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및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1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오랜 기다림 끝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 제정안(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11일 발의됐다. 최근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대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초 약속에서 후퇴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나온 법안이다.
민주당 노동존중실천 의원단 내에서 '산업현장 중대재해 예방 및 기업책임 강화 TF(태스크포스)' 팀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생명안전포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제정안은 노동존중실천 의원단과 생명안전포럼의 '1호 법안'이다.
박 의원은 "산업재해는 노동자 개인의 과실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기업 내 위험 관리 시스템이 부족하고 사회 전체적인 안전불감증이 있기 때문"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필요한 경우에는 경영주와 관련 공무원들을 처벌함으로써 더 확실한 제도적 개선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번 발의를 준비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애써준 한국노총위원장에게 감사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다른 시민단체와도 이 법안을 같이 논의해 왔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이번 국회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생명안전포럼 대표를 맡은 우원식 의원도 "그 내용과 효과성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의를 거쳐왔고 보다 많은 시민과 단체들이 동의할 수 있는 완성도 있는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처벌의 수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최고 책임자, 원청 책임자에 안전관리 의무를 명확히 규정했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의무 위반에 대한 무거운 책임 지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어제(10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만큼 법안의 통과를 위해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반드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정안의 골자는 안전 조치 의무 등을 위반해 인명 피해를 유발한 사업주나 대표 이사를 비롯한 최고 경영진, 공무원 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이들의 중대한 과실로 재해가 발생해 해당 법인 또는 기관이 손해 배상하게 될 경우 그 최저금액을 손해액의 5배로 하도록 못 박았으며, 경영 책임자 등이 위험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묵시적으로 지시한 경우에도 해당 법인의 직전 해 연 매출액 또는 수입액의 10분의 1의 범위에서 벌금을 가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은 한국노총은 물론 민주노총 등이 포함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와의 의견 교환을 거친 뒤 성안된 것이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담긴 내용과 유사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박 의원의 안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적용 유예 조항을 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공개된 법안 내용을 보면 "본 법의 적용을 받는 개인사업자 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안전 의무 및 보건 조치 의무 이행을 위한 제도 마련을 전제로 공포 후 4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해당 법안을 바로 적용하기에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에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민주당의 당론 법안 될 수 있을까
모처럼 국민의힘도 협조? 국민의힘 의원들의 실제 협조할지가 관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가운데)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및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1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아울러 박주민·우원식 의원은 당내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신 산안법 개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의식한 듯 해당 제정안을 민주당 당론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낙연 대표의 미묘한 태도 변화와도 연관돼 있다. 이낙연 대표는 취임 직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의지를 연일 드러냈지만 지금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공개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두었을 때 기존의 산안법과 중복 처벌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산업안전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법 체계상 중복이나 상충되는 건 옳지 않다. 그런 고민이 있다. 상임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저희가 열심히 노력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와 정책연대를 하는 한국노총도 그런 입장이 분명하기 때문에 당과 충분히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우 의원도 "저희가 이렇게 의지를 모았기 때문에 당하고 협의를 해서 당론으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1대 국회가 시작할 때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목소리를 내왔던 정의당은 민주당에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나온 데 환영하면서도, 발의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직접 제정안을 발의한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는 "박 의원의 안은 현행 산안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업의 조직문화와 안전관리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으로 본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다만, 일부 처벌 수위와 50인 미만 적용 유예는 실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부족한 조치라고 본다. 이는 향후 관련 법 병합 심의 시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박 의원의 법안이 면피용이 아닌 확고한 당론임을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국회는 지금 당장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쟁을 멈추고, 초당적 협력을 통해 더 이상 우리 국민을 안타까운 죽음으로 내몰지 않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의당에 이어 민주당에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나오면서 21대 국회에서는 실제 법안 처리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한층 커진 상태다.
특히 이전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놓고 반대해 왔던 보수 정당, 국민의힘도 모처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라 이번 국회가 '적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은 제정안의 핵심 내용인 원청 사업주 처벌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아 세부 각론에서는 이견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최근 들어 부쩍 노동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달리 실제 국민의힘 의원들이 상임위 차원에서 협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29일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으며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선두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1일 나왔다.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2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여야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에서 윤 총장이 24.7%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2%,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18.4%로 뒤를 이었다.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워온 윤 총장은 최근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의혹’ 수사로 다시 한번 ‘살아있는 권력’을 겨누고 있다. 이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대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을 도마에 올려,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바 있다. 정부·여당과의 대립이 도드라질수록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여론이 윤 총장에게 쏠리는 모양새다.
실제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윤 총장은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차기 대통령 후보군에 처음 포함된 6월에 10.1% 지지율을 받으며 야권 후보 가운데 1위로 등장했다. 추 장관이 민주당 초선의원 혁신포럼에서 “(윤 총장이) 장관의 말을 겸허히 들었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해서 더 꼬이게 했다”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는 일해본 적이 없다”고 하는 등 ‘윤 총장 때리기’에 나선 직후 실시된 조사였다. 이후 추 장관과의 공방이 잠시 잦아들었던 8, 9월에는 11.1%, 10.5% 등으로 10%대 초반을 유지했다.지난 10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이 추 장관에 대한 반격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 총장은 당시 국감장에서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상식적” “(장관의 수사 지휘가) 위법한 것은 확실하다”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등 추 장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후 여론이 요동치면서 지난 11월2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총장이 17.2% 지지를 얻으며 이낙연 대표, 이재명 지사와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했다. 상승세를 탄 윤 총장의 지지율이 이제 선두권까지 올라온 셈이다.
다만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의 지지율이 ‘반 문재인 정부’ 정서에 기대고 있을 뿐이라는 견해가 많다. 윤 총장이 기댈 언덕인 야권에서도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총장이 정부·여당 쪽과 대립하는 모양새여서 야권 후보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보수 야권 입장에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칼 끝을 들이댄 인물”이라며 “그가 보수 진영의 지지율을 흡수하는 현상이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실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은 ‘윤석열 현상’에 대해 “현직 검찰총장을 대선주자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한편, 이날 조사에서 야권 주자들의 지지율은 여전히 ‘도토리 키재기’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 5.6%,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4.2% 등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3.4%로 뒤를 이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2024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고 직접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에게는 아직 "헌법적 승리를 할 길도 남아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2020 대선 결과에 대해 법적 투쟁을 벌여 상원과 하원 등 의회에서 대선 승자를 결정지으려 획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선일 이후 침묵해오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통해 “끝난 게 아니다”라며 트럼프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선거인단을 둘러싼 분쟁이 의회로 넘어갈 경우 결정권을 갖고 있는 상원의장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들을 말이 아니다.
이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도 상원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결과를 검토하기 위해 법적 시스템을 활용할 권한이 100% 있다"면서 대선 패배를 신속하게 인정하라는 민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매코널은 재검표 등 적어도 5개 주의 개표 결과는 법적 분쟁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들은 이번 대선의 승부를 법적 절차로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프레시안>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나리오 '트럼프에게 승리를 가져다줄 비밀통로(Donald Trump's Stealthy Road to Victory)'라는 글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필자는 미국의 저명한 외교안보 전문가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교수다. 앨리슨 교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비유로 미국과 중국이 원치 않는 전쟁으로 간다는 <예정된 전쟁>의 저자로 유명하다. 이 글은 지난 6일 미국의 외교안보전문지 <더내셔널인터레스트(TNI)>에 게재됐다.
이번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고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들이 결론을 내렸지만,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길 또다른 은밀한 통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최소한 내년 1월 6일까지 대선의 승자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수 있다. 이날은 연방 의회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개표 결과를 승인하는 날이지만, 어떤 결정이 나오든 진 쪽에서 대법원으로 이 문제를 가져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분쟁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 나의 결론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센터의 다음과 같은 분석을 반영한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가 승리를 도모할 비밀통로는 분쟁이 있었던 역대 대선 중 특히 새뮤얼 틸든 민주당 후보와 러더퍼드 헤이스 공화당 후보가 맞붙은 1876년 대선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도 당시처럼 각 주는 1월6일 대선 당선자를 가리기 위해 의회에 보낼 선거인단을 결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 업무는 주 선관위가 맡아 선거인단 명부를 의회에 보낸다. 하지만 주의회가 투개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별도의 선거인단 명부를 보낼 헌법적 권한이 있다. 선거인단의 자격과 투표에 분쟁이 있을 경우 미국 수정헌법 제12조는 상원의장이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의 상원의장은 펜스 부통령이다. 펜스가 트럼프를 선택하면, 민주당은 대법원에 상소할 것이다.
만일 상원과 하원이 함께 모인 합동회의에서 유효표로 인정받지 못하는 선거인단들로 인해 선거인단 과반을 뜻하는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보 자체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수정헌법 제12조에 따라 하원이 투표로 당선자를 결정한다. 투표는 각 주를 대표하는 1표들로 행사된다. 현재 50개 주 중 26개 주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새 의회가 구성되어도 이 구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하원 투표를 해도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게 된다. 그러면 민주당은 대법원에 상소할 것이다.
좀 더 복잡한 문제가 있지만, 결론을 반복해서 말하자면 수정헌법 제12조와 역사적인 선례로 볼 때 트럼프의 승리와 트럼프 재집권으로 갈 수 있는 은밀하고 복잡한 길이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분쟁 끝에 트럼프가 승리할 확률은 20%로 본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수정헌법 제12조에 근거한 시나리오는 세간의 인식보다 공화당이 행동에 옮기기 쉽다.
-트럼프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끊임없이 우편투표의 합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대선 결과를 분쟁으로 가져가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 11월1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 등 여러 주에서 대선일 이후에도 개표할 수 있도록 한 대법원 결정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선이 끝나는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선결과에 대해 헌법을 동원해 다툴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보고받은 것이 분명했다. 지난 9월 26일 다른 곳도 아니고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트럼프는 "대법원에서 결정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의회로 이 문제를 가져가면 우리가 유리하지만 의회에서 결정이 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주 당 한 표로 계산되는데 공화당이 26표, 민주당이 22표 정도 되기 때문에 우리가 유리하다. 기쁜 소식이다"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가 대선 결과가 하원에서 다뤄질 가능성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과 은밀히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여러 주에서 선거인단 투표가 분쟁대상이 될 수 있지만, 펜실베이니아 주에 걸린 20명의 선거인단이 가장 유력하다. 1876년 대선 때도 선거인단 20명이 문제가 됐었다. 당시는 플로리다와 루이지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선거인단 전부, 그리고 오리건 주 한 명 등 4개 주에 걸쳐있었다.
-1876년 대선 당시 민주당이 다수당이었던 하원과 공화당이 다수당이었던 상원은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기로 타협했다. 선관위는 하원, 상원, 대법원이 참여하는 초당적으로 구성돼 분쟁이 걸린 선거인단 표를 결정하기로 했다. 선관위의 결정을 두고 의회는 1877년 2월1일에 시작해 다음달까지 15번의 합동회의 끝에 헤이스 후보에게 한 표 차이의 승리를 안겨주었다. 의회의 결정은 공화당이 대선승리를 가져가는 대신 미국 남부 흑인투표권을 보장하려는 정책을 중단한다는 이면협상의 결과였다.
-2020년 대선에서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민주당 소속)와 공화당이 다수인 주의회가 내년 1월6일 의회 합동회의에 서로 다른 선거인단 명부를 보낼 수 있다. 1876년 대선과 비슷하게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과 민주당이 지배하는 하원이 선거인 명부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언론 환경에서 1876년처럼 이면협상으로 분쟁을 정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주당은 1876년 사태를 피하기 위해 1877년 제정된 '선거인계수법(Electoral Count Act)'이 주지사가 승인한 선거인 명부에 우선권을 부여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현재 민주당 소속이기에 바이든에게 표를 준 선거인단 명부를 승인할 것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주의회에 선거인 명부 승인 권한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들어 선거인계수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서 트럼프에게 표를 준 선거인 명부를 승인할 것이다.
-헌법에는 상원과 하원이 선거인 분쟁에 합의를 하지 못하면 해결 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다. 헌법에는 대법원을 포함해 사법부에도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공화당은 법과 역사적 선례를 근거로 수정헌법 제12조에 따라 상원의장이 상원과 하원이 대립할 때 선거인 명부를 확정할 유일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상원의장의 결정으로 선거인단 과반을 차지한 당선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수정헌법 제12조에 따라 하원이 대통령을 결정하게 된다. 하원의 표는 한 주에 한 표씩이기에 공화당이 현재 26개 주에서 다수당인 현재의 구도를 유지한다면,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된다.
-또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가 1월6일 의회 합동회의에 민주당의 등원을 거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정헌법 제20조에 따라 그리고 의회가 정한 승계 순위에 따라 하원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오후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관계에서도 새로운 기회와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대는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전제로 한 것이다.이는 2021년 초 '바이든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한반도 정세에서 남북의 독자적 역할이 강화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기대와 바람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이 발언에 앞서 단호한 어조로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단호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기대와 바람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위한 남북-북미대화 재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남북경제협력, 민간교류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문 대통령이 '독자적 행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암시하듯 문 대통령은 "한미간 튼튼한 공조와 함께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기대한다'는 어조지만 문 대통령의 '의지'가 깊게 반영된 발언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추진,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의 출범 이후 진행할 문재인 대통령의 독자적 행동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답방이 포함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9월 19일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9.19 평양공동선언 제6항') 합의한 바 있다.
당시 "가까운 시일 내"는 '연내 답방(2018년)'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18년 12월 4일 김 위원장이 12월 12일~14일 서울을 방문해줄 것을 공식으로 요청하는 초청장을 보냈다. 대통령 경호처와 군·경이 합동으로 김 위원장의 12월 답방에 따른 경호와 의전을 준비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김 위원장의 답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2018년이 저물기 하루 전인 12월 30일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내년에는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2019년 1월 답방'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2019년 2월 27일~28일)이 열렸고, 하노이 회담 결과에 따라 김 위원장의 답방 여부나 시기 등이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김 위원장의 답방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계속된 노력과 바이든의 승리
▲ 11월 7일(미국 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센터에서 대국민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남북-북미대화도 사실상 중단됐다. 게다가 북한의 남북 통신선 차단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6월),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피살(9월), 2019년 7월 조성길 전 이탈리아 북한대사 대리 국내입국 확인(10월) 등의 악재까지 터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국제적 지지와 협력을 호소하고 남북한과 중국, 일본, 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를 정식으로 제안하는 등 꾸준히 남북-북미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우회적 노력을 계속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없었고, 미국은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가 확정되면서 문 대통령이 남북-북미대화의 재개를 위해서라도 김 위원장의 답방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의 등장으로 우리 정부가 금강산과 개성공단 재개, 종전선언, 김 위원장 답방 등 치고 나갈 게 많아졌다"라며 "어업지도 공무원 피살사건이 없었으면 김 위원장의 답방을 추진하는 프로세스로 갈 수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피살사건을 계기로 오랫동안 중단됐던 남북간 접촉이 이뤄졌다. 김 위원장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지문'을 통해 어업지도 공무원 피살사건을 남측 국민에게 사과했고, 북측이 피살사건의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며 양해를 구한 것이다(9월 25일).
여전한 남북 정상의 깊은 신뢰, '김정은 답방'의 원동력
▲ 손잡고 평양시민에게 인사하는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오후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15만명 평양시민들에게 손을 맞잡아 들어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 두 정상이 네 차례의 정상회담(2018년 4월 27일, 5월 26일, 9월 18~20일, 2019년 6월 30일)을 진행했고, 꾸준히 친서를 주고받으며 깊은 신뢰관계를 쌓아왔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청와대에서 언론에 공개한 두 정상의 친서만 해도 2018년 12월과 올 3월, 9월 등 여러 통이다. 실제 두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저서 <분노>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고받은 친서만 27통이다.
남북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 가운데에서도 김 위원장이 지난 9월 12일에 보낸 친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친서에서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중단된 북미-남북대화의 재개에 대한 여전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이렇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깊은 신뢰관계가 여전하다는 점이 김 위원장의 답장을 추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결국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1년 반 동안에 김 위원장의 답방을 마지막 카드로 쓸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이 "우리는 한반도 생명·안전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과 함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9일 수석·보좌관회의)라고 자신감을 보인 이유일지 모른다.
정의당 “과징금 강화 수준으로는 해결책 될 수 없어, 산재 줄이려면 원청 대표에 책임 물어야”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20-11-10 18:48:25
수정 2020-11-10 18: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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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다섯 번째)과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세 번째부터),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1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은 10일 정의당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산업재해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장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한 조항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산재의 원청 책임을 명확히 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 하도록 한 조항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의당이 발의한 법안 원안에 대체로 동의한다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법안 원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주호영 원내대표 간 미묘한 시각차도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해 김 위원장, 주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도 초청돼 모습을 보였다.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정책간담회를 여는 머리말에서 “고(故) 노회찬 의원이 2014년 위험방지 의무 불이행 시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우리 당에서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 점에 대해서 이 자리를 빌어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민의힘은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고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특히 산업안전 문제는 정파 간 대립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대상으로 “국회에 들어와 있는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을 거론했다.
주 원내대표는 “마음이 좀 많이 무겁다. 너무 늦었다”며 “제도적 허점을 고치지 않고는 (산재 사고) 방지가 안 된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자당이 중대재해와 관련한 정책간담회를 연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국민의힘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강은미 원내대표에게 “(국민의힘이) 흔쾌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약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1.1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그러나 훈풍은 길게 가지 못했다.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구체적으로 짚는 과정에서 엇갈린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정책간담회 중간 이석하며 정의당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시스템으로는 부족해 처벌과 제재를 강화해 (산재 사고를) 줄여가야 한다”면서도 “정의당이 내놓은 법안을 통째로 다 받을 것인지, 일부 조정할 것인지에는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정의당과 정책연대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법안 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하나하나 정책연대라고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이기도 한 중대재해를 ‘기업 범죄’로 인식해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과잉입법이 아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며 “민사든 형사든 훨씬 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형사처벌을 병행할 것인지의 문제는 좀 더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징벌적 손해배상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찬성”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장내를 나서며 취재진과 질의응답 중 “정의당이 발의한 ‘모두가 산재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 법률을 하는 데 있어서 국회가 전폭적으로, 각 당의 입장을 떠나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처벌에 대해서는 “산재 방지를 위한 안전시설을 법적으로 규정했는데 사업주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업주를) 처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과 정책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무슨 얘기가 나오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정의당은 책임자 처벌은 배제하고 일부 요건만 조합해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는 수준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대신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기업이 더 많은 금전적인 배상을 하도록 하는 것보다 위험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정의당은 과징금 제도만 강화하고 책임자 처벌 등 핵심 조항은 뺀 산안법 개정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갈음하려는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의 행보에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며 “민주당이 최근 산안법 개정을 언급하며 과징금을 강화하는 수준으로 산재를 예방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전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금까지 과징금이 없어서 산재 문제가 해결이 안 된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기업과 원청의 대표이사가 책임지고 안전 관련 조치를 하도록 하고, 이를 소홀히 한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만 산재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주 원내대표도 이 사실을 잘 알아야 할 것”이라며 “생명의 문제를 두고 돈 문제로 접근하지 않기를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원내대표도 간담회 발언 중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며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가 개인의 실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동선언을 통해 “정부가 제출한 2021년 국방예산은 작년 대비 5.5% 인상하여 52조 9천억 원에 이른다”며 “국방비 팽창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러한 추세라면 2023년경이면 일본을 추월해 세계 6위 규모의 국방지출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강한 안보가 평화의 기반이 된다는 것은 변함없는 정부의 철학”이라며 “국방 투자를 더욱 늘려 국방예산을 52조 9천억 원으로 확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전력 증강에 쓰이는 방위력개선비를 전년 대비 2.4% 증가한 17조 738억원으로 책정했고, 향후 5년간 국방중기계획(2021~2025)에 따라 300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들은 “문제는 이러한 국방예산의 증가가 주로 미국산 무기도입과 대북 적대적 무기체계 구축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짚고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환수는 사실상 어려워진 반면, 오히려 끝없는 무기증강의 덫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경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 F-35B 신규 도입 등 한국방위에는 쓸모가 없는 반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대중국 봉쇄에 동원될 수 있는 무기체계 관련 비용, △선제공격과 보복응징을 위한 킬 체인 등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사업, △북 요인 암살 및 참수작전 등을 위한 특수전지원함 및 침투정 사업예산 등을 꼽았다.
이들은 “대북 선제공격에 기초한 무기증강과 관련 예산 증액은 군사적 신뢰 구축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한 4.27판문점선언의 합의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며, 어려워진 남북관계를 더욱 경색시키고 새로운 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 삭감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필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무기 증강을 위해 국방예산을 늘릴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위기 속 서민들을 위한 긴급생활지원, 사회안전망 확보, 불평등 해소,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창복 의장의 인사말에 이어 각계 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인사말에서 “무기의 증가나 국방예산의 증가는 이런(판문점·평양) 선언을 무력화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정부의 행태에 대해서 과감하게 예산을 삭감하고 무기 수입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다”라고 말했다.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은 각계 발언에서 “어마어마한 국방예산을 책정했다는 것은 너무 시대적 요구에 맞지 않는 것으로서 참으로 비통하기 짝이 없다”며 “우리가 지금 평화를 위해서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이끌어나가는 나라가 되어야 하는데 전쟁 기지화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가슴 아프다”고 토로했다.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지금 코로나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고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지 아느냐”며 “민주노총은 한반도 평화시대를 더욱 앞당기기 위해 평화군축을 위한 더욱 실천적인 노력과 더불어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민생복지예산을 확대하기 위한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성 6.15청년학생본부 상임부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두고 “전시작전권도 없는 나라가 무슨 강한 안보를 이야기하느냐”고 꼬집고 “그 국방예산 대한민국 청년들,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생활에 지원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곽호남 진보대학생넷 대표는 “군비를 증강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무려 17조원이나 된다. 방위력 개선비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공격용 무기를 구입하는 것이다”라며 “그 17조원으로 아니 그보다 3조원이나 적은 14조원으로 전국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무상화 할 수 있고 일자리가 없는 청년 200만 명을 고용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경항공모함과 F-35B 모형에 ‘무기증강 필요없다’는 경고 딱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경항공모함과 F-35B 모형에 ‘무기증강 필요없다’는 경고 딱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정의당과 참여연대, 평화네트워크는 국회앞 기자회견과 같은 시간인 10일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국방예산 삭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 김응호 정의당 부대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전시작전권 전환 조건 충족’을 위한 전력 증강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전작권은 조건을 따질 것이 아니라 즉각 환수해야 하고, 이를 명분으로 한 군비 증강은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한정된 국가 예산은 군비 증강이 아닌 코로나19 위기 대응, 사회 안전망 확충, 불평등 해소,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며 “국회가 불필요한 무기 획득 사업을 실제로 폐기하고 과도한 국방비를 삭감하여, 시급하고 필요한 곳에 사용하도록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무기증강 중단! 국방예산 삭감! 각계 공동선언(전문)]
국회는 2021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9월 총지출예산으로 555조 8천억 원을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번 예산안은 유례없는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다뤄지는 만큼, 국민의 입장에서 적합하게 짜여 졌는지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정부 예산안 중 특히 국방예산과 관련하여, 각계 시민사회는 계속되는 무기 증강과 국방예산 증액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노력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도 맞지 않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정부가 제출한 2021년 국방예산은 작년 대비 5.5% 인상하여 52조 9천억 원에 이릅니다. 이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평균 국방비에 비해서도 1.5배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문재인 정부 첫해 40조로 시작했던 국방예산은 3년 만에 50조를 돌파했습니다. 또한 정부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국방비로 301조를 투입할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이러한 국방비 팽창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러한 추세라면 2023년경이면 일본을 추월해 세계 6위 규모의 국방지출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국방예산의 증가가 주로 미국산 무기도입과 대북 적대적 무기체계 구축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환수는 사실상 어려워진 반면, 오히려 끝없는 무기증강의 덫이 되어버렸습니다.
정부는 경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 F-35B 신규 도입 등 한국방위에는 쓸모가 없는 반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대중국 봉쇄에 동원될 수 있는 무기체계 관련 비용 또한 예산에 반영하여 도입을 기정사실화 하였습니다.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 동원될 무기를 국민 혈세로 사들여서는 안됩니다.
핵·대량살상무기 위협 대응 능력 강화를 명분으로 선제공격과 보복응징을 위한 킬 체인 등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사업이 이름만 바뀐 채 계속 추진되고 있습니다. 관련 예산은 3년 사이 2조원이나 늘어났습니다. 북 요인 암살 및 참수작전 등을 위한 특수전지원함 및 침투정 사업예산 등은 대북선제공격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부적절한 예산입니다. 이 사업은 심지어 국회 예결특위 차원에서도 사업계획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바도 있습니다.
이러한 대북 선제공격에 기초한 무기증강과 관련 예산 증액은 군사적 신뢰 구축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한 4.27판문점선언의 합의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며, 어려워진 남북관계를 더욱 경색시키고 새로운 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 삭감해야 마땅합니다.
폭증하는 무기도입과 군비증강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주권실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역행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자주국방, 전작권 전환의 명분으로 남북관계 파탄과 평화위협의 덫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계속된 경제위기와 민생위기 속에서 불요불급한 무기 증강에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국가의 한정된 재원은 우선적으로 필요한 곳에 사용되어야 합니다. 필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무기 증강을 위해 국방예산을 늘릴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위기 속 서민들을 위한 긴급생활지원, 사회안전망 확보, 불평등 해소,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예산을 늘려야 합니다.
우리는 촉구합니다.
평화를 위협하고, 자주국방과도 인연이 없는 공격적 무기도입 예산은 전액 삭감해야 합니다.
국방비 삭감으로 마련된 예산을 코로나 민생예산에 긴급히 투입해야 합니다.
국회 법사위 소속 여야 위원들은 9일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약 3시간가량 대검찰청에서 법무부와 대검의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집행 현황 및 관련 문서 등을 검증했습니다.
특수활동비 (특활비)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
정부 예산은 반드시 목적과 사용 내역 등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특활비는 예외로 생략할 수 있다. 보통 사건수사, 정보수집 등 비밀업무에 사용된다.
특활비 검증이 끝난 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여당은 대검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특활비 검증이 어려웠다고 밝혔지만, 야당은 대검이 특활비 내역을 충분히 공개했다는 입장입니다.
여야 공방 속에서 대검의 특활비가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유일하게 검찰총장만 알고 있는 ‘대검 특활비’
올해 법무부에 배정된 검찰 관련 특활비 예산은 총 93억6700만원입니다. 이중 대략 10%에 해당하는 10억을 법무부 검찰국이 사용하고, 나머지는 대검에 배정됩니다.
검찰총장은 특활비를 대검 및 일선 검찰청 등에 내려 보내는 데, 금액과 횟수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다만, TV조선은 “대검 부서는 매달 1천만원에서 3천만원, 지검은 매달 200만원에서 800만원을 받고, 서울중앙지검은 월 5천만원 이상 받는다”고 보도했습니다.
TV조선은 구체적인 액수를 보도했지만, 정확히 누구에게 얼마를 줬는지는 검찰총장만 알고 있는 집행구조입니다.
검찰총장이 특활비를 가져오라고 지시하면 대검 운영지원과에서 돈과 잔액이 적힌 쪽지를 비서에게 전달합니다. 검찰총장은 돈을 받고 특활비 잔액이 적힌 쪽지는 파쇄합니다. 검찰총장 비서와 운영지원과 서기관은 특활비 규모와 잔액은 알고 있지만, 실제 어디에 쓰였는지 아는 사람은 유일하게 검찰총장뿐입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대검 특활비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지만,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특활비 검증 과정에서 “(특활비 관련) 법무부는 상세내역이 있었지만, 대검은 상세내역이 없었다. 청(廳)별 자료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혀 정보로서 가치가 없는 자료였다”고 반박했습니다.
검찰총장 권한 축소를 노린 법무부 특활비 배정
특활비 검증은 지난 5일 국회 법사위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고 발언한 다음날인 6일 대검 감찰부에 대검이 500만원 이상 지급한 특활비 내역을 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여야의 특활비 검증 과정에서 법무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관 법무·검찰 특활비 문서검증에서 금년 초에 취임한 추 장관은 예년과는 달리 검찰 특활비를 배정받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보고했고, 법사위원들의 문서검증 및 질의답변을 통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추 장관은 법무부 특활비 공방에서는 자유롭게 됐습니다.
추 장관은 내년부터 검찰총장을 배제하고 검찰 특활비를 법무부가 직접 대검과 일선 검찰청에 지급하고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검은 ‘정당한 예산 배분 권한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법무부는 ‘원칙적으로 일선 청에 대한 특활비 배분 권한은 법무부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무부의 특활비 직접 배정은 검찰총장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일선 검찰청에서는 검찰총장이 지급한 특활비를 고검장이나 지검장이 다시 검사들에게 격려금처럼 지급되면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만약 특활비가 법무부에서 직접 지급된다면 대검보다는 법무부에 더 힘이 실리게 됩니다.
돈 봉투 만찬 사건
2017년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 검찰 특별수사팀 소속 검사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격려금 명목으로 70~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안 국장은 면직 처리됐지만, 이후 불복 소송에서 부적절했지만 면직은 지나치다며는 판결이 나오면서 승소했다. (안태근 전 국장은 서지현 검사 성추행 및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인물)
법무부가 직접 특활비를 준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2017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 봉투 만찬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특활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관건입니다.
특활비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서 있는 돈입니다. 정치 검찰을 만들기 위한 비자금으로 악용되지 않거나 의혹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검증은 필요해 보입니다.
김민하 칼럼] '탈원전 수사' 견제 위해 여당이 법무부 장관 등 떠민 셈 김민하 / 저술가|승인2020.11.10 08:27 [미디어스] 잊을만하면 검찰 뉴스다. 이번에는 특수활동비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일 국회 법사위에서 검찰의 특활비 관련 언급을 하고 이튿날 감찰 조사를 지시하고, 국민의힘이 법무부 특활비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받아 치면서 검찰과 법무부 양쪽 특활비 사용을 모두 국회가 검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의혹이 해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우는 모양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의문이다.
9일 여야는 같은 자료를 보고 정반대의 해석을 주장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특활비 사용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제출 자료가 부실해 검찰총장 개인의 특활비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없어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검찰의 자료는 비교적 소상했으나 법무부 제출 자료가 부실해 추미애 장관이 검찰 특활비를 받아 쓴 바 없다는 법무부의 해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서울중앙지검에 배분된 특활비 액수에 대해선 민주당은 총액이 줄었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예년과 비슷한 비율이 유지됐다고 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이건 어느 한쪽이 완전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각자에게 유리한 내용만 부각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선 두 주장을 하나로 합쳐봐야 한다. 가령 서울중앙지검 특활비 문제는 전체 총액은 줄었으나 비율 자체는 유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
법무부와 검찰의 자료 제출 미비 문제는 좀 더 구체적인 평가를 봐야 한다.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법무부는 개인 영수증이 있는 서류도 많았다. 반면 대검은 검찰청별로 예산이 들어간 서류라 훨씬 부실했다”고 했고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법무부는 어느 국에 얼마를 줬다고 출력한 자료만 있었다. 반면 대검은 올해 상반기 특활비가 얼마 정도고 몇년 동안 총액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등 자료를 충실히 제출했다”고 했다고 한다. 결국 법무부는 ‘증빙’에 초점을 맞췄고 검찰은 과거와 비교한 지출 흐름을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둔 게 아닌가 추측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가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진행된 국회 법사위의 검찰과 법무부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현장검증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무튼 이날 검증 내용을 종합하면 법무부와 검찰의 특활비 사용에 대해선 딱히 문제삼을 만한 결정적 내용이 발견됐다고 보긴 어렵다. 애초부터 그랬거나 법무부 또는 검찰이 문제를 은폐하는데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보수야당은 특활비에 대한 문제제기를 다른 기관에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쟁을 떠나 통제불가능한 예산의 비율을 줄이고 사후적으로라도 집행을 검증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추는 것으로 논의가 진행된다면 그나마 생산적 결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차원에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특활비 이슈는 결국 그 특성상 정권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도 추미애 장관이 검증을 밀어 붙인 셈이 됐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추미애 장관의 ‘자살골’이란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그러나 추미애 장관의 등을 떠민 것은 여당이라는 사실에 중점을 둘 필요도 있다. 5일 국회 법사위 논의 내용을 보면 여당 의원들이 먼저 특활비 관련 질의를 했고 추미애 장관이 이에 화답하면서 “검찰 안팎에서 얘기가 나온다”, “그런 얘기가 있다”라는 식의 다소 엉성한 형태의 의혹제기로 검증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정치 참여 관련 발언을 한 이후 검찰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검찰이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 강경해지고 있다. 여당이 특활비 관련 문제를 꺼낸 것도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문제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 역시 나오고 있다. 정치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검찰총장이 해당 지검이나 팀을 특별히 더 독려한 정황을 잡는다면 의도를 문제 삼을 수 있고 수사의 정당성에 타격을 입힐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여당은 사실상 대선에 출마하려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권에 상처를 입히기 위한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정책적 판단은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핵심 정책을 펼 때마다 검찰에 확인서라도 받아야 하느냐는 비아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상식적 차원에서 생각하면 탈원전정책의 정당성을 따지는 것과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불법 여부를 밝히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의 수사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감사원이 검찰에 넘긴 수사참고자료 내용에 대한 보도를 보면 여당의 태도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조선일보는 감사원이 검찰에 보낸 자료는 7천쪽에 이를 정도의 방대한 분량이며 판결문과 같은 형식으로 관련자들에 적용 가능한 법조항까지 정리돼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통상 감사원이 수사의뢰를 하지 않고 수사참고자료를 검찰에 보낼 때는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를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이 경우는 ‘하라’는 쪽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얘기다. 그간 언론은 감사원 자료에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계획 이행 여부를 청와대 직원에게 확인하면서 ‘무리수’가 시작됐다는 내용도 있다고 보도해왔다. 결국 여당으로선 검찰이 ‘특수부 스타일’대로 수사를 진행할 경우 청와대 핵심까지 수사의 손이 미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국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울산사건’의 재현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의 우려는 일부 이해도 되지만 정치는 결국 명분이라는 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직접 무게를 실은 정책의 정당성을 지키고 싶다면 탈원전정책과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불가피성에 대해 여론에 호소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또 공무원들이 자료를 무단으로 삭제하는 등 사실상 감사 방해 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는 이유불문 잘못을 인정하는 게 순리다. 검찰이 과잉된 방식으로 잘못된 수사를 진행한다면 그 자체에 대해 지적을 하는 것이 옳지 의도만을 추정해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여당의 지금과 같은 방식은 결국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한 ‘찍어 누르기’에 가깝다는 점에서 명분도 없고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뿐이다. 특활비 논란은 이걸 보여준다.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정치 참여 발언 등에 대해 적절한 해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검찰 수사의 신뢰성을 스스로 해하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할 책임을 피해서는 안 된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현지시간)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바이든 후보(이하 직함 생략)는 이날 오후 델러웨어주 월밍턴에서 승리 선언 연설을 했다. 바이든은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이들의 실망을 이해한다. 진전을 위해 상대방을 적으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다시 존경받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은 내년 1월 20일 오후 12시 제 46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한국 입장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앞선 트럼프 정부와는 한미관계, 북미관계에 있어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 2001년 한국 찾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은 바이든 당선인이 미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인 2001년 8월 방한, 청와대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끝)
국무장관, 수전 라이스-토니 블링큰 등 물망에
7일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국무장관으로는 부통령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던 수전 라이스 전 유엔대사, 토니 블링큰 전 국무부 부장관, 크리스 쿤 상원의원(델러웨어),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코네티컷), 윌리엄 번스 전 국무부 정무차관 등이 떠오른다고 한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로 상원 다수당을 공화당이 유지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에 공화당이 완강하게 반대하는 인물은 임명이 어렵다. 라이스 전 대사의 경우, 지난 2013년 있었던 리비아 뱅가지 영사관 피습 사건에 대한 처리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공화당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누가 바이든 정부에서 외교-안보라인의 실세가 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인 바이든은 이 분야 대한 이해와 관심이 누구보다 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은 동맹 중시...오바마 때 '전략적 인내'는 이명박-박근혜의 선택이었다"
한국 입장에서 긍정적인 측면은 바이든은 동맹국과의 연대와 협력을 중시하는 입장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동맹국을 압박하던 트럼프 정부보다는 훨씬 합리적인 대화와 협상 파트너라는 얘기다. 무역, 통상문제에 있어서 불확실성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세계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줄면서 우리나라의 무역 여건도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세 차례 정상간의 만남이 있었던 북미관계는 악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바이든이 부통령을 지낸 오바마 정부에서 대북정책 기조는 '전략적 인내'였다. 오바마 정부는 외교적 인내와 압력을 통해 북한이 전략적 선택을 하도록 한다는 기조였지만, 오히려 북핵 문제는 더 악화됐다. 바이든 정부가 이런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리처드 홀부룩 전 아프간 특사의 작품이다. 부통령인 바이든은 당시 외교정책에 관여하지 않았다. 또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큰 틀에서 보면 당사국 존중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가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입장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유권자운동을 해온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7일 오전 '섀도우캐비닛'의 온라인 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섀도우캐비닛'(대표 김경미)은 선출직 공직자(혹은 임명직 공직자)를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의 강연(한국의 정치 키즈들이 워싱턴 정치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은 이날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에 4주 동안 진행된다.
"바이든 대북정책 방향, 클린턴 정부 때를 봐야...문재인 정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바이든은 미국의 전설적인 상원 외교위원장인 리처드 루거 전 의원(공화당)의 민주당 파트너로 함께 하면서 동서냉전 문제를 풀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방향을 전망하려면 오바마 정부 때가 아니라 오히려 클린턴 정부 말기를 보는 게 낫고 생각합니다. 클린턴 정부 당시 상원에서 연착륙 정책을 만든 의원 중 한 명이 바이든입니다. 그때 바이든을 보좌하던 보좌관(프랭크 자누지) 등이 이번 대선캠프에도 관여했습니다."
클린턴 정부 때인 1994년 미국과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북미수교, 평화협정, 경수로 발전소 건설, 중유 공급 등을 합의한 제네바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당시 의회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이 경수로 발전소 건설 지원비 통과를 거부하면서 이행에 어려움을 겪다가 2003년 부시 정부 때 폐기됐다.
프랭크 자누지는 바이든 보좌관 시절 북한을 2번이나 방문했고 민주당 내 대표적인 대북 대화론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16년 한 토론회에서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 대해 "실패했다"면서 "외교의 초점을 북한 핵에서 북한 주민들로 옮겨와야 한다"고 평가했다. 과거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방식으로 다면적 관여정책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미국 민주당도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으로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해소됐다고 평가한다"며 바이든 정부에서도트럼프 정부때와 다르지 않게 북핵문제와 북미관계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한국정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을 만났을 때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성과는 다들 인정했습니다. 트럼프 정부 때의 정상 외교로 풀었던 방식이 합당하고 한국 입장에서 유리하면, 저는 문재인 정부의 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관련해서 미국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기 전에 주장을 먼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모범은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정부를 향해 구체적인 주장을 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관철시킨 성과가 북미 정상회담이었습니다."
▲ 사진은 2013년 12월 7일 손녀 피너건양과 함께 판문점 인근 올렛초소(GP)를 방문해 JSA경비대대 소대장으로부터 비무장지대(DMZ) 경계태세에 대해 브리핑을 받는 조 바이든(당시 부통령). ⓒ연합뉴스
"바이든, 중국 압박 정책은 이어갈 듯...'러시아 스캔들' 여파로 외국정부 로비에 민감"
김 대표는 다만 두 가지 사실을 전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솔직히 미국의 입장에서 동아시아 정책은 중국이 중심입니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압박 정책은 이어갈 것입니다. 바이든은 시진핑 장기 집권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큽니다. 워싱턴 정치권에는 반중국, 친일본이 중심이지 한국 이슈는 별로 없습니다. 반중국과 한미일 삼각공조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미국을 상대할 때 한국이 어떤 포지션에서 어떻게 접근할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많이 하는 실수가 '친한파' 의원이라고 알려져서 접근하면 알고 보면 '친일파' 의원이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접촉하기 보다는 그 의원과 다른 쪽에 있는 의원이나 보좌관을 접촉해서 정확히 알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2016년 대선 이후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후과로 미국 정치권이 외국 정부의 개입에 대해 극도로 민감해졌습니다. 선거에 다른 나라 정부 영향력 차단하는 것부터 해라, 그래서 연방수사국(FBI)에서 이번 선거에서 가장 예의주시하는 문제였습니다. 바이든 캠프에서는 캠프 관계자들은 일절 외국 인사들을 만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와서 바이든 정부에서 외교라인 핵심이 될 인사를 만나야겠다', 이런 접근은 힘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언론들, '워싱턴 와서 누구 만났다'는 기사 그만 써야"
김 대표는 "워싱턴의 중심은 백악관이지만 미국을 연속성을 갖고 운영, 관리하는 중심은 의회"라면서 "그런데 한국에서는 미국 의회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외교와 관련된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또 한국 정치인들이 미국 의원들을 상대로 한 외교에서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게 두 가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충분히 사전에 공부하고 정보를 수집해서 정확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워싱턴 정가는 외국 정부의 영향력에 대해 매우 민감해져 있습니다. 누가 정책에 있어 핵심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그 사람의 생각이 어떤지 정확하게 알고 만나야 합니다.
둘째, 의원들이 워싱턴에 오려면 초당적으로 와야 합니다. 한국은 외교-안보 이슈에서도 정파적입니다. 트럼프 정부 때 그런 일이 있었는데, 북미 정상회담과 문재인 정부의 평화체제 구축 노력과 관련해 두 가지 메시지가 전부 전달됐습니다. 한국의 보수 정치인들이 사실 워싱턴에 더 네트워크가 잘 돼 있으니까 이런 분들이 와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의견을 전달하고 이런 입장이 한국 국민 다수의 입장인 것처럼 얘기하고 갔습니다.
의원 외교를 위해 워싱턴에 오시려는 분들이 이런 점을 사전에 좀 잘 알고 오셔야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언론에서 '00 의원이 워싱턴에 와서 미국 00 의원을 만났다' 이런 기사는 그만 다뤄줬으면 합니다. 언론들이 자꾸 써주니까 준비도 제대로 안하고 정치인들이 와서 자신이 편한 의원들 만나고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일이 반복됩니다.
한국에서 외교, 정치적으로 책임 있는 분들은 요구 수준이 낮아질 지라도 초당적인 수준에서 합의할 수 있는 의견을 갖고 와서 미국 의원들을 만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국익을 위한 외교-안보 이슈는 어떻게든 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바이든은 최근 <연합뉴스> 기고문에서 한미동맹을 "피로 맺어진 동맹"이라고 표현하면서 "한국 국민과, 한국이 전쟁 이후 성취한 모든 것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미관계에 대해서는 "나는 원칙에 입각한 외교에 관여하고 비핵화한 북한과 통일된 한반도를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9일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세의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7월 말 북민협 대표자들과 면담하는 이인영 장관. [통일뉴스 자료사진]
"정세의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 나가자."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9일 최근 미국의 대선결과에 언급하면서 동북아 정세에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남북사이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 더 크게 열릴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장관은 취임 100일을 넘겨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남북이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신뢰를 만든다면 계속해서 이어질 더 좋은 정세의 흐름을 남과 북, 우리가 함께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2000년 북미 코뮤니케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선례를 들어 "남북의 대화와 협력이 있었기에 북미관계의 진전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거듭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관계 진전을 이루자는 선순환론을 언급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서 북측이 남북, 북미간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고 비핵화에 전향적 의지를 보여준다면 한반도가 평화를 위해 나아갈 뿐만 남북간 평화협력의 공간이 확대되는 성과를 우리가 다시 함께 만들 수 있다"고 하면서 "이를 통해 남·북·미가 하노이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평화의 결실을 향해 다시 나아갈 수 있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북측에는 "신중하고 현명하게, 그리고 이 유연하게 전환의 시기에 대처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미국 차기정부와 공조하여 더 나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한미동맹간의 새로운 동행의 시간을 만들어 보겠다"며, "한미동맹 또한 평화질서를 주도하는 보다 새로운 단계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 정책공조 등을 위해 최소한 수개월은 불가피하게 소요될 수 있지만 이 기간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 조야와 소통하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한미간 협조와 지지의 토대를 보다 단단하게 만드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함께 확인하고 남북미의 협력 필요성도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취임 후 100일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던 것이 엄연한 사실인데, 그에 대한 평가는 어떠할까. 또 이제 와서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삼겠다는 건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는걸까.
이 장관은 "그동안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고 또 평화를 향해서 묵묵히 한 방향으로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결재를 해 나가면서 큰 정세 변화를 시야에 넣고 전략적 행보를 모색해 왔다"며,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후회는 대체로 없다"고 말했다.
또 교착이 장기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대화와 협력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코로나 방역에서 시작해 삶의 문제와 밀접한 보건의료, 재해 재난, 기후환경 분야에서 대통령이 말한 생명안전 공동체를 향한 협력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남·북·미 신뢰를 기반으로 그동안 이루어진 '모든 합의의 전면적 이행'이라는 더 큰 접근으로 전환하기 위한 모든 준비와 여건을 갖추어놓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전환기 정세에서 남북관계를 잘 풀어 북미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처라고 설명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미관계 선순환론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미관계가 교착되어 있는데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기존 정책을 리뷰하고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데 시간이 필요하니까 이 시기에 남북관계를 잘 풀어서 북미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처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가 기존 하향식 접근이 아니라 실무적 접근을 통한 의사결정을 선호하는데 대해서는 개인 캐릭터에 의해 움직이는 것보다 시스템이 작동된다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미·중 패권경쟁 와중에 바이든 정부가 미국의 이익이나 목표와 관련해서는 다르지 않겠지만 상황에 더 합리적으로 접근한다는 전제하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데 그렇게 나쁜 환경은 아닐 수 있으며, 오히려 충분히 의견을 조율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측의 태도에 대해서는 "새로운 정세에 북측이 신중하고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합리적인 결과를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하면서 "우리가 미국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이고, 우리 스스로 남북 협력과 대화의 폭을 얼마나 만들어내고 작동시켜 나갈 수 있는지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남북관계에 우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건 북측의 의지가 아닐까.
이 당국자는 뒤늦게 공개된 지난 9월 남북 정상간의 친서, 서해 피격때 보여주었던 북측의 이례적인 사과,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의 대남메시지 등을 거론하면서 북측이 최소한 남북관계를 파국적으로 몰고 가려는 것은 아니며 더 적극적으로는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서해 피격사건 등으로 국내에 강한 비판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 활동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올해 연말과 내년초를 지나면서 더 나은 상황은 만들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화와 협력을 할 수 밖에 없는 객관적 요인이 증대될 것이라고 본다"고 하면서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하긴 하지만 코로나19 관련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된다면 보건의료협력에 대한 실질적인 접근에서도 그 전과 후가 많이 다르지 않겠느냐"는 의미심장한 언급을 했다.
이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때도, 4.27판문점합의때도 제재가 작동하는 가운데 큰 정세의 변화를 만들어 냈다"고 상기시키고는 "내년 도쿄 올림픽도 있고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제재가 작동하는 가운데에서도 남북관계를 개척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매머드급 뉴스가 꽤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트럼프식의 톱다운 방식하에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최적의 성과를 내는 요행수를 바란 겁니다. 이제 정상으로 돌아와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김주만 미 타우슨대 교수(정치학)는 '바이든 시대'의 우리나라 대북정책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즉, 트럼프 시대에는 그의 독특한 대북접근 방식으로 파격적인 전환을 꾀했지만 이제 정상적인 미국의 외교방식을 받아들이고 긴 외교 안목으로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트럼프는 자신이 김정은을 직접 만나서 전쟁을 막는 등 뭔가를 이뤄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런 방식을 통해 아직 실속을 챙긴 게 없다"며 "(바이든 시대가 되면) 적어도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접근방식은 허물어진다고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반복하며 "미국이 전통적으로 중시하는 가치인 다자주의, 민주주의, 인권 등은 한국이 공유하는 가치이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최근 코로나19 상황속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활용해 우리의 외교 입지를 차근히 다져간다면 대북문제에 있어서도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이례적인 수준인 67~68%에 이르는 것에 주목하고 "지지자뿐 아니라 반대자들도 투표를 많이 하게 한 트럼프의 기여"라며 "이 선거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면 이렇게 많이 나왔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대세가 기울었음에도 트럼프가 소송전을 벌이며 버티고 있지만, 지방법원에서 잇따라 소송이 기각되고 광범위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을 들어 "트럼프가 내려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예측했다. (관련기사: "법원으로 간 트럼프,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100년만의 최고 대선 투표율, 트럼프도 기여"
▲ 김주만 교수는 "지금까지는 트럼프식의 톱다운 방식하에서 요행수를 바란 거라면 이제 정상으로 돌아와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 우여곡절 끝에 적어도 언론의 발표상으로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어떻게 봤나.
"개표는 며칠 계속되겠지만 수학적으로는 뒤집는 게 불가능하니까 언론이 그렇게 발표한 것 같다. 이제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알래스카, 조지아 등이 남았지만 트럼프가 다 이겨도 안된다. 필라델피아나 워싱턴 D.C, 뉴욕 친구들이 보내주는 소식을 보면 굉장히 축제 분위기인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 한 가지 가장 주목할 점은 투표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물론 다 끝나봐야겠지만, 언론에서는 거의 67~68%를 예상하더라. 투표율이 65%를 넘은 선거를 찾으려면 한 세기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약 66%였던 1908년 선거 이후 최고의 투표율이다. 2000년 이후 미국 대선 투표율은 54%~62%를 횡보했다. 4년 전인 2016년 선거도 약 60%에 불과했다."
- 그만큼 선거 분위기가 뜨거웠다는 건가.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여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지지자들도 투표를 많이 하고 반대자들도 많이 하게 했으니까. 참여가 중요하다고 한다면 트럼프가 미국 민주주의에 기여한 거라 할 수 있겠다. 얼마나 이 선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면 이렇게 많이 나왔겠나. 양 진영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 '트럼프의 역설'이라 할 수 있겠다.
"미국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이번이 처음 참가하는 선거라고 답한 사람이 있더라. 어차피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한쪽 정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지역에 살면 자기 표의 중요성을 못 느낄 수도 있다. 내가 투표한다 해도 결과가 달라지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조지아,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등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우세한 주라고 했던 지역에서 이번엔 민주당이 뒤집거나 선전하지 않았나."
- 정말 간발의 차로 승부가 갈리는 주가 너무 많더라.
"이런 적은 거의 없었다. 보통 한두 개 주가 경합주로 꼽혔었는데, 이건 특별한 경험이었다."
- 남은 주 가운데 바이든이 우세한 조지아(16명), 애리조나(11명) 등에서도 이기면 지난번 트럼프가 확보한 306명을 넘어설 수도 있겠다. 아슬아슬하고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바이든에게 부족한 결과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 투표율로 따져도 엄청 높은 편이고 표차도 400만 표 이상이어서 적지 않다. 완승이다."
- 선거 전엔 총기 구입이 늘어났다든가 총알이 잘 팔린다는 뉴스가 많았지만 시가지 상점가가 파괴됐다는 뉴스가 없고, 총을 든 사람들이 시위한다는 얘기도 없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응에 미디어가 너무 과민했던 것 아닐까.
"필라델피아에서 개표소에 총기를 가지고 가다 잡혔다고 하는 얘긴 들었는데, 범죄를 일으킨 게 아니라 일으키기 전에 잡혔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는 없었다. 트럼프 개인 변호사나 가족, 상하원 의원 몇몇 등 트럼프의 근위대 같은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공화당 사람들도 코멘트를 피하거나 일반적인 말로 선거가 끝났음을 인정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대중들도 그에 따라가는 듯하다. 정치권의 분위기가 일반 유권자들에게 연결된다고 본다."
- 대세가 확실히 기울어진 모습이다. 트럼프가 제기한 소송은 어떻게 되어가나.
"5개 주에서 이미 열 차례 기각되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다섯 건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부정선거를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딱 맞는 증거가 없다. 대부분 법원에 와서는 어디서 부정선거가 저질러졌다고 하더라 같은 풍문을 얘기하는 수준이란다. 며칠 지났는데도 그 정도니까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일단 선거당일 개표가 끝난 표와 3일 뒤인 6일 오후 5시까지 들어온 표를 분리하라고 명령했다. 만일을 위해서 일단 분류는 해놓으라는 건데, 그러나 실제로 자기들이 심리에 나서겠다고는 안하고 있다. 그들이 나서려면 나설 수밖에 없는 요건이 구성돼야 하는데 그게 안되는 거다. 펜실베이니아의 몇백장일지 몇천장일지 모를 투표의 결과가 바뀐다고 해서 주 전체의 선거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닐 것 같고(99%가 개표된 9일 현재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과 트럼프의 표차는 4만 3천여표다 - 기자 주), 펜실베이니아의 결과가 달라진다고 해서 미국 전체의 선거 결과가 달라질 것 같지도 않은 상황에서 주 법원의 판단을 중시하는 기존의 관례를 넘어서면서까지 연방대법원이 끼어들기는 어렵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면 모르겠다. 가령 애리조나든 조지아든 진짜 부정선거 증거가 밝혀져서 재검표해야 되는 상황이 됐고, 그럼 트럼프와 바이든이 비등비등한 입장이 되고 펜실베이니아 우편투표가 두 사람의 당락을 결정하는 데 아주 결정적인 게 돼버린다면 이론적으로 그때 가서 연방대법원이 그 사건을 다룰 것 같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 트럼프가 선거전에 그렇게 자신만만 하더니 가지고 있는 게 신통치 않은 것 같다.
"결과가 이것보다 좋았으면 어떻게 해볼 수 있었을 테지만... 자기 뜻대로 안된 거다."
- 트럼프가 언제까지 버틸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트럼프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내려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보수언론의 분위기를 보라.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에서도 '선거 부정이 있다면 증거를 제시하고 아니면 패배를 인정하는 결단을 내려라'고 했고, 트럼프가 즐겨 본다는 <폭스뉴스> 진행자 중에도 빨리 승복하라고 종용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계속 주장하는 게, 트럼프는 지는 것을 경멸하는 아버지 밑에서 성장해서 '지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다고 한다. '전직'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지금까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잘 해주는 게 관례였는데 트럼프도 그렇게 해줄 것인지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워낙 불법과 비리 의혹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누가 직접 대면해서 빨리 승복하도록 해야 하는데 트럼프 진영의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벙커에 들어가 있는 걸 물리적으로 끌어낼 거라 하는데 그렇게까지는 안될 것이다."
- 이런 사태를 자초한 게 트럼프 자신 아니었나.
"그렇다. 그러니까 더 나가기 싫어하는 것이다. 진심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선거 전 유세 나가서 '내가 지면 미국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했다."
- 트럼프가 집권 중 저지른 일 때문에 사법처리를 받을 가능성도 있나.
"가능성은 있지만 희박하다고 본다. 바이든이 당선됐고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이지만, 상원은 조지아에서 1월에 결선투표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이 결과에 따라 민주당이 상원까지 탈환하느냐 공화당이 여당 노릇을 계속하느냐가 결정되는데, 냉정하게 말하면 공화당이 우세하다. 그래서 민주당 정권과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이 함께 출범하면 분할정부가 되는 거 아니냐. 바이든의 손발이 묶이는 거다. 그런 상황 속에서 트럼프는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통치와 관계 없이 진행되고 있는 트럼프와 트럼프 회사의 탈세, 보험, 은행 사기 문제들은 불거질 수도 있다고 본다."
"트럼프 통해 요행수 바랐지만... 접근방식 바꿔야"
- 이제 우리나라 얘기를 해보자. 국내 많은 사람들의 우려는 바이든 정권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3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오바마가 '전략적 인내'를 내걸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걸 따라하면 어쩌냐는 걱정이다.
"바이든이란 사람과 그 주변사람, 정권의 성격을 봐서 크게 보면 오바마 3기가 될 거라는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외교적 용어로 표현하면 다자주의와 민주주의, 인권, 국제법을 통한 협력을 미국이 내세우는 가치로 사용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가 미국 내셔널리즘을 주창했다고 할 때,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되찾으려 하는 바이든은 오바마와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 트럼프는 북한의 김정은과 여러 번 정상회담도 가졌고 서로 사이도 좋았다. 그간 쌓았던 게 다 허물어지는 건가.
"적어도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접근방식은 허물어진다고 보는 게 맞겠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직접 만나서 뭔가를 이뤘다고 주장할 수는 있겠다. 실제로 자기가 전쟁을 막았다고 주장하지 않나. 그러나 트럼프식의 톱다운 방식을 이용해서 우리가 과연 실속을 챙겼느냐, 변화가 있었느냐고 봤을 땐 그다지 특별한 점은 없다. 만약 그가 말하는 대로, 2017년 트럼프가 없었으면 전쟁이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가 위험의 강도를 높여놓고 자신이 그것을 해결했다고 주장한 건 아닌지 좀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일촉즉발의 위기였냐면 그것도 아니었다고 본다."
- 그럼 지난 4년은 무엇이었나.
"난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대해 바이든이 평가한 것을 주목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이든은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트럼프의 허세쇼'였다고 얘기한다. 트럼프가 보여주기식 쇼를 해서 오히려 북한이 미국까지 갈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기술을 더 발전시키지 않았냐, 시간을 더 벌어준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굉장히 낮게 평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대북문제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 하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적의 성과를 내려고 했을텐데, 그건 어찌 보면 뭔가 일반적이지 않은 요행수를 바라는 것이었다. 이제 정상으로 돌아와서 미국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선결과제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생각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 이 때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입장은?
"이 분야는 전공이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북한 이슈라는 게 미국 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상당히 우선순위가 낮은 이슈다. 원래도 그런데 지금은 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외교문제를 완전 재편해야 하는데, 지금 대중관계가 최악이고, 동맹들하고도 소원해졌고, 러시아하고도 좋지 않고, 이란 문제도 있다. 이런 게 먼저이고 북한은 순위가 좀 떨어진다. 이때 미국의 거시적인 외교적 변화에 한국이 동참할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위기는 기회... 한국 정부 위상 달라졌다"
▲ 11월 7일(미국 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센터에서 대국민연설을 한 뒤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모습.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중시하는 가치인 다자주의, 민주주의, 인권, 국제법에 토대를 둔 협력 등은 한국도 공유하는 가치이다. 그리고 한국의 위상이 90년대나 2000년대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바이든이 선거 전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에서도, 물론 한국에 보낸 편지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이 그동안 보여준 위상을 높게 평가했더라.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문제 등을 직면하고 있는 인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전지구적인 협력이 필요하고, 광범위한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격적인 전환을 꾀하는 것에 '올인'하는 것보다 긴 외교 안목으로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가치 동맹국인 한국이 이 시기에 기여할 바가 있을 것이다. 바이든이 임기 첫 해에 열겠다고 공약한 '세계 민주주의 정상회담'도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하여 우리의 외교 자산을 키워가고 입지를 차근히 계속 다진다면, 결국 대북문제에 있어서도 영향력을 키울 수 있지 않나 싶다."
- 성급한 북한 정권이 관심을 끌기 위해 핵실험이라든지 ICBM 발사 등 뭔가 '사고'를 칠까 걱정하기도 한다.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본다. 지난 2017년 당시 북한이 그랬을 때 트럼프는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부르고 자기 핵버튼이 더 크다고 하면서 긴장을 높이다가 갑자기 정상회담으로 판이 바뀌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걸 이용해 이해당사자인 남한은 물론 중국 등 인근 국가들을 상대로 자신의 대북정책 노선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려 할 것이다. 그 때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가 관건이겠다.
다시 말하지만, 바이든 집권으로 대북 관계가 갑자기 좋아질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나빠질 이유도 없다. 지금껏 미국과 북한 간에 합의를 깬 것은 북한과 미국의 공화당 정권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회담하기 위해 워싱턴행 비행기를 탔다. 야당과 보수언론은 "트럼프쪽 사람들을 만나면 새로 당선된 바이든쪽이 싫어할테고, 바이든쪽 사람들을 만나면 아직 임기가 남은 트럼프쪽이 싫어할 것"이라며 시기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시기가 공교롭긴 하다. 좀 앞서 가든지 상황이 완전 종료된 뒤 가든지 하면 더 좋았을 텐데 싶기는 하다. 그러나 미리 약속된 일정이라면 어쩔 수 없지 않나. 비판도 이해가 가지만 미국에 와서 실무진 차원에서라도 바이든 사람들을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을 것도 같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부분은 바이든의 리더십이다. 미국은 대통령제 국가지만 의회의 힘이 강력한 나라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과 대적해야 한다면 손발이 묶인다.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대통령령에만 의지한 국정 운영으로는 굵직굵직한 현안을 해결하기 어렵다. 그런데 바이든이 상원의원을 오래 했고 협치와 합의가 몸에 밴 노회한 사람이라서 당파싸움에 매몰되지 않고 공화당과 합의점을 잘 찾아낼 거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 역사를 통틀어서 상원의원을 역임하고 부통령이 된 뒤 대통령으로 선출된 정치인은 지금까지 단 세 명, 그 중 민주당 정치인은 해리 트루먼, 린든 존슨 단 두 사람이다. 트루먼의 국내외 정책은 차후에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집권 당시에는 인기가 저조했다. 존슨은 민권 법안 통과 등 눈부신 업적을 남겼지만, 베트남 전쟁 정책 실패로 국론 분열을 가중시켰다. 바이든은 어떤 대통령이 될 것인가? 정치인의 리더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한테는 비단 미국 정치뿐 아니라 어떤 형태의 리더가 이런 위중한 상황에 국정을 잘 운영할 것인가를 보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김주만 교수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동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공군사관학교 교수부에서 정치학을 가르쳤다. 미국 유펜(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고 유펜, 럿거스, 오레곤 대학교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메릴랜드 주에 있는 타우슨 대학교(Towson University)에 조교수로 있으면서, 미국정치사상과 미국 헌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발태모(發太毛)의 포랍도(布拉圖)’(http://brunch.co.kr/@jumankim)라는 블로그를 통해 미국 정치사와 헌법에 관한 에세이를 소개하고 있다.
CNN “쿠슈너도 트럼프 승복 설득 나서’”
트럼프는 트위터에 결과 부정 글 계속 올려
부시 전 대통령 “대선 공정했고 결과 분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로이터 연합뉴스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를 놓고 트럼프 주변에서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시엔엔>(CNN)은 8일(현지시각)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가 트럼프에게 패배를 인정할 때라고 말했다고 내막을 잘 아는 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승복을 설득하려 트럼프를 찾아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언론은 트럼프의 승복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으로 트럼프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꼽는다.반면, 트럼프의 아들인 도널드 주니어와 에릭은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싸워야 한다면서 공화당과 지지자들이 함께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트럼프 캠프의 제이슨 밀러 대변인은 쿠슈너가 승복을 권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트위터에 “쿠슈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 모든 가능한 법적 조처를 추구할 것을 권했다”고 적었다. 멜라니아도 보도를 부인하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트위터에 “미국 국민들은 공정한 선거를 가질 자격이 있다. 불법적이 아닌 모든 합법적 투표를 세야 한다. 우리는 완전한 투명성으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트럼프는 패배를 인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이날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골프를 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언제부터 구닥다리 언론이 우리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를 선언했나?” 등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글들을 올렸다. 그는 이날 밤 8시(한국 9일 오전 10시) <폭스 뉴스>에 출연해 “우편투표 농간에 대해 말할 것”이라는 트위트도 올렸다.한편, 트럼프와 같은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불편한 관계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어 “대선은 공정했고 결과는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와 통화도 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9일 국회에 입장 전달할 예정 “산안법 개정으로는 원청과 기업 책임자 제대로 처벌 못 해”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11-08 15:45:25
수정 2020-11-08 15: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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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9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동의청원 10만의 요구, 이제 국회가 답할 때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촉구를 위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9.28ⓒ김철수 기자
142명의 직업환경의사들이 더불어민주당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등에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만으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의미를 모두 담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다고 8일 밝혔다. 이는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신 산안법을 일부 개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것으로, 직업환경의사들은 이 같은 논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비극적인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법안이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 재해가 노동자 개인의 실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위험을 예방하고 관리하지 못한 기업의 범죄임을 인식하게 하고, 만일 기업 등이 이러한 조치를 다하지 않아 인명사고가 발생했다면 해당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기업 자체에 형사 책임 등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골자다.
21대 국회에서는 지난 6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지난 9월에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도 10만명이 참여해 상임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한때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관련 논의에는 여전히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신 산안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민주당의 의지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직업환경의사들은 "산안법 개정으로는 원청과 기업의 경영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며 "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의미를 더 강한 처벌에만 두기 때문에 나온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처벌 수위가 아니다. 기업의 최고책임자, 원청책임자, 그리고 기업 자체에 책임을 묻는다는, 처벌의 범위가 더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산업재해나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책임자가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효과적인 안전조치가 실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기업 최고경영진의 과실이 입증될 수만 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중간에 있는 책임자가 최고경영진의 의무를 대신하고 있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는 법망에서 빠져나간다"며 "그래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에 대한 포괄적인 의무를 규정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 의무 위반으로 인한 책임을 지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직업환경의사들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만으로는 기업의 탐욕과 잘못으로 벌어진 산업재해와 시민재해를 함께 다루려 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취지를 온전히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는 지난 몇 년 사이, 세월호·가습기살균제 등 기업 과실로 벌어진 사회적 참사를 목격해왔다"며 "이 참사들은 우리에게 노동자 건강과 시민의 건강이 밀접하게 연결돼있음을 알려주었고, 한국 사회 전반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한국 사회의 이런 역사적 맥락을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직업환경의사들은 "처벌 수위만 높여서는 실제 법 집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들은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처벌 수위를 높이기만 하는 것으로는 현장에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며 "현재도 안전조치나 보건 조치 위반으로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2018년 기준 5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경우 90.72%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았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이들은 "법 조항의 처벌 수위는 점점 높아지지만, 현실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된다면, 오히려 법에 대한 불신만 커질 수 있다"며 "안전에 대한 책임을 쉽게 방기하고, 이를 쉽게 용인해주는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한국 사회에 그런 상징적인 조치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당에서 산안법 개정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대신하려는 논의를 중단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을 올해 내에 추진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직업환경의사들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오는 9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민주당 정책위원회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얼마전 경남 창녕 교동 및 송현동 고분군의 교동 2지역에서 도굴 없이 노출된 63호분을 발굴한 결과 금동관을 비롯하여 각종 장신구를 온몸에 치장한 무덤 주인공의 흔적이 확인되었는데요.
발굴단에서는 무덤 주인공의 몸쪽에 놓인 장신구의 출토상황과, 은장도 및 굵은 귀고리 등 주로 여성 무덤에서 보이는 유물 등으로 신장과 성별을 추정한 결과 1500년 전에 죽은 신장 155㎝ 가량의 여성이라고 조심스레 추정했습니다.
2006년 창녕 송현동 고분에서 확인된 인골(왼쪽 사진)을 과학적으로 복원한 얼굴(오른쪽 사진). 첨단과학으로 복원한 결과 이 인골의 주인공이 16세, 키 152.3㎝, 허리 21.5인치의 여성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 소녀에게 ‘송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16살 소녀 송현이는 어째서…
그러나 저는 무덤의 주인공보다 그 주인공과 함께 묻힌 순장자 여러분에게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그렇습니다. 이번에 발굴된 63호분에서 5명 정도의 순장자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우선 주인공의 발치 쪽에 바닥을 40㎝ 정도 낮춘 순장 공간에 2명이 안치됐고요. 무덤 공간은 아니지만 흙을 쌓은 봉토 속에서도 순장자가 묻힌 공간인 듯한 석곽 2기와 옹관 1기가 나왔습니다. 양숙자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에 따르면 모두 동시대에 조성된 공간으로 추정된답니다. 순장자들은 무덤 주인공과 함께 따라 죽어야 했던 불쌍한 영혼들이었다는 얘기죠. 아직 성별이나 출신 등은 짐작할 수 없다네요.
창녕 교동 63호분에서 노출된 순장의 흔적. 주인공의 발 끝에 조성된 순장공간에는 2명(오른쪽 사진), 그리고 흙을 쌓아올린 봉토 속에서도 순장자의 공간인 석곽 2기(왼쪽 사진)와 옹관 1기가 나왔다.|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그런데요. 2006년 교동 2지구와 인접한 송현동 고분에서 무덤 주인공을 따라 죽은 순장자의 인골이 완벽한 모습으로 출토됐어요. 고고학·법의학·인류학·생물학·해부학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첨단과학을 동원하여 인골을 복원해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덤 주인공과 함께 순장된 사람은 나이 16세, 키 152.3㎝, 허리 21.5인치의 여성이었습니다. 요즘의 16세 여성(160㎝·2017년 기준)에 비해 7㎝ 이상 작았고, 허리도 요즘 그 나이 또래(26인치)보다 5인치 정도 가늘었습니다. 신장을 머리길이(19.3㎝)로 나눠보니 7.94등신이었습니다. 그야말로 8등신 소녀였던 것입니다. 송현동 고분에서 노출된 이 소녀에게 ‘송현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송현이(왼쪽 사진)는 발굴당시 완벽한 상태로 출토됐다(오른쪽 사진).|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뭐 이 여성이 현대 여성들의 ‘로망’일 수 있는 ‘8등신’ 아니냐구요?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법의학 측면에서 소녀를 관찰하니 의미심장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정강이뼈와 좌우 종아리뼈에서 ‘과도한 뼈의 재형성으로 인한 반응뼈’라는 소견이 보였다는 겁니다. 전문 용어라 잘 이해가 안가시죠. 이 부위가 이른바 장딴지(가자미) 근육이 붙어있는 부위인데 무릎을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형성되는 반응뼈가 보였다는겁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 소녀가 반복적으로 무릎을 ‘꿇고 펴고’를 반복하면서 뭔가를 했다는 얘기입니다.
이 소녀는 ‘로망’에서 ‘비극’의 주인공으로 전락합니다. 이 갸날픈 소녀는 주인(무덤주인공)을 뼈가 어긋나도록 무릎을 꿇며 섬기다가 주인이 죽자 함께 죽임을 당해 묻혀야 했던 가여운 신세였던 것입니다.
송현동 고분에서 노출되고 있는 ‘송현이’. 귀고리가 선명하게 보인다(왼쪽 사진). 정강이뼈와 좌우 종아리뼈에서 는 ‘과도한 뼈의 재형성으로 인한 반응뼈’라는 소견을 나타냈다. 반복적으로 무릎을 꿇었다가 폈다를 반복한 결과일 수 있다.|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백인을 바칠까요?’ 사람제사의 진상
고대사회에서 생으로 사람을 죽여 제사지내는 행위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사람을 제사 지내는 ‘인생(人牲)’과 죽은 자와 함께 묻는 ‘순장’이었습니다. 노예제도가 시작된 은(상)나라(기원전 1600~1046년) 시기 갑골문을 보면 해괴망측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오늘 저녁 무정왕(재위 기원전 1250~1192년)이 제사를 지낼 때 피부 하얀 강족 3명을 제물로 바칠까요?”하고 묻는 내용입니다.
갑골문은 하늘신과 조상신에게 나라와 개인의 길흉을 점치는 내용을 거북등에 새긴 문자를 의미합니다.
중국 상나라(기원전 1600~1046) 시절 사람제사를 지낸 뒤 머리만을 거두어 모아두었다. 1976년 은(상)말기 도읍인 인쉬(殷墟)에서 발견된 191기의 제사구덩이에서는 무려 1178명의 희생자가 쏟아져 나왔다.
이 갑골문에 등장하는 강족(羌族)은 중국 서북쪽에 살던 유목민들이었는데요. 은(상)나라는 주변 이민족과 끊임없는 정복전쟁을 벌여 사로잡은 전쟁포로를 노예로 쓰다가 제사 때 제물로 바쳤는데요. 아마 피부가 하얗거나 아예 백인이 제물로 바쳤나보죠? 강족 100명과 양 100마리를 제사지냈다는 갑골문도 있답니다.
은(상)나라에서는 그렇게 사람제사를 지낸 뒤 머리 만을 거두어 모아두었는데요. 1976년 은(상)말기 도읍인 인쉬(은허·殷墟)에서 발견된 191기의 제사구덩이에서는 무려 1178명의 희생자가 쏟아져 나왔답니다. 이 중 상당수가 목 잘린 청장년이었고, 여성과 어린아이의 유골도 있었답니다.
강족 100명과 양 100마리를 제사 지낼 것을 묻는 갑골문.(출처:<갑골문자전 겸 갑골문 해독>, 양동숙 저, 서예문인당, 2005)
은(상)의 정복군주인 무정왕의 부인인 부호(婦好)의 묘에서는 개와 사람이 함께 순장된 채 발견됐는데요. 사람이 가축과 다름없는 신세였던 거죠. 청년 노예임이 분명한 인골 가운데는 머리와 허리가 잔인하게 잘린 이들도 있었는데요. 순장 직전에 저항하다가 무참하게 살해돼 순장된 거죠.
사람 제사와 순장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반인간적인 행위라는 지탄을 받을 만 하죠. 그러나 당대에는 보편적인 풍습이었을 뿐입니다. 전지전능한 하늘신과 조상신을 위한 제사를 지내기 위해선 무엇이든 바쳐야 했던 시대였죠. 순장의 경우 무덤 주인의 삶이 사후에도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자행됐습니다.
중국 상나라 시대 여장군 부호묘(오른쪽)와 제사구덩이에서 확인된 사람제사의 흔적들.
■60대 남성과 묻힌 15살 소녀
우리 고대사회에서도 순장은 관습이었답니다. “부여는 사람을 죽여 100명까지 순장시켰다(殺人殉葬 多者百數)”(<삼국지> ‘위서·동이전’)든지, “248년 고구려 동천왕이 죽자 새 왕(중천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왕의 무덤에 와서 따라죽는 이가 많았다(至葬日 至墓自死者甚多至葬日 至墓自死者甚多)”(<삼국사기> ‘고구려 본기’)든지 하는 기록이 보입니다. 아무렴 새 임금이 만류했는데도 줄줄이 따라죽었겠습니까. 은연 중 순장을 강요당했겠죠. 신라의 경우 비인간적인 순장제도가 502년(지증왕 3년) 종식됩니다.
“전에는 국왕이 죽으면 남녀 각 5명씩 순장했는데, 이를 폐지했다(前國王薨 則殉以男女各五人 至是禁焉”(<삼국사기>·‘신라본기’)는 기록이 보이죠.
황남대총(위 사진) 중 남분에서 60대 주인공과 함께 15~20세 사이의 여성이 순장된 흔적이 보였다. |이은석의 논문에서
이한상 대전대 교수에 따르면 의성 탑리와 창녕 계성리의 돌덧널무덤와 양산 부부총, 순흥 읍내리, 경산 임당고분 등의 여러 신라 무덤에서도 순장의 흔적이 보인답니다. 특히 450년 무렵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황남대총 남분의 경우 주인공이 금동관을 쓴 60세 전후의 남성이었습니다. 그런데 관 밖에 출토된 사람뼈와 이빨 16개를 분석한 결과 신장 148㎝, 나이 15~20살 가량의 여성인 것으로 추정됐다. 분명 ‘순장(殉葬)의 흔적’이었습니다. 주인의 곁을 지키던 어린 여성이 주인을 따라 묻혀 꽃다운 생을 마감했을 겁니다. 가야 소녀 송현이와 같은 운명이었겠죠. 이외에도 무덤 안에서는 상당량의 귀고리가 발견됐는데, 15~20살 앳된 소녀를 포함해서 10명 정도가 순장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황남대총 남분(왼쪽사진)의 순장자 복원그림. 출토유물 등을 분석한 결과 10명으로 추정된다. 여성 무덤으로 추정되는 황남대총 북분(외른쪽 사진)에서도 10명의 흔적이 보였다. 특히 주인공의 발치에는 순장자의 목 2구 놓은 흔적이 있다.|이은석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서해문화재과장 제공
무덤 주인공이 여성으로 짐작되는 황남대총 북분에서도 역시 10명 정도의 순장자 흔적이 보였는데요. 특히 주인공의 발밑에서는 순장자의 머리만 달랑 2구 놓은 것 같답니다. 무엇보다 ‘남녀 각 5명씩 10명을 순장했다’는 <삼국사기> 기록과도 부합되죠.(이은석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서해문화재과장의 ‘경주 황남대총 구조에 대한 일고찰’, <고고역사학지> 제15집, 동아대박물관, 1999) 황남대총 남북분은 신라 임금이나 왕족의 부부묘로 짐작됩니다. 이 부부가 도합 20명의 생사람을 달고 죽은 거죠.
그러나 신라에서는 지증왕 이후, 즉 6세기 초 이후의 신라 고분에서는 보이지 않는답니다. 아마도 순장이 너무 비인간적이라는 것을 신라 조정이 깨달아 “순장은 이제 그만!”을 외친 것이 아닐까요.
고령 대가야 왕릉급 무덤인 지산동 44호분의 순장흔적. 고분의 주변 등에 40여명의 순장자가 묻힌 것으로 보인다.|대가야박물관
■가야, 무덤 1기에 무려 40여명이나
그런데 가야는 어떤가요. 이번 63호 고분의 순장자 5명이나 ‘송현이’가 가야 사람들이 맞다면 말입니다. 대가야 시대 지배층의 고분인 고령 지산동 44호분과 45호분은 더 엄청납니다.
5세기 후반~6세기 전반 대가야 최전성기를 구가할 때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두 무덤에서는 최대 40여명(44호분)과 12명(45호분)이 각각 순장된 것으로 보입니다. 순장자가 시종과 무사, 창고지기 등으로 구분되어 주인공이 묻힌 으뜸돌방에 딸린 돌방에 몇 명, 그리고 돌방주변에 조성된 돌덧널에 수십명의 순장자가 묻혔답니다. 문제는 가야의 순장 풍습은 멸망 때(562년)까지 이어진다는 겁니다.
이웃나라(신라)는 순장제도가 비인간적이라 해서 폐지하는 판국에 오히려 죽은 지도자의 위상을 세우려고 죄없는 백성을 더 많이 희생시킨 겁니다. 이것이 신라와 가야의 차이가 아니었을까요. 신라가 고대국가의 기틀을 굳히고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을 무렵 가야는 연맹체의 한계를 벗지 못한채 멸망의 길을 걸었으니 말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순장제도의 존폐여부가 신라와 가야의 운명을 갈랐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고령 지산동 44호분의 순장자들을 복원해본 모습. 시종과 무사, 창고지기 등이 묻힌 것으로 보인다.|대가야박물관
지금으로부터 자그만치 3400여 년 전 진나라 목공(재위 기원전 659~621)이 죽자 내로라는 충신을 포함해서 무려 177명이 순장되었습니다. 그러자 당대의 군자들은 혀를 끌끌 찼답니다.
“목공은 영토를 넓히고 나라를 부강하게 했다. 그러나 그는 제후들의 맹주가 될 수 없었다. 죽은 후에 백성들을 버리고 어진 신하를 순장시켰기 때문이다. 고대의 선왕들은 죽은 후에도 좋은 도덕과 법도를 남겼거늘….”(사마천의 <사기>)
최초 대남 밀사 황태성 57주기 추모식이 8일 상주 소재 고인의 묘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11월 8일. 한 달여 정도 이른 참배길이라 그런지 늦가을 날씨는 아주 화창했다. 예년 같으면 기일인 12월 14일에 맞춰 찾던 묘소라 늘 추위와 경사진 눈길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이날은 눈 대신 무성히 쌓인 낙엽 때문에 전전긍긍했다.
서울에서 승합차에 오른 8명의 참배객은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듯 차창 밖을 응시하다가 때로는 잡담과 미국 대선 이야기로 꽃피우며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풍경과 대화에 몰입했다. 2시간 반쯤 걸렸을까. 어느덧 눈에 익은 저수지가 시야에 들어왔고 이어 감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청상저수지다. 벌써 묘소 근처 산 입구에 당도한 것이다.
상주의 명물 감나무.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차도에서 산길로 접어드는 곳에 이미 상주에서 곶감 농사를 짓는 전성도 전 전농 사무총장과 그의 동료가 기다리고 있다가 함께 산길로 합류했다. 상주가 고향인 그는 이곳에 줄곧 살면서 서울에서 참배객이 내려오면 길안내를 할 만큼 황태성 묘지기로 자처(?)하고 있다.
눈에 익숙한 좁은 산길을 올라간 차량은 이제 더 올라갈 수 없는 데까지 올랐다가 참배객들을 내려놓는다. 주변이 온통 감나무다. 모두 10명 참배객들의 묘를 향한 행진이 시작됐다.
낫과 갈퀴를 이용해 길을 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산길을 오르는 참배객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묘소로 오르는 산길 최초 입구부터 색깔은 바랬지만 무성한 수풀더미로 찾기가 힘들었고, 또 비탈진 산길은 그야말로 추풍에 떨어진 낙엽, 낙엽더미에 속절없이 미끌거렸다. 비교적 젊은 축들은 괜찮겠지만 80대 중반을 넘은 김영옥 선생과 권상릉 선생, 그리고 다리가 편치 않은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에게는 험난했으리라.
다행히도 상주시민인 전성도 일행이 낫과 갈퀴를 가져와 한 사람은 낫으로 나뭇가지를 치고 다른 한 사람은 낙엽을 쓸어 옆으로 제치며 길을 내주었기에 그나마 여차여차 오를 수 있었다. 20여분 정도 올랐을까? 숨이 차올라 다소 헐떡거릴 때쯤 봉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화창한 햇살이 비추는 묘소와 그 주변엔 낙엽이 무성했다. 참배객들은 마치 사계청소를 하듯 참배에 거슬릴만한 낙엽을 치우기 시작했다. 이윽고 최초 대남 밀사 황태성 57주기 추모식이 이날 고인의 묘가 있는 경상북도 상주시 청리면 청상리 소재 선산 중턱에서 열렸다.
김영옥 선생이 예를 갖추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먼저, 고인의 조카사위인 권상릉 선생이 예를 갖추고 추도사 대신 노래로 헌사했다.
김영옥 선생은 “고인은 이 땅에 통일조국을 만들려다가 희생 당하셨다”고는 “선생의 고귀한 꿈을 후대가 현실화시키겠다”며 짧고 명확한 추도사를 했다.
권낙기 선생은 “사람이 둘이면 그림자가 두 개다. 그런데 사람이 둘인데 그림자가 하나일 수 있다”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는 “업으면 된다. 남과 북은 지금 둘이지만 반드시 하나가 되는 그림자를 만들겠다”며 의미심장한 추모사를 했다.
계속해서 권 선생은 “방금 낙엽에 싸인 경사진 비탈길을 올라올 때 우리 두 일꾼이 낫과 갈퀴로 나뭇가지를 자르고 낙엽을 치우면서 길을 내고 올라왔다”고는 “황태성 선생이 통일의 길을 내는 바로 그 낫과 갈퀴와 같은 역할을 하셨다. 우리 후대도 그 길닦음을 본받겠다”고 말했다.
추도식 후 참가자들이 햇빛을 받으며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이날 참배객들이 많지 않기에 모두가 술을 따르고 예를 갖췄다. 길지 않은 추도식 후 참배객들은 묘소 주변에 옹기종기 앉아 햇빛을 받으며 담소를 나누며 고인을 기렸다.
하산길에 권낙기 선생은 “오늘 참배로 올해 주요 사업을 다 끝내 마음이 편하다”고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몸이 다소 불편한데도 그만큼 일을 많이 만들고 다니기에 분주한데, 그나마 이날은 한 달 이른 참배로 일 년 사업의 마무리를 하니 안도감이 놓였나 보다.
참배객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점심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향했다.
“죽으러 왔소?”
[미니 인터뷰] 황태성 조카사위 권상릉 선생
황태성 묘 옆에 선 조카사위 권상릉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 통일뉴스: 매년 황태성 묘를 찾는다. 올해 소감은?
■ 권상릉: 요즘 황 선생 생각이 많이 난다. 그는 최초 남북교류 밀사였다. 당시에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그걸 시초로 그 후엔 전두환 정권 때부터 남북 밀사가 오갔다. 밀사로 온 사람을 중앙정보부가 살해한 것이다. 매번 생각하지만 너무 잘못됐다.
□ 박정희 정권이 왜 그랬나?
■ 그런데 황 선생은 단심 군사재판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밀사’라고 전혀 말하지 않았다. 전시 중에도 밀사는 왔다 갔다 하지 않는가. 그래도 처형은 안 당한다. 그런데 내가 그걸 말했다. 내가 재판정에서 황태성은 밀사라는 말을 했다가 구형이 10년이었는데 15년을 언도받았다.
□ 황태성 선생 묘 옆에 또 묘가 있다.
■ 선생의 본 부인 묘다.
□ 이름은?
■ 선산 김 씨라고만 알아 달라.
□ 황 선생과 함께 묻혔다.
■ 부인이 살아생전에 “내가 죽게 되면 남편 묘 옆에다 안장하되 장례를 거나하게 치러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장례식 때 큰 꽃상여를 만들었고, 그 꽃상여가 여기 험한 비탈길을 올라왔다.
□ 황 선생이 1946년 월북했을 때 부인이 함께 갔나?
■ 아니다. 당시 황 선생은 월북할 때 부인과 함께 가지 못하고 둘째아들과 함께 올라갔다. 밀사로 남쪽에 내려왔을 때도 부인을 못 만났다. 황 선생이 중정한테 잡혀 구속되고 나서 부인이 형무소에 면회 가서야 만날 수 있었다. 그때 17년 만에 황 선생을 만난 부인의 첫마디가 뭐였냐면 “죽으러 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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