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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이 사람을 사지로 몰았던 사례 알려드립니다

[공개편지] 언론중재법 개정 우려한 외신기자, 국제언론단체, 유엔 특별보고관께

21.09.17 18:48l최종 업데이트 21.09.17 18:48l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언론 징벌적 손배제 도입'에 찬성하는 글을 이봉수 세명대저널리즘스쿨 교수가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에 대한 반대 주장도 환영합니다.[편집자말]

"나에게 한 문장만 주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두루 알다시피 나치 선전장관 괴벨스가 한 말입니다. 선별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왜곡하면 누구에게나 끔찍한 낙인을 찍고 오류의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한 외신 보도와 유엔 특별보고관의 보고서, 국경없는기자회와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 등의 성명서를 보면, 정보가 극단적으로 왜곡되던 시절의 암울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외신기자들과 국제언론단체 등은 지금 한국의 대다수 언론을 통해 언론중재법 이슈를 파악할 텐데, 그들 보도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역사적 맥락과 언론의 보도태도를 감안해야 합니다
 

 2004년 6월 13일 밤, 한 만두업체 사장이 한강에 투신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장은 유서에 "저희 만두 아무 이상 없으니 믿어주세요"라고 남겼다. 그는 투신 사흘 뒤인 17일 발견됐다. 사진은 2004년 6월 14일 해당 만두업체 사무실에 사장의 영정 없이 차려진 빈소의 모습.
▲  2004년 6월 13일 밤, 한 만두업체 사장이 한강에 투신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장은 유서에 "저희 만두 아무 이상 없으니 믿어주세요"라고 남겼다. 그는 투신 사흘 뒤인 17일 발견됐다. 사진은 2004년 6월 14일 해당 만두업체 사무실에 사장의 영정 없이 차려진 빈소의 모습.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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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은 역사적 맥락과 한국 언론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여당이 이번에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법이 생긴 유래부터 한국 언론의 특수상황을 말해줍니다. 징벌적 배상제는 갑작스레 만들어 언론 자유를 침해하려는 게 아니라 2004년 '쓰레기 만두 사건'을 계기로 억울한 피해자를 더 이상 양산해서는 안 되겠다며 법제화를 시도했던 제도입니다. '쓰레기 만두 사건'은 언론이 과장∙왜곡보도를 쏟아내 130개 업체가 도산 위기에 처하고 한 업체 사장이 투신자살하는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한국 언론은 골뱅이 통조림에 시체 방부제인 포르말린을 넣었다는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과 공업용 쇠기름으로 라면을 만들었다는 '공업용 우지 라면 사건' 등 숱한 보도참사를 저지른 전력이 있습니다. 허위∙과장보도로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도산 직전에 이를 정도로 타격을 입었고, 수많은 종업원이 일자리를 잃는 손해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손해배상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탄생

그러나 2004년 당시에도 한국신문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는 '징벌적 배상제가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며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결국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으로 절충돼 오늘날의 언론중재위원회 체제로 확대개편됐습니다. 당시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이 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나 합헌 결정이 났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그동안 언론 피해구제에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으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합의와 중재에 매달리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배상액이 적고 소송으로 가는 과정을 지연시키는 등 역효과도 발생했습니다. 그동안 언론은 수많은 기업을 도산시켰습니다. 그중에는 배우 출신 황토팩 제조업자도 있었는데 도산 후 이혼하고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살자도 속출했지만 피해배상액은 제로이거나 변호사 비용도 안 되는 몇백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언론은 퇴임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뇌물로 받은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등 선정적 보도를 쏟아내 끝내 자살로 몰아붙였습니다. 한국 언론의 허위∙과장보도는 인격 말살을 넘어 생명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인터넷 상의 '악플' 등으로 연예인을 비롯한 공인을 극한상황으로 몰아넣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1월 4일 보도에서 한국의 배우와 K-팝 가수 등 30명이 자살했다며 '비난 게임(blame game)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런 언론 상황이 외신기자들과 유엔 특별보고관의 모국에서 벌어진다면 어떤 논조로 보도하고 보고서를 내시겠습니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나치협력자 중에서도 언론인을 포함한 지식인을 가장 가혹하게 처단했다는 사실을 알 겁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친일 행적이 역력한 언론사들이 최대 언론재벌로서 여론시장을 과점하고 있습니다.

언론 자유는 책임을 동반해야 합니다
 
큰사진보기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앞줄 왼쪽)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앞줄 오른쪽) 등이 8일 국회 운영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여야 8인 협의체 상견례 겸 1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 송현주 한림대 교수, 김용민, 김종민 의원, 국민의힘 최형두, 전주혜 의원,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필성 변호사와 국민의힘 추천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이날 첫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앞줄 왼쪽)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앞줄 오른쪽) 등이 지난 8일 국회 운영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여야 8인 협의체 상견례 겸 1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 송현주 한림대 교수, 김용민, 김종민 의원, 국민의힘 최형두, 전주혜 의원,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필성 변호사와 국민의힘 추천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이날 첫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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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자협회 국제커뮤니티 댄 큐비스케 공동의장은 <채널A> 인터뷰를 통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을 하는 건 처음"이라며 1964년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판결'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 한국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런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안 해 보셨나요? '설리반 판결'은 언론 자유를 강조한 판결로 유명하지만, 진보성향 연방대법원 판사였던 펠릭스 프랑크푸르터는 이런 판결도 했군요.

"언론의 자유란 자유를 행사함에 따르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언론 자유를 수정헌법 1조에 천명한 '언론 자유의 천국'이면서 언론의 책임성도 매우 강조하는 나라로 알고 있습니다. 손해본 만큼 메워주는 실질적 전보(塡補) 배상과 징벌적 배상을 함께 시행하고 있죠. 미국처럼 한국도 지난해 상법 개정을 통해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고 언론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언론단체들이 "언론에 제조물 책임을 묻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반대하는 통에 입법이 좌절됐습니다.

이번 특별법 개정안은 미국식 무한배상 정신까지 따르지는 못하더라도 5배로 한도를 정해 과잉징벌을 막고 배상액 산정은 법원에 맡기겠다는 법률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한국을 '독재국가'라 부른다면, 훨씬 가혹한 징벌적 배상이 허용되는 미국은 '최악의 독재국가'라 불러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많은 외신보도와 달리 언론중재법은 언론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제동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제5조에는 '언론 등의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언론이 책임을 지지 않도록 돼 있습니다. 열람차단청구권도 청구를 하면 바로 기사가 차단되는 게 아니라 언론중재위 조정을 거치게 되고, 언론사가 차단에 동의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가게 돼 현행 조정 절차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유엔 인권사무소가 언론 피해자 인권은 무시합니까?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한국 정부에 보내온 서한도 우리 언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실망스럽습니다. 언론중재법은 한국도 가입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19조 3항, 표현의 자유에 일정한 법적 제한을 허용하는 항목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 조항은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이나 '국가안보나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이나 도덕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는데, 언론중재법이 바로 그런 사안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 보고서는 또 '언론인들이 취재원을 누설하도록 강요받을 수 있어서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법원에서는 수명(受命)법관이나 수탁판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서 그 법관만 진술을 듣고 고의∙중과실 여부를 판단한 뒤 기밀을 봉인하면 얼마든지 취재원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칸 보고관에게 탄원서를 보낸 두 한국 법률가가 이 글과 지난번 글(언론중재법, 개혁 대상이 주도하려는 개혁 성공할까) 등 여러 칼럼에서 적시한 한국 언론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전달했을까 하는 의구심입니다. 법을 제정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사회현실의 반영이 아니겠습니까?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국 언론의 자유도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지만 신뢰도는 조사대상국 중 꼴찌 수준입니다.

과거 활동 경력으로 보아 자유지상주의 성향인 듯한 탄원인 중 한 명은 국회 언론중재법 관련 8인협의체에 '수구야당' 추천으로 참여했는데, 유엔 보고관이 균형된 정보에 근거해 보고서를 썼는지 의문입니다. 칸 보고관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그것이 한국에서 엄청나게 유린되고 있는 언론 피해자의 인권을 고려했는지 답변하기 바랍니다.

'외신사대주의'가 외신 존중으로 바뀌길 기대합니다

한국은 역사적 변곡점에서 외신이나 국제언론단체와 유엔 인권이사회 등의 덕을 본 적이 많습니다. 외신기자들은 5.18광주민주화 투쟁도 국내 언론이 침묵하거나 왜곡할 때 유일하게 진실을 보도했고 국제언론단체들은 성명서 등을 통해 언론 자유 확대에 기여해왔습니다. 그러나 외신에 대한 믿음은 '외신사대주의' 같은 그릇된 외신 이용행태로 어긋나버린 측면도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미국 금융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통신> 등이 한국 경제를 지나치게 후려치고 고금리정책과 기업매각을 종용한 것은 한국인의 고통을 가중시켰습니다. 한국 재벌이 외환위기를 유발하고 미국 금융자본이 위기를 증폭시키는 데 분노해 영국에 유학 가서 학위 논문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한참 뒤 국제통화기금(IMF)도 자신의 정책 과오를 반성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제프리 삭스, 로버트 웨이드 등에게 아낌없이 지면을 내주면서 국제통화기금의 가혹한 처방이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회복 불능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때는 그 신문이 경제저널리즘의 표준으로 여길 만큼 신뢰가 가더군요.

그러나 2005년 9월 한국이 외국 투기자본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애너 파이필드 한국 특파원은 '한국이 완전히 정신분열적 태도를 보인다'고 비난했습니다. 외환위기 때와 달리 한국에 진출한 영국 금융자본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유학 중 <한겨레>에 글을 보내 유착관계를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국내 언론의 '외신사대주의'는 외신이나 국제인권단체가 성명서를 발표할 때마다 그것을 인용해 사설이나 칼럼의 논거로 삼는 데서도 드러납니다. 왜곡된 정보가 끝없이 환류되는 형국입니다. 언론중재법 통과를 한 달 미룬 데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의 역할이 컸는데 그 또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진실을 담지 못한 성명서에는 주권국가로서 당당하게 반박할 일이지 추종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외신기자와 국제언론단체 그리고 유엔 특별보고관은 언론중재법의 역사적 배경과 한국 언론의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하고, 법안의 내용을 비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1. 9. 17. 이봉수 드림
 
큰사진보기 이봉수 세명대저널리즘스쿨 교수
▲  이봉수 세명대저널리즘스쿨 교수.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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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노동자 생존 위한 파업 왜곡하며 ‘을들의 싸움’ 부추기는 보수언론

화물노조 양보에도 물러서지 않는 SPC 측, 이를 ‘노조 갑질·빵대란’으로 보도하는 보수언론

조선일보 자료사진ⓒ이승빈 기자

 최근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이 민주노총 산하 화물노동자 노조가 한국노총 산하 노조와 이권다툼을 벌이는 파업으로 식품업계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화물노동자들이 파업을 한 이유는 이권다툼 때문이 아니었다. 업계 매출 증가로 운송 거리 등이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면서 화물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도 배로 증가했는데, 회사는 운송 차량을 늘리지 않고 계속 화물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어서, ‘증차’를 요구하며 벌인 파업이었다. 그나마 노조가 양보하고 양보한 끝에 고작 화물차 두 대 늘리는 안에 합의했지만, 회사가 이조차 지키지 않아서 벌어진 파업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17일 보수언론에 거짓보도 중단을 촉구하는 논평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화물연대본부 광주지역본부 SPC지회는 노사합의 불이행에 항의하며 지난 2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회사가 파업에 참여한 화물노동자들에게 계약해지(해고)를 통보하자, 15일부터 전체 SPC 사업장에 대한 화물노동자 파업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조선일보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사이의 다툼으로 벌인 파업으로 빵과 빵 재료가 가맹점에 배송되지 않으면서 애꿎은 가맹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기사를 썼다. 또 같은 날 한국경제는 사설을 통해 “노조끼리 힘을 겨루다 벌인 불법 파업으로 ‘빵 대란’이 벌어졌다”라고 전했다. 모두 화물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 이유를 감추면서 ‘노조 혐오’만 자극하는 왜곡된 기사와 사설이었다.

주요 식품업체 매출 추이ⓒ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토대로 화물연대본부가 정리

10년 전 비해 2배로 늘어난 가맹점
화물기사 노동 강도도 덩달아 높아져
과로 해소 위해 고작 2대 증차 양보안 제시
회사, 양보안까지 걷어차 파업 유도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식품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에스피씨 지에프에스(SPC GFS, 이하 SPC)가 배송을 담당하는 대리점 수는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배송을 담당하는 차량과 인원은 10년 전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화물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도 덩달아 높아졌다. 대리점이 많아지면 그만큼 운송거리가 늘어나고, 빵 같은 경우 정해진 시간에 배송을 끝내야 하기에 과속을 해야 했으며, 더 일찍 일어나서 더 늦게 퇴근하는 일이 반복됐다.

특히, 여러 프랜차이즈 식품사업을 하는 SPC삼립의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매출 증감률은 13%를 보였다. 화물연대본부는 “영업이익으로만 따져도 2020년 대비 55.3%가 증가한 것”이라며 “빵 분야의 선전이 이를 견인했다”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SPC그룹의 계열사가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 데 매진하는 사이, 화물노동자들의 과로는 나날이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화물연대본부 광주지역본부 SPC지회는 회사 측에 3대의 증차를 요구했다. 화물차량을 추가 배치하여 화물노동자의 과중한 업무 강도를 낮추자는 제안이었다. 민주노총 조합원 차량만 38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십 대 차량 중 3대를 추가 보강해 달라는 요구는 아주 무리한 요구로 보이지는 않는다. 화물노동자들은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리는데, 작업 방식을 달리 개선할 방법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증차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화물연대본부는 양보를 거듭한 끝에 최초 요구에서 1대를 줄인 ‘2대 증차 안’을 제시했다. 여러 자영업자가 상부상조하는 유통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최대한 파업을 피하려고 화물연대본부 나름대로 애를 쓴 것이다.

무엇보다 화물노동자는 회사가 고용한 임금 노동자가 아니고, 차량 운용비 등을 모두 노동자가 감당하면서, 배송 수수료로 살아야 하는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에 파업 만큼은 피해야만 하는 구조다.

그런데도, 회사는 이 양보안까지 걷어찼다.

화물연대본부 광주지역본부 관계자는 “파업 전날인 1일 회사 측은 우리 양보안에 대해 수락하겠다고 했는데, 2일 아침에 다시 못 받아들이겠다고 했고, 2일 오후 3시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결국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보안을 제시했음에도 개선될 여지가 없자, 어쩔 수 없이 파업에 돌입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와 한국경제 등 일부 언론은 화물노동자들이 별다른 명분도 없이 단체행동을 벌이며 회사와 가맹점들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이다.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이번 사태의 가장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은 SPC인데, 화물노동자만 공격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본부 2지부 SPC(파리바게뜨)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16일 오전 광주 광산구 호남샤니 광주공장 앞에서 '조합원 집단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인 SPC그룹에 불공정한 출차 시간을 없애기 위해 증차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3일부터 14일째 운송거부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1.9.16.ⓒ뉴스1

이날 논평에서 화물연대본부는 “SPC의 합의 뒤집기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라며 “화물연대는 그동안 파업이라는 수단을 피하기 위해 항상 합의에 최선을 다했다. 화물노동자의 생존권이 전체 사회의 권리와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SPC는 화물연대가 양보한 대부분의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합의를 뒤집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맹점주는 안중에도 없고, 화물노동자는 탄압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유통산업의 최대기업이자 ‘갑’으로 군림하는 기업의 민낯”이라며 “보수언론은 SPC의 이해에 맞게 을(가맹점)과 병(화물노동자)의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보수언론의 농간 속 유통산업의 최고 정점에서 모든 이윤을 가지고 가는 ‘갑’의 책임은 삭제된 채 을과 병의 바닥을 향한 경쟁만 계속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SPC 그룹은 파업에 참여한 일부 화물노동자들에 대해 계약해지(해고)를 통보했다. 또 전체 화물연대본부 SPC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비롯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16일 호남샤니 광주공장 앞 화물연대본부 기자회견에서 박상남 화물노동자는 “목숨을 바쳐 억울함을 호소한 노동자들이 이해가 된다”라며 회사의 입장만 기사로 전하는 언론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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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은 지금 ‘나쁜 남자’ 전성시대

등록 :2021-09-17 04:59수정 :2021-09-17 07:14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96
정국 기상도ㅣ3·9 대선 분석 전망

이재명, 형수 욕설 사건 등 약점에도 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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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욱 작가
1987년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는 ‘보통사람의 시대’라는 구호를 앞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다. 1992년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는 ‘변화와 개혁’을, 1997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정권교체와 외환위기 극복’을 내세웠다.노태우 대통령은 1980년 전두환 쿠데타 세력의 일원이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그에 맞서 싸운 대중 정치인들이었다. 그때는 그런 사람들이 대통령이 됐다. 어떤 면에서는 낭만의 시대였다.21세기가 시작되자 전혀 다른 유형으로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 대통령에 줄줄이 당선됐다. 2002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정치판의 ‘아웃사이더’였다.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월급쟁이 출세 신화’,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박정희 신화’의 상징이었다. 2017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구호는 ‘적폐청산’이었다.
 
어쨌든 역대 대통령들은 이처럼 뭔가를 내세우거나 상징하는 사람들이었다.
2022년 3월9일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선거를 향해 대선주자들이 질주하고 있다. 전과 다른 두 가지 특징이 있다.첫째, 이른바 ‘나쁜 남자’들이 잘나간다. 도덕적인 엘리트 출신들은 맥을 추지 못한다.둘째, 서로 헐뜯기에 바쁘다. 이른바 네거티브 캠페인만 난무한다. 가치와 노선과 정책 경쟁은 찾아볼 수 없다.끝까지 이럴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참 특이한 양상이다. 왜 이럴까?더불어민주당 경선은 9월25일 광주·전남, 26일 전북 대의원·권리당원 개표 결과가 2차 고비다. 호남에서도 이재명 경기지사가 과반 득표를 하면 민주당 경선은 사실상 끝이라고 볼 수 있다.반대로 이낙연 전 대표가 약진하면 10월3일 2차 슈퍼위크, 10월10일 3차 슈퍼위크 결과를 봐야 한다. 결선 투표로 가면 역전할 수 있을까? 표차가 크면 뒤집기 어렵다. 하지만 정치는 알 수 없다. 끝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어쨌든 호남 민심이 민주당 경선을 좌우하는 상황이다. 역시 호남은 민주당의 성지다. 역대 대선에서 호남이 선택한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됐다.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는 배경에는 지역주의 원리와 확증편향 원리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지역주의 원리는 ‘호남이 지지하는 영남 후보’ 모델이다. 영남보다 인구가 절대적으로 적은 호남 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이다.2002년 노무현 후보, 2017년 문재인 후보가 그랬다, 피케이(부산·경남)가 티케이(대구·경북)로 달라졌을 뿐이다. 이재명 지사는 경북 안동 출신이다. 호남 후보들에게는 서글픈 현실이다.확증편향 원리는 “통합형 정치인보다 분열을 조장하는 포퓰리스트가 더 잘나간다”는 가설이다. 21세기 정보화 혁명으로 유권자들이 진실보다 믿음을 중시하면서 정치판의 스핀 닥터들은 분노를 조직화해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고 있다.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느 나라든 ‘이성보다 감성’에 따라 ‘경력보다 매력’을 보고 투표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텍사스 카우보이 스타일의 아들 부시가 정치 엘리트 앨 고어를 꺾은 것이 신호탄이었다. 2016년 장사꾼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이긴 것도 같은 현상이다.이재명 지사의 형수 욕설 사건, 여배우와의 불륜 의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제기됐다. 당시 이재명 지사를 찍은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 중에는 “경기지사까지는 시켜주겠지만, 대통령은 안 된다”고 다짐한 사람들이 많았다.그런데 3년 만에 그런 다짐이 깨졌다. 왜 그랬을까? 첫째, 보수 야당에 맞서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후보가 필요했다. 둘째, 도덕적 후보보다는 매력 있는 후보가 더 필요했다.이낙연 전 대표로서는 기가 찰 것이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의문의 1패’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쓴다. 그는 광주일고, 서울대 법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엘리트다. 그런데 그게 바로 그의 약점이다.중도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장관·국회의장·국무총리까지 했으니 대한민국 최고의 ‘스펙’이다. 한때 직업이 당대표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또 점잖은 사람이다. 욕을 할 줄 모른다. 그런데 그게 바로 그의 약점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일단 안상수·원희룡·유승민·윤석열·최재형·하태경·홍준표·황교안 8명으로 압축됐다.(가나다순)10월8일 발표되는 2차 컷오프에서 또다시 4명으로 압축된다. 지금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추리면 홍준표·윤석열·유승민 세 사람은 들어가고,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원희룡·최재형 두 사람이 다툴 것으로 보인다.11월5일 발표되는 본경선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선두를 달리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 휘말려 추락하기 시작했고, 홍준표 의원은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흥미로운 것은 국민의힘 경선에서도 ‘나쁜 남자’ 이미지를 가진 홍준표 의원과 윤석열 전 총장이 선두 다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홍준표 의원은 막말 전력과 돼지흥분제 사건 논란을 이미 넘어선 것 같다. 그가 본래 가진 마초 이미지 때문에 그런 정도 약점은 큰 흠결로 보이지 않는다.윤석열 전 총장은 건들거리며 걷는 모습이 매우 거만해 보인다. ‘도리도리 윤’, ‘쩍벌남’이라는 비난도 쏟아진다. 그런데 바로 그런 모습 때문에 그를 좋아한다는 유권자들이 꽤 있다. 이유를 물었더니 “문재인 정부 사람들을 제대로 혼내줄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고전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너무 엘리트거나 점잖다는 것이다. 당사자들로서는 기가 막히는 일이다.여야의 선두권 주자들 사이에 비방전이 가열되는 것은 ‘나쁜 남자들의 대결’이라는 구도의 필연적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최근 정치 뉴스의 대부분을 ‘이재명 대 홍준표’, ‘홍준표 대 윤석열’, ‘윤석열 대 이재명’의 격돌이 차지하고 있다. 물고 물리는 접전이다.언론도 싸움을 자꾸 부추긴다. 하지만 이제 자제시켜야 한다. 대통령 선거는 싸움꾼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5년 동안 대한민국 국정을 잘 이끌어 갈 정치 지도자를 뽑는 선거다.정의당은 공직 후보자를 당원 총투표로 선출한다. 10월1일부터 5일까지 온라인 투표, 6일 자동응답전화 투표로 후보를 확정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바로 결선 투표를 한다. 심상정·이정미 전 대표와 김윤기 전 부대표, 황순식 경기도당위원장이 나섰다.2017년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6.17%를 득표했다. 이번에는 정의당이 득표율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까? 진보정당 집권의 길은 요원하다.제3지대에서 뛰는 주자들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싸움이 격화하면서 중간 지대가 거의 사라졌다. 이들의 생존 공간도 좁기만 하다. 두 사람은 내년 2월13~14일 후보자 등록 직전까지 상황을 보다가 여야 어느 한쪽과 막판 ‘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추석 연휴 이후 대선 국면을 좌우할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다. 지난해 4월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고발장을 보냈다는 것은 이제 거의 ‘팩트’로 굳어져 가고 있다. 손준성 검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였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그렇다고 윤석열 전 총장이 고발을 사주했다고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열쇠는 손준성 검사의 입이 될 것 같다. 그의 진술에 따라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손준성 검사가 침묵을 지킬 경우 고발 사주 의혹은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도 있다.홍준표 의원과 윤석열 전 총장의 싸움에서 누가 승자가 될까? 최근 여론조사 흐름은 홍준표 의원이 확실히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윤석열 전 총장 뒤에는 이른바 보수 신문의 논객들이 있다. 그에게 이미 줄을 선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도 있다. 승부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정작 중요한 것은 홍준표와 윤석열의 대결이 아닐지도 모른다. 국민의힘 후보가 된다고 내년 3월9일 대선에서 무조건 이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실무 관계자가 얼마 전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조국 사태’, ‘인국공 사태’, ‘엘에이치 사태’ 등 부정-불공정 사례 등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부정적 이미지로 바로 치환되지는 않는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적폐’ 등에 대한 정서적 반감과 이미지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야권이 ‘수구-기득권’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대중의 기본 인식이 현재의 여권에 비해 야권이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나 국민의힘이 확고한 ‘중도-개혁적’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하는 한 윤석열 전 총장과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는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전략 참모들이나 정치 분석가들도 내년 3월 대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당선될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고 본다. 2002년 김대중-노무현, 2012년 이명박-박근혜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권교체 여론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 근거다.그러나 선거는 알 수 없는 것이다.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1주일만 늦게 치러졌어도 당선자는 김대중이 아니라 이회창이었을 것이다. 선거 결과는 우연적 요소에 의해 상당히 좌우되지만, 선거 결과는 국가와 국민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2022년 3월9일 대선은 6개월 가까이 남았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1012105.html?_fr=mt1#csidxa14d49cda1de4ff84dcb70b362dc1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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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첫 대선 토론, ‘극우 구호’ 난무했고 ‘고발 사주’ 의혹은 묻어뒀다

TV조선이 주관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1차 토론회.ⓒ뉴시스

 8명의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이 모인 16일 첫 토론회(TV조선 주관)에서는 ‘노동조합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식의 극우 구호가 난무했고, 유력 주자인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 연루설이 확산되고 있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토론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홍준표 후보와 안상수 후보는 ‘노조탄압’을 당연시 여기는 듯한 발언을 주고받으며 남다른 호흡을 자랑했다.

주도권 토론에서 안 후보는 “민주노총은 우리나라의 ‘암’이다. 경제는 물론이고 사회·정치적으로 아무 때나 나서 국가를 혼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국정농단’ 사태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민주노총이 주도한 촛불집회 때문’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우기도 했다. 그는 “광화문 사태 때 민주노총이 주도해서 촛불시위를 하면서 대통령이 탄핵되고 국정이 정지되는 상황까지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후보에게 “진주의료원 폐쇄 등 강력한 조치를 하고, 민주노총에 대해 강하게 말씀을 하던데, 앞으로 대책을 간략하게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홍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강성노조의 패악을 뿌리 뽑겠다”며 “지금 국회 입법으로 뿌리 뽑을 수가 없어서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 제도를 활용해서라도 민주노총의 못된 작태를 뿌리 뽑겠다”고 답했다.

‘긴급재정명령권’이라는 대통령 고유 권한을 이용해 파업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권리행사를 저지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같은 당 유승민 후보와 최재형 후보도 우려를 표명했다.

유 후보는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한국노총 등 모든 노동조합 조직들이 대화의 상대라고 생각한다. 홍 후보처럼 무조건 뿌리 뽑겠다거나 긴급재정명령권까지 동원하겠다는 것에 동의를 못 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보수 지지층을 염두에 둔 듯 ‘강성노조’ ‘귀족노조’ 등 노조 흠집내기용 표현을 쓰며 노조에 대한 양비론을 내세웠다. 그는 “강성귀족노조, 기득권 노조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이 불법 행위를 저지를 때 엄정하게 처리하려고 한다”며 “제대로 법 집행을 하려는 정부가 들어서면 민주노총이든 전교조든 그분들의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했다.

최재형 후보는 홍 후보의 ‘긴급재정명령권’ 발동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최 후보는 “강성귀족노조에 대한 긴급재정명령권이 과연 요건을 충족하는지, 법의 범위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초법적인 의견을 갖고 접근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최 후보는 그러나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를 노조의 저항 때문이라고 하는 등 사측의 이윤 극대화라는 구조적 문제의 원인을 회피하는 식의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유승민 후보에게 질문을 하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의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 저항하는 강성노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국가폭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을 치적으로 내세운 후보들도 있었다.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 청구를 했던 황교안 후보는 “저는 겉으로 부드럽고 온화해 보이지만 내면은 강인하다. 통진당 해산 심판도 했다”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을 잘라내겠다”고 말했다. 마치 공안탄압 국가로 되돌려놓겠다는 듯한 발상이다. 하태경 후보 역시 “좌파 통진당 해산에 앞장섰다”며 반민주적 정당 해산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데 앞장섰던 자신의 과거 행보를 추켜세웠다.

윤석열-국민의힘 동반 악재인 ‘고발 사주’ 의혹 본질 묻어두고 지엽적 공방만

유력 주자인 윤 후보와 국민의힘 전체에 불리한 이슈인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서는 본질에 근거한 토론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윗선’으로 지목되는 윤 후보는 도리어 ‘정치공작’ 운운했고, 홍 후보는 자신의 캠프 인사가 ‘정치공작’에 연루됐다는 취지의 윤 후보 측 대응을 문제 삼았다.

윤 후보는 “이 정권은 저 하나만 꺾으면 집권연장이 가능하다고 모든 권력기관을 동원해 정치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증거가 계속 나와서 손준성 검사와 검찰총장의 최측근 간부들이 (고발장을) 만들어서 전달한 게 사실이라면 후보 사퇴 용의가 있냐”는 유승민 후보의 질문에는 “제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 제보 과정에 자신의 선거 캠프 관계자가 관여했다는 취지의 윤 후보 측 주장을 물고 늘어졌다.

윤 후보 측은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씨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식사 자리에 홍 후보 측 관계자가 동석했다는 의심에 기초해, 지난 13일 조 씨와 박 원장, ‘성명 불상자’ 1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홍 후보가 “윤 후보 캠프에서 고발을 할 때 분명히 특정 캠프(홍준표 캠프) 소속원이라고 특정을 했다. 그 특정 캠프가 어디냐”고 묻자, 윤 후보는 “나는 고발 절차에 관여 안 했다. 특정 캠프 소속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진 “캠프 대변인이 고발할 때 ‘특정 캠프’라고 발표를 했다”는 홍 후보의 질문에 윤 후보는 “그건 금시초문이다”고 잡아뗐다. 홍 후보의 추궁이 계속되자 윤 후보는 “언론계에 널리 퍼져 있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추가 수사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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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지원이 미국에게도 이롭다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강대국들이 아프간에 진 빚 갚을 때

오늘의 아프간 참상에 강대국들은 책임이 없는가. 특히 미국은 전후 지원을 외면할 것인가. 아래는 창작과 비평사의 <창비 주간논평> 최근호(9월15일 발행)에 실린 글을 옮긴 것이다.(편집자 주)

 

'전쟁의 신(神)'이 있다면, 아프가니스탄은 바로 그 전쟁의 신에게 저주받은 땅이 아닐까 싶다. 무려 40년 넘게 그곳에서 전쟁이 벌어졌다. 올해 나이 마흔 살인 아프간 사람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전란 속에서 지내온 셈이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아프간은 세계 최빈국 상태이다. 지금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급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 직후인 8월 31일 "아프간에 인도주의적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며 경고음을 울렸다.

아프간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1800만 명이 굶주리기에,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한국과 아프간, '지정학적 희생자'란 공통점


 

국제사회의 지원과 관련, 생각해볼 부분은 아프간의 참상에 얽힌 책임론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약소국의 불행은 강대국들 탓이 크다.


 

흔히 국제정치는 '힘의 정치'(power politics)라 일컫는다. 국제정치사는 강대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약소국을 희생시켜 온 '냉혹한 역사'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도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에 희생양이 됐다. 1945년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명분 삼아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절반씩 차지한 끝에 남북분단이 굳어졌다. 아프가니스탄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소 냉전 대결구도에 휘말려 엄청난 재앙을 겪었다.


 

아프간 현지 취재 때 만났던 카불대 교수 아지즈 파니시리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전공이 지정학인 그는 "아프간의 지정학적 특징이 오늘의 비극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아프간은 오래 전부터 옛 소련(러시아)에게는 인도양으로 통하는 회랑(回廊)으로 여겨졌다. 러시아의 진출을 막으려는 미국, 그리고 이웃 국가 파키스탄과 이란 사이에서 각축전의 대상이 돼왔다. 아프간을 지배하려는 주변 열강들의 야심이 이 땅을 전란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희생시켰다"


 

▲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은 오랜 전쟁으로 철저히 파괴됐다. 전후 재건을 위해선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김재명

대리전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버렸다


 

아프간의 불행에 가장 책임이 큰 강대국은 누가 뭐래도 미국이다. 아프간을 동서냉전의 각축장으로 여겼고, 무자헤딘(이슬람 반군)을 미국이 소련을 상대로 벌이는 '대리전쟁'(proxy war)의 도구로 썼다.


 

아프간에서 소련군에 맞서 싸우던 오사마 빈 라덴도 미제 군수물자를 받아썼던 인물 가운데 하나다. 그 무렵 빈 라덴은 미국의 동맹자였다. "국제관계에선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는 말은 이 경우를 보면 꼭 들어맞는다.


 

미국이 대준 스팅어 미사일은 소련군 헬기를 잇달아 격추시켰다. 그러나 미국에게 아프간은 딱 거기까지였다. 소련군이 1989년 철수하자, 미국은 동서냉전 구도 아래에서의 전략적 이용가치가 없어진 아프간을 버렸다. 미국은 아프간 전후 복구를 위한 재정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려고 아프간 군벌들끼리 살벌한 내전이 벌어졌다. 1990년대 전반기에 수도 카불이 철저히 파괴된 것도 그런 과정을 거쳐서였다. 따라서 아프간을 대리전쟁 터로만 여긴 미국은 아프간의 참극에 책임이 크다.

 

소련이 물러난 뒤 아프간 재건에 힘썼더라면, 내전이 멈추었을 것이다. 어쩌면 9.11테러조차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프간 초토화한 러시아도 책임 크다


 

10년 동안(1979~1989년) 아프가니스탄 내전에 무력 개입했던 옛소련도 아프간에 큰 빚을 졌다. 당시 카불의 사회주의 정권이 무자헤딘(이슬람 반군)의 공세로 힘이 부치자, 무력 개입했다.


 

이를 두고 '소련군의 아프간 침공'이라 말하는 것은 반대편의 시각이다. 소련의 입장에선 친소 카불 정부의 요청에 따른 '평화유지군' 성격의 파병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무자헤딘들에게 돈과 무기를 대주면서 전투력을 높이자, 소련은 '아프간 수렁'에 빠져들었다. 끝내는 1만 5000명의 전사자를 낸 채 1989년 불명예스럽게 철수해야만 했다. 2400명의 전사자를 낸 미군의 2021년 철수와 닮은꼴이다.


 

10년 전쟁을 벌이면서 소련은 아프간 사람들에게 많은 해악을 끼쳤다. 소련군은 마을 우물이나 샘터에 화학제재를 뿌리고 마을들을 초토화시켰다.


 

아프간 취재 때 만난 그곳 노인들은 그런 사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러시아로선 감추고 싶은 과거사를 털어낼 기회가 이제 다가왔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 7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탈레반 대표단에게 아프간 전후 재건을 돕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아프간 지원이 미국에게 이롭다


 

미국은 아프간 재건을 적극 도울 것인가. 아니면 대리전쟁의 도구로서 이용가치가 떨어진 1989년의 아프간처럼 외면할 것인가. 이는 국제사회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미군 철수를 앞둔 지난 7월 미 바이든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프간에 국가를 건설하러 간 것은 아니다. 미래의 국가 운영방식에 대한 선택은 아프간 사람들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말이야 그렇게 했어도 미국이 아프간 재건 지원을 외면하기 어렵다. 여성 인권 보호 등 여러 조건을 달면서도 아프간 전후 재건사업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왜? 그런 쪽이 미국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원을 거부하고 탈레반 정권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간다면? 중국이나 러시아 등 다른 강대국들에게 그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내주게 되는 꼴이 된다.


 

아울러 가뜩이나 높은 이슬람권의 반미 정서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래선 안 되겠지만, 이슬람 지역의 반미 정서가 제2의 9.11테러처럼 폭력적으로 번질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미국 안에서도 왜 굳이 인도적 지원을 외면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이미 아프간 철수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비판을 듣는 바이든이다. 이래저래 집권 초기의 바이든은 아프간이란 정치적 시험대 위에 올라 고심하는 모습이다.


 

'일대일로' 확장 기회로 여기는 중국


 

G2라는 틀 아래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중국은? 아프간에서 미국이 물러난 상황을 하나의 기회로 여긴다.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경제벨트)에 아프간이란 새 공간이 열릴 참이다. 벌써 일부 중국 기업들은 아프간 땅에 풍부하게 묻혀 있는 희토류 광물자원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중국은 아프간 재건 비용을 기꺼이 낼 것이다. 지난 8월 베이징을 방문한 탈레반 대표단에게도 지원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아프간에 가까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이슬람 분리주의자들 때문에 신경을 쓰면서도, 중국은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고 지원을 빌미로 이런저런 실리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아프간 재건 거들어야 마땅 
 

 

우리 한국은? 아프간 재건을 기꺼이 도와야 한다. 지난 2007년 봉사활동을 갔던 샘물교회 분들이 탈레반에게 희생당했던 일이 걸림돌이긴 하다. 희망 사항이지만, 탈레반 정부가 그에 대해 사과를 한다면 관계회복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탈레반과의 직접 교류가 불편하거나 시기상조라면, 유엔과 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도 가능하다. 요점은 우리 한국도 아프간의 전후 재건을 거들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과 아프가니스탄은 지정학적인 희생자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아울러 둘 다 전쟁의 진한 아픔을 기억한다는 점에서 남이 아니다.


 

눈을 감으면 오랜 전쟁으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저마다 지닌 아프간 사람들의 어두운 얼굴들이 떠오른다.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그들이 진정한 평화의 봄을 맞이하는 날이 다가오길 바랄 뿐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91518001455802#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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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고발장 출처 의심에 한겨레 “한마디로 터무니 없어”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1면·사설서 윤석열 측 보도 의혹제기 정면비판
이재명 ‘화천대유’ 수사의뢰, 신문들 사설 ‘의혹 털라’
미국·영국·호주 안보협력체 발족 1면에

윤 전 총장 측이 한겨레의 ‘고발사주 의혹 고발장’ 보도에 “(출처가) 대검찰청으로 강력히 의심된다”며 대검에 해명을 요구한 것을 두고 한겨레가 1면에 정면 비판 보도를 냈다. 한겨레는 “‘아니면 말고’식 음모론 제기가 도를 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추진한 ‘분당 대장지구 개발사업’을 놓고 연일 특혜 의혹 보도가 나온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세계일보는 의혹 제기 보도를 1면 배치했고 다른 신문들은 이 지사의 수사 공개의뢰 소식을 주로 다뤘다. 한겨레는 분당 대장지구 개발사업 역사를 짚으면서 이 지사 반박을 담았다.

미국과 영국, 호주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3자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켰다. 미국은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 보유하는 데 기술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신문들은 이를 중국 견제 의도로 풀이하고 한국에 대한 동참 압박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가 1면 보도했다.

▲17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17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 윤석열 의혹제기에 “음모론·물타기”

한겨레는 지난 6일 윤석열 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기사화하면서 고발장 이미지 파일을 함께 내놨다. 김웅 의원이 당에 전달했다는 고발장과 지난해 8월 당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고발한 고발장이 거의 유사하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는 이를 두고 16일 성명을 내 “(한겨레가 보도한) 고발장 이미지 파일의 출처는 대검찰청으로 강력히 의심된다. 대검찰청은 즉각 이 의혹을 해명하라”고 주장했다.

▲17일 한겨레 1면
▲17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이에 17일 1면에 “‘대검이 한겨레에 고발장 사진 줬나’ 음모론 쏟아내는 윤석열 캠프”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한겨레는 “측근인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고발장 전송자로 사실상 특정되고 대검의 ‘장모 사건 대응’ 문건이 보도되는 등 윤 전 총장 개입 가능성에 눈길이 쏠리자 이를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라며 “불리한 사안을 싸잡아 음모론으로 몰고 가는 전형적인 물타기이자 본질 흐리기”라고 했다.

한겨레는 “실체적 진실 규명과 권력 감시를 위한 언론의 취재·보도 내용에 대해 뚜렷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언론과 수사기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며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반대해온 그간의 입장과도 괴리가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윤석열 캠프는 또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8월 만남과 관련해서도 별다른 근거 없이 홍준표 캠프 실무진이 동석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며 “지목된 인사가 해당 날짜 동선과 지인과의 대화 내용, 영수증 등 근거 자료를 공개하며 반박한 뒤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설에선 “윤석열 캠프의 주장은 한마디로 터무니 없다. ‘취재원 보호’ 원칙에 따라 자료 입수 경위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윤석열 캠프의 주장은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캠프가 ‘조성은씨는 제공한 적이 없다고 하니 대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간 조씨를 ‘허위사실 유포자’로 규정해온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17일 한겨레 사설
▲17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4월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보낸 것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언론과 제보자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은 그만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수사의뢰, 신문들 ‘대장동 개발·화천대유 특혜 의혹 털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대장지구 개발사업에 자산관리회사로 참여한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권순일 전 대법관이 이름을 올렸다는 보도를 1면에 냈다. 신문들은 권 전 대법관은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무죄 취지의 다수의견을 냈다고 했다.

권 전 대법관은 조선일보에 “퇴임 뒤 친분 있던 기자 출신 A씨로부터 고문 제안이 와 공직자윤리법이나 김영란법 저촉 여부를 확인한 뒤 수락했다. 판결과 고문 활동은 무관하다”며 “계약 때문에 고문 보수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이재명 경선 후보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시작된 ‘대장지구 개발사업’의 민간시행사 ‘성남의뜰’에 8721만원을 출자한 천화동인4(현 NSJ홀딩스)가 한 해 동안 480억원의 배당수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17일 세계일보 1면
▲17일 세계일보 1면
▲17일 조선일보 1면
▲17일 조선일보 1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수사를 공개의뢰했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한국일보가 이 지사의 반박을 관련 보도 제목에 포함했다. 이 지사는 16일 페이스북에 “제기되는 모든 왜곡과 조작을 하나부터 열까지 샅샅이 수사해달라”고 했다. 이 지사 대선캠프 핵심 관계자도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 지사가 국정감사장에 참석해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지사 쪽은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2015년부터 7년간 오히려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는데, 무슨 관계인지 밝히라’며 역공을 펴기도 했다.

한겨레는 의혹에 싸인 분당 대장지구의 개발사업 추진 내력을 다룬 기사를 냈다. 2004년 이대엽 성남시장(당시 한나라당) 시작된 개발계획이 공무원 땅 투기나 재정난, 뇌물사건 등으로 표류하다가 이재명 지사가 민간과 공공 ‘결합개발’을 제안했다. 민간의 개발이익을 최대한 줄이고 상당수 사업 이익을 신흥동 1공단 공원화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성남시는 이를 위해 2015년 ‘성남의뜰’이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했다.

▲17일 한겨레 10면
▲17일 한겨레 10면
▲17일 서울신문 6면
▲17일 서울신문 6면

한겨레는 “보수언론 등은 당시 민간사업자 모집공고 마감 다음날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발표됐다며 ‘내정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성남도시개발공사 쪽은 ‘당시 민간사업자는 3개 컨소시엄이 경쟁했는데 공정성 시비를 우려해 대표자 3명을 불러 심사위원 5명을 추첨했고, 이들이 평가서를 작성해 사업자를 선정했다.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사업은 하루 만에 이뤄지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고 했다.

이어 “상식을 뛰어넘는 거액을 챙긴 것을 두고 보수언론 등은 이 지사와 연관성 의혹 등을 제기하지만 화천대유 쪽은 ‘계약 당시엔 부동산 시장이 상당히 침체한 상황이었고, 최근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수익이 커진 영향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며 “화천대유의 지분은 1%에 불과하지만, 성남의뜰의 시행사 업무를 사실상 도맡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동아일보와 서울신문, 중앙일보는 사설을 내 대장동 개발과 화천대유 특혜 의혹을 신속한 수사로 밝히라고 했다.

미국·영국·호주, 새 안보협력체 발족 ‘중국 견제’

신문들은 오커스를 두고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국 연합체 ‘쿼드(Quad)’에 이은 또 하나의 대중 견제 네트워크라고 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뒤 중국 견제에 집중하면서 미국이 60년 넘게 원칙으로 삼아온 핵 비확산 체제에 예외까지 둬가며 대중국 전선 확대에 나섰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높은 수준의 핵잠수함 기술을 수출하는 것은 핵 수출을 지정학적 게임의 도구로 삼는 것으로 이중잣대이자 지극히 무책임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세 나라는 앞으로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는 공동연구를 하고, 정기 고위급 협의를 통해 외교안보 관련 사이버 공격 대응·첨단기술 분야 협력·정보공유를 하게 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다만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더라도 재래식 무기를 탑재할 예정이라 강조했다.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가 핵 비확산 노력에 위배되지 않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17일 경향신문 1면 머리
▲17일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17일 동아일보 4면
▲17일 동아일보 4면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잠수함으로 재래식 잠수함에 비해 작전 반경이 넓고 잠항 시간이 길며 소음이 적다. 처음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한 미국이 기술을 전수한 건 영국이 유일하다.

조선일보는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 이전이란 파격적 지원을 결정한 데는 확실히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본보기’를 제시했다는 의미도 있다”며 “우리 정부는 작년 9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미국에 보내 핵잠수함 추진을 위한 핵연료를 미 측에서 공급받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17일 한국일보 1면
▲17일 한국일보 1면

한겨레는 사설을 내고 “미-중 신냉전과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동아시아에서 군비 경쟁이 본격화되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한국도 국방 예산을 크게 늘리며 첨단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저마다 군비 경쟁에 나서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인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루는 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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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1의 언어학

©게티이미지뱅크

 

수년 전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국계 출신 가수가 말로는 "하나도 모르겠다"라고 표현하면서, 표기로는 '1도 모르겠다'라고 적은 것이 방송되어 참신하지만 또 다른 언어 파괴 현상이 뜬금없이 나타난 적이 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1도 모르겠다'의 어원이 그 가수로 회자되더니, 이후로도 다양한 방송 자막에 '1도'라는 표현이 마치 하나의 관용적 표현처럼 꽤 유행을 일으켰다. 어떤 노래 가사들에서는 '1도'가 '하나도'의 의미와 함께 '1°'의 의미와 '일(事, work)도'의 의미 등을 담으면서 중의적으로 사용된다.

'1도 모르겠다'의 바른 표현은 '하나도 모르겠다'이다. '하나'는 수를 셀 때 맨 처음 수를 의미하는 수사이기도 하지만, '한결같은 상태, 어떤 것, 오직 그것뿐, 전혀, 일종의'와 같이 서로 다른 다섯 가지의 의미를 갖는 명사이기도 하다. 그중에 '1도'는 '전혀'를 의미하는 명사 '하나'를 대신한다. '1'의 발음을 빌리면서는 '일(事, work)'의 의미를 담은 '머선 1(무슨 일)'까지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 나타난다.

해, '1'이라는 기호의 시각적 이미지에 기대었다. 위아래로 뻗은 한 획으로서 '1'의 이미지는 어떠한 여백도 없으며 '일'이 주는 무게와 단호함을 '전혀' 예외 없이 담고 있는 것 같다. 재미있는 언어 기호로 자리매김하였다. 다만 언어유희로서 즐길 수 있는 것과 우리말의 바른 표기를 구분하는 것은 선을 지키도록 한다.
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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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처럼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 하나

[전강수의 경세제민] 다음 대통령이 취해야 할 부동산 정책 방향

21.09.16 12:20l최종 업데이트 21.09.16 12:20l
부동산 정책 전문가이자 토지정의 운동가인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전강수 교수가 경제정의와 부동산 문제에 관해 정론을 피력하고 그때그때 부각하는 경제 이슈를 해설하는 '전강수의 경세제민'을 연재합니다. '경세제민'은 세상을 잘 경영해 국민을 편안히 한다는 뜻으로 썼으며 이 말을 줄인 것이 '경제'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해방 후 농지개혁으로 잠시 실현했던 '평등지권 사회'를 회복하기를 꿈꿉니다.[편집자말]
큰사진보기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
▲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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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 참담하게 실패했다. 사실 다 죽어가던 야당이 기사회생한 것이나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적지 않게 고전하는 것은 모두 여기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이미 부동산공화국으로 전락하여 심각한 사회경제적 폐해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문 정부는 근본 해결책을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핀셋 규제'와 '핀셋 증세'로 일관했다. 부동산 정책을 가격을 적당히 마사지하는 정도로만 여긴 것이다. 결과는 역대 정부 최고의 부동산값 상승, 최다의 '풍선 효과' 발발이라는 초라한 성적표였다. 

몇 년간 투기 광풍을 겪고 난 지금,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이 계층 간·세대 간·지역 간 양극화의 주범이자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최대 질곡임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선에 나선 예비후보들도 하나같이 부동산 문제 해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한두 명의 후보를 제외하고는 정책 방향을 엉뚱하게 잡고선 큰소리만 치고 있어서 심히 걱정스럽다.

차기 정부가 출범한 다음 이야기해 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일찌감치 다음 대통령이 취해야 할 부동산 정책 방향을 밝혀두고자 한다. 어떤 경로로든 다음 대통령이 될 후보에게 전해져서 차기 정부 부동산 정책이 바른길을 찾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정책 철학을 분명히 세워야 첫째, 정책 철학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데는 철학 부재라는 근본 원인이 있었다. 가격이 폭등하지도 폭락하지도 않게 관리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았으니 거기에 무슨 철학이 필요했겠는가? '괴물'과도 같은 투기 광풍이 사방에서 불어닥치는 와중에 '핀셋'을 들고 우왕좌왕한 것도 철학 부재 때문이었다.


그러니 다음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반면교사 삼아 부동산 정책의 철학부터 분명히 세워야 한다. 가능하다면 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 앞에 그 철학을 밝히고 새 정부의 정책을 거기에 맞게 추진할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 

내가 권하고 싶은 부동산 정책의 철학은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다. 이는 인공물이 아닌 토지의 특수성을 고려해 토지공개념을 구현하되, 가능하면 시장원리에 맞게 하자는 내용이다. 현행 헌법에는 이미 토지공개념 조항(122조)이 들어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애매해서 토지공개념 정신을 구현한 법률(토지공개념 3법, 종합부동산세법 등)이 도입될 때마다 위헌 시비가 일곤 했다. 그러므로 다음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의하는 것이 좋겠다. 

공약이 다 발표되지 않아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 가운데 토지공개념 철학을 천명할 사람은 없는 듯하다.

예컨대 8월 29일 윤석열 후보는 부동산·주택 공약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수요 억제, 지나친 규제 때문에 실패했다고 단언한 후 공급 확대, 세금 및 규제 완화, 재개발·재건축 촉진 등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홍준표 후보의 부동산 공약도 쿼터아파트제(1/4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라는 특이한 이름의 공약을 제외하면 대부분 윤석열 후보의 정책과 유사하다. 최재형 후보의 부동산 공약도 마찬가지다. 이 공약들은 전형적으로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에 입각한 노선으로 토지공개념과는 정반대의 정책 방향이다. 

재개발·재건축을 촉진하고 세금과 규제를 완화하면 부동산 투기의 동기가 자극될 것이 명약관화한데, 도대체 어떻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말인가. 과거에 토지공개념 제도가 노태우 정부에 의해 처음 도입되었음을 생각하면, 그동안 한국의 보수세력은 심하게 퇴락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큰사진보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왼쪽),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왼쪽),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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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중에는 이낙연 후보와 추미애 후보가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추미애 후보는 토지공개념 개헌 공약과 함께 그 정신을 구현할 세부 정책도 꼼꼼히 제시해서 신뢰가 가지만, 이낙연 후보는 택지 소유를 제한하겠다는 둥, 유휴 토지에 종부세 가산세를 부과하겠다는 둥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제시해 '포장지만 토지공개념'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여권 지지율 1위인 이재명 후보는 국토보유세 도입, 비필수 부동산에 대한 부담과 규제 강화 등 토지공개념 정신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공약하기는 했지만, 토지공개념 구체화를 위한 개헌까지 약속하지는 않아서 올바른 정책 철학을 세우려는 의지가 추미애 후보보다 약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급확대론의 주술에서 벗어나야

둘째, 다음 대통령은 공급확대론의 주술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급확대론이란 부동산값 폭등이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서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만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 인식 체계를 가리킨다. 참여정부 때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자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억지로 만들어낸 이론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가운데 유동성 과잉 상태가 지속해서 일어난 일을 두고 공급이 부족해서 일어났다고 강변한다는 점에서 곡론(曲論)의 전형이라 부를만하다. 공급확대론자들은 투기로 인한 수요의 팽창이 진정한 원인인데도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공급만을 외친다. 

정책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그 정책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따져보면 된다. 지금 주택공급 확대 정책으로 이익을 볼 사람들은 누구인가. 토건족과 그 주변 인물들 아닌가. 토건족의 이해에 복무하는 이런 엉터리 이론이 언론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한국 부동산 정책 담론의 중심을 차지했으니 실로 통탄할 일이다. 

투기 장세에서 공급확대 정책을 펼치면 시장이 안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과열되기 쉽다. 공급확대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투기가 유발되기 때문이다. 여러 증거를 제시할 필요도 없다. 올해 들어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인 공급확대 정책을 발표했는데도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것을 생각해보라. 또 지금 공급확대 정책을 추진하면 4, 5년 후 실제 공급이 이루어질 무렵에 집값 폭락을 초래하는 시차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는 주택공급 확대는 지역균형 발전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공급확대를 주장한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까지도 이에 동조한다는 사실이다. 정세균 전 대선 후보는 과세 강화와 규제는 부동산값을 상승시킬 뿐이라며 자신은 주택공급 '폭탄'을 퍼붓겠다고 약속했다. 박용진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해 서울 시내에 좋은 집을 우선 공급하는 동시에 김포공항 부지에 스마트시티를 구축해 주택 2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토지공개념을 약속한 이낙연 후보도 서울공항을 이전해 3만 호, 주변 지역 고도제한 완화로 4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주택 100만 호 포함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임기 내에 25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공급확대 정책을 부동산 공약의 맨 앞에 배치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네 후보는 공급확대론에 인지 포획되었다고 판단한다. 시장만능주의자들이 만든 엉터리 주장이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의 지면에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내면화한 결과가 아닐까. 김두관 후보와 추미애 후보 두 사람은 공급확대론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지만, 그들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의 주류가 아니다.

다음 대통령은 공급확대론의 주술에서 벗어나 확실한 투기 억제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것은 투기 억제에 치중했기 때문이 아니라 투기 억제 정책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김두관 후보가 지역균형 발전 정책을 급진적으로 추진해 주택 수요를 분산할 것을 주장한 것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발휘할 탁월한 대안이다. 다음 대통령은 김 후보의 공약을 차기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로 삼아야 한다. 공급확대 정책을 펼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일단 투기적 가수요를 걷어내고 난 다음에 결정할 일이다. 
 
큰사진보기 더불어민주당 김두관(왼쪽),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김두관(왼쪽),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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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6개월 안에 국토보유세 입법화 

셋째, 근본 정책에 천착해야 한다. 수술받아야 할 환자를 두고 수술은 하지 않은 채 진통제만 투여하는 것은 돌팔이 의사가 하는 짓이다. 부동산 시장을 투기가 창궐하는 비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라 실수요와 공급이 상호작용하는 정상적인 시장으로 만들려면,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는 것이 급선무다. 

여기에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세액/부동산값)은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이를 높여서 부동산 보유비용을 무겁게 만들지 않고서는 불로소득을 차단할 수도, 주기적인 투기 광풍을 막을 수도 없다.

한국의 땅값이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는 것은 보유세가 너무 가볍다는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부동산 정책의 숙제였다.

다행히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추미애 후보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은 종합부동산세보다 더 좋은 국토보유세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국토보유세는 현행의 용도별 차등과세를 철폐해 토지·빌딩 소유자들이 누리는 세제상 특혜를 해소한다. 또 세수 증가분을 전액 사회적 배당금 또는 기본소득으로 분배하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주권자임을 실감케 하는 효과도 있다.

그렇게 하는 경우 내는 세금보다 받는 배당금이 더 커서 순수혜자가 되는 국민의 비율이 90%가 넘을 것이라는 추계가 이미 나와 있다. 이 순수혜자들은 소수가 벌일 조세저항을 잠재울 강력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취임 즉시 국토보유세 도입 방침을 밝히고 이를 6개월 이내에 입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처럼 차일피일 미루다가 극소수를 대상으로 핀셋 증세하는 정도로 그칠 경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사실 다음 정권은 국토보유세 도입만 성공하더라도 '역사에 남을 개혁 정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처럼 부동산 조세를 경기조절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또 그것을 투기꾼에게 부과하는 '벌금'처럼 취급해서도 안 된다. 불로소득 경제 시스템을 혁파해 정의롭고 활력 넘치는 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백년대계의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큰사진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3.29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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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출범 1년 안에 끝내야 

넷째, 다음 대통령은 국가의 주택공급 역량을 장기공공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에 집중해야 한다. 민간에게 분양할 주택은 민간 건설업체에 맡기는 것이 옳다. 박정희 정권이 대한주택공사를 설립해 분양주택을 대량 공급하기 시작한 이래 한국의 주택 관련 공기업은 분양주택 공급에 주력해 왔다. 국가가 무슨 이유로 사적 재화 공급에 그렇게 힘을 쏟아 왔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주택은 가치재(시장에 맡기면 소비가 적정 수준에 미달하게 되는 재화로 국가가 그 생산과 소비를 권장하는 일이 잦다)라서 그렇다고 하는 답이 나오겠지만, 그렇다고 분양주택 공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가치재라서 국가가 직접 공급한다면 분양주택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 등 공공성이 높은 주택의 공급에 주력하는 것이 옳다. 

게다가 과거의 토지공사나 주택공사 그리고 현재의 토지주택공사(LH)는 민간의 사유지를 강제수용해서 공공택지를 조성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민간의 사유지를 수용한다는 것은 그 후의 과정이 고도의 공공성을 가질 것임을 전제해야 하는데도, 지난 수십 년간 공사들은 땅을 팔거나 집을 지은 다음 땅과 건물을 파는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해왔다.

물론 명분은 있다. 땅장사, 집장사로 얻는 수익을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투입한다는 교차 보조의 논리다. 하지만 그 명분을 정당화하기에는 지금까지 건설한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너무 적다(2019년 기준으로 한국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 비율은 4.4%로 OECD 평균 수준인 8%에 크게 미달한다). 
 
큰사진보기 3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로 사람이 이동하고 있다.
▲  3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로 사람이 이동하고 있다. 2021.3.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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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다음 대통령은 정부와 공기업이 공공성 높은 주택의 공급이라는 국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LH가 더 이상 땅장사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아야 한다. 기존의 국공유지나 새로 조성하는 공공택지는 가능한 한 국공유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공유지 비율을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토지비축 제도를 활성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현행 LH가 이 임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면 과감하게 조직 개편을 해야 한다. 국공유지 임대와 공공임대주택 및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과 관리를 전담할 토지주택청을 신설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하자면, 국가 근간을 바꾸는 대개혁은 정권 출범 1년 안에 해내야 한다. 그 시기를 놓치면 개혁은 기대난망이다. 나는 다음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에서 문재인 대통령처럼 참담하게 실패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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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최고 4.52%"... 은행 주담대 금리 '또' 오른다

기사등록 :2021-09-16 07:09

코픽스 한달 사이 0.07%p 올라
대출금리 3~4%, 2%대 사라져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년2개월 만에 1%대로 올라서면서 16일부터 주담대 금리도 상승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전날 8월 기준 코픽스를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02%로 전월 대비 0.07%포인트(p) 상승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와 신(新)잔액 기준 코픽스는 각각 1.04%, 0.83%로 전월대비 0.02%p, 0.02%p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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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우리·하나·신한·농협은행 본점. (사진=각사)

이에 따라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도 올랐다. 이날 신규 취급액 코픽스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최저 2.78%(농협은행), 최고 4.52%(국민은행)를 기록했다. 전달에 비해 최저 금리는 0.16%p, 최고금리는 0.39%p 상승했다.

 국민은행 신규 취급액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국민은행 3.02%~4.52%, 우리은행 3.00%~3.71%, 농협은행 2.78%~3.69%를 기록했다.

코픽스 연계 주택금리를 매일 산출하는 신한·하나은행도 변동세를 나타냈다. 금융채 6개월물을 기준으로 삼는 하나은행은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연 2.958%~4.258%다. 전날보다 0.007% 올랐다.

금융채 5년물을 토대로 계산하는 신한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19%~4.24%를 기록했다.

신잔액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전달보다 최저 금리가 0.47%p 올랐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 3.19%~4.24%, 하나은행 2.748%~4.048%, 농협은행 2.59%~3.50%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15일부터 1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신잔액 기준 코픽스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16일부터 신잔액 기준 코픽스 운용을 한시 중단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정기 예금 등 은행의 수신상품 금리를 올리면서 코픽스 금리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이 거세짐에 따라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해 대출금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자 장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금리로 대표되는 코픽스 상승폭보다 대출금리 상승폭이 더 커지지고 있어서다.

byh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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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조선일보 의혹보도에 ‘노무현식’ 공세로 돌파?

14일 기자회견서 강한 어조로 조선일보 비판하며 “선거에서 손 떼라”
2002년 노무현 후보 연설 차용 흔적…민주당 지지층 결집 효과 노릴 듯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과 대한민국 대통령선거에서 손을 떼세요. 정치개입하지 마십쇼.”

조선일보가 단독 보도한 ‘대장지구 개발사업 특혜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대장동 개발은 민간개발 특혜 사업을 막고 5503억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반박하며 던진 말이다. 

이 같은 이재명 지사 발언은 2002년 4월6일 새천년민주당 인천지역 국민경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의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 “제 장인은 좌익 활동을 하다 돌아가셨다. 제가 결혼하기 훨씬 전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아내와 결혼했다.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하나?”라는 발언으로 유명한 당시 연설에서 노무현 후보는 이렇게 외쳤다.

“언론에게 고개 숙이고 비굴하게 굴복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동아, 조선은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십시오.”

이재명 지사가 과거 노무현 후보를 떠올리게 하는 공세적 화법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모양새다. 

실제 14일 이재명 지사 발언은 수위가 높았다. 이 지사는 “조선일보, 대한민국 최고부수를 자랑하는 전통 중앙일간지 아닌가”라고 묻는가 하면 “고등 교육받은 사람이 쓴 거 맞나”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 지사는 “사돈팔촌식 이렇게 (엮으려) 하지 말고, 같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더라, 이렇게 쓰는 게 훨씬 낫지 않나”라며 조선일보 의혹보도가 터무니없다는 주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캠프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캠프

이 지사는 이어 “저를 인터뷰했던 기자가 훗날 화천대유 대표가 되었다, 그래서 의심된다(는 보도인데), 오늘 여기 취재하신 기자분들, 앞으로 절대로 저와 관계된 사업 하지 마시기 바란다. 조선일보가 또 쓸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이게 이 나라…하아…정말 말 안 하려고 했는데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닌가”라며 불편한 감정을 평소보다 더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 지사는 이날 “민주주의를 지키라고 특별히 보호되는 특권을 이용해 가짜뉴스 만들어서 정치적으로 개입하고 특정 후보 불리하게 공격하고 이렇게 해서 민주주의 절차를 훼손하는 것은 중범죄 행위다. 민주주의 지키라고 주어진 특권을 헌법 질서 파괴하고 대의정치를 훼손하는데 쓰면 엄정하게 제재해야 한다. 이런 게 징벌배상의 사유다. 이러니까 국민들이 징벌 배상하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어조는 노무현 후보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2002년 4월6일 국민경선 연설에서 노무현 후보는 “음모론, 색깔론, 근거 없는 모략 이제 중단해 달라. 한나라당과 조선일보가 합창해서 입을 맞춰 저를 헐뜯는 것을 방어하기도 참 힘이 든다”고 했으며 “지난 10년간 정치하면서 언론에 굽실거리지 않고 당당히 맞서 수구언론으로부터도 철저한 검증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후보는 민주당 상임고문이던 2001년 월간 ‘말’ 8월호 ‘내가 조선일보와 싸우는 이유’라는 기고를 통해 대선 전부터 조선일보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노무현 고문은 “조선일보는 자신의 의도에 맞추기 위해 사실을 왜곡‧조작해 보도하는 것을 밥 먹듯이 한다. 조선일보 기사와 사설은 건전한 상식이 아니라 자신들의 편견, 심지어는 특정 정파적 이해를 대변하는 차원에서 쓰여지고 있다. 스스로 언론이길 포기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재단

노무현 고문은 “조선일보는 의도를 가지고 치밀한 계획 아래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권력을 창출하려 한다. 특정 정치세력과의 유착을 통해 정권을 창출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한 차원 높은 권언유착을 현실화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치권력은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지 언론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권력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고문은 당시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의 관계를 가리켜 “조선일보가 한나라당 기관지인지, 이회창 총재가 조선일보 대변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라고 꼬집으면서 “조선일보의 사주는 지금 ‘언론의 자유’가 마치 ‘언론사주의 자유’와 동의어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노무현 후보는 ‘1등신문’ 조선일보와 맞서며 개혁적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결국 ‘노풍’을 일으키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재명 지사의 지난 14일 발언은 향후 자신을 향한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의 의혹 보도에 이 지사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짐작하게끔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對조선일보 강경화법은 의혹에 대한 반박과 함께 민주당 내 전통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회적으로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언론과 날을 세우면서, 자신의 개혁적 이미지를 선명하게 강조하려 했을 수도 있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대선후보인 저에 대한 견강부회식 마타도어 보도는 공직선거법이 정한 후보자비방죄에 해당한다. 조선일보는 언론의 선거중립의무를 상기하고 정론직필하시고, 경선과 대선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지사로서는 상황에 따라 조선일보를 겨냥한 비판의 수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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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철도기동미사일체계'에 따른 사격훈련 확인

박정천 시찰, '위협에 대한 동시다발적 집중타격능력' 강조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9.16 07:32
  •  
  •  댓글 1
 
북한은 15일 동해안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새로 만들어진 '철도기동미사일연대'에 의한 검열사격훈련이라고 확인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15일 동해안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새로 만들어진 '철도기동미사일연대'에 의한 검열사격훈련이라고 확인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15일 동해안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새로 만들어진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검열사격훈련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신문]은 16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9월 15일 새벽 중부 산악지대로 기동하여 800km 계선의 표적지역을 타격할 데 대한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하였다"며,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철도기동미사일체계 운영규범과 행동순차에 따라 신속 기동 및 전개를 끝내고 받은 화력임무에 따라 조선 동해상 800km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하였다"고 보도했다.

검열사격훈련은 박정천 당 비서가 지도했으며, 당 군정지도부와 군수공업부 일꾼들, 군 총참모부와 국방과학연구부문 지도간부들이 참관했다.

신문은 철도기동미사일연대가 지난 8차당대회에서 "새로운 국방전략 수립의 일환으로 필요한 군사작전상황시 위협세력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집중타격능력을 높이며 각종 위협들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응능력을 강력히 향상시키기 위하여"조직되었다고 소개했다.

이동하는 철도에서 발사하는 것으로 보이는 '철도기동미사일체계'에 대해서는 '위협세력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응타격 수단'이라고 자평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동하는 철도에서 발사하는 것으로 보이는 '철도기동미사일체계'에 대해서는 '위협세력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응타격 수단'이라고 자평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날 훈련은 "처음으로 실전도입된 철도기동미사일체계의 실용성을 확증하고 새로 조직된 연대의 전투준비 태세와 화력임무수행 능력을 불의적으로 평가하며 실전 행동절차를 숙달할 목적밑에 진행되었다"고 설명했다.

훈련을 마친 후 박정천 비서는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검열사격훈련이 우리 당의 군사전략전술적 구상과 기도에 맞게 성과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당 제8차대회가 제시한 군대현대화 노선과 방침에 따라 철도기동미사일체계를 실전도입한 것은 나라의 전쟁억제력 강화에서 매우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또 '철도기동미사일체계'에 대해 "전국 각지에서 분산적인 화력임무수행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위협세력에게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타격 수단"이라고 평가하고는, 앞으로 지형조건과 실정에 맞게 '전법'도 연구하고 실전경험도 쌓아 철도기동미사일연대를 여단으로 확대 개편하는 문제도 협의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15일 "우리 군은 오늘 12시 34분경과 12시 39분경 북한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하였다"고 알렸다.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800km, 고도 60여km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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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쉽고 바른 공공언어 쓰기 앞장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9/16 08:59
  • 수정일
    2021/09/16 08:5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이수경 기자 (sglee@idomin.com)
  •  2021년 09월 15일 수요일
  •  댓글 0
 
 
 5대 계획 시행… 담당관 등 지정
김해시가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계획을 세우고 5대 추진 방향을 설정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공언어를 사용해 시민 편의를 높이고 국어학계 위인 2명을 배출한 지역으로서 한글도시를 지향해 나가고자 함이다.

시는 앞으로 △선제적인 올바른 국어 사용 환경 조성 △권위적·전문적인 공문서 용어 순화 △공공언어 사용 실태 점검·오류 개선 △공무원 대상 국어 역량 강화 교육 △언어적 소외계층의 언어환경 개선을 할 방침이다.

올바른 국어 사용 환경을 만들고자 문화예술과장을 국어책임관, 각 부서·읍면동장을 국어담당관으로 정하고 보도자료와 광고물 등에 한글맞춤법 확인을 철저히 한다.

권위적·전문적인 공문서 용어 순화를 위해 문서와 보고서를 작성할 때 용어 점검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자치법규 용어 순화·정비, 시 누리집 순화·정비, 필수 개선 행정용어와 다듬은 말 선정 공유 등을 해 나간다.

또 공공언어 바로 쓰기 실태를 점검하고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통합지원 시스템'을 활용하며 언어 소외계층의 언어 환경을 개선하고자 성인문해교실 운영, 다문화가족과 이주노동자에게 한국어 교육을 한다.

시 관계자는 "한글도시 김해로 나아가려는 방향에 발맞춰 쉽고 바른 공공언어 사용 문화를 확산해 행정서비스 질을 높이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행정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김해가 배출한 근현대 국어학계 거목인 한뫼 이윤재(1888~1943)·눈뫼 허웅(1918~2004) 선생을 기념한 김해한글박물관을 10월 개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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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방 찾아 언덕 위로…고시생들 떠난 자리, 벼랑끝 중년이 갇혔다

등록 :2021-09-15 04:59수정 :2021-09-15 07:16

 
4년전 사시 폐지 뒤 고시생 줄자
중장년·노년층들이 방을 채웠다

천주교 ‘참 소중한’ 센터가 사랑방
운동·사진 모임에 봉사활동까지…
그러나 여전히 홀로인 이들이 많다
 
10일 낮 서울 관악구 ‘해피인' 앞에서 한 주민이 도시락을 받기 위해 파란색 장바구니를 옆에 두고 인근 건물 계단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0일 낮 서울 관악구 ‘해피인' 앞에서 한 주민이 도시락을 받기 위해 파란색 장바구니를 옆에 두고 인근 건물 계단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고시촌’으로 불리는 서울 관악구 대학동은 높이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낮은 동네에서는 가방을 메거나, 책을 들고 다니는 20~30대 청년과 신축 원룸, 프랜차이즈 식당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언덕을 오를수록 오래된 원룸과 고시원, 식당, 그리고 50~60대 이상의 중년 남성들이 눈에 띈다.

대학동 언덕바지의 한 카페 앞 풍경도 그렇다. 소나기가 쏟아지던 지난달 31일 점심, 파란색 장바구니를 든 중년의 남성 네댓명이 카페 밖에 줄을 섰다. 자원봉사자들과 남성들이 밝은 표정으로 말을 주고받는다. “왜 지난주에 안 오셨어요?” “아니 내가 엊그제 왔는데 문을 닫았길래….” “제가 요일 바뀌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다음주에는 월, 화, 수에 오세요.” “웬수야 웬수, 시간 맞춰서 오라니까.” “원수를 사랑하라!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갑니까.”

천주교 사회복지 나눔 공동체인 ‘해피인’은 이 카페에서 매주 2~3일 점심 도시락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예전에는 급식을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부터 도시락으로 바꿨다. 해피인이 나눠준 파란색 장바구니에 도시락을 받아 가는 이가 한번에 100~120명쯤 되는데 대부분 40~60대의 남성이라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동에 거주하는 중년 남성이다. 이곳은 사법시험·행정고시 준비생들의 거주지였지만, 2017년 사법시험이 폐지된 뒤에 20~30대 고시생의 수가 크게 줄었다. 대신 사법시험 폐지에도 떠나지 못한 40대 이상의 ‘장수생’과 고시촌 특유의 저렴한 주거비·식비 때문에 새로 유입된 50대 이상의 중장년·노년층이 비어 있는 고시원과 소형 원룸을 채우고 있다. 이들 대부분 저소득층인데다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 ‘해피인’ 같은 지역 단체들은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늘리고 있다.

지난 10일 대학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한겨레>에 “과거에는 고시원, 원룸 가릴 것 없이 20~30대가 많았는데, 2017년 무렵부터 고시원에 거주하는 50대 이상 중년이 많아졌다. 지금은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년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2014~2020년 서울시 주민등록인구 통계를 살펴보면, 일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의 유입으로 대학동의 20대 인구는 6년 사이 854명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사법시험 주력층인 30대는 106명, 40대는 125명이 줄었다. 대학동 옛 고시촌 주거지역에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50~60대는 715명 증가했다.

해피인에서 받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김아무개(67)씨도 몇년 전 대학동에 새로 유입된 ‘고시촌 중년’이다. 그는 10여년 전만 해도 안정적인 중견기업의 회계담당 직원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결국 부도가 났고, 큰 빚을 떠안았다. 김씨는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과 딸을 뒤로하고 집을 떠났다. 여동생의 집에 얹혀살기도 하고, 집을 구해준다는 사이비 종교의 꾐에 빠지기도 한 끝에 대학동 고시촌에 정착했다. “0.8평은 됐나? 간단한 짐만 갖고 왔는데도 방에 누울 자리가 없더라고. 그래서 다 쌓아놓고 짐 사이에 겨우 누웠어.” 네 가족과 번듯한 집에서 살던 김씨에게 고시원 생활은 처음엔 녹록지 않았다. 다행히도 김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에 당첨돼, 정부·구호단체의 지원을 받아 현재는 월세 8만원짜리 16.5㎡(5평) 원룸에 산다.

 

 

김씨 같은 이들이 대학동을 찾는 이유는 1인 가구가 살기에 저렴한 주거비 때문이다. 천주교 빈민사목위원회가 지난해 7~8월 한국도시연구소와 함께 1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동 고시촌 거주가구 실태 조사’(실태조사)를 보면, 보증금 없이 월세로 사는 이들이 68.6%였고, 평균 월세는 23만5천원으로 조사됐다. 대학동에 살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ㄱ(42)씨는 “혼자 살기 이렇게 좋은 데가 없다”며 “대학동, 신림동에는 학원도 있지만 학원보다도 저렴한 고시원이 있고 밥값도 싸다”고 말했다. “저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편하게 입고 다녀도 서로 이해할 수 있고 위화감이 없어요.” 대신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 관악구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거나 고시원 등 주택 이외 장소에서 살거나 지하·옥탑방에 거주하는 비율을 뜻하는 주거빈곤율(31.3%·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열악한 거주지에 살고, 주변과 소통하지 않아 고립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태조사를 보면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이하는 59.8%에 이르렀다. 이웃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는다는 답변이 35.2%이고, 가족과 연락을 아예 안 한다는 답변도 20%나 됐다. 김씨도 가족과 연락이 끊어진 것은 물론, 대학동으로 오며 모든 지인, 친구들과도 연락이 끊어졌다고 한다. “내가 나이 들어서 이렇게 된 걸 알리고 싶지 않았어. 다들 어디 회사 임원 하면서 번듯하게 사는데….”

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지난 3월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는 ‘참 소중한…’ 센터를 해피인 바로 옆에 열었다. 센터는 대학동 중장년들이 언제든 방문해 커피와 라면을 먹을 수 있다. 탁구동호회, 사진동호회 등의 모임을 갖기도 한다. 고시촌 중년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김씨는 해피인과 센터에서 만난 이웃들과 ‘소행모’(작은 행복을 모으는 모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모바일 메신저 단체대화방에서 읽어보면 좋을 글을 나누기도 하고, 함께 등산을 간다. 동네 청소, 화분 만들기 등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할 때도 있다. 김씨는 “소행모에서 돈을 모아 해피인 도시락에 간식을 기부하기도 했다. 우리가 혜택과 도움을 받기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물론 김씨 같은 이들은 소수다. 코로나19로 더 주변과 소통하지 않고 홀로 지내는 이들이 많다. 김씨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인지, 자신 같은 이들에게 건네는 조언인지 모를 말을 했다. “당장은 대학동을 떠날 수도 없고 떠나고 싶지도 않지만 최대한 건강하게 이웃들도 돌보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지.”

 

10일 낮 서울 관악구 ‘해피인'에서 주민들이 도시락을 받아 집으로 가고 있다. 이날 메뉴는 한우소고기국과 김치, 야채계란볶음, 멸치볶음이었다. 오지 못하는 이웃의 점심까지 챙겨가는 주민들도 심심치않게 있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0일 낮 서울 관악구 ‘해피인'에서 주민들이 도시락을 받아 집으로 가고 있다. 이날 메뉴는 한우소고기국과 김치, 야채계란볶음, 멸치볶음이었다. 오지 못하는 이웃의 점심까지 챙겨가는 주민들도 심심치않게 있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1771.html?_fr=mt1#csidxd9d447ff701c045be72ba06292d6e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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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8개면 털어 조용기 목사 보도했지만 ‘과’ 없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아프간 특별기여자 숙소 사진보도한 한국일보 결국 사과
세계일보, 대응문건에 검찰만 알 수 있는 윤석열 진정사건도 담겨 

국민일보를 설립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14일 86세로 세상을 떠났다. 국민일보는 1·2·3·4·29·30·31·32면 등 여덟개면에 걸쳐 조 목사 소식을 실었다. 조 목사에게도 공과 과가 있지만 국민일보는 ‘과’를 담지 않았다. 15일 주요 아침신문에서 조 목사 별세 소식에서 그의 ‘과’를 간단하게라도 언급한 곳은 경향신문·서울신문·한겨레·한국일보 등이다. 

한국일보가 충북 진천 인재개발원에 입소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의 숙소 모습을 사진기사로 보도했던 것에 대해 뒤늦게 사과했다. 지난달 29일 해당 사진기사 보도 이후 사생활 침해 등으로 윤리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은지 보름이 지나서다. 한국일보는 “취재원의 사생활 보호에 소홀했을 뿐 아니라 보도의 합목적성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해당 온라인 기사를 삭제조치했다”고 했다. 

세계일보가 ‘윤석열 장모 의혹 대응 문건’ 관련 후속보도를 내놨다.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 당시인 지난해 3월 대검이 그의 장모가 연루된 각종 의혹제기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한 문건에 윤 전 총장이 피 진정인으로 기재된 ‘진정사건’이 적시됐다고 보도했다. 문건이 검찰 내부 정보를 토대로 작성됐으며 장모 최아무개씨가 아닌 윤 전 총장 관련 사건정보도 담겼다고 전했다. 

▲ 15일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 15일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조용기의 기복신앙·배임 등 지면에 없는 국민일보

조 목사는 지난해 7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치료를 받아오다 14일 오전 별세했다. 유족으로는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차남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 3남 조승제 한세대 이사가 있고, 배우자 고 김성혜 전 한세대 총장과는 지난 2월 사별했다. 

1988년 12월10일 국민일보 창간호를 보면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이 국민일보 이사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일보의 사시인 ‘사랑 진실 인간’은 조 목사가 직접 정했다고 한다. 2008년 국민일보 창간 20주년 기념사에서 “신문은 한 교회의 소유가 아니라 시민의 것으로 사회에 봉헌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내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일보는 고인이 된 조 목사에 대한 찬양만을 실었다. 

국민일보는 2면 특별사설에서 “고인(조 목사)은 지난해 7월19일 마지막이 된 설교 ‘예수님과 강도’에서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이때 물질만능주의의 삶을 청산하고 하나님을 섬길 것을 역설했다”고 썼다. 가족들이 교회가 세운 기관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조 목사 자신과 장남이 배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가운데 ‘내로남불’격의 설교내용이다.

국민일보는 특별사설에서 “기독교계는 또 한분의 귀한 영적 지도자를 잃었다”며 “아호 영산 그대로 그는 영적 성장을 떠받치는 큰 산이 됐다”고 했다. 이어 “고인이 전후의 궁핍 속에서 믿음의 힘을 결집시켰듯 우리도 분열과 반목, 불신과 패덕이 기승을 부리는 이 어두운 시대를 물리치고 밝은 새벽을 반드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썼다.

▲ 15일자 국민일보 고 조용기 목사 관련 기사 일부
▲ 15일자 국민일보 고 조용기 목사 관련 기사 일부

 

조 목사는 ‘십일조를 잘하면 부자가 된다’거나 ‘예수 믿는 사람이 가난해야 한다는 건 사탄이 하는 소리’라는 등의 설교를 해왔다. 헌금을 열심히 하면 세상에서 성공한다는 기복신앙을 대중화한 것으로 지적받는 조 목사의 신앙에 대해 국민일보는 “확신에 찬 신앙고백과 영적 각성을 설파한 사자후는 6·25전쟁 직후 절망에 빠진 민중의 심금을 울렸다”며 “개발시대 이후 영적 공백으로 빠져드는 한국사회를 향해 혼돈의 3차원 세계를 지배하는 4차원 영적 세계의 문을 열기 위한 영성을 강조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3면 “낮은 곳에 임한 ‘하나님의 종’…절망의 시대 희망 꽃피우다”, 4면 “가난한 영혼의 언어로 구원 메시지 전파한 선각자”, 29면 “세계 복음화 향한 큰 걸음, 우리가 이어가자” 등을 통해 그가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양적 성장의 과정을 긍정적으로 그려냈다.

▲ 15일 국민일보 만평
▲ 15일 국민일보 만평

 

경향신문·서울신문·한겨레·한국일보에서는 그가 교회를 사유화하고 배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고인의 사망 소식과 함께 전했다. 경향신문은 “교회의 양적 성장과 성공이 오명을 가져다주기도 했다”며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한때 세습과 권력다툼, 비리문제로 시끄러웠다. 가족들이 교회 돈으로 세운 기관과 학교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고 지적했다. 

조 목사는 2011년 교회 장로 30여명에게 배임 등 혐의로 고발당했다. 2017년 대법원은 조 목사와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만물상’ 칼럼에서 조 목사에 대해 다뤘다. 칼럼을 보면 조 목사는 2009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박정희 대통령에게 농촌이 잘살아야 한다며 ‘새마음운동’을 건의했다”고 했는데 박 대통령이 ‘뜻은 좋은데 기독교 냄새가 난다’고 해서 새마을운동으로 바꿨다는 전언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어떻든 조 목사도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의 전도사였다”고 덧붙였는데, 조 목사는 군사독재권력이 유지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조 목사의 빈소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베다니홀에 마련됐고, 장례는 한국교회장으로 치러진다. 예식은 18일 오전 8시 하관예배는 같은날 오전 10시에 경기도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 묘원에서 열린다.

▲ 15일 한국일보 2면
▲ 15일 한국일보 2면

 

아프간에서 온 이들 숙소에 망원렌즈 들이댄 한국일보 사과

한국일보는 2면 ‘사과드립니다’에서 지난달 29일 ‘답답함일까, 걱정일까, 아프간 소녀의 눈물’ 제사의 기사에 대해 사과했다. 

한국일보는 “먼 타국으로 떠나온 이들이 처한 어려움을 알리려는 마음이 앞섰습니다만 사적 공간에 카메라를 들이댄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보도 직후 손으로만 가려진 얼굴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며 한 차례 사과를 드렸지만 이 또한 충분하지 못했다. 취재·보도·해명의 모든 과정에서 독자 여러분이 언론에 요구하는 높은 윤리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29일 온라인에서 9장의 사진 기사를 보도했고 다음날이 30일자 아침신문에도 2면에 사진을 실었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뉴스1, 뉴시스, 머니투데이, 서울신문, 세계일보, 이데일리 등이 아프간 특별기여자들 얼굴에 모자이크를 입힌 것과 달리 한국일보는 눈물 흘리는 소녀의 모습 등을 있는 그대로 내보냈다. 서울신문과 한국일보는 관련 사진을 30일자 아침신문에 실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불과 1년 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논란이 있었지만 논란은 또 반복되는 모습”이라며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는 지난해 2월 진천 인재개발원에 격리 중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 교민들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난민인권네트워크, 언론인권센터 등에서 한국일보의 해당기사가 인권을 침해하는 보도라며 사진삭제 등을 요구했다. 

한국일보는 사과문에서 “본보는 이번 일을 계기로 보도준칙을 돌아보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인권 감수성 제고를 위해서도 힘을 기울이겠다”며 “언론의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다시 새기며 고통을 겪은 모든 분과 독자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했다. 

[관련기사 : ‘아프간 특별기여자’ 향한 망원 렌즈는 잘못됐다]
[관련기사 : ‘아프간 소녀의 눈물’ 한국일보 보도 사진 삭제 요청까지 후폭풍]

▲ 15일 세계일보 1면 기사
▲ 15일 세계일보 1면 기사

 

세계, 윤석열 장모 의혹 대응문건 후속보도

세계일보는 “검찰 문건에는 최씨가 아닌 윤 전 총장이 관련된 사건 정보도 담겼다”며 “최씨가 연루된 사건 중 네 번째 항목인 ‘양평 오피스텔 사기 사건’”이라고 전했다. 당구장 표시(※)로 ‘2013.8.30 고XX 진정서 제출(중앙지검 2013진정XXXX): 피진정인 윤석열, 부장검사 양XX, 주임검사 이XX, 공람종결(2013.12.27.)’이라고 적시됐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문건에 담긴 사건 처리 개요, 부장검사 및 담당검사 실명 등은 검찰과 진정인 외에는 알 수 없는 정보”라며 “공람종결은 검사의 검토 결과 세 차례 이상 반복된 내용이거나 진정인·피진정인 등 필수 기재사항이 누락되는 등 사건 처리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종결했다는 진정사건 처리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일보는 “이 외에도 최씨와 법적 분쟁관계에 있는 피고인이 ‘별건’으로 실형을 받은 사실도 적시”했다며 “도촌동 부동산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안아무개씨 사례”인데 “검찰은 문건에서 안씨에 대해 ‘2018.11.23. 별건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등(최XX 교부 수표 변조 등)으로 징역 4월, 벌금 100만원 확정’이라고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문건에는 서울의 수백억원대 건물을 둘러싸고 최씨와 금전거래를 시작했다가 18년째 소송을 벌이고 있는 정대택씨의 범죄 혐의와 판결 결과 등도 담겼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분쟁관계에서 한쪽의 전과 사실을 알리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믿을 수 있다는 법조계 관계자의 발언도 함께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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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택배노조 죽이기, 씁쓸한 이유

김태원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김포 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노조 차원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1.09.02.ⓒ뉴시스

 지난해에만 1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들의 죽음 뒤에는 주 평균 72시간이라는 열악한 노동환경이 있었죠. 그래서 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던 전국택배노조가 나섰고,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진행한 사회적 합의 끝에 과로사 방지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주 60시간, 1일 12시간을 초과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또 6년간 계약보장과 표준계약서도입도 약속받았죠. 무법천지였던 택배업계에서 택배노동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만들어진 겁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CJ대한통운 김포 장기대리점주가 택배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 벌어졌습니다. 유서에는 고인이 일부 조합원으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죠.

택배노조도 자체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조합원들이 일부가 고인에게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글들을 단톡방에 게재했었다는 겁니다. 단 폭언이나 욕설 등의 내용은 없었고, 소장에 대한 항의의 글과 비아냥, 조롱 등의 내용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문제는 사건 이후 였습니다. 같은 기자가 봐도 목적이 의심스런 보도가 여럿 보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예의 ‘노조 죽이기’ 여론이 형성돼 갔습니다.

 

최근 보도된 노조 간부와 비조합원간의 몸싸움 영상 관련 보도는 압권이었습니다. 악의적인 편집을 통해 비조합원이 노조간부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사건인 양 보도했습니다. 쌍방간에 다툼이 있었고, 그로 인해 몸싸움이 벌어졌다면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보도는 의도적으로 한쪽이 일방적으로 폭행을 했고, 그 가해자가 조합원이라고 보도한 겁니다.

실제 노조가 공개한 전체 영상을 보면 앞부분에 비조합원이 노조 간부를 향해 망치를 먼저 꺼내 들거나, 택배 상자를 집어 던지는 등의 행위가 있습니다. 하지만 앞뒤를 자른 이 짧은(8초) 보도 영상엔 노조 간부의 폭력성만을 부각시켰죠.

‘노조간부가 대리점주에게 상납받아왔다’는 보도는 또 어떤가요. 사실과 다른 구석이 많습니다. 당사자인 노조 간부가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여하면서 대체인력 비용을 대리점주들에게 ‘상납’ 받았다는 것인데, 실제 돈을 상납했다고 지목된 대리점장들이 보도 내용에 대해 부인한 겁니다. 대리점 소장들이 부인한 내용을 언론이 보도한 셈이죠.

‘노조 죽이기’의 보도와 여론 목적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택배 노조가 만들어지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담당하는 주체가 누구일까요.

빠르게 성장하는 택배산업의 흐름 속에서 택배기사들이 오히려 과로사로 죽어 나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가슴에 담습니다. 지금 ‘노조 죽이기’에 앞장서는 일부 언론이 그때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면 자괴감이 듭니다.

변화를 만든 것은 정치권이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언론도 아니었습니다.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게 해달라’고 말하며 거리로 나선 것은 택배 노동자 자신들이었고, 그들이 만든 택배노조가 단단한 버팀목이 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최근, 노조를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이 더 강해지는 것을 느낄 때마다,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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