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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갑질에 우는 ‘병’ 두번 울린 김앤장의 법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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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11/22 11:24
  • 수정일
    2020/11/22 11: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0-11-22 08:55수정 :2020-11-22 09:44

 

공갈죄로 몰린 현대차 2차 협력사의 비명

현대자동차 1차 하청 한온시스템
2차 대진에 납품단가 인하 ‘압박’
못 견딘 대진 사장, 공장 인수 요구
1200억에 인수한 한온, 공갈죄 고소
대진 사장은 법정 구속돼 6년형

그 과정에서 김앤장의 법률 조력
공갈죄 고소까지 대리하는 상황
서연이화-태광공업 사건도 비슷
2차 협력사 옭아맨 ‘공식’인가
자동차산업 불공정 생태계 심화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자동차산업 중소협력업체 피해자협의회’가 지난해 2월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하청업체들이 부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하게 납품을 중단할 시 형사처벌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하청업체 납품중단 시 형사처벌 금지 입법 청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자동차산업 중소협력업체 피해자협의회’가 지난해 2월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하청업체들이 부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하게 납품을 중단할 시 형사처벌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하청업체 납품중단 시 형사처벌 금지 입법 청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자동차 원청의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들을 상대로 갑질을 한 뒤,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2차 협력사가 손실보상이나 기업 인수를 요구하면 이를 구실 삼아 2차 협력사 사장을 공갈죄로 고소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그 뒤에는 김앤장 등 국내 대형 로펌의 자문이 있다. 1차 협력사의 갑질과 로펌의 법률 자문이 결합해 자동차산업의 불공정 생태계를 심화하는 현실을 들여다봤다.“한온(현대차 1차 협력업체)이 협력사 대표인 나를 깔아뭉갰어요. 한온이 갑질을 해서 작년(2015년)에 협력업체로부터 뜯어낸 돈이 1300억원이에요. 제 평생을 다 걸고 한 회사를 한온에 팔려고 생각합니다. 사가십시오. 다른 협상은 없습니다.”(2017년 12월 1심 판결문 중)
 

한온시스템(한온)과 ‘전속거래’(원청과 하청 업체가 10년 이상 맺는 장기 계약으로 특정 원청과만 거래하도록 구속하는 불공정 거래로 이어지기 쉽다)를 해온 2차 협력사 대진유니텍(대진)의 송아무개 사장이 2016년 4월 한온 임원에게 악에 받친 듯 말했다. 한온의 경영진이 바뀐 뒤 심해진 ‘갑질’에 내몰린 송 사장은 공장 매각이라는 극약 처방을 택했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수년간의 수사와 재판에 따른 고통뿐이었다. 

 

송 사장의 경우는 전속거래 방식으로 상위 사업자에 대한 의존도가 큰 자동차 업계의 고질적인 피해 사례다. 현대자동차 등 원청이 비용을 아끼려고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면 1차 협력사는 2차 협력사에 그 부담을 전가한다. ‘쥐어짜기’로 경영난에 시달린 2차 협력사가 1차 협력사에 회사를 넘기기도 하는데 이때부턴 또 다른 분쟁이 시작된다. 1차 협력사가 ‘협박에 못 이겨 매각대금을 과도하게 줬다’며 2차 협력사 대표를 공갈죄로 고소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엔 매각대금의 상당액을 받아내면서 ‘병’에 대한 ‘을’의 승리가 굳어지는데 국내 최대 규모 로펌의 조력은 필수적이다. 원청이 고안한 ‘직서열 생산’ 구조에서 갑과 을을 향한 병의 항변은 엄청난 후과를 각오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1200억에 회사 인수…900억 뜯겼다?
현대차의 2차 협력사인 대진은 1985년부터 차량용 냉각팬과 금형, 플라스틱 신소재를 생산했다. 1차 협력사인 한온은 대진으로부터 받은 부품으로 공조장치를 완성한 뒤 현대차에 공급한다. 대진은 한온에만 부품을 납품하는 전속거래처다. 그러나 2013년 한온이 금형 발주 물량을 줄이고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면서 두 회사 간 갈등이 시작됐다. 당기순이익률이 1%를 넘지 못하고 부채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2016년 4월18일, 대진의 송 사장은 거래 중단을 선언하며 한온에 “대진을 인수하지 않으면 생산라인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요구한 매각대금은 1300억원이었다. 이틀 뒤 한온은 대진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한온은 1년 전부터 관계를 맺은 김앤장의 법률자문을 받아 대진의 부채 등을 감안해 송 사장이 요구한 가격보다 100억원 저렴한 1200억원에 회사를 인수하기로 했다. 한온은 계약 성사 직후인 2016년 4월21일 이사회를 열어 대진 인수 안건을 의결했다.그러나 한온과 김앤장은 매각대금이 모두 건너간 날로부터 6일 뒤인 2016년 4월29일, 송 사장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한온과 김앤장은 ‘대진의 기업가치가 300억원에 불과한데 송 사장의 협박에 못 이겨 900억원을 갈취당했다’고 고소장에 적었다.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의 법률자문을 받고 있던 한온은 어떻게 900억원이라는 거액을 ‘뜯기게’ 된 걸까. 한온은 “대진의 부품 납품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생산라인 가동이 멈춰버리고, 10만 협력업체도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송 사장이 부품 공급 중단을 무기로 무리한 회사 인수를 요구해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송 사장이 한온에 최후통첩을 한 당일, 공장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 송 사장에게 불리하게 작용되기도 했다.한온은 김앤장의 법률자문을 받아 대진을 12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한온의 주장대로라면 당시 연매출 6조원에 이르던 거대 기업이 하청업체의 ‘협박’에 못 이겨 적정가치의 4배를 주고 회사를 인수하게 됐으니 결과적으로 이를 계약 과정에서 면밀히 챙기지 못한 책임이 김앤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온은 김앤장의 손을 놓지 않았고 송 사장을 공갈죄로 고소하는 사건까지 맡겼다.2016년 4월29일 고소장이 접수된 뒤 검찰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돼 그해 7월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송 사장을 공갈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에서 송 사장의 공갈죄가 유죄로 인정된 뒤 한온은 민사소송도 냈다. 공갈죄가 인정된 이상 한온이 건넨 매각 대금은 송 사장이 얻은 ‘부당이득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이 된 매각 계약서 작성에 관여한 김앤장 ㄱ변호사는 공갈죄 고소 사건도 함께 대리했다.
‘계약 책임’ 김앤장이 형사고소까지
송 사장 쪽은 민형사 재판 과정에서 한온과 김앤장이 고소를 예정하고 양수도 계약을 맺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송 사장이 최후통첩을 한 바로 다음날인 2016년 4월19일 오후, 한온으로부터 급하게 대진 인수 관련 법률 자문을 의뢰받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의 급박성으로 사업 양수도 이전의 자문은 (부품) 공급재개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고, 형사고소 가능성에 대한 자문은 26일에야 이뤄졌다”는 것이다. 매각 계약 3일 뒤에 형사고소를 검토하게 된 것도 “(한온으로부터) 향후 대응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공갈죄를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한 판결을 여러 개 찾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온 쪽은 법정에서 매각 계약 직후에 공갈죄 고소를 검토한 이유에 대해 “회사 임원 중 1명이 태평양 변호사와 친분이 있는데, 그로부터 형사고소 가능성을 듣고 고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접적으로 양수도 계약 소식을 전해 들은 태평양 변호사는 상대방의 공갈 혐의를 인지했는데 계약을 위한 법률자문에까지 참여한 김앤장 변호사는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얘기다.송 사장은 매각 계약 직후의 공갈죄 고소 등이 석연찮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재판장 윤도근)는 “(김앤장) 변호사들은 대진 인수대금이 송 사장이 지정한 1300억원이라는 전제하에 계약 조건과 대금 지급 방법만을 의논한 것에 불과하다”고 ‘기획고소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한온은 (납품단가 인하, 납품 금형 생산시간 단축 및 그에 따른 비용 부담 전가 등의) ‘갑질’을 통해 장기간 자동차부품업에 전념해온 송 사장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하고 운신의 폭을 좁게 해 범행을 자초한 면이 있다”며 이를 양형에 고려했다고 했지만 징역 9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송 사장은 항소심에서 6년형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현대차 협력사 간 갈등→인수 계약→공갈죄 고소로 이어진 패턴은 송 사장에 대한 1심 형사 재판이 한창이던 2017년 4월 서연이화(1차)-태광공업(2차) 사건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현대차 1차 협력사인 서연이화는 2차 협력사인 태광공업 손영태 전 회장이 보유한 회사 주식 전량을 50억원에 인수하고, 태광 부채 463억원에 대한 연대보증 책임을 승계하기로 하는 양수도 계약을 2017년 4월28일에 맺었다. 그러나 나흘 뒤 서연이화는 ‘계약무효 및 연대보증 인수 거부’ 방침을 통보하면서 손 전 회장 부자의 협박으로 회사를 인수한 것이라며 이들을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결국 손 전 회장은 징역 2년6개월, 아들인 손정우 전 사장은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서연이화가 태광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한온-대진 사건과 판박이다. 서연이화를 대리해 인수 계약을 맺고 공갈죄로 고소해 대금을 다시 받아내는 과정의 법률 대리인이 김앤장이라는 점도 같다. 한온-대진 사건에서 계약 및 형사 소송에 모두 관여한 ㄱ변호사도 서연이화 쪽에 자문해주는 등 사건에 개입했다.태광공업 쪽을 대리했던 오영중 변호사는 “이사회를 통과하고 변호사들이 나서서 계약을 일사불란하게 처리했다는 것은 나중에 돈을 되돌려받으리란 확신이 서지 않는 한 기업으로선 할 수 없는 일”이라며 “2차 협력사가 납품을 중단하며 협박하면 1차 협력사는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는 식으로 공갈죄를 적용시킬 핵심 수단을 대형 로펌이 만들고 이런 논리를 사법부가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공정 생태계에 묻히는 병·정들 목소리
대진이나 태광공업 사례처럼 2차 협력사의 ‘납품 중단’ 절규가 형사처벌 대상으로 전락하는 건 자동차산업의 고질적인 전속거래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2017년 8월12일 기사 ‘갑과 을이 힘 합쳐서 병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냐’)은 꾸준히 제기됐다. 원청이 비용과 재고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직서열 생산방식’(부품 업체들로부터 실시간으로 필요한 부품을 공급받는 현대차 생산 방식)이 협력사를 향한 압박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직서열 방식에서 현대차는 모든 부품을 적시에 공급받을 수 있다.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현대차는 하청업체에 ‘벌금’도 매긴다. 1차 협력사는 이를 면하려고 재고 보유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이 과정에서 하위 협력업체에 재고·비용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 갑질과 을질의 연쇄반응이다.송 사장 공갈 혐의 재판에서 한온 쪽은 “(송 사장)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재고품의 여유가 없어 우리도 생산을 중단하게 되고 그 여파로 현대·기아차의 생산마저 멈추게 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대일 전속거래 구조 현실에서 사실상 유일한 거래 대상인 원청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는 협력업체로선 일방적인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못 이겨 ‘납품 중단’을 무기로 꺼내 보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를 공갈죄로 처벌한다.송 사장 형사 사건 1심 재판부는 “대진의 일방적인 공급 중단으로 재고품 여유가 없는 한온의 생산라인을 중단하게 하고, 그 여파로 현대차의 생산마저 멈추게 하면 (한온이) 손해배상책임 등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한온의 다급한 사정을 이용해 인수를 요구했다”며 “공갈 범행은 다수 협력업체와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전반의 안정적인 운영에 막대한 악영향을 야기할 수 있어 그 죄질이 매우 좋지 못하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생산 생태계에 편입된 뒤 갑질과 을질에 시달리다가 ‘이럴 거면 차라리 회사를 사가라. 안 그러면 부품 생산 않겠다’는 항변이 협박으로 간주되고 사법부의 판단도 ‘자동차산업 전반의 안정적인 운영’이라는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공장 매각 계약과 공갈죄 고소 건을 동시에 대리하는 ‘패턴’은 더이상 김앤장만의 ‘사업 스킬’은 아니다. 현대차 1차 협력사인 두올산업은 2018년 6월 2차 협력사였던 ‘미래텍’의 김아무개 대표가 발주량 축소나 단가 인하 갑질에 못 이겨 보상을 요구하자 그렇게 하기로 약속한 뒤 김 대표를 공갈죄로 고소한 뒤 민사소송을 걸었다. 이때 두올산업을 대리한 법무법인이 ‘화우’였다. 화우는 2017년 대진 송 사장의 공갈죄 사건에서 송 사장을 대리한 경험도 있었다. 당시 김 대표 쪽을 대리했던 한 변호사는 “미래텍 사건 재판 증인신문 당시 두올산업의 전 대표가 ‘화우에서 조력을 받아 공갈로 엮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고도 했다. 2차 협력사를 옭아매는 이런 방식은 변호사 업계에서도 하나의 ‘공식’처럼 활용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진 사건 등은) 외환위기 이후 자동차산업이 독점구조로 바뀌면서 만들어진 결과”라며 “독점구조가 만든 약육강식의 산업 생태계에서 변호사도 의뢰인(1차 협력업체)의 승리를 위해 2차·3차 협력업체를 고소·고발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구조를 모른 채 판결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0910.html?_fr=mt1#csidx9ab07060783396b9ac1b8ec2baf39f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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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자수 후 1년만에 자살... 만석지기 집안의 파멸

'해남의 모스크바' 해남군 계곡면 방춘리 마을 김상훈 집안의 비극

20.11.21 20:18l최종 업데이트 20.11.21 20:18l
김상훈 가족사진 김상훈 가족사진. 앞줄 좌측부터 김상훈의 작은언니, 할머니, 작은오빠, 할아버지. 뒷줄 좌측부터 김상훈의 어머니, 큰언니, 큰오빠, 아버지(김창수). 촬영시기: 1940년대 초반. 장소: 해남군 계곡면 방축리
▲ 김상훈 가족사진 김상훈 가족사진. 앞줄 좌측부터 김상훈의 작은언니, 할머니, 작은오빠, 할아버지. 뒷줄 좌측부터 김상훈의 어머니, 큰언니, 큰오빠, 아버지(김창수). 촬영시기: 1940년대 초반. 장소: 해남군 계곡면 방축리
ⓒ 박만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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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아."
"누구세요?"
"오빠다."
"우리 오빠는 다 죽었어요."

낯선 남자가 대문을 열고 불쑥 들어오자, 새댁 김상훈은 무서워 부리나케 부엌으로 몸을 피했다. 부엌에 들어가 나무 빗장을 건 그녀는 문에 뚫린 옹이로 밖을 내다봤다.

아무리 봐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빠라니?' 큰오빠는 6.25 때 학살됐고, 작은오빠는 12년 전에 죽지 않았는가. 그러니 오빠라는 저 사람이 이상하면서도 무서웠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김상훈의 무릎을 주저앉혔다.

"상훈아! 상윤이 오빠야. 오빠 목소리도 잊었니?"
"흑..."

12년 전 병으로 죽었다던 작은오빠 목소리가 맞았다. 상훈은 빗장을 풀고 "오빠~"하며 상윤이의 품에 안겼다. 1968년 김상훈이 살았던 전남 광산군 하남면 고롯마을(현재의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동)에서의 일이다.

눈물의 재회를 한 이들은 그간 사연을 나누느라 밤이 새는 줄도 몰랐다. "근데 오빠, 죽었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거야?" 김상윤의 설명은 이랬다. 마지막 형집행정지로 나왔을 때, '다시 형무소 가면 이제는 살아서 못 나오겠다'라는 생각에 가족회의를 통해 도피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폐렴이 악화돼 일시적으로 형집행이 정지되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사망으로 위장하기 위해 거짓으로 장례를 치른 후 대전으로 이사해 다른 사람으로 살아왔다. 김상윤은 집안 사람 중에 6.25 때 행방불명된 사람으로 이름을 썼다.

자수한 지 1년 만에 자살

이름을 바꾼 후 대전에 보금자리를 만들었지만 김상윤은 주민등록증이 없었다. 1962년 5월 10일 제정된 주민등록법에 따르면 1968년부터 만 17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은 의무적으로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야 했다.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통장을 만들 수 없었고, 여관에서 잘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사회생활이 불가능했다. 거디가 김상윤은 아내와 자식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크는데 무한정 주민등록증 없이 살 순 없었다. 

김상윤은 경찰들에게 쫓기는 악몽을 숱하게 꾸었다. 더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 김상윤은 1969년 대전중구경찰서에서 자수했다. 그런데 예상 외로 형집행정지 중에 탈출해 형무소로 돌아가지 않은 것은 처벌받지 않았다. 1968년 주민등록증 제도가 실시되자 정부는 범법자들에게 기간을 정해 자수를 받았고 그 경우 과거의 죄를 묻지 않았다. 김상윤도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이며, 다만 남의 이름을 도용한 죄로 구류 7일의 처분을 받았다.

자수하면 자유로운 삶을 살리라 기대했던 김상윤의 희망이 산산조각 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시로 대전중구경찰서 보안과가 그의 집을 들락거리며 감시와 신원조회를 했다. '괜히 자수했다'라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돌이킬 수는 없었다. 

결국 1970년 김상윤은 아내와 여동생에게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떴다.

"여보 미안해."
"상훈아. 이 세상에서 더이상 살고 싶지 않구나. 하늘나라에 가서 너를 도와줄게."

당시 김상윤의 나이는 서른일곱이었다.

가족 죽은 지 보름 만에 화병으로 죽은 할머니

"할머니, 마실 가요."

손녀 김상훈(당시 5세)이 조르자 할머니 이법곡은 "그래. 아가" 하며 손녀의 손을 이끌었다. 이웃집에 마실을 갔다가 냇가를 건너 당산나무를 지나쳐 집 가까이 왔을 때였다. 순경 여러 명이 총을 들고 뛰어다니며 고함을 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경찰들은 집집마다 불을 질렀다. 전남 해남군 계곡면 방춘리의 가구 100호가 타는 데에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1950년 11월 9일의 일이었다.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이 뛰쳐나오자 경찰들은 어린 김상훈의 가족을 굴비 엮듯이 묶어 신작로 방향으로 끌고 나갔다. 김상훈의 아버지 김창수, 어머니 김병순, 큰오빠 김상화, 큰언니 김상님, 작은언니 김상욱이었다. 공포에 질린 김상훈이 "엄마"라고 불렀지만 목소리가 너무 작았다.

줄줄이 묶인 김상훈의 가족이 냇가를 건너는데 지휘자인 듯한 경찰이 총 개머리판으로 아버지 김창수의 어깨를 내리쳤다. "어이쿠" 하며 김창수가 주저앉자 다른 가족들도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그러자 다른 경찰들이 몰려들어 발로 차고 밟고, 몽둥이로 사정없이 내리쳤다. 비명과 절규가 터져나왔다.

그렇게 뭇매를 맞은 가족들은 잠시 후 GMC 트럭에 실렸다. 경주김씨 집성촌이었던 해남군 계곡면 방춘리에서는 이날 김창수 집안 5명을 포함 20여 명이 계곡지서로 연행됐다. 얼마 후 이들은 무이리 골짜기에서 경찰에 의해 학살되었다.(진실화해위원회, 『2008년도 상반기 조사보고서』)

아들과 며느리, 손주 등 5명이 끌려가 죽자 김상훈의 할머니는 미치광이가 되었다. 손뼉을 치고 중얼거리며 마을을 쏘다녔고, 땅바닥과 마루에 주저앉아 통곡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가족들이 끌려간 지 보름 만에 화병으로 사망했다.

'해남의 모스크바' 방춘리
 
 김상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  김상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 박만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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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가족을 포함한 방축리 주민 20여 명은 왜 학살 당했을까? 한국전쟁 이전 해남군 계곡면 방축리는 '해남의 모스크바'로 불리웠다. 그 이유는 김창수와 김정수의 활동과 영향력 때문이었다.

김상훈의 아버지 김창수와 김정수는 사촌지간으로 둘 다 해남군 계곡면 출신으로 일제강점기에 일본 와세다대를 나왔다. 이들은 해방 직후 해남인민위원회 수립을 주도해 해남군에서 촉망받는 지도자로 여겨졌다. 소위 '해남군의 3대 천재'가 있었는데 다름 아닌 김창수·김정수와 함께 민영남이었다. 해남군 마산면 출신의 민영남은 일본 경도제대(교토제국대학)를 나와 귀국 후 마산면장을 지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마산면장을 하면서도 면민들에게 인심을 잃지 않아 1954년에 치러진 제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해남에서 당선되었다. 1960년 4.19 직후에는 민주당 소속 전남도지사(1960.12.31.~1961.5.23.)에 당선되었다.

또 김정수는 해방 직후 해남군 인민위원장과 초대군수를 역임하고 월북 후 초대 평양시장을 지냈다. 하지만 김창수는 1950년 부역혐의로 학살되었다. 그는 북한군이 점령한 '인공(인민공화국)' 시절에 감투를 쓰지 않았다. 다만 해방 후와 한국전쟁기에 김정수와 좌익세력들에게 경제적 후원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해남의 모스크바'로 불린 계곡면 방춘리에서 인공 때 부역 활동을 한 이들 중 일부가 입산하면서 1950년 11월 8일 우익인사 집 3채에 불을 질렀다. 다음날 경찰은 보복 차원에서 마을의 전 가옥을 방화하고 주민 20여 명을 연행해 학살했다. 부역혐의자들이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재판을 통해 처벌하면 될 것을 불법적으로 죽인 것이다. 김창수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딸 둘은 당시 이화고보와 이화여중에 재학 중이었다. 과연 10대 소녀들이 죽을 만큼의 전쟁 범죄를 저질렀을까?

김천소년형무소에서 폐결핵을 얻은 소년

부모와 형, 누나, 여동생이 계곡지서에 끌려가던 날, 아들 김상윤은 목포의 외가집에 있었다. 당시 배제중학교 학생으로 당시 17세(1934년생)였던 상윤은 학살은 면했지만 순탄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 했다. 경찰들이 계곡면을 수복한 후 몇 차례에 걸쳐 부역혐의자들을 싹쓸이하는 과정에서 중학생 김상윤은 부역 혐의로 김천소년형무소에 수감됐다.

김상윤은 감옥에서 폐결핵을 얻었다. 병 때문에 형집행정지를 받은 상윤이 잠시 계곡면 왔지만 가족이라고는 12살 어린 여동생 김상훈이 전부였다. 고모와 이모는 전남 영암군 군서면에 살고 있었다. 여동생 상훈은 오랜만에 만난 오빠가 너무 반가워 상윤을 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동생에게 결핵을 옮길까 두려웠던 상윤은 몸을 이리저리 피했다.

김상윤은 기침을 하면 금세라도 죽을 듯 괴로워하며 수십 분 동안 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급기야는 목에서 피가 나왔다. 집에서 몸조리를 하며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한 김상윤은 재수감되었고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시간이 흘러 감옥에서 성인이 된 김상윤은 목포형무소로 이감되었다. 세 번째 형집행정지를 받아 목포형무소에서 잠시 나왔을 때 김상윤은 말 그대로 뼈만 남은 해골이었다.

그런 상윤을 보고 집안 어른들은 "이러다가 집안 대(代)가 끊기겄어. 상윤이를 결혼시키자"라고 의견을 모았다. 김상윤은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무슨 결혼이에요!"라고 반발했지만 어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게 결혼을 한 김상윤은 다시 재수감되었고 훗날 상윤의 딸이 태어났다. 네 번째 형집행정지로 상윤이 집에 왔을 때였다. "다시 감옥에 들어갈 수는 없재"라고 의견을 모은 집안 어른들은 그가 죽은 걸로 위장했다. 이 일은 상윤의 여동생 상훈도 몰랐다. 그러니 상훈은 작은오빠가 죽은 것으로 생각했고, 1968년 김상윤이 집으로 찾아왔을 때 기절초풍한 것이다.

만석지기의 손녀가 겪은 현대사
 
 증언자 김상훈
▲  증언자 김상훈
ⓒ 박만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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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은 6.25가 나기 전까지 손에서 떡과 육포가 떨어지는 날이 없었다. 할아버지가 만석지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자금을 후원하고 해방 후에도 인민위원회 등에 재정 지원을 하면서 재산이 급속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라는 말처럼, 김상훈은 서울 내수동에 살 때 덕수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녔다. 매일 등하교 시에는 집 일을 봐주던 언니가 동행했다. 그렇게 곱게 자란 소녀 김상훈은 6.25를 맞아 집안 식구 6명을 잃었고 1970년에는 작은오빠도 떠나보냈다.

그녀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인 2000년도에 시동생에게 땅 153평을 샀다. 그녀의 할아버지, 할머니, 작은오빠의 무덤을 이장하기 위해서였다. 뼈도 못 찾은 아버지를 포함한 5명의 가묘(假墓)도 만들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되었다. 국가는 김상훈이 만든 가묘에 6.25 때 죽은 가족 5명의 유해를 찾아서 안장시켜 주어야 하지 않을까.

태그:#해남군, #부역혐의, #인민위원회, #김상윤, #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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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부터 드라마까지’ 국가보안법 7조가 ‘불법’으로 보는 것들

‘김정은 조롱’도 찬양·고무?...‘막걸리 보안법’에서 ‘리트윗 보안법’으로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0-11-21 17:42:29
수정 2020-11-21 17: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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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ㅣ해방 직후 탄생한 국가보안법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적폐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국제사회에서도 국가보안법, 그중에서도 특히 7조를 폐지할 것을 촉구해왔다. 최근 국회의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여당에서 국가보안법 7조 폐지 법안이 발의되고 시민사회도 이에 동력이 되고 있다. 인권존중과 나라다운 나라 건설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이 숙원을 풀 수 있을지 짚어본다.

① 문재인 대통령의 숙원 ‘국가보안법 폐지’, 촛불정부서 이뤄질까
② ‘트위터부터 드라마까지’ 국가보안법 7조가 ‘불법’으로 보는 것들

국가보안법 제7조를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가보안법 개정안이 18일 국회 법제 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4년 17대 국회서 국보법 개정안 통과에 실패한 이후 16년 만이다. '국보법 7조'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시절 공약이기도 하다.

국보법 7조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측에 대한 농담이나 조롱도 처벌했던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이 가능하게 만든 근거 조항이 바로 찬양·고무죄를 규정하고 있는 국보법 7조다. 찬양·고무·선전이라는 애매한 표현 덕분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어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해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국보법 철폐를 권고하고 있는 유엔 인권이사회도 특히 국보법 7조만은 시급히 개정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7번이나 합헌 결정을 받은 국보법 7조는 올해에도 위헌심판이 제청돼 8번째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받고 있기도 하다.

 
국회(자료사진)
국회(자료사진)ⓒ뉴시스

'김정은 조롱'도 찬양·고무라는 국보법 7조
'막걸리 보안법'에서 '리트윗 보안법'으로

국보법 7조는 SNS 활동에도 적용되면서 '막걸리 보안법'의 면모를 보였다.

한 인디밴드의 프로듀서인 박정근 씨는 지난 2012년 1월 국보법상 찬양·고무죄로 구속됐다. 박 씨가 북측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에 실린 글 96건을 리트윗했다는 것이 혐의였다.

그러나 박 씨의 트위터 내용 전체를 보면 '우리민족끼리'의 리트윗은 고무·찬양보다는 비판과 조롱하는 의도에 더 가까웠다. 실제로 그가 올린 트윗 중에는 "김정은 청년대장 동지는 사실 스위스에서 초콜릿 제조를 1년 배웠다", "삼대잉여세습" 등 북측 정권을 조롱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

그럼에도 1심은 박 씨를 유죄로 보고 징역 10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씨의 리트윗을 처음 보는 사람은 이를 희화화한 것이라고 곧바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박정근 씨 사건을 보도한 CNN
박정근 씨 사건을 보도한 CNNⓒCNN 홈페이지 캡쳐

1심 판결은 해외에서도 국보법의 부당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한 사건이었다. 당시 유엔 인권위원회, 국제 앰네스티 등에서는 박 씨의 사건을 관심있게 지켜보며 국보법, 특히 7조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2심은 "140자 이하의 단문인 트윗의 개별 내용이 반국가단체 주장과 일치한다는 이유만으로 찬양·고무·선전 또는 동조할 목적이라고 쉽게 추론해선 안 된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후 대법원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무죄가 확정됐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온 2014년까지 2년여 동안 박 씨는 지루한 법정 싸움을 벌여야 했다.

박 씨가 구속된 비슷한 시기 온라인의 '리트윗' 행위에 국보법 7조를 적용해 압수수색 등을 받은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2012년 4월 사회당에서 활동하던 권용석 씨가 그의 트위터 글과 리트윗 글이 국보법 7조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권 씨는 "김정일은 영양소가 풍부합니다"라는 농담을 적은 글까지 해명해야 했다.

2012년 10월 당시 진보신당에서 활동하던 김정도 씨도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의 글을 리트윗하고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동영상을 올렸다는 혐의로 압수수색 등 조사를 받았다.

'막걸리 보안법'이 시간이 흘러 '리트윗 보안법'이 된 셈이다.

이들 사건들은 박 씨의 무죄 이후 줄줄이 '무혐의' 등으로 종결됐다. 권 씨는 수사를 받은 지 6년여 지난 2018년 12월에서야 검찰로부터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으며, 김 씨는 압수수색으로부터 4년여가 지난 2016년 5월에 '내사종결' 처분을 받았다.

전교조 교사 공안탄압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015년 1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개최한 전교조 교사 공안탄압 1심 재판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교조 교사 공안탄압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015년 1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개최한 전교조 교사 공안탄압 1심 재판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된다" 정부 분위기 따라 달라지는 국보법 7조

정부의 분위기에 따라 국보법 7조의 적용도 달라졌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참여정부에서 금강산 관광이 진행되는 등 남북민간교류가 활발해졌던 당시에는 규제를 받지 않던 것들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는 국보법 7조 위반이 되는 사례도 있었다.

박미자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전교조가 한국교총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남북교육자 교류 행사 당시 평양 시내 서점에서 아동만화로 그려진 '봉이 김선달' 등 서적 몇권을 구입했다. 해당 서적을 남측으로 가지고 올때도 당국으로부터 받은 검열 절차를 받아 정상적으로 통과됐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뒤인 2013년 2월 박 전 부위원장 등 전교조 소속 교사 4명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과거에 평양에서 구매해 가져온 서적에 대한 국보법 7조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도 받았다.

1심에서 재판부는 이적단체 구성과 이적행위 동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만은 인정해 1년 6개월, 자격정지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도 일부 무죄로 봤지만 일부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지난 1월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적표현물'로 인정한 서적 중에는 아동만화 뿐 아니라 '조선의 력사' 등 국내 도서관의 '북한자료센터'에서 열람이 가능하거나 한 때 국내에서도 구입이 가능했던 서적도 포함돼 있다. '이적표현물'을 규제하는 국보법 7조의 '고무줄 기준'이 지적되는 부분이다.

정부의 성향에 따라 국보법 7조의 적용이 달라진 것이다.

이른바 '종북콘서트'라는 오명을 쓴 신은미 작가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의 토크콘서트 사례도 비슷한 경우다.

당시 토크콘서트에서는 재미동포로 비교적 북측의 왕래가 자유로운 신은미 작가가 북측을 방문한 소감을 전하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진행됐다.

참여정부 시절 금강산은 물론 평양까지 왕래가 가능했던 시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내용이다.

그러나 '조선일보' 등 보수 매체로 인해 '대동강 맥주가 맛있더라'는 신 작가의 소감은 '북측은 지상낙원'이라는 표현으로 둔갑해 '종북콘서트'라는 프레임이 씌워졌고, 이에 수사기관은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결국 신 작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2015년 1월경 강제 출국과 5년간 입국 금지를 당해 한국을 떠나야 했다.

함께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황 대표도 경찰의 수사를 받았으나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표현하는 등의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경찰은 황 대표에게 50여개의 국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황 대표는 1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6월을 선고받았으나, 올해 2월 2심에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자료사진)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자료사진)ⓒ제공:뉴시스

국보법 7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

'막걸리 보안법'에서 '리트윗 보안법'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국보법 7조는 남북정상이 여러차례 만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적지 않은 사건이 접수되는 등 현재진행형인 상태다.

법무부에서 입수한 지난 10년간 찬양·고무죄 접수 건수를 보면 앞서 사례를 든 박정근 씨 등이 수사를 받은 지난 2011년 121건으로 세자리를 기록한 이후 2012년 108건, 2013년 112건이 접수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2014년 82건, 2015년 87건으로 다소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박근혜 정권 말기인 2016년과 대선이 있던 2017년에는 각각 31건 씩으로 줄어들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2018년, 2019년에 각각 67건, 62건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김정은은 계몽군주"라고 표현한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고발당하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북측을 긍정적으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하는 등 국보법 7조 적용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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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남본, 내년 8.15이후 ‘남북해외 연석회의’ 제안

범민련 30돌 기념대회, “희생.헌신의 역사, 투쟁의 역사”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0.11.22 00:38
  •  
  •  수정 2020.11.22 04:50
  •  
  •  댓글 1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범민련 남측본부는 21일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 봄에서 ‘범민련결성 30돌 기념대회’를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조국통일 3대원칙, 6.15공동선언, 판문점선언이 가리키는 대로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면 민족번영의 시대, 자주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습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는 21일 오후 5시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 봄에서 ‘범민련결성 30돌 기념대회’를 갖고 사업제안을 내놓았다.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기념사에서 “분단이후 최초로 결성된 남북해외 3자연대 조직 범민련이 결성 30돌을 맞이한다”며 “지난 30년간 범민련이 걸어온 노정은 원칙과 조직을 사수하기 위한 희생과 헌신의 역사이며 민족자주와 대단합, 조국통일의 길을 헤쳐온 간고한 투쟁의 역사”라고 요약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이 대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대표는 범민련 30돌 기념 <통일뉴스> 인터뷰에서 “범민련 남측본부 결성 준비위원회 과정에서부터 탄압을 받았다”며 “급기야 1997년 5월 16일, 대법에서 범민련 남측본부를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결정적인 탄압을 가했다. 대법 판결 이후 범민련의 모든 활동이 불법으로 이적행위로 매도되어 국가보안법으로 지금까지도 탄압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이규재 의장은 “정세는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과 기상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라며 “오늘 우리는 평화와 통일에 대한 절절한 염원을 안고 민족자주 민족단합 실현을 위한 실천적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적극적인 호응을 주문했다.

원진욱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은 ‘정세보고 및 사업제안’을 통해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투쟁, ‘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를 외쳐야 할 때”라며 세 가지 사업을 제안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원진욱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이 ‘정세보고 및 사업제안’을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먼저, “반미투쟁 세력들의 총단결로 이제는 반미투쟁을 전국화, 대중화, 상설화 해 나가야 한다”며 “반미투쟁의 상시화는 전국적, 상설적 반미투쟁체를 건설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로 “전국적 반미투쟁을 모아내는 4차 조국통일촉진대회를 내년 8월 14일과 15일 개최할 것”이라고 밝히고, “앞으로 있을 2021년 제 4차 조국통일 촉진대회는 다시 한 번 전국의 반미투쟁을 모아내며 노동자, 농민, 빈민이 중심이 되는 대중적 행사로 다양한 통일대축전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제안했다.

세 번째로 “가칭 민족의 자주와 민족단합 실현을 위한 남북해외 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를 오늘 이 자리에서 제안하고자 한다”며 “연석회의는 내년 8.15이후 적절한 시기에 개최하며 민족의 단합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도를 모색하고 8천만겨레의 민족의 총의를 모아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석회의 주제로는 △평화를 수호하고 미국의 전쟁위협을 근원적으로 막아내기 위한 대책 △미국의 내정간섭을 거부하고 우리 민족끼리 자주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대책 △각계각층의 단합을 더욱 강화 확대하기 위한 대책 △우리 민족의 통일과 공동번영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대책들을 토론하게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원진욱 처장은 “6.15민족공동위원회가 앞장서서 각 소속과 정견 차이를 뛰어넘은 남북해외 모든 애국적인 단체와 인사들이 범민련의 제의에 적극 호응하고 나서줄 것을 호소한다”며 “범민련 남측본부는 남북해외 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 성사를 위해서 범민련부터 연석회의 대표자를 선출하기 위한 운동, 민족의제토론 운동을 대중적으로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들이  ‘범민련 기념사’를 낭독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회를 맡은 모성용 부의장(오른쪽)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이 [범민련 진국가]를 부르며 투지를 다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회를 맡은 모성용 부의장(오른쪽)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이 [범민련 진국가]를 부르며 투지를 다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범민련 남측본부 김준기, 노수희, 김동순 부의장은 범민련 공동사무국의 ‘범민련 기념사’ 공동낭독을 통해 “범민련은 이 땅에서 전쟁을 막고 나라의 평화와 겨레의 안녕을 수호하기 위하여 누구보다 희생적으로 투쟁하였다”며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 6.15시대를 전진시켜나가기 위한 투쟁은 곧 이를 가로막으려는 내외호전세력의 악랄한 동족대결과 전쟁책동을 저지시키기 위한 치열한 투쟁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공동사무국은 “결성 30돌을 맞이하는 범민련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와 의지를 안고 온 겨레와 함께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힘차게 열어나갈 드높은 결의와 신심에 넘쳐있다”며 “민중과 더불어 통일의 그날을 반드시 앞당겨 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기념대회에는 위원장 선거가 진행 중인 민주노총의 각 후보들을 비롯해 각계의 연대사와 영상축사, 축하공연 등이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 준비해 온 연대사를 낭독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흥식 전농 의장이 연대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이 연대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이 연대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연대사에 나서 “수많은 고난을 마다하지 않고 헌신해 온 이규재 의장을 비롯한 남측본부 동지들께도 축하와 연대의 인사를 드린다”며 “언제나 통일운동의 가장 앞에서, 가장 거친 길목을 마다치 않고 행동해 왔다. 탄압과 투옥에도 굴하지 않고 행동해 왔다. 통일을 가로막는 것들과 맞서 자주통일투쟁의 한 길을 걸어왔다”고 인사했다.

특히 “정부는 더 이상 외세의 눈치를 보지 말아야 한다. 말로만 공동선언 실현을 언급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지켜야 한다”면서 “6.15공동선언, 10.4선언, 4.27판문점선언, 9.19평양공동선언이 한결같이 밝힌대로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민중공동행동을 대표해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은 “올해 반미투쟁과 통일투쟁을 진행하면서 민중공동행동은 온라인을 통해서 많은 연대단체와 함게 투쟁했지만 한계를 느꼈다”면서도 “민중공동행동과 6.15남측위원회와 진보연대, 그리고 범민련이 걸어왔던 그 길에 서로가 하나된 목소리로 내년에 모든 시민사회, 국민들과 함께 장을 열어나간다면 새시대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대표해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남북해외 3자연대의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은 한반도 통일운동의 구심체로서 또한 전위대로서, 선구자로서의 역할을 30년동안 해왔다”고 상찬하고 “투쟁의 역사는 조국통일 3대원칙인 평화통일, 자주, 민족대단결의 원칙을 통일운동의 깃발로 세우자는 거대한 조국통일 운동의 노선투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규재 의장이 범민련 후원회 관계자들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기념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무대에 올라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석운·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와 민주노총 김재하 비상대책위원장과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등 각계 대표들이 영상으로 연대사를 전했으며, 한국노총 허권 통일위원장과 민주노총 엄미경 통일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연대발언을 하기도 했다.

기념대회에서 이규재 의장은 ‘범민련 후원회’에 감사패를 전달했으며, 축하공연은 ‘아코드 앙상블’이 피아노 콰르텟으로 <조선은 하나다> 등을 연주하고, 노래패 희망새가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 등을 노래했다.

모성용 부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념대회에는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등 통일원로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자리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제한된 인원만 참석했다.

아코드 앙상블’이 피아노 콰르텟으로 [조선은 하나다] 등을 연주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아코드 앙상블’이 피아노 콰르텟으로 [조선은 하나다] 등을 연주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노래패 '우리나라'가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 등을 불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노래패 '희망새'가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 등을 불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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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인류, 이제 얼굴마저 잃게 되는 것일까

 

등록 :2020-11-21 09:39수정 :2020-11-21 10:50

 

 

[토요판] 기획2
‘COVID19-마스크’ 사진전

빈 교실서 아이들 기다리는 선생님
요양원 밖에서 어머니 바라보던 딸
사진가들이 담은 ‘코로나19 일상’
10월4일 경기 파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되던 시기 아내와 남편. 흰 마스크로 불안과 불편을, 검은 어둠으로 사회적 거리를 표현했다. 백홍기
10월4일 경기 파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되던 시기 아내와 남편. 흰 마스크로 불안과 불편을, 검은 어둠으로 사회적 거리를 표현했다. 백홍기
▶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일상을 마스크 없이 살 수 없게 만들었다. 모두가 처음 겪는 그 일상을 사진가 40여명이 기록했다. 도시와 농촌, 집과 학교, 병원과 장례 행렬 등 삶의 모든 공간을 하얗게 가린 마스크. 참여 사진가들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이 장면들이 2020년의 일상으로 끝나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이 작업을 세상에 남겼”다.“오늘부터 코로나 때문에 가족들 출입을 금지합니다.”요양원 유리창 너머로 겨우 손을 흔들어주시던 엄마, 눈물이 흐르고 애가 탔다. … 산책을 나온 아이를 만났다. 마스크를 쓰고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의 모습이 귀여웠다가 이내 슬퍼졌다. 미안했다.
 
… 오랜만에 학교에 아이들이 왔다. 몰라볼 뻔했다. … 새 학년이 되고 몇달 만에 등교했다. 간격을 두고 앉아야 했고 항상 체온 체크를 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학교.
8월1일 경기 일산 후곡성당. 성당에 미사 드리러 나오는 분들이 평소의 4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미사 전에 눈을 감고 기도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강연실
8월1일 경기 일산 후곡성당. 성당에 미사 드리러 나오는 분들이 평소의 4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미사 전에 눈을 감고 기도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강연실
… 마스크의 불편함은 코로나가 우리에게 내린 가장 가벼운 형벌일지도 모른다. … 마스크는 투구였고 방호복은 갑옷이었다. 그들은 현대전의 최전선에 선 전사 같았다. … 코로나바이러스의 최전선으로 향한다. 경계심과 공포를 마주한다. … 영화 속에서나 봄 직한 장면이었다. 인류는 이제 얼굴마저 잃어버리는 것일까? …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전 지구를 위협했고 모두가 마스크 뒤로 숨을 가렸다. … 모두 하얀 얼굴이다. 그래도 서로 알아본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9월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 ‘사람사랑 생명사랑 밤길 걷기’. 이중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들처럼 비장해 보인다. 김혜리
9월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 ‘사람사랑 생명사랑 밤길 걷기’. 이중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들처럼 비장해 보인다. 김혜리
… 업커밍 패션(Upcoming fashion). 마스크가 아니면 문밖조차 나갈 수 없는 세상. … 생명 필터를 쓰다. 오늘 가린 나의 숨이 너의 생명이 되기를. … 답답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니. … 사람들 간의 경계에서 여전히 온정은 스며 나온다.… 코로나19로 병문안도 못 한 채 친구는 하늘나라로 이사를 갔다. … 며칠 전 지인의 갑작스러운 부음을 받았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이었다. 홀로 격리된 병실에서 사투를 벌이며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가족들도 임종을 지켜볼 수 없었다.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 제주 4·3항쟁의 현장인 동백 아래에서 세월호 우산을 들고 탈핵 배낭을 메고 노란 리본 마스크를 쓴 사람은 타인에게 비친 자신. 
2020년 11월13일 경기 양평. 코로나19 한가운데서 가을 추수를 끝낸 노부부의 삼륜차 나들이. 마스크가 불편하고 날이 추워졌지만 어떤 자가용도 부럽지 않으시겠지. 강재훈
2020년 11월13일 경기 양평. 코로나19 한가운데서 가을 추수를 끝낸 노부부의 삼륜차 나들이. 마스크가 불편하고 날이 추워졌지만 어떤 자가용도 부럽지 않으시겠지. 강재훈
10월13일 경기 일산 5일장. 시장에서 팔 물건을 손질하는 틈틈이 할머니들은 마스크를 들어 올리며 숨을 골랐다. 김광주
10월13일 경기 일산 5일장. 시장에서 팔 물건을 손질하는 틈틈이 할머니들은 마스크를 들어 올리며 숨을 골랐다. 김광주
… 그냥 메르스 같거니,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나 더 경악스러운 건 아직 언제 끝날지 모를 공포감이다. … 지구가 보내오는 경고를 무시한 대가가 이렇게 클 줄이야. … 불청객! 잘 피하면 되겠지 했던 코로나19. 긴급재난 문자는 멈추지 않는다. 불길함! … 지나온 일상이 가장 큰 축복이었음을 깨닫게 해준 2020년. … 일상생활 깊이 침투하여 우리들의 모든 행동을 제지하고 있는 코로나 사태, 무섭다. 더 힘을 내 견뎌보자. 
10월3일 서울대. 서울대에서 박사과정 중인 방글라데시인 까루자만 가족. 항상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즘 평생 히잡을 써야 하는 이슬람 여성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박태성
10월3일 서울대. 서울대에서 박사과정 중인 방글라데시인 까루자만 가족. 항상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즘 평생 히잡을 써야 하는 이슬람 여성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박태성
7월4일 경북 영주 소수서원. 한국 서원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소수서원에서 올린 ‘제향’. 하늘색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선비들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심양진
7월4일 경북 영주 소수서원. 한국 서원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소수서원에서 올린 ‘제향’. 하늘색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선비들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심양진
‘포토청’(강재훈사진학교 출신 사진가 모임)의 2020년 사진전 ‘코비드19-마스크’ 참가자들의 작업 후기들이다. 글과 사진을 잇는 주제는 마스크다. 텅 빈 학교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선생님, 요양원 유리창 너머 어머니를 향해 손을 흔들던 딸, 자원봉사에 나선 활동가, 휴교 중인 고등학생, 선별진료소로 취재를 나선 사진기자 등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연령대의 사진가들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겪어내는 시민들과 방역에 애쓰는 이들의 일상을 기록했다. 그 사진들이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경인미술관에서 전시된다.강재훈 사진가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970884.html?_fr=mt1#csidxc5cd94198125cffa9cb113a6df8a4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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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엔 아시아가 세계 질서 바꾼다? 외신의 전망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1/21 10:48
  • 수정일
    2020/11/21 10: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임상훈의 글로벌 리포트] 알셉협정에 전 세계 이목 집중된 이유

 
 
 20.11.20 18:15최종 업데이트 20.11.20 18:27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 서명식에 참석,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정문에 서명하자 박수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1월 15일 아시아 태평양 15개 국가 정상들이 화상회의를 통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이하 알셉협정)을 체결했다. 2012년 캄보디아에서 열린 동남아 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처음 논의된 이후 만 8년만의 결실이다. 이번 협정의 배경과 의미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특히 당사국들은 향후 이 협정이 자국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손익 계산에 분주하다.

이번 협정으로 전통적 경제이념을 둘러싼 논쟁 역시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역내 패권을 둘러싼 미중간의 대립구도에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알셉협정은 이처럼 앞으로 국가 간 손익계산 범위를 넘어 다원적 국제 문제에 적지 않은 이슈와 논쟁의 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알셉을 포함한 모든 자유무역협정의 궁극적 목표는 국가 간 무역장벽을 없애 수출입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기업의 소득을 극대화하고 소비자들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것이다. 물론 기업의 소득과 소비자의 권익이 역내 모든 국가들에서 함께 이뤄져야 한다. 강제조약이 아닌 이상 윈윈게임이 보장돼야 협정이 가능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역내 국가들의 생산, 노동과 관련된 다양한 제도적 차이들을 줄이기 위한 점검과 수정 보완하는 긴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는 과정에서 국내법과의 충돌이 나올 수 있고 업종 간 갈등, 노동자층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이처럼 국가 간 자유로운 무역을 보장하기 위한 절차는 길고 어렵다. 그런데 양자 합의도 아니고 무려 15개국 간의 협의가 8년 만에 협상 타결에 이른 것은 상당히 빠르게 이룬 성과다. 물론 속도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점 또한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알셉협정에 전 세계 이목 집중된 이유

무엇보다 과연 자유무역이 기업의 소득과 소비자의 권익에 유익한가의 질문이 중요하다. 국가 경제를 위한 자유무역의 장점 여부를 둘러싼 본격적 논쟁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세기 영국에서다. 당시까지는 수출을 극대화하고 수입을 억제하는 것이 한 국가의 부강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방식의 수입 억제를 전제로 하는 정책은 지금도 상당히 보편적인 상식으로 퍼져 있다.

문제는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인다는 것이 보편적 전략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내다 파는 양보다 사들이는 양이 적다면, 반대로 파는 양보다 사들이는 양이 많은 다른 누군가가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이익을 얻으면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러한 상식 속에서는 협력보다 경쟁 또는 착취가 따른다.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 직후 곡물 가격이 폭락하자 영국에서는 곡물법을 제정, 일정 수준까지 곡물의 수입을 금지시킨다. 물론 땅을 소유한 대지주들에게 유리한 법이다. 반면 물건의 수출입으로 부를 누리는 신흥 자본계급 입장에서 곡물법은 악법이 된다. 이들의 반발은 당연했고, 이미 사회의 중심 계급으로 성장한 자본가들의 요구가 결국 받아들여지면서 곡물법은 폐지된다.

경제학사에서는 흔히 이 사건을 자유무역이 보호무역에 승리한 첫 사례로 꼽는다. 이 때 자유무역을 신봉하는 사람들의 논리로 등장한 것이 영국의 경제학자 리카도(Ricardo)의 비교우위론이다. 모든 나라가 모든 제품에 대해 똑같은 생산조건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 나라에서 생산비가 적게 드는 물건을 만들어 팔면 각 국의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가 설득력을 얻으면서 국가 간 무역장벽 제거 협정을 맺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내려온다. 그리고 양자 간 협정을 넘어 일정한 지역의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성사시킨다면 시장 규모는 훨씬 커지기 때문에 20세기 초 이후 지구촌 여러 지역은 국가 범위를 넘어서는 거대한 경제단위 (블록) 체계를 구상하기에 이른다.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8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1.18 ⓒ 연합뉴스

 
굳이 차이를 둔다면 자유무역협정(FTA)은 지역한계를 두지 않지만 블록경제는 규모가 커지는 대신 지리적 유사성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수출입 대상이 실물 거래이기 때문에 운송의 지리적 조건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역시 경제 블록을 우선적 목표로 하는 유럽경제공동체(EEC)에서 출발한 것은 잘 알려진 일. 그 밖에 남미공동시장(MERCOSUR),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이 대표적 경제 블록의 예들이다.

물론 이들 간의 단일성과 응집성은 동일하지 않다. 유럽연합(더 정확히는 유로존)이 공동시장까지 성공한 가장 앞서나가는 경우라면, 남미공동시장은 내부의 자유무역 보장뿐 아니라 대외적 관세율까지 공동 대응하는 단계다. 그런가 하면 북미자유무역협정은 아직 말 그대로 자유무역협정 단계, 즉 각종 무역장벽을 상호 해제해주는 단계에 와 있다.

이러한 경제 블록은 이중성을 갖는다. 역내 국가들 간에는 무역장벽을 없애고 자유로운 거래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만, 블록의 경계선 밖의 국가에 대해서는 차별대우를 함으로써 더 거시적 차원에서는 다시 폐쇄적 경제관계를 유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 블록경제의 이중성 가운데 역내 원활한 자유무역에 더 무게중심을 두느냐 그렇지 않으면 대외적 폐쇄성에 상대적 무게 중심이 더 실리느냐, 혹은 적어도 일정한 폐쇄성의 의도적 목적이 내포돼 있느냐의 문제가 오늘날 대부분 블록경제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역내의 자유로운 상거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외부에서 관여할 이유가 없지만 외부를 배제, 차별하는 목적이 두드러진다면 외부의 입장에서는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 체결된 알셉협정에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10개 아세안(ASEAN) 회원국 (미얀마,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필리핀)에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5개 나라가 합세해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인 만큼 그 규모와 영향력에 관심이 모아진다. 마지막까지 협상을 벌이다 합류를 거부한 인도까지 합하면 모두 16개국에 해당하는 대규모 자유무역 블록이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대부분의 역외 외신들이 눈여겨 본 대목은 알셉협정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놓고 미국과 패권을 다투던 중국이 포함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점이다. 잘 알려져 있듯 오바마 정부 당시의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결성에 정성을 들였다.

반면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즉 알셉협정으로 맞불을 놨고, 당시에는 티피피(TPP) 가입이냐 알셉 가입이냐 선택을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으로 극단화하는 언론들도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미국은 돌연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고 티피피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이 빠진 티피피는 조타수가 빠진 선박이나 다름없었고, 유야무야될 수밖에 없었다.

흔히 티피피와 알셉을 대립관계로 보고 있지만 결정적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티피피에서 미국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미국이 참여하면 가능하고 불참하면 불가능한 협정이었다. 반면 알셉에서 중국의 정치적 지분은 티피비에서의 미국의 그것과 다르다.

알셉을 처음 주창한 곳은 아세안(ASEAN) 즉 동남아 국가연합이었고 일부 국내 언론이 선정적 보도를 하듯 중국이 일방적 주도하는 협력체가 아니다. 아세안(ASEAN)의 이니셔티브에 한중일이 합류하고 오세아니아의 두 국가가 합류해 완성시킨 것이 알셉협정이다. 심지어 알셉 협의 과정에서 중국이 발을 빼는 듯한 모양새를 보인 경우도 있었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 일본이 주도를 하기도, 때로는 한국이 주도를 하기도 했다.

물론 알셉 내부의 경제규모 면에서 중국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중국이 참여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무게감에서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아세안(ASEAN) 국가 간의 응집력은 현재 유럽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지역에서 가장 견고하다.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고, 문화적, 경제적 유대감이 탁월하다. 유럽연합에 이어 두 번째로 경제 공동체 구성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잠재적 성장 가능성도 높은 곳이다.

한국의 알셉협정 가입도 어떤 의미에서 중국보다 동남아 국가들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지금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현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신남방정책도 중국 편중화를 극복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

알셉협정에 대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기대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태국의 쭈린 부총리 겸 상무장관은 알셉협정을 "아세안(동남아 국가연합)의 주도로 이뤄진 가장 진보적 자유무역협정"으로 표현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도 16일 알셉협정을 "아세안이 주도하고 일본, 한국 등을 포함한 15개국"으로 표현했다.

미-중 갈등 속 아세안 국가들의 미래

그럼에도 이들 아세안 국가들의 미래는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는 미중 갈등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입지를 유지 또는 넓히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 체제 하의 4년 간 미국은 여러 가지 의미로 아태지역의 주도권을 많이 놓쳤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잘못된 무역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을 쥐었으나, 최근 2년 사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이 취한 실리는 별로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 시대에 들어 설사 티피피를 재건한다고 해도 이 지역에서 가졌던 미국의 목소리를 그들은 되찾을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트럼프 재임 기간 미국이 놓친 것이 너무 많다. 독일의 일간지 <타게스차이퉁(Die Tageszeitung)>은 알셉협정이 세계질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독일 일간지 <타게스차이퉁>(Die Tageszeitung)은 알셉협정이 세계질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타게스차이퉁

 
그 이유로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일탈을 들었다. 그리고 코로나19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성공적 대응을 들었다. 알셉협정은 앞으로 광범위한 효과를 낳는 역동성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망하고 있다.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인지는 모르나 이 신문은 한중일 세 나라 역시 알셉협정을 통해 역사적 갈등을 극복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분명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아시아는 그 이전과 다를 것이다. 다만 넘어야할 산이 여전히 많다.

앞서 알셉협정이 8년 만에 타결됐다는 것은 상당히 빠른 진전이라는 평가를 해 두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는 전제도 함께. 알셉협정의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타 지역의 자유무역협정에 비해 느슨한 내용이 여전히 많다.

유럽과 북미지역의 수준까지 협상될 수 없는 영역들을 알셉협정에서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빼버린 경우들이 많다. 민감한 부분은 여전히 덮어 두었다는 뜻이다. 특히 노동과 환경 문제에 관련된 부분들이 그렇다. 이러한 현실은 자유무역의 이상에 걸맞지 않은 현실이 여전히 아시아 지역에는 많이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아시아는 당연히 그 이전과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속도가 아닌 디테일을 생각해볼 때다. 인권과 민주주의 없는 경제발전은 목줄 달린 강아지의 질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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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 부지사실 설치 무산 “유엔사가 경기도의 행정행위를 막는 것은 부당”

이재강 평화부지사, “개성공단 재개 선언 때까지 현장집무실 지킬 것” 응원도 잇따라...

  • 기자명 임진각=임재근 객원기자 
  •  
  •  입력 2020.11.20 20:25
  •  
  •  수정 2020.11.20 20: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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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임진각 평화부지사실 앞에서 진행된 ‘경기팝스앙상블 개성있는 콘서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임진각 평화부지사실 앞에서 진행된 ‘경기팝스앙상블 개성있는 콘서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촉구하기 위해 집무실을 개성공단과 가까운 곳으로 이전한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실에 지지방문과 응원이 잇따르고 있다.

당초 이재강 평화부지사는 부지사실을 도라산전망대에 설치하려고 하였으나 유엔사의 불허로 무산되어 현재는 임시로 임진각 바람의 언덕 위에 설치했다. 그러면서 도라산전망대 내 평화부지사실 설치를 불허한 유엔사에 ‘부당한 간섭’이라며 항의했다.

경기도 평화부지사실이 설치된 임진각 바람의 언덕에서는 특별한 콘서트도 진행되었다.

11월 20일, 오후 2시 평화부지사실 천막 앞에서는 ‘경기팝스앙상블 개성있는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경기도예술단 ‘경기팝스앙상블’은 철망 앞에서, 걱정 말아요 그대 등을 부르고, 아리랑과 애국가 등을 연주하기도 했다.

임진각에 설치된 경기도 평화부지사실 앞에서 ‘경기팝스앙상블 개성있는 콘서트’가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임진각에 설치된 경기도 평화부지사실 앞에서 ‘경기팝스앙상블 개성있는 콘서트’가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임진각에 설치된 경기도 평화부지사실 앞에서 ‘경기팝스앙상블 개성있는 콘서트’를 보는 사람들이 박소를 치며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임진각에 설치된 경기도 평화부지사실 앞에서 ‘경기팝스앙상블 개성있는 콘서트’를 보는 사람들이 박소를 치며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 자리에서 이재강 부지사는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고, 북측에서 조건없이 개성공단을 열자고 하는데 우리가 하지 않고 있다”며, “개성공단 재개 선언만이라도 정상이 해주면 남과 북이 화해하고 평화의 길이 열린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사단의 협조로 도라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려고 하였으나 들어가는 날(11월 9일) 바로 유엔사의 승인이 필요해서 허락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도라전망대 집무실 설치 무산의 배경을 밝혔다.

이재강 부지사는 이어 “경기도가 군사행위도 아니고 행정행위를 하기 위해서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을 막는 것은 부당하기 짝이 없다”며, “총도 칼도 아니고, 의자 옮기고 책상 옮기는 것을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이 슬프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유엔사 승인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하루 빨리 평화를 불러오는 개성공단 재개를 선언하는 그날까지 이곳을 지키고, 도라전망대로 계속해서 집무실을 이전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향 개성공단지원재단 이사장 등 한반도 평화경제회의 성원들도 오전에 국회에서 11월 정책토론회를 마친 후, 함께 임진각 경기도 평화부지사실을 찾아 응원을 했다.

김진향 이사장은 “이재강 부지사님이 이곳 임진각에서 추운 날씨에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는 현장 집무실을 운영한다고 해서 응원하기 위해서 달려왔다”고 전했다. 김진향 이사장은 개성공단 마스코트인 풍이진이 인형과 한반도 평화의 잔 세트를 이재강 평화부지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개성공단지원재단 김진향 이사장은 경기도 평화부지사실을 방문해 이재강 평화부지사에게 개성공단 마스코트인 풍이진이 인형과 한반도 평화의 잔 세트를 선물하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개성공단지원재단 김진향 이사장은 경기도 평화부지사실을 방문해 이재강 평화부지사에게 개성공단 마스코트인 풍이진이 인형과 한반도 평화의 잔 세트를 선물하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반도 평화경제회의 성원들은 오전에 국회에서 11월 정책토론회를 마친 후, 함께 임진각 경기도 평화부지사실을 찾아 이재강 부지사를 응원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반도 평화경제회의 성원들은 오전에 국회에서 11월 정책토론회를 마친 후, 함께 임진각 경기도 평화부지사실을 찾아 이재강 부지사를 응원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재강 평화부지사를 응원하기 위한 격려 방문은 지난 11일 최종환 파주시장을 시작으로, 이종걸 민화협 상임의장, 권영길 평화철도 이사장,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 등으로 이어졌다. 24일(화)에는 김원웅 광복회장 일행이 경기도 평화부지사실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이재강 평화부지사는 개성공단 입주 주방기기업체가 첫 출하한 ‘통일냄비’가 출하되었던 2004년 12월 15일을 상징으로 하여, 오는 12월 15일에는 임진각에서 통일대교를 넘어 도라산전망대까지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촉구하기 위해 3보 1배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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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자산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무주택자' 공공전세 11만 가구 공급

최근 전세난 해소 가능할까?...공공임대 확대 방향은 일단 '긍정적'

3개월 이상 비어 있는 공공임대 3만9000 가구가 우선 공급 대상이다. 수도권에만 1만6000가구의 공공임대 공실이 있으며, 상가와 호텔 등 숙박시설 2만6000가구를 리모델링해 임대로 추가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소득·자산 기준을 없애고 무주택자면 자격이 된다.

 

민간 건설사가 짓고 있는 주택 물량을 사들여 최대 6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 전세'로 돌리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전용면적 60㎡에서 85㎡로 3~4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중산층용 전세 주택도 매년 2만 가구씩 5년간 6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내년 상반기까지 물량 40%를 집중 공급한다는 계획이지만, 최근 전세난 해결에 도움이 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급한다는 임대주택이 3, 4인용도 포함된 것은 긍정적이나, 여전히 1, 2인 가구용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세난은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이 전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주로 3인 이상 가구의 전세 물량이 증발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이번 대책은 최근의 전세난 해결보다는 장기적인 차원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존 '저소득층 중심 임대주택' 정책에서 소득 상관 없는 '공공 임대 주택 물량 늘리기' 방향으로 정부 정책의 좌표가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전세 물량 공급, 단기 대책에 그치면 '도루묵' 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 브리핑에서 “전셋집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면서도 “최근 전세문제는 거시경제 여건, 가구 분화, 매매시장 안정조치 등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많은 임차가구가 월세보다 부담이 적은 전세를 찾게 됐고, 주거상향 수요도 증가하면서 전세가격이 상승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가구분화로 인한 1~2인 가구의 임차수요도 단기간 급상승하면서 2016년 12만 90000호였던 수도권 가구 수 증가 폭이 2019년 기준 25만 4000호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현상 역시 전세값 상승의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다만 김 장관은 기존 세입자의 경우 주거 환경이 상대적으로 안정됐다고도 설명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전에 57.2%였던 전월세계약 갱신율이 지난 10월 66.2%까지 높아져, 10명 중 7명은 전세값 부담없이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전월세계약 갱신율 수치만으로 3인 이상 가구가 겪고 있는 전세난의 심각성을 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급하겠다는 '전세주택 잠재적 수요자들' 때문에 전세난과 집값 상승이 초래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좋은 주택으로 옮겨가려는 대체 수요가 전세난과 집값 상승의 주된 요인이라는 지적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세난은 이제 시작일 뿐, 5% 이내로 인상이 억제된 임대료가 2년 뒤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본격적인 전세난이 2년 뒤로 유예됐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질 좋은 공공 전세 등 공공 임대 주택을 계속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집을 사지(to buy) 않고 사는(to live)' 방향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정부의 임대물량 공급 대책이 집값을 더욱 자극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세주택 공급' 정책의 실효성은 주택이 공급되는 지역과 물량, 속도 등이 실제로 시장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11914581003507#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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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독과점·불공정 심각, 배민·요기요 결합 안된다"

[인터뷰]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의 경고... "배달앱 독과점, 모든 소비활동 빨아들일 것"

20.11.20 08:04l최종 업데이트 20.11.20 08:04l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
▲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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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달앱 1위 업체 배달의민족(배민)을 인수하려던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DH 측에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민을 인수합병하기 위해선 DH의 자회사인 요기요를 먼저 매각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스타트업이었던 우아한형제들이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5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건 국내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성공 신화다. 하지만 두 기업이 한 몸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국내 배달 앱 1위 사업자인 배민과 2·3위 사업자인 요기요와 배달통이 결합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99%에 달하는 초거대 독점 배달앱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배달앱 시장 내 배민의 지분율은 55.7%이고, 요기요·배달통 지분율은 각각 33.5%·10.8%이다. 

'혁신'이라는 편익과 '독점'이라는 부작용의 경중을 따져본 끝에 공정위는 결합을 승인하되 요기요 매각을 통해 결합 후 시장 점유율을 60%대로 낮추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DH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동 걸린 배민 인수... 소상공인 우려는 여전 

공정위가 '요기요 매각'이라는 조건을 내걸긴 했지만, 거대 배달앱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우려는 여전히 크다. 시민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랜 시간 중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1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결합을 하지 않은 지금도 독과점·불공정 문제가 심각하다"며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 팀장은 "오프라인 기업 간 결합과 온라인 기업 간 결합은 무게감이 다르다"며 "마트 상품을 배달하는 B마트처럼 배달앱이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중개를 넘어 '점주들의 영역'까지 진출하면 장기적으로는 배달앱에 생필품 판매 등 소비 활동 전체가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배달앱의 등장을 혁신으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배달앱이 나타나면서 중소상공인들이 전단지를 붙일 필요 없이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자들의 정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게 됐지만, 광고 타겟층이 달라 배달앱 광고와 전단지를 둘다 사용하고 있다"라며 "중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비용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DH 측에 "기업결합 요구에 앞서 지금도 배달앱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 행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또 배달앱 입점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상생 협의에 어떻게 임할 것인지 진정성 있게 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주호 팀장과의 일문일답.

"덩치 커진 배민, 향후 자체 제품 판매까지 나설 것"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
▲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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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가 DH의 배민 인수 조건으로 요기요 매각을 요구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공정위의 판단은 99% 독점은 안된다며 (지분의) 30%를 덜어내라는 이야기다. 한 기업이 60% 정도의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다면 괜찮다고 본다는 건데, 동의할 수 없다. 기업결합을 하지 않은 현재도 독과점·불공정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두 기업이 합쳐지면 독과점은 더 심해지고 소비자와 중소상인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공정위가 어떤 식의 기업결합도 승인해서는 안된다."

- DH도 반발하고 있다. '자영업자, 라이더, 소비자 등을 포함한 지역 사회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DH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 있다. 배달앱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요기요를 매각하면 그동안 쌓아온 영업 노하우, 시스템 작동 원리들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DH의 입장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요기요 매각시 예상되는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모두에게 도움이되지 않는다'라고 하는 건 겁주기를 넘어 협박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 DH가 기업결합 추진에 앞서 지금도 나타나고 있는 독과점·불공정 문제를 어떻게 불식시킬지 설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

- 기업결합 심사는 두 기업이 하나가 되는 데 따른 긍정 효과가 시장 경쟁 제한·독과점과 같은 부작용보다 큰지 따지는 절차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결정한 건 긍정적 효과도 적지 않다고 판단한 건데, 기업결합의 긍정 효과를 꼽자면?

"배달앱 입점 사업자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입점 업체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배달앱을 하나만 쓰기가 어렵다. 광고비 집행을 안 하더라도 음식점 리스트에 이름은 올려놓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비용이 이중 삼중으로 든다. 하지만 정작 중소상공인들이 문제 삼는 것은 광고비 중복이 아니라 높은 광고 수수료율이다. (기업겹합 시) 이중으로 들던 광고비가 처음엔 줄어들 수 있지만, 나중에 광고 수수료율을 인상하면 비용은 늘어날 수 있다. 때문에 기업결합이 중소상공인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 배달앱 시장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혁신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달앱이 나오기 전에는) 중소상공인들이 전단지를 붙이고 한 번 본인들에게 주문했던 단골들 명단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그러다 배달앱을 통해 빅데이터로 소비자 정보를 활용하게 되면서 전단지 붙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아낄 수 있지 않았겠느냐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정작 조사해보니, 중소상공인들은 배달앱 광고와 전단지를 둘 다 사용하고 있었다. (배달앱 광고와 전단지의) 광고 타겟층이 다르다보니 어느 한쪽을 포기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비용이 증가했다."

- 배민과 요기요의 결합이 낳을 부작용은 뭔가?

"우선 소비자들이 누렸던 혜택들이 줄어들 것이다. 현재는 업체들이 가격 할인이나 빠른 배송 등 경쟁적으로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우고 있지 않나. 독과점이 되면 장기적으로는 이런 혜택들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 데이터 독점이나 알고리즘 조작 등 우려도 많다.

"맞다. 이는 배달앱의 문제만은 아니다. 네이버가 자사 입점 사업자에 유리하게 알고리즘 노출 순위를 바꿨다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네이버뿐 아니다. 현재 택시업계는 택시와 소비자를 이어주던 카카오모빌리티가 직접 택시 사업에 진출하면서 자사 택시 브랜드 '카카오T블루'에 택시 호출을 몰아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배민 또한 중개를 넘어 자체 브랜드 제품을 출시하고 여기서 수익이 극대화되도록 조치할 가능성이 크다."

- 오프라인 기업들 간 결합과 온라인 기업 간 결합이 사회에 미칠 영향력은 어떻게 다른가?

"예를 들어 대형마트가 동네에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지역 중소상인과 마트의 품목은 다를 수 있다. 영업 시간도 다르다. 그런데 온라인 영역은 시간과 품목 등 모든 영역을 뛰어넘는다. 게다가 언택트 시대가 되면서 소비자들이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B마트처럼 배달앱이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중개를 넘어 '점주들의 영역'까지 진출하면 장기적으로는 배달앱에 생필품 판매 등 소비 활동 전체가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이 오프라인보다 더 커질 수 있다."

"배달앱 시장, 더 나은 혁신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
▲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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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가 DH-우아한형제들 간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부분이 '시장 획정'의 문제였다. 배민·요기요·배달통이 포함된 시장을 '배달앱 시장'으로 볼 것인가 '배달음식 시장'으로 볼 것인가였다. 어떻게 봐야 할까?

"DH쪽에서는 대형마트나 동네 마트도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배달 시장 전체로 봤을 때 독과점이 없는 게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대체가 가능하냐'다. 현재 배달 대행, 동네 마트를 통한 자체 배달 서비스가 빠르게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배달앱 시장으로 대체되고 있다. 장기적으론 주변의 유통 생태계를 빨아들일 수 있다."

- 하지만 배달앱 시장은 진입장벽 자체가 높지 않은 데다 쿠팡의 배달앱 서비스 '쿠팡이츠' 등 대기업의 진출까지 활발해 시장 점유율만으로 경쟁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쿠팡이츠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초기 단계일뿐 배달앱 시장에 안착했다고 보긴 어렵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신규 업체와 경쟁이 일어날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배달앱 시장도 한 번 고착화 되고 나면 경쟁자가 시장을 뚫고 들어가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배달앱은 가입자 수 확보가 관건인데 단시간 내 구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프라인 못지 않게 진입장벽이 높다."

- 과거 공정위가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 인수를 조건부 허가한 적이 있었다. 당시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서 두 회사 점유율은 87%였는데 쿠팡 등 신규 사업자가 나타나면서 이베이코리아의 시장 지배력은 약해졌다.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

"이베이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이 87%로 적지 않았지만 (DH-우아한형제들 기업결합시 시장 점유율인) 99%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또 혁신 가능 여부도 다르다. 쿠팡은 거래를 단순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달 서비스를 혁신했다. 총알 배송을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배달앱 시장은 더 나은 혁신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금 쿠팡이츠에도 특별한 혁신 요소가 보이진 않는다."

- 기업결합 이슈를 떠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공정위에서 내놓은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어떻게 평가하나?

"플랫폼 사업자에 계약서 작성 의무를 부여하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안전 장치다. 지금도 알고리즘 순위 조작이나 수수료의 일방적인 변경 등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규제하려 한다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점점 기존 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피해 구제다. 불공정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정위에 제소하고 결과가 나오면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현재 방식은 온라인 영역에선 적용하기 어렵다. 플랫폼에 입점해 있는 사업자들은 대체적으로 영세하기 때문이다. 불공정 행위가 계속된다면 공정위 신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문을 닫을 것이다."

-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사전 협의 절차가 중요하다고 본다. 일례로 민주노총 산하에 있는 서비스연맹에 배달 플랫폼 노동조합이 있는데 현재 배민과 사회적 협의체를 꾸리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기존 유통업체들보다 (소비자·입점 사업자 간 관계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인정한다. 배민도 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했다가 반발이 일자 없었던 일로 하고 중소상인들과 협의했다. 다만 이를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구속력이 있도록 협의 체제 구성이 법을 통해 의무화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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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택배사보다 노동조합, 진보정당이 더 잘할 수 있는 일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0.11.19 17:11
  •  
  •  댓글 0
 
 
 

CJ대한통운 등 택배사들, ‘과로사 대책’ 발표했지만…
진보당·택배연대노조, 대책 이행 점검단 활동 나서다

우체국 택배노동자, 쿠팡 노동자, 로젠택배 노동자,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2020년, 이들은 배송 중에 쓰러졌거나 집에서 잠을 자던 중, 혹은 집 안에서 발걸음을 옮기던 중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다. 배송을 마치고 휴일을 보내다가 사망하기도 했다. 이렇게 추석 전에만 모두 7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했다. 모두 30~40대 젊은 노동자들이었다.

‘코로나의 숨은 영웅’이라는 수식어가 담고 있듯, 코로나19로 인한 택배물량 증가로 과로 노동이 이어지고,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신분으로 인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은 전국 곳곳에서 과로로 쓰러졌다.

▲ 지난 9월,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 전국택배연대노조는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를 추모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대로에서 정부서울청사를 향해 택배차량 행진을 벌였다. 당시만 해도 올해 과로사 한 택배노동자는 7명이었다. [사진 : 뉴시스]
▲ 지난 9월,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 전국택배연대노조는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를 추모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대로에서 정부서울청사를 향해 택배차량 행진을 벌였다. 당시만 해도 올해 과로사 한 택배노동자는 7명이었다. [사진 : 뉴시스]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열악한 노동환경이 폭로되고 여론화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런데, 과로사를 막겠다는 정부와 택배사의 대책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올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과로 노동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9월, 차고 넘치는 추석물량 배송을 앞두고 새벽부터 정오를 넘어서까지 이어지는 공짜노동인 ‘분류작업 거부’를 선언할 수밖에 없던 이유도 ‘더 이상의 과로사는 막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하겠다’던 정부와 택배사는 2000여 명 중 300명도 채 투입하지 않는 등 약속 이행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추석 이후에도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는 이어졌다. 10월 CJ대한통운, 한진택배, 쿠팡노동자 등이 쓰러져 나갔다. 올해만 과로사한 택배노동자는 벌써 15명이다.

CJ대한통운만이 아니었다

택배업계 1위를 달리는 CJ대한통운, 이미 잘 알려진 이곳 택배노동자의 과로 노동뿐만 아니라, 한진택배,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 현실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8일 사망한 한진택배 노동자는 아침 7시에 출근해 새벽 2시, 새벽 4시 30분까지 배송했다. 이 노동자는 사망하기 하루 전인 7일 420개를 배송했고, 6일엔 301개, 추석 연휴 전주인 9월22일 323개, 23일 301개, 24일 318개, 25일 249개, 26일 220개 등을 배송한 것이 확인됐다. 심지어 남들이 다 쉬는 한글날에도 출근해 배송했다.

한진택배는 업계 1위 CJ대한통운보다 물량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배송구역이 넓다. 그만큼 배송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진택배에서 200개 배송하는 시간은 CJ대한통운의 300~400개 배송시간과 비슷하다고 택배연대노조는 설명한다. 고인이 지난달 7일 배송했던 420개는 CJ대한통운의 800~900개 수준의 배송과 맞먹는 양이라는 뜻이다.

지난달 12일, 쿠팡 노동자도 퇴근 후 쓰러져 숨을 거뒀다. 경북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야간분류작업 일을 해온 20대 청년이었다. 1년 이상 일용직으로 일해 온 그는, 남들과 같이 하루 8시간, 주 5일을 꼬박 일했다. 물량이 많은 날은 30분에서 1시간 30분까지 연장근무를 하기도 했다.

쿠팡물류센터는 대부분 셔틀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는 외곽에 센터가 위치 해 있다. 연장근무를 마치는 시간까진 셔틀버스가 운행되지 않았고, 연장근무가 있는 날 특히 야간근무자는 꼼짝없이 회사에 갇혀 연장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연장근무를 안 해도 셔틀버스가 없는 시간이기 때문에 차가운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쉬어야 하는 등, 야간에 일한 이 20대 청년 노동자에게 근무 선택의 자유는 사실상 없는 상태였다.

▲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끊임없이 ‘분류작업 인력 투입’ 등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사진 : 뉴시스]
▲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끊임없이 ‘분류작업 인력 투입’ 등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사진 : 뉴시스]

소나기만 피하자?… 분류작업 인력비용 택배노동자에 떠넘기고

연이은 노동자들은 과로사에 정부와 택배사들이 대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추석 전 택배노동자들의 ‘분류작업 거부’ 선언에 ‘분류작업 인력 투입’이라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부와 택배사들은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분류작업 인력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거나, 노동조합이 있는 곳만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꼼수를 부렸다.

추석 이후 과로사가 계속되고, 노동자들의 투쟁과 국민들의 지지여론에 못 이겨 택배사들은 과로사에 책임을 통감하는 것처럼 연이어 대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추석 전처럼 말 잔치만 하고 있을 뿐, 이행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분류작업에 4,000명 인력 투입 ▲집배점과 계약 시 산재보험 100%가입 권고 및 건강검진 주기 2년에서 1년으로 단축 ▲작업강도 완화위해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MP) 구축에 예산 투입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업계 최초로 분류인력 투입을 발표한 CJ대한통운. 그러나 분류인력 투입비용을 ‘택배사는 50%만 부담할테니 나머지 50% 대리점과 기사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사를 통해 대리점과 기사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 서울 한 시내의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9월 추석 전에 물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사진 : 뉴시스]
▲ 서울 한 시내의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9월 추석 전에 물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사진 : 뉴시스]

롯데택배와 한진택배도 ▲1000명의 분류인력 투입 ▲산재보험 대책 ▲자동화 설비 확충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한진택배는 분류인력 투입 비용을 회사가 부담한다고 명시했지만, 반면 롯데택배는 비용부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롯데의 발표문을 두고 “자신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열어놓고 일단 ‘소나기만 피하자’는 의도가 읽히는 최악의 발표문”이라고 칭했다. 롯데택배는 타 택배사에선 사측이 직접 부담하는 상하차비를 월 10~20만 원씩 택배노동자에게 부담시키고 있었다(상하차란 택배를 간선차에서 레일로 내리고 올리는 작업을 말한다). 상하차 인력비용을 노동자에게 부담하라고 하는 건 롯데택배가 유일하다.

‘상하차 지원금을 단계적으로 전 집배센터에 지원’하겠다는 대책은, ‘단계적’이란 표현을 써 이행의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 상하차 비용은 “롯데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갑질’을 한다”며 택배기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핵심내용이었지만 ‘단계적 지원’으로 표현해 택배사의 마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다.

한진택배의 대책에선 ‘당일배송 강요를 중지하고 다음날 배송을 허용’한 것은 그나마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심야배송 중단의 내용은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의 노동시간(주 90시간)은 유지한다’는 것으로, 택배기사들의 노동강도를 감안하거나 여타 노동자들의 주 52시간 노동시간과 비교했을 때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는 대책으론 매우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악의 발표문’을 내거나, 대책을 내놓은 후에도 지켜가기는커녕 분류작업 인력투입 비용을 대리점과 택배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등의 행태를 보인다. 인력투입 비용 50%를 사실상 대리점과 택배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시키고 있다.

택배연대노조는 각 택배사 별 분류작업 인력투입 발표 이후 분류인력 비용부담 및 물량제한 강요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다. 신고센터를 통해 들어온 내용을 살펴보면, CJ대한통운 경기도 A대리점의 경우 본사는 50%, 대리점 30%, 택배기사 20%로 통보하고, 인력투입 비용이 1인당 100만 원이 초과해도 50만 원만 지급하겠다고 했다. B대리점의 경우, 본사 50%를 제외하고 나머지 50%를 택배기사에게 전가시키겠다고 하는 등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부산과 경남 등에선 본사, 대리점, 택배기사 각각 5:3:2 비율로 부담시키겠다고 통보했다는 제보도 있다고 택배연대노조는 밝혔다.

또, 노동조합 조합원이 있는 대리점과 조합원이 없는 대리점의 비율을 달리하면서 조합원이 있는 곳은 5:3:2, 조합원이 없는 곳은 5:0:5로 부담시키려는 움직임까지 확인했다. 추석기간 분류작업 인력을 노동조합이 있는 곳만 선별 투입했던 꼼수에 이어 조합원 유무에 따라 비용부담도 달리한 것이다. CJ대한통운 본사가 대리점에 50%를 부담시키고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방식이 낳은 결과다.

뿐만아니다. 어느 대리점의 경우는 심야 배송을 금지한다면서 미리 ‘배송 완료’를 입력하라거나 VIP고객 물건을 ‘선 배송’하라는 부당한 지시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지난 13일, 진보당은 택배노동자들과 함께 택배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위한 입장 발표 및 택배터미널 이행점검단 활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진보당]
▲ 지난 13일, 진보당은 택배노동자들과 함께 택배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위한 입장 발표 및 택배터미널 이행점검단 활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진보당]

노동조합이, 진보정당이 “직접 한다”

상황이 이러니,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은 택배 대책 ‘이행 점검단’까지 꾸렸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진보당과 택배연대노조는 지난 13일, “택배사들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약속했지만, 실상은 기만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택배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위해 택배터미널 이행점검단 활동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택배터미널을 직접 방문해 분류작업 인력투입여부, 분류인력 투입비용 전가, 산재보험 적용문제, 일방적인 물량제한 등 과로사 대책이 실질적으로 이행이 되고 있는지 현장을 점검하고 택배노동자들과 면담도 할 예정이다.

점검단 활동은 내년 2월 설까지 지속적으로 운영되며, 12월 25일을 전후해선 ‘과로사 대책 이행점검단 중간 점검 실태’를 발표할 예정이다.

▲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택배터미널 이행점검단 활동을 선포했다. [사진 : 진보당]
▲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택배터미널 이행점검단 활동을 선포했다. [사진 : 진보당]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택배사들이 발표문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주요한 척도로, “대책위와 택배사,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하는 ‘민관공동위원회 구성’”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

택배사들이 발표한 대책에 대한 이행계획,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 그리고 산적한 현안문제를 논의하는 대화기구를 구성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하루 앞선 12일,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주5일 근무(토요일 휴무제) 추진, 표준계약서 도입, 택배현장의 불공정 관행 개선, 적정 수수료 제공을 위한 택배가격 구조개선 등이 담겼고, 대책에 대한 지속적인 협의와 이를 법과 제도로 담보하기 위해 ‘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 협의회(가)’를 구성, 운영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 폐지가 아닌 일부 사유를 허용하고, 택배노동자의 산재보험적용율이 낮은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료 부담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은 없었으며, 노동부 장관은 밤 10시까지 일하는 것에 대해 ‘적정 작업시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택배노동자들은 이것이 “정부차원의 대책인 만큼 택배회사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선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대책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협의기구에 택배회사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며, 택배업(우체국택배)을 진행하는 우정사업본부도 참가할 것을 요구했다.

택배사는 책임에서 빠져나오려고 꼼수를 부리고, 정부는 끊임없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마련하고 있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노동자들과 노동조합, 진보정당은 현장에서 직접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현장 점검하겠다고 ‘이행점검단’을 꾸렸다. 과로사를 막기 위해 지금 필요한 대책이 무엇인지, 현장의 요구는 무엇인지 상기하고, 대책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고 철저히 이행되는지 점검하는 ‘이행점검단’의 활약이 궁금해진다.

아래는, 이행점검단의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이행점검표다.

▲ 택배노동자도 회견에 참석해 이행점검단의 활동 내용을 설명했다. [사진 : 진보당]
▲ 택배노동자도 회견에 참석해 이행점검단의 활동 내용을 설명했다. [사진 :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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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수해복구 끝낸 북의 마을 모습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0/11/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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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폭우와 태풍으로 인해 북의 여러 지역이 큰 피해를 보았다.

 

북은 수해복구를 위해 하반기에 모든 힘을 기울였다고 할 수 있다.  

 

북의 언론은 수해복구를 마치고 주민들이 새로운 집에 들어가는 입주 모임을 계속 소개하고 있다.  

 

북 매체 조선의 오늘이 ‘열화같은 사랑과 정에 떠받들려 연이어 일떠선 사회주의선경마을들’이라는 제목의 사진첩을 공개했다. 강원도 김화군, 함경북도 김책시, 함경남도 리원군의 모습이 사진첩에 담겨 있다.

 

아래에 사진을 소개한다. 

 

▲ 함경북도 김책시와 함경남도 리원군 학사대리의 수해 지역에 새롭게 건설된 주택  

 

 ▲ 강원도 김화군 읍과 리에 들어선 새로운 집  

 

▲ 집 안의 모습  

 

▲ 주택 이용허가증을 받는 주민들  

 

▲ 새집들이 하는 주민들  

 

▲ 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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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알못도 이해하는 공정경제3법] (5) 어제 팔다 남은 고기 오늘자로 속인 백화점에 면죄부 준 ‘전속고발권’이란?

기업 범죄 형사제재 ‘4심제’ 만들어…7년간 공정위 제재 중 고발은 1.7% 불과

조한무 기자 chm@vop.co.kr
발행 2020-11-19 18:18:11
수정 2020-11-19 18:44:57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뉴시스  
 
통상 검찰 수사 결과 범죄 혐의가 충분히 밝혀지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게 됩니다. 이를 기소(공소 제기)라고 합니다. 기소는 피의자가 법의 심판을 받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절차입니다. 기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판 자체가 열리지 않습니다. 기소는 재판을 여는 열쇠인 셈이죠.

누군가 죄를 저지른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 검찰이 기소를 안 하는, 아니 못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업이 하청사·대리점에 ‘갑질’을 하거나, 입찰 사업에서 ‘짬짜미’를 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이 마음대로 기소 여부를 정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고발을 해야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만이 고발권을 가진다고 해서 ‘전속고발권’이라고 합니다. 공정위가 기업의 위법 행위를 나몰라라하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 가운데 하나인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에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전속고발권이 뭔지, 왜 폐지해야 하는지,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피해자 호소해도 소용없어…검찰 기소 여부 좌우하는 공정위 전속고발권

전속고발권은 공정위가 ‘날 때부터’ 지닌 권한입니다. 공정위는 1981년 출범했는데요, 같은해 만들어진 공정거래법에 전속고발권이 담겼습니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검찰이 기소를 하려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불공정거래 행위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해도 소용없습니다.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나설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해야 하죠.

 

전속고발권은 기업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습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고발을 남발하면 검찰 기소 건수가 늘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으니, 사법 절차에 공정위 고발이라는 관문을 추가한 것입니다.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행위의 중대성을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 행정제재로 마무리할 사안인지, 아니면 형사제재가 필요한 사안인지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전속고발권에는 공정위가 검찰보다 경제 범죄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는 인식도 깔려있습니다. 공정한 시장 형성이라는 공정거래법 목적에 부합하도록 적절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 공정위가 일차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검찰 로고가 보이고 있다. 2020.07.30.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검찰 로고가 보이고 있다. 2020.07.30.ⓒ뉴시스

공정위 고발권 불행사, 면죄부 논란에 헌법소원까지

전속고발권은 기업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사법절차를 진행하는 데 있어 문턱으로 작용하면서, 제대로 된 처벌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을 거치는 3심제가 ‘공정위-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으로 구성된 4심제가 되는 거죠. 공정위의 소극적인 고발권 행사가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일종의 ‘면죄부’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공정위의 안일한 판단으로,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끼친 기업이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은 사례가 실제 있습니다.

서울 시내 일부 백화점이 신선 식품의 품질 척도가 되는 가공일을 속여 판 사건입니다. 이들 백화점은 전날 팔다 남은 정육·해산물·야채 등 포장식료품을 다음날 다시 팔면서, 판매 당일 새로 들여온 신선한 상품인 것처럼 가공일을 조작했습니다. 전날로 찍힌 바코드라벨을 뜯어내고, 판매 당일로 찍힌 바코드라벨을 붙인 거죠. 소비자는 백화점에 속아 전날 포장된 상품을 사야 했습니다.

검찰은 이른바 ‘식품가공일자 허위표시 사건’이 형법상 사기죄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기죄는 백화점 식료품 담당자, 불공정거래는 백화점 법인에 적용됩니다.

 

검찰은 백화점 식료품 담당자 6명을 사기죄로 입건해 수사하고 기소했습니다. 법원도 이들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습니다.

백화점 법인의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서는 검찰이 마음대로 기소할 수 없었죠.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검찰은 공정위에 형사처벌을 위한 고발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공정위는 검찰의 고발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당시 공정위는 “과거 허위표시 사안에 대해 고발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시정명령과 과징금만 부과했습니다. 백화점은 소비자 기만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하게 된 겁니다.

해당 사건은 1990년대에 발생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매장은 센토백화점(중계동점), 미도파백화점(상계동-청량리점), 현대백화점(압구정점), 건영백화점(중계동점) 등입니다. 전속고발권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이 수십년 전부터 지속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해당 사건은 전속고발권에 대한 헌법소원으로 이어졌습니다. 참여연대 공익소송센터는 공정거래법에서 전속고발권을 규정한 조항이 헌법상 재판청구권·행복추구권·평등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전속고발권 자체가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공정위가 고발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위헌 여부를 명확하게 판결하지 않고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다른 사건으로도 전속고발권 관련 헌법소원이 제기됐습니다.

에이스침대의 한 대리점 운영자는 판매부진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하자 공정위에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공정위는 에이스침대 측의 위법 행위를 인정해 시정명령을 내리면서도, 고발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리점 운영자는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참여연대가 전속고발권 자체의 위헌 여부를 물은 것과 달리, 대리점 운영자는 공정위가 고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결과는 기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선 백화점 사건에서는 유보됐던 고발권 불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이 제시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위법성이 중대한 사안에 대해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피해자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에이스침대 사건은 사안이 중대하지 않아 대리점 운영자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백화점 정육 코너 자료사진
백화점 정육 코너 자료사진ⓒ뉴시스

공정위 소극적 대응에 의무고발요청권 도입했지만, 실효성 미미

여전히 공정위는 고발권을 충실하게 행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위는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총 6만1,167건의 위법 행위를 제재했는데, 이 가운데 고발 조치는 1,044건으로 1.7% 수준에 불과합니다. 공정위에 붙는 ‘경제 검찰’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지는 수치입니다.

고발 건수가 적은 건 비단 공정위가 의지가 없어서만은 아닙니다. 공정위는 의지뿐 아니라 여력도 없는 겁니다. 고발 여부를 판단하려면 사건을 조사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참여연대는 2013년 전속고발권 폐지를 촉구하면서 “공정위 가맹유통과와 유통거래과는 7∼9명의 공무원이 각각 17만개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2만개 대형마트 납품업체의 불공정거래 피해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수십만개에 달하는 하도급업체를 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하는 업무도 인력 수준은 비슷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장행정은 상상도 할 수 없고 전화행정·책상행정만 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공정위 인력 부족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2013년 523명이던 공정위 정원은 2018년 648명으로 약 100명가량 늘었습니다. 반면, 전국 사업체 수는 같은 기간 368만개에서 410만개로 40만개 이상 불었습니다.

전속고발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정부는 보완책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에만 부여하던 고발요청권을 2014년 감사원·중소벤처기업부·조달청으로 확대했습니다.

또한, 공정위가 고발 요청을 거부하지 못하고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했습니다. 공정위의 소극적인 고발권 행사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죠.

의무고발요청권 제도 도입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도가 만들어지고 올해까지 7년간 고발 요청은 50건이 채 안 됩니다. 이 기간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한 사건이 중기부는 36건, 조달청은 11건입니다. 감사원은 2016년까지 단 한 번도 고발요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2020.10.20
서울 종로구 감사원. 2020.10.20ⓒ김철수 기자

도둑 제 발 저리는 재계 ‘무차별 고발·기소’ 주장에 공정위 “그럴 일 없어” 일축

전속고발권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진 가운데, 정부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에 해당 내용을 반영했습니다. 일부 분야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한 겁니다.

정부가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한 분야는 경성담합입니다. 대표적으로 가격 담합과 입찰 담합이 있습니다.

가격 담합은 같은 업종 기업들이 경쟁을 하지 않고, 모두가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걸 이릅니다. 입찰 담합은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미리 입을 맞춰 가격을 높게 써내고, 사업을 따낸 기업이 떨어진 기업에 돈을 나눠 주는 행위입니다.

연성담합은 전속고발권 폐지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대기업 회삿돈을 총수일가에게 이전하기 위한 ‘일감몰아주기’와 ‘통행세’ 등이 연성담합으로 분류됩니다. 이들 불공정거래 행위는 총수일가 회사와 경쟁하는 중소기업에게 피해를 끼치는데요, 피해 기업이 직접 고발하지 못하고 공정위가 고발권을 행사하기를 기다려야 하죠.

경제개혁연대는 “공정한 시장경쟁 질서를 확립하고 중소기업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중대한 불법 행위에 대해 직접 이해당사자에게 고발권을 돌려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뿐 아니라 하도급법·대규모유통업법·가맹사업법·대리점업법·표시광고법 등 공정위가 소관하는 총 6개 법안에 적용됩니다. 전속고발권 제도 도입 당시에는 공정거래법에 한데 모여있던 내용이 점차 파생 법안으로 분리된 것입니다.

이번에 공정거래법이 개정돼도 나머지 5개 법에서는 전속고발제가 유지됩니다. 4심제니 면죄부니 하는 문제가 지속되는 거죠.

공정위는 이런 문제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일명 ‘유통 3법’으로 불리는 대규모유통업·가맹사업법·대리점업법에 대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발표한 적이 있거든요.

공정위는 2017년 외부 전문가·관계 부처와 민관 합동 특별팀(TF)을 꾸려 법 집행 체계 개선을 논의했습니다. 당시 TF는 전속고발제 폐지도 논의했는데, 찬반이 팽팽하게 갈렸다고 해요. 그런데 유통 3법에 대해서만큼은 전속고발제 폐지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합니다.

당시 공정위는 “갑을관계에서 비롯되는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이 시급하고, 위법성 판단 시 고도의 경쟁 제한 효과 분석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법 개정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재계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고발·기소가 남발해 기업 경영이 위축될 것이라고 반발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국회에 공정경제 3법 관련 재계 의견 반영을 요구하면서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누구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기업을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돼 경쟁 사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고발 등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법적 대응 여력이 없어 타격이 크다고 주장합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위반내용이 없더라도 인력과 대응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검찰 수사 자체만으로도 큰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기중앙회는 전속고발권 유지를 요구하는 한편, 만약 폐지를 해야 한다면 대기업에 우선 적용하고 중소기업에는 유예 기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무분별한 고발과 검찰 수사에 대한 재계 우려는 엄살로 비칩니다. 검찰은 고발이 들어왔다고 무조건 수사에 나서지 않습니다. 위법 행위 근거가 어느 정도 갖춰져야 비소로 수사에 돌입합니다.

공정위는 지난달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 정책소통세미나에서 “악의적인 고소·고발이 실제 수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검찰은 고발된 법 위반 행위가 객관적 자료와 관계자 진술을 통해 뒷받침되고 의심할만한 정황이 인정될 때에 한정해 수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비밀리에 진행되는 담합 특성상 참가기업 외에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기 어려워, 기업을 괴롭히거나 음해할 목적으로 고발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정위의 이러한 설명은 경성담합이라는 일부 분야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로 기업 부담이 가중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며, 나아가 기업이 법을 잘 지킨다면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받을 일도 없을 것이라는 얘기로도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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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단가 6억원 고품질 공공전세, 소득 안따지고 무주택자에 공급

등록 :2020-11-19 08:27수정 :2020-11-19 10:26

 

정부 전세대책 발표

소득·자산기준 없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추첨으로
2022년까지 전국 1만8천호, 서울 5천호 공공전세
내년 상반기 전국 5만호 전세형 공공임대로 공급
지난 8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매·전세·월세 관련 정보란.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매·전세·월세 관련 정보란. 연합뉴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신규 계약자들이 겪고 있는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2년 내 서울에 ‘공공전세’ 5천호를 공급한다. 아파트 전세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건설단가를 최대 6억원까지 책정해 품질을 확보하기로 했다. 공공전세를 포함해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에 9천호, 전국에 5만여호의 전세형 임대주택이 공급되고, 2025년까지 계층 통합적으로 입주하는 ‘질 좋은 평생주택’ 6만3천호를 공급한다.

 

 

19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같은 내용의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을 보면, 기존에 월세 형태로 공급되던 공공임대 주택을 ‘공공전세 주택’으로 2022년까지 전국 1만8천호, 수도권 1만3천호, 서울 5천호를 공급한다. 주로 민간과 매입 약정을 맺어 다세대·오피스텔을 지어 공공이 공급하는 방식인데, 무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추첨으로 입주자를 뽑아 최대 6년 간 시세 90% 이하 보증금으로 공급한다. 특히 아파트를 선호하는 일반 전세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건설단가를 최대 6억원까지 책정하고 30평대인 전용 85㎡까지 면적을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임대차법 안착 과정에서 생기는 단기적인 전세난에 대응하기 위한 유형으로,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단기적으로는 3개월 이상 공실 공공임대 주택의 경우 소득 및 자산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입주자를 모집한다. 3개월 이상 공공임대 공실은 전국 3만9천호, 수도권 1만천호, 서울 4900호 수준이다. 매입임대 역시 빈집에 한해 일반, 신혼, 청년 등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입주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다만 공공임대 공급 대상인 저소득층 입주 기회가 축소되지 않도록 경쟁이 발생할 경우 소득 수준에 따라 입주자를 선정한다.

내년 2분기로 예정된 1만1천호 물량의 공공분양·공공임대 주택의 입주 시기를 1분기로 앞당기는 방안도 추진된다. 매입임대의 경우 내년 3분기 공급물량인 전국 8천호, 수도권 5천호를 2분기에 조기 공급한다.

 

중장기 대책인 ‘질 좋은 평생주택’ 정책도 구체화됐다. 거주기간을 30년으로 하고, 소득요건은 기준 중위소득 150%까지 완화한다. 전체 물량의 60%는 기존 영구·국민임대 입주 대상인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게 공급한다.

전세대책이 나온 배경에는 임대차법 이후에 신규 계약자들이 겪고 있는 전세난이 있다.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공급이 주는 만큼 수요도 같이 줄지만 ‘실거주 중심’ 주택 정책 기조에 따라 다주택자·1주택 갭투자를 규제하는 과정에서 일부 공급이 줄어들면서 신규 계약 세입자의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서울 100대 아파트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0월 전월세 갱신율은 66.1%로 9월(58.2%)보다 7.9%포인트 상승하는 등 기존 세입자의 주거 안정효과는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4~6월 0.1% 미만이었으나 7월 2주부터 0.14%로 올라섰으며 11월 2주 0.27%까지 상승폭을 키웠다. 11월 2주 수도권 전세가격 상승률은 0.25%, 상반기 0.02%로 안정적이던 서울도 0.14%로 상승폭이 가팔라진 상태다. 특히 정부는 주거의 질을 높이려는 주거 상향 수요 증가로 아파트 중심의 전세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property/970567.html?_fr=mt1#csidxd15baacb4081c859ff67a0c550f62a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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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엄마 죽일까봐 참았어요" 학대받던 아이를 구한 건···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11/19 10:31
  • 수정일
    2020/11/19 10:3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입력 : 2020.11.19 06:00 수정 : 2020.11.19 09:49

 

 

‘우유 한 컵’ 때문이었다. 4월의 어느 저녁. 굳게 닫힌 문 뒤에서 다섯 살 하윤이(가명)는 아버지에게 맞아 쓰러졌다.

좋아하는 동물컵에 담긴 우유를 마시고 싶어서, 하윤이는 남동생과 다퉜다. 친모 A씨가 “같은 우유인데 그냥 먹으면 안 되냐”고 말할 때 계부가 귀가했다. 평소에도 감정 기복이 심했던 계부는 자신의 아들을 A씨가 차별한다고 오해했다. 계부는 화를 내며 A씨와 하윤이를 폭행했다.

하윤이를 때려 넘어뜨린 계부는 하윤이에게 성학대를 시도하려 했다. A씨는 계부에게 빼앗긴 휴대전화를 되찾아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이후 조사과정에서 그동안 계부가 A씨 몰래 저질러 온 수많은 학대가 드러났다. 아이는 계부의 협박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계부는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매년 3만~4만 건의 아동학대가 신고된다. 수만 명의 하윤이들이 지금도 닫힌 문 뒤에 있다. 아동학대 사건 보도는 공분을 일으키지만, 관심은 자극적 피해와 처벌에만 집중된다. 관심이 식을 때쯤이면 다른 학대가 보도된다. 패턴은 반복되고, 해결은 멀다.

가장 첫 단계로 돌아가보자. 끝없이 반복되는 학대의 고리에서도 최소한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아동학대는 누군가의 신고로 처음 알려진다. 모든 신고가 해결까지 이어지지는 못하더라도, 모든 해결은 신고에서 시작됐다.

경향신문은 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신고’에 집중했다. 신고자들의 결심과 고민, 신고 후에 벌어진 일들을 들었다. 신고자들의 정보 보호를 위해 이름·지역 등은 익명 처리했다.

아동학대를 세상에 드러나게 하는 것의 첫단추는 ‘신고’다. 아동학대는 가정사가 아니라 사회적 영역에서 모두 함께 감시하고 예방·해결해야 할 문제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아동학대를 세상에 드러나게 하는 것의 첫단추는 ‘신고’다. 아동학대는 가정사가 아니라 사회적 영역에서 모두 함께 감시하고 예방·해결해야 할 문제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아빠가 엄마를 죽일까봐” 아이는 학대를 참았다

하윤이의 친모 A씨는 신고를 후회하지 않는다. 하윤이를 학대한 계부와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두 번째 이혼이 되겠지만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더 크다. 신고할 때도 망설이지 않았다. 프리랜서인 A씨는 일을 줄이고 치료시설과 수사기관, 법원 등을 바쁘게 오간다. 후회라면 아이가 힘들다는 것을 먼저 알아주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신고 이후에야 비로소 숨겨진 학대가 드러났다. 계부와 분리된 곳에서 하윤이가 입을 열었다. 상습범이었다. 계부는 숱하게 하윤이를 때리고 꼬집고, 성적으로 학대했다. A씨 앞에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학대는 주로 닫힌 방문 뒤에서 이뤄졌다. 하윤이는 말하지 못했다. “엄마에게 말하면 엄마를 죽이겠다”는 계부의 협박이 무서웠다고 했다. 한 차례 부모의 이혼을 겪었기에, 말을 꺼내면 부모가 또 헤어질 것 같았다고 했다.

다행히 하윤이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기관의 도움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 민간 심리상담센터와 연계해 심리치료도 진행 중이다. 가끔 우울해하거나 감정 기복을 보이지만, 당찬 성격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아빠가 엄마를 죽일까봐” 꾹 참던 아이가 지금은 수사와 치료에도 적극 협조한다. 또래보다 어른스러운 편인 하윤이는 “나쁜 일이 생겨도 좋은 사람들이 도와줄 수 있다는 걸 안다. 희망을 갖고 나중에 멋진 사람이 되겠다”고 A씨에게 다짐했다.

■친한 지인의 아동 방임, 고민됐지만 놔둘 수는…

전화기를 들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B씨는 지난해 말 친한 지인 C씨를 ‘아들을 방임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기관에 신고했다. 우연히 C씨의 집을 방문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설거지는 가득 쌓여 있었고, 방마다 가득 찬 잡동사니 때문에 아이는 거실에서 생활했다. C씨의 아들 현이(가명)는 또래에 비해 많이 말랐다.

신고가 쉽지는 않았다. C씨와의 친분 때문이었다. B씨가 신고했다는 것을 C씨가 알게 되면 관계가 끊어질 수 있었다. 고민을 거듭했지만, 그때마다 현이의 퀭한 눈과 마른 몸이 계속 떠올랐다. 결국 전화기를 들었다. “아이가 지낼 만한 환경이 아니에요. 아이가 너무 불쌍해요. 애 좀 구해주세요.” B씨는 신고를 하면서도 “내가 신고했다고는 절대 말하지 말아 달라. 나와 관련된 이야기도 하지 말아 달라”며 신신당부했다.

신고 후에 밝혀진 사실들은 심각했다. 홀로 아들을 키우는 C씨는 술을 마시느라 집을 자주, 오래 비웠다. 1주일에 한 번 들어갈 때도 있었다. 현이는 심각한 게임중독에 빠졌다. 온라인 수업은 출석버튼만 누르고 12시간씩 게임을 했다. 식사도 컵라면 등으로 대충 때웠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가 열어본 냉장고 안 반찬은 대부분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전형적인 ‘방임 학대’였다.

신고는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졌다. 기관의 개입으로 현이는 게임중독 치료를 받고 있다. 기관은 C씨에게 생활고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소개해줬다. C씨는 술을 줄이고 구직 의욕을 보이는 등 달라졌다. 기관 담당자는 “두 사람 모두 처음엔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는 등 개입을 거부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고 연락도 잘 된다”며 “아직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기대를 걸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동학대, ‘비신고의무자’는 없다

아동학대 신고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19년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3만8380건 가운데 교사·아이돌보미 등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23%(8836건)에 그쳤다. 77%(2만9544건)가 이웃이나 친인척 등 이른바 ‘비신고의무자’의 신고였다. 가장 적극적인 신고자는 ‘부모’로 전체 아동학대 신고의 17.0%(6506건)를 신고했다. 아동 본인에 의한 신고도 12.4%(4752건), 이웃·친구의 신고도 4.5%(1718건)로 적지 않다. 신고 건수로만 따지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1만2389건(32.3%)으로 가장 많지만, 이 중 대다수는 신고가 들어온 학대가정을 조사 및 관리하다가 새로 발견한 재학대·형제학대 등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다른 학대를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최초의 신고’도 대부분 평범한 이들의 신고였다.

"아빠가 엄마 죽일까봐 참았어요" 학대받던 아이를 구한 건···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복지시설 등이 닫히면서 주변인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더 중요해졌다. 이미 올해 아동학대 발견이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아동학대 의심 신고 건수는 2만599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2건 줄었다. 이동건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회장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학대 피해를 인지하고 신고를 할 수 있는데 올해는 그럴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아동학대를 가장 빨리 인지할 수 있는 사람들은 결국 주변의 가족이나 이웃, 친인척이다. 가까이서 아동학대를 인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예민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앞에 ‘비신고의무자’는 없다고 말한다. 시민 모두의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권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기획팀장은 “아동학대가 개인의 영역이나 가정사라는 인식이 많다. 사회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른들도 CCTV처럼 주변을 보다가 학대를 발견하면 신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이네처럼 학대 신고가 가정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신고가 반드시 처벌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아이도 부모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훈련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육 등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10월19일부터 11월17일까지 일반 시민 1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절반 가량인 49.5%는 아동학대 관련 교육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신고와 관련된 교육은 58.6%가 받은 적이 없었고, 직장에 학대 예방·신고 관련 홍보물이 있냐는 질문에도 61.2%가 ‘없다’고 응답했다. 권 팀장은 “신고의무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학대 예방 교육이 더 확대돼야 한다. 직장에서 하는 성희롱예방교육처럼 의무교육으로 지정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인식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지난 10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온몸에 멍이 든 채 실려온 16개월 유아가 사망했다. 앞서 3번이나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밝혀지면서 경찰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 법원 등 법 집행자들의 아동학대 심각성 인식은 일반인보다 낮다. 그들이 다루는 다른 중범죄에 비해 아동학대를 사소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아동학대 사망은 예측요인이 없다. 모든 학대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옥같은 고통 벗어나려면

A씨는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다른 하윤이들’을 생각한다. 학대당하는 다른 아이들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난 4월 남편의 폭력에 저항하며 몇 시간 동안 필사적으로 소리쳤지만 이웃 누구도 신고하지 않은 경험이 생생하다. ‘나와 아이가 이대로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A씨는 “남들이 봤을 때는 ‘남의 가정사’라 생각하니 신고하질 않는다. 자기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도 ‘훈육’이라 넘기거나, 집안 망신이라며 묵인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를 목격한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신고했으면 좋겠어요. 신고해서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어요. 이겨내는 과정 자체가 아이의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이죠. 묵인하면 피해아동은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살다가 사라질 수 있어요. 어른들이 먼저 아이들의 손을 잡아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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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날, A씨와 하윤이가 손을 잡고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하늘에 노을이 졌다. 하늘을 보던 하윤이가 말했다. “하나님이 나를 버린 줄 알았어요. 그 아저씨(계부)가 내 방에 오지 않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한참 생각하던 하윤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님이 결국 내 기도를 들어준 것 같아요. 사람들이 도와줘서 너무 좋아요.” A씨는 오는 성탄절에 집에서 두 자녀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같이 볼 계획이다. 당찬 소녀 주인공이 모험 끝에 행복해지는 디즈니 만화를 하윤이는 좋아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1190600001&code=940100#csidxc5e092cf9ce81eca136c3fd5aed4b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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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에 귀향전 연 월북 화가 故 황영준

고향 계룡산 인근 유성문화원에서 11월 25일까지 전시

  • 기자명 대전=임재근 객원기자 
  •  
  •  입력 2020.11.18 18:25
  •  
  •  수정 2020.11.19 09:21
  •  
  •  댓글 0
 

조선화가 화봉(華峯) 황영준(黃榮俊, 1919~2002) 화백의 그림전이 그의 고향 계룡산 인근 대전에서 열렸다.

‘백두와 금강에 오르다’는 제목으로 진행된 ‘조선화가 아카이브 황영준 전(展)’은 18일 오전 11시 유성문화원에서 개막식을 열고 전시에 들어가 25일까지 진행된다.

조선화가 아카이브 황영준 전(展) ‘백두와 금강에 오르다’가 11월 18일부터 25일까지 대전 유성문화원 제1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전시 첫날 전시장을 찾은 한 관람객이 황영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조선화가 아카이브 황영준 전(展) ‘백두와 금강에 오르다’가 11월 18일부터 25일까지 대전 유성문화원 제1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전시 첫날 전시장을 찾은 한 관람객이 황영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8일 오전 11시, 대전 유성문화원에서 조선화가 아카이브 황영준 전(展) ‘백두와 금강에 오르다’ 개막식이 진행되었다. 개막식에는 전시를 주최한 6.15대전본부 관계자를 비롯해, 대전시 관계자, 오광영 대전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8일 오전 11시, 대전 유성문화원에서 조선화가 아카이브 황영준 전(展) ‘백두와 금강에 오르다’ 개막식이 진행되었다. 개막식에는 전시를 주최한 6.15대전본부 관계자를 비롯해, 대전시 관계자, 오광영 대전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919년 충남 룡산군 계룡산에서 태어난 황영준 화백은 김은호의 화숙(畵塾)인 ‘낙청헌(絡靑軒)’에서 이석호, 김기창, 백문윤, 장우성 등과 함께 그림을 공부하며 10대를 보냈다.

낙청헌에서 5년간 수학한 그는 1940년부터 ‘후소회 미술전람회’에 작품을 발표했다. 1947년부터 195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서울에서 ‘2인 미술전람회’를 여는 등 활발히 활동하다가 한국전쟁 당시 9.28 서울 수복 이전에 아내와 자녀들(2남 2녀)을 두고 월북했다.

1953년부터 1960년까지 평양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했고, 1966년부터 1985년까지 남포시 미술가동맹 위원장과 조선미술가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1986년부터 임종하기 전까지 송화미술원 명예고문을 맡았다.

황영준 화백은 전통적인 조선화의 기법과 북한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자신의 독특한 화풍을 완성했고, 북측 화가들에게 영향을 크게 미쳤다.

1988년 북측 최고 칭호인 ‘공훈예술가’ 칭호를 수여받았으며, 백두산, 금강산, 묘향산 등 풍경화·화조화와 함께 마을 인물·노동현장 등 생활 곳곳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작품을 남겼다.

생전 황영준 화백은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가족들에게 자필 편지를 보내는 등 가족과 만나길 열망했으나, 안타깝게도 2002년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지병으로 별세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황영준 화백의 대표작인 ‘무제(백두산 천지, 1990년)’와 ‘비봉폭포의 아름다운 절경(1987년)’ 등 6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60여 점의 작품들은 4개의 세션으로 구분해 전시했다. 첫 번째 세션 ‘고향의 정취를 느끼다’에는 북녘의 마을 풍경을 비롯하여, 아이들의 놀이 등 생활 현장을 묘사한 작품으로 구성했고, 두 번째 ‘백두를 만나다’에는 전통의 화법을 고수하면서도 가늘고 힘있는 선과 점묘법을 통해 독특한 화풍을 정립한 황영준의 백두산의 정경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구성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중국 땅에서 바라본 천지가 아닌 실제 북한의 백두산에서 바라본 천지의 신비로움을 담은 황 화백의 대표작인 ‘무제(백두산 천지, 1990년)’가 포함되어 있다.

세 번째 ‘금강을 오르다’는 금강산의 실경을 바탕으로 내금강과 외금강 곳곳의 명소를 세심하게 관찰한 후 제작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다시, 봄을 그리다’ 세션에는 화려한 색채와 선묘가 돋보이는 화조호(花鳥畵) 9점으로 구성했고, 다양한 봄의 정경을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전시 첫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황영준 화백의 대표작인 ‘무제(백두산 천지, 1990년)’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전시 첫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황영준 화백의 대표작인 ‘무제(백두산 천지, 1990년)’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민예총 미술위원회 박용빈 위원장이 개막식이 끝난 후 개막식 참석자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민예총 미술위원회 박용빈 위원장이 개막식이 끝난 후 개막식 참석자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전시 개막식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 김용우 상임대표는 “대전시와 더불어 협력해서 남북분단을 극복하고자 하는 뜻을 모아 전시회를 갖게 되었다”며 “널리 함께 남북 동포의 문화예술의 전율적인 감동을 느끼며 좋은 만남의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용우 대표는 이어 “70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고향 계룡산 인근 유성문화원에서 뜻깊은 귀향전을 갖게 되었음을 축하드린다”며, “국경과 벽이 없어야 할 문화예술조차도 이렇게 이념의 잣대로 간격을 두게 했던 슬픈 분단의 역사를 회고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시를 주관한 6.15대전본부 김용우 상임대표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전시를 주관한 6.15대전본부 김용우 상임대표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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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준 화백의 막내딸 황명숙 씨도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해 감사의 인사를 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한 황영준 화백의 막내딸 황명숙 씨(충북 청주 거주)는 “전시회를 이곳(대전)에서 열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이 그림을 통해 남북이 하나 되고, 통일이 더 빨리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전광역시 자치분권과 김호순 과장도 “황영준 화백 전시를 통해 통일의 공감대를 높이고,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대전시가 평화와 통일에 대한 시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전시는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발표 2주년을 맞아 서울남북정상회담대전시민환영위원회가 주최하고,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가 주관했으며, 대전시는 후원했다.

전시 관람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하며 무료다. 전시는 11월 25일(수)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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