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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5명’ 출산율 쇼크...조선일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생국”



[아침신문 솎아보기] 출산율 0.7 붕괴… 동아 “이러다간 ‘인구감소로 소멸’ 현실 된다”

민주당 공천 갈등 격화 속 국민의힘도 공천 갈등 조짐, “노·장·청의 조화와 균형 부족”

 

기자명이재진 기자

  • 입력 2024.02.2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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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0.65명’ 출산율 쇼크

동아일보 1면 제목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4분기(10∼12월)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가리킨다. 연간 합계출산율은 0.7명대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올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100쌍(200명)에 자녀 수가 65명으로 나온 것이다. 29일 아침종합신문은 전 세계 최초로 연간 0.6명대 출산율을 보이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합계출산율 통계에 충격…육아휴직도 마음대로 못쓰는데

동아일보는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 말을 인용해 “홍콩 등 일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최근 3년 중 지난해 합계출산율 감소 폭이 컸는데 코로나19 당시 혼인 건수가 많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OECD 38개국 가운데 출산율이 1명이 안 되는 곳은 한국뿐이고, 한국의 출산율은 OECD 평균(1.58명·2021년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도 전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출산율 0.7 붕괴… 이러다간 ‘인구감소로 소멸’ 현실 된다>에서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41년이면 총인구가 4000만 명대로 쪼그라든다. 전쟁도, 재난도 아닌 인구 감소로 소멸하는 나라가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 동아일보 1면

5인 이상 사업체 중 52%만이 필요할 때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출퇴근 시차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25%에 불과한 현실도 소환됐다. 동아일보는 가족수당을 충분히 지원하고 이를 지원할 때 비혼 가정 자녀도 차별하지 않았던 프랑스, 보육시설과 전일제 학교를 확충해 국가가 육아를 책임졌던 독일, 육아휴직 ‘아빠 할당제’를 두고 부모가 최대 480일 동안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 스웨덴을 언급하며 “보여주기식으로 나열된 정책을 솎아내고 효과가 검증된 정책에 집중해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민일보는 3면 <“이런 비참함, 물려주고 싶지 않아”… 출산 거부하는 한국인들>에서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또다시 역대 최저를 기록하면서 육아휴직 등 ‘있는 제도’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경직된 직장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사회’라는 인식이 자리 잡지 않으면 유례없는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8일 고용노동부의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5038곳 중에서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답한 사업체는 52.2%에 불과하고, ‘일부 사용 가능’은 27.1%, ‘전혀 사용 불가능’은 20.4%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사용 이후 직장으로 돌아오지 못한 여성이 많은 것도 문제다. 통계청 ‘2023 상반기 기혼여성 고용 현황’에 따르면 기혼여성의 17%가 경력단절 여성이었고, 이 중 42%가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고 답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출산율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나” 세계 실험장 된 한국>에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생국이란 불명예를 안은 한국은 어디까지 출산율이 내려갈 수 있는지, 전 세계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2020년부터 가파르게 줄어드는 인구가 2033년엔 5000만명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저출생 원인으로 “청년 취업이 어렵고, 내 집 마련이 어렵고, 아이 낳아도 보육과 일 병행이 힘들고, 자녀 사교육 부담에 허덕이다 보니 청년들 사이에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풍조가 생겨난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일자리, 부동산, 보육, 교육, 복지 등 모든 국가 정책을 출생 친화적 관점에서 재설계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양육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공천 갈등 “불가피한 잡음 정도로 가볍게 넘길 수준 아니다”

민주당 공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친문 핵심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공천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재명 대표는 “당의 판단과 개인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일축했다.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처럼 형식적인 경선을 하거나 힘이 센 사람 중심으로 공천하면 변화는 없지만 혼란이나 갈등은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천 잡음에도 방향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동아일보는 총선 이후 당권을 노린 파워게임이 공천 갈등의 핵심이라면서 한 친명 의원의 말을 전했는데 상징적이다. 해당 의원은 “임 전 실장 등 친문계가 윤영찬 의원의 탈당을 만류하며 ‘차기 당권을 우리가 차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이 대표가 크게 분노했다”며 “그때 이미 물갈이 결심이 선 듯하다”고 했다. 임종석 전 실장의 컷오프 배경에 도 친문과 친명의 당권 싸움이 깔려있다는 내용이다.

동아일보는 “친문계 주축이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출신으로 당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 핵심인 임 전 실장의 컷오프로 86그룹에서도 반발이 확산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다만 동아일보는 “친문 중진들이 선뜻 집단행동에 나서지 못한 채 각자도생만 고민하고 있어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지역 기반이 약하고 계파를 이끌만한 주자급이 없고 자기 선거 준비에 여념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 비명계 중진 의원의 말이다.

▲ 한겨레 사설

한겨레도 “친문계의 연쇄 탈당 등 ‘집단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단 지역구 경선 기회를 갖게 될 경우 탈당 명분이 적은데다, 현재로선 친문계 안에서도 '윤석열 정부 심판이 먼저고, 공천 관리 평가는 총선 이후에 할 일'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큰 까닭”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사설 <이 대표, 공천 갈등 수습하고 정권심판 민심 부응해야>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 공천을 누가 ‘쇄신’, ‘혁신’이라고 하겠는가”라며 “‘비명 친문’ 임종석 전 실장은 물갈이를 이유로 배제하면서, ‘비문 친명’ 추미애·이언주 전 의원은 전략공천을 저울질해서야 무원칙하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겨레는 “친명 주류는 공천이 끝나면 다시 정권 심판론이 작동할 것이라고 바라보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 다수 민심은 정권의 무능과 전횡에 대한 심판을 바라면서도 야당이 심판의 도구로 적합한지 냉정하게 저울질하고 있다. 지금의 갈등 상황을 불가피한 잡음 정도로 가볍게 넘길 수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공천 과정의 극한 갈등이 지지층 분열과 이탈로 이어질 경우, 몇백 몇천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수도권 승부에 결정적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명·문 내전’ 민주당, 뿔뿔이 외칠 ‘정권심판’ 힘 받겠나>에서 임종석 전 실장의 공천 탈락과 관련해 “컷오프 사유는 억측만 난무할 뿐, 당이 공식 발표한 것이 없다”며 문제를 정면 제기했다. 경향은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던진 ‘윤석열 정부 탄생 책임론’에 기반한 것인가. 그렇다면 ‘검찰총장 윤석열’과 충돌하며 ‘정치인 윤석열’을 키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여전사’로 칭하며 전략공천 여론조사를 돌리는 건 모순”이라며 “그러다보니, 비명계에선 이 대표가 당권·대권 경쟁자의 싹을 잘라버리려고 컷오프했다는 정치적 해석까지 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명·문 정당’을 약속한 당 대표가 소통은 뒷전이고 갈등만 키울 때인지 묻게 된다. 이 공천 내홍에 누구 하나 책임지는 당 지도부가 없고, 후진에게 길 열어주는 불출마 중진이 없다. 권한이 큰 이 대표가 책임도 가장 크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 리더십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김광호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친이재명계나 지도부 모습은 리더십 진공 상태로까지 보인다. 폭주도 이런 폭주가 없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걱정했지만, 현실은 이 대표 자체가 ‘리스크’인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김 논설위원의 비판은 “민주당 공천 내홍을 집약하면 가히 ‘3무1불 공천’이라 할 만하다. ‘무원칙, 무통합, 무목표, 불통’이다”라는 내용까지 나아간다.

▲ 경향신문 "민주당은 없다" 칼럼

김 논설위원은 “‘비명횡사 친명횡재’ 논란이 끓는데 ‘혁신은 가죽을 벗기는 고통이 따른다’(이 대표)고 남 일처럼 구니, ‘대표가 자기 가죽은 벗기지 않는다’(27일 의총)는 반격에 직면했다. 탈당 행렬에 ‘입당도 자유, 탈당도 자유’(이 대표)라고 쏘아붙이는 걸 보면 아예 ‘나가라’는 뜻도 같다. 통합은 물 건너갔다”고 쏘아붙였다.

김 논설위원은 “민심이 알던 민주당은 없다. 한국 사회 혁신의 수원이고, 민주주의와 약한 자들의 수호자였던 민주당은 없다. 가치를 권력과 바꿔친 비루한 탐욕만 보인다. 총선 이후 민주당의 자리가 있을까. 답은 ‘없다’이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조용한 공천’에 대한 보수 언론의 쓴소리

국민의힘은 ‘조용한 공천’을 ‘시스템 공천’의 결과라고 강조하지만 쓴소리도 적지 않다.

동아일보는 4면 <與 TK 현역 11명중 9명 본선행… “중진 불패, 늙은 정당 돼가”>에서 지난 28일 2차 경선 발표 직후 여당 초선 의원이 “국민의힘이 다선 의원만 바글바글한 늙은 꼰대 정당으로 가고 있다”고 한 말을 전했다. 영남 현역 18명 가운데 12명이 본선행 출마가 결정된 결과를 보고서다. 동아는 “당내에선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부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강조했던 희생과 혁신과는 정반대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대구·경북(TK)에서도 지역구 현역 11명 중 김용판 의원 1명만 탈락했다. 동아는 “TK에선 2차 경선 승리 현역을 포함해 28일까지 전체 지역구 현역 25명 중 48%가 재공천을 받았다. 21대 총선 때 45.5%, 20대 총선 41.7%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라며 “공천이 발표되지 않은 TK 선거구 7곳이나 아직 경선이 진행 중인 곳에서 추가로 공천장을 받게 되면 생환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5면 <국힘 공천 이중잣대 논란>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공천 잡음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울산 3선 이채익 의원은 28일 울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야에서 시민의 뜻에 따라 정치적 결단을 하겠다”며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그 이유는 지역구인 울산 남갑이 울산에서 유일하게 공천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을 컷오프하고 국민추천제로 공모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은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영등포을 경선을 포기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을 부산 지역구에 재배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국민일보는 “당 일각에서는 수많은 공천 탈락자 중 특정 인사만 재배치를 논의하는 건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2면

조선일보는 2면 <與 TK는 중진 현역 불패… 3040 후보, 전체의 13%>에서 “국민의힘이 공천을 확정한 156명 가운데 40대 이하는 20명(13%)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험지’에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 공천 결과 현역 의원 기득권이 유지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은 이날까지 지역구 253곳 중 156곳(62%)의 공천을 확정했다. ‘시스템 공천’을 표방하며 현역 컷오프(공천 배제)를 줄이고 잇따라 경선을 실시하면서 신인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다”며 “확정된 후보 156명의 평균 연령은 58.2세로 4년 전(56.5세)보다 높아졌다. 지금까지 30대와 40대 후보자가 각각 4명, 16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당 지지세가 약한 수도권이나 호남처럼 험지 또는 격전지에 공천받았다. 여성 공천은 16명이 확정됐는데 여성 후보자 26명을 낸 직전 총선보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현역 의원들이 대거 공천을 받으면서 민주당보다 잡음이 적지만, 사회의 각계각층을 반영하는 다양한 인물을 내세우지 못해 노·장·청의 조화와 균형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고 돌려서 비판했다.

조선은 <국민의힘 공천 40대 이하는 13%뿐, 그나마 ‘험지’에> 사설에서도 “공천은 새 피를 수혈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느 당이든 선거때마다 당을 참신하게 변화시켜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해왔다”며 “국민의힘이 그동안 청년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여 왔는지, 청년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을 갖추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극단적 선택’ 용어 쓰지 않기로

한겨레가 자살 보도와 관련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했다.

한겨레는 <‘극단적 선택’, 언론의 고민이 담긴 표현이지만…>이라는 저널리즘책무실 칼럼에서 자살이란 말을 쓰지 않으면 자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자살’의 대체어로 ‘극단적 선택’이 쓰이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극단적 선택이란 용어를 써선 안 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자살을 ‘삶이 힘들 때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받아들이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 칼럼

한겨레는 “‘자살은 결코 선택일 수 없다’는 자살 예방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한겨레는 앞으로 ‘극단적 선택’이란 용어를 쓰지 않기로 했다. 다만, 자살이란 말은 기사의 흐름상 꼭 필요할 때에 한해 본문에만 예외적으로 쓸 방침”이라고 전했다.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배경은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장벽이 높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촉발한 AI 경쟁에서 뒤쳐질 것을 우려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린치 애플카 프로젝트 책임자는 내부 회의에서 애플카 중단 사유로 AI 투자 확대를 언급했다고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로젝트 관련 임직원 가운데 약 3분의 1은 AI 관련 부서 등으로 재배치된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자동차는 AI와 결합한 ‘바퀴 달린 컴퓨터’로 진화하고 있었고, 테슬라가 등장해 전통 자동차 산업을 흔들었다. 컴퓨터 관련 선두업체인 애플로선 후발주자라도 ‘바퀴 달린 아이폰’으로 게임 체인저가 될 승산이 있다고 여겼다”며 “하지만 자동차는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탑승자 안전과 교통 이슈 등 복잡한 문제가 엮여 있는 자동차 시장은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높았다. 애플은 아이폰을 제조하는 대만 폭스콘처럼 기아자동차와 생산 파트너십을 도모하려다 무산되기도 했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도 쉽게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8면

동아일보는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챗GPT의 등장이 몰고 온 미래 기술 시장의 변화였다. 생성형 AI는 소비자 기기를 비롯한 모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며 “애플은 테슬라를 잡으려다 오픈AI 손을 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뒤처진 현실을 직시하고 결국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는 현지 매체 보도 내용을 전했다.

 

오픈AI vs 뉴욕타임스, 해킹 주장 싸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미국 뉴욕타임스(NYT)로부터 해킹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뉴스 저작권 침해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픈AI는 “NYT가 누군가에게 돈을 지불하고 챗GPT 등을 해킹해 저작권 침해 사례 100건을 만들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제출했다. 뉴욕타임스가 뉴스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오픈AI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소송 근거로 제출한 저작권 침해 사례가 해킹한 결과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오픈AI가 이상하게도 '해킹'이라는 잘못된 표현을 썼는데, 이는 단순히 그들이 신문의 저작물을 훔치고 복제했다는 증거를 찾으려는 행위였다”(법률대리인 이안 크로스비)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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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10면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오픈AI, '코파일럿' 개발사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수십억 달러를 보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은 하지만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의 원리’에 따라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는 저작권자 동의 없이 합리적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맞섰다.

한국일보는 “이번 소송은 생성 AI 훈련과 관련해 기사뿐만 아니라, 사진·동영상 등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진행되는 ‘언론사 대 AI 개발사’ 간 첫 번째 저작권 공방이라는 점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주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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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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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을 한다고요?] ‘허용 운전범위 이탈’ 원전 고장 증가의 의미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해야

 

오는 11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3년이 되는 날이다. 인류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이어 단 한 번의 원전 사고가 인간과 자연에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재차 목격했다. 그리고 2023년 8월 일본 도쿄전력은 보관 비용 문제를 핑계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이는 전 국민의 우려를 야기했고, 정치권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비교적 잠잠하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를 주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과 달리 국내 원전은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과연 이대로 원전을 확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늘어나는 1·2등급 원전 고장

국내 첫 원전인 고리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1978년부터 2023년까지 원전 사고·고장 건수는 모두 776건 발생했다. 1990년대를 정점으로 점차 발생 빈도가 줄어드는 추세이다. 반면 원전 1·2등급 고장 건수는 △1990년대 4건 △2000년대 7건 △2010년대 19건 △2020년대 5건으로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원전 사건 등급은 경미한 고장인 0등급부터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중대사고인 7등급까지 8단계로 나뉜다. 1등급은 “기기 고장, 종사자의 실수, 절차의 결함으로 인하여 운전 요건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상태”, 2등급은 “사고를 일으키거나 확대할 가능성은 없지만 안전 계통의 재평가가 요구되는 고장”을 의미한다. 특히 2010년대 이후 발생한 24건의 원전 가동 연수 중간값은 26.5년으로 나타났다. 해당 원전의 설계수명이 30~40년인 것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값이다. 이는 원전 노후화와 관련이 있으며, 그만큼 강도 높은 위험에 노출된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중대사고와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원전 수명연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국내 원전 1·2등급 고장 발생 현황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 공개된 원전 사고·고장 현황 토대로 녹색전환연구소 작성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원전 확대 정책

현 정부는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이라는 명목하에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출범 이후 발표한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2030년 원전 발전량 30% 이상 상향, 원전 10기 수출 등의 내용이 담겼고, 2022년 7월 확정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정부 임기 내 수명연장 호기 수를 확대하기 위해 사업자의 계속 운전 안전성평가 보고서 제출 시기를 앞당기는 내용의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23년 8월에는 원전 지원 예산이 전년 대비 14배 이상 증액된 ‘2024년 예산안’을 편성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이렇게 정부는 쓸 수 없는 에너지가 원전밖에 없는 것처럼 정책과 제도, 예산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해 원전 확대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원전 확대 정책 추진 경과 ⓒ정부 부처 보고서 및 보도자료 참고해 녹색전환연구소 작성


반면 전 세계는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이하 IEA)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가 빠른 속도로 확대됨에 따라 2025년 초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화력 발전량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원전 발전량 비중은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탄소중립 달성의 시급성 차원에서도 원전은 적절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다른 발전원에 비해 착공부터 상업 운전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IEA와 원자력기구(Nuclear Energy Agency)가 공동으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신규 원전 건설에 든 비용과 기간 모두 계획보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예로 프랑스 1.6GW급 Flamanville 3호기의 건설비용은 KWe당 8,620달러로, 당초 예상(KWe당 1,886달러)보다 약 4.5배로 확대됐다. 이 원전의 초기 건설소요 예상 기간은 5년이었으나, 실제 소요 기간은 17년으로 늘어나 올해 상반기에야 가동할 전망이다.

원전 vs 태양광? 이미 정해진 승자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안고 있는 또 다른 한계는 원전의 경제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독립 투자은행 Lazard의 연간 대규모 발전원 균등화발전비용(이하 LCOE) 분석에 따르면, 대규모 태양광 LCOE는 2009년 MWh당 359달러에서 2022년 MWh당 60달러로 83% 급감했다. 같은 기간 해상풍력 LCOE는 MWh당 135달러에서 50달러로 63% 하락했다. 반면 원전 LCOE는 MWh당 123달러에서 180달러로 46% 상승해 대규모 발전원 중 가장 비싼 발전원이 됐다. LCOE란, 발전소의 설치 및 운영, 해체까지 소요되는 비용 전부를 총생산 전력으로 나눈 값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분석 과정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과 중대사고 시 발생할 천문학적 손해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고시에 따르면, 2022년 1월 기준 국내 사용후핵연료의 저장·운반·처분 비용은 약 2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전력공사 보고서는 국내 원전 중대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액과 폐로·제염·행정경비 등 총 84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2024년 우리나라 정부 예산 657조 원을 웃도는 비용이자,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배상·제염 비용(2023년 말 기준 213조 원)의 4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3,4호기 부지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12.29 ⓒ뉴스1


심화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문제

원전 확대 정책이 야기하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10만 년 이상 격리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산업부 분석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기존 원전 수명연장에 따라 약 16만 다발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 추산한 발생량보다 25%가 더 늘어난 값이다.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3건도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에 대한 근거 조항으로 인한 원전 지역 주민의 반발로 임기 만료 폐기를 앞두고 있다. 올해 새로 시작할 국회에서 통과돼 내년부터 부지선정 절차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2045년 전까지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 저장해야 해 지역 주민들만 고스란히 방사능 오염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

IPCC 6차 보고서는 향후 10년간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수준이 지구 온난화를 1.5도 또는 2도로 제한할 수 있는지를 크게 결정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건설 기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원전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발표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 원전 신규 건설까지 포함되면, 사회적 갈등과 비용 초래는 물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골든타임까지 놓치게 된다.

원전의 한계를 직시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 방향 설정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당장 11차 전기본에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원전이 △에너지전환 △경제성 △지속가능성 △안전성 네 가지 측면에서 적합한 대안인지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한 번 지으면 수십 년 동안 가동되고, 수십만 년 동안 격리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가 나오는 원전 관련 정책이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결정돼서는 안 된다. 독일과 같이 원전 가동 만료일을 법에 명시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빠르고 안전하게 기후위기에 대응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 문제와 사회적·경제적 위험을 무릅쓰는 길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 손에 달려있다.
 

필자주

이 글은 녹색전환연구소가 발간한 이슈브리프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원전 수명연장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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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아서라도 가고 싶은 '신의 직장' 국회?

[박해성의 여의대교] 국회의원이라는 직업

이 사람의 직업을 한 번 맞춰보시겠어요?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  기사입력 2024.02.29. 04:07:57

 

 

"저의 연봉은 1억 5700만 원입니다. 매월 1300만 원 정도 됩니다. 만약 제가 개인적인 중대 범죄로 감옥에 들어가는 일이 생기더라도 급여는 계속 받을 수 있습니다. 제 연봉과는 별도로 매월 직원들의 급여(연 4억9000만 원), 식비(연 770만 원), 차량 유지(월 35만 원) 및 유류비(월 110만 원) 등이 제공됩니다. 여기에 활동비, 홍보비, 우편·문자메시지 발송료, 야근 식대, 업무용 택시비 등을 포함해 연간 1억2000만 원 정도의 지원비도 따로 지급됩니다.

 

45평 정도 되는 개인 사무실을 가지고 있고, 9명의 직원을 두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저의 업무를 지원하기도 하고, 개인 비서나 운전기사 역할도 합니다. 제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는 이발소, 헬스장, 목욕탕 등의 편의시설이 있는데 횟수에 제한 없이 돈을 내지 않고 이용합니다. 내과, 치과, 한의원 등 건물 내 병원에서는 제 가족까지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습니다. 

 

비행기나 KTX를 탈 일이 있으면 항상 비즈니스석이나 특실을 탑니다. 비용은 내지 않습니다. 1년에 최소 두 번 이상 해외 시찰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꽤 호화로운 편입니다. 공항 측에서 귀빈실과 귀빈 주차장을 제공하고 출입국 절차도 간소화해줍니다. 현지에 가면 자동차, 통역, 숙소 등이 모두 준비돼 있습니다. 국내에는 제 가족들까지도 실비로 사용할 수 있는 리조트급 연수원이 강원도에 있습니다. 

 

저는 횡령이나 사기, 뇌물수수 등의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막말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더럽혔지만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저의 직업은 무엇일까요?" 

 

네, 국민의 대표로서 법을 만들고 정치를 하는 '국회의원'입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결정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공천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과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의 이해가 얽히는 일이다 보니 어느 정도의 소란과 갈등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공천 학살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한 가운데 탈당, 단식, 농성 등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국회의원이 대체 어떤 직업이길래 다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하고 싶어 하는 걸까요? 

 

대한민국 헌법 제44조 ①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②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

제45조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두 가지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불체포 특권(제44조)과 면책 특권(제45조)입니다. 국회의원이 부당한 압력을 받지 않고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한다는 취지입니다. 역사도 오래됐고 수준은 각기 다르지만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제도입니다. 

 

 

 

 

 

국회의원 세비에 9명의 보좌 인력의 인건비와 수당 등까지 합하면 한 의원실에 지원되는 세금이 한 해 무려 7억 원에 달하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이 비용은 고스란히 의정활동에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 지역구 관리를 포함한 개인 재선 준비 등 기타 활동에 상당 부분 쓰입니다. 

 

이 같은 상황이다 보니 정치개혁의 단골 메뉴가 의원정수 축소라는 게 이해가 갑니다. 선거철이면 국회의원 세비 삭감도 늘 등장하는 이슈죠. 물론 한 번도 실현된 적은 없습니다. 저는 평소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기보다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막대한 경제적 지원이 정당한지는 정색하고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악마는 디테일 안에 있다는 점입니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크고 작은 혜택이 180여 가지가 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들어가는 세금이 과도하게 많습니다. 2022년 우리나라 1인당 평균 소득(1인당 국민총소득)은 4250만 원 정도 되는데요, 국회의원의 세비는 이보다 약 3.7배나 높습니다. 또 이 중 30% 정도에 해당하는 입법활동비와 특수활동비 등은 비과세로 분류되어 같은 소득 규모를 가진 국민보다 세금을 훨씬 적게 냅니다. ‘비과세 특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세비 지급의 근거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제1조에서는 이 법의 목적을 "국민에게 봉사하는 국회의원의 직무 활동과 품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비를 보전하기 위한 수당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수억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현실을 떠올려보면 '최소한의 실비'라는 대목이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게다가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봉사하는' 직업임을 법조문에서 확인하니 새삼스럽네요.

 

세비에 관한 결정이 이처럼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보니 법을 만드는 일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자기 월급을 알아서 올리는 ‘셀프인상’이 되풀이됩니다. 올해 연봉은 작년보다 1.7% 올랐는데요, 민생법안이니 선거제도이니 하는 중대사안들을 제쳐둔 여야가 자신들의 연봉 인상에는 주저 없이 손을 맞잡았습니다. 1인당 GDP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 국회의원의 급여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데, 이마저도 스스로 인상하는 시스템이라니 어이가 없습니다.

 

선거마다 등장하는 정치개혁이 매번 공염불로 흐지부지되는 건 개혁을 당사자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권리를 정치적 책임, 투명성, 민주적 가치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조정하기를 바라기에는 우리 정치인들의 수준이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 대표라는 자리에 주어지는 막대한 권력 위에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는 수많은 특권과 혜택까지 더해지니 국회는 그야말로 '신의 직장'이고, 의원직은 영혼을 팔아서라도 갖고 싶은 직업이 되어버렸습니다. 

 

"저의 연봉은 1억 원 정도입니다. 6만 달러인 1인당 GDP를 기준으로 중상위권 수준입니다. 택시비, 차량 유지비, 야근 식대 등 별도로 지원되는 경비는 없습니다. 출퇴근에는 주로 자전거나 버스를 이용합니다. 업무상 비행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혼자 줄을 서서 시민들과 함께 일반석에 탑승합니다. 제 사무실은 3~4평 정도의 규모이고, 저를 개인적으로 보좌하는 직원은 따로 없습니다. 전화를 받거나 손님에게 차를 내어주는 일도 스스로 합니다. 보통 오전 7~8시에 출근해서 오후 9~10시에 퇴근합니다. 업무 일정이 빡빡한데다 일이 많고 힘들어 다음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동료들이 제법 됩니다. 저는 스웨덴의 국회의원입니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보다가 알게 된 사실입니다. 정치 문화나 제도, 관행 등 국가 간 여러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게 정답이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180여 나라 중 2023년 스웨덴의 민주주의 지수가 세계 4위, 부패인식 지수가 세계 6위라는 성적표로 증명되는, 한참 앞서있는 그들의 정치가 부러운 건 사실입니다. 

 

우리도 할 수 있을까요?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자는 논의에 앞서 그들의 권력 과시용 특권을 없애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국회가 '셀프 개혁'에 나설 거라고 곧이곧대로 믿지는 맙시다. 특권을 내려놓고 민생을 돌보는 일에, 국민에게 봉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정치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우리 유권자들입니다.

 

다행히도 오는 4월에는 선거가 있고 우리에게는 표가 있으니까요. 각자의 지역에서 특권 축소·폐지 약속도 받아내고, 당선된 이후 실천 여부도 감시하고, 또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선거에서 표로 심판하고. 이번 선거가 그렇게 좋은 정치로 향하는 물꼬를 트는 작은 계기라도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선거, 빅데이터, 공공정책 분야의 컨설턴트입니다. 2019년부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지역산업·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국가적 과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 비판적 시민으로서의 감수성과 현실을 직시하는 균형감각을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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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가 소개한 농담, 김건희 여사 뼈 때리다

[이게 이슈] 세계 언론이 주목한 영부인 스캔들

24.02.29 07:06최종 업데이트 24.02.29 07:06

▲ 2023년 7월 12일(현지시간 )김건희 여사가 빌뉴스 리투아니아 대공 궁전 앞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동행한 각국 정상 배우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영부인도서관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영부인(First Lady)의 역할은 헌법에 명시되지 않았다. 전통적으로는 대통령 배우자로서 내조하는 일을 하다가 점점 역할이 진화되어 왔다. 건국 초기만 해도 '부인(lady)'이라는 용어가 영국의 왕실 계층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었다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백악관의 영부인이라는 단어가 정식으로 자리 잡았다.미국의 16대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의 부인 메리 링컨은 사치와 낭비가 심하다는 이유로 구설에 올랐다. 온 나라가 남북전쟁에 휘말렸을 때도 백악관 거주공관을 새로 단장하고 값비싼 의류를 구매하는데 연방 예산을 사용했다. 또, 2012년 6월 26일 ABC뉴스는 메리가 "군인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자금을 해방된 노예들의 복지용으로 전용해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린 최초의 영부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권력을 상징한다는 의미로 대통령과 가족들은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영부인들은 너무 일을 벌여서, 혹은 일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28대 대통령 토머스 우드로 윌슨의 부인 에디스 윌슨은 대통령의 업무에 깊이 관여하려 했다. 회의에 자주 참석하고 수행비서 역할을 자처했다. 백악관 방문자를 영부인이 선별하고 걸러냈으며 대통령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아예 부통령 행세를 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보도한 바 있다. 

2019년 5월 17일 자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당시 에디스 윌슨은 침실에서 요양 중인 우드로 윌슨 대통령을 부통령을 비롯한 그 누구도 만나지 못하게 했으며 백악관 역시 투병 중인 대통령이 살아있다는 것조차 영부인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점성술사와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 2021년 10월 18일 <뉴욕포스트> 기사 "로널드 레이건의 아내 낸시는 어떻게 점성술사가 대통령직을 장악하게 했나". 사진 왼쪽은 낸시 레이건의 점성술사였던 조안 퀴글리. ⓒ 뉴욕포스트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부인 낸시 레이건은 남편 일정에 점성술사를 깊이 관여시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점성술사와 먼저 상의하고 나서야 대통령 일정을 백악관이 관리하도록 허락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1988년 5월 4일 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레이건 대통령과 영부인은 점성술의 징후를 보고 재선출마 발표 시기를 정했다. 레이건이 캘리포니아 주지사였을 때 취임식을 자정이 갓 넘은 밤 12시 10분에 거행한 것도 행성의 정렬에서 가장 좋은 시간이라는 점성술사의 의견을 따른 것이다. 

2016년 3월 6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낸시 레이건의 전속 점성술사가 외교와 냉전시대의 정치는 물론 대통령의 암 수술 시기를 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2021년 10월 18일 자 <뉴욕포스트>도 "로널드 레이건의 아내 낸시는 어떻게 점성술사가 대통령직을 장악하게 했나"라는 헤드라인으로 조롱 기사를 내기도 했다.
 

▲ 2017년 8월 6일 <가디언> 기사 "에마뉘엘 마크롱, 아내에게 영부인 역할 부여 계획 논란" ⓒ 가디언

 
미국에서 일찌감치 자리 잡은 영부인의 호칭과 역할이 프랑스에서는 뒤늦게 논란이 되었다. 2017년 8월 6일 영국의 <가디언>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아내에게 영부인이라는 공식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대선공약을 지키려다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영부인이라는 공식 호칭이 없는 프랑스에서는 대통령 배우자의 외부 활동이 해외순방 동행에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마크롱은 대통령의 아내가 하는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며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할 것이라고 대선 당시 약속한 바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 배우자에게 영부인이라는 공식 지위가 부여될 경우, 집무실을 비롯해 직원과 경호를 위해 매년 약 45만 유로(6억 5000만 원)의 예산이 책정되어야 한다. 

프랑스에서 영부인이라는 공식 지위 인정 반대 청원이 등장해 2주 만에 30만 명 넘게 서명하고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정치적 역풍을 맞자 마크롱은 영부인 공식 지위 부여를 보류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2017년 8월 8일 <폴리티코>는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에게 공식적인 영부인 지위가 주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영부인으로는 불리게 될 것으로 보도했다. 엘리제궁 웹사이트에서는 '영부인'으로 표기했으나 공식적인 지위부여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었다.

"대통령 집무실에 VIP가 2명인데..."
 

▲ 1998년 7월 31일 청와대 전.현직 대통령 부부 만찬에 참석한 손명순 이순자 이희호 김옥숙 여사가 만찬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도 영부인이 구설에 오른 사례는 적지 않다.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비자금 문제로 인해 영부인 가운데 처음으로 2004년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재임 당시 '그림자 내조'로 잘 알려진 노태우씨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본인 명의 계좌에서 노씨의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12억 원이 발견되어 검찰이 국고로 환수하기도 했다.

권양숙 여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어 정치 후원자인 박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11시간가량 참고인 신분의 비공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명박씨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2007년 대선 당시 미국의 여성사업가로부터 명품 가방과 3만 달러를 받아 구설에 올랐으며 뉴욕의 교민신문 기자가 취재에 나서자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돈으로 무마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김 여사는 2010년 한식재단 명예회장을 지내면서 개인 요리책을 발간하는데 정부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1년에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0만 달러를 청와대가 받아 김여사에게 전달했다는 단서를 검찰이 파악했으며,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명박씨에게 인사 청탁 명목으로 건넨 20억 원 중 일부가 김 여사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기도 했다.
 

▲ 2월 1일 <뉴욕타임스> 기사 "영부인과 디올 파우치: 한국을 사로잡은 정치적 위기" ⓒ 뉴욕타임스


최근 세계 언론이 주목한 영부인 스캔들의 주인공은 김건희 여사다. 영국의 <타임스>는 지난 1월 '디올 가방 스캔들'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이 문제로 총선을 앞둔 대통령이 대중의 지지를 잃는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가 과거 허위 경력과 논문표절로 인해 공개 사과했던 사실과 도이치모터스 스캔들에도 연루된 의혹이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의 <가디언>도 '디올 가방 스캔들'을 마치 K드라마의 이야기 같다고 꼬집었다. 차이가 있다면 이 사건은 드라마 대본이 아니라 한국의 보수정권을 혼란에 빠뜨리는 진짜 정치적 위기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에서 권력을 남용하는 것은 결코 웃을 일이 아니라며 이전 박근혜 탄핵과 투옥 사건을 다시 상기시키기도 했다. 

미국의 NBC 역시 '디올 가방 스캔들'로 소개하며, 2000달러짜리 가방이지만 한국의 리더가 정치스캔들로 인해 훨씬 더 큰 값을 치르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영부인이 사치품을 선물로 받아들이는 사건으로 인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흔들리고 있으며 곧 있을 총선에서 보수당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방송은 가방 사건으로 인해 대통령의 부정 평가가 58%에서 63%로 급상승하였으며 영부인의 행동이 적절치 못했다는 1월 26일 자 갤럽코리아의 여론조사도 함께 실었다. 

<뉴욕타임스>는 경제둔화와 이태원 사망사건, 북한의 핵 위협 문제에 봉착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스캔들까지 터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건희 여사가 남편의 그늘 속에 조용히 있던 지난 영부인들과는 다르다고 보았다. 대선 전 한 매체 기자와의 대화에서 남편을 가리켜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바보"로 부르기도 했으며 "내가 정권을 잡으면"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에 보복하겠다고 한 발언도 소개했다. 

2021년 자신의 잘못을 공개 사과하며 남편이 당선되면 아내의 역할에 머물겠다고 했던 것과는 달리, 지난해 <아트넷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K문화를 알리는 영업사원"이 되어 "문화외교"에서 대통령과 정부를 돕고 싶다고 언급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 신문은 김건희 여사가 지난 2년간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정부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강조하는 바람에 종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가 기사 말미에 소개한 "대통령 집무실에 VIP가 2명인데 그중 첫 번째가 김건희"라는 농담이 웃기기는커녕 오히려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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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워치콘]군 수뇌부, 전방 찾아 “즉·강·끝 응징” 강조‥위기 자초



 

 

해군참모총장은 미국 핵잠수함 기지 방문하기도

새해 군 수뇌부들의 화두는 “즉·강·끝”이다. 즉시, 강력히, 끝까지 북을 응징하라는 주문이다. 특히 전방 혹은 선제공격용 무기를 갖춘 군부대를 찾아 이런 주문을 외치는 빈도가 잦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월 5일 서북도서부대 해상사격훈련을 직접 주관했다. 신 장관은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대6여단과 연평부대가 실시한 해상 사격 훈련을 합참 전투통제실에서 실시간으로 확인·점검하면서 “즉·강·끝 응징”을 지시했다.

▲ 지난 5일 오후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대6여단이 서북도서 일대에서 전개한 해상 사격훈련에서 K1E1 전차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국방부

이날은 13년 만에 연평도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그날 연평도 대피령은 북의 해안포사격 훈련 때문이 아니라 우리 군의 사격훈련 때문이었음이 드러났었다. 북이 해안포사격 훈련을 한 시각은 오전 9~11시였는데, 연평도 주민에 대피령이 내려진 시각은 그 훈련이 끝난 11시 30분 경이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자 국방부는 오후 우리 군의 대응 사격 훈련이 예정되었고, ‘북의 도발’이 우려가 되어 대피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새해 벽두 서해 포사격 공방, 연평도 대피령의 숨겨진 진실)

신원식 장관이 주관했던 해상 사격 훈련이 바로 연평도 주민을 대피하게 만든 그 훈련이었다. 이날 신 장관은 “북한이 오늘 오전 포병 사격을 재개한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행위”라면서 적반하장격으로 연평도 주민을 대피하게 만든 책임을 북의 훈련으로 돌렸다. 또한 “적이 다시는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완전히 초토화하겠다는 응징 태세를 갖춰 강력한 힘에 의한 평화를 뒷받침해야 한다”라며 호전적 발언을 이어갔다.

한편 신원식 장관은 1월 24일 공군17전투비행단을 방문하여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즉·강·끝 응징을 다시 강조했다. 충청북도 청주비행장에 위치한 공군17전투비행단은 우리 군 중 유일하게 스텔스 전투기인 F-35A를 운용하는 공군부대이다. 스텔스 전투기 40대가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텔스 전투기 F-35A는 적진 중심부까지 은밀하게 침투하여 폭격할 수 있는 무기이다. 즉 대북 선제공격이 가능한 전략자산인 셈이다. 공군17전투비행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원식 장관이 “최단 시간 내 적 지도부를 제거하고 정권의 종말을 고하는 선봉장이 돼야 한다“라고 주문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어쩌면 신원식 장관은 F-35A가 불의의 시각에 대북 군사 공격을 할 수 있는 태세를 점검하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역시 1월 12일 공군기지 중 최북단에 위치한 방공관제부대를 방문하여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어떤 상황에도 조건반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파이트 투나잇’ 태세를 견지해달라“라고 주문했다. 오늘밤에라도 전쟁할 수 있는 만단의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인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은 주한미군이 즐겨 사용하는 구호이다. 이 공군총장은 1월 23일에도 서북부 최전방 합동 방공작전을 펼치는 공군미사일방어부대와 육군1군단 장병들을 만나서도 ”단호한 응징“을 주문했다.

해군참모총장의 움직임 역시 예사롭지 않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2월 2일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미해군 전략핵잠수함 기지를 방문하여 정박해 있는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 USS 알래스카함에 올랐다. 이 잠수함은 미사일 발사관 24개, 어뢰 발사관 4개를 갖고 있는 핵공격 잠수함이다.

▲ 2월 2일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이 2월 2일 USS 알래스카(SSBN 732)를 투어하면서 잠수함군 사령관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미해군

지난해 7월 미국은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이 한반도에 전개된 바 있다. 켄터키함 역시 같은 오하이오급이기 때문에 24개의 미사일 발사관을 갖고 있다. 이들 미사일은 모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미 양국은 올해 130회 이상의 연합군사훈련을 기획하고 있으며, 핵작전 시나리오가 포함된 군사연습도 실시된다. 군수뇌부들이 새해들어 “즉·강·끝 응징”을 주문하여 찾는 군부대는 대부분 선제공격이 가능한 부대이거나 전방이다. 한반도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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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협정, 대북 적대정책 존폐에 달렸다



 

1. 조선로동당 정책변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2. 북(조선), 새로운 유형의 현상타개 전략을 시도하다

3. 대북 적대정책 폐기, 한반도 평화관계의 가능성

4. 일본 기시다 총리, 대북 적대정책을 전환할 수 있나?

5. 전쟁이냐, 평화냐, 공은 다시 미국에

1. 조선로동당 정책변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2024년 1월 조선로동당의 통일, 대남정책 변경 이후, 한반도 전쟁 가능성과 차후의 남북관계(한국-조선)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한 논평이 다양하다. 1945년 해방 이후 근 80년 만에 전환되는 충격적인 북의 대남 정책변화에 대해 한국 진보와 통일운동 진영의 관심도 매우 높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은 주로 진보진영 일부의 관심일 뿐, 한국주류언론과 여야 정치권의 태도는 마치 한국과 한국 국민은 이 전쟁 위기의 당사자가 아닌 듯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한국 정부는 관계 부처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며 여전히 북(조선)의 진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전협정과 전쟁 당사자인 미국은 북이 주도하는 정책변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그 의도와 진의를 분주하게 파악하고 있으나, 미국 역시 해왔던 대로 기존 외교 수사의 변죽만 울릴 뿐 이렇다 할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충돌이 우려되는 되는 군사 접경지역의 한국군 군사훈련을 통제하고, 놀란 개가 조건반사로 더 크게 짖듯 한반도 주변에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의 횟수와 강도를 높이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틈을 파고드는 나라가 있으니 일본이다. 일본은 스스로 한반도 전쟁문제에 끼어들어 대북 적대정책 후방 군사기지를 자처하며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해왔다. 한미일 3국이 같은 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시기에, 일본이 조선과의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운을 띄우는 배경은 무엇일까?

조선로동당 정책변화의 이유와 본질을 바로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 본질이 무엇이며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도가 무엇인지 다시 추론해 보자. 국민들의 평화 염원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종국적으로 전쟁과 점령을 통해 하나의 나라로 병합될 운명인가? 과연 남북관계는 적대관계를 끝내고 평화적이며 정상적 국가 간 관계로 전환할 수 있을 지 살펴보자.

 

2. 북(조선), 새로운 유형의 현상타개 전략을 시도하다

북의 대남정책의 변화는 근 80년 대남사업에 대한 냉정한 총평가에 기초하고 있다. 미국에 예속된 남한정부와는 (평화)통일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속국 대한민국의 흡수통일 정책과 북정권 괴멸 전략의 중지를 기대하는 것도 착오라는 평가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 족속을 더 이상 같은 동족으로 보지 않으며, 동족으로 대하던 모든 정책(대남, 통일정책)을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다. * 필자의 칼럼(북, 남북통일에서 국가병합 전략으로 전환하다)을 참조바람.

북의 대남 인식이 2023년 12월 말 조선로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완전히 전변되면서 북의 통일 정책 자체가 폐기되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은 대한민국(남조선)을 기존과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다. 물론 이는 북이 ‘주체의 민족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남한 동포가 새로운 어떤 다른 민족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동족이 아닌 기이한 괴뢰 족속들이 대표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동족인 전체 ‘인민’을 분리해 보고 있다. 즉 대한민국 정부를 교전 중인 적국 정부로만 규정하고 있다.

현재 새로운 판단과 정책으로 남북관계와 주변국 관계에 근본적 변화를 추동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북(조선)이다. 그렇다면 북의 변화된 정책의 목적과 의도는 무엇일까? 북의 정책변화가 의미하는 것이 남과 북이라는 적대적 ‘2개 국가 유지’라는 ‘현상유지’ 정책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하다. 북(조선)의 정책은 역으로 적대적 남북관계를 ‘종결’하려는 초강경 ‘현상타개’전략으로 판단된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현상유지의 내용에는 아래 2가지 의미가 있다. ‘전쟁상태’유지와 ‘분단상태’유지이다.

1) 남북이 다른 나라로 영구분리 되는 것 (1민족 2국가, 분단상태 유지)

2) 남북의 전쟁상태와 적대관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 (교전 중인 적대관계, 전쟁상태 유지)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하나인 ‘2개 한국 정책’의 목적이 바로 ‘현상유지’ 정책이다. 여기에 병행해 미국은 대북 적대정책인 북 정권붕괴 정책(침략병합, 흡수통일)을 무려 근 80년간 집요하게 실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기본은 평화도 전쟁도 아닌 만성적 한반도 전쟁위기 체제인 ‘전시체제+분단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이 북이 제안하는 평화협정을 한사코 거부하는 것은 그것이 위 현상유지 전략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분단과 전쟁상태를 근원적으로 없애는 현상타개 전략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차례로 가능성을 추론해 보자.

가) 남북 정부가 연합하여 평화적으로 연방제 통일을 이루는 것 (통일국가 건설, 1민족 1국가)

나) 대한민국과 조선이 전쟁을 통해 국가병합에 이르는 것 (승전국 1국가로 흡수병합)

다) 남. 북. 미가 전쟁상태를 종결하고 평화협정을 맺고 상호 정상적 국가관계 수립으로 전환하는 것(조-미 수교, 한국-조선 관계정상)

첫 번째 ‘가)의 경로’는 우리가 잘 아는 북의 평화통일 전략이다. 이것을 이번에 폐기한다고 북이 선언한 것이다. 지난시기 조국통일이 북 최고의 지상과제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안에서 다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았다. 북의 기존 ‘통일대전’의 개념도, 통일 공격전이 아니라 상대가 침략할 경우의 반격전에 한정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북은 평화통일을 위해서나 북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서도 전쟁을 막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보았다. 북의 핵무력 증강 정책의 1차적 사명이 자위력, 전쟁 억제력이란 표현이 그것이었다. 2021년 10월 김정은 위원장의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는 개념도 여기로부터 흘러나왔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압도적 위력으로 갱신되는 불가항력적인 첨단 핵무력으로 전쟁 자체를 막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모든 대남정책이 바뀌었다. 북은 이제 ‘나)’와 ‘다)’의 경로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은 이번 조선로동당 전원회의 이전에 두 번째 ‘나)’의 경로를 상정하거나 공표한 적이 없다. 이유는 80년 동안 한 번도 남한(남조선)을 타국이나 동포가 아닌 어떤 것으로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의 경로도 북이 직접 공표한 적은 없으며 이는 필자의 추론이다. 그 가능성 역시 낙관할 수 없는 희망 사항이지만 그럼에도 ‘다)’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좀 더 추론해 보자.

 

3. 대북 적대정책 폐기, 한반도 평화관계의 가능성

북(조선)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동족과 통일개념을 지움으로써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다른 경로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 경로들의 주목적은 현상타개이며, 구체적으로는 남북통일(분단체제)로부터 한반도 ‘전쟁문제의 근원 우선 해결’(전시체제 종결)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새로운 경로들의 당면 목표는 ‘한반도 전시체제의 종결’로 보인다. 이것이 대한민국에 주는 충격은 한반도 통일 못지않게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변화에는 북이 한국과의 평화통일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전제되어있다. 또 한미의 대북 적대정책이 산생하는 항시적 한반도 전쟁위기가 재연되는 한, 북 사회주의 전면적 건설과 조선과 한국을 포함하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관계와 평화환경 자체가 보장될 수 없다는 판단도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전략변화에는 남한의 전반적 자주통일역량의 정체나 후퇴에도 불구하고 북의 군사력과 주체역량이 비약한 조건과 미국이 추락하는 국제정세가 반영되어 있다.

여하간 현재 남북이 합의한 모든 남북관계 합의는 파기되어,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문서는 1953년 미국과 조선, 중국이 합의한 전정협정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북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인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로 선언했으므로 조선-한국 관계라는 용어가 새로 등장했고 종래 ‘북남관계’라는 용어는 북에서 사라질 것이다.

남북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타국 관계이며, 한국-조선이 전쟁 중인 적대적 교전관계라면, 이 관계에서 예상할 수 있는 미래의 한국-조선 관계는 다음 3가지이다. 이를 하나씩 살펴보자.

1) 교류가 완전히 차단된 적대적 2국 교전관계 (필연적 전쟁 발생)

2) 평화협정으로 적대적 관계가 해소된 2국 평화관계 (평화협정 후 정상적 교류관계)

3) 전쟁으로 하나의 나라로 병합된 1국 체제 (1국가로 흡수병합)

첫 번째 ‘1)’의 경우는 2024년 이후 새로 규정된 한국-조선 관계이다. 이것이 이전의 적대적 남북관계와 현상은 같지만, 본질적 성격이 다른 점은 북(조선)이 남(한국)을 이중적으로 보던 시각(통일대상+적)에서 이제는 교전 중 적국으로만 본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적대행위가 있을 경우, 북이 전쟁을 피하려는 노력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며 ‘까딱하면’ 남을 평정, 수복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현재와 같이 남북 간 아무런 군사적 합의와 충돌 방지를 위한 완충장치가 사라진 상태에서, 기존 한미가 해오던 대북적대정책 유지는 필연적으로 100% 군사적 충돌과 전쟁을 부르게 된다는 점이다. 즉 과거와 다르게 앞으로 한미의 대북 적대정책의 유지는 바로 전쟁 발생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거와 다르게 이러한 상태가 오래 유지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화국정권의 붕괴를 꾀하고 흡수통일을 꿈꾸는 한국괴뢰들과의 형식상의 대화나 협력 따위에 힘써야 했던 비현실적인 질곡을 주동적으로 털어버리였으며 명명백백한 적대국으로 규제한데 기초하여 까딱하면 언제든 치고 괴멸시킬 수 있는 합법성을 가지고 더 강력한 군사력을 키우고…….” (김정은, 2월8일 국방성 축하방문 연설)

두 번째 ‘2)’ 번 경로는 현재 새롭게 조성된 핵전쟁 위기와 심각한 상황변화를 냉정히 인식하고, 필연적으로 전쟁을 부르는 상호 적대정책과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는 방도를 찾는 경로이다. 이른바 전쟁 위기 속에서 평화협상을 통한 조선-한국-미국 3국 평화 관계 형성이다.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문제는 현실에서 이 경로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처럼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서 관건은 미국의 ‘조건 없는’ 대북 적대정책폐기와 이어지는 평화협정 문제다. 조-미 평화협정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하는 것은 필연이다. 주한미군이 대북 적대정책의 상징이자 물리적 실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건이 없다’는 말은 미국이 과거와 같은 북 비핵화를 더 이상 거론치 않고 조선과 수교한다는 의미이다. 북이 헌법에 핵 보유와 핵무력 증강 정책을 못 박은 마당에 북을 비핵화 하는 것은 협상하지 말자거나 전쟁하자는 이야기와 동일하게 되었다. 비핵화 협상이나 북의 핵동결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난 조미정상회담이 마지막 기회였다. 미국은 좋은 기회를 놓쳤다. 현재 북의 핵 의지와 핵무력 증강은 역진불가 상태이다. 이것은 미국이나 중국을 보고 핵 동결하고 비핵화하라는 말처럼 현실성이 없게 되었다. 북 비핵화는 이제 조-미 간의 협상의제로 불가능하다.

이 경로가 바람직함에도 매우 어렵다고 보는 이유는 미국의 이러한 ‘조건 없는’ 대북 적대정책 폐기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은 이 기회에 무모한 대북 군사적 모험주의적 정책을 더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역사상 ‘제국주의가 스스로 물러선 경우가 없다’는 말이 명언인 이유일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의 대북 적대정책을 열거하면 끝이 없다. 미국이 포기할 수 있는 대표적 대북 적대정책을 간단히 열거해보자. 가) 북 수뇌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계획, 북 핵 선제타격과 점령계획(작계 5015), 나) 북정권 붕괴 유도와 대비 작전계획 (작계 5026, 5028, 5029, 5030 등), 다) 위 작전계획을 연습하는 연례적 한. 미 연합 군사훈련. 각종 한. 미. 일 연합 해상, 공중 군사훈련, 라) 미국의 핵전략자산 상시 전개, 마) 다국적 해상 군사훈련, 전쟁대비 UN 사령부 정비강화, 바) 다종의 대북 경제 제재, UN을 통한 제재, 사) 주한미군, 한국 국가보안법, 북영토 관련 대한민국 헌법 등이다.

그러면 만약 미국이 조건 없이 대북 적대정책 폐기에 응한다면 얻게 되는 이득은 무엇일까? 미국도 얻게 되는 것이 분명히 있다. 74년 계속된 조선과의 전쟁 종료로 조-미 핵전쟁 위험이 제거된 것이 하나일 것이다. 유례없는 미국본토의 핵전쟁 안보 위기와 세계적 핵확산 위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의 정책변화로 예상되는 한국-조선 전쟁의 결과로 한국을 완전히 잃게 될 가능성, 즉 조선으로 대한민국이 병합되는 위험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조선의 전쟁이 발생하면, 전략전술 핵무력의 집중 사용을 공언하는 조선에 대응할 방도가 뚜렷이 없다. 한 마디로 그것은 피해야 할 전쟁이지 대응할 수준의 전쟁이 이미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할 수 있는 말은 ‘북한 정권 종말’이라는 외교적 수사뿐이다. 미국은 조선-한국 전쟁이 미국이 개입할 여지와 경황없이 조선의 승리로 종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에 원자탄 투하 경험이 있지만, 이는 비핵국가에 대한 일방적 핵무기 사용이었다. 미국은 만약에 있을 수 있는 러시아, 중국과의 전쟁도 쌍방 핵무력을 사용하는 전쟁은 상정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대만전쟁에서 러시아나 중국이 전술핵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미국과의 핵전쟁 확전 가능성 때문이다. 그런데 코리아 전쟁은 지구상 유일하게 조선과 미국 모두 개전 시작부터 핵전쟁을 전제로 하며 이를 기정사실로 하는 특이하고 위험천만한 전쟁이다.

미국이 북의 정책 변경에 대해 놀라고 경계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북의 통일정책 폐기이다. 북의 통일정책과 동족정책으로 미국이 대한민국의 존립을 걱정할 이유는 크게 없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북의 동족정책과 평화통일 정책 때문에 남북 전쟁 가능성은 줄었고, 설사 남북 간 충돌이 발생해도 동족 간 전면전을 원치 않는 북과 일정 선에서 통제할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지금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한민국이라는 완충지대는 사라졌으며, 상호 적대 정책이 초래하는 한국-조선 전쟁 발생은 시간문제로 변했기 때문이다.

 

4. 일본 기시다 총리, 대북 적대정책을 전환할 수 있나?

동북아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이 시기에 일본은 왜 한미일 합동 대북 적대 전선에서 이탈하여 조선과 정상회담을 하려는 것일까? 이것은 일본의 독자적 돌출행동인가? 미묘한 시기에 일본 기시다 총리가 집요하게 조선에 제안하는 일본-조선 정상회담 요청은 미국의 용인과 배후 의도가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 조선과의 어떤 외교적 접촉도 없다. 지난 조-미 협상 실패 이후 조선이 ‘협상을 위한 협상’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은 미국이 응할 수 있는 협상을 미국의 조건 없이 대북 적대정책 폐기를 결심할 경우로만 한정하고 있다. 남한의 윤석열 정부는 대북 완화정책 카드로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중.러는 조선과 공조하여 움직인다. 한마디로 동북아에서 미국의 대북 외교공간이 완전히 사라졌다.

여기에 일본이 끼어들고 있다. 일본은 조-미 관계와 남북 관계가 완화될 때, 이에 편승해 2002년, 2004년 김정일-고이즈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당시 조선-일본 간에는 조-일 국교 정상화 방안, 일본인 납치피해자 귀국 문제, 북핵과 미사일 문제 등이 논의 되었으나 조-미 관계가 핵문제로 악화되자 일본 측 무성의로 성과 없이 실패로 끝났다.

일본은 북핵을 명분으로 미국을 등에 업고 다시 군사 대국의 야망을 거의 실현한 나라이다. 일본 우익의 오랜 숙원인, 전범국 일본을 벗어나 ‘보통국가’(=전쟁 가능한 나라)를 명분으로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목표를 거의 목전에 두고 있다. 오늘날 일본 자위대는 더 이상 자위대가 아니라 선제공격 가능한 세계 4위의 정상군대로 변모했다. 그 첫 교전의 대상은 불행하게도 다시 대북 전쟁이며 한반도 전쟁이다.

일본이 북과의 정상회담에 나서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미국 패권의 추락을 보완하며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실현하는데 성공하였으나, 끝나지 않은 조-미 전쟁의 양상과 승패가 기대하던 바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의 핵무력 완성을 저지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북 비핵화도 완전히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선과 한국의 전쟁이 발생하면 한미일 동맹과 미국의 결정에 따라 일본이 자동개입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일본은 조선의 핵무력 타격의 주 대상이기 때문이다. 일본에 산재한 미 해군, 공군기지는 전시의 무조건 조선의 핵 타격 대상에 포함된다. 이것은 한반도 전쟁이 다시 일본의 핵 참화와 국가의 명운을 건 전쟁으로까지 악화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조선과 일본의 정상회담이 열리고 조-일 수교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는 미국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국이 조-일 수교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미국이 조선과도 수교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신호임을 의미할 수 있다.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의 한 축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동북아 정세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조선은 이러한 일본의 시도에 대해 현재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일본을 활용한 미국의 ‘협상을 위한 협상’의 새로운 대리 형태이며, 시간 끌기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조선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일본이 가능치도 않은 핵문제, 납치 문제를 더 이상 들고 나오지 않고 전향적 태도로 임한다면 이를 거부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조선이 먼저 나서서 북일 수교를 할 이유도 없지만, 만약 기시다 총리가 전향적 태도로 조-일 관계 정상화를 원한다면 북이 그를 막을 이유도 없다는 뜻이다. 일본의 태도 여하에 따라 조-일 정상회담은 열려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것이 바로 조-일 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그 가능성 역시 일본의 대북 적대정책에 대한 태도에 달려있다. 그것이 김여정 부부장의 최근 대일 담화 요지로 보인다.

 

5. 전쟁이냐, 평화냐, 공은 다시 미국에

결국 모든 이야기는 대북 적대정책 폐기로 돌아간다. 북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 전쟁위기의 근원문제를 제거하는 데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대북 적대정책이 완전히 종식된 평화로운 새로운 한반도와 동북아 체제로 보인다.

북은 더 이상 조국통일을 명분으로 전쟁하지 않겠다고 한다. 한국과 조선 사이에 전쟁이 발생하면 이제는 그 성격도 통일전쟁이 아니라, 적대국에 대한 괴멸, 수복전쟁이 되었다. 적대국의 적대정책이 초래하는 충돌과 반격으로 전쟁이 시작되어 국가병합과 혁명적 대사변으로 귀결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충돌의 명분과 원인, 경로는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무력통일과 유사한 결말로 볼 수 있다.

현재 전쟁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대한민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바로 폐기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조선-한국, 조선-미국, 조선-일본 관계를 여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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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ELS 사태 근본 원인은?

[임수강의 진보금융 찾기] 금융감독 체제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금융감독은 칭찬받기 힘든 업무다." 이는 유명한 중앙은행 연구자인 굿하트(C. Goodhart)가 한 말이다. 굿하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금융감독이 칭찬은커녕 욕을 얻어먹기 십상인 업무라는 사실은 누구든 쉬이 인정할 수 있다. 금융감독 기구가 감독을 너무 까다롭게 하면 금융기관은 시간과 노력을, 같은 얘기지만 비용을 더 많이 들여서 이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면 틀림없이 감독기구에 대한 금융기관의 불평이 늘어날 것이다. 거꾸로 감독기구가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너무 느슨하게 하면 금융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그 위험성이 현실화하면 금융의 기능이 위축되어 실물 부문이 불리한 영향을 받고, 사고 뒤처리를 위한 사회적인 비용도 대규모로 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금융감독기구는 국민의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금융감독원이 발간한 <금융감독 개론>에 따르면 금융규제(regulation)란 경제주체의 행위에 대한 기본 규칙을 사전에 수립하는 것이고 금융감독(supervision)이란 경제주체의 행위를 사후적으로 감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 규제와 감독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에 둘의 경계를 짓기가 쉽지 않다. 그리하여 현실에서는 금융감독이라는 개념을 규제와 감독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하며, 여기에서도 이에 따른다. 최근 금융감독(규제와 감독)에 대한 국민의 비난 목소리가 크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새마을금고 예금 인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와 같은 잇단 금융 사고가 명백한 금융감독의 실패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 사태를 보자. 홍콩 H지수란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기업 가운데 우량주를 골라서 지수로 만든 것을 말한다. 이 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일종의 파생금융상품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이다. 금융기관들은 이 상품을 대량으로 만들어서 고객에게 팔았다. 이 상품이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홍콩 H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이 대규모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월 16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상품 1조2117억 원 가운데 6558억 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이데일리 2024.2.19.). 손실률은 무려 54%이다. 그런데 이 상품의 총판매액은 19.3조 원에 이르고 그 가운데 15.4조 원이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앞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는 금융감독에 여러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 준다. 첫째, 이 사태가 일회성의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2019년에도 외국 금리 연계의 파생결합펀드(DLF), 파생결합증권(DLF)에서 유사한 금융 사고가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금융감독 당국은 개선방안을 발표했고 은행연합회와 함께 모범규준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당국의 대책이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음을 이번 홍콩 H지수 ELS 사태가 보여준다. 더욱이 최근의 금융 사고들은 그 원인 면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키코 사태, 28조 원가량의 공적자금 투입을 부른 2011년의 저축은행 부실 사태, 각종 사모펀드 사태, 더 멀리는 2000년대 초의 카드대란에도 맥이 닿아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우리나라 금융감독 체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일깨워 준다. 

 

둘째, 왜 이렇게 복잡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품이 계속 팔리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름도 생소한 ELS, DLF, DLS는 일종의 파생금융상품으로 위험도가 매우 높고 상품을 판매하는 창구 직원들도 그 구조를 고객들에게 제대로 설명해 주기 쉽지 않을 만큼 복잡하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2023년 11월에 발표한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이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좌 수로는 21.6%이고 금액으로는 30.5%이며 1인당 평균 투자 금액은 7천만 원 정도이다. 위험하고 복잡한 상품의 판매는 고객이 상품 구조와 특성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지식, 그리고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이러한 전제가 성립하는 조건에서 상품 판매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복잡하고 위험한 파생금융상품은 공정성까지 의심받아 왔다. 예를 들어 2019년에 판매했던 외국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수익구조를 보면 이 상품의 불공정성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에 따르면 이 상품에 대해 고객은 4.93%의 수수료를 미리 지급했는데, 이 가운데 3.43%는 상품을 설계한 외국계 투자은행에, 1%는 판매를 맡은 은행에, 0.39%와 0.11%는 펀드 운용을 맡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돌아갔다. 외국계 투자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수익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의 금리나 주가에 연계한 파생금융상품의 수익구조가 서로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콩 H지수 ELS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기관들은 그러한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했고 금융감독 기구는 그것을 규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금융감독 기구가, 교과서에서나 성립할 법한 전제, 곧, 고객이 상품 구조와 특성, 거기에 더해 수수료 구조까지 완전히 이해하고 투자한다는 전제가 현실에서 성립한다고 가정하고 금융기관에 대해 어떤 상품이든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준 데 있을 것이다.

 

셋째, 금융감독 기구가 금융기관의 이해에 편향되어 있다는 점이다. 2019년에 DLS, DLF 사태가 일어나자 금융위원회는 그해 11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큰 상품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정하고 그러한 상품을 은행이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2월에 내놓은 최종안에는 은행 판매를 사실상 계속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여기에 은행권의 압력이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를 계기로 홍콩 H지수 ELS의 판매도 증가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금융감독 기구가 사회 전체의 보편적인 이익보다 금융기관의 특수한 이익에 기울어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핵심성과지표(KPI)가 금융 사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여러 은행들은 비이자수익(수수료)을 올린다는 명목으로 영업점 직원들에 대해 성과지표까지 만들어서 펀드 상품의 판매를 독려해 왔다. 영업점 직원들은 스스로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고위험·고난도 파생금융상품을 무리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판매할 수밖에 없었는데, 은행 경영진이 판매를 독려했기 때문이다. 금융 사고가 나면 금융감독 기구는 사고 원인을 대부분의 경우 '불완전 판매'로 몰고 가면서, 그 책임을 영업점 직원 탓으로 돌린다. 홍콩 H지수 ELS 사태에서도 마찬가지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사고의 더 근본적인 원인은 규제했어야 할 상품의 판매를 허용한 데 있으며, 따라서 그 책임의 대부분은 금융감독 기구에 돌아가야 한다.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세력 편향적인 우리나라 금융감독의 틀 

 

우리나라 금융감독 기구에 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행 금융감독 기구의 틀을 살펴보아야 한다. 현행 금융감독 기구의 틀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다. IMF(그리고 사실상 IMF를 뒤에서 움직인 미국)는 외환위기 때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여러 가지 이행 조건을 달았다. 거기에는 금융감독 기구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IMF가 우리나라에 제시한 이행 조건들은 대체로 국제 금융자본의 이해를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의 상황을 잠시 복기해 보자. 당시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중개로 국제 금융기관에서 대규모 투자자금을 차입했다. 이 투자의 많은 부분이 나중에 부실로 드러나면서 국내의 여러 기업들과 나아가 금융기관들까지 어려움에 빠졌다. 이들 기업들은 국제 금융기관에서 빌린 차입금을 갚기 어려워 부도를 낼 처지에 놓였다. 이른바 시장 논리에 따른다면 사적인 기업들 사이에서 발생한 자금 거래 관계는 당사자들끼리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만약 기업들이 투자 실패로 실제로 차입금을 갚지 못한다면 돈을 빌려준 국제 금융기관들이나 이를 중개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국내 금융기관들마저 차입금 상환 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면 최종적인 책임은 국제 금융기관이 져야 한다. 

 

그러나 국제 금융기관들은 시장 논리를 따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곧, 국내 기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질 생각이 없었다. 국제 금융기관들의 국적이 주로 미국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미국 정부에 대해 문제 해결을 요구했고 미국 정부는 항상 하던 대로 IMF를 앞세웠다. 문제 해결 방식의 본질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제 금융기관에 진 채무를 우리나라 정부가 대신 떠안는 것이었다. 그 대신 정부가 기업들의 빚을 떠안는 데 필요한 자금은 IMF가 빌려준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바로 구제금융 자금이다. 결과적으로 IMF가 제공한 구제금융은 떼일 가능성이 높았던 국제 금융기관들의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되었다. 

 

IMF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제시한 조건들 가운데 금융감독 부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통합감독기구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우리나라 금융감독권이 은행, 비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 권역별로 흩어져 있었고, 감독 주체도 한국은행과 재경부로 나뉘어 있었다. 이를 하나의 통합된 기구로 모아서 금융감독을 수행하라는 것이 IMF의 요구였다. 여기에서 나중에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은행감독 기능을 한국은행에서 떼 내서 통합감독기구로 옮긴다는 내용이다. 둘째, 금융감독 기구가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독립적'이라는 것은 금융감독 기구가 정치나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금융감독 기구가 정부 조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다시 얘기해서 민간 성격의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구제금융을 받은 직후 우리나라는 IMF와 미국의 요구를 따라 금융감독 기구의 틀을 만들었다. 다만 국내 법체계상 금융감독 기구를 직접 민간기구 성격으로 설립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반영되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금융감독 기구는 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와 민간기구 성격의 통합 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된 혼합적인 조직 틀을 갖게 되었다. 금융감독원은 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와 달리 대부분의 예산을 금융기관 분담금에 의존하고, 그 대가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기구 성격의 특수법인이다. 이때 만들어진 금융감독 기구의 큰 틀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IMF는 왜 우리나라 금융감독 기구가 독립된 통합기구여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이를 헤아리려면 먼저 우리나라 주요 금융기관이 외환위기 이후 구제금융을 계기로 외국자본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IMF는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고 거꾸로 재정 규모는 줄일 것을 요청했다. 이러한 긴축의 가장 두드러진 효과는 주식,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의 폭락으로 나타났다. 사실 IMF나 국제 금융자본은 자산의 폭락을 예견하고 긴축을 요구한 측면이 있었다. 자산 가격이 폭락하자 이 틈에 우리나라에 몰려온 외국자본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주식을 헐값에 사들였고 그 결과 메이저 상업은행이 모두 외국자본의 손으로 넘어갔다. 구제금융 조건에는 외국자본이 국내 은행을 인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는데, 그것이 외국자본의 메이저 상업은행 인수를 가능하게 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외국자본이 국내 은행을 소유할 수 없었는데 IMF는 뒤에 벌어질 일을 예상하고 있었던 셈이다.

 

금융기관들(외국 금융기관이든 국내 금융기관이든)은, 당연하지만, 까다로운 금융감독보다 되도록 헐거운 금융감독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금융감독 기구는 정치와 정부에서 독립해 있을 때, 더욱이 그것이 민간 법인 성격을 띨 때 금융기관들에 대해 더 강한 동료 의을 가질 것이고 따라서 금융감독도 더 느슨하게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은행 감독의 경우 상업은행은 그 기능이 중앙은행에 있는 것보다 다른 기구에 있는 것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은 상업은행들과 일상적인 거래를 지속하기 때문에 상업은행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따라서 상업은행으로서는 그러한 상황이 더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독립적인 통합 감독기구의 설립은 국내 금융기관을 장악한 외국자본의 이해와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은 정부의 간섭과 정치적 개입의 최소화를 보장하기 때문에 금융기관들과 금융시장의 주요 참가자들은 항상 이를 주장한다. 그러나 간섭과 개입의 최소화가 금융기관들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사회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민간 금융기관의 이해에 편향된 규제의 완화와 느슨한 감독은 당연히 잦은 금융사고를 부를 것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에 벌어진 대부분의 금융사고는 규제 완화와 느슨한 감독의 결합으로 생겨났다. 금융의 이해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금융감독의 틀은 결국 사회에 큰 부담을 안기기 마련이다. 

 

▲1997년 12월 3일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타결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당시 미셸 캉드쉬 IMF 총재(오른쪽)와 임창열 부총리(왼쪽). ⓒ연합뉴스

 

금융감독 이데올로기의 변화 

 

주요 나라들의 현행 금융감독 시스템은 1980년대 이후 금융의 급팽창을 배경으로 성립한 것이다. 금융의 팽창은 자본과 노동, 금융자본과 실물 자본의 관계에서, 그리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금융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 세력의 힘이 강해지면서 금융규제와 감독 정책에 대한 이데올로기에서도 일정한 변화가 생겨났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일반적인 이데올로기, 곧, 규제 완화, 시장화, 민영화가 금융감독에도 배어들었다. 

 

무엇보다 금융감독은 국가기구가 수행할 때보다 시장에 맡길 때 더 효율적으로 수행된다는 이데올로기가 널리 퍼졌다. 이 논리에 따르면 금융시장도 금융기관을 감시하는 금융감독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만약 금융기관이 내부통제에 실패하여 금융사고를 낸다면 금융시장은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벌을 줄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금융사고를 낸 금융기관의 주주들은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팔아치워 버릴 것이고 그러면 주가가 폭락할 것이다. 주가의 폭락은 금융기관 경영진에 대해서는 큰 벌이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금융기관 경영자들은 알아서 금융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이는 시장의 규율이 잘 작동하게끔 이끈다. 

 

 

 

 

 

 

 

금융기관 리스크 관리기법의 혁신은 시장규율에 의한 금융감독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시장규율론자들은 대출의 증권화나 신용부도스왑(CDS) 등을 통해 개별 금융기관들의 위험을 시장 전체로 분산할 수 있는 기법, 여러 형태로 존재하는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정량적 식별을 통해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법, 자산-부채 동시 관리 기법 등을 혁신적인 리스크 관리 기법의 성과로 선전했다. 이들은 개별 금융기관들이 개발한 리스크 관리를 참고한다면 금융감독 비용을 줄이면서도 그 효과는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2006년 연차보고서>도 증권화나 신용부도스왑(CDS)과 같은 신용리스크 이전 시장의 확대가 시장을 좀 더 완전하고 효율적인 방향으 가게 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하여 시장규율론자들의 편을 들어주었다.

'감독능력 한계론'은 금융감독을 시장규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정당화하는 또 다른 논리였다. 금융의 팽창은 다양한 금융혁신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다시 지렛대 역할을 하면서 금융의 팽창 속도를 더 높였다. 이렇듯 금융 혁신이 하루가 다르게 이뤄지는 현실에서는 금융감독기구가 금융기관을 따라갈 수 없고 따라서 감독 기능을 차라리 시장규율에 넘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논리가 금융감독 한계론의 요지이다. 

 

이러한 논리는 시장규율 주장을 지지하기도 했지만 금융감독 기구의 입지를 키워주기도 했다. 첫째, 금융감독이 금융기관을 따라갈 수 없는 조건에서 금융 사고가 났을 때 금융감독 기구에 그 책임을 전적으로 물을 수는 없다는 주장을 할 수 있게 했다. 둘째, 금융감독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금융감독 종사자의 급여를 최소한 금융기관 종사자만큼은 높여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2008년 글로벌 위기 후 드러난 바에 따르면 금융감독 당국은 위기 가능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는 금융감독 기구가 금융기관을 못 따라간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얘기해준다. 

 

다른 한편 '감독 능력 한계론'은, 민간 금융기관이 리스크 측정의 정밀화를 목적으로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는 기법을 금융감독에 공식적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개별 금융기관이 개발한 위험관리 기법이 공식적인 금융감독 기법으로 인정되기도 했다. 제이피 모건이 개발한 최대예상손실(VaR; Value at Risk) 관리기법은 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 연준(Fed) 의장을 지낸 그린스펀은 2010년의 한 연설에서 2008년 금융위기를 되돌아보면서 금융당국이 새로운 문제를 예견하는 능력이 있는지 걱정이며, 금융혁신에 의해 과거의 금융감독 기법의 틀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감독 능력 한계론'의 표현이다. 그러면서 그는 연준 감독 기능에 비해 JP 모건의 감시가 효율적이라는 인상을 갖는다고 말함으로써 민간 금융기관이 개발한 기법의 활용을 옹호했다. 은행의 위험관리를 담당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의 바젤위원회도 고도의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는 은행인 경우 스스로 개발한 기업신용평가를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을 시장규율에 맡기자는 주장보다 더 극단적으로 나아간 형태는 금융감독 기구의 민간 기구화 주장이다. 금융감독을 시장규율에 맡기는 것을 넘어서 아예 금융감독 기구를 민간 법인으로 설립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IMF가 구제금융을 제공한 나라들에서 실제로 실험되었다. 1990년대 이후 구제금융을 받은 여러 나라들에 대해 IMF는 민간 성격을 갖는 독립적인 금융감독 기구의 설립을 요구했고 실제로 실현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IMF의 요구도 금융감독 기구의 민간 기구화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주장들의 핵심은 금융감독을 느슨하게 하자는 데 있다. "가벼운 터치(light-touch) 수준의 규제 감독"은 금융 세력의 목소리가 커진 시대의 금융감독 이데올로기를 대변했다. 이와 같은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또 이것이 정책에 반영되면서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는 금융감독 기능이 점차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시장규율에 대한 과신이나 리스크 관리기법에 대한 예찬은 금융감독 기구로 하여금 위험에 대한 예방적 개입을 어렵게 했다. 금융감독원이 펴낸 <금융감독개론>에서 설명하듯이 금융감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금융안정이라 할 수 있는데, 금융감독이 느슨해지면서 금융안정에 대한 중요성이 낮게 다뤄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감독을 느슨하게 하고 금융안정을 소홀히 한 총체적인 대가라 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율적인 시장규제론이 허상임을 보여주었다. 고도의 위험관리 기법이 위험을 분산시킴으로써 금융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근거 없음이 드러났다. 2008년 글로벌 위기를 계기로 여러 나라들에서는 금융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지고 있다. 물론 실질적인 개혁이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 

 

▲홍콩H지수 기초 ELS의 대규모 손실 현실화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중단하는 가운데 지난 1월 31일 시중은행 중 ELS를 판매 중인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의 비예금상품 판매 전담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 금융감독 체제 개혁의 방향 

 

우리나라 금융감독이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금융감독을 강화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은 금융감독 체제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큰 방향은 금융감독 기구가 국민의 비판을 많이 받는 쪽보다 금융기관의 불평을 많이 듣는 쪽이어야 할 것이다. 

 

현재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금융감독 기구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합의가 이뤄진 내용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해 있는 구조를 일원화하자는 것, 금융위원회 업무 가운데에 포함된 금융산업 육성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보내자는 것,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관리하는 기능과 금융기관 행위규제를 관리하는 기능을 분리하자는 것 등이다. 이러한 내용의 금융감독 기구 개혁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을 구상해야 한다. 

 

금융감독 기구 개혁의 핵심은 민간 기구로서 갖는 그 성격을 바꾸는 데서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금융감독 기구가 금융기관의 특수한 이익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보편적인 이익을 중심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금융감독 기구가 정치와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금융감독 기구의 독립성이 금융기관 이익 친화적인 금융감독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금융감독원을 반관반민 상태로 그대로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검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금융감독원 예산을 계속 금융기관 분담금으로 채워야 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분담금을 받아 운영하면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2022년 기준 분담금은 2700억 원 수준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이 실패하여 생긴 저축은행 사태에 들어간 공적자금 규모는 28조 원가량이다. 예산을 아끼는 것보다 금융감독을 잘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와 나란히 금융감독 기구가 공적기구로서 갖는 성격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야 한다. 일본의 금융감독청처럼 금융감독 기구를 세금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지난 2022년에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금개모)'은 금융감독 개혁을 위해 독립적인 공적 민간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명백히 과녁을 빗나간 주장이라고 본다. 금융감독 기구의 민간기구화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기획 가운데 하나이고 국제 금융자본이 가장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민간기구 성격 금융감독 기구는 금융기관의 칭찬을 받을 수는 있어도 국민의 칭찬을 받기는 어렵다. 

 

<도움 받은 자료> 

 

금융감독원, <금융감독 개론>, 2022. 

금융감독원, "2024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2024.2.5. 

금융감독원, "홍콩 H지수 기초 ELS 주요 판매사 현장 검사 실시",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2024.1.8.

금융위원회,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보도자료, 2019.11.14.

김홍범, <한국 금융감독의 정치경제학>, 지식산업사, 2004. 

아담 레보어, 임수강 옮김, <바젤탑>, 더늠, 2022. 

윤석헌, "한국금융의 선진화: 도전과 과제", <글로벌 금융 리뷰> Vol.4 No.1, 2023. 

이데일리, "홍콩 ELS 손실은 눈덩이…금융당국은 배상안 고심", 2024.2.19. 

BIS, <2006년 연차보고서>.

임수강

 

임수강 금융평론가(linsk@hanmail.net)는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독립 연구자이다. 증권회사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일했고 은행 경제연구소와 금융경제연구소 등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의 역사를 다룬 <바젤탑>을 번역해서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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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민협, "인도주의 실현과 한반도 평화위해 묵묵히 걸어가겠다"

2024 정기총회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로 명칭 변경...곽수광 목사 신임 회장 선출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2.27 19:30
  •  
  •  수정 2024.02.27 21:06
  •  
  •  댓글 0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27일 정기총회를 열어 단체 이름을 (사)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약칭 북민협)으로 바꾸고 곽수광 국제푸른나무 이사장을 임기 2년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27일 정기총회를 열어 단체 이름을 (사)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약칭 북민협)으로 바꾸고 곽수광 국제푸른나무 이사장을 임기 2년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내 68개 인도적 대북협력 민간단체가 망라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27일 정기총회를 열어 단체 이름을 (사)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약칭 북민협)으로 바꾸고 곽수광 국제푸른나무 이사장을 임기 2년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창립 25주년을 맞아 새 이름으로 출발한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의 영문명칭은 'The NGO Council for Inter-Korea Cooperation(NCIC)'로 변경하고 약칭은 기존 '북민협'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단체명 변경은 남북관계를 '교전중인 두개의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대남 대화와 협력기구, 관련 법규를 폐지한 북의 대남정책 근본적 전환과는 무관하게 지난해 7월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나온 의견이며, 이날 총회에서 확정된 것.

북민협은 이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한반도 구성원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남북의 공동협력을 추구한다는 의미"라고 단체 이름을 바꾼 배경을 설명했다.

이주성 사무총장은 "남북사이의 협력 현안인 기후변화나 전염병 등을 살펴보면, 우리가 건강하고 안전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도 함께 건강하고 안전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제는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돕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로 돕고 협력하는 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정립됐다"고 단체명 변경의 취지를 덧붙여 설명했다. 

북민협은 결의문에서 "초보적인 교류와 접촉마저 단절된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남북 공동협력의 정신에 따라 정치군사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인도주의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개 국가로 규정하고 협력기구 등을 폐지한 북 당국은 물론 북한주민접촉신고 수리를 거부하며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협력 활동을 일체 불허하는 우리 정부의 조치를 싸잡아 "그간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매진해 온 민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남북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북 당국에 △당국간 대화 채널을 하루 빨리 복원할 것 △민간 남북교류협력의 정상화를 위해 관련 정책을 바꿀 것을 촉구했다.

현재 한반도에 조성된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대화와 타협뿐이며, 인도적 대북협력을 비롯한 남북 주민의 교류협력은 반목과 불신을 이해와 신뢰로 변화시켰으니 남북 당국은 한반도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우선시하여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것.

23대 북민협 회장으로 선출된 곽수광 국제푸른나무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3대 북민협 회장으로 선출된 곽수광 국제푸른나무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민협은 "국내 인도적 대북협력 활동 단체를 대표하는 협의체로서 앞으로도 '인도주의와 교류협력을 통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평화정착'이라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인도적 대북협력과 교류협력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으며 △이를 위해 우리 정부, 북측 파트너, 국제인사들과 만나 그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또 △잊혀져 가는 남북교류협력의 경험과 성과를 우리 사회 안에서 공유하여,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하며 △남북 양측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인도적 대북협력과 교류협력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2일 북측이 범민련 북측본부와 6.15북측위원회, 민화협 등 대남 연대기구를 정리하는 결정을 발표한 뒤 남측 민간단체가 남북 당국의 방침과 관계없이  변화된 상황에 맞춰가며 기존 활동을 계속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범민련 남측본부가 지난 17일 해산을 결정하고 가칭 '한국자주화운동연합' 건설을 결의했으며, 6.15남측위원회는 지역본부 간담회 등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다 6월 중순경 단체명칭 변경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는 북측 상대 단체인 민족화해협의회의 해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내부 의장단회의와 대의원회의 등을 통해 '민족화합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관상 임기 2년의 단임으로 정해진 23대 회장으로 선출된 곽수광 국제푸른나무 이사장은 "지금 이 난국을 타개해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때인데 단체로서도 작고 목사 개인의 역량도 부족한 제가 추천이 되어 당황스럽지만 항상 더 큰 능력을 주시는 분을 의지해서 겸손하게 섬기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총회 결의문 (전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근간인 남북 교류협력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인도주의 활동을 통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한반도 평화구축을 목표로 활동해온 (사)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하, 북민협)는 초보적인 교류와 접촉 마저 단절된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하는 바입니다. 

최근 북한은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ㆍ전쟁 중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대남 대화. 협력 기구와 조직, 관련 법규를 폐지하였습니다. 우리 정부도 민간단체의 북한주민접촉신고에 대해 수리를 거부하는 등 인도적 대북협력을 위한 활동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남북 당국의 조치는 그간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매진해 온 민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남북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국내 68개 인도적 대북협력 민간단체로 구성된 (사)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는 2024년 정기총회를 맞아 인도적 대북협력사업과 남북교류의 재개, 한반도 평화와 안정 구축 노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양측 당국에 아래와 같이 촉구합니다. 

하나. 남북 당국은 당국간 대화 채널을 하루 빨리 복원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대화와 타협뿐입니다. 양측은 하루 빨리 대화 채널을 복원하여 5년 이상 중단된 남북 대화를 재개해야 합니다. 

하나. 남북 당국은 민간 남북교류협력의 정상화를 위해 관련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인도적 대북협력을 비롯한 남북 주민의 교류협력은 반목과 불신을 이해와 신뢰로 변화시켰습니다. 남북 당국은 이러한 성과를 명확히 인식하고 한반도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우선시하여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의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어느덧 남북 분단이 76년째가 되었습니다. 국내 인도적 대북협력 민간단체들은 지난 30여년 간 남북의 경계에서 활동하며 남북 당국과 주민들을 잇고, 상호 편견과 적개심을 낮추고, 이해와 존중을 높여왔습니다. 

북민협은 국내 인도적 대북협력 활동 단체를 대표하는 협의체로서 앞으로도 ‘인도주의와 교류협력을 통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평화정착’이라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물론 상황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더욱 우리의 사명을 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먼저 인도적 대북협력과 교류협력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 북측 파트너, 국제 인사들과 만나 그들을 설득하겠습니다. 그리고 잊혀져 가는 남북교류협력의 경험과 성과를 우리 사회 안에서 공유하여, 더 많은 시민들이 우리 활동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남북 양측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인도적 대북협력과 교류협력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북민협은 올 해 창립 25주년을 맞으며 기존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에서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로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한반도 구성원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남북의 공동 협력을 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북민협은 앞으로도 남북 공동 협력의 정신에 따라 정치군사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인도주의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여러분의 지지와 동참을 기대합니다. //끝//

 

2024년 2월 27일

 

(사)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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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제 후구상’ 전세사기 특별법, 야당 주도로 본회의 직회부...국민의힘 반발

야당, 오는 29일 본회의서 개정안 처리 계획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자료사진) ⓒ뉴시스
선구제 및 후구상권 청구’ 도입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27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표결했다.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17명과 녹색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투표에 참석했고, 18명 전원 찬성으로 안건은 가결됐다. 국가 재정 부족과 피해자 형평성 등을 이유로 ‘선구제 후구상’ 방안에 난색을 보여 온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에 반대해 퇴장했다.

앞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야당 국토위원들의 주도로 지난해 12월 27일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단계로 넘어갔으나, 국민의힘의 반대에 안건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가 회부된 법안의 심사를 이유 없이 60일 내에 마치지 않을 경우, 소관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해당 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이날로 63일째 법사위에 묶여 있었다.
야당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도입을 호소해 온 ‘선구제 후구상’ 방식은 공공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 임차인을 우선 지원하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내용이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안건 반대 토론을 신청해 “야당은 현실적으로 수용이 어려운 ‘선구제 후회수’를 실질적 지원책으로 호도하며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며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한 인천 지역에 출마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지원하기 위한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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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재평가” 조선일보, 100만 돌파 ‘건국전쟁’ 띄우기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기고 “우리도 외국처럼 국부(國父)가 있어야겠다는 공감대 형성, 이승만 재평가”

한겨레 “국민의힘, 비리 의혹 그대로 공천”…다수 신문, 이재명 등 주류 불출마 요구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4.02.28 07:35

  • 수정 2024.02.28 07:40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 2010년 7월19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우남 이승만 박사 45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분향 후 고개를 숙여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선일보가 10면 한면 전체를 영화 ‘건국전쟁’ 관련 이야기로 채웠다. 톱기사는 <“객관적 기록·자료 통해 이승만 재발견…국민 공감 얻어”>는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의 글이다. 심 교수는 “‘건국전쟁’은 기존의 편향적이고 비판적인 시각과는 달리, 긍정적인 시각에 기초한 것이어서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럼에도 국내외 새로운 자료와 기록을 수집하고 이를 반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부분이 있고, 바로 이 점에 많은 시민이 공감해 관객 100만명 넘는 흥행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공천에서 배제하며 친문과 친명 갈등, 이른바 ‘문명갈등’ ‘명문갈등’이 대부분 신문 1면을 차지한 가운데 한겨레는 국민의힘 공천의 문제점을 사설에서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보다 잡음이 덜한 듯하지만 국민의힘 공천이 혁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경남 지역신문을 보면 이 지역 국민의힘 공천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다수 신문에선 임종석 전 실장 공천 배제 관련해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다.

▲ 28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영화 ‘건국전쟁’ 개봉 27일만에 100만

‘건국전쟁’은 장기집권과 독재, 민간인 학살 등에 책임이 있고 4·19혁명으로 하야한 전직 대통령 이승만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최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조선일보는 28일자 10면을 심 교수의 글과 함께 김덕영 감독 인터뷰, 영화 전문가들이 본 인기비결을 담은 기사 등 세꼭지로 구성했다.

심 교수는 조선일보 기고에서 ‘건국전쟁’이 새로운 사실을 발굴한 점을 부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이승만 대통령이 4·19 때 부상당한 학생들을 문병하며 울먹거리는 장면이라든지, 장제스 총통에게 보낸 편지에서 학생들의 거사를 칭찬한 내용이라든지, 1954년 뉴욕에서의 환영 카퍼레이드라든지, 하와이에서 버려진 한인 소녀들을 데려다 교육을 시킨 일이라든지, 어려운 상황에도 6년 의무교육을 실시했다는 내용 등은 기존의 글이나 작품에서는 제대로 취급되지 않던 것이었다”며 “새로 발굴한 이러한 내용들이 관객의 심금을 울려 이 대통령을 재평가하는 계기를 부여했다고 본다”고 썼다.

해당 기고에는 사진이 함께 실렸는데 이승만이 하야 3일 전인 1960년 4월23일, 서울대병원을 찾아 4·19혁명 당시 부상 학생들을 찾은 모습이다. 조선일보 사진설명을 보면 “영화 ‘건국전쟁’에서 많은 관객을 감동시킨 장면”이다.

▲ 28일자 조선일보 건국전쟁 관련 기사들

건국전쟁 후속작을 낼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심 교수는 보완할 부분을 제안했다. 그는 “다양한 인사들을 등장시키고 생존해 있는 4·19 주역들에 대한 인터뷰가 이루어졌더라면, 더욱 현장감 있는 다큐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며 “이들 주역 대부분이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항의하는 데 앞장섰지만 건국과 자유민주주의 도입에 기여한 이 박사의 공로는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기에 더욱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고 주장했다.

심 교수는 이어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성장했기에, 국민 대부분이 이제는 고난의 연속이었던 현대사를 극복한 데 대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국가에 대한 이러한 자부심과 국민적 노력에 대한 자존감이 우리도 외국처럼 국부(國父)가 있어야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고, 오늘날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했다.

김덕영 감독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폄훼를 종식하는 데에 제 영화가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큰 기쁨”이라며 “이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한 ‘건국전쟁’ 2편을 내년 3월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 보도를 보면 김 감독은 29일 제작발표회를 열어 오는 3월 속편을 선보일 예정이고, 미국 CGV에서도 개봉했으며 내달 20일 미국 의회에서 시사회를 열 예정이다.

세계일보는 이날 8면 <50대 이상 남성·샤이보수 결집…‘건국전쟁’ 100만 넘었다>에서 “이 영화의 흥행 동력은 ‘샤이 보수’의 결집으로 분석된다”며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진보적 메시지의 영화들이 흥행하자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건국전쟁’으로 몰렸다”고 보도했다. 또 “총선을 앞뒀다는 시기적 특징, 이 대통령에 대한 개신교계의 유대감도 흥행에 한몫했다”며 “논쟁적 인물이면서 시대적 거리감이 있는 ‘이승만’이라는 소재 자체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건국전쟁은 이승만의 업적이 그동안 왜곡·폄하됐다며 그의 성과로 토지개혁, 한미상호방위조약체결, 여성 참정권과 의무교육 도입 등을 내세우고 그는 독재가 아닌 장기집권을 했을 뿐이고 3·15 부정선거와도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 28일자 세계일보 건국전쟁 관련 기사

한겨레 사설 “비리·돈봉투 의혹도 그냥 공천”

한겨레는 사설에서 “국민의힘 공천이 7부 능선을 넘으며 대략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민주당보다 잡음이 덜하다는 것만이 유일한 ‘자랑거리’인 것 같다”며 “한때 요란했던 인적 쇄신 주장은 온데간데없고, 비리 의혹을 받는 이들도 버젓이 공천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경기 여주·양평에서 지난해 불법 후원금 모금 혐의로 회계책임자가 벌금 1000만원 형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김선교 전 의원의 공천 확정, 충북 청주 한 카페 사장에게 돈봉투를 받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지만 청주상당에서 공천이 확정된 정우택 의원,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면서 피감기관으로부터 가족회사가 수천억원대 공사를 수주한 의혹으로 2020년 9월 탈당했다 15개월 뒤 복당한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의 박덕흠 의원 등을 거론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윤핵관·용핵관 인사들도 대부분 자신의 지역구나 양지에 단수 공천을 받으며 건재를 과시했다”며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 덕에 잡음이 없다고 자평하지만 이는 변화 의지도 혁신 노력도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공천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 28일자 한겨레 만평

경남 지역일간지를 보면 이 지역 국민의힘 공천은 잡음이 일고 있다. 경남신문은 28일자 1면 톱기사가 <국민의힘 ‘조용한 공천’ 속 ‘시끄러운 경남’ 왜?>로 반발과 이의제기, 무소속 출마 시사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역 의원이 대부분 살아남아 교체비율이 낮고 일부 의원 지역구 재배치, 무주공산 선거구 전략공천 가능성 등 잡음 요소가 많아서다.

경남신문에 따르면 경남 16개 선거구 중 국민의힘 현역 의원이 있는 12개. 이중 10명의 현역 의원 공천이 확정됐다. 나머지 2곳 중 이달곤(창해 진해구) 의원은 지난 25일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영선 의원(창원 의창구)는 아직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현역 중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 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은 각각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양산을과 김해을로 재배치했다.

경남신문은 “국민의힘이 당초 공천 룰을 정하며 물갈이를 위해 현역 의원 최대 감점(35% 감산) 등을 예고했지만 대부분 현역 의원이 경선 없이 공천자로 확정되면서 인적쇄신과 변화·혁신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지역에서는 현역 단수 추천 기준에 대한 이의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신문은 사설 <국민의힘 경남 공천, 잡음 너무 심하다>에서 “국민의힘 경남 공천의 잡음이 심한 것은 애초 공언한 시스템 공천이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천이 시작되자 경선이 예상되던 지역 대부분이 우선추천이나 단수추천으로 바뀌면서 현역 의원이 경선없이 공천자로 확정돼 이에 대한 이의제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대로라면 국민의힘에게 경남은 만만치 않은 총선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28일자 경남신문 사설

민주당 갈등 심화, 이재명 불출마 요구

 

한편 대다수 신문에서는 임종석 전 실장 컷오프 관련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세계일보는 사설 <임종석 컷오프로 정점 치닫는 ‘명문’ 갈등, 이대표 책임져야>에서 “지금이라도 이 대표가 불출마 등 스스로 희생하지 않는다면 총선에서 호된 표심으로 심판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이 대표 손에 피 칠갑…” 내전으로 치닫는 민주당 내홍>에서 “당이 둘로 쪼개질 현 위기를 극복하려면 ‘비명’에만 희생을 강요할 게 아니라 이 대표는 물론 친명 핵심들도 대거 불출마를 선언해 스스로 희생하고 당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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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사설 <매일 분란 민주당 공천, 보는 국민이 피곤할 지경>에서 “역대 총선에서 공천 잡음이 컸던 당이 승리한 경우는 드물다”며 “그런데도 이렇게 국민의 시선을 무시하고 공천 전횡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이 대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과 민주당을 지지할 묻지 마 지지층이 이번에도 흔들림 없이 표를 줄 것으로 믿는 모양”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파국 치닫는 공천 갈등, 이재명 책임 크다>에서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이 대표의 관리 역량은 그야말로 낙제 수준”이라며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고 컷오프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당 대표나 주류의 희생과 같은 명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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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윤석열-한동훈도, 이재명도 아니다

장석준 칼럼] '정치=대통령 만들기'가 된 6공화국 말기의 대한민국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  기사입력 2024.02.27. 04:09:11

 

새해가 시작될 때만 해도 올해 총선의 주된 기조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이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한편에는 여전히 윤석열 정부 심판 여론이 있지만, 기세가 몇 달 전만 못하다. 오히려 정치평론가 가운데에는, 여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는 이들까지 있다. 그만큼 백중세다.

 

이렇게 된 이유 가운데는 물론 최근 윤석열 정부가 의사 파업에도 아랑곳없이 밀어 붙이는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방침이 있다.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다.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요즘 보이는 모습 역시 총선 지형 변화의 중요한 요인이다. 민주당은 공천 명단에서 이른바 '비명'계 현역 국회의원들을 단호히 배제하고 있다. 누가 봐도, 차기 대선 주자를 노리는 이재명 대표가 당을 더 확고히 장악하려는 작업의 일환이다.

 

많은 이들이 이런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회의와 환멸을 느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서 보이는 독단적 행보만큼이나 독선적인 모습을 이재명 대표의 당정(黨情) 운영에서 목격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총선 정국은 점점 더 안개에 휩싸인다. 바다의 두 괴물 스킬라(Scylla)와 카리브디스(Charybdis)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던 오디세우스마냥 민심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 암초 사이에서 방황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와 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이 아니라 '체제'가 문제다 

 

이런 현실은 이미 주류 언론도 다들 짚고 있다. 윤석열과 그 후계자 한동훈이든, 반대편의 이재명이든 모두 문제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언론이 없다. 단지 윤석열, 한동훈이 진짜 심판 대상인데 이재명이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푸념하거나, 이재명이 진짜 원흉인데 윤석열도 답답하기만 하다고 가슴을 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결국 양편의 지도자, 즉 특정한 '사람'이 문제라고 보는 점에서는 매일반이다. 검사 출신 권력광 윤석열, 한동훈 탓이라거나 온갖 의혹에 휩싸인 이재명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불행은 하필이면 이 중대한 역사적 시점에 양대 정당 모두 '가장 이상한' 지도자들을 만나게 된 데 있다는 이야기다. 얼마나 박복한가, '한강의 기적' 뒤에 점지된 운명이 '윤, 한' 아니면 '이'라니! 

 

하지만 이런, 진단 아닌 진단이야말로 지금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문제는 '사람'에게 있지 않다. 하필 이런 사람들이 지금 양대 정당의 맨 꼭대기에 군림하는 현실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국정을 통해서든 당정을 통해서든 권위주의적 리더십 밖에는 보여줄 수 없는 인물들이 2024년 시점에 한국 정치에서 양대 정당의 최고위직을 차지한 것은 한국 정치 자체의 구조와 논리가 낳은 결과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 '체제'가 문제다.

 

어떤 '체제'가 문제인가? 1987년에 뼈대가 만들어지고 이후 계속 진화해 온 '제6공화국 정치 체제'가 문제다. 그리고 이 체제의 정점에는 누가 뭐래도 '대통령'이 있다. 미국이나 라틴아메리카와 비슷한 대통령제라지만, 미국과 달리 연방제도 아니고 라틴아메리카 나라들과 달리 결선투표제도 없는 한국형 대통령제 말이다. 

 

이 대목에서 제6공화국의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지금 양대 정당이 보이는 모습은 제6공화국이 막 시작될 무렵에 정당들에서 나타난 모습과 비슷하다. 지금이야 외부 인사로 채운 공천관리위원회라도 만들어 '공(公)'천 시늉이라도 하지만, 노태우와 삼김 씨가 각 당을 이끌던 시절에는 '총재'가 공천을 비롯한 만사를 다 결정했다. 오죽하면 양김 씨의 사랑방이 있던 동네가 각 정당을 상징하는 이름('동교동', '상도동')이 됐겠는가.

 

그러나 지금과 견줘보면, 비슷한 '사당(私黨)'화 양상에도 불구하고 양김 씨의 당정 운영에는 나름대로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 우선 이는 당시의 정당 형태는 김영삼, 김대중의 항시적 선거운동 캠프로서 직선 대통령을 배출하기에 최적화돼 있었다. 또한 이런 정당 형태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 김대중은 군부독재에서 벗어난다는 제6공화국 초기의 역사적 과제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양김 씨가 각각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 양대 정당은 역시 나름대로 이후 상황에 맞게 진화하려는 노력을 했다. 양김 씨 뒤에 등장한 지도자들은 양김 씨와 달리 양대 정당을 '사당'으로 만들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이 점이 대의민주주의가 안정화된 제6공화국 중반의 사정과 잘 맞아떨어졌다. 김영삼을 계승한 정당은 1997년에 사뭇 역동적인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을 치렀고(비록 대선 자체에서는 패배했지만), 김대중을 계승한 정당은 이를 더 확대 발전시킨 국민참여경선을 치열하게 펼침으로써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양대 정당 중 어느 쪽이든 양김 시대에 비하면 현대적 대중정당에 가까워진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기에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강력한 두 명의 대선 주자를 키워내고 이 둘 사이의 역동적 경쟁을 통해 어쨌든 2017년까지 집권한 한나라당-새누리당은 이런 시대적 요청에 성공적으로 부응한 사례였다. 2010년대 초에 이들 반대편에서는 문재인과 안철수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이런 역사적 경험을 뒤따를 것처럼 보였다. 

 

 

 

 

 

 

 

다른 한편 촛불항쟁 직후 만년 집권당까지 꿈꾸었던 민주당에서는 또 다른 역사의 간계를 통해 유력 대선 주자가 이재명 한 사람으로 압축되는 일이 벌어졌다. 본래는 문재인 정부의 일정한 성과를 바탕으로 안희정이나 김경수, 조국이나 임종석 같은 인물들이 마치 2000년대에 양대 정당이 보여줬던 것 같은 당 내 경쟁 구도를 펼치리라 기대됐다. 그러나 이재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잠재 주자가 문재인 정부의 실패 모멘텀마다 한 명씩 탈락했고, 덕분에 당 내 비주류에 가깝던 이재명이 대안부재론 속에 쉽게 대선 후보가 되고 당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외형만으로 보면, 양대 정당이 모두 제6공화국 초기의 사당형 정당으로 돌아간 꼴이다. 윤석열, 한동훈의 당과 이재명의 당 모두 양김 씨가 각각 상도동당과 동교동당을 이끌던 시절에 가깝다. 두 당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더 자기 당의 유일한 현재적 대선 주자(한동훈과 이재명)에게 권력을 몰아줄 수밖에 없다. 그래야 다음번 대선에서 제6공화국 정치 체제의 중심인 '대통령' 자리를 수호/탈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024년 대한민국 총선은 정책 경연장이 될 수 없다.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을 어떻게 정리하고 새 시대로 나아갈지, 팬데믹 종료로도 끝나지 않은 복합위기에 맞서기 위해 한국 사회를 뒤늦게나마 어떻게 재편할지, 토론하는 장이 될 수 없다. 오직 3년 뒤의 승리를 위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싸움일 따름이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한동훈 당, 이재명 당보다 더 나은 조직 형태도 달리 없다. 

 

그러니 '윤, 한'과 '이'를 욕하지 말자. 한국 정치의 '때 아닌' 궁지를 한탄하지도 말자. 지금의 모든 사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랑거리로 치부되던 'K-민주주의' 바로 그것의 산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창밖을 보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K-민주주의'의 포로 신세에서 벗어나자 

 

흔히 한국형 대통령제의 문제점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든다. 그러나 정말 대통령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게 핵심 문제인지, 혹은 그것만이 문제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내가 보기에 진짜 문제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다른 모든 제도들이 '대통령'이라는 제도 때문에 기능 장애에 빠졌다는 점이다. 국회나 정당처럼 대의민주주의의 작동에 대통령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도들이 한국형 '대통령' 제도와 결합된 탓에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국회는 양대 정당이 차기 대통령 선거를 놓고 전략 게임을 벌이는 장이 되었다. 입법이라는 국회의 기본 기능은 뒷전이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180석의 민주당이 별다른 입법 활동을 하지 않은 사례나 윤석열 정부가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매번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에서 보듯이, 입법 기능 자체가 양대 정당의 권력 투쟁 수단이 되어 버렸다. 국회가 제 기능을 안 하니 결국 대한민국 시민은 입법 통로를 원천 봉쇄당하는 꼴이다. 사실상 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정당 역시 시민사회의 여러 집단을 대표하면서 사회 전체의 해법을 찾는 데 기여한다는 고유한 기능에서 더욱더 멀어진다. 제6공화국 헌법의 '대통령'이 과연 누적되기만 하는 복합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도무지 알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정당은 오로지 차기 '대통령'직을 차지하는 게임에만 골몰한다. 이를 위해 그간 그나마 쌓아온 현대적 대중정당의 외피마저 벗어버리며, 자당의 유일한 현 대선 주자에게 당 내 권력을 몰아준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기능 장애 상태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대다수 시민들 자신이다. 현재의 실패를 낳는 요인은 대개 과거의 성공을 낳은 그 요인이라는 무거운 진실이 한국 사회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다. 제6공화국 초기의 성공을 기억하는 많은 시민들이 여전히 '대통령'(현 대통령이든 3년 뒤에 그리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든)에 모든 기대를 건다. 이들에게 정치란 '대통령 만들기'의 감동적인 서사를 끝내 완성하는 일이며, 그래서 국회든 정당이든 시민들 자신이든 모두 이 서사의 완성에 마땅히 동원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이 '제6공화국 민주주의', '1987년 민주주의', 'K-민주주의'다. 이런 눈물겨운 '대통령 만들기' 멜로드라마를 위해 이제 윤석열-한동훈 당과 이재명 당뿐만 아니라 조국 신당과 이준석 신당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유일한 정치는 이러한 'K-민주주의의 단꿈'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K-민주주의의 포로' 신세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시민들 자신이 민주주의를 새롭게 정초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이런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새어 나오지 못한다면, 총선은 붕괴와 파국 직전의 거대한 낭비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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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심정지 환자 응급실 뺑뺑이 사망... 국민일보 “환자부터 살려야”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앙일보, 인기과 vs 비인기과 소득 양극화 방치 정부 비판

역대 최대 군사보호구역 해제에 동아일보 “정부·대통령실 자제해야”

尹 독일방문 나흘 전 취소에 한겨레 “‘석열스만’을 어찌할 것인가”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4.02.2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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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 병상에 누워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1만 명을 넘어섰다. 현장 이탈자도 9000명을 넘겼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대전에서 80대 심정지 환자가 병상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를 통보받아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중앙일보는 이 소식을 1면에 보도했다.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등은 환자들이 제때 진료받지 못하는 상황을 사설로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 발언을 비판하면서도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소득 양극화를 방치한 정부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아침신문들 1면.

80대 심정지 환자 응급실 뺑뺑이 사망... 국민일보 “국민 분노 커질 수밖에 없어”

중앙일보는 1면 <의·정 ‘강대강’ 대치 속 응급실 찾던 80대 사망> 기사에서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일주일째 접어들면서, 80대 말기암 환자가 진료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해 헤매다 끝내 사망하는 사례가 나왔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26일 대전시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80대 여성 환자가 지난 23일 구급차에서 병원으로 이송 중 심정지로 사망했다.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구급차에 태운 후 인근 병원 7곳에 연락을 취했지만 ‘전문의가 없다’거나 ‘병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어렵사리 진료가 가능한 대전의 대학병원으로 향했지만 환자는 이송 중 심정지로 사망했다. 이 환자가 구급차 탑승 후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53분이었다”고 보도했다.

▲27일 중앙일보 3면.

▲27일 중앙일보 1면.

의료대란으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어지는 3면 <“아이가 숨을 제대로 못 쉬어요”…한 살배기, 병원까지 3시간> 기사에서 “지난 25일 오전 8시31분 경남 창원시 의창구 한 주택에서 ‘아이가 숨을 제대로 못 쉰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아이는 1세 남아로, 구급대 출동 당시 호흡곤란, 입술청색증 등 증세를 보였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하지만 이 아이는 2시간56분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119구급대가 이송한 병원은 집에서 65㎞ 떨어진 경남 진주 경상대병원이었다. 아이 집에서 차로 11~19분 거리(4.8~15㎞)에는 삼성창원병원과 창원경상대병원도 있었다. 하지만 26일 경남 창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들 병원은 ‘의료진 파업’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전공의 복귀 ‘29일 시한’ 엄중히 받아들여야> 사설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의사들이 환자를 떠난 상황에서 의료 파행이 심화하면 국민 피해와 분노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반발하는 ‘2000명 의대 증원’은 국민의 압도적 지지에 따른 필수의료 지원 정책의 첫 단추다. 의료대란을 겪으면서도 국민 다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다른 이익집단의 불법행위에 대해서처럼 엄중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의사들의 절제와 양식 회복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27일 국민일보 사설.

▲27일 서울신문 사설.

국민일보는 <“환자부터 살려야” 전공의들 29일 복귀 시한 지키길> 사설에서 “보건의료위기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초래됐다는 건 심각한 모순이다. 대부분 전공의들은 여전히 정부의 업무복귀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적반하장이라도 지나치다. 무정부 상태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들의 분노가 임계치를 넘기 전에 병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의사들의 권위와 협상력은 의사 가운을 입고 환자 곁을 지킬 때 존중받는다”고 주장했다.

중앙, 인기과 vs 비인기과 소득 양극화 방치 정부 비판

중앙일보는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키’ 발언을 비판하면서도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연봉이 4배 이상 차이가 나도록 의료시장 소득 양극화를 모른 체 해온 정부를 비판했다.

▲27일 중앙일보 칼럼.

정효식 사회부장은 <‘의료-공공재’ 논리가 MZ 전공의에 통할까> 칼럼에서 “의료시장(소득) 양극화 문제다. 전공의의 미래인 전문의 소득 상위 인기과와 비인기과 간 양극화는 최근 10년 새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벌어졌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22년 펴낸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원 표시과목별 연봉 1위인 흉부외과(4억8799만원)는 꼴찌(22위)인 소아청소년과(1억875만원)의 4.5배에 달했다”고 운을 뗐다.

정효식 부장은 이어 “전공별 소득 격차가 4대 1 이상으로 커지도록 의료 영리화를 방치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건강보험체계 밖에서 이뤄지는 비급여 시장이 불어나는 데도 뒷짐만 졌다”며 “건강보험 통제를 받지 않고 병·의원이 자율적으로 수가를 정하는 비급여 진료비는 2010년 8.2조원에서 2021년 17.3조원으로 늘었다. 국민 4000만 명이 건보 급여 대신 민간 실손보험금으로 비급여 진료비의 60% 이상을 지출했다”고 강조했다.

 

역대 최대 군사보호구역 해제에 동아일보 “정부·대통령실 자제해야”

정부가 여의도 면적의 117배에 달하는 전국의 339㎢(1억300만평) 규모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1면 <역대 최대 1억평 군(軍)보호구역 해제> 기사에서 “이번 보호구역 해제는 역대 최대 규모로, 해당 지역 주민들은 높이 제한 없이 건축물 신축·증축 등을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충남 서산비행장에서 15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하고 ‘안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주민 수요를 검토해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27일 동아일보 사설.

그러자 동아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선심성 정책이 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그린벨트 해제” 5일 만에 “역대 최대 군사보호구역 해제”> 사설에서 “이렇게 발표되는 정책들 대부분은 지역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이어서 야권을 중심으로 지나친 선거 개입이란 지적이 커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지난 두 달간 내놓은 선심성 정책들만 해도 과거 선거를 앞두고 암묵적으로 용인돼온 ‘정부 여당 프리미엄’ 수준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실의 자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尹 독일방문 나흘 전 취소에 한겨레 “‘석열스만’을 어찌할 것인가”

지난 14일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로 예정된 독일·덴마크 순방 계획을 출국 나흘 전에 돌연 연기했다. 취임 뒤 16차례 해외 순방을 다녀온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 외교 일정을 출국 나흘 전에 취소한 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순방 연기 및 이유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시 윤 대통령이 KBS와 진행한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는데, 김 여사가 순방에 동행하면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좋지 못한 영향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겨레는 위르겐 클리스만 전 한국 출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윤 대통령을 비교했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는 <‘석열스만’을 어찌할 것인가> 칼럼에서 “클린스만은 지난해 2월 취임하고 나서 잦은 해외 출장이나 미국 자택 체류로 6개월여 만에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했다. 취임 200일 동안 한국에 머문 날은 68일에 불과해, 그 역시 해외를 방문하는지 한국을 방문하는지 헷갈리게 했다”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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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겨레 칼럼.

정의길 선임기자는 “그는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게 완패한 뒤 ‘한국으로 가서 경기를 분석해보겠다’고 하고선 미국 자택으로 가버려, 국민적 분노를 사며 감독에서 해임됐다. 그의 일관된 ‘노 빠꾸’ 정신은 독일 언론도 자극했다”며 “클린스만은 ‘노 빠꾸’ 정신으로 경탄을 자아낸 반면 윤 대통령은 ‘급빠꾸’로 경외를 끌어냈다. 가히 ‘석열스만’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선임기자는 “국빈 방문 정상외교를 나흘 전에 취소할 정도면 천재지변이나 정상의 신변 이상 등 중대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실은 ‘국내 민생 현안 집중 등 제반 사유’라고 방문 취소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까지 해외 순방을 뻔질나게 다닐 때는 ‘순방이 곧 민생’이라고 했는데, 이번 독일과 덴마크 방문은 민생이 아니었는 모양”이라고 비판한 뒤 “독일을 저렇게 무지하게 기분 나쁘게 한 사연의 내막이 김건희 여사 때문임이 한국에서는 정설이다. 기자 생활 30년 이상을 하면서, 그런 이유로 국빈 정상외교가 취소된 사례가 있었던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불철주야하는 대통령이 설마 그런 이유 때문에 국빈 정상외교에서 ‘급빠꾸’ 했다고 나는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정말 그렇게 믿고 싶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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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이 ‘낙제점’인 이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2/27 10:17
  • 수정일
    2024/02/27 10:1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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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핵심 빠진 전세사기 특별법 있으나 마나”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2.22 ⓒ민중의소리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다주택자들에게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최근엔 실거주의무도 3년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 국회통과를 시도 중이다. 실거주의무는 실거주자만 분양받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만큼 자칫 갭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서민 등 주거약자를 위한 정책은 오히려 축소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줄었고, 매입임대주택 실적도 급감했다. 특히 윤 대통령 취임 직후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로 인해 세입자들의 피해가 급증했지만,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그토록 원했던 ‘선구제 후회수’ 방안도 정부여당의 거부로 특별법에 담기지 못했다.

지난 22일 ‘민중의소리’와 만난 최은영 소장은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으로 점철돼 있다”며 “주거약자를 위한 주거정책 측면에선 점수를 주기도 민망한 낙제점”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정책이 다주택자, 즉 가진 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최 소장은 “정부 정책으로서 있어야 할 사회적 설득과 공감이 전혀 없는 정책”이라고 일축했다.

 

 

 

“있으나 마나한 전세사기 특별법... 아직도 세입자 보호 대책은 없어” 


특히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대책에 대해 최 소장은 “핵심이 빠져 있으나 마나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5월 말 정부와 국회는 전세사기특별법을 처리한 바 있다. 하지만 반쪽짜리 특별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와 여당의 극렬한 반대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핵심 요구였던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빠진 데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특별법으로 인해 사각지대에 놓은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한다는 우려였다.

최 소장은 “전세사기 피해의 핵심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만든 전세사기 특별법이라고 하면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해 전액은 아니어도 일부라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특별법엔 이런 핵심 내용이 빠져 있다”고 했다.

특별법 처리 당시 정부와 국회는 6개월마다 보완입법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조차도 지키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진행된 임시국회에서 보완입법을 위한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담긴 특별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대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최 소장은 “정부여당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면서 “늘 실효성 없는 정책들로 피해자들을 농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규모 전세사기의 원인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점도 짚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전세대출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전세대출 보증, 보증보험 확대 정책과 맞물려 대규모 전세사기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오른 전세보증금으로 인해 자기 자본 투입 없이도 ‘대출’과 ‘전세보증금’만으로도 주택 취득이 가능한, 이른바 ‘무자본 갭투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최 소장은 “대규모 전세사기가 가능했던 건 공시가격의 150%까지 보증보험 가입을 받아줬기 때문이고, 전세금의 80~90%까지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다”라며 “정부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 소장은 “이후 공시가격의 150%였던 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126%로 낮추긴 했지만, 그 외에는 아직도 대책이랄게 없다”면서 “여전히 신혼부부, 청년을 중심으로 해서 빚을 내줄 테니 전세 살라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대규모 전세사기 발생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최 소장의 지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시사격의 126%까지 보증 보험 가입을 받아주고, 전세 보증금 대출은 여전히 80~9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세사기가 또 발생하더라도 세입자가 모든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촉구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2023.12.21 ⓒ민중의소리

정부의 ‘부동산 PF 문제 관련 대책’과 ‘전세사기 피해 대책’간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점도 짚었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과 관련해선 ‘사인간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을 정부가 구제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던 정부가 건설사들의 무리한 투자로 인한 부동산 PF 부실엔 수십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최 소장은 “1.10 부동산 대책을 보면 웃음도 안 나온다”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겐 있으나 마나한 말뿐인 정책들이 전부였던 정부가 건설사들의 경영실패로 인한 PF부실에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을 약속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0일 정부는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부동산 부실 PF를 지원을 위해 공적 PF대출보증 25조원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또 연기금, 주택도시기금 등 공적기금을 출연한 1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반면 함께 발표된 전세사기 피해지원 대책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감정가액에 협의매수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입자 외 다른 채권자가 없는 주택부터 우선 협의매수 대상으로 삼아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협의매수 대상 주택의 범위가 협소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1만994명 중 LH에 매입 신청을 한 건수는 141건(1.3%)에 불과했다.

이처럼 정부가 부실한 전세사기 피해지원 대책들을 내놓는 이유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도적 허점을 파고든 전세사기 범죄를 피해자들의 잘못으로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전세사기 대책이 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정부가 본인들의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증 보험이 확대됐는지, 대출이 어떻게 확대됐는지에 대해 무지하다 보니 반성이 전혀 없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제도적 허점을 인정하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진정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2.22 ⓒ민중의소리

 

망가진 취약계층 주거정책... 주거급여 정책도 지지부진


윤석열 정부 들어 주거약자들을 위한 주거정책 대부분이 후퇴했다는 점도 짚었다. 정부는 2023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 예산 5조원가량을 삭감했다. 2022년 반지하 주택 침수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주거취약계층에 공급하는 매입·전세임대주택 물량을 2배 늘릴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 놓고 예산은 크게 깎아버린 것이다. 특히 매입임대주택 기금 예산은 올해 2조4,343억원으로 지난해(2조8,393억원) 대비 4,050억원 감소했다.

최 소장은 윤 대통령의 현실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고 봤다. 그는 “취약계층, 서민의 삶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면서 “문제는 그런 인식들이 정책으로 구현되고 있다. 주거약자를 위한 정책들을 무턱대고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등 저소득층과 청년·고령자에게 공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은 지난해 약 4,610호 매입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목표 매입 물량(2만476호)의 23%를 밑도는 실적이다.

매입임대주택이란 LH 등 공공주택 사업자가 기존 주택을 사들이거나, 신축 예정인 건물을 매입(신축매입약정)해 저소득층이나 고령자, 신혼부부, 청년 등에게 장기간 시세의 50~80%로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택이다. 공공택지 등에 건설해 임대하는 주택과 달리, 매입임대는 임차인이 현재 생활권을 유지하면서 주거안정을 지킬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라 수요가 많다.

최 소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모두 문제다. LH는 매입임대주택 2만호라는 목표가 있었는데도 4,600호를 사들이는 데 그쳤고, SH는 2022년 1만호에 달했던 목표치를 2023년 500호로 확 줄여버렸다”며 “이번 정부가 주거약자들을 위한 주거정책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LH의 매입임대 매입 실적은 윤석열 정부 들어 급격히 줄고 있다. 2019년엔 2만340호를 사들인 바 있고, 2020년엔 1만6,562호, 2021년엔 2만4,162호를 매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엔 1만4,054호를 매입했다. 그리고 지난해 LH는 매입임대 매입 물량은 4,610호로 급감했다.

특히나 SH의 매입임대가 급감한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사실상 개발 포화상태인 서울은 집을 새로 지을 땅이 없다 보니 매입임대를 통한 공공임대주택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매년 8천호 가량을 매입하던 매입임대를 작년부터 500호까지 축소한 것이다.

최 소장은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은 주거취약계층이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면서 “그런데도 SH는 사실상 매입임대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그건 결국 주거취약계층의 삶이 더 개선되지 않는다는 의미와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주거급여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주거급여는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가 대상 가구에 매월 지급하는 돈이다. 최 소장은 “그래도 윤석열 정부 들어 주거급여 쪽엔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서 “대선 공약에 주거급여에 관리비를 포함하겠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주거급여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현행 중위소득 46% 선인 주거급여 대상자를 50%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관리비도 주거급여로 포함시키고 여름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혹서기 지원’ 항목도 신설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취임 2년이 다 돼가도록 주거급여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전무한 상황이다. 최 소장은 “공동주택 같은 경우에도 대부분 관리비가 있는 상황에서 주거급여에 관리비가 포함되지 않는 건 맞지 않다”며 “결국 주거급여가 아닌 생계급여로 관리비를 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취약계층에 이 부분은 꼭 제도적인 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2.22 ⓒ민중의소리

 

“집값 하향 안정화 없이는 어떤 대책도 백약이 무효”


최 소장은 현시점에서 주거취약계층에게 가장 필요한 건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화’라고 봤다. 당장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도 어려울뿐더러 공급물량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주택가격 하향 안정화 없이는 어떤 대책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지금은 무엇보다 집값 하향 안정화되는 게 필요하다. 그게 아니고서는 어떤 정책도 백약이 무효하다”면서 “집값이 안정돼야 전월세 가격도 안정돼 주거비 부담의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월세지원의 제도화를 제안했다. 최대한 많은 양의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돼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주거급여(중위소득 46% 이하)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월세를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2년 11월 주거비 지원 제도가 없는 청년층에게 1년간 한시적으로 월세를 지원하는 정책이 도입된 바 있다. 다행히 총선 때문인지 이번 정부에서도 연장됐다”면서도 “이런 정책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청년 가구 외에 아동이 있는 가구도 소외돼 있는데, 제도화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대상 확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취약계층의 경우 지원 기준이 너무 낮아 아르바이트만 해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주거급여의 경우 중위소득 기준 46% 이하여야만 지원 대상이 되는 만큼 아르바이트만 해도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지원대상을 중위소득의 60~70%까지 올려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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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쟁 부르는 전쟁연습·대북전단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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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4/02/27 10:08
  • 수정일
    2024/02/27 10:0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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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대전본부,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 촉구 기자회견

  • 기자명 대전=정성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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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6 17:03
  •  
  •  댓글 2
 
6.15대전본부가 26일 대전시청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와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6.15대전본부가 26일 대전시청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와 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26일 오후 2시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 주최로 ‘우리는 평화를 바란다! <대북전단 살포·한미연합전쟁연습>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한미연합전쟁연습과 대북전단살포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영복 6.15대전본부 공동대표가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영복 6.15대전본부 공동대표가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영복 6.15대전본부 공동대표는 “오는 3월 4일부터 2주간 진행될 예정인 프리덤쉴드라는 대북선제공격과 전면전을 상정한 한미연합전쟁연습은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미군사력의 한반도 전개와 더불어 진행될 예정”이라며 “연초 북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이라 밝히고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무력에 의한 북진통일을 의미하는 자유의 북진정책을 부르짖는 상황에서 전개되는 이 핵전쟁연습은 한반도를 1950년 6월 25일 직전의 전쟁 전야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우 진보당 대전시당 위원장이 촉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정현우 진보당 대전시당 위원장이 촉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정현우 진보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남북대결이 극한으로 치달아 전쟁의 위험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고 말하며 “최근 9.19 군사합의가 무력화되고 남북 대화 채널이 모두 끊긴 상태로 전쟁방지 장치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 그 위험성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만약 무력충돌이 벌어진다면 단순 무력충돌이 아니라 한반도 전쟁으로 확전될 위성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호경 민주노총 대전본부 사무처장이 촉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김호경 민주노총 대전본부 사무처장이 촉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김호경 민주노총 대전본부 사무처장은 “마치 끝 겨울 살얼음판 같은 시기입니다. 정치도, 경제도, 한반도의 위기도 저는 정치에 대한 기대도 사라졌고, 경제적 안정도 꿈도 못 꿀 정도”라며 “한미일연합훈련을 통해 만에 하나 전쟁의 불씨가 당겨진다면 반만년이 훨씬 넘어서는 한민족의 역사는 사라진다. 대통령은 전쟁연습 당장 중단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추도엽 원불교 평화행동 공동대표가 촉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추도엽 원불교 평화행동 공동대표가 촉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추도엽 원불교 평화행동 공동대표는 “오늘날 우리 한반도는 핵전쟁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 원인은 바로 미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이다. 매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여 진행되는 이 훈련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위험한 행위다”라고 지적하며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김성남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충청지역연합회 지역장이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김성남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충청지역연합회 지역장이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끝으로 김성남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충청지역연합회 지역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오직 평화를 바란다. 한반도 핵전쟁위기는 곧 공멸이다. 우리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반도에서 안보불안을 부추기고, 전쟁위기를 조장하려는 일체의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한반도 핵전쟁위기 부르는 윤석열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는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라며 대북전단 살포와 한미연합 전쟁연습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향후 전쟁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평화현수막 게시 운동과 대전시청역 네거리에서 캠페인을 통해 전쟁연습을 중단시키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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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워치콘]올 들어 한미연합훈련 벌써 13회, 48일 진행



2024년 한미연합훈련이 오늘까지 총 13차례, 48일 동안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2월 24일까지의 통계이니, 56일 가운데 한미, 한미일 군사훈련이 48일 실시된 것이다. 한미군사연습이 10회, 한미일 군사연습이 1회, 한미일 포함 다국적군 훈련이 2회였다.

▲ 옅은 색은 1개, 짙은 색은 2개 이상의 한미연합 훈련이 실시된 날이다.

첫 시작은 한미연합 전투사격훈련이었다. 지난 해 12월 29일부터 시작하여 1월 4일까지 진행되었다. A-10 공격기의 정밀타격, K1A2 전차의 사격, 미국 스트라이커 장갑차의 공격 등이 주된 훈련 내용이었다.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 실시되었다.

▲ 미군 A-10 공격기가 훈련장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국방부

비슷한 공중훈련은 2월 23일에도 진행되었다. 이날 한미 공군 F-35 스텔스전투기들이 다수 참가하는 훈련이 실시되었다. 국방부는 영공을 침범한 적기와 순항미사일을 요격, 격추하는 ‘방어제공임무’ 훈련을 실시했다고 주장하지만,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은 스텔스 전투기가, 그것도 일본 가네다 기지에 주둔 중이었다, 출격했다는 것은 기습공격 훈련이었음을 보여준다.

1월 22일부터 2월 2일까지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는 한미 특수작전 훈련이 실시되었다. 국방부는 ‘그린베레’로 알려진 미국 제1특수전단과 함께 한 훈련이라고 자랑삼아 공개했다. 적진 깊숙한 곳에 은밀하게 침투하는 훈련이었다. 로드리게스 훈련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군 훈련장이다.

▲ 한미특수부대가 적진 침투 훈련을 하고 있다. ⓒ국방부

10차례 중 2월 1일 시작된 한미 KMEP 훈련은 20일 동안 진행되었다. 미 해병대의 한국 내 훈련 프로그램을 뜻하는 KMEP(Korean Marine Exchange Program)는 한미 해병대가 연합작전 수행능력과 상호 운용성 향상을 위해 시행하는 연합훈련이다. 한미 해병 장병 300여 명을 비롯하여 K808 차륜형 장갑차,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K1A2 전차, 대대급 무인항공기(UAV), 마린온 상륙기동헬기, 미 CH-53E 대형수송헬기 등이 참여했다.

4단계로 나뉘어 실시되는 이 훈련은 도시지역 전투상황을 가정한 근접전투 훈련, 연합상륙작전 훈련, 공중돌격 훈련 등이 실시되었다. 이 훈련을 통해 실전적인 전투 감각을 함양했다고 국방부는 평가했다.

그 중에서도 2월 15일 포항 조사리훈련장에서 실시된 연합공중돌격훈련은 미국 MH-53E 헬기에 탑승하여 낙하산을 활용해 적 지역에 침투하는 공중돌격 및 헬기돌격 훈련이었다.

▲ 미 MH-53E 헬기를 활용해 가상의 적 지역에 침투한 한미 해병대 장병들이 기동하고 있다. ⓒ국방부

13회의 훈련 일지와 내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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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훈련은 정밀타격, 적진 침투와 도시 전투, 상륙 및 돌격, 공중기동 등 공격적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올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최소 130여 차례 기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1월 30일 미2사단과 한미연합사단은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연합훈련 협조회의’를 진행했다. 올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소요를 종합하고 훈련 내용을 조율하는 회의였다. 한국과 미국의 군 주요 작전 계획 담당자 80여 명이 참여한 이날 회의에서 한미는 올해 계획된 130여 건의 연합훈련 일정을 조율했다.

 

장창준 객원기자92jc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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