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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정상회담, 미국이 상응조치를 내놓아야 할 때이다

[사설] 2차 북미정상회담, 미국이 상응조치를 내놓아야 할 때이다
  • 현장언론 민플러스
  • 승인 2019.01.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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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영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출처=백악관]

지난 주말 김영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2박3일간 미국워싱턴을 방문하여 북미간 2차 정상회담을 2월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장소는 베트남이 유력하다고 알려졌다.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은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폼페오 국무장관과 고위급회담을 여는가 하면, 해스펠 미 CIA국장과도 별도로 만났다.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과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9일부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의를 진행중이다.

2월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기로 확정한 것은 큰 진전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지난 몇 개월간의 답보상태를 극복하고 북미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가 못하는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담이다. 문제는 미국이 어떤 상응조치를 내놓을 것인가이다.

최근 미국내 신호는 이중적이다.
우선 미국의 대북협상목표가 현실적으로 조정되고 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폼페오 미 국장관은 지난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에 대한 위험을 어떻게 계속 줄여나갈지”에 대해 “북한(조선)과의 대화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발언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 브래드 셔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북이) 제한된 수의, 그리고 고도의 감시를 받는 무기를 갖게 하고 미사일 기술 관련 프로그램을 동결하도록 할 수 있다면, 미국은 더 안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미국의 안전”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서는 북 ICBM 동결과 폐기를 당면 목표로 잡고 비핵화문제는 후순위로 돌려야한다는 취지이다.

다른 한편, 대북협상에서 패권논리와 강경논리는 여전히 팽배하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여부는 “북이 핵리스트를 얼마나 내놓느냐에 달려있다”던가, “구체적 비핵화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연일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비핵화‘개념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쪽으로 분명히 해야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이 끝난 뒤 성명을 통해 "회동이 생산적이었다"면서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북한(조선)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미국이 대북협상에서 핵폐기를 앞세우든, ICBM 폐기를 앞세우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북미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려면 종전선언과 제재해제가 이루어져야 하며, 임시중단 중인 한미연합훈련을 영구중지함과 더불어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개를 지지하는 입장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
미국이 6.12북미공동선언에서 명확히 밝힌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북 비핵화”로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대북압박과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에서 변화가 없는 한 답보상태인 북미관계가 달라질 것은 없다.

미국은 대북협상에서 자신이 내놓은 만큼만 얻어가게 될 것이다. 현재 언론보도에 나오는 것처럼 남북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언급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조치에 상응해 미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의 재개,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수준의 조치를 취하는 정도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적으로 되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이 정도 조치는 북의 입장에서 볼 때 영변핵시설 폐기에 준하는 등가교환이 아니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고,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개라는 당면현안을 해결하는 입장에서도 한참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대북협상태도이다.
북은 “신뢰관계에 기초해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한다면 ’어떠한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한두 번만 밝힌 것이 아니다. 2018년 7월 북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우리는 미국 측이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맞게 신뢰조성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기대하면서 그에 상응한 그 무엇인가를 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미국이 강도적 요구만 했다고 지적한 점도 그렇고, 이번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에서 핵무기에 대해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고 확인한 것을 놓고 보아도 북미회담 진척여부는 북이 아니라 미국의 태도에 달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지난해 급속히 진전된 북남관계현실이 보여주듯이 일단 하자고 결심만 하면 못해낼 일이 없으며 대화상대방이 서로의 고질적인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 호상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옳바른 협상자세와 문제해결의지를 가지고 림한다면 반드시 서로에게 유익한 종착점에 가닿게 될 것”이라고 밝힌 점에 유의해야 한다.

“동맹의 가치”를 더 중시해야 한다면서 대북협상기조를 선비핵화 요구로 몰고 가려는 미 제국은 전가의 보도처럼 생각하는 대북제재도 북중관계 개선과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진으로 그 수명이 끝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파탄난 대북제재 고수에 매달리고, 선비핵화논리만 앞세우면서 아무 것도 주는 것 없이 받겠다고만 한다면, 날이 갈수록 미국의 선택지는 점점 없어지게 될 것이다.

미국이 선비핵화를 버리고 ICBM폐기협상에 매달린다면서 아우성을 치는 분단적폐세력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과거의 죄악에 더해 민족의 현재와 미래까지 팔아먹는 범죄행위를 국민이 더는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재적 입장에 서 있는 문재인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북미실무회담장인 스웨덴에 함께하고 있는 만큼 어정쩡한 기계적 중재가 아니라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재개는 남북의 합의이며,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반드시 가능한 조건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설득해야 한다.

현장언론 민플러스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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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향한 전진, 상호불가침선언과 다자평화협정

[개벽예감 331] 평화를 향한 전진, 상호불가침선언과 다자평화협정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01/21 [09:38]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평화체제수립과 평화지대구축, 어떻게 다른가?

2.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전변시키는 혁명적인 과정

3. 3개월 동안 이룩한 군비통제의 성과들

4. 28년 만에 실행되는 북측의 군비통제방안

5.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 

6. 통일로 가는 평화의 발걸음, 군비통제→평화협정→군축과 철군

 

 

1. 평화체제수립과 평화지대구축, 어떻게 다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평화문제를 특별히 강조하였다. 지난해 신년사에는 평화라는 말이 일곱 차례, 평화적 환경이라는 말이 두 차례, 평화수호라는 말이 한 차례 들어있는데, 올해 신년사에는 평화라는 말이 열세 차례, 평화번영이라는 말이 일곱 차례, 평화체제라는 말과 평화시대라는 말이 각각 두 차례, 그리고 평화수호라는 말과 평화보장토대라는 말이 각각 한 차례 들어있다. 이 사실 하나만 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평화문제를 얼마나 강조하였는지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조한 평화문제는 낡은 정전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는 혁명적 과업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우리는 항시적인 전쟁위기에 놓여있는 조선반도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끝장내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시대를 얼어놓을 결심 밑에 지난해 정초부터 북남관계의 대전환을 위한 주동적이며 과감한 조치들을 취하였”고, “우리의 주동적이면서도 적극적인 노력에 의하여 조선반도에서 평화에로 향한 기류가 형성되”었다고 언명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는 혁명적인 과업을 강조하였을 뿐 아니라, 그 혁명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구체적인 방도까지 제시하였다. 그 구체적인 방도가 바로 상호불가침선언과 다자평화협정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를 발표하기 위해 조선로동당 본부 청사에서 발표장소로 걸어가는 장면이다. 김창선 서기실장,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조용원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수행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는 혁명적인 과업을 강조하였을 뿐 아니라, 평화체제를 일떠세우기 위한 방도까지 제시하였다. 그 방도가 바로 상호불가침선언과 다자평화협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밝힌 평화방략에 대한 연구와 토론이 요구된다. 무지한 상태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상호불가침선언과 다자평화협정을 동시에 언급한 까닭은, 낡은 정전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는 혁명적 과업이 상호불가침선언과 다자평화협정의 연동작용에 의해 수행되기 때문이다. 상호불가침선언과 다자평화협정은 남북관계와 조미관계에서 각각 발생하고, 서로 밀접하게 연동되는 정세변화의 중핵이다. 

 

우선 상호불가침선언에 대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려는 의지를 다음과 같이 표명하였다. 

 

“북남 사이의 군사적 적대관계를 근원적으로 청산하고 조선반도를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지대로 만들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부동한 의지입니다.”

 

위의 인용문에는 평화지대라는 개념이 들어있다. 원래 북측에서는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라는 개념이 널리 쓰이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지대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평화체제와 평화지대는 어떻게 다른가? 

 

평화체제수립과 평화지대구축은 상호불가침선언과 다자평화협정에 의해 실현되는 과업이므로, 그 두 개념은 상대에 대한 적대행위를 서로 중지한다는 뜻을 똑같이 내포하지만, 강조점은 약간 다르다. 

 

약간 다른 강조점이란 무엇인가? 평화체제가 세워지고 모든 적대행위가 중지된 이후에 미국이 주한미국군 병력과 군사장비를 감축하면서도 병력과 군사장비를 완전히 철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이 주한미국군 병력을 전원 철수하면서도, 그들이 사용하던 군사장비를 한국군에게 판매하고 떠날 가능성도 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미국이 주한미국군 병력과 군사장비를 전면 철수한 이후, 서태평양에 전진배치된 미국군 병력과 군사장비가 한반도 인근 수역과 공역을 통과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평화지대라는 새로운 개념은, 위에 열거한 세 가지 가능성이 말끔히 제거된 평화체제를 일떠세운다는 뜻을 지닌다. 평화를 열망하는 8천만 겨레의 뜻대로 삼천리강토가 평화지대로 전변되기 시작하면, 주한미국군은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철수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이 사용하던 모든 군사장비도 병력과 함께 모조리 철수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아니라, 앞으로 그 어떤 나라의 병력이나 군사장비도 평화지대로 전변된 한반도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반도의 수역이나 공역을 일시적으로 통과하지도 못하며, 그 곁을 살짝 스쳐가지도 못한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지대화가 실현되면, 한국군은 미국군과 합동하는 군사훈련이나 전쟁연습을 전혀 할 수 없게 될 것이고, 미국산 군사장비도 전혀 수입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평화체제라는 개념보다 평화지대라는 개념이 더 철저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비핵평화지대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평화지대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는 사실이다. ‘조선반도의 비핵평화지대화’라는 개념이 나온 때는 1980년이었다. 김일성 주석은 1980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6차 대회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평화지대화’에 대해 처음 언급한 바 있다. 그 이후 북측에서는 비핵평화지대라는 말을 널리 써왔는데, 핵무기를 만들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에는 그 개념을 더 이상 쓰지 않고, 그 대신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은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한다는 뜻이 아니라, 핵무기를 생산, 시험, 사용, 전파하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2019년 신년사에서 비핵평화지대화라는 개념이 사용되지 않고, 비핵화라는 개념과 평화지대화라는 개념이 서로 분리되어 사용된 것이다. 그러므로 북측이 추진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조선반도의 평화지대화’는 서로 밀접히 연결되면서도 강조점이 약간 다른 연관개념들인 것이다. 그 연관개념이 지닌 의미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한반도가 평화지대로 전변되면, 남과 북이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것과 더불어 조선과 미국도 적대관계를 해소함으로써 전쟁위험이 사라질 것이다. 또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되면, 북측은 완전한 핵동결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대조선핵위협을 영구히 중지함으로써 핵전쟁위험이 근원적으로 해소될 것이다. 

 

 

2.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전변시키는 혁명적인 과정

 

이 글에서 말하는 상호불가침선언은 남과 북이 불가침을 선언한다는 뜻인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남북불가침선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조선반도에 더 이상 전쟁이 없는 평화시대를 열어놓으려는 확고한 결심과 의지를 담아 채택된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북남군사분야합의서는 북남 사이에 무력에 의한 동족상쟁을 종식시킬 것을 확약한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으로서 참으로 중대한 의의를 가집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와 같은 언명에 따르면, 남과 북은 2018년에 이미 상호불가침을 선언한 것이다. 2018년에 연속적으로, 다발적으로 일어난 정세급변의 한 복판에서 눈부신 자태를 드러낸 불가침선언이다. 지난해 9월 하순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었던 때,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하며 평양에 머물고 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된 직후, 남측 공동취재단에게 “이것은 사실상 남북 간에 불가침합의를 한 것으로 저희는 평가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남북불가침선언의 의의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하려면, 다음과 같은 해설을 덧붙일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제관계가 아니라, 통일국가건설을 지향하는 민족내부관계이므로, 남과 북은 국제법적 효력을 가지는 불가침협정을 체결할 수 없다. 그래서 남북불가침협정이 아니라 남북불가침선언이다. 나라와 나라가 체결한 불가침협정은 국제법적으로 효력을 발생하는데, 민족내부에서 채택된 불가침선언은 어떻게 효력을 발생하는 것인가? 

 

남북불가침선언은 협정이 아니라 정치선언이므로, 선언당사자들이 그 선언을 이행할 때 효력이 발생한다. 선언당사자들의 이행의지에 의해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불가침선언은 불확정성을 지닌다. 만일 어느 일방이 불가침선언을 채택하고서도 그것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 선언은 사실상 무효화되는 것이므로 불확정성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북불가침선언은 불확정성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일까? 그런 한계를 넘어설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고, 더욱이 그런 한계에 갇혀버릴 수도 없다. 왜냐하면, 남북불가침선언이 불이행으로 무효화되지 않도록 하는 일련의 실천행동들이 반드시 수반되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불가침선언을 이행하게 만드는 일련의 실천행동들이 바로 군비통제와 군비감축이다. 다시 말해서, 남과 북이 2018년에 채택한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은 군비통제와 군비감축에 의해 이행의 확정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만일 남북불가침선언 이후에 군비통제와 군비감축이 실행되지 않으면, 그 선언은 효력을 발생하지 못하고 결국 사문화되고 말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일떠세우기 위한 과정은 자명해진다. 그것은 남과 북이 불가침선언→군비통제→군비감축을 단계적으로 실행함으로써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전변시키는 혁명적인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군비통제(arms control)는 쌍방이 적대행동을 서로 중지하고, 병력과 군사장비를 서로 상대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상태로 후방에 재배치하고, 외부로부터 군사장비를 반입하지 않고, 무력증강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군비감축(arms reduction)은 쌍방이 병력과 군사장비를 단계적으로 상호감축함으로써 상대에 대한 공격의지와 전쟁위험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호불가침을 선언한 당사자들은 군비통제로 상호신뢰를 쌓아가면서 전쟁위험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군비감축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남측에서는 군비통제와 군비감축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운용적 군비통제와 구조적 군비통제라는 말을 쓰고, 북측에서는 군비통제라는 말을 쓰면서도 군비감축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무력축감이라는 말을 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8년 9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있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직후,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에 서명하고 그 문서를 교환하는 장면이다. 남북군사분야합의서는 사실상의 군비통제합의서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전에도 남과 북은 군사합의서를 몇 차례 채택한 적이 있었지만, 그날 채택한 남북군사분야합의서는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군비통제를 합의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되었다는 점에서 위상이 다르다. 남과 북이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이행하면 군비통제를 실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는 군비감축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언명한 것처럼,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분야합의서는 사실상의 불가침선언들인데, 그 중에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은 상호불가침의 총적 지향과 목표를 합의한 정치적 선언들이고, 남북군사분야합의서는 상호불가침의 실천방도를 합의한 군사적 선언이다. 상호불가침선언은 군비통제와 군비감축으로 이행되는 것이므로, 남과 북이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을 채택한 것은 군비통제로 상호신뢰를 쌓아가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남북군사분야합의서에는 군비통제를 실행하는 행동지침이 명시되었는데, 남과 북은 그 행동지침에 따라 지난해 후반기에 이미 군비통제를 실행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18년 9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직후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는 사실상의 군비통제합의서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남북군사분야합의서가 채택된 직후 남측 공동취재단에게 “남북은 이번 합의를 통해서 사실상 초보적 단계의 운영적 군비통제를 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전에도 남과 북은 군사합의서를 몇 차례 채택한 적이 있었지만, 2018년 9월 19일에 채택한 남북군사분야합의서는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군비통제를 합의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되었다는 점에서 위상이 다르다. 

그러므로 남과 북이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이행하면 군비통제가 실현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는 군비감축으로 나아갈 수 있다. 

 

 

3. 3개월 동안 이룩한 군비통제의 성과들

 

남북군사분야합의서에는 군비통제를 실행하기 위한 4대 행동지침이 담겼다. 그 4대 행동지침은 남과 북이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전변시키고, 서해 ‘북방한계선’(북측에서는 해상경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전변시키고,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취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남과 북은 2018년 9월 19일에 합의한 군비통제를 어떻게 실행해왔을까? 

 

2018년 10월 25일 남, 북, 미 3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비무장화하는 과업을 완수하였다.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지뢰를 제거한 것만이 아니라, 그 구역에 배치되었던 남, 북, 미 3자의 병력과 군사장비를 후방으로 철수한 것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는 2018년 10월 1일에 시작되어 25일 만에 끝났다. 비록 한정된 구역에서 일어난 변화지만, 상호불신이 후방으로 밀리고, 상호신뢰가 전방에 나선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 뜻과 힘을 합하면, 너무도 쉽고 빠르게 평화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진리는 그렇게 현실로 입증되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남과 북은 중부전선 철원지역의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남북전술도로를 연결하였다. 2018년 11월 22일에 완공된 남북전술도로는 군사분계선을 기점으로 북측 1.3km, 남측 1.7km를 이어놓은 비포장도로다. 남과 북은 지난 65년 동안 서로에게 겨누었던 총부리를 내리고, 그 땅에서 군사분계선 철책과 지뢰와 우거진 수풀을 제거하고 새 길을 터놓는 도로공사를 불과 3주 만에 끝냈다. 우리 민족끼리 뜻과 힘을 합하면, 너무도 쉽고 빠르게 평화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진리는 그렇게 현실로 입증되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중부전선 철원지역의 비무장지대를 관통하여 남북전술도로를 연결하는 작업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남북의 군인들이 군사분계선 철책을 제거하고 작업진척상황에 관해 협의하는 모습이 보인다. 2018년 11월 22일에 완공된 남북전술도로는 군사분계선을 기점으로 북측 1.3km, 남측 1.7km를 이어놓은 비포장도로다. 남과 북은 지난 65년 동안 서로에게 겨누었던 총부리를 내리고, 그 땅에서 군사분계선 철책과 지뢰와 우거진 수풀을 제거하고 새 길을 터놓는 도로공사를 불과 3주 만에 끝냈다. 남과 북이 터놓은 새 길은 비포장도로이기 전에 상호신뢰의 길이다. 우리 민족끼리 뜻과 힘을 합하면, 너무도 쉽고 빠르게 평화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진리는 그렇게 현실로 입증되었다. 남과 북이 군사분계선 및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군비통제를 실행한 것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처음으로 일어난 중대한 변화다. 낡은 정전체제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것만이 아니라,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에 설치되었던 감시초소들을 철거하였다. 북측은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10개소에서 병력과 군사장비를 후방으로 철수하였고, 2018년 11월 20일 그 감시초소들을 모두 폭파, 철거하였다. 남측도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11개소에서 병력과 군사장비를 후방으로 철수하였고, 2018년 11월 12일부터 30일까지 굴착기를 동원하여 그 감시초소들을 모두 철거하였다. 우리 민족끼리 뜻과 힘을 합하면, 너무도 쉽고 빠르게 평화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진리는 그렇게 현실로 입증되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우발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했다. 해상적대행위가 중지된 서해 평화수역은 남북의 길이가 135km다. 남과 북은 135km에 이르는 평화수역 안에서 포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하였고, 해안포 및 함포의 포구와 포신에 덮개를 씌웠고, 포문도 폐쇄하였다. 우리 민족끼리 뜻과 힘을 합하면, 너무도 쉽고 빠르게 평화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진리는 그렇게 현실로 입증되었다.  

 

위에 열거한 것처럼, 남과 북이 군사분계선 및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군비통제를 실행한 것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처음으로 일어난 중대한 변화다. 

 

남북군사분야합의서에서 특별히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이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미 시작된 군비통제를 실행하는 정형을 수시로 점검하면서 그 실행범위를 점차적으로 확대하고, 그런 성과에 기초하여 남북군비감축으로 나아가는 문제를 협의하는 상설기구를 내오기로 합의한 것이다. 

 

 

4. 28년 만에 실행된 북측의 군비통제방안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인 1990년 5월 31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인민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정무원 련합회의는 1988년 11월에 내놓았던 포괄적인 평화방안을 현실적 조건에 맞게 구체화한 새로운 군축방안을 남측에 제안하였다. 새로운 군축방안의 제목은 ‘조선반도의 평화를 위한 군축제안’이다. 놀라운 것은, 북측이 그 군축제안에서 상호불가침선언, 군비통제, 군비감축을 단계적으로 실현해가는 구체적인 방도를 제시하였다는 사실이다. 

 

북측은 1990년에 발표한 새로운 군축방안에서 “조선반도에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국통일을 위한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서는 현 시점에서 우선 북남 사이에 불가침선언을 채택하여야 한다. 이러한 불가침선언에서는 북과 남 사이에 서로 상대방을 무력으로 침공하지 않을 데 대하여 확약하는 동시에 그를 위한 실질적인 담보를 예견하여야 할 것”이라고 언명한 바 있다. 북측이 새로운 군축방안에서 남측에게 제안한, 군비통제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지침은 다음과 같다.

 

(1) 29년 전, 북측은 남측에게 “군사훈련과 군사연습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자고 제안하였다. “외국군대와의 모든 합동군사연습과 군사훈련을 금지”하고, “사단급 이상 규모의 군사훈련과 군사연습을 금지”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일체 군사연습을 금지”하고, “자기 령내에서 외국군대의 군사연습을 허용하지 않”으며, “군사연습을 사전에 호상통보한다”는 것 등이다. <사진 4> 

 

▲ <사진 4>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며 우리 강토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250km 군사분계선에는 위의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철책과 철조망이 설치되었다. 그런데 분단철조망 옆에 들꽃이 말없이 피어났다. 반만년에 이르는 우리 민족사에서 동족끼리 이처럼 극단적으로 대결하는 불행한 역사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들꽃을 피우는 생명의 힘을 분단철조망으로 막을 수 없는 것처럼,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려는 민족의 힘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강의하고 슬기로운 우리 민족은 자기의 단결된 힘으로 원한 맺힌 분단철조망을 걷어내고 위대한 자주통일강국을 반드시 일떠세울 것이다. 조국통일은 열망이고 신념이며 과학이고 진리다. 2018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도, 조미정상회담도, 남북군비통제도,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평화협정체결도, 남북군비감축도, 주한미국군철수도 모두다 위대한 자주통일강국건설을 향해 나아가는 전진의 발걸음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29년 전, 북측은 남측에게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조치를 취하자고 제안하였다. “비무장지대 안에 배치한 모든 군사인원과 군사장비들을 철수”하고, “비무장지대 안에 설치한 모든 군사시설물들을 해체”하고, “비무장지대를 민간인들에게 개방하여 평화적 목적에 리용하도록” 하는 것 등이다.

     

(3) 29년 전, 북측은 남측에게 “우발적 충돌과 그 확대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자고 제안하였다. “쌍방 고위군사당국자 사이에 직통전화를 설치운영”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측에 대한 일체 군사적 도발행위를 금지”하는 것 등이다.

 

(4) 29년 전, 북측은 남측에게 “군비통제와 북남 사이에 있을 수 있는 군사 상의 분쟁문제들을 협의하기 위하여 쌍방 군총참모장급을 책임자로 하는 북남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운영”하자고 제안하였다. 

 

29년 전, 북측이 위와 같은 군비통제방안을 남측에 제안하였을 때, 남측은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당시로 말하면, 노태우 군사독재정권이 집권하고 있었던 정치적 암흑기였으므로, 그렇게 행동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북측은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남측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해서 북측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북측은 1990년에 남측에게 제안하였던 불가침선언과 군비통제를 28년이 지난 2018년에 마침내 실행하였다. 어떤 어려움이 앞을 가로막아도, 8천만 겨레가 열망하는 역사적 과업을 반드시 수행하는 철의 의지와 성실한 노력이 28년 역사 위에 아로새겨졌다.    

 

 

5.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눈에 보인다. 8천만 겨레의 평화열망에 찬물을 끼얹으며, 정세발전에 역행하는 반동현상이다. 그 기이한 반동현상은 다음과 같이 펼쳐졌다. 

 

남측 국방부는 2019년 1월 15일에 펴낸 ‘2018 국방백서’에서 2017년에 102회나 진행하였던 한미합동군사훈련이 2018년에는 77회로 축소되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한 것으로 알았는데, 약간 축소하였을 뿐 종전대로 계속하고 있다. 남과 북이 서로에게 겨눈 총부리를 내려놓기로 합의한 남북군사분야합의서가 채택된 날이 2018년 9월 19일이었으므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 관성적으로 계속하였다고 본대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고작 25회밖에 줄이지 못한 것이니, 문재인 정부에게 합의이행의지가 정말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심스러운 모습을 바라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 정세긴장의 근원으로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입니다”라고 지적하였던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2019년 1월 11일 남측 국방부는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계획에 따르면, 해당기간에 무려 270조7,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사용하게 된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 시기 국방부가 작성하여 2017년 4월 14일에 발표하였던 '2018~2022년 국방중기계획'에 명시된 238조2,000억원보다 32조5,000억원이 더 늘어난 것이다. 평화를 파탄시킨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군사비를 각각 연평균 6.1%, 4.2% 증액하였는데,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군사비를 연평균 7.5%로 대폭 증액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새로운 평화체제를 향한 정세변화에 역행하면서, 낡은 정전체제를 무력증강으로 유지하려는 것이다. 그것은 8천만 겨레의 평화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엄중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중지하여야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최근 남측 국방부가 발표한 무력증강계획을 보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진다. 2019년 1월 11일 남측 국방부가 발표한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해당기간에 무려 270조7,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 시기에 국방부가 작성하여 2017년 4월 14일에 발표하였던 ‘2018~2022년 국방중기계획’에 명시된 238조2,000억원보다 32조5,000억원이 더 늘어난 것이다. 

 

평화를 파탄시킨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군사비를 각각 연평균 6.1%, 연평균 4.2% 증액하였는데,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군사비를 연평균 7.5%로 대폭 증액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무력증강을 획책하고 있다. 그것은 한반도 주변국들과 군비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평화체제로 향한 정세변화에 역행하면서, 낡은 정전체제를 무력증강으로 유지하려는 것이다.  

 

2018년 9월 19일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에 서명하였고, 군비통제 행동지침까지 합의하였던 문재인 정부가 그 합의의 일방인 북을 자극하는 대규모 무력증강을 획책하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비무장화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남북전술도로를 관통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비무장지대 감시초소들을 철거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해안포 및 함포의 포구와 포신에 덮개를 씌우고 포문을 폐쇄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때는 평화와 공동번영을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뒤를 돌아서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력증강을 획책하면서 북을 자극하고 있다. 극도로 모순된 행동이다. 이것은 8천만 겨레의 평화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엄중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멈추고,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 

 

 

6. 통일로 가는 평화의 발걸음, 군비통제→평화협정→군축과 철군

 

지난해 2018년에 남과 북이 사실상의 상호불가침을 선언하고, 군비통제를 시작하였으므로, 이제는 군비통제가 시작된 이후에 제기되는 더 높은 단계의 역사적 과업을 수행하기 시작할 차례다. 더 높은 단계의 역사적 과업은 무엇인가? 올해 남과 북에게 주어진 더 높은 단계의 역사적 과업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평화협정체결이다! 

 

평화협정이 반드시 체결되어야 하는 필연성, 그 어떤 경우에도 체결될 수밖에 없는 역사적 필연성은, 남과 북이 상호불가침을 선언한 것에 부응하여 남, 북, 미, 중이 4자평화협정을 체결해야 남과 북이 실행하는 군비통제가 더욱 진전되고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군비통제는 4자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완성될 수 있으며, 남북군비통제가 완성되어야 남북군비감축과 주한미국군 철수를 실행할 수 있게 된다. 만일 4자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남북군비통제는 미완성으로 남게 되고, 따라서 남북군비감축과 주한미국군 철수는 실행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남북군비통제를 남북군비감축과 주한미국군 철수로 이끌어갈 강한 견인력은 4자평화협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4자평화협정이 반드시 체결되어야 하는 역사적 필연성은 거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핵동결완료를 선언하였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자평화협정요구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정전협정당사들과의 긴밀한 련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언명하였던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 조미관계, 조중관계에 4자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업을 3중적으로 제기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절묘한 협상전략이다. 

 

오는 2월 하순에 예정된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협정체결문제를 극적으로 타결하면, 조선과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중국이 참가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4자회담이 열리게 될 것이고, 그 실무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2019년 1월 18일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부위원장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장면이다. 김영철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회동에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문제를 오랜 시간에 걸쳐 협의하였다. 그 협의내용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백악관은 그 회동 직후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오는 2월 하순에 열리게 된다고 발표하였다. 김영철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회동시간이 예상을 뛰어넘어 길게 이어진 것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전협의를 진행하였기 때문이다. 오는 2월 하순에 예정된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체결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되면, 조선과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중국이 참가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4자회담이 열리게 될 것이고, 그 실무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4자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남과 북은 그에 상응하여 단계적 군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여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게 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현실이 이런데도, 무지와 오해와 편견에 빠진 남측 언론매체들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체결문제가 타결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하고, 핵동결과 대조선제재완화를 맞바꾸게 될 것으로 보인다느니,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으로 반출하는 문제를 합의할 것이라느니 뭐니 하면서 말이 되지 않는 헛소리만 잔뜩 늘어놓았다.

 

4자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남과 북은 군비통제를 완성시키고 군비감축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남과 북은 군비감축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까? 북측은 29년 전 남측에게 제안한 새로운 군축방안에서 남북군비감축을 실현하기 위한 단계적 행동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단계적 행동지침은 다음과 같다. 

 

“병력축감은 쌍방 사이에 군축안이 합의된 때로부터 3~4년 동안에 3단계로 나누어 실시”하는데, “첫 단계에서는 쌍방이 각각 30만명 선으로, 둘째 단계에서는 다시 각각 20만명 선으로 축소하며 세 번째 단계가 끝날 때에는 쌍방이 각각 10만명 아래 수준에서 병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과 함께, 남과 북이 “단계별 병력축감에 상응하게 군사장비들도 축소페기”하는 것이며, “정규무력축감의 첫 단계에서 모든 민간군사조직과 민간무력을 해체”하는 것이다.  

 

남측 국방부도 군축문제를 언급하였다. 남측 국방부는 2019년 1월 15일에 발간한 ‘2018 국방백서’에서 “남북이 최초로 군사력 통제를 통해 우발적 충돌방지, 군사적 신뢰구축 실천방안에 합의해 한반도의 재래식 군사질서가 획기적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 맞춰 남북 간에 실질적인 군사적 신뢰구축에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국방부는 이러한 정부의 입장에 따라 주변환경의 변화와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조치의 이행정도를 고려하면서 ‘운용적 군비통제’와 ‘구조적 군비통제’를 위한 제반조치를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남측 국방부가 군축을 말하면서도 무력증강을 획책하는 모순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은 그들에게 진정한 군축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측 국방부는 무력증강계획을 폐기하고 군비통제를 성실히 실행하면서 남북군축협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의 불가침을 선언한 남과 북이 군비통제를 실행하고, 조선과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중국이 참가하는 4자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남과 북은 그에 상응하여 단계적 군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여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게 될 것이다. 단계적 군축과 단계적 철수는 연동되는 것이다. 낡은 정전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일떠세우는 혁명적인 과업은 바로 그렇게 완성될 것이고,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위에 위대한 자주통일국가가 세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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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20~30년 집권 위해 장기적·근본적 개혁 필요"

민주당, 14개 시도지사 간담회 개최... “현장반장처럼 뛰어달라" 주문

19.01.20 18:06l최종 업데이트 19.01.20 23:09l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한 이재명 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한 이재명 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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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정책은 30년 집권 계획에 맞춰서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본소득 제도를 피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부분적으로, 지엽적으로 (경기도에서 먼저) 시행할 수 있도록 당에서 관심을 가져달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재명 지사는 특히 지역화폐, 기본소득 제도 등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강조하면서 '30년 집권론'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30년 집권 계획 맞춰 기본소득 제도 시행해야"

이재명 지사는 인사말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공정한 경쟁질서를 만들고 자원과 역량과 돈이 공정하게 사용돼서 효율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게 경제를 살리는 근본적 대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한 박원순-이재명-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참석자들과 함께 "한국경제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한 박원순-이재명-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참석자들과 함께 "한국경제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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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는 이어 "우리가 20년, 30년 집권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당에서 지금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저희도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근본적 개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지사는 특히 "단기적이고, 현장적이고, 미세한 정책들"이라며 기본소득 제도, 지역화폐 등에 대한 당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또 "자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본이 지나치게 편중되어 순환이 안 되기 때문에 경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골목상권,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간담회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공정한 경쟁질서를 만들어 자원과 기회가 모세혈관까지 흐르도록 하는 게 경제를 살리는 근본적인 해법"이라며 "소득주도 성장, 포용적 성장 정책을 통해 자원과 기회가 효율적으로 쓰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어 "아동수당처럼 보편적 복지의 성격을 띠는 재정을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면 반드시 지역경제에 혈기가 돌고, 모세혈관부터 경제가 살아나게 될 겁"이라며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본소득은 불가피한 변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해찬, 지방분권 추진 강조... 홍영표 "민생 실핏줄까지 예산 집행돼야"

이해찬 대표는 이날 "2개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아직 안 끝났는데, 지방일괄이양법을 전면 개정하는 지방자치법을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 짓겠다"며 차질 없는 지방분권 추진을 약속했다.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한 이재명 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시도지사 간담회 참석한 이재명 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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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에 대한 검토가 거의 다 끝나 조만간 국무회의 의결을 거칠 예정"이라며 "2022년에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으로 되는 예산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정부 예산이 실제 경제 현장과 민생의 실핏줄까지 제대로 집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시도지사들이 현장 반장처럼 뛰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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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10년...먹먹하다

[포토스토리] 모란공원에서 열린 용산참사 10주기 추모제
2019.01.20 23:55:43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을 올린다. 엎드려 절을 한다. 서럽던 날들을 털어놓는다. 보고 싶어 울고 야속해 운다. 세상이 답답해 화를 내다 처지가 서러워 하늘을 보다 가해자의 추행에 핏대를 세우다 다시 무덤에 익숙한 약속을 던진다.  

 

10년간 그랬다. 아직 참사는 규명조차 되지 못했다. 유가족은 극심한 트라우마와 생활고에 시달리며 10년을 살았다. 누군가에 의해 그 일은 정치적으로 '분류'돼 버렸고, 그저 평범하던 일상은 무분별한 오해와 편견까지 견뎌야 했다. 10년... 법의 장벽은 여전히 높고 그 너머의 카르텔은 짐작조차 안 된다. 돈과 폭력의 거래는 여전하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한 정치인은 많았지만, 정권까지 바꿨지만 손에 잡히는 것들은 아직 부끄럽다.

 

묘지를 내려다보는 얼굴이 복잡하다. 아프고 서럽고 막막하다.

 

20일 용산참사 10주기를 맞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에서 열린 추모제의 풍경을 담았다.  

 

 

 

▲ 용산참사 10주기. 윤용헌 씨의 아내 유영숙 씨 ⓒ프레시안(최형락)

 

 

 

 

 

▲ 참사 희생자 한대성 씨 ⓒ프레시안(최형락)

 

 

 

 

 

▲ 참사 희생자 이상림 씨 ⓒ프레시안(최형락)

 

 

 

 

 

▲ 이상림 씨의 아내이자 이충연 씨의 어머니인 전재숙 씨. 참사는 그녀의 삶을 바꿔놓았다. ⓒ프레시안(최형락)

 

 

 

 

 

▲ 참사 희생자 이성수 씨의 아내 권명숙 씨 ⓒ프레시안(최형락)

 

 

 

 

 

 

▲ 함께 망루에 올랐던 이들이 무덤 앞에 절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생전에 좋아하던 소주를 사왔다. 무덤에서라도 담배는 피우지 말라며 올려져 있던 담배를 뺏는다. 옛 추억을 더듬으며 애써 가족을 웃게 하려는 옛 동료들의 말들이 찡하다. ⓒ프레시안(최형락)

 

 

 

 

 

▲ 그는 '아직 아이들이 아빠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해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한다. ⓒ프레시안(최형락)

 

 

 

 

 

▲ 참사 희생자 윤용헌 씨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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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고라니도 사냥하는 최상위 포식자 검독수리

늑대·고라니도 사냥하는 최상위 포식자 검독수리

윤순영 2019. 01. 18
조회수 5107 추천수 0
 

한때 텃새로 번식했지만 이제는 드물게 찾아오는 겨울철새

 

크기변환_YSY_3912.jpg»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검독수리.

 

검독수리는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겨울철새 가운데 최고의 사냥꾼이자 가장 보전등급이 높은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보기가 힘들기도 하다. 필자는 2011년 1월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 인근에서 저녁 무렵 하늘을 선회하는 검독수리의 모습을 보았다. 그 후 6년 만인 2017년 11월 천수만에서 다시 관찰하는 행운을 만났다.

 

지금은 손님으로 찾아오지만 한때 검독수리는 우리나라 텃새로 번식했다. 1948년 경기도 남양주시 예봉산 약 25m 높이의 절벽 15m 지점에서 3m가량 들어간 바위굴에서 번식했다는 기록이 있고, 1948년 4월 16일 경기도 천마산의 33m 바위 절벽에서 번식을 관찰한 사례도 있다.

 

1974년 8월 3일 전북 내장산 도집봉(표고 600m) 산정 부근 암벽(원병오, 1974)에서 번식 기록이 있으며, 현재도 강원도 양구 두타연 부근 (DMZ 인접지역)에서도 번식하는 듯하다. 겨울철 한강하구, 임진강, 철원, 연천, 천수만, 낙동강지역에 도래한다.

 

크기변환_YSY_0495.jpg» 사냥감을 노리는 검독수리.

 

제 몸보다 큰 고라니도 사냥

 

고라니를 향해 마음껏 공격성을 드러내는 검독수리의 모습은 천수만에서 목격하였다. 사냥 모습을 사진으로 포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검독수리는 경계심이 강하여 좀처럼 곁을 주지 않았고, 어느 곳에서 나타날지 몰라 한 장소에서 온종일 기다리기가 예사였다. 천수만의 사진은 아지랑이와 운무 탓에 피사체가 흐릿하게 퍼져 보인다. 검독수리가 좋은 날씨를 맞춰줄 리 없다(■ 관련 기사자기보다 큰 고라니 기습한 검독수리).

 

크기변환_YSY_0767.jpg» 고라니를 공격하는 검독수리.

 

크기변환_YSY_0770.jpg» 검독수리의 공격에 놀란 고라니가 서둘러 도망친다.

 

크기변환_YSY_0772.jpg» 고라니도 방어에 나선다.

 

검독수리는 북반구에서 가장 잘 알려진 맹금류 중 하나다. 한 때 전북구 전역에 널리 퍼져 있었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멸종되거나 희귀해졌다. 유라시아, 북아메리카, 일부 아프리카 지역에 서식한다. 세계에서 검독수리가 가장 흔하게 사는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앨러미다 군의 남부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매우 희귀한 새다. 검독수리는 약 155㎢ 정도의 영역을 차지해 생활하며, 수컷 한 마리가 암컷 한 마리와 생활하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

 

크기변환_DSC_1468.jpg» 논둑에 앉아 주변을 살피는 검독수리.

 

크기변환_DSC_1325.jpg»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발톱은 다른 맹금류보다 예리하게 보인다.

 

날개 펴면 2m 넘는 수리

 

검독수리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갈색이며, 머리와 목 깃털은 좀 더 연하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종의 몸 길이는 수컷 81㎝, 암컷 89㎝이다. 날개 길이 57~63㎝, 꽁지 길이 31~35㎝, 몸무게는 약 4.4㎏이고, 날개를 폈을 때의 길이는 167~213㎝에 달한다. 다른 수리들에 비해 토시를 한 듯 다리의 깃털이 발목을 끝까지 감싼다. 이런 특징은 항라머리검수리, 초원수리, 흰죽지수리에서도 볼 수 있다.

 

깃털의 색은 검은 갈색에서 짙은 갈색까지 다양하다. 정수리와 목 뒤쪽의 깃털은 두드러진 노란색을 띠어, 햇빛을 받으면 황금빛으로 더욱 두드러진다. 이 새의 영어 이름이 ‘황금 수리(Golden Eagle)’인 것은 이 때문이다. 날개의 위쪽도 비교적 밝은 색을 띤다. 다 자라지 못한 새끼는 어미와 대체로 비슷하나 약간 칙칙한 반점이 여기저기 나 있다. 꼬리에 하얀 줄무늬가 있으며 날개 관절 부위에도 하얀 깃털이 있는데, 완전히 자라 흰 깃이 사라지려면 5살이 되어야 된다.

 

크기변환_YSY_0186_01.jpg» 한가롭게 소나무에 앉아 기지개를 켜는 검독수리.

 

다 자란 검독수리의 크기는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한데, 그 중 작은 종이 한국과 일본에 서식하며 큰 종은 카자흐스탄 남부와 중국 남서부 지역, 만주, 인도 북부 등지에 분포한다. 다른 맹금류와 같이 암컷이 수컷에 비해 훨씬 커 암컷의 몸무게가 수컷보다 1.25∼1.3배가량 더 나간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의 경쟁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수컷이 크지 않다는 설이 있지만, 작은 몸집이 민첩해 사냥에 유리할 수 있다.

 

검독수리는 주로 너구리, 토끼, 청설모 등을 잡아 먹는다. 사냥할 때는 재빠른 속도와 강한 발톱으로 먹이를 공격해 들어 올리거나 머리를 제압하는 방법을 쓴다. 먹이가 부족할 때는 사체를 먹기도 한다. 가끔 사슴, 산양 등 대형 포유류나 살쾡이, 여우 등 육식성 포유류를 사냥하기도 한다. 유라시아에 분포하는 대형 검독수리들은 늑대를 사냥하는 경우도 있다(■ 관련 기사러시아 검독수리, 사슴 사냥 첫 확인).

 

크기변환_YSY_4311.jpg» 급강하 하는 검독수리.

 

크기변환_YSY_4324.jpg» 발톱에 사냥 본능이 살아있다.

 

크기변환_YSY_3903.jpg» 먹잇감을 향해 돌진한다.

 

대형 조류도 검독수리의 먹이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보다 몇 배나 큰 동물까지 먹이로 삼는다. 다 자란 불곰조차도 검독수리 두 마리의 공격을 받고 달아나는 장면이 촬영된 바 있다. 여기서 검독수리의 공격은 먹이로 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영역에 침입한 상대를 쫓아내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거대한 둥지는 작은 동물 ‘피난처’

 

검독수리는 보통 집단을 이뤄 함께 살아간다. 이들은 영역 내에 여러 개의 둥지를 틀고 몇 년에 걸쳐 번갈아 가며 사용한다. 둥지는 절벽, 나무 등의 높은 곳에 지으며, 오래된 둥지는 지름 약 2m에 높이 1m에 달한다. 필요할 때마다 둥지를 보강하기 때문에 둥지 크기가 늘어난다.

 

크기변환_YSY_0270.jpg» 나뭇가지를 움켜쥔 검독수리.

 

크기변환_YSY_0327.jpg» 나뭇가지를 나르는 검독수리.

 

크기변환_YSY_0354.jpg» 나뭇가지를 움켜쥐고 소나무 위에 올려놓는 검독수리.

 

암컷은 1∼4개의 알을 낳으며 부화 기간은 40일 전후이다. 깨어난 새끼는 50일이 되기까지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는다. 새끼가 둥지를 떠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개월이다. 이 기간 동안 1~2마리 정도만 살아남는다. 일반적으로 검독수리는 4~5살을 전후해 번식 활동을 시작한다. 검독수리는 일부일처제의 대표적인 동물로써 짝짓기 후 수년간 서로간의 신뢰를 굳건히 하는 행동을 하는데, 이때 암수는 서로를 다른 맹금류로부터 헌신적으로 보호한다.

 

검독수리가 먹이로 하기에 너무 작은 동물들은 검독수리의 둥지를 피난처로 삼기도 한다. 작은 동물을 먹이로 삼는 포식자들은 검독수리의 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검독수리의 영역 안으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크기변환_YSY_6609.jpg» 꿩을 추적하는 검독수리.

 

크기변환_YSY_8760.jpg» 땅거미가 질 무렵 사냥한 먹이감을 뜯어 먹는 검독수리.

 

검독수리는 조류 중 최상위 포식자이다. 다 자란 검독수리는 다른 맹금류처럼 다른 포식자의 먹이가 되지 않는다. 검독수리는 다른 맹금류로부터 먹이를 빼앗는 방식을 선호한다. 검독수리의 시력은 매우 뛰어나 2㎞ 밖의 먼 거리에서도 먹이를 찾아낼 수 있다. 결단력 또한 사람보다 몇 배나 뛰어나다. 

 

크기변환_DSC_1321.jpg

 

검독수리의 예리하고 커다란 발톱은 사냥감을 죽이거나 운반하는 데 주로 쓰고, 휘어진 부리는 먹이를 찢고 삼키는 데 쓴다. 검독수리 암·수는 일을 나눠 사냥하며, 한 쪽이 다른 한 쪽이 기다리는 곳으로 먹이를 모는 방식을 선호한다.

 

검독수리는 수명이 매우 길어 자라는 속도가 느린데도 많은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다. 한때 텃새였다 지금은 겨울철새로 드물게 우리나라를 찾아와 명맥을 유지하는 이 멋진 새를 잘 보호해야 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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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장소 정했다…엄청난 진전"

침묵 깨고 공개 언급…"김영철과 매우 좋은 만남"
2019.01.20 10:37: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국가를 정했다고 19일(현지시각) 밝혔다. 전날 진행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만남과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도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가진 면담을 먼저 언급하며 "어제 북한과 매우 좋은 만남을 가졌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만남이었다. 거의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2월 말께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정상회담이 열릴) 한 나라도 선정했지만 추후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주 가량 이어진 북한 관련 침묵을 깨고 직접 김 부위원장과의 만남에 의미를 부여함에 따라 2차 정상회담을 둘러싼 큰 틀의 교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 뒤에도 백악관은 2월 말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한 것 외에는 극도로 말을 아껴 장소나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은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정상회담 장소도 정했다"고 밝힘에 따라 2차 정상회담 일시와 장소는 발표만 남았을 뿐, 양국 간 내부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관측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통해 '톱다운' 방식의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회담을) 고대하고 있고 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거듭 "유감스럽게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왔지만,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이뤄왔다"며 "북한과는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의 구체적 내용에 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은 연락사무소 개소, 일부 제재 완화, 종전선언을 카드로 북한과 세부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2차 정상회담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담당하는 실무협상에서 밀고 당기기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가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 앞서 도착한 최 부상과 담판에 돌입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도 현지에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톡홀름 3자 회동이 오는 22일까지 3박 4일간 한 곳에 머물며 밀도있게 진행되는 방식이어서 2차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생산적 결과물을 도출해낼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전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했던 김영철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47분 에어차이나 항공편으로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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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말 북미정상회담 발표 직후, 남·북·미 외교 실무대표들 스톡홀름 집결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1/20 11:52
  • 수정일
    2019/01/20 11:5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최선희·이도훈·비건 스웨덴 스톡홀름에…3자회동 촉각

홍민철 기자 plusjr0512@vop.co.kr
발행 2019-01-19 18:27:15
수정 2019-01-19 18:27:15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좌),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좌),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우)ⓒ제공 : 뉴시스
 

남북미 3국 실무 대표자들이 스웨덴에 속속 집결하고 있다. 북미가 정상회담을 2월말께 하겠다고 공표한 가운데 3국 실무자들이 회담을 위한 협의를 진행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면담이 끝난 직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9~23일 스웨덴 외교부가 주최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스웨덴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스티븐 비건 대표는 북미 간 협상의 미국 측 핵심실무자다. 표면적으로는 ‘국제회의 참석’ 명목이지만 비건 대표가 방문하는 스웨덴 스톡흘름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정상회담 실무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선희 부상은 북한의 대미외교 핵심 실무인사 중 한명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스웨덴 외교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최선흐 부상이 국제 전문가들과 소규모 토론 형식으로 열리는 라운드테이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스웨덴에 도착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17일 오후 스웨덴에 도착한 최 부상은 이날 저녁 발스트롬 스웨덴 외교장관과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상과 비건 대표가 스웨덴에서 실무 협의를 위해 만난다면 지난해 8월 비건 대표 임명 후 첫 대면이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제공 : 뉴시스

한국의 역할도 주목된다. 앞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8일 스웨덴으로 떠났다. 이 본부장은 지난 15일과 17일 밤 비건 대표와 전화 통화에서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향후 추진 방향을 조율한 실무자다.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당시 협의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일정 등을 이 본부장에게 설명했다.  

청와대는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된 이날 “미국과의 공조와 더불어 남북 간의 대화도 확대해 가면서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모든 역할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본부장이 스웨덴에서 남·북·미 간 3자 연쇄 실무협의를 벌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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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목사 25년 전 '통일은 됐어'는 선지자의 예언

늦봄 25주기 추도식 진행...4.2선언 30주년 평양 '금강'공연 추진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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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9  22: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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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익환 목사 25주기를 맞아 19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문익환 목사 묘역에서 추묘예배 및 추도식이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통일은 됐어'라는 선지자적 외침이 새삼스러운 19일 오전 늦봄 문익환 목사 25주기 추모예배 및 추도식이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문익환 목사 묘역에서 진행됐다.

이날 추도식은 2월 말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알려져 어느때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5년전인 1994년 1월 18일 문익환 목사의 서거와 30년전인 1989년 3월 문익환 목사의 방북을 기억하며 정중한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1월 중순의 날씨치고는 매우 따뜻한 이날 사단법인 통일맞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한빛교회, 사단법인 전국민족민주 유가족협의회, 늦봄문익환학교 학생과 학부모 등 300명이 추도식에 참가했다.

세종특별시 교육감인 최교진 통일맞이 이사는 이해찬 통일맞이 이사장을 대신한 개회사에서 "목사님이 열어주신 화해와 평화의 길, 내가 가고 네가 오고 우리가 함께 내달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땅 한반도가 더이상 섬나라가 아니라 세계로 뻗어가는 큰나라가 되도록 미래로 나아가는 큰길을 내겠다.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아름다운 통일로 피워내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문익환 목사가 30년전 방북 후 감옥에 갇혔을 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주심변호사로서 여러 차례 독대할 당시 문 목사가 "남과 북이 서로를 찬양하고 고무할수록 통일은 빨라진다고"했던 언급을 거론하고는 당시 서울역에서 평양가는 기차표를 당장 내놓으라는 내용으로 문목사가 발표한 시를 잠꼬대로 여겼지만 지금은 가히 예언자인 문목사의 선지자적 능력을 보게 된다고 회고했다.

북측은 이날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명의로 문익환 목사 서거 25주년 추도사를 보내왔다.

북측은 김희선 통일맞이 이사가 낭독한 추도사를 통해 "늦봄 문익환 목사의 고결한 넋은 길이 살아있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민족을 열렬히 사랑하고 조국통일을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깡그리 바쳐온 문익환 목사. 그 이름은 수십년 세월이 흘러갔어도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 소중히 자리잡고 있다"고 기렸다.

이어 "문 목사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민족의 화합과 통일의 새봄은, 조국통일의 동반자로 함께 손잡고 민족번영의 새 시대를 앞장서서 열어나가시는 북남 수뇌분들의 대범한 결단과 의지에 의하여 오늘날 비로소 현실로 꽃피어 나가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는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는데 한사람같이 떨쳐나 늦봄 문익환 목사가 그처럼 절절히 바라던 통일의 소망을 반드시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김홍걸 민족화해협력위원회 대표상임의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원순 서울시장, 문성근 통일맞이 부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지난 2년간 민주정부의 탄생과 남북관계의 진전이 있었다는 보고를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 목사님을 뵙기 위해 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고 하면서 "목사님이 오래전 통일은 되었다고 말씀하신 것이 이렇게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은 씨를 뿌린 문목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기억했다.

이어 "그러나 모든 것이 잘되는 것이 아니어서 걱정이 있다"며, "적폐청산의 속도는 느려지고 삶이 어려운 민중의 아우성이 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이 주변국의 결정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 때문에 고민이 커가고 있다. 부디 8천만 민족이 한마음 한뜻으로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보호해달라"고 말했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문익환 목사를 '평화와 통일의 사도', '실천하는 예언자'라며, "문목사의 통일의지가 2000년 6.15공동선언과 2007년 10.4공동선언, 그리고 2018년 4.27 및 9.19공동선언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30년전 문익환 목사가 휴전선을 넘어 평양으로 갔던 그 정신과 용기를 본받는다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 남북 동포들이 화합하고 자유롭게 왕래하는 그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힌다"고 말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어진 추도사에서 문익환 목사가 방북과 수감생활을 지내면서 익힌 파스요법을 확산하던 생전 모습을 상기시키면서 뒤늦게 이를 시대의 아픔을 고치려했던 마음으로 생각하게 됐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1994년 3월 방북을 일주일 앞두고 문 목사로부터 방북계획을 통보받으면서 십자가에 못박히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향하던 예수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하면서 이를 '벽을 문이라고 여기며 박차고 나갈 수 밖에 없었던 절실함'이며, '통일의 십자가를 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을 대표해 문목사의 아들 문성근 통일맞이 부이사장은 "한분 한분 문익환 목사가 살아온 것 같이 반갑고 환영한다"고 추도식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 "문목사가 1989년 3월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 연방제로 단꺼번에 통일하려면 부지하세월이니 이산가족 상봉과 문화교류협력부터 시작하자고 한 합의가 그대로 축약되어서 2000년 6.15선언으로 옮겨 앉았고 10.4선언. 지난해 판문점 선언으로 이어졌다"고 하면서 "그 합의는 옳았다는 생각이다. 세월을 허비하지 않았다면 지금 화폐통일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을까"라며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문 부이사장은 올해 4.2일 성명서 발표일에 즈음해 통일맞이 대표단이 방북해 기념행사와 함께 문 목사의 장남인 고 문호근 연출가가 준비했던 가극 '금강'의 평양공연을 추진하며, 지난해 박물관으로 새로 꾸민 문 목사 수유리 자택에서 3월 25일 특별전시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통일맞이 행사는 아니지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주도해 4.27 판문점선언 1주기에 맞추어 당일 오후 4시 7분 비무장지대(DMZ) 500km 강화-고성 구간을 100만명이 나서 인간띠잇기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관심을 가져 줄 것을 호소했다.

이날 문익환 목사 25주기 참배식에는 문 목사가 목회했던 한빛교회 교인들과 전남 강진의 늦봄 문익환학교 학생과 학부모,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과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원들, 이해동 목사, 나핵집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장, 고 장준하 선생 장남 장호근 선생 등 300여명이 참가했다.  

   
▲ 전남 강진의 늦봄문익환학교 학생들이 '비무장지대로 가자'는 노래 공연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목사님, 우리가 이제 분단의 벽을 넘어서려 합니다.' 이날 문익환 목사 25주기 추모제에는 300여명의 시민, 학생들이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추모식이 끝난 후 헌화와 참배가 이어졌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수정-20일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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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노사 “태영건설 배후설? 정말 모르는 소리”

손혜원 보도 이후 ‘대주주 연관설’ 부추기는 여론에 반박
SBS 보도본부장 “명분 부족한 쪽이 동원하는 게 음모론”
SBS 노조위원장 “지금 대주주가 방송에 입김? 불가능”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9년 01월 20일 일요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남 목포시 구도심 일대가 문화재거리로 지정되기 전 가족과 지인 명의로 이 지역 건물들을 대거 사들여 투기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 뉴스를 첫 보도한 SBS가 여론의 중심에 섰다.

SBS ‘끝까지판다’팀이 제기한 이슈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야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고, 손 의원은 “탐사보도를 가장한 인격 말살”이라며 의혹을 제기한 SBS 측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계에서도 보도 논란이 뜨겁다. 공영방송의 한 PD는 “4일 동안 20여개 꼭지를 할 만한 아이템인지 의문”이라며 “문화재거리로 지정될 때 손 의원의 압력이 있었는지, 지정 이후 손 의원이 얻게 된 이익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지난 1월15일자 SBS 8뉴스 갈무리.
▲ 지난 1월15일자 SBS 8뉴스 갈무리.
 

반면 손 의원이 공직과 사적 이익이 결부되는 상황 자체를 피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겨레는 17일자 사설에서 “손 의원은 문화재청을 담당하는 국회 문체위 여당 간사다. 적산가옥의 문화적 가치를 지키려면 관련 정책과 법률 제·개정을 통해 실천하는 게 국회의원의 옳은 태도”라며 “23살 조카에게 억대의 돈을 증여하고 보좌관의 딸까지 동원해 건물을 매입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논란에는 ‘음모론’도 뒤따랐다. 조선일보는 지난 17일자 6면(“친문 네티즌, ‘손혜원 보도’ 음모론 제기”)에서 “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을 두고는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SBS의 모회사 태영건설이 연루돼 있다는 내용의 글이 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졌다”면서 온라인 반응을 긁어모아 기사를 만들었다. “태영건설과 SBS가 손 의원을 음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이번 사건 보도를 준비했다”는 것이 조선일보가 네티즌들 입을 빌려 확산한 음모론 내용이다.  

태영건설은 2008년 ‘SBS미디어홀딩스’가 설립되기 전까지는 SBS 대주주였다. 지금 SBS의 대주주는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다. 태영건설은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다. 즉 태영건설은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를 통해 SBS를 지배하는데 여기서 ‘지배한다’는 의미는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법상 개념이다.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 선임 권한을 갖는다는 얘기다. SBS미디어홀딩스가 존재하지만 태영건설이 실질적으로 SBS 경영진 구성 권한을 갖고 있는 건 맞다. 이를 위해 SBS 노사가 마련한 독립성 보장 장치가 SBS 사장·본부장 임명동의제다.  

 

▲ 서울 목동 SBS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서울 목동 SBS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이 제도를 통해 임명된 심석태 SBS 보도본부장과 제도를 끌어낸 주역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 모두 이번 음모론을 일축했다. 심석태 본부장은 SBS가 방송사 최초로 사장과 보도본부장 임명동의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을 두고 “이런 제도가 작동하는 한 구성원들의 자율적 프로그램 제작과 보도 활동을 막고 대주주 눈치만 보던 사람은 사장이나 보도본부장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창현 본부장도 “SBS의 방송 공정성 감시 장치와 제도는 한국 방송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은 19일 두 사람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SBS 보도 독립성에 대한 생각과 음모론에 대한 입장, 이번 보도에 대한 견해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아래는 그들과 나눈 일문일답. 

- 한 신문이 네티즌 사이에서 나온 음모론을 인용 보도했다. 실제 일부 누리꾼들은 태영건설과 이번 SBS 보도를 연결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심석태 SBS 보도본부장(이하 심) : “그렇게 놀라진 않았다. 우리 사회에 음모론으로 세상만사를 읽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진보·보수 구분과는 관련 없다. 그건 일정한 사람들의 인식 체계라고 본다. 음모론 시각에서 보면 만사가 명쾌하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음모론을 제기했다가 틀린 경우 그냥 조용히 잊히고 만다. 그냥 음모론일 뿐이니까. 이번 경우도 ‘태영건설이 목포에 고층 아파트를 지으려다 손혜원 의원 때문에 실패하니 SBS를 동원해서 공격한다’고 했다가 태영건설은 목포와 관련 없고 건설을 맡을 예정이던 업체가 지역 건설사인 중흥건설이라고 하니까 그냥 슬그머니 ‘중흥건설이 SBS에 제보해서 보도하게 했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손 의원은 공개적으로 중흥건설과 SBS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공격은 많이 겪어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별로 신경 안 쓴다. 통상 그냥 넘어가는데 이번엔 SBS 뉴스 ‘사실은’ 코너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손 의원이 대놓고 건설사 음모니 뭐니 하는 말을 계속하면서 그의 지지 세력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지속적이고 공개적으로 이를 거론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시청자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뉴스 코너에서 사실이 아님을 짚은 것이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이하 윤) : “음모론은 SBS 창사 이래 지속적으로 형성된 이른바 ‘SBS 혐오’에 기반한 것으로 본다. 물론 SBS가 과거 여러 차례 공정성을 상실하거나 권력 눈치를 보거나 해서 문제된 적 있다. 그러나 그것과 연결해 현재 손 의원 관련 기사에 배후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비이성적이다. 정말 아무 근거가 없어서다. SBS 구성원들은 ‘언론 개혁’이라는 촛불 시민들의 명을 받들고자 내부 적폐 청산 투쟁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와 창업주가 아예 SBS 사옥에 집무실까지 없애고 퇴진했다.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을 더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그 이후 SBS 보도는 권력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건강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공적 책무를 이전보다 훨씬 잘 수행하고 있다. 태영이 보도 배후에 있다는 주장은 현재 SBS 내부를 전혀 모르는 분들의 소설이다. 대주주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이었다면 집권당의 유력 의원과 관련한 비판 보도가 제대로 방송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부에 있다.”

 

▲ 심석태 SBS 신임 보도본부장이 지난 2017년 12월 서울 양천구 SBS 본사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심석태 SBS 신임 보도본부장이 지난 2017년 12월 서울 양천구 SBS 본사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현재 태영건설 입김이 방송에 미치는 구조인가?

 

심 : “당연히 실질적 대주주로서 태영건설은 SBS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 단, 그 방법은 SBS 경영진 구성을 통해서다. 경영진이 대주주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주총회를 통해 교체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입김이 미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대주주라면 SBS가 지상파 방송사로서 훌륭하게 활동하는 걸 바랄 거다. 경영진이 어떤 자세로 일을 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본다.” 

윤 : “2017년 노조가 폭로했듯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까지만 해도 대주주가 직접 보도에 개입하거나 지침을 내리는 등 부당한 방송 사유화 사례들이 있었다. 이 때문에 노조가 중심이 돼 투쟁을 벌였고 그 결과 대주주 퇴진, 사장과 공정방송 최고 책임자에 대한 사원들의 임명동의제를 관철시켰다. 이후 대주주는커녕 사장조차 보도 간섭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인사권을 포함한 보도 관련 의사결정권이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도 최고 책임자인 보도본부장은 이명박 정권 시절 방송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온갖 불이익을 감내하며 싸웠던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도에 대주주인 태영이 간섭한다? 시도할 수 있겠지만 용인될 순 없다. 현재 노조는 지배구조 개선(지주회사체제 청산) 작업을 하고 있는데 대주주가 방송에 입김을 넣어 노사 관계를 벼랑으로 몰고 간다면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섶을 들고 불에 뛰어드는 셈이다. 한마디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 방송사 가운데 최초로 사장·보도본부장 임명동의제를 함께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 의미는 무엇인가? 

심 : “방송의 공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대주주 눈치만 보는 사람이 경영한다면 방송은 제대로 나아가기 어렵다. SBS의 경우 건설사를 운영하는 사실상의 대주주에게 온갖 경제적 이해관계에 걸린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은 대주주를 통해 SBS 방송 내용에 관여하고 싶을 수 있다. 이런 의도가 방송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게 방송 독립성이다. 보도나 시사에선 더 그렇다. SBS 노사와 대주주는 2017년 말 독립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바로 사장과 보도본부장에 대한 사원 임명동의제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맡고 있는 시사교양본부장과 편성 책임자인 편성실장에 대해서도 임명동의를 한다. 사장과 시사교양본부장, 편성실장은 사원 가운데 60% 이상이 반대하면 임명하지 못한다. 보도본부장은 더 엄격해서 보도본부 구성원 절반이 반대하면 임명하지 못한다. 대주주가 사장이나 보도본부장 후보를 정할 때 방송의 공익성을 중시하던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SBS가 이런 제도를 도입한 사실은 이미 발표·보도까지 됐다. 그걸 아는 사람들은 이번에 제기된 음모론을 처음부터 믿지 않았을 거다. 실제로 손 의원 측에서 곧바로 ‘태영건설의 음모’를 제기하는 순간 ‘저 논리를 들고 나오는 걸 보니 잘못이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는 정치인 얘기도 들었다. SBS의 변화와 보도 독립성을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시간을 갖고 우리 보도의 진정성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윤 : “민영방송에서는 대주주가 인사와 예산, 방송 내용까지 장악하고 전횡을 일삼는 폐단이 반복돼 왔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병들어 왔다. 이런 폐단을 끝내기 위해 소유하되 일상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소유·경영 분리가 필요했다. 사장 임명동의제는 경영에 대한 감시 기능과 더불어 방송을 만드는 구성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고민 끝에 나온 제도다. 대주주는 처음부터 구성원들의 신망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삶을 방송 현장에서 구현했던 인물을 책임자로 내세울 수밖에 없다. 또 이를 위해 방송의 공적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려는 의지를 가진 구성원들을 미래 경영진으로 키워야 하는, 선순환을 가능케 하는 제도다.” 

 

▲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이 지난 2016년 10월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정치권력과 경영진의 보도개입 중단 및 공정방송촉구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러한 투쟁으로 SBS 구성원들은 사장 임명동의투표라는 제도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사진=미디어오늘
▲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이 지난 2016년 10월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정치권력과 경영진의 보도개입 중단 및 공정방송촉구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러한 투쟁으로 SBS 구성원들은 사장 임명동의투표라는 제도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사진=미디어오늘
 

- SBS ‘끝까지판다’ 팀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심 : “‘끝까지판다’팀도 보도본부 여느 부서와 다름없다. 제보나 자체 조사 등을 통해 취재한다. 아이템이 된다고 판단하면 탐사보도 에디터를 통해 편집회의에 발제해 보도한다. 이런 성격의 아이템들은 제보를 받아도 취재 과정에서 적정성을 따진 뒤 버려지는 경우도 많다. 제보의 상당 부분은 확인 과정에서 걸러지게 마련이다. ‘끝까지판다’팀이 나서는 경우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실적을 올리려고 함량 안 되는 아이템을 무리해서 보도하지는 않는다. 본부장은 물론 보도국장도 이 부서에 아이템을 내놓으라고 압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팀에서 뭔가 보도를 하겠다고 들고 오면 당사자가 잘못을 시인하든, 제도 개선이 이뤄지든, 뭔가 확실한 매듭을 지을 때까지 보도를 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번 건도 마찬가지다.” 

- 이번 보도와 이어진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나. 

심 : “논란은 당연히 예상했다. 사실 이번 보도가 제기한 문제는 매우 단순하다. 만약 SBS가 이번에 역시 근대역사문화거리로 선정된 영주나 군산을 띄워주는 보도를 집중적으로 하면서 사장과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담당 에디터, 팀장, 기자 등등이, 가족이나 친지들을 동원해 해당 지역의 집이나 토지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SBS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지역 예산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면? 물어볼 필요도 없이 당장 난리가 났을 것이다. 아무리 그 취지가 영주 지역 문화거리의 복원과 해당 지역 관광 활성화 같은 공익적 목적이래도 마찬가지다. 손 의원은 국회의원이다. 더구나 문화재청을 감독하는 소관 상임위원회 여당 간사 위치에서, 특정 지역에 대한 각종 지원 등등을 질의하고, 국정감사 기간에는 해당 지역으로 의원들을 데려가고, 해당 지자체를 직접 접촉하는 등 국회의원과 상임위 여당 간사로서의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그것이 ‘특정 지역’에 대한 지원 활동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활동을 하는 와중에 바로 그 지역의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홍보하는 것은 두말 할 여지도 없이 문제다. 이것이 문제가 아니라면 앞서 얘기한 것처럼 SBS가 영주나 군산의 문화거리를 방송 홍보하고 예산 지원을 촉구하면서 임직원이 해당 지역 부동산을 매집하는 것도 문제가 아니라고 해야 한다. 이건 상식의 문제다.” 

윤 : “노조는 공정방송 감시 활동을 기본 책무로 한다. 그런 차원에서 손 의원 보도에 대한 여러 비판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건설적 비판이나 조언보다 근거없는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욕설에 가까운 비아냥이 넘쳐나고 있다. 몹시 안타깝다. 노조는 이번 보도가 ‘선량한 자연인 손혜원’이 아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손혜원’의 업무 수행 정당성에 대한 합당한 질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공직자가 수행하는 직무가 본인이나 주변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행해져서는 안 된다는, 이익충돌 금지의 원칙은 모든 공직자에게 던질 수 있는 언론의 기본적 질문이다. 보도 가치와 문제의식의 정당성은 충분하다. 건설적 비판은 얼마든지 수용하고 내부에서도 충실히 소통할 것이다. 하지만 질문 취지를 몰각한 무차별적 편 가르기로 이번 보도를 폄훼하거나 음모론에 기댄 근거없는 문제제기를 노조가 무분별하게 수용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행태가 방송의 독립성과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심 : “보도에 대한 논란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이중잣대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모든 것을 편 가름 문제로 보는 현상이다. 내 편에 대한 건 뭐든 일단 엄호하고 보려는 태도. 내 편에 대한 비판은 잘잘못을 떠나 일단 음모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 홍준표 전 대표의 ‘북한에 간 귤 상자 안에 꼭 귤만 들었을까’ 같은 음모적 시각에는 불을 뿜던 사람들이 반대로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문제 제기를 두고 ‘토건 세력의 음모’니 ‘손혜원 죽이기’니 하는 식의 음모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이중잣대 말고는 달리 해석이 어렵다.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가깝게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자신에 의혹을 제기한 ‘그것이 알고 싶다’를 두고 내용상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태영건설 배후설’을 제기한 적이 있다. 나는 대체로 우리 보도나 프로그램에서 지적받은 사람이 그런 음모론을 들고 나오면 ‘저 사람이 음모론에 기대는 걸 보니 보도가 방향을 잘 잡은 것이구나’라고 생각한다. 명분이 부족한 쪽이 손쉽게 동원하는 게 음모론이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묵묵히 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을 통해 공직자 기본 윤리가 어떠해야 하는지, 이익충돌 상황에서 공직자는 어떤 처신을 하는 것이 상식적인지 우리 사회가 좀 더 분명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보도를 성실하게 하는 일이다. ‘끝까지판다’ 팀도 같은 생각일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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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2차 북-미 정상회담 2월말께”…주말 스웨덴 실무협상

백악관 “2차 북-미 정상회담 2월말께”…주말 스웨덴 실무협상

등록 :2019-01-19 05:20수정 :2019-01-1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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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 말께 열릴 것이라고 백악관이 1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구체적 날짜와 장소는 발표되지 않았다. 두번째 정상회담을 공식화함과 동시에 양쪽은 이번 주말부터 비핵화-상응조처 등에 관한 실무협상에 돌입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12시15분부터 90분 동안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면담했다. 이 만남 직후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한시간 반 동안 만났다”며 “두 사람은 비핵화와 아울러 2월 말께(near the end of February) 열릴 두번째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나중에 발표할 장소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2차 북-미 정상회담 2월 말께 개최’ 사실만 우선 확정하고,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추후 발표하겠다는 의미다.

 

샌더스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면담에 대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 진전하고 있고, 계속 대화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인 억류자 석방 등 북한으로부터 매우 좋은 조치와 신뢰를 받았기 때문에 대화를 계속할 것이고 대통령은 다음 회담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백악관 면담 뒤 2차 정상회담의 구체적 날짜와 장소까지 발표되지 않은 것을 두고, 북한의 비핵화 조처와 미국의 제재 완화 등 상응조처를 놓고 이견이 완전히 좁혀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비핵화 및 제재 완화와 관련해 샌더스 대변인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면담에 앞서서도 보도자료에서 “그들(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은 두 나라의 관계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의 지속적 진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면담이 이뤄지고 ‘2월 말께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라는 큰 가닥이 잡힌 만큼, 양쪽은 이를 전제로 의제와 실행계획 등에 대한 본격적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9~22일 스웨덴을 방문해 스웨덴 외교부가 주관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국무부가 이날 발표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스톡홀름에 이미 도착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비핵화-상응조처 등에 관한 실무협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 실무협상에 합류하기 위해 한국 시각 18일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낮 12시15분부터 한 시간 반 동안 김 부위원장과 면담했다. 양쪽은 정상들에게 전하는 친서를 교환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하지만 면담 장면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만남 직후 트위터에 관련 글도 올리지 않았다. 지난해 6월 1일 김 부위원장이 처음으로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빨간 원 안)이 18일(현지시각) 오후 12시15분부터 90여분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오후 2시께 숙소인 듀폰서클호텔의 뒷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빨간 원 안)이 18일(현지시각) 오후 12시15분부터 90여분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오후 2시께 숙소인 듀폰서클호텔의 뒷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이보다 앞서 김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 부위원장의 숙소인 워싱턴 시내 듀폰서클호텔에서 이날 오전 11시부터 40여분간 고위급회담을 열었다. 고위급회담에는 북한 쪽에서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대행 등이, 미국 쪽에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알렉스 웡 부차관보, 마크 램버트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 등이 배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18일(현지시각) 오후 3시30분께 워싱턴의 듀폰서클호텔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오찬을 마친 뒤 호텔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18일(현지시각) 오후 3시30분께 워싱턴의 듀폰서클호텔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오찬을 마친 뒤 호텔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특별대표는 김 부위원장과 (지난해 6월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들에 대한 진전을 이루는 노력에 대해 좋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 회담 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백악관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이어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오후 2시께 듀폰서클호텔로 복귀해 1시간 반 가량 오찬을 함께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후 3시30분께 호텔을 떠났으나, 호텔에 함께 왔던 비건 특별대표는 계속 남아 김 부위원장 쪽과 추가 협의를 한 뒤 오후 6시10분께 기자들에게 “좋은 논의를 했다”고 말하며 호텔을 떠났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유나이티드항공 808편을 타고 베이징을 출발해 저녁 6시32분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에 착륙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이틀밤을 보낸 뒤 19일 오후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79014.html?_fr=mt1#csidx8f912670d1fe66ebae8a395b4348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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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 어머니들이 제네바로 간 까닭

첫째날, 파리 한복판에서 '조선학교차별반대', '고교무상화적용'을 외치다
  • 손미희 우리학교시민모임대표
  • 승인 2019.01.17 16:14
  • 댓글 0

오는 16~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UN 어린이권리조약’ 일본심사위원회가 열린다. 이에 ‘재일조선학교 어머니 대표단’이 참가해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차별문제’를 항의하는 행동을 펼친다.
‘우리학교시민모임’ 손미희 대표는 UN에 제출할 항의 서한에 긴급 연서명을 받아 제네바를 방문 조선학교 어머니들과 공동행동을 전개한다. 짧은 시간에 476개의 단체 1,641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손미희 대표의 UN활동 소식을 사진과 함께 전한다. [편집자]

UN어린이권리조약 일본심사위원회에 제출할 476개의 단체와 1,641명의 개인 연서명이 되어있는 문서를 영어판으로 준비해 갔다.

이번 제네바행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함께하는 연대의 힘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래서 출발 전 한국의 우리학교시민모임 이은영 운영위원, 미국에 사는 일본 '우리학교'지키는 재외동포 모임의 린다모 선생님, 유럽의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연대 할 것인가를 논의했다. 제네바 현지에서는 어머니들의 통역과 안내를 위해 한달음에 달려오신 영국의 대비김선생님과 김지민선생님이 결합하면서 우리들의 사기는 더욱 높아졌다. 또한 린다 모는 S.P.Ring 세계시민연대의 지지를 위해서 독립된 배너를 준비하여 참가하므로 해외동포들의 조선학교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어머니회 방문단을 통하여 전달할것이다.

▲ S.P.Ring 세계시민연대의 지지를 위해 준비한 배너

제네바로 가기 위해 프랑스 파리를 경유 했다. 도착한 저녁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짧은 시간 동안 개선문, 에펠탑, 세느강 등을 돌아다니며 '조선학교 차별반대!', '고교무상화적용!' 손피켓을 들고 인증샷을 찍었다.

▲ 사크레쾨르대성당에서 '고교무상화적용'을 외치다
▲ 에펠탑 앞에서 '조선학교차별반대'를 외치다
▲ 세느강에서 '고교무상화적용'을 외치다

 

▶ 후일담

제네바 물가가 장난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 컵라면, 누룽지, 라면, 햇반 등 이민 가듯이 짐을 꾸렸다. 파리에서 하룻 밤을 머물고 제네바로 가는 기차를 탔다. 드디어 도착! 그런데 기쁨도 잠시... 에어비앤비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5층까지만 운행해서 우리 방이 있는 6층까지는 계단으로 올라가야했다. 손목, 어깨가 나갈 것 같았다. 그래도 바리바리 싸온 음식이 우리를 위로해줬다.

손미희 우리학교시민모임대표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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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70년만의 무죄, 보도비중 제각각

[아침신문 솎아보기] 법원 “당시 군사재판에 문제”… 조선일보 단신, 중앙일보 지면엔 없어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2019년 01월 18일 금요일
 

과거사 재심사건 중 하나로 관심을 받아 온 제주 4·3사건 수형인 18인의 무죄 판결을 두고 대부분 종합지가 1면 보도·기획 보도 등으로 비중있게 보도할 때 조선일보·중앙일보는 단신으로 처리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제주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공소기각은 유·무죄 선고와 달리 공소절차에 문제가 있어 재판을 종결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일관되게 ‘어떤 범죄로 재판받았는지 모른다’고 진술했고, 어떤 자료에서도 예심과 소장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면서 “단기간에 그 많은 사람들을 군법회의에 넘겨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수형인 명부와 군집행지휘서 등 수형 관련 문서 등에는 피고인들의 죄명과 적용 법조항만 기록돼 있을 뿐 공소장이나 판결문 등 구체적인 공소사실로 군법회의에 이르게 된 것인지를 확인할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 18일 서울신문 1면
▲ 18일 서울신문 1면
 
▲ 18일 경향신문 사설
▲ 18일 경향신문 사설
 
▲ 18일 한국일보 2면
▲ 18일 한국일보 2면
 

제주 4·3 당시 군사재판이 불법이며 이로 인해 수감된 수형인들이 무죄라고 확인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향신문·한겨레·국민일보·서울신문 등은 “공권력에 의해 타지로 끌려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수형인들이 70년 만에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았다”며 환영했다.  

동아일보 관점은 이들과 달랐다. 국민일보는 공소기각에 “당시 군사재판이 근거 없이 불법적으로 이뤄진 것이었으므로 당시의 재판 자체가 ‘무효’라는 의미”라 분석했으나 동아일보는 “4·3사건 당시 군사재판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인정한 것으로 ‘죄가 없다’는 청구인들 주장을 온전히 반영한 것은 아니”라 강조했다.  

 

서울신문·한겨레 보도 비중이 가장 높았다. 서울신문은 1·3면에 걸쳐 제주 4·3 재심 사건을 조명하며 생존 수형인 3인 양근방씨(86)·부원휴씨(90)·김순화씨(86)의 인터뷰를 기획 보도했다. 모두 4·3사건 당시 영문을 모른채 계엄군에 체포돼 군사재판에 회부된 뒤 ‘내란죄’ 선고를 받고 전주, 인천 등 형무소에 갇혔다.  

이들은 여전히 과거 억울한 옥살이 기억에 고통받고 있었다. 양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출소 후 아버지 사망 사실을 안 것이 “지금까지도 가장 한이 맺힌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의 부친은 그가 1960년 10월 출소해 고향에 돌아가기 7개월 전 숨졌다. 부친은 당시 양씨를 면회하고 일주일 뒤 숨졌다. 양씨는 출소 후에도 경찰의 ‘요시찰 인물’로 감시를 받았다. 양씨는 이후 제주도를 떠나 연고도 없는 경기도 파주로 옮겨 목장 일을 하며 20년을 살면서 본적도 바꿨다.  

 

▲ 18일 서울신문 3면
▲ 18일 서울신문 3면
 
▲ 18일 한겨레 4면
▲ 18일 한겨레 4면
 

한겨레도 1·4면을 같은 보도에 할애했다. 한겨레는 수형인 명예회복을 담은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군사재판 결과 일괄 무효화 △특별사면과 복권 건의 △수형인 명예회복 △추가 진상조사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상 △생존자와 유족을 위한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4·3 왜곡 시도 처벌 등을 담은 개정안은 2017년 12월 발의됐으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심사소위에 계류돼있다.  

이에 비해 조선일보는 10면 1단 기사로 단신처리했고 중앙일보는 지면에 기사를 싣지 않았다.  

 

▲ 18일 조선일보 10면
▲ 18일 조선일보 10면
 

 

지난 17일 무죄 선고를 받은 재심청구인 18명은 김경인(87·여)·김순화(86·여)·김평국(89·여)·박내은(88·여)·박순석(91·여)·부원휴(90)·양근방(86)·양일화(90)·오계춘(94·여)·오영종(89)·오희춘(86·여)·임창의(98·여)·정기성(97)·조병태(90)·박동수(86)·한신화(97·여)·현우룡(94)·현창용(87)씨 등이다.  

제주 4·3사건 수형인 명부엔 2530명이 기록돼있지만 대부분 행방불명이거나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생존자는 현재 32명으로 파악된다.  

이 사건 재심이 시작될 수 있어썬 계기는 1999년 추미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이 처음 발견한 ‘수형인 명부’다. 이후 진상조사위가 꾸려지고 진상보고서가 작성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대통령 최초로 제주 4·3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가까스로 생존한 수형인들은 2017년 4월19일 재심을 청구했다. 제주지법은 2018년 9월3일 생존자 18명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했고 같은 해 10월29일부터 12월17일까지 네 차례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마지막 구형공판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공소 사실을 특정하지 못했다”면서 “피고인들 전원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구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생존자 부씨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만시지탄”이라며 “험하고 험한 가시밭길을 걸어 오늘에 왔어.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야”라 말했다.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6420#csidx6a95351551d8e039a1cee2099deee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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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들은 살인사건으로 다뤄야 합니다"

사회적참사 유가족 기자회견... 비정규직 직접 고용 대통령 결단 촉구

19.01.17 17:33l최종 업데이트 19.01.17 17:44l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용균씨가 사고를 당한 태안화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내용을 규탄하고 있다.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용균씨가 사고를 당한 태안화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내용을 규탄하고 있다. ⓒ 이희훈
  
416참사 가족협의회,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가족, 제주 고교 현장실습생 고 이민호 유가족, CJ고교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유가족,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 이한빛 tvN PD 유가족, 집배노동자 아산우체국 고 곽현구 유가족, 삼성전자하청업체 메탄올 실명노동자 그리고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유가족...

각종 사고현장에서 사망한 희생자의 가족들이 제주부터 부산, 서울 그리고 김용균씨가 사망한 태안을 거쳐 17일 청와대 앞에 모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왜 아픈 유가족들이 함께 모여 한목소리를 내는지 알고 있나, 왜  모두 이구동성으로 외치는데 같은 참사가 수십 년째 반복되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김용균씨 어머니 '아들 죽음, 대한민국에서 낳은 내 잘못'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발언자는 태안화력 비정규직피해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발언자는 태안화력 비정규직피해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이희훈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아들이 떠난 지 37일이 됐다"면서 "아직도 아들의 이름을 부르면 금방 대답할 것 같아 전화도 해 보고 카톡도 하는데 반응이 없어서 미칠 것 같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빈소에 있는 아들 사진 보면서 왜 네가 이곳에 있는지, 무엇이 잘못돼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내 잘못이다. 안전장치도 없는 나라에 아이를 낳아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기업과 정부가 서민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매일 6~7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부당한 나라를 올바르게 바꾸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김씨는 전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태안발전소 특별안전보건감독' 결과에 대해 "우리 측에서 들어가 함께 조사 과정을 확인해야 했는데 회사와 나라가 막았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결과를 신임할 수 있겠냐"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김용균씨의 컨베이어 사망사고와 관련해 태안발전소 사업장 전반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합동으로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지난 11일까지 4주 동안 22명의 근로감독관 등 전문가를 투입해 '특별안전보건감독'을 벌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 1029건을 적발하고 과태료 6억 7천여만 원을 부과했다고 16일 발표했다. 

"경제만 발전시키면 국민들이 죽어나가도 상관 없냐?"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발언자는 제주도에서 산업체 실습 도중 숨진 고 이민호군 아버지 이상영씨.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발언자는 제주도에서 산업체 실습 도중 숨진 고 이민호군 아버지 이상영씨.ⓒ 이희훈
이날 김용균씨 어머니 곁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유경근 416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함께했다.

그는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결과를 (수치만) 놓고 보면 열심히 진상조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징벌이 아니라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라면서 "사회적 참사에 대해 단순히 산업재해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살인을 저지른 범죄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유 위원장은 "피해자와 유족의 요구와 바람을 이 사회가 무시하기 때문에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라면서 "진상규명 과정에 유족들이 참여하고 대책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하고 감시하는 역할까지 맡을 수 있는 제도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수많은 사람이 병에 걸리고 사망했는데도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며 "사업자들이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속 죽을 수밖에 없고 병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제주에서 온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도 참석했다. 이씨는 "헌법에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한다고 돼 있는데 왜 지켜지지 않냐"라면서 "태안화력발전소는 국가 기반산업 시설인데 어떻게 위험업무를 외주를 주고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려 하느냐"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학생들을 부속품이라 생각하고 고장 나면 새 것 끼우듯 학생들을 밀어내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들이 죽었을 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라면서 "왜 국가는 경제 논리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느냐. 경제만 발전시키면 국민들이 죽어나가도 상관 없느냐"라고 성토했다.

이민호군은 2017년 11월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한 음료공장에서 현장 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 벨트에 목이 끼는 사고로 사망했다.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 구성하고 비정규직 직접 고용해야"
  
아들 잃은 두 엄마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제주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이민호군의 어머니(왼쪽)와 태안화력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 아들 잃은 두 엄마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 등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제주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이민호군의 어머니(왼쪽)와 태안화력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이희훈
 
한편 김미숙씨는 말을 이을 때마다 "설 전에 아들 용균이의 장례를 꼭 치를 수 있게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아들 죽음의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장에 모인 유가족들은 '대통령께 보내는 글'을 통해 "형식적인 조사와 미봉적인 원인규명은 오히려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다"라면서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단 한 명의 국민도 없게 하겠다'라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이 가족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김용균씨 죽음과 관련해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도록 발전소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라며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족들의 기자회견에 이어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6일에 있었던 '한국서부발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서부발전에서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은 감독 결과 이행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 때문"이라면서 "사법처리 대상으로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이 아닌 태안발전소 본부장을 지목한 것은 진짜 책임자 김 사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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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애 첫 시민운동 단체 민족문제연구소

2019. 1. 16, 민족문제연구소 회원 26주년 되는 날의 소회 ①
 
여인철 | 2019-01-17 15:46:2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19. 1. 16, 민족문제연구소 회원 26주년 되는 날의 소회 
- 나의 생애 첫 시민운동 단체 민족문제연구소


나는 지난 1993년 1월 16일 민족문제연구소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당시 이름은 ‘반민족문제연구소’였다. 

울산의 현대조선 중공업에 파견근무할 무렵 우연히 신문인지 잡지의 하단에 조그만 광고를 보고 눈이 번쩍 띄었다. 내가 오래전부터 애타게 찾던 단체였기 때문에 눈에 확 들어온 것이리라.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만일 그런 단체가 없었다면 나는 그런 단체를 만들려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공학을 전공했지만 유학 중이던 1980년대 말경 우연한 기회에 문과성향인 내가 역사학이나 사회학 분야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적(?) 생각을 하면서, 해방후 친일청산이 되지 않은 것이 우리 사회의 만악의 원천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1989년 어느 때인가? 외국인 유학생 숙소 앞 주차장에서 만난 후배를 붙잡고 내가 두 시간 가량이나 ‘친일 청산’ 관련 얘기를 하는데  고역이었다는..나는 그 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나중에 내가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으로 활동한다는 걸 안 그 후배가 나에게 들려준 일화가 있다.

1994년 내가 근무하던 직장(연구소)이 대덕연구단지로 옮기면서 나도 대전으로 이사하게 됐는데, 대전 와서 수소문을 해보니 대전에도 회원이 있었다. 회원이 당시 6~7명 정도였는데, 외롭지만 뜻이 맞는 우리끼리는 매달 꾸준히 3~4 명씩, 많이 나오면 5~6 명씩 모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김OO 소장님이 월례모임에 내려오셔서 나에게 지부장을 맡아달라고 하시는 바람에 그냥 박수로 지부장이 되어버렸다.

당시만 해도 어디 가서 ‘반민족문제’연구소 회원이라고 소개하면 일반 사람들 중엔 그게 뭐하는거냐는 질문부터 빨갱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았다. 

시민운동 한다는 사람들도 “반민족문제연구소” 회원/대전지부장이라고 하면 멀리 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던 때였다. 

더구나 대전지역은 그런 쪽에서는 더 불모지였다. 그래서 민문연 대전지부가 1990년 중후반 경 어느 해 현충일날 처음으로 대전 현충원 앞에서 “친일청산”, “친일군인 김창룡묘 대전 현충원에서 이장하라”라는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할 때는 아마 7~8 명 나온 걸로 기억한다. 그저 우리 월례모임 장소를 현충원 앞으로 옮긴 것에 지나지 않은 정도였다. 

그저 그렇게 몇 명이 함께 대전 현충원 앞 다리에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현수막 하나,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사진 십여 장 걸어놓고, 피켓 몇 개 들고 김창룡의 악행과 친일 반민족행위자가 국립 현충원에 묻혀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으로 만족했다. 

당시 나는 조선일보바로보기시민연대(물총) 대전대표로도 있으면서 안티조선 집회를 어떤 해에는 거의 분기에 한 번씩 할 정도로 왕성하게 언론개혁 운동을 했는데, 그렇게 친일청산 운동, 안티조선 운동, 통일연대 운동 등 찬바람 맞는 운동을 하며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됐고, 그들도 점차 우리 민문연이 무슨 일을 하는 단체인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나와 대전지부는 대전 시민사회에 자리잡게 되었고, 우리 대전지부의 친일청산-김창룡묘 이장촉구 집회에 다른 시민단체 사람들과 단체들도 호응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전지역의 많은 시민단체가 함께 동참하는 상징적 운동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된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이젠 민문연 대전지부의 위상도 대전지역에서 크게 올라가 있다고 알고 있다.

그후 2003년경부터 나는 개인 사정으로 현장에서 멀어져 있다가, 2010년대 들어 다시 시민활동을 재개했고 민족문제연구소에서는 회원이 된 지 22년 만인 지난 2015년 3월, 9대 운영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운영위원장을 하던 2년 동안은 정말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 민문연 일 뿐 아니라 장준하선생 관련 일과 평화협정 관련 일 등 다른 일들도 같이 맡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엄청난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쏟아가며 대전과 서울을 오간 일은 뒤돌아보면 지금 같아서는 어림 없는 일이다.

그렇게 나의 생애 첫 시민활동을 민족문제연구소로 시작하여 오늘 26년을 맞은 나는 지금 민문연으로부터 제명된 상태다. 


2019. 1. 16.
회원가입 26년째 되는 날
민족문제연구소 회원, 제명자
전 운영위원장 여인철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3&table=music_cafe&uid=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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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유가족·노조 참여한 진상조사위 구성해야”

노조·유족 등, 서울시청 앞서 진상조사 참여 보장·책임자 처벌 촉구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9-01-17 17:36:24
수정 2019-01-17 17: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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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서지윤 간호사의 휴대전화 메신저 내용.
고(故) 서지윤 간호사의 휴대전화 메신저 내용.ⓒ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 제공
 

'분위기가 무서워 일을 할 수가 없다', '너무 외롭고 서럽다', '사람을 유령 취급했다', '상근직인데 퇴근을 못 했다' (유족이 공개한 고(故) 서지윤 간호사의 휴대전화 메신저 내용)

최근 서울시 산하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의 한 간호사가 사망했다. 현재 유가족들은 고인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 지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사망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시민, 노동조합, 유가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주최로 '서울의료원 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서울시 진상조사위원회 시민, 노동조합, 유가족 참여보장 요구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기자회견에는 서 간호사의 어머니와 언니, 남동생이 참석했다.

"엄마, 나 이제는 '태움'이 뭔지 알 것 같아" 
'넌 그것도 모르냐'며 무시.."누나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것"
  

1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가 연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관련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진상조사위 구성과 노동조합, 유가족의 참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가 연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관련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진상조사위 구성과 노동조합, 유가족의 참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서 간호사의 어머니는 "이 아이가 병동에서 근무할 때는 '태움'이라는 자체가 뭔지 몰랐다고 했던 아이였다"며 "행정부로 가고 12월 29일 집에 내려와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 나 이제는 태움이 뭔지를 알 것 같아'라고 했다"며 흐느꼈다.  

이어 "병동에서 밝고 행복했던 아이가 거기 내려가 불과 며칠 사이에 그런 말을 했다는 데에서 거기서 얼마나 많은 괴롭힘을 당했고 힘들었는 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남동생은 "누나가 사망한 마지막으로 병원에 출근했던 날 CCTV 속 누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출근을 했다"며 "병원의 노동시간도 명확하지 않았고, 출근 및 퇴근도 일정치 않았고, 근무시간 외 초과근무도 허다했다"고 설명했다. 또 "저희 누나는 책상조차 없었다"며 "슬리퍼 끄는 소리로 앞담화 뒷담화를 하며 직원을 욕했다"고 전했다.  

그는 "출근을 일찍 했으면 위로를 해주고 격려를 해줘도 모자랄 판에 출근을 일찍했다는 이유로도 혼났다. 잘 한 일에도 혼났는데, 못하면 얼마나 더 크게 혼났을까 짐작이 간다"며 "누나는 늘상 '나 오늘 밥 한끼도 못 먹고 일했다', '물 한 번도 못 먹었다'고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

남동생은 "누나가 경력 7년차임에도 '넌 그것도 모르냐' 이런 얘기를 하며 누나를 핍박했다"며 "이 이야기로 인해 누나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퇴근한 서 간호사가 "'내가 뭐하는 지 모르겠다', '오늘 어리버리 하다왔다'"고 했다며, "누나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뒤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지시로 인해 무시받는 것보다는 죽는 게 낫다고 생각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정부서 출근 후 12일만에 극단적인 선택 
병동에서 일할 당시엔 "정신적으로 힘든 것 없어"
 

유가족에 따르면, 고인은 서울의료원 간호병동에서 2013년 3월부터 2018년 12월 11일까지 5년 간 근무했다. 유족들은 서 간호사가 가족들에게 병동 근무 당시에는 '몸은 힘든데, 정신적으로는 힘든 건 없다'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후 서 간호사는 행정부서로 부서이동을 했고,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행정 간호사로 일했다. 그는 행정부서로 자리를 옮긴지 12일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서 간호사는 1월 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유서에는 '나를 발견하면 병원으로 가지말라', '우리 병원 사람들은 조문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적혀 있었다. 고인의 유언을 따라 유족들은 병원 사람들에게 조문을 오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장례식을 마친 1월 7일, 남동생은 가족과 함께 화장터로 이동하던 중 서울의료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서 간호사는 왜 출근을 안하냐'고 물었다. 분노한 그는 '누나는 죽었다. 끊어라'는 요지로 답했다고 한다. 병원 측은 직원이 출근하지 않았는데 행적조차 몰랐고 이틀만에야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유족은 "8일 오후 병원에 찾아갔지만, 병원장을 만나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며, "9일 오후가 돼서야 병원장 연락이 왔고, 왜 이제 왔냐고 묻자 본인은 보고를 못 받았다고 발뺌했다"고 말했다. 이어 "(8일) 병원에 찾아갔을 때, 팀장급 직원들이 우리를 봤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고 통탄했다.

유족·노조·외부전문가 참여한 진상조사위 구성 촉구  

1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가 연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관련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진상조사위 구성과 노동조합, 유가족의 참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가 연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관련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진상조사위 구성과 노동조합, 유가족의 참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서 간호사와 함께 병원에서 일했던 동료들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쏟았다.

김경희 새서울의료원분회장은 "서울시 공무원의 감사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절대 알 수 없다"며 "누가 서울시 공무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겠냐.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전에는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대로 된 진상조사단이 꾸려지지 않고, 이 사건이 마무리 된다면 서울의료원의 직장 내 괴롭힘은 더욱 교묘해지고 집요해질 것"이라며 "서울의료원에서 직원들이 숨쉬고 일할 수 있도록 인권·노동과 관련된 전문가 및 시민단체, 노조가 (진상조사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이날 노조, 유가족 및 외부 전문가와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병원장과 간호부장은 공개사과를 해야 한다"며 "간호부장 1명만 개인 잘못으로 해임해 끝내는 게 아니고, 확실한 진상조사로 인해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밝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서울의료원의 간호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 11일부터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서울의료원은 감사실, 노무사, 변호사, 행정 인력 등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시작하다 중단했다. 유족들은 조사를 받아야 하는 병원 사람들이 개입돼 있다고 항의하며 진상조사위원회 재편성을 요구했다.  

민중의소리는 서울시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유족과 노조·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서울시는 2016년 구의역 김 군 사고 이후 노조·사측·민간·정부로 구성된 25명의 진상조사단을 통해 7개월 동안 조사 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이후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결과보고서를 통해 개선안을 내놨고, 서울시는 이에 맞춰 단계적으로 지하철 현장 안전, 안전 인력 고용 문제를 개선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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