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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두고 지소미아 거래하지 말라”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두고 지소미아 거래하지 말라”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10/24 [08:0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아베규탄시민행동이 최근 정부의 한일관계 복원 시도에 우려를 표하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예정대로 종료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 : 아베규탄시민행동)     © 편집국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왕 즉위식을 위해 일본을 방문 하는 등 정부의 한일관계 복원 움직임에 시민사회단체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그동안 아베규탄 촛불집회를 주도해 오던 아베규탄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23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한일관계 복원 시도에 우려를 표하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예정대로 종료할 것을 촉구했다.

 

시민행동은 그동안 이 총리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재연장을 맞바꾸는 안을 공개적으로 제기해 왔으며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전범기업의 배상 문제에서도 우리 기업들과 우리 정부를 배상주체에 포함시켜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훼손하는 타협안을 제시하며 국민의 우려를 낳아 왔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만약 이것이 한일관계 복원을 위한 정부의 구상이라면이는 대법원 판결범국민적 아베규탄 촛불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로 시작된새로운 한일관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는 것이며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 하더라도 촛불 민의와 국민의 의사에 반하면서까지 이를 추종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정부로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굴욕적 타협에 불과한 한일관계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한일관계이며이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사과배상이 전제된 것이라며 억지로 맺어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종료하고아베 정권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전범 기업의 책임을 명시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하는 것은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분들 입장을 전한태평양전쟁피해자보싱추진협의회 김진영 사무국장은 조선인들을 강제노동하게 한 일본기업들에게 “70여년 전에 젊은 청년들을 동원해서 열악한 환경에서 혹사시키고 임금조차 지불하지 않은채 지금까지 방치했다며 비겁하게 일본정부 뒤에 숨지 말고지금 한 명이라도 피해자들이 살아계실 때 사과하고 용서 받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촉구했다.

 

김 국장은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1965년 한일협정,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 2015년 '위안부'합의 등 피해자와 국민들의 뜻은 무시하고 정부 간의 야합으로 문제를 덮어 왔기 때문에 지금 일본정부는 아직 식민지배를 하는 것처럼 한국을 대하고우리 피해자들은 아직 해방을 맞지 못한 고통속에 살고 있는 것이라며 강제동원문제를 일본과의 정치적 협상에 지렛대로 이용하려 하지 말고국민의 인권과 평온한 삶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시민행동은 아베와 그에 동조하는 친일 적폐들을 규탄하는 아베규탄 9차 촛불문화제를 오는 10월 26일 오후 6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개최된다며 국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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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문재인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예정대로 종료하라!

촛불의 힘으로새로운 한일관계를 기어이 쟁취하자!

 

문재인 정부가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총리를 파견하고이 총리는 아베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문 대통령은 또한 이 총리를 통해 친서까지 보냈다고 한다.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거부하고우리나라를 수출절차우대국에서 제외한 아베 정권의 행태가 전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우리는 이번 총리 파견과 아베와의 정상회담이 깊은 의문과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그동안 이 총리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재연장을 맞바꾸는 안을 공개적으로 제기해 왔으며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전범기업의 배상 문제에서도 ‘1+1’이니, ‘1+1+α이니심지어 ‘0+1’이니 하는우리 기업들과 우리 정부를 배상주체에 포함시켜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훼손하는 타협안을 제시하며 국민의 우려를 낳아 왔다.

만약 이것이 한일관계 복원을 위한 정부의 구상이라면이는 대법원 판결범국민적 아베규탄 촛불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로 시작된새로운 한일관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는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촛불 민의그리고 열화와 같은 아베규탄 촛불과 범국민적 불매운동이 보여준 국민의 의사에 부응하여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종료했던 문재인 정부가아베 정권이 아무런 태도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한일관계를 복원하려 시도하는 것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의 압력 때문인가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촛불 민의와 국민의 의사에 반하면서까지 이를 추종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정부로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수출규제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교환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훼손하는 타협안으로 한일관계를 복원할 생각이었다면정부는 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한 박근혜 정권과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 지연과 판결번복 시도를 사법농단이라 규정하고 처벌했는가?

그럴 생각이었다면 왜 지난 8월 대통령은 일본에 다시는지지 않겠다고 하고정권 관계자들은 의병과 죽창가를 운운했던 것인가?

그러한 언행들이 그저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보여주기에 불과했다는 것인가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위안부 야합과 함께 우리에게 강요된 억지 화해이자우리 국민 누구도 원치 않는 일본과의 군사동맹으로 가는 첫 수순으로 동북아 평화에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결코 인정될 수 없다.

이는 촛불항쟁으로 무너져가던 박근혜 정권이 알박기 식으로 자행한 대표적 적폐이며지난 8월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이 협정의 연장이 종료되었지만진작에 파기되었어야 했을 협정이었다.

진작에 파기됐어야 했을 협정을 두 번이나 연장한 뒤수출규제와 결부하여 연장을 종료하고 다시 이와 결부해 재연장을 한다면이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 민의에 반하여 박근혜 정권의 적폐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스스로 적폐정권의 행태를 닮아가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굴욕적 타협에 불과한 한일관계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한일관계이며이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사과배상이 전제된 것이다이렇게 할 때만한일 관계는 미국이 강요한 억지화해인 1965년 한일협정 체제를 넘어새로운 한일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억지로 맺어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종료하고아베 정권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전범 기업의 책임을 명시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하는 것은 그 출발점이다우리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한일관계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 보다 단호한 태도로 미국의 압력아베 정권의 도발에 맞설 것을 촉구하며박근혜 적폐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예정대로 종료시킬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고아베와 그에 동조하는 친일 적폐들을 규탄하는 아베규탄 9차 촛불문화제를 오는 10월 26일 오후 6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개최하며국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호소한다.

 

모이자, 10월 26일 오후 6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예정대로 종료하라!

아베는 과거사에 사죄하고수출규제 철회하라!

일본 전범 기업들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하라!

촛불의 힘으로새로운 한일관계를 기어이 쟁취하자!

 

2019년 10월 23

아베규탄 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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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와 방위비분담금 사이

대북제재와 방위비분담금 사이

미국이 대북 제재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지소미아 연장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명분 없는 대북 제재를 계속하는 이유는 대남 압박의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대북 제재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협상과의 관계부터 보자.

미국은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조선)과의 갈등 요소를 남겨 둠으로써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의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주한미군은 대북용이라기보다 대중국용의 성격이 강하다. 그 때문에 방위비 분담금을 우리에게 받을 것이 아니라 미군기지 임대료 등을 오히려 우리에게 지불해야 마땅하다.

미국이 북한(조선)과 관계 개선을 합의한 6.12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대북 제재를 철회하지 않고 한미합동군사훈련 등 대북 적대정책을 유지하는 이유는 주한미군이 대중국용이라는 사실을 가리기 위한 술책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선 주한미군이 북한(조선)의 남침 위협을 막기 위해 주둔한다고 해야 미군 기지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도 요구할 수 있다.

한미 간에 방위비 분담금 2차 협상을 앞두고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미국의 소리’에 “북핵은 한국을 겨냥한 것, 한미 작전지휘권 분리는 북한(조선)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우연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다음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과 대북 제재 사이의 관련성을 보자.

미국은 지소미아 연장을 통해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군국주의 부활을 돕겠다는 계산이다. 아베 일본 정부는 오바마 미 행정부 때 이미 집단적자위권 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헌법 개정에 대해 미국의 동의를 받아 놓은 상태다.

한반도 유사시 집단적자위권을 발동,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하는 것으로 군국주의를 부활하겠다는 속셈을 가진 일본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과거 전범국가의 멍에를 벗고, 박근혜 정부를 꼬드겨 집단적자위권 행사의 밑천이 될 지소미아를 체결했다.

일본은 지금도 지소미아 연장을 한국에 직접 요구하지 않고, 미국의 힘을 빌려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처럼 지소미아는 단순한 군사협정 문제가 아니다.

지소미아 폐기는 군국주의 부활로 한반도 재침을 노리는 일본에 철퇴를 가하는 본보기로 된다.

일본을 방문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풀 경우 지소미아 연장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지소미아에 담긴 일본의 재침야욕을 보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이 동맹을 강조하면서 한국을 압박하고, 관계 개선을 합의하고도 북한(조선)을 제재하는 현실에서 남과북 우리민족의 대미 전략은 어떻게 세워져야 할까.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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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결혼해서”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 사이트 운영자 솜방망이 처벌한 법원의 ‘황당’ 사유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19-10-23 08:09:38
수정 2019-10-23 08: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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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어리다”
“어린 시절 정서적·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재판 도중 결혼해 부양가족이 생겼다”

2세 유아를 대상으로 성인이 성행위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 등을 공유하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 한국인 손 모(23) 씨가 법원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이유다.

손 씨는 2015년 7월부터 약 2년 8개월 동안 충남 당진 자신의 집에서 아동 포르노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하며, 아동 포르노를 배포하고 이를 통해 4억 원가량을 취득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지난해 9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지난해 5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W2V 현재 상황
W2V 현재 상황ⓒ기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르면 아동 포르노를 소지한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으며, 영리 목적으로 이를 판매·배포하면 최대 징역 10년까지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이 손 씨에 대한 관대한 판결로 아동 성 착취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 사이트서 한국인 무더기 적발 
“성인 음란물 올리지 말라” 공지하기도
 

손 씨의 범행은 지난 16일 미국 법무부가 한국과 미국, 영국 등 32개국 수사기관이 공조해 W2V를 이용한 310명을 무더기로 검거했고, 이 가운데 한국인은 223명에 달한다고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미국 법무부 등에 따르면 W2V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 착취 시장이다. 해당 사이트 가입 회원은 128만여 명이며, 압류된 아동 포르노 영상은 성폭행 영상 등을 포함해 8TB(약 17만여 개, 중복 파일명 제외) 용량에 달한다. 미국 아동학대 및 실종 국립센터(NCMEC) 분석에 따르면, 압류 영상 중 절반가량(45%)에 처음 발견된 이미지가 포함됐다. 아울러 미국 법무부는 이용자들에게 학대당한 23명의 아이를 세계 각국에서 구출했다고 밝혔다. 

손 씨는 업로드 페이지에 “성인 음란물은 올리지 말라”라고 공지했다. W2V에는 2세 유아와 성행위 하는 성인들의 영상, 8세 아동의 나체 사진 등이 올라왔다. 한국 법원에 따르면, 손 씨는 처음부터 아동 포르노를 취급하는 것이 성인 포르노보다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사이트를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W2V 홈페이지에서 아동 포르노를 요청하는 한국인들
W2V 홈페이지에서 아동 포르노를 요청하는 한국인들ⓒ미국 법무부

W2V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최초의 아동 성 착취 사이트기도 하다. 손 씨는 특수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다크웹’과 비트코인을 이용해 범행을 숨겨왔다. 손 씨가 7천300여 건의 거래를 통해 얻은 비트코인은 한화로 4억 원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 성착취범 면죄부 주는 법원의 ‘황당’ 사유 

손 씨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 착취 사이트를 운영했지만,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3억5천여만 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손 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아동 포르노의 착취적 성격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은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최미복 판사는 “손 씨의 범행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성적으로 왜곡하는 것으로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라며 “손 씨가 약 2년 8개월 동안 사이트를 운영했고, 이를 통해 유포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수가 상당하며, 손 씨가 얻은 경제적 이득이 4억 원 상당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최 판사는 “손 씨의 나이가 어리고, 손 씨에게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다. 손 씨는 일정 기간 구금돼 있었고 범행을 시인하며 반성하고 있다”라며 이 부분은 손 씨에게 유리한 정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W2V 영상 중) 회원들이 직접 업로드한 음란물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라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아동에 대한 성폭력·성 착취로 만들어지는 아동 포르노의 유포에 대해, 법원은 손 씨가 운영 총책으로서 이를 방조하고 부추긴 책임은 묻지 않았다. 대신 직접 올린 아동 포르노만 3천여 개인 손 씨가 ‘초범’이고,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법원 자료사진
법원 자료사진ⓒ김슬찬 기자

2심은 원심의 형이 가볍다며 손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도 아동 포르노에 숨겨진 성 착취적 성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성복)는 “장기간 큰 규모로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판매·배포·전시하는 행위는 보호의 대상인 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성적으로 왜곡시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상적인 성적 가치관을 퍼뜨릴 뿐 아니라 아동·청소년음란물 제작자와 그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매개 혹은 촉진의 역할을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미치는 해악이 매우 크다”라며 손 씨에게 운영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손 씨가 범죄를 모두 자백하고, 어린 시절 정서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성장 과정에서도 충분한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했던 점, 달리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은 없는 점, 2019년 4월 혼인신고서를 접수해 부양할 가족이 생긴 점 등은 손 씨에게 유리한 정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에 이용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중에 W2V에 접속한 회원들이 업로드한 것도 상당수 포함된 점, 범죄수익 대부분이 몰수보전 또는 추징보전처분을 통해 환수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손 씨에게 유리하다고 봤다.  

미국, 1건만 소지해도 징역 70개월인데… 
아동 성착취 보는 인식에서 비롯된 솜방망이 처벌
 

반면 미국 등 해외 법원은 아동 성착취범에 매우 엄격한 태도를 보였다. 텍사스 주에 사는 리차드 그래코스키(40)는 W2V에서 아동 포르노를 1회 내려받고, 1회 접속한 혐의로 징역 70개월을 선고받고, 7명의 피해자에게 3만5천 달러(약 4천만 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명령 등을 받았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진 W2V 이용자 중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들은 적게는 징역 12개월부터 많게는 징역 5년까지 징역형을 받았다. 한국 법원이 아동 성 착취 범죄자에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뉴시스

한국 법원의 판결은 아동 성 착취를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서 예상할 수 있었다. 한국 경찰은 이 사건 국제공조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W2V를 ‘아동 음란물 사이트’라고 표현했지만, 미국 법무부는 ‘아동 성 착취 시장’이라고 지목했다.  

‘음란물’은 단순히 성욕을 자극해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영상 등을 일컫는 개념이다. 하지만 ‘성 착취’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인격권 등을 침해했다는 의미가 포함돼 영상 속 아동들이 피해자로 명확히 규정된다. 단순히 영상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촬영 과정에서 성폭행·강요 등 범죄가 수반되는 현실까지 지적한 개념인 것이다.  

또 미국 법무부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죄 판결이 난 이용자뿐 아니라 기소된 이용자까지 모두 실명, 거주지, 나이 등을 공개했다. 한국 경찰은 나이를 특정했을 뿐이다.

한편 손 씨는 미국 컬럼비아 특별구의 연방 대배심에 의해 기소됐다. 미국 당국은 지난해 5월 구속돼 오는 11월 출소 예정인 손 씨를 미국으로 소환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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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산불의 진짜 범인은?

[함께 사는 길] 더는 강 건너 불구경 할 수 없다

 

 

 

지난 8월 19일 오후 3시 상파울루는 밤으로 변했다. 한 시간이나 지속된 블랙아웃 현상은 상파울루에서 2500킬로미터 떨어진 아마존에서 발생한 산불 때문이었다. 아마존을 태우며 발생한 각종 오염물질들이 대기에 배출돼 상파울루까지 날아가고 구름과 엉켜 거대한 연기 기둥을 형성해 도시를 뒤덮은 것이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이 불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지구의 허파 아마존은 왜 이리 불타고 있을까? 
 

▲ 불 타버린 브라질 아마존 숲. ⓒ지구의벗 브라질


8개월 동안 화재 8만7000건 넘어 

다양한 이견이 있지만 아마존은 세계 산소의 20퍼센트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고 427종의 포유류, 1300종의 조류, 378종의 파충류, 400종 이상의 양서류가 서식하는 등 지구 생물다양성의 10퍼센트를 차지하는 곳이다. 어디 이뿐인가? 기후변화를 저감시키고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아마존은 100만 원주민의 삶의 근거지로 인류의 다양한 생활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생활·문화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아마존의 화재는 왜 발생할까? 아마존환경연구소(Amazon Environmental Research Institute)에 의하면 최근 증가하는 아마존의 화재는 건조한 기후 때문이 아니라 고의적인 화재다. 기업농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나무를 베고 숲을 태운 후 화마가 지난 자리에 소 목장을 위한 대규모 초원지대와 콩밭을 만들기 때문이다. 파괴된 아마존 숲의 80퍼센트는 소 농장으로 변했고 아일랜드 국토 크기의 콩 농장이 자리하고 있다.

브라질항공연구소(National Space Research Institute)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 동안 발생한 브라질 아마존 화재는 8만7000건 이상. 2018년 같은 기간 4만9000건과 비교하면 76퍼센트 증가했으며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화재 건수이다. 올해 7월 1일부터 15일까지 브라질 아마존 열대림 1000제곱킬로미터 이상의 토지가 정리되었는데 이는 2018년 7월 같은 기간보다 68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항공연구소의 발표 수치가 거짓이라며 연구원장을 고소했다. 하지만 2019년에 유독 아마존 화재가 많은 이유는 2019년 1월 취임한 극우파 보우소나루 정권과 무관하지 않다.  

아마존 화재 부추기는 브라질 정부  

사실 지난 10년 동안 브라질 연방정부는 벌금제도를 비롯해 열대림 파괴를 막기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취임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런 벌금제도를 비판하며 목재 압수, 환경범죄에 대한 유죄 확정 등 아마존 열대림에 대한 관리감독을 현저히 줄였다. 환경관리 프로그램 예산을 줄였고, 이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 정책 예산은 95퍼센트나 줄어들었다. 또한 브라질 환경부 산하의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치코 멘더스 기구'(Chico Mendes Institute for Biodiversity Conservation, ICMBio)의 연방 보호 예산은 4500만 달러 이상 삭감되었다. 브라질 국가 환경 규제위원회(CONAMA)와 같은 환경 정책의 감독 및 계획을 위한 중요한 협의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고, 브라질 환경 및 자연 자원연구소(Ibama)에 대한 정부의 빈번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조치들이 아마존 화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종종 소수의 원주민들이 브라질 국토의 14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은 과하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질세라 장관들 또한 아마존 개발의 정당성을 설파하기에 여념이 없다. 에네스토 아라우조 브라질 외교부 장관과 리카드로 살레 브라질 환경부 장관은 각각 "아마존 개발이 숲을 보호하는 가장 유일한 길", "브라질의 가난이 환경파괴를 가속화시키고 있어서 아마존개발이 결국엔 산림파괴를 중단시킬 것"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브라질 정부의 이러한 아마존 정책 뒤에는 국제기업농, 대규모 마트 회사, 투자사들이 존재하고 있다. 카길(Cargill), JBS, 마프리그(Mafrig) 등 국제농산물회사들이 아마존에서 농산품을 생산하고 이들이 생산한 농산품은 레크러(Leclerc), 스톱숍(Stop Shop), 월마트(Walmart), 코스트코(Costco) 등 대형마트 상품진열대에 전시된다. 이들 국제기업농 뒤에는 블랙락(BlackRock), 제이피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 샌탠더(Santander), BNP 파리바스(BNP Paribas), HSBC 등의 거대 투자사들이 있다.  
 

▲ 브라질 아마존의 열대우림은 소 목장으로 바뀌고 있다. ⓒ지구의벗 브라질


"아마존은 전 지구적인 문제" 

아마존 산불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8월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도 아마존 산불 대처 문제를 주요 현안 중의 하나로 논의했다. 그 결과 아마존 산불 진압을 위해 22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아마존은 물론 브라질의 영토지만, 아마존의 열대 우림은 전 지구적인 문제"라며 "지구 전체의 허파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4만4000명의 브라질 군인을 투입하고 칠레정부로부터 지원받은 4대의 소방용 비행기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아마존 화재로 인해 국내외의 비판을 의식한 그는 법적으로 허용된 아마존 토지 정리행위를 60일간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것이 정부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진 않는다.  

9월 13일 브라질과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발표된 1억 달러 규모의 아마존개발계획을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9월 유엔총회 브라질 대표단에 칼라팔로(Kalapalo)부족 원주민 여성을 포함시켜 아마존 원주민과의 호의적인 관계임을 전 세계에 과시하려던 브라질 정부의 움직임은 칼라팔로 부족장은 물론 싱구(Xingu)지역 원주민연대체 등에 의해 거부당했다.

화마로 인한 아마존의 미래, 우리에게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숲이 잘려 나갈수록 지역 강우량은 더 적어져서 아마존 숲은 습기를 함유하기 어렵다. 이는 아마존 숲을 가뭄과 화재에 더 취약하게 만들고 이 현상이 지속되면 열대림이 사바나로 변할 수 있다.

아마존 숲의 80퍼센트는 여전히 열대림이다. 불타고 남은 열대림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야드빈더 말히 교수는 "아마존 열대림의 40퍼센트가 사라지면 아마존 전체 기후가 달라진다"며 "산림파괴가 매우 급속도로 진행되면 50~60년 후에는 아마존 숲의 40퍼센트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마존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에겐 정말 중요하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행동으로 아마존을 화마에서 지킬 수 있을까. 첫째, 아마존을 살리자는 시민의 슬로건과 행동이 여전히 중요하다. 브라질 정부가 내부보다 국제사회의 압력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이다. 둘째, 아마존에서 생산되는 콩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생산된 콩은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된다. 브라질 환경운동가들은 유럽인들의 아마존산 콩 불매운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세 번째는 우리의 각종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육식 섭취를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1회용 플라스틱을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고, 사용하되 분리수거를 잘해 재활용율을 높이는 것이 지구의 허파 아마존을 살리는 길이다.  
 

▲ 아마존 숲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한 부족은 화재로 인해 그 삶의 터전을 잃었다. ⓒ지구의벗 브라질


우리가 아마존을 지켜야 할 이유 

2013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니나와 후니쿠이 부족장은 "정부가 원주민구역을 기업에 팔았다는 사실은 모르는 원주민들이 숲에 들어가다 무단침입으로 사설 경비원 총에 맞아 죽는다"며 아마존 숲을 지키는 길은 원주민의 생명을 지키는 길임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원주민들은 자체 경비를 돌며 자기지역을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동물보호(World Animal Protection)단체는 아마존화재지역이 광대하고 브라질의 정치 상황으로 인해 야생동물 피해 숫자를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보고한 바 있다.

캐나다 시인 로버트 브링허스트는 "야생이란 길들지 않은 복잡 미묘한 세계, 즉 우리가 원하는 대로 우리를 위해 매매하고, 관리하고, 낭비하기 위한 자원이 아니라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그 자체"라고 했다.  

우리에게 아마존은 100만 원주민과 야생동물이 그들의 삶을 위해 사는 곳이어야 한다. 그들이 사는 공간이 지구상에 없어서는 안 될 산소를 배출하고 탄소를 흡수하는데 우리가 그곳을 지키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kimchy@kfem.or.kr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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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한반도 평화 정착’ 북 호응 촉구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강한 안보’와 ‘공정.검찰개혁’ 강조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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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22  11: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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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계기에 한반도 평화정착 관련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지금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비핵화의 벽이다. 대화만이 그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상대가 있는 일이고, 국제사회와 함께 가야하기 때문에 우리 맘대로 속도를 낼 수 없지만,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전쟁의 불안으로 증폭되던 불과 2년 전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백하다. 우리는 역사발전을 믿으면서,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대화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난 5일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되고 지난 15일 평양 월드컵 예선 남북 축구경기가 무중계.무관중으로 열리는 등 북미-남북 관계가 동시에 교착된 한반도 정세를 반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우리 경제는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경제·문화·인적교류를 더욱 확대하는 등 한반도 평화와 경제협력이 선순환하는 ‘평화경제’ 기반 구축에도 힘쓰겠다. 북한의 밝은 미래도 그 토대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

문 대통령은 또한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우리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강한 안보”라며 “지금 우리의 안보 중점은 대북억지력이지만, 언젠가 통일이 된다 해도 열강 속에서 당당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선 강한 안보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국방비를 내년 예산에 50조 원 이상으로 책정했다. 차세대 국산 잠수함, 정찰위성 등 핵심 방어체계를 보강하는 한편, 병사 월급을 병장 기준으로 41만 원에서 54만 원으로 33% 인상해 국방의무를 보상하겠다.”

   
▲ [사진제공-청와대]

최근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표출된 민심에 관련해서는 ‘공정’과 ‘검찰개혁’ 추진으로 화답했다.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고 짚었다.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할 것”이며,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며, “지난주 정부는 법 개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검찰 개혁방안을 국민께 이미 보고 드렸다”고 상기시켰다. 

문 대통령은 “국회도 검찰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시기 바란다”면서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 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부분에서 “조국!”이라고 외치며 웃음을 터트렸으며, 공수처법 언급 부분에서는 단체로 손으로 X자를 만들며 “안돼요”라고 외쳤다. 

시정연설이 끝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전원 퇴장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 의원석 쪽으로 가 미처 퇴장하지 못한 홍일표 의원 등과 악수했다.

정부는 더 활력 있는 경제를 위한 ‘혁신’, 더 따뜻한 사회를 위한 ‘포용’, 더 정의로운 나라를 위한 ‘공정’, 더 밝은 미래를 위한 ‘평화’ 등 네 가지 목표에 따라 총지출이 2019년 대비 9.3% 늘어난 513조 5천억원 규모의 2020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추가, 13:03)

<문 대통령,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저는 오늘
지난 2년 반 동안의 재정운영 성과와
2020년도 예산안을 국민과 국회에 설명 드리고,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정부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질서를 ‘사람’ 중심으로 바꾸고,
안착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왔습니다.
‘잘사는 시대’를 넘어 ‘함께 잘사는 시대’로 가기 위해
‘혁신적 포용국가’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시대에 역동적으로 대처하며 발전해왔습니다.

부모세대가 이룩한 경제적 토대 위에,
아들딸 세대들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정립했습니다.
우리가 책임 있는 중견국가, 민주국가로 성장한 것은
모든 세대, 모든 국민의 땀방울이 모아진 결과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개인의 가치가 커지고,
인권의 중요성이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노력을 보장하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다름에 대한 관용과 다양함 속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가야 할 목표에 대해
다시 한 번 마음을 모을 때입니다.

수십 년 동안 못해왔던
우리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와 수입 다변화에서
불과 100일 만에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먼저 손을 내밀어 함께 맞잡았고,
국민들의 응원으로
잠재되어 있던 우리 과학기술이 기지개를 켰습니다.
새로운 시도는 낯설고, 두려울 수 있지만
우리의 의지가 모아지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이제 우리 정부 남은 2년 반을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혁신적이고, 포용적이고, 공정하고, 평화적인 경제로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믿습니다.

이러한 방향으로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국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됩니다.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재정이 앞장서야 합니다.
미-중 무역 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악화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
대외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나아가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분도 계십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재정과 경제력은
더 많은 국민이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충분할 정도로 성장했고, 매우 건전합니다.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40%를 넘지 않습니다.
OECD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고,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입니다.

최근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세계적 경기하강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과감하게 늘리라고 각 나라에 권고했습니다.
특히 독일과 네덜란드와 우리나라를
재정 여력이 충분해서,
재정 확대로 경기에 대응할 수 있는 나라로 지목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한국은 141개국 가운데 13위를 기록했습니다.
2016년 26위에서 크게 올라갔고,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연속해서
17위, 15위, 13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거시경제 안정성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 모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본, 중국보다 높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견실함은 우리 자신들보다도
오히려 세계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최근 2년간 세수 호조로
국채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8조 원 축소하여
재정 여력을 비축했습니다.
내년에 적자국채 발행 한도를 26조 원 늘리는 것도
이미 비축한 재정 여력의 범위 안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재정의 많은 역할로
‘혁신적 포용국가’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재정이 마중물이 되었고 민간이 확산시켰습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정책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우리 경제가 대외 파고를 넘어 활력을 되찾고,
국민들께서도 삶이 나아졌다고 체감할 때까지
재정의 역할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내년도 확장예산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재정은 국가 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입니다.
특히,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에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과 목표가 담겨있습니다.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에는
더 활력 있는 경제를 위한 ‘혁신’, 더 따뜻한 사회를 위한 ‘포용’,
더 정의로운 나라를 위한 ‘공정’, 더 밝은 미래를 위한 ‘평화’,
네 가지 목표가 담겨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총지출을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천억 원 규모로,
총수입은 1.2% 늘어난 482조 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첫째, 우리 경제의 ‘혁신의 힘’을 키우는 재정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의 힘’은 땅속에 매장된 ‘유전’보다 가치가 큽니다.
혁신역량이 곧 국가경쟁력의 핵심입니다.
창의를 북돋고, 도전을 응원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에 의해 미래의 성장동력이 만들어집니다.
전세계가 ‘혁신의 힘’을 키우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정부는 ‘혁신을 응원하는 창업국가’를 국정과제로 삼고,
신성장 산업전략,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수소경제 로드맵, 혁신금융 비전 등을 추진하며
혁신역량을 키우기 위해 투자해왔습니다.

그 결과, ‘혁신의 힘’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가 사상 최대치인 3조4천억 원에 달했고,
올해도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설법인 수도 지난해 10만 개를 돌파했고, 올해 더 늘고 있습니다.
유니콘 기업 수도 2016년 2개에서 올해 9개로 늘어
세계 6위를 기록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향한 혁신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제2벤처 붐의 성공을 말하기에는 이릅니다.
내년에는 우리 경제, ‘혁신의 힘’을 더욱 키울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분야에 1조7천억 원,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신성장 산업에 3조 원을 투자하고,
핵심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화에도 2조1천억 원을 배정하여
올해보다 크게 늘렸습니다.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투자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무역금융을 4조 원 이상 확대하고
기업투자에 더 많은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하겠습니다.

지역에서부터 혁신과 경제활력이 살아나도록 생활 SOC,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규제자유특구 등
‘지역경제 활력 3대 프로젝트’도 본격 추진할 것입니다.

둘째, 우리 사회의 ‘포용의 힘’과 ‘공정의 힘’을 키우는 재정입니다.

우리 사회의 그늘을 보듬고, 갈등을 줄이며,
혁신의 과실을 모두가 함께 누리게 될 때,
국가사회의 역량도 더불어 높아집니다.
그것이 포용입니다.

공정은 혁신과 포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입니다.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청년·여성·신중년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
포용국가 기반을 마련하는 데 아낌없이 투자해왔습니다.

그 결과, ‘포용의 힘’이 곳곳에 닿고 있습니다.

먼저, 소득여건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가계소득과 근로소득 모두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특히 고령화의 영향으로 계속 떨어져서 걱정이던
1분위 계층의 소득이 증가로 전환되었습니다.
근로장려금 확대 등의 정책효과로
1분위와 2분위 계층의 소득이 더욱 개선되기를 기대합니다.

일자리도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올해 9월까지의 평균 고용률이 66.7%로 역대 최고 수준이고,
청년 고용률도 12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습니다.
8월과 9월 취업자 수가 45만 명과 34만 명 넘게 증가하여,
연간 취업자 수가 목표치 15만 명을 크게 웃도는
20만 명대 중반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상용직 비중도 올해 평균 69.5%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고용보험 가입자도 50만 명 이상 늘어
일자리의 질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자리의 질이 더 좋아져야 하고,
제조업과 40대의 고용 하락을 막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포용의 힘’과 ‘공정의 힘’을 더욱 키워야 합니다.

먼저,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보강하겠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여
7만9천 가구가 추가로 기초생활보장의 혜택을 받고,
고용보험을 받지 못하는 구직자 20만 명에게
한국형 실업부조로 구직촉진수당과 취업지원서비스를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본격 시행하겠습니다.

교육의 공정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고3부터 시작한 고교무상교육을
내년에는 고2까지 확대하고, 내후년에는 전 학년에 적용하여
고교 무상교육을 완성하겠습니다.

청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입니다.
청년 임대주택 2만9천 호를 공급하고,
청년층 추가고용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를
더욱 확대하겠습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높아질수록
사회는 더욱 성숙하고 발전합니다.
고령화의 대안이기도 합니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에 대해,
소득세 감면 지원을 더 넓히겠습니다.

고령화시대의 어르신은
더 오래 사회발전의 동력이 되고,
일하는 복지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어르신들의 좋은 일자리를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겠습니다.
공익형 등 어르신 일자리도 13만 개 더해 74만 개로 늘리고
기간도 연장하겠습니다.
재정으로 단시간 일자리를 만든다는 비판이 있지만
일하는 복지가 더 낫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그와 함께 내년부터 저소득층 어르신 157만 명에 대해
추가로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인상하겠습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당당한 주체입니다.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와 특례신용보증을 대폭 늘리는 한편,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도 크게 늘려
총 5조5천억 원 발행하겠습니다.

셋째, 우리 미래, ‘평화의 힘’을 키우는 재정입니다.

한반도는 지금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비핵화의 벽입니다.
대화만이 그 벽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상대가 있는 일이고, 국제사회와 함께 가야하기 때문에
우리 맘대로 속도를 낼 수 없지만,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전쟁의 불안으로 증폭되던
불과 2년 전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백합니다.
우리는 역사발전을 믿으면서,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대화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우리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강한 안보입니다.
지금 우리의 안보 중점은 대북억지력이지만,
언젠가 통일이 된다 해도
열강 속에서 당당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선
강한 안보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국방비를 내년 예산에 50조 원 이상으로 책정했습니다.
차세대 국산 잠수함, 정찰위성 등 핵심 방어체계를 보강하는 한편,
병사 월급을 병장 기준으로 41만 원에서 54만 원으로
33% 인상해 국방의무를 보상하겠습니다.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고
지지와 협력을 넓혀가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공 외교와 ODA 예산을 대폭 늘려
평화와 개발의 선순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겠습니다.
특히 4대 강국과 신남방, 신북방과 같은
전략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증액하겠습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우리 경제는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될 것입니다.
남북 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경제·문화·인적교류를 더욱 확대하는 등
한반도 평화와 경제협력이 선순환하는
‘평화경제’ 기반 구축에도 힘쓰겠습니다.
북한의 밝은 미래도 그 토대 위에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북한의 호응을 촉구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 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습니다.

‘공정’이 바탕이 되어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평화’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습니다.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할 것입니다.

공정경제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핵심 기반입니다.
그동안 갑을문제 해소로 거래관행이 개선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골목상권 보호 등 상생협력을 이뤘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하도급거래공정화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공정경제 관련 법안 통과에 힘쓰며
현장에서 공정경제의 성과가 체감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입니다.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 할 것입니다.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습니다.

채용과 관련해서는
공공기관 채용실태 조사와 감사원 감사를 진행했고,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과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공정채용과 채용비리 근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채용비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강도 높은 조사와 함께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면서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습니다.

탈세, 병역, 직장 내 차별 등
국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하여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입니다.
어떤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엄정하면서도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지난주 정부는 법 개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검찰 개혁방안을 국민께 이미 보고 드렸습니다.
심야조사와 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등을 포함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도 10월 안에 제정하겠습니다.

검찰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감찰과 공평한 인사 등
검찰이 더 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국민들뿐 아니라 대다수 검사들도
바라마지 않는 검찰의 모습이라고 믿습니다.

국회도 검찰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시기 바랍니다.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 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 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큽니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입니다.

‘공수처법’은 우리 정부부터 시작해서
고위공직자들을 더 긴장시키고,
보다 청렴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민생’과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 미룰 수 없습니다.

내년에 근로시간 단축이 확대 시행됨에 따라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이 시급합니다.
그래야 기업이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 3법’과
기술 자립화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특별법’도
시급히 처리되어야 합니다.

‘벤처투자촉진법’, ‘농업소득보전법’, ‘소상공인기본법’,
‘유치원 3법’ 등 많은 민생법안들도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국민 안전과 재난대응 강화를 위한 ‘소방공무원국가직전환법’과
청년, 여성들을 위한 ‘청년기본법’, ‘가정폭력처벌법’ 등
안전관련 법안들과 국회 선진화를 위한 ‘국회법’도 계류 중입니다.

‘민생’과 ‘안전’이라는 국민의 요구에
국회가 더 큰 관심을 기울여주시길 바랍니다.

최근 야당에서
입시제도, 공공기관 채용·승진, 낙하산 인사,
노조의 고용세습, 병역·납세제도 개혁, 대-중소기업 공정거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부동산 문제 해결 등
공정과 관련한 다양한 의제를 제시했습니다.

여야정이 마주 앉아 함께 논의하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국회의 입법 없이는 민생 정책들이
국민의 삶 속으로 스며들 수 없습니다.
특히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도,
얽힌 국정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약속대로 가동하고
‘여야 정당대표들과 회동’도 활성화하여
협치를 복원하고 20대 국회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저는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 이뤄낸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보수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생각이 실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는 항상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습니다.
과거의 가치와 이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떤 일은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하고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거나 속도를 조절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제때에 맞는 판단을 위해 함께 의논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더 많이, 더 자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회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정기국회를 맞이한 만큼,
산적한 민생법안들을 조속히 매듭짓고,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도 법정 기한 내에 처리하여,
20대 국회가 ‘민생국회’로 평가받길 기대합니다.

‘혁신의 힘’, ‘포용의 힘’, ‘공정의 힘’, ‘평화의 힘’을 키우고
‘함께 잘 사는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가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부터 실현되길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10월 22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자료제공-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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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 “미국은 한미동맹을 앞세운 혈세강탈 중단하라”

민중당, “미국은 한미동맹을 앞세운 혈세강탈 중단하라”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10/23 [01:17]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민중당이 ‘방위비분담금 인상저지 운동본부’를 구성하고 전당적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 민중당)     © 편집국

 

오는 23일부터 11차 방위비분담금 협정 체결을 위한 2차 협상이 미국 하와이에서 진행되는 가운데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중당은 22일 오후 3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위비분담금은 인상이 아니라 삭감해야한다며 민중당 방위비분담금 인상저지 운동본부를 구성하고 전당적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규 상임대표는 최근 미 대사관저 항의시위를 한 대학생들을 구속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을 두고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6배나 인상하라는 요구에 찍소리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란 말입니까대한민국의 주권이 땅에 떨어져도이렇게 비참하게 떨어질 수 있단 말입니까라고 한탄했다.

 

이 상임대표는 대학생들의 용기와 행동에 응원과 지지는 보내주지 못할망정국가권력이 나서서 범죄 취급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은 미국의 손아귀에서 옴짝달싹 못한다는종속적 굴욕적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1년 전 판문점 선언평양공동선언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입장으로 속히 돌아올 것을 엄중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미국을 규탄하고 있는 민중당 당원들. (사진 : 민중당 페이스북 화면 캡쳐)     © 편집국

 

민중당 방위비분담금 인상저지 운동본부’ 상임본부장을 맡은 김선경 청년민중당 대표는 2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열리는 23, 24일 양일 간 600곳에서 전국 동시다발 출퇴근 1인 시위를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상임본부장은 3차 협상이 열리는 11월에는 매주 1회 일인시위를 전개하며 현수막 게시운동정당연설회를 통해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 국민께 알리고 싸울 것이라며 수도권 당원들이 총 집중해 긴급행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상임본부장은 12월 7일에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저지를 위한 민중당 독자집회를 개최하고협상이 굴욕적으로 끝난다면 국회 비준을 막기 위한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민중당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방위비분담금은 인상이 아니라 삭감해야 하며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함께 폐지로 나아가야할 것이라며 미국의 세계 패권전략에 우리의 나라살림과 한반도 평화를 제물로 바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중당은 나라살림과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민족의 자존심을 걸고 투쟁할 것이라고 결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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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방위비분담금은 인상이 아니라 삭감해야 합니다.

 

오는 23일부터 11차 방위비분담금 협정 체결을 위한 2차 협상이 미국 하와이에서 진행됩니다.

최근에는 주한미군 인건비를 포함해 스스로 계산한 미군주둔비의 전부를 감당하라며 10차 협정의 6배인 6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주둔비는 계산의 근거도 없는 인건비 부담을 사실상 강압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한미행정협정과 방위비분담금 협정을 위반하는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내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내라는 것입니다.

 

미국은 방위비분담금 명목으로 받아간 돈 중 1조 9천억 원을 쌓아두고도(2018년 말 기준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매년 세부적인 예산서도 없고 결산서도 받지 못하는 대한민국 예산을 미군에게 속절없이 바치고 있고 미국은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호화주둔을 하고 있습니다.

 

방위비분담금은 인상이 아니라 삭감해야 합니다또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함께 폐지로 나아가야할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의 혈세강탈 행위를 더 이상 허용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세계 패권전략에 우리의 나라살림과 한반도 평화를 제물로 바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앞세운 혈세강탈 중단하라.

정부는 한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더 이상 미국의 갑질 요구에 굴복하지 마라.

국회는 비준거부협정중단을 각오하고 주권을 수호하라.

 

민중당은 나라살림과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민족의 자존심을 걸고 투쟁할 것입니다.

 

2019년 10월 22

민중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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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진압 계엄령 문건, 황교안은 정말 몰랐을까?

야당 의원 집중 검거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명시
 
임병도 | 2019-10-22 08:53:2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직전에 작성된 ‘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 과정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가 공개됐습니다.

10월 21일 군인권센터는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018년 7월 6일 공개했던 기무사 계엄령 문건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의 원본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공개했습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문건을 보면 촛불집회가 열렸던 광화문 일대는 26사단, 5기갑여단, 3공수여단이 국회와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는 톨게이트, 한강다리는 30사단이 점령해 진압한다고 정확히 명시돼있었습니다.

특히 ‘현 시국 관련 대비 계획’에는 계엄군의 이동 경로, 배치장소, 국회 대응 방법까지 포함되는 등 지난해 공개했던 문건보다 한층 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계엄령 문건, 황교안은 정말 몰랐을까?

기무사는 문건에서 계엄 선포 필요성에 대해 ‘NSC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이 내용이 기존에 공개된 문건에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NSC 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이었습니다. 황교안은 권한대행 직무가 개시된 이후 2016년 12월 9일, 2017년 2월 15일, 2월 20일, 세 차례 NSC에 참석했습니다.

2017년 2월 15일 NSC 회의가 열리고 이틀 뒤인 2월 17일 한민구 국방장관은 조현천 기무사령관에게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합니다. 이후 2월 25일 중간보고가 있기 전인 2월 20일 또 한 차례 NSC 회의가 열립니다.

군인권센터는 ‘계엄령 문건 작성 지시가 이루어졌던 시기를 보면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이 참석한 NSC 회의에서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야당 의원 집중 검거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명시

▲계엄령 선포 이후 계엄 해제를 국회가 시도할 경우 야당 의원들을 집중 검거 후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 ⓒ군인권센터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문건에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시도할 경우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습니다.

문건에는 ‘당정 협의를 통해 국회의원을 설득하고 ‘해제 요구’ 직권 상정 원천 차단’이라는 계엄령 유지 방안이 나와 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반정부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한 뒤 시위에 참석하는 야당 의원들을 집중 검거한 후 정족수 미달을 유도한다는 세부 계획입니다. 과거 박정희, 전두환이 계엄령 선포 후에 벌였던 국회 해산 전략과 흡사합니다.

야당 의원들을 집중 검거하고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안은 계엄령 선포 이후까지도 염두에 둔 치밀한 세부 계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황교안을 소환조차 하지 않은 검찰

2018년 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이 불거진 뒤 서울중앙지검은 군과 함께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1월 7일 발표한 중간수사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민군합동수사단(단장 전익수 대령·노만석 부장검사)은 “사건 전모와 범죄 성립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조 전 사령관을 조사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까지 소재 불명 상태”라며 조 전 사령관을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기소중지한다고 발표합니다.

합수단은 계엄령 문건 작성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서 “두 사람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았다. 조 전 사령관을 수사한 뒤에 공모 및 혐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군인권센터는 “검찰의 수사는 선별적이고, 피상적이었다”라며 “당시 합수단의 수사단장은 지금의 윤석렬 검찰총장이 지검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검 소속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계엄령 문건은 국민을 군대로 짓밟으려 했던 중대한 사건이다”라며 “즉시 수사를 재개하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위시한 연관자들을 소환 조사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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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노동자에 머리숙여 사죄하는 날까지

[삼성공화국, 어디로 가나] 다른 세상을 꿈꿔야 한다

 

 

 

강남 사거리에 철탑이 있다. 철탑 위에 사람이 있다. 벌써 100여일이 넘었다. 김용희 삼성 해고 노동자다. 삼성에서 노조를 건설하다 해고 됐다. 20여 년 전 일이다. 그 후 반평생을 삼성과 싸웠다. 자신은 물론 가족들도 생을 넘나드는 고초를 겪었다. 이제 목숨을 건 마지막 투쟁을 위해 철탑에 올랐다.

대한민국은 삼성이 주인인 나라다. 대한민국은 사람이 돈보다 못한 나라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사람들도 이재용에게는 관대하다. 사람들은 진짜주인을 안다. 진짜주인을 두려워한다. 박근혜는 가짜다. 이재용이 진짜다. 박근혜는 바꿀 수 있지만 이재용은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돈이 권력이다.  

김용희 삼성 해고 노동자는 외친다. 삼성이 주인이 아니다. 노동자가 주인이다. 돈이 주인이 아니다. 사람이 주인이다. 이 진리를 위해 마지막 목숨을 걸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생명의 무게에 대해 많은 가치를 두었다. 이승만 독재정권을 끝장낸 4.19는 김주열의 죽음으로 발화되었다. 전두환 군부독재를 끝장냈던 6월항쟁도 박종철, 이한열의 죽음이 도화선이 되었다. 사람의 죽음은 무거운 의미를 지녀왔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더 이상 죽음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다. 죽음이 산 사람을 바꾸지 못한다.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일은 어리석게 취급된다.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삶이라고 가르친다. 나와 너는 다른 세상에 살게 되었다. 가상현실에서 서로 공감하고 '좋아요'를 클릭할 뿐이다. 나에게서 너로 가고 너에게서 나로 오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발현되지 않는다. 너와 나가 함께 하는 '우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감정은 소비될 뿐이다. 감정은 쪼개지고 파편화되었다. 사회적 분노는 사라졌다. 집단적 감정은 사라졌다. 집단적 감정은 폭력이 되었다. 이 시대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지배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포스트모더니즘은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은 가치는 없다고 주장한다. 진리는 없다고 주장한다.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진리에 대한 갈망이 사라졌다. 그 자리를 개개인의 욕망이 채웠다. 자유주의 사회는 개개인의 계약에 의한 규칙이 지배한다. 사회적 합의이다. 이 합의의 기준은 올바름이 아니다. 진리가 아니다. 개개인의 욕망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가 아니라 무엇이 나에게 이익이 되는가가 기준이 된다. 포스트모던 자유주의 사회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욕망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현실적 삶과는 무관한 욕망, 원초적 이기심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지배세력이 되고 싶은 욕망, 기득권이 되고 싶은 욕망, 자신만 이익을 얻고 싶은 욕망이다. 끝없는 욕망의 배치이다. 자본의 욕망이다. 개인의 욕망으로 포장된 자본의 욕망일 뿐이다.

자본의 욕망은 자유와 권리로 포장된다. 자유와 권리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합의와 배제가 필요했다. 가진 자들끼리의 합의와 못가진 자의 배제가 필요했다. 법은 가진 자의 법이다. 법은 언제나 지배계급을 지키기 위해 존재했다. 부르주아지가 새로운 지배계급이 되자 기존의 법질서와 다른 개념이 필요했다. 기본권이다. 사유재산의 보장이다. 농민에게서 토지를 탈취했다. 농민은 자유를 얻었다. 노동자가 되었다. 토지는 사유재산이 되었다. 사유재산을 천부인권으로 규정하고 그들만의 법질서를 만들었다. 자본가가 되었다. 노동자가 생산한 상품을 착취했다. 사유재산이다. 자본주의 법질서로 보호된다.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유지하고 정당화하는 힘이 법질서다. 이 법질서에 노동자의 자리는 없다. 법은 점거 농성하는 노조와 노동자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법은 노동자의 사상을 억압한다. 법은 권력과 재산상속을 보장한다. 지배계급은 노동자들이 법을 지키도록 강제한다. 자본가들은 법이 자신들을 지키도록 체계화한다. 법을 지키는 사람과 법이 지키는 사람은 따로 있다. 법 앞에 모두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치주의다. 현실은 다르다. 법은 돈 앞에 평등하지 않다. 이재용과 김용희는 법 앞에 평등하지 않았다. 이재용은 법이 지켜준다. 김용희는 법을 지켜야 한다.

'표창장' 위조는 나라를 뒤흔들 어마어마한 사건이 되었다. 그들만의 리그다. 김용희 삼성 해고자의 목숨을 건 투쟁에는 관심도 없다. 그들만의 리그에 노동자의 몫은 없다. 톨게이트 징수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실행하라는 요구도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된다.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이 '창조 컨설팅'이라는 노조파괴 전문가를 고용하여 노조를 파괴했다. 불법행위다. 그러나 법은 너무 멀다. 재벌들의 불법 승계나 회계분식도 자신들의 사유재산 증식을 위해 용서하란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해고되어 길거리로 내몰린다. 해고는 죽음이다. 불법이란 딱지로 수십 억 수백 억씩 손해배상이 머리위로 떨어진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다.

강남역사거리 두 해고노동자는 삼성의 사과와 원직복직을 요구한다. 우리 사회는 구 독재세력과 포스트모던 자유주의 세력 소위 민주개혁세력간의 합작품이다. 주인은 삼성이다. 삼성이 세상의 진짜 주인인 노동자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는 날, 그 날이 세상이 바로서는 날이다. 빛이 어둠을 이기는 날이다. 진리가 머리를 쳐드는 날이다.

민주개혁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좀 나아질 것 같았다. 문재인 정권은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든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안정화, 공정경제, 혁신경제를 제시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최저임금 1만 원을 포기하고 산입 범위는 확대했다. 일자리 안정화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이다. 

 

 

ⓒ프레시안(최형락)

 

 

그러나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자회사에 몰아넣었다. 공정경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대기업이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는 것을 허용했다. 마지막으로 혁신경제다. 혁신적 기술을 가진 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혁신적 기술은 대체로 대기업이 가지고 있다. 대기업 지원 정책이다. 이게 '노동자 존중'의 실체다. 독재세력과 포스트모던 자유주의 세력은 자본가의 이익을 누가 더 잘 보장하는가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존중'은 '재벌 존중'으로 읽어야 한다.  

삼성이 노동자에게 머리를 숙여 사죄하는 날을 위해서는, 세상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빛이 어둠을 이기기 위해서는 포스트모던 자유주의를 넘어가야 한다. 포스트모던 자유주의는 진보가 아니라 구질서의 방식이다. 낡은 사고이다. 낡은 사고는 비정규직, 노동법 개악, 청년 실업, 입시 경쟁 등 구시대의 구질서를 유지 강화해 왔다. 상대주의와 다양성, 가치의 중립, 개인주의적 자유, 탈 권위 등은 포스트모던 자유주의의 겉모습이다. 좋아 보였다. 문재인 정권의 노동자 존중도 좋아 보였다. '노동자 존중'이 실은 '재벌 존중'이었다. 포스트모던 자유주의의 실제도 개인과 개인의 끊임없는 파편화이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발전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이제 다시 그날을 요청하자.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요청하자. 주인이 주인되는 세상이다. 주인이 노예인 세상은 거짓이다. 주인이 주인인 세상이 진리이다. 이제 다시 진리를 요청하자. 언제부터인가 노동해방 구호가 사라졌다. 사회주의권의 몰락이 원인일까? 아니다. 그날은 완벽히 설계된 시스템이 아니다. 오언의 협동조합, 파리코뮨, 인터내셔널, 소비에트, 인민위원회, 노동자 평의회 등 이 모두는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위한 실험들이다. 실패하고 다시 시작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작했다. 그날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빛이기 때문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어둠의 기준은 빛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세상을 꿈꿔야 한다. 그날에 대한 요청이 없다면 자본주의에 내재하는 모순들이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에 내재하는 계급모순을 보지 못 한다면, '노동자 존중'에 내재하는 '재벌 존중'을 볼 수 없다. '상대주의와 다양성'에 내재하는 '절대주의와 획일성'을 볼 수 없다. '가치의 중립'에 내재하는 '가치의 편향'을 볼 수 없다. '개인주의적 자유'에 내재하는 '전체주의적 구속'을 볼 수 없다. '탈 권위'에 내재하는 '굴종'을 볼 수 없다. 이제 다시 노동해방을 들자. 김용희 노동자가 승리하는 '그날'까지. 아니 세상의 모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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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가 대통령 독재 수단? 누가 거짓말 하고 있나

[공수처 논란에 대해] 다섯 가지 핵심 질문에 대한 답변

19.10.21 18:31l최종 업데이트 19.10.21 18:31l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인근 서초대로에서 열린 검찰 규탄 촛불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인근 서초대로에서 열린 검찰 규탄 촛불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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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장관이 사퇴하자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논쟁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는 이제 '공수처 설치'라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해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은 검찰개혁은 동의하지만, 공수처 설치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야당의 반대에 동조하는 전문가들 중엔, 공수처를 중국의 공안식 사정기구로 폄하하면서, 설치되는 경우 독재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문재인 정부가 공수처를 설치하겠다고 한 것이 2년이 넘었지만, 아쉽게도 그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은 부족했다. 우리는 중요한 정책을 왜 이렇게 정략적으로만 접근하는지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제라도 공론을 모으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내가 아는 한도에서 이 문제의 쟁점을 짚어보도록 하겠다.

1. 공수처는 왜 필요한가?

 

일반 시민의 입장에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제일 중요하다. 공수처가 진짜 필요하다면, 그것을 그 필요에 맞춰 잘 만드는 것은, 전문가들이 할 일이다. 전문가들이 할 (세부적인) 일까지 일반 시민들이 논쟁하는 것은 말 그대로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는 현 단계에서 검찰만을 개혁하는 것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구상된 것이다. 현재 나온 검경수사권 조정안(패스트 트랙으로 올라간 법률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단지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현재의 특수수사(중요 형사사건)를 제외한 직접수사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

따라서 패스트 트랙으로 올라간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검찰의 수사 기소권 독점에서 오는 검찰권 남용을 막지 못한다. 어떤 검사가 아무리 이상한 짓을 해도, 검찰이 감싸는 한, 제대로 수사해서 기소할 수 없다. 검찰을 직접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 없는 한, 특권적 지위의 검사들에 대해서 정의의 칼을 뽑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한 향후 검경수사권 조정에 상당한 진전이 있어 수사 기소 분리원칙이 정립되는 경우엔, 경찰의 수사권 남용문제도 있을 수 있다. 경찰 수사도 적절히 통제되고 견제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공수처의 필요성이 있다. 단기적으로 공수처는 검찰권 남용의 강력한 견제 장치가 될 수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검찰에 대해 유사한 권한을 주는 제2의 검찰청을 설치하는 격이다. 또한 수사 기소 분리원칙이 정착되는 장래엔 독점적 수사권을 행사할 경찰에 대해서 제2의 수사청으로서의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독점적 권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기관의 권한을 쪼갬으로써 '견제와 균형'에 의한 권력통제방법을 구현하자는 게 공수처 설치의 목적이다.

2. 공수처는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하는 독재의 칼이 될 것인가?
 
 전날 밤 공직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및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항의하며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공직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및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항의하며 4월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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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패스트 트랙으로 올라간 공수처 법안(백혜련안과 권은희안)은 모두 공수처를 소속기관 혹은 감독기관을 두지 않은 독립수사기관으로 설계했다. 이것은 현재 소속 없는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위상이다.

따라서 완벽하진 않지만 대통령이 마음대로 공수처를 통제할 수 없다. 공수처 인사권은 원칙적으로 처장과 차장을 제외하곤(두 자리는 대통령이 인사권 행사) 처장이 행사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국가기관은 인권위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만 보아도 대통령이 공수처를 사용해 권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

또한 공수처장 임명에서 두 법안 모두 국회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공수처장은 국회에 만들어지는 7명(법원행정처장, 법무장관, 대한변협회장, 여당 2명, 야당2명)의 추천위원회가 2명의 후보자를 뽑아 대통령에 추천하면 그 중 1인을 임명하는 방식인데, 그 결의엔 5분의 4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7명 중 6명이 찬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다. 야당이 반대하는 공수처장이 나올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런 절차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자기 사람을 공수처장으로 임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권은희 안은 여기에 국회 청문과 동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법률적으로만 보면 공수처장은 대한민국 공무원 중 임명되기가 가장 어려운 직위다. 이런 구조를 이해한다면 공수처를 대통령이 마음대로 주물러 독재수단으로 삼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공수처 반대 논리론 맞지 않다.

3. 공수처는 제2의 민변 사정기관이 될 것인가?

이런 주장은 과도한 억측이며 비이성적 견해다. 법안 중 백혜련 안은 공수처 검사 중에서 기존 검사 출신들이 절반을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기존 검찰을 견제하는 사정기관을 만듦에 있어, 검찰출신이 주류를 이루면 그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에서 제안된 것이지, 결코 민변 변호사들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사실 크게 걱정해야 할 일은, 민변 변호사든 어떤 변호사든, 유능한 변호사들이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여당 안인 백혜련 안은 수사검사를 임기제 공무원으로 만들었다. 그 안에 의하면 수사검사는 3년 임기에 3회 한해 연임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변호사가 공수처에 들어오려고 할까? 신분 불안으로 인한 잦은 이직이 눈에 보이는데, 이것은 공수처 수사 검사를 자칫 비정규직 검사로 전락시킬 수 있는 인사체제이다.

4. 공수처는 무소불위 기관이 될 것인가?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52%가 조국의 검찰개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35%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진에서 민정수석 시절의 조국이 공수처 신설 청원에 답하고 있다.
▲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에서 민정수석 시절의 조국 전 장관이 공수처 신설 청원에 답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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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그렇지 않다. 공수처가 설립된다고 해서 이 기관이 최고사정기관이 되는 게 아니다. 공수처는 검찰·경찰과 더불어 수사기관(혹은 기소기관)이 되는 것으로 이들은 기본적으로 견제와 균형 관계를 이룬다.

만일 공수처 소속 검사나 수사관이 권한을 남용하면 경찰과 검찰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그들의 수사권에 의해 공수처 소속 직원들은 수사를 받게 된다. 권은희 안은 비리 공수처 직원에 대해 검찰이 권한을 행사하라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기소권 행사하는 경우는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의 경찰관에 한하며, 권은희 안은 기소 여부를 시민으로 구성되는 기소심의회가 심의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공수처의 기소권은 검찰처럼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5. 진짜 무엇을 걱정해야 하는가?

공수처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얼마든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은 전문가들이 할 일이다. 대통령의 처장 임명권이 문제가 된다면 권은희 안대로 국회 동의를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왕 만들려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패스트 트랙 법안으로 올라간 두 법안을 면밀하게 검토해 현실적인 안으로 통합 수정해야 한다. 정쟁을 멈추고 국회 내에서 깊이 있는 토론을 벌여야 한다. 언론도 그 대안을 내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저 한쪽에선 앞으로 나아가고, 또 다른 쪽에선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극한투쟁을 벌이는 상황에선, 국회 밖에서 대규모 집회로 공수처 설치를 요구하는 것만으론, 현실적인 안이 나오기 힘들다. 제발 제대로 된 논의 좀 하자. 제발 제대로 된 공수처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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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외노조 통보 6년, 전교조 서울고용노동청 농성 돌입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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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9/10/22 09:57
  • 수정일
    2019/10/22 09:57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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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외노조 통보 6년, 전교조 서울고용노동청 농성 돌입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10/22 [05:2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전교조 법외노조 탄압 해고자들이 법외노조 통보 6년을 앞두고 농성에 돌입했다. (사진 : 전교조)     © 편집국

 

박근혜 정권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한 지 6년이 되는 10월 24일을 앞두고 법외노조 탄압 해고자들이 농성에 돌입했다.

 

현재 34(이 중 1명은 정년 연령 지남)의 법외노조 탄압 해고자들은 여전히 돌아갈 학교가 없는 상황이다.

 

전교조 해고자원직복직투쟁특별위원회(이하 전교조) 21일 오후 2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법외노조 통보 6노동적폐 계승하는 문재인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자 집중투쟁 기간을 선포하고 서울고용노동청 안팎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해고자들. (사진 : 전교조)     © 편집국

 

전교조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 5개월이 넘었음에도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로 밀려나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라며 노동적폐 청산을 위해 설치되었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 취소하고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을 폐기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만 정부가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안 제출과 노동법 개악을 병행 추진함으로써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협약 비준을 노동조합 무력화의 계기로 이용하는 기만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며 노동인권이 후퇴하고 노조 활동이 더 제약된다면 해고자의 노조원 자격 유지나 노조의 법적 지위 회복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정부를 규탄했다.

 

전교조는 “6년을 끌어온 법외노조 사태의 시발점은 2013년 10월 24일 박근혜 고용노동부의 팩스 한 장짜리 노조로 보지 아니함’ 통보서였다며 고용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하며 전교조에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교조에 따르면 최근 고용노동부에 공문을 보내 면담을 요청했으나 고용노동부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전교조는 정부는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취소하고 해고자를 원직복직시킬 것정부와 국회는 노동개악 포기하고 ILO 핵심협약 무조건 비준할 것정부와 여당은 교원-공무원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법안을 마련할 것고용노동부장관은 교원-공무원 해고자 면담 요구에 응할 것 등을 요구했다.

 

▲ 서울고용노동청 안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해고자들. (사진 : 전교조)     © 편집국

 

기자회견에 앞서 해고자들은 고용노동부장관 집무실이 있는 서울고용노동청 안으로 들어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4층에서 농성에 돌입했다또한 기자회견을 마친 해고자들은 서울고용노동청 건물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 저녁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는 전교조. (사진 : 전교조)     © 편집국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4일 오전까지 고용노동부-청와대 규탄 촛불문화제와 대시민 선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22일 오후 8시에는 해고자 전체 회의가 진행되며, 24일 오후 4시에는 노동부 규탄법외노조 취소 촉구 교사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25일에는 하루 종일 집중 선전전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전교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직원들은 서울고용노동청 내 해고자 농성단과 대화하려는 성의를 보이는 대신자진퇴거를 요청하면서 경찰을 동원한 강제퇴거의 조짐을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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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전교조 해고자 집중투쟁 선포 기자회견

 

법외노조 통보 6!

노동적폐 계승하는 문재인 정부 규탄한다!

 

3일 후 10월 24일이면 박근혜의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대하여 법외노조 통보를 한 지 꼭 6년이 된다국정농단세력과 사법농단세력에 의한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진작 취소되었어야 할 일이다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 5개월이 넘었음에도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로 밀려나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노동적폐 청산을 위해 설치되었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 취소하고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을 폐기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그런데도 정부는 행정부 권한으로 취할 수 있는 적폐 청산 조치들을 지금껏 방기하고 있다.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안 제출과 노동법 개악을 병행 추진함으로써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협약 비준을 노동조합 무력화의 계기로 이용하는 기만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노동인권이 후퇴하고 노조 활동이 더 제약된다면 해고자의 노조원 자격 유지나 노조의 법적 지위 회복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ILO 핵심협약은 아무런 조건 없이 즉각 비준되어야 하며교원과 공무원에게도 노동3권이 온전히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6년을 끌어온 법외노조 사태의 시발점은 2013년 10월 24일 박근혜 고용노동부의 팩스 한 장짜리 노조로 보지 아니함’ 통보서였다따라서 고용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하며 전교조에 사과해야 한다하지만 법외노조 취소 조치도 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는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교조 해고자들의 면담 요구조차 철저히 묵살하고 있다.

 

4개월 넘게 해고자 면담을 외면해 온 고용노동부에 대하여 전교조는 최근 공문을 다시 보내 오늘 10시까지 면담 일자를 공문으로 회신하도록 요청했으나 또다시 묵묵부답이다민간에 대해서는 노동존중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정작 정부와 직접적인 노사관계에 놓여있는 교원공무원에 대하여특히 국가폭력에 희생된 해고자들에 대하여 최소한의 소통조차 회피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이는 교사·공무원 해고자들의 면담 요구에 즉각 응했던 국가인권위원장의 태도와도 크게 대비되는 것이다.

 

정부의 무책임과 방관 속에 법외노조 해고자들의 고통과 전교조 조합원들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참교육이 발목 잡히고 교원의 기본권이 짓밟히는 데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어 해고자들이 다시 거리에 나선다우리는 이번 주를 해고자 집중투쟁 기간으로 선포하고 항의·규탄·선전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법외노조 통보가 있은 지 6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온전히 쟁취하기 위한 피해 당사자들의 몸부림이 될 것이다.

 

우리의 요구

 

1. 문재인 정부고용노동부는 지금 당장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취소하고 해고자를 원직복직시켜라!

1. 정부와 국회는 노동개악 포기하고 ILO 핵심협약 무조건 비준하라!

1. 정부와 여당은 교원-공무원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법안을 마련하라!

1. 고용노동부장관은 교원-공무원 해고자 면담 요구에 당장 응하라!

 

2019년 10월 21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고자원직복직투쟁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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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명이 걸어도 역사에 남는 길이 있다” 시민평화사절단, 뉴욕 유엔총회에 ‘유엔사’ 문제제기

<연재>정연진의 ‘원코리아운동’ 이야기(76)
정연진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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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21  15: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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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PF 평화사절단, 유엔총회기간에 뉴욕을 방문하다

   
▲ 유엔사무총장에게 공개질의서를 발송한 다음날인 10월 1일, UN Church Center에서 가진 기자회견 직후 찍은 사진. 가운데 류경완 단장 바로 뒤의 여자분이 론다 하우벤 기자. [자료사진 - 정연진]

처음으로 유엔총회 기간에 뉴욕을 방문했다. 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을 중심으로 한 6개 단체가 동참해 시민평화사절단 이름으로 8박 9일간의 뉴욕행이었다.

사절단은 (사)코리아국제평화포럼, (사)통일의길, 4.27시대연구원, (사)세종여성, 615시민합창단, 그리고 AOK 한국 등 6개 단체 10명으로 구성되었다. 선발대는 9월 19일 뉴욕에 도착했으니 2주간의 방문인 셈이다.

원래 계획은 6.15남측위원회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30여명의 시민평화대표단을 조직하여서 여기에 우리 단체도 동참하려 했었으나, 6.15남측위원회가 여러 사정으로 10월말로 방미 일정을 연기하여 두 개의 방미단이 조직되었다.

나는 코리아 평화 이슈를 가지고 국제사회의 문을 두드리는 일은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가는 것보다 두 그룹으로 나뉘어 다양한 이슈로 미국을 찾는 것이 국제사회의 평화기조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

AOK(Acion One Korea)는 9월 방미단에 합류하여 상임대표인 나와 이기묘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유엔총회 기간 동안 뉴욕을 방문하는 대표단은 작년에도 유엔 방문단에 동참했던 류경완 KIPF 운영위원장을 단장으로 10명의 활동가로 구성되어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미국 현지의 평화단체들과의 간담회, ‘글로벌 코리아 평화포럼’ 참석, 재일본 ‘우리학교’ 알리기 강연회, 동포단체들과의 교류, 미국시민들과 함께한 평화시위 등 여러 일정 중에서 유엔총회 기간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임무는 주한유엔군사령부(유엔사) 문제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 앞 서신 발송과 이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는 일이었다.

이 역할은 국제 네트워크 경험이 많은 AOK가 주로 담당하게 되었는데 어려움도 많았지만 보람도 컸다.

민간단체가 유엔 관련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는 유엔이 승인한 비정부기구(NGO)이어야 가능한데, 다행히 올 초부터 민중당이 유엔사 국제행동을 위해 시민단체들을 규합하면서 협력해온 국제민주법률가협회(IADL: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Democratic Lawyers)가 유엔산하 경제사회협의회에 속한 NGO여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었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의 진 마이어 (Jeanne Mirer) 회장은 유엔총회 기간 분주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46개 국내외 단체가 연명한 ‘유엔사’ 문제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유엔 사무총장에게 발송하는 역할을 담당해 주었다.

   
▲ 10월 1일 유엔사 문제에 관한 기자회견. 왼쪽부터 필자, 평화재향군인회 존 김, 평화사절단 류경완 단장, 조원호 통일의길 집행위원장. [사진 - 이기묘]

우리 사절단은 뉴욕 현지의 단체들 도움을 받아서 공개질의서 발송에 관련한 기자회견도 기획했었는데 막상 유엔총회 기간에 기대했던 단체들이 각자 일정으로 바쁘거나 언론인맥이 취약해 현지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UN 산하 NGO협의체(CONGO) 리베라토 바우티스타(Liberato Bautista) 회장의 도움으로 편지 발송 다음 날인 10월 1일, 유엔 본부가 정면으로 바라다 보이는 유엔 church center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수 있었다.

기자회견에는 평화재향군인회(Veterans for Peace)의 ‘코리아 피스 캠페인’을 지난 10년간 맡고 있는 존 김 변호사가 유엔 사무총장에 보내는 공개질의서의 법적인 근거 설명했고 이번 평화사절단의 류경완 단장이 한국에서 ’유엔사’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는 배경과 이슈에 대해 설명했다. 조원호 통일의길 운영위원장이 한국 평화단체의 입장에 대해 발언했고 내가 사회와 통역을 맡아 진행했다.

70여 년간 한국민을 속여온 유엔기구가 아닌 ‘유엔사’

올 초부터 AOK가 동참하고 있는 ‘유엔사’ 이슈에는 올해 민중당 주최로 많은 시민단체들이 결합하여 유엔사 해체를 위한 기자회견 등 활동을 함께 해오던 터였다. 지난 4월 25일에 37개 단체가 함께한 ‘냉전의 유물 유엔사 해체를 촉구하는 1차 국제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국내외 단체가 연대하여 진행했다.

5월 24일에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제민주법률가협회(IADL),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 (COLAP: Confederation of Lawyers of Asia and the Pacific) 등 국제법률가단체가 한국을 방문해 시민단체들과 함께 간담회를 갖고 국제민주법률가 단체 소속 변호사들이 앞으로 협력하는 것을 결의한 가운데 2차 국제선언운동을 선언한 바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만들어진 주한유엔군사령부(유엔사)는 미국이 유엔안보리의 결의를 왜곡해 만들어진 ‘위장’ 기관에 불과하다. 안보리는 미군 주도의 ‘통합군사령부’(unified command)를 결성할 것을 결의했을 뿐인데, 미국은 이를 유엔의 공식군대처럼 유엔 이름을 도용해 오면서 마치 유엔의 정식기구인 것처럼 ‘유엔군 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 라는 명칭으로 한국민을 속여왔다. 그것도 장장 70여년을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유엔사’와 맞닥뜨린 경험이 있다. 2015년 위민크로스DMZ 행사 기간동안 30명의 국제여성평화활동가들의 일원으로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북에서 남으로 걸어내려 온다는 역사적인 행사에서였다.

우리 일행이 개성을 넘어서자 우리가 탄 버스를 막아서는 군인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유엔군사령부 군대였는데, 영어를 쓰는 어투가 모두 미국 군인들로 보였다. 그들은 우리 대표단에게 DMZ를 도보로 갈 수 없다고 제지했다.

결국 유엔사의 반대, 그리고 끝까지 그 행사를 허락하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의 ‘판문점으로 넘어온다고 체포하지는 않겠으나 경의선 도로를 통해 차로 내려오라’는 어정쩡한 결단으로 인해 애초 계획한 대로 판문점 도보 통과를 할 수 없었다.

유엔사가 또 다시 사람들 화두에 떠오른 것은 작년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427선언 이후 온 겨레의 큰 기대와 희망을 모았던 남북철도와 도로 잇기 사업이 유엔사의 방해로 좌절되면서였다.

유엔사는 남북철도 공동조사를 막아서고 민간의 DMZ 출입통제권을 행사하며 “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군사령부의 관할”이라고 못을 박았다. 사실 그 때가 우리 국민들에게 유엔사가 널리 알려진 계기이기도 했다.

이렇게 남북의 평화와 협력을 사사건건 막아서고 있는 유엔사, 유엔의 군대라고 믿었던 그들이 사실은 미국이 유엔의 군대인 것처럼 유엔을 도용한 것에 불과하다니, 분노를 넘어서 허탈할 지경이다.

   
▲ 1975년 11월 18일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결의를 했다는 내용.(노란색 하이라이트 부분) “유엔사령부를 해체하고 남한에 유엔의 깃발아래 주둔한 모든 외국 군대를 철수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구절이 보인다. [자료사진 - 아시아태평양변호사연맹]

사실 1970년대부터 이미 유엔회원국들은 유엔사 해체와 유엔기사용 중지를 요구해 왔었다. 1975년에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그리고 이어서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까지 결의한 바 있다.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이 1993년에는 자신이 유엔깃발의 사용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1994년에는 공개답변을 통해 유엔사가 유엔산하의 기관이 아니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미국은 국제사회와 유엔헌장, 유엔깃발법, 유엔총회, 유엔사무총장의 입장을 무시하면서 지금까지 유엔깃발을 사용해오고 있다.

이러한 부당함에 항의하기 위해 한국, 미국을 포함한 국제 평화단체들이 이번에 유엔사무총장이 자신의 권한을 행사해 유엔사의 유엔깃발 사용을 금지시키는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질의서를 보내게 된 것이다.

질의서는 유엔깃발법과 안보리 결의 84호에 근거해 다음 네 가지 질문을 유엔 사무총장에게 한 것이다.

1) 안보리결의 84호가 유엔기구가 아닌 “통합사령부”에 북한군에 대한 작전과정에서 유엔기사용을 승인한 것은 유엔헌장과 유엔기법을 위반한 것 아닌가.
2) 미국이 자기주도로 소위 “유엔사”를 창설한 다음 “유엔사”라는 이름으로 유엔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안보리결의 84호의 위반 아닌가.
3) 1953년 7월 27일 이후 오늘까지도 “유엔사령부”라는 이름으로 유엔기를 계속 사용함으로써 미국은 안보리결의 84호를 위반한 것 아닌가.
4) 만약, 미국이 유엔헌장, 유엔기법, 그리고 안보리 결의 84호를 위반했다면, 한국과 일본에서의 유엔기의 남용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사무총장은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공개질의서 영어 원문은 이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j.mp/2MW6lv2)

공개질의서 발송 전에 우리 사절단은 유엔 정치국의 아시아태평양 담당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아시아태평양 사무관들은 매우 친절하게 우리를 대했고 국내외 한반도 평화 이슈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태도였다.

그런데 류경완 단장이 ‘유엔사’ 문제를 꺼내고 우리 사절단이 ‘유엔사’에 관한 미국의 부당성을 제기하기 위해 유엔사무총장에 서신도 보내고 기자회견할 것이라 하자, 정치국 담당자는 “왜 유엔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는가. 긍정적인 시각으로 이용해보자는 시각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일례로 태풍 링링으로 인한 피해를 남북의 군사들이 함께 복구를 도왔는데 유엔사를 통해 그러한 협력을 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유엔 정치국 아시아태평양 담당자와 만난 우리 사절단. 유엔 산하 NGO협의체 바우티스타 회장도 함께했다. 왼쪽에서 네 번째가 바우티스타 회장, 뒷줄 중앙이 사무엘 마텔(Samuel Martel)l 사무관, 여섯 번째 여성이 클라라 우주코브스카(Kalara Wyrzykowska) 부사무관. [자료사진 - 정연진]

긍정적인 시각 좋다. 부정적인 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지 않나. 다만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아야하지 않나. 미국이 그동안 가짜 ‘유엔사’를 가지고 대한민국 국민을 농락해온 그 장구한 세월은 어찌할 것이며, 더군다나 현재도 남북평화교류에 커다란 장애물인 유엔사가 미국의 위장기관인한 코리아 평화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작년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반환을 대비해 오고 있다. 올 4월에는 지난 70년간 한번도 없었던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유엔사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오랜 기간 지체돼 왔지만 내년 2020년으로 최종합의된 전작권 환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이미 유엔사 이름으로 한미연합사를 지휘하여 전작권 반환 이후에도 계속 주도권을 행사할 계획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작권 환수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더군다나 ‘유엔사’ 활성화 계획을 빙자해 일본군대를 유사시 한반도로 언제든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지난 수 개월 애써서 이루어놓은 한미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노력도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상황이 될 것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 한명의 기자, 동지가 되다

   
▲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일행과 담소를 나누는 론다 하우벤 기자.(왼쪽) 가운데는 박영태 코리아국제평화포럼 운영위원. [사진 - 이기묘]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처음부터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기 보다 단계적으로 비교적 유엔의 응답이 용이한 문제부터 가보자, 따라서 유엔깃발 사용문제부터 제기해 점진적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모아가자” 라는 것이 준비과정에서 합의였고, 여기에는 국내 최고의 유엔사 문제 전문가 이시우 선생의 역할이 컸다. 그는 2013년에 『유엔군사령부』라는 역작을 출간한 바 있다.

기자회견에 기자들이 많이 올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사실 기자회견은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유엔사 문제를 국제사회에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역사의 기록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보도자료의 내용도 유엔사 문제를 제기하는 공개질의서를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보냈다는 내용이지, 어떠한 답신을 받은 것도 아니고, 기자들이 보기에 취재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론다 하우벤(Ronda Hauben)이라는 유엔출입 기자를 알게 되었는데 론다는 우리가 기자회견을 갖는 같은 시각에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국이 러시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바뀌는 기자회견이 있어서 유엔 출입기자들은 우리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힘들 것이라 귀띔해 주었다.(안보리의 의장국은 한 달에 한 번씩 바뀐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론다 기자는 2013년부터 유엔사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써오고 있었다.

론다가 그간 썼던 기사는 미국의 부당성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다. 2013년 쓴 두 개의 기사는 “미국이 한국전쟁과 휴전협정에서 자국의 역할을 유엔사령부로 오도하다”(출처: http://j.mp/32BNjR6)와 “유엔사는 위장: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은 것에 대한 유엔의 역할”(출처: http://j.mp/33R1q5s)이다.

그는 후자에서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 뿐 아니라 코피 아난 사무총장도 반기문 사무총장도 한국전쟁에서 유엔이 공식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유엔사가 아니라 통합사령부가 있었을 뿐이었다고 밝혔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론다는 ‘미국이 그간 자국의 군대를 유엔사라고 위장해 왔다면, 이것은 분명히 유엔에도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냐, 유엔의 책임도 함께 거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를 오랜 동지들을 대하듯 하면서 한국의 단체가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계속 추진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 고맙다”라는 말을 연거푸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오히려 고마운 입장인데도 말이다. 앞으로도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알리는데 대단한 동지를 만나게 된 것 같아 반갑고 고마웠다.

   
▲ 기자회견 뒤 유엔본부 전경이 보이는 Ralph Bunch 공원에서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함께했다. [사진 - 이기묘]

기자회견에 동포 언론들은 참석할듯 할듯 하다가 결국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아직 유엔사 문제의 중대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기자회견 장소가 하루 전에 확정되다 보니 미국 기자들이 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기자회견 직후 한국의 이시우 선생이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 문제에 십수년 천작한 이시우 작가가 하는 말이기에 예사롭지 않게 들렸고,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기에 공개하고자 한다.

“이번 사업을 통해 우리는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공식서한이라는 종자를 생산해 냈으므로 이 씨앗을 뿌리는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헤이그회의의 이준열사도, 파리강화회의의 호치민도 기자회견을 열수 없었습니다. 온몸을 던져 자기 조국의 현실을 알리고 싶었지만 기자회견장소도 구할 수 없었고, 아는 기자도 섭외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역사를 바꾸었습니다. 수 만명이 걸어도 역사에 남지 않는 길이 있는가 하면 단 한명이 걸어도 역사에 남는 길이 있습니다. 이역만리 뉴욕에서 세계의 중심을 향해 정교한 전략으로 정조준한 기자회견이기에 기자회견 자체가 역사적사건이 될 것입니다. 단 한명의 기자밖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 더 극적일 수 있습니다. 풀은 한 점밖에 안되는 땅에 자신을 구속한 채 한발자욱도 움직일 수 없지만 자신을 최대한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들어 벌과 나비를 찾아오게 합니다. 벌과 나비는 풀꽃을 퍼트릴 의도를 전혀 갖고 있지 않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꽃가루를 묻혀 다른 꽃에 옮깁니다. 그리하여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풀꽃은 세상을 지배합니다.”

첫 단추를 꿴 ‘유엔사’ 문제 국제사회 제기

그렇다. 이번 뉴욕 원정은 국제사회에 유엔사 문제 제기에 첫 단추를 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시우 선생 말대로 이건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아직 시작일 뿐이다. 어떠한 열매를 맺을 지 아직은 알 수가 없으나, 우리가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이냐에 따라 결과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제기하는 일은 결코 녹록치 않을 것이지만, 남한이 주권 국가로 바로 서기 위해, 또한 자주적인 통일 코리아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다.

다행히 일본과의 관계가 올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일본의 군대가 유엔사를 통해 한반도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경각심이 힘입어, 그리고 전작권 환수와도 연계되어 유엔사 문제가 관심사로 종종 떠오르고 있다. 시기적 상황이 우리 편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2005년 6월 30일 5개국 시민단체대표들이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저지를 위한 서명운동 결과를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특별고문에게 제출하고 있다. [자료사진 - 정연진]

개인적으로 이번 일은 2005년 유엔 안보리 관련 서명운동 이후 두 번째 유엔 관련한 일이 되었다. 당시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시도할 때 ‘과거사에 반성없는 전범국가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안된다’라는 세계 양심에 호소하는 인터넷 서명 운동을 조직했는데, 중국계미국인 활동단체들과의 튼튼한 연대의 힘으로 한 달 반 만에 전 세계 4천 2백만 서명을 결집하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거두었고, 코피 아난 사무총장실에 5개국 대표 중의 한 명으로 제출한 적이 있었다.

그 때도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여 모든 주요 언론은 일본이 무난히 상임이사국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견하였지만, 단기간에 돌풍을 일으킨 인터넷 서명운동으로 미국의 의도를 보기 좋게 좌절시킨 적이 있다.

아직 우리들의 움직임은 미약하다. 그러나 유엔사 문제가 우리의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미국의 부당성을 우리 국민들에게 새롭게 각인시켜 줄 수 있다고, 또한 자주성 확보가 얼마나 절실한지 그것이 통일의 미래에 얼마나 중차대한 일인지 일깨워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유엔에 문제를 제기한 2019년 10월 1일 우리들의 움직임은 작았지만 앞으로 통일 코리아로 가는 여정에 큰 여파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뉴욕 현지에서 우리 평화사절단의 활동을 도와준 모든 분들, 그리고 민중당과 이시우 선생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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ᄇᆞᆰ민족의 상징, 웅대한 작전, 마지막 담판

[개벽예감 368]ᄇᆞᆰ민족의 상징, 웅대한 작전, 마지막 담판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10/21 [08:56]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백마의 앞이마에 달린 장군별 장식

2. 민족국가건설의 상징으로 존재하는 앗달

3. 백두산에 내린 첫눈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4. 웅대한 작전과 마지막 담판

 

  

1. 백마의 앞이마에 달린 장군별 장식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0월 15일 백마를 타고 수행간부들과 함께 눈덮인 백두밀림을 지나 백두산 장군봉에 오른 소식이 보도사진들과 함께 8천만 겨레에게 전해졌고, 주요외신들을 통해 전 세계에 널리 퍼져나갔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의 첫눈을 맞으시며 몸소 백마를 타시고 백두산정에 오르시였다”고 보도하였다.

  

통일학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은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중대사변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에 대해 보도하면서 “군마행군길은 우리 혁명사에서 진폭이 큰 의의를 가지는 사변으로 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을 중대사변로 인식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보면, 백두산에 오를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마를 탔고, 그 뒤를 따르는 김여정 제1부부장은 회색마를 탔는데, 그 두 말의 앞이마에는 장군별을 새긴 동그란 장식이 달려있었다. 조선의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자료에 따르면, 장군별은 일제강점기에 백두산에 높이 솟아 밝은 빛을 뿌려준 조선혁명의 승리의 상징이라고 한다.

 

1980년대 중반에 촬영된 조선의 기록영상문헌을 보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탄 백마의 앞이마에도 이번 보도사진에 나온 것과 똑같은 장군별을 새긴 장식이 달려있었다. 장군별을 새긴 장식을 앞이마에 달고 나타난 그 말들은 균형 잡힌 몸에 멋진 말갈기를 휘날리고 있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평양 인근에 있는 말목장에서 우수한 종마의 혈통을 적어도 40년 이상 보존해오면서 준마들을 사육, 훈련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백두산승마등정에는 말 22필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수행간부들이 탄 말이 16필이고, 호위병들과 촬영기사들이 탄 말이 6필이다. 준마 22필을 평양 인근의 말목장에서 백두산까지 특별열차편으로 왕복수송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승마등정을 진행한 날은 백두산에 첫눈이 내린 날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행간부들과 함께 백두산에 도착했을 때, 때마침 첫눈이 내린 것이 아니라, 기상관측예보를 통해 백두산에 첫눈이 내리는 때에 맞춰 준마 22필을 장거리 수송하여 백두산에 오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산에 첫눈이 내린 날에 맞춰 백두산승마등정을 몸소 조직, 진행하였던 것이다. <사진 1>

 

 

▲ <사진 1> 2019년 10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마를 타고 수행간부들과 함께 눈덮인 백두밀림을 지나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다. 위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밀림을 지나는 장면이다. 백마의 앞이마에 장군별을 새긴 특별한 장식이 달렸다. 수목생장한계선은 해발고 2,000m에 그어지고, 그 위쪽으로는 나무가 자라지 않으므로, 그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은 해발고 2,000m 아래쪽에서 시작되어 첫눈이 덮인 약 1km의 산길을 오르내린 것이었다.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행간부 15명과 함께 말을 타고 백두산 장군봉을 향해 올라가는 장면이다. 수목생장한계선을 지났으므로 나무가 전혀 없는 고산지대가 나타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백두산승마등정에 백두산, 백설, 백마를 등장시킴으로써 자신의 메시지를 8천만 겨레와 전 세계에 전했다. 백두산, 백설, 백마가 상징하는 의미를 파악해야 백두산승마등정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몸소 조직, 진행한 백두산승마등정은 승마애호가들의 취미활동이나 승마선수들의 승마훈련과는 차원이 다른 정치활동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눈 내린 백두산 장군봉에 백마를 타고 오른 것 자체가 8천만 겨레와 전 세계를 향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매우 특별한 정치활동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승마등정에서 전한 강렬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백두산승마등정소식을 전한 보도기사에서 그들 나름대로 그 의미를 해석했다. 하지만 조선의 내부사정에 관한 그들의 보도행태가 언제나 그러하듯이 그들의 해석은 뭐가 뭔지 알지 못해 횡설수설하는 식이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이 백두산승마등정을 보도한 논조는 교착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조미핵협상이 결국 올해 12월에 파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2020년에는 조미핵대결이 재발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사상과 정치활동에 대한 무지와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천박한 해석밖에 꺼내놓지 못한다. 그들의 천박한 해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11월 말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진행된 직후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던 사실을 곡해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2017년 11월 말부터 2018년 1월 초에 걸친 격동적인 상황변화는 그들이 곡해한 것과는 전연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11월 29일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조선의 핵무력이 완성된 직후인 2017년 12월 8일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는데,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2018년 1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상회담 개최의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하였다. 이러한 상황급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력을 완성하여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한 직후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으며, 조미핵대결에서 패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미정상회담을 제안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래서 <로동신문> 2019년 10월 17일부 사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 오르실 때마다 우리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는 새로운 전략적 로선들이 제시되고 세상을 놀래우는 사변들이 일어났으며 우리 조국은 비약의 큰 걸음을 내짚었다”고 지적했던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2017년 12월 8월에 있었던 백두산등정의 의미를 곡해하였을 뿐 아니라, 2019년 10월 15일에 있었던 백두산승마등정의 의미를 2년 전의 곡해와 결부시키면서 조미핵협상 파탄과 조미핵대결 재발을 우려했지만, 2017년 12월 8월의 백두산등정은 조미핵대결 종식과 조미핵협상 시작으로 이어진 조선의 승리를 예고한 것이었으므로, 2019년 10월 15일의 백두산승마등정에 대한 그들의 견강부회식 곡해는 잠꼬대 같은 소리다.

 

2019년 10월 15일의 백두산승마등정과 2017년 12월 8일의 백두산등정에서 돋보이는 차이점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2년 전에는 말을 타지 않고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말을 타고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마를 탔다.

 

(2) 2년 전에는 백두산지구에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 눈이 내려 “산 같이 쌓인 강설을 헤치시고”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백두산지구에 첫눈이 내린 날에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다.

 

(3) 2년 전에는 수행간부 6명의 이름과 직책이 보도기사에 열거되었는데, 이번에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동행하였다”고 간략하게 보도되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살펴보면, 백두산승마등정에 동행한 수행간부는 15명이다. 2년 전에 비해 수행간부의 수가 두 배 이상 크게 늘었다.

 

2년 전 백두산등정과 달리, 이번 백두산승마등정은 백두산, 백설, 백마의 상징을 통해 명백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백두산, 백설, 백마는 민족의 고유한 상징체계에 속하는 상징들이므로, 그 상징체계가 무엇인지 알아야 백두산승마등정이 전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 메시지를 파악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거론할 필요가 있다.

 

상징(symbol)은 기호(sign)와 다르다. 기호는 전사회적으로 약정되고 통용되는 표상수단이다. 그러므로 시대의 변천에 따라 사회적 요구가 달라지면, 기존 기호가 새로운 기호로 바뀔 수 있다.

 

그와 달리, 상징은 오랜 기간 역사 속에서 형성된 사상과 관념, 신념과 감정을 표상하며, 그것이 표상하는 대상과 일체화되어 있다. 그러므로 상징은 역사와 함께 영속적으로 존재한다.

 

상징은 암시적이다. 상징은 암시의 언어로 말한다. 그러므로 상징체계를 인식해야 상징이 표상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2. 민족국가건설의 상징으로 존재하는 앗달

 

 

백두산, 백설, 백마는 눈부시게 희고 밝은 영상을 펼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세 가지 상징을 백두산승마등정에 등장시킴으로써 자신의 메시지를 8천만 겨레와 전 세계에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백두산승마등정에 등장시킨 상징체계를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1) 지금으로부터 5,000년도 더 지난 아득한 옛날, 저 멀리 북변으로는 만주벌 북쪽에 솟아있는 대흥안령산줄기로부터 저 멀리 남단으로는 낙동강 하류에 펼쳐진 김해평야에 이르는 끝없이 광활한 땅에 9개 부족이 동서남북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었다. 그래서 옛날 중국의 사가들은 우리 민족의 원류를 구리족(九麗族) 또는 구환족(九桓族)이라 했다. 지금은 麗라는 한자를 ‘려’라고 읽지만, 우리 선조들은 ‘리’라고 읽었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그 글자를 ‘리’라고 읽는다. 그러므로 중세 이전의 발음체계에 따르면, 고려가 아니라 고리다.

 

구리족으로 통칭된 9개 부족은 오랜 세월 동안 이합집산하면서 맥족(貊族), 예족(濊族), 한족(韓族)으로 통합되었다. 맥족은 곰을 신성시하는 토템신앙(totemism)을 가졌고, 예족은 호랑이를 신성시하는 토템신앙을 가졌다. 고조선 건국설화에 곰과 호랑이가 함께 동굴 속에 들어간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맥족과 예족 사이에서 이루어진 부족통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고조선의 청동유물들 가운데 태양을 상징하는 문양을 중심부에 새겨넣고, 중심에서 방사선형으로 뻗어나간 여덟 가지의 끝부분에 각각 여덟 개의 방울을 달아놓은 팔주령(八珠鈴)이라고 불리는 청동유물이 있는데, 이 청동유물은 맥족을 중심으로 8개 부족이 통합되어 태양을 숭배하는 ᄇᆞᆰ족이 형성되었음을 말해주는 상징이다.

 

ᄇᆞᆰ이라는 글자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 백(白)이다. ᄇᆞᆰ은 밝다는 뜻이므로, ᄇᆞᆰ족은 태양이 밝은 땅에서 사는 종족을 뜻한다. 예로부터 ᄇᆞᆰ족을 ᄇᆞᆰ달족이라고 불렀는데, ᄇᆞᆰ달에서 달이라는 글자는 산 또는 땅을 뜻한다. 그러므로 ᄇᆞᆰ달족은 밝은 산 또는 밝은 땅에서 사는 종족이라는 뜻이다. 오늘날 8천만 우리 민족은 ᄇᆞᆰ달족의 후손이다.

 

ᄇᆞᆰ달을 한자로 표기할 때, 박달나무를 뜻하는 단(檀)이라는 글자를 썼는데, 맥족을 중심으로 8개 부족을 통합하여 ᄇᆞᆰ달족의 새로운 역사를 펼친 위대한 지도자가 고조선의 ᄇᆞᆰ달임금인 단군(檀君)이다. 1281년 고려시대에 일연이 편찬한 책 ‘삼국유사’에는 단군이 아사달에 도읍을 세우고 나라를 열어 조선이라 불렀다(立都阿斯達 開國號朝鮮)고 기록되었다.

 

아사달은 어디인가? 아사달은 옛말 앗달을 한자로 음역한 것인데, 앗달에서 앗이라는 글자는 아침 또는 처음이라는 뜻이고, 달이라는 글자는 산 또는 땅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앗달은 아침을 처음으로 맞는 산 또는 그런 땅을 뜻한다.

 

또한 조선(朝鮮)이라는 나라이름에서 조(朝)라는 글자는 아침을 뜻하고, 선(鮮)이라는 글자는 산을 뜻한다. 그러므로 앗달을 한자로 표기하면 조선이라는 말이 된다. 앗달은 곧 조선이다.

 

단군이 조선을 세운 앗달은 아침을 처음으로 맞는 밝은 산이라는 뜻인데, ᄇᆞᆰ달민족이 아침을 처음으로 맞는 밝은 산은 두말할 나위 없이 백두산이다. 날마다 어김없이 동해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가 가장 먼저 눈부신 햇발을 비추는 곳이 바로 백두산 정상이다. 백두산의 해돋이는 장엄함의 극치에 이른 일출신비경이다.

 

어원을 보면, 앗달은 백두산을 뜻하지만, 단군이 비옥한 평야지대를 외면하고 험준한 앗달(백두산)에 도읍을 정하여 조선을 개국한 것은 아니었다. 앗달의 지리적 위치를 고증하려는 것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앗달은 고대지명이 아니라 8천만 겨레가 한핏줄을 나눈 민족적 정체성을 말해주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앗달은 상징체계에 속한 것이므로, 지리학으로 고증할 필요가 없다. 앗달은 ᄇᆞᆰ달민족의 심성 속에 위대하고 신성한 산으로 새겨졌고, 백두산은 민족국가건설을 표상하는 상징으로 ᄇᆞᆰ달민족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2019년 10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수행간부들과 함께 바로 그 앗달에 올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을 앗달의 상징으로 해석하면, 백두산승마등정은 민족국가건설의 상징을 ᄇᆞᆰ달민족의 심성 속에 일으켜 세운 정치활동인 것이다. 아득한 옛날 ᄇᆞᆰ달임금 단군이 맥족을 중심으로 8개 부족을 통합하여 동양에서 처음으로 고대국가 고조선을 앗달에 세웠던 것처럼, 오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으로 갈라진 ᄇᆞᆰ달민족을 하나로 통합하여 세계사에서 처음으로 연방통일국가를 한반도에 세우려 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이 전하는 메시지다.

 

백두대산줄기는 백두산 장군봉(2,750m)에서 시작하여 두류산(2,309m), 금강산(1,639m), 태백산(1,561m), 지리산(1,915m)을 거쳐 지리산줄기의 끝자락인 경상북도 하동군 구재봉(767m)까지 장장 1,470km를 뻗어나간 장대한 산줄기다. (산맥이라는 말은 일제가 남긴 잔재용어이므로 산줄기라는 우리말을 써야 한다.) 백두대산줄기의 평균 해발고는 1,170m이다. 그리하여 ᄇᆞᆰ달민족이 수수천년 살아온 삼천리금수강산은 백두산의 힘으로 생겨난 땅이다. 백두산은 삼천리금수강산을 만들어놓은 무궁한 힘을 상징한다. 그래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을 보도하면서 백두산을 가리켜 “우리 조국의 무진장한 힘의 근원지”라고 하였던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앗달(백두산)은 박달민족의 심성 속에 강대한 힘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분단시대에 백두산은 박달민족의 심성 속에 통일건국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맨위쪽 사진은 장엄함의 극치에 이른 백두산의 해돋이 장면이다.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이 붉은 아침노을을 펼치며 백두산 정상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천하제일의 절경이다. 가운데 사진은 겨울철 혹한으로 꽁꽁 얼어붙은 백두산 천지에 백설이 쌓이고 쌓여 눈부신 은빛 세계를 펼쳐놓은 설경이다. 맨아래 사진은 백두산 천지 주위에 기암절벽으로 솟아있는 백두령봉들의 절묘한 자태를 보여준다. 백두산이 뿜어내는 그런 힘과 기상이 우리 민족의 가슴에 살아있기에 우리는 미국과의 대결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산승마등정에서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정책을 파탄시키고 자주통일강국을 건설하려는 강렬한 메시지를 8천만 겨레에게 전하였다.     

 

지구 위에는 백두산보다 더 크고 높은 산들도 있고, 용암을 뿜어내는 활화산들도 있지만, 땅과 하늘에 강한 힘과 기(氣)를 뿜어내는 신비로운 영산(靈山)은 백두산 밖에 없다. 인공위성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올라간 우주인들이 아름답고 푸른 우리 행성 지구를 내려다보면, 지구 위에서 유난히 붉은 빛을 발하는 붉은 점 하나가 보이는데, 그 붉은 점이 바로 백두산이라는 속설이 있다. 백두산이 뿜어내는 강한 에너지가 우주공간에서 붉은 빛으로 보인다는 속설은 누군가 그럴 듯하게 지어낸 것이지만, 백두산은 ᄇᆞᆰ달민족의 마음속에 언제나 강대한 힘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백두산정에 제단을 쌓고 제를 올리며 그 무궁한 힘으로 나라가 태평하고 민생이 안정되기를 빌었다.

 

오늘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정책에 의해 남북으로 갈라진 8천만 ᄇᆞᆰ달민족이 하나로 통합된 연방통일국가를 건설하려면,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정책을 파탄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미국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강한 힘을 가져야 한다. 조선의 견지에서 보면, 일심단결과 자력갱생과 핵억제력으로 구성된 국력이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정책을 파탄시킬 강한 힘이다.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정책을 파탄시킬 조선의 국력은 올해 2019년에 연이어 과시되었다. 이를테면, 조선에서 말하는 일심단결의 국력은 2019년 4월 11일 평양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령도자로 “변함없이” 추대하는 것으로 자기의 존재를 입증하였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최고령도자로 변함없이 추대한 것이 “최고령도자 동지에 대한 전체 당원들과 인민들, 인민군 장병들의 열화와 같은 흠모와 신뢰심의 발현”이라고 칭송하였다.

 

또한 조선에서 말하는 자력갱생의 국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0월 15일 백두산승마등정을 진행하기 직전에 시찰한 삼지연군 건설에서 자기의 존재를 입증했다. 조선의 국력이 집중된 삼지연군 건설사업은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되는 매우 방대한 건설공사인데, 2019년 10월 현재 2단계 공사가 거의 끝났고, 당창건 75주년을 맞는 2020년 10월 10일 준공을 앞두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력갱생의 힘이 넘쳐나는 삼지연군 건설현장을 시찰하면서 “적들이 아무리 집요하게 발악해도 우리는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고 우리 식으로 발전과 번영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시련과 곤난을 디디고 기적과 위훈으로 더 높이 비약한 2019년의 총화”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의 핵도발을 억제하는 조선의 국력은 2019년 10월 2일 강원도 원산만에 출동한 핵추진잠수함에서 시험발사된, 대륙간 사거리를 가진 잠대지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의 막강한 위력으로 자기의 존재를 입증하였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승마등정에 힘의 상징인 백두산을 등장시켜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정책을 파탄시킬 조선의 강한 국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음을 알 수 있다.

 

 

3. 백두산에 내린 첫눈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에는 백두산과 더불어 백설이 등장한다. 해마다 9월 하순이 되면, 삼천리금수강산은 단풍으로 붉게 물들고, 백두산에서는 은빛 눈꽃을 날리는 첫눈이 내린다. 그런데 올해는 백두산에 첫눈이 내린 날이 10월 15일로 늦어졌다. 지구온난화현상이 백두산 기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설경은 그 산이 펼쳐 보이는 수많은 경치들 중에서 최고의 절경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백두산은 자기의 설경을 사람들에게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백두산에 몰아치는, 상상을 초월한 강추위와 눈폭풍이 세인의 접근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두산은 강추위와 눈폭풍이 몰아치기 전, 첫눈이 내린 설경을 잠시 열어 보여준다.

 

백두산 설경 중에서도 첫눈이 내린 백설령봉 비경이야말로 숨이 막힐 만큼 수려하고,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며, 초현실적인 세계를 보는 것처럼 신비롭다.

 

ᄇᆞᆰ달민족은 해마다 처음 내리는 백설을 서설(瑞雪)이라 했으니, 상서롭고 길한 징조를 알리는 눈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첫눈이 백두산에 내리면, ᄇᆞᆰ달민족에게 상서롭고 길한 일이 일어날 징조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에서 백두산의 첫눈은 민족적 행운의 상징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 첫눈이 내린 날을 택하여 백두산승마등정을 진행한 것은 ᄇᆞᆰ달민족에게 머지않아 상서롭고 길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승마등정에서 전한, 상서롭고 길한 징조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2019년 10월 7일부터 9일 사이 어느 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처음으로 직통전화를 받았는데, 그 직통전화를 받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산에 첫눈이 내리는 날을 택해 백두산승마등정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하늘도 그 결심에 공감하였는지, 10월 15일 백두산에 첫눈이 내려 휘황한 은빛 세계를 펼쳐놓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통전화를 받고, 첫눈이 내리는 날에 백두산승마등정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통전화를 건 것은 미국이 조선의 정치적 요구를 받아들일 날이 가까웠음을 의미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제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해 2019년 12월 말까지를 결정시한으로 정해주었는데, 이제 10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으니 그 운명적인 결정시한이 가까워진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 정상에 있는 장군봉에 오른 장면이다. 천지를 휘감아도는 백운과 백두산 정상에 쌓인 백설이 어우러져 비경의 극치를 이루었다. 바로 그 비경 속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설의 백마를 타고 나타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산에 첫눈이 내린 날을 택하여 백두산승마등정을 몸소 조직, 진행하였다. 그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다급한 직통전화를 받은 날로부터 약 1주일이 지난 뒤였다. 박달민족의 상징체계에서 첫눈은 상서롭고 길한 징조를 상징한다. 백두산에 첫눈이 내린 날을 택한 것은 8천만 겨레에서 상서롭고 길한 징조가 나타났음을 알려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런데 뭐가 뭔지 모르는 정세분석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기한 정치적 요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횡설수설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정치적 요구들 가운데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라는 요구다. 곡해에 심취된 정세분석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선의 체제안전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지만, 사회주의국가의 체제붕괴 또는 체제변질을 노리는 미국 대통령에게 사회주의국가체제의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하였다는 말이야말로 어처구니없는 궤변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기한 평화협정체결요구는 조선의 체제안전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주한미국군을 철수함으로써 대조선관계에서 침략적이고, 대한국관계에서 예속적인 한미동맹을 폐기하라는 근본적인 요구이며, ᄇᆞᆰ달민족의 통일강국건설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걷어치우라는 변혁적인 요구인 것이다.

 

이처럼 근본적이고 변혁적인 요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미국은 이제껏 조선과 협상을 수없이 벌이면서도 평화협정체결문제를 외면하는 바람에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요즈음 트럼프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고 정부의 지위도 인정받지 못한 탈레반세력을 상대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판인데, 그런 그들이 미국 본토 전역을 핵타격권 안으로 몰아넣은 조선을 상대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너무도 응당한 일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말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근본적이고 변혁적인 요구를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조미협상이 파탄되어 미국의 국가안보이익에 치명타를 입든지 둘 중의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하는 매우 위급한 지경으로 떠밀렸다. 그래서 백악관의 고심은 날로 깊어지고 있으며, 백악관의 침울한 분위기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우려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

 

2019년 10월 5일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이 조선측의 일방적인 중지로 결렬된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다급한 직통전화를 받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양자택일의 갈림길에서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해놓은 결정시한이 지나기 전에 이제껏 주저해오던 평화협정체결에 결국 동의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렇게 예견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평화협정체결에 동의해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동결을 시작할 수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고, 조선에서 핵동결이 시작되어야 자신이 2020년 11월에 재선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협정체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것이고, 바로 그래서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다급한 직통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들과 백악관 보좌관들이 수리아에서 미국군을 철수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반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을 반대하는 국방장관 매티스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을 해임시키고 나서 수리아에서 미국군을 철수하라고 명령하였다. 이런 사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들과 백악관 보좌관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조미평화협정체결에 동의하게 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통전화를 받은 직후, 백두산에 첫눈이 내린 날을 택해 백두산승마등정을 몸소 진행함으로써 평화협정이 어려움을 뚫고 반드시 체결될 것이라는 상서롭고 길한 징조를 ᄇᆞᆰ달민족에게 전했던 것이다.

 

 

4. 웅대한 작전과 마지막 담판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에는 백두산, 백설과 함께 백마도 등장한다. 백설이 뒤덮인 백두산의 눈부신 비경 속에 전설의 백마가 말발굽을 울리며 등장했으니,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가 완성의 극치에 이른 것이 아닌가.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에 나오는 백마는 예로부터 개선행진에 등장하는 상서로운 동물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 백마를 타고 인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행진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백마의 상징과 개선장군의 승리행진이 서로 일체화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고구려를 침공한 수나라 30만 군대를 살수대첩에서 격멸하고 승리한 을지문덕은 공식직책이 장군이 아니었는데도 민중들은 그를 장군으로 부른다. 또한 고려를 침공한 요나라 10만 군대를 귀주대첩에서 격멸하고 승리한 강감찬은 공식직책이 상원수인데도 민중들은 그를 장군으로 부른다. 또한 봉건국가 조선을 침공한 왜나라 대군과 싸워 불패의 전승기적을 창조한 이순신은 공식직책이 삼도수군통제사였는데도 민중들은 그를 장군으로 부른다. 이런 역사적 사례들이 말해주는 것처럼, ᄇᆞᆰ달민족에게 있어서 장군은 군사지휘관 칭호가 아니라 구국의 상징이다. 그 상징 속에는 외래침략군과 싸운 성전에서 승리하여 ᄇᆞᆰ달민족의 존엄을 세상에 떨친 지도자의 출현을 기다리는 민중의 염원이 스며있다.

 

일제강점기에 자주독립운동에 한생을 바쳐 베이징감옥에서 순국한 항일민족시인 이륙사(1904~1944)는 백마를 타고 오는 위인을 기다리는 민중의 염원을 자기의 시 ‘광야’의 마지막 절에서 이렇게 읊었다.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에 나오는, 백마 타고 오는 개선장군은 이륙사의 시에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라는 시어로 형상되었지만, 백마의 상징은 일맥상통한다.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에서는 외래침략군과 싸운 성전에서 승리하여 민족적 존엄을 세상에 떨친 개선장군이 백마를 타고 나타나는 것이고, 이륙사의 시세계에서는 항일전쟁에서 승리하여 민족적 존엄을 세상에 떨친 위인이 백마를 타고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백마는 ᄇᆞᆰ달민족의 심성 속에 위대한 승리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2019년 10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에 나오는 백마를 타고 첫눈이 내리는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백마를 타고 백두밀림을 지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담은 보도사진과 함께 백두산 장군봉에서 백마를 타고 달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담은 보도사진을 실었다.

 

보도사진에 나타난 백두밀림은 백두산에 형성된 수목생장한계선 아래에서만 형성되었는데, 대체로 수목생장한계선은 해발고 2,000m 부근에 그어진다. 그러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해발고 2,000m 수목생장한계선 아래쪽에 있는 밀림지대에서 백마를 타고 해발고 2,750m인 장군봉까지 오른 것이다. 장군봉에서 내려올 때도 백마를 타고 같은 경로로 내려왔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 백마가 은빛 세계 펼쳐진 백두산 장군봉으로 달려가는 장면이다. 흰 말갈기를 바람에 휘날리며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전설 속의 백마를 연상케 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산승마등정 중에 "위대한 사색으로 웅대한 작전을" 구상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웅대한 작전은 올해 안에 벌어질 조미협상 마지막 담판에서 승리하는 작전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마지막 담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굴복시켜 평화협정체결을 합의하려는 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작전구상이다. 백마를 타고 백두령봉을 달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골프채를 휘두르며 히히덕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적인 모습, 그것은 승리가 과연 어느 편으로 오고 있는지를 예고한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밀림에서 장군봉까지 백마를 타고 오르내리는 동안 깊은 사색에 잠겼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동행한 일군들 모두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동지께서 백두령봉에서 보내신 위대한 사색의 순간들을 목격하”였다고 한다. 이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장군봉에 올라가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곧바로 내려온 것이 아니라, 백두산을 오르내리며 오랜 시간 사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첫눈 내리는 백두산을 장시간 오르내리며 무엇을 사색하였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을 보도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백두산을 가리켜 “새로운 웅략들이 결심되는 조선혁명의 책원지”라고 했는데, 이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승마등정 중에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였음을 암시한 것이다.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안에 벌어질 조미협상 마지막 담판을 앞두고 있다. 백두산정에서의 사색은 바로 그 마지막 담판에 집중된 것이었다. 마지막 담판에서 이기면 조선은 미국과의 대결에서 완승하는 것이다. 마지막 담판을 앞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 장군봉을 오르내리며 사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지막 담판을 승리로 결속할 작전을 구상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백두산승마등정에 등장한 ᄇᆞᆰ달민족의 백마상징이다. 백마의 등장을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로 해석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지막 담판에서 승리하는 역사적 사변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에 동행한 간부들은 “또다시 세상이 놀라고 우리 혁명이 한걸음 전진될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받아안으며 끓어오르는 감격과 환희를 누르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웅대한 작전을 펼칠 마지막 담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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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위기는 청와대에 포진한 친미 간신배들의 농간이 불러온 인재이다

<창간회고시론> 남북관계 위기는 청와대에 포진한 친미 간신배들의 농간이 불러온 인재이다

"대통령도 문제지만 참모들이 더 문제" 정세현 전장관 지적 주목해야

프레스아리랑 | 기사입력 2019/06/21 [09:05]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청와대는 이나라 백성들의 소원을 실현하는 기구인가, 아니면 제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인가. 

 

지금 조성된 남북관계의 위기상황을 보면 이같은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아무리 식민지 땅이라지만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누구하나 직언을 해서 나라의 최고이익을 고수하려는 충절이나 지조는 볼수조차 없으니 말이다. 온통 대국의 눈치만 보면서 제몸사리기에만 급급하니 <청와대총독부>라는 오명을 쓰는것이 아닌가. 

 

최근 청와대 참모들과 정부 각료들의 망국적인 저자세가 갈수록 국민적 분노의 대상이 되고있다. 대체 왜 그리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는가 하는 공분이 그것이다. 그럴것 같으면 왜 북에다대고 그리도 거창한 합의를 하고 생색을 냈는가, 눈치를 보고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면 애당초 하지를 말아야 할것 아닌가, 온통 제몸사리기에만 급급하고 자리지키기에만 급급한 친미 간신배무리들만 들끓으니 일이 제대로 될리 만무하지 않은가하는 탄식이다. 오죽했으면 통일부 전장관이 공식행사장에 나와서 통일부와 청와대가 지금 대체 무엇을 하고있느냐고 호통을 치는 일까지 생겨 나겠는가. 

 

정세현 전장관은 "지금 통일부 장관이 축사나하고 다닐때냐"면서 "대통령도 문제지만 청와대 참모들이 더 문제"라고개탄했다. 6·15 공동선언 19주년기념 특별토론회 '기로의 선 한반도의 운명, 내일은 없다'에서 기조발제를 하면서이다. 이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떠난 김연철 장관을 거의 면전에서 겨냥하다시피 한 것이었다. 정 전 장관은 "저는 (장관 시절) 축사할 시간도 없었다. 매주 회담 준비하느라 바빴는데 후배 장관이 축사만 하고 다닌다. 어제도 축사를 했다.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도 비판했다. "저는 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의 종속 변수가 아니다'라고 해서 상당히 기대를 가졌다"며 "그런데 미국이 계속 북미·남북 관계가 같이 가야 된다고 발목을 잡아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운전자론에서 미국결정자론으로 끌려간 것은 문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다. 참모들이 더 문제"라며 "이번 정부의 참모들은 대통령의 발목을 너무 잡는 것 같다. 빨리 대응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것은 비단 전직 각료 한 사람만의 우려표명이 아니다. 현재 남북관계를 보는 전체 민족성원들이 느끼는 안타까움과 낙심을 표현한 것이다. 이번 발언을 보면서 국민들은 속이 다 후련해 하고 있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정신차려야한다.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미국대사관의 지시나 받고 한미워킹그룹 따위의 승인이나 얻어가면서 '안전하게' 일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사대주의가 골수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주인국의 동의를 얻지 않고서는 우리가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자세는 노예근성에서 비롯된 심각한 사대정신질환 증세일 뿐이다. 자기결정을 하는데 그 누가 뭐라할 것이란 말인가. 

미국이 무소불위가 아니다. 지금은 열망하는 국민들이 뻔히 지켜보고 있다. 우리민족끼리 하겠다면 가장 겁을 내는 것이 바로 주인국이다. 해보지도않고 겁부터 내는것은 황제국에 대한 노예의식에서 비롯된 자기검열일 뿐이다. 미국이 잡아먹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왜 해보지조차않고 미리 알아서 비위를 맞추려 하는가. 무조건 저질러놓으면 미국은 따라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무엇이 그리도 두렵단 말인가. 미국이 우리운명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사대주의는 심각한 병이다. 자기의 주권을 자기것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무서운 정신질환이다. 청와대에 들어가 일하는것이 미국과의 호흡맞추기 자리정도로 인식한 청와대참모들이라면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것처럼 청와대 참모들의 미국간첩화는 식은 죽먹기일 것이다. 청와대와 외교부 통일부 실무자들이 미국과 긴밀하게 내통하는 상황에서 허수아비 대통령의 뜻이 무산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 전장관의 말처럼 대통령이 남북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었던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그에게는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확고한 민족관이 부족할 따름이다. 그가 흔들리려해도 청와대주변에 충언을하는 충신이있다면 얼마든지 운전대를 잡고 헤쳐나갈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 참모나 장관이라는 이들이 흔들리는 대통령의 마음을 잡아줄 생각은 하질않고 한가하게 미국눈치나 보고 미국에 충성하려 하고 있으니 어찌 일이 제대로 풀려 나가겠는가. 

역적은 따로 있는것이 아니다. 민족의 운명이 걸린 절호의 시점에서 국가의 이익에 배반하는 행위에 가담한 자들을 역사는 역적으로 규정한다. 통일이상으로 우리민족에게 국익이 어디있는가. 청와대 안팎의 역적들은 지금이라도 한미공조라는 이름으로 국익을 내다파는 미국과의 내통행위를 중단하고 민족의 절실한 요구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박대명  

 

<저작권자 ⓒ 프레스아리랑/ 기사공유 또는 재배포시 출처명기 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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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사 둘이서 '때수건'으로 이뤄낸 예술같은 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10/21 10:12
  • 수정일
    2019/10/21 10: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금천 예술프로젝트 '지그재그 봉제클럽'... 미싱으로 사람을 잇다

19.10.21 09:30l최종 업데이트 19.10.21 09:30l

 

열린책방 봉제공장 독산동에는 간판이 없거나 다른 간판이 달린 봉제공장이 많다.
▲ 열린책방 봉제공장 독산동에는 간판이 없거나 다른 간판이 달린 봉제공장이 많다.
ⓒ 왕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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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창에 '구로공단'을 검색하면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가 나온다. 가리봉역은 가산디지털단지역이 됐고, 벌집촌과 낮은 봉제공장들이 떠난 곳에는 높고 번지르르한 건물과 IT업체들이 들어섰다. 사람들은 봉제공장이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다른 나라로 떠났다고 말했다. 구로공단을 가득 채웠던 봉제공장들은 그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만 알았다. 두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지난 6월, '2019 우리마을 문화통장' 사업 준비를 위해 지역의 목소리를 듣는 '콜로키움 금천'에서 처음 두 사람을 만났다. 1982년부터 금천에서 봉제 일을 해왔다는 강명자, 권영자 선생님은 40여 년 경력의 봉제 장인이자, 80년대 구로동맹파업을 이끌었던 노동운동가이다.

두 분은 디지털단지가 들어서면서 골목 뒤편으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천 개가 넘는 봉제공장이 금천구 곳곳에 퍼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한때 수출의 역군으로 불렸지만, 40여 년의 경력을 가지고도 야근에 시달리며 문화예술을 누리지 못한다는 안타까움도 덧붙였다.

독산동의 골목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책방이라고 생각했던 가게도, 미술교습소라고 적혀 있던 곳도, 모두 알고 보니 봉제공장이었다. 누가 봐도 빌라촌인 골목을 걷다가 미싱 소리가 들려 둘러보니 건물마다 간판 없는 봉제공장들이 숨어 있었다. 다른 나라로 떠나버린 줄만 알았던 봉제공장들은 독산동의 골목골목에 흩어져 있었다. 봉제는 한 시절의 역사로 끝나버린 게 아니라, 골목으로 퍼져 여전히 금천을 지탱하는 뿌리가 되어 있었다.

40년 숙련공 미싱사, 예술프로젝트 기획을 맡다
 

지그재그봉제클럽 지그재그봉제클럽
▲ 지그재그봉제클럽 지그재그봉제클럽
ⓒ 왕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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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문화재단은 봉제 장인 강명자, 권영자 선생님과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두 분이 이미 여러 예술가와 협업해 예술작업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40년 동안 살고 일해온 곳은 금천인데, 구로공단이라는 이름 때문에 구로에서만 호명되는 게 아쉬웠다고, 금천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두 사람은 잠깐 하고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오랜 시간 이어서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원한다고도 했다. 그동안 하고 싶었다는 작품과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화수분처럼 쏟아냈다. 예술가나 기획자를 섭외하려던 계획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이미 두 사람이 기획자이자 예술가가 되기에 충분했다.

물론 전문 예술가나 기획자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자로만 위치해 왔던 두 사람에게, 기획자라는 이름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기획자고 뭐고 다음부터는 그냥 시키는 것만 하고 싶다"라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예술가나 기획자에게는 없는 삶의 경험이 축적돼 있었다. 두 사람은 40년 동안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택해 왔던 봉제를 활용해 사람들을 연결하는 두 가지 프로젝트를 만들어냈다. 봉제 일을 하며 살아온 굴곡진 인생이 꼭 봉제 기법 '지그재그'를 닮았다며, 프로젝트에 '지그재그'라는 이름을 붙였다.

봉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다
 

 지그재그봉제클럽
▲  지그재그봉제클럽
ⓒ 왕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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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프로젝트는 봉제 장인들이 네 차례에 걸쳐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봉제기술을 매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지그재그 봉제클럽'이다. 8월 23일에는 금천 행복한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하여 청소년들과 함께 면생리대를 만들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9월 20일에는 지역의 마을활동가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했다. 10월에는 더 많은 주민을 만나기 위해 참여자를 공개 모집했고, 앞선 봉제클럽에 참여한 봉제 장인과 마을활동가들이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했다.

지난 14일, 금천 마을예술창작소 어울샘에서 세 번째 '지그재그 봉제클럽'이 열렸다. 이번 주제는 '묵은 때 벗기기'로, 인견타올로 지우고 싶은 기억이나 버리고 싶은 나쁜 습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저 인견타올을 만드는 시간인 줄로만 알고 찾아왔던 몇몇 참여자들은 낯선 진행방식에 난색을 보이기도 했지만, 인생 선배이자 동네 이웃 어른 같은 봉제 장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털어놓았다.
 

"제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시간은 아이가 어렸을 때의 시간이에요. 아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아이가 어릴 때는 하루하루가 다르다고 하잖아요. 커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 줬으면 좋았을 텐데, 직장생활 하느라고 아이를 챙기지 못한 게 아쉬워요. 그 시간을 지우고 다시 쓰고 싶어요." (김아무개씨) 

"봉제 장인들과 함께한다고 해서 미싱이나 손바느질을 배우는 시간인 줄 알았는데, 속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있어서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어요. 무언갈 만들고 배우는 프로그램에는 많이 참여해봤는데, 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처음이었어요. 봉제 장인분들이 이모나 언니처럼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정아무개씨)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함께 둘러앉아 손바느질을 하다보니 오래 알고 지낸 이웃처럼 수다가 끊이질 않았다. 천과 천을 연결하는 봉제기술은 어느새 사람과 사람 사이도 끈끈하게 잇는 매개가 돼 있었다.

봉제 동아리를 만들어 자주 모이자는 장인의 제안에 다수의 참여자가 반가움을 표했다. 뜨거운 반응을 얻은 '지그재그 봉제클럽'은 21일 월요일에 '장롱 속 추억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한 번 더 진행된다. 특별한 추억이 깃들어 있지만 더는 입지 않는 옷을 활용하여 가방을 만든다. 가방을 만들며 옷에 얽힌 추억을 나눠보는 시간이다. 자세한 사항은 금천문화재단 홈페이지(gcfa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 죽지 마, 우리 경력 합치면 245년이야!
 

 지그재그 봉제수다방
▲  지그재그 봉제수다방
ⓒ 왕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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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프로젝트는 봉제 장인들의 굴곡진 삶을 봉제기법을 활용한 예술작품으로 구현하는 '지그재그 봉제수다방'이다. 강명자, 권영자 선생님과 봉제공장에서 함께 일해온 동료, 노동운동을 함께 했던 동지 등, 여섯 분이 함께 독산동의 한 봉제공장에서 수시로 모인다. 봉제공장 안의 작은 수다방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작품을 만들고 있다.

여섯 분의 봉제 장인은 짧게는 십여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간 함께 일해 왔지만, 웃고 떠들기만 했지, 힘들고 어려웠던 속마음을 나눠본 적은 없었다고 한다. 수다방에 모인 그들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눌 기회가 생겨 행복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알파벳을 몰라 라벨을 거꾸로 붙였다는 이야기부터, 집안의 맏딸로 어린 시절부터 동생들을 먹여 살렸지만 그 고생을 몰라줘 서운하다는 이야기, 지난 세월 너무 고생한 탓에 사는 날 중 오늘이 가장 행복하다는 이야기까지. 비슷한 인생을 살아온 이들은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로를 받는다.

 

공장에서 매일 떡을 나누고 박카스를 나누어 먹은 것이 습관이 됐다며, 여섯 명의 봉제 장인 모두가 양손 가득 간식을 가져오는 바람에 '지그재그 봉제수다방'은 항상 먹거리가 넘쳐난다. 각자 자신의 삶을 담은 작품을 만드신다고 개인 작업을 하신다더니, 꼭 겨울철 김장 품앗이하듯 서로의 집에 모여 서로의 작품에 아이디어를 보태고 손을 보태고 계시다.

여섯 명의 봉제 장인이 뭉치면 웃음꽃이 끊이지 않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속상한 일도 있었다. 특수 공정이 필요해 특수미싱이 있는 봉제공장의 사장들을 만나고 다녔는데,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자 누군가가 '경력이 몇십 년이면 뭐해, 같은 공정만 맨날 하니까 혼자서는 옷 하나를 못 만드는데' 하는 서운한 말을 뱉었다.

하지만 속상함도 잠시. 여섯 명의 봉제 장인은 그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단체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여섯 명이 각자 자신 있는 공정을 맡아 하나의 거대한 옷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 여섯 명 경력을 합치면 245년이야!" 외치는 덕에 전시 제목도 '지그재그 내 인생 245년 숙련공 미싱사들의 삶'이 되었다. 245년의 세월을 담은 봉제 장인들의 작품은 12월 2일부터 5일까지 금나래아트홀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봉제 장인의 삶이 잊히지 않도록
 
 지그재그 봉제수다방
▲  지그재그 봉제수다방
ⓒ 왕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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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로서의 멋진 데뷔를 마친 두 사람은 벌써 내년 프로젝트의 기획도 마쳤다. '지그재그 봉제클럽'은 올해 참여한 주민들과 함께 봉제 동아리를 만들고, 면생리대를 만들어 지역의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나누어주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지그재그 봉제수다방'은 올해 참여한 여섯 명의 봉제 장인이 각자의 동료를 섭외해 더 많은 봉제 장인과 함께 예술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봉제 일을 하며 살아온 인생을 가사로 적고 노래에 담을 생각이다.

금천구의 역사이자 현재를 지탱하는 힘, 봉제. 천 개가 넘는 봉제공장과 수많은 봉제 장인들의 삶과 노동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금천문화재단은 앞으로도 봉제 장인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운영할 계획이다. 봉제 장인들이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가 금천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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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왜 공수처법 반대하며 검찰 응원부대가 됐나

검찰과 한 배를 타게 된 자유한국당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9-10-20 18:53:19
수정 2019-10-20 18: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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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정회되자 윤석열 검찰총장과 여상규 법사위원장, 주광덕 의원이 함께 승강기에 올라 있다.2019.10.17
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정회되자 윤석열 검찰총장과 여상규 법사위원장, 주광덕 의원이 함께 승강기에 올라 있다.2019.10.17ⓒ뉴스1
 

"공수처를 하면 내년도 총선이 없을 수 있다. 저들은 야당 탄압 기구를 만들어서 자유한국당 사람들을 따라다닐 거다. 이 법(공수처 신설)이 통과되면 바로 다음 달부터 한 명 한 명 잡아들일 것이다. 그러면 총선에 나갈래야 나갈 사람이 있겠나?"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첫 주말인 19일 자당 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민의 명령 국정 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야당 탄압 기구', '좌파정부의 장기집권 플랜'이라고 규정하며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합의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법 2개(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대표발의,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대표발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국회의원의 경우, 여당이든 야당이든 공수처가 아니라 검찰이 수사해도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반쪽 짜리 공수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왜 공수처를 전면에 나서 반대하면서 '야당 탄압'을 운운하고 있는 것일까.  

"공수처는 야당 탄압 기구"라는 주장은 어불성설 
공수처가 국회의원 비리를 수사해도 기소권은 검찰에 
정작 검사 비리에 기소권 내줘야 하는 검찰
 

일단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여야 구분이 없다는 점에서 자유한국당의 주장대로 공수처를 '야당 탄압 기구'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여야 4당의 합의안에 따르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광역단체장, 교육감,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 국회의장,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7천여 명이다. 고위공직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으며, 대통령의 경우 4촌 이내 친족까지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경우 공수처가 수사를 하더라도 기소권은 서울중앙지검이 가진다는 점에서 공수처의 한계가 드러난다. 공수처가 엄정한 수사를 벌이더라도 검찰이 기소권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제동'을 걸 여지가 남게 되는 셈이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처럼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검찰이 견제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검찰개혁이 전반적으로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서다.

오히려 공수처에 가장 민감한 건 검찰이다. 국회의원과 달리 판사, 검사, 경찰 경무관급 이상이 기소 대상에 포함된 사건에 한정해 공수처가 기소권까지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사법부 견제를 위한 제도 도입이라는 취지에 맞춰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제한적으로 함께 부여한 것이다. 참고로 공수처 수사 대상 7천여 명 가운데 상당수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법관 (3천228명)과 검사(2천397명)다.  

공개적으로는 검찰개혁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는 검찰도 공수처에 기소권을 일부 내어주는 상황을 내심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그간 검찰은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검사의 범죄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아왔는데, 공수처가 설치되면 '제 식구 감싸기'가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쥐고 있는 검찰은 검사의 범죄 혐의를 수사하기 위한 경찰의 수사에 제동을 걸어왔다.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면 기각하기 일쑤였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인사 보복 사건과, 검사가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임은정 검사의 내부 폭로를 수사하기 위해 경찰이 각각 대검찰청과 부산지검 등에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도 모두 거부당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검찰의 '검사 기소율'은 다른 형사사건에 비해 현저히 낮다. 최근 5년 동안 검사의 범죄 혐의를 검찰이 재판에 넘긴 기소율은 0.13%에 불과하다고 집계됐다. 판사에 대한 기소율도 0.40%로 나타나 판·검사들은 99% 이상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일반인 사건이 40% 전후인 것과 비교해보면 검찰의 '기소독점'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알 수 있다.

공수처가 검사에 대해 기소권을 갖는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대대적 사정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민의 명령!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10.19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민의 명령!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10.19ⓒ김철수 기자

이해관계 얽힌 자유한국당과 검찰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두고 보폭 맞추기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앞장서서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것은 결국 '검찰 편들어주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마치 검찰과 보폭을 맞추는 듯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검찰 수사를 노골적으로 응원하고 있는 것도 자유한국당이다.  

공수처뿐만 아니라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도 자유한국당은 은근슬쩍 검찰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최근 공수처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 방침에 못을 박으면서도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구상을 살펴보면 검찰개혁의 핵심에서는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적으로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정권실세의 권력형 비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공수처뿐"이라며 "자유한국당이 결사반대를 외치는 건 다시 검찰과 결탁하려는 특권 본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폐지하지 않으면 가짜 수사권 조정이다. 수사지휘권을 폐지해도 공수처를 신설하지 않으면 펑크난 타이어와 같은 불완전 개혁"이라며 "이미 국민한테는 수사지휘권 폐지가 커트라인(합격선)이 됐다. 공수처 설치가 결정판이고 수사지휘권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유한국당의 검찰개혁은 검찰개혁 방해방안, 검찰 특권 옹호 방안이라는 것을 실토한 것"이라며 "이제 자유한국당을 '검찰 특권 사수대'로 해도 할 말 없다. 자유한국당이 지킨다는 자유는 일부 특권 검사의 자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현재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공수처 신설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물리력까지 동원해 막다가 국회법 위반 등으로 대거 검찰 소환 조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이대로 가다간 자칫 내년 총선에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방향과 범위에 자유한국당의 총선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감금'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 대상이 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여상규 의원이 최근 검찰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 자리에서 "패스트트랙은 정치적 사건"이라며 '수사하지 말라'는 식으로 압박한 것도 이러한 위기감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공수처법을 흔들어야 하는 검찰, 검찰과의 관계에 사활이 걸린 자유한국당이 한 배를 탄 양상이 됐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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