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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종섭 호주 대사 무리한 임명...정부가 논란 자초”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종섭 전 장관 호주행 두고 높아지는 “소환” 목소리

“극단 치닫는 의·정 갈등” 우려 속 국민의힘 도태우 공천 논란도 계속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4.03.14 08:00

  • 수정 2024.03.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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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핵심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대사 임명 논란이 호주 현지로 퍼졌다. 사건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어제 이종섭 대사의 출국금지 해제 논란 관련 고발 사건을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담당하는 수사 4부에 배당했다. 14일 아침신문들은 기사와 사설에서 그의 소환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도를 내놨다.

중앙일보는 호주 ABC방송 보도를 언급하며 “국제적 망신이다. 정부의 설명대로 호주가 안보와 방산 협력에 중요했다면 이런 상황은 사전에 피했어야 했다”며 “용산이 그의 거취를 숙고하는 게 맞다”고 했다. 호주 ABC는 보도에서 “이번 사건이 호주와 한국 간 외교관계에서 어려움을 야기할 잠재력”을 안고 있다고 했다.

▲14일 아침신문 1면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종섭 호주 대사 부임이 “무리한 임명”이라며 “이 대사의 부임 논란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법무부가 이 대사를 출국금지 시킨 사실을 대통령실과 외교부에 알리지 않아 엇박자를 보였고, 곳곳에서 무리수가 읽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 전 장관 출국으로 인해 공수처 수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애초 이 사건을 경찰에 넘기라고 했다가 이튿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를 뒤집었는데, 그가 계속 입을 닫으면서 국방부의 윗선이 외압에 관여했는지 의혹을 다 해소하지 못했다”며 “공수처 수사의 주요 갈래 중 하나인 대통령실 개입 의혹 조사가 이 전 장관 출국으로 인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 대사를 조속히 본국으로 소환해 엄정한 수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 대사가 자리에 머물러 있을수록 양국 관계에 부담만 커질 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가 논란이 불거질 무렵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확인된다고 보도했다. 1면 머리기사에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의 휴대전화 수·발신 내역과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 사건 재판 기록 등을 살펴보면, 김 사령관은 지난해 7월29일부터 이 전 국방부 장관의 ‘이첩보류 지시’가 있었던 31일까지 대통령실·국방부 관계자와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14일 경향신문

권태호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지난해 7월30일,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과 함께 채 상병 사망 사건 처리 계획을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다음날 김 사령관이 박 단장에게 다 취소하라고 한다. 7월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이 크게 화를 내며 당시 이 장관과 통화했다는 게 박 전 단장의 전언 진술이다. 관계자들은 부인한다. 박 전 단장이 꾸며낸 말이라면, 구체적 정황까지 묘사해 감히 대통령을 음해모략하고, 온 국민을 속인 짓이 된다”고 지적했다.

권 실장은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은 잠시 잊었던 정권 심판론을 다시 일깨웠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말은 못하고 속은 타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14일 한겨레

신문들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 대두 가능성에 곤란해하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자칫 정권심판론에 다시 불을 댕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나 몰라’ 반응부터 ‘책임 떠넘기기’까지 이 전 장관의 ‘호주런’이 총선 악재로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서울 동작을 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은 13일 CBS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하는) 절차 같은 걸 좀 매끄럽게 해야 되는데 아쉽다”며 “이 사건(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는 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이 전 장관 출국 이슈를 무마하기 위해 철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14일 경향신문

▲14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들 사이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駐)호주 대사 임명이 총선 민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국민의힘이 겹악재를 만나 흔들리고 있다”며 “3대 악재는 ‘이종섭 논란’, ‘도태우 공천 유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정부 심판론’ 협공”이라고 꼽았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나조차도 출국금지된 사람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것을 이해할 수 없는데, 유권자들이 납득하겠는가”라며 “‘이종섭 논란’을 통해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재점화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14일 국민일보

중앙일보는 “국민의힘에선 총선 목표치를 수정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며 여권에서 현실적 목표를 비례대표 포함 135석으로 봤지만 120석으로 내려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 내부에선 이종섭 대사 임명을 악재로 꼽는다”고 했다.

 

신문들 “극단 치닫는 의·정 갈등”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전공의 1만1900여명이 병원을 떠난 상황에서 전국 19개 의과대학 교수들도 내일(15일)까지 집단 사직에 동참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전공의 면허정지와 의대생 유급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신문들은 “교수 집단 사직이 현실화하면 의료현장은 최악으로 치달을 것(경향신문)”이라고 전망했다.

▲14일 경향신문

▲14일 한국일보

전국 19개 의대 교수들은 지난 12일 밤 온라인 회의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 의사를 취합하기로 했다.

정부는 교수들도 진료유지명령 발동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맞받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대 교수 역시 의료인으로 의료법에 해당하는 각종 명령의 대상”이라며 “의대 증원 규모를 전제조건으로 한 대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전공의가 이탈한 병원에서 중증·응급환자를 보고 있는 교수들이 사직한다면 현재 의료체계 유지는 어려워진다”며 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수술 취소 등 중증 암환자들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인데, 상급종합병원 교수들마저 집단으로 사직하면 의료재앙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의정 간 소통이 막힌 데는 정부 책임도 크다. 충분한 설득보다 엄격한 법 집행을 앞세우면 협상할 여지가 줄어든다. 처벌 면제를 약속한 복귀 시한 제시 같은 유인책은 전공의들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겁박이자 위협으로 느껴졌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발신하는 메시지도 문제”라며 “대통령까지 ‘의료법을 위반하는 행동에 대해선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엄포를 놓으면 전공의들이 돌아올 퇴로가 막힌다”고 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한국일보에 “초강경 일변도 대응은 대화 상대를 아예 없애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자칫하면 비가역적인 의료시스템 붕괴와 무정부적 파국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했다.

 

사설에서 맹비판 받는 국민의힘 도태우 공천 유지

▲14일 한겨레

국민의힘이 그제(12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도태우(대구 중·남) 후보의 공천을 유지키로 하자 신문들이 사설을 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 유지 결정을 뒷받침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발언을 이용해서다. 한겨레는 도 변호사가 전두환씨를 두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새 시대의 문을 열었다”고 칭송했다고 보도했다.

두 차례 경선을 거쳐 지난 2일 공천된 도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사로, 2019년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5·18은 자유민주화적 요소가 있지만,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 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공관위는 12일 네 차례 회의한 뒤 “도 후보가 (9일과 12일) 2차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며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해 공천 유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이 결정을 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겨레는 그가 2021년 11월 한 인터넷 언론사에 게재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영면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에서 “내가 진실에 가깝다고 보는 (전씨의) 잠정적인 모습은 ‘1987년 높은 단계의 자유민주주의로 이행하기까지 대한민국의 과도기를 감당하고 결국 평화적인 방법으로 새 시대의 문을 연 보기 드문 군 출신 대통령’”이라고 주장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5·18유족회, 부상자회, 공로자회와 5·18기념재단 등 5월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월 광주를 찾아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다”며 “겉과 속이 다른 국민의힘의 5·18 농락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도 후보의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게 장동혁 사무총장의 설명인데 군색하기 그지없다”며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한 비대위원장이 적극 찬성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어물쩍 넘어가는 게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집권당의 적절한 태도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공천 유지 결정을 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재검토하겠다고 한 지 하루 만에 공천 유지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란 궤변에 아연할 뿐”이라며 “도 후보는 앞서 5·18 관련 발언을 사과하면서도 북한 개입설 관련 언론 보도에 명백한 오보이자 허위라고 반박했다”고 지적했다.

▲14일 한국일보

경향신문은 사설 <국민의힘, 5·18 폄훼 도태우 공천이 어찌 “국민 눈높이”인가>에서 “북한 개입설 같은 극우적 음모론이 정부·여당이 지향하는 국민통합 정신에 가당키나 한가”라며 “더 이상 ‘국민 눈높이’를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정봉주·도태우 사과로 끝낼 일 아니다>에서 “각 당이 다시금 이들에 대한 공천을 재고하고 당사자들부터 스스로 물러나는 게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대기업 방송소유 문턱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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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 방송지분을 가질 수 없도록 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의 케이블(SO), 위성, IPTV에 대한 지분 제한 규정도 폐지한다. 국내 IPTV와 케이블방송 재허가 규제도 사라진다. 경향신문(1면)을 비롯한 신문들은 관련 보도에서 “규제 완화로 방송 공공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시민단체 등의 우려가 나왔다”고 전했다.

▲14일 경향신문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고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현행 방송법상 ‘자산 총액 10조원’을 넘는 대기업은 지상파방송사 지분 10%를 넘겨 소유할 수 없고, 이를 넘는 지분에 의결권을 제한해왔다. 한국일보는 “독과점 방지의 안전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 약화를 초래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대기업에 친화적인 미디어 정책을 내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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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심판’ 들끓는 광주…‘강한 야당’ 만들기 전략적 표심

한국갤럽 비례대표 투표의향…더불어민주연합 47%

조국혁신당 20%·새로운미래 7%…조국당 크게 뛰어

기자강재구
  • 수정 2024-03-13 11:21
  • 등록 2024-03-13 05:00
11일 광주 광산구 수완동 거리에 걸린 더불어민주당과 새로운미래 펼침막. 강재구 기자 j9@hani.co.kr
11일 광주 광산구 수완동 거리에 걸린 더불어민주당과 새로운미래 펼침막. 강재구 기자 j9@hani.co.kr

“막말로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아도 경우가 있고 상도덕이 있어. 내 몫이 아니면 ‘내 몫이 아닌갑다’ 한다고. 근데 윤석열 대통령은 경우가 없어.”

지난 11일 광주 광산구 비아동 오일장에서 좌판에 잡곡 봉투를 늘어놓던 상인 강행원(55)씨의 목소리가 4·10 총선 얘기에 높아졌다. 강씨는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논란, 총선 개입 의혹 등을 일일이 꼬집으며 말을 이어갔다. “광주 정서는 하나예요. 이렇게 불합리한 세상을 두고 (정치인들이) 입 닫고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냐는 거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을 강한 야당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4월 총선이 한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심장’으로 꼽히는 광주는 윤석열 정부 심판을 요구하는 민심으로 들끓고 있었다. 11~12일 한겨레가 만난 광주 시민들은 윤석열 정부와 대척점에서 “제일 잘 싸울 야당”에 기꺼이 표를 던지겠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어떤 야당의 손을 들어줄 것이냐는 문제 앞에선 복잡한 심경이 읽혔다.

현재 호남 표심에 무게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건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과 이낙연 공동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성인 1천명을 전화조사원 인터뷰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광주를 포함한 호남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55%, 조국혁신당이 11%, 새로운미래가 3%다. 그런데 비례대표 투표 의향에선 민주당의 야권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47%, 조국혁신당이 20%, 새로운미래가 7%로 수치가 많이 달라진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비례대표 투표에선 더불어민주연합이 아니라 조국혁신당·새로운미래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광주의 민주당 지지층 표심을 더 크게 흔드는 건 “검찰 정권 조기종식을 위한 쇄빙선”을 자처하며 강경한 대정부 투쟁 기조를 강조하는 조국혁신당이었다. 물론 “정치는 초심과 소신으로 시작해 보신으로 끝나지 않나”라며 “조국혁신당이 잘해낼지 모르겠다. 일종의 유행 같단 생각이 든다”는 조아무개씨처럼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은 기대가 더 커 보였다. 강행원씨는 “조국혁신당은 ‘검찰 정권’의 피해자들이 모인 ‘공격수 정당’으로, 우리 마음의 소리를 잘 대변해줄 것 같다”며 “투표를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조국혁신당을 찍으러 갈 생각”이라고 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광산을)의 “열혈 지지자”라는 광산구 주민 이연희(52)씨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선택의 바탕엔 “민주당이 1987년 민주화 이래 최대 의석을 차지했는데도 정권을 내줬고, 윤석열 정부 견제도 제대로 못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오랜 동지’에게 차마 등을 돌리지 못해 지역구 선거에선 민주당에 투표하지만, 비례대표 선거에선 ‘새로운 친구’에게 회초리를 들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서구에 사는 김아무개(41)씨는 “민주당은 180석(21대 총선 결과 기준)을 갖고도 정부나 국민의힘에 많이 끌려다녔는데, 조국 대표가 나와서 가려운 데를 긁어줬다”고 했다. 안재석(58)씨는 “윤석열 정부가 답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야당이 똘똘 뭉쳐야 하니 ‘민주당 심판’을 유예하는 것일 뿐, 민주당이 잘했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광주 8석 가운데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7개 지역구의 후보 경선에서 현역 의원이 대부분 탈락해 ‘물갈이’된 것은 이런 ‘광주의 실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정부가 잘못한 일에 목소리를 안 낸다면 국민의힘 의원과 다를 바 없다”(식당 운영 서민주씨), “우리가 원하는 정치인은 눈앞에 총칼이 있어도 할 말은 꼭 하는 사람”(부동산 중개인 박나순씨)이라는 것이다.

광산구에 거주하는 50대 오아무개씨는 민주당 공천 파동 등을 지켜보며 새로운미래 쪽으로 마음이 돌아섰다고 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10일 광주 광산을 출마를 선언했다. 오씨는 이 대표 얘기가 나오자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당’이 돼버렸다. 이낙연 대표가 그래도 가장 인간적이고 정치에 격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동네에서 원예자재 가게를 운영하는 김필웅(65)씨의 반응은 차가웠다. “아버지가 마음에 안 들어도 가족이란 테두리 안에서 처절하게 싸워야지. 당에서 햇볕만 쬐고, 좋은 자리에만 있었던 사람이 진짜 싸워야 할 때 싸운 적 있나.” 민주당에서 5선 의원, 전남지사, 국무총리까지 지냈으나 결국 탈당해 신당을 창당한 이낙연 대표의 행보가 “민주당 훼방꾼”이라는 이도 있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런 광주의 민심 흐름을 두고 “호남의 민주당 지지층은 진보당 등이 들어간 더불어민주연합보다 조국혁신당에 표를 주는 게 민주당에 도움이 되는 최적의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반면, 새로운미래에 대해선 민주당 중심으로 단결해 정권을 교체하는 걸 방해한다는 인식이 강해 보인다”고 풀이했다.

광주/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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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독재는 신파시즘 정권(1)



 

[연재] 신파시즘에 대한 경고

1. 들어가며-윤석열 '검찰독재화'와 신파시즘에 대한 경고

2. 파시즘과 민주주의

3. 신파시즘의 도래

4. 윤석열 검찰독재의 등장

5. 윤석열 파시즘의 특징

6. 윤석열 검찰독재를 막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윤석열 검찰독재 심판' 민심이 들끓는다. 총선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치세력은 전열정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이에 연재 ‘신파시즘에 대한 경고’를 통해 총선 대응의 일치성을 높이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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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 윤석열 '검찰독재화'와 신파시즘에 대한 경고

최근 “한국,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국제연구소 보고서가 나왔다.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지난 7일 연례보고서 ‘민주주의 리포트 2024’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한국은 법치, 견제와 균형, 시민의 자유 등으로 구성된 ‘민주주의 지수’에서 0.60점을 받아 179개 나라 중 47위를 기록했다. 2019년 0.78점(18위), 2020~2021년 0.79점(17위) 2022년 0.73점(28위)에서 점수와 순위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독재국가’, 1에 가까울수록 ‘민주주의 국가’인데, 한국은 지표의 하락세가 뚜렷하다. 현재 ‘독재화’(Autocratization)가 진행 중인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42개국으로 나왔다.

여기서 ‘윤석열 정부가 검찰독재화하고 있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파시즘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지난 2년 윤석열 검찰독재화 과정을 놓고 한국 국민들은 매우 당혹해했다. 윤석열의 독재행태가 모든 면에서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독재는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 개인의 밀어붙이기식 정치방식, 거칠고 한심한 언행의 결과가 아니다. ‘대한민국 실제 대통령은 뒤에 따로 있는 것 아냐’ 하는 식의 국정농단적 행태 문제도 아니다. 검사출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간의 조폭스러운 담합이 낳은 정치희비극 문제도 아니다. 검찰독재는 정적인 이재명 대표를 제거하기 위해 보복수사에 혈안이 되어 있는 편협한 검폭의 수준을 이미 뛰어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신독재로 회귀할 것이라는 것은 대체로 예상할 수 있었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자신도 조심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윤석열의 검찰독재로의 폭주는 그 속도나 양, 질적 측면에서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이다. 윤석열 정부는 자신들이 터뜨린 한 가지 문제를 가지고 국민과 민주진보진영이 분노하고 규탄하고 저항하는 것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 더 크고 더 많은 문제를 계속 터뜨리며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한 2년을 고단하게 겪고서야 국민과 민주진보세력은 이제 정확히 감을 잡은 것 같다. 그 표현이 윤석열 정부가 ‘검찰독재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검찰독재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그런 뜻은 아니다. 이미 지난 2년의 경험만으로로 윤석열 검찰독재는 그 반동적 본질을 여지없이 드러내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검찰독재화’하고 있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윤석열 검찰독재화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했다’는 뜻이다. 오히려 윤석열 검찰독재는 국회장악을 노리며 총선을 분기점으로 더욱 뚜렷하고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점이 현 총선정세의 본질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에 대해 행태와 정책을 넘어 <신파시즘정권>으로서의 <검찰독재>라는 실체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2. 파시즘과 민주주의

자본주의 정치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정치, 사회민주주의 정치, 파시즘 정치이다.

원래 자본주의 정치에서 독재와 민주주의는 동전의 양면이다. 자유민주주의란 곧 자본가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뜻한다. 자유민주주의란 시장경제의 자유를 추구하는 민주주의로서 자본가의 시장독점을 용인하는 민주주의이다. 따라서 자본가 내부에서는 민주주의를 하고, 대다수 노동자 민중에게는 독재를 행하는 정치이다. 즉 소수 자본가에게는 민주주의를, 다수 민중에게는 독재를 하는 정치가 자유민주주의 정치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노동자 민중에게 볼 것 없는 독재정치이지만 형식상으로는 여러 정당이 선거에 나와 집권경쟁을 하고 승자가 집권을 책임지는 민주주의적 절차를 거친다. 어찌됐든 일정하게 국민 개인들의 사상,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이다.

점차 노동운동이 성장함에 따라 사회민주주의 정치가 나타났다. 사회민주주의란 자본주의 체제내에서 자본가 계급이 부분적 또는 일시적으로 노동자계급에게 정치권력을 양도하는 자본과 노동 사이의 타협체제이다. 북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민주주의 또는 복지국가가 성립한 것은 노동자의 보통선거권이 확대되고 노동자 스스로가 독자적인 대중정당을 건설하면서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특히 노동자계급이 혁명을 일으킬 정도까지는 성장하지 못하고, 자본가계급 역시 사회주의 혁명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서로 계급타협을 이룩하여 자본주의 틀 내에서 권력을 나누어 갖는 것이 바로 사회민주주의 정치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하면 자유민주주의나 사회민주주의 정치는 모두 파괴된다. 자본가 계급이 노동자에 대한 양보는 고사하고, 자본가 계급 내부의 민주주의조차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나타나는 것이 자본주의 역사에 등장한 파시즘 정치이다.

파시즘이란 ‘자본가계급 내 가장 반동적 분파가 진행하는 국수주의적, 배타적, 침략적인 공공연한 테러독재’이다. ‘파쇼’란 고대 로마 권력의 상징물인 ‘파르게스’에서 유래했다. 자유민주주의는 그래도 자본가 계급내에서는 독점자본가, 중소자본가를 포함한 내부의 민주주의를 진행한다. 사회민주주의는 노동자 계급이 권력을 자본가와 일부 분점한다. 그러나 파시즘은 자본가 계급 내의 민주주의조차 부정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본가 내 일부 분파가 군부나 파시즘 세력과 손잡고 사회민주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자유민주주의조차 압살하고 세운 반동적 정치체제가 파시즘이다.

파시즘은 1차세계대전 이후 세계대공황의 위기가 전세계를 휩쓸자,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B급 제국주의 국가에서 나타났다. 독일은 1차 대전 패전국으로 막대한 전쟁배상금으로 고통받고 있었고,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1929년 세계대공황이 터지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히틀러의 등장과 함께 나치 체제로 전환했다. 이탈리아와 일본은 1차 대전의 패전국은 아니었지만, 식민지가 적거나 상실한 제국주의 국가로서 세계대공황의 여파를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이탈리아에서 먼저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등장하고 일본 역시 정치암살과 군사쿠데타를 거치며 군국주의의 길로 내달았다.

식민지가 많았던 영국과 프랑스, 내수시장이 거대했던 미국 등 A급 제국주의 국가들은 어떠했나. 이들 역시 대공황의 여파에 치명타를 입었다. 미국의 금융재벌 J.P.모건 2세는 이탈리아 파시스트 무솔리니에게 1억 달러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 미‧영‧프에서도 모두 파시즘의 열기가 드높았다. 1935년 미국 파시스트 모임인 미국자유연맹(American Liberty League)은 예비역 군인 50만을 동원한 쿠데타를 기획하기도 했다. 미국자유연맹에는 화학대기업 듀폰, 금융대기업 모건, 철강 대기업 유에스 스틸, 자동차 대기업 제네랄 모터스, 석유대기업 스탠다드 오일 등 미국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던 독점재벌들이 핵심세력으로 참가하고 있었다.

이처럼 파시즘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심각하게 고장난 세계대공황의 위기 속에서 제국주의국가를 휩쓸었다. 파시즘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파산 밑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배타적 인종주의와 국수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한편으로는 자유주의 억압, 다른 한편으로는 공산주의와 노동운동 타도를 외치며 일당독재, 전체주의 테러독재체제를 수립했다.

파시즘은 자본주의 공황속에서 몰락한 중간층의 불안을 등에 업고 이용하는 강력한 선동정치로 시작한다. 따라서 국가폭력과 민간폭력이 결합한다. 민주주의자, 사회주의자, 노동운동, 농민운동, 시민사회운동은 무자비한 테러와 탄압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파시즘은 필연적으로 침략전쟁으로 발전한다. 인류 5천5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2차 세계대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파시즘은 민주주의에 대한 압살에서 시작하여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고 결국 전쟁으로 치닫는다. 따라서 파시즘은 본질에 있어서 테러독재이며, 전쟁독재이다. 여기에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노자간 타협이 설 자리는 없다.

파시즘이 유럽대륙을 휩쓸자 사회주의자, 사민주의자, 민주주의 공화주의자들이 손을 잡았다. 이것이 이른바 반파시즘 인민전선이다. 프랑스에서는 반파시즘인민전선이 선거에 승리하여 파시즘의 등장을 막았다.

스페인에서는 반파시즘세력이 선거에 승리하고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지원을 받은 파시스트를 상대로 내전까지 벌였다. 그러나 승리하지 못했다.

아시아 식민지국가에서는 제국주의 파시즘 세력의 침략전쟁에 맞서 노동계급과 민족자본가, 사회주의자와 민족주의자가 손을 잡고 민족해방통일전선을 구축했다. 중국에서의 국공합작, 조선에서의 신간회 건설 등이 그것이다.

마침내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파쇼국가들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자, 사회주의 소련과 미‧영‧프 자유주의 국가는 반파시즘 전쟁에서 서로 손을 잡아 승리했다. 역사는 파시즘에 대하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제 세력이 손을 잡고 싸워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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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개성공단지원재단 청산법인이 北 무단가동 등 법적 대응"

기자명

  •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03.12 13:30
  •  
  •  댓글 0
 
개성공단 전경 [통일뉴스 자료사진]
개성공단 전경 [통일뉴스 자료사진]

통일부는 12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해산 이후 청산법인이 채권 관리와 북을 상대로 한 법적 조치를 취하게 되며,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업무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로 이관된다고 밝혔다.

북에 대한 법적 조치는 무단 가동 등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형 공장과 기술지원센터를 비롯한 약 1천억원 이상의 재산에 대한 채권을 소유하는 청산법인이 해당 업무의 주체가 된다는 의미.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의 설비 반출 가능성에 예의주시한다며 "정부는 우리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북한에 분명히 책임을 묻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성공업지구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고 다음 주에 공포 시행할 예정이다. 시행령 공포 이후 재단은 이사회를 개최해 해산 등기 및 신고 등 해산을 위한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재단은 해산의결 뒤 청산법인으로 전환해 직원 5명 이내의 최소 규모로 운영하고 기업 등기처리 및 민원 등 잔존 법정의무는 유관 공공기관으로 이관해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1월 4일 "개성공단 가동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재단의 업무는 사실상 수행불가 상황이 됐다"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태도 변화 등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단운영의 효율성과 개성공단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단 해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개성공단 관리·운영을 맡는 정부산하 공공기관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2007년 12월 31일 설립되어 통일부 등 8개 정부 부처로 구성된 남북협력지구지원단(남측 당국)과 개발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 및 현대아산과 업무 협조체제를 구축해 입주기업의 생산과 영업 활동을 지원 역할을 해 오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8년만에 해산 절차를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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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4년 전엔 ‘방심위 폐지’ 공약 냈다



[2024 총선 기획] 민주당·국힘 21대 총선 언론·미디어 공약 이행 저조

변한 것 없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 “정치적 유불리로 해석”

미디어 부처 통합 공약 진척 없어… “입법 로드맵 제시 못 해”

 

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4.03.13 09:44

 

  •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국민의힘은 4년 전 21대 총선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편파성·불공정성이 도를 넘었다며 조직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했으나, 관련 개정안을 한 건도 발의하지 않았다. 그래픽=이우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폐지하고, 뉴미디어위원회를 신설하겠다.”

국민의힘이 4년 전 21대 총선 때 내놓은 언론·미디어 정책이다. 국민의힘은 당시 방심위의 편파성·불공정성이 도를 넘었다며 조직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했으나, 관련 개정안을 한 건도 발의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이 4·10 총선을 맞아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의 21대 총선 언론·미디어 공약을 확인한 결과 다수 공약이 이행되지 않았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공약에 대한 입장을 바꾸거나, 언론의 자유를 해칠 수 있는 선정적 공약을 내거나, 실현 의지가 보이지 않는 공약도 있었다.

 

평가 가능 공약 23건 중 이행 완료 7건

여야가 21대 총선 당시 내놓은 미디어 공약 중 이행 평가가 가능한 공약은 23개(민주당 12개, 국민의힘 4개, 더불어시민당 4개, 열린민주당 3개)다. 이 중 공약 이행이 완료된 건 7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공동으로 내놓은 콘텐츠 세액공제 강화 공약은 올해 이행됐다. 민주당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통한 콘텐츠 제작지원 확대, 1인 크리에이터 지원, PP 및 외주제작사 제작 지원 확대, OTT 콘텐츠 수출 강화, 글로벌 콘텐츠·플랫폼 기업 개인정보 보호 책무 부과 강화 등 공약 역시 완료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방송사 지분소유 제한 규제 완화(국민의힘), 콘텐츠 대가산정 기준 마련(민주당), 글로벌 콘텐츠·플랫폼 사업자 망 이용대가 부과(민주당), 단일 미디어콘텐츠법 제정(민주당), 방송광고 판매제도 재정비(시민당) 등 공약은 이행되지 않았다.

▲국회의사당 정문. ⓒ연합뉴스

여야 공수교대에 180도 달라진 공영방송법·방심위 폐지 공약

21대 국회에서 여야의 입장이 급선회한 대표적 공약은 방심위 폐지(국민의힘)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민주당, 국민의힘)이다. 총선 당시 국민의힘은 방심위 폐지 및 뉴미디어위원회 신설을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에 불리한 ‘편파방송’ 심의신청을 한 결과 대다수가 기각됐다며 “방송심의 관련 편파성 및 불공정성이 도를 넘으며, 고유기능을 못 하는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했다”며 방송통신 심의기능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21대 국회에서 공약 이행을 위한 개정안을 내지 않았으며, 윤석열 정부에서 여야가 바뀌자 방심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이 다수가 되자 방송사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편파방송으로 얼룩진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겠다”며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2016년 발의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들고나왔다. 여야가 KBS·MBC·EBS 이사를 각사당 7명·6명씩 추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은 공영방송 사장 선정에서 중립성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공약은 21대 국회에서 현실화되지 않았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환경 변화에 맞춘 정책 방향성이 있어야 하는데, 언제나 최우선 순위가 정치적 유불리라서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 같다”며 “국민의힘은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태도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대학 교수는 “방심위 폐지공약 자체도 편의적 판단이었는데, 자신들이 여당이 되니 손바닥 뒤집듯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며 “일관성도 없고 추진력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언론노조에서 요구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정치권의 이사 추천 몫을 대폭 축소하자는 것”이라며 “정치권은 자신들이 가진 양당 체제라는 프레임 안에서 유불리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프레임은 공영방송의 역할을 정치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에만 초점을 맞추어 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담긴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선거 앞두고 등장한 ‘언론 징벌적 손배제’

선거를 앞두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선정적 공약이 나오기도 했다.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은 ‘가짜뉴스 처벌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더불어시민당은 가짜뉴스 처벌 강화를 위해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가짜뉴스 확산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의 의무규정을 강화하도록 한 것인데, 이 경우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업자도 가짜뉴스 예방 조치를 취해야 했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열린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함께 언론중재위원회 폐지·언론소비자보호원 신설과 정정보도 크기·위치를 의무화하는 공약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통해 언론사의 허위·조작 보도를 규제하겠다고 했으나 “언론자유 침해”라는 언론계와 국민의힘의 반발로 무산됐고, 민주당은 법안 본회의 상정을 철회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조국 사태 이후 정치 양극화가 이뤄지고, 대립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언론개혁 과제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거론됐다”며 공약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반대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행정규제를 통해 가짜뉴스를 바로잡겠다고 나섰다”고 꼬집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CI

필요한 언론·미디어 정책 많은데… “공약 책임지는 사람 없어, 이력제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22대 총선에서 정당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심위 제도개선 △플랫폼 기업 책무성 강화 △언론 다양성 확보 등 공약을 내놔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원식 교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1호 공약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냈는데, 언론학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며 관련 공약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홍 교수는 “현재 방심위를 없애는 건 불가능하지만, 공정성 심의는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관련 공약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찬 위원장은 “해외에선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해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독립성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는데, 국내 정치권에서도 관련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며 “저널리즘 강화 전략도 나와야 한다.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소수 매체를 보호하기 위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원 실장은 국회 내 미디어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미디어 관련 진흥·규제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미디어혁신기구 설치·운영 △미디어 전담부서 일원화 등 언론·미디어의 정책 과제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당시 민주당은 180석을 확보했으나, 미디어 전담부서 일원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또 민주당은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를 꾸리고 미디어 바우처법, 포털 뉴스 편집권 폐지 등 정책을 내놨으나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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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실장은 “21대 총선 이후 언론 관련 학회와 방통위 연구반이 가칭 시청각미디어법이란 이름으로 규제 체제 개편안 논의를 충분히 진행했으나 대선 이후 정부조직 개편에서 논의되지 못했다”며 “한상혁 위원장의 5기 방통위 책임도 있다. 수많은 연구 용역과 위원회를 운영했으면서도 입법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홍원식 교수는 “21대 총선 후 민주당이 정치적 과제들에 너무 집중했다. ‘언론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정치적 힘으로 언론을 재편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진 것 같다”고 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정책 이력제’를 통해 공약 실천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사무총장은 정당 공약이 이행되지 않는 문제에 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당 공약의 이행책임은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있다”며 “정당이 공약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비례대표 후보들이 책임을 지고, 미디어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비례대표 후보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공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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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이 심상치 않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3/13 10:28
  • 수정일
    2024/03/13 10:2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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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22대 국회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 발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과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 첫 번째 행동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조국혁신당의 지지도가 연일 화제다. 등장한 지 불과 몇 주 지나지 않아 비례대표 투표 의향 정당 조사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제3당 위치에 안착할 기세를 보인다. 조국혁신당이 몇 석을 얻을지 예측해 달라는 독자 요청을 자주 접한다.

조국혁신당, 두 자릿수 의석 가능할까

솔직히 최근 필자의 가설이 빗나갔음을 고백한다. 필자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비호감 이미지로 인해 조국신당이 등장해도 중도층 지지도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고.민비조',, 중도 성향자의 비토로 더불어민주당과 동반 하락도 가능할 수 있다는 가설을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현재 전혀 다른 상황이다. 조국혁신당의 진보 성향 유권자 지지도가 생각보다 높고, 중도층 지지도도 평균 대비 낮지 않아 필자의 첫 가설은 어긋났다. 오히려 높게 형성되는 진보층 지지도를 발판으로 중도층 호감도를 견인할 수 있다면, 전체 평균 두 자릿수 지지도를 안정적으로 얻어 두 자릿수 비례 의석을 확보, 원내 3당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가능해졌다.

이런 전망은 지난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른 것이다. 비례대표 투표 의향 정당(한국갤럽 3월 1주)에서 국민의미래 37%, 더불어민주연합 25%, 조국혁신당 15%의 분포를 보였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 모양새다. JTBC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3월 7~9일 조사한 결과에서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투표 정당 조사에서 19%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미래는 32%, 더불어민주연합은 21%를 기록했다.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2%p 격차로 사실상 차이가 없다. 본격적으로 민주당 계열 지지자를 반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JTBC-메타보이스 조사 결과 통계표는 아직 여심위에 공개되기 전이니, 한국갤럽 자체조사를 더 들여다 보자. 눈에 띄는 점은 역시 민주당 지지자의 26%가 비례대표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을 택하겠다는 응답은 62%였다. 표심이 분산된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 90%가 국민의미래를 지지하고 개혁신당으로 분산되는 비율은 4%에 불과하다는 점을 봤을 때, 조국혁신당의 파괴력이 눈에 띈다.

 

▲ 비례대표 투표 의향 정당 - 한국갤럽 3월 1주 한국갤럽이 3월 5~7일 조사한 결과,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투표 의향 정당에서 15%를 얻어 3위에 올랐다.

ⓒ 한국갤럽

조국혁신당은 진보층 중 32%의 지지를 얻어, 42%의 지지를 얻고 있는 더불어민주연합 대비 10%p 격차로 오차범위 내에서 격돌하고 있어서 주목된다(진보층 응답자 294명을 기준으로 재계산시 오차범위는 ±5.7%p). 중도층에서도 조국혁신당은 13%의 지지를 얻었다.

비현실적인 전망일 수도 있지만, 여의도의 일부 분석가들은 조국혁신당이 민주계열 정당 모두가 얻을 수 있는 최대 비례 의석수 22~25석을 반분한다면, 11~13석을 기록할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빅스피커' 신장식의 가능성

 

▲ IT 전문가 이해민, 조국혁신당의 인재영입 2호 4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두 번째 인재영입식에서 인재영입1호 신장식 변호사, 인재영입2호 IT 전문가 이해민 씨, 조국 대표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해민 씨는 15년 이상 구글에서 제품책임자로 일했으며, 현재 스타트업에서 기술임원으로 재직 중인 IT 전문가이자 워킹맘이다.

ⓒ 이정민

조국혁신당 창당으로 조국이 뜨는지, 아니면 조국의 잠재력이 발현돼 조국혁신당이 뜨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조국은 한국갤럽 3월 1주 조사 '장래 정치 지도자'에서 대선주자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처음부터 3%로 등장했다. 선택지가 없는 자유응답식 문항에서 1%만 나와도 정치 지도자로서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 대선 이후 한동훈과 김동연이 처음 등장할 때 4%였는데, 한동훈은 새로 출범한 정부의 장관이었고, 김동연은 가장 큰 광역단체의 도지사였다. 지난 정부에서 장관직을 아주 짧게 지낸 조국의 3%는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조국을 언급한 응답자는 호남 거주자 중 7%, 진보층 중 5%, 50대 6%다. 야권 1위인 이재명 대표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성장세를 주목할 수준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조국혁신당 영입인재 1호인 신장식 변호사는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을 청취율 1위로 이끌던 진행자였다. 조국혁신당이 짧은 시간 내 큰 성장세를 보인 데는 신장식의 기여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주 동안 카카오데이터트렌드의 검색량 추이를 보자.

 

▲ 카카오데이터트렌드 검색량 변화 추이 - 2월 26일부터 2주 카카오데이터트렌드에서 지난 2주 동안의 장래 정치 지도자 3명과 신장식 변호사의 검색량 변화량을 확인해 봤다.

ⓒ 카카오데이터트렌드

한국갤럽 장래 정치 지도자에서 1%로 이름을 올린 이탄희·김동연·원희룡의 검색량과 견줘봤을 때 신장식은 눈여겨볼만한 검색량을 기록했다. 공직을 맡고 있지 않지만, 최근 어느 당의 그 누구보다 '스피커'로서 중량감이 있기 때문에 관심이 쏠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괄목할 만한 지지도 성장을 보이고 있는 조국혁신당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두 지점을 보자.

[# 한계①] 진보층 일부에서 응집력 발휘

위에서 조국혁신당 비례 투표 의향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계층은 사실 민주당 지지자의 분포 비율이 전통적으로 높았다. 진보층, 호남 거주자, 4050세대 등이다. 결정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 중에서도 비례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을 지지한다는 비율이 1/4 정도다.

필자는 여기에서 민주당이 최근 서울에서 국민의힘 대비 지지도가 오차범위를 넘는 격차로 열세를 보였던 점을 주목한다. 한국갤럽 2월 27~29일 조사 중 서울에서 민주당이 오차범위를 넘는 17%p 격차로 열세였고, 3월 5~7일 조사에선 21%p 격차로 열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보는 현상이다.

앞서 조국이 3%로 이름을 올린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단골 1위는 이재명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한동훈과 오차범위 내에서 격돌하면서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선 한동훈 24% 대 이재명 23%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내 대등하지만, 수치만으로 보면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 같다.

한국갤럽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 중 이재명-한동훈의 경쟁에서 서울 거주자의 언급량은 2월 1주 조사에선 21%-21%로 동률이었다. 그런데 3월 1주 조사에서는 27%(한동훈)-19%(이재명)로 역시 변화가 보였다. 물론 서울 거주자의 표본 수를 고려하면 오차범위 이내지만 격차는 8%p였다. 지난달 갤럽 같은 조사에서 호남 거주자의 43%가 이재명이라고 응답했지만, 3월엔 30%로 떨어졌다. 오차범위 내이지만 13%p 두 자릿수 하락이 있었다.

조국혁신당은 호남에서 평균 대비 높은 비례대표 지지도를 보였으나, 서울에선 그렇지 않다. 민주당 지지자의 이탈이 뚜렷하게 보였던 서울에서 조국혁신당은 그다지 지지세를 확장하지 못한다는 점이 특이해 보인다. 필자는 호남과 서울의 민주당 지지자의 이탈 원인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본다.

즉, 호남의 민주당 지지자는 민주 계열 정당에게 '보수 정당에 대한 강한 저항력'을 요구했던 반면, 서울의 민주당 지지자는 '다양한 계파의 공존과 협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호남 민주당 지지자에게 조국혁신당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겠으나, 최근 벌어진 민주당 내 공천 과정 불협화음으로 잠시 지지를 철회한 서울 거주 스윙이탈자는 조국혁신당을 지지할 이유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10 총선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한계②] '지민비조' 전략, 계속 먹힐까

민주당에서 분리 독립한 제3정당의 여러 실험 중 2016년 국민의당과 2020년 열린민주당의 성장 모델을 비교해보자. 국민의당은 지역구와 비례 모두에 후보를 냈고, 호남에 기반했고, 대선주자가 있었다. 무엇보다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상당히 적대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과는 비례 의석 13석 포함 총 38석.

이와 달리 2020년 열린민주당은 처음부터 민주당의 비례 플랫폼(위성) 정당을 자임했고, 지역 기반보다는 '매운 민주당'을 지향하며 중도주의를 배격했다.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았고 대선주자는 없었다. 민주당에 호의적이었지만 선거 말미에 민주당에 의한 디마케팅으로 여론조사에서 10% 중반대의 비례 투표 의향을 얻다가 실제 비례 득표는 5.4%에 그쳐 3석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조국혁신당은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10% 중후반대의 비례 지지도를 얻고 있지만, 과연 조국혁신당은 국민의당-열린민주당 두 사례 중 어디에 더 가까울까.

지금까지 조국혁신당 성장세를 지탱하는 전략은 '지민비조(지역은 민주, 비례는 조국혁신당)'인데, 문제는 이게 초기 '브랜드 인지도 제고'엔 도움이 되었겠지만 '성장세를 이어갈 매출 제고'엔 도움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본선에서 민주당이 자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놔두고 조국혁신당과의 협조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조국혁신당이 지민비조를 외친다고 민주당이 덩달아 지민비조를 외칠 수는 없을 듯하다.

조국혁신당, 성장의 조건

조국 대표는 자신을 대표적인 정치탄압의 피해자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신장식은 진보정당인 정의당 출신으로 노회찬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두 인물이 만들어 내는 조국혁신당의 이미지는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 내면화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주고 있다.

그렇지만 그보다 먼저, 당장 새로운 제3정당에 거는 국민적 기대는 현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고질적인 혐오정치의 극복이란 두 가지 과제인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정당들이 이 두 측면에서 국민에게 효능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과연 조국혁신당은 다를까?

앞서 '매운맛 민주당'이라는 실험은 성공하지 못했다. 게다가 조국혁신당이 최근 내세운 '정의당을 대체하겠다'는 주장이 어떤 효과를 미칠지도 지켜봐야 한다. 조국혁신당이 어떤 정체성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이유다.

 

3월 10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조국혁신당 경남도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조국 대표.

ⓒ 윤성효

덧붙이는 글 | [기사 내 인용 여론조사]

○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 한국갤럽 자체로 무선 가상번호 전화면접원 조사 방식으로 진행

- 제577호 2024년 3월 1주: 2024년 3월 5~7일 조사 /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

- 제576호 2024년 2월 5주: 2024년 2월 27~29일 조사 /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

- 제573호 2024년 2월 1주: 2024년 1월 30일~2월 1일 조사 /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

○ JTBC-메타보이스 현안 조사

- JTBC 의뢰로 메타보이스가 무선 가상번호 전화면접원 조사 방식으로 진행

- 2024년 3월 7~9일 조사 / 표본오차 : ±2.2%p(95% 신뢰수준)

*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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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인천 계양을 이재명 48%, 원희룡 36%…전달보다 격차 더 벌어져

대전 유성을 민주당 황정아 47%, 국민의힘으로 ‘6선 도전’ 이상민 28%

4.10 총선에서 인천 계양을에서 맞붙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좌)와 국민의힘 원희룡 국토교통부 전 장관. ⓒ뉴시
22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진행한 지역구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민의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10%p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는 인천 계양을에서 맞붙는다.

KBS가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10일 인천 계양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의 지지도는 48%, 원 전 장관은 36%로 조사됐다. 두 사람의 격차는 12%p다.

한 달 전 이뤄진 조사보다 두 사람 사이 격차는 더 벌어졌다. 2월 조사 당시 이 대표는 44%, 원 전 장관은 34%였다.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56%로, 원 전 장관(32%)보다 앞섰다. ‘정부 견제론’과 ‘정부 지원론’ 중에서는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58%에 달했다.

같은 기간, 대전 유성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8명을 대상으로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인 황정아 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이 47%로, 이 지역에서 5선을 지낸 국민의힘 이상민 의원(28%)보다 크게 앞섰다. 이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에서 탈당한 뒤 국민의힘 후보로 6선 도전에 나선다.

한편, 인천 계양을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p, 대전 유성을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p다. 조사에 사용된 피조사자 선정 방법은 통신사에서 제공받은 휴대전화(무선 100%) 가상번호를 이용해 전화 면접 조사로 진행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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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이종섭 ‘도주의 재구성’…드러난 수사외압의 실체



 

이종섭 “왜 이렇게까지..?”…국민이 묻고 싶은 말

피의자 이종섭, ‘도주의 재구성’

출국금지된 피의자를 해외로 빼돌린 대통령

‘도주 대사’의 이례적 행태 5가지

이종섭 “왜 이렇게까지..?”…국민이 묻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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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기어코 출국했다. 출국 금지 조치가 확인된 지 불과 이틀만이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의 핵심 피의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이 전 장관을 ‘도주 대사’로 임명하고 개구멍으로 도망시켰다”라고 날 선 비판을 가했다.

해병대 예비역 단체 정원철 회장은 “호주에 대한 외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이 전 장관뿐이냐”라며 “왜 꼭 그 사람이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몰래 출국검색대를 통과하려던 이 전 장관은 취재진이 나타나자, “왜 이렇게까지 해야돼?”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정작 국민이 묻고 싶은 말이다.

윤석열 정권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도주 이유를 알아본다.

피의자 이종섭, ‘도주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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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외교부는 주호주 대사에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임명됐다고 밝혔다.

3월 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1월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 조치한 사실이 밝혀졌다.

대통령실은 “출국금지 사실을 몰랐다”고 했고, 공수처는 “보도를 보고 임명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3월 7일, 이종섭 전 장관이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당시 외교부는 이종섭에게 외교관 여권을 이미 발급한 상태였다.

3월 8일 오전, 당일 출국 예정이었던 일정을 연기하고 부임 시기를 다시 조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며 절차와 기준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이 앞으로 진행될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라며, 이례적으로 수사 대상자의 입장을 공개했다.

3월 8일 오후, 이종섭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가 해제됐다.

법무부 출국금지심의위원회는 “이의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3월 10일, 이종섭은 대사 신임장 ‘사본’을 들고 대한항공의 인천발 브리즈번행 KE407편을 타고 출국했다.

주 호주대사관은 수도 캔버라에 위치한다. 가까운 시드니공항을 놔두고 차로 12시간 가량 걸리는 브리즈번 행을 택한 것은 교민이나 기자들의 눈을 피할 목적으로 보인다.

이날 이종섭의 출국 예정 사실이 알려지자 해병대 예비역 단체 회원들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에 집결해 규탄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이종섭은 이들과 취재진의 눈을 피해 미리 면세구역에 입장한 뒤였다.

그러나, 미리 탑승권을 구해 면세구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MBC 취재진에게 덜미가 잡혔다. 이종섭은 MBC 기자가 접근하자 “왜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고 반말투로 말하곤 서둘러 탑승해 버렸다.

출국 소식이 전해지자, ‘시드니촛불행동’ 소속 호주 교민들은 호주 소녀상 앞에서 이종섭의 주호주 대사임명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출국금지된 피의자를 해외로 빼돌린 대통령

주호주 대사 임명권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출국금지’ 사실을 몰랐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이 맞다고 해도,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의 피의자를 해외로 발령한 것은 공범에 의한 범인 은닉에 해당한다.

피의자의 출국을 단순 도주가 아닌 대통령이 ‘도망시킨’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도주 과정에 드러난 이례적 행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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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출국금지된 피의자를 대사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은 '임성근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최종 결재한다. 그러나, 뒤 하루 만에 이를 뒤집고 언론 브리핑 취소,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공수처는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이 전 장관이 언론브리핑 취소를 지시하기 직전, '대통령실'의 전화를 받았던 사실을 확인했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은 진술서를 통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VIP(대통령)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뒤 이렇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윤 대통령이 '수사 독립성'을 침해했을 수 있다는 중대한 의혹이다. 그리고 그 핵심 피의자는 이 전 장관이다. 그런데 혐의가 인정돼 출국금지된 피의자를 사건 관련자인 대통령이 해외발령을 냈다? 공범에 의한 명백한 해외 도피다.

 

둘째, 출국금지가 이렇게 쉽게 풀린다고?

법무부령에 규정된 출국금지 대상자는 “범죄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거나 “출국 시 국가안보 또는 외교관계를 현저하게 해칠 염려가 있다고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이다.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있어서 출국을 금지당한 사람이, 국가를 대표해 외국으로 파견된다면 그건 '외교관계를 현저히 해칠 염려'가 있는 자가 되는 것 아닌가? 출국 금지된 자에게 외교관 신분을 부여해 출국시키는 것은 일종의 권력 남용이다.

출국 금지 조치를 하는 과정도 엄격하다. '별장 성접대' 사건의 김학의를 긴급출국금지한 법무부 관리와 검사들이 '절차 미비'로 줄줄이 엮여 재판정에 서는 치욕까지 겪었다. 인신을 제한하는 출국 금지는 함부로 아무나에게 조치하지 않는다. 이를 해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외교부는 출국금지된 이 전 장관에게 어떤 명분으로 외교관 여권을 발급했을까? 또 법무부 장관은 무엇때문에 돌연 출국금지를 해제했을까? 대사를 임명하고 장관에게 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

 

셋째, 신임장 원본 대신 ‘사본’만 들고?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부터 출국까지 외교 관례와 상식은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의 신임장 수여식도 하지 않은 채 원본도 없이 신임장 사본을 들고 부임길에 올랐다. 피의자 신분인 이 전 장관을 다급하게 출국시키느라 외교부도 경황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통상 부임한 대사는 신임장 원본을 제출해야 주재국의 입법, 사법, 행정 수장 등 3부 요인을 만날 수 있다. 외교부는 이 대사의 신임장 원본을 조만간 외교행낭으로 호주 현지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개구멍 출국’이라 비난하며, 외교부·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예고했다. 시민단체는 윤 대통령과 박성재 법무장관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넷째, 장관급을 호주대사에?

‘격’에 맞지 않다. 현재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주한 호주 대사관의 제프 로빈슨 대사는 부임하기 전 ‘차관보’(Assistant Secretary)가 최종 경력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한국은 호주 주재 대사로 ‘차관급’도 아니고 두 단계 높은 ‘장관급’을 보낸 셈이다. 현직인 김완중 호주 대사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1급) 출신이다.

그 자리는 ‘전 국방부장관’에게 적격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 전 장관이 호주 전문가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그의 경력 어디에도 호주는커녕 외교관 이력도 없다.

 

다섯째, 이종섭의 영어 실력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이 전 장관은 1984년 소위 임관 이후 제21보병사단 GP소대장을 시작으로 중대장, 대대장, 연대장을 두루 거쳐 2010년 별을 달았다. 제7기동군단장과 합동참모차장을 역임하고 2019년 중장으로 전역한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쳐 국방부장관이 됐다. 그의 경력 어디에도 외교관 이력은 없다. 그러므로 이 전 장관은 이번에 초임대사로 주호주 대사에 임명됐다.

외교부는 2006년 마련된 ‘공관장 적격심사 강화방안’에 따라 초임대사는 영어시험을 쳐 적격여부를 판단한다. 적격심사에 영어시험을 도입한 첫해 24명 중 2명의 탈락자가 생겼다. 이번에 이 전 장관은 영어시험을 통과했을까?

따지고보면 국방부장관 교체가 발표된 지난해 9월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뜬금없는 호주대사 임명까지 뭔가 짜인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것같다. 지난해 야당은 이 전 장관 탄핵 소추를 추진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을 전격 교체했다. 그리고 공수처가 수사망을 좁혀오자 꼬리를 자르듯 해외 도주를 결행한 것. 나머지 지휘계통에 있던 신범철 국방차관과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은 총선 후보로 공천해 입막음하지 않았을까.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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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총선 판세 흔드는 조국혁신당 이변”



[아침신문 솎아보기] 총선 판세 조국혁신당 돌풍 이슈 확산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질문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기자명이재진 기자

  • 입력 2024.03.12 07:38

  • 수정 2024.03.1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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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조선일보가 12일자 신문 1면에서 ‘조국혁신당의 이변’을 다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의 비례정당 투표 지지율이 예상밖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이번 총선 최대 이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총선 판세 흔드는 조국혁신당 이변>에서 “당초 이번 총선은 민주당 우세로 시작됐지만 ‘비명횡사’로 상징되는 민주당 공천 파동으로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기도 했다”며 “그러나 조국혁신당 등장 이후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 등을 돌렸던 야권 지지층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에 나서면서 전체 ‘야권 파이’가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야권 성향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비례)을 찍기 위해 투표장에 나오면, 자연스럽게 지역구 민주당 지지율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조국혁신당 돌풍의 이면은

조선일보·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10일 실시한 5개 주요 지역구 여론조사에서 비례 정당 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에 조국혁신당은 지역별로 15~24%를 기록했고, 11일 공개한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비례 정당 투표에서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16%, 조국혁신당은 17%가 나왔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이 ‘조국혁신당’ 이변에 허를 찔렀다는 반응이라며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당선되더라도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면 의원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당’이 총선 판세에 의미 있는 변수가 되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이 예상 밖 돌풍을 일으키면서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범죄자 연대라는 말로 ‘민주당=조국혁신당’ 비판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 부정적이거나, 민주당에 비판적인 야권 지지층”을 조국혁신당이 흡수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민주당 기본 지지층인 친문·친명·호남 3축 가운데 친문·호남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으로 돌아선 것”이라는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의 말을 인용했다.

 

▲ 조선일보 1면

한국일보는 1면에서 조국혁신당 돌풍의 이면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조국 신드롬’에 갇힌 이재명... 野, 중도 표심 잃는 ‘제로섬’ 게임>에서 “조국혁신당이 창당 일주일 만에 총선 정국을 뒤흔드는 핵으로 부상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례정당 지지율이 15%를 웃돌아 최대 12석까지 확보할 수 있다”며 “거대 양당에 이어 제3당이 가능한 수치다. ‘조국 신드롬’이나 다름없다. 조 대표의 잇단 유죄판결에 ‘면죄부 정당이냐’고 혹독한 비난이 쏟아질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전문가들은 ‘쌍끌이 심판론’이 ‘그로테스크한, 비정상의 정치 현상을 만들어냈다’(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신율 명지대 교수)고 분석한다”며 “윤석열 정권의 일방통행과 민주당의 권력다툼에 모두 분노하는 민심의 틈을 영리하게 파고들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조국혁신당 지지층을 △진보 성향 △4050세대 △수도권·호남 지역기반을 둔 △정치 고관여층이라고 분석했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 원장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보통 신당의 지지율 확보는 무당파를 흡수하는 ‘동원’ 표심과 기존 정당 지지자들이 옮겨오는 ‘전향’ 표심이 있는데, 조국혁신당의 경우 현재까지는 친문, 호남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핵심 강성 지지층들의 이탈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재명을 간판으로 총선을 넘어 대선까지 이길 수 있느냐’는 근본적 의문이 지지층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 조국혁신당 돌풍의 이면이라며 “‘비명횡사’ 공천 파동이 결정타였다. 민주당이 내홍으로 표류하는 사이, 윤석열 정권 심판론은 무뎌지고 공허해졌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창당 모토부터 ‘타도 윤석열’을 분명히 했다. 검찰독재정권 종식과 김건희 특검법 추진 등 제시하는 목표에 거침이 없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이 ‘종북 논란’에 휩싸여 있고, “비례투표를 잔뜩해봤자 4명 중 1명만 민주당 몫으로 작동하니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불만”에 따라 조국혁신당 비례정당 지지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박성민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이 서로 표를 나눠먹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지지율 상승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드실장은 <조국의 강, 누가 다시 흐르게 했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범죄자 정당’이란 조롱에도 조국혁신당을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비명횡사’ 공천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이탈은 예상됐지만 그들과 중도(무당)층 일부까지 끌어들이는 힘은 무엇인가. 정치 신인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 조국 사태와 그를 감싼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면, 오늘날 정치인 조국을 세운 건 윤 대통령과 검찰”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검찰의 과잉 수사로 무고함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조국 대표를 비판해 온 나는 지금도 그의 정치가 명예회복의 길이 아니라고 믿는다. ‘검찰독재를 조기에 종식하겠다’는 조 대표의 연설은 현실성 없는 수사라 여긴다”면서도 “그러나 조국혁신당 지지에 담긴 검찰 견제 요구는 실재한다. 7일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 연례보고서에 한국이 독재화 국가로 분류된 지금은 더욱 그렇다. 정치와 행정, 사회 전반에 미치는 검찰의 영향력은 더 막강해졌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라고 했다.

 

야권연대 파기 가능성까지?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으로 뽑힌 비례대표 후보 4명에 대한 재추천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전지예 전 서울과학기술대 총학생회 부회장과 정영이 전 구례군 이장,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선정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인선과 의사결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후보를 추천한 연합정치시민회의 측이 “선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이 커질 조짐이다.

동아일보는 1면 <민주, 종북 논란에 ‘시민사회 몫 비례후보’ 전원 재추천 요구>에서 민주당이 “‘종북 논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라며 “시민회의가 재추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야권 선거연대 파기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민주당 지도부 의원)라는 말까지 전했다.

동아일보는 3면 <야권 비례 갈등… 민주 “종북논란 후보 안바꾸면 연대 파기 고려”>에서도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은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군의 ‘반미’, ‘종북 논란’ 등이 향후 총선 구도에서 최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재명 대표에게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전지예 전 부회장이 시민사회단체 청년겨레하나에서 활동하고 정영이 이장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시위에 참여한 전력이 문제라는 것이다.

▲ 동아일보 3면

동아일보는 “민주당은 재추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더불어민주연합이 후보자를 서류심사 단계부터 직접 검증해 반려하는 방안도 고심 중”이라며 재추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선거연대 파기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나아가 “조국혁신당의 약진으로 더불어민주연합의 ‘당선 안정권’ 의석수도 달라진 만큼 기호 부여 순번 자체를 재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해 향후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에 대한 기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6면 <민주 “매우 심각”…민주연합 ‘비례 1번’ 전지예 ‘재검토’ 요청>에서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이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다”면서도 재추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겨레에 “시민사회가 플랫폼·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소상공인, 중소기업인, 여성·장애인 등을 추천해주는 걸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결과가 사뭇 다르게 나왔다. 이해가 안 되고 당혹스럽다”며 “(시민사회의) 국민후보 추천심사위원회에서 다시 검토해 선제적이고 자발적으로 조정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히려 한겨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임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주도 비례위성정당 구성에 참여하고 공천까지 신청한 것이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10면 <민변 임원들이 민주당 위성정당 ‘들러리’ 노릇>에서 “11일 민변 집행위원회는 조영선 민변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정치활동에 대한 내부 회의를 열었다. 조 회장이 민주당 주도 비례위성정당 추진체인 ‘연합정치시민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활동 중인 데다, 최근까지 민변 사무차장을 역임한 이주희 변호사가 더불어민주연합에 공천을 신청한 탓”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런 행보는 위성정당을 꾸준히 규탄해온 민변 공식 입장에 배치된다”며 “민변 내부에서는 조 회장 등이 위성정당의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들러리’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연합이 시민사회 참여등을 빌미로 국민의힘 위성정당과 차별화를 하고 있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토착왜구니 찍으면 안된다고 하면 어쩔건가

한겨레는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의 색깔론을 경계하는 칼럼을 내놨다. 성한용 기자는 <가짜 보수의 지긋지긋한 빨갱이 사냥> 칼럼에서 “민주당이 종북이라서 찍으면 안 된다고 협박하는 것은 색깔론이다. 빨갱이 사냥이다. 폭력이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른다”며 “누군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국민의힘은 친일파의 후예요, 토착왜구라서 찍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이라고 되물었다.

성 기자는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다음날인 2014년 12월 20일자 한겨레 사설 “정당의 강제 해산으로 민주체제의 중요 요소인 정당의 자유, 정치적 결사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한될 것이다. 진보 논리에 찬성했던 많은 이들의 정치적 의사는 위헌이나 종북 따위로 왜곡되고 제도권 밖으로 내쳐질 수 있다”라는 내용을 인용하고 “이런 우려가 10년 뒤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과 이른바 보수 세력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퍼붓는 이념 공세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다양한 가치의 공존이라는 민주주의 핵심 원리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 한겨레 성한용 칼럼.

성 기자는 색깔론에 기반한 한동훈 위원장의 발언과 보수언론 보도 내용을 전하면서 “이들의 주장은 억지다. 논리적 비약이다. 쉽게 번역하면 이런 내용이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해산했다. 빨갱이였기 때문이다. 후신인 진보당도 빨갱이다. 진보당과 선거연합을 하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빨갱이다. 빨갱이한테 투표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설사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정당했다고 가정해도 마찬가지다. 정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해산되면 해산된 정당의 강령(또는 기본 정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 정당법의 대체정당 금지 조항이다. 진보당이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라면 한동훈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을 하는 동안 왜 가만히 있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 아닌가”라고 했다.

 

박용진 의원 탈락이 의미하는 것은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현역 박용진 의원이 정봉주 전 의원에게 패배해 탈락했다. 서울 서대문갑 청년전략특구에선 1차 오디션 경선에서 탈락했지만 하루 만에 구제된 ‘대장동 변호사’ 김동아 변호사가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한겨레는 6면 <‘비명’ 박용진, 정봉주에게 패배…‘친명 공천 논란’ 재점화>에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로 분류돼 비명계 차별의 상징이던 박 의원이 결국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민주당은 통합에 적잖은 타격을 입은 채 총선에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한겨레는 “하위 10%에게 적용되는 ‘경선 득표의 30% 감점’”과 “‘비명계를 응징하자’는 강성 당원의 표가 정봉주 전 의원에게 쏠”렸다며 “박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함으로써 민주당은 ‘비명횡사 공천’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친명 공천 논란의 재점화로 진정 국면에 들어서던 민주당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 있는데다가, 그가 중도·진보를 표방해왔기 때문에 수도권·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도 1면 <페널티 극복 못하고…박용진, 결국 ‘탈락’>에서 “당내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박 의원의 탈락은 수도권 중도층 유권자들의 표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질문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수사를 받다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10일 출국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이 전 장관은 신임장 원본 없이 사본을 들고 부임한 것이 추가로 밝혀져 논란이 확산 중이다.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급하게 출국시키려다 발생한 일이라는 게 중론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새로 임명된 공관장이 소수일 때는 신임장 수여식 없이 부임한 뒤 신임장은 외교행낭을 통해 별도로 보내고, 나중에 다수의 신임 대사가 국내에 모이는 자리에서 신임장 수여식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3면 <얼마나 급했기에…신임장 사본 들고 출국한 이종섭>에서 “신임장 사본만 들고 부임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의자 신분으로 대사에 임명돼 부임한 과정을 살펴보면 ‘도피부임’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했다.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됩니까” 윤 대통령님!> 칼럼에서 “호주는 인권·법치를 중시하는 민주국가다. 사병 사망과 관련해 수사받는 전직 국방부 장관에게 신임장을 제정받기 꺼림칙할 터다. 차라리 인사 실책을 인정하고 대사를 교체하는 편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정권 총력 기울인 이종섭 도피극, 왜 이렇게까지 하나>에서 “범죄 혐의자의 대사 임명부터 출국 과정까지 무엇 하나 정상인 구석이 없다. 얼마나 급했는지 이 전 장관은 전임자 귀국 뒤 후임자가 출국하는 관행도 건너뛰고, 주재국에 제출해야 할 대통령 신임장 원본도 받지 못한 채 사본만 들고 출국했다”면서 “젊은 군인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해야 할 정부가 되레 피의자를 국외로 빼돌리며 진상 규명을 훼방하고 있다.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도 사설 <석연찮은 이종섭 대사 출국, 이렇게 무리수 둘 일인가>에서 “굳이 수사 대상자를 대사로 발탁해야 했는지, 갑작스러운 4시간 조사로 의혹이 규명된 것인지, 전례를 찾기 힘든 출국금지 해제는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런 무리수를 둬가며 서둘러 출국해야 할 만큼 주호주 대사 부임이 시급한 일이었는지 의문이 꼬리를 문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정권 출범 직후부터 무성하던 인사 잡음이 정권의 분수령이 될 선거를 앞두고 다시 불거졌다. 모른 척 넘어가선 안 될 일이다.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방치하면 음모론에 날개를 달아주게 된다. 이제라도 결자해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 책임은 없나

금융감독원이 수조원대 투자자 손실을 빚은 ‘홍콩 에이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은행·증권사 등에 투자 손실액의 20~60%를 투자자들에게 배상하라는 안을 내놨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이 수수료 실적을 올리려고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과정에서 금융 소비자 보호 규정을 어기는 불완전 판매를 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구체적으로 은행 본점은 금융 시장 불안 등으로 투자자 손실 우려가 커지는데도 판매 목표를 올려잡고, 영업점 창구에선 예·적금에 가입하려는 고령층에게 원금을 몽땅 날릴 가능성이 있는 초고위험 상품을 들이밀었다고 한다. 판매 은행이 고의로 손실 발생 위험이 ‘0’이라고 축소한 사실도 적발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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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사설에서 “금융사가 아직도 투자 위험이 매우 큰 상품을 일단 팔고 보자는 식으로 영업한다는 사실은 우리 금융산업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감독당국은 금융사의 책임자들을 엄히 문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가 반복되는 데는 감독당국의 책임도 크다. 은행들이 이런 고위험 상품을 대규모로 취급하게 허용한 것은 감독당국”이라며 “오래전부터 판매해온 공모형 상품인데 이렇게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런 관리를 못 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이번 사태엔 기본적으로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 홍콩 ELS의 은행 판매 위험성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며 “금융당국은 금융 소비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촘촘한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소를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반복되지 않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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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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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자,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현대 러시아 역사상 처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3/12 09:20
  • 수정일
    2024/03/12 09:2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타스> "국가 기밀 외국 정보기관으로 넘긴 혐의…모스크바에 수감"

 
 

 

 

한국 국적자가 간첩 혐의로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현지 매체는 러시아의 국가 기밀을 외국 정보기관으로 넘긴 혐의가 있다고 보도했다.

 

11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 <타스>통신은 익명의 사법 당국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 당국자가 "첩보 수사 일환으로 수색 활동을 하던 중, 대한민국 국민 신원이 확인된 백OO를 구금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백 모 씨는 올해 초 러시아 극동 항구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억류된 이후 지난달 말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로 이송됐다. 통신은 현재 백 씨가 모스크바의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백 씨와 관련된 형사 사건 자료가 일급 기밀로 분류돼 있었다면서, 이날 레포르토보 법원은 백 씨의 구금기간을 6월 15일까지 3개월 연장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매체 <모스크바 타임스>는 백 씨의 체포와 관련,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가 아닌 외국인이 간첩 혐의로 체포된 두 번째 사례라고 전했다.

매체는 지난해 러시아 당국이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에반 거슈코비치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는데, 기자 본인과 언론사, 미국 정부가 모두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와 관련 12일 "현지 공관은 체포 사실 인지 직후부터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구체내용은 현재 조사 중인 사안으로 언급하기 어려움을 양지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AFP=연합뉴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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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낙수효과 전부 끊어...총선에 서민 재산권 달렸다"



[인터뷰]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여당 이기면 부가세·소득세 오를 것"

24.03.12 07:02l최종 업데이트 24.03.12 07:02l

글: 조선혜(tjsgp7847)

사진: 이정민(gayon)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정부에서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경로를 다 끊어놨다"고 지적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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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에서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경로를 다 끊어놨어요. 기왕 재벌·대기업의 세금을 깎아줄 거라면, 낙수효과라도 나오게 하라는 겁니다."

 

부자 감세를 멈추라는 말도, 부자를 대상으로 증세해야 한다는 말도 아니었다. 감세를 하더라도 재벌·대기업이 쥐고 있는 부의 일부가 중소·중견기업으로 흐르는 물꼬를 막지만은 말라는 엄중한 경고였다.

 

'부자 감세하면, 낙수효과로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오히려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제개편을 한 건 기획재정부"라는 것.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자유주의적' 생각을 잘 알고 있는 기획재정부 관료들과 기득권자들이 윤 대통령을 적절히 잘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정부가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해 감세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일부 동의한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유 교수는 "다만, 상속세를 내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가업 상속세 공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증여 등 이상한 제도들을 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서민들이 부가가치세, 근로소득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를 깎아주면서 세금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서민들에게 더 내라고 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는 서민들의 '재산권 지키기'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기재부가 낙수 효과 발생 경로 다 끊었다"

 

- 윤석열 정부는 재벌·대기업에 대한 행정 규제, 조세 부담을 완화해야 '낙수효과'가 발현되고, 이를 통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 대처 정부와 미 레이건 정부 사례를 통해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증명됐는데도 정부가 이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윤석열 대통령은 그냥 자유주의자다. 신자유주의자들이 흔히 얘기하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에 강한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판단인데, 윤 대통령의 이런 생각을 잘 알고 있는 기재부 관료들과 기득권자들이 윤 대통령을 적절히 잘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 왜 그렇게 보나.

 

"낙수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는 논외로 하더라도,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기제는 살려가면서 감세해야 한다. 그런데 2022년 세제개편안, 2023년 세제개편안에선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경로를 다 끊어버렸다. 그러면서 부자 감세, 재벌·대기업 감세를 한 거다."

 

- 그게 어떤 의미인가.

 

"부자 감세, 재벌 감세를 한다면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세후 이익을 높여주고, 그 이익이 재투자로 이어지도록 세제개편안을 짜야 한다. 그런데 기재부가 갑자기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이라는 걸 들고나왔다. 국내 모회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해 국내에서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수출해서 외화를 많이 벌어오는데, 그걸 왜 과세하느냐는 논리로 막은 것이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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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 기지의 해외 유출을 부추길 수도 있겠다.

 

"재벌·대기업들은 예컨대 현대차의 경우처럼 국내에 새롭게 공장을 만든 게 거의 없다. 대부분 중국, 인도, 베트남 이런 신흥지역이나 미국, 유럽에 가 있다. 국내에 있는 협력업체들에 줘야 하는 일감들이 해외로 다 빠져나가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으로 가지고 들어오면 국내에서 과세를 안 하는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거다. 국내에서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다시 말해 대기업의 세금을 빼줬을 때 국내 협력업체들에 나가야 할 돈들이 다 해외로 나간다는 거다."

 

- 과세하지 않은 만큼 국내에서 재투자가 이뤄지리라 기대하긴 어렵나.

 

"그렇다. 그러려면 일감몰아주기 증여 의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모회사의 일감몰아주기로 얻게 된 이익을 일종의 '증여'로 보고 과세하는데, 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벌·대기업들은 대부분 다 순환출자를 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거래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부는 일감몰아주기를 증여로 보는 범위도 축소해버렸다."

 

"법인세율 24%, 중요하지 않다"

 

- 일감몰아주기가 아닌 정상 거래로 취급하는 범위가 늘어난 셈이다.

 

"그전에는 자회사와 모회사 간의 거래면 일감몰아주기 증여라고 했는데, 이제는 사업 부문별로 축소했다. 회사 안에 여러부서 중 특정 부서에 해당하는 일감몰아주기만 증여로 간주하고, 다른 건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거다. 당연히 과세하는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 정부가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세금을 매기지 않도록 했는데, 국내 자회사 배당금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그렇다. 그런데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일감몰아주기 증여 의제 범위도 축소하지 않았나. 그런 상태면 국내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줘도 증여로 간주하는 부분이 줄어드니 더 많이 일감을 줄 수 있다. 그럼 자회사에 이익이 많이 생기지 않겠나. 그 이익을 배당으로 받아오면 과세하지 않게 되는 거다."

 

- 모회사가 직접 수익을 내는 것보다 세금을 훨씬 적게 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뜻인가?

 

"지금은 법인세율이 24%지만, 당시에는 25%였다. 모회사가 직접 (물품이나 서비스를) 팔아 벌어들인 이익이 3000억 원을 초과하면 25%를 과세했다. 그러면 3000억원 미만으로 자회사를 쪼개고, 거기서 받는 배당금을 입금받는 식으로 방어할 수 있다. 국내 자회사 배당금에는 과세하지 않으니까."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규모가 2020년 183조원에서 2022년 275조원으로 91조원이나 급증했다. 특히 국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금액이 477조원으로 국내 계열 내부거래(275조원)보다 높고, 총수 있는 기업집단 내부거래 금액은 689조원으로 총수 없는 기업집단보다 10배 크다.

 

"국내 자회사 배당금 익금불산입이라는 제도를 만들어버리니 재벌과 지분 관계 없는 회사에는 일감을 안 준다. 지분 관계가 없는 회사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다 하고, 국내 자회사에 일감을 줘서 벌어들인 이익은 배당금으로 받았을 때 세금을 안 낸다.

 

그러니 순환출자 고리 안에 있는 재벌 계열사들에만 일감이 가고, 그것 외에는 해외로 일감이 나가버리는 거다. 재벌·대기업을 제외한 다른 중소·중견기업들에는 낙수효과가 사실상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인데, 이걸 기재부 관료들이 모를 리 없다."

 

- 기재부가 세제개편안의 키를 잡고 있으니 그럴 가능성이 크겠다.

 

"'부자 감세하면 낙수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다. 윤 대통령은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 범위 내에서 '부자들에게 감세해주면 당연히 낙수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제개편을 한 건 기재부다. 그래 놓고 '낙수효과 있다'고 계속 우기는 거다. 기존에 있던 것마저도 없애버린 채 말이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자 감세하면 낙수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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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의 일몰 폐지도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세금 때문에 의무적으로라도 비계열사들에 줬던 일감마저도 끊으려고 하는 거다. 제가 국회 토론회에도 여러 번 나가 '그것마저 없애버리면 재벌·대기업들과 지분 관계없는 중소·중견기업들 일감 다 끊긴다, 절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마 (지난해 12월에 일몰을 3년 연장한) 그 부분은 기재부가 좀 양보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선 기업 소득의 사외 유출 촉진 효과가 없다며 폐지를 건의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효과가 없다고, 이마저 없애버리면 어떻게 되겠나. 더 효과가 없지 않겠나. 논리가 성립이 안 된다. 실제로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로 거둬들인 세금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었다. 이 세금을 회수해 정부 재정자금이 생기면, 중소·중견기업들에 다른 형태로 조세 지출을 해주면 된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자기자본이 500억원을 초과하거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을 대상으로 미환류소득(사내유보소득)의 20%를 과세하는 세제다. 홍영표 의원이 공개한 국세청 자료를 보면, 해당 세제로 인해 기업의 사업소득 대비 환류소득 비율은 2018년 49.3%, 2019년 59.8%, 2020년 63.8% 등으로 높아졌다. 기업이 사업소득을 사내에 유보하지 않고 투자, 임금, 상생협력 등에 쓴 비용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차례나 세제개편이 이뤄졌는데, 기재부가 낙수효과 경로를 대부분 끊어놓은 상황에 대해 시민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준구 서울대 교수님이 1980년대 미국 세제개편안 관련 논문들을 분석한 논문이 있다. 내용을 보면, 낙수효과가 없다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기재부는 일부 논문을 가지고 낙수효과가 있다고 얘기한다. 여기에 더해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장치까지 다 끊어버린 상태에서 낙수효과가 있을 거라 주장한다. 세금을 20여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일반 시민들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진행한 거다."

 

- 재벌·대기업의 3세 경영이 일반화했고, 4세도 경영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자 범위를 오히려 축소했다.

 

"과거 2세 경영일 때는 특수관계인을 4촌 이내로 규정해놨다. 그러면 이제는 6촌, 8촌으로 넓혀야 하는데, 거꾸로 3촌 이내로 줄여버렸다. 전반적으로 재벌·대기업을 위해 아주 잘 만들어진 세제개편,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는 거다."

 

"상속 받은 100명 중 1~2명만 상속세 낸다"

 

- 기재부가 상속세 과세 방식을 상속인의 유산 전체에 매기는 유산세에서, 피상속인이 각각 물려받은 자산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이 정말 무겁느냐 물어보고 싶다. 세율만 보면 무거워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미 상당수 부자들은 세금을 거의 안 내도 되는 구조가 상속세·증여세법에 만들어져 있다. 그 첫 번째가 가업 상속이다. 가업 상속의 범위가 무제한으로 넓어져 사실상 가업이 아닌 형태로 상속해줘도 상속세를 안 내게 돼 있다. 과거에는 소분류 내에서만 업종 변경이 가능했는데, 이걸 대분류까지 확대했다. 예를 들어 아버지는 철공소를 운영했는데, 자녀가 게임방을 차린다고 해도 가업 상속으로 본다."

 

- 가업 상속의 취지에 어긋난 것 아닌가.

 

"이걸 통해 엄청나게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가업 상속을 진행하고 있다. 상속세가 다 빠졌다는 얘기다. 그리고 가업 증여 공제도 등장한다. 역시 마찬가지다. 공제 금액도 확대하고, 범위도 넓혀줬다. 또 과거에는 상속세를 깎아주고, 증여세를 깎아줬으니 고용을 늘리라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그것마저도 없앴다. 그냥 세금 빼먹으라는 거다."

 

- 고용을 늘리지 않아도 상속·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된 건가?

 

"과거에는 가업을 상속·증여받은 당시 고용 노동자들을 110% 유지하라는 조건이 있었다. 사후 관리 기간 5년 동안 10%는 늘리라는 거였다. 그런데 그걸 90%로 바꿨다. 고용을 줄이더라도 세금을 공제해주겠다고 한 거다.

 

- 이미 상속세 부담이 높지 않은데, 정부가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재벌·대기업들은 여전히 상속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업 상속·증여세 면제는 중소·중견기업에만 해당한다. 관련법 입법 당시인 1998년에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상속 금액 중 1억원만 세금에서 빼줬다. 가업 상속을 통해 백년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그게 25년 만에 600억원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세법 어디를 뒤져봐도 25년 만에 공제 기준 금액이 600배 인상된 사례는 없다."

 

- 공제 기준을 더 확대하기는 어렵겠다.

 

"재벌·대기업들도 봐주자고 하면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수 있으니 상속세 세율이 높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다. 정부는 상속세가 온 국민이 내는 세금인 것처럼 언론을 통해 호도하고 있다. 그런데 전체 상속자 중 상속세를 내는 사람의 비중은 1.6%밖에 안 된다. 상속받은 100명 중 1~2명만 세금을 낸다는 거다."

 

-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그만큼 세수도 줄어드는 것 아닌가.

 

"상속세가 누진 과세 구조로 돼 있어 조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유산취득세로 바꾸자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 동의할 수 있다. 다만, 상속세를 내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가업 상속세 공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증여 등 이상한 제도들이 많지 않나. 차라리 이런 것들을 다 없애버리고 유산취득세로 간다면 저는 동의할 수 있다. 이미 상속세 부담을 덜어줄 만큼 덜어준 상태에서 유산취득세로 간다는 건 이중의 혜택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부자 감세 이후 벌어질 일

 

"이번 선거는 일반 서민들의 '재산권 지키기'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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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회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지배력 강화와 조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세제를 어떻게 개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보는지.

 

"원상복귀해야 한다. 또 일감몰아주기 증여 의제는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지속 성장이 어려운 이유는 과도한 경제력 집중에 있다. 자꾸 미국 얘길 하는데, 미국의 경우 AT&T를 사실상 분할시켜 버리지 않았나. 미국의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이런 자유는 별로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시장이 계속 자유화하면 할수록 시민들은 경제적으로 기업 또는 자본가들에게 종속되는 일이 벌어진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자유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그 자유가 결코 시장의 자유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런데 지금 정부에서 하고 있는 일이나, 기재부가 가진 기본적인 포지션은 시장의 자유만 얘기하고 있다. 굉장히 문제라고 생각한다."

 

- 기재부의 '재벌·대기업 봐주기' 세제개편을 사전에 견제할 방법은 없을까.

 

"세제개혁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각계각층에 있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노조, 기재부 관료, 학자도 참여해서 중장기적으로 어느 계층에, 얼마만큼 세금을 더 늘릴 것인지 논의하고, 5~10년 정도는 같은 방향으로 가자고 합의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정하지 말고, 그 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시민들은 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더 많은 감시와 감독이 이뤄질 것이다."

 

- 재벌·대기업에 유리하게 변경된 세제개편안을 정상화하려면 이번 4월 총선에서 보다 더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다수당이 된다면 세제를 원상복귀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국민의힘이나 기득권층에선 '경기가 어려워 세금을 깎아준 것'이라고 할 것이다. 세금을 깎아주면 경기가 좋아진다 했는데, 왜 경기는 여전히 어려울까. 세금이라도 내라 해야 한다. 민주당이 가장 먼저 손봐야 할 부분은 낙수효과가 끊어지게 한 세제개편을 개편하는 것이다."

 

- 앞서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서민 증세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이렇게 되면 누군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결국 서민과 노동자들이 세금을 더 내게 된다. 여당이 다수당이 되면 부가가치세를 손 보거나, 근로소득세 과세점을 내리려 할 것이다. 과세점을 인하하면 과세 폭이 넓어진다. 법인세, 종부세, 상속·증여세를 깎아주면서 세금이 부족해지지 않았나. 이제 서민들에게 더 내라고 할 것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그랬다. 이번 선거는 일반 서민들의 '재산권 지키기'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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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유호림, #세제개편, #윤석열, #기재부,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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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30, 중앙일보 “친윤·친명 불패…제3지대 존재감 미미”



[아침신문 솎아보기] 주요 일간지, 총선 30일 앞두고 여야 공천 비판...국민의힘, 5·18 북한 개입설 옹호 인사 공천까지

 

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4.03.1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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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사진=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4·10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중 어디도 도덕적·정책적 우위를 갖지 못하고 있으며 문제점만 노출하고 있다는 언론의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공천이 주요한 문제로 꼽힌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친명·친윤 중심의 공천을 하고 있다는 게 공통적인 평가다.

총선 30일을 앞두고 주요 일간지들은 11일 여야의 총선 행보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놨다. 주로 공천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우선 한국일보는 이번 총선을 비전과 인물, 바람이 없는 3無 선거로 표현했다. 한국일보는 1면 <‘3無 선거’ 비전·인물·바람이 없다>에서 “(여야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상대를 공격하며 표를 얻는 반사이익만 노리고 있다. 정당의 지역구 대표를 내세우는 공천에서도 참신한 인물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3월11일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가 인터뷰한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사당화, 한동훈 위원장은 연일 가십거리만”(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 “민주당만 엉터리 공천인 줄 알았더니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등 평가를 내놨다. 한국일보는 “비전이 미흡하다면 비전을 제시할 새 인물이라도 발굴해야 하는데 여야는 이마저도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3월11일 중앙일보 3면

중앙일보는 이번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공천이 친윤·친명 위주로 흘러갔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친윤계로 분류되는 현역의원 84%, 친명계로 분류되는 지도부 95%가 공천을 받았다. 중앙일보는 3면 기사에서 “양당은 공히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지만, 현재까지 나온 공천 결과는 ‘친윤불패’(국민의힘), ‘친명불패’(민주당)라는 평가”라며 “문제는 거대 양당에 실망한 표심을 흡수해야 할 제3지대의 존재감이 아직 미미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3월11일 한겨레 사설.

특히 국민의힘은 과거 5·18 북한군 개입설을 제기한 도태우 변호사를 대구 중구·남구 후보자로 확정하기로 했다. 이에 한겨레는 사설 <‘5·18 북한 개입’ 후보를 “다양성”이라 하는 국민의힘>에서 “한 위원장은 광주에서 ‘5월 정신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신’, ‘헌법 전문 5·18 정신 수록에 적극 찬성한다’고 했다”며 “도 변호사 말과 한 위원장 말이 어떻게 한 울타리에 ‘다양성’이라며 함께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3월11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말 많은 여야 비례대표 공천, 또 밀실서 나눠먹기 할 텐가>에서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다양성·비례성·대표성 확보라는 비례대표제 가치를 훼손한 데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주기 바란다”며 “비례 후보 자질과 도덕성을 철저하게 검증해 부적격 인사를 걸러내고, 직능·세대·지역에서 다양하고 전문적인 인물을 발굴해 국민을 닮은 국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위성정당은 총선 직후 법을 고쳐 이번으로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3월11일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는 여야 정치인들의 막말을 문제로 꼽았다. 조선일보는 5면 <이재명 “설마 2찍?”… 총선 화두로 떠오른 막말> 보도에서 이재명 당대표가 선거운동 중 ‘2찍’(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라고 말하고 장예찬 국민의힘 후보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과거에도 정치 혐오를 일으키는 막말은 결국 중도층을 외면하게 만들어 선거에 악재가 됐다”고 밝혔다.

▲3월11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이번 선거에서 현실성 있는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총선 D-30, 네거티브 올인 접고 입법 공약 내놓으라>에서 “여야 간 네거티브 공방만 치열할 뿐 건설적인 공약·정책 경쟁은 실종 상태”라며 유권자가 여야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저출생·지방소멸·이민·통일 등 국가적 어젠다에 대해 각 당이 어떤 비전·플랜을 제시하는지 꼼꼼히 살펴보자. 모든 공약 입법엔 재원 조달 방안이 명기됐는지를 확인하고, 그렇지 않은 공약은 대국민 사기로 간주하자”며 “모든 정치혁명은 주인인 시민의 각성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한겨레 의뢰 여론조사 결과는

조선일보(TV조선 공동의뢰)와 한겨레가 총선을 앞두고 비례정당과 주요 격전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우선 조선일보는 인천 계양을, 경기 성남 분당갑·수원 병, 경남 양산을, 서울 마포을 등 5개 격전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계양을에선 이재명 후보가 43%로 원희룡 후보(35%)와 오차범위 내에 있었으며 서울 마포을에선 정청래 후보(44%)가 함운경 후보(28%)를 크게 앞섰다. 나머지 지역구 후보들은 2~4%p 차이를 보였다.

▲3월11일 조선일보 4면.

한겨레는 글로벌리서치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거주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경기·인천에선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이, 서울에선 국민의힘에 우호적인 여론이 높았다. 한겨레는 “이번 조사 결과를 수도권 전체로 보면 민주당이 앞서지만, 서울은 달랐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 심판을 위해 야당에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은 53%였으며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당에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은 41%였다. 서울에선 정부 심판론과 정부 지원론이 오차범위 내였지만, 경기·인천에선 정부 심판론이 높게 나왔다.

▲3월11일 한겨레 4면

한겨레가 지역구 선거에서 투표할 정당을 물은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42%로 국민의힘(34%)을 크게 앞섰다. 이 역시 서울과 경기·인천의 흐름이 달랐다. 서울의 경우 국민의힘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0%로 민주당(37%)보다 오차범위 안에서 높았다. 반면 인천(민주당 44%, 국민의힘 29%), 경기(민주당 45%, 국민의힘30%)에선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한겨레는 “민주당이 2010년대 이후 세 차례 총선에서 줄곧 서울에서 국민의힘보다 두세배 이상 의석을 확보해 ‘서울 제1당’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며 “이미 서울은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보다 더 크게 지지했고,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도 오세훈 시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지방의원을 민주당 소속보다 더 많이 당선시킨 바 있다”고 했다.

▲3월11일 한겨레 1면

조선일보·TV조선 의뢰 여론조사는 케이스탯리서치가 9~10일 전화면접 조사방식으로 4개 지역구의 18세 이상 남녀 500명(총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4.4%p다. 응답률은 인천 계양을 13.6%, 경기 성남 분당갑 11.7%, 수원 병 12%, 경남 양산을 15%, 서울 마포을 11.6%다. 한겨레 의뢰 여론조사는 글로벌리서치가 8~9일 전화면접 조사방식으로 서울·인천·경기도의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p다. 응답률은 10.3%다.

▲국민일보에 실린 정부 의료개혁 광고. 다른 신문사에 실린 광고도 동일하다.

정부, 주요 일간지에 의료개혁 광고 대거 게재… 의료계 비판하는 사설 다수

정부가 주요 일간지에 의료개혁 관련 1면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를 게재한 신문사는 국민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서울경제, 한국경제 등이다. 정부는 광고에서 “부족한 의사 늘리고, 무너지는 지역의료 살리고, 의료사고 부담 덜어주고, 힘든 진료 더 보상하는 국민 모두를 위한 의료개혁, 꼭 해내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사설에선 의사 집단을 비판하는 논조가 주를 이뤘다. 세계일보는 사설 <“버티면 이긴다”는 오만에 동료 의사 겁박하고 복귀 막나>에서 “환자 곁에 남기를 택한 의료진이 동료들의 폄훼와 겁박에 시달리는 실태는 우려를 넘어 개탄을 자아낸다”며 “의료개혁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의사들은 ‘버티면 이긴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벗어나 당장 의료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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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1일 한국경제 사설.

한국경제는 사설 <제자들 말려야 할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이라니>에서 일부 의대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한 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제는 “대 교수들이 누구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당직을 서고 그 다음날엔 진료와 수술을 하느라 이미 한계상황일 것이다. 몸보다 더 힘든 건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보는 스승으로서의 착잡함일 것”이라며 “하지만 일부에서 사직서까지 제출하는 것은 그야말로 현 상황을 계속 난국으로 끌고 가겠다는 비이성적 심술로밖에 비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3월11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의료 공백 방치하는 의·정 대치…대화 물꼬부터 터야>에서 정부와 의료계 양측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어떤 명분이든 의사가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은 비판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며 “지금까지 강경 대응으로 일관할 뿐 대화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단 한 차례 전공의들에게 대화하자며 시간과 장소를 일방적으로 고지한 게 전부”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정부가 대화로 이 사안을 풀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며 “정부는 먼저 대화의 분위기를 만들고 물밑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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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577] 아우루스 세낫은 보답의 선물이다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4/03/11 [08:19]
  •  
 

<차례> 

1. 뷰헬 공군기지에 B61-12 전술핵폭탄 배치한 핵광신자들 

2. 하이마스의 출현과 로씨야군의 후퇴

3. 로씨야에 조립식 군수공장 10개 지어준 조선

4. 조선의 미사일 실력 보여준 화성-11가형

5.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의 거짓말

6. 평양에서 진행된 특별한 선물 증정식

 

 

1. 뷰헬 공군기지에 B61-12 전술핵폭탄 배치한 핵광신자들 

 

2016년 8월 12일 도이췰란드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이 폭로기사를 실었다. 외부로 유출된 극비문서를 인용한 폭로기사에 의하면, 미 제국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하게 될 신형 B61-21 공대지 전술핵폭탄을 도이췰란드 남서부에 있는 뷰헬 공군기지(Buechel Air Force Base)에 가장 먼저 배치할 것이고, 도이췰란드 국방부는 자국 공군이 운용하는 토네이도 전폭기에 이 신형 전술핵폭탄이 장착될 수 있도록 전폭기 기체를 개조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또한 슈피겔의 폭로기사에 의하면, 2016년 8월 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B61-21 공대지 전술핵폭탄 생산목표량을 500발로 정했고, 미 제국 국방부에 생산을 다그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미 제국이 4년 뒤에 뷰헬 공군기지에 신형 공대지 전술핵폭탄을 배치할 것이라는 불길한 소식은 로씨야를 자극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신형 B61-21 공대지 전술핵폭탄은 타격 대상의 크기와 견고성에 따라 폭발력을 0.3킬로톤(kt), 1.5킬로톤, 10킬로톤, 50킬로톤으로 각각 조절할 수 있으며, 위성항법장치(GPS)로 유도되어 타격정밀도가 높다. 공산오차범위(CEP)는 30m다. 미 제국이 그런 작전성능을 하진 신형 공대지 전술핵폭탄을 개발한 목적은 정밀 핵타격 능력을 고도화하려는 데 있었다.

 

둘째, 신형 B61-21 공대지 전술핵폭탄이 전진배치 될 뷰헬 공군기지에서 로씨야 서부 국경지대까지 직선거리는 약 1,440km다. 미 제국이 신형 공대지 전술핵폭탄을 뷰헬 공군기지에 배치하려는 목적은 평시에 전술핵무기로 로씨야를 위협할 뿐 아니라, 유사시에는 그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려는 데 있었다.

 

로씨야는 미 제국이 2020년부터 유럽 전선에서 전술핵공격 위협을 극대화시킬 것으로 심히 우려했는데, 불행하게도 로씨야의 우려는 현실화되고 말았다.

 

2021년 5월 31일 미 제국의 핵광신자들은 B61-12 공대지 전술핵폭탄을 공중에서 발사할 수 있는 B-52H 전략폭격기 편대를 유럽 전선에 출동시키고, 북대서양조약기구 22개 회원국들에서 차출한 전투기, 전폭기, 정찰기 100대를 동원해 12시간 동안 유럽 상공 전역을 미친 듯이 휘젓고 날아다니며 대규모 공중 핵타격훈련을 감행했다. 또한 미 제국의 핵광신자들은 2021년 11월 처음으로 생산된 B61-12 공대지 전술핵폭탄 20발을 뷰헬 공군기지에 전격 배치했다. 또한 미 제국의 핵광신자들은 2021년 11월 도이췰란드 주둔 미 제국 육군 제56포병사령부를 재가동했다. 제56포병사령부는 지난 냉전 시기에 유럽전선에 배치된 핵무기를 관할했던 핵전투 지휘부였는데,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간판만 남겨두고 사실상 해체되었다가 20년 만에 부활했다. 

 

미 제국의 핵광신자들은 뷰헬 공군기지에 B61-12 공대지 전술핵폭탄을 배치한 것도 모자라, 벨지끄의 클라인 브로겔(Kleine Brogel) 공군기지, 이딸리아의 아비아노(Aviano) 공군기지와 게디(Ghedi) 공군기지, 네덜란드의 볼켈(Volkel) 공군기지, 뛰르끼예의 인씨를릭(Incirlik) 공군기지에도 배치했다. 그로써 미 제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 핵무기공유프로그램(NATO Nuclear Weapons Sharing Program)’에 의거해 B61-12 공대지 전술핵폭탄 약 150발을 유럽전선 곳곳에 늘어놓고 로씨야에 대한 전술핵공격 위협을 극대화했다.

 

미 제국의 핵광란은 거기서 멈춘 게 아니었다. 2022년 3월 28일 미 제국 국방부는 「2022 핵태세검토(Nuclear Posture Review)」라는 제목의 기밀문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했는데, 외부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 기밀문서에는 “극단적인 상황(in extreme circumstance)에서 핵무기의 사용을 고려(consider)할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것은 미 제국이 로씨야의 핵공격을 받은 후에 핵무기로 보복한다는 뜻이 아니라, 핵무기로 먼저 선제핵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2020년 6월 2일 울라지미르 울라지미로비치 뿌찐(Vladimir Vladimirovich Putin) 로씨야 대통령이 발표한 「핵억제에 관한 로씨야련방 국가정책의 기본원칙」이라는 제목의 문서에 의하면, 로씨야의 핵 정책은 선제핵공격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2022년 3월 28일 미 제국 국방부가 발표한 핵 정책은 버젓이 선제핵공격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로씨야를 진짜 경악하게 만든 최악의 사건은 2022년 8월 11일에 일어났다. 미 제국 전략사령관 찰스 리처드(Charles A. Richard)는 그날 미 제국 본토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서 진행된 우주-미사일방어 심포지움(Space and Missile Defense Symposium)에서 “올봄에 미 제국은 로씨야에 대응하기 위해 E-6 머큐리(Mercury) 공중지휘 통제기에 핵전투 지휘요원들을 탑승시켰다”라고 자랑스럽게 떠들어댔다. 미 제국 공군이 운용하는 공중지휘 통제기에 핵전투지휘요원들이 탑승했다는 말은, B61-21 공대지 전술핵폭탄을 탑재한 전투기들을 공중에서 지휘 통제하는 공중핵타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이처럼 미 제국은 로씨야를 위협하는 핵광란을 자행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로씨야의 인접국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끌어들이려고 집요하게 책동했다. 미 제국은 종미우익 어릿광대 볼로지미르 젤렌스끼(Volodymyr O. Zelenskyy)가 2019년 5월 20일에 권좌에 오르자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끌어들이려고 더욱 광분했고, 2021년 2월 9일 우크라이나 총리 데니스 쉬미할(Denys Shmyhal)이 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를 방문한 기회에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 후보 국가라고 공식 발표해 버렸다.

 

미 제국의 배후조종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면, 도이췰란드 뷰헬 공군기지에 배치된 B61-21 공대지 전술핵폭탄이 우크라이나 공군기지로 이전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 제국은 로씨야의 목에 ‘핵비수’를 들이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로씨야는 미 제국이 자기의 목에 ‘핵비수’를 들이대는 최악의 상황만은 어떻게 해서든지 피해 보려고 협상도 하고, 경고도 하고, 충고도 해보았지만 말이 먹히지 않았다. ‘핵비수’를 움켜쥐고 미쳐 날뛰는 핵광신자들은 협상, 경고, 충고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로씨야는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무작정 참고 견딜 수 없었다. 무작정 참고 견디는 것은 국가안보를 스스로 포기하는 자멸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로씨야는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미 제국의 핵광란을 억제하고 자기를 지키기 위한 담대한 군사행동에 돌입했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난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이 미 제국의 핵광란에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명백하다. 그런데도 영국, 도이췰란드, 프랑스, 일본, 캐나다, 이딸리아는 미 제국의 핵광란을 적극 고무, 찬양했고, 핵광란을 억제하고 자국 안보를 지키려는 로씨야의 정당한 군사행동을 ‘무력침공’이니 뭐니 하면서 범죄시했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맞붙은 교전 쌍방의 군사력을 비교해보면, 우크라이나군은 전쟁을 할 수 없는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로씨야군은 국경선을 돌파해 진격했고, 공포에 질린 우크라이나군은 뿔뿔이 흩어져 줄행랑을 쳤다. 그래서 로씨야는 이르면 6개월 만에 전쟁을 결속할 수 있고, 아무리 늦어도 1년 안에는 결속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적어도 2022년 8월 말까지 로씨야의 그런 낙관적 전망은 무리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2022년 9월 초부터 로씨야의 낙관적 전망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군사 대국의 정규군이 오합지졸과의 전투에서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세분석가들과 군사전문가들의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든, 그런 어이없는 사태는 도대체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이 흥미로운 주제를 탐색해보자. 

 

 

2. 하이마스의 출현과 로씨야군의 후퇴

 

2022년 5월 31일 미 제국의 핵광신자 조 바이든(Joseph R. Biden)의 기고문이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에 실렸다. 바이든은 기고문에서 “우리는 전쟁에서 핵심 목표를 더욱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첨단 로켓포와 군수품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썼다. 이 문장은 패전위험에 빠진 우크라이나를 구원해주기 위해 정밀타격 능력을 가진 첨단 로켓포를 우크라이나군에 보내주겠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도망치는 꼴을 바라보던 백악관은 전세를 역전시킬 무기를 오합지졸들에게 보내주면서 ‘이걸로 한번 싸워보라’고 부추겼던 것이다. 그 무기는 미 제국만 가졌고, 로씨야는 갖지 못한 비대칭 무기였다. 미 제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내준 그 비대칭 무기가 바로 M142 고속기동 로켓포체계(High Mobility Artillery Rocket System)다. 미 제국에서는 이 무기체계의 긴 이름을 줄여서 하이마스(HIMARS)로 약칭한다. 하이마스가 어떤 무기인지 알아보자.

 

1) 하이마스는 미 제국 육군이 사용하는 227mm 다연장 로켓포다. 조선인민군의 무기 분류체계에 따르면, 하이마스는 227mm 조종방사포라고 할 수 있다. 

 

2) 하이마스는 3축6륜 발사대차에 227mm 로켓포 6문을 싣고 다니면서 임의의 장소에서 즉각 발사할 수 있으므로, 기동력과 신속 대응력을 가졌다.

 

3) 하이마스의 사거리는 85km다. 미 제국 육군이 사용하는 155mm 곡사포보다 사거리가 약 3배나 더 길다. 

 

4) 하이마스는 위성항법장치(GPS)로 유도되므로 타격 명중도가 1m다. 정밀타격력을 가졌다.

5) 하이마스 탄두에는 무게가 23kg인 PBX-109 고폭탄두가 장착되었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무게가 23kg밖에 되지 않는 PBX-109 고폭탄두는 파괴력이 그리 강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고폭탄두를 장착한 하이마스가 어떻게 전세를 바꿔놓을 수 있었을까? 하이마스는 비록 파괴력이 크지 않지만, 로씨야군이 그 무기를 상대할 대응 무기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전투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비대칭 무기의 실전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사거리에 따른 로씨야군의 미사일 체계를 살펴보자.

 

사거리가 10,000km에서 16,000km에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 6종  

사거리가 6,500~11,000km에 이르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 3종   

사거리가 2,500~3,000km에 이르는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 - 2종 

사거리 2,500km 지상발사 순항미사일(GLCM) - 2종 

사거리가 2,000~2,800km에 이르는 공중발사 순항미사일(ALCM) - 4종

사거리 450km 지대지 미사일 – 1종

사거리 120km 지대지 미사일 – 1종

 

위에 열거한 내역을 보면, 로씨야군 미사일은 장거리, 중거리, 준중거리 공격에는 강하지만, 단거리 공격에는 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단거리 타격 구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미사일은 사거리가 450km인 이스깐제르(Iskander)-M 미사일과 사거리가 120km인 토치카(Tochika) 미사일밖에 없다. 30km 미만의 구간에서는 타격 거리가 너무 짧아 단거리 미사일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155mm 곡사포를 사용한다. 사거리가 1,000km인 찌르콘(Zircon) 극초음속 미사일이 로씨야군에 실전 배치된 때는 2023년 1월 4일이었으므로, 2022년 당시에는 이스깐제르-M 미사일과 토치카 미사일밖에 쓸 만한 게 없었다. 

 

이런 사실을 간파한 미 제국은 로씨야군 미사일 체계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미 제국은 하이마스 39대를 우크라이나군에 무상으로 원조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사거리가 85km인 하이마스를 동원해 로씨야군 미사일 체계에서 허점이 노출된 30~85km 구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공격했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미 제국 중앙정보국(CIA)이 결정적인 군사정보를 우크라이나군에 계속 제공해주었다는 사실이다. 2024년 2월 25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미 제국 중앙정보국은 로씨야-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정보수집거점 12개소를 은밀히 설치해놓고, 거기에 첩보 요원들을 상주시키고, 로씨야군 표적 목록과 타격좌표를 우크라이나군에 계속 제공해왔다는 것이다. 고성능 첩보위성과 고고도 무인정찰기를 동원해 로씨야군의 전선 동향을 24시간 실시간으로 파악한 미 제국 중앙정보국은 표적목록과 타격좌표를 우크라이나군에 통보해주었고, 우크라이나군은 타격좌표를 통보받는 즉시 하이마스를 발사해 로씨야군을 공격했다. 

 

그렇게 되자 2022년 9월 초부터 전세는 우크라이나군에 유리하게 역전되었다. 우크라이나군은 하이마스를 기습적으로 발사해 로씨야군 야전지휘소와 병영, 곡사포와 방사포, 작전 차량과 장갑차, 무기고와 탄약고 등을 속속 파괴했다. 로씨야군은 하이마스 공격을 피해 약 100km 구간을 후퇴했다. 로씨야군 방어선을 돌파한 우크라이나군은 2022년 10월 말까지 두 달 동안 진격을 거듭하여 약 2,500㎢를 빼앗았다. 로씨야군이 이처럼 방대한 지역을 빼앗긴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자칫하면 오합지졸과의 전쟁에서 질 수도 있겠다는 자괴감이 로씨야군을 괴롭혔다. 

 

로씨야군이 후퇴하자 포병부대의 타격 거리가 멀어졌다. 로씨야군이 사용하는 토치카 미사일은 사거리가 120km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그 미사일로는 작전 종심 깊숙이 타격할 수 없었다. 로씨야군은 이스깐제르-M 미사일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만일 로씨야군이 사거리가 600km 이상인 미사일을 가졌다면, 하이마스를 제압할 수 있었겠지만, 로씨야군에는 사거리가 450km인 이스깐제르-M 미사일밖에 없었다. 

 

 

3. 로씨야에 조립식 군수공장 10개 지어준 조선

 

로씨야가 전쟁에서 이기려면 이스깐제르-M 미사일보다 작전성능이 더 우월한 미사일을 가져야 했다. 쎄르게이 쇼이구(Sergei K. Shoigu) 로씨야 국방부장관은 그런 절박한 요구를 안고 2023년 7월 27일 평양에서 진행된 전승절 경축행사에 참석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쇼이구 국방부장관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로씨야군이 직면한 어려운 형편에 관해 들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난국에 처한 로씨야에 군사원조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만일 난국에 처한 로씨야가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미 제국과의 전쟁에서 패하면, 그것은 로씨야의 패배만이 아니라 세계 반제진영의 패배로 귀결될 것이므로, 로씨야가 그 전쟁에서 무조건 승리할 수 있도록 군사원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김정은 총비서의 전략적 판단이었다.

 

김정은 총비서의 특별명령에 따라 조선인민군 미사일저장소, 무기고, 탄약고들에서 실어낸 엄청난 분량의 미사일, 곡사포, 방사포, 박격포, 포탄, 탄약들이 함경북도 라진항과 두만강역으로 속속 집결되었다. 집결된 무기와 군수 물자들은 대형 수송선과 수송 열차에 각각 실려 로씨야로 계속 넘어갔다. 조선인민군이 그처럼 엄청난 분량의 무기와 군수 물자들을 비축해두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로씨야의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이나 이란은 난국에 처한 로씨야에 총 한 자루 보내주지 못했지만, 조선은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김정은 총비서는 로씨야를 쪼물쪼물 원조해주는 게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전폭적인 원조를 제공하라는 특별명령을 내렸다. 조선이 로씨야에 제공한 군사원조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음을 말해주는 극적인 사변은 다음과 같다.

  

2023년 12월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의하면, 조선은 라진항을 통해 122mm 방사포 생산공장과 152mm 자행포 생산공장의 설비 전체를 로씨야에 보내주었다고 한다. 그것은 여러 부분으로 분해된 공장 설비들을 짧은 시간에 조립, 설치해 방사포와 자행포를 각각 생산할 수 있는 조립식 공장이었다. 이 조립식 공장은 전시에 군수 공장들이 파괴당하는 상황에 대비해 공장설비를 다른 곳에서 신속히 조립해 생산을 재개할 목적으로 만들어놓았던 예비 군수공장이다. 

 

그와 더불어 조선은 122mm 방사포탄과 152mm 곡사포탄을 각각 생산하는 조립식 포탄공장들도 로씨야에 넘겨주었고, 공장설비를 현지에서 조립하는 시공을 감독하기 위해 조선의 기술자 200여 명을 로씨야에 급파했다. 그리하여 조선이 로씨야에 보내준 조립식 군수공장 10개가 짧은 기간에 완공되었다. 

 

보도에 의하면, 로씨야에 건설된 10개의 군수 공장들에서는 매달 122mm 방사포 25문씩, 152mm 자행포 25문씩 생산할 수 있고, 매달 122mm 방사포탄 200,000발씩, 152mm 곡사포탄 100만 발씩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놀라운 현실 앞에서 로씨야가 받은 감동은 컸다. 2023년 12월 11일 조선일보 보도기사에 의하면, 로씨야군 병사들은 2023년 11월 13일에 촬영된 동영상에서 조선으로부터 122mm 방사포탄을 공급받은 것에 대해 조선에 사의를 표하면서 조선에서 만든 122mm 방사포탄이 로씨야에서 만든 122mm 방사포탄보다 명중도가 더 높고, 살상력도 더 크다고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이 보도기사에 의하면, 조선이 로씨야에 제공한 포탄은 조선에서 엄격한 품질검사를 마친 후 탄약고에 보관된, 우수한 품질의 포탄이기 때문에 로씨야군 포병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은 조선이 로씨야에 보내준 포탄 중에서 절반 정도가 불량품이라는 헛소문을 조작해 퍼뜨렸고, 한국의 종미우익 언론매체들은 그 헛소문을 ‘보도’처럼 위장해 전파했다.

 

 

4. 조선의 미사일 실력 보여준 화성-11가형

 

어찌 조선이 로씨야에 보내준 포탄만 높은 평가를 받았겠는가. 조선이 로씨야에 보내준 화성-11가형 변칙궤도비행 전술미사일은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24년 2월 17일 인테르팍스 우크라이나(Interfax-Ukraine) 보도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안드리 꼬스틴(Andriy Y. Kostin)은 우크라이나 군대와 검찰이 합동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고 한다. 발표에 의하면, 2023년 12월 30일부터 2024년 2월 7일까지 약 1개월 동안 로씨야군은 우크라이나 7개 지역에 화성-11가형 변칙궤도비행 미사일을 최소 24발 발사했다고 한다. 실전에서 사상 처음 사용된 화성-11가형 변칙궤도비행 미사일의 제원과 작전성능에 관련하여 그는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을 말해주었다.  

 

1) “화성-11가형 미사일은 탄체지름이 이스깐제르-M 미사일보다 더 길다.” 

해설 - 이스깐제르-M의 탄체 지름은 0.92m이고, 화성-11가형의 탄체 지름은 1.1m다. 이스깐제르-M의 탄체 길이는 7.3m이고, 화성-11가형의 탄체 길이는 7.5m다. 탄체 지름과 탄체 길이가 더 길다는 것은 고체연료가 더 많이 들어갔다는 뜻이고, 고체연료가 더 많이 들어갔다는 것은 더 멀리 날아간다는 뜻이다.

 

2) “로씨야군은 화성-11가형 미사일의 사거리를 650km로 설정해놓고 발사했다.”  

해설 - 로씨야군은 작전환경에 맞춰 화성-11가형의 사거리를 650km로 설정해놓고 발사했다. 이스깐제르-M의 최장 사거리는 450km인데, 화성-11가형의 최장 사거리는 그 두 배인 900km다. 2024년 2월 15일 우크라이나 언론매체 유로마이단(Euromaidan) 보도기사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분석가들은 로씨야군이 발사한 화성-11가형의 중량이 이스깐제르-M보다 400kg 가벼운 3,400kg이라고 밝혔다. 화성-11가형은 고체연료가 더 많이 들어갔으면서도 탄체 중량은 더 가벼워 사거리가 두 배 더 길다. 

 

3) “화성-11가형 변칙궤도비행 미사일에 장착된 고폭탄두의 중량은 500kg이다.” 

해설 - 원래 화성-11가형 미사일에 장착된 고폭탄두의 최대 중량은 700kg인데, 조선은 500kg의 고폭탄두를 장착한 화성-11가형 미사일을 로씨야에 보내주었다. 유사시 조선인민군은 화성-11가형 미사일에 중량이 500kg인 화산-31 전술핵탄두를 장착해 발사할 것이다. 이스깐제르-M 미사일에도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

 

4) “화성-11가형 미사일은 파괴의 성격과 양, 궤도 특성이 (이스깐제르-M 미사일과) 다르다.” 

해설 - “파괴의 성격과 양이 다르다”라는 말은 파괴력이 다르다는 뜻이다. 화성-11가형과 이스깐제르-M에 각각 중량이 500kg인 고폭탄두가 똑같이 장착되었어도, 화성-11가형의 파괴력이 더 크다. 조선에서 생산된 고폭탄두의 폭발력은 로씨야에서 생산된 고폭탄두의 폭발력보다 훨씬 더 강하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을 역임했고, 지금은 미래연구소 소장인 안톤 게라쉬쩬꼬(Anton Gerashchenko)는 로씨야군이 2024년 2월 15일에 발사한 화성-11가형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수도 끼이우(Kyiv) 인근을 타격했는데, 폭발력이 얼마나 강한지 폭심으로부터 반경 40m에 이르는 공간의 모든 나무가 화염 속에 쓰러졌다고 한다.

 

또한 “비행 특성이 다르다”라는 말은 화성-11가형의 최고 비행 속도는 마하 7이고, 이스깐제르-M의 최고 비행 속도는 마하 5.9라는 뜻이다. 또한 “궤도 특성이 다르다”라는 말은 화성-11가형과 이스깐제르-M이 똑같이 변칙궤도로 비행하지만, 고도 억제 수평 비행능력과 활공도약 비행능력에서 화성-11가형이 이스깐제르-M보다 더 우월하다는 뜻이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을 살펴보면, 조선은 ‘미사일 원조국’으로 자처하는 로씨야가 따라오지 못할 만큼 우월한 미사일을 만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5.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의 거짓말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안드리 꼬스틴은 로씨야군이 발사한 화성-11가형 24발 중에서 2발이 클레멘축 석유정제공장과 카나토브 비행장의 기술부 건물에 각각 명중했다고 하면서, 나머지 22발은 타격대상으로부터 몇 km 떨어진 엉뚱한 곳에 떨어지거나 공중에서 폭발했으므로 미사일의 정확도가 “의심스럽다(questionable)”라고 떠들어댔다. 하지만 이 말은 사실을 왜곡한 거짓말이다. 우크라이나의 종미우익도 한국의 종미우익처럼 조선에 대한 거짓 선동과 악담에 집착하는 불결한 습성을 가졌다.

 

화성-11가형의 타격정밀도는 5m이고, 이스깐제르-M의 타격정밀도는 5~7m다. 화성-11가형은 900km 떨어진 곳에 있는 어느 건물의 출입문을 파괴할 수 있는 정밀타격 능력을 자랑한다. 다음과 같은 보도내용에서 화성-11가형의 정밀타격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1월 14일 파이낸셜 뉴스(Financial News) 보도에 의하면, 로씨야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끼이우에 사상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가했던 2024년 1월 7일 화성-11가형 미사일이 끼이우 시내 중심부에 있는 루끼야니우스까 지하철역 바로 건너편 민간건물들 속에 교묘히 은폐된 아르템 무기공장(Artem weapon factory)에 명중했다고 한다. 만일 화성-11가형이 정밀타격 능력을 갖지 못했다면, 민간건물들 속에 은폐된 무기공장을 명중 타격으로 파괴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언론매체 밀리타르니(Militarnyi) 2024년 2월 7일 보도에 의하면, 로씨야군은 보도 당일 화성-11가형 미사일 두 발을 우크라이나의 제2도시 하르끼우(Kharkiv)로 발사했는데, 그 미사일들은 하르끼우의 슬로비드스끼 구역에 있는 군수공장 건물에 명중했고, 군수공장 종업원 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2024년 2월 22일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최근 화성-11가형 미사일을 20발 이상 발사한 로씨야군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 24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이처럼 로씨야군이 화성-11가형 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이나군의 종심 깊숙한 곳을 계속 타격하자 우크라이나군을 황급히 퇴각했다.  

 

진짜 놀라운 사건은 2024년 3월 6일에 일어났다. 그날 오전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도시 오데싸(Odessa)에서 그리스 종미우익 정권의 키랴코스 미쵸타키스(Kyriakos Mitsotakis) 총리와 젤렌스끼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인 오전 10시 40분 젤렌스끼와 미쵸타키스는 회담장 밖으로 나와 자기들이 타고 온 전용차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날카로운 공습경보가 울리면서 미사일이 날아왔다. 귀청을 찢는 폭음이 울리고, 시꺼먼 버섯구름이 솟구쳐 올랐다.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보도에 의하면, 미사일은 젤렌스끼 전용차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을 타격했다고 한다. 수행원들이 젤렌스끼와 미쵸타키스를 전용차 안으로 황급히 밀어 넣는 바람에 그 두 사람은 목숨을 건졌다. 

 

그로부터 몇 분 후, 로씨야 국방부는 오데싸 항구에 있는 격납고를 향해 발사한 “고정밀 미사일(high-precision missile)”이 명중했다고 하면서, 당시 격납고 안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자폭무인정을 발진시키기 위해 작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해군 대변인의 발표에 의하면, 고정밀 미사일이 명중한 격납고에서 우크라이나군 5명이 즉사했다고 한다. 젤렌스끼와 미쵸타키스를 죽음의 문턱까지 끌어간 고정밀 미사일, 그리고 우크라이나군 자폭무인정 격납고를 한 방에 날려버린 고정밀 미사일이 바로 화성-11가형이다. 

 

 

6. 평양에서 진행된 특별한 선물 증정식

 

우크라이나군의 하이마스 공격을 당해내지 못해 후퇴했던 로씨야군은 2024년 1월 초부터 맹렬한 공격을 재개하면서 우크라이나군에 빼앗긴 지역을 속속 탈환하기 시작했다. 이런 극적인 전세 역전을 불러일으킨 결정적 원인은, 로씨야군이 화성-11가형 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이나군의 종심 깊숙한 곳을 타격한 데 있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122mm 방사포탄과 152mm 곡사포탄을 거의 다 소모하는 바람에 공격 속도를 늦추어야 했던 로씨야군은 2024년 1월 초부터 맹렬한 포격을 재개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을 서쪽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런 극적인 전세 역전을 불러온 결정적 원인은, 조선이 보내준 10개의 조립식 군수 공장들에서 122mm 방사포와 포탄, 152mm 자행포와 포탄을 다량으로 생산해 로씨야군 전선에 보급해준 것에 있었다.

 

2024년 1월 21일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기사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군사정보실장 키릴로 부다노브(Kyrylo Budanov)는 특파원과의 대담에서 조선이 로씨야의 최대 무기공급국으로 되었다고 하면서, 조선이 로씨야에 막대한 양의 무기를 이전해줌으로써 로씨야는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고 지적하고, “조선의 도움이 없었다면 로씨야의 상황은 파국적(catastrophic)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내가 이 글을 집필하고 있는 2024년 3월 초순 로씨야군은 970km에 달하는 전선 곳곳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무찌르면서 진격하는 중이다. 2024년 2월 27일 쇼이구 로씨야 국방부장관은 로씨야군이 2024년 1월 초부터 모든 방면에서 진격해 돈바쓰(Donbass)와 노보로씨야(Novorossiya)의 영토 327㎢를 해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올해 들어와 매일 평균 800여 명의 전투원과 120여 개의 무장 장비를 계속 상실하면서 패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씨야군의 통쾌한 승전보가 연일 들려오는 가운데, 2024년 2월 18일 평양에서 선물 증정식이 진행되었다. 뿌찐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드리는 특별한 선물을 전달하는 증정식이다. 증정식에서 눈부신 자태를 드러낸 선물은 아우루스 세낫(Aurus Senat)이라는 이름의 8기통 리무진(limousine)이었다. 이 최고급 승용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승용차를 만들라는 뿌찐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로씨야의 ‘중앙과학자동차 및 자동차엔진연구소’가 당대 최고 기술로 설계해 2018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명품이다. 방탄 기능, 방염 기능, 방폭 기능을 가졌으며, 최고 주행속도는 시속 249km에 이른다. 이 명품 승용차의 가격은 300,000만 달러가 넘는다.

 

뿌찐 대통령의 진정이 담긴 이 선물은 한때 악전고투를 벌여야 했던 로씨야군이 다시 일어나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도록 전폭적인 군사 지원을 제공해준 김정은 총비서의 배려에 대한 보답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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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윤석열과 한동훈, 횟집에서 얼마를 먹었길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에 앞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환담하고 있다. ⓒ제공 : 대통령실 지난 2월 8일 서울행정법원 제2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여 2023년 4월 6일 부산 해운대의 한 횟집에서 있었던 회식의 회식비 액수 등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필자가 원고가 되어 소송을 제기한 지 9개월여 만에 내려진 원고 승소판결이었다. 그런데 대통령비서실은 2월 28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대통령비서실은 1심에서도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만약 2심에서도 변호사 선임을 한다면, 회식비보다도 더 많은 국민 세금을 변호사 수임료로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온 국민이 그날 회식을 한 것을 아는 상황인데 도대체 무엇을 감추고 싶어서 항소까지 했을까?

 

 

 

대통령 뿐만 아니라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참석한 회식


다시 2023년 4월 6일로 돌아가 보자. 당시에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을 싣겠다면서 그날 오후 해운대 BEXCO에서 제4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열었다. 이날은 시ㆍ도지사 뿐만 아니라 일부 장관들도 참석했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은 부산엑스포 유치와는 업무연관성도 떨어지는 부처 장관이었지만,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난 후 저녁에 회식이 있었던 것이다. 회식에는 시ㆍ도지사와 장관들에 더해 장제원 의원 등도 참석했다. 그리고 회식이 끝난 후에 도열해 있는 사람들과 윤석열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이 시민들에 의해 사진 찍혔던 것이다.

그리고 이 사진들이 온라인으로 퍼지면서 다음날 큰 논란거리가 되었다. 대통령의 모습이 일반시민에 의해 그대로 사진 찍힐 정도였으니, 경호 등의 문제가 지적되는 것이 당연했다.

 

 

 

지난 2023년 4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해운대구의 한 횟집에서 회식을 한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그런데 필자는 그 모습을 보면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 회식비는 도대체 누가 지불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통령비서실은 회식도 공식일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비공개일정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공개되는 것이 사전에 예정되지 않았던 일정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언론보도에 따르면, 횟집 예약은 부산시청이 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회식비를 누가, 얼마나 지불했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국민세금을 썼는데 정보가 없다?


그런데 소송과정에서 대통령비서실은 처음에는 ‘정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재판장이 ‘대통령이 주재한 자리인데, 대통령비서실에 정보가 없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대통령비서실은 뒤늦게 ‘업무추진비 또는 특수활동비로 집행했으나, 회식비 액수 등은 대통령비서실이 보유ㆍ관리하는 정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세금을 썼는데, 정보는 없다’라는 기가 막힌 주장이었다. 게다가 주장 자체로도 이상한 점이 있었다. 특수활동비를 썼으면 쓴 것이고 업무추진비를 썼으면 쓴 것인데, 그 중 어느 예산을 썼는지를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업무추진비는 카드나 계좌이체 방식으로만 써야 하므로, 당연히 증빙자료가 있어야 한다. 또한, 특수활동비를 썼다고 해도, 집행내용확인서나 현금수령증같은 서류는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래서 2월 8일 선고된 1심 판결에서는 ‘이 사건 만찬에 소요된 경비를 대통령비서실 예산으로 집행한 이상 그것이 업무추진비 또는 특수활동비 중 어떤 명목으로 집행되었는지를 불문하고 그에 관한 지출증빙서류 등이 존재할 것으로 보이고’라고 판단했다.

또한, 대통령비서실이 회식비 액수 등이 공개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1심판결은 ‘이 사건 만찬은 이미 종료되었고, 이 사건 만찬 장소, 소요시간, 참석자는 그 직후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회식비 등이 공개된다고 해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답할 책무 있어


공직자라면, 내가 먹는 밥이 누가, 어떤 돈으로 사는 것인지에 대해 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자기 돈을 내고 먹는 밥이 아니라면, 그래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김영란법 같은 법률도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로비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2.26. ⓒ뉴시스

그리고 자기가 먹은 밥이 논란이 된다면, 더더욱 그 경위를 확인하고 국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지금 여당 대표가 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도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① 그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먹은 회는 누가, 어떤 돈으로 산 것인가?

② 만약 모른다면, 지금이라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사안의 진상을 파악해서 국민들에게 설명할 생각은 없는가?

③ ‘피같은 세금(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좋아하는 표현이다)’을 써 놓고 이렇게 정보를 은폐하려는 대통령 비서실의 행태가 적절한 것인가?

④ 회식비보다 더 많은 국민세금이 변호사 수임료로 사용되게 생겼는데, 이것이 적절한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려고 한다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앞으로 ‘피같은 세금’같은 단어를 언급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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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직접 뽑은 윤석열 심판 후보…더불어민주연합 국민후보 4명 선출

국민이 직접 선출한 비례대표 4명

청년, 농민, 의료계, 군 인권 후보 당선

직접 민주주의의 초석 깔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국민후보로 선출된 왼쪽부터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 정영이 전 전남 구례군 죽정리 이장, 김상근 더불어민주연합 국민후보 추천 심사위원장,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 뉴시스

오는 4.10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할 비례 후보 4명이 선출됐다. 더불어민주연합이 10일 시민추천 몫으로 국민 오디션을 실시한 결과 전지예, 정영이, 김윤, 임태훈 후보가 선출됐다.

이날 12명의 후보들이 정책 비전 및 주요공약을 발표했고, 기존 정당에서 탄생할 수 없었던 국회의원 후보가 선출됐다. 그동안 정치는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이번 오디션에서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여성, 농민, 청년이 오디션을 통해 직접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직접 민주주의의 초석이 깔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마이tv에서 생중계한 이번 오디션은 동시접속자 7천 명까지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후보자들은 ppt 자료를 통해 각각 6분 씩 자신의 공약과 비전을 발표했다.

심사위원단 142명의 점수 50%와 온라인 국민 투표 50%를 합산한 결과 전지예, 정영이 후보가 여성 1, 2위, 김윤, 임태훈 후보가 남성 1,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국회의원 앞 순번에 배정된다.

ⓒ 오마이TV 갈무리

청년을 대변하겠다며 출마한 전지예 후보는 대한민국 정치를 20년 젊게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 후보의 주요공약은 대학무상교육 실현, 이직준비급여, 청년 주거권 보장 등이다. 전 후보는 본인도 아직 학자금 대출 빚이 남아있다며 “빚더미에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생존 전쟁을 끝내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험 많은 활동가, 한 분야의 전문가, 청년은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죽어가는 청년세대들을 대변하는 것을 넘어 청년이 주도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여성과 농민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정영이 후보는 “국민이 300명이라면 이 중 4명이 농민인데, 300명의 국회의원 중 농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한 명도 없다”며 농민을 대변할 국회의원을 강조했다.

정영이 후보는 “농민들이 연평균 900만 원밖에 벌지 못한다”며 “국가 책임 농정으로 농산물 수급이 안정화돼야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첫 번째 과제로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 법제화’를 강조하며 필수 농산물의 가격을 안정시키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주장했다.

남성 후보로는 더좋은 보건의료연대 상임대표인 김윤 후보와 2018년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폭로한 임태훈 후보가 선출됐다.

김윤 후보는 최근 논란이 커지는 정부와 의료계의 마찰에 대해 “2000명 증원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개혁”이라고 꼬집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진료대란’ 등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체계의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거다.

함께 선출된 임태훈 후보는 병영문화의 개선을 강조했다. 임 후보는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과 박정훈 대령 수사외압에 대해서도 해병대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한, 군인, 군무원의 직장협의회를 만들어 당사자들의 권리를 두껍게 하겠다는 말도 전했다.

이번 심사는 후보의 경력, 정책 비전, 역량과 자질에 초점에 맞춰 기준을 선정했다. 경력 평가는 관심 분야에 대한 구체적 활동과 민주개혁 진보개혁을 이끌 수 있는 자질에 있는가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참석자들은 대일외교, 북핵문제 등 국가적 사안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던 것은 아쉽지만,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당선된 후보가 단순 비례로 끝날 것이 아니라, 다음에는 지역에서도 당선될 수 있길 바란다고 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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