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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사당화 논란 속 경향신문 “윤석열 불통과 무엇이 다른가”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민일보, 추미애·이언주 전략공천 비판…조선일보, 대장동 변호사 6인 출마 주목

한국일보, 세월호 다큐 제작중단에 “국민상처 위로하는 일 선거 이해타산 가당찮은 일”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4.02.23 07:21

  • 수정 2024.02.23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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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사당화’ ‘사천’ 논란 확산 이후 공식 입장을 냈다. 그는 “민주당은 시스템에 따라 합리적 기준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골라내는 중”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당 안팎의 실제 상황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인식이라 몹시 우려스럽다”고 했고, 경향신문은 “이 대표가 비판해온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과 무엇이 다른가 묻게 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민주당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이언주 전 의원을 전략공천한다는 방침에 부적절하다고 비판했고, 조선일보는 이재명 대표와 그 측근들 사건을 변호했던 변호사 6명이 출마해 현재 공천에서 모두 탈락하지 않은 사실에 주목했다.

KBS가 당초 4월18일 방송 예정이었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제작을 중단하자 한국일보가 사설에서 이를 비판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지난 22일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큐 제작중단을 비판하는 모습을 지면에 담았다.

▲ 23일자 전국단위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이재명 사당화 의혹 부인했지만…

민주당에 이재명 대표 사당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동교동계 권노갑 상임고문, 정대철 헌정회장 등 민주당 원로들이 현재 공천이 공천이 아닌 ‘사천’ 아니냐며 이 대표에게 답을 요구했고 앞서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도 이 대표가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 대표는 시스템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경향신문은 사설 <의총 불참한 이재명 대표, ‘공천 내홍’ 직접 수습하라>에서 이 대표가 “공식 회의(의총 등)나 묻는 말은 외면하고, 언론에 ‘시스템 공천 중’이라고만 독백한 셈”이라며 “이 대표가 비판해온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과 무엇이 다른가 묻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불공정 공천 시비는 지도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며 “문학진 전 의원에게 전화해 불출마를 거론하고, 측근 당직자들과 컷오프를 논의해 ‘밀실·비선’ 논란을 키운 건 이 대표”라고 했다. 또 “당 지도부는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를 부인하다 당이 했다고 뒤늦게 시인했다”며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발표에서도 친명 측근들은 단수공천·경선 등으로 배치되고 비명계는 의원 평가 하위 20%에 다수 포함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대표는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고, 진행 중인 공천의 실상·의혹에 대해 책임있게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친명 주류·중진의 헌신이나 희생 해법도 결국 이 대표만이 결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속 침묵한다면 불공정 공천은 이 대표 뜻으로 읽힐 것”이라며 “그러면 제1야당의 총선 전망은 없다. 대표의 리더십 부재가 총선 최대 악재가 되어서야 되겠는가”라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 <내분 초래한 공천이 “합리적”이라고 일축한 이 대표>에서 “민주당 내부 상황을 (이 대표가) ‘환골탄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이라고 말한 대목은 지나친 자기 합리화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이 대표는 안이한 판단을 거두고 엄중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추미애 이언주 전략공천 비판

구체적인 공천 대상자를 거명한 사설도 나왔다. 국민일보는 사설 <추미애·이언주를 ‘여전사’로 전략공천한다는 민주당>에서 민주당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이언주 전 의원을 전략공천 대상자로 발표한 것에 대해 “다른 이는 몰라도 추미애·이언주 두 사람을 여전사로 치켜세우다니 한심하다”며 “이 대표의 사심 공천 논란으로 당이 누더기인데 한가하게 말장난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 23일자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추 전 장관에 대해 “검찰개혁을 구실로 ‘윤석열 찍어내기’에 앞장섰다가 실패하면서 오히려 그를 대권주자로 키워줬다는 낙인이 찍힌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에 대해서는 그가 2012년 민주통합당에 영입돼 19·20대 총선에서 경기 광명을에 당선됐다가 2017년 국민의당으로 옮기고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 이후 국민의힘을 탈당한 것을 문제 삼았다. 국민일보는 “정계 입문 후 탈당만 세 번째, 당적 변경은 다섯번쯤 된다”며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출마 기회만 좇는 정치인을 영입하는 게 시스템 공천인가”라고 비판했다.

 

조선, 대장동 6명 출마 ‘이재명당’

조선일보는 6면 기사에서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사건 등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 변호인을 맡았던 인사들이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23일 조선일보 6면 기사

대장동 사건, 위증교사 의혹 등 관련 이 대표를 변호한 박균택 변호사가 광주 광산갑, 조상호 변호사가 서울 금천에서 각각 경선에 나선다. 대선경선 자금수수 의혹 등 관련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변호한 임윤태 변호사는 경기 남양주갑(경선), 김기표 변호사는 경기 부천을(미정)에 공천을 신청했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실장을 변호한 이건태 변호사는 경기 부천병(미정), 김동아 변호사는 경기 평택갑(미정)에 공천 신청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 “변호인들은 그 범죄 혐의의 내막을 잘 알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 대표 입장에선 이런 분들이 무서울 것”이라며 “이 대표가 공천으로 자기 범죄의 변호사비를 대납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대장동 변호사 6명 줄줄이 출마한 ‘이재명 黨’>에서 “출마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 대표와 그 측근들의 변호사가 줄줄이 출마하고, 말 많고 탈 많은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모두 순항 중인 것을 우연이라고 할 수 있나”라며 “애초에 변호사들이 공천을 노리고 이 대표 측 사건을 맡았을 수도 있고, 이 대표가 먼저 변호사들에게 출마를 권유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대표로선 자신의 혐의와 사건의 내막을 잘 아는 변호사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어느 쪽이든 당사자들에게만 서로 이득이고 국민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변호사들’까지 대거 공천을 받는지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

▲ 2024년 2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등이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사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사진=노지민 기자

한국 “이런 일 반복되면 TV수신료 거부로 ‘국민의 방송’ 외면”

한국일보는 사설 <총선 8일 후 세월호 방송도 영향 미친다며 제작중단한 KBS>에서 KBS 쪽에서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4월 방송은 안 된다”고 한 것에 대해 “선거 8일 후 방영되는 세월호 다큐가 어떻게 개표까지 끝난 ‘과거의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지 그 논리가 황당해 어이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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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역사적 사건이나 대형 사고를 다루는 방송은 해당 기념일 전후로 내보내는 게 상식이고 관례”라며 “총선 영향 등을 운운하며 방영 시기를 늦추거나 제작까지 중단하는 건 그야말로 정치적 고려”라고 비판했다. 이어 “304명이 희생된 참사로 생긴 전 국민적 상처를 위로하는 일까지 선거 이해타산을 따지는 건 가당찮은 일”이라며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했다.

KBS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 대신 녹화로 진행된 특별대담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한 채 실망만 안겼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민들은 TV 수신료 거부로 ‘국민의 방송’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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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총선, 야권 연대로 윤석열 정권 심판해야



 

 

가칭 ‘민주개혁진보연합당’ 탄생의 배경

‘민주진보연합당’건설, 정책연대, 지역구 단일화로 야권연대 실현

민주노총, 진보정당 의회진출 확장위한 정치적 선택 응원해야

가칭 ‘민주개혁진보연합당’ 탄생의 배경

공직선거법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253명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47명을 합하여 300명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할 것,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배분 관련 계산식까지 정해두었다.

선거는 선거구 획정이나 선출방식 결정에서 시작된다. 국회의원들이 4년마다 왜 자기들이 만든 법을 지키지 않냐고, 한두 달 남겨두고 선거 규칙을 못 정하냐고 욕먹으면서도 규칙을 못 정하는 이유는 선거제도나 선출방식 결정 자체가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제는 정당에 투표하고 투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눈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과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나누는 것이고, 연동형은 지역구에서 정당 득표만큼의 의석을 채우지 못한 만큼 비례 의석으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연동형은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소수정당에 유리하다. 국회에 다양한 정치세력이 진출할 수 있게 하고, 결과적으로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바뀌는 효과도 낼 것이다. 그래서 연동형 비례제를 병립형보다 민주적 선출방식이라고 평가한다. 진보진영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그래야 진보 진영의 의회 진출이 쉽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이 주장해온 연동형 선거제는 제도화되지 못했다. 그런데, 4년 전 촛불 항쟁 이후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 속에 연동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연동형 선거제가 정치권의 화두가 되었다. 그렇게 정치협상으로 만들어진 준연동형 비례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완벽하지 못했다.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막을 방법까지는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정확히는 진보진영이나 시민사회의 역량이 그만큼 이었다고 평가해야 한다.

준연동형 비례제의 한계로 ‘위성정당’이 탄생하게 되었다. 4년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이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하자 민주당은 국민적 비판을 피하려고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했다. 당시 민주당은 두 석 정도를 소수정당에 배분하는 구색맞추기를 했지만, 누가 봐도 민주당이 추진한 비례연합정당도 사실상 위성정당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촛불 항쟁의 수혜를 독차지하고 있었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를 가지고 있었다. 최대이익을 내기 위한 정치적 계산법이 사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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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진보연합당’건설, 정책연대, 지역구 단일화로 야권연대 실현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민주-진보-시민사회의 요구 속에 비례연합정당 구성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상황은 달라졌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을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 속에 치러진다. 촛불정권의 실패로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 예전과 같지 않다. 지역 곳곳에 후보를 내며 보수 양당 심판을 주장하는 진보정당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4년 전 민주당은 진보진영을 선별해 비례연합당을 제안했고 전체의석의 두 석을 배분하며 비례연합정당이라는 구색을 맞췄다. 하지만, 이번엔 원내 진보정당과 시민사회까지 포괄해 연합정당을 제안하고, 그 구성에서도 연합의 정신을 살렸다.

민주-진보-시민사회의 협의로 건설된 ‘민주진보연합정당’은 진보당 3, 새진보연합 3, 시민사회 4로 구성을 확정했다. 당선권을 20석 내외로 볼 때 절반을 진보정당을 포함한 소수정당과 시민사회에 배정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정책연대와 지역구까지의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했으니 내용에서도 사실상 야권연대가 실현된 셈이다.

진보당은 비례연합정당에 참가를 결정하고, 민주당과의 지역구 단일화 협상까지 완료했다. 녹색정의당은 비례연합정당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민주당과의 정책 연합이나 지역구 단일화는 추진하겠다고 했다. 진보정당들은 불리한 선거제도 속에서 각자의 셈법으로 의회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전술적 선택을 하고 있다.

윤석열 심판의 국민적 요구와 진보진영의 의회 진출 확대를 생각한다면 진보정당의 참여는 환영받을 일이다. 비례연합정당이나 야권연대를 민주당과의 합당이나 결탁이라고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민주당이 이런 입장을 취한 데에는 진보진영이 반윤석열 투쟁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내고, 지역구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념 공격에도 아랑곳 안 하는 정치역량으로 성장한 평가가 반영되어 있다.

 

민주노총, 진보정당 의회 진출 확장을 위한 정치적 선택 응원해야

민주노총에서는 정당들의 이런 결정에 민주노총 총선방침 위반이라며 논란이다. 하지만, 비례연합정당이 민주노총 총선방침에 어긋나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9월 대의원대회에서 선거방침, 총선방침을 결정했다. 총선방침에는 “민주노총은 친자본 보수 양당 지지를 위한 조직적 결정은 물론이고 전·현직 간부의 지위를 이용하여 친자본 보수 양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라고 규정했다. 새로운 총선방침이 있기 전에는 위성정당 참여를 금지한 예도 있었다.

위성정당이라는 말에는 그 정당에 대한 평가가 내포되어 있다. 그 당은 곧 민주당이라는 평가이며, 결국은 민주당으로 돌아갈 사람들이라는 규정이다. 이 평가가 4년 전에는 맞는 말일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민주-진보-시민사회의 ‘민주진보연합당’은 일시적 정치연대다. 선거 이후 해산해 각자의 당으로 돌아간다. 구성에서도 민주당과 소수 정당·시민사회가 대등하다. 민주-진보-시민사회가 함께 정책 연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야권연대는 현재의 선거제도의 모순을 극복하고, 반윤석열 선거에서 야권 승리를 도모하며, 소수 정당의 의회 진출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야권연대가 현실화할 때마다 진보 진영에서 논란이 있었다. 현실정치의 전략 전술 문제는 현실정치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불리한 선거제도 아래에서 진보정당은 싸우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결국 민중의 선택이며, 결과로 말한다.

지금은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 확장을 위한 여러 정치적 결정을 존중하고 승리를 응원해야 한다. 진보정당 확장과 윤석열 퇴진 투표를 조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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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그린벨트 해제에 ‘총선맞춤’ 우려 나오는 이유들

“논의 과정 배제한 총선용 정책…인구 감소·저성장 국면 경제 효과도 미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린 열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21. ⓒ뉴시스
정부가 비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대폭 해제한다. 논의 과정이 배제된 정책 추진에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명분은 경제활성화다. 전문가들은 지역 인구가 감소하고 저성장에 빠진 현 상황에서는 그린벨트를 풀어도 경제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총선용 정책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13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그린벨트 규제 완화 구상을 밝혔다.

그린벨트는 1970년대 전국 14개 도시권에 지정된 이후 1990년대 말부터 일부 해제돼, 현재는 7대 광역도시권에 국토 면적의 3.8%에 해당하는 3,793㎢가 남아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그린벨트 규제 완화는 총량 규제 미적용과 환경평가 1·2등급지의 그린벨트 해제 허용 방식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그린벨트 해제 면적은 지자체별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현재 지자체는 광역도시계획에 반영된 범위 내에서만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지역별 해제 총량에 구애받지 않도록 지자체의 자율성도 대폭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3분기에 지역별 전략사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환경평가 1·2등급지는 그린벨트 해제를 불허한다는 원칙도 깬다. 비수도권에서 국가·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1·2등급지의 그린벨트 해제를 허용한다. 다만, 1·2등급지 면적에 해당하는 대체부지를 신규 지정해야 한다. 그린벨트 내 토지는 경사도와 식물상, 수질 등 6개 환경 지표에 따라 5개 등급으로 평가된다. 그린벨트 내 1·2등급지 비율을 보면, 창원(88.6%)과 울산(81.2%)이 전국 평균(79.6%)을 웃돈다.

그린벨트 환경 등급 평가 체계도 완화한다. 현재는 6개 환경 지표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최종 등급을 설정한다. 정부는 권역 내 자연환경과 기반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역별 특성에 맞게 환경등급을 조정‧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그린벨트 해제 목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내세웠다. 그는 “첨단산업과 미래산업을 성장 엔진으로 삼아 울산과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할 기회를 만들겠다”면서 “이를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새로운 산업을 전개할 수 있는 입지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에 일자리를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을 첨단 산업단지를 세우려 해도 그린벨트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개발제한구역과 농지이용규제 혁신을 통해 노동과 자본 기술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경제적 가치 창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기후위기 대응 외면한 속전속결 추진에 우려 쏟아져

무분별한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환경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급속히 팽창으로 주거·환경·교통 문제 등이 지속되자, 녹지와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1971년 도입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날 논평에서 “그린벨트를 훼손해 지역전략사업 용지로 활용하는 건 자연적·생태적 기능 손실을 고려할 때 효과적인 토지이용이 될 수 없다”면서 “그린벨트가 보전하고 있는 녹색공간은 현재 상태와 같이 일정 규모 이상을 이루고 있을 때 기능과 효과가 보전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대응이 강조되는 상황과도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지구 평균 온도 상승에 따른 폭염과 폭우 등 기후위기의 위험이 고조돼, 녹지와 자연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1·2등급지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대신 대체부지를 신규 그린벨트로 지정한다고 하지만, 보존 등급이 높은 녹지는 줄어든다”면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탄소 저감 정책을 추진하기는커녕 녹지를 훼손하고 탄소 배출을 증가시키는 구시대적인 토건 정책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는 환경 파괴일 뿐 아니라, 탄소 중립의 주요 수단인 녹지 조성을 통한 탄소배출 상쇄권을 스스로 없애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그린벨트의 역할을 무시한 채,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속전속결로 규제 해제를 추진하는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그린벨트는 사적 재산권 침해라는 문제가 있음에도 허파로서의 공익적 역할을 해왔다”며 “규제 해제가 어떤 사업에서 어떤 공익적 효과를 낼 수 있는지 공론화 과정을 통해 명확히 한 이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한 순서”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도 “그린벨트 해제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가령 반도체 클러스터를 용인이 아닌 지방에 조성하기 위해 추진한다고 하면 논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면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무작정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전국 그린벨트 현황 ⓒ뉴시스

미분양 산업단지도 수두룩…원도심 위협 우려도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재도 이미 조성된 산업단지에 기업을 유치하지 못해 빈 땅으로 남겨진 곳이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전국산업단지현황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분양률이 90% 미만인 산단은 전국 121곳에 달한다. 그린벨트 해제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울산을 보면, GW산단 분양률은 70%에 그친다. 하이테크밸리산단과 길천산단은 각각 78%, 85%다. 이들 산단의 미분양 부지 면적은 26만 8천㎡(약 8만 1천평)에 달한다. 창원도 상복산단(분양률 42%)과 동전산단(52%) 13만 2천㎡(약 4만평)의 땅이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마강래 교수는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산단이 비어 있는 곳이 많다”면서 “기존 산단도 어려워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어 “기존 산단을 고도화해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인 교수도 “고도와 경사가 높은 위치의 그린벨트가 산단 조성에 적합한 입지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남권 기업들 경영이 악화되면서 도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해당 부지에 다른 기업이 대체해 들어가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린벨트 해제는 인구 감소 추세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구가 감소하는 도시는 인구를 내부로 결집시켜 밀도를 유지하는, 이른바 ‘컴팩트 시티(압축 개발 도시)’로 조성해야 하는데, 도시 외곽을 둘러싼 그린벨트를 풀면 오히려 인구가 분산된다. 도시 외곽으로 인구가 몰리면 원도심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 그린벨트가 지정된 창원, 대구, 광주는 대표적인 인구 감소 도시다.

마 교수는 “인구 감소·저성장 국면에서는 기존 그린벨트 지역에 산단이 들어서도 일자리가 팽창하지 않는다”면서 “기존 산단의 일자리가 새로운 산단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후화된 원도심 치유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세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그린벨트 해제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린벨트 해제는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자극하는 총선용 정책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많다. 

참여연대는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정부가 1,560㎢의 그린벨트를 해제한 결과 지가가 크게 상승했다고 짚으면서 “그린벨트 해제는 토건족을 배불리는 정책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포 서울 편입과 1기 신도시 용적률 완화 등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는 정책을 내놓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며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남발하는 선심성 정책 가운데 하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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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투쟁 방해말라" 요구받는 언론노조



언론노조 대의원회에 "정규직 노조 도 넘었다" 연서명 제출돼

"비정규직 노조 가입 거부하고 유가족 모욕하는 일 벌어져"

"언론노조는 '팩트체크'만… 시시비비만 가리면 될 문제인가"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 3월 중앙집행위서 논의 예고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비정규직 투쟁을 방해하는 정규직 노조와 간부들을 징계하고 '모두의 노조'가 되어야 한다는 연서명에 노동자·시민 4백여 명이 참여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향후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안명희 언론노조 출판노동조합협의회 의장(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장)은 최근 <방송 비정규직 투쟁은 정당하다! 언론노조는 방송 정규직 노조/간부의 반노동적 행위를 징계하라!> 연서명을 받았으며 20일 자정까지 노동자·시민 472명이 참여했다.

안명희 언론노조 출판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이 게재한 연서명 갈무리. 지난 20일까지 472명의 노동자·시민이 참여했다

해당 연서명은 ▲언론노조 산하 방송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노조·간부의 혐오와 방해가 도를 넘었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을 방해하는 이들에 대한 언론노조 차원의 조사와 징계가 필요하다는 게 연서명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안 의장은 "많은 방송 정규직 노동조합은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지 않는다.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가 개별로 소송을 통해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회사와 지난한 싸움을 거쳐 비로소 정규직이 되었을 때에야 마지못해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뿐"이라며 "지상파 방송에서 방송 비정규직 투쟁 보도를 볼 수 없는 건, 언론노조 내 비정규직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현장에서 노조 가입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의장은 "A지부는 고 이재학 피디가 생전 회사와 소송하던 중 A지부를 찾아 도움을 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며 기사를 게재한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1,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를 했다"며 "B지부 간부는 방송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는 지역 인사를 만나 비정규직 당사자를 비방하고, 방송 비정규직 노동인권단체인 엔딩크레딧을 음해했으며, 비정규직 당사자에게는 이재학 피디 유가족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언론노조지부가 미디어오늘 상대 '손배' 청구)

전국언론노동조합 12대 집행부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안 의장은 "그런데도 언론노조는 그저 ‘팩트체크’만 할 뿐이다. 사실 확인의 문제, 시시비비만 가리면 되는 문제로 보는 것인가"라며 "내부의 갈등과 반발에 맞닥뜨리더라도 언론노조는 민주노조로서 조직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모두의 언론노조’를 위해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는 언론노조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21일 열린 언론노조 정기대의원회에 해당 연서명이 공유됐다. 이 자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노조가입 거부나 반노동행위자에 대한 징계를 위해 필요하다면 규약 개정을 해야한다 ▲문제적 정규직 노조를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언론노조에서 도려내야 한다 등의 요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노조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에 동의하며 3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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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정책 근본전환의 이유와 배경

-대한민국은 미군의 전초기지

-미 태평양군 사령관은 대한민국의 ‘총독’

-일관했던 ‘흡수통일’ 기도

-당사자능력도 없는 대한민국

-쇠퇴 몰락하는 미국

김정은 총비서가 ‘대남정책을 대적 투쟁으로 근본적 전환’ 방침을 밝힌 지 두 달이 지나가고 있지만, 미국과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방향전환을 두고 '전쟁을 결심'하였다느니 뭐니 하는 분석을 내놓아 위기를 고조시키자, 미국과 서방의 다른 전문가들이 그 분석을 부인하고 있으며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속에서 지금까지 미국의 바짓가랑이 붙잡고 '확장억제'를 부르짖으며 미친 듯이 전쟁위기를 부채질하는데 미처날뛰던 윤석열 정부는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에 얼마나 급했는지 위기를 부인하는 데 혈안이 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퍼뜨려놓은 아무런 증거도 없는 러시아에 대한 조선의 포탄지원설까지 들고나와 미 전문가들의 분석을 부인하는데 야단법석하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다.

지난 15일에 발표된 김여정 부부장의 대일관계 담화에 대한 반응을 보아도 이런 혼란상을 엿볼 수 있다.

담화가 발표되자 미국이 신속하게 지지 담화를 내놓았다. 그것도 국무부와 백악관이 동시에 말이다. 역사적으로 조‧일 관계의 선행을 가로막아온 미국이 지지를 표명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더욱 주목되는 것은 지금까지 입버릇처럼 되뇌어 온 ‘비핵화’라는 말을 피하고 ‘지역의 안보문제’로 슬쩍 바꾸어놓은 것이다. 이것은 일본도 마찬가지. 이른바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언급하지만 웬일인지 “비핵화“라는 표현은 의도적으로 피하는 모양새다.

이런 속에서 ‘비핵화’를 운운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외교부뿐이다. 더구나 통일부 장관이란 자는 “북은 서울을 경유하지 않고서는 워싱턴과 도쿄로 절대로 갈 수 없다”고 핏대를 돋구었다. 평양이 도쿄와 워싱턴으로 가는데 서울을 경유할 필요는 지금까지도 없었을 뿐 아니라 지금은 워싱턴이 평양에 접근하지 못해 안달하고 도쿄를 통해 평양에 가보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광경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조‧일관계 문제는 이 글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언급은 피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선의 제1주적인 대한민국은 모기장밖에 놓이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통미봉남’은 미국의 식민지인 대한민국의 숙명이다. 이것은 미국의 손바닥 위에서 동족을 적으로 삼아 ‘흡수통일’을 추구하여 온 대한민국 자신이 초래한 결과이다.

“얼마전 우리 당과 정부가 우리 민족의 분단사와 대결사를 총화 짓고 한국 괴뢰 족속들을 우리의 전정에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유사시 그것들의 영토를 점령, 평정하는 것을 국시로 결정한 것은 우리 국가의 영원한 안전과 장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천만지당한 조치입니다”

김정은총비서가 2월 8일 국방성을 방문하였을 때, 지난해 말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제시한 대남정책 전환의 내용과 의의를 집약하여 한 지적이다.

대한민국은 미군의 전초기지

대남정책 전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미국의 손바닥 위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실현에 혈안이 된 식민지라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대남정책전환에 대한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 점을 슬쩍 피하고 있다. 인정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아무리 외면해도 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내놓고 말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할 처지에 있는 자들을 상대해서 뭣하겠는가. 담판은 실권자와 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은 미군의 침략기지로 뒤덮인 식민지 국가이다.

미 국방부의 2018년 회계년도의 ‘기지 구조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에 있는 미군 기지는 83개나 된다. 독일의 190여개, 일본의 121개 다음가는 세계 3번째 ‘외국군 기지대국’이다. 뿐더러 한국에는 미국의 해외 기지 중 가장 규모가 큰 평택기지도 있다.

독일과 일본은 전범국가다. 전범국가도 아닌 한반도의 남쪽 땅이 미군에 점령당하여 또 하나의 전범국인 이탈리아(약 50개)보다 많은 미군기지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뚜렷한 징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제일 큰 미군의 해외기지가 있다”라고 자랑하는 반공우익세력을 보면 참담하기까지 하다. 그것이 예속의 상징인데도 알아서인지 몰라서인지 자랑거리로 삼고 있으니 그야말로 괴이한 식민지 족속들이 아닌가.

미군기지는 ‘북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하여 두고 있다고 하는데 이를 믿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미국이 석유 바다 위에 떠있는 것도 아닌 한국을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지켜주는 인심 많은 나라라던가.

미 인도태평양군 산하에 한국과 일본에 두고 있는 미군기지는 무려 200여 개이며 병력수는 약 9만명, 거기다가 미군의 지휘봉에 따라 움직이는 한일의 수십만 고용군을 산하에 두고 있다. 미국이 비좁은 동아시아지역에 방대한 무력을 집결시키고 있는 목적이 조선과 대륙침략에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미 인도태평양군에 있어서 일본은 미국의 불침항모이며 한국은 전초기지인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통령이 국군의 통수권을 행사한다고 씌어 있는데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은 주한미군 사령관의 손에 있다. 헌법의 통수권 조항은 허구다. 내친김에 이른바 평시작전권에 대해 말한다면 어느 나라나 군은 유사시를 대비하여 존재하며 평시에도 유사시를 상정하여 준비를 하는데, 어떻게 평시작전권과 전시적전권을 분리하여 논할 수 있는가. 작전지휘권 문제를 전시와 평시로 나누어 논하는 것은 기만에 불과하다.

불편한 진실은 없는 듯 외면하고 알려지지 말아야 할 사실은 면사포를 씌워 감추고 되지도 않는 괴변으로 기만하고 허풍을 치는 것은 속이 텅 빈 식민지 주구 특유의 몸부림인 것 같다.

미 태평양군 사령관은 대한민국의 ‘총독’

부시 정권의 국무장관을 지낸 라이스(Condoleezza Rice)는 자기의 회고록에서 ‘태평양군 사령관’은 한국과 일본의 ‘총독과 같은 존재’로서 군권과 외교권을 죄지우지하여 왔다고 하였다. 문재인 정부 때 한 여당 의원이 주한미대사를 보고 총독과 같다고 해서 정권이 바뀌자 탄압받기도 했는데, 라이스에 의하면 진짜 총독은 미 인도태평야군사령관이고 주한미군사령관과 미대사는 부총독 쯤 되는 것 같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정권의 붕괴가 피할 수 없게 되자 한일 간에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를 서러 맺게 한 미국이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 대립한 문재인 정부가 GSOMIA 파기를 꺼내들자, 압력을 가해 ‘유예’라는 말로 철회시킨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한‧미‧일 군사동맹 체결이 절박한 미국으로서는 GSOMIA문제로 인한 한일 간의 군사적, 외교적 대립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으며, 한국과 일본을 조선과 대륙침략의 전초기지, 병참기지로 둔 미 인도태평양군이 해결해야 할 사안였다는 것은 명백하다. 미 인도태평양군사령관이 한국과 일본의 군사, 외교문제를 좌지우지하는 ‘총독’과 같은 존재라는 말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며 GSOMIA 문제는 이 사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놓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또 있다. 카터 행정부 때 대통령보좌관을 지낸 브레진스키(Zbigniew Kazimierz Brzezinski)는 1977년에 쓴 책에서 일본은 ‘사실상의 속국’이라고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 한 일본 기자가 항의하자 브레진스키는 억울하면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말했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것이 일본에 한한 일화로 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지 않는가.

일관했던 ‘흡수통일’ 기도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말에 있었던 전원회의에서 “역대 남조선의 위정자들이 들고나온 ‘대북정책’, ‘통일정책’들에서 일맥상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의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이었으며 지금까지 괴뢰정권이 10여 차례나 바뀌었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 기조는 추호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 왔다는 것이 그 명백한 산증거이다”,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라고 지적하였다.

북과 남에서 통일정책에 대하여 합의를 본 것은 6.15공동선언에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러나 이 합의는 구체화되지 못하였다. 당시 북측이 합의를 구체화할 것을 거듭 제의하였으나 남측은 응하지 않았다.

그 이후 민주를 표방한 정권들은 통일정책을 내놓지 않았으며 특히 문재인 정권은 평화와 공동번영에 대하여 말하면서 뒤에 돌아서서는 ‘흡수통일’을 추구하였다. 특히 그들은 미국의 ‘승인 정책’에 묶여 자기가 도장을 찍은 ‘남북 합의’마저 이행할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인긴쓰레기들의 삐라 살포를 단속한다고 약속을 해놓고는 방치해 두었다가 남북연락사무소의 폭파를 자초한 것은 기억에 새롭다.

당사자능력도 없는 대한민국

노골적인 대결정책을 추구하는가, 구밀복검(口蜜腹劍)을 하는가 하는 차이는 있어도 역대 대한민국 정권들이 조선의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을 추구해왔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으며 그들은 화해와 통일을 할 의지도 추진할 당사자능력도 없는 미국의 앞잡이에 불과하였다는 것은 북남대화과정에서 드러날 데로 드러났다.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당사자로서의 능력을 결여한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의 적대 정책을 따라 ‘흡수통일’을 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자주적인 통일국가를 건설하자는 것이 아니라 남반부만으로도 모자라 공화국 북반부까지 미국에 섬겨받치는 결과를 초래할 반민족적 행위로밖에 될 수 없다.

독일의 ‘흡수통일’은 미국에 백기를 둔 고르바초프가 동독일의 관리권을 미국에 넘겨줌으로서 일어난 일이며 그것은 독일 전체를 미국의 지배하에 밀어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현시킬 수도 없는 ‘흡수통일’의 개꿈을 꾸면서 한반도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미국에 갖다바치려 하는 자들을 어찌 동족이라 하겠는가.

“북남관계가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 관계”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쇠퇴 몰락하는 미국

대남정책의 대적투쟁으로의 전환은 조선반도에서의 정세변화와 미국의 쇠퇴 몰락을 배경으로 단행된 시기적절한 용단이다.

냉전종식 이후 한반도와 국제정세는 크게 변화했다.

그 특징은 한마디로 미국의 쇠퇴 몰락이며 위기의 심화이다.

조선의 핵 억지력의 건설은 조미 사이의 역량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으며 ‘비핵화’를 둘러싼 조미협상은 대통령이 서명한 조미공동선언을 짓밟은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더욱 노골화함으로써 종지부가 찍혔다. 그리고 쇠퇴 몰락하는 미국을 하늘처럼 섬기며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명백해졌다.

얼마전 미국 FOX뉴스 출신의 보수언론인인 타카 칼르손(Tucker Swanson McNear Carlson)이 우크라이나사태와 관련하여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인터뷰하여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의 보수정치를 대변하던 그가 왜 바아든 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인터뷰를 성사시켰는가.

인터뷰 직전 그가 밝힌 이유의 요점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끝내려 한다.

“이 전쟁에 의하여 세계의 군사적, 경제적 동맹관계가 크게 바뀌었다.

제재에 의하여 세계 경제는 역전하였다. 2차대전 이후의 경제는 서방 나라들의 번영을 80년 이상에 걸쳐 보장하는 것이었으나 지금 매우 빠른 속도로 미국의 달러 지배와 함께 무너지고 있다. 작은 변화가 아니다. 역사를, 우리 손자들의 생활을 바꾸어 버릴 변화이다.

그것이 보이는 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은 알고 있다. 그러나 영어를 쓰는 나라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왜인가. 아무도 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붕괴하고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거짓을 계속 훌려 보내고 있다.

미국인은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전쟁에 대하여 알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손자들의 생활을 바꾸어 버릴 변화가 정확히 전해지고 있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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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몰카 공작 했다 치자, 나 다음 대기자들 양손에 명품백은...”



최재영 목사 21일 기자회견 “저는 영부인 부정부패 현장 폭로한 공익 제보자”

“윤 대통령,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신고인인데 제3자처럼 사건 다뤄 어이없어”

 

기자명김용욱 기자

  • 입력 2024.02.21 19:56

  • 수정 2024.02.2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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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영상을 언론에 제보한 최재영 목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KBS 신년 대담 중 몰카 공작 발언에 대해 직접 반박했다.

최재영 목사는 21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께서 설 연휴 KBS 대담을 통해 국민들에게 참담함과 분통, 실망과 자괴감을 주셨다”며 “제 입장에서 윤 대통령의 그 대담을 반박하자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더불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신고인”이라고 운을 뗐다.

최재영 목사는 “본인이 마치 제3자처럼 이 사건을 다루는 것도 너무 어이가 없고, 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되지 않은 그러한 궤변과 합리화를 볼 때 지혜롭지 못한 대통령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김 여사가 수수한 명품은 디올백 300만 원짜리뿐만 아니라 샤넬 화장품 180만 원 모두 480만 원”이라며 “김영란법에 의하면 고위공직자 배우자가 청탁이 됐든 대가성이 아니든 100만 원 이상 매 회계연도 연간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했을 경우 배우자인 공직자는 반드시 감사원, 권익위, 감독기관, 수사기관 등을 통해서 신고하게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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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목사는 “그런데도 이 사건이 폭로된 이후에도 대통령은 어떤 기관에도 신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액을 탈세한 사실을 제보하거나 불공정 거래 장면을 촬영해서 관공서에 제출하면 포상을 받는다. 영부인의 부정부패 현장을 증거 채집을 통해 국가기관과 우리 국민들에게 폭로하고 알렸다고 하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많은 극우 세력들이나 국힘당, 대통령실 측에서는 저의 이런 공익 제보를 두고 공작 정치니, 몰카 공작이니 이런 용어로 저를 비하하고 있다”며 “그럼 만약 제가 몰카 공작을 했다고 치자. 그러면 제가 접견을 마치고 나올 때 다음 대기자들이 양손에 명품백을 들고 명품 쇼핑 가방을 들고 유명한 백화점의 선물들을 사서 저 다음으로 접견하러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님 어떻게 말씀하시고 해명하실 겁니까? 그것도 제가 동원한 겁니까? 그것도 제가 공작을 꾸민 겁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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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무죄’ 판결 분석한 변호사들 “재판부, 삼성 측 증언 적극 수용”

‘제일모직이 합병 제안’ 모직·미전실 임원 진술 수용…교묘한 판례 왜곡도 지적

박용진·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1심 판결 분석 좌담회를 개최했다. ⓒ민중의소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불법승계 사건 무죄 선고는 재판부가 삼성 측 주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핵심 쟁점인 합병 목적을 두고 검찰과 삼성 측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재판부는 삼성 측 인사의 증언을 근거로 합병이 이 회장 승계보다는 사업적 고려에 따라 추진됐다는 삼성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합병비율이 이 회장에게 유리하게 산정됐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국정농단 사건 판례를 교묘하게 왜곡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용진·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1심 판결 분석 좌담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김종보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는 불법승계 사건 핵심을 합병 목적의 허위성 여부라고 짚었다.

검찰은 합병 목적이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승계 작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며,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봤다. 또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합병을 주도했다고 봤다.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가치가 높게 산정될수록 유리한 입장이었다. 합병 전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으나,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4%가량 보유했다.

합병 목적에 대한 쟁점은 합병 추진 주체의 문제로 귀결된다. 재판부는 합병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사업성 제고를 주된 목적으로 추진됐으며, 제일모직 경영진의 제안이 합병 검토의 시발점이 됐다고 판단했다. 합병 6개월 전인 2015년 3월 윤주화 전 제일모직 사장이 합병을 제안해 삼성물산 경영진이 동의했고, 이후 미전실 검토와 이 회장 승인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근거로는 윤 전 사장을 비롯한 삼성 측 인사의 진술을 들었다. 윤 사장은 김종중 전 미전실 팀장에게 삼성물산과의 합병에 대해 문의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최치훈 전 삼성물산 사장을 만났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합병 제안 경위에 대해서는 제일모직 패션 부문의 해외 진출 방안 가운데 삼성물산과의 합병이 최우선 조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 전 팀장은 윤 사장 문의를 받은 이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의사를 확인했으며, 최지성 전 미전실 실장과 이 회장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이들 진술에 대해, 개연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전실이 2015년 4월 작성한 ‘M사 합병 추진(안)’이 핵심 증거로 제시됐다. 해당 문건에는 합병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이 담겼다. 검찰은 미전실의 합병 추진 검토·결정과 별개로 우연히 해당 시점에 양사가 합병에 동의하고 미전실에 보고했다는 주장은 조악하다고 봤다.

반면, 재판부는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삼성 측 진술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가운데, ‘M사 합병 추진(안)’이 윤 전 사장 문의에 따라 작성됐다고 판단했다.

김종보 변호사는 재판부 판단에 대해 “우연의 우연을 인정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에버랜드(제일모직 전신) 상장이 추진된 2014년 이미 삼성물산과의 합병설이 증권사 리포트와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되고 있었다고 짚었다. 에버랜드가 패션 부문을 인수한지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윤 전 사장이 합병을 제안하고 우연히 미전실 의도와 맞아떨어졌다는 건 작위적인 주장이라는 시각이다.

류신환 변호사는 “이 회장은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재판부는 이 회장 이익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서, 이 회장이 가해자가 되는 부분을 지워버렸다”고 짚었다. 합병을 거치면서 이 회장은 합병회사 지분을 16.4%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합병 후 이 회장의 삼성전자 간접 지분도 크게 늘었다. 합병 전 제일모직을 통한 삼성전자 간접 지분이 0.32%였는데, 합병 후에는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이 더해져 삼성전자에 대한 간접 지분이 0.91%로 올라갔다.

 

 

 

‘M사 합병 추진안’ 중 주가관리 언급 부분. ⓒ기타

삼성 측 증언 적극 수용…“이 회장 편 들기 위해 노력한 판결”

증언 인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김남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는 “윤 전 사장 증언은 다른 미전실 관련자가 특검에서 했던 증언, 검찰의 다른 증거와 대치된다”며 “실제 윤 전 사장이 2015년 3월 합병 제안을 했는지에 대해 관련 증거는 없고 증언만 있다”고 짚었다. 이어 “재판부는 ‘진술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는데,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건가, 없다고 판단한 건가, 잘 모르겠다고 판단한 건가”라며 “신빙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정도일 텐데, 그렇다면 해당 증언을 근거로 사실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증언 외에 다른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삼성 측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증거관계가 엉망”이라며 “재판부가 이 회장 편을 들기 위해 노력한 판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들은 미전실이 종래 합병을 검토했다는 점에 대해 당시 모르고 있었다는 것으로 보인다’는 재판부 판단에 대해서는 “합병설이 회자되고 있었는데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삼성 측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미전실 역할을 핵심 쟁점으로 꼽으면서, 재판부가 미전실의 위상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합병 과정에서 미전실 역할에 대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 업무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미전실이 업무 조정을 했다’고 판단했다. ‘미전실이 주도해 조직적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주도했다’는 국정농단 사건 판결과 대치되는 지점이다.

김남근 변호사는 “앞선 판결은 ‘주도적’이라는 표현을 썼고 1심 재판부는 ‘업무 조정’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거기에 어마어마한 의미의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삼성물산이라는 거대 기업이 합병 업무에 익숙하지 못해 제3자의 업무 조정이나 자문을 받아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합병은 양측이 치열하게 교섭하면서 몇 년이 걸리기도 하는 작업인데, 미전실이라는 제3의 주체까지 포함하는 논의 구조에서 합병비율과 방식을 정했다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전실은 계열사 사장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판단·결정하는 조직이지, 합병 업무를 조정하는 실무 조직이 아니다”라며 “재판부가 미전실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상식, 기본적인 사실과 너무 다르게 파악하면서, 앞선 판례와 완전히 다른 결론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남주 변호사도 “미전실과 이 회장이 가진 최종적인 결정·지휘 권한을 무시하고 어떻게 일개 계열사가 합병 제안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주주 지분 구조를 비롯해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등 기업집단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데, 윤 전 사장이 문의해 미전실이 움직였다고 판단하는 건 전체적인 맥락과 사실관계를 매우 잘못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4.02.05 ⓒ민중의소리

합병비율 문제 삼은 대법원 판례 왜곡

재판부가 합병 부당성과 관련해 대법원 판례를 왜곡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승계작업을 도와달라고 청탁하며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건넸다고 인정해, 이 회장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은 1:0.35의 합병비율이 불공정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아 삼성물산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불공정한 합병비율에 따른 국민연금공단 손해를 막아야 할 임무를 위배했다는 판단이었다.

합병 부당성을 판단하는 핵심 잣대는 합병비율이다. 홍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 사건에서 대법원은 ‘합병비율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지 않음으로써 이재용 등 삼성그룹 대주주에게 합병 성사에 따른 가액 불상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가액 불상의 재산상 이득’을 인정한 대법원 판단에 대해 “적정 합병비율과 실제 합병비율 간 차이에 해당하는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1:0.35의 합병비율이 국민연금에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한 것이 아니고, 다만 합병비율 차이의 손해액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라는 게 김종보 변호사 설명이다. 그는 “1:0.35의 합병비율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게 만든 건 배임이라는 것, 즉 손해를 가했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이라며 “적정 합병비율을 산정하기 어려워, 손해액은 얼마인지 모르겠다고 판단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판부 심의는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합병비율 산정에 있어 삼성물산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합병비율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원이 산출한 합병비율은 1:0.418이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도 삼성물산 주주로서 합병에 반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에서 국정농단 판결을 근거로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합병비율 부당성을 부정한 이번 판결이 향후 이 회장과 삼성 측에 대한 정부의 구상권 청구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남근 변호사는 “정부는 엘리엇 손해배상에 대해 이 회장과 삼성물산에 구상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판결이 ‘주주가 피해를 본 게 없으니 정부가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에 근거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연금공단이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면 결국 국민연금에 돈을 맡긴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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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한동훈의 진심... 총선 후 더 큰 충격 온다

[창간 24주년 기획 - 2024 대한민국] 반성도 공감능력도 없는 검찰정권의 실체

24.02.22 05:06최종 업데이트 24.02.22 05:06
윤석열 정부 3년 차, 대한민국은 괜찮은가? 저출생, 경기침체 등 한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적으로 높다. <오마이뉴스>는 창간 24주년 기획으로 2024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펴보고 오늘의 위기를 진단하며 내일의 해법을 모색한다.[편집자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23.2.9. ⓒ 연합뉴스

 
궁금합니다. 왜 한국의 보이스피싱범들은 범죄 대상에게 접근할 때 '검사'로 속이기를 좋아할까요?

지난해 말과 올해초에 걸쳐 보이스피싱 범죄가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전반적으로는 2021년 이후 매년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사이 발생 건수는 17퍼센트 줄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기관사칭형' 범행 수법은 오히려 늘어, 27퍼센트나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적잖은 시민들이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범죄자의 협박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기관사칭형' 가운데도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검사'나 '검찰수사관'을 자임하는 경우입니다. 저는 사회과학자로서 이 점을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미국에도 보이스피싱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범인들이 '검사'로 접근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검사 사칭'이 지배적인 보이스피싱 범죄는 한국 특유의 사회현상이라는 것이지요.
한국인이 두려워할 만한 국가기관으로는 경찰과 국정원도 있고, (미국에서 사칭 대상으로 선두를 차지하는) 국세청도 있습니다. 물론 이 기관들도 범죄에 악용되고는 있지만, 유독 검사는 보이스피싱범들의 '직업선호도'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어떤 이유에서 일까요? 그리고 이 점은 한국사회에 감춰진 어떤 사실을 말해 줄까요?

범죄자들은 검사로 접근할 때 피해자들이 가장 순순히 따른다는 사실을 범행을 통해 학습했을 것입니다. '검사 피싱' 범죄자들은 대개 비합리적인 요구를 합니다. 예컨대 '대화 도중 전화를 끊으면 수사방해로 지명수배된다'는 식의 주장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속출하는 까닭은 사람들이 실제 수사 과정에 익숙한 것 못지 않게, 검찰 조직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대중들의 무의식을 드러내 줍니다. 즉 검찰이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만큼 막강한 권력을 지닌 조직인 반면, 작동 방식은 매우 불투명하고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지요. 이 점은 여론조사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2023년에 발표된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형사사법기관 중에서도 검찰의 신뢰도는 가장 낮았습니다. 경찰과 법원의 신뢰도는 각기 49.6%와 47.7%로 모두 한해 전에 비해 추락했지만, 검찰은 45.2%를 기록해 그중에서도 최하위였습니다. 공정성에 대한 인식에서도 검찰은 꼴찌였습니다. 검찰이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는지를 물었을 때 그 비율은 49.8%로, 형사사법기관 중 유일하게 50% 미만을 기록했습니다.

새로운 사실은 아닙니다. 검찰은 공정성 인식에서 7년 연속 꼴찌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 년 전에 비해 5%포인트 이상 추락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 조사가 이뤄진 시점이 2022년이라는 사실은 여러 시사점을 줍니다.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좌우명이 '공정' 아니었던가요?

전근대적 조직에 적신호가 켜지다
 

▲ 2019년 10월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의 모습. ⓒ 이희훈


물론, 검찰이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한다고 해서 보이스피싱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에서 드러나는 대중들의 인식은 검찰 조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검찰이 '신뢰를 회복한다'는 말은 수정이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검찰은 탄생 이래 시민들의 신뢰를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 불신에는 검찰이 저질러 온 잔인하고 비겁한 행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 검찰의 수사방식은 '전근대적'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객관적 증거 수집보다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내는 데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은 쉽게 강압수사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혐의를 받던 이들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허위자백을 하거나,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납니다.

한국 검찰이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들의 수사 방식은 1912년 일제 조선총독부가 검사들에게 강제수사권을 부여하면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피의자를 일단 체포해 자백을 받아낼 수 있게 된 검찰은 이승만 시대를 거쳐 두 번의 군사독재와 노태우 정부를 거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됩니다.

특이하게도 한국 검찰은 기소권은 물론 수사권까지도 지닌 조직입니다. 그러다 보니, 유죄판결을 받아 내기 위해 인권을 무시한 강압 수사는 물론, 증거를 조작하는 기막힌 짓까지 저지를 수 있던 것이지요. 기억해야 할 점은 이런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재심이 결정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에 대해 들어본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2009년 한 순천시에서 막걸리를 나눠 마신 뒤 두 명이 숨지고, 다른 두 명이 위태로운 상태에 빠진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동안 실마리를 잡지 못하다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큰 충격을 몰고 옵니다. 부정한 관계에 있던 부녀가 어머니를 살해할 목적으로 일을 꾸몄다는 것이었지요.

재판 결과 남편에게는 무기징역, 딸에게는 징역 20년이 선고되었고, 2012년 형이 확정된 후 두 사람은 올 1월까지 수감 돼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2023년 언론과 박준영 변호사의 노력 덕분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의 자백 외에는 어떤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으며, 수사 당시 검사와 조사관이 지어낸 답변을 유도하거나 강요하는 방식으로 자백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요.

지금이나마 사실이 드러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만, 검찰이 음험한 상상력으로 조작해 낸 시나리오로 인해, 부녀는 15년 동안을 갇혀 지내야 했습니다. 20대에 기소된 딸은 40이 다 돼 세상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기막힌 사태의 장본인인 검사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습니다. 검찰의 행위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지만, 이미 오래 전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입니다.

법이란 게 권력자에게는 참 편리합니다. 힘있는 자들의 불법행위에 책임을 묻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소시효가 고작 7년이나까요. 검찰이 시위 참여자를 처벌할 목적으로 흔히 적용하는 교통방해죄의 공소시효가 10년인 데 말이지요.

'92학번'이라 민주화 운동과 상관 없다고요?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2021년 7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선후보로 급부상한 상태에서 부산 민주공원을 찾았습니다. 그곳 추모비에는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동료의 부축을 받는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1987년 민주화 항쟁의 상징이 된, 바로 그 사진입니다.  

장제원 의원은 옆에 있던 윤석열 전 총장에게 "이한열 열사"라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그때 설명을 듣던 윤 전 총장은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건 부마(항쟁)인가요?" 그 자리에 있던 측근들의 답변도 걸작이었습니다. "네", "1979년." 윤 전 총장은 자신이 1979년에 대학에 입학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말했습니다.

"내가 대학 1학년 때…"

최근에는 국민의힘 당 비대위원장으로 스타덤에 오른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민주화 항쟁과 관련한 '학번' 발언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그는 자리에 오르자 마자 "운동권 카르텔 청산"을 내세우며 이것이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 발언을 비판하며 되물었습니다.

"본인의 출세를 위해서 바로 고시공부를 한 게 아닙니까. 동시대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 선후배들에게 좀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게 인간에 대한 예의 아닐까요?"

그에 대한 한 위원장의 답변은 명료했습니다. "임종석 의원께서 저한테 동시대에 있었던 학생들에게 미안함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했던데요, 저는 92학번이거든요."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제가 특별히 누구에게 미안함을 가져야 될 이유는 없어요. 우리 세대가. 저는 80년 광주항쟁 당시에 유치원에 다녔습니다. 누구에게 미안해야 한단 말입니까."

저는 이 말을 듣고 윤석열 대통령의 '부마' 발언만큼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가 대학에 입학한 1992년에 저도 대학생이었기에,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는 민주화가 성취된 태평성대가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1992년은 한동훈 위원장의 꿈이었던 검찰이 치욕적 역사의 한 장을 기록한 해이기도 하지요. '한국의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조작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해이기 때문입니다. 

민주화의 숨통을 죄며 몸집을 불린 검찰

1990년대 초, 대통령 직선제 등 형식적 민주주의는 이뤄졌지만 대대적인 민간인 사찰과 탄압이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1990년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에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가 사찰해 온 민간인의 목록이 담긴 디스크를 공개하며 양심선언을 하기 이릅니다. 1991년 4월에는 대학생이었던 강경대씨가 전투경찰 '백골단'의 폭행에 숨지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태우 정권 퇴진 운동이 들불처럼 번져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상황에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의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서강대 본관 옥상에서 분신하기에 이릅니다.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 노태우 대통령은 자신이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던 김기춘을 법무부 장관에 앉히고는 사건의 '해결'을 맡깁니다. 이때 검찰은 강기훈씨가 유서를 대신 써줬다며 이른바 '유서대필 사건'을 조작해 내고, 정부는 이를 빌미삼아 민주화 운동에 대한 대대적 탄압을 시작합니다.

이전까지는 보안사와 경찰 등의 기관이 고문과 강압을 통해 사건을 조작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혐의를 검찰이 넘겨 받아 죄인을 만들어 내는 하수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분신사건을 기점으로 검찰은 정권 보위의 주역으로 등장합니다. 한국 검찰은 한국 민주주의를 다시 암흑기로 돌려놓으면서 날아오르기 시작한 것이지요. 아이러니라기보다는 비극이라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오랜 세월 고통 받은 후, 강기훈씨는 24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고, 법원은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국가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 국가배상 판결을 내립니다. 하지만 법원은 고문 등 가혹수사를 통해 사건을 조작한 검사들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합니다. 한 사람의 삶을 처참히 파괴해 놓고도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기막힐 뿐입니다.

반성과 공감능력도 없는 정부, 어떻게 상대할까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창밖을 보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위원장은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을 보위했던 검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다가, 그 정권을 계승한 당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미안함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없다"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의 과거사를 그렇게 손쉽게 덮으려 하는 데에는 모종의 '동지의식'을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찰 역시 자신의 과오를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상대의 고통을 느낄 줄 모르는 심각한 공감 능력의 결여입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새해 첫 공식일정으로 대전 현충원을 찾아 호국영령을 추도했습니다. 그는 지지자들과 유튜버들과 악수를 나누고 돌아가다가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 소리를 듣습니다.

"한동훈 위원장님, 채수근 해병의 생일입니다. 오늘 참배하고 가주십시오."

지난해 7월 수해 실종자를 찾다가 사망한 해병대 채 상병이 그곳에 안장돼 있으니 추모해 달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한 위원장은 요구를 무시하고 단체촬영을 위해 입구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유족들에게 보인 태도와 너무나 닮았습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반성이지요. 반성은 변화의 필요조건이자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반성 없는 정부에게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뒤, 전에 보지 못했던 낯선 나라를 경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이 판단에 동의하신다면,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지켜 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진정으로 '낯선 나라'는 총선 이후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여소야대'에서 이런 나라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 반대의 상황에서는 어떤 사태가 발생할까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희망이 선거날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선거 날에만 작동하는 장치가 아니니까요. 투표날이 아닌 일상의 싸움을 위해 표현의 자유도 있고, 결사의 자유도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이 권리는 권력자가 외면하더라도, 입을 틀어막고 끌어내더라도, '운동권 카르텔'이라 겁박해도 행사돼야 합니다. 그것이 1987년이든, 1992년이든, 2024년이든 변함없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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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3당-시민사회, 비례·지역구 등 연합 방안 최종 합의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합의서명식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박 단장, 윤희숙 진보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2024.02.21. ⓒ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 등 야3당과 시민사회 각계 인사들이 모인 연합정치시민회의는 21일 오는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및 지역구 후보 등 연합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민주당 박홍근 민주연합추진단장과 진보당 윤희숙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새진보연합 용혜인 새진보연합상임선거대책위원장, 박석운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 등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들은 비례대표와 관련해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이 추천하는 후보자 각 3인과 연합정치시민회의 추천 후보(국민후보) 4인을 명부에 배치하고, 나머지 명부는 민주당이 추천하는 후보로 배치하기로 했다.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는 시민사회 추천 후보를 시작으로 번갈아 배치하고, 30번까지 작성하기로 했다.

지역구 후보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진보당, 민주당-새진보연합 간 각각의 합의가 도출됐다.
민주당과 진보당은 진보당 후보가 출마하는 전국의 모든 지역구에서 여론조사 방식 경선을 거쳐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호남과 대구·경북 선거구는 단일화 예외 지역으로 하고, 울산 북구 선거구는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민주당과 새진보연합은 새진보연합 후보가 출마하는 전국 모든 지역구에서 여론조사 방식 경선으로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이들은 “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은 22대 국회에서 추진할 공동의 정책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정책협상을 2월 28일까지 완료하고, 연동형 비례대표 취지를 살리고 비례대표 선거연합을 실현하기 위해 (가칭)민주개혁진보연합을 3월 3일 창당해 비례대표 선거에 임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합의문은 다음과 같다.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을 위한 합의문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윤석열정권의 폭정을 심판하고 정치·민생 개혁의 희망을 만들기 위하여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하며 정책 연대, 비례대표후보 추천과 지역구후보 연대를 위한 정당 간 협상을 진행하여 온 바,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1.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은 제22대 국회에서 추진할 공동의 정책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정책협상을 2월 28일까지 완료한다.
 
2.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비례대표 선거연합을 실현하기 위하여 (가칭)민주개혁진보연합을 3월 3일 창당하여 비례대표 선거에 임한다.
 
3.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은 진보당의 후보가 출마하는 전국의 모든 지역구에서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통해 후보를 단일화한다. 다만, 호남과 대구·경북의 선거구는 후보단일화 예외지역으로 하며, 울산시 북구 선거구는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한다.
 
4. 더불어민주당과 새진보연합은 새진보연합의 후보가 출마하는 전국의 모든 지역구에서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통해 후보를 단일화한다.
 
5.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이 추천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각 3인을 (가칭)민주개혁진보연합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명부에 배치한다.
 
6.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은 각 당이 추천하는 후보자 외에 4인의 비례대표를 국민후보로 추천받아 (가칭)민주개혁진보연합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명부에 배치한다. 이 경우 국민후보 공모와 심사는 시민사회(연합정치시민회의)가 추천하는 위원이 중심이 되는 독립적인 심사위원회를 두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한다.
 
7. (가칭)민주개혁진보연합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명부는 국민후보를 시작으로 교호하여 배치하고, 30번까지 작성한다.
 
8. 각 정당이 추천하는 후보자와 시민사회가 추천하는 국민후보를 제외한 (가칭)민주개혁진보연합 비례대표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다.
 
9. 모든 비례대표 후보자는 각 추천 단위의 자체 검증에도 불구하고 (가칭)민주개혁진보연합이 마련하는 심사 등의 공천 관리 절차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서 철저히 검증한다.
 
2024년 2월 21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합추진단장
박 홍 근
 
진보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윤 희 숙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용 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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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비명 외면한 전공의들”...의협은 “의사를 죽이겠답니다” 1면 광고



[아침신문 솎아보기] 전공의들 대거 사직에 비상의료 가동해도 역부족

한국일보 “전공의 노동조건 위해 인력 충원 필요한데 의대 증원 반대 이율배반”

중앙일보 1면에 의사협회 광고 “의사를 죽이겠답니다” 주장 맞나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4.02.21 07:54

  • 수정 2024.02.21 07:57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대거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다. 신문들은 의료대란이 현실화했다고 우려한 가운데 한겨레는 ‘수련의 없이는 필수의료가 돌아가지 않는 현실이 바로 의사 수를 늘리고 공공성을 확대해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증원에 반대하는 1면 광고를 냈다.

보건복지부는 19일 밤 11시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에서 모두 6415명의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그중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55%에 이른다. 사직서 낸 전공의 중 25%(1630명)이 진료를 중단하고 병원을 이탈했다. 이렇게 제출된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일보는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대학병원에서 병원 운영의 주축인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

▲21일 아침신문

▲21일 한국일보

신문들은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해도 의료공백을 메우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공공병원과 군병원을 총동원할 방침이지만 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중은 전체의 10%에 그친다는 것이다. 집단행동 개시 첫날인 20일 수술 일정이 연기되고 응급실 운영이 제한되는 등 환자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병원은 편법 또는 불법 의료행위 종용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일보는 “전공의 업무를 간호사나 임상병리사에게 지시하거나, 일반간호사를 아무 교육도 없이 갑자기 진료보조(PA)간호사로 배치해 의사 업무를 보게 한 병원도 있었다”며 “의료사고라도 발생하면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일에서 텔레비전 생중계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며 “이제 (증원) 실패 자체를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 증원이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의 “2000명 증원 최소한”이란 발언을 뒷받침하는 기획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2020년 8~9월 문재인 정부의 의사 증원 시도 당시 “의료계가 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비판 보도를 이어간 바 있다.

▲21일 조선일보

다수 신문들은 1면에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진 부족이 심화한 응급실 사진을 보도했다.

 

▲21일 중앙일보

▲21일 경향신문

▲21일 세계일보

한국일보는 “전공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인력 충원이 필요한데도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이율배반적 입장과 행동은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정부와 의사들은 공공의료와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할 공론장을 열어야 한다”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입장을 전했다. 의료연대본부에는 서울대병원 간호사 등 의사를 제외한 병원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다.

▲21일 한국일보

▲21일 사설

한겨레는 “의사단체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정부 정책에 반대할 때마다 전공의를 앞세워 실력행사를 벌여왔다.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병원들이 저임금에 장시간 근무를 시킬 수 있는 전공의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여놨기 때문”이라며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 상급종합병원 의사의 30~40%가 전공의인데 업무량으로 보면 70% 정도를 수행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전공의 없이는 응급의료가 돌아가지 않는 사태를 두고 “정부가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의료 공공성 확대 정책을 진정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하는 이유”라고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 없이는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대형병원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바로 기형적인 우리나라 의료 현실의 민낯”이라고 했다.

▲21일 한겨레

중앙일보 1면에 의협 ‘먹고살기 힘들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중앙일보 1면 하단에 광고를 냈다.

▲21일 중앙일보

▲21일 중앙일보

해당 의견 광고는 ‘상급종합병원엔 의사와 환자가 증가하고 개원가에는 상대적으로 환자가 줄고 있다’는 주장인데, 의사 부족이나 필수의료 붕괴 등 쟁점과 관련성 낮은 내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전문의 급여가 회원국 중 가장 높고 급여 증가율도 회원국 평균치보다 높다. 임상의사 수는 1000명 당 한의사 포함 2.6명으로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적다. 한의사를 빼면 최저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의료계와 정부가 강대강 대결을 멈추고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히며 “증원의 큰 방향은 맞다 하더라도 증원 규모엔 양쪽 모두 유연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21일 중앙일보

바이든 날리면 희대 법정제재 “재갈 물리기, 정해둔 결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가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불거진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20일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같은 내용을 보도한 YTN와 OBS, JTBC에도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21일 중앙일보

방통심의위 방송소위는 20일 이들 방송사가 ‘확인되지 않은’ 발언 내용을 보도했고, 사과하지 않았다며 법정제재 결정을 내렸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와 재승인 평가에서 감정사유에 해당하는 중징계로 ‘주의-경고-관계자 징계-과징금 부과’ 순으로 제재 강도가 높아진다. 소위 결정과 구체적인 과징금은 전체회의에서 확정된다.

앞서 MBC를 비롯한 방송사 9곳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 당시 논란을 일으킨 발언을 보도했다. 당시 다수 언론사는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21일 경향신문

보도를 전한 대부분의 신문은 여권 추천 위원만 참석한 가운데 정치심의 또는 언론검열 심의를 했다는 언론시민단체 비판을 전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방송소위엔 류희림 위원장과 이정옥, 황성욱 위원 등 여권 추천 위원 3명만 참석했는데, 전체회의 역시 여권 추천 위원만 참석할 예정이라 징계수위가 바뀔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건은 류희림 체제 방심위에서 내린 7번째 과징금 부과라며 류 위원장 이전까지 방심위 역사상 과징금은 2건뿐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심위는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다룬 방송사 4곳에 대해 6건의 과징금을 의결한 바 있다. 당시에도 문화방송은 2건의 과징금(6천만원)을 부과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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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들 사직서 제출 집단행동에 “의사 맞나?” “밥그릇 챙기기” 비판하는 언론

▲21일 한겨레

경향신문은 이를 1면 보도로 알린 뒤 사설에서 이를 ‘언론 재갈물리기’로 명명했다. 사설에서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결정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결정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이미 지난달 중징계를 전제로 하는 ‘의견 진술’을 듣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정해둔 결론일 것”이라고 했다.

▲21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온 국민을 ‘듣기 평가’에 내몰았던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맥락에서 한 말인지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설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달 12일 1심 법원은 감정 결과 판독불가라면서도 정정보도 하라고 했다”며 “희대의 논리비약 판결을 근거로 방심위가 중징계 결정을 내렸으니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통심의위원 구성은 합의제란 말이 무색하게 여야 6 대 1의 압도적 여권 우위다. ‘류희림 방통심의위’ 폭주에 언론자유가 위축돼가는 현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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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천안함·연평도 우려 커지는 한반도, 긴장 상태 상당기간 지속된다"

[좌담회]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

 

 

 

 

 

지난해 말 남한을 '적대국가'로 규정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들어 남북관계 단절을 위한 조치에 착수하더니 결국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에 안보 위기가 실제 군사 충돌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16일 리영희 재단이 '무너진 남북관계와 위기의 한반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주관한 좌담회에 패널로 참석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은 있지만 전면전으로 확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전과 달리 남북 모두 군사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사전 조치들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전 장관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이 '해상국경선'을 언급하며 서해에서 경계선 사수 의지를 굳건하게 밝혔으나, 현실에서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 전 장관은 "서해에서 군사 전력을 비교해 보면 북한이 이를 밀어붙일 해군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북한이) 정치적으로는 해상국경선이 진전된 안을 발표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 역시 "해상전력을 비교해보면 북한이 보통 열세가 아니라 완전한 열세"라며 "김정은이 일단 이야기는 해놨기 때문에 이걸 취소할 수는 없을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해상국경선을 만들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전 교수는 "일단 이야기는 해놓고 발표를 늦추는 방법, 실제 해상국경선 효력 실행을 늦추는 방법도 있고 민간선박은 묵인하고 군함의 경우 위험사격으로 대응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과거와 달리 규모가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충돌이 육지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가능성이 '제로'(0)는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확전 여부와 관련 김 전 장관은 "핵심은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에 없다는 데 있다. 실제 2010년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 대응 과정에서 확전을 조절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미국이었다. 미국이 조절했기 때문에 확전으로 나아가지 않은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용인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 전 장관은 남북 간 전면전보다는 긴장이 높은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위기 국면은 결국 협상 국면이 되어야 해소되는데, 지금은 남북관계 측면이나 미국의 대북 정책을 보더라도 협상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확실성이 아닌 불확실성이 작동하는 것인데, 최근 거시경제 지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 불안까지 이어지면 주식시장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전 교수는 "기회비용도 고려해봐야 한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고 악화되면서 잃어버리는 기회비용의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러시아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나라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며 "전면전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위기가 발생하면 당장 전쟁 위협을 피해서 대화와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정부가 하지 않으면 국회에서라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장관은 현 상황에 대해 "한국전쟁 이후 70년 동안 전쟁에 가까이 갔던 적도 수 차례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그 문턱을 넘지는 않았었다"라며 "통일이라는 목표를 열어둔 채로 현실적인 두 국가 체제를 어떻게 평화롭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민족주의적 접근으로 만들 수 있는 남북관계의 공간이 크지 않다. 여전히 당위론이 있고 사명감을 가질 수는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하게 매듭을 찾고 어떻게 풀어 가는가에 대한 외교적 노력 및 쟁점에 대한 이해 등이 있어야 한다"며 "조금 더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심층적인 공감대를 마련해야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좌담회는 지난 16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다음은 좌담회 주요 내용이다. 

 

▲ 16일 리영희재단이 주관하는 좌담회가 정욱식(왼쪽)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의 사회로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연철(가운데) 전 통일부 장관과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가 참석했다. ⓒ프레시안(이재호)

 

정욱식 : 최근에 이러다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을 정도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1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해상국경선'을 설정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NLL를 둘러싼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서해에서는 남북 해군 사이에 1999년, 2002년, 2009년 세 차례 교전이 있었고 2010년에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와 지금의 위기 양상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서해에서의 충돌은 우발적 성격이 강했다. 꽃게잡이철 어업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남북 간 충돌이 벌어지곤 했는데, 지금은 충돌 위험이 예고되고 있는 것 같다. NLL을 사수하겠다는 남측의 의지와 이를 불허하겠다면서 해상국경선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북한, 여기에 남북이 적대 관계로 바뀌면서 북한이 실력행사에 나설 것 같은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김연철 : 큰 틀에서 보면 전면전쟁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는 것이 미국이나 한국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인 것 같다. 한국전쟁 이후 70년 동안 전쟁에 가까이 갔던 적도 수 차례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그 문턱을 넘지는 않았었다.

 

다만 우발적 충돌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2018년 9.19 군사합의가 사실상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도 파기가 됐는데, 이 합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일종의 완충공간을 만들어 충돌을 예방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합의가 파기되면서 완충공간으로 설정된 부분에서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NLL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면, 서해에서의 해상경계선인데, 정전협정 때 이 부분을 합의 못해서 이후 이를 둘러싸고 문제가 생겼다. 물론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중략)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하면서 NLL을 법적‧공식적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합의를 통해 유지해오긴 했다.

 

1990년대 군사적 충돌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충돌을 예방할 수 있는 남북 간 각자의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우리 같은 경우 군사 충돌의 빌미가 됐던 꽃게조업과 관련, 지금은 어로 한계선을 설정해서 해양경찰 차원에서 이를 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그럼에도 우발적 충돌 배제를 위해서는 국면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장렬 : 지난달 초 북한이 대규모 포병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포탄이 전부 NLL 이북으로 낙하하긴 했는데 과거와 다른 점은 포탄 수가 상당히 많아졌다는 점이다. 또 NLL은 함정 간 충돌이 진짜 문제인데, 아직 이 정도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해상국경선'도 정확하게 선이 그어지진 않았다. 1999년 9월 서해5도 주민들이 겨우 빠져나오도록 통로를 내주고 나머지는 전부 '중간선개념'이라고 해서 임진강 하구에서 중간으로 그어버렸던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이 있었는데, 이번에 이것을 쓰지는 않을 것 같다. NLL을 기준으로 보면 대청도와 연평도 사이에 푹 파인 곳이 있는데 거기에서 남쪽으로 좀 내려온 정도로 선을 그을 것 같다. 

 

만약 이를 계기로 남북의 함정들이 동원되고 그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군사적으로 봤을 때 해안포가 있는 북한이 좀 유리한 측면이 있는 부분도 있다. 해상국경선 발표한 날 지대함 순항미사일인 '바다수리-6형'도 나왔는데 이 미사일이 다량 배치되는 것도 문제다. 

 

또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과거와 달리 규모가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충돌이 육지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가능성이 '제로'(0)는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충돌 발생 여부에 집중하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갈등을 완화시키고, 실수로라도 군사 행동이 나왔을 때 확전이나 전면전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도를 미리 마련할 수 있을 것이냐가 핵심이다.

 

한편 지난달 벌어진 NLL에서의 북한 포 사격은 경고의 의미가 있다. 남측에서 먼저 9.19 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완충구역과 관련한 합의인 1조 3항을 효력정지, 즉 사실상 파기했고 서해에서도 그런 기미가 보이니 자신들도 군사합의 무시하겠다, 조심하라 라는 경고의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 

 

▲ 15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대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정욱식 :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영토선을 명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월 말 즈음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서 헌법 개정을 통해 해상국경선을 선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하나?

 

김연철 :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통상적으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이 육상에서 비무장지대가 있고 해안에는 서해가 있고, 물론 동해도 있긴 한데 서해부터 이야기해보면 북한이 국경선 개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아마 정치적인 수준에서는 기존의 북한 해역에 대한 기본 입장을 주장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민간선박 관련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군함이다. 민간선박 관련된 사항은 몇 번의 충돌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우리도 해경에서 신중하게 조치를 취하고 있고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보여진다. 그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군사훈련차원에서 해상사격이나 군함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북한이 자기들이 설정한 해상경계선을 군사적으로 지킬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서해에서 군사적 전력을 비교해 보면 북한이 이를 밀어붙일 해군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적으로는 해상국경선이 진전된 안을 발표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욱식 : 북한이 과거처럼 경비계선을 선언하는 수준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해상국경선을 명확하게 하고 넘어오면 군사적 대응 하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서해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남북의 비핵 전력을 비교해보면 게임이 안되는 수준이고 함정 전력은 더욱 그런데, 북한이 피해가 많을 것 같은 상황에서 이를 감수하려고 할까?

 

문장렬 : 그건 어렵다. 해상전력 비교해서 본다면 북한이 보통 열세가 아니라 완전한 열세다. 다만 북한은 해안포가 있고 해상으로 사격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전력은 그렇게 뒤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남한은 공군력이 있다. 공군력은 우리가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위를 점하고 있다. 

 

김정은이 일단 이야기는 해놨기 때문에 이걸 취소할 수는 없을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해상국경선을 만들 건데, 남한 민간선박이 평소처럼 왔다갔다하는 것을 그냥 놔두자니 김정은이 했던 말이 있고, 공격하자니 전쟁이고.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궁금하다. 

 

한 가지, 실행을 늦추는 방법이 있다. 일단 이야기는 해놓고 발표를 늦추는 방법이다. 또 실제 해상국경선 효력 실행을 늦추는 방법도 있고 민간선박은 묵인하고 군함의 경우 위험사격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해법은 간단하다. 서로 대화해서 9.19 이전으로 돌리자고 하면 되는데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굉장히 어렵다. 

 

정욱식 : 북한이 확전 위협을 통해 오히려 위험 수위를 낮출 수도 있지 않을까? 핵을 갖고 있으니까 미국이 확전을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김연철 :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평가할 때 일단 핵 억지가 유지된다는 것을 가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과거와 비교해서 굉장히 성장했고 한미 양국의 확장억지도 굉장히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예전보다 훨씬 정교한 대응체제가 마련돼 있다. 그래서 상호 핵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 일종의 억지가 유지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전면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핵 억지가 유지될 때 우발적 충돌이나 제한적 전쟁의 가능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가 있는데, 사실 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지만, 또 핵이 있어서 제한적인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핵보유국인 인도-파키스탄의 경우 제한된 지역에서 제한된 전쟁이 벌어졌다. 상대방이 전면 공격하면 핵 전쟁이 일어나니까 상대도 이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차원에서의 제한적 전쟁이었다. 지금 한반도 문제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어떻게 약화시키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북한이 완충공간을 분쟁화시키겠다고 전략적으로 검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는 군사적 충돌만 있는 건 아니고 굉장히 다양한 수준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직접적인 충돌이 아니라고 해도 긴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이 있다. 

 

우리가 서해만 이야기하는데 동해에도 해상경계선 문제는 없지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울릉도 북쪽에 대화퇴 어장이 있는데, 여기는 한국, 북한, 일본, 러시아의 어업 경계선이 겹치는 곳이다. 몇 년 전 북한이 우리 어선을 몇 시간 나포한 적도 있다. 이렇듯 예상하지 못한 공간에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군사적 충돌이 벌어졌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대응 과정에서 확전으로 얼마나 비화할 것이냐의 문제다. 여기서 핵심은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에 없다는 데 있다. 실제 2010년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 대응 과정에서 확전을 조절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미국이었다. 미국이 조절했기 때문에 확전으로 나아가지 않은 것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용인할 수 있나? 올해 말 대통령 선거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차원에서 어떻게 해서든 긴장을 완화시키려는 발언을 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이재호)

 

문장렬 : 확전 여부도 우리가 자주적으로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해상국경선을 설정하긴 했지만 그걸 넘는다고 북한이 무조건 군사적인 공격을 하기 보다는 경고 방송도 하고 민간 함정에 대해 제지도 하는 등 강화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넘어온다고 바로 공격하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 

 

북한의 해상국경선 설정은 아주 심각하고 첨예한 위기 요인이 됐다는 것이지, 이것이 바로 위기 또는 분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미리부터 너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합리적으로 대응하면 되는 것이다.

 

이 대응을 정부나 군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법적인 장치를 통해 국가안보 또는 전쟁 위험성과 관련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국회 동의 등의 또 다른 통제 방안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 우발적 충돌과 함께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안보 불안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어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한국 증시 저평가)'가 작동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했을 때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으로는 있었으나 아주 단기적으로 회복됐다.

 

 

 

 

 

그런데 지금은 긴장이 높은 상태가 장기화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위기 국면은 결국 협상 국면이 되어야 해소되는데, 지금은 남북관계 측면이나 미국의 대북 정책을 보더라도 협상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확실성이 아닌 불확실성이 작동하는 것인데, 최근 거시경제 지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 불안까지 이어지면 주식시장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꼭 전쟁이 일어나야 심각한 것이 아니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로 장기화되는 것도 심각하다. 이것이 미칠 영향도 살펴야 한다. 

 

문장렬 : 기회비용도 고려해봐야 한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고 악화되면서 잃어버리는 기회비용의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러시아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나라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 

 

역사적 책무 측면도 있다. 100년 가까이 된 분단 상황에서 우리세대가 미래세대에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우리가 제국이 되고 강대국이 되는 이런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서로 협동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엄청나게 훼손하고 있는데, 이걸 다시 회복시켜야하는 중요한 지금 시점에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전면전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위기가 발생하면 당장 전쟁 위협을 피해서 대화와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정부가 하지 않으면 국회에서라도 이야기해야 한다. 

 

트럼프, 재집권하면 김정은과 만나나 

 

정욱식 :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을까?

 

문장렬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다. 지금 1조 원 좀 넘는 금액을 부담하고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50억 달러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윤석열 정부가 30억 달러 정도로 협상하면서 잘했다고 자평할 수도 있다. 그 외에 다른 문제도 걱정은 된다. 주한미군 철수 등도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주한미군 철수하면 독자 핵무장 주장이 나올 수 있는데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능력은 이미 박정희 대통령 집권 말기인 1970년대 말에 갖췄다. 하지만 핵무기를 가지게 되면 미국과 적이 되고 국제적인 제재 받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의 공적이 된다. 그걸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감당해서라도 핵무장을 했을 때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 봐야 한다. 

 

핵무장을 하지 않으면 평화가 유지할 수 없나? 그렇지도 않다. 스페인과 영국, 독일과 프랑스 등은 세계 패권을 두고 싸웠지만 지금은 동맹과 유사한 사이가 됐다. 그러한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며 평화지향적인 방법이 있는데 극구 핵무장을 하겠다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정욱식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하면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김연철 :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북한 입장에서도 한 번 당했는데 두 번 당할까? 북한은 다시 외교적인 협상을 해서 성과를 가져가는 부분에 대해 기대를 크게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일단 하노이 회담의 결과 및 그것이 주는 심리적 타격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이후 북한 외교정책이 국방 중심으로 바뀌고 협상을 중재했던 대남 부분을 싹 정리하면서 남북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 

 

미국 쪽의 경우 하노이 회담의 실패 구조가 똑같이 작동한다고 본다. 트럼프가 왜 마지막에 결렬시켰냐의 문제인데, 이건 북한과 협상으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익이 미국 국내 정치적 차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견줘봤을 때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즉 북한과 '스몰딜' 보다는 '노딜'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 구조는 여전히 작동한다. 오히려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 때보다 높으면 높아졌지 낮아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북한 핵 능력이 2019년 이후에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는 점도 문제다. 이렇게 되면 협상 내용도 훨씬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북미가 만나서 협상 내용을 조율한다고 했을 때 하노이보다 훨씬 어려운 협상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 2019년 2월 2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을 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욱식 :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면 북핵과 미사일 동결하고 그에 따른 상응조치로 한미 대규모 연합 훈련, 미국 전략자산 전개 등을 중단하거나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등의 주고 받기는 가능하지 않나? 

 

김연철 :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서 해법을 모색하면 점진적‧단계적 방식도 가능하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일부에서 비핵화 모델에서 군축 모델로 전환하자고 하는데 이는 지혜로운 담론이 아니다. 비핵화 모델도 점진적‧단계적 방식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 중간에 동결, 군축단계 등이 있는 건데, 최종 목표로 비핵화를 삭제하는 것과 살려놓는 것은 그 정책 효과가 굉장히 다르다. 장기적 목표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굳이 닫을 필요가 있을까? 그걸 닫아놓고 대국민 설득이 가능한가? 쉽지 않다. 

 

정욱식 : 비핵화가 목표라고 공표하면 북한과 대화 가능성 자체가 희박해지지는 않을까?

 

김연철 : 우리가 과정으로서 비핵화로 접근한다고 했을 때 2018년 김정은도 핵을 가질 이유가 없고 미래세대에 넘겨줄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즉 과정이나 상응체제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달려있다. 비핵화 목적을 살려둘지 말지의 문제는 협상에서 얼마든지 지혜로운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 비핵화와 군축을 대비되는 것으로 접근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시다에 손짓하는 김정은, 북일 정상회담 성사될까 

 

정욱식 : 그런가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노토반도 지진에 대한 위문 전문을 보냈다. 이후 북한과 일본이 최근 대외적으로 접촉에 대한 입장을 주고 받고 있다. 북일 간 회담 성사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김연철 : 외교는 다변화하면 할수록 협상력이 높아진다.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를 중심으로 경제, 군사, 외교적으로 생존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맞다. 북미관계의 경우 미국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는 예상하기 어렵다. 그런 차원에서 남북관계 악화와 북미관계 장기 교착 국면에서 북일 관계를 나름대로 일종의 외교적인 카드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일본도 북일관계 정상화가 전후체제 청산이라는 차원에서 나름 역사적 의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접촉을 꾸준하게 진행되면서 서로 조율해 나가는 과정인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북일 관계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납치문제에 대한 해법인데, 북한이 일본이 원하는 수준을 맞춰줄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격차가 크다. 

 

일본도 대북협상이 갖는 위험부담이 있다. 국내 정치적으로 대북협상을 통해 기시다 정부가 낮은 지지율을 만회할 수 있냐고 하면 그건 어렵다. 북한 협상은 양면성이 있고 장기적이다. 접촉을 할 수는 있겠지만 2000년대 초반의 북한과 일본 간 있었던 역사적 대합의를 복원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문장렬 : 일본인 납치자가 지금 12명인데 8명은 사망했고 4명은 북한이 부인하고 있다. 이를 검증하면 혹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일본이 원하는대로 와서 다 조사하고 검증 해보라고 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이건 일본 국내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큰 문제는 식민지 배상 문제다. 또 북한이 핵 실험 하고 미사일 개발하면서 실질적 안보위협이 된 상황을 단기간 내에 해소하기 불가능하다. 북한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서 외교 지평을 확대하려는 것 같다. 

 

지난 14일 쿠바가 남한과 수교해서 북한이 뼈아프겠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북한은 이 문제에 신경도 안 쓴다. 쿠바는 북한의 영원한 형제국이고 수교하는 건 그들의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은 북한대로 대한민국과 국가 대 국가 관계니까 일본, 미국과 관계 개선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보다 미국, 일본과 대화를 먼저 시작하려고 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김정은이 반제국주의 외교를 강화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소위 말하는 '정상국가' 차원에서 국방과 외교 등을 해나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이재호)

 

정욱식 : 현 시점에서 중국의 역할은 어떨까? 예전에는 미국이나 중국이 막후 또는 공개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해서 긴장 완화 조치를 하거나 4자 또는 6자회담으로 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가능할까? 

 

김연철 : 한반도정세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그 부분이다. 예전에는 사실 '중국역할론'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2019년 12월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엄청난 도발을 예고했다가 그냥 넘어갔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게 중국이 나름 외교적 역할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관리했던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남북미중 4자회담 형식으로 전후체제를 청산해야 하는데, 당연히 미중관계가 어느 정도 뒷받침이 돼야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로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중 간 전략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전반적인 미중 대화 기조가 약화됐다. 지금은 속도조절 차원에서 정상회담을 비롯해 여러 논의하고 있지만 과거와는 다르다.

 

북핵 문제나 한반도 정세 안정화에 있어서 미중 간 협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한반도 질서와 관련해 부정적으로 예측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제일 안타깝다. 물론 아직까지 중국도 한반도 정세 안정화가 중국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도, 미국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군사분계선이 남북 경계뿐만 아니라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분단선'이 되고 있는 부분도 주목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차이가 좀 있다. 북러 관계를 보면 일단 북한의 첨단 미사일 분야에서 러시아의 영역이 강화되고 있다. 경제 부분은 북한과 러시아 모두 유엔 제재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 전략경쟁 속에서도 유엔 제재를 비롯해 국제규범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외교적 협의에 있어서도 여전히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이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한중관계가 지금은 거의 파탄 상태라는 점인데, 중국과 외교 관계를 복원해 정세 안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한반도 정세 긴장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욱식 : 남북관계는 무너졌고 한반도 평화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과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이 있다면? 

 

문장렬 : 7.4 남북공동성명이 50년 됐고 남북기본합의서가 나온 지 30년이 넘었다. 여기에 더 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제대로 된 평화세력이 집권해서 제대로 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같은 정부가 집권하면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김연철 : 현재 상황이 지속성도 있고 새로운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전쟁 이후 70년이 흘렀는데 그 기간 동안 반복되는 부분도 있었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부분, 그리고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통일이라는 목표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통일이라는 목표를 열어둔 채로 현실적인 두 국가 체제를 어떻게 평화롭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 

 

여전히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민족주의적 접근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경향이 남아있는 것 같은데, 민족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 졌다.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핵문제 해법, 평화체제 조성 등과 관련해서 최소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와 연결되어 대북정책을 봐야 할 것 같다.

 

민족주의적 접근으로 만들 수 있는 남북관계의 공간이 크지 않다. 여전히 당위론이 있고 사명감을 가질 수는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하게 매듭을 찾고 어떻게 풀어 가는가에 대한 외교적 노력 및 쟁점에 대한 이해 등이 있어야 한다. 조금 더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심층적인 공감대를 마련해야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다.

 

물론 민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차피 통일은 민족의 재결합이고 민족공동체인 것이다. 그 부분을 부정하는 건 아니고, 문제를 해결할 때 민족공조로 풀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뜻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왜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교류가 잘 안됐냐,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왜 풀지 못했냐고 하는데 집권 첫 해인 2017년에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유엔 안보리 제재가 작동하고 있었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미국과 '워킹그룹'을 왜 하냐는 비판들이 있었는데 당시로서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 인도적 지원을 하려면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한다. 그걸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 가서 받아야 한다. 즉 정부와 시민단체가 협의해서 제재 면제 신청서를 뉴욕 유엔 본부에 제출하면 유엔은 이걸 미국에 준다. 이 단계를 줄이기 위해 한미 간 제재 면제 관련한 실무협의체로 만든 것이 워킹그룹이었다. 즉 제재 면제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물론 워킹그룹을 남북관계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더 잘 운영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은 가능하다고 본다. 거기서 미흡한 부분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걸 왜 했냐고 비판하면 좀 답답해진다. 정부가 국제법을 어길 수는 없지 않나. 또 시민단체든 기업이든 제재 위반하면 벌칙을 받는다. 훨씬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 관련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데, 저는 오히려 남북관계 공간이 굉장히 협소했는데 말이 너무 앞섰다고 생각한다. 실천할 만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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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연습을 중단하고 평화협상에 나서라”

200여 단체들, ‘범국민·해외동포 전쟁반대 평화선언문’ 발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4.02.20 16:21
  •  
  •  댓글 0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200여 국내외 단체들은 20일 오전 국회본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범국민·해외동포 전쟁반대 평화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수천년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온 주권자로서 대한민국 국민과 해외동포들은 남북이 적대와 전쟁 상태를 끝내고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의 길로 되돌아올 것을 온 마음으로 촉구한다.”

200여 국내외 단체들은 20일 오전 11시 국회본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범국민·해외동포 전쟁반대 평화선언문’을 발표, ‘전쟁 반대, 오직 평화!’를 외쳤다.

김진향 촛불행동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전쟁 반대와 오직 평화를 염원하는 범국민·해외동포 일동’ 명의로 발표된 평화선언문은 “한반도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는 관념이 아닌 엄혹한 현실”이라며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쟁을 막기 위해 우리는 주권자의 의무와 책임으로 모든 노력,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부는 전쟁을 촉발하는 전쟁연습을 중단하고 평화협상에 나서라”, “전 국민과 해외동포들은 전쟁 반대, 평화 선언에 함께 나서자”고 촉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첫 포문을 열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앞서 이들은 윤미향 의원실과 지난달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북관계 근본변화와 한반도 위기 이해”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고,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발표자 김광수 ‘(사)부산평화센터 하나’ 이사장의 ‘통일 전쟁’ 관련 발표내용을 문제삼은 바 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힘에 의한 평화는 이 땅의 평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군사 위기를 고조시키고 남북관계 악화 단절로 귀결되었다”면서 “3월 예정된 한미연합연습과 북의 동계 군사훈련의 막바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척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남북 모두 적대와 대결을 멈추어야 한다. 서로를 자극하고 힘으로 누르려는 대결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적대를 멈추고 전쟁을 반대하며 평화를 선언하는 행동에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종교계를 대표해 조헌정 예수살기 대표는 “오늘 우리는 전쟁의 위기 속에 살고 있다”며 “우리 종교인들과 시민들이 힘을 합쳐 오늘 이 시간이 단순히 구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행동으로 나아가야 하겠다”고 촉구했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이 조헌정 예수살기 대표.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이 조헌정 예수살기 대표.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미국에는 항공모함이 통틀어 11척이 있다... 그 5척의 항공모함이 오는 4월에 한반도에 총집결한다”며 “한미일 전쟁 동맹이 대규모로 전면 가동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전쟁 획책을 하는 저 윤석열 일당을 타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이성만 의원과 임지현 여산생명재단 박사, 우희종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 등이 발언했으며, 해외에서 이재수 미주희망연대 의장, 한정화 독일 코리아협의회 대표, 임미아 재불한인여성회 전 회장이 녹음으로 뜻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진향 공동대표는 “오늘까지 200여 개 소속 단체들이 입장을 표명해 줬고, 3월에도 4월에도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2월 27일 만민공동회, 3월 국가보안법 폐지 활동 등이 예정돼 있고, 매주 시청앞 촛불광장에서 ‘탄핵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며 “탄핵의 촛불을 평화의 촛불로 이어가는 데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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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런 사람이다... 부동산 시장서 벌어지는 일들

[창간 24주년 기획 - 2024 대한민국] 참혹한 부동산 정책... 몇 년 후가 더 걱정된다

24.02.21 07:11최종 업데이트 24.02.21 07:11
윤석열 정부 3년 차, 대한민국은 괜찮은가? 저출생, 경기침체 등 한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적으로 높다. <오마이뉴스>는 창간 24주년 기획으로 2024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펴보고 오늘의 위기를 진단하며 내일의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송마을 5단지를 방문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입주자 대표,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대표 등 주민들과 함께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부동산만큼 한국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드물다. 투기 광풍이 불어서 집값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투기수요가 사라져서 거래가 두절되고 집값이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 여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정부도 부동산시장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는 지난 문재인 정부가 28회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윤석열 정부도 벌써 여러 차례 대책을 발표한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대책의 내용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서, 일반 국민이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잠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제도 변화를 놓치기가 십상이다. 기득권층이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잘 쓰는 방법이 제도와 법률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보면 이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제도와 법률이 복잡하다고 해서 일반 시민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자신은 물론이고 자식과 이웃과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제도가 복잡하긴 하지만 간명하게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부동산 문제를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면, 무엇이 본질적이고 무엇이 부차적인지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원인 두 가지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람이 마음대로 사고팔아서는 안 되는 땅을 자산으로 만들어 사고팔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불로소득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에서는 소유해서 빌려주기만 해도 지대소득이 발생하고, 가만히 갖고 있기만 해도 가격 변화로 인한 자본이득이 발생한다. 이 두 가지는 임금이나 이윤과는 달리 땀과 노력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질상 불로소득으로 분류된다.

부동산시장의 가격변동은 다른 어떤 시장보다 폭이 크고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자금력이 있고 민첩한 사람은 그 변동을 활용해 이익을 챙길 수가 있다. 한국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은 불평등과 양극화 그리고 경제적 불안정의 최대 원인이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동산시장에서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많은 사람이 부동산 자본이득세(한국에서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 불로소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불로소득을 사전에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불로소득을 부분적으로 환수하는 수단이라는 근원적 한계를 가진다. 게다가 한국의 양도소득세와 같이 실현자본이득을 대상으로 과세하는 부동산 자본이득세는, 양도하지 않으면 내지 않는 세금이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자로 하여금 매각을 꺼리게 만드는 동결 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한계를 갖지 않는 다른 정책 수단이 있다. 바로 19세기 후반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가 주창한 토지보유세다. 이 세금은 지대소득을 환수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변동을 줄여서 자본이득도 축소하기 때문에,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또 동결 효과와 같은 부작용도 낳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를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국민의 주거 여건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다. 사실 일반 국민 중에는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욕구가 별로 없는 사람도 많다. 그들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고, 삼시 세끼 밥 제대로 먹고, 밤에는 등 붙일 공간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일반 국민이 밤에 안심하고 등 붙일 공간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연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2년 모아야만 한다니(2022년 기준),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집을 임차해서 살려고 하니 전셋값도 집값 못지않게 비싸고, 월세로 살려면 매달 지불해야 할 임대료가 월급의 1/3 내지 1/2에 달한다. 나머지 돈으로 살아가려면 삶이 팍팍해질 수밖에 없고, 좀 여유를 부리려면 빚을 져야만 한다. 

부동산과 비슷한 것이 주식인데,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주식은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익과 손실이 발생하지만, 부동산의 경우 게임에 관심도 없고 참여할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손해를 입는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무책손실(無策損失)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 사회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으면 보통 사람이 등 붙일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워지는 주거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한국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노무현 정부
 

▲ 2003년 11월 19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이정우 정책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땅을 자산의 하나로 인정한 채로 그것을 시장경제에 맡겨둬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할 수가 없다. 또 시장은 일반 국민 모두에게 등 붙일 공간을 마련해 줄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요컨대 올바른 부동산 정책의 양대 축은 불로소득 차단·환수 정책과 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 정책이다.

여기서 왜 꼭 정부가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정부가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할 수도 있지만, 이는 건물과 함께 공공성이 높은 땅을 민간에게 넘겨버리기 때문에(국공유지가 한번 민간에게 넘어가면 다시 회수할 수가 없고, 넘어간 다음에는 불로소득 취득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쉽다), 국가가 맡아서 할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정부 가운데 양대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추진한 정부가 있을까. 말로 그렇게 하겠다는 정부는 있었지만, 실제로 두 가지 정책을 끈질기게 추진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유일하다. 노무현 정부는 보유세 강화 정책을 임기 초부터 임기 말까지 흔들림 없이 추진했으며(종합부동산세는 그 정책의 핵심 성과였다), 연간 '장기' 공공임대주택 10만 호 공급이라는 목표도 제대로 달성했다. 

노무현 정부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처럼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정책을 펼친 정부는 없었다. 노태우 정부가 토지공개념 3법을 제정하는 등 상대적으로 충실한 자세로 부동산 문제에 접근했지만, 한국 부동산시장 전체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은 아니었다. 노태우 정부의 토지공개념 3법은 토지의 소유와 이용에 관한 일반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근간으로 법률과 제도를 마련하는 정공법이 아니라, 6대 도시 소유 상한 이상의 택지, 개발 사업지, 유휴 토지 등을 대상으로 준조세를 부과하는 예외주의적 입법에 그쳤다.

보수 정권과 부동산 시장만능주의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허물고 후퇴시키는데 몰두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였다. 두 정부는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환수 정책을 무력화했을 뿐만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반토막 내서 전월세난을 촉발하기도 했다. 두 보수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했던 것은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였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1990년대 초반에 출현하여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크게 성장했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은 부동산시장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투기가 일어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더라도 방임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은 부동산 조세, 특히 보유세를 활용하여 투기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을 혐오한다.

노무현 정부를 공격했던 '세금폭탄론'의 진원지는 이들이다. 또 부동산시장의 모든 문제가 공급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공급부족론 내지 공급확대론을 피력한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어렵게 만드는 재건축 규제 등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 이들은 민간 분양주택의 공급에만 관심을 둘 뿐 공공임대주택은 철저하게 외면한다. 한 마디로,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이론이라기보다는 특정 계층의 이해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에 가깝다. 투기를 정당화함으로써 투기꾼을 옹호하고, 공급확대론으로 토건업자를 옹호하며, 보유세 무용론으로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옹호한다. 

시대적 소명을 외면한 문재인 정부
 

▲ 2019년 11월 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자,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촛불정부'를 자처했고 노무현 정부 계승자로 불렸던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했던 것처럼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전세로 살던 많은 시민이 앞으로 집값 올라갈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하에 계속 세입자로 머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시대적 소명과 시민들의 기대를 외면한 채 근본정책 마련을 등한시하고 부동산시장을 적당히 마사지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펼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대통령의 '지지율 집착증'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항간에 퍼져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 민심이 대대적으로 이반한 데는 이런 사정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한다. 

아무튼 부동산 가격은 계속 폭등했고, 급기야 문 대통령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통해 자산 불평등을 날로 심화시키고, 우리 사회 불공정의 뿌리가 되어온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는 일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라고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과정의 총체적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패배, 정권 교체 후 치러진 지방선거 패배였다. 

정치 초보자인 윤석열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정도가 아니라,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려는 의지가 없었고 정책 실패로 생기는 서민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해서 초래된 결과였다. 게다가 정권 말기에는 허겁지겁 취득세·종부세·양도소득세를 모조리 강화한다거나 수도권의 주택공급을 전부 공공주도로 추진한다거나 하는 무리한 정책을 쏟아내기도 했다. 타이밍을 놓친 과격한 정책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기대 난망이었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의 '화려한 부활'
 

▲ 지난 2022년 11월 23일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 및 2023년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윤석열 정부가 마음대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기에 기세가 꺾여 숨죽이고 있던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규제로는 부동산값을 잡을 수 없다든가,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데 세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정책을 망쳤다든가,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소유자의 권리를 지켜주고 공급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든가 하는 내용의 기사들이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라는 그늘에서 부동산 시장만능주의가 마치 곰팡이처럼 퍼지고 있었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이니 당연히 옳다고 여겼던 것일까. 아니면 정권 핵심부에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포진한 탓일까. 아무튼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주창하던 정책들을 마구 쏟아냈다. 

그중에는 획기적인 대출 규제 완화 정책도 들어있고,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유례없는 정책도 들어있다.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부동산 PF 부실을 막으려는 정책도 한 축을 차지한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부양'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부동산 문제 해결의 양대 축을 이루는 두 가지 정책이 결정적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유세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윤석열 정부

우선,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를 필두로 부동산 보유세를 크게 완화했다(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국세로 종부세가 있고, 지방세로 재산세가 있다). 부동산 보유세는 '부동산 공시가격 × 공정시장가액비율 × 세율'이라는 공식으로 계산한다. 국세인 종부세는 한 사람이 전국에 걸쳐 가지고 있는 부동산 가액을 합산한 다음 기본공제를 빼고 위의 공식을 적용한다. 따라서 보유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본공제의 수준, 공시가격의 현실화율, 공정시장가액비율 그리고 세율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 네 가지 변수를 모두 건드려 보유세액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결과는 참혹하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과 2023년 사이에 전체(주택+토지) 종부세의 과세대상자는 101.7만 명에서 49.9만 명으로 격감(51%)했고, 세수는 7.3조 원에서 4.7조 원으로 크게 줄었다(36%). 주택분 종부세만 가지고 따지자면, 과세대상자는 93.1만 명에서 41.2만 명으로 줄었고(56%), 세수는 4.4조 원에서 1.5조 원으로 격감했다(66%). 다주택자에게 한정해서 보면, 과세대상자는 72.4만 명에서 24.2만 명으로(67%), 세수는 3조 원에서 0.4조 원으로 줄어서(87%)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더 크다. 윤석열 정부의 보유세 완화 정책의 혜택이 다주택자에게 집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재산세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낮췄으니 세 부담이 가벼워지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각한 상황인데 이를 막으려면 부동산 보유세 완화가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조절을 위해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은 보유세 말고도 여럿 있다. 거래규제·금융규제·개발규제·가격규제 등을 적절히 조합·완화하는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은 정권의 소재나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근본정책에 해당한다. 이를 경기조절용으로 활용하면 부동산 정책이 냉열탕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해진다.   

종부세 완화를 두고 지난 1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주택' 민생토론회에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것'이라는 엉뚱한 발언으로 자화자찬했지만, 그것은 중산층 서민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명백한 부자 감세 정책일 뿐만 아니라, 부동산 근본정책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사적인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이와 비슷한 짓을 저질러서 결국 2015년 이후 수도권 집값 상승의 토양을 만든 것처럼, 윤석열 정부의 보유세 완화 정책도 몇 년 후 더 심한 투기 광풍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게다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정책까지 무력화해서 사전적이든 사후적이든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라져버렸으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심히 걱정스럽다. 

서민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장에 맡겨두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국가가 챙겨야 하는 또 하나의 정책이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이 공급 부족에 있다고 진단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건설업자와 주택 소유자에게 큰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확대해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건설업자와 부동산 부자들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서, 윤석열 정부가 서민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분양과 공공임대를 합친 공공주택 100만 호 공급 계획(5년간)을 세웠는데, 이 목표가 문재인 정부 5년간의 공급물량 77.6만 호보다 많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집 없는 사람은 부담 가능한 집을 살 수 있고, 세를 살더라도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2023년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서민층의 주거문제를 엄청나게 챙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공공주택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공공분양 주택은 민간의 사유지를 강제 수용해서 공공택지를 조성한 후, 정부가 직접 집을 짓고 그 땅과 집을 민간에게 다 넘기는 유형이다. 이는 사실 고도의 공공성을 전제해야만 할 수 있는 사유지 강제수용으로 정부가 땅장사·집장사를 벌이는 것이다. 이런 일을 국가가 해서 되겠는가. 그 일은 민간에 맡기고,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땅은 국가가 가지고 건물만 민간에 분양하는 주택)의 공급에 주력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63.2만 호에서 50만 호로 줄이는 대신 공공분양주택 공급은 14.4만 호에서 50만 호로 3배 이상 증가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공공임대주택 50만 호 가운데 장기 공공임대주택이 얼마나 될지도 궁금하다. 실질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이라고 하기 어려운 5년 임대 또는 10년 임대의 비중이 상당하지 않을까 의심된다). 이는 국가의 집장사 활동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니 도저히 칭찬해 줄 수가 없다. 그것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면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므로, 윤석열 정부의 공공주택 정책의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에 공공분양주택 예산은 대폭 늘렸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광주 북구갑)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매입임대주택의 예산은 2022년 대비 4조 6834억 원이나 감소했다. 

올해 들어 발표한 부동산 대책(1.10대책)에서는 공공주택 공급의 민간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여기서 말하는 공공주택이란 공공분양 주택을 뜻하는 것일 터이다). 아울러 공공주택 공급을 민간 단독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윤석열 정부가 국가의 주택공급 정책을 건설업자 지원책 정도로 여기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인 것은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 전월세난이 발발한 것은 여기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두 보수 정부는 노골적으로 서민을 외면하는 주택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포장지를, 박근혜 정부는 행복주택이라는 포장지를 사용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예 드러내놓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적대시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2월 개최된 제1차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공공임대주택을 굉장히 선(善)으로 알고 있는 분이 많습니다만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서 공급하다 보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상당한 재정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에 납세자에게 굉장히 큰 부담이 되고,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의 부담 요인으로, 또 경기 위축 요인으로 작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철학이 이러니, 윤석열 정부 임기 중에 서민의 주거문제가 조금이나마 해소되리라고 기대하기는 글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양대 축이 되어야 할 정책들의 수레바퀴를 사정없이 거꾸로 돌리고 있다. 그러니 2024년 이후 한국의 부동산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등 붙일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서 서민들이 겪을 고통은 얼마나 더 커질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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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배신... 대파가 한 단에 5천 원입니다

빈 바구니로 시장만 한 바퀴... 이제 사과는 낱개로 사 먹는 과일이 되었다

24.02.20 07:07l최종 업데이트 24.02.20 07:07l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번 달은 이래저래 지출이 많았다. 설날도 있었고 세뱃돈도 솔솔찮게 나갔다. '이 달을 넘기기 전에는 장 보러 안 나가야지' 결심했다. 당분간 냉장고를 파먹는 '냉파족'이 되기로 다짐했다. 식비를 줄이려 냉장고에 남아있는 재료들을 활용하려 했는데, 막상 밥때가 되어 냉장고를 열어보니 대파와 양파, 풋고추 등 야채칸 한편에 늘 있어야 할 '붙박이 야채'가 다 떨어졌다.

장바구니 두 개를 챙겨 시장에 갔다. 내 또래 50대 주부들은 크게 두 부류이다. 시장파와 마트파. 나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시장파'를 고수하고 있다. 시장은 마트보다 식재료가 더 신선하면서 저렴하고 제철 식품이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량 판매와 접근성의 편의성 때문에 마트를 이용하는 '마트파'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마저도 옛날 얘기가 돼가는 것 같다. 소비재 시장의 골리앗, 온라인몰의 출현은 '쿠팡파'를 탄생시켰다. 쿠팡이 신선식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동네 터줏대감 마트는 물론, 시장을 위협하던 대형 마트마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금사과, 금배, 금귤... 파까지
 
대파 한 단 오천원의 시대
▲  대파 한 단 오천원의 시대
ⓒ 김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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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야채를 사러 나갔지만 비싼 가격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아 빈 바구니로 시장만 한 바퀴 돌았다. 가장 먼저 충격을 안긴 것은 대파 가격이었다. 대파 한 단에 오천 원이다. 대파가 무슨 고기도 아니고, 장식용으로 쓰는 고급 야채도 아닌데 2500원이면 사던 대파가 5000원이라니, 두 배로 올랐다.

시장의 배신이다. 한 소쿠리 3000원이던 감자나 고구마는 개수는 더 적어진 채 5000이 되었고, 몇 개 더 담겼다 싶으면 1만 원이란다. 풋고추는 보통 때의 반보다 몇 개 더 담아놓고 같은 가격을 받으니 체감 물가 상승률은 40%다. 시장에서 야채 소쿠리 3000원짜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웬만하면 다 5000원이 시작 가격이었다.

신선식품 고물가의 정점은 과일이었다. 상품성 있는 사과나 배 한 개는 5000원이고 겨울철마다 2만 원 전후로 사 먹던 귤 5킬로는 최소 3만 원은 줘야 한다. 사과는 이제 박스나 소쿠리 단위는커녕, 한 개, 두 개, 낱개로 사 먹어야 하는 과일이 되었다.
 
금사과의 출현
▲  금사과의 출현
ⓒ 김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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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사과가 비싸면 귤 사 먹고 귤이 비싸면 사과 사 먹었는데, 이번엔 과일들끼리 무슨 가격 담합이라도 했는지 차별없이 비싸니 과일 모두에게 비싼 대접을 해줘야 한다. 그냥 '사과, 배, 귤'이라고 부르면 안 될 것 같다. '금사과, 금배, 금귤'로 불러야 한다.

해외에 장기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이 지났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물가 높기로 소문난 도시들은 듣던 대로 서비스 요금이 높고 외식비가 비쌌다. 그러나 평소에 다들 이용하는 마트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해서, 마트 나들이만큼은 언제나 즐거웠다. 식재료로 가득 채운 장바구니는 행복 그 자체였다. 

여행에서 돌아왔는데도 내 머릿속 물가 시계는 1년 전으로 세팅되어 있는지 적응이 잘 안 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장바구니 물가만 오른 게 아니었다. 가스와 전기요금도 올랐고 목욕비와 이발·미용비도 올랐다. 지하철과 버스 요금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 수입이 줄어들었다

지난주에는 딸아이 자취방을 구하러 서울에 갔었다. 처음에는 딸아이를 독립시키는 부모 마음이라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고 관리가 잘 된다'는 오피스텔을 구해 주고 싶었다. 6평도 안 되는 강남의 오피스텔은 월세 70만 원이 최저가 수준이었다. 

비싼 월세값도 놀라웠지만 채광도 좋지 않아 답답한 데다가, 한 사람이 겨우 누울까 말까 한 살인적인 크기에도 그 가격이라 더 경악했다. 결국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60만 원짜리 다세대 원룸을 얻었다. 중소기업에 갓 취업한 사회초년생이 적은 월급으로 월세를 어떻게 감당할까 싶다. 

서울의 주거비가 높은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니 그렇다 치고, 서울과 지방 할 것 없이, 공공요금과 교통비, 서비스요금, 외식비 등 '내 수입 빼고' 모든 게 다 올랐다. 아니다. 가만히 숨만 쉬고 있었을 뿐인데 내 구매력이 줄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내 수입이 안 오른 게 아니라 오히려 내 수입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고물가 시대를 어떻게 버텨갈까. 써봤자 별 뾰족한 수 없다고 던져두었던 가계부라도 다시 집어 들어야 하나? 정말 쉽지 않은 요즘이다.
 
태그:#물가상승#장바구니물가#생활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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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북 일방적 3자연대체 해체, 유감 표명해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2/20 08:31
  • 수정일
    2024/02/20 08:3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통일뉴스 월례강좌, “북 강조점은 경제발전 집중”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4.02.19 19:06
  •  
  •  수정 2024.02.19 19:25
  •  
  •  댓글 0
 

서해 상시 분쟁지역화...“한반도 전면전은 안 일어날 것”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15일 전태일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린 '2024년 2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 의미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15일 전태일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린 '2024년 2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 의미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한이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령역에 편입시키는 문제”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경제 발전에 주력하겠다”는데 강조점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15일 오후 서울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에서 열린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 의미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24일 끝난 정치국 확대회의까지 세 차례의 중요한 회의가 있었는데, 이 회의에서 서로 상반된 두 개의 메시지가 나왔다”며 이같이 해석했다.

세 차례 중요 회의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2023년 12월 26일-30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회의(1월 15일) △조선노동당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1월 23-24일)이다.

정창현 소장은 “하나는 북한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민족 문제의 해법, 특히나 남북관계를 두 개의 교전국으로 새롭게 규정하는 약간은 충격적인 그런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며 “유사시라고 하는 그런 전제가 있지만 어쨌든 충돌과 확전 그리고 그런 사태가 벌어질 경우에는 점령, 평정, 수복하겠다라고 하는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전쟁 준비, 전쟁의 위기가 굉장히 고조되어 있다”는 점을 먼저 짚었다.

이어 “또 다른 메시지는, 사실은 이게 훨씬 더 많이 사실 강조되어온 내용인데, 경제 발전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예시하며 “비약적인 경제 발전 그것도 지금 낙후되어 있는 지방을 발전시키겠다고 하는 것을 강조를 하고 있다”고 대비시키고, “강조점은 후자(경제발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남관계가 더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관계”라면서도 “현시기 우리 공화국정부에 있어서 가장 중시하고 품을 들여야 할 지상의 과업은 인민생활을 하루빨리 안정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창현 소장은 “서해가 굉장히 위험한 상시 분쟁지역화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되고 있다”고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자료 제공 - 정창현]
정창현 소장은 “서해가 굉장히 위험한 상시 분쟁지역화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되고 있다”고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자료 제공 - 정창현]

물론, “어제(14일)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 지도를 하면서 해상 국경선 얘기를 했다”며 “서해가 굉장히 위험한 상시 분쟁지역화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되고 있다”고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4일 지대함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현지지도하면서 “명백한 것은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국경선을 적이 침범할시에는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창현 소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은 안 일어날 걸로 본다”며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북에서 포를 쏜 곳을 ‘원점 타격’하기 위해 남측 전폭기가 이륙했지만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폭탄을 탑재하지 못했고 국방부도 확전은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는 사례를 제시하고 “지금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할 수 있는가? 굉장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북한이 저렇게 강하게 얘기하는 것은 오히려 역으로 좀 서로 서로 충돌은 피하자라고 하는 그런 의도가 더 담겨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보름만에 깜짝 제출된 ‘지방발전 20×10 정책’

정창현 소장은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 요인으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최고지도자의 권위 훼손, 실리론 약화와 원칙론 강화 △사회주의 전면 발전 추구, 세대교체, 사회통제 강화 △국제질서 다극화, 대미 장기전, 남한 사회 현실 인식 등을 꼽았다.

먼저 “사회주의 건설 전면 발전기에 자신들은 이미 들어서고 있고 그러한 방향으로 앞으로 10년, 15년을 가겠다”라는 구상이며, 이는 협동농장을 국영농장으로 전환, 국유화를 완성함으로써 “남과 북이 사상과 이념, 체제에서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 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거기에 이제 북이 얘기하는 2개의 국가, 2개의 민족이라고 하는 근거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2036년 조선노동당 11차 대회 전까지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시대정신으로 ‘사회주의건설 전면발전기’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자료 제공 - 정창현]
북한은 2036년 조선노동당 11차 대회 전까지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시대정신으로 ‘사회주의건설 전면발전기’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자료 제공 - 정창현]

북한은 2036년 조선노동당 11차 대회 전까지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시대정신으로 ‘사회주의건설 전면발전기’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의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다”는 발언(2022.8.19)은 이같은 흐름에서 나왔다는 것.

정 소장은 또한 “국제질서가 미국 중심의 유일 패권 체제에서 다극화되고 블록화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실리’를 추구하는 국제정세에 주목하고 “미국이 새로운 대화의 틀을 미리 만들어서 가지고 오지 않는 한 미국과의 대화 협상은 없다”는 입장에 근거해 “북이 지금 제일 첫 번째 대상국은 러시아라고 얘기를 하면서, 적절하게 중국하고는 정치, 경제적 교류, 주로 경공업 중심의 어떤 교류를 생각하는 거고. 러시아는 군사적인 부분과 안보, 그 다음에 중공업 부분, 이런 부분들을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겠다고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는 제출되지 않았던 ‘지방발전 20×10 정책’이 불과 보름만인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중요 의제로 제기된 점도 지적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거창한 혁명”이라며 “이것이 가능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자문자답을 내놓은 대목에도 주목을 돌렸다. 그 사이 뭔가 대책이 마련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한 셈이다.

북 세대교체 영향도...“좌편향으로 결정됐을 수도”

정창현 소장의 강연에 참석자들은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질문을 이어갔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창현 소장의 강연에 참석자들은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질문을 이어갔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 소장은 대남전략 변화의 중요 계기로 북한 내부의 세대교체를 꼽고 “남북이 많은 대결적인 속에서도 그래도 또 대화를 하고 교류를 하고 하는데 앞장섰던 북측의 2세대, 2.5세대들이 이제 다 퇴장했다”면서, 아울러 “지금 이런 논리적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북의 통일전선부가 아니라 외무성이나 군부”라는 점도 짚었다.

특히 “북한의 새로운 세대들은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었던 다음 세대들”이며, “온전하게 어려서부터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익숙해져 성장한 세대들”이라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이(민족공조) 성과를 다시 얻기 위해서 또 남쪽하고 뭘 합의를 하고 막 이렇게 해서 공력을 들이는 것보다 그냥 서로 건들지 말고 서로 자극만 안 하고 일단 따로 살아보자라고 하는 생각이지 않겠느냐”고 추정했다.

나아가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전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속에서 상당히 좌편향적으로 이 부분이 결정됐을 수도 있다”며 “지금 당면 정세에 맞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얘기하고 이런 부분까지는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두 국가 두 민족으로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북이 굉장히 잘못된 선택이라는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비판적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6.15북측위원회와 범민련북측본부 등 남북해외 3자연대 기구를 일방적으로 해체한데 대해서는 “결국은 되돌아보면 ‘남쪽에서의 평화운동 통일운동이라고 하는 실체가 과연 존재하는가’라고 하는 (북측의) 회의가 아니겠느냐”면서도 “어쨌든 3자 연대기구”라며 “북의 일방적인 발표, 통보에 대해서 우리가 좀 유감 표명을 좀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운동, “앞으로의 10년 동안의 좋은 기회”

정 소장은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왜 저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며 “흔쾌하지 않다”는 심경을 밝히고 “이 기회에 한국 내에서의 진보 또는 시민, 평화통일 운동이 새로운 출발점을 가지고 이론적으로나 조직적인 측면에서나 또 함께하는 대중적인 측면에서나 새로운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내용 중 하나로 “연방연합제 또는 연합연방제를 어떻게 이론적으로나 운동적으로 발전시켜서 이것을 남쪽의 진보운동, 평화통일운동의 이론으로서 발전시켜 나가는가를 강조하고 싶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창현 소장은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를 통일운동의 성찰과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그는 특히 “새로운 단체는 좀 더 평화운동 중심으로 남쪽에서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리고 새로운 주체들을 10년 플랜이든 20년 플랜이든 세워서 좀 키워내는 노력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며 “남과 북이 이제 딴 나라로서 간다면 거기에 맞게끔 우리 스스로가 대한민국 내에서의 진보적인 사고와 진보적인 운동을 하는 새로운 이론적인 틀을 (마련)할 수 있는 앞으로의 10년 동안의 좋은 기회라고 볼 수도 있지 않느냐”고 애써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중국이나 러시아나 미국에 있는 해외동포와의 교류는 굉장히 강화할 거라고 본다”며 “이제는 해외의 조직이 중심이 돼서 남과 북을, 딴 나라지만 남과 북을 좀 이렇게 아우르는 어떤 느슨한 형태의 3자 연대 방식을 좀 생각해 봐야 되는 거 아닐까”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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