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뎡야핑 “기아의 무기화, 실제로 사람이 굶어 죽고 있다”

통일뉴스 월례강좌, “우리는 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가?”

  • 기자명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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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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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3.17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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뎡야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12일 오후 전태일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린 '2024년 3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우리는 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조천현]
뎡야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12일 오후 전태일기념관 공연장에서 열린 '2024년 3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우리는 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조천현]

“10월 7일 이후에 5개월 동안 이스라엘이 살해한 팔레스타인 아동 숫자만 1만 3천 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실종 아동도 5천 명이 넘고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급습을 계기로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이 일방적 ‘집단학살’(genocide)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절박한 호소가 울려퍼졌다.

뎡야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12일 오후 서울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에서 열린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우리는 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긴박한 팔레스타인 상황을 전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내 활동가들은 본명을 가리고 활동가명을 쓰고 있다.

뎡야핑 활동가는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이스라엘이 기아를 무기로 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뎡야핑 활동가는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이스라엘이 기아를 무기로 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뎡 활동가는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이스라엘이 기아를 무기로 삼고 있다는 것”이라며 “기아의 무기화가 너무 심각해서 실제로 사람이 굶어 죽고 있다”고 폭로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탈수랑 영양실조로 사람이 죽는데 원래 이게 모든 사람이 동시에 죽는 게 아니고 그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부터 죽지 않느냐. 그래서 신생아들이 먼저 죽기 시작했고, 장애 아동들이 죽기 시작하고, 노인들이 지금 죽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이스라엘 공격을 개시한 이후에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바로 “우리는 인간 동물과 싸우고 있다”면서 10월 8일부터 전기와 수도 그리고 물과 음식을 완전히 끊겠다고 선언했고, 지금까지 봉쇄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유대인 홀로코스트 역사학자는 지금의 상황을 “너무 전형적인 집단 학살(genocide)”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유대인 홀로코스트 역사학자는 지금의 상황을 “너무 전형적인 집단 학살(genocide)”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전쟁 중이라도 민간인의 생존을 위한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은 보장돼야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마저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뎡 활동가는 지난 2월 29일 발생한 ‘밀가루 학살’ 사례를 들었다. 밀가루 등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에 달려드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폭도’라며 이스라엘 군이 총과 탱크로 공격해 117명을 학살하고선 “서로 밀치고 깔려서 죽었다”고 무마하려 한 사건이다.

뎡 활동가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크게 6차례 침공을 해왔는데 그 전이랑 이번에는 규모가 차원이 다르다”며 “지금 이스라엘은 표적을 생성하는 속도가 폭격을 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다고 한다”고 ‘인공지능을 사용한 학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나아가 10월 7일 이후에 첫째 주에 6천 톤의 폭탄을 쏟아부었다고 이스라엘이 공개한 사실을 예시하며, 유대인 홀로코스트 역사학자의 “너무 전형적인 집단 학살(genocide)”이라는 규정을 소개했다.

뎡야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가자지구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사진 - 조천현]
뎡야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가자지구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사진 - 조천현]

뎡 활동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개괄하고 “지금 서안 지구는 분리 장벽이라고 불리는 이 거대한 8m 높이의 장벽으로 완전히 둘러싸여져 있다”며 “이 정착촌은 원래 그냥 존재 자체로도 제네바 협약을 위반하는 전쟁 범죄”라고 짚고 “그냥 존재만 전쟁 범죄인 게 아니고 여기에 사는 정착민들이 실제로 전쟁 범죄를 매일 저지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스라엘 측의 ‘무차별 체포’와 살해는 일상화됐지만 언론보도나 국제여론은 꿈쩍 않고 있고 이스라엘은 노골적으로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다. 뎡 활동가는 “지금 가자지구에 국제 언론이 한 개도 들어갈 수가 없다”며 “이런 일들이 별로 국제 미디어에 보도가 안 된다. 나는 그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다”고 말하고 “이스라엘 군인들은 자기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숨길 생각이 없다. 다들 되게 신나게 노래를 하면서 춤을 춘다. 가자지구에 무고한 민간인은 없다고 가자지구를 우리가 다 쓸어버리러 왔다고...”라고 전했다.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 1월 26일 이스라엘군의 집단학살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집단학살 관련 선동을 방지하고 처벌할 것, 집단학살 혐의의 증거를 보전할 것을 명령했다. 그나마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잠정처분이지만 이스라엘은 개의치 않고 있다.

뎡야핑 활동가는 “팔레스타인이 어떤 공격을 하든 그것은 점령의 결과로서 일어나는 행위이지 절대 원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 - 조천현]
뎡야핑 활동가는 “팔레스타인이 어떤 공격을 하든 그것은 점령의 결과로서 일어나는 행위이지 절대 원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 - 조천현]

이번 충돌이 하마스측 공격으로 시작된데 대해 뎡 활동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의 역사를 개괄하고 “팔레스타인이 어떤 공격을 하든 그것은 점령의 결과로서 일어나는 행위이지 절대 원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식민지배를 위한, 원주민 인종청소를 위한 ‘자위권’은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뎡 활동가는 “미국이 지금 당장 무기 보내는 그 돈만 끊어도 이스라엘이 이런 식으로 전쟁을 할 수가 없다”며 “그냥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대리 행위자로 역할을 굉장히 잘 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미국이 저렇게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짚고 “미국은 정말 초당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 민주당인지 공화당인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10년간(2019-2028) 380억 달러의 군사원조를 이스라엘에 제공하기로 의결, 이를 집행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스라엘-가자 전쟁의 즉각 휴전 결의안도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세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뎡 활동가는 “서양 언론이랑 서양 정부들이 내가 20년 동안 이스라엘 편드는 걸 봐왔지만, 지금은 정말 전례가 없다. 정말 같은 팀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된다. 그러니까 ‘학살에 공모하고 있다’가 아니라 그냥 같이 계획을 해서 같이 학살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BDS 운동’이 타겟으로 삼고 있는 브랜드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BDS 운동’이 타겟으로 삼고 있는 브랜드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국내 기업으로는 ‘HD 현대’가 BDS 운동 대상에 포함돼 있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국내 기업으로는 ‘HD 현대’가 BDS 운동 대상에 포함돼 있다. [사진 제공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뎡 활동가는 ‘BDS 운동’(불매 boycott, 투자철수 divestment, 제재 sanction) 동향을 전하며 “지금 맥도날드, 도미노피자, 피자헛, 버거킹, 파파존스 이런데들이 가자지구 가서 학살 잘 하라고 이스라엘 군대에 무료로 음식을 보냈다”며 “거기에 대해서 아무리 규탄을 해도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고 불매운동 대상으로 적시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HD 현대’가 BDS 운동 대상이라며 “현대 장비가 집을 부수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니고 불법 전쟁 범죄에 상응하는 불법 정착촌을 짓는 데도 사용이 된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29일에 HD 현대의 주주총회가 있다. 그래서 그 앞에 가서 현대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16일 오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11차 긴급행동’을 개최했다. [사진 - 조천현]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16일 오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11차 긴급행동’을 개최했다. [사진 - 조천현]
뎡야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16일 11차 긴급행동에서 발언했다. [사진 - 조천현]
뎡야핑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는 16일 11차 긴급행동에서 발언했다. [사진 - 조천현]

뎡 활동가는 “팔레스타인 민족의 미래는 그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167개 단체가 긴급 행동을 꾸려서 격주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주말에 집회를 하고 있고 매일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팔레스타인의 해방 운동이 그냥 팔레스타인 민족 한테만 국한된 게 아니고 이 사람들이 성공하고 그리고 이 사람들한테 연대하는 우리가 성공한다는 것 자체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서 미국을 끌어내리는 그 전체적인 맥락이 같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하고 “요르단까지 합쳐서 더 큰 해방된 사회를 상상할 수 있지 않느냐”는 발상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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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판 요동친다…‘공천 파동’ 덮어버린 조국혁신당과 ‘도주 대사’

[한겨레S] 커버스토리 D-25 총선 전망
2월 ‘공천 내홍’ 땐 여당 압승 분위기…‘런종섭 사건’ 등 대형 악재
전문가 다수 “정권 심판론 복원, 여당 일방우세 국면 끝나” 입모아
“민주, 중도 확장 실패해 패배” 관측도…표심 좌우할 돌발변수 촉각

기자신승근
  • 수정 2024-03-17 09:51
  • 등록 2024-03-16 07:00

4·10 총선을 27일 앞둔 지난 14일, 여야는 격렬하게 요동쳤다. 후보 공천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윤석열 정권 심판론’ 점화에 다걸기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목발 경품’ 발언과 ‘거짓 사과’ 논란에 휩싸인 정봉주 후보(서울 강북을) 공천을 취소했다. 의정 활동 하위 10%로 분류돼 득표에서 30%를 감산한 박용진 의원과 벌인 결선에서 정 후보가 승리한 지 사흘 만이다. 야권의 총선용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은 시민사회 몫으로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 4명 가운데 2명(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 정영이 전국농민회총연맹 구례군농민회장)의 과거 활동 등을 문제 삼아 교체한 데 이어,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 기피’로 규정해 공천을 취소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해온 민주당의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는 국민의힘도 돈봉투 수수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진 정우택 후보(충북 청주상당) 공천을 뒤늦게 취소한 데 이어, ‘5·18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도태우 후보(대구 중·남) 공천도 전격 철회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재검토 요청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쪽 인사인 도 후보자 공천을 유지하기로 한 결정을 이틀 만에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야당 심판론’과 ‘정권 심판론’으로 격돌하는 여야 모두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며 중도층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사활을 건 총력전에 나선 것은 총선 승패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독 과반인 “151석 확보”를 언급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현실적 목표는 ‘원내 제1당’이다. 지난 총선에서 103석을 얻는 데 그친 국민의힘도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을 위해선 제1당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1당, 더 나아가 단독 과반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열세로”

총선 현장에선 하루가 다르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에서 우선 공천을 받은 국민의힘의 한 후보는 “민주당은 공천 파동을 겪으며 맞을 매를 거의 다 맞았다. 이제 우리가 매를 맞을 차례인데 도태우 5·18 망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 임명 등 악재가 터지면서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우세 국면이 열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의 김부겸 ·이해찬 상임 선거대책위원장 기용을 간단하게 봐선 안 된다. 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이력에 문제가 있는 시민단체 쪽 후보자를 다 쳐내면서 그동안 공천 파동의 감점을 만회하고 있다. 오는 22일 여야 공천 대진표가 다 짜이고 본선 대결이 펼쳐지면 민주당의 공천 갈등은 모두 잊히고 국민의힘과 민주당 공천 후보의 인물 경쟁력과 지지층 결집, 그리고 중도층을 얼마나 더 우리 편으로 끌어오느냐로 승부가 갈린다”며 “윤(석열)-한(동훈) 대립 때처럼 한 비대위원장의 ‘한칼’(독자성)을 빨리 회복하지 않으면 수도권에선 힘겨운 승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돈봉투를 받은 정우택 후보와 5·18 폄훼 도태우 후보 공천을 취소했지만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을 고리로 정권 심판론이 불붙을 것을 우려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후보가 지난 14일 이 전 장관 호주 대사 임명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국민의힘 안에서 “정무적 고려 없이 무턱대고 임명한 게 이해가 안 된다”(이상민 후보)는 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심상찮은 현장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엇갈린다. 서울 지역에서 공천받은 민주당 현역 의원은 “투표장에 안 가려던 지지자들이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투표장에 갈 요인은 생겼다. 하지만 민주당에 대한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지난 대선 때 30대 투표율이 낮아 이재명 대표가 아깝게 졌는데 지역구에서 마주친 30대의 반응은 정말 차갑다”며 “공천 갈등에 실망한 유권자, 특히 핵심 지지층인 호남 출신과 40~50대 유권자의 실망감도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제1당 목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조금씩 지역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각 지역구 대진표가 다 짜이면 결국 후보 경쟁력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 북부 지역에 공천을 받은 중립 성향의 민주당 의원도 “현역 의원이 마구잡이로 나가떨어진 민주당 공천을 보면서 지지자들이 갈등과 분열을 우려하면서도 ‘고소하다’,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나에게도 ‘너는 안 잘리고 어떻게 살아남았냐’고 할 정도”라며 “국민의힘 ‘현역 불패 공천’과 비교되는 민주당의 공천 혁신론이 먹힐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기준 254개 지역구 가운데 243곳의 공천을 확정한 민주당에서 ‘비명계 학살 논란’이 일고 있지만, 현역 의원 63명을 신인으로 교체한 공천이 국민의힘의 ‘고인 물 공천’에 견줘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경쟁력을 갖췄다는 주장이다.

김부겸·이재명·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부터)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에서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자’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김부겸·이재명·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부터)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에서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자’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민주당 참패 흐름 확실히 꺾였다”

조국혁신당 돌풍, 여야 후보의 막말 파문, 선심 정책 남발 논란을 빚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 단체 대립 장기화 등 총선 결과를 좌우할 변수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여야가 사활을 건 ‘정권(윤석열과 국민의힘) 심판론’과 ‘야당(이재명과 민주당) 심판론’ 가운데 어느 쪽으로 민심이 기우냐에 따라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총선 승패는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 박성민 민기획 대표,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등 정치 현실과 여론의 흐름을 분석해온 전문가 5명에게 총선 변수와 판세, 총선 결과에 대한 전망을 물었다.

이들은 다양한 변수 가운데 “검찰 독재 조기 종식”을 선명하게 내건 조국혁신당 돌풍과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종섭 전 장관 호주 대사 임명,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이재명 대표 중심 단결론’ 등이 당장 총선 판세를 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는 정부와 의사 단체의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여권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개혁신당·새로운미래 등 제3지대 후보는 지지율이 미미해 총선에서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정권 심판론에 공감하는 유권자의 투표장 참여 정도를 가늠할 투표율이 총선 결과를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수 진영 전문 정치평론가를 자임해온 장성철 소장은 “조국혁신당 출현과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강행 이전과 이후로 총선 판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이라면 야당 심판론이 힘을 받고 국민의힘 승리를 점치는 게 맞지만, 이젠 윤석열 심판론이 더 크게 작동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2월까지는 민주당이 극심한 공천 갈등을 겪으며 분열한 데 견줘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한 국민의힘은 윤-한 갈등 표출 등으로 정권 심판 대상인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분리 현상이 발생하고, 조용한 공천으로 국민의힘 우세 흐름을 유지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조국혁신당 돌풍, 이종섭 대사 임명과 출국으로 ‘런종섭’ ‘도주 대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시 윤석열 정권 심판론에 불이 붙어 국민의힘 일방 우세 국면은 끝났다는 것이다. 장 소장은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민주당 공천 갈등 등에 따른 ‘일시적 착시효과’일 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이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윤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도도 높아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다수당을 차지하기는 힘들다”며 사실상 민주당 승리를 전망했다.

윤희웅 센터장도 “지난 2월 말까지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독무대였지만 민주당 공천이 마무리되고 임종석 전 실장의 민주당 잔류로 정권 심판론이 희석되던 흐름이 일단 멈췄다. 중도 성향의 김부겸 전 총리가 이재명 대표, 이해찬 전 총리와 함께 정권 심판 캠페인을 본격화하면서 심판론과 (정권) 안정론의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센터장은 특히 “정권 심판을 원하지만 민주당이 마음에 안 들어 머뭇거리던 유권자들에게 윤 대통령, 한 비대위원장과 선명하게 각을 세운 조국혁신당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나면서 정권 심판론을 확실히 복원하고, 민주당에 실망해 투표장에 안 가려던 이들에게 ‘비례는 조국, 지역은 민주당’을 찍으러 투표장에 나갈 동기를 부여했다”며 “조국혁신당 돌풍이 민주당 비례대표엔 타격이 되겠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호감 탓에 단독으로 정권 심판론을 이끌고 갈 수 있는 그릇이 안 되는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을 확산시키는 데는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정당 지지율이 밀리지만 조국혁신당에 대한 6% 안팎의 배타적 정당 지지율을 합하면 국민의힘 지지율과 거의 비슷하다”며 “1~2% 차의 박빙 승부를 펼쳐야 하는 민주당 수도권 지역구 후보들에게 6%의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옮겨 간다면 승패를 가를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이 내건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비조지민’(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투표를 위해 투표장 간 김에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를 찍자)이 현실화하면 수도권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다만 “총선 승패를 지금 전망하긴 어렵다”며 “일단 2월 말까지 당연시했던 국민의힘 단독 과반, 민주당 참패 흐름은 확실히 꺾였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봄이 오면 국민의 삶이 피어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배경으로 회의를 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봄이 오면 국민의 삶이 피어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배경으로 회의를 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조국혁신당 때문에 중도층 이탈”

박성민 대표와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민주당의 상황이 2월보다 호전됐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총선 결과에 대해선 더욱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박 대표는 “넓게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에 1당이 될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 다만 유권자들 기저에 정권 심판론이 크게 자리잡고 있어 민주당의 1당 가능성이 좀 더 있다는 정도로 전망할 수 있다”면서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심판론을 완전히 불식하지 못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공천 학살과 내분으로 정권 심판을 원하는 세력을 총결집하기엔 미흡하다. 종합적으로 볼 때 총선 결과에 대한 여야의 승패 판단은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신중하게 반응했다. 그는 다만 “정당 지지율은 총선 판세를 읽고 결과를 전망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현재 국민의힘이 우세한 정당 지지율로 총선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는 것을 경계하며 이렇게 말했다. “2016년 총선 한달 전 갤럽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39%, 더불어민주당 23%였다. 그런데 총선 결과 민주당이 123석을 얻어 122석을 얻은 새누리당을 이겼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갤럽 조사에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34% 대 34%였다. 그런데 국민의힘 후보가 큰 표차로 졌다. 현재 서울 지역 일부 여론조사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에 견줘 아주 높게 나타나는데,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과 거의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건 서울의 여권 지지층이 다 결집했다는 지표일 뿐이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30% 안팎인데 윤 대통령 국정 수행 부정 평가는 50~60%, 정권 심판론도 50% 전후로 나온다. 민주당 지지율과 20% 안팎의 갭이 있는데, 이 안에 실제 정권 심판을 가능하게 할 유권자가 포진하고 있다. 이들이 실제 투표장에 안 나올 때, 총선 투표율이 이상할 정도로 낮아 55% 밑으로 떨어져야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이길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재명 대표의 공천 학살, 민주당 내분 때문에 정권 심판을 원하는 이들이 투표장에 안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최근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심판론에 불을 지피고,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도 정권 심판론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잘 지켜봐야 한다.”

윤태곤 실장은 “지금 총선 결과를 구체적인 의석수로 가늠하는 건 무의미하다. 대선과 달리 지역구별로 상황이 다르고, 여야 후보의 개인 경쟁력 등이 영향을 크게 미치는 총선에서 2020년 총선 때 코로나19 방역 효과로 여당인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우세했던 것처럼 확 쏠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말고 누가 총선 결과를 자신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른바 조국혁신당의 출현으로 정권 심판론이 불붙고, 야권 지지층이 투표장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민주당 승리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양면성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조국혁신당은 지금 지지율이 천장이다. 야당을 지지하고 정권 심판을 원하는 왼쪽 표가 뭉쳐 투표장에 나올 명분을 찾은 건 맞지만, 거꾸로 그만큼 오른쪽이 국민의힘으로 움직이고 중도층이 빠지는 것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는 조국 대표가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 젊은 층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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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도 확장하는 쪽이 승리했다”

여전히 민주당 참패를 예견하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12년 당원이자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인 최병천 소장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지역주의에 기반한 3김 정치가 사실상 종식된 뒤 2004년부터 치러진 5차례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승리한 건 2016년 단 한번뿐이고, 모두 여당이 승리했다. 2016년 총선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승리도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감별사들이 유승민 원내대표 공천을 배제하고 김무성 대표가 이에 반발해 ‘옥새 파동’(공천장에 대표 직인을 찍어주지 않고 버틴 사건)을 일으킨 여당의 분열 때문이었다”며 “상황이 일부 호전된 건 사실이지만 4주 앞으로 닥친 총선 막판에 정권 심판론이 작동해 민주당이 승리한다는 건 희망 사항에 가깝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160석 이상, 민주당 120석 미만’을 전망했던 그는 격차는 줄겠지만 국민의힘이 1당을 차지할 것이라는 의견은 고수했다. 최 소장은 “1987년 이후 총선·대선 등 17번의 선거를 분석해보면 분열·반사이익·중도 확장, 즉 분열하지 않고 실책하지 않고, 스스로 혁신해서 중도를 확장하는 쪽이 승리했다. 특히 254개 지역구 가운데 국민의힘 강세 지역은 영남 65곳, 강원 8곳 등 73곳인데 민주당은 호남 28곳, 제주 3곳 등 31곳이라 민주당은 42석이 불리한 구도에서 출발한다”며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2004년·2020년 총선의 공통점은, 민주당이 통합을 지향하고 중도를 확장해 충청권과 수도권에서 각각 70% 이상을 득표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통합과 중도 확장의 길을 따르지 않고 ‘문-명(문재인계·이재명계) 갈등’을 유발하고, 2016년 ‘진박 감별’처럼 ‘수박 감별’을 하고 있어 승리할 수 없다”고 했다.

정치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에서 비롯되는 전망적 투표보단 과거를 판단하는 회고적 투표가 힘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총선까지 시간은 아직 3주 넘게 남아 있다. 생각지도 못한 돌발 변수가 나타나 언제든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시간이다. 국민들은 누구를 심판할까.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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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황상무 씨의 '칼틀막 충성'에 지금 흡족하신지요?

[박세열 칼럼] 청산해야 할 검사 문화, 당장 황상무 씨 해임해야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3.16. 05:05:45

 

"오홍근을 끝내라"

 

결재 서류에 동그라미가 쳐 졌다. 서류에는 3가지 안이 있었다.

 

1안 "오홍근 일가를 몰살해라", 2안 "얘가 기잔데 저녁에 반드시 소주 한잔씩 하고 들어가더라. 술집에 가서 시비 걸어서 얘만 죽여라", 3안 "이놈 혼자만 가서 호되게 혼을 내라." 동그라미는 3안이었다.

 

곧바로 실행에 돌입했다. 1988년 8월 6일이다. 민주화의 공기를 마시면서 군인 출신 대통령이 들어섰다. 숱한 익명들의 묘한 죄책감이 세상을 짓누르고 있었다. 정보사 소속 군인 두 명은 '츄리닝'을 입고 민간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서울 청담동 삼익 아파트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타겟이 보이자 그들은 다가갔다. 

 

"당신이 오홍근이요?" 

 

군인은 다짜고짜 열굴에 주먹을 날렸다. 미리 준비한 칼로"호되게 혼을 내라"는 명령을 실행한 후 대기하고 있던 현대 포니투 승용차 등 차량 두 대를 나눠 타고 도주했다. 그리고 차량 일지를 조작했다. 정보사 군인들은 인체공학에 해박했다. 허벅지 바깥쪽에 칼을 쑤셔 박았다. 34센티미터를 찢었다. 깊이는 3~4센티미터. 허벅지 안쪽으로 칼날이 조금만 더 들어갔다면 동맥을 건드려 사망에 이를 수 있었다. 

 

중앙일보 기자였던 오홍근은 당시 자매지 중앙경제신문 창간을 이틀 앞두고 창간준비를 위해 파견돼 있었다. 중앙일보 사회부 성회용 기자(후에 SBS 보도국장)가 경찰서에서 날밤을 새며 취재해 특종을 터트렸다. 이 사건은 이규홍 준장이 자신의 부하인 박철수 소령에게 지시했고, 박 소령은 네 명의 요원에게 '작전'을 맡겼으며, 정보사령관 이진백이 사건을 보고받고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테러의 원인이 된것은 월간중앙 8월호 '오홍근이 본 세상'이라는 꼭지에 게재된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제목의 칼럼이었다. 

 

그러나 범행을 저지른 군인들은 줄줄이 집행유예,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군판사 김광석은 "(범행) 동기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이기심에서가 아니라 군을 아끼고자 한 충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폭행당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다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참으로 무도한 세상이었다. 

 

오홍근은 생전에 이런 증언을 남겼다. 

 

▲ 1988년 8월6일 출근길에 정보사 군인들에게 테러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오홍근 당시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
MBC와 인터뷰하는 오홍근 ⓒMBC 보도 화면 갈무리

 

세월이 흘렀다. 노인이 된 오홍근에게 한 남성이 불쑥 찾아왔다. 그는 과거 정보사에서 군복무를 했다고 말했다. '회칼 테러'를 자행한 바로 그 부대가 자신이 근무했던 부대라고 고백했다. 운전병이었던 그는 하필 비번이었을 때 일이 벌어졌다고 했고, 하마터면 그 테러에, 배차받은 포니차 운전수로 가담자가 될 뻔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평생 그 사건이 자신을 짓눌러왔다고 말했다. 그 남성은 영화 <도가니> 등을 제작한 삼거리픽처스의 엄용훈 대표다. 엄 대표는 현재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취재와 시나리오 작업을 마쳤다. 제작 과정에서 투자 문제로 애로를 겪고 있지만, 조만간 오홍근 회칼 테러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질 것으로 믿는다. 

 

여기에 또다른 정보사 출신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있다. 황상무라는 사람이다. 14일 MBC 보도를 보면 황상무 씨는 기자들과 점심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KBS 기자 출신이라는데 기본 팩트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아니라 청담동 삼익아파트다. 그리고 경제신문 기자가 아니라 중앙일보에서 중앙경제신문 창간을 위해 파견된 상태였다. 발령을 받긴 했으나 중앙경제신문은 회칼 테러(1988년 8월 6일) 전엔 창간도 되지 않았다.(중앙경제신문은 1988년 8월 8일 창간된다. 1994년에 중앙일보에 흡수 통합된다.) 

 

그 시절 군 정보사 출신 이력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모르겠지만, 황상무 씨는 자신이 한때 군복무로 몸담았던 정보사가 자행한 끔찍한 언론인 테러를 무슨 무용담 늘어놓듯 다른 기자들 앞에서 떠벌렸다. 그래도 기자들은 이런 자를 데리고 정치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잘 들어. 1979년 현직 대통령이 부하의 총에..." 따위의 농담을 던지진 않는다. 그래도 기자들은 최소한의 양심이 있고, 사리분별은 하는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군 정보사 출신의 엄용훈 대표는 2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을 양심의 가책에 시달렸다. 자신이 저지른 일도 아니면서 오홍근을 직접 찾아와 사죄를 했다. 군 정보사 출신의 황상무는 나랏일 하는 자리로 '출세'해 기자들을 앞에두고 헌법 정신을 유린한 끔찍한 사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밥자리 농담거리로 내뱉으며 협박했다. 오홍근은 병상에 누워 "언론인에 가해지는 마지막 테러이길 바란다"고 했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가 '칼 두 방'을 운운하며 오홍근을 다시 테러하고 있다. 

 

언론인 오홍근은 작고하기 전 <펜의 자리, 칼의 자리>라는 책을 썼다. 탁월한 제목이다. 칼은 군인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검사를 상징하기도 한다. 칼은 칼집에 꽃혀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허벅지에 꽃혀 있다면 이상한 일이다. 펜도 마찬가지다. 기자 출신 정치인이 기자들 앞에서 칼을 운운하고 있다면 그건 뭔가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된 일이다. 검사의 자리, 언론인의 자리, 대통령의 자리, 참모의 자리가 있다. 그 자리를 이탈하면 그건 더 이상 펜도, 칼도 아니다.

 

군부정권 시절 민주화를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군사 문화'를 비판하고 있던 언론인을 칼로 찌른 비극적 테러 사건을 시시껄렁한 농담거리로 소모하는 자들이 '운동권 청산론'을 운운하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다.

 

오홍근 회칼 테러가 있은 후, 당시 민정당 중진들이 노태우 대통령과 다른 일로 만난 자리에서 '오 아무개 테러사건은 안 일어났어야 우리에게 좋은 사건이었습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때 노태우는 "제가 대통령으로서도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사람을 죽이려고 칼로 찔렀는데, 참으로 뻔뻔하고 무책임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래도 '미운 언론'에 '칼 두 방'을 운운한 황상무의 '대통령을 아끼고자 한 충성'을 보면서 즐기고 있진 않을 것이라 믿는다. 군인 대통령과 검사 대통령이 다른 점이 하나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니겠나. 조폭식 '의리'가 '검사 문화'는 아닐 것이다. 

 

언론 자유를 위협한 망언을 내뱉은 황상무 씨를 경질하는 것은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청산해야 할 검사 문화'를 유권자들이 청산해 줄 것이다. 

 

▲1988년 9월 9일 오후 7시, 서울 종로4가 종로성당에서 열린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의장 문익환 목사) 주최 '군사문화 종식과 백색테러 추방을 위한 시민 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노무현 당시 통일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노무현사료관은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군사문화종식과 백색테러 추방을 위한 시민토론회를 갖고 오홍근 씨의 테러와 우리마당 피습사건의 진상규명, 군사문화 청산, 양심수의 전원석방 등을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고 기록했다. ⓒ노무현사료관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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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15 마산항쟁과 윤석열의 민생토론회

한찬욱 사월혁명회 사무처장 | 기사입력 2024/03/1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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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3.15 마산항쟁 64주년이다.

 

60여 년 전 선거는 오늘날과 달랐다. 

 

농촌은 라디오는커녕 신문도 제대로 볼 수 있는 집들이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 한두 세 집 건너 이야기하면, 후보가 일제 강점하에서, 해방공간에서, 6.25전쟁 시기에 어떤 일을 하였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적어도 후보의 가문과 조부 이력, 특히 친일 반민족 전력이나 부정·비리 등 후보의 면면을 파악하기 쉬웠다.

 

자유당은 3월 15일, 제4대 대통령·제5대 부통령 선거에 무조건 이기기 위해 온갖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 대통령이, 장관이, 공무원이 직접 선거에 나서서 관권 불법 부정선거 그리고 공갈 협박 등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했다. 

 

물론 관권 불법 부정선거의 원흉은 이승만 대통령이다.

 

이승만의 탐욕(貪慾)과 여촌야도(與村野都)의 수수께끼

 

1960년, 이승만은 85세의 고령이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출마하는 바이든의 나이가 81세이다. ‘너무 늙었다’라고 미 대선의 최대 리스크로 부각 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의료 위생 환경 상태가 아닌 64년 전 당시로 생각하면, 85세인 이승만이 대통령에 출마한다는 것은 노인의 권력 탐욕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황당무계(荒唐無稽)했다. 조선 이씨 왕조의 부활이자 이승만 자신을 우상화(偶像化)하려는 행위로 민중은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과 해방공간 그리고 6.25전쟁을 겪은 민중은 숨을 죽였다. 너무나 큰 홍역을 앓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농민들이 미군정으로부터 한국전쟁이 끝나는 분단국가의 형성 과정에서 격렬한 정치투쟁을 겪으며 가지게 된 정치적 패배의 상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래서 한국의 농민들은 ‘우리가 나선다고 뭐가 되는 일이 있나’라는 식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효능(efficacy)에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김태일, 「농촌사회의 구조변화와 농민정치」, 『한국현대정치론 1』, 한배호 편, 오름, 2000.) 

 

농민은 그동안 치른 홍역 속에서,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차단당하고, 조직화는 아예 엄두를 못 냈다. 농민은 정치에서 아예 배제당했다.

 

농민 자신이 피해 대중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당한 처절한 탄압과 희생으로 인해 ‘더 이상의 피해나 당하지 말자’는, 정치 불신과 무관심이 농촌을 지배했다. 

 

이것이 당시 선거에서 나타난 농촌 여당 승리, 도시 야당 승리라는 여촌야도(與村野都) 현상의 수수께끼였다.

 

함석헌은 『사상계』 58년 4월호에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 6.25 싸움이 주는 역사적 교훈」이라는 글을 썼다.

 

“우리가 일본에서는 해방이 됐다 할 수 있으나 참 해방은 조금도 된 것 없다. 도리어 전보다 참혹한 것은 전에 상전이 하나였던 대신 지금은 둘 셋이다. 남한은 북한을 쏘련 중공의 꼭두각시라 하고 북한은 남한을 미국의 꼭두각시라 하니 있는 것은 꼭두각시뿐이지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나라가 없는 백성이다. (중략) 민중의 시대에 민중이 살았어야 할 터인데 민중이 죽었으니 남의 꼭두각시밖에 될 것 없지 않은가. (중략) 선거를 한다면 노골적으로 내놓고 사고팔고 억지로 하고 내세우는 것은 북진통일의 구호뿐이요. 내 비위에 거슬리면 빨갱이니, 통일하는 것은 칼밖에 모르냐?”

 

기상천외한 3.15 부정선거 

 

이승만은 직접 1959년 3월 ‘최후에 써먹을 총알’이라는 43세의 최인규를, 선거 진두지휘하는 내무부장관에 지명한다. 

 

이미 윤석열과 한동훈 조합의 원조로, 64년 전에 등장한다.

 

최인규는 지방자치단체장을 불러 놓고 “어떠한 비합법적인 비상수단을 사용하여서라도 이승만 박사와 이기붕 선생이 꼭 당선되도록 하라. 세계 역사상 대통령 선거에 소송이 제기된 일이 있느냐? 법은 나중이니 우선 당선시켜 놓고 보아야 한다. 콩밥을 먹어도 내가 먹고 징역을 가도 내가 간다”라고 공무원 부정선거 개입을 직접 지시했다. 

 

이것이 바로 1960년 3월 15일 대통령·부통령 선거에 대하는 자유당의 선거운동이었다.

 

선거운동으로 4할 사전 투표, 3인조·5인조 공개 투표, 유권자 명부 조작, 완장 부대를 동원한 위협, 야당 참관인 축출, 투표함 바꿔치기, 개표 수 조작 등 온갖 기상천외한 선거 불법 부정 방법이 동원되었다. 또한 농촌에서는 막걸리 고무신 선심 선거가 판을 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당 선거 판세는 너무도 암울했다. 조봉암은 사형을 당했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조병옥도 신병 치료차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운명했다.(1960년 2월 15일)

 

이런 호조건(?)에서 당선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상상을 초월한 불법 부정선거로 몰락의 길을 간 것은, 이승만의 고집과 추종자들의 권력욕 때문이었다. 

 

물론 뒤에는 세계의 냉전 반공 교두보로 이승만을 이용하려는 미국이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참담한 불의를 두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마침내 끓어오르는 분노가 대구에서 폭발했다.

 

독재 권력은 야당인 민주당의 강연회가 있을 예정인 대구에서 시내 고등학생들을 일요일에도 불구하고 강제 등교시켰다. 학생들의 강연회 참여를 원천 봉쇄하고자 한 야비한 술책에 학생들은 격분했다.

 

3.15 마산항쟁의 방아쇠, 2.28 대구 학생의거 

 

1960년 2월 28일, 일요일인 28일 “학원을 정치 도구화하지 말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북고 학생들이 먼저 시위에 나섰다. 불어난 시위대는 민주당의 강연회장에 가지 않고 시내 중심가로 진출했다. 학생들은 민주당에 대한 지지보다 이승만 독재 권력에 저항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2.28 대구 학생의거이다.

 

그들은 일제 지배하에 신음하던 식민지 조국에서 태어났다. 

 

1945년 일제 패망 후의 해방공간에서는,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사람만 바뀐 미 제국주의에 의한 제2의 신식민지임을 알았다. 

 

1948년 이승만과 반민족 세력에 의해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하고, 남쪽만 단독 정부가 수립되는 것을 목격하였다. 

 

6.25전쟁을 전후하여 백만 민간인 학살을 보고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분노를 느끼며, 우리 앞 세대가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죽어 가는가를 보며 소년·소녀시기를 보낸 학생들이었다.

 

사실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반정부 데모였다. 

 

1990년대까지 이어진 학생운동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최초의 유혈 사태는 3월 15일 마산에서 발생했다. 선거 무효와 부정선거를 폭로하며 시위를 벌이던 민중에게 경찰이 발포했다. 이날 8명이 희생됐고, 80여 명이 다쳤으며, 200여 명이 연행되었다.

 

그런데 4월 11일 아침, 3월 15일 시위 때 눈에 최루탄을 맞고 죽은, 김주열 시체가 마산 앞바다에서 참혹한 모습으로 떠올라 2차 “마산항쟁”이 시작된다. 마산 민중 2만여 명은 “이승만 정권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마산 경찰서와 시청에 난입하고 파출소를 습격했다. 이날 밤 경찰 발포로 2명이 또 희생된다.

 

다급해진 이승만은 “이 난동에는 뒤에 공산당이 있다는 혐의도 있어서 지금 조사 중”이라는 특별 담화를 발표했다. 이어 15일에도 공산당 선전에 속아서 “마산 폭동”이 일어났다는 특별 담화를 또 낸다.

 

민중봉기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승만이 직접 나서, “마산항쟁”을 빨갱이가 조정한 것으로 몰고 간다. 한술 더 떠 부통령 후보였던 이기붕은 “총은 쏘라고 준 것이지 가지고 놀라고 준 것은 아니다”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3.15 마산항쟁으로 곪을 대로 곪은 자유당 정권의 환부가 드디어 폭발하고,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다.

 

단독 정부 수립으로 조국을 분단시킨 원흉인 이승만은, 마침내 1960년 4.19혁명으로 민중으로부터 단죄받아 쫓겨난다.

 

이승만의 죄과(罪過)

 

이승만이 일제 강점하에서 하였다는 독립운동은 독단적 행동으로 항일운동 세력의 분열만 일으켰다. 그는 분열주의자였다. 

 

또한 해방공간에서 이승만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해산시키고, 친일파들을 대거 등용한 친일파의 아버지이었다. 

 

특히 이승만의 미국에 대한 충성심은 1948년 9월 1일 한국에 대한 미국의 착취를 제도화해 주는 ‘한미 재정 및 재산 이양에 관한 협정’ 체결을 위한 발언에서 잘 드러나 있듯이, 이승만은 사대 숭미(崇米)주의자였다. 

 

“미국 측 제안대로 전부 동의하라. 미국의 힘으로 정부가 세워졌고 앞으로도 미국의 힘에 의하여 유지될 우리 정부가 미국 사람들의 비위를 거슬러 가면서 그들의 그만한 요구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 (한동혁 엮음, 「안재홍 유고집」, 『지배와 항거』, 힘, 1988.) 

 

그뿐만 아니라 이승만은 단독 정부 수립 이후 서북청년회 등 정치 깡패를 이용한 정적 탄압, 제주 4.3사건, 보도연맹 학살과 같은 민간인 학살 사건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민중을 죽인 학살 책임자였다. 

 

이승만은 1949년 제헌국회 내의 일부 소장파 국회의원들이 외국군 철수와 평화통일을 주장한다고 남조선노동당의 국회 내 프락치로 몰아 대거 구속하고, 무엇보다 민족통일 세력에 대한 영원한 전쟁을 선포한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반인권·반민주 범죄자였다. 

 

이승만은 북진통일을 주장하여 6.25전쟁을 유발하게 하였으며, 전쟁 전후 군경을 동원해 민간인 백만여 명을 학살한 범죄 집단 우두머리였다. 특히 한강 인도교 폭파, 국민방위군 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 부산정치파동 등 전쟁 중에도 책임회피만 한 보신주의자였다.

 

이후에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짓밟은 이승만의 독재 범죄 행위는 사사오입 개헌, 진보당 사건과 당수 조봉암 사법 살인, 3.15부정선거, 4.19혁명 당시 115명의 사망과 수천 명의 부상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윤석열의 기괴한 민생토론회를 빙자한 선거운동(?)

 

어제 14일, 4.10총선 25일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전라남도를 방문해 “영암에서 광주까지 47㎞ 구간에 약 2조 6천억 원을 투입해 독일의 아우토반과 같은 초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윤석열은 지금까지 스무 번째 ‘민생토론회’를 1월부터 평균 ‘주 2회’ 꼴로 계속하고 있다. 실제 토론회는 이루어지지 않고, 대통령 혼자 발언하는 기괴한 토론회(?)이다. 

 

그간 민생토론회란 구실로 윤석열은 경기도 8회, 영남 4회, 서울 3회, 충청 2회, 인천 1회, 강원도 1회, 전라도 1회를 열었다. 하나같이 4월 총선의 전략 지역으로, 실질적 선대 위원장(?) 노릇을 하며 정책 공약도 남발하고 있다. 

 

주요 정책 공약에는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2월 26일, 충남), ‘신공항 광역급행철도 건설’(3월 4일, 대구),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비(B) 노선 착공 기념식, 경인고속도로·경인철도 지하화’(3월 7일, 인천), ‘강원도 산악관광 활성화 계획’(3월 11일, 강원) 등이 있다. 

 

한겨레 15일자 사설의 일부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고 있는 전국 순회 민생토론회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총사업비가 약 900조 원에 이르는 개발 공약을 쏟아내면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거나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 이미 착수한 사업을 포장만 달리해 우려먹는 등 총선용 공수표를 무책임하게 남발하고 있다.”

 

현재 세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민생토론회라고 하면서, 서민 생활에 직결되는 진짜 민생 문제인 장바구니 물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달걀만한 귤 하나가 1,000원이고 사과 하나가 5,000원이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3.1% 올랐지만, 신선 과일은 무려 41.2%, 신선 채소는 12.3% 치솟았다. 

 

민주당은 윤석열의 민생토론회에 대해서 “불법 관권 선거”라며 공무원이 직무 또는 직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85조 1항을 위반한 혐의로 윤석열을 지난 7일 경찰에 고발했다. 사실상 ‘선거 개입’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민심의 총선 전망은 밝다

 

전망이 어두우면 현재 유리하더라도 경거망동하지 말고, 전망이 밝으면 지금 어렵더라도 싸우라 하였다.

 

이번 4.10 22대 총선은 대통령과 언론 그리고 공안 세력들이 총력으로 덤벼들고 있지만, 민심의 총선 전망은 밝다.

 

윤석열 정권의 폭주가 치닫고 있지만 이제 끝이 보인다.

 

현재 윤석열의 선거 패악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당사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도피극, 비판 언론에 ‘회칼 테러’ 언급하는 대통령실, 제재 남발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언론 ‘입틀막’ 등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악행을 숨 쉬듯 하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윤석열과 졸개들이다.

 

총선 패배는 곧 식물 대통령이라는 것을 윤석열도 잘 알고 있다. 

 

윤석열은 민생토론회를 구실로 총선 전략 지역을 돌면서, 포퓰리즘 정책 남발 등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또한 국정원·검찰·경찰 등 휘하 공안 기관들을 총동원하고 거부권을 남발하고 있다. 

 

우리는 결코 윤석열 집권 2년의 저성장, 소득과 부의 양극화, 물가·금융 불안정 등 기존 ‘삼중고’에 더해 고금리, 전쟁 위기로 점철된 절망의 시대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민중은 단 하루도 윤석열 정권과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 

 

민중은 나라가 망하고 있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역주행 반역의 시대, 분열 공작과 탄압을 반드시 민중의 힘으로 뚫어야 한다.

 

일제 말의 엄혹한 상황에서 해방을 내다보고 민족의 단결을 강조한 몽양 여운형 선생의 친필 신년 휘호이다.

 

分卽倒合必立(분즉도합필립)

분열하면 곧 쓰러지고 단결하면 반드시 일어난다.

 

역사는 저절로 전진하지 않는다! 

 

민중의 힘을 믿고, 4.10 22대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여 윤석열을 끌어내리자!

 

반제·자주·민주·평화애호 세력은 총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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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회칼 발언’에 “부적절”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3/16 09:21
  • 수정일
    2024/03/16 09: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 내는 한동훈, 이종섭 전 장관 출국 논란 “들어와서 절차에 응해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후 광주시 남구 광주실감콘텐츠큐브에서 입주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03.15.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협박 발언 논란’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 같다”면서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한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광주 남구 광주실감콘텐츠큐브(GCC)에서 이루어진 입주업체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현안에 대해 답했다. 그는 ‘황 수석의 회칼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앞서 황 수석은 지난 14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MBC를 겨냥해 1988년 언론인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 황 수석은 이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고 먼저 MBC를 언급한 후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아파트 앞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라고 말했다. 황 수석이 언급한 회칼 사건은 1988년 8월 6일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 오홍근 기자가 정보사령부 소속 요원 3명으로부터 당한 회칼 테러를 가리킨다. 당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들 요원은 “죽이지는 말고 혼만 내주라”는 상관의 명령을 받고 이 같은 테러를 일으켰다.

한 위원장은 “제가 발언 맥락이나 경위는 전혀 알지 못하는데”라면서도 해당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데도 호주 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관련해 “언제라도 공수처가 수사가 필요해서 출국금지를 한다면, 공수처가 신속하게 (이 전 장관을) 소환하고, (이 전 장관) 본인도 당연히 응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본인이 책임감 있게 들어와서 절차에 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의 도태우 변호사 공천 취소에 대해서는 “도 후보가 5.18에 관한 과거 입장에 대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헌법전문 수록과 5.18 정신 이어받겠다고 말했다. 그런 정도 반성이면 과거 특정한 시기에 잘못된 생각 갖고 있었더라도 우리 당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공천관리위원회는 그 이후에 다른 사안에 대한 언급들이 나오게 되면 우리 당 입장에서는 공천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새로 한 것 같다. 거기에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후 광주시 동구 충장로를 찾아 광주 동남을 박은식 후보와 함께 거리인사를 하고 있다. 2024.03.15. ⓒ뉴시스

다만, 장예찬 후보의 각종 망언에 대해서는 “자세히 못 봤다”면서 “살펴보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그간 언론에 보도된 과거 장 후보의 막말이 국민 눈높이에 맞다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발언이 나온 경위라던가 (발언 당시) 공직에 있었는지 등등을 종합적으로 봐야할 것 같다. 지금 거기에 대해서 판단하지는 않겠다”라고 답했다.

‘공천이 취소된 도태우 변호사의 과거 5.18 폄훼 발언과 장예찬 후보의 각종 망언 등은 공개돼 있던 것들인데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은 문제 있는 것 아니냐’라는 취지의 CBS 기자 질문에는 다소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그는 “그 평가를 민주당에 대해서도 해주지 그러냐”라며 “그런 문제제기, (민주당에 대해서는) CBS 안 하지 않냐”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희가 문제없다는 게 아니라, 공천 관리를 하다 보면 그런 문제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같은 기준을 민주당에 적용하라”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 위원장은 GCC 입주업체들과의 간담회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일정 이후 광주 충장로를 찾았다. 이곳에서 그는 광주에 출마하는 후보들과 함께 “이재명, 조국, 통진당 잔당 같은 세력들이 대한민국을 후진시키는 것을 반드시 막겠다”라며 “우리를 응원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여러분의 사랑을 갈구한다. 사랑을 원한다. 그렇기에 정말 잘하겠다. 우리가 광주시민과 호남시민에게 잘하겠다”라고 외쳤다.

한 위원장의 거리유세에서는 일부 지지자들이 “한동훈” 이름을 연호했지만, “한동훈 물러가라”라는 구호도 계속해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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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냥이 정치와 대한민국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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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네 살의 청년 정치인 전지혜 씨가 승냥이들에게 갈기갈기 물어뜯겼다. 그는 결국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청년 정치인의 꿈 앗아간 승냥이 정치

전지예 씨의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은 금융 정의를 실현하는데 오롯이 바쳐졌다.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이었던 그는 시사저널이 선정한 ‘2023 차세대리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경제 권력을 감시하는 MZ 활동가라고 시사저널은 그를 소개했다.

그러나 승냥이들에겐 전지예 씨의 금융정의연대 활동 이력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에게 그는 오직 한미 군사훈련을 반대한 ‘반미활동가’였을 뿐이다. 한미 훈련 반대가 곧 반미인가, 한미 훈련을 반대하면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없는가 하는 초보적이고 상식적인 질문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렇게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 언론이 물어뜯기 시작했고, 한동훈과 국민의힘이 가세했다.

맘에 들지 않은 한 인물을 먹잇감 삼아 떼로 달려들어 물어뜯는, 그래서 정치판에서 배제하려는, 이른바 승냥이 정치는 오랫동안 한국 정치를 지배해 왔다. 멀리 갈 것없이 21대 국회의 윤미향 의원은 승냥이 정치의 대표적 희생양이다.

승냥이 정치는 오늘도 계속되고 내일도 계속될 것이다. 먹잇감이 발견되면 어떤 식으로든 ‘종북’, ‘반미’, ‘국가보안법’, ‘회계 부정’ 등의 시빗거리를 만들고,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평화와 통일을 외친 전지예 씨는 그렇게 승냥이의 먹잇감이 되었다.

 

승냥이에게 먹잇감 던져준 민주당

일부 승냥이들이 전지예 씨를 물어뜯으려 할 때, 민주당은 후보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상황실장 김민석 의원은 “비례후보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검증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운운했고, 비례연합정당 협의를 이끌었던 박홍근 의원은 “다른 분으로 추천을 요청”했다. 이재명 당대표 역시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합리적 의사 결정, 합리적 인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민주당에서 후보 교체 메시지가 나오자, 승냥이들의 공격은 본격화되었다. 민주당의 후보 교체 요구는 승냥이들에게 공격 신호를 내린 결과가 되었다. 민주당의 이런 행위는 결코 ‘선거 전략’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민주당의 행위는 승냥이 정치에 투항한 것이며, 민주주의를 배신한 것이었다.

민주당의 배신으로 승냥이 정치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승냥이들은 전지예 씨만이 아닌 정영이 씨와 임태훈 씨에게도 달려들었다. 그렇게 전지예 씨와 정영이 씨는 사퇴를 했고, 임태훈 씨 역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임태훈 씨마저 사퇴하면? 승냥이는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돌진할 것이다.

 

1/300도 허용하지 않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정치할 자격을 갖는다는 신념에 기초한다. 한미 군사훈련이나 사드 배치를 찬성해도, 혹은 그것들을 반대해도 정치할 자격을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군복무를 마친 사람에게도, 양심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에게도 정치할 자격을 동등하게 부여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300명이다. 300명 중 금융 정의를 주장하고 한미 훈련을 반대하는 청년 정치인 한 명을 허용하지 않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300명 중에 한반도 평화와 주권을 위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여성 농민 정치인 한 명을 허용하지 않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300명 중에 종교, 윤리, 도덕, 철학 등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남성 국회의원 한 명을 허용하지 않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달려들어 물어뜯는 ‘승냥이정치’에 의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있다. 조금이라도 피해가 있을 것 같으면 승냥이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민주당 류의 정치에 의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질식 상태에 빠져 있다.

 

승냥이 정치를 청산해야 민주주의 가능

승냥이 정치가 기승을 부리면 민주주의는 파괴된다. 그런 점에서 전지예 씨 사례는 민주주의 파괴의 전조이다. 우리 정치사가 보여주듯이, 민주주의가 파괴되면 어김없이 독재 체제가 등장한다. 승냥이 정치는 친미 독재 체제를 지향한다.

해방 이후 자주독립국가 건설이 좌절된 후 이승만 친미 독재가 찾아왔다. 4.19 혁명 이후 민주주의가 실패하자 5.16 친미 반공 쿠데타가 시작되었다. 1980년 서울의 봄이 실패한 후 전두환 신군부 독재 체제가 등장했다. 촛불혁명의 실패 이후 또다시 윤석열 검찰 독재가 찾아오지 않았던가.

승냥이 정치를 청산해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승냥이 정치는 민주주의 적일 뿐이다.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 힘을 심판하는 것은 승냥이 정치 청산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승냥이들에게 먹잇감을 내주는 비겁하고 나약한 정치 역시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필요 없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단결하고 연대해서 승냥이에 맞서 싸우는 정치가 필요할 뿐이다. 기존의 정치가 아닌 새로운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정치는 바로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승냥이들은 바로 지금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우리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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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에 꽂힌 여중생..세상 바꿀 최전선에 서다



[인플러스] 엄미경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엄미경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은 자신의 ‘반골기질’이 지금 자신을 있게 한 시작이었다고 웃었다.

부산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시작한 그는, 민주노총 통일국장으로 오래 활동하며 노동자 통일운동에 힘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국 각지에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건립하고, 2015년 평양에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를 성사하는 과정에 그가 있었다.

그는 이제 “통일운동이 곧 전선운동”이라고 말한다. 통일운동의 교훈을 자양분으로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으로 ‘전선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다.

최근 ‘윤석열 퇴진 투쟁’에 앞장선 그는 무슨 고민을 하고 있을까?

 

▲ 엄미경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한 중학생의 반골기질

‘노동운동’에 대해 알려주는 이 없었던 여중생 시절, 그는 ‘노동운동’에 꽂혔다.

‘우리 집은 왜 가난할까’라는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둘째언니가 놓고 간 박노해의 시집 ‘노동의 새벽’을 보게 됐다. 그리고 ‘노동자가 되어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고등학교 때 길거리에 붙어있는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수배 전단지를 보고 화가 나서 찢다가 경찰서에 잡혀간 경험도 있다.

상업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부산 부두 컨테이너 관리보수 업체에 취업했다. 사무직이었지만 부두 현장에 나가 노동자들과 어울려 지냈다. 그곳 노동자들과 ‘노조를 만들자’는 얘기도 겁 없이 했고, “노조 만들면 감옥 가”’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정작 노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몰랐다.

 

온통 ‘노동운동’, 노조 만들 생각만

그때 ‘부산민주청년회’를 만났다. 1994년 6월경, 8.15범민족대회 참가단을 모집하는 포스터를 보고 나서다.

“‘데모’하는 사람 중에 노조 만드는 방법을 알려줄 사람이 어디 없을까 기웃거리던 때였어요. 그 포스터가 저에게는 ‘광명’이었어요. ‘여기랑 친해지면 되겠구나’ 생각해서 다짜고짜 청년회에 전화를 걸었죠.”

최루탄이 터지고, 대회장까지 침탈당했던 8.15대회(서울대)에 참가한 후 다시 부산에 내려와 청년회에 가입했다. 오로지 ‘노동운동’에만 관심이 쏠렸던 당시 ‘통일’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그였다.

청년회 활동을 하다가, 1998년 신발공장을 거쳐, 2001년 중소병원의 간호조무사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백의의 천사라는 별칭을 본떠 ‘천사동아리’ 활동을 하며 대중과 만났다. 엄 위원장 역시 3교대 근무를 하면서 노동조합을 일구기 위해 뛰었다. 당시 노조를 만들 수 없었던 개인병원 간호조무사들의 노동실태 조사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힘을 쏟기도 했다.

“간호사들을 어시스트하는 역할인 조무사들은 비정규직 차별, 막말, 굴욕감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간호과 부장의 면담 요청이 있어 찾아갔는데, ‘이회창 후보를 찍을 것’을 강요받았기도 했었죠.” 자본이 어떻게 노동자를 관리하는지 처음 경험한 순간이었다.

▲ 간호조무사 천사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맨 왼쪽이 엄미경 위원장이다.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우다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면 일제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위한 ‘양말’의 존재를 모르기란 쉽지 않다. 민주노총 통일국장이던 엄미경 위원장은 노동자상 건립을 위해 양말을 판매하는 모금 사업을 제안했고, 전국 각지의 조합원들이 양말 2만 세트를 구매했다.

그가 ‘통일’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 건 부산민주청년회를 하면서다. 그러나 당시엔 통일운동이 ‘나의 일, 내 일부가 될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는 “민족문제보다 노동해방에 꽂혀 20대를 보냈다”고 했다.

북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청년회 ‘통일반’에서 활동하며 ‘통일’을 접하면서, 노동자 통일사업을 담당하는 민주노총 통일국장으로 10여 년을 보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운동’이다.

2014년, 이명박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물밑 협상으로 국민적 분노가 일어나던 때, ‘반일운동’은 막연하기만 했다. 강제징용노동자들의 삶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역사기행을 시작하면서 무릎을 ‘탁’ 쳤던 때가 있었다.

“일본 강제징용 현장에 가보니, 말 그대로 충격이었어요. ‘민족문제’와 ‘계급문제’를 따로 해석할 필요도 없이 해명되더라고요. ‘노동자들이 나라를 잃으면 이렇게 살게 되는구나’ 알게 됐죠. 현장에서 보고 듣는 힘이 커요. 그래서 강제징용 기행을 확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1년 만인 2015년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우자’고 마음먹었다. ‘소녀상’을 세우는 것처럼, 노동자 대중의 힘을 발동해 ‘노동자상’을 세우는 것.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노동자의 민족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겠다는 결심이었다. 그 과정 자체가 ‘노동자 통일운동’이었다.

2015년 9월, 노동자상 건립 운동을 시작했고, 양말 세트를 판매해 종잣돈을 모았다.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렸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6년 8월, 일본 단바 망간 광산에 1호 노동자상이 세워졌다. 그리고 민주노총 각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노동자상을 세우기 위한 모금 활동이 활발히 펼쳐졌다. 2017년 서울 용산을 시작으로 인천, 부산, 경남, 울산, 전남, 충남, 대전, 제주에 노동자상이 세워져 있다.

그는 “노동자상을 세우는 운동은 노동자들의 ‘반일운동’이며, 노동자의 민족의식이 자주의식으로 이어지는 거름이 되었다”고 말했다.

▲ 2018년 8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가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설립된 강제징용노동자상에 헌화 후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

“통일운동이 곧 전선운동”

10여 년 넘게 노동자 통일운동에 매진한 엄미경 위원장은 지금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을 하며 ‘전선운동’ 최전선에 있다.

그는 “통일운동이 곧 전선운동”이라고 말한다. “민중이 정치권력을 쟁취하는, ‘정치적 목표’를 뚜렷히 하고 민중의 힘을 모으는 투쟁이 바로 전선운동이예요. 노동자, 농민, 빈민 등 각계각층 민중들의 힘을 모아 광범한 투쟁을 성사해 세상을 바꾸는 것이죠.”

그렇다면 ‘통일운동이 전선운동’이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분단사회를 끝내겠다’는 공동의 정치적 목표를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각계각층의 힘을 묶어내는 것이고, ‘분단’은 그 힘이 모이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는 어려운 투쟁이기 때문”이라고 엄 위원장은 말했다. 민주노총 통일위원회는, 노동계급이 이 정치적 목표에 복무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기에 곧 전선운동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한미FTA 투쟁과 광우병 투쟁

그가 한미FTA 투쟁,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투쟁을 떠올리며 전선투쟁을 돌아봤다.

“한미FTA 투쟁은 농민들로 시작해서 경제투쟁으로 이어졌어요. 여기에 노동자, 특히 자동차 관세 철폐 문제가 걸려있는 금속노동자 등이 기본 투쟁동력이 되었습니다. 주체들은 일찍이 이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사업, 조직사업과 현장순회사업 등에 큰 공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광우병 투쟁이 범국민 투쟁으로 되는 과정에서도 노동자들이 ‘징검다리’ 역할을 했어요. 민주노총이 냉동창고를 틀어막았고, 화물노동자들이 광우병 쇠고기 운송 거부 투쟁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죠. 광우병 쇠고기가 들어왔을 것으로 추측되는 곳에서 산발적 투쟁이 점화됐고, 이를 기점으로 정치적 쟁점화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법안에 대응한 투쟁이 심화되는 시기였다. “비정규 법안저지 전선이 형성되었지만, 광우병 의제는 민주노총 전체가 자기 의제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총노동전선’으로 대응하지 못한 아쉬움이다.

더 큰 파괴력 갖는 광장투쟁이 형성되지 못한 것과 함께, 진보정치세력이 힘을 발휘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당시 민주노동당이 있긴 했지만, 분열과 곡절을 겪고 있던 때였어요.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대변자가 존재했더라면 광장투쟁의 정치적 요구와 지향이 국회로 이어졌을 테고, 광장투쟁은 정치투쟁으로 더 질적인 발전을 이루지 않았을까요… 민중의 정치권력은 결국은 정치세력에 의해 표현되잖아요. 그것이 바로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대변하는 진보정당이죠.”

ⓒ노동과세계

박근혜 퇴진 투쟁의 교훈

‘민중의 정치적 요구를 대변하는 당이 있었으면 전선운동도 달랐을 텐데…’ 하는 생각은 박근혜 퇴진 투쟁 이후 더 절실해졌다. 윤석열 정부 퇴진 투쟁의 앞자리에 서 있는 그가 한창 되새겨보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 당시, ‘정권 탄핵’이라는 가장 높은 수위의 정치투쟁이 벌어졌고, 아주 힘 있는 광장투쟁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광장에서 뿜어져 나온 요구를 대변할 당이 없었죠…. 민주당이 새로운 사회를 바라는 민중의 절박한 요구와 이해를 관철해 주길 바랐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때 진보적 노동자 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정치세력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거죠.”

‘윤석열 퇴진’이라는 정치적 목표 아래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투쟁이 박근혜 퇴진 투쟁 때와는 달라야 한다는 것도 자명하다.

엄 위원장은 “2015년, 당시 퇴진 투쟁과 퇴진 이후 과제에 대해 전략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퇴진운동본부’가 건설돼 있었다면 퇴진 이후 한국사회는 지금과는 또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박근혜 퇴진 투쟁 이후 상설적 공동투쟁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민중공동행동’이 출범했다. 그 후 더 큰 질적 발전을 지향하며 2022년 1월 ‘전국민중행동’이 출범한다. 전국민중행동은 각계각층 공동의 정치투쟁 거점이 되었고, 그 성과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 퇴진운동본부’ 출범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퇴진’이라는 정치적 목표 아래 노동자, 농민, 빈민 등 기본 계급계층이 완강한 투쟁의 주력으로 나서면서 전열을 정비했고, 퇴진 투쟁의 속도를 다그치고 있습니다.” 퇴진 요구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사회를 향한 토론, 한국사회 체제 전환을 위한 고민도 활발해지고 있다.

▲ 지난해 8월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방조한 윤석열 정권 규탄 촛불집회 사회를 보는 엄미경 위원장 ⓒ노동과세계

윤석열 퇴진 투쟁과 ‘전선운동’의 상관관계

올해 윤석열 퇴진 투쟁은 ‘달라야 한다’는 게 엄 위원장의 고민이다. 그는 “지난해 퇴진운동본부 건설의 성과를 토대로 올해 퇴진 투쟁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퇴진 투쟁의 전략적 방향을 고민하고,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정권 퇴진, 정권 심판 투쟁을 ‘퇴진운동본부’로 묶어내는 역할이 그에게 주어졌다. 전국민중행동 조직강화특별위원장의 역할이다.

그는 민주노총과 지역본부가 앞장서서 지역마다 퇴진운동본부를 건설하는 것을 그려본다. 퇴진 투쟁의 전선을 촘촘하게 꾸리고 확장하는 것이다. 그는 “민주노총 모든 투쟁의 정치적 목표가 ‘윤석열 퇴진’으로 정조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노동자 통일운동을 해왔고, 전선운동에 나서 있는 그에게 한반도 정세와 윤석열 퇴진 투쟁의 상관관계를 물었다.

“지금의 반미투쟁과 통일투쟁은 ‘대정부’ 투쟁과 일치되어 있어요. 지금 미국의 신냉전 전략, 한반도 안에서의 전쟁 책동을 첨예화시키고 나아가 선봉장 역할을 하는 게 윤석열 대통령이잖아요. 윤석열 퇴진 투쟁은 결국은 반민생 정권이자 반평화 반통일 정권의 퇴진을 의미하는 것이자, 동시에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교두보를 만드는 투쟁, 그리고 동시에 미국에 의한 전쟁 책동과 수구보수세력 재집권 전략을 파괴하는 정치적, 상징적인 투쟁입니다.”

그는 “퇴진운동본부가 ‘한국사회 체제 전환’이라는 지향을 명확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퇴진 투쟁이 확대될수록, 각계각층 민중들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투쟁인 ‘전선운동’ 역시 한 발 더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지난해 6월 27일, 37개 제시민사회단체가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를 결성하고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과세계

“정세를 돌파하는 힘은 ‘준비’에 있다”

엄미경 위원장이 민주노총 활동을 시작한 초창기 남북관계는 엄혹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거까지…. 남북노동자통일축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정세였다.

남북 간 ‘통일축구’에 대한 합의도 없었던 때에, 민주노총은 전국 각지에서 예선전과 응원전을 펼쳤다. “엄혹한 정세의 본질을 폭로하는 것도 필요했고, 이런 정세일수록 대중이 주동적이고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놓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평화와 통일을 향한 염원이 북에 전달되면서 통일축구 개최를 합의했다. 그는 “정세가 아무리 엄혹해도, 투쟁과 사업을 결심하고 기층과 주체의 힘을 강화하는 등 준비가 되었을 때, 자신감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했다.

전선운동에 나서 있는 그는 ‘올해는 달라야 할’ 윤석열 퇴진 투쟁을 앞두고, 노농빈을 비롯한 퇴진 투쟁의 주체, 대중의 힘을 어떻게 모으고 강화해 나갈지를 고심하고 있다.

 

조혜정 기자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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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방파제"라던 외화벌이 매춘사업, 일본은 뒤늦게 숨겼다

[재조명하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 ③

김영호 <지구얼굴 바꾼 인종주의> 저자  |  기사입력 2024.03.15. 05:03:23

 

일본은 태평양 전쟁 당시 동아시아의 식민지, 점령지에서 어린 소녀들을 강제로 연행해 일본군의 성노예로 부렸다. 이른바 종군위안부다. 그것은 무수한 증언과 자료를 통해 입증되고도 남음이 있다. 그 까닭에 일본은 1993년 관방성 장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하야양평)의 담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과했었다. 이른바 고노담화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는 일본의 태도가 돌변했다. 종군위안부의 강제연행을 부인하더니 이제는 종군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교과서에서도 '종군위안부'를 삭제하고 '위안부'로 기술하고 있다. 그것은 자발적 매춘행위라는 의미를 함축하는 까닭에 역사왜곡을 넘어선 역사날조다. 

 

그 문제의 심각성은 일본이 자라는 세대에게 학교교육을 통해 한국이 역사를 왜곡해서 일본, 일본인을 폄하한다는 허위인식을 주입시킨다는 사실이다. 그 같은 제도교육은 한국, 한국인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필연적으로 조장한다. 그것은 양국의 위정자들이 말하는 미래지향적 관계를 역행하는 처사다. 

 

바람직한 관계정립은 역사적 진실을 토대로 하는 반성과 사과 위에서 이뤄진다. 그 점에서 언론인 김영호(<지구얼굴 바꾼 인종주의> 저자)가 아래와 같은 연재물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⑴ 포르투갈에 소녀들 팔아 조총 산 일본영주들 

⑵ 국가가 관리한 종군위안부 원조 '가라유키상' 

⑶ 외화벌이 매춘사업, 국치로 여겨 숨기는 일본 

종군 위안부의 역사 지으려는 일본의 안간힘 

 

일본의 유곽은 그 역사가 400년 넘게 거슬러 올라간다. 유곽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매춘영업을 하던 건물이나 그 구역을 말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풍신수길)가 유곽을 처음 도입했으며 1585년 오사카(大阪-대판), 1586년 교토(京都-경도)에도 생겼다. 이어서 도쿠가와(德川-덕천) 막부 시대에는 유곽이 25개로 늘어났고 에도[江戶-강호)막부 들어서는 더욱 번창했다. 막부는 1192~1868년 일본을 실질적으로 통치한 군사 독재자인 쇼군의 세습정권을 뜻한다.

 

유곽은 에도시대에는 부유층이 주로 출입하며 유흥을 즐긴 장소여서 일본문학과 우키요에(浮世繪-부세화)의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키요에는 일본판화를 말한다. 일본이 1868년 메이지(明治-명치)유신 이후에는 매춘부의 등록제도, 성병검진, 거주제한을 실시하는 공창제를 운영했다. 1930년에는 유곽이 511개로 늘어났고 5만여 명이 공창에 종사했었다.

 

19세기 후반 들어 일본이 침탈을 노리던 조선에도 일본의 유곽과 공창제가 들어왔다. 1876년 일본의 강압에 의해 개항된 부산, 원산, 인천에 일본인 거류지를 중심으로 일본식 매춘시설이 들어섰던 것이다. 이어 노-일전쟁이 일어나자 서울에도 일본인 유곽업자가 여자들을 데리고 나타나 장충단 부근에 유곽을 세우고 매춘영업을 개시했다.

 

그 유곽이 20세기 진입을 전후해 일본군의 진격 나팔소리에 발맞춰 일본 대동아공영권의 서유럽 국가의 식민지, 점령지, 조차지를 넘어서 호주, 미국까지 퍼져나갔다. 일본정부가 내세운 대리인들이 일본군이 가는 곳마다 일본에서 데려간 가라유키상들이 종사하는 공창을 운영했던 것이다. 거기에는 먼 나라로 원정에 나가 고생하는 일본군을 위안한다는 정부의 개입이 숨어있었다. 

 

그 시기에 그들이 몸을 팔아 번 외화를 부모들에게 송금했다. 제국주의의 기치를 높이 든 일본은 가라유키상을 서방열강과 최전선에서 싸우는 군인에 비유해 낭자군(娘子軍)이라는 말로 찬사를 보냈다. 또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실제 그 때 그들은 일본의 외화벌이 첨병이었다. 그들이 벌어들인 외화가 1910년경에는 일본의 전체 외화수입의 10%에 달했다는 소리도 있으니 말이다. 

 

▲ 1945~1946년 동안 운영된 요코스카의 주일미군을 위한 위안소. ⓒ위키미디어

 

 

 

 

 

 

그 일본이 있는 돈, 없는 돈을 박박 털어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에 군함을 발주해 무장하더니 일약 해양대국으로 도약하여 청나라와 러시아를 잇달아 격파했다. 한 순간에 서방열강과 자웅을 겨룰 만큼 국력이 신장한 일본은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국가적 위상이 높아지자 세계 각지에 퍼져나간 가라유키상을 바라보는 일본사회의 시각이 차츰 싸늘해졌다. 국가적 수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1910~1920년대에 걸쳐 일본관리들이 해외에서 일본유곽을 없애려고 분주하게 뛰었다. 1920년에는 매춘금지령이 내려졌다. 정부가 관리하던 많은 가라유키상들이 일본으로 돌아갔으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회적 멸시와 천대뿐이었다. 일본에 돌아가도 생활연고가 없는 이들은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았었다.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시베리아 등지에는 가라유키상이 묻힌 묘지가 아직도 더러 남아 있다. 가난이 죄가 되어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나이에 돈에 팔려나가 이국땅에서 몸을 팔다 다시는 가족의 품에 돌아가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이들의 무덤이다. 그나마 흔적이라도 남긴 이들은 낫다. 성병, 폐병이나 풍토병에 걸려 죽은 뒤 바다나 정글에 그냥 버려진 여인들의 시신이 부지기수였다. 

 

하와이 진주만 미국 해군기지와 동남아시아 영국식민지에 대한 일본의 기습공격을 시발로 태평양 전쟁(1942~1945년)이 발발했다. 일본의 애국주의가 1920년 금지했던 해외원정 성매매를 되살렸다. 그에 따라 종군위안부들이 일본군부가 관리하는 공창에 들어가거나 민간이 운영하던 사창에서 매춘행위를 했다. 일본군 점령지의 공창에서는 일본헌병이 성병검사를 실시했다. 그 때 조선에서는 어린 소녀들을 강제로 연행해 종군위안부로 부렸던 것이다.

 

태평양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일본에는 미국 점령군을 상대로 하는 매춘부가 생겨났다. 일본정부가 점령군의 강간 등 성범죄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연합국사령부의 허가를 얻어 특수위안시설협회를 설립하고 기지촌 부근에 위안소를 설치했다. 일본정부는 그 단체를 내세워 신문광고를 통해 위안부를 모집했다. 

 

위안부 모집에는 도쿄에서만 응모자가 1360명이나 몰렸고 위안소도 30여 곳으로 늘어났다. 점령군을 상대로 하는 매춘사업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비판의 소리를 의식해서인지 일본정부는 강간 등 여성의 성적피해를 막는다는 취지를 유독 강조했다. 그 단체를 '육체의 방파제'라는 말로 비호하기도 했다. 

 

그 당시 연합군 주둔규모는 30만 명이었으며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에 종사했던 일본여성은 단체의 사무직을 포함해 5만5000명에 달했었다. 그들은 성범죄를 막는 효과도 있었지만 외화벌이의 목적이 컸었다. 1952년 그들이 벌어들인 달러가 1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는 추정도 있다. 그들이 가라유키상과 다른 점은 해외가 아닌 일본에서 매춘행위를 했다는 사실이다. 

 

성병이 크게 번지자 연합군 최고사령부가 1946년 위안소 허가를 취소했다. 하지만 일본인의 자발적 성매매에 대해서는 규제할 도리가 없어 연합군이 매춘지역을 접근금지구역(Off Limits)으로 지정하고 주둔군의 출입을 통제했다. 그러자 일본정부는 아카센(赤線-적선)구역이라고 해서 성매매가 가능한 지역을 지정하여 사실상 매춘영업을 보호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미국이 일본을 미국군의 전진-보급기지로 삼았다. 일본이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삽시간에 경제부흥을 이룩함으로써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패전의 상흔을 일거에 털어낸 일본이 한 때 일장기를 휘날리며 세계로 나갔던 가라유키상을 일본의 치부로 의식하기 시작했다. 1956년 일본정부가 마침내 매춘방지법을 제정하고 유곽을 공식적으로는 폐지했다. 

 

그 어두운 역사가 일본사회에서는 한 동안 가려져 있었다. 그런데 1972년 야마자키 도모코가 펴낸 <산다칸 유곽 8번>(Sandakan Brothel No. 8)이라는 책이 일본사회가 잊고 싶어 하는 가라유키상의 뼈아픈 슬픈 기억을 다시 불러냈다. 그 책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의 칼리만탄 유곽의 속살을 속속들이 드러냈다.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그곳의 유곽에는 유럽인의 출입이 많았다. 몸값의 절반은 포주가 떼어 가고 남은 절반에서 출국할 때 진 빚을 갚고 화장품과 옷가지를 사고 나면 그들의 손에는 몇 푼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이 가라유키상의 일생이었다. 그런데 한국이 일본이 국치로 여겨 숨기는 종군위안부를 사과하고 배상하라고 하니 역사왜곡을 통해 거짓말을 일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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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광주 가기 전날, ‘5.18 음모론’ 언급한 황상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MBC 잘 들어”라며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언급도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출입기자와의 오찬 자리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음모론을 언급했다고 MBC가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출입기자와의 오찬 자리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음모론을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14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황 수석이 이날 MBC 기자를 포함한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계속 해산시켜도 하룻밤 사이에 4~5번이나 다시 뭉쳤는데 훈련받은 누군가 있지 않고서야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황 수석은 “배후가 있다고 의심이 생길 순 있지”라며 사실상 북한 개입 가능성을 말하면서도 “다만 증거가 없으면 주장하면 안 된다”고 마무리했다고 MBC는 전했다.

그간 여권에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이 반복적으로 나와 지탄을 받아왔다. 가장 최근에는 국민의힘이 대구 중·남구 후보로 공천했던 도태우 후보가 북한 개입설 등을 주장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날 밤 공천이 취소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하루 뒤인 15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광주를 포함한 호남을 방문한다.

황 수석의 부적절한 발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황 수석은 MBC를 겨냥하며, 과거 언론인 대상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고 MBC는 전했다.
MBC에 따르면, 황 수석은 “MBC는 잘 들어”라고 한 뒤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1988년 8월 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이 경제신문 사회부장 오홍근 기자를 칼로 찌른 사건이다. 수사 결과 당시 군인들은 군을 비판하는 오 기자의 칼럼에 불만을 품은 상관의 명령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황 수석은 이 사건을 말하며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로 쓴 게 문제가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왜 MBC에 잘 들으라고 했냐’는 질문에 황 수석은 웃으며 농담이라고 말했다고 MBC는 전했다.

KBS 기자 출신인 황 수석은 지난해 11월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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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약속, 기막힙니다

 [진단] 진행 중 사업에 민간투자 등 포함해 부풀리기... 위협받는 '재정건전성'

24.03.15 07:27l최종 업데이트 24.03.15 07:27l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열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열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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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노믹스

올해는 한국을 포함한 70여 개 국가에서 전국 단위 선거가 열리는 '슈퍼 선거의 해'다. 동시에 전세계가 '선거노믹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돈을 풀고 세금은 깎아주는 것이 주된 방식이다. '선거노믹스'(electionomics, 일렉셔노믹스)는 일단 올해 선거가 있는 국가 대부분에서 관측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올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업무보고를 대신하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1월 4일부터 3월 14일 전남까지 현재 스무 번의 민생토론회가 열렸다. 보통 연초 업무보고는 대통령실에서 받거나, 부서를 방문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전국을 순회하면서 진행하는 전국적 행사가 돼버렸다.

방문한 지역의 특징을 보면 스무 번 중 호남 1번, 대전·충청 2번, 강원 1번, 부산·울산·경남 3번, 대구 1번을 제외하면 열두 번이 수도권이다. 정치적 고려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수도권도 경기북부와 남부 등 여당 지지도가 높은 곳은 없고, 서울(3번)과 서울과 가까운 지역들(인천, 광명, 하남, 성남 2번, 의정부, 수원, 고양, 용인)이다. 호남에선 14일 한 차례 민생토론회가 열렸지만, 개최 전까지만 해도 '구색 맞추기, 호남홀대론'이 제기됐다. 불리한 곳은 가지 않고 총선 격전지를 가는 것으로 본다면 야당이 관권선거라고 비판할 소지가 있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부는 정치적 고려가 없는, 그야말로 민생토론회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지난 13일에도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부처업무보고에 민생 목소리를 담아서 하나하나 해결해 주는 쪽으로 좀 바꿔보자"면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를 통해 나온 약속 이행 재원이 '928조 원'이나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실은 "대부분 자발적인 민간 투자, 또는 민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고, 중앙 재정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전체 투자 금액을 봤을 때는 중앙 재정이 투입되는 것은 10% 정도, 그 미만으로 보고 있다"(3월 7일 대통령실 관계자 브리핑)고 반박하고 있다. 

모순되는 정책 공약들
 
큰사진보기윤석열 대통령이 3월 7일 인천광역시청에서 '대한민국 관문 도시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천'을 주제로 열린 열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3월 7일 인천광역시청에서 '대한민국 관문 도시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천'을 주제로 열린 열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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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주요 정책은 세 가지다. 감세와 개발과 개혁 정책이다. 그런데 이 정책들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와 크게 어긋난다. 

우선 '감세'는 재정건전성 기조와 상반된 정책이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의 경우에는 부자감세와 급조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미 이전에 진행된 5년간 85조 원 규모의 감세와 경기부진으로 2023년도에 56조 원이나 세수가 부족해진 데다 이를 메우려고 지난해와 올해 133조 원씩이나 국채를 발행했거나 할 예정이다. 

'개발'은 사회간접자본과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있다. 각 지역에 공항을 짓고 철도를 놓고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것이다. 사회간접자본의 경우엔 과잉 건설로 경제성이 부족하기 떄문에 이후에 재정 부담을 가져올 것이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는 수도권 집중 강화와 환경 파괴라는 측면에서 매우 우려된다. 박정희 정권이 가장 잘한 정책이라고 찬양하는, 보수-진보 공히 동의하는 몇 안 되는 제도가 그린벨트인데, 이것이 이제 사실상 사문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많다.

'개혁'은 의대 정원 증원과 늘봄학교 등 정책이다. 방향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기 때문에 진행되는 사업들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구체적 실행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은 예산안 통과나 법적 규정 때문에 국회에서 여야간 합의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단 계획만 늘어놓고 있어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패배할 경우 입법을 통한 국정과제 실현은 멀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900조원와 45조원의 행간... 진짜 걱정은 총선 이후
 
큰사진보기3월 14일 경향신문 1·3면에 실린 <대통령이 쏟아낸 '총 901조 사업‘ 재탕·민간투자 빼면 '45조' 규모> 기사.
▲  3월 14일 경향신문 1·3면에 실린 <대통령이 쏟아낸 '총 901조 사업‘ 재탕·민간투자 빼면 '45조' 규모> 기사.
ⓒ 경향신문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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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있다. <경향신문>이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이 정리한 '대통령 민생토론회 약속 이행관련예산'을 분석한 결과, 실제 증액 규모가 45조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마저 실제 집행 실적에 따라 재정 투입 규모가 결정되는 융자지원금 등을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로는 이보다 더 작아질 것이다. 

정부가 이미 기존에 진행 중인 사업에다가 증액, 신규사업 민간투자 등을 다 포함시켜 마치 새로 시작할 것처럼 부풀린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가장 큰 액수를 차지하는 622조 원짜리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다(수원 민생토론회서 발표). 민간투자를 정부 사업인 것처럼 이야기한 것이다. 동시에 민주당은 이것이 정부의 생색내기인 점을 알면서도 퍼주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 예산안은 신규 예산이 매년 1% 남짓이다. 정부 기획 능력의 부족도 있지만 사회구조가 고도화되고, 이미 대부분의 사업을 하고 있으며, 방식을 변경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사업의 필요성이 적은 것이다. 

정부여당의 생색내기와 야당의 무능과 편승도 문제지만 진짜 심각한 것은 다른 데 있다. 
 
큰사진보기윤석열 대통령이 1월 1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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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공방 와중에 타당성 부족으로 시작도 안 한 사업이 문지방을 넘을 수 있다. 또한 이미 시작했더라도 불요불급, 즉 당장 필요하지 않아서 후순위로 밀린 사업들이 정치의 힘으로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야당도 자신들이 내세우는 감세-개발사업이 많다. 내로남불인 셈이다.

따라서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물론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매번 반복되기 때문이다.

걱정은 '위협받는 재정건전성'이다. 국가부채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미래엔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요소로 인해 부담이 줄어든다. 오히려 고금리 시대에는 현재에 부담을 준다. 올해 예상 국채발행이 1195조 원이다. 1000조 원이면 국고채 금리 3.5%시 35조 원이다. 올해 R&D 예산이 26조 원이고, 국방예산이 59조 원이다. 미래투자 재원보다도 많고 국가안보를 지키는 예산의 반이 넘는다.  

한 가지 교훈이 있다. 김대중 정부는 IMF외환위기 때 예비타당성 제도 도입으로 토건을 억제하고, 적극적 과학기술지원 정책으로 IT부흥을 이끌었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기를 대규모의 재정투입으로 극복했지만, 4대강 등 토건사업 중심의 경기부양을 주로 하다가 제조업에서 첨단산업으로의 산업구조 개편시기를 놓쳤다. 그 결과, 지금의 구조적 위기가 온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하려는가. 이명박 정부의 '시즌2'인지, 아니면 그마저도 역행하려는지. 대규모 R&D 예산 삭감을 보면 우려가 더욱 커진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창수씨는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민생토론회#선거노믹스#예산#나라살림연구소#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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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 14일 종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3/15 09:09
  • 수정일
    2024/03/15 09:0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당국자, “북 도발 수위 평가 부적절...다양한 가능성 대비”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4.03.14 14:22
  •  
  •  수정 2024.03.14 14:30
  •  
  •  댓글 0
 
[사진출처-합참 페이스북]
[사진출처-합참 페이스북]

지난 4일 시작된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FS)가 14일 끝난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육군은 프리덤실드 훈련 일환으로 (오늘) 한미 연합 통합화력훈련을 실시한다”고 알렸다.  

전날(13일)에는 신원식 국방장관이 한미연합사 전시지휘소(CP-TANGO)를 방문하여 한·미 장병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번 연습을 통해 북 핵·미사일 네트워크를 조기에 무력화하는 작전수행체계를 숙달하고, 지·해·공·우주·사이버·전자기 등 전 영역에서 적을 압도할 수 있도록 작전능력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도 13일 오전 전시지휘소(B-1, 문서고)를 찾아 ‘프리덤실드’ 연습 진행 상황을 청취하고, 연습에 참가 중인 합참 전투참모단 장병들을 격려했다.   

장 실장은 “이번 연습 계기에 48건으로 확대된 연합야외기동훈련은 한미 연합작전수행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이고 “올해 연습에 12개 유엔사 회원국이 참가함으로써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유엔사 및 국제사회와의 연대가 더욱 강화되었다”고 자평했다.

‘북한이 이번 군사연습 대응 수위를 조절한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14일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한미군사연습기간 동안 김정은 위원장이 세 차례 군부대 지도를 했다”면서 지난 6일 ‘서부 주요작전기지’, 7일 ‘대연합부대 포사격훈련’, 13일 ‘전차 대원 훈련’을 열거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도발 수위에 대해 정부가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군사훈련 기간과 무관하게 북한의 다양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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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들러리로 세우고 이렇게까지... '조선'의 숨은 속내

[박정훈이 박정훈에게] 정규직 노동자 공격 위해 '들러리' 찾기... 그 초대장 거부합니다

24.03.14 09:45최종 업데이트 24.03.14 09:45
흔한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오마이뉴스 기자 박정훈'과 '라이더유니온 조직국장 박정훈',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연대를 모색해 나갑니다.[편집자말]
박정훈 기자님의 편지를 읽고 기자님이 저와 이준석을 인터뷰한 2012년이 떠오르네요. 당시 이준석은 박근혜 키즈로 불렸고, 저는 학생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준석과는 동갑내기인데, 12년이 지나도 반대편에 서 있는 것 같아 어쩐지 안심이 됩니다. 평소 그의 말투를 떠올려보면 '웬 듣보잡이냐'고 할 것 같지만 말입니다. 

이준석은 당을 만들고 경기 화성을에 출마했다는데, 저도 출마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안 불러주더라고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에 도전해 당선됐습니다. 작은 조직에서만 일하다가 25만 조직의 임원이 되어 떨리기도 하고 잘 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합니다.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전화를 돌리다 보니 어김없이 '박정훈'이라는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화물연대 조합원이셨습니다. "제 이름도 박정훈입니다"라고 했을 때 크게 소리 내 웃으실 줄 알았는데 어색해 하셔서 조금 민망했습니다. 사실 웃을 일이 없는 요즘입니다. 화물연대는 노동법 밖으로 추방된 화물노동자들의 조직으로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인지, 가혹한 탄압을 하고 있는 노조입니다. 그 결과 화물노동자들을 지키고 있던 안전운임제가 폐지되었습니다. 대통령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겠다면서 비정규직 노조를 탄압하는 이상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획이 황당한 이유 
 

▲ <조선일보>와 전태일재단 공동기획 기사 2024.3.5. ⓒ 조선일보 PDF

 
요즘 화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셨죠? 며칠 잠을 이루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전태일재단과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심층 분석하겠다며 이번 달부터 기획기사를 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비난했던 <조선일보>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황당해했습니다. 내용이 옳으니 메신저를 공격하면 안 된다는 작가도 있고, 비정규직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며 노조를 꾸짖는 교수님도 보입니다.

정작 문제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비정규직, 특고, 플랫폼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삭제됩니다. 민주노총 내 비정규직 비율은 계속해서 높아졌습니다. 가열찬 투쟁을 벌이는 곳도 대부분 비정규직 노조입니다. <조선일보>가 민주노총을 비난하기 위해 열심히 기사를 쓰면 쓸수록 신문 지면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공격하는 내용으로 채워지는 이유입니다. <조선일보>는 캔 커피를 캔맥주라고 우기며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농성장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오보를 내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투쟁에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관련기사: 나는 조선일보가 지지난 여름에 낸 사설을 알고 있다https://omn.kr/27o7v)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필요한 노조법 개정도 나라 경제가 파탄 날 거라고 비난했습니다. 우리와 이름이 똑같은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이 어김없이 등장해 노조는 괴물이라고 외칩니다. 정부와 <조선일보>는 불쌍하게 보이는 노동자들은 보호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비정규직 스스로 조직하고 투쟁하면 탄압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 갑자기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니 정규직 노조가 정신 차리라는 기사를 낸 것일까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흉이 정규직이니 임금체계를 개편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일 겁니다. 그러나 이번 기사에서 <조선일보>가 자랑한 조선소 상생협약을 맺은 삼성중공업은 하청노동자 임금 70억 원을 체불했습니다. 원청이 필요한 돈을 하청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이 떼입니다.

임금체불이 자주 벌어지는 건설 산업에서는 하청 건설노동자들이 원청에 임금체불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무려 근로기준법 44조의 2, 3에 법률로 들어가 있는데, 건설노동자들이 치열하게 투쟁한 결과입니다. 정부와 <조선일보>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겠다면 이들 노조를 칭찬하고 다른 산업에서도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노조를 범인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은행과 정부 주도 하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아마 10년쯤 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도 노조 때문이라는 기사가 나올 겁니다. 사실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옛말입니다. 기업은 필요에 따라 플랫폼, 특수고용, 프리랜서 등 다종다양한 방법으로 노무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굳이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다중구조라고 해야 적확합니다.  

<조선일보>도 언론사라 현실 왜곡만으로 공격하기 쉽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불러 정규직 노동자 공격을 위한 들러리로 세워야 하는데, 정작 비정규직들은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투쟁해서 싸우고 있으니 골치가 아프겠지요. 그렇다고 정부와 <조선일보> 입맛에 맞는 조직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개인'과 '서사'를 찾습니다. 노조 소속은 아니지만 생생한 이야기를 해줄 개인을 발굴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죠. 라이더유니온 초기에도 언론으로부터 비슷한 요청을 많이 받았습니다. 라이더유니온 로고를 삭제하거나, 노조 티가 안 나게 말할 사람을 섭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요. 배달복장을 하고 등장하면 미소 짓고 사진을 찍지만, 노조조끼를 입고 나타나는 순간 미소는 일그러지고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뀝니다. 

전태일 들러리 세우는 <조선일보>
 

▲ 종로구 청계천 버들다리(전태일다리) 위에 있는 전태일 동상.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전태일 열사는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앞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22세의 나이에 분신했다. 2023.11.12 ⓒ 연합뉴스

 
기자님은 지난편지에서 호명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배제된 존재들에게 배달된 초대장을 꼼꼼히 읽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는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립적인 메신저가 아니라 누구에게 초대장을 보낼지 결정하고, 장소를 정하고 이야기를 편집하는 적극적 행위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종 이런 현실을 애써 외면합니다. 호명을 받은 몇몇 개인들은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 설렙니다. 공동체의 지지보다 중요한 게 SNS의 좋아요와 출판계, 방송의 관심이 되었습니다. 기자님이 말씀하신 각자도생의 모습은 담론 형성과 문제해결 과정에서도 드러납니다. <조선일보>의 초대장에 전태일재단은 응했지만, 비정규직 특고 플랫폼 노조들은 거절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각자의 서사를 우리 모두의 서사로 만드는 작가가 바로 노조입니다. 집필의 과정은 괴롭고 지리 합니다. 반나절의 시간을 들여 의견을 모으고, 각자의 사연을 인터뷰하고 실태조사를 하는가 하면, 관객과 주인공이 되어 집회무대를 만듭니다. 슬로건 문구 하나로 싸우기도 하고, 삶이 무너지는 절망의 순간에 십시일반 돈을 모아 연대하기도 합니다. 각자도생이 아니라 단단한 공동체의 힘으로 빼앗긴 권리를 찾기 위해 동지들을 불러 모읍니다. 스스로의 힘이 있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니 들러리로 세우기 힘듭니다.

반면, 전태일은 <조선일보>의 배경이 됐습니다. 전태일을 사유화하고 일부 사람들의 네트워크로만 활용된다면 전태일 역시 떠나보내야 합니다. 전태일의 삶을 기억하고 기리는 일은 반드시 전태일재단을 통해서 해야 할 일은 아닙니다. 전태일은 <조선일보>나 재단이 아니라 노동자가 매일매일 출근하는 노동 현장, 전태일처럼 실천하는 농성장, 그가 꿈꿨던 노조에서 호명되어야 합니다.

진보정치의 현실도 이와 같지 않나요? 

참담한 것은 지금의 정치현실, 특히 진보정당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모두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우겠다고 하는데, 스스로의 힘을 키울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이재명, 조국, 이준석 앞에 줄을 서서 그들로부터 이름이 불리지 못할까 전전긍긍합니다. 함께 했던 노동자들과 차별받는 사람들로부터 호명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4월 총선과 그 이후 진보정치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 답답한 마음입니다. 기자님은 마음은 어떠신가요?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자님께 정치에 대해 묻는 것만큼 나쁜 짓은 없어 보입니다만 답답한 마음 둘 곳 없어 여기에나마 놓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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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특검' 총선 쟁점 ••정치보복? 의혹 규명?

여당도, 보수언론도 한동훈 의혹에는 침묵

한동훈은 조국을 수사할 자격이 있나

조국 수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

왼쪽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오른쪽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뉴시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한동훈 특검’ 카드를 내밀자, ‘정치보복’이란 기사가 쏟아진다. 여당도 합세해 조국혁신당을 ‘민주당 2중대’라며 연신 깎아내리기 바쁘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인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의혹에는 모두가 침묵하고 있다.

조국 대표는 12일 조국혁신당 1호 공약으로 ‘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선언하며 “22대 국회가 개회하자마자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곧바로 이에 반발하며 ‘조국혁신당’은 ‘조국방탄당’이라며 조국 대표를 향해 “자녀 입시 비리’를 저질러 청년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조국 대표가 나열한 논란에 대해 당사자인 한 위원장은 물론, 여당도 아무 답하지 않았다. 보수 언론 역시 조 대표의 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정치·개인적 보복’으로 포장할 뿐, 한 위원장에 대한 논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동훈 특검에 대한 이슈를 묻어두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조선일보는 “‘방탄’을 위한 창당과 출마에 이어, 개인적 복수를 위한 ‘1호 입법’까지 예고하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고, 중앙일보는 조 대표 자녀 입시 비리를 폭로한 이준우 여의도 연구원 기획연구위원의 SNS글을 따와 기사화할 뿐이었다. 동아일보는 '비례 출마한 조국 “한동훈 특검법 발의할것”'이라는 스트레이트 기사 1건이 전부였다.

이처럼 보수 언론과 여당은 논란의 본질은 건드리지 않고 가급적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다. 대신 ‘조로남불’이라고 비아냥대며 조 대표에게 자녀 비리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다. 전형적인 황색언론 기사다.

하지만 이는 한 위원장이 조국 대표를 수사할 자격이 있었냐는 물음이다. 나아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냐는 물음이기도 하다.

소환조사 없이 이례적으로 정순심 교수를 불구속 기소하는 등의 유례없는 신속한 수사 개시, 100여 곳이 넘는 압수수색, 그 대상이 하필 검찰개혁 최전선에 있던 조국이라는 점은 비정상적인 검찰 수사에 합리적 의문을 들게 하는 것이 충분하다.

당시 임은정 검사는 “어떤 사건은 중앙지검이 1년 3개월이 넘도록 뭉개면서 어떤 고발장들에 대해서는 정의를 부르짖으며 특수부 화력을 집중해 파헤치는 모습은 역시 검찰공화국이다 싶다”고 평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대선 후보 시절 “검찰이 집요하게 조국 동생을 구속하고, 사촌 구속에, 딸 문제도 건드렸다”며 “윤 전 총장은 과잉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조국 수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검찰이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조국 전 대표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재수사하기로 했다. 앞서 검찰은 임 전 비서실장과 조 대표를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 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고검은 “수사가 미흡했다”며 “다시 수사하라”고 명령한 거다.

보수 언론과 여당이 문제 삼는 것처럼 조국 대표는 자녀 입수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으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다면 조 대표는 당선이 되더라도 의원직을 잃게 된다.

조 대표의 형이 확정된다면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치적 고려 없이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면 같은 칼날을 들이대는 것이 옳다.

더불어 언론은 조국 대표의 태도를 논하며 문제의 핵심을 흐릴 것이 아니라, 한 위원장의 논란에 집중해 보도해야 한다. 조국이나 한동훈이나 논란이 있다면 같은 잣대로 수사하고 당사자들은 처벌을 받으면 된다.

앞서 한동훈 위원장의 딸은 논문 대필 등 스펙 의혹 고발을 당한 바 있다.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뒀던 한 위원장의 딸이 케냐 출신 대필 작가가 쓴 논물을 한 위원장 딸 본인이 쓴 것처럼 학술지에 게재해 업무를 방해했다는 거다. 케냐 대필 작가 또한 본인이 썼다고 인터뷰한 적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경찰은 무혐의로 불송치를 결정했다,

이외에도 부모 찬스로 기업을 통해 노트북 후원을 받았다는 의혹, 본인이 만들지 않은 시청각 장애인 어플을 미국 대회에 출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국 대표가 앞서 한 위원장에게 토론을 제안한 것도 이에 관해 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조 대표가 한 위원장을 향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조 대표는 더불어 ‘손준성, 김웅 등이 윤석열, 한동훈의 지시를 받아 유시민, 최광욱 뉴스타파 기자 등을 피고발인으로 하여 제기한 고발 사주 의혹’,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정직 2월 징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대리인을 교체하여 항소심 패소를 초래한 의혹’,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의 이익을 위하여 상고를 포기하였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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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민련 출신 종북인사 조성우? 함께 활동한 원희룡, 나경원은 괜찮고?

청년운동가 출신 국민후보 선출자 전지예 씨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국민후보 선출을 위한 공개 오디션에서 소감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3.10. ⓒ뉴시스
또다시 선거를 앞두고 색깔론이 등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매체들은 이른바 ‘종북세력’이 야권연합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숙주로 국회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며 공포마케팅에 나섰다. 이런 논리의 핵심엔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과 범민련 출신의 조성우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이 자리하고 있다. 범민련이 지난 1997년 대법원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된 것을 바탕으로 시작된 논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27년이 흘러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국민후보 선출을 위한 공개 오디션을 거쳐비례대표 1번으로 선출된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 등을 ‘급진좌파’, ‘종북’, ‘반미’로 몰아세우는 근거가 됐다.

 

 

1997년 범민련 이적단체 판결 빌미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야권비례후보 선출 ‘종북몰이’ 3단논법


논란의 불씨를 지핀 건 조선일보다. 야권연합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지난 7일 서류심사를 통해 비례대표 국민후보 선출 공개 오디션 진출자 12명을 결정하자 조선일보는 바로 다음 날 ‘진보당 활동 인사, 시민단체 몫 비례 후보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상임 심사위원단 가운데 한 명이던 조성우 위원장을 “과거 이적(利敵) 단체로 규정된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실무회담 대표를 지낸 인물로,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후보가 확정된 뒤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순번 1번 후보로 한·미연합훈련 반대 시위를 벌여온 겨레하나 활동가 출신 전지예 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총학생회장이 선출됐다. 겨레하나는 이적단체로 규정된 범민련 간부 출신(조성우)이 이사장은 맡은 단체”라는 보도가 나왔다. 조·중·동은 물론 한국일보, KBS 등 여러 매체가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

야권의 비례대표 후보 선출과 이를 통해 뽑힌 후보를 종북으로 몰아가는 논리는 ‘A=B이고, B=C라면 A=C’라는 식의 3단 논법과 비슷하다. 범민련은 이적단체다. 조성우는 범민련에서 활동했다. 조성우는 겨레하나 이사장이다. 겨레하나 활동가 출신인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은 이적 또는 종북이라는 식이다.

어설퍼 보이는 논리지만. 국민의힘이 거들고 나섰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1일 논평을 내고 전지예 씨가 겨레하나 출신임을 거론하며 “이 단체는 이적단체로 규정된 범민련에서 실무회담 대표를 지냈던 조성우 씨가 운영하는 단체로 반일, 반미, 종북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운동권 특권 세력, 부패 세력, 종북세력의 합체”라고 주장했고, 윤재옥 원내대표도 “기형적 선거제도가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반미·종북세력에게 국회의 문을 열어주는 ‘종북횡재’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 후반 불어온 민간 통일운동 열풍
문익환 목사, 황석영 작가, 임수경 씨 등 방북


하지만, 조성우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매개로 한 ‘종북몰이’엔 논리적 함정이 있다. 1997년 범민련이 이적단체 판결을 받을 당시 조성우 위원장은 범민련 활동을 그만둔 지 3년이나 지났고, 조성우 위원장이 활동할 당시 범민련은 대중적 통일운동 단체로 노태우 정부에서도 활동을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8년 3월25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문익환 목사가 육촌동생 문익준, 문순옥 등 친척을 분단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모습. ⓒ통일의집 제공


범민련은 1980년대 후반 거세게 일어났던 민간통일운동의 결과물이다. 1987년 6월항쟁 등 민주화의 물결은 통일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분단 논리와 냉전적 사고가 우리 사회를 억압하는 중요한 문제임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통일운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988년 2월 2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 기독교 교회 선언’을 발표하며 분단 50년을 맞이하는 1995년을 ‘평화와 통일의 희년’으로 선포했다. 이 선언이 계기가 돼 통일운동의 물결은 대학가와 문화예술계, 종교계 등으로 퍼져나갔다.

그해 7월 7일 노태우 대통령은 7·7선언(민족자존과 통일 번영을 위한 대통령 특별선언)을 발표했다. 남북 동포의 상호교류 및 해외동포의 남북 자유왕래 개방, 이산가족 생사 확인 적극 추진, 남북교역 문호개방, 비군사 물자에 대한 우방국의 북한 무역 용인, 남북 간의 대결외교 종결, 북한의 대미·일 관계 개선 협조 등이 담겨 있었다. 노태우 정부는 이 선언 이후 중국, 소련 등 공산권과의 국교 수립 및 교류 확대 등 북방정책을 추진했다.

그해 8월 3일 문익환·계훈제·박형규 등 각계인사 1천14명은 ‘한반도평화와 통일을 위한 세계대회 및 범민족대회’를 올림픽 기간인 9월 17일부터 10월 2일까지 판문점 등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결국 준비 기간이 짧고 정부가 해외 인사의 입국을 저지하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이듬해인 1989년 민간 차원 방북이 이어졌다. 3월 25일 문익환 목사가 “나는 말로 하는 대화가 아니라 가슴과 눈으로 하는 대화를 하러 왔다. 한편이 이기고 한편이 지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승리자가 되는 길을 찾아왔다”며 평양을 방문했다. 김일성 주석을 만나 “분단 50년을 넘기지 말자. 그것은 민족의 치욕”이라며 통일을 호소했다. 문 목사가 방북하기 며칠 전인 3월 20일 황석영 작가가 방북했고, 6월 30일엔 임수경이 전대협 대표 자격으로 방북했다. 임수경의 귀환을 돕기 위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문규현 신부가 7월 25일 방북하는 등 통일운동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노태우 정부도 인정했던 범민련 활동
1990년 노태우 정부 민족대교류 선언하며
남측의 범민족대회 참가 허용
하지만, 장소 등 이견으로 무산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은 1989년 1월21일 결성대회에서 조국통일위원회를 설치하고 범민족대회를 8월 15일 판문점에서 개최키로 결정했고, 북에 그해 3월 1일 판문점에서 예비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2월 28일 범민족대회 예비회의의 사전실무접촉을 위해 전민련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이재오(현 국민의힘 상임고문), 조성우 등 4명이 판문점으로 출발했지만, 미군의 제지와 정부의 불허 입장 때문에 결국 무산됐다.

 

 

 

 

 

 

1990년 7월 20일자 동아일보 1면. 노태우 대통령이 그해 8월 15일을 전후해 민족대교류기간을 선포하고 남북한 자유 왕래 등을 제안하면서 범민족대회 추진이 본격화됐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쳐


이듬해인 1990년에도 전민련을 중심으로 범민족대회를 추진했다. 그해 범민족대회는 8월 15일을 전후해 판문점에서 열기로 했다. 한 해 전까지만 해도 비협조적이던 노태우 정부의 태도도 달라졌다. 6월 노태우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고, 남북고위급회담과 체육 회담이 잇따라 추진됐다. 7월 20일 노태우 대통령이 8월 15일을 전후해 민족대교류기간을 선포하고 남북한을 자유 왕래 등을 추진하자고 제안하면서 범민족대회 추진이 본격화됐다.

노태우 정부는 7월 23일 법무·국방·통일 등 3부 장관이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범민족대회를 허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때도 조성우 위원장은 범민족대회 남한 측 대표로 회담에 참여했다. 하지만, 개최 장소, 참가 범위 등을 두고 우여곡절을 겪었고, 결국 남측 대표는 참가하지 못한 채 판문점에서 1차 범민족대회가 열렸다. 남측은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따로 행사를 개최할 수밖에 없었지만, 2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범민족대회 남측 행사는 정부가 허가한 합법 집회였다. 3일 동안 통일노래 한마당,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졌다. 1회 범민족대회를 계기로 남과 북, 해외는 범민족적 통일운동체를 결성하기로 합의하면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1990년 8월 15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범민족대회 남측 행사 모습 ⓒ범민련 남측본부

 

 

 

 

1994년 범민련 내부 논란 끝에 분화
조성우 위원장 등 범민련 탈퇴 민족회의 결성
1997년 범민련 이적단체 판결


1990년 12월 범민련 해외본부가 만들어졌고, 1991년 1월 23일 문익환 목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남측본부 결성준비위원회가 만들어졌으며, 1월 25일 북측 본부가 세워졌다. 이후 범민련 남측본부는 민간통일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하지만, 문익환 목사를 중심으로 범민련을 해산하고, 보다 대중적인 새로운 통일운동 단체를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1994년 1월 18일 문 목사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해 7월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민족회의)가 만들어졌다. 당시 조성우 위원장은 범민련을 나와 민족회의에 참여했다.

1997년 대법원은 범민련 남측본부를 이적단체로 규정했다. 하지만, 당시 조성우 위원장은 이미 범민련을 떠난 지 3년이 지난 상황이었다. 오히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넘게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으로 활동한 민경우가 당시 핵심 활동가였다. 민경우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의해 국민의힘 비대위원으로 임명됐다가 여러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적단체 판결 당시 범민련에서 활동한 민경우가 아닌 당시 이미 범민련 활동을 그만둔 조성우 위원장을 트집 잡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조성우 위원장은 1998년 김대중 정부에 보수와 진보를 망라하는 통일운동 단체인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민화협) 결성을 제안했다. 이후 그는 민화협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범민련이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다음 해인 1998년 조성우 위원장이 보수와 진보가 함께한 민화협 집행위원장을 맡았다는 사실은 범민련의 이적단체 판결과 조성우 위원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보여주는 유력한 근거다.

 

 

 

 

1998년 보수진보 아우른
민화협 창설 주도한 조성우
국힘 원희룡, 나경원도 민화협 활동


조성우 위원장이 민화협 1기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을 당시 박철언 자유민주연합 부총재, 오자복 전 국방부 장관 등 보수계 인사도 공동상임의장으로 함께했다. 박철언은 전두환 정권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 안기부장 특별보좌관을 역임했고, 노태우 대통령 취임 후 전국구 국회의원, 정무1장관, 체육부 장관을 지낸 대표적 보수 인사다. 오자복도 군사령관과 합참의장 등을 거쳐 노태우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보수적 성향의 군 출신 인사다.

 

 

 

 

 

 

1991년 1월 23일 오후 2시 서울 향린교회에서 조국통일 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준비위원회 결성식이 열렸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아카이브


이후 조성우 위원장이 공동상임의장으로 활동할 당시엔 현재 국민의힘 소속인 당시 한나라당 소속 원희룡, 정병국 의원 등이 함께했으며, 나경원 의원도 공동상임의장으로 활동할 당시 조성우 위원장은 민화협 고문단으로 활동했다. 조성우 위원장의 범민련 경력을 이유로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겨레하나 소속 청년 활동가에게 ‘종북’ 낙인을 찍는 국민의힘과 보수매체의 논리대로라면 현재 국민의힘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원희룡, 나경원, 정병국 등이 과거 조성우 위원장과 함께 민화협 활동을 한 것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겨레하나는 국민의힘이나 보수매체의 주장처럼 ‘반일, 반미, 종북 활동’을 벌여온 정치단체가 아니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지난 2004년 만들어진 평화통일 시민단체다. 주로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영양빵, 콩우유, 항생제 등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다. 조성우 위원장이 겨레하나 이사장을 맡은 건 2015년부터이고, 2021년 민간통일운동과 관련한 노력을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정부 훈장 조성우에겐 ‘이적’ 낙인
범민련이 ‘이적단체’ 판결 당시 활동한
민경우는 국민의힘 비대위원 임명
조성우와 함께한 원희룡, 나경원은
문제 삼지 않는 이중적 잣대


국민의힘과 보수매체의 논리와 잣대는 이중적이다. 조성우 위원장이 이적단체로 규정된 범민련에서 실무회담 대표를 지냈다며 문제 삼지만, 그와 함께 회담에 나선 바 있는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당시 전민련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의 이력은 문제 삼지 않는다. 이미 범민련을 그만두고 통일운동으로 정부 훈장을 받은 조성우 위원장에겐 ‘이적’이라는 낙인을 찍지만, 범민련이 ‘이적단체’ 판결을 받을 당시에 활동한 민경우는 자신들과 함께한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는다. 조성우 위원장과 민화협에서 활동한 원희룡과 나경원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로 선출됐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종북세력’이 야권연합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숙주로 국회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는 식의 국민의힘과 보수매체의 공포마케팅이 보여준 건 그들의 이중성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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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과 '2016년 안철수 신당'의 공통점은?



[박해성의 여의대교] '조국'을 보는 민주당의 복잡한 셈법, 이유는…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 기사입력 2024.03.14. 03:45:41

 

공식 창당한 지 열흘 남짓한 '조국혁신당'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한국갤럽이 2024년 3월 1주(5~7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1%, 조국 신당 6%, 개혁신당 3%,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진보당 각각 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례대표 정당에 관한 질문에는 국민의힘 비례정당 37%, 더불어민주당 중심 비례연합정당 25%, 조국 신당 15%, 개혁신당 5%,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 각각 2% 순이었습니다.

여당과 제1야당의 대표를 지낸 이낙연, 이준석 씨가 주축이 되어 만든 새로운미래나 개혁신당의 지지율과 비교해보아도 조국혁신당이 단연 제3지대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모양새입니다.

조국혁신당이 선전하는 데는 어떤 요인이 있을까요? 조국혁신당의 지지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조국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거대 양당 체제에 균열을 내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저는 지난 5년간 무간지옥에 갇혀 있었다. 온 가족이 도륙되는 상황을 견뎌야 했다."

조국혁신당 창당대회에서 초대 당대표로 선출된 조국 대표가 수락 연설에서 밝힌 소회입니다.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종식을 '운명적으로 주어진 소명'이라고 말했습니다.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와 딸 조민 씨 장학금 부정 수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죠. 조국혁신당의 탄생 배경에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복수심이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국혁신당 창당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엇갈립니다만, 여론조사 결과에서 드러나는 민심은 일단 '기대'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침 여야의 지지율 변화로 선거 판세가 요동치는 시점에서 조국혁신당의 영리한 판단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윤석열 정부 심판론은 건재하다.

△공천과정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 흐름이 뚜렷하다.

△중도·무당층을 지지기반화 한다는 목표를 가지기에는 이미 양극화된 우리 정치 환경의 한계가 분명하다.

저는 '검찰개혁'과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대표되는 조국혁신당의 전략은 이런 전제에서 수립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이면서도 소위 '이재명 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표심을 둘 곳이 생긴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박홍근 당시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추진 단장)"던 애초의 태도를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중에 조국혁신당이 함께 있다(이재명 대표)"라고 바꾼 데에는 조국혁신당의 포지셔닝(위치선정) 전략이 성공적이었으며, 그래서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연대하지 않는다면 지역구 득표에서마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겁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 설정은 조 대표가 주도했으며, 그가 원하는 대로 되어간다는 점도 상기하고 싶습니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볼까요? 한국갤럽(3월 5~7일)의 '총선 투표 의향 비례대표 정당' 조사결과를 가지고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조사에서, 지역별로는 광주/전라(20%), 성별로는 남성(16%), 연령별로는 50대(28%)와 40대(24%)에서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높았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은 62%만 더불어민주당 중심 비례연합정당에 투표하겠다고 했고, 26%가 조국혁신당을 선택했습니다. 진보성향 응답자의 경우 32%가, 중도성향에서도 13%가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치로 보자면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에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호남, 4050 세대, 진보층 등을 중심으로 민주당이 얻어야 할 지지세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쪽에서 보자면 조국혁신당의 실체를 인정할 수밖에 없어 협력 대상으로 손을 맞잡긴 했는데, 한편으로는 지지층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아주 복잡한 셈법의 관계가 만들어진 겁니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조국혁신당의 포지션을 해석해볼 만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하나는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공천 논란 등으로 줄어들고 있던 민주·진보진영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갤럽의 2월 5주(27~29일) 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33%와 40%로 7%P의 차이가 났습니다. 조국혁신당 창당 이후인 그다음 주 조사(3월 5~7일)에서는 민주당(31%)과 조국혁신당(6%)의 지지도 합은 국민의힘(37%)과 동률이 됩니다.

조국혁신당의 정당 지지도와 비례정당 지지도의 차이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조국혁신당의 정당 지지도는 6%였지만, 비례대표 투표 의향에서는 15%의 지지를 얻었습니다(한국갤럽, 3월 5~7일). 조국혁신당이 그 자체로 선호된다기보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을 표출할만한 적절한 선택지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조국 대표가 조국혁신당의 정체성을 비례 중심 정당으로 천명한 사실, 그리고 민주당이 중심이 된 비례연합정당에 대한 불만족 등도 유권자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겠죠.

2016년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의 3자 구도로 치러진 총선에서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 비례대표는 국민의당에 투표한 상당한 규모의 유권자들이 있었습니다. 조국 대표식으로 표현하자면 '지민비국'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교차 투표층인 이들은 보수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민주당에 대한 정당일체감도 낮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선거 구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으며 전략적으로 분할투표를 하는 집단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 이틀간(2016년 4월 11~12일)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도는 17%를 기록했는데 응답자 계층별로 보면 광주/전라(37%), 남성(19%), 50대(25%)와 40대(20%)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현재의 조국혁신당 지지층과 일치합니다. 민주당에 경고를 보내려는 사람들은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중도·무당층이라기보다 민주당의 지지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을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함께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과 구분하기 위해 '민주·진보 잠재 지지층'이라고 이름 붙여보겠습니다. 2016년 총선 이후 국민의당이 실패하고 공고한 양당 체제가 강화되면서 이 집단은 거의 소멸하는가 싶었는데, 조국혁신당의 부상이 이들이 다시 불러내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제3지대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이들 중 상당수는 아마도 투표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2016년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27%에 달하는 득표율을 얻었는데요, 2024년의 민주·진보 잠재 지지층은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변수가 거의 없어 민주당의 승리가 쉽게 점쳐졌던 상황은 선거를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격돌의 장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선전과 민주당의 공천 잡음 등으로 약해지는가 싶던 윤석열 정부 견제론은, 정권 심판 자체가 설립 목적인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민주·진보 잠재 지지층의 주의를 환기하고 있습니다. 조국 대표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조국혁신당의 창당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조국혁신당이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켜보는 편에서는 꽤 흥미진진한 선거가 되었습니다. 4월 10일 저녁에는 현명한 시민들의 최종 선택을 진지하게 관전해볼 생각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취임 인사차 예방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선거, 빅데이터, 공공정책 분야의 컨설턴트입니다. 2019년부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지역산업·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국가적 과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 비판적 시민으로서의 감수성과 현실을 직시하는 균형감각을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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