의 지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고 법원은 이재용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 승마지원 등의 뇌물을 줬다고 봤습니다.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된 이후에는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도 있습니다.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요. 이 권리가 행사되는 기간인 7월 18일부터 8월 6일까지 주가가 급락해선 안 됩니다. 삼성물산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주주들이 이탈하면서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삼성 관계자들이 제일모직의 주가가 오르면 삼성물산의 주가도 오르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이용해 제일모직의 주가를 올리기 위해 자사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삼성물산 주가를 방어했다고 봤습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이 수만건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냈다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주가는 주식매수기간 동안 청구가격 위로 유지되다가 청구기간이 끝나고 곧바로 급락했습니다.

#7 이재용은 또 감옥에 갈까요?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기소하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 부회장 등은 합병 거래의 각 단계마다 삼성물산 투자자를 대상으로 거짓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 삼성증권 PB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정 등을 했다.”

6월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불기소와 수사중단을 권고했지만 두 달여가 지난 뒤 검찰은 기소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검찰이 기소한 만큼 길고 긴 재판이 시작될 겁니다. 재판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겁니다. 재판에서 유죄가 입증되고 만약 징역형이 선고된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다시 감옥에 가야겠죠.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뇌물수수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유죄를 받았습니다. 다만,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았다가 2심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고 뇌물액수가 줄어들면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풀려났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된 혐의 중 일부를 유죄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피기환송 했습니다. 고등법원에서 다시 판결해야 하는 상황이죠.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르면 이재용이 제공한 뇌물액수가 올라갑니다. 이 뇌물은 회삿돈이기 때문에 횡령으로 이어지는데요,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으면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하게 돼 있습니다. 삼성 쪽에서는 판사가 재량으로 감형을 해주길 바라는데요, 그 것 때문인지 삼성에서는 준법감시위원회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반도체 백혈병 발병 문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직접 사과를 하기도 했죠. 아직 판결은 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이재용 부회장은 두 개의 재판을 하게 됩니다. 이재용 기소를 두고 경영승계 과정이 불법이니 총수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삼성을 흔들려는 행위라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있는 그대로 보면 이렇습니다. 불법 행위가 있으면 그에 대한 처벌을 받으라는 겁니다. 이재용 부회장도 한국 국민이니까, 한국의 법을 따르라는 것입니다. 재벌 총수가 법 위에 있는 존재는 아니니까요.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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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15 4주년 민족공동행사

<특집> 통일뉴스 창간 20주년 사진전 (1)6.15공동선언 20주년
통일뉴스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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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2  05: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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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뉴스>에서는 창간 20주년 맞아 (1)‘6.15공동선언 20주년’, (2)‘한국전쟁 70주년’ 사진전을 준비했습니다. 2000년 6.15공동선언과 함께 출발한 <통일뉴스>는 지난 20년간 단독 방북취재를 비롯해 남북 민간공동행사를 독보적으로 취재해왔습니다.

이번 (1)‘6.15공동선언 20주년’ 사진전에는 6.15민족공동행사를 비롯한 8.15공동행사 그리고 노동자, 농민, 여성, 종교 등 부문행사들에서 잡힌 감동적인 장면들이 연도별도 전시될 것입니다.

통일뉴스가 입수한 희귀 사진을 선보인 (2)‘한국전쟁 70주년’ 사진전은 지난 6월, 3회에 걸쳐 전시된 바 있습니다. / 편집자주

 

2004년에는 6.15공동선언 4주년 행사 ‘우리민족대회’가 인천에서 열린 것을 비롯해 남북 노동자 5.1절 통일대회가 평양에서, 남북 농민통일대회가 금강산에서 열렸다. 아울러 남북 대학생 상봉모임이 처음으로 금강산에서 열렸다. 그러나 8.15행사는 범민련과 한총련의 참가 문제를 둘러싸고 남측 당국이 불허하자 무산됐다.

 

<남북 대학생 상봉모임 / 금강산, 3월 13일>

   
▲ 남측 대학생들이 남북 대학생 상봉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한반도기를 망토로 해 행사장인 금강산 문화회관으로 향하고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 북측 대학생들이 남북 대학생 상봉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한반도기와 수기를 들고 금강산 문화회관으로 향하고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 '남북, 북남 대학생 상봉 모임' 순서. [통일뉴스 자료사진]
   
▲ '남북 대학생 상봉 모임' 대회장. [통일뉴스 자료사진]
   
▲ 한반도기를 펄럭이며. [통일뉴스 자료사진]
   
▲ 남북 대학생들이 행사 후 한반도기와 수기를 흔들며 나가고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 행사장 바깥에서 남북이 함께. [통일뉴스 자료사진]
   
▲ 대학생다운 발상. [통일뉴스 자료사진]

 

<남북 노동자 5.1절 통일대회 / 평양, 5월 1일>

   
▲ 평양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통일뉴스 자료사진]
   
▲ 평양순안공항에서 남측 대표단을 맞이하는 평양시민들.  [통일뉴스 자료사진]
   
▲ 평양순안공항에서. [통일뉴스 자료사진]
   
▲ 남북 노동자 5.1절 통일대회 행사장. [통일뉴스 자료사진]
   
▲ 남측 대표단. [통일뉴스 자료사진]
   
▲ 대회를 참관하는 평양시민들. [통일뉴스 자료사진]
   
▲ 평양에 왔으니 을밀대에서. [통일뉴스 자료사진]
   
▲ 남북 노동자 연환공연. [통일뉴스 자료사진]
   
▲ 환영행사에 북측 박봉주 내각총리(우측에서 두 번째)가 참석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 '우리는 하나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6.15선언 4주년 우리민족대회 / 인천, 6월 14-16일>

   
▲ 대회장에 참석하기 위해 행진을 하고 있는 남북 대표자들. [통일뉴스 자료사진]
   
▲ '6.15 우리민족대회' 행사장. [통일뉴스 자료사진]
   
▲ 남북 대표단들. [통일뉴스 자료사진]
   
▲ 체육오락경기. 남남북녀가 공을 떨어뜨릴세라 조심조심하며 나아가고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 대형 만찬장. [통일뉴스 자료사진]
   
▲ '우리민족자랑 남북예술공연' [통일뉴스 자료사진]
   
▲ '우리민족자랑 남북예술공연'을 참관하고 있는 인천시민과 국민들. [통일뉴스 자료사진]
   
▲ 마라톤대회. [통일뉴스 자료사진]
   
▲ 128번 황영조 선수도 함께 뛰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 마라톤 선수가 들어오길 기다리며 응원을 펼치고 있는 북측 대표단. [통일뉴스 자료사진]

 

<남북 농민통일대회 / 금강산, 6월 27일>

   
▲ 대형 한반도기를 인도하며 국기 게양대로 향하고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 '남북 농민 통일대회' 행사장. [통일뉴스 자료사진]
   
▲ 남북 대표단들. [통일뉴스 자료사진]
   
▲ '식량주권 수호' [통일뉴스 자료사진]
   
▲ 남남북녀가 만나니 이리 좋을 수가. [통일뉴스 자료사진]
   
▲ '우리 이쁘죠?' [통일뉴스 자료사진]
   
▲ '탈춤을 추자' [통일뉴스 자료사진]
   
▲ 씨름대회에서 우승해 받은 황소를 타고. [통일뉴스 자료사진]
   
▲ '더 높이...' [통일뉴스 자료사진]
   
▲ 행사 후 모두 함께 춤을. [통일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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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자영업자들 절규 “제발 세금 유예나 공과금 면제를”

등록 :2020-09-01 04:59수정 :2020-09-01 07:11

 

서울 영등포구 먹자골목 상인
“다들 매출 3분의2 이상 줄어 두집 건너 한집은 폐업중”
서초구 고깃집 운영 사장은
“임금 챙기느라 임대료 두달 밀려”
임대료 제한 등 전향적 지원책 필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31일 낮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가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31일 낮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가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수도권에서 ‘준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자영업자들이 극한상황에 내몰렸다. ‘8일간의 배수진’이라지만 이미 막다른 길에 이른 자영업자들에게선 “작은 가게부터 줄도산할 것”이라는 비명이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임대료 제한, 세금 유예 등의 지원 대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라면 손님들로 북적거렸을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먹자골목’의 상인들은 텔레비전 뉴스만 보고 있었다. 별관을 둔 대형 식당을 운영하는 최아무개(49)씨는 거리두기 효과를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기가 50년 넘은 골목인데 폭삭 망했어요. 어제 업주들이 모였는데 다들 3분의 2 이상 매출이 줄었다고 합디다.” 최씨는 “일주일만 한다지만 소상공인에겐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지금도 두 집 건너 한 집은 폐업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직원 김아무개(39)씨도 “어제 손님이 없어서 쉬었는데 오늘도 손님이 보이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아직 영업 개시를 하지 못했다”며 혀를 찼다.

 

매출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임대료는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다. 앞서 정부가 나서 ‘착한 임대인 운동’을 권장해 일부 시장 등에서 건물주들이 임대료 인하에 동참했지만 이미 ‘약발’이 떨어진 상태다. 서울 중구에서 한식당을 하는 유아무개(66)씨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유행하던 지난 3~5월엔 임대료를 삭감받았지만 지금은 원상복귀됐다”며 “적자가 지속돼 폐업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서초구에서 고깃집을 하는 ㄱ씨는 “직원들을 자를 수도 없어 임금을 챙기느라 두달치 임대료가 밀려 있다. 주변엔 임대료를 더 올린 곳도 있다고 한다”며 “다시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건물주가 깎아준 임대료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는 착한 임대인 지원책은 지난 6월까지 제한적으로 운영돼 추가적인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각에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건물주의 임대료 유지·상승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공회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지금처럼 비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임대인만 꾸준히 수익을 유지하는 건 형평에 맞지 않는다. 여권이 최저임금 문제에서 강경하게 나갔듯 건물주들이 임대료 감액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도 “임대인이 임대료를 올릴 권리가 있듯 임차인 역시 ‘차임증감청구권’에 의해 상황이 어려울 경우 법적으로 임대료 감액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권리가 제대로 행사될 수 있도록 돕고, 각 지자체도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자영업자에게 긴급 현금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자영업자들은 단기적으론 세금 유예, 공과금 면제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최아무개씨는 “재난지원금 30만원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상인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세금이다. 면제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6개월이라도 유예해주면 숨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에서 식당을 하는 정아무개(50)씨는 “세금을 좀 줄여주거나, 한시적으로 전기·가스요금을 낮춰서 공과금 부담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윤경 강재구 전광준 기자 ygpark@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60147.html?_fr=mt1#csidxdb30c50c72fe44eaa280bd04eb259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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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거래’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대법원이 9월 3일 최종 판단한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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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09/01 08:33
  • 수정일
    2020/09/01 08:3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20-08-31 16:34:24
수정 2020-08-31 16:34:24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참교육전교조지키기 노동단체연대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취소 판결을 촉구하는 모습.
참교육전교조지키기 노동단체연대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취소 판결을 촉구하는 모습.ⓒnews1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적법성 여부를 가리는 대법원 최종 판단이 오는 9월 3일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는 3일 오후 2시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 사건 상고심 선고를 한다고 31일 밝혔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외노조 통보가 이뤄진 지 7년여 만이다.

지난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내렸다. 전교조에 해직교사 9명이 조합원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빌미로 조합원 자격을 현직 교원으로 제한하는 교원노조법에 근거해 내린 처분이었다.

이후 전교조는 법원에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2016년 1월까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전교조는 세 차례 효력정지 결정을 받아냈으나, 정작 본안 소송 2심까지 모두 패소한 상태다. 전교조가 상고해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겨졌고, 작년 12월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상고심에서의 쟁점 중 하나는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근거가 됐던 교원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을 둘러싼 위헌 논란이다.

 

이 조항은 노조 설립신고서에 반려 사유가 발생한 경우 행정관청이 시정을 요구하고 기간 내 이행하지 않을 때 ‘노조 아님’을 통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교조는 노조 해산명령이 1987년 삭제된 만큼 대통령령인 시행령만 갖고 사실상의 노조 해산명령에 해당하는 ‘노조 아님’ 통보를 할 수 없다고 맞서왔다. 이 조항이 국민 기본권인 노동3권 중 단결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다.

현직 교원만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교원노조법 제2조에 따른 법외노조 처분을 통보한 행위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해직 교사가 일부 포함됐다고 해서 노조의 자주성이 훼손되는 것인지 등도 핵심 쟁점이다.

이 재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수장으로 있던 대법원의 주요 거래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법원 특별조사단 조사 대상 문건들에 2014~2015년 법원행정처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한 소송을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거래의 수단으로 삼은 정황이 담겼다.

특히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청구한 사건 항소심에서 전교조의 청구가 받아들여지자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의 재항고심 결정 방향 및 시기, 본안 사건인 법외노조 처분 취소 소송의 판결 시점을 지연시키거나 효력정지 사건 항소심 재판장을 교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재판장 교체와 본안 사건 결정 시점은 문건 내용과 일치했다.

2015년 2월 작성된 문건에서는 법원행정처가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사건들을 ‘사법부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사안’으로 분류하고, 정부가 사법부에 대한 사정을 강화할 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건 처리를 주의 깊게 해야 한다고 사건 처리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강경훈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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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이 밝힌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진짜 이유

[방대본] 감염경로 불명 비율 20%이상 증가... "무증상 경증, 5일 지나면 감염력 떨어져" 20.08.31 18:02l최종 업데이트 20.08.31 18:42l박정훈(twentyrock)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1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송읍 오송역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과 긴급 방역협조 간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1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송읍 오송역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과 긴급 방역협조 간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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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마스크 착용이 불편해도 참아야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약속이라고 설명하셨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가 장기전이 될 코로나19 위기 앞에서 함께 새겨야할 말씀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인용을 하였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이 31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방역수칙을 잘 지켜 코로나19 추가전파를 막은 경상북도 경산에 위치한 '경산 중앙 유치원'에 감사를 표했다. 정 본부장이 특정 집단을 지목해 '모범사례'로 설명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정 본부장은 브리핑 말미에 "언론보도에서 가족을 통해 감염된 유치원 원아가 있었지만, 감염된 어린이가 유치원에서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 준수도 철저히 해서 원생과 직원에게 아직까지 추가전파가 일어나지 않았던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가격리 기간이 남아 있어서 좀 더 관찰이 필요하겠지만 경북에 있는 경산 중앙 유치원 관계자분들께 감사를 드린다"라며 해당 유치원에서 마스크 착용을 '지켜야 할 약속'이라고 아이들에게 설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도 캡처"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
▲  JTBC 30일자 <"추가 확진 0명" 유치원의 기적…"마스크 잘 썼어요"> 보도 캡처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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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유치원의 경우 지난 23일 원생 한 명이 가족 간 전파로 인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나머지 원생 173명과 직원 33명은 모두 음성이 나왔다. 해당 유치원을 다룬 지난 30일 JTBC 보도를 살펴 보면 아이들은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으며, 말하지 않고 칸막이에서 밥을 먹는 등 유치원 안에서도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추가전파가 없는 경산 중앙 유치원의 사례가 보도되자 누리꾼들은 "어린이들한테 본받고 반성하세요", "애들이 어른보다 훨씬 낫다", "눈물 나는 뉴스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 본부장 "신규 확진자 약간 감소했지만, 위중·중증 환자 늘어"

한편 이날 브리핑에서 정 본부장은 "지난 주말에 확진자 수가 약간 감소했다. 주말의 (검사량 감소) 영향이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와 국민들께서 열심히 방역수칙을 지켜주신 결과가 반영되었다고 판단한다"라며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 200명대의 확진자 ▲ 전국적인 동시다발적인 집단발병 ▲위중·중증 환자가 누적 79명으로 지난주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사례 등은 코로나19 방역의 '위험 요소'로 분석했다.

이어 그는 "많은 분들의 고통과 불편을 수반하는 지금의 강력한 조치가 유행 억제의 반전을 이끌어내려면 국민들이 모두 함께 철저하게 방역에 참여해서 강화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굵고 짧게 잘 마쳐야 방역의 효과도 낼 수 있고 피해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정 본부장은 '감염경로 조사중'(감염경로 불명)인 환자의 비율이 20% 이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염경로 조사중 환자'는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지역 감염에 연계되지 않고 새롭게 발생한 지표환자이며, 우리가 찾지 못한 감염자가 지역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이를 역학조사를 통해 추적하는 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다는 것은 혹시 저희가 못 찾는 무증상 경증의 감염자가 있다 하더라도, 감염되고 5일 정도 지나면 감염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 기간에 많은 전파를 일으키지 않게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번주 일요일에 시작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는 빨라야 이번 주말에서 다음주 초에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번주까지는 경각심을 놓지 말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확실하게 모두 함께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정은경, #경산 중앙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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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익, “주한미군 1만명 철수 한국이 수용해야”

세종영상브리프서 “중거리미사일 배치는 절대 안돼”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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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31  08: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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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세종영상브리프 캡쳐]

“한국이 그간에 국방력을 굉장히 향상시켰기 때문에 한국이 재래식 군사력으로 북한을 능가한다는 차원에서 주한미군 28,500명 중 약 1만명 정도는 철수해도 우리가 받아들이겠다(고 해야 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30일 ‘미-중 갈등과 한국의 외교안보 대응전략’에 관한 영상브리프에서 교착상태인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응책에 대해 이같이 제안했다.

‘13% 인상(1조 1740억원) 대 13억 달러(1조 5900억원)’로 한.미 간 입장 차이가 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감축 카드를 흔들어대도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미국은 독일주둔 미군 3만 6천명 중 1만 2천명을 감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홍 위원은 “(주한미군 1만명 감축이) 미국의 부담을 줄여주고 한국군의 임전무퇴 자세를 보다 강화하고 남북관계나 한중관계도 개선할 수 있다”면서 “결국 우방인 미국의 부담은 줄여주지만 우리의 자주성은 늘이면서 방위비분담금은 증액해주지 않는 정책을 실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방부가 동맹국 내에 배치를 추진 중인 중거리 미사일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영토를 넘어서서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타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한국은 바로 반중.반러 국가가 되기 때문에 사드 때보다 훨씬 심한 중국이나 러시아의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대외전략기조 차원에서 한국이 반중노선에 동참하라’고 제안하는 데 대해서도 선을 그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동맹은 사실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미동맹이 제3국을 적대시하는 것을 우리는 바라지 않는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와도 화해와 협력,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미국이 우리에게 요청하더라도 중국을 봉쇄하고 견제하고 반중적인 동맹으로 변질되는 것은 우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는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 영토적 야심을 보인다거나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일이 있을 때에는 강력히 대응하면서 이럴 경우 부득이 우리도 한미동맹을 반중동맹으로 바꿔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히”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올해 가을로 예상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대해서는 “‘한한령’(주-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취한 한류 금지령)도 완전히 해제하고 한중관계도 개선하고 그러면서 대북정책도 진행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대북 전단살포를 강력히 저지하고 가장 좋은 것은 국회에서 입법화하고, 같은 동포로서 코로나19에 대한 의료방역협력이나 농업.임업협력을 적극 진행해서 남북관계도 개선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 간 핵 협상에 도움을 줘서 한반도의 평화프로세스를 회복하고 한미우호, 한중우호를 함께 이뤄 대한민국이 동북아에서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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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장갑차와 SUV 차량 충돌... 한국인 4명 사망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0/08/3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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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모습..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이다. [사진출처-뉴스화면 캡쳐]  


포천에서 훈련을 끝내고 돌아가던 주한미군 장갑차와 SUV차량이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30일 밤 9시 30분경 포천의 영로대교 발생했는데, SUV 차량에 있던 50대 부부 두 쌍이 숨졌다. 장갑차에 타고 있는 미군 두 명 중 한 명만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사고 지역은 포천에 있는 미 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 일대로 알려졌다. 

 

아직 사고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이는 예고된 사고였다고 한다.

 

주민들은 사격 훈련을 위해 오가는 장갑차 등이 많은 데다 도로 자체가 좁아 특히 어두운 밤에는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고 영상을 보니 도로는 왕복 2차선이고, 가로등도 없어 보인다. 

 

왕복 2차선에 불과한 좁은 도로에 미군 장갑차가 수시로 다니는 상황이었는데 미군 측이나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이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 볼 수 있다. 

 

주한미군 측은 사고가 발생하자 이례적으로 애도 성명을 낸 뒤에, 로드리세스 사격장 일대에서 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측이 애도 성명 발표 등 발 빠르게 행동한 것은 2002년 미군장갑차에 의해 숨진 ‘효순·미선’이 사건처럼 반미투쟁으로 번질까 하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대규모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주한미군이 코로나19 방역에 협조적이지 않아 미국을 보는 눈이 곱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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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를 반목과 대결로 돌려세운 되돌이현상의 내막

[개벽예감 409] 남북관계를 반목과 대결로 돌려세운 되돌이현상의 내막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0/08/3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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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감동적인 장면 뒤에 펼쳐진 또 다른 장면

2. 대미굴종이 불러온 정신착란

3. 되돌이현상을 일으킨 결정적 원인

4. 통일방안논의에서 제기된 새로운 쟁점

 

 

1. 감동적인 장면 뒤에 펼쳐진 또 다른 장면

 

2000년 6월 3일 오전 6시경 판문점에서 조선인민군 소속 헬기 한 대가 아침햇살을 받으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방금 승용차를 타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선 남측 인사 세 사람이 그 헬기를 탔다. 그들은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 김보현 당시 국정원 대북전략국장, 서훈 당시 국정원 정보관리실장이었다. 그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방문을 열흘 앞두고 파견한 특사단이었다. 판문점에서 헬기를 타고 평양에 도착한 특사단은 다시 북측 특별기를 타고 신의주로 날아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신의주 근교에 있는 초대소에서 대북특사단을 접견했다. 2008년 서울에서 출판된 임동원의 회고록 ‘피스 메이커: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20년’에 따르면, 임동원 특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김대중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고,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제기할 여러 의제들에 관해 근 한 시간 동안 길고 자세하게 설명했는데, 가장 먼저 설명한 것은 조국통일방안과 주한미국군문제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임동원 특사는 자신의 회고록에 이렇게 썼다.  

 

“(남과 북이) 상호 긴밀히 협조하는 기구인 ‘남북연합’을 제도화하여 남과 북이 힘을 합쳐 민족경제공동체를 형성, 발전시키는 한편 군비통제를 실현하여 냉전의 잔재를 청산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등의 중차대한 당면과제들을 시행해나가자는 것이 대통령의 뜻입니다. (중략) 대통령께서는 주한미군의 위상에 대해서도 북측이 전향적으로 사고해줄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대통령께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균형자와 안정자의 역할을 수행할 주한미군이 현재뿐 아니라 통일 이후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날 김대중 대통령은 위와 같은 자신의 견해를 대북특사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한 것인데, 이것은 11일 뒤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이 그리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징후가 아닐 수 없었다. 그보다 앞서 2000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은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鄧樸方)을 통해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에게 평양방문의사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요청했고, 장쩌민 주석은 2000년 3월 5일 황쥐(黃菊) 당시 상하이 당서기를 특사로 평양에 파견하여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의사를 전달했다.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이후 어느덧 20년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남북공동선언이 세 차례 더 발표되었다. 2007년 10월 4일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북남)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 발표되었고,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서 ‘한(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이 발표되었고,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된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될 때마다 삼천리강산에 통일열망이 물결쳤지만, 남북공동선언 합의사항들은 이행되지 않았고, 잠시 개선된 듯하던 남북관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반목과 대결로 되돌아갔다.    

 

왜 이런 되돌이현상이 지난 20년 동안 반복되었을까? 그 원인을 찾으려면, 원초적 경험을 분석, 고찰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원초적 경험이란 2000년 6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을 뜻한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당시 텔레비전실황중계방송을 통해 방영된 남북정상회담의 감동적인 장면들이 남아있지만, 그 감동적인 장면들 뒤에서 또 다른 장면들이 펼쳐졌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장면들을 분석, 고찰하면, 지난 20년 동안 반복된 되돌이현상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진 1>

 

▲ <사진 1> 위의 사진은 남북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었던 2000년 6월 6일 빌 클린턴대통령이 급파한 검열단이 청와대를 방문하여 김대중 대통령의 접견을 받는 장면이다.사진 속의 여성은 미국 검열단 단장인 웬디 셔면 대조선정책조정관이다. 미국 검열단은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직후, 당시 남북정상회담준비사업을 총괄하고 있었던 임동원 국정원장도 만났다. 미국 검열단이 김대중 대통령과 임동원 국정원장을 연달아 만난 목적은 남북정상회담준비사업을 검열하기 위해서였다. 대미굴종이 체질화된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준비에 관한 기밀사항을 지속적으로 백악관에 보고하고 있었지만, 백악관은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일주일 전에 남북정상회담준비사업을 직접 검열하기 위해 클린턴 대통령의 특명으로 검열단을 서울에 급파했던 것이다.  

 

첫째 장면은 2000년 6월 6일 웬디 셔먼(Wendy R. Sherman) 대조선정책조정관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검열단의 서울방문이다.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서울을 방문한 검열단은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고, 당시 남북정상회담준비사업을 총괄하고 있었던 임동원 국정원장도 만났다. 그들이 김대중 대통령과 임동원 국정원장을 연달아 만난 목적은 남북정상회담준비사업을 검열하기 위해서였다. 

 

임동원의 회고록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준비사업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웬디 셔먼은 임동원에게 귓속말로 이렇게 속삭였다고 한다. “임 원장께서 보스워스 대사(당시 주한미국대사-옮긴이)를 통해 사전에 모든 것을 솔직하게 미국 측에 알려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모두 신뢰하고 있으며 대단히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셔먼이 그렇게 말한 것을 들어보면, 당시 청와대가 임동원-보스워스 연락선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준비사업에 관한 “모든 것”을 백악관에 “솔직하게” 보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어느 나라에서나 정상회담준비는 비밀리에 추진되는 법이다. 그런데도 대미굴종이 체질화된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준비에 관한 모든 기밀사항을 지속적으로 백악관에 보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악관은 남북정상회담준비에 관한 청와대의 자세한 보고를 받아보았으면서도 우려와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백악관은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일주일 전에 남북정상회담준비사업을 직접 검열하기 위해 클린턴 대통령이 지명한 검열단을 서울에 급파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2000년 6월 당시 백악관은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앞두고 무엇을 그토록 우려했던 것일까? 임동원의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백악관은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 몰래 주한미군철수라든가 평화협정체결과 같은 과감한 합의에 이르는 것이 아닌지 (중략) 우려와 의혹을 줄곧 제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2000년 6월 당시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에 조성된 분위기를 분석,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당시 백악관은 남북정상회담 중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을 회유, 설득하여 주한미국군철수와 평화협정체결을 밀약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면서 의혹의 눈총을 보냈지만, 그것은 백악관의 고질적인 의심증이 빚어낸 촌극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이 반대하는 주한미국군철수와 평화협정체결을 밀약하려는 생각을 털끝만큼도 하지 않았는데, 의심증이 도진 백악관은 자기들이 직접 검열하기 전에는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클린턴 대통령은 검열단을 서울에 급파했던 것이다.    

 

위에 인용한 임동원의 회고록에 따르면, 검열단 단장 웬디 셔먼은 김대중 대통령과 임동원 국정원장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준비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도대체 김대중 대통령과 임동원 국정원장이 웬디 셔먼에게 무슨 말을 했기에 미국 검열단의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고, 감사인사까지 받은 것일까? 임동원의 회고록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과 임동원 국정원장은 미국 검열단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고 한다. “주한미군은 통일 이후에도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안정자, 균형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민족이익에 부합한다는 기조로 북측을 설득하겠다”고 미국 검열단에게 말했다. “그리고 한국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우방은 미국이며,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초하여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김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그들(미국 검열단-옮긴이)을 안심시켰다.”

 

 

2. 대미굴종이 불러온 정신착란

 

위의 인용문은 청와대의 대미굴종이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말해준다. 그들의 대미굴종은 우리나라가 통일된 이후에도 주한미국군이 동북아시아의 균형자로 계속 주둔해야 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궤변으로 표출되었다. 청와대의 대미굴종은 궤변을 진리로 믿어버리는 정신착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거론할 필요가 있다.  

 

1) 주한미국군은 우리 민족의 조국통일운동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왜냐하면 주한미국군은 평양에 침투하여 최고지도부를 제거하려는 이른바 ‘참수작전연습’을 계속할 뿐 아니라, 선제핵타격으로 북을 파멸시키려는 북침전쟁연습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한미국군이 남아있는 한 조국통일은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진리다. 그러나 백악관에 굴종하는 청와대는 주한미국군이 주둔해야 통일이 실현될 것이라는 궤변을 진리로 믿고, 통일이 실현된 이후에도 주한미국군이 계속 주둔할 것이라는 궤변을 진리로 믿는다. 이 정도라면, 오판이 아니라 정신착란이다. 

 

2) 지금 미국은 대만문제와 남중국해문제를 비롯한 중국의 내정에 부당하게 간섭하면서 위협적 군사행동을 증가시켜 중국을 극도로 자극하고, 동아시아정세를 무력충돌계선으로 끌어가고 있다. 그런 무력충돌을 불러일으킬 촉발요인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한미국군이다. 예를 들면, 전라북도 군산공군기지에 주둔하는 미국태평양공군 제7공군 제8전투비행단은 중국인민해방군 해군의 최강, 최대함대인 북해함대가 주둔하는 산둥성 칭다오(靑島)에서 560km 떨어져있다. 군산공군기지에 상시주둔하는 미국 제7공군 F-16 전투기가 이륙하면 14분 만에 북해함대 상공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런 급박한 정황은 주한미국군이 중국인민해방군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주한미국군을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규정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백악관에게 굴종하는 청와대는 주한미국군이 동북아시아의 안정자이며 균형자라는 궤변을 진리로 믿는다. 이 정도라면, 오판이 아니라 정신착란이다. 

 

3) 주한미국군의 장기주둔으로 우리나라의 통일이 실현되지 못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것은 우리 민족의 이익에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것인데, 백악관에 굴종하는 청와대는 주한미국군의 장기주둔이 우리 민족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궤변을 진리로 믿는다. 이 정도라면, 오판이 아니라 정신착란이다. <사진 2>

 

▲ <사진 2> 위의 사진은 2000년 6월 14일 평양에 있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담화하는 장면이다. 당시 남북정상회담 중에 김대중 대통령은일주일 전 청와대를 방문한 미국 검열단을 안심시켰던 이른바 '균형자론'을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에서 또 다시 거론했다. 그 회담에 배석한 김용순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균형자론'을 논박하면서 철군론을 거듭 주장하는 바람에 분위기가갑자기 굳어졌다. 그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굳어진 분위기를 유화적 발언으로 풀어주려고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회담상대로부터 궤변을 듣고서도 논박하지 않고 되레 회담상대의 처지를 배려해준 도량이 넓은 지도자였다.  


2000년 6월 14일 평양에 있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김대중 대통령은 일주일 전 청와대를 방문했던 미국 검열단을 안심시켰던 ‘균형자론’을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에서 또 다시 거론했다. 일본 <아사히신붕> 2000년 8월 9일 보도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중에 “주한미군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지역의 안정과 완충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군이 없으면 지역의 세력균형은 어떻게 되겠습니까?”라고 하면서 ‘균형자론’을 주장했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런 발언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꾸할 수 없는 허황한 궤변이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의 보도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한 김용순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균형자론’을 논박하면서 철군론을 거듭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주한미군문제를 논의할 당사자도 아닌 김대중 대통령이 느닷없이 꺼내놓은 궤변을 못들은 척 하고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런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김용순 통일전선부장이 철군론으로 반박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갑자기 굳어졌다. 그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굳어진 분위기를 유화적 발언으로 풀어주려고 했다. 위에 인용한 <아사히신붕> 보도기사와 임동원의 회고록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 대통령의 설명에는 동감하는 면도 있습니다. 지금 철수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통일된 후에도 평화유지를 위해 미군은 남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유화적 발언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면서도,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는 것이 남조선 정부로서는 여러 가지로 부담이 많겠으니 결국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겠습니까?”라고 하면서 철군문제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30일 원산초대소에서 재미동포 언론인 문명자 주필과 진행한 단독회견에서 “통일 후에도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 (중략) 등이 보도되어 사실 김 대통령에 대한 인민들의 인상이 좋지 않았다”고 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균형자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중에 주한미국군의 즉각적인 철수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부분적으로 납득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물은 문명자 주필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그 동안 미군더러 나가라고 했지만, 그들이 당장 나가겠습니까? 우선 미국 스스로가 생각을 달리 해야 합니다. 그들은 분단에 책임이 있는 것만큼 통일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지난날 닉슨도 카터도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했는데, 주한미군문제는 우선 그들 스스로가 우리 민족의 통일을 적극적으로 돕는 방향에서 알아서 결정해야 합니다.” 

 

위의 인용문을 읽어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국통일을 실현하려면 주한미국군이 반드시 철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에게 철군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라고 촉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김대중 대통령을 수행하여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과 박지원 현 국정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균형자론’에 동의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 

 

 

3. 되돌이현상을 일으킨 결정적 원인

 

주한미국군철수와 평화협정체결은 백악관이 결정할 문제이지 청와대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며, 조미정상회담에서 해결할 문제이지 남북정상회담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청와대는 그 두 가지 문제를 결정할 아무런 권한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국군철수와 평화협정체결에 관해 논의하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2007년 10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 두 문제를 논의하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2015년 10월 1일 보도에 따르면, 2007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평화협정문제를 꺼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화협정문제는 조미정상회담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하면서 그 문제를 논의하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그 대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사전조치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권유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조지 부쉬(George W. Bush) 대통령을 설득해서 종전선언을 발표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면 좋지 않겠는가 하고 권유했던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렇게 권유했다는 사실은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7월 25일 국회 정보위원회는 국정원이 전날 배포한, 2007년 10월 3일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언론에 공개했는데, 회의록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권유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얼마 전에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화할 때 종전선언문제를 언급했다는 말이 지금 돌고 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아주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종전을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지만, 그것이 하나의 시작으로 될 수 있다고 보면 어떻겠는가 나는 생각합니다. 조선전쟁에 관련 있는 3자나 4자들이 개성이나 금강산 같은 데서 분계선 가까운 곳에 모여 전쟁이 끝나는 것을 공동으로 선포한다면 평화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될 수 있다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관심이 있다면, 부시 대통령 하고 미국 사람들과 사업해서 좀 성사시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그런 조건이 될 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완전히 바꾸는 게 어떻겠는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은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있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그 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조지 부쉬 대통령을 설득해서 종전선언을 발표할 수 있도록분위기를 만들면 좋지 않겠는가 하고 권유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하기 약 한 달 전에 부쉬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종전선언문제를 거론하였다가 부쉬로부터 싸늘한 답변을 듣고 무안을 당한 적이 있다. 부쉬 대통령의 전략방침은 조선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해야 종전선언을 발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백악관에게 있어서 종전선언발표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준비조치가 아니라 조선을 핵포기로 이끌어가려는 한낱 유인책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하기 약 한 달 전에 부쉬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종전선언문제를 거론하였다가 부쉬로부터 싸늘한 답변을 듣고 무안을 당한 적이 있다. 2007년 9월 7일 오스트레일리아 씨드니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중에 있었던 노무현-부쉬 담화에서 그런 불편한 이야기가 오갔던 것이다. 문제의 담화는 다음과 같다.

 

노무현 - “각하께서 조금 전에 말씀하실 때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에 대해서 말씀을 빠뜨리신 것 같습니다.”

부쉬 - “나는 (종전선언문제가) 김정일 북조선 지도자에게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핵무기와 핵무기개발사업을 없앤다면, 미국은 평화조약에 서명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나 한국 국민들은 그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어합니다.”

부쉬 - “대통령 각하, 나는 더 이상 말할 게 없습니다. 우리는 코리아전쟁을 종식시킬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이 핵무기와 핵무기개발사업을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없애야 (코리아전쟁이) 종식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은 그는 통역관이 자기의 말을 통역하자마자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더니 노무현 대통령과 악수하고 퇴장해버렸다.)

 

위의 인용문에서 드러난 것처럼, 부쉬 대통령의 전략방침은 조선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해야 종전선언을 발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백악관에게 있어서 종전선언발표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준비조치가 아니라 조선을 핵포기로 이끌어가려는 한낱 유인책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부쉬 대통령의 그런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노무현 대통령은 종전선언발표로 평화체제가 수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에 부쉬 대통령에게서 종전선언문제에 관한 언약이라도 받아보려고 하다가 무안만 당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바랐던 종전선언이 평화협정과 분리된 고립적 사안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분리시킨 까닭은, 평화협정체결로 주한미국군이 철수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철군만이 아니라 감군도 반대했다. <조선일보> 2016년 1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2003년 6월 당시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였던 리처드 롤리스(Richard P. Lawless)가 청와대를 방문하여 김희상 당시 국방보좌관과 반기문 당시 외교보좌관에게 주한미국군 37,500명 중에서 12,500명을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통보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은 감축문제를 통보받았다는 사실을 은폐하였고, 2003년 7월 부쉬 대통령에게 그해 10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협의할 때까지 감축문제를 일절 논의하지 말아달라고 간청했다고 한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과 똑같이 ‘균형자론’을 주장하고, 노무현 대통령과 똑같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분리시켰다. 이를테면,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26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와 대담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종전선언이 이루어진다면 유엔사의 지위가 흔들리게 되거나 또는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된다는 어떤 압박을 받는 것이 아니냐 라는 의심이 일부 있었습니다. 그러나 종전선언은 지금 한국이 65년 전에 정전협정을 체결하고는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채 정전상태로 65년이 흘러왔기 때문에 이제라도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전쟁을 종료하겠다는 하나의 정치적 선언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평화협정이 되려면 다시 평화협상이라는 과정을 거쳐 평화협정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이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는 정전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엔사의 지위라든지 주한미군의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주한미군은 전적으로 한미동맹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평화협정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지금 주한미군은 남북관계에서 평화를 만들어내는 대북억지력으로 큰 역할을 하지만 나아가서는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만들어내는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략) 그래서 나는 평화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도, 심지어는 남북이 통일을 이룬 이후에도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남북공동성명을 채택했으며,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했다. 이런 경험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가 대북적대감에 사로잡혀 광분했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와 다르다는 사실을 사람들의 뇌리 속에 새겨주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는 대북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면서도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와 똑같이 북침전쟁연습에 집착했으며,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와 똑같이 미국에게 굴종했다. 북침전쟁연습과 대미굴종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사이에는 아무런 간격이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북침전쟁연습과 대미굴종이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가 성사시킨 남북정상회담의 중대한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었고, 남북공동선언을 불이행으로 몰아갔으며, 일정기간 추진되던 남북교류마저 중단시켰다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던 남북관계를 반목과 대결로 돌려세운 되돌이현상의 결정적 원인이다.     

 

 

4. 통일방안논의에서 제기된 새로운 쟁점

 

지난 20년 동안 되돌이현상이 반복된 원인을 찾으려면, 2000년 6월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을 분석, 고찰해야 하는데, 그 원초적 경험의 두 번째 장면은 2020년 4월 7일 <연합뉴스>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 보도기사에는 2000년 6월 당시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임연구위원이었던 김달술이 노환으로 별세하였음을 알리는 부고내용이 담겼는데, 부고내용과 함께 들어있는 회고담에 시선이 집중된다. 

 

보도기사에 들어있는 회고담에 따르면,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 9일 전인 2000년 6월 4일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 모의회담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4시간 동안 진행된 모의회담에서 김달술 당시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임연구위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역을 맡았고, 정세현 당시 통일부 차관은 김용순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의 대역을 맡았다고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모의회담이 진행된 까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제기할 중대한 의견들에 맞서는 반대의견을 미리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별세한 김달술을 추모하는 발언을 하던 중에 2000년 6월 4일 청와대에서 모의회담을 마치고 고인이 “DJ(김대중을 지칭하는 영어대문자-옮긴이)가 빨갱이가 아니구먼. 김정일(국방위원장)한테 안 밀리겠어”라고 말했었다고 회고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제기할 중대한 의견들에 맞서는 반대의견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모의회담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청와대가 모의회담에서 준비한 반대의견들 가운데는 주한미국군철수와 평화협정체결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던 것이 분명한데, 위에 서술한 것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그 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김대중 대통령은 모의회담에서 준비한, 주한미국군철수에 관한 반대의견을 굳이 꺼내놓았다. 자기들 몰래 철군문제를 밀약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한 백악관을 안심시키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은 굳이 꺼내놓지 않아도 되는 문제를 일부러 제기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주한미국군철수와 평화협정체결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최대 쟁점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았던 청와대와 백악관의 예상과 달리, 회담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제기된 것은 조국통일방안에 관한 문제였다. 임동원의 회고록에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중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주고받은 다음과 같은 대화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이번에는 첫째로 민족자주의지를 천명하고, 둘째로 통일문제와 관련해서는 연방제통일을 지향하되 ‘낮은 단계의 연방제’부터 하자는 데 합의하십시다. 그리고 셋째 항에는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즉각 개시하여 정치, 경제, 사회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자는 정도로 합의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2체제 연방제 통일방안은 수락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남북연합제’라는 것은 ‘2체제 2정부’의 협력형태를 의미하는 겁니다. 어쨌든 통일문제는 앞으로 더 논의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통일 이전 단계에서 남과 북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지금 당장 할 일이 무엇인가를 합의하는 게 좋겠습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연합제’가 바로 제가 말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같은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완전통일은 10년 내지 20년은 걸릴 거라고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완전통일까지는 앞으로 40년, 50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 말은 연방제로 즉각 통일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냉전시대에 하던 얘기입니다. 내가 말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건 남측이 주장하는 ‘연합제’처럼 군사권과 외교권은 남과 북의 두 정부가 각각 보유하고 점진적으로 통일을 추진하자는 개념입니다.”

 

“통일방안은 여기서 합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남북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대해 앞으로 계속 논의하기로 합의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가 뜻이 같은 것이니까, 낮은 단계 연방제로 남북이 협력해나가자고.”

 

“북이 낮은 단계 연방제를 제의했고 남이 남북연합제를 제의했는데 말씀하신대로 양자 간에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함께 논의해나가자는 것으로 합의합시다.”

 

“좋습니다. 그럼 그 정도로 합의합시다.” 

 

위의 대화록을 읽어보면,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어떻게 해서든지 조국통일방안을 합의하려고 하였으나, 김대중 대통령은 조국통일방안을 합의하지 않으려고 끝까지 버텼음을 알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통일의지가 없으므로 그가 통일방안논의 자체를 거부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통일의지가 없어서 통일방안논의 자체를 막무가내로 거부하는 김대중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낮은 단계 연방제에 대해 설명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낮은 단계 연방제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설명을 부연하면 다음과 같다. <사진 4>

 

▲ <사진 4> 위의 사진은 2018년 9월 19일 평양에 있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중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고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다. 지난 20년 동안 남북관계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개선되다가 얼마가지 않아 반목과 대결로 돌아가는 되돌이현상을 반복해왔다. 그것은 남과 북이 조국통일방안을 논의하는 데서 쟁점으로 제기된 문제, 말하자면 남과 북이 낮은 단계 연방제의 통일국가를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남과 북이 두 국가로 분렬되어 남북연합제를 실현할 것인가 하는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측이 주장하는 남북연합제라는 이름의 국가분렬방안은 평화통일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  

 

1) 남과 북의 두 정부가 각각 행사하는 외교권과 군사권을 통합하는 것을 반대하는 김대중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외교권과 군사권을 급진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낮은 단계 연방제를 실현한 후에 외교권과 군사권을 점진적으로 통합하게 된다는 점을 설명했다. 

 

2) 남측 자본주의체제와 북측 사회주의체제를 하나로 만드는 체제단일화문제와 관련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낮은 단계 연방제를 실현한 이후에 오랜 세월에 걸쳐 남북의 체제가 점진적으로 단일화된다는 점을 설명했다. 상이하고 대립적인 두 사회체제를 급진적으로 단일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점진적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과 북의 외교권과 자주권을 점진적으로 통합하는 문제, 그리고 남과 북의 사회체제를 점진적으로 단일화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견해와 김대중 대통령의 견해는 일치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제기한 남북연합제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기한 낮은 단계 연방제에서 위와 같은 점진적 통합과 점진적 단일화는 공히 수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견이 상충되는 지점은 어디였을까? 김대중 대통령의 주장대로, 만일 남과 북이 두 국가로 분렬되어 남북연합제가 실현되면, 두 국가의 외교권과 군사권은 언제가도 통합될 수 없다. 두 국가가 외교권과 군사권을 점진적으로 통합한다는 말은 국가의 자기중심적 성격을 모르는 무지의 발로다. 외교권과 군사권은 두 국가로 분렬되지 않은 낮은 단계 연방제 안에서만 점진적으로 통합될 수 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의 주장대로, 남과 북이 두 국가로 분렬되어 남북연합제가 실현되면, 두 사회체제가 점진적으로 단일화되기는커녕 두 사회체제는 끝없이 대립할 것이다. 두 국가가 상이하고, 대립적인 사회체제를 점진적으로 단일화한다는 말은 궤변이다. 

 

위와 같은 맥락을 이해하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조국통일방안이 합의되지 못한 것은 통일국가건설문제에 대한 견해가 상충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낮은 단계 연방제의 통일국가를 건설하고, 그 통일국가 안에서 남과 북의 외교권과 자주권을 점진적으로 통합하고, 남과 북의 사회체제를 점진적으로 단일화하는 조국통일방안을 제시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통일국가건설을 반대하고 남과 북이 두 국가로 분렬된 남북연합제를 세우는 분리독립방안을 주장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주장한 남북연합제방안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게 계승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조국통일방안을 논의하는 데서 제기된 쟁점은 남과 북의 외교권과 군사권을 점진적으로 통합하는 문제도 아니었고, 남과 북의 사회체제를 점진적으로 단일화하는 문제도 아니었다. 쟁점은 남과 북이 낮은 단계 연방제의 통일국가를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두 국가로 분렬되어 남북연합제를 실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쟁점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난 20년 동안 남북관계는 일시적으로 개선되다가도 얼마 가지 않아 반목과 대결로 돌아가는 되돌이현상을 반복해온 것이다.   

 

남과 북이 낮은 단계 연방제의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민족사 최고, 최대의 과업은 결코 점진적으로 수행될 수 없다. 통일국가건설은 민족의 생사존망을 좌우하는 역사적 위업이므로, 건설과정에서 2~3년씩 시간을 끌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앞으로 남측에 통일의지를 가진 새로운 정부가 세워진다면, 남과 북은 통일과정에 진입한 후 6개월 안에 통일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이 열망하는 조국통일의 실체는 통일국가건설이며, 통일국가는 급진적으로 건설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통일학의 정세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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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안 키우고 독주한 아베...일본 정가 '춘추전국' 시대로?

[분석] 차기 총리, 스가 관방장관 가능성 있어...한일 관계는 크게 바뀌진 않을 것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임 이후 한일 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한 여러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후임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아베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는 30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지금 아베 이후에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정치 노선이나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아베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강제 동원 문제 등 한국과 과거사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일본의 원칙을 변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남 교수는 "다만 아베가 굉장히 강압적이고 여러 다른 수단을 동원해 한국을 압박한다는 방침을 보였는데, 이러한 외교 수법 등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점에서는 변화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한국과 관계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라며 "그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일이 있으면 고민해보자는 모습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우리는 일본을 상대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예컨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해석을 어떻게 우리 쪽에 가깝게 끌어올 것인지에 대해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에서는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현지 시각)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아베 총리의 후임자가 직면하게 될 도전 중 하나로 한일관계 악화를 꼽으면서, 국제관계 전문가들이 "일본의 다음 총리가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길 바란다"는 희망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호주 국립대의 로런 리처드슨이 한일 간 갈등이 길어질수록 "오직 중국과 북한만이 이 지역의 다른 국가들 간 약화된 동맹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일본과 한국 모두 자유주의 지역 질서 하에서 공통적으로 가지는 이익이 있다"고 말했다며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오후 5시께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정식으로 표명했다. ⓒ연합뉴스
 

차기 총리는 누구?


 

한편 아베 총리의 후임으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총리 자리를 넘겨주기 않기 위해 사임 타이밍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남기정 교수는 "이시바는 아베와 사사건건 대립해왔던 인물이다. 그런데 자민당 총재가 되면 그동안 입혀졌던 아베의 색을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베는 총리를 그만두지만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서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싶을 텐데 이시바가 들어오면 바꾸려고 할 것이므로 이시바가 되기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아베가 임기를 1년 정도 남겨 두고 도중에 하차했다. 이럴 경우 새로운 총리는 자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양원(참의원, 중의원) 의회에서 뽑게 된다"며 "양원 총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아베가 공천을 준 소위 '아베의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시바에게는 이러한 형식의 투표로는 총리가 되기 굉장히 어렵다"고 분석했다.


 

남 교수는 "지금 총리의 잔여임기가 1년이고 그 이후에는 전당대회를 하게 된다"며 "이시바는 그 전당대회에서 승부를 보고 이번에는 무리하지 않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이시바 전 간사장의 경우 과거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아베 총리와 맞서기도 했으며 여론 조사에서도 차기 선호도 1위에 꼽히는 등 당원 및 대중 지지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의원 지지 기반이 약해 양원 의회에서 차기 총리를 선출하면 불리한 상황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남 교수는 총리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이른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총리로 스가 관방장관이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스가 장관에 대해 "본인은 누구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왔고 당내 파벌도 따로 없다"며 그가 중간 역할을 할 총리로 선출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아베 총리와 가까운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에 대해 남 교수는 "기시다는 자민당 정조회장이라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는데도 존재감이 굉장히 약하다. 정치가의 능력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지휘봉을 잡았을 때 자민당이 다음 선거에서 잘할 수 있을 것이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후임 총리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임으로 후임 총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왼쪽부터 고노 다로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전 외무상. ⓒ연합뉴스
 

일부에서는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 이후 이렇다 할 구심점이 없어진 일본 상황에서 1~2년에 한 번씩 지도자가 교체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베 총리의 후임자 중 누가 충분히 권력을 오래 가져갈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큰 우려"라며 "2012년 아베 총리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일본의 정치지도자는 매우 자주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셰일라 스미스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신문에 "심지어 워싱턴에서도 '맙소사, 일년에 한 번씩 총리가 돌아가는 거야?'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정계가 혼란스러운 시간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아베 집권 시기 소위 '2인자'라고 하는 사람들을 키우지 않았다. 도전하는 사람들은 있었으나 모두 실패했다"며 지도자의 잦은 교체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8301426225758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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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 정부 부동산 정책, 철학 부재…국토보유세, 차기 대선 이슈 돼야”

문재인 정부 철학 없이 부동산 대증요법 반복…“노무현 트라우마 이해하지만 매우 실망스러워, 이낙연·김부겸·이재명 누구든 국토보유세+토지배당 공약 필요”

홍민철 기자 plusjr0512@vop.co.kr
발행 2020-08-30 15:13:37
수정 2020-08-30 15: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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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선 부동산·토지 정책의 철학을 볼 수 없어요. ‘부동산 문제=아파트값 상승’으로 보고 시장 상황만 잠재우고, 잠재우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의 지적은 매서웠다. “철학이 없고, 때문에 정책이 모호해졌으며, 결국 개혁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현상만 좇다 보니 대책을 남발하고 역대 정부에서 볼 수 없던 유동성 압력 속에서 온갖 풍선효과가 따라왔다는 게 전 교수 생각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제공 : 전강수  
 
그는 “‘개혁, 개혁’하다가 재집권에 실패한 참여정부 인사들이 지금 정부 주축이라 트라우마가 있는 건 이해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지지율 같은 지표에 집착하면서 정작 철학과 개혁과 같은 핵심이 실종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강수 교수는 대표적인 조지스트다. 토지를 개인이 소유하면 불로소득이 발생하고 부의 집중에 원인이 되니,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해 공공 이익에 쓰자는 19세기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를 연구하는 국내 대표적 경제학자다. 전 교수는 부동산 전문가이자 실천적 지식인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지난 25일 <민중의소리>와 만난 전강수 교수는 “이번 정부에선 개혁적인 부동산 정책이 나오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가 재산세는 올리지 않고 종부세 선별적 강화나 대출 규제 등 기존 정책 조합에 집중하는 한, 지금 투기판을 뒤엎을 새로운 정책은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 전 교수 판단이다.

 

7·10대책에서 일부 보유세 강화 방안이 나왔지만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워낙 제한적인 데다 1주택자의 보유세는 오히려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정부 감지되고, 사금융인 전세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규제가 나오지 않았다고 전 교수는 지적했다.

8·31 공급대책이 수도권에 있는 국공유지를 대거 민간에 분양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고 공공임대주택 등 정책을 펼쳐야 할 땅을 민간에 넘기는 것은 절대로 집값 안정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강수 교수는 “다음 대선 후보가 누가 되든, 정공법인 보유세 강화 정책이 강력하게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가 2000년대부터 제시한 정공법은 ‘국토보유세’다. 국토를 소유한 사람과 법인 모두에게 세금을 공평하게 걷자는 것이다. 국토는 사람이 만들지 않았고 생산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물과 공기처럼 국토의 권리를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토보유세 신설을 위해 극소수 부동산 거부들에게만 부과하는 종부세를 폐지하고, 모든 토지를 용도 구분 없이 인별 합산해 일괄 과세하자는 게 전 교수 주장이다. 보유한 토지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과세표준을 산정하고 과세표준 금액에 따라 세율 구간을 0.1~2.5%까지 신설해 ‘공평과세’ 하자는 구체적 계획도 나와 있다. 이 경우 현행 종부세보다 약 15조5천억원의 세금이 더 걷히는 것으로 계산된다.

토지를 보유하는 세금이 무겁게 매겨지고,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세금도 따라 오른다. 취득·보유·양도 등 각 단계에서 매겨지는 온갖 종류의 감면 혜택 등은 모두 폐지한다. 땅을 가져서 생기는 불로소득이 원천 차단되는 것이다. 투기 세력이 기대하는 수익률을 대폭 끌어내리고 자연스럽게 수요를 차단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한강변 고가 아파트 단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한강변 고가 아파트 단지ⓒ김슬찬 기자

혁신적 과세 개혁이라 반발이 예상된다. 전 교수는 “거둬들인 국토보유세는 1/n로 나눠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하면 조세 저항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극히 일부만 내는 종부세 세율을 조금만 올려도 ‘세금 폭탄론’이 등장하는 지금 여론 지형에선 조세 저항이 광범위하게 확산하지만, 국토보유세로 거둬들인 세금이 국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면 저항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근 코로나19사태를 거치며 긴급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효과와 인식이 변화된 것도 국토보유세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 교수는 보고 있다. 그는 “이낙연이든, 김부겸이든, 이재명이든, 차기 대권 주자의 대선공약에 꼭 포함돼 이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보유세가 집값을 잡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전 교수는 “세금 하나로 집값이 잡힐 것이란 것 완벽한 환상이다. 다만, 토지와 이에 따른 불로소득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철학을 분명히 하고, 보유세 강화라는 정공법으로 가면, 집값은 잡힐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간에서 우려하는 ‘부동산 거품 붕괴’나 ‘경착륙’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수십 년간 부동산 시장과 씨름한 베테랑 관료 역량이 있다. 시장 경색을 푸는 다양한 정책 패키지를 고려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7·10 대책 효과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상가와 오피스텔·빌라 등의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지 않나. 유동성 압력은 어디로든 튀어 나가려고 한다. 어떻게든 투기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감독원’에 대해서는 “정공법은 두려워서 못하고, 다른 곳에서 답을 찾으려니 엉뚱한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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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23명이 음주운전 전과자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08/31 10:30
  • 수정일
    2020/08/31 10: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20-20 / 음주운전 ①] 윤창호법 시행 후 음주운전 사고 1000여 건 줄었지만

20.08.31 07:58l최종 업데이트 20.08.31 07:58l
창간 20주년 기획 '지나간 20년, 앞으로 20년(20-20)'을 선보입니다. 2020년 현재, 2000년을 돌아보며 2040년을 그리려 합니다. 사회 각 분야별로 지난 20년 동안 성과는 무엇인지, 그럼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또 무엇인지,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가 마흔 살이 됐을 때 좀 더 나은 사회가 되려면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 기대하겠습니다. [편집자말]

"회식 후 택시를 탔는데 술 냄새가 상당히 났다. 궁금증은 곧 풀렸다. 내가 탄 택시 기사가 '상당한 음주'를 한 때문이었다. '음주운전하는 택시는 처음 본다'고 말하자, 기사 아저씨는 '기분 상한 일이 있어 조금 마셨다'는 설명이었다. 집에 오는 내내 불안했다. 차선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정도였다."

2000년 4월 14일 <한국경제>에 올라온 경험담이다. 그랬던 시절이다. 2000년 한 해에만 2만8074건의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1217명이 사망했다. 매일 하루에 3.3명씩 음주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20년이 지난 현재는 하루에 한 명꼴로(2019년 사망자 수 295명)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가 집계되고 있다. 사고도 절반 수준인 1만 5708건으로 감소했다.

[윤창호법 시행 전후] 9676건 → 8645건으로 줄어... 사망자도 31명 감소
     

음주 운전자 피해자 윤창호씨 빈소 울음바다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부산국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창호씨 빈소에서 윤씨 친구들이 아버지 품에서오열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윤창호법을 발의한 하태경 의원. 22살 청년인 윤씨는 군복무중인 지난 9월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고 음주 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윤창호법' 제정 추진을 촉발시켰다.
▲  2018년 11월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부산국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창호씨 빈소에서 윤씨 친구들이 아버지 품에서 오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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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법은 강화됐다. 2018년 12월 18일 '제1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시행됐다.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내면 최소 3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처벌 강화가 골자였다. 2019년 6월 25일부터 시행된 '제2윤창호법'인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해서는 음주운전 기준(음주 기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5%에서 0.03%로 낮춤)을 강화했다.

20대 청년 윤창호씨의 사고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윤씨는 2018년 9월 25일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고, 그 해 11월 9일 끝내 숨지고 말았다. 윤창호씨의 친구들은 음주운전 관련 법 개정을 호소했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으며,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부산 해운대구갑,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이 대표 발의해 일명 '윤창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입니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위법이 음주사고라 하여 가볍게 처벌되어서는 안 됩니다.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양형 기준을 높임으로써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답변과 대책을 청원합니다. (2018년 10월 2일, 윤창호씨 친구들이 올린 국민청원 중) 


그들의 구체적인 호소가 시민을 움직이고 국회를 움직였다. 법 시행 이후 변화 또한 명확해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제2윤창호법까지 시행된 2019년 6월 25일을 기점으로 시행 전후 사고 및 사망 건수를 경찰청에 정보공개 청구했다. 그 결과 같은 시기 사고는 1031건, 사망은 31건 줄었다. 2018년 6월 25일~2018년 12월 31일 사고 건수는 9676건이었으나 2019년 6월 25일~2019년 12월 31일까지 발생한 사고 건수는 8645건이었다. 2018년 하반기에는 178명이 사망했으나 2019년 하반기에는 147명이 사망했다. 높아진 음주운전 기준과 처벌 강화가 이뤄낸 성과로 보인다.

21대 국회의원 중 음주운전 경력은 누구?
 

'윤창호법' 국회 본회의 통과 29일 음주운전 처벌 강화 방안을 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윤창호법'이 재석 250인 중 찬성 248인, 기권 2인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있다.
▲  2018년 11월 29일 음주운전 처벌 강화 방안을 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윤창호법"이 재석 250인 중 찬성 248인, 기권 2인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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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음주운전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처벌 강화뿐 아니라 음주운전 예방을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할 일은 여전히 많다.

지난 3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음주운전을 잠재적 살인미수라 여기는 분위기와 함께 2018년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통과됐지만 다수의 후보자가 음주운전으로 인한 전과 경력을 갖고 있었다"라며 "단적으로 유권자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라고 꼬집은 바 있다.

그 결과는 21대 국회에 어떻게 나타났을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모두 23명이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소속은 12명, 통합당 소속은 11명이었다. 특히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양천구을),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산시 상록구을),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비례대표) 등은 음주운전 전과가 각각 2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대 국회에서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국회의원들의 '상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들은 입법 당사자다.

아래는 해당 의원 명단이다. (당별 구분, 가나다 순, 날짜는 처분일, 금액은 벌금)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 경기 안산시상록구을 - 2000년 3월 31일 150만원, 2002년 11월 12일 300만원
박용진 - 서울 강북구을 - 2009년 5월 26일 100만원
서영석 - 경기 부천시정 - 2015년 3월 13일 100만원
설  훈 - 경기 부천시을 - 2007년 5월 8일 150만원
송갑석 - 광주 서구갑 - 2003년 5월 14일 300만원
신정훈 - 전남 나주시화순군 - 2000년 9월 21일 150만원
윤영덕 - 광주 동구남구갑 - 2010년 1월 29일 100만원
이상민 - 대전 유성구을 - 2004년 7월 27일 100만원
이용선 - 서울 양천구을 - 2001년 7월 11일 100만원, 2004년 9월 21일 150만원
최인호 - 부산 사하구갑 - 2000년 4월 12일 150만원
허  영 - 강원 춘천시철원군화춘군양구군갑 - 2005년 4월 12일 100만원
허종식 - 인천 동구미추홀구갑 - 2002년 5월 3일 150만원

<미래통합당>

강대식 - 대구 동구을 - 2013년 1월 30일 250만원
구자근 - 경북 구미시갑 - 2005년 5월 17일 150만원
김성원 - 경기 동두천시연천군 - 2008년 6월 20일 150만원
김형동 - 경북 안동시예천군 - 2009년 8월 28일 100만원
김희곤 - 부산 동래구 - 2004년 12월 13일 100만원
박성민 - 울산 중구 - 2003년 2월 4일 100만원
유의동 - 경기 평택시을 - 2013년 10월 24일 100만원
이양수 - 강원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양군 - 2004년 4월 1일 250만원
이주환 - 부산 연제구 - 2007년 10월 1일 100만원
조해진 - 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 - 2002년 1월 10일 150만원
허은아 - 비례대표 - 2006년 5월 5일 100만원, 2009년 11월 5일 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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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에서 울려퍼진 ‘반미자주의 함성!’

<포토> 사진으로 보는 3차 조국통일촉진대회
이기영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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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30  00: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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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4일,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열린 제3차 조국통일촉진대회를 포토뉴스로 구성했다. / 편집자 주

 

“악조건 속에서도 3차 조국통일촉진대회 성대히 성사”

   
▲ 지난 8월 14일,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3차 조국통일촉진대회>(이하 촉진대회)가 성대하게 개최됐다. 이번 촉진대회는 올해 처음으로 열린 전국집중 반미투쟁으로, 그리고 8.15기간 유일하게 진행된 군중집회가 되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사회를 맡은 원진욱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은 “코로나 재확산과 장마와 폭우 등 여러 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성사하겠다는 실천의지와 기층의 힘으로 대회를 성사하였다.”고 선포하고 “전국에서 달려온 동지들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이규재 준비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민족의 새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격동의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진보의 단결, 민중의 단결, 민족의 대단결이다.”고 강조하고 “자주로 단결하고 자주로 투쟁해서 조국과 민중의 새 세상을 앞당겨 나가자”고 말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투쟁하는 민중과 민족의 운명은 하나”

   
▲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조합원들. “비정규직철폐연대가” 노래에 맞쳐 힘찬 율동으로 1부 순서를 시작했다.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도명화 지부장과 조합원들은 “동지들의 연대와 응원으로 직접고용 투쟁은 이겼지만 다시 원직복직을 위한 힘든 투쟁을 하고 있다”고 전하고 “반드시 2차 투쟁도 이기는 노동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민주노련 최영찬 위원장은 “내년 조국통일촉진대회에서는 노량진수산시장 승리보고대회를 하겠다.”고 약속하고 “도시빈민들도 모든 민중세력과 합심하여 조국통일 이루는 그날까지 힘차게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민중의 노래’를 합창하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 이들은 5년째 수협 자본과 권력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박준 민중가수. ‘힘들지요’, ‘질긴 놈이 승리한다’ 2곡을 참가자들과 함께 부르면서 서로서로를 응원하고 단결투쟁으로 반드시 승리하자고 다짐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싸드 뽑아야 평화온다. 평화의 걸림돌 미군을 몰아내자!” 발언하고 있는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강해윤 교무. 강해윤 교무는 “이 무덥고 힘든 장마철에 지역 주민들이 이곳에 올라올 수 없어서 제가 대신 소식을 전하러 왔다”면서 ‘소성리 사드 투쟁에 지속적인 지지와 연대’를 당부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안산 민중가요 중창단 안젤로. <오늘도 난 설레인다> 노래를 불러 참가자들을 위로했다.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정예진 학생 엄마, 박유신 어머니는 “세월호 참사 때 북한 적십자에서 아이들과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위로를 전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세월호 엄마들이 평양 가서 공연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힘 써달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열창을 하고 있는 6.15합창단.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1부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6.15합창단의 통일노래 메들리. 대회장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반미자주의 함성. 미군을 아메리카로!”

   
▲ 2부, ‘반미자주의 함성! 미군은 아메리카로!’. 통일선봉대 환영마당으로 2부 순서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민대협 통일선봉대, 민주노총 21기 중앙통일선봉대, 제13기 한국노총 민족자주 통일선봉대 깃발이 차례대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8.15대회의 꽃, 통일선봉대 환영마당. 2020년 통일선봉대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날 촉진대회에서 처음이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대학생 자주통일실천단 민대협 통일선봉대 대학생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변희영 민주노총 21기 중앙통일선봉대 총대장과 중앙통일선봉대 노동자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최인석 제13기 한국노총 민족자주 통일선봉대 총대장과 통일선봉대 노동자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전국 각지에서 불고 있는 반미투쟁의 바람! 하태봉 부산 시민은 “모두 어깨걸고 미국놈들을 조금씩 밀어내자. 지금 많이 밀렸다. 힘들고 지치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밀면 바다까지 밀어 낼 수 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3차 촉진대회에 참가한 광주지역 일반노동조합 조합원들. 조용곤 위원장은 통일운동의 계절성, 간부중심의 반미운동에 대해 비판하고 민주노총의 분발과 조합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또한 노동자 집단이 통일운동의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전국노동자정치협회 회원). 그는 “한국사회 변혁을 위해서는 계급모순과 함께 민족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된 세상이 자본주의 세상일 수는 없다.”면서 “변혁적 목표를 갖고 자본가 계급과 투쟁하면서 미제국주의에 맞서 통일투쟁을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3차 촉진대회에 참가한 영암군 농민회 회원들. 박웅 부회장은 “농민회라는 작은 틀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더 큰 틀로 조국통일의 요청에 화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영암군농민회 건설의 경험과 교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통일운동의 지역적 거점인 시군구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계급계층별 대중조직을 다양하고 중층적으로 꾸려 대중 속에 깊이 뿌리내리게 했을 때 조국통일운동의 새로운 활로가 개척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 승리의 다짐”

   
▲ 극단 경험과 상상 공연. ‘단결하는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극단 경험과 상상 류성 대표의 낭독극. ‘우리가 이길 것입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범민련 공동사무국 연대사를 대독하고 있는 이성우 범민련 부산연합 의장. 범민련 공동사무국은 연대사를 통해 “우리는 미국에 대한 그 어떤 기대와 그 어떤 주저도 없이 투쟁해 나가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판문점시대의 <우리민족끼리> 정신의 힘을 다시 한 번 만천하에 선포하기 위해 조국통일촉진대회장에 모였다”며 촉진대회 앞으로 동지적 연대의 인사를 보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노래극단 희망새 공연.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희망새 마지막 노래 ‘아침은 빛나라’에 춤꾼 이삼헌씨가 단일기를 들고 춤을 추고 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반미와 자주, 대단결로 뭉쳐진 하나의 목소리”

   
▲ 결의문 낭독을 하고 있는 민대협 통일선봉대 청년학생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자주와 애국을 위해 반미투쟁을 상설화하고, <우리민족끼리> 고난도 기쁨도 단합도 투쟁도 함께 해나갈 것”을 결의했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 3차 촉진대회는 재미과 감동, 웃음과 눈물, 힘찬 투쟁 결의로 2시간 내내 박진감 넘치게 진행됐다. 결의문 낭독 이후 전체 구호제창과 폐회선언과 함께 <주한미군철거가>를 부르며 대회가 마무리됐다.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노동자 민중의 투쟁으로 통일된 세상은 다른 세계일 것입니다!”
- 8.14 3차 조국통일촉진대회, 김수억 연설문 (전문)

김수억 /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전국노동자정치협회 회원

 

   
▲ 3차 조국통일촉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김수억. [사진제공-조국통일촉진대회준비위원회]

안녕하십니까. 저는 기아자동차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투쟁하고 있는 김수억입니다.

오늘 대회 발언 요청을 받고 여러 고민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사회 변혁과 통일세상을 위해 오랫동안 앞장서 투쟁해 온 동지들 앞에 부족한 한 노동자로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죄송한 마음과 반성이 앞섰습니다.

부족하지만 비정규직 철폐와 평등세상을 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제 고민과 다짐을 동지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코로나19 전 세계적 경제공황 속에서 한국 또한 IMF 이후 최대의 해고대란, 실업대란을 겪고 있습니다. 160만명이 넘는 일시 휴직자, 사상 최고치의 실업률과 실업급여 신청 등 노조에 가입조차 못한 대다수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악’소리도 내지 못하고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해고되고 당장 생계가 막막한 노동자들에게 목숨줄이나 다름없는 실업급여는 2,700만 취업자 중 절반도 적용이 되질 않습니다. 한 해 2,2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어제도 오늘도 일터에서 죽습니다. 산재사망에 대해 책임이 있는 기업들은 처벌받지 않습니다. 평균 벌금 450만원으로 면죄부를 받습니다. 경제위기 속,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병에 걸려 죽거나 해고되거나 더 가난한 채로 짐승의 삶을 이어갑니다. 경제위기 속 고통은 오로지 노동자 민중에게만 전가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다른 세계를 바랍니다. 해고되지 않고, 일하다가 죽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바랍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한국사회에서는 불가능한 꿈입니다.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꿈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변혁은 노동자계급이 변혁적 정치 전망을 가지고, 자본가 정권과의 계급투쟁에서 승리할 때만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분단현실이라는 특수한 조건속에 있습니다. 분단된 현실을 빌미로 정치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합니다. 반북반공주의가 함께 뿌리박혀 있습니다. 미제국주의의 첨병이자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는 주한미군이 존재합니다.

노동자 민중이 다른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계급문제와 함께 민족문제, 분단과 통일, 미제국주의 문제가 함께 해결되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평화협정 체결을 방해하는 한미동맹을 해체시켜야 합니다. 한국사회 변혁을 위해서는 계급모순과 함께 민족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통일된 세상이 자본주의 세상일 수는 없습니다. 변혁적 목표를 갖고 자본가 계급과 투쟁하면서 미제국주의에 맞서 통일투쟁을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비정규직 철폐, 해고금지, 생활임금 쟁취 등 노동자계급의 삶을 바꾸는 투쟁과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투쟁은 하나로 통일되어야 합니다. 노동자 민중이 이러한 투쟁에 함께 나서도록 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투쟁을 하고 있지만 저는 이러한 통일된 실천과 투쟁을 하지 못했습니다.

노동운동은 오랜기간 자민통 세력과 좌파세력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차이와 입장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의 목표와 바램이 같다면, 한국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고 미제를 몰아내고 평화와 통일된 세상을 바란다면,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 단결해서 투쟁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먼저 단결해서 정치적, 실천적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면 한국사회 모든 정치세력이 단결하고 민중이 함께 나서는 길 또한 열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삭감하고 경제위기 모든 고통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기업살리기에만 혈안이 된 반노동 정권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한미군사훈련을 통해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며, 국가보안법을 유지하고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단 한 명의 양심수도 석방하지 않는 반통일정권입니다.

자본과 정권에 맞서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노동자 민중의 삶을 바꾸고 미제에 맞서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투쟁에 우리 노동자들이 함께 단결하고 나설 수 있도록 그간의 투쟁을 반성하면서 저 또한 동지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투쟁하겠습니다.

분단의 극복 없이 통일도 없고 해방도 없습니다.
노동자 민중의 투쟁으로
통일된 세상은 다른 세계일 것입니다.

함께 외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노동해방 통일세상 투쟁으로 쟁취하자!”

 

(추가: 30일 오후 3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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