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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의 결단은 왜 환영받지 못하나

공정위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했지만... "문제는 계속될 것" 비판

18.08.21 16:25l최종 업데이트 18.08.21 19:37l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위 조직 쇄신방안 발표를 한 뒤 굳은 표정으로 보도진 질문을 듣고 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위 조직 쇄신방안 발표를 한 뒤 굳은 표정으로 보도진 질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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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비리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사업 등 담합 사건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폐지'는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공정거래나 일감 몰아주기 등에서 전속고발권이 유지되는 한 공정위와 대기업 유착은 지속될 것이란 비판이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제71조 1항 등에 근거한다. 공정거래법 제71조 1항의 경우, "불공정거래행위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유통업체의 재판매가격 금지 등의 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표시광고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행위도 마찬가지로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 공정거래와 관련된 불법 행위가 확인되더라도,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일반 시민은 물론 경찰이나 검찰이 확인하더라도 공정위 고발 없이는 공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관련 고발이 난무할 경우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어 생겨났다. 이 때문에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을 부여, 고발권 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차단했던 것이다.

공정위 간부들, 전속고발권 이용해 취업장사

 

하지만 전속고발권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다. 공정위가 고발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것. 공정위 일부 직원은 대응이 필요한 불공정거래 행위나 담합 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해당 기업의 '편의'를 봐주면서 개인 잇속을 챙겨왔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공정위 간부 취업 알선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고위 간부 수십 명의 재취업 리스트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대기업에 취업을 알선했다.

취업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공정위가 정년을 앞둔 간부를 기업 업무에서 미리 빼주는 '경력 세탁'까지 해준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취업 청탁과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현대건설, 현대백화점, 쿠팡 등도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전·현직 부위원장(차관급)도 수사 대상에 오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0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 위원장은 "비록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재취업 과정에서 부적절한 관행, 일부 퇴직자의 일탈행위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잘못된 관행과 비리가 있었음을 통감한다"며 "공정위 창설 이래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최대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대국민 사과에 이어 전속고발권도 일부 폐지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앞으로 4대강 사업 담합 등 사안이 중대한 사건의 경우 검찰이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 수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전속고발권 폐지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해 7월 대한상의 강연에서 그는 "지금 단계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선 이견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전현직 고위간부들이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김 위원장도 내려놓는 쪽을 택했다. 그간의 지론을 뒤집을 만큼 이번 취업 알선 사건의 파급력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 아니면 문제 계속될 것"
 
 정재찬 전 위원장 등 최상위 수뇌부를 비롯한 전·현직 직원 12명이 채용비리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운영지원과 사무실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오는 20일 김상조 위원장은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해 재발 방지책 등을 담은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  정재찬 전 위원장 등 최상위 수뇌부를 비롯한 전·현직 직원 12명이 채용비리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운영지원과 사무실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오는 20일 김상조 위원장은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해 재발 방지책 등을 담은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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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정위의 이런 결정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전속고발권의 전면 폐지를 주장해온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전속고발권의 일부 폐지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담합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전속고발권이 유지되는 한, 대기업과 공정위 공무원의 유착은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현재 경성담합에 대해서만 전속고발제 폐지를 한다는 것은 거꾸로 공정위의 나머지 권한이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등 공정위가 대기업과 사건을 무마시킨 게 굉장히 많은데, 전속고발권이 유지되는 한 그런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동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대통령 대선 공약도 그렇고 전속고발권의 전면 폐지가 필요하다"면서 "전속고발권을 통해 기업에 면죄부를 주거나 하는 행태가 없애려면 전면 폐지가 맞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또 "전속고발권은 전면 폐지 이외에 절충안을 마련할 필요도 없는 게, 형사처벌은 기본적으로 검찰이 판단할 문제이지, 행정기관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며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로 축소시키면서, 대기업이나 공정위는 또다시 이득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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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

“교원·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08/22 [00:3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시민사회단체들이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등 교원·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 : 전교조)     © 편집국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 지위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시민사회단체들이 본격적인 공동 행동에 나섰다.

 

37개 시민사회단체들과 진보정당으로 구성된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와 교원·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1일 오전 1130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범을 알렸다이들은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교원노조법공무원노조법 폐기 및 교원과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정권의 탄압으로 해고된 교원공무원들의 원상회복 등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출범 기자회견에 앞서 오전 10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 모여 법외노조 취소 투쟁 지지연대 방향 모색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연대투쟁 계획을 논의했다.

 

공동행동은 취임 1년을 훌쩍 넘긴 지금자본 편향 기울어진 운동장은 변함없고비정규직 철폐가 요원한 현실그리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와 노동3권이 무시되고아직도 해고 노동자가 손배·가압류에 시달리고복직을 요구하며 스스로 죽어야 하는 현실은 평등’, ‘공정’, ‘정의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되물었다.

 

공동행동은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과 함성이 박근혜 정권 퇴진에 머물지 않았고모든 이에게 기본적 권리를 보장할 것은 물론 온갖 불평등과 차별억압이 없는 해방 세상을 향했음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며 지지율에 노심초사하여 적폐세력의 눈치나 보고법 개정 운운하며 국회를 탓하고아직도 가만히 기다리라는 것은 정권을 다시 세운 촛불이 요구했던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ILO(국제노동기구)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어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까지 나서서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취소를 요구하고 있는데이를 묵살하고 법을 개정할테니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법외노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 역시 박근혜 정권에서과 같이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계속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오전 9시 현재 공동행동에는 민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한국진보연대참여연대 등의 노동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정의당녹색당노동당민중당사회변혁노동자당 등의 진보정당들이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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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와 교원·공무원 노동3권 보장을 위한 공동 행동을 선언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는다.

 

기상 관측 이래 최고 폭염 속 조명탑과 굴뚝 위 고공 노동자를 보면서아스팔트에 온몸을 내던지는 노동자를 보면서파렴치한 기업의 사장실을 점거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를 보면서숨이 턱턱 막히는 천막 속 노동자를 보면서, ‘아사(餓死)’를 무릅쓴 단식 농성장 노동자를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노동을 존중하는 나라의 대통령을 꿈꾸고 있는가.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과정은 공정할 것이며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했지만취임 1년을 훌쩍 넘긴 지금자본 편향 기울어진 운동장은 변함없고비정규직 철폐가 요원한 현실그리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와 노동3권이 무시되고아직도 해고 노동자가 손배·가압류에 시달리고복직을 요구하며 스스로 죽어야 하는 현실은 평등’, ‘공정’, ‘정의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코꺼질 수 없는 촛불의 이름으로 경고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과 함성이 박근혜 정권 퇴진에 머물지 않았고모든 이에게 기본적 권리를 보장할 것은 물론 온갖 불평등과 차별억압이 없는 해방 세상을 향했음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지지율에 노심초사하여 적폐세력의 눈치나 보고법 개정 운운하며 국회를 탓하고아직도 가만히 기다리라는 것은 정권을 다시 세운 촛불이 요구했던 것이 아니다아울러 비정규직 철폐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와 노동3권 보장해고자를 일터로 돌아가게 하는 일은 문재인 정권이 더는 미뤄서는 안 될 중요한 과제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정녕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거부가 문재인 대통령 의지인가.

 

지난 8월 진행된 전교조와 정부의 교섭 협의 결과에서 확인된 것은 놀랍게도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거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라는 것이다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대법원의 사법 농단모르쇠 한 국회국정원의 편향된 정보 수집과 왜곡이 만든 국가기관 적폐의 총결산임이 드러나고 있다결국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과정은 박근혜 정권을 향한 '종합선물세트'이었음에도 적폐 청산을 우선 과제로 제시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럴 수는 없다.

 

지금이 분노는 청와대를 향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 8월 11전교조 위원장은 법외노조 취소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27일 넘긴 단식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었다전교조 위원장이 흘린 눈물에 전교조 조합원을 비롯한 이 땅 노동자·민중의 분노와 한숨이 함께 했다. ILO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어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까지 나서서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취소를 요구하고 있는데이를 묵살하고 법을 개정할테니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법외노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고문재인 정권 역시 박근혜 정권에서과 같이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계속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매듭은 당장 풀지 않으면 점점 더 견고해진다국회로 공을 넘기고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책임회피이자, '촛불'이 쥐어 준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이다전교조 법외노조는 당장 취소되어야 한다.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는 물론 교원과 공무원의 노동3권을 온전하게 보장해야 한다.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을 취소하지 않는다면 교원은 물론 노동자·민중시민·사회나아가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게 될 것이다이에 더해 우리는 청와대와 노동부의 가당치 않은 태도에 또 한 번 놀랄 뿐이다법 개정은 고작 대통령 발의 헌법 개정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조합원 자격과 관련된 내용만 수용하겠다는 방침에 몹시 실망스러울 따름이다교원노조법은 공무원노조법과 함께 교원과 공무원의 노동3권을 제약하기 위해 만든 특별법으로 악법 중의 악법으로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교원과 공무원의 노동3권은 제한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는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노동3권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에 나설 것이다.

 

촛불 혁명이라 했는가오늘 우리는 시종일관 촛불과 함께 한 노동자·민중시민사회교육()년학생정치종교 단체와 함께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와 교원·공무원 노동3권 보장 공동행동을 선언한다앞으로 우리는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는 물론 교원과 공무원의 온전한 노동3권 보장해고자 원상복직을 위한 다양한 개별적지역적 실천은 물론 공동 행동에 적극 나설 것임을 분명하게 밝히며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을 지금 당장 직권 취소하라.

하나교원노조법공무원노조법을 폐기하고교원과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

하나지난 정권의 탄압으로 해고된 교원공무원을 원상회복 조치하라

 

2018년 8월 21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와 교원·공무원 노동3권 보장 공동행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교육청본부전국대학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한국비정규교수노조전국교수노동조합노동전선참여연대노동자연대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전태일재단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보건의료단체연합빈민해방실천연대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국빈민연합전국학생행진정의당녹색당노동당민중당사회변혁노동자당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교육공동체 징검다리’, 흥사단 교육운동본부아수나로조계종 노동위원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전국참교육동지회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학술단체협의회한국진보연대주권자전국회의(37개 단체 / 2018년 8월 21일 화요일 09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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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선언 이후 첫 민간교류 노동자들이 했다”

 노동자통일축구 이끈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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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1  1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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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치른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위원장과 17일 오후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가문의 영광이다.”
지난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 주석단에 “유일한 여성이면서 제일 어렸다”는 엄미경 민주노통 통일위원장은 “영광스러우면서도 무거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부위원장에 당선돼 통일위원장으로서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총괄한 엄미경 통일위원장은 17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는 2007년 창원 대회 이후 2015년 평양 대회를 거쳐 지난 10-12일 서울 대회가 열렸다. 남측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라는 양대노총이 북측은 조선직업총동맹이 주최했다. 아울러 남측은 2005년 결성된 6.15노동본부에 북측은 6.15노동분과위에 포괄돼 있다.

엄미경 통일위원장은 “4.27 판문점선언 이후 첫 민간교류를 노동자들이 했다라는 대단한 자부심, 기쁨,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부족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고 “축구경기를 4.27 판문점선언 시대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 남북 노동자들이 보이지 않는 배려들을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축구경기가 진행된 상암월드컵경기장에 빈자리가 많았던 것에 대해서는 “일단 딱 양대노총과 연대단체의 조직인원 만큼만 된 것 같다”며 “민주노총이 통상 최대 4천 4백 명 정도인데 이번에 1만이 넘은 거다. 한국노총도 자체 평가는 6천이 넘었다고 들었다. 사실은 양대노총이 1만 6천을 동원한 거다. 총 2만 명 정도가 관람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역동하는 정세에 서울시민 4만 정도, 양대노총이 2만 정도 해서 정말 운동장을 꽉 채운 대회를 해보자는 포부가 있었다”며 “무더위 등 원인을 정확히 평가해 봐야겠지만 아무래도 양대노총의 행사라는 게 국민들이 함께하는 대회로까지 발전해 나가는 데는 좀 어려움이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고 진단했다.

11일 오전 북측 대표단 숙소인 워커힐에서 진행된 ‘남북노동자단체 대표자회의’와 12일 발표된 공동합의문에 대해서는 “합의문은 일단 남측에서 한반도 정세를 반영해서 안을 짰다”며 “1항이 8.15부터 10.4까지 4.27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 실천 기간으로 했다. 다음으로 하반기가 되면 대규모로 방북하는 통일대회가 필요할 것 같아서 ‘금강산 노동자통일대회’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동합의문에 나온 실천기간 동안 11개 지통대(지역통일선봉대)를 해산하지 않고 ‘4.27 판문점선언 이행 실천단’으로 활동할 수 있게 전환하려고 고민하고 있다. 두 달 정도 집중적으로 하고 10.4기간에 공동행사를 성사시키면서 동시에 제2차 통일노동자회, 대표자회의를 실제로 성사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나갈 거다”라고 제시했다.

   
▲ 지난 11일 북측 대표단 숙소인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남북노동자단체 대표자회의' 모습. 엄미경 통일위원장도 주석단에 앉았다.(오른쪽 두 번째) [지료사진 - 통일뉴스]

‘금강산 노동자통일대회’ 개최 일정에 대해서는 “우리는 기간을 10월이라고 지정했다”며 “그런데 북측에서는 기간을 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좀 있었다. 전체적 정치일정 속에서 어려움이 있을까 조심스러움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엄미경 통일위원장은 또한 “2001년에 탄생했던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노동자회’(통일노동자회) 정신을 계승하는, 노동자 통일운동의 활성화에 대한 근본적 방향을 담았다”며 “남측에서 먼저 작성한 문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충분히 실천적 과제를 설정하고 제안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존의 6.15노동본부(북측 6.15노동분과위)와의 관계 속에서 통일노동자회의 조직적 위상에 대해 “6.15를 통로로 한 자주교류의 업종별, 산별 기능이 사실상 담보되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6.15노동본부를 강화한다는 입장은 남북 상호 강조된 대전제이고, 그 속에서 노동자 통일운동의 활성화, 업종별 활성화라는 실천력 측면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오해들이 좀 있는 것 같다. ‘양대노총이 6.15노동본부는 안하는 거냐. 6.15노동본부와 별도로 노동자 통일운동, 자주교류하겠다는 거냐’, 지금 이런 오해들이 생겨서도 안 되고, 전혀 사실무근이다. 노동자들이 6.15노동본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미경 통일위원장은 “환송하는 날은 곳곳에서 눈물바다가 많이 연출됐다”며 “아무래도 오랜만에 남쪽에서 민간행사가 이루어지다 보니까 어려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전부 하나같이 열정을 내서 했던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다음은 17일 오후 2시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북측과 축구대회 일정을 조율한 과정이나 통일노동자회 제안 배경 등에 대해 밝힌 인터뷰 내용이다.

‘8.15에 통일축구가 가능하겠냐’

   
▲ 엄미경 통일위원장은 축구대회 일정 확정 과정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통일뉴스 : 큰 행사 치르고 건강은 괜찮나?

■ 엄미경 통일위원장 : 아휴, 아플 새도 없다. 끝나자마자 월요일부터 또 상집회의고, 노사정 대표자회의 복기 등 노동현안 문제 등으로 바빴다.

□ 먼저,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마무리한 소감은?

■ 어쨌든 계속 언론에 나온 것처럼 4.27 판문점선언 이후 첫 민간교류를 노동자들이 했다라는 대단한 자부심, 기쁨,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부족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 이런 거다.

□ 2015년 평양 축구대회에 이어 서울 축구대회가 정세상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열렸다. 이번 서울 축구대회 성사 과정에서 고비라든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 지난 촛불혁명 이후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는 개최되겠구나’라는 생각은 있었다. 2017년은 당장 정권 바뀌고 어려울 거고, 2018년 8.15 즈음해서 될 거라는 양대노총 실무자들의 확실한 느낌은 있었다.

다만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지만 생각보다 민간 차원보다는 당국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 많아서 어떻게 될까 걱정, 우려, 이런 게 있었다.

그런데 6월에 평양에서 진행된 6.15공동위원회 회의에 민주노총은 안타깝게 불허받았지만, 한국노총이 갔을 때 북에서 먼저 통일축구를 다시 언급하고 일정은 돌아가서 민주노총과 협의해서 팩스를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양 6.15공동위원회 회의에 갔다 온 동지들이 이번 8.15 민족공동행사는 여러 조건상 민간행사 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은 분위기였다며 ‘8.15에 통일축구가 가능하겠냐’ 이런 우려를 많이 했다. 그런데 우리가 8월 13일부터 16일로 일단은 북측에 보냈다.

북에서 팩스가 전격적으로 온 게 8월 3~5일로 왔다. 남쪽으로 보면 전부다 여름휴가 가고, 양대노총 조직동원이 매우 어려운 때다. 그래서 ‘통일축구가 진짜 성사되는구나’ 기쁨 이면에 ‘아, 이 사업은 추진하기 매우 어렵겠다’ 걱정이 매우 컸다.

일단 깊은 양해를 구하며 휴가를 지나 한 주 순연해 줄 것을 다시 제안하기로 했다. 양대노총이 이견이 좀 있긴 했지만 어쨌든 한 주 순연하자는 수정제안을 보냈고 북이 전격적으로 8월 10~12일로 하자고 답신을 보내와 본격적으로 진행이 된 거다.

그 과정이 제일 힘들었다. 준비과정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론을 알 수 없었으니까 그 판단이 가장 어려웠다. 그런데 다행히 잘 된 거다.

“남북 노동자들이 보이지 않는 배려들을 많이 한 것 같다”
 

   
▲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11일 오후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가 진행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단일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는 남북 노동단체 대표자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여러 행사가 있었지만, 하이라이트는 축구대회인데, 잘 된 건가? 자평한다면?

■ 한 골도 못 넣었으니까 잘 된 건 아니다.(웃음)

북측 대표자들이 2015년 경험이 있으니까 남쪽 기량이 많이 달린다는 걸 안 것 같다. 친선경기가 되게 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한 것 같다. 북은 연합팀이 아니라 조그만 기업소 선수단이 내려왔다고 하더라. 실력보다 친선에 초점을 맞추려는 노력일 거라고 추측한다.

건설도 한 개 기업소, 경공업도 한 개 기업소, 우리로 보면 축구 동아리가 온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은 3-1, 민주노총은 2-0으로 진 거다. 더구나 민주노총은 상대적으로 경공업팀이 건설노동자팀보다 실력이 덜 한 곳인데도 한 골도 못 넣은 거다.

어쨌든 남북이 실무회담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팩스에만 의존해 진행된 건데, 축구경기를 4.27 판문점선언 시대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 남북 노동자들이 보이지 않는 배려들을 많이 한 것 같다.

□ 축구경기도 있었지만 서포터즈와 응원, 관람도 중요했던 것 같다. 운동장 규모에 비해 관중이 부족해 보였다.

■ 일단 딱 양대노총과 연대단체의 조직인원 만큼만 된 것 같다. 조직되어 있는 대오를 중심으로 참가했다는 결론이다.

이 역동하는 정세에 서울시민 4만 정도, 양대노총이 2만 정도 해서 정말 운동장을 꽉 채운 대회를 해보자는 포부가 있었는데, 원인이 뭔지 모르겠지만 잘 안 됐다.

무더위 등 원인을 정확히 평가해 봐야겠지만 아무래도 양대노총의 행사라는 게 국민들이 함께하는 대회로까지 발전해 나가는 데는 좀 어려움이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국민과 함께하는 4.27 판문점선언 시대 축제의 장’이 되겠다는 애초의 목표는 좀 부족함을 남겼다고 본다.

다만, 이전의 8,15 노동자대회를 기준으로 보면, 민주노총이 통상 최대 4천 4백 명 정도인데 이번에 1만이 넘은 거다. 한국노총도 자체 평가는 6천이 넘었다고 들었다. 사실은 양대노총이 1만 6천을 동원한 거다. 총 2만 명 정도가 관람했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돌아보면 많이 부족했지만 노력은 했다고 보고 있다.

□ 서포터즈나 통일선봉대도 적극적으로 활동했는데.

■ 그렇다. 서포터즈가 아무래도 경기장 응원 분위기를 주도했고, 여러 가지 구호들과 힘찬 응원을 중통대(중앙통일선봉대)가 같이했다.

“통일위원회 강화가 사실상 많이 강조됐다”

   
▲ '남북노동자단체 대표자회의'에서 판문점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축구대회가 한 축이었다고 한다면, 남북노동자단체대표자회의가 있었다. 11일, 12일 두 차례 열렸나?

■ 대표자회의는 11일 오전에 한 번 열렸다. 먼저 3노총 대표자회의를 했다. 북에서 60명, 양대노총 각각 30명, 120명 정도 규모로 했다. 대표자회의 끝나고 업종별 대표자회의를 했다. 북측은 7개 산별이어서 양대노총은 거기에 맞게 구분해서 업종별 대표자회의를 3개 정도의 공간에서 진행했다.

□ 그러면 12일 회의는 합의문에 서명하기 위한 절차였나?

■ 12일은 마석(모란공원)을 갖다 와서 11시쯤 3노총 대표자들과 통일위원회 실무라인 두 테이블에서 따로 회의가 좀 있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통해서 듣기로는 대표자들은 아무래도 큰 방향에서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다. 지금 이 정세 속에서 노동자들의 역할이 어떤 거냐. 실무라인도 마찬가지인데, 앞으로 노동자통일운동을 활성화할 데 대한 고민들을 나눴다.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가면서 남측에서 준비한 합의문을 토대로 해서 북측이 다시 수정보완한 문건을 제출했고, 그것을 가지고 토론해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 공동합의문 내용에 보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 통일실천기간’을 정하고, 금강산에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통일대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는데, 소개해 달라.

■ 합의문은 일단 남측에서 한반도 정세를 반영해서 안을 짰다. 그래서 1항이 8.15부터 10.4까지 4.27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 실천 기간으로 했다. 다음으로 하반기가 되면 대규모로 방북하는 통일대회가 필요할 것 같아서 ‘금강산 노동자통일대회’를 제안했다.

그리고 2001년에 탄생했던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노동자회’(통일노동자회) 정신을 계승하는, 노동자 통일운동의 활성화에 대한 근본적 방향을 담았다. 이렇게 3가지 문안으로 해서 남측에서 합의문을 구성을 했고, 거기에 대해서 북측이 대부분 수용을 한 거다. 그래서 합의문이 탄생하게 됐다.

합의문과 별도로 북과 남에서 핵심적으로 중요하게 나왔던 이야기는 ‘3노총의 통일위원회를 절대적으로 강화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게 노동자 통일운동을 활성화하고 조직적으로 강화하는데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통일위원회 강화가 사실상 많이 강조됐다. 그 정신이 통일노동자회라는 표현에 담기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6.15공동위원회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됐다. 지금 다른 부문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자만큼 조직적 규모나 활성화돼 있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약간 부족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이런 부문과 계층과 어깨걸고 6.15공동위원회를 강화하는데 누구보다 앞장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들이 있었다.

이 두 가지가 핵심적 토론이었다고 본다. 그런 정신의 바탕에서 공동합의문이 나왔다.

“6.15노동본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 10일 환영 만찬의 마지막을 장식한 대동놀이에서 북측 여성 대표자와 함께 하고 있는 엄미경 통일위원장. [자료사진 - 통일뉴스]

□ 그러면 연내에 금강산 남북노동자통일대회가 추진되나?

■ 연내라고 기간은 못박지 않았다. 우리는 기간을 10월이라고 지정했다. 정세상 10월쯤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본 거다. 그런데 북측에서는 기간을 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좀 있었다. 전체적 정치일정 속에서 어려움이 있을까 조심스러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기간은 명시하지 않고 금강산에서 남북노동자통일대회를 성대히 하자는 방향에서 합의가 된 거다.

□ 남북 3대 노총의 통일위원회를 강화하자는 것과 통일노동자회, 6.15노동본부(북측은 6.15노동분과위) 강화는 어떻게 연결되나?

■ 사실은 그 실천적 관계에 대해서 충분히 토론이 됐어야 했는데 그럴 시간은 별로 없었다. 정신과 방향에 대한 합의 정도다. ‘노동자 통일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통일노동자회 방식이 의의가 있겠다’ 정도가 합의가 된 거다.

다만, 2001년 통일노동자회가 결성됐을 때 남북 노동자 자주교류가 거의 전무후무한 국면에서 통일노동자회 결성으로 인해서 일정하게 자주교류를 추진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3노총이 그 의의를 공히 인정하는 것이고, 그것을 계승 발전시켜서 더 강화해 보자는 합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것이 노동자 독자기구이면서 동시에 이것이 6.15공동위원회를 강화하는 실천적 역할을 해내는 관계로 가자고 여러 번 강조가 됐는데, 그것이 어떻게 실제로 역할을 할 수 있을까는 후속과제로 남겨져 있다.

□ 공동합의문에 6.15노동본부를 강화하자고 명기된 것이 아니라 ‘통일노동자회 산하 위원회를 조직’하기로 합의돼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 통일노동자회는 조직적 기구를 강화하자는 의미보다는 노동자 통일운동을 업종별, 산별로 활성화 해 실천력을 강화하자는 측면으로 읽혀진다. 남측에서 먼저 작성한 문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충분히 실천적 과제를 설정하고 제안한 것은 아니다.

지금 6.15노동본부는 양대노총이 들어가 있지 업종별 본부가 들어와 있지는 않다. 업종으로 보면 전교조가 교육본부 형태로 들어와 있는 거다. 그 외에는 6.15를 통로로 한 자주교류의 업종별, 산별 기능이 사실상 담보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이 6.15노동본부를 강화한다는 입장은 남북 상호 강조된 대전제이고, 그 속에서 노동자 통일운동의 활성화, 업종별 활성화 측면에서 나온 것이다. 대전제는 다른 게 전혀 없다.

일각에서는 오해들이 좀 있는 것 같다. ‘양대노총이 6.15노동본부는 안하는 거냐. 6.15노동본부와 별도로 노동자 통일운동, 자주교류하겠다는 거냐’, 지금 이런 오해들이 생겨서도 안 되고, 전혀 사실무근이다. 노동자들이 6.15노동본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곳곳에서 눈물바다가 많이 연출됐다”

   
▲ 11일 환송만찬에 참석한 남북 노동단체 대표자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한국노총과의 협력관계는 문제가 없었나?

■ 이 기간이 최저임금 요율문제 등 노동현안 만으로 보면 사실 어려운 시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어쨌든 통일축구에 대해서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최대한 상호 연대했고 협력하려고 노력했다.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 정부의 협조는 원활했나?

■ 정부의 협조는 큰 방향에서는 (행사를) 불허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너무 엄격한 제재와 제약이 없었던 것은 대단히 긍정적이고 좋은 방향이었다.

그러나 이게 3노총 민간교류지만 북측이 내려오는 의전에서 보면 국가적 행사이지 않나. 그래서 민간단체인 양대노총이 다 치러내기에는 재정적 조건도 어려움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좀더 열린 자세, 민간운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 또는 지지가 좀더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실랑이들이 조금 있었다.

□ 정부로부터 도움이 없었나?

■ (정부가) 노력을 한다고 했는데, 돈이란 실제로 쓰는 쪽에서는 더 필요한 게 사실이고, 또 주는 쪽에서는 더 주기에는 곤란한 입장이고, 이런 어려움, 해프닝이 좀 있었다.

□ 행사 현장에 경찰, 국정원에서 나와 돕기도 하고 제한도 했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

■ 내가 예전 경험이 별로 없다. 그리고 창원 통일축구 이후 11년 만에 (남쪽에서) 하는 거다. 행사를 진행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특히 축구경기장만 보더라도 2007년 기억으로 보면 주변을 국정원이 다 에워싸고 근접하지 못했던 분위기가 역력했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제재하거나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원칙, 기준은 제시했고, (북측과) 만나고 대화하는 것도 주변에 늘 어디엔가 (지켜보는 이가) 있기는 했지만, 제재하거나 이러지는 않았던 것 같다.

□ 주최 측과, 서포터즈를 비롯한 도움을 준 이들, 날씨도 덥고 시간도 촉박하고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 내가 서포터즈를 직접 운영하지 않아 모르지만 재정과 날씨 다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참가한 몇몇 분들 이야기 들어보니까 굉장히 오랜만에 (북측 대표단이) 남측에 온 것 아닌가.

처음 본 학생들도 있으니까 엄청 감동적이었던 모양이다. 응원하면서도 눈물 흘린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고.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는 정말 말을 잇지 못했다는 표현도 들었다. 환송하는 날은 곳곳에서 눈물바다가 많이 연출됐다. 특히 울면서 사진 찍으면서 악수하면서...

아무래도 오랜만에 남쪽에서 민간행사가 이루어지다 보니까 어려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전부 하나같이 열정을 내서 했던 것 같다.

“주석단에서 유일한 여성이면서 제일 어렸다”

   
▲ 엄미경 통일위원장은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으로서 주석단에 앉아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치른 것을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북측과 회의도 하고 만찬도 했을 텐데, 대화를 충분히 나눴나?

■ 나는 주석단에 앉아 있어서 대화하기 많이 어려웠다. 테이블에 앉은 분들은 이래저래 사는 이야기, 자기 직업 이야기를 많이 했던 모양이다. 특히 남쪽 상황도 많이 알고 있다고 들었다. “최저임금 줬다가 빼앗는 거요?” 이런 이야기도 많이 했다고 한다.

□ 주석단에 앉아보니까 어떻던가?

■ 별로 좋지는 않더라.(웃음) 일반석에 앉아야 사적인 이야기, 소소한 이야기도 하는데 주석단에 쭉 길게 앉아 있으니까 아무래도 옆쪽에 계신 분들과만 “오늘 힘들었냐” 정도 이야기로만 그치니까. 그래도 아무튼 너무 영광스럽다.

□ 북측이 이번에 가져온 메시지나 궁금해 하는 것이 있었다면?

■ 실무회담을 하거나 하면 보통은 정세 이야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사람마다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체로 정세 이야기는 안 된 것 같다. 특히 대표자석은 “지금 정세가 이렇게 갈 것 같으니 우리가 더 하자” 이런 이야기들이 보통 많이 되는데, 특이하게 정세 이야기가 거의 안 나왔다.

정세 이야기 보다는 우리가 무슨 역할을 할 건지, 방향과 계속 일관되게 “3노총의 통일위원회를 강화하자”, “6.15위원회를 강화하자” 이런 이야기를 했다. 특이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 남북 당국이 잘 하겠다는 분위기라서 민간이 굳이 목소리를 높일 이유가 없었던 것 아닐까?

■ 그런 느낌이 역력했던 것 같다. 이전에는 당국 간의 정세를 돌파하는 게 우리 역할이었다고 하면 이번에는 조금 그런 느낌이 들더라.

북측 대표들도 중통대에 대해서는 계속 칭찬하더라. “아, 이 더운 날 저 많은 사람이 투쟁하는 것, 노동자들이 멋지다”고.

□ 큰 행사 치르고 뒷수습 중일 텐데, 하반기 양대노총 통일위원회 내지는 6.15노동본부의 행보와 과제는?

■ 민주노총의 노동자 통일운동의 고민은, 핵심적으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실제로 통일위원회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올해 지통대(지역 통일선봉대), 현장별 실천단, 중통대를 강조를 많이 했던 거다.

그게 일정한 성과가 나오면서 최대 규모인 325명의 중통대가 조직됐고, 지역도 11개 지역에서 지통대가 나왔다. 이것은 이명박 정권이후 처음 있는 규모다. 11개 지역마다 꽤 의미있게 구성됐고 실천기간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길었고 6.15부터 8.15까지 실천기간을 길게 잡고 실천을 했던 곳도 있다. 방식은 좀더 점검해봐야 하는데 11개 지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 성과가 이번 통일축구에 1만을 모으는데 기본적 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후에도 이것이 핵심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민주노총은 다른 곳보다는 진보블럭에서 어쨌든 동력적 역할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후 4.27 판문점선언 시대를 실천적으로 열어 나갈 최대동력은 민주노총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공동합의문에 나온 실천기간 동안 11개 지통대를 해산하지 않고 ‘4.27 판문점선언 이행 실천단’으로 활동할 수 있게 전환하려고 고민하고 있다. 두 달 정도 집중적으로 하고 10.4기간에 공동행사를 성사시키면서 동시에 제2차 통일노동자회, 대표자회의를 실제로 성사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나갈 거다.

아울러 실천단과 지통대를 통해 해왔던 전국에 있는 미군기지 투쟁, 그 지역 지통대들이 그 지역을 책임지고 전개하는 하반기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이자 부위원장으로서 행사를 치른 개인적인 소감은?

■ 페이스북에도 그런 이야기했는데 가문의 영광이다. 갑자기 임원이 되고 통일위원장이 되고 정세적으로 예상은 했지만 너무 큰 사업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출마를 결심했을 때는 이런 정세를 생각하고 출마했던 것은 아니었고, ‘통일위원장으로서 중심을 잡는, 진짜 힘든 통일운동을 해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했던 거다.

주석단에 앉아 있으면서 단지 ‘아, 내가 대표자구나. 주석단에 앉았구나’ 이런 게 아니라 영광스러우면서도 무거움이 있었다. 가장 먼저 노동자들이 (민간교류의 문을) 열었다라는 건 작은 의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임감 같은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주석단에서 내가 유일한 여성이면서 제일 어렸다. 사실 여성노동자 통일일꾼들, 지도자들을 발굴하는 것이 과제다.

또한 민주노총은 자주적으로 모든 사업이 진행되는 방향이라서 국고지원을 받지 않고 있는 곳이다. 이런 국가적 행사는 자주적으로 해결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실제로 양대노총이 추진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기금 관련해서 민주노총의 정치적 활동에는 여러가지 제한성과 소극성이 존재했다. 민주노총도 이제 교류사업 기금 관련해서 조금은 적극적인 정치적 포지션에서 역할이 필요하다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수정, 21일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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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서울대공원 토막 살인범 "범행 은폐하려 시신까지 훼손”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8/22 10:01
  • 수정일
    2018/08/22 10:0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속보]과천 서울대공원 토막 살인범 "범행 은폐하려 시신까지 훼손”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입력 : 2018.08.22 08:30:00

 

[속보]과천 서울대공원 토막 살인범 "범행 은폐하려 시신까지 훼손”
 

과천 서울대공원 토막살인범은 도우미 제공을 신고하겠다는 협박에 우발적으로 살인한 뒤 범행을 감추려 시신까지 훼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노래방 내부에서 시신을 훼손했다는 범인의 진술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대로 현장을 감식할 예정이다.

경기 과천경찰서는 살인 및 사체훼손 등 혐의로 변모씨(34ㆍ노래방 업주)를 체포해 조사한 결과 이같이 진술했다고 22일 밝혔다. 변씨는 지난 10일 오전 1시 15분께 경기도 안양시 소재 자신이 운영하는 노래방에 찾아온 손님 ㄱ씨(51)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ㄱ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후 노래방 안에서 시신을 참혹하게 훼손한 뒤 같은날 오후 11시 40분께 과천 서울대공원 인근 수풀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변씨가 일면식도 없는 ㄱ씨를 살해한 이유는 노래방 도우미 교체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ㄱ씨가 돌연 도우미 제공을 당국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변씨는 변씨는 경찰에서 “새벽에 혼자 노래방을 찾은 ㄱ씨가 도우미를 요구해 불러줬더니 도우미와 말싸움을 한 뒤 교체를 요구했다”며 “도우미가 나가고 나서 (나와)말싸움이 이어졌고 돌연 도우미 제공을 신고한다고 협박해 살해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변씨는 살인후 흉기를 사 와 노래방 안에서 시신을 훼손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포털사이트 지도검색을 통해 과천 서울대공원 주변에 수풀이 많다는 사실을 조사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220830001&code=940202#csidxc7a2a70924efcb09675f1e48de2f7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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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련’은 어떤 조직인가

[기획연재] 총련과 그 역사를 알아보다(1) - 총련 개황
  • 오규상 재일조선인역사연구소 부소장
  • 승인 2018.08.21 10:24
  • 댓글 1

현장언론 민플러스는 4.27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3대(북▪민족▪미국) 바로알기운동’을 펼치려 한다. 먼저 민족 바로알기 일환으로 재일조선인역사연구소 오규상 부소장의 ‘총련과 그 역사를 알아보다’를 기획연재한다. 4세대에 걸쳐 민족성을 지켜온 재일동포들의 삶을 통해 우리 민족을 새롭게 알아 나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흔쾌히 기고해주신 오규상 부소장께 감사드린다.[편집자]

※ 내용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에서 두음법칙, 띄어쓰기 등 국어 맞춤법을 적용했다.

독자 여러분, 재일조선인운동 연구자인 오규상이라고 합니다. 일본에 있는 총련이라는 조직과 그 역사에 대한 해설 글을 요청받아 서술하게 되었습니다. 여덟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총련의 성격

일본 법무성 통계에 의하면 재일조선(한국) 동포들는 2017년 12월 현재 48만1522명이 등록돼있다고 한다. 필자는 귀화한 사람, 국제결혼을 한 사람 등을 포함하면 재일동포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100만 명을 훨씬 넘는다고 본다.

재일동포들 속에서 동포들의 권리를 위하여, 조국과 민족의 통일과 번영을 위하여, 결성 이래 일관하게 헌신적으로 활동해 온 동포단체가 있다. 이것이 바로 총련이다.

총련의 정식명칭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며 약칭은 <조선총련> 또는 <총련>이라 부른다.

총련에 대하여 좋지 않게 보고 있거나 적대시하는 사람(일본 사람들까지도 포함)들은 대체로 <조총련>이라고 부르고 있다.

총련은 1955년 5월25일에 결성되었으며 오늘까지 63년을 넘게 활동하고 있다.

총련은 한마디로 재일동포들의 권익옹호단체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공화국)의 해외공민단체라고 말할 수 있다.

재일동포들은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계속 차별과 멸시 속에서 살고 있으며 동포들은 일반 외국인 이하로 처우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련은 재일동포들의 민주주의적 민족권리와 이익을 옹호하고 확대하기 위하여 활동하는 것을 자기 단체의 선차적 과업으로 제기하고 활동하는 단체이다.

총련을 공화국(북조선)의 해외공민단체라고 하는 것은, 공화국을 지지하고 활동하는 단체라는 것이다. 공화국과 일본이 국교를 맺지 못하고 있는 조건에서 총련은 공화국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공화국 해당 기관의 위임을 받아 재일동포들에게 여권을 발급하는 경우나 일본인의 공화국 방문에 관하여 편의를 도모하는 경우이다. 또한 공화국의 대표가 일본의 원수폭금지대회나 여러 행사에 참가하지 못할 경우 위임을 받아 공화국의 대표로 참가할 수가 있다. 그렇다고 하여 총련은 공화국 정부의 해외기관이나 출장소와 같은 행정기관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또한 총련의 성격은 동포들의 대중단체, 계몽단체이며 평화애호단체이다. 총련은 동포들 속에서 우리 민족성을 고수하는 단체이다. 민족교육을 실시하며 우리 민족의 고상한 민족적 전통과 풍습을 지키고 계승하며, 계속 발전시키기 위하여 사업하는 동포단체라고 말할 수 있다.

총련은 평화와 친선, 연대를 강화하려는 일본 인민을 비롯한 세계 각국 인민들과 단체와의 친선, 교류를 강화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사업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평화애호단체이다.

▲ 총련 결성 이후에도 한동안 회관을 임대해 사용하다가 1956년7월6일에 총련 회관을 구입하여 이전했다. 이후 1960년6월19일, 방화에 의하여 소실됐다. 현재의 회관은 1963년4월15일에 준공했고, 1986년9월25일에 재건했다.
▲ 현재의 회관은 1963년4월15일에 준공했고, 1986년9월25일에 재건했다.

총련의 기구

총련 조직은 총련의 각급 기관과 산하단체, 사업체와 개인으로 구성돼 있다.

총련의 각급 기관이라는 것은 총련의 중앙, 지방본부, 지부, 분회 등을 의미한다. 지방본부는 일본의 47개 도부현과 도쿄에 도쿄도 본부와 니시도쿄 본부를 두고 있는 것으로 48개의 본부가 있다.

총련 지부는 본부관(산)하 일본의 행정구역과 동포 인구수 등 실정에 따라 나눈 단위이며, 총련분회는 지부관(산)하 동포들의 거주지역 등을 고려하여 나눈 동포 생활단위이다. 지부는 관할지역 동포사회와 제반 사업의 종합적 거점이며 총련조직의 말단 지도기관이다. 분회는 동포들의 생활단위이며 총련의 기층조직이다.

다음으로 총련은 각계층 동포단체가 망라돼 있는 산하단체가 있다.

단일단체라고도 부른다. 경제인, 상공인들의 단체는 재일본조선상공련합회, 청년들의 단체는 재일본조선청년동맹(조청), 여성들을 망라한 재일본조선민주녀성동맹, 청년상공인들을 망라한 재일본조선청년상공회(청상회), 조선학교 교원, 직원들을 망라한 재일본조선교직원동맹(교직동), 학교운영 담당자들의 조직인 재일본조선인교육회, 언론·보도 관계자들로 꾸려진 재일본조선언론출판인협회, 사회과학자들의 단체인 재일본조선사회과학자협회(사협), 과학자, 기술자들의 단체인 재일본조선인과학기술협회(과협), 의학, 약학분야의 종사자와 의료봉사하는 사람들의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의학협회(의협), 법률가, 세리(무)사 등의 재일본조선인인권협회, 문학가, 예술가 등을 망라한 재일본조선문학예술가동맹(문예동), 체육인과 체육애호가들의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체육연합회(체련), 유학생들을 망라한 재일본조선유학생동맹(유학동), 불교도들의 단체인 재일본조선인불교도협회(불협) 등이 있다.

이러한 산하단체들은 총련의 강령과 규약을 찬동하고 총련의 지도하에 활동하면서도 자체의 독자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총련 조직에는 사업기능에 따른 사업체도 있다.

언론출판기관으로 해방 직후인 1945년 10월10일에 창립되어 계속 활동하는 조선신보사(창립 당시는 민중신문사)가 있으며 조선중앙통신을 송수신하는 조선통신사(창립은 1948년 10월1일)가 있다. 그리고 학생들의 교과서, 학생잡지 등을 편집발간하는 학우서방이 있으며 조청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출판물을 편집 발간하는 조선청년사(1959년 6월15일 창립)가 있다.

또한 동포사회의 문화예술활동을 선도하는 금강산가극단(1974년 8월29일 창립, 전신인 재일조선예술단은 1955년 6월6일 창립)이 있다. 그리고 동포들의 보험적 권익을 위한 금강보험주식회사(1977년 4월18일 창립)가 있으며 재일조선합영경제교류협회(1972년 2월16일 창립), 동해상사주식회사(1961년 8월7일 창립) 등의 경제무역회사들이 망라돼있다. 여행사로는 주식회사 중외여행사(1968년 2월13일 창립)도 있다.

총련의 최고결의기관은 전체대회이며 중앙위원회, 중앙상임위원회이다. 총련의 최고책임자는 중앙상임위원회 의장이다. 결성 당시 ‘의장단제’였으나 1957년 4월부터 현재까지 책임자는 의장, 지방본부는 위원장이다.

일본 당국의 총련에 대한 인식

일본의 혁신계, 진보적 정당, 사회단체들, 그리고 광범위한 양심적인 일본인민들은 총련의 활동과 재일조선인의 활동에 대하여 일정한 지지와 이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압도적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총련에 대하여 적대적이거나 비우호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공화국이 창건된 때로부터 일관하게 공화국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공화국에 대한 적대시 정책, 비우호 정책을 펴고 있으며, 미국의 조선분단화(남북분단) 정책에 추종하여 그 연장선에서 총련에 대해서도 적대적으로 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당국은 총련에 대하여 일제시기의 ‘치안유지법’의 전후 판이라고 할 수 있는 ‘파괴활동방지법’(파방법)의 용의적용 단체라는 것을 감추지 않고 있으며 총련 조직에 대한 감시, 정탐, 미행 등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현 일본 집권자인 아베 총리는 “조선총련은 구성원이 납치를 비롯한 범죄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되어 있다. 파괴활동방지법의 대상으로도 되어 있다”(아사히신문 2007년 6월14일자)고까지 말하고 있다. 일본 총리가 총련에 대하여 이러한 발언을 한 예는 역사상 없었다. 문제는 근거도 들지 않고 이러한 발언을 하니 망발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며, 또 그러한 망발이 사회적으로 허용되고 있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일본 당국은 공화국의 핵과 미사일 그리고 납치문제와 총련을 의도적으로 연결해 대대적인 반총련 책동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일본 헌법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 등 초보적인 민주주의적 권리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으며 내외인 평등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것처럼 돼 있다. 또한 일본은 자본주의 선진국이며 다문화 공생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면에 지나지 않는다. 서구 나라에 대한 사대주의와 아시아 특히 조선인에 대한 배타주의와 모욕적 자세는 세기를 넘어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 진실일 것이다. 따라서 총련의 활동은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조건에서 전개하고 있다.

재일동포들을 두고 말한다면 일본 정부로부터 안겨 받은 그 어떤 혜택도 없었다. 있다면 그것은 모두 총련과 재일동포들이 일본 당국에 대한 강력한 요청 활동을 전개한 결과, 투쟁에서 획득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총련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민족의 존엄과 자부심을 안고 동포들의 권익과 나라의 통일을 위한 사업의 제1선에서 활동하는 재일동포들의 강력한 단체이다. (2부에 계속)

오규상 부소장 약력

1948년12월 가나가와현에서 출생했고, 본적 경사북도 의성군으로 동포 2세다.

1955년4월 가나가와현 조선학교에 입학해 1967년3월 졸업했다. 1971년3월 조선대학교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16년간 민족교육을 받았다.

1979년7월 김일성종합대학 통신박사원 준박사과정 수료하고, 1998년10월8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국가 학위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철학준박사(1979.09.03.), 사회정치학박사(1998.12.0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부교수(1991,05.15), 교수(2001.05.02)

1971년4월부터 2004년6월까지 조선대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교수, 정치경제학부 학부장, 경영학부 학부장, 교무부장 등을 역임했다.

2004년7월부터 재일조선인력사연구소에서 연구부장으로 근무하다, 2010년5월에 부소장이 되었다. 현재 조선대학교 비상근 강사로 출강한다.

 

저서

『기업권확립의 궤적 재일조선상공인의 바이타리티』朝鮮商工新聞社、1984・2

『재일조선인기업형성사』雄山閣、1992・3 

『아세아를 뛴다 화교・재일코리안』朝鮮青年社、1996・6

『다큐멘트 재일본조선인련맹1945-1949』岩波書店、2009・3

『기록・조선총련60년』2015・12(私家版)

편저

『입문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雄山閣、1998.9 그 외 다수

오규상 재일조선인역사연구소 부소장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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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양승태 사법농단 특별법 통과 촉구

시민사회, 양승태 사법농단 특별법 통과 촉구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08/21 [01:3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회를 향해 양승태 사법농단 특별법 통과를 촉구했다. (사진 : 참여연대)     © 편집국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법원이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줄줄이 기각하고 있는 가운데국회가 양승태 사법부 처벌을 위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승태 사법농단 공동대응 시국회의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박주민 국회의원은 20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사법농단 특별법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검찰이 재판개입 등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40건을 넘지만고작 3건만이 발부됐다며 “2013년 이후 연평균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이 2~3퍼센트임에 비춰볼 때이런 일련의 영장 기각이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법관이 방탄재판을 이용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작태를 더 이상 두 손 놓고 볼 수는 없다며 법원의 도 넘은 제 식구 감싸기와 더딘 수사 진행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오직 국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국회를 향해 ▲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영장전담법관 및 특별재판부 구성국민참여재판을 포함하는 양승태 사법농단 재판절차 특례법」 제정▲ 특별재심제도사법농단 피해구제 위원회 설치 등을 포함하는 양승태 사법농단 피해자 구제 특별법」 제정▲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여 사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것 등을 촉구했다.

 

앞서 박주민 의원은 지난 8월 14일 특별영장전담법관 및 특별재판부 구성사법농단 피해자 구제 등의 내용을 담은 두 개의 특별법을 발의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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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심지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대법관을 공관으로 불러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관해 논의한 정황도 드러났다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법원행정처는 특정 재판이 BH와의 협력사례로 기재된 문건에 대해이는 재판 이후에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대화의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만든 말씀자료라고 설명했으나변명에 불과했던 셈이다.

 

그런데 법원은 어떤가검찰이 사법농단 수사를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줄줄이 기각하고 있다검찰이 재판개입 등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40건을 넘지만고작 3건만이 발부됐다, 2013년 이후 연평균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이 2~3퍼센트임에 비춰볼 때이런 일련의 영장 기각이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

 

한 법관은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한민국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믿을 수 없는 범죄가 일어났으니수사를 위해 영장을 발부해달라는 요청에 대해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한 셈이다법원은 강제징용·위안부 소송 관련하여 청구된 압수수색영장 중 참고인에 불과한 외교부에 대한 영장을 발부하고당사자인 법관들에 대한 영장은 기각했다이는 법원 내 공모관계를 밝혀내기 위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을 갖게 한다사법부라고 하여 검찰 수사의 예외가 아니라고 했던 김명수 대법원장의 말이 무색할 정도다이제 법원의 자정을 기대할 단계가 아니다법관이 방탄재판을 이용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작태를 더 이상 두 손 놓고 볼 수는 없다.

 

법원의 도 넘은 제 식구 감싸기와 더딘 수사 진행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오직 국민이다법원이 사법농단 책임자를 처벌하고 사법 불신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국민이 합법적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절차는 재판뿐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국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책임자 처벌을 위해 특별영장전담법관 및 특별재판부 구성국민참여재판을 포함하는 양승태 사법농단 재판절차 특례법을 속히 제정하라.

 

둘째특별재심제도사법농단 피해구제 위원회 설치 등을 포함하는 양승태 사법농단 피해자 구제 특별법을 속히 제정하라.

 

셋째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여 사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라.

 

2018. 8. 20.

양승태 사법농단 공동대응 시국회의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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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앵커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고 싶었던 말

참여정부 당시 언론 보도 행태와 비슷한 양상이 재연
 
임병도 | 2018-08-21 08:29:1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8월 20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는 1992년 클린턴과 부시의 대선 이야기를 꺼내면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선거 슬로건을 말했습니다.

이후 손석희 앵커는 언론이 보도한 문재인 정부 경제 비판 기사를 배경으로 ‘8년 만에 나타난 최악의 경제지표, 그리고 고용 절벽’이라며 ‘먹고사는 문제가 엄중하다’라고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손석희 앵커는 클린턴을 탄핵 직전까지 몰고 갔던 르윈스키 사건을 얘기하면서 그가 임기를 잘 마쳤고, 성공한 전직 대통령으로 남았다고 말합니다.

손석희 앵커는 ‘그에 대한 답을 묻는다면 1992년 선거에서 사용했던 슬로건으로 답하지 않을까요’라며 앵커브리핑을 마칩니다.

도대체 손석희 앵커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어떤 짓을 저질러도 경제만 회복시키면 되는 거야.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동아일보, 고용재난이라며 최저임금 물고 늘어져

▲8월 21일 동아일보 경제면, 고용재난이라는 제목이 달려있다. ⓒ동아일보 PDF

8월 21일 동아일보 경제면을 보면 ‘고용재난’이라는 제목이 달려있습니다. 동아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최저임금은 언급 안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고용재난’ 지면에는 ‘장하성 아파트 경비원들도 최저임금 불똥’이라며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장 실장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기사가 나옵니다.

지면에는 ‘내놓고 말 못하지만.. 정부내서도 최저임금 부작용’이라는 제목으로 고용재난의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라고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합니다.

결국, 동아일보가 주장하는 경제 문제의 근본 원인은 최저임금입니다. 최저임금이 올라 대한민국 경제가 이지경이 됐다는 논리입니다.


MBC뉴스 페이스북, 문재인 정부 고용정책 비난

▲MBC뉴스 페이스북은 ‘문 대통령, 고용개선 결과에 직을 걸어달라’라는 기사를 공유하면서 관련 멘트를 수정했다.

8월 20일 MBC뉴스 페이스북은 ‘문 대통령 고용 개선 결과에 직을 걸어달라’는 기사를 공유하면서 ‘그동안 직에 누가 있긴 했나 싶을 정도..’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엉망이었다는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MBC뉴스 페이스북은 관련 멘트에 대한 댓글이 수백 개 달리자, ‘불안한 고용지표.. 올바른 정책 시행으로 꼭 개선될 수 있기를’이라는 멘트로 바꿨습니다.

멘트는 바뀌었지만, MBC 내부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지지하지 않거나 비판적인 경향을 나타내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진짜, 문재인 정부의 경제는 최악인가?

대부분의 언론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경제가 최악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연이어 경제 정책을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7월에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와’ KDI가 8월에 발간한 ‘경제동향’ 보고서

진짜 문재인 정부의 경제가 최악인지, 공식적인 경제 관련 보고서를 찾아봤습니다.

지난 7월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를 보면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양호한 소비심리 지속, 재정지출 확대 등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취업자도 올해는 일부 업종의 업황 부진 및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축소되지만, 내년 중에는 다소 회복되면서 증가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8월 7일 발간된 ‘KDI 경제동향’을 보면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가 전반적으로 유지 또는 완만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취업 증가폭은 크게 축소되지만, 소비자 물가는 낮은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경제보고서를 보면, 경제가 엄청나게 좋아지거나 호황이라는 말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경제가 최악이나 재난과 같은 상황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언론에서 말하는 것과는 너무 차이가 납니다.


문제는 언론이야, 바보야

▲2006년 8월 14일 조선일보 ⓒ조선일보PDF

2006년 8월 14일 조선일보는 ‘盧정권 경제 성적표 역대 정부 중 ‘최악’이라는 제목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경제성적이 역대 정부 중 최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참여정부 당시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내 ‘위기’,’파탄’,’실패’라는 말로 흔들었습니다. 오죽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중앙언론사 오찬간담회에서 “10년 뒤에 20년 뒤에 가서 언론자료와 우리 정부의 자료 중 어느 것이 정확하고 더 가치 있는 것인지 한번 대조해 보자”라는 말까지 했을까요.

참여정부 당시 언론 보도 행태와 비슷한 양상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재연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우수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 행태처럼 당장 내일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언론의 과도한 경제 위기론은 소비를 위축시킵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당연히 경기가 나빠지게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놓고 본다면 오히려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언론이라고 봐야 합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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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년 만의 남북 이산가족 만남..금강산은 눈물바다

“상철아!” “어머니!”(추가) 70여 년 만의 남북 이산가족 만남..금강산은 눈물바다
금강산=공동취재단/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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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0  17: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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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3시 금강산 내 금강산호텔에서 남북 이산가족상봉 단체상봉이 열렸다. 남녘의 어머니 이금성 할머니가 북녘의 아들 리상철 씨를 부둥켜안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상철아!”, “어머니!”

남녘 어머니는 북녘 아들을 끌어안았다. 전쟁통에 아들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아들을 껴안고 놓지 않았다.

“통일돼서 단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 오빠!”

남녘 오빠를 만난 북녘의 여동생은 눈물을 훔쳤다. 백발이 성성하게 만난 남매는 누가 뭐라 할 수 없이 너무나 똑 닮았다.

70여 년의 세월. 얼어붙던 분단선은 뜨거운 눈물로 녹았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20일 오후 3시 금강산에서 상봉했다. 남측 1차 대상자인 89가족, 197명. 이들의 사연은 달랐지만, 전쟁과 분단의 상처는 모두 같았다.

1951년 1.4후퇴 당시 어머니 한신자 할머니(99세)는 첫째 딸 김경실 씨와 둘째 딸 경영 씨를 남겨두고 셋째 딸만 업고 남으로 내려왔다. 2~3달이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67년이 흘러 다시 만났다.

연보라색 한복을 맞춰입은 북녘의 두 딸은 상봉시각이 다가오자 남녘 어머니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어머니 한신자 할머니가 들어서자, 두 딸은 눈물을 흘리며 90도로 인사했다. 딸을 알아본 한 할머니는 “아이고”를 내뱉으며 통곡했다. 67년 전 헤어진 두 딸의 볼을 비비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할머니는 딸 경영 씨에게 “너가 이름이 김경자인데 왜 이름을 바꿨느냐”고 묻고는 “내가 피난 갔을 때”라며 울먹였다. 두 딸을 미처 데려가지 못한 미안함에 ‘엄마’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 연보라색 한복을 갖춰입은 북녘의 두 딸 김경실, 경영 씨가 남녘의 어머니 한신자 할머니를 만났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상철아!” 남녘 어머니 이금성 할머니(92세)는 아들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연신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온몸으로 끌어안았다. 아들 리상철 씨도 어머니를 부여잡았다.

이금성 할머니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길에 올랐다가 남편, 아들 등 다른 가족과 모두 헤어졌다. 할머니의 등에는 갓 난 딸 하나만 있었다.

북녘 아들과 며느리는 60여 년 만에 만난 어머니에게 아버지 사진을 꺼냈다. 아들이 “아버지 모습입니다”라고 말하자 모자는 다시 오열했다. “애들은 몇이나 뒀니?”, “손(자식)이 어떻게 되니”라고 연신 묻는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놓지 않았다.

“진짜 맞네. 진짜 맞아” 남과 북으로 흩어진 남매는 서로를 확인했다. 남녘 누나 김혜자 씨(75세)를 기다리던 북녘 남동생 은하 씨는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베레모를 벗으며 73년 만의 만남에 긴장이 역력했다. 어색했던 남북의 남매는 서로를 확인했다.

순간, 남녘 누나 김혜자 씨는 벌떡 일어나 동생을 껴안았다. 그리고 울음을 터트렸다. “진짜 맞네, 진짜 맞아”

1945년 해방 당시 만주에서 일본군이 쫓아올까 봐 무서워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가 어린 김혜자 씨를 둘러업고 이남으로 내려왔다. 김 씨의 어머니는 남동생을 업고 외갓집에 갔다가 영영 헤어졌다.

남동생이 꺼낸 어머니 사진을 본 누나는 “엄마 맞다. 아이고 아부지”라며 대성통곡했다. “73년 만이다. 해방 때 헤어졌으니. 아이고야 정말 좋다. 혹시 난 오면서도 아닐까 봐 걱정했는데, 진짜네”라며 누나는 가족들의 안부를 물었다.

   
▲ 남북 이산가족이 70여 년의 세월을 넘어 금강산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북녘 두 여동생은 남녘 오빠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남녘의 오빠 김춘식 할아버지(80세)는 북녘의 두 여동생 춘실, 춘녀 씨를 단번에 알아봤다.

“일어서봐, 일어서봐, 춘자, 춘녀냐. 내가 춘식이다”
“오빠, 이렇게 만나냐. 오빠”

황해도 옹진이 고향인 김춘식 할아버지는 전쟁 통에 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피난을 내렸다. 두 여동생은 고향에 남았다. 남겨진 동생들에게 미안하듯, 김 할아버지는 “어머니가 춘자, 춘녀 보고 싶어서 정말 가슴 쓰려 하시다가 일찍 죽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통일돼서 단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 오빠!”

남녘의 오빠 김병오 할아버지(88세)의 손을 꼭 잡은 북녘의 여동생 김순옥 할머니는 말했다. 여동생은 “혈육은 어디 못가. 오빠랑 나랑 정말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자, 오빠는 기자들을 향해 “정말 정말, 아이고. 기자 양반 우리 정말 닮았죠?”라고 물었다.

김순옥 씨는 사진을 보여주며, “이거 내가 의과대학 다닐 때 사진이다. 오빠, 나 평양의과대학 졸업한 여의사야. 평양에서 정말 존경받고 살고 있어. 가스도 매달 주고. 내가 전쟁 노병이라 정말 존경받는다”고 자랑했다.

오빠는 “여동생이 이렇게 잘 됐다니 정말 영광이다. 나는 고등학교 선생님 30년 하고 교장으로 퇴직한 지 10년 됐어. 만나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었는데, 정말 잘 됐다”고 화답했다.

동생은 “오빠, 통일되면 정말 좋을 거야. 내가 내과의사다. 젊은 의사들도 다 나한테 와서 협의한다”며 “얼른 통일돼서 같이 살게 해줘요. 통일돼서 단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 오빠”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 남녘 여동생 조혜도 씨와 남동생 도재 씨가 북녘의 누나 조순도 씨를 만나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남녘의 오빠는 북녘의 여동생에게 65년 만에 직접 사과를 먹여줬다. 1953년 당시 잦은 폭격으로 개성에 살던 신재천 할아버지(92세)는 친구 아버지를 따라 우연히 길을 나섰다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북녘의 여동생 금순 씨를 본 오빠는 “엄마하고 똑 닮았다”며 “진작 서로 만났으면 얼마나 좋아. 만나니 좋다. 엄마, 아버지한테 밥 한 그릇 못 해드린 게 마음에 걸렸는데, 널 보니 마음이 놓인다”며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 사진을 꺼내 여동생의 얼굴과 비교하던 오빠는 “딱 이 모습이야. 딱 보니까 그래. 피는 못 속인다”면서 사과를 집어 여동생에게 먹였다.

“맛있지? 오빠가 먹여주니 맛있지? 너 만나니까 기쁘고 한이 풀리고 그래.”

1.4후퇴로 아들과 헤어진 남녘 아버지 이기순 할아버지(91세)는 함박웃음을 띄었다. “내 아들이 맞아. 내 아들!”

북녘의 아들 리강선 씨는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면서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기자를 향해 “어때? 나랑 아들이랑 똑같이 생기지 않았어?”라고 물었다. 기자는 “얼굴형하고 아래턱이 똑 닮았다”라고 답하자, 아버지는 아들을 다시 쳐다봤다.

   
▲ 1급 시각장애인인 남녘 이금연 할머니가 북녘 올케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분단의 세월, 남북 가족들은 만났지만, 정치적 이야기에서는 날을 세우기도 했다.

남녘 형 차제근 할아버지(84세)는 북녘 동생 제훈과 조카 성일을 만났다. 차제근 할아버지가 “빨리 통일이 와야지”라고 말하자, 조카 성일은 “미국놈들을 보내야해. 큰아버지, 봐보세요. 싱가포르 회담 리행을 안 한단 말이에요”라고 대꾸했다.

그러자 차 할아버지는 “6.25 난 것이 김일성이 내려와서 그렇다”고 하자, 조카는 “아이, 그건 거짓말이라요. 6.25는 미국놈들이 전쟁한 거에요. 우리는 우리 힘으로 싸웠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할아버지는 “그래, 그건 잘 한거야”라며 가족을 다시 웃으며 논쟁을 마무리했다.

이날 남북 이산가족상봉에는 국군포로 한 가족과 전시납북 다섯 가족도 포함됐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금강산호텔에서 단체상봉을 했으며, 이어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북측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해 재회한다.

   
▲ 남녘의 윤흥규 할아버지가 북녘의 매부 정익호 씨와 외조카손자 김상욱 씨를 만나 사진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남녘의 김종태 할아버지가 북녘 조카 김학수 씨를 만났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추가,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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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핵발전소가 온다면, 전기를 싸게 생산해달라고 할까요?”

[만민보] “서울에 핵발전소가 온다면, 전기를 싸게 생산해달라고 할까요?”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이 들려준 핵발전소의 이면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8-08-21 08:15:35
수정 2018-08-21 08: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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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1~4호기가 보이고 있다.
13일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1~4호기가 보이고 있다.ⓒ김철수 기자

 "핵발전소나 핵폐기물 처분장이 서울 어딘가에 와야 한다고 하면 과연 서울시민들이 그렇게라도 싸게 전기를 생산해달라고 할까요?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면 원하는 분들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지금 탈원전을 비판하는 보수정당과 원전 확대를 주장하는 분들은 전기만 싸게 생산할 수 있으면 그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고통을 당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랑 똑같아요. 그들이 사는 대도시 같은 지역에는 핵발전소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요."

핵발전소 건설 부지 선정은 그야말로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핵발전소가 건설되는 순간부터 주민들은 폭탄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도 원전은 필요한 것 아닌가', '우리가 전기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값싸게 만들어낼 수 있는 에너지원 아닌가'라고 묻는 이들도 분명히 있다.

그도 8년 전까지는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원전은 경제성이 좋은, 청정에너지원이라 배웠기에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면서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주민들을 만나고, 실상을 보면서 그의 생각은 달라졌다. 무수한 사람들의 희생을 보면서 핵발전소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는 절대 싸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최악의 폭염 속에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이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그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13일 오후 36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환경운동연합 인근에서 안재훈(39)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을 만났다. 그가 시민들과 함께 걸어온 탈핵운동 과정에서 핵발전소가 남긴 과거의 상처, 불안한 현재, 미래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핵발전소 건설 반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민중의소리

그는 8년째 탈핵운동을 하고 있는 환경단체 활동가다. 환경계의 119처럼 온갖 환경 문제에 관한 민원성 전화가 걸려와 곤혹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기에 성심껏 답한다. 환경단체의 활동가로 적은 월급에 생활하기란 그의 말처럼 팍팍하지만 목표는 뚜렷하다. 바로 함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탈핵'이다.

다른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그는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환경운동연합에 2010년에 들어왔다. 원전에 대해서 공부하고 전문가를 만나면서 어떻게 하면 탈핵 세상으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원전 사회로 정책이 바뀌게 된 지금까지 숨가쁘게 달려오고 있다.

그는 라돈침대 사건 이후 지난달 19일부터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생활 방사능 측정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전수조사나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국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졌다. 결국 '생활방사능 119'는 급한 불이라도 꺼보자는 마음에서 환경운동연합이 시작한 일이다. 그러는 도중 그는 특이점 하나를 발견했다.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에서 방사선이 나올까 걱정하는 사람들, 라돈침대를 옮겨놓을 지역 선정에서 오는 논란이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모습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핵발전소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경우는 이번에 라돈 침대 사건을 보면서 우리는 매일 그런 문제를 안고 살고 있다고 말해요. 그런데 그분들이 그런 피해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가 눈 하나 깜짝 안 하는데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서운한 거죠."

그가 처음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에서 맡게 된 업무는 삼척,영덕에 신규 원자력 발전소 부지 선정과 관련한 이슈였다. 그는 탈핵운동에 연대하며 삼척과 영덕 주민들의 핵발전소 건설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지역주민들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었지만, 이에 관한 뉴스 한 줄조차 나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히려 원전은 미래 청정에너지라는 기사들만 엄청나게 쏟아졌다.

하지만 주민들의 투표 결과 삼척에서 85%, 영덕에서 91.7%가 핵발전소 유치에 반대했다. 주민 참여를 통해 민주적으로 의사를 결정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도 거기서 탈핵시대의 희망을 봤다.

일본 핵발전소 사고 7년, '후쿠시마 교훈'은 어디갔을까? 
"핵발전소 늘리자는 것은 사고 발생 가능성 높이자는 말"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수소폭발로 떨어져 나간 원자로 벽의 일부가 그대로 남아있는 등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상흔이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사진은 공동취재단이 제공한 것이다. 2018.02.20.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수소폭발로 떨어져 나간 원자로 벽의 일부가 그대로 남아있는 등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상흔이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사진은 공동취재단이 제공한 것이다. 2018.02.20.ⓒ뉴시스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 사고처럼 다시 한 번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7년째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펼쳐졌다.

"일본의 경우는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수습이 완료되지 못했고, 여전히 피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원전 사고 현장에는 아직도 접근조차 불가능한 상황인데 이게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그 정도 피해는 감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것은 극단적인 생각이에요"

우리나라는 원전의 국토면적당 설비용량은 물론이고 단지별 밀집도, 반경 30㎞ 이내 인구수 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고리 원전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6개 원전(고리1∼4, 신고리1·2호기)과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 있는 신고리 3·4호기로 구성돼 있다. 정부가 건설을 승인한 신고리 5·6호기까지 들어서면 고리 원전은 무려 10기로 늘어날 예정이다.

"후쿠시마의 경우에는 반경 30km 내 인구가 30만명 수준이라면, 우리는 고리 핵발전소만 보더라도 반경 30km 내 인구가 380만명이나 됩니다. 동일한 사고가 난다고 하면 해결 불가능한 상황으로 갈 수 있고, 피해액이나 피해인구는 훨씬 클 수 있어요. 게다가 우리는 그 지역이 아닌 다른 어떤 곳으로 피난을 간다고 해도 감당이 되겠습니까?"

그는 우리가 후쿠시마의 교훈을 지금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안전성을 최소한 높이는 것이 가장 기본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 핵발전소를 늘리자고 하는 것은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이자는 말밖에 되지 않습니다. 핵발전소를 더 늘릴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데, 누가 찬성하겠습니까? 찬성하는 지역이 있으면 나와 봐라, 그렇게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저는 핵발전소 부지를 찾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제 더 이상 갈 데가 없습니다."

밀양 송전탑 건설...공동체의 파괴

밀양 송전탑 주민들이 촛불집회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와 정부와 한국전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모습.
밀양 송전탑 주민들이 촛불집회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와 정부와 한국전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모습.ⓒ윤재현 인턴기자

핵발전소 건설의 문제는 송전탑의 문제로 이어진다.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 싸웠다. 급기야 당시 70대 어르신은 주민들에게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는 말씀을 남기고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당겨 돌아가셨다. 또 한 어르신은 음독으로 생을 마감했다. 주민들의 죽음은 밀양뿐만 아니라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게 큰 충격을 줬고, 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가 활동하면서 가장 충격적이고 마음 아픈 순간이기도 했다.

"거기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어르신들은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거죠. 본인들이 반대를 하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고 대책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요. 결국에 어르신들도 왜 우리가 이렇게 반대를 해도 왜 안 되는가를 쫓아가다보니 그 끝단에는 핵발전소가 있었던 거예요. 신고리3~6호기를 때문에 송전탑이 필요한거죠"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대도시에 실어나르기 위해 마을 주변에 산에는 송전탑이 꽂혔다. 그 결과 주민들은 격렬한 반대 끝에 죽음으로 내몰렸고, 마을 공동체는 파괴됐다. 정부는 주민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경찰을 동원해 밀어붙였고, 항의하는 주민들을 끌어냈다. 에너지 앞에서 민주주의란 없었다.

지역의 보상금을 미끼로해서 한 마을에 같이 살고 있는 분들을 찬성과 반대 세력으로 분열시켜 주민들 안에서도 서로를 불신하게 갈등하게 만들었다. 정부도 한수원도 사람들에게 약한 고리가 돈이라는 것을 잘 알았고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마치 그 분들이 돈을 바라고 싸움을 하는 것처럼 왜곡한다던가, 지역이기주의를 매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결국 송전탑을 짓고 나서 사람들이 떠났어요. 마을에 남은 사람들은 원래 사이가 좋게 지냈던 분들인데 그때의 상처가 남아서 서로 말하지 않고 보지도 않게 되는 거죠.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이 더 무서운 것 같아요"

핵발전소를 가동한 대가로 영원히 떠안게 될 빚, '핵폐기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핵폐기물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미래세대의 목소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7.07.27.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핵폐기물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미래세대의 목소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7.07.27.ⓒ뉴시스

"원전이 제일 싼 에너지고 안전한 에너지라고 이야기하는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아요"

핵발전소를 가동한 대가로 갚아야 하는 빚이 있다. 바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쓰레기인'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이다. 발전이 끝난 핵연료봉은 끊임없이 열과 방사선을 발생시킨다. 핵발전소 안에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수조 안 냉각수에서 보관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전 호기별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2017년 9월 30일 기준)을 살펴보면, 월성 1~4호기는 내년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문재인 정부는100대 국정과제에서 '공론화를 통한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를 선정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펼쳐질 예정이다.

"아직 핵발전소의 수명이 안 끝났는데 그렇게 포화상태가 될 때까지 놔뒀다는 게 이해가 안 가요. 이게 과연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고준위 핵폐기물은 최소한 십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 해야 하는데 그런 장소와 기술을 우리는 아직 찾지 못했어요"

고준위 핵폐기물은 십만년 동안 인류에게 청구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보관할 수 있는 처분장이 없는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완공한 나라가 없다. 유일하게 핀란드가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공사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핵발전소가 들어오는 것도 반대하는데,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과연 찬성하는 지역이 있을까요?"

핵발전소 안전성 높아자고 하면 반대 목소리 나오는 이유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 앞에서 환경단체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모습.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 앞에서 환경단체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모습.ⓒ민중의소리

그는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높인다고 하면 경제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안전을 위한 설비들을 보강하고 장비들을 더 달면 더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자 입장에서는 안전기준을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높이자고 하면 반대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안전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월성 1호기는 수명연장을 할 당시 여러가지 새부품으로 교체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업자 입장에서 더 가동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교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안전성을 높인 것은 아니다.

지금 월성 1호기는 안전기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많은 안전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등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핵발전소가 싸고 경제적이라는 주장에는 '안전'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고 말했다.

"안전을 무시하고 풀로 그냥 아무런 문제 없이 가동하면 경제성이 좋다고 하는 데 핵발전소는 그렇게 가동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핵발전소는 지진이 오면 정지가 돼요. 당장 아무런 정보 없이 가동할 수가 없어요. 혹시라도 모를 사고가 발생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만약 지금같은 폭염에 어디에 지진이 발생해서 핵발전소가 갑자기 여러 개 멈췄다고 하면 오히려 전력난이 발생할 수 있을 거예요"

탈핵운동을 하면서 반대 진영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들었던 말 중에 황당한 말은 '전기 당장 안 쓰자는 얘기냐'다. 당장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멈춰야 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 사회가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에 당장 하자는 탈핵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핵발전소가 하나도 없던 시절부터 24기를 만들고 가동하는 데 40년이나 걸렸으면, 이걸 줄여나가는 데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해요. 우리가 땅이 넓고 자원이 많아서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들이 많고 재생에너지를 할 수 있는 데가 많아서 일시에 많이 전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여력들을 보고 천천히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원전 가동을 멈춘 거냐!" 탈핵 이슈가 생길 때면 환경운동연합에 항의 전화가 온다. 원전 정비로 인해 원전 가동이 멈춘 것이지만 말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시즌에는 석탄발전도 멈추고 가스 발전소를 많이 가동하게 돼 비용이 증가했어요.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인 효과가 분명 있어요. 그런데 미세먼지가 심한 시즌에 계속 석탄 발전소를 세워서 더 싸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맞을까요? 국민들 입장에서 석탄발전을 잠시 동안 멈춰서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줄였다면 국민들한테 더 나은 공기를 제공한 것일 수도 있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전은 그냥 계속 가동해야 할까요?"

원전은 '과거의 기술' 
"과거로 돌아가버리면 과거의 문제들을 똑같이 반복할 것이다"

아파트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한 모습.
아파트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한 모습.ⓒ뉴시스

그는 폭염에는 '태양광 발전'이 추가 전력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을 잘 쓰면 전기를 많이 쓰는 피크타임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요즘에는 미니 태양광이라고 해서 집 베란다에 300W(와트) 정도 되는 패널 1~2장을 작게 설치해서 생산하게 되면 내가 사용하는 전기 중 일부의 부담을 덜 수 있어요. 하루에 3.5시간씩 생산하면 대략 1킬로 와트, 비가 오지 않거나 흐리지 않으면 한 달에 30킬로 와트를 생산하는 셈이에요. 1킬로 와트 용량의 에어컨을 30시간 가동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 거니까 한 달에 30시간 정도는 전기요금 부담 없이 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집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고 있냐고 묻자 그는 "자가 주택이 아니기도 하고, 집이 음지쪽에 있어서"라고 말하며 머쓱해했다. 태양광 발전이 비교적 과거보다 설치하는 데 보편화되고 손쉬워졌지만, 도심에서는 자가 주택이 아닌 경우 규모를 크게 하기 어렵고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원전처럼 특정 누군가가 대규모로 가져다 세우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의 변화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고 인식을 바꿔야 하는 새로운 방식의 에너지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핵을 2082년이라고 얘기하는데, 제가 그때까지 살아있을까요? 그때까지 핵발전소를 가동하면서 불안 불안하게 살기에는 너무 긴 시간인 거 같아요. 100년 뒤만 생각해도 과연 핵발전소를 우리가 가동하고 있을까요? 제가봤을 때는 그때까지 가동하고 있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는 원전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오래된 과거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계속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지금 당장 하기 편한 것은 과거의 방식이겠죠. 여름철 전력 사용이나 폭염에 탈원전 논란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 과거처럼 돌아가길 바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버리면 과거에 발생했던 문제들을 똑같이 반복할 거고 우리는 그만큼 더 뒤쳐지는 거예요. 변화하지 않는 게 당장은 편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결국에 나중에 핵폐기물 처분장을 어떻게 할 지 또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때가서 후회하면 너무 늦는다는 거예요.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제대로 생각해서 과감하게 행동 할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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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민중을 믿고, 당원들을 믿고 가겠다

민중당 상임대표에 출마한 이상규 19대 국회의원을 만나다

8월 21일부터 25일까지 민중당 전국 동시당직선거 당원투표가 진행된다. 현재는 선거운동기간이다.
상임대표 1인, 일반 대표 3인, 계급계층조직 중앙대표 4인과 더불어 258인의 중앙위원, 863인의 당대의원을 뽑는 선거이다. 이에 상임대표로 단독출마한 제19대 국회의원 이상규 후보를 만나 출마의 변과 구상을 들어보았다.

참고로 민중당 중앙당직선거에는 이상규 상임대표 후보 이외에도 일반대표에 홍성규 민중당 전 경기도지사 후보, 최나영 전민중당 서울시당 공동위원장, 김은진 원광대교수가, 노동자민중당 대표에 정희성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농민민중당 대표에 안주용 전 전라남도 도의회의원, 여성-엄마 민중당 대표에 장지화 전 민중당 공동대표, 청년 민중당 대표에 김선경 서울청년네트워크 대표가 각각 출마했다.

인터뷰 및 정리 : 김장호 편집국장
사진 : 조혜정 기자

노동운동에서 함께 투쟁했던 동지이자 동기였던 이상규 후보를 오늘은 민중당 차기 상임대표 후보자로 만났다. 일정이 워낙 바빠 쌍차 집회에 가기 전에 광화문 모 커피숍에서 오전 일찍 인터뷰를 하였다.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이후 의원직까지 박탈당하고 건설현장에 가 있는 동안 별로 보지 못하다가 이제야 보게 되니 감회도 새로웠다. 피부는 많이 그을렸는데, 여전히 얼굴은 맑고 웃음이 많았다.

▲ 민중당 2기 상임대표에 출마한 이상규 19대 국회의원

질문 : 민중당이 민중당 과도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2기가 시작됩니다. 상임대표로 출마하였는데, 출마의 변을 간단히 말해 주시죠.

대답 : 워낙 정세가 격동하고 가슴 벅찬 자주통일시대로 빠르게 진입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국민들의 느낌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에서도 채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자주통일시대를 이끌어 가는 것은 문재인 정부, 당국자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북해외의 민족자주역량이 어떻게 하나로 굳건히 단결해서 이 분위기를 거대한 물줄기로 만들어 가느냐에 성패가 달려있습니다. 그것이 통일의 과정이고 민족자주의 원칙을 실현하는 길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유일하게 북과의 대결과 반목을 접고 손잡고 나가자고 활동해 왔던 정치세력으로서 민중당이 이 일의 전면에 서서 이끌어나가는 것이 4.27시대에 복무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촛불이 요구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대개혁입니다. 그래서 적폐청산부터 하자고 한 것이고, 이제 박근혜 최순실 적폐청산은 일정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무사, 사법적폐 등이 제기되었습니다. 사법부가 이재용을 풀어준 것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이재용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돈을 받아서 일자리 창출을 하려고 하는데, 민중중심, 또는 서민중심 흔히 말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이미 폐기하고 재벌중심 체계로 바꾸겠다는 신호탄으로 느껴집니다. 교육공약 같은 경우도 완전히 폐기될 운명에 처해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신을 바탕으로 적폐를 완전히 청산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만 하고 그 이상은 못나가는 정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주저하고 동요할 때 적폐청산의 주역으로 이제 민중당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법농단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하면, 이게 사법부 일이라고 정부가 손 놓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이 사법농단의 피해자들은 내란음모사건이나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른 재판, KTX 문제, 철도 파업, 전교조, 쌍용차, 콜트콜텍 등 가장 어렵게 투쟁해 왔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 분들을 사법부가 최후의 순간, 결정적 국면에서 완전히 짓밟아버리는 판결을 박근혜와 거래하면서 자행했습니다. 이런 적폐들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마저도 하지 못하는 과제들을 이제 민중당이 앞장서서 해내야 합니다. 나는 여기에 온 몸을 던져 당이 전면적으로 해결하는 길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질문 :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이후에 건설현장으로 갔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일 하고 있을 때 촛불항쟁이 터졌고요. 건설현장은 이상규 후보에게 어떤 곳이었습니까?

대답 : 최근 엄청난 폭염 속에서도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이번 더위를 잘 알지 않습니까? 지난 겨울 추울 때도 현장에 있었습니다. 추위가 어느 정도였냐 하면 장갑을 두 켤레를 끼고 파이프를 만지는데 손발이 시려서 십분 이상을 못 버팁니다. 그럼 다시 나와서 손발을 녹이고 들어가 일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는데, 2,3년 동안 여름, 겨울을 그렇게 보냈죠.

아, 이게 쇼를 한다고, 체험정치를 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중간에 기자가 ‘체험정치?’ 하고 웃으면서 무슨 말인지 물었다. 이상규 후보는 이번에 건설노동자들이 이상규를 지지한다면서 ‘체험정치’라는 말을 써서 나도 그 말을 쓴 거라고 대답했다.) 
의원직 상실하고 처음 들어간 현장에서, 40년 넘게 일을 하신 60이 넘으신 분이 계셨습니다. 이 분이 석 달이 지나고 나서 어느 날 커피를 마시는데, “어이, 이 형, 나는 누가 되든지 간에 석 달을 현장에서 버텨야 인정을 하지 석 달을 버티지 못하는 사람은 못 믿네. 정말 절실함이 없는 사람은 현장에서 석 달 이상 남아있지 않아. 다 떠나고 말지. 나는 평생 살면서 다 보았기 때문에 잘 아네. 그런데 자네는 석 달 이상 버티는 것을 보니 마음에 드네.” 이러면서 공구 몇 개를 쓰라고 딱 주더라고요. (건설 노동자가 공구를? 보통 일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현장에서 그런 경우는 별로 없는데, 창고장 하시던 분인데 그러더라구요.

이번 폭염 때 과연 정부 권고대로 쉬려나? 안 쉬더라고요. 그러니까 38° 정도 온도면 콘크리트가 한 45° 되고, H빔 같은 쇠로된 물질이 있으면 거의 약 50° 가까이 됩니다. 때문에 한 사람을 시켜 호스로 쉬지 않고 여기에 물을 뿌리게 해요.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그러면서 쉬지 않고 일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사람에게 물을 뿌려주지는 않아요. 콘크리트에는 물을 뿌려주지만.
겨울에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영하 20°로 내려가도 콘크리트 타설을 합니다. 그 전에는 겨울에 얼기 때문에 못했거든요. 콘크리트 타설을 하고 보호막을 덮고 온풍기, 열풍기 수십 대를 켜 놓습니다. 그런데 그 열풍기를 건설노동자에게는 지급을 안 해줍니다. 콘크리트에게는 켜줘도. 
그러니까 건설현장에서 옛날처럼 욕을 하거나 공구를 막 집어던지는 폭언은 이제 안합니다. 아무리 조공이고 처음 일하는 사람이라도, “반장님, 반장님” 하면서 호칭도 많이 민주화 되었죠.(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노동자를 사람으로 인정해 주지 않아요. 
노동시간단축이요? 건설현장에서는 아직 지켜지지 않아요. 노동부도 모르지 않아요.

▲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상규 후보의 모습

현장에 있으면서 건설노동자 실태를 연재글로 페이스북에 많이 썼는데, 이렇게 쓴 게 기억이 납니다. “한국 노동정책의 역사는 노동자를 착취하고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는 역사이다. 한국농업정책의 역사는 농민을 수탈하고 농촌을 붕괴, 몰락시킨 역사이다.”
이 근본적인 구조를 깨뜨리지 않고서는, 부분적인 손질로서는 이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촛불이 요구하는 한국사회 대개혁, 대개조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아요. 이것을 절실히 깨닫고, 다시 뼈 속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야근할 때 서울시내 야경이 쫙 시야에 들어오더군요. 함께 있던 아는 형님 한 분이 “이 형, 저기 서울에 빌딩들이 즐비한데, 우리 건설노동자, 노가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다네. 실제 숱하게 죽어가고, 다쳐가면서 건물을 세웠지. 어느 건물 하나도 그냥 세워진 것이 없어.” 
이게 그냥 내 삶의 아주 중요한 기준으로 남아있는 겁니다.

질문 : 1월초에 신년사가 나오고 평창 올림픽의 뜨거움, 4.27판문점 선언, 6.12북미정상회담, 이런 극적인 정세변화가 생기면서 새로운 시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런 정세의 흐름들을 어떻게 보십니까?

대답 : 신년사를 보면서 느낌이 쫙 왔습니다. 신년사가 발표되었을 때, ‘문재인 정부가 이걸 받겠구나. 이걸 받는 순간 정상회담까지 열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장면으로 놓고 보면 김여정 특사 내려와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던 장면이었어요. ‘아, 북에서 결단을 했구나!’ 여러 말이 필요 없이 그 장면을 보면, 그냥 확 다가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제가 문재인 대통령과 19대 의원을 같이 하면서 겪어봤는데 그런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촛불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그 인물이 바뀌었습니다. 민주당은 지금도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고, 종북이라는 말을 아직도 두려워하고 있고, 우리 곁에 서지도 못하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일정하게 촛불정신의 기운을 받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적폐청산은 촛불이 주도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죠. 남북관계가 확 풀린 것은 북이 주도해서 풀려나가고 있죠. 그런데 그전 이명박, 박근혜 정부였다면, 그리고 단순히 선거를 통해서 바뀐 정부였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겁니다. 촛불로 들어선 정부이기 때문에 적폐청산도 하고, 남북통일의 길도 열려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 지방순회 충청권 유세중인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 후보

질문 :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도 잘 할 것으로 봅니까?

대답 : 전에 국회에서 단식농성할 때, 민주당 의원들은 우리에게 오질 못했어요. 오히려 새누리당 의원들이 와서 ‘고생한다, 단식하지 말고 싸워라’ 하면서 격려하기도 했죠. 나중에 피골이 상접해지니까 민주당 의원들이 왔었죠. 그 때 문재인 의원도 왔는데, 한 명 한 명 말없이 악수만 하고 가다가 다시 돌아서서 뭔가 말하려고 하다가 결국 돌아가더군요. ‘아, 이 분이 진정성이 있는 분이구나.’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결단을 하거나 일을 추진하거나 그런 것은 잘 못하시더라고요. 세월호 단식할 때도 야당 대선 후보였고, 당 대표는 아니지만 가장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인데, 자기 조직을 이끌거나 자기를 지지하는 국민을 움직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거기에 앉아 있는 거예요. 한편으로는 진정성이 있는 모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필요한 일을 결단력 있게 추진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이었다는 인상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촛불 이후에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청와대는 확연하게 바뀌었습니다.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는 거죠. 그런 면에서 촛불이 문재인을 바꾸어 놓았다. 국민이 문재인 정부를 바꾸어 놓았다.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4.27시대의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대를 이야기 하는 것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민주당 기반위에 있는 대통령, 친문의 기반위에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최대한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미 북과의 회담을 두 번이나 했고, 3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데다 고위급회담이나 실무회담들이 진행하고 있는 이 자체만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북미가 만나는데 있어서 가교역할을 계속 하고 있는 모습 이런 것들이 아주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권으로서는 한미동맹이 여전히 굉장히 중요하고, 그 기반위에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보수정권이고, 보수정당의 기반위에서 서있는 대통령으로서는 최대한 잘 하고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명확하게 드러나는 게 문재인 정권이 노동자나 농민을 위한 정권은 아닙니다. 오히려 노동자나 농민에게 역행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지 않습니까? 최저임금정책을 후퇴시킨다거나 스마트 팜 밸리같은 것을 추진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 연장선상에 통일이나 자주의 문제도 우리의 눈높이로 보면 우리의 요구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하고 있는 것을 대단하다고 이야기해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반도 정세는 북이 견인하는 건데, 문재인 정권이 여기서 더 후퇴하지 않고 더욱 전진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민족자주역량이 강하게 떠받쳐 가야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여기에서 민중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거고, 민중당만이 유일하게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질문하고 있는 김장호 민플러스 편집국장

질문 : 선거유세를 다니고 있는데, 당원들을 만나보니 어떻습니까?

대답 :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일반대표로 출마한 최나영 후보가 유세도중에 “상임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해서 단일한 지도부로 세우자. 이상규 상임대표를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 가장 유명한 정치인으로 자기가 만들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할 때, 단일지도부에 대한 당원들의 요구가 얼마나 강한가?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 부산, 충청권, 경기, 울산까지 돌았는데, 가는 곳곳마다에서 단일지도부를 세워서 정치적 지휘를 해달라!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준비가 다 되어 있다. 지도부가 당내에 있는 세력들간 절충해서 그러지 마시고, 눈치 보지 마시고 전면적으로 우리 당이 나아갈 길을 열어달라. 이런 요구, 당원의 요구가 가슴으로 확 전해지더군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정당들 중에서 분회모임을 이렇게 지속적이고, 완강하게 하는 정당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민중당 창당 전이지만 지난 대선 때 20억을 모금한다고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당이 한창 잘 나가는 때도 아니고 오히려 아주 어려운 조건이었데, 20억이나 모금했다는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이번에 다니면서도 당원들이 밑에서부터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 진보집권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울산에서 당원들 수준을 높여 달라.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제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현재 우리당원들 만큼 헌신적인 당원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우리 당원들만큼 조직적인 당원들이 어디 있습니까? 당론이 결정되면 그 당론을 지키기 위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당원대오를 가진 그런 당이 다른 정당들에게서 얼마나 있겠습니까? 나는 우리당원들이 너무 훌륭하고 너무 정치의식이 높고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질문은 아마 지금까지 우리가 1기에 서로 합당을 했고, 공존해야 한다는 과도기라는 핑계로 정치적으로 전면적 지휘를 하지 못했는데, 그 문제를 제대로 풀어보자고 한 요구로 받아안겠습니다. 같이 한 번 잘 해봅시다.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 당원들이 종북으로 몰리고, 같이 활동했던 동지들이 다 흩어지고, 자기도 언제 구속될지 모르는 그 몇 년을 당을 새로 만들 때까지 버텨왔습니다. 거기에다가 통합진보당 시절 당원이 아니었던 분들이 지금 절반 이상이 새로 들어와 있지 않습니까? 이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당원들이 여기까지 왔다는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 당원을 믿고 가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이 생깁니다.

질문 : 남다른 각오와 훌륭한 당원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정치는 냉혹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보듯이 진보정당의 존재감은 높지 않습니다. 특히 민중당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정의당만이 어느 정도 선방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서 진보정당 전체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총선전망까지 포함해서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대답 : 총선만 놓고 보자면 당 브랜드가 가장 절실합니다. 민중당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인물이 떠오르든, 정책이 떠오르든, 뭐가 아직 없습니다. 민주노동당 하면 ‘무상급식’, 통합진보당 하면 ‘건강보험 하나로’ 딱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는 겁니다. 인물을 놓고 보아도 강기갑 대표시절, 이정희 대표시절을 놓고 보면, 강기갑하면 광우병 촛불, 이정희 하면 야권연대 이런게 있었잖습니까?
그런 당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한편 진보정당들로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에서 이미 빈자리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천막, 전교조 단식농성장, 콜트콜텍 농성장, KTX투쟁현장 이런 곳에 민중당은 있었어도 함께 있었어야 할 정의당도 잘 보이지 않았어요. 노동자들의 투쟁현장에 민중들과 연대하는 헌신적인 진보정당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저는 노동자들이 억울한 사연들이 있어서 투쟁하고 있는 현장에, 당사자들과 함께 할수 있는 정당은 민중당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합니다. 이것이 첫 번째입니다.

정의당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제가 진단한 것에 의하면, 이미 정의당은 현장기반보다는 정치적 명망성, 문재인 정권과의 연대연합 속에서 제2창당을 준비하고 당세를 불려나갈 전략을 구성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진보정당이 이런 식으로 나가면 사상누각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제대로 된 야당이 하나도 없는 상태니까 야당의 빈자리가 발생하고, 진보에 대한 지지, 약 10~20%가 전부 정의당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거품이 꺼지고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 지지율을 그대로 진보정당의 몫으로 끌고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민중당이 민중기반을 강화해서 민주노총이나 전농, 시민사회단체들과 전략적 연대를 튼튼하게 만들어 나가고 그 기반위에서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원내 전략을 구사하면서 끌어올려야 한다고 봅니다. 민중당으로서는 한 명의 국회의원이 얼마나 소중한 지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이 있어야 원내전략을 구사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 민중당이 정치현안과 원내전략을 함께 구사해 나간다면 점차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총선을 놓고 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설을 지나면 바로 총선체제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 전에 준비가 완료가 되고 실행단계에 이미 들어가 주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민중당이 기본을 어떻게 잘 하고 민중기반을 어떻게 잘 닦느냐 그것이 중요하고, 그것만 되면 총선준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 대담 중인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 후보

질문 : 민주노총 조합원 등 민중들 속에서는 진보정당의 통합에 대한 요구도 꽤 강한데요. 이에 대한 전략은 있습니까?

대답 : 진보대통합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진보정당 사이에 힘의 우위가 분명하기 때문에 민중당이 주창해도 성사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정의당은 물론 노동당, 녹색당도 지금 통합문제를 현안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통합을 밀고 나갈 현실적 여건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거죠. 그런데 진보가 집권으로 나가려면 말 그대로 범진보세력의 연대 또는 통합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은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정의당을 지지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것은 아닙니다. 정의당은 통합을 생각하지도 않는데 우리가 요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민중당 강화가 우선입니다. 때문에 지금 투쟁현장에서 억울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원내전략을 통해서 진보의 기반을 강화해 나가는 정도를 걸어나가는 것이야 말로 진보대통합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 4.27판문점선언이후 새 시대는 열렸으나 가는 길에 여러 우여곡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문제인데요. 한국사회에서 미국은 어떤 존재인가? 민중당은 미국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요?

대답 : 어떤 나라든 다른 나라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것, 무력침공이나 경제제재 방식으로 다른 나라를 휘두르려고 하는 모든 종류의 패권에 대해서 반대합니다.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세계패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도 들어왔고, 사드도 배치했고, 세균실험도 비밀리도 자행해 왔고, 수많은 주한미군의 범죄가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 왔습니다. 이제 미국은 한국의 자주성을 인정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반도 문제는 남과 북이 스스로 논의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한 초기단계의 모습이 북미합의 속에 담겨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조건에서 지금 우리가 전면적인 반미투쟁을 해야 한다고 하면 약간 엉뚱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미국의 존재에 대해서 우리는 분명하게 민족자주의 원칙에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중당 입장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4.27판문점선언 이후에 남북간 정당교류를 이미 했고, 앞으로 평양에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3차 정상회담 이후에 우리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 정당교류를 통해서 당이 민간교류의 물꼬를 전면화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한 민중당이 남북해외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추진해서 남과 북, 해외의 민족자주역량을 하나로 모아내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대목에서 문재인 정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구상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대북제재에 발목이 붙잡혀서 금강산 관광도 못하고 개성공단도 열지 못하는 그런 배포를 가지고 어떻게 동아시아 철도를 한다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큰 말만 던지지 말고 당장 할 수 있는 것, 기본부터 착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눈치 보지 말고 대북제재부터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문재인 정권에게 하고 싶은 충고입니다.

질문 : 오늘 대담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원들과 독자,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기고 마쳤으면 합니다.

대답 : 촛불혁명을 일궈낸 국민들, 당이 해산되고 종북으로 몰리는 극한 상황에서도 다시 민중당을 우뚝 세워낸 우리 당원들을 생각하면 정말 감사하고 자랑스러움, 자부심을 느낍니다. 촛불을 이루어낸 국민들을 믿고, 민중당을 다시 세워낸 당원들을 믿고 어떤 험난한 길이 될 지라도,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서 당을 진보정치의 중심으로 세우고, 진보집권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주춧돌을 놓기 위해 출마했다는 각오를 밝힙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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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는 정신병'? 지성의 보루라는 대학의 실상입니다

[당신들을 위한 강의실은 없다] ⑪ '대학 미투' 좌담 (2)
2018.08.20 09:39:08
 

 

 

 

지난 6월말부터 프레시안은 대학 미투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당신을 위한 강의실은 없다> 기획을 연재했다. (연재 전체 보기

교수 성폭력에 대한 고발과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하겠다는 목소리는 올 봄부터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지만, 정작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대학은 없다. 프레시안에 실린 8개 대학의 미투 사건도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들은 가해 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고, 동료 교수들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가 주어지고 있다. 학교는 형식적인 처벌을 통해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하고, 교육부는 '학교 자율'에 개입할 수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하며 '위드유'를 외치며 연대하는 이들이 바라는 '평등하며 안전한 학교'는 현실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교육의 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한 현실'에 대해 한국 사회는 계속 눈 감고, 귀 막고, 알아서 잘 해결하라고 있을 것인가? <당신을 위한 강의실은 없다> 연재를 마치며 다시 한번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자 각 대학별로 미투 운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의장 문아영, 성균관대 위드유특별위원회 함수민, 연세대 A교수 성폭력 대응을 위한 학생연대체 윤영경, 이화여대 조예대 학생회 공동대표 신혜슬, 동국대 행동하는 페미니스트 '쿵쾅' 예진 등 5명이 참여했다. 지난 9일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진행된 좌담회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좌담 첫번째 기사 : '대학 미투' 대하는 학교 측의 '천하 제일 궤변 대회') 

 

 

ⓒ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

 

 

미투는 성별위계에 기반한 대학 문화의 문제다 

프레시안 : 대체로 학교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가 가장 큰 문제고, 무엇보다 가해자가 오랜 기간 강단에 있으면서 피해자가 누적되어 온 문제이지만, 미투를 통해 그냥 단편적인 사건으로만 드러났다는 사실도 공통적인 지점이다. 또 이런 성추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대학 내 문화도 공통적인 문제다.  

윤영경(연세대) : 학생들이 학교에 요구하는 것은 A교수가 성폭력을 저지른 것이 맞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게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식이고, 무너진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길이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에브리타임' 같은 학내 남학생들의 익명사이트 등에서 '내가 봤을 때 A교수가 엄청 좋은 사람 같다.'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 '이런 고발하는 건 다 페미다', '페미는 정신병이다'는 등 발언이 난무한다. 피해 당사자는 심적 부담이 엄청나다. 남녀공학이라서 이런 생각을 가진 남학생들과도 부대끼며 학교를 다녀야 한다. 학교 큰길을 걷기만 해도 '지나가는 쟤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인데, 학교에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고 있다.  

문아영(동덕여대) : 동덕여대에서 처음 미투 고발이 이뤄진 것은 H교수의 강의실 내 여성 비하 문학론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학생들이 계속 갖고 있었는데, '안희정 미투'에 대한 폄하 발언을 계기로 공론화가 되기 시작했다.  

사실 저희가 문제제기를 하는 것의 가장 첫 번째는 강의실에서의 위계폭력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쉽게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함수민(성균관대) : 미투는 문화의 문제다. 지금 보면 강의실 내에서 성차별 발언이나 미투 희화화는 여전하다. 남성들은 성차별적 발언을 아직도 유머로 소비하고, 여성 차별적 발언도 공공연히 이뤄진다. 교재 내에서도 그런 내용이 보이는데 수정도 안 되고 10년 넘게 쓰이고 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아무도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간신히 강의 평가 목록 중에 '성차별 발언이 있다면 쓰라'고 해서 늘 글자 수가 초과될 만큼 쓰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런 내용을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익명으로 쓰는 것이지만, 과연 익명이 보장되는지 의구심을 다들 갖고 있다. 교수들이 가끔 '너네 강의 평가 써봤자 내가 모를 줄 알지? 그거 다 아는 방법이 있다'라는 말을 장난인지 진담인지는 모르겠으나 하기도 한다. 

성균관대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보수적이다. 재단도 보수적이고. 그러다 보니 미투와 관련한 모든 행동에 제재가 가해진다. 애초 문화적으로 여성에 대한 존중, 소수자에 대한 존중, 어린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다보니, 그런 기반 위에서 미투가 일어났을 때 과연 누가 보호를 받을 것인가. 심지어는 총학생회조차 연대하지 않는다. 총학은 '남정숙 교수를 지지하는 학우들의 이야기와 학교 측 이야기가 너무 상이하니 자기는 연대할 수 없다'며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또 학교나 총학이나 우리가 다 옳은 이야기를 해서 할 말이 없어질 때 꺼내는 카드는 '위드유특위, 너희가 어디 소속이냐, 정식인준을 받았느냐'는 것이다. 그런 식의 프레임은 늘 모든 인권 활동이나 소수자 활동을 막아왔다.  

최대 형량이 정직 3개월? 판박이 징계 결정  

프레시안 : 공정성이 담보되지 못한 징계 절차를 거쳐 소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것도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함수민 : 학교 공간 안에서 최대 형량이라고 내려지는 것이 정말 다들 비슷하게 '정직 3개월'이다. 학교들마다 '정직 3개월은 우리가 교수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처벌'이라는 말을 동일하게 한다. 이런 얘기도 한다. '여기가 학교인데 다 알지 않지 않느냐. 우리가 파면할 것 같아요? 사직서를 내면 그걸 받아들이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한다. 

조사위나 징계위에 대한 문제제기도 당사자만 할 수 있다. 연대해서 활동해온 사람들은 전혀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 오히려 가해자만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권력 관계가 역전되어 있다.  

신혜슬(이화여대) : 저희도 계속 파면을 요구했는데, 파면을 해도 5년 후에 해당 학교는 아니지만, 교단에 다시 설 수 있다고 들었다. 해임은 3년 후에 해당 학교로 돌아올 수 있고. 그렇다면 가장 수위가 높은 징계인 파면도 사실 피해 호소인들을 보호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또 정직 3개월과 해임 사이의 징계 수위가 없어서, 해임은 학교 측에서 생각하기에 너무 무거운 것 같으니까 '정직 3개월'이 제일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문아영 : H교수는 작가이기 때문에 다른 예술 활동을 통해 충분히 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미 타 매체 인터뷰를 통해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새 작품을 쓰고, 외국 대학에 교수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혜슬 : 해임이 되어도 교직원 연금이 나온다고 들었다. 그래서 저희도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저희도 예체능 쪽이기 때문에 교수가 아니더라도 각종 공모전에 심사위원 등으로 어디서나 만날 수 있어 미투 폭로에 나서기 힘든 경우다. 그래서 학생들은 성폭력 피해 신고를 하기도 어려운데, 가해 교수들은 정직이나 처분이 내려졌어도 열려 있는 미래가 있다. 

윤영경 : 저희는 '대학에서 수업을 못하게 하고, 대학원 수업에서 학생 녹취 진술을 트는 등 2차 가해를 자행하니까 징계가 결정되면 대학원 수업도 못하게 하라'고 요구했더니, 그렇게 되면 '교수에게 월급을 줄 근거가 없다'며 안 된다고 하더라. 

저희는 파면을 요구했는데, 징계위 내에서는 정직 3개월도 너무 심하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왜 이런 인식의 차이를 보이냐면, 징계위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교수다. 연세대는 교수들의 성인지 교육 이수율이 제일 낮은 학교 중 하나다. 교수들은 남초 집단이고 권위의식이 강한 집단이다. 이런 사람들이 징계위원을 구성하고 있으니 당연히 징계 수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가해 교수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한데 처음에는 사건을 인정하고 사과하겠다고 하다가 실제 징계 절차에 들어가면 말을 번복하는 경우가 많다. 

윤영경 : 저희는 처음에 학과 간담회에서 본인이 먼저 '말을 하겠다'고 하고 사실 관계를 인정하냐고 물었더니 인정하겠다고 했다. 사과도 약속을 했다. 그리고 나서 몇 달이 지나도 사과를 하지 않아서 '사과를 왜 안 하시냐'고 메일을 보냈더니 '사과는 합니다. 진상조사위원회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답장이 왔다.  

그런데 진상조사위원회가 아니라 인사위원회가 진행 중이었는데, 갑자기 '진상조사위원회'라고 말을 달리하면서 마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면서 1년이 지나도록 약속한 사과도 안 하고 다른 교수를 고소하는 상황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주어' 생략된 유감 표명이 공식 사과? 


문아영 : 저희는 H교수가 성추행에 대해 전혀 인정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상태다. 3월 14일 처음 미투 폄하 발언이 공론화되고, 3월 15일 피해학우가 학내 커뮤니티 통해 성추행 고발을 한 뒤에, 3월 19일 H교수가 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H교수는 학교에 사직서를 낸 상태고, 학교는 아직 이를 처리하지 않았다. H교수는 징계위에 출석하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고, 모든 것을 서면으로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한다. 이미 사직서도 제출한 상태에서 어떤 징계 결과가 나온들 어떤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저희는 파면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학교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고 교육부 등 정부기관에서도 사립학교 문제에 대해선 '권고' 이상의 강제력을 갖기 어렵다고 답변을 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함수민 : 저희는 가해 교수가 성추행을 인정했다. 그런데 어떤 방식이냐면 '나도 안다. 하지만 어떡하느냐. 나도 나를 주체할 수 없다'며 자신의 성폭력을 아주 정당한 일인 것처럼 말했다. 남정숙 교수에 대한 사과도 어떤 방식이었냐면, 가해 교수가 마이크를 잡고 '나는 누구에게 이런 일을 저질렀고, 정말 죄송하다'가 아니라, '학교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 들었는데,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라는 식으로 말했다. 이것이 사과였다는데, 자신의 가해 사실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사과의 대상이 누구인지로 확실치 않았으며, 반성도 없었다. 학교 측이 이 사건을 계속 쉽다고 말하는 이유는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정직 3개월'이다.  

프레시안 : 현재 학교와 학생 사이의 내부적인 문제로 학교 차원에서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등 정책적인 차원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얘기해달라.  

함수민 : 사실 내부적인 해결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공간의 문화를 바꾸는 핵심적인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째서 우리가 공동체 내부적인 해결을 원했는가. 그리고 어째서 학내 기구를 중심으로, 혹은 학내 단위를 중심으로 학우들이 중심이 돼서 문제를 지적하고 이것이 바뀌어나가는 과정에 왜 우리가 목맸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것은 형편없는 시스템을 조금은 더 여성주의적으로, 그리고 미투의 흐름에 맞게 바꿔나가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말한 대로 우리가 '오히려 너무 고립되어 가는 것 같다. 그리고 학교가 지정한 익명게시판에서 너무 많이 조리돌림을 당한다. 그래서 우리의 안전이 실질적으로 온라인을 넘어서 오프라인에서도 위협을 당한다'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봤을 때 조금 암담하다. 

우선은 학교에서 여성주의 자치기구나 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기구 등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것이 오히려 전체 학교의 조직 내부의 안정성과 갈등 해소에 필요한 일 아닌가. 성평등위원회라든지 인권위원회라든지 각 단과대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니 아주 소수의 위원회들이 엄청 많은 부담을 지게 된다. 이런 단위들이 곳곳에 있으면 성폭력 등 문제가 발생했을데, '그것에 맡기면 되겠네' 이렇게 생각되고 절차상 안정되어 있을텐데, 지금은 성폭력이 발생하면 '아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면서 '묻어. 묻어' 이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여학생위원회에 군필자 위한 활동을 하라? 

프레시안 : 미투 활동 때문에 실질적으로 오프라인에서도 위협을 느낀다는 말이 다소 충격적인데, 좀더 자세히 말해달라.  

함수민 : 정말 많다. 미투에 연대한 단위들에 대한 압력이 대표적인데, 중앙동아리는 동아리 중에서 힘이 좀 있다. 학교 측 지원도 받고, 동아리실도 보장된다. 그런데 모 동아리가 미투를 지지하고 관련 학내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중앙동아리에 들어가는 자격을 박탈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저는 '위드유특위'뿐 아니라 문과대 여학생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문과대 여학생위원회가 남정숙 교수 미투 운동에 앞장섰던 단위인데, 저희가 관리하는 여학생휴게실에 대해 '재네가 점거하니까 뺏어야 한다'며 이 문제를 특별안건으로 상정하자는 요구도 나왔다. 또 여학생위원회는 독립기구가 아니라 특별기구라 매년 인준을 받는다. 인준 절차에 오만 가지 두꺼운 서류를 준비해 가도, 반대에 부딪힌다. '남자를 위한 활동을 하지 않느냐? 군필자를 위한 활동은 왜 하지 않느냐?' 이런 질문을 한다. 이는 사실 남성의 범위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성소수자, 장애학생들에 대한 인지가 전혀 없는 질문들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정말 너무 당당하게 요구되니까 우리는 인준받기 위해 덜덜 떨 수밖에 없다. 너무 힘이 없으니까. 그런데 막상 성폭력 사건 등이 문제가 발생하면 온갖 실무는 우리가 다 담당해야 한다. 성평등 문화 조성을 우리가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위상을 인정하고 높이기보다는 깎고 우리의 권리를 하나하나 앗아가려고 한다.  

신혜슬 : 저는 교육부에서 움직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특히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권고만 할 수 있고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저희 학교에서 한 번 간담회가 있었다(2018년 4월 11일). 교육부총리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는데, 학생들과 참가자들이 제일 많이 했던 질문이 '그래서 교육부는 뭘 했느냐? 뭘 할 수 있느냐?' 였다. 교육부 미투 담당자가 계속 명확한 답을 못하다가 '솔직히 얘기하면 교육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학교 자치/자율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만 말하더라. 교육부는 '학교 자율'을 말하고, 대학은 '교육부에서도 권고만 내리고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건데, 왜 우리한테 그러느냐'면서 그 틈새를 이용해 빠져나간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제도 안에서 가해자는 굉장히 잘 보호되고 있다. 정말 철통같이 보호하면서 피해 호소인이나 학생들은 전혀 보호되지 못하는 갭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저는 교육부에서 권고 이상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본다. 간담회 이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했다고 만든 게 신고센터를 만들었는데, 지금 신고를 못해서 문제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피해 호소인이나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그걸 교육부에서 충분히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고만으로 끝낸다는 것은 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  

또 교육부 내에서 대학 내 성폭력 담당자가 한 명이라고 들었다. 인력도 좀 더 배치해서 권고가 아닌 그 이상의 영향력을 교육부가 행사해야 대학도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권고' 이상은 못한다는 교육부, '대학 평가'에 성평등 포함시키자

문아영 : 사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처벌이라고 전혀 느낄 수가 없다.  

교육부에 대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권한이 없다고 답변을 하는데,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교육부의 대학 평가에 이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학들이 국립대학, 사립대학 불문하고 대학 평가에 연연한다. 대학 평가 세부 항목으로 학내 성폭력이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전수조사가 매년 이뤄지고 있는지, 교직원과 교수 등이 성평등교육을 얼마나 잘 이수하고 있는지 등을 넣어야 한다. 왜냐면 학교가 교육부가 아무리 권고한들 들을까 이런 의구심이 있기 때문이다.  

윤영경 : 현재 교육부에서 권고를 했을 때, 이를 듣지 않았을 때 벌점 등 실질적인 손해가 있어야 대학들이 이를 따를 것 같다. 그리고 현재 학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정이나 시스템이 미비하고 구멍이 나 있는 상황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 교육부가 개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 측에서 교원 윤리 규정에 품위 유지 규정이 있는데, 여기에 성폭력을 저질렀을 때 어떤 제재를 가하는지에 대해 규정이 되어 있지 않다고 말해서, 총여학생회에서 찾아보니 세세하지는 않아도 규정이 있긴 있었다. 이런 태도를 보면 학교 측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면서 학생들이 지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닌가 싶다. 우회적으로 알아봤을 때 '학생들을 지치게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방학까지 끌었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 학교 내에서 전혀 자정이 안 된다는 얘기다. 교육부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건에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이런 시스템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개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육부가 연대 A교수의 징계 문제에 대해 직접 개입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학교가 소위 가해자 감싸기를 한다거나 이런 정황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소통하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놓으면 대학들도 좀 의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교육부 권고는 솔직히 학생들 입장에선 '너희들도 한통속이야?' 이런 느낌이다.  

신혜슬 : 2차 가해도 매우 많았는데, 기사에도 나왔지만 '너희들 치마가 짧아서 미투 운동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발언이나 '미투가 있어서 지원금이 끊겼다'는 이런 이상한 말로 학생들을 협박하면서, 모든 게 학생들 때문이라고 탓을 했다. 학생회나 조금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저 말, 들을 필요가 없는 소리구나' 하고 알지만, 일부 학생들 중에는 동요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해 교수들도 성평등 강의가 필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있다고는 들었는데, 이행을 안 했을 때 어떤 불이익은 없다고 한다. 이런 것도 교육부에서 조금 더 강제해야 한다.  

또 교수들이 가진 권력, 본인은 엄청 명예 있고 권력 있는 것처럼 말씀하신다. 물론 훌륭한 분들도 많겠지만, 성범죄를 저지른 분들까지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자신들의 명예를 실추시킨 건 본인들이지 않나. 꼭 성범죄가 아니더라도, 위계질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도 해소됐으면 한다.  

프레시안 : 방금 지적한 것처럼 대학 내 성폭력 문제가 교수-학생 간의 위계, 또 성별간의 위계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이다. 따라서 문화의 문제이고 많은 교육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책이 있다면 말해달라. 

윤영경 : 남학생들 사이의 익명게시판인 '에브리타임'은 폐쇄해야 한다.(웃음)

학내 문화라는 게, 문과대는 여학생 비율이 높은 편인데 '옛날에는 여교수가 들어오면 연구실 안 주고 조교들과 같이 사무실을 쓰게 했다' 이런 이야기를 아직도 하는 교수들이 있다. 해당 과는 여교수가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우리 과는 전통적으로 남자가 많아서...'라고 한다.  

이런 게 충분히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남학생과 여학생 간 사이에 성인지 인식 차가 상당히 엄청나고, 이런 것들이 여학생들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에브리타임이 아무리 익명 커뮤니티라고 해도, 거기서 페미니즘을 비판하고 성차별적 의견들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내가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 중 하나라는 얘기이지 않나. 그래서 사실 학교에서 몇몇 의식 있는 강사들이 '페미니즘 문화' 이런 수업을 열면 발표를 할 때 저 뒤에서 차가운 눈으로 나를 보는 저 남학생들, 또 자기들끼리 뒷담화로 '쟤는 페미잖아'라고 낙인을 찍고. '성폭력은 나쁘다'라는 말은 남교수도 하는 말인데, 여학생이 이 말을 하면 '페미'로 낙인 찍히고, 여학생들은 점점 더 말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된다. 남학생보다 훨씬 더 큰 용기를 내야 하고, 그러다보니 남학생들의 발화가 더 많고 권력을 가지게 되고, 이런 학내 분위기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문아영 : 사실 이 자리도 특정 언론사가 아니라 교육부에서 학교의 미투를 고발한 피해 당사자나 혹은 이렇게 비대위나 총학 등 연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면담 요청을 해서 주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교수와 학생 간 위계도 있지만, 그보다 원초적인 것은 남성과 여성간 성별 위계인 것 같다.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가 깨닫게 된 현실은 성폭력을 '나쁜 사람, 어떤 괴물 같은 사람'이 일으키는 게 아니라 물론 처음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 나와 같이 생활하는 사람도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 근원은 성별 간 권력 차이고, 여성혐오에 기반한 것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미투를 지지하는 이유가 개인 간 성폭력 사건에 연대하는 것도 있지만, 이게 결국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고 여성혐오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대해 싸우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학교 측에서는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논의가 확장되지 않는다. 

윤영경 : 지금 학교가 길게 못 보고 근시안적으로 숨기기에 급급하다. 학교가 남성중싱적인 학내 문화와 분위기를 재생산하고 강화하는 것이라는 인식 자체가 전혀 없다. 

문아영 : 지금은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로 활동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논의한 것은 '이 사건만의 해결을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 길게 가서 인권센터를 만드는 것까지 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인권센터가 있다고 해서 제 역할을 하지는 못하는 학교가 다반수지만, 우리는 그 인권센터조차 없는 학교다.  

'미투 이후의 대학'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 : 개인적으로는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점을 가장 크게 보고 있다. 대학 미투를 포함한 스쿨 미투는 미래 세대에게 한국 사회가 어떤 미래로 다가가느냐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아영 : 지금 일부에서 말하는 게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고등교육을 받고 있고,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데 어떤 불평등이 있느냐고 한다. 물론 반박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대학 내 미투만 봐도 사실 학생들이 입학해서 교육을 받는 동안 이렇게 성추행 당하고, 성희롱 당하고, 성폭력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여성들에게 교육권이 동등하게 보장되느냐 물어야 한다.  

윤영경 : 교육기관이라는 것이 학교 건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개별 교수들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징계위원회에 들어갔을 때 딱 교수들의 인식은 학생들은 4년이 지나면 졸업할 것이지만 동료 교수는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교수들 사이에 이런 저런 연계로 다 얽혀 있다면 얽혀 있지 않나. 그러니까 동료 교수에 대한 인식만 공고하지,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 교수에 대한 인식 자체는 부재하다. 

문아영 : 사실 같은 위치에 있는 교수가 징계위원이 되는 것이 저희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교수는 그런 일을 조사하고 징계 처벌을 내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윤영경 : 재단징계위원회에는 학교 이사들이 들어가는데, 이들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것도 사실 성인지, 전문성 측면에서 말이 안 된다. 교육부에서 이런 구조적인 모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했으면 좋겠다.  

예진 : 처음에 연대체를 구성하고 5.15 기자회견을 통해서 스승의 날에 '가해자들은 스승의 자격이 없으니 파면하라' 이렇게 요구를 하면서 대응 단위를 만나게 됐다. 사실 사회적으로 미투가 엄청 주목된 것과 조금 다르게, 대학 미투는 엄청 많이 제기되고 가시화됐는데도 어떠한 처벌도 내려지지 않고 있는 학교가 대다수인 것 같다. 

오늘 이 자리에서도 각 대학마다 유사한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연세대 A교수 하나, 동덕여대 H교수 하나, 이렇게 해결한다고 결코 '끝났다, 우리 학교가 안전해 졌다'라고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을 지금까지 몇 개월의 미투 운동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징계위나 절차들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고 이런 제도 개선이 엄청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투 이후'의 대학을 우리가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를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공동기자회견이나 연속 기고를 기획했던 것도 미투가 하나의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인 문제이고, 그 중에서도 대학 미투는 모든 대학의 보수 권력과 성별 권력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문제라서, 한 학교의 사건이 해결된다고 학교가 안전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완전한 공동체가 가능할 지도 모르겠으나, 같이 행동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미투 이후에 실질적으로 미투에서 봤던 학교 권력기관의 한계, 인권센터가 있는 곳은 있는 대로의 한계, 없는 곳은 없는 대로의 한계, 징계위 학생 참여를 배제하는 등 학생을 학교의 한 주체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 등이 확인됐다. 이런 문제들에 주목하면서 '미투 이후'의 대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

 

 

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이명선 기자 overview@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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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국군 감축 예상한 미국 국방부와 연방의회

[개벽예감 311] 주한미국군 감축 예상한 미국 국방부와 연방의회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08/20 [09:36]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국방수권법안에서 뭐가 달라졌는가?

2.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드러난 무지몽매와 망동

3. 조미비핵화협상 감시하려는 국방부와 연방의회

4. 대통령의 철군결정은 누구도 가로막지 못한다

 

 

1. 국방수권법안에서 뭐가 달라졌는가?

 

2018년 8월 13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이 뉴욕주 북부에 있는 포트 드럼(Fort Drum)을 방문하였다. 이 군사기지에는 미국 육군 제10산악사단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군에 단 하나뿐인 이 경보병산악사단은 지난 10여 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에서 실전경험을 쌓아온 정예부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정예부대를 찾아가 흥미로운 정치극을 연출하였다. 미국 언론매체들의 보도사진을 보면, 그는 미국 육군의 전투장비를 대표하는 AH-64E 어파치(Apache) 공격헬기 두 대와 차량견인식 155mm M777 곡사포 두 문을 배경에 두고, 장병들 앞에서 법안서명식과 연설을 진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백악관에서 법안에 서명해온 전통과 관례를 벗어나 전투부대에서 서명식을 진행하고 연설까지 하였으니, 이를 어찌 의도적으로 연출된 정치극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8년 8월 13일 뉴욕주 북부에 주둔하는 경보병산악사단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장병들 앞에서 서명한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 문서를 손에 들고 장병들과 취재진에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미국 국방부가 작성하고, 연방의회가 승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수권법안은 오는 10월 1일부터 1년 동안 시행된다. 2019회계년도에 미국 국방부가 지출할 군사예산은 약 7,170억 달러인데, 거기에는 미국의 핵무력을 현대화하고, 우주군을 창설하고, 병력을 증원하고, 신형 전략폭격기를 개발하고, 신형 전투함을 건조하고, F-35 스텔스전투기 77척을 제작하는 방대한 규모의 예산이 포함되었다.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무력증강으로 실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적 의지가 그 법안에 반영되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정치극을 연출하면서 서명한 법안은 미국 국방부가 작성하고 연방의회가 승인한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for Fiscal Year 2019)’이다. 국방수권법안이라는 것은 군사예산을 얼마나 책정하고, 어느 부문, 어느 사업에 군사예산을 어떻게 배정하는지를 명시한 회계법안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회계년도는 10월 1일부터 이듬해 9월 30일까지 1년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13일에 서명한 국방수권법안은 2018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어 2019년 9월 30일에 종료되는 한시법안이다. 

 

미국 국방부가 작성하고 연방의회가 승인한 법안에서 책정된 2019회계년도의 군사예산은 약 7,170억 달러다. 거기에는 핵무력을 현대화하고, 우주군을 창설하고, 병력 15,000명을 증원하고, 신형 전략폭격기 B-21을 개발하고, 신형 군함 13척을 건조하고, F-35 스텔스전투기 77척을 제작하는 방대한 예산이 포함되었다.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무력증강으로 실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적 의지가 그 법안에 반영되었다. 법안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진행된 연설에서 “지난 몇 해 동안 지독한 삭감조치가 있었으나, 지금 우리는 이전에는 결코 가질 수 없었던 우리 군대를 재건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이 우리의 자유를 살리기 위한 것임을 알기에 우리 군대의 힘에 의존한다. 지구 위의 그 어떤 적도 미국군의 힘과 용기와 기량에 맞서지 못한다.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게 되었으며, 결코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일반적으로 국방수권법안에는 미국 국방부가 인식하는 군사정세와 그에 대한 대응책이 반영되는데,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과 ‘2018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을 비교하면서 그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하였던 2017년 12월 12일은 조선이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성공하여 미국 본토 전역에 전략핵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날로부터 불과 12일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으므로, 당시 미국 국방부는 국가안보파탄위험을 직감하고 있었고, 바로 그런 사정이 그 법안에 반영되었다.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8년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중시하는 세 가지 군사전략목표가 명시되었는데, 그 목표를 우선순위에 따라 열거하면, 첫째가 “한반도의 위협에 대처하기에 필요한 군사적 임무들”이고, 둘째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이 제기한 도전과 관련된 미국 국방부의 역할”이고, 셋째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테러와 싸우기 위한 목적과 우선순위들”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북조선의 핵 및 미사일프로그램이 오늘 미국이 직면한 가장 위험한 국가안보위협들 가운데 하나라고 인식하고, 현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의 방어를 최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2월 12일 백악관에서 '2018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하는 장면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조선의 핵무력 완성을 미국이 직면한 가장 위험한 국가안보위협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방어를 최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그와 달리,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는 조선의 핵무력이 인도양-태평양 전역의 안정에 중대한 국가안보위협을 제기한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서술내용의 변화는 2018년 6월 12일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조선의 국가핵무력에 대한 미국의 위협체감도가 현저하게 낮아졌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당시 다급한 사정에 처한 미국 국방부는 국방장관이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관한 정보와 대응계획을 연방의회에 보고하겠다고 하였다. 이를테면, “북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또는 핵무기의 개발 및 배치”, “북조선의 핵 및 미사일프로그램이 미국과 동맹국들에 주는 영향”, “북조선의 위협을 억제하고 방어하는 계획”, “우주공간에서 미국의 사활적 이익과 능력을 북조선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계획”, “북조선의 전자기파무기(EMP weapon)가 촉발할 수 있는 손실과 파괴” 등에 관한 국방장관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와 달리,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프로그램이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하는 인도양-태평양 전역의 안전과 안정에 중대한 국가안보위협을 제기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간략하게 명기되었다. 

 

미국이 직면한 국가안보위협에 관한 서술내용이 지난해 국방수권법안과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그처럼 확연히 달라진 것은, 2018년 6월 12일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조선의 국가핵무력에 대한 미국의 위협체감도가 현저하게 낮아졌음을 말해준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에 맞서기 위한 대책들을 열거하였다. 이를테면, “미국 국방부가 2017년에 작성하는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에서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게 충분한 방어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행동들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지적하였고, 한미군사회담과 미일군사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미국의 확장억제노력의 신뢰성과 실천성을 보장하는 현존 핵능력을 유지하고 현대화하여야 한다”고 언급하였으며, “현대적인 핵능력을 갖춘 항공모함을 적절한 시기에 개발하고, 생산하고, 배치하는 것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확장억제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장하는 데서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에 대처하는 대책수립과 관련하여 법안시행일로부터 30일 안에 “미사일방어체계, 장거리타격자산, 중거리타격자산 같은 미국의 주요군사자산들을 해당지역에 증강배치하고, 해당지역에서 동맹국들과의 군사협력, 군사연습, 통합방위를 강화하고, 해당지역 동맹국들에게 대외군사판매를 증대시키고, 해당지역에 이중용도 항공모함을 배치하거나 훈련하는 계획을 수립하며, 핵탄두를 장착하는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을 해당지역에 재배치하는 문제를 포함하여 핵무력태세에 관련된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고, 미국 국방장관이 해당지역에서 확장억제 및 안보보장을 강화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행동들도 취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와 달리,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는 “미국이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방어와 확장된 핵억제에 관한 조약의무와 보장을 포함하여 자기의 조약의무와 보장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간략하게 명시되었다.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에 맞서려는 미국의 핵무력준비태세에 관한 서술내용이 지난해 국방수권법안과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그처럼 달라진 것은, 2018년 6월 12일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조선의 국가핵무력에 대한 미국의 위협체감도가 현저하게 낮아졌음을 말해준다.

 

 

2.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드러난 무지몽매와 망동

 

지난해 국방수권법안과 올해 국방수권법안을 대조하면, 서술내용에서 차이점이 하나 더 나타나는데, 그것은 지난해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비핵화문제가 올해 매우 비중 있게, 그리고 아주 상세하게 명기된 것이다. 미국 국방부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명시한 비핵화문제에 관한 서술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미국의 중심적인 대외정책목표로 되었다”고 명시하였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비핵화합의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충돌종식합의”도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방어와 확장된 핵억제에 관한 미국의 조약의무와 보장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였으며, 주한미국군을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북조선이라는 비공식 국호를 썼지만,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표기했다. 이것은 조선의 국가적 지위 및 조미관계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변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위에 서술된 인용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역사적 과업에 대한 미국 국방부의 인식은 정세발전을 거스르는 퇴행적이고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강변으로 일관되었다.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미국 국방부는 남북정상회담과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되고 천명된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핵심개념을 ‘조선의 비핵화’라는 자의적 개념으로 바꿔버리고, 조선이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미국 국방부는 조선과 미국이 비핵화나 평화체제구축과 관련하여 어떤 합의에 이르더라도, 한미동맹체제는 그런 합의와 무관하게 종전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의 그런 견해와 입장은 그들의 무지몽매를 드러내 보여줄 뿐이다. 그들은 조미관계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 서술된 방향과는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무지몽매에 빠져있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한미동맹체제라는 것은 정전체제에 의해 산생된 것이므로, 종전선언 발표에서 출발하여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일련의 정세변화 속에서 정전체제가 해체되면 한미동맹체제도 존재근거를 상실하고 당연히 해체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무지몽매에 빠진 미국 국방부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한미동맹체제가 양립, 병존할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였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한미동맹체제의 상호관계와 관련하여 미국 국방부가 드러내 보인 그런 무지몽매는 아주 오래 전부터 흘러나오는 왜곡관념의 병리적 분비물이므로, 별로 특기할 만한 것이 아니다. 

 

정작 특기할 만한 것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내용이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그 새로운 내용은 미국 국방부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주한미국군 감축을 반대해오던 그들이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그 문제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중대한 문제이므로, 아래에서 자세히 논한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조선전략수립문제에 대해 언급하였다. 지난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미국 국방부는 대조선전략수립에 관한 대통령 보고서가 연방의회에 제출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를테면, “대통령은 법안시행일로부터 90일 안에 대조선전략수립에 관한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고, 이에 관련된 진전상황을 알려주는 갱신된 연례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하면서, 대통령 보고서에 들어가야 할 주요내용들까지 적시하였다. 미국 국방부와 연방의회가 대통령 보고서에 적시되기를 원했던 주요내용들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북조선의 주요위협에 대한 설명과 평가”, “외교, 경제, 안보부문에서 한반도전략의 목표들과 북조선으로부터 발생되는 안보위협의 종식”, “안보위협을 종식시키는 상세한 실행경로와 시간표” 등이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8월 1일 미국 연방상원이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을 의결하는 장면이다.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국방장관이 '조선의 비핵화'에 관한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하면서, 그 보고서에 조선이 전면 배격한 "강도적이고 일방적인 요구"를 반영하겠다고 하였다.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미국 국방부는 조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조선의 비핵화'를 조선에게 요구하겠다고 하면서, 핵무기가 아닌 대량파괴무기들까지 비핵화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훼손하려는 불순한 저의를 드러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대통령 보고서가 아니라 국방장관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하였고, 대조선전략에 관한 보고서가 아니라 조선의 비핵화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하였다. 이를테면, “미국 국방장관이 국가정보실장, 국무장관, 에너지장관과 협력하여 법안시행일로부터 60일 안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협상을 진전시키는 기준선을 정하기 위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프로그램 현황에 관한 보고서를 연방의회 산하 위원회들에 제출하겠다”고 명시된 것이다. 그리고 미국 국방부는 국방장관 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주요내용들을 담겠다고 하였다. 

 

(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기, 그리고 화학무기 및 생물무기를 포함한 다른 대량파괴무기들의 위치, 수량, 능력, 작전상태” 

(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기, 그리고 화학무기 및 생물무기를 포함한 다른 대량파괴무기들을 연구, 개발, 생산, 시험하는 시설들의 위치”

(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지상고정식 탄도미사일발사대의 위치, 수량, 능력, 작전상태, 그리고 이동식 발사대와 해상발사대의 능력, 준비태세에 관한 평가”

(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도미사일 제조시설, 조립시설들의 위치”

(5) “위의 서술부분에서 요구되는 정보와 관련된 정보격차와 확인수준에 대한 평가, 그리고 그런 정보격차를 메울 수 있는 검증 또는 사찰”

 

미국 국방부가 연방의회에 제출할 국방장관 보고서에 담으려는,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사항들은 조선이 전면적으로 배격한 “강도적이고 일방적인 요구”들이며, 국가자주권을 인정하는 국제법에서 탈선한 비법적인 요구들이다. 더욱이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과 어긋나게 핵무기가 아닌 대량파괴무기까지 비핵화대상으로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훼손하려는 불순한 저의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조선에게 그런 부당한 요구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불법행위다. 그런데도 미국 국방부가 연방의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그런 불법행위를 거론한 것은 망동이 아닐 수 없다.   

 

 

3. 조미비핵화협상 감시하려는 국방부와 연방의회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만일 조선과 미국이 비핵화에 관련된 합의에 이르는 경우, 합의일로부터 60일 안에, 그리고 그 이후에도 90일마다 위에 열거된 다섯 가지 사항이 들어간 국방장관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하였다. 이런 내용이 올해 국방수권법안에 들어간 것은, 미국 국방부가 조선과 미국이 2019년 9월 30일 이전에 비핵화를 합의할 것으로 예상하였음을 말해준다. 

 

미국 국방부의 그런 예상은 그들이 조선과 미국의 비핵화협상을 감시하려는 의욕을 불러일으켰는데, 연방의회도 그런 감시조치에 동조하였음은 물론이다.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자기들이 연방의회에 제출할 조미비핵화협상 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주요내용들을 담겠다고 적시하였다.   

 

(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밖으로 이전되거나 또는 검증할 수 있도록 해체되고 파괴되고 영구히 사용할 수 없게 된 핵무기, 그리고 화학무기 및 생물무기들과 탄도미사일들을 비롯한 대량파괴무기들의 수량”

(2)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해체되고 파괴되고 영구히 사용할 수 없게 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기, 그리고 화학무기 및 생물무기들을 비롯한 대량파괴무기들을 연구, 개발, 생산, 시험하는 시설들의 위치” 

(3) “검증할 수 있도록 해체되고 파괴되고 영구히 사용할 수 없게 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도미사일 제조 및 조립시설들의 위치”

(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통제에 남아있는 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통제하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의 수량”

(5)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핵무기프로그램을 재생시키고 핵무기를 재생산하기에 필요한 돌파기간(breakout period)을 연장하는 상황에 대한 평가” <사진 4>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사항들이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 국방부는 그들이 주장하는 ‘조선의 비핵화’가 실현되더라도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전부 해체되는 것은 아니므로,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일정기간 뒤에 재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조선의 국가핵무력을 전부 해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미국 국방부의 강조점은 ‘조선의 비핵화’ 실행여부를 검증하는 것에 찍혀있다. 그래서 그들은 검증평가보고서를 ‘조선의 비핵화’가 실현된 날로부터 180일 안에 연방의회에 제출하고, 그 이후에도 180일마다 제출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가 검증평가보고서를 거론한 것 자체가 현실을 배반한 망상의 산물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조미협상이 진전되면서 공고하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조선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할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의 국제원자력기구 복귀는 조선이 그 기구의 포괄적안전협정(Comprehensive Safeguards Agreement)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조선이 국제원자력기구에 복귀하여 포괄적안전협정을 받아들이면, 그 기구가 구성한 사찰단이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포괄적안전협정에 의거하여 녕변핵시설단지에 대한 정기사찰을 시행할 것이고, 녕변핵시설단지에서 조선이 자발적으로 해체한 몇몇 핵시설들의 해체상황을 정기사찰을 통해 검증할 수 있다. 하지만 녕변핵시설단지 밖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비밀핵시설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은 결코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를 앞세워 미신고 핵시설들에 대한 특별사찰을 시행하려면, 조선과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를 합의해야 하는 데, 1993년의 경험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이 추가의정서를 합의할 가능성은 털끝만큼도 없다.  

 

더욱이 핵물질생산시설이 아닌 핵무기를 사찰하고 그것의 해체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권한과 임무를 넘어서는 엄청난 일이므로, 만일 미국이 조선의 핵무기를 사찰하고 검증하려면, 조선과 협상을 벌여 사상 초유의 특별검증방식을 합의해야 하는데, 조선이 그런 협상요구에 응해줄 가능성은 전혀 상상할 수 없다. 

 

 

4. 대통령의 철군결정은 누구도 가로막지 못한다

 

미국 국방부는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를 처음 언급하였다. 그 동안 주한미국군 완전철수를 반대할 뿐 아니라 감축마저 반대해온 그들이 감축문제를 거론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그런 변화는 조미협상이 진전되면서 주한미국군 감축이 불가피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다. 

그런데 조미관계에 관한 보도에서 사실왜곡을 일삼는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올해 국방수권법안에 서술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에 대해 왜곡하였다. 그들은 연방의회가 승인해주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을 감축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식의 왜곡보도를 내보낸 것이다. 이를테면, <조선일보>는 2018년 8월 14일부 보도기사에서 올해 국방수권법안에 서술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젠가 주한미군 감축, 철수를 원한다고 말한 상황에서, 미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은 것”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상투적인 왜곡보도다. 미국군 해외파병 또는 증파, 그리고 해외 주둔 미국군의 감축 또는 철수는 연방의회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이 미국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권한이므로, 미국 연방의회가 대통령의 그런 권한을 가로막을 수 없다. 그런데도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미국 연방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국군 감축을 승인해주지 않으려는 법적 조치를 의결한 것처럼 보도하였으니, 왜곡보도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미국 국방부가 작성하고 연방의회가 승인한 올해 국방수권법안에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가 언급된 항목의 제목은 “한국에 배치되어 현역으로 복무하는 군대의 전체 병력수를 축소하기 위해 자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제한”이다. 이 제목만 보더라도, 주한미국군 감축을 가로막은 것이 아니라, 올해 책정된 군사예산이 주한미국군 감축에 사용되는 것을 제한한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세 문장이 들어있다.

 

“국방장관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연방의회 국방관련위원회들에 먼저 증명하지 않으면, 이 법안에서 승인된 자금이 한국에 배치되어 현역으로 복무하는 군대의 전체 병력수를 22,000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데 사용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1) 감축은 미국의 국가안보이익에 부합되고, 해당지역 동맹국들의 안전을 심하게 훼손하지 않는다. 

(2) 감축문제와 관련하여 국방장관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적절히 상의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이번에 책정된 군사예산이 주한미국군 감축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단정적인 어법이 아니라, “사용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어정쩡한 어법이 쓰였다는 점이다. 

 

<한겨레> 2015년 10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한국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거둬 미국에게 상납해온 ‘방위비분담금’ 가운데 일부를 사용하지 않고 미국 민간은행 ‘뱅크 오브 어메리카(Bank of America)’ 서울지점이 위탁운영하는 ‘커뮤니티은행(Community Bank)’이라는 미국 국방부 소유의 특수은행에 2002년부터 비자금으로 적립해놓았는데, 비자금 규모는 2008년 10월에 1조1,193억원, 2013년 8월에 7,100억원, 2014년 1월에 6,210억원, 2015년 10월에 3,900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미국 국방부는 해마다 적립되는 비자금을 가지고 2002년부터 2015년까지 3,000억원 이상의 이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는데, 한국 정부는 미국 국방부의 이자수익에 대한 세금을 한 푼도 걷지 못한 채 수수방관해온 것이다. 비자금 내막을 보면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방부에게 그 비자금으로 주한미국군 감축비용을 충당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  

 

주한미국군 감축문제가 언급된 국방수권법안 항목에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 국방장관이 주한미국군 감축의 필요성을 연방의회에 증명하는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책정된 군사예산을 지출하여 주한미국군을 22,000명 선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미국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감군 행정명령서에 서명만 하면 주한미국군이 즉각 감축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으므로, 감군하더라도 22,000명 이하로는 감군하지 말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한 것이다.  

 

현재 주한미국군 총병력수는 공식적으로 28,500명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의 권고를 받아들이면 2019회계년도 안에 주한미국군 6,500명을 감축할 수 있다. <사진 5>

 

미국 국방부는 전투부대를 한국에 고정배치하지 않고, 미국 본토에서 한국으로 9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순환배치하고 있는데, 9개월마다 순환배치되는 병력은 약 3,500명이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으로 순환배치되는 병력을 두 번만 연거푸 순환배치하지 않고 미국 본토에 남겨두라고 명령하면, 감축비용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한미국군 약 7,000명을 감축할 수 있다.  

 

이전에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들에서 몇 차례 거론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8년 5월 1일 보도,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3일 보도, 그리고 <워싱턴포스트> 2018년 6월 7일 보도에서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오면서도, 자기의 철군의지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주저하는 까닭은 몇몇 각료들이 그의 철군결정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1968년 8월 리처드 닉슨(Richard M. Nixon)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였으나, 헨리 키씬저(Henry H. Kissinger) 국가안보보좌관이 반대하는 바람에 주한미국군을 철수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닉슨은 1971년 3월 주한미국군 7사단 20,000명을 감축하는데 그쳤고, 1973년 3월 베트남에서만 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오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매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John F. Kelly)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이 철군을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정세는 50년 전 정세와 완전히 다르다. 1968년 8월 닉슨 대통령은 아시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검토하였는데, 당시 그가 아시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려고 하였던 까닭은, 미국군이 베트남전쟁에서 패배한 충격과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개발에 대한 우려가 중첩되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968년 1월 21일부터 7월 9일까지 베트남에서 격렬하게 계속된 케산전투(Battle of Khe Sanh)에서 미국군이 북베트남군에게 패하였고, 비록 발사 후 30초 만에 엔진폭발로 실패하였으나 중국이 1968년 1월 26일 사상 처음으로 3단형 위성발사체 창정(長征)-1호를 쏘아올렸다. 

 

그런데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오늘 정세는 전혀 다르게 변모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검토하는 게 아니라, 아시아대륙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다. 그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까닭은, 미국이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막으려고 갖은 술책을 다하다가 실패하여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패하였을 뿐 아니라,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이 미국을 국가안보파탄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50년 전에는 한반도가 아닌 베트남과 중국에서 각각 일어난 변화에 의해 아시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는 과정에 덤으로 주한미국군을 감축하였지만, 지금은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으로 조미관계가 결정적으로 바뀐 정세변화 속에서 주한미국군을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머지않아 종전선언이 발표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몇몇 각료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주한미국군 감축을 단행할 것이고, 종전선언에 이어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감축 이후에 남게 되는 주한미국군도 모두 철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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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심의규정까지 위반하며 삼성 홍보하는 ‘종편’

장점만 말하는 동일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TV조선‧채널A‧MBN
 
임병도 | 2018-08-20 08:55:3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난 8월 10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9’을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스마트폰 발표 당일, TV조선‧채널A‧MBN은 이 소식을 저녁 종합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7개 방송사 중 8월 10일 저녁 뉴스로 ‘ 갤럭시 노트9’을 다룬 곳은 TV조선‧채널A‧MBN 뿐이었습니다.

“베일 벗은 갤럭시노트9…리모컨으로 진화한 S펜 ‘눈길’” <TV조선 뉴스9>
“만능펜으로 승부…베일 벗은 갤럭시노트9” <채널A 뉴스A>
“’셀카 찍고 음악 틀고’…갤노트9 핵심은 블루투스펜” MBN

TV조선‧채널A‧MBN은 마치 삼성전자 홍보팀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9’과 ‘S펜’이라는 상품명을 반복해서 언급했고, 제품의 장점만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TV조선‧채널A‧MBN은 기자들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탑재된 ‘펜’을 통한 원격 사진 촬영 기능을 설명하면서 직접 시연까지 했습니다.


장점만 말하는 동일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3사

▲8월 10일 뉴스에서 동일 인물 인터뷰 인용한 TV조선 <뉴스9>,채널A <뉴스A>,MBN <뉴스8>ⓒ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채널A‧MBN의 뉴스를 보면 동일한 인터뷰를 똑같이 보도하는 진풍경을 보여줬습니다.

TV조선에는 폭스비즈니스의 수잔 리와 제릭스위츨랜드의 파스칼 기자의 인터뷰가 나옵니다. 그런데 수잔 리는 MBN의 뉴스에도 나옵니다.

TV조선에 등장했던 파스칼 기자의 인터뷰는 채널A에 다시 ‘스위스 언론인 포스칼’이름으로 등장합니다. 3사가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인물과 했던 인터뷰를 똑같이 인용한 것입니다.

취재 현장이 같기에 인터뷰 내용도 중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점만 말하는 기자의 인터뷰를 동일하게 인용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왜 3사 중 아무도 갤럭시 노트9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인터뷰를 하지 않았고, 보도하지 않았는지가 의문입니다.


보도자료를 베낀 듯 말하는 기자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9’ 보도자료 (좌) TV조선‧채널A‧MBN이 보도한 기능 설명 (우)

삼성 뉴스룸에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9’ 전격 공개’라는 제목으로 ‘S 펜’의 장점을 그대로 설명하는 보도자료가 실렸습니다. 여기에는 “카메라, 동영상, 갤러리 등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프레젠테이션 중 슬라이드를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TV조선‧채널A‧MBN의 기자들은 마치 삼성전자의 보도자료를 베낀 듯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9의 S펜 장점을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요새 IT 리뷰를 하는 1인 미디어나 유튜버도 이런 식으로 장점만을 나열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 3사는 ‘셀카를 찍거나’,’프레젠티션에도’,’반경 10미터’ 등 보도자료에 나온 장점을 리포팅 내용에 그대로 담아 보도했습니다.


방송 심의 규정을 위반한 3사

▲8월 10일 TV조선‧채널A‧MBN이 보도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9’ 보도는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

‘방송심의규정 제46조(광고효과)’를 보면 ‘상품 등 또는 이와 관련되는 명칭·상표·로고·슬로건·디자인 등을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내용’을 광고 효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TV조선‧채널A‧MBN은 ‘갤럭시 노트9’의 상품명을 반복해서 보도했습니다. 특정 상품을 과도하게 노출시킴으로 삼성전자는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본 셈입니다.

방송심의규정을 보면 ‘상품 등의 기능을 시현하는 장면 또는 이를 이용하는 장면을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채널A‧MBN은 기자들이 직접 ‘S펜’의 기능을 설명하고 시연까지 했습니다.

8월 10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방송 모니터 보고서에 나온 방송 이외 다른 언론사도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9의 출시와 연관된 뉴스를 연속해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베일벗은 ‘갤노트9′ 역대 최강…S펜으로 승부 <연합뉴스 TV> 
[화보]베일 벗은 갤럭시노트9 ‘만능 S펜’ 앞세운 화려한 데뷔 <뉴스1>
갤럭시 스튜디오서 만난 ‘갤 노트9’… ‘최강 스펙, 흥행 기대감” <뉴데일리> 
[포토]갤노트9, 말레이시아서 인기 ‘후끈’..”2000명 몰렸어요” <이데일리>

모든 언론이 특정 회사의 제품을 장점만 보도하는 모습이 과연 정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제대로 취재하고 검증해 진실만을 보도하겠다는 저널리즘의 원칙도 특정 회사 앞에서는 무용지물인가 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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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에서 내려온 박원순, 강북에 1조 투자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8/20 10:26
  • 수정일
    2018/08/20 10: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현장] 강북살이 마친 박 시장, '동고동락 정책 발표회'서 강북 우선투자 계획 밝혀

18.08.19 19:30l최종 업데이트 18.08.19 20:59l

 

강북투자 정책구상 밝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보고회'를 열어 강북투자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강북투자 정책구상 밝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보고회'를 열어 강북투자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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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기계적·획일적으로 투자하던 재정을 강북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배하려고 한다. 비강남지역 주민들의 편의시설과 인프라 확충을 위해 집중 투자하겠다."

한 달간 강북살이를 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옥탑방 구상'을 발표하며 "강북 우선 투자를 통해 강남북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19일 오후 2시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동고동락 정책발표회'를 열었다. 지난달 22일 시민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시정을 하겠다며 강북구의 한 옥탑방에 입주한 박 시장이 한 달 '강북살이'를 하며 구상한 정책들을 주민과 언론에 밝히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강북 지역에 교육·주거 우선 투자... "청년의 도시로 만들 것"

 

박 시장은 한 달 고민의 결과물로 '강북 우선 투자'를 통한 청년층 유입을 내놨다. 박 시장은 "옥탑방을 살면서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것이 강남·북 격차다"라며 "오늘날 강남·북 격차는 과거 70년대에 이뤄졌던 강남집중 개발에 기인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도시는 젊어야 활기가 생긴다"라며 "강북을 청년의 도시로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매입해 '청년 중심 창업 공간'과 '청년 공공임대 주택'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내년 중 빈집 400호를 우선 매입하고 2022년까지 1000호를 사들여 청년·신혼주택 4000호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주거난으로 고통받는 청년, 신혼부부를 유입하고 동시에 강북 지역의 생활 인프라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그 모델로 '터무늬 있는 집'을 들었다. 터무늬있는 집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출자한 돈을 기반으로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청년들의 주택 보증금을 마련해서 꾸린 청년주택으로 강북구에 있다. 강북살이를 하며 박 시장이 현장에서 찾은 답 중 하나다.

박 시장은 "서울시와 SH공사가 빈집을 사들여 수리해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면 터무늬있는 집은 수백 개가 될 것이다"라며 "그곳에서 청년들이 서울시가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하면, 일자리와 주거문제가 해결되는 동시에 지역 사회도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강남·북 격차를 벌리고 청년층의 유입을 막는 요소로 지적되는 교육·보육 인프라 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박 시장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돼야 젊은층들이 온다"라며 국공립 어린이집 등 신규 돌봄시설의 90% 이상을 비강남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22년까지 비강남권에 영유아 열린육아방 373개, 국공립어린이집 486개, 우리동네 키움센터 357개를 신설하고 어린이전문병원도 세운다. 또 자녀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북권 대학들과 주변 고등학교를 연계한 진로 프로그램 운영과 핀란드식 방과후 예술학교, 시립거점도서관 설립도 추진한다.

지역경제 활성화·교통 불편 해소 통한 '강북 부흥'

이외에도 박 시장은 '강북 부흥'을 목표로 상업지역과 공공기관 등을 강북에 집중 배분한다. 그간 강남 위주로 상업지역이 집중적으로 배정됐다고 보고 앞으로는 강북 내 상업지역 지정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동시에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3곳이 강북 지역으로 이전한다. 현재 서울시 산하 기관 중 동북4구(노원구·성북구·강북구·도봉구)에 있는 기관은 3곳밖에 안 된다. 박 시장은 강남권에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연구원, 인재개발원을 강북 지역으로 옮겨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SH공사나 인재개발원은 서울시 산하 기관 중 큰 기관들이다"라며 "인재개발원의 경우 연 인원 5만 명 정도가 연수받는 기관이다 보니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꽤 클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어린이전문병원, 시립도서관 등을 짓는 것은 새로운 기관들을 배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강북의 주요 골칫거리로 이야기 되는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교통 인프라도 확충한다. 그동안 민자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겪었던 면목선(청량리∼신내동)을 포함해 우이신설 연장선(우이동∼방학역), 목동선(신월동∼당산역), 난곡선(보라매공원∼난향동) 등 4개 경전철 사업을 서울시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오는 2022년까지 조기 착공하기로 했다. 오르막이 많아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려운 강북 지역의 경우 경사형 모노레일, 곤돌라, 에스컬레이터 등을 설치해, 주민 편의와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주차난 해소에도 힘쓴다. 박 시장은 "옥탑방에 살며 가장 많이 들은 민원이 주차장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총 사업비 60억 이상일 때만 주는 시 보조금 지급을 늘려, 비강남권 지역에 공영주차장 건설 시 총 사업비 20억 원 이상이어도 시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공유차량 보급도 확대한다. 공공시설에 서울시 공공 카셰어링 서비스인 나눔카 우선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해 나눔카 주차장을 기존의 6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날 약속한 구상들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시는 약 1조 원 규모의 '균형발전특별회계'를 조성한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교부액, 일반·특별회계 전입금, 과밀부담금, 도시개발과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기여금, 초과이익환수금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년 1월까지 지역균형발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균형발전담당관을 신설한다.

삼양동에 어르신 쉼터 설치... 고위험 1인 가구 전수조사
 
큰사진보기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삼양동을 떠나는 박원순 서울시장 부부 19일 박원순 서울시장 부부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삼양동을 떠나고 있다.
▲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삼양동을 떠나는 박원순 서울시장 부부 19일 박원순 서울시장 부부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삼양동을 떠나고 있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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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박 시장은 이날 오전 한 달간 생활했던 옥탑방을 정리했다. 들고 왔던 이불, 옷, 책은 물론 옥탑생활을 하며 시민들에게 받은 부채 등을 가득 싸 옥탑방에서 내려왔다. 집을 나서기 전 박 시장 내외는 삼양동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오후에 열린 정책 발표회에도 많은 동네주민들이 찾아왔다. 박 시장에게 평상을 제작해 선물한 한 시민이 대표로 박 시장에게 '삼양동 주민증'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 달 주민으로 살면서 고민했던 '삼양동 맞춤' 구상도 이날 발표했다. 박 시장은 쉴 곳이 없어 계단에 스티로폼을 깔고 있던 주민들을 위해 어르신 쉼터를 설치하고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170세대를 위해 공사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1인 가구의 고립·단절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지난 9일 이웃집에 살던 40대 남성이 고독사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당시 박 시장은 "큰 숙제를 받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고독사를 막기 위해 박 시장은 "고위험 1인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의료진 동행 방문을 오는 9월부터 시작하겠다"라며 "공동체가 살아있는 외롭지 않은 마을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한 달이란 짧은 기간이었지만 삼양동에 와서 골목을 걸어다니고 전통 시장을 다니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좀 더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적 대안이 나왔다"라며 "에어컨 나오는 서울시장실에서 간부들과 회의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내용이 많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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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탄핵·명성교회 세습 “이게 종교냐”

총무원장 탄핵·명성교회 세습 “이게 종교냐”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입력 : 2018.08.18 14:40:00 수정 : 2018.08.18 15:05:54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앞줄 왼쪽)이 8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열린 중앙종회 임시회에 참석해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앞줄 왼쪽)이 8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열린 중앙종회 임시회에 참석해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계종은 사상 초유의 총무원장 탄핵이라는 사태를 맞았으며, 세계 최대의 장로교회인 명성교회는 변칙적 세습으로 지탄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권력과 돈에 집착한 종교계가 벌이는 볼썽사나운 싸움이 목불인견이다. 

 

목불인견. 이 한마디로 현재 한국 종교계의 상황은 요약된다.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은 사상 초유의 총무원장 탄핵이라는 사태를 맞았으며, 세계 최대의 장로교회인 명성교회는 변칙적 세습으로 지탄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권력과 돈에 집착한 종교계가 벌이는 볼썽사나운 싸움이 사회공동체에 균열과 상처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금권에 매몰된 종교계의 모습에 “이게 종교냐”는 분노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총무원장 탄핵한 조계종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한국 불교 역사상 최초로 탄핵된 총무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8월 16일 종단의 국회 격인 중앙종회가 총무원장 불신임안을 가결시켰다. 22일로 예정된 원로회의에서 원로의원의 과반수(12명)가 찬성하면 탄핵이 최종 확정된다. 종단에서는 큰 이변 없이 인준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설정 스님이 탄핵으로까지 내몰리게 된 표면적 이유는 숨겨둔 자녀가 있다는 ‘범계(계율을 범함)’ 의혹에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안만 놓고 보면 범계에 대한 종단 차원의 엄중한 결단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면의 양상은 다르다. 종단 권력을 놓고 벌어진 처절한 투쟁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게 불교계 안팎의 시각이다. 종단 내의 ‘야권’ 세력을 비롯해 그동안 불교계 개혁운동을 주도해온 범개혁진영에서는 전 총무원장인 자승 체제의 공고함이 증명된 ‘친위 쿠데타’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에서 자승 스님을 중심으로 한 주류 기득권 세력의 지원에 힘입어 무난히 당선됐다. 후보자 시절에도 학력위조, 은처자 의혹 등이 제기됐다. 당시 설정 스님은 학력위조에 대해서는 사과했으나 은처자 문제에 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했다. 전격적인 탄핵투표가 이뤄질 만큼 은처자 의혹이 갑작스럽게 불거진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설정 스님 사퇴 압박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5월 초 MBC <PD수첩>이 스님에 대한 의혹을 보도하면서다. 시민사회단체 등 범개혁진영에서는 스님에게 해명과 퇴진을 요구했고, 설조 스님이 단식에 나섰다. 이때만 해도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으나 지난 7월 들어 종단 내 주류세력이 설정 스님 퇴진 압박에 가세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대형사찰 주지 스님들의 모임인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설정 스님을 만나 용퇴할 것을 촉구했으며, 조계종의 최고 어른인 종정 진제 스님도 “명예로운 퇴진”을 언급하며 퇴진 요구에 힘을 실었다. 

그동안 의혹을 감쌌던 주류세력이 “종단 내 화합과 안정”을 내세우며 설정 스님에게서 돌아선 이유는 뭘까. 16일 열린 중앙종회에서 불신임안을 대표발의한 범해 스님이 밝힌 이유는 이렇다. “설정 스님은 취임 이후 종단 안팎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명확하게 소명하지 못해 종단의 혼란을 야기했다. 또 8월 16일 용퇴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이를 번복함으로써 종단의 혼란과 분란을 초래했고 종단의 신뢰를 실추시켰다. 이에 중앙종회 의원은 종단을 안정시키고 종헌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총무원장 불신임결의안을 발의하게 됐다.” 

하지만 종단 내 야권과 개혁세력들은 이 같은 이유는 명분일 뿐 내심은 ‘꼬리 자르기’라고 단언한다. 주류세력이 종단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지난해 설정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당선시켰으나 여론과 상황이 악화되면서 사퇴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자승 스님 역시 총무원장 시절 지속적으로 퇴진 요구를 받으며 개혁대상으로 거론돼 왔기 때문에 범개혁진영에 주도권이 넘어가면 자칫 종단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불교 개혁운동을 이끌어온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은 “주류세력이 설정 스님 불신임안을 가결키로 한 것은 이미 예측됐던 상황”이라면서 “중앙종회를 장악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주류 기득권의 의도”라고 지적했다. 

중앙종회는 조계종의 국회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중앙종회에 대한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지배력은 여전히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중앙종회 의원들의 임기는 11월 9일까지다. 설정 스님 불신임안이 22일 원로회의에서 최종 확정되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총무원장 선거가 치러진다. 현 중앙종회 의원들의 임기 내에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여전히 차기 총무원장 선거도 주류세력의 주도 하에 치러지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를 비롯해 주요 개혁사안들을 다시 기존 적폐세력이 주도하게 된 모양새라 지난 몇 년간 지속돼 왔던 개혁운동이 더 어려워질 우려도 있다”면서 “설정 스님의 퇴진을 시작으로 향후 권력투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22일 원로회의부터 주류세력과 개혁세력의 충돌이 예상된다. 불교개혁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원로회의에 중앙종회 해산을 요청키로 했다. 또 전국선원수좌회와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 등 개혁성향의 스님들은 23일 전국승려대회를 연다. 전국승려대회는 말 그대로 전국의 승려들이 모여 뜻을 함께하는 초법적 기구다. 1994년에 열린 승려대회로 종단 개혁의 물꼬를 텄고, 1998년 종단의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했으나 이후엔 열린 적이 없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와 중앙종회 등 조계종 주류세력은 승려대회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앙종회는 16일 결의문을 채택하고 “종도로서의 도리와 종헌질서를 아랑곳하지 않는 승려대회에 반대하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의 김삼환 원로목사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의 김삼환 원로목사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세습 마이웨이 명성교회 

종교개혁 500주년이던 지난해는 개신교계 입장에서 더할나위 없이 경사스럽고 뜻깊은 해였다. 하지만 교계 안팎에선 한탄과 자조가 터져나왔다. 명성교회 때문이었다. 몇 년간 논란이 지속됐던 명성교회의 세습이 사실상 완료되면서 종교개혁 정신을 빛바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등록교인 10만명. 세계 최대 규모의 장로교회인 명성교회에는 지난해 11월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가 부임했다. 최근에는 법적인 정당성까지 얻었다. 이 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 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이 지난 7일 세습문제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명성교회가 세간의 거센 비판을 받은 것은 세습 자체뿐 아니라 꼼수와 말바꾸기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명성교회의 세습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한 때는 2013년이다. 김삼환 목사가 당시 명성교회 부목사로 재직 중이던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주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교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이 나왔다. 교회 측은 폭력으로 교인들의 시위에 대응하며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래도 이 같은 논란 중에 예장 통합은 총회를 열고 ‘세습 방지법’을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충현교회, 광림교회 등 앞서 세습을 했던 강남 대형교회들의 잡음이 사회문제로 확대되면서 교단 내부에서는 세습을 금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된 터였다. 이후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는 세습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2015년 김삼환 목사는 후임을 정하지 않은 채 은퇴했다. 그리고 2년 뒤인 2017년 명성교회는 그 아들을 담임목사로 청빙했다.

이 과정에서 세습방지법의 관련 조항 해석이 교계 안팎의 공분을 샀다. 교단의 관련 법에서는 세습 금지 대상을 ‘해당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 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은퇴하는’이라는 문구다. 세습을 밀어붙이던 명성교회 측은 김삼환 목사가 이미 은퇴했기 때문에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는 것은 법적 절차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즉, ‘은퇴하는’ 목사가 아니라 ‘은퇴한’ 목사이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주장이었다. “말도 안 되는 해석”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총회 재판국은 이 같은 주장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현재 교계 안팎의 반발은 거세다. 13일에는 개신교 법조인 500명으로 구성된 기독법률가회가 세습 무효를 주장했고, 같은 교단 내의 목회자들도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교회세습반대운동 연대는 “한국교회의 개혁을 꿈꾸는 젊은 목회자와 신학생들의 세습 반대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교계 일각에서는 9월로 예정된 총회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교계 원로인 안동교회 유경재 원로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판국원 8명 때문에 교단이 통째로 세습 인정 교단이 될 수 없다”면서 “교단의 지성을 믿는다”고 밝혔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국회 상임위에서 의결된 안건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면서 “최종 결론은 9월로 예정된 총회에서 판가름날 예정인데, 실제로 명성교회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강해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의 주역인 명성교회 측은 “교회로서는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김하나 목사는 지난 12일 설교에서 “이럴 때일수록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자”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내용의 설교를 통해 간접적으로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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