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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으로 '핵오염수 해양투기' 대응 주도권 쥔 다자외교 플랜이 절실하다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를 둘러싼 진실]

2023년 8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를 한 지 2년 2개월이 지났지만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된 사안'으로 보지 않는다. 이는 기술적 안전성만이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과 국제적 책임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라 온도 차이는 있었지만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태평양도서포럼(Pacific Islands Forum: PIF) 회원국들은 일본의 일방적 결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특히 태평양도서국들은 "우리의 바다는 실험실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유엔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UNCLOS)상 '공유해양(commons) 보호의무'를 상기시켜왔다. 이는 핵오염수 해양방류가 한 국가의 내부 문제가 아니라, 공유해양의 관리와 책임에 관한 국제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가와 히로미치(烏賀陽弘道)는 <ALPS수·해양배수의 거짓 12가지(ALPS水·海洋排水の12のウソ)>(2023)에서 일본 국내문제였던 방사성물질오염을 국제문제로 확대한 것은 정책 실패이며, '해양배수밖에 방법이 없다' '탱크를 놓을 장소가 더 이상 없다' 'ALPS(다핵종제거설비)에 방사성물질은 삼중수소밖에 남아있지 않다' '일본 정부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기때문에 안전하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으로 보아도 무시할 수 있다'는 말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국내문제였던 방사성물질오염을 국제문제로 확대한 것은 '정책의 잘못'으로 국제정치상 ALPS수 해양방출은 '최악의 악수'이다. 왜냐하면 바다는 국제해양법상 '세계 각국의 공유재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모든 국가가 이 해양방출에 관해 의견을 말할 권리를 가지게 됐다. 적대적 국가라면 공격재료로는 최고 호재이기에 ALPS문제와 전혀 다른 정치·경제문제의 교섭·거래의 소재로 사용할지도 모른다. 배수는 30년간 계속될 것이기에 언제 어느 때나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주권국가는 각각 다른 법률과 규제를 정할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 국제법상 현실이기에 일본 정부가 아무리 ALPS가 안전하다고 부르짖어도 그것은 일본 정부의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과학으로 증명돼 있다고 일본 정부가 주장하더라도 다른 주권국가가 과학에 따를 의무가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우가와는 또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해양배수는 어쩔 수 없다'는 말도 거짓이라고 말한다. ALPS를 해양투기하지 않고 육상처리해 보관하는 방법은 적어도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연증발법으로 미국 스리마일섬(TMI)원전사고 오염수 처리 때 실행한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오염수에 시멘트를 부어 넣어 고체로 만드는 콘크리트고화(固化)법이 있다. 그런데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는 원전사고의 오염물질 육상처리 원칙을 어기고 '방사성물질 봉쇄'라는 방사선방호철칙과도 완전 반대다. 일본 정부가 기존 원칙을 파괴한 '인류 최초의 시험' 영역에 들어선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탱크를 놓을 장소가 더 이상 없다'는 말도 현장에 가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탱크 놓을 장소가 없다는 말은 후쿠시마원전의 '구내(약 3.5㎢)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후쿠시마원전 주변 부지는 도쿄 신주쿠구와 비슷한 면적(약 16㎢)의 제염 오염토매립장이다. 이곳에 현재 주민은 한 명도 없고 30년간은 사용이 보장된 공터이다. 일본 언론은 공중촬영을 해도 모두 원전 구내의 탱크 밀집 사진만 찍어 '이미지조작'을 해 일본 국민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줬다고 우가와는 폭로했다.

 

▲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일본 불매운동 제안 퍼포먼스. ⓒ함께사는길(이성수)

 

싱가포르국립대 국제법센터 데니스 청(Denise Cheong)·니베디타 S(Nivedita S)는 <Korean Journal of International and Comparative Law(국제법 및 비교법 저널)> 제12권 제2호(2024)에 게재된 논문 <후쿠시마 제1원전 ALPS처리수 해양방류-해양환경 보호 규범 강화 방안(Fukushima Daiichi ALPS-Treated Water Discharge: Bolstering Norms to Protect the Marine Environment)>에서 일본 도쿄전력의 후쿠시마오염수 해양방류는 해양환경보호라는 규범 측면에서 매우 복합적인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원자력 분야와 해양법 분야의 국제규범이 교차하는 지점에 주목해 일본의 조치가 이들 규범과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이 논문의 주요 논점은 일본 정부 및 도쿄전력의 방류 결정과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검토는 주로 '안전기준 충족 여부'에 집중되었으나, 인접국 협의·정보공개·참여형 거버넌스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특히 규범을 실행하는 '거버넌스 인프라'가 약한 것은 신뢰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공동감시(multilateral monitoring)' 및 '공동시료채취(joint sampling)'의 제도화를 권고하고, 해양폐기물·처리수에 관한 규범 간 갭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규범 또는 실질적인 강력한 규제체계 구축과 인접국·국제기구·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한 절차와 정보공개 메커니즘 구축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논문은 기술적·안전성 중심의 논의가 과도하게 강조된 현 상황에서 '절차적·제도적 정당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특히 한국·중국 등 인접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단독 결정이 국제규범과 상관없이 진행될 경우, 외교·수산물 신뢰·해양생태계 보호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중국 중궈스유대(中國石油大學) 인문법학원 멍리(孟丽, Meng Li)와 왕쉐둥(王学东, Xuedong Wang)은 2023년 영국에서 발행되는 '오픈액세스 다학제 국제 학술지'인 <Heliyon(헬리온)>에 게재된 논문 <Legal Responses to Japan's Fukushima Nuclear Wastewater Discharge into the Sea(일본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국제법적 대응)>에서 일본의 조치가 런던협약과 국제해양법 제194조(오염방지의무)·제197조(국제협력의무)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0172886).

 

일본은 인접국과 실질적 협의를 거치지 않았고, 해양오염 행위에 요구되는 사전 통보 및 환경영향평가(EIA) 절차도 미흡했다는 것이다. IAEA 검증이 일본의 자료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독립적 검증'이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들 학자는 일본의 후쿠시마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을 국제법적 절차와 책임 관점에서 분석했는데 오염수 해양방류가 단순한 과학·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접국의 권익과 국제해양환경의 보전의무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본다. 특히 일본이 국제사회와 충분한 사전 협의, 환경영향평가, 데이터 공개(data transparency)를 거치지 않은 점에 주목한다.

 

이 논문의 주요 논점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①국제법적 정당성이 결여됐다. IAEA의 검증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제공한 자료에 기반한 기술적 검토에 불과해, 독립적 감시로 보기 어렵다. 이는 1972년 런던협약(London Convention)과 1996년 의정서, 그리고 유엔해양법협약 제194조(오염방지 의무) 및 제197조(국제협력 의무)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가 '기준치 이하 희석으로 안전하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이는 국제환경법의 '예방원칙' 및 '사전예방적 조치의무'(precautionary principle)와 배치된다. 따라서 일본의 해양방류는 '국제규범상 합의된 투명 절차를 무시한 행위로, 사실상 불법 해양배출(illegal discharge)에 해당한다'고 평가될 수 있다.

 

②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 해양오염 행위는 국경을 넘어 영향을 미치므로 사전통보·협의 의무가 적용된다. 일본은 인접국 및 태평양도서국 등 피해 가능국과의 실질적 협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방류 결정 과정과 ALPS 검증 자료 공개가 제한적이었다.

 

③IAEA 검증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 IAEA는 회원국 정부가 제공한 정보에 의존하므로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본이 IAEA 보고서를 '면죄부'로 활용하는 것은 과학적 검증의 정당성을 훼손한다.

 

④중국의 권익 보호 전략의 제안이다. 중국은 유엔해양법협약 및 런던의정서 당사국으로서 △다자 감시체계(multilateral monitoring) △공동 시료채취(joint sampling) △실시간 정보공개 △분쟁 조정절차 가동을 제안할 수 있다고 논문은 권고한다. 이는 정치적 대립이 아닌, 법적·제도적 책임 구조 안에서 일본에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들 논문의 정책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①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즉 단일 국가의 자체 검증이 아닌 다자 협력 형태의 공동 데이터 체계가 필요하다.

 

②법적 협상을 구조화해야 한다. 즉 유엔해양법협약 및 런던의정서 의무를 근거로 '국제법적 협의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③피해국의 권리 확보가 중요하다. 즉 중국의 경우 어업·수산물 시장 피해에 대한 '환경책임 배상청구' 의제 검토가 필요하다.

 

④다자협의모델을 제시 국제사회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즉 중국·한국·태평양도서국가들이 '동아시아 해양환경 감시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일본의 단독 방류 구도를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로 과학적 안전성을 주장하기 전에 법적 절차와 국제협력을 보장해야 하며,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출은 '국가주권의 문제'를 넘어 '공유해양의 책임 문제'임을 강조하고 모든 당사국은 국제법상 의무와 시민사회의 감시 요구를 충족시킬 투명한 검증 체계를 공동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샹강종원대(香港中文大学) 로스쿨 장하오(张浩, Hao Zhang)·쉬하오(徐浩, Hao Xu)는 2024년 <Environment, Development and Sustainability(환경, 발전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게재한 논문 <Reflections on governing Japan's discharge of Fukushima nuclear wastewater(일본의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거버넌스에 대한 성찰)>에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IAEA 등 거버넌스 구조를 중심으로, 처리수(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및 실행 과정에서 나타난 책임구조의 불투명성, 지역사회 참여 부족, 국제협력 및 법제도적 틈새 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논문은 △해양방류 결정이 기술적·공학적 측면에 치우쳐 있고, 어업인·지역주민 등의 이해당사자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일본 정부 및 도쿄전력이 국제적 이미지·외교 전략 측면에서 처리수(오염수)를 다루면서, 실제로는 정보공개·모니터링·독립검증 체계에 신뢰성의 문제가 존재한다고 비판하고 △국제법·해양환경법적 규율이 아직 후쿠시마 처리수 같은 대규모 해양방류 사안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제도적 공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논문은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을 향해 세 가지 주요 거버넌스 딜레마로 △이해당사자 참여 부족으로 어민·인접국 시민·태평양도서국 등 다양한 목소리가 정책결정 초기부터 반영되지 않았으며 △규제체계의 낡음, 즉 일본 국내규제·국제해양환경법 체계 모두가 구식이며, 사후관리·예측모델 등에 대한 법적 틈새가 존재하고 △신뢰위기로 일본의 투명성 부족, 도쿄전력의 정보은폐 논란, 국제적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한 자료 공개 미흡 등이 복합해 거버넌스 정당성이 약화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 학자는 이러한 문제를 '미래공동 해양사회(Maritime Community with a Shared Future, MCSF)' 개념으로 해결 가능한 거버넌스 프레임을 제안한다. 해양문제는 단일국이 독립적으로 다룰 수 없으며, 다국가적 협의체·정보공유·장기 모니터링이 필수라는 논리로 이 개념을 법적·제도적 틀로 전환할 것을 권고한다. 이에 한국·중국·태평양도서국 등이 일본의 단독 방류를 넘어 공동 거버넌스 메커니즘을 제안해야 한다고 본다. 이에는 다자협의, 공동샘플링, 처리수 관련 정보의 '지속가능한 공유'가 포함되며 규제 틈새를 메우기 위해 해양법·환경법 차원의 국제조약 강화도 병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논문의 시사점은 과학적 안전성 논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거듭 준다. 기술적으로 '피폭선량이 낮다'고 한들, 절차적 정당성·참여형 거버넌스·정보공개가 부족하면 국제사회와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논문들이 해양환경 거버넌스를 둘러싼 외교적 틀 마련의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겠다 싶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모습. ⓒ연합뉴스

 

2025년 10월 21일 일본은 사상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64세) 정부로 바뀌었다. 미국 알링턴 소재 독일미디어그룹의 국제적인 뉴스 플랫폼으로 신속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보도로 알려진 <폴리티코(POLITICO)>는 일본 사상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에 대한 특집기사를 내보냈다(Politico, 2025.10.21.)(https://www.politico.com/news/2025/10/21/j

apans-parliament-elects-nations-first-female-prime-minister-00616219?utm_source=chatgpt.com). 기사 요지는 이러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내 대표적인 극보수 인물로, 아베 신조 노선을 계승하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수정주의, 대중(對中) 강경 노선으로 알려져 있다. "워라밸은 폐기하겠다. 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발언처럼 경제안보·국방 강화에는 적극적이지만 젠더 평등과 다양성에는 냉소적이다. 다카이치의 외교 스타일은 '국익 우선·내정 간섭 거부'로 요약되며, 이는 후쿠시마오염수 문제에서도 '과학적 안전성 강조–정치적 책임 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카이치는 전임 정부시절 오염수 관련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보수외교 노선과 역사인식에서 한국·중국 등과 갈등을 유발해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후 한일관계 및 해양환경 외교에 긴장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총리로서 한일관계에 대해 '중요한 인접국'이라 표현했음에도, 다카이치의 과거 행보는 어업·환경·역사 문제와 직면해 있는 한국 입장에선 경계의 시선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틀간 경주, 제주, 인천, 부산에서 'APEC 2025 Korea'(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이 열린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 Connect, Innovate, Prosper)'이 주제 및 중점과제이다. 아·태지역 내 다자협력 확대, 공급망·환경·디지털 거버넌스 등이 핵심 쟁점이다. 이 국제무대는 단지 경제협의체가 아니라, 해양환경·투명성·공동감시와 같은 거버넌스 외교의 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이 APEC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 일본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문제에 대해서도 공동규범·투명검증체계 차원에서 국제적인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강경 대중국 노선 등 한일·한중 관계에서 긴장을 유발해온 배경이 있기에 이러한 맥락에서 일본의 후쿠시마오염수 해양방류 정책은 단순한 원전·과학 이슈를 넘어 외교·책임·신뢰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점을 잘 살려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향루 다카이치 일본 정부와의 환경외교에서 어떤 전략을 구축해야 할까? 이재명 정부가 주목해야 할 전략의 축으로 명심해야 할 것은 국내외 학자들의 연구를 종합하면 이런 점들을 제안할 수 있겠다.

 

첫째, '공유해양 보호 의무' 논리다. 일본의 해양방류는 단순한 자국의 기술문제가 아니라, 다자적 해양환경 관리에 대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태평양도서국과 연대해 '국경을 초월한 환경영향평가제도(Transboundary EIA)'를 제도화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을 단순히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법의 틀 안에서 투명한 검증과 협의의 장을 만드는 접근이다.

 

둘째, '투명성과 독립감시'다. IAEA의 검증은 회원국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며, 일본이 발표하는 정보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있다. 따라서 한국은 일본과의 양자 채널을 넘어, 한국·중국·태평양도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감시체계와 공동 시료채취 시스템 구축을 제안해야 한다. 이는 기술적 신뢰성을 넘어 정치적 신뢰회복의 길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셋째, '어업인 및 소비자 보호'이다. 오염수 방류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바다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이며, 식탁 위의 소비자들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방류로 인한 수산물 이미지 손상과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제법적 배상책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해양방류가 해양생태와 수산물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피해 발생 시 국제법적 배상 책임을 논의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넷째, '다자외교와 협력'이다. 이 문제를 일본과의 양자 갈등으로 국한하지 말고, APEC·'ASEAN+3'·유엔 해양총회 등에서 후쿠시마오염수 문제를 '동아시아-태평양 해양공동체의 신뢰회복 의제'로 격상시켜야 한다. 한국이 이끌어 '공동감시·정보공유·시장신뢰회복'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표준 프레임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데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 주도권을 전 세계에 보일 필요가 있다.

 

APEC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할 수 있는 '다자외교 액션플랜'을 고민해야 한다. APEC 정상회의의 주제에 맞게 ①'해양환경공동검증 TF', ②'공동 데이터 플랫폼', ③'수산물시장 신뢰 회복 트랙'을 제안함으로써 일본의 단독 결정 구조를 '아시아 태평양 공동 표준'으로 바꾸는 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초국경 환경영향평가(Transboundary EIA) 작업반' 신설 제안(ALPS수 방출과 같은 공유해양 리스크 사안에 대해, APEC 산하에 기술작업반(TF)을 구성해 데이터 표준·정보공개·사전통보 의무 가이드라인 마련) △'독립 합동샘플링+실시간 공개' APEC 파일럿(한국·일본·중국·태평양도서국이 해수·퇴적물·수산물의 공동 시료채취 및 원자료(raw data)의 즉시 공개로 PIF패널이 지적한 '데이터 부족' 문제를 APEC 프레임으로 보완 가능) △'수산물 시장 신뢰회복' 트랙(공동 라벨링·추적과 상호인증으로 시장 불확실성을 축소하고 중국이 전면금지에서 부분완화로의 흐름 전환을 신뢰회복의 계기로 삼되, 기준·증빙을 APEC 공통양식으로 표준화 제안) △'피해·분쟁 해결원칙' 합의(방류로 인한 이미지·거래 피해 발생시 신속조정 메커니즘(조사–중재–보상 가이드라인) 마련)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APEC에서 '초국경 EIA 작업반–합동샘플링–시장 신뢰회복–분쟁해결' 4단계 패키지를 제안해, '일본의 단독 통보' 구도를 '아시아-태평양의 합의·검증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한중일 3국은 무역·공급망 공동대응에 이익 공유가 있지만, 영토·역사·오염수 문제는 여전히 갈등 요인이기에 공조는 '데이터 공동검증·시장투명성 표준' 같은 기술적 협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정치적 연대 프레임'보다 '데이터 표준·공동검증'의 기능적 연대가 먼저이며 한국은 이를 설계·주도하는 '규범 제공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후쿠시마오염수 해양방류는 한 나라의 결단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바다는 국경을 알지 못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일본이 내린 해양투기에 대한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협의와 검증의 체계를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일본 스스로 벌인 국제환경범죄에 대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전 세계가 해양환경보전에 힘쓰는 전기를 만들어야하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로 나아가야 할 환경외교의 방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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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7년 뒤 기업명 공개? 법원이 2번 지적하자 노동부 반응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명, 더 이상 숨길 수 없다

25.10.29 06:44최종 업데이트 25.10.29 06:44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유성호

매년 수백 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지만, 어느 기업에서 사고가 발생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산업재해에 관심 있는 시민들도 SPC 계열사나 고 김용균씨의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난 포스코이앤씨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아직까지도 SPC 불매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모습을 보면, 시민들이 산재 문제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보 부족이다.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산재를 취재하는 기자들조차 어느 기업에서 얼마나 산재가 발생했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했다.

다행히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재해조사보고서 공개 확대, 중대재해 발생 기업명 정기 공개, 상장회사 중대재해 공시 의무화, 500인 이상 사업장 안전보건공시제 도입 등을 예고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지난 2일, 서울고등법원이 중대산업재해 발생 기업명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2022년 중대산업재해 발생 원하청 기업 명단 공개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도 승소한 것이다. 더 나아가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상고 의향을 묻는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노동부 입장에서는 상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과도한 비공개, 실효성 없는 공표제도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정보를 지나치게 감춰왔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에는 국회의원에게조차 자료 제출을 꺼렸다. 고용노동부의 정보 차단으로 인해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이 17년간 계속 발표했던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은 2024년에 7명이 사망한 한화오션의 원하청 통합 산업재해조사표 현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2025년 10월 15일 기후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우 의원이 지적한 중대재해 기업 명단 공표제도의 문제점대한민국국회

그렇다면 고용노동부는 왜 이렇게 정보를 감췄을까? 과도한 비공개에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기업 명단을 공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표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졌다. 형이 확정된 이후에나 명단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2년, 3년이 지난 후에야 명단 한구석에 이름이 올라오기 때문에, 언론의 보도가치도 떨어졌고, 시민들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나왔듯이, 지난해 무려 23명의 사망자를 낸 아리셀조차 올해 고용노동부의 공표 명단에는 빠져 있다. 이런 제도로는 재해 예방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이유

법원이 두 번이나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이런 과도한 비공개 관행을 바로잡으라는 메시지다. 판결의 핵심 논리는 두 가지였다.

첫째,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 이름은 고용노동부 주장처럼 수사기밀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 불과하다. 특히 재판부는 "이미 공표 제도가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의 주장을 기각했다. 정부가 어떻게 중대재해 정보에 대해 공표 제도를 운영하든, 시민의 정보공개 청구에 비공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수사 중 정보 공개가 무죄추정 원칙을 침해한다는 우려도 '지극히 추상적'이라고 판단했다. '피의사실 공표'를 운운하며 중대재해 발생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겠다는 것이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입장이었는데, 이를 기각한 것이다.

사실 중대재해 정보공개가 필요한 이유는 법적 당위성에만 있지 않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2009년부터 안전보건 법령을 위반한 기업의 위반 사실을 공개하고, 해당 사업장의 문제를 보도자료로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정보공개 정책을 펼쳤다. 듀크대 매튜 존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보도자료가 나올 때마다 주변 반경 5km 내 동종 사업장의 법규 위반이 73%나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적극적인 정보공개가 실제로 일터의 안전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안전보건공단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노동안전 종합대책 '알권리' 핵심과제안전보건공단

이제 실행만 남았다

"고용노동부 입장에서는 상고할 필요가 없다"는 김영훈 장관의 답변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단순한 입장 표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고용노동부는 즉각 상고를 포기하고, 법원 판결에 따라 2022년 중대재해 기업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나아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약속한 대로 올 하반기 중에 그동안의 중대재해 발생 정보, 그리고 앞으로의 중대재해 관련 정보들을 공개해야 한다.

법원은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고, 장관은 긍정적 의지를 보였다. 이용우 의원의 지적처럼 "산재 예방의 핵심 장치는 재해정보 공개와 알권리"다. 노동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에서 더 이상의 지체는 있을 수 없다. 약속을 행동으로 옮길 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중대재해 #정보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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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29일 경주, 트럼프 면전에서 ’NO TRUMP 시국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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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5.10.29 08:31
  •  
  •  댓글 0
 
 

출근길 뉴스 브리핑 (2025.10.29.)
-다 뺏긴 일본, 790조원 대미투자 합의문 서명
-정상회담 직전, 한미 협상단 다시 만난다…미국, 막판까지 조공 강요
-표결 방해 추경호, 30일 피의자 조사
-박성재 내란 가담 증거, CCTV에 그대로 포착…특검, 영장 재청구 준비 중
-작년 자유총연맹에 흘러간 지방비 149억…고액 지원 대부분 국힘 소속
-휴전협정 개시 18일만, 네타냐후 다시 가자지구 공격 명령
-조선 미사일총국, 해상대지상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진행

29일 경주, 트럼프 면전에서 ’NO TRUMP 시국대회’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경주(구 경주역 광장)에서 대미투자를 강요하고 안보를 위협하는 트럼프 규탄 집회가 열린다. 트럼프저지행동이 주최하는 이날 대회는 오후 3시를 시작으로 1부 민주노총 확대간부 결의대회, 2부 NO TRUMP 시국대회, 3부 행진 순서로 진행된다. “우리 국민은 3,500억달러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 트럼프 미국정부의 약탈 앞에 한국정부는 당당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다 뺏긴 일본, 790조원 대미투자 합의문 서명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28일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 무역 합의 이행 약속 문서에 서명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22일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각각 ‘15%’로 인하하고, 일본은 미국에 5500억달러(약 790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합의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일본이 맨 먼저 미국에 5500억 달러의 조공을 바친 셈이다.

정상회담 직전, 협상단 다시 만난다…미국, 막판까지 조공 강요

한·미 정상회담 직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최종 협상을 진행한다고 알려졌다. 일본에 5500억 달러를 뜯어낸 미국이 한국도 어떻게든 조공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미 간 핵심 쟁점은 3500억 달러(502조원) 대미 투자 펀드 중 어느 정도를 현금으로 직접 투자할 것이고, 이를 몇 년간 분할할 것인지 문제다. 미국은 연간 250억 달러씩 8년 투자하라는 입장이고, 한국은 연간 150억 달러 넘는 액수는 투자하기 힘들다고 방어하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분할을 해도 조공은 조공이다.

표결 방해 추경호, 30일 피의자 조사

12·3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을 조사하는 내란특검팀이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를 오는 30일 첫 피의자 조사한다. 특검은 계엄 당시 추 전 원내대표가 내란수괴 윤석열의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바꾸는 식으로 다른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박성재 내란 가담 증거, CCTV에 그대로 포착…특검, 영장 재청구 준비 중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청구될 전망이다. 박성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직후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국무위원들의 부서(서명)를 받으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계엄 선포 직후 대접견실에 머물던 박성재는 맞은 편에 서 있던 강의구에게 손짓으로 자신에게 오라고 한 모습이 CCTV에 그대로 포착됐다. 내란특검팀은 박성재의 이런 행위가 위법성을 인식하면서 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려 한 중요한 정황이라 보고 있다.

작년 자유총연맹에 흘러간 지방비 149억…고액 지원 대부분 국힘 소속

지방정부가 국내 대표적 관변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자총)에 지난해 지방비로 지원한 금액이 149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원액 기준 상위 10개 기초단체 중 7곳의 단체장은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1954년 아시아민족반공연맹으로 시작한 자총은 과거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 참가를 독려해 비난을 받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 때 정치적 중립 준수를 자체 정관에 명문화했으나, 윤석열정부 때인 2023년 3월 해당 조항을 삭제해 논란이 됐다. 자총 관계자들은 ‘윤어게인’ 집회에 참석해 발언과 시위를 주도했다.

휴전협정 개시 18일만에, 네타냐후 다시 가자지구 공격 명령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 지구에 대한 강력한 공격을 명령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총리실은 성명에서 "안보 협의가 끝난 후, 네타냐후 총리는 군 지도부에 가자 지구에 대한 강력한 공격을 즉시 개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은 이스라엘이 텔아비브 휴전협정을 위반했다며 인질의 유해를 이스라엘로 이송하는 것을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 미사일총국, 해상대지상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진행

조선 미사일총국은 28일 서해 상에서 해상대지상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로동신문이 보도했다. 함상 발사용으로 개량된 순항미사일들은 수직 발사되어 서해 상공에 설정된 궤도를 따라 7,800여s간 비행해 표적을 소멸했다.

박정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각이한 전략적 공격수단들의 신뢰성과 믿음성을 지속적으로 시험하고 그 능력을 적수들에게 인식시키는 것 그 자체가 전쟁억제력행사의 연장이자 보다 책임적인 행사로 된다.”며 “국가수반은 이미 강력한 공격력으로써 담보되는 억제력이 가장 완성된 전쟁억제력이고 방위력이라고 정의하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기의 전투력을 끊임없이 갱신해나가야 하며 특히 핵전투태세를 부단히 벼리는것은 우리의 책임적인 사명이고 본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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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美 관세협상 교착 예고...중앙일보 “속도보다 실리”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 대통령 외신인터뷰 “모두 쟁점으로 남아 있다”

트럼프 “타결 가깝다” 주장과 차이… “연말까지 협상 이어질 수 있어”

최민희 의원 논란에 조선일보 “커지는 사퇴론” 한국일보 “민주당 방치”

‘이종호 술자리’ 사진 공개 파장… 경향신문 “검찰 기강 땅에 떨어져”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5.10.28 07:30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의 최대 쟁점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투자 방식, 투자금, 일정, 손실 분담 및 투자 이익 배분 방식 등이 모두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협상) 타결이 매우 가깝다”고 말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낸 것이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7일 공개된 미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은 당연히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겠지만, 그것이 한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의견 차이도 일부 존재하지만, 협상 타결 지연이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한·미 협상이) 타결에 매우 가깝다”며 “그들이 준비됐다면 나도 준비됐다”라고 말했다.

일본 아닌 기업투자 주도 유럽식 모델 거론

조선일보는 28일자 4면 <李 “지연이 실패는 아니다” 내일 한미회담서 타결 힘들듯> 기사에서 “협상 국면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미 측은 3500억 달러 직접 현금 투자 요구를 조정해,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2000억 달러를 분할 투자하는 방안을 수정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은 국내 여론을 의식해서로 볼 수 있다. 미국 요구대로 따랐다가는 미국에 국익을 내줬다는 여권 지지층 반발을 이겨내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요구대로 연간 250억 달러를 나눠 내도 한국의 부담은 크다. 경향신문은 28일자 2면 <대미투자 협상 진통…공급망 재편 기회 있지만 자금 조달 부담 ‘수익 불확실’> 기사에서 “외화채권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경우 막대한 이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 측은 외채 발행하지 않고 연간 150억 달러(약 21조 원)선을 검토하고 있다. 외채를 발행하지 않는 조건은 협상에서 일종의 ‘배수진’을 친 셈”이라고 했다.

▲ 28일자 동아일보 4면 기사.

이 대통령은 일본처럼 급하게 타결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는 4면 <“한국은 일본이 아니다”… 기업이 美투자 주도 EU모델 거론> 기사에서 “한미 간 이견이 지속되는 가운데 현금성 투자 중심인 일본식 모델 대신 민간 기업 주도의 EU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했다.

신문들도 급하게 협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28일자 사설 <간극 여전한 한·미 관세협상, 속도보다 실리가 중요>에서 “성급한 타결은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조급증은 금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에 끌려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언론조차 트럼프의 요구가 무리하다고 지적할 정도”라고 했다.

한겨레도 28일자 사설 <‘타결 압박’ 트럼프 맞서 관세협상 ‘국익 3원칙’ 관철해야>에서 “미-일 양해각서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선정권을 갖는 것으로 돼 있다. 일본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불공정한 조항에 합의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우리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미국의 최종 요구가 우리의 감내 범위를 벗어나면 시간을 더 두고 협상해야 한다. 3가지 원칙을 관철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코스피 4000시대…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

코스피 지수가 지난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을 넘겼다. 전 거래일보다 101.24포인트(2.57%) 오른 4042.83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68.49%다. <4000도 뚫었다>(경향신문), <코스피 ‘4000시대’>(서울신문), <코스피 4000, 10만 전자… 못 보던 숫자 다 나왔다>(조선일보), <코스피 4000 새 역사>(한겨레) 등의 기사로 28일자 신문 1면이 채워졌다.

동아일보는 2면 <반도체-AI가 이끈 ‘K프리미엄’… 코스피 올해만 68% 뛰었다> 기사에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기대감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뒷받침되자 외국인 투자가 코스피로 몰렸다”고 분석했다.

▲ 28일자 조선일보 2면 기사.

조선일보는 2면 <사놓고 놔둔 ‘그랜마 버핏’ 웃고 사고팔기 계속한 ‘이대남’ 울고> 기사에서 NH투자증권 데이터센터에 의뢰해 주식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 여성 투자자들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성 투자자들은 연령대를 불문하고 여성 투자자들보다 수익률이 낮았다. 특히 20대 남성 투자자가 수익률 꼴찌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주식을 얼마나 자주 사고팔고 했는지를 보여주는 ‘회전율’도 여성과 남성의 수익률을 가른 중요한 차이였다”며 “남성 투자자들의 평균 회전율은 181.4%로 여성 평균(85.7%)의 두 배가 넘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커지는 최민희 사퇴론”

국정감사 기간 자녀 결혼식 논란부터 MBC 보도본부장 퇴장 사태까지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28일자 8면 <민주당도 이젠 부담스럽나, 커지는 최민희 사퇴론> 기사에서 “여권 내에서도 이재명 정부의 주력 사업인 AI 등 첨단 기술 정책을 뒷받침해야 할 과방위원장이 연일 구설에 오르자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최 의원 문제는 정청래 당대표든, 김병기 원내대표든 지도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며 “최 의원의 튀는 행동이 구설에 한두 번 오른 게 아니지 않은가. 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28일 <정치 양극화 뒤에 숨은 심각한 의원 윤리 타락> 사설을 내며 “국회 상임위원장이 의원 권력이 가장 커진다는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에서 자녀 결혼식을 여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일”이라며 “피감 기관들을 상대로 호통치고 모멸적 언사를 하는 의원일수록 자신의 윤리 수준은 바닥인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 28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28일자 사설 <이번엔 ‘축의금 100만원’ 최민희 리스크와 민주당의 방치>에서 “최 위원장의 절제되지 않은 언행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악성 리스크로 떠올랐다”며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국정 동력 훼손을 막기 위해 최 위원장을 사퇴시키거나 최소한 공개 경고를 했어야 했으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야당 등 상대 진영의 잘못은 매섭게 비판하면서 ‘우리 편’ 잘못엔 눈감는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라고 했다.

‘이종호 술자리’ 논란… 특검 비판 봇물

김건희 특검 수사팀장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한문혁 부장검사가 4년 전 주가조작 의혹 주요 피의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술자리를 함께 한 사진이 공개됐다. 공개 이후 한 부장검사는 업무에서 배제됐다.

한겨레는 5면 <이종호쪽, 술자리 사진 흘려 ‘흔들기’ 특검 “수사에는 전혀 문제점이 없다”> 기사에서 “해당 사진이 구속된 이 전 대표 측의 제보로 공론화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검 흔들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라고 했다. 추미해 국회 법사위원장은 페이스북에 “특검 내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흐름을 꿰뚫고 있던 파견 검사를 위증 사주로 고발된 자의 말을 듣고 자른 것이라면 심각한 사태”라고 주장했다.

▲ 28일자 경향신문 사설.

다른 언론은 특검을 비판하는 논조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이종호 술자리’ 4년 숨긴 한문혁 검사, 엄정 수사해야> 사설에서 “한 검사는 자신이 만난 사람이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 이 전 대표라는 걸 알고도 지휘부에 보고하지 않고 내내 쉬쉬했다. 검찰 기강이 땅이 떨어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관련기사

경향신문은 “한 검사는 특검에서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그러다보니 이 전 대표 측이 이제서야 제보한 걸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그러나 제보 의도가 무엇이건 한 검사 처신에 매우 문제가 많았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검찰은 한 검사를 철저히 감찰·수사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28일 <‘도이치 주포’와 술자리 후 수사, 재수사, 특검도 한 부장검사> 사설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서는 ‘친윤 검사’들이 검찰총장까지 ‘패싱’해 가면서 김 여사에 대해 특혜성 ‘출장 조사’를 한 뒤 불기소 처분을 하면서 검찰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지 않으면, 검찰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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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내란, 민들레가 여전히 필요하다면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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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을 중단하신 분들, 중단을 고려하는 분들,

처음으로 후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께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 영상 중. K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내란 세력이 준동할 때마다 떠오르는 '계엄의 밤'

내란 세력과 그 잔당이 수시로 준동할 때마다 저는 거의 반사적으로 '계엄의 밤'을 떠올립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40분쯤 다급한 전화를 받고 TV를 켰을 때 마주했던 윤석열의 그 광기 어린 표정. 국민을 상대로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상체를 구부정하게 앞으로 숙인 채 두 팔을 뻗어 연설대 위에 올려놓은 공격적인 자세. 그리고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 등등 악에 받친 듯한 표현에서 느껴지던 그 번뜩이는 살기.

편집국장 역할을 겸한 편집인으로서 곧바로 PC를 켜고 민들레 단체대화방을 통해 대략적인 기사 아이템을 배분한 뒤 데스크 업무를 보다가, 편집 담당 에디터가 휴가를 급거 취소하고 복귀하면서 저도 제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언론들이 실시간 상황을 전달하는 속보성 스트레이트 기사를 쏟아낼 때, 맥락과 관점을 중시하는 민들레로서 윤석열이 왜 이런 폭주극을 감행했는지 배경을 분석하는 <명태균 게이트, 특검 조여오자 최후의 몸부림쳤나>라는 제목의 직설적인 해설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기사를 쓰기 시작할 때 사실 본능적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손이 미세하게 떨리더군요. 집 앞에서 경찰 수사관 4명에게 붙들려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사무실도 압수수색을 당했던 경험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이번엔 당장이라도 군인들이 집 문을 박차고 들어올 것 같았습니다. 아내도 행여 제가 잡혀갈까 봐 안절부절…. 비상계엄령이 국회에서 해제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시점이었니까요. 김어준 씨처럼 살해 위험까지 느낄 정도는 아니더라도, 민들레가 엄혹하던 윤석열 정권 초기에 태동해 '대항 언론' '대안 언론'을 기치로 시종 '전투적 글쓰기'에 전념해온 만큼 계엄당국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 보듯 뻔해 보였습니다. 다만 시간문제일 뿐.

기사를 좀 완곡하게 쓸까 하는 '자체 검열'의 유혹도 잠시 일었으나, 곧 정신을 수습하고 원래 하던 대로 타협 없이 써 내려갔습니다. 이 기사를 출고하고 어디론가 끌려가도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었습니다. 밤 11시쯤 나온 계엄사령부 포고령은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면서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에 의하여 처단한다"고 서슬 퍼런 엄포를 놓고 있었으니까요. 윤석열 정권엔 하나같이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일삼는 집단으로 인식됐을 민들레 에디터와 기자들이 다 비슷한 각오였을 겁니다. 국회에서 극적으로 계엄을 해제한 뒤에도 '이대로 끝날 리가…'하고 2차 계엄을 우려하며 새벽을 맞았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당시 민들레 단톡방에서 긴박하게 오갔던 대화들을 찾아보니 새삼 그날의 긴장감이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신을 찾아온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인사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2025.10.13. 연합뉴스

기득권 카르텔과 극우 집단에 미국 마가 세력까지 '불안 증폭'

'계엄의 밤'에 느꼈던 실존적 공포감이 지금도 때때로 엄습하는 것은, 민주 시민들 대다수가 실감하듯 내란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지난한 과정을 거쳐 윤석열과 김건희를 구치소까진 보냈지만,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판을 뒤집고 구체제로 회귀하려는 기득권 카르텔과 극우 파시스트 집단의 반동은 정권 교체 뒤에도 노골적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좌파 척결'과 사리사욕을 위해서라면 글자 그대로 나라도 팔아먹을 매국 집단에 미국 '마가(MAGA)' 세력까지 연계돼 이재명 정부를 협공하고 있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합니다. 한국 극우 진영은 트럼프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을 제거해줄 것이라며 그날만 학수고대하고 있죠. 서울을 비롯한 전국 도심 곳곳에 어마무시하게(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표현) 내걸린 '6·3 대선은 부정선거' '가짜 대통령' '중국인은 간첩' 운운하는 현수막들이 이들의 발작적 심리를 웅변하는 듯합니다.

그중에서도 제도권 극우를 대표하는 국민의힘은 '깽판'에 가까운 온갖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망동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기 일쑤이고, 안 그래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적대적인 다수 언론은 그런 국힘 주장의 확성기 노릇을 하는 보도를 포털 사이트를 통해 무수히 유포하며 공세를 나날이 강화해갑니다. 당대표 취임 때부터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호언했던 장동혁 대표는 수감 중인 윤석열을 기어이 면회한 뒤 "좌파 정권으로 무너지는 자유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하나로 뭉쳐 싸우자" "민주당도 곧 전직 대통령을 면회할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라면서 제2의 내란 선동에 거침이 없습니다.

특히 내란 종식의 최대 걸림돌이 조희대 사법부라는 점이 불안감을 증폭시킵니다. 사상 초유의 '사법 쿠데타'에 실패한 이후에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조선일보를 위시한 수구보수 언론의 엄호 속에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한덕수 전 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이 '수원지법 3인방'을 주축으로 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에 의해 줄줄이 기각되면서, 과연 윤석열 재판을 지귀연 부장판사가 언제 어떻게 결론낼지 불확실성은 커져만 갑니다. 급기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신임하는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조 대법원장이 계엄 이후인 올해 1월 서울고법원장으로 발탁하고 2월엔 중앙선관위원으로도 지명한 인물)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을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진행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공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대통령의 당선 자체를 무효로 만들 수도 있다는 협박이자 선전포고로 들리는데, 최근 일선 법원장과 판사들 태반이 정부·여당에 대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기류와 맞물려 심상치 않은 징후로 해석됩니다.

 

주요 신문사 매출액 도표. 미디어오늘

민들레의 역할 여전히 필요하지만 재정 갈수록 악화

민들레는 촛불 시민들의 이런 위기의식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래서 기득권 카르텔과 내란 세력의 기만적 여론몰이에 대항하는 '독립언론' 민들레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믿고 한정된 인력이 생산하는 기사와 칼럼의 소재 및 방향도 핵심 전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기성 언론 대부분이 쓰는 사안을 민들레까지 다룰 필요나 여력이 없기도 합니다). 몇 안 되는 진보 매체들이 민주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어용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비판 강박증'을 보이고 보수 진영이 설정한 프레임에 쉽게 휩쓸리곤 하면서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샀던 점을 각별히 성찰하며 탄생한 민들레인 만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점도 늘 유념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국내외 환경에서 출범해 첩첩산중을 헤쳐나가면서도 집권 초기부터 '중대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해 일관되게 추진하고 보수 진영이 극렬 반발하는 '노란봉투법'과 '더 세진 상법 개정안' '노동절 부활' 등을 관철시키며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한을 풀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이재명 정부의 민생·개혁 노선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기대가 바탕에 있음은 물론입니다. 주요 과제로 꼽히는 검찰 개혁의 경우 '친윤' 검사들이 호시탐탐 발호하면서 혹시 되치기를 당하는 게 아닐까 하는 시민들의 일부 우려가 있고 민들레에서도 주변 참모들에 대한 비판 기사를 여러 번 쓰기도 했습니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확고한 문제의식과 의지를 갖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검찰 개혁을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참모들을 '단도리'하고 있다는 얘기를 여러 경로로 들으며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촛불 시민들과 국민주권정부가 윤석열 정권이 구석구석 무너뜨린 국가 체계를 바로잡고 내란을 청산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민들레도 초심과 정체성을 잃지 않고 기성 언론과는 대비되는 차별성과 깊이를 갖춘 '일간 텍스트 매체'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윤석열 정권엔 애완견이자 경비견이었으나 이재명 정권엔 감시견 또는 광견으로 표변한 언론들은 변함없이 대기업 광고·협찬, 정부 광고, 포털 클릭 수입으로 배를 불리는 반면 독립언론의 재정은 아직도, 아니 더더욱 옹색하기만 합니다. 지난해 6월 <'애완견' 전성시대와 '감시견' 민들레의 현실>이라는 민들레 편지를 올린 바 있는데 그때보다 악화가 됐으니 면목이 없습니다.

독립언론의 물적 토대를 갖추기 위해 '후원자 1만 명'을 목표로 창간한 이래 민들레 사이트 가입자는 점점 늘어 전체 회원 수가 현재 1만 4500명에 달합니다만, 6500명 부근까지 갔던 후원 독자 수는 오히려 줄어 5000명 선도 무너질 듯 위태롭습니다. 텍스트 기반 콘텐츠의 유료화 모델로 상당한 관심을 받았으나 결국 경영에 실패하고 회사를 매각한 박소령 전 퍼블리 대표의 언론 인터뷰를 얼마 전에 읽다가 "창업 초반엔 책 사는 데 월 5만~10만 원 정도 쓰는 콘텐츠 헤비 유저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관련 콘텐츠를 월 구독료 2만 1900원에 공급했다. 머릿수가 5000명을 넘기 힘들더라"고 토로한 대목에 한동안 눈길이 꽂혔습니다. '기사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한 현실에서 월 1만~2만 원 내는 텍스트 매체 후원 독자 수를 더 끌어올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건가….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며 손을 잡고 있다. 2025.9.4. 연합뉴스

민들레 후원을 중단하는 여러 이유와 독자층의 분화

민들레 구성원들이 더욱 걱정하는 부분은 정권 교체 이후에 후원 독자 이탈이 추세적으로 굳어지는 듯한 흐름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윤석열이 파면되고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촛불 시민들의 긴장감도 종전보다 느슨해진 측면이 있어 후원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제도 어려운데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충분히 헤아립니다. 저도 전 직장을 그만두면서 주머니 사정 탓에 시민사회단체 후원을 여러 곳 끊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보다 더 민들레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부분은 진보적 독자층의 일종의 분열 또는 분화 양상입니다. 정확한 수치를 집계할 순 없지만 조국혁신당은 물론 민주당 관련 인사들 기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후원과 연결시키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는 듯합니다. 이전에는 민들레에서 거의 볼 수 없던 현상인데, 가령 <내란세력 준동 계속되는데 또 양비론, '김어준 죽이기'>에 달린 "이런 논조의 기사가 불편해서 민들레 후원 끊었어요. (…) 민들레도 계엄 날 이재명의 라이브 부탁을 거절하고 도망가 숨은 것에 부끄러움도 못 느끼는 김어준의 방패막이 되어 주더군요"라는 댓글을 읽으며 글자 그대로 기운이 쭉 빠졌습니다. 김어준 씨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다를 수는 있으나 그를 주제로 다룬 기사(단순한 방송 인용을 제외하고) 자체가 민들레에 극히 드물었는데도 다른 수많은 기사와 칼럼을 제치고 후원 중단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착잡하더군요. 윤석열 정권 시절 김어준 씨가 탄압받고 뭇 언론에 의해 매도당할 때 민들레에 어쩌다 그에 관한 글이 실리면 응원 일색이었는데 지금은 긍정과 부정이 반반으로 나뉜 듯합니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을 두고서도 몇 가지 단편적이고 주관적인 근거를 들어 민들레 논조를 못마땅해하고 필자를 향해 막말과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댓글을 다는 분들까지 있습니다.

새삼 말씀드리지만 민들레 에디터와 기자들은 사실과 진실을 좇아 저널리즘적 양심과 소신에 따라 '뉴스 밸류'를 판단하며, 지금은 무엇보다 '내란 종식'에 최우선 가치를 둬 보도하고 논평할 뿐 그 어떤 사적 이익이나 정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다고 무슨 혜택은커녕 덕을 본 바가 일절 없습니다. 대통령 비판이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만약 개혁 노선에서 탈선한다는 판단이 서면 언제든지 매섭게 회초리 또는 몽둥이를 들게 되겠죠. 김어준 씨를 포함해 민주당 관련 개별 인사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민들레 이미지. 챗GPT

상업광고 없는 '청정지대' 독립언론의 꿈 계속 키울 수 있도록

민들레가 부족한 점도 있고 애초에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만, 특정 사안에 관한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 등에 따라 현재 추세대로 후원 독자가 계속 줄면 민들레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고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같은 다른 진보 매체는 아무리 촛불 시민들의 원성을 사는 보도를 해도 어차피 광고·협찬에 기대 운영하는 탓에 꿈쩍도 안 합니다만, 민들레가 창간 정신을 버리고 광고주들에게 문을 활짝 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민들레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독자층의 저변이 넓어져 포털 입점(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독자 여러분께 따로 보고드리겠습니다)도 머지않은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시기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내부 구성원들에겐 매일의 고민거리입니다.

민들레 기사를 오래 봐온 분들은 '왜 이 에디터 이름이 요새 안 보이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 에디터들은 퇴사했습니다. 저마다의 과정이 있으나 민들레 재정 형편과 근무 환경이 적잖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저는 창간 때부터 편집인으로 일하다 올해 1월 물러나고 다른 에디터가 그 직무를 맡았는데, 그분이 6월 대선 직후 다른 언론사로 옮기면서 다시 겸직을 하게 됐습니다.

대표적 경제지에서 현직 논설위원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합류했을 만큼 민들레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분이고 저도 할 수만 있다면 붙잡고 싶었습니다만, 월 250만 원의 봉급 실수령액(민들레 에디터들은 직책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월급을 받습니다)으로 '법카'도 없이 대외 활동을 하고 생계를 꾸려가기가 여의치 않았던 사정을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은행 대출이 잔뜩 남은 50대 중반 나이에 전 직장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입으로 지내다 보면 이런저런 상념에 들 때가 있습니다.

민들레 에디터들은 다들 윤석열 등장 이후 언론의 행태를 더 견딜 수 없어 조금이라도 지형을 바꿔보고자 모인 사람들이고, 사명감을 원동력 삼아 떠난 자들의 몫까지 메우려 매일 녹록지 않은 업무량(외부 원고들도 에디터들이 분담해 데스크를 보고 편집합니다)을 감당하고 있습니다만, 창간 초기 불가피하게 외부에서 조달한 억대의 차입금도 갚지 못한 상태에서 '긴축 경영'이 더 장기화, 심화하면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민들레 광장'의 정규 필진에게 드리는 원고료를 정상화(적어도 삭감 이전으로 원상복구)하고, 감사하게도 꾸준히 증가하는 '민들레 들판' 기고자 및 시민기자분들께도 적정한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은 에디터들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합니다. 앞으로 포털에 진입해 기사 주목도와 영향력이 훨씬 커지면 갖가지 '전략적 봉쇄소송'에 직면할 위험도 급상승할 텐데 현 상태로는 민형사 소송 몇 건만 당해도 휘청이게 될 것이라는 점은 편집인으로서 또 한 가지 근심거리입니다. 저는 사실 윤석열 정권 퇴진 및 민주 정부로의 교체라는 민들레 창간 목표는 달성됐으니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이쯤에서 해산해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기울기도 했습니다만, 동료들과 독자들에 의지해 이 고비를 또 넘겨보자는 마음으로 각오를 새롭게 다졌습니다.

민들레가 인력을 충분히 보강해 제2, 제3의 내란 세력과 최선봉에서 싸울 수 있도록, 상업광고 없는 '청정지대' 독립언론의 꿈을 계속 키워갈 수 있도록 조금만 더 성원해주시길 독자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후원 중단을 고려하는 분들, 이미 중단하신 분들은 민들레가 창간 이래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한 번쯤 재고해주시고, 후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도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흔쾌히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독초가 무성한 한국의 언론 풍토에서 꼭 필요한 민들레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자립 경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독자분들께 혹 부담이 될까 오랫동안 주저하다 쓴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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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펙, 트럼프의 '쇼' 아닌 이재명의 '전략'이 펼쳐지는 무대 돼야

 [기고] 트럼프의 유령외교: 반(反)외교적 외교의 귀환

이번 2025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또다시 북미대화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등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와 벨라루스 방문 소식이 맞물리면서 혹시 다시 한 번 북미 정상이 극적인 회동을 연출하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관측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2019년 오사카 G20 직후 판문점에서 벌어진 '번개 회동'을 지금의 경주 APEC에 대입하는 것은 국제질서의 변화를 무시한 단선적 상상에 가깝다.

 

2019년과 2025년은 전혀 다른 세계다. 북한에게 2019년 미국은 생존을 위한 협상의 필요충분조건이었다. 미중 경쟁의 틀 안에서도 외교적 협상형 국제질서가 작동하던 시기였다. 트럼프의 판문점 방문은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극적 장면을 만들어내며 외교와 이벤트가 교차하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2025년의 세계는 미중러 3개의 강대국이 혼재한 '무극의 진영화'이자 강대국 중심의 카르텔 구조가 고착된 시기다. 협상의 공간은 사라지고 외교는 각자도생의 무대에서 연출되는 정치 퍼포먼스로 전락했다.

 

최근 북한이 '자주·전승·혈맹' 담론을 강조하며 러시아와 중국, 베트남까지 포함한 새로운 연대의 장면을 연출한 것은 결코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다. 평양의 무대에서 김정은은 더 이상 트럼프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는 이미 전승국의 지도자, 핵보유국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했다.

하노이의 실패가 남긴 교훈은 단 하나였다. 김정은에게 미국과의 대화는 더 이상 체제 보장이나 제재 완화를 위한 협상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흔드는 위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김정은에게 트럼프와의 재회는 영광이 아니라 굴욕이며, 혈맹 담론을 희생시키는 정치적 모순이다.

 

트럼프에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는 이제 미국 내에서조차 신뢰를 잃은 정치적 유령이다. 의회와 사법, 언론의 견제 속에서 그가 의지할 것은 정책이 아니라 무대다. 트럼프에게 외교는 협상이 아니라 장면이고, 국제정치는 쇼 비즈니스다. 그가 다시 북한 카드를 꺼낸다면 그것은 회담이 아니라 연출, 대화가 아니라 독백일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 김정은의 이름을 언급하고, "나만이 그를 다룰 수 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다시 세계의 중심에 선 듯한 착각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트럼프식 '유령외교(Phantom Diplomacy)'의 본질이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김정은은 트럼프의 언급을 공식 회담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것을 미국 내 분열과 외교적 혼란을 보여주는 증거로 활용할 것이다. 북은 트럼프를 대화의 상대로서가 아니라, 자기선전에 유용한 정치적 재료로 소비할 가능성이 높다. 북미 간의 실질적 교류는 부재하지만, 상징적 언급과 상호 활용만이 남는 '유령적 관계'가 이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경주 APEC을 계기로 한 북미정상회담은 공간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북한은 이미 남북관계를 헌법적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구역으로 오는 것은 체제 논리상 불가능하며, 트럼프가 북측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 역시 모순이다. 제3국 회동도 일정상 불가능하다. 즉, 물리적 조건만으로도 경주 APEC을 계기로 '북미대화 재연'은 불가능하다.

 

결국 남는 것은 회담이 아니라 이벤트, 협상이 아니라 연출이다. 트럼프는 쉽게 무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외교를 실질적 협상이 아니라 '장면의 정치'로 이해한다. 이번 APEC 기간 중 DMZ나 판문점 인근에서 단독 행보를 보인다면,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연출이며, 외교가 아니라 쇼 비즈니스다. 문제는 그 '쇼'가 단순한 허상으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트럼프에게 외교는 형식이 내용이 되는 영역이다. 쇼 비즈니스에서 '연출'은 곧 '내용'이다.

 

그가 만약 DMZ를 배경으로 "나는 평화를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면 북미회담 없이도 강력한 정치 행위가 된다. 그는 한국을 우회해 한반도 안보문제를 '나와 김정은'의 1:1 구도로 프레임화할 것이다. 결국 한국의 외교채널을 무력화하고, APEC이라는 다자무대를 개인 정치의 도구로 바꾸는 행위다. 실패하더라도 손해는 없다. 그는 "나는 대화의 문을 열었지만 상대가 응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평화의 이미지는 가져가고 책임은 상대에게 전가할 수 있다.

 

이처럼 트럼프의 '유령외교'는 내용이 없는 외교가 아니다. 오히려 외교의 제도와 질서를 파괴하는 '반(反)외교적 외교'로서 실질적 파괴력을 갖는다. 그것은 정상 외교의 시스템을 비틀고 외교를 이벤트로 치환하여 동맹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매우 불편하지만 현실적인 힘을 가진다. 외교에 '유령'은 실체가 없지만 그 영향은 실재한다.

 

그렇다고 북한은 단순히 트럼프의 유령극을 소비하는 수동적 존재로만 남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의 독백을 인정하거나 무시함으로써 쇼의 흥행을 좌우할 수 있는 연출자의 위치에 설 수 있다. 북한이 완전한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트럼프의 퍼포먼스는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반대로 김여정 명의의 조롱 담화 하나로 트럼프의 독백을 '정상외교'가 아닌 '촌극'으로 격하시킬 수도 있다. 북한은 트럼프 유령외교의 관객이 아니라 '연출 감독'으로서 판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무대는 트럼프(주연 배우)와 김정은(연출 감독)의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내부정치와 북한의 체제정치가 서로의 연극을 필요로 한다. 북미 모두 외교를 정치의 연극으로 만들고 있지만, 그 연극의 무대가 한반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가 이 무대에 '페이스 메이커'나 '중재자'로 끼어들려 하면 오히려 들러리로 전락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전략은 그들의 무대를 중재하거나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대를 넘어서는 것이 되어야 한다. 트럼프의 쇼와 북한의 맞대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APEC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며 중국·일본 등 실질적 파트너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 대응이다. 과감히 '유령외교'의 무대를 거부하고 새롭게 무대를 장악해야 한다.

 

유령에 맞서기 위해 우리도 유령이 될 수는 없다. 실력은 실체에서 나온다. 진짜 문제는 북미회담이 열리느냐가 아니라 외교의 실체가 사라진 자리에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면이 아니라 구조이며, 쇼가 아니라 제도이다. 트럼프의 쇼가 아니라, 우리의 전략이 이 무대를 설계해야 한다. 전략적 자율성이라는 외교의 실체를 복원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한 번 타인의 연극 속에서 관객이나 조연으로 남게 될 것이다.

 

▲ 사진 공유 플랫폼 플리커 백악관 공식 계정에 올라온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플리커.

김동엽

김동엽 교수는 해군과 국방부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1년 중령으로 예편했습니다. 국방부에서 북핵과 군사회담을 담당했고, 예편 이후에는 북한대학원대학교 민족공동체지도자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지금은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저술 및 연구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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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 외무상,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예방

‘한반도 긴장 고조 주요 원인은 미 정책 때문’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10.28 07:26
  •  
  •  수정 2025.10.28 07:32
  •  
  •  댓글 0
 
27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한 최선희 북 외무상. [사진-주북러시아대사관]
27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한 최선희 북 외무상. [사진-주북러시아대사관]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예방했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에 따르면, 최 외무상은 푸틴 대통령에게 “바쁜 와중에도 이 만남을 위해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신을 만나 기쁘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관계와 발전 전망에 대해 베이징에서 상세하게 논의했다”면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계획’의 세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최선희 외무상은 “당신이 김정은 동지와 매우 따뜻한 만남을 가졌다고 들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에 앞서, 최 외무상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회담했다고 러시아 외교부가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제3차 유라시아국제안보컨퍼런스 참석차 (벨라루스) 민스크로 가는 길에 (모스크바에서)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며 “당신이 이 중요한 회의에 참석함으로써 유라시아와 다른 지역에서 정의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한다는 공동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3일 평양에서 열린 ‘쿠르스크 해방작전 영웅 기념비 착공식’을 거론한 뒤 “조선 친구들과 함께 러시아 전문가, 건축가, 조각가들이 이 프로젝트 개발 및 실행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짚었다. “계획대로라면 2026년 2월에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오늘도 주요 양자 문제를 계속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국제정세와 귀 지역 및 유라시아 지역 상황, 유엔 및 다른 다자 장소에서 우리의 노력을 조율할 데 대해 확실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서는 지난해 6월과 지난 9월 이뤄진 북러 정상 간 합의 이행에 유의하면서 실질 협력을 비롯한 양국관계 발전 현안이 집중 논의됐다.   

양측은 한반도와 동북아, 전 세계적 긴장 고조의 주요 원인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공격적인 정책 때문이라는 인식을 같이 했으며 “러시아 측은 조선 지도부가 국가주권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을 전적으로 지지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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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계층 10명 중 3명만 ‘저소득 탈출’...양극화 심화

2023년 소득이동통계 결과 발표, 소득이동성 34.1%...역대 최저

최바울 국가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소득이동통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0.27. ⓒ뉴시

  • 김백겸
    •  기자 kbg@vop.co.kr


      지난 2023년 소득계층 이동성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34.1%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하위 20%인 1분위와 상위 20%인 5분위를 유지하는 비율이 높아 소득 양극화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가데이터처가 27일 발표한 '2023년 소득이동통계'에 따르면 2023년 근로·사업소득을 기준으로 소득 분위의 상승이나 하락을 경험한 비중 즉, 소득이동성은 34.1%로 집계됐다. 전년 34.9%보다 0.8%p(포인트) 줄어든 수치로, 통계를 추적한 2017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이중 소득 분위가 상승한 상향 이동은 17.3%, 반대로 소득 분위가 하락한 하향 이동은 16.8%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각각 0.3%p, 0.5%p 감소했다. 소득 분위를 전년에 이어 유지한 비율은 전년보다 0.8%p 늘어난 65.9%다.

      최바울 국가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득이동성이 감소했다는 건 전년보다 소득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좀 더 늘었다는 의미"라며 "고령화의 영향, 경제성장률이 저성장 기조로 하락 추이에 있는 부분 때문에 계속적으로 소득이동 상향과 하향이 다 줄어드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득 상·하위 20%에서 소득이동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소득 1분위(하위 20%)에 이어 2023년에도 1분위를 유지한 비율은 70.1%로 집계됐다. 반면 1년 사이 1분위를 벗어난 비율(탈출률)은 29.9%로 전년보다 1.0%p 줄었다. 1년 동안 1분위에 속한 사람들 10명 중 3명 만이 소득 분위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반면 5분위(상위 20%)는 85.9%가 그대로 5분위를 유지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2017년 1분위에 있던 사람 중 2023년까지 7년 동안 1분위를 벗어나지 못한 비율은 27.8%에 달했다. 또 같은 기간 5분위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59.3%로 훨씬 높았다. 소득 상위 20%에 한번 진입하면 절반 이상이 장기간 고소득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득이동성이 활발한 것은 중간 소득 계층이었다. 2023년 소득 2분위의 소득이동성은 48.6%, 3분위는 44.0%, 4분위는 34.0%로 나타났다.

      고소득 계층으로 진입하는 비율은 극히 낮았다. 2022년 1~4분위에서 2023년 5분위로 이동하는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종합하면 1분위, 5분위에 있는 사람들의 수입은 고착되는 비율이 높고, 중간 분위에서만 계층이동이 이뤄진다. 고소득층으로 진입하는 비율도 높지 않다. 저소득층이 되면 이를 탈출하기 어렵고, 고소득층은 계속 높은 소득을 계속 유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이야기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 실장은 "1분위에서 벗어나기 쉬운 사람들은 빨리 벗어나지만,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1분위를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2023년 소득이동통계 ⓒ국가데이터처

      성별로 보면 여성의 소득이동성은 35.2%로, 남성 33.3%보다 높았다. 여성의 상향 이동은 18.1%, 하향 이동은 17.1%였고, 남성은 상향·하향이 각각 16.6%였다. 다만 소득분포를 보면 남성은 4·5분위(23.3%, 27.9%) 비중이, 여성은 1·2·3분위(26.2%, 23.8%, 23.3%) 비중이 큰 것으로 집계돼 남성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청년층 이동성은 40.4%로 가장 높았고, 중장년층 31.5%, 노년층 25.0%다. 청년층은 상향이동(23.0%)이 하향이동(17.4%)보다 많은 반면, 중장년층(상향 14.7%, 하향 16.8%)과 노년층(상향 9.9%, 하향 15.1%)은 하향이동 비율이 상향이동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과 2023년 모두 유소득자인 청년층 중에서 중간 기간(2018~2022년)에 일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한 '간헐적 취업자' 비중은 16.6%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12.8%, 여성은 21.3%로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간헐적 취업자의 전체 소득이동성은 68.3%로 '지속 취업자'(58.4%)보다 높았지만, 하향 비율이 높았다. 2~5분위 모든 구간에서 간헐적 취업자의 하향 비율은 25.7%로, 지속 취업자(20.7%)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1분위 탈출률에서는 지속 취업자(75.8%)가 간헐적 취업자(62.7%)보다 13.1%p 높았다. 5분위 유지율 또한 지속 취업자(79.5%)가 간헐적 취업자(27.0%)보다 52.5%p 높았다.

      최 실장은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에 머무르는 사람이 상향 이동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정부 정책이 일자리의 지속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데이터처는 인구주택총조사 등록센서스와 국세청 소득자료를 연계해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동일 개인을 2년 연속 추적, 소득분위 변동을 분석했다. 이번 소득이동통계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발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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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6채 보유' 장동혁에 민주당 "의원 주택 보유 현황 전수조사하자"

 국민의힘에 "국회의원 주택 보유 현황 전수조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부동산 자산 6채를 보유한 것을 두고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공세를 정쟁용이라고 비판하며 "국회의원 주택 보유 현황을 전수조사하자"고 역공에 나섰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에서 '대통령실과 민주당 국회의원 중에 다주택 보유자가 많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국민의힘은 의원 전수조사는 해보셨냐, 국회의원 주택 보유 현황 전수 조사에 대한 제안에 응답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장동혁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6채가 모두 실거주용이라고 밝혔다. 현재 거주 중인 서울 구로구 아파트와 지역구인 충남 보령 아파트, 노모가 거주 중인 보령 단독주택, 국회 앞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다. 별세한 장인에게 상속받은 경기도 안양 아파트 지분 10분의 1, 경남 진주 아파트 지분 5분의 1도 각각 갖고 있다.

장 대표는 "민주당이 지적하는 아파트 4채는 가격이 6억 6천 만원 정도이며 나머지 것을 다 합쳐도 8억 5천 만원 정도"라며 "민주당이 비판한다면 제가 가진 주택과 토지까지 모두 다 김병기 원내대표가 가진 장미 아파트나, 이재명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와 바꿀 용의가 있다"고 해명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장 대표께서 6채가 모두 실거주용이나 다른 목적이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김병기 원내대표까지 끌어들였다"며 "그 정도는 물타기 해야 자신의 '내로남불'이 가려질 것이라 계산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국민은 장 대표 6채 주택의 사연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국민은 주택을 두 채도 아니고 한 채만이라도 내 집을 갖도록 소망하는 것"이라며 "구구절절한 6채로 절실·간절한 한 채의 꿈을 대신·대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장 대표를 향해 "혹시 장동혁 대표님의 아파트 6채 8억5000만원이 실거래가인가 아니면 공시가격인가. 혹시 공시가격에 의한 것이라면 스스로 사실을 밝혀주시길 요청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설치한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 단장직을 즉시 사퇴하고, 주택 안정화 협력 특위로 이름을 바꾸든지 아니면 주택 싹쓸이 위원장으로 새로 취임하시든지 선택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께서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사퇴만이 정답인 것처럼 법석을 떨더니, 사퇴하니까 이제 정책 모두를 바꾸라고 난리다"라며 "메신저가 사라지니 이제는 정책 자체를 흔들어대는 것이다. 꼬리로 머리를 흔들어대는 전형적인 정치 공세의 수법, 수순"이라고 했다.

 

그는 "장 대표께 묻는다. 10·15 대책이 정말 빵점(0점)인가. 국민의힘의 주장만 100점인가. 윤석열 정부 3년간 대한민국을 이렇게 망쳐놓고도 아직도 할 말이 있나"라며 "10·15 대책에 대해 부족한 점이 있으면, 또 걱정되는 점이 있으면 차분하게 지적해달라"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주택 현황 전수 조사 제안과 관련, "당연히 민주당도 포함된다. (국민의힘이) 제안에 동의하시면 구체적인 방법 등을 서로 협의하면 된다"며 "결과 처리 문제도 제안이 받아들여진 이후 협의해야 될 문제"라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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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한문혁 또 사달…'이종호 술자리' 왜 숨겼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10/27 09:19
  • 수정일
    2025/10/27 09: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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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10.26 21:30

  • 수정 2025.10.26 22:20

  • 댓글 0

파견 검사 40명 "검찰 복귀하겠다" 입장문 주도

김건희 특검 8개 수사팀 중 최선임 '수사1팀장'

도이치모터스 수사 이끌며 '이종호 만남' 함구

4년 전에도 수사…지인 소개로 우연히 술자리?

한우 식당에서 1차, 지인 자택에서 2차 이어져

"도이치 관련자인 줄 몰랐다" 해명 의문투성이

"이종호"라고 소개하자 "블랙펄?" 물었다 증언

특검, 파견 해제 조치…대검, 곧바로 감찰 착수

김건희 특검팀 한문혁 부장검사(아랫줄 가운데)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서 근무하던 2021년 7월쯤 지인의 자택에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윗줄 가운데)와 술자리를 갖는 사진. 이 전 대표 측에서 특검팀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온 한문혁 부장검사가 김건희 측근이자 이 사건 핵심 당사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과거 술자리를 가졌던 사실이 드러났다.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특검 측은 한 부장검사의 파견을 해제해 검찰로 돌려보냈고, 대검찰청은 곧바로 진상 규명을 위한 감찰에 착수했다.

한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김건희 특검팀 파견 검사 40명 전원이 검찰청으로 '원대 복귀'시켜달라는 입장문을 낼 당시 8개 수사팀 중 최선임자인 수사1팀장으로서 입장문 작성 및 제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해당 입장문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 개혁 방침에 사실상 반기를 든 내용을 담고 있어 공무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집단 항명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26일 언론 공지를 통해 "파견근무 중이던 한문혁 부장검사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된 사실관계가 확인됐다"며 "23일 자로 검찰에 파견 해제 요청을 해 27일 자로 검찰에 복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 부장검사가 과거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시기 '컨트롤타워'로서 김건희 계좌를 직접 관리한 이종호 전 대표를 사적으로 만난 적이 있음에도 이를 특검 측에 알리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특검팀은 최근 이 전 대표 측 인사로부터 한 부장검사와의 4년 전 술자리 사실과 현장 사진 등을 제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5.8.5. 연합뉴스

한 부장검사가 이날 내놓은 '이종호 만남 관련 경위'라는 제목의 입장문에 따르면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 부부장으로 근무하던 2021년 7월쯤 아이들 건강 문제로 상의하면서 친해진 의사와의 식사 자리에서 이 전 대표를 만났다. 주말 저녁 약속 장소인 의사의 자택(서울 성동구 소재) 근처 식당에 가 보니 한 여성과 낯선 남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의사가 이 전 대표를 "오후에 업무 회의가 있어서 만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합석을 해도 되는지 물었고, 간단히 인사한 후 식사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의사의 자택으로 이동해 의사 지인 손님이 몇 명 더 왔고 함께 술과 배달 음식을 먹고 헤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날 술자리를 함께한 사람은 한 부장검사와 이 전 대표, 의사 최모 씨, 지방 정치권 관계자 B 씨, B 씨의 지인, 연예인 준비생 등 6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장검사는 입장문을 통해 "제 행동으로 인해 논란을 일으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종호가 당시) 자신에 대해 구체적인 소개를 하지 않아 도이치모터스 관련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명함이나 연락처도 교환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이 전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2021년 9월 하순 입건돼 그해 10월 하순 구속된 만큼 술자리를 가졌을 때는 이 사건 피의자가 아니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무슨 목적으로 접근했는지, 2차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한 부장검사는 왜 지금까지 함구했는지 등 의문점이 허다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범과 담당 부부장검사가 어쩌다 만났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공교로워 '우연한 동석'이라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전·현직 검사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에 대해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법기술을 발휘해 어떻게든 축소·은폐한 사례가 부지기수인 만큼 실제 진상은 감찰, 나아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은 26일 파견 중인 한문혁 검사가 검찰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 검사가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2013년 수사 결과를 발표 중인 모습. 2025.10.26. 연합뉴스 자료사진

식당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 전 대표가 "이종호입니다"라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한 부장검사가 "블랙펄?"이라고 물었고, 그렇다고 답하자 한 부장검사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고 이 전 대표는 주장한다. 그럼에도 최 씨가 "(이 전 대표는) 친한 형님이고 (한 부장검사는) 친한 동생"이라고 얘기해서 자리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의사 최 씨의 자택 근처 한우 식당에서 술을 곁들인 식사 뒤 그 비용을 누가 계산했는지도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한 부장검사는 자신의 밥값으로 현금 10만 원을 최 씨에게 건넸다고 기억하는 반면, 이 전 대표는 30만 원 안팎의 식사비를 자신이 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서 김건희 수사를 진척시키지 못하던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7월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2부장으로 발령 났다가 올해 4월 서울고검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기수사를 결정하자 5월에 재수사팀에 합류해 다시 이 사건을 맡았다. 이후 6월에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돼 팀장으로 수사를 이끌어왔으며, 8월엔 검찰 인사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으로 발령 난 상태다.

대검찰청은 한 부장검사 특검 파견이 해제됐지만 현 보직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으로 복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법무부와 협의해 27일 자로 수원고검 직무대리로 발령했다. 대검은 언론 공지를 통해 "한 부장검사에 대해 특검으로부터 최근 관련 내용을 제공받아 곧바로 감찰에 착수했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선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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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정부 ‘정상외교 슈퍼위크’ 시작, 한겨레 “국익과 실용 최우선”

[아침신문 솎아보기] 아세안+3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정상외교 슈퍼위크’

경향신문 “트럼프·시진핑 방한, APEC 실용외교 진면목 보일 기회”

트럼프 ‘북한 일종의 핵보유국’…중앙일보 “북핵 인정 계기 돼선 안돼”

조원철 ‘이재명 무죄’, 조선일보 “법제처장이 대통령 개인 변호 자리인가”

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5.10.27 07:39

▲ 지난 8월 한-일 정상회담 등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리고 이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개최되는 등 이재명 정부가 ‘정상외교 슈퍼위크’를 맞는다. 27일 주요 신문에선 이재명 정부를 향해 ‘국익 중심 실용외교’ 역량 발휘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온라인 스캠 범죄 대응 공조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같은 날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한 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이달 31일부터 11월1일까지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등 21개 회원국 정상 등이 경북 경주에 모인다. 이번 회의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상용화라는 전지구적 변화의 물결, 미국발 관세 전쟁이 초래한 정세적 혼돈 속에 열리며 글로벌 경제와 새로운 국제 질서의 향방을 가늠할 외교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이 차례로 이뤄질 예정이며, 한-일 정상회담 일정도 조율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 시간) 북한을 “일종의 핵 보유국”으로 칭하며 김 위원장이 연락해 온다면 만나겠다고 밝혔다. 관련해 동아일보는 1면 기사 <트럼프 “北, 일종의 핵보유국” 김정은 만남 제안>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방한 기간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에 나설 의지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며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며 핵 폐기 대신 핵 동결 또는 핵 군축 협상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APEC 정상회의의 또 다른 관심거리로 ‘경주 선언’이라 이를 만한 공동선언이 나올 것인지, 나올 경우 ‘자유 무역’ 관련 언급이 포함될지를 꼽았다. 한겨레는 기사 <미·중 정상 첫 동시 국빈방한…20개국 정상들 숨가쁜 외교전>에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열린 아펙 정상회의 공동선언에는 모두 ‘세계무역기구(WTO)가 그 핵심을 이루는 규칙 기반의 다자간 무역체제’라는 표현이 담겼다”며 “그러나 최근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주요국 간 통상 갈등으로 자유무역 질서가 흔들리고 있어 올해 회의에서도 예년 수준의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 “외교 슈퍼위크, 이재명 정부 국익과 실용 택해야”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재명 정부가 국익과 실용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국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과 이행 방안 등을 두고 미국이 마지막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되, 국익과 상업적 합리성을 잃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선 “11년 만의 국빈 방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한-중 관계 복원의 출발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당부했고, 일정을 조율 중인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선 “극우적 성향이 우려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도 긍정적인 한-일 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아무쪼록 이번 아펙 정상회의는 개최국으로서 전체 회의를 안정적으로 치러내 전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로 만드는 것과 함께, 미·중·일 등의 양자 회담을 통해 우리 국익을 지켜내야 하는 두가지 숙제를 동시에 수행해내야 한다”며 “전방위적 외교 과제 앞에 국익과 실용을 최우선에 두고 긴장과 세심함을 잃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도 사설을 내고 이번 한 주가 “이재명 대통령이 누차 강조해온 ‘국익을 지키는 실용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줄 시기”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난제는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시기·방법을 놓고 여전히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는 관세협상”이라며 “통상여건 악화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조속한 매듭이 필요하지만, APEC 시한에 맞추느라 협상 타결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이 대통령 다짐대로 ‘국익에 반하는 합의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막바지 협상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APEC 회원국들 간 협력을 조율하고 국제사회에 유익한 논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철저한 준비와 빈틈없는 진행으로 초대형 정상외교가 최상의 결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의장국인 한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고 한·미, 한·중 사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전기도 마련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외교당국자들이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은 일종의 핵보유국’ 발언에 대해선 우려가 나온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트럼프의 방한 중 깜짝 회동이 실제로 성사돼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복귀한다면 그 자체로는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미국이 북한의 핵을 사실상 인정한다면 한반도는 핵의 위협 속에 놓이게 된다”며 “우리 머리 위에 핵을 이고 살아야 하는 최악의 결과다. 동북아 ‘핵 도미노’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목표를 위해 국제 안보 질서, 특히 동북아 핵 질서를 흔드는 일이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된다. 북·미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그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완전한 비핵화’가 원칙이어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이런 우려를 미국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북·미 접촉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선일보 역시 사설에서 “트럼프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비핵화는 물 건너 간다. ‘미국 우선주의’ 입장에서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만 없애고 중·단거리 미사일을 그대로 두면 한국은 핵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며 “‘정치 쇼’를 좋아하는 트럼프 성향을 김정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북·중, 북·러 관계가 순풍인 상황에서 ‘핵 보유’까지 언급하기 시작한 트럼프를 이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원철 ‘이재명 무죄’ 발언, 조선일보 “법제처장이 대통령 개인 변호 자리인가”

조원철 법제처장이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5개 사건 12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데 대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모두 무죄”라고 주장했다. 조 처장은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사 출신이다. 이를 두고 일부 신문에선 ‘법제처의 책임자가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사설을 내고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에 대해 법제처장이 유무죄를, 그것도 국정감사장에서 주장해도 되나”라고 물으며 “부적절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조 처장은 공직을 맡고서도 여전히 이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전 정부 비난하더니 정권을 잡자 한술 더 뜬다”며 “조 처장 같은 사람이 계속 나오면 공직을 ‘대통령 방탄용’으로 나눠 줬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중앙일보 역시 관련 사설을 내고 “법제처 수장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두둔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법제처의) 책임자가 마치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판이 중단된 상태에서 유무죄를 언급하는 것은 법적으로 무의미하며, 정치적 논란만 키울 뿐”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법제처가 정권의 ‘법률 방패’처럼 행동하거나 정치적 편파성 시비에 휘말린다면 국민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사법 문제에 대한 평가는 법원의 몫이지 행정부 공직자가 함부로 언급할 일이 아니다. 국가 법제의 수장이 법치의 경계를 허물어선 안 된다”고 했다.

▲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도 “행정부 내 법령 해석 최고 권위 기관인 법제처의 수장이 재판 중 사건에 대해 무죄를 단정한 것은 사법 독립을 침해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조 처장은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장동·성남FC 사건 변호인으로 임명 때부터 ‘이해 충돌’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그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며 “법제처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개인적 인연이나 정치적 신의가 아니라 헌법에 대한 존중과 국민 앞에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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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잣 생산지의 비극... 목사가 보여준 잔혹한 광경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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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5/10/27 08:57
  • 수정일
    2025/10/27 08:5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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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환경생태 현장르포]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 반대 투쟁하는 박성율 목사

사회 차성덕(gloomy114)0

25.10.27 06:40최종 업데이트 25.10.27 06:40

박성율 목사는 길 위에 있다. 십자가와 저항의 깃발을 들고, 설교 대신 구호를 외치며 힘없는 이들 곁을 지킨다. 지난 9월, 그를 만나러 강원도 홍천을 찾았을 때도 박성율 목사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이제 막 도착한 차였다. 산황산 골프장 추가 건설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태기 위해 직접 트럭을 몰고 다녀왔단다.

"뭐가 많죠? 투쟁할 때 필요한 모든 걸 여기 싣고 다니거든요."

집기로 꽉 찬 운전석을 치우며 그가 말했다. 트럭은 박성율 목사의 교회였다. 연대가 필요한 곳이라면 그는 어디든 달려간다. 그의 트럭이 멈춘 곳에서 열리는 '강원 생명 평화 기도회'는 10월 17일, 671차를 맞이했다. 박성율 목사가 강원도 환경운동에 앞장서게 된 것은 2008년, 골프장 건설로 살던 땅에서 강제로 쫓겨나게 된 홍천군 두촌면 괘석리 주민들을 위해 '토지난민연대'를 꾸려 목소리를 내면서부터다. 그 후로 강원도 난개발을 둘러싼 투쟁엔 늘 그가 있었다. 현재 원주녹색연합 공동대표이기도 한 박성율 목사는 지금,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에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작된 7여 년 긴 싸움의 최전선에 서 있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한 사람만 있다면..."

2025.6.10.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반대 기자회견 현장의 박성율 목사성덕

"국민이나 주민을 위한 개발은 아니에요. 저는 그건 확실하다고 봅니다."

풍천리는 잣으로 유명한 강원도 산골 마을이다. 1936년 일제 강점기 때 마을 숲에 심어진 잣나무들은 100년의 세월 동안 1800헥타르에 이르는 국내 최대 잣나무 숲을 이루었다. 숲에서 채취된 잣은 우리나라 잣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며 한 세기 가까이 마을 사람들의 생존을 든든히 책임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달, 삵,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의 집이기도 하다. 그런 풍천리에 양수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 계획이 실행된다면 잣나무 11만 2천 그루가 벌목되거나 훼손되고 51가구는 수몰되어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당할 예정이다.

박성율 목사는 소개할 사람이 있다며 산자락 아래 다소곳이 자리한 어느 집으로 향했다.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아래 주민대책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창후의 자택이었다. 그는 대표도 부대표도 공석이 돼버린 주민대책위원회에 남은 유일한 임원이랬다.

"여기(풍천리)서 태어났어요. 어려서부터 활동했던 고향이죠. 동네 산도 물도 참 좋아요. 한여름에도 선풍기도 거의 안 틀어도 될 정도로 시원하고요. 공기도 깨끗하고, 사람들 인심도 좋고요…. 둥지가 가장 편하죠. 외지로 나갈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어요. (이창후)"

이창후에게 투쟁이니 운동이니 그런 건 먼 이야기였다.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에서 태어나 올해 환갑을 맞이한 그는, 양봉업과 잣을 수확하는 일로 온 생계를 꾸려왔다. 선대가 살아왔듯이 자연이 준 것에 감사하는 소박하고 순순한 삶이었다. 그런데 2018년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이장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유를 묻는 그에게 이장은 목소리를 낮췄다. 혼자만 알고 있으라며 풍천리에 양수발전소가 들어서게 됐단 소식을 흘렸다. 아찔해진 이창후는 주민들에 이 소식을 알렸다. 양수발전소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부터 해야 좋을지 막막했다. 객관적으로 사안을 보고 구체적인 문제 제기와 대응 방법을 함께 찾을 사람이 필요했다. 그때 구원투수처럼 떠오른 이가 바로 박성율 목사였다.

"'싸우다 그만둘 거면 같이 못 한다. 보상이나 다른 목적이라면 함께 할 수 없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한 사람만 있다면 끝까지 하겠다.' 그게 저의 유일한 요구사항이었어요. 포기하지 않을 각오를 해야 지켜낼 수 있으니까요."

박성율 목사는 자신을 찾아온 이창후의 손을 기꺼이 맞잡았다.

박성율 목사를 가운데에 두고 이창후와 그의 어머니 허춘자님이 환하게 웃고 있다. 처음 서로 손잡았을 때의 약속처럼 박성율 목사와 이창후는 이 투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다.성덕

박성율 목사가 합류한 주민대책위원회는 2019년 3월, 홍천군에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립 반대' 민원을 접수했다. 당시 홍천군수(허필옹)는 3월 21일 "풍천리 주민들이 원치 않는다면 양수발전소 유치를 하지 않겠다"라는 약속을 했고, 홍천군의회는 3월 28일 그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홍천군은 약속을 번복했다. 군수가 주민들에게 했던 약속은 뒤로 한 채 4월 17일, 주민들의 알권리를 주장하며 주민 설명회를 강행한 것이다. 양수발전소 찬성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명백했다고, 박성율 목사가 덧붙였다.

그러나 군의 뜻과는 반대로 주민들은 설명회를 통해 양수발전소 건립이 추진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송전탑이 세워지고 고압선이 홍천리 일대를 지난다는 몰랐던 사실도 드러났다. 게다가 양수발전소 설립을 찬성하며 주민 설명회를 유도했던, 'A면 이장 협의회' 이름으로 전달된 주민 설명회 건의서도 이장 한사람의 뜻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민 보상 내용 또한 불충분했다. 피해지역에 가구마다 7500만원의 보상을 준다는 소문에 대해 한수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토지 강제수용으로 쫓겨나는 주민들에게 시세보다 3~4배 보상을 더 해준다던 것도 공시지가의 감정평가에 기준 하는 보상임도 확인했다. 쉽게 말해 당연한 것을 혜택인 양 포장한 거였다.

실상을 확인한 주민들은 분개했다. 결국 주민들은 2019년 4월 19일 밤샘 농성 끝에 홍천군수로부터 양수발전소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재차 받아 냈다. 그러나 두 번째 약속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군수는 끝내 홍천 풍천리양수발전소 사업을 유치했다. 홍천리 주민들의 투쟁은 본격화했다.

민주적인 절차를 외면하는 행정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안에 뛰어드는 만장일치 토론이야말로 가장 민주적이며 건강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박성율 목사는 이번 투쟁에서도 주민들이 주도하는 토론을 통해 주민대책위원회 내부 회의를 이끌었다.

"힘을 가진 소수 세력의 다수결로 중대 사안이 결정되는 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모든 활동에서 전적으로 구성원 간에 만장일치를 추구해요.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한 번씩 발언하는 게 기본 규칙인데요. 반대면 반대, 찬성이면 찬성이라고 자기 의견과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예외는 없어요. 회의에서 발언하려면 각자가 공부해야 해요. 공부하다 보면 이 문제에 대해 알게 되고, 주인의식이 생겨요. 자기가 싸우는 이유를 스스로 알게 되니까 흔들리지 않게 되는 겁니다."

처음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걸 주저하던 주민들은 토론이 거듭될수록 자기 의견을 내는데 거리낌이 없어졌다.

"토론이 안 끝나서 2박 3일 동안 먹고 자고 한 적도 있어요. 어떤 사안이든지 만장일치를 해야 끝나니까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는 거죠. 회의 중간에 잠깐 쉬면서 담배를 태우다가도 또 서로 이야기를 나눠요. 그러면 '죽어도 아니다'라고 했던 사람도 생각이 바뀌어서 들어오기도 하고요."

이러한 주민들의 열정은 작은 성과로 이어졌다. 2024년 7월 1일,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립에 대한 토론회를 이끈 것이다. 이 자리엔 한수원(사업자), 홍천군(지방정부), 시민단체 3자가 참여했다. 주민대책위원회는 다시금 '끝장 토론회'를 제안했다. 끝장 토론회는 1차 토론회부터 2주 후인 7월 15일에 열렸다. 이 토론회에 참석한 한수원 측 홍천양수건설소장은 "홍천군이 양수발전소 개발을 포기하면 한수원과 산자원은 양수발전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마침내 한수원의 양수발전소 계획을 백지화시킬 수 있는 실낱같은 빛이 보이는 듯했다.

이에 주민들은 홍천군수에게 '만장일치 토론회'를 제안했다. 이제껏 주민들이 해왔듯 가장 민주적인 방식인 만장일치를 통해 홍천군과 주민 모두에게 이로운 결정을 내리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홍천군수는 '찬반 토론회'를 주장하며 주민들의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양수발전소 개발을 포기하길 요청하며 군수의 답이 올 때까지 군청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들의 기다림은 나흘 동안 이어졌다. 군청에서 군수의 응답을 기다렸을 뿐인 60~80대 주민 7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퇴거 불응'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200만~300만 원씩 총 18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 법 앞에서 약자는 영원한 약자더라고요. 판결할 때 피해자의 의견이나 입장은 참조 사항일 뿐이고요... 힘 있는 자들은 편법을 일삼습니다.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법을 이용하는 거죠. 법이 피해자를 공격하는 무기가 돼버리는 겁니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우리로서 양수발전소 반대는 투쟁이라기보다 몸부림이에요. 생계를 지키려는 몸부림… (이창후)"

풍천리 양수발전소 반대운동을 '몸부림'이라고 한 이창후의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양수발전소 건설이 본격화 되어 잣나무 숲이 사라지면, 잣 수확으로 생계를 꾸려온 풍천리 주민들 70~80%의 생존권이 흔들리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양수발전소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제일 쉽게 말하는 게 지역경제 활성화예요. 그런데 풍천리는 이미 국내 최대 잣 생산지로 유명하거든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더 적극적으로 잣을 홍보하고 상품화시키고 잣나무 숲에 트래킹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관광객을 유치시키는 등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왜 굳이 100년 된 숲을 없애고 주민들을 내쫓고 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박성율 목사는 홍천리 양수발전소 설립이 경제적 측면으로 봐도 '비상식적'이라고 일갈했다. 양수발전소 건설에 1조 원 이상이 투입되지만 현재 운영되는 양수발전소들도 적자 행진이다. 양수발전소를 굳이 새로 건립할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거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양수발전은 한수원 재정을 악화시키는 '돈 먹는 하마'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수원이 양수발전소 총 16호기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1323억 원의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2015~2019) 총 적자 규모는 연평균 1408억 원에 달한다. 양수발전은 일평균 가동시간이 3시간도 안 돼 발전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호기별 발전일 평균 발전 시간은 2시간 54분에 불과했으며, 전체 양수발전 16호기의 발전일 평균 발전 시간은 46시간에 그쳤다. (<에너지신문>, "한수원, '돈먹는 하마' 양수발전에 3.6조 투자")

게다가 양수발전소 건립은 시대착오적이며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박성율 목사는 말한다.

"양수발전소는 핵발전소와 쌍을 이루거든요?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낮에는 남아도니까 그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양수발전소를 만드는 거예요. 하지만 지금 전 세계적으로 탈핵을 외치고 있는데, 양수발전소를 또 짓는다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일입니다. 양수발전소는 절대 신기술도, 친환경 기술도 아닙니다. 있던 산을 깎고, 마을을 물에 잠기게 하고, 살던 사람들과 동물들을 못 살게 하고 송전탑을 놓고... 그거 어디에 친환경이 있습니까? 순 파괴뿐이죠."

양수발전 건설 계획 조감도에 보이는. 훼손될 지역(붉은색 안쪽)을 가리키는 박성율 목사. 양수발전은 전력수요가 적은 심야시간대의 전력을 이용하여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려 저장하였다가, 전력수요가 많은 낮 시간대에 상부댐의 물을 하부댐으로 떨어트린 낙차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따라서 양수발전을 위해서는 두 개의 댐이 지어져야 하는데, 이로 인한 지형 파괴 및 생태 훼손은 심각한 문제다.성덕

소리 없는 아우성은 계속된다

투쟁이 시작된 지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동네가 완전히… 양수발전소 문제로 동네가 쪼개졌어요…. 이 문제로 동네 자체가 망가졌어요." 이창후의 목소리에 슬픔이 어렸다.

풍천리에서는 매년 '한마음 잔치'가 열리곤 했다. 70년대 정부의 화전민 이주 정책으로 마을을 떠나게 된 옛 주민들까지 초대해서 풍천리 사람들 모두 함께 어울리는 자리였다. 그러나 양수발전소 문제로 주민들의 의견이 갈리면서 더 이상 한마음 잔치는 열리지 않게 됐단다. 투쟁에 앞장섰던 두 사람은 '빨갱이'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양수발전소 반대 투쟁을 이어나는 중이다.

2025년 6월 10일,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는 대통령실 앞을 찾았다. 이들은 새로운 정부를 향해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할 것과 전국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풍천리 주민들과 더불어 다른 환경단체들이 함께했다. 이날 박성율 목사는 풍천리 주민들을 대표로 새로운 정부 민원실에 의견문이 담긴 서한을 전달했다.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

2025년 8월 1일, 국정기획위원회 홍천양수발전소 반대 기자회견장의 풍천리 주민들.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

2025년 8월 22일, ‘강원생명평화기도회’에 모인 사람들이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와 송전탑 백지화 결의를 다지고 있다. 가운데 박성율 목사가 보인다.강원생명평화기도회

그러나 주민들의 꾸준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한수원은 홍천 양수발전소 1, 2호 토건 공사 시공사로 대우건설을 낙찰했고, 9월 1일, 공사 수주를 주었다. 그러나 끝까지 싸우겠다는 이들의 의지는 여전히 충만해 보였다. 어떤 힘으로 그 긴 시간을 싸울 수 있었냐는 내 질문에 "그냥 일상이 된 거죠"라며 박성율 목사가 웃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듯 하루의 일과 속에 풍천리 양수발전소 반대 운동이 자리 잡은 거였다.

"옳은 일이니까 끝까지 싸운다는 마음도 매우 중요하지만, 생태나 기후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하나의 일로써가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는 활동이 필요해요. 보수도 없고, 인정도 못 받고, 거꾸로 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데도 왜 이걸 하느냐? 삶의 일부니까 하는 거예요. 거기서 꾸준히 투쟁할 힘이 생겨요. (...) 결국 우리가 지향할 삶은 이타적인 삶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내 삶 속에서 실천하는 거죠. 서로 사랑하는 거란? 내가 당하기 싫은 걸 타인에게 하지 않고, 내가 좋은 걸 타인에게 하는 거죠. 그게 바로 '정의'예요. 그 정의를 실천할 때 느껴지는 게 '기쁨'이고, 그 기쁨 속에서 진정한 '평화'가 오게 됩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잣을 수확하러 일어서는 이창후와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트럭에 올랐다. 마을 곳곳에 양수발전소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댐 2개 양수발전소가 관광자원? 아무도 믿지 않을 거짓말!’ 풍천리 마을에 붙은 플래카드.성덕

트럭은 56번 국도로 향했다. 공사 먼지로 뒤덮인 '산촌생태마을 홍천 1리' 표지판을 지나자, 흙이 훤히 드러난 가리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사장 안내 표지판의 공사 목적엔 '홍천양수발전소 건설로 인한 매몰지 내 국도 56호선 이설로 지역 주민과의 교통편의 향상과 홍천양수발전소의 적정 공사기간 확보 및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양수발전소 사업이 통과 되지도 않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된 공사라고 했다.

이설 공사가 한창인 56번 도로 부근의 가리산이 훼손되고 있다.성덕

양수발전소 하부댐이 건설되면 사진에 속에 보이는 기둥 하단 1/3지점까지 물에 잠긴다. 그를 대비해 한수원은 56번 국도를 기둥 위로 끌어 올리는 이설공사를 진행 중이다.성덕

트럭은 공사장을 가로질러 가리산 진입로에 접어들었다.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 이 진입로는 통제될 것이다. 산길을 달리는 차 창 너머 어린이들을 위한 생태체험이 가능했던 '가리산 유아숲체험원'도 폐쇄된 채 방치 중인 게 보였다. 이윽고 산 중턱에 트럭이 멈췄다. 박성율 목사가 보여줄 게 있다며 앞장섰다. 좁은 오솔길을 오르자, 풍천리 전경이 펼쳐졌다. 첩첩이 숲을 이룬 아름다운 산자락에 벌목된 부분이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름답고도 잔혹한 풍경이었다. 박성율 목사는 풍천리 양수발전소 문제가 비단 풍천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그 수사자가 새끼들에게 먹을 것을 넉넉히 찢어 주고 암컷들에게 먹이를 잡아 주더니. 제 바위굴을 먹이로, 찢어 놓은 고기로 제 굴을 가득 채우더니. (구약성서 나훔서 2장 13절)

"나훔서 2장엔 아시리아(고대왕국)의 멸망에 대해 쓰여 있어요. 먹지도 않을 고기를 굴에다가 잔뜩 쌓아놓은 사자처럼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타인의 것을 수탈하는 것이 곧 멸망의 길이라고 성경은 말하거든요. 저에겐 이 구절이 오늘날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로 읽혀요."

기후 위기가 현실 문제로 대두되고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 중인 우리의 세계는, 이윤 창출과 팽창의 열망을 연료로 폭주 기관차처럼 달릴 줄밖에 모르는 자본주의적인 방식이 아닌, 다른 가치로 재편돼야 한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저는 우리가 서로 먹고 먹혔으면 좋겠어요. 내가 얻은 것은 누군가의 희생이란 걸 기억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 '누군가'에는 자연도 포함돼요. 자연은 순환구조예요. 먹고 먹히죠. 최상위 포식자라 해도 죽으면 다시 썩어서 자연의 일부로 환원되고, 그게 다시 1차 생산자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요.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추구하는 구조는 피라미드 구조예요. 계속 위로, 더 위로 성장만 하려고 하죠. 그게 오늘날 인류의 위기이지 않을까요? 아무도 죽으려고 하지 않으면 파괴밖에 없으니까요. 파괴가 계속되면... 결국 종말이죠."

박성율 목사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개개인의 실천도 좋지만, 개발과 환경보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십수 년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 싸웠던 그였다. 그런 그가 새 정부에 바라는 게 무얼까 궁금했다. "글쎄요? 딱히 없는데요?" 갑작스러운 물음에 허허 웃던 얼굴이 이내 진지해졌다. 잠시 생각하듯 침묵을 지키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정부에) 바라는 건… 산은 산이게 하고, 강은 강이게 하고, 살던 사람은 살던 데서 그대로 살게 두는 겁니다. 멀쩡한 산을 헐어버리고, 잘 살던 사람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다 다른 걸 짓는 무의미한 개발을 더 이상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뿐입니다."

드론으로 찍은 풍천리의 전경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

[필자 소개] 차성덕 :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이다. 중요하지만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는 것을 세상에 보이게 하고 들리게 하는 게 영화와 르포의 역할이자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이야기의 힘을 굳게 믿는다.

덧붙이는 글 기획 공동진행: <(사)세상과함께>,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자료참조: 한수원 「전략환경영향평가서」 ,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홍천풍천리양수발전소 #풍천양수발전소건설반대 #박성율 #강원생명평화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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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심우정 특활비 ‘명절떡값·셀프수령’···윤석열 의혹도 불붙었다

서울동부지검 ‘먹칠없는’ 자료로 드러난 검찰 특활비 실태···세금 오·남용, 전면 감사·수사 불가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심우정 전 검찰총장. 2024.9.18 ⓒ대통령실 제공
드디어 실체가 드러났다. 검찰 고위직들이 특수활동비를 ‘셀프수령’하고, 명절떡값으로 뿌리는 등 세금을 오·남용한 실태가 증거를 통해서 확인된 것이다.

필자는 2019년 10월부터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들을 대표해서 검찰을 상대로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했다. 그리고 2023년 4월 대법원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를 일부 공개하라’는 취지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2023년 6월 23일 사상 최초로 대검찰청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집행 관련 자료를 공개받았다.

 

 

 

사상 최초로 공개된 특활비 집행명목과 수령인


그러나 검찰로부터 공개받은 특활비 자료에는 온통 먹칠이 칠해져 있었다. 검찰이 집행 명목, 수령인 등 핵심적인 정보를 가리고 공개한 것이다. 그래서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진실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뉴스타파가 검사장이 바뀐 4곳의 검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임은정 검사장이 있는 서울동부지검에서 집행명목과 수령인(수사관은 제외)까지 나와 있는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10월 2일 서울동부지검으로부터 집행내역과 수령인이 나와 있는 ‘먹칠없는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를 사상 최초로 공개받았다.

그리고 이 자료들을 검증한 결과 검사장의 특활비 ‘셀프 수령’과 같은 심각한 세금 오·남용이 드러났다. 또한 그동안 의혹이 제기되어 왔던 ‘명절 떡값’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셀프 수령’과 ‘명절 떡값’의 장본인은 바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었다.

 

 

 

사실로 드러난 ‘명절 떡값’


심우정 전 총장은 서울동부지검장으로 2021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근무했다. 그 기간 동안 추석명절과 설명절이 있었다.

그런데 심우정 전 총장은 두 번의 명절을 앞두고 서울동부지검의 모든 부서장과 차장검사 등에게 50만원~100만원씩의 돈봉투를 돌렸다. 전형적인 ‘명절 떡값’이다.

2021년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는 1,16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명절 떡값’으로 사용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 1·2·3·4·5·6부장과 여성아동범죄부장, 사이버범죄형사부장,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에게 특수활동비를 지급했고, 차장검사와 인권보호관 등에게도 특수활동비를 나눠줬다.

2022년 설 명절을 앞두고는 1,35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간부급 검사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검찰이 명절을 앞두고 특활비를 지급한 내역 ⓒ하승수 제공

명절 떡값 의혹은 그동안 윤석열의 특활비 사용과 관련해서도 제기됐던 의혹이다.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4번의 명절을 앞두고 총 2억5천만원을 떡값으로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동부지검 자료를 통해 특활비가 ‘명절 떡값’으로 뿌려져 왔다는 점이 명백하게 확인된 것이다. 심우정의 ‘명절 떡값’이 확인된 것은 윤석열이 뿌렸던 돈도 ‘명절 떡값’이었다는 점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것이다.

 

 

 

심우정 등의 셀프 수령


또한 심우정 전 총장의 특활비 셀프 수령도 드러났다. 심우정 전 총장은 명절을 앞둔 때에 부하검사들에게 특활비를 나눠주면서 본인도 셀프 수령을 했다. 예를 들어 2022년 1월 24일 심우정은 100만원의 특활비를 셀프 수령했고, 1월 28일에도 50만원을 추가로 셀프 수령했다. 설명절을 앞두고 심우정 전 총장 자신이 150만원의 특활비를 챙긴 것이다.

 

 

 

심우정 전 총장의 특활비 셀프수령 사례 ⓒ하승수 제공

심우정 전 총장은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재임한 13개월 동안 총 2,136만원의 특수활동비를 ‘셀프 수령’했다. 그 기간 동안 서울동부지검에서 집행된 특수활동비 총액인 1억4천여만원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런 셀프 수령은 ‘업무상 횡령’이 될 수도 있다. 민간기업의 대표이사도 회사금고에 있는 돈을 가져다가 마음대로 썼다면 그건 횡령이다. 그런데 검사장이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나 정보수집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를 마음대로 가져다 썼다면 그건 횡령일 수밖에 없다.

심우정에게만 셀프 수령 행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8명의 검사장 가운데 5명에게서 셀프 수령 사례가 드러났고, 그 중 3명의 지검장은 셀프 수령한 특활비가 재임기간 동안 사용한 전체 특활비의 10%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셀프 수령건의 경우 카드영수증이 붙어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식당에서 밥값으로 사용한 것이었다.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활동에 사용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경우들이었다.

 

 

 

전면적인 자료공개와 감사·수사가 필요


이번에 서울동부지검의 ‘먹칠없는 특활비’를 통해 그동안 의혹으로 제기되어 왔던 세금 오·남용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심우정 등의 특활비 셀프수령, 명절 떡값 등의 행태가 모두 증거자료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서울동부지검만의 문제도 아니고, 심우정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 특활비 자료의 전면적인 공개가 필요하다.

서울동부지검은 공개 가능했는데, 다른 검찰청은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모든 검찰청의 특활비 자료는 공개 범위에 대해 다시 검토되어야 하고, 수령인과 집행명목까지 원칙적으로 공개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검찰 특활비 집행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수사가 필요하다. 이런 악질적이고 고질적인 세금 오·남용에 대해 제대로 제재하고 처벌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서 예산을 둘러싼 부패와 낭비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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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경주빵·귤 ‘먹방’…CNN서 “K푸드는 최고 건강식”

“십중팔구는 이 빵을 드시게 될 것”

박현정기자
  • 수정 2025-10-26 01:59
  • 등록 2025-10-25 19:17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미국 시엔엔(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미국 시엔엔(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언론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김밥을 비롯해 경주 황남빵, 제주 귤 등 한국의 먹을 거리를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시엔엔 누리집에 공개된 인터뷰 영상 ‘네, 심지어 한국 대통령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시청한다’에서 “케이(K) 푸드는 전 세계적으로도 건강식으로는 최고일 것”이라고 홍보했다. 경주 황남빵을 기자와 함께 먹으며 “아펙이 열리는 경주에 오시면 십중팔구는 이 빵을 드시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경주의 명물 ‘황남빵’은 외교부 심사를 거쳐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회의 공식 디저트로 선정됐다. 제주 귤에 대해선 “오렌지와 다른데 매우 맛이 좋다”며 먹어보길 권했다.

이 대통령은 제주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대해 “매우 한국적이고 한국 중에서도 아주 특정한 지역 제주이고, 시대로 보면 과거 (이야기인데) 이걸 과연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했다”며 “저 자신도 (이 드라마에) 매우 깊이 빠져들었지만 전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것 자체가 매우 놀라웠다”고 했다.

한국의 문화에 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이 문화의 최고봉은 가치와 질서인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함이 전 세계의 표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난해 12월3일부터 봄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들이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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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조끼' 입은 외국인 유족, 통곡의 이태원... "정의를 원한다"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자식 잃은 슬픔은 이날 이태원역의 공용어였다.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나흘 앞둔 25일, 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처음으로 참사 현장을 찾았다. 곁엔 같은 보라색 조끼를 입은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함께 했다.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는 해밀톤 골목은, 유족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슬픔을 토해내는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위로와 슬픔, 울음바다 된 이태원 해밀톤 호텔 골목의 외국인 유족들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을 찾은 희생자 유가족과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서로를 위로하며 고통과 슬픔을 나눴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을 찾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사고 현장을 살펴본 뒤 유가족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을 찾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사고 현장을 살펴본 뒤 유가족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희생자 유가족과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참사 현장을 방문한 외국인 희생자 유족은 40여 명이다. 이란, 러시아, 미국, 호주, 중국, 일본, 프랑스,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스리랑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12개국에서 온 이들은 한국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방한해 전날(24일)부터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 현장인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방문하는 것으로 방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유족들이 한국을 방문한 것도, 참사 현장을 찾은 것도 처음이다.

오후 1시 8분. 40여 명의 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 유족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도착했다. 한국인 유족과 마찬가지로 이태원 참사 유족임을 드러내는 보라색 조끼를 맞춰입은 채였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한국인 유족들이 곧바로 다가가 외국인 유족들을 맞이했다. 현장은 금새 눈물바다가 됐다. 유족들은 너나할 것 없이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울음을 토해냈다. 인종, 나이, 출신국을 불문하고 유족들은 연신 휴지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야 했다. 한 참석자는 보라색 손수건을 꺼내 히잡 쓴 또 다른 외국인 유족의 눈물을 직접 닦아주었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숨결이 흩어진 해밀톤 골목에 닿자, 외국인 유족들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이들은 좁은 골목을 차례로 오르고 헌화하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어떤 이는 미소짓는 딸의 영정사진 액자를 품에 안고 골목을 한바퀴 돌았고, 어떤 이는 추모 공간 한 구석에 멈춰서서 벽에 머리를 박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주황색 해밀톤 호텔 벽을 직접 쓸면서 희생자에 말을 건네는 유족도 있었다. 흰 국화를 든 유족들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일부 유족이 걷기 힘들어 넘어지려 하자 또 다른 유족이 이를 부축하기도 했다.

오열하며 참사 현장을 한바퀴 돌아본 유족은 이내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서로를 끌어 안으며 슬픔을 위로했다. 몇몇 유족은 골목 한켠에 조성된 추모 공간에 포스트잇 메세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들이 한국을 찾은 이유..."설명 불가한 슬픔, 책임자 합당한 처벌 원해"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러시아에서 온 라이나씨(고 크리스티나 가드너씨 여동생)는 참사 현장을 둘러보는 내내 언니의 사진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는 "언니의 작은 영혼의 조각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며 "한국에 있어 2년이나 보지 못하는 언니를 만나려고 약속을 잡는 사이에 언니가 희생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도 가슴이 많이 아프다"며 "책임자들의 처벌을 원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희생자 그레이스 라쉐드(Grace Rached)씨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Joan Rached)씨 역시 한국을 찾은 이유를 "정의를 위해서(for justice)"라고 설명했다. 호주에서 온 그는 참사 후 한국을 세 차례 방문했고, 지난 2주기 시민추모대회 때도 직접 연단에 나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조안씨는 참사 현장을 둘러본 심경을 "슬프다(It's sad)"고 전하며 "안전 책임을 무시한 이들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원한다"고 밝혔다. 함께 온 남편 라쉐드 라쉐드(Rached Rached)씨 역시 "너무 힘들다(It's so hard)"며 "자식 잃은 심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라며 울먹였다.

외국인 희생자 유족들은 직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3주기 4대 종교 기도회'에도 함께했다. 기도회 현장 맨 앞자리에 자리한 유족들은 동시통역되는 기도 내용을 들으면서도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모두들 "진상을 규명하라!"라 쓰인 피켓을 손에 들고, 서로의 손을 꼭 붙든 채였다.

이 자리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부운영위원장 유형우씨(고 유연주 양 아버지)는 "3년이 흘렀지만 아직 진실은 다 밝혀지지 못하고, 책임져야 할 이들이 아직도 뉘우치지 못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추모의 자리는 단지 눈물로 그리움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 아픔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변화하도록 생명과 안전이 가장 우선되는 세상이 되도록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불교·기독교·천주교·불교의 추모 기도가 차례로 끝난 뒤, 외국인 유족들을 포함한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용산 대통령실을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한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 멈춰선 이들은 정부를 향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홍두표씨(고 홍의성 군 아버지)는 "진상조사가 시작된지 4개월이 됐지만 아직도 미비하다"며 "정부에 간곡히 말씀드린다.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밝혀달라. 책임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광장까지 행진한 유족들은 이어 오후 6시 34분, 같은 곳에서 열리는 시민추모대회에도 참석한다. 시민추모대회 시작 시각인 오후 6시 34분은 참사 당일 최초 112 신고가 접수된 시각이다. 이날 추모대회에서는 각종 추모공연이 이어진 뒤 외국인 희생자 유족들도 직접 추모 메시지를 낭독할 예정이다. 또한 이들은 오는 30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유가족 간담회, 특별조사위원회 방문, 합동 기자회견, 3주기 당일 정부 공식 추모식 등 일정을 이어간다.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고인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희생자 유가족과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불교 스님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합장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기원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에서 원불교 교무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기원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에서 기독교 목사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기원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에서 천주교 신부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기원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를 마친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를 마친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를 마친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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