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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 선거 가른 건 타이완 청년의 ‘망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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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
  • 등록일
    2020/01/29 07:44
  • 수정일
    2020/01/2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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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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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완·양첸하오 (프리랜서 기자)
  •  호수 645
  •  승인 2020.01.28 11:58
 
타이완 총통 선거 결과 차이잉원 총통이 재선에 성공했다. 민진당은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과반을 차지했다. 홍콩 시위와 중국의 위협을 지켜본 젊은 층이 투표에 적극 나선 결과다.
ⓒ양첸하오 제공총통 선거 전날인 1월10일 한 남성이 “오늘의 홍콩은 내일의 타이완”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오늘의 홍콩은 내일의 타이완이 될 수 있다. 내일 꼭 한 명 한 명 이끌어 집에 돌아가 투표하라! 홍콩인 올림.’

제15대 총통 선거를 하루 앞둔 1월10일 오후 타이베이 총통부 앞 사거리는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선거 집회가 한창이었다. 번잡한 와중에도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남성이 눈에 띄었다. 그가 직접 만들었다는 손 피켓을 본 타이완 시민들은 “홍콩 파이팅!”을 외치며 지나갔다. 이 남성 역시 “타이완도 파이팅! 내일 꼭 투표하세요”라고 일일이 화답했다.

집회가 마무리된 밤 11시께, 타이베이 버스터미널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타이완 중남부 지방으로 가는 버스는 모두 매진되어 다음 날 오후 3시30분에야 탈 수 있을 정도였다. 공항 역시 투표를 하기 위해 귀향한 인파로 북적였다. 미국 시애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첸여우징 씨(30)도 그중 한 명이었다. 가오슝 시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진학 이후 10년 가까이 미국에서 거주 중이었다. 11시간 넘는 비행 목적은 단 하나, 투표였다.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첸여우징 씨에게 홍콩은 ‘남 일’이 아니었다. “친중 세력인 국민당을 막아야 한다. 여론조사로는 차이잉원 현 총통 지지율이 20~30% 앞서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

 
ⓒAP Photo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1월11일 선거에서 승리한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타이완 가오슝은 한국의 ‘광주’ 같은 의미를 갖는 지역이다(가오슝은 중국 본토에서 타이완으로 피신한 장제스 국민당 정부의 권위주의 통치에 정면으로 맞섰던 도시다). 그러나 2018년 11월24일 가오슝의 지방선거에서는 20년 만에 야당인 국민당 후보가 승리했다. 집권세력 민진당은 참패했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성이 큰 이 도시에서 당선된 한궈위 가오슝 시장은 이 승리를 발판으로 이번 총통 선거에 출마했다. 당시만 해도 2020년 선거에서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 정부가 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이런 와중에서 검은 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익명의 홍콩인이 타이완에 보낸 당부가 시민들을 격동케 했다. 그의 피켓 시위 다음 날인 1월11일 선거 투표율은 74.9%로 2016년에 비해 8.6%포인트 올랐다. 총통 선거(대선) 개표 결과 민진당 후보인 차이잉원 총통은 817만 표(57.1%)로 재선에 성공했다. 국민당 한궈위 후보는 552만 표(38.6%)에 불과했다. 동시에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총선)에서도 민진당은 강세를 보였다. 61석을 얻으며 총 113석 중 과반을 차지했고, 정치 신인 다수가 국민당 강세 지역에서 당선되며 의미를 더했다.

선거를 앞둔 정당들은 암탉이 병아리들을 데리고 다니듯, 총통 후보가 입법위원 후보들과 유세를 함께 다니곤 한다. 하지만 한궈위 총통 후보는 겨우 1년 사이에 입법위원 후보자들이 기피하는 인물이 되었다. 친중파인 한궈위 시장은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는 데 거침없었다. 2019년 5월 가오슝 시의회에서 열린 시정질의가 대표적이다. 가오민린 민진당 시의원은 중국과 경제협력을 추진하려고 하는 한궈위 시장에게 어떤 방식으로 협력이 추진되는지 물었다. 한 시장은 “제가 타이완을 사랑하는 마음은 당신보다 적지 않다”라고 답하는 등 질문을 피해갔다.

ⓒEPA1월11일 한궈위 후보(가운데)가 선거 패배를 시인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러다 타이완이 망한다”

동문서답은 시정질의 때마다 반복됐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시의회는 아예 시정질의 운영방식을 바꿔버렸다. 과거에는 등록 절차만으로도 질의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등록자 중 추첨을 거쳐 ‘당첨’된 의원만 시장에게 질의할 수 있다. 가오민린 시의원은 “질의권을 박탈당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질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된 직후 한궈위 시장 지지자들에게 수없이 시달리기도 했다. “사무실로 협박 전화가 걸려오거나 SNS를 통해 ‘당신을 죽이겠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한궈위 시장 저격수’는 시장 지지자들의 폭언에 기죽지 않았다. 가오민린 시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궈위 시장은 지각, 조퇴, 결근을 일삼았다. 2019년 9월에는 일본에서 온 학자들과 접견하는 자리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 “오늘은 제가 지각하지 않고 오히려 일본 손님을 25분이나 기다렸다”라고 언론에 이야기한 게 화근이었다. 보도를 접한 일본 학자들은 한궈위 시장 측이 약속 시간과 장소를 마음대로 바꿨다고 SNS에 폭로했다. ‘타이완의 국제 이미지가 손상됐다’는 여론의 비판이 거셌다. 한궈위 시장의 능력과 자질도 입길에 올랐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견고해 보이던 한궈위 시장의 지지율은 홍콩에서 시작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시위가 거듭될수록 주저앉았다. 타이완 시민들은 홍콩 경찰의 무력진압에 큰 충격을 받았다. 차이잉원 총통은 동요하는 민심을 붙잡기 위해 여러 차례 홍콩 시위와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타이완은 일국양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홍콩을 응원하는 동시에 타이완 국민을 향한 ‘공약’이 담긴 메시지였다. 한궈위 시장은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이 홍콩 시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시사IN> 제626호 ‘타이완 총통 선거 변수로 떠오른 홍콩’ 기사 참조).

총통 선거를 열흘 정도 앞둔 지난해 12월29일 토론회는 ‘결정타’였다. 장기화되고 있는 홍콩 시위에 대한 질문이 여럿 나왔다. 홍콩 시위 여파는 국가안보 관점에서 타이완에 매우 중대했다. “베이징 당국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타이완의 주권, 존엄, 민주와 자유를 지키는 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한 후보는 기자를 질타하는 방식으로 답했다. “당신의 질문이 타이완을 편협하게 만들고 있다. 당신이 가진 이데올로기가 스스로를 묶고 있다. 나는 타이완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우리는 모두 타이완에서 죽고 묻힌다. 우리가 이 국가를 수호하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는가.” 정작 어떤 방법으로 국가를 수호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회피했다.

지난해 타이완에서는 ‘망국감(亡國感)’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나라가 망한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말이었다. 홍콩 시위와 중국의 위협을 지켜본 젊은 층이 특히 ‘망국감’에 공감했다. 이들에게 한궈위 후보는 필사적으로 당선을 막아야 하는 대상이다. 한 30대 유권자는 “한궈위 후보 같은 사람이 타이완을 대변해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낸다고 생각하면 정말 무섭고 부끄럽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만만치 않은 차이잉원 총통의 앞길

국민당 내부에서도 한궈위 후보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국민당 원로인 자오서우보 전 행정원(내각) 비서장은 한궈위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언행을 조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작 선거팀은 당내 원로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자오서우보 비서관은 한궈위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자오서우보 비서관은 총통 선거 패배 원인을 이렇게 짚었다. “가오슝 시장에 당선되면서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불과 몇 개월 사이 총통 출마선언을 했다. 그의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겠지만, 중도층은 약속을 가볍게 뒤집는 사람에게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불투명한 행보를 보이면서 차이잉원 총통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한 후보를 지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한궈위 후보가 중도층 지지율을 깎아먹는 동안 민진당은 쇄신을 거듭했다. 특히 망국감을 느끼고 있는 젊은 층을 공략하는 데 힘썼다. 2014년 ‘해바라기 학생운동(중국과의 무역협정 반대를 위한 국회 점거시위)’을 이끌었던 린페이판을 당 부비서장으로 영입해 정책 및 선거전략 결정권을 주었다. 또 차이잉원 총통은 자신과 갈등 관계에 있던 쑤전창 전 주석을 행정원장(총리)으로 임명하며 정부 차원에서 신속한 여론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나갔다. 행정원 공식 SNS 채널을 적극 활용해 실시간으로 가짜 뉴스에 대응하고 정책 설명을 이어갔다. 차이잉원 총통은 개인 유튜버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스스럼없이 질의응답을 나누기도 했다. 콜라스 요타카 행정원 대변인은 “개혁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하면 여론의 불만을 초래한다는 걸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배웠다. 인터넷과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할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역대 최고 득표로 재선에 성공한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의 앞길은 꽤 험난할 예정이다. 민진당 당선은 중국 정부가 원하지 않은 결과다. 타이완 정치계와 학계는 중국 정부의 강압이 더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타이완 정치 분야 전문가인 천팡위 미국 워싱턴 DC 싱크탱크 방문학자는 “중국은 점점 더 타이완의 여론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이 경우 협상이나 담판도 불가능해진다. 민진당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여지도 그만큼 좁아지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멍즈청 타이완 성공대학교(國立成功大學) 정치학과 교수는 중국과의 관계보다 타이완 내부 정치에 더 방점을 찍었다. “차이잉원 총통의 이번 승리는 양안(兩岸:중국과 타이완) 관계에 크게 힘입었다. 하지만 타이완 내부 경제 문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면 언제든 한궈위 같은 포퓰리즘 정치인이 등장할 수 있다.”

한편 총통 선거에서 패배한 한궈위 후보는 가오슝 시장직으로 돌아가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 가오슝 시민단체연합이 시장 탄핵 절차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민소환제와 비슷한 과정을 통해 이르면 5~6월쯤 한 시장의 파면을 다투는 찬반투표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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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우한에 전세기 투입… 입국자 14일 동안 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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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01/28 10:49
  • 수정일
    2020/01/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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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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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정부도 우한에 전세기 투입
 
임병도 | 2020-01-28 09:29:5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시에 남아있는 교민 600여 명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한 전세기가 투입됩니다.

주우한대한민국 총영사관은 27일 홈페이지에 ‘전세기 신청 공지’를 올렸습니다. 우한 주재 한국총사관은 전세기 탑승자는 1월 28일 오전 9시까지 신청해야 하며, 접수 확인 메일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복 신청이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우한 주재 한국총사관은 전세기 비용은 무료가 아니라 성인 1인당 30만 원이며 한국 도착 후 지불해야 하며, 미리 지불한다고 해도 전세기 탑승이 불가할 수 있음을 공지했습니다.

중국 국적자는 탑승 불가, 국내 입국 후 14일 격리

▲우한 주채 한국 총영사관이 공지한 전세기 탑승 안내문. 탑승권은 성인 1인당 30만원이며 국내 입국 후 최소 14일 이상 격리된다.

전세기가 투입되더라도 무조건 한국 탑승이 결정되지는 못합니다. 우선 중국 국적자는 중국정부 방침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의 가족이라도 탑승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의심증상자 (37.5도 이상 발열, 구토,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는 탑승할 수 없고 중국 정부에 의해 우한에서 격리 조치될 예정입니다.

특히 증상이 없더라도 전세기를 타고 국내에 들어온 입국자들은 잠복 기간(최소 14일) 동안 국가 지정 시설에서 격리됩니다. 만약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탑승이 거부될 수 있습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정부도 우한에 전세기 투입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일본, 스페인, 미국 정부도 전세기를 투입해 자국민을 본국으로 대피시킬 예정입니다.

로이터 통신은 코로나바이러스 진원지인 우한은 사실상 폐쇄됐으며, 각국 정부가 수백 명의 시민들을 대피시킬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감염병이 발생한 지역에 전세기를 투입해 국민을 대피시키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세기 투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내 확산 우려에 대해 정부는 전세기에 방역 전문가 등을 투입해 기내에서 발열 등 증상 여부를 철저히 파악하고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 때 잠복기를 넘겨 발병한 경우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국내에 입국한 사람들을 최소 14일 이상 집단 격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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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이 준법감시위를 두려워할 것 같은가?

이재용을 계도할 수 있는 경제학적 방법

이완배 기자 peopleseye@naver.com
발행 2020-01-27 15:45:01
수정 2020-01-27 15: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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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이재용을 풀어주기 위해 다양한 밑밥을 까는 모양이다. 17일 재판부가 ‘회복적 사법’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들먹이며 “삼성이 만든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여부를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그런 맥락인 듯 하다.

이 논리를 간단히 풀이하자면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잘 운영하면 이재용의 형을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셀프 감시를 잘 하면 “참 잘 했어요”라고 상을 주겠다는 것인데, 그런 식이면 온 세상의 범죄자들에게 다 기회를 주자.  

범죄자들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위한 회복적 사법 관점에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범죄자들을 감시하게 하는 거다. 그리고 잘 감시하겠다고 다짐하면 형을 깎아주는 거다. 어떤가? 세상이 참 정의로워지겠지?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 하자는 짓인가? 

푸코의 감옥과 감시의 위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말하는 회복적 사법이란 결국 이재용 같은 범죄자가 앞으로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계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개념이다. 이는 삼성이 만들었다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을 계도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의 준법정신을 높일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웃기는 이야기다.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 미셸 푸코는 감시의 위력을 ‘감시받는다는 느낌’에서 나온다고 통찰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푸코가 드는 예가 팬옵티콘(panopiticon)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형태의 감옥이다. 이게 바로 팬옵티콘의 모습이다. 

팬옵티콘의 모습
팬옵티콘의 모습ⓒFriman

사진과 같이 팬옵티콘은 동그란 원형의 감옥이다. 그리고 각 감옥 문을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투명하게 만든다. 그 다음 원형건물 정중앙에 감시탑을 딱 하나만 세운다. 그런데 그 감시탑의 안은 밖에서 안 보인다. 감시탑에서 감옥 안을 관찰할 수는 있어도, 감옥에서 감시탑 안을 볼 수는 없다.  

이렇게 하면 완벽한 감시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감시탑 안에 몇 명의 간수들이 있건 상관없다. 심지어 간수가 한 명도 없어도 괜찮다.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감옥 안에 사는 죄수들은 ‘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받는다’는 느낌 때문에 움쭉달싹 못한다.  

이 감옥이 효율적인 이유는 ‘감시받는다는 느낌’ 때문이다. 이 느낌이 사람을 통제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이 만들었다는 준법감시위원회는 외부 기구도 아니고 삼성의 내부 기구다. 게다가 그 위원회 멤버들에게 월급을 주는 곳도 삼성이다.  

그런 기구 하나 만들어놓고 이재용이 감시받는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이게 범죄자들 가족에게 범죄자의 감시를 맡겨놓는 것과 뭐가 다른가? 장담하는데 이재용은 몇 년 지나면 준법감시위원회라는 게 존재하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이재용을 계도하고 싶다면 

경제학 게임이론에서는 상대를 계도하는 강력한 방법으로 ‘정의로운 보복’을 꼽는다. 이른바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이다. 팃포탯이란 ‘상대가 먼저 툭 치면 나도 맞받아서 툭 친다’라는 뜻이다.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 팃포탯에 가장 가깝다.

이 전략은 매우 단순하다. 상대가 협력하면 나도 협력하고, 상대가 배신하면 나도 배신한다. 즉 배신에는 배신으로 응대한다. 강력한 보복을 통해 ‘다시는 상대를 배신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사악한 자들이라도 배신을 중단한다. 배신하면 반드시 응징 받는다는 ‘느낌’ 때문이다. 미시간 대학교 정치학과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가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전제로 다양한 전략들을 경쟁시켰을 때, 팃포탯 전략은 압도적인 점수로 우승을 차지했다.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응징 받는다는 그 느낌이 사람을 계도시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갑질과 신뢰 상실 문제도 이런 정의로운 보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한진그룹 조 씨 일가 모습을 보라. 2018년 그 가족의 온갖 난동부리는 모습이 사회에 공개됐는데 이들이 반성을 하던가? 이 그룹의 총수인 조원태는 작년 성탄절 어머니 집을 찾아가 온갖 기물을 박살내는 패륜아의 모습을 또 보였다.  

한국 사회는 유난히 재벌들에게 “관용을 베풀고 기회를 주자”고 쉽게 말한다. 그 결과 그들은 감시받는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는다. 준법정신도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 삼성 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이재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을 잘 모른다는 것에 대해 이재용은 안타까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자신에게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날 그는 “비자금이나 차명계좌는 모든 기업이 공공연하게 갖고 있는 것인데 왜 삼성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짜증스러워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 조문을 마치고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 조문을 마치고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김철수 기자

보라, 이재용은 범죄를 저지르면 단죄를 받는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는 뭔가 특별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믿는다. 이재용이 왜 이런 생각을 가졌겠나? 죄를 저질러도 회복적 사법인가 뭔가 하는 이상한 개념을 들먹이며 사법부가 자꾸 그를 풀어줬기 때문이다.  

회복적 사법이라고? 사법부가 정말로 이재용의 준법정신을 회복하고 싶다면 그 방법은 하나다. 이재용은 대법원 판결로 전직 대통령 박근혜에게 87억 원의 뇌물을 바친 범죄자임이 확정됐다.

그렇다면 범죄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단죄를 하라. 그러면 이재용은 단번에 ‘아,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감옥에 가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이게 바로 이재용의 준법정신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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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거 아냐?'... 세월호 영화에 미국 관객들 두 번 울컥"

[인터뷰] 아카데미 후보 지명된 영화 <부재의 기억> 이승준 감독

20.01.28 07:12l최종 업데이트 20.01.28 07:12l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을 연출한 이승준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수동 작업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영화를 만든 목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을 연출한 이승준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수동 작업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영화를 만든 목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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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수 있었는데 못 살렸기 때문에, 모든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 거예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과 더불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에서 한국 최초로 단편 다큐멘터리 후보에 지명된 영화가 있다. 이승준 감독이 연출한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이다.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참사가 처음 시작됐던 2014년 4월 16일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영화는 처음 배가 기울었을 때 배 안의 승객이 119 상황실에 전화를 거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승객은 다급하게 "배가 바다에 가라앉고 있다, 이 배의 이름은 세월호다"라고 말한다. 119 상황실에서는 신고를 한 승객에게 배의 위도와 경도를 물어본다. 세월호 참사의 시작이다.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시점부터 시간 순서대로 꼼꼼하게 '국가의 부재'를 보여준다. 아이들이 선내에서 찍은 영상이 나오고 민간 잠수사들이 세월호 선내에 진입하는 과정이 나온다. 거기에 국민을 보호해주리라 믿었던 국가는 없다. 대신 영화에는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그렇게 구하기가 어려운지"를 묻는 대통령이 나온다.

이 영화는 기존에 나왔던 세월호를 다룬 많은 영화들처럼 진실 규명을 시도하는 영화는 아니다. 이승준 감독은 "치유되기 힘든 사회적 참사로 인한 고통의 근원을 들여다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 '고통의 근원'에는 "구할 수 있었는데 구하지 못했다"는 감정이 남아있다.

"국가의 부재 때문에 살릴 수 있었는데 못 살렸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그래서 가슴이 꽉 막히도록 고통스러운 거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는 게 극명하게 드러난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상징색인 노란색 털실로 만든 나비를 스웨터에 달고 온 이승준 감독은 간혹 대답을 하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수동 인근에서 그를 만나 영화 <부재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인터뷰 당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 감독의 사무실을 찾아 선물과 편지를 건넸다고 한다.

"노미네이션 되고 싶었다"
 
▲ 한국 다큐 최초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오른 ‘부재의 기억’ 외국 관객의 반응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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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의 기억>을 포함해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후보에는 총 다섯 편이 올라갔다. 이 중 네 편은 미국 작품이다.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지만 단편 다큐멘터리 중 미국 작품 외에 후보 지명된 유일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뜻 깊다.

이승준 감독에게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후보에 지명된 소감을 물었다. 담담한 답이 돌아왔다.

"지난 2018년 9월에 영화를 완성하고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상영회를 먼저 열었다. 영화 속에서 배가 나오니 한 두 분씩 상영회장을 나가시더라. 힘드니까.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유가족 한 분이 '세계에 좀 많이 알려주세요. 그거 하나 바랄게요' 그러시더라. 아시아에서 만든 작품을 노미네이션(후보 지명)시켜줄까 싶었기에 예상하지 못했다. 노미네이션 되고 나서 좋았던 건 그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쇼트리스트(예비 후보)에 올랐을 때는 정말 (최종 후보로) 노미네이션 되고 싶었다. 차이가 크다. 훨씬 더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더 알려진다. 다행이다 싶다. 다행이다."

어쩌면 <부재의 기억>은 아예 다른 주제로 만들어질 뻔했다. 이 감독은 2016년 말 미국 다큐멘터리 제작단체 '필드오브비전'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와 관련된 단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는 같이 일하는 감병석 프로듀서와 논의한 끝에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 제작을 역제안했다. 세월호 참사와 촛불정국이 긴밀하게 연결돼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프로듀서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다큐멘터리로 많이 만들어졌지만 그것과 별개로 계속 말해야 한다고 말이다. 고통이 있고 그 고통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고. 필드오브비전에서 제안이 온 뒤에 세월호유가족협의회를 만났고 협의회에서도 사고가 일어났던 때를 담담하고 차분하게 바라보는 작품을 찾고 있었다. 다행히 결이 맞았다."

이 감독은 2014년 4월 16일 참사 당일, 자신이 무얼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다큐멘터리 편집 작업에 한창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동료들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진도로 갔지만 그는 뉴스를 보는 것조차 힘겨웠다. 당시 중학생이던 딸 때문인지 교복 입은 애들만 봐도 견디지 못했다. 진도까지 가서 카메라를 들고 가족들을 찍을 자신도 없었다. 그는 당시 세월호를 기록했던 416기록단에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한 "마음의 빚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이 감독은 다시 한 번 2014년 4월 16일로 돌아가보고자 했다. 그는 처음부터 고집스럽게 사고가 났던 시간과 영상을 정확하게 일치시키고자 했다. "처음 생중계를 본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보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세월호 생중계를 보면서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힘들어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 잊는 것 같다.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한다. 한국 분들에게도 영화를 보여드릴 기회가 있었는데 많이 본 그림이고 모르던 사실이 나온 것도 아니었기에 반응이 뜨겁진 않았다. 아마도 익숙해서 그런 것 같다.

반면 미국 관객들이 있는 상영회를 가면 명확한 반응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세월호 선장이 먼저 배에서 탈출하지 않나. 그러면 웅성웅성댄다. 한국어로 하면 '어? 저거 어떡해?' '미친 거 아니야?'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중간 청와대에서 계속 세월호 영상자료를 요구한다. 그럴 때도 웅성웅성댄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행위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불을 켜면 외국 관객들은 훌쩍대고 눈물을 닦고 눈이 빨개져 있다. 끝나고 나서 내 손을 꼭 잡으면서 '우리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국가가 기능을 제대로 못해서 국민들이 죽기도 하고 고통받는다. 그건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가 아니다. 혹자는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국외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느냐고 묻는다.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란 거다. 고통이 국가의 부재에서 비롯됐고 이는 세계 어디서든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공통의 이슈로 볼 수 있다. 그 아픔을 잘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국내외에서 약 240만 명이 영화 <부재의 기억>을 봤다. 이 감독에게 좀 더 긴 영화로 만들어 한국 극장에서 개봉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개봉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영화가 짧기 때문에 세월호 유가족 분들이 간담회에 가실 때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 영화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잘 활용되고 있구나 싶었다"라며 "긴 버전을 만들면 아예 다른 영화가 되기 때문에 계획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감독은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영화 <부재의 기억>을 홍보하기 위해 1월 마지막 주 미국으로 출국한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음달 9일에 열린다. 현재 <부재의 기억>은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세월호 유가족이 아카데미 투표 프로모션을 위해 출국하는 이승준 감독에게 세월호 참사를 세계 많은 사람에게 알려달라며 건네 준 손편지 엽서와 노란 나비, 스티커를 들어보이고 있다.
▲  세월호 유가족이 아카데미 투표 프로모션을 위해 출국하는 이승준 감독에게 세월호 참사를 세계 많은 사람에게 알려달라며 건네 준 손편지 엽서와 노란 나비, 스티커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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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트럼프, 바이든 조사 대가로 우크라 원조 동결"

트럼프 "책 팔기 위한 거짓말"...상원 탄핵재판 '변수' 될까
2020.01.28 09:04:54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폭탄 증언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곧 발간될 저서에서 "작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우크라이나가 바이든 전 대통령 부자 등 민주당에 대한 조사를 도울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9100만 달러(약 4566억 원)의 군사 원조를 동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 요청과 관련해 어떤 '대가성 보상'이 없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를 뒤집는 주장이다.

볼턴 전 보좌관의 이 책은 제목이 '<그것이 일어났던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이며, 오는 3월 17일 출간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위터 해고'(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경질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를 당한 볼턴 전 보좌관은 그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숨기지 않았다.

안보보좌관이라는 자리의 성격상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상당한 정보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볼턴 전 보좌관이 탄핵 정국에서 일종의 '폭탄'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해왔는데, 그 예상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1월 초 상원 탄핵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법률적 자문을 마쳤다면서 상원에서 정식으로 소환장을 발부해 증언을 요청할 경우 이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자신이 결정적인 '사실'을 쥐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볼턴이 책에 쓴 핵심 증언 4가지 

 

볼턴 전 보좌관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지난해 9월 해고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자세히 밝혔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 이 중 4가지 정도가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1)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빌미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금 지급을 동결시키라고 지시한 것을 들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 요청에는 어떤 '대가성 보상'이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2) 볼턴 전 보좌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사적인 자리에서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가 부패했다는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고 썼다.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해 5월 갑작스럽게 해고됐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서는 요바노비치 전 대사가 부패한 우크라이나 전 정부를 비호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해 11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대사관에 내 사진을 걸지 않았기 때문에 해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우크라이나 출신 사업가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최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도왔던 레프 파르나스가 공개한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4월 한 모임에서 요바노비치 전 대사를 "내일 당장 해고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하원의 탄핵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햅리적 의심을 가졌기 때문에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3)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후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선 외교'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썼다.

4) 볼턴 전 보좌관은 백악관의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은 트럼프와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전화 통화로 요바노비치 전 대사의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 참여했다고 썼다.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은 자신이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 유지를 지켜주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줄리아니 사이의 대화에 끼어든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지난 21일부터 상원에서 탄핵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 22일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볼턴 전 보좌관 등 새로운 증인 채택 여부에 대해 전원(53명)이 반대표를 던져 증인 채택을 막았다. (전체 상원의원 100명 중 과반(51명)이 찬성해야 증인 채택이 가능하다.)

볼턴 전 보좌관의 이같은 폭로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유일한 가능성은 여론이 급반전해서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하는 경우다. 공화당 내의 밋 롬니 상원의원 등 '중도 성향'의 의원 4명이 증인 출석을 요구하는 민주당에 동조해야지만 과반을 넘겨 증인 채택이 가능하다.  

트럼프 "볼턴, 책 팔기 위해 거짓말" 

이같은 볼턴의 주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는 결코 볼턴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가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에 대한 조사와 관련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볼턴이 이렇게 말한다면 이는 책을 팔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보수 성향 논객 션 데이비스가 "볼턴이 기자들에게 정보를 누설하면서 자신이 해고된 데 대한 복수의 각본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올린 글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증인 채택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민주당의 증인 채택 요구에 대해 트위터에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결코 볼턴에게 증언할 것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그것은 상원이 아니라 하원에게 달려 있던 문제"라며 반대 입장의 글을 올렸다. 

 

 

전홍기혜 특파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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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전법과 우세한 화력

[개벽예감 379] 기발한 전법과 우세한 화력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20/01/27 [10:19]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정찰위성에게 발사징후 노출한 미사일부대

2. 장벽에 돌파구 내는 고압물대포와 핵배낭

3. 천공을 뒤덮는 불우박타격과 다층방공망

4. 마지막 지상전과 마지막 해상전

 

 

1. 정찰위성에게 발사징후 노출한 미사일부대

 

2020년 1월 8일 이란혁명수비군 미사일부대가 이라크에 있는 미 공군기지 두 곳을 미사일로 타격했다. 이것은 미국이 이란혁명수비군 산하 꾸드스군 사령관을 무인정찰공격기로 암살한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막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1월 8일 이란혁명수비군 미사일부대는 3개 지점에서 탄도미사일 16발을 동시다발로 발사하였다고 한다. 16발 중에서 10발이 아인 알아싸드 미 공군기지를 타격하였다. 

 

그 공군기지를 타격한 미사일은 이란이 조선의 기술지원을 받아 생산한 파테-110 탄도미사일이다. 3축6륜 발사대차에 탑재되고,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파테-110 미사일은 발사준비시간이 매우 짧고, 기동성이 좋아서, 교전상대에게 발사 징후를 노출하지 않는다. 파테-110 미사일의 사거리는 300km이고, 탄두중량은 500kg이며, 고폭탄두, 화학탄두, 산포탄두(집속탄두)를 선택적으로 장착할 수 있다. 이란은 핵탄두를 아직 갖지 못했지만, 파테-110 미사일에는 전술핵탄두도 장착될 수 있다. 화학탄두와 산포탄두는 국제협약으로 사용이 금지되었으므로, 이란혁명수비군 미사일부대는 지난 1월 8일 미사일공격에서 탄두중량이 500kg인 고폭탄두를 사용한 것이 확실하다. 고폭탄두는 일반탄두보다 파괴살상력이 훨씬 더 강하다. 

 

미국 국방부 당국자가 미국 언론매체에 흘려준 정보에 따르면, 지난 1월 8일 이란혁명수비군 미사일부대가 발사한 파테-110 미사일들은 아인 알아싸드 미 공군기지 관제소에 1발이 명중했고, 전투기 격납고 2개소에 각각 1발씩 명중했고, 무인작전기 격납고에 1발이 명중했고, 주기된 블랙호크 작전헬기에 1발이 명중했고, 주기된 MQ-1 프레더터 무인작전기에 1발이 명중했고, 특수군 막사에 1발이 명중했고, 활주로에 3발이 떨어졌다고 한다. 공군기지 주변에 있는 민간시설들에는 피해를 주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파테-110 미사일의 명중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공군기지에 배치된 MIM-104 페이트리엇 방공미사일체계는 파테-110 미사일을 한 발도 요격하지 못해 무용지물로 전락하였다. 동시다발로 발사된 미사일들이 한꺼번에 여러 발 날아오면, 방공미사일체계는 식별만 할 수 있고 요격하지는 못한다.   

 

미국 국방부는 쉬쉬하면서 입을 다물었지만, 미사일정밀타격으로 상당한 물적 피해를 입은 아인 알아싸드 미 공군기지를 원상 복구하는 데 30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국군 전투원들과 전투기들은 미사일공격을 받기 약 2시간 전에 조기경보가 발령되어, 다른 곳으로 대피했거나 피라미드형 콘크리트방호시설 안으로 피신했기 때문에 사망자나 전투기 파괴는 없었고 폭발충격을 입은 부상자들만 있었다. 미국군이 미사일공격을 받기 2시간 전에 황급히 조기경보를 발령하여 인명손실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란혁명수비군 미사일부대 3축6륜 발사대차들이 이란-이라크 국경지대에 정해진 3개 발사지점으로 이동하는 정황이 미국군 정찰위성감시망에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이란혁명수비군 미사일부대가 아인 알아싸드 미 공군기지를 미사일공격으로 파괴한 것은, 전시에 조선인민군 미사일부대가 한국군 기지들과 주한미국군 기지들에 어떤 미사일공격을 가할 것인지를 예감하게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사례와 예상을 서술한다. <사진 1> 

 

▲ <사진 1> 위의 사진은 2020년 1월 8일 이란혁명수비군 미사일부대가 발사한 파테-110 미사일에 맞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파괴된 아인 알아싸드 미 공군기지의 시설물 잔해를 촬영한 것이다. 미사일탄두의 폭발로 콘크리트벽체가 날아갔고, 깊은 구덩이가 파졌다. 아인 알아싸드 미공군기지에는 파테-110 미사일 10발이 떨어졌는데, 그 기지 안에 있는 관제소, 전투기 격납고, 무인작전기 격납고, 주기된 작전헬기와 무인작전기, 특수군 막사, 활주로에 명중했다. 이란혁명수비군 미사일부대가 아인 알아싸드 미 공군기지를 미사일공격으로 파괴한 것은, 전시에 조선인민군 미사일부대가 한국군 기지들과 주한미국군 기지들에 어떤 미사일공격을 가할 것인지를 예감하게 한다.     

 

(1) 파테-110 미사일을 2발씩 탑재한 3축6륜 발사대차 9대는 이집트군 미사일기지를 출발하여 미리 지정된 발사지점까지 멀리 이동하였는데, 발사지점 1개소마다 3축6륜 발사대차가 3대씩 도착했다. 이동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이러했으니, 이란혁명수비군의 동향을 밤낮으로 감시하는 미국군 정찰위성이 그들의 발사 징후를 포착하지 못할 리 없었다. 

 

그러나 조선인민군 미사일부대들은 다르다. 그들은 미국군 정찰위성감시망을 피할 준비를 갖추었고, 위성감시회피훈련을 해왔다. 전시에 미국군 정찰위성이 조선인민군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면, 지상 관제소에 연락하여 즉각 선제타격을 가하게 할 것이므로, 조선인민군 미사일부대들은 미국군 정찰위성의 감시를 회피하는 기술개발과 전술훈련에 수 십 년 동안 힘써왔다. 그리하여 오늘 그들의 위성감시회피기술과 위성감시회피전술은 고도로 발전되었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7년 6월 30일 보도에서 익명의 미국 국방부 당국자는 미국군 정찰위성이 조선인민군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그의 인정발언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발사대차들은 지하기지에서 밖으로 나와 신속하게 발사지점으로 이동한 다음 곧바로 쏘기 때문에, 그리고 미사일발사지점들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었기 때문에 미국군 정찰위성이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2) 조선인민군의 화력타격수단은 이란혁명수비군의 화력타격수단보다 양과 질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보유량은 5배 정도 많고, 파괴살상력도 훨씬 더 강하다. 예컨대,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은 파편지뢰탄, 지하침투탄, 산포탄을 쏜다. 2016년 3월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신형 대구경방사포시험사격에서 정밀유도체계를 갖춘 조종방사탄을 연속사격했는데, 그 조종방사탄에 파편지뢰탄, 지하침투탄, 산포탄이 각각 탑재되었다. 파편지뢰탄을 쏘면, 많은 파편지뢰들이 넓은 구역에 흩어져 땅 속에 들어박히게 되므로 3일 정도 걸릴 수 있는 피해복구작업이 10일 이상 길어지게 된다. 전투상황이 분단위로 바뀌는 현대전에서 피해복구작업이 10일 이상 걸리면, 피해복구에 매달려 우왕좌왕하다가 교전상대의 공격을 받고 전멸될 수 있다.  

 

또한 지하침투탄은 콘크리트방호시설이나 콘크리트격납고를 뚫고 들어가 폭발하므로, 교전상대에게 안전한 대피공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조선의 지하침투탄은 장약에 고에너지물질을 혼합한 증폭탄이므로, 파괴살상력이 매우 강하다. 

 

미국의 산포탄은 자탄분사식 저고도산포탄이지만, 조선의 산포탄은 도관분사식 고고도산포탄이다. 도관분사식 고고도산포탄은 타격대상을 향해 날아가던 산포탄이 높은 고도에서 도관형 자탄들을 여러 발 산포하면, 도관형 자탄들이 타격대상을 향해 초음속으로 돌진낙하하다가 그 안에 들어있는 더 작은 구면체형 자탄들을 불우박처럼 공중에 분사한다. 이런 도관분사식 고고도산포탄은 전차, 장갑차, 자행포, 미사일발사대차, 수륙양용차량 같은 기동무장장비를 파괴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또한 고고도산포탄은 미사일방어체계 요격고도보다 높은 고도에서 산포되므로,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미사일방어망은 무용지물이다. 고고도산포탄의 산포고도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요격고도보다 낮으므로, 주한미국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조선인민군이 사격한 고고도산포탄을 요격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전상황은 그런 생각과 전혀 다르다. 실전상황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한꺼번에 여러 발 날아오는 방사포탄들도 요격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산포된 도관형 자탄들도 요격하지 못하는 무용지물이다.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가 400km를 날아가는 600mm 방사포에 고고도산포탄을 장착하여 4발을 연속사격하면, 미국이 경상북도 성주에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아작난다.     

 

 

2. 장벽에 돌파구 내는 고압물대포와 핵배낭

 

2020년 1월 8일 이란혁명수비군 미사일부대가 미 공군기지를 파테-110 미사일로 타격한 것은 억제된 보복에 불과했으므로, 그런 억제된 행동만 살펴보면 실전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 대규모 선제공격으로 시작되는 폭발적인 실전상황을 예측하려면, 1973년 10월 6일에 일어난 제4차 중동전쟁의 경험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이집트군은 비밀리에 그 나라에 입국하여 활동한 조선인민군 군사고문단이 전수해준 전법에 의거하여 제4차 중동전쟁을 수행하였으므로, 조선인민군은 자기의 기발한 전법들을 제4차 중동전쟁에서 연습한 것이나 다르지 않다.   

 

제4차 중동전쟁에서 이집트군의 작전목표는 이스라엘에게 강탈당한 싸이나이반도를 탈환하는 것이었다. 싸이나이반도의 면적은 60,000㎢이고, 이스라엘 국토면적은 20,770㎢이므로,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자기 국토면적보다 거의 세 배나 더 큰 이집트 영토를 강탈한 것이다. 이집트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제4차 중동전쟁은 영토탈환전쟁이었다. 

 

이집트군이 싸이나이반도를 탈환하려면 폭이 약 300km나 되는 홍해를 건너는 것보다 폭이 약 80m밖에 되지 않는 수에즈운하를 건너는 것이 비할 바 없이 쉽다. (확장공사를 아직 하지 않았던 1973년 당시 운하의 폭은 약 80m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이스라엘군은 수에즈운하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방어선을 구축했다. 수에즈운하의 길이는 193.3km다. 

 

이집트군이 수에즈운하를 건너 이스라엘군 방어선을 돌파하고 싸이나이반도를 동서로 관통하여 이스라엘 국경지대에 도착하려면 약 200km를 진격해야 한다. 이집트의 이스마일리아에 인접한 수에즈운하 중간지점에서 이스라엘의 카데쉬 바르네아 인근 국경까지 직선거리가 약 200km다. 이집트군이 수에즈운하 중부지점에서 국경지대를 연결하는 200km 길이의 작전구역을 점령하면 싸이나이반도 다른 지역에 포진한 이스라엘군은 고립된다. 그러므로 이집트군이 하루에 70km씩 동쪽으로 진격하여 200km 길이의 작전구역을 점령하면, 승리할 수 있었다. 

 

이집트군은 영토탈환전쟁을 준비하였다. 이집트군 전쟁지휘부는 이집트에 파견된 조선인민군 군사고문단의 방조를 받아 작전계획을 세웠고, 소련산 무장장비들을 도입하여 전투력을 대폭 보강했고, 전투부대들은 군사훈련에 힘썼다. 그에 따라 이집트군의 전투력은 1~2년 사이에 크게 증강되었다. 이집트군이 1973년 영토탈환전쟁에서 사용한 기발한 전법들은 다음과 같다. <사진 2> 

 

▲ <사진 2> 위의 사진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중에 수에즈운하 도하에 성공한 이집트군이 부교 위에서 환호하는 장면이다. 이집트군 공병부대는 이스라엘군이 구축한 모래장벽을 고압물대포를 집중분사하는 전술로 2시간 만에 무너뜨리고 진격의 돌파구를 열어놓았다. 47년 전, 이집트군 공병부대는 고압물대포를 집중분사하여 모래장벽을 2시간 만에 무너뜨리고 돌파구를 열어놓았지만, 오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조선인민군 전진보장구분대는 비무장지대 콘크리트장벽과 대전차차단물을 핵배낭으로 연속폭파하고 1시간 안에 돌파구를 열어놓을 것으로 예견된다.     

 

이스라엘군은 이집트군의 도하를 저지하기 위해 수에즈운하 동쪽에 거대한 모래장벽을 구축하였다. 이스라엘군이 구축한 모래장벽은 길이가 160km, 높이가 18~25m, 경사각이 45~60도였다. 모래장벽 하부에 콘크리트토대까지 축성해놓았기 때문에 이집트군 수륙양용차량이 수에즈운하를 건너가도 콘크리트토대를 기어오를 수 없었다. 게다가 모래장벽 후방에는 10m 정도 깊은 구덩이, 철조망, 지뢰매설지대, 화점들이 겹겹이 가로막고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이집트군이 모래장벽과 방어선을 돌파하려면 적어도 하루에서 이틀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안심하였다. 

 

이집트군이 싸이나이반도로 진격하려면, 공병부대가 배를 타고 수에즈운하를 건너가 모래장벽에 폭이 7m 정도 되는 돌파구 3km 구간마다 한 개씩 모두 70개를 뚫어놓아야 하였다. 그런데 돌파구 1개를 뚫으려면, 공병 60명이 도하하여 폭약 300kg으로 콘크리트토대를 파괴한 다음, 배로 실어나른 평토기(불도저) 1대가 5~6시간 동안 모래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이집트군 공병부대가 그런 식으로 모래장벽을 허물려고 하면, 돌파구를 뚫기도 전에 이스라엘군의 집중공격을 받고 몰살당할 수 있다.  

 

모래장벽에 돌파구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뚫어놓는가 하는 것과 병력과 무장장비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수에즈운하를 건너는가 하는 것이 1973년 영토탈환전쟁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문제로 제기되었다. 이집트군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수에즈운하의 물로 모래장벽을 무너뜨리는 기발한 방도를 찾아냈다. 광산에서 광석을 채취할 때 쓰는 고압물대포 5대를 뗏목에 싣고 모래장벽에 접근시켜 집중분사하면 2시간 만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실험결과에 고무된 이집트군은 영국산 고압물대포 300대와 도이췰란드산 고압물대포 150대를 수입하였다. 

 

1973년 영토탈환전쟁에서 이집트군의 진격을 가로막은 것이 모래장벽이었다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조선인민군의 진격을 가로막는 것은 콘크리트장벽이다. 한국군은 비무장지대 동서를 관통하는 238km 구간에 거대한 콘크리트장벽을 구축해놓았다. 그 장벽은 높이가 5~8m, 아래쪽 두께가 10~19m, 위쪽 두께가 3~7m이다. 비무장지대 콘크리트장벽은 매우 견고해서 포격이나 미사일공격으로는 파괴되지 않는다. 

 

만일 조선인민군이 72시간 조국통일전쟁에 돌입하면, 비무장지대 콘크리트장벽에 돌파구를 내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조선인민군 최전방 전투부대들에는 콘크리트장벽을 폭파, 제거하는 전진보장구분대가 각각 편성되었다. 

 

그런데 매우 짧은 시간에 두께가 10~19m나 되는 콘크리트장벽을 폭파하여 돌파구를 내려면, 폭약으로는 안 되고, 핵배낭(SADM)을 써야 한다. 2013년 7월 27일 조선인민군 열병식에는 무게가 약 30kg로 보이는 핵배낭을 멘 전투원들이 등장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는데, 실제로 조선인민군에는 핵배낭려단이 편성되어 있다. 2014년 10월 23일 조선인민군 최전방 기갑사단들이 쌍방실동훈련 중에 방어선을 돌파하는 남진돌격연습을 진행하였을 때, 조선인민군 제478련합부대 소속 전진보장구분대가 훈련장에 임시로 설치된 콘크리트장벽과 대전차차단물을 연속폭파하여 돌파구를 열어놓은 바 있다. 

 

47년 전, 이집트군 공병부대는 고압물대포를 집중분사하여 모래장벽을 2시간 만에 무너뜨리고 진격의 돌파구를 열어놓았지만, 오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조선인민군 전진보장구분대는 비무장지대 콘크리트장벽과 대전차차단물을 핵배낭으로 연속폭파하고 1시간 안에 돌파구를 열어놓을 것으로 예견된다. 

 

 

3. 천공을 뒤덮는 불우박타격과 다층방공망   

 

1973년 영토탈환전쟁 중에 이집트군의 진격을 가로막은 두 번째 장애요인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이었다. 당시 이스라엘 공군은 미국산 아음속전투기 A-4 스카이호크 90대를 보유하였고, 당시 최첨단 초음속전투기로 위세가 대단했던 미국산 F-4 팬텀 전폭기를 128대나 보유하고 있었다. 이집트 공군이 맞서기 힘든 막강한 공군력이었다. 

 

이집트군 공병부대들이 고압물대포를 집중분사하여 모래장벽을 무너뜨리면, 이집트군 기갑부대들이 그 돌파구를 통과하여 싸이나이반도에서 진격할 수 있지만, 이스라엘 공군의 대규모 공습을 받아 전멸될 위험이 있었다. 싸이나이반도는 개활지대이므로, 이집트군 기갑부대들이 은폐할 곳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집트군은 두 가지 전법을 사용하였다. 

 

(1) 이집트 공군 전투기들과 폭격기들이 선제공습으로 이스라엘 공군기지들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집트 공군은 1973년 영토탈환전쟁을 준비하는 기간에 이집트에 파견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의 지도를 받으면서 전투기와 폭격기를 출격시킨 선제공습훈련에 열중하였다. 1973년 10월 6일 오후 2시 이집트군이 총공격을 개시하였을 때, 이집트 공군은 미그-21 전투기, 미그-17 전투기, 쑤호이-7 전투기, 뚜폴레브-16 폭격기를 비롯한 200대를 출격시킨 선제공습으로 이스라엘군의 공군기지, 지대공미사일기지, 지휘소, 화력진지, 레이더기지를 파괴하였다. 

 

47년 전, 이집트군은 전투기와 폭격기 200대를 출격시킨 선제공습으로 이스라엘군의 전략거점들을 파괴하였지만, 오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조선인민군은 연속적인 불우박타격으로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전략거점들을 파괴할 것으로 예견된다. 불우박타격에서 제1차 타격은 조선인민군 미사일부대들이 각종 미사일을 집중발사하여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전략거점들을 파괴하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미사일부대들이 선제기습타격을 시작하면, 화성-1, 화성-3, 화성-5, 화성-6, 화성-11을 비롯한 탄도미사일들, 정밀타격용 저고도활공도약미사일, 정밀타격용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미사일 약 3,000발을 1분에 100발씩 30분 동안 집중발사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전략거점 한 곳마다 미사일이 평균 30발씩 떨어지는 셈인데, 어떤 생명체도 그런 불우박 속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조선인민군 미사일부대들이 각종 미사일 약 3,000발을 동시다발로 발사할 때, 포병부대들도 대구경 방사포와 대구경장거리포를 1분마다 1,000발씩 30분 동안 집중사격할 것이다. 30분 동안 각종 포탄 30,000발이 거대한 불우박처럼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전략거점들에 쏟아질 것으로 예견된다.  

 

아닌 게 아니라,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은 타격구역, 타격순차, 타격시차를 각 중대별로 할당받았고, 각 소대별로 타격대상위치좌표를 할당받았다. 이것은 각종 미사일들과 각종 포들의 비행시간, 비행속도, 사거리, 비행방향, 타격면적 등을 컴퓨터로 정밀하게 계산하여 할당한 것이다. 교향악단의 여러 악기들이 울리는 서로 다른 음향들이 공중에서 조화되어 아름다운 교향악을 펼치듯이, 각이한 화력타격수단들이 발사한 서로 다른 탄두들이 공중에서 조율되어 거대한 화력전을 펼치는 것이다. 그들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그런 전투행동을 연마해왔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사진은 2017년 8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부 작전지휘실에서 전략군지휘관들이 작성한 괌포위사격방안을 검토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그 작전지휘실에 걸린 작전지도 3개가 보도사진에 나타났다. '남조선작전지대'라는 제목이 붙은 작전지도에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해안에 이르는 지역이 4개 타격권으로 구분되었고, 각 타격권마다 사용될 각종 미사일의 종류와 수량이 별도의 도표 안에 명시되어 있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조선인민군 미사일부대들은 각종 미사일 약 3,000발을 1분에 100발씩 30분 동안 집중발사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군사전략거점 한 곳마다 미사일이 평균 30발씩 떨어지는 셈인데, 어떤 생명체도 그런 불우박 속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2017년 8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부에서 괌포위사격방안을 검토하였을 때, 작전지휘실에 걸린 작전지도 3개가 보도사진에 나타났는데, ‘남조선작전지대’라는 제목이 붙은 작전지도에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해안에 이르는 지역이 4개 타격권으로 구분되었고, 각 타격권마다 사용될 각종 미사일의 종류와 수량이 별도의 도표 안에 명시되어 있었다. 

 

불우박타격에서 제2차 타격은 2012년 4월 15일 조선인민군 열병식에 등장했던 초정밀 무인타격기 200대가 벌떼처럼 날아가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전략거점들을 또 다시 파괴하는 것이다. 이 무인타격기의 비행속도는 시속 400km이며, 조종사가 실시간 영상정보를 보면서 원격조종하므로, 초정밀타격을 할 수 있다. <연합뉴스> 2014년 4월 6일 보도에 따르면,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조선의 무인타격기는 작전반경이 600~800km이므로, 군사분계선 이남지역 전체를 타격권에 넣는다고 한다. 무인타격기에 어떤 폭탄이 장착되었는지 외부에서 알 수 없지만, 2013년 3월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초정밀 무인타격기 대상물타격훈련장면을 보면, 엄청난 파괴살상력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불우박타격에서 제3차 타격은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맡는다. H-5 폭격기 85대, 쑤호이-25 공격기 35대, 공격기로 개조된 쑤호이-7 30대, 공격기로 개조된 미그-15 100대, 공격기로 개조된 미그-17 200대를 비롯하여 폭격기와 공격기 450대가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날아가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전략거점들을 최종적으로 확증파괴하는 것이다. 

 

위에 서술된 화력타격씨나리오는 47년 전 이집트군의 동시다발-선제공습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화력을 조선인민군이 기습적으로, 집중적으로, 연속적으로, 정밀하게 퍼부어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공습능력을 제거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2) 1973년 영토탈환전쟁에서 이집트군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한 또 다른 전법은 격추전법이다. 전선 후방에 있는 이스라엘군 공군기지들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이 나타나면, 이집트군 반항공부대가 지대공미사일로 격추하는 것이다. 당시 이집트군 반항공부대는 5중 방공망을 구축해놓았었다. 5중 방공망을 구성한 방공무기체계는 다음과 같다. 

 

- 소련산 S-75 드브나 지대공미사일 (사거리 45km, 요격고도 25km) 

- 소련산 S-125 페초라 지대공미사일 (사거리 35km, 요격고도 18km) 

- 소련산 2K12 쿱 지대공미사일 (사거리 22km, 요격고도 7km) 

- 소련산 9K32 스트렐라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사거리 3.7km) 

- 소련산 고사총 및 고사포 8종 (사고도 2.5~20km) 

 

제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은 각종 전투기, 수송기, 헬기 등 387대가 격추 또는 파괴되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스라엘군 작전기들은 이집트군 반항공부대가 쏜 지대공미사일, 고사포, 고사총에 맞아 우수수 떨어졌다. 만일 수많은 작전기들을 잃고 패색이 짙어진 이스라엘에게 미국이 전투기 86대, 수송기 12대, 헬기 8대를 긴급히 보내주지 않았다면, 이스라엘군은 제4차 중동전쟁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제4차 중동전쟁 중에 이집트군 반항공부대는 소련산 지대공미사일, 고사포, 고사총으로 구성된 5중 방공망을 가동하여 이스라엘군 전투기와 전폭기를 격추하였다. 위의 사진은 이집트군 반항공부대가 쏜 지대공미사일을 맞고 격추된 이스라엘군 A-4 스카이호크 전투기 잔해를 촬영한 것이다. 이 잔해는 이집트 수도 까히라에 있는 군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은 각종 전투기, 수송기, 헬기 등 387대가 격추 또는 파괴되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47년 전 이집트군 반항공부대는 5중 방공망을 구축하여 이스라엘 공군에게 치명타를 날렸지만, 오늘 조선인민군 반항공부대는 8중 방공망을 조밀하게 구축해놓고, 한국군 공군과 주한미국군 공군에게 치명타를 날릴 준비를 갖췄다.     

 

그러면 이제 한반도 군사상황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47년 전 이집트군 반항공부대는 5중 방공망을 구축하여 이스라엘 공군에게 치명타를 날렸지만, 오늘 조선인민군 반항공부대는 저고도, 중고도, 고고도를 포괄하는 천공 전체에 8중 방공망을 조밀하게 구축해놓고, 한국군 공군과 주한미국군 공군에게 치명타를 날릴 준비를 갖췄다. 8중 방공망을 구성한 방공무기체계는 다음과 같다. 

 

- 번개-1 지대공미사일 (사거리 76km, 요격고도 30km)

- 번개-3 지대공미사일 (사거리 25km, 요격고도 2.5km)

- 번개-4 지대공미사일 (사거리 300km, 요격고도 40km)

- 번개-5 지대공미사일 (사거리 200km, 요격고도 27km) 

- 번개-6 지대공미사일 (사거리 120km 요격고도 30km)

- 자행고사로케트 (사거리 7km, 사고도 3km) 

-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화승총 (사거리 5km)

- 각종 고사총 및 고사포 (사고도 2.5~20km) 

 

자타가 공인하는 것처럼, 조선인민군 방공망은 전 세계에서 가장 조밀하게 구축된 ‘철갑지붕’이다. 예컨대, 조선인민군은 10종의 고사총과 고사포를 14,000문이나 배치하였는데, 한 번에 7,000발씩 연속사격을 퍼부어 천공 전체를 거대한 탄막으로 뒤덮을 수  있다. 

 

미국은 스텔스전투기와 스텔스폭격기를 출격시켜 조선의 방공망을 뚫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조선은 스텔스작전기들을 먼 거리에서 탐지, 추적하는 초단파레이더를 가지고 있다. 조선이 보유한 초단파레이더의 탐지거리는 250km이고, 탐지고도는 15km다. 2015년 1월 31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기록영화에서 이 초단파레이더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초단파레이더로 스텔스작전기들을 탐지, 추적하면, 사거리가 300km이고, 요격고도가 40km인 번개-4 지대공미사일을 쏘아 스텔스전투기와 스텔스폭격기를 격추할 수 있다.  

 

 

4. 마지막 지상전과 마지막 해상전

 

1973년 영토탈환전쟁에서 이집트군의 진격을 가로막은 세 번째 장애요인은 이스라엘군 전차부대였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영국산 전차를 개조한 소트 전차, 미국산 전차를 개조한 마가취 전차, 미국산 M4 셔먼 전차, 자국산 M-50/M-51 이셔먼 전차를 비롯하여 약 2,300대의 전차를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해 이집트군 전차는 약 1,700대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집트군은 기갑무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항공륙전대를 대전차무기로 무장시켰다. 이집트군 항공륙전대가 무장한 대전차무기들은 다음과 같다.

 

- 소련산 9M14 말윳카 대전차미사일 (사거리 3km)

- 소련산 휴대용 RPG-7 로켓탄발사관 (사거리 700m)

- 소련산 RPG-43 대전차수류탄 

– 소련산 TM-46 대전차지뢰

 

싸이나이반도에 전진배치된 이스라엘군 전차부대들이 이집트군 공군의 선제공습으로 거의 궤멸된 이후에도, 이집트군 전쟁지휘부는 이스라엘군 방어선 후방에 배치된 수많은 전차들이 증원무력으로 몰려올 것을 예견하였다. 그래서 위에 열거된 대전차무기들로 무장한 이집트군 항공륙전대 4개 대대를 출동시켰다. 그들은 수송헬기를 타고 싸이나이반도 깊숙이 공중침투하여 이스라엘군이 진격해올 것으로 예상되는 통로에 대전차지뢰를 매설하고, 매복하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몰려오던 이스라엘군 전차들은 이집트군 항공륙전대의 매복공격에 걸려들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군 제14기갑려단 전차 110대 가운데 85대가 30분 만에 격파되었다. 기겁을 한 이스라엘군은 제162기갑사단과 제143기갑사단을 추가로 투입하였지만, 이집트군 항공륙전대의 매복공격에 걸려들어 격파되었다. 싸이나이반도 전선으로 달려온 이스라엘군 전차 700대 가운데 200대가 불과 이틀 동안 파괴되었다. 제4차 중동전쟁 중에 발생한 이스라엘군 전사자 2,250명 가운데 약 1,500명이 전차병들이었다. 이스라엘군 전차부대들이 대패하자, 이집트군 2개 기갑사단은 저항을 거의 받지 않고 고속으로 진격하였다. 

 

그러나 1973년 영토탈환전쟁 후반에 들어서자, 미국이 전쟁에 개입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게 대규모 군사지원을 주었다. 패색이 짙어졌던 이스라엘군은 미국의 대규모 군사지원을 받으며 재기하여 전세를 역전시켰다. 그렇게 되어 72시간 만에 이집트군의 압승으로 끝날 수 있었던 영토탈환전쟁은 19일 동안이나 지속되었고, 결국 이집트군의 신승으로 끝났다. <사진 5> 

 

▲ <사진 5> 제4차 중동전쟁이 일어났을 때, 이집트군은 전차 1,700대를 가지고 있었고, 이스라엘군은 전차 2,300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집트군은 기갑무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항공륙전대를 대전차미사일로 무장시켰다. 대전차미사일로 무장한 이집트군 항공륙전대는 헬기를 타고 싸이나이반도 후방 깊숙이 침투하여 매복공격으로 이스라엘군 전차부대를 타격했다. 위의 사진은 당시 이집트군 항공륙전대가 쏜 대전차미사일에 맞아 파괴된 이스라엘군 전차 잔해를 촬영한 것이다. 제4차 중동전쟁 중에 발생한 이스라엘군 전사자 2,250명 가운데 약 1,500명이 전차병이었다는 사실은 이집트군이 대전차미사일 매복공격으로 이스라엘군 전차부대를 격파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러면 이제 한반도 군사상황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2017년 1월 18일 한국 육군 내부문서에 따르면 조선이 보유한 전차는 4,300대라고 한다. 미국 언론매체 <비지니스 인싸이더> 2014년 7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이 보유한 전차는 6,600대라고 한다. 내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조선이 보유한 전차는 5,370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선인민군 1개 전차군단에 전차 1,650대가 배치되었고, 4개 기계화군단에 전차 620대가 배치되었고, 4개 전연군단과 8개 후방군단에 전차 2,200대가 배치되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로농적위군에도 전차 900대가 배치되었다. 그러므로 조선이 보유한 전차는 총 5,370대다. 그 중에서 최신예 주력전차들은 선군-915와 천마5호 950대다. 이 최신예 주력전차는 125mm 무강선포(활강포), 기관총, 대전차미사일, 저고도지대공미사일, 적외선야시장치, 방해전파발신기, 레이저거리측정기, 자동사격통제장치, 복합장갑, 집초방어판, 화생방방호장비를 갖추었다. 

 

그에 비해, 한국이 보유한 전차들은 어떤가? 한국군 7개 사단은 1970년대에 수입한 미국산 전차 800대를 운용하고 있는데, 너무 노후해서 주행속도가 시속 50km에서 20~30km로 떨어졌고, 수리해야 할 전차 부속품 4,773개 중에서 906개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바람에 고장이 나면 전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고물전차 800대는 훈련에 사용될 수 있을 뿐, 실전에서는 사용하지 못한다. 한국이 보유한 전차들 가운데서 K-1 전차 900대, KIA1 전차 400대, K-2 전차 200대를 비롯하여 1,500대만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다. 조선은 전차 5,370대를 가졌는데, 한국은 2,300대를 가졌고, 그나마 실전에서 사용할 만한 한국군 전차는 1,500밖에 되지 않으니, 격차가 너무 크다.  

 

2014년 1월 23일 한국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선이 보유한 전차는 화력과 기동력에서 한국이 보유한 전차보다 “훨씬 더 우수하다”고 한다. 이를테면, 조선이 보유한 전차들은 경량탄과 철갑탄을 쓰고, 차체방호력이 우수하고, 차체가 가벼워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린다. 특히 선군-915 전차의 주행속도는 시속 80km나 되므로, 훨훨 날아다닌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전 세계에서 시속 80km로 달리는 전차는 선군-915 이외에 로씨야 전차 T-14와 중국 전차 99형밖에 없다. 

 

조선인민군이 조국통일전쟁을 72시간 안에 속결하고 전쟁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차군단이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방어선을 순식간에 돌파하고 시속 80km로 고속진격하여 남해안에 짧은 시간 안에 도착해야 한다.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이 불우박타격으로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공습능력을 제거하고, 조선인민군 항공군 폭격기와 공격기 450대가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전차들, 공격헬기들을 불우박타격으로 파괴하면, 조선인민군 전차부대들은 비무장지대 콘크리트장벽에 뚫린 돌파구들을 통과하여 고속기동전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고속진격을 가로막을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전차들, 공격헬기들이 사라졌으므로, 조선인민군 전차군단 소속 전차 1,650대는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남하할 것이다.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방어선을 돌파한 조선인민군 전차군단이 고속도로를 타고 남하하면, 피난차량들로 가로막힌 도로를 우회하는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남해안까지 20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그렇게 되면, 72시간 조국통일전쟁 중에서 지상전은 개전 24시간 만에 사실상 종결단계에 접어드는 것이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7년 1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땅크장갑보병련대 겨울철 도하공격전술연습 중에 땅크들이 얼음을 깨부수며 강을 건너는 장면이다. 이 사진에 나타난 땅크는 조선의 최신예 땅크인 선군-915다. 이 땅크의 주행속도는 시속 80km나 되므로, 훨훨 날아다닌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전 세계에서 시속 80km로 달리는 전차는 선군-915 이외에 로씨야 전차 T-14와 중국 전차 99형밖에 없다. 조선인민군이 조국통일전쟁을 72시간 안에 속결하고 전쟁피해를 최소하려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차군단 소속 전차 1,650대가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방어선을 순식간에 돌파하고 시속 80km로 고속진격하여 남해안에 짧은 시간 안에 도착해야 한다.     

 

지상전이 개전 24시간 뒤 사실상 종결단계에 접어들면, 해상전만 남는다.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의 공군기지들이 개전 초기에 불우박타격을 받고 파괴되었으므로, 대규모 공중전은 벌어지지 않는다. 72시간 조국통일전쟁 중에서 해상전은 조선인민군 해군 잠수함련합부대가 맡게 될 것이다. 2015년 8월 20일 비무장지대에서 한국군이 155mm 자주포 29발을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으로 사격한 사건으로 하여 무력충돌위험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8월 위기사태’가 발생했을 때, 조선인민군 해군 잠수함련합부대들이 동해와 서해에서 동시에 출동하였다. 잠수함련합부대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때가 사상 처음이었다. 잠수함련합부대는 잠수함 50척을 주축으로 40련장 122mm 방사포를 장착한 연속타격고속정, 76mm 함포를 장착한 파도관통형 고속정, 사거리가 260km인 금성-3호 대함미사일을 장착한 쌍동선체 스텔스고속공격정, 대잠작전헬기 1대를 실은 호위함으로 편성된 수중수상련합부대다. 그런 잠수함련합부대가 동해와 서해에 각각 1개씩 출동하였고, 지상에서도 전선대련합부대들이 즉시공격태세에 진입하였다. 

 

2015년 8월 21일에 긴급소집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는 한국군의 8월 20일 대북위협사격을 중대한 무력도발로 간주하고 “조선인민군 전선사령부 공격작전계획”을 “검토, 비준”하였다. 2016년 1월 10일 <로동신문>에 실린, ‘세계는 보게 될 것이다’라는 제목의 정론에 따르면, ‘8월 위기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랑하는 내 인민을 내 살붙이들이라고 부르시며, 그들의 머리 우에 불구름이 드리웠다고 생각하니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제국주의폭제와 압력으로부터 지켜야겠다고 생각하시였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국통일전쟁을 결심하였음을 말해준다. 

 

만일 ‘8월 위기사태’ 중에 상황오판에 빠진 한국군이 총을 한 방이라도 북쪽을 향해 쏘았다면, 조선인민군은 조국통일전쟁에 돌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인민군 잠수함련합부대들과 전선대련합부대들이 즉시전투태세에 각각 진입한 것을 보고 공포를 느낀 미국군 지휘부는 당시 진행되던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합동전쟁연습에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를 참가시키려던 계획을 취소하였고, “상황을 완화시키도록 노력해줄 것을 한국에 요청하였다.” 

 

미국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하여 급박한 전쟁위기는 일단 넘겼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올해 모든 협상은 완전히 중단되고, 군사적 긴장만 고조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2012년 8월, 2015년 8월, 2017년 11월에 각각 고조되었던 한반도 전쟁위험들은 거의 폭발직전에 이르렀었는데, 올해 안에 네 번째 전쟁위험이 발생할 것으로 예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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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민족시인' 윤동주, 뭔가 다르다고 느꼈나요?

[여행 속 역사의 발자취 - 교토편 ] 도시샤 대학 교정 내 윤동주 시비

20.01.26 19:24l최종 업데이트 20.01.26 19:24l

 

日帝憲兵(일제헌병)은 冬(동) 섣달에도 꽃과 같은,
얼음 아래 다시 한마리 鯉魚(잉어)와 같은
朝鮮(조선) 靑年詩人(청년시인)을 죽이고
제나라를 亡(망)치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의 시인 정지용 서문 中, 1947.12.28


도시샤 대학 교정 내 윤동주 시비

현대시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시는 시인 1위로 윤동주가 꼽혔다. 시인 윤동주는 1917년 12월 30일에 태어나, 1945년 2월 16일에 29세의 꽃다운 나이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였다.

12월에 태어나 2월에 눈을 감은 윤동주. 어쩌면 1월은 그에게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는 하늘 속 별이 바람에 스치우는 그런 달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1월에 윤동주가 마지막으로 학창 시절을 보낸 도시샤 대학(同志社大學, 일본 교토에 있는 미션 스쿨)을 찾았다.
 

도시샤 대학(이미데가와 캠퍼스) 서문 .
▲ 도시샤 대학(이미데가와 캠퍼스) 서문 .
ⓒ 제갈대식(사진가/디자인이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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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비(詩碑)는 도시샤 대학의 이마데가와(今出川) 캠퍼스에 세워져 있다. 지하철 이마데가와 역 3번 출구에서 나와 도보 1분 정도 걸으면 도시샤 대학 서문이 나온다. 서문은 윤동주 시비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교문이기도 하다.

서문에 들어서면 왼쪽에 빨간 벽돌로 된 채플이 보인다. 송우혜(1998)의 <윤동주 평전>에 의하면, 도시샤 대학의 채플은 1930년대에 일본 전국에서 두 대밖에 없었던 파이프 오르간 중 한 대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윤동주는 도시샤 대학 재학 시절 채플을 자주 오갔을 것이다.
 

도시샤 대학 교정 내 채플 .
▲ 도시샤 대학 교정 내 채플 .
ⓒ 제갈대식(사진가/디자인이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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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북한·일본을 하나로 잇는 시인 윤동주

윤동주 시비는 캠퍼스 내 메인 거리에서 왼쪽 즉, 채플 방향으로 꺾인 서브 거리에 설립되어 있으며, 시비는 한반도를 향하고 있다. 윤동주 시비의 설명문에는 '윤동주는 코리아의 민족시인이자 독실한 크리스천 시인이기도 하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코리아의 민족시인'. 당연하면서도 거리감이 있는 표현이다.

이원종(2019) <同志社大学における尹東柱詩碑建立の経緯と意義-ワンコリアの夢と新島精神の遭遇->(도지샤 대학의 윤동주 시비 건립의 경위와 의의-원코리아의 꿈과 신도 정신의 조우-)에 의하면, 윤동주는 남북에서 인정받고 있는 몇 안 되는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이라고 한다.
 

도시샤 대학 내 시인 윤동주 시비 .
▲ 도시샤 대학 내 시인 윤동주 시비 .
ⓒ 제갈대식(사진가/디자인이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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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도시샤 대학에 윤동주 시비를 설립할 당시 남북의 학생들이 힘을 모아 시비를 설립하였으며, 한반도를 칭하는 어휘로 '코리아'를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윤동주 시비의 오른쪽(남쪽)에는 대한민국의 국화 무궁화가, 왼쪽(북쪽)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상징화 진달래가 심어져 있다.

그리고 시비 앞(서쪽)에는 윤동주가 마음의 위안으로 삼았을 채플이, 시비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일본의 상징화 벚꽃이 심어져 있다. 이원종(2019)은 시비에는 윤동주를 통해 한국, 북한, 일본이 우정어린 교류로 서로의 마음이 하나가 되길 바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전하였다.

윤동주 시비의 옆에 보면 시인 정지용의 시비가 설립되어 있다. 그 옆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는데, 연못 속에는 잉어가 살고 있다. 정지용 시인은 윤동주를 겨울에 피는 꽃과 차가운 얼음 아래를 유유히 헤엄치는 한 마리의 잉어에 비유하였다. 연못은 정지용 시인의 시적 표현을 상징화하여 만들어 놓은 듯하였다.

정지용 시인은 도시샤대학의 영문학을 졸업한 윤동주의 선배이자, 윤동주가 북간도에 있을 때부터 존경하고 좋아했던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정지용 시인에 대한 윤동주의 마음은 특별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도시샤 대학 내 시인 정지용 시비 .
▲ 도시샤 대학 내 시인 정지용 시비 .
ⓒ 제갈대식(사진가/디자인이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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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에게 연희전문학교 시절 4총사(윤동주, 송몽규, 강처중, 정병욱)로 불리는 친우가 있었다. 해방 후, 친우 강처중은 정병욱이 어머니께 보관을 부탁한 윤동주의 육필 원고(연희전문학교 시절에 적은 시)와 일본 유학 시절 윤동주가 자신에게 보낸  5편의 시, 그리고 그 외의 윤동주의 습유작품(拾遺作品)을 모아 총 31편의 시가 담긴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의 발행을 진행한다. 윤동주의 시집 제목은 윤동주의 육필 원고의 제목이자 졸업 기념 자선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그대로 땄다.
 

영화 '동주' 속 정지용 시집을 선물 받고 좋아하는 윤동주(스틸컷) .
▲ 영화 "동주" 속 정지용 시집을 선물 받고 좋아하는 윤동주(스틸컷) .
ⓒ (주)루스이소니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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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1월 간행된 초판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에는 윤동주가 존경했던 정지용 시인이 서문을 쓰고, 동기 강처중이 발문을 달았다. 서문을 연희전문학교 은사인 이양하 교수(1904~1963)가 아닌 정지용 시인에게 부탁한 것으로 보아, 살아생전 윤동주가 정지용 시인을 각별히 좋아했던 것 같다.

윤동주는 <정지용 시집>을 소장하게 된 날짜 1936년 3월 19일을 시집 내지에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숭원(2016) <정지용 시가 윤동주에 미치는 영향>에 의하면, 1938년 이전의 윤동주의 습작시에는 정지용 시인의 영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지용 시인은 윤동주를 기억하지 못했다. 당시 수많은 문학 지망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정지용 시인이었기에, 그에게 윤동주는 스쳐 가는 인연에 불과했던 것 같다.

송우혜(1998)에 의하면 1939년 10월에 윤동주와 함께 정지용 시인을 찾아뵀다는 라사행 목사의 증언이 있기 전까지, 정지용 시인과 윤동주는 살아생전에 서로 만나지 못했던 것으로 단정되어 왔다. 왜냐면 정지용 시인이 쓴 서문에는 그가 윤동주를 전혀 모르는 것으로 적혀 있기 때문이다.
 

내가 詩人(시인) 尹東柱(윤동주)를 몰랐기소니 尹東柱(윤동주)의 詩(시)가 바로 "詩(시)"고 보면 그만 아니냐?
虎皮(호피)는 마침내 虎皮(호피)에 지나지 못하고 말을 것이나, 그의 "詩(시)"로써 그의 "詩人(시인)"됨을 알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의 시인 정지용 서문 中, 1947.12.28


초판 간행 이후, 1955년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의 증보판이 간행되었다. 증보판은 낸 시기는 6.25전쟁이 끝난 직전으로 남과 북의 이념이 강하게 부딪히는 시기였다. 때문에, 증보판에는 월북한 정지용 시인의 서문과 남로당(남조선노동당)의 거물이었던 강처중의 발문이 삭제되고, 윤동주 시만 홀로 우리 곁에 오게 되었다.

당신의 흔적이 꽃이 될 예정입니다

도시샤 대학 교정 내 윤동주의 시비는 1년에 약 2만 명 정도의 추모객이 방문하고 있다. 지금까지 취재하러 다니면서 사람의 온기를 따스하게 느낄 수 있는 역사의 발자취였다. 추모객들이 한마디 한마디 남긴 추모노트는 출판 서적으로 발행 추진 준비 중이다. 소중한 마음과 마음이 모여 남긴 흔적은 冬(동) 섣달의 꽃이 될 예정이다.

두꺼운 얼음 아래 차디찬 강물 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한 마리의 잉어 같은 당신이 머문 곳에는 늘 冬(동) 섣달 꽃이 피길 바란다.
 

도시샤 대학 내 시인 윤동주 시바를 방문한 추모객들이 남긴 추모노트 .
▲ 도시샤 대학 내 시인 윤동주 시바를 방문한 추모객들이 남긴 추모노트 .
ⓒ 제갈대식(사진가/디자인이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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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광양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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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제’, 조금 벌어진 그 틈에 새정치의 희망을 건다

‘연동형 비례제’, 조금 벌어진 그 틈에 새정치의 희망을 건다

 

 


등록 :2020-01-26 13:03

군소정당 분투기, 사표 심리보다 새 정치의 가능성 실험
2019년 12월5일 녹색당 제21대 총선 비례대표 예비후보 출마자 온라인 토론회. 녹색당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19년 12월5일 녹색당 제21대 총선 비례대표 예비후보 출마자 온라인 토론회. 녹색당 유튜브 화면 갈무리

 

3% 벽은 엄연하다. 고심해 정한 비례대표 후보를 국회로 보내기 위한 최소한의 정당 지지율. “70만 표 이상 받아야 하는데 절대 쉽지 않아요. 우리처럼 돈도, 조직 기반도 없는 정당에는.”(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30석은 좁기만 하다. 작은 정당이 도전해볼 만한 연동 배분 의석수. “30석에 끼어들려는 거대정당의 ‘비례○○당’ 전략에다, ‘연동형 비례제 결사반대’를 외치던 극우정당이 수혜를 가져가버릴 수도 있고요.”(오태양 우리미래당 대표)

 

 

만 18살 유권자 53만여 명이 새로 투표

 

선거법이 개정됐다. 개혁을 요구해온 작은 정당들 기대에 못 미쳤다. 비례대표 의석수는 47석으로 이전과 동일하다. 지지율과 연동되는(지역구 의원 수가 지지율보다 많을 경우 가져갈 수 없는 의석) 의석수는 30석뿐, 비례대표 원내 진출 최소 요건도 정당 지지율 3% 그대로다. ‘선거는 인물’ ‘선거는 연륜’ ‘선거는 조직과 자금력’이라는 말 앞에 내세울 게 정책의 진정성, 젊음, 그동안 조직되지 못했던 사람들뿐인 정당은 여전히 초라하다.

 

그래도 선거법 개정이 조금이나마 벌린 틈에 희망을 건다. 달리 도리가 없다. 정당 지지율 3%를 넘기면, 최대 4~5명까지 국회로 보낼 가능성이 생겼다. 이전보다 중요해진 정당투표의 힘이 후보 사이 승패에만 머물던 사람들 눈길을 정당 성격과 정책으로 돌리리라는 기대도 감돈다. 만 18살 유권자 53만여 명이 새로 투표한다. ‘21대 국회는 달라질 수 있다, 달라져야 한다.’ 작은 정당들은 일단, 다시 절박해져보기로 한다. 다짐하는 이들을 둘러싸고 총선을 앞둔 주류 정치권 풍경은 계절처럼 반복된다.

 

12월21일 우리미래당 제6차 전국활동가대회. 우리미래당 페이스북 갈무리
12월21일 우리미래당 제6차 전국활동가대회. 우리미래당 페이스북 갈무리

 

거대 양당에 인재영입의 계절이 돌아왔다. 인재 각자 가진 사연과 의미는 돌아볼 만한데, 이들이 정당과 어떻게 엮이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소수자성을 거대정당이 포용하고 싶다면, 본인들 안에서 꾸준히 소수자를 정치인으로 키워내고 정책화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야 정당의 정체성을 만들면서 그 가치를 말하는 정치인이 나올 테니까요.”(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 녹색당은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예비후보를 뽑았다. ‘2020 여성 출마 프로젝트’ 같은 후보자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후보가 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간 녹색당이 꾸준히 주장해온 기후위기 대응, 성평등, 소수자 인권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인물로 추렸다. 민중당도 비슷한 전략이다. “청년, 농민, 여성, 빈민을 아우르는 진보적인 가치를 선거 때만 말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어떤 길을 걸었는지 봐주실 거라 믿습니다. 민중당은 청소년·청년 위원회를 꾸준히 운영했고, 진보적 의제에 늘 앞장서왔으니까요.”(홍성규 민중당 사무총장)

 

 

사표 심리보다 새 정치의가능성

 

이들의 과제는 ‘정책 정당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일이다. 조금은 유리해졌다고 하 위원장은 생각한다. “3% 정당 지지율이면 1명밖에 원내 진출이 안 됐던 예전과 달리 4~5명이 들어갈 가능성이 생겼고, 그러면 외국 소수정당처럼 인물 한 명이 아니라 팀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있어요. 기후위기 전담 후보, 소수자 전담 후보, 성평등 전담 후보 이렇게 팀을 꾸려서 이 팀이 국회에 들어가서 바꿀 것을 종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죠.” 민중당도 4~5석 가능성을 기대하며 일찌감치 비례 2번은 농민, 비례 3번은 청년 몫으로 정해뒀다. 지역구 출마자 3분의 1 이상을 20~30대 청년으로 채울 계획이다.

 

9월8일 기본소득당 창당발기인대회. 기본소득당 누리집 갈무리
9월8일 기본소득당 창당발기인대회. 기본소득당 누리집 갈무리

 

심판의 계절이 돌아왔다. 정권을 심판해야 할까, 야당을 심판해야 할까. 누가 더 잘못했는지 가리는 웅성거림으로 혼란하다. “심판 프레임으로 누가 더 잘못했냐 따지는 선거는 그만하자는 거예요. 세대교체 프레임으로 바꿔내야 해요. 노회한 정치를 어떻게 바꿀지가 21대 총선의 시대 과제라고 믿어요.”(오태양 우리미래당 대표) 청년당에서 이어진 우리미래당은 ‘심판’에서 ‘세대교체’로 총선의 초점을 바꿔내고 싶다. 총선 전략 자체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한 정치개혁”이라고 외쳐왔다. ‘기성 정당에 청년이 얹히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치세력이 된 청년들이 국회 전면에 나설 공간을 선거개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된 선거법을 보며, 실망했다. 그래도 놓을 수 없는 몇 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짚으며 오 대표는 우리미래당의 원내 진입을 기대한다. “최소한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표 줘봐야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사표 심리보다 새 정치의 가능성을 실험해보자는 쪽으로 많이 옮겨가고 있다고 느껴요. 무엇보다 18살들이 투표를 시작하니까요. 세대교체 열망을 잘 담아내기만 한다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력 싸움의 계절도 돌아왔다. 어떤 집단이 누구 편에 서고 얼마의 물량을 투입할 수 있는가. 그 어떤 집단에도 속하지 못한 이들에게 그저 먼 얘기다.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무직자들의 정당’이라고 얘기해요. 소득이 없거나 불안정한 당원이 많아요. 무슨 조직에 속하지도 못해본 분들. 4차 산업혁명 속에 대다수의 삶이 그럴 텐데, 정작 기성 정치권은 이런 사람들과 미래에 대한 고민은 너무 느리고 부족하죠.”(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당명에 오로지 ‘기본소득’ 하나를 내걸고 기본소득당은 지난해 9월 창당 작업을 시작했다. 3개월여 만에 1만7천 명 넘게 모였다. 당원 평균 나이 27살, 10대 당원도 상당하다. 중앙당 창당과 비례대표 선출을 코앞에 뒀다. “정치에 관심이 많거나 정책을 잘 아는 분들이 아니고, 대부분 그저 기본소득이 자기 삶에 필요하다면서 당원으로 가입해요. 거창한 고민보다 자기 삶에서 직관적으로 느끼는 겁니다. ‘정당 처음인데, 내가 유튜브를 찍어주면 도움이 되냐’고, ‘친구들 더 가입시키면 기본소득 되냐’고 물어보는 분들 전화가 쏟아질 때는 뭉클하죠.”

 

9월28일 민중당 정책당대회. 민중당 페이스북 갈무리
9월28일 민중당 정책당대회. 민중당 페이스북 갈무리

 

‘한 줌 진보 진영 표를 분산하는 것 아닐지’ ‘기존 정당과 정책 연대 정도면 족하지 않을지’, 물음은 물론 용 대표에게도 있었다. 창당 과정에서 나름의 답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 지지 기반은 조직된 노동조합도 시민단체도 아니어서 기존 진보정당과 겹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쟁에 휩쓸려 기본소득 논의는 더디기만 한 상황에서, 당장 절박한 사람들 요구를 반영할 정당은 분명 필요하고요.”

 

 

당원의 소중한 5천원, 공보물 발송에 2억원정책 정당이 주목받는 선거, 심판을 넘어선 세대교체 프레임, 조직 없는 이들의 정치세력화. 국회 밖 작은 정당들에 전략이기도, 정치권을 향한 요구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국회 진입이 가능할까? 전망은 아직 조심스럽다. “공보물 한 장 발송하는 데 2억원이라는 얘기에 당원들이 보내준 소중한 5천원의 가치가 마음에 걸려 고개를 떨구고”(용혜인) “당 대표자 직함 아랑곳없이 추운 겨울 벌벌 떨며 선거개혁 서명을 받으러 다니는”(오태양) 짠한 하루하루를 ‘지금 꼭 필요한 정치’를 위한 날들이라 믿으며 나아갈 뿐이다. 정치개혁을 목표 삼은 선거법 개정이 용두사미에 그쳤어도, 어쨌든 이들은 “잘해서, 최대한 잘해서”(하승수) 정치를 바꿔내고 싶어 한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925724.html?_fr=mt1#csidxfb58eb32bd0f5a38e29473e4d7f40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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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입 환자 증가할 것... 3차 확진자 CCTV 조사"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브리핑... "신종 코로나 국내 전파 최대한 차단"

20.01.26 20:05l최종 업데이트 20.01.26 20:06l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두 번째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중간경과를 발표하고 있다.
▲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두 번째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중간경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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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아래 신종 코로나) 검역 대상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면서 국내의 격리·감시대상자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는 3번째 확진자가 지난 23~24일 동안 음식점 등을 방문한 것으로 보고 CCTV 등으로 밀접 접촉자를 파악 중이다.

"국내 유입 환자 증가할 것으로 보여"

26일 오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통한 국내 유입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중국에서 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발생 지역 역시 확대되고 있다"면서 "국내 유입환자가 지역사회에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게끔 최대한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 본부장은 "오는 28일부터 중국 전역을 검역대상 오염지역으로 지정하고, 사례정의도 변경해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가 우한이 포함된 후베이성 뿐 아니라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상황인 만큼, 감시·대응·관리 수준을 격상시키겠다는 뜻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6일 0시 기준으로 전국 30개 성에서 1975명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시간 기준 중국 내 사망자는 56명으로 집계됐다.

브리핑에서 정 본부장은 "검역대상 오염지역 확대와 사례정의 변경에 따라 격리·감시대상자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 지자체는 선별진료소·격리병원 확충, 감시·격리 관리인력 추가 확보 등으로 지역사회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달라"고 요청했다.

"3번째 확진자 동선 CCTV 확인 중"
     
앞서 이날 오전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우한시에서 거주하던 54세 한국인 남성이 국내 3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오후 7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이 환자는 25일 자진신고를 통해 확진자로 판명됐다. 본부 쪽은 현재 이 환자에 대한 역학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정 본부장은 "지난 23~24일 지역사회 활동도 있었는데, 행적을 CCTV 등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현재 즉각대응팀이 동선에 따라 파견돼 심층 역학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본부장은 "3번째 확진자의 가족과 동행자, 함께 식사한 지인 등을 밀접 접촉자로 분류했다"며 "지역사회 접촉자의 경우 음식점 등 CCTV 영상으로 확인하고 있다, 수도권 해당 지자체 보건소와 함께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또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의 치료와 관련하여 "바이러스성 폐렴이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 투약을 진행하고 있다"며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대해선 아직은 이르다고 보고 있다, 감염학회 등과 진료 지침을 준비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1번째 확진 환자의 경우 폐렴 소견으로 현재 치료 중이고, 2번째 환자는 안정적인 상태다. 접촉자 120명 가운데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확인된 11명은 모두 음성으로 확인돼 격리 해제됐다. 정 본부장은 "잠복기를 최대 14일로 보고 있다, 이 기간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입국 모든 여행객 건강상태 제출해야   
 
 21일 중국 상하이를 출발해 우한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탄 승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고자 마스크를 쓰고 있다.
▲  21일 중국 상하이를 출발해 우한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탄 승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고자 마스크를 쓰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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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질병관리본부가 신종 코로나에 대한 감시·대응 등을 강화함에 따라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은 건강상태 질문서를 사실에 맞게 작성해 입국 때 검역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당국은 발열 등 증상이 있는 사람에 대해선 검역조사를 실시하고, 의심 환자는 역학조사관 판단에 따라 즉시 격리하거나 관할 지자체로 연계할 방침이다. 또 감염 환자 발생이 가장 많은 중국 후베이성(우한시 포함)을 방문한 사람은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가운데 하나라도 확인되면 바로 의사환자로 분류해 격리 조치한다.

후베이성 외 중국 지역 방문자는 폐렴 진단 때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포함해 격리 조치하고, 발열과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경우 역학조사관 판단에 따라 자가격리 또는 능동감시로 관리한다. 이와 관련해 질본은 의료기관에 통보하는 명단에 중국을 경유한 사람들도 포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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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북한 전문가가 쓴 북한 서적은 판타지다

[기고] <평양의 수족관>·<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왜 북한은 극우의 나라인가?>·<불가사의한 국가>·
 
 

1.
잠시 시간이 있다면 교보문고의 영어 도서 섹션에 가보는 것이 좋다. 영어 도서 섹션의 중간에 위치한 해외 독자들을 위해 영어로 출간된 북한 관련 도서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들은 밝은 색상의 매력적인 표지들로 덮여 있다.

북한 관련 서적에는 세 가지 장르가 있다. 첫 번째는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고 무기를 사용하여 한국, 일본 및 미국을 공격하려 하는 호전적인 군사 독재국가로 북한을 묘사한 유사 학술 서적이다. 이 책들은 독자층이 다소 제한되어 있으며 북한의 의도나 군사력을 진지하게 비교 분석하기보다는 한국, 일본 및 미국이 고가의 무기 시스템을 구매해야 함을 사람들에게 설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출판되고 있다.  

이러한 무기 시스템의 구매는 단순히 북한에 대한 오해의 결과가 아니며 군수 산업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은행 및 다른 투자자들이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일반인들이 낸 세금을 사용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의도적으로 그러한 이미지를 널리 홍보하는 것이다.  

나는 많은 이들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이 지루한 책들을 정말 끝까지 읽었을 것인가에 대해 의심이 든다.  

북한 관련 서적의 두 번째 장르는 수많은 지독한 시련과 끔찍한 고통을 겪은 후 한국이나 미국에서 자유를 찾은 용감하고 고결한 사람들이 북한의 압제적이고 범죄적인 환경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을 묘사한 책들이다. 대개 탈북자들이 서구 작가의 '도움'을 받아 쓴 이러한 이야기들은 극적인 반전과 서사 구조를 조합함으로써 북한을 세계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 끔찍하게 보이도록 만들었고 서양과 서구 문화가 안전하고 평화롭고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함을 시사함으로써 위험하고 무서운 북한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은 모험 소설로 더 잘 분류되며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섹션들이 포함되어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더욱 강렬하고 호소력을 갖도록 서구 편집자들에 의해 각색되었다. 이러한 책들은 북한에서의 생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들처럼 가슴 아프거나 끔찍한 장면들을 설명하는 데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책들이 북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지에 반해서 한국에 머무르도록 강요당하는 방법과 한국이나 미국에서 학대 및 조종당하는 방법 또는 지배 계급이 노동자와 농민을 학대하는 전 세계의 다른 많은 개발 도상국들과 북한 사이의 유사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묘사하지 않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에서 북한은 여전히 독자적인 상태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2. 
나는 약 2년 전 서울에서 열렸던 공개 행사에서 작가로서 새로운 경력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한 탈북 여성 옆에 앉을 기회를 가졌다. 그녀는 탈북자 중 가장 유명 인사는 아니지만 탈북자의 이야기를 출판 시장에 내놓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행사에 에이전트와 함께 왔는데 이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녀는 행사를 위해 진한 화장을 하고 매력적인 드레스를 입었다. 그녀는 북한에 있는 형제 자매들의 대변인이라기 보다는 모델이나 가수가 되려고 노력 중인 사람처럼 보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청중의 질문에 답변했을 때 나라 전체가 전 세계 어느 곳보다도 억압적이고 폐쇄적이며 전체주의적임을 시사하면서 북한에 대한 모든 것들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북한의 어떤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말을 할 수 없었고 지나치게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자란 나라를 묘사하기보다는 정해진 대본에 따라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북한 탈출' 이야기를 읽으려고 시도할 때마다 나는 인위적인 구성에 금방 질려버리게 된다. 나는 북한에 가본 적은 없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북한을 기상천외할 정도로 악의 소굴로 보이도록 윤색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비록 극소수지만 이 이야기들 중 일부는 북한의 검소하고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았으며 스마트폰이 없는 생활의 미덕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탈출' 소설 장르는 필연적으로 북한이 자유롭고 개방된 시장 경제를 채택하지 못했고 정부가 자유 무역을 개방하려는 의지가 없으며 자유 무역을 위한 시장 개방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결여된 것이 현재 북한이 직면한 기근과 빈곤의 원인임을 암시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 경제가 미국과 한국에 미친 엄청난 피해를 살펴본다면 코카콜라와 디즈니 상품의 소비가 국가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 세계인들은 이른바 자유 무역에 매우 적대적이다. 더욱이 한국에서 대량 광고를 통한 소비문화의 홍보로 인해 엄청난 불행이 발생했다.  
 

▲ 책 <평양의 수족관>(국내 미번역)과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프레시안I


3. 
그러나 또한 우리는 북한 사회의 잔인성이 미국, 일본, 한국에서처럼 부와 지위의 찬미에서 비롯된 지배 계급들의 이기심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소비재 상품의 보유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문화의 진흥은 북한이든 한국이든 관계없이 사회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우리가 그러한 문을 여는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의문을 제기해야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그토록 가난한 시기에 그러한 소비 주도 경제에 문을 여는 것이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북한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 시장 경제라고 말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소비에 집착하는 한국이 어떤 의미에서든 북한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강철환이 피에르 리굴로의 도움을 받아 쓴 베스트셀러 <평양의 수족관: 북한 강제 수용소에서 보낸 10년(The Aquariums of Pyongyang: Ten Years in the North Korean Gulag)>을 살펴보자. 저자 강철환은 자신과 가족들이 어리석고 세뇌된 북한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강인하고 유능했음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북한의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아서 북한을 탈출할 수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코카콜라를 마실 수 있게 되었을 때에 느꼈던 안도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북한 감옥의 야만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북한 감옥이 전 세계의 다른 감옥들보다 더욱 끔찍한 곳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어쨌든 이 책에서 칭찬하고 있는 미국은 북한을 비롯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인구를 감옥에 수감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의 감옥은 악랄하고 위험하여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 감옥들의 잔혹성에 대한 비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저자에게 그러한 비교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다음으로 우리는 성매매범들로부터 학대받았던 탈북 여성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다룬 박연미의 저서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In Order To Live: A North Korean's Journey to Freedom)>(정지현 옮김, 21세기북스 펴냄)를 살펴보기로 하자. 이 책은 대부분 실제 사건들에 기반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는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북한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 듣고 싶어 하는 서구 독자들에게 영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으로서 박 씨의 책을 읽었을 때 북한을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소개하기 때문에 필자와 같은 독자들이 이 책에 끌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북한은 한국인이나 미국인이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 제도와 도덕이 붕괴되는 데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를 투영할 수 있는 장소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여성 학대가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눈을 감도록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서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인간적 경험을 무시하고 북한을 정말로 특이한 공포의 대상으로 그리고 있다.

우리는 북한인들이 겪고 있는 기아와 박탈 또는 자유의 부재를 미국의 흑인들이나 멕시코의 원주민 또는 한국에 사는 캄보디아 이민자들의 경험과 비교한 적이 없다. 그러한 비교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북한을 이해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비유는 문제의 진정한 원인이 북한의 이데올로기보다는 무자비한 시장의 속성이나 부의 집중에서 비롯되었음을 시사할 것이다.  

4. 
북한 관련 서적들의 세 번째 장르는 제3자들의 보고서나 단기간의 북한 여행을 통해 스스로 관측한 바에 근거해 작성된 서방 전문가들의 글로 이러한 글들은 북한의 모든 측면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전체주의적이며 범죄적 특성을 가진 것으로 다루고 있다. 그런 책들의 범위는 다양하며 일부는 다른 책들보다 더 객관적이지만 대부분은 이 고립되고 끔찍한 나라가 얼마나 기괴하고 으스스하며 기이하고 잔인하며 비인간적인지를 허구적으로 묘사한 이야기들로 되어 있다. 이러한 책들은 북한의 지역별로 다른 문화나 지리적 차이를 제제로 설명하지 않으며 현직 정부 관리, 정책, 인프라나 핵무기를 제외한 과학 기술에 대해 상술하고 있지 않다. 북한과 관련된 인기 있는 영어 도서에서 지난 500년간 북한의 각 지역이나 도시의 고유한 특성이나 지역별 제도적 변화에 대해 설명한 것을 본 적이 없다. 프랑스나 독일에 관련해서는 그러한 지역적 특성이나 제도적 측면을 다룬 책들이 많이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지 북한은 전혀 하나의 국가로 취급되지 않는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들은 북한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차라리 다른 나라들과 달리 동양에 대한 환상으로 국가 전체를 나타내려는 문학적 프로젝트에 가깝다.

이러한 분석을 위한 접근 방식은 서양인들이 터키와 아랍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인도, 중국, 일본으로 확대된 동양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데에서 시작된 '오리엔탈리즘'의 오랜 전통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 서양인들은 이러한 ‘동양’ 문화를 유럽의 모든 규범으로부터 벗어났으므로 매력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이하고 알 수 없는 신비한 세계로 보기를 원했다.

19세기와 20세기 오리엔탈리즘의 전통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고 오히려 에드워드 사이드의 고전 연구 <오리엔탈리즘>에서 입증된 것처럼 국내 문화와 정치를 정당화하고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가장 중요했다.

영국은 인도가 매우 낙후되어서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인도를 식민지로 만들 권리가 있었다. 그러나 진실은 영국이 주로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인도를 착취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인들은 인도나 터키를 기이하고 흥미롭지만 부패하고 비이성적인 문화로 묘사함으로써 그러한 동양 국가들보다 훨씬 더 기이하고 잔인하게 여겨왔던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잔인한 식민지 전쟁에 참여했을 때 우월감을 느낄 수 있었다.  
 

▲ 책 <왜 북한은 극우의 나라인가>와 <불가사의한 국가>. ⓒ프레시안

 


5. 
북한은 이 북한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미국에서 정확히 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코카콜라를 마시지 못하거나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을 볼 수 없는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사회가 묘사될 때 그러한 설명은 북한에 대한 설명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과 미국의 소비 지향 문화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 대중문화. 북한 연구 서적을 읽는 독자들은 돈이 충분하다면 자신이 이러한 모든 소비재에 접근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 상태를 기이하고 권위주의적인 북한과 대비해 이를 정당화하는 것은 증가하는 자살과 과도한 경쟁에서부터 시작해 SNS 중독 및 가정의 붕괴에 이르기까지 현재 한국을 휩쓸고 있는 심각한 병폐들로부터 사람들의 주의를 돌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들로 언론 매체들은 여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끔찍한 북한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의 현상을 정당화하는 데에 이용된다. 그렇다고 북한에 비극이나 잔인성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구의 전문가들이 쓴 두 권의 북한 관련 유명 도서인 브라이언 R. 마이어스의 <왜 북한은 극우의 나라인가(The Cleanest Race)>(권오열·고명희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과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정치학자 빅터 차의 <불가사의한 국가(The Impossible State)>(김용순 옮김, 아산정책연구원 펴냄)를 살펴보자. 

북한 전문가를 자칭하는 브라이언 R. 마이어스는 미국 언론에 현 통치자 김정은 및 그의 아버지 김정일과 할아버지 김일성에 대한 극단적인 개인 숭배가 북한을 얼마나 지배하고 있는지에 대해 기고하면서 북한의 정치 선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민족의 순수성에 대한 강조가 2차 대전 이전 일본의 파시즘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주장한다.

마이어스의 책에서 많은 부분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그것이 특이하게 기이하고 무서운 나라의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북한의 구호에서 인종적 순수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한다. 그것은 오해와 차별을 부추기는 것이 위험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이어스의 책은 북한의 인종 정책과 미국이나 유럽 정치에 사용되는 인종 정책 사이의 유사성을 전혀 밝히지 않는다. 그러한 비교는 지나치게 계몽적이지만 저자가 자신의 독자들이 보기를 원치 않았던 정치에서 ‘인종적 순수성’의 문제는 후진적인 북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마이어스는 축구 경기나 학생 집회에서 드러나는 북한의 행동을 심하게 병든 정치 체제를 대표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의 책 속에는 북한이 자신들 나름의 방식으로 북한인들을 이해하거나 또는 북한 문화의 왜곡이 억압적인 정부뿐만 아니라 북한이 겪었던 잔혹한 전쟁과 외부적 요건으로 인해 강요되었던 지독한 고립의 결과였음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전혀 없다.

그러나 내게 있어 이 책의 모든 전제는 지성에 대한 심한 모욕으로 여겨진다. 그렇다. 인종적 순수성을 지향하는 북한의 이데올로기는 뭔가 불안한 것이 있다. 그러나 무자비한 경제 확장을 목적으로 외국에서 수백만 명을 살해하고 자유와 민주주의의 명목하에 천연자원 확보를 위해 전쟁에서 열화우라늄의 사용을 정당화하는 미국의 이데올로기는 어떨까? 그것은 위험한 이데올로기이다. 그러나 마이어스의 책에서는 '북한은 미국이 제국주의 및 팽창주의 이데올로기를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한 북한 전문가들에게는 북한을 스탈린 시대 러시아나 나치 독일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마이어스는 북한이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필요하다고 시사한다. 물론 그 진술은 사실이다. 북한의 정치 지도자들은 미국에 대해 저항한다는 명목으로 주민들을 모으고 그들의 권력을 정당화한다.

물론 미국이 지속적으로 북한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종전 평화 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 정치인들이 이러한 주장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이어스가 제기하지 않으며 제기할 수도 없는 질문은 미국이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을 이용하는지 여부이다.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 질문은 터무니없을 수도 있겠지만, 물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이다. 미국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자국 내의 지독한 부의 편중을 줄이거나 수천 개의 핵무기로 인한 핵전쟁 위험을 줄이는 데에 자원을 할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미국에서는 광적인 무기 구축 사업에 점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무기 제작은 몇 안 되는 미국 내 제조 산업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군사화가 정당화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상상화된 북한의 위협은 경제 왜곡을 정당화하는 데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북한은 미국의 광기 어린 경제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는 위협이다.

6. 
다음에는 CSIS의 우수한 한국 전문가 빅터 차와 그의 판타지 소설 <<불가사의한 국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이 책에서는 북한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나라로 너무 기이하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서 붕괴되어야 마땅한데 계속 유지되고 있는 사회로 소개하고 있다. 빅터 차에게 있어 북한의 미스터리는 그것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전기 사용이 극도로 제한되어 자동차가 많지 않기 때문에 '불능' 도시로 간주되는 평양의 거리에 대해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최대한 빨리 자동차를 제거하고 전기 사용을 크게 제한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 문제에 대해서 북한 청소년들이 기업의 이익 증대를 추구하기 위해 중독되도록 독려하는 스마트폰에 빠져들지 않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여부를 묻는 것은 좋은 질문이다.

또한 이 책은 북한 주민들의 상대적으로 검소한 생활을 기이하고 후진적인 것으로 여김으로써 부패한 미국 문화를 조장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았던 미국 원주민들을 ‘야만인’으로 묘사하면서 광물 자원을 착취하고 야생 동물들을 무차별적으로 사냥해 멸종에 이르게 했으며 거대 도시들을 건설해 환경에 큰 피해를 가져왔던 서구인들과 매우 유사하다.  

이 책은 자유롭고 개방된 국가인 미국과 대조적으로 북한이 조잡하고 조작된 선전을 통해 김 씨 일가의 학정에 대해 사람들을 오도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해서 실제로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큰 집에서 살면서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면 자유롭지 못하다고 제시함으로써 미국 사회의 깊은 모순으로부터 사람들의 주의를 돌리도록 하는 선전 선동의 걸작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불능' 국가는 실제로 잔인하고 억압적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 자신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증가하는 광기와 국내에서의 통치 붕괴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은 미국 정치의 오랜 부패의 결과일 뿐이며 그 기원은 2000년 선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미국의 활동을 제어할 수 없다.  

빅터 차에게 북한은 미국에서 점점 확산되고 있는 권위주의에 대한 실질적 불확실성을 투영할 수 있는 장소이다. 미국인들이 신문을 선전으로 가득 채우는 방식에 대해 스스로 정직할 수 없다면 대상이 '미국'이 아닌 '북한'일 경우에는 적어도 이 진실을 간접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내부의 사회적 모순을 그처럼 생경한 북한에 전달, 계획하는 것은 많은 미국인들로 하여금 미국으로 알려진 '불능' 국가에 대해 더욱 편안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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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리설주.김경희.김여정과 설명절기념공연 관람

<노동신문> 1면에 사진 실어...‘백두혈통’ 한 자리에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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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26  0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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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평양 삼지연극장에서 열린 설명절 기념공연에 김정은 위원장 부부와 함께 김경희, 김여정이 나란히 참석했다. 앞줄 왼쪽부터 최룡해, 김정은, 리설주, 김경희, 김여정. [캡쳐사진 -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가 관람한 25일 평양 삼지연극장 설명절 기념공연에 김 위원장의 고모 김경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고 김일성 주석의 딸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는 남편인 장성택이 처형된 뒤 건강이 좋지 않아 한동안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다가 7년 만에 등장했다.

<노동신문>은 26일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 리설주녀사와 함께 1월 25일 삼지연극장에서 설명절기념공연을 관람하시였다”며 “최룡해동지, 김경희동지, 리일환동지, 조용원동지, 김여정동지, 현송월동지가 공연을 관람하였다”고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최룡해에 이어 김경희를 언급했고,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도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다음 순으로 호명했다.

   
▲ 노동신문 1면에 백두혈통이 나란히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사진이 비중있게 실렸다. [사진제공 - 노동신문/뉴스1]

특히 이날 <노동신문> 1면에 크게 실린 사진에는 김정은 위원장 오른쪽에 리설주, 김경희, 김여정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어 주목된다. 이른바 ‘백두혈통’이 한자리에 모인 것. 리설주는 양장, 김경희와 김여정은 한복차림으로 참석했다.

앞서 진행된 근로단체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는 지난 연말(12.28~31)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의제와 더불어 지난해 12월 초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를 답사하며 제기한 과업, 즉 백두의 혁명전통 교양을 강화할데 대한 문제가 두 번째 의제로 비중있게 다뤄졌다.

당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정면돌파전’을 승리로 이끌어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맞이하고자 하는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백두의 혁명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두혈통’ 김경희가 등장한 셈이다.

신문은 “평양시안의 주요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근로자들과 혁신자들, 과학연구부문과 교육 및 보건부문 일군들, 공로자들, 주요예술단체 예술인들이 공연을 함께 보았다”며 “환영곡이 울리는 가운데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서 존경하는 녀사와 함께 극장관람석에 나오시자 폭풍같은 ‘만세!’의 환호성이 터져올랐다”고 전했다.

   
▲ 25일 평양 삼지연극장 설맞이 기념공연 전경. [캡쳐사진 - 노동신문]
   
▲ 김정은 위원장은 공연이 끝나자 무대에 올라 출연자들을 격려했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신문은 설명절 기념공연에는 국무위원회 연주단, 삼지연관현악단, 공훈국가합창단과 함께 주요예술단체 가수들이 출연했다고 전했다. ‘국무위원회 연주단’은 새로 구성된 것으로 보이며, 국무위원회의 위상을 반영해 높은 수준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신문은 “김정은동지와 우리 당에 대한 다함없는 흠모와 감사의 정을 담은 칭송의 노래들과 위대한 김정은동지와 우리 당을 따라 이 세상 끝까지 충성의 한길을 꿋꿋이 걸어갈 전체 조선인민의 불굴의 의지와 기상이 맥박치는 혁명적인 가요들이 장내에 울려퍼졌다”며 “설명절기념공연은 설화시와 관현악과 남성합창 ‘영원히 한길을 가리라’로 끝났다”고 전했다.

또한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서는 존경하는 녀사와 함께 무대에 오르시여 출연자들을 만나시고 공연성과를 축하하시였다”며 “전체 관람자들은...당창건 75돐이 되는 뜻깊은 올해에 사회주의강국건설사에 특기할 새로운 승리를 이룩해갈 혁명적열의에 충만되여있었다”고 전했다.

   
▲ 설명절경축 왕재산예술단 무용종합공연이 25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캡쳐사진 - 노동신문]

한편, 신문은 이날 별도의 기사에서 설명절경축 왕재산예술단 무용종합공연이 25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성황리에 진행됐고 30일까지 열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풍치수려한 대동강기슭에 자리잡은 동평양대극장은 설명절의 환희를 더해주는 특색있는 공연을 보기 위하여 모여온 평양시민들로 흥성이였다”며 “우리 인민의 사랑을 받는 왕재산예술단의 예술인들은 당의 손길아래 날로 개화발전하는 주체무용예술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이채로운 공연무대를 펼쳐놓았다”고 전했다.

서장 <설눈아 내려라>, <까치까치 설날은>으로 시작된 공연무대는 정치성을 띤 작품은 물론 <노들강변>과 <장고춤>, <흔들북춤> 등 민족적정서와 향취가 넘치는 무용종목들과 서정적인 작품 등 다양한 무용들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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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추진 '북한 개별관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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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평안남도 양덕군의 온천문화휴양지가 1월 10일부터 운영을 시작한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중앙TV가 방영한 온천문화휴양지 전경.

북한 조선중앙TV는 평안남도 양덕군의 온천문화휴양지가 1월 10일부터 운영을 시작한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중앙TV가 방영한 온천문화휴양지 전경.

 

정부가 우리 국민의 대북 개별관광을 추진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북한 개별관광은 북·미 비핵화 협상도, 남북관계도 꽉 막힌 상태에서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보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카드다. 관광 산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 경제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 육성 중인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 개별관광이 현실화될지, 신변안전 보장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히 존재한다. 중국, 유럽 등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한국인들도 북한 관광이 다시 가능해질까. 
 

■김정은, 관광 통한 발전 모색 

“풍치 수려한 산천과 현대적인 봉사시설들, 스키장, 승마공원 등이 훌륭한 조화를 이룬 휴양지의 모습은 볼수록 감탄을 자아냈다.”(지난 15일 노동신문) 

“인민의 행복을 노래하는 사회주의 문명의 별천지로, 행복의 웃음꽃 넘쳐나는 기쁨의 대명사로 되고 있다.”(지난 10일 대남 선전매체 메아리) 

최근 영업을 시작한 양덕온천문화휴양지에 대한 북한 매체들의 홍보 문구다. 2018년 건설을 시작한 양덕온천문화휴양지는 166만여㎡ 부지에 실내·야외온천장, 스키장, 승마공원, 여관을 비롯해 치료 및 요양구역과 체육문화기지, 편의봉사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달 7일 김정은 위원장이 준공식에 참석해 직접 테이프를 끊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삼지연군과 함께 김 위원장이 대표 관광지로 키우는 곳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에도 참석해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가졌다. 

북한이 관광산업 육성에 매진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대부분의 수출·입은 물론 해외노동자 파견 등 외화벌이 창구가 막혀있기 때문이다. 관광의 경우 제재 대상이 아니면서 북한으로선 한정된 자원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세계적인 관광국인 스위스 유학 경험이 있는 김 위원장이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개방, 해외 문물 도입에 적극적이란 점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김 위원장이 금강산지구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배경에도 10년 넘게 방치돼 외국인 관광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경제적 고려도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공을 앞둔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온천 달걀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공을 앞둔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온천 달걀을 살펴보고 있다.

■북한 경제에 도움은 

북한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3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 중 90%는 중국인이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의 경우 접경지역 중심의 당일치기 관광이 많은데다 북한 내에서의 소비액이 크지 않아 북한 경제에 아직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북·중간 교류가 다방면으로 확대되면서 북한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중국을 넘어 유럽 관광객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조선관광’은 영국과 스위스 등 유럽 여행사와 연계한 스키 관광과 증기기관차 관광 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북한의 외국인 관광 상품은 주로 중국 소재 북한 전문여행사와 연계한 것이었으나, 지난해부터는 유럽 여행사와 협력하며 외국인 관광객의 출신국 다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관광을 통한 본격적인 수익 창출을 하려면 결국은 남측 관광객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강산 관광지구의 경우 1998년부터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중단될 때까지 193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왔는데 이 중 99%가 남측 관광객이었다. 김 위원장이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도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남측 관광객 수요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중국내 ‘우한 폐렴’ 확산으로 북한 당국이 국경 폐쇄 조치를 취하면서 북한 관광 산업에도 여파가 있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 개별관광 모색하는 정부 

통일부는 지난 20일 북한 개별관광 추진을 공식화했다.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구상에 따른 조치다. 그간 북·미 비핵화 협상에 우선순위를 두며 남북관계를 속도조절해왔지만 북·미 협상도, 남북관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제재 틀 내에서 가능한 북한 개별관광 방식으로 3가지 안을 검토 중이다. 우선 이산가족과 비영리 사회단체 중심으로 금강산과 개성지역을 방문하는 안이다. 이는 남측에서 북측으로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직접 올라가는 방식으로 정부가 가장 선호하는 안이다. 다만 이 경우 관광 목적의 방문보다는 이산가족 상봉이나 사회문화교류 차원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두번째 방안은 제3국을 통한 개별관광이다. 현재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해외 관광객들이 현지 여행사를 통해 북한관광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방문하는 형식을 한국인에게도 적용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 당국이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해줄지, 한국인 관광객의 신변안전을 어떻게 보장받을지 등이 관건이다. 

세번째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남북 연계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동해안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금강산이나 원산·양덕·삼지연 관광을 연계하는 관광 프로그램을 구성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유엔 제재와 북한 체제의 특성, 지역·범위 등을 감안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이 세가지 방식”이라며 “모두 북한 내에서 이뤄지는 관광 프로그램을 북한이 결정해, 여행사에 어떻게 내놓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내놓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같은 남측 구상에 대해 북한은 아직까지 공식·공개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연합뉴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연합뉴스

■현실화까진 산 넘어 산 

정부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한 개별관광이 성사되려면 여러 난제들을 풀어야 한다.

우선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 관광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고,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북한에 들어가 관광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제는 여행사가 관광객을 모집하는 과정에서부터 관광객의 통행 수단, 현지에서 지출하는 비용, 소지품 반입, 여행자보험 가입 등 여러 단계에서 대북 제재에 저촉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유엔 제재는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전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으로의 벌크캐시(대량현금) 유입을 금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관광객들이 과거 금강산 관광 때처럼 사업자를 통해 북측에 일괄적으로 관광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관광객 개개인이 현지에서 숙박료, 식비 등을 지불한다면 제재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얼마까지가 벌크캐시에 해당되는지, 관광비로 지급된 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사용됐는지 여부를 판단할 근거와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즉 미국 뜻에 따라 얼마든지 그냥 넘어갈 수도, 문제 삼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 개별관광 등 독자적인 남북협력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향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야 한다”며 한·미 협의를 강조했다.

신변안전 보장 문제도 있다.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신변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각에선 북한이 개방을 꺼려하던 과거와 달리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신변안전에 대한 우려도 과거보다는 완화됐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2017년 북한 여행을 갔다가 1년 넘게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송환돼 숨진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신변 안전에 대한 불안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거듭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민의 신변 안전에 대한 어떤 보장도 없는 북한 개별관광이 가능하겠는가”라며 “덜컥 허용했다가 제2의 박왕자씨 사건, 제2의 오토 웜비어 사건이 터지면 그 책임을 무슨 수로 감당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 등 제3국 여행사가 북측과 관광 상품을 구성할 때 계약 내용에 신변안전 보장을 반영하도록 하고, 우리측 안내원이 동행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모두 북한 당국과 제3국 여행사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해진다. 

북·미 대화 교착 이후 북한이 남측에 대해서도 무시·비난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개별관광에 대한 여론의 공감대를 넓히는 것도 정부가 안고 있는 과제다. 보수야당들은 북한 개별관광이 ‘대북 퍼주기’ ‘굴욕 외교’라며 반대하고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261049001&code=910303#csidx2f77767e5bce7078e7c23f136556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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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년째 ‘국보법’ 재판받는 남북경협 IT사업가의 한숨

“남북경협에 국보법 씌우고 北개별관광되겠나?”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0-01-25 12:01:30
수정 2020-01-25 1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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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IT사업가 김호 씨
남북경협 IT사업가 김호 씨ⓒ민중의소리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개별관광은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상을 밝히기 바로 전날인 지난 13일 정부의 구상이 무색하게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지난 2018년 8월 중국에서 북측 프로그래머와 협력 사업을 하다 국보법 위반(자진지원·금품수수)으로 기소된 IT회사 대표 김호 씨에 대한 재판이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있기 한달 전 발생한 문재인 정부 '1호' 국가보안법 사건이다. 

같은 해 10월에 1심 공판이 시작된 이후 햇수로 벌써 2년째 진행되고 있다. 그사이 재판부도 바뀌었고, 구속됐던 김 씨도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22일 서울 서초동에서 또 한 차례의 공판을 마친 김 씨는 재판이 2년째 진행되는 데 대해 "국가보안법이 가진 모순에 대해 더 절실히 느끼게 된 기간이었다"며 "(국보법이) 남북교류에 있어서도 장벽이지만 한국사회의 근본문제라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과 함께 고생하고 있는 가족에 대해 "가족에게 미안하지만 제 일로 크게 보는 계기가 됐다고 해서 고맙다"면서 "경제적으로도 어렵지만 뜻있는 분들이 도와주고, 제가 가진 미래 가치에 관심 갖는 분들이 많아 아직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 기간이 이만큼이나 길어진다는 것은 검찰 측이 주장하는 혐의가 쉽게 입증되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검찰은 김 씨가 북 IT 기술자들과 프로그램 관련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이 ‘국가보안법위반 통신연락’이고, 그 중 2013년경 방위사업청 입찰에 참여한 회사로부터 제공받은 인공지능형 감시카메라 테스트 관련 부분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이 ‘국가보안법위반 자진지원 군사기밀 누설’이며, 북 IT 기술자들에게 프로그램 개발비를 준 것이 ‘국가보안법위반 편의제공’이라고 기소하였다.

북측 프로그래머와 협업해 개발된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사이버테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검찰 측의 주된 논리다. 

그러나 실제로 김 씨가 제공한 프로그램으로 인한 악성코드 피해사례는 없었다. 검찰 측이 내놓은 증거들은 모두 위험에 대한 '가능성'만을 지적하는 자료들 뿐이다. 경찰 보안수사대가 6년이나 김 씨를 추적했다고 하지만 내놓은 증거는 초라한 수준이다. 

김 씨는 "사이버테러 위험이 있다고 하는 데 실제로 피해 사례가 없다"면서 "검찰 측이 파일을 분석해서 바이러스가 있다고 하는 것도 그건 마이크로소프트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제공하는 정상적인 기능의 파일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 증언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파일이 있을 텐데 2010년에서 2018년 사이 파일 중에서 유독 2013년 3, 4월 파일에 바이러스가 의심된다는 거다"면서 "만약 (악성코드 유포) 의도가 있다면 처음엔 숨겨오다 마지막에 드러낼 텐데 지금까지 다 정상적이다가 중간에 일부가 그렇다는 건 비상식적이지 않느냐"라고 항변했다.  

지난 13일 진행된 재판에서는 IT전문가가 김 씨 측 증인으로 나와 "감정서에서 지적한 사항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본이 되는 것인데, 하나하나의 세부기능으로는 악의성이 없다"고 증언했다. 김 씨의 소프트웨어가 악성프로그램으로 의심된다는 검찰측 감정서와는 반대되는 의견이다. 

법원 자료사진
법원 자료사진ⓒ민중의소리

재판 과정에서는 김 씨를 구속시키려는 목적으로 경찰이 '증거 조작'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018년 8월 9일 김 씨 체포 당시 경찰은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신청서에 “자신의 체포를 알리고 증거를 인멸하라는 듯한 '알 수 없는 내용의 메시지'를 발송했다”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기재했다. 법원은 역시 이를 토대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김 씨의 구속 후 해당 문자는 경찰 공용폰에, 김 씨가 체포되기 20일 전에 김 씨와 전혀 무관한 사람으로부터 ‘수신’된 문자였다는 것이 확인됐다. 

김 씨 측이 이들 보안수사대 수사관들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에 대한 혐의로 고소했지만 '혐의없음' 처분이 나오기도 했다. 

'알 수 없는 문자 메시지'를 처음 발견하고 보고한 수사관은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13일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 모 수사관은 "보수대에 있으면서 이보다 경한 것(사건)도 구속됐기 때문에 그게(문자메시지가) 없더라도 구속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증거 조작' 의혹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증거조작이 없더라도 구속시킬 수 있었다'는 자신감에서 정권은 바뀌었지만 보안당국이 여전히 가지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 '1호'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씨 뿐만 아니라 최근 논란이 된 국가정보원의 '프락치 조작 사건' 당사자도 대표적 피해자다. 

김 씨는 "(김 모 수사관의) 그 이야기 듣고 말이 안나올 정도였다"면서 "저런 사람들이 징계를 받기는커녕 보안 조직의 보호 받는다는 게 국민의 한사람으로 분통이 터진다"고 분노했다.

이어 "한국의 공안조직에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당연히 해직됐어야 할 사람인데 아직도 세금을 받아 먹고 있다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날 공판에서 김 씨 측은 김 모 수사관에 대한 추가 증인 신문을 신청하면서 재판을 계속할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선고는 더 늦어질 수 있다. 다음 공판기일은 재판부가 추후 지정할 예정이다. 

지난 2018년 9월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경협에 국보법 씌우고 교류하자고 하면 북한이 이해하겠나"

김 씨는 '북한 개별관광' 등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남북경협에 대한 국보법의 굴레를 벗기지 않는 이상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제 사건이 터지면서 남북경제교류에 희망을 봤던 사람들이 겁을 먹고 위축됐다"면서 "저의 상황을 알던 지인이나 기술 공급 받은 사람들이 증언에 나서는 걸 두려워하는 건 물론 사업도 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에서 남북경협에 불신을 보이고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는데 오히려 남북경제사업을 위축 시킨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측의 민간인과 교류협력사업을 한건데 이걸 사이버 테러의 배후라느니 간첩질을 했다고 하면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면 북측에서는 억울하지 않겠나"라고 "남측은 대통령과 보안당국은 별개니까 이해해달라고 하면 이해가 되겠나"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남북교류의 희망과 가능성에 겁을 줘놓고 정작 정부는 남북교류에 대해 북측에 이해해달라는 양두구육이 어디있느냐"라고 비판했다. 

향후 남북관계 개선 측면에서도 이번 재판 결과가 중요하다고 김 씨는 강조했다. 당장 북측 개별관광 등 '큰 그림'을 그릴 게 아니라 국가보안법 등 남측에 놓여진 눈앞에 장애물부터 치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부는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주변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북측의 양보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식으로는 남북관계는 풀릴 수 없다"면서 "지금 남북교류사업을 간첩으로만든 문제점을 직시하고 이를 개선해야 남북관계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탓만하고 발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해서는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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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문재인 정부의 '북한 개별관광'을 찬성하는 이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01/26 11:06
  • 수정일
    2020/01/26 11: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주장]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미 북한을 여행하고 있다

20.01.25 19:52l최종 업데이트 20.01.25 19:52l

 

최근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들의 북한 개별관광을 추진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적극 찬성한다. 어서 빨리 정책이 시행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 기자 말

미국 국적자 재미동포인 나는 2011년 별로 내키지 않았던 첫 북한 관광을 한 뒤 2017년까지 아홉 차례 북한을 여행했다. 두만강이 동해로 흘러가는 한반도의 최북단 함경북도에서부터 남한의 섬들이 훤히 보이는 황해도 해안에 이르기까지. 여행 일수만 놓고 보면 약 120일에 걸쳐 북한의 방방곡곡을 다녔다. 
 

 북한의 수양딸 리설향의 집에서(2017년 5월19일 평양).
▲  북한의 수양딸 리설향의 집에서(2017년 5월19일 평양).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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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북한에 3명의 수양딸을 뒀으며 북한 여행을 가면 그들의 집을 찾아가 모녀지간의 정을 나누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서 남한 정부가 국민들의 북한 여행을 자유화하고 북한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돼 이산가족들이 직접 북한에 가서 헤어진 가족들을 상봉할 수 있게 되길 기원했다.

이런 바람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북한 기행문에, 그리고 단행본으로 출간된 나의 세 번째 여행기 <우리가 아는 북한은 없다>(도서출판 말, 2019)에 이렇게 남겼다.
 

"사랑하는 가족을 국가의 허락 없이는 만날 수 없다거나, 함께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인류에 대한 범죄이며 가장 근본적인 인권유린이다. 북한의 인권을 비판하는 남한도 이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산가족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 또한 엄청난 인권 유린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여행에 제한이 없고(북한 여행 제외)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한국 정부에 제안한다. '북에 가족이 있는 남한 주민들은 원하면 누구나 북한에 가서 헤어진 가족을 만나도 좋다'라고 선언할 것을. 주민들의 해외여행이 제한돼 있는 북한에게도 제안한다. '북에 헤어진 가족이 있는 남한 주민들은 누구나 북한을 방문해 가족과 상봉할 것을 허락한다'라고 선언할 것을."

  

 호텔에서 이산가족과 상봉하는 한 재미동포 (2013년 9월6일 평양).
▲  호텔에서 이산가족과 상봉하는 한 재미동포 (2013년 9월6일 평양).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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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도해 제비뽑기로 선택된 100~200명이 가물에 콩 나듯 몇 년에 한 번 하는 이산가족 상봉은 그야말로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대체 실향민과 그 후손들이 몇명인데 언제 그 사람들이 상봉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70여 년 동안 헤어진 가족과의 만남을 어찌 '제비뽑기'에 맏겨야 한단 말인가.

이산가족들에겐 시간이 없다. 오늘도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며, 피눈물을 흘리며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나고 있다.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인이 가는 북한관광 
 

 북한을 여행 중인 유럽 관광객들(2013년 8월21일 량강도).
▲  북한을 여행 중인 유럽 관광객들(2013년 8월21일 량강도).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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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오래 전부터 한국 국적자를 제외한 전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관광을 개방해왔다. 한국 국적자라고 해도 해외영주권을 갖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북한 관광을 허용하고 있어 지금도 해외영주권을 갖고 있는 한국 국적자들은 북한 여행길에 오르기도 한다. 그들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그들의 여행기를 올리고 있다.

이산가족인 해외동포들도 오래 전부터 북한에 여행을 가서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 왔다. 그러나 가족 상봉을 할 경우엔 수속에 시간이 좀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왜냐하면 북한 당국이 북한에 있는 가족을 먼저 찾아 소재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 관광은 유엔-미국의 제재와 무관하다
 

 북경발 평양행 고려항공 속 외국 관광객들(2013년 8월 17일).
▲  북경발 평양행 고려항공 속 외국 관광객들(2013년 8월 17일).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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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관광을 취급하는 한 여행사의 포스터.
▲  북한관광을 취급하는 한 여행사의 포스터.
ⓒ youngpioneertou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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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광은 유엔이나 미국의 제재와 전혀 관계가 없어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북한을 찾고 있다. 중국 관광객이 주를 이루지만 유럽이나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온 관광객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북한을 찾은 중국 관광객의 수가 100만을 넘었다고 한다.

북한 관광을 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관광증을 받고 가는 것이며(대부분의 외국 관광객들), 또 하나는 비자를 받고 가는 것이다. 외국 국적자인 나는 관광증을 받기도 했으며, 비자를 받기도 했다. 순전히 관광을 목적으로 갈 경우엔 관광증을, 관광 겸 수양가족을 만나러 갈 경우엔 방문비자를 받았다. 
 

 북한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발급하는 관광증.
▲  북한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발급하는 관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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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일반 방문 비자.
▲  북한의 일반 방문 비자.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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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방문목적이 없는 한 북한 관광은 여행사를 통해 관광증을 받고 가는 게 훨씬 편리하고 절차도 아주 간편하다. 여행사에서 보내주는 관광증 신청서에 정보를 기입하고 여권 사진, 여권 복사본을 이메일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 물론 관광증을 받고 북한에 갈 경우, 관광 외 다른 일(아는 사람을 만난다든가 또는 가정집을 방문한다든가)은 허용되지 않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개별관광' 추진 의사를 밝히자 일부 사람들이 "남과 북은 서로 다른 나라가 아닌 '특수관계'이므로 비자를 받고 관광을 가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라고 짚기도 한다. 그것이 문제가 된다면 남한의 동포들이 북한에 관광을 갈 경우 비자를 받을 필요없이 관광증을 받고 가면 된다.

위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관광증은 정식 비자가 아니다. 순전히 관광을 목적으로 가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관광을 허락하는 일종의 허가증(Tourist Card)이다. 이 관광증 또는 이와 유사한 허가증을 발급받고 북한에 관광을 간다면 비자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한 개별관광이 성사될 경우 남한 관광객의 안전이 가장 우려된다고 한다. 그러나 내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은 여행하기에 안전한 나라 중 하나다. 우선 여행 중 흔히 만날 수 있는 소매치기, 부당요금, 강도, 절도 등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 내가 아홉 차례 북한을 여행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일을 겪어보지 못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평양의 밤거리 (2015년 10월11일).
▲  평양의 밤거리 (2015년 10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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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택시 운전기사 (2015년 6월26일 평양).
▲  북한의 택시 운전기사 (2015년 6월26일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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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요즘은 택시 수가 많이 늘어 밤늦게 다니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안내원과 동행해야 한다. 안내원을 동행하는 게 북한의 지리나 식당, 유흥업소 등의 정보에 어두운 관광객에게 훨씬 편리하다. 그러나 늦은 밤 안내원을 불러 동행을 요청하는 게 미안해 나는 밤에 호텔을 나서 택시를 타고 다니곤 했다.

관광 안내원들은 외국인 관광객의 건강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경제 제재로 인한 서방 의약품의 공급 부족 때문에 한약 재료로 만든 약을 준다. 통상 관광객이 다른 나라에 가서 건강상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런 일이 뉴스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아주 전염성이 큰 질병을 제외하곤 말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관광객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외부 언론이 이를 왜곡보도하는 일이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 당국은 외국인 관광객의 건강에 특별한 관심을 둔다고 안내원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외국 관광객을 담당하는 호텔의 의사 그리고 처방약.
▲  외국 관광객을 담당하는 호텔의 의사 그리고 처방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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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북한이 남한의 제안을 받을까'다

그동안 100만 명이 넘는 남한 관광객들이 금강산 관광을 다녀왔지만, 관광 중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경우는 극히 적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고 박왕자씨가 북한 경계병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의 경우, 새벽 4~5시 사이 숙소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군사지역에서 일어난 불상사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08년 정부합동조사단은 "분명한 목격자가 없고 목격자 진술 내용도 상이해 현지조사 없이 현재 상황에서 모든 의혹을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나는 남한 정부가 개별여행을 허가한다 해도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 동안 북한 관광이 온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열려 있었고, 수 많은 나라의 관광객들이 북한을 다녀 갔기 때문이다. 
 

 관광버스를 향해 손을 흔드는 북녘의 아이들 (2013년 8월22일 함경북도 명강군).
▲  관광버스를 향해 손을 흔드는 북녘의 아이들 (2013년 8월22일 함경북도 명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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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통일부는 북한 개별관광 구체 방안을 발표했다. 남에서 북으로 가는 개별관광, 제3국 경유 개별관광, 외국인의 남북한 연계 관광 등 3가지 방식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통일부는 "우리 쪽 관광객의 신변안전보장을 확인하는 북쪽과의 합의서·계약서·특약 등이 체결된 경우 방북 승인 검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 박왕자씨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어느 나라 관광객도 관광 중의 안전보장을 위한 '보증서'를 받아들고 북한 관광을 다녀 온 사람들은 없었다. 되레 이런 조치가 북한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부추기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북한이 여행하기에 안전한 나라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 이유는, 북한이 각별히 치안이 잘 돼 있어서가 아니다. 그 이유는 북한 동포들 자신이 도덕적으로 잘 교육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한동포들이 더욱이 남녘에서 온 관광객이란 것을 알면 더욱 따듯하게 맞이할 것이다. 그들은 호기심도 많아 나이, 직업, 사는 곳, 가족관계, 좋아하는 음식 등 온갖 질문을 한다. 남한 출신의 해외동포인 내가 북한에서 겪은 정겨운 경험이다.
 

 북한의 한 맥줏집에서 동포들과 함께 (2015년 6월30일).
▲  북한의 한 맥줏집에서 동포들과 함께 (2015년 6월30일).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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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주의할 것이 있다. 여행 중 북한의 체제나 지도자를 비방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럴 경우, 여행 중이라도 추방당할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외국 여행에 가서 그 나라의 법을 준수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소소한 위법행위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처벌을 받거나 추방당했다는 얘긴 들어보지 못했다.

정부의 '북한 개별여행' 추진에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관건은 남한의 북한 개별여행 추진에 대한 북한의 호응 여부다. 남한이 미국과의 공조라는 이유로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 이행에 소극적이라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한 남북관계에 실망한 북한이 '개별관광'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서는 교류가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정부는 '북한 개별여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북한은 이에 호응해 주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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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년간 미세플라스틱 3만~7만개를 섭취한다

[키워드로 보는 2020 환경운동] ②
2020.01.25 19:17:47
 
 
 

2020년은 여러모로 한국 사회와 한반도 생태계에 중대한 시기이다. 촛불로 일어서 '사회와 환경 적폐들을 구조적으로 일소하라' 외친 국민의 명령은 완수까지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한다. 기후변화로부터 폐기물에 이르기까지 적폐를 일소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직면하게 될 다양한 환경 의제들을 알아보자.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함께사는길이 예측한 2020 환경운동 키워드, 꼼꼼히 살펴보고 '시민으로서, 활동에 참여하고픈 의제, 그리고 참여해야 할 의제'에는 무엇이 있을지 미리 생각해 보시길!  

키워드 11. 제21대 국회의원선거 

2020년 4월 15일 국회의원 전원을 새로 선출하는 선거로 유권자는 지역구 국회의원 1표,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정당 1표 등 총 2표를 행사한다. 

2019년 12월 27일 심상정 의원 등 여야 의원 17인이 제안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선거권 및 선거운동 가능 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조정, 지역구 국회의원 225명으로 축소, 비례대표 국회의원 75명으로 확대,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도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다. 통과된 개정안은 오는 4월 21대 국회의원선거부터 적용된다.  

선거법이 개정되어도 유권자는 1인 2표를 행사함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정당에 던지는 표의 가치가 커진다. 현재 국회 의석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우선 배정하고 남은 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비례대표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반해 준연동형비례대표제도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총 국회 의석을 나눠 각 정당에 의석을 배분한다. 정당은 지역구 당선자들을 뺀 나머지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당득표율이 30퍼센트 정당은 총 국회의원 의석 300석 중 30퍼센트를 차지한다. 정당은 지역구 당선자에게 국회의원 의석을 주고 남은 의석을 비례대표에게 배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면 남은 의석을 온전히 보장 받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남은 의석의 일정 부분만 보장을 받는다. 현재 추진 중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50퍼센트를 적용, 남은 의석의 50퍼센트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이 달라지는 만큼 특정 지역의 이해가 아닌 약자, 동물 등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소수 정당이 의석을 배분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시민사회는 유권자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연동제 비례대표제 도입을 포함한 선거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함께사는길


키워드 12. 도시공원 

도시지역에서 도시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건강·휴양 및 정서생활을 향상시키는 데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설치 또는 지정된 곳으로 도시 군관리계획으로 결정된다

전 국민의 90퍼센트가 도시에 거주한다. 도시공원은 미세먼지의 26퍼센트 저감, 초미세먼지 41퍼센트 저감, 4.5℃ 기온 저감, 침수 피해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

키워드 13. 도시공원 일몰제 

지자체가 도시군계획시설상 공원으로 결정한 부지를 20년간 집행(부지 매입)하지 않으면 공원결정의 효력을 상실하는 제도로 2020년 7월에 최초 시행된다.

2019년 1월 기준 도시공원부지는 총 927제곱킬로미터로 이중 480제곱킬로미터(52퍼센트)는 공원으로 조성이 완료되었으나 나머지 447제곱킬로미터(48퍼센트)는 계획만 잡혀 있을 뿐이다. 당장 올해 7월에 공원부지에서 해제되는 장기미집행공원은 364제곱킬로미터로 서울시 면적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2017년 '2020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이하 전국시민행동)을 구성해 도시공원일몰제 해결을 위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하여 왔다. 전국시민행동은 △사유재산권 침해와 무관한 국공유지 예외 없는 영구보전 △도시자연공원구역 토지소유자의 재산세 50퍼센트 및 상속세 80퍼센트 감면 △도시공원 및 도시자연공원구역의 토지 매입비 50퍼센트 국고지원 △토지매입을 위한 지방채 발행 시 지방채상환기간 20년 연장 △중앙정부의 장기 재원마련을 위한 교통환경에너지세 개편 △종합적인 입법 및 예산수립 등 대책마련을 위한 일몰시점 3년 유예 등을 요구해왔다.

현재 일몰대상 도시공원부지 중 국공유지는 1회에 한해 10년 유예하도록 하는 '공원녹지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본회의 처리 대기 중에 있다. 하지만 국공유지라도 개발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해제할 수 있도록 했고 국유지 외의 도시공원 부지는 지자체에게 떠넘겨 도시공원 일몰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될 전망이다.  

키워드 14. 민간공원 특례사업 

2009년에 도입된 제도로 2020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 예정인 공원부지를 민간사업자가 매입해 아파트 건설 등의 수익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 단 민간사업자는 공원부지 매입 후 30퍼센트 이하에 수익시설(최대 30퍼센트까지 아파트 등)을 건설하고 70퍼센트 이상은 지자체에 기부 채납해야 한다.

충남 천안에 자리한 일봉산은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따라 전체 공원부지 40만2614제곱미터 중 29.9퍼센트가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계획이다. 나머지 70퍼센트는 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 채납해야 하지만 녹지 대신 도로와 학교, 각종 문화체육시설 등 소위 아파트를 위한 기반시설로 채워질 계획이다. 그렇게 개발된 아파트에 입주한 이들이야 녹지 프리미엄의 단맛을 보게 될 테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늘 이용하던 공원이 대규모 도시개발로 30~40퍼센트를 잃고 건설과정은 물론 이후에도 교통 혼잡 등으로 몸살을 앓게 된다.

일봉산처럼 2020년 7월 실효대상 공원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전국적으로 총 78개소(30.8㎢)에 달하며 곳곳에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달리 서울과 전주는 민간공원특례사업 대신 지방채를 발행해 일몰 예정 도시공원 부지를 매입해 도시공원을 지키기로 했다. 

 

 

 

ⓒ함께사는길


키워드 15. 제3기 신도시 

문재인 정부가 수도권 주택 30만 호 공급을 위해 추진 중인 신도시로 2026년까지 남양주시 왕숙, 하남시 교산동, 인천시 계양구, 경기 고양시 창릉동, 부천시 대장동에 건설 예정

3기 신도시 계획부지는 서울과 연접한 지역으로, 그 개발면적은 3274만 제곱미터다. 인근 과천 대규모 부지를 합하면 총 면적 3429만 제곱미터로 여의도(290만 제곱미터)의 11.8배나 된다. 더욱이 부천 대장은 99.9퍼센트, 안산 신길은 100퍼센트, 장상은 97퍼센트, 고양 창릉은 97.7퍼센트가 그린벨트 지역으로 신도시 계획부지는 절대 개발이 불가한 환경성평가 1, 2등급 지역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들 그린벨트 숲과 농지가 대규모로 훼손된다면 수도권과 서울 모두 기온이 상승되고, 출퇴근 교통수요로 인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등 환경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3기 신도시는 서민주거안정이 아니라 투기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1기 신도시는 1970년대 주택보급률이 60퍼센트도 안 되는 상황에서 시작되어 그나마 당초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1999년 추진된 2기 신도시는 투기로 전락하여 판교 신도시의 경우, 분양가가 수용가 대비 무려 52배 상승하여 공기업, 지자체, 건설업자의 투기 잔칫상으로 변질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 103퍼센트이고, 수도권 공급예정 물량만 14개 지구, 62만 가구이다. 진정으로 서민주거 안정이 정책목표라면, 출퇴근이 필요 없고, 환경훼손 없는 도심의 유휴부지나 도시재생이 필요한 지역, 공공이 보유한 국공유지, 공기업 이전지 등에 공영개발을 통한 영구공공 임대주택을 OECD 수준으로 늘리고, 보유세 인상을 통해 투기목적의 주택보유를 억제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해야 하나 국토부는 근본적인 대책에는 귀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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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16. 강 복원 

개발사업으로 훼손된 강 생태계를 개발 이전 상태로 되돌림.

2020년의 핵심 운동 중 하나로 하천의 종적 연결성을 채택했다. 미국은 지난 100년 동안 1605개의 댐을 철거해서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했다. 유럽 역시 4800개의 댐을 철거해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역시 2020 총회의 핵심 의제 중 하나를 하천의 종적 연결성 회복으로 정했다. 하천을 복원하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댐을 철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2006년에 이미 댐 건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2007년 댐장기계획에서 신규 댐 건설 대상지가 사라졌고, 2006년에 댐 철거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이제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왜곡된 물 정책을 바로잡고, 정상적인 강 복원 정책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1300여 개의 대형 댐과 3만4000여 개의 소형 댐이 존재하고 있다. 이중상당수는 기능과 용도를 상실한 채 하천에 방치되어있다. 2020년은 도랑에서 하구를 지나 바다까지 힘차게 흘러가는 강복원의 원년이 될 것이다. 

키워드 17. 국가물관리위원회 

2018년에 제정된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2019년 8월 27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기구로,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물 관련 중요 정책 및 현안을 심의?의결하고 물 분쟁을 조정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 

문재인 정부는 후보 시절부터 4대강사업을 바로잡고 4대강 재자연화를 약속해왔지만 그 속도가 더디다. 정부는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을 구성해 4대강 보 처리방안을 마련한 후 2019년 7~8월 중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을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확정하고 2019년 내 한강과 낙동강의 보 처리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시간표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 8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방안조차 확정하지 못했고 한강과 낙동강은 보에 막혀 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야당과 4대강 찬동인사들을 중심으로 4대강 재자연화를 흔든 이유도 있지만 정부 부처도 태업을 넘어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가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인들의 밥그릇 싸움에 휘둘리지 않고 4대강 재자연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관심과 목소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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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18. 영풍석포제련소  

(주)영풍이 1970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설립해 아연괴, 황산 등 각종 비철금속을 생산하는 공장 

△환경법 위반 50건 이상(2013년 이후 기준) △허가받지 않은 세 번째 공장 불법 건설 △2018년 2월 70여 톤의 폐수 무단 방류 △폐수처리시설 불법 운영(2019년 환경부 특별지도·점검에서 적발) △52개의 불법 지하수 관정 설치·운영(2019년 환경부 특별지도·점검에서 적발) △대기오염물질 측정 자료 조작(2019년 7월 적발) △지하수법, 물환경보전 법 등 6개 법 위반으로 고발 

위 모든 불법들이 영풍석포제련소 한곳에서 만들어낸 기록이다.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영풍석포제련소는 대표적인 공해유발 공장으로 주변 지역은 물론 1300만 주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중금속 등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수많은 불법행위에도 영풍석포제련소는 가동 이래 단 한 번도 정지된 적이 없다. 2018년 폐수 불법 배출이 적발돼 공장 가동 48년 만에 처음으로 조업정지 20일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영풍석포제련소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 조업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2019년 4월 환경부가 진행한 특별지도·점검에서도 다수의 불법 행위가 또 적발됐다. 이에 환경부는 경상북도 등 관할 지자체에 고발 조치와 조업정지 120일 등의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풍석포제련소는 가동 중이다. 처분을 내려야 할 경상북도가 청문회 연기에 이어 환경부와 법제처에 유권 해석과 법령 해석을 요청하면서 행정 처분을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연합을 비롯한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영풍공대위)는 경상북도가 영풍석포제련소를 위해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19년 8월 대구환경연합을 비롯한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영풍공대위)와 법률대응단은 특별지도·점검에 대해 물환경보전법과 지하수법 위반으로 영풍을 고발하는 한편, 측정 조작과 관련해서는 영풍의 몸통까지 제대로 수사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검찰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영풍공대위는 영풍의 불법행위에 대해 신속한 조업정지가 행해지고, 철저한 검찰 조사로 영풍의 불법 실체가 전부 밝혀지고,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 등에 대한 범 정부차원의 통합조사와 지원대책이 마련되고, 영풍제련소가 폐쇄되는 날까지 대응할 것이고 밝혔다.  

키워드 19. 제주 제2공항 

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기존 제주공항과는 별도로 제주 성산리 일대에 추가로 건설 계획 중인 공항 

2015년 11월 10일 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저비용 항공시장의 활성화 및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 등으로 항공수요가 급증하여 공항시설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 예정지는 586.1만 제곱미터로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고성리, 수산리, 난산리, 신산리 등 5개 마을의 토지가 수용된다. 하지만 발표 이후 해당 후보지 주민들을 비롯해 제주 도민사회는 어떠한 정보공개나 의견수렴 절차 없이 국토교통부 용역에 의존한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후 제2공항 입지결정의 근거가 된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서의 자료 조작과 이해관계자의 연구용역 참여 등의 의혹이 불거지고 이어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비행 안전을 위해 예정지 주변에 오름 10개의 절취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제2공항 계획을 둘러싼 논란은 더 거세졌다. 또한 동굴과 철새도래지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제주 도민들은 아울러 최근 과잉관광으로 인한 교통난, 쓰레기와 오·폐수 처리 문제, 자연환경과 경관의 훼손, 전국 최고 수준의 범죄율, 과도한 지가상승과 그로 인한 생활비 상승과 1차 산업 기반 약화 등 환경적, 사회적 수용력과 지속가능성에 심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제주도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공항 확충의 적정 규모와 방법에 대해 제주도민 스스로가 숙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기본계획(안)을 마련하고 지자체, 환경부, 기재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중에 있다며 예정대로 제2공항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제2공항반대성산읍대책위원회와 제2공항반대도민행동은 제주2공항을 강행할 경우 강정 해군기지 이상의 갈등과 상처를 남기게 될 것임을 우려하고 있다. 제2공항반대성산읍대책위원회와 제2공항반대도민행동은 국토부의 일방적인 기본계획 고시 계획 중단과 제2공항 건설 계획 폐기 및 제주 공항시설 확충 필요성과 규모, 대안 전면 재검토,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키워드 20. 생활화학제품 

가정, 사무실, 다중시설 등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제품 중에서 화학물질이 사용된 제품 

시민들은 일상에서 치약, 샴푸, 화장품, 방향제, 섬유유연제, 탈취제 등 다양한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성분과 화학물질 정보를 쉽게 알 수 없다.지난2017년 정부와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자발적 협약'을 맺은 일부 기업의 제품을 제외하고 시중에 유통 판매되는90퍼센트이상의 생활화학제품은 전 성분 공개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화학제품을 구성하는 전 성분,화학물질에 대한 안전정보를 기업이 올바로 제공하여 시민들이 제대로 알았더라면 가습기살균제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환경연합은 누리집 '투명한 화원'(https://www.hwawon.net/)을 구축해 국내 유통되는 1만 536개 생활화학제품의 성분과 화학물질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환경연합은 시민이 안심하고 화학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이 자발적으로 제품의 전 성분을 공개하는 것을 넘어 전 성분 공개가 제도화될 수 있도록 시민들과 지속해서 요구할 계획이다. 

키워드 21. 살생물 물질 

벌레나 곰팡이 세균 같은 유해생물을 제거, 억제하기 위해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PHMG, PGH, CMIT, MIT 등이 이에 해당한다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경부가 기업으로부터 신고 받은 살생물 물질은 총 673종이다. 이들 업체는 물질별 유예기간 내 유해성·위해성 정보를 갖춰 정부의 살생물 물질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승인유예기간을 부여해 최소 3년에서 최대 10년 동안 소비자들은 적절한 정보 없이 살생물 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가습기 살균제 물질과 같이 대부분의 물질이 인체 위해성 평가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살생물 물질이 함유된 일반 생활화학제품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지만. 기업과 정부는 '살균제, 살충제, 목재용 보존제' 등 특정 품목만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환경연합이 확인한 결과 일반 생활화학제품인 방향제, 탈취제 내에서도 최대 23종의 살생물 물질이 한 제품에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환경연합은 일반 생활화학제품의 살생물 물질 사용 여부에 대한 현황을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알릴 계획이며, 조사 분석을 통해 정부에게 우선 관리해야 할 살생물 물질을 제안하고 요구할 예정이다.

키워드 22. 유해화학물질 배출저감 제도 

유해성이 높은 화학물질을 연간 1톤 이상 배출하는 사업장이 5년마다 기존 배출량에서 얼마만큼의 양을 어떻게 줄이겠다는 배출저감계획서를 작성해 환경부장관에 제출하는 제도로 해당 사업장은 2020년 4월30일까지 유해화학물질 배출저감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2019년초 LG화학·한화케미칼 등 산업단지 사업장들이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인 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의 수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연합을 비롯해 시민단체는 1급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해화학물질 배출공정 개선 및 저감 대책 실행 등을 요구했고 그 결과 2019년 12월부터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사업주의 화학물질 배출저감의무화 제도가 시행됐다. 이 제도에 따라 해당 사업장은 배출 저감 계획서를 세우고 이행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장은 해당 사업장에 출입하여 배출 저감 조사와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전국의 환경연합은 노동자, 주민 감시단원과 함께 지역 사업장의 유해화학물질 배출저감계획을 검토하고 이행될 수 있도록 상시적인 모니터링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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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23. 일회용품 

생산해서 단 한 번만 쓰고 버리는 제품. 본래 주사기와 같은 의료용 제품 등의 특수목적 제품에서만 사용이 정당화됐으나 이쑤시개, 비닐장갑, 컵, 비닐봉투 등 위생성보다 편의성에 중점을 둔 일회용품의 종류와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그 폐기물 처리가 사회·환경문제로 대두됐다.

'일회용품의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 구조'가 폐기물 문제를 심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며, 불필요한 자원을 낭비하고 폐기물 처리비용 부담을 높이는 대표적인 '자원순환의 주적'임에도 불구하고 일회용품 생산, 유통, 소비를 '적절하게 규제'하지 못해왔다. 예를 들어 빨대의 경우, 법적 일회용품에 포함되지 않아 생산·유통·폐기 단계에서 전혀 규제 관리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고 따라서 일체의 관리 없이 소비되고 있었다.  

지난 10년간 자원순환정책이 미비한 상태에서 폐기물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을 감축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여 2019년 11월 22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기존 규제 품목인 플라스틱컵, 식기, 수저, 비닐봉투, 응원용품, 위생용품과 신규 규제품목인 종이컵, 빨대 및 젓는 막대, 우산비닐이 자발적 협약을 시작으로 '무상 제공 금지', '사용 금지' 조치가 내려질 예정이다. 나아가 2022년에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또한 재도입된다. 

가장 일회용품 문제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키는 주범이 '플라스틱 재질의 일회용품'이다.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근본적 퇴출은 환경에 무해한 플라스틱과 대체물질 개발에 달렸다. '5차 국가환경종합계획(2020~2040)'에서는 2040년까지 환경 무해 플라스틱 및 대체물질 개발, 플라스틱 완전 재활용 등을 통해 탈플라스틱 사회로 나갈 계획을 세웠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현재의 62퍼센트에서 2040년 100퍼센트로 확대할 계획인데, 원료 투입, 생산 공정, 재활용까지 전 과정의 자원효율지표 및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정책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4차 UN환경총회'는 일회용 플라스틱, 해양 플라스틱 및 미세플라스틱 관련 결의안을 채택했고, '제14차 바젤협약'에서도 플라스틱을 관리물질로 지정했다. 

키워드 24. 미세플라스틱  

크기가 5밀리미터 이하인 작은 플라스틱 조각. 이 크기에서도 계속 작아져 1000분의 1밀리미터(1마이크로미터)나 그 이하까지 줄어들 수 있다. 이 정도로 작아지면 생체에 유입되는 일은 쉽게 일어난다. 

2019년 6월 과학지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의하면 인간은 연간 3만9000개에서 5만2000개에 이르는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 공기 중 호흡을 통해 흡입하는 경우까지 더하면 7만4000개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원래 생산단계에서부터 작은 알갱이(마이크로 비즈)로 가공된 1차 미세플라스틱과 큰 플라스틱 폐기물이 잘게 쪼개어져 만들어진 2차 미세플라스틱(5밀리미터 이하부터 미세플라스틱으로 부른다)은 모두 환경 문제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미세플라스틱은 바람을 타고 100킬로미터 이상 이동할 수도 있다. 북극 눈 1리터에서 1만여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의 독성물질이 인체에 유입돼 암 또는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나노단위로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은 모든 기관에 흡수될 수 있고 혈액, 태반장벽, DNA세포까지 침투할 수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섬유유연제에 향기를 내기 위해 첨가하는 마이크로비즈 캡슐 사용을 규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안전확인 대상 생활화학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 고시를 개정해 2021년 1월 1일부터 제조·수입하는 세정제품과 세탁제품에 대해 제품 내 세정, 연마 용도의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금지한다. 

키워드 25. 컨셔스 패션  

'의식 있는'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컨셔스(conscious)'와 패션(fashion)의 합성어로 윤리적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을 의미한다. 재활용된 플라스틱을 사용해 원단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패션(upcycling fashion),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옷을 만드는 에코 패션(eco fashion) 등을 포함하는 커다란 패션 개념어다. 국내 패션계는 컨셔스 패션을 '지속가능한 패션(sustainable fashion)'과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패션 기업들이 잇따라 환경헌장을 채택하고 윤리적으로 지속가능한 패션 산업의 추진을 선언하고 있다. 다음 해의 사회 경향을 미리 읽을 수 있는 트렌드 코리아도 2020년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페어 플레이어'를 선정했다. 공평하고 올바른 것에 대한 추구가 강해지는 트렌드를 표현했다. 공정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는 공평성과 선한 영향력을 중시한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원료와 생산과정도 이러한 경향이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파타고니아, 아디다스, H&M 같은 글로벌 패션기업들은 페트병을 재활용한 재생 폴리에스터를 원단으로 사용한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컨셔스 패션'과 관련해 눈여결 볼 용어가 '앰비슈머'이다. 이는 양면성(Ambivalent)과 소비자(Consumer)가 결합한 용어인데, 자신의 가치관을 통해 우선순위에 있는 데에는 소비를 아끼지 않는 대신 우선순위에 없는 데에는 소비를 아끼는 사람들을 말한다. 과거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던 문화에서 가치를 소비하는 문화로의 변화 및 확산을 드러내는 존재가 '앰비슈머'이다. '컨셔스 패션'의 한 종류인 '비건 패션'도 주목받고 있다.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패션이다. 동물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채취하는 털이나 가죽을 지양하자는 동물복지의 의미로 확산되고 있다. 윤리적 다운 인증(RDS·Responsible Down Standard)은 오리와 거위의 사육 및 도축, 가공, 봉제 등 다운제품을 생산하는 전 과정에 동물 복지 시스템을 준수했음을 인증하는 제도이다. 아웃도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패딩이나 다운 점퍼에 RDS 충전재와 리사이클 충전재,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한 제품들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키워드 26. IUU 어업 

불법, 비보고, 비규제 어업((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fishing, IUU 어업)의 약자.

전 세계 어획물의 20~30퍼센트가 IUU 어업으로 잡힌다고 알려져 있다. 보리스 웜은 2006년 사이언스지에 지금과 같은 어업을 계속하게 된다면 2048년엔 바다에서 더 이상 물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불법어업은 물론이고 추적할 수 없는 비보고, 비규제 어업 우리나라에서도 만연한다. 2019년 9월 20일 미국은 자체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멕시코, 에콰도르와 함께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엔 미국이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하고 유럽이 옐로카드 국가로 발표한 불명예도 갖고 있다. 국가의 명예뿐 아니라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을 유지하는 물고기에 대한 과도한 남획과 혼획이 우리 바다의 씨를 말리고 있다. 가까운 연근해에도 불법어업이 관습적으로 만연한 상황으로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키워드 27. 해양포유류 

바다에서 살아가는 포유류로 우리나라 주변에는 고래, 돌고래, 물범 등이 살아가고 있다.

서해엔 점박이물범, 제주는 남방큰고래 그리고 동해엔 밍크고래를 비롯한 대형고래가 살고 있다. 통제가 불가능한 어구의 관리로 바다는 그물로 빼곡하고 아름답고 매끄러운 지느러미로 유영하는 고래가 그물에 걸리는 순간 죽음을 피할 순 없다. 우리 바다에서 매년 약 1000마리의 상괭이, 밍크고래가 죽어가고 있다. 1972년 해양포유류 보호를 법으로 제정한 미국은 사람이 고래 등의 해양포유류를 잡는 것뿐 아니라 서식지에 피해를 주거나 소음으로 영향을 주는 행위까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감소하는 해양포유류에 대한 보호는 다양한 생물을 보호하고 공존해야 하는 우리의 책임이다. 

키워드 28. 어린물고기 

물고기로서 종의 구별은 가능하지만, 재생산이 불가능한 미숙한 성장 단계의 물고기

어린 오징어는 총알오징어, 어린 낙지는 세발낙지, 어린 갈치는 풀치 등으로 불리며 식자재로 사용된다. 총알오징어는 마치 새로운 오징어 종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름이고 세발낙지는 오랫동안 우리가 먹고 있었던 종도 있다. 

혼획과 남획으로 포획되는 어린물고기는 젓갈 등의 재료로도 사용되지만, 양식장에서 생사료로 사용된다. 양식장에선 넙치 한 마리가 1.5킬로그램이 되기까지 8.25킬로그램의 어린물고기 생사료가 필요하다고 연구됐다. 어린물고기가 많이 잡히면 바다에 사는 물고기의 크기도 줄어든다. 어린물고기를 보호해야 해양생태계 먹이사슬도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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