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이 지구로 날아오고 있다. 한순간에 인류를 지구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혜성이다. 이 사실을 처음 발견한 천문학과 대학원생은 패닉에 빠진다.
"우린 모두 죽을 거야."
대학원생과 교수는 다가오는 멸종의 위기를 알리기 위해 백악관으로 향한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만 몰두해있는 대통령은 들어줄 생각이 없다. 결국 이들은 언론으로 향한다. 어렵게 출연하게 된 인기 생방송에서 혜성에 관해 이야기해도 진행자들은 시답잖은 농담만 늘어놓는다. 결국 대학원생은 폭발한다.
"죄송한데 저희 말이 어렵나요? 저희가 하려는 말은 지구 전체가 파괴될 거란 얘기예요. 지구 전체가 파괴된다는 소식은 재밌으면 안 되는 거예요. 무섭고 불편해야 할 소식이라고요. 매일 밤 지새우면서 울어야 해요. 우리 모두 100% 죽는다잖아요."
작년 12월에 개봉한 영화 <돈룩업>(아담 맥케이 감독)의 내용이다. 혜성 충돌을 두려워하면서 울부짖는 대학원생의 말은 기후위기가 닥친 지구의 상황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째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알던 지구의 모습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임계치를 넘어서면 인류의 생존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 자체가 변해버린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대학원생의 지구 멸망에 대한 외침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모두 웃음을 멈추고 진지한 분위기로 돌아서서 대책을 마련했을까? 아니면 많은 이들이 대학원생의 말에 감명을 받고 거리로 뛰쳐나와 대통령을 압박했을까?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혜성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되기는 했을까?
물론 모두 아니다. 대학원생은 방송 중에 울면서 뛰쳐나간 '이상한 애'로 불렸고, 그녀의 발언은 조롱거리가 되어 인터넷상 '밈'으로 소비됐다.
이상하다. 분명히 대학원생의 말에는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혜성이 지구로 오고, 지구 전체가 파괴되는 사실은 무섭고 불편해야 할 소식임도 틀림없다. 그런데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사회는 오히려 그녀의 외침에 무관심하다.
▲영화 <돈룩업>의 한 장면. 지구 전체를 파괴할 혜성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해도 인기 생방송 진행자들은 농담만 늘어놓을 뿐, 귀담아 듣지 않았다. ⓒ네이버 영화
똑같은 이야기를 기후변화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기후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충분하게 감소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며 경고를 한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며 거리로 나선다. 그런데도 온실가스 배출은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환경보다는 개발이 더 솔깃한 주제다.
호주 출신의 사회과학자이자 작가인 리베카 헌틀리의 책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우리 일상을 바꾸려면 기후변화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리베카 헌틀리 지음, 이민희 옮김, 양철북 펴냄)는 이러한 상황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실보다 감정이 중요하다
책의 저자인 헌틀리는 "기후변화 과학은 과학적 연구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가장 확실하게 증명되었다"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지난 28일 발표된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의 제2실무그룹 6차 보고서만 봐도 그렇다. 67개국 27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수만 개의 논문을 검토해서 작성했다. 거짓이 끼어들 틈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기후변화의 과학적 사실은 확실하다.
저자는 그래서 '이젠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시시각각 변하는 인간의 심리에 비하면 과학은 단순해 보인다는 것이다.
"더 많은 과학은 해결책이 아니다. 사람들이 해결책이다. 즉 이성적이면서 감정적이고 변덕스럽고 창의적인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헌틀리는 그 예시로 본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헌틀리는 평소 기후변화가 미래에 심각한 위험이 되리라고 믿었고 환경 단체에 기부도 했다. 환경주의자까지는 아니지만 환경 의식은 있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평가했다. 다만 환경 문제는 핵심적 문제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고려해야 할 소재일 뿐이었다. 그랬던 헌틀리는 TV 뉴스의 한 장면을 보자 "내 안의 뭔가가 꿈틀한 순간"을 느꼈다고 한다. 청소년 수백 명이 학교를 빠지고 거리에 나와 기후변화 시위를 하는 '기후 파업'이었다.
"수많은 어른이 그 기후 파업을 보고 '배워'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내 삶은 바뀌었다. (…)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실제 위협에 대한 경각심으로 바뀐 그 전환의 순간은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IPCC)의 보고서를 읽거나 기후학자가 발표한 이산화탄소 수치를 듣고 맞이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내 큰딸보다 고작 몇 살 많은 한 무리 아이들이 거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에 반응했다. 기후변화 문제가 갑자기 내 문제가 되었다."
그저 한 감정이 풍부한 개인이 겪은 전환의 순간에 불과할까? 그렇다기에는 우리는 일상에서 감정과 행동 사이의 관계를 항상 느끼며 살아간다.
다시 헌틀리의 경험이다. 이번엔 매일 들고 다니던 텀블러를 두고 일회용 컵에 커피를 마시게 될 때 한 인간이 겪는 마음의 소리다.
"회사 동료들은 곧 내가 일회용 컵을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것이다. 내 모든 연구와 집필 활동의 초점이 기후변화라는 걸 알고 있으니 나를 위선자라고 생각하겠지. 아아, 재활용에 집착하는 크레이그 씨가 내 뒤에 없어야 하는데...어쨌든, 이 일회용 컵 하나가 그렇게까지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닐 테니까..."
이 복잡한 사고 과정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보인다. 일회용 컵을 사용한다는 죄책감, 다른 이들에게 위선적인 모습으로 보일까 봐 하는 두려움, 수치심 등. 이런 복잡한 감정은 "텀블러를 다시는 놓고 오지 말아야지"라는 결심에 이르게 한다. 물론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다만 헌틀리는 '감정'이 사람들의 행동을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한다.
▲헌틀리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나 온실가스 배출 수치가 아닌 청소년들이 진행하는 '기후파업'을 보고 삶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시대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을 움직이는 이야기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Wikimedia
죄책감, 공포, 분노, 부정, 절망, 희망, 상실, 사랑..기후변화를 둘러싼 다양한 감정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분노'하게 되면 더 많은 행동에 나서게 될까? 아니면 산불이나 홍수와 같은 기후 재난의 '지옥도'를 더 많이 목격해 '공포'가 생기면 온실가스 저감 대책에 나서게 될까? 헌틀리는 책에서 10대 기후 활동가부터, 탐조 활동을 하는 보수단체까지 다양한 이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기후변화와 심리에 대한 연구를 소개한다.
그 중 헌틀리가 강조하는 감정은 '사랑'이다. 우리가 알던 지구가 무너져가는데, 기후변화와 사랑이라니. 썩 어울리는 단어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헌틀리는 "사랑으로 출발하라"라고 말한다. 연애의 감정으로서의 사랑이 아닌, 나와 주변 사람들이 아끼는 장소, 음식, 직업, 취미 뭐든 괜찮다. 내가 지키고 싶은 관심 대상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일은 중요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과 관심에 초점을 맞추면 정치적 논쟁에 담긴 해로운 갈등과 미디어가 제공하는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에 휩쓸리지 않고 균형을 잡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감정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어떻게 해야 기후변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책은 이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누군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정치권에 대한 분노에, 어떤 이는 사랑하는 자연을 잃을 것 같은 공포감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이 책은 기후변화 운동에 대한 방법론이라기보다는 자기계발서로 읽힌다. 내 안의 다양한 감정들이 어떻게 나의 행동을 이끄는지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상대방, 특히 기후변화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이들을 이해하고 대화하는 방법을 알게 해준다.
"나는 이 책 초반부에서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주변의 반응과 자신의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리라고 약속했다. 이렇게 여러분이 자신의 반응과 타인의 반응을 함께 이해하면 일상의 기후 침묵을 깨는데 필요한 통찰력과 기술을 갖추게 될 것이다."
변하지 않는 세상에 답답하고, 기후변화에 대해 들어주지 않는 사회에 화가 났던 이들에게 책이 주는 답은 명확하다.
"더 많은 논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에서 시작하라."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우리 일상을 바꾸려면 기후변화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리베카 헌틀리 지음, 이민희 옮김) ⓒ양철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3.04. ⓒ뉴시스 20대 대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부산을 찾았다. 부산은 전날 윤 후보와의 극적인 단일화로 대선 후보직을 중도 사퇴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고향이다.
단일화 선언 직후 윤 후보의 부산 유세 일정에 안 대표가 동행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손을 맞잡고 무대에 오르는 모습은 이번에도 볼 수 없었다. 이날 안 대표의 공식 일정은 오후 6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한 라이브 방송 일정뿐이었다.
이를 두고 '단일화 선언'와 기득권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과의 합당 추진'이라는 안 대표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 내부의 혼란을 수습할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선 뒷정리를 해야 할 게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협의해서 가급적 빠른 시간 내 유세에 같이 참여할 수 있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늦게 국민의당은 공지를 통해 안 대표가 오는 5일 경기 이천에서 진행되는 윤 후보의 유세에 참석할 것이라고 알렸다.
실제로 안 대표를 믿어 온 지지자들은 큰 상처를 받은 듯 보였다. 부산에서 만난 김 모 씨(56)는 허탈함을 숨길 수 없었다. 그는 "안 그래도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신랑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계속 완주하겠다고 말씀하셔서 끝까지 가실 줄 알았는데…"라며 "지금도 이렇게 얘기하니까 또 속상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대선에서부터 안 대표를 지지했다. 안 대표가 얘기했던 '새 정치'를 믿었고,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도 다른 후보보다 도덕성과 전문성에서 뛰어났던 안 대표의 모습을 보고 기대감도 커졌다고 한다. 안 대표가 지지자와 소통해 왔던 유튜브 방송을 찾아가 직접 응원 댓글까지 달았을 정도다.
한순간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가 사라졌지만, 김 씨는 투표장을 찾아 한 표를 행사할 예정이다. 다만, 안 대표가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며 중도 사퇴한 것과 달리, 김 씨는 다른 선택지를 고민 중이다. 그는 "고민 중이지만 아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쪽을 찍지 않을까 싶다"며 "제가 토론을 다 봤는데, 윤 후보는 너무 준비가 덜 된 모습이었다. 저한테는 그 점이 제일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철수 아닌 진격한 것"
윤석열, 안철수 추켜세우자
안철수 이름 연호한 부산 시민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 인근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3.04. ⓒ뉴시스
부산에서 만난 윤 후보 지지자들은 안 대표와의 단일화에 쾌재를 불렀다. 조금 일찍 단일화가 이뤄졌으면 더 효과가 극대화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부산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 모 씨(68세)는 "부산은 무조건 윤석열이라고 봐야 한다. 나도 윤석열"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단일화에 대해선 "안 대표가 조금이라도 일찍 결정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안 대표 지지자들이 윤 후보 쪽으로 다 오지 않고 이탈하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래도 "안 대표가 포기한 건 무조건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사전 투표를 마친 김 모 씨(63세)도 "안 대표와 단일화해서 좋았다"며 "윤 후보의 이미지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안 대표와 같은 당으로 합치면 더 좋은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안 대표는 함께하지 않았지만, 윤 후보는 적극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가 무대에 오르기 전, 의원들의 연설에서도 안 대표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았다. 하태경 의원은 "윤석열과 안철수가 손을 맞잡고 국민을 대통합하는 그런 정권, 우리 모두 큰 목소리로 윤석열을 외치면서 환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부산 사상구 유세에서 "안철수 대표께서는 단일화로 사퇴하셨지만, 이것은 철수를 한 게 아니라 정권교체를 해서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진격하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번 단일화로 안 대표가 또다시 '철수'했다는 비판이 쇄도하자, 이를 철수가 아닌 진격이라고 애써 포장한 것이다. 유세 현장에 모여든 윤 후보의 지지자들은 어느 때보다 큰 박수로 화답했다.
사상구는 단일화 실무 협상에 나섰던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다. 윤 후보는 "어제 아침에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서 전격적으로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이 단일화 과정에서 사상의 아들, 장 의원이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다"며 "서로 간 가질 수 있는 불신을 제거하고, 저와 안 대표가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했다"고 치하했다.
부산 북구에서 이어진 유세에서는 '단일화 환영'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온 시민도 있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도 "우리 부산의 아들, 안철수 대표와 전격적으로 단일화했다. 정말 어려운 결심한 안 대표에게 감사드리고, 국민의당 관계자와 당원께도 깊이 감사드린다"며 "안 대표께서는 사퇴했지만, 철수한 게 아니라 진격한 거다. 더 나은 대한민국과 더 발전하는 부산을 만들기 위해 저와 함께 국민의힘과 함께 힘을 모으기로 진격한 것"이라고 외쳤다.
이후 윤 후보가 "저뿐 아니라 안 대표에게도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하자, 안철수를 연호하는 환호가 뒤따랐다.
이날 만난 부산 시민 중에서는 이재명 후보 지지자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는 주로 '인물론'이 언급됐다.
부산 구포시장에서 만난 김 모 씨(69세)는 지지하는 후보를 묻자 "부산의 70%는 윤석열 아입니꺼. 난 30%입니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김 씨는 "윤 후보도 문재인 정권에서 일했던 사람인데, (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으면)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말만 해야지 자꾸 정권 비난만 하면 되느냐"라며 "깜이 되는 사람을 찍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황 모 씨(49세)는 "아무래도 이 후보가 경제 쪽으로 박식한 후보인 것 같다"며 "윤 후보는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집권하면 위험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사전 투표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최 모 씨(37세)는 "이재명 후보나 윤석열 후보나 둘 중 한 명이 되겠지만, 누가 되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의혹이 더 커질 것 같다. 당선돼도 문제"라고 우려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4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G 체크인 카운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단일화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투표 용지 기표란에 사퇴 문구가 표시돼 있다. 2022.03.04. ⓒ뉴시스
경북 울진에서 큰 산불이 발생해 '산불 3단계'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이 발령된 가운데, 산림당국이 울진 한울원전을 보호하기 위해 '산불확산차단제(액상형 지연제)'를 사용할 수 있는 산림청 초대형헬기를 긴급 투입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에 따르면, 4일 오전 11시 17분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두천리 289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를 위해 산불진화헬기 43대(산림 31, 경북소방 5, 군 5, 경찰 2)와 산불진화대원 717명(산불공중진화대원 등 457, 소방 260)이 투입됐다.
또 대책본부는 울진 한울원전을 보호하기 위해 산불확산차단제(액상형 지연제)를 사용할 수 있는 산림청 초대형헬기를 긴급 투입했다. 산불지연제를 산불이 확산되는 방향에 집중 투하하여 불가두기 작업을 통해 산불 확산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산불 지연제는 산림에 지연제를 살포하여 산불확산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진화제로 물과 약 12%를 희석하여 사용한다.
현재 울진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바짝 메마른 산지, 순간최대풍속 초속 20m 이상의 강한 서남서풍이 만나면서 산불 발생지로부터 약 10km 이상 떨어진 울진 한울원전 인근 야산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건축물에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은 방화선을 구축하고 진화자원을 배치해 보호 중에 있다.
아울러 산불확산을 피해 인근 주민 2215세대 3995명을 인근 초등학교, 마을회관, 면사무소 등으로 대피하였으며,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으나 시설물 피해가 발생하여 조사 중에 있다.
[1신: 4일 오후 4시 17분]
울진산불 발생... 바람타고 계속 확산
경북 울진에서 큰 산불이 발생해 산림청이 '산불 3단계'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했다. 현재 산불은 7번 국도를 넘어 한울원자력본부 방향으로 번진 상황이라 비상이 걸렸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에 따르면, 4일 오전 11시 17분 경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두천리 289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해 확산되고 있다.
산림청은 산불 진화를 위해 오후 2시 10분 기준 '산불 3단계'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하고, 산불진화헬기 28대(산림21·경북소방4·군3)와 산불진화대원 417명(산불공중진화대원 등 267, 소방 150)을 긴급 투입하여 진화에 나서고 있다.
산림청이 산불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발령함에 따라 14시 10분 기준으로 경북도지사가 산불현장통합 지휘하게 된다.
산림당국은 광역단위 산불진화헬기 100%와 관할기관 진화대원 100%, 인접기관 진화대원 50% 등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대형산불로의 확산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 매캐한 연기... 한울원전 위협하는 울진 산불 현재상황 3월 4일 11시 17분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두천리 289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한 가운데, 한울 원전 건물 뒤편 모습. 소방청은 전국 소방동원령 1호를 이날 오후 3시 추가 발령했다.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남태현 차장은 "현재 울진군 일대 건조경보가 발효 중이며 순간풍속 25m/s 이상의 강풍이 불고 있어 대형산불주의보가 발령되어 있다"며 "산불은 서남서쪽에서 부는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 중에 있어 울진군 지역주민들은 산림당국 및 울진군에서 발표하는 재난 방송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한편, 소방청도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해 울진 산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총 77대의 소방차를 동원에 진화에 나섰으며, 소방청장도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다.
또한 인근에 위치한 한울원전본부 요청에 따라 중앙119구조본부(울산 119화학구조센터) 대용량방사포시스템을 출동 조치했다.
▲ 4일 오전 11시 17분쯤 경북 울진군 북면의 한 야산에서 불이 났다. 산림청은 이날 오후 12시 35분 산불 대응 2단계를 발령했고, 소방청도 오후 1시 50분 인접 5개 지역의 소방 장비와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전국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했다.
3일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단축운영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일(5일)부터 식당과 카페 등의 현행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11시로 1시간 연장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안을 4일 발표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요구가 강력해 인원·시간 제한을 동시에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현재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을 고려해 현행 사적모임 6인 제한은 그대로 두고 영업시간만 늘렸다.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4일 중대본 모두발언을 통해 “고심 끝에 현재 밤 10시까지 허용되고 있는 식당, 카페 등 12종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내일부터 20일까지 1시간 연장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오는 20일까지 영업시간이 연장되는 시설은 유흥시설, 식당·카페, 노래(코인)연습장,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 PC방, 멀티방·오락실, 파티룸, 카지노, 마사지업소·안마소, 평생직업교육학원, 영화관·공연장이다. 전 차장은 “그간 추진된 손실보상 확대, 거리두기 일부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오랜 기간 계속되어온 자영업·소상공인분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일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위원회) 방역·의료 분과 비대면회의를 열고, 3일까지 다른 분과 위원들의 의견을 서면으로 받아, 현행 ‘6인·10시’ 거리두기 조처를 ‘6인·11시’로 완화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위원회는 정부 관계자와 경제·사회·자치·방역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책 자문기구다.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에 다다르지 않았음에도 영업시간을 연장한 건 중증·사망자 중심의 오미크론 방역체계 개편과 소상공인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3T’(검사·추적·치료) 중심의 확산 억제 전략을 포기하고, 고위험군 관리 중심으로 오미크론 대응 전략을 변경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8일에도 소상공인들의 요구를 반영해 19일부터 3주간 영업시간을 밤 9시에서 10시로 연장한 바 있다. 당시 방역조치의 시한은 오는 13일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거리두기 완화를 앞당겨 결정하면서 오는 5일부터 바뀐 방역지침이 적용된다.
위원회 경제민생 분과위원인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위중증 환자 중심으로 방역체계가 개편됐고 확진자 가족 관리도 자율로 맡겨졌는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거리두기 방침은 무의미해졌다”며 “가장 중요한 게 영업시간”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생 분과위원인 노광표 한국고용노동교육원장도 “밤 8시 이후 2차로 가는 맥줏집 등은 그동안 제대로 영업을 못 했다. (영업시간 연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을 확인한 뒤 영업시간 등을 완화하자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역 전문가들은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와 동거인 격리조처가 해제된 상황에서 거리두기까지 완화하면 국민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위원회 방역·의료 분과 위원인 허탁 교수는 “거리두기를 완화할 때마다 손 씻기 등 개인방역이 전체적으로 느슨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방역은 심리가 중요하다. 더 완화하지 말고 유행의 정점으로 예측되는 13일까지는 상황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이번 달 중순 최대 35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와 ‘유행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숫자일 뿐이지만 말도 한다. 농성 시작일은 2014년 8월 25일. 7년을 훌쩍 뛰어넘었다.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 공원 앞 농성 천막 외벽에 적힌 숫자가 말하는 건 고통의 무게였다. 바로 앞 2차선 도로엔 수시로 차가 오갔고, 그 때마다 천막이 후드득 소리를 내며 통째로 흔들렸다.
지난달 18일 천막 안에서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48) 사무국장과 마주 앉았다. 맞은편 벽에 붙은 '천막농성 7년, 주요 활동' 현수막에 빼곡하게 적힌 건 그간 힘겨운 싸움의 흔적이다. 그걸 보다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한 줄 공약이 떠올랐다.
이 13자짜리 공약에선 숫자 2732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국장은 "국가 재앙적 공약"이라고 일축했다.
"탈원전 정책 백지화? 심하게 말하면 석기시대로 돌아가자는 거죠. 또, 원전 최강국 만들겠다? 우린 가만히 있어도 원전 최강국입니다. 미국, 독일도 손을 놨고, 일본은 원전 사고로 폭망했죠. 원전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나라들이 손을 놓은 사양산업인데, 1등이 무슨 의미인가요?"
윤 후보는 "신한울 3, 4호기 공사 중단은 국가범죄"로 규정했었다.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신한울 원전은 터만 조성돼 있었어요. 윤 후보 말을 들으면 한참 공사하다 중단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죠. 하지만 한 삽도 안 뜬 상황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이 포기한 사업입니다. 이게 무슨 공사 중단이고 범죄인가요? 선동이고 막말 정치입니다."
석 달 전에도 이 국장을 이곳에서 만난 적이 있다. ㈔세상과함께(이사장 유연 스님)가 선정한 제2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시상식이 열린 곳이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당시 그는 수상 소감을 탈핵 강연으로 대신하면서 천막 농성장을 이같이 소개했다.
"여러분이 서 있는 곳은 한수원 부지이고, 해안에서 보이는 4개의 거대한 원자로 중 제일 가까운 곳에서 914m 이내에 있는 원전 제한구역입니다. 핵 발전이 위험하다면서도 여기서 모신 것은 7년 넘게 천막 농성하면서 피폭당하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그는 이날 시상식 연단에 황분희 월성원전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올려 세웠다. 기억나는 한 마디는 이것이었다."맹꽁이, 두루미도 보호받는데, 우리는 대체 뭡니까?"
그는 "대도시에서 전기를 쓰는 만큼 우리가 왜 희생을 당해야 하는지 슬프고 억울하다"라고 호소했다. 핵 사고 위험성, 일상적 방사선 피폭 때문에 안전한 곳으로 이주해 줄 것을 요구해왔지만 외면당했다는 것이다. 인근 지역은 부동산 등 자산 처분이 불가능하기에 제도 정비도 촉구해왔다.
2732. 매일 하루씩 자라는 이 숫자는 이들에겐 깃발이고 외침이었다. 2010년 경주환경운동연합에서 방폐장 건설 반대 운동 전담자로 활동을 시작한 이 국장도 그 깃발을 함께 들고 있다. 그에게 물었다. 왜 탈핵에 꽂혔나?
"핵발전은 범죄입니다."
그는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 현장을 목격한 뒤에 확신했단다. 핵 사고가 일어나고 한 달 뒤인 그해 4월, 그는 1주일 동안 후쿠시마에 머물면서 한일 시민 조사단에 소속돼 방사능 오염도를 조사하고,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방사능 측정기를 달고 다녔는데 측정치가 어마어마했죠. 원전에서 80km 떨어진 거리에선 방사능 기준치의 30배 이상이 나왔어요. 반경 20km에 갔더니 100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1km 떨어진 원전 담벼락에서 쟀는데 1000배였습니다."
그가 목격한 원전 인근 마을은 영화 속의 유령 도시였다. 거리에 자재도구들이 흩어져 있었다. 혼비백산 떠난 흔적이다. 방치된 차량도 많았다. 서둘러 버스로 피신시킨 탓이다. 국가는 이들의 피해를 제대로 보상하지도, 책임지지도 않았다.
그해 국내에선 고리 1호기 폐쇄 운동이 한창이었는데, 전국 집회 연단에 올라간 그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도 "핵발전은 범죄다"였단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그들보다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핵 발전은 기후위기 대응의 최대 걸림돌
그가 탈핵을 주장하는 것은 핵 발전의 위험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찬핵론자들은 최근 국제 주요 의제로 다뤄지는 기후위기 대응책의 하나로 원전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국장은 최대 걸림돌이라고 단언했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선언했어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죠. 8년 남았습니다. 에너지 생산과 공급을 재생가능한 에너지 체계로 바꿔야 합니다. 문제는 속도인데, 핵 발전에 꽂혀 있는 사람들이 이를 막고 있죠."
그는 "소위 핵마피아들과 조중동 레거시 미디어들은 석탄과 가스 발전 등을 공격하지 않고 전체 에너지 생산의 몇 프로도 되지 않는 재생에너지의 싹을 자르려고 혈안이 돼 있다"라면서 "재생가능 에너지가 성장하면 핵 발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한울 3, 4호기 건설에 8조 원의 돈이 들어갑니다. 그 돈을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하면 원전으로 이권을 나눠먹었던 카르텔이 흔들리겠죠. 또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려면 국가 주도로 한정된 재원을 투입해야 합니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죽여야 이권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그는 "기후위기의 대응책으로 확실하고 유리한 선택지인 재생가능에너지를 놔두고 핵발전을 택할 필요는 없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원전 밀집도 세계 1위'인 대한민국에서 '탈핵'을 외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원전 산업 규모는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할 정도로 천문학적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뿐만 아니라 산업계와 학계, 언론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이권이 끈끈하게 얽혀 있다.
탈핵 환경단체들의 전국 네트워크도 결성돼 있지만, 거대 자본과 권력을 가진 그들과 대항해 싸우는 건 버거운 일이다. 원전뿐만 아니라 방폐장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까지 위치한 경주는 탈핵운동의 최전선이다. 그는 현재 경주환경운동연합의 유일한 상근자이다.
1999년에 창립한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월성1호기 폐쇄 준비운동본부, 월성 원전 주변 지역 갑상선암 피해자 지원 활동과 경주시 고준위 핵폐기물 공동대응위원회, 월성원전 이주대책위원회,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의 활동을 해왔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싸움이 뭐냐고 물었다.
"2015년 2월 27일 새벽 1시에 원자력 안전위에서 월성 1호기 수명연장안이 날치기 통과됐을 때였죠.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막막했습니다. 정부가 승인한 마당에 우리는 대체 뭘 바꿀 수 있지? 그때 김윤근 공동대표가 월성 1호기 폐쇄 주민투표 '만인소'를 제안했습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한지 100장을 그에게 건네줬다고 한다. 붓펜으로 이름을 쓰고 지장을 찍고... 한 장에 100명씩 채우면 만 명이라는 말과 함께.
"한지를 들고 다니면서 붓으로 이름을 쓰라니? 처음엔 의구심도 들었지만, 회원과 연대단체들이 함께 했습니다. '우린 몇 명 받았다'는 말이 매일 회자됐고, 어떤 분은 한지 1장에 200명을 받아오셨습니다. 한 장에 평균 140여 명, 한지 90장 모으니 1만명이 채워졌죠."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면서 열패감은 극복됐고, 아래로부터의 조직력도 복원됐다. 이 과정에서 김영희 변호사가 수명 연장 무효 소송을 제안했고, 결국 2017년 2월 법원에서 승소했다. 변방에서 탈핵의 깃발을 든 그는 '나홀로 상근자'가 아니었다.
"1심에서 승소한 뒤 대선이 치러졌죠. 법원도 월성 1호기 폐쇄 판결을 내렸기에 국민의힘 전신인 당시 자유한국당도 민주당과 비슷한 공약을 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돌변했죠."
왜일까? 문재인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퇴역식 행사에서 '탈원전'이라는 말을 입 밖에 낸 뒤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전을 제시했는데, 국민의힘 등에서 정치적 공격이 들어와 5년의 시간을 허비했고 우리는 그동안 희망고문을 당했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연착륙을 전제로 한 것인데, 국민의힘 등은 '지금 당장 모든 원전을 멈추겠다'는 것이냐고 공격을 했다"라면서 "지금 여론조사를 하면 원전 찬성 여론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고, 국민의힘이 이번에 선거공약으로 들고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5년간 많은 사회적 논의 속에서 탈원전이라는 큰 흐름은 잡혔기에 대선 후보들은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누가 빨리 원전을 줄이고 정의로운 에너지로 전환할 것인지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의 탈핵단체들과 함께 월성 1호기 폐쇄를 견인했고, 핵 발전의 위험성을 공론화해 온 그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거대한 벽'과 마주한 느낌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에 단단하게 똬리를 튼 핵발전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순순히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자신을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건 탈핵 현장의 삭막함이라고 했다. 핵 발전소 등 방사능 누출 현장은 그야말로 죽음의 땅이다. 생태운동 등 다른 환경운동에 비해 원천적으로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이런 곳에서 유령과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단다. 그에게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이 각별하게 다가온 이유이기도 했다.
"탈핵이라는 우리 사회 주요 의제를 계속 부여잡아야 한다는 당위에서 수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주변에서 묵묵하게 일해온 분들도 많은 치유를 받았습니다. 이 상이 헌신적인 운동가들에게 버팀목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와 함께 천막 바깥으로 나가서 바람 부는 해변에 섰다.
"저기, 가장 멀리 보이는 원전이 월성 1호기입니다. 영구 정지했고 해체할 일만 남았죠. 2호기는 2026년, 3호기는 2027년, 4호기는 2029년에 수명이 끝날 예정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계속 돌릴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죠. 국가 장래를 망치는 일입니다."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인 뒤 거대한 원자로가 우뚝 선 해변 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높은 파도가 모래해변 앞에서 하얗게 쓰러졌다. 후쿠시마 원전 앞 해변도 이처럼 무심했을 것이다. 그의 뒷모습을 보니 집회일수 2732, 천막 앞에 적힌 숫자가 또다시 떠올랐다.
그에게 이 싸움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공짜입니다. 초기 투자비용은 있지만 생산과정이 공짜고 순수한 국산 에너지죠. 지구도 살립니다. 우리집 지붕 위에, 마을공동체를 위해 새로운 대동세상을 열 수 있습니다."
▲ 윤석열의 원전 '한 줄 공약'... "막말-선동 정치"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을 만났다.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 공원 앞에 천막을 쳐놓고 2732일째 농성을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원전 공약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양측이 두 번째 협상을 갖고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에서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는 인도주의 통로 개설 및 주변지역 휴전에 합의했다.
3일(현지 시각)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은 벨라루스에 위치한 벨라베슈 숲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2차 협상을 통해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다면서, 조만간 3차 회담도 개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이 "오늘 협상에서는 무력 충돌이 있던 지역에서의 민간인 구조 문제를 해결했다. 이는 중요한 진전"이라며 우크라이나 내 전투가 진행되고 있는 도시의 민간인들의 신속한 탈출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협상에서 군사적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적·인도주의적 문제, 정치적 해결 가능성 문제 등 3가지 부문에서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이중 일부 문제에서 서로 이해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결과는 알리지 않았다.
▲ 3일(현지 시각) 벨라루스의 벨라베슈 숲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2차 협상이 열렸다. 러시아(왼쪽)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협상 전에 악수하고 있다. ⓒ타스통신=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협상단의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이번 협상에 대해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많은 도시가 러시아 군에 의해 포위돼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도주의적 측면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포돌랴크 고문은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에 식량과 의약품을 전달하는 등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하고 대피가 이뤄지는 동안에만 일시적으로 휴전이 가능하다며, 통로 운영을 위해 별도의 연락 채널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협상을 두고 민간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러시아의 공격을 일정 부분 완화시키는 효과를 거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러시아가 전쟁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일단 민간인을 탈출시킨 뒤 대대적인 군사 작전을 실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남부 항구 도시들을 공격했고 이 중 크림반도와 가까운 헤르손을 장악했다. 또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라고 불리는 하르키우의 민간인 거주지역에 무차별적인 공습을 감행하는 등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하르키우와 함께 수도인 키이우(키예프)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이 다소 고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국방부는 민간 위성사진을 분석하여 64km에 이르는 러시아군 차량이 키이우 도심 27km 근방까지 접근했다고 전했으나, 보급 문제 때문에 이들의 진군이 멈춘 상태라고 밝혔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군과 민간인들의 저항이 예상보다 강하게 전개되고 서방으로부터 무기 공급도 이어지면서,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려던 러시아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이번 협상에서 민간인들의 신속한 철수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요 도시에 민간인들을 상대로 간헐적인 군사 공격을 강행하며 공포심을 극대화하고, 이후 대대적인 군사 작전을 펼쳐 빠른 시일 내에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시나리오를 계획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은 다음주에도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측 포돌랴크 고문은 "다음주에 3차 협상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 측 대표단으로 협상에 참여한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협상에서 논의됐던 정치 문제 해결을 위해 몇 차례 협상이 더 필요하다며 "3차 협상은 벨라루스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0[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국 “무엇을 위한 단일화”, ‘새정치’ ‘다당제’ 외치다 제1야당행 안철수 비판
조선일보·TV조선 여론조사, 선거용 정치방역 51.1%…중앙 “방역 초고속 완화, 선거용 아닌가”
대선 완주 의사를 수차례 밝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3일 돌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지난 11년 정치활동 가운데 네 번째 ‘철수’였다. 특히 거대양당 중심의 정치를 비판하고 다당제를 주장하면서 지난해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함께 뜻을 모으기도 해 이번 행보 관련 국민의당 당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반면 조선일보는 “만약 윤 후보가 승리해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두 사람이 국민 앞에 약속한 통합 공동 정부의 정신을 지켜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이를 “유권자들의 뜻”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국민은 집권세력의 개과천선 시늉을 믿지 않는다”며 “‘종이 짱돌(투표용지)’로 징벌하려는 결의를 다진다”는 칼럼도 실었다. 사전투표 시작을 앞두고 야당에 투표할 것을 암시하는 주장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방역패스를 중단한 조치에 대해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칸타코리아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대선을 앞둔 정치방역’이란 응답자가 51.1%로 나타났다. ‘청와대와 정부가 대선을 공정·중립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란 응답자가 48.9%로 더 많았다고 전했다. 관련해 중앙일보는 방역 초고속 완화가 선거용이라고 비판했다.
▲ 4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한국 “무엇을 위한 단일화” 한겨레 “혼 빠진 단일화”
한국일보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가”란 칼럼에선 오락가락한 안 후보 행보에 대해 “집권하면 안 후보는 내각에 자리를 잡고 정치생명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단일화 명분에 의문을 제기했다. 안 후보가 중도정당, 실용정당을 내걸었지만 국민의힘은 이와 거리를 뒀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문제는 두 후보가 내세운 ‘국민통합정부의 시작’이 될지, 민주당이 비판하는 ‘자리 나눠먹기식 야합’이 될지 예단이 어렵다는 점”이라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국민의힘은 태극기부대와 선을 긋고 쇄신하는 듯했으나 윤석열-이준석 체제에서 다른 버전의 혐오 정치로 나아갔다”고 우려했다.
한국일보는 “안 후보는 혐오와 편가르기에 기반해 세력을 키워온 국민의힘 정체성을 허물 준비가 돼 있는가”라며 “그렇지 않다면 그에겐 제3지대를 무너뜨리고 유권자 선택권을 지운 책임이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4일 한국일보 만평
한겨레는 두 후보 단일화에 대해 비판했다. 1면 톱기사 “완주 한다더니 단일화, 대선 막판 회오리로”에서 “안 후보는 다시 ‘철수’ 행보를 반복하며 스스로 내세운 새정치를 뒤엎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겨레 3면 “다당제 소신이라면서 ‘합당’…새정치 없는 ‘철수 정치’”에서는 안 후보가 대선완주 의사를 여러차례 밝힌 사실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지난달 18일부터 28일까지 다섯 차례 대선 완주 의지를 드러내며 단일화 관련 질의에 선을 그었다.
안 후보는 “대통령이 될 사람은 최소한 어떤 머리를 빌릴 것인지 아는 머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사람(윤 후보)이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겠는가. 1년만 지나면 그 사람 뽑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 “마라톤 풀코스 세 번 완주했다. 대선 완주한다. 반드시” 등 윤 후보를 비난하며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 4일자 한겨레 정치면
한겨레는 3면 사진기사에서 윤 후보와 포옹하면서 눈에 힘이 풀린듯한 안 후보 사진을 실으며 “혼 빠진 단일화”라고 제목을 달았다.
경향신문은 두 후보의 단일화를 “권력 나누기”라고 했다. 사설 “‘정권교체·통합’ 외치며 권력 나누기만 보인 윤·안 단일화”에서 “공동정부를 향한 지향에는 추상적 단어와 구호만 있을뿐, 구체적으로 함께할 비전·가치나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며 “두 후보는 노동이사제와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월급 200만원 인상, 사드 등 곳곳에서 이견을 보였는데 그 조율을 인수위에서 본격화하겠다고 미뤄놨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안 후보는 이날 윤 후보가 동의하지 않은 다당제·결선투표제 소신을 내놓으며 ‘지금은 대선 승리가 우선’이라고 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 시 국민의당을 우대하겠다고 했다”며 “‘묻지마식’ 정권교체와 통합이라는 빈 거푸집을 내세우며 권력 나누기부터 시작한 단일화라는 비판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 4일 경향신문 만평
국민의당 홈페이지에는 지지자들의 항의와 탈당 요구 글이 쏟아졌다. 지난 3일 국민의당 홈페이지는 한때 접속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단일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빗발쳤다.
또한 재외국민 투표 종료 이후 후보사퇴를 금지하는 ‘안철수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재외국민) 투표를 다 끝낸 후 후보 사퇴로 인한 강제 무효표 처리는 그 표를 던진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안철수법’ 제정을 주장했다.
조선 “만약 윤 후보가 승리하면…”
조선일보는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정권교체 여론 따른 순리”라고 평가했다. 사설에서 “두 후보는 모두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실정을 바로잡기 위한 정권교체를 대선 출마의 가장 큰 명분으로 삼았다”며 “정책도 핵심 분야에서 공통점이 많다”고 했다. 한겨레가 두 후보간 정책 차이점에 주목한 것과 대비된다.
조선일보는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 여론보다 높은 점을 거론하며 “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유권자들의 대세가 정권교체”라고 주장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윤, 안 두 후보가 끝까지 따로 출마한다면 정권 교체가 아니라 그 반대로 정권 유지를 돕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통합 공동 정부 운영의 의지를 밝힌 윤 후보의 결단과 정권 교체를 위해 후보직을 사퇴한 안 후보의 용단 모두가 순리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 4일자 조선일보 사설
윤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이어 “만약 윤 후보가 승리해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두 사람이 국민 앞에 약속한 통합 공동 정부의 정신을 지켜 갈라지고 쪼개진 국민을 통합하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그것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뜻”이라고 했다.
해당 사설 바로 아래엔 “코로나 사태 속 대선, 적극적으로 사전 투표해야 한다”는 사설이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야당 후보들도 ‘걱정 말고 사전 투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했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의 조선일보 칼럼 “우리가 바로 그 국민입니다”에서도 “5년 난정에 지친 국민은 집권 세력의 개과천선 시늉을 믿지 않는다”며 “정치인들의 상습적 거짓말을 ‘종이 짱돌(투표용지)’로 징벌하려는 결의를 다진다”고 했다. 현 정권과 여권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은 뒤 “오늘은 20대 대선 사전투표일”이라며 “우리 자신과 후세를 위해 준엄한 ‘종이 짱돌’을 던지는 날”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대선 공정·중립 관리? ‘아니다’ 49%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최근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 등 정부조치를 ‘대선을 앞둔 정치 방역’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51.1%, ‘과학적 기준에 의한 것’이란 응답이 37.4%로 나타났다.
또한 ‘청와대와 정부가 대선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자는 42%, ‘아니다’란 응답자는 48.9%로 나타났다.
사전투표 관련 조사도 있었다. 투표 의향이 있는 응답자 중 사전투표일(4~5일)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33.3%, 본투표일(9일)에 하겠다는 응답자가 55.6%로 나타났다. 윤 후보 지지자(21.9%)의 사전투표 의향은 이 후보 지지자(51.9%)의 절반에 못 미쳤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해당 조사는 전국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89.9%)와 집전화(10.1%) 임의전화걸기(RDD)를 활용한 전화 면접원 방식으로 실시해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2.6%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4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최근 방역조치 완화에 대한 비판 입장을 냈다. “확진자 폭증하는데 방역 초고속 완화, 선거용 아닌가”란 사설에서 “방역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런데도 당국은 강경 일변도였다”며 “그런데 2주 전부터 태도가 돌변해 방역을 초고속으로 완화하니 의아할 따름”이라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정부가 확진자 수를 조작해 투표를 못하게 한다는 취지의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일보는 “어제 기준으로 85만명을 넘어선 재택 치료자에 더해 격리자까지 내일 오후 5~6시 투표장에 몰리면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일반 투표자와 철저한 분리가 가능한지도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일련의 방역 완화 조치는 선거를 겨냥한 노림수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며 “정부는 공정 선거도 잃고, 방역도 잃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종교.시민사회 대표 456명이 3일 오전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시국선언을 했다. [사진제공-6.15남측위]
“전쟁과 대결을 선동하는 정치, 무기증강과 군비경쟁으로 향하는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남북합의의 이행을 통해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정치, 냉전 대결에 휘말리지 않는 균형 외교를 이끌어 주십시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둔 3일 오전 각계 대표들이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평화로운 한반도를 바라는 종교·시민사회 시국선언’을 통해 “이제는 유권자의 시간”이라며 이같이 호소했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을 진전시켜 온 유권자의 저력과 힘을 다시금 모아주십시오”라고 거듭 밝혔다.
이들은 △공존과 존중 언행일치, △남북공동선언과 합의의 계승과 실현,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끊고 종전과 평화협정으로 나아갈 것, △평화와 주권에 기초한 균형 있는 외교와 불평등한 대외관계 개선 등을 담은 ‘평화통일요구안’을 보내 이재명, 심상정, 김재연 후보 등에게서 답변을 받았다고 알렸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범창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윤정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등 총 456명의 각계 대표가 참여했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바라는 종교·시민사회 시국선언(전문)
평화와 협력이 유일한 길입니다!
이제 내일 사전투표를 시작으로 20대 대통령 선거가 엿새 후면 마무리 됩니다.
평화와 화해 협력으로 나아가는 균형있고 뚝심있는 정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우리 종교 시민사회는 각계의 의견을 모아 △ 공존과 존중, 언행일치 △ 남북공동선언과 합의의 계승과 실현 △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끊고 종전과 평화협정으로 나아갈 것 △ 평화와 주권에 기초한 균형있는 외교와 불평등한 대외관계 개선 △ 민의 주도적 참여와 역할 보장, 성평등한 방향에서의 실현 등을 골자로 하는 평화통일요구안을 마련하여 각 정당 후보들에게 전달하였고, 직접적인 답변과 해당 분야의 공약 등을 통해 관련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답변을 보내온 민주당 이재명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진보당 김재연 후보, 노동당 이백윤 선본 모두 종교 시민사회의 평화통일요구안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환영합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에서 아무런 답변도 보내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힙니다.
특히 윤석열 후보는 종교 시민사회의 요구안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물론, 선제타격, 사드 추가 배치, 멸공, 일방적인 북한 비핵화만을 강조하는 미국 네오콘 식 대결정책을 추구하고 있어 더 큰 우려를 던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도외시한 채 갈등과 대결을 부추기는 정책은 박근혜 정권 당시 이미 국민이 심판하고 배격한 함량 미달의 정책이기에, 이를 되살리려는 것은 너무나 노골적인 시대 역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경우 남북합의 계승과 평화체제 구축, 균형 외교와 민간의 주도적 참여와 역할 보장, 신뢰조성 및 적대해소를 통한 협상 여건 조성 등 윤석열 후보와는 다른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시민사회의 군비경쟁 중단 요구와는 반대로 핵잠수함 등 군사력 증강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불평등한 대외관계 개선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세계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위협과 경제위기,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국 중심의 일국 패권의 시대가 저무는 가운데, 세계적인 패권의 각축도 치열합니다.
그러나 패권 경쟁이 또 다른 군사적 충돌로 치닫게 두어서는 안됩니다. 다시 냉전과 대결의 시대로 되돌아 갈 수는 없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갈등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떻게 주권과 평화를 지켜야 하는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강대국들의 신 냉전 대결에 휘말려 사회적, 경제적 재부를 낭비하고 주권과 평화를 훼손해서는 안됩니다. 일국 중심의 편 가르기나 줄 세우기가 아니라 주변국과의 평화적이고 호혜적인 협력을 통해 공동의 위협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남북사이의 적대와 대결이 군사적 긴장과 불안을 고조시키는 악순환을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과 분단의 시대에도 종지부를 찍고 평화와 협력, 통일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평화와 화해협력만이 유일한 길입니다.
이제 유권자의 시간입니다.
전쟁과 대결을 선동하는 정치, 무기증강과 군비경쟁으로 향하는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남북합의의 이행을 통해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정치, 냉전 대결에 휘말리지 않는 균형 외교를 이끌어 주십시오.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을 진전시켜 온 유권자의 저력과 힘을 다시금 모아주십시오.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우크라이나 국민 도우자며 1억원 기부 알려
국민일보만 러시아식 ‘키예프’라고 보도
바이든 미 대통령 “푸틴, 지독하게 오판했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여야 주요 4당 대선후보들의 마지막 TV토론이 열렸다. 이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대장동 의혹’을 두고 네거티브가 계속됐는데 언론은 이를 두고 “낯뜨겁다”, “감정 충돌”이라며 좋지 않은 평가를 내렸다. 주요 종합 일간지 9개는 해당 토론 내용을 모두 1면에 실었다.
러시아의 포격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서고 부상자는 우크라이나 당국 집계로 1600명이 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했다.
한국 언론도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으로 1면 지면을 두르고, 우크라이나를 위한 성금을 보냈다는 알림을 배치하는 등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고 있다.
다음은 3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가운데 마지막 TV토론과 관련한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이·윤, 마지막 ‘페미니즘·대장동’으로 맞붙었다”
국민일보 “이 ‘대선 끝나도 대장동 특검’ 윤 ‘거짓말 달인’”
동아일보 “끝까지 난타전…이 ‘진짜 몸통’ 윤 ‘거짓말 달인’”
서울신문 “이 ‘대선 끝나도 특검하자’ 윤 ‘대선이 반장 선거인가’”
세계일보 “이 ‘특검 동의하나’ 윤 ‘수사 덮어놓고’”
조선일보 “이 ‘대선 후 대장동 특검 어떠냐’ 윤 ‘그동안 수사 다 덮지 않았나’”
중앙일보 “마지막 TV토론도 대장동”
한겨레 “페미니즘·성인지 예산…윤석열 성평등 인식 뭇매”
한국일보 “이 ‘몇번째 우려먹냐’ 윤 ‘애들 반장선거냐’ 대장동 막장 싸움”
▲3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모음.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 역대급 네거티브 TV토론” 평가
대장동과 관련한 토론에서 두 후보가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대부분 언론의 평가다. 한국일보는 1면 기사에서 “막판 주도권 토론시간에 윤 후보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들을 2분 이상 작심한 듯 읽어내려가면서 이 후보와의 감정 충돌로 번졌다”며 “윤 후보의 모습은 마치 법정에서 공소장을 읽는 검사를 연상케 했다”고 쓰기도 했다.
▲3일 한국일보 1면.
▲3일 경향신문 1면.
대장동 의혹과 함께 페미니즘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 것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제목을 “이·윤, 마지막 ‘페미니즘·대장동’으로 맞붙었다”라고 뽑았다.
이날 토론에서 이 후보는 “윤 후보가 ‘페미니즘 때문에 남녀교제가 잘 안돼서 저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는데 윤 후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윤 후보는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서, 여성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 후보는 “페미니즘은 여성의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심상정 후보도 “윤 후보가 페미니즘이 휴머니즘의 일부라는 놀라운 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후보 간 차별성 보였으나 깊이는 아쉬웠던 3차 TV토론’에서 “토론 막판 이·윤 후보 간에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네거티브성 공방도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후보 간 차별성이 드러난 시간”이라면서도 “다만 시간과 형식의 제약으로 심도있는 논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3일 경향신문 사설.
▲3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이날 사설 ‘막 내린 TV 토론, 유권자들이 냉철하게 옥석 가려야’에서 “후보 간 기회의 공정과 형평성에 방점이 찍히다 보니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심층적인 토론이 마련되지 못한 점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며 “오미크론 대유행 국면에서 대규모 장외 유세전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음을 고려하면, 후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TV 토론에 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전달했다.
한국일보는 특히 사설 ‘막말 감정싸움 번진 대선 토론, 후유증 우려된다’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두 후보 간 토론이 인신공격성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 대선 후유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두 후보가 네거티브 이슈를 놓고선 극단적으로 충돌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역대급 비호감’이란 비아냥을 듣는 이번 대선에서 TV토론마저 역대급으로 마무리됐다. 후보의 정책과 자질을 보겠다는 유권자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으나 결국 네거티브 싸움으로 진영 간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3일 한국일보 사설.
또한 이날 1면에는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함락 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소식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다음은 주요 종합 일간지 1면의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이다. 경향신문 “러, 무차별 포격 ‘민간인 살상’ 키이우 ‘풍전등화’”
국민일보 “러軍, 키예프 포위 작전 ‘제2 알레포’ 살상전 우려”
동아일보 “러, 병원까지 공격 ‘6일만에 민간인 2000명 사망”
서울신문 “삶이 파괴됐다, 그러나 살아남겠다”
세계일보 “바이든 ’독재자 푸틴 큰 대가 치를 것”
조선일보 “푸틴의 오판, 늪에 빠진 러·세계 경제”
중앙일보 “러 공수부대 투입 총공세”
한겨레 “‘독재자는 대가 치러야’ 바이든, 푸틴에 직격탄”
한국일보 “제2 도시 함락 위기, 수도 키이우는 사투”
조선일보, 우크라이나 국민 도우자며 1억원 기부 알려
우크라이나 소식과 관련 1면에서 돋보이는 편집은 한국일보였다. 한국일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방위 포위 공격한다는 1면 기사 테두리를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으로 편집했다. 해당 기사에서 한국일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집중 포화를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으며, 러시아는 키이우를 향한 총공세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는 인터넷으로 볼 때는 우크라이나 국기 테두리가 둘러진 것을 알 수 없지만 지면으로 볼 때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3일 한국일보 1면.
조선일보의 경우 1면 기사 하단에 “전쟁의 고통 겪는 우크라 국민 도웁시다”라는 알림을 배치했는데, 조선미디어그룹이 성금 1억을 기부했다고도 밝혔다. 조선일보는 1면에 이어 2면에 “조선미디어그룹 임직원들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돕기위해 1억원을 기부한다”며 독자에게도 대한적십자사와 유엔난민기구의 우크라이나 긴급 지원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할 수 있다고 독려했다.
▲3일 조선일보 1면.
경향신문은 1면에 ‘키이우’라고 쓰고 동아일보도 ‘키이우’라 표기하며 “본보는 러시아어로 표기해 오던 우크라이나 지명을 3일자부터 우크라이나어로 표기한다”고 알렸다. 서울신문도 ‘키이우’(키예프)로 병기했고 세계일보는 ‘키이우’(러시아식 표기로 키예프)라고 적었으며 조선일보는 1면에 ‘키예프 대신 키이우’라고 적겠다고 알림을 내보냈다. 중앙일보 역시 같은 알림을 1면에 배치했고 한겨레는 ‘키이우’(키예프)로 1면에 적었다. 한국일보도 키이우(키예프)라고 병기했다.
이날 주요 종합 일간지 9개 중 1면을 비롯해 ‘키예프’라고만 보도한 것은 국민일보뿐이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3일 취임 후 첫 연두교서에서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지독하게 오판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이 연설을 소개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유는 언제나 독재에 맞서 승리한다.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지독하게 오판했다”, “엿새 전 푸틴은 위협적 방식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유세계의 근간을 흔들려고 했으나 전혀 예상하거나 상상하지 못한 ‘힘의 장벽’을 마주했다”고 말한 것을 전했다.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은 그 어느 때보다 세계에서 고립돼 있다. 민주주의와 독재의 전투에서 민주주의는 일어서고 있고 세계는 분명히 평화와 안보의 편을 택했다”고 했다.
▲3일 서울신문 3면.
▲3일 동아일보 사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자유세계는 그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며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연합 27개 회원국과 영국·캐나다·일본·한국·호주·뉴질랜드, 심지어 (중립국인) 스위스마저 러시아에 고통을 야기하며 우크라이나인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푸틴의 반인도적 민간인 살상, 전 세계가 함께 단죄해야”에서 “러시아는 심지어 핵 위협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해야 할 핵보유국이 비핵국가에 방어 아닌 공격용으로 핵무기 사용을 협박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반인륜 전쟁범죄에 대해 러시아는 전 세계로부터 규탄받아 마땅하다. 전쟁의 총지휘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부터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는 '쓰는 놈(記者)'이다. 제도권 매체에서 벗어난 터라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자유롭게 쓰는 놈'의 양심을 걸고 말하건대, 이 시대 최고 권력은 검찰이다. 그리고 검찰권력의 정점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다. 제왕적 총장 소리를 듣던 현직 때는 물론이고 퇴직한 후에도 그렇다. 이른바 '본부장' 비리 의혹 수사가 한없이 더디거나 덮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한때 호감을 품었던 윤 후보를 작심하고 비판하는 것은 이 나라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후배 검사들을 이끌고 검찰공화국을 세우려는 그의 야심은 무모하고 위험하다. '검찰권력 해체'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한다.
군사정변 2년 뒤인 1963년 8월 박정희는 군복을 벗으면서 "다시는 이 나라에 본인과 같은 불운한 군인이 없도록 하자"고 말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 두 달 전에 열린 대장 전역식에서였다.
박정희에게 '불운'이 어떤 의미였든, 내가 보기에 윤석열 후보는 불운한 검사다. 사적으로는 '강직한 검사'라는 한때의 평판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적으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또는 남아 있는 후배 검사들의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검찰총장에서 대선후보로 직행하는 일은 삼가야 했다.
시대정신 : 검찰권력의 분산
윤 후보는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를 수사하겠다고 부르짖는다. 자신을 중용한 정권에 대놓고 '보복'을 선언하다니. 그 '부도덕한' 정권에서 붉은 완장 차고 숱한 사람을 감옥에 보낸 사람으로서 조금이라도 자성의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자기가 하는 건 다 옳고 공정하며, 자신에 대한 비판은 다 음해이고 정치공작이다. 이른바 '윤로남불'의 절정이다.
검찰총장 사직의 정당성에도 의문이 든다. 비록 최종 판결이 남았지만, 행정법원은 그에 대한 징계가 정당했다고 인정했다. 사퇴 명분으로 내세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결사반대는 검찰의 조직논리일 뿐이다. 검사 우위의 형사사법 체계에 길든 사람들이 거기에 동조한다. 그런데, 독립적인 수사청 설치는 민주당만의 주장이 아니다.
검찰 특수통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국정원장을 지낸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 역시 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친 곽상도 전 의원, 유승민 의원 등이 이미 비슷한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세부 방안이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본질은 같다. 과도한 검찰권의 분산이다.
검찰 수사권을 뺏는다는 주장은 억지다.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와 공공수사부(옛 공안부) 소속 검사들은 중수청으로 옮겨가서 계속 수사할 수 있다. 직장이 바뀌는 것뿐이다. 검찰 수사관들도 마찬가지다. 변호사, 경찰관은 물론 국세청, 금융감독원 직원 등도 중수청 수사관에 지원할 수 있다.
인원수로나 업무로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형사부/공판부 검사들은 하던 일 그대로 하면 된다. 기존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거듭난다. 경찰 수사 점검과 기소 및 공소유지라는 검찰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검찰개혁이 완성된다.
내가 만난 윤석열
나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검찰청을 드나들면서 사건 취재와 인터뷰를 많이 한 덕분에 공적/사적으로 아는 검사가 꽤 있었다. 윤 후보도 그중 한 명인데, 사적으로 친한 관계는 아니었다. 나와 가까웠던 전‧현직 검사들은 대부분 그의 윗 기수였다.
노무현 정부 때 대검 중수부 검사들 회식 자리에 우연히 동석한 적이 있다. 뒷날 박근혜 정부 검찰 최고위직에 오르는 모 간부가 좌장이었다. 구면인 다른 검사와도 인사를 나눴는데, 그는 10여 년 후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 실세로 군림했다. 그 술자리에 윤석열 검사도 있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그때만 해도 그의 존재감은 약했다.
윤 검사에게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2013년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댓글 사건)이다.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그는 특별수사팀장으로 활약했다. 취재 목적으로 종종 연락했다. 당시 검찰과 정권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법처리를 놓고 충돌했다. 검찰 주장대로 공직선거법을 적용하면 자칫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
버팀목이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국정원 발 혼외자 의혹으로 사퇴한 뒤 윤 검사는 외롭게 수사를 밀어붙였다. 그가 국정감사장에서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 직속상관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목할 때 나는 전율했다.
▲ 국정원 직원 체포 보고 경위 밝힌 윤석열 전 수사팀장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상부보고" 논란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참철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국정원 직원의 압수수색과 체포에 과정에 대해 설명한 뒤 제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임정현 서울고검장,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2013.10.21
항명 결과는 징계와 좌천이었다. 그가 지방 한직을 전전할 때 종종 통화했다. 수사권이 없는 대구고등검찰청으로 발령 난 그는 2년 뒤에는 대전고검으로 옮겨갔다. 검사장 승진을 내다보는 사람에게 두 차례나 고검 근무를 명한 것은 조직에서 나가라는 신호였다. 하지만 그는 꿋꿋이 버텼다.
항명 파동 이후 그에게는 '강직하고 의로운 검사'라는 평이 따라붙었다. 통화할 때마다 나는 그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뒷얘기를 끌어내려 했다. 인터뷰 요청에 그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자신은 그다지 정의로운 검사가 아니며 그냥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진보 진영에서 팬클럽이 형성된 데 따른 부담감도 드러냈다. 자신은 진보가 아니라면서. 나중에 서울로 복귀하면 술 한잔하기로 했다.
이런 인연으로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후 집무실에서 따로 만나 장시간 비공식 인터뷰를 했다. 한창 적폐청산의 칼을 휘두를 때였다. 노무현 정부 초기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주도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을 단독 인터뷰할 때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주된 대화 내용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전 정권 주요 인사에 대한 수사 뒷이야기와 소회,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혐의 분석과 야당(자유한국당)의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 재수사 요구에 대한 의견 등이었다. 나는 그의 말투에서 이 전 대통령 수사가 임박했음을 느꼈다.
기사를 작성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보도하지 못했다. 지난해 내가 <뉴스타파> 한상진, 심인보 기자와 함께 펴낸 <윤석열과 검찰개혁>(1부 '부풀려진 영웅신화')에는 당시 인터뷰 내용이 담겼다.
윤석열 검찰의 이상징후
2019년 조국 수사는 '윤석열 검찰'의 이상 징후였다. 장관 인사청문회 전 군사작전처럼 전개된 대규모 압수수색. 괴이하고 미심쩍은 일이었지만, 사모펀드를 비롯한 갖가지 혐의가 워낙 무거워 보여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강직한 검사' 윤석열에 대한 믿음이 한 가닥 남아 있을 때였다.
곧 정경심씨 전격 기소의 명분인 공소시효 만료 논리가 엉터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이 시작된 후 검찰이 이중기소, 즉 표창장 위조 시점/방식을 바꾸어 새 공소장을 제출하는 걸 보고 나는 거의 확신했다. 명백한 검찰권 남용임을.
이는 조국 전 장관 부부의 혐의와는 별개 문제였다. 권력형 비리도 아닌 과거의 개인 비리를 그토록 다급하고도 요란하게, 그토록 거칠고도 집요하게 파헤친 의도와 먼지떨이 수사방식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비판이 제기됐으니 생략하겠다.
내가 그를 역대급 검찰주의자로 꼽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11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대검 중수부 폐지를 결정하자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던 중수부 검사들이 집단 반발했다. 이들은 수사를 중단하고 피의자들을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항의를 표출했다. 그 중심에 선 검사가 바로 윤석열 중수2과장이었다. 당시 그의 직속상관은 우병우 수사기획관이었다.
2012년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이 충돌하는 '검란(檢亂)'이 벌어졌다. 한상대 총장이 중수부 폐지 방침에 반발한 최재경 중수부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게 발단이었다. 검찰 2인자인 채동욱 대검 차장을 비롯한 특수통 검사들이 중수부장 편을 들며 총장을 압박해 끝내 물러나게 했다. 그때 앞장선 검사 중 한 명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다.
윤 후보는 좋게 말하면 승부사 기질이 있다. 승부사는 결정적인 국면에서 자신을 내던진다. 운명에 대한 도박이다. 성공하면 영웅이요, 실패하면 이단아다. 그 점에서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 때 평검사인 그가 사표를 품고 검찰총장을 찾아가 정몽구 회장 구속을 이끌어냈다는 일화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때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수사 외압을 폭로한 것은 일맥상통한다.
조국 수사도 일종의 승부수였다. 여권의 공격은 그를 반대쪽 사람들의 영웅으로 만들었다. 야당 대선후보의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검찰개혁과 적폐 수사에 짓눌렸던 검사들은 그 수사를 기점으로 똘똘 뭉치며 반격에 나섰다. 윤석열 사단 인사 독식에 대한 검찰 안팎의 비난도 잦아들었다.
그에게 검찰은 절대선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조직을 건드리면 참지 못한다. 물러서는 게 아니라 외려 더 세게 나아간다. 그것이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조국 수사를 그렇게 펼칠 게 아닌데, (여권에서) 조국 수사를 너무 많이 공격했지"라는 김건희씨의 녹취록 발언도 참고할 만하다.
검찰청 앞 촛불시위를 촉발한 조국 수사 이후 아예 청와대를 직접 겨냥한 수사를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직자 감찰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겠다며 민정수석실을 압수수색하고,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면서 전 정무수석 등 13명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대통령을 30여 차례 언급했다.
윤석열이 대통령 되려는 이유?
윤 후보가 내놓은 사법개혁 공약의 핵심은 검찰권 강화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속셈은 따로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검찰개혁을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만 해도 그렇다. 수사지휘권과 수사 독립성은 별개다. 정권과 검찰이 한 통속이던 시절, 대통령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검찰을 관리하고 통제했다. 굳이 서면으로 공식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었다. 개인적 한풀이가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총장 재임 중 그와 그의 처가, 측근 검사들이 연루된 사건들에 대해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일을 떠올리게 하니 말이다.
2020년 하반기 현직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가 화제일 때 나는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윤 총장이 대통령이 되려는 이유 중 하나가 '윤석열 사단 구제'라고.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벌였다가 인사보복을 당했다는 검사들 말이다.
그때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공감한다. '독립투사' 한동훈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겠다는 구상을 윤 후보가 공개적으로 밝히는 걸 보고서다. 아마도 한 검사는 그 자리를 연임한 뒤 총장에 올라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문재인 정부에서 '핍박받은' 검사들은 중용되고, '친정권'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은 학살당할 것이다. 그렇게 검찰공화국의 정의가 실현될 것이다.
1400년 전 고구려 장수 을지문덕은 대군을 이끌고 침략한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한시를 지어 보냈다. <삼국사기>에 실린 '여수장우중문(與隋將于仲文詩)'이라는 시다.
귀신같은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신책구천문(神策究天文)]<br />오묘한 꾀는 땅의 이치를 깨우쳤네 [묘산궁지리(妙算窮地理)]<br />싸움에서 이긴 공이 이미 높으니 [전승공기고(戰勝功旣高)]<br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이르노라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
민주당 심판도, 정권교체도 좋다. 그것이 민심이고 시대정신이라면. 하지만 검찰공화국은 아니다. 한때 그와 인연을 맺었던 '쓰는 놈'의 소박한 바람이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침공했다. 푸틴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를 흐르는 드네프르(우크라이나명 드니프로)강을 건넜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다. 러시아의 침공은 작년 12월 15일 러시아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에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협정문 초안을 보낸 후, 즉 최후통첩을 한 후 불과 두 달 만에 이뤄졌다. 예상을 뛰어 넘어 우크라이나 전면 공격을 감행한 러시아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갈등의 뿌리를 살펴봐야 한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그 지위를 승계한 러시아는 쇠락한다. 그런데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가 동진(東進)을 시작한다. 1999년 폴란드, 체코, 헝가리를 시작으로 2004년에는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이 나토에 가입했다. 러시아는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미국이 소련에 한 약속에 어긋난다고 반발한다. 푸틴은 2007년 뮌헨안전보장회의에서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를 강력히 성토한다. 나토의 동진으로 러시아의 안보 위협이 커졌음을 표명하고, 나토의 추가 확대를 경계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여부가 초점이었다.
2005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로 부임한 윌리엄 번스(William J. Burns)는 회고록 에서 2008년 초 당시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에게 보낸 이메일을 소개한다. 여기서 그는 우크라이나, 조지아의 나토 가입 추진이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특히 우크라이나의 가입은 푸틴 뿐만 아니라 러시아 지도층이 일치해 반대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그는 나토의 동진으로 인해 러시아와 조지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견을 표명한다. 그러나 그의 견해는 묵살된다.
2008년 4월 나토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한다. 러시아는 이를 저지하려 한다. 당시 조지아의 대통령 미하일 샤카슈빌리는 나토 가입을 추진하고 친미적 행보를 보였다. 그에 따라 조지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는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의 개입을 원했다. 조지아가 2008년 8월 7일 남오세티야를 공격하자 러시아는 다음날인 8일 조지아를 침공한다. 조지아군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한 채 4일만에 항복한다. 서방측은 군사적 개입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 전쟁으로 남오세티야 자치공화국은 물론 압하지야 자치공화국도 조지아로부터 실질적으로 독립한다. 러시아가 실력으로 조지아 세력을 약화시키고, 조지아를 견제할 발판을 만든 것이다.
한편 우크라이나에서는 2004년의 오렌지혁명으로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정권이 탄생했으나, 이후 분열과 내부 정치지형의 변화로 인해 2010년에는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2013년 우크라이나의 외환보유고가 극도로 낮아지자 서방 측과 러시아는 각각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나선다. 야누코비치 정권은 2013년 12월, 유럽연합(EU)의 제안을 거절하고 러시아 안을 수용한다. 이를 계기로 반러-친서방 세력의 반대가 격화했고, 수도 키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는 2014년 1월에서 2월 초중순까지 대규모 시위가 이어진다. 바로 유로마이단(마이단 혁명)이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2월 22일, 야누코비치를 탄핵한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임시정부가 수립된다.
여기서 특기할 점은 러시아는 유로마이단을 서방 측이 배후에서 개입한 쿠데타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 쿠데타를 주도한 세력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협력했던 파시스트 그룹, 예를 들어 스테판 반데라(Stepan Bandera,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조직(OUN) 지도자)를 추종하는 세력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러시아는 이들을 신나치 세력(neo-Nazi)으로 지칭한다. 이들이 주축이 돼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언어와 러시아 문화 배척이 일어나고,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 박해가 발생한다고 본다.
한편 친러시아 지역인 크림반도에서는 임시정부에 반대하는 집회가 계속됐다. 이에 러시아는 2014년 2월 27일부터 무장병력을 투입해 크림반도의 주요 시설들을 점령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3월 21일 크름자치공화국의 합병 문서에 최종 서명하면서 크림반도의 러시아로의 병합이 이뤄졌다.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Sevastopol)항은 러시아 해군 기지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 항구가 나토의 해군기지가 되는 걸 러시아는 결코 용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러시아계 주민 비율이 높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2014년 4월부터 돈바스 지역의 친러 반군과 이들을 진압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군 간에 교전이 시작됐다. 그 해 5월에는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위한 자체 주민투표가 실시됐고, 그 투표 결과에 따라 지역민들은 각각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이라는 자치공화국 수립을 선언했다. 이들은 크림반도처럼 러시아로의 병합을 원했지만, 전략적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기에 국제여론을 고려한 푸틴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반군들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끊임없이 자치권을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두 세력 간 무력 충돌은 시간이 지날수록 큰 피해를 낳았다. 잦은 분쟁으로 피해가 커지자 2014년 9월 갈등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중재 아래 12개 항목으로 구성된 '민스크 협정1'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민스크 협정1' 위반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자, 2015년 2월 독일, 프랑스, 러시아의 중재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루간스크, 도네츠크 대표들이 벨라루스 민스크에 모여 협상 끝에 13개 조항이 담긴 '민스크 협정2'에 합의했다. 연방정부를 구성해 돈바스 지역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이후 2015년 2월 말까지 돈바스 지역에서 중화기 철수가 이루어지는 등 제2차 협정은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조항들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이 이견을 보이면서 결국 협정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돈바스 지역에서의 무력 충돌은 멈추지 않았다. 2014년부터 2020년 사이 1만3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작년 후반부터 금년 초, 양측 간 공방은 가열되고 인명 피해도 늘어났다.
이 상황에서 푸틴은 지난 2월 21일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을 독립국으로 승인하고, '러시아-DPR∙LPR 간 우호∙협력∙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돈바스 지역에 군사적 개입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3일 후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 우측 하단)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사진 좌측). ⓒ연합=AP
러시아는 침공 목적을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해체(demilitarization)와 나치 세력 제거 (denazification) 로 제시했다. 러시아를 향한 군사적 위협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러시아와 러시아인에 극단적으로 적대적인 신나치 세력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돈바스, 크림반도를 제외한 지역에는 점령의사가 없음을 러시아는 처음부터 밝혔다. 두 가지 목적이 달성되면 바로 철수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을 어떻게 봐야 할까? 국제법 상으로는 러시아의 잘못이다. 이게 상식에도 부합한다. 그런데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존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 시카고 대학 교수다. 그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병합한 후 미국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힘으로 크림반도를 병합한 러시아의 행태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이 사태의 책임은 서방 측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낯선 주장을 좀 더 깊이 살펴보자.
그의 입장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근본 원인은 서방 측의 나토 팽창, 즉 우크라이나를 서방 영향권에 편입하려는 시도이므로 서방 측에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합법적으로 선출된 친러시아 대통령을 축출한 게 결정적 도화선이 된 가운데, 크림반도에 나토의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걸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힘으로 병합했다는 것이다.
미어샤이머 교수가 보기에 서방 측과 러시아 측의 사고방식에는 중대한 간극이 있다. 서방은 냉전이 끝난 상황에서 자유주의적 세계관에 기해 세계가 운영될 수 있다고 믿는다. 미국 지도자들은 냉전 종식으로 국제정치는 근본적으로 변했고, 새로운 초국가적 질서가 과거 유럽을 지배하던 현실주의 논리를 대체했다고 인식했다. 러시아도 미국을 자애로운 패권국가로 수용하고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유라시아 전 대륙을 서유럽처럼 만들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여전히 현실주의에 기해 사고하고 행동한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서방 측 요새로 만들려 했지만,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핵심적 이익이 걸린 우크라이나를 적대적 세력이 지배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을 저지하려 하고, 그 일환으로 조지아를 침공했다. 즉 국제 관계를 철저히 세력 관계로 보는 현실주의적 러시아로서는 전략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미어샤이머 교수의 시각이다. 강대국은 자국 인근의 잠재적 위협에 언제나 민감하다. 이게 지정학의 기본 철칙이다. 미국은 이미 19세기 초 먼로 독트린을 천명하고 이를 관철해왔다.
러시아와 달리 서방 측에 우크라이나는 전략적으로 핵심이익이 아니다. 서방이 크림반도 합병에도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저지하는 않은 게 그 증거라고 미어샤이머 교수는 주장한다. 대신 서방 측은 경제제재를 사용하나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고, 경제제재는 유럽에도 피해가 따른다고 지적한다. 서방 측이 크림반도 병합 이후에도 계속해서 우크라이나를 서방 측 영향권에 편입하려고 하면 러시아와 적대관계는 더 증폭되고, 그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파괴될 것이라는 섬칫한 예언을 미어샤이머 교수는 일찍이 했다. 이 예언이 8년 후 현실화 됐다. 러시아의 이번 침공은 크림반도 병합 사태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다.
강대국들의 국제관계에서는 흔히 '힘이 곧 정의(might often makes right)'가 된다고 그는 우울한 진단을 한다. 자결권 같은 추상적 권리는 강대국이 약소국과 대결할 때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냉전 당시 쿠바가 소련과 군사동맹을 체결할 권리가 없다고 미국이 생각했듯이, 러시아도 우크라이나가 서방 측의 군사기지가 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중요한 군사협정을 무력화했다. 2001년에 탄도탄요격미사일 조약(Anti-Ballistic Missile (ABM) Treaty)을 파기했고, 2019년에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INF) Treat)을 파기했으며, 2020년에는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에서 탈퇴했다. 유럽과 러시아에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할 장치들이 사라진 후, 우크라이나에 핵과 미사일이 배치된다면 러시아에는 생사가 걸린 위협이 된다고 러시아는 주장했다.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 중심가의 1일(현지시간) 모습. 시 관계자는 지방정부 관사 인근에 미사일 공격이 가해졌다고 주장했다. ⓒ연합=REUTERS
미어샤이머 교수의 8년 전 글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후 당시 상황을 분석하고 이후 전개를 예측한 것이지만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늦어도 2008년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강대국 간의 대립과 갈등이 오늘의 사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섣불리 예상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주요 군사력이 제거되고, 서방 측 군사개입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게릴라전 형태의 소규모 전투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다. 러시아도 처음부터 우크라이나 점령이 목표가 아니라고 밝힌 이상 우크라이나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조속히 종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2월 28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종전을 위한 일차 협상을 시작했다고 하니 일말의 희망을 가져본다.
문제는 종전 그 자체가 아니라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의 위상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 원인은 결국 강대국 간의 세력 다툼이다. 우크라이나는 그 와중에 전쟁터가 되고 파괴된다. 이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어샤이머 교수의 제안대로, 우크라이나는 친서방도 친러시아도 아닌 중립국이 되어야 한다. 우크라이나도 이번 사태를 경험하면서 서방 측이 결정적인 시기에 도와주지 않음을 알았을 것이다.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에 우호적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오스트리아나 핀란드처럼 중립국으로 위상을 정립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미 군사력이 제거된 상태에서 더는 누구에게도 위협이 될 수 없다. 우크라이나를 두고 쟁탈전을 벌인 서방 측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경제지원을 해서 신속한 재건을 도와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측과 러시아 사이의 중립적인 완충국으로 거듭나면서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사회적으로 안정되는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한 이후 세계질서는 어떻게 될까? 이번 침공으로 러시아는 이제 서방측 공동의 적이 됐다. 신냉전이 본격화하고, 러시아 봉쇄전략으로 경제제재 등이 실행되면서 대립이 지속될 것이다. 향후 여러 분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선 유럽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유럽연합과 나토가 유럽의 평화를 보장한다는 생각은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다. 유럽의 안전은 유럽연합과 나토 핵심 멤버 방어로 축소될 지도 모른다. 발트3국, 폴란드, 루마니아, 터키 등의 불안이 커질 것이다. 터키는 종전처럼 서방 측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더는 하지 못하고, 서방 측에 경사될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군사력이 약한 독일의 안보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완충지대였던 폴란드, 발트3국 등이 러시아로 인해 불안해지면서 독일도 안전하지 않게 됐다. 이에 대응해 독일은 군비 확대에 나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독일 연방군의 군비 증강에 올해 1000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상대적으로 군사력이 강한 프랑스, 영국은 독일의 군사대국화를 한편으로는 우려할 것이다.
물론 변화의 핵심적 역할은 미국이 담당한다. 미국은 유럽으로 중심축을 이동할 것이다. 이로 인해 대 아시아 투입 역량은 줄어들 것이다. 중국이 반사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 동안 느슨해졌던 미국의 유럽과 나토에 대한 지배력은 더 커질 것이다.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의 유럽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도 커질 것이다. 독일이 러시아와 추진해오던 가스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가 좌초되면서,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량이 늘어날 것이다.
이에 대응해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블록이 형성될 것이다. 서방 측에 대한 대항 블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4일 베이징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하고, 민주·발전·안보·질서에 대한 두 나라 입장을 담은 '신시대 국제관계와 글로벌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이 성명에서 나토의 확장 중단을 촉구했다. 중국은 러시아를 가장 중요한 전략 동반자로 선언했다. 러시아는 극동 지역에서 중국에 10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노르트스트림2의 좌초에 대한 대안이다.
최근 러시아 외교국방정책위원회 명예의장인 세르게이 카라가노프(Sergey Karaganov) 교수는 러시아의 새로운 외교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서방 측과의 관계는 건설적 파괴(constructive destruction) 시대에 접어들었고, 새로운 유라시아 외교가 중심이 됐다고 밝혔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방과의 관계 강화에서 러시아의 미래를 찾겠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전략적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러시아는 서방 측의 제재로 인한 피해를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다. 러시아의 중국의존도가 커지면서 중국의 상대적 위상이 높아지겠지만, 서방과의 대결구도가 고착화되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중국-러시아 블록에 이란이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들도 참여할 것이다. 만약 중국-러시아-이란 블록이 형성되면 과거의 냉전과는 다른 양상을 띨 것이다.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블록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전략가 브레진스키가 가장 경계하던 구도이다.
러시아는 서방측의 내부 분열을 시도할 것이다. 신냉전의 격화로 유럽도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므로, 이를 빌미로 유럽의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다. 가스와 오일 등 에너지 가격을 무기화해 물가인상을 유발한다면 인플레이션을 더 가속화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난민 유입으로 유럽의 포퓰리스트 정치세력이 더 강화될 수도 있다. 올해 11월에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선거는 그래서 중요하다. 미국의 경제난, 사회적 분열로 야당이 의회선거에서 승리하면 바이든 행정부에는 타격이 예상된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신냉전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만약 트럼프 또는 트럼프의 고립주의를 지향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국제관계는 급속히 변할 수도 있다. 러시아는 다양한 방식으로 서방 측의 정치 여론에 영향을 끼치려 할 것이다.
현대 전쟁은 군사전쟁, 경제전쟁, 금융전쟁, 정보전쟁, 정치전쟁, 여론전쟁 등 다양한 분야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이다. 신냉전은 아주 고도화된 하이브리드 전쟁이 될 것이다. 강대국들은 여러 자원을 활용해 이 전쟁에 임할 것이다. 핵전쟁으로까지 발전하지는 않겠지만 중동 등에서 대리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서방 측과 러시아 사이의 오랜 갈등의 산물이다. 이번 사태는 전세계의 지정학적 구도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매우 큰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강대국들의 전략적 이익이 날카롭게 교차하는 한반도에도 먹구름이 몰려올 수 있다. 그 어느 때 보다 국제적 흐름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중국-이란으로 이어지는 신냉전 블록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은 국제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EPA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정부의 방역패스 잠정 중단 조치에 대해 “오미크론 대응에 있어 득과 실을 냉철하게 따져 보고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다만 “방역패스를 잠정 중단했다고 해서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떨어진 것은 아니”라며 “예방접종 참여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의 방역패스 잠정 중단 조치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여러 가지 검토와 고민 끝에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백신 접종률 속에서 여러 건의 법원 판결로 인해 현장의 혼선이 누적되고 있는 점에 더해 또 무엇보다도 지금은 보건소의 행정부담을 줄여 그 역량을 고위험군 보호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 이런 것들을 고려한 결정이었음을 국민 여러분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이어 “지금은 ‘위중증과 사망 최소화’라는 우리들의 명확한 목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요양병원·요양시설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서두르고, 노바백스 백신을 활용해 미접종자를 계속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역패스를 잠정 중단했다고 해서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떨어진 것은 결코 아니”라며 “예방접종은 여전히 오미크론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또 김 총리는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서도 현재의 방역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오미크론 대응 목표의 관점에서 조정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모아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협상이 28일(현지시각) 벨라루스에서 5시간 동안 열렸다. 자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은 가운데, 양측은 며칠 내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러시아 대표단은 회담 합의를 기대할 만한 일부 지점들을 찾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을 지속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양국 대표단이 정전과 적대행위 종식을 논의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는 첫 번째 협상을 했다”며, “2차 회담에서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휴전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전쟁 발발 원인에 대해 ‘러시아의 구소련 부활 야망’으로 몰고가는 서방언론의 여론 공세가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순히 러-우크라 사이의 교전이 아닌 만큼 이 전쟁에 깊숙이 관여한 미국의 모략을 파악해야 정확한 원인 진단이 가능해진다.
▲(왼쪽부터)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형제의 나라
2014년 유로마이단 사태 이전까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형제의 나라였다.
국경을 맞댄 두 나라의 뿌리는 고대 국가 ‘키예프루스’이다. 키예프는 지금 우크라이나 수도이고, 러시아는 ‘루스의 땅’이라는 뜻이다. 이름만으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임을 알 수 있다. 각국의 언어를 사용해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만큼 거의 같은 말을 사용한다.
한 국가였던 구소련 시절,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흐루쇼프와 뒤를 이은 브레즈네프도 우크라이나 출신이다. 이 때문에 소련 해체 후에도 우크라이나는 친러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4년 오렌지 혁명 이후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한 친미 성향의 야당이 폭동을 일으켜 정권을 찬탈한 일명 ‘유로마이단’ 사태가 발생한다.
이후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나토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서부의 과도정부는 동부와 통합해 EU 가입과 나토 동맹을 추진한다.
자연히 가운데 위치한 크림반도를 축으로 동서부의 교전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돈바스 전쟁이라고 부른다. 현재의 교전 상태도 돈바스 전쟁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
약속을 위반한 미국의 나토 동진
1991년 소련을 해체할 당시 미국은 나토가 동유럽으로 동진하지 않겠다고 러시아와 약속했다. 하지만, 1993년부터 구동독 지역에 나토군이 주둔했고, 1999년 헝가리, 폴란드, 체코 3국을, 2004년에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발트 3국과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을 회원국으로 편입했다. 이후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등이 가입해 NATO 동맹국은 30개국으로 늘어났다.
나토의 동진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에 심각한 군사적 위협이다. 그런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19년 2월 개헌을 통해 나토 동맹과 EU 회원국 가입을 국가 주요 목표로 설정하면서 러-우 갈등은 더욱 첨예해졌다.
미국의 신냉전, 러시아 악마화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몰락 위기에 직면하자, 미국은 중국, 러시아, 북한(조선)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를 악마화해 신냉전 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수립한다.
홍콩 사태와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을 악마화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부를 부추겨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공격하므로써 러시아의 침공을 유도했다.
사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편입되면 나토 미군의 미사일이 모스크바까지 도달하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절대 허용하지 않으리란 것을 미국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미국이 핵보유국인 러시아와 전쟁을 불사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켜 친서방 언론을 이용해 러시아를 악마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부는 이런 미국의 계략에 보기 좋게 놀아났다. 젤렌스키는 나토와 미군이 러시아의 공격을 막아 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수도 키예프까지 진군해 오는 동안 미국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만 보다가, 나토군의 참전 대신 겨우 러시아에 경제 제재만 가할 뿐이다.
휴전협상이 난항인 이유
교전 4일째, 우크라이나 전쟁이 협상 국면으로 흐르자, 미국과 EU는 오히려 전쟁에 기름을 부었다.
28일 EU 집행위원장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지지와 나토 국가들의 무기 추가 지원 의사를 밝힌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는 서부지역을 장악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EU 회원국 가입과 나토 동맹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겨우 실마리가 풀려 가는 협상 국면에 미국과 EU가 대놓고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EU 후보국이나 예비 후보국에도 오르지 못한 우크라이나를 갑자기 회원국에 가입시키겠다는 발표도 그렇고, 나토의 동진을 저지하겠다는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군에 나토군 무기 지원을 약속한 것을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에 휴전협상을 질질 끌면서 러시아를 더욱 악마화하라는 미국의 압력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동부를 이미 장악한 러시아군은 수도 키예프 10Km까지 진격해 왔다. 2차 휴전협상까지 미국이 무엇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꼬드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세계 최강의 러시아군 무력 앞에 젤렌스키 정부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전처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형제국으로 지낸다면 러시아군의 침공이 두려워 나토를 끌어들이는 강요된 선택은 더는 필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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